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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길이 들려주는 ‘성북 길이야기’ 만나세요

    김남길이 들려주는 ‘성북 길이야기’ 만나세요

    서울 성북구와 성북문화재단은 문화예술시민단체인 ‘길스토리’를 후원해 26일 ‘길을 읽어 주는 남자, 성북편’을 인터넷 등에 공개했다.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영어 등 4개국어로 제작된 오디오 가이드 11편과 가이드 필름 3편을 인터넷과 모바일 사이트(roadstory.gil-story.com)를 통해 공개했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을 통해 클립 영상, 포토 카드, 포토 에세이 등을 제작해 다음달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길이야기는 우리나라의 문화와 정서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길과 그 길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고 이를 문화예술 콘텐츠로 제작하는 공익캠페인이다. 맛집, 쇼핑 정보 위주의 지역 관광 콘텐츠가 아닌 인문학적 이야기를 담아 지역의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 공을 들였다. 길스토리의 대표인 영화배우 김남길씨가 오디오 가이드 전편을 직접 녹음했고 걸을 만한 성북동의 길을 정하는 데 참여했다. 길상사, 쌍다리, 심우장, 북정마을, 북정카페, 서울성곽 등의 길을 걸으며 비우고 틀에 박힌 사고로부터 유연해지고 원하는 것과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여기에는 웹제작자, 번역가, 화가, 디자이너, 홍보 전문가, 변호사 등 50여명의 문화예술인이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김 대표는 “길스토리는 우리가 갖고 있는 재능으로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돕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문화예술인들과 전 세계 팬들이 모인 소셜 플랫폼”이라며 “재능기부자가 문화예술 콘텐츠를 기부해 사회적 공유가치를 창조하는 새로운 나눔 문화를 만들어 가는 일을 꾸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시론] 서울에는 스토리가 없다/원종원 순천향대 신방과 교수

    [시론] 서울에는 스토리가 없다/원종원 순천향대 신방과 교수

    영국 런던의 관광 명소인 노팅힐을 찾으면 골목 입구에서 서성이는 사람들을 늘 만날 수 있다.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평범한 골목길이지만 기념사진을 찍는 이부터 감격어린 표정의 방문객까지, 심지어 그들을 구경하는 것조차 재미있는 볼거리가 된다. 별난 광경의 원인은 바로 ‘집’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유적을 관리하는 ‘잉글리시 헤리티지’가 유명 인사나 역사적 인물이 살았던 건물에 파란 표지판인 ‘블루 플라크’를 붙이는데, 거리 초입에 있는 이 집이 바로 ‘1984년’이나 ‘동물농장’으로 유명했던 조지 오웰의 명패가 붙은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그의 소설을 좋아했던 사람들에겐 그야말로 남다른 의미가 담긴 공간이 아닐 수 없다. 이곳만이 아니다. 런던 곳곳에서 비슷한 광경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심지어 표지판조차 없이 유명해진 곳도 많다. 예를 들어 그리니치에 있는 선술집인 트라팔가 터번도 그렇다. 통유리 창 너머 도도히 흐르는 템스강의 정취도 매혹적이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작가 찰스 디킨스가 생전에 자주 들렀다는 후문 때문이다. ‘두 도시 이야기’를 구상하고, ‘올리버 트위스트의 모험’을 쓰던 그의 모습을 떠올리며 머물다 보면 같은 맥주 한 잔도 더 감격스럽다. 바로 ‘스토리의 힘’이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템스 강변을 따라 운행되는 관광선이나 도심을 가로지르는 이층버스에 올라도 갖가지 넘치는 ‘이야기’들을 경험할 수 있기는 마찬가지다. 버려진 화력발전소를 미술관으로 바꾼 테이트 모던에 얽힌 사연, 새 천년을 기념하며 만들었다는 밀레니엄 인도교가 ‘흔들흔들’이라는 의미의 워블리버블리 브리지라 불리게 된 이유, 버려진 선착장 위에 첨단의 현대 도시를 건립한 도크랜드 개발에 얽힌 후일담까지 런던에 의미를 더하려는 노력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유럽의 여러 도시들은 스토리를 찾아 도시에 담고, 이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낸다. ‘역사’나 ‘문화’를 박제해 먼지 쌓인 창고에 그저 보관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인의 삶 속으로 끌어들이고 이를 통해 이미지를 재생산해 내는 셈이다. 이탈리아의 고도(古都)인 베로나도 그렇다. 이곳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줄리엣이 로미오를 만난 발코니나 두 사람의 주검이 발견됐다는 무덤을 대부분 찾는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모두 그럴싸하게 꾸며 놓은 ‘가짜 명소들’이라는 점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가 쓴 가상의 소설이었지만, 관광을 통한 부가가치 극대화에 천부적 기질을 지닌 이탈리아 사람들은 ‘스토리’의 매력을 적절히 활용해 돈벌이로까지 확장시키고 있는 셈이다. 유럽보다 역사가 일천한 미국도 도시에 이야기를 보태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에는 별반 차이가 없다. 특히 대중문화가 힘을 보태는 경우가 흔하다. ‘로키’가 조깅을 하며 체력을 단련하던 필라델피아 미술관 계단, ‘러브 어페어’의 애잔한 감동이 서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여주인공들이 자주 찾았던 뉴욕의 브런치 레스토랑 등이 그래서 인기 있는 관광 명소들이다. 우리에게도 좋은 이야기들은 얼마든지 많다. 반만년의 역사와 문화적 자산들이 ‘이야기’의 보고(寶庫)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관건은 이들을 어떻게 가공하고 다듬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것인가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 우리는 이런 노력에 둔감하다 못해 무신경해 보이기까지 한 경우가 허다하다. 인문학과 사회학의 가치를 경시하고, 문화와 역사가 지닌 의미를 간과하는 일차원적이고 편협된 시각 탓이다. 스토리텔링의 힘은 단지 물건을 사고파는 경우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21세기는 ‘이야기’가 부가가치를 낳고, ‘스토리’를 통해 돈벌이를 창출하며, ‘이미지’가 의미를 부여하는 세상이다. 도시나 국가도 브랜드와 이미지를 제고해 줄 스토리를 고민하고 만들어 담아내야 한다. 융합과 창조의 가치는 그래야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는 궁극의 가치이자 목표다. 이런 이해나 상상력도 없이 국가의 미래를 고민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에 불과하다. 문화를 통해 서울의 스토리를 찾고 다듬고 가꿔야 하는 진짜 이유다.
  • 수요일은 구로 ‘인문학 데이’

