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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10)한여름밤 공룡의 꿈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10)한여름밤 공룡의 꿈

    열대야다.뒤척이다가 밤을 새우기 일쑤다.이런 때는 그야말로 공룡을 주인공으로 한 ‘한여름 밤의 꿈’이 제격이다.갑자기 나타난 육식공룡,무지막지한 놈이 이빨을 턱,치켜세우고 잠자리를 굽어보며 혀를 날름거린다.생각만 해도 시원하지 않은가.그런 공룡을 실제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8일 경남 고성에 공룡박물관 탄생 공룡이 ‘뜬 지’ 오래다.공룡영화의 고전인 영화 ‘쥐라기공원’은 공상소설은 물론 만화 패션 박물관 기념품과 애니메이션의 단골 소재가 됐다.이런 공룡 문화산업은 한반도 남단까지 밀려와 전남 해남 우항리의 공룡박물관을 낳았는가 하면,경남 고성 한려수도에도 세계 수준의 공룡박물관이 오는 8일 임시개장을 앞두고 있다.고성 땅으로 접어들면 타임머신을 탈 필요도 없이 공룡세계로 바로 들어갈 수 있다.아예 ‘공룡나라(The Land of Dinosaur Goseong)’라고 ‘공룡공화국’을 선포했다.중생대 백악기의 공룡 발자취가 남아 있는 하이면 덕명리 상족암 일대는 명실공히 ‘백악기 공원’에 걸맞은 곳이다.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명승지 상족암,일명 상다리바위라 부르는 퇴적암지대는 마치 시루떡처럼 켜켜이 퇴적암이 층을 이루고 있다.그림 같은 사량도가 눈앞에 떠있고,율포만을 돌아가면 한려수도의 전형을 보여주듯 자란만(紫蘭灣)의 크고 작은 섬들이 공룡 신화와 더불어 나그네를 맞는다. 경북대의 양승영(지질학),임성규(고생물학) 등이 연구의 문을 연 이래 제법 세월이 흘렀다.연구자층과 애호가층이 넓어져 2006년에는 중국의 자공,일본의 후쿠이현,캐나다 로열티렐 공룡박물관이 모두 참여하는 공룡엑스포까지 열린다.가히 공룡 문화산업이 공룡화하는 느낌이다.중생대 지층은 육성층(陸成層)이라 화석이 드물다는 통설을 깨면서 해성층(海成層) 공룡화석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세계 학계에 보고된 해남 우항리,전남 보성의 대규모 공룡알과 알둥지,전남 화순의 육식공룡 발자국,여수시 사도 추도 낭도 등 도서지역에서 발견된 3500여점의 발자국,시화호와 통영시의 공룡알 등은 우리나라가 공룡의 보고임을 말해 주는 물증들이다. ●수많은 발자국으로 뒤덮인 고성화석지 하일면을 포함한 개천·영현·삼산·동해·마암·회화면 등지의 고성화석지는 수많은 공룡 발자국으로 어지럽다.심지어 옥천사가 자리잡은 연화산 도립공원 같은 내륙에도 공룡의 흔적이 있으니 상전벽해란 이를 두고 말함이렷다. 중생대에 거대한 호수가 있었다.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경상호수’쯤 되리라.이 물길은 일본까지 연결되어 하나의 호수를 형성했다.수많은 공룡이 잔잔한 물가를 거닐었을 것이다.당시의 파흔(波痕)이 굳어진 퇴적암을 보면 물결은 잔잔했다.호수 주변은 이질 평원퇴적층으로,공룡발자국 대부분이 이 암상에 찍혀 있다.기후는 건조한 가운데 건기와 우기가 반복되는 계절성이었을 것이다.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얕고 경사가 완만한 호수였던 듯 물가를 또박또박 걸은 흔적뿐 아니라 수많은 공룡들에 의해 헝클어진 공란작용(dinoturbation)의 흔적까지 보인다.큰 놈은 발자국이 40∼50㎝에 이르니 그 크기가 짐작된다.날카로운 발톱을 보건대 더러 육식공룡도 있었지만,대부분 유순한 초식공룡이었음이 분명하다.익룡의 날카로운 발톱이 새겨진 게 우항리 것과 흡사한 발자국도 남아 있다.학계의 의견을 종합하면 공룡이 발자국을 남긴 과정은 다음의 세 단계로 정리된다. 가뭄 시기 가뭄에 물을 먹기 위해 호수 주변에 공룡이 출몰함. 오랜 시간 노출 석회질 토양화가 일어나면서 발자국이 찍힌 퇴적물이 굳어지는 고화현상이 진행됨. 홍수에 의한 범람 발자국이 찍힌 퇴적층이 매몰되면서 지층에 보존됨. 그 후로 수많은 세월이 흘러 발자국은 바위로 굳었다.호수는 바다로 바뀌었고 지각변동으로 퇴적암이 땅 위로 솟구쳤다.그러다 파도에 퇴적암이 한꺼풀씩 벗겨나가면서 드디어 발자국이 드러났다. ●공룡, 오랜 시간동안 완만하게 소멸 우리는 ‘호모사피엔스가 무엇인가.’하는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오리진’을 쓴 리처드 리키와 로저 르윈의 ‘제6의 멸종’은 호모사피엔스가 결코 특권을 부여받지 않았음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지구를 온통 늪으로 몰아넣은 5대 멸종.수많은 생물체가 사라졌고,무수한 생물군이 새로 생겨났다.살아남은 우리는 억세게 운좋은 종 가운데 하나일 뿐,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뜻있는 많은 이들은 지금 인간들의 탐욕스러운 행동이 다시 한번 대멸절,즉 ‘제6의 멸종’을 부르고 있다고 경고한다. 우리는 1억 4000만년에 걸친 공룡의 육상지배를 종결지은 6500만년 전 백악기 말의 공룡 멸절사건을 기억해야 한다.공룡의 멸절이론도 운석충돌설 같은 외부충격설에서 벗어나고 있다.거대한 외부 충격으로 일시에 공룡이 사라진 게 아니라 오랜 시간동안 완만하게 소멸했다는 증거들이 속속 제시되고 있다. 바로 이어지는 신생대에서는 공룡의 뒤를 이어 포유류가 육지의 지배적인 척추동물이 되었다.포유류가 공룡보다 특별히 뛰어났던 건 아니다.쥐새끼만한 포유류는 공룡 눈치나 보다가 잡아먹히는 비운을 감수하면서 1억년을 버텼다.공룡이 멸절하지 않았더라면 호모사피엔스가 ‘만물의 영장’인 시대는 결코 오지 않았을 것이다.약 500만년 전 최초의 사람종이 나타났을 때,그것은 단지 ‘아름답고 무한한 형태들’ 가운데 하나였을 뿐이다. 구석기,아니면 현생지질학 제4기부터 따진다고 해도 인류가 세상을 지배한 시기가 얼마나 될까.공룡은 적어도 1억 4000만년 이상을 지구에 존재했다.인류는 극히 짧은 시간에 지구의 주인공이 되었고,특히나 현대인들은 불과 100여년 사이에 엄청난 개벽을 가져왔다.이런 인류에게 영구히 보장된 미래가 있는 것인가.의문이 꼬리를 문다. ●동양인들의 삶에서도 공룡 중요 공룡은 호모사피엔스의 기억에서 영영 사라졌을까.그렇지 않다.창공을 가르는 새들은 바로 공룡의 직계 후손이다.공룡은 또 인문학적 상상력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으니,영화 ‘쥐라기공원’의 탄생 같은 공룡문화의 번성도 공룡이 영영 사라질 수 없는 것임을 웅변한다. 인류가 창조해 낸 최고의 상상동물인 용(龍)도 기실 공룡류의 조합이나 다름없다.인류의 유년기적 추억 속에 기록된 거대하고 두려운 어떤 동물의 형상이 각인되어 DNA로 전승되었던 것은 아닐까.신비로운 동물 용의 출발도 결코 인류사의 유년기적 추억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아니다. 덧붙여 공룡의 발견 역시 서구학자들에 의해서만 이뤄진 것이 아니다.일찍부터 동양인들의 삶에서도 공룡화석은 중요했으며,용골(龍骨) 같은 한약재는 틀림없이 공룡의 화석을 의미했다.10여년 전,시베리아 사하공화국에 갔을 때다.그곳 주민들이 만드는 섬세한 뿔조각품이 코끼리상아가 아니라 지금은 역사에서 사라진 맘모스 상아,즉 화석으로 만들어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상족암 역시 숱한 시인묵객들이 찾아 ‘용굴’ 같은 해식동굴 지명을 남기고 있거니와,이래저래 문화사적 장기 지속의 우연성을 말해줌이 아닐까. ●선입견 깨고 ‘적지적시’의 공룡 되찾아야 중국의 기서(奇書) 산해경에 등장하는 ‘기이(奇異)’들은 저마다 나름의 연원을 갖고 있다.그렇기에 사마천 같은 이도 산해경에 대해 ‘감히 말할 수 없다(不敢言之也).’고 평하지 않았겠는가.동진의 문인 곽박(郭璞·276∼324)은 장자를 인용하면서,‘사람이 아는 것은 알지 못하는 것에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생각건대,우주는 광활하고 뭇 생명체는 도처에 산재해 있으며,음양의 기운이 왕성히 일어나면 온갖 종류로 나뉘어 생겨난다는 점을 지적한 말이리라.그는 ‘소 발자국에 괸 물에서나 노는 수준으로는 붉은 용이 하늘까지 치솟는 경지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곽박의 말은 여러모로 정당하다.우리는 자동차 바퀴자국에 고인 물에서나 노는 수준이 아닐까.공룡과 인류시대의 시간이 던져주는 간극을 상상해 본다면,우리가 장구하다고 하는 인류사도 지질사의 미미한 일부,바로 ‘새발의 피’ 아닌가. 분류학 생물층서학 고생태학 고생물지리학 고환경학 등에서 공룡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그런 영향일까.오늘날 세계의 공룡학은 앙상한 골격이나 발자국 연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새로운 세대의 디지털 고생물학자들은 공룡화석에 생기를 불어넣어 가히 ‘공룡연구의 르네상스’를 일으키고 있다.진화생물학 생물역학 식물학 생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젊은 학자들이 그들.그들은 컴퓨터,CT스캔,X선,전자현미경 등 다양한 도구와 방법론을 동원,‘겁없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고성의 공룡이 살아있는 실체로 바닷가를 노닐게 해야 한다.지금까지 공상영화가 창조해 낸,엉뚱할 수도 있는 선입견을 깨고 적지적시(適地適時)의 공룡을 탄생시킬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공룡학’이 그야말로 공룡화되어 거대 골격에 묶인 채 끝내 관료화되는 비극을 피하길 기대해 본다.공룡연구야말로 무한한 상상력과 이의 입증이 필수 아니겠는가. 한려수도 덕명리에서 심안(心眼)으로 공룡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무거운 수수께끼를 안고 오는 길,그 여행이 주는 즐거움이 공룡에 대해 ‘우리는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는 작은 성찰에서 싹튼 것은 아니었을까.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9)절해의 고도 외연도의 당숲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9)절해의 고도 외연도의 당숲

