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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혜·울림 가득한 문화칼럼

    “정치지도자는 국민의 원형적인 정서를 완전히 외면해서도 안되겠지만, 그것에 함몰되거나 끌려다녀서도 안된다. 대중의 원시적 정서는 국가를 관리하는 정치적 지혜와 결코 일치할 수 없다. 우리는 노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는 감상적인 지도자가 아니라, 마하트마 간디가 말했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지도자’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2003년 이태동(67) 서강대 명예교수가 쓴 ‘대통령의 눈물’이란 칼럼의 한 대목이다.영문학자이자 문학비평가로 평생을 문학과 씨름해온 그이지만 그의 정치 칼럼은 어느 대논객의 현장정치평보다 큰 울림이 있다. 문화 칼럼은 그의 ‘전공’. 최근 출간된 ‘대통령의 눈물’(이태동 지음, 문예출판사 펴냄)에는 저자가 지난 10년간 각종 매체에 발표한 정치·사회·문화 칼럼 90여편이 실려 있다.저자의 글은 결코 만만찮은 인문학적 교양을 바탕에 깔고 있으면서도 좀처럼 현학의 기미를 드러내지 않는다. 보기 쉽고 알기 쉽고 읽기 쉽다. 문장삼이(文章三易)의 원칙에 충실하다는 얘기다.1만 2000원.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명문대 교육혁명] (20) 일본 교토대

    [명문대 교육혁명] (20) 일본 교토대

    |교토 이춘규특파원|도쿄대와 함께 일본의 양대 명문 중 하나인 교토대는 ‘기초학문’이 특히 강한 대학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물리, 화학 등 자연과학분야의 노벨상 수상자만 5명, 수학부문의 노벨상인 ‘필즈상’ 수상자만 2명이다. 이처럼 기초과학이 강한 이유는 그동안 국가의 지원 및 ‘자유와 토론을 중시하는 학풍’ 때문이란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교토대도 지금 중요한 변환기에 서있다. 그동안 학교의 상징으로 자부해 왔던 ‘무제한적 방임적인’ 학생의 자유 허용을 재고하려는 움직임이다. 자유보장의 학풍이 급변하는 시대조류에 뒤처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게다가 교토대는 2004년 국립대학에서 법인화 이후 빠른 변화에도 변신을 준비 중이다. 법인화에 적극 대처해 나가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법인화와 교토대의 자랑인 자유와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경영측면에선 정부 통제에서 더욱 벗어나 연구나 학교운영의 자율성을 높이고 학생관리에는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로 한 것이다. 마쓰모토 히로시 부학장은 “국가의 재정이 어려워져 재정투입이 줄어든 것은 예상된 것”이라며 “법인화 이후 스스로 하겠다는 기운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예로 기부금 모금 노력에 다퉈 앞장서고 있다. 실제 교토대는 법인화 이후 매년 직접 운영비는 1%씩 줄이고 있지만 반대로 기부금 등 외부자금을 더 많이 끌어왔다. 교토대에 따르면 2004년 265억엔 정도였던 과학연구비보조금·공동연구비·외부수탁연구비·기부금 등 외부자금의 총 합계는 2005년에는 323억엔으로 크게 늘었다. 그 중에서도 2004년 37억 6000만엔이었던 기부금의 경우 법인화 이후 적극적인 유치 활동 덕분에 한 해 사이 두 배인 37억엔이 늘어 74억 6000만엔이나 됐다. 그래도 교토대의 안정적 재정확보는 여전한 과제다. 장기연구성과를 꾸준히 내기 위해서다. 하지만 갈수록 2∼3년내에 연구성과를 내라는 요구가 강해지고 있어 고민이다. 교토대의 의지와는 달리 장기간의 연구가 필요한 기초연구가 위협받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교토대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융합한 교육을 강화하려고 한다. 종합대인 특성을 살려 기초연구에서 응용연구까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연구들을 계속하려 한다고 오카모토 부학장이 밝혔다. 안정적인 재정을 확보,2∼3년을 바라보는 게 아닌 100년 정도를 내다보는 기초연구를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대학부설 수리해석연구소는 학교 특성을 잘 보여준다. 이 곳은 일본의 ‘전국공동이용연구소’로 1963년 출범했다. 강한 일본 수학의 산실이다. 8월 중순 찾아간 연구소는 자유와 토론이 넘쳤다. 우선 복장이 자유로웠다. 이날 대학원 신입생 면접시험이 있었는데도 다카하시 요이치로 소장, 가시와라 마사키 전 소장, 오카모토 히사시 부소장, 모리 시게후미 교수 등은 모두가 편안한 자유복장이었다. 연구소 1층의 휴게실 책꽂이에는 영어판 전문지와 신문 등이 가득 꽂혀있었다. 연구자들이 쉬면서 토론할 수 있도록 탁자가 있었고, 칠판도 갖춰져 있어 토론환경으로 좋았다. 이날 몇개 팀이 계속 와 쉬면서도 토론을 했다. 이날 만난 연구자들의 출신대학도 이채로웠다.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수상한 모리 교수를 제외하고는 소장, 부소장, 전 소장 등이 모두 도쿄대 출신이었다. 오카모토 부소장은 “연구자들이 일본 전국 각지에서 이 곳에 몰려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교토대적인 것에 대해 다카하시 소장은 “다른 대학은 사회·국제정세의 흐름에 맞춰 연구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교토대는 ‘나의 길’을 가는 스타일”이라며 “전국 수학자가 연간 70회 정도 이 곳에 모여 세미나 등을 갖는다.”고 소개했다. 외국에도 열려 있다. 현재 이 연구소에는 이용남 서강대 수학과 교수 등 한국의 연구자 4명이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을 포함, 외국인 연구자는 10명이다. 평소에는 20명정도의 외국인 연구자가 활동한다. 이날은 입시에다 방학이 겹쳐 적은 편이었다. 이용남 교수는 “교토대는 서두름이 없다. 빠른 성과를 강요하지도 않고, 그런 요구도 없다.”면서 “수리해석연구소는 수학분야의 세계 최고 수준으로, 연구자들도 큰 업적을 내기 위한 욕구가 강하다. 형식적이지도, 과시적이지도 않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박사 후 과정 펠로십의 지원을 받아 교토대 수학과에서 연구하고 있는 허형진씨는 “템포가 느리다. 기본적으로 시간을 많이 준다. 속박이 없다. 집에 처박혀 있어도 연구결과물만 내면 되는 극히 자유로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교토대의 전형적 연구풍토와 관련, 모리 교수는 “개성을 존중한다. 특히 다른 사람과 같은 주제의 연구를 하면 안 된다는 풍조”라고 말했다. 또 이과계열 노벨상 수상자가 많이 나오는 것에 대해 “하고 싶은 일은 철저하게 추구하기 쉬운 환경과 자기 것을 추구하려는 독립성 강한 연구의욕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오카모토 부소장의 분석은 더 이채롭다. 도쿄대 교수들은 일본 1위의 대학이라고 모두가 생각하기 때문에 그 방면의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다고 말했다. 최첨단 학문도 해야 한다는 중압감도 있다는 것. 반면 교토대는 유행하는 최첨단과는 무관하게,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초학문에 전념할 수 있다. 교토대는 ‘명예교수를 경원하는’ 특징도 갖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명예교수를 임명하면 예전의 ‘시니어리티 제도’의 영향으로 “나는 선배다. 내 연구소에 가까이 오지 마라.”는 등의 권위적인 경향이 있기 때문이란다. 그 대신 지원의 사각지대인 40∼50대 중견연구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마쓰모토 부학장이 밝혔다. 교토대의 실용적인 면을 엿볼 수 있다. taein@seoul.co.kr ■ 한국유학생 198명… 한국석사 인정 안해 |교토 이춘규특파원|교토대에서 유학하는 한국인 유학생은 2005년 기준으로 198명이다. 그 중에 박사과정이 94명, 석사과정 36명이고, 학부생은 25명 등이다. 유학생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교토대학의 자유와 ‘느리게 가기’가 돋보였다. 인문학 분야의 박사학위 받기는 7∼8년 걸린다. 한국에서 받은 석사학위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물리, 화학 등 기초과학 분야도 느리다. 공과대분야는 상대적으로 짧다. 이처럼 학위기간이 길어져 미래를 걱정하는 연구자들이 늘어나자 “빨리 학위를 주는 방향으로 방침을 바꾸는 흐름이 보인다. 박사과정을 그만두고 취직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법학 박사과정 정영훈씨의 소개다. 한국인유학생회 회장 김정환(박사과정 재료공학) 씨는 “자유로운 분위기 때문에 논문 방향에 대한 지도교수의 제시도 없어 유학생은 어렵다.”면서도 “느리다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깊은 연구와 질 높은 논문이 많다.”고 말했다. 학부 분위기도 유사하다. 공학부 전기전자공학과 3학년 오지민씨는 “선생이 공부시키는 것이 없다. 출석체크도 없고 수업을 안받아도 된다는 분위기다.”라면서도 “자기 관심분야를 찾아서 두드러진 성취를 이뤄내는 학생들이 눈에 띈다.”고 귀띔했다. 오씨는 도쿄대에 갈 실력이 있는 학생도 자유로운 교토대의 학풍을 좋아해 선택한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는 교토대는 도쿄대와는 달리 서둘러 결과물을 내야 하는 압박이 없다면서 “새로운 분야, 새로운 이론을 개척하는 학풍”이라고 덧붙였다. taein@seoul.co.kr ■ “세계 최고·유일 추구… 자유와 토론이 학풍” |교토 이춘규특파원|교토대 마쓰모토 히로시 부학장(연구·재정담당)은 “교토대는 연구 중심대학으로 자유와 토론을 중시한다.”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학풍이 강함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교토대학의 특징은. -연구대학이자 탐험·모험심이 강한 대학인 점이 특징이다. 세계 최고, 유일(唯一)을 추구하는 연구가 많다. ▶교토대의 강점은. -자유로운 학풍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도록 한다. 흉내내지 않고 우리의 것을 추구한다. 미국의 대학은 돈이 되는 곳에 연구를 집중하지만 교토대는 장기적이고 기초적인 측면에 집중한다. 지식도 추구하지만 우리는 지혜를 중시한다. 이를 위해 토론을 중요하고 철저하게 여긴다. ▶법인화 이후 기부 현황은. -기부금이 증가하고 있다.1인당 과학연구비에서 도쿄대가 100이라면 교토대는 115로 많다. ▶우수학생 확보 방안은. -유치 방안도 중요하지만 전통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교토대에 가면 자유스럽다는 학풍이 힘이다. 지금의 아이들은 가이드라인이 없으면 자신 스스로 생각하는 사고능력이 적다. 우리는 이를 길러준다. 한국이나 중국, 구미의 최우수 학생들이 몰려올 수 있도록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지금까지 도쿄대는 정치계나 관료를 하려는 학생들이 가고, 교토대는 학문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몰리는 경향도 있었다. ▶외국의 인재 확보 방안은. -국제교류 추진 담당이사직을 만들어 중국과 동남아 등에서 우수한 학생과 교수들을 모으려 한다. ▶우수한 젊은 연구자 확보 방안은. -우수한 선생과 학생이 갑자기 모이지 않는다. 아직 학교 명성이 중요하다. 선배들이 활동한 업적 등을 본다. 그래서 실적을 장기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 연구인력 확보 방안은. -세계적 수준에서 보면 일본의 여성연구인력 진출이 낮다. 여성 연구자 비율이 교토대는 7%정도다. 이를 15년 뒤에는 20% 수준으로 높이려 한다. 우선 3년간은 10% 정도로 끌어올리겠다. 그러나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선발하는 일은 없다. 철저하게 능력위주다. 여성 연구자가 출산을 해도 안심하고 육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3년간 정부 지원도 있고, 이후 학교자체 예산도 확보해 놓았다. ▶세계 최고 대학이 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가장 큰 과제는 학생과 연구자, 교원의 책임감과 자각이다. 다음 과제는 재정 기반과 연구전략 마련이다. 교육시스템 개혁도 중요하다. 종합대학의 장점을 살리는 시스템도 만들어야 한다. 예들 들면 의사가 돼도 인문학분야의 전문성을 갖추게 하려 한다. ▶교토대 하면 노벨상이 얘기되는데. -5명이 노벨상을 받았지만 더 많은 교토대 학자들이 상을 받아야 한다고 본다.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는 노벨상 받을 만한 학자가 매우 많지만 제대로 못받는다. 서구 심사위원들이 동양학자들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잘 알리려는 활동도 중요하다. 공간적 약점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서구학자들을 교토대에 불러 3∼4개월정도 장기 체류시키면서 토론하고, 연구내용을 알도록 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산·학 연대는 잘되고 있나. -잘 되고 있지만 매우 미묘하다. 특허권 신청도 늘고 있다. 그런데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 한 건을 신청하기 위해 50만엔이나 필요하다. 몇 건의 특허를 출원하는 것에는 얽매이지 않는다. 기업에도, 대학에도 모두 만족스러운 특허 및 지적재산권 제도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허 분쟁도 있나. -국제특허의 경우는 기업들이 매우 신중하다. 미국에서 특히 수억엔이 드는 소송이 많다. 소송에 말려들면 기업은 자신을 방어할 수 있지만 대학은 방어력이 없다. 엄청난 금액을 소모해야 하는 위험성이 있다. 대학의 지식은 모두의 것이지 특정집단의 이익이나 돈을 위한 연구하지 않는다.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세계의 라이벌 대학을 꼽는다면. -유럽은 문과계 대학들이, 미국은 이공계가 강하다. 미국은 사립뿐 아니라 공립도 강하다. 스탠퍼드, 하버드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명문들이 즐비하다. 중국의 칭화대나 한국의 서울대 등이 어떤 의미에서 우리 라이벌이다. taein@seoul.co.kr
  • 美 SAT 어려워졌다…평균점수 31년만에 최대하락

