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인문학
    2026-08-06
    검색기록 지우기
  • 힙합
    2026-08-06
    검색기록 지우기
  • 용기
    2026-08-06
    검색기록 지우기
  • 부친상
    2026-08-06
    검색기록 지우기
  • 우크라
    2026-08-0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281
  • “인간 성찰의 눈으로 서울 문제 바라보자”

    “인간 성찰의 눈으로 서울 문제 바라보자”

    “서울의 문제를 해결할 패러다임은 개발과 기능 위주 접근에서 인간과 도시에 대한 성찰로 변해야 합니다. 이번이 그 첫걸음입니다.” 김수현 서울연구원 원장은 29일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의 인문학’ 출판기념회에서 책 기획의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김 원장은 “지난 50년간 도시에 대한 기능적 접근으로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를 만들어 왔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자살 1위로 이 도시의 미래에 두려움이 생기고 있다”면서 “인문학적 통찰로 행복과 가치를 찾는 서울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인문학’은 서울시의 싱크탱크인 서울연구원과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가 함께 한 작업으로 문학, 역사학, 건축학, 철학 등의 분야 학자 12명이 2011~2015년간 변화한 서울의 내면을 연구한 단행본이다. 서울광장·광화문광장의 역할과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고통, 탑골공원과 종묘공원을 통한 60·70대 노인들의 욕망, 전국으로 퍼져 나간 청계천 개발의 허와 실, ‘대치동’에서 확인되는 40·50대의 승자독식과 각자도생의 이기심, 홍대와 경리단길에 몰두하는 20·30대의 문화 취향과 허세 등을 서울의 공간을 중심으로 세대별 이야기로 쉽게 풀어냈다. ‘볼로냐 협동조합’과 같은 새로운 공동체 모색도 제시했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총장은 “서울시나 국가의 정책은 시민들에게 미칠 영향을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면서 “이번 작업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기록하는 작업으로 연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류보선 군산대 교수 등 12명의 필진이 참석했으며 정희원 서울시립대 교수가 사회를 맡고 서우석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가 출판 경과를 보고했다. 권원용 전 시립대 도시과학대학장은 서평 발표에서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만든다”면서 “서울의 복잡다단한 현상을 곤충의 눈처럼 입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한 좋은 책”이라고 평했다. 글 사진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기고] 즐거운 과학교육 꿈꾸며/신영준 경인교대 과학교육과 교수

    [기고] 즐거운 과학교육 꿈꾸며/신영준 경인교대 과학교육과 교수

    최근 TV에 방영된 ‘응답하라 1988’ 드라마를 보면서 불과 한 세대 전 이야기이지만 “그땐 저런 점이 좋았어”, “저런 점은 좀 아니었어”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먼 훗날 ‘응답하라 2015’에서 좋은 모습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본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창의융합형 인재’라는 다소 추상적이지만 절제된 구호가 자리 잡고 있다. 미래의 인재를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추고 바른 인성을 겸비해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다양한 지식을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으로 정의한 것에는 크게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구호 아래 시작된 이번 교육과정 개정에서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과학교육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가 중요한 과제였다. 지금까지 교육과정은 학습자가 도달해야 할 지식 위주로 구성돼 미래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을 시작으로 개정 작업이 진행됐다. 창의융합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2015 개정 과학교육 과정에는 과학적 문제 해결력, 과학적 탐구능력, 과학적 사고력, 과학적 의사소통 능력, 과학적 참여와 평생학습 능력을 학생들이 함양하기를 기대하는 교과 역량으로 꼽았다. 그리고 ‘학습내용’과 함께 학생들이 성취해야 하는 능력, 즉 ‘기능’을 중심축으로 성취 기준을 진술하는 좀 더 진일보한 교육과정을 추구했다. 또한 학생들이 성취해야 하는 핵심 개념이 초·중·고를 거치면서 어떻게 전개되는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내용 체계표로 제시해 학습의 전이를 높이고 심층적인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그리고 기존 과학과의 학습 내용을 핵심 개념으로 정선해 보다 많은 수업 시간을 실험·실습 시간으로 할애하고 협동학습, 토론·토의 등 학생 참여형 수업으로 개선했다. 무엇보다 교사의 일방적인 지식 전수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다양한 자연현상을 융복합적으로 통찰하고 주어진 과제에 대한 해결책을 스스로 찾아가는 수업을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 관찰, 실험보고서, 포트폴리오 등 과정 중심 평가로 개선한 것은 의미 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학부모나 학생들은 이러한 개정 교육과정 자체보다는 오히려 교과서가 훨씬 피부에 와 닿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취지의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진실로 효과적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교과서 개발진들이 교육과정의 철학을 제대로 반영해 학교 현장에 필요한 교과서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전국의 과학 교사들이 새로운 교수·학습과 평가 개선 등 교실수업 개선을 위한 논의를 진지하게 할 수 있는 근거와 바탕은 마련됐으니 그에 걸맞은 연수도 개설돼야 할 것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가 제대로 구현된다면 훗날 ‘응답하라 2015’에서 과학 이론이나 지식을 어렵게 암기하는 과학 교육이 아니라 실험과 탐구활동이 중심이 되는 즐거운 과학 교육으로 기록될 것이다. 무엇보다 학교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실험하고 탐구하는 배움의 즐거움을 경험하고 나아가 노벨상을 꿈꾸는 창의 융합형 인재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 지하서 잠자던 도산 안창호 옛 묘비 빛 본다

    지하서 잠자던 도산 안창호 옛 묘비 빛 본다

    ‘배우는 일 마다 않고… 조국 광복 도모’ 이광수가 비문 지어… 새달 1일 제막식 도산 안창호 선생의 옛 묘비가 43년 만에 원래 있던 서울 중랑구 망우리공원으로 돌아왔다. 26일 한국내셔널트러스트와 서울시설공단 등에 따르면 강남구 도산공원 도산안창호기념관 지하에 있던 이 묘비가 지난 24일 망우리공원 ‘도산 묘터’로 옮겨졌다. 1973년 안 선생의 묘가 도산공원으로 이전하며 옛 묘비도 그곳으로 옮겨갔다. 이후 2005년 새 묘비가 설치되면서 옛 묘비는 도산기념관 지하에 보관돼 왔다. 1955년 세워진 이 묘비의 비문은 안 선생의 지인인 소설가 춘원 이광수가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글씨는 서예가 소전 손재형, 원곡 김기승이 썼다. 묘비의 앞면에는 한자로 ‘배우는 일을 마다 않고 앎을 지극히 하며 조국의 광복을 도모하다. 가르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고 덕을 실천하며 훌륭한 글을 남겨 백성을 편안케 하다. 생각이 곧아 거짓이 없으며 사랑으로 사람을 사귀어 춘풍같은 온화한 기운이 퍼지다. 공을 앞세워 사욕이 없으며 진정으로 일을 추진해 추상같은 위엄을 갖추다’라고 쓰여 있다. 뒷면에는 안 선생의 이력이 적혀 있다. 안 선생의 옛 묘비 이전은 망우리공원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 중 하나다. 내셔널트러스트는 서울시 용역으로 2014년부터 망우리공원에서 역사·문화를 교육하는 ‘인문학 길’을 조성하는 사업을 해 왔다. 망우리공원 묘지는 1938년 세상을 뜬 안 선생이 유언으로 정한 곳이다. 안 선생은 2년 먼저 눈을 감은 애제자이자 독립운동가인 유상규 선생의 묘가 있는 망우리공원에 묻히고 싶다고 했다. 유 선생은 도산이 3·1운동에 참여하고 중국 상하이로 망명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활동을 할 때 비서를 지낸 인물이다. 안 선생의 옛 묘터는 유 선생의 묘와 가까이에 있다. 서울시설공단은 3·1절인 다음달 1일 망우리공원에서 묘비 제막식을 한다. 이날 행사에는 안 선생의 조카사위 김봉성씨의 아들인 김선영씨, 서상목 도산기념사업회 이사장, 이윤배 흥사단 이사장 등이 참석한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역사학·건축학… 12가지 학문으로 바라본 서울의 속살

