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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어공부 통해 한층 더 높은 지적 세련을 경험하세요”

    “영어공부 통해 한층 더 높은 지적 세련을 경험하세요”

    최근 퇴임한 노교수의 언어문화에 대한 강연을 듣고 오랜만에 참 행복했다. 이런 행복감을 어디서 또 느낄 수 있을까? 늘 느끼는 거지만 마음 속 촉촉히 스며드는 정신적 행복감은 물질적으로 채워지는 행복감과는 비교할 수 없다. 이러한 것을 바로 지적세련을 경험했다 할 수 있는 것이다. 머리와 마음을 일깨워주었던 강의 내용들을 하나씩 되짚어보며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 것은 바로 ‘인문학의 중요성’과 ‘영어를 읽고 들을 수 있는 능력의 중요성’이었다. 전자는 우리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 즉 우리 인간의 생각과 마음을 탐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며, 후자는 세상에 존재하는 50% 이상의 값진 정보들이 영어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어를 읽고 듣는 능력만으로도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다. 간편히 내 손 안에 있는 핸드폰을 통해 영어로 된 유용한 정보들을 단숨에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아는 것이 힘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와 같은 말처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천지 차이다. 이처럼 우리를 변화시켜 주고 발전시켜 주는 것이 바로 교육의 힘이다. 이런 교육은 나를 변화시키고 나의 생각을 진보하게 하며 나의 마음까지 뿌듯하게 해주는 것이다. 이제 나만 마음먹으면 영어를 배울 수 있는 주변의 모든 여건은 준비돼 있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온라인 교육이 대세다. 누구나 핸드폰이나 컴퓨터 하나로 배움의 기회를 누릴 수 있게 됐다. 많은 이들이 이런 간편하면서 유용한 방법으로 영어를 이해 할 수 있는 능력을 얻길 바란다. 열린사이버대학교는 사이버 웹을 통해 영어를 배울 수 있는 다양한 강좌들을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고 강좌들을 진행하는 교수님들이 학생들의 질문에 즉각적으로 응답함으로써 피드백을 해주고 있다. 열린사이버대학교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언제나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대학이다. 열린사이버대학교 영어학과에서 영어를 공부해보라. 당신은 아직도 일일이 사전을 찾아가며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가? 단언컨대 영어뿐 아니라 모든 언어를 공부할 때 개별적인 단어의 뜻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단어가 쓰인 맥락, 즉 어떤 상황에서 그 단어가 쓰였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영어 원어민이 쓴 글을 가능한 한 많이 읽어야 한다. 그리고 문장 내에서 그 단어가 의미하는 바를 추리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좋은 교재는 영어로 쓰여 진 소설이다. 소설에는 인간 삼라만상이 다 들어있기 때문이다. 소설을 통해 우리 인간 세계의 삶을 경험할 수 있으며, 인간이 느끼는 감정, 배경묘사, 인물묘사,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 등 보편적인 우리 인간의 삶을 접할 수 있다. 동시에 영어표현들을 맥락과 함께 접할 수 있다. 그 표현들이 실제 어떻게, 어느 상황에서 쓰이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열린사이버대학교 영어학과에서는 1학년부터 영 소설을 읽는다. 물론 쉬운 수준의 소설부터 좀 더 발전된 단계로 읽기과정이 준비돼 있다. 영어의 기초 알파벳부터 시작한 학생도 이렇게 4년 동안 꾸준히 공부하고는 졸업 후 어엿한 영어교사가 되고 영어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스스로를 한층 더 발전된 모습이 되길 원한다면 또 영어를 통한 지적 세련을 경험하면서 주도권을 갖고 인생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면 영어를 간편하면서도 즐겁게 공부해보길 바란다. 열린사이버대학교 영어학과 강혜경 교수
  • 김광수 경제연구소장, 시민공부방 ‘시대의 반란’ 꿈꾼다

    김광수 경제연구소장, 시민공부방 ‘시대의 반란’ 꿈꾼다

    2000년 5월 경제연구소를 설립했다. 연구소라 하면 정부 또는 대기업이 만든 연구소가 상식이라고 믿어지던 때였다. 정부 또는 재벌의 정당성 및 이해관계를 논리적으로 뒷받침하는 연구소가 아닌 민간연구소는 낯설기만 했다. 심지어 개인의 이름 석 자를 내건 연구소였다. 다른 나라에야 매킨지, 브루킹스, 딜로이트, 노무라 등 개인 이름을 가진 연구소가 많았지만, 한국적 정서와는 거리가 멀었다. 주변의 많은 이들은 순수 민간 싱크탱크의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도 한결같이 만류했다. 차라리 정부에 들어와서 일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고위 관료들의 제안도 잇따라 받았다. ●“순수 민간 싱크탱크 필요성 절실했죠” 김광수경제연구소의 김광수(56) 소장 얘기다. 그는 대학, 대학원에서 재무이론과 투자이론을 공부했고, 노무라경제연구소 연구부장을 지냈다.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해 환란의 발생 원인도 모르고, 수습책도 마련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모습과 함께 한국의 브레인 역할을 자임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을 보면서 민간 싱크탱크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20일 경기도 고양시의 연구소에서 만난 김 소장은 한국 사회 20~40대 젊은 세대의 역량을 크게 평가하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젊은 세대를 ‘2040 자식세대’로 표현했다. “2040 자식세대는 한국 사회의 첫 지식세대로서 정보통신혁명의 주체이며 자기 삶을 결정하고 자기가 살고 싶은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습니다. 글로벌화,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한국처럼 젊은 세대의 열정과 역량이 넘치는 사회도 없습니다.” 연구소는 2007년부터 전국적으로 시민공부방모임을 시작했다. 현재 70여곳에서 10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지역별로 꾸려진 시민공부방모임에 연구소는 동영상 자료 또는 경제를 중심으로 한 주거, 교육, 복지 등 자료를 제공하고 그를 토대로 공부하고 토론하는 형식이다. 어렵고 딱딱한 경제학의 대중화, 학문의 생활화를 구현하는 공간이다. 여기 모인 이들 역시 20~40세의 학생, 직장인, 전문인 등 젊은 층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김 소장의 말마따나 한국 사회의 희망을 만드는 자식세대들이다. 김 소장은 “이제 죽을 때까지 평생 공부를 해야 살 수 있다”면서 “학교가 아니라도 사회에서 누구나 쉽게,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시민대학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안에 300~500개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면서 “공부의 주제와 범위 역시 앞으로 철학, 역사 등 인문학까지 포괄하며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소의 시민공부방모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지난해 7월 ‘이순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젊은 세대가 직접 정치에 참여하기 위한 구체적 조직화의 첫걸음이다. 안토니오 그람시의 이론처럼 기득권이 장악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헤게모니를 가져올 수 있는 진지(陣地)를 구축하겠다는 구체적인 프로젝트다. 4·16 세월호 참사 이후 더이상 기성 정치, 제도 정치에 한국 사회를 맡길 수 없다는 절박한 문제 의식에서 자생적으로 터져 나왔다. 지난 17~18일 대전에서 시민공부방모임 운영진이 ‘이순신 프로젝트’ 1차 워크숍을 갖고 향후 일정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차세대 한국사회 리더 양성 목표” 김 소장은 “시민공부방모임을 유지하면서 차세대 한국 사회의 리더를 선발, 양성해 일본의 마쓰시다정경숙 같은 형태의 정치 아카데미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 “내년 총선에서 모든 지역에 후보를 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따져 보니 젊은 사람의 정치 참여가 어색하지 않다. 미국에서 빌 클린턴은 만 46세 3개월에, 버락 오바마는 47세에 3개월에 대통령이 됐고,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만 43세에 총리직에 올랐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51세부터 새로운 독일을 이끌고 있다. 역사의 시곗바늘이 30~40년 전으로 되돌려진 ‘한국적인 상황’이 오히려 이례적일 따름이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최동호 새벽을 열며] 패망의 역사에서 희망의 역사로

