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인문학
    2026-01-0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158
  • [열린세상] 스티브 잡스의 따뜻한 시장경제/장제국 동서대 총장

    [열린세상] 스티브 잡스의 따뜻한 시장경제/장제국 동서대 총장

    “아빠, 스티브 잡스가 죽었대… 어떡하지 불쌍해서?” 한창 바빴던 지난 6일 이른 오후 초등학교 6학년인 딸로부터 온 전화였다. 스티브 잡스를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는 어린 딸이 슬퍼하는 목소리를 듣고 그의 영향력을 다시금 실감했다. 그에 대한 책을 제법 많이 읽었던 필자 역시 그날 온종일 마음이 무거웠다. 스티브 잡스는 참 신비로운 존재이다. 양자로 입양되어 겪어야 했던 어린 시절의 가련함, 몇 번의 사업 실패에도 굴하지 않았던 오뚝이적 집념, 편집광적인 집착, 인문학과 과학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제조 장르의 개척, 열광하게 하는 프레젠테이션 기술, 췌장암과의 처절한 투병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하는 그의 수식어가 된 지 오래다. 그의 이러한 인상은 홀연히 떠나버린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더 깊어졌다. 사실 따지고 보면 스티브 잡스도 ‘사업가’에 불과하다. 좋은 물건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팔고 또 그것으로 이익을 창출해 부를 축적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살아 온 사람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를 세상의 허다한 ‘장사꾼’으로 보지 않았다. 매번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 신제품을 소개할 때면, 누가 ‘갑’이고 ‘을’인지 헷갈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무대에 들어서는 스티브 잡스에 대해, 마땅히 ‘갑’의 입장에 서 있어야 할 소비자들이 오히려 기립박수를 치는 주객전도의 현상을 우리는 자주 목격해 왔다. 어떻게 이런 기이한 현상이 일어날 수 있을까? 더구나 지금 세계는 대공황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아우성이고, 세상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으로까지 치닫게 한 주범으로 ‘가진 자’들을 지목하고 있는 이때에 말이다. 잡스도 그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분명 ‘가진 자’의 부류에 속해 있지 않은가? 시장경제 제도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직장에 나가서 열심히 일을 하고, 그 신성한 노동의 대가로 급료를 받고, 이를 통하여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믿음이 그 전제가 되어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요즈음 어떻게 된 일인지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기대하던 ‘행복’은 찾아오지 않고, 교묘한 ‘돈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득세하는 시대가 되어 간다는 느낌을 가지기 시작했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삶을 결정짓는 것이 자신들의 노동이 아니라 탐욕에 젖은 자본가들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서 지금 자본주의는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빈부격차의 갈등이 폭발하여 폭동이 일어났다. 최근에는 미국의 월가에서도 노동자들이 궐기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고, 이로 인해 미국의 정계와 경제계는 사태의 추이를 살피며 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끊임없는 노사 갈등,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인한 시민단체의 약진 등이 이러한 긴장의 전초전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경우도 돈을 버는 데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는 다른 부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가 만든 상품을 통해 무언가 모를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따스함’이 있다는 점이, 부만을 좇는 여타의 ‘냉혈적’ 자본가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점이다. ‘따스한’ 감성을 불어넣은 상품 개발, 그리고 그것을 통한 인간 행복에의 접근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지갑을 여는 것을 조금도 아깝게 여기지 않게 한 원동력이 된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방탕은 자본주의를 위기로 내몰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나눔을 강조하는 소위 ‘자본주의 4.0’이 새로운 담론으로 우리사회에 등장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4.0’의 약점은 이미 부를 축적한 자본가들의 ‘선처’와 ‘결단’에 의존해야 한다는 데 있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의 축적 과정이다. 노동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자본가들의 부의 축적, 그리고 삶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대가로서의 부의 축적이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고 있는 ‘따뜻한’ 시장경제주의라는 것이 스티브 잡스의 죽음이 주는 교훈인 것이다. 잡스가 사망한 바로 다음날, 애플의 한 경쟁업체가 최근 매출 경쟁에서 아이폰을 추월했다는 보도가 날아들었는데, 그 소식이 어째 매우 진부하고 피곤하게 느껴지는 것은 필자만일까? ‘따뜻한’ 시장경제주의가 절실한 때이다.
  • [열린세상] 인문학, 스스로 꼬아 올리는 구원의 동아줄/허동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열린세상] 인문학, 스스로 꼬아 올리는 구원의 동아줄/허동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인문학은 위기일까? 얼마 전 귀천한 스티브 잡스의 삶이 명증하듯, 인문학자의 위기일 뿐이다. 미혼모의 아들로 시리아인 유학생의 핏줄을 받은 잡스는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았다. 그를 걷어 길러준 양부는 노동자였다. 등록금이 없어 리드대 철학과를 한 학기만에 그만둔 그는 주류사회 진입이 어려운 주변인이자 약자였다. 1976년 21살 새파란 청춘에 애플을 공동 창업한 그는 매킨토시 컴퓨터를 세상에 내놓았다. 개인용 PC시대를 여는 쾌거를 일구어 냈지만, 30살 되던 1985년 그는 자신의 회사에서 퇴출되었다. “그것은 쓰디쓴 약이었지만 환자에게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인생이란 때로 여러분들을 고통스럽게 하지만, 신념을 잃지 말기 바랍니다.” 그날의 좌절을 회상하며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한 그의 말은 심금을 울린다.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 1996년 애플에 다시 복귀한 그는 기술에 영혼을 불어 넣었다. 아이팟(2001년), 아이폰(2007년), 아이패드(2010년). 우리는 통념에 매몰되지 않았던 그가 건넨 선물을 징검다리 삼아 아날로그의 강물을 넘어 디지털의 신세상으로 건너갔다. “소크라테스와 한나절 보낼 수 있다면 난 애플의 모든 기술을 내놓을 것이다.” 그가 우리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 ‘IT(정보기술)의 제왕’에 오를 수 있었던 상상력의 원천은 인문학에 있었다. 그에게 인문학은 영감과 지혜의 보물창고였다. 그는 인문학이 돈이 되지 않는다는 통념을 깨고 황금알을 낳는 어미 닭임을 증명해 보였다. 지구마을 사람들이 그를 기리는 이유는 무얼까? 정상에서 나락으로 굴러 떨어졌지만, 좌절을 모르고 불굴의 응전 의지를 불태워 인류 역사의 진보를 이끈 창조적 소수자(creative minority)로 우뚝 섰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일군 성공의 신화는 우리가 왜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야 하는지를 잘 말해준다. 인문학은 사회적 약자들이 꿈을 잃지 않고 신자유주의의 거센 파고를 뚫고 나갈 힘을 주는 희망의 오아시스로 다가선다. 승자독식의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 사람들은 강자가 되려 한다. 자본의 정글 먹이사슬 가장 위에 위치한 이들은 미국 월가의 인재들일 것이다. 몇 해 전 세계적 금융위기를 부른 이들의 탐욕은 그칠 줄 몰랐다.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이제 빈부격차 해소와 일자리를 요구하는 도심시위대의 구호는 뉴욕을 넘어 미국 전역을 뒤흔들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상의 승자들은 몇 해 전 월가가 촉발한 세계적 금융위기를 맞아, 그 주역들을 배출한 하버드대학 전 총장 해리 루이스가 발한 자성의 목소리를 기억해야만 한다. 인간을 배려하지 않는 “영혼 없는 수월성(Excellence Without a Soul)”의 추구가 도덕적 해이를 불러왔으며, 그 결과 공동체를 뒤흔드는 커다란 재앙을 초래했다는 그의 말이 가슴을 울린다. 인문학적 소양은 승자들이 물신(物神)의 유혹에 사로잡히지 않고 깨어 있게 해주는 성찰의 지혜를 주는 힘이자 영혼의 부패를 막아주는 소금이기도 하다. 미국의 위기는 남의 집에 난 불이 아니다. 우리 미래를 짊어진 청년들이 ‘88만원 세대’로 자신을 낮추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날로 심해지는 것이 오늘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나아가 인종과 문화가 뒤섞일 수밖에 없는 세계화의 시대를 맞아 다인종·다문화 사회로 급속히 접어들고 있는 오늘. 세대와 계층, 인종과 성별 등 모든 사회·문화적 울타리를 넘어 지향과 이해가 다른 이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우리 모두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덕목이 인문학적 소양일 것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인문학은 영감과 지혜를 주는 보물창고이자, 약자에게 힘을 주는 희망의 오아시스이기도 하며, 영혼이 썩지 않게 지켜주는 소금으로도 다가선다. 종교가 하늘에서 내려주는 동아줄이라면, 인문학은 깨어 있는 주체로서 우리 스스로가 꼬아 올리는 구원의 동아줄이라 할 수 있다. 시민을 위한 인문학,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은 물론 경영자를 위한 인문학과 노숙자를 위한 인문학까지…. 우리 시민사회는 니체가 말한 ‘삶에 봉사하는 인문학’에 목마르다. 이제 인문학자들이 시민사회의 요구에 대답할 때다.
  • 서초 6급 이규종씨 소설 출간

