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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헬렌 피셔 ‘제1의 성’ “여성의 재능이 21세기를 이끈다”

    남성과 여성의 ‘차별’ 내지 ‘차이’의 역사를 따지는 작업은 어쩌면 영원히 끝나지 않을 인류의 숙제인지도 모른다.미국의 인류학자헬렌 피셔가 저술한 ‘제1의 성’(생각의 나무 펴냄)은 “생물학적관점에서 여성이 ‘제1의 성’”이라는 명제를 깔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책이다. 결론부터 밝히자면,책은 여성 특유의 재능과 소질이 21세기의 비즈니스,성(性),가족생활 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을 편다.거기에는 여성들의 천부적 언어재능과 갈등을 풀어가는 부드러운조정력이 평등주의 팀플레이를 중시하는 미래사회의 조직에 적합하다는 등의 풀이가 뒤따라 붙는다. 책을 접하기도 전부터 어떤 이들은 다분히 ‘불손한’ 읽을거리로 오해할지도 모른다.그러나 남녀의 불균형한 성의 역사(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점만큼은 동의하고 있지 않을까?)를 고찰하는 데 지은이는 발랄한 방법론을 모색했다.인간진화와 남녀 관계의 미래를 전망하는 여러 논의들이 설득력을 갖는 것은 인류학·생태학·사회심리학 분야를자유롭게 넘나드는 지은이의 해박함덕분이다. 정명진 옮김.1만5,000원황수정기자 sjh@
  • [문화도시 문화거리](10)서남해 대표적 藝鄕 목포

    ‘목포는 항구다’라는 유행가를 처음 듣고는 친절이 어지간히 지나치구나 생각한 적이 있다.그런데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라거나‘목포는 항구’만큼이나 지당하여 굳이 입에 올릴 필요가 없는 말이 하나 더 있다고 한다.바로 ‘목포는 예향’ 또는 ‘목포는 문화도시’라는 말이라고 목포사람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목포는 유달리 문화예술인들을 많이 배출한 도시다.작가 박화성과 그의 아들로 역시 작가인 천승세,극작가 차범석,시인 김지하,소설가 김은국,서양화가 김환기,남종화의 대가 허건,승무의 명인 이매방,판소리명창 조상현과 신영희를 비롯하여 ‘목포의 눈물’을 부른 대중가수 이난영과 ‘님과 함께’의 남진도 이곳 출신이다. 목포 중심가의 다방이나 음식점이면 으레 이름난 화가들의 그림 한두 폭쯤 걸려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주인의 취향을 보여준다기 보다는,그렇게 하지 않으면 손님이 모이지 않는 이곳사람들의 문화수준을 반영하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인구 26만명의 중소도시로시 예산의 7%를 문화예술에 투입하는 것도 시민들의 문화의식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기초자치단체로 교향악단과 합창단·무용단·소년소녀합창단·연극단·국악단 등 6개 시립단체를운영할 수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만 가능할 것이다. 오늘날 목포문화를 이끌어가는 두개의 공간적 축은 유달산과 입압산아래 바닷가에 펼쳐진 갓바위 문화의 거리다.구시가지를 감싸안은 유달산 일대가 전통적인 목포의 문화중심이라면,하당동과 신흥동에 조성되고 있는 신도시와 이웃한 갓바위 문화의 거리는 현대적 문화를포용하여 조화를 이룬다. 여객선터미널에서 유달산으로 가는 어귀 대의동에 목포문화원이 있다.1900년 일본영사관으로 지어진 건물은 사적으로 지정됐다.문화원은최근 각종 강연과 강좌가 열리는 사회교육공간으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데다,2층에 박화성기념관이 자리잡고 있어 더욱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다. 노령산맥의 맨 마지막 봉우리라는 유달산은 목포사람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아름다운 산이다.유달산 중턱에 서서 다도해 풍경을 내려다보며 ‘목포의 눈물’노래비에 새겨진노랫말들을 읽고 있노라면,목포사람이 아니더라도 단순한 유행가 가사로 흘려버리지 못할 만큼 감회를 느끼기 마련이다. 유달산에는 국내 최초의 조각공원을 비롯하여 또 하나의 공원인 어민동산,난전시관 등이 밀집해있다.최근 ‘유달산 문화권’에서 새로운명물로 부상하고 있는 곳은 ‘문화의 집’이다.도심거주 인구가 줄어들면서 문을 닫은 옛 달성초등학교가 예술인들의 창작공간으로 제공되고 있다.시립국악원도 자리잡아 하루종일 단원들의 연습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강습이 끊이지 않는다. 갓바위 문화의 거리는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문화공원일 것이다.바닷가에 자리잡은 문화예술회관은 지역 공연문화의중심지이다.시립예술단체의 본거지로,유수한 해외예술인 및 단체도이곳을 빠뜨리지 않는다. 갓바위 야외공연장에서는 매주 음악·무용·연극공연에 시 낭송회·사진전 등 갖가지 문화예술행사가 펼쳐지는 ‘토요예술마당’이 열린다.이 행사를 주관하는 예목회(예향목포인연합회)는 목포 토박이 문화예술인들의 모임.지난 1995년인간문화재 이매방이 출연하여 첫 마당을 연 뒤 지난 16일 200회 기념행사를 가졌다. 김영자 예목회장(서양화가)는 “토요마당은 목포문화예술인들의 목포를 위한 예술마당”이라면서 “모임을 만들어 토론하고 평가하는 것도 좋지만,시민들을 위해 무언가 해야하지 않느냐는 생각에서 회원들모두 무료로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웃한 해양유물전시관에서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안유물선의복원작업이 이 시간에도 이루어지고 있다.그러나 바다가 삼면을 둘러싼 이 건물의 로비에서 바라보는 석양의 아름다움만으로도 이곳을 찾은 보람은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지역의 향토문화유산을 전시하고 있는 향토문화관과 소치(小痴)에서미산(米山)·남농(南農)·임전(林田)·오당(五堂)으로 이어지는 ‘운림산방(雲林山房)’ 5대의 화업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남농기념관도 이곳에 있다.여기에 2002년 자연사문화박물관이 들어서면 이 일대는 서남해권은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의 거리가 되기에 모자람이없다. 이곳에서는 또 2002년 목포 세계도예엑스포를 앞두고 지난 23일부터세계도예 프레엑스포가 열리고 있다.오는 10월3일 막을 내리는 프레엑스포는 목포문화가 한국문화를 넘어 세계문화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자리가 되고 있다. 목포 서동철기자 dcsuh@. [이렇게 가꿉시다] “인류생존 걸린 '해양시대' 대비를”. 해양박물관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해양에 관한 역사,고고,민속,예술,과학기술,산업 등에 관한 가치가 있는 자료를 조사,수집,보존,전시 하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각 나라들은 해양역사를 연구하고 전시하여 바다를 개척한 조상들의의지와 자존을 지키기 위해 국립의 해양박물관을 갖고 있다.해양박물관 가운데는 해운과 조선기술사,해양인류학 등 해양문화 전반을 다루는 종합 시설도 있지만,발굴을 통해 인양된 고선박(古船舶) 등을 집중 조명하는 박물관도 있다. 영국과 독일·네덜란드 등은 배와 바다에 얽힌 역사와 기술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해양박물관,덴마크와 노르웨이는 바이킹박물관,스웨덴은침몰한 17세기 전함을 인양하여 전시하는 바사호박물관 등을 갖고 있다. 오늘날 세계적 해양국으로 자리하고 있는 그들의 뿌리를 이해할 수 있는 훌륭한 공간이라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이젠 우리가 어엿한 세계적 해양 대국이라는 사실을 우리 자신이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우리 해운인과 우리가 만든 선박이 전 세계 대양을 누비고 있는 자랑스런 현실이 뿌리 없이갑자기 돌출 되었다고 믿는 것인지.다행스럽게도 신안해저발굴조사는잊고 있던 바다의 역사성을 일깨워 주었다. 무관심의 바다 속에 묻힌선조들의 훌륭한 해양문화 전통을 발굴하고 지키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그 뜻을 전해주고,바다에 대한 도전과 꿈을키울 수 있도록 준비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제를 소화하기에는 지금의 국립해양유물전시관으로서는 너무 부족하다.1994년에 설립된 해양유물전시관이 채 10명도 되지 않는 전문 인력으로 넓은 해역의 발굴조사와 보존,전시,사회교육을 제대로 수행하기에는 불가능한 일이다.전문 인력의 양성,적정 규모의 조직과 예산,역할과 기능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미래학자들이 ‘해양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던 그 세기에 들어서 있다.인류의 생존과 미래가 달려있는 심각한 난제를 해양에서풀어야 할 것을 내다 본 것이다.과거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바다라는자연을 극복하고 활용하였는지 그 지혜를 역사에서 찾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바다 속에 묻혀 있는 역사적 유물뿐만 아니라, 우리 의식 속에 잘못 갇혀있는 바다까지도 발굴해 내야한다. 그러한 일을 위해 제대로 된 국립해양박물관 하나는 가져야 할 때가 되었다. 金 鏞 漢 국립해양유물전시관 학예연구실장
  • 문화·문화산업 본질적으로 다르다