    대천해수욕장을 끼고 있는 보령항에서 배를 띄워 한참을 가다 보면 바깥바다에서 외연도와 만난다.연근해의 원산도 장고도 삽시도 등을 비껴 달리다가 이윽고 섬들이 사라지면서 원해(遠海)의 고독감을 느낄 즈음 호도와 녹도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거기서 한참을 가야 이르는 곳이 외연도다.섬다운 곳이다. 먼 섬이 오가기에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모든 섬이 뭍과 가깝다면,국토가 그만큼 좁다는 뜻이므로 섬이 멀리 있다고 탓할 일은 아니다. ‘섬다운 곳’이라는 표현은 모든 외로움과 절박함,신성함 따위를 담고 있으며,때로는 처연하기까지 해 사실 ‘바다의 낭만성’ 따위와는 무관하다는 말이기도 하다.외연도는 고도(孤島)의 제반 조건을 두루 갖춘 곳이다.파도가 거칠고,사람 살기 척박한,한마디로 가진 게 바다밖에 없는 섬이다. 그런데도 외연도에 처음 발을 디딘 사람들은 놀란다.천신만고 끝에 섬이 시야에 들 무렵,갑판에서 보노라면 바다를 압도하며 그늘을 드리운 깊은 숲이 다가온다.포구가 의지하고 있는 당산(堂山) 숲이다. ●숲으로 에워싸여 하늘조차 안보여 섬에 닿자마자 서둘러 당산엘 든다.말 그대로 당숲이다.숲으로 에워싸여 하늘조차 보이지 않는다.아열대의 짙푸른 상록수가 울창하게 자라 한겨울에도 바다를 녹색으로 물들이는 곳.구로시오(黑潮)난류 영향권인 이곳은 남방계 식물이 진을 쳤다.동백나무 후박나무 돈나무 보리밥나무 송악 마삭줄 자금우 방기 먼나무 붉가시나무 같은 상록활엽수,상수리나무 자작나무 팽나무 찰피나무 고로쇠나무 산초나무 푸조나무 구지뽕나무 사위질빵 자귀나무 화살나무 딱총나무 회나무 광대싸리 초피나무 예덕나무 닥나무 붉나무 두릅나무 황칠나무 때죽나무 계요등 담쟁이덩굴 노박덩굴 칡 댕댕이덩굴 청미래덩굴 등 그밖의 수많은 초본식물,해안식물이 자생한다. 깊고도 깊은 숲이다.숲속에 들면 나무들이 가지를 잇대 하늘을 가리고 선 바람에 신문을 읽기 어렵다.적어도 수백년 이상 이렇게 외연도의 당숲을 이뤄왔다.숲이 훌륭하다 보니 정부에서 ‘천연기념물’ 팻말까지 달아주었다.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이곳은 숲으로 다가섰을 뿐 당숲의 의미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식물학자들이 찾아와 식물만 보고 가는 식으로 각각의 필요에 따라 살폈을 뿐 누구도 이 숲의 역사민속적 의미를 조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살펴보면 외연도의 ‘숲 모심’은 유별나다.60년대까지만 해도 해마다 세 차례씩 당제를 지냈다.어장이 열리는 음력 4월과 어장이 닫히는 11월의 당제,그리고 8월 햇곡식 철의 노구제가 그것이다.당제를 모시는 정성도 극진해 마을살림이 축날 정도였다.그러나 지금은 제의가 연 1회로 축소돼 정월 열나흗날 정일로 바뀌었다. ●‘소받침’ 당제 살림축제의 압권 외연도 당제의 압권은 역시 ‘소 받침’이다.소를 신성스럽게 표현하여 ‘지태’라 부르는데,이 지태를 잡아 피를 뿌린다.당제가 열리면 특별히 정해둔 ‘지태 잡는 장소’로 소를 끌고가 타살하는데,죽은 고기를 바치는 제사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더러는 죽은 지태를 측은해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절 받고 죽는 소’라며 부러워하기까지 한다.통념을 뒤엎는 의식이다.인도의 힌두교도들이 모시는 신성스런 암소 태모(太母)에 비견된다.소는 대지의 생산력과 풍요,생식,모성본능의 상징이다.제의가 사라져 가는 21세기에 외연도의 희생제의는 우리들이 잃어가고 있는 ‘원초적 본능’의 마지막 유형이 아니겠는가. 외연도 당제는 살림의 축제다.아무도 없는 섬에서 피의 카니발이 열린다.소의 낮고 우렁한 울음이 바다에 멀리 퍼지면 새롭게 태어난 제관이 해마다 당숲의 주인공이 된다.누구든 숲의 나뭇가지 하나도 잘라서는 아니되며,스스로 자라고,스스로 쓰러져 숲의 자연적 질서를 정연히 관리하고,조직해 숲에서 살림의 축제를 완성한다.제의가 파하면 짚으로 만든 배에 제물을 차려 얹어 먼 바다로 띄워 보낸다.그들,인간의 재앙을 싣고 또 하나의 희생양이 바다로 사라져 가는 것이다.숲은 이 모든 축제를 묵묵히 지켜보고,관장하고 그래서 마지막까지 증인이 되는 것이다. 외연도의 당숲을 인문학적 학명으로는 생명나무,혹은 우주나무(Cosmic Tree)라고 한다.이름하자면 ‘세계수(世界樹)’쯤에 부합하는 말이다.영원불멸의 ‘스스로 살아있는 나무’,‘생명을 주는 나무’,‘우주의 축’(AXIS),‘세계의 중심’이 바로 이 당숲이다.뿌리는 땅속 깊은 곳 세계의 중심에서 뻗으며,지하수와 접촉하는 나무는 ‘시간’의 세계로 자라는 나무이다.나이테는 나무의 수령을 알려주며,가지는 하늘과 영원에 가 닿는다.머나먼 바다에 천연기념물 당숲이 있어 바다 가운데에서 세계수가 ‘살아 숨 쉼’을 알려주는 것이다. 외연도 일대에는 이런 전설이 전해진다.고대 중국,한나라의 득세로 밀려난 제(齊)나라의 전횡(田橫)장군이 이곳으로 망명해 왔다.그는 한나라의 줄기찬 회유와 협박을 물리치고 가신들과 함께 바다로 나와 반양산에 숨어들었다가 종국에는 부하들을 지켜내기 위해 낙양으로 소환 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섬에 있던 500여명의 부하들도 그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하여 모두 죽음을 택했다.이곳 당집의 전공사당기(田公祠堂記)는 이런 사연을 전하고 있다. ●전횡 장군은 왜 외연도 神이 됐나 그후 외연도 사람들은 그를 신으로 섬기게 되었다.언제부터 중국 고대사회의 장수를 신으로 모시게 되었는지는 불분명하다.임경업이 연평도에서 조기의 신이 되었다면,전횡은 보령 앞바다에서 당숲의 신이 되었다.둘 다 희생양으로 죽은 장군이란 공통점이 있다. 그는 왜 하필 머나먼 이국땅에서 신이 되었을까.중국 고대사의 수수께끼가 머나먼 외연도에서 하나의 드라마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혹시 고대사회에 이뤄진 중국과 한반도의 활발한 해상교류가 빚어낸 결과는 아닐까.의문은 풀리지 않는다.어쨌든 그는 고기잡이의 풍어와 해상의 안전을 도모해 준다는데,인근 어청도와 녹도에도 그를 모신 제당이 있다. 머나먼 중국땅,그것도 제나라까지 거슬러 가는 고대사회의 한 장군이 서해의 신이 되었다는 점은 당대 사회에서 중국의 동해,우리의 서해 사이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모티프적인 사건이 전개되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도 읽히지만,애석하게도 문헌 증거가 없어 모호할 뿐이다.그러나 ‘모호하다.’는 말은 그만큼 신화적 진실에 가깝게 다가서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숲으로 좀더 깊이 들어가 본다.숲은 길게 하늘을 향해 있으며,그 바다의 하늘은 유난히 맑고 푸르다.밤에는 당숲으로 별빛이 부서져 내려 숱한 나무들이 별빛으로 멱을 감는다.숲은 당산에 깊게 뿌리를 드리우고 있다.뿌리는 섬의 속살을 파고 들어가 심연 깊은 물길과 닿는다.섬은 봉우리로 솟아 있지만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섬은 밑으로 밑으로 심연에 가닿는다. ●수직적 숲과 수평적 바다의 만남 마땀 지픔금 마당배 노랑배 큰명금 돌살금 금배 당산너머 관쟁이 고래자지뿌리 본당산매 대룻뜰뿌리 따위의 고유 지명과 번지,주소 성명을 지닌 바다밭들이 섬을 감싼다.바다 가운데 당숲이 지니는 의미는 이렇게 정리될 수 있지 않을까.‘숲의 수직적 세계관과 바다의 수평적 세계관의 만남.’ 신앙심만으로 당숲이 지금까지 보존되어온 이유를 다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다.숲이 싱그러운 물을 주고 있으니,섬사람에게는 더할 수 없는 귀한 생명의 원천 아닌가.지금도 빗물을 받아쓰는 그들이기에 숲의 의미를 더욱 절실하게 체득하고 지켜온 것은 아닐까.물은 모든 ‘생것’들의 생명을 지탱해 주는 근본이다.물과 흙,공기의 순환,외연도의 나무와 숲은 이 순환구조의 중심고리에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수산지’(1910) 발간 당시 외연도는 38가구 120명의 인구를 품고 있었다.인근의 횡견도 황도 오도에서도 어업이 활발했다고 기록하고 있다.지금의 외연도는 곳곳에 까나리젓통이 즐비할 뿐 외지에서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아 인구도 거의 고정적이다.예전의 외연도는 조개딱지 같은 지붕 낮은 초가 움막집이 처마를 맞대고 있는 작은 포구였다.오죽이나 먼 바다였으면 서양인 선교사 칼 구츨라프가 이곳을 거쳐 들어왔을까. 못내 아쉬워 당숲의 진실을 찾는 일에 좀더 땀을 보태고 싶다면 인근 어청도나 녹도로 나가야 한다.외연도에서 어청도 가는 뱃길은 하루 한 차례씩 있다.어청도에도 이곳처럼 전횡 장군 당(堂)이 전해지고 있으며,아름다운 숲도 있다.보령의 끝섬답게 해군이 주둔하는 군항까지 있어 오히려 번화한 감이 있다.보령항으로 되돌아올 요량이면 녹도에 들르라.그곳에서도 예의 당숲을 만날 수 있다.가파른 산등성이에 마을이 형성된 녹도,그곳의 아름다운 당숲과 늘 푸른 사철나무가 겨울에도 초록으로 나그네를 마중한다. 외연도의 당숲에서 ‘천지가 나와 한 뿌리이며,만물이 나와 한 몸(天地與我同根 萬物與我同體)’임을 깨닫고 돌아온다.섬이 먼 만큼 깊은 바다,먼 섬이 주는 깨달음의 격 역시 깊고 또 먼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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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무부 ◇승진(3급)△치료감호소 서무과장 李主五(4급)△법무부 소년제1과 宋花淑△부산소년원 교무과장 金滿坤△대구 〃 朴尙滿△청주 〃 金正圭△대덕 〃 金壯洙◇전보(3급)△서울소년분류심사원장 蘇鎭睦(4급)△전주소년원장 高登龍△청주〃 文用煥△안양〃 李丙株△춘천〃 具京天△충주〃 高永鍾△제주〃 潘吉煥△대구소년분류심사원장 金鍾求△광주〃 金興植△서울소년원 교무과장 成雨濟△광주 〃 張銖仁△전주 〃 尹在鍊 ■ 산업자원부 △법무담당관 黃奎淵△자원개발과장 朴一俊△기술표준원 기술표준정책과장 柳在烈 ■ 국세청 △조사국장 全君杓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장 吳大植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장 金浩起 ■ 특허청 ◇이사관 승진 △기계금속심사국장 李殷雨△특허심판원 심판장 姜昌淳△〃姜完植 ◇부이사관 승진 △혁신인사담당관 禹宗均△감사담당관 林漢福△특허심판원 심판관 曺龍煥 ■ 중소기업청 ◇서기관 전보△창업벤처정책과 趙鍾來△부산·울산지방중소기업청 경영지원과장 崔哲安△인천지방중소기업청 裵吉龍△국외훈련 金文煥 ■ 서울대 △학생처장 李美娜△연구처장 盧貞惠△기획실장 吳星煥△교무부처장 余禎星△학생〃 朱尤進△연구〃 鄭振鎬△사회과학대학 학생부학장 權錫萬 ■ 성균관대 △대학원장 李敏弘△인문학부장 金東淳△어문학부장 洪德善△사범대학장 康鈺基△자연과학부장 朴承哲△약학부장 兪善東△예술학부장 겸 디자인대학원장 金勉△생활과학부장 겸 학생부처장 趙熙仙△입학처장 玄宣海 ■ 이화여대 △대외부총장 柳莊熙△의과대학장 韓雲燮△교무처장 成泰濟△기획〃 朴統熙△학생〃 宋德洙△입학〃 朴東淑△총무〃 梁惠順△재무〃 趙桂淑△입학처부처장(상담) 崔恩鳳△경력개발센터원장 姜惠蓮△사회복지관장 金美惠△기초과학연구소장 李埈承△한국문화연구원장 鄭夏英△한국어문학연구소장 朴昌遠△교과교육〃 金聖源△의과학〃 朴惠英△아시아식품영양〃 張南洙△대학원교학부장 김성진△국제학부장 겸 국제대학원교학부장 朴仁煇△사회과학부장 겸 언론홍보영상학부장 劉世卿△자연과학부장 安昌琳△사범대학교학부장 成孝鉉△경영학부장 朴鍾勳△의과대학교학부장 河銀姬 ■ KBS △정책기획센터장 李圭煥△글로벌센터장 南善顯△대구방송총국장 李鳴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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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무부 ◇승진(3급)△치료감호소 서무과장 李主五(4급)△법무부 소년제1과 宋花淑△부산소년원 교무과장 金滿坤△대구 〃 朴尙滿△청주 〃 金正圭△대덕 〃 金壯洙◇전보(3급)△서울소년분류심사원장 蘇鎭睦(4급)△전주소년원장 高登龍△청주〃 文用煥△안양〃 李丙株△춘천〃 具京天△충주〃 高永鍾△제주〃 潘吉煥△대구소년분류심사원장 金鍾求△광주〃 金興植△서울소년원 교무과장 成雨濟△광주 〃 張銖仁△전주 〃 尹在鍊 ■ 산업자원부 △법무담당관 黃奎淵△자원개발과장 朴一俊△기술표준원 기술표준정책과장 柳在烈 ■ 국세청 △조사국장 全君杓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장 吳大植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장 金浩起 ■ 특허청 ◇이사관 승진 △기계금속심사국장 李殷雨△특허심판원 심판장 姜昌淳△〃姜完植 ◇부이사관 승진 △혁신인사담당관 禹宗均△감사담당관 林漢福△특허심판원 심판관 曺龍煥 ■ 중소기업청 ◇서기관 전보△창업벤처정책과 趙鍾來△부산·울산지방중소기업청 경영지원과장 崔哲安△인천지방중소기업청 裵吉龍△국외훈련 金文煥 ■ 서울대 △학생처장 李美娜△연구처장 盧貞惠△기획실장 吳星煥△교무부처장 余禎星△학생〃 朱尤進△연구〃 鄭振鎬△사회과학대학 학생부학장 權錫萬 ■ 성균관대 △대학원장 李敏弘△인문학부장 金東淳△어문학부장 洪德善△사범대학장 康鈺基△자연과학부장 朴承哲△약학부장 兪善東△예술학부장 겸 디자인대학원장 金勉△생활과학부장 겸 학생부처장 趙熙仙△입학처장 玄宣海 ■ 이화여대 △대외부총장 柳莊熙△의과대학장 韓雲燮△교무처장 成泰濟△기획〃 朴統熙△학생〃 宋德洙△입학〃 朴東淑△총무〃 梁惠順△재무〃 趙桂淑△입학처부처장(상담) 崔恩鳳△경력개발센터원장 姜惠蓮△사회복지관장 金美惠△기초과학연구소장 李埈承△한국문화연구원장 鄭夏英△한국어문학연구소장 朴昌遠△교과교육〃 金聖源△의과학〃 朴惠英△아시아식품영양〃 張南洙△대학원교학부장 김성진△국제학부장 겸 국제대학원교학부장 朴仁煇△사회과학부장 겸 언론홍보영상학부장 劉世卿△자연과학부장 安昌琳△사범대학교학부장 成孝鉉△경영학부장 朴鍾勳△의과대학교학부장 河銀姬 ■ KBS △정책기획센터장 李圭煥△글로벌센터장 南善顯△대구방송총국장 李鳴九
  • [고시·취업] 7·9급 공무원시험 ‘대수술’

