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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읽고 듣고 맞혀봐

    서대문구는 13~14일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서대문 북페스티벌’을 개최한다. 행사는 13일 오후 3시 공원 야외무대에서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저자인 윤성근 작가의 사회로 막이 오른다. 윤 작가와 책 읽기 행사를 비롯해 독서퀴즈, 독서골든벨, 책이야기, 노래 공연 등의 프로그램이 잇따라 열린다. 특히 종이책 대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휴먼북’으로 나서 도서대출이라는 방식으로 직접 대화를 나누는 ‘휴먼라이브러리’ 행사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공원 메인무대에서는 시민들이 각자 읽고 싶거나 좋아하는 책 한 권을 들고 나와 조용히 읽어주는 ‘책 읽는 소리, 독립문을 흔들다’ 행사가 진행된다. 페스티벌 둘째 날 오후 3시에는 고전평론가 고미숙씨를 초청해 공원 야외무대에서 북콘서트를 연다.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공부의 달인, 호모 콩푸스’ 등 작가의 저서를 테마로 인문학의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이외에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독서 수준을 점검해 주는 독서상담과 우수도서 할인판매, 유율국단 실대악단 및 코리아주니어 빅밴드 공연 등도 관람객에게 풍성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올 서울대 학생들 ‘총, 균, 쇠’ 가장 많이 빌려 봤다

    올 서울대 학생들 ‘총, 균, 쇠’ 가장 많이 빌려 봤다

    올 1월부터 최근까지 서울대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빌려 읽은 책은 무엇일까. ●최고 인기 도서로도 뽑혀 10일 서울대에 따르면 ‘인류 역사와 문명이 무엇을 통해 발전했는가’라는 인문학적 논제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풀어낸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총, 균, 쇠’가 81회 대출돼 1위를 했다. ‘총, 균, 쇠’는 2008년부터 최근까지 총 522회의 대출 횟수를 기록하며 최근 5년간 가장 인기 있는 책으로도 뽑혔다. 연도별로 2008년 6위, 2009∼2011년 2위 등 꾸준히 10위 안에 있었다. 서울대 도서관 관계자는 “그간 비문학 서적은 대출 순위 2~3권에 불과했다.”면서 “그동안의 소설, 에세이 편중 현상이 어느 정도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인문·사회과학 서적 중에서는 리처드 도킨스의 과학서적 ‘이기적 유전자’가 63회 대출돼 3위에 올랐고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은 62회 대출돼 4위를 차지했다. 또 루트번스타인 부부의 인문학 서적 ‘생각의 탄생’은 모두 59회 대출돼 공동 5위를,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은 57회로 그 뒤를 이었다. ●2위는 ‘달콤한 나의 도시’ 10위권 안에 든 소설, 에세이 서적 가운데는 한국 작가의 작품이 많았다. 정이현의 ‘달콤한 나의 도시’가 71회로 전체 2위, 천명관의 ‘고래’,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각각 57회, 56회였다. 외국 작품으로는 알랭 드 보통의 소설 ‘우리는 사랑일까’와 에세이 ‘불안’ 두 권이 10위 안에 들었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글로벌 리더 손지애의 자녀 교육법

    글로벌 리더 손지애의 자녀 교육법

    CNN을 통해 한국 소식을 전 세계에 알렸던 손지애(49)는 주요 20개국(G20) 서울정상회의 대변인과 청와대 비서관을 거쳐 아리랑 국제방송 대표로 활동 중이다. 동시에 세 딸 미나(23), 유나(13), 지나(11)를 둔 어머니다. 많은 여대생의 롤모델이자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글로벌 리더인 손지애의 어머니로서의 모습은 어떨까. 12일 밤 10시 40분 EBS ‘어머니 전’에서 만나 본다. 네 딸 중 맏딸인 손지애는 전통적인 교육보다는 개방적인 신식 가정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1950년대에 줄리아드 음대에 유학을 간 뒤, 평생 피아노를 연주하고 가르쳤던 어머니는 결혼 뒤에도 여자가 일을 가지는 길은 예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손지애에게도 첼로를 가르쳤다. 하지만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손지애의 선택은 달랐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외교관이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갔다. 4년을 머무른 게 전부였지만 완벽한 영어를 구사했고, 훗날 세계적인 언론사의 구애를 받았다. 외신기자와 결혼한 그는 기자로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유축기를 회사에 갖고 다니며 2시간에 한 번씩 모유를 받았다. 세 딸을 모두 모유 수유로 키웠다. 퇴근해서는 밤마다 동화책을 꼭 읽어 주는 자상한 엄마였다. 세 딸이 손지애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네가 알아서 해.”다. 무엇이든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게 하는 손지애는 자녀가 주체적으로 삶을 살게끔 해 주고 싶었다. 자신이 지킬 수 없는 일들은 아이들에게도 강요하지 않는 게 손지애식 교육법이다. 사람들은 손지애의 자녀 영어 교육법을 궁금해할 테지만, 그는 영어 공부를 억지로 시키지 않았다. 평생 가져가야 할 영어를 혹 교과목이라 생각하고 거부감을 느낄까 봐 걱정해서다. 책을 좋아하는 첫째에게는 영어책으로, 음악을 좋아하는 둘째에게는 팝송으로 영어에 대한 흥미만 북돋아 주고 그다음은 딸에게 맡겼다. 영어책을 읽고 혼자 일기를 쓰며 영어에 재미를 붙이게 된 큰딸 미나는 지금 어머니보다 실력이 더 출중하다. 한 달에 두 번씩은 꼭 세 자매의 손을 잡고 서점에 간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균형 잡힌 시각, 사람에 대한 이해 등 기자로서, 글로벌 리더로서 자신을 키운 8할이 책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큰딸 미나가 취업이 부담스러워 사학과 전공을 망설일 때에도 적극적으로 지지해 줬다. 인문학적 소양이 바탕이 된 사람만이 사람과 세상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을 이끄는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아 준 것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열린세상] 어떤 출판인/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열린세상] 어떤 출판인/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어떤 출판인이 있다. 그는 젊은 시절 집에서 받은 약간의 자금으로 출판사를 구입했다. 1980년대 초 서울에서는 출판사를 새로 열기가 어렵고, 이미 있는 출판사의 경영권을 인계받는 것만 가능했다고 한다. 우연히 그는 을지로의 허름한 건물 5층에서 영인본을 파는 출판사를 경영하게 된 것이다. 당시의 영인본이란 개벽, 창조와 같은 일제강점기의 신문예 잡지, 한국고전소설전집 등 고전자료를 모아 복사하여 제본한 책들이었다. 당시 학생들은 고전문학을 공부하더라도 현대문학 자료를 구입했고, 현대문학을 공부하더라도 고전문학 자료를 구입했다. 심지어 문학하는 사람도 국어학 책을 샀고 국어학 하는 사람도 문학 자료를 샀다. 통섭이나 융합이란 말은 없었지만 한 전공 안에서 세부 전공을 나누어 하고 싶은 것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해방 후 학문 첫 세대들이 은퇴하고 학문의 관심사도 전문화한 데다가, 여러 경로로 자료를 참조할 수 있게 되면서 젊은 연구자들은 서적 형태의 자료집을 구입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그 출판인은 단행본을 만들기 시작했으나 잘 팔리지 않았다. 교재를 구입하는 학생들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때 몇몇 원로 교수들이 이 출판인을 찾아와 격려해 주었다. 하지만 이 출판인은 하도 고통스러워 출판사 문을 닫아야 하겠다고 말을 흘렸다. 그런데 한 원로 교수께서 지팡이를 휘둘러 탁자를 내리치시고는, “네가 얼마나 국가와 민족을 위해 중요한 일을 하는지 아느냐?”라고 야단을 치셨다. 하도 심한 야단을 들어 이 출판인은 어쩔 줄 모르다가, 한참만에야 기어드는 목소리로 “잘못했습니다.”라고 대답을 했다. 속으로는 작은 출판사가 하는 일이 국가와 민족을 위한 것이 무어냐, 대체 일마다 국가와 민족을 들먹이는 것은 우습지 않은가라고 생각하면서도, 폐업하려던 결심만은 바꾸었다는 것이다. 지금 출판계의 사정이 어떤지, 특히 전문서적 출판사의 현황이 어떤지, 그것은 잘 모른다. 하지만 책을 내기가 어렵게 된 것은 사실이다. 전문서적은 물론, 서적 구매층의 취향과 맞지 않는 책은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삼동(三冬) 내 글 좀 읽었다고 책을 내는 것은 물론 어리석은 일이다. 나무에 해를 입히는 재목(災木)의 행위에 불과할 수도 있다. 옛날 한나라 때 양웅이란 사람은 저술가로 유명했다. 그런데 유흠이란 학자는 그가 지은 ‘법언’(法言)이란 책을 보고서, “왜 세상에서 알지도 못하는 글을 이토록 애써서 지었을까. 나중에는 장독 뚜껑밖에 되지 않을 것 같다.”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장독 뚜껑을 덮는다는 말의 부부(覆?)라고 하면 자신의 저술을 겸칭하는 말로 되었다. 저 허균이 자신의 문집을 ‘성소부부고’(惺所覆?藁)라고 이름 붙인 것도 그 고사에서 따온 것이다. 학술원이나 문화관광부는 우수 도서의 출판비용을 일부 지원하고 한국과학재단은 연구자들의 저술을 지원하고 있다. 각 대학마다 출판 장려를 위해 여러 재원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부족하다. 게다가 인문학 분야에서 연구능력이 뛰어난 분들의 저서가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한다. 연구자들이 겸손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 업적 평가에서 저서를 대상으로 삼지 않기 때문에 전문 저술이 줄어들게 되었다고 했다. 연구의 꽃은 저술이다. 단형의 논문을 작성하는 일과 한 권의 책을 저술을 하는 것은 품이 다르다. 그런데도 저술에 대한 평가를 유보한다면 매우 불합리한 일이다. 원로 교수에게 야단을 맞은 그 출판인은 지금도 그 일갈을 가장 고마워한다고 했다. 양식 있는 출판인이 전공서적을 꾸준히 간행하여 그 분야의 학문을 진작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게 되기를 기대할 따름이다. 그리하여 전공자들의 저술이 당초에 겸손의 뜻으로 ‘부부’라고 하거나 ‘재목’이라 하지만, 그것이 끝내 ‘부부’와 ‘재목’으로 끝나지 않게 되기를 미래에 가탁한다.
  • 연세대 등 4개大 수시 논술로 본 2013학년도 경향·대비법

