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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비자,권력의 기술/이상수 지음

    시간의 켜가 쌓여갈수록 오히려 진가를 더해 가는 것이 고전이다.‘냉혈 사상가’라는 편견 속에 ‘동양의 마키아벨리’란 수식어로 기억되는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 한비(韓非)의 저술 ‘한비자’도 그렇다. 수없이 많은 후대의 책들이 닳고 닳도록 인용을 거듭하건만 결코 그 정신이 빛바래지 않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진시황이 대륙을 통일하는 데 한비자의 법가사상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경쟁국들을 물리치고 치국의 방도를 찾던 진시황은 우연히 한비자의 글을 접하고 무릎을 쳤다.“이 글을 쓴 이를 만나 사귈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이다.” 대통령선거가 초읽기에 들어간 시점에 리더십의 기술을 논하는 책은 입맛을 당기게 마련이다. 인문학의 깊이를 함께 느낄 수 있는 경영서를 찾는다면 ‘한비자, 권력의 기술’(이상수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이 맞춤한 책이다. 제자백가의 논리철학에 천착해온 지은이는 한비자에서 권모술수가 아닌,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는 조건 7가지를 간파해 냈다. 기득권 세력을 꺾고 조직을 혁신하는 ‘개혁자’, 부하 스스로 충성할 수밖에 없는 규율을 만들어 내는 ‘조직자’, 자신의 호오(好惡)나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집행자’, 스스로 나서기보다는 주위 인재를 이용할 줄 아는 ‘경청자’, 조직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는 ‘방향탐지자’ 등이 그것들이다. 자신에게 능력이 있더라도 드러내지 않고 부하들에게 그런 능력을 뽑아내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리더십의 핵심이라는 주장이 흥미롭다. 책은 “리더는 본질적으로 고독하며 무한책임을 지는 숙명”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점에서 한비자는 철저한 현실주의자였다는 평가가 덧붙는다. 책에는 교과서에서 자주 접해온 고사와 일화들이 나온다. 지극히 현재적 감각으로 제왕학의 리더십을 추려내면서도 고전에 등장한 일화와 고사들을 근거로 삼은 책의 요령이 예사롭지 않다.1만 5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문화마당] 광화문의 인문강좌/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한 달 전부터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광화문에서 의미있는 인문학 행사가 열리고 있다. 역사적으로 유서깊은 장소인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교육인적자원부가 후원하고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주최하는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가 매주 토요일마다 열린다. 그동안 3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넓은 강당에는 거의 빈 자리가 없이 빼곡하게 청중들이 앉았고, 강단에서는 저명한 학자들이 강의를 진행했다. 1차로 성균관대 임형택 교수가 ‘한국지성의 문명의식과 실학’이라는 주제로 다섯 번 강의했고, 지금은 서울대 김남두 교수가 ‘문명의 텍스트로 읽는 국가’라는 주제로 두 번째 강의를 진행하는 중이다. 지금까지 일곱 번 진행된 강의에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사적으로는 이 강좌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데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그저 강의를 듣고 싶은 욕심 때문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청중석에 앉아 있다. 하루에 두 시간씩 모두 10시간에 걸쳐 진행된 첫 강좌를 듣고서 뭔가 색다른 인문학의 진수를 접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학원 강의에서나 접할 수 있는 전문성을 넘어서고, 오히려 그보다도 더 학자의 정수에 속하는 지식과 경륜을 잘 간추려서 강의했다. 거시적인 역사의 흐름 속에서 지성인의 사유와 고민을 살펴본 첫 강좌는 지엽적인 문제의 천착을 넘어 생각하는 것의 필요성을 거듭 느끼게 만들었다. 플라톤의 ‘국가’를 문명의 텍스트로 읽는 김남두 교수의 강좌는 서양 고전의 세계를 다시 접하는 계기가 됐다. 이 기회를 이용해 ‘국가’를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는 그분의 말을 듣고서 당장 책을 사서 앞부분을 읽었다.20여년 전에 읽어보려다가 잘 읽을 수 없어 읽기를 포기하고 아예 책까지 버린 경험이 있다. 그분이 소개한, 박종현이 번역한 책은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읽기가 수월했다. 인간과 사회의 구성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들이 계속되는 이 강의는 동양적 사유에 익숙해버린 내게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 대학에 있으면서도 다른 전공 학자의 좋은 강의를 듣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학계에서 널리 인정받는 각 분야의 전문학자로부터 그 분야에 고유한 지적 문제를 접한다는 것은 어디서고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강좌가 만들어지게 된 동기의 하나도 여기에 있고, 앞으로 진행되는 경제학자나 정치학자들이 인문적인 사유를 펼치는 것에 기대가 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인문강좌의 시작은 성공적인 듯하다. 진지하고 수준 높은 인문학자의 지적 작업이 많은 사람과 공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섣부른 대중화를 목표로 알기 쉽고 흥미성 있는 것만을 골라서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도 일깨워줬다. 청중들의 연령대도 20대에서 70대까지 골고루 분산돼 있고, 하는 일도 다양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점도 고무적이다. 인문학이 이 시대의 삶의 현실과 동떨어져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진지 오래다. 실용적인 학문과 견줘 볼 때는 더욱 무력해지기 쉽다. 그럴수록 인문학자들이 더 많은 문제를 제기하고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노력해야 한다. 인문학의 성과는 통상 논문으로 표현되나 논문은 대체로 그 분야 전문가들만의 폐쇄적 울타리 안에서 유통된다. 저술은 그보다 훨씬 낫지만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 광화문에서 진행되는 인문강좌처럼 많은 사람에게 열려 있는 수준 높은 강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한두 번의 시도가 아니라,1년 나아가 10년, 그리고 그 이후까지 서두르지 않고 대화와 소통의 마당을 만들어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남이 아니라 인문학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앞장서 해나가야 할 일이다.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 “6급 견습직은 대학성적 5%안에 들어야 추천”

    “6급 견습직은 대학성적 5%안에 들어야 추천”

