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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학이 경제적 상처 치유해 줄 것”

    “인문학이 경제적 상처 치유해 줄 것”

    “우리사회에 인문학이 약하기 때문에 양극화로 인한 고통을 더 받는 것 같다. 그동안 교환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사용가치를 낮게 평가해 인문학이 가치절하됐다. 사용가치가 높은 인문학이 돈이나 경제문제로 상처받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 줄 것으로 믿는다.” 김세영(61·단국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장은 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치유의 인문학’을 주제로 ‘2012년 인문주간’을 진행하는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2006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7회를 맞은 인문주간은 29일부터 11월 4일까지 7일 동안 열린다. 11월 1~3일에는 제2회 한-유네스코 세계인문학포럼이 부산 BEXCO에서 열린다. 기조연설을 맡은 콘라드 야라우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교수와 미셸 마페졸리 파리5대학 교수를 비롯, 세계 20여개국 33명의 외국학자와 김여수 경희대 미래문명원장 등 28명의 한국학자 등 모두 61명이 참석해 발표·토론한다. 일주일 동안 전국 32개 기관에서 지역별로 다양한 인문학 강의와 행사가 열리는 것도 특징이다. 김 본부장은 “미국 시카고 대학이 노벨상 수상자 80명을 배출해 단일 대학으로 최대 수상자를 낸 배경에는 1930년 ‘필독인문학 100선’을 정해 학생들에게 읽힌 ‘시카고 스타일’이 통했던 것”이라며 “다이아몬드가 단기적으로 교환가치가 높겠지만 사용가치로 따지면 인문학이 인간의 삶을 창의적이고 풍요롭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학을 전공한 학자답게 김 본부장은 “경제학에서 생산요소로 자본과 노동력을 강조하지만, 요즘은 지식이 중요한 생산요소”라며 “미국의 노동자가 인도의 노동자보다 10배 이상의 생산력을 낼 순 없지만, 인문학 지식에 기반한 창의력은 300배 이상 생산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국가 연구개발비가 연간 16조원이지만, 인문사회과학의 연구비는 연간 3000억원에 불과하다.”면서 “기초학문인 인문학의 활성화를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더 배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글 사진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선택! 역사를 갈랐다] (31)서재필 vs 윤치호

    [선택! 역사를 갈랐다] (31)서재필 vs 윤치호

    서재필(1863~1951)와 윤치호(1865~1945) 두 사람은 개화파의 막내들로서 10대 후반부터 일본 유학을 거쳤고, 1884년 갑신정변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 당시에 거의 유일하게 미국에서 정식 대학교에 진학해 근대 서구문명의 영향을 직접 받았다. 근대적 지식인의 대표적 인물들인 두 사람에 대한 평가는 오늘날 크게 엇갈린다. 서재필은 독립유공자로서 국립묘지에 안장된 반면 윤치호는 친일파의 대표로 친일인명사전에 올랐다. 무엇이 두 사람을 극단적으로 다르게 만들었을까. ●갑신정변 행동대장 vs 美 공사관 통역관 서재필은 19세였던 1882년 별시 문과에 합격했으나 무관으로 과감히 변신해 일본의 도야마(戶山) 육군학교를 나온 후 갑신정변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정변 과정에서 고위 대신들을 살해하는 행동대장이었다. 따라서 정변이 실패하자 일본 망명 길에 올랐다. 한편 윤치호는 16세였던 1881년 일본에 파견된 조사시찰단의 수행원으로 파견되었다가 남아서 도진샤(同人社)에서 수학하였다. 이때 그는 영어 공부를 시작한 지 4개월 만에 미국공사 푸트의 통역관으로 발탁돼 귀국하였다. 윤치호는 갑신정변 주도세력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지만, 정변에 반대했고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윤치호는 당시 김옥균 일파로 인식되고 있었기에 중국으로 도피성 유학을 떠났다. 정변 실패 후 일본에서 냉대를 받고 미국으로 떠난 서재필은 홀로 서기를 감행하였다. 그는 워싱턴 DC에서 야간 의과 대학을 나와 마침내 1893년에 의사 면허를 받았다. 1890년에는 미국인으로 귀화해 이름을 필립 제이슨으로 바꾸고, 4년 뒤에는 미국인 여성과 결혼하였다. 그는 미국 주류사회에 완전히 편입되어 살아가는 아메리칸 드림의 원조였다. 한편 윤치호는 1885년 초 중국 상하이 중서학원에서 유학을 시작했으며 1887년 세례를 받았다. 그는 1888년 미국 남감리교의 후원으로 밴더빌트와 에모리 대학에서 신학과 인문학을 공부했다. 그는 미국 생활에 잘 적응하였지만, 시민권 취득이나 국제결혼을 생각하지는 않았고 유학을 마친 후 중국 중서학원으로 돌아가 교사가 됐다. ●서재필, 의사 되며 ‘원조’ 아메리칸드림 이뤄 서재필은 1894년 갑오개혁 정권의 귀국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다가 마침내 1895년 12월 귀국했다. 그는 미국인으로서 중추원 고문관에 취임하였고 1896년 4월 7일 ‘독립신문’을 창간했다. 또한 그해 7월에는 독립협회를 조직하는 데 고문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서재필은 1897년 후반 러시아의 만주 침략과 조선 진출 정책이 강화되자 반러적 입장을 드러내다가 중추원 고문에서 해고됐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는 당시 철저하게 미국인으로 행세해 이름을 서재필이 아닌 필립 제이슨으로 사용했다. 굳이 한글로 표현할 때는 제손 박사 또는 피제선(皮堤仙)이라고 하였다. 한편 윤치호는 갑오개혁 이후 귀국하여 학부협판이 되었다. 그는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려고 노력했으나 ‘정동파’로 분류됐고 을미사변으로 미국 선교사와 공사관에서 피신 생활을 해야 했다. 그러던 중 아관파천이 일어나자 그는 고종의 특사로 러시아의 니콜라이 2세 대관식에 다녀왔다. 따라서 독립협회 창립에 참가할 수 없었지만, 귀국 후 부회장에 취임하면서 독립협회를 계몽단체로 개조했다. 그는 서재필이 떠난 후 독립신문을 운영했고, 이완용에 이어 1898년 8월부터 독립협회 회장을 맡아 이후 전개되었던 정치개혁 운동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다. 하지만 자신의 의도와 달리 만민공동회가 폭력화되어 결국 강제 해산되자 지방관으로 떠남으로써 독립협회 회원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서재필은 미국으로 돌아간 후 대한제국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바탕으로 필라델피아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그 후 20년 동안 조선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서재필은 국내에서 3·1운동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필라델피아에서 한인연합대회를 개최하고 의장직을 수행하였다. 그 후 일본의 만행을 폭로하며 독립 의지를 표현하는 잡지, 책자를 발행했다. 1921년 11월 워싱턴에서 열리는 태평양 군축회의에서 조선 문제를 상정하려고 노력하였다가 실패하자 항일활동을 마감하였다. 윤치호는 대한제국이 보호국으로 전락한 후 다시는 관직에 나가지 않고 계몽운동에 나섰다. 그는 대한자강회의 회장이었고 개성에 한영서원을 설립했으며 안창호와 협력해 대성학교 교장과 청년학우회 회장을 맡았고 YMCA 운동을 주도하였다. 그는 1912년에 105인 사건으로 투옥되어 3년간의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당시 윤치호에 대한 조선인들의 기대는 매우 컸다. 그러나 그는 3·1 운동을 전후하여 파리 강화회의 대표, 임정 참여, 워싱턴 군축회의 참가, 미국 망명 등 모든 요청을 거부했다. 그는 열강이 조선을 도와 일본과 싸울 의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3·1 운동이 일어났을 때는 이를 반대하기까지 하였다. 그는 일본의 통치정책에 대해서는 반감을 품었지만 조선인들이 독립을 쟁취할 능력이 없다고 보았다. 설령 독립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유지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이 없는 민족으로 간주하고 있었다. 그는 모든 형태의 독립운동을 부정하고 민족성 개조를 통한 민족역량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미국인으로 산 서재필 vs 일본인 된 윤치호 서재필은 1922~1927년 갑자기 국내 일간지와 잡지 등에 다시 등장하여 식민지배에 순응할 것을 권유했다. 그는 식민지화의 책임을 전적으로 대한제국 지배층의 무능과 민중의 무지에서 찾았고, 독립운동과 같은 정치적 활동보다는 경제적 활동에 주력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그가 1937~1938년에 미주 한인 2세를 위해 ‘신한민보’에 영문으로 기고했던 ‘MY DAYS IN KOREA’(나의 조선 시절)를 보면 대부분 조선왕조의 무능과 부패를 비판하고 개화파를 정당화하면서 오히려 일본을 매우 높이 평가했다. 그러던 그는 태평양전쟁이 일어나자 일본과 맞서 싸우는 미국 시민으로서 반일로 돌아섰다. ●윤치호, 日전쟁 승리를 백인인종차별 극복 간주 한편 윤치호는 일본의 대륙 침략이 시작되고 내선일체 정책이 강화되는 시기에 적극적인 친일 활동을 시작하였다. 그는 자신이 ‘일본 국민’이라는 전제하에서 한국 기독교의 ‘일본화’를 주도했으며 대표적 친일단체의 핵심 인물로 활동했다. 1945년에는 마침내 일본 귀족원 칙선의원에까지 선임되었다. 그의 친일은 일제의 탄압에 의한 강요라기보다는 당시의 조건 속에서 조선 민족의 현명한 선택이라는 확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일본이 구미 열강에게 승리하는 것을 황인종이 백인의 인종차별주의를 이긴 것으로 열광하였다. 그는 철저한 반공주의자로서 일본이 소련에 승리하기를 기원하였다. 나아가 내선일체를 통해 민족차별 정책이 철폐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다. 1945년 해방이 되었을 때, 서재필은 점령국 미국의 시민으로서 미군정 고문으로 극진한 대우를 받았다. 대한민국이 수립되는 과정에서 그를 대통령으로 추대하는 세력도 있었다. 그는 이승만의 단정 노선에 대해 반대하면서 통일국가 수립을 주장하였다. 하지만 결국 고국에 머무르기보다는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택했다. 하지만 윤치호는 더는 공적 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죽기 몇 달 전에 미군정과 이승만에게 ‘한 노인의 명상록’이라는 편지를 보냈다. 거기서 그는 한국에는 민주주의가 불가능하며 공산주의에 대해 반대한다는 것, 그리고 조선의 해방은 항일민족운동의 결과가 아니라 연합국의 승리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며 친일파를 사면하여 민족단결을 이루자고 호소하고 있다. 윤치호가 1945년 12월 사망하여 1947년 7월 미군정 고문으로 귀국한 서재필과의 재회는 영원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말년 볼 것인가 vs 인생 전체 평가할 것인가 서재필은 전 생애에 걸쳐 새로운 도전에 대해서 열정적으로 대응하였다. 그는 어느 누구도 따라 하기 힘들 만큼 도전과 성취를 이루어낸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항상 자신은 안전지대에 머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투쟁과 희생을 요구하던 사람이기도 했다. 그에게서 민족의 지도자가 지녀야 할 희생적 자세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사실 서재필이 서재필로 산 것은 불과 27세까지였고 나머지는 필립 제이슨으로 살았다. 그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스스로 버린 사람이었다. 심지어 그는 해방 후 부모의 묘소조차 참배하지 않았다. 그의 묘지명에는 분명히 필립 제이슨이라고 적혀 있다. 따라서 그가 스스로 택한 필립 제이슨의 유해를 억지로 국내로 모셔와 국립 현충원에 안장하는 것은 분명히 그가 원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반면에 윤치호는 모든 판단을 함에 지나치게 신중했고 근대 시민윤리를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많은 고난을 겪으면서 국내에서 교육과 종교 활동을 통해 조선인들의 민족성을 개조하여 근대 국민으로 발전할 것을 희망했다. 그는 안창호를 누구보다 아끼고 후원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당시 조선인들이 필요로 한 민족 저항의 지도자가 되는 길을 거부하고 본격적인 친일 활동을 통해 결과적으로 친일파를 대표하는 인물이 되었다. 두 사람은 함께 활동했던 기간이 합해서 5년이 안 되지만 대체로 비슷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같은 입장에서 행동하였다. 서로 다른 공간에서 살았지만, 두 사람이 식민지 조선을 바라보는 시각과 일본에 대한 선망과 동경도 비슷했다. 그러나 서재필은 긴 세월을 자의에 의해 미국인으로서, 윤치호는 타의에 의해 일본인으로 살았다. 그 결과 오늘날 서재필은 과분한 대우를 받고 있으며 반면에 윤치호에 대해서는 매도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윤치호의 친일을 옹호할 마음은 없지만, 그것만으로 그의 인생을 단죄하기에는 안타까운 연민의 심정이 든다. 하지만 그의 친일을 ‘협력’ 또는 ‘친일 민족주의’라고 정당화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 한 인물의 굴곡에 찬 긴 인생을 한마디로 규정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역사학자로 살아가면서 점점 마음속으로 느끼게 된다. 주진오(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
  • [최동호 새벽을 열며] 디지털 인문학과 ‘논어’를 읽는 밤