    미국 대학수학능력평가시험(SAT)의 평균 점수가 1975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SAT 시행 방식이 바뀌면서 나타난 일시적 문제인지, 학생들의 응시 피로도 가중 탓인지, 학력 저하인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시험 유형이 바뀐 뒤 처음 치러진 SAT 시험은 글쓰기 능력을 판단하는 에세이 시험(800점 만점)이 추가됐으며 과학·역사·인문학 등 영어 독해가 강화됐다. 시험 시간도 종전 3시간에서 45분이 더 늘어났다. 뉴욕타임스와 USA투데이 등은 기존 SAT의 언어(verbal)시험을 바꾼 비판적 독해(critical reading·800점 만점)가 5점이 떨어진 평균 503점을 기록했다고 29일(현지시간) 전했다. 또 수학(800점 만점)은 2점이 떨어진 평균 518점으로 집계됐다. 두 과목을 합친 1021점은 31년 만의 최저 점수이다. SAT를 주관하는 ‘칼리지 보드’는 “학생들의 시험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일선 고교의 반응에 대해 즉각 반박하는 등 예민하게 반응했다. 개스턴 캐퍼튼 칼리지 보드 대표는 “일반적으로 시험 유형이 바뀌면 수험생은 점수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행동을 취한다.”고 설명했다. 새로 도입된 에세이 시험 전체 평균은 497점으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11점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학생 평균 점수가 남학생보다 낮았던 수학과 영어 독해도 격차가 대폭 줄었다. 이번 SAT는 지난해보다 9600명이 줄어든 147만명이 응시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새 지면 충실한 변화 기대/양승찬 숙명여대 언론학부 교수

    지면의 변화가 많았던 한 주였다. 무엇보다 서울신문의 특화된 분야가 확실히 드러난 지면을 접할 수 있어 반가웠다. 지방분권시대를 맞아 수도권과 지역 독자를 위해 자치행정면을 강화한 것은 서울신문의 강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아주 좋은 변화다. 자치구 소식은 물론 구의회의 움직임까지 상세히 전달하겠다니 더욱 그렇다. 대부분의 신문들이 중앙정부와 중앙정치의 이슈에 치중하면서 전국적인 영향력의 차원에서 뉴스를 다루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이런 뉴스도 중요하지만 시민의 일상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힘든 정치, 사회 이슈는 ‘다른 사람들’의 문제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은 시민 참여이고, 이러한 참여를 독려하고 도울 수 있는 유용한 지역 정보의 제공은 언론의 몫이다. 서울신문이 자치행정면을 앞으로 어떻게 채울지 기대된다. 지난주 인천 계양산 개발 논란과 서울 지하철 8호선 연장과 관련한 이슈 등 실생활과 밀접한 지역 문제를 다룬 것을 보니 변화의 가능성이 보인다. 동작구의 자원봉사자들을 다룬 ‘해피콜 주부들’ 기사 역시 우리 주위 사람들이 자치행정에 어떻게 참여하는지를 보여준 중요한 기사였다. 새로 시작한 지면이라 구청장과 구의원을 소개하는 코너를 등장시킨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자치행정면의 구성에서 홍보성 보도자료는 늘 경계하기 바란다. 지방자치단체들에서 제공하는 중요한 행정정보의 전달과, 이들에 대한 감시와 평가 역시 균형을 이루는 지면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면변화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다. 타블로이드 40면으로 제작되던 주말매거진 ‘We’를 신문판형으로 발행하면서 건강, 레저, 연예, 생활에 대한 정보의 고급화를 추구한 개편에 대한 평가는 일단 유보하고 싶다. 24일 첫 발행에서 레이싱걸을 밀착 취재한 내용을 커버스토리로 다루면서 인터넷 여기저기에서 과잉 등장하는 사진을 전면에 걸쳐 게재한 것은 주말매거진의 취지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주중 지면에서 연예와 관련한 내용을 자제하고 대중문화 현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주말매거진에서 가벼운 연예기사를 다룰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정보는 일상의 방송프로그램, 무가 생활정보지,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서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다. ‘만난다,´ ‘떠난다,´ ‘즐긴다´라는 기획코너를 구분한 것은 재미있고 눈에 띄지만 독자들에게 어떤 새로운 정보를 줄지 의문이 든다. 맛집 소개, 음식, 여행 관련 정보는 즐기고 떠나고 싶은 사람들이 효용 극대화를 위해 인터넷 검색을 통해 너무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주말에 독자들이 몸의 웰빙에만 관심이 있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콘텐츠의 고급화를 주말매거진 개편 목표로 삼으면 어떨지.‘아는 것이 힘이다’는 코너에서 고사성어와 외국어 몇 문장을 소개하는 것은 교양정보의 구색을 맞춘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의 교양을 높이는 데 진정으로 힘이 되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지난주 서울신문이 기능과 효율이 중시되는 한국사회에서 문화콘텐츠의 보고로 인문학의 중요성을 다룬 바 있다. 독자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높여주는 기획물을 주말에 배치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기획하여 연재하고 있는 ‘종교건축이야기’ ‘한민족 문화유전자를 찾아서’ ‘철학산책’ 등은 일상에 바쁜 주중에는 편하게 접하기 어려울 수 있는, 조금은 긴 호흡의 콘텐츠이다. 하지만 이 연재물들은 서울신문만의 것이고 독자들의 교양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내용을 담고 있다. 조금 한가한 주말시간에 읽을 수 있도록 개편한 16면에서 특화해 편집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양승찬 숙명여대 언론학부 교수
  • [부고] ‘머나먼 쏭바강’ 소설가 박영한씨 별세

    ‘머나먼 쏭바강’‘왕룽일가’등을 쓴 중견 소설가 박영한씨가 23일 오후 6시30분 경기도 일산 백병원에서 별세했다.59세. 박씨는 2003년 봄 위암 수술을 받은 뒤 최근 병세가 악화돼 입원치료를 받아왔다.1947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이듬해인 1977년, 베트남 참전 체험을 담은 중편소설 ‘머나먼 쏭바강’이 계간 ‘세계의 문학’에 당선돼 등단했다. 이후 1988년과 1989년 산업화와 도시화의 흐름에서 밀려난 소시민들의 삶을 해학적으로 그린 ‘왕룽일가’와 ‘우묵배미의 사랑’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사랑받았다. 고인은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주제와 휴머니즘을 다룬 작품을 주로 써왔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고교 졸업이후 공장 노동자, 거리의 악사, 가정교사 등 떠돌이 생활을 하며 몸으로 직접 체득한 경험들을 문학적 자양분으로 삼았다. 대표작으로는 ‘인간의 새벽’(1980년),‘노천에서’(1981년),‘지옥에서 보낸 한철’(1988년),‘장강’(1996년)등이 있다. 강원도 산골 오지에서 몇달 간 머문 경험을 토대로 출간한 ‘카르마’(2002년)가 마지막 소설이다. 오늘의작가상(1978년), 동인문학상(1988년)을 수상했고,6년 전부터 동의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유족으로는 부인 방인숙(53)씨와 딸 낭이, 아들 노아씨 등 1남1녀가 있다. 발인은 25일 오전.(031)910-7444.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문화콘텐츠 뿌리 인문학] (하)링커를 키우자

