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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치광장] 지방자치법 전면개정, 끝이 아닌 시작/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

    [자치광장] 지방자치법 전면개정, 끝이 아닌 시작/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

    지난해 12월 9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988년 이후 32년 만에 이루어진 전부개정이다. 지방정부들은 이 순간을 간절히 염원해 왔다. 그런데 막상 그 내용을 들여다보니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의 기본인 주민자치회 근거 조항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삭제됐다. 주민자치회 사업은 지난 2013년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돼 지난해 기준 전국 118개 시군구 626개 읍면동에서 시범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조항이 사라지면서 주민자치회는 무려 9년째 시범사업으로 남아 있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재정분권과 관련된 부분이 눈에 띄지 않는 점도 아쉽다. 지방정부가 자생하기 위해서는 재정분권 실현이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9년에 1단계 재정분권이 완료된 후로 2단계는 감감무소식이다. 가장 기본적인 부분조차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면 자치분권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속한 후속 입법이 필수적이다.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국회의 강력한 의지가 함께 필요한 대목이다. 세상은 무척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난 한 해 전 세계는 격변을 맞이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었고, 기후 위기는 인류 전체에 충격을 줬다. 이런 상황에서도 4차 산업혁명이 촉발한 기술 발전은 오히려 속도를 더해 가고 있다. 그런데 법은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발의될 때만 해도 혁신적이던 법안이 지난한 과정 끝에 가까스로 본회의를 통과하자 이미 구시대의 유물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방자치법이 그러한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그렇기에 비단 이번 한 번의 전부개정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자치분권 관련 법령의 지속적인 보완에 나서야 할 것이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이번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이 자치분권의 새로운 길을 열어 놓은 만큼 전국의 시도와 시군구가 각자의 여건에 맞는 지방자치 로드맵을 펼칠 수 있게 됐다. 243개 지방정부가 저마다 지방자치의 모델을 만들어 감으로써 다양성을 빛내는 자치분권국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려 본다.
  • [고든 정의 TECH+] 21세기 우주 스팀펑크? 증기 추진 로켓 엔진 써마셋

    [고든 정의 TECH+] 21세기 우주 스팀펑크? 증기 추진 로켓 엔진 써마셋

    스팀펑크(Steampunk)는 전기모터나 내연기관 대신 증기기관을 기반으로 기술이 발전한 가상 세계를 기반으로 한 SF 장르를 의미합니다. 영화 젠틀맨 리그나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 같은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사실 고전적인 증기기관은 에너지 효율이 매우 낮고 무겁고 부피가 큰 데다 최근 강조하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에너지와 거리가 멀기 때문에 인류 문명이 크게 퇴보하지 않는 이상 다시 부활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기발한 아이디어를 적용한 증기 추진 엔진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애리조나의 스타트업인 호우 인더스트리스(Howe Industries)는 기존의 화학 로켓을 대체할 수 있는 원자력 엔진 같은 새로운 로켓 엔진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사실 원자력 로켓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역사가 깊은 기술이고 나사도 여러 개의 프로토타입 엔진을 개발한 역사가 있습니다. 최근 나사는 화성과 그 너머로 인류를 보내기 위해 다양한 원자력 로켓 및 소형 원자로를 개발 중이며 나사 NIAC (NASA Innovative Advanced Concepts) 프로그램을 통해 관련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호우 인더스트리스도 그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미국 정부는 이 회사가 개발하는 색다른 원리의 로켓 엔진 개발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써마셋 (ThermaSat)은 이제까지 개발된 어떤 로켓 엔진과도 차별되는 독특한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동력원은 태양열이고 연료는 증류수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상한 로켓 엔진이 개발된 배경은 초소형 인공위성인 큐브셋(CubeSat) 때문입니다. 큐브셋은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0cm인 정육면체를 하나의 유닛 (1U)으로 하는 규격화된 초소형 인공위성으로 발사 및 제작 비용이 기존의 인공위성이나 우주선보다 매우 저렴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큐브셋에는 몇 가지 제한점이 있습니다. 전자 장비나 다른 장비는 큐브셋에 탑재하기 쉽게 소형화가 가능하지만, 로켓 엔진은 연소실이나 노즐, 연료탱크 같은 구조물이 필요해 소형화에 어려움이 있는 것입니다. 또 대부분의 큐브셋이 위성 발사 시 남는 자투리 공간에 넣어 탑재하기 때문에 인화성이 있는 로켓 연료를 탑재하기가 어렵다는 문제점도 있습니다.써마셋 엔진은 기존의 로켓 엔진보다 매우 단순한 구조로 소형화가 쉽고 연료 역시 매우 안전하고 화재 가능성이 없는 물을 사용합니다. 원리 역시 간단합니다. 써마셋 표면에 있는 태양광 집광 장치를 통해 우주 공간에서 열을 흡수한 다음 내부에 있는 열 캐퍼시터 (Thermal capacitor)를 섭씨 779도까지 가열합니다. 대기를 통과하지 않은 강한 태양광을 받기 때문에 지구 표면보다 더 빨리 열을 충전할 수 있습니다. 충분한 열이 모이면 증류수를 흘려보내 순식간에 고압 수증기로 만든 후 높은 압력으로 분사하는 방식입니다. 수증기의 높은 압력을 이용한 엔진이라는 점에서 전통적인 증기기관과 비슷하지만, 로켓 엔진이라는 점이 큰 차이점입니다. 써마셋은 움직이는 부품이 거의 없고 구조가 단순해 소형화에 유리합니다. 제조사 측에 따르면 제조 비용도 저렴합니다. 큐브셋이 작은 크기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운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목적에 최적화된 로켓 엔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호우 인더스트리에 따르면 2U짜리 써마셋 엔진은 1kg의 증류수를 포함해도 무게가 2.4kg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203초 동안 1.02N의 추력을 낼 수 있어 최대 16U 크기의 큐브셋에 필요한 추력을 제공합니다. 써마셋 프로그램은 미국 정부의 SBIR (Small Business Innovation Research) 1단계 지원을 받아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1세기 우주 스팀펑크 엔진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써마셋 엔진이 실제로 우주를 날 게 될지 결과가 주목됩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머스크, 베이조스 제치고 세계 최고 부자 등극

    머스크, 베이조스 제치고 세계 최고 부자 등극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7일(현지시간)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를 제치고 세계 최고 부자에 등극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머스크 CEO의 순자산은 이날 오전 10시15분쯤 1885억 달러(약 206조원)를 기록하며 1870억 달러의 베이조스 CEO를 15억달러 차로 제치고 1위에 올랐다. CNBC방송도 비슷한 시간 머스크 CEO의 순자산이 1850억러로 1840억달러의 베이조스 CEO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베이조스 CEO는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에서 2017년 10월 1위에 오른 이후 3년 3개월 만에 지구촌 최고 부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머스크 CEO는 지난해 초만 해도 순자산 270억 달러에 불과해 50위권에 간신히 턱걸이 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 한해 동안 테슬라 주가는 무려 743% 치솟고 올 들어서도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세계 최고 부자라는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는 지난해 7월, 11월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 기술고문을 차례로 제치며 세계 2위 부자로 등극했다. 머스크 CEO의 순자산은 지난해 1500억 달러 이상 증가하고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불어났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그는 세계 최고 부자가 됐다는 소식에 “별일 다 있네” “다시 일이나 해야지…”라는 짧은 반응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테슬라 주가는 이날 오전 11시 20분 800달러를 돌파한 뒤에도 꾸준히 매수세가 들어오며 전날보다 7.94% 오른 816.0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에 비해 아마존 주가는 이날 0.76% 상승하는데 그쳤다. 민주당이 대통령과 상원, 하원을 모두 차지하는 `블루 웨이브`가 펼쳐지며 친환경 산업은 더욱 주목을 받게 됐다. 전기차에는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테슬라의 주가 상승 여력은 충분한 셈이다. 반면 아마존 등 테크 공룡 기업에 대한 규제는 더 강해지고 있는 탓에 관련 주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머스크 CEO와 베이조스 CEO는 부자 순위뿐 아니라 사업 영역에서도 강력한 라이벌 사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머스크 CEO는 테슬라 외에 민간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를, 베이조스 CEO 역시 우주탐사 기업인 블루오리진을 각각 운영 중이다. 특히 머스크 CEO는 자신의 재산에는 별 관심이 없고 우주시대 개막의 꿈을 이루는 데 돈을 아끼지 않을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화성의 도시에 가능한 한 많은 자본을 이바지하고 싶다”며 자신의 재산은 인류를 ‘우주여행 문명’으로 급속 발전시키는 데 쓰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한해 동안 불과 5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한 테슬라의 주가가 실적과의 괴리가 크다고 지적하면서도 민주당 행정부·의회가 전기차 시대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내다봤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고든 정의 TECH+] 인공토양과 인공광 활용한 ‘수직농장’…농업의 미래될까?

