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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여행 | [기차를 타면 스위스가 보인다] 아로사 라인-힐링캠프 아로사로 향하는 시골열차

    해외여행 | [기차를 타면 스위스가 보인다] 아로사 라인-힐링캠프 아로사로 향하는 시골열차

    ●힐링캠프 아로사로 향하는 시골열차 아로사 라인Arosa Line 아로사Arosa에 가기 위해 도착한 쿠어 기차역. 머리에는 헬멧을 쓰고 어깨에는 스키를 둘러멘 어린이들이 재잘거리며 어디론가 힘차게 걷고 있었다. 그들이 향한 곳은 아로사행 빨간 열차가 서 있는 플랫폼. 아이들과 함께 늠름한 산양을 담은 그라우뷘덴주의 문장이 그려진 열차에 올랐다. 기차 안은 베르니나 익스프레스보다 소박했다. 관광용 열차가 아니라, 현지인들이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열차다. 깜찍한 아로사 라인은 계곡 사이의 좁은 길을 뚫고 수많은 커브를 돌며 설원을 달린다. 쿠어에서 아로사까지는 약 1시간. 열차를 탄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아로사를 눈앞에 둔 랑비이스역이다. 열차는 여기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아로사 라인의 하이라이트인 랑비이스 비아둑트Langwies Viaduct를 향해 달린다. 랑비이스 비아둑트는 플레수르Plessur 강 위에 서 있는 거대한 철교. 기차가 다리 위를 달릴 때, 짜릿함이 온몸을 감싼다. 아로사에 도착한 날,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눈이 쏟아졌지만, 끝없이 내리는 눈도 아로사의 사랑스러움을 가리지는 못했다. 코난 도일도 반한 아로사의 깨끗한 공기 꼬불꼬불 이어진 길은 아로사에서 멈춘다. 아로사를 지나면 철길은 없고, 우락부락한 봉우리들만 웅장하게 마을을 감싸고 있다. 아름다운 샨피그 밸리 끝에 자리하고 있는 아로사. 열차가 없었으면 이 산골마을까지 올 수 있을까 싶다. 지금은 아로사가 인기 있는 겨울 휴양지로 꼽히지만, 100년 전에는 아픈 이들에게 유명한 곳이었다. 험한 마을까지 들어올 수 있는 교통수단이 별로 없어 공기가 깨끗했고 높은 계곡이 있어 강한 바람을 피할 수 있었다. 그래서 1880년대 아로사에는 특히 폐렴환자를 위한 요양원이 많았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탐정 셜록 홈즈. <셜록 홈즈>를 쓴 코난 도일도 병마와 싸우는 부인과 함께 아로사에 머물렀다. 럭비와 크리켓, 권투를 망라한 스포츠광으로도 유명한 코난 도일은 이곳에서 스키를 즐겼다. 1894년 영국에서 발행하는 <스트랜드 매거진the Strand Magazine>에 그가 기고한 스키에 대한 기사는 영국인들에게 스키를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코난 도일은 영국인들이 스키를 타러 스위스로 몰려들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그의 예견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하룻밤만 자면 리프트도, 버스도 공짜 1900년대 이후 아로사는 겨울 스포츠를 위한 곳으로 빠르게 변신했다. 100년이 지난 지금은 스위스의 대표 겨울 휴양지 중 하나로 꼽힌다. 그라우뷘덴주에서 가장 긴 225km 활강코스를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키나 스노보드 외에도 다양한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오밀조밀해 접근성이 편리한 것도 장점이다. 아로사역 바로 옆에서 케이블카를 타면, 해발 2,653m의 바이스호른Weisshorn까지 오를 수 있다. 여기서부터 신나게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아로사가 매력적인 큰 이유 중 하나는 단 하루만 머물어도 대부분의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산악열차와 곤돌라, 스키리프트는 물론이고 시내버스와 박물관 입장까지 모두 공짜다. 대가족이 와도 지갑 걱정하지 않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그래서인지 가족단위 여행자들이 많다. 또한 겨울에 오는 관광객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도 있다. 꽁꽁 언 호수 위에서 축구경기를 펼치는 아로사 얼음호수 축구시합과 유럽의 희극인들이 참가하는 아로사 유머 페스티벌이 그것이다. 아로사 유머 페스티벌은 12월에 열리는데 매년 수만명이 참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다람쥐와 함께 즐거운 산책 아로사에서 인기 있는 곳 중 하나는 다람쥐 트레일. 눈이 펑펑 내리는데 다람쥐가 나타날까 싶지만 기우라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 걸어가는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다람쥐를 발견한 것. 분명 살아 있는 다람쥐다. 준비한 견과류를 손바닥에 올려놓으니, 재빠르게 달려와 먹이를 채 간다. 새하얀 눈 덕분에, 짙은 회색 털을 가진 다람쥐가 눈에 잘 보인다. 동심으로 돌아가 다람쥐들과 숨바꼭질을 하며 놀다 보니, 40분 걸린다는 다람쥐 트레일을 1시간이 넘도록 걸었다. 점심을 먹으러 레스토랑에 들어가니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유리창 밖으로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따끈한 핫 초콜릿과 스위스 전통음식을 즐기는 가족들을 보니, 그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포근해졌다. 레스토랑 밖에서는 어르신들이 신나게 썰매를 타고 있었다. 아로사에서 썰매는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어찌나 흥겨운지, 그들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환해졌다. 아로사에서 쿠어로 돌아가는 길, 겨우 하루를 보낸 곳인데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문득 아로사가 고향 같다던 자니네의 말이 생각났다. 낮에 본 할머니처럼 신나게 썰매를 타러 아로사에 다시 오겠다는 다짐을 하고서야, 쿠어행 열차에 오를 수 있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Info St. Arosa Navigation | 쿠어에서 아로사까지는 매시간 열차가 출발한다. 약 1시간 소요. 취리히에서 아로사로 갈 때는 쿠어에서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 전체 소요시간 약 2시간 30분. Food | 그라우뷘덴에 왔다면, 향토음식 카푼스를 맛봐야 한다. 카푼스는 야채와 고기류를 잘게 썬 것을 큰 잎으로 싸고, 그 위에 크림소스를 얹은 스위스 전통음식이다. 겉모양은 통통한 스프링롤처럼 생겼지만, 맛은 다르다. 크림소스 때문에 식감은 부드럽고 안에 든 고기 덕분에 든든하다. Place | 스키를 타지 않더라도 바이스호른에 올라가 보자. 꼭대기에 있는 파노라마 레스토랑에서는 400여 개의 산봉우리들을 360°로 볼 수 있다. www.arosa.ch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사진 Travie wirter 채지형 취재협조 스위스관광청 www.myswitzerland.co.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알쏭달쏭+] 필기하면 정말 머릿속에 잘 남을까