    연세대 등 4개大 수시 논술로 본 2013학년도 경향·대비법

    6~7일 서울 소재 연세대·이화여대·홍익대·동국대 등 4개 대학의 수시 논술시험이 치러지면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대입수학능력시험 이전에 치러지는 1차 논술시험이 모두 마무리됐다. 입시전문 학원가에서는 수능 전 논술을 치른 이들 4개 대학의 출제경향이 교과서와 EBS 수능교재에 실린 지문을 활용하는 등 지난해와 달리 평이한 난이도로 출제돼 수능 이후 예정돼 있는 다른 대학의 논술시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대입 논술에서 고등학교 교육과정으로는 대비하기 어려울 만큼 고난도의 문제와 지문을 출제한다는 불만을 대학들도 의식한 것 같다.”면서 “수능 이후 논술을 치르는 다른 대학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과거에 출제된 대학별 논술시험의 경향과 앞서 올해 치러진 2013학년도 논술시험의 출제내용을 분석해 자신이 지원한 대학에 맞는 맞춤형 논술 대비법을 알아보자. 2013학년도 대입 논술을 치른 대학들의 출제경향을 살펴보면 그동안 대학생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제시문과 생소한 단어, 고난도 수리문제 등을 출제해 사교육과 선행학습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대폭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화여대 등 논술시험을 치른 대학들은 출제과정에 현직 고교 교사를 자문위원으로 참여시켜 난이도를 고등학생 수준에 맞게 조절하고, 고교 교육과정과의 연계성을 강화했다. 인문계열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한 교사는 “이번 논술고사에서 사용한 지문이 모두 교과서 또는 이와 관련된 내용에 대한 것이라서 지문의 난이도는 예년에 비해 많이 낮아졌다.”면서 “문제 또한 익숙하고 예상 가능한 것이라서 학생들이 낯설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연계열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교사 역시 “문제 구성에서 고교 교과과정 수준에서 출제했으며, 특히 교과서에서 강조하는 정의나 기본 개념을 충실히 공부했다면 잘 풀 수 있는 내용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앞으로 남은 다른 대학의 논술시험 역시 고교 교과서의 지문을 제시문으로 활용하거나 수업시간에 한번쯤 들었을 익숙한 용어와 개념을 활용한 문제가 출제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다문화주의’ ‘관용’ 등의 주제는 수업시간에 많이 인용되는 주제로 이를 이용해 지원자들의 통합적 사고력, 이해력 등을 평가하는 문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올해는 주요 대학 가운데 일부가 인문계열 논술시험의 난이도를 끌어올리는 영어지문을 제시하지 않기로 해 수험생들이 부담을 다소 덜게 됐다. 경희대·숭실대·한국외대는 영어 제시문을 출제하지만 동국대·서울시립대는 영어 제시문을 제외했다. 영어 지문이 제시되더라도 주석을 통해 어렵거나 새롭게 생겨난 어휘의 뜻풀이를 해 주는 경우가 많으므로 전반적인 문장 해석 능력만 갖추면 된다. 지난 6일 수시2차 논술전형을 치른 동국대는 인문계 논술에서 영어지문을 빼고 교과서 내에서 지문 한 개를 출제했다. 이화여대는 인문계 논술에 영어 제시문을 포함한 4개의 제시문을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출제하는 등 논술시험과 고교 교과과정의 연계성을 높였다. 그동안 변별력과 수월성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였던 대학 논술고사에서 교과서 속 지문이 4개 이상 출제된 경우는 없었다. 인문계열에서 출제된 다문화주의, 관용, 전통과 과거, 소득불균형 등에 관한 제시문이 모두 교과서 내용이거나 수업시간에 자주 언급되는 개념이어서 학생들의 체감 난이도는 더욱 낮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능 전 치러지는 논술고사가 막을 내리고 이제는 다음 달 8일 수능 이후 예정돼 있는 대학별 논술고사에 대비할 때다. 10~11일에는 서강대·성균관대·중앙대·경희대·숭실대 등이, 18일에는 고려대·한양대·한국외대·숙명여대 등이 논술시험을 치른다. 올해 수시모집 논술시험은 지난해에 비해 시험시간이 줄고 문항 구성을 변형한 것이 특징이다. 고려대는 지난 6월 치른 2013학년도 모의논술고사에서 시험시간을 기존 120분에서 100분으로 줄였다. 문제 수도 기존 3문제를 2문제로 조정했다. 지난 7일 논술을 치른 이화여대도 시험시간을 100분으로 줄였다. 지난 5~6월 치러진 각 대학의 모의논술과 같이 논술 주제는 시장과 정부, 다문화주의, 대의민주주의, 타자와의 관계와 공존, 인간행동의 특성, 소비와 자본주의, 경쟁, 집단지성 등 현대사회와 밀접한 인문학·사회과학의 소재들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최근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자유로운 글쓰기보다 문항이 요구하는 조건을 정확하게 충족시키는 글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제시된 주제와 관련해 단순히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기보다 주어진 시간 내에 문제가 요구하는 답안을 조리 있게 작성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시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경제 블로그] 콧대 낮춘 증권사, 고객과 스킨십