    [최동호 새벽을 열며] 디지털 인문학과 ‘논어’를 읽는 밤

    청명한 가을밤 논어를 읽는다. 그동안 무심하게 보던 논어를 읽게 된 것은 최근 불어닥친 인문학 열풍 때문이기도 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인간 존재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해 보기 위해서다. 중고등학교 시절 논어의 구절들을 한문 시간에 배웠지만 논어를 통독한 것은 대학시절이며 당시 중국철학의 대가로 알려진 이상은 선생과 김경탁 선생에게서 논어의 철학적 의미를 조금 공부했다. 서양 사람들이 논어를 처음 읽고 나면 이 책의 평가에 대해 인색하다고 한다. 거대한 이론 체계가 있는 것도 아니요 화려한 수사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일종의 대화록이나 에세이집 수준으로 논어를 본다는 것이다. 대학시절 논어를 처음 읽고 난 필자의 소감은 공자의 언행이 매우 시적이라는 것이었다. 어려운 말이 거의 없는 이 함축적인 문장의 행간을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요구되었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 제기되는 많은 인간적인 문제들에 대한 해답이 논어에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은 최근의 일이다. 생명 복제의 시대 그리고 스마트폰이 지배하는 시대, 인간이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시대, 인간에 대한 새로운 고찰이 필요하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하는 의문을 가질 때 논어는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다. 공자는 기원전 6세기 춘추전국시대 말기 노나라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부친을 여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학문에 정진하여 동양 최고의 사상가 중 한 사람이 되었다. 그는 주 왕조 건국의 원훈 주왕을 흠모하여 그의 정신을 살린 문화국가 건설을 평생의 목표로 삼았다. 한때 노의 정공에게 발탁되어 중책을 맡아 일대 국정개혁을 단행했으나 수구세력에게 축출되어 노나라를 떠났으며, 이후 14년간 제자들을 데리고 중원의 여러 나라를 주유하며 자신의 뜻을 펼치고자 했으나 성공하지 못하고 마지막에는 고향에 돌아와 학문에 정진했다. 중원의 방랑길에서 공자는 초의 소왕을 만나기 위해 3년 이상을 기다렸으나 끝내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공자를 비판하는 은자들은 공자를 ‘상가 집의 개’라고 조롱하기도 했으나 천하를 구하기 위해 큰 뜻을 펼치고자 했던 공자의 의지는 결코 꺾이지 않았으며, 그의 언행과 저술을 통해 자신의 큰 뜻을 후세에 전했다. 인간에 대한 이해와 공감 없이 천하를 얻을 수 없다. 그 인간 존재란 무엇인가. 디지털 시대 생명 공학은 인간을 복제할 수 있는 기술적 수준을 확보했다고 한다. 앞으로 인류는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그리고 이제 나날의 생활에서 필수품이 된 스마트폰이 인간을 기계의 부속물로 전락시킬 위험을 지니고 있다. 인간과 인간의 대화는 사라지고 스마트폰을 통해 대화하고 생각하고 느끼며 살고 있는 것이 오늘의 우리들이다. 전국시대 천태만상의 인간군상에서 인간존재의 위대함을 발견한 공자의 지혜가 절실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서양의 지성을 상징하는 이성이나 신이 아니라 온갖 가능성을 지닌 인간을 깊게 이해한 것이 공자의 지혜였던 것이다. 인간은 때때로 이성이나 윤리에 반하는 존재이며 고귀한 덕성을 함양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난세를 피하고자 하는 사람은 장자를 읽고 난세의 지혜를 얻고자 하는 사람은 논어를 읽는다고 한다. 지금 우리에게 논어가 절실하게 된 것은 오늘의 정치적 현실 때문이다. 대선 후보들에게 500명이 넘는 폴리페서가 몰리고 있다는 보도나 구정치인 중에 일부가 간판을 바꿔달고 정치적 변신을 시도했다는 보도를 읽을 때 과연 그들의 심중에 학생이나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이 얼마나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대선후보들조차 국가적 비전이 아니라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기 바쁘다. 국민적 여망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자신의 영달을 도모하는 사람들로 들끓고 있는 현실을 바라보면서 2500여년 전 춘추전국의 난세를 살며 천하를 구하려 했던 공자가 혼탁한 격류가 흘러가는 황하를 바라보던 모습을 떠올려 보는 가을밤 어둠이 깊다.
  • “대학은 자율성 기반으로 바깥세상에 눈 돌려야”

    “대학은 자율성 기반으로 바깥세상에 눈 돌려야”