    [알쏭달쏭+] 필기하면 정말 머릿속에 잘 남을까

    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에서 “필기하지 않으면 기억 못할 거다”고 말하던 교사를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필기하는 것이 성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서양 국가에도 있는 것 같다. 미국에서 시행된 한 연구에서는 필기하면서 수업받으면 더 나은 성적을 올리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는 프린스턴대와 UCLA(캘리포니아 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 등 공동 연구팀이 대학생을 대상으로 평소 강의를 필기하는 학생과 노트북 등 전자기기에 기록하는 학생을 비교 분석한 것이다. 그 결과, 자필로 필기한 학생이 더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으며 더 긴 시간 동안 기억이 정착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네브래스카 링컨 대학의 교육심리학자인 케네스 키에브라 박사는 “필기하는 쪽이 키보드로 기록하는 쪽보다 더 잘 기억했다”고 말하며 필기의 우수성을 지적했다. 필기에 의한 기억 정착은 고대 인류가 파피루스로 만든 종이에 갈대 펜으로 문자를 쓰기 시작한 행위가 계기가 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쓴다는 행위는 우리가 듣고 본 것을 확실한 기록으로 남겨 이후 학습과 기억에 큰 힘을 발휘한다. 사실 뭔가를 써서 남기는 행위는 뇌에 흥분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뇌 영상을 사용한 연구에서도 밝혀지고 있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인지심리학자인 마이클 프리드먼 박사는 “필기는 꽤 역동적인 과정이다”라면서 “필기할 때 들은 것을 뇌리에 박는 것”이라면서 필기 행위에 감춰진 뇌의 처리 과정에 관해 설명했다. 필기의 효과에 대해서는 한 세기 가까이 걸쳐 연구가 진행됐지만 그 방법에 따른 차이에 관해서는 많은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다. 사실 필기구가 연필인지 아니면 만년필이나 볼펜인지에 따른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을 가능성이 크며, 키보드로 메모하는 행위가 확산한 것에서 이런 도구에 의한 효과의 차이에 주목하게 됐다. 일반적으로 손으로 메모하는 학생보다 키보드로 메모를 남기는 학생 쪽이 더 많은 글자를 남길 수 있는 것은 쉽게 예측 가능한 사실이다. 한 연구에서는 필기의 경우 분당 평균 단어 22개를 써서 남겼지만, 노트북 등 전자기기에 메모하는 경우 평균 단어 33개를 기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정보를 남기는 것은 전자기기 쪽이 단기적으로 이익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미국 워싱턴 대학이 2012년 시행한 한 연구에서는 강의 직후 진행된 테스트에서 키보드로 메모했던 학생 쪽이 약간 좋은 성적을 내는 경향을 나타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런 효과는 단기간에 상실할 가능성이 있었다. 같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24시간 이후에 수행한 테스트의 결과에서는 키보드로 메모를 남긴 학생 쪽이 그 내용을 더 많이 잊어버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손으로 필기한 학생들은 기억이 오래 남아 강의의 요점을 확실하게 기억하는 경향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손으로 메모를 남기는 행위는 기억을 의식의 더 깊은 부분에 정착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또 이 차이는 메모하는 방법에서 생기는 차이가 영향을 준다는 것. 키보드를 사용해 메모를 남기는 학생의 경우는 강사가 말한 내용을 그대로 문자로 남기는 경향이 있지만, 손으로 필기한 학생들은 일정하게 정리한 뒤 문자로 남기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자신의 머리로 먼저 한번 정리하는 단계를 밟는 것에 기억을 정착시키기 쉬운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필기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키에브라 박사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에서 말한 내용을 얼마나 많이 기억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실험을 시행했다. 그 결과, 필기로 기록돼 있던 내용은 전체의 3분의 1 정도에 머물러 있었을 뿐만 아니라 말하기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중요한 단어만 써서 남기거나 문맥을 기록하지 못해 핵심을 놓쳐버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이 메모한다는 행위 자체가 실은 높은 집중력을 필요하고 중요한 것부터 의식을 없애버리는 폐해가 있다는 것도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또 키에브라 박사 역시 자신이 학창 시절에 필기하느라 강의 내용에 집중할 수 없던 것을 한 교수가 문제로 삼아 강의 중에 ‘필기 금지’라는 규칙을 내걸었다고 한다. 그 대신, 교수는 강의 내용을 정리한 프린트를 배포해줬다는 것. 이처럼 메모의 효과와 폐해를 상쇄하기 위해 시행한 조치도 효과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진=ⓒ포토리아(맨위부터 순서대로), TEDxPhotos/플리커, 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60년대 압축 성장 밑바탕에 만주국 있다

    60년대 압축 성장 밑바탕에 만주국 있다

    만주 모던/한석정 지음/문학과지성사/518쪽/2만 8000원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조상의 빛나는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자주독립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인류 공영에 이바지할 때다’로 시작하는 국민교육헌장을 학교 조회 시간마다 암송해야 하던 시절이 있었다. 국민교육헌장이 만들어지고, 충성과 효도를 강조하는 신라 화랑도의 세속오계가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잡고, 백의종군했던 이순신 장군이 민족정신의 화신으로 떠오른 시기는 1960년대다. 모두 경제 성장의 기틀을 닦기 위해 도입된 교육 이념, 사상들이다. 국민 소득 100달러 수준의 절대 빈곤 시대에 박정희 정부는 이러한 정신들을 바탕으로 북한과 체제 경쟁을 벌이며 압축 성장을 거듭했다. 그런데 저자는 1960년대 우리 체제의 뿌리를 만주국에서 찾는다. 철도 건설을 명분으로 일본 관동군이 남만주에 세운 괴뢰 정부(1932~1945)다. 만주국은 권위주의 체제와 불도저식 건설을 토대로 사회 전반에 걸쳐 국가적 정책을 수행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해 이선근, 정일권, 유석창, 신기석, 김성태, 이인기 등 많은 지도층이 만주 인맥이라는 점에서 만주국 체제가 모방·차용·변형되며 이식된 것은 어찌 보면 필연적인 결과로 보인다. 경제 개발 5개년 계획, 국토 개발, 반공대회, 대량 전단 살포, 표어 제작, 주민 점호 등 1960~70년대 우리 일상들이 만주국 유산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1960년대를 읽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저자는 친일 대 민족 저항이라는 이분법적 시선으로 만주국을 바라보지는 않는다. 요컨대 식민 경험이 오로지 고난의 시기였던 것만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고난을 극복하고 후일 일부 분야에 있어서는 옛 식민자를 능가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하고 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소문은 사실 여부와 무관한 인류의 가장 오래된 미디어

    소문은 사실 여부와 무관한 인류의 가장 오래된 미디어

    소문의 시대/마쓰다 미사 지음/이수형 옮김/추수밭/260쪽/1만 4000원 1973년 12월 일본 아이치현 도요카와 신용금고가 영문을 알 수 없는 대규모 뱅크런(예금 인출 사태) 현상에 빠졌다. 곧 문을 닫을 것이라는 소문부터 도산할 것이라는 소문이 순식간에 확산됐다. 이 소문의 진원지를 확인한 결과는 허탈했다. 같은 달 3명의 여고생이 전철 안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편의상 A, B, C로 표기된 세 여고생 중 B는 당시 한 신용금고에 취업할 예정이었다. A와 C가 “신용금고는 요새 위험하다던데…”라고 농담조로 말했다. B는 집에 돌아와 이를 숙모(D)에게 전했고 숙모는 도요카와 신용금고 본점 가까이에 사는 시누이(E)에게 사실 여부를 물었다. 이 과정에서 E는 단골 미용실에 도요카와 신용금고의 위기와 관련된 소문을 전했다. 그 이후 F, G, H 등 익명의 입소문을 거쳐 해당 신용금고의 전 지점이 대대적인 인출 소동에 휩싸이게 된다. 실제로 금고는 끝내 휴업까지 했다. 소문이 현실이 된 것이다.(제1장 3절 공포와 불안을 먹고 성장하는 소문) 사회가 흉흉해지고 사람들의 불안감이 커지면 각종 소문과 괴담이 확산된다. 프랑스 사회학자 장 노엘 캐퍼러는 소문을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미디어’라고 불렀다. 일본 속담에 ‘소문은 길어야 75일’이라고 했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한 현시대에서 소문의 유통기한은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 수년 전에 무심코 쓴 블로그 내용이 재확산되는 등 SNS 시대의 소문은 생산-확산-잠복-재생산 과정을 무한 반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소문의 수학적 공식부터 밝히고 시작한다. 소문의 강도와 유포량 즉, 루머(Rumor)는 사안의 중요성(Importance)과 증거의 애매함(Ambiguity)의 합이 아니라 곱(R=IxA)이라는 점이다. 이 공식에 따르면 I와 A 중 어느 하나라도 ‘0’의 값이 되면 소문이 퍼지지 않지만 재해, 전쟁같이 중요하지만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는 소문이 광범위하게 확산된다는 설명이다. 물론 시대적으로 소문은 인간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소비돼 왔다. 다만 사회학자인 저자는 소문이 단순히 진실을 밝힌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는다. 소문과 진실 간의 상쇄 관계에 대한 기존 상식을 깨고 있는 셈이다. 예를 들면 2008년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민주당 후보가 무슬림이라는 소문을 담은 이메일이 광범위하게 돌았다. 오바마 후보는 기독교 신자였지만 어린 시절을 인도네시아에서 보낸 배경 등을 들어 거짓말은 확산됐고, 오바마 캠프는 진땀을 뺐다. 오바마 후보는 거짓 소문을 퍼트린 범인을 밝히는 대신 여러 방송과 연설에서 기독교 신자라는 점을 진실하게 설명하며 소문을 잠재웠다. 여기까지만 보면 소문은 그저 진실만 밝혀지면 사그라드는, 수명이 짧은 유언비어로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진실은 소문을 잠재우는 데 효율적인 수단이 아니라고 역설한다. 오바마 후보가 진실을 말해 소문이 잠재워진 게 아니라 오바마의 후광이 작용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왜냐하면 소문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어리석은 대중’이 아니며 충분히 합리적인 태도에서 소비하는 ‘당신과 나’, 우리라는 점에서다. 소문 자체를 애초에 진지하게 믿지 않기 때문에 진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으며 소문이란 사실 여부를 따지는 법의 영역이 아니라 사람 간의 관계, 즉 정치적 영역에 속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소문이 사실을 뛰어넘는 일종의 신화성이 있다고 설명하며 소문을 둘러싼 인간관계에 집중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조언한다. 결국 소문의 피해자가 될지 말지는 평소 닦은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과 인간관계에 달려 있다는 말인 셈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당신 수명은 ××××일 남았습니다” 빅데이터 프로그램 개발

