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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굄돌] 예술적 안목·기획력 겸비한 ‘큐레이터’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의 학예사 자격제도를 도입한다는 기사가 심심치않게 언론에 오르내리더니 지난 6월에는 큐레이터 포럼 창립대회가 열렸다는 소식도 들린다.국제적인 스타 작가들 못지 않게 글로벌한 스타 큐레이터들이 탄생하는 걸 보면 확실히 큐레이터는 미술계의 유망직종으로 분류될 만한것도 같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큐레이터라는 직업은 그 단어만큼이나낯선 것이 사실이다.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일하는 큐레이터의 경우 학예연구원으로 번역하는 게 보통이지만 이 말은 좀 모호한 느낌이 든다. 풀어 쓰면 학문과 예술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는 뜻일텐데 현장에서 일하는 큐레이터들의 활동을 포함하기엔 그 의미가 너무 협소하고 국부적이다.그런 점에서 큐레이터의 실제 활동에 중점을 두어 전시기획자 쯤으로 번역하는 게큰 무리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이 말은 또 너무 두루뭉실하다는 단점이 있다.전시기획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가리키는지가 불분명하며 펀드레이징이나 매니징 또는 교육등 통상적으로 큐레이터의역할로 거론되는 영역들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시매니저’라는 조어가 좀 더 현실적인 대안처럼 느껴지기도 하다.반면에 어느 공간에도 소속되지 않고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독립큐레이터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특히 요구되는 인문학적 소양의 흔적을 이 단어에서 읽어내기란 힘들다. 결국 의미내용이 허술하게 비어있는 이런 불분명한 번역어를 사용하는 것은 그만큼 큐레이터들이 우리 사회 내에서 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뜻도될 것이다. 이들에겐 단순 사무능력과 창의력이 동시에 요구되고 국제적 인맥관리 능력과 작품에 대한 ‘선구안(選球眼)’이 모두 필요하며 수위 아저씨들을 상대하는 능력과 공간해석력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심지어 상식적인 인생관과 아방가르드적인 예술관을 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상이한 수준의 요구들을 효과적으로 조절할수 있는 능력일지도 모르겠다.이름 뒤에 어디 큐레이터란 꼬리표를 달고 일을 시작한 지 이제 3개월된 ‘초짜’ 큐레이터가 내린 잠정적 결론이다. 백지숙 미술평론가 인사미술공간 큐레이터
  • [굄돌] 초중학생 ‘건축’교과서 필요하다

    중학 1년생 아들이 있다.바로 오늘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는 날이다.녀석에겐 참으로 홀가분한 날이 될 것이다.녀석과 나는 문방(文房)의 형식을 빌어아파트의 한 방을 책보는 기능실로 함께 나눠쓰고 있다.그 바람에 녀석의 시험일정은 물론 시험과목도 쉽사리 눈에 들어오고,더러는 별뜻없이 녀석의 교과서를 들춰도 보게 된다.이미 녀석이 그어놓은 요란한 밑금으로 다색면의판화처럼 변해버린 교과서지만 그 느낌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교과목 중에 특히 ‘기술·산업’이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공학계열로 분류돼오고 있는 건축학과를 졸업한 나로서 직업의식이 발동하여 은연중에 그책을 세세하게 들춰보게 되었다.아니나 다를까. 교과서는 기술적 기초지식을 도면화시키는 부분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었다.그러고보니 녀석의 준비물 가운데 제도기며,삼각자 등을 볼 수 있었다.선긋는 연습이며,삼각자 쓰는 요령이며,건축 및 전기도면 읽는 법과 공작물 도면 그리는 법 등에 대한 교과내용을 전적으로 나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그나이에 경험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지금 세상에는 그나마 컴퓨터로 도면을 그린다)는 것이 의아했다. 전진삼 월간 ‘건축인 poar’편집인·건축비평가 언제부턴가 언어,과학,예술분야에 대한 조기교육 또는 영재교육이라는 용어가 일상화되었다.나 또한 그에 더하여 우리가 사는 집에 대한 교과목을 초중학교 과정에 신설해야한다는 생각을 키워오고 있다. ‘집’하면 떠올리는 일상적 용어가 ‘부동산’으로 통하는 세태에 비추어청소년기의 우리 아이들이 중학교과서를 통해 처음 접하고 있는 집의 그림은 좋고 나쁨조차 검증되지 않은 주택평면도와 전기배선도 등으로 솔직히 대학에서 그것을 배운 나조차도 보기에 짜증나는 지면이었다. 우리의 건축문화는 10대 청소년기부터 이렇듯 왜곡된 배움의 과정을 강요하고 있다.그 나이에는 집의 주생활 공간의 특징을 인문학적 코드로 풀어서 설명해주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우리나라 현대건축이 특히 세계문화의 주류로 등장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검정 교과서’안에 내재해 있다고 할밖에.도면을 그리고,읽는 법은 더 철이 들어서 배워도 무방하다.그에 앞서 건축공간의 상상력을 키워줘야 한다. 그러러면 당연히 ‘건축’교과서가 있어야 한다. 전진삼 월간 '건축인poar' 편집인.건축비형가.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 작가와의 대화