    참여정부는 이공계 인력의 공직진출 확대를 주요한 정책과제로 제시하고 있다.이미 5급 이상 상위직에 대해서는 직급통합·복수직위 확대 등 여러 방안이 마련됐다. 이제는 6급 이하 하위직 공무원에 대한 대비책도 준비하고 있다.정부는 연구용역 결과가 나옴에 따라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이른 시일 내에 개선안을 마련키로 했다.이럴 경우 ‘7·9급 공채’로 상징되는 공무원 시험에도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지난 27일 한양대에서 열린 ‘우수 이공계 인력의 공공분야 진출 활성화 방안’ 공청회를 중심으로 변화방향을 살펴본다. ●채용시험 ‘형식파괴’ 불가피 주제발표한 최병대 한양대 행정문제연구소장은 7·9급 공채시험의 대대적인 개혁을 주문했다.현재 ‘전체필수과목+직렬필수과목’ 형식인 시험을 ‘공직적격성평가(PSAT)와 토익 등 영어능력검정시험+직렬필수+공직특성교육’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전체필수과목은 폐지하고 직렬필수과목은 2∼4개에서 1∼2개로 줄이되,공직특성과 관련된 과목을 하나 추가하자는 것이다. 공채 뿐 아니라 특채와 개방형,인턴제 활용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특히 특채의 경우 전문인력을 끌어올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인 만큼 잘 활용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중앙인사위 하동원 인력개발국장은 아예 “별도의 수험준비 없이 전문성만으로 쉽게 채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이제껏 개별기관별로 해오던 특채를 공채처럼 전 부처 공통으로 동시에 실시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암기식으로 교과서를 외운 인재로는 더 이상 전문화되어 가는 행정수요를 감당해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가산점은 합격 필수요건 최근 가산점은 공무원시험 합격에서 거의 필수적인 요건이다.소수점 이하의 점수 차이에서 당락이 결정되는 시험이다 보니 단 1점이라도 가산점을 가진 사람이 절대 유리할 수밖에 없다.실제 국가직이든 지방직이든 합격자 가운데 가산점을 보유한 수험생들의 비율이 70∼80%대에 이른다. 선발인원이 적은 일부 직렬에는 아예 합격자 전원이 가산점 보유자인 경우도 있다.이러다 보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려면 자격증 등을 통해 가산점을 우선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했다. 비판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한양대 이영무 교수는 “1급과 기술사 자격증의 가산점이 동일하고 워드프로세서 1급이 1.5점의 가산점을 얻는데 석·박사학위에 가산점이 없는 점 등은 충격적”이라면서 “특히 석·박사학위자들에게 가산점을 주지 않는 것은 교육제도를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대안으로는 대학이나 대학원에 공직 관련 커리큘럼을 만들어 이 과목을 이수했을 경우 가산점을 주는 제도를 제시했다. 중앙인사위 하 국장 역시 개인의견임을 전제로 “가산점으로 인한 합격자 비율이 50% 이하로 내려가야 기본적으로 선발시험으로서의 의미가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며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직렬과 그 직렬에 필요한 자격증으로 인한 가산점제가 전면적으로 재검토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학 커리큘럼 개선돼야 이공계 인력의 활용방안이 논의되면서 가장 강조됐던 부분 가운데 하나가 대학 커리큘럼 개선이다.인문학적 소양을 기를 수 있는 과목이 대폭 늘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토론자로 참가한 정인학 서울신문 교육담당 대기자는 “어떤 사장이 이공계 전공자를 우대하려했지만 관리직을 맡기기에는 인문·사회적 소양이 빈곤해 포기했다는 말을 하더라.”면서 “기술관료의 천국이라는 중국의 칭화대학에서는 이공계 학생에게 졸업 때까지 100권의 고전을 읽힌다는 점을 충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채시험 과목과 대학 커리큘럼이 연계성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아쉬운대로 PSAT와 연계된 과목을 대학이나 대학원에 개설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발라도의 예수/정찬 지음