    역사학·건축학… 12가지 학문으로 바라본 서울의 속살

    서울의 인문학/류보선 외 11명 지음/창비/328쪽/1만 8000원 도시는 렌티큘러와 비슷하다. 보는 각도를 조금만 달리해도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서울의 종로 2~3가를 예로 들자. 도로 북쪽은 탑골공원, 종묘공원 등이다. 이 이름들에서 가장 먼저 환기되는 건 노인들이다. 여기에 ‘박카스 아줌마’가 연관검색어처럼 끼어들며 노인들의 에로티카를 만들어 낸다. 도로 남쪽은 다르다. 팔팔한 청춘들의 거리다. 밥집, 술집, 학원 등이 줄을 섰고, 북쪽과 사뭇 다른 유형의 욕망들이 꿈틀댄다. 겨우 도로 하나를 경계로 매우 다른 삶의 풍경들이 펼쳐지는 셈이다. 영역을 확장한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 인구 1000만명의 거대도시다. 그만큼 다양한 표정을 가졌고, 어제와 오늘이 다를 정도로 변화상이 극심하다. 그러니 서울의 현재를 다층적이고 입체적으로 이해하려면 겉으로 보이는 풍경과 수치화된 자료 아래 감추어진 서울의 속살을 끄집어내야 한다. 바로 그 작업이 새 책 ‘서울의 인문학’의 지향점이다. ‘2015 서울인문학’ 프로젝트에 참여한 12명의 저자가 문학, 역사학, 사회학, 건축학, 철학 등 다양한 학문을 프리즘 삼아 여러 각도에서 서울이라는 도시를 들여다보고 있다. 류보선의 ‘광장의 꿈, 혹은 권력의 광장에서 대화의 광장으로’는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이 탐구 대상이다. 저자에게 두 광장은 우리의 사회정치적 관계가 응축돼 드러난 공간이다. 2002년 월드컵을 통해 우리 사회의 상징적 공간으로 단단히 자리잡았으나, 세월호 사고 이후 대립과 갈등의 공간으로 바뀐 징후가 뚜렷하다. 저자는 ‘멈추어 서서 대화하는 곳’으로서의 광장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염복규의 ‘서울 남촌, 100년의 역사를 걷는다’는 북촌이나 서촌 등에 견줘 상대적으로 소외된 ‘남촌’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살핀다. 저자는 일제 시기 일본인의 정착지이자 식민지배의 표상이었던 남촌에 새겨진 100년 역사를 되짚은 뒤, 남촌의 역사를 어떻게 현재에 되살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제시하고 있다. 조연정은 ‘이 멋진 도시를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를 통해 우리 사회 청년 세대가 직면한 빈곤과 절망의 현실을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이 같은 문제가 개인이나 세대에 국한되지 않은, 공동체와 시대 전체의 문제란 것을 강조한다. 김성홍은 ‘용적률’ 개념에 주목했다. 그는 ‘땅과 용적률의 인문학’을 통해 땅과 자본의 역학관계를 분석하면서 지금이야말로 건축의 ‘크기’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조절 장치를 모색해야 할 때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처음처럼(신영복 글·그림, 돌베개 펴냄) 신영복 선생이 쓰고 그린 글과 그림 중 고갱이를 모아 10여년 만에 새로 펴냈다. 초판본에 실리지 않은 90여편이 새로 추가됐다. 더불어 사는 삶을 잃은 현대인에게 큰 울림의 언약으로 다가온다. 308쪽. 1만 4000원. 예술가의 뒷모습(세라 손튼 지음, 배수희 옮김, 세미콜론 펴냄) 데미언 허스트, 신디 셔먼 등 유명 현대미술가들을 만나 그들에게 직접 “미술가란 무엇인가”를 묻고, 그들의 생생한 내면을 소개하는 책이다. 584쪽. 2만 9500원. 야누스의 여신 이은주(박명진 외 지음, 문화다북스 펴냄) 2005년 숨진 여배우 이은주의 사망 11주기를 맞아 팬들에게 지울 수 없는 감동과 눈물을 선사했던 그녀의 삶과 예술을 담았다. 9명의 저자가 배우 이은주만의 아우라를 포착했다. 264쪽. 1만 5000원. 장진우식당(장진우 지음, 에이트포인트 펴냄) 서울 경리단길의 브랜드가 된 저자가 자신의 인생과 이름을 딴 식당에 대한 기록이다. 그 기록에는 저자가 기억하고 싶은 여러 설렘들이 담겨 있다. 312쪽. 1만 4000원. 감정노동에서 나를 지키는 방법(이학은 지음, 전나무숲 펴냄) 고객이 왕이 되면 병든다. 저자는 진정한 서비스는 고객을 위하거나 고객을 향한 것이 아니라 누구보다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256쪽. 1만 3000원. 젊은 부모를 위한 백만 년의 육아 슬기(문재현 지음, 살림터 펴냄) 조상들로부터 내려온 아기 어르는 소리와 자장가를 되살려 의미를 짚어주며 아이와 교감하는 육아가 가장 가치 있는 생활 속 인문학임을 젊은 부모들에게 일러준다. 248쪽. 1만 3000원.
  • 지하서 잠자던 안창호 선생 옛 묘비 빛 보다

    지하서 잠자던 안창호 선생 옛 묘비 빛 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옛 묘비가 43년 만에 원래 있던 서울 중랑구 망우리공원으로 돌아왔다. 26일 한국내셔널트러스트와 서울시설공단 등에 따르면 강남구 도산공원 도산안창호기념관 지하에 있던 이 묘비가 지난 24일 망우리공원 ‘도산 묘터’로 옮겨졌다. 1973년 안 선생의 묘가 도산공원으로 이전하며 옛 묘비도 그곳으로 옮겨갔다. 이후 2005년 새 묘비가 설치되면서 옛 묘비는 도산기념관 지하에 보관돼 왔다. 1955년 세워진 이 묘비의 비문은 안 선생의 지인인 소설가 춘원 이광수가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글씨는 서예가 소전 손재형, 원곡 김기승이 썼다. 묘비의 앞면에는 한자로 ‘배우는 일을 마다 않고 앎을 지극히 하며 조국의 광복을 도모하다. 가르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고 덕을 실천하며 훌륭한 글을 남겨 백성을 편안케 하다. 생각이 곧아 거짓이 없으며 사랑으로 사람을 사귀어 춘풍같은 온화한 기운이 퍼지다. 공을 앞세워 사욕이 없으며 진정으로 일을 추진해 추상같은 위엄을 갖추다’라고 쓰여 있다. 뒷면에는 안 선생의 이력이 적혀 있다. 안 선생의 옛 묘비 이전은 망우리공원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 중 하나다. 내셔널트러스트는 서울시 용역으로 2014년부터 망우리공원에서 역사·문화를 교육하는 ‘인문학 길’을 조성하는 사업을 해 왔다. 망우리공원 묘지는 1938년 세상을 뜬 안 선생이 유언으로 정한 곳이다. 안 선생은 2년 먼저 눈을 감은 애제자이자 독립운동가인 유상규 선생의 묘가 있는 망우리공원에 묻히고 싶다고 했다. 유 선생은 도산이 3·1운동에 참여하고 중국 상하이로 망명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활동을 할 때 비서를 지낸 인물이다. 안 선생의 옛 묘터는 유 선생의 묘와 가까이에 있다. 서울시설공단은 3·1절인 다음달 1일 망우리공원에서 묘비 제막식을 한다. 이날 행사에는 안 선생의 조카사위 김봉성씨의 아들인 김선영씨, 서상목 도산기념사업회 이사장, 이윤배 흥사단 이사장 등이 참석한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이성 서울 구로구청장

