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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빛낸 다섯 지성

    대한민국 빛낸 다섯 지성

    대한민국학술원은 13일 서울 서초구 학술원 대회의실에서 58회 대한민국학술원상 시상식을 열고 수상자 5명에게 시상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5000만원이 수여됐다. 인문학 분야에서는 ‘피네간의 경야-개혁, 주해’를 우리나라 최초로 번역해 제임스 조이스 문학을 한국에 알린 김종건 고려대 명예교수가 상을 받았다. 자연과학 부문 수상자는 다양한 유전자와 단백질 명칭을 정리한 ‘신호전달분자 대백과사전’을 쓴 최상돈 아주대 교수, 백악기 당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가 온실가스 함량 변화에 의해 일어났다는 점을 증명한 이용일 서울대 교수, 소아 심초음파 실제 영상을 세계 최초로 DVD 동영상 형태로 제작해 ‘소아 심초음파’를 쓴 최정연 서울대 교수, 형질전환 가금 생산기술을 개발해 산업적으로 응용할 길을 만든 한재용 서울대 교수 등 4명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인문학을 경제활성화 도구로 전락시켜 위기 심화”

    “인문학을 경제활성화 도구로 전락시켜 위기 심화”

    가히 인문학 전성 시대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대상의 고가(高價) 강좌부터 동네 주민을 위한 구청의 무료 강좌까지 시중엔 인문학 대중 강의가 넘쳐나고, 서점에는 분야와 상관없이 ‘인문학’을 제목에 내건 책들이 즐비하다. 대통령도 기회 있을 때마다 인문학을 강조한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인문학 열풍은 있으되 인문학의 위기는 더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학계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문학평론가 오창은(43) 중앙대 교양학부 교수는 저서 ‘절망의 인문학’(이매진)에서 이런 불균형적이고 왜곡된 인문학의 현실을 낱낱이 파헤친다. 책은 오 교수가 2001년부터 12년간 인문학 현장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내부 고발 목소리를 담아 쓴 현장 보고서 성격을 띠고 있다. 그는 “대학원생 때 무크지 ‘모색’을 창간해 사회 현실과 거리를 둔 인문학 연구를 비판하면서 문제의식이 싹텄고, 이후 비정규직 시간강사 시절 지행네트워크를 구성해 실천 인문학 관련 활동을 하면서 고민이 깊어졌다”면서 “특히 수년간 교도소에서 인문학 강의를 하면서 절감했던 인문학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공론화하고 싶었다”고 책을 쓰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오 교수는 위기에 처한 한국 인문학의 현실을 다양한 각도에서 비판한다. 인문학 열풍의 이면에는 인문학을 경제활성화의 도구로 전락시키고, 자기계발서를 대체하는 교양 상품으로 취급하는 자본주의 시장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정부가 창조경제의 원동력으로 인문학을 강조하는 것도 인문학을 본연의 가치가 아닌 경제적 효용에 한정하는 근시안적 태도”라면서 “정치권력이 인문학에 관심을 갖는 건 좋지만 이는 경제적 이익이 아닌 학문의 자유를 위한 진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문학의 산실인 대학 내부에도 메스를 들이댄다. 취업률에 따라 학과가 통폐합되고, 실용수업이 교양 교육을 대체하는 현실에서 인문학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전문성을 찾기 힘든 대학원 시스템은 학생들을 해외로 눈돌리게 하고, 시간강사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는 인문학의 토대를 약화시켰다. 오 교수는 성장주의와 양적 팽창을 부추기는 한국연구재단의 편협한 학문 지원 체계도 인문학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절망(絶望)은 희망의 반대말이지만, 절망(切望)은 간절한 희망을 의미한다. 책 제목은 두 가지 뜻을 모두 품고 있다. 상품과 도구로 전락한 인문학을 신랄하게 고발하면서도 인문학의 본령을 지키려는 ‘희망의 인문학’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다. 오 교수는 “인문학 위기의 해법은 결국 대학에서 찾아야 한다”면서 대학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인문학의 가치는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모든 생명의 가치를 인식하는 것”이라면서 “인문학 강의를 혼자 듣는 데서 그치지 말고 동료를 만들어 같이 읽고 적극 토론하라”고 권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음악 들으며 공부하면 학습효과 높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일부 학생은 공부할 때 음악을 듣는 것이 더 집중된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최근 영국에서 이러한 주장을 입증한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팝가수 마일리 사이러스나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일부 노래도 뇌의 학습 능력을 높여 새로운 내용을 쉽게 기억하도록 돕는다고 한 과학자가 주장했다. 런던에 있는 ‘브리티시 CBT(인지행동치료) 앤드 카운슬링 서비스’의 임상심리학자 엠마 그레이 박사는 세계적인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업체인 스포티파이(Spotify)의 의뢰를 받아 음악이 학습이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50~80비트 사이의 팝송이 학습 능력이나 집중력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마일리 사이러스의 ‘위 캔트 스톱’(We Can‘t Stop)과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미러스’(Mirrors)와 같은 비교적 잔잔한 팝송은 논리적 사고를 요구하는 과학이나 인문학 등의 과목에 적합했고, 케이티 페리의 ‘파이어워크’(Firework)와 같은 팝송은 듣는이를 일종의 흥분 상태로 만들기 때문에 창의력을 자극하는 언어와 드라마, 예술 등의 학습에 안성맞춤이라고 한다. 단, 수학 같은 계산 능력을 요구하는 과목에는 분당 60~70비트의 클래식 음악이 효과를 보였다.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은 수학 공부 시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와 같은 곡을 감상했는데 추후 수학 성적이 평균 12% 상승했다. 이에 대해 그레이 박사는 “공부할 때 음악을 듣지 않는 것보다 듣는 것이 학습 효율이 더 높았다”면서 “음악이 심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적절한 곡을 선택하면 학습 능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저자와의 차 한잔] ‘식탁위의 한국사’ 펴낸 주영하 한국학 중앙연구원 교수

    [저자와의 차 한잔] ‘식탁위의 한국사’ 펴낸 주영하 한국학 중앙연구원 교수

    “냉면에는 20세기 한국 현대사가 압축돼 있습니다.” 최근 ‘식탁위의 한국사’(휴머니스트)라는 책을 낸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20세기 한국을 대변하는 음식이 무엇이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그는 냉면이 냉장고 등의 개발로 겨울 음식에서 여름 음식으로 변했고, 평안도와 황해도 북부 지역에서 시작돼 이동과 이주를 통해 전 국민의 음식이 됐으며, 세계화로 베이징과 도쿄를 비롯한 해외에서도 찾는 음식이 되는 등 대한민국의 지난 100여년간 변화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음식을 식품영양학, 조리학이라는 미시적 관점에서 벗어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거시적이고 종합적으로 보려는 음식인문학자다. ‘음식인문학’ 등 여러 권의 저서가 있으며 이번에 낸 책에선 음식으로 한국 현대사를 들여다봤다. 그는 지난 세기를 서양과 중국·일본 음식이 들어오기 시작한 1880~1900년대, 근대적 외식업이 정착한 1900년대 이후부터 1940년대 초반, 전쟁으로 인구가 대규모로 이동하고 밀가루가 널리 보급된 1950년대부터 1960년대 중반, 이농(離農)과 도시화가 본격화된 1960년대 말부터 1980년대, 도시화가 완성되고 세계화 시대에 진입한 1990년대 등 다섯 시기로 구분한다. 이 시기 음식문화의 특징은 근대적 외식업이 자리 잡은 것. 아는 사람의 집에서 밥을 먹는 식객(食客)이 아니라 돈을 주고 사 먹는 고객(顧客)의 시대가 된 것이다. 외식업소는 전통적인 국밥집을 시작으로, 일제강점기의 명월관으로 대변되는 조선요리옥, 해방 이후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 준 대폿집으로 변화한다. 그는 20세기 한국 음식을 식민주의, 전통주의, 민족주의, 국가주의, 세계 체제, 세계화 담론이 뒤섞인 혼종의 산물로 본다. 식재료와 조리법의 이동, 사람들의 이주와 교류도 음식의 문화적 혼종을 가속화했다. 이 때문에 한국 음식이 최고라는 편협한 우월주의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한류 등에 편승해 전주 비빔밥이 조선 왕가에서 먹던 건강식이라며 음식을 역사로 만들고 그러한 음식의 역사를 진리인 것처럼 여기려는 사회 일각의 풍토에 대해선 고개를 가로젓는다. “2020년이 우리 음식문화에서 하나의 변곡점이 될 것입니다. 외식업계, 식품업계 등은 이 시기를 관심 있게 지켜봐야 사업에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1990년대생들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살고 외국생활도 접해 봤을 뿐만 아니라 학교급식으로 전통적 식단이 강요된 세대라면서 이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2020년에는 음식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는 등 변화가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여성의 사회 참여가 확산되면서 아침도 밖에서 사 먹는 추세로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음식이 짜고 매워지는 등 자극적으로 변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1970년을 전후해 도시화로 호남 인구의 전국적 이동이 많았던 데다 고추 등 양념류의 수입으로 양념값이 싸지면서 호남 음식이 널리 보급됐다면서 이로 인해 담백한 음식맛이 많이 사나워졌다는 것이다. 자극적인 음식은 건강에도 좋지 않은 만큼 심심하고 깊이 있는 맛을 살리는 데 관심을 가져 줄 것을 주문했다. 임태순 선임기자 stslim@seoul.co.kr
  • [책꽂이]