    본지에 연재될 작가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는 두 가지의 커다란 새로움을 한꺼번에 독자에게 선사할 전망이다.잊어버린 맛의 기억을 새롭게 되살려주고 작가 ‘황석영’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케 하는 것이다.모두 우리의삶을 살찌우는 새 기억이고 새 모습임이 틀림없다. 충남 홍성 부근의 덕산에 신축한 집에서 작품활동에 여념이 없는 작가를 서울에서 잠깐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출간하자마자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오른‘오래된 정원’의 독자사인회 상경길이었다.웬 요리 이야기냐는 등의 질문에 논리정연한 대답을 내놓았다.그만큼 이 연재물에 대한 생각과 준비가 숙성된 표시였다. 작가는 우선 요리가 “새로운 세기에도 대단히 중요한 일거리로 남을 것임”을 강조한다.사람끼리의 사적인 관계와 소통,인간적인 작업,비획일성,다양함,생산의 창조적인 과정 등이 사라지는 후기 산업사회에서 요리는 인간적이고 가족적인 영역으로서 한층 소중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거기에 세계화에도불구하고 요리는 지역적 전통적 특수성을 잃지 않으면서 서로 어우러지고섞여 새롭게 태어난다는 점에서 새 세기의 인간적 ‘모델’이 될 수 있다고덧붙인다. “한 시대의 먹거리는 당대 삶의 표현입니다.이 점은 글쓰는 사람한테 굉장히 중요하게 다가옵니다.담론의 형식이 바뀐 것이 분명하다면 요리를 통해서 시대를 새롭게 조명할 수 있다고 보여지는 거죠” 시대의 실체를 밝히는 소설을 쓰듯 이번 연재물에 접근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엿보인다.소설이 재미있어야 하듯 ‘맛따라 추억따라’는 작가의 구수하고흥미진진한 음식 이야기가 먼저 독자들의 구미를 당길 것이다.장떡 개떡 수제비 술찌게미 보리밥 장아찌 등 우리 모두가 잃어버린 음식은 물론 베트남유럽 중국 일본 미국 그리고 북한에 체류하면서 작가가 유일하게 경험한 음식 이야기가 ‘입담좋게’ 펼쳐질 전망이다. 그러나 ‘맛따라 추억따라’는 이런 구상적인 소재와 소품 일색이 아니다. 작가는 음식,요리로 인간과 삶을 꿰뚫어보고 싶은 것이다.작가가 그간 작성한 집필 메모를 읽어보면 이같은 인문학적인 시선과 각오가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일정한 기간 단식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침 점심 저녁의 식사가 하루 중에서 얼마나 중요한 행사인가를 알게되었을 것이다.‘끼니’를 잇는 일은 생명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잠자는 시간 외에 깨어나 활동하는 사람들의 ‘시간’을 적절히 분할해주고 매 단락을 맺어준다.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으면 하루가 엄청나게 길고 모든 것이 갑자기 무의미해진다” “그리고 매우 소중한 발견은 만남이나 헤어짐이나 대화나 목소리 얼굴의인상 따위와 같은 사람끼리의 관계가 빠져버린다는 점이다.천하가 적막하고고요할 뿐이다.남과의 소통은 당연히 끊기고 자기 자신마저 살아있는 것 같지 않다.먹지 않는 시간은 시간이 아니다.” “우리는 모든 맛을 잃어버렸다.맛있는 음식은 노동의 땀과,나누어 먹는 즐거움의 활기,오래 살던 땅,죽을 때까지 언제나 함께 사는 식구,낯설고 이질적인 것과의 화해와 만남,사랑하는 사람과 보낸 며칠,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궁핍과 모자람이라는 조건이 그 기억을 최상으로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미식가나 식도락자를 ‘맛을 잃어버린’ 사람으로 규정한다.마치 진정한 사랑을 찾아서 끝없이 헤매는 돈 쥬앙처럼 말이다” 이어 작가 황석영은 “무엇보다 인생살이와 사람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작정”이라는 말로 음식에 관한 멋지고 선도적인 담론을 쓰기 위한 집필메모를 마무리하고 있다. 김재영기자 kjykjy@. *삽화 민홍규 화백…“우리색채로 고유의 맛 우려낼 것”. 황석영씨와 함께 일을 하게 되어 기쁘다.새달부터 시작되는 새연재 제목처럼 황씨의 파란만장한 삶속에 녹아있는 구수한 맛의 향수를 단화(單畵)로 승화시키는 작업은 만만치 않을 일로 본다. 맛을 그림으로 그려낸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감응과 묘한 맛이 배어있어 때론 정반합의 역설화법이 필요하다.삽화의 획일성에서 가끔 벗어나는 일도 있어야 한다. 독자들의 일방적 ‘감상 들추기’에 폭넓은 구상,비구상 형식이 전개될 것이다. 된장찌개는 할머니의 손맛으로,장떡은 코흘리개 아이들의 가슴으로,보리개떡은 늦은 봄 야윈 어머니의 미소로 그려내고 싶다.밥상 위에 다양한 맛의반찬이 있듯 ‘우리색채’로 맛을 우려내려고 한다.아울러 고단한 우리네 삶을 녹여주는 숱한 표상을 그려내고 싶다. ■프로필 1952년 경남산청에서 출생했다.중학시절 석불문하에서 ‘옥새전각’전수생활을 했고 극장간판을 그리기도 했다.90년 옥새전각의 종합성으로새로운 미술사조인 LAP ART(선묘,문자예술) 장르를 정립했다.1991년 ‘현대서예협회’를 창립해 서예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도 했다.현재 옥새복원작업을 하고 있으며 해외 LAP ART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 음식에얽힌 삶의 담론…새달부터週1회 연재

    요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요즘 전문가의 기능적인 조언이 아닌, 우리 맛과 음식에 관한 진정하고 재미있는 담론이 강하게 요청되고 있습니다. 대한매일은 ‘객지’‘장길산’에 이어 최신작 ‘오래된 정원’ 등의 소설과 진보적인 행적으로 이미 한국문학사에 우뚝 선 작가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를 6월1일부터 12월까지 약 7개월간 매주 목요일에 연재합니다.누구보다 다양하고 풍부한 인생경험을 자랑하는 작가는 음식에 얽힌 추억을 구수하게 펼치는 한편 일상적인 요리와 식사행위 등에 숨어있는 수많은 인문학적인 의미를 예리하게 캐낼 것입니다.컬러 1개면이 할애될 이 연재물은 옥새전각장인 민홍규 화백의 기백 넘치는 삽화가 서정적인 색채를 더하게 됩니다.줄곧 역사의 전면에 서왔던 작가 황석영이 이제 맛과 추억의 뒤안을 밟아보며 힘차게 펼칠 삶의 담론을 기대하시기 바랍니다. ◆작가의 말. 음식에 대한 글을 쓰려는 순간 예전의 단식 경험과 함께 막 거른 포도주,검은 빵 뿐이었던 젊은 예수의 최후의 만찬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순수한 처음의 식사를 회복하는 일은 자기 시대를 정화하려는 모든 사람들의 기본 출발점이었다. 무엇보다 음식은 사람끼리의 관계이며,시간에 얽힌 기억들의 촉매이다.나는앞으로 어떤 것보다도 내 시대의 추억을 되씹으면서 인생살이와 사람의 관계에 대하여 한번 생각해볼 작정이다.
  • [대한시론] 미술관과 큐레이터

    근자에 우리의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문화에 대한 관심과 욕구가 늘어나면서 일반인들의 예술전반 특히 미술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져가고 있다.또한인터넷의 보급으로 시공간적인 제약이 극복되면서 문화향유의 대중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비록 오리지널은 아니지만 세계 유수의 미술관은 물론이고 군소 갤러리에 있는 작품까지 인터넷을 통해 살펴볼 수 있으며 관련 정보역시 풍부하게 제공되고 있는 형편이기 때문이다.더불어 세계 각지의 대도시는 물론 중소 도시에까지 미술관이 생기고 있으며,우리나라에도 지방자치제의 실시와 맞물려 대규모의 공공미술관이 지역마다 건립되고 있고 또한 미술 관련 각종 비엔날레나 엑스포 등이 경쟁적으로 열리고 있다.과연 미술관의존재와 위상은 이제 지역과 나라의 문화지수의 척도가 된듯한 느낌이다.그런데 미술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현상이 무조건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우리는 흔히 문화를 공연이나 전시 등 가시화된 행사 위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행태와 가치관 또는 의식과 생활습관 등모든 것이 어우러져 문화란 것이 형성되며 그것은 한 집단의 예술 활동이나산물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따라서 문화는 큰 미술관을 짓고 국제행사를 유치하고 볼거리를 마련하는 잔치로 이루어지거나 유지되는 것은 아니며 이런 하드웨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당연히 그 내용을 채우는 소프트웨어와 그를 제시하는 방법이다.이런 관점에서 예술작품을 소장하고 전시하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대해서도 좀 더 깊이있게 생각해봐야 한다. 당대를 흔히 탈식민지 시대라고 하지만 과거 구미 열강의 식민지였던 많은나라들은 자국의 문화를 과시하기 위해 앞다투어 미술관을 건립하고 있다.현대적 의미의 미술이나 미술관은 모든 인류에게 본질적인 것이기 보다는 특정한 시대의 상황과 요구의 산물이다.그것은 세속화된 지식이 종교를 대신하기 시작한 18세기에 서구 자본주의의 대두와 더불어 탄생했지만 현재는 탈식민주의의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와 맞물려 전 지구적으로 예술이 없이는 종족이나 민족을 논할 수 없을 정도가 되고 말았다.결과적으로예술품을 수장하고전시하는 미술관을 통해서 총체적인 미술의 의미가 규명되고 예술은 서구 헤게모니의 보편공용어가 되었다는 지적이 나오게 된 것이다. 물론 그 기원이야 어떻든 간에 한 나라와 지역을 소개하고 정체성을 규명하는 중요한 잣대로서 미술관은 필요하다.그러나 건축물의 형태나 구조를 비롯하여 전시공간과 방법이 서구 중심으로 보편화되어 있는 것이 문제이다.작품들은 일단 사각형의 공간 안에 들어오면 일상과는 유리된 특별한 전시효과를 얻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며,이런 효과는 비슷비슷한 미술관 건물이라는하드웨어에 작품이라는 소프트웨어를 비슷비슷한 방식으로 제시하는 과정에서 반복되고 고착된다. 이런 서구중심의 미술관 문화가 각기 다른 작품의 현장성과 문화의 이질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형식과 구조가 비슷하더라도 내용물만 다르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발상은 미술관이라는 제도권에 내재한 이데올로기의 효과를 과소평가하는 순진한 생각일 뿐이다. 미술관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학예사 또는 큐레이터라는 직종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부쩍 높아져서 관련학과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이제껏 아무런 자격제한 없이 비전문가가 미술관의 행정과 전시를처리해온 관행을 정부가 바로 잡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도 이런 현상과무관하지 않다. 관계법령이 현재 다듬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우선 유념할 것은 박물관과 미술관은 서로 다르며 미술의 전시기획을 담당하는 학예사는 그밖의사업 즉 경영이나 행정을 맡는 사람과 구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이미 간략하게 근본적인 문제를 언급했지만 전시담당 학예사는 미술의 본질과 역사에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있어야 하며,미술관과 그 전시가 미술사 기술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현 상황에서는 폭넓은 미술사적인 지식과 깊이있는 인문학적인 배경,그리고 현장경험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것이 미술관 큐레이터를 단기교육으로 취득할수 있는 학점이나 기능 위주의 자격시험으로 간단하게 평가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이다.따라서 자질있는 전문 큐레이터를 육성하기 위해서는자격심사의 기준을 높이는 구체적인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어차피 미술관이나 큐레이터는 서구문화의 산물이다.그러나 이 모델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결코 외면하지 말아야할 것은 그 요구사항의 엄격함과 세심함이다. 강태희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
  • 새천년 앞두고 백과사전식 대형 시리즈물 봇물