    “국가의 지원을 받는 국립대는 크게 발전하기 힘듭니다. 서울대가 모든 의사 결정을 정부에 승인받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말도 안 되는 거지요.” 아시아계 최초로 아이비리그 대학 총장을 지내고 세계은행의 수장이 된 김용(53) 총재는 16일 오후 서울대 근대법학교육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김용 세계은행 총재와의 대화’에서 법인화 이후 서울대의 발전 방안에 대한 의견을 밝히며 “세계화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서울대 법인화 준비위원을 지냈던 그는 “대학은 자율성을 기반으로 바깥 세상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며 거듭 세계화를 강조했다. 국가 지원을 받는 국립대는 예산 사용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제약을 받기 때문에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세계화는 이제 따를 수밖에 없는 하나의 법칙”이라면서 “세계화를 비난하는 것은 중력을 비난하는 것과 같다.”는 문구를 인용하기도 했다. 또 학생들에게는 “여기 있는 여러분들은 3개 국어는 해야 한다.”면서 “다른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학문의 실용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도 기술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인문학을 하더라도 기계적으로 익히기만 할 것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기술을 배우는 등 실용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생조차 취업이 어려워진 환경에 대해서는 “정답은 없지만 독일 교육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독일은 기초학문도 중시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실용성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라고 설명했다. 김 총재는 또 “세계은행 직원들은 가난과 싸우는 데 열정을 쏟고 있다.”면서 “아프리카나 라틴아메리카 등의 가난과 자원 부족 문제가 세계은행의 관심사”라고 소개했다. 이어 “여러 나라에서 새마을 운동 등 한국의 발전 방법에 대해 궁금해한다.”면서 “그럴 때마다 ‘한국인들은 열심히 일하며 교육열이 높고 미래를 위한 투자에도 힘쓴다’고 답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세계은행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이냐는 질문에는 “고용의 90%는 공공 부문이 아닌 민간 부문에서 창출되기 때문에 민간 부문을 성장시키고 분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아직 총재에 취임한 지 4개월밖에 안 돼 나 자신의 비전을 펼쳐 보이기보다 직원들의 생각을 듣고 있다.”고 했다. 세계은행의 북한 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은 세계은행의 회원국이 아니다.”라면서 “아버지가 북한에 가족을 두고 오셨고 개인적으로는 북한을 돕고 싶지만 세계은행이 나서기에는 여러 정치적이고 복잡한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총재는 지난 14일 세계은행 한국사무소 설립과 한국·세계은행 협력기금 조성 등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창비’도 세계문학전집 발간… 年 100억대 시장 판도 바뀌나

    ‘창비’도 세계문학전집 발간… 年 100억대 시장 판도 바뀌나

    국내 대형 출판사들이 선점한 세계문학전집 시장에 ‘창비’가 가세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해외 판권을 다수 보유한 민음사가 국내 세계문학전집 시장의 70%가량을 과점한 가운데 창비의 도전이 과연 시장의 판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세계문학전집은 그동안 입시를 앞둔 중·고교생 등 특정 연령대만 읽는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최근 인문학 열풍이 불면서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출판업계에 따르면 현재 세계문학전집 시장은 연간 100억원대로 성장했다. 박신규 창비 문학출판부 부장은 16일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젊은 베르터의 고뇌’ 등 1차분 10종 11권을 출간했다.”면서 “이미 90종의 세계문학전집을 기획했고, 이 중 30%가량은 국내 초역본”이라고 밝혔다. 2010년 19~20세기 해외단편소설을 번역출간한 ‘창비세계문학’(9권)의 반응이 좋아 아예 세계문학 시리즈를 기획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전집에는 라틴아메리카와 중동, 인도, 아프리카 등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의 작가나 기존 유명 작가의 중·단편 소설집도 다수 포함될 예정이다. 창비의 뒤늦은 세계문학전집 시장 진출에 대해서는 시장 전체 파이를 키우는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지, 아니면 제한된 파이를 놓고 경쟁만 치열해질지 의견이 엇갈린다. 1980년대 범우사·일신서적 등의 반양장·완역본으로 전성기를 맞은 뒤 1990년대 후반부터 민음사가 쇠퇴한 시장을 되살리며 주도권을 쥐었다. 민음사는 번역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면서 수년 전부터 연간 100만권 이상을 팔고 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음사와 문학동네가 다음 달 초 각각 300번, 100번째 책을 내놓는다. 더욱이 민음사가 선점한 시장에 웅진과 을유문화사(2008년), 문학동네(2009년), 시공사(2010년) 등이 뛰어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또 출판사마다 신뢰할 만한 번역과 국내 초역 등을 내세워 차별화 전략을 펴고 있지만 반응은 미미했다. 실제로 2009년 문학동네의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발간이 시장 판도 변화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시장 점유율은 10% 안팎에 머물고 있다. 창비의 경우 해외문학 전문가로 구성된 편집기획위원과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제3세계 문학작품 소개를 차별점으로 꼽고 있다. 한기욱(인제대 영문과 교수) 창비 기획위원은 “단기적으로 차별성을 구분하긴 어렵겠지만 후발주자인 만큼 새로운 번역과 정선된 작품으로 우리만의 전집을 만들 것”이라며 “기존 고전을 새롭게 재구성해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만들고, 희곡·추리소설, 대표시선 등 장르도 다양화할 방침”이라고 소개했다. 제1권으로 선정된 ‘젊은 베르터의 고뇌’는 그동안 국내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소개된 괴테의 작품이다. 임홍배(서울대 독문과 교수) 기획위원은 “원어 제목은 ‘슬픔’이라기 보다 복합적 어려움을 뜻한 ‘고뇌’에 가깝고, ‘베르테르’는 일본식 표기”라며 “당시 유럽에서 유행했던 서간체를 원어에 가깝에 되살려 극적 긴장감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1차분 가운데 오스트리아 작가 요제프 로트의 ‘라데츠키 행진곡’과 딜링의 ‘내가 안개마을에 있을 때’는 국내 처음 번역 소개된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융합교육으로 ‘제2 잡스·백남준’ 키워야”

    “융합교육으로 ‘제2 잡스·백남준’ 키워야”

    스미스소니언협회는 과학(Science)·기술(Technology)·공학(Engineering)·수학(Math)을 접목시킨 미국 STEM 교육의 메카다. 19개 박물관과 9개 연구센터를 보유한 스미스소니언협회는 일찍이 과학기술과 예술적 소양을 함께 기르는 융합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전시와 교재, 교육프로그램 등을 통해 다양한 학문 분야를 접목시킨 콘텐츠를 개발·보급하는 데 앞장 서고 있다. 이 가운데 캐럴 니브스 스미스소니언협회 정책분석 국장은 융합교육 프로그램의 밑그림을 그린 융합교육 분야 전문가다. 최근에는 역사와 예술, 문화 및 과학 간의 융합 효과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9일 국립과천과학관을 찾아 ‘융합교육의 중요성과 박물관의 역할’에 대해 강연하기도 했다. 니브스 국장은 이날 서울신문과 만나 “융합교육을 통해 더 많은 스티브 잡스, 백남준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니브스 국장과의 일문일답. →융합교육은 왜 필요한가. -몇 년 전 영국의 계몽시대에 관한 책을 읽었다. 유명한 탐험가인 쿡, 천왕성을 발견한 윌리엄 허셜, ‘프랑켄슈타인’을 쓴 메리 셸리가 모두 그 시대 사람이다. 이 시대에는 왜 이렇게 창의력이 뛰어날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한 시대를 살았던 모든 사람들이 예술과 과학, 역사, 인문학을 통합하는 능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사상 가장 융합적이고 창의적인 사람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훌륭한 공학자이자 예술가였다. 아인슈타인도 바이올린을 훌륭하게 연주하던 사람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또 어떤가. 디자인과 기술을 융합했다. 앞으로는 다양한 학문을 받아들여 융합할 수 있는 능력이 개인의 잠재력을 좌우할 것이다. →융합교육을 위한 스미스소니언의 노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스미스소니언협회는 전 세계 2000개가 넘는 기관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대학, 박물관, 민간부분, 연구센터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의 연구와 전시는 미 공군이나 보잉, 미항공우주국(나사)의 도움 없이는 힘들다. 스미스소니언에서는 또 네 가지 융합센터를 만들었다. 종의 다양성, 천체 물리학, 세계문화, 미국 내 인구변화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한다. 각 센터에서는 물리학자, 스포츠맨, 생물학자, 예술가, 공학자들이 협업하고 있다. 각 센터에서 내놓은 프로젝트 중에 일부는 새롭고 흥미롭지만 지루한 아이디어도 있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통해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고 본다. 혁신과 창의를 도모하면서 스티브 잡스, 백남준 같은 사람이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나올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융합적 사고를 길러주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뭐라고 생각하나. -아이들은 어떤 사실, 정답을 아는 것보다는 어떤 질문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것은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한다. 처음부터 정해진 답을 주면 안 된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은 포유류 전시에만 3300만 달러를 썼다. 3살짜리 아이도 전시를 보면 동물이 젖을 먹고, 털이 있으며, 온혈동물이라는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기획했다. 우리가 관심 가졌던 부분은 아이들에게 지식을 주는 것보다 질문을 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융합인재를 기르기 위해 한국이 가야 할 방향은. -한국의 교육시스템은 좀 더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여러 학문 과목을 융합해 보고 즐기며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한국의 학교는 학문에만 굉장히 치중해 있다. 매우 공부를 잘한다는 한국 학생을 만나 왜 물리학을 공부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원해서”라고 답했다. 여러 면에서 슬펐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방법으로 문제를 풀게 할 것이 아니라 시간제한을 두지 않고 학생 스스로가 답을 찾도록 자유를 줘야 한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책, 읽고 듣고 맞혀봐