    미술의 생각 인문의 마음(전준엽 지음, 중앙위즈 펴냄) 미술을 통해 인문학의 색다른 세상을 경험하도록 돕는 지침서. 미술을 중심으로 철학, 과학, 문학, 신학, 역사학, 심리학, 대중문화론이 얽혀 있다. ‘신을 어떻게 볼 것인가’부터 ‘예술의 탄생과 성장에 필요한 자연, 사회 환경’ ‘인문학적 코드로 작동되는 현대미술’ 등을 다룬다. 332쪽. 1만 5000원. 결국 당신은 이길 것이다(나폴레온 힐 지음, 강정임 옮김, 흐름출판 펴냄) 75년간 숨겨 왔던 저자의 유작. 데일 카네기와 함께 자기계발 분야의 대표 작가로 꼽히는 저자가 1930년대 대공황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써내려간 위로의 글이다. 원제는 ‘악마를 뛰어넘다’. 당시 교육과 정치, 종교 등을 비판해 출판되지 못하다 2011년 세상의 빛을 봤다. 352쪽. 1만 6000원. 시한부 3개월은 거짓말(곤도 마코트 지음, 박은희 옮김, 영림카디널 펴냄) 암 환자에게도 웰빙과 웰다잉을 선사하자는 암 전문 의사의 고백. 저자는 “사람을 잡는 것은 암이 아니라 잔혹한 암 치료”라고 이야기한다. 최소한의 방치요법으로 환자의 삶을 지키라는 조언을 한다.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 264쪽. 1만 2000원. 교황 프란치스코 그는 누구인가(매튜 번슨 지음, 제병영 옮김, 하양인 펴냄) 미국의 저명한 가톨릭 신학자이자 역사가인 저자가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의 사임 이후 벌어진 새 교황 선출과정을 서술했다. 아르헨티나의 암흑시대에 예수회원이 된 사제의 생활과 대주교로서 이뤄낸 업적, 새 교황이 직면한 위기들을 적었다. 390쪽. 1만 8000원. 속삭이는 사회1, 2(올랜도 파이지스 지음, 김남섭 옮김, 교양인 펴냄) 스탈린 시대 보통 사람들의 삶과 기억을 당사자 자신의 목소리로 서술한 최초의 책. 소비에트 억압 체제를 외부에서 분석하는 데 머물렀던 기존 연구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당시를 완벽한 공동체를 꿈꾼 사상 최대의 인간 실험장이라고 묘사했다. 560쪽, 604쪽. 각권 2만 3000원. 고맙습니다, 아버지(신현락 지음, 지식의숲 펴냄) 세상의 모든 아버지에게 바치는 감사의 글. 세상의 ‘찬밥’으로 살다 간 아버지에게 바치는 아들의 사부곡이다. 시인인 저자의 아버지는 농사꾼으로 살다가 마흔 여섯의 나이에 도시로 나와 온갖 고통을 감내했다. 그 시절마저 아들에겐 추억으로 남았다. 272쪽. 1만 3000원. 북한군 시크릿 리포트(유용원·신범철·김진아 지음, 플래닛미디어 펴냄) 김정은 정권의 북한 군부와 그들의 무기체계를 처음으로 공개한 책. 국내 최장수 군사전문기자와 북한 군사연구 및 안보전략 최고 전문가들이 공개한 북한군의 최신 정보가 담겼다. 마약 거래, 보험 사기와 같은 북한 군부의 불법 경제활동 등 우리가 주목해야 할 비밀들이 가득하다. 396쪽. 1만 9800원. 문인화, 그 이상과 보편성(변영섭 지음, 북성재 펴냄) 대학교수인 저자가 그간 논문으로 발표한 글들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한국 문인화의 이상과 가치를 비교 분석해 가며 보편성을 찾아가는 고미술사학자의 문화 여정이 드러난다. 정부 기관의 수장으로 일하며 보여 준 저자의 투박한 리더십이 해박한 지식과 비교돼 아쉬울 따름이다. 276쪽. 2만원.
  • 김지하·박봉규 건대 석좌교수로

    김지하·박봉규 건대 석좌교수로

    건국대는 4일 시인 김지하(위 사진)씨와 박봉규(아래) 전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등 4명을 이번 학기부터 석좌교수로 임용했다. 김씨는 대학원에서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하는 내용의 특강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보통신대학원 석좌교수인 박 전 이사장은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 대구시 정무부시장 등을 지냈다. 건국대는 이천수 전 교육부 차관을 교육대학원 석좌교수로, 김조원 전 경남과학기술대 총장을 경영전문대학원(MBA) 석좌교수로 각각 임용했다.
  • [新 대한민국 24시] 예술옷 입은 광주 대인시장의 변신