    [최동호 새벽을 열며] 패망의 역사에서 희망의 역사로

    처음부터 희망의 역사를 쓰기에는 우리가 처한 현실은 불투명하고 가변적이다. 사회의 여론은 양극화를 치달려 모든 사안을 정치적으로만 해석하는 것 같다. 20세기 한국역사를 돌이켜 보면 그 전반은 패망의 역사요 그 후반은 극복의 역사이다. 21세기 우리는 더 큰 희망의 역사를 성취해야 한다. 한국은 20세기 전반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고 1945년에 맞이한 광복은 민족분단으로 이어졌다. 1950년 발발한 6·25는 거의 세계 3차 대전에 가까운 엄청난 민족상잔의 전쟁이었다. 20세기 한국은 패망의 역사를 고난 극복의 역사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최근 화제의 영화 ‘국제시장’은 1950년 12월 10만명의 피란민 흥남철수작전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주인공 덕수는 가족을 부탁하고 동생을 찾아 나선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린 가장이 되어 온몸으로 자신을 희생한다. 그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파독 광부로, 다시 월남전 노무자로 나가 외화를 벌어 생활의 터전을 마련한다.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는 것을 기대하는 것과 같다”고 한 외신기자의 말을 통쾌하게 뒤집고 한국은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산업화는 물론 민주화를 이루면서 고도성장을 거듭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6·25 직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00달러 이하였으며 2015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달러를 눈앞에 두게 되었다.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와 같은 아버지들의 각고의 노력이 뒷받침돼 이루어진 놀라운 국가적 발전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결여된 것이 하나 있다. 국민소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한편에서는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분단이라는 민족사적 과제가 남아 있다. 통일대업이 역사적 사명이라는 것은 명백한 일이지만 아직 그 대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장애와 시련이 가로놓여 있다. 최근 한국사회의 분열은 역사의식의 결여나 반목에서 온다. 덕수 세대들이 가진 아버지의 논리는 이미 유효성을 상실하거나 현실을 통어하는 힘을 상실한 것 같지만 지난 100년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서 우리는 미래지향적 역사의식을 가질 수 없다. 원로 인문학자 홍일식 교수의 역저 ‘나의 조국 대한민국’은 문화대국을 지향하는 인문학적 비전을 담고 있다. 조국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사명감으로 저술된 이 책은 종전에 우리가 가진 역사인식을 전환하는 메시지로 가득 차 있다. 전통문화를 부끄러운 것으로 치부하고 외면하기만 한다면 문화 대국으로 가는 창조적 원천을 찾을 수 없다는 그의 주장은 낡은 논리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경제발전을 위해 치달려 온 결과 지금 우리가 당면한 여러 난제를 풀어나가는 지혜를 함축하고 있다. 단재 신채호는 국권 상실기에 쓴 ‘대한의 희망’에서 “크구나, 대한의 희망이여, 아름답구나, 대한의 오늘의 희망이여, 머지않아 조물주가 세계 민족마다 시험성적을 발표할 것이니 우리 국민이 제1등의 자격을 가질 것이다”라고 했다. 단재는 또 “역사를 오도하는 것은 역사학자”라고도 했다. 홍일식 교수는 어떤 의미에서 신채호가 역설한 희망의 사관을 계승한 것이다. 역사의 정도를 바로잡는 데 비판적 지성은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그러나 패망의 역사에서 고난 극복의 역사로 그리고 희망의 역사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역사적 담론이 절실하다. 진보와 보수라는 낡은 정치적 틀로 미래의 역사를 일방적으로 재단한다면 산업화시대의 상황적 논리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비전은 상극이 아니라 상생, 갈등이 아니라 화합이며 그 목표는 민족 통일과 문화대국의 건설이다. 21세기 창조적 문화대국의 건설을 위해서는 지난 100년 동안 우리가 축적한 귀중한 체험과 지혜를 되살려 희망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혜안을 길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원로인문학자의 충심에서 우러나온 증언을 한번 경청하고 역사의 방향성을 심도 있게 구상할 필요가 있다. 경남대 석좌교수·시인
  • [명인·명물을 찾아서] ‘살아 있는 안보 체험’ 강원 고성 DMZ박물관

    [명인·명물을 찾아서] ‘살아 있는 안보 체험’ 강원 고성 DMZ박물관

    북한 금강산과 해금강을 지척에 두고 자리 잡은 ‘DMZ박물관’이 역사 교육의 장으로 뜨고 있다. 강원 고성 최북단에 위치한 DMZ박물관은 워낙 최전방에 있어 그다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2009년 8월 개관 이후 해마다 13만~14만명의 관람객들이 찾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잊혀 가는 한국전쟁과 분단된 남북의 현실을 직접 체험해 보고자 봄가을이면 수학여행 학생들이, 방학 때면 가족 동반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비무장지대(DMZ) 안에 있다 보니 박물관으로 오르는 과정부터가 안보 체험이다. 민간인의 출입이 제한되는 군사지역으로 들어가야 하기에 DMZ 입구에 마련된 안보교육관에서 간단한 안보교육을 먼저 받아야 한다. 남북 대치 상황에 관한 약 8분짜리의 안보 영상을 보고 제진검문소에 출입신고서를 제출해야 들어갈 수 있다. 사방이 군인들과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검문소에서 30분 간격으로 군부대 차량의 보호를 받으며 출입이 허용되는 유일한 곳이다. 박물관으로 가는 절차부터 분단된 나라의 엄혹한 현실을 접하는 산 경험이 되고 있다. 수년 전 금강산 육로 관광이 이어지던 길이지만 지금은 최북단 명파리마을의 몇몇 주민들과 박물관 및 통일전망대를 찾는 관광객만이 오가고 있을 뿐이다. 15만 1242㎡의 넓은 부지에 3층 건물로 들어선 현대식 박물관은 언뜻 전쟁과 멀어 보인다. 하지만 이곳에는 고고·역사(208점), 전쟁·군사(626점), 자연·생태(723점), 민속·예술(511점), 문헌·기타(7222점) 등 한국전쟁과 DMZ에 관한 9290여점의 방대한 유물이 소장돼 있다. 박물관 외부에는 단체 공연이 가능한 야외 무대가 있고 야생화동산, 철책 체험장, 생태연못 외에 대북심리전 방송장비, 탈북 목선, 전차와 자주포 등이 전시돼 있다. 야외 무대에서는 평화염원콘서트와 DMZ 미래길 걷기대회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다. 박물관 입구에는 수년 전까지 대북심리전에 사용됐던 대형 확성기 등의 방송장비도 전시돼 있어 남북의 심리전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엿볼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이 바다를 통해 탈북하면서 사용했던 낡은 목선도 3척 전시돼 북한 어민들의 실상을 보여준다. 특히 박물관 인근 언덕에 마련된 야생화동산에는 DMZ 안에서만 자생하는 벌노랑이꽃이 심어져 봄이면 장관을 이룬다. 산책로를 따라 언덕에 마련된 동산의 전망대 데크에 오르면 금강산과 해금강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또 동부전선의 철책선 일부를 옮겨 와 그대로 설치해 놓은 250m에 이르는 ‘비무장지대 철책길’을 따라 걷다 보면 “아! 이곳이 비무장지대구나”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수장고와 통신실, 일반 사무실이 있는 1층을 지나 박물관 2, 3층에는 전시관과 영상관, 다목적센터 등이 마련돼 있다. 테마별로 4개의 존으로 나뉘어 있는 전시관은 각종 유물과 전시 영상으로 채워져 있다. ‘축복받지 못한 탄생 DMZ’를 주제로 한 ‘1존’은 한국전쟁 전후의 실상과 휴전협상 과정을 잘 연출해 놓았다. 군사 편지, 총검, 철모 등 전쟁 당시 사용됐던 유품들과 3년이라는 긴 정전협정 기간 동안 발생한 정전협정서, 회견 서류 등을 시간대별로 일목요연하게 전시했다. ‘냉전의 유산은 이어지다’를 주제로 한 ‘2존’에는 휴전 이후 냉전이 이어지면서 발생한 사안들을 시간대별로 표현해 놨고 탄피와 군번줄, 수통 등의 병영 물품도 전시해 놓았다. ‘공존과 희망의 땅 DMZ’가 테마인 ‘3존’에는 전후 훼손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남아 있는 DMZ 내 생태계를 잘 옮겨 놓았다. DMZ 내 역사와 자연의 생태학적 가치도 보여준다. 이곳에는 철원의 태봉국터에서 발견된 유물과 조류박제 등도 전시돼 있다. ‘다시 꿈꾸는 땅 DMZ’의 ‘4존’은 미래의 전시 공간이다. 이곳에는 남북이 그동안 평화 통일을 위해 펼친 대북 협력 사업의 자료들을 시대별로 모아 놓았다. 전시관을 돌아보는 데는 40분 정도가 소요된다. 이 외에 DMZ 등을 주제로 한 사진, 삐라 등을 전시할 수 있는 기획전시 공간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한번에 500여명을 수용해 포럼과 회의 등을 할 수 있는 다목적센터도 있다. 소회의실과 대강당으로 나뉘어 있고 하루 25만원에 사용할 수 있다. 전시관과 별도로 마련된 영상관은 초·중등학생들을 주 관람객으로 삼아 DMZ에 대해 쉽게 설명하고 박물관을 소개하는 10분짜리 영상을 3차원(3D) 입체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게 했다. 박물관 3층에 마련된 카페테리아의 뮤지엄샵에서는 특화된 기념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이곳에서는 미니어처 군화, 철모 등의 기념품을 살 수 있다. 연중 다양한 체험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관람객 전시 참여 코너로 마련되는 소망엽서 만들기와 바람개비정원 꾸미기 등에는 5만명이 참석하는 등 성황을 이루고 있다. 학교과 연계된 창의 체험 활동으로는 길 위의 인문학, 박물관 노닐기, 학생미술공모전 등이 열리고 ‘DMZ 콘텐츠 공예 체험’에서는 티셔츠, 에코가방, 천연비누, 군번줄 만들기가 인기다. 특히 군번줄 만들기는 2000원의 재료비로 직접 기념품으로 군번줄을 만들어 가는 재미가 있어 5000명 이상이 몰리고 있다. 박물관이 민간인통제구역에 있다 보니 늦은 시간까지 열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관람은 화~일요일 가능하고 월요일은 휴관이다. 관람 시간은 3~10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11월~이듬해 2월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운영한다. 다만 성수기인 휴가철이나 가을 단풍철에는 3주일씩 상시 개관한다. 외국인 관람객들도 많이 찾고 있어 일어와 중국어, 영어에 능통한 안내원이 있다. 안내원의 안내를 받고 설명을 듣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신청하면 된다. 관람료는 어른 2000원(단체 1400원), 청소년 1400원(단체 1000원), 어린이 1000원(단체 700원)이다. 7세 이하 어린이나 65세 이상, 장애인과 보호자, 국가독립유공자와 유족 등은 무료다. 유인옥 DMZ박물관 경영관리실장은 “국내 유일의 DMZ 관련 박물관으로 잊혀 가는 한국전쟁의 아픔과 남북 분단의 현실을 고스란히 느끼고 배워 갈 수 있는 곳”이라면서 “역사를 모르는 민족은 미래가 없듯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우리의 아픈 근현대사를 체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성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한일관계 이렇게 풀어라(NEAR재단 편저, 김영사 펴냄)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양국의 학자들이 낸 한·일 관계 해법 총서. 지난해 8월 제주도에서 ‘위기의 한·일 관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란 주제로 열린 콘퍼런스의 담론을 한 권으로 압축했다. 24명의 전문가들은 대체로 올해 한·일 관계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 동의하며, 그런 차원에서 주요 쟁점들을 정리했다.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한·일 관계, 동북아 전체의 역사적 흐름을 개관하고 한·일 간 새로운 파트너십의 필요성과 실천방향을 제시한 게 특징이다. 냉전 이후 미국과 중국의 외교·안보전략, 북·일 합의에 따른 동북아 지형변화, 양국 정권과 언론으로 본 역사인식도 눈길을 끈다. 경색국면 탈피를 위해 고노 담화에 바탕을 둔 위안부 문제 조기해결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북·일 관계 진전이 한·미·일 3각 공조체제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들어 있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객관적 시각의 공유 측면에서 눈길을 끄는 책이다. 476쪽, 2만 2000원. 인문학 공항을 읽다(크리스토퍼 샤버그 지음, 이경남 옮김, 책읽는귀족 펴냄) 과학의 발달로 특별하면서도 일상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은 공항. 그 공항은 현대인들에게 그저 비행기를 타고 내리는 장소를 넘어 다양한 감성적 의미까지 함축하는 공간이다. 떠나고 도착하는 곳, 헤어지고 만나는 곳이라는 물리적 공간 의미는 물론 테러의 공포가 도사리는 위협의 장소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다양한 계층이 모이는 계급 충돌의 긴장감까지 발견할 수 있다. 책은 그런 공항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낱낱이 파헤쳤다. 문학작품 속 공항의 모습을 찾아내 공항의 새로운 모습과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도록 안내한다. 문학작품에 자크 데리다며 프로이트, 미셸 푸코, 니체 등을 연결해 풀어내는 인문학적 시선이 흥미롭다. 동서양의 문학작품, 시·소설을 넘나드는 저자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공항에 대해 전혀 다른 시선을 갖게 된다. 공항에서 일한 적 있는 대학교수의 생생한 체험에 바탕을 둔 문학평론식 글쓰기가 도드라진다. 368쪽. 1만6000원. 혁명의 맛(가쓰미 요이치 지음, 임정은 옮김, 교양인 펴냄) 요리는 문화의 깊이를 알 수 있는 척도이자 역사의 거울이라고 한다. 생활상과 철학이 고스란히 스민 때문이다. 그 음식을 소재로 중국 역사를 들여다본 책은 문화사이자 흥미로운 풍속사로 읽힌다. ‘황제들의 중국’부터 루쉰 시대를 거쳐 ‘공산당 중국’과 문화혁명기, 지금 중국까지를 정리한 ‘혀’의 탐사기. 한족·몽골·여진 등 다양한 민족이 대립하고 융합했던 역사가 음식문화로 이어졌음을 증명한다. 중국 4대 요리의 특징과 기원은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 요리의 탄생 과정을 일본인 미식가 입장에서 들려준다. 젓가락 식사의 시작이며 만주족·한족의 진미 150가지를 한 상에 올린 만한전석의 정치적 의미도 소개된다. 마오쩌둥 어록 암송이 필수였다는 1970년대 거민식당 등 역사의 현장을 통해 마오쩌둥 시대의 맨 얼굴도 그려냈다. 352쪽. 1만 6000원. 문명이 낳은 철학 철학이 바꾼 역사1(이정우 엮음, 길 펴냄) ‘문명은 철학을 낳고, 철학은 역사를 바꾼다?’ 동서양의 역사를 각 시대의 기초였던 철학 요체와 함께 들여다본 책. 제목 그대로 역사와 철학이 서로 개입하며 변화를 이뤄내는 과정을 알기 쉽게 정리했다. 유가와 유교, 도가와 도교, 법가, 불교, 성리학, 양명학 등이 그 주인공이다. 근대 동북아의 사상들이 춘추전국시대의 중국과 인도문명, 중국 송·명·청나라, 17세기 조선을 비롯한 동아시아를 배경으로 태어나 다시 그 시대를 결정적으로 바꿔 놓은 과정을 풀어냈다. 그리스 로마·중세 기독교 문명의 철학과 르네상스, 근대 인식론과 정치철학까지 다뤘다. 당대의 역사적 현실에 대한 고민에서 철학이 태동하고 성장함을 보여 준 뒤 오늘의 역사적 현실에 대한 성찰로 연결하고 있는 게 책의 특징이다. ‘철학은 당대의 역사와 함께 봐야 의미를 온전히 파악할 수 있다’는 시각과 서술이 신선하다. 400쪽. 2만 2000원.
  • [씨줄날줄] 글쟁이와 스티브 잡스/정기홍 논설위원