    다사다난한 20세기를 역사로 흘려보내는 감격에서 일까.아니면 불확실한 21세기를 맞는 불안에서 일까.요즘 서점가에는 인류의 문화유산을 백과사전식으로 정리한 대형 시리즈물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들 책은 전문적인 분야를 대중들이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알기 쉽게 풀이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한 관계자는 “이들 책은 인문학의 부흥과토대 구축을 위해 유럽에서 수년간 공을 들여 만들어 온 것”이라면서 “20세기를 보내고 새천년을 맞는 시점에서 인류의 유산을 점검하고 새로운 출발을 꿈꾼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 책을 펴낸 출판사들은 이구동성으로 한 가지 아쉬움을 드러낸다.이들은 “동양의 것을 이런 형식으로 구상했으나 마땅한 필자가 없고,막대한 투자비 마련이 어려워 결국 서양책만 번역하게 됐다”고 밝힌다. [한길 크세주] 요즘 나온 시리즈의 맏형격.전세계 30여개국에서 1억6,000여만부가 팔려나간 백과사전식 문고판 3,600여종 가운데 우선 12권만 번역해출간했다.프랑스혁명,르네상스,그리스철학,로마제국사,백과전서,수사학,대학의 역사,감정,영화의 역사,형이상학,컴퓨터의 역사,환경 등이 제목이다. 프랑스 철학자 몽테뉴의 ‘나는 무엇을 아는가’(Que sais je,크세주)를 제목으로 삼은 이 시리즈는 프랑스대학 출판부에 의해 1941년 첫선을 보였다. 철학과 문학,신학,역사학,정치학,교육학,음악과 영화,컴퓨터까지 지식의 박물관을 이루고 있다. 이정우 전서강대 교수는 “가능한 모든 자료를 모으고,객관적 지식를 축적하는 백과사전식 전통이 프랑스 문화의 축”이라면서 “크세주시리즈는 프랑스문화의 이념과 능력을 총집결시켜 보여준다”고 말한다.각권 값 7,000원. [거울에 비친 유럽] 프랑스 쇠유,이탈리아 라테르차,독일 C.H.벡,영국 블랙웰,스페인 크리티가 등 유럽의 대표적인 출판사 5곳이 공동으로 마련한 ‘유럽을 만들자’ 시리즈의 제1권.현대문명의 중심을 자처하는 유럽인들이 새천년을 맞아 수천년간 이룩해온 그들 역사의 참된 진실을 찾자는 뜻에서 책을 낸 것.냉혹하리만큼 철저하게 유럽인을 해부하고 있다. 새물결출판사는 이번 것에이어 내년초부터 잇달아 26권 전권을 번역 출간한다.이 시리즈는 유럽의 영광과 업적은 물론,치부와 죄악을 현미경과 확대경의 두가지 시각을 통해 드러낸다.이번에 나온 ‘거울에 비친 유럽’은 스페인의 대표적인 역사학자 조셉 폰타나가 썼다. 조셉 폰타나는 책에서 “유럽인은 유령의 집에 야만 기독교 봉건제 악마 촌뜨기 미개 진보 등의 왜곡된 거울을 설치해 놓고 자신들을 정의내리고 다른사람들보다 우월하기 때문에 그들을 지배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자아도취적혹은 자기합리화적 세계관을 만들어왔다”면서 “유럽인은 하루빨리 유령의집에서 뛰쳐나와야 ‘세계’라는 거대한 책에서 인간사회에 대한 연구작업을 다시 할수 있을 것이며 그렇지 못할 경우 자신들의 파괴를 준비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값 9,500원. 이밖에 출판사 동연은 동연총서 시리즈의 하나로 ‘예수의 역사 2000년’(값 1만4,000원)을 펴냈다.동연의 백규서 대표는 “천상 지옥 악마 신 예수등 서구의 종교적 개념들을 문화사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살펴보려는 것”이라면서 “각분야 전문가들의 도움을 얻어 인문학적으로 종교를 보는데 도움을줄 수 있는 책을 선정하고 있다”고 말했다.동연총서는 모두 20여권이 나올예정이며 지금껏 6권이 발간됐다. 또 최근 나온 ‘중요무형문화재’는 우리나라 중요무형문화재 103종을 소개,사라져가는 전통의 향기를 독자들에게 전해준다.모두 5권으로 종묘제례악등 음악과 무용,북청 사자놀음 등 연극과 놀이,택견 등 의식 음식 무예,나전장 등 공예기술을 다룬다.각권 값 6,000원. 박재범기자 jaebum@
  • [화제의 책]

    *내 친구 빈센트/ 박홍규지음/ 조합공동체 소나무 7,500원 고흐는 후기 인상파 화가가 아니라는 색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이전에 나온 책과는 달리 한국인이 쓴 첫 고흐 평전이란 점도 관심을 끈다.저자인 박홍규 영남대 법과대학장은 미술에 조예가 깊어 방학이면 배낭을 둘러메고 유럽의 미술관들을 순례하고 있다.이 책은 이같은 그의 순례 결과물인 셈이다. 책은 인문학적 관점에서 고흐의 삶과 예술세계를 조명하면서 잘못 알려진부분을 바로잡고자 했다.고흐가 후기 인상파 화가로 분류되는 것이 아니라평생을 가난한 이웃을 위해 그림을 그렸다고 말한다.탄광 노동자와의 일체감을 갖기 위해 그림에 입문했고,그의 그림에 나타나는 열정적 색채와 굵직한터치 등 강렬한 인상이 그 소산이라는 것이다.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현각 스님 지음열림원 7,000원 미국 예일대와 하버드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에서 불교에 입문한 현각스님의 구도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난 현각의 어린시절과 살아있는 세계4대 성불로 존경받는 숭산(崇山)스님과의 운명적 만남,그리고 외국인 수행자로서 느끼는 불교와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고 있다. 저자는 불교에 귀의한 계기를 지난 83년 예일대 재학시절 슬럼가와 흑인들의 삶을 목격하고 그 피폐함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밝힌다.이후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예수의 말을 따라 진리를 찾기 위해 한없이고민했지만 또다른 의문과 회의에 쌓이게 됐다고 적고 있다.저자는 지난해 KBS에서 방영돼 화제를 모았던 다큐멘터리 ‘만행’의 주인공이다.
  • [대한매일 창간95] 사이버시대의 문제점

