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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인 교수 공개편지 “나를 괴롭힌 서울대 학생에게”

    외국인 교수 공개편지 “나를 괴롭힌 서울대 학생에게”

    올가 페도렌코 서울대 인류학과 조교수가 쓴 ‘나를 괴롭힌 서울대 학생에게 보내는 공개서신’이 SNS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페도렌코 교수는 러시아 출신으로 서양인 인류학자로는 최초로 작년 가을 서울대에 임용돼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 편지 내용에 따르면 지난달 5일 오후 9시 교내 호암교수회관 인근을 지나던 페도렌코 교수에게 한 남학생이 ‘coincidence’라는 영어단어를 어떻게 발음하는지 알려달라며 다가왔다. 페도렌코 교수가 ‘아무 외국인에게나 다가가 무작위로 그런 질문을 던져서는 안 되고 그건 이상한 일’이라고 거절하자 학생은 소리를 지르고 한국어로 욕을 퍼부었다고 한다. 페도렌코 교수는 “불안하고 당혹스러웠으며 두려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페도렌코 교수는 “몇몇 사람들이 경찰에 연락하라고 권했지만 그 대신 나는 학생에게 공개서신을 쓰고 이 일을 공론화하기로 했다”며 “성차별, 그릇된 인종적 편견에 관해 배울 수 있는 계기로 삼기 위해서다. 학생의 행동은 성차별적이고 인종적 편견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페도렌코 교수는 “당신은 나를 한 명의 인간으로 대하지 않고 백인 여성이라는 정형에 끼워맞췄다”며 “정형은 많은 경우 잘못됐고,당신이 어떤 이에게 접근하건 간에 그 사람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여성의 평등과 관련된 사안이고 인권과 관련된 사안”이라며 “서울대가 이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세계적이고 다양성을 갖춘 대학으로 거듭날 수 없다”고 편지를 마무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인간 기대수명 40 ~ 50년↑… 산업혁명 이후 4~7배 급증

    산업혁명 이후 최근 2~3세기 동안 인간의 기대수명이 40~50년 이상 늘었다. 지구상에 인류가 나타난 이후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연령이 길었다. 인간 수명에 대한 궁금증이 덴마크, 독일, 미국, 케냐, 캐나다의 국제 공동연구팀에 의해 밝혀졌다. 연구팀은 사람과 원숭이, 유인원의 사망률 패턴을 분석해 최근 200~300년 사이 사람의 기대수명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사실을 미국 국립과학원이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PNAS’ 21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1751년부터 2012년까지 스웨덴, 우크라이나, 러시아, 나이지리아, 인도, 중국, 일본, 영국, 미국 등 12개국 약 100만명의 출생 및 사망 데이터를 비교 분석했다. 지난 200년 동안 인간의 기대수명은 30~40세에서 70~80세로 40년 이상 증가한 것을 발견했다. 원시시대 인류의 기대수명이 영장류의 수명인 10~20세에 불과했음을 감안하면 현대인의 기대수명은 4~7배 늘어난 것이다. 연구진은 산업혁명 이후 의학과 공중보건 분야의 발전 덕분에 질병 감염이 줄고 유아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기대수명도 획기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연구진은 성별 간 기대수명 차는 원시시대나 18세기, 현대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제임스 바우플라 덴마크 남부대 생물인구학연구소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인류 진화사에서 기대수명 증가는 수백만년에 걸쳐 서서히 일어난 일이 아니라 최근 200~300년 동안 급속히 나타난 현상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병 주고 약 주고…IT의 빛과 그림자

    [송혜민의 월드why] 병 주고 약 주고…IT의 빛과 그림자

    지난해 12월, 영국 옥스퍼드셔에 살던 15살 소녀 제니 프라이가 극심한 알레르기 증상을 견디다 못해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가 벌어졌다. 제니가 그토록 고통스러워 한 것은 다름 아닌 ‘와이파이(WiFi)’ 전파였다. 제니의 병명은 전자파 과민증, 일명 EHS라 불리는 병으로, 발생원인은 분명하게 규명되지 않았지만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와이파이 등 전자파로 인해 두통과 두근거림 및 극심한 스트레스 등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 대부분의 도시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은 세상의 공기를 마시는 순간부터 와이파이를 비롯한 각종 전파에 노출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IT의 초고속 발전 덕분인데, IT 기술의 빠른 성장이 누군가에는 병을 고치고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빛이 되지만, 누군가에게는 건강과 목숨을 앗아가는 그림자가 되기도 한다. ◆제약회사와 손잡은 IT, ‘유병장수’ 시대에 구원투수로… IT의 발전은 지난 몇년 간 세상의 흐름을 바꿔 놓았다. 아침에 눈 떠서 잠들 때 까지, 우리 일상은 IT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최근 돋보이는 IT의 움직임 중 하나는 의학과의 협업이다. 지난 16일 다케다약품공업과 시오노기제약 등 일본 유력 제약사와 후지쯔, NEC 등 IT기업은 일본 정부 산하의 연구소 및 대학과 함께 신약을 만들어내는 AI를 개발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공동연구를 통해 탄생할 AI는 신약 후보 물질 탐색에 이용되며, 이러한 기술은 신약 후보물질을 찾는데 걸리는 2~3년의 시간을 상당부분 단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작용이 우려되는 신약 후보물질을 제거해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글로벌 IT기업들도 인류의 건강 증진 및 질병 퇴치를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유럽 최대 반도체회사 ST마이크로일렉트로직스의 자회사 베레두스연구소는 결핵 치료를 위한 다중 분자 진단칩을 개발했다. 기존에는 최대 8주가 걸리는 결핵검사를 3시간 안에 진단할 수 있는 획기적인 칩이다. IBM은 2014년 뉴욕게놈센터와 슈퍼컴퓨터 왓슨의 인지시스템을 활용한 유전체 의학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다. 왓슨은 유전자 정보뿐만 아니라 생체의학 문헌 및 의약데이터베이스도 분석할 수 있어 난치병과 불치병의 유전적 원인을 찾는데 도움을 준다. 이밖에도 심장박동수와 혈압 체크 및 걸음을 걸을 때 자세를 교정해주는 스마트밴드 웨어러블 기기의 개발은 IT의 발전이 인류 건강에 미친 긍정적인 결과물이자, 이제는 생활의 일부분이 된 익숙한 ‘IT약(藥)’이라 볼 수 있다. ◆편한만큼 아파졌다? 전자파 과민증부터 각종 중독까지… IT가 일상을 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향유할 수 있는 장점만 갖고 있다면 좋겠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앞서 소개한 전자파과민증의 경우 전 세계에서 이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스웨덴에서 최초 보고된 전자파과민증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꾸준히 환자가 늘고 있다. 프랑스에 사는 한 50대 여성과 그녀의 딸은 전자파 과민증으로 도시에서의 모든 삶을 포기한 채 동굴에 숨어 지낸다고 밝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고, 스위스 취리히에는 이처럼 첨단 기술이 주는 피해를 견디다 못한 사람들끼리 모여 만든 유럽 최초 ‘스마트폰 사용 금지 아파트’가 등장하기도 했다. 스위스의 한 건강관련재단이 기획한 이 아파트에는 전자파 과민증 외에도 샴푸나 세제, 향수 등의 냄새만 맡아도 구토나 발열, 두드러기 등의 증상을 나타내는 화학물질 과민증을 앓는 사람들이 모여 산다. 아파트 입구에는 ‘블랙리스트’가 붙어 있는데, 향수나 휴대전화, 햄버거 등 인스턴트식품 등이 포함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자파 과민증의 존재에 대해 인정하지만, 오염된 공기나 조명, 소음 등 다른 원인으로도 통증이 유발될 수 있다고 판단해 이를 질병(disease)이 아닌 증상(symptom)으로 보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소 다르다. 영국 서머셋 지역보건의인 앤드류 트레시더는 “영국 정부와 WHO 측은 아직 이 병을 심리적 원인 때문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환자들은 더욱 고통에 시달린다”면서 “이 증상과 관련한 과학적인 조사 등 대책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IT와 인류의 징검다리와도 같은 스마트폰은 각종 질환 유발자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성장기 어린이의 경우 스마트폰 등 IT기기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겨 성장발육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에 중독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자살 충동이나 학교폭력 등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는 사실 역시 익히 알려져 있다. IT는 지금 이 시간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무궁무진한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전 세계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게 된 것도, 앉은 자리에서 원격으로 의사와 상담을 하고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것도 모두 IT의 공(功)임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적지 않고, 작지도 않은 부작용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 역시 묵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IT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현실이 돼 버렸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하며, 즐기기 위해서는 건강해야 한다. 각국 IT기업 및 전문가들이 ‘IT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 개선 방안을 찾는 일에도 힘 써야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씨앗 심고 비료까지 줘…‘농부 개미’ 발견(연구)