    “당신 수명은 ××××일 남았습니다” 빅데이터 프로그램 개발

    의사를 찾아가 건강검진을 한 뒤, 간단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나의 예상수명을 알아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날이 머지않았다. 최근 영국은 방대한 규모의 건강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이용해 수명을 예측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 제작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 연구진이 개발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영국 국민의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사람의 수명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미리 예측해볼 수 있다. 연구진은 생명보험회사에 종사하는 보험계리인 전문가 단체인 영국 보험계리사협회로부터 80만 파운드(약 13억 400만원)를 지원받아 앞으로 4년간 해당 프로그램 개발에 나선다. 영국인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자주 걸리는 질병 등을 토대로 일종의 ‘생명 모델’을 만들고 예상 수명을 계산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제작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장기간 치료를 요하는 건강상태와 이들의 치료 방법, 치료비용 등을 산정할 수 있는 알고리즘도 함께 개발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연구에는 수명과 관련한 생활습관이나 고혈압·고콜레스테롤 등 증상의 데이터가 주로 사용될 뿐, 선천적인 유전 데이터는 활용되지 않는다. 연구를 이끌고 있는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 컴퓨터공학과의 엘레나 컬린스카야 교수는 “우리는 빅 데이터를 이용해 수명을 예측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도구를 개발하려고 한다. 이를 이용하면 매우 정확한 통계학적 인류 수명의 추세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에는 건강 전문가인 의료팀뿐만 아니라 데이터 분석가와 컴퓨터 전문가 등 각계의 전문가들이 참여한다”면서 “흡연이나 음주 등의 생활 패턴이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이를 데이터화하면 더욱 효과적인 치료방법 및 생명연장 방법을 찾아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진=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아하! 우주] 태양빛 후광 받아 성스러움 빛나는 혜성

    [아하! 우주] 태양빛 후광 받아 성스러움 빛나는 혜성

    태양빛을 후광으로 받아 성스러운 느낌까지 자아내는 혜성의 모습이 공개됐다. 최근 유럽우주국(ESA)은 탐사선 로제타(Rosetta)호가 촬영한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이하 67P)의 모습을 사진으로 공개했다. 지난달 27일 촬영된 이 사진은 혜성과 불과 320km 떨어진 거리에서 포착된 것이다. 특별한 점은 태양-67P-탐사선이 모두 일렬로 늘어서 있다는 사실로 사진에서도 보이듯 67P는 마치 오리같은 모습이다. 이는 수십 억년 전 우주를 떠올던 2개의 천체가 충돌해 하나의 혜성으로 합쳐졌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인류 최초의 혜성탐사선 로제타호는 12년 전인 지난 2004년 3월 발사됐다. 10년 8개월간 무려 65억 ㎞를 날아간 로제타호는 지난 2014년 11월 67P에 무사히 도착했다. 흥미로운 점은 로제타호에 실린 탐사로봇 필레(Philae)의 모험이다. 목적지에 도착한 필레는 며칠 후 로제타호에서 분리돼 사상 처음으로 혜성 표면에 내려 앉았다. 로제타호가 혜성과 같은 속도로 이동하면서 무게 100kg의 필레를 23km 상공에서 혜성 표면에 착륙시킨 것. 그러나 지구 중력의 10만분의 1 수준인 혜성 표면에 필레가 착륙하는 것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이에 필레는 작살을 발사해 혜성 표면에 들러 붙는데에는 성공했으나 햇볕이 잘드는 목표지가 아닌 그늘에 불시착했다.  문제는 필레에 탑재된 자체 배터리 지속시간이 64시간에 불과하다는 점이었다. 이에 필레는 태양빛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위해 몸체를 35도 회전시키며 기를 썼지만 결국 배터리 방전으로 휴면상태에 들어갔고 결국 지난 2월 ESA는 필레와 영원한 작별을 고했다. 필레 프로젝트 매니저인 스테판 울라멕 박사는 “불행하게도 필레와 다시 연락이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제로”라면서 “더이상 어떤 명령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길봉사상에 ‘나눔의 집’ 할머니들 선정

    한국여자의사회(회장 김화숙)는 ‘제26회 여의대상 길봉사상’ 수상자로 사회복지법인 ‘나눔의 집’에 거주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상은 사회 공헌과 인류 건강 증진에 이바지한 사람에게 수여되며 가천길재단이 후원한다. 오는 16일 오후 4시 30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제60차 정기총회에서 시상한다.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상생의 동양문명이 세계평화 이끈다…그 중심은 한반도”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상생의 동양문명이 세계평화 이끈다…그 중심은 한반도”