    사이버시대는 이제 역행할 수 없는 물결로 도도히 흐르고 있다.일상생활 깊숙이 파고들어 사회 모든 분야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특히 문화분야에서는변화가 더욱 뚜렷할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 사이버시대가 전면적으로 뿌리내리지 않은 탓에 부작용 등에관해 정확히 분석된 바는 없다.다만 현재 온라인 상에서 빚어지는 현상을 토대로 정부나 기업 학계 등 관계자들이 이런 저런 상황을 점칠 뿐이다. 우선 인터넷서점 부꾸를 운영중인 조성일 사장은 앞으로 대두될 문제점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익명성에 따른 비윤리성을 꼽는다.그는 “통신 공간 상의 윤리문제를 확립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인터넷 상에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음란물 사이트가 올라있으며 PC통신 중 폭력적이거나 비속한 언어를 사용하다 물의를 빚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아울러 ‘컴퓨터 제조자 따로,이용자 따로’인 기술적 문제점을 지적하는목소리도 높다.용인대 김창휴 영화영상학과 교수는 “컴퓨터의 개발이 공학도에 의해 진행됨으로써 이용자의 편의가 외면당하는 측면이 있다”고 전제하고 “특히 예술 및 인문학적 고려가 이뤄지지 않아 자칫 컴퓨터가 ‘차가운’ 기계가 될 가능성이 짙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이같은 사이버 시대를 제대로 이끌기 위해서는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까.전문가들은 “컴퓨터시대의 조기정착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창조성및 윤리성을 키우는 교육”이라고 입을 모은다.아울러 PC통신 등에서 사용되는 언어를 순화·통일하는 작업도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문화관광부 곽영진 문화산업정책과장은 “사이버의 발전에 대응한 정책방향을 연구중”이라면서 “단기적으로 볼 때 정보의 소유및 유통과 관련된 법적 장치를 정비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사이버의 유년기’인 요즘 사이버가 인간생활에 도움이 되는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초적인 이용 규범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재범기자 jaebum@
  • 조동일교수 중세문학 재인식 다룬 책 3권 펴내

    “서구문학의 잣대로 세계문학을 보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서구 중심의 근대가 갖는 맹점과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구적 보편성을 지녔던 중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서울대 국문과 조동일교수(61)가 ‘중세문학의 재인식’이라는 큰 주제 아래 세 권의 책을 펴냈다.동아시아 한문문명권의 문학을 고찰한 ‘하나이면서 여럿인 동아시아문학’,세계문학사의 일반론을 도출한 ‘공동문어문학과 민족어문학’,각 문명권의 중세문학이 어떻게 같고다른가를 해명한 ‘문명권의 동질성과 이질성’등 3부작.지식산업사에서 펴낸 이 책들은 연작 형식이지만 내용이나 논지는 독립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이 3부작은 저자가 기획중인 세계문학사 연구 시리즈(전10권) 중 일부.특히 이번 저서는 국내는 물론 세계학계가 소홀히 다뤄온 중세문학을 집중적으로 고찰,서구와 근세 일변도 연구의 한계를 뛰어넘고 21세기 세계사의 새로운지향점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조 교수는 지난 70년 ‘서사민요연구’를 시작으로 이번까지 모두 40권의저서를냈다.그의 책들은 한결같이 기존의 논거와 논의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독설을 담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이번에 펴낸 ‘중세문학의 재인식’ 시리즈는 학문적 논쟁을 유발할 만한 도전적인 문제의식으로 가득하다. 저자는 왜 중세를 파고드는 것일까.중세야말로 세계 각 문화와 문명권이 서로 대등하면서도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했을 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인문학적으로도 뛰어난 업적을 남긴 시기였다고 보기 때문이다.이런 중세가 근세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구의 일방적 독주가 계속되면서‘암흑의 시대’로 폄하됐다는 것이다.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비서구권에서조차 자신들의 역사가 남긴 문명적 가치를 경시하는 가운데 서구문화와 문학에 경도돼 있다는 점이다.조 교수는 ‘오리엔탈리즘’이란 책을 쓴 미국의 문학비평가 에드워드 사이드 같은 사람은 팔레스타인 출신임에도 아랍권문학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까막눈’이라고 쏘아붙인다.사이드의 비평은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일종의 ‘시비학(是非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중세는 한문·산스크리트·아랍어·라틴어가 두드러진 위치를 차지하며 거대 공동문어권을 형성하고 있었고,팔리어와 그리스어권도 무시할수 없을 만큼 강한 세력을 갖고 있었다고 분석한다.나아가 이들 문명권 안의 소그룹 즉 민족어문학의 우열이 어떻게 교차했는지도 면밀히 살핀다. 각 문명권은 중심부와 중간부,주변부로 대별할 수 있는데,시대와 상황에 따라 서로 자리바꿈하며 동질성과 이질성을 보여왔다는 게 그의 견해.예를 들어 동아시아의 경우 중세까지만 해도 중국이 문명권의 중심부를 차지한 가운데 한국이 중간부,일본이 주변부를 형성했지만 근세에 들면서는 일본이 중심부로 부상하는 등 역전현상이 나타났다.유럽의 경우도 마찬가지.이탈리아와영국이 중세에는 중심부와 주변부를 각각 차지했지만 근세들어 형세가 반전됐고,최근들어서는 이탈리아가 문화적 중심부로 재부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문학사 연구 시리즈는 86년 ‘세계문학사의 허실’을 첫 권으로 지금까지 모두 7권이 나왔다.‘세계의 철학사와 문학사’‘소설의 사회사 비교론’‘세계문학사의 전개’ 등 나머지 3권은 2002년까지 완간될 예정이다.세계문학사 정립의 대장정에 나선 조 교수는 “이제 ‘수입학’을 배격하고 ‘자립학’을 넘어서 ‘창조학’으로 학문적 지평을 넓혀나가야 할 때”라고 힘주어 말한다.
  • [굄돌]인문학·벼랑에 몰고 맞는 새 밀레니엄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거창해 보이는 질문이지만 최근 공론화된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인간은 돈으로 산다’ 그리고 ‘돈을 위해 산다’는 것이다.그럼 하나만 더 질문해보자.돈은 왜 생겨났나?인간의 삶의 편리를 위해 교환가치라는 실용성에서 생겨난 돈은 증권시장에서 보듯이 허구적 가치 혹은정서적인 가치라는 상징적 차원으로 과장되고 있다. 나는 부모님이 이북출신이어서 가족들 것을 합쳐 100만원대 동화은행주를갖고 있었다.그런데 어느날 깨어보니 0원이 되었다.증권사 직원이 좀더 갖고 있으면 오를테니 팔지말라고 해 그냥 갖고 있다가 날린 것이다. 그 대신 나는 자본주의라는 게 어떤건지,증권의 가격이 어떤 건지에 대해생생하게 배웠다.그리곤 생각했다.그 돈 없어도 내 삶에 별 지장이 없으니,없었던 셈치자라고.차라리 그 돈으로 좋은 일이나 할 걸 생각하니 아쉬웠지만,발 뻗고 잤다. 내가 날린 돈에 초연할 수 있었던 것은 다행히도 ‘돈이 다가 아니다’라는 인생관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리고 그것은 인문학적인 바탕에서 나온것이다.인문학이라고 돈을 못버는 것은 아니지만 직접적인 돈벌이를 위해서만 존재하지도 않는게 인문학의 특징이기도 하다. 며칠 전 한 일간지에서 세계명문대학으로 미국 리즈대학을 소개했다.실리콘 밸리를 일으킨 대 사업가들이 리즈에서 인문학적 교양을 쌓았다는 사실은당연한 것이다.미국영화의 부가가치를 높힌 디지털 특수효과의 귀재 루카스는 구로사와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에 감사하며 새로운 디지털 스튜디오 이름을 구로사와라고 붙였다.이것은 이공계 학문이 인간에 대해 사고하는 인문학적 토대와 함께 어울려 돌아가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다. 그런데 우리는?개발독재정권부터 지금까지 장학금,국책 프로젝트,교육부 지원책은 모두 이공계와 자연과학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만일 지난 30년간이런 한쪽의 투자가 양쪽에 고루 이루어졌다면 지금보다 나은 결과가 있었을 것이다.어쩌면 IMF도 안당했을지도 모른다. 돈과 기술로 앞서가려면 인간의 편리한 삶에 대해,그보다 먼저 인간의 가치와 윤리에 대해 깊이 사고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언제나 깨달아 실천할까. 그리고 선진국의 이공계 투자비를 비교하는 지표에 인문학에 투자하는 비율도 같이 들어가면 좀더 실속있는 참고자료가 되지 않을까. 유지나 영화평론가 동국대교수
  • ‘지역문화발전론’/김문환 교수 著

