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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어택시 붕붕 떠다니는 미래 도시 머지않았다

    에어택시 붕붕 떠다니는 미래 도시 머지않았다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2028년 상용화 목표S-A1은 수직이착륙 가능한 ‘개인용 비행체’(PAV)세계 최대 승차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와 협업 개발‘목적 기반 모빌리티’(PBV)는 식생활·의료 솔루션UAM·PBV ‘모빌리티 환승 거점’(Hub)에서 연결정의선 “인간중심 미래도시 구현…인류 위한 진보” 현대자동차가 미래 교통수단으로 주목받는 ‘개인비행체’(PAV) 콘셉트를 최초로 선보였다. 현대차는 2023년까지 시제품을 완성하고 2028년 국내에서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국토교통부도 “현대차의 상용화 스케줄에 맞춰 기체 개발 인증과 운영을 위한 관제 등 인프라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0) 개막을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호텔에서 프레스 콘퍼런스를 열고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솔루션의 핵심인 PAV 콘셉트 ‘S-A1’을 공개했다. S-A1은 조종사를 포함해 5명이 탑승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전기의 힘으로 수직이착륙(eVTOL)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해 활주로가 없는 도심에서도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전시된 콘셉트 모델은 실제 비행 상황을 연출하고자 바닥으로부터 2.2m 높이 공중에 설치됐고, 프로펠러도 구동된다. 상용화 초기에는 운전사가 직접 조종하지만, 자동비행기술이 안정화되면 자율비행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현대차는 S-A1의 프로펠러 하나에 이상이 생겨도 문제없이 이착륙할 수 있도록 안전성을 최우선에 두고 개발에 나선다. 저소음 설계를 바탕으로 비행 중 탑승자 간 대화가 원활하도록 하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가격을 낮추고, 승객 중심의 사물 인터넷(IoT)이 결합된 내부 디자인을 완성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S-A1은 세계 최대 승차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Uber)와의 협업으로 완성됐다. 우버의 에어택시 프로젝트 ‘엘리베이트’를 총괄하는 에릭 앨리슨은 “현대차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가운데 도심 항공 모빌리티 분야 첫 번째 파트너”라면서 “현대차의 제조 역량과 우버의 플랫폼 기술이 결합하면 도심 항공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큰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S-A1을 기반으로 하는 현대차의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솔루션은 하늘길을 활용해 지상의 교통체증을 없애고, 모든 이에게 ‘비행의 민주화’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출신의 신재원 현대차 UAM사업부장은 “교통 혼잡에서 해방되면 가치 있는 활동을 할 시간을 더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현대차는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콘셉트 ‘S-링크’도 공개했다. S-링크는 탑승객이 목적지로 이동하는 동안 식당, 카페, 호텔, 병원, 약국 등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주거·의료용 차량이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 삶의 공간으로 진화한 모습이다. 하늘의 S-A1과 지상의 S-링크는 ‘S-허브’(S-Hub)라는 모빌리티 환승 거점을 구심점으로 서로 연결된다. S-허브 최상층에는 S-A1 이착륙장이 들어서고, 1층에는 도심 운행을 마친 S-링크가 정차하는 도킹 스테이션이 설치된다.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이날 프레젠테이션에서 “UAM과 PBV를 Hub로 연결하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은 인간 중심의 미래 도시를 구현해 인류를 위한 진보를 이어나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행사 직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UAM의 상용화 시점에 대해 “2028년쯤으로 생각하고 있다.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같이 할 계획”이라면서 “한국에선 관련 법규 같은 것들이 함께 가야 하기 때문에 계속 정부와 이야기해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영역에서 경쟁사와 비교해 현대차의 장단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아직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지금 단정지어 장단점을 얘기할 순 없다”면서 “각자의 전략이 있기 때문에 4~5년은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현대차의 위상에 대해서는 “투자를 많이 하고 있고 좋은 파트너들과 협력도 많이 하고 있다”면서 “더 훌륭한 인력들이 들어와서 고객에게 더 편한 것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이 구현된 미래 도시는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 손에서 탄생했다. 개념도는 세계에서 5번째로 교통이 혼잡한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디자인됐다. S-링크는 이 지역의 명물인 ‘트램’(케이블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 센터장은 국내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자동차는 앞으로 무인화를 통해 공간을 이동하는 수단에서 생활 공간, 삶의 공간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S-링크와 S-허브에 대해서는 “공용화 사회의 새로운 비전”이라면서 “라면집, 빵가게가 차려진 S-링크가 S-허브에 도킹되면 두 공간은 푸드코트가 되고, 치과나 내과, 약국이 도킹되면 병원이 되고, 신발가게나 꽃가게가 도킹되면 쇼핑 아케이드가 되고, 생활하는 공간이 도킹되면 숙박시설이 된다”고 설명했다. 라스베이거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전문] 문 대통령 신년사 “확실한 변화 통해 상생 도약”