    현대인들에게 ‘문화’라는 말만큼 의미의 쓰임이 폭넓은 단어도 없다.프랑스 파리 5대학의 민족학·인류학 교수인 장-피에르 바르니에가 ‘문화의 세계화’(한울 펴냄)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논지는 “‘문화’와 ‘문화산업’은 절대로 다르다”는 것이다.그는 문화의본질 자체에 재차 주목하고,나아가 ‘문화의 세계화’ 개념을 지구화담론속에 얼렁뚱땅 묻어버리지 말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 책은 ‘지구화가 진행되면서 세계의 문화도 과연 하나로 통합되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먼저 던진다.별 의심없이 이미 상식화하고만,경직된 사고를 정조준했다. 저자의 생각은 ‘그게 아니다’쪽이다.문화의 개념에 대한 오해가 문화의 세계화까지 그릇되게 이해하게 만들어왔다고 꼬집는다.그리고는근본적으로 그같은 오류가 문화산업을 문화와 동일선상에서 보려는자세에서 비롯된다는 해석을 내놓는다.“문화의 세계화를 운위하는것은 언어의 오용이다.기껏해야 우리는 ‘문화적 재화’(영화,방송,음반,언론매체,특히 잡지)를 취급하는 일부 시장의 전지구화에 대해말할 수 있을 뿐이다.문화산업과 문화를 혼동하는 것은 부분을 전체로 착각하는 것이다”그 혼동이나 착각은 “세계문화의 본령을 이루는 모든 것은 무시한채 선진국의 미디어가 부각시키는 부분만을 중시하기 때문”이라고파악하고,책은 문화적 재화(문화상품)를 삶의 기준으로 보지 않는 인류의 10분의 9를 존중하라고 충고한다. 문화산업의 영역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미디어’는 문화의 세계화를 이야기하는 데 키워드가 되기도 한다.“문화산업 영역에 미디어가 포함되고,세계의 문화정책은 이에 주목해 설계된다”고 전제한 뒤지은이는 다음과 같은 견해를 덧붙인다. “인류 전체가 그들이 필요로 하는 공동의 나침반과 기준을 제공할 수 있는 진정한 문화의 세계화가 오기를 기원한다.그러나 미디어나 문화산업이 그런 일을 맡아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의 목표는 이윤을 남기는 것이지 보편적 문화를 세우는 것이 아니다”결론 지점에 이르면 책은 국제기구 문제를 자연스럽게 부각시킨다.“무역조직인 WTO에 맞설 수 있는 제2의 WTO같은국제문화기구가 나타나 힘의 균형을 이루게 해야 할 것”이라는 요지의 주장이다. 문화적 파편화와 혼합의 결과,갈등요인으로 부상한 정체성 문제에 대해서도 상당부분을 할애했다.하지만 문화산업이 보다 많은 이들에게정체성을 확보해줄 명쾌한 방법까지 제시하진 못한다.지은이는 현대석학들의 견해들을 두루 끌어들였는데,이를 비교해보는 것만도 유익한 책읽기가 될 듯하다.주형일 옮김.188쪽.9,000원황수정기자 sjh@
  • 신간 맛보기

    ◆초대(김태길 지음,샘터 펴냄)서울대 명예교수로 올해 팔순을 맞은김태길씨가 철학적 사색을 통해 길어올린 담백한 수필글들을 10년만에 다시 책으로 묶었다.1950년대부터 최근까지 꾸준히 써모은 글들을모은 책 갈피마다 세상을 보는 노(老)철학자의 웅숭깊은 안목이 엿보인다.득남을 기다리는 젊은 아빠의 심정,60년대 골목길 풍경,70∼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지켜보는 지식인으로서의 갈등,40대 중년 남성들의 이야기 등 글감은 다양하다.맨마지막 4장에서는 지은이의 철학자적 소견이 짙게 배어나기도 한다.7,000원◆우주의 수수께끼(게르하르트 슈타군 지음,이민용 옮김,이끌리오 펴냄)우주의 경이와 이를 대하는 인간의 경외심을 다룬 천문학 교양서. 우주는 우리의 모든 ‘상식’을 초월한다.한점에서 시작된 태초의 소리없는 대폭발,티끌보다 작은 먼지에서 생겨난 은하와 별과 행성들,유한하지만 결코 경계가 없는 우주,존재하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블랙홀….또한 우주에는 수많은 ‘현재’가 존재하며 오직 비동시성만이 지배한다.우주의 어마어마한 크기로 인해 별빛이 우리 눈에 들어오는 데 몇백년씩 걸리기도 한다.곧 우리가 보는 별은 모두 과거의것이다.우주에 대한 인문학적 상상력의 보고서다.1만원◆단순함의 원리(잭 트라우트·스티브 리브킨 지음,김유경 옮김,21세기북스 펴냄)현대는 과잉브랜드,과잉커뮤니케이션,과잉전략의 시대다.이 ‘과잉(over)’이란 말에는 몇가지 부정적인 의미가 담겼다. 첫째는 유사함,즉 시장내 마케팅 및 브랜드활동이 지나칠 경우 소비자들은 제품과 브랜드,메시지를 차별할 수 있는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복잡함,즉 마케팅 활동이 과잉공급으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을 때 수용자인 소비주체는 의사결정의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책은 이같은 시장구조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처방으로 단순함의 원리를 제시한다.1만원◆생명의 춤(에드워드 홀 지음,최효선 옮김,한길사)인류학의 영역에처음으로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도입한 미국 인류학자의 저서.‘침묵의 언어’‘문화를 넘어서’에 이은 문화인류학 4부작중 하나다.그에따르면 언어는 고도로 맥락화한 체계이다.그것은 자동차 광고를 비교해 보면 쉽게 드러난다.독일제 벤츠광고는 잠재적 고객에게 풍부한정보를 제공하지만,영국제 롤스로이스 광고는 차의 정격마력에 대해조차 언급하지 않는다.이런 차이는 독일인들이 일에 대해 꼼꼼한 ‘저맥락의 문화’에 싸여있는 반면,영국인들에게는 ‘고맥락의 문화’가 보다 지배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1만2,000원
  • 최후의 인디언 유해 90년만에 귀향