    [문화콘텐츠 뿌리 인문학] (하)링커를 키우자

    김용만 우리역사문화연구소장은 요즘 TV를 보면 착잡해진다.SBS ‘연개소문’과 MBC ‘주몽’ 때문이다.‘정통 역사드라마’라기에 ‘연개소문’ 자문에 응했는데, 사실과 다른 설정이 나와서다.‘주몽’은 정반대의 경우다. 정통드라마가 아닌 ‘팬터지’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이런저런 비판이 일자 슬그머니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겠다고 제작진이 밝혀서다. 드라마를 생산·소비하는 양쪽 모두 원하는 것이 ‘재밌게 볼 드라마’인지,‘쉽게 풀어쓴 역사 다큐’인지 불명확하다.‘재미’와 ‘사실’은 끝내 엇갈린 방향으로 뛸 수밖에 없는 두마리 토끼인가. ●‘링커(linker)’를 키워야 이 두 토끼를 잡으려면 ‘전문 지식’과 ‘대중 취향’을 연결(link)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사실을 분명히 알면서 동시에 대중적으로 풀어내야 한다. 제작·기획 파트에 이런 사람이 있어야 한다. 역사평론가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 소장은 “학자들은 대중이 역사에 무관심하다고 푸념하지만, 사실은 학자가 대중에게 무관심하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인문교양서적 가운데 역사 관련 서적이 항상 상위권에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전문적이고 세부적인 학설뿐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학자도 필요하고 이들에 대한 낮은 평가도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현 고려대 교수 역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준전문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결국 어느 정도 대학교육이 떠맡아야 한다. 서영수 단국대 역사학과 교수는 그런 의미에서 지금 대학 교육을 ‘교수와 학생들간 묵계에 의한 사기’라고 규정했다.“가르치는 교수나 배우는 학생 모두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모든 대학, 모든 학과의 커리큘럼이 천편일률적으로 전문연구자 육성에 초점을 맞춰서다. 전문연구자는 몇몇 대학에서 키우고 나머지는 역사적 지식을 어떻게 활용할지 가르쳐야 한다는 것. 그래서 스스로도 제자들에게 연구도 좋지만 소설이나 시나리오에도 도전하라고 북돋는다. ●‘지적재산권’ 개념을 넓혀야 이들 링커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밥벌이’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그래서 법률적 판단과는 별개로 지적재산권 개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같은 역사를 다뤄도 소설가에게는 판권이 있는데, 연구자나 기획자에게는 왜 없냐는 것. 미술사학자로 콘텐츠업체 다할미디어를 운영하는 김영애 대표도 공감을 나타냈다. 김 대표는 “이공계와 달리 인문학자의 지적재산권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저작권료든 자문료든 원고료든, 대가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학자들이 더 많은 내용을 내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의 지원도 중요하다. 김 대표는 “일본은 대학마다 아카이브 사업을 벌이는데 교수들 사이에서 이 프로젝트만 해도 몇십년은 먹고 살 수 있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규모”라면서 “이것 역시 일본이 지적재산권 개념에 엄격하니까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생활사박물관’이 모범사례일 수 있다.‘한국생활사박물관’은 학자·편집자·디자이너 등 연인원 400여명이 달라붙어 선사시대 때부터 오늘날까지의 생활사를 ‘박물관’ 형식으로 정리해 호평받았다. 이 책의 저작권은 출판사와 편찬위원회에게 있고, 편찬위 저작권은 이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편찬위원회 강응천 주간이 대표로 행사토록 되어 있다. 편집기획에 의한 책일 경우 필자뿐 아니라 편집자의 권리도 인정하는 외국 사례에서 따온 것이다. 강 주간은 “비유하자면 영화의 판권이 감독뿐 아니라 배우와 스태프들 모두에게 인정되는 방식”이라면서 “그런 신뢰관계가 있어야 전문연구자와 콘텐츠분야의 사람들간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거기서 수준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애니 ‘아마게돈’ 실패 왜? “‘작가’라는 생각에 ‘표현의 자유’ 같은 얘기만 했지 산업적인 면을 보지 못했어요. 후배들은 안 그랬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한국 만화계의 ‘절대지존’으로 불리는 이현세(50)씨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문화콘텐츠 전문교육과정 대표교수로 임명됐다. 강단(세종대)이 낯설지는 않지만, 무슨 생각으로 책임교수 자리까지 덜컥 수락했을까. 서울 포이동 화실에서 만난 그는 “10년 전부터 가슴에 품었던 걸 이제야 풀어 놓게 됐다.”고 말했다.10년 전이란 다름 아닌 ‘아마게돈’ 이야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만화를 원작으로 그 당시로는 거액인 40억원을 쏟아부은 애니였는데 작품성도, 대중성도 인정받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까치’의 머리털을 보세요. 그걸 애니나 캐릭터상품으로 살릴 수 있을까요. 그런데 그 머릿결을 못 살리면 당장 ‘에이∼ 뭐야∼.’하는 반응이 나와요. 워낙 강한 이미지라서 이제 바꾸지도 못해요. 까치를 그릴 때 책으로 낼 생각만 한 거죠.” ‘뿌까’,‘마시마로’와도 비교했다.“거꾸로 뿌까는 굵은 선으로 최대한 간략하게 그렸죠. 이건 명함 같은데 축소해 놔도 ‘미학적인 맛’이 떨어지질 않아요. 이게 상품가치가 있는 캐릭터예요.‘마시마로’는 원래 캐릭터를 노린 게 아니라지만 간략한 선을 통한 이미지 제시라는 점에서는 성공적이죠.” 캐릭터를 강조하는 것은 상업화의 핵심이기 때문이다.“창작에는 스토리 중심과 인물 중심 두가지가 있어요. 스토리 중심은 작품성은 높아도 상업화하기는 어렵죠. 반면 인물 중심은, 캐릭터가 강하기 때문에 만들기가 쉬워요. 강한 캐릭터는 자기들끼리 밥만 먹여놔도 스토리가 나오거든요. 거기다 강한 이미지 때문에 다른데 써먹기도 좋은 거죠.” 그도 ‘천국의 신화’ 때 처음 적용해 봤다. 이전에는 직접경험이나 간접경험(취재)으로 그렸지만,‘천국의 신화’에서는 자료로 연대기만 구성한 뒤 ‘역행과 순행’의 원칙 아래 캐릭터군을 설정하고 이 위에다 스토리를 덧씌웠다. 전문교육과정에도 이 경험을 불어 넣을 계획이다.“애써 만든 작품을 한번 쓰고 만다면 정말 아깝지요. 그래서 아예 기획단계에서부터 게임·애니·음악 등 다른 분야에 쓸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는 겁니다.” 목표는 영화아카데미다.“일종의 성공모델이 필요하다는 거죠. 영화나 드라마가 성공하니까 우수한 인력이 감독이나 PD로 몰려듭니다. 게임도 그런 기미가 보이죠. 다른 분야에는 없어요. 그걸 한번 해보고 싶은 겁니다.” ■ 인문학 미드필더 될려면…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문화콘텐츠 전문교육과정은 내년부터는 1년 과정이지만 올해는 9월부터 6개월 과정이다. 주·야간 합쳐 모두 50∼60명 정도를 뽑는다. 다음달 1일 서류전형과 8∼9일 심층면접을 거쳐 18일부터 개강한다. 전공은 기획전공과 창작전공이 있다. 기획전공은 아이템 선정과 펀딩, 제작까지의 모든 과정을 다룬다. 창작전공은 작품을 구상하는 단계에서부터 상품화 가능성을 반영하는 방법을 배운다. 전문교육과정은 이 과정에서 ‘스킨십’을 매우 강조한다. 책이나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없는,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다 하겠다는 것. 그래서 관련 업체에서 일한 경력이 있거나, 극본이나 시나리오를 쓴 실적이 있는 사람을 우대한다. 또 교수도 이론적인 주장을 펴는 사람보다 곽경택 감독처럼 풍부한 현업 경험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한다. 그래야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들 사이에 실질적인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교육내용도 이에 맞췄다. 아예 몇몇 업체들로부터 프로젝트를 받아와 이 프로젝트를 직접 수행해 나가는 과제해결형 수업이다.“성공모델을 만들고 싶다.”는 이현세 대표교수의 바람이 실현될지 관심이 쏠린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인문사회 지원 ‘학진’의 정책 현황과 과제

    인문사회 지원 ‘학진’의 정책 현황과 과제

    인문 사회분야에 대한 지원방안은 쉽게 논란에 휩싸인다. 평가가 어려워서다. 그러다 보니 지원하는 쪽은 ‘성과’ 타령이고, 지원받는 쪽은 ‘근시안’이라 비판한다. 이 둘이 만날 수 있는 지점은 어딜까. 김병준 교육부총리 낙마사태를 계기로 지난 18일 학술단체협의회와 교수노조가 공동 주최한 ‘학문윤리와 학문정책’ 토론회에서는 인문사회 분야 지원을 위한 학술진흥재단(학진)의 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대학 연구기능 외면…사학법 개정 필수 발제에 나선 오창은 중앙대 교수는 “주변에 물어 보니 그래도 유일한 희망은 ‘학진’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그래도 학진의 평가기준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2002년부터 시작된 학진의 학술지 평가 기준이 ‘연간 학술지 발간 횟수’·‘논문 게재율’·‘편집위원 연구실적’ 등 양에 치우쳐 있다 보니 표절과 중복게재, 논문 쪼개기 등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그 분야 연구자들 외에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전문적인 학술지들만 난무하게 됐다. 오 교수는 “인문사회계열은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활동과 무관할 수 없는데 소수의 관련 전문가 외에는 뜻을 가늠하기 힘든 학술지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사학법 개정이 필수라는 주장도 나왔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는 “대학이 연구기능을 외면하니까 연구자들이 학진의 지원에만 목을 매고, 그러니 이런 현상이 일어났다.”면서 “사학법 개정을 통해 사학법인들의 사고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적 평가에 치우쳤다는 비판에 대해 조성택 학진 인문학단장(고려대 교수)은 “최소한의 기준이자 표준화에 불과하다.”면서 “학진이 모든 것을 다할 수 없는 만큼 질적인 평가는 관련 학회가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학술지가 지나치게 전문적이라는 지적에는 공감했다. 조 단장은 “논문으로 인정해 주지 않다 보니 대중과 소통하려는 좋은 계간지들이 필자를 섭외하는데 어려움을 겪거나 지나치게 전문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9월쯤 계간지 편집장들과 만나 대안을 마련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연구자에게 용돈주기’를 뛰어넘어야 이종구 성공회대 교수는 “지금처럼 1년 단위로 지원하는 것은 어떤 주제가 잘 팔릴까에만 골몰하게 만든다.”면서 “연구자 개인에게 단기적으로 지원하는 것보다 연구소 단위의 장기연구계획에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몇십, 몇백명의 연구원을 동원해 20∼30년동안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한국에서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자료축적의 문제도 있다. 연구자에겐 자료가 가장 소중한데, 장기연구여야 자료가 체계적으로 수집·관리될 수 있다. 강남훈 한신대 교수도 “지금 학진의 지원은 ‘석·박사에게 용돈주기’ 수준”이라면서 ‘국가교수제’ 도입을 제안했다. 석·박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집에서 최소한 5∼6년을 지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 대신 이들이 국내에서 자리잡고 연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게 더 의미있다는 얘기다. 대신 몇년마다 연구성과·실적을 평가해 국가교수직을 갱신하는 조건을 붙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문화콘텐츠 뿌리 인문학] (중) 인문학 변신, 고정관념 깨자