    [전문] 문 대통령 신년사 “확실한 변화 통해 상생 도약”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앞서 2020년 신년사를 통해 올해 국정 구상을 밝혔다.다음은 문 대통령 신년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3·1독립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년의 뜻깊은 해를 보내고, 올해 ‘4·19혁명 60주년’과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으며 3년 전, 촛불을 들어 민주공화국을 지켜냈던 숭고한 정신을 되새깁니다. 정의롭고 안전하며, 더 평화롭고 행복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에 따라 우리 정부는 과감한 변화를 선택했습니다. 경제와 사회 구조의 근본적 변화와 개혁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칙과 특권을 청산하고, 불평등과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노력해왔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낯선 길을 함께 걸어주셨습니다. 국민들이 불편과 어려움을 견디며 응원해주신 덕분에 정부는 ‘함께 잘 사는 나라’, ‘혁신적 포용국가’의 틀을 단단하게 다질 수 있었습니다.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주신 국민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올 한해, ‘확실한 변화’로 국민의 노고에 보답하겠습니다.국민 여러분, 2020년은 나와 이웃의 삶이 고르게 나아지고 경제가 힘차게 뛰며, 도약하는 해가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국민들께서 ‘포용’, ‘혁신’, ‘공정’에서 ‘확실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포용’이 우리 사회 구석구석까지 미치게 하여 국민의 삶을 더 따뜻하게 하겠습니다. 일자리는 국민 삶의 기반입니다. 지난해 정부는 일자리에 역대 최대의 예산을 투입했습니다. 청년·여성·어르신에 대한 맞춤형 일자리 지원을 강화하고, 민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전방위적인 정책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 일자리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신규 취업자가 28만 명 증가하여 역대 최고의 고용률을 기록했고, 청년 고용률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상용직이 크게 증가하면서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50만 명 이상 늘고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주는 등 고용의 질도 개선되었습니다. 올해 이 추세를 더 확산시키겠습니다. 특히, 우리 경제의 중추인 40대와 제조업 고용부진을 해소하겠습니다. 40대 퇴직자와 구직자에 대한 맞춤형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민간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도록 규제혁신과 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하겠습니다. ‘부부 동시 육아휴직’을 도입하여 아이를 키우며 일하기 좋은 여건을 조성하고, ‘청년추가고용장려금’,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 지원을 통해 여성·청년·어르신의 노동시장 진입도 촉진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로 한걸음 더 다가가겠습니다.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이 아닌, 사람 중심의 창의와 혁신, 선진적 노사관계가 경쟁력의 원천이 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그동안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 결과, 통계작성 이후 처음으로 연간 노동시간이 2,000시간 아래로 낮아졌고, 저임금근로자 비중도 20% 미만으로 줄었습니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2000년 이후 최고를 기록한 반면, 파업에 따른 조업손실 일수는 최근 20년 이래 가장 낮았습니다. ‘지역 상생형 일자리’도 광주를 시작으로 밀양, 대구, 구미, 횡성, 군산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올해 국민들의 체감도를 더욱 높이겠습니다.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주 52시간제’ 안착을 지원하고, 최저임금 결정체계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높이겠습니다. 한국형 실업부조인 ‘국민취업지원제도’와 ‘전국민 내일배움카드제’를 통해 고용안전망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겠습니다. ‘지역 상생형 일자리’도 계속 늘려갈 것입니다. 지난해 기초연금 인상, 근로장려금 확대 등 포용정책의 성과로 지니계수, 5분위 배율, 상대적 빈곤율 등 3대 분배지표가 모두 개선되었습니다. 가계소득도 모든 계층에서 고르게 증가했고, 특히 저소득 1분위 계층의 소득이 증가세로 전환되었습니다. 올해 더 ‘확실한 변화’를 보이겠습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여 더 많은 가구가 혜택받게 하고, 근로장려금(EITC) 확대와 기초연금 인상 등 저소득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더 넓히겠습니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고, 특히 중증질환, 취약계층, 아동의 의료비 부담을 대폭 줄여 병원비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게 할 것입니다. 지난해 고3부터 시작한 고교 무상교육을 올해 고2까지, 내년에는 전 학년으로 완성하고, 학자금 대출금리도 낮춰 누구나 교육기회를 충분히 누리도록 하겠습니다.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해서는 금융·세제 지원과 상권 활성화 지원을 더욱 확대하겠습니다. 농정틀도 과감히 전환하겠습니다. 2016년에 13만 원 수준이던 쌀값이 19만 원으로 회복되어, 농가소득 4천만 원, 어가소득 5천만 원을 돌파했습니다. 농어가 소득안정을 위해 올해부터 ‘공익형 직불제’를 새롭게 도입하고 ‘수산분야 공익직불제’도 추진하겠습니다. ‘안전한 대한민국’은 국민 모두의 바람입니다. 우리 정부는 교통사고, 산재, 자살을 예방하는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고, 미세먼지 대응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해왔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교통사고와 산재 사망자 수가 크게 감소했고,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개선되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부족합니다. 안전에 관한 노력은 ‘끝’이 있을 수 없습니다. 기존 정책을 더욱 강력히 추진하고, ‘어린이 안전 종합대책’을 더해 국민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미세먼지가 높은 겨울과 봄철 특별대책을 마련하여 3월까지 강화된 선제조치를 시행하겠습니다. 계절 관리제, 석탄발전소 가동중단, 노후차량 감축과 운행금지, 권역별 대기개선 대책, 친환경 선박연료 사용 등을 통해 대기 질의 확실한 변화를 만들어내겠습니다. 국외 요인에 대응하여 중국과의 공조·협력도 강화할 것입니다.국민 여러분, 반 세기만에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으로 도약했듯이, 4차 산업혁명 시대도 우리가 선도할 수 있습니다. ‘혁신’을 더 강화하여 우리 경제를 더 힘차게 뛰게 하겠습니다. 지난해 혁신성장 관련 법안 통과가 지연되는 상황 속에서도, 신규 벤처투자가 4조 원을 돌파했고 다섯 개의 유니콘 기업이 새로 탄생했습니다. 200여 건의 ‘규제샌드박스’ 특례승인과 열네 개 시도의 ‘규제자유특구’ 지정으로 혁신제품·서비스의 시장 출시도 가속화되었습니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로 단말기와 장비시장에서 각각 세계 1위와 2위를 차지했고, 전기차와 수소차 수출도 각각 두 배와 세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ICT 분야 국가경쟁력이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등 혁신을 향한 우리의 노력이 하나하나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올해는 혁신의 기운을 경제 전반으로 확산시키겠습니다. 벤처창업기업의 성장을 지원하여 더 많은 유니콘 기업이 생기도록 하겠습니다.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3대 신산업 분야를 ‘제2, 제3의 반도체 산업’으로 육성하고,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분야 투자를 확대해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을 탄탄히 구축하겠습니다. ‘규제샌드박스’의 활용을 더욱 늘리고 신산업 분야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도 맞춤형 조정 기구를 통해 사회적 타협을 만들어 내겠습니다. 지난해 우리는 ‘상생의 힘’을 확인했습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하여 핵심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에 기업과 노동계, 정부와 국민이 함께 힘을 모았습니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라는 목표에 온 국민이 함께 했습니다. 수십 년 동안 못한 일이었지만 불과 반년 만에 의미 있는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이제 대일 수입에 의존하던 핵심 품목들을 국내 생산으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일부 품목은 외국인 투자유치의 성과도 이뤘습니다. 올해는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의 두 배가 넘는 2조1천억 원의 예산을 투자하고, 100대 특화 선도기업과 100대 강소기업을 지정해 국산화를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가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우리 경제의 활력을 되찾고, 나아진 경제로 ‘확실한 변화’를 체감하도록 하겠습니다. 올해 세계 경제가 점차 회복되고 반도체 경기의 반등이 기대되고 있으나, 무역갈등, 지정학적 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은 여전합니다. 구조적으로는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고. 생산가능인구가 지난해보다 23만 명 감소하는 어려움 속에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것입니다. 올해 수출과 설비 투자를 플러스로 반등시켜 성장률의 상승으로 연결시키겠습니다. 지난해 우리는 미중 무역갈등과 세계경기 하강 속에서도 수출 세계 7위를 지켰고, 3년 연속 무역 1조 불, 11년 연속 무역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전기차, 수소차, 바이오헬스의 수출이 크게 증가하는 등 새로운 수출동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반도체도 가격이 급락한 가운데서도 수출물량이 증가하는 저력을 보였습니다. 신남방 지역 수출 비중이 지난해 처음으로 20%를 돌파하고, 신북방 지역 수출도 3년 연속 두 자릿수로 증가하며 수출 시장도 다변화되고 있습니다. 올해는 전체 수출액을 다시 늘리고 2030년 수출 세계 4강 도약을 위한 수출구조 혁신에 속도를 내겠습니다. 3대 신산업, 5G, 이차전지 등 고부가가치 수출을 늘리는 한편, RCEP 협정 최종 타결 등 신남방·신북방 지역으로 새로운 시장을 넓히겠습니다. 중소기업 수출금융을 네 배 확대하고, 한류와 연계한 K-브랜드로 중소기업의 수출비중도 더욱 늘려가겠습니다. 더 좋은 기업투자 환경을 만드는 데도 총력을 다하겠습니다. 총 100조 원의 대규모 투자프로젝트를 가동하고, ‘투자촉진 세제 3종 세트’와 같은 투자 인센티브를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23개 사업 25조원 규모의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는 한편,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생활 SOC’ 투자도 역대 최대 규모인 10조 원 이상으로 확대하여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겠습니다. 아울러, K-팝과 드라마, K-뷰티, K-콘텐츠, K-푸드 등 한류를 더욱 활성화하고, ‘방한 관광객 2천만 시대’를 열겠습니다.국민 여러분, ‘공정’은 우리 경제와 사회를 둘러싼 공기와도 같습니다. ‘공정’이 바탕에 있어야, ‘혁신’도 있고 ‘포용’도 있고 우리 경제사회가 숨 쉴 수 있습니다. 최근 공정경제에서는 차츰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고리가 대부분 해소되었고 하도급, 가맹점, 유통 분야의 불공정거래 관행이 크게 개선되었으며, 상생결제 규모도 100조 원을 돌파하는 등 공정하고 건강한 시장경제가 안착되고 있습니다. 또한, 법 개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시행령 등의 제·개정을 통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정착시키고, 대기업의 건전한 경영을 유도할 수 있는 기반을 곧 마련할 것입니다. 상법 개정 등 공정경제를 위한 법 개정에도 총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최근 ‘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누구나 법 앞에서 특권을 누리지 못하고, 평등하고 공정하게 법이 적용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입니다. ‘수사권 조정법안’이 처리되어 권력기관 개혁을 위한 법과 제도적 기반이 완성되면 더욱 공정한 사회가 되고 더욱 강한 사회적 신뢰가 형성될 것입니다. 어떤 권력기관도 국민과 함께하는 기관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법적, 제도적, 행정적 개혁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나아가 교육, 채용, 직장, 사회, 문화 전반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공정’이 새롭게 구축되어야 합니다. ‘공정’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요구를 절감했고, 정부는 반드시 이에 부응할 것입니다. 국민의 삶 모든 영역에서 존재하는 불공정을 과감히 개선하여 공정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하겠습니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합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입니다. 주택 공급의 확대도 차질없이 병행하여 신혼 부부와 1인 가구 등 서민 주거의 보호에도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인고의 시간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평화를 향한 신념과 국민들의 단합된 마음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우리에게 한반도 평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고 반드시 가야 하는 길입니다. 우리 정부 들어 평화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2017년까지 한반도에 드리웠던 전쟁의 먹구름이 물러가고 평화가 성큼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남북협력에서 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큽니다. 북미대화가 본격화되면서 남과 북 모두 북미대화를 앞세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북미대화가 성공하면 남북협력의 문이 더 빠르게 더 활짝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북미대화의 동력은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무력의 과시와 위협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 정부도 북미대화의 촉진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그러나 북미 대화의 교착속에서 남북 관계의 후퇴까지 염려되는 지금 북미대화의 성공을 위해 노력해 나가는 것과 함께 남북 협력을 더욱 증진시켜 나갈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습니다. 전쟁불용, 상호안전보장, 공동번영이라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세 가지 원칙을 지켜나가기 위해 국제적인 해결이 필요하지만, 남과 북 사이의 협력으로 할 수 있는 일들도 있습니다. 남과 북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함께 논의할 것을 제안합니다. 남과 북은 국경을 맞대고 있을 뿐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할 ‘생명공동체’입니다. 8천만 겨레의 공동 안전을 위해 접경지역 협력을 시작할 것도 제안합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같은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는 남북이 한민족임을 세계에 과시하고, 함께 도약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남북 정상 간 합의사항이자, IOC에 공동유치 의사를 이미 전달한, 국제사회와의 약속이기도 합니다. 반드시 실현되도록 지속적인 스포츠 교류를 통해 힘을 모아가길 바랍니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제1회 동아시아 역도 선수권대회’와 ‘세계 탁구 선수권대회’에 북한의 실력있는 선수들이 참가하길 기대하며 ‘도쿄올림픽’ 공동입장과 단일팀을 위한 협의도 계속해야 할 것입니다. 남북 간 철도와 도로 연결 사업을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남북이 함께 찾아낸다면 국제적인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남북 간의 관광 재개와 북한의 관광 활성화에도 큰 뒷받침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비무장지대의 국제평화지대화’는 남북한의 상호 안전을 제도와 현실로 보장하고 국제적인 지지를 받기 위해 제안한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씨름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공동등재한 경험이 있습니다. 비무장지대는 생태와 역사를 비롯해 남북화해와 평화 등 엄청난 가치가 담긴 곳이며,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등재는 우리가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북한의 호응을 바랍니다. 평화를 통해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은 궁극적으로 평화경제입니다. 평화경제는 분단이 더 이상 평화와 번영에 장애가 되지 않는 시대를 만들어 남북한 모두가 주변 국가들과 함께 번영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나는 거듭 만나고 끊임없이 대화할 용의가 있습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노력도 계속해갈 것입니다. 지난 한 해, 지켜지지 못한 합의에 대해 되돌아보고 국민들의 기대에 못미친 이유를 되짚어보며 한 걸음이든 반 걸음이든 끊임없이 전진할 것입니다. 올해는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입니다. 평화통일의 의지를 다지는 공동행사를 비롯하여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위한 여건이 하루빨리 갖춰질 수 있도록 남과 북이 함께 노력해 나가길 바랍니다. 국민 여러분, 지난해 정부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를 통해 ‘상생 번영의 공동체’를 위한 아세안과의 협력을 강화했습니다. 올해도 정부는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는 한편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에 더욱 속도를 내어 외교를 다변화해 나가겠습니다. 미국과는 전통적인 동맹 관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키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완성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중국과는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강화할 것입니다. 올해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의 방한이 예정되어있는 만큼, 한중관계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일본은 가장 가까운 이웃입니다. 양국 간 협력관계를 한층 미래지향적으로 진화시켜 가겠습니다.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한다면, 양국 관계가 더욱 빠르게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러시아는 신북방정책의 핵심 파트너입니다. 양국 수교 30주년이 되는 올해, 신북방 외교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올해 우리는 P4G 정상회의와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믹타(MIKTA) 의장국으로 활동하게 됩니다.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국제 협력에 있어서도 당당한 중견국가로서 책임을 다할 것입니다.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우리 국민이 되찾고 지켜낸 민주공화국이기에 우리는 그 이름에서 가슴 뜨거움을 느낍니다. 민주공화국에 대한 우리의 신념은 우리가 들었던 촛불만큼이나 뜨겁습니다. 우리가 지난해 3·1독립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특별히 기념한 것은 그 정신이 그대로 민주공화국의 기초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민주공화국은 상생으로 더 확장되고 튼튼해집니다.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가 함께 노력하고, 함께 잘 살 수 있을 때 국민 주권은 더 강해지고, 진정한 국민통합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세계정세는 여전히 격변하고 있습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국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보호무역주의와 기술 패권이 더욱 확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내부적으로 더 통합적이고 협력적인 사회가 되어야만 경쟁에서 이겨내고 계속 발전해 갈 수 있습니다. 극단주의는 배격되고 보수와 진보가 서로 이해하며 손잡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저부터 더 노력하겠습니다. ‘확실한 변화’를 통한 ‘상생 도약’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더 자주 국민들과 소통하겠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변화는 애벌레에서 나비로 탄생하는 힘겨운 탈피의 과정일 것입니다. 지난 2년 반 우리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이제 나비로 ‘확실히 변화’하면, 노·사라는 두 날개, 중소기업과 대기업이라는 두 날개, 보수와 진보라는 두 날개, 남과 북이라는 두 날개로 ‘상생 도약’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새로운 100년을 시작합니다. ‘혁신’과 ‘포용’, ‘공정’과 ‘평화’를 바탕으로 ‘함께 잘 사는 나라’,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가겠습니다. 우리의 삶이 더 나아지도록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조영학의 번역와 반역] 늙은 꼰대가 젊은 꼰대에게