    풍성한 인문학 강좌를 통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 구로구는 구민들에게 인문학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독서 문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매달 2~4주 ‘희망의 구로인문학’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25일 밝혔다. ‘희망의 구로인문학’은 올해 12월까지 꿈나무도서관과 구청, 글마루한옥도서관에서 전개된다. 먼저 꿈나무도서관에서는 ‘구로에서 인문의 별을 따다’라는 주제로 유명 저자들의 초청 강연이 열린다. 매월 둘째 주 수요일 오전 10시30분부터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되는 이 강연은 문학과 철학 등 다양한 주제로 7회에 걸쳐 진행된다. 다음달 10일에는 이재무 시인이 ‘한 편의 시는 어떻게 써지며 어떻게 사람을 위로하는가’란 내용으로 첫 테이프를 끊는다. 또 7월 8일에는 최진석 서강대 교수의 ‘공자적 삶과 노자적 삶. 해야 하는 일을 할 것인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인가. 오직 나의 욕망에 집중하라’라는 강의가 예정됐다. 구청에서는 매달 셋째 주 수요일 ‘Think! Thank! 인문학’ 강의가 펼쳐진다. 구 관계자는 “이번달에만 특별히 화요일에 진행되고 앞으로는 계속 수요일에 강좌가 개설된다”고 전했다. 26일에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지은 소설가 김영하씨가 ‘우리가 책을 읽는 진짜 이유’란 주제로 강의한다. 7월 15일에는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저자 박경철씨가 ‘인문정신이란 무엇인가’, 10월 21일에는 조선왕조실록 저자 박시백 작가가 ‘캐릭터로 듣는 조선왕조실록’이라는 내용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글마루한옥어린이도서관에서도 ‘삶이 즐거워지는 인문학 놀이터’란 테마의 강의가 열리고 있다. 구민 30명을 대상으로 도서관 지식나눔방에서 운영된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인문학 힐링의 파워 판사의 변신은 無罪

    인문학 힐링의 파워 판사의 변신은 無罪

    “괴물하고 싸우다 괴물처럼 된다는 말 있죠? 각종 분쟁과 살인, 강간 등 강력 범죄를 매일 다루다 보면 저도 모르게 정신이 피폐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판결을 고민하면서 ‘세상 사람들 모두 행복할 수는 없는 걸까’라는 근원적인 의문도 들고요. 인문학을 통해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사람의 본성을 이해하는 통찰력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지난 18일 낮 12시 서울 서부지법 6층 소회의실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형사1부 김형훈(48) 부장판사는 인문학 강연을 듣는 소회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른 점심을 마친 판사들과 직원들이 몰려들면서 50개 좌석은 금세 찼다. 총 6주에 걸쳐 매주 월요일 점심시간에만 열리는 ‘연세대·서부지법 인문학 아카데미’ 강연을 듣기 위해서다. 2주차 주제는 ‘인문학의 가치와 토론의 힘’이었다. “여러분, 이런 고민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날 강연을 맡은 송지은 연세대 미래교육원 강사는 회의실 앞 펼쳐진 스크린을 가리키며 수강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프랑스의 논술형 대입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 문제였다. 송 강사가 갑자기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행복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참석자들은 각자 생각에 잠겨 답을 찾는 모습이었다. 판사들 스스로가 왜 인문학적 사유의 가치가 중요한 지를 자문하고 자답하는 시간이었다. 대학에서는 구조조정으로 멸종되고 있는 문(文)·사(史)·철(哲)이 각 지방법원에서는 전성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3년 전 인문학 강연이 도입된 서울고등법원에 이어 올해부터는 인천·대구·광주 등 전국 13개 법원이 무료 강연을 개설했다. 인문학 자체가 판사들에게는 ‘힐링’이 된다. 특히 20년 안팎의 경력을 지닌 부장급 판사들이 꼽는 장점이다. 민사14부 이종언(51)부장판사는 “일주일에 40~50건, 1년에 수백건의 사건을 처리하다 보니 각종 범죄와 분쟁, 다툼이 마치 세상의 전부인 양 매너리즘에 빠진다”며 “검사는 평소 대화를 취조하듯 하고, 판사는 만사를 유무죄 판결하듯 한다고 법조인끼리 서글픈 농담을 하는데 인문학을 접하다 보면 협소한 사고가 확장되고 환기되는 변화를 경험한다”고 말했다. 법관들의 판결에도 인문학은 기묘한 힘을 발휘한다. 범행의 동기와 사건 정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인문학적 지식과 소양이 도움을 준다는 지적이다. 민사2부 이인규(52)부장판사는 “일을 하면 할수록 ‘왜 이 사람은 이런 행동을 했을까’라는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내가 자라온 세대보다 지금 세대는 그만큼 다양성이 커졌다”며 “각 행동들을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장판사는 “판사 개개인이 인간과 사회를 어떻게 경험하고 바라보느냐와 양형이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예를 들면 절도를 당해본 판사가 절도범에 대한 양형이 높다는 농담이 있는 것처럼 인문학은 개별적 경험이나 인식을 사회적으로 확장해주는 매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부고] ‘시인 겸 화가’ 김재균 前국회의원

    [부고] ‘시인 겸 화가’ 김재균 前국회의원

    18대 국회의원이자 광주 북구청장을 지낸 김재균 전 의원이 14일 오전 5시쯤 숙환으로 별세했다. 63세. 1952년 광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1991년 초대 광주광역시의회 의원에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해 1998년 제5대 광주광역시의회 부의장을 지냈다. 같은 해 광주 북구청장에 당선됐으며 2002년 재선에 성공했다. 2008년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제18대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같은 해 민주당 원내부대표를 지냈다. 시인 겸 화가로 활동한 고인은 1998년 시대문학 신인문학상을 수상했고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다수 입선·특선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주경자씨와 1남 1녀가 있다. 빈소는 광주역 장례식장이며, 발인은 16일 오전 9시다.(062)264-4444.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재계 인맥 대해부 (4부)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태영그룹] 부친 못지않은 엘리트 코스·재계 인맥… 건설 최대주주로

    [재계 인맥 대해부 (4부)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태영그룹] 부친 못지않은 엘리트 코스·재계 인맥… 건설 최대주주로