    서대문구는 13~14일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서대문 북페스티벌’을 개최한다. 행사는 13일 오후 3시 공원 야외무대에서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저자인 윤성근 작가의 사회로 막이 오른다. 윤 작가와 책 읽기 행사를 비롯해 독서퀴즈, 독서골든벨, 책이야기, 노래 공연 등의 프로그램이 잇따라 열린다. 특히 종이책 대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휴먼북’으로 나서 도서대출이라는 방식으로 직접 대화를 나누는 ‘휴먼라이브러리’ 행사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공원 메인무대에서는 시민들이 각자 읽고 싶거나 좋아하는 책 한 권을 들고 나와 조용히 읽어주는 ‘책 읽는 소리, 독립문을 흔들다’ 행사가 진행된다. 페스티벌 둘째 날 오후 3시에는 고전평론가 고미숙씨를 초청해 공원 야외무대에서 북콘서트를 연다.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공부의 달인, 호모 콩푸스’ 등 작가의 저서를 테마로 인문학의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이외에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독서 수준을 점검해 주는 독서상담과 우수도서 할인판매, 유율국단 실대악단 및 코리아주니어 빅밴드 공연 등도 관람객에게 풍성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올 서울대 학생들 ‘총, 균, 쇠’ 가장 많이 빌려 봤다

    올 서울대 학생들 ‘총, 균, 쇠’ 가장 많이 빌려 봤다

    올 1월부터 최근까지 서울대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빌려 읽은 책은 무엇일까. ●최고 인기 도서로도 뽑혀 10일 서울대에 따르면 ‘인류 역사와 문명이 무엇을 통해 발전했는가’라는 인문학적 논제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풀어낸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총, 균, 쇠’가 81회 대출돼 1위를 했다. ‘총, 균, 쇠’는 2008년부터 최근까지 총 522회의 대출 횟수를 기록하며 최근 5년간 가장 인기 있는 책으로도 뽑혔다. 연도별로 2008년 6위, 2009∼2011년 2위 등 꾸준히 10위 안에 있었다. 서울대 도서관 관계자는 “그간 비문학 서적은 대출 순위 2~3권에 불과했다.”면서 “그동안의 소설, 에세이 편중 현상이 어느 정도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인문·사회과학 서적 중에서는 리처드 도킨스의 과학서적 ‘이기적 유전자’가 63회 대출돼 3위에 올랐고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은 62회 대출돼 4위를 차지했다. 또 루트번스타인 부부의 인문학 서적 ‘생각의 탄생’은 모두 59회 대출돼 공동 5위를,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은 57회로 그 뒤를 이었다. ●2위는 ‘달콤한 나의 도시’ 10위권 안에 든 소설, 에세이 서적 가운데는 한국 작가의 작품이 많았다. 정이현의 ‘달콤한 나의 도시’가 71회로 전체 2위, 천명관의 ‘고래’,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각각 57회, 56회였다. 외국 작품으로는 알랭 드 보통의 소설 ‘우리는 사랑일까’와 에세이 ‘불안’ 두 권이 10위 안에 들었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글로벌 리더 손지애의 자녀 교육법

    글로벌 리더 손지애의 자녀 교육법

    CNN을 통해 한국 소식을 전 세계에 알렸던 손지애(49)는 주요 20개국(G20) 서울정상회의 대변인과 청와대 비서관을 거쳐 아리랑 국제방송 대표로 활동 중이다. 동시에 세 딸 미나(23), 유나(13), 지나(11)를 둔 어머니다. 많은 여대생의 롤모델이자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글로벌 리더인 손지애의 어머니로서의 모습은 어떨까. 12일 밤 10시 40분 EBS ‘어머니 전’에서 만나 본다. 네 딸 중 맏딸인 손지애는 전통적인 교육보다는 개방적인 신식 가정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1950년대에 줄리아드 음대에 유학을 간 뒤, 평생 피아노를 연주하고 가르쳤던 어머니는 결혼 뒤에도 여자가 일을 가지는 길은 예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손지애에게도 첼로를 가르쳤다. 하지만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손지애의 선택은 달랐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외교관이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갔다. 4년을 머무른 게 전부였지만 완벽한 영어를 구사했고, 훗날 세계적인 언론사의 구애를 받았다. 외신기자와 결혼한 그는 기자로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유축기를 회사에 갖고 다니며 2시간에 한 번씩 모유를 받았다. 세 딸을 모두 모유 수유로 키웠다. 퇴근해서는 밤마다 동화책을 꼭 읽어 주는 자상한 엄마였다. 세 딸이 손지애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네가 알아서 해.”다. 무엇이든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게 하는 손지애는 자녀가 주체적으로 삶을 살게끔 해 주고 싶었다. 자신이 지킬 수 없는 일들은 아이들에게도 강요하지 않는 게 손지애식 교육법이다. 사람들은 손지애의 자녀 영어 교육법을 궁금해할 테지만, 그는 영어 공부를 억지로 시키지 않았다. 평생 가져가야 할 영어를 혹 교과목이라 생각하고 거부감을 느낄까 봐 걱정해서다. 책을 좋아하는 첫째에게는 영어책으로, 음악을 좋아하는 둘째에게는 팝송으로 영어에 대한 흥미만 북돋아 주고 그다음은 딸에게 맡겼다. 영어책을 읽고 혼자 일기를 쓰며 영어에 재미를 붙이게 된 큰딸 미나는 지금 어머니보다 실력이 더 출중하다. 한 달에 두 번씩은 꼭 세 자매의 손을 잡고 서점에 간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균형 잡힌 시각, 사람에 대한 이해 등 기자로서, 글로벌 리더로서 자신을 키운 8할이 책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큰딸 미나가 취업이 부담스러워 사학과 전공을 망설일 때에도 적극적으로 지지해 줬다. 인문학적 소양이 바탕이 된 사람만이 사람과 세상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을 이끄는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아 준 것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열린세상] 어떤 출판인/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열린세상] 어떤 출판인/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어떤 출판인이 있다. 그는 젊은 시절 집에서 받은 약간의 자금으로 출판사를 구입했다. 1980년대 초 서울에서는 출판사를 새로 열기가 어렵고, 이미 있는 출판사의 경영권을 인계받는 것만 가능했다고 한다. 우연히 그는 을지로의 허름한 건물 5층에서 영인본을 파는 출판사를 경영하게 된 것이다. 당시의 영인본이란 개벽, 창조와 같은 일제강점기의 신문예 잡지, 한국고전소설전집 등 고전자료를 모아 복사하여 제본한 책들이었다. 당시 학생들은 고전문학을 공부하더라도 현대문학 자료를 구입했고, 현대문학을 공부하더라도 고전문학 자료를 구입했다. 심지어 문학하는 사람도 국어학 책을 샀고 국어학 하는 사람도 문학 자료를 샀다. 통섭이나 융합이란 말은 없었지만 한 전공 안에서 세부 전공을 나누어 하고 싶은 것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해방 후 학문 첫 세대들이 은퇴하고 학문의 관심사도 전문화한 데다가, 여러 경로로 자료를 참조할 수 있게 되면서 젊은 연구자들은 서적 형태의 자료집을 구입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그 출판인은 단행본을 만들기 시작했으나 잘 팔리지 않았다. 교재를 구입하는 학생들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때 몇몇 원로 교수들이 이 출판인을 찾아와 격려해 주었다. 하지만 이 출판인은 하도 고통스러워 출판사 문을 닫아야 하겠다고 말을 흘렸다. 그런데 한 원로 교수께서 지팡이를 휘둘러 탁자를 내리치시고는, “네가 얼마나 국가와 민족을 위해 중요한 일을 하는지 아느냐?”라고 야단을 치셨다. 하도 심한 야단을 들어 이 출판인은 어쩔 줄 모르다가, 한참만에야 기어드는 목소리로 “잘못했습니다.”라고 대답을 했다. 속으로는 작은 출판사가 하는 일이 국가와 민족을 위한 것이 무어냐, 대체 일마다 국가와 민족을 들먹이는 것은 우습지 않은가라고 생각하면서도, 폐업하려던 결심만은 바꾸었다는 것이다. 지금 출판계의 사정이 어떤지, 특히 전문서적 출판사의 현황이 어떤지, 그것은 잘 모른다. 하지만 책을 내기가 어렵게 된 것은 사실이다. 전문서적은 물론, 서적 구매층의 취향과 맞지 않는 책은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삼동(三冬) 내 글 좀 읽었다고 책을 내는 것은 물론 어리석은 일이다. 나무에 해를 입히는 재목(災木)의 행위에 불과할 수도 있다. 옛날 한나라 때 양웅이란 사람은 저술가로 유명했다. 그런데 유흠이란 학자는 그가 지은 ‘법언’(法言)이란 책을 보고서, “왜 세상에서 알지도 못하는 글을 이토록 애써서 지었을까. 나중에는 장독 뚜껑밖에 되지 않을 것 같다.”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장독 뚜껑을 덮는다는 말의 부부(覆?)라고 하면 자신의 저술을 겸칭하는 말로 되었다. 저 허균이 자신의 문집을 ‘성소부부고’(惺所覆?藁)라고 이름 붙인 것도 그 고사에서 따온 것이다. 학술원이나 문화관광부는 우수 도서의 출판비용을 일부 지원하고 한국과학재단은 연구자들의 저술을 지원하고 있다. 각 대학마다 출판 장려를 위해 여러 재원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부족하다. 게다가 인문학 분야에서 연구능력이 뛰어난 분들의 저서가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한다. 연구자들이 겸손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 업적 평가에서 저서를 대상으로 삼지 않기 때문에 전문 저술이 줄어들게 되었다고 했다. 연구의 꽃은 저술이다. 단형의 논문을 작성하는 일과 한 권의 책을 저술을 하는 것은 품이 다르다. 그런데도 저술에 대한 평가를 유보한다면 매우 불합리한 일이다. 원로 교수에게 야단을 맞은 그 출판인은 지금도 그 일갈을 가장 고마워한다고 했다. 양식 있는 출판인이 전공서적을 꾸준히 간행하여 그 분야의 학문을 진작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게 되기를 기대할 따름이다. 그리하여 전공자들의 저술이 당초에 겸손의 뜻으로 ‘부부’라고 하거나 ‘재목’이라 하지만, 그것이 끝내 ‘부부’와 ‘재목’으로 끝나지 않게 되기를 미래에 가탁한다.
  • 연세대 등 4개大 수시 논술로 본 2013학년도 경향·대비법