    [문화콘텐츠 뿌리 인문학] (중) 인문학 변신, 고정관념 깨자

    ■ 콘텐츠 보물창고는 ‘보통 사람들’ 인문학과 콘텐츠의 만남에서 관건은 역시 고전이다. 옛 사람들의 삶 자체가 ‘생생한 이야기’라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고전이야말로 콘텐츠의 ‘보물창고’이자 ‘광맥’이다. 이미 보물찾기는 시작됐다. 단 새로운 상상력이 가미돼야 한다. 그래서 잊혀진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인물이 부각된다. 군림했던 왕보다 잡초같던 백성들이 부상한다. 설혹 왕이라 해도 초인적인 면보다 인간적인 면이 부각된다. 여기에는 과거를 바라보는 시선의 근본적인 변화가 놓여져 있다. 김호 경인여대 교수가 ‘무원록’을 발굴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변화 때문이다.80년대 ‘민중사’가 유행이긴 했는데 정작 민중의 목소리가 담긴 기록은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조선사를 전공하면서 남들이 안보는 각종 의료·살인사건 기록들을 들췄다. 김 교수는 “이런 기록들은 당시 일반 사람들의 삶을 그대로 담고 있기 때문에 일종의 ‘조선민중실록’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문학자 전봉관 카이스트 교수도 1930년대 문예지를 뒤지다가 ‘자본주의에 탐닉해가던 조선민중’을 발견했다.‘착취와 수탈’만 알고 있던 그에게는 충격이었다. 이를 정리한 게 최근 영화화가 논의되고 있는 ‘황금광시대’다. 이번에는 일제시대 살인사건과 스캔들을 묶어 ‘경성기담’도 펴냈다. 이 책은 아예 영화화를 전제로 시나리오 쓰듯 책을 꾸몄다. 그가 꿈꾸는 인문학은 “사람 냄새나는” 인문학이다. 영화 ‘왕의 남자’의 숨은 공로자였던 사진실 중앙대 교수도 마찬가지다. 국문학 전공자로 그의 관심사는 광대나 기생들의 문예활동이다. 그것들은 당대 민중의 욕망을 더듬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지역 광대를 연구한 그의 논문이 ‘왕의 남자’로 발전했다. 송화섭 원광대 교수는 ‘무속’의 복권을 꿈꾼다. 그의 관심은 한국의 전통 의례. 이게 지방자치제를 맞아 꽃피웠다. 송 교수는 “무속도 우리의 전통풍속인데 미신이니 뭐니 하면서 너무 쉽게 버렸다.”면서 “종교적인 측면이 아니라 문화로서 접근한다면 풍부한 이야깃거리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콘텐츠업체 여금의 유동환 대표는 아예 동양철학자의 길을 접고 콘텐츠생산쪽으로 나선 사례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고조선시대 때부터 최근까지 각종 정변이나 민란 등을 DB화하는 것이다. 여기서도 포인트는 지도자들의 삶이 아니다.“정변이나 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시대적인 모순 아래서 고민한 보통 사람들”이 중요하다. 이런 경향에 대해 지나친 상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럼에도 “역사·민속·신화 등에서 콘텐츠를 발굴해 문학의 스토리텔링 구조를 씌우고, 철학에서는 인간의 논리·체험구조나 심리적인 메커니즘을 배우는” 과정은 이미 대세에 접어들었다.‘상업적’이라는 말 자체가, 이미 세상은 과거에서 점잖은 교훈이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를 원한다는 뜻을 품고 있어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인문학의 위기는 인문 ‘학자’의 위기 사람 존재하는 한 인문학은 영원할 것” “인문학, 달리 말해 휴매니티스(Humanities)는 사람에 대한 얘기라는 뜻입니다. 지금 한국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 그 모든 게 인문학의 소중한 연구대상입니다.‘지구’라는 물질 자체가 물리학자에게 연구대상인 것과 마찬가지죠.” 철학자 김용석 영산대 교수는 조금 답답하다는 듯 말을 이어나갔다.“인문학이, 철학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많지만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느냐에는 질문도 대답도 없습니다.” 그 시대 사람의 삶과 욕망이 담긴 대중문화야말로 인문학의 훌륭한 텍스트다. 세속적인 대중문화를 비웃으며 고고한 척 할 게 아니라, 무엇 때문에 대중들이 즐거워하는지, 또 대중들의 삶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분석하는 게 인문학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인문학은, 철학은 지금보다 좀 더 수다스러워져야 한다.“사람에 대해 얘기하는 게 인문학이라면, 사람이 존재하는 한 인문학 자체는 없어질 수가 없습니다. 십수년 전부터 나온 인문학의 위기는 사실 이걸 깨닫지 못하는 인문 ‘학자’의 위기입니다.” 이런 주장은 그가 펴낸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보통 사람의 일상에서 철학을 뽑아낸 ‘일상의 발견’, 음식·학교·친구·회사 같은 두음절 단어를 파고든 ‘두 글자의 철학’, 인기 애니메이션을 철학적으로 분석한 ‘미녀와 야수 그리고 인간’ 등이 대표적이다.“이런 상황이라면 인문학자들의 연구과제는 길가의 돌멩이들처럼 지천으로 널려 있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철학이 어떻게 대중문화에 기여할 수 있을까. 그는 ‘피드백 작용’을 꼽았다.“과학이란 대상에서 규칙을 뽑아내는 과정입니다. 물리학이 물질에서 규칙성을 찾듯, 인문학·철학도 대중문화에서 인문학·철학적인 요소를 뽑아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 자체가 문화를 두텁게 해 창조를 낳는 토대가 됩니다.” 철학이 좀 더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플라톤의 ‘대화’에서 소크라테스는 설명할 때 듣는 사람의 반응을 고려해서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듭니다. 이것 자체가 하나의 스토리입니다. 서양에서 게임이나 애니를 만들 때 철학자의 얘기를 듣는 이유입니다.” 그렇기에 김 교수는 이제 인문학자의 임무는 ‘아름다운 글쓰기’에 있다고 강조했다.“인터넷 때문에 글쓰기는 이제 끝났다고 했지요. 그런데 외려 더 늘었습니다. 이제는 글 자체의 멋, 우아한 멋까지 살려내야 인문학자입니다. 앞으로의 철학은, 인문학은 궁극적으로 ‘문예’이거든요.”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난항겪는 고전번역원 설립 고전 번역은 쉽지 않다. 전혀 다른 세계관 아래 이미 죽어버린 언어로 쓰여져 있기 때문에 ‘그럭저럭’이라도 번역하려면 최소 10년 공부는 쌓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고전번역원’과 ‘고전번역대학원’을 세워 국가가 고전번역가를 키우자는 주장도 여기서 나왔다. 고전번역하면 역시 민족문화추진회(민추)다.1965년 설립 이래 40여년 동안 정부보조금으로 ‘연명’해오면서 번역사업을 거의 도맡다시피했다. 번역좀 한다는 사람 가운데 80% 이상이 민추의 국역연수원 출신이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지금 민추에다 주는 돈에 조금만 더 얹으면, 비용도 그리 큰 부담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과의 업무분장이 걸림돌이다. 한중연 고위 관계자는 “한중연이 연구중심 기관이긴 하지만, 연구·번역사업을 합쳐놓아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번역원·번역대학원 설립을 처음 제기했던 신승운 성균관대 교수는 이런 주장이 못마땅하다. 그는 “고전번역은 누구나 쉽게 고전을 읽을 수 있도록 한다는 ‘자료의 민주화’에 그 참 뜻이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자들이 연구하면서 번역서를 내는 것과 숙련된 번역자가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는 것은 다른 작업이라는 지적이다. 모두가 공감하는 사업이 ‘밥그릇 싸움’하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교육부는 “이제까지 번역 실적을 보면 민추의 말이 옳지만,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효율성 등을 감안하면 한중연의 주장도 틀렸다고 보긴 어렵다.”며 고민에 빠졌다. 여기다 교육부총리 인사 문제까지 겹쳐, 일러야 내년에나 구체적인 틀이 나올 전망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인문학의 ‘부활’

    인문학의 ‘부활’

    얼마 전까지 어린이들의 시선을 브라운관 앞에 묶어뒀던 애니메이션 ‘포켓 몬스터’. 애니메이션 자체는 물론 각종 캐릭터 상품으로도 커다란 인기를 끌었다.150여종에 이르는 캐릭터들이 각각 독특한 개성을 자랑하는 ‘차별성’이 큰 호응을 얻은 것이다. 이런 다양한 캐릭터들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일본 특유의 정령문화에다 불·물·숲 등 음양오행설에서 차용한 개념까지 가세해 캐릭터들을 도드라지게 했다. 한류 열풍이 불면서 새삼 ‘문화강국’이라는 말이 화두로 떠올랐다. 그러나 한번 반짝하고 말 것이라는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한류 붐을 장기적으로 뒷받침해 줄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다. 포켓몬의 사례처럼 ‘기획력’뿐 아니라 정령문화와 음양오행설 같은 ‘논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우리에게도 이런 싹은 이미 있다. 광대문화에 대한 연구가 영화 ‘왕의 남자’를 낳았고, 재야사학자들의 연구결과가 쌓이면서 ‘주몽’이나 ‘연개소문’ 같은 드라마가 나왔다. 하지만 아직은 미약하다. 그런 맥락에서 이른바 문사철(文史哲) 같은 인문학이 문화콘텐츠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재규 명지대 만화창작과 교수는 아예 사회교육원에다 ‘민족사문화콘텐츠’ 전공을 신설했다. 한 교수는 “그림 실력은 우수한데 스토리를 찾지 못해 일본만화를 흉내내는 후배들이 많아 개설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다.”고 말했다. 인문학자들 역시 콘텐츠와의 결합이 인문학 위기의 탈출구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문화콘텐츠 뿌리 인문학] 인문학이 문화콘텐츠 만났을때

    인문학과 콘텐츠의 만남은 새삼스럽지 않다. 인문학은 고색창연한 것이라는 고정관념만 버리면 된다. 사례들은 넘친다.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았던 일본의 ‘건담’은 사무라이를 원형으로 삼았다.‘드래곤 볼’은 서유기에다 일본 전래설화 ‘팔용신’ 이야기를 합쳤다.‘이웃집 토토로’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정령 등 온갖 일본 전통문화가 다 반영됐다.SF소설에서 만화·애니·게임으로 퍼져 나간 ‘은하영웅전설’이 삼국지를 모티프로, 유비에서 따온 ‘얀 웬리’를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역사가 짧은 미국은 각종 ‘∼맨’ 시리즈가 한계에 부딪히자 ‘뮬란’에서 보듯 한동안 동양 캐릭터에 공을 들이기도 했다.‘서사원형’도 중요한 대목이다. 세계적으로 신화와 민담의 스토리 구조가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예를 들어 ‘스스로 눈 찌르다.’는 얘기는 서양의 ‘오이디푸스’ 얘기에도 있지만 한국 영화 ‘서편제’와 ‘왕의 남자’에서도 반복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문화콘텐츠 뿌리 인문학] 벽란도 만드는 에이스토리

    [문화콘텐츠 뿌리 인문학] 벽란도 만드는 에이스토리

    최근 준비에 들어간 고려시대 수사극 ‘벽란도’가 관심을 끌고 있다. 단순히 최완규(‘상도’,‘올인’,‘허준’ 등)를 중심으로 스타작가들로 뭉친 드라마제작사 에이스토리가 나서서가 아니다. 계속되고 있는 ‘사극실험’의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드라마이기 때문이다.‘벽란도’ 기획 자체가 인문학과 콘텐츠의 결합을 극명하게 드러낸 작업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사물 제작은 쉽지 않다. 정밀하게 묘사하려면 과학이나 의학지식은 물론, 심리에도 정통해야 한다. 국내 영화나 드라마의 법정물이 할리우드 흉내내기에 그치는 것도 이런 어려움 때문이다. 그럼에도 에이스토리가 수사물을, 그것도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만들겠다고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조선시대 수사기록 ‘무원록(無寃錄)’이 있어서다. 말 그대로 ‘억울한 원한을 없도록 하라.’는 의미의 무원록은 각종 살인사건에 대한 수사경험을 기록해둔 책. 요즘으로 치면 일종의 법의학서인 셈이다. 이를 근거로 인기 수사드라마 ‘CSI’와 의학드라마 ‘ER’를 뛰어넘는, 고려시대 ‘감검청’의 활약을 그린 드라마를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무원록’은 그러나 그동안 역사가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묻힌 자료였다. 정치사·왕조사 위주로 연구가 이뤄지다보니 살인사건 기록은 큰 의미가 없었던 것. 그러다 김호 경인교대 교수가 이 자료에 주목, 연구·번역하면서 수사물 제작에 목말라하던 작가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세세하게 기록된 이 자료가 나오자 이를 토대로 영화 ‘혈의 누’, 드라마 ‘별순검’이 만들어졌다.‘혈의 누’는 영화로서는 위험부담이 있는 사극추리장르임에도 흥행에 성공했고,‘별순검’은 시청률이 높진 않았지만 일부 드라마 팬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끌어냈다. 사실성 때문이다.‘벽란도’는 바로 그런 바탕 위에 서 있다. 다만 ‘재미’를 위한 드라마적 배려는 있다. 드라마의 시공간적인 배경을 조선에서 고려시대 벽란도로 옮긴 것이 그 한 예다. 이상백 에이스토리 대표는 “당나라·거란·여진·일본은 물론, 동남아 상인과 멀리 아랍 상인들까지 드나들었던 벽란도를 배경으로 삼으면 다양한 이야기를 뽑아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잠재적인 수출시장인 이들 지역에 친숙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벽란도’의 장점은 여러가지다. 우선 수사물에 대한 꾸준한 수요를 들 수 있다.‘범죄’라는 극한상황은 그 자체가 가장 드라마틱하고 인간적이다. 그것은 ‘수사반장’에서 ‘CSI’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화나 드라마가 첩보물 형식을 띠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스토리에서 승부가 갈리기 때문에 제작비 부담이 적다. 대작으로 찍으면 대규모 군중신이나 전쟁신이 빠질 수 없다. 그러나 추리물에는 이런 장면들이 필요없다. 그런 만큼 드라마만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인문학적 연구성과가 구체적인 콘텐츠 사업과 완벽하게 연결된 하나의 모범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문화콘텐츠 뿌리 인문학] Game 옷 입은 문학 ‘대중속으로’