    공무원 시인인 이규종(서초구 세무과 6급·필명 이훈강)씨가 두 번째 단편소설집 ‘타잔과 백수’(한은 펴냄)를 냈다. 활발한 창작 및 동인 활동으로 고정 팬을 확보한 그는 이미 ‘사랑보다 더 먼 곳에 있는 아픔’, ‘서울 하늘은 별빛을 기다린다’, ‘활터에서’ 등 시집 3권과 단편소설집 ‘돌 속을 나는 새’를 낸 바 있다. 이번 단편집에는 기존 시집과 마찬가지로 휴머니즘을 주된 정서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겨울비’, ‘곱사등이 천사’, ‘타잔과 백수’, ‘바람꽃 피는 언덕에’ 등 간결하고 탄성 있는 문체로 쓰인 7편이 실렸다. 2002년 첫 시집을 내고 2003년 한국시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씨는 2008년 두 번째 시집 ‘서울 하늘은 별빛을 기다린다’로 한국시문학대상을 받았다. 일본 무궁화 통신, 루마니아 문예지 세덴 등 해외와 국내 문예지 ‘문학과 창작’을 통해 다수 작품을 발표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부산시 노숙인 자립 멘토 양성

    부산시가 노숙인의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멘토 역할을 할 자원봉사자 양성에 나선다. 부산시는 거리 노숙인의 멘토 역할을 해 줄 자원봉사자를 체계적으로 양성해 자원봉사자와 노숙인 간의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노숙인 맞춤형 서비스 사업을 추진한다고 5일 밝혔다. 이에 따라 시는 부산노숙인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를 사업운영기관으로 선정했다. 지원센터는 노숙 경험자 중 자립한 시민과 봉사단체원, 상담 활동가 등을 중심으로 자원봉사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자원봉사자들은 노숙인 상담과 사례 관리에 대한 실무를 익힌 다음 현장에 투입된다. 노숙인 맞춤 지원을 통해 노숙인에게 철학, 문학, 교양 등 다양한 인문학 교육, 자립정신 향상과 취업준비교육 등 사회성 향상 프로그램도 제공된다. 또 재활과 건강관리, 신용회복, 독립형 주거지원, 자활과 일자리지원 등의 선택형 서비스 지원도 병행된다. 응급(위기)상황 노숙인 발생 시 문제 해결과 안정적 생활지원을 위해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회의도 가질 예정이다. 시는 노숙인과 자원봉사자 간 신뢰관계 형성을 촉진하기 위해 노숙인과 함께하는 갈맷길 걷기, 사회체육동호회, 명랑운동회, 문화공연 등 다양한 어울림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특히 거리생활 경험이 적은 3개월 미만 신규 노숙자에 대해서는 자립과 사회복귀의 가능성이 큰 만큼 신속하게 멘토를 연결하기로 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저소득층 빈곤 극복·일자리 창출” 매년 170여명 ‘홀로서기’ 돕는다

    “저소득층 빈곤 극복·일자리 창출” 매년 170여명 ‘홀로서기’ 돕는다

    “사람은 죽는 날까지 성장한다지요. 그래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2004년부터 간병 일을 하다가 광진구 자양동 광진지역자활센터 내 사회적기업인 ‘늘푸른돌봄센터’ 노인서비스팀 코디로 활동하는 이건복(59·구의1동)씨는 치매나 뇌졸중으로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언제든 달려간다며 5일 이같이 말했다. 가정형편 탓에 중고교를 검정고시로 마친 이씨는 2009년 구에서 운영하는 인문학 강의를 들으면서 미래를 꿈꾸었고, 지역자활센터인 늘푸른돌봄센터 일자리를 구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2008년 자활공동체로 출범한 늘푸른돌봄센터는 재가요양보호, 산후도우미, 노인 돌봄, 장애인활동보조 등 다양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직원 146명을 뒀다. ●지난해 7월까지 116명 자활 도와 광진지역자활센터는 2001년 보건복지부로부터 광진자활후견기관으로 지정되고 구가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 주민의 빈곤 극복, 복지,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 센터장을 포함해 사회복지사 6명이 근무하고 있다. 연 170명이 자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지난해 7월까지 수급자 116명의 홀로 서기를 도왔다. 광진자활센터는 깔끄미(건물 물탱크 청소), ㈜리스타트(컴퓨터 조립판매), 서울장애통합보조교육원(장애통합 교육보조), 행복기프트(행사 판촉물 제작판매) 등 5개 자활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구는 자활센터 10주년을 맞아 다음 달 한달 동안 ‘함께 만드는 아름다운 자활’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행사를 펼친다. 특히 자활생산품인 유기농 채소와 판촉 및 행사 물품 등을 판매하고, 이·미용 등 자활사업을 홍보할 예정이다. ●새달 2일 기념식전 마련 또 17~18일 충남 서천군 공무원연수원에서 자활 참여자와 가족 180명이 함께하는 워크숍을 갖고 향후 10년 비전과 지역사회 네트워크 구축의 길을 짚어 본다. 20일에는 자활사업 10년 발자취와 평가, 향후 과제, 실무자와 참여자 글과 사진 등으로 구성된 기념자료집을 500권 발간한다. 다음 달 2일 광진문화예술회관에서는 자활참여자를 대상으로 10주년 기념식을 열고 사진전도 연다. 김기동 구청장은 “일방적으로 어려운 이웃에게 혜택을 주는 복지가 아닌 경제효율성과 사회통합을 모색하는 생산적인 방향의 복지를 추진하고 있다.”며 “광진자활센터를 그런 차원에 부합하는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글 사진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성균관대 4일부터 인문학 특강