    [고든 정의 TECH+] 인공토양과 인공광 활용한 ‘수직농장’…농업의 미래될까?

    농경의 시작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였을 것입니다. 본래는 숲과 초원이었던 땅을 개간해 개량된 작물을 키우면서 인간은 원하는 만큼 식량 생산을 늘릴 수 있는 능력을 획득했습니다. 물론 이 능력은 하루아침에 얻어진 것이 아닙니다. 인류는 수천 년에 걸쳐 야생 식물을 작물로 개량하고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치수 사업을 전개했습니다. 현대에 와서는 화학 비료와 농약, 기계화 농업은 물론 유전자 변형 생물(GMO)까지 등장해 농업 생산성을 크게 높였습니다. 최근에는 기존의 농업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인 수직농장(vertical farm)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수직농장은 몇 가지 점에서 기존의 농업과 완전히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땅에서 재배하는 것이 아니라 특수 배지 및 인공토양에서 작물을 재배하고 태양광 대신 LED를 이용한 인공광을 이용해 외부와 완전히 격리된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합니다. 땅에서 자연적으로 얻을 수 있는 태양광과 물을 이용한 농업보다 훨씬 비싸지만, 최근 수직농장이 점점 주목받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수직농장의 최대 장점은 농업에 필요한 토지와 물 같은 자원을 극단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캘리포니아의 수직농업 스타트업인 플렌티(Plenty)는 독특한 방식의 수직 농업 시스템으로 재배 면적을 99% 이상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기존의 수직농장이 아파트처럼 재배 시스템을 위로 쌓는 방식이었다면 플렌티는 진짜 수직 재배 시스템을 이용해 작물을 키웁니다. 수직으로 세운 재배 시스템으로 비료와 물이 공급되고 그 사이 LED 패널에 의해 광합성에 필요한 빛이 제공됩니다. 이 수직농장 시스템은 2에이커의 재배 시설에서 720에이커의 농경지에서 생산하는 것만큼의 채소와 과일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물 역시 95% 이상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수직농장의 관리 및 재배 과정은 대부분 자동화되어 있으며 인공지능 시스템에 의해 통제됩니다. 플렌티는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 구글 알파벳의 에릭 슈미터 전 회장,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 등이 투자해서 더 유명해졌습니다. 플랜티는 최근까지 4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투자 받았으며 캘리포니아에 있는 400개 상점에서 수직농장 재배 작물을 팔기 위해 계약한 상태입니다. 물론 재배 단가가 높아서 밀이나 쌀 같은 주곡 작물을 재배하는 것은 경제성이 떨어지지만, 1년 365일 계절이나 기상 상황과 관계없이 항상 신선한 무농약 채소를 공급할 수 있어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통제된 환경에서 재배하는 경우 굳이 GMO 작물은 필요 없기 때문에 플렌티 측은 GMO 프리를 또 다른 마케팅 포인트로 잡을 계획입니다.수직농장은 미국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바다 건너 유럽에서도 대규모 수직농장이 하나씩 들어서고 있습니다. 덴마크의 노르딕 하베스트(Nordic Harvest A/S)는 예스헬스(YesHealth)와 협력해서 코펜하겐 인근에 유럽 최대의 수직농장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노르딕 하베스트의 수직농장은 플렌티의 기술과는 달리 작물을 수평으로 재배하는 수직농장으로 14층의 재배층을 지닌 수직농장입니다. 회사 측은 우선 연간 200톤의 채소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시작해서 연간 1000톤급으로 재배 시설을 증설할 계획입니다. 재배 면적은 7,000㎡입니다. 노르딕 하베스트 수직농장의 가장 큰 특징은 100% 풍력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덴마크에서 풍력 에너지를 구하기 쉽기도 하지만, 친환경 무농약 농작물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의 대부분은 정수 후 재활용되고 수확한 작물 가운데 뿌리처럼 버리는 부분은 발효시켜 비료로 다시 재활용합니다. 완벽하게 통제된 환경에서 연간 최대 15번 수확이 가능하고 기후 조건에 상관없이 일년 내내 신선한 채소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수직농장은 완벽하게 통제된 환경에서 고밀도로 1년에 여러 번 재배가 가능한 특징 때문에 에너지는 많이 소모하지만, 토지와 물을 매우 적게 소모하고 주변 환경으로 농약과 비료가 유출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에너지만 친환경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적은 것입니다. 또 기후나 토양 조건에 영향이 없기 때문에 집약적 도시 농업에 관심이 많은 싱가포르 같은 도시 국가나 중동 사막 국가에서도 수직농장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고도로 자동화할 수 있어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 역시 또 다른 장점입니다. 다만 재배 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어 모든 작물을 수직농장에서 재배하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불가능하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 높은 대안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마도 수직농장은 재배 주기가 짧은 채소나 과일을 365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데 가장 이상적인 방법일 것입니다. 수직농장 관련 기술이 크게 발전한 만큼 이런 틈새 시장을 잘 공략한다면 21세기 스마트 농업의 중요한 방식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오성홍기 아래 잊혀진 공민들