    [문화콘텐츠 뿌리 인문학] Game 옷 입은 문학 ‘대중속으로’

    “게임으로 ‘반지의 제왕’ 동양버전을 선보이겠습니다. 그리고 ‘리니지’처럼 서구의 영향을 받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우리 게임도 바꿀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큰소리 뻥뻥치는 게임 개발자는 바로 국내 최고의 만화스토리작가 야설록(47). 게임업체 예당온라인과 손잡고 ‘패(覇) 온라인’ 개발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아마게돈’·‘남벌’ 등 히트작이 줄이었다지만, 이런 큰소리가 생소한 게임분야에서도 통할까. 여기에는 비밀이 숨어 있다. 바로 ‘산해경(山海經)’이다. 고대부터 중국에 전해내려오는 지리부도인 이 책은 지리정보에다 그 지역 특산물과 진귀한 동·식물들을 기록해 뒀다. 어디에 갔더니 아홉개의 머리에 사람 얼굴에다 새의 몸을 한 신이 있고, 또 다른 곳에 갔더니 까치같은 물고기가 있는데 열 개의 날개가 있고 비늘은 모두 날개 끝에 달린 데다 잡아먹으면 황달을 예방할 수 있다는 식이다. 어찌보면 황당무계한 얘기지만 야설록에겐 상상력의 창고다. “‘반지의 제왕’은 북유럽신화를 담고 있어요. 인간화된 신을 다룬 그리스·로마신화와 달리 북유럽신화는 기괴한 내용을 담고 있거든요. 트롤·오크·요정 같은 캐릭터는 톨킨이 북유럽신화에서 따온 겁니다.‘리니지’ 캐릭터 역시 그렇고요.‘산해경’도 마찬가지입니다. 황당하지만, 수천년 내려온 동양의 상상력이 담긴 거죠.” 그의 사무실에는 큰 지도가 하나 있다.‘어디에서 무슨 방향으로 몇리를 가면 뭐가 있다.’는 산해경 기록을 그대로 옮겨다가 지도로 재구성했다. 그리고 주요 동물은 데생해서 붙여뒀다. 게임의 스토리보드인 셈이다. 여기에다 중원을 놓고 한판 대결을 벌인 치우천왕과 황제헌원의 얘기를 덧씌웠다. 이런 구상이 쉽게 나온 것은 아니다.10여년 동안 각종 문헌들을 들쑤시며 공부한 결과다. 대학을 들락거리기도 했고, 중국 유학생에게 연구비를 주고 논문을 받아 보기도 했다. 그런데 야설록은 이런 내용을 왜 ‘만화’나 ‘무협지’가 아닌 ‘게임’으로 풀어내려 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독자를 늘리고 싶었어요. 책으로 내면 히트해봤자 몇만권이 전부지요. 게임은 다릅니다.‘오디션’이라는 게임은 중국사용자만 7000만명입니다. 작가로서 더 많은 사람에게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거지요.” ‘영원한 제국’의 저자 이인화로 잘 알려진 류철균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가 게임산업에 뛰어들면서 ‘디지털스토리텔링학회’까지 결성한 이유도 여기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온라인 게임 최강국이라는 우리가, 정작 이런 분야에서는 왜 늦었을까. 서점에는 거꾸로 온라인 게임을 소설로 풀어놓은 책들이 수북하다. 야설록은 그 원인으로 지나친 엄숙주의를 꼽았다.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을 엄격하게 나누고, 또 순수문학하려면 문예창작과 나와서 등단해야 하는 곳은 한국뿐입니다. 이 틀을 반드시 깨야 합니다. 경건한 작가가 있으면 그렇지 않은 작가도 있어야지요.”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남북 분단 그린 장편 ‘빛의 제국’ 펴낸 김영하

    남북 분단 그린 장편 ‘빛의 제국’ 펴낸 김영하

    소설가 김영하(38)가 장편 ‘빛의 제국’(문학동네)을 냈다.2004년 한해에 이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동인문학상을 독식하며 문단의 스타로 떠올랐던 그가 ‘검은 꽃’ 이후 3년 만에 발표하는 장편소설이다. 흡혈귀, 자살안내인 같은 비일상적인 설정에서 멕시코 이민사의 거대 서사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상상력과 전복적인 글쓰기로 자신만의 문학적 입지를 탄탄히 구축해온 작가는 이번에도 내용과 형식 모두 기존 소설과 차별되는 실험적 작품을 내놓았다. ‘빛의 제국’은 남파 간첩으로 20년을 살아오다 갑작스럽게 북으로의 귀환 명령을 받은 40대 남자의 이야기다. 주인공 김기영은 엘리트 출신 공작원을 남한 대학의 신입생으로 입학시켜 학생운동을 주도하려는 당의 계획에 따라 스물두살이던 1984년 서울로 남파된다. 대학 졸업 후 영화수입업을 하며 임무를 수행하던 김기영은 1995년 북측의 책임자가 실각하면서 잊혀진 스파이가 되어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왔다. 소설은 김기영이 귀환 명령을 받은 그날 오전 7시부터 다음날 같은 시간까지 단 하루 동안 김기영과 그의 아내 마리, 딸 현미에게 일어난 일상을 긴박하게 엮어나간다. 생의 절반은 북한에서, 나머지 절반은 남한에서 지낸 한 남자의 삶에서 남북 분단의 현실과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조명하는 소설의 구조는 최인훈의 ‘광장’과 닮아 있다.“처음부터 ‘광장’을 염두에 뒀다.”는 작가는 “1980년대 이후 달라진 남북의 변화상을 통해 ‘광장’이 지닌 시대적 한계들을 돌파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노동당원인 김기영이 대학 운동권서클에서 주체사상을 학습하는 비극적 아이러니는 ‘빛의 제국’이 ‘광장’과 결별하는 지점이다. 스파이가 주인공이지만 30·40대 남성들의 갈등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보편적인 이야기로도 읽힌다. 작가는 “과거를 잊고 평범한 일상을 지내다 하루아침에 소환명령을 받는 주인공은 언제든 세상으로부터 해고를 당할 수 있는 이 시대 남자들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폴 발레리의 시구처럼 어느 한순간 중심을 잃어버린 채 한치 앞도 예측하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로 추락하는 것이다. ‘빛의 제국’은 계간 ‘문학동네’에 지난해 가을호까지 4차례 연재하다 중단했던 소설이다. 하지만 등장인물만 제외하고 시점이나 구성을 완전히 바꿔 새로 썼다. 지난 겨울부터 칩거하면서 몸무게가 10㎏이나 빠질 정도로 작품에 열중했다.“착상이나 진행방향 등에 자신이 있었고, 쓰여져야 할 책이라는 확신도 컸다.”는 그는 “지금까지 작가로서 쌓아온 모든 역량을 총체적으로 쏟아부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작가 김영하의 모든 것이 담긴 야심작이라는 얘기다. 그의 다른 작품들처럼 소설은 속도감 있고, 재밌게 잘 읽힌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희미해진다. 작가는 “다시 쓰여진 ‘광장’처럼 보이나 뒤로 갈수록 그 의미가 사라지도록 했다. 독자가 책을 읽은 뒤 안개 숲속을 즐겁게 헤맸다는 느낌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가장 잘 팔리는 한국 작가인 그의 신작은 벌써 해외 에이전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영문 시놉시스만 보고 프랑스와 미국에서 먼저 출간 제의를 해올 정도. 작가는 10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빛의 제국’ 해외 출간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명문대 교육혁명] (17) 加브리티시 컬럼비아대(UBC)

    [명문대 교육혁명] (17) 加브리티시 컬럼비아대(UBC)