    지역인재를 등용하기 위한 지역인재추천채용 일정이 내년 1월 대학별 추천전형으로 시작된다.2005년과 2006년 지역인재추천채용제도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선배들에게 준비방법과 6급 견습생활에 대해 들어봤다.●인터뷰 참석자 ▲진익한(1회·경상대·경남):중앙인사위원회 임용관리과 ▲김성희(2회·금강대·충남):문화관광부 국제교류진흥팀·24세 ▲한경심(2회·한양대·서울·기술):소방방재청 안전문화팀·25세 # 지원과정을 소개해 달라 진익한(이하 진):신문에서 기사를 읽고 ‘고시를 통하지 않고서도 공무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끌렸다. 고시는 2년 넘게 시험공부에 메달려야 하는 점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김성희(이하 김):연초에 6급견습제도에 대해 듣고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성적은 1학년 때부터 관리를 잘 해 왔다. 토익점수는 775점만 넘으면 된다. 점수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1∼3회 합격자의 토익 평균점수는 860점 정도다. 한경심(이하 한):원래 행정고시를 준비했다가 친구의 권유로 응시했다. 규모가 큰 학교는 4명까지 추천할 수 있는데 일반행정과 기술직에 남녀 각각 1명씩 추천하는 게 일반적이다. # PSAT와 면접시험 준비는 어떻게? 진:우선 교내에 있는 행정고시반의 도움을 받아 기출문제를 풀면서 연습했다. 짧은 시간안에 많은 문제를 소화해야 했기 때문에 초시계를 재가면서 연습했다. 김:지방에 있기 때문에 학원에 갈 수가 없어서 PSAT 동영상강의를 들었다. 같은 강의를 여러번 반복해서 숙지하는 게 단기간에 실력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한:공무원 면접 관련 책을 읽으니 어떤 질문이 나올지, 어떻게 답을 해야 하는지 감이 잡혔다. 학교에서 하는 모의 면접에 참가해서 복장이나 자세에 대해서 조언을 받기도 했다. 관련 카페에서 지역별로 면접 스터디그룹을 구성하는 것도 방법이다. 진:면접은 개인 프레젠테이션(PT)과 심층면접을 실시한다. 개인PT에서는 사회현상을 나타내는 제시문을 주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을 고안해서 장·단점 위주로 설명하는 식이다.▲학벌주의의 문제점▲인문학의 위기와 해소방안▲수능 등급제▲자격증 가산점제도의 역차별 논란 등이 나왔었다. 한:압박면접도 있다. 딜레마적인 상황에 닥쳤을 때 어떻게 해결하는지 문제해결능력을 보는 것 같다. 면접관은 민간 헤드헌터 1명, 중앙부처 과장급 1명, 분야별 교수 1명으로 총 3명이다. #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만족도는? 진:중앙인사위에서 국제기구파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배웠던 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신문 인사란을 보고 괜히 흐믓해하기도 한다. 김:문화부에서 국제교류 업무를 하고 있는데 대학에서 공부한 중국어를 백분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전통문화지킴이, 국가청소년교류사업에 참여했던 것도 도움이 많이 된다. 한:마찬가지다. 기술직이어서 소방방재청을 지원했는데 3년 견습기간 여러가지 업무를 다양하게 경험해 볼 수 있어서 좋다. 한 업무를 2∼3년 동안 하다 보면 전문성을 키울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다양한 시각을 기르기는 어려운 것 같다. # 6급제도 도입 초기여서 겪는 어려움은 진:공직사회 전체로 보면 6급은 너무나 미미한 존재다.6급 견습제도에 대해 모르는 공무원들도 많았다. 그래도 처음이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원도 늘고 열심히 하다 보면 자연히 알려지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벌써부터 각 부처에서 6급직원들이 일을 잘 한다고 소문이 나서 서로 데려가려고 한다고 한다.(웃음) 김:맞다.1기 선배들이 길을 잘 닦아 놓아서 덕을 많이 봤다. 학교의 대표임과 동시에 지역의 대표라는 생각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열심히 해야 다음에 올 후배들도 나처럼 덕을 볼 것 같아서. 한:고시출신들은 기수별로 모임도 있고 하지만 동기가 너무 많아서 다 모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6급은 50명이라 같은 반 친구들 같다. 서로 잘 알고 그래서 더 잘 챙겨 주려고 한다. # 6급 견습직원을 지망하는 후배들에게 김:학교추천부터 최종합격자 발표까지 거의 1년이 걸린다. 그러면서 다른 취업준비를 동시에 하는 게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중간에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고. 하지만 ‘난 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잘 이겨내서 꼭 합격하기 바란다. 진:일반 사기업에서는 느낄 수 없는 보람이 있다. 나로 인해 공무원이 달라지고 그로 인해 국민들에게 도움이 됐을 때 보람을 많이 느낀다. 평생직장이나 철밥통을 생각하거나 부모님의 권유로 막연히 준비하기보다 사명감을 가진 젊은이들이 많이 지원했으면 좋겠다. 한:젊고 능동적인 부분을 높게 사는 것 같다. 면접 때 열심히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력하게 어필하기 바란다. 인터넷 카페 ‘6급인턴 세상을 바꾸는 힘(cafe.daum.net/6gup)’에서 선배들로부터 면접 등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열린세상] 태왕사신기 유감/김정란 상지대 교수·시인

    [열린세상] 태왕사신기 유감/김정란 상지대 교수·시인

    최근 고대사를 다룬 드라마들이 쏟아지는 현상은 세계문화사적으로도 설명할 수 있으며, 한국적 상황에서도 충분한 문화적 이유가 있다. 한국에서 고대사가 돌아오고 있는 현상은 한국인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자부심의 바탕 위에서 다시 구축하고 있다는 사실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른바 ‘붉은악마 현상’은 한국인이 오랫동안 한국인을 주눅들게 했던 열등감을 벗어내기 시작했다는 증거 중의 하나이다. 이런 현상들을 두고 ‘민족주의의 위험’을 경고하는 논자들도 있다. 우리 문화 안에 버려야 할 닫힌 민족주의적 성향이 존재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혼혈아들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잘못된 시각 등 닫힌 민족주의의 폐해를 드러내는 문제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고대사의 귀환이나, 붉은악마 현상 등은 이러한 닫힌 민족주의의 발현이라기보다는 한국인들이 문화적 열등감을 벗어내고, 당당한 세계 주민으로서 자문화의 우수성을 인식해 가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낼 뿐이다. 드라마가 고대사를 다루는 것은 자연스럽고 바람직하기까지 한 일이다. 그러나 그 고대사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를 따져 보아야 한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몇 백억원씩 돈을 퍼부어 만든 ‘태왕사신기’ 같은 드라마라면, 그 문화적 대차대조표를 뽑아 보아야 하지 않을까? 우선 ‘태왕사신기’가 광개토대왕을 신격화하기 위해 무리한 신화 해석을 하는 바람에 많은 문제점을 노정시켰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1회에서 주신제국의 기원은 고조선 건국신화인 단군신화를 통해 설명된다. 홍익인간의 메시지를 가지고 하늘에서 내려온 환웅, 신단수, 곰, 호랑이, 단군, 풍백, 우사, 운사 등 단군신화의 신화소(神話素)가 그대로 사용된다. 웅족과 호족의 대결에서 웅족 부족장 새오가 환웅의 사랑을 얻어 환웅의 아기를 잉태한다는 해석에는 큰 무리가 없다. 단군신화 연구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웅녀의 유래를 곰 토템 부족과 호랑이 토템 부족 대결에서 곰 토템 부족이 승리한 것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그 외에는 문제투성이이다. 가장 큰 문제는 광개토대왕을 신격화하기 위해 단군을 지워 버렸다는 사실이다. 단군신화는 분명히 단군을 우리 민족의 시조로 제시한다. 그런데 광개토대왕이 환웅의 환생이라면, 단군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또한 4신의 무리한 해석도 문제가 된다.4신은 음양오행 철학에서 유래한 방위 신으로 동서남북을 관장하며, 그 방위는 각기 목금화수(木金火水)의 원소에 대응한다.‘태왕사신기’는 환웅이 하늘에서 데리고 내려왔다는 우사, 운사, 풍백을 현무, 청룡, 백호에 연결시키는데, 이는 매우 무리한 해석이다. 운사, 풍백은 모두 농경신이다.4신과는 기능이 전혀 다르다. 나는 이 드라마가 차라리 순수 판타지를 지향했더라면, 이런 모든 문제들이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는 드라마 제작자들이 인문학을 경시하기 때문에 생겨난 현상이다.‘신화’를 황당무계한 이야기 정도로 생각했기 때문에 자의적으로 해석해도 된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신화는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다. 겉보기의 황당무계함 아래에는 인류의 수천년에 걸친 문화 경험이 녹아 있다. 그것의 재해석은 얼마든지 용인되는 것이며, 신화는 재해석에 의해 생명력을 이어 간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재해석이 철학 없이 ‘아무렇게나’ 이루어질 때, 신화는 아무것도 말하지 못한다. 화려한 볼거리만이 좋은 판타지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모든 성공한 판타지는 탄탄한 인문학적 해석에 바탕한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다. 더군다나 역사적 인물에 대한 판타지라면, 더욱더 치밀한 인문학적 해석이 뒤따라야 한다. 김정란 상지대 교수·시인
  • 美대학 저소득층 학생선발 확대