    [조영학의 번역와 반역] 늙은 꼰대가 젊은 꼰대에게

    나 때만 해도 ‘꼰대’는 ‘잔소리를 자주 하는 어른이나 교사’를 뜻했다. 드문 풍경도 아니었다. 아버지 친구들이 놀러 오면 남의 자녀를 무릎까지 꿇리고 한바탕 연설을 하고, 행여 교무실에 불려가면 풀려날 때쯤 귀에 딱지가 앉았다. 꼰대라는 별명도 부정적이지만은 않았다. 괜한 반발심에 “누구누구 꼰대”라고 별명처럼 부르기는 했어도 어른의 훈계를 노골적으로 경시하거나 인격까지 의심했던 것은 아니다. 유교 전통에 군사문화의 유산까지 남은 데다 삶의 경험과 지혜를 배울 곳도 요즘과 달리 마땅치 않던 시절이다. 꼰대 특유의 화법이라는, “나 때는 말이야”(Latte is a horse)로 시작했으니 나도 꼰대를 벗어날 길은 없어 보인다. 실제로도 꼰대의 전형, 이른바 ‘386 운동권’ 출신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이 글은 ‘꼰대짓’ 정도는 “왕년에 다 해 본” 꼰대 중의 꼰대로서 ‘차세대 꼰대들’에게 ‘맨스플레인’을 시전하겠다는 의도로 봐도 무방하다. 영국 방송 BBC는 코리아의 꼰대(KKONDAE)를 소개하며 “저 혼자 잘나고 저 혼자 옳은 데다 앞뒤로 꽉 막힌 어른”(more self-entitled, self-righteous, and stubborn…older person)이라 정의했다. 꼰대가 국경을 넘어 국제적 명성까지 얻은 셈이나 사실 꼰대가 나이순은 아닐 것이다. “저 혼자 잘나고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이 어디 늙은이뿐이겠는가. ‘꼰대의 발견-꼰대 탈출 프로젝트’의 저자는 젊은 꼰대가 “과거보다 권위주의적이고 서열과 위계를 당연시한다.…어쩌면 무한경쟁을 요구하는 사회가…만들어 낸 괴물일지도 모른다”고 진단했다. 우리 때보다 꼰대짓이 심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젊은 꼰대(젊꼰)가 과거를 동경하고 복사하는 이른바 ‘므두셀라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지금처럼 열린 사회라면 그것만으로도 위험하다. 말 그대로 괴물이 될 수도 있다. 고려대 윤인진 교수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오래전의 서열 문화, 이른바 꼰대 문화를 젊은 세대가 별다른 대안 없이 답습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사실 젊은 꼰대인 ‘젊꼰’이 위험한 이유는 무엇보다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1) 사소한 갑질, 꼰대질도 훤히 드러나는 시대인지라, 2) 현실적으로 대상도 마땅치 않은 데 반해, 3) 갑질 욕구는 늙은 꼰대(늙꼰) 못지않다는 얘기다. 젊꼰의 꼰대질이 종종 익명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에서 여혐으로 나타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충고와 지적을 즐기느냐, 남의 사생활을 캐묻느냐” 등등 나름대로 ‘꼰대의 자가 진단법’이 있지만, 막상 자신을 대입해 보면 애매한 경우가 적지 않다(누가 자신에게 돌을 던지랴!). 아니, 어쩌면 예상외로 쉬울 수도 있겠다. 혹시 여러분이 ‘페미’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들거나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이나 영화를 향해 눈을 흘긴다면 ‘나는 100퍼센트 젊꼰’이라 자신해도 좋다. 모든 꼰대가 여성혐오는 아니겠지만 (남녀 상관없이) 여혐이 꼰대라는 사실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꼰대의 뿌리에는 유구한 가부장제의 역사가 있다. “내가 무조건 옳으니 인류여, 나로 하여금 세상을 구원하게 하라.” 자신은 마지막 람보가 돼 세상과 약자를 지키고 싶겠지만 실제로는 ‘총알탄 사나이’나 ‘벌거벗은 임금’처럼 황당무계한 민낯의 마초 꼰대로 보일 뿐이다.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세계 기후전쟁을 이끌고 핀란드에서는 34세 여성 총리가 취임하는 마당에 여혐이라니. 사실 어딘가 막장 코미디 같기도 하다. 꼰대는 나이가 아니라 세상과 시대를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가 결정한다. 우리야 구시대라는 핑계라도 있었지만 지금 ‘닫힌 인간, 막힌 인간’을 이해하고 존중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내가 다 해 봐서 아는데 꼰대가 되느냐 멘토가 되느냐는 자신의 선택과 노력에 달려 있다. 2020년, 차별과 반목이 아니라 공감과 배려의 시대가 열렸다. 젊은이들이 부디 우리 늙꼰을 밟고 열린 시대의 열린 꼰대로 거듭나기를 빌어 본다.
  • “인간·지구 병들게 하는 공범” 육식, 종말의 시대 맞이할까

    “인간·지구 병들게 하는 공범” 육식, 종말의 시대 맞이할까

    가축이 내뿜는 탄소배출량 전체의 10% 식습관 변화 이어 ‘기후변화 책임’ 가세美·유럽 선진국 육류 소비 정점 뒤 꺾여 中도 1인당 돼지소비량 32.9→ 29.3㎏로 대체육류 시장규모는 5년새 78.5% 급증 “환경 피해·자원 부족… 축산업도 줄여야 결국 육식 대신 대체육류가 식탁 오를 것”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곧 나올 갤럽의 신년 여론조사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미국인의 23%가 이전보다 고기를 덜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 1일 보도했다. ‘건강을 위해 새해에는 고기를 줄여볼까’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이 같은 육식에 대한 고민은 비단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식생활의 변화,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 지구온난화 대응의 필요성이 제기되며 자연스럽게 전 세계가 이제 육식의 종말을 맞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800년 된 英런던 육류시장선 육식반대 시위 영국 런던의 대표적인 육류 거래 시장인 스미스필드 시장은 800년 역사를 자랑한다. 두 달 전 이 시장 앞에서는 육식 반대 시위가 벌어지며 이목을 끌었다. 밤사이 나타난 시위대는 중세시대부터 육류를 팔았던 유서 깊은 시장에서 “채식이 미래다”, “동물 학살을 멈춰라” 등의 구호를 외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환경단체 ‘멸종저항’이 주도한 스미스필드 반(反)육식 시위를 보도하며 선진국을 중심으로 육류 소비가 정점을 찍고 있는 징후가 보인다고 최근 보도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세계 각국의 농축산 관련 통계를 보면 미국과 유럽에서는 육류 소비가 예전 같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8년 미국의 소고기 소비는 1인당 26.1㎏으로 2017년(26.0㎏)보다 0.1㎏ 늘었다. 2016년 25.4㎏에서 2017년 0.6㎏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 추이가 기울고 있음이 확인된다. 이는 1990년대(1991~2000년) 미국인 1인당 연평균 소고기 소비량이 30.58㎏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감소 추이가 더욱 확연하게 대비된다. 1인당 연간 돼지고기 소비량 역시 2016년과 2017년 22.9㎏으로 변동이 없었고, 지난해 소비량은 23.0㎏ 수준으로 증가 추이가 완만했다. FT는 미국의 슈퍼마켓 체인점 홀푸드마켓의 조사를 인용해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 때 미국에서 제공된 성탄절 만찬 가운데 15%는 육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식품업체와 음식점들이 앞다워 ‘육류 프리’ 식품을 출시한 데 따른 결과였다. OECD가 유럽연합(EU) 국민의 육류 소비량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부터 2019년까지 20년의 통계를 보면 유럽 역시 육류 소비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EU 국민의 소고기와 가금류, 돼지고기 연평균 소비량은 각각 10.7㎏, 23.1㎏, 34.6㎏으로 전년보다 감소했다. 2018년에는 각각 10.8㎏, 23.6㎏, 35.5㎏이 소비됐었다. 소고기의 경우 전반기 10년(2000~2009년) 동안 EU 국민 1인당 소비량은 연평균 11.89㎏이었지만, 그다음 10년(2010~2019년)의 소비량은 연평균 10.67㎏으로 줄어들었다. EU 국민은 2011년부터 1년에 소고기를 11㎏ 미만으로 먹기 시작해 2019년까지 그 이상을 먹지 않고 있다. ●“2030년 소·돼지서 나온 탄소가 50%” 경고 과거에는 다이어트나 고혈압 등 건강문제로 식습관을 바꾸는 계기가 육식 소비를 감소시켰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축산업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당장 앞서 소개한 ‘멸종저항’의 스미스필드 시위는 육식이 건강에서 환경 이슈로 바뀐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가축이 전 세계 탄소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나 된다. 축산을 위한 거대한 방목지 조성으로 산림생태계가 훼손될 뿐 아니라 가축이 내뿜는 상당량의 메탄이 지구온난화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지난달 하버드대 로스쿨 헬렌 와트 교수 등은 국제 학술지 ‘랜싯 플래니터리 헬스’에 보낸 서한에서 축산업이 현재와 같이 유지된다면 2030년 축산에서 배출되는 탄소가 전체의 절반에 육박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육식 소비 감소는 이른바 ‘가짜고기’로 불리는 대체 육류의 인기로 이어졌다. 비욘드미트, 임파서블버거 등 식물성 대체육류 시장의 규모는 2019년 10억 달러(약 1조 1675억)원 수준으로, 2014년(5억 8600만 달러)과 비교해 78.5%가 늘었다고 WSJ은 보도했다.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부유한 국가에서는 (스테이크나 양고기 같은) ‘붉은 고기’보다 닭고기의 인기가 많아지며 이른바 ‘치킨노믹스’가 큰 비즈니스가 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모든 육류의 생산이 환경에 미칠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틈새시장이던 식물성 육류사업이 산업의 주류로 성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개도국도 고기 안 먹는다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은 여전히 더 많은 고기를 섭취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과거 우리나라처럼 고기를 먹는다는 것이 부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국은 지난해 1인당 전체 육류 소비량이 미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14억명에 이르는 인구 덕에 전 세계 육류 소비의 3분의1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FT는 비만 인구 증가에 대한 중앙정부의 우려와 향후 인구 감소 가능성 등으로 결국 중국인들도 육식을 멀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는 근거 중 하나는 돼지고기 소비량이다. 중국은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이 2014년 32.9㎏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줄어들어 지난해 29.3㎏까지 감소했다. 이는 지난 10년 가운데 가장 적은 소비량이다. FT는 “중국이 아프리카 돼지열병의 영향으로 돼지고기 소비량이 감소했지만, 이미 전부터 소비 수준은 한 단계 낮아져 있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돼지열병 사태로 중국도 미국·유럽과 같이 대체육류 소비에 눈을 돌릴 것이란 전망을 제기한다. 실제 홍콩의 유기농 업체 ‘그린커먼’이 생산한 대체육류 ‘옴니포그’는 싱가포르, 대만 등에 이어 지난달 중국에서도 출시됐다. 2020년에는 ‘육식의 종말’이 더욱 가속화될까. 글로벌 컨설팅업체 AT 키어니의 베하이지 엘 레이즈는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자원의 한정 때문에 인류는 축산을 무한정 계속할 수 없다”면서 “결국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대체육류”라고 말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외식, 육식보다 탄소 발생 2.8배 많아… “환경 지키려면 줄여라” 외식이 육식보다 지구온난화의 더 큰 원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마켓워치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셰필드대와 일본 교토 종합지구환경학연구소(RIHN)가 일본 47개 지역 6만여 가구의 식생활에 따른 탄소발자국(개인·단체가 직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 총량)을 분석한 결과 외식으로 인한 탄소 발생은 연평균 770㎏으로 280㎏ 수준인 육식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외식보다는 가정에서, 육식보다는 채식 비중을 높이는 것이 환경을 위한 식생활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의 저자인 가네모토 게이치로 RIHN 부교수는 “탄소발자국을 줄이려면 식습관이 달라져야 한다”면서 “더욱 진보적인 제도를 원한다면 탄소세 도입보다는 술이나 단 음식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 더 현명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멕시코 정글서 최소 1000년 이상된 ‘마야왕궁’ 유적 발견