    [경제 블로그] 콧대 낮춘 증권사, 고객과 스킨십

    증권사들이 ‘콧대’를 낮추고 고객과의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 불황 탓에 투자자들이 주식거래를 줄이자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투자 세미나를 늘린 것이다. 과거 투자 세미나가 고액 자산가 중심으로 소규모로 진행됐다면 요즘은 다수의 보통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동아리를 찾아가는 증권사도 있다. 딱딱하던 특강이 요즘 화두인 ‘인문학’의 옷을 입고 ‘힐링’을 얘기한다. 최근 투자자들이 채권 위주의 안전자산에서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조금씩 눈을 돌리는 추세여서 고객 유치 경쟁은 더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본사와 104개 지점에서 지금까지 한달 평균 200차례 세미나를 열었다. 8월부터 절세 전략과 채권 투자 문의가 늘면서 월 300회까지 횟수가 늘었다. 미래에셋증권은 본사 특강만 올들어 벌써 110회를 넘어섰다. 한국투자증권은 올 3월부터 서울시립대 등 대학 동아리에 ‘찾아가는 방문 재테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증권사들이 투자 교육을 늘리는 이유는 단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특강을 들으러 왔다가 고객이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최근 주식시장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어 고객 유치전이 더욱 치열하다.”고 전했다. 지난달 코스피시장 거래대금은 104조원을 기록, 3월 이후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채권은 5개월 만에 거래 실적이 감소했다. 강의 내용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투자 설명회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관심을 갖는 은퇴 설계가 대세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늘면서 ‘시황’이 바뀐 셈이다. 강사들도 종목과 업종에 정통한 ‘족집게 애널리스트’에서 은퇴연구소 소장들로 인기순위가 옮겨가고 있다. 이색 특강도 눈에 띈다. 삼성증권은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라는 주제로 투자 세미나를 열었다. 힐링 붐을 타고 큰 인기를 끌었다. 예전엔 찾아보기 어렵던 의사, 시인, 사진작가 등이 강사진으로 포진한 경우도 적지 않다. 취미 생활로 유인해 투자 고객으로 만들겠다는 콜라보레이션(결합) 전략이다. 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 [문학 새 책]

    ●만(卍)·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춘미·이호철 옮김, 문학동네 펴냄) 여체의 아름다움에 대해 악마적인 탐닉으로 독자적인 문학세계를 구축한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작품이 처음으로 번역됐다. ‘만’(卍)은 만 자처럼 남녀 넷이 얽히고설키며 펼치는 애욕의 세계를 그린 작품으로, 요부 미쓰코와 그녀의 마력에 빠진 사람 3명을 통해 성이 인간을 어떻게 파멸시키는지 탐구한다. 고려대 김춘미 명예교수가 번역했다. ‘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는 여든 살 노인이 젊은 아내에게 느끼는 집착과 애정이 잘 묘사된 작품이다.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이호철이 유려하게 번역했다. ●어느 뜨거웠던 날들(리타 윌리엄스-가르시아 지음, 곽명단 옮김, 돌베개 펴냄) ‘흑표범당’은 흑인 민권운동의 파란만장한 역사 중에서 가장 뜨겁고 논쟁적인 발자취를 남겼으나 극좌 폭력 단체라는 이미지에 갇혀 있다. 1968년을 배경으로, 자유를 찾겠다며 가족을 등진 엄마를 찾아간 어린 세 딸의 눈을 통해 흑표범당이 추구했던 흑인 민권운동의 실체를 보여준다. 저자는 니키 조반니의 시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혁명적인 것은 함께 살면서 사랑하기, 타고난 본디 자신을 해치지 않기”를 인용해 이 소설의 주제의식을 보여줬다. ●본 슈프리머시 1·2권(로버트 러들럼 지음, 남명성 옮김, 문학동네 펴냄) 제이슨 본의 이름을 알린 영화 ‘본 시리즈’의 원작소설이다. 40개국 32개 언어로 출간돼 전세계 3억 부가 팔린 ‘지구적’ 베스트셀러다. 지난 2001년 심장마비로 사망한 저자는 1980년대 스파이 스릴러 붐을 이끌었고, ‘본 아이덴티티’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으로 이어지는 시리즈는 저자의 작품 중 최고로 손꼽힌다. 홍콩반환협정 체결을 앞두고 민감한 국제정세를 배경으로 사투를 벌이는 외로운 제이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국모이자 권력자…조선의 왕비 재조명

    “한국 전통 시대에 여성, 특히 부인의 존재는 철저히 남편의 그늘에 가려진 존재였지만 왕조 국가인 조선에서 왕의 부인인 왕비는 절대 권력의 중심부에 있었다. 조선의 왕비는 단순한 여성이 아니었다. 조선의 왕실을 좀 더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정치 역학을 정확하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왕비의 역할과 존재에 대한 본격적이고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심재우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학부 교수는 ‘조선의 왕비로 살아가기’(돌베개 펴냄)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조선의 왕비라고 하면 중종의 계비로 아들 명종을 휘두른 문정왕후, 희빈 장씨와 경쟁 관계를 구축했던 숙종의 계비 인현왕후, 한말 일본 낭인의 손에 시해된 명성황후를 먼저 떠올린다. 이들의 삶이 흥미로워 사극으로 많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선 왕비가 갖는 상징성, 역사적 의미는 이보다 훨씬 더 심오하고 복잡하다. ‘조선의 왕비로 살아가기’는 국모(國母)이자 궁궐의 안주인, 왕위를 이을 후계자 생산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진 조선 왕비의 삶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왕비의 첫걸음인 ‘간택’부터 살펴보자. 왕의 배필을 구한다는 공고를 전국에 뿌리면 금혼령이 내려지고 전국 15~20세 양반가 처녀들은 일종의 이력서인 단자를 제출한다. 보통 사극에서는 자신의 딸을 왕비로 키우기 위해 별별 수를 쓰는 모습이 많이 드러나지만 실제로는 왕을 사위로 두기 부담스러워했다. 딸을 숨기다 발각된 전·현직 관료에 대해서는 추문하고 윽박지르고 온갖 닦달을 다 하지만 접수된 단자는 많아야 25장 안팎이었다. 단자를 낸 처녀들은 초간택, 재간택, 삼간택 등의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세자빈으로 책봉된다. 수렴청정으로 권력을 휘두른 왕비도 있다. 세조의 비 정희왕후는 아들 예종이 19살에 즉위하자 수렴청정을 시작했다. 예종이 즉위 13개월 만에 죽자 13살 잘산군을 임금(성종)으로 추대해 7년간 섭정했다. 성종의 정책은 도승지가 정리해 정희왕후에게 올려 결재를 받은 뒤에야 시행됐다. 12살 때 즉위한 명종을 대신해 수렴청정을 시작한 중종의 비 문정황후는 명종이 친정을 선포한 뒤에도 정사에 관여해 무려 20년간 권력자로 남았다. 책은 간택과 서거 또는 폐위 사이에서 왕비가 겪는 출산, 일상생활, 등 구중궁궐의 이야기를 세세하고 흥미롭게 펼쳤다. 집필에는 심 교수를 비롯해 임민혁, 이순구, 한형주, 박용만, 이왕무, 신명호 등 역사·인문학자가 두루 참여했다. 2만 5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서울 플러스] 원전 하나 줄이기 위원 위촉

    원전 하나 줄이기 위원 위촉 ▶▶강남구(구청장 신연희) 27일 ‘원전 하나 줄이기 위원 위촉식’을 가졌다. ‘원전 하나 줄이기’는 2014년까지 원전 1기에서 생산되는 전력량을 절감하고 2020년까지 전력자급률 20%를 달성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공보실 2104-1244. 청사내 미술품 수장고 설치 ▶▶종로구(구청장 김영종) 미술작품을 적합한 환경에서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수장고(收藏庫)를 청사 3층에 만들고 27일 운영을 시작했다. 필운동 130-9 사직아파트 내에 임시수장고를 설치해 보관하고 있던 남정 박노수 화백 기증품을 이전한다. 문화공보과 2148-1834. 구로아트밸리서 다문화 축제 ▶▶구로구(구청장 이성) 다음 달 6~7일 구로아트밸리에서 다문화 축제 ‘함께 물들다 36.5’를 개최한다. 첫날 특별초청공연에서는 한국, 베트남, 몽골, 말레이시아, 미얀마 전통악기 연주자와 록밴드를 결합한 퓨전밴드 ‘음악의 아시아’(MOA)가 무대를 빛낸다. 문화체육과 2029-1749. 고전분야 명사 초청 강좌 ▶▶마포구(구청장 박홍섭) 구민에게 쉽게 다가가는 인문학 강좌의 하나로 고전 분야의 명사들을 초청, 동서양을 아우르는 고전을 주제로 ‘고전에서 길을 찾다’ 강좌를 다음 달 11일부터 11월 15일까지 4회에 걸쳐 개최한다. 공보관광과 3153-8292.
  • [인사]