    인문학 명문인 미국 매사추세츠주 암허스트 대학의 지난해 신입생 473명 중 10%는 ‘퀘스트브리지(QuestBridge)’ 출신이다. 같은주의 명문 윌리엄스 대학 입학자의 6.9%, 스탠퍼드과 프린스턴 새내기의 2.6%도 이곳에서 나왔다. ‘퀘스트브리지’는 액세터, 앤도버 같은 명문 사립고를 연상시키지만 사실 스탠퍼드, 예일 등 명문대 20곳에 저소득층 가정 출신 학생들의 입학을 주선해주는 비영리 단체다. 대학들이 인종은 물론 다양한 소득계층의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학생층 다변화에 힘쓰는 대학들에 퀘스트브리지 같은 프로그램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비슷한 프로그램들은 더 있다.‘수학·공학·과학성취(MESA)’ 프로그램은 캘리포니아 지역 대학의 저소득층 학생 선발을 돕고 있다. 뉴욕의 비영리단체 ‘파시 프로그램’도 같은 목적의 단체다.‘업워드 바운드’는 연방 정부 프로그램으로 저소득계층 학생들을 미국 전역 대학에 소개해주고 있다.2003년 시작된 퀘스트브리지는 고등학교 진학상담가, 교사 등 미국 전역에 3만명의 회원진을 구축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혜택받지 못한 인재 약 4만명의 후보군을 확보해놓고 있다. 각 대학들은 퀘스트브리지에 연간 4만∼7만달러의 수수료를 내고 있고 학생들은 대학에서 장학금 혜택을 받는다. 재단 관계자는 “연간 예산 160만달러 중 수수료가 절반 정도며 나머지는 골드만 삭스, 에드워드 페인 재단 등으로부터 기부받는다.”고 밝혔다. 뉴욕 센추리 재단에 따르면 2004년 미국에서 선호도가 높은 146개 대학에서 소득이 하위 25%에 속하는 가정 출신의 학생은 3%에 그쳤다.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열린세상] 늦가을 부여를 유람하다/황규호 ‘한국의 고고학’ 상임편집위원

    [열린세상] 늦가을 부여를 유람하다/황규호 ‘한국의 고고학’ 상임편집위원

    단풍이 끝물에 접어든 지난 주말 백제의 마지막 도읍지 사비의 자리인 충남 부여를 찾았다. 나잇살이나 든 은행나무는 유독 가지를 더 흔들어 빛깔 바랜 이파리를 부러 털어낸 참이었을까. 그렇게 은행잎이 마구 쏟아져내리는 주말이었다. 한 시절을 인문학 분야 학술에만 매달려 글을 쓴 몇몇 후배와 동행을 했으니, 그런대로 그림도 괜찮았다. 어떤 일거리를 딱히 찍은 여행이 아니었던 터라, 굳이 길을 재촉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한나절이 실하게 기울어서야 백마강 건너 규암이라는 부여 땅에 다다랐다. 서기 577년 백제 위덕왕이 절을 지은 사연을 분명하게 적은 새김글씨(銘文·명문) 사리기 세트를 발굴한 왕흥사터가 바로 규암에 있다. 그러고 보면, 문화유적학과 등을 거느린 한국전통문화학교가 일찍 규암에 자리잡은 까닭을 알아차릴 만하다. 왕흥사를 삼국사기 기록보다 3년이나 앞서 위덕왕이 창건했고, 죽은 왕자를 위해 지었다는 새김글씨 내용은 얼마전 크게 매스컴을 탔다. 이는 고고학이 거둔 빛나는 학술적 성과가 틀림없다. 그러나 고고학과 역사학이 충돌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아직은 문헌사학에 매달려야 하는 역사학을 뒷받침할 인문학끼리의 협력적 보완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1971년 공주에서 발굴한 백제 무령왕릉이 한국고대사에서 아리송한 부분을 메웠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어떻든 백제 무왕이 뒷날 위덕왕의 원찰(願刹)인 왕흥사 법회에 참석할 때는 강 건너 규암 쪽에 먼저 합장한 다음 나룻배를 타고, 백마강을 건넜다는 이야기가 역사에 나온다. 그 나루터를 약간 비켜 지금은 백제대교가 덩그렁 지나간다. 우리 일행은 이미 백마강을 건넜다는 핑계로 규암에서 하룻밤을 묵을 요량을 대고, 이웃 무량사 유람에 나섰다. 노루꼬리만도 못한 늦가을 짧은 해가 도량 뒷자락 만수산 산마루를 걸터앉기가 무섭게 산 그림자가 저무는 해를 냉큼 삼켜버렸다. 그리고 삼태기처럼 생긴 무량사 골짜기에 이내 어둠이 깔렸다. 이 좋은 날, 어찌 술 한잔을 걸치지 않으랴. 무량사 들머리에 문을 연 대폿집을 찾아들었다. 감칠맛 나는 약주 서너 옹배기를 술꾼 셋이서 게 눈 감추듯 비웠다. 그러나 무량사에 주석한 동안 나무열매로 술을 빚어 늘 마시면서, 도도한 시심을 펼쳤다는 조선 중기의 진묵(震默) 스님 주량을 따라잡지는 못했을 것이다. 규암으로 나와 고고학 연구자들의 무슨 세미나를 위해 개방한 한국전통문화학교 외빈 숙소에서 업어가도 모를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천성이 온화하기로 소문난 한국전통문화학교 총장 이종철 박사는 작취미성의 술꾼들을 훌몰아 성흥산성으로 끌어냈다. 위사좌평 백가가 동성왕을 시해한 모반의 자리였고, 백제부흥군의 우두머리 괴실복신이 활약한 근거지였다고 한다. 날이 활짝 개었을 때는 백강 하구 군산까지 한눈에 들어온다는 성흥산성의 바람은 상쾌하다 못해 곧 달았다. 이왕 나선 김에 국립부여박물관이 소장한 백제금동향로를 구경하지 못하면, 필경 후회할 것이라는 이 총장의 성화를 뿌리치지 못했다. 문화재를 전담하던 대기자 시절에도 실물을 만나지 못한 ‘앉은뱅이 기사’를 썼거니와, 실은 부여박물관에 들른 적이 없다. 그런데 박물관 전시실 동선을 따라 돌면서 깜짝 놀랐다. 조명이 밝은 진열장에서 좀 떨어진 어두컴컴한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올망졸망한 아이들의 빛나는 눈동자와 부닥친 것이다. 박물관 큐레이터인지, 또는 인솔교사인지는 모른다. 어떻든 그들의 설명을 주시하는 수많은 눈동자를 만나는 순간 울컥 솟아오른 감격을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 인문학적 요소를 다분히 함축한 박물관에서 실사구시의 진리를 일찍 터득한 아이들 표정을 빌려 학문의 장래를 보았다. 황규호 ‘한국의 고고학’ 상임편집위원
  • 80여년 전 예술사진 작가를 만난다

    80여년 전 예술사진 작가를 만난다

    지금부터 80여년 전 이 땅에 예술사진 개인전을 열었던 이가 있었다. 무허(舞虛) 정해창(1907∼1968)이다. 일반인들에겐 그리 익숙하지 않을 이름이지만, 그는 정녕 식민지 지식인으로서 평생 ‘조선적인 것’을 좇았던 예술가였다. 그의 세계를 서울 광화문 일민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벽(癖)의 예찬, 근대인 정해창을 말하다’전은 취미를 벽(癖)의 경지로까지 끌어올린 근대 지식인의 한 전형을 소개한다. 정해창은 보성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일본과 중국 유학을 통해 그림과 사진, 금석학 등을 연구하며 식민시대를 거친 선구적인 지식인. 해방 이전엔 사진가와 서도전각가로, 해방 이후엔 금석학 및 불교미술사 연구에 전념하며 미술평론가로도 활동했다. 전시는 작가의 예술활동 영역에 따라 두 부문으로 나뉜다.1부 ‘사진인문학을 열다’에선 1929년부터 1939년까지 사진가로 활동한 시기의 사진작품,2부 ‘서도전각의 길을 가다’에선 1941년 당시 화신백화점에서 ‘서도전각전’을 연 이후 서예가와 전각가로 활약했던 시기의 관련작들이 각각 선보인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인이 촬영한 사진은 민속학에 관심을 둔 송석하가 찍은 것이 거의 전부이다시피하다. 그런 만큼 500여점에 이르는 정해창의 사진자료는 근대 기록문화 유산으로도 손색없다는 평가다. 이번 전시엔 5권의 불교미술 사진첩도 처음 공개됐다.“정해창의 예술사진과 함께 한국 근대기의 중요한 역사기록물로서 사진인문학의 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미술관측은 설명했다. 전시는 내년 2월3일까지.(02)2020-2057.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교육개혁 반대” 佛 대학생 수업거부