    씨앗 심고 비료까지 줘…‘농부 개미’ 발견(연구)

    태평양에 있는 섬나라 피지에서 식물의 씨앗을 심고 비료를 주는 등 마치 농부와 같은 일을 하는 신종 개미가 발견됐다. 21일(현지시간)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플랜츠’(Nature Plants)에 이 논문을 발표한 독일 뮌헨대 연구진은 개미가 식용 균류를 기르는 것은 지금까지의 연구로 관찰됐지만, 식물을 재배하는 것은 이번에 처음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필리드리스 나가사우’(Philidris nagasau)라는 학명만 알려진 이 개미는 꼭두서닛과 스쿠아멜라리아(Squamellaria) 속 식물 6종의 씨앗을 채집해 나무의 균열을 찾아 끼워둔다. 그리고 이들 개미는 성장하는 이 식물을 정기적으로 방문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들 개미는 식물에 비료를 주기 위해 나무 내부에서 배변해 그 성장을 돕는다. 식물이 자라면서 나무 내부에 충분한 공간을 형성해 외부의 적을 막는 서식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이들 개미와 식물들은 상호의존적 관계에 있어 한 쪽이 없어지면 다른 쪽 역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이들 개미와 재배식물의 진화 역사를 재구성해 양측의 상호의존 관계가 구축된 시기가 약 3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이는 역사상 가장 많은 농사를 짓는 현생 인류가 등장하기 훨씬 이전의 일인 것. 한편 스쿠아멜라리아 속 식물은 이른바 착생식물로 다른 나무에 해를 끼치지 않는 형태로 그 위에서 자란다. 다른 나무에 의존하는 부분은 구조상의 버팀목일 뿐 물과 영양분은 공기와 빗물에서 얻는다. 사진=뮌헨대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고든 정의 TECH+] 168억km 밖 우주선과 통신하는 방법

    [고든 정의 TECH+] 168억km 밖 우주선과 통신하는 방법

    보이저 1호와 2호와 뉴호라이즌스호 같은 나사의 탐사선 덕분에 우리는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과 그 위성의 생생한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먼 거리에서 이 사진을 어떻게 보내오는 것일까요? 뉴 호라이즌스호는 지구에서 49억km 떨어진 지점에서 데이터를 전송해 명왕성과 그 위성들의 모습을 알려왔고 보이저 2호는 2016년 10월에 지구에서 168억km 지점을 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통신이 가능한 상태입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나사의 딥 스페이스 네트워크(Deep Space Network·DSN)입니다. 딥 스페이스 네트워크는 태양계 탐사 초기와 아폴로 프로젝트 기간 건설된 나사의 안테나 네트워크입니다. 그 시작은 미국이 첫 위성을 발사한 1958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당시에 사용되던 무선 통신 방법으로는 우주에 있는 통신 위성은 물론 달이나 화성, 금성 등으로 발사하는 초기 탐사선과 교신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나사는 캘리포니아 골드스톤, 스페인 마드리드, 호주의 캔버라 세 장소에 거대한 안테나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이렇게 세 곳에 안테나를 구축하면 지구의 자전과 관계없이 태양계 모든 장소에서 통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960년대와 70년대를 거쳐 나사의 딥 스페이스 네트워크는 목성 궤도 너머의 먼 장소까지 통신이 가능한 능력을 확보했습니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목성, 토성, 해왕성, 천왕성의 모습과 그 위성의 생생한 사진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통신에 사용되는 주파수는 S 밴드(2.29-2.30GHz)와 X 밴드(8.40-8.50GHz), Ku 밴드 (31.8-32.3GHz)로 뉴호라이즌스호의 경우 X 밴드, 보이저 2호의 경우 S 밴드와 X 밴드를 사용합니다. 직진성이 강한 고주파수 전파를 이용해서 우주선과 지구 안테나 방향으로 전파를 보내는 것이죠. 하지만 그래도 문제는 있습니다. 거리 때문에 신호가 너무 약해서 잡음과 구분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죠. 이 문제는 강력한 출력을 지닌 지상 안테나보다 우주선에서 지구 방향으로 보내는 무선 전파에서 더 심각합니다. 우주선의 동력원인 원자력 전지(RTG)는 출력이 약해서 안테나에 할당할 수 있는 출력은 최고 20W입니다. 그리고 이 전파를 목성 궤도에서 발사할 경우 지구에 도달할 때는 지구 지름의 1000배 정도로 퍼지게 됩니다. 그 결과 70m 지름의 딥 스페이스 네트워크 안테나에 잡히는 신호도 손목시계에 필요한 에너지의 200억 분의 1에 불과한 수준까지 낮아집니다. 이를 다른 전파신호는 물론 기타 잡음과 분리하는 일은 첨단 기술은 물론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우주선에서 보내는 각 전파 신호는 제대로 된 신호가 맞다는 확인용 디지털 코드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신호를 반복해서 보내는 것이죠. 지구에서는 이를 하나씩 확인해서 하나의 화소(픽셀)을 확인하고 이를 모아서 전체 사진을 재구성합니다. 이 과정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려서 명왕성 부근에서 전송 속도는 1kbit/s에 불과합니다. 뉴호라이즌스호의 데이터를 모두 보내오는 데 무려 15개월이 걸린 이유입니다. 따라서 탐사선 내부에는 저장 장치가 있어 일단 사진을 찍어 디지털 신호로 저장한 후 지구로 천천히 전송하게 됩니다. 뉴호라이즌스호는 일종의 SSD 같은 디지털 저장장치가 있는데 용량은 8Gb 정도입니다. 반면 보이저 우주선은 오래된 우주선답게 64KB의 테이프 저장장치를 사용합니다. 사실 속도와 관계없이 이렇게 먼 거리에서 통신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현대 기술의 기적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물론 기술은 더 발전할 것이고 인류는 더 먼 우주를 탐사할 것입니다. 언젠가 다른 별과 그 주변 행성을 사진을 찍어 지구로 전송할 우주선도 등장하게 될 것입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이상욱의 암 연구 속으로] 당뇨병 약으로 암을 막을 수 있을까

