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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일작가 최재은 21일부터 로댕갤러리서 개인전

    재일작가 최재은 21일부터 로댕갤러리서 개인전

    “영주권 신청도 안했어요. 백남준 선생님이 ‘국적 바꾸라고 권하면 절대 응하지 말라.’고 하셨죠. 한국 여권이 얼마나 좋은데 국적을 바꿉니까.” 1976년 일본으로 건너가 설치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최재은(54). 그가 14년 만에 국내에서 첫 개인전을 갖는다. 21일부터 11월18일까지 서울 태평로 로댕갤러리에서 열리는 그의 전시는 조각, 설치, 영상작업 등 다양한 작품으로 꾸며진다. 그동안 국내활동이 뜸하긴 했지만 그의 조각작품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다. 해인사에 있는 성철 스님의 사리탑,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과거, 미래’, 삼성의료원의 ‘시간의 방향’, 서울 경동교회의 ‘동시다발’ 등이 바로 그의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히말라야에서 나는 한백옥으로 만든 ‘루시´.1974년 발굴된 인류 최초의 여성으로 추정되는 루시의 골반뼈를 확대한 조각 작품이다.300만년 전 인류의 조상인 루시의 가냘픈 골반뼈를 거대한 옥으로 형상화했다. 루시란 이름은 당시 유행하던 비틀스의 노래 제목에서 빌려온 것이기도 하다. 흙과 돌, 화석 등 시간을 상징하는 재료들로 만든 최재은의 웅장하면서도 정교한 작품은 무한대의 시간 속으로 관객을 이끈다. 영상작업도 병행하는 최재은이 2000년에 발표한 72분짜리 단편 다큐 ‘길 위에서’도 관심을 모은다. 배우 문근영은 100대1의 오디션을 통해 이 작품에 출연, 자신의 얼굴을 처음 알렸다. 작가는 일본으로 건너가 소게쓰회관에서 전통 꽃꽂이 공예인 ‘이케바나’를 배우면서 미술을 처음 접했다. 식물을 다루면서 시간과 생명의 의미를 생각하게 됐고, 자연스레 인류학과 고고학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예술적 취향이 그대로 배어 있다.(02)2259-7781.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지금 지구의 기후 확실히 이상하다