    [新 대한민국 24시] 예술옷 입은 광주 대인시장의 변신

    광주의 대표적 전통시장인 대인시장이 예술과 창작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각종 공연과 문화 이벤트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대형 마트 등에 밀려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시장도 점차 활력을 되찾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후 1시 동구 대인시장 B식품 가게 앞 거리에는 오카리나 공연을 보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지역에서 활동 중인 4인조 오카리나 그룹 ‘폴라리스’가 맑은 음색을 뿜어내자 시장 사람들은 일제히 박수를 보낸다. 매주 수요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낭만 유랑단’ 공연에 상인, 손님, 행인 등이 하나가 된다. 홍어, 생선, 전 냄새 등 생활의 향기가 풍기는 전통시장이 일순간 예술 무대로 바뀌는 순간이다. 한국전쟁 이후 조성된 대인시장은 한때 광주의 대표적 전통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백화점과 대형 할인마트가 잇따라 생기고, 주민들이 외곽 신도심으로 옮겨가면서 자연스레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시장에서는 요즘 수시로 각종 문화 예술 활동이 펼쳐진다. 이런 공연은 인근 예술의 거리(궁동), 국립아시아문화전당(광산동)과 연계된 ‘아시아문화예술 활성화 거점 프로그램’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다. 광주시는 2011년부터 매년 공모를 통해 이 사업을 주도할 문화예술단체를 선정하고 있다. 올 사업은 ‘무들마루’가 맡았다. 신호윤(40) 감독은 “예술가, 시민, 상인 등 모든 계층이 참여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시장과 거리가 만나는 색다른 문화영역을 만들겠다”며 “지루한 일상에 재미를 불어 넣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무들마루가 연말까지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낭만 유랑단’을 비롯해 ‘야시장’, ‘예술의 거리 야외 경매’, ‘소풍유락’, ‘궁동 문화예술제’, ‘숲속의 매미들’, ‘예술의 거리-거리 마실’ 등이다. 매월 둘째 주 금요일 저녁~토요일 새벽 열리는 야시장은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 야시장에서는 기타, 힙합, 가요 등 풍성한 공연이 이어진다. 시장 상인들이 운영하는 ‘대인 맛 기행마차’와 시장상인회와 홍어협동조합에서 준비한 홍어삼합, 천원밥집, 이주노동자 다섯 팀의 ‘오색오미’도 색다른 맛을 선사한다. 주변에선 탈·부채 만들기 등 각종 체험활동이 펼쳐진다.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오후 2~6시 시장과 이웃한 예술의 거리에서는 상인과 시민이 출품한 다양한 미술품 경매가 열린다. 경매 횟수가 거듭될수록 고가 미술품에서 인테리어 소품까지 거래 폭이 넓어지고 있다. 또 같은 날 오후 4~8시 예술의 거리에서는 거리미술 활동이 이어진다.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직접 그림을 그려 자신을 알리는 등 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행사이다. 지난해까지는 매주 토요일 시장 안에서만 열렸던 소풍유락도 올부터 예술의 거리까지 진출했다. 소풍유락은 모노폴리(블루마블) 시스템을 응용한 ‘앗뜨! 마블’ 프로그램을 개발, 청소년들의 오감을 사로잡는다. 이처럼 다양한 예술활동이 펼쳐지면서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도 늘고 있다. 시장 내 ‘먹자골목’에서 25년째 국밥집을 운영하고 있는 노양숙(60·여)씨는 “시장에서 예술활동이 펼쳐지기 시작한 4~5년 전부터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인시장에 예술인들이 둥지를 튼 것은 2008년 치러진 제7회 광주비엔날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성현 큐레이터가 대인시장에 예술의 옷을 입히는 ‘복덕방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그는 “예술이 전시가 아닌 삶의 현장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며 지역 작가들을 끌어들였다. 복덕방 프로젝트 이후 시장 빈 점포에 미술가, 기획가, 인문학자, 문화예술인들이 작업실과 사무실을 열었다. 일부 방치된 점포에는 미술품들로 채워졌다. 허름한 점포 벽면은 그림과 낙서(그라피티)·설치 작품 등으로 꾸며졌다. 상인들도 예술인들의 활동이 쇠락해가는 시장을 되살릴 수 있다고 판단, 이들의 시장 입주를 돕고 있다. 광주시는 올해로 4년째 ‘국내외 작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올해는 ‘아트 스페이스 미테-우그로’가 미국, 태국, 일본, 필리핀 등 4개국 작가 1명씩과 국내 작가 4명 등 8명을 초청, 이들이 시장에 거주하면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예술활동 결과 보고와 전시회를 갖는 등 교류와 연대를 모색한다. ‘미테-우그로’는 또 전 세계의 독립공간, 창작공간 사례 연구 발표와 지역 신진 작가 교육프로그램도 시장 안에서 운영한다. 이처럼 전통시장이 예술인들의 새로운 대안 공간으로 자리 잡으면서 자연스레 시장 한쪽에 ‘예술인촌’이 형성되고 있다. 레지던시 프로그램 참여자 이외에도 30여명의 작가들이 시장의 빈 점포를 얻어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몰려 있는 곳은 시장 중앙으로부터 50m쯤 떨어진 아래쪽(대인·계림동 접경지역)에 자리한다. 상인들이 장사가 안돼 떠난 탓에 허름하게 방치된 건물과 사무실이 밀집한 곳이다. 이 구역에 들어서자 먼저 ‘갤러리 다다’가 눈에 띈다. 20㎡ 남짓한 다다는 시장에서 활동 중인 작가들의 각종 작품이 전시, 판매되는 공간이다. 잘 정돈된 갤러리엔 그림, 공예 등 작품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대인예술시장작가협의회가 작품 제작과 유통을 전담하는 협동조합을 설립을 전제로 다다를 최근 오픈했다. ‘갤러리 다다 프로젝트’에는 조각가 이기성(44)씨를 비롯해 배수민·전현숙·채지윤·조승기·정유승·김형진씨 등 서양화, 동양화, 설치, 조각, 공예 등을 전공한 작가 24명이 참여했다. 모두 대인예술시장 안에 있는 공간에서 수년째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다다는 창작활동을 돕고 작품을 판매해 작가들의 자립을 돕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작품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작가들의 창작비로 되돌려준다는 구상이다. 시장에 입주한 예술인들이 협업체제를 구축해 추진한 첫 사업인 만큼 성공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갤러리 다다에서 동쪽으로 이어진 상가 골목엔 ‘한평 갤러리’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역시 설치·평면 미술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이곳과 이웃한 100㎡ 남짓한 건물지하(미테)에는 ‘허·실’이란 주제 아래 ‘공’(空)이란 설치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맞은편 건물 1층에는 ‘우그로’란 이름의 예술인들 교류 공간이 마련됐다. 주변엔 레지던시 참여자 등이 머무는 게스트 하우스와 예술 공장(공동 작업장)도 자리하고 있다. 이 거리에서 만난 힙합그룹 멤버 김성수(26)씨는 “사무실은 낡고 좁지만 여러 예술인들이 모인 공간에서 녹음과 공연 연습을 할 수 있어 좋다”고 환하게 웃었다. 예술공장에서 만난 조각가 김탁현(33)씨는 “마산에서 학교를 졸업한 뒤 2009년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그 인연으로 아예 눌러앉았다”며 “이곳에선 예술가끼리 공동작업이 가능하고, 정보 교류와 연대하는 이점도 있다”고 말했다. 예술인들이 몰려들면서 시장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43년째 돼지머리고깃집을 운영하는 윤경임(60·여)씨는 “행사가 열릴 때마다 젊은 층이 많이 찾는 만큼 매출이 크게 오른다”며 “이 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정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광주시도 대인시장~예술의 거리~국립아시아문화전당(2015년 개관)을 잇는 1㎞ 구간을 도심의 대표적 문화벨트로 가꾼다는 복안이다. 매년 새로운 프로젝트를 통해 시장과 도심주변에 활력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예술가들 사이에선 행사가 이벤트 위주로 흐르면서 예술인들의 설 자리가 좁아진다고 꼬집는다. 한 예술가는 “시가 진행 중인 대인시장 활성화 프로젝트에 작가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돼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글 사진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뜨거운 감자’ 문·이과 융합… 계열통합 현장 반응 엇갈려

    ‘뜨거운 감자’ 문·이과 융합… 계열통합 현장 반응 엇갈려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문·이과 구분을 없애는 방안에 대해 현장 교사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정부 정책에 겨우 적응하던 고교·대입 현장에 혼란이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대입 3년 전 예고 원칙’에 따라 오는 10월까지 확정안을 마련해야 하는 정부가 어떻게 정책 리더십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교육부는 2일 서울 서초동 서울교대에서 ‘제1차 대입제도 발전방안 연구위원회 공청회’를 열고 ‘8·27 대입전형 간소화 대책’에 대한 각계 의견을 들었다. 교육부가 사전에 지정한 토론자들은 간소화 방안 중 2017년 수능 개편 방안으로 현행 골격을 유지하는 1안, 문·이과별로 교차해 탐구 과목을 선택하는 2안, 문·이과 구분을 완전히 없애 모든 학생이 공통으로 국어·수학·영어·사회·과학·한국사 시험을 치르는 3안에 대한 의견 제시에 집중했다. 송현섭 교육연구사는 진학지도를 담당하는 부장교사 11명에게 물어본 결과 1안이 50%, 2안이 35%로 현행 골격을 유지하는 1안이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송 연구사는 “현재 고교 교육과정 체계에서 융합적 수능을 곧바로 채택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정창우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도 “문·이과 융합처럼 급진적 변화에 앞서 우리에게 필요한 인재상이 무엇인지 연구를 먼저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본부장이 공개한 고교 교원 723명 대상 설문조사에서 1안 지지율은 26.1%, 2안이 35.7%, 3안이 36.4%로 수능의 변화를 원하는 쪽에 선 교원이 3분의2를 넘었다. 문·이과 완전 융합안인 3안 지지자인 박성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은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성공 배경으로 인문학적 기반이 함께 어우러진 기술을 지적하는 융·복합 시대에 문·이과 분리 교육은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일부 토론자와 청중석은 교육부가 정책 발표에 앞서 현장의견 수렴을 도외시했다는 비판을 속속 제기했다. 이용준 용산고 교사는 “고 3 담임은 대부분 10개 안팎의 추천서를 쓰는데 3~4명째 되면 거의 비슷한 내용이 되는 게 문제”라면서 “확정안에서 학교생활기록부 비교과 기록 내실화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기환 한국외대 입학처장은 “수능 성적이 좋은 학생에 대한 우선선발을 폐지해 수시에서 수능 성적 반영 완화를 유도한 정책을 보면 교육부가 대입전형 기본정책에서 학력 우수자를 환대하기보다 궁지로 몰아넣는 느낌”이라고 했다. 대전의 한 수학강사는 “지방에는 아예 적성고사 학원이 없는데, 사교육 때문이라며 4~6등급 중위권이 주로 치르는 적성 전형을 지향하는 정책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논술이 강화되면 중상위권 학생들까지 논술 사교육에 매달리고, 입학사정관제가 위축되면 고교에서 창의체험활동 시간에 자습을 시켜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을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잔치 잔치 열렸네~ 전국 곳곳 ‘책 잔치’