    멕시코 정글서 최소 1000년 이상된 ‘마야왕궁’ 유적 발견

    멕시코 정글서 최소한 100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되는 마야 왕궁 건축물이 발견됐다. 멕시코 인류학역사연구소에 따르면 건축물은 유타칸 반도 쿨루바 지역에서 최근 발굴됐다. 건축물의 규모는 길이 55m, 길이 15m, 높이 6m로 당시의 모습이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남아 있다. 인류학역사연구소는 바닥과 계단, 양쪽으로 뻗어 있는 복도, 복도에 세워져 있는 기둥 등 건축 특징을 분석한 결과 왕궁 건축물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건축물에서 발견된 사각기둥 등을 볼 때 당시 최고의 기술이 사용됐다”며 “마야문명 최고위층을 위한 시설이었던 분명하다”고 말했다. 건축물의 상태와 발견된 유물 등을 볼 때 건축물이 사용된 시기는 크게 서기 600~900년, 850~1050년으로 보인다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건축물이 발견된 장소의 지정학적 연구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건축물이 발견된 쿨루바는 마야문명의 영향력 아래 대도시가 만들어졌던 치첸 이뜨사로부터 동쪽으로 약 130km 떨어져 있다. 마야문명의 영향력이 이곳까지 이르러 왕족이 살았다는 가설이 가능하기 때문이다.쿨루바에 대규모의 왕궁이 존재했다는 가설도 이미 나온다. 왕궁의 일부로 보이는 건축물이 앞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쿨루바에서 왕궁의 일부로 보이는 건축물의 발견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인류학역사연구소는 회반죽으로 바닥을 처리한 건축물을 발견했다. 바닥처리의 기술로 볼 때 건축물은 마야문명 최고 엘리트 계층이 사용한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두 번째로 발견된 왕궁 건축물은 T자형이다. 이 건축물은 정교하게 깎은 돌로 장식한 정문이 특징이다. 왕궁 건축물들이 발견된 곳에선 마야문명 때의 것으로 보이는 무덤도 발견됐다. 무덤은 이장한 흔적이 남아 있는 게 특징이다. 원래의 무덤에서 꺼낸 시신들을 다시 묻은 것으로 보이 엘리트 계층 무덤일 가능성이 크다. 연구소 관계자는 “쿨루바에 대한 고고학적 연구가 아직은 더 필요한 단계”라며 “이번에 발견된 왕궁 건축물과 무덤이 소중한 연구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멕시코 인류학역사연구소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열린세상] 2020 과학 트렌드, 노화방지·기후위기·미세플라스틱/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열린세상] 2020 과학 트렌드, 노화방지·기후위기·미세플라스틱/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노화방지약, 기후위기 회의, 미세플라스틱의 영향…. 지난 연말 영국의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는 2020년 과학의 최전선에서 일어날 중요한 일을 전망했다. 이 중 인류의 조상 연구를 제외한 5가지 이슈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노화를 막는 회춘 요법이 개발될 가능성이다. 이를 향한 두 종의 유망한 약이 개발 최종 단계를 밟고 있다. 하나는 ‘늙은(senescent) 세포’를 제거한다. 이런 세포는 알츠하이머나 관절염 같은 노인병과 관련된 것으로 밝혀졌다. 다른 하나는 젊은 피를 수혈하는 효과를 모방하는 약이다. 이런 수혈은 동물 실험에서 인지능력을 향상시키고 암과 심장병의 의심 지표를 줄여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 다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이르면 올해 안에 상용화 직전 단계인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할 수 있다. 이들 약은 노화 자체가 아니라 노화에 따른 질병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개발사들은 이것이 만능회춘 요법으로 판매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 단계는 10년 내에 실행될 가능성도 있다. 둘째는 기후위기와 생명 다양성 문제다. 올해 기후변화와 관련해 특히 중요한 2건의 회의가 열린다. 먼저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정상회의. 2015년 파리회의 이후 가장 중요한 모임이다. 개최에 앞서 각국은 좀더 강화된 탄소 배출 계획을 제출할 예정이다. 기존 감축계획에 따르면 금세기 후반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섭씨 3도 올라갈 예정이지만 파리회의에서는 이를 1.5도 상승으로 제한키로 했다. 또 하나의 중요한 계기는 오는 10월 중국이 개최하는 유엔 생명다양성회의다. 지구 전체에서 생명다양성이 줄고 있는 흐름을 막기 위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목표다. 여기에는 육지의 보호구역을 현재의 15%에서 30%로 늘리는 임무가 포함될 수 있다. 셋째는 가짜뉴스와 빅브러더 문제다. 올해 미국 대선을 앞두고 외국의 선거 개입과 온라인 가짜 정보의 확산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이미 트위터는 정치 광고를 전면 금지했으며 구글은 정치적 성향에 따른 맞춤 광고를 더이상 허락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가짜 계정의 협력망을 제거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여전히 팩트체크를 하는 정치 광고를 배제한다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정치집단이 가짜 정보를 유포하지 못하도록 막는 활동을 어렵게 한다. 세계적으로는 정부의 시민감시가 뜨거운 주제가 될 전망이다. 중국에서 얼굴 인식 알고리즘 기법이 전반적으로 도입되는 탓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안에 사회신용시스템(social credit system)을 전면 시행할 작정이다. 시민들의 활동을 추적, 감시해서 사회적 행태에 따라 점수를 매긴 다음 사회적 불이익이나 보상을 주는 체제다. 자율주행차도 확산된다. 테슬라는 올해 중반까지 자율주행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또한 미국 일부 지역에서 자율주행 택시를 출시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네 번째 이슈는 미세플라스틱이다. 우리가 먹거나 마시거나 숨을 쉴 때마다 미세한 조각이 몸에 들어온다. 대부분은 지난 50년간 우리가 지상과 바다에 버린 수십억 톤의 쓰레기가 부서진 조각이다. 이것이 실제로 건강에 해로운지를 알아보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네덜란드가 기금을 지원한 15건의 연구 프로젝트에서 올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건강과 관련한 5가지 질문에 접근하는 것이 목표다. 그것은 △인체의 노출 정도 △노출에 따른 위험성 △면역계에 미치는 영향 △내부 장기에까지 침투 여부 △병원체를 옮기고 있을 가능성 등이다. 다섯 번째 이슈는 암, 당뇨, 알츠하이머의 새 치료법이다. 바이러스를 이용해 암을 치료하고 줄기세포를 이용해 심장을 치료하는 실험이 적어도 실험실에서는 일어날 예정이다. 또한 줄기세포로 파킨슨병과 당뇨, 노화에 따른 시력 감퇴를 치료하는 대규모 임상시험이 진행될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포함한 여러 질병의 배후에 잠복성 박테리아가 있으리라고 의심한다. 이런 가설에 따른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올해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 집 나가면 ‘개’고생… ‘방콕’이 더 짜릿한 ‘홈’ 루덴스족

    집 나가면 ‘개’고생… ‘방콕’이 더 짜릿한 ‘홈’ 루덴스족

    “카페보다 ‘홈카페’가 훨씬 좋아요. 눈치 볼 필요 없이 좋아하는 걸 마음껏 마시고 즐기니까요.” 정주영(24·여)씨는 1년째 ‘홈카페’(집을 카페처럼 꾸미고 커피와 차를 마시는 것)를 즐긴다. 정씨는 “비싼 가격에 양도 적고 만족하기 어려운 카페들도 많은데 집에서 간편하게 하루 20분만 투자해 보기에도 좋고 먹기에도 좋은 음료(아래 사진)를 만들면 성취감이 생긴다”고 했다. 처음엔 창업 준비를 위해 시작했지만, 지금은 취미가 됐다. 최근에는 플레이팅(음식을 먹음직스럽게 보이도록 그릇이나 접시 따위에 담는 일)도 신경 써 음료와 음식 사진을 예쁘게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한다. 정씨처럼 집에서 노는 방법은 다양해지고 있다. 단순히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소소한 일상을 넘어 요즘 2030세대에게 집은 때로는 카페이자 파티장이 된다. 일명 ‘홈루덴스족’(Home+Ludens(라틴어로 놀이)의 합성어)의 탄생이다. 서울신문이 만난 2030들은 ‘집돌이·집순이’를 자처했다. 집에서 논다는 것이 더이상 친구가 없거나 외로운 이미지가 아니라는 증거다. 이들에게 ‘방콕’(집에 콕 박혀 있다는 뜻)은 게으름의 상징이 아닌 진정한 휴식이자 충전이다.지난해 7월 잡코리아·알바몬이 20~30대 밀레니얼 세대 383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72.3%)이 스스로를 집에서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홈루덴스족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홈루덴스족에 대한 이미지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설문조사에서도 홈루덴스족은 혼자 잘 노는 독립적인 사람(69.1%)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여유를 좋아하는 사람(35.8%),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사람(23.7%), 자유로운 사람(23.2%)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반면 게으른 사람(7.4%), 대인관계가 부족한 사람(6.3%), 소심한 사람(2.2%) 등 부정적인 답변은 소수에 불과했다. 스마트폰으로 주문하면 모든 것이 집 앞으로 배송되는 시대, 홈루덴스족이 늘어나게 된 배경 중 하나다. 극장에 가지 않아도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볼거리가 넘치고 애플리케이션만으로도 먹고 싶은 음식을 24시간 배달해 먹는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홈루덴스족들은 “생각보다 집에서 즐길거리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홈카페는 물론 운동을 하는 ‘홈트레이닝’, 집 베란다와 거실에서 즐기는 ‘홈캠핑·홈파티’, ‘홈가드닝’까지 각양각색이다. 송유정(26·여)씨는 ‘홈인테리어’를 즐긴다. 원목 색깔을 꼼꼼히 따져 가구를 고르고 마음에 드는 향초를 골라 진열한다. 송씨가 개성과 취향대로 집을 꾸미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게 된 건 뜻밖에도 몇 년 전 7개월간 다닌 세계여행 덕분이다. 송씨는 “여행으로 매번 달라지는 환경에 지쳤을 무렵 집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송씨는 지방에서 취직을 해 생전 처음으로 부모님 품을 떠나 9평 남짓한 자취방을 마련했다. 송씨는 “앞으로 내 삶에서 온전히 나만을 위해 쓸 시간이 지금보다 부족해질 것 같았다”면서 “나만의 공간을, 나만의 취향으로 꾸민다는 행복감에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연말연시 파티도 친구들을 집으로 부르는 홈파티가 대세다. 홍은지(26·여)씨는 이번 연말 회사 동기들과 함께 홈파티를 즐겼다. 홍씨는 “밖에서 놀면 돈도 많이 들고 괜히 꾸미고 나가느라 신경 쓰이는데 편하고 신나게 놀고 싶어 집에서 파티를 계획했다”고 했다. 음식은 간단하게 배달로 해결했고 예쁜 사진을 남기려 파티용품도 구입했다. 홍씨는 “홈파티 소품 세트는 2만원대에 구입해 가성비 역시 뛰어났다”면서 “밖에서 노는 것보다 훨씬 저렴했다”고 말했다. 대학 친구들과 홈파티를 했다는 최보라(26·여)씨는 가장 큰 장점으로 자유로움을 꼽았다. 최씨는 “파티룸을 빌려서 연말 파티를 해 본 적이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꾸미는 데에 제약이 있더라”면서 “가구 배치도 마음대로 하고 풍선과 장식품을 붙이면서 파티 분위기로 집을 바꾸는 것 자체가 너무 즐거웠다”고 했다. 밖에 나가 놀더라도 레저보다는 ‘호캉스’(멀리 여행을 떠나는 대신 사는 곳과 가까운 곳에 있는 호텔을 예약해 휴가를 보내는 것)를 선호한다. “체력을 많이 소모하지 않고 차분히 쉬고 싶다”는 생각이 반영된 선택이다. 호캉스가 주 콘텐츠인 유튜브 레이첼tv를 운영하는 김형신(38·여)씨는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로 혼자 책을 읽기 위해 호텔에서 묵는 분들도 있다”면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호캉스’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집에서 노는 배경엔 밖에서 놀며 시간과 돈을 쓰며 또다시 피로해지기보다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효능감) 좋게 집에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챙기겠다는 심산이 깔렸다. 가성비도 높다. 홈카페를 즐기는 정씨는 “장기적으로 볼 때 훨씬 절약할 수 있다”면서 “집에서 자주, 다양하게 만들어 먹을 자신이 있다면 초기 투자 비용 이후에는 별로 돈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에게 집은 지친 일상에서 벗어날 유일한 휴식 공간이라는 생각이 더 강하다. “20대들이 집을 좋아하는 건 소진돼 있기 때문”이라는 장지흔(27·여)씨는 “우리는 학업이나 직장 등 모든 관문에서 경쟁을 거쳐 와서 휴식에 목마른 세대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씨는 “‘욜로’(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 역시 한 번 사는 인생이니 무엇이든 도전하자는 뉘앙스보다는 ‘한 번 사는 인생, 그냥 즐기자’는 의미로 퇴색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복잡한 인간관계가 피로하다는 2030들도 많았다. 이상호(28)씨 역시 “사회생활에서 겪는 수직적 인간관계에 피로감을 느낀다”면서 “그러다 보니 여가만큼은 굳이 시간과 돈을 투자해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잡코리아·알바몬이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홈루덴스족이 된 이유를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스트레스이기 때문이라는 응답자가 전체의 20.1%나 됐고 내 취향을 집에서만큼은 오롯이 실현할 수 있다는 응답자도 13.1%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홈루덴스족은 2030세대들이 성장 과정에서 경쟁에 내몰려 ‘번아웃’(의욕적으로 일하던 사람이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것)되면서 탄생한 ‘신인류’라고 진단한다. 전명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요즘 젊은 세대는 사회적 가치보다 ‘나 자신의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밀레니얼 세대는 역사상 경제적으로 가장 안정된 시기에 유년을 보냈지만, 취업난으로 먹고사는 문제에 내몰리면서 잔뜩 위축돼 막상 꿈을 펼칠 시기 ‘번아웃’돼 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도 “2030세대들은 열심히 노력해도 원하는 직장을 얻거나 목표를 이루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에 불확실한 것들에 본인을 소진시키지 않는다”면서 “희망고문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할 수 없는 건 과감히 내려놓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얻는 ‘자기통제감’을 누리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2020 과학 트렌드 5가지