    윤세영 회장의 장남 윤석민(51) 태영건설·SBS미디어홀딩스 부회장이 태영그룹에 입사한 것은 24년 전이다. 서울에서 태어난 윤 부회장은 휘문고를 거쳐 서울대 화학공학과와 대학원,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를 마치는 등 이른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적어도 경제계 인맥은 아버지 못지않게 화려하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허세홍 GS칼텍스 부사장 등과는 고등학교 동문이다.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등과도 대학원에서 만나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한 살 위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과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선후배지간이다. 태영은 후계 구도를 일찌감치 결정했다. 윤 부회장은 현재 태영건설 지분 27.1%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부인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지분율이 30%를 넘어 지배력도 단단한 상태다. 윤 부회장은 학업을 마친 1989년 26세라는 나이에 태영건설 기획담당 이사로 입사했다. 1996년에는 태영그룹의 또 다른 큰 축인 서울방송(현 SBS) 기획조정실 이사대우 직함을 달았다. 이후 경영심의실장, 기획편성본부장 등의 자리를 거치면서 방송 업무를 익혔다. 하지만 2세 경영자라는 꼬리표가 여전히 붙어다닌다. 호프데이 행사를 여는 등 직원들과의 교감을 강화했지만 뿌리내리기는 쉽지 않았다. ‘세습경영’을 반대하는 노조와 시민단체의 목소리에 한때 자회사인 SBSi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이후 2009년에는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에 취임했다. 특히 2011년 윤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나고 나서는 윤 부회장이 그룹 전반에서 전면에 나섰다. 지분구도 등을 보면 사실상 경영권을 넘겨받은 셈이지만 승계 작업이 완전히 마무리됐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아버지가 맨손으로 일궈 낸 회사인 만큼 여전히 아버지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 최근 경영악화 등을 이유로 윤 회장이 복귀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 3월 윤 회장은 15년 만에 태영건설 사내이사로 복귀했다. 2000년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후 그는 회장직만을 유지했지만 최근 그룹 실적이 악화되면서 윤 회장 스스로 팔을 걷어붙인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575억원(연결기준)의 순손실을 봤다. 매출액의 70% 이상을 차지하던 공공 분야 공사가 줄어든 데다 입찰 과정의 담합 문제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200억원을 부과받은 게 손실을 키운 화근이었다. SBS가 지난해 브라질월드컵 중계권 구입에 7500만 달러(당시 환율 환산액 900억여원)를 투입한 것도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야심차게 시작한 인제스피디움 사업도 상황이 좋지 않다. 경영 악화라는 당면 과제를 윤 부회장이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관심이 모아진다. 윤 부회장은 자수성가한 아버지의 교육 덕분인지 주변에서 소탈하고 성실하다는 평을 듣는다. 직장에선 누구에게든 겸손한 태도를 보인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세간의 관심이 몰리는 방송사를 소유한 가문이지만 좀처럼 사생활에 대해 좋지 않은 소문이 새나오지 않을 정도로 자기 관리 역시 철저하다. 윤 부회장은 인문학부터 예술, 체육까지 관심사도 다양하다. 국립중앙박물관 재계 후원회인 ‘박물관의 젊은 친구들’(YFM) 회원으로 박물관 유물 공부 모임, 후원금 모금 등에도 참여 중이다. 한때 대한스키협회장직을 맡기도 했다. 부인 이상희씨와의 사이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가족 중 그룹 경영에 참여하는 이는 윤 부회장 외에 막내 재연(48)씨가 있다. 재연씨는 지난해부터 태영그룹의 골프와 레저부문 계열사인 블루원 대표이사 사장으로 근무 중이다. 재연씨는 이화여대 영문과 졸업 후 스위스와 미국에서 관광경영학을 공부했고 이후 태영레저 대표이사 등을 거쳤다. 첫째 수연(52)씨는 현대그룹 광고 제작을 대행하는 ISMG코리아 대표이사인 황두연(53)씨와 결혼한 뒤 현재 투자회사인 몬티스월드와이드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첫째 사위인 황씨는 미국 위스콘신대 경영학 석사 출신으로 연세대에서 도시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청동 거울에 담긴 우주… 샤머니즘 편견 벗기다

    청동 거울에 담긴 우주… 샤머니즘 편견 벗기다

    샤먼문명/박용숙 지음/소동/544면/2만 9000원 ‘샤머니즘’이라는 말이 공식화된 것은 19세기에 이르러서이지만 지구상의 여러 민족은 문명시대 훨씬 이전부터 샤먼의 초자연력을 빌려 길흉을 점치고 악령을 제거했다. 또 병을 고치고, 풍요와 번성을 기원했다. 우리 민족 정신의 뿌리도 샤머니즘에 기원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샤머니즘을 단순한 미신으로 치부하며 제대로 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샤머니즘에 대해 갖는 생각은 비과학적이고, 미개한 문명의 흔적이며 민속 자료로서의 연구 대상에 그친다. 미술사가 박용숙은 새 책 ‘샤먼문명’에서 우리 민족, 나아가 전 세계인이 수만 년 전부터 신봉해 온 샤머니즘이야말로 고대사의 실체이며 고도의 천문학적 지식을 근거로 한 고등종교였다는 주장을 편다. 저자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방대한 도상들에 대한 과학적 해석을 곁들여 샤머니즘이 ‘어리석은 고대인들의 미개한 종교’가 결코 아니었음을 밝힌다. 수십 년을 한국미술사와 샤머니즘 연구에 천착해 온 저자는 해박한 지식과 인문학적 인식을 바탕으로 “샤머니즘이 불교나 기독교 문명의 원문명(原文明)이며, 샤머니즘이야말로 신비로우면서도 과학적인 신앙”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일반의 예측과 달리 샤머니즘은 오래전부터 지동설을 믿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저자에 따르면 샤머니즘의 핵심은 태양과 달, 그리고 금성(비너스)이 서로 조화를 이뤄 생명의 신비를 창조한다는 믿음이다. 샤머니즘은 곧 금성 이데올로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금성을 숭배했다. 지구가 자전하며 금성과 60도 각도로 교차한다는 사실은 유럽에서는 코페르니쿠스에 의해 15세기 후반 밝혀졌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샤먼들은 이 각도에 의해 지구에 생명과 사계절의 신비가 탄생하게 됐다고 믿었다. 우리도 이미 고구려 시대의 천문도에 이 내용이 기록돼 있다. 선사시대 유물이나 동굴 벽화에서 많이 나타나는 수소의 형상은 금성을 숭배하고 천체를 관측한 샤먼의 상징으로 고대의 천문학과 관련이 깊다고 해석한다. 샤머니즘은 청동기, 비너스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유럽, 아프리카 등에서 발견된 선사시대의 비너스상들이 발견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또 샤먼들은 창과 삼지창, 언월도 등 놋쇠로 된 무구(巫具)를 사용하고 놋쇠 거울을 사용한다. 이 놋쇠가 곧 청동기이며 청동기는 샤머니즘을 상징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지중해 문명 시대에 금성을 상징하는 비너스는 동(銅)의 여신이기도 했다. 저자는 비교문화사적 관점에서 동서양의 역사와 문화가 샤머니즘이라는 한 뿌리에서 출발했다는 증거를 찾아낸다. 고분의 천장화나 고려시대 청동거울에서 왜 용이 두 마리씩 등장해 서로 꼬리를 물고 도는지에 대해서도 통찰한다. 저자는 “두 마리 용이 서로 꼬리를 물고 있는 것은 밤과 낮의 두 축이 대립하면서 사계절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암시한다”며 “그 속에는 샤머니즘 특유의 금성 숭배 사상이 깃들어 있다”고 본다. 저자에 따르면 용이 서로 꼬리를 무는 도상들은 지구와 금성이 합작해서 만들어 내는 흥미로운 우주쇼이며 이는 M C 에셔의 ‘뫼비우스의 띠’가 용의 4차원적 존재를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가 거인족에 승리하는 것을 저자는 샤먼문명의 몰락 과정이라고 해석한다. 이후 유럽에서는 그리스, 그리고 기독교 문명이 꽃핀다. 샤먼문명은 지중해에서 동쪽으로 이동해 가며 전 세계의 문화와 유물에 영향을 미쳤다. 책은 동서양의 고전부터 단군신화, 그리스 신화, 메소포타미아 신화 등 각 지역의 신화를 넘나들며 관련 도상들을 교차 비교한다. 기존의 상식을 뒤집는 그의 주장이 억지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 역사를 세계사의 흐름 속에 놓고 전 세계의 유물을 아우르며 샤머니즘 도상을 해석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법조 삼성이 새긴 양심 발자취