    검은 갓, 흰 도포에 꼬장꼬장한 말과 몸짓…. 종교지도자 모임이나 국경일 행사 기념 촬영 때면 나란히 선 인사들 속에 독특한 외모의 한 노인이 유난히 눈길을 끈다. 지난 31년간 줄곧 국내 민족종교를 이끌어 온 한양원(93)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 말고도 그가 가진 직함은 아흔을 넘긴 노인에겐 과하다 싶을 만큼 수두룩하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대표,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공동회장, 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 이사장, 갱정유도 도정(대표), 한국서당문화진흥회 이사장…. 그중에서도 민족정기와 겨레얼 살리기는 평생을 바쳐 천착한 으뜸의 숙제다. 서울 답십리 사무실에서 기자를 만난 한 회장은 자타 공인의 ‘민족종교 대부’답게 대면부터 민족정기와 겨레얼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민족종교협의회를 31년간 이끌어 왔다. 민족종교협의회는 어떻게 시작됐나. -1983년 염보현씨가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던 무렵이었다. 당시 민족지도자인 안호상 박사에게 사직공원에 단군궁을 건립하는 데 20억원을 기부하겠다는 제의를 했다. 개천절, 삼일절, 광복절 행사를 함께 치르며 민족정기를 고취해 보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거의 성사를 앞두고 일부 개신교 측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다. 당시 내가 갱정유도 총무를 맡고 있었는데 문제가 많다 싶었다. 그래서 당시 명맥만 유지하고 있던 민족종교친목회를 확대해 1985년 지금의 한국민족종교협의회를 탄생시켰다. 당시 34개 민족종교 교단이 참여했다. →지금 민족종교계의 형편은 어떤가. -흔히 알려진 대로 일제강점기 애국애족 운동에 누구보다 앞장선 게 민족종교였다. 3·1운동을 시작한 게 천도교였다면 임시정부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건 대종교였다. 독립군 양성을 위해 북만주에 무려 11개의 학교를 세운 것도 모두 민족종교였다. 조선총독부의 미움을 샀던 민족종교는 일제가 물러간 후에도 잔재가 남은 탓에 사이비 종교 취급받기 일쑤였다. 이런저런 탄압을 받거나 운영난으로 교세가 위축된 민족종교들이 적지 않게 도태됐다. 지금은 원불교, 천도교, 대종교, 갱정유도 등 12개 교단이 참여하고 있다. 이런 민족종교들은 교리와 운영 면에서 모두 잘 유지하고 있다. →한 회장이 대표로 있는 갱정유도는 일반인에겐 좀 생소하다. 어떤 종교이며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 -선(仙)·불(佛)에 바탕하면서 인륜의 도리를 유도로써 밝혀 나가는 유불선 삶의 병행이 핵심이다. 기미년 독립만세운동 당시 태극기 300장을 직접 만들어 순창시장 사람들에게 나눠 주며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도조 강대성이 해방 3년 전 전남 순창 회문산에 갱정유도회 본부를 만든 게 시작이다. 강 도조는 일본에 대적해 독립운동을 제대로 하자는 뜻을 세웠었다. 나는 해방 이듬해인 1946년에 입도했다. 내 인생의 좌표를 정한 시기였다. 좌우익 혼란기엔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회문산의 갱정유도에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평생을 겨레얼 살리기에 천착해 살아오셨다. 왜 그렇게 겨레얼 살리기를 중시하는가. -일제강점기엔 우리말과 글을 못 쓰고 배우지 못하게 했다. 한마디로 우리 문화 죽이기다. 일본이 패망해 쫓겨 간 뒤엔 미국과 소련이 주둔한 채 민족이 반 동강 났다. 지금은 어떤가. 세계적으로 우수한 우리말과 글을 두고도 남녀 노소가 모두 영어 배우기에 혈안이다. 외래 문화가 판치고 그것을 우리 것으로 알고 가르친다. 건국 이념과 우리 문화, 역사를 다시 살려야 한다. 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는 현재 외국에 17개 지부를 두고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보다 외국의 동포들이 더 겨레얼 살리기 운동에 적극적이다. 웃지 못할 현상 아닌가. →민족종교가 그 일을 주도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건강한 우리의 정신문화를 바탕으로 물질문명을 병행시키자는 것이다. 물질문명이 고도로 발달했는데도 정신문화는 반대로 추락한다. 정신이 퇴폐해진 가운데 경제만 성장하면 싸움과 다툼이 만연하고 안정된 평화를 찾을 수 없다. 과거 서당, 서원만 있던 시절에도 성현군자와 영웅호걸이 나와 세상을 밝혀 나갔다. 지금은 어떤가.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다양한 교육시설과 기관이 있는데도 정신문화는 날로 쇠락해만 가는 현실이 안타깝다. →민족종교계를 이끌어 오면서 다른 종교인들과 폭넓게 교류한 것으로 유명한데. -갱정유도 총무로 일하면서 많은 이들과 만나 조언을 듣고 함께 일했다. 서울에 처음 올라와 초대 성균관대 총장을 지낸 유교의 심산 김창숙 선생 비서로 일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작고한 통일교 문선명 총재와는 주역 공부를 놓고 가까워진 적이 있었다. 불교의 경봉·효봉·청담 스님, 개신교의 강신명·한경직 목사와도 허물없이 자주 만났다. 그 때문인지 지난해 금강산에서 남북 종교인 만남 때 북측 대표로 나온 강지영씨가 7대 종교 지도자 중 아는 사람이 나뿐이라며 분위기를 좀 풀어 달라고 주문했었다.(웃음) →요즘 종교의 가치 전도가 공공연하게 회자된다. 종교계를 어떻게 평가하나. -종교가 본질을 벗어난 채 자꾸 외도로 빠져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공자나 예수, 석가가 하신 말씀 그대로를 모르는 사람에게 전해서 하늘의 이치를 깨닫게 하고, 진리를 알게 하도록 하는 게 종교 아닌가. 황금에 매여 진리와 복음을 제대로 못 전해 사회가 어두워진 탓이 크다. 정치 사회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지도자들이 먼저 부패해졌으니 자기가 썩은 줄 모르고 국민이 썩은 줄만 알고 있다. 일반인들도 각성해야 한다. 옛날 배고프고 어렵던 시절에도 나와 내 가정보다 사회와 나라 걱정을 먼저 했다. 나 혼자 잘 먹고 잘살겠다는 생각에서 물러나 이웃도 나와 같이 잘 먹고 잘살 수 있는 길을 솔선해 살펴야 한다. →남북 관계가 꽁꽁 얼어붙었다. 지금의 위기 상황을 어떻게 보나. -우리 민족은 본디 피와 언어, 사상, 건국이념이 모두 하나였다. 지금 남북 관계가 유례가 없을 만큼의 경색국면이라고들 한다. 우리 본래의 민족정신을 빨리 되찾느냐 못 찾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겨레얼을 먼저 살리자는 것이다. 통일은 미국, 중국, 러시아의 것이 아니다. 남이 해 주기를 바라서야 되겠나. 남과 북 모두 외세 주도를 벗어나 하루속히 우리끼리 손잡고 뜻과 힘을 모아야 한다. 이미 한참 전에 냉전이 끝났는데도 남북한만 갈라져 있다. 강대국들이 제 이해관계를 따져 통일 후 한반도에도 간섭하려 든다면 또다시 식민지가 되고 말 것이다. →역대 대통령의 당선 점괘를 봐 주는 등 주역에도 통달한 종교인으로 유명하다. 통일 전망을 한다면. -그동안 서양이 상극의 전쟁·물질 문명에 편승해 세계를 좌지우지하며 동양까지 끌고 다녔다. 이제 동양으로 운이 넘어왔다. 지금까지는 도적질 잘하는 사람(서양)이 성공했지만 앞으로는 상생과 평화, 그리고 도덕을 우선시하는 동양문명이 세계 평화를 이끌어 갈 것이다. 그리고 세계 중심국은 한반도가 될 것이다. 우리의 건국이념이 바로 온 인류가 함께 유익하게 살자는 ‘홍익인간’ 아닌가. 세계에서 1000여회의 외세 침략을 받으면서도 단 한 번 남을 침략해 본 적이 없는 나라다. 마지막까지 남북한이 시험을 겪는 중이다. 다시 말하면 임신부가 세계를 이끌어 갈 옥동자를 낳기 위한 산고의 순간으로 보면 된다. 내가 보기엔 통일의 기운이 10년 전후에 들었다. 과학문명의 발달 속도가 빨라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통일이 더 앞당겨질 수 있다고 본다. →여생에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일제강점기와 해방을 넘어 온 나라가 외래 문화에 휩쓸린 지 100년이 넘었다. 우리 것을 살려 낼 인재 양성이 시급하다. 그래서 수도권에 민족문화대학을 하나 세우는 게 꿈이다. 반만년 역사의 우리 문화와 정신을 제대로 알고 국민에게 오롯이 전달할 인재를 무료로 교육하는 구심체가 될 것이다. 또 하나는 예절 교육의 터전인 서당문화마을을 호남권에 꼭 하나 만들고 싶다. 전통서당문화진흥회와 갱정유도가 매년 한 차례씩 전북 남원에서 열고 있는 대한민국 서당문화한마당은 그 모태가 될 것이다. 이달 초 15회 서당문화한마당 행사엔 외국인을 포함해 1500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루었다.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한양원 회장은 ▲1923년 전북 남원 출생 ▲1933년 광의보통학교 졸업 ▲1937년 순천서당 및 용담서숙 수학 ▲1943년 지리산 입산 수도 ▲1946년 민족종교 갱정유도 입도 ▲1976년 갱정유도 총무·도무원장 및 도정(대표·현) ▲1985년 한국민족종교협의회 창립회장(현) ▲1991년 사단법인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현) ▲1997년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대표(현) ▲1999년 민족정기선양협의회 공동대표(현) ▲2001년 한국종교인평화회의 공동회장(현) ▲2002~2003년 개천절민족공동행사 공동위원장(남측대표) ▲2003년 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 창립대표 ▲2005년 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 이사장(현)
  • [아하! 우주] 우주와 지구서 1년 보낸 쌍둥이…신체변화는?

    [아하! 우주] 우주와 지구서 1년 보낸 쌍둥이…신체변화는?

    무려 340일 간 우주에 머물렀던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인 스콧 켈리(52)가 자신의 '모험'을 담은 회고록을 출간한다. 최근 켈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내년 11월 우주에서의 경험을 대중과 나누기 위한 회고록(Endurance: My Year in Space and Our Journey to Mars)을 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간에 교체없이 340일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문 켈리는 지난 2015년 3월 지구를 떠나 지난 3월 1일 카자흐스탄 평원에 내려앉았다. 이 기간 중 그는 지구를 무려 5440바퀴나 돌았으며 각종 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특히 그의 임무가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같은 기간 지상에 있었던 쌍둥이 형 마크 켈리와의 신체 비교 때문이다. 실제 지구로 귀환한 켈리는 척추가 늘어나 형보다 키가 5cm나 더 커져있었다. 켈리는 다음달 1일 은퇴할 예정이지만 그간 우주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체 변화등 의학적 연구작업은 계속될 예정이다. 이번 보도자료에서 관심을 끄는 대목 역시 그의 신체 변화에 대한 내용이다. 켈리는 "(우주에 있는 동안) 골밀도가 감소했으며 근육은 위축됐다. 그리고 혈액 순환에도 문제가 있어 심장에 무리를 줬다"고 밝혔다. 이어 "심리적인 스트레스는 말할 것도 없고 매일 지구에서보다 10배 이상의 방사선에 노출됐으며 이는 내 여생에서 치명적인 암 발생 위험을 높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켈리는 우주 탐사로 인한 신체적 악영향에도, 인류를 위한 우주 탐사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켈리가 쌍둥이 형과 다른 신체적 변화를 겪게 된 것은 ISS가 극미중력 상태이기 때문이다. 중력이 거의 없다보니 걸을 필요가 없어 근력이 줄고 골밀도가 감소하는 것. 특히나 우주 방사선 노출은 나중에 암 발생률을 높일 가능성이 높다.   한편 미국인 우주 최장 체류 기록을 세운 켈리는 앞으로 쌍둥이 형과 함께 비교 검사를 받게 된다. 이를 통해 두 사람이 1년 간 우주와 지구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았던 것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심층적인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NASA 측이 이번 연구에 큰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2030년대에 화성에 사람을 보내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곧 장기간의 우주 여행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데 있어 쌍둥이의 신체 비교 연구는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26〕말기 암 老스님의 5억 기부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26〕말기 암 老스님의 5억 기부