    성균관대는 4일부터 3일간 서울 종로구 명륜동 캠퍼스에서 ‘청년, 인문학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로 학술 문화제를 연다. 인문학 특강과 대담, 영상 상영과 전시회, 전공 설명회, 서평 대회가 열리며 소설가 김연수씨, 주진우 시사인 기자, 태혜숙 대구가톨릭대 교수, 이덕환 서강대 교수 등이 특별 강연을 한다.
  • [열린세상] 인문학의 미래/석영중 고려대 노문학과 교수

    [열린세상] 인문학의 미래/석영중 고려대 노문학과 교수

    교육과학기술부 주최 제6회 인문주간이 지난주 전국에서 개최됐다. 인문학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수요를 보여주는 참 반가운 행사였다. 사실 지난 몇 년간 인문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컸다. 최고경영자(CEO)에서부터 사회 소외 계층에 이르기까지, 인문학 수요 대상의 스펙트럼이 엄청나게 넓어졌을 뿐 아니라 ‘인문 경영’, ‘소통의 인문학’, ‘희망의 인문학’ 같은 다양한 영역들이 활성화돼 왔다. 각종 단체들과 도서관, 박물관, 백화점 문화센터, 대학 부설기관이 제공하는 인문학 강의는 수강생들로 넘쳐난다.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인문학의 중요성만 언급해도 무슨 신탁이라도 울려퍼진 듯 인문학 열기는 거세게 타오른다. 그러나 이러한 열기와는 사뭇 대조적으로 대학 내에서의 인문학은 여전히 소외당하고 있다. 문학·역사·철학은 여전히 비인기 전공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특히 몇몇 국제 어문학과는 지원자가 너무 적어 존폐를 걱정해야 할 정도이다. 대학 밖과 안에서의 상황이 이토록 대조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인문학의 속성 그 자체에 기인한다. 거의 날마다 인간의 생명과 관련된 놀라운 연구 결과를 속속 발표하는 첨단 과학과 달리 인문학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그러므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또 성과가 있다 하더라도 추상적으로 들릴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인문학자인 나도 흔히들 말하는 “인문학적 상상력”이 무엇인지 설명하라고 하면 말문이 막힌다. 그러니 취업을 생각하는 대학생들이 인문학을 멀리한다고 해서 뭐라 할 수는 없다. 그들에게는 인기 전공을 공부해 취업한 뒤에 교양과 소양을 키우기 위해 야간에 인문학 강의를 수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라면 결국 인문학은 무슨 정체불명의 건강보조식품처럼 되어 버릴 것이다. 몸에 좋다고는 하는데 딱히 어디에 좋은지는 모르고, 그래도 먹으면 도움이 되겠지 하는 생각에 그냥 가끔씩 먹어두는 약제 같은 것 말이다. 21세기가 요구하는 인문학은 건강보조식품 같은 인문학이 아니다. 스티브 잡스가 언급한 인문학도 그런 인문학은 아닐 것이다. 21세기는 첨단과학과 융합하여 새로운 지식의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는 인문학, 이른바 ‘기술의 충격’을 겪은 사람들의 삶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주는 인문학을 요구한다. 인문학 발전의 중심은 대학이어야 한다. 대학은 10년 뒤, 20년 뒤 사회의 인문학적 요구를 충당할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첫째, 인문학자들의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 고유의 학문 트렌드를 개발하고 학제 간 연구를 더욱 활성화시켜야 한다. 정치·사회·경제·과학·예술은 모두 인문학과의 대화를 필요로 한다. 인문학자는 끊임없이 다른 학문과 대화하는 가운데 실용적 가치와 형이상학적 가치 간의 균형을 탐구해야 한다. 이제 초학문연구(transdisciplinary study)와 융합의 거대한 흐름에 동참하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둘째, 대학 내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평가의 잣대가 확충되어야 한다. 인문학의 새로운 연구방법을 개척하는 데는 때로 수십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논문 편수만으로 교수의 자질을 검증하는 현행 제도 하에서는 인문학자가 심도 있는 연구에 몰두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제 인문학 특성에 맞는 평가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셋째, 미래지향적인 인문학 인재 양성에 정부와 대학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문제는 전공학과의 정원이 아니다. 소수일망정 열정과 자질을 갖춘 인재를 발굴하여 미래의 인문학을 이끌 주역으로 키워야 한다. 전액장학금은 물론이거니와 유학과 유학 이후의 강단까지 책임지는 지원이 보장된다면 인재 확보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해당 전공 영역에서 한 해에 단 한 명의 인재를 키운다 해도 10년이면 10명의 전문가가 탄생한다. 인문학의 근본은 변하지 않지만 인문학에 대한 요구는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수천년 동안 변치 않고 이어져온 인문 정신의 그 정수는 지키면서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인재 양성을 더 이상 지체할 여유가 없다.
  • 편지로 말하다 | 《편지로 읽는 슬픔과 기쁨》(마음산책) 중에서 - 강인숙 저