    |파리 이종수특파원|‘프랑스 대학생도 총파업에 가세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전방위 개혁에 반발하는 노동조합의 잇단 파업이 예고된 가운데 이번엔 프랑스 10여개 대학생들이 대학개혁 방안에 항의, 수업거부와 학교 봉쇄 등 저항에 나섰다. 루앙, 미레유(툴루즈), 파리 1·4, 렌 등 프랑스 10여개 대학은 단과대학별로 잇따라 학생 총회를 열고 지난 8월 의회를 통과한 대학자율화법의 폐기를 촉구했다. 이 법안의 골자는 5년 이내 모든 대학 예산편성 및 학생 선발 자율화, 등록금 인상, 기업 기부금 모금 등을 허용하는 것이다. 이에 좌파 성향의 대학생 단체들은 “법안은 대학의 사유화를 가져오고 평준화의 틀을 깨트린다.”며 전면 폐기를 촉구했다. 국립으로 운영되는 85개 대학에 기업 기부금을 허용하면 인문학부 등이 소외되고 학생선발권을 자율화하면 모든 학생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대학평준화 틀이 무너진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지방의 루앙·투르·툴루즈 대학과 파리 1대학 톨비악 캠퍼스의 대학생들은 6일(현지시간) 오전부터 학교를 봉쇄하고 파업에 나섰다. vielee@seoul.co.kr
  • [내 책을 말한다] 역사의 힘/ 솔과학 펴냄

    ‘역사의 힘’은 오랫동안 연구하고 교육하며 발표하였던 필자의 역사칼럼집이다. 그러나 새롭게 집필한 부분이 더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모두 6부 54개 항목으로 분류하되 제1부는 시련 속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제기하고 고구려의 동북공정으로부터 신돈, 병자호란, 간도와 대원군의 통상거부 정책까지 그 속에 내재한 긍정 부정의 교훈이 무엇인가를 오늘에 되살리기 위하여 살피고 역사가 힘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제2부는 역사에서 힘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대한민국의 건국과 그에 종사한 인물들의 피나는 헌신이 스스로의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실증 속에서 용솟음의 신기운을 추출해 냈다. 제3부는 ‘모든 역사는 현대사로부터라’는 원리에 따라 현대사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 대한민국의 건국을 역동적이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민족사의 정통성 즉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살폈다. 결코 자학과 정체, 혼돈, 외세의존, 무질서가 아닌 민족의 도약을 위한 정당한 원천과 저력이 무엇인가를 제시하였다. 우리 역사를 객관적 타당성의 역사 이해의 서술방법을 모색하려 애를 썼다. 결코 과장이나 허장성세가 아닌 우리 민족 고유의 자주 자립의 협동심을 추출해 내려고 지혜가 가득한 고전들을 들추어냈다. 제4부는 역사에 길을 물어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여 살아가는 데 힘이 될 요소와 지혜 총명이 무엇인지를 제시하여 역사를 이해해야 하는 필연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제5부는 인간 활동의 근간은 역사를 이해하고 활용함에서 찾을 수 있는 쉬운 길이 있음에도 고통 시련 역경 속에 방황하고 있는 군상들에게 길잡이 노릇을 하게 안내하고 있다. 제6부는 5분 명상이 될 제목 속에 억울하게 평가받지 못하고 오해와 편견 속에서 역사의 아웃사이더가 된 분들을 무작위로 골라 공과 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섭리하는 차원에서 조용히 묵상의 자료로 제공한 것이다. 명암이 교차하는 분들로, 재평가 받아야 할 인물들이라고 본다. 우리 안에 역사가 있기 때문에 가장 강력한 힘을 갖는다는 역사가 제임스 볼드윈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역사가 우리를 지배하고 있어 역사는 과거의 낡은 고전이 아니고 과거 연구가 현재의 사건을 이해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한다면 우리는 역사에서 긍정적인 힘을 얻어 실재에 활용할 수 있는 것임을 분명히 증명할 수 있겠다. 이상의 54개의 대소 논설들은 다 같이 그런 맥락에서 일관되게 기 철학을 세우기 위하여 집필한 것이다. 나는 40∼50년동안 역사공부 한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 요즘같이 인문학이 푸대접받는 순간에도 말이다. 이현희 성신여대 명예교수
  • “야후코리아 4년간 年20% 성장”

    “야후의 르네상스 시기가 오고 있습니다.” 야후의 한국 진출 10년을 맞아 23일 한국을 찾은 수전 데커 야후 사장은 인문학의 부활을 맞은 르네상스처럼 야후 부활의 때가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야후의 최고 재무책임자(CFO)였던 수전 데커는 지난 6월 사장에 임명됐다. 취임 후 첫 방문지로 한국을 택했다. 데커 사장은 “야후의 3대 핵심 역량은 통찰력, 개방, 최상의 파트너십”이라며 “소비자의 요구를 간파하는 통찰력과 개방 플랫폼을 통해 광고주와 매체들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파트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야후를 인터넷 이용자들이 인터넷 첫 화면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개인별 맞춤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전략의 일단을 내비쳤다. 데커 사장은 “야후코리아는 앞으로 4년동안 연평균 20%이상 성장할 것으로 믿는다.”면서 “전세계 야후 시장 가운데 미국을 제외하면 가장 큰 시장이 바로 한국”이라고 강조했다. 데커 사장은 “한국의 높은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은 다양하고 혁신적인 인터넷 서비스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게 하는 동인”이라며 “한국에서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데커 사장은 또 “구글 등 경쟁사들이 검색과 검색광고 시장에 주력하고 있지만 야후는 다양한 분야의 폭넓은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서울광장] 후보 단일화, 그 세번째 이야기/진경호 정치부 차장

