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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저널 신인문학상 수상

    전직 언론인 김영주(57·제주시 도남동)씨가 소설가로 변신했다. 김씨는 최근 단편소설 ‘7병동 13호실’로 월간 문학저널(7월호) 제 46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당선작 ‘7병동 13호실’은 단순한 사고로 눈을 다친 주인공이 서울의 큰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으면서 주변 환자들과 겪는 이야기를 그렸다. 제주도 서귀포 출신인 김씨는 제주신문, 서울신문 등에서 30여년간 기자생활을 했으며 2005년 언론계를 떠난후 제주와 강화도를 오가며 소설 창작에 매달려 왔다.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이주의 책갈피]

    ●박홍순의 그림논술 강의 유레카 논술아카데미의 박홍순 논구술연구소장이 동·서양의 명화 100여점을 42가지 역사·문화·사회·철학적 주제와 접목시켜 풀어쓴 논술 교양서. 현대문명과 문화, 국가주의 소수주의와 차별, 미술과 삶 등 5가지 주제의 그림들을 통해 인문학적 상상력을 기르도록 돕는다. 랜덤하우스코리아.1만 8000원.●왜 공부하는가 공포영화 ‘링’의 작가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스즈키 고지가 부모를 위해 쓴 교양서. 자녀에게 ‘공부해라.’라고 채근할 것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왜 공부해야 하는지 설득해서 스스로 즐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한다.‘왜 이런 걸 공부해야 돼.’라는 아이들의 질문에 난감했던 적이 있었다면 읽어볼 만하다. 한스미디어.9000원.●웨인 다이어 박사의 위대한 보살핌 임상심리치료의 권위자인 웨인 다이어 박사의 ‘자녀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위한 부모의 육아 매뉴얼’. 자녀 스스로 행복을 추구하는 힘을 키워주기 위한 부모의 역할을 9가지 주제로 나눠 설명한다. 동녘라이프.1만원.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중국눈으로 본 독일 번영의 역사

    프로이센의 철혈(鐵血)재상 비스마르크는 세 차례 대외전쟁을 거치며 1871년 독일 통일을 이루었다. 이후 독일은 신속하게 2차 산업혁명을 이끌면서 30년 남짓 만에 영국을 추월해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중국 국영방송(CCTV)은 세계사에는 이렇듯 간단하게 서술되어 있는 독일 번영의 역사를 국민들에게 구체적으로 알리겠다며 카메라를 들이댔다. 생동감 넘치는 화면과 충실한 역사적 고증이 뒷받침된 것은 물론이다. CCTV는 15세기 이후 세계를 호령한 독일 등 9개 대국(大國)의 발흥과 패망의 역사를 담은 ‘대국굴기(大國起)’를 지난해 방송했다. 미국과 더불어 21세기 양대 경제대국으로 떠오를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 중국이 국가적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강대국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미래를 준비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CCTV는 국내외 학자와 전문가 100여명의 자문을 받아 3년 동안 9개국의 역사현장과 대학·박물관 등을 찾았다. 그 결과 중국 시청자들로부터 ‘2006년 중국사회를 뒤흔든 최고의 프로그램’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CCTV는 12회로 이루어진 ‘대국굴기’가 모두 끝난 뒤 시청자의 요구가 거세지자 다시 방송했다.6개짜리 DVD는 시중에 깔리자마자 동났고, 내용을 8권으로 정리한 책 역시 1만질이 순식간에 팔려나갔다고 한다. EBS는 특별기획 ‘대국굴기’를 10일까지 월∼금요일 오후 9시50분에 방송한다.2일은 ‘독일, 유럽제국을 이루다’편이다. 19∼20세기 서양 역사에 대한 인문학적 교양을 넓힐 수 있는 기회이자, 왜 중국사람들이 ‘대국굴기’에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문화유산에 숨겨진 과학의 비밀/고래실 펴냄

    보존과학자인 이태녕 서울대 명예교수가 충남 공주 송산리 6호 벽돌무덤을 처음 찾은 것은 1956년이었다. 그는 습기가 많은 여름철이었는데도 바닥을 포함한 벽과 천장의 벽돌 표면 전체가 완전한 건조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의문스러웠다고 한다. 특히 바닥의 중앙부로 곧게 뻗쳐 있는 골이 인상깊었다. 배수로처럼 보였는데 손을 넣어 보니 차가웠고 골을 만들고 있는 통로 표면은 젖어 있었다. 배수로는 묘 주위의 둘레석까지 5m 이상이나 길게 구축되어 있었다. 자세히 살펴 보니 배수로에는 어떤 실용적 기능이 있는 것 같았다. 항상 묘실의 벽돌 온도는 배수로의 벽돌온도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었다. 밤이나 새벽에 기온이 내려가면 묘실 공간에 퍼져 있던 수분은 배수로 벽돌에 우선적으로 결로(結露)될 것으로 생각됐다. 이 배수로 아닌 배수로는 제습기 구실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생각해도 기가 막히게 훌륭한 결로 방지 장치였다고 노학자는 술회했다. ‘문화유산에 숨겨진 과학의 비밀(고래실 펴냄)’에 담겨있는 내용이다.‘문화유산… ’은 국립문화재연구소가 1950년대부터 문화유산을 과학적 시각으로 연구한 과학자들의 성과를 정리하고자 ‘고미술의 과학’이라는 주제로 2005년 실시한 특별강좌의 내용을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전상운(문화재 위원) 전 성신여대 총장은 “15세기 조선 세종시대 과학자들이 이룩한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질과 양에서 동아시아를 뛰어넘어 세계사의 시야에서 볼 때도 유례가 없는 발자취를 남겼다.”고 우리 역사에 대한 이유없는 열등감을 질타한다. 일본에서 1983년 나온 ‘과학사 기술사 사전’은 1400년에서 1450년까지 주요 업적으로 한국이 29건, 중국이 5건에 일본은 없으며, 동아시아 이외 나머지 전 지역이 28건으로 정리되어 전 세계 학계가 인정하는 객관적 사실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이밖에 ▲박성래(문화재 위원)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최항순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박상진 전 경북대 임산공학과 교수 ▲조병묵 강원대 제지공학과 교수 ▲정시영 서강대 기계공학부 교수 ▲강성군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이성구 인하대 인문학부 교수가 전공분야별로 우리 과학사의 성과를 정리했다.1만 5000원.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 5부작