    [이상욱의 암 연구 속으로] 당뇨병 약으로 암을 막을 수 있을까

    암세포가 정상 세포보다 당(糖)을 잘 흡수한다는 것은 암환자에게는 이미 상식이나 다름없다. 암세포가 흡수한 당이 암을 악화시킨다고 생각해 일부 환자는 탄수화물로 만들어진 음식을 입에 대는 것조차 두려워한다. 그렇다면 암환자가 당을 전혀 섭취하지 않는다고 해서 과연 암을 이겨 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오’다. 암세포의 포도당 섭취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암환자의 탄수화물 섭취를 완전히 차단했을 때 암 조직의 성장이 멈추거나 암세포의 대사활동이 완전히 정지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암환자는 고기도 먹지 않고 지방도 거의 섭취하지 않는데, 만약 탄수화물까지 안 먹는다면 아마 채소밖에 먹을 것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의학계는 암환자의 당 섭취를 제한하는 것보다 어떻게 당을 조절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연구해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많은 암 연구자가 ‘메트포민’이라는 당뇨병 약에 관심을 갖고 효과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메트포민은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조절하는 약이다. 이 약을 장기간 암환자에게 투여했을 때 암 발생률이 유의미하게 감소하거나 암 재발률이 줄어 생존 기간이 연장된다는 임상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 일본의 한 연구팀은 당뇨병이 없는 환자가 내시경 용종절제술을 받은 뒤 메트포민을 꾸준히 복용할 경우 용종 발생이 억제된다는 임상 연구 결과를 종양학 전문지인 ‘란셋 온콜로지’에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의 한 연구팀도 암 발생 위험이 정상인에 비해 높다고 알려진 당뇨병 환자가 메트포민을 꾸준히 복용할 경우 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일반인과 비슷해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메트포민을 복용해 적절하게 혈당을 조절하는 것이 암 환자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몸 안에서 혈당이 상승하면 인슐린이 자동으로 분비돼 세포 안으로 포도당을 운반해 혈당을 낮춘다. 그런데 우리 몸이 인슐린을 분비하려면 ‘인슐린 유사성장 인자’(IGF)라는 물질이 필요하다. 이처럼 IGF는 인체에서 꼭 필요한 물질이지만, 한편으로는 암세포 증식을 자극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항시 과도하게 분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메트포민을 복용하면 인슐린의 효율을 높여 IGF의 분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암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메트포민이라는 약의 가격이 너무 싸고 독점적으로 팔 수도 없기 때문에 제약회사에서는 그다지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전 세계 의·과학자가 암 정복에 한 걸음 다가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지만 이런 인류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에도 시장경제 논리를 적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암을 연구하는 의·과학자가 순수하게 의학적 호기심과 암 치료 성적을 위해서만 연구를 할 수 없는 이유다. 미국에서는 유방암이나 전립선암 환자의 수가 많기 때문에 다른 종양보다 투입되는 연구비가 많다. 이렇게 연구비가 많이 투입된 암의 치료 성적을 향상시킬 가능성이 더 높고, 연구도 상대적으로 활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국가 차원에서 단순히 약값과 의료비만 관리하면서 환자의 진료비 부담을 줄일 것이 아니라 메트포민처럼 진입 장벽이 없고 저가의 약이라도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권장해야 한다. 아울러 이런 연구를 하는 연구자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실제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
  • [남순건의 과학의 눈] 누가 누구를 지배할 수 있는가

    [남순건의 과학의 눈] 누가 누구를 지배할 수 있는가

    미국 헌법 전문에는 ‘정의를 수립하고, 국내의 평온을 지키고 국방을 제공해 일반 복지를 증진하고자 한다’는 목적이 적혀 있다. 1년 반 전만 해도 1%대의 지지율을 갖고 평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많은 언론이 그의 당선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 예측을 했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맞는 예측을 한 것은 소수였는데 그중 하나가 인공지능(AI)이었다. 언론에 얼마나 더 많이 노출됐는가 하는 빅데이터를 분석한 것이었다. 이처럼 AI는 점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아마존의 자동 제품 추천, 페이스북의 얼굴 인식, 구글의 자동 번역, 유튜브의 자동 생성 자막 등은 20년 전에는 꿈도 꾸지 못하던 기술들이다. 기초과학에서도 큰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인류 최대 빅데이터 생성 장치인 ‘입자가속기’의 데이터 분석도 지난 25년 전부터 사용해 오던 전통적 분석법을 벗어나 이제는 딥러닝 방식을 도입해 이론에서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 있는 새로운 입자를 발견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논의가 최근 시작됐다. 이론적 편견을 갖고 입자를 찾으려 하던 과거의 연구 방식에서 스스로 학습하는 분석 방식을 도입하려는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 과학자의 역할이 크게 바뀔 수도 있다. 또 다른 AI의 역할은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낸 ‘2030년의 인공지능과 삶’이라는 보고서에서 언급한 공공 안녕과 질서 수립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식당 위생검사를 기존 임의추출 방식에서 AI로 소셜미디어에 노출된 키워드를 수집·분석한 뒤 식당을 추출해 검사했더니 위생 불량 지적 비율이 9%에서 15%로 증가했다고 한다. 공무원의 업무도 훨씬 저렴하고 효율적인 AI로 대체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정치에서 AI의 역할은 어떤 것이 있을까. AI 기술을 당장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지금보다 100만배 정도 더 성능이 우수한 컴퓨터가 나와 인간의 뇌와 비슷해지는 한편 컴퓨터 스스로 학습을 하는 딥러닝의 놀라운 효과에 대한 이론적 이해가 생기고 새로운 알고리즘이 나온다고 하면 국가 기능의 상당 부분을 대신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로 미루어 거짓말 않고 깨끗한 정치인의 출현이 단기간에 어려워 보이는 만큼 오히려 AI에 의한 정치적 판단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하면 많은 저항에 부딪힌다. 기본적으로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은 안 좋다는 것과 인간의 가치에 대한 이해가 없는 AI가 어찌 정치를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럼 부패한 정치인이 지배하는 세상은 좋은 세상인가. 인간은 인간의 잘못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큼 관대하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자동차는 인간보다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불안해한다. 반면 각종 대형 사고를 내는 인간에게는 운전면허가 쉽게 발급된다. 물론 기술적인 것 외에 법적, 윤리적 논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자동차가 운전자를 먼저 살리기 위해 보행자를 여러 명 다치게 해야 하는지 아니면 더 많은 사람의 생명을 위해 운전자를 희생하도록 프로그램이 돼야 하는가 하는 논란이 있다. 어려운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는 인간이 운전할 때 어떤 방식으로 판단할 것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급박한 상황에서 어떤 행동이 더 많았는가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확률에 따라 자율주행차가 행동하게 하는 건 어떨까, 아니면 인간의 평소 행동보다 더 합리적이고 윤리적인 행동을 하도록 요구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싫든 좋든 AI의 역할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스티븐 호킹 교수는 AI가 인간에 대한 최고의 축복일 수도 있고 최악의 재앙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필자도 비슷한 의견이다. AI를 축복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을 깊이 이해하는 과학자와 과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고 있는 인문사회학자들이 보다 많이 필요할 것이다.
  • 생존 위협하는 온난화 새 ‘인류 대이동’ 오나