    9월 ‘독서의 달’을 맞아 책 잔치가 전국 곳곳에서 펼쳐진다. 2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 도서관, 학교 등이 연대해 전국 각지에서 6700여건의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풀뿌리 독서동아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 독서활동가가 170여개 독서 활동에 참여하며, 인문학자와 함께 관련 지역을 탐방하는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이 전국 120여개 도서관에서 11월까지 진행된다. 지역주민이 관심을 둔 주제를 바탕으로 지역 대학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독서아카데미 강좌’가 11월까지 운영되며, 취약지역 주민을 위한 ‘문학 작가 파견 사업’도 전국 70개 도서관에서 열린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압록강은 흐른다’의 작가 이미륵 전시회를 비롯해 디지털북페스티벌, 장애인 독서한마당 등 풍성한 행사를 마련했다. 13일부터 10월 27일까지 본관 1층 로비에서 열리는 ‘이미륵:독일이 사랑한 동양의 현인’ 전시회에는 도서관이 소장한 이미륵 개인 문고 자료를 중심으로 미공개 서신, 친필 원고, 유품, 친필 서예 작품 등 80여점이 전시된다. ‘디지털북 페스티벌 2013’(24~26일)은 최신 기술을 활용한 전자책 전시 및 체험을 통해 디지털 출판시장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다. 30일에는 제3회 장애인 독서 한마당이 열린다. 각 지역에서는 ‘책 읽는 학교, 책 읽는 직장, 책 읽는 마을’(서울 성북), ‘보수동 책방 골목 책의 소리를 듣자’(부산 중구), ‘찾아가는 북콘서트 책 마실 가자’(경기 화성) 등의 다양한 독서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오는 25일 서울 서대문 구립 이진아도서관에서는 독서문화진흥에 기여한 유공자를 발굴해 포상하는 ‘제19회 독서문화상 시상식’이 열린다. 파주 북소리(9월 28일~10월 6일, 파주출판도시 일대), 와우북페스티벌(9월 18~23일, 마포 홍대주차장 주변) 등의 대형 행사도 이어진다. 다음 달 23일에는 도서관, 출판, 독서 관계자 3000여명이 참여하는 제50회 전국도서관대회가 제주에서 열린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아직도 클럽가니?… 요즘 홍대앞은 북카페로 ‘북적북적’

    [주말 인사이드] 아직도 클럽가니?… 요즘 홍대앞은 북카페로 ‘북적북적’

    10여년 전 프랑스 파리로 이주한 설치미술가 이서(38)씨는 오랜만에 귀국해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을 거닐다 깜짝 놀랐다. 수천 권의 장서를 갖춘 쾌적한 분위기의 출판사 직영 북카페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한 달간 머물 숙소를 홍대 근처에 정한 그녀는 요즘 짬날 때마다 홍대 주차장 골목에 있는 문학동네 ‘카페 꼼마’에 간다. 차 한잔 마시며 몇 시간씩 앉아서 책을 읽기에 그만이다. 그는 “파리에도 북카페가 많지만 이렇게 규모가 큰 출판사 북카페는 처음 본다”면서 “서가에 꽂힌 책들을 맘대로 골라 읽을 수 있고, 또 정가보다 싸게 구입할 수도 있어서 유익하다”고 했다. 얼마 전 문을 연 다산북스의 24시간 북카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나나흰)에도 잠 안 오는 밤에 가끔 가볼 생각이라는 그는 “카페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점이 신선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홍대 일대가 출판사 북카페 명소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2011년 3월 후마니타스 출판사의 ‘책다방’과 문학동네의 ‘카페 꼼마’가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연 이래 문학과지성사의 ‘문지문화원 사이(KAMA)’, 자음과모음의 카페 ‘자음과모음’, 창비 출판사의 ‘인문카페 창비’ 등이 선보였다. 2년 사이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과 합정역, 6호선 상수역을 잇는 서교동과 동교동 주변 삼각형 반경 안에 10여곳이 생겼다. 가장 최근엔 다산북스가 지난 7월 중순 ‘나나흰’을 열며 출판사 북카페 행렬에 가세했다. 홍대 주변에 출판사 북카페가 많은 것은 이 지역에 출판사들이 밀집해 있는 것과 연관이 있다. 출판사들이 사옥 공간을 활용해 임대료 부담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음과모음은 서교동에 사옥을 마련하면서 1층 공간을 북카페로 만들었고, 창비도 서교동 창비빌딩 2층을 카페 겸 문화공간으로 활용했다. 후마니타스는 사옥은 아니지만 지금의 위치로 이전하면서 편집부 사무실 공간의 절반을 카페로 만들었다. 다산북스는 서교동 사옥에 있던 사무실을 파주출판도시로 옮기면서 다른 공간은 외부 임대를 줬지만 2층은 출판사 직영 북카페로 꾸몄다. 한때 홍대를 비롯해 대학가 일대에서 유행했던 북카페는 비싼 임대료, 책값 구입비 등 비용은 만만치 않은데 혼자 와서 장시간 책을 읽거나 개인 작업을 하는 손님 때문에 수지가 맞지 않아 대부분 문을 닫았다. 하지만 출판사 직영 북카페는 애초 수익을 내기 위한 목적보다 출판사 콘텐츠 홍보와 독자와의 소통을 위한 문화공간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어 상권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구조란 점도 출판사 북카페가 늘어나는 이유로 꼽힌다. 경영에 큰 무리가 가지 않는 한 어느 정도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북카페를 직접 운영하는 것이 북 콘서트나 작가와의 만남 등 출판사 행사를 치를 때 매번 장소를 빌리는 것보다 낫고, 북카페 서가에 자사 신간들을 소개하면서 얻는 홍보 효과까지 따지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출판사 북카페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자음과모음의 정은영 주간은 “온라인 서점의 득세로 골목 서점이 없어져 신간을 홍보할 수 있는 오프라인 통로가 사라진 데다 대형 서점의 매대 진열도 돈 주고 사야 하는 현실에서 북카페 서가는 유용한 쇼윈도인 셈”이라고 말했다. 홍대 출판사 북카페 가운데 가장 공격적으로 운영하고, 또 상업적으로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 사례는 ‘카페 꼼마’다. 하루 평균 400~500명이 몰리는 인기 카페로 소문나면서 1년 만에 홍대입구역에 2호점을 낼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2층 높이의 15단 책장은 이곳만의 자랑이다. 서가에 꽂힌 장서 7000여권은 전부 문학동네와 계열사에서 발간한 책이다. 장으뜸 ‘카페 꼼마’ 대표는 “신간은 서가에 2개월 동안 전시해 손님들이 맘껏 볼 수 있도록 한 뒤 5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고 말했다. 서점에 출고됐다가 출판사로 반품된 리퍼브(재고·파손) 도서도 반값에 판다. 장 대표는 “한 달에 책 매출만 2000만원 정도 된다”면서 “리퍼브 도서는 출판사의 골칫거리였는데 북카페가 독자와 출판사 모두 윈윈하는 틈새 판매 통로가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자사 도서 6000여권을 전시하고 있는 자음과모음 북카페도 신간 이외의 책을 할인 판매하는데 한 달 평균 1000~1500권의 책이 팔린다. 반면 인문과학서가 중심인 출판사의 북카페들은 책 판매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인문카페 창비’의 경우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리퍼브 도서 판매나 할인 제도가 없다. 처음부터 창비 온라인 회원과 계간지 ‘창작과 비평’ 정기 독자를 위한 라운지 성격의 문화공간으로 기획한 만큼 회원에 한해 음료와 도서를 40% 할인해 주고 있다. 후마니타스의 ‘책다방’도 2000여권의 장서를 전시하고 있지만 판매되는 책은 많지 않다. 자사 책들만 전시하는 다른 북카페들과 달리 ‘책다방’은 교환이나 기증 방식으로 타 출판사의 책을 상당수 갖춘 점이 색다르다. 북카페를 운영하는 출판사들은 북콘서트나 작가와의 만남, 시낭송회 등 독자와 만나는 다양한 행사에 북카페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인문카페 창비’는 창비 행사뿐 아니라 시민단체 모임, 인문학 소모임 등 연간 70~80회의 행사를 진행한다. 정지연 매니저는 “출판사로서 이 정도 문화공간은 갖춰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운영하고 있다”면서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사람들 마음에 불러일으켜야 책도 잘 팔리지 않겠냐”며 웃었다. ‘카페 꼼마’, ‘자음과모음’ 등도 작가 낭독회 등 한 달에 1~2회 행사를 진행한다. 출판사 북카페의 공통된 특징은 1인 좌석을 넉넉히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컴퓨터 작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좌석마다 콘센트와 스탠드 조명을 구비한 곳이 대다수고, 무료 인터넷 사용도 기본이다. 카페로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바리스타를 고용하고, 고품질 원두를 쓰는 등 음료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추세다. 출판사 북카페가 늘면서 차별화를 꾀하려는 노력도 보인다. 후발 주자인 다산북스의 ‘나나흰’은 올빼미 애서가를 위해 ‘24시간 운영’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냈다. 다산북스 서선행 마케팅팀장은 “처음엔 잘 될까 불안하기도 했는데 의외로 새벽에 카페를 찾는 손님이 적지 않다”면서 “열대야 덕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출판 시장이 어려울수록 독자와의 직접 소통이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카페의 젊은 고객을 출판사의 장기 독자로 만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집에서 서재가 사라지고, 골목에서 서점이 자취를 감춘 지금 ‘거리의 서재’가 영토를 넓혀 가고 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강단 밖으로 탈출… 수익 내는 인문학 만들 것”