    EBS는 창사특집 ‘대화-미래를 준비하는 교육’ 시리즈로 5일 동안 우리 교육의 현실과 미래를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다.미래교육, 예술교육, 과학교육, 외국어 교육, 인문학 교육을 주제로 80명에 이르는 전문가가 릴레이로 나서는 ‘인터뷰 다큐멘터리’다. 18일 ‘미래교육’에 이어 19일 오후 10시50분에 두번째편 ‘예술교육’을 방송한다. 지식정보사회인 21세기는 아이디어가 넘치는 창의적인 인재가 사회를 선도한다.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예술교육이야말로 우리 시대가 필요로 하는 교육이라는 것이다. 지금껏 우리가 진정한 교육이라 알고 있었던 잘못된 교육의 모습을 짚어보고, 어떻게 하면 참다운 예술교육을 펼칠 수 있을지 알아본다. 미술평론가 이주헌 씨는 ‘예술은 생존을 위한 화두’라고 강조하고, 피아니스트 노영심 씨는 감성이 풍요로운 인생을 만든다고 얘기한다.
  • 수능 5개월 앞둔 高3 ‘혼란’

    13일 일부 주요 사립대들이 2008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에서 내신을 1∼4등급까지 모두 만점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선 학교가 혼란에 빠졌다. 내신 위주로 학생을 뽑게 하겠다는 교육인적자원부의 계획과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대학이 국민에게 스스로 약속했던 것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강력 대응할 뜻을 밝혔다. 이화여대 황규호 입학처장은 지난 12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과목을 중심으로 4등급 내외에서 만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목별 상위 40% 안에 든 학생들끼리는 내신 성적의 의미가 없어진다는 뜻이다. 연세대 이재용 입학처장도 “학력이 그 정도(4등급)면 수능으로만 따져도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성재호 입학처장은 “수험생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내신을 반영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며, 학생부 1∼3등급 정도까지 만점을 주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파문이 일자 이날 오후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 김광조 차관보는 “대학정보공시제를 통해 사전에 학생부 반영 방법과 실질반영비율을 밝히도록 하고 이를 재정지원 사업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극단적인 경우 올해 공고할 인문학 진흥사업 예산 300억원과 올해 수도권 특성화사업 예산 180억원 등 480억원을 삭감할 수 있다는 경고였다. 특히 사업 프로그램별로 내신 실질반영비율에 따라 예산을 차등 책정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기로 했다. 대학들의 내신 실질반영률 계산 방식도 보다 구체화해 공개토록 할 방침이다. ●대학들 “비공식 논의” 한발 빼기 교육부의 강경 대응 방침이 알려지자 대학들은 태도를 바꿨다. 이대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정시모집 내신 등급에 대해 공식 논의된 바 없다.”며 말을 바꿨다. 연대는 “여러 전형 가운데 하나를 처장이 말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 발 물러섰다. 성대도 “결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올해 정시모집 내신 반영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과 교육부의 생각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모집 정원의 과반수 이상을 뽑는 수시에서 내신 위주의 전형을 하는 만큼 수능 위주의 정시에서는 내신을 어떻게 반영하든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반면 교육부는 수시든 정시든 내신을 조금이라도 반영한다면 실질적으로 반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규태 대학학무과장은 “서울대의 경우 내신 1∼2등급을 묶어서 처리한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내신 적용 방법이 나오지 않아 당장 뭐라고 할 수 없는 반면, 이번 경우는 내신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 누가 봐도 분명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갑자기 바꾸면 어쩌라고” 서울 경복고 전욱표(46) 교사는 “학생들에게 ‘4등급 안에만 들면 된다.’는 생각을 갖도록 할 것이다. 학교 교육을 붕괴시키는 정책이나 다름없다.”며 비판했다. 학부모 최광년(52)씨는 “입시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바꾸면 또 어떻게 맞추라는 것이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중대부고 3학년 최성호군은 “내신에 집중했던 친구는 (이번)소식을 듣고 울었다.”며 착잡해했다. 서울의 한 유명 대입학원 관계자는 “주요 사립대가 평소 입시설명회를 열면서 ‘내신에 너무 부담갖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왔는데 이번 방안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고3도 문제지만 당장 내신에 신경을 써야 하는 고 1·2학년도 상당히 당황스러울 것”이라며 걱정했다. 김재천 서재희 이경주기자 patrick@seoul.co.kr
  • 세계 석학 한국서 평화를 논한다

    북아일랜드의 평화 정착에 기여한 공로로 1998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데이비드 트림블 경 등 세계 지성과 석학들이 모여 세계의 새로운 평화와 문명을 이야기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윤덕홍, 이하 한중연)이 주최하는 ‘문명과 평화 국제포럼’이 19일부터 3일간 경기도 성남 한중연 대강당에서 열린다. 2005년 광복 60주년을 기념해 시작된 이 포럼은 올해로 3회째. 해마다 세계적인 석학의 기조강연으로 막을 연다. 이번에는 트림블 경을 초청해 뿌리깊은 북아일랜드 갈등의 해결 경험과 교훈을 듣는다. 30년에 걸친 북아일랜드 신·구교도간 유혈사태는 무려 35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급진적인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무력투쟁으로 테러는 그치지 않았다. 하지만 가톨릭계 정당 지도자인 존 흄과 신교도계 정당 지도자인 트림블 경의 노력으로 98년 극적인 ‘굿프라이데이 협정’이 체결되면서 분쟁은 끝났다.2005년에는 IRA도 무력투쟁 종식을 선언했다. 흄과 98년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트림블 경은 평화 정착 후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초대 수석행정장관을 지냈다. 그는 이번 포럼에서 이같은 경험을 토대로 ‘평화에 이르는 길’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이번 포럼에는 또 일본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역사학회 회장을 맡은 이리에 아키라 하버드대 교수, 중국 베이징 런민(人民)대 스인훙(時殷弘) 교수, 클라우드 알바레스 인도 고아재단 대표, 히로시 오니시 일본 무사시대 교수, 악타르 호사인 그라민은행 부지배인 등이 참석한다. 포럼은 모두 6개 분과별로 진행된다.‘9ㆍ11 이후의 문명간 대화:지식과 권력’ ‘책과 지식의 유통’ ‘동아시아의 진실과 화해’ ‘아시아의 전통과 새로운 인문정신’ ‘나누는 삶:빈곤으로부터의 평화’ ‘체육을 통한 대화’ 등이다. 신대철 한중연 한국문화교류센터장은 “인문학에 기초를 두고 세계 평화를 추구하는 국제포럼으로 발전시켜 한국학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촉발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책꽂이]