    노화방지약, 기후위기 회의, 미세 플라스틱의 영향 등, 지난 연말 영국의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는 2020년 과학의 최전선에서 일어날 중요한 일을 전망했다. 이중 인류의 조상 연구를 제외한 5가지 이슈는 다음과 같다. #노화를 막는 회춘 요법 노화를 극복하기 위한 두 종의 유망한 약이 개발 최종 단계를 밟고 있다. 하나는 ‘늙은(senescent) 세포’를 제거한다. 이런 세포는 알츠하이머나 관절염 같은 노인병과 관련된 것으로 밝혀졌다. 다른 하나는 젊은 피를 수혈하는 효과를 모방하는 약이다. 이런 수혈은 동물 실험에서 인지능력을 향상시키고 암과 심장병의 의심 지표를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 다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이르면 올해 중으로 상용화 직전 단계인 임상 3상 시험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들 약은 노화 자체가 아니라 노화에 따른 질병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개발사들은 이것이 만능 회춘 요법으로 판매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기후 위기와 생명 다양성 올해 기후변화와 관련해 특히 중요한 2건의 회의가 열린다. 먼저,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정상회의. 2015년 파리 회의 이후 가장 중요한 모임이다. 개최에 앞서 각국은 좀더 강화된 탄소 배출 계획을 제출할 예정이다. 기존 감축계획에 따르면 금세기 후반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3도씨 올라갈 예정이지만 파리 회의에서는 이를 1.5도씨 상승으로 제한키로 했다. 또 하나의 중요한 계기는 오는 10월 중국이 개최하는 유엔 생명다양성 회의다. 지구 전체에서 생명다양성이 줄고 있는 흐름을 막기 위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목표다. 여기에는 육지의 보호구역을 현재의 15%에서 30%로 늘리는 임무가 포함될 수 있다. #정치적 SNS와 시민 감시 시스템 올해 미국 대선을 앞두고 외국의 개입과 온라인 가짜 정보의 확산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이미 트위터는 정치 광고를 전면 금지했으며 구글은 정치적 성향에 따른 맞춤 광고를 더 이상 허락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가짜 계정의 협력망을 제거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여전히 팩트 체크를 하는 정치 광고를 배제한다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정치집단이 가짜 정보를 유포하지 못하도록 막는 활동을 어렵게 한다. 세계적으로는 사생활 보호와 정부의 시민 감시가 뜨거운 주제가 될 전망이다. 이는 얼굴 인식 알고리즘 같은 신체측정 기법이 활용되는 데도 일부 원인이 있다. 중국 정부는 금년 중 사회신용시스템(social credit system)을 전면 시행할 작정이다. 시민들의 활동을 추적, 감시해서 사회적 행태에 따라 점수를 매긴 다음 사회적 불이익이나 보상을 주는 체제다. 자율주행차도 확산된다. 테슬라는 올해 중반까지 자율주행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또한 미국 일부지역에서 자율주행 택시를 출시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영국 정부는 내년에 완전 자율주행차를 운행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인체내 미세 플라스틱 우리가 먹거나 마시거나 숨을 쉴 때마다 미세 플라스틱이 몸속에 들어온다. 이들 대부분은 지난 50년간 우리가 지상과 바다에 버린 수십억 톤의 쓰레기가 부서진 조각이다. 이것이 건강에 해로운지 여부를 실제로 알아보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네덜란드가 기금을 지원한 15건의 연구 프로젝트에서 올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건강과 관련한 5가지 질문에 접근하는 것이 목표다. 그것은 ▷인체의 노출 정도 ▷노출에 따른 위험성 ▷면역계에 미치는 영향 ▷내부 장기에까지 침투 여부 ▷병원체를 옮기고 있을 가능성이다. #암·당뇨·알츠하이머의 새 치료법 바이러스를 이용해 암을 치료하고 줄기세포를 이용해 심장을 치료하는 실험이 적어도 실험실에서는 일어날 예정이다. 또한 줄기세포로 파킨슨병과 당뇨, 노화에 따른 시력감퇴를 치료하는 대규모 임상시험이 진행될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포함한 여러 질병의 배후에 잠복성 박테리아가 있으리라고 의심한다. 이런 가설에 따른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올해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글: 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 새해 이 책 어때요? 국립중앙도서관 추천 8권

    새해 이 책 어때요? 국립중앙도서관 추천 8권

    새해가 밝았다. ‘올해엔 좀 더 많은 책을 읽어야지’ 결심으로 가득할 법하다. 그렇다면, 어떤 책을 읽을까. 마땅히 떠오르는 책이 없다면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들이 추천하는 책을 살펴보자. 도서관은 사서추천도서 심의위원회 심의로 매달 추천 도서를 선정한다. 인문, 사회, 자연, 어문학 등 10개 분야에서 사서들이 고르고 고른 책들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올해 첫 달에 고른 책은 자연과학 2권, 사회과학 2권, 인문학 2권, 문학예술 2권의 모두 8권이다.자연과학 분야에서는 ‘체육관으로 간 뇌 과학자’(북라이프)와 ‘약국에 없는 약 이야기’(MID)를 뽑았다. 웬디 스즈키 뉴욕대 신경과학센터 신경과학 및 심리학 교수가 쓴 ‘체육관으로 간 뇌 과학자’는 운동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연구한 책이다. 작가는 오랜 시간 뇌 연구에 몰두하며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결국, 과학 외 모든 것을 놓치고 있음을 깨닫고 운동을 시작한다. 저자는 운동과 뇌가소성의 관계를 이해하고 뇌를 활성화하면 누구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스웨덴 웁살라대에서 약학 박사학위를 받은 박성규씨가 쓴 ‘약국에 없는 약 이야기’는 만병통치약의 역사를 좇는다. 선사시대부터 만병통치약을 원했던 인류의 약 연구 과정을 통해 역사 속 약에 관한 인식을 살핀다. 약의 성분을 분석해 재료들이 화학적으로 어떤 작용을 하는지 흥미롭게 설명한다.사회과학 분야에서는 독일에서 태어난 유대인 정치사상가 한나 아렌트의 삶과 사상을 담은 전기 ‘한나 아렌트’(이화북스)를 추천했다. 한나 아렌트는 1960년 ‘악의 화신’이라 알려진 나치 전범 아이히만의 재판을 참관하면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보고서를 작성한 뒤 유명해진다. 독서를 좋아한 어린 시절, 대학 진학 후 실존 철학자 하이데거를 만난 일 등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다른 책은 최재붕 성균관대 서비스융합디자인학과 교수의 ‘포노 사피엔스’(쌤앤파커스)다. ‘포노 사피엔스’란 잡지 ‘이코노미스트’에서 2015년 처음 나온 말로, ‘스마트폰을 손에 쥔 신인류’를 일컫는다. 일상 모든 것을 스마트폰으로 해결하며 스마트폰을 마치 신체의 일부처럼 활용하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설명한다. 저자는 스마트폰이 인류 문명에 등장하기 이전과 이후를 각종 자료로 분석한다.사서들은 인문학 분야에서 김희은 갤러리 까르찌나 대표가 쓴 ‘미술관보다 풍부한 러시아 그림 이야기’(자유문고)를 뽑았다. 다양한 러시아 작품들을 16개 주제로 나눠 러시아 예술에 낯선 사람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18~20세기 러시아 민중의 삶을 담은 작품을 입체적으로 묘사한다. 생소하게 느껴졌던 러시아 작품들을 만날 좋은 기회다. 김진경 세계인형박물관 부관장이 쓴 ‘인형의 시간들’(바다출판사)은 인간과 오랜 시간을 교감해 온 인형이 언제부터 생겨났고 어떻게 발전해 왔을까 하는 호기심에서 나온 책이다. 고대시대 인형의 시초를 살펴보며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해석한다. 이어 주요 각국에서 인형이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알려준다.문학 분야에서는 ‘보라색 히비스커스’(민음사)와 ‘도공 서란’(마음서재)을 선정했다. 지난해 노벨 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된 치마만다 응고지 아다치에 ‘보라색 히비스커스’는 겉으로 보기엔 완벽한 캄빌리 가족의 속사정을 다룬다. 캄빌리의 아버지로 사회적으로도 존경받는 유진은 사실 광신적인 종교인으로 가족을 통제하고 폭력을 일삼는다. 캄빌리는 아버지의 구속에서 벗어나려 한다. 나이지리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가부장 제도, 폭력사회, 종교 갈등의 문제가 낯설지 않다. 이 작품은 영연방 작가상과 허스턴 라이트 기념상을 받았다. 기자 출신 소설가 손정미의 ‘도공 서란’은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고려 문화의 상징 청자의 고을 탐진(오늘날의 강진)에서 자란 도공 서란의 이야기로, 청자 만드는 기술을 거란에 빼앗길 위기에 처하지만, 가까스로 탈출한다. 송나라, 거란에서 탐낼 정도로 그 기술이 뛰어나고 독창적인 고려청자를 둘러싼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17만 년 전 석기인, 채소도 요리해 먹었다…‘직접적 증거’ 첫 발견 (사이언스紙)

    17만 년 전 석기인, 채소도 요리해 먹었다…‘직접적 증거’ 첫 발견 (사이언스紙)