    인류의 문명을 ‘역사발전의 과정’이 아니라 ‘취약성을 키워온 과정’이라고 정의하는 학자가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고고학과 인류학을 전공하고 캘리포니아대 인류학과 교수를 역임한 선사시대학자 브라이언 페이건이 그 사람이다. 페이건은 마야문명을 예로 든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뛰어난 건축술과 농경술로 놀라운 문명을 구축한 마야의 흥망성쇠는 바로 취약성이 증가하는 과정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지구 기온 오르면서 한 곳에 머물기 시작 페이건에 따르면 마야문명이 형성기에 있던 BC 457∼250년에 발생한 큰 가뭄은 커다란 피해를 주지는 않았다. 수렵 및 채집사회의 유연성과 기동성으로 가뭄을 피해갈 수 있었다. 도시국가를 이루고 있던 BC 125∼210년에 있었던 가뭄으로 도시는 와해되었으나 사람들은 그대로 흩어져서 목숨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서기 750∼1025년에 있었던 가뭄은 달랐다. 이미 농업 생산성이 조금만 줄어도 심각한 타격을 받는 구조에 접어든 상황에서 많은 마야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야 했다. 페이건의 ‘기후, 문명의 지도를 바꾸다’(남경태 옮김, 예지 펴냄)는 현재 지구의 기후는 이상징후를 보인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마야의 멸망과 같은 상황이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제는 한 문명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운명을 결정하는 문제라고 페이건은 강조한다. 페이건은 지금 지구의 상태는 확실히 정상이 아니라고 지적한다.1900∼1990년까지 지표면의 평균온도는 0.6도 상승했는데, 이 가운데 태양복사열에 의한 상승은 0.25도도 채 되지 않는다. 무분별한 토지개간과 산업화된 농경, 화석연료의 사용 증가 등 인간 활동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는 비난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페이건은 기후의 변동을 펌프와 컨베이어 벨트의 작용으로 단순화하여 설명한다. 염분과 온도 차이로 일어나는 대양의 순환은 열기와 비를 실어 나르는 컨베이어 벨트다. 이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은 지구 궤도의 변수에 따라 극심하게 변했으며, 이에 따라 일어나는 기후의 변화는 마치 펌프처럼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를 빨아들이거나 뿜어내면서 더 넓은 지역으로 확산시켰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처음 출현한 인류는 기후의 펌프 작용에 따라 나일강 유역으로, 서남아시아로, 서남아시아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동북아시아로, 아메리카로 퍼져나갔다. 수렵 및 채집문화였던 인류는 어느 한 곳에 얽매여 있지 않았던 만큼 기동성이 뛰어났다. 따라서 가뭄이 들거나 홍수가 지면 다른 곳으로 떠나버리면 그만이었다. ●기후에 대한 인류의 취약성이 문제 1만 5000년 전부터 지구의 기온이 오르면서 강우량이 증가해 인류는 한 곳에서 머물기 시작한다. 처음의 정주 생활은 농경화의 결과가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식량이었던 도토리는 끓이거나 물에 걸러내 타닌 성분을 제거해야 했고, 독성이 있는 다른 채소나 견과류도 비슷한 처리가 필요했다. 인류는 서서히 기동성을 잃었다. 그럼에도 단순 농경사회에서는 유연성이라는 무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시가 생겨나면서 그 양상은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페이건의 설명이다. 도시가 노동력을 통제하고 안정된 공급 체제를 구축하여 식량 생산을 증대시켰을지는 모르지만 대규모의 단기 기후 변동에는 훨씬 취약해졌고 이런 양상은 오늘날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페이건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지구 온난화에서 진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산업화나 자본주의의 죄과가 아니라 기후에 대한 인류의 취약성”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높아지는 파도, 도망가는 바닷새, 모여드는 구름 등 기상이변의 양상은 우리 모두에게 직접적인 관련이 있고, 현재의 인류에게는 10명 가운데 1명 정도에게만 구명정이 돌아간다는 사실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충고한다.1만 8500원.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영장류 역사 1000만년 이상”

    “영장류 역사 1000만년 이상”

    현재 알려진 영장류 화석보다 최소 200만년이나 앞선 것으로 추정되는 고릴라의 치아 화석 9개가 발견돼 영장류와 인간의 분화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과학전문지 네이처 인터넷판은 22일(현지시간) 일본과 에티오피아 학자들로 구성된 발굴팀이 아디스아바바에서 동쪽으로 170㎞ 떨어진 아파르에서 현재까지 발견된 영장류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밝혀진 ‘코로라피테쿠스 아비시니쿠스(Cho-rorapithecus abyssinicus)’의 치아 화석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번에 발견된 치아는 어금니 8개와 송곳니 1개다. 고릴라는 영장류 중 유독 섬유질 식물을 잘게 부수는 어금니를 갖고 있다. 연구를 이끌고 있는 스와 겐 도쿄대 종합연구박물관 형태인류학 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치아 화석은 약 800만년 전으로 추측되던 영장류의 기원을 1000만∼1100만년 전으로 바꾸어 놓았다.”며 “이번 발견이 인류와 유인원 사이에 있는, 확인되지 않은 공백을 메워주는 좋은 표본이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코로라피테쿠스가 원시적인 고릴라 종이거나 고릴라의 가계가 다른 곳에서 나타날 무렵 이들과 비슷한 적응 과정을 거친 독자적인 종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화석 연대가 약 1000만년 전인 것으로 미루어 인간과 고릴라가 갈라진 시기는 1050만년 전 이전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발견은 인류학자와 유전학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침팬지로부터의 인류 분화 가설에도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다. 과학자들은 분화시기를 600만년 전으로 추정해 왔으나 이번 발견으로 그 시기가 빨라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또한 네이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인류와 현생 아프리카 유인원의 조상이 모두 아프리카에서 유래했을 것이라는 가설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리노이대에서 영장류 치아를 연구하고 있는 제이 켈리 교수는 “발견된 표본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논의가 좀더 필요하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영국 자연사 박물관의 한 전문가도 “연구진이 새로 발견된 화석의 의미를 지나치게 확대하고 있다.”면서 “이런 치아 구조는 고릴라를 비롯, 최소한 세 종류의 영장류 가계에서 나타나는 것이며 이는 새로운 유전적 특성이라기보다는 섭취하는 먹이를 바꾼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구동회기자 kugija@seoul.co.kr
  • 1000만년 전 생존한 유인원 치아 발견