    [자치단체장 25시] 이성 서울 구로구청장

    사람들을 그를 두고 ‘르네상스형 인간’이라고 한다. 그에게 문학세계 신인문학상(1999)을 안겨 준 수필 ‘돈바위산의 선물’은 간결하고 유려한 문체로 무장해 단숨에 읽힌다. 그 글솜씨로 행사 인사말이나 구청장 기고문을 대필 없이 직접 작성한다. 구청 곳곳에 구청장이 그린 그림들도 걸려 있다. 기억력도 비상하다. 세세한 것까지 머릿속에 저장하고, 특히 민원은 잊지 않고 꼭 결론을 낸다. 빈틈이 없으니 함께 일하는 공무원들이 피곤할 법하다. 진중하고 다소 데면데면한 성격 탓에 직원들은 섭섭할 때도 있지만 허투루 말을 내뱉지 않고 꼭 기억했다가 지키는 이성 서울 구로구청장은 직원은 물론 구로구민에게도 든든한 버팀목이다. 지난해 10월 개봉2빗물펌프장에 문을 연 발달장애 복합문화체육시설인 ‘두빛나래체육관’은 이 구청장의 특징과 철학을 대표할 만한 예다. 그가 2003년 구로구 부구청장으로 재임할 때도 장애인 생활 환경에 대한 주민들의 민원이 꾸준히 들어왔다. 이동권 확보, 전용 공간 마련, 자립 교육 등 밀려드는 민원을 하나하나 처리했지만 서울시 본청으로 복귀해 이루지 못한 민원도 많았다. 2010년 민선 5기 구청장에 취임하면서 다시 차근차근 사업을 추진했다. 장애인 시설에 대한 불편한 시선과 예산 부족을 하나둘 해결해 결국 전국에서 유일하게 발달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만들어 냈다. “숙원 사업을 해결한 것이라 작지만 보람 있었죠.” 구상한 지 12년 만에 장애인 가족의 기쁨과 감사를 한몸에 받는 이 체육시설을 두고 이 구청장은 덤덤하게 말했다. 그는 늘 그랬다.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고 말은 느릿하고 행동은 무뚝뚝했다. 민선 6기 지방선거에서 상대 후보보다 1.5배 많은 표를 얻어 이긴 것은 ‘진심이 통했다’고 할밖에. 구로구의 변화도 그의 성격과 닮아 있다. 겉보기에는 잠잠한데 속에서는 끊임없이 바뀌고 있다. 특히 교육 면에서 잔잔하지만 큰 파장을 이끌어낼 만한 변화들이 있다. “새로운 일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그는 구립구로학습지원센터, 국제화특성초등학교 등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구로구를 교육 변방으로 생각하잖아요. 더 나은 사교육을 받으러 다른 동네로 이사 가는 경우도 많고요. 그래서 전국에서 처음으로 구립학습지원센터를 만들었습니다. 여러 이유로 다양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공부법을 가르쳐 주고 교육 멘토와 연결해 주는데, 무엇보다 이곳은 ‘공교육을 응원하는 기관’입니다.” ‘구에서 학원을 만들었느냐’는 눈총도 받았다. 그는 “학원이 아니라 공공과 교육 분야에서 아이들을 위해 함께 손을 맞잡아 보자는 시도였다”고 설명하고 “공교육을 살리는 혁신 모델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국제화특성초등학교에 거는 기대가 크다. 구로구에 다문화가정 학생이 많은 점에 착안했다. 구로남, 영서, 동구로초등학교는 다문화가정 학생과 내국인 학생 수가 거의 비슷하다. 영서초등학교는 내국인이 45% 정도다. 이 구청장은 “초등학교에서부터 새로운 교육 방법이 필요하다. 지난해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과 상의해 공립국제초등학교를 만들어 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국어, 영어, 중국어 등 다국어로 수업하고 중국 초등학교와 자매결연을 해 방학 때 교류를 한다. “다문화학생이 많아지는 현상을 거부할 게 아니라 장점으로 살리는 방법을 생각해야 하는 거죠. 다문화 교육을 할 수 있는 학교가 생기고 그 학교가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구로가 교육 일번지로 탈바꿈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교육만큼이나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가 ‘복지’다. 구로의 복지는 5년째 서울시 평가 1위다.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는 ‘복지 네트워크 디딤돌 사업’에서 구청 직원과 통반장, 민간 후원자, 기업 등이 폭넓고 단단하게 연결돼 있다. 구청에서는 일주일에 최소 한 번 사례 관리 회의를 연다. 각 동의 복지담당, 방문간호사, 집수리 자원봉사, 사회복지사 등이 참여해 복지 시스템 밖에 있는 주민을 도울 방법을 찾는다. “오래되고 낡은 쪽방에만 어려운 일이 있는 건 아니에요. 동네가 멀쩡해도 속을 들여다보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구청장의 입에서 어려운 주민들의 사례가 술술 나왔다. 부부가 모두 암 투병 중이고 딸이 미성년자라 먹고사는 것도 버겁던 신도림동의 한 가족, 시어머니에게 생활비를 빼앗기며 살다가 지적 장애인 딸이 덜컥 아이를 가지면서 세 식구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수궁동의 지적 장애인 여성 등 눈물겨운 사연이었다. 사례 관리 회의에서는 이런 이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고 임대주택을 주선해 준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이런 복잡한 사연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 구청장은 “경기 부천 목사 부부 사건이나 아동 학대 사건이 발생하면 간부회의에서도 논의하고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책을 찾아보자고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장기 결석자가 있는지, 학교 밖 아이들은 없는지 확인하고 학대받거나 사회 적응이 미숙한 아이들에게는 ‘꿈이 있는 대안학교’를 소개해 준다. “복지와 교육에 대한 수요는 언제나 넘칩니다. 한순간도 눈을 떼어서는 안 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차근차근 살피고 대책을 강구하면서 빈틈을 줄이고 더 나은 삶을 찾아 주고 있습니다.” 복지와 교육의 연장선에서 그가 올해 큰 기대를 거는 사업이 있다. 개발 소외 지역인 가리봉동의 가족통합지원센터다. “우리나라 산업 발달의 초석이 된 지역인데 오랫동안 낡은 지역으로 남아 있죠. 이곳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끊임없이 의견을 모은 끝에 종합적인 가족정책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족통합지원센터가 들어서는 것으로 결정됐습니다.” 총면적 4321㎡, 지하 2층에서 지상 4층 규모로 세우는 센터는 가족지원시설, 작은도서관,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등으로 구성된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건강가정지원센터의 기능도 통합한다. 국비와 시비가 각각 50억원 투입되고 여기에 구비 20억원을 투입해 총사업비 120억원 규모의 사업을 벌인다. 오는 10월 착공해 2018년에 문을 연다. “모든 지원센터를 통합해 원스톱서비스를 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향을 보여줄 것”이라는 게 그의 구상이다. 구로철도기지창 이전이 올해의 최우선 과제다. 1974년 건설된 구로차량기지는 주변 슬럼화를 일으키고 지역 개발에 지장을 준다는 판단에 따라 2005년 국책사업으로 이전이 결정됐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하던 사업은 계속 해를 넘기고 있다. 이 구청장은 “정부에서 꼭 하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벌써 끝났을 텐데 안타깝다”면서 “구민과의 약속이니 올해 꼭 끝내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그의 가장 큰 바람은 청년 일자리 확보다. 그는 “다들 절망의 언덕에 서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일할 곳이 없다는 게 진짜 안타까운 문제입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취업 준비를 하면서 한 해 면접을 몇백 번씩 보는 아이들에게 게으르다고, 눈이 높아 일자리를 가려서 취직을 못 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라며 그의 목소리가 이례적으로 높아졌다. “아무리 튼튼한 복지망으로도 이 청년들을 구제할 수 없는 것 같아 늘 안타깝다”는 그는 고용보험공단과 손잡고 문을 연 희망센터, 구로시장 안에 개장한 12개 청년가게 등 청년 일자리 정책을 조곤조곤 설명했다. 조만간 사회적기업 창업지원센터를 열어 청년들의 자립을 도울 계획도 세웠다. “우리가 가진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보려 합니다. 그래 봤자 몇 자리나 만들겠냐는 눈총도 있겠지만 사회적인 공감대와 분위기 등을 이끌어낼 수 있겠죠. 작은 희망을 주민과 청년들에게 심어 주는 한 해를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원로 인문학자 박이문 선생의 60여년 ‘지적 여정’ 속으로

    원로 인문학자 박이문 선생의 60여년 ‘지적 여정’ 속으로

    원로 인문학자이자 시인인 박이문(86) 선생의 글이 10권의 전집으로 23일 출간됐다. 미다스북스에서 펴낸 ‘박이문 인문학 전집’은 선생이 20대 시절인 1950년대 후반 발표한 시부터 최근까지 60여년 동안 남긴 글을 추려 묶었다. 박 선생은 현대 지성사에서도 인문학적 넓이와 깊이를 가진 대표적인 르네상스적 지성인으로 꼽힌다. 1950년대 프랑스에서 유학한 후 국내외에서 수십년간 철학을 가르쳤고, 저서인 ‘철학이란 무엇인가’와 ‘둥지의 철학’은 철학계의 스테디셀러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 2월 충남 아산에서 태어난 그는 1955년 사상계에 ‘회화를 잃은 세대’라는 시를 발표하며 등단한다.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27세에 ‘폴 발레리에 있어서 지성과 현실과의 변증법으로서의 시’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곧바로 이화여대 전임강사로 발탁되지만 안정된 교수직을 버리고 프랑스로 떠난다. 그가 소르본대에서 불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으며 낸 논문이 출판됐을 때 당시 파리에 유학 중이던 하스미 시게히코 전 도쿄대 총장이 책을 서점에서 접하고 저자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동양인도 이런 논문을 쓸 수 있구나” 하고 용기를 얻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평생 세계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탐구한 그는 불문학에 이어 다시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자신의 학문적인 관심을 책으로도 활발하게 저술해 100여권 이상의 저작을 남겼다. 전집은 병석에 있는 박 선생의 동의를 받아 선생과 깊은 인연을 맺고 지낸 김병익 문학과지성사 상임고문과 정대현 이화여대 철학과 명예교수, 강학순 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 철학교수, 이승종 연세대 철학과 교수 등으로 이뤄진 전집발간위원회가 구성했다. 전집은 1978년 발간된 단행본 제목이자 박 선생의 가치관을 대변하는 말인 ‘하나만의 선택’(1권)으로 시작해 ‘나의 문학, 나의 철학’(2권), ‘동양과 서양의 만남’(3권), ‘철학이란 무엇인가’(4권), ‘인식과 실존’(5권), ‘죽음 앞의 삶, 삶 속의 인간’(6권), ‘예술철학’(7권), ‘생태학적 세계관과 문명의 미래’(8권), ‘둥지의 철학’(9권), ‘울림의 공백’(10권)으로 구성됐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행복의 기술’ 알려 주는 송파