    ◎“삶의 질 이렇게 높여라”/생활문화 활성화 모색/日 足利市 등 외국 개발사례 소개/전통문화와 ‘현대’ 접합방안 제시 “지금까지의 문화행정은 문화재 보호나 예술진흥을 중심으로 한 좁은 의미의 정책개념에 머물러 온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이제는 삶의 질을 높이는 일,즉 생활문화라는 영역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지방행정이나 정책의 분야는 물론 사회과학의 영역에 속하지만 그것이 지향해야 할 목표는 인문학적 발상 없이는 이룰 수 없다” 서울대 미학과 김문환 교수(한국문화정책개발원 원장)가 지방자치 시대 지역문화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한 시론서(試論書) ‘지역문화발전론’(문예출판사)을 펴냈다. 김교수가 이 책에서 특히 강조하는 것은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지역문화, 시민운동으로서의 지역문화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특성을 살려 경쟁력 있는 문화예술을 특화·발전시키고 정보화시대에 맞는 도시문화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외국의 다양한 지역문화 개발 사례,특히 일본의 지역문화정책을 깊이 있게 살핀다. 일본의 아시카가시(足利市)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아시카가의 공자묘를 고리로 중국 제령시와 자매도시 교류를 하고 있다. 이것은 곧바로 문화적 뿌리에 대한 교육으로 이어진다. 또 시모다시(下田市)에서는 페리제독과 흑선의 내항지라는 역사적·지리적 특성에 착안해 미국의 뉴포드시와 자매도시 관계를 맺어 흑선축제 등의 이벤트로 지역문화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경쟁력 있는 지역문화환경을 만드는 데 제1조건은 독창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밭 한가운데 세워진 바흐 홀로 유명한 미야키(宮城)현 나카싱덴죠(中新田町)가 그 좋은 예다. 이 바흐 홀은 농촌으로 세계일류의 음악가들을 불러 들이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를 통해 지역을 재발견하고 문화발전과 함께 지역의 산업진흥도 꾀한다. 이밖에 인구의 과소화라는 문제를 안고 있던 나가노현 기소후쿠시마(木會福島)가 국제음악제로 소생했고,도야마현 도카무라(利賀村)도 국제연극촌 만들기로 마을을 일으켜 세우는 데 성공했다. 우리나라와 관련해이 책은 부천시의 지역문화 특화방안을 제시한다. 부천에서 가장 먼저 현대화의 물결을 수용한 곳은 소사동이다. 김교수는 이 소사에 철도건설 자료 등 역사문물을 전시할 수 있는 시립박물관을 세우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한다. 이곳에서 복사골예술제가 열리지만 복사꽃이 살아 있는 현장은 없다는 게 그의 지적. 수원의 딸기,안양의 포도와 함께 경기삼미(三味)중 하나로 손꼽히던 소사의 복숭아를 되살리는 정책이 문화적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부천시는 궁시장(弓矢匠),줄타기,장말도당굿 등 국가가 지정한 중요 무형문화재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김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전통예능과 현대적인 교예(巧藝)와의 접합을 시도해 보는 것도 가능하다. 북한에서 종전의 서커스를 대신해 만들어낸 ‘교예’는 그들이 중시하는 민중성 원리를 잘 드러내고 있는 예술로,이같은 접목 시도는 통일문화 형성에도 보탬이 된다는 것이다. 김교수는 지역문화의 발전과 관련,민족문화유산에 대한 교육을 중시한다. 그가 참고로 삼고 있는 것은 이스라엘텔 아비브 대학의 디아스포라 박물관. ‘디아스포라’란 흩어진 백성이란 뜻으로 유대민족의 오랜 유랑생활과 고난의 역사,그리고 세계 문화와의 접변 등을 내포하는 개념이다. 야외교육과 박물관 탐방교육으로 실효를 거두고 있는 이곳은 세계 140개국에 걸쳐 500여만명의 해외동포를 갖고 있는 우리로서는 특히 본받을 만한 시설이다. 우리의 지방자치는 이제 제2기를 맞았다. 그렇지만 문화분야에서는 아직도 지방자치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김교수는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는 ‘정치’와 무관하지 않되 ‘생활정치’ 즉 시민들의 삶의 질을 돌보는 정치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 ‘그리스 신화의 세계’펴낸 외국어대 유재원 교수

    ◎“신화는 역사… 시간 초월한 진리”/인문학 관점서 神의 상징적 의미 고찰/정신분석학 접근으론 본질 파악 못해 “‘신화란 재미있는 거짓말’이라는 생각은 틀린 것입니다.신화는 허구가 아니라 진실이고 역사예요.그리스도교인들에게 예수가 진정한 하느님이고 숭배의 대상이듯이 고대 그리스인들에게는 올림포스의 신들이그러한 자리를 차지했던 것이지요.우리가 신전이라 부르는 고대 유적들은 단순한 유적이 아니라 신자들이 기도하고 예배드리는 경건한 교회당이었습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언어학과 유재원 교수(49)가 그리스 신들의 상징적 의미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쉽게 풀어 쓴 ‘그리스 신화의 세계’(현대문학)를 펴냈다.이 책은 월간 ‘현대문학’에 97년부터 1년여 동안 연재됐던 내용을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다. 그리스 신화란 시인 호메로스가 활동하던 무렵인 기원전 8∼9세기부터 ‘이교세계’가 끝나는 기원후 3∼4세기까지 그리스어를 사용하는 여러 지방에 널리 퍼져 있던 온갖 불가사의한 설화와 전설을 총칭하는 말.1천년이 넘는 세월속에서 그리스 신화는 변화를 거듭했다.호메로스 시대에는 신화의 모든 내용이 진실이었다.그러나 불과 삼사백년이 지난 플라톤 시대에 이르면 신화는 공화국에서 내쫓아야 하는 존재로 전락한다.그리스도교가 세력을 얻게된 고대 세계 말기에는 신화란 부도덕한 이야기로 가득찬 백해무익한 거짓말로 간주됐다.우리는 과연 어느 시대의 관점에서 그리스 신화를 이해해야 할까. “고대 그리스 문명이 절정에 달했던 기원전 4∼5세기는 서양사상을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한 시대입니다.소피스트와 소크라테스·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 등 철학자와 에스퀼로스·에우리피데스·소포클레스 같은 비극작가,헤로도토스·투키디데스 같은 역사가들이 활동하던 시기죠.이 시기에 신화는 굳건한 믿음의 대상이었습니다.그러나 현대인과 고대 그리스문명 사이에는 그리스 문화를 왜곡한 로마시대와 중세가 가로놓여 신화에 대한 이해를 방해하고 있어요.우리가 진정으로 그리스 신화의 세계를 이해하려면 로마와 중세를 뛰어넘어 올림포스 신앙의 본질을 밝혀내야 합니다” 그래야만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이 알고 있던 살아있는 신들의 신화를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화에 관한 우리의 이해수준은 그리 높지 못하다.신화의 본질을 꿰뚫지 못하고 문학적인 원형을 찾거나 정신분석학적으로 접근하는 정도가 고작이다.그러나 신화를 문학작품으로 다루거나 정신분석학의 응용대상으로 보는 한결코 신화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게 유교수의 지적이다.신화는 거대한 세계관이요 사상체계이기 때문이다.유교수는 이 책에서 서양문화의 지적 원형으로서의 신화를 요령있게 보여 준다.신화는 탈(脫)역사화 공간이다.그 신화 속에는 시간을 초월한 진리가 숨어 있다.그 진리를 얼마만큼 자기 것으로 만드느냐는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다. 그리스 아테네 대학에서 ‘그리스어의 시제일치 현상에 대하여’란 논문으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은 유교수는 한양대에서 신화학도 강의하고 있다.그는 어쩌면 신화학을 위해 언어학을 전공했는지도 모른다.언어학과 신화학은 쌍태(雙胎)관계인가.“현대 신화학을 창시한 독일의 막스 뮐러는 언어학자였습니다.또 ‘그림 동화집’으로 유명한 그림 형제도 사실은 인도­유럽 비교 역사언어학의 대가였어요”
  • 비평에 대한 비평이야기/황병하 교수의 ‘메타비평을 위하여’