    석기시대 조상들은 적어도 17만 년 전부터 탄수화물이 풍부한 채소도 불에 구워 먹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의 한 동굴에서 그 당시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피운 불에 구워진 뿌리줄기 잔해가 발견됐기 때문이다.남아공 비트바테르스란트대 연구진은 남아공 동부 콰줄루에 있는 레봄보 산맥의 서쪽 절벽에 있는 국경 동굴(Border Cave)에서 발굴 작업을 진행하던 중에 새까맣게 그을린 이 뿌리줄기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에스와티니왕국의 국경 근처에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여진 이 동굴은 지난 20만 년간 초기 인류가 거주한 흔적이 남아 있어 고고학자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지금까지 초기 인류의 동물성 식단에 관한 연구는 널리 진행됐지만, 식물성 식단에 관한 정보는 그리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초기 인류가 사냥을 통해 남긴 동물의 뼈와 석기는 고고학적 기록에서 일반적으로 썩기 쉬운 식물보다 훨씬 더 잘 보존되기 때문이다. 연구를 주도한 린 워들리 박사와 동료 연구원들은 5년 전쯤 이 동굴에서 고대인들이 조리용 화로를 통해 남긴 잿더미를 샅샅히 조사하던 중 불에 타버린 17만 년 된 뿌리줄기 잔해를 발견할 수 있었다.연구진은 자신들이 발견한 시료들을 분석함으로써 그 잔해가 흰 뿌리줄기를 가진 히포시스 앙구스티폴리아(Hypoxis angustifolia)라는 학명을 가진 작은 꽃이 피는 식물임을 알아냈고, 실제 주변 곳곳에서 같은 종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뿌리줄기 잔해가 17만 년 동안 남아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불에 심하게 탔기 때문이라고 워들리 박사는 생각한다. 또 연구진은 뿌리줄기 잔해와 함께 불에 탄 뼛조각들도 찾아냈다. 이는 당시 사람들이 고기와 채소를 함께 요리함으로써 영양상으로 균형 잡힌 식사를 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게다가 이번 뿌리줄기 잔해에서 발견된 갈라짐 형태는 식물에 우연히 불이 붙은 것이 아니라 조리되는 과정에서 서서히 타버렸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워들리 박사는 “우리는 이 뿌리줄기가 요리된 뒤 이 동물 안에서 사람들끼리 나눠 먹었다고 생각한다. 어린 아이부터 나이 많은 노인까지 함께 나눠 먹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런 식으로 음식을 나누는 과정은 당시 사람들 사이에서 일종의 사회 조직이 형성돼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이밖에도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된 식물 종이 초기 인류가 아프리카와 그 너머를 여행하면서 친숙해진 음식이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워들리 박사는 “히포시스 앙구스티폴리아는 항상 푸르며, 아프리카 지도에서 그 분포를 나타내면 남쪽 해안에서 동쪽 해안으로, 곧바로 수단 북부로, 그러고 나서 아프리카 밖 예멘까지 서식한다”면서 “이는 17만 년 전 사람들은 어디를 가든 식량으로 탄수화물이 풍부한 이 식물에 의존했을 가능성이 있어 이번 발견은 매우 흥미진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3일자)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아하! 우주] 별이 되려다 실패한 갈색왜성의 비밀…차세대 우주 망원경이 푼다

    [아하! 우주] 별이 되려다 실패한 갈색왜성의 비밀…차세대 우주 망원경이 푼다

    지구는 행성이고 태양은 별이다. 이 둘의 차이는 너무나 확실해서 누구나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우주에는 둘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천체가 존재한다. 과학자들은 별(항성)이라고 하기에는 작지만, 행성이라고 하기에는 큰 애매한 천체를 갈색왜성(Brown dwarf)으로 분류했다. 이렇게 분류한 근거는 핵융합 반응이다. 갈색왜성은 태양질량의 0.08배 미만의 작은 질량 때문에 중심부에서 안정적인 수소 핵융합 반응을 유지하기 어렵다. 하지만 수소보다 낮은 온도 및 압력에서도 핵융합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중수소를 이용해 스스로 에너지를 내놓을 수 있다. 다만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소지만, 그 동위원소인 중수소는 드문 원소다. 따라서 갈색왜성은 핵융합 반응 정도가 약해 별보다 작고 차가운 천체가 된다. 갈색왜성의 질량 하한선은 목성의 13배 정도로 생각되고 있으며 이보다 질량이 낮으면 아예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스스로는 빛을 내지 않고 반사되는 빛만 있는 행성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별, 갈색왜성, 행성의 경계가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 같지만, 사실 갈색왜성과 행성의 경계는 모호한 부분이 많다. 갈색왜성과 행성 모두 작고 어두운 천체라서 실제 관측을 통해 이론적 질량 경계를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같은 환경에서 태어나 질량이 크면 갈색왜성이 되고 질량이 작으면 가스 행성이 되는지도 불분명하다.영국 세인트 앤드류스 대학의 알렉스 숄츠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구에서 1000광년 떨어진 가스 성운인 NGC 1333이 가장 좋은 관측 목표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 이 가스 성운은 많은 아기 별이 생성되는 장소인데, 당연히 별이 되기에 충분한 가스를 모으지 못한 천체도 존재한다. NGC 1333 안에는 갈색왜성과 행성의 경계인 목성 질량의 10배 이하 천체도 상당수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현재 인류가 가진 망원경으로 이를 직접 관측하기 힘들다는 것이다.연구팀은 2021년 발사될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에 설치된 NIRISS(Near Infrared Imager and Slitless Spectrograph)가 이를 관측할 가장 이상적인 기기라고 보고 있다. 갈색왜성이나 거대 행성급 천체는 별보다 차갑고 어둡기 때문에 가시광보다 파장이 긴 적외선 영역에서 관측해야 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관측하려는 파장대는 지구 대기에 의한 간섭이 심하다. 따라서 역대 가장 강력한 우주 망원경인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에 큰 기대를 거는 것이다. 연구팀은 갈색왜성과 행성의 경계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별 주변이 아닌 가스 행성에서 생긴 떠돌이 행성(rogue planet)의 생성 과정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물론 이런 기대가 현실이 되려면 몇 년째 발사가 연기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안전하게 발사되어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현재 계획대로 2021년에 발사에 성공한다면 과거 허블 우주 망원경이 그랬던 것처럼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 역시 인류의 지식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사람 냄새’ 나는 SF를 만나다

    ‘사람 냄새’ 나는 SF를 만나다

    카메라를 보세요/커트 보니것 지음/이원열 옮김/문학동네/392쪽/1만 5800원목소리를 드릴게요/정세랑 지음/아작/272쪽/1만 4800원“2020년은 SF 단편집을 내기에 완벽한 해가 아닌가 싶다.” 꾸준히 SF를 써 온 소설가 정세랑(36)의 말이다. 유독 새해 들어 이전의 SF적 상상을 되짚고 새로운 상상에의 불씨로 삼으려는 시도들이 많은 걸 보면 틀린 말도 아닌 성싶다. 때맞춰 ‘작가들의 작가’라는 커트 보니것(1922~2007)의 SF 소설집과 정 작가의 첫 SF 소설집이 나왔다. ‘카메라를 보세요’와 ‘목소리를 드릴게요’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차이처럼 책이 주는 온도 차도 극명하다. 2020년을 여는 독서의 시작으로 이보다 더 완벽한 선택도 없을 것 같다.●SF 설정 속 위선과 거짓 ‘카메라를 보세요’ ‘카메라를 보세요’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존경하고 박찬욱이 사랑한 작가 보니것의 미발표 초기 단편소설집이다. 블랙유머의 대가, 반(反)문화의 대변인, 휴머니스트 등 다양한 별칭으로 불린 보니것. 그중에서도 그를 독보적인 존재로 만들었던 것은 다른 작가들에게는 없는 ‘SF적 상상력’이었다. SF적 설정 속 드러나는 사람들의 적나라한 위선과 거짓, ‘웃픈’ 진실이 그의 소설 속 마력이다. 책 속 단편들이 제시하는 유토피아 혹은 디스토피아는 정교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기발한 건 사실이다. 가령 ‘비밀돌이’는 외로운 사람에게 대화와 조언을 제공하는 마법 같은 기계에 대한 이야기다. 세상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솔직한 조언이라는 명목으로 듣는 이에게서 잔인하고 나쁜 속내를 들춰낸다. “모든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뭘까, 심지어 음식보다 더? 이야기할 사람! 진정으로 이해해 주는 사람! 바로 그거지.”(25쪽) 페이퍼나이프 모양의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방문한 소인국 외계인 한 무리가 겪은 일을 다룬 ‘작고 착한 사람들’, 사람의 몸에 주입하면 반드시 진실만을 말하게 되는 ‘진실 혈청’이 등장하는 ‘에드 루비 키 클럽’은 모두 인간들의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보니것은 생전 자신의 소설 창작 규칙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의 시간을 사용하되 그 사람이 시간을 낭비했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만들 것”(12쪽)이라고 했단다. ‘카메라를 보세요’에 담긴 14편은 소설 속 인물에 한해서건, 책을 읽는 독자건 절대 시간을 허투루 보냈다고는 여기질 않을 듯하다. ●따뜻하고 무해한 SF ‘목소리를 드릴게요’ 한국 문학의 최전선, 정세랑의 소설은 보니것의 그것보다는 훨씬 따뜻하다. 보니것이 사람들의 이면을 까발리는 데 초점을 둔다면, 정세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품어 안는 전략을 취했다. “나는 23세기 사람들이 21세기 사람들을 역겨워할까 봐 두렵다. 지금의 우리가 19세기와 20세기의 폭력을 역겨워하듯이 말이다.” 작가의 말에서 털어놨듯, 그는 인류애를 기반으로 멸망을 향해 치닫는 사람들을 디스토피아적 설정 속에서도 따뜻한 충고를 취하는 방식을 택했다. 거대한 지렁이들이 인류 문명을 갈아엎는 이야기를 다룬 ‘리셋’, 주인공이 대학 캠퍼스에서 시작된 사랑에서부터 인간 재생 프로젝트와 외행성 개척이라는 난관을 마주하는 ‘11분의 1’ 등은 기본적으로 완전한 러브스토리에 가깝다.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받아들이고 싶은 세계와 그럴 수 없는 외부 사이의 간극은 소설 전체에서 반복적으로 제시된다. 특히 여성성과 자연이 난관을 헤쳐 가는 등장인물들의 주요 키워드인데, 이들은 공격적이지 않고 자신의 것을 조용하게 수호하는 수비수에 가깝다. 남성들은 주로 조력자로 등장, 여성 화자 액션의 원동력을 제공한다. ‘남성 주인공과 이를 조력하는 여성’이라는 기존 서사가 보란듯 역전돼 있다. 정세랑표 ‘무해한 SF’의 총집합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어린이 책] 인어가 된 아빠라도 사랑해

    [어린이 책] 인어가 된 아빠라도 사랑해

    친구들과 헤어져 헐레벌떡 들어온 집. 마려웠던 오줌을 ‘쏴아’ 하고 쏟아내는데, 욕조에 누운 아빠가 심상치 않다. 아빠의 다리는 지느러미였고, 비늘이 덮인 몸통은 아빠의 상체와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아빠, 장난치지 마!”(19쪽) 장난이었으면 좋겠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동화 ‘복희탕의 비밀’은 어느 날 갑자기 인어가 된 아빠를 둔 호테의 이야기다. 함께 살지 않는 엄마는 최근 새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이다. 동화는 현실의 장애인을 인어로 그렸다.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휠체어 신세를 지는 아빠는 호테에게 짐이 되기 싫어 인어들이 모여 사는 발 연구소로 간다. 호테는 장애인 아빠를 거부했던 자신을 발견하고, 아빠를 복희탕에 데려가기 위해 고민한다. 복희탕은 남녀노소, 물고기, 인어가 모두 들어갈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넓은 목욕탕’이다. 복희탕에서 자유와 행복에 취한 아빠는 잠시 고민하지만 호테와 함께할 수 있는 인간 세계로 다시 돌아가려고 한다. 그러나 달이 지고 복희탕의 문이 닫혔다. 이들은 다시 세상에 발 디딜 수 있을까. 복희탕의 주인 복희씨는 말할 것도 없이 ‘인류 문명의 시조’로 일컬어지는 신화 속 인물이고, ‘발 연구소’는 장애인을 ‘보호’라는 이름하에 격리하는 시설이다. 작가는 장애를 판타지적인 상황에 대입해 다르게 보기를 시도한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장애를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으로 껴안는 과정에 다양한 은유가 더해져 맥락이 더욱 풍부해졌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빈곤 청년이여, 자본에 저항하라” 마르크스식 해답