    내일부터 서천석 교수 ‘육아법’ 진행 ‘송파구에서 행복의 기술을 알려 드립니다.’ 송파구는 올해 ‘행복해지는 기술’에 대한 강의를 총 72회 연다고 22일 밝혔다. 24일 오전 10시 구청 대강당에서 열리는 서천석 교수의 ‘아이의 내면을 키우는 행복한 육아법’을 주제로 한 학부모 특강이 시작이다. ‘대한민국 대표 행복도시 송파’를 구정 목표로 내세운 송파구는 구민 아카데미와 학부모 특강, 인문학 강의 등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행복의 기술을 전파할 예정이다.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 일상의 행복, 행복한 노후 준비, 행복과 가족의 역할 등을 주제로 다양한 강의가 이뤄진다. 행복연구센터와 같은 전문기관과 함께 행복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전하고, 이웃과 인사하기 등 관계 지향적 범시민 실천운동도 확대할 계획이다. 행복 육아법을 주제로 첫 학부모 특강을 맡은 서 교수는 “괜찮아, 잘했어, 사랑해” 짧은 세 마디 말이 아이를 키운다고 이야기한다. 또 아이를 믿으면 부모의 권위는 저절로 얻는 것이라고 말한다. 서 교수에 이어 오는 25일에는 ‘우리 아이 마음을 여는 행복한 소통’을 주제로 송지희 부모력연구소 소장이 학부모 특강을 한다. 학부모 특강 참여 신청은 구 교육협력과(02-2147-2383)로 하면 된다. 3월부터 평생학습원에서는 ‘건강한 행복 찾기, 스마트 등산교실’과 ‘행복종합세트, 여행’ 등 등산과 여행을 통해 행복을 찾는 방법을 전한다. 4월부터 구민 아카데미에서 여는 ‘행복한 100세 스쿨’에서는 행복한 노후 준비 등을 주제로 강연을 한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소설가 김영하, 장하나 의원 후원회장 된 사연 “길냥이 두 마리 키웠을 뿐인데”

    소설가 김영하, 장하나 의원 후원회장 된 사연 “길냥이 두 마리 키웠을 뿐인데”

    소설가 김영하 씨가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게 된 사연이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영하 씨는 지난 18일 ‘나는 어떻게 장하나 의원의 후원회장이 되었나“라는 글을 통해 배경을 소개했다. 김씨는 ”오래 전 우리 부부는 길냥이 두 마리를 데려다 키웠는데 그 후로 동물 보호, 더 나아가 동물의 권리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 사람이 되었다“면서 ”어느 날 아내가 ’장하나 의원이라는 국회의원이 있는데 우리가 후원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장 의원이 대표발의한 ’동물원법‘ 때문이었다“고 밝혔다.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장 의원은 동물원에 사는 ’전시 동물‘들의 적정한 사육 환경을 규정하는 이른바 ’동물원법‘을 발의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시멘트 바닥에서 우울증을 겪는 원숭이가 불쌍해서이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국회에 들어오자마자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세상의 다른 모든 약자에 대해서도 공감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장 의원의 이후 행보는 우리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면서 장 의원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가해기업 처벌을 위한 입법활동을 벌이는 것을 비롯해 현장 실습생들을 위한 법, ’칼퇴근‘ 법, 상가임대차 보호 관련 법을 발의했고 원룸과 고시원에서 시들어가는 청춘들을 위한 청년주거 정책도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또 사육곰 관리에 대한 문제제기, 해양생태계 보전 및 관리를 위한 법률 발의 등 ”동물에 대한 사랑도 식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씨는 ”이런 것들을 지켜보는 동안에도 나는 그저 1년에 10만원을 내는 일개 후원회원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장 의원과 인연이 닿게 된 것은 김씨가 지난 여름 서울 연희동으로 이사를 하면서다. 김씨가 살고 있는 지역의 개발이 추진되면서 그는 ”숲을 밀어버리고 빌라를 짓겠다는 개발업체와 싸우게 되었다“고 전했다.이 사건과 관련된 취재를 하던 기자가 자료를 얻기 위해 장하나 의원실을 접촉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김씨가 장 의원의 후원회원이라는 사실을 전달하게 된 것이다. 몇 달 뒤 장 의원이 직접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20대 총선에 서울 노원갑 지역에 출마하게 됐다면서 자신의 후원회장이 되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 김씨는 ”나 같은 사람이 맡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장 의원이 여의도 정가에서 관행적으로 해오던 방식을 따르고 싶지 않으며 후원회원 중 한 분이 맡아주시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면서 ”결국 나는 설득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나는 장 의원이 국회를 떠나기를 바라지 않는다“면서 ”정치인에게 필요한 덕목으로 카리스마나 협상력, 결단력도 요구되겠지만 약자에 대한 공감 능력이야말로 지금과 같은 세상에서 정말 필요한 국회의원의 덕목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이야말로 그런 믿음에 가장 부합하는 정치인이라고도 믿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년 가까이 투표도 안 하던 ’정치 냉담자‘가 국회의원의 후원회장이 되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나는 단지 길냥이 두 마리를 집에 들였을 뿐인데 말이다“라면서 ”때로는 정말 작은 결정 하나가 인생을 바꾸기도 하는가 보다“라며 글을 맺었다. 김씨는 ’퀴즈쇼‘,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검은 꽃‘, ’너의 목소리가 들려' 등으로 대표적인 소설가다. 문학동네 신인작가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황순원 문학상, 이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편 장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청년 비례대표를 통해 국회에 입성했고, 민주통합당 최고위원과 민주당 원내부대표 등을 지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저임금·조울증의 그늘도… 일상의 불안 비추는 빛 되다

    저임금·조울증의 그늘도… 일상의 불안 비추는 빛 되다

    비정규직 10여개 거치며 글감 모아…평범한 사람의 기이한 강박이 서사의 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나에게 이상하게 보인다. 나는 내가 세상에서 본 그 이상한 모습들을 원고지에 담는다.” 소설가 최정화(37)가 첫 소설집 ‘지극히 내성적인’(창비)에 밝힌 말이다. 작가의 말대로 그의 소설에서 서사를 이끄는 동력은 기이할 정도로 집요한 강박이나 불안, 열등감, 피해의식 등에 사로잡힌 인물들이다. 가사 도우미 면접을 보러 온 여자에게 안주인 자리를 뺏길까 불안해하는 주부(구두), 가정에서 돈 버는 도구로 전락한 가장(팜비치), 경제적으로도 인간관계에서도 무능해진 60대 남자(대머리) 등 인물들은 연령도, 처지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들의 심리 세부까지 촉수를 드리워 능숙하게 간파해낸다. 이를 통해 일상에 매복해 있다가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지는 불안의 틈새를 한껏 부풀려 이야기 속으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제가 대학원을 다니다가 우울증이 와서 그만두고 서른살 때 조울증을 앓았기 때문에 심리가 불안한 사람들에게 관심이 가고 이해도 잘 가요. 자연스럽게 정신분석학에도 관심을 갖게 됐죠. 등단하기 전 십여 가지가 넘는 직업을 거친 것도 글 쓰는 데 도움이 됐어요.” 대학 졸업 후 2012년 창비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하기 전까지 그는 짧으면 1개월, 길면 2년짜리 비정규직을 전전했다. 편의점 캐셔, 테마파크 안내원, 백화점 판매 아르바이트, 레스토랑 서버, 잡지사 경리 등 갖가지 업종에서 세상을 관찰하며 글감을 모았다. “글 쓰는 에너지를 뺏길까 봐 일부러 단기, 저임금의 비정규직를 선택했어요. 일로 글을 쓰면 집에 와서 글을 안 쓸 것 같아 일부러 글쓰기와 관련 없는 일을 찾아 했죠. 하지만 소설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흔들려 본 적이 없어요. 작품 당선 소식을 듣기 전 마지막 직업인 잡지사 경리로 일할 때는 매일 5시간 가까이 출퇴근을 하면서도 잠자기 전 한 시간은 매일 A4지 한 장은 쓰고 잤어요.” 이번 책은 2012년 등단작 ‘팜비치’부터 지난해까지 여러 계간에 발표한 단편 10편을 묶었다. 이 가운데 절반은 등단 전 써놓았던 것이다. 데뷔 전 이미 50편의 습작으로 내공을 쌓은 그는 노련한 화법으로 인간 사회의 갑을관계를 전복시키며 묘한 쾌감을 안긴다. 외모와 재력, 능력 등 모든 것이 완벽한 남편을 떠받들던 부인이 사고로 틀니를 하게 된 남편을 싸늘하게 무시하는가 하면(틀니), 남자에게 돈을 받으며 부인 역할로 고용된 50대 여자는 거짓말을 거듭하면서 자존감을 드높인다(홍로). 평온하던 일상에 금을 내는 불안의 기미를 포착하지만 유머를 잃지 않는 균형감도 유지한다. 그는 “재미있는 글을 쓰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지만 요즘 한국사회에 문제가 너무 많아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책임감도 있다”고 했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에 영감을 받은 장편 ‘도트’를 현재 집필 중인 이유다. 작가는 격월간 악스트에 연재 중인 이 작품을 올해 안에 출간할 계획이다. 전업 소설가가 됐지만 취미인 카포에라(브라질 무예) 한 달 수업비 9만원을 못 낼 정도로 생활은 녹록지 않다. “지금은 알바를 안 하고 글만 쓸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작가는 “내 소설을 읽는 사람들이 소설을 읽는 동안 잠시 현실을 떠났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 무언가 달라진 점이 있길 바란다”고 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지방 국립대병원 인턴 대거 미달 사태