    [버클리(미 캘리포니아주) AP 연합] 북미대륙 최후의 “야생의 인디언”의유해가 온전한 상태로 고향에서 영면하게 됐다. ‘이시’란 이름의 이 인디언이 야생의 세계에서 걸어나와 “북미대륙의 마지막 야만인”으로 전시된지 약 90년만에 그의 뇌가 적절한 매장절차를 위해스미소니언 박물관으로부터 캘리포니아 인디언족들에 반환됐다. 캘리포니아 출신 인디언들은 8일 워싱턴 DC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에서 이시의 뇌가 담겨진 한 항아리를 넘겨받았다. 이들은 이시의 뇌를 샌프란시스코 남쪽에 있는 한 묘지에 수십년간 매장되어있던 이시의 화장된 다른 유해와 함께 합친뒤 이를 캘리포니아 북부 래슨산의 한 구릉지대내 비밀묘지에 매장할 예정이다. 이시의 이야기는 그가 외진 버트 카운티의 오로빌 부근에서 발견됐던 191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그는 곧 캘리포니아대학 인류학자 알프레드 크뢰버의 주목을 끌게 된다. 이시는 이 대학 인류학 박물관에서 수위 보조로 일하면서 방문객들이 보는앞에서 창,활,화살 등을 만들며 석기시대의 살아있는 표본으로 취급받아 왔다. 인류학자들은 이 지역의 한 인디언 부족어중에서 인간이란 뜻을 지닌 ‘이시’란 단어를 골라 이를 그의 이름으로 부르기로 했다. 이시는 1916년 당시 의사들의 진단으로는 결핵으로 사망했다.
  • 신간 맛 보기

    ●침대 밑의 인류학자(아서 니호프 지음,남경태 옮김,푸른숲 펴냄) 미국의저명 인류학자인 저자가 SF소설 형식을 빌려 쓴 ‘인류학 대중서’.남녀가사회적·계층적·문화적·시대적 상황에 따라 어떻게 다른 삶을 살아왔는지를 ‘짝짓기’(성생활)를 주요테마로 설명해보고자 했다. 전생 비디오테이프로 주인공 자신과 주변인들의 개인사를 되짚어보는 1권에서는 시대와 문화권에 따라 달라지는 인간의 성생활을 흥미롭게 조명했다.2권에서는 인간의 섹스에서 학습과 본능이 차지하는 부분이 각각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봤다.1권 1만2,000원 2권 9,800원. ●탈형이상학적 사유(위르겐 하버마스 지음,이진우 옮김,문예출판사 펴냄)‘철학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독일 지성을 대표하는 하버마스의철학적 논문들이 연대기순으로 정리돼 있어 하버마스 철학의 골격을 파악해볼 수 있다. 잃어버린 철학의 권위를 되찾으려면 전통 형이상학으로 회귀해야 하는 것이아니라,형이상학이 다른 유형의 철학으로 대체돼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전통 형이상학으로 회귀하지않고서도 삶과 사회 전체에 규범적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철학이 가능하다는 논지다.특히 1장에서는 철학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해 자세히 설명돼 있어 철학적 지평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된다. 1만2,000원. ●떠남과 만남(구본형 지음,생각의 나무 펴냄)변화경영 전문가로 ‘익숙한것과의 결별’ 등을 낸 구본형씨의 기행산문집으로 20년 동안의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한 달 반 동안 떠난 휴가의 과정을 담고 있다.‘변화를 꿈꾸는 영혼의 게으른 남도 여행’이란 부제가 책의 내용을 잘 말해준다.우선 여행지가 남도인데 지리산 서쪽의 이 남도는 하동 쌍계사나 완도 보길도 등 익히알려진 곳도 있지만 화순,장흥 등 덜 알려진 곳도 많이 담겨 있다.무엇보다여행 코스를 안내하거나 문화재를 소개하는 내용이 아니다.뭔가 생의 ‘변화’를 원하는 적극성과 속도를 거부하는 차분한 ‘게으름’이 잘 조화되어 있다.9,000원. ●지도를 거꾸로 보면 한국인의 미래가 보인다(김재철 지음,김영사 펴냄)우리가 보아온 지도 속의 한반도는 바다에 빠져 유라시아대륙을 머리에 이고매달려 있는 형상이었다.그러나 지도를 거꾸로 돌려 놓고 보면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을 발판으로 태평양을 향해 솟구쳐 있는 위풍당당한 모습이다.지도를 거꾸로 보자는 것은 이렇듯 사고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것이다.학사출신 선장 1호로 동원그룹을 일궈낸 저자는 여기서 바다를 중심으로한 새로운무역전략을 제시한다.개발시대 이후 고수해온 상품수출중심 전략에서 벗어나서비스중심의 복합무역을 일으키자는 게 그 요지다.9,900원.
  • ‘이산가족‘ 박사논문 준비 재미교포2세 김영란씨