    법조 삼성이 새긴 양심 발자취

    한국 사법을 지킨 양심/법조삼성 평전 간행위원회 엮음/일조각/528쪽/5만원 힘과 욕심에 휘둘리지 않는 ‘법의 양심’은 사회를 건전하게 지탱하고 미래 발전을 견인하는 민주주의의 으뜸 요소로 꼽힌다. 하지만 요즘 법의 세태는 ‘권력과 진영논리’에 치우친 횡포와 군림의 주체로 더 인식된다. 그래서 ‘법은 법다워야 한다’는 원칙에의 요구가 공허하게 들리기 일쑤이다. ‘한국 사법을 지킨 양심’은 법의 세태와 세태의 법을 꼬집기라도 하듯 ‘법의 양심’을 지켜 살았던 법조인 세 명을 부각시킨 평전이다.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 최대교 전 서울고검장, 김홍섭 전 서울고법원장이 그 주인공으로 한국 법조계에선 ‘법조삼성’으로 일컬어지는 인물들이다. 모두 전라북도 출신인 ‘법조삼성’은 비단 법조계뿐만 아니라 민초의 존경과 애정을 받았던 ‘선비’ 면모를 갖춘 율사들이다. 국민으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법조인으로 꼽히는 김병로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를 무료 변론했으며 해방 후에는 반민족특별법에 반대한 이승만 대통령을 공개비판한 일화로 유명하다. 화강 최대교는 서울지검장 시절 압력에 굴하지 않는 수사를 통해 검찰 양심을 지킨 법조인으로 평가받는다. 그런가 하면 천주교 신자였던 김홍섭은 청빈·검소한 생활로 법조계와 신앙계의 모범으로 숭앙된다. ‘법학을 가장 잘 배우는 길은 위대한 법사상가의 생애를 배우는 길’이라는 독일 법철학자 라드부르흐의 말 그대로 책은 사법권에 대한 외압과 회유가 만연하던 시절 법을 바로 세우기 위해 고뇌하고 몸부림쳤던 양심적 법조인들의 숨결과 발자취를 그대로 느끼도록 만들어졌다. 어릴 적 성리학을 배워 의병활동을 했으며 신학문을 익혀 법조인의 길에 들어섰던 김병로는 대법원장 시절 이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대목이 도드라진다. 서울지검장 시절 백범 김구 피격사건을 지휘한 최대교는 현직 장관을 기소해 자리에서 축출되는 과정이 드라마처럼 다가온다. 인간의 기본적 인권과 양심에 바탕한 재판을 진행하면서 수감자들을 사랑으로 돌본 ‘사도법관’ 김홍섭의 삶도 인상적이다. 전주지방법원 박형남 법원장의 제안에 따라 만들어진 평전은 역사·인문학 교수를 포함한 10명이 작업에 참여해 법을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도 이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인문학적 요소를 가미한 게 특징이다. 그동안 ‘법조삼성’과 관련해 잘못 알려진 부분들도 상당수 바로잡았다고 한다. 물론 이들을 통해 책이 보여주고 싶은 으뜸의 메시지는 “고매한 인격과 대쪽 같은 성품, 청렴한 사생활, 법의 지배와 사법의 독립에 대한 신념과 용기”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낡은 관념 벗어나 참된 ‘나’를 찾으려면

    낡은 관념 벗어나 참된 ‘나’를 찾으려면

    KBS 1TV는 5일 밤 11시 30분 ‘창의인재 프로젝트 생각의 집’을 방송한다. ‘당신은 누구인가’를 주제로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가 진행하는 건명원 제5강이다. 최 교수는 묻는다. “당신은 참된 너 자신으로 존재하는가?”라고. 삼풍백화점 붕괴부터 세월호 침몰까지 그동안의 재난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준비와 훈련이 부족한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을 나타낸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신아구방’(新我舊邦)의 사상으로 ‘나의 낡은 나라를 새롭게 하라’고 외쳤듯이 이제 우리는 기존의 관념에서 나와 부지런한 지적 활동을 할 때라는 점을 강조한다. 최 교수가 말하는 혁신은 눈에 보이는 것만 대충 해결하는 대증요법이나 이미 주어진 가치관에 대한 선택과는 다르다. 온전한 덕을 갖고 주체적으로 나 자신을 기울여 이질적인 것들에서 동질성을 찾을 수 있는 참된 ‘나’를 찾아야 한다. ‘창의인재 프로젝트 생각의 집’은 건축학, 철학, 기호학, 물리학, 뇌과학, 서양사 등 각 분야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중진 학자 8명이 주축이 돼 기획한 건명원의 강의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인문-과학-예술 혁신 프로그램’을 내걸고 시작한 건명원 강의는 올 초 만 19~29세의 학생과 일반인 30명을 모집하는 데 무려 900명이 몰려들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개강 이후 매달 첫째·셋째 수요일에는 인문학, 과학, 예술 분야의 강의와 토의 수업이, 둘째·넷째 수요일에는 최 교수의 노자 강의,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의 키케로 ‘국가론’의 강독과 암송 수업이 준비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사유의 무대서 찾은 영화 속 인문학