    오성홍기 아래 잊혀진 공민들

    민간중국/조문영 외 12인 지음/책과함께/360쪽/1만 8000원 1978년 개방개혁 이후 부단한 노력으로 중국은 미국과 어깨를 견주는 나라가 됐다. 그러나 국가 주도의 강력한 계획 경제 추진으로 옛 질서들은 와해됐고, ‘하나의 중국’ 정책에도 내부는 여전히 요동친다. 격변의 역사를 위인들의 서사로만 읽어내기엔 무리가 있다. 그래서 ‘민간중국´은 현대 중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조명해 중국의 속살을 캐낸다. 문화인류학자 13명이 지난 20여년 동안 중국에서 현지 조사하거나 장기 교류하며 만난 개인과 가족, 지역 주민의 이야기를 풀었다. 중국인들의 삶을 관통하는 단어는 ‘공산당’이 아닌 ‘자본주의’다. 조문영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2004년 만난 푸순 지역 노동자 가족이 이런 사례다. 대학원생 리핑의 아버지는 과거 홍위병이었지만, 구조조정에 따라 국영기업에서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나앉은 ‘시아깡’이 됐다. ‘직책에서 내려오다’라는 의미의 시아깡은 사회주의 체제에서 금기시하는 ‘실업’의 다른 표현이다. 국가에서 버림받은 이들은 가족을 중심으로 고난을 극복한다. 살던 집은 월세를 벌려고 내놓고, 자신들은 친척들과 뭉쳐 산다. 시장에선 작은 가판을 운영한다. 국가가 삶을 보장할 수 없게 된 사회에서 가장 확실한 생존 전략은 자녀 교육이었다. 칭화대 경제학과 대학원에 들어가면서 가족의 영웅이 된 리핑은 베이징에 정착한 뒤 사촌 여동생 양양의 일자리를 알선한다. 조 교수가 2011년에 다시 만난 양양은 예쁘게 화장하고 쇼핑몰을 놀러다니던 철부지가 아니었다. 리핑의 인맥으로 베이징의 한 부동산 회사에 취업해 흙먼지 휘날리는 공사 현장 한편에 마련된 컨테이너에서 살고, 야간대학을 다니며 미래를 꿈꾼다. ‘개방개혁의 1번지’ 선전시의 변화는 자본주의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듯하다. 개방개혁 이전의 선전은 남쪽 변경에 있는 인구 3만명의 한적한 어촌이었다. 중앙 정부는 1980년 별다른 경제적 지원 없이 선전에 ‘자율권’만 줬다. 선전은 ‘홍콩식 자본주의’를 배워 가며 4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 1만배 상승이라는 기적을 일궜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절반은 중국, 나머지는 홍콩에 속한 선전 뤄팡촌의 촌장 천톈러는 개발 반대론자들이 “자본주의가 좋으냐, 사회주의가 좋으냐”고 따지자 “인민 생활이 좋아지면 우리는 국가와 제도를 옹호할 것”이라고 답한다. 그러나 선전의 화려한 발전 뒤에는 폭스콘 노동자의 잇따른 투신자살 사건, 그리고 ‘기회의 땅’에서 밀려난 이들의 근근한 삶이 있다. 빌딩으로 둘러싸인 미개발촌 ‘성중촌’ 세입자들은 순식간에 길거리로 내몰린다. 작품을 팔 수 없는 이슬람 회족 예술가, 주먹 출신의 성공한 조선족, 관광지 개발에 따른 마을 이전에 반대하는 다이족 노인들의 삶에서는 소수민족의 애환을 읽을 수 있다. 한족을 제외한 55개 민족이 무려 1억명을 넘지만, 이들은 여전히 ‘소수민족’일 뿐이다. 격변기를 살아온 이들에게 국가의 의미는 희미해졌다. 중화인민공화국의 ‘공민’이라는 분명한 정체성 대신 제목인 ‘민간’으로 이들을 에두른 것은 이런 이유다. 이들에게 국가는 이제 어떤 존재일까. 가족, 민족, 계층, 젠더, 세대, 지역, 국경 등 다양한 층위를 가로지르는 삶의 조각보를 들여다보면, 중국에 관한 이해의 깊이도 깊어질 것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존 스튜어트 밀 선집(존 스튜어트 밀 지음, 서병훈 옮김. 책세상 펴냄) 19세기 대표 지성 존 스튜어트 밀의 정치·사회 저작을 엮은 선집. ‘자유론’ 등 개별 저술은 여러 차례 출간됐지만, 밀의 핵심 저작이 한 권으로 묶인 건 처음이다. ‘공리주의’, ‘종교론’, ‘여성의 종속’, ‘대의정부론’ 등을 함께 엮었다. 1036쪽. 4만 8000원.신호와 소음(네이트 실버 지음, 이경식 옮김, 더퀘스트 펴냄) 전문가의 예측이 어째서 자주 빗나가는지, 어떻게 하면 신뢰할 수 있는 예측이 가능할지 고찰한다. 코로나19는 예측 실패라기보다 전문가의 지침 및 행동의 실패였다. 저자는 ‘느리게 생각하기’와 ‘대세편승을 경계하기’라는 두 가지를 제시한다. 824쪽. 2만 9000원.부정성 편향(존 티어니·로이 F 바우마이스터 지음, 정태연·신기원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 부정적 사건이나 정서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향성과 이를 극복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제시한다. 우리 뇌는 생존을 위해 부정성에 초점을 맞추도록 진화했으며, 이 때문에 세계의 미래가 암울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392쪽. 2만 1000원.문명은 왜 사라지는가(하랄트 하르만 지음, 이수영 옮김, 돌베개 펴냄) 인류 역사에 대한 익숙한 생각을 바꿀 문명 이야기. 그동안 문명의 4대 발상지인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황하는 가장 오래되고 근본이 되는 문명이라는 게 정설이었다. 그러나 ‘4대 문명설’은 19세기 제국주의 시대 영국 고고학의 성과가 반영된 결과이며 역사는 다양한 문명의 기억들을 망각하고 있다. 332쪽. 1만 8000원.아무튼, 인기가요(서효인 지음, 제철소 펴냄) “노래 이야기라면 시커먼 밤도 새하얗게 새울 수 있다”는 저자가 청소년 시절부터 케이팝 역사의 크고 작은 순간들과 함께한 일상을 빼곡히 담았다. 1989년 박남정에 대한 추억부터 서태지, H.O.T 등 저자가 직접 골라 수록한 플레이리스트가 돋보인다. 176쪽. 9900원.엘멧(피오나 모즐리 지음, 이진 옮김, 문학동네 펴냄) 거칠지만 단단한 유대감으로 결속된 가족 이야기를 다룬 소설. 영국의 작은 숲속에서 바깥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가족에게 어느 날 불청객 지주 프라이스가 찾아온다. 프라이스는 강제로 내쫓겠다고 협박하고, 아버지는 이에 맞선다. 304쪽. 1만 3500원.
  • 머스크, 베이조스 제치고 세계 최고 부자 “얼마나 낯선지, 일하자”

    머스크, 베이조스 제치고 세계 최고 부자 “얼마나 낯선지, 일하자”