    지방 국립대병원 인턴 대거 미달 사태

    의사 수도권 쏠림 가속화 대책 절실…“정부서 인력 수급 관리” 목소리도 올해 대다수 지방 국립대병원들이 수련 의사인 ‘인턴’ 채용에서 미달 사태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올해 전국 수련병원 인턴 지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지역 거점 국립대병원들이 인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2008년 개원한 양산부산대병원이 27명 모집에 31명이 지원해 정원을 넘겼지만 부산대병원은 56명 모집에 53명이 지원해 충원율이 94.6%로 집계됐다. 부산대병원은 지난해 정원을 모두 채웠지만 올해는 인턴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북대병원은 91명 모집에 87명, 충남대병원은 51명 모집에 48명, 충북대병원은 28명 모집에 23명, 전남대병원은 85명 모집에 77명, 전북대병원은 45명 모집에 42명, 강원대병원은 17명 모집에 15명 등으로 충원율이 정원에 못 미쳤다. 제주대병원은 16명 모집에 10명이 지원해 충원율이 62.5%에 그쳤다. 지방 국립대병원 가운데 정원을 채운 곳은 경상대병원(37명)이 유일했다. 지난해까지 유일하게 3년 연속으로 인턴 정원을 채운 전북대병원조차 올해는 미달 사태를 피하지 못할 정도로 지방대 의사 이탈 현상이 심각해졌다. 반면 서울 지역 대형병원들은 대부분 여유 있게 정원을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은 91명 모집에 119명이 몰려 충원율이 131%에 달했다. 서울대병원은 181명 모집에 199명, 서울아산병원은 139명 모집에 166명,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197명 모집에 214명, 가톨릭중앙의료원은 248명 모집에 260명, 건국대병원은 39명 모집에 45명, 고려대의료원은 98명 모집에 107명 등으로 대부분의 병원에서 인턴 지원자가 모집 정원을 넘어섰다. 일선 병원에서는 지방 병원의 인턴 모집난이 이미 예고됐다고 지적한다. 올해 전국 인턴 모집 정원은 3272명이었지만 의사 국가시험 합격자는 정원에서 166명 부족한 3106명이었다. 의사 국가시험 합격률은 93.5%로 지난해에 비해 1.1% 포인트 낮아졌다. 인턴 정원은 2011년과 비교해 500명가량 줄었지만 수도권 집중 현상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의사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는 데 따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학전문대학원 학생의 상당수가 수도권 출신이다 보니 수도권으로 인턴이 몰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뿐만 아니라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에 개원하는 사례가 많다 보니 가급적 수도권에서 수련해야 한다는 인식도 팽배한 상황이다. 안덕선 고려대 의대 의인문학교실 교수는 “사실상 서울에 개원하기 위해 시장조사도 할 겸 교두보로 서울 지역 수련병원을 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총인원 관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안 교수는 “병원에서 돈을 대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어떻게 하지 못하고 인턴을 수련생이 아닌 저렴한 비용으로 운영하는 의사 인력으로 방치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영국처럼 정부가 교육 지원을 하면서 직접 인력 수급을 관리해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엄마의 인문학 습관(한귀은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엄마들에게 인문학적 육아의 필요성을 일깨우고 아이의 공부, 훈육의 갈등, 엄마의 자존감 등 여러 고민의 해답을 인문학적 텍스트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292쪽. 1만 3800원. 반기성 교수의 기후와 환경 토크토크(반기성 지음, 프리스마 펴냄)날씨 전문가로 케이웨더 기상예보센터장인 저자가 지구의 기후 변화를 되짚어보고 이로 인한 기후 재해들과 미래의 지구 환경을 분석한다. 288쪽. 1만 8000원. 휘둘리지 않는 힘(김무곤 지음, 더숲 펴냄) 영국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기존의 통념에서 벗어나 이 시대의 눈으로 재해석하며 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과 깊은 이해를 보여준다. 280쪽. 1만 4000원. 자치와 상상력(고영직·오창은·이명원 지음, 우리교육 펴냄) 문학평론가들인 저자들이 시, 소설, 산문 등 동시대의 민중 현실을 다룬 작품들을 분석하며 문학 작품과 현실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260쪽. 1만 4000원. 라이프 Ⅱ(이한성 지음, 삼우 펴냄) 현역 국회의원이 생명, 지혜, 유연, 환경 등 4가지 주제에 대해 동서고금의 여러 자료에서 얻은 깨달음을 에세이집으로 엮었다. 321쪽. 3만 8000원. 날마다 달마다 신나는 책 놀이터(이숙현·이진우 지음, 행복한아침독서 펴냄) 그림책을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아이들 마음에 새겨지는 흔적과 감동이 달라진다. 그림책으로 아이들을 행복하게 키우는 방법을 소개한다. 232쪽. 1만 5000원.
  • [씨줄날줄] 불혹과 지천명/강동형 논설위원

    [씨줄날줄] 불혹과 지천명/강동형 논설위원

    논어를 읽지 않은 사람도 논어 위정 편에 나오는 오십유오이지우학(吾十有五而志于學), 삼십이립(三十而立), 사십이불혹(四十而不惑), 오십이지천명(五十而知天命), 육십이이순(六十而耳順), 칠십이종심소욕불유거(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라는 유명한 이야기를 한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열다섯에 배움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 문리가 트였고, 마흔 살에 미혹됨이 없었다. 쉰 살에는 하늘의 뜻을 알았고, 예순이 돼서는 듣는 귀가 순해졌다. 일흔에는 하고자 하는 말을 하는 데도 거침이 없더라. 공자가 늘그막에 삶의 궤적을 반추하며 나이와 배움의 성장 과정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한다. 불혹(不惑)은 자신의 주장이 보편 타당해 미혹됨이 없다는 뜻이다. 이를 학문 이외의 다른 분야로 확대해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모든 분야에서 주의 주장에 머물지 않고, 그 주장이 일리가 있고, 보편 타당해야 불혹의 나이라 할 수 있다. 불혹은 그런대로 이해할 수 있지만 지천명(知天命)은 너무 추상적이다. 천명의 사전적 의미는 수명, 운명, 하늘의 명령이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안단 말인가. 기회 있을 때마다 지인들에게 물었다. 두 사람의 대답이 기억난다. 40대였던 한 지인은 “세상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아는 나이인 것 같다”고 말했다. 50대 지인은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아는 나이”라며 빙긋이 웃었다. 유레카! 철학의 시작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서 시작한다고 하지 않는가. 두 사람의 공통점은 ‘자기 자신을 아는 것’. 내가 해야 할 일과 할 수 없는 것을 알고 실천하는 나이가 쉰 살 지천명이 아닐까. 나름대로 내린 결론이다. 앞선 세대만 해도 인문학적 상상력이 풍부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엔 인문학적 상상력이 빈약하다. 오죽했으면 정부가 이를 채우기 위해 300개 기업에 예술인 1000명을 파견하기로 했을까. 불혹과 지천명의 세대인 우리 사회의 40대, 50대도 인문학적 상상력이 빈곤하기는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들 세대가 우리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세대라는 점이다. 19대 국회 246개 지역구 당선자의 연령 분포를 보면 40대가 66명, 50대가 118명으로 전체의 72.4%를 차지한다. 또 대한민국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40~50대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70% 이상이다. 고위공직자는 대부분이다. 40대, 50대가 우리 사회를 견인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비서관이 더민주에 입당하면서 ‘지천명 운운’ 했다고 한다. 그가 ‘지천명’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한 것인지 궁금하다. 아리랑TV 사장 등 고위 공직자 비리가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진다. 이런 게 다 ‘나잇값’을 못 해 일어나는 게 아닐까. 40대, 50대가 불혹과 지천명이라는 나잇값만 제대로 해도 우리 사회의 청렴도는 한층 높아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 “거리로 나온 아이들, 온전한 사회 복귀 도와요”

    “거리로 나온 아이들, 온전한 사회 복귀 도와요”