    연세대 등 4개大 수시 논술로 본 2013학년도 경향·대비법

    6~7일 서울 소재 연세대·이화여대·홍익대·동국대 등 4개 대학의 수시 논술시험이 치러지면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대입수학능력시험 이전에 치러지는 1차 논술시험이 모두 마무리됐다. 입시전문 학원가에서는 수능 전 논술을 치른 이들 4개 대학의 출제경향이 교과서와 EBS 수능교재에 실린 지문을 활용하는 등 지난해와 달리 평이한 난이도로 출제돼 수능 이후 예정돼 있는 다른 대학의 논술시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대입 논술에서 고등학교 교육과정으로는 대비하기 어려울 만큼 고난도의 문제와 지문을 출제한다는 불만을 대학들도 의식한 것 같다.”면서 “수능 이후 논술을 치르는 다른 대학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과거에 출제된 대학별 논술시험의 경향과 앞서 올해 치러진 2013학년도 논술시험의 출제내용을 분석해 자신이 지원한 대학에 맞는 맞춤형 논술 대비법을 알아보자. 2013학년도 대입 논술을 치른 대학들의 출제경향을 살펴보면 그동안 대학생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제시문과 생소한 단어, 고난도 수리문제 등을 출제해 사교육과 선행학습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대폭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화여대 등 논술시험을 치른 대학들은 출제과정에 현직 고교 교사를 자문위원으로 참여시켜 난이도를 고등학생 수준에 맞게 조절하고, 고교 교육과정과의 연계성을 강화했다. 인문계열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한 교사는 “이번 논술고사에서 사용한 지문이 모두 교과서 또는 이와 관련된 내용에 대한 것이라서 지문의 난이도는 예년에 비해 많이 낮아졌다.”면서 “문제 또한 익숙하고 예상 가능한 것이라서 학생들이 낯설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연계열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교사 역시 “문제 구성에서 고교 교과과정 수준에서 출제했으며, 특히 교과서에서 강조하는 정의나 기본 개념을 충실히 공부했다면 잘 풀 수 있는 내용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앞으로 남은 다른 대학의 논술시험 역시 고교 교과서의 지문을 제시문으로 활용하거나 수업시간에 한번쯤 들었을 익숙한 용어와 개념을 활용한 문제가 출제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다문화주의’ ‘관용’ 등의 주제는 수업시간에 많이 인용되는 주제로 이를 이용해 지원자들의 통합적 사고력, 이해력 등을 평가하는 문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올해는 주요 대학 가운데 일부가 인문계열 논술시험의 난이도를 끌어올리는 영어지문을 제시하지 않기로 해 수험생들이 부담을 다소 덜게 됐다. 경희대·숭실대·한국외대는 영어 제시문을 출제하지만 동국대·서울시립대는 영어 제시문을 제외했다. 영어 지문이 제시되더라도 주석을 통해 어렵거나 새롭게 생겨난 어휘의 뜻풀이를 해 주는 경우가 많으므로 전반적인 문장 해석 능력만 갖추면 된다. 지난 6일 수시2차 논술전형을 치른 동국대는 인문계 논술에서 영어지문을 빼고 교과서 내에서 지문 한 개를 출제했다. 이화여대는 인문계 논술에 영어 제시문을 포함한 4개의 제시문을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출제하는 등 논술시험과 고교 교과과정의 연계성을 높였다. 그동안 변별력과 수월성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였던 대학 논술고사에서 교과서 속 지문이 4개 이상 출제된 경우는 없었다. 인문계열에서 출제된 다문화주의, 관용, 전통과 과거, 소득불균형 등에 관한 제시문이 모두 교과서 내용이거나 수업시간에 자주 언급되는 개념이어서 학생들의 체감 난이도는 더욱 낮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능 전 치러지는 논술고사가 막을 내리고 이제는 다음 달 8일 수능 이후 예정돼 있는 대학별 논술고사에 대비할 때다. 10~11일에는 서강대·성균관대·중앙대·경희대·숭실대 등이, 18일에는 고려대·한양대·한국외대·숙명여대 등이 논술시험을 치른다. 올해 수시모집 논술시험은 지난해에 비해 시험시간이 줄고 문항 구성을 변형한 것이 특징이다. 고려대는 지난 6월 치른 2013학년도 모의논술고사에서 시험시간을 기존 120분에서 100분으로 줄였다. 문제 수도 기존 3문제를 2문제로 조정했다. 지난 7일 논술을 치른 이화여대도 시험시간을 100분으로 줄였다. 지난 5~6월 치러진 각 대학의 모의논술과 같이 논술 주제는 시장과 정부, 다문화주의, 대의민주주의, 타자와의 관계와 공존, 인간행동의 특성, 소비와 자본주의, 경쟁, 집단지성 등 현대사회와 밀접한 인문학·사회과학의 소재들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최근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자유로운 글쓰기보다 문항이 요구하는 조건을 정확하게 충족시키는 글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제시된 주제와 관련해 단순히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기보다 주어진 시간 내에 문제가 요구하는 답안을 조리 있게 작성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시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경제 블로그] 콧대 낮춘 증권사, 고객과 스킨십

    [경제 블로그] 콧대 낮춘 증권사, 고객과 스킨십

    증권사들이 ‘콧대’를 낮추고 고객과의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 불황 탓에 투자자들이 주식거래를 줄이자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투자 세미나를 늘린 것이다. 과거 투자 세미나가 고액 자산가 중심으로 소규모로 진행됐다면 요즘은 다수의 보통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동아리를 찾아가는 증권사도 있다. 딱딱하던 특강이 요즘 화두인 ‘인문학’의 옷을 입고 ‘힐링’을 얘기한다. 최근 투자자들이 채권 위주의 안전자산에서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조금씩 눈을 돌리는 추세여서 고객 유치 경쟁은 더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본사와 104개 지점에서 지금까지 한달 평균 200차례 세미나를 열었다. 8월부터 절세 전략과 채권 투자 문의가 늘면서 월 300회까지 횟수가 늘었다. 미래에셋증권은 본사 특강만 올들어 벌써 110회를 넘어섰다. 한국투자증권은 올 3월부터 서울시립대 등 대학 동아리에 ‘찾아가는 방문 재테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증권사들이 투자 교육을 늘리는 이유는 단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특강을 들으러 왔다가 고객이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최근 주식시장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어 고객 유치전이 더욱 치열하다.”고 전했다. 지난달 코스피시장 거래대금은 104조원을 기록, 3월 이후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채권은 5개월 만에 거래 실적이 감소했다. 강의 내용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투자 설명회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관심을 갖는 은퇴 설계가 대세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늘면서 ‘시황’이 바뀐 셈이다. 강사들도 종목과 업종에 정통한 ‘족집게 애널리스트’에서 은퇴연구소 소장들로 인기순위가 옮겨가고 있다. 이색 특강도 눈에 띈다. 삼성증권은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라는 주제로 투자 세미나를 열었다. 힐링 붐을 타고 큰 인기를 끌었다. 예전엔 찾아보기 어렵던 의사, 시인, 사진작가 등이 강사진으로 포진한 경우도 적지 않다. 취미 생활로 유인해 투자 고객으로 만들겠다는 콜라보레이션(결합) 전략이다. 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 국모이자 권력자…조선의 왕비 재조명