    편지로 말하다 | 《편지로 읽는 슬픔과 기쁨》(마음산책) 중에서 - 강인숙 저

    시인 김상옥이 딸 훈정에게 훈정에게 부산서 너를 만난 적에 네 얼굴이 해쓱해서 걱정이다. 집에 와서 그 말을 했더니 엄마가 앉으면 네 말뿐이다. 지난 일요일은 네 생각에 못 견디겠다고 엄마도 동생들도 말해쌓더라. 서울서는 보고 싶은 생각뿐인데 너도 아마 그렇겠지. 공부도 소중하지만, 몸이 더 소중하니 부디 몸조심하여라. 엄마는 네 얼굴이 해쓱하더란 말을 듣고 걱정 걱정이다. 아버지는 서울 돌아와서 이틀째나 앓아누웠다가 이제 겨우 일어났다. 그동안 돈이 없어 어떻게 지냈느냐? 조 선생한테 받을 돈은 월급 타면 꼭 네한테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따로 일금 오천 원은 너희 학교 교장 선생(유치환) 이름으로 보내었다. 네 도장이 없어 찾지 못할 것을 염려하여 교장 선생께 보냈으니 교장 선생이 너를 부르거든 찾아가거라. 그러면 돈을 현금으로 바꿔줄 것이다. 말하지 아니해도 집에 돈이 없는 줄, 네가 더 잘 알 것이니 부디 아껴 써라. 그리고 이 돈으로 우선 급한 데부터 먼저 쓰도록 해라. 그중에 일천오백 원은 ‘근포’네 집에 엄마 ‘다노모시’(계돈) 넣던 것이 있으니 이 달 삼십일께에 넣어 주도록 해라. 어제는 이곳 서울서 제일 높다는 ‘시민회관’에서 음악, 무용, 이조 공중의복 발표회가 있었다. 할머니와 엄마를 데리고 구경갔댔다. 엄마는 몇 번이나 네 생각하여 같이 보지 못하는 것을 애석해했다. 할머니는 그저 황홀해서 넋을 잃고 있었다. 홍우는 공부 열심히 한다. 얼마 안 있으면 1등 한다고 큰소리하고 있다. 그런데 아버지가 돈이 없으니 그의 뒤를 충분히 돌봐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그동안 상상 외로 돈이 많이 소비가 나서 큰 걱정이다. 그러나 아버지 몸만 건강하면 좋겠으나 건강이 염려된다. 훈아도 몸살을 해서 얼굴이 해쓱하다. 그래도 학교는 결석하지 않고 매일 잘 다닌다. 성적은 아주 형편없다. 말 잘 듣고 공부도 힘써 하고 있다. 이 편지 받거든 곧 화답하여라. 회답할 때 봉투에 ‘김상옥 아버지께’- 이렇게 쓰면 남이 흉을 본다. 네가 아버지한테 편지 낼 때는 ‘김훈정본제입납(金薰庭本第入納)’이라 쓰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배달부가 잘 모를 터이니 그만 ‘김상옥 귀하’라고 써도 무방하다. 그리고 뒷봉투에는 ‘여식(女息) 훈정(薰庭) 올림’ 이라 쓰면 남이 보아도 흉보지 않는다. 이만. 아버지가 초정(草丁) 김상옥 선생에게는 큰딸 훈정 씨에게 구두를 사주는 이야기를 쓴 시가 있다. 명동에 불러내서 구두를 사주었더니 아이는 신이 나서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리는데, 그 뒷모습을 아버지는 오래오래 지켜보는 이야기다. 초정 선생이 딸을 객지에 보내고 쓴 이 편지에도 그런 잔정이 구석구석에 스며 있다. 우선은 건강 걱정이다. 부산에서 만났을 때 안색이 창백했던 것이 마음에 걸려 애를 졸이는 아버지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공부도 소중하지만, 몸이 더 소중하니 부디 몸조심하여라.” 하는 당부가 간곡하다. 그 다음은 돈 문제가 나온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교장 선생님에게 송금했다는 대목이다. 이 교장 선생님은 문우(文友)인 유치환 선생이다. 그런 분이 가까이 계셨으니 아버지도 딸도 마음이 든든했으리라. 돈의 용도 중에 재미있는 것은 어머니가 들었다는 ‘다노모시’다. ‘믿음직스럽다’라는 뜻의 일본어인데 일제강점기에는 계(契)를 그렇게 불렀다. 해방이 된 뒤에도 일본어의 잔재는 구석구석 남아서 1960년대까지도 지방에서는 이처럼 통용되었다. 없는 돈을 애써 마련해 보내면서 시인 아버지는 절약의 미덕을 훈수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다음에는 가족의 근황이 자세하게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기 집에 편지 쓸 때에 “김훈정본제입납(金薰庭本第入納)”이라고 쓰는 것이 옳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배달부가 잘 모를 터이니 “김상옥 귀하”라고 써도 된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이때 훈정 씨는 “김상옥 아버지께”라고 썼던 것이다. 육체적, 경제적 염려와 더불어 글쓰기에 대한 훈수까지 하는 자상한 시인 아버지다. 그 지나친 다정함이 문제였다. 너무 예민하고 섬세했던 시인 아버지는, 강한 개성 때문에 이따금 자녀들과 부딪쳤단다. 한번은 훈정 씨가 아버지와 함께 골동품상에 갔는데, 자기가 골라놓은 골동품을 아버지가 내놓으라고 해서 승강이를 벌인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것만 해도 화가 나 미치겠는데, 어버지의 언사가 좋지 않았다. “이런 건 너 따위가 가질 물건이 아니야!” 기분이 좋은 날 아끼던 골동품을 딸에게 주었다가 화가 나면 도로 찾아가기도 했다는 시인 아버지… 그렇게 유별나다. 1주기 때 영인문학관에서 <김상옥 시인 유품·유묵전(遺墨展>을 하는데, 사방을 뒤져서 소장자를 찾아내는 정성이 갸륵했다. 하지만 그녀보다 더 열심인 것은 사위인 김성익 교수였다. 초정 선생은 사위를 아주 잘 두었다. 김 교수가 너무나 성심껏 전시회를 준비해 감동받았다. 어느 아들이 저러할까 싶게 종이쪽지 하나라도 보물처럼 다루고, 지푸라기 하나라도 더 보태서 전시회를 조금이라도 낫게 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피가 섞이지 않아도 혈적이 되는 비결은 예술을 통한 공감일 것이다. 《편지로 읽는 슬픔과 기쁨》(마음산책)의 저자 강인숙 관장은 영인문학관을 운영하며 문인과 예인의 육필원고와 편지 등을 2만 5천여 점 이상 모았다. 그중 이 책에는 노천명 시인에서 백남준 아티스트까지 예술가의 육필 편지 49편을 모았다. 《삶과꿈》에서는 강인숙 원장의 도움으로 한 사람만을 위한 작품, 낡은 서랍 속 뜨거운 마음을 6회에 걸쳐 훔쳐본다. 글·사진_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
  • [가을 인문학 프로그램 ‘풍성’] 강서, 분야별 저자들 만날까