    ●평화의 얼굴(김두식 지음, 교양인 펴냄) ‘총을 들지 않을 자유와 양심의 명령’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국가의 가치와 개인의 신념이 가장 첨예하게 충돌하는 사안인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문제를 파고들어 한국 사회의 오늘을 진단한 책.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문제가 남의 문제, 이단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보편적인 인권문제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군법무관과 검사 등 법무공무원을 지낸 뒤 경북대 법대에서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모든 폭력을 거부하는 ‘평화주의’ 입장으로 돌아가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관용의 정신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역설한다.1만 4000원.●여행자:하이델베르크(김영하 지음, 아트북스 펴냄) 2004년 동인문학상, 이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을 한꺼번에 거머쥐며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 대열에 합류한 저자가 작심하고 도시 여행을 시작했다. 첫 번째 여행지는 독일의 하이델베르크. 앞으로 일곱개 도시를 더 여행하고, 일곱권의 책을 더 낼 예정이다. 전문가 못지 않은 사진 실력이 돋보인다. 일반 여행기와 달리 소설의 형식을 빌려 읽는 맛도 넘친다. 소설과 사진, 그리고 에세이를 합쳐 놓았다고 할까. 삶과 죽음을 생각하기에 좋은 도시, 하이델베르크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9800원.●여럿이 함께(프레시안북 펴냄) 신영복, 김종철, 최장집, 박원순, 백낙청 등 우리 시대의 대표적 지식인 다섯 사람이 정치·사회·경제·언론·통일 등 각 분야에 걸쳐 소통과 공존을 이야기 하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6월항쟁 이후 20년, 민주주의는 과연 완성됐는지, 그럼에도 민중들의 삶은 또 왜 이렇게 팍팍해졌는지, 우리 사회는 왜 이렇게 많은 딜레마를 안고 있는지…. 인터넷신문 ‘프레시안’ 창간5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이들 다섯 명의 연속 강연과 토론을 엮은 책이다.1만원.●잊혀진 전쟁 왜구(이영 지음, 에피스테메 펴냄) 고려, 조선시대에 우리 해안 지역을 노략질한 일본인 해적집단. 왜구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다. 하지만 왜구 연구를 주도해온 일본 학계에서는 ‘일본인뿐만 아니라 고려인, 조선인과 중국인들도 포함된 다국적 해적’이라는 식으로 역사왜곡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방송통신대 일본학과 교수인 저자는 고려사 등의 사료 검증과 철저한 현장 조사를 통해 일본 학자들에 의해 왜곡된 왜구상을 바로잡는 시도를 했다. 저자는 고려말의 왜구를 당시 일본 국내의 남북조 내전 상태가 국경을 넘어 고려와 중국까지 확대된 것으로 그 100년전의 여몽연합군의 일본 침공에 대한 보복의 성격도 있다고 주장한다.2만 2000원.●다른 곳을 사유하자(니콜 라피에르 지음, 이세진 옮김, 푸른숲 펴냄) 비판적 사유는 떠돎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해 이주한 지식인들의 삶과 사유를 통해 보여준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의 책임연구원이자 사회과학고등연구원 다학문연구센터 공동책임자인 저자는 노마드(또는 디아스포라, 또는 호보 등) 지식인들의 이같은 비판적 성찰을 통행, 이주, 이동, 이산, 혼합, 전환 등의 ‘키워드’로 정리하면서 자신의 세계에 안주하는 지식인들에게 “이미 만들어진 길에서 벗어나 다른 곳을 사유하러 떠나자.”고 제안한다. 게오르그 짐멜, 한나 아렌트, 시몬 베유, 다니엘 보야린, 샤히드 아민, 조르주 발랑디에 등 획일주의를 거부하는 비판적 지식인 20여명의 삶과 사유를 담았다.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이주는 단지 공간적인 이동뿐만 아니라 신분·계층의 이동, 학문의 이동 등을 모두 아우른다.1만 4000원.●풍경의 쾌락(나카무라 요시오 지음, 강영조 옮김, 효형출판 펴냄) ‘경관공학’을 창시한 원로학자가 제시하는 ‘좋은 풍경론’을 담은 책. 저자는 ‘풍경’이라는 단어에 ‘바람(風)’이 들어 있는 사실에 주목한다. 바람이 손에 잡히지 않듯 풍경 또한 항상 달라질 수 있다는 것. 그의 풍경론에서 중요한 것은 ‘대지’와 ‘사람’이다. 자연과 인간이 만났을 때 비로소 풍경이 탄생한다. 다시 말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가 올바를 때 아름다운 풍경이 나온다는 얘기다. 저자는 일본이 버블붕괴로 인해 ‘잃어버린 10년’을 보낸 것은 행운이라고 역설한다. 비로소 지속가능한 성장, 생태계와 공존하는 인류에 눈을 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1만 3000원.●나는 세종대왕의 아버지다(고사리 지음, 일월문학 펴냄) “아들아 천하의 오명을 내가 다 짊어지고 가겠다.” 두차례의 ‘왕자의 난’ 끝에 권력을 쟁취한 뒤 재위 18년동안 끊임없는 개혁정책을 펴 조선왕조 500년의 탄탄한 기틀을 세운 태종 이방원의 고뇌와 고독을 그린 장편 역사소설. 세종대왕이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한글창제를 비롯한 수많은 업적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태종이 철권통치를 통해 권력의 기틀을 다졌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일깨워준다.9500원.
  • [책꽂이]