    “한국 전통 시대에 여성, 특히 부인의 존재는 철저히 남편의 그늘에 가려진 존재였지만 왕조 국가인 조선에서 왕의 부인인 왕비는 절대 권력의 중심부에 있었다. 조선의 왕비는 단순한 여성이 아니었다. 조선의 왕실을 좀 더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정치 역학을 정확하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왕비의 역할과 존재에 대한 본격적이고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심재우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학부 교수는 ‘조선의 왕비로 살아가기’(돌베개 펴냄)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조선의 왕비라고 하면 중종의 계비로 아들 명종을 휘두른 문정왕후, 희빈 장씨와 경쟁 관계를 구축했던 숙종의 계비 인현왕후, 한말 일본 낭인의 손에 시해된 명성황후를 먼저 떠올린다. 이들의 삶이 흥미로워 사극으로 많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선 왕비가 갖는 상징성, 역사적 의미는 이보다 훨씬 더 심오하고 복잡하다. ‘조선의 왕비로 살아가기’는 국모(國母)이자 궁궐의 안주인, 왕위를 이을 후계자 생산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진 조선 왕비의 삶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왕비의 첫걸음인 ‘간택’부터 살펴보자. 왕의 배필을 구한다는 공고를 전국에 뿌리면 금혼령이 내려지고 전국 15~20세 양반가 처녀들은 일종의 이력서인 단자를 제출한다. 보통 사극에서는 자신의 딸을 왕비로 키우기 위해 별별 수를 쓰는 모습이 많이 드러나지만 실제로는 왕을 사위로 두기 부담스러워했다. 딸을 숨기다 발각된 전·현직 관료에 대해서는 추문하고 윽박지르고 온갖 닦달을 다 하지만 접수된 단자는 많아야 25장 안팎이었다. 단자를 낸 처녀들은 초간택, 재간택, 삼간택 등의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세자빈으로 책봉된다. 수렴청정으로 권력을 휘두른 왕비도 있다. 세조의 비 정희왕후는 아들 예종이 19살에 즉위하자 수렴청정을 시작했다. 예종이 즉위 13개월 만에 죽자 13살 잘산군을 임금(성종)으로 추대해 7년간 섭정했다. 성종의 정책은 도승지가 정리해 정희왕후에게 올려 결재를 받은 뒤에야 시행됐다. 12살 때 즉위한 명종을 대신해 수렴청정을 시작한 중종의 비 문정황후는 명종이 친정을 선포한 뒤에도 정사에 관여해 무려 20년간 권력자로 남았다. 책은 간택과 서거 또는 폐위 사이에서 왕비가 겪는 출산, 일상생활, 등 구중궁궐의 이야기를 세세하고 흥미롭게 펼쳤다. 집필에는 심 교수를 비롯해 임민혁, 이순구, 한형주, 박용만, 이왕무, 신명호 등 역사·인문학자가 두루 참여했다. 2만 5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문학 새 책]

    ●만(卍)·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춘미·이호철 옮김, 문학동네 펴냄) 여체의 아름다움에 대해 악마적인 탐닉으로 독자적인 문학세계를 구축한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작품이 처음으로 번역됐다. ‘만’(卍)은 만 자처럼 남녀 넷이 얽히고설키며 펼치는 애욕의 세계를 그린 작품으로, 요부 미쓰코와 그녀의 마력에 빠진 사람 3명을 통해 성이 인간을 어떻게 파멸시키는지 탐구한다. 고려대 김춘미 명예교수가 번역했다. ‘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는 여든 살 노인이 젊은 아내에게 느끼는 집착과 애정이 잘 묘사된 작품이다.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이호철이 유려하게 번역했다. ●어느 뜨거웠던 날들(리타 윌리엄스-가르시아 지음, 곽명단 옮김, 돌베개 펴냄) ‘흑표범당’은 흑인 민권운동의 파란만장한 역사 중에서 가장 뜨겁고 논쟁적인 발자취를 남겼으나 극좌 폭력 단체라는 이미지에 갇혀 있다. 1968년을 배경으로, 자유를 찾겠다며 가족을 등진 엄마를 찾아간 어린 세 딸의 눈을 통해 흑표범당이 추구했던 흑인 민권운동의 실체를 보여준다. 저자는 니키 조반니의 시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혁명적인 것은 함께 살면서 사랑하기, 타고난 본디 자신을 해치지 않기”를 인용해 이 소설의 주제의식을 보여줬다. ●본 슈프리머시 1·2권(로버트 러들럼 지음, 남명성 옮김, 문학동네 펴냄) 제이슨 본의 이름을 알린 영화 ‘본 시리즈’의 원작소설이다. 40개국 32개 언어로 출간돼 전세계 3억 부가 팔린 ‘지구적’ 베스트셀러다. 지난 2001년 심장마비로 사망한 저자는 1980년대 스파이 스릴러 붐을 이끌었고, ‘본 아이덴티티’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으로 이어지는 시리즈는 저자의 작품 중 최고로 손꼽힌다. 홍콩반환협정 체결을 앞두고 민감한 국제정세를 배경으로 사투를 벌이는 외로운 제이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서울 플러스] 원전 하나 줄이기 위원 위촉

    원전 하나 줄이기 위원 위촉 ▶▶강남구(구청장 신연희) 27일 ‘원전 하나 줄이기 위원 위촉식’을 가졌다. ‘원전 하나 줄이기’는 2014년까지 원전 1기에서 생산되는 전력량을 절감하고 2020년까지 전력자급률 20%를 달성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공보실 2104-1244. 청사내 미술품 수장고 설치 ▶▶종로구(구청장 김영종) 미술작품을 적합한 환경에서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수장고(收藏庫)를 청사 3층에 만들고 27일 운영을 시작했다. 필운동 130-9 사직아파트 내에 임시수장고를 설치해 보관하고 있던 남정 박노수 화백 기증품을 이전한다. 문화공보과 2148-1834. 구로아트밸리서 다문화 축제 ▶▶구로구(구청장 이성) 다음 달 6~7일 구로아트밸리에서 다문화 축제 ‘함께 물들다 36.5’를 개최한다. 첫날 특별초청공연에서는 한국, 베트남, 몽골, 말레이시아, 미얀마 전통악기 연주자와 록밴드를 결합한 퓨전밴드 ‘음악의 아시아’(MOA)가 무대를 빛낸다. 문화체육과 2029-1749. 고전분야 명사 초청 강좌 ▶▶마포구(구청장 박홍섭) 구민에게 쉽게 다가가는 인문학 강좌의 하나로 고전 분야의 명사들을 초청, 동서양을 아우르는 고전을 주제로 ‘고전에서 길을 찾다’ 강좌를 다음 달 11일부터 11월 15일까지 4회에 걸쳐 개최한다. 공보관광과 3153-8292.
  • [인사]

    ■기획재정부 ◇직무파견△OECD 대한민국정책센터 조규범◇전보△조세정책과장 황정훈△법인세제〃 이상길△복권위원회 사무처 발행관리과장 배상록 ■국방부 ◇부이사관 승진△계획예산관실 재정계획담당관 유균혜△인사기획관실 인력관리과장 김동주◇과장 전보△국방교육정책관실 문화정책과장 최환철 ■지식경제부 ◇승진 <부이사관>△제품안전조사과장 장금영△적합성평가〃 이은호△우편정책〃 김윤기<서기관>△미주협력과 하윤호△전력산업과 조현진△무역구제정책팀 홍장의△중견기업정책과 강기성△투자유치과 박성우△부품소재총괄과 박지운△에너지자원정책과 이판대△녹색성장기후변화정책과 류동희△가스산업과 이병욱△서울지방우정청 보험영업과장 장성오 ■강원도 ◇국장급 승진△건설방재국장 남동진△농정〃 최종근△경제자유구역청 개청준비단장 허해구△동계올림픽추진본부 건설추진단장 한경호◇과장급 전보△지역도시과장 최원식△도로철도교통〃 최선희△도로관리사업소장 김춘기 ■한국연구재단 △인문학단장 김기봉 ■한국노총 ◇임명△상임부위원장 김동만 이병균 오영봉(중앙교육원장 겸임)△사무처장 최인백<원장>△중앙연구 이정식△중앙법률 최재준<본부장>△정책 정문주△조직 조기두△홍보선전 강훈중△여성 김순희△대외협력 백대진△산업안전보건 정영숙△사업지원 심성보 ■자동차부품연구원 ◇승진△기획실장 김현용<센터장>△디젤하이브리드연구 오광철△스마트자동차기술연구 유시복△자동차기술응용연구 한범석△전자기파연구 김은하 ■고려대 △보건과학대학장 서형주△과학기술대학장(의용과학대학원장 겸임) 조홍연△정보보호대학원장 임종인
  • 철학자 바지니 vs 물리학자 크라우스… 가디언 블로그 대담 지상중계