    생존 위협하는 온난화 새 ‘인류 대이동’ 오나

    북극해 빙하 비율 23%로 줄어 남극 온난화 완충 역할도 미지수 호킹 “지구서 생존 1000년 뿐” 지난주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제22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2)에서 세계기상기구(WMO)는 “2016년은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더운 한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해양대기관리청(NOAA) 역시 올 들어 매달 전 세계 평균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분석을 발표해 세계기상기구의 예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WMO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평균기온은 19세기 산업혁명 이전보다 1.2도 상승해 파리협정에서 제시한 기온 상승제한 목표치(1.5도)의 턱밑에 다다랐다. 온도 상승의 요인으로 물론 지난해와 올여름까지 위력을 발휘한 엘니뇨 현상을 꼽는다. 하지만 1998년에 비하면 강도가 약했기 때문에 결정적 요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엘니뇨만큼 위험한 요소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최신호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지구 온난화는 중국의 거짓말’이라면서 이산화탄소의 감축 대신 화석연료의 사용을 주장하면서 전 세계 지구온난화 대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온난화로 향후 기온 최대 6도 상승 지난 18일 대전에서 기초과학연구원(IBS) 개원 5주년 행사로 열린 과학대중강연에 참석한 액슬 티머먼 미국 하와이대 해양학과 교수는 “지금과 같은 온난화 추세가 계속돼 급격한 기후변화가 발생할 경우 새로운 인류 대이동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양기후학 분야 석학으로 내년 IBS 기후변화연구단 단장으로 합류할 예정인 그는 이날 ‘초기 인류 대이동의 천문학적 요인’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티머먼 교수는 컴퓨터 기후모델을 이용해 12만 5000년 전 과거부터 지금까지 기후변화와 초기 인류의 이동경로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지난 9월 ‘네이처’에 발표해 주목받기도 했다. 기후모델은 기후에 영향을 주는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와 세차운동, 공전궤도 이심률의 변화 같은 천문학적 요인들에 다양한 변수를 넣어 만들었다. 변수들은 고문서 기록, 빙핵, 바다와 호수 밑 퇴적층, 나이테 등이다.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추정한 과거 기후변화에 해수면 변화와 식량 생산성, 기온, 지형 등을 변수로 한 인류이동모델을 결합시켜 기후에 따른 초기 인류의 이동경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아프리카에 거주하던 초기인류가 10만년 전 아라비아 반도로 처음 이동했으며 8만년 전 중국으로, 6만년 전에는 호주로, 4만 5000년 전에는 유럽, 2만년 전에는 국동아시아와 시베리아, 1만년 전에는 북아메리카로 이주하며 영역을 넓혔다는 것을 밝혀냈다. 티머먼 교수는 “앞으로 지구 온난화로 인해 최대 4~6도까지 평균기온이 상승할 경우 특히 지중해 지역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새로운 인류 대이동이 있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남극해의 열(熱)포화도 한계 ‘네이처’는 최근호에 ‘남극해가 지구온난화를 얼마나 버텨줄 수 있을까’ 라는 제목의 분석에서 남반구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 열평형에 관여하는 남극해가 인간이 만들어내는 이산화탄소와 열을 더이상 흡수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반구의 바다는 대기에서 이산화탄소와 열을 흡수해 순환시키면서 지구 전체의 열적 균형을 만들어 지구 온난화의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인간이 만드는 이산화탄소와 열 생성 속도가 빨라 바다의 수용 능력을 초과해버린 상태라는 것이다. 실제로 높은 평균 기온 때문에 빙하의 녹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며 지난 8월 기준 북극해의 빙하 비율이 23.1%로 줄어들어 1979년 이후 네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NOAA가 발표하기도 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남극조사단 소속 해양학자 마이클 메레디스 박사는 “남반구의 바다는 지구 전체의 기후라는 입장에서 봐도 상당히 큰 ‘완충지대’(buffer zone) 역할을 하는데 미래에도 이런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과학적 사실들을 뒷받침하듯 유명한 천체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는 지난 18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열린 과학콘퍼런스에서 “현 지구에서 인류는 1000년 이상 생존할 수 없어 새로운 장소를 찾아 나서야 한다”며 “현재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핵심요소는 다름 아닌 지구 온난화”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멕시코에서 5310년 전 옥수수 조상 발견

    멕시코에서 5310년 전 옥수수 조상 발견

    멕시코 중부에서 옥수수 진화의 비밀을 간직한 5310년 전의 옥수수가 발견되었다. 덴마크 자연사박물관 연구팀이 테후아칸 162 유적에서 발견한 이 고대 옥수수는 옥수수 작물화의 비밀을 풀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참고로 옥수수의 작물화는 9000년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옥수수를 비롯해 쌀, 밀, 감자, 콩 같은 여러 작물이 현재와 같은 모습을 지니게 된 것은 수천 세대에 걸친 인간의 인위적 선택과 품종 개량의 결과였다. 인류의 조상은 우연히 생기는 돌연변이와 재배에 유리한 형질을 가진 작물을 선택해서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작물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 본래 조상이 되는 원시 야생종과는 생김새는 물론 DNA도 상당히 다른 작물이 탄생했다. 옥수수의 경우 외형이 너무 많이 달라진 것은 물론 유전자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 정확히 어떤 종이 옥수수의 조상이었는지 알아내기 어려웠다. 1930년대 야생풀의 일종인 테오신트(Teosinte)와의 연관성이 주장된 이후 많은 연구가 이뤄져 조상이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는 하지만 여전히 그 과정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연구팀이 발견한 고대 옥수수는 테오신트와 현대 옥수수의 중간 단계에 있는 식물로 길이도 2cm 미만이고 씨앗을 감싸는 부분도 없지만, 테오신트보다 옥수수에 더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 표본에서 DNA의 70%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도 고대 작물을 발굴했지만, 대개 DNA의 10% 정도를 추출하는 정도에 그친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고무적인 성과다. 연구팀은 이를 분석해 유전자를 대조하면 옥수수의 진화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대인은 DNA나 유전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하지만 더 많은 옥수수를 수확하기 위해서 우수한 종자를 구하고 씨앗을 뿌린 그들의 행위가 수천 세대를 거치면서 본래 야생종과는 엄청나게 다른 옥수수를 만들어 냈다. 물론 옥수수만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먹는 곡물과 가축들이 대부분 이런 과정을 거쳤다.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은 하나하나가 인류의 오랜 노력의 결과이자 경이인 셈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책꽂이]