    “마지막 분단국이란 오명을 깨려는 한민족의 의지를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실감합니다” 북한에서 보내온 이산가족 방문단 명단을 확인하려는 이산가족들로 붐비는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구관 2층 민원실에서 한 젊은 여성이 서투른 한국말로 이산가족들의 사연을 수첩에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미국 버클리대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재미교포 2세김영란(Nan Kim·31)씨는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 ‘이산가족의 개념과 월북가족의 생애사’를 쓰기 위해 지난 1월 한국을 찾았다. 김씨에게 남북정상회담과 후속 조치로 이루어지는 이산가족 상봉은 더없이좋은 기회가 됐다.김씨는 생생한 이산가족의 아픔을 듣고 자료를 수집하기위해 북한이 방문단 명단을 보낸 16일 적십자사로 달려왔고 이산가족들과 더가까워지기 위해 자원봉사를 자처했다. 김씨는 지난 87년 프린스턴대학에 입학해 프리랜서 기자 활동과 94년 뉴저지에 있는 ‘더 레코드(The Record)’지 기자 활동을 하면서 한국 현대사를집중취재했다. “매년 광복절을 취재하면서 분단의 고통을 만났습니다.미국인들에게 한국인의 고통을 전해주고도 싶었습니다” 김씨는 93년 북한의 핵문제로 한반도의 긴장상황이 최악으로 흐를 때 분단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고 복잡한지를 뼈저리게 실감했다.남한과 북한을 각기옹호하는 ‘분단된 교포사회’도 김씨에게는 슬픔으로 다가왔다. 자신에게는 한많은 한민족의 피가 흐른다는 것을 잊지 않았던 김씨는 95년버클리 대학원에 진학했고 문화인류학을 선택했다.분단의 고통과 이산가족의아픔,그중에서도 특히 월북가족들의 고통을 연구하기로 결정했다. 이산가족의 개념이나 월북자 가족과 월남자 가족들이 남북한 이념대립에서겪는 고통에 대한 연구가 현재까지 거의 없었다고 지적하는 김씨는 “연좌제라는 기형적인 제도와 월북자 가족이라는 이유로 손가락질 받는 이들의 심리적 고통은 또 다른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월남자를 배신자라고 여겨왔던 북한의 태도 역시 이산가족 문제를 더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어왔다고 김씨는 분석한다. “오는 12월 한국을 떠날 때까지 한민족의 한이 배어 있는 체계적인 논문을준비하겠다”고 말한 뒤 민원실 창구에서 서성이는 실향민 노인에게로 다가서는 김씨의 눈이 유난히 빛났다. 이창구기자 window2@
  • 한민족사의 뿌리 古代史…南北 인식차이 집중 조명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함에 따라 통일은 이제 꿈이 아닌 실현 가능한 일로 다가왔다.통일의 길로 나아가자면 준비할 사항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그 핵심은 민족 동질성 회복일 것이다.우리에게 하나의 민족임을 일깨워 주는 바탕은 남북이 공유한 경험,즉 역사이다.하지만 남과 북은 역사인식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동질성 회복을 위해 메꿔야 할 그 간극을,민족사의 뿌리인 고대사중심으로 짚어 본다. [북한의 한국사 개관] 북한은 정권수립 직후 ‘조선역사편찬위원회에 관한결정서’를 채택해 역사연구와 역사서 간행에 박차를 가했다.그 목적은 인민에게 투쟁과 창조의 역사를 널리 알려 궁극적으로 ‘조선혁명’을 이루기 위해서였다.그러나 내부요인으로 여러차례 변화를 겪은 뒤 70년대 들어서야 ‘조선사’틀이 확정됐다. 지금 북한의 한국사 연구는 기본적으로 주체사상에 바탕을 두었으며,정통성을 고조선-고구려-발해-고려로 정리해 이 왕조들의 역사를 적극적으로 해석한다.민족활동의 중심지를 평양으로 규정해 역사적 의미를 계속 확장하는 것도 특징의하나이다. [민족의 기원] 한민족은 언제 어디서 비롯됐는가. 그동안 한반도 곳곳에서구석기 유물·유적이 발굴돼 대략 60만∼70만년 전부터 이 땅에 사람이 살았음을 알려준다. 하지만 구석기인들이 그대로 지금의 우리 민족과 연결된다고 보지 않는 게남쪽 학계의 정설이다.이견이 있긴 하나 대체로 청동기시대가 시작하면서 이주해 온 퉁구스족의 한 갈래를 민족의 조상으로 인정한다. 반면 북한은 구석기인이 혈통변화 없이 지금까지 이어진다는 ‘단혈성론(單血性論)’을 1970년대부터 고수해왔다.이는 주체사관에 토대를 둔 것이긴 해도 웅기 굴포리,상원 검은모루 유적 등의 발굴과 높은 형질인류학 수준에 힘입은 바 크다. [단군릉] 지난 93년 10월 북한은 평양시 강동군 강동읍 대박산에서 ‘단군릉’을 발굴,단군의 인골을 찾았으며 이를 연대측정한 결과 5,011년전 것으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이는 단군의 실체를 인정함은 물론 고조선 건국연대를 삼국유사에 기록된 서기전 2333년보다 훨씬 끌어올린 것이다. 남한 학계는 충격을 받았으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북한의 정치선전으로 치부할 뿐이었다.다만 이형구 선문대교수를 비롯한 일부 학자들이 진지하게 검토했고,95년 8월 일본 오사카에서 분단후 처음으로 남북 학계가 공동 심포지엄을 여는 것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남한 학계의 주류는 여전히 단군의 실체조차 인정하지 않는데다,고조선 건국연대도 빨라야 서기전 10∼12세기로 봐 그 접점을 찾기가 극히 어려운 실정이다. [고구려 건국 연대] 삼국사기에 고구려는 서기전 37년 주몽이 건국했다고 기록돼 있다.남쪽에서는 이 기록대로 고구려 건국연대를 잡으면서도 막상 국가발전 단계를 말할 때면 이를 활용하지 않는다.고구려 뿐만 아니라 백제·신라 등 3국의 건국 연대가 과장됐다는 ‘삼국사기 초기 기록 불신’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북쪽에서는 주몽이 고구려를 세운 때를 서기전 277년이라고 못밖는다.삼국사기 기록보다 무려 240년이나 앞서는 것이다.그리고 고구려의 전신인 구려가서기전 14세기쯤 독자적인 국가로 건국됐다고도 밝힌다(99년간 ‘고조선력사개관’66쪽). 이는 고구려의 정통성을 강조하는 의도에서 나왔겠지만 남쪽에서 활용하지않는 사료들을 발굴해 내린 결론이어서 앞으로 남북간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고구려 건국이 당겨 올라가면서 주몽의 아들 온조가 세운 ‘백제 봉건소국’의 연대도 그만큼 따라올라갔다.하지만 남쪽에서 요즘 활발하게 연구하는 백제에 관해 북쪽에서는 새로운 이론이 거의 나오지 않는 실정이다. [고대 한일관계] 일제강점기에 일본 식민사학자들은 한국사를 체계화하면서임나일본부설(일명 남한경영설)을 내놓았다. 서기 4∼6세기에 일본이 한반도남부에 ‘임나일본부’를 설치해 200년간 다스렸다는 주장이다.이에 대해 남북 학계는 이렇다 할 반론을 세우지 못했다. 그러다 1963년 북한의 김석형이 ‘삼한 삼국의 일본열도내 분국들에 대하여’란 논문을 발표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삼한·삼국의 세력이 각기 일본에 진출,수십 군데에 분국(分國)을 세웠다”는 이 학설은 임나일본부설을 일축한 것은 물론 거꾸로 한반도 이주민이 초기 일본 형성에 결정적인 몫을 했음을 강조했다.이후 김석형의 이론은 북쪽에서더욱 다듬어졌고 남쪽에서도고대 한일관계사 연구에 불을 댕기는 구실을 했다. 고대 한일관계사에 새 지평을 연 점은 북한 사학계의 큰 공헌이다.상대적으로 남북간에 논쟁거리가 적긴 하지만 남북 학계가 힘을 모으면 더욱 발전시킬 부분이기도 하다. [남북국시대] 백제·고구려가 망하고 신라가 한반도 중부이남을 석권한 시기를 남쪽에서는 오랜동안 ‘통일신라 시대’라고 불렀다. 그러나 요즘은 고구려를 뒤이은 발해를 합해 ‘남북국 시대’로 보는 인식이 학계에 일반화했다. 고교 국사교과서도 ‘통일신라와 발해의 발전’이라는 제목 아래 “남쪽의 신라, 북쪽의 발해가 함께 발전한 남북국의 형세를 이루게 되었다”(64쪽)고표현해 이를 일정부분 수용했다. 북쪽의 해석은 전혀 다르다.“신라의 통치배들이 당나라 침략자들의 힘을 빌어 제놈들의 정치적 야욕을 실현해 보려고 한 것은 아주 어리석고 옳지 못한생각이었다”(고등중 3년 ‘조선력사’교과서 70쪽)고 강력하게 비난한다.이같은 비판은 물론 고구려-발해로 이어지는 한반도 북부의 역사가 정통임을주장하기 위해서다. 이는 또 현재의 한민족이 언제 형성되었나를 판단하는 것과 직결된다.남쪽에서는 통일신라 때로 보는 반면 북쪽은 이를 부인하고 고려 때로 본다. 이용원기자 ywyi@
  • ‘초콜릿’통해 본 인류문명사