    |밴쿠버(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안동환특파원|지난 3월 브리티시 컬럼비아대(UBC)의 양자물리학 강의실. 수업이 시작되자 50여명의 학생들이 저마다 리모컨 형태의 작은 전자장치를 꺼내 들었다. 아니 강의실에서 버젓이 휴대전화를 사용해도 되나 싶었다. 교수가 문제를 내자 학생들이 일제히 전자장치를 누른다. 이 장치가 ‘클리커(Clicker)’로 불리는 휴대용 첨단기기.UBC의 모든 대형 강의실에서 활용된다. 학생 1인당 자신의 고유번호가 등록된 클리커를 사용한다. 출석 확인도 전자식이다. 무엇보다도 ‘쌍방향 대화식(인터랙티브)’ 수업을 구현하는 데 효과적이다. 교수가 출제한 문제나 질문에 클리커로 답변한다. 강의실의 전자칠판에는 곧바로 학생 전체와 개인별 정답률 등 수업 정보가 곧바로 뜬다. 오답을 많이 낸 학생은 교수가 실시하는 개인지도 명단에 등록된다. 학습 효과를 최대한 끌어 올리는 UBC만의 첨단 시스템이다. UBC는 캐나다 서부를 대표하는 주립대다. 매년 치솟는 밴쿠버의 부동산 가격의 상당 부분은 UBC가 끌어 올릴 정도의 명문 인지도를 갖고 있다.UBC의 밴쿠버 경제 창출액은 40억달러에 달한다. 미국 대학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세계 수준의 대학에 오른 UBC의 성장 동력은 무엇일까. 마르타 파이퍼 총장은 과학 대국을 지향하는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국제화 노력을 꼽는다.UBC에 쏟는 정부 연구 지원금만 매년 3억 1500만달러에 이른다. 인종 분포는 매우 다양하다. 유학생은 전 세계 130개 국가,5000명에 달한다. 전체 학부·대학원생의 10분의1.2015년까지 현재 9%대인 외국인 비율을 1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경영학과 3학년 제시카 강은 “교내 식당에 매일 각 나라 요리가 점심 식사로 제공되고 있다.”고 말한다. 파이퍼 총장은 “재학생의 46%가 이민 자녀이며 절반 이상이 두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한다.”면서 “UBC는 세계 시민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UBC의 숨은 저력은 캐나다 고부가가치 지식산업의 선두주자라는 데 있다.UBC는 648개의 기술 특허 등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 최고 공과대라는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스탠퍼드대를 앞질렀다. 매년 로열티 수입만 1억 5000만달러에 이른다. 대학이 보유한 원천 기술은 고스란히 기업 활동으로 응용된다.UBC 이공계의 특징은 학교 기업인 ‘스핀 오프(spin-off)’제도. 대학 실험실의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설립한 기업만 지난해 현재 117개다. 화이트 헤드 연구부총장은 “전염병인 사스(SARS) 분야와 생명공학, 컴퓨터, 화학 등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있다.”고 말했다. 학부 시스템은 통합형이다. 이공계는 물리·화학·생물학을 묶은 ‘사이언스 원’으로, 인문·사회계는 철학·역사·영어를 통합한 ‘아트 원’이라는 통합 교육을 하고 있다. 심리학과 4학년생 제레미 트레보는 “기초 학문을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고, 동시에 학문간의 장벽을 허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세계 석학들을 스카우트하는 데 적극적인 UBC는 미국 대학들에 ‘경계 1호 대상’이다. 최근에는 2001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콜로라도대의 칼 위먼 교수를 전격적으로 영입해 미국 대학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55세의 위먼 교수는 파격적인 연구비 제안에 마음을 돌렸다.UBC가 그에게 제시한 연구비는 1200만 캐나다달러(약 102억원). 화학계의 거장으로 1994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마이클 스미스 교수가 UBC에 둥지를 튼 것도 같은 이유다. UBC는 ‘아시아의 창’으로 불리는 밴쿠버를 빼닮았다. 방대한 자료와 연구 성과를 내면서 아시아학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받는다. 한국, 중국, 일본, 산스크리트, 펀자브 등 아시아 언어와 문화 연구가 활발하다.53만 5000점의 각국 민족·고고학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관광 코스로 유명한 식물원과 인류학 박물관은 세계 최대 규모의 ‘토템폴’(북미 인디언 부족을 상징하는 조각 기둥)을 소장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의 절반 크기인 121만평의 광활한 캠퍼스.230만평에 이르는 거대 산림에 둘러싸인 UBC는 그야말로 대자연의 학교로 밴쿠버의 관광 코스로도 사랑받고 있다. sunstory@seoul.co.kr ■ 회계·항공물류분야 세계 최고 |밴쿠버(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안동환특파원|회계학과 파이낸싱·항공물류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을 인정받는 UBC 경영대학원(MBA) 사우더 스쿨(Sauder school). 지난 3월 사우더 스쿨의 401호 강의실에서는 엄태훈 석좌교수의 물류 마케팅 강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세계항공학회 회장인 엄 교수는 최근 미국교통학회 대상을 받은 저명 학자다. 이날 수업은 아시아 국가와 기업의 물류 전략이 주제였다. 북미주 시장에 진입할 때 물류 비용 감소 전략뿐 아니라 한국의 ‘동북아 허브’ 전략도 토론 주제로 올랐다. 수업은 다른 비즈니스 스쿨과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진행됐다. 엄 교수뿐 아니라 2명의 교수가 공동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바로 사우더 스쿨만의 통합 수업이다. 분야별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마다 회계·마케팅·파이낸싱·재무관리 등 각 분야의 전공교수 2∼5명이 한꺼번에 진행한다. 분야별 이론(코어)을 한꺼번에 배우면서 제기된 문제의 해결책을 즉석에서 도출한다. 사우더 스쿨은 MBA 모든 과정을 통합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 교수들의 세부 전공만 360개에 달한다. 강의실에서 이론과 실무를 통합한 체제다. 지난해 9월 사우더 스쿨에서 MBA 유학을 시작한 이재형(35)씨. 그는 정보통신부 공무원이다. 중앙인사위원회의 선발시험에 합격, 사우더 스쿨에 입학했다. 이씨는 “20여개 국가에서 온 학생들이 3∼4명씩 팀을 이뤄 ‘팀 토크’로 공부한다.”면서 “1년이면 거의 모든 학생들을 알게 돼 강력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된다.”고 장점을 소개했다. 매년 ‘포트폴리오 매지니먼트’ 프로그램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거액의 투자금을 파이낸싱한다.50만달러로 시작한 투자액은 현재 200만달러로 늘었다. 그레이스 웅 행정담당 부학장은 “MBA 졸업자의 상당수가 뉴욕 월가와 런던 금융시장으로 곧바로 진출하고 있다.”면서 “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학장도 사우더 스쿨 졸업생”이라고 귀띔했다. 학생들이 직접 투자 금액을 맡아 파이낸싱을 경험하는 사우더 스쿨은 아시아와 오랜 인연을 맺고 있다. 싱가포르와 1960년대부터, 중국과는 1980년대부터 인적 교류를 해오고 있다. 상하이교통대학에도 사우더 스쿨 MBA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그레이스 웅 부학장부터 사우더 스쿨 직원의 상당수가 중국계 이민자다. 단일 도시로는 홍콩 출신 졸업생이 가장 많다. 중국계 이민자가 대거 진출, 밴쿠버를 일명 ‘홍쿠버’로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우더 스쿨은 2003년 모교에 2000만달러를 기부한 졸업생 윌리엄 사우더 박사의 이름을 딴 학교다. 그는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대표적인 기업인 사우더사 회장으로 UBC 이사회 의장을 지내기도 했다. 2006년 사우더 스쿨 재학생의 학부 전공은 공대 33%, 경영대 22%, 경제학 11%, 컴퓨터공학 10%, 인문학 10%로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다.MBA 전 과정은 15개월로 끝난다. sunstory@seoul.co.kr ■ UBC ‘세금도사’ 이준영씨 |밴쿠버(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안동환특파원|UBC 경영대 3학년생 이준영(26)씨는 캠퍼스 내에서 ‘세금(tax) 도사’로 통한다. 전공인 마케팅뿐 아니라 회계학과 세무 분야에서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UBC 학생 봉사단체인 ‘세금 클리닉’ 회장이다. 매년 3월이면 교내 잔디밭에 무료 세금 클리닉을 개설한다. 세금 신고 기간에는 상담 학생들이 폭주한다. 그는 2003년 입학한 후 시작한 봉사활동을 3년째 쉬지 않고 있다. 세무 상담은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다양한 지식을 쌓는 기회가 됐다. 이씨는 중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UBC에 입학했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캐나다의 회계·세무 제도를 공부하느라 전공분야뿐 아니라 회계·세무지식을 익히는 데도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회계사와 세무사를 찾아가 조언도 구했다. 전문가 수준의 실무 능력과 지식을 갖추면서 회장에 선출됐다. 세금 클리닉 회원 120명을 관리하면서 자연스럽게 리더십도 배우게 됐다. 지난해에 이씨가 참여한 교내 자원봉사 프로그램만 6개나 된다. 유학생과 재학생을 1대1로 자매결연을 하고 도와주는 교내 ‘인터내셔널 피어 프로그램’의 회장을 맡기도 했다. 이씨는 1년에 32학점을 소화하고 있다. 거의 매일 제시되는 과제와 전공 프로젝트를 해내려면 주말에도 밤을 새우기 일쑤다. 그럼에도 그가 자원봉사 활동을 놓지 않는 이유는 배우고 얻는 게 더 많기 때문이다. 파이낸싱 컨설팅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이씨는 UBC의 장점을 국제적인 대학으로 소개한다. 세계 130개국에서 온 유학생들이 공유하고 있는 풍부한 지적 경험이야말로 UBC의 가장 큰 자산이라는 설명이다. sunstory@seoul.co.kr
  • 재경부 사무관 9급출신은 2%

    재경부 사무관 9급출신은 2%

    경제부처 가운데 선호 1순위인 재정경제부 소속 사무관들의 평균적인 모습은 어떨까. 재정경제부는 지난 5월22일부터 한 달간 재경부 사무관 241명을 대상으로 성, 나이, 가정생활, 거주지, 출퇴근 수단, 독서량 등 신상정보와 생활 형태를 조사했다고 10일 밝혔다. 그 결과 사무관들의 평균 연령은 38.7세로 나타났다.10명 중 1명은 여성이었으며,78.4%는 결혼을 했고 평균 2명의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거주지는 서울과 경기도가 절반씩이었으며, 출퇴근도 절반은 자가용, 절반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관들의 재직기간은 평균 11.4년이었다. 공직에 입문한 경로는 46%가 고등고시,34%는 7급 공채,18%는 특채,2%는 9급 공채로 조사됐다.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대학을 졸업했으며, 전공은 경상계열(55%), 사회과학계열(16%), 법학계열(12%), 인문학(7%) 순이었다.4명 중 1명꼴로 석사 이상의 학위를 갖고 있었다. 또 재경부 사무관들의 한 달 평균 초과 근무시간은 32.4시간으로 파악됐다. 한 달 근무 일수를 22일로 가정할 경우 평균 오후 9시 45분에 퇴근하는 셈이다. 이들은 점심시간 등을 활용해 평균 2개 이상의 부처내 학습동아리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어나 전문지식 등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시간은 주당 평균 4.5시간이었다. 반면 책은 두 달에 한 권씩 읽고, 영화도 두 달에 한 번씩 관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관들은 분기별로 한 번은 여행을 떠나며, 취미는 등산, 축구, 테니스 등 운동이 주류를 이뤘다. 평균 주량은 소주 1병이고,3명 중 1명은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관들의 추천도서 1위는 ‘삼국지’,2위는 ‘다빈치코드’,3위는 ‘로마인이야기’였다.4위는 ‘태백산맥’,5위는 ‘백범일지’, 공동 6위는 ‘칼의 노래’와 ‘세계는 평평하다’, 공동 8위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블루오션’,‘무소유’,‘생의 한가운데’로 나타났다. 사무관들은 신성장 동력 발굴, 저출산·고령화 대책 마련, 양극화 해소가 우리 경제에서 해결이 시급한 3대 과제라고 응답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열린세상] 대학이 시름에 빠졌다/김병식 동국대 부총장