    사유의 무대서 찾은 영화 속 인문학

    씨네샹떼/강신주·이상용 지음/민음사/880쪽/3만 3000원 대한민국에서는 한 해 1억명이 영화를 본다. 그런 가운데 ‘영화도 인문학’이라는 도발적인 선언을 한 이들이 있다. 철학자 강신주와 영화평론가 이상용은 영화를 텍스트 삼아 그 안에서 인간을 둘러싼 의미망을 포착해 내려 한다. 1895년 최초의 영화가 탄생한 이래 세계 영화사를 빛낸 걸작 25편을 추렸다. 저자들은 지금껏 감상과 향유의 대상이었던 이들 영화를 사유의 시선 앞에 두고 그 안에 투영된 인간과 사회의 맨 얼굴을 성찰한다. 히치콕의 ‘싸이코’에서는 나를 보는 시선이 가져다주는 근원적인 공포를 이해하고, 김기영 감독의 ‘하녀’에서는 한국 중산층 가정의 욕망을 들여다본다. 유럽의 네오리얼리즘 영화를 통해서는 전쟁의 참상을 창조적인 현실 인식으로 타개하려는 움직임을 찾아내기도 한다. 각 영화마다 줄거리를 단편소설처럼 재구성한 시놉시스와 작가에 대한 설명을 실었으며 철학자와 비평가의 시각을 대조해 보여 줘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뤼미에르 형제에서 시작해 ‘밀리언 달러 베이비’(클린트 이스트우드)까지 유명하거나 다소 생소한 작품들을 쭉 훑다 보면 120년 영화의 역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용산, 고등학생들 적성 찾기 든든 지원군

    용산구가 고등학생에게 전공 및 진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전공연구 및 진로적성계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30일 밝혔다. 일반계 7개 고등학교 1·2학년이 대상이며 대학 학제와 유사하게 인문, 자연과학, 예체능 등 학부 체험을 할 수 있다. 한식조리, 커피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 과정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자격증 과정은 3학년도 참여할 수 있다. 참여 학교는 배문고, 보성여고, 성심여고, 신광여고, 오산고, 용산고, 중경고 등이다. ‘일반 전공연구 프로그램’은 인문학부, 어문학부, 경상학부, 사회과학부, 자연과학부, 생활과학부, 예체능부 등 7개 학부 834개 강좌를 운영한다. 예를 들어 사회과학부에는 영어 토론 및 모의유엔 활동반, 신문 사설 분석을 통한 정의론 탐구, 정치외교 전공연구, 신문 전공연구 등이 개설됐다. 이 프로그램은 해마다 학기별로 2회 운영한다. 1학기는 4월부터 8월까지, 2학기는 9월부터 11월까지다. 일반 전공연구는 학기별로 각각 3시간씩 7회 토요일마다 운영하며, 자격증 과정은 8~30회 과정으로 진행된다. 구가 학생 수강료의 50%를 지원하며 저소득층 학생은 무료다. 또 일반 전공연구는 성심여고에서, 자격증 과정은 용산여성인력개발센터와 한국커피교육센터에서 진행된다. 교육을 받으면 구청장과 해당 고등학교장의 공동 명의로 수료증을 발급하며 학교생활기록부에도 기재된다. 성장현 구청장은 “이 프로그램들이 입시와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해소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면서 “학생과 학부모가 공교육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근로자의 날, 무슨 책 읽는 게 좋을까?

    근로자의 날, 무슨 책 읽는 게 좋을까? 교보문고의 회원제 지식 콘텐츠 서비스 ‘북모닝CEO’는 다음 달 1일인 근로자의 날을 앞두고 ‘2015 직장인 필독서’ 5권을 29일 선정했다. 선정된 도서는 최진석의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위즈덤하우스), 피터 틸·블레이크 매스터스의 ‘제로 투 원’(한국경제신문사), 장하준의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부키), 에릭 슈미트·조너선 로젠버그의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김영사), 김정운의 ‘에디톨로지’(21세기북스)다. 필독서 목록은 지난해 5월 이후 출간된 도서 가운데 북모닝CEO 회원들이 투표로 10권을 선별했다. 또 ‘시골의사’ 박경철과 개그맨 이윤석 등 9명의 ‘북멘토’가 심사해 최종 5선을 뽑았다. 북멘토는 주제의 흥미성과 내용의 신뢰성, 편집·번역 완성도 등 7개 항목을 기준으로 평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현장 블로그] 인문대 대표들 ‘외로운 투쟁’

    지난 25일 오후 5시 서울 성동구의 한양대 인문관. 주말 오후 25명의 학생이 머리를 맞대고 앉았습니다. 전국 15개 대학 학생들이 ‘제1차 전국 인문계열 대표자 회의’를 열었습니다. 이들은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 평가를 위해 각 대학들이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인문대가 희생되고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뭉쳤습니다. 우리나라 교육 정책의 최고 책임자(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까지 나서서 “인문대와 사범대는 정원 감축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는 터니까요. 인문대 대표자들은 각자 학교의 ‘인문대 수난사’를 공유했습니다. 부산대생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부산 지역에 ‘철학과’가 있는 대학이 4~5곳은 됐는데 지금은 1곳뿐”이라고 했습니다. 박용성 재단 이사장의 사퇴까지 불러온 ‘대학 구조개혁의 뜨거운 감자’ 격인 중앙대 학생의 발언이 가장 길었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학교 측이 ‘학생들이 상상할 수 없는 구조조정 계획안을 발표하겠다’고 하더니 지난 2월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안을 터뜨리더군요.” 씁쓸한 웃음이 터졌습니다. 힘을 모아야 할 다른 학우들의 외면도 이들의 고개를 떨구게 했습니다. 하나같이 “학내 지지 세력이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건국대생이 “공대, 경영대 등 잘나가는 단과대학에서는 우리에게 관심도 없다”고 말하자 침묵이 이어졌습니다.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인 거죠. ‘중앙대 사태’ 때도 학생 커뮤니티인 ‘중앙인’에서는 “취업률 위주로 학교가 개편돼야 한다”며 학교 측의 구조개정안을 찬성하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이들은 다음달 서울 보신각 앞에서 ‘교육콘서트’를 열고 동병상련을 앓고 있는 사범·예술계열 학생들과 연대할 것을 결정하고 자리를 파했습니다. 회의에 초청된 윤지관(덕성여대 영문학과 교수) 한국대학학회 회장은 “근대 대학의 기틀을 세운 칸트는 대학에는 사회적 필요에 부응하는 실용 학문과 사회를 비판하는 기능을 갖춘 학문이 있어야 된다고 봤다. 후자가 바로 인문학”이라고 말했습니다. 사회의 목탁이 될 인재들의 얼굴에 왜 그늘이 드리운 걸까요. 인생과 진로를 고민하기에 앞서 학과 통폐합부터 걱정해야 하는 청년들의 슬픔이 더 많은 공감대를 얻기 바라 봅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신영복 교수의 마지막 강의 강자의 패권적 지배 꾸짖다