    큰숨 한번 들이쉬고 대답해야 할 질문.초콜릿이 인류의 삶에 들어온 건 언제부터일까.가공처리된 초콜릿을 만들어먹기 시작한 것은 무려 3,000여년전.그주인공은 멕시코 남부 삼림지대에 살았던 올멕족이었다. 물이나 공기처럼 익숙해서 존재의 가치가 상정되는 일조차 없던 먹을거리에 뒤늦게라도 이름표를 찾아주는 작업은 매우 의미깊은 일이다.생활사를 통한 역사읽기에 불을붙인 프랑스 아날학파의 공로는 그런 점에서 새삼 추켜세워줄만하다. 미국의 인류학자 마이클 도브잔스키와 음식사학자 소피 도브잔스키 부부가함께 쓴 ‘초콜릿’(지호)은,초콜릿의 기원에서부터 현재까지를 문명사적으로 통찰하는 책이다. 인류 기호품들의 운명이 대개 그랬듯 초콜릿 역시 인간권력의 역사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중앙아메리카 마야사회에 머무는 동안 초콜릿은 음료와 화폐,제의(祭儀)의 상징으로 격높은 대접을 받았다.초콜릿의 역사가 일대 변혁을맞은 것은 1521년,아스텍족 수도가 스페인에 함락되면서였다.새 권력자들의취향대로 그것은 급격히 서양화돼갔으며,‘초콜릿’이란 지금의 이름도 그때붙여졌다. 유럽으로 건너간 초기의 운명은 신산함 그 자체였다. 최음제와 우울증 치료에 효능있다는 소문에 상류층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는가 하면,로마 성직자들사이에서는 단식에 위배되는 음식인지의 여부로 250년동안 본의아니게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최근 먼저 나온 ‘신의 독약’(책세상)이나 ‘기호품의 역사’(한마당)를 곁들이면 더욱 깊이있는 책읽기가 될 듯하다. 황수정기자
  • 서울대·도쿄대 공동선언 의미·전망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서울대와 도쿄(東京)대가 서로를 학문의 대상으로공식 인정하는 이번 ‘공동선언’은 ‘멀고도 가까운 나라’로 지내온 두 나라간 인식전환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식인들이 서로에 대한 정확한 학문적 인식과 교류 확대를 통해 불행했던과거사를 정리하고 전향적 미래 관계를 모색하는 토대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두 나라에 지한(知韓)·지일(知日) 지식인들을 체계적으로 양성한다는 의미다. 또 양교 총장이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아시아 네트워크’”라고 밝혀최근 계속돼온 ‘아시아의 경제적 위기’ 등에 대응할 범아시아 지식인 네트워크의 건설 등 21세기 동반자 관계의 ‘큰 그림’이 밑에 깔려 있다는 해석도 있다. 서울대는 해방 이후 계속 제기돼온 일본 관련 학과 설치 및 강좌 개설의 필요성에 대해 일제강점이라는 불행했던 역사에 대한 민족감정 등을 들어 불가입장을 견지해 왔다. 고등학교에서는 일본어를 제2외국어로 가르치고 있음에도 교양과정에서는 일본어 교과목도 개설하지 않은 상태다.이번 공동선언으로 지금까지 두 나라에서 분산적으로 수행돼온 서로에 대한학문적 연구를 체계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는 있다. 그러나한국학·일본학 연구과정이 재단·연구소·학과 등 어떤 수준에서 개설될것인지에 대해 아무런 세부 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이고 두 대학의 민족적 자존심이 강한 학자들을 설득하는 작업도 남아 있어 이번 선언의 성공 여부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태다.또 각 대학의 의견을 수렴,이를 다시 두 대학이 ‘상호 평등의 원칙’ 아래 협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해 이번 선언의 앞길이 결코 평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만만치 않다. 전영우기자 ywchun@. *하쓰미 도쿄대총장 문답. 불문학,영화평론 등 문예비평의 권위자인 하스미 시게히코(蓮實重彦) 도쿄대 총장은 7일 “21세기에 서울대와 도쿄대,베이징대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할 것”이라면서 “아시아 차원에서 보다 넓은 네트워크가 구성돼야 한다”고 밝혔다.다음은 일문일답. ■두 대학이 이제야 한국학·일본학 연구과정을 개설하는 것은 늦은 것이 아닌가. 할아버지 세대가 한국을 36년간 지배하고 나쁜 짓을 했다.그런 일본을 한국인이 정당하게 평가하려면 최소한 72년이 걸릴 것으로 봤으나 두 학교는 54년만에 상대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도쿄대의 한국 관련 프로그램은. 문학부 문화교류기관과 아시아학과,문화인류학과,동양문화연구소에 연구자가 있다.대입시험에서 한국어를 선택할 수 있으며 한국어를 배우는 학부생도늘고 있다. ■도쿄대의 국제경쟁력은. 세계적 저널에 발표되는 이공학계 논문 수는 하버드대에 이어 세계 두번째다.종합적으로 볼 때 10위권,전세계 5,000여개 대학중 1% 안에 든다. ■서울대·도쿄대생들이 갖춰야 할 덕목은. 여러 사람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인간관계를 수직적 위계(hierarchy)가 아닌수평적 관계로 볼 수 있는 안목을 지녀야 한다. 지성은 없이 지식만 가진 사람은 수평성·다양성이 강조되는 미래 사회에 적응할 수 없다. 전영우기자
  • [외언내언] 모성의 사회화

    100만 어머니의 행진.5월14일 미국의 어머니 날(매년 5월 두번째 일요일)을맞아 워싱턴을 비롯한 미 전역 65개 도시에서 벌어진 주부들의 총기 반대행진이었다.말이 행진이지 피켓을 흔들고 소리소리 지르는 격렬시위였다. 지난해 4월22일 콜로라도시 콜럼바인 고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이후 1년이 넘도록 지지부진인 총기규제 강화법 제정에 어머니들이 팔을 걷고 나선것이다. 워싱턴 정가의 남자들에게만 맡겨 놓으면 총기협회의 로비에 밀려부지하세월이라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지난해 9월 뉴저지의 한 주부가 캘리포니아 유대인 유치원의 총기난사 소식을 듣고 모든 어머니들의 걱정을 조직화해야겠다고 착상한 것이 이 행진의시작이다.그녀는 즉석에서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25명의 동참자를 얻었다. 그들은 즉시 집회신고를 했고 25명이 2만5,000,5만,10만,금세 100만으로 불어났다. 행진의 발의자 도나 다스토마스는 “오는 11월 상·하원 의원 선거에서 보자”며 총기규제법 강화를 위해 모든 어머니의 총동원 의지를 내보였다.그리고 “표가 곧힘”이라는 이들의 전략은 적중한 것 같다.클린턴 대통령은 행진에 앞서 백악관을 예방한 어머니들 앞에서 “미국은 문명화된 국가 중에서최고의 살인사건 발생률을 기록한,가장 폭력적인 국가”라며 총기규제 강화필요성을 역설했다. 뉴욕 주지사 선거전에 뛰어든 힐러리 여사도 “우리가사랑하는 아이들과 잃어버린 아이들의 이름으로 이곳에 모였다”며 어머니들의 목표를 반드시 관철할 것을 촉구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성은 인고와 자기희생으로 상징된다.이 모성본능 덕택에 지구상에 생명이 영속(永續)되는 셈이다.따라서 모성이 아니었으면 인류가 빙하기를 살아남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인류학자들의 견해는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모성이 반드시 자기 희생의 내면으로만 향하는 것은 아니다.병아리를 품은 암탉이 더 사납듯 모성의 분노는 더 격렬하다.그 분노에는 초월적힘이 내재한다.자기희생이 전제된 것이기에 그렇다. 미국의 모성은 음주단속법을 강화했다.그리고 총기규제법 강화에 나섰다.모성의 사회화인 것이다.우리나라도 어머니들의분노가 역사발전의 큰 힘이 된적이 있다.80년대 시위현장의 단골 전위대 ‘민가협’ 어머니들이 그들이다. 여리기 때문에 더욱 강한 모성의 사회 동력화는 어느 시대나 필요하다. 김재성 논설위원
  • 북한학 남북정상회담 ‘특수’

    남북분단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바빠진 사람들이 있다.바로 북한학 연구자들이다.북한학계로선 지난 94년 김일성주석 사망에 이어 두번째 ‘특수’인 셈.북한·통일관련 학계는 벌써부터 학술회의 기획안을 내놓거나 준비중인데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하여 학술세미나가 홍수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북한학’이 독립학문으로 자리잡은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80년대 후반 이념서적의 해금으로 북한연구가 시작된 이후 정치,경제,사회,군사학 등의 주변학문에서 분리돼 5∼6년전부터 독립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그러나 통일연구원 전현준 박사는 “북한은 우리 영토의 일부인데다 북한문제 역시 한국문제의 연장으로 인식돼 아직 독립학문으로 자리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동국대에 국내 처음으로 북한학과가 생긴 것은 지난94년.또 소장파 연구자들의 총집결체인 북한연구학회가 탄생한 것은 96년이며,경남대에 북한학대학원이 개설된 것은 그 이듬해인 97년 10월이다.결국독립학문으로서의 북한학은 아직 걸음마 단계인 셈이다. 그러나 북한학계는 노·장·청이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폭넓게 포진하고 있다.1세대의 경우 대개 보수·반북적 경향을 보여 왔는데 이는 이들이 대부분미국 유학파인데다 이북출신인 점과 무관치 않다.국내파로는 언론인 출신의양호민씨,김창순 북한연구소장,정용석 단국대 교수,민병천 전동국대 총장,김남식 전평화연구원 수석연구원 등과 해외파로 이정식(펜실베니아대)·고병철(일리노이주립대)·서대숙교수(전 하와이대·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등이 있다.2세대는 주로 미국에서 정치학이나 경제학을 전공한 50대들로 양성철 전국회의원,박재규 통일부장관,이상우 서강대교수,곽태환 통일연구원장등.소장연구자들이 주류를 이루는 3세대는 학과·전공이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이들은 96년 북한연구학회를 결성,북한연구의 다양성을 모색하고 있다. 학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는 강성윤 동국대 교수를 비롯해 유석렬·서동만 외교안보연구원 교수,세종연구소 이종석 박사,통일연구원 전현준 박사,류길재(경남대)·정해구(성공회대)·강정구(동국대)·김영수교수(서강대) 등. 한편 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냉전논리하의 보수 일색이던 북한학계는 90년대 들어 일대 전환기를 맞았다.세종연구소 이종석 박사는 “사회주의 붕괴와94년 김일성주석 사망 이후 북한의 장래에 초점을 맞춘 연구가 쏟아졌다.그러나 어려운 경제상황에도 불구하고 김정일체제에 큰 변화가 없자 이후부터는 보다 차분한 자세로 ‘북한바로보기’로 연구방향이 전환됐다.이 무렵부터 연구자들의 세대교체가 이뤄졌고 영역도 넓어졌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연구자는 줄잡아 200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북한관련 박사학위논문은 98년 2월 현재 140편 정도다.국내에 북한학과가 설치된 대학은 6곳이며,북한을 주제로한 일반·특수대학원은 경남대,동국대를 비롯해 10곳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동안 북한연구는 정치학계가 중심이 돼 북한의 외교정책이나 대남전략및군사정책,주요인물 연구가 대종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그동안의 연구가주로 ‘대결’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민족의 동질성 모색에 초점을맞춰야한다는 지적이다.특히 언어,스포츠,예술,고고인류학 등 문화분야에대한 연구가 시급하다는 주장도 있다.유영구 중앙일보 통일문제 전문위원은“북한의 신문·방송에 대한 매체분석이 그동안 소홀했다”면서 “언론학계에서 전문적인 매체분석을 통해 북한의 정책동향이나 민족의 동질성을 찾아내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운현기자 jwh59@
  • [외언내언] 중국인, 한국인의 벗?