    “강단 밖으로 탈출… 수익 내는 인문학 만들 것”

    31일 특이한 단체가 출범한다. ‘인문학협동조합’이다. ▲단행본·미디어 홍보 ▲시민강좌개발·문화학술 프로그램 ▲도농인문학 ▲연구환경실태조사·정책연구 등 모두 4개의 위원회로 구성된 조합은 9월부터 강단 밖에서 활동을 시작한다. 인문학과 관련한 수익사업을 하고 남는 이익금은 조합원들의 상호부조와 복지에 쓸 예정이다. ‘인문학’과 ‘협동조합’, 이제껏 시도된 적 없는 낯선 결합이지만 지난 2월 준비위원회를 꾸린 뒤 6개월 동안 115명이 이름을 올렸다. 최소 1계좌에 10만원씩 최대 30계좌까지 조합원 개개인이 돈을 내 모두 1500만원을 모았다. 조합원 115명은 시간강사나 박사과정생이 대부분이다. 전임 교수는 20명을 웃돈다. 이들은 지난해 정부의 ‘개정 고등교육법’(이른바 강사법)이 발표되면서 위기의식을 느껴 조합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발기인 대표인 임태훈 성공회대 교양학부 외래교수(시간강사)는 “강단 밖 인문학 노동자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기 위해 조합을 결성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조합은 수익을 중요시한다. 대학 강단에 진입하지 못한 이들이지만 살아남기 위해 대학 바깥의 인문학 시장으로 우선 눈을 돌렸다. 강좌는 대학과 전혀 다른 것들로 구성했다. 예컨대 ‘혀를 위한 인문학’, ‘콩을 둘러싼 모험’ 등 시민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강의들이다. “지금 대학 인문학은 1990년대 중반 인문학 커리큘럼과 달라진 게 없습니다. 일부 대학의 인문학 커리큘럼은 고전 읽기에 지나지 않고, 학술장은 한국학술진흥재단(현 한국연구재단) 등재지 시스템에 묶여 논문 쓰기만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돈만 바라보고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고민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학의 인문학과 겨루기 위해 조합은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내년 3월 열리는 ‘지식팔레트 2014’는 이 가운데 백미로 꼽힌다. 서울 광화문과 마포 등에서 조합과 관련한 인문학 단체들이 한 해 동안 진행했던 강좌 중 가장 재미있었던 강좌를 뽑아 시민에게 보여 준다. “지난 한 해 동안 대학 바깥에서 진행됐던 강좌 중 가장 호응을 많이 받았던 ‘베스트 오브 베스트’ 강좌들로 시민들과 함께할 계획입니다. 대형 강의실에서 예전 커리큘럼에 맞춰 지루한 인문학을 배우던 학생들이 ‘대학 바깥에는 이런 인문학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하자는 거지요.” 김은석 준비위원은 “우리는 대학 인문학의 ‘대안’이지만 ‘안티’는 아니다”라면서 “조합 때문에 인문학이 자극을 받고 인문학 시장 전체가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노숙인 보호 앞장’ 영등포구 감사원 표창

    ‘노숙인 보호 앞장’ 영등포구 감사원 표창

    노숙인 보호와 자활 의지 제고에 앞장서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가 감사원장 표창을 받았다. 영등포구는 29일 노숙인 지원 행정 모범 사례로 뽑혀 전날 열린 감사원 개원 65주년 기념식에서 감사원장 표창을 받았다고 밝혔다. 사회복지과 자활보호팀을 중심으로 노숙인 인권을 보호하며 사회 복귀를 추진하는 한편 지역 주민들의 불편도 해소하는 등 노숙인 지원 행정의 모범을 보인 점이 감사를 통해 인정받았다. 구는 2006년부터 노숙인 관리 대책을 담당하는 전담 팀을 운영해 왔다. 이를 통해 인문학 중심 자활 교육 프로그램, 음악동호회, 이동목욕사업 등을 추진하며 노숙인의 건강한 사회 복귀를 지원했다. 특히 지역 주민을 상담원으로 채용해 노숙인을 지역 자활시설 및 보호시설에 입소하도록 안내하고, 질환 및 응급 환자 등은 의료기관에 이송하는 등 노숙인 보호에도 매진했다. 조길형 구청장은 “영등포는 현장 중심 행정으로 다른 지자체에 견줘 거리 노숙인이 눈에 띄게 많이 줄었고, 주민 불편 또한 많이 해소됐다”며 “노숙인들이 건강하게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월요일, 어른들은 병원으로

    서울 종로구는 다음 달 2일부터 10월 28일까지 매주 1회 인문·교양 아카데미 ‘병원에 가면 교양이 보인다’를 개최한다고 28일 밝혔다.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다. 강의는 ▲김원익 박사 ‘신화, 인간을 말하다’ ▲이정모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공룡으로 이야기하는 자연사’ ▲김녕만 사진작가 ‘삶과 사진’ ▲유정우 음악평론가 ‘브람스와 빌로스, 의학과 예술의 이중주’ 등 8회로 진행된다. 구는 서울대병원 의학역사문화원과 함께 강좌를 마련했다. 수강 대상은 20세 이상인 종로구민, 서울대병원 직원, 의학역사문화원 위촉회원 등 80명으로 개별 통보된다. 매주 월요일 오후 6시~7시 30분 서울대병원 본관 지하1층 C강당에서 열린다. 수강신청은 구 교육지원과(2148-1992)나 동주민센터에서 하면 된다. 김영종 구청장은 “주민들에게 인문학에 대한 폭넓은 평생학습의 시간을 제공하게 됐다. 평생학습 도시기반과 대형병원의 지역사회 공헌 분위기를 조성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대입 전형 간소화·수능 개편안] ‘문·이과 융합 수능’ 논의 왜 나왔나

    당초 대입 간소화 방안을 연구하던 교육부가 27일 돌연 2017학년도에 ‘문·이과 융합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이유가 주목받고 있다. 강태중 대입제도발전방안 연구위원장은 “우리나라 고등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를 생각하면, 지금쯤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배경을 밝혔다. 과학자에게 인문학적 소양이, 경영자 등 문과 출신 인재들에게 자연과학과 기술에 대한 성찰이 필수적인데 우리 교육은 과목 간 칸막이를 쳐놓고 단순 암기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이과 융합 논의는 과학계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공계 대학인 포스텍이 인문학을 가르치고, 올해부터 서울대 입시에서 문·이과 교차지원이 일부 학과에 한해 허용되는 등 대학에서 먼저 문·이과의 장벽을 허무는 시도를 했다. 고교 교육과정에서도 2011학년도부터 일부 고교가 채택한 ‘과학’ 교과서는 융합교육의 단면을 보여준 사례다. 교육부는 “문과생에게 융합과학을 가르치고, 이과생에게 일반 사회와 지리 등을 함께 담은 공통사회를 가르쳐 이 범위 안에서 수능을 출제한다면 통섭적인 인재를 길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입시업체들은 문·이과 장벽이 없어지면 외국어고 학생이 의대에 진학하는 일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금융맨 채용 ‘우울 시대’

    금융맨 채용 ‘우울 시대’