    [책꽂이]

    단단해지는 연습(조너선 페이더 지음, 박세연 옮김, 어크로스 펴냄)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의 스포츠 심리 닥터인 저자가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는 스포츠 심리학의 지혜와 기술을 소개한다. 272쪽. 1만 4000원. 노유진의 할 말은 합시다(노회찬·유시민·진중권 지음, 쉼 펴냄) 인기 정치 시사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 진행자 3명이 국정교과서 등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정치적 이슈들을 풀어냈다. 336쪽. 1만 6000원. 기억하고 싶은 조선의 참의원 유이태(유철호 지음, 삼부시스템 펴냄) 한의사학 박사인 저자가 애민정신의 인술로 조선인들을 전염병 홍역에서 구한 산청·거창의 명의 유이태 선생을 조명했다. 529쪽. 2만 7500원. 트라우마는 어떻게 유전되는가(마크 월린 지음, 정지인 옮김, 심심 펴냄) 가족 트라우마 유전 분야의 선구자인 저자가 3대에 걸친 가족사를 통해 트라우마의 근본적인 원인과 숨은 메커니즘을 탐색했다. 352쪽. 1만 7000원. 성장을 넘어서(허먼 데일리 지음, 박형준 옮김, 열린책들 펴냄) 생태경제학의 고전으로 인류의 경제활동과 생태계의 공존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모색한다. 472쪽. 2만 5000원. 생각이 나서2(황경신 지음, 소담출판사 펴냄) 작가의 내밀한 생각을 엿보며 편안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일기 형식의 에세이. 전작이 56만부가 팔렸다. 344쪽. 1만 3800원.
  • 인류에 닥쳐온 ‘유전자 변형’ 논의 열어야

    인류에 닥쳐온 ‘유전자 변형’ 논의 열어야

    GMO 사피엔스의 시대/폴 뇌플러 지음/김보은 옮김/반니/348쪽/1만 6000원 ‘유전자 변형을 뜻하는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라는 약어가 콩이나 옥수수를 수식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이제 GMO가 인간을 수식하는 시대가 왔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유전자 변형 인류, 즉 GMO사피엔스의 시대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 4월 멕시코에서 미국의 한 연구팀에 의해 세 부모의 유전적 형질을 물려받은 아이가 태어났다는 사실이 최근에야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유전병의 비극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생물학자이자 과학작가인 저자는 현재 기술 수준이면 문서 편집하는 것처럼 손쉽게 유전자를 잘라 붙이는 일이 가능해졌다고 이야기한다. 머리를 염색하고, 코를 높이듯 인간이 인위적으로 인간을 창조할 수 있는 ‘맞춤 아기’ 시대가 개봉박두했다는 뜻이다. 저자는 유전자 변형 인간의 시대를 맞아 유전자 변형 기술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다양한 GMO 기술을 소개하고 거기에 담긴 과학적·사회적 본질을 짚는다. SF 영화 ‘블레이드 러너’나 ‘가타카’ 등을 보면 유전자 조작 인류의 시대를 암울하게 그리고 있다. 생명윤리적 이유에서든, 종교적 이유에서든, 과학적 이유에서든 인류는 대체로 GMO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복제양 돌리가 성공적으로 태어날 때까지 400번의 실패가 거듭됐다. 맞춤형 아기에게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는 쉽게 예견할 수 없다. GMO사피엔스의 다음 세대에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저자는 과학자 입장에서 작금의 상황을 중립적으로 서술한다. 저자는 “우리 아이들이 완벽한 존재가 되는 환상을 위해 유전학과 분투하는 일은 역설적으로 아이들의 삶을 허무하게 만들고 다양성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한다”면서도 “변화에 마음을 열고, 지식과 열정으로 무장하며 생명공학 혁명이 인류에게 펼친 거대한 긍정적인 영향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아버지께 노동은 밥 넘어 ‘자존심’이었다

    아버지께 노동은 밥 넘어 ‘자존심’이었다

    내 아버지들의 자서전/오도엽 지음/한빛비즈/320쪽/1만 6000원 흔히 노동은 신성하다고 말한다. 고귀한 가치로 숭앙되지만 왜곡되고 폄하되기 일쑤다. 그래서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건 값싼 대가에 대한 불만과 개선의 요구는 분출하기 마련이다. 그런가 하면 그 값싼 자리마저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예비 잠재 노동자들은 도처에 쌓여 있다. 노동이란 무엇일까. 노동운동에 천착해 온 시인이자 르포 작가가 쓴 이 책은 노동을 되새기게 하는 현장 기록서다. 고집스레 일터를 지켜 온 노동자 아홉 명의 증언에서 노동의 의미를 건져 올렸다. 이발사와 수리공, 대장장이, 사진점 주인…. 평생 손의 노동을 하며 살아온 아버지들이 털어놓는 노동과 밥의 이야기랄까. ‘아버지’와 ‘노동’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풀어낸 노동의 의미와 가치가 새삼스럽다. 산업화와 민주주의의 바탕에는 피땀 어린 현장을 지켜 온 아버지들의 노동사가 깔려 있다. 그 희생과 고통은 높이 평가되면서도 과도기의 아련한 장면들로 치부된다. 근대를 거쳐 여전히 노동자로 살고 있는 아버지들. 먹고살기 위해 시작한 노동에 이름 석 자를 오롯이 올려놓기까지의 그 사연들은 우리의 보편적인 이야기이자 삶의 본질이다. “밥과 돈이 전부라면 이렇게 오래 일 못 하지.” 37년 걸려 자신만의 이발 기술을 터득했다는 서울 공덕동 ‘성우이용원’의 이남열씨. 그 장인은 “남의 방식을 따르면 그건 곧 죽는 길”이라며 자신의 노동 방식을 고수한다. 서울 낙산 자락 ‘일광세탁소’의 김영필씨는 다림질에 서두름이 없다. 날카로운 바지 주름을 잡을 때도 어깨에 힘 하나 들어가지 않는다. 시간에 쫓기거나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노동시간을 지배한다. 모두 장인의 반열에 오른 이들은 자신의 기술 가치나 장인의 노하우를 애써 강조하지 않는다. 손때 묻은 노동 현장을 공개하면서 “그저 일한 시간에 비용을 매길 뿐”이라고 말한다. 이들에게 일과 노동에 관한 한 ‘일=일자리=부’라는 공식은 적용되지 않는 셈이다. 효율성과 경제성을 우선 강조하는 시대. 그 격동의 세상에서 어쩌면 내몰려 배웠을지도 모르는 기술 하나, 그나마 어깨 너머로 익힌 소박한 손재주…. 이들을 지속적으로 일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무엇이 이들을 버티게 만드는 것일까. 근대의 아버지들도 지금의 청년들처럼 일자리를 위해 싸웠다. 아버지의 노동을 이해하기도 전에 또 한 명의 ‘노동자 아버지’가 된 젊은 세대에게 ‘일과 삶의 관계’는 변함 없는 고민의 명제다. 그래서 책은 “노동자의 정신, 노동의 의미는 우리가 늘 목격하는 곳에 놓여 있다”고 말한다. “마음 자체가 틀렸어. 노력해서 하려고 하는 게 없고. 쉽게 돈 벌어 먹으려고. 그냥 한꺼번에 후다닥 해서. 뭐 좋은 자리 가서 후다닥 벌라 하고.” 서울 중부경찰서 앞 카메라수리센터의 김학원씨는 오랜 고생 끝에 공장에선 더이상 만들지 않는 반영구적 사진기를 선보였다. 저자는 김씨의 사례는 “인간의 본성을 찾는 노동이 거세당하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고 말한다. “우리 어렸을 때 이런 소리를 들었어. 어떤 나라에서는 대학교수보다 보일러 기술자가 돈을 더 받는다고. 그렇게는 안 되어도 최소한 동등한 인간적 대우를 받도록 해야 하는 거야.”(홍익대 앞 옛 삼성전파사 주인 남상순씨) 책의 특징은 리처드 세닛, 지그문트 바우먼 같은 사회학자들의 문장을 인용해 읽는 이들에게 ‘노동의 실체’를 좀더 명확히 해 준다는 점이다. 평생 일밖에 모르고 산 작가의 아버지전(傳)을 더해 열 명의 아버지 자서전을 마무리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근대의 시공간에서 맞이한 아버지들의 청년 시절과 오늘날의 청년들이 마주하는 고민에는 시공간을 초월한 공감이 존재한다. 공감의 바탕에는 인류 역사와 변함 없이 함께해 온 노동이라는 가치가 존재한다. 상품으로 거래되는 노동력이 아닌, 인간 고유의 정체성을 지닌 노동.”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中 문혁은 진행형… “20세기 냉전사의 일부”