    순간적 일탈 행위 대한 법률지원… 인문학 강의 등 프로그램 운영 “범죄 저지른 근본 원인 물어야 더이상 길거리 배회하지 않아” “아이들이 왜 범죄를 저질렀는지 이유를 살펴 그 원인을 해결해 줘야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습니다.” 경기 부천시가 2014년 10월 범법 청소년들에 대한 법률구조 및 회복 지원을 위해 전국에서 처음 설립한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가 집을 나온 길거리 청소년들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센터는 경제·사회적으로 취약한 상태에서 발생한 청소년들의 순간적 일탈 행위에 대해 법률 지원을 한다. 유관 기관 간 협력·교화·복지 프로그램 운영까지 가미해 온전한 사회 복귀를 돕는다. 2일 센터 김광민(변호사) 소장에 따르면 지난 한 해 형사사건에 연루된 청소년 140여명을 상대로 477건의 국선변호전문위원 지원 및 상담 등을 했다. 현재 1665명에게 인문학 강의 등 회복 프로그램을 지원했고, 회복 프로그램 운영을 도울 1114명의 진행자를 양성했다. 센터는 법무법인 도담 소속이면서 센터 운영위원장을 맡은 김익태 변호사가 미국 시카고 에번스톤시에서 본 청소년 대상 민간형사법률구조공단(모란센터)을 벤치마킹해 김만수 부천시장에게 제안하면서 설립됐다. 반응은 뜨겁다. 센터가 다른 청소년지원단체와 함께 부천역 상상마당에서 매주 금요일 오후 7시부터 이튿날 오전 1시까지 문을 여는 ‘아웃리치’(찾아가는 거리상담)는 매회 집을 나온 청소년 30여명이 찾는다. 설문조사 대가로 5000원짜리 상품권을 주는 날이면 100여명이 몰려들 때도 있다. 청소년들은 임시 천막 3동에 제 발로 찾아와 간식이나 늦은 식사를 한다. 상처를 치료하고 약을 받아 가기도 하지만 어느새 ‘형’, ‘언니’가 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카드놀이 등을 하며 굶주린 ‘정’을 채우기도 한다. 가슴 속에 꾹꾹 눌러 감춰 온 고민을 털어놓거나 울분을 토하며 응어리진 마음을 풀기도 한다. 이곳을 찾는 청소년 중 절반은 매주 찾는 ‘단골’이고 소문을 듣고 찾아온 경우도 많다. 10대 중반에서 20대 초반이 대부분이고 절반가량은 가출했거나 가출한 경험이 있다. 학교를 그만둔 경우도 절반에 이른다. 김 소장은 “집을 나온 청소년 대부분이 밤새 거리를 배회하다 낮에 공원 벤치나 건물 계단 한구석에서 쪽잠을 자면서 밤을 무서워한다”며 “아이들이 절도 등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그들만의 마지막 ‘생존 수단’이다. 범죄를 저질렀을 때 단순한 법률 지원뿐 아니라 왜 집을 나오게 됐는지, 왜 나쁜 짓을 했는지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해 주지 않으면 곧 또다시 길거리를 배회하고 범죄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은평 역사한옥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을 품다

    은평 역사한옥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을 품다

    은평구는 진관동에 있는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2015년 길 위의 인문학’ 사업 운영 부문에서 우수 기관으로 선정됐다고 28일 밝혔다. 길 위의 인문학은 문체부가 주최하고 한국사립박물관협회가 주관하는 사업으로 학생들이 박물관에서 다양한 체험 활동을 통해 인문학 소양을 높이고 역사 의식을 키우도록 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은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을 두 가지 방식으로 운영했다.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한 ‘은평 인문학 여행’ 프로그램은 박물관의 한옥전시실, ‘셋이서 문학관’ 등 탐방을 주축으로 했다. 총 33회 운영하는데 어린이 820명이 참여해 한옥 모형을 제작하며 전통 건축과 관련한 문화를 이해했다.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고고학자에게 묻다!’ 프로그램은 17회 운영됐고 508명이 참여했다. 고고학자가 학생들에게 은평 지역의 다양한 발굴 사례를 소개하고 고고학 정보를 제공하는 시간이었다. 학생들이 고고학, 역사학, 인류학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 다채로운 체험을 하면서 진로도 모색하는 기회가 되도록 꾸렸다. 은평구는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면서 양질의 박물관 문화를 퍼뜨리고 사회 교육적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우영 은평구청장은 “이번 수상을 계기로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의 교육 프로그램 수준을 더욱 향상시키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균형발전·혁신도시 대해부] ‘120년 만의 재도약’ 나주 혁신도시

    [균형발전·혁신도시 대해부] ‘120년 만의 재도약’ 나주 혁신도시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구상’이 나온 지 13년이 흘렀다. 그새 ‘쇠락하던 도시’인 전남 나주시는 ‘혁신도시’로 승부수를 던졌다. 2007년 9월 첫 삽을 뜬 나주시의 ‘광주전남공동 혁신도시’는 나주시 금천·산포면 일대 7361만㎡(축구장 1000여개)에 1조 4175억원을 투입한 국책사업으로 진행됐다. 시는 2012년 11월 부지 조성을 마쳤으며 지난해까지 한국전력 등 14개 기관이 이전을 마치는 등 혁신도시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신문과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은 국가 균형 발전 10년의 성과와 과제를 짚어 보기 위해 한국전력 등이 내려간 나주시를 들여다봤다. 나주시가 120년 만에 새로운 도약을 하고 있다. 나주는 영산강 포구로 전남평야의 곡식과 목포 등 남해의 수산자원, 중국의 교역선까지 드나들면서 수백 년 동안 전남 최대의 물류창고 지위를 누렸다. 하지만 1896년 전남도청이 이전하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지역 상권이 고사 직전까지 갔고 인구도 해마다 줄었다. 이런 나주시를 살리기 위해 전남도가 ‘광주전남공동 혁신도시’란 특급 영양제를 투여했다. 2013년 혁신도시에 공기업이 이전하면서 나주시 전체가 새로운 변화로 꿈틀거리고 있다. 특히 2014년 12월, 국내 최대 공기업 한국전력 본사가 자리잡으면서 변화에 가속도가 붙었다. 한전은 ‘먹고 마시는’ 지역 상권을 살리는 역할뿐 아니라 지역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바로 ‘에너지밸리’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공기업의 이전만으로 지역이 살아나지 않는다”면서 “한전은 2020년까지 협력사 등 500여개 에너지기업을 광주전남공동 혁신도시에 유치해 첨단 에너지산업의 메카인 ‘빛가람 에너지밸리’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돼지축사 악취 진동하던 지역에 31층 빌딩이 광주전남공동 혁신도시는 ‘나베리아’(나주+시베리아)에서 ‘나와이’(나주+하와이)로 변신했다. 허허벌판에 돼지축사의 악취가 진동하던 지역은 2년 만에 31층짜리 빌딩이 들어서고 곳곳에 파리바게뜨, 롯데리아와 한정식 연우 등 식당 등이 성업하는 도시로 변했다. 또 작지만 몇 개 카페가 모여 있는 ‘나로수길’(나주+가로수길)이 생겨났다. 가족을 두고 떠나온 1만 2000여 ‘외로운 영혼들’이 밤마다 헤매는 ‘좀비의 거리’도 형성됐다. 이곳에는 맥주집과 선술집 4~5개가 모여 있다. 이정복 한전 경영평가실장은 “한전이 처음 나주혁신도시로 이전한 2014년 12월에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벌판뿐이었고 인근 돼지축사의 악취로 창문을 열지 못할 정도였다”며 “어느 순간 아파트가 곳곳에 들어서고 나로수길 등이 만들어지면서 이젠 다른 세상이 됐다”고 말했다. 16개 기관 중 14개가 이전을 완료하는 등 빠르게 성장했지만 아직 편의시설 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가족과 함께 나주로 내려온 정종철 한전 경영개선처 차장은 “가장 시급한 게 병원”이라면서 “혁신도시 내에 병원은 내과 한 곳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는 가장 불안한 점”이라고 덧붙였다. 대형마트와 학원가, 보육시설 등도 거의 없는 상태다. 또 혁신도시 안을 순환하는 교통수단이 택시밖에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동호회 활동 활발… 한전 직원들 삶에도 변화 직원의 삶도 별로 나아진 게 없다는 평이다. 김혜림 한전 영업부장은 “출근 시간이 줄어든 것 외에는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 오히려 남편, 자녀와 떨어져 있으니 평일에는 야근이 더 잦아졌고 주말 서울행으로 더 힘들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남편을 따라 혁신도시로 온 전업주부 이은혜씨는 “친구도, 친척도 없는 나주시에 처음 왔을 때는 아이와 둘이서 섬에 갇힌 기분이었다”며 “지금은 한전 어린이집에서 또래 엄마들을 사귀면서 차도 마시고 고민도 같이 공유한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역 연고가 없는 젊은 엄마들은 아프거나 일이 생겼을 때 서로 아이를 돌봐 주고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오는 등 ‘품앗이’를 한다”면서 “이제는 이웃사촌이 많이 생겨서 든든하다”고 말했다. 손쉽게 여행을 떠날 곳이 많은 점도 장점이다. 남편만 서울에 두고 광주에 자리잡은 오향주 한전 재무처 차장은 “남편이 내려오는 주말에는 무조건 아이들과 여행을 했다. 조금만 나가면 곳곳에 캠프장과 산, 강이 있어서 아주 좋았다”며 “지난 1년간 여행한 게 거의 평생 한 것과 비슷할 정도”라면서 만족감을 표시했다. 1년 만에 직원들의 삶도 변했다. 지난해 초만 해도 밤마다 좀비의 거리를 헤매는 직원이 많았지만 지금은 각종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자기 계발에 나서는 분위기다. 8개였던 직원 동호회는 20개로 늘었다. 풋살과 배드민턴, 요가 등 운동부터 밴드 등 음악 동아리까지 생겼다. ‘드론’(무인비행기)을 날리는 동호회도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인기다. 또 외부 강사를 직접 초빙해 여는 인문학이나 외국어 강의도 많아졌다. 조기형 한전 홍보팀장은 “친구나 지인들과의 저녁 약속 때문에 서울에서는 동호회 활동을 하기가 힘들었다”며 “혼자 내려온 직원을 중심으로 퇴근 후 취미 활동이나 자기 계발에 나서는 등 나주시 이전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 산학연 연구·개발에 연 100억원 투자” 한전은 혁신도시를 첨단 에너지기업이 가득한 에너지밸리로 만들 꿈을 꾸고 있다. 몇 개 기관이 지역 발전을 이끄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장동원 홍보실장은 “한전은 수백 개 에너지기업과 협력하고 있다”면서 “이들을 혁신도시로 끌어들여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 뿐 아니라 지역 인재 고용 등 여러 가지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것을 다른 혁신도시와의 차별점으로 두고 있다. 지난해 벌써 크고 작은 77개 기업을 유치하는 성과를 냈다. 올해 30개 기업을 더해 100여개를 유치하고 2020년에는 첨단 에너지기업 500개가 함께하는 우리나라 최대의 에너지산업 허브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장 실장은 “한전의 최종 목표는 이전 정착이 아니라 나주시 발전에 있다”며 “지역 산학연 연구·개발(R&D)에 연간 100억원을 투자하고 지역대학 대상 채용박람회, 지역 대학생의 한전 해외 진출국 봉사 활동 등 지역 인재를 개발하고 고용하면서 나주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강조했다. 120년 만에 새로운 희망을 쏘아 올린 나주시가 한전 등 이전 공기업과 어디까지 새로운 발전의 역사를 써 내려갈지 기대감을 모으는 이유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플랫폼·콘텐츠 강화 ‘손 안의 TV’ 쟁탈전