     “비록 생전엔 나누고 살지 못해도 사후에라도 남에게 준다면 아름다운 죽음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평생 장기기증 운동을 하면서 살아온 노 목회자로부터 얼마 전 들은 말이다. “지금 사람들은 남의 어려움에 너무 몰인정한 것 같다.”는 목사의 일갈에 고개를 끄떡였었다. 그 공감의 전언에 딱 맞춘 것처럼 나눔의 선덕(善德)을 베푼 80대 노 스님의 미담이 화제다. 췌장암으로 입원 투병 중인 전 부산 정주사 주지 지인 스님이 평생 모은 5억원 전액을 인재 양성에 써달라며 동국대에 기부했다는 그 이야기다.  ‘스님이 뭔 돈이 그리 많아?’ 세간 대중들의 의문이 쏠리는 대목인 것 같다. 그런데 그 사연을 알아보니 절절하다. 17세에 머리를 깎고 출가한 스님은 30년 넘게 교도소며 군 병영에서 봉사활동을 펼쳐 온 납자(衲子·입다가 버린 낡은 헝겊으로 기워 만든 옷을 입은 수행승)다. 차량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전국 곳곳을 다니며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고 휴지 한 장도 말려 쓸 만큼 청빈한 생활로 유명한 출가승이다. 암 세포가 간까지 전이돼 거동이 힘든 형편인데도 직접 은행을 찾아 예금통장을 해지해 동국대 기부금 계좌로 돈을 모두 이체했다는 후담이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스님에겐 마지막일지도 모를 ‘속 깊은 기부’가 제대로 쓰여지길 바란다.  지인 스님의 덕행에 얹어 불교계에선 자주 회자되는 고사 하나를 떠올려본다. 명대 선승 운서 주굉의 ‘죽창수필’에 등장하는 유명한 이야기다. 군인이 죽어서 좋은 세상으로 가라며 천도재를 지냈는데, 정성이 모자란 탓인 지 음계(陰界)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아내의 꿈에 나타나 모처에 가 염불을 해달라고 부탁하면 정성들여 해줄 것이란 말을 전했다. 적은 돈을 갖고 그곳에 갔더니 돈 상관 없이 정성껏 염불을 해주었고 그날 밤 꿈에 죽은 남편이 나타나 음계를 벗어났다며 고마워했다는 이야기다. 불교 세계에 맞춰진 이야기지만 죽은 사람조차 배려와 나눔이 긴요하다는 교훈 쯤으로 들린다.  ‘요즘처럼 나 먹고 살기도 버거운 시절에 남 도울 여력이 어디 있나’ 거개의 대중들이 갖는 생각일 것이다. 하물며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익을 얻는다는 경제 논리에 휘둘릴 수 밖에 없는 무한 경쟁의 세상에서 내 것을 모두 줘 남을 돕는다고? 얼마 전 알파고와 이세돌이 펼쳤던 세기의 바둑 대결 때 자주 등장했던 그 ‘아생연후 살타(我生然後殺他)’가 더 설득력을 갖는 세상 아닌가. 그래서 나보다 남을 배려하고 나누는 덕행은 동서고금을 통해 고귀한 덕목으로 여겨져왔다.  특히 ‘인류가 가진 최고의 도덕률’이라는 종교에서 그 나눔과 배려는 종파와 교리의 구별 없이 우선시되는 공동 선(善)의 으뜸 가치로 꼽힌다. ‘병든 자를 고치며 죽은 자를 살리며 나병 환자를 깨끗하게하며 귀신을 쫓아내되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복음 10:8) ‘네 손이 선을 베풀 힘이 있거든 마땅히 받을 자에게 베풀기를 아끼지 말며’(잠언 3:27)…. 불교에서 생사의 고해를 건너 열반의 피안에 이르기 위해 닦아야 할 여섯가지 실천덕목이라는 ‘육바라밀’속 보시(布施)도 그 성경 경구와 맞닿아 있다. 재(財)보시, 법(法)보시, 무외(無畏)시의 세 보시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집착없이 온전한 자비심으로 무조건 베푼다는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는 최고의 경지로 존중된다.  나에게 이롭지 않으면 쳐다보지도 않는 각박한 세상이다. 그래도 분분한 설이 있긴 하지만 인간 심성의 바탕엔 분명히 착한 마음이 버티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그 선한 심성은 기부와 기증이라는 배려의 나눔으로 도처에서 뻗치고 있다. 비록 노 스님의 5억원 기부처럼 많진 않더라도, 남을 위해 내 것을 다 내주진 못하더라도 조금 씩의 배려는 세상을 훨씬 더 좋게 만들어 놓지 않을까.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주목받는 일반고] 서울 경기여고

    [주목받는 일반고] 서울 경기여고

    1908년 4월 순종의 명에 따라 우리나라 최초의 관립 여성교육기관인 한성고등여학교에서 출발한 경기여고는 누적 졸업생이 4만 300여명에 이르는 전통 있는 학교다. 탤런트 김혜자씨를 비롯해 이경숙 전 숙명여대 총장,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김영란 전 대법관 등이 이곳 출신이다. 1988년 서울 중구 정동에서 ‘강남의 노른자’로 불리는 개포동으로 이전하면서 대학 진학률도 향상됐다. 하지만 외국어고와 같은 특목고와 자립형사립고 열풍이 거세지면서 경기여고 역시 어려움을 겪었다. 개교 100년을 앞둔 2007년에는 서울대 수시전형에서 합격자가 1명도 안 나오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최근 대학들이 수시전형 비중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경기여고는 대학입시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올해 543명의 졸업생과 재수생 중 수시에서 193명, 정시에서 265명이 합격했다. 서울대의 경우 수시 11명 등 모두 16명이 합격했다. 또 고려대 26명, 연세대 22명, 이화여대 47명이 입학했다. 미국 윌리엄스대와 일본 와세다대, 게이오대, 메이지대 등 해외 대학 입학도 8명이었다. 외고나 자사고가 아닌 일반고에서 이 정도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수시전형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둔 데 대해 이옥란 교장은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인성교육을 꼽았다. 이 교장은 4일 “아무리 공부 잘하는 학생이라도 인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차세대 리더가 될 수 없다”며 “우리만의 독특한 인성교육이 대학에서도 인정받아 수시전형에서 유리한 요소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여고는 1학년에 입학하면 모든 학생이 가정시간에 한 반씩 돌아가며 다도와 예절을 배우고 마지막에는 교사에게 절을 하는 ‘속수례’(束修禮)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있다. 속수례는 원래 조선시대 왕세자가 성균관 대성전을 찾아 공자와 맹자에게 술잔을 올린 뒤 명륜당 대문에서 스승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예식으로, 낮은 몸가짐과 겸손한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런 의식을 통해 학생들이 공동체 의식을 기르고 이를 바탕으로 여성리더로서의 성품을 길러 나간다는 것이다. 홍경민 교감은 “학생회를 중심으로 연말에 동네 어르신을 상대로 봉사활동을 하는데 형식적인 봉사가 아닌 진심 어린 모습으로 임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3학년 학생회장 손현지 양도 “봉사활동 중에 우연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게 돼 수요집회에도 참석한 적이 있다”며 “학교에서 학생 자치활동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해줘서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대학 입학과도 연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여고에서도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로 동아리 활동과 소논문 쓰기 등을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2학년 학생이 1학년 학생 영어를 가르치는 또래영어교사 프로그램인 ‘더 패스’(The PASS)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이는 영어 과목 부진 학생을 영어 교과 우수 학생이 가르치는 것으로 주로 장래희망이 교사로 사범대 진학을 노리는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의대와 간호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을 위해 이화여대 목동병원과 손잡고 진로체험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한 번에 10명씩 50명 안팎의 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4차례 토요일에 수술실을 견학하고 병원에서 심폐소생술 전문과정 시뮬레이션을 살펴본다. 의대나 간호대 진학을 원하는 학생이 자신의 능력이나 흥미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경기여고는 2014년 주요 대학 의예과에 21명을 진학시켰다. 방과후 수업의 질적 향상과 함께 제2외국어의 선택폭을 넓힌 것도 수시 합격생이 늘어난 요인으로 학교는 보고 있다. 3학년 진학담당 조내희 교사는 “학원가가 번성한 이곳에서 경기여고는 강남에서 가장 많은 방과후 교실을 운영하고 있을 것”이라며 “성과가 좋다 보니 재작년의 경우 100% 가까운 학생이 참여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수준 높은 방과후 교실을 통해 교사가 학생과 가까이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학생을 소개하는 자기소개서에서 강점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스페인어와 프랑스어 원어민 교사가 있을 정도로 제2외국어 선택폭도 넓은 편”이라면서 “토요일마다 대학전공과 연관된 진로탐색 프로그램을 하기에 학생들이 5~6월만 돼도 자기 전공에 확신을 갖게 돼 입시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여고는 2008년부터 ‘비전 2020’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개교 100주년을 맞아 ‘인류의 행복한 삶을 위해 헌신하는 글로벌 인재 양성’을 내걸고 만들었다. 이를 통해 사이버 상담을 확대하고 국내 및 해외 대학의 입시자료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한국의 차세대 리더십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우주를 보다] 국제우주정거장(ISS)서 포착된 달의 ‘월몰’