    “오래 전부터 예수에 대해 호기심이 있었는데 이 작품으로 신의 후광에 싸인 예수가 아니라 원래,인간으로서의 예수의 모습을 담고 싶었습니다.” 장편소설 ‘빌라도의 예수’(랜덤하우스중앙 펴냄)를 낸 작가 정찬(51)은 ‘사람의 아들’인 예수에 주목했다. 땅과 하늘 사이에 ‘소설의 사다리’를 놓아 인간에 내재한 폭력성을 구원할 방법을 모색해온 그로선 당연한 접근으로 보인다.20일 기자와 만난 그는 ‘인간 예수’를 빚게 된 배경과 과정을 진지하고도 찬찬히 들려주었다. “예수에 대한 기록은 신약 성서 외에는 거의 없습니다.하지만 신약은 ‘예수의 신성(神性)설파’라는 이데올로기에 갇혀 있습니다. 심지어 예수의 존재성을 새로 해석해 파문까지 당했다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예수의 마지막 유혹’도 읽어보니 신성성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어요.저는 기독교인이 아닌 제3자의 입장에서 다양한 자료를 토대로 서기 30∼50년대 사회·정치·문화사적 맥락에서 살아 숨쉬는 예수를 그리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말만큼 쉽지는 않았나 보다.직접 예수의 마음 속에 들어가 속내를 드러내는 게 부담이 된 듯 작가는 다른 인물이나 화자의 시점을 빌려 예수의 활동 모습을 냉정하게 관찰한다.주요 관찰자는 로마제국의 유대지역 총독으로 부임해 예수의 사형을 고심 끝에 허락하는 빌라도다.작품은 빌라도가 알렉산드리아에서 죽음과 부활의 신화나 편협한 유대주의에서 벗어나 보편적 신을 추구하는 철학 등을 접하면서 임지인 팔레스타인에 도착한 뒤 유대 민중과 충돌하면서 통치하는 모습을 그린다. 작품 곳곳에서 작가는 특유의 통찰력과 해석으로 예수에게 ‘사람의 숨결’을 불어넣는다.빌라도의 시선을 빌려서 세례자 요한을 이은 또 하나의 예언자 예수에 대한 민중의 열렬한 추종의 힘을 예수의 ‘정치적 감각’에서 찾는다. 또 예루살렘 최고 권력자 안나스의 해석에 기대어 예수가 성전을 ‘강도의 소굴’로 비유하면서 상인들을 쫓아낸 사건 즉,‘성전 정화사건’에서 “대중의 심리를 꿰뚫는 동물적 감수성”을 격찬한다.작가는 “신정일치 시대에 예수가 권력의 핵심인 예루살렘의 성전을 건드린 것은 권력에 대한 정면도전이었기에 당연히 죽음을 부른 것”이라고 해석한다. 그가 그린 ‘인간 예수’는 ‘아름다운 사람’으로 귀결된다.작가는 “정신의 깊이가 있고 순결하고 영혼에서 향기가 나는 사람,특히 겉과 속이 다른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려고 열정적으로 종교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이라고 말한다. 10년 전 유럽 여행에서 모티프를 얻은 뒤 2년 동안 집중적으로 작품을 완성했다는 작가는 1983년 중편 ‘말의 탑’으로 등단한 뒤 1995년 중편 ‘슬픔의 노래’로 동인문학상,2003년 소설집 ‘베니스에서 죽다’로 동서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신동엽창작상에 손택수 시인

    고(故)신동엽 시인의 유족과 창비사가 공동 제정한 신동엽창작상의 22회 수상자로 시인 손택수(孫宅洙·34)씨가 뽑혔다.수상작은 지난해 낸 시집 ‘호랑이 발자국’.상금은 1000만원이며 시상식은 11월24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만해문학상,백석문학상,창비신인문학상 시상식과 함께 열린다.˝
  • 추리소설 삼매경 더위도 오싹오싹

    누가 뭐래도 여름은 추리소설의 계절이 아닐까.더구나 불황을 반영하듯 한 설문조사에서 휴가를 가겠다는 사람이 절반을 겨우 넘을 정도의 가계 사정을 감안하면 올 추리소설의 한계효용(?)은 부쩍 늘어날 전망이다.엎치락뒤치락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범인이나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다 보면 일상에 전 피로가 조금이나마 가실 것도 같다.게다가 최근엔 인문학적 교양을 듬뿍 담은 작품들까지 등장해 추리소설의 가치가 한결 높아진 느낌이다. ●인문학적 교양도 함께 올 추리소설계 새 코드는 ‘인문학적 교양의 가미’다.이 작품들은 사실과 허구,역사와 현재를 조화시키면서 지적 호기심과 대중적 재미를 동시에 안겨준다.3주째 전체 도서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올라있는 ‘다 빈치 코드’(베텔스만코리아 펴냄)는 루브르 박물관장의 피살을 중심으로 ‘모나리자의 미소’‘최후의 만찬’ 등에 숨겨진 암호를 풀어간다. 한편 ‘단테클럽’(황금가지 펴냄)은 19세기 미국을 배경으로 보수·자유주의의 대립을 ‘신곡’의 지옥편에 나오는 형벌을 모방한 살인사건 등을 통해 긴박하게 펼쳐간다.또 ‘자본론 범죄’(생각의나무 펴냄)는 100년전 죽은 사상가이자 혁명가인 칼 마르크스가 죽지 않았다고 가정한 뒤 벌어지는 상황을 통해 ‘자본론’에 대한 해석과 자본주의에 냉소적 비판을 동시에 담고 있다. ●고전적 의미의 추리소설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귀찮다고?그러면 서스펜스·음모 등이 뒤범벅된 작품이 제격일 듯.미스터리 문학의 거장인 반 다인의 작품 ‘그린 살인사건’(동서문화사 펴냄)‘비숍 살인사건’(〃)이 인기를 끌고 있다.지난해 나온 이 두 추리소설은 반스탐정의 안내로 얽히고설킨 사건을 추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또 추리물로는 보기 드물게 아프리카로 무대를 펼치는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북@북스 펴냄) 등이 독자들이 많이 찾는 추리물이다. 법정스릴러의 대가 존 그리샴의 최신작 ‘최후의 배심원’(북@북스 펴냄)도 놓치면 아까울 듯.혹 그리샴 마니아라면 그의 작품 가운데 ‘펠리컨 브리프’ ‘의뢰인’ 등 ‘알짜’만 골라놓은 ‘존 그리샴 베스트 컬렉션’(시공사 펴냄)에 도전하는 것은 어떨까. ●한국 추리소설 축소판 이도 저도 다 부담스럽다면 한국추리작가협회가 엮은 ‘슈퍼모델’(화다 펴냄)로 눈길을 돌려야겠다. IT업계를 무대로 숨가쁘게 벌어지는 ‘검은 머리의 외국인’등 국내 작품 9편을 모았다.에로티시즘을 소재로 한 작품이 주류인 것도 이채롭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추리소설 삼매경 더위도 오싹오싹