    [서울광장] 후보 단일화, 그 세번째 이야기/진경호 정치부 차장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의 막이 올랐다. 삼성을 꺾은 한화를 플레이오프에서 누른 두산과 페넌트레이스 1위 SK가 대망의 한국시리즈 7차전에 돌입했다. 한국시리즈는 정치판에서도 진행 중이다. 영남권을 축으로 한 ‘동부리그’ 한나라당에선 이명박 후보가 일찌감치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한데 ‘서부리그’ 범여권은 사정이 그렇질 못하다. 아직도 플레이오프가 진행 중이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어렵사리 당내 경선에서 손학규, 이해찬 후보를 눌렀지만 고작 준플레이오프를 통과했을 뿐이다. 페넌트레이스를 벌인 적도 없고, 누가 플레이오프로 직행하라고 허락한 바도 없지만 어쨌든 장외후보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은 떡하니 후보 단일화라는 플레이오프에 올라 있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 또한 당내 경선이라는 준플레이오프를 치르고는 지금 후보 단일화를 외친다. 정동영·문국현·이인제 이 세 사람의 플레이오프는 빨라야 11월 중순에야 판가름이 날 모양이다. 대선이 코앞이건만 아직도 범여권 대선후보는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이들이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킨다면 1997년 DJP연합,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에 이어 세번째가 된다. 바람직하든 않든 후보 단일화가 어느덧 우리 대선의 기본공식으로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앞서 DJP연합은 호남과 충청이라는 지역과 지역의 결합이었다. 반면 노-정 단일화는 지역 대신 세력·세대의 연대를 택했다. 한번은 내각제 개헌이, 한번은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이 연결고리로 쓰였다. 승리한 뒤 전리품을 어떻게 나눌지 미리 정했다. 그것을 그들은 권력의 분산이라 불렀고, 민주화의 진전이라 평했다. 정·문·이 3자의 3차 후보 단일화는 1,2차 단일화의 종합판이다. 정동영-문국현은 진보세력 연대, 정동영-이인제는 지역연합의 색깔을 지닌다. 세력이 합치고 지역이 뭉친다니, 환상적이다. 그 자체로 국민 통합이다. 막강연대, 막강후보다. 이명박은 꼼짝마라다. 독식할 권력을 셋이 나누니 더없이 선진화된 권력구조도 갖게 된다. 박수칠 일이다. 그런데…, 박수가 안 나온다. “선거라는 게 부분적으로 국민을 속이는 게임 아니냐.” 하도 많아 그땐 그냥 지나쳤지만 분명 ‘노무현 어록’에 나오는 말이다. 집권 3년을 맞아 노 대통령이 북악산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단일화를 하든 말든, 그것이 범죄가 아닌 다음에야 그들의 자유다. 그러나 국민을 적당히 속이는 게임이 선거라고 대통령이 버젓이 말한 이상 유권자로서도 적당히 속지 않기 위해 최소한 무엇을 위한 단일화인지는 알아야겠다. 살아온 길과 삶의 가치와 정치 이념이 전혀 다른 그들이 한 배를 타면 나라가 어디로 가는 것인지 정도는 들어야겠다. 유권자로서 선거사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대비책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정동영 후보는 이명박 후보에 앞서 문국현, 이인제 후보에게 먼저 가치논쟁을 요구해야 한다. 후보 단일화를 하겠다고 한 이상 그것이 바른 수순이다. 이를 기꺼이 지켜볼 의사를 유권자 우리는 갖고 있다. ‘남자의 얼굴에는 양해를 구하는 듯 예의 바른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그것은 수없이 반복되어온 거짓말을 할 때의 표정 같기도 했다.’ 동인문학상 수상작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에서 작가 은희경이 말한, 남자의 이런 표정을 이번 대선후보에게선 정말 보고 싶지 않다. 진경호 정치부 차장 jade@seoul.co.kr
  • 서대문, 운영종합평가 최우수

    서울시가 진행한 ‘주민자치센터 운영 종합평가’에서 서대문구가 최우수구로 선정됐다. 이번 평가는 주민자치센터 운영지원과 내실화 등 일반운영 분야와 프로그램 운영분야로 나뉘어 실시됐다. 서대문구는 17일 북아현3동 고지대의 계단을 이용한 ‘테마가 있는 계단 만들기’, 홍은3동의 부부(가족) 중심의 정감 있는 문화문패 달기, 북가좌1동의 ‘낡은 옹벽 벽화 그리기’ 등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사업을 추진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현동훈 구청장은 “연세대, 명지전문대, 서울여자간호대 등과 연계해 주민야간대학, 주민건강대학 등을 운영하고 인문학 교양강좌와 권역별 특화 강좌 등 프로그램을 다양화한 결과”라고 말했다.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美 박사취득 기간 줄이기 고심

    美 박사취득 기간 줄이기 고심

    박사 학위를 취득하기까지의 평균 기간이 세계에서 가장 길기로 유명한 미국 대학원들이 박사 배출 속도를 높이고, 학위 중도 탈락자들을 줄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따는 것은 시간과 돈과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평균적인 박사학위 취득 소요 기간은 8.2년. 특히 교육학 분야는 이보다 훨씬 긴 13년이다. 미 국립과학재단(NSF)이 2005년도 박사학위 취득자 4만 3354명을 분석한 결과다. 또 논문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학위 과정을 중도에 그만두는 비율도 절반에 달한다. 학위 취득자중 12%는 5만달러(약 4580만원)가 넘는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이공계 평균 박사학위 취득 기간은 한국 56개월, 캐나다·호주 69개월인데 비해 미국은 무려 101개월이었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미국 대학원들은 박사 학위 취득 기간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보완책을 내놓고 있다. 먼저 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인 학위 논문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려는 시도들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대다수 이공계 대학원들은 한권의 거창한 논문 대신 학기중 3개의 연구보고서를 제출토록 하고 있다. 경제적 지원도 한 방법이다. 프린스턴대는 수년 전부터 연간 수백명의 박사과정 학생들에게 학비를 면제하고,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지원을 확대한 결과 인문학 분야의 평균 박사 학위 취득 기간이 2003년 7.5년에서 올해 6.4년으로 줄었다. 공부벌레처럼 혼자 책과 씨름하거나 연구실에 파묻혀 지내는 대신 지도교수와 동료들과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프린스턴대학원에서 화학공학을 공부하는 닝 우는 1주일에 한번 지도교수와 논문에 대해 토론한다. 올해 박사 과정 4년차인 그는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내년쯤 학위 취득을 낙관하고 있다. 미국 박사 학위 과정의 문제점을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미국과 캐나다 400여개 대학원의 모임인 미국 대학원협의회(CGS)는 지난 2004년 7년 장기 프로그램인 ‘박사 학위따기 프로젝트(Ph.D.Completion project)’를 발족해 운영중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웰빙’의 대미는 ‘웰다잉’

    ‘웰빙’의 대미는 ‘웰다잉’

    ‘웰다잉’ 죽음과 관련해 요즘 가장 많이 쓰이는 말 중 하나일 것이다.‘웰빙’이 잘 사는 방법에 초점을 맞춘 조어라면 ‘웰다잉’은 어떻게 잘 죽을 수 있는지에 천착한 신조어랄 수 있다. 아니 그보다는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대비할지를 강조하는 개념일 것이다.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이 죽음과 관련한 학술제를 마련해 관심을 끌고 있다. 서강대 종교연구소 주관으로 오는 10∼13일 서강대 다산관 국제회의실과 세미나실에서 여는 ‘죽음과 죽어감 그리고 영성’ 주제의 학술모임. 지금 한국사회에서는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죽음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과 종교계의 죽음관에는 어떤 간극이 있는지를 따지는 흥미로운 자리이다. ●학술진흥재단 10일 ‘죽음…´ 학술모임 미리 배포된 발제문을 보면 참석자들은 대부분 ‘우리사회에서 인간의 근원적 공포인 죽음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토론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 동의한다. 종교계 일부에서 다루는 죽음도 교리적 문제나 의례의 한 과정에 국한할 뿐 보편적 언어로 일반 시민이 접근하기엔 한참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죽음과 관련된 혼란과 절망적 상황을 완화시키고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시스템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 참석자들은 “죽음에 대한 사회적 은폐와 억제는 개인의 정서적 문제와 인간소외를 불러오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사회 전체의 문제”라며 “죽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고통을 개인적 차원뿐만 아니라 집단적 차원의 돌봄을 통해 적극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죽음 어떻게 받아 들이고 대비할까 오지섭(가톨릭대 강사·종교학)씨는 ‘현대 한국인을 위한 죽음 이해’를 통해 “한국사회에서 빈번한 죽음과 관련한 갈등상황인 자살, 안락사, 납골당 시비, 의미있는 죽음논쟁의 근본원인은 바로 부적절하고 불충분한 죽음의 이해에 있다.”며 이 궁극적인 이해를 위해 유교적 죽음이 가장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오씨는 “유교의 죽음 이해는 한마디로 죽음보다 더 큰 삶을 사는 것”이라며 “현세적 가치를 넘어서는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사는 것이 죽음을 의연하게 맞을 수 있는 원리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수빈(서강대 강사·종교학)씨는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두 종교전통인 유교와 도교의 죽음관·영생 관점을 비교해 눈길을 끈다. 최 교수는 “유교와 도교는 모두 죽음을 부정적인 모티프로 사용하지만 우주가 무한한 변화와 반복을 통해 영원하듯이 우주의 일부인 인간도 삶과 죽음이라는 우주적 과정을 통해 영원히 존속된다는 발상 차원에선 같은 맥락”이라고 주장했다. ●유교선 “존재의 또 다른 영속” 그러나 “유교에서 죽음은 군자의 삶을 추구하는 한 개인이 자신의 인격완성과 도덕적 삶의 과정을 마치는 임무종료의 순간을 말하는 반면 도교에서의 죽음은 세속적 삶의 제약에서 벗어나 대자연의 품으로 돌아가 우주와 하나가 되는 자유의 순간이거나 또다른 존재양식으로 거듭나는 순간을 말하는 차이점을 갖는다.”는게 최 교수의 관점이다. 결국 누구나 소멸 의미로서의 죽음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지만 ‘존재의 또다른 영속’ 측면에서 죽음을 긍정적으로 보는 유교나 도교의 죽음관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한편 이번 학술제에는 죽음과 돌봄의 문제를 체계적인 학문으로 발전시켜 ‘의료인문학’이라는 독특한 분야를 창시한 워렌 라이히 박사(미국 조지타운대 종교윤리학 교수)가 참석해 기조강연과 발제를 할 예정이다.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문인들의 일상은 어떨까