    ■기획재정부 ◇직무파견△OECD 대한민국정책센터 조규범◇전보△조세정책과장 황정훈△법인세제〃 이상길△복권위원회 사무처 발행관리과장 배상록 ■국방부 ◇부이사관 승진△계획예산관실 재정계획담당관 유균혜△인사기획관실 인력관리과장 김동주◇과장 전보△국방교육정책관실 문화정책과장 최환철 ■지식경제부 ◇승진 <부이사관>△제품안전조사과장 장금영△적합성평가〃 이은호△우편정책〃 김윤기<서기관>△미주협력과 하윤호△전력산업과 조현진△무역구제정책팀 홍장의△중견기업정책과 강기성△투자유치과 박성우△부품소재총괄과 박지운△에너지자원정책과 이판대△녹색성장기후변화정책과 류동희△가스산업과 이병욱△서울지방우정청 보험영업과장 장성오 ■강원도 ◇국장급 승진△건설방재국장 남동진△농정〃 최종근△경제자유구역청 개청준비단장 허해구△동계올림픽추진본부 건설추진단장 한경호◇과장급 전보△지역도시과장 최원식△도로철도교통〃 최선희△도로관리사업소장 김춘기 ■한국연구재단 △인문학단장 김기봉 ■한국노총 ◇임명△상임부위원장 김동만 이병균 오영봉(중앙교육원장 겸임)△사무처장 최인백<원장>△중앙연구 이정식△중앙법률 최재준<본부장>△정책 정문주△조직 조기두△홍보선전 강훈중△여성 김순희△대외협력 백대진△산업안전보건 정영숙△사업지원 심성보 ■자동차부품연구원 ◇승진△기획실장 김현용<센터장>△디젤하이브리드연구 오광철△스마트자동차기술연구 유시복△자동차기술응용연구 한범석△전자기파연구 김은하 ■고려대 △보건과학대학장 서형주△과학기술대학장(의용과학대학원장 겸임) 조홍연△정보보호대학원장 임종인
  • 철학자 바지니 vs 물리학자 크라우스… 가디언 블로그 대담 지상중계