    누가 뭐래도 여름은 추리소설의 계절이 아닐까.더구나 불황을 반영하듯 한 설문조사에서 휴가를 가겠다는 사람이 절반을 겨우 넘을 정도의 가계 사정을 감안하면 올 추리소설의 한계효용(?)은 부쩍 늘어날 전망이다.엎치락뒤치락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범인이나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다 보면 일상에 전 피로가 조금이나마 가실 것도 같다.게다가 최근엔 인문학적 교양을 듬뿍 담은 작품들까지 등장해 추리소설의 가치가 한결 높아진 느낌이다. ●인문학적 교양도 함께 올 추리소설계 새 코드는 ‘인문학적 교양의 가미’다.이 작품들은 사실과 허구,역사와 현재를 조화시키면서 지적 호기심과 대중적 재미를 동시에 안겨준다.3주째 전체 도서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올라있는 ‘다 빈치 코드’(베텔스만코리아 펴냄)는 루브르 박물관장의 피살을 중심으로 ‘모나리자의 미소’‘최후의 만찬’ 등에 숨겨진 암호를 풀어간다. 한편 ‘단테클럽’(황금가지 펴냄)은 19세기 미국을 배경으로 보수·자유주의의 대립을 ‘신곡’의 지옥편에 나오는 형벌을 모방한 살인사건 등을 통해 긴박하게 펼쳐간다.또 ‘자본론 범죄’(생각의나무 펴냄)는 100년전 죽은 사상가이자 혁명가인 칼 마르크스가 죽지 않았다고 가정한 뒤 벌어지는 상황을 통해 ‘자본론’에 대한 해석과 자본주의에 냉소적 비판을 동시에 담고 있다. ●고전적 의미의 추리소설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귀찮다고?그러면 서스펜스·음모 등이 뒤범벅된 작품이 제격일 듯.미스터리 문학의 거장인 반 다인의 작품 ‘그린 살인사건’(동서문화사 펴냄)‘비숍 살인사건’(〃)이 인기를 끌고 있다.지난해 나온 이 두 추리소설은 반스탐정의 안내로 얽히고설킨 사건을 추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또 추리물로는 보기 드물게 아프리카로 무대를 펼치는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북@북스 펴냄) 등이 독자들이 많이 찾는 추리물이다. 법정스릴러의 대가 존 그리샴의 최신작 ‘최후의 배심원’(북@북스 펴냄)도 놓치면 아까울 듯.혹 그리샴 마니아라면 그의 작품 가운데 ‘펠리컨 브리프’ ‘의뢰인’ 등 ‘알짜’만 골라놓은 ‘존 그리샴 베스트 컬렉션’(시공사 펴냄)에 도전하는 것은 어떨까. ●한국 추리소설 축소판 이도 저도 다 부담스럽다면 한국추리작가협회가 엮은 ‘슈퍼모델’(화다 펴냄)로 눈길을 돌려야겠다. IT업계를 무대로 숨가쁘게 벌어지는 ‘검은 머리의 외국인’등 국내 작품 9편을 모았다.에로티시즘을 소재로 한 작품이 주류인 것도 이채롭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우리署 명물] 정보2계 신동선 경사

    “출소하면 형님처럼 이웃을 돌보며 사랑을 베푸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1997년 살인미수로 8년형을 선고받은 손모(34)씨가 지난 17일 강서경찰서 정보2계 신동선(50) 경사에게 보내온 편지다.당시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부녀자들만 납치해 세간을 뒤흔든 손씨는 신 경사에게 검거됐다.칼을 잘 휘둘렀던 손씨였지만 물품 배달부로 위장한 신 경사의 기습적인 주먹 한방에 맥없이 나가 떨어졌다.신 경사의 주먹에 반한 손씨는 그동안 500여통이 넘는 편지를 보내 재활을 다짐했다.신 경사가 신경쓰는 재소자는 손씨 뿐만이 아니다.직접 검거한 흉악범들의 가족까지 챙기고 있다.가족 생계비와 병원비도 마련해준다.최근에는 신 경사의 보이지 않는 베풂에 후원자들도 생겼다.신 경사는 특이한 수식어와 별명을 달고 다닌다.경찰 입문 24년 동안 붙여진 ‘공포의 반달곰’,‘경찰 복서’,‘유명 트레이너’,‘시인’ 등은 범상치 않은 경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신 경사는 강력반 형사로 13년 동안 일하면서 살인·강도·조직폭력배 등 700여명의 범인을 검거했다.그래서 ‘공포의 반달곰’.‘한번 찍으면 3년을 쫓아 다닌다.’ 등의 별명이 붙어 다닌다.한마디로 ‘악발이’다.키 173㎝,90㎏의 덩치에서 뿜어 나오는 한방에 나가 떨어지지 않는 범인들은 없었다.이런 활동 탓에 지금껏 서울시장과 행정자치부장관,경찰청장 표창 등을 62차례나 받았다. 신 경사는 1985년 제12회 서울시장배 겸 대통령배 복싱대회에 출전해 미들급 우승을 차지한 전문복서이다.중 3때 권투를 시작,86년 은퇴한 뒤에는 못다한 복싱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전문 트레이너의 길을 밟았다.그 동안 신 경사의 손을 거쳐간 제자만도 300명이 넘는다.말그대로 ‘프로급’이다.전 슈퍼페더급 세계챔피언 최용수 선수를 포함,전 슈퍼라이트급 동양챔피언 김종길 선수 등 10여명의 프로선수가 신 경사를 거쳐간 수제자들이다.가장 큰 자부심은 비행 청소년들이 권투를 배우면서 땀의 의미를 깨닫고 새 삶을 찾을 때이다.신 경사는 “강력반 형사를 하면서 비행 청소년들에게 권투 글러브를 끼워준 뒤 ‘주먹의 도’를 가르쳤다.”면서 “권투를 배우면서 주먹을 쓸 때와 쓰지 않을 때를 깨닫고 새 삶을 살 때 가장 보람있다.”고 자랑했다.신 경사는 지난해에는 소속 의경에게 권투를 지도,6개월 만에 신인왕전에 출전시켜 1승1패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또 1997년 시 ‘할미꽃’으로 문학세계 신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시집도 냈다. 신 경사는 “나라를 위해 피를 흘리고,이웃을 위해서는 눈물을 흘리며,나를 위해서는 땀을 흘린다는 신념을 지키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우리署 명물] 정보2계 신동선 경사

    [우리署 명물] 정보2계 신동선 경사

    “출소하면 형님처럼 이웃을 돌보며 사랑을 베푸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1997년 살인미수로 8년형을 선고받은 손모(34)씨가 지난 17일 강서경찰서 정보2계 신동선(50) 경사에게 보내온 편지다.당시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부녀자들만 납치해 세간을 뒤흔든 손씨는 신 경사에게 검거됐다.칼을 잘 휘둘렀던 손씨였지만 물품 배달부로 위장한 신 경사의 기습적인 주먹 한방에 맥없이 나가 떨어졌다.신 경사의 주먹에 반한 손씨는 그동안 500여통이 넘는 편지를 보내 재활을 다짐했다.신 경사가 신경쓰는 재소자는 손씨 뿐만이 아니다.직접 검거한 흉악범들의 가족까지 챙기고 있다.가족 생계비와 병원비도 마련해준다.최근에는 신 경사의 보이지 않는 베풂에 후원자들도 생겼다.신 경사는 특이한 수식어와 별명을 달고 다닌다.경찰 입문 24년 동안 붙여진 ‘공포의 반달곰’,‘경찰 복서’,‘유명 트레이너’,‘시인’ 등은 범상치 않은 경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신 경사는 강력반 형사로 13년 동안 일하면서 살인·강도·조직폭력배 등 700여명의 범인을 검거했다.그래서 ‘공포의 반달곰’.‘한번 찍으면 3년을 쫓아 다닌다.’ 등의 별명이 붙어 다닌다.한마디로 ‘악발이’다.키 173㎝,90㎏의 덩치에서 뿜어 나오는 한방에 나가 떨어지지 않는 범인들은 없었다.이런 활동 탓에 지금껏 서울시장과 행정자치부장관,경찰청장 표창 등을 62차례나 받았다. 신 경사는 1985년 제12회 서울시장배 겸 대통령배 복싱대회에 출전해 미들급 우승을 차지한 전문복서이다.중 3때 권투를 시작,86년 은퇴한 뒤에는 못다한 복싱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전문 트레이너의 길을 밟았다.그 동안 신 경사의 손을 거쳐간 제자만도 300명이 넘는다.말그대로 ‘프로급’이다.전 슈퍼페더급 세계챔피언 최용수 선수를 포함,전 슈퍼라이트급 동양챔피언 김종길 선수 등 10여명의 프로선수가 신 경사를 거쳐간 수제자들이다.가장 큰 자부심은 비행 청소년들이 권투를 배우면서 땀의 의미를 깨닫고 새 삶을 찾을 때이다.신 경사는 “강력반 형사를 하면서 비행 청소년들에게 권투 글러브를 끼워준 뒤 ‘주먹의 도’를 가르쳤다.”면서 “권투를 배우면서 주먹을 쓸 때와 쓰지 않을 때를 깨닫고 새 삶을 살 때 가장 보람있다.”고 자랑했다.신 경사는 지난해에는 소속 의경에게 권투를 지도,6개월 만에 신인왕전에 출전시켜 1승1패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또 1997년 시 ‘할미꽃’으로 문학세계 신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시집도 냈다. 신 경사는 “나라를 위해 피를 흘리고,이웃을 위해서는 눈물을 흘리며,나를 위해서는 땀을 흘린다는 신념을 지키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기발한 추리소설 3選 지적호기심과 재미 한꺼번에