    ◎개별적 판단 기초한 평단흐름 비판 메타비평이란 무엇인가.‘메타(Meta)’가 ‘초월’‘뒤’라는 뜻임을 감안하면 메타비평이란 비평의 뒤,즉 비평의 비평 혹은 비평에 대한 비평을 가리키는 말임을 알 수 있다.비평작업에 있어서 작품에 적용하는 언어나 틀 또는 방법론에 대해 비평적 태도를 취하는 제2차 비평이 바로 메타비평이다.비평행위를 다시 비평하는 것이 가능할까.최근 광주여대 창작문학과 황병하 교수가 펴낸 ‘메타비평을 위하여’(민음사)는 메타비평에 대한 온당한 정의와 함께 메타비평에 임하는 근원적인 태도를 밝힌 평론집으로 관심을 모은다. 우리는 늘 비평을 ‘객관적’인 것으로 이해해왔고,비평가들 또한 그러한 인식과 이해태도 안에서 비평이라는 장르의 글을 써왔다.그러나 비평가들은 스스로 비평작업이라는 것이 개별적인 가치판단에 기초한다는 점을 암묵적으로 자각해왔다.황교수는 “메타비평이 가능하려면 무엇보다 그러한 자기최면적 이중성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나아가 자신의 개인적인 문학적 입장을 ‘객관적’인것으로 포장한 뒤 사회적 위치를 이용해 그것을 세속권력화시키곤 했던 우리 평단 일각의 흐름을 비판한다. 황교수는 이 책에서 인문학적 도덕성의 타락과 비평의 죽음을 이야기한다.인문학이 갖는 비실용가치적 성격,곧 인문학적 도덕성은 불교의 공사상이 세속적인 허무주의로 탈바꿈돼 악용되듯이 권력구조의 취약성과 퇴폐성을 눈가림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하나의 예로 그는 문학비평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의 인문학이 세속적 권력의 신경망에 깊숙히 침윤돼 있는 현실을 지적한다.격자구조 형태의 권력을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해 문학비평은 정실비평화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환청으로서의 시’와 ‘가학증으로서의 비평’ 그리고 ‘형이상학적 착란으로서의 소설’을 각각 3부로 나눠 다룬다.‘옥타비오 파스가 80세에 쓴 사랑의 계보학 ­이중불꽃:사랑과 에로티시즘’‘반복 속에 숨겨진 존재론적 음성­호세 에밀리오 파체코’등 현대 멕시코 시단을 대표하는 걸출한 두 시인에 관한 글이 시선을 끈다.
  • 작가 겸 평론가 이인화 이대 교수 「인간의 길」내

    ◎첨삭과 허구로 그린 「소설속 박정희」/반항아 기질 주인공의 「운명을 거부한 삶」/2∼3부 「혁명의 길」·「나의조국」 등 10권 예정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한국 근현대사를 통틀어 가장 소설적인 인물입니다.작가라면 누구나 한번쯤 탐내볼만한 주인공이지요』 작가이자 평론가인 이인화씨(31·이화여대 교수)가 박 전 대통령을 모델로 소설 「인간의 길」을 살림출판사에서 펴냈다.현재 나온 1,2권에 이어 다음달 나올 3권으로 「인간의 길」을 마감한 뒤 「혁명의 길」과 「나의 조국」으로 이어지는 모두 3부작 10권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우리 역사가 배출한 많은 인물 가운데 박씨만큼 자신의 운명을 극단까지 살아낸 카리스마적 존재가 있을까요.선·악 양면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인물,마키아벨리스트인가하면 휴머니스트이기도 했던 국가주의자 박씨는 고유명사를 넘어선 보통명사,인문학적 탐구대상이라는 생각입니다.역사의 굵은 능선이 된 한 특별한 인물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인간의 길」은 일제시대 만주군 장교 허정훈의 삶을 그 조부 허생원 대로부터 그려내고 있다.극양의 사주로 태어날 때부터 파멸의 운명을 예고받은 아버지 선영은 아니나다를까 동학혁명에 가담,멸문을 자초하고 폐인이 된다.정훈은 일제시대 그의 일곱째 아들로 태어나 굴종과 가난을 팔자로 받아들이는 조선인의 삶에 반발,대구사범학교로 만주군관학교로 떠돌지만 운명을 거부하는 반항적 기질때문에 무수한 죽을 고비를 넘긴다. 『로맹 롤랑의 「장 크리스토프」가 바로 베토벤은 아니잖습니까.박씨의 화신 허정훈 역시 첨삭과 허구가 따른 인물입니다.창조된 주변인물과 역사설정도 많지요.하지만 창작자의 이같은 개입은 운명을 딛고 일어선 한 초인적 인물을 더 강렬하고 장엄하게 형상화하기 위한 범위내에서 이뤄졌습니다』 최근의 박정희 재평가 분위기속에서 이 소설은 문단안팎으로 곱건 굳건 적잖은 시선을 모으고 있다.하지만 이씨는 이같은 시류가 반갑지만은 않다.사회 분위기가 지식인들의 몸사리기를 불러와 거쳐야 할 논쟁을 가로막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버트란트 러셀도 언급했듯이 우리는 악한 인간의 극단적 운명에서 더 많은 것을 암시받습니다.그런 의미에서 전범없이 흔들리는 최근의 지식인사회에 이 소설이 하나의 전망을 암시하는 기폭제역할을 하기를 바랍니다』 이씨는 역사적으로 충분한 평가가 선행되기를 기다리며 박씨에 대한 보다 사실적인 접근과 가치판단이 불가피할 2부 「혁명의 길」,3부 「나의 조국」 등 60년대 이후의 밑그림그리기를 21세기로 미뤘다.
  • 불 여성작가 화제의 소설 시리즈로 나온다