    ●대한민국 이야기(이영훈 지음, 기파랑 펴냄) 지난해 2월 출간돼 근현대사 이념 논쟁을 불러일으킨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의 EBS라디오 특강 노트를 수정보완해 완성한 책.‘식민지 근대화론’의 주창자인 저자는 민족사관과 민족주의를 맹렬히 비판하면서 우리 근현대사는 ‘인간 개체’를 출발점으로 서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네 명의 편집자를 대신해 200자 원고지 900여장 분량의 ‘이영훈 사학’을 만들어냈다. 식민지 수탈론, 친일파 청산, 위안부 문제 등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쟁점도 많다.1만 3000원.●현대철학의 모험(철학아카데미 엮음, 도서출판 길 펴냄) 20세기는 천재 철학자들의 시대였다. 니체가 열어젖힌 사유의 문은 베르그송, 화이트헤드, 사르트르, 하이데거, 가다머, 푸코, 들뢰즈, 바슐라르, 비트겐슈타인, 라캉, 아도르노, 벤야민, 하버마스, 데리다, 네그리, 아감벤 등으로 이어지면서 이전 시대의 철학과는 전혀 새로운 사유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이 책은 척박한 인문학 풍토 속에서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집적해 20세기 철학의 다양한 층위를 분석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출판사는 ‘콜로키움·현대사상’ 시리즈를 통해 20세기 현대철학의 다양한 사유세계를 미시·거시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이 책은 그 첫번째 타이틀로 20세기 현대철학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하고 있다.2만 5000원.●오디오 마니아 바이블(황준 지음, 돋을새김 펴냄) 저자는 오디오 전문가도, 평론가도 아닌 유명한 건축설계사이다.20여년간 세운상가 등 오디오가 있는 곳이면 주말마다 찾아가 오디오를 접하고, 음악을 들었다. 오디오와 음악에 관한 개인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6월 초에는 국내 최초의 오디오 청취 공간인 ‘오디오 갤러리움’을 연다.‘오디오 마니아가 되지 않도록 해주는 책’이라는 부제에 걸맞지 않게 기기들의 제작연보 등 전문자료가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초보자들이 기초지식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쓴 점이 돋보인다.2만 5000원.●낭만적인 무법자 해적(데이비드 코딩리 지음, 김혜영 옮김, 루비박스 펴냄) 키드 선장, 블랙비어드, 칼리코 잭 등 전설적인 해적들의 모험과 진실을 밝힌 책. 영국 국립해양박물관의 책임 큐레이터를 지낸 저자는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17∼18세기 ‘해적의 황금기’를 서술했다.‘로빈슨 크루소’나 ‘보물섬’ 등에서 영웅으로 포장된 카리브해의 해적들이 실상 가난한 노무자나 전직 유럽 해군 출신이었다는 점은 흥미롭다. 당시에는 작위를 받은 해적 선장까지 있었다고 한다. 해적의 황금기는 유럽 해군들이 단결해서 해적을 소탕하게 되는 1720년대에 막을 내린다.1만 3900원.●몸에 좋은 산삼 산양산삼 도감(산삼을 연구하는 사람들 지음, 중앙생활사 펴냄) 산삼과 산양산삼의 효능, 유형, 음용법 등이 모두 들어 있는 ‘산삼 길라잡이’. 세세한 뿌리의 차이까지도 분별할 수 있는 풍부한 사진자료가 인상적이다. 저자들은 뉴질랜드 등에서 대량재배되고 있는 산양산삼의 유입에 대비해 외국삼과 국내삼을 비교할 수 있는 자료도 많이 수록했다. 급증하고 있는 ‘아마추어 심마니’는 물론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산삼에 관심있는 이들이 참고할 만하다.1만 5000원.●아티샤의 명상요결(앨런 월리스 지음, 황학구 옮김, 청년사 펴냄)티베트 불교 중흥을 이끈 11세기 인도 승려 아티샤가 남긴 일곱가지 마음수련법(명상요결)을 해설한 책. 아티샤의 명상요결은 모두 56가지 경구로 구성된 경전으로 천년 넘게 티베트 승려들의 수행지침서로 이용되고 있다.‘모든 현상을 꿈처럼 생각하라.’ ‘당신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친절함에 대해서 숙고하라.’ ‘항상 즐거운 마음에 의지하라.’ ‘보상에 대한 모든 희망을 버리라.’ ‘악의로 비꼬지 말라.’ 등의 경구들은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 마음이 지쳐가는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1만 8000원.●우리들의 스캔들(이현 지음, 창비 펴냄) ‘창비청소년문학’의 첫번째 작품. 새빛중학교의 모범생 이보라는 비(非)혼모인 이모가 자기 반 교생으로 오면서 일상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학교에서는 댄스동아리와 관련된 폭력사건이 벌어지고, 엘리트주의자인 담임은 다른 친구들의 잘못을 적어낼 것을 강요한다. 청소년들의 생활과 심리에 밀착한 생생한 묘사가 흥미진진하다. 문자와 채팅, 댓글과 미니홈피를 통해 소통하는 요즘 청소년들의 진짜 모습이 담겨 있다.2004년 전태일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작가는 지난해 창비 ‘좋은 어린이책’ 공모에 당선되어 동화집 ‘짜장면 불어요!’를 펴냈다.8500원.
  • [열린세상] 국사 수능 필수,과연 옳은가/류재명 서울대 지리교육학 교수

    [열린세상] 국사 수능 필수,과연 옳은가/류재명 서울대 지리교육학 교수

    어쩌다 외국 사람을 만나 저녁을 함께 먹게 되었다고 생각해 보자. 이 친구 양반다리 척하고 앉아 “이 김치 참 맛있네요. 그리고 한국 소주도 너무 좋아요.”라고 한다면? 더구나 소주잔 부딪치면서 “일본은 왜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지 이해가 안 돼요. 그리고 위안부 여성 문제에 대하여서도 계속 오리발 내밀고…” 이 친구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또 중국은 왜 그래요? 고구려사를 자기네 역사라 하고…” 만약 우리가 이런 친구를 만나면 기분이 어떨까? 혹시 사업 관계로 이런 외국 사람을 만나면 우리는 아마도 “좋소. 당신 제안대로 우리 사업 한번 잘 해봅시다.” 이렇게 나오지 않을까? 인간은 누구나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좋아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처럼 간단한 진리를 잊고 사는 것일까? 타인이 ‘나’를 알아주기만 기다릴 뿐, 우리가 먼저 ‘상대’를 알려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한국의 몇몇 사립대 입학처장들이 모여 수능 국사 과목을 필수로 지정해 인문사회계열 입시에 반영하자는 데 합의했다고 한다. 한 일간지 신문 보도에 따르면,“세계화, 다양성의 시대에 우리 역사를 잘 알지 못하면 자칫 정체성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입학처장들이 이런 문제점을 극복해야 한다는 데 공감해 국사과목을 필수로 지정키로 했다.”고 한다. 대학별 입학위원회에서 이 안이 확정되면,2010학년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국사를 선택하지 않은 학생은 ‘유명’ 대학의 인문사회계열에는 꿈도 꿔볼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뉴스를 접하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왜 우리는 아직도 세계화, 다양성의 시대에 다른 나라 지리, 역사, 문화 등에 대하여 더 배울 생각보다는 우리 자신의 정체성 걱정만 하는 것일까? 사실 한국의 학생들은 중·고교에서 국사를 ‘필수’로 배우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국사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좀 줄어든다고 하지만, 그것이 대학이 발 벗고 나서야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인가? 이제 대학은 관심의 초점을 우리 자신에게서 ‘세계’로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은 세계가 놀라울 정도의 발전을 이룩한 나라이다. 세계인들이 우리가 만든 상품을 구매함에 따라 우리의 ‘부’가 늘어나게 되고, 특별한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로선 지구촌 곳곳으로부터 자원을 수입하고 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자랑스러운 역사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하겠지만, 우리의 ‘상대’가 자랑스러워하는 그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이런 마당에 주요 대학들이 담합(?)하여, 세계적으로 필수 부담이 많기로 유명한 한국 수험생들에게 그나마 약간의 선택권을 준 수능 시험에서 국사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학 지원 권리를 아예 박탈하겠다고? 대학은 이제 우리나라 학생들뿐만 아니라, 세계의 다른 나라로부터도 많은 학생들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때가 되었다. 세계의 인재들이 모여 공부하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대학이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고, 입학생들에게도 타문화에 대한 이해와 관용의 정신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학 입학처장님들! 국사를 필수로 하기보다는 차라리 과학을 필수로 하거나, 세계지리, 세계사, 그리고 제2외국어 과목 선택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보면 어떨까요? 현대사회에서는 인문학도에게도 과학에 대한 기본 소양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보다 혁신적인 정책으로 글로벌 리더 양성에 필요한 다양한 인재 선발에 힘써야 하지 않을까요? 류재명 서울대 지리교육학 교수
  • 지구촌 책 향기에 빠져볼까