    신영복 교수의 마지막 강의 강자의 패권적 지배 꾸짖다

    담론/신영복 지음/돌베개/428쪽/1만 8000원 신영복(74)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1988년 20년의 감옥 생활을 마친 뒤 그 안에서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글을 모아 1990년 내놓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됐다. 당시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을 두 눈으로 목격하며 혼란스러웠던 이들은 이념적 대안 부재의 세상을 받아들이기가 힘겨웠다. 신 교수의 책은 거침없이 내달려 온 이념의 시대에 대해 성찰하고 반성할 수 있는 한 줄기 빛이 됐다. 그 책을 비롯해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숲’, ‘강의’ 등에 이르기까지 박제화된 동양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했고, ‘지금, 여기’의 문제와 맞닿게 했으며, 거기에 따뜻한 입김을 불어넣었다. 그의 잇단 저서들은 인류의 오래된 지혜가 담긴 고전에 눈을 돌리게 했고, 그 안에서 또 다른 길을 찾게 했다. 전사회적으로 대중적인 인문학 공부의 첫 단추를 끼웠다. 신 교수는 여러 저서로 유명하지만 오히려 강단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그는 1989년 성공회대에서 강의를 시작해 2006년 정년퇴임 뒤에도 석좌교수로서 계속 대학원에서 ‘인문학 특강’ 한 과목의 강의를 맡아 왔다. 지난해 2학기를 마지막으로 그마저도 끝냈다. 이제 더이상 대학 강단에서 그의 강의를 들을 길은 없게 됐다. 최근 펴낸 ‘담론’은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실제로 그의 마지막 강의를 녹취했고, 마지막에 썼던 ‘강의노트 2014-2’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동양고전의 명저인 ‘시경’, ‘주역’, ‘논어’, ‘맹자’, ‘한비자’를 바탕으로 현대사회를 읽어 내는 제1부 ‘고전에서 읽는 세계 인식’과 20년 20일 동안의 수형 생활에서 보고 느끼고 배우고 깨달은 바를 엮은 제2부 ‘인간 이해와 자기 성찰’로 구성돼 있다. 책을 관통하는 핵심 화두는 ‘관계론’이다. 신 교수의 마지막 강의 내용들은 물이 흐르듯 얽매이지 않는다. 때로는 봄날의 훈풍처럼 따뜻하게 감싸 안고, 때로는 가을날 서릿발처럼 매섭게 질타한다. 그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관용과 공존의 논리인 화(和)와 달리 지배와 흡수합병의 논리를 담은 동(同)의 논리가 판치는 현실 속 강자의 패권 지배구조를 비판한다. 또 위선(僞善)과 위악(僞惡)의 생생한 사례를 들며 실체를 직시하지 못하도록 눈을 가리는 장치에 현혹되는 인간 이해의 천박함을 지적한다. 예컨대 시위 현장의 붉은 머리띠는 단결과 전의를 과시하는 약자들의 위악적 표현인 반면, 강자들은 엄숙하고 정숙한 법정으로 상징되는 위선적 방법과 논리를 구사한다는 얘기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현장 행정] “자연 닮은 한옥으로 아름다운 도심 조성”

    [현장 행정] “자연 닮은 한옥으로 아름다운 도심 조성”

    “도심의 보존과 복원, 그 중심은 한옥입니다.” 22일 테마한옥도서관인 청운동 청운문학도서관에서 기자들을 만난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청운시민아파트가 사라지고 공원이 생긴 뒤 방치된 시설을 없애고 인왕산의 풍경을 해치지 않는 한옥도서관을 만들었다”면서 “시민들이 휴식·사색·창작의 공간으로 이용하면서 한옥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자의 창으로 보는 작은 정원과 폭포, 수제 기와와 뉴타운 지역에서 철거된 기와의 조화가 좋은 평을 받고 있다. 미리 신청하면 서당체험, 인문학 강연, 문학창작교실 등의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이곳에서 5분 남짓 걸으면 도착하는 윤동주문학관은 용도 폐기된 수도가압장과 물탱크를 리모델링했다. 위로 뚫린 사각의 하늘을 전시품으로 만든 제2전시실과 윤동주가 갇혔던 후쿠오카 형무소의 분위기를 재현한 제3전시실의 대조적인 건축미로 지난해 서울시 건축상을 받았다. 휴일이면 하루 1000명이 다녀간다. 윤동주는 연희전문학교에 재학하던 시절 누상동에서 하숙을 하며 인왕산을 산책하곤 했는데 그 기록을 모태로 삼았다. 구의 한옥 복원 사업은 석파정에 이르자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조선 고종 때의 중신인 김흥근(안동 김씨)의 소유인데 흥선대원군이 집권 후에 별장으로 이용했다. 김 구청장은 “당시 왕이 묵으면 왕의 소유가 되는 관습이 있었다는데 고종이 하룻밤 묵은 후 김흥근이 헌납했다”면서 “이후 어린이집으로 이용되기도 했는데 현재는 개인 소유로 시 보호수 60호인 노송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는 청운문학도서관뿐 아니라 혜화동 주민센터, 무계원, 도담도담한옥도서관 등 많은 공공건물을 한옥으로 건립했다. 구기동에는 한옥철거자재 재활용은행을, 옥인동에는 세종마을한옥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 체험관은 지상 1층, 지하 1층의 규모에 전통문화체험관, 한옥전시관, 다도 체험을 하는 문화사랑방이 자리하고 있다. 구는 2012년에는 한옥체험살이 운영 및 지원에 대한 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이를 근거로 체류형 관광 한옥 체험살이를 운영하는 곳에 운영비를 지원하고 북촌의 한옥 공방을 활성화하고 전통공예 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 김 구청장은 “구는 편리하고 아름답고 장인의 혼이 느껴지는 도시를 만들려 노력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한옥이 있다”면서 “자연을 닮은 집 한옥이야말로 한국인에게 가장 잘 맞고 우리가 보존해야 할 전통 건축디자인”이라고 말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선명하게 잡아낸 詩語의 단선들