    “얼마나 낯선지, 좋아, 다시 일하자.” 미국 전기차회사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테슬라 주가 폭등에 힘입어 세계 최고 부자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소셜미디어에 적은 소감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7일(현지시간) 오전 10시 15분 현재 머스크 CEO의 순자산이 1885억 달러(약 206조원)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를 15억 달러(약 1조 6000억원) 차로 제치고 1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CNBC 방송 집계로도 머스크의 순자산이 1850억 달러(약 202조원)로 1840억 달러(약 201조원)의 베이조스를 넘어섰다. 지구촌 최고 부자가 바뀐 것은 3년 3개월 만이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BBI)에서 베이조스는 지난 2017년 10월 1위에 오른 이후 3년 넘게 이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 반면 머스크는 지난해 초만 해도 순자산 270억 달러(약 29조 5000억원)로 50위권에 간신히 드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 한 해 동안 테슬라 주가가 743% 폭등해 머스크의 순자산이 1500억 달러(약 164조원)가 늘어나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불어났고 해가 바뀌어서도 급등세를 이어가 억만장자 순위가 요동쳤다. 테슬라 주가는 전날 처음으로 7000억 달러(약 764조원)를 넘어서며 도요타, 폭스바겐, 현대자동차, GM, 포드자동차를 합친 주가보다 많아졌다. 머스크는 지난해 7월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을 제치고 세계 부호 랭킹 7위를 차지했고, 11월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까지 넘어 2위에 올랐다. 그는 테슬라 지분 20%를 보유 중이고, 스톡옵션을 통한 미실현 이익도 420억 달러(약 46조원)에 이르며 다른 자산은 거의 없다. 반면 베이조스는 아마존 주가의 상승세가 최근 완만해지면서 머스크의 추격을 허용했다. 민주당이 행정부와 상·하원까지 장악한 ‘블루 웨이브’가 완성되면서 새해 규제를 강화할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여기에다 전 부인 맥켄지 스콧과 이혼하면서 회사 주식 4%를 떼준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머스크와 베이조스는 부자 순위뿐 아니라 사업 영역에서도 라이벌이 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머스크는 테슬라 외에 민간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를, 베이조스 역시 우주탐사 기업인 블루오리진을 운영하고 있어서다. 특히 머스크는 재산에는 별 관심이 없고, 우주시대 개막의 꿈을 이루는 데 돈을 아끼지 않을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화성의 도시에 가능한 한 많은 자본을 기여하고 싶다”며 자신의 재산은 인류를 ‘우주여행 문명’으로 급속히 발전시키는 데 쓰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위터에 밝힌 그의 재산 운용 철학은 “내 돈의 절반 정도는 지구 위에서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데 쓰이고, 절반은 공룡이 혜성 충돌에 멸종한 것처럼, 또는 3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우리 스스로를 파괴하는 일이 벌어질 경우 모든 생명체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화성에 자족 도시를 건설하는 데 도움을 주는 데 쓰이는 일”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한 해 동안 5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하는 데 그친 테슬라의 주가가 실적과 괴리가 크다고 지적하면서도 민주당 행정부·의회가 전기차 시대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내다봤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설강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설강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스스로가 루페와 현미경이 돼 대상의 전체가 아닌 부분을 세밀히 탐구하는 것이다. 대개 사람들은 길가에 보이는 식물을 훑어 보는 것으로 식물을 좋아하기 시작하고, 좀더 멀리 있는 수목원과 근교의 산을 갔다가, 훗날엔 더 깊은 숲을 향한다. 처음에 흥미를 느낀 건 식물계 전부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백합목, 수선화과, 갈란투스속까지 더 작고 세밀한 장르, 자신의 구체적인 식물 취향을 향해 간다.이맘때면 식물 애호가 중 갈란토필 또는 갈란토마니아라고 불리는 갈란투스 애호가이자 수집가의 활동이 활발해진다. 열정적인 갈란투스 애호가 E A 볼스가 ‘갈란토필’이란 용어를 처음 쓴 것으로 추정된다. 갈란투스란 스노드롭의 속명으로, 설강화라고도 불리는 새하얀 꽃잎의 겨울 꽃이다. 설강화는 빠르면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꽃을 피우지만 제철은 1월과 2월이다. 바로 지금부터 설강화 생체를 사려는 애호가에 의해 원예시장이 휘청인다. 이들 사이에서 1~2월 카드값은 파멸의 길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물론 설강화가 시들기 시작하는 3월이 되면 카드값은 제자리로 돌아온다. 내가 설강화를 유난히 좋아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애호가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나 역시 매일 외국 경매 사이트에서 식물세밀화가 그려진 식물 고서를 찾아다니는 식물 고서 애호가이기 때문이다. 설강화 애호가는 식물 생체를 원하고, 나는 그림을 원한다는 차이뿐이다. 설강화는 그 어떤 식물보다 앙증맞고 귀엽고 투명하게 빛난다. 이들의 아름다움에 공감하면서도 유독 이 식물에 광기 어린 애정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늘 신기하면서도 이색적이었다. 세상에 설강화만큼 아름다운 식물은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설강화와 그 애호가를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이제 그들의 사랑의 이유를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설강화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한겨울에 꽃을 피운다는 것이다. 황량한 겨울 숲에 마음이 건조했던 사람들의 기대감 속에 꽃이 피어난다. 흰 눈밭을 뚫고 녹색 줄기와 방울 모양 꽃을 내놓는다는 건 우리에게 어떤 희망과 긍정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갈란투스란 속명 역시 흰 우유를 의미하는 ‘갈라’에서 유래했다. 지난해 2월 교토부립식물원과 그 전해 겨울 영국 첼시피직가든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던 곳은 설강화 밭이었다. 겨울 그 어떤 식물 장소를 가도 이들의 개화는 사람들에게 가장 주목받는 장면이다. 물론 설강화만이 겨울에 꽃을 피우는 건 아니다. 복수초와 시클라멘, 크로커스 등도 있는데, 유독 사람들이 설강화에 눈길을 돌리는 건 이 식물이 유난히 작고, 종마다의 형태적 차이가 아주 세밀하다는 것에 있다.원예가 찰스 크리슨은 정원에 대해 말하며 ‘진정한 아름다움은 디테일에 있다’고 했다. 한눈에 들어오는 큰 식물이 아무리 인상적이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비로소 가치를 갖는 건 곳곳에 있는 작은 식물들이라는 것이다. 설강화는 유난히 작고, 종의 형태 차이가 세밀하다. 흰 꽃잎의 녹색 음영이 나 있는 정도가 종을 식별하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애호가들은 이 작은 차이를 식별하고, 자신들이 식별한 다양한 종을 소유하는 것에서 희열을 느낀다. 다른 사람들 눈에 모두 같은 종으로 보이지만 나만이 이들의 다양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에서 다른 식물 애호가들과는 다른 우월감과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렇게 설강화는 원종 20종에서 2000종 이상의 품종이 육성됐다. 애호가들은 육성된 품종에 꾸준히 이야기를 담아 왔다. 이 이야기 역시 후대의 사람들이 설강화를 좋아하는 이유로 작용한다. 2015년 한 경매 사이트에서 설강화 생체가 1390파운드(약 205만원)에 판매됐다. 이 품종은 ‘웬디스 골드’라고 하는 노란색 희귀종이었고, 누군가는 여기에 1000파운드 이상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느낀 것이다. 작디작은 알뿌리 하나가 고액에 거래된 현상을 이해할 수 없는 듯 사람들은 설강화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설강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각국의 대표 식물원에서는 2월이 되면 설강화 축제를 자주 연다. 물론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축제를 열지 않는 곳이 상당하다. 게다가 설강화 애호가들은 야생 원종의 보존과 대중화에 꾸준히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식물의 미래는 그들을 좋아하는 인류와 운명을 같이한다고 믿는다. 작디작은 설강화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갈란토필과 갈란토마니아처럼 우리 주변의 식물의 운명 역시 식물을 좋아해 이 글을 읽는 우리 손에 달린 것이다.
  • 서평 전문지 ‘서울리뷰오브북스’ 특집기획호 발간

    서평 전문지 ‘서울리뷰오브북스’ 특집기획호 발간

    서평 전문 계간지 ‘서울리뷰오브북스’가 3월 정식 창간을 앞두고 특집기획호를 발간했다. 잡지는 ‘뉴욕리뷰오브북스’, ‘런던리뷰오브북스’처럼 고급 서평 전문지를 목표로 한다. 강예린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권보드래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조문영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홍성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등 사회학, 경제학, 자연과학, 인문학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13명의 편집위원이 참여한다. 최근 이슈를 중심으로 하는 ‘ISSUE RE-VIEW’와 주제에 구애받지 않는 ‘RE-VIEW’로 구성했다. 여기에 소설과 에세이를 수록한 ‘LITERATURE’가 별책으로 따라온다. 이번 호 주제는 ‘2020:이미 와 버린 미래’다. 김준혁 소아치과 전문의가 ‘전염병, 역사를 흔들다’(푸른역사)를 중심으로 감염병의 역사를 고찰한다. 김홍중 교수는 HBO에서 방영한 드라마 ‘체르노빌’로 참사의 흔적에서 존재론적 의미를 묻는다. 이 밖에 김영민 교수의 신작 소설 ‘먹물누아르’, 김초엽 작가 단편, 김혼비·박솔뫼 작가 에세이 등을 수록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온실가스 늘면 편서풍대 극지방 이동... 도시 평균기온 상승·건조한 날씨 만든다