    철학자 바지니 vs 물리학자 크라우스… 가디언 블로그 대담 지상중계

     2005년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와 장대익 서울대 교수가 ‘통섭’이라는 책을 번역 출간했다. 에드워드 윌슨 하버드대 생물학과 교수의 1996년 저서다. 윌슨은 책에서 ‘학문’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중세까지 학문의 구분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오늘날의 학자들은 스스로 만든 학문의 울타리 안에 앉아 진리의 일부만을 붙잡고 있다는 것이다.  통섭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학문 간 벽을 허물고 융합적인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한국 사회의 한계를 뛰어넘을 해법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이는 ‘한국 사회에 맞춰진’ 통섭의 일부분일 뿐이다. 통섭은 발상지에서는 치열한 논쟁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윌슨은 모든 학문이 생물학으로 통한다고 본다. 21세기의 학문이 자연과학과 인문학으로 양분되고 이를 융합하려는 인간 지성의 위대한 과업이 생물학을 중심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인문학은 물론 물리학과 화학도 불편하다. 윌슨은 ‘생물학 제국주의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과학제국주의 논리는 더 정교해졌고 생물학 대신 물리학이 중심에 서기도 한다. 대응하는 인문학 역시 내공이 쌓였다. 과학제국주의에 가장 강렬하게 저항하는 학문은 단연 ‘철학’이다. 철학자들은 다른 학문에 대한 과학의 침범을 ‘계획 밖의 임무 변경’이라고 비판한다. 최근 ‘과학 Vs 철학’의 논쟁이 다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철학자인 줄리언 바지니와 물리학자인 로런스 크라우스 애리조나대 교수가 이달 초부터 일간 가디언 블로그에서 진행한 대담이 발단이 됐다. ‘무엇이 삶의 의미에 대해 답을 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진행된 대담을 간추려 소개한다.  바지니는 과학자들이 다른 분야를 침범하고 있는 상황이 두렵다고 인정한다. 반면 크라우스는 과학이 언젠가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있다는 기대를 내비쳤다.  ● 바지니 과학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그 성과에 경외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먼저 말해 두고 싶다. 물리학자는 인문학자보다 훨씬 더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기 쉽다. 결론이 너무나 명확하고 부인할 수 없는 학문을 연구하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철학처럼 내가 이 연구를 왜 해야 하는지 항상 정당화해야 하는 의무에서 해방되는 것만 해도 부럽다. 이제 과학은 ‘미션 크리프’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 결과를 얻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다른 분야에 개입하고 싶어 한다. 분명한 것은 과학은 도덕적으로 옳고 그른지의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과학이 알 수 없는 인간의 본성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들이 많다. 크라우스 당신은 과학의 제국주의적 야망에 동조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  ● 크라우스 과학이 제국주의화됐다는 시각은 틀렸다. 과학은 답변 가능한 질문과 그렇지 않은 질문을 구분할 뿐이다. ‘도덕적 판단’을 놓고 보자. 철학자들은 판단의 이유를 중시한다. 그러나 과학에서는 어떤 판단을 내렸을 때 그 결과가 어떤지를 경험적으로 아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사람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지 모른다면 ‘이유’만으로는 선택의 당위성이 성립하지 않는다. 물론 도덕적으로도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없다. 나는 신경생물학, 진화생물학, 심리학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면 언젠가 도덕성을 생물학적 분석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철학자들은 ‘존재’에 대한 논리적인 대화를 지칠 때까지 한다. 물론 흥미로운 주제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 의미가 없는 논의다. 이 같은 논의는 진정 관심을 갖고 있는 세상의 일들이 어떻게 일어나고 흘러가는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 바지니 전통적인 질문들에 대해 과학의 관점에서 경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새롭고 바람직하다. 하지만 답변할 수 있는 경험적 질문과 답변하기 어려운 비경험적 질문에 선을 그어야 한다는 과학의 원칙은 도덕적 질문이 아무런 의미가 없거나 그릇된 질문이라는 인식을 갖게 할 수 있다. 물론 과학이 철학의 외연을 넓혀준 것은 인정한다. 예를 들면 동물 윤리에 대한 도덕적 판단은 과학이 동물의 인지능력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면 바뀔 수 있다. 과학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어떤 문제가 과학으로 처리되지 않으면 그리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과학이 해결할 수 없는 수많은 문제들이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 크라우스 철학적 토론에 과학의 사실적 근거가 도움이 된다니 반갑다. 인간사와 인간 자체는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복잡하다. 심지어 경험적 근거가 있어도 모든 면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철학이 과연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영역이 어디까지인가를 결정할 수 있을까. 오늘날 과학이 답을 찾지 못한 주제는 미래에 답을 찾을 수도 있다. 과학적 발견이 철학에 도움이 된다면 과학은 미래로 갈수록 도덕적 질문에 더 많은 답을 제시하게 되는 것이다. 동성애를 보자. 동성애는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판단돼 왔다. 하지만 과학은 동성애가 전체 인구에서 고정적인 비율을 갖는 자연스러운 것이며 인류진화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했다. 동물의 인지능력에 대한 연구가 윤리에 대한 견해를 바꾼다는 당신의 생각은 이미 과학의 영향에 동의하고 있는 것 아닌가.  ● 바지니 물론 경험이나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질문과 답이 언젠가 과학으로 답을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과학의 한계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접근해야 한다. 동성애가 생물학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고 진화에 영향이 없다고 하면서 동성애를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접근하는 방식은 잘못됐다. 이는 윤리와 과학적 근거가 갖는 정당성의 차이를 혼동한 결론이다. 동성애의 정당성은 당연히 윤리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과학적 근거를 들어 강간이 자연스러운 것이며 인류 진화적으로 장점이 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을 하는 사람들조차도 윤리적인 고민 때문에 많이 힘들어한다. 불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과학으로는 불륜이나 강간이 실생활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에 대해서는 별다른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 크라우스 우리는 지성을 가지고 있고 사회적 조화라는 관점에서 다양한 생물학적 결과를 무시하거나 제외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과학이 도덕적인 부분에 언젠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불륜에 대한 사회적 판단도 절대적이지 않다. 도덕적인 판단에 의한 죄는 사회에 따라 끊임없이 변해 왔다.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사람들의 도덕적 사고 역시 학습에 의해 변할 수 있다. 도덕적 판단이 과학적 근거가 없는 자유로운 의지라고 주장한다는 것은 결국 환상이자 이상에 불과하다.  ● 바지니 이렇게 생각해 보자. 만약 빅뱅을 기독교인의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신은 왜 빅뱅을 통해 세상을 창조했는가.’에 대해 궁금해할 것이다. 하지만 과학은 ‘어떻게 우주가 만들어졌는지’만을 중시한다. ‘왜’에 대한 질문이 모두 ‘어떻게’로 바뀔 수는 없다. 특히 인간의 영역에서 그렇다. 우리는 분명 ‘왜’라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행동한다. 어떤 사람이 가까운 누군가를 위해 희생한 이유에 대해 순수한 신경학적 관점의 논리만으로는 완전한 답을 얻기 어렵다. 본질적인 해답은 사랑이라는 감정적 요소를 감안한 ‘왜’라는 관점에서도 접근해야 한다. 이런 얘기를 환상이자 로맨틱한 헛소리로 치부하는 것이 현재 과학의 문제다.  ● 크라우스 과학은 사랑을 신경세포 및 생화학적 반응으로 단순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당신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아마 순수한 물리적 부분 이상의 것이 우리의 의식에 영향을 준다고 믿기 때문이 아닐까. 현재의 과학은 생물학적 진화에서 ‘희생’에 따른 많은 부분을 명확하게 이해하기 시작했다. 희생은 유전자의 중요한 요소다. 희생이 이타적인 행동이라고 전제하면 진화론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언젠가는 거시적 관점으로 해석하고 있는 사회적 행동들에 생물학적 반응이라는 미시적 관점을 더할 수 있을 것이다.  ● 바지니 철학은 언젠가 불필요한 학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두려워하고 있다. 과학 역시 한계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나는 인간의 행동이 물리나 생물 등의 과학적 관점으로만 설명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믿지 않는다. 비록 세상은 물리학 요소로 이뤄져 있지만 이 요소는 서로 상당히 복잡하게 얽혀 있어 물리적 입자들을 아무리 연구한다고 해도 인간의 의식에 대해서는 답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과학자들의 접근 방식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물리학자들이 성공하기 전까지는 진정한 질문은 모두 과학적 관점에서 접근돼야 하고 나머지는 모두 쓸데없는 것이라는 주장은 삼가야 한다. 만약 과학적 접근만이 중요하다면 지금 이 대화도 불필요한 행동일 뿐이다.  ● 크라우스 당신과 나는 인간과 관련된 모든 부분에 과학적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실제로 과학이 얼마나 효과적이고 완벽하게 이를 구현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른 것 같다.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 바로 과학이 흥미는 느끼는 근본적 이유가 된다. 생물체의 존재 가치를 찾는 것은 가장 위대한 질문을 푸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과학이 일부 성공에 도취된 것은 우려스럽다. 우주 전체를 본다면 우리의 실증적 과학이 갖는 한계는 분명하다고 느낀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줄리언 바지니  영국의 철학자이자 작가. ‘철학자의 잡지’의 공동 발행인이자 책임 편집자로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철학자’로 꼽힌다. 철학 대중화의 주역으로 ‘가짜 논리’ ‘유쾌한 딜레마 여행’ ‘빅 퀘스천’ ‘에고 트릭’ 등의 베스트셀러를 썼다.    ●로런스 크라우스  입자물리학과 우주론을 연결하는 세계적인 우주물리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12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다. 2008년 뉴욕타임스 선정 올해의 책인 ‘스타트렉의 물리학’을 비롯해 ‘거울 속의 물리학’ ‘퀀텀맨’ 등의 책을 냈다.
  • 당신은 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당신은 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인생을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돈. 끊임없이 돈을 좇으며 살고 있는 우리는 정작 돈에 대해선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무도 말해 주지 않는 자본주의의 진실에 대해 EBS가 입을 열었다. EBS는 24일부터 다큐프라임 5부작 ‘자본주의’를 방영한다. 인류의 경제활동에 대한 특별한 인문학적 보고서를 지향했다. 끊임없이 번영과 위기의 파도를 넘어온 자본주의가 인간의 역사에서 무엇을 사라지게 했으며, 어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냈는지 돌아본다. 미국 금융위기와 유로존 재정 위기를 거치며 구조적 모순을 드러낸 자본주의는 위기를 겪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 모두 빈부 격차가 커지면서 실업률이 높아진 유럽의 청년들 사이에선 다시 공산주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부(24일 밤 9시 50분) ‘돈은 빚이다’는 금융 자본주의를 파헤친다. 왜 물가는 오르기만 하는지, 내 빚을 갚아도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본다. 뉴스에서 늘 말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도대체 무슨 뜻인지, 나는 과연 자본주의에 조정당하며 살고 있는 사람인지 알아본다. “은행에 예금된 돈의 90%는 은행에 있지 않다.”는 제프리 잉엄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말을 인용, 은행에 보관된 돈은 우리가 맡긴 돈의 10%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털어놓는다. 은행의 탄생 배경부터 은행이 숨기려 했던 진실을 알아보고 금융 권력과 정치 권력의 결합을 미국이라는 돋보기에 비추어 추적해 본다. 엘렌 브라운 공공은행연구소 최고경영자(CEO)는 “은행이 하는 짓은 큰 야바위”라고 설명한다. 2부(25일 밤 9시 50분) ‘소비는 감정이다’에선 쇼핑의 불편한 진실을 뜯어본다. 한 살이 넘으면 무려 100개의 브랜드를 기억한다는 인간의 뇌를 과학적으로 분석, 쉴 새 없이 퍼붓는 마케팅의 공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아본다. 부산 해운대의 한 대형 쇼핑몰 설계자인 파코 언더힐(소비 컨설팅사 인바이로셀의 CEO)은 “우리는 이렇게 고객을 유혹했다.”고 고백한다. 3부(26일 밤 9시 50분) ‘금융지능은 있는가’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도움을 얻어 금융 지능지수(IQ)를 처음으로 공개한다. 한 은행원의 고백을 통해 좋은 펀드와 금융상품은 직원이 인센티브를 챙기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힌다. 아담 스미스와 칼 마르크스, 케인스와 하이에크를 다룬 4부와 5부는 다음달 1~2일 방영된다. 프로그램은 자본주의라는 거대 담론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지향했지만 자칫 이념적으로 치우칠 수 있다는 우려도 안고 있다. 또 진부한 얘기가 돼 버린 자본주의 ‘까발리기’를 어떻게 풀어 갈지도 의문이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과학·인문학 재융합해야”

    “과학·인문학 재융합해야”