    신춘문예 당선작 발표가 끝나고 시상식이 이어지고 있다. 여느 고시보다 어렵다는 관문을 통과했으니 신문 지면에 실린 작품과 이름 면면에 눈길이 간다. 신출내기 글쟁이들이지만 앞으로 많은 습작 끝에 세상의 정곡을 찌르고 뒤안을 벗겨낼 것이다. 한 신문사의 당선 축사는 “세상이 어둡고 메마르고, 힘들고 지칠 때, 한 줄기 빛과 한 모금의 물 같다”는 평을 내놓았다. 작가들은 정치와 경제가 손놓은 곳을 대신해 끄집어내고 파헤친다. 한 편의 소설이 정치인이나 경제인의 영향력에 비할 바는 아니다. 시대를 아우르고 관통하는 글의 파괴력이다. 그럼에도 문학은 아직도 ‘밥벌이’와 거리가 먼 축에 속한다. 학생들은 취업 준비보다 글쓰기에 매달리고 ‘배고픈 학과’란 자탄과 사회적인 인식이 강하다. 반면에 글은 ‘자신의 몸을 태우는 다비식’에 비견될 만큼 산고(産苦)를 거쳐 세상에 나온다. 투자 대비 성공 확률이 지극히 낮다. 신춘문예 당선작도 이 과정을 거친 작품이다. 문학인의 지적 영역이 탄탄해야 하는 까닭이다. 정치인과 문학인이 논쟁을 하면 문학인이 말 잘하는 정치인을 이긴다는 것은 작가의 힘을 말하는 한 사례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글쓰는 이들 중에는 ‘구라’, 즉 이야기꾼이 많다. 서울의 한 대학 국문학과 동문 사이에서 신춘문예 위주의 틀을 깨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소식이다. 신춘문예 당선만이 국문학과의 역량과 문학의 가치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미술이 건축과 만나 가치를 한껏 높여 가듯 학과의 커리큘럼을 법과 경제, 공학 등 다양한 학문과 접목할 때라고 말한다. 수년간 신춘문예를 싹쓸이한 대학이라서 이들의 주장과 행보가 주목된다. 지금은 창의성이 강조되는 시대이고, 모든 영역을 포괄하는 대표적인 학문이 국문학이란 점에서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조정래의 경제소설 ‘정글만리’에서 보듯 작품의 접점은 무한대다. 기업들도 상상력이 풍부한 창의 인재를 찾는 데 눈을 돌리고 있다. 시대가 부르면 글쟁이도 퀴퀴한 집필 공간에서 나와야 한다. 인문학과 공학의 접목이 요구되는 지금이야말로 글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싶다. 창의와 융합의 시대에 문학 분야는 많이 뒤처진 느낌이다. 아이폰 하나로 인간의 삶의 틀을 완전히 바꾼 스티브 잡스는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그는 “창의적인 제품을 만든 비결은 우리가 항시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이폰이 기술과 창의적인 감성이 버무려져 나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문학만큼 모방하고 창조하는 학문이 드물다는 점에서 더이상 전통 영역에 갇혀 있을 이유도 없어 보인다. 문학도가 경제학원론을 끼고 다니는 게 낯설지 않다는 말이다. 글이 창조적인 콘텐츠란 점에서 이들의 발상은 신선하다. 이들의 움직임에 대한 대학 당국의 반응도 궁금하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관악의 ‘도서관 혁명’ 세계가 반하다