    [가을 인문학 프로그램 ‘풍성’] 강서, 분야별 저자들 만날까

    강서구는 주민들의 독서 문화 확산을 위해 21일부터 화곡6동 자치회관에서 ‘저자와 함께하는 인문학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19일 밝혔다. 11월 30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낮 12시 심리학·역사·문학·영화·다도(茶道) 등 다양한 분야의 저자들을 초청한다. 첫 강의는 30년 동안 카피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최병광 작가가 쓴 한 문장 쓰기 방법을 소개한 책 ‘1초에 가슴을 울려라’에 관한 내용으로 꾸몄다. 상징적으로 표현해 감각을 자극하고, 말과 행위에 담겨 있는 특징을 잡아내 기교를 부리는 글 등 한 문장 쓰기에 대한 재미있는 기법을 들려준다. 28일 페이스북 논객으로 잘 알려진 최준영 작가의 ‘책이 저를 살렸습니다’가 자리를 빛낸다. 다음달 5일과 12, 19일에는 상담심리 전문가이자 ‘한밤중에 초콜릿을 먹는 여자들’을 쓴 선안남 작가의 ‘기대의 심리학’, 허경희 작가의 ‘인문학으로 떠나는 인도여행’, 박태식 작가의 ‘영화는 세상의 암호’가 이어진다. 이번 여행 프로그램에는 작가 10명이 참여한다. 구는 주민 50명을 선착순으로 20일까지 화곡6동 자치회관(2600-7646)에서 참가신청을 받는다. 수강료는 1만원이다. 정정숙 화곡6동장은 “자기성찰과 이웃 간 소통, 즐겁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인문학 여행 프로그램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거중기’ 새 진실 고교생들이 밝혔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고안한 거중기는 성벽 축조가 아니라 무거운 돌을 수레에 싣는 장치였습니다. 따라서 수원 화성의 공사기간을 10년에서 2년 반으로 줄일 수 있었던 것은 기술혁신의 결과라기보다 성과급제 등 효율적인 인적자원 관리를 통한 경영혁신 때문이었다고 보는 게 옳습니다.” 19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수원 화성에 대한 연구 발표회. 발표를 맡은 이는 대학 교수나 전문가가 아닌 서울 하나고 2학년 이종현군이었다. 이군이 발표한 ‘거중기 용도에 관한 새로운 해석과 수원 화성 건설을 통해 본 경영혁신으로서의 실학정신’ 연구는 하나고와 서울 마포고 학생 80명이 각각 이효근 교사와 김평원 교사의 지도 아래 지난 3월부터 함께 연구해 온 결과물이었다. 하나고 학생들은 거중기를 수레에 돌을 올려 싣는 고정 시설로 설정했다. 총 연장이 6㎞에 이르는 화성을 쌓으려면 거중기가 이동해야 하는데 기록에 남아 있는 거중기에는 수레바퀴 등 이동을 위한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의문에서 출발한 가설이다. 이들은 복원된 거중기를 직접 찾아다니며 오류를 찾아냈다. 그 결과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12분의 5 비율로 축소한 거중기 모형을 복원해 냈고, 이날 발표회에서 수레에 돌을 올리는 과정을 직접 시연까지 해 보였다. 조선 사회에 뿌리내린 자본주의가 단기간에 화성 축조를 가능하게 한 배경이 됐다는 인문학적 연구도 함께 제시했다. 마포고 학생들은 수원 화성의 단기간 완공 비결이 인적 자원의 효율적인 관리에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를 위해 성벽 축조방식을 재현해 거중기 없이도 성벽을 쌓을 수 있었음을 증명해 보였다. 화성의 축조방식은 ‘외축내탁’(外築內托)으로, 성 바깥쪽은 밑에 큰 돌을 깔고 위로 올라갈수록 작은 돌을 쌓았으며 안쪽은 잡석과 토사를 다져 넣어 넓고 완만한 구릉을 만들었다. 학생들은 “이 구릉을 통해 거중기 없이 인력이나 우마차를 이용해 성을 축조했다.”고 주장했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가을 인문학 프로그램 ‘풍성’] 중구, 역사·시에 빠져볼까

    [가을 인문학 프로그램 ‘풍성’] 중구, 역사·시에 빠져볼까

    ‘올가을엔 역사와 시(詩)에 푹 빠져볼까.’ 중구는 21일부터 흥인동 충무아트홀에서 ‘구민과 함께하는 가을 인문학’ 과정을 운영한다고 19일 밝혔다. 인문학 과정은 12월 7일까지 12주 동안 매주 수요일마다 오전 10시~11시 30분 열린다. 역사와 소설, 시, 철학 등으로 강좌를 구성했다. 먼저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가 3주간 ‘한국 근현대사 발자취와 중구’라는 주제로 개항과 근대화 시기 격동의 현장이었던 중구 정동·장충단·남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또 하원호 동국대 대외교류연구원 교수가 명동과 남대문을 중심으로 민초들의 삶과 고난에 대해 알려준다. 한국여성문예원과 공동으로 다음달 19일부터 4주 동안 소설가 신달자·박범신·한수산씨가 ‘여자를 위한 인생 10강’, ‘사람으로서 아름답게 사는 일’, ‘어제의 한국인, 내일의 한국인’이라는 주제로 강의한다. 또 성우 성병숙씨는 시(詩)를 즐기는 방법을 속삭이듯 들려준다. 이어 11월 16일부터 4주간 ‘행복한 인생과 질문 넷’이라는 주제로 전헌 성균관대 교수가 수강생들과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10강좌 이상 수료하면 중구청장 명의의 수료증을 준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화제의 교수 3인] 임지현 한양대 교수 베를린 고등학술硏 펠로로

    [화제의 교수 3인] 임지현 한양대 교수 베를린 고등학술硏 펠로로

    임지현(52) 한양대 사학과 교수가 국내 학자 가운데 처음으로 독일 베를린 고등학술연구소 석학회원인 ‘펠로’로 초빙됐다.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임 교수는 다음 달부터 내년 7월까지 ‘트랜스내셔널(초국가) 인문학’을 주제로 세계 각국의 석학들과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현재 베를린에 머물고 있는 임 교수는 “베를린은 ‘트랜스내셔널 역사학’ 관점에서 보면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학문의 중심지”라면서 “초빙 기간 동안 세계 학자들에게 수준 높은 국내 인문학 연구에 대해 알리고,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확장시키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베를린 자유대의 위르겐 코카 교수와 세미나를 진행하고 아른트 바워캠퍼 교수와 함께 ‘비교사’ 콜로키움에서 강연하는 등 세계적인 수준의 학자들과 함께 연구를 하게 된다. 향후 계획에 대해 “이곳에서 연구 주제와 관련해 ‘희생자의식 민족주의’와 ‘지구화와 역사학’ 등 두 권의 책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모두 한국과 영미권 출판사에서 한글·영어로 동시 출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트랜스내셔널 인문학 연구의 의의와 관련, “방사능 낙진이 비자 없이도 국경을 넘나드는데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일본 정부가 국가안보를 핑계로 한국 전문가의 방문을 불허하는 것이 맞을까요.”라고 되물으면서 “우리의 일상 자체가 이미 초국적 환경 요인에 좌우되기 때문에 ‘국가주권’은 이미 현실에 대한 문제해결 능력을 잃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인문학 만나니 삶의 희망이 보였습니다”

    “인문학 만나니 삶의 희망이 보였습니다”

    “현실은 달라진 게 없지만 어제와 다른 삶을 살고 있습니다. 내일은 또 달라져 있겠죠.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노숙자 생활을 하다 사회적 기업인 ‘청소세상’을 만든 유상희(53)씨는 15일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곧 전셋집을 마련해 쪽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청소세상은 지난해 12월 서울 중구에서 두 번째 만든 자활공동체로 최근 서울시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중학교 졸업 학력이 전부인 유씨의 삶을 변화시킨 계기는 ‘인문학’이었다. 1998년 경제위기 때 실직한 뒤 노숙생활과 남대문 쪽방에서 지내다 2009년 구에서 개설한 ‘희망의 인문학 과정’을 수강하며 전환점을 맞았다. “인문학을 공부하며 그동안 살아왔던 삶을 곱씹게 됐습니다. 역사가 이렇게 재밌는 과목인 줄 몰랐고, TV에서만 보던 연극과 영화를 직접 보면서 인생을 돌아보게 됐죠. 삶에 대한 희망도 보였습니다.” 인문학에 눈을 뜬 그는 틈만 나면 인근 남산 도서관에 가 강사들이 추천한 책을 읽었다. 2008년부터 지역자활센터 청소사업단 ‘하얀나라’에서 3년간 청소기술과 영업 마인드를 습득하는 등 노력한 끝에 지난해 말 동료들과 함께 독립해 청소세상을 창업했다. “스스로 세상을 헤쳐 나가야 하는 게 부담스럽고 많이 부족했지만 일단 해 보자는 생각에서 열심히 일했어요. 그리고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서울시에서 7500만원의 대출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부지런히 뛰며 새로운 기술도 익혀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씨를 심겠다.”며 또 웃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마포, 21일부터 매주 수요일 4色 인문학 특강