    주요 금융회사의 하반기 공채가 시작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은 금융회사의 채용 인원은 지난해보다 약 30% 줄어들 전망이다. 국민은행은 25일 하반기 공채 계획을 발표했다. 다음 달 4일까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입사지원서를 접수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인문학 도서를 주제로 토론형 면접을 하며, 학력·전공·연령에 제한을 두지 않는 열린 채용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용 인원은 129명으로 상반기와 합친 연간 인원을 따지면 190명이다. 지난해보다 17명(8.2%) 줄었다. 다른 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외환·기업 등 7개 은행의 하반기 공채 예정 인원은 999명이다. 상반기 공채 규모와 합치면 총 2722명으로, 지난해보다 1036명(27.6%) 적다. 외환은행은 하반기 채용을 하지 않을 전망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채용 여부가 정해지지 않았는데, 아예 뽑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다음 달 채용 공고를 낼 계획이지만 아직 규모를 확정하지 못했다. 다만 200명 이하로 뽑을 가능성이 높다. 연간 채용 규모로 치면 400명 정도로 지난해보다 300명가량 줄어든다. 마찬가지로 다음 달 채용 공고를 내는 우리은행도 하반기 200명, 연간 438명으로 지난해보다 162명(27.0%) 줄인다. 농협은행(-18.3%), 기업은행(-10.6%), 하나은행(-9.7%) 등 다른 은행도 신규 채용을 줄인다. 보험·카드·증권사나 금융 공기업도 채용 인원이 줄거나 채용 계획을 정하지 못했다. 동부화재는 하반기 공채 인원을 40명으로, 지난해(88명)보다 줄였다. 현대해상과 LIG손해보험도 연간 채용 규모를 각각 지난해 124명과 211명에서 111명과 170명으로 줄인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과 합쳐 69명을 뽑았지만 올해는 37명만 뽑는다. 최악의 경영실적을 기록한 증권업계는 더 심각하다. 대부분 증권사가 하반기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상반기 46명에서 올해 상반기 4명으로 채용을 줄였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30명을 뽑았지만 올해는 100명을 뽑을 계획이다. 높은 연봉에 안정적으로 정년을 채울 수 있어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금융 공기업도 비슷한 상황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90명을 뽑았지만 올해는 고졸 정규직 20명만 뽑았다. 산은 관계자는 “금융권 사정이 어려운 데다 정책금융공사와의 합병도 예정돼 있어 지난해보다 채용 인원이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16명(28.6%) 줄어든 4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신용보증기금과 예금보험공사만 각각 40명, 20명을 채용할 계획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최동호 새벽을 열며] 화성행궁 여름 시인학교 사람들

    [최동호 새벽을 열며] 화성행궁 여름 시인학교 사람들

    무더위의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길고 지루한 여름이 꼬리를 놓지 않고 있다. 장마와 폭염이 끈질기게 반복되는 올해 여름은 100년 만에 처음이라고 할 정도로 지내기 어렵다. 이 여름 더위보다 더 뜨겁게 한국인의 열정이 타오른 곳이 있다. 화성행궁 여름 시인학교다. 올해 처음 시작된 이 행사에는 전국 각지에서 110여명이 모여들었으며, 각계각층이 포함돼 있어 주목할 만했다. 당당히 참가비를 내고 자발적으로 신청한 열의가 대단했는데, 그들은 대부분 무명의 신인이나 문학 지망생들이었다. 한국은 시인의 나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공식적으로 등단한 시인이 아주 많아 시인이 넘쳐난다고 말한다. 아직도 시를 통해 자기를 표현해 보고 싶은 열망을 지닌 잠재적 인구가 많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다. 어떤 수강생은 화성행궁에 놀러 왔다가 이런 행사가 있다는 플래카드를 보고 일정을 바꾸어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다른 수강생은 어린아이가 여름캠프에 참가하는 사이 겨를을 내어 오게 됐다고 했으며, 행궁동의 한 사주 카페 주인은 가게 문에 메모를 써 놓고 참여했다고 했다. 한 음식점 주인은 남들이 자기의 재능을 알아주지 않아 능력을 한 번 평가받고 싶다고 했다. 시장에서 장사를 하지만 일을 끝내고 나면 자기도 모르게 발길이 갤러리나 문학 강의실로 향하게 된다는 한 아주머니의 고백은 모든 이의 가슴을 울컥하게 했다. 이제 막 등단한 신진 시인은 물론 명퇴한 수학 교사, 전직 성우, 시낭송가도 있었다. 수강생들의 표정은 마치 초등학교에 막 들어가 설렘을 감추지 못하는 아이들처럼 긴장되고 흥분된 것이었다. 오세영·이기철 교수의 특강에 이어 삼삼오오 행궁동 거리를 걷는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한국인의 가슴속에 살아 있는 예술에 대한 강렬한 꿈과 자기 성취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저녁이 되어 백일장의 시제가 발표되고 조별 재능대회가 시작됐다. 사회자가 멈추라고 하지 않으면 끝낼 수 없는 별난 장기가 발표됐다. 소박하고 자연스럽고, 때로는 어색하고 촌스러운 장기 자랑이 더욱 인간적으로 느껴져 발표자와 관객이 한 덩어리가 됐다. 그런데 마무리를 하려고 하는 순간 긴급 제안이 들어왔다. 나이가 이제 여든이 되어 다시 이런 행사에 올 수 없을 것 같아 꼭 발표해 보고 싶다고 했다. 박수갈채를 받고 나온 할머니는 자신이 쓴 ‘팔달산’이란 시를 낭송했다. 필생의 작품이 주는 공감으로 모두 뜨거운 박수를 쳤다. 생각해 보면 모든 문화적 발전의 뿌리는 여기서 비롯된다. 개개인이 자신의 존재를 표현하고 그것을 통해 기쁨을 느낀다면 이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수원 화성행궁은 삼백년 전 정조대왕이 인문학에 대한 원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인문학에 토대를 두지 않은 과학 발전은 있을 수 없다. 설혹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다. 문화의 융성이라는 것도 위에서 아래로 하달되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상향식으로 파급되고 전파된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그 힘이 역사를 전환하는 역동성을 발휘한다. 지금 우리의 발밑에서는 분명히 역사적 전환의 기운이 태동하고 있다. 그 에너지를 끌어올려 어떻게 활용하고 발전시키느냐에 따라 국운이 좌우될 것이다. 탁상공론이 아니라 밑에서 솟아오르는 동력을 창조적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대통합의 지도자가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국인은 역동적이고 시적이며 창조적인 민족이다. 전자산업은 어느 나라, 민족보다 잘 개척해 세계의 선두가 된 분야이고 자동차·조선 산업은 물론 생명과학 분야도 한국인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분야다. 미시적인 것에서 시작해 거대 담론으로 구축되는 첨단 산업 분야의 미래를 생각하며 여름 시인학교 사람들의 인간적인 얼굴들을 돌이켜 본다. ‘이번 여름은 위대했노라’고 무더운 여름을 이겨 낸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다.
  • “학생이 쓰면 떨어진다”… 수백만원 자소서 장사 기승