    문인들의 일상은 어떨까

    문인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유품 및 생활용품 전시회가 잇따라 열린다. 문학 작품 속에선 온전히 드러나지 않던 작가들의 사적인 내밀함을 접할 수 있는 기회다. 시인 신동엽의 첫 유품전이 다음달 1일부터 서울 혜화동 짚풀생활사박물관에서 개최된다. 시인의 부인이자 박물관장인 인병선씨가 남편 사후 40년 가까지 정리해온 유품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시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껍데기는 가라’와 장편 서사시 ‘금강’의 빛바랜 초고엔 시인이 쓰고 지운 흔적과 함께 시대를 마주한 고뇌가 묻어 있다. 신동엽 시와 삶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부인 인병선씨와의 만남을 꼼꼼하게 기록한 서신도 공개된다. 시인의 전 생애를 담은 사진과 학창시절 성적표, 시작노트 등에서도 그가 밟아온 자취를 되짚을 수 있다. 부여에 건립 중인 ‘신동엽 문학관’으로 유품을 옮겨가기 전, 서울에서 여는 마지막 전시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인문학관(서울 종로구 평창동)은 ‘문인들의 일상 탐색-특수자료전’(10월5∼31일)을 통해 작가 50여명의 일상 삶 구석구석을 들여다 본다. 판화가 아들 오윤이 만든 소설가 아버지 오영수의 데드마스크, 이상범·이제하의 시화 액자, 박완서의 찻잔과 다기, 송하선이 쓴 서정주 묘비글, 윤동주 채만식 김동리 등의 각종 증명서, 이광수의 포켓용 영문성서 등이 전시된다. 이어령 결혼식에서 낭동한 조병화의 축혼시 원고, 정비석이 최일남에게 보낸 50년대 부조내역서 등 흥미로운 자료도 만날 수 있다. 강인숙 관장은 “성직자가 24시간 내내 성직자로만 사는 일이 어려운 것처럼, 문인들도 언제 어디서나 문인으로서만 살 수는 없다.”면서 “문인들의 일상적이고 문학 외적인 측면을 부각시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씨알’ 새달 5일 창립

    다석 유영모(1890∼1981)와 바보새 함석헌(1901∼1989)은 기독교와 과학정신·동양종교사상을 아우르며 영성과 평화를 함께 바라본 종교인이면서 ‘삶의 철학자’로 통한다. 오산학교 설립자이자 3·1독립운동 주역인 이승훈의 제자 유영모는 ‘특권 양반사상이 나라를 망쳤다.’는 판단 아래 민중을 주체로 세워 섬기는 민주사상을 제시한 인물.“진인(眞人)의 경지인 노자의 화광동진(和光同塵)을 햇볕에 그을린 농부의 얼굴에서 본 뒤 땀흘려 일하고 사랑으로 섬기는 삶을 살고자 농촌으로 들어가 살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민주화와 비폭력 평화운동의 사상가인 함석헌의 스승이기도 하다. 그런 두 사람이 줄곧 강조한 것은 바로 씨알, 즉 민중이다. 유영모와 함석헌은 3월13일 한날에 태어나고 사망 날짜도 2월3일과 4일로 하루 차이였다. 같은 생각과 삶 만큼이나 나고죽는 날까지도 같았던 이들이다. ●종교계·학계 등 인사 대거 참여 두 사람이 생전 강조한 이 씨알사상을 전파하기 위한 재단법인 씨알(이사장 김원호 유미특허법인대표)이 다음달 5일 오후 4시 장충동 우리함께빌딩 2층 강당에서 창립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지난 8월30일 창립이사회를 연 데 이어 지난 18일 서울시로부터 재단법인 인가를 받았었다. 재단법인 씨알은 유영모, 함석헌의 씨알사상을 널리 알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씨알들의 정신문화운동과 환경조성, 씨알사상 전승발전을 위한 기반조성, 씨알상 제정운영을 통한 씨알 삶 따라살기 등이 그 일들이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의 정신을 따르는 학계·종교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상임이사 박재순 목사를 비롯해 이사인 김철호 KAIST 경영대학 초빙교수, 육순종 목사(성북교회 담임), 정양모신부(다석학회 회장), 감사인 김종생 목사(예장통합 사회봉사부 총무)가 그들이다. 여기에 정진섭 변호사, 김흥호 목사(다석사상연구회회장), 류승국 교수(전 한국정신문화원장), 문동환 목사(한신대 명예교수), 서영훈 전 적십자사 총재, 원경선 풀무원 설립자, 유인걸 성천문화재단 이사장, 한승헌 전 감사원장, 김수중 한국양명학회회장, 김조년 한남대 교수, 박노자 오슬로대학 교수, 박영호 다석학회 고문, 변진흥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사무총장, 서유석 대한철학회 부회장, 송인창 동양철학회 회장,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 대학교 명예교수, 이병창 한국철학사상연구회장, 이정배 한국조직신학회 회장도 들어 있다. ●다석전집 출간·세계평화사상 연구사업 서둘러 이들이 가장 벼르는 것은 다석전집 출간. 다석일지를 포함한 유영모의 모든 저작물에 낱말풀이와 주해를 붙여 다석연구의 토대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함석헌의 세계평화사상 연구사업도 큰 과제. 종교, 문명에의 근본적 반성과 성찰을 담고 있는 함석헌의 사상이 인문학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학술진흥재단과 공동진행할 계획을 세워놓았다. 두 사람의 철학은 흔히 성경말씀(계명, 아가페 사랑)뿐만 아니라 그리스철학과 서구 근대철학의 로고스(이성), 동아시아의 길(道), 한민족의 한 사상을 아우르는 종합적 사상으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두 사람의 복잡한 철학 연구에는 전문학자들의 모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 수렴을 통해 매월, 격월, 혹은 절기별 각 분야 전문가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내년 7월로 예정한 세계철학대회 ‘함석헌, 유영모 사상 발표회’는 가장 먼저 치러야 할 대규모 행사. 박재순, 김성수, 김영호, 김흡영, 박노자, 박영호, 양현혜, 윤정현, 이규성, 이기상, 이정배, 정대현, 김경재, 정양모, 허우성의 발제를 한글과 영문으로 출판할 계획이다. ●씨알상 제정·‘사상 발표회´ 추진 유영모와 함석헌의 씨알사상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이들을 격려하기 위한 씨알상을 제정, 매년 말 수여하며 두 사람의 생몰일에 즈음해 씨알생명평화문화제도 정기적으로 열어나간다. 한편 다음달 5일 창립식 자리에서는 강연회가 열려 김흥호 목사(‘유영모와 함석헌’)와 류승국 교수(‘씨알사상에 대해’)가 발제할 예정이다. 재단법인 씨알의 김원호 이사장은 “한국의 근현대사는 아래로부터의 민주화 진행과 민중 삶속으로의 깊숙한 기독교 유입의 특징을 갖는다.”면서 “유영모와 함석헌은 한국 근현대의 이런 문명사적 상황과 사명을 깊이 자각해 주체적이고 세계적인 정신과 철학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뿌리를 돌아보는 이파리처럼_김경인 시인