    중국인들과 상담을 할 때는 ‘미옌즈(面子:체면)’를 세워줘야 제대로 된다.아는 사람을 엮거나 친분을 쌓아 ‘관계(關係:연줄)’를 구축해야 일이 돌아간다.한국인과 비슷한 중국인의 기질이다. 한국사람들은 상점에서 물건을 살 때‘두서너개만 달라’고 말한다.서양인이 어리둥절할 희안한 셈이 통한다.‘대충 마무리해.적당히 하라’는 말도흔하다.중국인이 걸핏하면 내뱉는 ‘차부두어(差不多:그게 그거야)’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적당주의가 한국인 몸에도 배어있다. 국내 한 대학은 학생 100명과 중국인 남녀 11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중국인과 한국인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두나라 사람들은 집단주의보다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며 공통적으로 숫자 4를 가장 싫어한다. 인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공적이라면 한국,일본과 중국 등 초록동색(草綠同色)처럼 보이는 동북 아시아인들의 기질과 문화의 차이에 주목한 점이다.“중국인들은 일본인보다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라틴계 가톨릭 사회와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가족 외의 타인을 불신하며 가족이 기업을 소유·경영하는 경우가 많다.”그는 또 “한국은 일본에서 보이는 비혈연 입양 관행이 없는 점에서 중국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반면 한·중 양국인의 가장 큰 차이는 자존심과 원한의 깊이이다.중국사람은 상처를 준 상대방을 가슴 속깊이 잊지 않는다.얼마 지나면 쉽게 잊는 한국인의 건망증과 대조적이다.우리정부가 동북아의 신 질서를 만들려고 한·중·일 3개국 협력을 추진하고 있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중국의 일본에대한 경계심과 적대감이라고 당국자들은 전했다.중국은 자신을 침략한 일본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 경제일보가 발간한 ‘중국이 당면한 긴요문제의 해결’이란 책자가 눈길을 끈다.이 책은 중국 수교국들의 친밀도를 5단계로 나눈 뒤 한국을3번째 단계인 ‘동반자적 관계’내에서도 ‘우호합작형 국가’로 구분했다. 미국,일본 등의 ‘잠재 적수’보다 친밀감이 더 높다고 평가한 것이다.천수이볜 대만 총통당선자도 9일 “우선적으로 한국과의 실질적인 관계를 회복시킬 방침”이라며한국 중시 방침을 천명했다. 중국과 대만이 과거보다 한국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는 무엇보다 최근의 정치·경제적 상황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국인과 한국인간 의식의 유사성도 한몫하지 않았을까.남북 정상회담 교섭이 베이징을 무대로 이루어진 것도 심리적 친밀도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李商一 논설위원 bruce@
  • 피의 능선등 격전지 6곳 6·25전사자 유해 찾는다

    6·25전쟁중 전사한 국군 유해발굴작업이 오는 3일부터 실시된다. 31일 육군에 따르면 6·25 격전지 29곳 가운데 올해 1차로 경북 다부동·안강지역과 경기도 김포 개화산을 비롯,강원도의 화천 마현리,양구 백석산,양구 피의능선 등 6개 지역에서 유해발굴작업이 이뤄진다. 발굴된 유해는 고고인류학자,유전공학자,치과의 등 20여명의 국내 전문가와청주 중원문화연구소,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을 통해 군번표,신발,탄약 등유류품과 DNA 유전자 감식으로 신원확인작업을 거치게 된다.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국립묘지에 안장하고 DNA 유전자 감식을 위한 시료채취가 불가능한 유해는 국립묘지 납골당에 합동 안장할 계획이다. 북한군과 유엔군으로 판명된 유해는 북한을 비롯해 해당국가에 인도하되,인수를 거부하면 경기도 파주군의 ‘북한군·중공군 묘지’와 부산 ‘유엔군묘지’에 안장할 예정이다. 육군은 오는 2001년과 2002년 9개 지역,2003년 5개 지역 등에서 유해발굴작업을 계속하며,이 지역에 최소한 10만여구의 유해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노주석기자 joo@
  • [대한포럼] 재벌 세습 막아야

    현대그룹 오너 형제간의 경영권 다툼은 이 땅의 샐러리맨들에게 적어도 두가지 정도의 감회를 주었을 것이다.범부(凡夫)와 별로 다를 바 없는 재벌 오너들의 한심한 수준을 새삼 깨닫는 동시에 샐러리맨으로서의 비애감도 절감했을 것이다. 샐러리맨들이 이사에 올라도 ‘별’을 달았다고 기뻐하는 마당에 회장과 사장 자리는 뭇 샐러리맨에게 얼마나 높아보이는가.그런 오너 2세들이 부친인창업주로부터 서로 그룹 회장으로 ‘낙점받았다’고 주장하며 권력다툼을 벌인 모습은 세계적인 대기업을 움직이는 경영자들의 수준도 별게 아닐지 모른다는 실망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또 국내 굴지 대기업의 샐러리맨 출신 대기업 회장들의 인생이 오너들의 말 몇마디에 순식간에 바뀐 상황은 일반 샐러리맨의 좌절을 촉발시킬 만했다. 작년말 박세용(60) 현대그룹 구조조정위원장은 갑자기 현대자동차회장으로발령나더니 4일 만에 다시 인천제철회장으로 갔다.이익치(56) 현대증권회장은 고려산업개발회장으로 발령났다가 오너들간의 다툼이 정리된 후 10여일만에 다시 복귀했다.그외에도 적지 않은 최고경영자들이 이리 저리 이동하고형제 오너들의 대리전을 치렀다. 걸레(?)처럼 끌려다닌 이 최고경영자들의 학벌,경력과 연령은 이번에 권력다툼을 벌인 정몽구(62)전회장과 정몽헌(52)회장 형제보다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그런데도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부의 프리미엄 덕분에 오너들은 자기들보다 크게 손색이 없는 전문경영자들에게 상처를 주고 기업을 흔들었다. 현대뿐 아니라 다른 국내 대기업과 언론사들의 세습경영은 사실 한국 기업의 지배적인 패턴으로 자리잡고 있다.그런 가운데 삼성의 창업주 3세가 불과 16억원의 증여세를 물고 삼성그룹을 실질적으로 인수한 것 등 부(富)의 변칙 증여와 상속 과정이 시비거리로 등장했다. 대기업들이 거의 예외없이 자식들에게 막대한 주식과 부를 물려주는 우리의 풍토는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2,3세의 실수로 기업경영이 위험에 놓일 가능성 때문에 특히 심각하다.앞으로 대를 이어가면서 수백개 가문이 대기업을장악하고 크게 특출하지 않은 재벌 후세들의 손에 나라 경제가 좌지우지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더욱이 갓난 아기때부터 주식을 증여받아 거액 자산가로 성장한 이들이,일해서 생계를 이어가는 일반 국민과 빚을 불평등감과 위화감은 간과할 수 없다. 인류학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지적대로 한국 대기업의 세습경영은 무엇보다 가족 외의 외부인을 신뢰하지 못하는 풍토에서 비롯된다.또 기업을 사유물로 취급하는 창업주들의 의식 때문에 수십년간 일해도 ‘월급쟁이 사장’은 오너와의 놓여진 선을 넘을 수 없다.그렇다고 의식개선을 기다릴 수만은 없다.정부는 ‘신판 귀족계급’과 부의 세습을 막기 위해 대폭적인 세제개편안을 마련,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웬만하면 상속과 증여로 걸 수 있도록 법도 고쳤고 조세행정도 강화하고 있다.그래도 여전히 ‘변칙 행위는 뛰고 법은 기어가는’ 형국이다. 삼성의 예처럼 대기업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최소한의 상속·증여세로 법망의 허점을 비집고 거액의 부를 자식에게 넘길 여지는 남아 있다.상속·증여세율이 상향조정됐지만 여전히 수십억원까지 공제혜택을 받는 데다 상장 주식을 팔지 않고 보유하고 있으면 과세할 길도 막막하다. 세법 전문가들은 일본처럼 거액 재산가가 사망하면 상가에 국세청 재산조사반을 투입할 정도로 세무행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국내 법관들은 ‘법의 문안’ 해석에 치중한 보수적인 판결 때문에 변칙 상속과 증여를 부추겼다는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부당한 부의 세습을 막을 범 국민 차원의운동과 대책을 세우면 어떨까 싶다. 李商一 논설위원 bruce@
  • [대한광장] 지식기반사회의 대학