    2014학년도 대학별 수시모집 기간을 일주일 남짓 앞두고 컨설팅업체와 학원들의 ‘자기소개서’(자소서) 장사가 한창이다. 명문대 학생과의 대면·온라인 과외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유명 논술학원 강사가 비싼 값에 자소서를 대신 만들어 주는 사례가 성행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자소서 대필 사례를 막기 위해 ‘유사도 검색 시스템’ 기능을 강화하고 대필이 발견되면 입학 후에도 합격을 취소한다고 공언했지만 이를 비웃듯 ‘자소서 한철 장사’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수시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자소서를 돈으로 사고 파는 행위를 막고 공정한 입시경쟁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단속과 사후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A컨설팅업체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대학생 20명의 사진이 소속 대학, 학생 실명과 함께 팝업창으로 뜬다. 서울대 경영학과, 연세대 치의예과, 고려대 인문학부,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등 이른바 ‘명문대생’이 대부분이다. 업체 측은 25일 “작년이나 재작년 대학입시에서 자소서를 썼던 학생들”이라면서 “수험생이 지원하려는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이 자소서 첨삭을 해주고 있어 다른 곳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온라인으로 첨삭만 하면 1회에 20만원, 대학생이 수험생을 직접 만나 자소서 작성을 도와주면 1회에 30만원을 받는다고 했다. ‘차별화된 자소서’를 작성해 줄 수 있다며 많은 돈을 요구하는 업체도 있다. B논술학원 대표는 자소서를 대필해 주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업계에서 알아주는 논술 강사”라고 자신을 소개한뒤 “학생이 혼자 자소서를 쓰면 수준이 낮아 무조건 떨어진다. 수시가 얼마 안 남았으니 빨리 방문하는 게 좋다. 가격은 학생과 직접 상담해 보고 결정한다”고 흥정했다. 최소한 150만원은 넘어야 한다고도 했다. 온라인 첨삭을 전문으로 하는 C업체는 학생이 작성한 자소서 첨삭 1회에 14만원, 2회에 28만원을 기본으로 받는다. 업체 측은 “생활기록부를 휴대전화 사진으로 찍어 보내주면 우리가 거기에 맞는 스토리를 짜고, 학생이 거기 맞춰 쓰면 우리가 다시 문장을 고쳐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업체는 “대교협이 자소서 유사도 검사를 강화한다고 하지만, 이를 피해갈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며 되레 안심을 시켰다. 자소서 장사가 판을 치고 있지만 정작 교육청은 뒷짐만 지고 있다. 서울시 일선 학원의 관리를 담당하는 서울시교육청 학원정책팀은 “컨설팅 업체는 학원이 아니라서 우리가 감독할 수가 없고, 논술학원에서 논술 교과목이 아니라 진학지도로 신고하고 자소서 컨설팅을 할 경우 사실상 제재할 조항도 없는 상태”라고 발뺌했다. 대학에서는 교육청이 적극 나서서 컨설팅 업체들을 단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지역 모 대학의 입학사정관은 “우선 교육청이 업체 단속에 나서고, 대학과 정보를 공유해 입학 이후라도 대필 사례가 적발되면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늦여름 밤 서울 고궁에 발자국 소리 요란하다는데… 대체 무슨 일이

    늦여름 밤 서울 고궁에 발자국 소리 요란하다는데… 대체 무슨 일이

    입추, 말복도 훌쩍 지나 처서를 넘어선 늦여름의 서울 도심 궁궐. 땅거미가 내려앉을 즈음, 궁궐의 전각은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어스름 달빛에 물든 창경궁 통명전에서 사람들은 ‘한중록’을 읽고, 깊어가는 그 달빛을 벗 삼아 수런수런 창덕궁 곳곳을 완상하는 발자국 소리가 고아하다. 궁궐은 더 이상 역사 속의 장소가 아니다. 소리 소문 없이 시민들의 참여 열기로 달아오른 ‘창경궁 통명전 인문학 강좌’와, 번번이 매진행렬에 못 가봐서 더 안타까울 ‘창덕궁 달빛기행’ 현장을 가봤다. ■ ‘보름달’에 취한 창덕궁 궁녀 해설사와 함께하는 ‘달빛기행’ “저기 보이는 달 속 토끼가 무얼 만들고 있는지 아세요? 불로초입니다. 선녀 ‘항아’를 돕기 위해서라죠. 항아는 옥황상제의 아들을 죽인 죄로 땅으로 귀양 온 남편 ‘예’를 배신했다가 달로 쫓겨납니다…. 그런데 이런 전설들은 1969년 싹 자취를 감췄다죠? 아폴로 11호의 달착륙 때문이랍니다.” 궁녀 ‘방실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문화유산해설사 김지애(31)씨의 나지막한 해설에 관람객의 귀가 쏠린다. 고즈넉한 궁궐의 낮은 소나무 가지 위로 살짝 걸린 보름달. 달빛 아래서 만나는 궁궐의 풍광은 낮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한 폭의 동양화 속에 들어온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달빛과 청사초롱에 의지해 밤길을 걷던 관람객들의 입에선 절로 탄성이 터진다. 지난 21일 저녁 8시 서울 창덕궁. “문을 열어라”는 우렁찬 수문장의 외침에 돈화문이 활짝 열렸다. 기다리던 궁녀와 차비(差備·특별한 사무를 맡은 임시 벼슬) 차림의 직원들이 관람객을 살갑게 맞았다. 100여명의 관람객은 20여명씩 무리지어 궁에 들어섰고, 이들의 손에는 청사초롱이 들렸다. 이렇게 ‘달빛기행’은 시작됐다. 현존하는 궁궐 다리 중 가장 오래됐다는 금천교를 지나 진선문에 이르니 ‘궁녀’가 나직이 이른다. “여러분은 지금부터 왕족이 돼 구중궁궐을 돌아볼 것입니다. 문을 지나 돌길이 나오면 꼭 가운데 길로 걸으셔야 합니다. 가운데는 왕족, 갓길은 문무백관이 걷던 길입니다.” 어둠에 잠긴 궁궐의 침묵을 헤쳐 닿은 곳은 인정전. 8명의 조선왕이 즉위했던 이곳에선 ‘건달불’ ‘물불’이라 불리던 구한말 전깃불과 드라마 ‘해품달’에서 보던 ‘일월오봉도’를 만난다. 해설사의 목소리는 들릴 듯 말 듯 낮아진다. “달빛기행이란 달빛 아래서 소원을 빌며 명상을 즐기기 위한 행사이기 때문”이란다. 헌종이 중전을 마다하고 짝사랑했던 김씨 여인을 후궁으로 맞아, 처소로 선물했던 낙선재를 지나 함양문을 건너자 왕의 휴식처인 후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창덕궁 면적의 60%를 차지하지만 평소에는 단체 예약객에게만 공개되는 비밀 공간이다. 문에 들어서면 늙지 않는다는 불로문을 건너 연경당에 닿으면 다과와 판소리, 춘앵전 등의 공연이 기다린다. 연경당은 창덕궁을 재건한 순조의 아들인 효명세자가 양반가 집을 본떠 궁궐 안에 지은 120여 칸의 집이다. 두 시간의 달빛기행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올해로 4년째인 ‘창덕궁 달빛기행’은 입소문을 탈대로 탔다. 해마다 3~5월, 8~10월 보름달이 뜰 무렵 매달 4~5회씩 이어진다. 연간 내국인 대상 18회, 외국인 대상 10회로 1회 입장객은 100여명으로 제한된다. 3만원의 적지 않은 참가비에도 지난 6일 시작된 하반기 온라인 예매(인터파크)는 발매 개시 2분여 만에 1500여장의 입장권이 동났다. 쌍쌍의 연인들이 점령하다시피 한 관람객들 사이에 멀리서 걸음한 가족을 만났다. 두 딸, 남편과 함께 온 최지은(60·경주시 성건동)씨는 “밤의 고궁이 이렇게 운치 있고 색다를지 미처 몰랐다”며 환한 미소로 답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창경궁에 물든 ‘인문학’ 밤바람과 함께하는 통명전 강의 “효명세자가 태어나자 순조는 크게 기뻐하며 ‘고금에 드문 경사’라는 교지를 반포합니다. 숙종 이후 150년 만에 왕후의 몸에서 난 적통 왕자였기 때문입니다.”(심승구 한국체육대 교수)지난 21일 밤 서울 창경궁의 통명전. 내전의 으뜸 건물인 이곳은 전국 곳곳에서 찾아온 60여명의 남녀노소로 가득 찼다. 한적한 밤 고궁에 홀로 불 밝힌 통명전에서는 역사 강의가 이어졌다. 강의를 듣기 위해 홍화문을 지나 행각을 건너온 이들은 불과 5분여의 짧은 시간에 수백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온 셈이다. 이날의 주제는 ‘효명세자의 삶과 예술’. 심 교수는 조선 순조의 장남이자 헌종의 아버지인 효명세자에 관한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갔다. 19세기 초 세도정치의 풍파 속에서 영·정조를 따라 탕평정치를 꾀했던 효명세자가 22세 젊은 나이에 절명했다는 대목에선 사람들의 한숨이 절로 터졌다. 심 교수의 목소리는 통명전을 밝힌 6개의 한지등 불빛을 타고 잔잔히 퍼져 나갔다. 건물 앞 ‘월대’(돌마당)는 달빛을 머금고, 건물 뒤 ‘화계’(꽃과 돌로 만든 계단)는 늦더위를 식히는 청명한 바람을 몰고 와 천장에 매달린 들문을 들썩거렸다. 통명전이 어떤 곳인가. 장희빈은 인현왕후가 죽기를 바라며 죽은 쥐와 붕어, 인형 따위를 통명전 일대에 묻었고 그 일로 사약을 받았다.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는 이곳에서 첫날밤 술잔을 기울이는 예를 치렀다. 효명세자가 원대한 꿈을 꾸던 곳도 통명전이다. 강의는 문화재청이 마련한 ‘2013 인문학으로 배우는 궁궐’ 프로그램. 이날부터 오는 10월 2일까지 매주 수요일(오후 6시 30분)마다 6회에 걸쳐 이어진다. 지난해 시작된 강의는 참석자들의 호응이 좋아 올해부터 1회 90분에서 180분으로 시간을 늘렸다. 창경궁 입장료 1000원만 내면 강의와 교재, 음료까지 제공받는다. 지난 7일 오후 1시, 문화재청이 홈페이지에서 강의신청을 개시하자 불과 5시간 만에 예약이 마감됐다. 홍화문, 조선후기 창경궁에 얽힌 정치·사회 이야기 등 녹록지 않은 주제로 채워졌기에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인문학 열풍으로 봐야 할까. 이곳을 찾은 공기업 직원 안정란(44)씨는 “통명전 문을 활짝 열고 밤바람을 맞으며 듣는 강의가 색다르다”면서 “퇴직 후 문화유산해설사로 제2의 삶을 살기 위해 강의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역사를 전공하는 김유나(19·인하대)씨는 “이곳 강의를 들으면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했다. 김대환 창경궁 관리소 주무관은 “참석자 10명 중 7명이 여성과 20, 30대”라며 “의외로 전문적인 역사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박은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는 “2000년대 이후 중요한 역사자료가 많이 공개되면서 우리 사회에 역사학(인문학) 강의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며 “역사인식을 갖춘 이들이 강의를 통해 진지하게 자기성찰을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김종면 칼럼] 역사지식 없이 역사인식 없다