    뿌리를 돌아보는 이파리처럼_김경인 시인

    취재, 글 이미현 기자 ┃ 사진 한영희 “오래 기다렸던 첫 시집이라 그런지 시원섭섭하네요. 한 편 한 편 작품을 쓸 땐 몰랐는데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오고 보니 제 한계가 보이는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고요.” 얼마 전 첫 시집 <한밤의 퀼트>를 낸 시인 김경인 씨(36세)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퀼트’라고 하면 색색의 조각천들이 모여 만들어낸 기하하적이고 아름다운 무늬가 떠오른다. 과연 그의 삶은, 문학은 어떤 색과 무늬의 조각들로 짜여져 있을까? 그의 시를 읽다 보면 수줍고 소심하며 겁에 질린 것처럼 커다란 눈망울을 가진 소녀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한밤중 혼자 침대에 누워 천장 벽지의 무늬, 창가에 비친 그림자, 방구석에 앉아 있는 인형들로 온갖 기괴한 상상을 하는 소녀…. “그래요? 어릴 때부터 멍하니 앉아 공상을 즐기긴 했어요. 덕분에 엄마한테 많이 혼났죠.” 그는 상상의 공간에서 환상과 현실, 의식과 무의식, 자신의 여러 얼굴들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김경인 시인이 문학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의 할아버지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감자’ ‘배따라기’를 쓴 소설가 금동 김동인의 손녀다. 금동의 아들·딸(6명), 손자·손녀(20명) 가운데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문학의 길을 걷는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 “어릴 때 할머니와 일본식 구옥에 살았는데, 거실이 온통 책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중앙에는 김동인 문학전집이, 그리고 양쪽으로는 할아버지의 작품이 수록된 한국문학전집이 빽빽이 꽂혀 있었죠.” 할아버지의 초상화, 가끔 할머니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찾아왔던 기자들, 한 달에 한 번 인세 정산을 위해 찾아왔던 출판사 직원, 마룻바닥에 누워 바라보던 출판사 직원의 발톱에 칠해진 새빨간 매니큐어…. 1년에 한 번 동인문학상 시상식에 가는 날은 으쓱한 기분으로 예쁘게 차려입고 가는, 의젓하게 보여야 하는 날이었다. “할아버지는 내게 혈연적 유대라기보다는 숨 쉬고 생활하는, 나를 둘러싼 공기 같은 존재였던 것 같아요.” 유달리 책 읽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그를 보며 어른들은 말하곤 했다. “너는 나중에 자라서 할아버지 같은 작가가 되거라.” 그에게 그건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와 다름 아닌 말이었다. “우리 가족에겐 이미 할아버지라는 훌륭한 사람이 있었으니까요.” 할아버지를 현실적으로 인식한 것은 중학교 국어시간 교과서에서 소설 ‘붉은 산’을 읽었을 때였다. “낯설기도 하고 흥분도 되는, 복잡한 심경”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내 안에서 ‘나는 뭔가’ 자문하며 부끄러워하는 나와, 내 존재의 근원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 내가 충돌하는 것을 느꼈다”는 것이다. 중·고교 시절까지만 해도 산문을 즐겨 썼던 그가 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건 대학에 들어와 김수영의 시를 접하고부터였다. 이런 발화가 가능하구나, 이렇게 짧은 말로 많은 의미를 담아낼 수 있구나…. 그러다 대학원에 들어와 시를 공부하면서부터 비로소 진지하게 시를 쓰기 시작했다. 2001년 그가 <문예중앙>으로 등단하기 전까지 아주 가까운 사람들조차 그가 시를 쓴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가족들조차도 그의 등단 소식에 “너 시를 썼었니?” 할 정도였다고. “어린 시절부터 막연하게 이런 생각은 했던 것 같아요. ‘글을 쓴다면 정말 잘 써야겠다. 내 글을 읽는 독자들은 할아버지를 함께 떠올릴 거야’라고요. 우습죠?” 할아버지는 그를 있게 한 토양이었지만, 그에게는 하나의 벽이기도 했던 것. “어쩌면 죽을 때까지 사람들은 저를 ‘김동인의 손녀인데 시를 쓰는 사람’으로 기억할지 몰라요.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그런 선입견들에 부딪히겠죠. 하지만 이젠 알아요. 결정지을 수도 없고, 벗어날 수도 없는 이파리의 숙명이라는 걸.” 이파리는 뿌리로부터 나왔지만 또 다른 뿌리가 되기를 꿈꾼다. 그러나 끊임없이 뿌리를 돌아볼 수밖에 없는 것이 이파리의 운명이기도 하다. 그는 언젠가 유족의 입장에서 할아버지에 대한 기록들을 정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응당 제가 맡아야 할 몫이라고 생각해요. 워낙 연구가 많이 되어 있어서 되려 연구자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부분도 많겠지만요.” 100세에 가까우신 할머니와 비교적 할아버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억을 많이 가지고 있는 큰고모의 구술 자료들도 조금씩 모으는 중이다. “불이 난 적이 있어서 가족들도 할아버지의 자료를 거의 가지고 있지 않아요. 헌책방에 부탁해 소설 초판본을 비롯한 자료들을 하나하나 사들이고 있는 실정이랍니다.” 그는 할아버지와 관련된 자료를 소장한 분이 있다면 연락을 주셨으면 한다는 간곡한 부탁의 말을 남겼다. 시인. 가톨릭대 국문과 졸업. 한양대 국문학 박사. 2001년 <문예중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
  • [부고]

    ●백낙환(학교법인 인제학원 인제대·백병원 이사장)낙청(서울대 명예교수·시민방송 명예이사장)낙서(인제대 교수)순영(재미 의사)미혜 미영(단국대 교수)씨 모친상 박숙란 한지현(광운대 교수)김윤희(포천중문의대 〃)씨 시모상 이호영(재미 의사)정경일(아주대 교수·전 주말레이시아 대사)최용(서울의대 교수)씨 빙모상 6일 서울 백병원, 발인 8일 오전 7시30분 (02)2270-0501●임동권(전 서울시 부교육감)흥식(솔로몬출판사 부장)우식(보령시청)한식(라일건설 현장소장)씨 모친상 성낙용 김승철씨 빙모상 6일 강남성모병원, 발인 8일 오전 9시30분 (02)590-2697●박정근(MBC 영상미술국 부장)씨 부친상 6일 이대목동병원, 발인 8일 오전 9시 (02)2650-2753●고성실(새한검증 대표)성태(한국문화관광연구소 이사)씨 모친상 고성은(한신보일러 전무)씨 빙모상 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8일 오전 7시30분 (02)3010-2232●유태석(창미포장기계 대표)씨 별세 용운(창미포장기계 실장)씨 부친상 이상현(사업)씨 빙부상 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8일 오전 6시 (02)3010-2291●문대영(사업)진영(전 MBC 해설위원)씨 부친상 5일 영동세브란스병원, 발인 7일 오전 8시 019-272-2416●박춘상(자영업)규상(시니어커뮤니케이션 이사)미숙(약사)은숙(〃)씨 부친상 박금천(구몬학습 지구장)이완정(시니어커뮤니케이션 대표)씨 시부상 이창순(창원대 교수)이창학(대한항공)씨 빙부상 5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7일 오전 8시 (02)3410-6915●이선주(SC제일은행 호평동지점장)씨 부친상 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7일 오전 8시 (02)3010-2293●이규찬(전 대우자동차 상무)묘찬(양영초등학교 교사)오찬(월드건설 상무)씨 부친상 이응혁(원명학교 교사)박균진(사업)김홍완(현대자동차 차장)씨 빙부상 6일 조치원장례식장, 발인 8일 오전 9시 (041)868-8699●김병규(소년한국일보 편집국장)병주(농업)병택(강원영동병무청 운영지원팀장)씨 부친상 6일 경북 군위군 삼성병원, 발인 8일 오전 10시 (054)383-5411●김규엽(마이크로소프트 과장)씨 부친상 김운기(강릉인문학교 교장)씨 형님상 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8일 오전 9시 (02)3010-2263●문학동(전 충청북도 경찰청장)씨 별세 태영(외교통상부 대사)태원(수원대 교수)씨 부친상 강종봉(럭스성형외과 의사)씨 빙부상 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0일 오전 7시 (02)3010-2631●이재윤(전 서울시 공무원)씨 별세 정근(삼성전기 과장)동근(건국대병원 원무팀 책임)미진(성북노인종합복지관 주간보호팀장)씨 부친상 조민수(사업)이용희(강남종합사회복지관 주임)씨 빙부상 최지희(바슈룸코리아 차장)씨 시부상 6일 건국대병원, 발인 8일 오전 7시 (02)2030-7901●이봉희(삼안건설 부사장)장희(좋은유전자 대표)성희(JP모건체이스은행 서울지점장)씨 부친상 6일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8일 오전 7시 (02)392-0499
  • [책꽂이]