    ‘추리 소설도 달라야 산다?’ 최근 소재나 상상력 등에서 독특하고 기발한 추리소설이 잇따라 선보여 눈길을 끈다.이 작품들은 그냥 배배 꼬인 이야기나 사건을 추적하는 게 아니라 100년전 죽은 사상가이자 혁명가인 칼 마르크스,불후의 명작 ‘신곡’을 남긴 단테,가톨릭의 교파 등에 현대적 의미를 부여하거나 새롭게 해석해 되살려 낸다.흥미진진한 사건 전개의 틀 속에 그들의 사상과 작품 등 인문학적 교양을 보태는 이들 작품은 앞으로 소설이 나아갈 길의 한 갈래를 예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가운데 ‘자본론 범죄’(생각의나무 펴냄)는 작가의 역사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저자인 칼 마르크스는 자신과 동명인 사상가 마르크스의 삶을 소설의 모티프로 삼는다.마르크스의 삶을 단순히 연대기적으로 추적하는 게 아니라,그가 현대에 노숙자로 살아 있다는 가정아래 자본주의의 폐단을 냉소적으로 바라본다. 작품은 출판사 편집자인 칼 마르크스가 우연히 이탈리아에서 걸인이 떨어뜨린 일기장을 주우면서 시작한다.일기장을 찬찬히 읽던 주인공은 이것이 100년전 사망한 마르크스가 쓴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출판사에 보내며,이 일기를 둘러싸고 의문의 살인사건이 이어지면서 흥미를 더해간다. 특히 사건 중간중간에 마르크스의 일기를 병행하는 액자식 구조의 소설은 일기를 둘러싼 사건과,노숙자로 ‘부활한 마르크스’가 보는 자본주의의 맹점이며 현대의 문제점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게 한다.쓰레기통을 복권에 비유한 두번째 일기인 ‘부랑자 복권 추첨기’는 자본주의를 꼬집는 기지가 돋보인다. 마르크스의 일기도 실제 사실에 저자 특유의 상상력을 가미해 소설의 묘미를 더해준다.자본주의를 타파하자는 고귀한 이상을 강조했지만 현실에서는 하녀를 범해 아이를 낳거나 엥겔스에게 기생하는 추악한 면을 보였다고 상상하는 장면 등이 그 예다. ‘단테 클럽’(황금가지 펴냄)도 추리소설의 외연을 한껏 넓힌 작품.지난해 출간돼 미국 역사추리소설의 붐을 일으켰다. ‘단테클럽’은 미국 문학사의 황금기인 1865년 미국 시인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등이 의기투합해 단테의 ‘신곡’을 번역,소개하기 위해 만든 모임.소설은 이 모임이 실제 겪은 일에다 작가적 상상력의 옷을 입혀 흥미롭게 펼쳐진다.남북전쟁이 끝난 뒤 혼돈에 싸인 사회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단테클럽’이 들여올 유럽문학의 자유주의를 경계하는 미국 문단의 보수주의자들과 신교도 측이 조직적으로 꾸미는 방해 공작과 음모를 중심으로 진행된다.다른 한편 ‘돈이면 능사’라는 신념을 가진 사업가가 온 몸이 찢긴채 갈고리에 매달리는 등 ‘신곡’ 지옥편의 형벌을 흉내낸 엽기적 살인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궁금증을 더해간다.연쇄사건 등 허구의 세계에다 신·구교간의 갈등,이주 노동자들과 시민들과의 다툼 등 당시의 시대상황을 촘촘히 재현해 소설 읽는 맛을 더해준다. ‘다 빈치 코드’(베텔스만 펴냄)는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에 제격인 장편.지난해 미국에서 700여만부가 팔린 화제작으로 루브르 박물관장 소니에르의 피살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수수께끼 풀듯 풀어진다. 다 빈치의 스케치인 ‘비트루비우스의 인체비례’처럼 원을 그린 뒤 벌거벗고 팔과 다리를 날개처럼 활짝 펴고 죽은 할아버지 소니에르의 시신과 그가 남긴 암호 같은 글을 본 손녀인 프랑스 사법경찰 암호 해독요원 소피 느뵈.그녀가 살해범으로 몰린 하버드 대학 종교 기호학 교수 로버트 랭던과 함께 한꺼풀씩 의혹을 풀어간다.‘모나리자’‘최후의 만찬’‘암굴의 성모’에 숨겨진 암호를 풀면서 주인공들은 1099년 결성된 비밀단체 시온 수도회에 얽힌 비밀과 함께 할아버지가 보티첼리,빅토르 위고,레오나르도 다 빈치 등의 뒤를 잇는 시온 수도회 수장이었음을 밝혀낸다.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사실과 허구,역사와 현재를 절묘하게 조화시키면서 지적 호기심과 대중적 재미를 동시에 안겨준다는 점이다.전문성이 강화된 추리 소설이 인문학적 교양의 바다로 나아가면서 본격 소설과 만날 가능성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황금가지 출판사의 장은수 편집부장은 이들 소설에 대해 “이야기 자체의 재미에 충실하던 추리소설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수준높은 교양을 함께 전달한다.”며 “특정 분야에서 상당한 수준에 이른 저자들이 기존 정보검색으로는 검색할 수 없는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교양소설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역사학 지원 ‘두계학술재단’ 설립 이태녕 서울대 교수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보장하는 실용학문이 득세하면서 인문학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들 한다.자연과학자들은 자연과학자들대로 똑같은 이유을 들며 심각한 위기론을 펼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시대를 이끌어간 대표적인 자연과학자로,자신의 분야에서 쌓은 연구 업적을 바탕삼아 인문학 발전에 기여하는 노(老)학자의 존재는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문화재 보존과학의 선구자는 화학과 교수 이태녕 서울대 화학교육과 명예교수가 주인공이다.‘한국 보존과학계의 태두’로 일컬어지는 그는 자신의 분야에서 뚜렷이 한 획을 그은 대학자이다.하지만 이 박사의 인생을 제대로 이야기하려면 그의 아버지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한다. 이 박사의 부친은 역사학계에 큰 족적을 남긴 두계(斗溪) 이병도(李丙燾·1896∼1989) 선생이다.얼마전 타계한 이기백 한림대 석좌교수의 스승으로 일제시대 인문학 분야의 대표적 학술단체인 ‘진단학회’ 창설을 주도하는 등 1980년대 초까지 실증사학계를 주도한 역사학자였다. “처음에는 역사를 전공할 생각이었어요.그런데 아버지가 ‘우리나라가 필요한 인재는 자연과학도’라면서 크게 반대했습니다..” 두계 선생의 셋째 아들로 어려서부터 잔병치레가 많았다는 이 박사는 결국 “내가 약을 개발해서 고통스러운 질병을 물리쳐야겠다.”는 생각에서 화학을 전공으로 택했다. 평생을 화학자로 살아온 이 박사지만 부친의 전공인 ‘역사’와 그리 멀지 않은 삶을 이어왔다.그는 한국땅에 보존과학이라는 생소한 학문을 처음 들여온 인물이다.보존과학이란 과학분야에서 쌓아놓은 연구 성과를 문화재 등의 보존에 활용하는 학문이다. 공군장교로 6·25전쟁에 참전한 뒤 국방부에 들어가 국방과학연구소(현 ADD)에서 연구실장까지 지낸 그는 5·16 이후 연구소가 해체되자 서울대 화학교육과로 자리를 옮겼다.보존과학과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은 것도 이 즈음이다. ●팔만대장경·석굴암 보존 진두지휘 석굴암 보존을 위해 유네스코에서 전문가를 초빙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간 그는 공주 송산리 6호분의 보존과학적 특성을 밝혀낸 자신의 경험을 설명해줬다.이 일을 계기로 미국에 건너가 일년동안 보존과학을 다시 연구한 그는 이후 해인사 8만대장경과 석굴암 보존 작업 등을 진두지휘했다.이 분야의 체계적 발전을 위해 보존과학회 설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정년퇴직을 한해 앞둔 1989년 부친이 타계하자 이 박사는 새로운 할 일을 발견하게 된다. “아버님께서 남기신 장서만 1만여권이 넘습니다.그런 자료들이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자식된 도리라고 생각했지요.” 그는 이 해 여름부터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부친의 고택에서 하루 10시간씩 먼지가 켜켜이 쌓인 고서들과 씨름하고 있다.1000여종의 한문 고서적과 5000여권의 양장본 서적 등 1만 5000여권을 일일이 뒤져가며 책의 종류와 내용 등을 분류,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었다.부친의 대표적 저서인 ‘한국사 대관’‘한국고대사연구’ 등과 함께 부친이 모아놓은 비문,고지도,탁본 등도 포함되어 있다. 이 박사는 “아버님이 타계하신지 만 15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 온전한 평가가 나오지 않은 것 같다.”면서 “그동안 분류한 데이터베이스 등을 일종의 ‘사이버 라이브러리’로 인터넷에 올려 사학도들이 학술연구에 활용토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먼지 쌓인 부친의 古書 DB로 만들어 그는 곧 자신의 사재만으로 ‘두계학술연구재단’을 설립한다.부친이 타계하기 전까지 33년동안 생활한 옛집을 ‘두계문고’로 개방하여 일종의 도서관으로 활용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국내 역사·문화 연구자들에게 부친의 자료는 물론 국내외 연구자료 정보를 지원할 계획입니다.세계 주요 도서관과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연구자료의 탐색 및 수집도 알선해야죠.” 두계 선생과 관련해 잘못 알려진 부분(이완용과는 30촌 이상 벌어지는 먼 친척임에도 사촌간이라는 등의 소문)을 바로잡는 것도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버지가 진단학회에 전 재산인 100석 규모의 경기도 용인땅을 쾌척한 것과 마찬가지로 두계학술재단은 다른 사람의 도움은 받지 않기로 했다.정년 퇴직 이후 받고 있는 연금과 자신이 개발한 세제 및 알츠하이머 예방 물질 관련 특허료 수입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우선 옛집을 도서관으로 쓸 수 있도록 리모델링하고 무질서하게 보관된 장서도 새로 정리하기로 했다.지금도 대문 기둥에 남아 있는 부친의 문패는 그대로 남겨둘 계획이다. ●한자는 2000년 역사의 기호… 반드시 배워야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으며 고생도 많았다.역사를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환갑이 넘은 나이에 처음 부친의 자료를 살펴볼 때는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장서의 대부분이 어려운 한자로 되어 있는 역사책들이기 때문이다. 이 박사는 사실상 한문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한자의 묘미도 이때 깨달았다고 한다. “한자는 2000년 이상 약속된 기호입니다.서양이 동양을 무서워하는 것은 한자 때문이지요.제2차 세계대전 때 맥아더 장군이 일본을 점령한 뒤 맨 처음 추진하려고 했던 일이 한자 폐지였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500자의 한자만 제대로 알아도 충분하다.”면서 “그냥 글자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역사서적 등을 통해 실속있게 가르쳐야 한다.”고 한자교육에 관한 소신을 피력했다. 부친이 떠난 동숭동 고택에 손때 묻은 각종 화학실험 기자재를 옮겨놓고 연구활동을 이어온 그는 기자와 만나는 동안에도 미국의 우주전파망원경이 보내온 신호가 뜰 때마다 모니터에 시선을 집중하는 영락없는 과학자이기도 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독립신문, 다시 읽기/서울대 독립신문강독회 엮음