    문제의 중심에는 항상 변화가 있다. 현실은 상황 변화에 따른 빠른 대응을 요구한다. 반면에 우리에게는 변화하지 않으려는 속성이 있고, 더불어 대응을 어렵게 하는 현실적 제약도 있기 마련이다. 대학이 시름에 빠졌다. 우리 경제가 세계 10위권으로 발돋움하였고, 전자 자동차 철강 화공 등 여러 분야에서 초일류 회사를 갖게 된 지금, 이에 걸맞은 교육을 실시하라는 강한 사회적 압력이 대학에 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생각하면 우리의 대학 교육은 과거, 나름대로 성과를 냈다고 평가받을 만하다. 초일류회사를 만든 주인공인 우수인재 양성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대학교육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그러한 역설을 받아들일 만큼 여유롭지 않다. 대학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엄중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에서 요즘 대학가의 화두는 전문대학원 체제의 도입 여부이다. 로스쿨, 경영전문대학원(MBA)뿐만 아니라 의학대학원과 공학대학원까지 전문대학원체제로 대폭 개편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대상 분야는 현 사회에서 직접적 활용성이 있고 부가가치가 큰 학문영역이다. 즉, 사회가 대학에 고도의 전문화, 고급화된 인력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리 대학들의 수용 능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걱정인 것이다. 전문대학원 체제의 고등교육은 기존 체제에 비해 고비용 구조를 가진다. 전문 고급인력을 위한 양질의 교육을 위해선 좋은 시설과 전문성을 지닌 많은 교수가 필요하다. 그리고 기존 교육연한에 2∼4년을 추가한 충분한 기간 동안, 소수의 인재를 상대로 교육해야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 여기에 한정된 자원으로 많은 역할을 해야 하는 대학의 고민이 있다. 왜냐하면 전문대학원 체제의 도입은 필연적으로 그 외의 다른 학문분야에 가용할 자원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학의 재원과 공간, 시설은 현실적으로 즉각 새로운 창출을 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져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립대학의 재원은 크게 등록금과 사회기부금, 그리고 정부지원 등으로 대별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는 일천하고, 일회적이고 목적성인 정부지원금은 현실적으로 일부 국립대학을 제외하고는 그 답이 될 수 없다. 등록금이 사립대학에 있어서는 유일한 대안이다. 등록금 책정에도 전공별 특성이 고려되지 못하고 있고, 그 인상률은 매년 피교육대상자인 학생들과의 협의대상이다. 그리고 물가상승률과 같은 비경영적 사회요인과 연계되어 있는 등 많은 제한적 요소를 갖고 있다. 차입도 대안이 될 수 없다. 비영리 기관인 교육기관의 차입은 위험하며 정부로부터도 엄격히 제한받고 있다. 고민은 재정적인 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은 구조상 소크라테스의 논리부터 최첨단 반도체 공정까지 가르쳐야 하는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가졌다. 상아탑으로서 고귀한 이상을 추구해야 하는 역할도 포기할 수 없다. 정부와 기업에서는 선택과 집중으로 수요자 중심으로 교육을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기초과학, 인문학의 경시를 걱정한다. 이 두 목소리가 밖에서뿐만 아니라 대학 내에서도 첨예하게 대립 공존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는 물지게의 균형과 같은 혜안으로 학문의 구조조정을 통하여 재원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교수와 같은 고도의 논객을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 많은 시간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대학 운영자는 이래저래 시름이 깊다. 조직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 열심히 변화를 해도 힘든 시기에 대학은 지금 진퇴양난의 고민에 빠져 있다. 전문대학원체제로의 큰 이행을 앞두고 이상과 현실, 정부와 구성원 사이에서 말이다. 그러나 어렵다고 사회의 의미 있는 요구를 외면할 수 없다. 대학은 행동으로 대답하여야 한다. 김병식 동국대 부총장
  • 보르헤스의 미국문학 강의/보르헤스 지음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에 나오는 눈먼 도서관장 호르헤의 모델인 ‘도서관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그는 조국 아르헨티나의 독재자 페론에 대해 작가연맹 대표로 반독재 선언문을 발표했다는 이유로 시립도서관 서기직에서 쫓겨난다. 그런 상황에서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그의 영미문학 강의는 지성에 굶주린 부에노스아이레스 청중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는다. 나아가 미국 대학 순회강연을 통해 미국 청중까지 사로잡는다. 그의 독특한 시각과 다양한 독서편력이 청중을 열광케 한 것이다.‘보르헤스의 미국문학 강의’(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김홍근 옮김, 청어람미디어 펴냄)는 바로 그 강연의 결실이다. 질서정연한 유럽과 달리 중남미의 현실은 순진한 사실주의로는 잡아낼 수 없는 복잡한 미로와도 같다. 그래서인지 중남미에서는 유난히 환상문학이 발달했다. 중남미 작가들은 그들의 현실을 표현하는 방법을 미국문학에서 배웠다. 보르헤스가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소설을 읽고 중남미판 환상문학 장르를 만들어낸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보르헤스 이전까지만 해도 세계문학의 변방에 머물고 있던 중남미문학은 20세기 들어 비로소 환상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세계문학계에 당당히 등장했다. 그 뿌리가 에드거 앨런 포다. 그런 점에서 보면 20세기 중남미 문학의 대표작가 보르헤스가 미국문학에 관심을 보인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미국 문학사를 정리한 책은 많다. 미국 문학사는 심리학, 사회학, 정신분석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돼 왔다. 이 책에서는 미국문학의 미학적인 면에 초점을 맞춘다. 그런 만큼 “작품 자체의 매력”에 충실하다. 책은 17세기 미국문학의 기원이라 할 조너선 에드워즈와 필립 프리노의 청교도주의 정신, 에머슨과 소로로 대표되는 초월주의, 서부에서 나타난 새로운 세대의 작가 마크 트웨인과 잭 런던,19세기의 세 시인 시드니 라이어·존 그린리프 휘티어·에밀리 디킨슨 등 고전적인 작가들의 사상과 작품세계를 통해 미국문학의 정신을 살핀다. 184쪽에 불과한 얄팍한 분량이지만 이 책은 특별히 주목할 만하다. 탐정소설, 공상과학소설(SF), 웨스턴(서부문학), 흑인문학, 아메리카 인디언 시 등 기존의 문학사 책에선 좀처럼 취급하지 않는 주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1만 2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책꽂이]

    ●아버지의 집(오인태 지음, 고요아침 펴냄)1991년 ‘녹두꽃’3집으로 창작활동을 시작한 시인의 네번째 시집. 나이 마흔 넘어 깨닫게 된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노래한 표제작을 비롯해 존재의 내면과 소통하는 울림 깊은 시들을 묶었다. 시인은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으로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를 맡고 있다.7000원. ●어린 여행자 몽도(르 클레지오 지음, 진형준 옮김, 조화로운삶 펴냄)떠돌이 고아 소년 몽도,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내는 소녀 륄라비, 환상의 나라를 꿈꾸는 가스파르 등 사회규범이나 제도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주인공들을 통해 진정한 자유를 이야기한다. 프랑스 문단의 살아있는 신화라 불리는 르 클레지오의 대표 소설집.1만원. ●약혼(이응준 지음, 문학동네 펴냄)사랑을 화두로 한 9편의 단편소설 묶음집. 말랑말랑한 로맨틱 스토리를 연상케 하는 제목과 달리 현대인이 직면한 존재론적인 문제를 특유의 서정적인 문체와 종교적인 성찰로 풀어내는 방식이 낯설지만 매력적이다. 시와 소설을 넘나드는 저자의 네번째 작품집.9500원. ●달콤한 나의 도시(정이현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정글 같은 도시의 한복판을 헤쳐가는 서른한살 미혼 여성의 일과 사랑, 친구와 가족, 은밀한 욕망 등에 관한 솔직담백한 고백서. 감각적이고 간결한 문체, 속도감 있는 전개, 신세대 라이프스타일을 시차없이 끌어들이는 순발력 등이 소설을 쉬 읽히게 한다.‘낭만적 사랑과 사회’ 등 도시적 감수성으로 근래 가장 주목받는 저자의 첫 장편소설.1만원. ●희고 둥근 달(정찬 지음, 현대문학 펴냄)영원을 추구하기 위해 고대 로마황제 칼리굴라에 사로잡힌 연극배우(‘희고 둥근 달’), 상습가출자로 평생을 유랑하는 아버지(‘폐역을 지나, 부서진 다리를 지나’) 등 상처받은 영혼들이 구원을 향해 가는 과정을 그린 단편 소설 9편 수록.1983년 등단한 저자는 동인문학상, 동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9000원.
  • ‘서울출판예비학교’ 26명 첫 배출

    ‘서울출판예비학교’ 26명 첫 배출

    “나 떨고 있니?”출판계에 소문이 퍼졌다.“웬만큼 이 바닥에서 굴렀다는 사람보다 한국어 실력이 더 낫다더라.”,“영어나 중국어, 일본어도 잘해서 번역에 문제 없다더라.”이런 소문을 몰고 온 출판계의 젊은 피, 서울출판예비학교 1기생들이 7월부터 드디어 현업에 투입됐다.6개월간의 담금질 끝에 배출된 졸업생 26명이 그들이다. 좋은 책에는 필자뿐 아니라 ‘제대로 된 편집자’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출판시장의 영세함 때문에 공채제도가 없어서다. 그러다 보니 출판계 지망생들은 방법을 몰라서, 출판사는 한창 현장에서 뛸 2∼3년차 직원들을 구하지 못해 애태웠다.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한 것이 바로 서울출판예비학교. 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사진 강성남·정연호기자 ■ ‘서울출판예비학교’ 어떤곳 ‘서울출판예비학교’란 노동부로부터 3억원을 지원받아 176개 출판사가 만든 ‘중소기업 직업훈련 컨소시엄’이다. 민음사·김영사·창비 등 국내 주요 출판사들의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가 만들었다. 수강생들은 ‘교육훈련생’ 자격이기 때문에 월 30만원과 점심 식비를 받는다. 배우는데다 웃돈까지 얹어준다고?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하루 6시간씩 주5일간 교육의 강행군이다. 지금 당장 내놔도 책 한권 뚝딱 만들 수 있는 편집자를 내놓겠다는 게 목표이다 보니 교육은 철저하게 실습 위주다. 물론 매번 실습 때마다 냉정한 평가가 뒤따른다.5개팀으로 나뉜 이번 교육생들은 팀별로 책 1권씩을 만들었고, 또 공동으로 참가한 ‘서양문명의 힘-기독교’는 정식 출간을 앞두고 있다. 출판인회의는 1기의 성공에 고무돼 있다. 그래서 내년 과정은 더 세밀화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론과 실무 수업의 비율이나 순서 등에서 드러난 시행착오를 보완하고, 지금보다 선발인원을 좀더 줄이는 대신 상·하반기 두차례로 나눠 뽑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더 세부적인 교육을 위해서다. 출판예비학교의 목표는 하나 더 있다. 출판인회의 사무국 노승현 팀장은 ““예비학교 졸업생들은 어쨌든 ‘기수’가 있기 때문에 이들끼리 뭉치면 출판계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벌써 1기 졸업생들 사이에서 소소한 모임이나 스터디가 만들어진다고 하니 일단 성공이다. ■ 새내기 ‘세계사’ 이소영씨 교육을 마치고 ‘세계사’에 취직한 이소영(25)씨는 자신을 ‘운 좋은 여자’로 표현한다. 이씨의 대학전공은 ‘항공우주’다. 어릴 적부터 편집을 꿈꿨다지만, 그동안 ‘공순이’로 살아왔기에 방법을 찾지 못했다.“친구가 출판사에 들어가는 걸 보고 어렵게 용기를 냈는데, 출판쪽은 모집공고가 나오는 게 아니니까 알아볼 곳도 없고, 정말 답답했어요.”이런 저런 출판 관련 동호회니 모임이니 하는 곳에 기웃거리기도 하고 혼자 끙끙 준비했지만 맥풀릴 수밖에. 그러다 우연히 출판예비학교 소식을 듣고 들어갔는데 역시나 충격이었다.“모두들 ‘오라’가 넘치는 게 제일 당황스러웠어요.” 동기생들은 평소 인문학이나 출판쪽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들이었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정말 매일매일이 부끄러웠어요. 같은 팀 (신)두영 언니한테 충고도 듣고 이런 책은 좀 읽으라고 면박도 듣고…. 아는 게 없으니까 처음에서 끝까지 일일이 다 물어봤거든요.” 그 덕에 성과는 있었다.“그래도 막판 교정·교열 시험 때는 2등을 해서 조금은 잘난 척할 수 있었어요.” 고민도 없진 않았다. 취업은 걱정하지 않았다. 이씨는 책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인정받아 교육 중간에 일찌감치 채용이 결정됐다.“출판 현업에서 뛰시는 교수님들이 적성을 보고 적당한 출판사를 추천해주시고, 세심하게 상담해주니까 별 문제는 없었는데, 대우가 문제였죠.” ‘월80만원’ 준다는 얘기까지 들렸다.‘어쨌든 좋아하는 일을 하자.’며 스스로를 다독일 수밖에. “그래도 고마운 건 교수님들이 ‘일정 수준 이상 대우 안해주면 안 보내겠다.’면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래서 ‘생각보다는 후한 보수’를 받게 됐단다.“길을 몰라 걱정되시더라도 힘 내시고, 또 언젠가 내놓을 제 책도 기대해주세요.” ■ 재교육 받은 ‘북21’ 이용우씨 ‘북21’에 들어간 이용우(35)씨는 이미 출판 경험이 있다. 대중음악평론가로서 일간지에 기고도 하고, 한국 대중음악을 다룬 책도 몇권 냈다. 또 대중음악 웹진의 편집위원도 했다. 어깨너머로라도 출판쪽 일을 접해볼 기회가 있었다.“술자리에서 농담처럼 ‘나도 출판사나 해볼까.’하다가 출판예비학교 소식을 듣고는 지원했죠. 처음이라 그나마 경쟁률이 낮을 때 들어와서 다행이에요.” “얼추 따져보니까 대학 1년 과정보다 더 많은 시간이 들어가는 과정이더라고요.” 처음에는 빡빡한 일정 때문에 고생했지만, 무엇보다 ‘편집자’를 재발견하는 수확은 있었다.“흔히 생각하듯 저도 필진 선정하고 교정교열하는 수준으로만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직접 해보니 ‘제2의 저자’라는 말이 실감났습니다. 편집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된 거죠.” 원고의 수준이란 게 워낙 천차만별이라서다. “동기들 중에는 ‘저자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는 사람도 있어요.” 교육과정에서 얻은 가장 큰 자산은 든든한 지도교수들. 선발·교육·취업에 이르기까지 출판예비학교가 신경을 써주니 거의 ‘원스톱 서비스’다. “거기다 AS까지 해주신다던데요. 현업에서 어려움 겪으면 언제든지 전화달라고 그러시더라고요.” 그가 북21에서 담당하게 된 분야는 ‘21세기북스’의 경제·경영서적 분야.‘전공’이랄 수 있는 대중문화쪽과는 어울려보이지 않는다. “대중문화나 예술·인문쪽이 낫다고는 할 수 있는데, 어쨌든 경제·경영파트가 지금 제일 잘 팔리는 쪽이니까 이쪽에서 출판의 ‘실제’를 한번 겪어보고 싶습니다.” 잘 팔리면서도 가치있는 책을 꼭 내보고 싶다는 게 이씨의 소망이다.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외길 40년’ 건축가 김 원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외길 40년’ 건축가 김 원