    ●우리 옛 도자기의 아름다움(윤용이 지음, 돌베개 펴냄) 현역 최고의 도자기전문가인 지은이가 선사시대 질그릇부터 조선백자까지, 각 시대의 역사·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우리 도자기의 발달사를 설명했다.2005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강의한 ‘한국 도자사’의 녹취를 풀어 보완한 것으로 필자 특유의 구수한 문체가 돗보인다.1만 8000원.●이상과 열정, 조선역사(이범직 지음, 쿠북 펴냄) 조선시대를 전공한 역사학자인 지은이가 창조적 즐거움을 읽게 하고 미래의 희망을 갖도록 하는 역사책은 없을까를 고민하며 쓴 조선시대사. 조선왕조의 지식인들이 이상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가졌던 이상과 열정을 전하고, 또 그러한 이상과 열정이 흐려지고 무뎌졌을 때의 안타까움을 담았다.1만 6000원.●알피니즘 도전의 역사(이용대 지음, 마운틴북스 펴냄) 지은이는 한국 산악계의 산 증인으로 70세가 넘은 지금도 여전히 가파른 암벽을 앞장서 오른다. 코오롱등산학교 교장으로 ‘한국 등산교육의 선구자’로도 존경받는다. 이 책은 대표적인 산악칼럼니스트이기도 한 그가 알피니즘의 태동기부터 현재에 이르는 역사를 기록한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등산사이다.3만원.●링컨의 T-메일(톰 휠러 지음, 임동진 옮김, 소화 펴냄) 남북전쟁이 일어나자 혁신적인 신기술인 T-메일(전신)은 링컨의 망원경이자 상황판이 된다. 그는 T-메일로 당부하거나, 독려하며 마치 화상전화를 주고 받듯이 전장과 소통하며 난국을 돌파했다. 이 책은 링컨이 주고 받은 1000여통의 T-메일로 그의 현장리더십을 분석한 것이다.1만 3000원.●캠브리지 중국사(존 K. 페어뱅크 책임편집, 김한식·김종건 책임번역, 새물결 펴냄) ‘캠브리지 중국사’는 1966년 영국에서 처음 기획되어 아직까지도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방대한 기획물이다. 전권을 완간할 예정으로 이번에 먼저 10권 상·하와 11권 상·하가 나왔다.1800년부터 1911년까지 청제국 말기를 다루고 있다. 전4권, 각권 2만 7000원.●생각의 힘을 키우는 토론수업(강병재 지음, 교보문고 펴냄) 토론지도에 관심을 있으나 구체적인 방법에 들어가면 막막해지는 일선 교사나 학원 강사, 자녀 교육에 관심이 있는 부모를 위한 가이드북이다. 토론을 처음 지도하는 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토론수업을 할 때 어떤 준비과정이 필요하고 어떤 절차와 단계를 거쳐야 하는지를 알려 준다.1만 2000원.●오픈 북(마이클 더다 지음, 이종인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워싱턴 포스트’의 서평 담당 기자인 지은이가 들려 주는 청소년 시절의 독서 자서전. 독서에 열중하는 청소년의 모습에서 미국에 국한되지 않은 보편성을 느낄 수 있으며, 미국의 지역 도서관, 중등학교의 독서 교육, 대학의 인문학 교육 등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시사를 발견할 수 있다.1만 5000원.●여풍당당 그녀들의 성공백서(아키야마 유카리·김영숙 등 지음, 이정환 옮김, 에이지21 펴냄)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는 인생이 아니라, 나 자신이 인생을 컨트롤할 수 있어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성공한 여성’들의 이야기. 일본의 경영컨설턴트 아키야마, 그리고 인터넷업체 CEO 등 자신있게 살아가는 한국 여성 네 사람을 소개한다.1만 1500원.●경제학의 거장들-플라톤에서 J S 밀까지(요아힘 슈타르바티 외 지음, 정진상 등 옮김, 한길사 펴냄) 인류 역사에서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 강력한 지도자가 난국을 수습했듯이 경제학의 거장들도 시대 요구에 따라 만들어진 학문적인 위기의 산물이다. 경제학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경제학자 29명의 생애와 사상, 저작을 모았다.1·2 각권 2만 5000원.
  • 과학으로 세상읽기/김보일 지음

    소와 양이 호주 대륙에 들어간 것은 200년전쯤이라고 한다. 토종 쇠똥구리들은 캥거루나 코알라가 내놓는 아담한 크기의 배설물에 익숙해진 탓에 이 ‘새로운’ 동물의 엄청난 배설물을 감당할 수 없었다. 소는 하루에 평균 열두 덩어리의 배설물을 내놓는데, 배설한 주변의 풀은 먹지 않는다. 이 때문에 호주에서 발생하는 목초 손실량은 대략 20%가 넘었다. 뿐만 아니라 덤불파리가 극성을 부리는 바람에 국민건강에도 위협이 되었다. 결국 호주 정부는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에서 24종의 쇠똥구리를 수입하여 문제를 해결했다. ‘과학으로 세상읽기’(김보일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는 호주의 소똥문제 해결 경험을 제시하며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어떤 효용가치를 갖는지를 보여준다. 다음 순간, 고교 국어교사인 지은이 문학도답게 연암 박지원의 한문소설 ‘예덕선생전’을 떠올리는데, 예덕(穢德)이란 다름 아닌 똥이다. 본명이 엄행수인 이 ‘똥선생’은 도성의 분뇨를 수거해 채소 농가에 거름으로 내다판다. 그런데 학자로 이름난 선귤자가 그와 벗하기를 청하려하자 제자들은 부끄럽다며 문하를 떠나려고 했다. 선귤자는 ‘그가 처한 곳은 지극히 지저분하지만 의리를 지키는 점에서는 지극히 높다.’면서 나무랐다. 쇠똥구리가 바로 그렇다는 것이다. 쇠똥구리는 지저분한 곤충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풀밭을 청소하고 흙속에 양분을 넣어주는 쇠똥구리야말로 소똥문제 해결의 주역이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인문학의 화두들을 과학에서의 사례들과 연결짓는 영역 전이로 학생들에게 보다 유연한 사고력을 길러줄 수 없을까를 고민했다고 한다. 지은이는 ‘부지런한 대지의 청소원 쇠똥구리’를 비롯한 35가지 ‘과학적 화두’를 인문학적 결론으로 이끌어간다. 이렇게 고마운 쇠똥구리가 우리나라에서 자취를 감춘지 오래인데, 그것은 사료에 들어간 항생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항생제로 쇠똥구리가 살 수 없는 세상이라면, 그 쇠고기를 먹는 인간은 과연 괜찮을 수 있을까. 지은이가 던지는 질문이다.1만 5000원.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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