    지구촌 책 향기에 빠져볼까

    ‘6월엔 책 향기에 한번 빠져 볼까’ 국내 최대 규모의 책 잔치인 ‘2007 서울국제도서전’이 1일부터 6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태평양홀과 인도양홀에서 열린다.‘세계, 책으로 통하다!’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되는 이번 도서전에는 미국, 중국, 일본 등 전통적인 참가국 외에 러시아, 멕시코, 터키 등이 처음으로 참가했다. 지난해보다 4개국 늘어난 28개국 524개 출판사와 출판관련 단체가 각종 도서 전시와 저작권 및 도서 수출입 상담 계약을 한다. 관람객들을 사로잡을 이벤트도 풍성하다. ●활자 매력 느끼게 하는 도서전 눈길을 끄는 특별전시는 ‘한국 현대사와 함께 한 우리책 1945∼2007’. 주관 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 창립 60주년 기념전으로 해방 이후 우리 책의 역사를 한 눈에 살필 수 있는 전시회다. 좌우 진영을 잊고 범문단적으로 해방의 감격을 노래한 해방기념 시집(1945년 12월)과 1947년 한글날 첫번째 책이 나와 1957년 완간된 ‘조선말큰사전’을 비롯해 국내 수필문학의 효시로 꼽히는 김진섭의 ‘인생예찬’, 박두진·박목월·조지훈 등 청록파 시인 3인의 동인시집인 ‘청록집’ 등이 원본으로 소개된다. 1950년대 전쟁 직후의 허무감과 상실감 속에 생긴 퇴폐주의 풍조를 적나라하게 묘사하며 서울신문에 연재된 정비석의 ‘자유부인’ 등 주요 작가들의 작품집 초판본도 볼거리다. 이밖에 60년대 이후 최근까지 우리 사회를 흔들었던 베스트셀러들이 전시장에 등장한다. 또 국내 최초의 수진본(袖珍本·좁쌀책, 소매속에 넣고 다닐 만한 작은 책이라는 뜻)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751년) 두루마리책 등 세계 각국의 수진본 80여점이 ‘특별전 속의 특별전’으로 전시된다. ●책과 함께 하는 생활 고은 시인, 이해인 수녀, 이경숙 숙명여대총장, 오세훈 서울시장, 김종민 문화관광부장관, 유홍준 문화재청장, 노회찬 국회의원 등 사회 각계 명사가 한 권씩의 책을 추천한 ‘나의 삶, 나의 책’ 전시회와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시인과 소설가의 작품들을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그림, 조각, 판화 등으로 표현한 ‘그림, 문학을 그리다’ 등도 관람객의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와 현재의 담론, 미래의 비전을 보여 주는 ‘인문학 카페’에서는 6월의 뜨거웠던 기억을 되살릴 수 있다. 민주화운동에 이론적 바탕을 제공했던 각종 인문사회과학 도서가 ‘아름다운 서재’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북한 출판물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됐다.‘황진이’(홍석중 지음)와 ‘군바바’(김혜성 지음) 등 북한에서 출판돼 한국에서 재편집해 발행된 장편역사소설, 스탕달의 작품을 ‘적과 흑’(한국)과 ‘붉은 것과 검은 것’(북한)으로 제목을 달리해 출판한 양쪽의 도서 등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저자와 사진 한 장´ 등 이벤트 풍성 개막식 당일 최근 ‘청소년 부의 미래’를 출간한 앨빈 토플러가 독자들과 사진을 함께 찍는 등 소설가 박완서, 시인 신현림, 과학자 조경철씨등 작가들과 만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저자와 사진 한 장’ 행사는 선착순이기 때문에 수많은 독자들이 몰려 혼잡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종환 시인의 시 배달’에 수록된 시를 시인 4∼5명이 낭송하는 시낭송 파티(3일),‘칼의 노래’ ‘남한산성’ 저자인 소설가 김훈 사인회(3일)도 마련돼 있다. ‘직지’ 금속활자판의 인쇄를 체험할 수 있는 코너와 가훈을 써주는 행사도 흥미를 끌 것으로 보인다. 행사는 모두 무료로 진행된다. 한편 대한출판문화협회는 내년부터 세계 주요 도서전과 마찬가지로 ‘주빈국’ 제도를 도입키로 하고, 중국을 첫 주빈국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당신의 고정관념을 깨뜨릴…/더글러스 무크 지음