    “빈곤 청년이여, 자본에 저항하라” 마르크스식 해답

    ‘밀레니얼’은 1980년대 초~2000년대 초에 출생한 세대를 뜻하는 단어다. ‘N포세대’라는 신조어에서 보듯 견고한 계층의 사다리 앞에서 좌절하는 가난한 세대이기도 하다. ‘밀레니얼은 왜 가난한가’는 “암울한 미래를 앞둔, 그러면서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혁명 세력인 밀레니얼 세대”에게 주는 마르크스주의 입문서다. 밀레니얼 세대의 처지를 사회주의적 시각에서 살핀 저자는 현재가 진정한 사상적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시대라고 본다. “위대한 좌파주의가 강력하게 재부상하고 있는 시대”라는 것이다. 이 전환기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카를 마르크스 형님”이다. 책은 격하고 거리낌이 없다. 육두문자에 가까운 표현을 써 가며 논리를 전개한다. 그런데 저자는 왜 이리 분개할까. 저자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약속된 미래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 ‘꿈을 따라가라’ 등 자본주의의 금언들은 악몽이 돼 버렸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게 현실이다. 지배 계층은 공고해졌고 불평등은 심화했다. 세계 거부 8명이 전 인류의 가장 가난한 절반이 가진 것보다 더 많은 부를 갖고 있는 현실이 그 예다. 저자는 “그 원흉은 자본주의”라며 “마르크스주의가 이런 의문에 답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마르크스주의가 지구상 모든 문제를 해결할 단 하나의 비법은 아니다. 저자는 마르크스주의가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지 가부장제에 대한 비판은 아닌 만큼 페미니즘 문제에선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선을 긋기도 한다. 저자가 “혁명적인 전채요리, 그러니까 마르크스 맛보기”라고 표현했듯, 책은 결국 쉽게 풀어쓴 사회주의 개론서다. 다만 젊은이들이 반길 만한 용어와 비속어 등을 동원해 잘 포장은 했지만 내용으로 보면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는 선에 그치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도 남는다. 밀레니얼 세대들이 공격하려는 “부에 절어 야들야들해진 지배층” 역시 한 세대 전에는 청년이었고, 아닌 척하며 누릴 것 다 누리는 ‘샴페인 좌파’도 엄연한 게 현실이다. 모든 ‘악의 근원’이 자본주의에 있다고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빗장 건 도시…윤리를 묻다

    빗장 건 도시…윤리를 묻다

    ‘도시 계획의 어머니’로 불리는 저자 사회적 인간탐구 3연작의 마지막편 물리적·의식적 공간 분리된 도시 조명 지역적 특권에 빠진 폐쇄 공동체 진단 흔히 도시라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삶을 함께 영위하는 공간으로 인식한다. 그 도시는 그저 삶의 공간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의 집합만큼이나 복잡한 생활양식과 의식을 함께 품기 마련이다.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적지 않은 도시가 번창하거나 쇠락을 거듭해 왔다. 인간에게 도시는 과연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짓기와 거주하기’는 아주 친숙하지만, 대개의 사회 구성원들이 별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도시의 윤리적 측면을 꿰뚫었다. 노동과 도시화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로 인정받는 미국 뉴욕대·영국 런던정경대 교수인 리처드 세넷이 지난 10여년간 지속해 온 사회적 인간 탐구 연작(1부 ‘장인’, 2부 ‘협업’)의 마지막 편으로 책을 냈다. 책은 다소 생경한 도시의 윤리를 키워드로 삼았다. 도시의 윤리가 뭘까. 그 궁금증은 ‘도시계획의 어머니’로 불리는 미국 도시계획가 제인 제이컵스의 말을 통해 쉽게 풀린다. 제이컵스는 인간의 척도를 무시한 도시 변화에 맞서 “전문가들의 보고서에 등장하는 숫자로는 사람이 살고 있는 도시를 파악할 수 없다”고 주장했던 사회학자 겸 언론인이다. 특히 주거, 상업, 공업, 녹지로 공간을 구획하는 기능주의 도시보다는 사람들의 눈이 서로를 바라보는 ‘길의 활력’을 역설해 도시계획 분야에선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회자된다. 일단 저자의 지론은 제이컵스의 주장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책은 그 지론대로 ‘열린 도시’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어떻게 하면 ‘열린 관계’에 있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제시해 나가는 흐름이다. 도시는 대개 큰 전체 도시나 그 물리적 공간인 ‘빌’과 작은 지역사회와 그와 관련된 감정과 의식을 가리키는 ‘시테’로 구성된다. 빌이 사람이 들어사는 공간의 측면에 기운 물리적 개념이라면 시테는 그 속의 양식과 철학까지를 포함하는 정신적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저자는 “빌과 시테 사이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며 지난 19세기의 도시 제작자들이 ‘사는 것’과 ‘지어진 것’을 연결시키려 노력했지만 실패했다고 단정 짓는다. 20세기에는 빌과 시테가 서로 등을 돌리는 방식으로 도시 만들기가 진행됐고 그 결과 도시는 이제 내적으로 ‘빗장 공동체’가 돼버렸다고 꼬집는다.책의 특장은 유명 도시들의 번창과 쇠퇴 흐름을 소개하면서 절대 악이나 선 등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고 독자들의 판단을 유도하는 점이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에익삼플레의 격자식 도시 블록,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인도 델리의 네루 플레이스 시장…. 그 안의 공간과 삶의 양식을 다양한 문헌과 자료들로 풀어내는 장단점 묘사가 도드라진다. 스마트 시티로 계획된 우리나라 인천 송도 신도시가 사용자 친화성이 지나쳐서 오히려 거주민을 바보 취급해 폐쇄 도시가 된 사례도 들어 있다. 그런가 하면 작업에 방해되는 요소를 최소화하고 직장 생활에만 집중할 수 있게 설계된 미국 구글플렉스는 구직자들에게 꿈의 직장으로 불리지만 사실은 개인주의적 특권의 아이콘으로 일 외에 다른 모든 관계를 차단한 지역사회로 묘사된다. “인간이라는 비틀린 재목으로는 곧은 물건을 절대 만들어낼 수 없다”(이마누엘 칸트), “도시는 상이한 종류의 인간들로 구성된다. 비슷한 인간들만 있으면 도시가 존재할 수 없다”(아리스토텔레스)는 말을 콕 짚어 소개한 저자는 결국 미래의 바람직한 공간으로 ‘열린 도시’에 방점을 찍는다. 특히 전쟁이 벌어지면 시골에서 피신해 온 다양한 종류의 부족들은 물론 타 도시 사람들의 망명도 받아 주었던 고대 도시 아테네를 소개하면서 “사람들은 따로 있을 때보다 함께 있을 때 더 강하다”고 결론짓는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떻게 할 겁니까?”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서독 이모(박민정 지음, 현대문학 펴냄) 젊은작가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한 작가의 경장편 소설. 붕괴된 동독의 현실에 참담함을 느끼며 사라진 독일인 이모부와 그를 사랑했던 이모를 소재 삼아 소설을 쓰는 화자의 이야기다. 동독 지식인과 결혼 생활로 버려진 여자의 삶을 통해 남북 데탕트 국면을 미리 그려 볼 수 있다. 128쪽. 1만 1200원.만들어진 성장(데이비드 필링 지음, 조진서 옮김, 이콘 펴냄) 흔히 말하는 경제성장의 척도, 국내총생산(GDP)을 다시 보는 책. 1930년대 대공황 당시 경제 규모를 측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GDP가 오늘의 불평등, 국가 간 무역수지 불균형을 설명해 줄까. 파이낸셜타임스의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1인당 GDP, 소득 중간값 등 새로운 지표들을 대안으로 내세운다. 360쪽. 1만 8000원.인구 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우치다 다쓰루 외 9인 지음, 김영주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인류학·사회학·지역학·정치학 전문가들이 일본의 인구 감소 문제를 연구했다. 이들은 인구 감소로써 생물종에게 최적인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저출생·고령화보다 과학기술력 등의 지력이 쇠퇴할 때 경제에 더 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296쪽. 1만 5000원.자유의 법(로널드 드워킨 지음, 이민열 옮김, 미지북스 펴냄) 존 롤스의 뒤를 잇는 자유주의 법철학자 로널드 드워킨이 말하는 헌법과 자유. 그는 낙태와 안락사, 포르노그래피 등 20세기 후반 미국 헌법상의 큰 쟁점들을 다루면서 법은 도덕과 합체돼 있으며, 판사가 헌법을 해석할 때 도덕적 원리에 따라야 한다는 ‘도덕적 독법’을 주창한다. 612쪽. 2만 2000원.예술적 상상력(오종우 지음, 어크로스 펴냄) 인공지능(AI)이 만든 작품도 예술이 될까. 화가 몬드리안은 왜 사선을 긋지 않았을까. 급변하는 시대의 요구 속 예술의 쓸모를 찾는 저작이다. 학생들에게 명강으로 꼽혀 성균관대 티칭어워드를 수상한 저자는 그림, 소설, 희곡, 음악을 넘나들며 우리 문명의 토대가 된 기술의 씨앗을 예술에서 발견한다. 296쪽. 1만 7000원.마땅한 살인(안세화 지음, 이데아 펴냄) 한국콘텐츠진흥원 이야기창작발전소에 선정된 스릴러 장편소설. 대학병원 응급실 전문의인 여성이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이를 알게 되고, 아이의 아버지를 살해하게 된다. 작가는 중산층 엘리트가 연쇄살인에 휘말리는 과정을 통해 독자들에게 살인의 의미를 되묻는다. 304쪽. 1만 3000원.
  • [금요칼럼] 추악한 ‘근대’와 영원한 ‘근태’/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금요칼럼] 추악한 ‘근대’와 영원한 ‘근태’/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지금은 많이 약해졌지만, 예전에는 ‘중세 암흑기’라는 말이 널리 회자했다. 로마 멸망 후 르네상스 전 약 1000년을 인류 문명사의 발전을 가로막은 암울한 시기로 규정한 근대주의 시각의 결정판이다. 그런 암흑을 몰아내고 문명 자체를 완전히 새롭게 환골탈태시킨 근대(modern)를 한껏 드높이는 의미를 행간에 담은 말이기도 하다. 솔직히 근대라는 이름의 다양한 혁명이 없었다면 고도로 진화한 현재의 문명도 이처럼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중세를 비하하고 근대를 치켜세우는 심리가 우리 안에 알게 모르게 여전하다. ”당신은 참 중세적이다”라고 할 때, 그것이 부정적 의미로 작동하는 현실은 그 좋은 방증이다. 그런데 중세만도 못한 근대도 적지 않다. 겉으로는 아주 근대화한 것처럼 말쑥해 보일지 모르나 근대의 가면 뒤에 숨은 내면의 본질이 더 추악한 경우가 꽤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하나로 고문 행위를 꼽을 수 있다. 근대 이전에는 고문 자체가 합법이었다. 피의자의 자백을 받아내는 데 고문만큼 확실하고 편한 게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극한 고통에서는 누구라도 진실을 말할 수밖에 없다는 믿음도 한몫 거들었다. 근대는 바로 이런 비인간적 고문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성문화했다. 인간성을 말살하는 폭력을 금지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법 이면의 실상은 전혀 달랐다. 온전히 포기하기에는 고문의 유용성이 내미는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체로 중세의 고문이 공개적이었던 데 비해 근대의 고문은 주로 은밀한 공간에서 이루어졌다. 한 예로 조선시대에는 대역 죄인일지라도 피의자에 대한 심문은 공개적으로 행했다. 뼈가 부러지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고문도 같은 장소에서 발생했다. 피의자의 공초 내용 또한 거의 그대로 기록으로 남았다. 둘러선 관원도 많았다. 지방이라면 동네 사람들도 고문 광경을 줄곧 목도할 수 있었다. 그러니 어차피 사형을 면치 못하리라 판단이 들면 피의자 입장에서는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절규하듯 외칠 수 있었다. 자신의 진심을 그 장소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알릴 수 있었다. 저주의 말을 퍼부을 수도 있었다. 고문 중에 죽거나 공개 처형을 당하더라도 현장의 사람들에게 자기가 왜 죽는지 당당하게 알릴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억울하게 죽을 수는 있어도,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지는 않았다. 근대의 고문은 달랐다. 법으로 금지됐으니 공개적으로는 어떤 고문도 불가능했다. 그 대신 외부와 단절된 밀실로 고문의 장소가 바뀌었다. 제3의 눈동자가 전혀 없는 그곳에서 피의자는 아무리 마음을 굳게 먹어도 일방적 폭력 앞에서 급격히 인간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고통을 당하는 이유를 사람들이 제대로 안다면 차라리 정신적으로 힘이 나겠는데, 고립무원의 밀실에서는 심리적 공포가 몇 배로 올라간다. 전해 듣기로는 고문실에서 가장 힘든 때가 “너 여기서 이렇게 죽어도 아무도 몰라”라고 고문자가 귓속말로 속삭일 때였다고 한다. 이게 바로 추악한 근대의 한 사례다. 지난 월요일은 김근태 전 의원의 8주기였다. 20일이 넘도록 오롯이 감내한 잔혹한 고문의 후유증과 함께 그는 결국 눈을 감았다. 당시 고문에 의한 조서임을 뻔히 알면서도 기소한 검사는 검찰 조직 그 자체였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비슷한 경우가 셀 수 없이 많았기 때문이다. 수사 지휘와 기소를 독점한 검찰이 불법 고문 행위를 밥 먹듯 묵인했으니, 한편으로는 헌법을 일상적으로 부정한 범법 집단이요, 다른 한편으로는 합법을 가장한 추악한 근대 검찰의 민낯이라 할 수 있다. 마침 같은 날인 30일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우연의 일치는 아닌 것 같다. 이제 추악한 근대를 청산하고 민주화와 함께 영원히 ‘근태’를 기억할 2020년대의 밝은 해가 막 떠올랐다.
  • [2030 세대] 겨울왕국에 정말 댐이 사라진다면/양동신 건설 인프라엔지니어