    관악의 ‘도서관 혁명’ 세계가 반하다

    “보고 싶은 책을 주문하면 지하철역에서 찾을 수 있다니… 발상 자체가 놀랍습니다.”(모르텐 카벨 덴마크 코펜하겐 기술환경 부시장),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작은도서관에서 지역의 모든 책을 빌려 볼 수 있다니 이건 ‘도서관 혁명’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군요.”(코펜하겐시 사절단 참가자) 관악구의 지식복지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우리가 한 수 배워야 할 상대로 생각하는 북유럽의 덴마크 시찰단이 17명이 2호선 서울대입구역을 방문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있겠느냐는 표정으로 시찰을 시작했다. 이들은 스마트폰을 활용해 보고 싶은 책을 간단하게 주문해 받아보는 U-도서관 시스템을 시연하자 눈빛이 초롱초롱하게 변했다. ‘U-도서관’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앱으로 신청한 책을 지하철역 무인대출기에서 손쉽게 빌려보는 서비스이다. 2011년 시범사업을 거쳐 지난해부터 구의 모든 지하철역으로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도서관을 방문할 시간이 없는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좋다”면서 “2012년에만 1만 5000여권이 대출됐고, 지난해에는 3배가 넘는 5만여권이 대출됐다”며 자랑했다. 코펜하겐 사절단 참가자는 “공공도서관 시스템은 우리가 훨씬 앞섰다고 자부했는데, 관악구의 도서관 서비스는 우리와는 차원이 다른 것 같다”면서 “벤치마킹해야할 시스템이 너무 많다”이라고 말했다. 코펜하겐 사절단은 구청 1층에 있는 ‘용 꿈꾸는 작은도서관’, 도림천에 있는 ‘용 나는 작은도서관’ 등 작은 도서관 사업에도 관심을 보였다. 작은도서관 43곳이 보유한 책은 52만여권에 이른다. 모르텐 카벨 부시장은 “더 많은 주민에게 책을 읽고 향유할 수 있게 해주는 관악구의 U-도서관은 매우 인상적이었다”면서 “우리도 스마트폰과 연계한 다양한 문화 복지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지식복지의 메카’로 자리 잡은 관악구는 최근 해외 언론과 단체의 순례지가 되고 있다. 일본 희망제작소, 일본지역자원학회, 중국 CCTV 등이 이미 다녀갔다. 지난해 해외 언론과 단체의 방문만 20여 차례가 넘는다. 유종필 구청장은 “도서관뿐 아니라 평생학습, 인문학 등 모든 사람이 지식의 혜택을 누리기 위한 ‘관악구의 지식복지’는 선진국에서도 반할 만한 정책”이라면서 “올해도 지식복지사업을 더욱 심화 발전시켜 지역 곳곳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국내여행 | 3인 3색 각별한 제주여행기① 나는 제주에서 예술을 탐닉한다

    국내여행 | 3인 3색 각별한 제주여행기① 나는 제주에서 예술을 탐닉한다

    트래비스트들에게 물었습니다. 아니 사실은 그냥 ‘제주’라고 운을 띄웠을 뿐이었죠. 하지만 여행을 사랑하고 그 기록을 소중하게 여기는 트래비스트들은 말했습니다. 각자의 행복했던 제주의 추억을 공유해도 좋겠다고요. 에디터 천소현 기자 나는 제주에서 예술을 탐닉한다 “국내외에 수많은 미술관과 갤러리가 있지만 유독 제주를 예찬하는 이유는 제주가 가진 ‘섬’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온전히 ‘나’를 마주하다 최근 인문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면서 여행의 콘셉트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나의 경우는 퇴근 후 자기계발 차원에서 수강하곤 했던 미술관 전시 리뷰가 어느새 전문적인 취미가 되었고, 이후 여행 콘셉트가 아트 투어로 구체화된 경우다. 여행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다른 공간, 다른 시간 속에서 나를 바라볼 수 있는 배움의 과정인데, 특히 미술관으로 떠나는 여행의 장점은 작품 하나하나를 바라보며 이해하는 과정에서 내면을 채우고 비움을 반복하면서 치유와 사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특히 제주는 나에게 낯설어서 더 좋은 여행지다. 국내외에 수많은 미술관과 갤러리가 있지만 유독 제주를 예찬하는 이유는 제주가 가진 ‘섬’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오랫 동안 외부와 단절된 채 고유의 지질학적, 생물학적, 역사적 가치를 보존해 왔던 제주는 시간이 지나면서 외부와의 소통을 발판으로 삼아 제주 특유의 색채를 갖게 되었고 이제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여행지가 되어 국내외 여행객들이 즐겨 찾고 있다. 그리고 최근 제주는 또 한번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바로 아트의 성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2003년 전국 문화 예술인들이 저지리문화예술인마을에 입주한 것을 시작으로 제주시는 유명 예술인 유치를 위해 부동산 취·등록세를 감면해 주는 등 아티스트들을 위한 정책을 시행했다. 수려한 자연경관뿐 아니라 정책적인 지원까지 더해지자 제주는 예술가들이 선호하는 작업공간으로 부상했다. 최근엔 외국의 유명 작가들까지 제주에 둥지를 틀고 제2의 고향이자 작업실로 제주를 찾고 있다. 특히 중국 현대미술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평정지에부터 천페이, 로지에, 쉬저 등 다수의 중국인 화가들이 터를 잡아 제주는 국제적인 예술 허브로도 인식되고 있다. 이렇듯 제주는 예술가와 그 애호가들이 함께 일구고 가꾸고 만들어 나가는 아트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제주 전역에는 다양한 카페들이 즐비해 있는데 특히 갤러리와 카페를 겸한 갤러리 카페가 관광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에메랄드 빛 바다와 파란 제주 하늘을 친구 삼아 따스한 커피 한잔과 예술을 만끽할 수 있는 갤러리 카페 여행도 가능하다. 오로지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예술을 선물하는 곳, 내면을 이해하고 발견하며 멋진 예술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아트 유토피아가 바로 제주다. ▶트래비스트 오윤희의 제주도 아트 투어 추천 명소 거친 초원을 지상의 낙원으로 성 이시돌 목장 제주의 거친 초원을 지상의 낙원으로 만든 사람. 가난으로 항상 허기졌던 제주 주민들에게 자립의 힘을 키워 준 아일랜드인 맥그린치 신부의 애정이 가득 담긴 곳이다. 특이하게도 이라크 바그다드의 건축 양식인 테쉬폰이 있어서 제주의 경관과 더불어 건축 공부도 할 수 있는 안성맞춤 아트 스폿이다. 064-796-0396 www.isidore.co.kr 제주에 터를 잡은 예술인들을 만나다 제주현대미술관+저지문화예술인마을 먹의 향기에서, 연의 놀음에서, 조각의 형상에서, 카메라 렌즈로 바라본 예술을 탐하고 싶다면 제주현대미술관을 방문해 보자.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제주현대미술관 안에 위치한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은 제주에 거주하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 마을로 그들이 작업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특히 제1호 외국인 입주 작가인 평정지에의 스튜디오는 꽤 신선하다. 064-710-7801 www.jejumuseum.go.kr 제주를 대표하는 예술 공간 제주도립미술관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제주도립미술관은 제주를 대표하는 미술관이다. 한국 화단의 거목, 장리석 화백의 기증품이 상설 전시되고 있으며 미술관 외관은 제주만의 자연 경관과 어우러져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1층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과 함께 미술관의 여유를 즐겨 보자. 064-710-4300 jmoa.jeju.go.kr 비운의 천재, 그 흔적을 좇다 이중섭 미술관 제주를 대표하는 미술관이라면 이중섭 미술관을 빼놓을 수 없다. 생生의 자독自瀆과 자학自虐 속에서 제주까지 내려와 예술을 꽃피웠던 작품과 격변하는 역사 속에서 영혼을 불태운 그의 흔적을 좇아 이중섭 미술관을 방문해 보자. ‘황소’로 유명한 그의 미술관은 제주 서귀포시 서흥동에 자리 잡고 있다. 근처 이중섭 생가에서는 그가 실제 거주했던 방을 관람할 수 있다. 064-733-3555 jslee.seogwipo.go.kr 제주에 한평생을 바친 사진가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필름에 담은 제주는 어떤 모습일까?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제주에 영혼을 바친 사진작가, 절벽에 몸을 매달고 목숨을 걸며 사진을 찍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김영갑 사진작가의 갤러리 두모악은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에 위치해 있다. 노인과 해녀, 오름과 바다, 들판과 구름, 억새 등 그의 눈에 비친 제주를 감상하고 싶다면, 제주에 한평생을 바친 예술가를 기리고 싶다면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을 방문하자. 064-784-907 www.dumoak.co.kr 글·사진 Traviest 오윤희 *트래비스트는 <트래비>에서 선발한 행복한 여행기록자들입니다. 매월 다양한 분야의 신선한 콘텐츠로 동참하고 있습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이태동 鐘樓에서] 영화 예술, 정치 선전도구 아니다