    中 문혁은 진행형… “20세기 냉전사의 일부”

    혁명후기/한사오궁 지음/백지운 옮김/글항아리/ 408쪽/2만원 1966년 8월 8일. 중국공산당 11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는 ‘무산계급 문화대혁명에 관한 결의’(약칭 ‘16조’)를 통과시켰다. ‘16조’는 이렇게 규정한다. “우리 목적은 자본주의의 길을 걷는 당권파를 무너뜨리고 자산계급의 반동적 학술 권위주의를 비판하며 자산계급과 모든 착취계급의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는 것이다.” 본격적인 문화대혁명의 시작이었다. 중국공산당에 의해 정치적 과오로 규명됐으며 ‘10년 대동란’, ‘좌경적 오류의 극치’로 불리는 문화대혁명이 종결된 지 40년이 지난 지금에도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문혁을 악인들의 소행이라거나 일종의 비이성적 정치 광란으로 간주하지만 중국 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한사오궁은 ‘혁명후기’에서 문혁을 역사적 복합성 속에서 불가피하게 도출된 현상으로 바라본다. 한사오궁은 책에서 서구 ‘문혁학’의 오류들을 지적한다. 맥파거 하버드대 종신교수는 문혁을 마오쩌둥 개인 책략의 결과라며 그의 범상치 않은 권위의식, 포퓰리즘 등이 이 운동의 방법과 성격 그리고 모든 과정을 결정했다고 결론 짓는다. 그러나 한사오궁은 마오쩌둥이 가장 영향력 있고 가시성이 큰 인물로 주요한 책임이 있지만 지나치게 화려한 궁정 이야기와 우연한 계기로 가득찬 이 역사는 제도와 문화를 검토하는 것을 잊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문화혁명이 마오가 권력을 탈환하려고 발동한 운동에 불과하다고 본 시몬 레이스의 분석도 당시의 중국 정치 상황에 대한 무지에서 온 견해라고 지적한다. 앤드루 월더의 책 ‘베이징 홍위병 운동’이 온갖 정치적 입장이 당사자의 사회적 이익의 제약을 받았다고 한 점은 장족의 발전이지만 역시 상대적, 동태적, 다양한 시각이 결핍돼 있다고 분석했다. 저자는 이같이 비판을 하는 이유를 “‘문혁학’이라는 흙탕물을 여과하고 궁정화, 도덕화, 하소연하기 같은 서사의 거품을 걷어내어 국민에게 정치권력 및 이익의 분포와 그 유동에 대한 약도, 조금이라도 알기 쉬운 생활의 실상을 돌려주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문화혁명은 불가해한 광기의 분출이 아니라 20세기 냉전사의 지극히 정상적인 일부이며 나아가 전체 자본주의 역사의 불가피한 이면”이라고 평한다. 문화혁명을 생생하게 경험한 그에 따르면 도시와 농촌, 부자와 가난한 자, 농민·노동자·관료와 지식인 등 복잡하게 얽힌 이익관계 속에서 각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문혁’을 방치했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광기와 폭력을 경계한다”는 그는 “문혁은 회고적 화제라기보다 미래에 관한 의제이며 중국에 국한된 화제라기보다 인류의 현대 역사 경험에 전적으로 열려 있는 광범한 시야”라고 강조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트럼프의 역주행과 호킹의 경고/강동형 논설위원

    [씨줄날줄] 트럼프의 역주행과 호킹의 경고/강동형 논설위원

    공상과학영화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와 ‘인터스텔라’(Interstella). 1982년에 만들어진 ‘블레이드 러너’의 시대적 배경은 2년 앞으로 다가온 2019년이다. 최근 30년 뒤인 2049년을 배경으로 속편 제작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핵전쟁으로 지구 환경이 파괴되자 인류가 우주 식민지 건설을 위해 로봇인간을 동원하지만 결국 이들은 인간보다 우월한 면을 보이는 등 초월적 존재로 묘사된다. 2014년 상영된 인터스텔라는 인류가 황폐화된 지구를 버리고 새로운 정착지로 떠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미국 대통령 당선자 도널드 트럼프와 영국의 우주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전혀 닮은 데가 없다. 하지만 두 사람이 공상과학영화 속으로 들어가면 대척점에선 주인공의 모습이다. 두 영화에서 핵폭발과 방사능에 의한 환경오염이 지구 종말의 원인이다. 핵에 의한 지구 종말 가능성은 일본의 원전 사고, 각국의 핵무기 보유량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은 전 세계 핵무기 보유량은 북한의 8개를 포함, 최소 3582개라고 밝혔다. 지구를 몇 번이고 파괴하고 남을 양이다. 여기에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온난화 우려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와는 반대로 얼음이 녹으면서 해수 온도가 낮아져 빙하기가 덮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에 지구온난화는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려고 만들어 낸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파리기후협정을 철회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화석연료 채굴을 확대하는 등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세계의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여러 나라 지도자들이 트럼프의 당선으로 지구온난화가 가속되고, 인류가 재앙을 향해 더욱 빠르게 질주하게 됐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화석연료 사용을 옹호하고 파리협정 철회를 공언한 마이런 에벨 기업경쟁력연구소장이 인수위원에 들어가면서 이러한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트럼프의 역주행을 나무라기라도 하듯 스티븐 호킹 박사는 지난 15일 옥스퍼드대에서 ‘우주의 기원과 인간의 역사’에 대해 강의하던 중 1000년 후에는 지구의 오염으로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영화 속 인터스텔라처럼 다른 행성을 찾아 떠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달 19일에는 인공지능(AI)은 인류에게 최고의 선물이거나 최악의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많은 사람이 AI를 긍정적으로 보지만 호킹은 경고에 무게를 싣는다. 누구의 얘기가 옳은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떤 길을 선택하든 ‘경고’에 귀를 기울이는 게 맞지 않을까 한다. 우리는 주의와 경고를 무시하다 패가망신하고 뒤늦게 후회하는 사람들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세상사나 나랏일도 마찬가지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 “21세기에도 유교는 보편적 가치로 통용”