    ‘합의독재’란 말이 유행했던 때가 있었다. 박정희의 장기 독재가 가능했던 데는 다수 국민의 자발적 동의와 협조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자발적 합의였는지, 강압에 의한 어쩔 수 없는 복종이었는지를 두고 한국 사회·역사학계는 논쟁했고,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심리실험의 설명은 좀더 명쾌하다. 인간의 야만은 본성이 아니라 사회적·시대적 상황이 만든 산물이란 것이다.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이 지극히 비정상적인 상황에 적응해가고, 때론 적극적으로 명령을 수행하게 되는 과정을 심리실험은 다양한 각도에서 풀이했다. 심리학자인 스탠리 밀그램은 인간의 잔인함이 ‘권위에 대한 복종’에서 온다고 결론짓는다. 밀그램은 배우가 실수(물론 연극!)할 때마다 이를 지켜보는 다수의 참여자들(물론 연극인 줄 모름!)이 전기충격 강도를 높여 배우를 벌하도록 실험을 조직했다. 참여자들은 학습자의 고통 호소에도 아랑곳없이 전기충격의 강도를 올렸고, 실험 주관자의 지시에 끝까지 복종했다. 또다른 심리학자인 솔로몬 애시는 참가자 10명을 뽑아 일정 정도 떨어진 곳에 카드 2장을 내걸었다.1번 카드엔 검정 직선이 하나,2번 카드엔 길이가 다른 직선 3개가 그려졌다.1번 카드의 직선과 일치하는 직선은 명백히 2번 카드의 2번이나,1명을 제외한 9명이 서로 짜고 모두 3번이라고 답하자 나머지 1명도 3번이라 대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애시는 “일치의 압력은 불일치가 공개적으로 드러난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우리 옆의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잔인함은 권위에 대한 복종심, 타인과 다른 생각·행동을 할 때의 두려움으로 독버섯처럼 자라고, 독버섯의 자양분은 이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의 호주머니로부터 나온다. 소수의 불복종 행위가 다수의 침묵·복종 카르텔을 현저히 약화시킨다는 밀그램·애시의 첨언이 새삼 묵직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당신의 고정관념을 깨뜨릴 심리실험 45가지’(더글러스 무크 지음, 진성록 옮김, 부글 펴냄)는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실험들 중 ‘고전’의 반열에 오른 심리실험 45가지를 추려 쉽게 풀어썼다.‘파블로프의 개’나 ‘스키너 상자’처럼 익숙한 것들에서부터 조지 밀러의 ‘매직 넘버 7’과 월터 미셸의 ‘자제력 이론’등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한 실험까지 다양하다. 질문하는 단어 하나로 과거의 기억이 변형·재편집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존 팔머의 이론은 내년부터 국내에 도입될 형사재판 배심제와 관련해서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심리학 입문서로 쓰인 책이지만 각각의 실험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종종 인문학적 성찰의 필요성과 맞닥뜨리게 된다.1만 5000원.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만화, 고고학을 만나다

    선사고고학이 깊이있는 인문학적 콘텐츠의 부재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만화에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고고학자인 이융조 한국전통문화학교 초빙교수는 24일 서울국제무역전시장(SICAF)에서 ‘만화가를 위한 고고학 강좌’를 갖기로 했다. 만화가 박재동(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화백은 “고고학자들의 발굴작업은 그 과정이 하나의 드라마”라면서 “선사고고학에 대한 만화가들의 관심이 뜨거워 100개의 좌석을 준비해 놓았다.”고 소개했다. 고고학과 만화의 만남은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뿌리째 캐는 한국미술’이라는 강좌가 계기가 됐다. 시사만화가로 이름을 날린 박 화백과 이문열의 ‘삼국지’를 만화로 옮긴 이희재 화백은 지난 3월13일 ‘한국의 구석기 시대와 문화’라는 이 교수의 강연을 들으며 무릎을 쳤다. 선사시대의 비밀을 밝히는 고고학자들의 발굴 과정을 만화로 만들면 어린이와 청소년, 어른 모두가 고고학에 흥미를 갖고 구체적인 지식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두 사람은 더 많은 만화가들과 선사고고학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 상상력을 자극해 좋은 콘텐츠가 생산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 이 교수는 “고고학을 대중화하는 데 만화보다 좋은 것이 있겠느냐.”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는 지난 3월31일에는 1박2일 일정으로 10여명의 만화가를 한반도 구석기 유적의 보고인 단양으로 초청했다. 자신이 발굴에 참여한 구낭굴과 수양개 유적, 수양개에서 발견한 유물을 전시해 놓은 수양개박물관을 돌아보면서 발굴 당시의 일화도 들려주었다. 박재동 화백은 “우리 만화는 인문학적 전문성에서 일본에 다소 뒤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고고학 강좌가 밑바탕이 되어 만화가들이 나름대로 전문적 분야에서 지식을 쌓아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기대를 표시했다.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뉴욕주립대 인문학 名博학위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미국 뉴욕주립대학 졸업식에서 인문학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한은이 20일 밝혔다.
  • 서울대 ‘윤리세우기’

    황우석 논문조작 파문과 이병천 논문 오류 파문을 잇따라 겪은 서울대가 내년 1학기 개설되는 ‘학문과 과학연구 윤리’ 교양과목에 ‘내부 고발 의무와 내부고발자 보호’에 관한 강좌를 포함시키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과학 논문 등 각종 학술 논문의 경우 내부 고발이 없으면 쉽사리 문제점을 밝혀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내부 고발’ 강의는 이 과목의 핵심 강좌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대는 2008학년도 1학기 개설을 목표로 준비해온 ‘학문과 과학윤리’ 교양과목의 강의 내용과 담당 교수 등 구체적인 뼈대를 마련했다고 18일 밝혔다. 서울대는 19일 회의를 통해 강의 계획을 확정하고, 오는 7월19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담당 교수들의 원고 발표를 거쳐 강의 교재를 생산할 예정이다. ‘학문과 과학윤리’는 황우석 사태를 겪은 서울대가 올 2월 이현숙 생명과학부 교수에게 의뢰해 강좌 개발을 추진했으며, 이 교수와 조국 법대 교수, 한정숙 인문대 교수 등 10여명이 강좌 공동개발팀을 꾸려 강의 골격을 마련했다. 이번 강의의 핵심인 내부 고발 강의는 이 교수가 맡아 ▲한국사회에서 내부 고발이 어려운 이유 ▲연구부정 행위 내용 및 판단기준 ▲교수와 학생간의 모범적인 관계 ▲내부 고발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인 보완점 등을 강의한다. 이 교수는 “내부 고발 강의는 이번 강좌의 핵심으로 많은 교수들이 반드시 포함시키기를 주문했다.”면서 “황우석 사태는 황 박사 본인뿐 아니라 연구실 내 학생들의 적극적인 침묵과 동의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고 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연구 책임’을 주제로 강의하게 될 최영찬 농생명과학대 교수는 “황우석 사태 때 연구 부정 행위에 분노한 젊은 교수들이 논문 검증을 요구하며 솜방망이 징계조치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네트워크가 이번 작업의 인적 풀로 고스란히 이어졌다.”고 전했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의 제도적인 보완점을 주제로 한 강의도 준비되고 있다.이병천 수의대 교수의 늑대논문 조작 의혹이 불거졌을 때 실명제보 원칙을 고수한 위원회의 부적절한 대응도 강의실에서 공개 토론될 전망이다. 이 밖에 ‘과학자 집단과 사회와의 관계’(우희종 수의대 교수),‘과학 사기는 들통 나고 만다’(이성중 치과대 교수),‘인문학에서의 지적 사기 날조 사례’(한정숙 인문대 교수),‘과학기술자의 사회적 책임’(홍성욱 자연대 교수),‘표절’(김명환 인문대 교수) 등 다양한 문제 의식이 녹아든 강의들이 마련된다. 이준호 생명과학부 교수는 “과학논문 검증 절차의 문제점뿐 아니라 과학자들이 실제 연구실 생활에서 갖추어야 할 소양이 무엇인지 강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3학점 3개 강의로 기획된 ‘학문과 과학윤리’ 강좌는 각 강의당 3∼4명의 교수가 주제를 바꿔가며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한다.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인문학에 10년간 4000억 투입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문학을 활성화하기 위한 종합대책이 나왔다. 인문학 연구 거점 연구소와 지역학 연구소가 전국적으로 신설되고, 중견학자의 저술 활동비도 대폭 지원된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오는 2016년까지 10년 동안 4000억여원을 투입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17일 이런 내용의 ‘인문학 진흥 기본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을 보면 연구와 교육, 사회 등 3대 부문에 걸쳐 매년 400억원 안팎씩 지원한다.●연구 부문 ‘인문 한국’ 사업을 추진한다. 대학 연구소 가운데 우수한 20여곳을 거점 연구소·연구단으로 선정하고,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및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아랍 등 세계 각 지역을 총체적으로 연구하는 지역학 연구소도 20곳을 선정해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 고전 100선을 영문으로 번역하는 사업도 20년 계획으로 추진한다.●교육 부문 대학 교양교육 체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전공 교육을 다양화·특성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20여개 대학을 선정, 인문학-자연과학 통합교육, 토론식 팀별 강의제 등을 도입할 계획이다. 장학금도 크게 늘려 매년 학생 1000명을 뽑아 500만원씩 지원한다. 고전 번역 작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대학이 동·서양 고전 번역을 박사논문으로 인정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매년 번역 전문가 1000명에게 500만원씩 지원한다.●사회 부문 인문학의 저변 확대를 위한 방안이 마련됐다. 지난해 시범 실시한 ‘인문 주간’ 행사를 매년 한글날 즈음 열고, 인문학 대중 강연, 전시회, 명강의 시상 등 프로그램도 다양화하기로 했다. 인문·자연과학자 공동 세미나, 이공학도를 위한 인문학 강좌, 군부대·산업체·교도소·노숙자 대상 강좌 개설 등의 사업도 추진한다.●대책 왜 나왔나 인문학의 침체가 위험 수준을 넘어섰다는 판단 때문이다.2005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 등이 대학에 지원하는 전체 연구비 가운데 인문학에 들어가는 비율은 3.8%로 공학(49.1%)이나 자연과학(17.5%), 사회과학(6.7%) 등에 비해 크게 뒤처졌다.연구비 수혜율도 평균 10.2%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이번 대책의 초점은 인문학 연구의 사회적 기반을 구축하는 데 맞춰져 있다. 교육부는 사회적인 외면을 해소하는 일도 시급하지만 무엇보다 침체가 이어지면서 기초 연구 기반까지 무너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몸의 역사, 몸의 문화/강신익 지음