    [이태동 鐘樓에서] 영화 예술, 정치 선전도구 아니다

    20세기에만 해도 반열에 오른 일부 고답적인 유명 작가들도 영화를 우리가 말하는 ‘신파’와 크게 다르게 보지 않았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쓴 은둔주의 미국 작가 J D 샐린저는 “영화의 엉터리 같은 이야기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의 마음속은 비열한 자식들”이라고 했다. 그러나 당시 ‘구텐베르크의 은하’를 쓴 마셜 매클루언은 영상문화의 대변혁을 예견하고 “미디어가 메시지다”라고 말했다. 그 후 디지털 시대의 영화예술은 대중 예술로만 머물지 않고 컴퓨터 기술의 향상과 더불어 고급한 종합예술로서 활자로 된 문학을 억압할 정도로 크게 발전해 왔다. 성숙한 형태로 발전한 종합예술인 영화는 “영상으로 쓰는 문장(文章)”이기 때문에 후진적인 의식을 개혁하는 데 그 어떠한 인문학적 텍스트보다 활용 가치가 높은 것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영화 예술을 인간의 상상력과 재능을 자유로이 발휘하는 미학적 공간으로 사용하지 않고 레닌과 스탈린 시대처럼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프로파간다로 이용한다면, 그것은 조지 오웰이 ‘1984년’에서 말했던 ‘빅브러더’의 공화국을 다시금 탄생시키는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영화산업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영화 관객 1000만명 시대를 열어 가고 있다. 그래서 영화가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어느 미디어 매체보다 크기 때문에 그것은 이미 정치적이고 사회 문화적인 이슈의 핵(核)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의 경우에서도 천만 관객이 보는 영화라는 ‘미디어 매체’를 인간의 자유로운 상상력의 활동을 위한 캔버스와 같은 예술의 공간이나 광장으로 사용하지 않고, 정치적인 선전수단으로 전락하게 만든다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인가는 불을 보듯 명확한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사회의식이 강한 어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 일부 정치인들은 그것을 정치적 논란이나 이념적인 진영 논리의 늪으로 끌고 들어가 이기적인 선전수단으로 몰고 가려는 양상을 보여 왔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지금까지 많은 국민들의 화제를 모으며 10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영화 ‘국제시장’은 비록 ‘상업주의와 관객’들을 사이에 두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한 편의 대중적인 예술작품이다. 하지만 일부 진보주의적인 정치 세력들은 이 영화를 순수한 작품으로 보지 않고 ‘보수 영화’라고 낙인을 찍어 이 영화가 상영된 후부터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정치적 논란과 이념적 진영 싸움의 수렁으로 끌고 들어가 이념적인 프로파간다로 전락시키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행위는 지극히 후진적인 병리 현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실향민인 야당 지도자인 문재인 의원은 이 작품을 보고 난 후 긍정적인 쪽으로 입장을 바꿨지만, 일부 좌파 논객들이 ‘박정희 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영화라는 말로 이념적인 논란의 불씨를 지폈던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 한국인의 이념적 갈등이 빚어낸 6·25 한국전쟁을 비롯해 월남전 등과 같은 굴곡 많은 현대사 속에서 그토록 어려운 시련을 겪으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오늘날 세계 속에서 번영하는 국가로 발돋움하는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를 정치적인 이념 문제에 관한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시각일까. ‘국제시장’이 하나의 영화예술 작품으로 보편성을 띠고 많은 관객들에게 감동의 물결을 일으키는 것은 개체적인 인간이 불굴의 자유의지와 개척 정신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인간 승리에 관한 역사를 영상미학으로 리얼하게 형상화해 보여 주기 때문이다. 현실을 극복하는 리얼리즘 작품인 ‘국제시장’은 오히려 진보 진영에서 환영해야 할 작품일 수도 있다. 2l세기의 어느 텍스트 못지않게 인간 교육을 위해 필요한 풍요로운 인문학적 자산이 될 수 있는 영화예술을 정치인들의 이기적인 프로파간다 수단으로 전락하게 만드는 어리석음은 피해야 할 것이다. 영화 ‘국제시장’이 보여 주는 참담하고 비극적인 인간 풍경은 다름 아닌 정치·이념적 갈등이 만들어 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 인간을 닮은 神들의 고향, 제주

    인간을 닮은 神들의 고향, 제주

    제주는 신(神)들의 섬이다. 흔히 1만 8000여 신들이 있는 신들의 고향으로 통한다. 한데 제주의 신은 보통의 신, 종교적 신과는 좀 다르다. 세상의 질서를 정립하는 지배자이자 통치자, 절대자의 신이 아니다. 영웅적인 활동을 펼치는 신도 있지만 천상에서 쫓겨나거나 주변부로 밀려난, 그래서 질투와 시기, 욕망에 사로잡히기도 하는 신들이다. 신들은 인간들의 삶과 얽혀 공간과 시간을 공유한다. 그렇기에 제주는 숱한 이야기의 섬이 될 수밖에 없는 지역적 운명을 띠고 있다. 신들의 삶은 바다로 둘러싸여 살아가는 사람들의 처지와 얽히며 더욱 극적인 이야기가 되고 설화가 되었다. 12세기 초 탐라국은 스러졌지만, 그곳의 이야기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고, 보태지며 더욱 풍성해졌다. 그리스 신화가 그랬던 것처럼 이야기의 원형이 넘쳐나는 공간이 됐다. 제주 출신 소설가이자 인문학술계간지 ‘본질과현상’ 발행인인 현길언(75) 전 한양대 교수의 사유가 돌고 돌아 다시 이곳에 머물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 전 교수는 “석사학위 논문도, 전국학술대회에서 처음 발표한 주제도 모두 제주 설화였다”면서 “다시 제주 설화로 돌아가게 된 것은, 아마 처음과 나중의 만남을 세계관적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처지에서 우연한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제주 설화와 주변부 사람들의 생존양식’(태학사)을 펴냈다. 제목 그대로 제주의 설화를 통해 절해고도 제주 사람들의 사유 방식을 고찰한 연구서다. 또한 ‘본질과현상’ 기획팀은 제주 설화 40여편을 현대언어, 표준어로 바꿔 풀어낸 ‘섬에 사는 거인의 꿈’도 함께 펴냈다. 제주의 신들은 제주 사람들의 욕망과 좌절, 또 다른 희망의 모색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설화 속 제주는 본디 왕이 나는 땅이었다. 중국의 진시황이 제주의 미녀를 데려다 후궁으로 삼았더니 커다란 알 다섯 개를 낳았고, 거기에서 나온 아이 500명은 날마다 장군놀이, 왕놀이를 한다. 제주의 왕 기운, 장군 기운을 끊기 위해 풍수사 고종달을 제주에 보내 인물이 날 만한 곳을 다니며 단맥(斷脈)시킨다. 대표적 설화 중 하나인 ‘고종달형 설화’다. 이는 역사 속 척박한 유배지로 각인된 지역에 대한 설화 속 합리화이자 인재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지역적 환기다. 풍수에 대한 신앙적 믿음과 별개로 자연환경 및 운명에 대한 극복 및 저항의 움직임을 설화에 투영시키기도 했다. 겨드랑이에 날개가 달린 ‘아기장수’와 관련된 설화는 몇 가지 서로 다른 양상으로 변주되면서 전해져 왔다. 지배 이데올로기인 왕권에 역모를 꾀해 집안과 지역에 액운을 끼칠까 염려돼 부모가 스스로 아이를 죽였다는 단출한 이야기에서부터, 실제로 삼별초 항쟁을 최후까지 이끈 김통정, 조선 말 제주 민란을 주도한 관노 이재수 등 실존인물이 등장한 설화까지 아기장수에 대한 제주 사람들의 염원이 반영된다. 이런 제주 설화의 특수성은 육지 설화와 뚜렷한 차이를 보이며 결국 주변부 문화, 즉 제주 문화를 설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는 설명이다. 이렇듯 구전된 설화는 집단창작의 전형이다. 향유자가 곧 유통자이고, 창작자가 된다. 제주에 현기영, 현길언, 고원정, 김수열, 고명철 등 소설가, 시인, 문학평론가가 유독 넘치는 이유도 달리 있는 게 아니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인문 도시 종로 우리 ‘宮’에 빠지다

    인문 도시 종로 우리 ‘宮’에 빠지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대안 중 하나로 인문학이 주목받는 가운데 서울 종로구가 주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인문학 강좌를 선보인다. 구는 8일부터 다음달까지 종로구청, 종로도서관,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 등에서 ‘궁’을 주제로 인문 강연과 인문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강연은 경복궁의 역사와 문화를 시작으로 유가적 삶의 실천, 하나 됨과 어울림의 혁신정치 등 모두 7회에 걸쳐 진행된다. 인문체험으로는 궁궐미술, 아름다운 판소리 배우기, 석전대제의 의미와 시대적 가치, 궁녀의 삶을 통한 조선 여인의 지위, 석전대제 의례 소개 등이 마련됐다. 인문학에 관심 있는 주민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재료비나 참가비는 없다. 구 관계자는 “600년 동안 종로에 살았던 이들의 삶이 쌓여 현재의 인문자산이 됐고, 이 같은 인문자산을 다시 주민들에게 되돌려 주는 사업”이라며 “자세한 문의는 유교문화연구소 인문도시사업단(760-0797), 종로구 교육지원과(2148-1992)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구는 성균관대 유교문화연구소와 공동으로 지난해 10월 ‘인문도시 종로’ 선포식을 갖고 인문도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의 2014 인문사회분야 학술지원 사업에 ‘인문도시 종로, 600년의 전통에서 미래의 길을 찾다’ 프로젝트가 선정돼 3년간 지원받는다. 1년차에는 궁, 2년차 박물관, 3년차 문화거리 등으로 연차별 테마를 정했다. 구는 다음달 1년차 상반기 프로그램이 끝나면 4~7월 ‘궁’ 하반기 강좌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영종 구청장은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주변에서 쉽게 접하기는 어려웠다”면서 “다양한 인문학 프로그램에 많은 주민들이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2015년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를 꿈꾼다