    1000만년 전 생존한 유인원 치아 발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유인원의 치아가 발견돼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의 유명 과학잡지 ‘네이처’(nature)는 지난 22일 “에티오피아 중부 지역에서 약 1000만년 전에 생존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인원의 치아가 발견됐다.”고 인터넷판에 전했다. 발견된 치아는 고릴라의 조상에 해당하는 유인원의 것. 송곳니 1개, 어금니 8개로 치아의 크기는 현재 지구상에 생존하고 있는 고릴라와 동일하다. 또 어금니 표면에는 특유의 요철이 발달해 식물의 잎이나 줄기를 쉽게 뜯어 먹을 수 있도록 되어있다. 연구에 참여한 일본 도쿄대학의 스와 하지메(諏訪元)인류학 교수팀은 “발견된 지층의 이름과 에티오피아의 고어(古語) 등을 참고해 이 치아에 해당하는 유인원을 ’초로래피테쿠스 아비시니쿠스’(Chororapithecus abyssinicus)라고 명명했다.”고 설명했다. 또 교수팀은 “사람과 고릴라는 약 800만년 전에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나뉘어졌다는 것이 기존의 학설이지만 이번 발견으로 인해 그 기원이 약 1200만년전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되었다.”며 발견 의미에 대해 밝혔다. 사진=네이처 홈페이지 캡처 나우뉴스 주미옥 기자 toyobi@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다이앤 포시著 ‘안개 속의 고릴라’