    몸은 하나인데 왜 그 몸에 병이 났을 때 치료방법은 양방과 한방이 다를까. 서양의학의 ‘몸’과 동양의학의 ‘몸’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치과의사 출신의 의철학자 강신익 인제대 의대 교수가 신간 ‘몸의 역사, 몸의 문화’(휴머니스트 펴냄)를 통해 ‘몸’의 과학적 사실과 인문적 가치를 해부했다. “의학은 기계인 몸을 다루는가 아니면 몸으로 존재하는 사람을 다루는가? 근대 이후 형성된 서양의 생물의학과 수천년을 이어온 우리의 전통의학은 이러한 문제들에 어떤 답을 줄 수 있을까?”(서문에서) 책은 질병이 발생하는 장소이면서 질병을 앓는 주체이기도 한 ‘몸’을 존재론적으로 규명한다. 동(東)과 서(西), 전통과 현대의 시선으로 인간과 몸에 대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상을 집대성했다. “나는 지금의 의학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한다. 문화적·사상적으로 화해하지 못한 두 의학의 어정쩡한 공존, 효용이 확인되지 않은 의료 수요의 무한팽창, 그런데도 늘어만 가는 의료 소비자의 불만, 거대 다국적 제약산업의 횡포 등이 그 화려한 성장의 그늘이다.” 저자는 그 위기의 원인을 따져본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특히 ‘몸’의 입장에서 두 의학의 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지에 집중하고 있다. 책은 우선 ‘한 몸 두 의학’의 기원을 찾는 데서 시작한다. 저자는 그 차이를 의(醫)와 피직(physic), 배움(學)과 앎(science), 의술과 테크네(techne), 덕(德)과 아레테(arete)의 개념쌍으로 나누었다. 몸에 대한 동·서양의 시선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그럼 이 차이는 극복될 수 없을까. 당연히 극복 가능하다. 저자는 몸을 매개로 두 의학, 또는 과학과 인문학이 소통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묻고, 그 대답으로 새로운 몸의 존재론을 제안한다. 두 의학의 차이를 극복하고 둘 사이의 존재인 몸을 중심으로 새로운 의학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두 의학 사이를 이어줄 개념적 연결고리는 ‘살’이다. 프랑스 철학자 메를로 퐁티가 제시한 ‘살’은 체험과 의미가 육화된 ‘몸’이다. 책은 주로 의학과 몸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의학전문서는 전혀 아니다. 과학과 인문학의 소통은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건네주고 싶은 희망이기도 하다.2만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열린세상] 위대한 선택/차동엽 신부