    철학자 바지니 vs 물리학자 크라우스… 가디언 블로그 대담 지상중계

     2005년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와 장대익 서울대 교수가 ‘통섭’이라는 책을 번역 출간했다. 에드워드 윌슨 하버드대 생물학과 교수의 1996년 저서다. 윌슨은 책에서 ‘학문’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중세까지 학문의 구분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오늘날의 학자들은 스스로 만든 학문의 울타리 안에 앉아 진리의 일부만을 붙잡고 있다는 것이다.  통섭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학문 간 벽을 허물고 융합적인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한국 사회의 한계를 뛰어넘을 해법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이는 ‘한국 사회에 맞춰진’ 통섭의 일부분일 뿐이다. 통섭은 발상지에서는 치열한 논쟁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윌슨은 모든 학문이 생물학으로 통한다고 본다. 21세기의 학문이 자연과학과 인문학으로 양분되고 이를 융합하려는 인간 지성의 위대한 과업이 생물학을 중심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인문학은 물론 물리학과 화학도 불편하다. 윌슨은 ‘생물학 제국주의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과학제국주의 논리는 더 정교해졌고 생물학 대신 물리학이 중심에 서기도 한다. 대응하는 인문학 역시 내공이 쌓였다. 과학제국주의에 가장 강렬하게 저항하는 학문은 단연 ‘철학’이다. 철학자들은 다른 학문에 대한 과학의 침범을 ‘계획 밖의 임무 변경’이라고 비판한다. 최근 ‘과학 Vs 철학’의 논쟁이 다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철학자인 줄리언 바지니와 물리학자인 로런스 크라우스 애리조나대 교수가 이달 초부터 일간 가디언 블로그에서 진행한 대담이 발단이 됐다. ‘무엇이 삶의 의미에 대해 답을 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진행된 대담을 간추려 소개한다.  바지니는 과학자들이 다른 분야를 침범하고 있는 상황이 두렵다고 인정한다. 반면 크라우스는 과학이 언젠가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있다는 기대를 내비쳤다.  ● 바지니 과학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그 성과에 경외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먼저 말해 두고 싶다. 물리학자는 인문학자보다 훨씬 더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기 쉽다. 결론이 너무나 명확하고 부인할 수 없는 학문을 연구하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철학처럼 내가 이 연구를 왜 해야 하는지 항상 정당화해야 하는 의무에서 해방되는 것만 해도 부럽다. 이제 과학은 ‘미션 크리프’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 결과를 얻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다른 분야에 개입하고 싶어 한다. 분명한 것은 과학은 도덕적으로 옳고 그른지의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과학이 알 수 없는 인간의 본성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들이 많다. 크라우스 당신은 과학의 제국주의적 야망에 동조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  ● 크라우스 과학이 제국주의화됐다는 시각은 틀렸다. 과학은 답변 가능한 질문과 그렇지 않은 질문을 구분할 뿐이다. ‘도덕적 판단’을 놓고 보자. 철학자들은 판단의 이유를 중시한다. 그러나 과학에서는 어떤 판단을 내렸을 때 그 결과가 어떤지를 경험적으로 아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사람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지 모른다면 ‘이유’만으로는 선택의 당위성이 성립하지 않는다. 물론 도덕적으로도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없다. 나는 신경생물학, 진화생물학, 심리학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면 언젠가 도덕성을 생물학적 분석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철학자들은 ‘존재’에 대한 논리적인 대화를 지칠 때까지 한다. 물론 흥미로운 주제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 의미가 없는 논의다. 이 같은 논의는 진정 관심을 갖고 있는 세상의 일들이 어떻게 일어나고 흘러가는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 바지니 전통적인 질문들에 대해 과학의 관점에서 경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새롭고 바람직하다. 하지만 답변할 수 있는 경험적 질문과 답변하기 어려운 비경험적 질문에 선을 그어야 한다는 과학의 원칙은 도덕적 질문이 아무런 의미가 없거나 그릇된 질문이라는 인식을 갖게 할 수 있다. 물론 과학이 철학의 외연을 넓혀준 것은 인정한다. 예를 들면 동물 윤리에 대한 도덕적 판단은 과학이 동물의 인지능력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면 바뀔 수 있다. 과학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어떤 문제가 과학으로 처리되지 않으면 그리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과학이 해결할 수 없는 수많은 문제들이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 크라우스 철학적 토론에 과학의 사실적 근거가 도움이 된다니 반갑다. 인간사와 인간 자체는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복잡하다. 심지어 경험적 근거가 있어도 모든 면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철학이 과연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영역이 어디까지인가를 결정할 수 있을까. 오늘날 과학이 답을 찾지 못한 주제는 미래에 답을 찾을 수도 있다. 과학적 발견이 철학에 도움이 된다면 과학은 미래로 갈수록 도덕적 질문에 더 많은 답을 제시하게 되는 것이다. 동성애를 보자. 동성애는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판단돼 왔다. 하지만 과학은 동성애가 전체 인구에서 고정적인 비율을 갖는 자연스러운 것이며 인류진화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했다. 동물의 인지능력에 대한 연구가 윤리에 대한 견해를 바꾼다는 당신의 생각은 이미 과학의 영향에 동의하고 있는 것 아닌가.  ● 바지니 물론 경험이나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질문과 답이 언젠가 과학으로 답을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과학의 한계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접근해야 한다. 동성애가 생물학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고 진화에 영향이 없다고 하면서 동성애를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접근하는 방식은 잘못됐다. 이는 윤리와 과학적 근거가 갖는 정당성의 차이를 혼동한 결론이다. 동성애의 정당성은 당연히 윤리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과학적 근거를 들어 강간이 자연스러운 것이며 인류 진화적으로 장점이 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을 하는 사람들조차도 윤리적인 고민 때문에 많이 힘들어한다. 불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과학으로는 불륜이나 강간이 실생활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에 대해서는 별다른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 크라우스 우리는 지성을 가지고 있고 사회적 조화라는 관점에서 다양한 생물학적 결과를 무시하거나 제외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과학이 도덕적인 부분에 언젠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불륜에 대한 사회적 판단도 절대적이지 않다. 도덕적인 판단에 의한 죄는 사회에 따라 끊임없이 변해 왔다.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사람들의 도덕적 사고 역시 학습에 의해 변할 수 있다. 도덕적 판단이 과학적 근거가 없는 자유로운 의지라고 주장한다는 것은 결국 환상이자 이상에 불과하다.  ● 바지니 이렇게 생각해 보자. 만약 빅뱅을 기독교인의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신은 왜 빅뱅을 통해 세상을 창조했는가.’에 대해 궁금해할 것이다. 하지만 과학은 ‘어떻게 우주가 만들어졌는지’만을 중시한다. ‘왜’에 대한 질문이 모두 ‘어떻게’로 바뀔 수는 없다. 특히 인간의 영역에서 그렇다. 우리는 분명 ‘왜’라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행동한다. 어떤 사람이 가까운 누군가를 위해 희생한 이유에 대해 순수한 신경학적 관점의 논리만으로는 완전한 답을 얻기 어렵다. 본질적인 해답은 사랑이라는 감정적 요소를 감안한 ‘왜’라는 관점에서도 접근해야 한다. 이런 얘기를 환상이자 로맨틱한 헛소리로 치부하는 것이 현재 과학의 문제다.  ● 크라우스 과학은 사랑을 신경세포 및 생화학적 반응으로 단순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당신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아마 순수한 물리적 부분 이상의 것이 우리의 의식에 영향을 준다고 믿기 때문이 아닐까. 현재의 과학은 생물학적 진화에서 ‘희생’에 따른 많은 부분을 명확하게 이해하기 시작했다. 희생은 유전자의 중요한 요소다. 희생이 이타적인 행동이라고 전제하면 진화론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언젠가는 거시적 관점으로 해석하고 있는 사회적 행동들에 생물학적 반응이라는 미시적 관점을 더할 수 있을 것이다.  ● 바지니 철학은 언젠가 불필요한 학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두려워하고 있다. 과학 역시 한계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나는 인간의 행동이 물리나 생물 등의 과학적 관점으로만 설명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믿지 않는다. 비록 세상은 물리학 요소로 이뤄져 있지만 이 요소는 서로 상당히 복잡하게 얽혀 있어 물리적 입자들을 아무리 연구한다고 해도 인간의 의식에 대해서는 답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과학자들의 접근 방식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물리학자들이 성공하기 전까지는 진정한 질문은 모두 과학적 관점에서 접근돼야 하고 나머지는 모두 쓸데없는 것이라는 주장은 삼가야 한다. 만약 과학적 접근만이 중요하다면 지금 이 대화도 불필요한 행동일 뿐이다.  ● 크라우스 당신과 나는 인간과 관련된 모든 부분에 과학적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실제로 과학이 얼마나 효과적이고 완벽하게 이를 구현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른 것 같다.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 바로 과학이 흥미는 느끼는 근본적 이유가 된다. 생물체의 존재 가치를 찾는 것은 가장 위대한 질문을 푸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과학이 일부 성공에 도취된 것은 우려스럽다. 우주 전체를 본다면 우리의 실증적 과학이 갖는 한계는 분명하다고 느낀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줄리언 바지니  영국의 철학자이자 작가. ‘철학자의 잡지’의 공동 발행인이자 책임 편집자로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철학자’로 꼽힌다. 철학 대중화의 주역으로 ‘가짜 논리’ ‘유쾌한 딜레마 여행’ ‘빅 퀘스천’ ‘에고 트릭’ 등의 베스트셀러를 썼다.    ●로런스 크라우스  입자물리학과 우주론을 연결하는 세계적인 우주물리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12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다. 2008년 뉴욕타임스 선정 올해의 책인 ‘스타트렉의 물리학’을 비롯해 ‘거울 속의 물리학’ ‘퀀텀맨’ 등의 책을 냈다.
  • 당신은 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당신은 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인생을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돈. 끊임없이 돈을 좇으며 살고 있는 우리는 정작 돈에 대해선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무도 말해 주지 않는 자본주의의 진실에 대해 EBS가 입을 열었다. EBS는 24일부터 다큐프라임 5부작 ‘자본주의’를 방영한다. 인류의 경제활동에 대한 특별한 인문학적 보고서를 지향했다. 끊임없이 번영과 위기의 파도를 넘어온 자본주의가 인간의 역사에서 무엇을 사라지게 했으며, 어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냈는지 돌아본다. 미국 금융위기와 유로존 재정 위기를 거치며 구조적 모순을 드러낸 자본주의는 위기를 겪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 모두 빈부 격차가 커지면서 실업률이 높아진 유럽의 청년들 사이에선 다시 공산주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부(24일 밤 9시 50분) ‘돈은 빚이다’는 금융 자본주의를 파헤친다. 왜 물가는 오르기만 하는지, 내 빚을 갚아도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본다. 뉴스에서 늘 말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도대체 무슨 뜻인지, 나는 과연 자본주의에 조정당하며 살고 있는 사람인지 알아본다. “은행에 예금된 돈의 90%는 은행에 있지 않다.”는 제프리 잉엄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말을 인용, 은행에 보관된 돈은 우리가 맡긴 돈의 10%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털어놓는다. 은행의 탄생 배경부터 은행이 숨기려 했던 진실을 알아보고 금융 권력과 정치 권력의 결합을 미국이라는 돋보기에 비추어 추적해 본다. 엘렌 브라운 공공은행연구소 최고경영자(CEO)는 “은행이 하는 짓은 큰 야바위”라고 설명한다. 2부(25일 밤 9시 50분) ‘소비는 감정이다’에선 쇼핑의 불편한 진실을 뜯어본다. 한 살이 넘으면 무려 100개의 브랜드를 기억한다는 인간의 뇌를 과학적으로 분석, 쉴 새 없이 퍼붓는 마케팅의 공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아본다. 부산 해운대의 한 대형 쇼핑몰 설계자인 파코 언더힐(소비 컨설팅사 인바이로셀의 CEO)은 “우리는 이렇게 고객을 유혹했다.”고 고백한다. 3부(26일 밤 9시 50분) ‘금융지능은 있는가’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도움을 얻어 금융 지능지수(IQ)를 처음으로 공개한다. 한 은행원의 고백을 통해 좋은 펀드와 금융상품은 직원이 인센티브를 챙기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힌다. 아담 스미스와 칼 마르크스, 케인스와 하이에크를 다룬 4부와 5부는 다음달 1~2일 방영된다. 프로그램은 자본주의라는 거대 담론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지향했지만 자칫 이념적으로 치우칠 수 있다는 우려도 안고 있다. 또 진부한 얘기가 돼 버린 자본주의 ‘까발리기’를 어떻게 풀어 갈지도 의문이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과학·인문학 재융합해야”