    마포, 21일부터 매주 수요일 4色 인문학 특강

    선선해진 날씨에 책을 가까이 하기 좋은 가을, 인문학을 공부하며 삶의 가치를 되새겨보는 건 어떨까. 마포구는 구민들이 가까이서 인문학을 접하고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도록 오는 21일부터 ‘마포 열린 인문학 특강’을 개최한다고 14일 밝혔다. ‘인문학의 숲에서 삶을 만나다’라는 부제를 달고 다음 달 12일까지 매주 수요일마다 구청 시청각실에서 오전 10시~낮 12시에 열린다. ‘사랑, 사회, 문화, 음식’ 4가지 주제별로 각 강사가 맡아 강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수강생은 20일까지 100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구민이거나 지역 소재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수강료 1만원. 기초생활수급자, 1~3급 장애인, 국가유공자는 무료다. 문의나 신청은 교육지원과(3153-8973)로 하면 된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종교플러스]

    가톨릭신문출판인協 영어명 변경 국내 신문, 출판에 종사하는 가톨릭 신자들의 모임인 가톨릭신문출판인협회가 국제가톨릭신문출판인협회(UCIP)에 대한 교황청의 인준 철회에 따라 영문 명칭을 기존의 UCIP/Korea에서 CJPA로 변경했다. 서울 가톨릭신문출판인협회는 최근 영문 명칭 변경에 관한 공문을 주교회의 및 서울대교구 매스컴위원회에 보냈다고 13일 밝혔다. CJPA/Seoul 측은 “지난 4월 교황청 평신도평의회가 부실한 운영 등을 이유로 UCIP에 대한 교황청의 교회법적 인준을 철회했다.”고 새 명칭 선정 배경을 설명하고, “가톨릭신문출판인협회는 영문 명칭만 바뀔 뿐 조직이나 기능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대안연구공동체 ‘불교시민 강원’ 인문학 운동단체인 대안연구공동체는 오는 19일부터 매주 월요일 오후 7시 30분에 일반 시민과 함께 불교 경(經)·논(論)·선어록을 공부하는 ‘불교 시민 강원’을 연다. 동아리 활동 형태로 진행하는 이 강원에서는 초기 불교 경전인 한역(漢譯)·국역 아함경을 영역해 국역 ‘5부 니까야’와 함께 읽는 것을 시작으로 불교사, 선학(禪學) 및 선(禪)사상사, 아비달마구사론, 청정도론을 포함한 대승불교개론 등을 폭넓게 공부한다. 조계종 불학연구소 소장인 원철 스님과 국제선센터 국제국장인 광전 스님, 금강선원의 학승인 능안 스님 등이 지도 법사로 참여한다. (02)777-0616.
  • 건축 방랑자 유럽 순례기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여행의 기본’쯤 되는 명제다. 모르면 보고도 못 본 것과 다름없다. 건축물이 특히 그렇다. 한 나라의 역사나 문화 등은 교과서나 귀동냥으로 들은 얕은 지식으로나마 얼추 얼개 정도는 꿰맞출 수 있지만 건축물은 여간 생경하지 않다. 그저 거대함에 대한 외경이거나, 화려함에 대한 감동 정도에 그친다. 그러니 눈뜬 장님이 될 수밖에. 나라 밖을 여행할 때 이국적이라고 느끼는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건축물인데 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유럽 방랑 건축+畵’(최우용 지음, 서해문집 펴냄)는 꽤 유용한 여행서적의 범주에 넣을 수 있겠다. 서른 살 젊은 건축가의 인문학적 ‘건축 방랑’ 에세이다. 독일의 아헨 대성당부터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핀란드, 체코 등 유럽 10개국 40여개 도시와 80여곳의 건축물을 순례했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노트르담 대성당과 루브르 박물관은 물론 스페인의 세계적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건축물, 현대의 건축 철학에도 여전히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르 코르뷔제의 ‘빌라 사부아’, 전설적인 건축가 알바 알토의 공공건축물 등 젊은 건축가의 눈에 비친 다채로운 건축의 세계가 펼쳐진다. 책은 자유분방하다. 건축물이 담고 있는 건축 철학은 물론 근·현대를 아우르는 역사와 각국의 독특한 문화, 그리고 정치적 이념까지 넘나든다. 저자의 발걸음도 교회와 대성당, 박물관, 미술관 등은 물론 공원과 요양원, 심지어 공동묘지까지 찾아 간다. 이처럼 거리낌 없는 관조가 가능했던 것은 필경 저자가 ‘설계와 시공이 동시에 이뤄지는’, 숨막히는 ‘공사판’을 떠나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여행이었기 때문일 게다. 책은 건축이란 무엇인가, 사람들의 삶터는 어떠해야 하는가, 도시는 어떻게 설계되어야 하는가, 우리의 삶의 양식은 이대로 괜찮은가 등 건축을 둘러싼 인문·사회과학적 성찰을 녹여내고 있다. 지속가능한 건축을 꿈꾸는 것은 곧 지속가능한 도시와 삶의 양식을 디자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건축은 자의적 해석으로 가득 찬 소통 불가능한 언어의 ‘고립된 자폐적 작품’이 되기 이전에, 우리의 삶과 얼마만큼 조화롭게 밀착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기념사진 수준을 뛰어 넘는 사진과 저자가 직접 묘사한 건축물 스케치 등의 콜라주적 편집도 돋보인다. 아울러 책 말미엔 세계적인 건축가 ‘소개와 건축기행을 위한 쏠쏠한 여행 정보들을 정리해 뒀다. 1만 8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이승만 박사, 건국의 아버지? “이미지 전쟁 통한 역사 선전”

    이승만 박사, 건국의 아버지? “이미지 전쟁 통한 역사 선전”