    2015년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를 꿈꾼다

    과도한 경쟁, 입시 위주의 교육, 학교폭력 등으로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멍들고 있다. 학생들이 꿈꾸는 행복한 학교는 먼 나라 이야기일까? EBS는 광복 70주년이자 해방 후 한국 교육 70주년을 맞는 2015년 새해 첫날 대한민국 교육을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 방송인 등이 1일 밤 9시 50분 ‘2015 대한민국 교육을 말한다’에서 만났다. ‘2015 대한민국 교육을 말한다’는 이상적인 교육의 다섯 가지 키워드로 대한민국 교육에 대해 이야기한다. 먼저 ‘창조·창의 인간형’을 만드는 교육이 가능한지 논의한다. 청소년들은 획일화된 교육과정 속에서 꿈과 개성을 잃고 자란다. ‘예술의 나라’ 프랑스의 창의교육을 살펴보며 우리나라 창의인재 교육이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또 과목별 칸막이를 없애고 여러 과목을 함께 배우는 ‘융합교육’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많은 지식보다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인재가 필요한 오늘날 융합교육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인성교육은 시대를 막론하고 강조되지만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 최근 밥상머리 교육과 인문학 프로그램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한지 함께 고민해 본다. 또 청소년들이 자신의 꿈과 끼를 가꿔 나갈 방법도 찾는다. 새롭게 도입되는 ‘자유학기제’, ‘일·학습병행제’와 같은 진로체험 기회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마지막으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그동안 소홀했던 학교 안전교육에 관심을 돌려 그에 대한 대책도 함께 모색해 본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신춘문예 평론 당선 소감 - 이한나] 문학과 문화의 경계 넘나들며 날개 펼칠 것

    [신춘문예 평론 당선 소감 - 이한나] 문학과 문화의 경계 넘나들며 날개 펼칠 것

    1. 당신이 누구시든, 당신께서 어느 날 문을 왈칵 열고 들어와 찬찬히 제 방을 살펴보신다 해도 저는 태연할 것입니다. 괜스레 또각거리는 구두굽 소리를 내셔도 소용없습니다. 다과로 무엇이 좋을까요? 따위의 대답만 돌아올 테니까요. 당신께선 방 안을 둘러보는 데에 점점 흥미를 잃겠지만 그래도 당신이니, 쉽게 떠나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일은 기어이 닥쳐왔고, 사 년이 흘렀습니다. 당신과 저는 좁지만 그럴듯한 공간 안에서 별 탈 없이, 때로는 손뼉까지 쳐 가며 웃곤 했지만 사실 저는 조금 아팠습니다. 손바닥 말구요. 2. 세어보니, 황종연 선생님의 수업을 여섯 번 들었습니다. 그 여섯 번의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면 저는 아직까지도 원고지 한 장 적어내길 망설였을 것입니다. 제멋대로 쓴 글들을 가져가 보여드릴 때마다 부족한 점을 지적해주시는 동시에, 앞으로가 기대된다는 말씀 역시 빼놓지 않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돌아와 적어놓고 한참을 바라보곤 했습니다. 인문학을 일상의 영역에서도 사유할 수 있게 해주신 한만수 선생님, 제가 아는 시(詩)의 거의 전부를 가르쳐주신 김춘식 선생님, 문학과 문화의 경계를 언제든 넘나들 수 있도록 도와주신 박광현 선생님, 고전을 매번 제 식대로 해석해도 이해해주신 정환국 선생님, 그리고 가능성을 보고 믿어주신 심사위원 황현산 선생님, 이광호 선생님께도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서희원 선생님, 이철호 선생님, 조형래 선생님, 양윤의 선생님, 나아가 허병식 선생님을 비롯한 ‘책읽기의 즐거움’ 스터디의 선배님들 고맙습니다.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어준 문이분과 선후배님들, 나의 소중한 지은, 혜림, 지희, 승희, 선영, 해늘, 은정, 지영, 예슬, 승용 오빠. 그리고 고민에 빠질 때마다 함께 의논하고 잘될 거라는 믿음을 주는 뀨가 있어 든든합니다. 최초의 기억에 의하면 여섯 살 때부터 저를 앞에 앉혀 놓고 “네가 원하는 인생을 살아”라고 말씀하신 아빠, 그런 아빠를 때론 나무라면서도 그 못지않게 저를 묵묵히 지지해주신 엄마, 부족한 언니를 항상 자랑스러워해 주는 동생 지예. 아직도 한 사람의 몫을 다하지 못해 가족들에게는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래도, 계속해 보겠습니다. ▲1990년 충남 천안 출생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현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 석사 과정
  • 난 소중하니까 욕망에 충실하다

    난 소중하니까 욕망에 충실하다

    욕망할 자유/박홍순 지음/사우/ 320쪽/1만 5000원 인류 역사에서 사랑만큼 진부하면서도 오랫동안 쟁점을 불러일으킨 주제가 있을까. 사랑에 대한 여러 갈래의 논의 중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은 이성과 욕망의 문제다. 분별을 잃은 욕망은 파탄의 주범으로, 심한 경우 인류를 도덕적으로 타락시키고 국가를 파멸에 이르게 하는 죄악의 근원으로 지탄받았다. 아름답고 진실한 사랑이 육체적 욕망과 멀어야 한다는 개념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유포됐다. 욕망을 진정성 있는 사랑과 거리를 두고 보는 것은 현대에 와서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특히 우리 사회는 개인이 누리는 사랑과 행복에 관대하지 않다. 신간 ‘욕망할 자유’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욕망의 기원과 억압의 실체를 탐구한다. 동서양 미술작품을 인문학적 사유로 연결시키는 활발한 저술 활동을 펴 온 저자는 고대, 중세와 르네상스, 근대, 현대를 각각 대표하는 욕망의 상징을 통해 사랑이 무엇인가를 논하면서 욕망의 정당한 위상과 역할을 짚어 본다. 시대별로 욕망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국가와 문명은 어떻게 욕망을 길들이고 억압했는지를 문학작품과 철학, 역사, 심리학, 사회학적 연구를 총동원해 정면으로 탐구한다. 저자의 표현대로 “욕망을 위한 변론의 자리”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디오니소스는 욕망의 화신이다. 원시공동체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욕망을 분출하던 문화와 함께 기원전 8세기 이후 그리스 전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신의 반열에 오른다. 하지만 이성을 중시하는 그리스 철학자들은 디오니소스를 재앙으로 규정한다. 그리스 비극에는 욕망과 쾌락이 인간을 종말로 몰아넣는 원흉으로 다뤄진다. 피타고라스는 아예 성관계가 인간에게 해롭다고 단정했고 플라톤은 욕망과 쾌락을 혐오했다. 저자는 성적 욕망을 권력의 문제로 다룬다. 디오니소스의 자유로운 욕망이 분별과 절제를 중시하는 국가 질서를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간주하고, 고대국가 수립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유로운 성애와 욕망의 해방적 성격을 철저히 부정했다는 분석이다. 소돔과 고모라가 성적 타락 때문에 심판받았다든가, 로마의 멸망을 술과 성적인 방탕이 난무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찾는 것도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와 연관이 있다고 본다. 중세신학에서는 육체적 욕망을 죄악의 근원으로 규정했다. 저자는 “인간의 타고난 본성인 욕망을 부정한다면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욕망에 충실하다는 것은 자신을 존귀한 존재로 인식함을 뜻한다. 이를 통해 인식과 행위의 주체로서 인간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나아간다”고 강조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한국 현대시의 ‘레전드’, 한데 뭉친다…세밑 ‘詩공연 축제’서 정호승, 김용택, 강은교 등