    ◎도서출판 열림원,월말 3권 첫 출간 □뒤라스 ·「연인」으로 유명 ·작품 「고통」통해 애증갈등 표현 □유르스나르 ·「알렉스」·「세사람」 화제 소설 두편 ·성,인간성 탐구 □사로트 ·누보로망 기수 ·소설 「황금열매」 진수 선보일듯 프랑스 현대 여성작가들의 화제작만을 골라 맛보여주는 시리즈물이 나온다.도서출판 열림원에서 출간될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선」이 그것.이달말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의 「알렉시」「세 사람」(이상 남수인 옮김),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고통」(유효숙 옮김) 세권으로 테이프를 끊은 뒤 연말까지 일차분 열세권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모두 프랑스 현대문단의 성감대를 민감하게 건드리고 있고 문학성도 갖춘 작품들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프랑스에서도 각종 문학상에서 여성작가 수상이 날로 늘어나고 있으며 요즘 우리나라같은 「여성작가 붐」도 일었다.프랑스가 유럽문학의 수원인 점은 누가 뭐래도 부인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필력 섬세하기로 소문난 여성작가들의 소설을 찾아 읽는 즐거움은 더욱 클 듯하다. 먼저 나오는 세권은 「…소설선」중에서도 구세대로 어느 정도 문학적 평가가 이뤄진 작가들의 작품.발표시기도 거의 50년 이전이다.지난해 죽은 뒤라스는 자전소설 「연인」이 영화화된 뒤 우리나라에서도 설명이 필요없을만큼 유명해졌다.「고통」은 2차대전때 포로로 뼛가죽만 남게 된 레지스탕스 남편에게서 동지이지만 연인을 느낄수 없었던 솔직한 심경을 그린 소설이다.사회참여와 연애 다방면에 불꽃을 피웠던 뒤라스의 기질을 엿보게 한다. 유르스나르 역시 「어둠속의 작업」「하드리아누스황제의 회상록」 등이 국내 번역돼 풍요로운 인문학적 품격과 여성을 느낄수 없는 선굵은 문체로 적잖은 독자를 모았던 작가.아내에게 자신의 솔직한 「성애론」을 고백하는 편지형식의 「알렉시」는 레즈비언이었다고 알려진 작가의 성취향을 보여주며 「세 사람」은 1차대전 와중에 애인을 쏘아죽이기에 이른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토대로 인간성과 사회에 대한 특유의 묵직한 고찰이 펼쳐진다. 93년 내한한 아니 에르노의 최신작 「부끄러움」(이하 원제)「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거식증 소녀를 그린 「난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로 국내 소개된 주느비에브 브리작의 페미나상 수상작 「엄마를 찾아서」 등도 화제가 될 만하다.이밖에 누보로망의 기수인 나탈리 사로트의 「황금열매」를 비롯,앙드레 쉐디드,카롤린 라마르슈,클레르 갈루와,다니엘 살르나브,마리 르도네,마리 카르디날 등 최신 작가들이 대거 소개된다.
  • 「문화 스펙트럼」 1차 9권 출간

    ◎기획 문고 시리즈… 한국문학선 등 7분야 문학과 지성사(대표 김병익)가 올 초부터 기획해온 문고시리즈 「문지스펙트럼」이 첫 결실을 맺었다. 「인문학적 교양의 대중화」를 목표로 하는 이 시리즈가 다루고 있는 영역은 「한국문학선」「외국문학선」「세계의 산문」「문화마당」「우리 시대의 지성」「지식의 초점」「세계의 고전사상」 등 7개 분야.이번에 1차분으로 황순원 소설선「별」,이성복 시선「정든 유곽에서」,「한국문학의 위상」(김현 지음),「베르그송주의」(질 들뢰즈 지음·김재인 옮김),「지식인됨의 괴로움」(김병익 지음) 등 9권이 출간됐다. 「문지스펙트럼」은 권당 250쪽 내외로,각 분야의 주제에 맞게 배열해 찾아보기 쉽도록 했으며 우리 문화수준에 걸맞은 국내 저작물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이 특징.김병익·김주연·김치수·홍정선·김태동·성민엽·오생근·정과리·정문길·권오룡씨 등이 책임 편집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 컴퓨터,인문교육 기반이 중요(사설)

    어린이에게서도 인터넷 조기교육붐이 일고 있고 이때문에 또 어린이에게까지 인터넷 음란물이 보여지고 있다는 기사가 11일자 본지에 보도됐다.청소년들에 있어 인터넷은 이미 「정보의 바다」가 아니라 「컴퓨터 홍등가」라는 사실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일이지만 어린이들에게마저 이 폐해가 확산될수 있다는 문제에서 보면 컴퓨터교육 열의가 너무 단순화하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두려움이 생긴다.컴퓨터교육의 보다 정밀한 교육효과와 실질적 효율에 대해 검토를 해야 할때가 된것 같다. 어린이들도 물론 도서관을 가는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듯이 컴퓨터가 두려운것이 아님을 배울 필요가 있다.그러나 인터넷에 연결된 어떤 데이터도 책이나 자료를 개개인에게 읽어주는 것은 아니다.단지 목록을 보여줄 뿐이다.이는 도서관에 가서 이책 저책 무심히 표지만 보다가 나오는 것과 다를바 없다.그러다가 외설류같은 쓰레기자료에 시간낭비만 하게 될수도 있는 것이 현단계의 인터넷 가상세계다.그런가 하면 중요자료들은 벌써 들어오기를 거부하고 있고 오히려 입력돼 있던 것까지 빠져나가는 형편이다. 때문에 컴퓨터교육은 무엇보다 아무런 노력이나 훈련도 없이 화면만 바라보면 정보를 얻을수 있는 도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먼저 가르쳐야 할 의무가 있다.이를 위해 모든 학교는 전보다 몇배 읽기교육을 강요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결국 보다 충실한 인문교육의 강화를 통해서만 컴퓨터 효용은 얻어질수 있는 것이다.컴퓨터는 문법도,분석적 사고도,인간상호간의 교류도 알고 있는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보사회 또는 정보산업시대의 자산은 창조력과 상상력이라고 말한다.이 점에서도 단순한 컴퓨터 기능성에 매료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컴퓨터를 모르더라도 자기사고력,자기창조력을 키워주는 교재를 먼저 알게 하는것이 자라나는 내일의 세대에게 더 큰 힘을 줄 수 있다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변화를 쫓아가야 하지만 비판의식을 잃어서는 안된다.가벼운 호기심을 벗어나 교육의 진지한 인문학적 성찰이 긴요한 것이다.
  • 총선 때맞춘 「정치와 미술전」 2곳서/오늘의 정치현실 해부·풍자

    ◎「보다 갤러리」­「이십일세기」 나란히… 작가 51명 참가/한국화·서양화·그래픽 등 장르­기법 다양 4·11 총선이 임박한 정치의 계절에 정치를 소재로 한 미술전들이 열려 눈길을 끈다.「정치와 미술전」이란 동일한 제목을 내세운 2개의 전시회가 그것들로 정치현실을 바라보는 작가의 통찰력이 「예술」이라는 형식을 빌려 그 빛을 발하는 자리들이다. 하나의 「정치와 미술전」은 지난달 28일 보름간의 광주 신세계갤러리 전시를 마치고 29일부터 서울 종로구 인사동 보다갤러리에서 서울전을 갖고 있다.오는 9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는 작가 23명의 작품 50여점이 발표되고 있다. 고낙범 김익모 박불똥 박재동 서용선 윤동천 임옥상 최진욱씨등 독자적 작업이 돋보이는 출품작가들이 한국화·서양화·사진·그래픽·만화등 다양한 장르와 기법으로 오늘의 정치현실을 해부했다.4·11 총선으로 선거포스터가 범람하는 마당에 작품양식은 포스터로 정했다. 전시를 기획한 지명문씨(신세계갤러리 큐레이터)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하며 대중적 시각매체로 널리 이용돼온 포스터를 통해 한 시대의 정치문화와 인문학적 전통 뿐만 아니라 미술내적으로 그 시대의 새로운 조형양식과 표현기법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후보자 얼굴사진 중심의 판에 박힌 우리 선거포스터를 답답히 여기는 작가들은 여기에서 정치이념을 시각화하는 차원 높은 선거포스터의 본을 보이기도 하고 강렬한 정치적 메시지의 화면으로 오늘의 정치문화를 대변해 보이기도 한다.전시회는 또 작업성격에 대한 작가들의 짤막한 글과 세계의 유명 정치·선거관련 포스터 사진 20여점도 함께 전시하고 있다. 또 하나의 「정치와 미술전」은 3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의 복합문화공간 이십일세기에서 열린다.30여명의 작가초대를 구상한 주최측은 현재 김정헌 신학철 두시영 임옥상 최민화씨등 과거 민중미술계의 굵직한 작가를 비롯,28명의 작가들로부터 출품응낙을 받아냈다. 작가들에게 『작금의 총선국면과 관련된 정치역학은 진정한 리얼리스트의 정치적 상상력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귀하의 그같은 정치에 대한 견해와 풍자가 담긴 작품 출품을 원한다』고 주문한 주최측은 다양한 내용이 접수됐다고 했다. 미술품의 「정치에 대한 풍자」 기능을 특히 강조하는 이 기획은 모처럼 현실비판 목소리가 높은 전시회를 낳을 것이란 예상을 갖게 하기도 한다. 「정치와 미술」이란 주제의 그림들을 항구적 예술품으로 남기기 위한 출판까지 계획하고 있는 주최측은 또 출품작가의 작품 1점씩을 게재한 인쇄물을 만들어 정치선전 포스터 형식으로 시내 요소에 게시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이헌숙 기자〉
  • 무더운 여름을 서늘하게/추리·스릴러 소설 “봇물”