    [우주를 보다] 국제우주정거장(ISS)서 포착된 달의 ‘월몰’

    지상이 아닌 우주에서 본 달은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지난 30일(현지시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물고 있는 우주비행사 팀 피크(42)가 우주에서 촬영한 달의 모습을 공개해 관심을 끌었다. 이날 피크는 "우리 궤도에서 남극을 찾기가 쉽지않다. 그 대신 월몰에 만족한다"(I was looking for #Antarctica - hard to spot from our orbit. Settled for a moonset instead) 글과 함께 달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astro_timpeake)에 올렸다.  유럽우주국(ESA) 소속인 영국인 출신의 우주비행사 피크는 이 사진 외에도 정기적으로 ISS에 본 지구의 모습을 공개해 큰 관심을 받고있다. 전 인류의 어느 누구보다도 가장 '명당자리'에 앉아 '우주쇼'를 감상할 수 있는 선택받은 사람인 셈. 전직 영국 헬기 조종사 출신의 피크는 지난 2009년 총 9000명의 우주비행사 지원자 중 선발됐으며 지난해 12월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ISS에 도착해 6개월 간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씨줄날줄] 열린사회와 퀴어 축제/박홍환 논설위원

    [씨줄날줄] 열린사회와 퀴어 축제/박홍환 논설위원

    뮤지컬과 영화로 대성공을 거둔 ‘레미제라블’의 삽입곡 ‘레드 앤드 블랙’은 후렴부의 색깔 규정에서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빨강-분노한 이들의 피, 검정-지나간 암흑시대/ 빨강-여명을 맞는 세상, 검정-결국 막 내리는 어두운 밤.” 우리 선조들은 청·백·적·흑·황을 이른바 오방(五方)색이라 하여 천지사방과 세상의 중심을 표현했다. 인류는 색깔에 의미를 부여해 희로애락, 만사를 담았다. 가슴 설레게 하는 분홍색과 무지개색에는 슬픈 사연이 숨겨져 있다. 이른바 핑크 트라이앵글과 레인보 깃발은 모두 동성애 인권운동의 상징이다. 분홍색 역삼각형인 핑크 트라이앵글은 원래 나치 독일이 수용소에서 동성애자를 식별하기 위한 코드로 사용했다. ‘저열인간’을 탄압하는 일종의 주홍글씨였던 셈이다. 무지개는 빨주노초파남보 7가지 색깔로 표현하지만 동성애 사회의 무지개 깃발에는 남색이 빠져 있다. 1970년대 미국에서 고안된 상징 깃발에는 분홍과 남색이 있었지만 당시 분홍은 상업용 도료가 시판되지 않아 제외했고, 남색은 최초의 동성애 커밍아웃 시의원이 저격당한 것을 계기로 사라졌다. 사라진 남색은 조화(調和)를 상징한다. 동성애를 벽안시하는 사회에 대한 항거로 볼 수 있다. 1969년 6월 28일 새벽 뉴욕 맨해튼의 게이바 스톤월에서 역사적인 동성애 인권운동의 계기가 만들어졌다. 동성애 사회에서는 스톤월 항쟁이라고 말한다. 이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경찰의 단속이 있었지만 동성애자들과 주변 군중들까지 똘똘 뭉쳐 저항했다. 그로부터 1년 뒤 뉴욕에서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동성애자 퍼레이드가 펼쳐졌고, 그 물결은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뉴욕의 ‘게이 프라이드 퍼레이드’ 또는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프라이드 퍼레이드’, 호주 시드니의 ‘마디그라 퍼레이드’, 브라질 상파울루의 ‘파라다 게이’…. 명칭과 프로그램은 다르지만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이 떳떳이 세상에 나서는, 그래서 스스로 자긍심을 갖는 축제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부터 ‘퀴어(성소수자) 문화축제’라는 이름으로 매년 열리고 있다. 성 정체성에 관한 한 매우 보수적인 탓에 국내에서는 매년 퀴어축제 때마다 큰 논란이 벌어지곤 한다. 특히 지난해 처음으로 서울광장에서 행사가 진행되자 기독교단체를 중심으로 보수세력이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망사 스타킹 등 참여자들의 복장을 문제 삼기도 했다. 올해도 퀴어 문화축제 조직위는 서울광장 사용 신청을 냈다.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도 수용 의견을 밝혔다. 거리 퍼레이드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들을 마귀에 비유하는 반대 함성 또한 거셀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 성소수자 불용은 또 다른 색깔론이다. 우리 사회가 아직 미성숙하다는 방증이다. 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 태양빛 받아 성스럽게 빛나는 ‘혜성 67P’ 포착

    태양빛 받아 성스럽게 빛나는 ‘혜성 67P’ 포착

    태양빛을 후광으로 받아 성스러운 느낌까지 자아내는 혜성의 모습이 공개됐다. 최근 유럽우주국(ESA)은 탐사선 로제타(Rosetta)호가 촬영한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이하 67P)의 모습을 사진으로 공개했다. 지난달 27일 촬영된 이 사진은 혜성과 불과 320km 떨어진 거리에서 포착된 것이다. 특별한 점은 태양-67P-탐사선이 모두 일렬로 늘어서 있다는 사실로 사진에서도 보이듯 67P는 마치 오리같은 모습이다. 이는 수십 억년 전 우주를 떠올던 2개의 천체가 충돌해 하나의 혜성으로 합쳐졌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인류 최초의 혜성탐사선 로제타호는 12년 전인 지난 2004년 3월 발사됐다. 10년 8개월간 무려 65억 ㎞를 날아간 로제타호는 지난 2014년 11월 67P에 무사히 도착했다. 흥미로운 점은 로제타호에 실린 탐사로봇 필레(Philae)의 모험이다. 목적지에 도착한 필레는 며칠 후 로제타호에서 분리돼 사상 처음으로 혜성 표면에 내려 앉았다. 로제타호가 혜성과 같은 속도로 이동하면서 무게 100kg의 필레를 23km 상공에서 혜성 표면에 착륙시킨 것. 그러나 지구 중력의 10만분의 1 수준인 혜성 표면에 필레가 착륙하는 것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이에 필레는 작살을 발사해 혜성 표면에 들러 붙는데에는 성공했으나 햇볕이 잘드는 목표지가 아닌 그늘에 불시착했다.  문제는 필레에 탑재된 자체 배터리 지속시간이 64시간에 불과하다는 점이었다. 이에 필레는 태양빛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위해 몸체를 35도 회전시키며 기를 썼지만 결국 배터리 방전으로 휴면상태에 들어갔고 결국 지난 2월 ESA는 필레와 영원한 작별을 고했다. 필레 프로젝트 매니저인 스테판 울라멕 박사는 “불행하게도 필레와 다시 연락이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제로”라면서 “더이상 어떤 명령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남은 수명 알려주는 ‘빅데이터 프로그램’ 개발 (英연구)

    남은 수명 알려주는 ‘빅데이터 프로그램’ 개발 (英연구)

    의사를 찾아가 건강검진을 한 뒤, 간단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나의 예상수명을 알아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날이 머지않았다. 최근 영국은 방대한 규모의 건강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이용해 수명을 예측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 제작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 연구진이 개발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영국 국민의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사람의 수명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미리 예측해볼 수 있다. 연구진은 생명보험회사에 종사하는 보험계리인 전문가 단체인 영국 보험계리사협회로부터 80만 파운드(약 13억 400만원)를 지원받아 앞으로 4년간 해당 프로그램 개발에 나선다. 영국인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자주 걸리는 질병 등을 토대로 일종의 ‘생명 모델’을 만들고 예상 수명을 계산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제작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장기간 치료를 요하는 건강상태와 이들의 치료 방법, 치료비용 등을 산정할 수 있는 알고리즘도 함께 개발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연구에는 수명과 관련한 생활습관이나 고혈압·고콜레스테롤 등 증상의 데이터가 주로 사용될 뿐, 선천적인 유전 데이터는 활용되지 않는다. 연구를 이끌고 있는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 컴퓨터공학과의 엘레나 컬린스카야 교수는 “우리는 빅 데이터를 이용해 수명을 예측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도구를 개발하려고 한다. 이를 이용하면 매우 정확한 통계학적 인류 수명의 추세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에는 건강 전문가인 의료팀뿐만 아니라 데이터 분석가와 컴퓨터 전문가 등 각계의 전문가들이 참여한다”면서 “흡연이나 음주 등의 생활 패턴이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이를 데이터화하면 더욱 효과적인 치료방법 및 생명연장 방법을 찾아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진=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홍익사상·한얼사상 계승 ‘한얼교’…창교 50주년 맞아 재조명