    한국 현대시의 ‘레전드’, 한데 뭉친다…세밑 ‘詩공연 축제’서 정호승, 김용택, 강은교 등

    세밑 정호승, 김용택, 강은교, 최영미, 김명인, 김경미, 윤석산 등 국내 대표 현대시인들이 함께하는 제 1회 세계 시공연 축제가 오는 28일 오후 7시, 29일 오후 8시 서강대 메리홀 소극장에서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의 후원으로 국제시문화협회(www.facebook.com/poetryfest)가 주최하는 제 1회 세계 시공연 축제는 ‘시의 현대적 생환’을 모토로 기획한 시 중심 복합 문화 공연이다. 주제시를 중심으로 노래와 춤, 현대 음악과 전통 음악 등이 한데 어우러져 시의 현대적 생환을 맞는다. 이번 시공연 축제에는 건대 유승공 교수가 성악 부문에서 호흡을 함께하고 박소정 콜렉티브콜라보가 춤으로 함께 한다. 이와 함께 가야금 장원희, 기타 정준영, 피아노 전혜경, 바이올린 조아라, 클라리넷 김민규, 아코디언 류지원, 밴드 We.d 등이 함께 시를 만난다. 정호승 시인은 이번 축제에서 수선화에게, 여행, 내가 사랑하는 사람, 고래를 위하여 등으로 독자들과 호흡한다. 그는 “시의 축제는 가난한 내 영혼의 축제”라면서 “이 축제를 통해 내 영혼이 아름다워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 시인은 “우리는 지금 잘 살고 있는가. 우리가 이대로 살아도 되는가. 우리의 여기 지금을 시로 묻는다”면서 ‘섬진강3’, ‘섬진강15’, ‘사람들은 왜 모를까’ 등으로 찾아온다. “오늘, 시가 품고 있는 말과 소리의 향기가 여러분의 살 속으로, 피 속으로 스며들기를 기원합니다. 그리하여 이 시대에 우리 모두 꿈의 스위치가 되기를….”(강은교, ‘사랑법’ ‘너무 멀리’ ‘섬-어떤 사랑의 비밀 노래’) “시가 죽어가는 시대에 오로지 시를 가운데로 끌어올려 사람들과 그 숨결을 나누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여기에 한 호흡을 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와 행복과 위안을 느낀다.”(류근,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상처적 체질’, ‘가족의 힘’) “시를 사랑하는 사람은 늙지 않습니다. 시를 읽는 사람은 아름답습니다.”(최영미, ‘선운사에서’ ‘이미’ ‘뒷맛이 씁쓸하지 않은’ ‘서른 잔치는 끝났다’) “시를 품은 뭇 별들로 밤하늘이 반짝이며 솟아오른다.”(김명인, ‘너와집 한 채’ ‘침묵’ ’독창’) “인류가 언어를 사용하고, 세상에 꽃이 피고 흰눈이 쏟아지는 한 시는 죽지않는다. 괜찮다.”(김경미, ‘겨울 강가에서’ ‘쓸쓸함에 대하여-비망록’ ‘흉터’)  197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동시’편지’가 당선되고 1974년에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바다 속의 램프’가 당선돼 화려하게 문단에 데뷔한 윤석산 시인은 ‘바다 속의 램프’, ‘견딤에 대하여’, ‘욕망’, ‘미안하구나 내 추억아’로 독자들과 호흡한다. 이번 시공연 축제의 집행위원장은 윤석산(한양대 명예교수), 예술감독은 이종호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 회장), 총연출 이대영 교수(중앙대 연극과), 기획총괄은 최병호(국제시문화협회), 연출은 허남성 등이 맡았다. 윤석산 집행위원장은 “시는 인문학적 상상력의 출발이자 완성”이라면서 “이 뜻깊은 무대가 시를 우리들의 가슴에 핏줄에 꿈틀거리게 할 것이라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이번 시공연 축제의 기획을 맡은 최병호 기획위원장은 “오랫동안 시를 사랑해온 독자의 입장에서 가장 먼저 만나고 싶은 시인들을 만난다는 심정으로 이 행사를 기획 했다”면서 “세밑에 현대 대표 시인들을 만나 추억도 쌓고, 시와 공연 예술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문화코드를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시공연의 특성상 선택 받은 80명의 관객만 관람할 수 있는 이 공연의 관람료는 좌석에 관계없이 전좌석 2만원이고 인터파크에서 ‘세계 시공연 축제’를 검색하면 예매할 수 있다. 28일에는 공연이 끝난 뒤 정호승 시인, 김용택 시인, 강은교 시인, 김명인 시인, 김경미 시인 등의 팬 사인회가 예정돼 있다. 29일에는 김용택 시인, 김명인 시인, 김경미 시인, 윤석산 시인의 팬 사인회가 열린다. 현장에서 시인들의 자필 사인 시집을 구입할 수도 있다. 문의 (02)706-3300, 티켓 예매문의 (02)3216-1185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책꽂이] 기억의 숲, 도시의 시간, 엄마의 꿈

    [책꽂이] 기억의 숲, 도시의 시간, 엄마의 꿈

    기억의 숲(이경희 지음, 문학사상 펴냄) 2008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영향으로 시골 마을에까지 불어닥친 변화의 바람을 다뤘다. 박씨들만 모여 사는 명달리 마을에 외따로이 떨어져 있는 중미네 가족의 얘기다. 지나간 시간이 가진 감성의 울림과 향수를 일깨운다. 252쪽. 1만 2000원. 도시의 시간(박솔뫼 지음, 민음사 펴냄) 대구를 배경으로 나, 우미·우나 자매, 배정 네 청춘이 목적과 의지 없이 공유하고 교차하며 흘려보내는 한때의 시간을 그렸다. 친구 관계에 있는 네 인물 사이의 미묘한 감정 선을 따라 진행되는 서술의 힘, 그 사이사이 드러나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적 사유가 돋보인다. 박솔뫼는 2009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192쪽. 1만 3000원.. 엄마의 꿈(박경림 지음, 문학동네 펴냄) 배우 홍은희·신은정, 뮤지컬 배우 전수경, 소설가 하성란, 여자 핸드볼 감독 임오경, 국회의원 신의진…. 방송인 박경림이 각계각층의 ‘워킹맘’ 18명을 만나 깨닫고 배운 것들을 18편의 에세이로 풀어냈다. 엄마가 되면서 맞닥뜨리는 여러 가지 문제와 고민들을 풀어 나가는 과정은 동시대 엄마들에게 건네는 위안이자 응원이다. 340쪽. 1만 3800원.
  • “미국에만 쏠려있는 한국외교 중국이 언제까지 받아들일까”

    “미국에 쏠려 있는 한국을 중국이 얼마나 오랫동안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중국의 전략적 목표는 중립적인 한국이기 때문이죠.” 23일 서울 남대문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에서 동북아역사재단 주최로 열린 한중인문학술교류포럼에서 둥샹룽(董向榮) 중국사회과학원 아태글로벌전략연구원이 발제를 통해 내뱉은 말은 그저 지나치며 듣기에는 ‘따끔한 경고’에 가까웠다. 중국정부의 지역외교 정책을 담당하고 정부의 현실적 대안을 내놓는 학자의 의견인 점을 감안하면 섬뜩한 경고였다. 둥 연구원은 “(한국 정부의 입장)은 ‘동식서숙’(東食西宿)과 비슷한 것으로서 외교적으로는 대단히 훌륭한 것으로 여겨질지 모른다”면서 “잠자리를 제공하는 서가(西家)에서는 목소리가 크지 않은 상태에서 관건은 먹을 것을 제공하는 동가(東家)가 계속 이것을 바라느냐의 문제다”고 말했다. ‘동식서숙’은 흔히 ‘동가식 서가숙’으로 표현되며 여기저기 떠도는 생활을 일컫는 말로 쓰이지만, 본래 고사의 뜻은 다르다. 제나라에 혼기가 꽉 찬 딸을 둔 부모가 돈은 많지만 못생긴 아들을 둔 동쪽 집안과, 잘생겼지만 가난한 서쪽 집안의 아들 두 곳에서 혼처가 나오자 결정을 못 했다. 그러자 딸이 ‘밥은 동쪽 집에서 먹고, 잠은 서쪽 집에서 자면 된다’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 탐욕스러움과 어리석음을 조롱하는 내용을 담은 고사다. 경제무역은 주로 중국에 의존해 진행하면서도 최근 미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에 배치와 관련된 논란 등 외교안보적으로 미국 편에 서서 중국을 자극하는 정책을 펴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말이다. 둥 연구원은 “중국은 당연히 한국과의 관계 심화를 희망하고 한·중관계와 한·미관계가 상생관계를 유지하기 바란다”면서 “미사일방어체계와 같은 조치는 이러한 전제를 저버리는 것으로 양자관계가 제로섬을 넘어 상극관계로 이끌 것이다”고 분명하게 경고했다.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 역시 이 부분에 대해 “사드 체계의 한국 내 배치 여부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가입 여부를 놓고 한국은 미·중 간의 힘겨루기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곤란한 입장에 처했다”면서 “한국은 지역 내에서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신뢰와 협력을 강화하는 전략적 고리의 역할을 빠르게 확립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센터장은 “최근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보여줬듯 중국 시진핑 주석이 기후변화, 반테러, 한반도 비핵화 등 여러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의 ‘책임대국’으로서 역할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면서 “한국의 입장에서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되 중국과도 (동맹관계에 준하는) ‘운명공동체’ 관계를 전략적으로 유연하게 검토해볼 필요성이 있다”고 현재의 한·중 전략협력동반자 관계를 한 단계 격상시킬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편 이에 앞서 중국 측 기조발제를 맡은 장둥밍(張東明) 랴오닝대 동북아연구원 원장은 “본래 체계적이고 연속성을 가졌던 동아시아 문화가 근대 서구의 식민 침략으로 단절되면서 ‘동아시아 공동체 문화 컨센서스’가 지체됐다”면서 “경제 요인과 문화 요인의 상호보완적 결합을 통해 이익공동체를 구축할 때 문화 컨센서스도 가능하며 비로소 이익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20세기 천재적 인문·사회과학자…에이즈로 사망

    미셸 푸코는 철학, 심리학, 정신병리학, 역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름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천착해 독보적 성과를 낸 프랑스의 천재적인 인문·사회과학자다. ‘20세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평을 받는다. 특히 서양 문명의 핵심인 합리적 이성에 대한 독단적 논리성을 비판했다. 푸코는 1926년 프랑스 푸아티에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18세에 바칼로레아(대학입학 자격시험)에 합격한 뒤 고등사범학교 준비반 과정에 들어가 공부하지만 낙방했다. 그가 고등사범학교 시험에 합격한 것은 고교 졸업 4년이 지난 1947년. 하지만 불과 4년 뒤인 1951년 교수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그사이 문학, 약학, 의학, 법학 등을 가르치는 소르본에서 1948년까지 철학, 1950년까지 심리학을 공부했다. 1952년에는 정신병리학으로 학위까지 받았고,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1918~1990)의 추천으로 고등사범학교에 자리를 얻어 강의를 시작했다. 푸코는 1970년부터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교수를 지냈다. 학위와 입학 절차, 등록금 없이 학문적 관심이 있는 이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콜레주 드 프랑스는 ‘문명국’을 자처하는 프랑스인들의 자존심인 동시에 이 학교의 교수가 된다는 것은 프랑스 교육계에서 엄청난 영광으로 여겨진다. 푸코는 콜레주 드 프랑스의 교수로 있으면서 ‘사유 체계의 역사’를 가르쳤는데, 이때 그의 글과 강의는 인문학, 사회과학의 많은 영역에 걸쳐 큰 영향을 줬다. 푸코는 다양한 사회적 기구에 대한 비판, 특히 정신의학, 의학, 감옥의 체계에 대한 비판과 성의 역사에 대한 남다른 통찰을 통해 대중에 널리 알려졌다. 또 권력과 지식의 관계에 대한 이론, 서양의 지식의 역사에 관한 담론을 다루는 그의 사상은 많은 논쟁과 토론을 불러일으켰다. 죽음 또한 파격적이었다. 푸코는 1984년 6월 파리에서 에이즈의 합병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 유명 인사 가운데 첫 에이즈 사망자였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시론] 국립현대미술관장, 비전형 리더십 갖춰야/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사비나미술관장