    [2030 세대] 겨울왕국에 정말 댐이 사라진다면/양동신 건설 인프라엔지니어

    ‘겨울왕국2’의 흥행이 심상치 않다. 개봉 한 달여 만에 관객수 1000만명을 돌파하더니 이제는 역대 외화 흥행 순위 1위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필자도 겨울왕국2가 개봉되자마자 아이 둘을 이끌고 극장에서 관람했다. 영화는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이 보기에도 탄탄한 스토리와 캐릭터 구성으로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충분히 전작을 뛰어넘을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토목 엔지니어 출신인 필자가 보기엔 다소 안타까운 부분이 보였으니 댐을 허물며 문제를 해결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그것이었다. 극중 노덜드라 부족이 사는 지역에는 댐이 있었는데, 이는 노덜드라족이 물을 다스릴 수 있도록 아렌달 왕국이 우정의 표시로 만들어 준 것이었다. 한데 우정의 표시인 줄 알았던 이 댐이 알고 보니 해당 지역 정령의 기반을 약화시킨 원인이었다. 주인공은 이 댐을 무너뜨리는 일이 관계를 복원하는 길이라 판단하고 정령의 힘을 동원해 댐을 허물어 버리게 된다. 댐이 무너지고 난 후 어두웠던 두 왕국에는 다시 빛이 찾아오고 영화는 막을 내린다. 주지하다시피 겨울왕국의 배경은 노르웨이다. 이 노르웨이에는 영화에서와 같이 실제로 댐이 상당히 많은데, 노르웨이 석유에너지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1660개의 수력발전소가 존재한다. 참고로 우리나라에는 99개의 수력발전소가 있다. 수력발전이란 물의 위치에너지를 발전기 터빈의 운동에너지로 변환시키며 전기를 발생시키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물을 가두는 댐의 설치가 필수적이다. 이렇게 많은 댐 덕분에 노르웨이의 전체 전기 설비용량 중 96%를 청정한 수력발전이 차지하고 있다. 덕분에 노르웨이는 늘 한 자릿수 미세먼지 농도의 청정한 환경도 누리고 있다. 그러니까 겨울왕국인 이 노르웨이에서 정말 댐이 사라진다면 전기로 만들 수 있는 빛은 사라지고 미세먼지가 찾아올 수 있다는 말이다. 요즘 같은 겨울에 노르웨이는 오전 9시가 넘어 해가 뜨고 오후 3시가 되면 해가 진다. 전기가 없던 시절엔 정말 칠흑같이 어두웠던 곳이 이 겨울왕국이었다. 우리나라에도 댐은 많이 존재한다. 한데 우리나라의 댐은 주로 수력발전의 용도보다는 농업용수 조달의 목적이 대부분이다. 역사도 상당히 오래됐는데, 삼국시대에 축조된 제천 의림지 등 저수지를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러한 농업용수의 개발이 없었다면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쌀농사는 우리나라에서 발달할 수 없었다. 우리가 이렇게 한반도에 정주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요즘 간혹 물은 있는 그대로 흐르게 두어야 한다는 말이 절대 선으로 여겨지는 경우를 본다. 하지만 이는 자연에는 옳은 말이지만, 인간에게는 아닐 수 있다. 물을 다스려 인류는 농사도 지어야 했고, 홍수 및 가뭄도 조절해야 했으며, 전력도 생산해야 했다. 그런 댐을 나쁜 것으로 인식하면 곤란하다. 부디 겨울왕국2를 관람한 1000만명이 넘는 아이들에게 댐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자리잡히지 않길 바란다.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추운 밤이 지나면 생강나무에 꽃이 필 거예요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추운 밤이 지나면 생강나무에 꽃이 필 거예요

    새해가 밝았지만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해가 바뀌었음에도 새로운 시작의 느낌이 들지 않는 건 식물을 공부하면서부터였다. 나의 작업은 식물들이 새싹을 피우기 시작하는 3월이 돼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식물세밀화가의 시간은 식물의 시간을 따른다.식물을 좇은 지난 10여년 동안 그 시간만큼 나는 식물에 한결 가까워지긴 한 것 같다. 오랜 친구들이 내게 “식물을 해서 그런지 식물과 점점 닮아 간다”는 말을 할 때면 나는 잘 모르겠다는 듯 “그런가?” 하면서도 어쩐지 기분이 좋다. 식물이 얼마나 강인하고 지혜로운 존재인지를 나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종이든, 식물과 닮고 싶다고 늘 생각한다. 식물은 스스로 이동할 수 없기에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맞춰 적응하고 살아가야 한다. 이런 식물이 인류보다도 오랜 시간 자리를 넓히며 살아올 수 있었던 건 나름의 생존 방식을 궁리해 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생존 방식은 식물종마다 모두 다르고, 다양한 방식이 존재했기에 끊임없이 지구에서 생존해 올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식물의 삶을 바라보며 내 삶의 태도와 자세 또한 배운다. 아마도 이건 어릴 때부터 예견됐던 것 같다. 식물을 공부하고 싶다던 어린 내게 식물을 보고 사는 일이 얼마나 아름답고 값진 일인지 일러 주신 아버지는 식물을 가까이 두면 식물처럼 살게 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계셨는지도 모른다.며칠 전에는 작업실 앞산에서 생강나무를 봤다. 아직 겨울눈이 무르익지 않았지만 한눈에 생강나무라는 걸 알 수 있었던 건 나는 매주 이 산을 오르기 때문이다. 이 나무는 겨울이 지나면 꽃을 피울 거라는 것도 알고 있다. 생강나무는 다른 식물들이 연둣빛 잎을 틔우기 시작할 때 노란 꽃을 먼저 피운다. 이런 식물은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벚나무와 목련, 개나리, 매실나무…. 모두 축제까지 열어 개화를 반기는 식물들이다. 추운 겨울을 막 지나 따뜻한 온기가 저 멀리서 불어오기 시작할 때 꽃이 피어 겨우내 삭막했던 풍경을 채워 준다. 멀찍이 보기에 이 나무들은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우는 것 같지만 이들의 시간은 우리 인간의 시간과는 조금 다르다. 지난해 여름 잎이 있을 때 꽃눈을 틔웠다가 겨울 추위에 꽃눈 틔우기를 참고 초봄이 돼 따뜻해지면 비로소 꽃을 피우는 것이니 잎이 난 후 꽃을 피운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땅속의 영양분과 햇빛과 비 그리고 매개 동물 등 주어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모든 식물이 한꺼번에 꽃과 열매를 맺어서는 안 된다. 순차적으로 그리고 고루 나눠, 누군가는 봄에 꽃을 피우거나 또 누군가는 가을에, 또 동물을 이용하고, 바람을 이용해 생장하고 번식해야 한다. 그래서 식물종마다 꽃을 피우는 시기는 모두 다르다. 그러나 식물은 봄과 여름, 가을, 겨울이란 단어를 알지 못해서 해의 길이와 온도로 시간의 흐름을 감지해 개화한다. 봄에 꽃을 피우는 식물은 낮의 길이가 밤의 길이보다 길어질 때 꽃을 피우는 장일식물인 것이고, 가을에 꽃을 피우는 식물은 낮의 길이보다 밤의 길이가 길어질 때 꽃을 피우는 단일식물이다. 생강나무와 그 외의 봄꽃들은 낮의 길이가 길어지고 기온이 올라가는 때에 꽃을 피운다. 다시 말해 이들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춥고 긴 밤의 시간을 지나야 한다. 내가 유독 이른 봄꽃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가끔 개나리 중에는 아직 봄이 되지 않았는데도 꽃을 피우는 것들이 있다. 겨울 동안 매서운 추위 속에 갑자기 며칠간 기온이 오르면 봄이 왔다고 착각해 꽃을 피우는 것인데, 물론 겨울에 꽃이 피었다고 생명에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 번식에 해로울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어차피 도시의 개나리는 자연적으로는 번식하지 못할뿐더러 도시 환경을 아름답게 하는 관상의 목적으로 식재된 것이니, 겨울에 꽃을 피워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만으로도 실수의 가치는 충분하다. 살아가며 예상치 못한 환경에 놓여 실수를 범하게 되더라도, 내 삶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느낌이 들거나 뒤처지는 것 같더라도 그런 삶도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겨울에 꽃을 피우는 개나리와 이른 봄 남들이 잎을 틔울 때 꽃을 피우는 생강나무가 말해 준다. 혹여나 힘들고 춥고 긴 밤의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면 이른 봄꽃들을 봤으면. 이 겨울이 지나면 저 산의 생강나무에도 꽃이 필 것이다. 추운 겨울이 지나야만 피어나는 봄꽃들을 기다리며 이 추위를 견딘다.
  • 117만명 홀린 하회마을 작년 방문객 역대 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안동 하회마을 지난해 방문객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1일 경북 안동시에 따르면 지난해 최종 관람객 수는 117만 1019명으로 1994년 관람객 집계 이후 가장 많았다. 기존 기록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방문한 1999년 108만 9586명이었다. 하회마을은 지난해 5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차남인 앤드루 왕자가 대를 이어 방문, 다시 주목받았다. 하회마을 관람객 수는 2014년부터 6년 연속 100만명을 넘어섰다. 인근에 있는 병산서원 역할도 한몫했다. 병산서원이 지난해 7월 도산서원과 함께 ‘한국의 서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자 관람객이 줄을 이었다. 이와 함께 하회별신굿탈놀이가 202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신청 대상으로 선정되며 공연 관련 문의도 늘어나고 있다. 하회마을은 ‘가장 한국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국내외 명사들이 잇따라 방문한다. 영국 여왕을 시작으로 부시 전 미 대통령 부자, 복싱 전설 필리핀의 파키아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이 방문했다. 지난해에만 예능, 다큐멘터리, 유튜브 촬영 등 100여건의 촬영 허가가 났다.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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