    [열린세상] 위대한 선택/차동엽 신부

    한국사회에서 인문학의 위기는 더이상 어제오늘의 담론이 아니다. 흔히 문학, 역사학, 철학으로 대표되는 인간 정신문화를 총체적으로 아우르는 인문학은 정신보다는 물질적인 측면을 중요시하는 시류에 떠밀려 점점 쇠락하고 있다. 효율과 상업주의로 치닫고 있는 21세기 한국 문명 속에서 빠르게 그 중요성을 잃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정신적 가치 곧 인륜을 상실해 가고 있다는 것과 다름없다. 인륜을 상실하면 아무리 문명의 이기가 발달해도 세상은 황폐화의 길을 걷게 되어 있다. 결국 행복의 상실과 의미의 빈곤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궁극적으로 우리의 미래가 온통 흔들릴 것이다. 필자는 온 국민의 가슴에 부끄러운 슬픔의 비수를 꽂은 버지니아 공대 참사 소식을 접하면서 새삼스레 인문학의 필요성을 절감하였다. 우리는 이 참사를 통해 한 인간의 영혼이 기능을 상실했을 때 인간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확인했던 한편, 한 사회에 인문정신이 풍요로울 때 인간은 얼마만큼 큰 가슴을 지닐 수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목도하였다. 흉측한 살인자의 이름을 추모석의 희생자들 명단에 나란히 새겨놓고 ‘지금은 그 누구를 탓할 때가 아니고 서로의 슬픔을 포옹해야 할 때’,‘네가 그리도 도움이 필요했는지 몰랐다. 네 가족의 평화를 빈다’라는 위로의 문구를 헌사한 버지니아 주민들의 성숙함 속에서 인문학의 승리를 엿볼 수 있었다면 그것은 억지일까. 혹여 비난의 화살이 한국인에게 날아올까 조마조마했던 우리들은 안도의 숨을 내쉴 일이 아니라, 이제라도 원대한 안목에서 역사의 위기 때마다 마땅히 가야 할 길을 일러준 인문학의 부활을 위한 장기 포석을 놓을 때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볼 때에도 인문학에 대한 투자가 지혜로운 선택임을 필자는 두가지 모범적인 사례에서 확인한다. 그 첫번째 예가 유대인의 탈무드다. 국가 존망의 숱한 위태로움을 보며 정신적 지주인 경전 연구의 중요성을 깨달은 유대인은 BC 500년경부터 장장 1000년간 수많은 학자들과 랍비들이 가담한 장기 프로젝트로 탈무드를 연구·보급하였다. 이처럼 정신자산에 대한 원대한 안목과 아낌없는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유대인은 수천년간 한과 통곡으로 점철해온 시련의 역사를 이겨내고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민족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실인 경전과 탈무드는 오늘도 세계 각처에 흩어져 살고 있는 유대민족을 연결해 주는 정신적 지주요 얼인 동시에 탁월한 지혜의 원천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는 통계치로도 분명히 드러났다. 역대 노벨수상자의 약 25%가 유대인이며 20세기를 주도한 최고의 지성 21명중 15명이 유대인이다. 미국 최고 부자 40명중 절반이 유대인이다. 두번째 예는 노벨상 왕국이라 일컬어지는 시카고 대학이다. 이 대학은 노벨상 수상자를 70명이나 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기까지 항존주의 교육 철학의 시조인 로버트 허친스 총장의 공적이 컸다. 허친스 박사는 교양 교육의 일환으로 학생들에게 고전 백 권을 각 분야에서 읽도록 했다. 이는 무엇보다도 고전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영원불변한 진리와, 그러한 진리 탐구에 필요한 역할 모델을 발견하도록 함이었다. 그러한 인문·교양 교육의 성과로 시카고대 동문 교수 중에서 엄청나게 많은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게 된 것이다. 인문학 투자는 결코 실용적인 관점에서 무용한 것이 아니다. 이제 우리는 조금 눈을 높이 들어 멀리 보며 위대한 선택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시대를 초월하여 사람들에게 생명과 지혜의 ‘양식’을 공급해 줄 ‘정신자산’의 연구에 국가적인 투자를 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장구하게, 풍요롭게 번영하는 길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차동엽 신부
  • “우리 시대를 말하고 싶다”

    “역사 장편소설은 이제 그만두고 싶습니다. 당대의 일을 쓰려 합니다.” 역사소설 ‘남한산성’(학고재)을 출간한 김훈(59) 씨는 17일 서울 인사동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제 당대를 다룬 글을 쓰고 싶다.”면서 “27년간 기자로 살았는데도 당대를 말한다는 게 겁이 나 잘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대의 일을 작품의 소재로 삼는 조정래, 황석영씨를 존경합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당대의 모습이 제 속에 정리돼 있지 않은 듯 합니다. 기자로서 다양한 체험이 인문학적 소재가 될 수 있는 건지 아직 자신이 없습니다.” 김씨는 그러나 역사소설 중에서도 흑산도로 유배 간 정약전의 삶 등을 다룬 단편은 펴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의 신작은 1636년 겨울 병자호란 때 청나라의 대군을 피해 인조가 신하들과 함께 남한산성에서 47일 간 머물며 겪었던 일을 다룬 장편이다.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 실존의식을 다룬 장편 ‘칼의 노래’, 가야금의 예인인 우륵의 이야기를 쓴 ‘현의 노래’, 이번 신작에 이르기까지 역사소설을 잇따라 발표한 것에 대해 김씨는 “아마 역사에 대한 부채의식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연합뉴스
  • ‘작가 분신’ 지필묵 화폭 속의 독서인

    ‘작가 분신’ 지필묵 화폭 속의 독서인

    소설가 김훈은 지금도 연필과 지우개가 없으면 글을 쓰지 못한다.“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드시 지우고, 다시 써야 하기 때문”이란다. 김남조 시인은 수십년째 사인펜으로만 시를 쓰고 있다. 그는 “사인펜 한 박스를 들여와 원고지 옆에 가지런히 두고 쓰는 일이 나에겐 작은 행복”이라면서 “글의 속도는 빠르지 않아도 글씨 자체는 쾌적하게 쓰여 편하고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영인문학관(관장 강인숙 건국대 명예교수)이 작가들이 사용해 온 다채로운 문구류를 모아 ‘지필묵의 문화사’ 전시회를 오는 13일부터 한달간 연다. 현역 작가들이 실제 사용했거나 사용하고 있는 붓과 벼루, 연필과 필통, 볼펜, 만년필, 워드프로세서 등 다양한 집필도구 200여점을 선보인다. 춘원 이광수에서 소설가 권지예에 이르기까지 현대문학사 100년을 빛낸 문인들의 집필 모습을 담은 사진 100여점도 함께 전시된다. 50년 가깝게 볼펜을 선호하고 있는 고은 시인은 볼펜과 함께 보낸 원고에서 “볼펜, 이 볼펜을 가지면 내 마음은 벌써 서술의 춤을 춘다.”고 말했다. 아내인 강인숙 교수와 함께 영인문학관을 운영하는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전자펜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개막일 당일에는 김남조·이어령·서영은씨의 문학강연회도 함께 열린다. 입장료는 성인 4000원, 학생 2000원.(02)379-3182. 또한 대형서점 반디앤루니스는 책읽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화폭에 담은 그림 전시회 ‘책과 사람전’을 서울 종각역 독서문화광장에서 4일부터 하고 있다. 박학성, 신영진, 신재남, 채기선, 안성용, 김복동씨 등 대한민국인물화가회 회원들이 책과 사람을 테마로 그린 작품 65점을 선보인다. 그림 판매 수익금은 빈곤층 어린이를 위한 교재 구입과 독서 지원에 사용된다.30일까지 계속되는 전시기간 중 매주 토요일 오후 5시에는 ‘음악이 있는 미술-클래식 공연’과 ‘독자들에게 초상화 그려주기’ 등 다양한 행사도 열린다. 관람료는 없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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