    “21세기에도 유교는 보편적 가치로 통용”

    하버드대 종신직… 유학 권위자 “21세기에도 유교는 여전히 보편적 가치가 될 수 있습니다. 공자의 ‘인‘(仁)은 곧 타인에 대한 공감을 의미합니다.” 유학사상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두웨이밍(76)이 17일 오후 숭실대 한경직기념관에서 열린 ‘숭실석좌강좌’ 강단에 섰다. 그는 미국 하버드대 중국학 종신교수이자 전통 유학의 현대화를 선도해 온 대표적인 신(新)유가 학자다. 두웨이밍은 이날 ‘인류의 미래를 위한 유학의 지혜’를 주제로 1시간가량 강연했다. 그는 유교의 진정한 물음은 ‘구체적으로 살아 있는 지금 여기의 사람 되기’(the concrete living person here and now)라고 했다. 이는 사회 속의 관계를 통해 타인을 공감하고, 사회에서 바람직하고 필요로 하는 인간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모든 사람이 일상 속에서 맺는 관계 속에서 공감 능력을 학습하면 비로소 인(仁)을 갖춘 인간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은 동물과 달리 인간답게 학습해야 하는 존재”라며 “유학의 격언 중에 ‘인학(仁學)이 곧 인학(人學)’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람 되기를 배우는 학문이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두웨이밍은 “배움을 통한 ‘사람 되기’를 유학의 출발점으로 삼고 나아가, 인간다움의 특성인 공감 능력을 확장해 세계와 소통해야 한다”며 “유교는 가치를 상실한 것도 아니고 생명력이 사라진 것도 아니며 유학은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에 공감할 수 있는 정신으로 오늘날 여전히 통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매년 한 차례 숭실대가 개최하는 숭실석좌강좌에는 201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를 시작으로, 2013년 게리 하멜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 2014년 마이크 샌델 하버드대 교수, 지난해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가 초청됐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기초과학, 느린 걸음으로 가라”

    “기초과학, 느린 걸음으로 가라”

    인프라처럼 길게 봐야 혁신 기여 질문하는 인재 확보가 가장 중요 “현대사회의 변화 속도는 정말 빠릅니다. 사회 변화의 관점으로 기초과학을 바라보면 거북이걸음보다 더 느리게 느껴질 겁니다. 그런 느린 걸음으로 가는 기초과학이 바로 미래 혁신의 밑바탕이 됩니다.” ‘한국 기초과학 발전을 위한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역할’이란 주제로 17일 대전 롯데시티호텔에서 열린 ‘기초과학 라운드테이블 토론’에 참석한 마쓰모토 히로시(왼쪽) 일본 이화학연구소(리켄) 이사장은 “기초과학이 혁신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날 라운드테이블에는 마쓰모토 이사장을 비롯해 필리프 코도네(가운데)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 도쿄사무소장, 디트마 베스트베버 독일 막스플랑크 분자의학연구소장, 조지 사와츠키(오른쪽)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 등 기초과학 분야 석학들이 참석해 기초과학의 역할과 혁신에 대해 토론했다. 사와츠키 교수도 “기초과학은 도로나 교량처럼 응용연구를 위한 인프라”라며 “내일을 위한 혁신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초과학 발전이 필요하고 기초과학 발전을 견인하는 첫 번째 덕목은 다름 아닌 인내”라고 강조했다. 기초과학은 자연을 이해하기 위해 생겨난 학문 분야이기 때문에 그 결과가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로 개발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공학 분야와는 달리 장기적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또 참석자들은 기초과학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 확보라고 입을 모았다. 베스트베버 소장은 “기초과학 분야에서 우수한 인재란 답을 빨리 찾는 사람이 아닌 자신만의 시각을 갖고 질문에 대한 답을 다양한 각도로 생각할 수 있는 호기심 많은 사람”이라며 “답을 제시하는 사람보다 질문을 많이 하는 연구자가 장기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석학들은 연구자들에게 ‘자신만의 연구 분야에 갇혀 있지 말고 열린 사고를 가져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마쓰모토 이사장은 “연구자들은 여러 사안에 대해 다른 전문적 식견을 가진 학자들과 대화를 해야 하며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면서 “생물학, 물리학, 수학, 화학, 사회과학의 여러 학자가 한곳에 모여 자신의 연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슈에 대해 토론하는 가운데 연구의 아이디어와 혁신의 원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라운드테이블 토론은 IBS 개원 5주년을 맞아 1박 2일 일정으로 열리는 ‘2016년 IBS 연례회의’ 행사 중 하나로 개최됐다. IBS는 18일까지 대전에서 해외 석학들의 대중강연, 국제학술콘퍼런스, 아트 인 사이언스 등을 진행한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신비의 마야 피라미드…‘삼중 피라미드 구조’ 첫 확인