    선명하게 잡아낸 詩語의 단선들

    우리 문단의 대표적인 서정시인 문태준(45)이 돌아왔다. 관계, 죽음, 불교적 사유 등 등단 이후 20여년간 천착해오던 주제들을 더 짧고 선명한 시적 언어로 담아냈다. 불교적 사유가 도드라졌던 ‘먼 곳’ 이후 3년 만에 낸 여섯 번째 시집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창비)에서다. 지난해 서정시학작품상을 받은 ‘봄바람이 불어서’를 비롯해 64편이 실렸다. ‘드로잉 연작’ 14편은 이번 시집에서 시인이 추구한 ‘짧고 선명한 시적 언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나를 떠나려네//야위어서/흰 뼈처럼/야위어서//이젠 됐어요/이젠 됐어요//보잘것없는/나/툭툭 내던지는/비’(가을비·드로잉 6) “드로잉은 사물의 움직임이나 특징을 잡아내 단선으로 그린 그림이다. 드로잉처럼 사물이나 사건, 마음을 움직인 것들을 선명한 이미지로 쓰고 싶었다. 선명한 언어로 쓰면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 독자들에게도 의도가 오해 없이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 언어를 아껴 여백도 생기고 비교적 단일한 걸 이야기하기 때문이 시가 조금 쉬워진 측면도 있다.” 시인에게 ‘관계’는 여전히 제일 화두다. 이번에도 대상과 대상, 존재와 존재, 생명과 생명 사이의 수평적 관계를 탐구했다. 문학평론가 이광호는 이를 ‘수평적 상상력’이라고 했다. ‘노랗게 잘 익은 오렌지가 떨어져 있네/붉고 새콤한 자두가 떨어져 있네/자줏빛 아이리스 꽃이 활짝 피어 있네/나는 곤충으로 변해 설탕을 탐하고 싶네/누가 이걸 발견하랴,/몸을 굽히지 않는다면/태양이 몸을 굽힌, 미지근한 어스름도 때마침 좋네/누가 이걸, 또 자신을 주우랴,/몸을 굽혀 균형을 맞추지 않는다면’(몸을 굽히지 않는다면) ‘귀휴’(歸休)에선 인간 중심의 생각을 벗어나 ‘닭에게 마당을 꾸어 쓰는’ 데까지 시적 상상력이 미친다. 마당 주인을 집주인이 아니라 마당에서 사는 닭으로 설정, 서로가 서로에게 존엄한 관계임을 역설했다. 시인은 “우열이 없는 대등한 관계는 내 눈높이와 지위를 상대와 같은 위치에 두고 권위나 선입관을 버리고 상대와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죽음·이별도 파고들었다. 고정돼 있지 않고 계속 변화하다 어느 시점엔 사그라지는 존재의 속성을 들여다봤다. 임종을 앞둔 친척 병문안 때 보고 느꼈던 걸 쓴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이 대표적이다. ‘당신은 나조차 알아보지 못하네/요를 깔고 아주 가벼운 이불을 덮고 있네/한층의 재가 당신의 몸을 덮은 듯하네/눈도 입도 코도 가늘어지고 작아지고 낮아졌네/(중략) 나는 이 세상에서 혼자의 몸이 된 당신을 보네/오래 잊지 말자는 말은 못하겠네/당신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네/우리들의 마지막 얼굴을 보네’(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친척께선 호흡을 겨우 하고 계셨다. 그 모습에서 태어나는 순간과 비슷한 상태로 돌아가 있는 생명의 끝자락을 봤다. 몸이 갖고 있던 욕망의 불도 다 꺼지고 세속적 기준으로 가치 있다고 봤던 것들도 다 내려놓고 오롯이 하나의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가 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생의 삶이 지나치게 물질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것 같다.” 등단 초기의 불교적인 시선도 여전히 예리하다. ‘밝은 곳과 어둔 곳의 경계가 사라졌습니다 눈두덩과 눈, 콧부리와 볼, 입술과 인중, 목과 턱선의 경계가 사라졌습니다 안면의 윤곽이 얇은 미소처럼 넓적하게 퍼져 돌 위에 흐릿하게 남아 있을 뿐이었습니다’(여시·如是) 마애불을 보고 돌아와서 쓴 여시에선 자신의 본래 면목에 대해 물음을 던졌다. 여시는 여시아문(如是我聞·나는 이렇게 들었다)의 여시로, ‘있는 그대로를 보면 그러하다’라는 의미다. “비바람에 깎이면서 모든 경계가 흐릿해진 마애불을 보면서 마애불의 불성을 떠올렸다. 형체는 사라지더라도 마애불이 본래 갖고 있는 면목, 이를테면 자비나 사랑의 마음이 내게도 있는지, 내 본래 면목은 무엇인지를 생각했다.” 199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처서 외 9편이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인은 등단 21년을 돌아보며 “시 쓰는 순간이 제일 행복하면서도 늘 두렵고 조심스럽다”고 했다. “시를 쓸 수 있는 조건들이 예민한 것 같다. 아무 때나 시를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시가 태어나는 조건들을 생활 속에서 유지해 가는 게 여전히 어려운 것 같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본죽, 문화지원사업 ‘동대문 쪽방촌 문화교실’ 40회 맞아

    본죽, 문화지원사업 ‘동대문 쪽방촌 문화교실’ 40회 맞아

    본아이에프가 운영하는 웰빙 죽 프랜차이즈 '본죽’은 지난 2011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동대문 쪽방촌 문화교실’이 40회를 맞았다고 밝혔다. 본죽의 ‘동대문 쪽방촌 문화교실’은 2011년 10월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쪽방촌 인근 주민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매월 진행되고 있으며, 40회를 맞이할 정도로 본죽의 대표적인 사회 공헌 활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쪽방촌 섬김 사업으로도 불리는 본죽 문화교실은 주민들을 위한 행복과 희망의 교실을 만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인문학강좌, 희망강좌, 연극, 클래식공연, 레크리에이션, 시낭송 등의 다양한 문화 체험 프로그램 및 관련 강의가 진행되며, 정기적으로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을 초대해 재능기부의 자리로도 활용되고 있다. 본아이에프 경영지원실 이진영 실장은 “문화교실의 시작은 쉽지 않았다. 가만히 앉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거나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을 건강하게 표현하는데 익숙하지 않았던 일부 참여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난관에 부딪쳤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목표 아래 매월 지속적으로 진행시켜 왔고 점진적인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본죽, 본도시락 등 다양한 브랜드로 고객들의 큰 사랑을 받아 온 만큼 본아이에프는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자립을 돕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본죽 ‘동대문 쪽방촌 문화교실’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진행되며, 관심 있는 누구나 재능기부 및 자원봉사자로 참여할 수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삶 속에 얼룩진 일곱 가지 연민 여덟 가지 상실