    “융합이 아니라, 과학과 인문의 재융합이 필요하다.” 이매뉴얼 월러스틴(82) 예일대 종신교수는 유엔이 제정한 세계평화의날(21일) 31주년을 기념해 경희대학교가 주최한 ‘피스바 페스티벌(Peace BAR Festival) 행사 중 18일에 열린 ‘국제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이렇게 강조했다. 이날 라운드테이블의 주제는 ‘지식의 구조들: 과학과 인문학의 인식론적 재융합’으로 월러스틴 교수는 “대학이 창조적 지성을 생산해 내지 못하고 지위나 자격을 부여하는 지위로 전락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단일학문성을 강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러스틴 교수는 “500년 전만 해도 서양에서도 인문과 과학이 함께였다.”면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의 제목을 보면 윤리, 물리, 정치, 과학 등 다양한 주제를 모두 다루고 있었고, 쾨니히스베르크대 교수였던 칸트 역시 문학, 시, 윤리학, 우주학, 천문학 등 다양한 주제를 강의했다.”고 설명했다. 1715년 이래 대학은 현재 서양의 대학과 같은 모양을 갖추게 됐고, 이 시기부터 과학이 인문보다 더 중요해졌다고 했다. 19세기부터 대학을 중심으로 학과·학제는 더욱 세분화·전문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 결과 사회과학은 한 사람을 양쪽 말에 잡아매고 반대로 모는 가여운 형국이 됐다. 이제 사람이 말을 몰 수 있도록 두 마리 말을 모아야 할 때”라며 “특히 세계체제가 무너지려고 하는 위기의 상황에서는 지식의 구조가 500년 전으로 돌아가 재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970년대 이래 미국의 헤게모니는 붕괴했다.’고 주장해 온 월러스틴은 세계금융위기로 위기를 겪는 현재는 더욱더 통합된 사고와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위기의 순간에 내려야 하는 결정을 ‘전문가’라는 사람들에게 ‘집단적 민주적 성찰’과 ‘윤리적 판단’이 배제된 채 맡겨둘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김주영, 소설 ‘객주’ 속 진보장터를 가다

    김주영, 소설 ‘객주’ 속 진보장터를 가다

    KTV가 17일 큰 폭의 가을 프로그램 개편에 나선다. 소설가 김주영이 시골 장터를 소개하는 프로그램과 KTV가 독점 보유한 대한뉴스를 바탕으로 제작한 원로가수들의 인생 마지막 방송 ‘리사이틀 인생쇼’ 등이 신설된다. 장터는 삶과 이야기가 모이는 곳이다. 물건을 사고파는 것을 넘어 들고나는 사람들의 겹겹이 쌓인 속내가 자연스럽게 녹아나는 공간이다. 소설가 김주영씨는 KTV ‘길 위의 작가 김주영의 장날’(20일 밤 10시 30분)을 통해 사라져가는 지역 전통시장을 소개하고 장터문화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을 시도한다. ‘시골 장터에 가면 이 시대 마지막 역사의 혼이 살아있다.’는 격언이 있지만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공세에 밀린 장터는 이미 설 자리를 잃었다. 김씨는 지난 13~15일 자신의 소설 ‘객주’, ‘홍어’의 배경이 됐던 경북 청송의 진보장터를 방문해 보부상과 장돌뱅이의 애환이 서린 추억을 되새겼다. 이곳 장터는 어떤 품목도 구입이 가능하다는 말이 돌 정도로 규모가 컸지만 이제는 안타까움만 감돌고 있다. 귀농 다큐멘터리인 ‘살어리랏다’(20일 밤 9시 30분)는 귀농에 얽힌 청사진을 제공한다. 이주를 앞둔 혁신도시 인근의 귀농교육을 알아보고, 특성화 작물을 소개한다. 17일 첫 방송되는 ‘정책을 알면 돈이 보인다.’(오후 3시 30분)는 실생활에서 지나치기 쉬운 유용한 정책정보를 전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가장 관심을 끄는 프로그램은 ‘대한늬우스와 함께하는 리사이틀 인생쇼’(19일 밤 11시). KTV가 독점으로 보유한 995시간 분량(2040회)의 대한뉴스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5개 프로그램 중 하나다. ‘여자 학사가수 1호’라는 타이틀을 지닌 ‘대머리 총각’의 김상희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일종의 가요 역사기록물을 지향한다. 매주 금요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맞은편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는 녹화에는 소외된 원로 가수들이 초대돼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들의 과거 뉴스 영상을 소개하고 인생 이야기를 들어본다. 인생쇼 전속 악단의 라이브 연주에 맞춰 출연자는 자신의 히트곡과 애창곡을 들려준다. 첫 방송(26일)은 진행자 김씨의 스페셜 무대로 채워진다. 이후 한명숙, 금사향, 안다성 선생이 잇따라 출연, 가요무대와는 다른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연출을 맡은 이학재 PD는 “지난 3월 반야월 선생께서 향년 95세로 별세하시기 직전 유작이란 기분으로 취재한 적이 있다.”면서 “대부분의 원로가수들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기력마저 떨어져 이들의 마지막 모습을 담는다는 심정으로 제작하겠다.”고 말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종교플러스] 16일 ‘책가방 보내기’ 바자회

    16일 ‘책가방 보내기’ 바자회 공익법인 아름다운동행은 오는 16일 오전 10시 서울 조계사 뒷마당에서 저소득층 어린이에게 ‘책가방 보내기’ 기금 마련을 위한 바자회를 연다. 판매 수익금 전액은 내년 상반기 전국 아동들에게 책가방과 학용품 세트로 구성된 입학 선물로 전달된다. 바자회 문의는 아름다운동행(www.thenanum.org). 천주교 매주 수요일 청년모임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는 12월 12일까지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청년, 우리가 사는 세상’이란 주제의 청년 모임을 연다. 청년 모임은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30분부터 2시간여 동안 ‘세상의 매력’ ‘사회의 매력’ ‘삶의 매력’이란 소주제로 진행된다. (02)777-7261. 인문학·음악 주제 무료강좌 양화진문화원(원장 박흥식)은 9월 목요 강좌를 매주 목요일 오후 8시에 한국기독교선교기념관에서 무료로 진행한다. 강좌는 ‘인문학’과 ‘음악’ 관련 내용으로 짜일 예정이다. 13일 이건용 서울시 오페라단장(‘음악, 이제-여기-수난곡의 전통에서’), 20일 황병준 코리아사운드미러 대표(‘기술과 예술의 절묘한 조화, 사운드레코딩의 세계’)가 강의하며 27일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과 이재철 목사(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교회)가 ‘노아’를 주제로 대담한다. (02)332-9171.
  • [옴부즈맨 칼럼] 시의적절한 기획 시리즈 돋보여/이갑수 INR 대표