    ◎「DNA」·「공포특급3」·「몬태나의 북쪽」…/의학·법정·테러·공포·SF 등 소재 다양 여름 독서 성수기를 앞두고 추리·스릴러 소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예년과 다른 특징이라면 독자들의 기호가 세분화한 데 맞춰 의학·법정·사회·테러·공포·SF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들이 다투어 소개된다는 점.또 스릴러소설을 내지 않던 대형 출판사들이 새로 대열에 끼어든 점도 눈길을 끈다. 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의학스릴러물.「돌연변이」「바이러스」등을 크게 히트시켜 국내에 의학스릴러 붐을 일으킨 로빈 쿡의 신작 「DHA」와 「메스」(이상 열림원 펴냄)가 최근 선보였다.「DHA」는 유전자 조작을,「메스」는 태아를 불법으로 주고받는 것을 소재로 대규모 병원의 구조적인 비리를 파헤쳤다. 「낙태를 반대하는 대법원장에게 강제로 임신을 시킨다」는 충격적인 내용의 「제4의 절차」(스탠리 포틴저 지음·서적포),인체 장기 및 태아의 거래를 다룬 국내 소설 「옴니버스」(김민준·해난터)도 이 분야에 속한다. 공포를 주제로 한 사이코스릴러로는 「공포특급­3」과 「어둠의 묵시록」(이상 한뜻)이 돋보인다.요즘 추리물 출판이 장편에 치중하는 데 비해 두권 다 일급 작가들이 동원된 단편집이란 점이 특별나다.「공포특급­3」에는 최수철·고원정등 국내 작가 9명이 참여했고 「어둠의 묵시록」은 앨러린 퀸등 세계적인 추리작가들의 대표작을 실었다. 배심원 여성의 악몽과 살인사건을 연결한 「셀프 디펜스」(조너선 켈러만,열린세상),초능력자의 이야기를 다룬 일본소설 「나이트헤드」(아이다 조지·가나다라)도 짜릿한 전율을 안겨준다. 독특하고 품격높은 추리소설로는 「종소리를 삼킨 여자」(로베르트 반 훌릭·디자인하우스)를 꼽을 수 있다.7세기 당나라 때 실존인물 디 젠지에가 주인공인 이 소설은 추리적 재미에 문학적 향취,사실적인 풍속 묘사가 어우러진 뛰어난 작품.디 젠지에 시리즈로는 「쇠못 세개의 비밀」에 이어 두번째로 소개됐다. 이밖에 ▲지난해 「에드거상」 최우수장편작 수상작인 「여류조각가」(미네트 월터스·중앙미디어) ▲「인문학적 미스터리」를 내세운 「영혼의 음모」(독토로우·한뜻)도 독특한 추리소설이다. 한편 김영사가 올해 스릴러소설 출간에 나서 펴낸 「사면」(제임스 그리판도)과 「몬태나의 북쪽」(에이프릴 스미스)등이 독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 경희대 도정일교수,위기에 처한 비평의 갈길 제시

    ◎문학비평/“삶의 질 개선에 앞장설때”/사회 곳곳에 퇴폐·외설문화 만연/비인간적 환경 바로잡기 위한 비평 필요 「비평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일부의 견해와는 달리 문화의 몰락과 함께 비평이 위기에 봉착했다는 한 중진 학자의 주장이 관심을 끈다.도정일교수(경희대·영문학)가 출간예정인 「창작과 비평」봄호에 기고한 「문화의 몰락과 비평의 위기­이 시대에 문학비평은 무엇인가」가 그것이다. 이는 비평이 사회로부터 소외되지 않으려면 전면적 폐기의 위험에 처한 「인간과 삶의 전체성에 대한 조망」을 적극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글은 우선 문화의 몰락을 초래한 근본 요인으로 인문학의 위축과 인문문화의 위기를 지적했다.따라서 『인간과 삶의 총체성이라는 인문 문화적 가치에 대한 감각의 둔화,파괴,상실은 지금 우리의 문화적 몰락을 알리는 병적 징후』라고 진단한다.또 인문 문화적 가치의 위기로 인한 문화의 몰락은 비평 특히 문학비평의 사회적 소임의 방기와도 관계가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여기에서문학비평이 맡아야 할 사회적 소임은 문화의 인간학적 혹은 인문 문화적 가치를 보존,계승,발전시키는데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문제는 인문 문화적 여러 가치의 유지에 가장 민감해야할 문학비평이 그 가치들의 몰락 앞에서 이상할 정도로 둔감증과 무력증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중시했다.비평의 이런 둔감증과 무력증은 문화의 퇴락을 알리는 징후인 동시에 비평의 위기라고 그는 단정짓는다.왜냐하면 문학비평의 사회적 기능은 한 문화의 건강성 여부를 끊임없이 진단·병적 징후를 감지하고 진단결과를 보고하는것은 물론 처방을 모색하는데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인문학적 기능을 되살리기 위해 문학비평은 인문학 내부의 자멸주의적 경향을 체포하고 사회의 비인간적 적대환경에 모든 방법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학비평이 외설문화 현실앞에서 비판적으로 발언해야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도교수의 지론이다.그러한 이유를 산업화된 과잉의 외설문화가 「부분성의 물신화와 그 전면적 가치화」를 수행,부분성의 물화가 심미적 감수성을 파괴하고 전체에 대한 감각을 마비시킨다는 점에서 찾는다.그리고 이는 인간의 이미지를 파편화하고 왜소화시키는 상황으로까지 몰고간다는 것이다. 그는 또 외설산업이 증오를 심화시키고 이의 상징적 해소방법을 제공하는 데도 문학비평이 인색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인다.「사회적 희생제의」가 치러지는 순간 무언가 중요한 정화가 이뤄졌다는 안도감을 갖는 동시에 자기합리화에 이르는 사회적 속성을 지적한 그는 「마광수교수 구속」과 「책의 해 선포」를 그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다시 외설문화에 탐닉할 구실을 제공하는 한편 당국자들에게는 교육개혁 없이 독서문화를 진작시킬 방법을 사회의 상징적 행사로 대신하는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비평의 회생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도교수는 지난 30∼40년동안 서구적 담론의 계보들 속에서 거의 폐기처분됐던 몇가지 가치들을 회생시키는 데에서 답을 구하고 있다.「균열의 무한추구」 「분열을 향한 열정」등 무분별이 야기한 오류를 제거하고 지난 30년간 서구 인문학과 비평의 몇몇 갈래들이 수행해온 자기해체적 「정신분열과 치매증」과 같은 도착증적 기발성에서 벗어나야만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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