    온실가스 늘면 편서풍대 극지방 이동... 도시 평균기온 상승·건조한 날씨 만든다

    과학자들 올 과학 이슈 ‘기후변화’ 주목북반구 편서풍대 한반도, 기후변화 영향 高금세기 말 전 세계 도시 기온 4도 상승온실가스 감축·더 많은 녹지조성 필요2021년 새해가 밝았는데도 여전히 코로나19의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도 언젠가는 끝나겠지만 그 뒤에는 인류 멸종까지 불러올 수 있는 더 큰 재난인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기다리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연말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와 ‘사이언스’ 모두 올해 주목해야 할 중요 과학 이슈로 코로나19보다 기후변화를 앞세웠다. 이런 가운데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바람의 영향과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이번 세기 말 도시지역의 기후를 예측해 공개했다.미국 컬럼비아대 라몬 도허티 지구관측소, 지구·환경과학과, 브라운대 지구·환경·행성과학과 공동연구팀은 편서풍의 변화가 강수 패턴과 해양순환은 물론 태풍, 허리케인 같은 열대저기압의 강도와 방향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날씨와 기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1월 7일자에 발표했다.편서풍은 북반구와 남반구 중위대 지역에서, 서에서 동으로 부는 띠 모양의 바람이다. 한반도도 북반구 편서풍 지대에 속해 있다. 저기압, 고기압, 장마전선 같은 날씨 전선들이 편서풍을 타고 이동하면서 전 지구적 날씨와 기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연구팀은 심해 퇴적물을 바탕으로 300만~500만년 전 편서풍의 경향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가 증가하면 편서풍대가 점점 고위도, 극지방 쪽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편서풍대의 이동은 강수 패턴은 물론 태풍, 허리케인 같은 열대저기압 경향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편서풍대가 극지방 쪽으로 점차 이동하면서 지구 전체 열순환이 잘 되지 않아 평균 기온이 점점 상승하면서 홍수와 가뭄, 폭염, 폭설, 혹한 같은 극한 기후가 잦아지게 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한편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토목환경공학과, 국립슈퍼컴퓨터응용센터, 국립대기연구센터, 로런스버클리 국립연구소, 프린스턴대 지구과학과, 리드대 수학과, 캐나다 구엘프대 환경과학부 공동연구팀은 전 세계 도시지역에서는 금세기 말까지 산업혁명 이전보다 기온이 4도 이상 상승하고 상대습도가 낮아지면서 건조해질 것이라고 6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기후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 1월 5일자에 실렸다.유엔 경제사회국에서 발간한 ‘세계 도시화 전망’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인구의 55%가 도시에서 살고 있다. 30년 후인 2050년이 되면 도시인구 비율은 68%에 이를 전망이다. 시골에 사는 사람은 10명 중 3명에 불과할 것이라는 뜻이다. 도시는 콘크리트 건물과 아스팔트 도로로 뒤덮여 많은 열을 흡수하고 냉각이 어려워 시골이나 교외지역보다 온도가 더 높다. 연구팀은 26개의 지구기후 모델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제시한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를 적용해 2100년까지 도시지역 기온과 상대습도를 예측했다. 그 결과 대부분 모델들이 현재와 같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지금과 똑같은 경우 도시 기온은 산업혁명 이전보다 1.9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지금보다 많을 경우 최대 4.4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 지역의 상대 습도도 낮아져 건조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레이 자오 일리노이대 교수(환경과학)는 “현재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획기적으로 낮아지지 않을 경우 도시에서는 극한 기후가 더 빈번해질 것”이라며 “온실가스 배출 감축과 함께 더 많은 녹지 조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백신 공급계약은 비밀?…국민의힘vs고민정, 서로 거짓말 공방

    백신 공급계약은 비밀?…국민의힘vs고민정, 서로 거짓말 공방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자신이 전날 TV토론에서 코로나19 백신 관련 대국민 거짓말을 했다는 국민의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홍종기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이날 ‘고민정 의원은 국민들을 무시하지 말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고 의원이 어제 TV토론에서 백신구매계약이 “나라 간 비밀협약”이라고 주장한 것은 거짓말이라고 밝혔다. 홍 부대변인은 “백신구매계약은 정부가 사기업으로부터 백신을 구매하는 사적계약일 뿐”이라며 “계약 상대방은 제약회사이지 미국, 영국 등 국가가 아니고 정부도 공권력의 주체가 아니라 사경제주체로서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늑장부리다 뒤늦게 뛰어든 정부에게 백신공급이 늦는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홍 부대변인은 계약 주요조건에 비밀유지의무가 있는 것도 사기업 입장에서 다른 고객과의 형평성이나 영업비밀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 인류의 생명·안전과 직결되고 기업의 영업비밀과 무관한 백신 공급수량·시기는 비밀이 될 수 없다”면서 “다른 정상국가들도 이미 공개한 것을 우리만 공개할 수 없다면 정부의 계약조항 법률검토에 과실이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고 의원은 “백신을 계약하고 구매하고 완료되는 그 모든 과정은 비밀협약이 되어있기 때문에 어느 나라도 구체적으로 어느 시기에 얼마만큼의 속도로 들여오는지 대해서 얘기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있다”라는 것이 실제 발언이라고 소개했다. 또 국민의힘 측에서 하지도 않은 말을 지어냈다고 꼬집었다. 고 의원은 ‘백신 공급수량·시기는 비밀이 될 수 없다’는 국민의힘 측 주장도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고 의원은 “질병관리청과 제약회사 간의 모든 계약서 내용은 비밀로서, 해당 회사와의 협의를 통해 공개할 수 있다”면서 “백신 공급물량과 시기 등의 공개는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제약회사와의 협의를 통해 진행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고 의원은 자신이 백신을 늦게 맞아도 된다고 말했다는 것도 거짓이라고 덧붙였다. 고 의원은 “그것은 황보승희 의원의 ‘해석된 발언’이었다”면서 “한국, 호주, 일본과 같이 10만명당 확진자 수가 적은 국가의 경우, 접종시기가 2~3월로 예정돼 있다는 수치를 언급한 것을 두고, 과도한 프레임 씌우기는 옳지 않다는 것을 토론회에서 말씀드린 바 있다”고 강조했다. 고 의원은 국민의힘에 대해 ‘가짜뉴스 제조기’라고 비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국민의힘 “고민정 백신 발언 거짓말…늑장 부리다 뒤늦게”

    국민의힘 “고민정 백신 발언 거짓말…늑장 부리다 뒤늦게”

    “정부·여당, 국민을 얼마나 바보로 생각하는지” 국민의힘은 6일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구매는 나라 간 비밀협약’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홍종기 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고 의원이 어제 TV토론에서 한 백신·부동산 관련 발언은 정부·여당이 국민들을 얼마나 바보로 생각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민의힘은 “백신 구매계약이 ‘나라 간 비밀협약’이라고 (고 의원이) 주장한 것은 거짓말”이라며 “백신구매계약은 정부가 사기업으로부터 백신을 구매하는 사적 계약으로, 계약 상대방은 제약회사이지 미국, 영국 등 국가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늑장 부리다 뒤늦게 뛰어든 정부…늦는 것 당연하다” 국민의힘은 “정부도 공권력의 주체가 아니라 사경제주체로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수요·공급의 시장경제논리가 그대로 적용된다”며 “늑장 부리다 뒤늦게 뛰어든 정부에게 백신공급이 늦는 것은 당연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계약 주요 조건에 비밀유지의무가 있는 것도 사기업 입장에서 다른 고객과의 형평성이나 영업비밀보호를 위한 것”이라며 “전 인류의 생명·안전과 직결되고 기업의 영업비밀과 무관한 백신 공급수량·시기는 비밀이 될 수 없다. 다른 정상국가들도 이미 공개한 것을 우리만 공개할 수 없다면 정부의 계약조항 법률검토에 과실이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고 의원이 백신을 늦게 맞아도 된다고 한 데 대해선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자영업자와 서민들을 국민으로 생각한다면 할 수 없는 말이다. 특히 올해 백신구매 예산조차 책정하지 않았던 정부·여당이 그런 변명을 하다니 철면피가 따로 없다”고 비판했다. 또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TV에 나와 국민들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충분히 공부한 후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상식에 부합하는 주장을 해야 한다”고 다그쳤다.고민정 “백신 구매, 온라인 쇼핑하듯 이뤄지는 게 아냐” 앞서 고 의원은 5일 JTBC 신년토론회에서 “백신 구매가 온라인 쇼핑하듯 버튼만 누르면 이뤄지는 게 아니다”라며 “백신 계약과 구매는 국가 간 비밀협약이어서 쉽게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백신 확보가 늦었다는 지적에 “국민들에게 2월 정도에는 맞게 할 수 있을 거라고 발표하는데 그게 늦은 대응인가”라며 “한국, 일본, 호주처럼 확진자의 사망률이 낮은 국가는 모두 2, 3월 접종한다고 발표했다”고 답했다. 이어 “미국, 영국은 이미 접종을 시작하는데 한국은 백신을 접종하지 못하냐는 비판이 있다. 왜 자꾸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지 모르겠다”며 “미국, 영국은 확진자 수가 한국보다 50배 많다. 다른 상황에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서평전문 계간지 ‘서울리뷰오브북스’ 특집기획호