    ‘한얼교’가 지난 3일 강화도 마니산에서 창교 50주년 기념 행사를 가졌다. 한얼교는 지난 1965년 창교된 것으로 홍익인간 정신과 ‘한얼사상’을 초월적 계몽주의 철학으로 계승해 종교적으로 재정립했다. 인류 의식의 진화를 이끄는 종교적 가치를 설파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한다. 한얼교는 변화하는 인류의식 진화에 대해 세 가지 통찰을 제시한 바 있다. ▲특이점을 통한 과학과 의학, 정보혁명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인해 전례 없는 대규모 지적 진보와 의식적 진화가 이뤄질 것 ▲깨어남은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자연스러운 인류의식 진화의 과정이 될 것 ▲깨달음은 종교적 사명자나 영적 소수가 구도를 통해서만 추구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의식으로 맞이하는 삶의 방식이 될 것 등이 그 내용이다. “특이점을 맞이하는 시대에 깨달음이라는 것은 과거 성인들의 ‘대오각성’과 ‘기적’ 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인류가 맞이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의식 진화의 순차적인 과정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한얼교는 성현들을 숭배의 대상이 아닌 ‘스승’으로 삼아 자신의 ‘얼’을 밝혀 스스로 깨달음을 얻는 법을 가르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종교의 진리와 모든 종교의 창시자를 하나의 이미로 존중하고 종교 간 화합을 지향한다. 한편 강화도 마니산에 위치한 한얼온궁에서 열린 창교 50주년 ‘한얼절’ 기념식은 창시자 신정일의 친필법문 휘호 전시, 한얼교 대표경전 ‘한얼말씀’ 판각 전시회, 창교 50년의 역사를 담은 사진 전시회 등이 진행됐다. 또 지난 1999년 창시자가 타계한 뒤 한성식(다비식)을 치른 뒤 수습된 진모사리, 치사리, 진신사리를 직접 참관하는 ‘사리 친견식’도 이뤄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마션’ 꿈 현실로…NASA 화성행 로켓 SLS 개발 착착

    ‘마션’ 꿈 현실로…NASA 화성행 로켓 SLS 개발 착착

    미 항공우주국(NASA)은 인류를 달로 보낸 새턴 V 로켓 이후 역사상 가장 강력한 로켓인 SLS(Space Launch System)를 개발 중이다. 벌써 상당 부분의 제작과 조립이 끝난 SLS는 2018년 첫 테스트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테스트를 마친 오리온 우주선이 여기에 탑재되는 데, 처음에는 무인 상태에서 달을 선회해서 지구로 돌아오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달에 다시 인류를 착륙시키는 것이 목표는 아니다. 진짜 목표는 2030년대 인류를 화성에 착륙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SLS는 코어 스테이지라고 부르는 거대한 1단 로켓과 1단 로켓에 추력을 더해주는 두 개의 보조 고체 로켓을 탑재한다. 지름 8.4m에 높이가 60m에 달하는 거대한 원통 모양의 코어 스테이지에는 연료인 액체 수소와 산소를 담을 탱크 두 개가 존재한다. 최근 산소 연료 탱크 부분이 NASA의 미슈우드 조립 공장에서 완성되어 그 위용을 드러냈다. 두 개의 연료 탱크는 네 개의 RS-25D 엔진에 연료를 공급하게 되는데, 연료를 다 채운 상태에서 1단 로켓의 무게는 980t에 육박한다. 물론 그 무게의 대부분은 연료인 액체 산소와 수소다. 하지만 거대한 우주선을 지구 중력권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서는 코어 스테이지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코어 스테이지 옆에는 과거 우주 왕복선에 사용된 고체로켓 부스터(SRB)를 개량한 부스터 2개가 탑재된다. 과거 590t급 고체 로켓 부스터는 4단(4 segment) 였는데, 더 출력을 높이기 위해서 5단으로 개조한 것이다. 최근 마지막 5단 역시 납품되어 조립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까지 SLS의 각 부품의 조립은 그런대로 순조롭지만, 소프트웨어 개발 지연 등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남은 시간 동안 서두른다면 2018년 발사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면 일정이 다소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SLS 개발 성공은 영화 ‘마션’에서처럼 인류를 화성에 착륙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다. 성공 여부는 인류의 화성 진출이 가까운 시일 내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가늠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피부 미인 그녀 순대 마니아?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피부 미인 그녀 순대 마니아?

    오래전부터 동양에선 순대를, 서양에서는 소시지를 즐겨 왔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그대로 먹기 어려운 육고기의 잡육을 양념과 함께 잘게 다져 기름진 맛이 풍부한 창자 속에 넣어 만들었다. 미리 만들어 두었다가 순대는 물에 삶거나 찌고, 소시지는 훈제를 했을 뿐이다. ●고구려인도 먹은 순대, 단백질·비타민·철분 가득 순대는 돼지고기 창자를 소금과 밀가루로 깨끗이 빨아 잡내를 제거한 뒤 겉과 속을 뒤집어 표면을 매끈하게 만든다. 여기에 두부, 숙주나물, 찹쌀과 각종 향신료를 다져 돼지 피와 함께 넣는다. 순대를 가마솥에 찌면 기름기가 자르르 도는 표면에다, 안의 소에는 적당히 간이 배어들고 선지는 녹말풀처럼 차지게 엉겨 붙어 감칠맛을 더한다. 고기의 단백질과 채소의 비타민, 찹쌀의 탄수화물, 선지의 철분까지 갖췄으니 술안주로나 피부 미용에 좋지 않을 수가 없다. 순대에 쓰이는 돼지 창자로는 작은 크기의 소창이 많이 쓰인다. 서울이나 중부 지방에선 순대에 찹쌀과 당면을 주로 넣는다. 풍부한 식감은 덜하지만 깔끔한 맛을 낸다. 소창의 아래에 대창이 있는데, 아바이 순대 등은 김밥 둘레보다 더 굵은 대창을 쓴다. 기름기가 많고 더 쫄깃해 추운 함경도에 어울릴 것이다. 그 아래에 막창이 있는데, 껍질이 더 두껍다. 대구 등지에선 술안주로 막창 구이의 씹는 맛을 즐긴다. 북방 음식인 순대의 원형은 찹쌀과 맵쌀을 가득 넣은 아바이 순대일 것이다. 충남 병천은 조선 때 한양을 향한 길목으로서 5일장이 번성하고, 1960~70년대 대규모 양돈장이 주변에 들어서면서 순대가 발달했을 것이다. 병천 순대는 소창에 채소와 돼지 피를 풍부하게 넣고 약간 길게 잘랐다. 경기 백암도 병천과 비슷한 환경에서 역시 순대와 국밥이 발달하게 된다. 백암 순대는 특이하게 소창에 돼지 피 대신에 소 피를 넣었고 채소를 많이 쓴다. 이 때문에 순대의 표면이 흰색이다. 그러나 일부 식객들이 우리 3대 순대로 아바이 순대, 병천 순대, 백암 순대를 꼽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순대는 추운 북쪽에서 남쪽으로 전해진 음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주는 영 다르다. 순대를 서울이나 중부 지방에서는 후춧가루를 뿌린 소금에, 호남에선 초고추장에, 또 영남에선 막장(양념 된장)에 찍어 먹는다. 비슷한 순대인데 이렇게 찍어 먹는 기호가 다르기도 쉽지 않다. 반면 제주에서는 순대 옆에 간장이 있어야 한다. 중국 만주 지역에서도 아바이 순대를 양파가 들어간 간장과 함께 먹는다. 혹시 제주에 정착한 고구려인들이 순대를 간장에 찍어 먹던 관습이 지금도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 ●소시지도 전통 간식… 비엔나·프랑크 질감 달라 고기 내장에 잡육을 넣은 순대나 소시지는 상당히 많은 나라의 전통 음식이다. 인류에게 이만한 간편식과 보양식도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소시지 역시 순대와 마찬가지로 고기의 소창이나 대창 속에 양념한 잡육을 갈아 넣은 뒤 언제든 편하게 먹었던 음식이다. 우리가 아는 독일의 프랑크 소시지는 속 알갱이를 굵게 했고,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소시지는 그 속에 곱게 갈아 더 부드러운 양고기를 넣었다. 요즘 프랑크 소시지는 잡고기 케이싱(먹을 수 있는 껍데기)으로 길게 만들어 비엔나 소시지와 다른 모양이다. 우리나, 서양인이나 먹는 게 별반 다른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kkwoon@seoul.co.kr
  • 계급이 빚은 빵, 문명이 차린 아침식사