    [김종면 칼럼] 역사지식 없이 역사인식 없다

    다시 꺼내어 말하기도 민망하다. 요즘 청소년들 중에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독립운동가를 안중근이 아닌 안창호로 알고 있고, 3·1절을 ‘3점1절’로 읽는가 하면, 야스쿠니 신사를 ‘야스쿠니 젠틀맨’이라고 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개그가 아니라면 그저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수백만명의 동족이 희생된 6·25전쟁이 북한의 남침인 줄 모르는 고등학생이 태반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현재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근현대사에 대해 이처럼 까막눈인데 고대나 중세사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가. 한국사 교육을 홀대한 업보라고 하지만 꼭 맞는 말은 아니다. 한국사 교육이 강화된 1977년 3차 교육과정부터 한국사가 고등학교에서 필수, 선택, 또다시 필수로 30년 넘게 공깃돌 신세를 면치 못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청소년의 역사인식 부재는 한국사 교육이 형식과 내용에서 부실했고, 더 결정적으로는 모든 것이 입시로 통하는 척박한 교육 현실 탓이 크다. 2011년 한국사를 고교 필수과목으로 바꿀 때 이미 대입수능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국사 교육의 한계는 충분히 예견됐다. 집중이수제라는 이름으로 한 학기에 벼락치기로 몰아 가르치고 무슨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겠는가. 2005년도 수능부터 한국사가 선택과목이 되면서 그해 전체의 27.7%였던 한국사 선택 비율은 2013학년도에는 7.1%로 떨어졌다. 인문계 대입에서 자국사를 필수로 하는 중국이나, 일본사의 대입 선택 비율이 40%나 되는 일본과 대비된다. ‘역사를 모르는 민족’으로 비치지 않을까 두렵다. 한국사 수능 필수 문제는 이 같은 맥락에서 접근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기조 가운데 하나가 문화융성이다. 이를 위해 인문학의 중요성을 유독 강조한다. 기업들도 인문경영에 나섰다. 가히 ‘인문학 르네상스’다. 그런데 정작 인문학의 핵심인 역사에 대한 대접이 초라하다. 청소년들은 ‘역사문맹’ 증상까지 보이니 이 무슨 조화인가.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 한국사가 수능 선택으로 남아 있는 한 아무리 역사교육을 강화한들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사를 수능 필수로 지정하는 것 외에 달리 방도가 없다. 수능 필수가 한국사 교육을 암기식으로 흐르게 해 역사의식을 키우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암기가 악인가. 어떤 학문이든 암기해 놓은 기초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더 넓은 응용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공자 왈 맹자 왈 하며 경(經)과 사(史)를 외우는 것이 흠이 아니듯 우리 역사의 사실을 암기하는 것이 잘못일 이유가 없다. 자잘한 지식의 조각들이 다 인문학적 상상력의 모태요 역사인식의 근원이다. 청소년 스스로 자신의 역사인식 지수를 재어 본다면 수능 필수를 가외의 부담으로만 여기지는 못할 것이다. 다른 사회 과목과의 형평성도 문제다. 한국사를 사회탐구 영역에서 떼어내 필수과목으로 하는 선에서 정리해야 한다. 국가적으로 명분이 있는 일이라면 사회적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에 뿌리 내린 역사인식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그런 만큼 잘 가르치고 잘 배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끝없는 역사교과서 정치편향 논란에 학생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른다. ‘정권사관’에 따라 근현대사 교육의 내용이 오락가락했던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좌·우 편향 논란을 빚고 있는 개정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최종 검정 결과가 곧 나올 예정이다. 또다시 2008년 금성교과서 사태와 같은 ‘사관전쟁’이 재현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 몫이다. 한국사 수능 필수화의 참뜻은 역사교육의 정상화를 통해 세계인식의 지평을 넓혀 보자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사’ 교육은 일국사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세계사까지 아우르는 ‘역사’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국사 수능 필수의 결단을 빨리 내려야 한다. 그 이후에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jmkim@seoul.co.kr
  • [현장 행정] 유종필 관악구청장 인문학 강연

    [현장 행정] 유종필 관악구청장 인문학 강연

    유종필 관악구청장의 집무실에는 스페인 중남부 고원지대인 라만차에 있는 돈키호테 동상을 담은 커다란 사진이 걸려 있다. 그가 직접 찍은 이 사진 속에서 돈키호테는 저멀리 하늘에 떠 가는 구름을 바라보고 있다. ‘뜬구름 잡을 궁리하는 돈키호테’라고 제목을 붙였다. 처음엔 ‘틀’이 있는 평범한 액자에 담아 놓았는데 갇혀 있는 느낌이 난다며 틀이 없는 액자로 바꿔 달았다. 이 돈키호테는 유 구청장 집 거실에서도 뜬구름 잡을 궁리를 하고 있다.지난 20일 저녁 그는 인문학 아카데미 특강을 이 사진으로 시작했다. 주민과 구청 직원 500여명이 대상이다. 유 구청장은 “우리나라에선 행동만 앞서는 사람이라고 부정적으로 여기기 일쑤이지만 나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꿈을 좇아 도전하는 모습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상 사람들은 셰익스피어를 세계 최고 문호로 여기지만, 스페인 사람들은 현실에 안주하는 경향을 보인 셰익스피어와 달리 돈키호테를 통해 꿈과 도전을 이야기한 세르반테스를 한 수 위로 여긴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돈키호테 사진을 하루에 몇 번씩 볼 때마다 꿈과 도전을 떠올린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특강에서 던진 핵심 화두는 엉뚱함이다. 흔히 엉뚱하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지만 그러한 세상은 지나갔다는 게 지론이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도, 정보기술(IT) 혁명을 이끈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도 엉뚱했기 때문에 세상을 바꿀 수 있었다고 유 구청장은 말했다. 특히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는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조 가수와 모창 가수의 대결을 보여 주며 인기를 끌었던 방송 프로그램을 예로 들었다. 노래를 잘 부른다고 해서 누구나 스타가 되지는 않으며, 개성이 있어야 대중을 열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특강 말미에 청중으로부터 관악을 어떻게 색다르게 변화시켰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유 구청장은 “너도나도 하는 물질 복지에서 벗어나 지식복지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며 “도서관 확충 등 다양한 정책을 펼쳐 관악을 지식복지 도시로 만들었다”고 답했다. 책 저자들이 나서는 이번 특강은 상반기 서울대와 함께하며 큰 반향을 일으킨 ‘서양 고전, 인간을 말하다’의 후속 프로젝트로 마련됐다. 스테디셀러 ‘세계 도서관 기행’의 저자이자 최근 인생 지침서 ‘좀 다르게 살아도 괜찮아’를 펴낸 유 구청장이 여섯 번째 순서. 특강엔 이날까지 모두 3000여명이 찾아왔다. 다른 지역까지 소문이 났다. 광진구에서 왔다는 한 주부는 “세상을 살다 보면 어려움을 겪는 시기가 있는데 그럴 때 도움 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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