    “민족의 영원한 지도자이시요, 세기의 영도자이신 국부”, “그의 생일에는 3군 분열식이 거행되는 등 국경일보다 더 성대했고, 학생들은 그를 찬양하는 글짓기를 해야 했다.”, “그가 출마하지 않겠다는 유시를 내리자 노총에서는 소와 말까지도 그의 출마를 원한다는 이른바 우의마의(牛意馬意) 소동을 벌였다.” 이처럼 낯 간지러운 호칭을 듣고, 말도 안 되는 소동을 벌인 나라의 지도자는 대체 누굴까. 김일성? 카다피? 아니면 미래의 김정은? 답은 ‘이승만’이다. 1956년 서울 남산에 세워진 그의 동상은 당시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그의 호 우남을 따서 우남정, 우남공원, 우남도서관 등이 들어선 데 이어 1955년엔 서울시를 우남시로 바꾸려고도 했다. 무산되지 않았다면 한국판 스탈린그라드, 한국판 김일성대학이 탄생할 뻔했다. 계간지 ‘역사비평’ 가을호에 실린 서중석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의 논문 ‘이승만과 3·15 부정선거’에 담긴 내용이다. 서 교수는 왜 고(故) 이승만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를 심은 사람이 아니라 민주주의 그 자체를 파괴한 사람인지 조목조목 지적한다. ‘그래도 이승만은 박정희와 달리 선선히 물러나지 않았느냐.’는 옹호론에 대해서도 반박한다. 이 전 대통령은 ▲고 박정희 대통령과 달리 공수특전단 같은 직속 진압부대가 없었고 ▲군 지휘도 간접적이었던 데다 ▲차지철(박 대통령 재임 당시 경호실장)과 달리 ‘2인자’ 이기붕이 뇌중추마비로 나약했으며 ▲본인 자신도 85세로 고령이었기 때문에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최근 이 전 대통령을 ‘건국의 아버지’로 추어올리며 ‘역사 전쟁’을 시도하는 세력에 대한 통렬한 십자포화다. ‘역사문화’ 개념으로 현 상황을 분석한 이동기 서울대 평화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의 ‘현대사 박물관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글은 더 주목할 만하다. 이 교수가 보기에 역사 전쟁의 성패는 역사적 사실이 쥐고 있는 게 아니다. 현 정권이나 뉴라이트 진영의 관심은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역사문화의 헤게모니 장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학문적 역사서술이나 논쟁을 통해서가 아니라 역사교과서 문제, 역사기념일과 기념관, 박물관과 전시회, 신문과 방송을 통한 역사 선전에 집중한다.”고 이 교수는 지적한다. 일종의 변칙공격인 셈이다. ‘사실’보다 ‘이미지’ 전쟁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이미지 전쟁이란 무엇인가.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은폐, 왜곡하거나 비판적 역사의식을 억압하는 것”과는 다르다. 오히려 “그들 나름의 새로운 서사와 종합적 거시 역사관을 끌어들여 희생, 억압, 저항을 주변화하거나 의의를 축소 혹은 상대화하는 것”이자 “기괴한 개념과 플롯으로 구성된 메타역사(Meta-History)를 그려놓고 불편한 역사적 사실들을 탈맥락화하면서 역사비판을 교란시키고 무화시키는” 작업이다. ‘성공의 역사’라는 키워드에 맞지 않으면 무시해 버리고, 연관이 있다 싶으면 ‘이게 다 그분 덕’이라고 칭송하는 방식이다. 이 교수는 비교사례로 독일 역사박물관을 든다. 통일 뒤 독일은 1994년 본에 ‘독일연방공화국 역사의집’을, 2006년 베를린에 ‘독일역사박물관’을 열었다. 둘 다 첫 논의는 1983년 시작됐다. 제안자는 16년간(1982~1998년) 총리를 지낸 보수주의자 헬무트 콜. 배경엔 역사적 정통성이란 측면에서 동독과의 경쟁이 깔려 있었다. 그의 제안 연설에는 독일민족의 ‘위대함’, ‘발전’, ‘성공’ 같은 단어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곧 역풍을 맞았다. “학문적으로 ‘성공한 역사’라는 개념은 성립할 수 없다.”, “권력정치적 해석에 기초한 역사박물관은 왕조시대 ‘궁정박물관’으로 전락할 것이다.” 등 정치·역사학계의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10~20년에 걸친 대대적인 논쟁과 수정작업 끝에야 각각 문을 열 수 있었다. 이 교수는 “콜 총리를 비롯해 박물관 건립을 추진한 이들은 자의식이 강한 고루한 우파였지만 비판의견들을 수용했다. 어쨌든 그들은 ‘민주주의적’인 보수주의자들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보수주의자들은? 현 정권이 추진하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대해 이 교수가 “극우파 보수세력의 정신적 위안소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Mr. 애플’ 몽상·배짱·도전으로 썩어가는 사과 명품으로 바꿨다

    ‘Mr. 애플’ 몽상·배짱·도전으로 썩어가는 사과 명품으로 바꿨다

    “늘 갈구하고 겸손하라(Stay Hungry, Stay Foolish).” 2005년 검은 예복 차림의 중년 신사가 미국 명문 스탠퍼드대 졸업식 연단에 섰다. 세상 밖으로 나갈 청년들에게 그가 던진 화두는 ‘결핍’과 ‘창의력’이었다. 스티브 잡스(56).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난 대학 중퇴자. 심지어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해고당했고 암 투병 중인 이 사내는 늘 배고팠다. 빈 곳을 채우려 완벽함을 좇았다. ‘지구상 최고의 최고경영자(CEO)’로 칭송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 덕분이다. ●결핍과 몽상의 결합… 혁신적 제품으로 “잡스가 위대한 건 천재여서가 아니다. 어떤 위험도 감수하는 배짱 덕이다.”(잡스 전기 작가 앨런 더치만) 잡스의 삶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몽상’과 ‘배짱’이다. 늘 꿈꿨고 상상을 실현하기 위해 쉼없이 도전했다. 스물한 살 되던 1976년 선배이자 엔지니어인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애플’을 창립하면서 도전이 시작됐다. 잡스의 학력은 리즈대 한 학기를 마치고 중퇴한 것이 전부였지만 선불교 등 종교에 심취했고 인문학에 몰두하면서 얻은 직관과 몽상가적 기질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었다. 잡스의 상상력과 워즈니악의 기술력으로 탄생시킨 개인용 컴퓨터(PC) ‘애플 Ⅱ’는 대히트였다. 4년 만에 100만대가 팔리며 ‘애플 제국’의 탄생을 알렸고, 순식간에 정보기술(IT) 업계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직관을 앞세운 독단적인 경영 스타일이 문제가 됐다. 잡스는 자신이 영입한 또 다른 경영진과의 마찰이 깊어졌고 결국 권력 다툼 끝에 ‘사표’를 냈다. 첫 시련이었다. ●어떤 위기도 짊어지는 ‘배짱’… 애플 제국을 만들다 “애플에서 해고당한 일은 최고의 사건이었다. 성공에 대한 부담 없이 창의적 시기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스탠퍼드대 졸업연설 중) 잡스는 시련을 행운으로 바꾸는 탁월한 재능이 있었다. 중압감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사업에 도전했다. 컴퓨터그래픽 업체(CG)인 픽사가 디즈니와 손잡고 만든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의 성공을 시작으로 흥행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그 사이 잡스를 잃은 ‘사과’(애플)는 걷잡을 수 없이 썩어갔다. 결국 애플은 잡스 소유의 PC업체 ‘넥스트’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경영의 신’을 다시 불러들인다. 13년 만의 복귀. 명예회복을 벼르던 잡스는 “연봉 1달러만 받겠다.”고 선언한다. 검정색 터틀넥과 청바지를 고집한 잡스지만 ‘창의적 DNA’에서 나오는 제품은 너무나 혁신적이었다. ‘승부사’ 잡스는 개발자가 만든 제품 중 ‘소비자가 사고 싶어 하는 것’을 직관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디자인이라는 감성의 옷을 입혀 시장에 내놓았다. ‘디지털 음악의 혁명을 이뤘다.’는 음악재생기 ‘아이팟’(2001년)과 터치폰 방식으로 스마트폰 시대를 연 ‘아이폰’(2007년), PC의 몰락을 이끈 태블릿PC ‘아이패드’(2010년) 등 잡스가 심혈을 기울인 작품은 여지없이 히트했다. 부도 위기에 몰렸던 애플은 잡스 취임 뒤 10여년 만에 세계 시가총액 1위(3372억 달러·약 364조원) 기업이 됐다. ●재발 암 이식 간에 전이?… 건강 악화된 듯 하지만 잡스에게 또 다른 시련이 닥쳤다. 2003년 췌장암이 발병한 것. 치료를 위해 사임 전까지 세 차례 병가를 내면서도 ‘아이패드 2’ 등 신제품 발표회에는 꼭 자신이 직접 나섰다. 하지만 ‘오뚝이’ 잡스에게도 병마는 의지만으로 쉽게 떨쳐버리기 어려웠던 듯하다. 그는 24일(현지시간) 결국 사임을 결정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잡스에게 건강 문제가 생겼다면 ‘아일렛 세포 신경내분비계 종양’이 재발하고, 2009년 이식한 간으로 전이됐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특히 잡스가 앓고 있는 종양은 재발할 경우 장기 이식의 거부반응을 예방하기 위한 면역억제제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치료가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난 1월 병가 이후 주주총회 등에서 꾸준히 CEO 승계안이 논의된 데다 CEO에서 물러난 뒤에도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키로 한 점 등을 감안할 때 CEO직 승계에 따른 혼란을 줄이려고 적절한 승계 시점을 찾았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강국진·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올 대졸자 10명 중 4명 ‘이태백’