    계급이 빚은 빵, 문명이 차린 아침식사

    역사를 만든 백가지 레시피/윌리엄 시트웰 지음/안지은 옮김/에쎄/608쪽/2만 6000원 아침식사의 문화사/헤더 안트 앤더슨 지음/이상원 옮김/니케북스/496쪽/2만 2000원 뱃속의 기쁨을 채우고자 하는 식욕은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이다. 프랑스인 미식가 장 앙텔름 브리야사바랭의 표현을 빌리자면 미식은 “삶을 지배하는 주체”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생활은 삶의 소비로 인해 지친 이들에 대한 위로다. 미식을 탐하지 않는 자는 없다. 신간 ‘역사를 만든 백가지 레시피’(에쎄)와 ‘아침식사의 문화사’(니케북스)는 4000년에 이르는 음식 역사와 식습관, 그리고 인류가 맛본 요리들이 무엇인지를 탐구한 책이다. ‘역사를 만든 백가지 레시피’가 기원전부터 현대까지 시대별 레시피를 발굴해 미시적으로 들여다본 음식의 연대기라면 ‘아침식사의 문화사’는 아침 식사가 인류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됐는지를 종교, 무역, 기술, 편리성 등 4가지 측면에서 흥미롭게 펼쳐낸다. 인류 문명은 빵에서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빵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레시피가 거의 똑같다. 고대 이집트 룩소르의 세네트 묘실에는 빵을 굽는 장면이 세밀하고 다채로운 색채로 묘사돼 있다. 이 벽화에는 곡물을 밀가루로 만드는 방법뿐 아니라 나무 그릇에 곡물을 빻고 밀가루 반죽을 주무르거나 화덕에 넣어 빵을 굽는 노동의 모습이 입체적으로 표현돼 있다. 이 벽화에 나오는 빵은 오늘날의 피타 빵과 흡사하다. 이집트인들도 효모를 사용했던 것으로 보여 지금의 빵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세시대의 빵은 사회적 신분을 상징하는 음식이었다. 귀족들은 하얀 맨치트 빵을, 상인들은 밀로 만든 둥근 빵, 가난한 서민들은 겨로 만든 빵을 먹었다. 귀족들은 흰색 빵을 손님에게 내놓으며 신분을 과시했고 수도원에서도 서열이 높은 성직자일수록 흰색 빵을 먹었다. 흰색 빵은 11세기부터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16세기 후반에야 대중화된다. 1588년 출간된 요리책인 ‘좋은 주부가 주방에서 직접 손으로 만든 음식들’에는 흰색 맨치트 빵의 레시피가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고운 밀가루 28㎏과 미온수 3.7ℓ, 하얀 소금 한 줌과 효소 570㎖를 골고루 잘 섞어 반죽한 다음 30분간 내버려 뒀다가 화덕에 넣고 1분 정도 익힌다.’ 지금의 레시피와도 크게 다르지 않지 않은가. 고대와 중세시대 요리의 레시피는 현대에 와서 재현되기도 한다. 영국의 대표적인 고급 레스토랑인 팻덕의 셰프 헤스턴 블루먼솔은 2011년 ‘고기 과일’이라는 중세 요리를 재현해 미슐랭 별 3개를 받기도 했다고 책은 소개한다. 인류는 이 같은 요리들을 시대별로 즐겼지만 아침 식사의 경우 종교적으로 억압된 암흑기도 있었다. 중세에 접어들면서 아침 식사는 천박하고 상스러운 대상으로 전락한다. 과식, 과음 등 육체에 관한 모든 쾌락이 억압된 중세시대 도덕론자들은 점심과 저녁 두 끼면 하루 식사로 충분하다고 여겼다. 또 아침을 챙겨 먹는다는 의미는 힘든 농사일을 하는 빈민층을 상징하는 일종의 표식으로 여겨졌다. 15세기 중반이 돼서야 프랑스 왕 프랑수아 1세 같은 옹호론자 덕에 아침 식사가 전 유럽에 유행처럼 번지게 됐다. 책은 17세기의 ‘무역’ 열풍도 아침 식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아침 식탁에 등장하는 홍차, 커피, 카카오가 모두 이 시기에 유럽으로 유입됐다. 18세기 영국인과 미국으로 건너간 유럽인은 아주 푸짐한 아침 식사를 즐겼는데 이는 너무 바빠서 점심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직장인을 위한 배려였다고 책은 말한다. 종교와 무역에 이어 아침 식사에 영향을 미친 것은 ‘기술’이었다. 1760~1840년 일어난 산업혁명으로 물류 수송이 원활해지고 중산층이 부상하면서 아침 식사는 그 이전 시대보다 호사스러워졌다. 19세기 말 이후 아침 식사의 대명사 격인 시리얼은 전 미국의 식탁을 접수하며 표준이 됐다. 하지만 저자가 그리는 아침 식사의 미래는 풍성하다. 지금처럼 허겁지겁 먹는 ‘때우기’ 식이 아니라 10~15년 내에 마치 저녁 식사처럼 느긋하게 코스 요리를 먹는 방식이 될지 모른다고 예견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교양의 효용(리처드 호가트 지음, 이규탁 옮김, 오월의봄 펴냄) 20세기 초중반의 영국 노동자계급 문화를 생생하게 다루고 있다. 노동자계급의 삶과 문화를 분석하기 위해 음악, 신문, 잡지, 라디오, 텔레비전, 영화, 책 등의 대중매체뿐 아니라 일상 속 가족의 역할, 남녀 관계, 술집 문화, 언어 형태까지 다룬 미디어 연구의 고전이다. 1957년에 발간됐지만 대중문화의 획일화, 산업화 및 중앙 집중화, 그리고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대중의 모습 등을 통해 현시대의 문화 현상과도 맞물린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 1930년대 노동자계급 문화를 묘사한 1부와 1950년대 새로운 형태의 대중문화가 등장하는 2부로 구성돼 있다. 552쪽. 2만 5000원. 켄윌버의 신(켄 윌버 지음, 조옥경·김철수 옮김, 김영사 펴냄) 현재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저자가 3박 4일 만에 쓴 책이다. 발달론적 관점으로 종교에 접근해 각 종교적 가치관들의 발달 수준을 판별하는 방식으로 종교와 영성에 관한 탁월한 통찰을 보여 준다. 저자는 종교의 발달 단계를 순차적으로 심령 수준, 정묘 수준, 원인 수준, 궁극 수준으로 구분해 자신만의 모델을 만들고, 합리적 수준에서의 신은 반종교적인 상태가 아니며 더 상위 수준으로 나아가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전제 조건이 있음을 지적한다. 이를 통해 발달 단계의 최상위 수준에서 만나게 되는 신의 정체성을 설명한다. 308쪽. 1만 5000원. 또라이들의 시대(알렉사 클레이·키라 마야 필립스 지음, 최규민 옮김, 알프레드 펴냄) 다보스포럼이 선정한 최고의 비즈니스북으로 해적, 해커, 갱스터, 복제품 생산자 등 지하 세계 기업가들의 창조적이고 파괴적인 혁신을 분석한 책이다. 100만원의 제작비로 50억원을 번 영화감독의 창의적인 꼼수부터 짝퉁 이베이를 오픈한 지 100일 만에 진짜 이베이에 500억원에 팔아넘긴 독일 삼형제, 사겠다는 사람도 없는 낙타유 사업을 성공시킨 미국 명문대 졸업생 등 기존 제도와 관습, 직종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과감하게 실행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저자들은 긍정적 ‘또라이 정신’을 새로운 성공 전략으로 실증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280쪽. 1만 5000원. 우리는 모두 같은 꿈이 있습니다(윤경일 지음, 서교출판사 펴냄) 국제구호단체 한끼의식사기금 윤경일 이사장이 구호 활동에 대해 소개한 책이다. 2004년부터 아프리카와 아시아 오지를 오가며 절대 빈곤에 처한 사람들과 함께했던 에피소드 38편을 담았다. 저자는 우리와 똑같은 인권이 있는 빈민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내밀며 가난의 대물림을 끊기 위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의사의 전문지식을 활용해 비위생적인 생활 환경 개선에도 노력을 기울이는 그에게 현지인들은 ‘빈민의 친구’라는 호칭을 붙여 줬다. 한끼의식사기금은 4000여명의 정기 후원자와 4만여명의 사이버 후원자들에게 수입과 지출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372쪽. 1만 5900원. 성장에 눈먼 세상(리 반 햄 지음, 김경식 옮김, 지영사 펴냄) 저자는 인류가 마치 지구가 몇 개 더 있는 것처럼 살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이 같은 다지구적인 세계관에 빠져 있어서 근본적인 변화를 맞고 있으며, 인류는 새로운 생활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알아내든지 아니면 생명을 보존하는 시스템이 망가지도록 내버려 두든지 양자택일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대안으로 세계 곳곳의 토착민들이 가진 지혜와 위대한 종교적 전통, 종업원 소유 회사, 생협 등의 새로운 농촌 경제 등을 제시한다. 352쪽.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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