    지식기반사회로 이행하면서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지식이 혁신의 원천이자정치적 의사결정의 기초로서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각국은 이제 지식의 창출과 확산,활용에 국운을 걸고 집중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특히 선진국은 지식의 창출과 확산에 이미 국민총생산의 5분의1 가량을 투하하고 있다.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지식의 창출및 활용과정에 제기되는 요건도 달라진다. 산업사회에서는 지식창출이 명시적이고 직접적인 실용적 목표가 없는 경우가많았으나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처음부터 유용성이 강하게 요구된다.특정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경쟁력이 있는지,사회적으로나 생태적으로 친화적인지도검증 기준이 된다.또한 유용성 기준이 강화되면서 지식창출에서 사회적 책임과 성찰이 과거보다 크게 요구된다. 이처럼 지식기반사회에서 지식의 창출과 활용에 제기되는 요건이 변함에 따라 대학의 위상과 역할도 크게 변할 것이라는 예상은 어렵지 않다.이와 관련하여 독일의 베르텔만 재단이 펴낸 ‘미래를 손에 넣자,교육을 혁신하자’는 보고서는 2005년에 달라질 대학의 모습에 관해 흥미 있는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이에 따르면 2005년에는 세계교육시장이 형성돼 수요자는 온라인으로 공급되는 다양한 교육상품을 선택하여 소비할 수 있게 된다. 세계화에 따라 통신사,TV방송사,미디어기업 등이 참여하는 국제컨소시엄들이 교육시장에 대거 진출할 것이다.이들은 스폰서이면서 실습현장과 훈련공간은 물론 일자리를 제공하는 다국적기업과 제휴하여 학생을 모집할 것이다. 여기에 국제적 명성을 얻는 대학들이 저명한 교수진을 갖추고 동참할 것이다.이 컨소시엄은 세계 도처에 지상기지를 두고 시험을 치르고 학생을 상담할것이다. 2005년에는 회사대학도 성업할 것이다.이 대학은 종업원들에게 기업 특유의전문지식 뿐만 아니라 기업문화와 철학을 전수해주는 기관이 된다. 이 대학에서는 사내 경력과 관련된 교육훈련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종업원은 자신의적성과 희망에 따라 교육훈련을 받을수 있다.이 대학은 직업교육과 직능향상훈련기관이 될 것이므로 전통적인 대학에 강력한 경쟁상대가 될 것이다.이들 국제컨소시엄 및 회사대학의 경쟁에 전통적인 대학들은 네트워크와 가상대학으로 맞설 것이다.대학 네트워크에서는 네트워크에 참여한 여러 대학들에서 강의를 수강하고 졸업은 한 대학에서 하는 제도로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대학들이 부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가상대학은 학생들이 학습하는시간과 장소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자도서관을 이용하고스터디그룹에 참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회사대학을 제외한 원격대학에 등록하는 학생이 2005년에는 절반에 이를 것이다.수업료는 교육상품의 품질과이용시간에 따라 전화요금처럼 산정되어 전자결제될 것이다. 전통적인 대학들은 학생수가 줄어 지금보다 적은 수만이 소규모로 온라인강의를 확대하면서 존속할 것이다.이렇게 하여 새로 태어난 대학들은 학습환경이 개선되고 원격대학에 비해 학생에 대한 면전지도의 장점이 있으므로 경쟁력을 가질 것이다.경우에 따라서는 이 전통적 대학이 고고학,인류학,고대언어 등의 분야에 경제적 동기가 아니라 학문적 동기에서 모여드는 소수를위한 특권적인 ‘엘리트대학’으로 변신할 수도 있을 것이다.온라인학업과는달리 ‘맞춤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식기반사회에서는 네트워크지식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지식창출 주체가 대학뿐만 아니라 연구소,국가기관,자문회사,기업연구실험실 등으로 다양해지므로 대학이 지적 고립상태에 빠지지 않으려면 이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국가혁신체제의 일익을 담당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그러므로 대학은 지식의 창출과 전수만이 아니라 지식기반사회 전체의 생산과정에 지식을 통합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산업사회에서와는 질적으로다른 새로운 역할이 요구된다. 金 昊 均 명지대교수·지식정보학
  • 전남, 섬에서 구석기유적 첫 발견

    국내 최초로 섬에서 대규모 구석기 유적이 발견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있다.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소는 14일 “국내 교수들로 구성된 연구팀이 최근 전남신안군 압해면 일대에서 조사를 벌여 석기 등 유물을 포함한 구석기유적을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압해면 분매·동서·신용리 등 8개 지점 24곳 1만여평에서 구석기시대에서 부터 청동기 시대에 이르는 석기 제작소와 지석묘, 주거공간 등 유적 다수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결과 구석기인의 경제활동 영역이 단순한 수렵과 채집뿐만아니라 해양자원 활용까지 미쳤을 가능성이 높으며 내륙이나 소하천 중심으로 알려진 이들의 생활 무대가 섬까지 퍼져 있음을 가늠케 해 의의가 크다고 밝혔다. 연구팀 이헌종 교수(목포대 고고인류학과)는 “그동안 섬에서 구석기 유물이 발견된 적이 없는데 압해도에서 이처럼 대규모의 유적이 발견됨에 따라서남해 여러 도서에서도 구석기 유물 발견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목포 남기창기자 kcnam@
  • [쉽게 읽기] 신화와 의미