    서평전문 계간지 ‘서울리뷰오브북스’ 특집기획호

    서평 전문 계간지 ‘서울리뷰오브북스’가 3월 정식 출간을 앞두고 특집 기획호를 발간했다. 잡지는 ‘뉴욕리뷰오브북스’, ‘런던리뷰오브북스’ 등 고급 서평 전문지를 모델로 한다. 강예린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권보드래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조문영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홍성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등 사회학, 경제학, 자연과학, 인문학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13명의 편집위원이 참여한다. 앞서 진행한 펀딩에서 2주 만에 목표액의 971%를 달성해 화제가 됐다. 최근 이슈를 중심으로 하는 ‘ISSUE RE-VIEW’와 주제에 구애받지 않는 ‘RE-VIEW’로 구성했다. 여기에 소설과 에세이를 수록한 ‘LITERATURE’로 별책으로 따라온다. 특집 기획호 주제는 ‘2020: 이미 와 버린 미래’다. 김준혁 소아치과 전문의가 ‘전염병, 역사를 흔들다’(푸른역사)를 중심으로 감염병의 역사를 고찰하고, 공포를 이용해 누가 이득을 얻는지 질문을 던진다. 홍성욱 과학기술학자는 ‘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생각의힘), ‘마스크가 말해주는 것들’(돌베개) 등 코로나19 관련 서적을 돌아보며 팬데믹 사회를 성찰한다. 건축가 강예린이 ‘정크스페이스’(문학과지성사), ‘짓기와 거주하기’(김영사) 등으로 팬데믹과 공간을 이어본다. ‘RE-VIEW’에서는 특정 주제가 아닌 전문가들의 문제의식을 모았다. 사회학자 김홍중은 HBO에서 방영한 드라마 ‘체르노빌’로 참사의 흔적에서 존재론적 의미를 묻는다. 별책부록 ‘LITERATURE’에서는 김영민 교수의 신작 소설 ‘먹물누아르’를 비롯해 김초엽 작가 단편, 김혼비·박솔뫼 작가 에세이 등을 수록했다. 잡지 측은 “‘좋은 서평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한국에도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는 서평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창간한다”고 소개하고 “좋은 책을 발굴하기 위한 사유의 장으로 기능하는 동시에 짧은 소설, 에세이 등 다채로운 글을 수록해 다양성과 재미 역시 놓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와우! 과학] “포유류는 뇌가 클수록 개체 수 줄어든다…인간만 예외”

    [와우! 과학] “포유류는 뇌가 클수록 개체 수 줄어든다…인간만 예외”

    지구에 있는 수많은 동물 가운데 인간은 큰 뇌와 뛰어난 지능으로 지구 생태계의 정점에 선 유일한 존재다. 하지만 이렇게 큰 뇌를 유지하기 위해서 치르는 대가도 만만치 않다. 대부분의 포유류에서 뇌가 기초 대사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8% 수준이지만, 인간의 경우 20~25%에 달한다. 쉬고 있을 때 사용하는 에너지의 1/4~1/5 정도가 뇌를 유지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인간을 제외한 포유류도 큰 뇌를 유지하기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리딩 대학 과학자들이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뇌의 크기가 해당 포유류의 서식 밀도에 주는 영향을 조사했다. 날아다니거나 헤엄치지 않는 육상 포유류 656종의 서식 밀도와 뇌의 크기를 비교하자 매우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비슷한 크기의 포유류라도 뇌가 클수록 개체 수는 현저히 감소했다. 예를 들어 몸무게 11㎏에 뇌 무게 95g인 바르바리 마카크 원숭이(Barbary macaque)의 서식 밀도는 1㎢에 36마리다. 그런데 몸무게는 비슷하지만, 뇌 무게는 123g인 큰긴팔원숭이(siamang)는 1㎢에 14마리로 거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같은 몸무게를 지닌 동물이라도 에너지 소비가 많은 뇌가 큰 경우 당연히 더 많은 땅이 필요하지만, 예상보다 더 큰 차이가 난 것이다. 물론 이는 뇌의 크기뿐 아니라 주로 먹는 먹이나 생활 방식, 천적의 존재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한 것이지만, 뇌의 크기는 대부분의 포유류에서 밀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였다. 뇌가 크고 지능이 높으면 사냥을 하거나 천적을 피하는데 더 유리하지만, 몇 퍼센트만 더 먹어야 해도 먹이가 부족한 상황에서 생존 가능성이 떨어진다. 생존 경쟁이 치열한 자연에서는 작은 차이도 무시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인간을 제외한 동물들은 적당한 뇌 크기를 지니도록 진화했다. 인간은 이 제약에서 벗어난 유일한 포유류다. 높은 지능이 어떤 임계점을 넘으면서 뇌가 소비하는 것 이상의 에너지를 풍족하게 공급할 수 있게 했을 것이다. 인류는 농경이 시작되기 전에는 다양한 도구의 사용 덕분에 그리고 농경 시대 이후엔 농작물과 가축을 키워 충분한 식량을 구했다. 결국 인간은 큰 뇌를 개체 수 증가에 유리하게 사용한 매우 예외적인 사례인 셈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열린세상] 업사이클링, 자원순환사회의 첨병돼야/박광국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업사이클링, 자원순환사회의 첨병돼야/박광국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

    21세기에 들어와 환경오염, 기후변화, 자원고갈 등이 맞물리면서 인류의 생존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담보하려면 경제, 환경, 사회 문제를 개별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며 이들을 동시에 고려하는 융합적 사고가 요구된다. 독일, 일본을 비롯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자원 및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1960년대부터 자원순환 정책을 적극 추진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폐기물 관리 정책은 1980년대는 안전처리, 1990년대와 2000년대 초까지는 재활용 정책, 2017년에는 자원순환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자원순환 정책으로 전환했다. 환경부가 표방하는 자원순환사회는 자원채취, 생산, 유통, 소비, 폐기 단계에 이르기까지 자원을 순환적으로 이용함으로써 천연자원의 고갈을 막고 동시에 폐기물로 인한 환경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사회다. 이러한 자원순환사회의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정책 중 하나가 업사이클링 정책이다. 업사이클링은 쓸모가 없어 폐기되는 재료에 디자인을 가미해 새로운 용도의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이 다운사이클링으로 폐기물 또는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들을 기계적 혹은 화학적 공정을 거쳐 다른 형태의 재료로 가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운사이클링을 거친 재료나 제품들은 품질이 저하되고 과정상 고비용이 발생하는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어 업사이클링에 비해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업사이클링 개념을 도입해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은 스위스에 본사를 둔 프라이타크로 2015년 기준 연매출 600억원에 연간 40만개의 업사이클링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세계 폐기물 재활용 시장은 연간 400조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으며, 그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0조원 규모로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미국의 업사이클링 시장 규모는 이에 훨씬 못 미치는 130조원 미만인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업사이클링 시장의 성장 잠재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 2018년 헤럴드 경제에 따르면 국내 업사이클링 업체는 2010년 10여개 업체에 불과했으나 2016년에 150개로 매우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주고 있다. 특히 2012년에 국내 최초로 대기업 코오롱인더스트리FnC가 재고로 버려지는 제품을 옷이나 패션소품으로 업사이클링하는 브랜드 래코드(Re;Code)를 론칭함으로써 업사이클링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환경부도 매년 개최되는 친환경대전 행사에 2018년부터 패션 분야를 포함시켜 줌으로써 고부가가치의 국내 업사이클링산업의 생태계가 활착하는 데 기여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도 2017년에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업사이클링 허브 시설인 서울새활용플라자를 개관함으로써 산관 협력 거버넌스를 완성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업사이클링산업의 적극적 활성화를 위해서는 2018년 경기연구원에서 제안한 정책적 대안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업사이클링산업 지원을 위한 제도 개선으로 예비 창업자 및 영세 기업 육성 지원 체계를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둘째, 업사이클링 제품의 소재를 발굴, 조달, 가공하는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즉 재활용선별장, 소재 물류창고, 디자인 공방과의 연계성을 높이기 위해 업사이클 플랫폼으로서 허브 기능을 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마련돼야 한다. 셋째, 다운사이클링에 초점을 맞추는 현행 폐기물관리법을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사회에 맞게 업사이클링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내 업사이클링 시장이 활성화되면 이는 문재인 정부가 국정 지표로 삼는 소외계층의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업사이클링 관련 체험학습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견인하는 환경교육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탄소중립 시대에 부응해 친환경 정책을 견인하는 데도 큰 활력을 줄 것이다. 이런 점을 유념해 환경부는 현재 환경 정책의 주변부에 머물러 있는 업사이클링 정책의 강화를 통해 자원순환사회로 이행하는 데 필요한 제도적 기반을 다져 나가야 할 것이다.
  •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디지털과 아날로그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디지털과 아날로그