    1896년 4월7일부터 1899년 12월4일까지 약 3년8개월 동안 간행된 ‘독립신문’은 한국의 근대성을 말하는 자리에서 빠뜨릴 수 없는 인문학적 텍스트이자 사료이다. 갑오농민전쟁과 청일전쟁,아관파천,만민공동회 등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소용돌이를 통과하고 있던 한국은 이른바 ‘안팎곱사등이’의 처지에 놓여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조선’이라는 파이를 차지하려는 세계 열강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에 대처할 능력을 상실한 채 갈 길을 몰라 헤매고 있는 상황이었다.‘독립신문’은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하나의 좌표 또는 방법을 선명하게 제시하면서 등장했다.서재필·윤치호·아펜젤러·앰벌리 등 계몽적 지식인과 선교사들이 주도했던 이 신문은 열강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청나라로부터 ‘독립’하여 ‘문명의 바다’로 나아가자는 슬로건을 선명하게 내세운다. 바야흐로 ‘문명개화’의 계절이었다.문명개화라는 이름의 도도한 물결을 타지 못하는 한,약육강식과 우승열패의 시대에 도태되고 말 것이라는 위기감이 ‘독립신문’ 곳곳에서 분출한다.자연스럽게도 조선의 문명화=서구화=근대화를 가로막는 모든 것은 ‘악’으로 간주된다. ‘독립신문’의 논설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듯이 문명의 시선에 포착된 조선의 풍경은 암울하기 이를 데 없다.무위도식하는 자가 판을 치며,거리는 불결하기 짝이 없고,관리들은 자기 뱃속을 채우기에 여념이 없었다.뿐만 아니라 ‘인민’들은 구습에 젖어 헤어나올 줄 모르고,제도들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채 헛돌고만 있었다.깊디깊은 ‘조선병’! ‘독립신문’의 필진들은 이를 일컬어 ‘고질병’이라 했다. 이 고질병을 치유하고 ‘당당한 자주 독립국’을 세우기 위해 이 신문은 교육의 진흥과 실업(實業)의 장려 그리고 제도의 개선 등등 일련의 개혁프로그램을 제시한다.즉 국가가 독립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내정을 닦아 외국 사람의 간섭을 받지 않고,외교에 힘써서 통상 권리를 외국 사람에게 뺏기지 아니하며,토지를 외국인에게 주지 말며,정부를 조직하되 어진 사람과 능한 사람을 신용하여 외국 사람의 현혹한 말을 듣지 아니”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리고 인민들은 ‘시계의 부품’처럼 일체가 되어 각자의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고,정부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필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그러지 못할 경우 ‘불쌍한 조선인’은 남의 나라의 ‘노예’로 떨어지고 말 것이라는 경고 또한 잊지 않는다.이처럼 ‘독립신문’은 ‘계몽의 열정’으로 넘쳐흐른다. 서울대 정치학과 독립신문강독회에서 약 7년에 가까운 시간과 정성을 들여 간행한 ‘독립신문,다시 읽기’(도서출판 푸른역사)는 ‘독립신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논설들을 가려 한자리에 모아놓았다.한글로 기록되어 있긴 하지만 100년 전의 텍스트에 접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이를 감안하여 이 책은 모든 논설들을 현대어로 바꾸고 세세한 주석을 달아 접근성을 높였다.독자들은 ‘말과 글에 의한 새로운 공론장’의 형성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독립신문’의 실질적 면모가 어떠했는지 그 윤곽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던가.또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자만큼 어리석은 사람도 없다고 했던가.19세기말 한국의 계몽적 지식인들의 거친 호흡이 시간의 거리를 훌쩍 뛰어넘어 지금-여기의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독립신문’의 문제의식과 개혁프로그램에 동의할 수도,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이제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차례이다.1만 4500원. 정선태(연구공간 ‘수유+너머’ 연구원·한신대 겸임교수)˝
  • 히포크라테스 후예들 문학에 말걸다

    ‘의학이 문학을 만났을 때.’ 그 겹침의 세계에서는 소설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가 사상의학 전문가로 등장하고 돈키호테는 ‘태양인’에 가깝게 그려진다. 또 16세기 프랑스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라블레는 ‘민중문화의 전통을 계승한 카니발의 세계를 재현’했다는 평을 듣는 ‘팡타그뤼엘’ 등의 소설에서 의사로서의 해박한 지식을 동원해 ‘웃음이 만병통치약’이란 사실을 소설로 옮긴다. 의학과 문학의 만남은 분화된 학문체계에 익숙한 현대인에겐 어색하게 보인다.수세기 동안 의학의 자연과학적 측면만 부각시켜 왔기 때문.그러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둘은 닮았고 한 지점에서 만난다.인문학적 요소와 생화학적 요소가 결합된 인간을 다루는 의학과 인간을 심오하게 이해하려는 표현인 문학의 공통분모는 많다. 그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지난해 연세대 의과대학 본과 2학년 과정에 개설된 문학 강의.그보다 약간 앞서 ‘의협신보’에서 ‘문학과 의학의 만남은 가능한가?’라는 테마로 28편의 기획 기사를 실었는데 예상외로 호응이 뜨거웠다.여기에 몇편의 글을 더 보태 묶은 게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 ‘의학과 문학’이다.의사인 시인 마종기씨와 평론가 정과리를 비롯 문학평론가·의사 등 27명의 필자가 참가했다. 이병훈 연세대 의대 연구강사에 따르면 이 흐름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이미 1970년대 초반 미국 의과대학은 본격적으로 문학 강좌를 개설했다. 플로리다대학 부속병원에서는 연극을 강의했고,노스캐롤라이나의대에서는 신체를 해부학·문학·종교적 관점에서 강의했다.또 임상과정에서 문학작품을 환자 치료에 도입한 ‘비블리오테라피(Bibliotherapy·문학 치료)’를 보자.독서를 통해 우울증·성격장애·언어장애·중독증 환자의 심리를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방식은 두 영역이 만나는 자리다. 눈을 더 멀리 돌려도 의학과 문학이 만난 자리는 숱하다.문학 혹은 인문학에 젖줄을 댄 신화·전설의 세계가 이후 의학이나 과학의 발달로 현실이 된 사례도 두 분야의 친화력을 입증한다. 김장환 연세대 중문과 교수는 “그리스신화의 뇌신(雷神) 주피터는 피뢰침으로,‘나는 양탄자’는 비행기로,‘빨리 걷는 구두’는 자동차로 현실화됐다.”며 “주관적 환상에 불과하다는 신화가 과학의 발달로 현실로 나타나는 관계는 흥미롭다.”고 말한다. 프랑스 소설가 앙드레 모로아는 “현대의 의사는 병자를 확실히 이해하기 위해서 예술가가 돼야 하며 철학가의 지능과 소설가의 재주를 겸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의업에 종사하면서 작품을 계속 썼던 19세기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체호프,20세기 독일과 미국의 대표 시인 고트프리트 벤과 윌리엄스의 사례는 문학과 의학의 친화력을 잘 보여준다. 이밖에 군의관 시절 데뷔작 ‘군도’를 쓴 독일작가 실러,의대를 졸업한 뒤 의업에 잠시 몸담았다가 전업해 걸작 ‘셜록 홈스’ 시리즈를 남긴 영국의 아서 코넌 도일,‘인간의 굴레’‘달과 6펜스’ 등을 남긴 영국의 서머싯 몸도 수련의 과정을 마친 뒤 소설가로 전환한 케이스다. 이번 기획과 관련,이영미 고려대 의대 교수는 예과 의학개론 시간에 ‘영화와 의학’‘문학과 의학’을 가르쳐온 경험을 들려주면서 “문학작품을 읽고 예술 작품을 향유하는 과정은 의사에게 환자 개개인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력을 가지게 한다.”고 말한다. 문학과 의학의 만남에서 인간을 더 풍부하게 하려는 역동성을 찾으려는 발길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대표 집필자인 연세대 의대 손명세 교수는 “생명과 죽음,질병과 고통,광기,의사의 인생,의학과 사회 등의 주제를 정한 뒤 그에 걸맞은 문학 작품을 골라 ‘의료 문학 선집’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며 “의사 출신 작가들과 문학자를 중심으로 의료문학회’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말말말˙˙˙

    만약 문학에 위기가 있다면,그것은 스스로 영역을 좁혀온 우리 문학과 문학인 자체의 위기라고 해야 한다.여기서 벗어나려면 만화,영화 등에 빼앗긴 문학의 영역을 되찾아 문학의 정체성을 확인하고,문학의 전문성을 새롭게 획득해야 한다.-문학평론가 박철화,인문학적 지성으로 한국문학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며-˝
  • 한국역사민속학회 주강현 회장