    제갈공명의 서재에는 이런 글귀가 걸려 있었다. 담박명지(澹泊明志) 영정치원(寧靜致遠)=맑은 마음으로 뜻을 밝히고, 편안하고 정숙한 자세로 원대함을 이룬다. 일생동안 좌우명으로 삼아 몸소 실천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 현대 건축사의 큰 획을 그은 고(故) 김수근. 생전에 “건축은 언어가 아니라 벽돌로 짓는 시(詩)”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타임’지는 그를 가리켜 ‘한국에서 가장 경탄할 만한 건축가’로 선정했다. 이때 인터뷰에서 ‘집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나의 집은 자궁입니다. 자궁의 집은 어머니이며 어머니의 집은 가옥이며 집의 집은 환경입니다. 집을 주택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환경입니다. 환경이 철학적으로는 공간이 되겠는데, 공간은 집의 집의 집입니다.” ●‘김수근 특별전´ 6개월 동안 준비 요즘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르코미술관은 아주 특별한 행사로 발길을 멈추게 한다. 김수근 타계 20주기를 맞아 ‘지금 여기/김수근’ 전시회(28일까지)가 열리고 있는 것. 생전에 고인이 직접 설계했던 미술관에서 자신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해준다. 또 ‘김수근 재조명’을 위한 심포지엄과 건축강연 등 여러 행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아울러 홍신자 공옥진 김덕수 등 종로구 원서동의 ‘공간사옥’을 통해 배출된 여러 예술인들이 헌정공연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훈훈한 감동을 연출하고 있다. 이같은 대규모의 전시는 사후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 환경건축가로 유명한 김원(64)씨. 김수근과 김중업의 뒤를 잇는 우리나라 현 건축계에서 첫손가락을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1985년 일본 가지마 출판사에서 스승이자 선배인 김수근과 함께 ‘세계의 현대 건축가 101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96년에는 ‘문학의 해’를 맞아 ‘가장 문학적인 건축가’에 뽑혔다. 김씨의 올해 나이 60대 중반. 여전히 쉼없는 왕성한 활동으로 국내 건축계를 이끌고 있다. 굳이 작품을 열거한다면 국립국악당, 독립기념관, 서울종합촬영소, 종합전시장(KOEX), 신라민속촌 등 굵직굵직한 건물을 지었고 수상경력 또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현재는 ‘김수근문화재단 이사장’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 등을 맡고 있다. 김씨는 이번 ‘김수근 특별전’을 위해 6개월동안 준비할 만큼 각별한 정성을 쏟았다. 지난 60년대 중반 건축계에 발을 들여 놓았던 초창기 6년 동안 ‘김수근 건축 연구소’에서 일을 하며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김씨에겐 이번 전시의 의미도 크지만 올해로 건축가 외길 인생 40년을 맞이한다. 데뷔 당시 동료 건축가들 대부분이 현역에서 은퇴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감회가 사뭇 다르다. 지난주 서울 동숭동에 위치한 ‘광장’ 사무실에서 김씨를 만났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벽에 ‘담박명지∼’라는 글귀가 크게 들어온다. 앞서 언급한 제갈공명의 좌우명처럼 그의 건축인생 40년 또한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종로 옥인동 재개발 친환경 설계 먼저 근황을 물었다. 중요한 설계를 마무리하느라 바쁘다고 입을 연다. 자신이 살고 있는 서울 종로구 옥인동 일대의 재개발 프로젝트를 맡은 것이다. 내용은 이러했다. 그는 20년 전부터 인왕산 산자락에 위치한 한옥집에서 살고 있다. 얼마전 이 일대에 재개발 얘기가 나오자 동네주민들은 자연스럽게 당대 최고의 건축가인 김씨에게 자문을 구했고 여러 동의과정을 거쳐 설계를 맡게 됐다. 김씨는 대신 동네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 문화재를 최대한 살려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최근의 재개발 추세와는 차원이 전혀 다른 이른바 미래형 아파트, 즉 환경친화적 ‘웰빙 개념’을 주창했던 것. 김씨는 잠시 역사성을 설명한다. 옥인동 청운동 누하동 누상동 일대에는 조선시대 때 종로구 가회동의 양반들과는 달리 주로 궁에 드나드는 중인들이 살았다. 의관, 역관, 갓 고치는 기술자 등이 기거하면서 위항문화(委巷文化)를 꽃피웠다. 이들은 역관 등을 통해 서구문화를 먼저 접해 비록 중인이지만 의식수준이 높았고 신분 또한 비교적 안정된 상태였다. “위항시인들은 가난했지만 모임 날짜와 장소를 정해 정기적으로 시사(詩社,60여개의 시동인으로 추산)를 열었지요. 예를 들어 옥인동의 ‘송석원길’은 바로 이 위항문학의 대표적 흔적입니다. 천수경이라는 역관이 살았던 집에는 한달에 한번 문인들이 모였는데 추사 김정희가 직접 특강을 오기도 했지요. 이때 추사는 이들의 수준에 놀라워하며 ‘송석원(松石園)’이라는 세 글자를 써주었습니다. 이는 바위에 새겨져 오늘날까지 전해오고 있습니다. 또 윤동주 이광수 이상 등 많은 문학가들이 이곳에 살아 옥인동 일대는 말 그대로 ‘조선·근대의 문학터’인 셈이지요.” 이러한 문화향기를 최대한 살리면서 저밀도·저층의 빌라형 아파트를 설계중이란다. 이를 위해 내장과 외부는 목재와 황토, 지붕은 태양열을 흡수해 자체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서울시는 강북 재개발 지역의 모범답안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건축의 딜레마 동양사상으로 풀어야” 좋은 집이란 어떤 것일까. 감동적인 집보다 편안한 집을 고르라고 한다. 몸은 건강하게, 마음은 편안하게, 머리는 지혜롭게 만들어주는 집이어야 좋다는 것. 눈으로 보고 ‘와 멋있다.’보다는 눈을 감고 생각했을 때 조용하고 편안한 느낌의 집을 고르라는 것이다. 건물이란 지나가는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살 사람을 위해서 지어야 한다는 거듭된 주장이다. “이제는 건축의 지혜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종묘건축의 경우 디자인 차원이 아니라 숭고한 우주이론을 표방하듯이 현대건축의 딜레마를 동양사상의 구원에서 찾아야 하지요. 건축은 예술이 아닌 인문학입니다.” 아울러 건축가는 생활을 알고, 자연을 알고, 인생을 알아야 한다는 지론을 편다. 어쩌면 오히려 나이든 지금에야 가장 원숙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뜻으로 다가온다. 그는 광복 전인 1943년 서울에서 5남매 중 막내아들로 태어났다.6·25발발 3년 전 외교공무원인 아버지가 부산으로 발령을 받아 다대포에서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안타깝게도 아버지는 6·25 일주일 전 서울에 출장왔다가 전쟁 중에 변을 당했다. 이후 집안형편은 무척 어려워졌다. 하지만 어린 김원은 공부를 워낙 잘했고 글짓기 등 각종 대회에 참가해 상을 죄다 휩쓰는 실력을 발휘했다.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큰 사람이 되라.’는 어머니 손에 이끌려 서울로 올라와 경기중학에 진학했다. 생활력이 강해 여러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숙비와 학비를 보탰다. ●고1때 ‘선배´ 김수근 만나 건축가 꿈 키워 김수근을 처음 만난 것은 고1 때. 당시 김수근은 국회의사당 공모에 당선돼 명성이 자자했다. 이 무렵 ‘자랑스러운 선배’의 자격으로 경기고 학생들을 상대로 특강을 한다. 이때 김수근의 강의내용 중 “국회란 민의를 수렴해서 결정하는 곳이다. 그러기 때문에 사람들한테 가장 사랑을 받아야 하고 또한 위엄이 있어야 존경을 받는다.”라는 말에 크게 감동을 받아 건축가의 꿈을 키웠다. 그 이전만 하더라도 미술대학에 진학해 조각가가 되려고 했으나 집안형편이 어려워 망설이고 있던 터였다.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미국 유학을 떠나던 동료들과는 달리 ‘국내 잔류’를 고집하며 ‘김수근 건축연구소’에 연구원으로 들어갔다. 여기에서 ‘건축철학’‘공간심리학’ 등을 독학으로 공부하면서 내공을 쌓았다. 그러던 중 73년 네덜란드로 유학을 떠났고 유럽의 건축을 보며 ‘우리것’을 찾아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이후 78년 한국종합전시장 현상설계에 응모해 1등을 차지하면서 건축가로서의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다. ●“사는 사람이 행복해지는 건축 늘 생각” 80년 이후에는 ‘올해의 작품상’ 등 매년 빛나는 수상작을 내놓아 우리나라 건축문화의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늘 행복해지는 건축을 생각합니다. 사는 사람이 행복해져야 합니다.” 이화여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초등학교 1년 후배와 결혼했으며 슬하에 1남1녀를 두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필생의 역작인 옥인동 아파트와 현재 이화여대 건물 5개동 짓는 일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 그가 걸어온 길 ▲1943년 서울 출생 ▲61년 경기고 졸업 ▲65년 서울대 건축공학과 졸업 ▲65∼69년 김수근 건축연구소 연구원 ▲76년 건축연구소 ‘광장’ 개소, 한국 현대건축가 6인에 선정 ▲77년 한국종합전시장(KOEX) 현상설계 1등 당선(정림건축 합작) ▲79∼89년 한국풍수지리연구회 회장 ▲80년 국립현대미술관 건립추진위원 ▲82년 독립기념관 건립추진위원 ▲84년 예술의 전당 건축설계 자문위원 ▲85년 세계 현대건축가 101인에 선정 ▲92년 학교법인 계원학원 이사 ▲98년 건국대 건축대학원 겸임교수 ▲99년∼현재 국회환경포럼 정책자문위원 ▲2003년∼현재 김수근문화재단 이사장 ●상훈 제1회 서울시건축상 장려상(79년), 한국건축가협회 작품상(80∼98년), 올림픽조직위원회 현상설계 1등(82년), 대통령표창(2001년)외 다수 ●저서 행복을 그리는 건축가(2003년)외 11권 k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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