    지난해 추석 즈음 랜섬웨어 공격으로 컴퓨터에 있던 자료를 다 잃어버렸다. 외장하드를 본체와 연결해 둔 것도 불찰이었다.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는 말의 뜻을 실감했다. 문서는 물론 20년 가까이 찍은 사진도 다 날아갔다. ‘사진으로 세상읽기’ 연재도 이젠 접어야겠다고 마음을 비웠다. 모든 흔적이 사라지는 경험이었다. 한참 망연자실해하다가 오래전 구석에 처박아 둔 외장하드 두 개를 발견했다. 다행히 문서는 거의 다 건졌다. 하지만 사진은 최근 몇 년 치를 다 잃었다. 이 일을 겪으며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먼저 디지털의 허망함이었다. 한순간의 실수로 순식간에 다 사라지다니. 20여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연구서 집필을 위해 수백 권의 영문 자료에서 필요 부분을 우리말로 번역해 저장한 문서 파일이 사라진 것이다. 파일 이동을 하다가 버튼을 잘못 누른 모양이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도트프린터’로 출력해 뒀다는 것. 프린트물이 없었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낭비할 뻔했다. 평소 사용하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약칭 OED·전 20권)은 2000년 무렵 CD로도 출시됐다. 써 보니 종이책보다 한층 편리했다. 그러나 컴퓨터 운영체제(OS)가 업그레이드되면서 지금은 구동이 안 된다. 한동안 잘 썼지만 이젠 무용지물이다. 요즘은 다시 종이책 ‘옥스퍼드 영어사전’을 참고한다. 1947년 사해 연안 쿰란에서 기원전 1세기 유대교 종파인 에세네파의 문서가 발견됐다. 이른바 ‘사해 두루마리’다. 양피지에 기록된 문서가 무려 2000년 뒤에 발견된 것이다. 사막의 건조한 기후 덕분이었다. 이런 일이 디지털 세계에서도 가능할까? 1990년대 널리 사용되던 플로피 디스켓도 이젠 읽을 수 없게 됐는데 말이다. 디스토피아 영화, 소설에서는 문명 파괴 후 석기 시대로 돌아간 인류의 모습이 그려지곤 한다. 상상컨대 퇴보하긴 하겠지만 석기 시대까지는 아니고 로마제국 멸망 후 고전문명이 파괴된 중세와 비슷해질 것 같다. 그 시절이 오면 종이책을 통해 문명을 재건하지 않을까. 페트라르카 등 중세 말기 휴머니스트들이 평생을 바쳐 필사본을 발굴함으로써 르네상스 문명을 열었듯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지만 이젠 외장하드 케이블을 반드시 본체와 분리한다. 그리고 온라인 클라우드에 중요 자료를 꼭 저장해 둔다. 디지털 시대를 버티는 방법이다. 우석대 역사교육과 명예교수
  • [이한용의 구석기 통신]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었다

    [이한용의 구석기 통신]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었다

    미크로파키케팔로사우루스같이 평생 외워도 못 외울 것 같은 공룡 이름들을 척척 알아맞히는 아이를 보며 세상의 많은 부모는 잠시나마 내가 천재를 낳았다는 흥분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옆집 아이도 뒷집 아이도 공룡 척척박사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비로소 정신을 차린다. 쥐라기와 백악기 지구의 지배자였던 공룡은 6500만년 전에 갑자기 멸종했다. 인류의 기원은 아무리 올려 잡아도 수백만년 전이니, 공룡의 시대는 우리에겐 너무나도 먼 과거이다. 그런데도 공룡과 같이 살아 본 적이 없는 호모 사피엔스의 아이들은 공룡에 열광하고 우리들은 남겨진 화석을 통해 공룡의 실체를 알아가는 중이다. 어쨌든 공룡은 그야말로 지질시대의 ‘넘사벽’ 인기스타다. 공룡의 멸종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가설이 있지만, 소행성의 충돌로 발생한 거대한 폭발로 지구 기온이 낮아지고 산소 농도가 변하면서 멸종됐다는 소위 ‘운석 충돌론’이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운석 충돌로 멸종한 공룡의 빈자리는 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한 포유류들이 차지했으니 공룡에게는 멸종의 시련을 안겨 준 운석 충돌이 포유류에게는 새로운 생존의 기회를 가져다준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몇 년 전 말레이시아의 구석기 유적인 부킷 부누(Bukit Bunuh)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놀라운 것은 이곳에서 발견된 주먹도끼들이 운석 충돌에 의해 발생한 고온과 고압에 의해 용융된 물질들에 의해 새롭게 형성된 암석을 일컫는 슈바이트(Suevite)에 박힌 채 발견됐고 그 연대가 무려 183만년 전이라는 점이다. 마치 밀가루에 물방울이 떨어지면 동글동글 뭉치는 것처럼 동그랗게 뭉쳐진 바위덩이 속에 주먹도끼 같은 석기들이 박혀 있는, 정말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신기한 이 유적의 발견으로 말레이시아 연구자들은 “아프리카에서”(Out of Africa)가 아닌 “말레이시아에서”(Out of Malaysia)를 주장할 정도이니 이래저래 인류 진화의 퍼즐은 복잡해지고 있다고 하겠다. 최근 경남 합천의 초계분지라는 곳이 운석 충돌 때문에 형성된 독특한 지형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곳 지층에서 운석 충돌로 인한 강한 압력과 열에 의해서만 만들어지는 독특한 암석 구조가 발견됐다는 것인데 주목할 만한 것은 이 운석 충돌의 연대가 5만년 전이라는 점이다. 이때는 바로 구석기시대이기 때문이다. 이곳에 지름 200m의 운석이 떨어지면서 생겼던 충격은 히로시마 원폭의 수만 배가 넘었을 거라고 하니 당시 한반도 남부에 살았던 구석기 사람들은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과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이 사람들은 우리와 같은 호모 사피엔스였을까? 아니면 다른 종의 사람들이었을까? 아직은 정확히 알지 못한다. 풀어야 할 흥미로운 숙제다. 언제 또 이 같은 운석이 충돌할지는 모른다. 그래도 매일 하늘을 쳐다보며 걱정하지는 말자. 이런 엄청난 시련을 이 땅의 구석기 사람들은 견뎌내 왔기 때문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었다.
  • 솅커 “앞으로 고향 갈 때 연차 휴가 안 써도 되는 시대 올 것”

    솅커 “앞으로 고향 갈 때 연차 휴가 안 써도 되는 시대 올 것”