    “우리 민중의 생활사와 풍속사,그리고 문화사에 대한 연구가 매우 부족합니다.역사기술이 파워 엘리트 중심으로 편향돼 있기 때문이지요.” 주강현(49) 한국민속문화연구소 소장은 최근 ‘한국역사민속학회’ 회장에 선임됐다.지난 90년 창립된 이 학회 역사상 비(非) 대학교수의 회장은 처음이어서 주목을 끈다.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서럽도록 외면되다시피 한 민중생활의 구석구석을 파고들어 연구하는 ‘행동하는 민속학자’로 유명하다.민속학계에서는 그를 가리켜 ‘건강한 진보사관’의 소유자라고 일컫는다.그는 전국 방방곡곡 안 가본 데가 없다.인터뷰 자리에서 불쑥 제주도의 한 촌락을 얘기했더니 무당이름까지 거론하며 민속적 특징을 막힘없이 줄줄 꿴다. 그는 “민초들의 삶과 역사는 대부분 구질구질하다는 이유로 기록되지 못했다.”면서 “위(상층부)에서 아래로가 아닌,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역사기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예를 들어 19∼20세기의 어민의 삶과 역사에 대해서는 어떠한 기록도 없다는 것이다.그렇다면 누가 이 일을 해야 하느냐고 반문한다.위와 아래,내연과 외연으로 오고가는 그런 역사연구가 절실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흔히 ‘인문학의 위기’라고 하는데 저는 ‘인문학자의 위기’라고 생각합니다.청계천 사람들에 대해서도 제대로 연구할 학자가 있어야 합니다.” 그는 지난 97년 ‘우리 문화의 수수께끼 1,2편’을 발간하면서 민속학계에 뜨거운 불을 지폈다.이후 서점에서는 ‘민속학’ 관련 서적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그의 ‘우리 문화∼’는 30만부 이상 팔리는 기록을 세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최근에는 신세대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개정판을 냈다.그의 장점은 철저한 ‘발품’에 있다.민속사의 현장을 직접 답사해 사진을 찍고 잊혀져가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깨알같이 기록한다.직접 촬영한 관련 사진만 해도 20만컷 이상 보관하고 있다.경기도 일산의 그의 집에는 2만여권의 관련 장서가 있어 귀중한 ‘정보창고’(정발학연)가 되고 있다.그는 “진정한 민속사는 깡촌의 할머니,할아버지들을 열심히 만나 구술하는 오럴 히스토리(Oral History)”라고 말했다. 그는 ‘두레연구’로 경희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또 최근에는 고려대에서 문화재학 박사까지 취득,왕성한 연구의욕을 보이고 있다.주 전공은 역사민속학으로 해양문화학,민속미술사,성풍속사,무형문화 등이 연구의 중심 축을 이룬다.지금까지 ‘조기에 관한 명상’‘굿의 사회사’‘마을로 간 미륵’‘개고기와 문화제국주의’ 등 3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객반위주(客反爲主),객이 주인행세를 한다는 것이지요.신자유주의의 패권적 확충이 절대화될수록 토종문화는 구닥다리로 내몰리기 마련이지요.그러나 인간 스스로의 삶을 위해서라도 문화적 종 다원성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김문기자 km@seoul.co.kr˝
  • [이런 책 어때요]

    ●어느 인문학자의 문화로 읽는 중국/박영환 지음 중국인들은 돈과 숫자에 밝다.“나는 공산당도 부처님도 믿지 않는다.오로지 믿는 것은 돈뿐이다.”라고 서슴없이 말하는가 하면,정부는 3·6·8·9 등 길한 숫자가 들어간 자동차번호판을 경매에 부치기도 한다.중국인들은 또한 도시의 환경미화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다.이에 대해 저자(동국대 중문과 교수)는 “군자가 사는 곳에 어디 누추함이 있겠는가(君子居之 何陋之有)”란 구절을 인용해 설명한다.중국인들의 습성의 바탕엔 외부 환경보다는 인품을 강조하는 유교사상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중국인의 의식과 문화현상을 면밀히 살폈다.9000원. ●체 게바라/일다 바리오 등 지음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혁명을 이끈 체 게바라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아르헨티나 출신의 에르네스토(체의 본명)는 의학도로서 순탄한 청년시절을 보냈다.하지만 그는 의사시험을 치른 뒤 돌연 모터사이클에 몸을 싣고 라틴 아메리카 곳곳을 여행했다.이 여행이 운명을 갈랐다.그는 페루 나환자촌에서 의료활동을 하고 정치적 긴장감이 감도는 과테말라를 돌면서 미국에 종속된 현실과 마르크스 주의에 눈떴다.1956년 그는 쿠바에 도착,시에라 마에스트라 산악지대에서 게릴라들을 모집하고 무장투쟁을 벌여나갔다.그는 ‘쿠바의 두뇌’로 불렸다.1만 5000원. ●시간 속으로 사라진 역사의 비밀을 찾아서/한스 크리스티안 후프 엮음 분열된 중세유럽을 하나의 왕국으로 통합해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됐지만 교회와 결탁해 자유를 앗아간 잔혹한 전제군주라는 비판을 받은 카를 대제,십자군 전쟁의 영웅으로 추앙받았지만 2700명에 이르는 이슬람교도들을 학살했던 잔인한 잉글랜드의 사자왕 리처드 1세,격동적인 삶을 산 영국의 다이애나비와 곧잘 비교되는 오스트리아 왕비 시시….시각에 따라 이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시간 속에 묻힌 사건들은 과연 얼마나 진실에 가까울까.독일 ZDF방송국의 역사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엮은 이 책에서 역사와 진실의 오묘한 함수관계를 밝힌다.2만원. ●미켈란젤로/앤서니 휴스 지음 미켈란젤로의 예술은 탁월한 드로잉 실력에 토대를 두고 있다.그의 회화들은 실제 크기의 밑그림 없이 그려진 게 거의 없다.그런 점에서 흔히 색채에 바탕한 베네치아 화파의 티치아노와 비교된다.피렌체의 드로잉(디세뇨)과 베네치아의 색채(콜로레)의 싸움은 수세기 동안 핵심쟁점이 됐다.이 미켈란젤로 입문서에서 예술사가인 저자는 새로 청소한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화를 예로 들어 미켈란젤로의 색채적 상상력은 베네치아 화파와 다름을 밝힌다.또 미켈란젤로의 조각은 16세기 유화들보다도 더 ‘회화적’인 질감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한다.2만 6000원. ●역사속의 우리 다인(茶人)/천병식 지음 우리에겐 유구한 차문화의 전통이 있다.신라 선덕여왕 때에도 차를 즐겼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남아 있다.이 책은 신라의 명문장 고운 최치원에서 현대적인 다학을 정립한 효당 최범술에 이르기까지 우리 차문화의 텃밭을 일군 20인의 이야기를 다룬다.우리 민족의 차문화는 고려시대에 절정을 이뤘지만,숭유억불을 내세운 조선에 들어 점점 쇠퇴의 길을 걷는다.그러나 조선 후기에 이르러 차문화는 중흥기를 맞게 된다.그 중심엔 다성(茶聖) 초의선사와 다산,추사 등이 있다.이들이야말로 한 잔의 차로 마음을 다스려 천하를 얻은 이들이다.1만 5000원.˝
  • 김연수 첫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

    주목받는 작가의 하나인 김연수(34)가 “첫번째이자 마지막 산문집”이라며 낸 ‘청춘의 문장들’(마음산책 펴냄)에는 ‘작가 김연수’의 내면 풍경이 잘 드러난다. ‘처음’이란 말은,그가 한번은 지난 날을 되돌아볼 필요성을 공감하는 나이가 됐음을 함축한 표현일 것이다.‘마지막’ 표현에서는 작품에 매진한다는,작가로서의 철학이 읽힌다. 책에는 그를 키운 많은 사람과 시절 들이 등장한다.무엇보다 빛나는 것은 그가 읽은 책들과 그 속에서 만났다는 보석같은 문장들.그 하나하나는 도넛처럼 텅 비어 있는,거의 생래적 자의식을 채워 준 감성의 질료들이기도 하다.작가가 봄을 기다릴 때 읽는다는 당시(唐詩),정약전·약종 형제의 글,이덕무의 산문,이백·두보의 시,김광석과 여행스케치의 노랫말 등을 따라가다 보면 34세의 나이에 ‘동서문학상’‘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저력과 정신적 뿌리를 확인할 수 있다.‘열흘 동안의 행복’만으로도 그가 평생 문학을 할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고 고백하는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이종수기자˝
  • ‘아버지와 만남’ 펴낸 강인숙교수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삶의 이정표를 가르쳐주는 사람은 주변의 어른들입니다.우리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나는 어른인 부모는 삶의 모델이지요.그들을 모본(模本)으로 인간의 길을 배우게 됩니다.” 강인숙(71·건국대명예교수) 영인문학관장.문학평론가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부인으로 역시 문학평론가로 활동중이다. 그는 17년전 작고한 아버지에 대한 독특한 평전인 ‘아버지와의 만남’을 최근 펴냈다. 강 관장은 ‘삶의 첫머리’에 한 어른(아버지)을 만났고 그 어른은 쾌락주의자였으며 동시에 박애주의자였다고 회상했다.때문에 자기철학과 박애정신이 공존한 한 인간을 연구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교직생활중 매달린 기본적인 화두는 인간이었다.”면서 “나의 인간연구는 아버지를 중심축으로 회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흔들림없는 모성을 지닌 지모신 같은 어머니는 이해하기가 쉬웠다.그러나 아버지를 독해하는 일은 지난한 과제여서 칠순이 지난 나이에도 ‘아버지와의 만남’을 되씹어보게 한다.”고 덧붙였다. 강 관장이 아버지를 기억하는 첫 모습은 7세때.3·1운동 이후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통화성에서 두번째 옥살이를 한 뒤였다.‘국민복에 헬멧 쓴 차림’이었다.동생들은 달려가 아버지의 품에 안겼지만 강 관장은 선뜻 달려갈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독립운동으로 16년간 강 관장의 어머니와 떨어져 살았던 아버지가 ‘해주댁’으로 불렸던 둘째부인을 데리고 나타났던 것이다. 강 관장은 “독립운동에 연루돼 대학진학을 못하고 사업가로 나선 아버지는 감각적 쾌락을 추구하며 특히 여자를 사랑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회고했다.그는 또 “아버지는 지적 호기심이 왕성해 86세로 세상을 뜰 때까지 책을 놓지 않아 박학다식했으며 남에게는 지나치게 관대한 ‘희귀종’이었다.”고 부연했다. 3년 전에 원고를 완성했으나 아버지를 분석하고 비판하는 글이기 때문에 발표를 미루어왔다는 그는 “삶의 한 토막을 정리하는 심정으로 용단을 내렸다.”고 토로했다.아울러 그는 “서로 유형은 다르겠지만 인간은 누구나 가족과의 사랑과 갈등을 기반으로 삶을 형성해나간다.”고 덧붙였다. 김문기자 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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