    플랫폼·콘텐츠 강화 ‘손 안의 TV’ 쟁탈전

    이동통신업계에 ‘손 안의 TV’ 쟁탈전이 뜨겁다. 이동통신 3사가 저마다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미디어 플랫폼을 개발하고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중이다. 가입자 유치만으로는 한계에 다다른 통신업계에서 미디어 콘텐츠가 돌파구로 자리잡고 있다. ●SKB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론칭 SK텔레콤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는 26일 새로운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옥수수’(oksusu)를 공개했다. SK브로드밴드의 기존 모바일 IPTV인 ‘Btv 모바일’과 지난해 7월 SK플래닛으로부터 인수한 ‘호핀’을 결합한 것으로, 지상파 등 실시간 TV와 영화, 드라마, 미드 등 VOD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 특히 한국 프로야구와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미국 프로농구(NBA) 등 국내 최다인 33종의 스포츠 경기, JTBC와 공동 제작한 예능 ‘마녀를 부탁해’, 모바일 스낵컬처인 ‘72초 데스크’ 등 모바일에 최적화된 오락 콘텐츠에 주력한다. 이용자들의 선호도에 따라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큐레이션 서비스도 선보인다. 이용자가 선택한 키워드와 주로 이용하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개인화된 초기 화면을 보여 준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미디어사업본부를 사장 직속으로 재편한 데 이어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옥수수’ 론칭은 SK텔레콤의 미디어 플랫폼 사업 강화의 일환이다. ●KT ‘올레tv 모바일’ 콘텐츠 다양화 KT는 IPTV 서비스 ‘올레tv’의 모바일 버전인 ‘올레tv 모바일’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1인방송, VR(가상현실) 콘텐츠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이달 초에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공연을 생중계하기도 했다. ●LGU+ ‘LTE 비디오 포털’ 가입 급증 LG유플러스는 지난해 7월 통신업계 최초로 각종 동영상을 총망라한 ‘포털’ 개념의 ‘LTE 비디오 포털’을 출시하며 경쟁에 불을 붙였다. TV 프로그램과 영화, 미국 드라마 등 기존 모바일 IPTV의 콘텐츠는 물론 어학 강의와 자격증 강의, 인문학 특강 같은 지식 콘텐츠와 요리, 여행, 맛집 등 생활정보까지 아우르며 최근 가입자 수가 1000만명에 육박했다. 통신사들의 모바일 동영상 사업은 가입자들의 데이터 트래픽을 늘려 가입자당 평균 수익(ARPU)을 올리려는 전략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 서비스들은 경쟁사의 가입자들도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이라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업계 관계자는 “타사 가입자들에게도 서비스를 개방하면 이용료를 통한 수익 창출은 물론 자사의 잠재 고객을 늘릴 수도 있다”면서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자체가 이동통신사의 중요한 사업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상생에 300억… SK인천석유화학, 지역 환경 개선

    SK인천석유화학이 공장 인근 주민과의 상생을 위해 300억원을 들여 주거환경 개선, 교육 지원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SK화학은 26일 이재환 사장과 이정의 주민협의회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4대 화합·상생사업에 300억원을 투입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SK화학은 우선 상대적으로 낙후된 공장 인근 단독주택과 아파트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방음벽·방호벽을 설치하기로 했다. 또한 주민 자녀들에게 장학금과 교복을 지급하고 학습 지원, 방과후 교육, 진로탐색 캠프 등도 제공한다. 아울러 취약계층과 복지시설을 대상으로 공헌활동을 대폭 늘리고 문화예술 공연, 인문학 특강 등 문화·복지 프로그램도 개설한다. SK화학은 지난 2년여 동안 화학물질 유출과 공장 증설 문제 등으로 주민들과 갈등을 빚어 왔다. 이재환 SK인천석유화학 대표는 “유가 하락 등으로 수천억원의 누적 적자가 생기는 등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역의 대표 기업으로서 나눔과 봉사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한길 큰길-그가 말하다] (1)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국립생태원장