    원격근무로 어디서든 업무 병행 가능결과물로만 평가… 직장 내 편견 줄어내성적인 사람들 가치 더 인정받을 것 온라인 교육 활용하면 이직에도 도움“당신의 보스(상사)에게 ‘먼 곳에 사는 부모님을 뵈러 가야 해 며칠 연차 쓰겠다’는 말을 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옵니다.” 미국의 저명한 미래학자이자 금융예측가인 제이슨 솅커 프레스티지이코노믹스 회장은 지난 3일 서울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종식돼도 원격 근무 등이 일상에 자리잡아 생활 방식이나 가치관 등이 크게 변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는 “인류는 결코 ‘2019년의 삶’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솅커가 예상하는 가장 큰 변화는 시간의 자유로운 활용이다. 원격 근무 덕에 자동차나 대중교통을 타고 1시간씩 들여 힘들게 출퇴근할 필요가 없어진다. 덕분에 회사 동료와의 불필요한 상호작용은 줄고, 가족이나 멀리 사는 지인과의 소통은 활발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는 “원격 근무 때문에 시간과 장소에 덜 구애받고 시간을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외지에 사는 자녀들이 은퇴 부모의 집에서 몇 주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며 업무를 병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격 근무가 대세로 자리잡으면 직장 안에서 마주해야 했던 편견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예컨대 내성적인 사람은 과거보다 가치를 더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다. 솅커는 “젠더(성) 때문에 차별당하거나 외향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다른 능력마저 인정받지 못하던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며 “직장 상사나 동료들은 내가 어떻게 (업무 성과를 포장해) 말하는지 보고 평가하는 대신 이메일을 통한 결과물로 평가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격 근무 활성화는 집을 선택하는 기준도 바꾼다. 직주근접(직장과 집이 가까운 것)을 선호하던 사람들이 비싸고 답답한 도심 주거지보다 큰 집이나 앞마당 등을 확보할 수 있는 작은 도시나 교외 지역을 찾는 경향이 뚜렷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결국 외곽 지역의 부동산 가치가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솅커는 “미국에서는 이미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의 임대료가 30%나 떨어진 반면 텍사스 오스틴 같은 외곽 지역의 집값은 15~30% 올랐다”며 “지난해부터 미국 전 지역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향후 몇 년 동안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나라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교육의 활성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솅커는 “미래 사회에서는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잘 배우고 받아들이는 게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며 “온라인 교육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배울 기회를 주는데 이를 통해 일하면서도 새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초중고교를 거쳐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 뒤 직장을 얻으면 이후에는 특별히 교육받지 않는 전통적 시스템이 달라질 것이라는 게 솅커의 생각이다. 솅커는 직업을 찾거나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면 데이터 과학, 경제학 그리고 통계학에 관심을 두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또 데이터나 정보통신기술(ICT), 헬스케어(건강관리) 영역의 장래가 밝다고 전망했다.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연구개발의 계획 관리업무)의 역할이 한층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솅커는 “업무나 사람 간 관계가 원격화할수록 모든 과정이 제대로 처리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조율해 주는 역할이 매우 중요해진다”며 “이는 상품관리나 프로그램 관리, 일반 프로젝트 관리 등 어느 분야에서든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 亞 최고 부자는 마윈? 마화텅? 중국 생수업체 회장 중산산 ‘깜짝 1위’

    亞 최고 부자는 마윈? 마화텅? 중국 생수업체 회장 중산산 ‘깜짝 1위’

    올해 아시아 최고 부자는 누구일까. 흔히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나 마화텅 텐센트 회장을 떠올리겠지만 뜻밖에도 중국 생수회사 농푸산취안 창업자 중산산(65) 회장이 영예를 차지했다. 중국 항저우 지역의 ‘물장수’가 빅테크 기업의 거인들을 모두 제쳤다. 4일 블룸버그 억만장자 순위에 따르면 이날 중산산의 재산은 782억 달러(약 86조원)로 인도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회장 무케시 암바니(767억 달러)를 제치고 아시아 최고 부호를 차지했다. 중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전 세계 11위에 오르며 암바니 회장을 앞섰다. 중 회장은 좀체 대외 활동을 하지 않아 중국에서도 ‘신비의 인물’로 여겨진다. 지난해 백신 제조업체 완타이바이오와 생수업체 농푸산취안을 잇따라 상장시켜 순식간에 재산을 700억 달러 이상 불렸다. 완타이바이오 주가는 약 20배, 농푸산취안은 200%가량 상승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산산에 대해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부를 축적한 사례 가운데 하나임에도 그에 대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면서 “다른 부호들과도 교류하지 않아 ‘외로운 늑대’로 불린다”고 소개했다. 그는 1996년 저장성 항저우에서 농푸산취안을 세웠다. 이 회사는 물이 깨끗하기로 유명한 항저우 쳰다오후의 국가보호 수원지 물을 사용한다. 농푸산취안의 생수는 중국 내 시장 점유율 1위다. 반면,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업가인 마윈은 중국 규제 당국의 전방위 압박으로 10월 617억 달러에서 이날 506억달러(25위·중국 4위)로 급감했다. 지난해 10월 24일 왕치산 국가 부주석, 이강 인민은행장 등이 참석한 상하이 와이탄 금융서밋에서 “대형 국유 은행이 전당포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이 화근이 된 것으로 보인다. 마윈은 당시 연설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한편, 중국 2위 부자는 온라인 쇼핑몰 핀둬둬 창업자 콜린 황(626억 달러·16위)이 차지했다. 마윈과 함께 중국 정보통신(IT) 리더로 꼽히는 마화텅은 506억 달러로 3위(전 세계 22위)를 지켰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고향갈 때 휴가 안 써도 되는 시대 온다”

    “고향갈 때 휴가 안 써도 되는 시대 온다”

    유명 미래학자·금융예측가 제이슨 솅커 인터뷰“코로나19 팬데믹 종식돼도 원격 근무 등 일상화동료와 불필요한 소통 줄고 가족과 시간은 늘어비대면 근무로 성격·성별에 따른 편견도 개선될 듯“미국에서는 뉴욕 집값 떨어지고 교외 집값 올라”“당신의 보스(상사)에게 ‘먼 곳에 사는 부모님 뵈러 가야해서 며칠 연차 쓰겠다’는 말을 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옵니다.” 미국의 저명한 미래학자이자 금융예측가인 제이슨 솅커(사진) 프레스티지이코노믹스 회장은 지난 3일 서울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종식돼도 원격 근무 등이 일상에 자리잡아 생활 방식이나 가치관 등이 크게 변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는 “인류는 결코 ‘2019년의 삶’으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솅커가 예상하는 가장 큰 변화는 시간의 자유로운 활용이다. 원격 근무 덕에 자동차나 대중교통을 타고 1시간씩 들여 힘들게 출퇴근할 필요가 없어진다. 덕분에 회사 동료와의 불필요한 상호작용은 줄고, 가족이나 멀리 사는 지인과의 소통은 활발해질 것이라는 얘측이다. 그는 “원격 근무 때문에 시간과 장소에 덜 구애받고 시간을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외지에 사는 자녀들이 은퇴 부모의 집에서 함께 몇 주동안 시간을 보내며 업무를 병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원격 근무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 직장 안에서 마주해야 했던 편견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예컨대 내성적인 사람은 과거보다 가치를 더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다. 솅커는 “젠더(성) 때문에 차별당하거나 외향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다른 능력마저 인정받지 못하던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며 “직장 상사나 동료들은 내가 어떻게 (업무 성과를 포장해) 말하는지 보고 평가하는 대신 이메일을 통한 결과물로 평가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격 근무 활성화는 집을 선택하는 기준도 바꾼다. 직주근접(직장과 집이 가까운 것)을 선호하던 사람들이 비싸고 답답한 도심 주거지보다 큰집이나 앞마당 등을 확보할 수 있는 작은 도시나 교외 지역을 찾는 경향이 뚜렷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결국 외각 지역의 부동산 가치가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솅커는 “미국에서는 이미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임대료가 30%나 떨어진 반면 텍사스 오스틴 같은 외곽 지역의 집값은 15~30% 올랐다”며 “지난해부터 미국 전 지역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향후 몇 년 동안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나라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온라인 교육의 활성화도 주목해야 한다. 솅커는 “미래 사회에서는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잘 배우고 받아들이는 게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며 “온라인 교육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배울 기회를 주는데 이를 통해 일하면서도 새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했다. 초중고교를 거쳐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 뒤 직장을 얻으면 이후에는 특별히 교육받지 않는 전통적 시스템이 달라질 것이라는 게 솅커의 생각이다. 솅커는 직업을 찾거나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면 데이터 과학, 경제학 그리고 통계학에 관심을 두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또 데이터나 정보통신기술(ICT)이나 헬스케어(건강 관리) 영역의 장래가 밝다고 전망했다.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연구·개발의 계획 관리업무) 역할이 한층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솅커는 “업무나 사람 간 관계가 원격화할수록 모든 과정이 제대로 처리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조율해주는 역할이 매우 중요해진다”며 “이는 상품관리나 프로그램 관리, 일반 프로젝트 관리 등 어느 분야에서든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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