    삶 속에 얼룩진 일곱 가지 연민 여덟 가지 상실

    50대 중견 작가인 소설가 정길연(54)과 함정임(51)이 소설집을 나란히 출간했다. 작품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서로 다르지만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깊어졌다. 장편소설 ‘변명’으로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정길연은 8년 만에 소설집 ‘우연한 생’(은행나무)을 냈다. 연민 때문에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희생하는 여성, 속악한 세상 이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방황하는 여성 등 다양한 여성을 그린 일곱 편의 단편소설이 실렸다. 연민의 사랑으로 모든 것을 감싸 안은 여성들의 삶을 다룬 ‘수상한 시간들’과 ‘자서, 끝나지 않은’은 이번 소설집의 주제 의식을 함축적으로 보여 주는 수작들이다. ‘수상한 시간들’ 속 여주인공 ‘나’는 잘 알지도 못하는 옛 회사 동료의 임종을 지키고 장례식까지 떠맡는다. ‘자서, 끝나지 않은’ 속 여주인공 ‘나’는 조폭 출신의 두 번 이혼한 경력이 있는 열세 살 많은 남자와 결혼해 남의 배로 낳은 아이 둘과 자기 배로 낳은 아이 둘을 기른다. 노년엔 거동조차 못하는 남편을 병수발한다. 두 작품 속 여성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피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연민에 이끌려 외면하지 못한다. 문학평론가 방민호는 “정길연은 사랑보다 연민을 깊이 품은 여성을 그린다고나 할까. 물론 사랑이 모든 것의 처음이자 끝이지만 남녀 관계에서는 연민이야말로 숭고한 사랑인지도 모른다”고 평했다. 1984년 중편소설 ‘가족 수첩’으로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작가는 등단 31년을 돌아보며 “스물넷 청춘에 들어선 길에서 나의 실질을 의혹하고 원망하고 지긋지긋해했다. 야반도주하듯 골방을 몰래 뜨고도 싶었다. 4월의 구근(球根)처럼 다행히도 조금씩 생기가 돋는 듯하다. 이참에 기지개를 켜리라”고 했다. 등단 25년을 맞은 소설가 함정임(51)도 5년 만에 여덟 번째 소설집 ‘저녁 식사가 끝난 뒤’를 냈다. 2007~2013년 발표된 작품들을 묶은 것으로, 2012·2013년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에 각각 실렸던 ‘저녁식사가 끝난 뒤’, ‘기억의 고고학-내 멕시코 삼촌’을 비롯해 8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됐다. 작품들을 꿰는 주제는 상실이다. 프랑스 여행 중 접한 P선생의 부고 소식에 황망함을 느끼는 부부(‘저녁식사가 끝난 뒤’), 의미를 이해하기엔 너무 어렸기 때문에 더욱 공포스러웠던 죽음의 기억을 떠올리는 여자(‘기억의 고고학-내 멕시코 삼촌’), 길을 건너던 중 받아든 전화 속에서 느닷없이 옛 연인의 부고를 듣게 되는 남자(‘오후의 기별’) 등 각 작품 속에 상실의 흔적이 오롯이 새겨져 있다. 문학평론가 이소연은 “함정임의 소설은 세계와의 부단한 만남을 통해 우리에게 모든 것의 중심에 상실이 있다는 치명적인 진실을 알려주고 있는지 모른다”며 “그의 이야기가 펼쳐 내는 ‘노마드’적 상상력은 그 자리에서 부동하는 상실의 흔적에 대항하는 삶의 몸짓이며 불가항력의 침묵을 파고드는 수다한 소리의 습격일 것”이라고 평했다.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광장으로 가는 길’로 등단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인문학 살리기 대작전’ 2000억원 추가 지원한다

    교육부가 내년부터 2년 동안 인문학 진흥에 모두 2000억원을 추가 지원한다. 인문학 관련 예산을 늘려 대학들의 인문학과 구조조정을 완화하고 대학생들을 위한 인문학 교양 강좌도 늘리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6월에 발표 예정인 인문학 진흥 종합방안과 관련, “지역거점 국·공립대를 중심으로 인문학과 기초학문을 강화할 계획이며 2000억원 이상을 추가로 지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2년 동안 고등교육 전체 예산을 1조 5000억원 늘리고, 이 가운데 2000억원을 인문학 진흥에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올해 인문학 관련 예산은 대략 1000억원 규모다. 내년부터 인문학에 추가 투입되는 재원은 기존의 인문학자에 대한 지원 대신, 대학 인문학과나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교육부는 대학의 인문학 교육과정과 프로그램 등을 평가한 뒤 지원금을 주게 된다. 이를 통해 대학의 인문학과 구조조정이 완화되고, 대학생의 인문학 소양도 강화할 수 있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인문학과에 대한 지원이나 대학생들에 대한 인문학 예산은 거의 없다”며 “기존 인문학자들에 대한 지원과 별도로 대학이 어떻게 인문학 관련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학생들을 위한 교양교육을 어떻게 운영하는 지를 따져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학가에서는 교육부의 구조조정과 모순되는 정책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중기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한신대 사회학과 교수)은 “교육부가 인문학 관련 예산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교육부의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학의 인문학과들은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대학들은 교육부의 구조조정 칼바람에 날아갈 확률이 크다”고 지적했다. 황 부총리는 서울외고와 영훈국제중이 특목고·특성화중 지정취소 대상이 된 것과 관련, “학교를 바꾸는 것은 학생들에게 너무 큰 충격”이라면서 “신중하게 접근하고 많은 기회를 주면서 가급적 보완해 주는 것이 옳은데 진행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커버스토리] 대기업 취업 하늘의 별따기

    [커버스토리] 대기업 취업 하늘의 별따기

    ‘노동 착취가 공포가 아니라 노동을 착취당하지 못하는 게 공포다.’ 지난 2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청년(15~29세) 실업률은 9.2%로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체감실업률(일을 더하고 싶으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을 포함)은 11.9%로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니, 일자리에 대한 갈망을 ‘공포’로 표현한 박노해 시인의 말이 결코 과장은 아니다. ●삼성 합격률 4.5%, 연수원은 4.4% 최악의 취업난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상반기 주요 그룹의 채용 시즌이 열렸다. 올해도 어김없이 소수 대기업들에 수십만명의 취업준비생들이 몰려 고시에 맞먹는 입사 레이스에 돌입했다. 지난 주말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을 시작으로 18~19일에는 LG, CJ, 금호아시아나 등 5개 그룹의 대졸 공채 시험이 치러진다. 이들 취업 준비생이 ‘대기업 취업’에 성공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17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 통계 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4년제 대학 졸업자 가운데 진학자, 입대자, 취업 불가능자, 외국인 유학생, 제외인정자 등을 제외한 순수 취업 대상자는 모두 25만 8978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상·하반기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에 지원한 응시자는 20만명(추정치). 취업 재수생, 삼수생을 고려하더라도 삼성 쏠림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은 지난해 약 9000명의 신입사원을 뽑았다. 이는 SSAT 응시자 가운데 실제 삼성 배지를 단 비율이 4.5%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시험의 특수성이나 숫자 속 허수를 감안해야겠지만 이는 ‘바늘구멍’으로 통하는 사법시험 합격률에 맞먹는다. 실제 2013년 사법시험에는 6862명의 응시자가 몰렸고 이 중 306명이 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해 사법시험 합격률은 4.4%라는 계산이 나온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 연구교수는 “글로벌 위기를 거치면서 높은 보수와 안정성이 보장되는 극히 일부 대기업에 사람이 몰릴 수밖에 없다”면서 “‘내가 다니는 회사=나’라는 평판을 중요하게 여겨다 보니 극소수 대기업에 쏠림 현상이 일어난다”고 분석했다. ●“평판 중요시… 일부 대기업에만 몰려” 또 인문학, 역사 등을 강조하며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는 대기업 필기시험에 대해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소수를 선발해야 하기 때문에 입사 시험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면서 “장벽이 높을수록 기업에 대한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심리적인 측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안원경 인턴기자 cocang4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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