    [시론] 국립현대미술관장, 비전형 리더십 갖춰야/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사비나미술관장

    요즘 미술계의 핫이슈는 차기 국립현대미술관장 공모다. 미술계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이 차지하는 위상이 매우 높은 데다 정형민 관장이 직위 해제되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었기 때문에 미술인들의 관심이 더욱 집중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폭발적인 세간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미술계의 수장이 될 자격을 갖춘 유능한 관장을 뽑는 일이 이번에도 결코 쉽지 않겠다는 우려가 따른다. 그럴 만한 근거가 있다. 우선 과거 문화체육관광부 국립현대미술관장 공개 모집 공고문에 실린 관장의 주요 업무에는 국가대표 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의 설립 취지 및 목표, 실천 과제, 향후 미술관이 나아갈 방향이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지 않다. 이는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에 실린 관장 인사말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미술문화 발전에 기여하며 국민 여러분께 한층 가까이 다가가면서 문화가 있는 행복한 삶을 드리고자 합니다. (…) 복합예술, 과학, 인문학을 비롯한 다양한 학문이 현대미술과 소통할 수 있는 문화의 산실로 거듭날 것입니다.’ 미술관의 존재 목적과 경영이념이 담긴 설립 취지를 명문화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직도 모르고 있다는 증거물이다. 설립 취지는 미술관을 이끌어 가는 보이지 않는 구심점이 될 뿐만 아니라 미술관 직원들을 확고한 단합의 정신으로 뭉치게 하는 힘을 발휘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미술관의 설립 목표가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은 한국과 달리 선진문화국의 국립미술관은 설립 목표와 핵심 과제를 국민들에게 명확히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영국의 국립미술관인 내셔널 갤러리는 대중들을 위한 미술관이라는 설립 취지를 개관부터 지금껏 충실히 실행하고 있다. 런던의 관광 명소인 트라팔가 광장에 국립미술관이 위치한 것도, 무료 관람 원칙을 굳게 지켜 오고 있는 것도 예술품에 대한 취미를 대중들과 공유하고 그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내셔널 갤러리는 아이들의 입장을 허락한 최초의 미술관이기도 한데, 이는 육아 도우미를 구하기 어려운 시민들이 가족 단위로 미술관을 방문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중친화적 미술관이라는 정체성을 보여 주듯 다른 미술관들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던 1998년 이미 모든 소장품을 데이터 베이스화해 대중에게 공개했다. 프랑스의 국립미술관인 루브르 미술관은 프랑스혁명 정신인 자유, 평등, 박애의 이념을 설립 취지에 담아 미술관 조직과 업무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루브르 미술관은 ‘인류가 남긴 위대한 유산을 즐길 수 있는 미적 안목을 길러 주고 민주적 원칙을 교육시키는 국민들의 평생학교’라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야심차게 실천하고 있다. 미술관의 가장 중요한 업무를 고전미술품 수집과 보존에 두고 있는 것도 고대에서 근대까지 이르는 다양한 예술작품을 시대별·사조별로 종합적이고도 완벽하게 보여 주기 위해서다. 작품 해설 서비스를 제공하고, 카탈로그를 출간한 것도 고전미술사를 완벽하게 공부할 수 있는 국민의 궁전으로 만들겠다는 핵심 목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루브르 미술관은 수십만 점에 이르는 고전미술품을 소장하는 세계 최대 미술관이며 미술 교과서 그 자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현대미술관이 고유의 철학이 없고 설령 있다 하더라도 명확히 전달되지 못해 국민적인 공감을 얻지 못하는 현실은 심히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 어떤 인물이 국가대표 미술관의 새로운 관장이 될 수 있는 자격을 가졌는지 밝혀졌다. 관장은 무엇보다도 국립현대미술관의 설립 취지와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명문화하는 작업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국립미술관이 나아갈 방향과 지향해야 할 비전을 확실히 제시하고, 이를 소신과 열정으로 실천하는 비전형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 필요하다.
  • 독서토론·리더십·진로… 방학 캠프의 진화

    독서토론·리더십·진로… 방학 캠프의 진화

    겨울방학을 맞은 학생들을 위해 이달 말부터 재미있고 유익한 캠프가 곳곳에서 열린다. 짧게는 1박 2일부터 길게는 2주가 넘는 캠프들도 속속 문을 연다. 전통적인 영어캠프뿐만 아니라 대학이 주최하는 진로·진학캠프 등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나 대학이 주최하는 캠프는 저렴하고 구성도 좋아 인기가 많다. 하지만 저렴함을 강조한 사설 캠프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청소년캠프협회는 “캠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 구성”이라며 “수업 시간과 수업 수준에 따라 캠프의 질이 천차만별이므로 일정표를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부모와 떨어져 단체 생활을 하는 특성상 캠프에서 만나는 또래 학생들도 중요하기 때문에 학생 선발을 어떻게 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안전 사고에 대비해 학교, 숙소, 캠프 규칙 등을 살펴보고 엄격하게 관리하는 업체인지 확인하는 일도 필수다. 서울시교육청은 26~27일 경기 가평군에 있는 서울시 학생교육원에서 ‘삶이 있는 공부’를 주제로 고교생 인문독서토론캠프를 연다. 서울 지역 고교생 독서동아리 20개 팀 100명이 지도교사와 함께 참가해 책을 읽고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다른 동아리의 학생들과 토론한다. 강명관 부산대 교수의 ‘시비를 던지다’, 이희수 한양대 교수의 ‘이슬람’, 과학 전문 작가 이은희씨의 ‘하리하라의 과학 24시’가 주제 도서로 선정됐다. 방학 중 고교생을 대상으로 독서토론캠프가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기회를 놓친 학생들은 캠프 운영 상황을 보고 반응이 좋다면 다음 방학을 노려보거나 시교육청 산하 지역 교육청을 들르길 권한다. 서부교육지원청은 29~30일 서원초 등 관내 초등학교 3개교 4학년들을 위한 독서토론캠프를 연다. 성북교육지원청도 29~31일 관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비슷한 캠프를 연다. 시교육청 독서교육팀의 고소향 장학사는 독서토론캠프에 대해 “학생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다양한 독서, 토론 활동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캠프가 끝나는 대로 관련 자료집을 제작, 보급해 인문독서토론 교육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대학을 직접 방문하는 교육캠프도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진로 탐색, 리더십 등을 주제로 한 캠프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즐거운 학교’는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융합교육연구센터와 함께 하는 ‘창의융합 진로탐색캠프’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학년별 교육과정에 맞춘 실습 체험을 한다. 자가발전손전등과 균형 로봇 등을 제작하고, 이와 관련한 공학적 원리와 다양한 활용법 등을 배운다. 이공계 대학생이 멘토가 돼 진학 성공 경험과 학습법 등의 기법도 전수한다. 다음달 4일부터 닷새 동안 초등 3학년~중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충남 천안상록리조트호텔에서 진행된다. 카이스트와 포항공과대(포스텍)에 재학 중인 이공계 멘토들이 왜 공부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카포 멘토링 캠프’도 열린다. 초등 4~6학년을 대상으로 오는 29일부터 5박 6일간 대전 동구 청소년자연수련관에서 시행된다. 과학고 진학을 희망하는 중학교 1, 2학년 대상 캠프도 오는 31일부터 3박 4일 동안 진행된다. ‘고려대-카이스트 이공계 진로캠프’는 정보·전산, 기계·항공, 융합 기술·디자인·환경, 전기·전자 등 분야별 전공과 학과, 최신 기술들을 소개한다. 이공계 진학을 희망하는 예비 고등학생과 고 1~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음달 8~16일 2박 3일 과정으로 3기에 걸쳐 천안상록리조트에서 진행된다. YBM리더십아카데미는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다음달 3~7일 충북 충주의 건설경영연수원에서 ‘데일 카네기 리더십 캠프 with 자기주도, 진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데일 카네기 전문 강사와 전문 레크리에이션 강사들이 리더십, 자기주도학습, 진로 탐색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외국 대학 탐방 등 외국에서 진행하는 캠프들은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등 비용이 비싸 더욱 꼼꼼히 살펴야 한다. 한국청소년캠프협회는 “외국 캠프는 기간도 길고 비용도 비싸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선택하면 후회하기 쉽다”며 “정규 수업 시간이 충분하지 않거나 활동 등이 저렴한 패키지라면 교육 효과가 떨어진다. 비용을 저렴하게 보이려고 일부러 뺀 내용은 없는지 꼭 확인하라”고 강조했다. ‘신명나는문화학교’가 초등학교 4학년 이상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Elite 미국 동부~서부 명문 대학 탐방 캠프’는 협회가 추천하는 캠프다. 미국 동부 아이비리그와 서부 지역 주요 명문 대학을 24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탐방한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장소와 일제의 생체 실험 현장 등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하는 캠프도 함께 진행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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