    “과학·인문학 재융합해야”

    “융합이 아니라, 과학과 인문의 재융합이 필요하다.” 이매뉴얼 월러스틴(82) 예일대 종신교수는 유엔이 제정한 세계평화의날(21일) 31주년을 기념해 경희대학교가 주최한 ‘피스바 페스티벌(Peace BAR Festival) 행사 중 18일에 열린 ‘국제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이렇게 강조했다. 이날 라운드테이블의 주제는 ‘지식의 구조들: 과학과 인문학의 인식론적 재융합’으로 월러스틴 교수는 “대학이 창조적 지성을 생산해 내지 못하고 지위나 자격을 부여하는 지위로 전락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단일학문성을 강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러스틴 교수는 “500년 전만 해도 서양에서도 인문과 과학이 함께였다.”면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의 제목을 보면 윤리, 물리, 정치, 과학 등 다양한 주제를 모두 다루고 있었고, 쾨니히스베르크대 교수였던 칸트 역시 문학, 시, 윤리학, 우주학, 천문학 등 다양한 주제를 강의했다.”고 설명했다. 1715년 이래 대학은 현재 서양의 대학과 같은 모양을 갖추게 됐고, 이 시기부터 과학이 인문보다 더 중요해졌다고 했다. 19세기부터 대학을 중심으로 학과·학제는 더욱 세분화·전문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 결과 사회과학은 한 사람을 양쪽 말에 잡아매고 반대로 모는 가여운 형국이 됐다. 이제 사람이 말을 몰 수 있도록 두 마리 말을 모아야 할 때”라며 “특히 세계체제가 무너지려고 하는 위기의 상황에서는 지식의 구조가 500년 전으로 돌아가 재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970년대 이래 미국의 헤게모니는 붕괴했다.’고 주장해 온 월러스틴은 세계금융위기로 위기를 겪는 현재는 더욱더 통합된 사고와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위기의 순간에 내려야 하는 결정을 ‘전문가’라는 사람들에게 ‘집단적 민주적 성찰’과 ‘윤리적 판단’이 배제된 채 맡겨둘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김주영, 소설 ‘객주’ 속 진보장터를 가다

    김주영, 소설 ‘객주’ 속 진보장터를 가다

    KTV가 17일 큰 폭의 가을 프로그램 개편에 나선다. 소설가 김주영이 시골 장터를 소개하는 프로그램과 KTV가 독점 보유한 대한뉴스를 바탕으로 제작한 원로가수들의 인생 마지막 방송 ‘리사이틀 인생쇼’ 등이 신설된다. 장터는 삶과 이야기가 모이는 곳이다. 물건을 사고파는 것을 넘어 들고나는 사람들의 겹겹이 쌓인 속내가 자연스럽게 녹아나는 공간이다. 소설가 김주영씨는 KTV ‘길 위의 작가 김주영의 장날’(20일 밤 10시 30분)을 통해 사라져가는 지역 전통시장을 소개하고 장터문화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을 시도한다. ‘시골 장터에 가면 이 시대 마지막 역사의 혼이 살아있다.’는 격언이 있지만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공세에 밀린 장터는 이미 설 자리를 잃었다. 김씨는 지난 13~15일 자신의 소설 ‘객주’, ‘홍어’의 배경이 됐던 경북 청송의 진보장터를 방문해 보부상과 장돌뱅이의 애환이 서린 추억을 되새겼다. 이곳 장터는 어떤 품목도 구입이 가능하다는 말이 돌 정도로 규모가 컸지만 이제는 안타까움만 감돌고 있다. 귀농 다큐멘터리인 ‘살어리랏다’(20일 밤 9시 30분)는 귀농에 얽힌 청사진을 제공한다. 이주를 앞둔 혁신도시 인근의 귀농교육을 알아보고, 특성화 작물을 소개한다. 17일 첫 방송되는 ‘정책을 알면 돈이 보인다.’(오후 3시 30분)는 실생활에서 지나치기 쉬운 유용한 정책정보를 전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가장 관심을 끄는 프로그램은 ‘대한늬우스와 함께하는 리사이틀 인생쇼’(19일 밤 11시). KTV가 독점으로 보유한 995시간 분량(2040회)의 대한뉴스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5개 프로그램 중 하나다. ‘여자 학사가수 1호’라는 타이틀을 지닌 ‘대머리 총각’의 김상희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일종의 가요 역사기록물을 지향한다. 매주 금요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맞은편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는 녹화에는 소외된 원로 가수들이 초대돼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들의 과거 뉴스 영상을 소개하고 인생 이야기를 들어본다. 인생쇼 전속 악단의 라이브 연주에 맞춰 출연자는 자신의 히트곡과 애창곡을 들려준다. 첫 방송(26일)은 진행자 김씨의 스페셜 무대로 채워진다. 이후 한명숙, 금사향, 안다성 선생이 잇따라 출연, 가요무대와는 다른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연출을 맡은 이학재 PD는 “지난 3월 반야월 선생께서 향년 95세로 별세하시기 직전 유작이란 기분으로 취재한 적이 있다.”면서 “대부분의 원로가수들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기력마저 떨어져 이들의 마지막 모습을 담는다는 심정으로 제작하겠다.”고 말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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