    올 대졸자 10명 중 4명 ‘이태백’

    올해 대졸자 평균 취업률이 58.6%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3.6% 포인트 올랐지만 여전히 대졸자 10명 가운데 4명은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4일 지난해 8월과 지난 2월 졸업한 전국 556개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55만 9000명의 취업률을 조사한 ‘2011 대학·계열별 취업률’을 발표했다. 전문대, 일반 4년제 대학, 교육대, 산업대, 일반 대학원, 기능대학, 각종학교 졸업자들의 취업률을 집계한 자료다. 올해는 숫자는 미미하지만 754명의 해외취업자까지 포함시켰다. 졸업자 중에서 군입대나 외국인 유학생 등을 뺀 취업대상자 49만 7963명 가운데 취업자는 58.6%인 29만 2025명이다. 지난해 취업률 55.0%에 비하면 3.6% 포인트가 늘었다. ●기능대 취업률 85.5% 최고 일반대 취업률은 기능대나 전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26개 기능대의 취업률은 85.5%로 가장 높았다. 산업대와 전문대는 각각 65.3%와 60.7%를 기록했다. 반면 186개 일반대는 54.5%에 불과했다. 일반대와 산업대를 포함한 203개교 가운데 평균 취업률이 50%에도 못 미치는 대학도 무려 60곳에 이르렀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한 김모(28)씨는 졸업까지 늦추면서 취업 준비를 했지만 서류전형마저 통과하지 못해 자포자기 상태다. 때문에 무역중개 서류번역 등을 하면서 나름대로 용돈벌이만 하고 있다. 사회과학계열을 졸업한 박모(28)씨는 올해 초부터 아르바이트로 나간 학원강사로 방향을 틀 작정이다. 박씨는 “구직활동을 계속 하기는 하는데 입사시험에서 떨어질 때마다 그냥 학원강사로 일하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고 털어놓았다. ●계열별 취업률은 교육분야 최고 김씨나 박씨의 사례처럼 인문, 사회계열의 취업은 어렵기 짝이 없다. 반면 의학과 교육계열은 인기다. 인문·사회·교육·공학·자연·의약·예체능 등 7대 계열별 취업률의 경우, 전문대는 유아교육과 등이 포함된 교육계열이 78.3%, 대학과 일반대학원에서는 의약계열이 각각 76.7%와 86.7%로 가장 높았다. 대학 인문계는 46.3%, 사회계는 53.5%, 교육계는 43.5%, 자연계는 51.3%, 예체능계는 37.8%에 그쳤다. 한편 대학 및 산업대를 대상으로 한 취업률 순위에서 졸업자가 3000명 이상인 대형 대학 가운데 서울과학기술대의 취업률이 73.5%로 1위를 차지했다. 이 대학의 매체공학과는 31명을 모집하는 공영방송국의 기술직 공채에 6명이 합격했다. 이어 성균관대(68.7%), 연세대(65.5%), 고려대(64.9%), 인하대(64.6%), 한양대(64.4%), 건국대(60.7%), 서울대(59.8%), 경북대(57.8%) 순이다. 졸업자수 2000명 이상∼3000명 미만 대학그룹에서는 한밭대(71.4%), 아주대(68.4%), 충주대(62.7%) 등의 취업률이 높았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사는 세상 만들자”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사는 세상 만들자”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싸우는 겁니다. 자 같이 따라해 보세요. ‘네 마음만 있냐. 내 마음도 있다.’” 23일 오후 2시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학교 크라운관에서 방송인 김제동(37)씨가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사는 세상’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강연은 ‘2011 서울시 희망의 인문학 과정’에 참가하는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수강생 외에도 김씨의 강연을 듣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 계단까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김씨의 강의는 ‘웃음’을 주제로 채워졌다. 김씨는 “편하게 한 시간 동안 아무 생각없이 웃다 가신다고 생각하라. 웃는 것만 한 게 있느냐.”며 특강을 진행했다. 자신의 외모로 농담을 하기도 하고, 가족과 관련된 일화도 이야기하면서 참석자들을 즐겁게 했다. 김씨는 “누구나 각자가 힘든 것이 있다. 내 마음을 몰라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는 것”이라면서 “화를 푸는 방법이 있다. ‘그래 내가 너 같아도 그럴 수 있겠다. 용서해 줄게’라고 생각해라. 해 줄게라는 말 자체가 내가 상대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는 의미다. 높은 위치에 있을수록 화를 잘 안 내게 돼 있다.”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김씨는 또 최근 수해 현장에 봉사활동을 나가 한 할머니에게서 감사의 인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남을 도우면서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여겨지면 내가 행복하게 되고 또 남도 행복하게 된다.”면서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는 삶을 강조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