    20년동안 새벽에 일어나 질리도록 신화만을 생각한 끝에 신화학의 전 체계를 완성한 사람이 있다.그는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운 현상 이면에 무의식으로가라앉아 있는 ‘보편 정신’과 ‘보편 구조’가 있음을 집요하게 추구했다. 예컨대 인종과 민족을 초월하여 언어와 음악과 신화는 서로 닮은 구조로 짜여져 있고 이러한 구조의 바탕 위에서 인류문화의 보편성을 찾아낼 수 있다고 그는 역설했다.말하자면 그는 세계를 ‘구조’로 설명하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방식대로라면 ‘콩쥐팥쥐’나 ‘신데렐라’는 같은 구조로 이루어졌으며 이는 모든 인류가 저마다 특수한 문화를 생성시키면서도 그 안에 보편적성질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인류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보편성의 근원을 그는 신화에서 찾고자 했다.20세기의 가장 저명한 문화인류학자이자 신화학자인 이 사람의 이름은 레비스트로스이다. 레비스트로스가 일흔살이 되던 1978년에 발표한 논문이 최근에 번역되었다. ‘신화와 의미’가 그것. 이 책은 신화가 과학,역사,인류학,철학,음악 등과 접목되는 과정을 개설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본격적인 학술저작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 신화 연구에몰두했던 거장의 지적 통찰을 엿볼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책의 형식이다.‘신화와 의미’는 원래 대중을 위한 라디오 강연용 논문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1977년 CBS 캐나다 라디오 방송의 ‘마세이 강연 Massey Lecture’에서 레비스트로스는 다섯 번의 강연을 영어로 진행했다.강연은 대중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지만 신화의 본질과 특성에 대한 고급한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가지고 있었다.그 구어체의 문체를 그대로 볼 수 있는 게 ‘신화와 의미’다. 그는 여기에서 인류의 신화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특징들을 이야기한다. 주로 서구세계에 한정해서 이야기되고 있다는 점이 한계지만,그의 말대로 보편적 원리와 질서와 규칙이 모든 인류에게 적용된다면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특히 인간의 정신은 문화적인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디서든지 하나이며 모두 똑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은 경청할 만하다.그는 문화에우열의 개념을 인정하지않는다.‘원시적인’ 사고와 ‘문명화된’ 사고에서조차 그것은 적용된다.궁극적으로 그는 신화시대로부터 문명사회로의 진입이 진보일 수 있는가의 문제를 묻는다. 그는 정신없이 빠른 속도 문명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대낮에도 별을 바라볼 수 있었던 ‘원시적인’ 문화의 소중함을 알리고,그것이 미개문화로 치부되는 현실을 부드럽게 타이른다.지극히 풍요로운 문화의 차이,차이를 통해서만 문명이 진보될 수 있다는 조언도 덧붙이고 있다.이끌리오 펴냄.값 7,000원. 윤재웅 동국대강사 문학평론가
  • 인문학 대형 기획시리즈 출간 붐

    새 세기를 맞아 인문학 분야의 대형 기획물 및 시리즈 출간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한길사 등 대형 출판사들은 철학 역사 종교 문학 등 각 분야의 대작을 속속 내놓거나 준비중이다. 이는 실용서와 성담론 등 가벼운 단행본이 지난해부터 판을 치면서 무게있는 교양서 등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바로잡기 위한 출판계의 노력으로 보인다.특히 고사 위기에 놓인 인문학을 되살려,독자들에 대한 ‘지식과 정보제공자’의 역할을 수행하자는 뜻도 담고 있다. 한길사는 이번 주에 대형 기획물인 ‘숲길’시리즈의 첫권을 발간하며 3월중 ‘한길크세주’시리즈 2차분(전 12권)을 출간할 예정이다.또 영국 파이돈출판사 기획물인 ‘art and ideas’시리즈(전 136권) 1차분과 ‘예술가 전기’시리즈가 올해 독자를 찾는다. 숲길은 일반인은 물론 중고생도 쉽게 읽을 수 있는 고전 교양시리즈.‘소피스트적 논박’(아리스토텔레스)에서부터 ‘유토피아’(토마스 모어)에 이르기까지 7명의 서구 철학자 저서가 올해안에 선을 보인다.또 다음달에 ‘컬처북스’시리즈 중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의 ‘문화를 넘어서’ 등이,‘한길신인문총서’ 가운데 신상희의 ‘시간과 존재의 빛’ 등이 서점에 나온다. 한길사 기획실 이승우씨는 “요즘 사회 분위기가 소비문화로 편중되고 있어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 줄 수 있는 문화풍토의 조성이 절실하다”면서 “인문학 서적의 발간 붐은 이같은 학문의 기초를 다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해냄의 경우 ‘매스터마인드’시리즈(전 12권)와 ‘시작된 미래’시리즈(전 10권)를 계속 내고 있는 중이며 ‘작가들과 함께 떠나는 세계여행’시리즈(1차 전 10권)는 올 하반기에 출간될 예정이다. ‘매스터마인드’는 미국의 베이직북스에서 총 12권으로 기획한 것으로,현대 인문학의 주요 문제를 명쾌하게 설명한다.최근 ‘몰입의 즐거움’ ‘비범성의 발견’ ‘신,그이후’ ‘기계의 아름다움’ 등이 나왔다. 또 한백연구소와 공동기획한 ‘시작된 미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각 분야의 핵심 사안을 다루며 21세기를 점친다.해냄의 정해종 기획국장은“세기의 전환에 맞춰 새로운 좌표가필요하다는 인식아래 2년전 핵심 테마별로 기획한 저서”라고 말했다. 시공사가 마련한 국내 최초의 세계 종교 입문시리즈인 ‘샴발라 총서’는그리스트교 불교 유교 유대교 이슬람교 등 세계 종교들을 총망라하고 있다. 소수종교인 조로아스터교와 시크교 등도 소개한다.‘도덕경’ ‘논어’ 등 1차분 5권은 이미 서점에 진열되고 있고 올 하반기에 ‘미라래빠의 십만송 1,2’ ‘티벳 사자의 서’ 등 15권이 나온다. 또 개마고원의 ‘테마로 읽는 서구지성사’(전 9권)는 독자들이 서구 고전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돕는 교양서.서구 지성사를 그리스시대부터 현대 까지 시대별로 9개로 나눠 10개의 테마를 선정했다.1차로 오는 6월 철학 예술역사분야의 책이 나오고,2차분(종교 정치·경제 환경·생태)과 3차분(여성교육 문화)이 기획중이다. 들녘의 기획시리즈인 ‘판타지 라이브러리’는 판타지 원류인 동·서양의신화와 전설을 다룬다.50여권이 준비중이고 매월 1∼2권씩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판타지의 주인공들 1’과 ‘켈트·북구의 신들’ ‘판타지의마족들’(이상 다케루베 노부아키 등 지음)을 출간했다. 민음사도 프랑스 철학자인 질 들뢰즈의 ‘앙티 오이디푸스’ 등 ‘현대사상의 모험’ 시리즈 3권을 다음달 첫 출간한다.50∼60권으로 계획하고 있다.앞부분은 포스트모더니즘 등 20세기 사상 흐름을 짚고,뒷부분은 고전분야를 다루게 된다. 이밖에 범우사는 다음달 국내 처음으로 모택동전집(전 4권)을 펴내고 나남은 10∼15권 분량의 ‘노신전집’을 준비중이다. 정기홍기자 hong@
  • 포항서 구석기시대 유적 첫 발굴

    대구·경북지역에서도 구석기인이 존재했음을 알려주는 유적과 유물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위덕대 박물관 학술조사단(단장 金武生교수)은 경북 포항시 장기면 산서리장기천 상류지역 새터마을에서 구석기 유적을 발견,유물 12점을 수습했다고14일 밝혔다. 대구·경북지역에서 구석기 유적과 유물이 발견,수습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이로써 구석기인이 한반도 전역에서 골고루 분포,생존했음이 확인됐다.이번에 발견된 유적은 해안에서 약 7㎞ 떨어진 장기천 상류지역으로 가로 700m,평균 너비 150m로 약 3만2,000여평에 달하는 하안단구이다. 경희대 황상일(黃相一). 윤순옥(尹順玉)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하안단구는구석기의 문화층으로 추정되는 황갈색의 점토층으로 미뤄 약 1만∼6만년전에형성된 지형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곳에서 수습된 12점의 유물은 후기 구석기인들이 사용했던 2.3∼7.2㎝크기의 작은 석기인 몸돌(石核·core,석기를 만드는 원재료석)과 격지(몸돌에서 만들어진 석기 또는 파편) 등이다.이에대해 한양대 배기동(裵基同·문화인류학과)교수는 “이번 유물은 약 1만2,000년에서 3만년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동해안을 중심으로 구석기 유적이 다수 존재함을 예고해주는 중요한 발견”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포항 이동구기자] yidong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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