    [한길 큰길-그가 말하다] (1)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국립생태원장

    지난 15일 찾아간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연구실은 서울 서대문구 캠퍼스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손수건을 꺼내 이마의 땀방울을 몇 차례 훔친 뒤에야 연구실 문을 노크할 수 있었다. 아주 깔끔한 연구 공간이었다. 2개 벽면이 바닥부터 천장까지 책들로 빼곡히 차 있었지만, 훈훈한 향내와 함께 잘 정돈된 집안 서재의 느낌이 났다. 그는 “학생들 논문 지도 때문에 많이 바쁘다”며 약속에 10분 정도 늦은 데 양해를 구했다. 무수한 방송과 강연 경험을 가진 그는 역시 달변이었다. -“하버드대에서 생물학으로 박사 학위를 딴 최초의 한국 사람이라고 해서 뭐 좀 대단한 게 있나 기대했더니 아주 실망이에요. 방송에나 뻔질나게 나오고, 신문에 잡스런 글들을 쓰고 있잖아요. 교수가 연예인인 줄 아는 건지 참….” 10년 전쯤일 것 같다. 어느 날 교수회의 도중에 동료 교수가 나를 면전에 두고 이런 말을 했다. 선배라서 별다른 대꾸 없이 그냥 듣다가 나왔는데, 그날 나는 한국에서 교수직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서울대 시절 얘기다. -사실 이런 일이 한두 번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의 의지에 따라 행동했던 일들이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나를 옥죄는 올무가 되기도 했던 것은 어쩔 수 없다. 많은 고매하신 연구자들이 “최재천은 연구는 안 하고 쓸데없이 사회문제에 나선다”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나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의 사회성을 탐구하는 사회생물학을 연구하는 학자다. 나는 내가 배운 것들을 충실히 실천하고 있을 뿐 옆길로 샌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내게 학문은 ‘이론과 실천의 통합’이다. -나는 강원도 강릉에서 4형제 중 맏이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자연 속에서 뛰어노는 것이 좋았다. 논병아리를 잡고, 토끼굴을 쑤시고, 쇠똥구리를 잡아 온종일 주머니 속에 넣고 다녔다. 난 자연을 노래하는 시인이 되고 싶었다. 요즘도 찬바람이 불면 불현듯 과거 못 이룬 신춘문예에 대한 욕심이 나곤 한다. -중학교 2학년 때 우연히 백일장에 나갔다가 장원을 했다. 이후 선생님들이나 친구들은 나를 ‘시인’이라고 불렀다. 시나 소설을 쓰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고등학교에 가서도 변하지 않았다. 경복고에 진학했는데 우리 학교는 서울고와 대학 진학 성적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다. 경기고는 너무 앞에 있었고. 교장 선생님은 서울대에 350명을 진학시키겠다는 ‘350고지 탈환’이라는 목표를 제시하고, 이과를 기존 12개 반 중 8개에서 9개로 늘렸다. 그 와중에 나는 내 의사와 반대로 이과반에 배정이 됐다. ‘문청’(문학청년)을 꿈꾸던 나는 여러 번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 문과반으로 옮겨 달라고 했지만 꾸지람만 들었다. -아들이 가난한 예술인이 될까 걱정스러웠던 아버지께서는 내가 이과에 배정된 걸 반기셨다. 우리 아이를 의대에 보낼 수 있게 됐다고 좋아하셨다. 하지만 1972년 나는 서울대 의예과에 보기 좋게 낙방했다. 재수를 해서 의예과에 재도전을 했지만 또 떨어졌다. 한 번 더 도전하겠다고 했지만 아버지께서는 “삼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말리셨다. 결국 2지망이었던 동물학과에 들어갔다. 요즘은 입시철이 되면 나에게 “동물학자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어 오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20~30명은 된다. 그렇지만 1970년대 초반에는 동물학과라는 것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원하지 않은 공부를 하려니 수업에 흥미가 없었고 일상도 무기력해졌다. 한번은 여학생을 소개받는 미팅을 나갔는데, 앞에 앉은 여학생이 전공이 뭐냐고 물었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동물학과에 다닌다”고 하자 그 여학생은 “저도 괴테나 헤르만 헤세 너무 좋아해요”라며 손뼉을 쳤다. ‘동물학과’를 ‘독문학과’로 잘못 들은 것이다. 결국 그녀와 헤어질 때까지 독문학과 학생으로 행세했다. 어느 날 수업시간에 강아지풀을 입에 물고 먼 산 바라보며 딴 생각을 하고 있는데 교수님께서 “어이, 거기 강아지풀”이라고 부르셨다. 이후로 대학 4년간 나의 별명은 ‘강아지풀’이었고, 지금도 가끔 그 별명을 꺼내 드는 친구들이 있다. -인생의 전기는 3학년 때 찾아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풀브라이트 교환교수로 오신 김계중 교수님이 우리 과에 영어 강의를 개설하셨다. 전공보다는 영어에 관심이 더 많았던 나는 그 수업만큼은 유독 열심히 참여했다. 그 모습은 교수님이 나를 모범생으로 착각하시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미국으로 다시 떠나시면서 유학을 권유했다. 겉으로야 “생각해 보겠습니다”라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부를 안 하는데 미국까지 날아가서 공부할 이유가 뭐야.’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김 교수님과의 만남은 나의 내면의 벽을 처음으로 깨뜨린 중대한 변화의 출발점이었다. -얼마 후 벽안의 60대 노교수가 나를 불렀다. “미국 학회에서 김계중 교수를 만났는데 내가 한국에 하루살이 채집을 간다고 하니까 ‘부지런하고 똑똑한 친구가 있으니 조수로 쓰면 좋을 것’이라며 미스터 최를 추천하더군요.” 그는 세계적인 하루살이 연구의 대가 조지 에드먼드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였다. 그는 하루살이를 관찰했지만, 나는 그를 졸졸 따라다니며 그의 생활을 관찰했다. -여기서 나온 놀라운 발견. ‘내가 어릴 적 고향 강릉의 자연에서 하고 놀던 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니.’ 에드먼드 교수에게 “어떻게 하면 당신처럼 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미국으로의 유학 과정과 추천 교수들의 이름을 적어 줬다. 목록 제일 위에 하버드대 에드워드 윌슨 교수의 이름이 있었다. -미국 대학에 진학하려면 학점이 최소 3.0은 돼야 했다. 그렇지만 수업시간에 강아지풀 입에 물고 먼 산만 쳐다본 나의 대학교 3학년 때까지 학점은 2.0도 안 됐다. 4학년 남은 두 학기 동안 최대한 많은 과목을 수강했다. 결국 한 과목을 빼고는 전부 A+를 받았다. 학점 제한선인 3.0을 겨우 넘은 3.04. 28개 대학에 지원서를 냈지만 펜실베이니아주립대, 플로리다대, 뉴욕주립대 3곳에서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 원서를 낼 때 난 생태학이란 학문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래서 자기 소개서에 ‘동물의 왕국을 하고 싶다’라고 썼다. 그걸 교수들이 재미있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나중에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 입학하자 한 교수가 “여기는 동물의 왕국을 안 가르치는데 어떡하지”라고 놀려 댔다. 생태학이라는 학문이 뭔지도 모르고 온 것 아니냐는 놀림이었다. 처음 접한 생태학은 정말 방대한 학문이었다.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야외에 나가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석사 학위를 얼른 끝내고 다른 학교로 옮겨 박사 과정에서는 꼭 ‘동물의 왕국’을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하버드대에 진학해 결국 에드먼드 교수가 일러 주었던 윌슨 교수를 만났고, 그건 나의 운명이 됐다. 개미 박사인 윌슨 교수 밑에서 민벌레를 연구해 1990년 하반기에 7년 만에 ‘민벌레의 진화생물학’이란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개미 전문가인 윌슨 교수에게 지도를 받다 보니 연구 주제인 민벌레뿐만 아니라 개미에 대한 연구도 하게 됐다. -사회생물학을 공부하다 보니 방송이나 강연 말고도 여기저기 불려다니는 일이 많았다. 교수 사회에서는 ‘이상한 놈’이라는 딱지를, 언론에서는 ‘사회 참여형 과학자’라는 호칭을 붙여 주었다. 헌법재판소 법정에 나간 적도 있었다. 호주제 위헌 여부를 판단할 때 2004년 12월 9일 마지막 공개 변론에서 호주제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 달라고 참고인 증언 요청이 들어왔다. 나는 진화론적인 근거로 재판관들에게 강연하듯 이야기했다. 2주 뒤 호주제 위헌 판정이 났다.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호주제 찬성론자들의 항의 전화로 연구실 전화통에 불이 났다. 유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노인께서는 전화를 하셔서 “비싼 돈 주고 미국에 가서 아주 못된 것을 배워 왔다”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학문의 경계를 낮추고 협업을 하자는 얘기는 이전부터 있었지만, 2005년 윌슨 교수의 책 ‘통섭’이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히트할 줄은 몰랐다. 책을 번역하는 것만큼이나 영어 원서 제목인 ‘컨실리언스’(Consilience)를 어떻게 번역할지에 많은 공을 들였다. 결국 한문학을 하는 선배에게 물어봐서 단어를 조합해 만든 것이 통섭이었다. 그 말을 과거에 원효대사와 최한기 선생이 사용한 적이 있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됐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역사책에 있던 죽은 단어를 부활시킨 셈이 됐다. 책이 나온 뒤 ‘통섭은 인문학이 자연과학에 종속되는 일방향적 통합’이라는 학자들의 비판이 쏟아져 나오는 등 큰 논란이 됐다. 사실 학문의 발전은 논란으로 시작되는 것 아니겠나. ‘통섭 이전’과 ‘통섭 이후’의 학문적 논의는 차이가 크다고 생각된다. -나는 과학을 대중의 수준으로 낮추는 ‘과학 대중화’가 아닌, 대중의 과학 이해 수준을 높이는 ‘대중의 과학 이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윌슨 교수가 입버릇처럼 이야기한 “과학을 대중에게 이야기하려면 자기 본래 연구도 충실히 해야 한다”는 충고를 잊지 않고 있다. 대중의 과학 이해도를 높이는 작업을 하면서도 나 자신의 연구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는다. 자신의 연구를 하지 않고 대중에게 과학 이야기만 하는 사람은 그저 ‘과학 이야기꾼’일 뿐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김태균 사회부장 windsea@seoul.co.kr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최재천(61)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진화학자이자 사회생물학자다. 강원 강릉 출신으로, 가장 저명한 진화학자 중 한 명인 에드워드 윌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를 지도교수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미시간대 생물학과 조교수,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를 거쳐 2006년부터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3년 12월 개원한 국내 최대 생태연구 및 전시 기관인 국립생태원의 초대 원장으로도 재직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윌슨 교수의 저서 ‘컨실리언스’(Consilience)를 ‘통섭’(統攝)이라는 제목으로 번역해 국내에 ‘통섭 열풍’을 몰고 왔다. 이 책은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의 연구자들이 인간의 지식이 본질적으로 통일성을 가지고 있다는 전망을 바탕으로 협력하고 연구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적인 동물학자 제인 구달 박사와 함께 생명다양성재단을 설립해 환경운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어릴적 시인을 꿈꿨던 그는 ‘알면 사랑한다’는 좌우명으로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개미제국의 발견’ 등 60여권의 책을 번역하거나 집필해 ‘대중의 과학화’, ‘과학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서울대 동물학 학사 ▲미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생태학 석사 ▲미 하버드대 생물학 석·박사 ▲1989년 미국 곤충학회 젊은 과학자상 ▲2000년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2007년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2013년 국립생태원장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