    신비의 마야 피라미드…‘삼중 피라미드 구조’ 첫 확인

    마야 문명의 피라미드가 여러 겹으로 돼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는 마치 러시아의 목각인형 같다고 관련 학자들은 설명했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멕시코 유카탄주(州) 치첸이차 유적에 있는 높이 30m짜리 쿠쿨칸 피라미드는 삼중구조로 돼 있었다. 지금까지 이 피라미드 내부에는 높이 20m 피라미드가 하나 더 존재한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지만, 새로운 연구에서 다시 그 내부에 높이 10m 새로운 피라미드가 있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관련 연구진에 따르면, 이번에 확인된 가장 작은 피라미드의 건설 시기는 550~800년으로 보이며, 1930년대 발견된 중간 크기의 피라미드는 800~1000년, 가장 큰 피라미드는 1050~1300년에 각각 완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발견은 ‘엘 카스티요’(El Castillo·스페인어로 ‘성’의 뜻)로 알려진 이 피라미드가 세 차례에 거쳐 건설됐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번 조사 연구의 책임자인 멕시코국립자치대의 지구물리학자 르네 차베스 세구로는 “피라미드의 구조는 러시아 목각인형과 같다”면서 “큰 것 아래에 다른 것이 있고 그 아래에 또 다른 것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인 멕시코 국립인류역사연구소(INAH)의 데니스 로레니아 아르고테는 “각 구조물이 중첩 상태에 있는 이유는 구조물의 손상과 지도자의 교체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견은 피라미드 구조물의 손상 없이 내부에 빛을 조사해 관찰하는 비침습성 기술을 사용해 이뤄졌다. 이에 대해 아르고테 연구원은 “이번 발견으로 멕시코 중부에 들어온 사람들의 영향을 받기 전인 초기 마야인들의 문명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사진=ⓒ Premium Collection / Fotolia(위), 아즈테카 노티시아스(azteca noticias)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세계 종말 위험 0.2%…사실상 벼랑 끝” 수학자 경고

    “세계 종말 위험 0.2%…사실상 벼랑 끝” 수학자 경고

    현재 인류는 세상의 종말이라는 벼랑 끝에 서 있는 것일 수 있다고 한 저명한 통계 전문가가 경고하고 나섰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학의 통계학자 퍼거스 심프슨 박사는 새로운 보고서를 통해 “우리는 세계적인 재앙에 관한 연간 위험이 현재 0.2%를 넘어섰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미국 코넬대 도서관이 운영하는 논문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공개된 이번 예측은 ‘인류 종말 논법’(Doomsday Argument)을 기반으로 했다. 이는 지금까지 태어난 인류 수를 추측해 미래에 태어날 모든 인류 수를 예측한 통계학적인 논법이다. 이번 보고서에서 심프슨 박사는 “지금까지 지구 상에서 약 1000억 명의 사람이 태어나고 죽음을 맞이했다”면서 “이는 우리 전 인류의 수명이 중간 단계쯤 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0.2%’라는 지구 종말의 가능성 확률은 극히 적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심프슨 박사는 “세계적인 재앙에 관한 연간 위험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극도로 순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심프슨 박사는 현재 지구 위에 적어도 8개의 주권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예로 들었다. 즉 핵전쟁은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인데, 이 같은 현실을 외면하는 접근법은 위험하고 무책임하다는 것. 이와 함께 그는 “다양한 세계적인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조사가 절실히 필요하다”면서 “인간의 개인적인 기대 수명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피할 수 없는 것을 모두 피할 수는 없지만 이를 늦출 힘은 있다”고 말했다. 사진=ⓒ alcatrax1981 / Fotolia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우주를 보다] 치명적 아름다움…토성 육각형 소용돌이 포착

    [우주를 보다] 치명적 아름다움…토성 육각형 소용돌이 포착

    우주에 대한 경외감을 자아내는 토성은 신비로운 고리로만 유명한 것은 아니다. 토성의 북극 지역에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육각형 구름이 존재한다. 30여 년 전 미항공우주국(NASA)의 보이저 1호가 처음 발견한 이 육각형 구름은 그동안 천문학자들의 많은 의문을 불러왔다. 15일(현지시간) NASA는 토성탐사선 카시니호가 촬영한 토성 북반구의 새 사진을 공개했다. 태양빛을 받아 환하게 빛나는 사진에서 눈에 띄는 것은 뚜렷하게 보이는 육각형 구름으로 그 정체는 바로 무시무시한 소용돌이다. NASA가 붓으로 수채화를 그린 것 같다고 묘사한 토성의 극소용돌이(polar vortex)는 지구의 허리케인과 유사하지만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스케일이 다르다. 이 소용돌이의 길이는 약 3만 2000㎞로 지구 적도 반지름이 약 6378km인 것과 비교하면 그 크기가 상상을 초월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지구의 허리케인이 1주일 남짓이면 끝나는 것과 달리 토성의 소용돌이는 보이저호가 처음 관측한 이래 지금도 지속된다는 점이다. 또한 육각형 중심에 위치해 있는 점은 태풍의 눈과 비슷한 소용돌이의 눈(Eye)이다. 이 사진은 지난 9월 5일 토성과 약 140만 km 떨어진 곳에서 촬영됐으며 픽셀당 크기는 86km다.    한편 12년 전인 지난 2004년 인류 최초로 토성궤도에 진입한 카시니호는 사진만큼이나 화려한 업적을 남겼다. 카시니호의 탐사 덕에 인류는 토성의 고리와 육각형의 정체, 메탄 바다가 있는 타이탄의 비밀을 밝혀냈다. 이처럼 큰 업적을 남긴 카시니호도 내년 9월 토성 내부의 생생한 탐사자료를 '목숨'과 맞바꾸며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사진= NASA/JPL-Caltech/Space Science Institute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영화 ´그랑블루´ 실제 모델 마이오르카 별세

    영화 ´그랑블루´ 실제 모델 마이오르카 별세

     인공 장치의 도움을 받지 않고 순수한 호흡만으로 잠수하는 프리다이빙에 도전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이탈리아 ‘전설의 잠수부’ 엔초 마이오르카가 별세했다.  14일 이탈리아 언론은 마이오르카가 고향인 시칠리아 섬 시라쿠사에서 85세를 일기로 영면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바다를 배경으로 두 잠수부의 경쟁과 우정, 사랑을 그린 뤽 베송 감독의 영화 ‘그랑 블루’(1988년)의 실존 모델로 1961년 인류 사상 처음으로 해저 50m 잠수에 성공했다. 프리 다이빙 분야에서 그와 기록을 놓고 경쟁하던 영화 ‘그랑 블루’ 속 또 다른 주인공의 모델인 자크 마욜은 2001년 사망했다.  1970년 마이오르카가 73m 잠수 기록을 세웠을 때에는 국제잠수기구가 위험성을 경고하며 더 이상 깊이 잠수해도 기록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으나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고 57세이던 1988년에는 개인 최고 기록인 101m 잠수 기록을 세웠다.  이런 그에게 이탈리아 언론은 ‘심해의 황제’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현재 프리다이빙의 공인 기록은 남성은 해저 214m, 여성은 160m이다.  젊은 시절 작살로 물고기를 잡는 취미에 열광했던 그는 1967년 자신이 잡은 물고기의 심장이 뛰고 있는 것을 느낀 뒤에는 작살 잡이를 중단했고 인생 후반기에는 바다 생태계를 보호하는데 투신했다.  이후 1994∼1996년에는 보수 정당인 국민연합 소속으로 상원의원을 지내며 정치에 몸담기도 했다.  한편 마이오르카는 영화 ‘그랑 블루’에서 장 르노가 연기한 자신이 마피아 스타일의 무식한 시칠리아인으로 그려졌다며 이 영화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 영화에 대한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이것이 받아들여지며 ‘그랑 블루’는 두 주인공의 잠수 경연 장면이 삭제된 편집판이 나온 2002년에야 비로소 이탈리아에 소개됐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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