    [옴부즈맨 칼럼] 시의적절한 기획 시리즈 돋보여/이갑수 INR 대표

    서울신문을 매일 보면서 눈에 띄는 기사들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러나 홍보(PR)를 직업으로 갖고 있는 필자는 과감하고도 창의적인 ‘편집의 미’를 발견할 때 더 큰 즐거움을 얻는다. 특히 촌철살인의 헤드라인들을 볼 때마다 적절한 감탄의 단어들이 쉽게 떠오르지 못할 때가 많다. 최근 다른 매체에서는 소홀히 다루거나 했던 다양한 이슈들을 시의적절하게 기획시리즈로 심층 조명했다. 또 공공정책 분야에 특화된 신문이라고는 하지만 기사의 오디언스(Audience)는 누구인가, 왜 이런 기사를 다루는가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는 ‘공공열전 2012’와 같은 기사도 돋보였다. 8월 24일 자 1면 머리기사인 ‘어느 인문학 교수의 자살’을 계기로 3회에 걸쳐 다룬 ‘취업률 전쟁에 내몰린 대학’ 기사는 답답한 대학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취업률을 대학 평가에 반영한다는 정부 정책을 지적하고, 문제점을 적시했다. 제자 취업에 목을 매는 지방대 교수들의 단편들과 예술대 중심의 대학같이 특성화된 대학들에는 불리하다 할 정도로 대학 특성을 무시한 채 단순 취업률로 대학을 평가하는 것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또 대학 평가에 반영되는 취업률 20%에 대한 적절성, 취업률의 적용범위, 취업률 산출 시의 문제점과 대안 제시도 적절했다. 덧붙인다면 대학의 역할과 존재라는 본질을 감안할 때, 아무리 이 사회가 취업 만능주의에 빠졌어도 취업률이 과연 대학 평가에 필수 요소인가 하는 점을 큰 틀에서 이슈로 다뤄 줬으면 한다. 평가에서의 취업률 반영 문제가 정부와 대학 간에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그 어느 때보다도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열풍에 빠진 요즘 취업률 탓에 인문학 관련 학과가 폐쇄되어 갈 수밖에 없는 이 사회의 모순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농협, 겉도는 신·경 분리 6개월’이라는 3회 시리즈 기사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농협의 문제점과 개혁이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사실 일반 국민들에게는 크게 와 닿지 않는 이슈인 농협 문제를 다루었다는 점에서다. 이 시리즈는 올 3월에 50년 만에 수술대에 올린 농협 조직이 살아나고 있는지, 아직 혼수 상태인지 지난 6개월의 변화를 점검하는 기사였다. 2회의 농협경제지주 관련 기사에서는 농협 계열사들이 농민들의 편이라기보다는 비료값 담합 같은 행위로 오히려 농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지적과 함께 거대 공룡 농협의 복잡한 구조와 시스템에 대해 파고들었다. 농협 금융을 주제로 한 1회에서는 규모, 수익성 면에서 타 경쟁 금융그룹과 비교해 꼴찌만 기록하는 농협금융지주의 현실을 열거하였는데, 왜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지 보다 구체적인 분석을 보여 주었으면 하는 점이 아쉽다.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 문제는 여전히 사회적 쟁점이다. 지난 8월 20일에 피자가게 주인에게 성폭행당한 서산의 어느 여대생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불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신문은 이틀 뒤부터 5회에 걸쳐 ‘짓밟히는 알바생의 인권’이라는 타이틀로 취급했다. 우선 발빠르게 심층기사로 구성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 수 있지만 가장 열악한 노동 현실의 밑바닥에 있는 알바생들의 수당문제·인권문제 등과 제도적 허점들을 지적하고, 전문가가 제시하는 해법으로 마무리 지은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한 가지 사족을 붙여 본다면, 기사 안에서 거론된 여러 프랜차이즈 업체들 중 어느 업체는 실명으로 소개되고 어느 브랜드는 “모 업체…”와 같이 비실명으로 거론된 것은 실명 공개 여부의 기준이 무엇이든 보도의 공정성과 객관성 측면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사례는 경제면에 매일 보도되는 사진기사 중 일부 기사의 사진 설명에는 해당 기업체나 브랜드가 실명으로 공개된 반면, 또 다른 기사의 사진설명에서는 브랜드가 언급되지 않아 자칫 형평성에서도 오해의 소지를 낳을 수 있다.
  • [사설] 정교한 대학평가로 구조개혁 뒷말 없어야

    교육과학기술부가 어제 정부재정지원 제한을 받는 43개 대학을 추려 발표했다. 수도권 대학도 포함돼 있어 대학 구조조정은 예외가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 가운데 13개 대학은 학자금 대출 제한까지 받는다. 337개 대학(4년제 198개교, 전문대 139개교)을 대상으로 실시한 평가에서 교육성과, 교육여건 등이 하위 15%에 포함된 곳들이다. 이들 대학은 앞으로 강도 높은 자구책을 실시해야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부터 실시된 정부 지원을 지렛대로 한 대학구조개혁은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선정된 46개 대학 중 절반인 23개교가 자구노력을 통해 재정지원 제한대학의 멍에를 벗었다. 원광대와 목원대는 입학정원을 각각 10.3%, 16.9% 감축하고 11개 학과와 3개 학과를 통폐합했다. 대학에 맡겼으면 내부 구성원의 반발과 갈등으로 엄두도 못냈을 정원 감축, 학과 구조조정 등이 이루어진 것이다. 교과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을 중심으로 현지실사를 거쳐 12월 경영부실대학을 지정하는 등 구조조정을 유도할 예정이다. 대학 구조조정은 학령인구가 변화하는 만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2012학년도 67만명인 고졸자는 2024년에는 41만명으로 39% 감소한다. 구조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올해의 대입정원(58만명)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해도 불과 6년 뒤인 2018년에는 고교졸업자가 57만 9000명으로 떨어져 대입정원을 밑돌게 된다. 대학구조조정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문제는 평가방식을 어떻게 정교하게 마련해 대학 구조조정을 둘러싼 잡음을 최소화하느냐 하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대학에서 취업률 산정방식을 놓고 불만을 제기해 일부 보완이 이루어졌지만 대학들이 만족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는 취업률(20%)과 재학생충원율 (30%)이 전체 배점의 절반을 차지해 가장 많다. 그러나 예체능계, 종교계, 인문학과가 많은 대학은 이러한 잣대가 불리하다. 학과 통폐합에 인문학과가 표적이 되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대학 여건과 특성에 맞는 맞춤형 평가방식을 개발해 대학의 신뢰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만 대학 구조조정도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
  • [시론] 사람을 배려하는 문화기술이 절실하다/김재하 서울예술대 디지털아트학부장

    [시론] 사람을 배려하는 문화기술이 절실하다/김재하 서울예술대 디지털아트학부장

    얼마 전 삼성 갤럭시폰과 애플 아이폰의 음성인식 프로그램을 비교한 글이 트위터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아이폰의 시리(Siri)에게 “피곤해.”라고 세번 말을 걸었더니 “한숨도 못 주무신 거예요?”, “운전 중이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당장 이 아이폰을 내려놓고 잠시 주무세요!”라고 각각 다른 대답이 나왔다. 반면에 갤럭시폰의 S보이스는 세번 모두 “저는 피곤하지 않습니다.”라는 똑같은 대답을 했다고 한다. 이 글에 대해 시리의 음성인식기술이 S보이스보다 뛰어나다, S보이스가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등 아이폰의 기술을 높이 평가하는 댓글이 많았다. 그러나 필자는 이 일화에서 기술을 따지기 이전에 애플과 삼성의 기술 접근방식에서의 근본적인 차이를 간파해야 한다고 본다. 애플이 중시하는 것은 창조성과 사람에 대한 배려라면, 삼성이 중시한 것은 기능성과 예측 가능성이었다. 그 결과 시리는 사람을 배려하는 소통을, S보이스는 기계적인 완고함을 드러냈다. 문제는 어느 쪽이 앞으로 시장과 사회를 리드할 수 있느냐이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기능과 효율성에서 다양성과 창의성, 감성 위주로 진화하는 현상은 미래학자의 예측이 아니라 이미 일상에서 목격되는 트렌드가 되었다. 첨단 기술만이 소비자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를 배려하고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인간 중심의 창의적인 생각이 보다 더 선도적이고 첨단 기술로 작용할 수도 있다. 사람을 배려하는 기업과 상품이 시장에서 앞서 나갈 수밖에 없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감지하고 대처해 왔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인문학과 기술을 아우르는 ‘통찰력’을 통해 디자인과 소비자 경험을 기기, 소프트웨어, 기기 작동방식 등 다양한 분야에 일관되게 적용하도록 했다. 구글은 정보와 정보 사이의 다양한 관계를 표현하고 인간적 사고로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웹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인문학적 접근을 시도해 왔다. 인문학 어워드를 제정하고 수여한 것이 대표적인 노력의 사례이다. 인텔도 인간의 근본적인 속성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기 위해 ‘상호작용 및 경험 연구소’(Interaction & Experience Research Lab)를 설립하고 연구소장으로 문화인류학 전공의 제네비브 벨을 임명했다. 선진국 정부들도 ICT 분야에서 학문적 융합을 위한 다학제 간 융합정책을 일찌감치 도입했다. 미국은 ICT의 핵심 요소 학문들을 의학 등 특정 영역에 적용하기 위해 분야 간 협업 체계와 연구가 필요함을 인식하고, 1991년 HPC(High-Performance Computing) 법안 제정 후 NITRD(Networking and Information Technology Research and Development)를 통한 다기관(multiagency) 연구를 지원해 왔다. 영국 역시 과학·기술을 활용해 경제·사회 영역에 제공할 수 있는 잠재적 기회 요인을 발굴하고,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통상산업부(DTI) 산하 과학기술국(OST) 주관으로 1994년부터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문화기술에 대한 정부의 지원 정책도, 대학의 연구도, 기업의 상품도 다소 경직돼 있다. 선진 경쟁국과 비교우위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적 측면에서도 아직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한 기술 위주의 접근이 주를 이룬다. 소프트 파워와 서비스 산업 중심의 지식기반경제에 진입했다고 외치지만 아직도 산업화 사회의 패러다임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는 사람과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자리 잡기 어렵다. 단순하고 획일적인 현재의 소통 문화기술을 개인의 다양한 관심사와 요구를 고차원적으로 표현·전송·보관할 수 있는 차세대 휴먼 네트워킹 시스템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이 시대가 요구하는, 사람을 배려하는 문화기술 연구·개발(R&D)을 위해서는 인문학과 예술에 보다 관심을 가지는 융합적·학제적 접근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시대이다.
  • 인문학 바다에 빠져든 해운대구

    “메마른 도시에 인문학 감성을 입혀 세계 일류도시로 만든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사는 주부 김진옥(48)씨는 새달 7일부터 시작하는 인문학 강좌를 손꼽아 기다린다. 해운대구는 인문학 학습 동아리인 ‘필소굿’을 만들었다. 평소 책읽기를 즐기는 김씨는 소식을 듣자마자 등록했다. 김동규 철학박사 등이 참여한 인문학 연구회 모임 ‘비상’ 회원들이 매주 한 차례 돌아가며 강의한다. 이참에 김씨는 목말랐던 인문학에 대한 이론 정리 및 체계적인 학습법을 배워볼 작정이다. ●북 콘서트 등 주민들 ‘호응’ 최근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해운대구가 인문학 도시 만들기에 시동을 걸었다. 초고층빌딩과 첨단산업, 문화 인프라가 집중되는 해운대구의 외적인 성장에 걸맞은 품격 높은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다. 자치단체가 인문학 도시만들기에 나선 것은 전국적으로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는 ‘인문학을 통한 인간성 회복과 생각하는 사회 구현’이란 주제로 인문학 대중화와 사회적 자본 증진사업을 추진한다고 23일 밝혔다. 이를 위해 구는 지난달 1일 조직개편 때 전국 처음으로 인문사회자본팀을 신설하는 등 계획을 세웠다. 이미 구는 연초부터 동서양 인문학 산책, 찾아가는 권역별 인문학강좌, 구청장과의 인문학 소통, 길 위의 인문학, 리빙 라이브러리 등 다양한 강좌를 준비했다. 다음 달에는 ‘해운대플랜 그레이트북스 100권 선포식’을 열고 연말에 우수 추진기관을 뽑아 시상한다. 책 권하는 사회 오거서(五書) 운동을 벌이고 북콘서트, 서평대회도 마련한다. 연말쯤 인문학 자문위원단 발족과 인문학 진흥 조례 제정 등을 추진하고 내년에는 인문학 도서관을 건립할 예정이다. 지역의 숨은 이야기를 발굴, 스토리가 있는 인문학 로드를 조성해 관광자원화하고 인문해설사 양성, 인문학 축제, 인문학 북페어 페스티벌도 계획했다. 인문학 대중화에는 동 주민센터도 나서고 있다. 반여1동 주민센터는 지난달 인문학콘서트를 열었고, 우2동 주민센터는 ‘찾아가는 인문학의 향기’를 마련했다. 둘 다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반송1·3동, 재송1동 주민센터도 각각 인문학 콘서트와 인문학 아카데미를 준비하고 있다. 김동규 박사는 “삼류대학이었던 시카고대가 인문고전 100권 읽기 운동으로 8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명문대학으로 성장했다.”며 “인문학이야말로 각박한 현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될 학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구는 주민들이 신뢰·협력·소통·배려하는 마음을 갖도록 ‘사회적 자본 확충 운동’도 추진한다. 빈부격차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과 사회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더 행복한 사회,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제3의 자본이라 불리는 사회적 자본의 확충 필요성이 나왔기 때문이다. 공감대 형성을 위해 다음 달 3일 KBS 사회적 자본 프로그램의 황진성 PD를 초청, 직원 교육을 한다. 20일에는 이 분야 권위자인 서울대 이재열 교수를 초청, 시민포럼을 마련한다. ●“OECD 10대 도시로 만들 것” 이 밖에 신뢰, 협력, 소통, 배려-나부터 실천하자’는 의미에서 1부서(동) 1실천 과제 실천하기 사업, ‘사회적 자본 증진 조례’ 제정, 범시민운동본부 등을 설치한다. 배덕광 구청장은 “인문학 도시만들기와 사회적 자본증진 사업으로 해운대를 모든 구민이 행복한 도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0대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대학 취업률 발표 전날밤, 어느 인문학 교수의 자살

    대학 취업률 발표 전날밤, 어느 인문학 교수의 자살

    은은한 묵향을 뽐냈던 대전의 한 사립대 교수가 지난 22일 밤 자신의 집 안방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충청서단의 중견 서예가로 활동하다 뒤늦게 대학강단에 선 Y(57·서예한문학과) 교수는 정통 교수사회에서 볼 땐 늦깎이였지만, 환갑을 4년 앞둔 올해 박사학위를 받았을 만큼 학문에 대한 열정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그런 그가 유서 한 장 남기지 않고 스스로 목숨을 끊자 지역 교수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그를 잘 아는 동료 교수는 “평소 점잖은 분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유족은 경찰조사에서 “Y 교수가 평소 졸업생의 취업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유족의 말대로라면 대학 취업률에 등 떠밀린 교수가 압박을 못 이겨 자살한 것이 된다. 깜짝 놀란 대학 측이 “Y 교수의 학과는 순수 인문·예술 전공이어서 (졸업생) 취업률에 대한 압박은 없었다.”고 부인하는 것은 당연하다. 취업률이 낮았던 이 대학은 지난해 재정 지원 제한대학에 포함됐다. 퇴출당하지 않으려면 취업률을 높여야 한다. 이 대학은 절치부심 끝에 지난해 50%대였던 취업률을 올해 60%대로 끌어올렸다. 획기적인 개선이다. 취업률 스트레스와 자살과의 상관관계가 이 사건의 핵심이다. 예고된 재앙이나 마찬가지였다. 유족과 대학의 주장이 다른 만큼 진실규명은 경찰의 몫이 됐다. 취업률을 높이는 데 교수를 내모는 지금의 현실은 분명히 정상이 아니다. 대학의 본질은 연구와 교육이기 때문이다. 대전의 한 사립대 교수는 “논문 덜 써도 좋으니까 빨리 학생들 취업시켜 달라고 본부에서 얘기한다.”며 “대학교수로서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 서울지역 대학 빼고는 정체성 위기가 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자 취업 안 시키고 싶은 교수가 어디 있겠느냐.”면서 “그러나 취업 한명 시켰느냐 못 시켰느냐가 교수 승진할 때 실적으로 반영된다면 곤란한 얘기”라고 말했다. Y 교수가 속한 서예한문학과 등 인문대는 취업률 제고에 한계가 있고, 이는 정부와 기업이 해결할 문제라는 시각이다. Y 교수의 사건을 계기로 교육과학기술부의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세계 어느 곳에도 취업률로 대학 등급을 매기는 나라는 없다. 교육 정상화, 연구 정상화 측면에선 독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목원대 도중만(50) 역사학과 교수는 “이런 식의 정책이 계속되면 서울 소재 대학 빼고 지방대학은 다 죽는다.”면서 “Y교수 사건도 이런 관점에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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