    몇 년 전 제인 구달의 ‘희망의 이유’란 책이 그야말로 많은 사람들을 감동에 사로잡히게 한 적이 있다. 그런 구달이 침팬지의 수호자로 존경을 받고 있다면, 비루테 갈디카스는 오랑우탄, 다이앤 포시는 고릴라 연구자로 이름을 남겼다. 그 중 다이앤 포시의 자전적 연구보고서 ‘안개 속의 고릴라’(최재천·남현영 옮김, 도서출판 승산 펴냄)가 발간돼 눈길을 끈다. ‘…고릴라’의 국내 발간은 조금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동물생물학 분야의 권위자들에 의해 지금에라도 책이 나온 것은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다.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와 까치 생물학자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남현영씨가 번역을 맡았다. 최재천 교수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구달과 갈디카스의 연구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지만 포시의 연구역정만큼 파란만장하지는 않았다. 밀렵꾼들에 의해 무참히 죽어 나가는 고릴라들을 지켜내려다 자신도 끝내 죽음을 면치 못한 포시의 삶은 진정 영화가 되고도 남는다.”라고. 최 교수의 말처럼 다이앤 포시는 1985년 크리스마스 다음날 르완다의 카리소케 야외연구센터 숙소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범인은 고릴라 밀렵꾼의 하나로 추측되지만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파란만장했던 그의 삶은 시고니 위버가 주연한 영화 ‘정글 속의 고릴라’(1988)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다이앤 포시는 인류학자 루이스 리키 박사를 만나면서 유인원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된다.1963년 아프리카 사파리 여행길에 탄자니아 올두바이 협곡에서 발굴작업을 벌이던 리키 박사를 만난 것은 그녀에게 유인원 연구에 관한 결정적인 인상을 남긴다. 이후 포시가 고릴라에 관한 몇몇 사진과 기고문을 발표하자 리키 박사는 이를 눈여겨봐 뒀다가 1966년 산악고릴라의 장기 야외 연구를 하지 않겠느냐고 그녀에게 제의한다. 단 조건이 있었다. 고지대에서의 연구를 위해 맹장수술을 받으라고 주문한 것이다. 그러나 유인원 연구에 대한 갈증으로 이미 ‘발동’이 걸렸던 포시에게 거칠 것은 없었다. 그녀는 당장 맹장을 떼어 버리고 아프리카로 향한다. 그리하여 1985년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18년 동안 포시는 고릴라 연구에 온 열정과 사랑을 바친다. 실제로 포시의 연구처럼 장기간에 걸친 면밀한 관찰이 없었다면 고릴라들의 심성이나 개성은 물론 영아살해, 동종 식육, 동성애나 자위행위, 그리고 인간을 제외한 영장류에서는 드물게 관찰되는 완경(암컷 고릴라의 월경이 사라지는 현상)과 눈물을 흘리는 행동 등은 찾아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최재천 교수는 설명한다. 연구뿐만이 아니라 밀렵 방지 활동에도 포시는 최선을 다한다. 밀렵꾼에게 고릴라가 처참하게 도살당한 사건을 언론에 고발하는 한편 멸종 위기종의 보존을 위해 자연서식처를 보호시설로 꾸며야 한다는 주장도 펼친다. 그리고 특별히 애정을 가졌던 ‘디지트’라는 고릴라가 밀렵꾼들에게 죽임을 당하자 ‘디지트 기금’(1992년 다이앤 포시 국제 고릴라 기금으로 명칭이 바뀌었다.)을 설립해 남은 고릴라들을 보호하기 위해 애쓴다. 외유내강의 다이앤 포시가 외강내유의 고릴라들과 함께하며 섬세하게 남긴 이 기록은 보전학자로서의 모험적인 탐구서이자 살아있는 유언장으로 다가온다.2만원.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30) 계룡산 중악단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30) 계룡산 중악단

    계룡산이 민간신앙과 신흥종교의 성지라지만 대전 쪽에서 동학사를 거치거나, 충남 공주에서 갑사로 오르는 일반적인 방문코스에서 이 산이 지닌 신령스러움을 느끼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주에서 갑사로 들어가지 않고 남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계룡산 중턱 어디엔가 자리잡고 있을 굿당이나 암자의 존재를 알리는 표지판이 줄줄이 나타나기 시작하지요. 기독교와 천주교의 기도원도 보이는데, 계룡산이 발산하는 영적인 기운이 무속이나 불교, 신흥종교에만 혜택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읽고 싶습니다. 그렇게 얼마간 달리다 계룡산 기슭으로 난 왼쪽길로 접어들면 곧 신원사가 멀리 보입니다. 신원사는 눈 푸른 납자들이 수행하는 국제선원이 있는 절로도 유명하지요. 하지만 신원사를 기억해야하는 더욱 중요한 이유가 있다면, 이곳에 중악단(中嶽壇)이 있기 때문입니다. 계룡산에서 가장 높은 해발 845m의 천황봉을 등지고 있는 중악단은 조선시대 국가적인 차원에서 계룡산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입니다. 조선왕조가 막을 내리며 끊어졌던 계룡산 산신제는 1998년부터 민간차원에서 되살려 해마다 모셔지고 있지요. 조선은 묘향산을 상악(上嶽), 계룡산을 중악(中嶽), 지리산을 하악(下嶽)으로 삼아 각각 상악단과 중악단, 하악단을 설치했다고 하는데, 묘향산과 지리산의 제사터는 남아있지 않습니다. 지금의 중악단이 언제 세워진 것인지는 두 가지 견해가 있습니다.1959년 발간된 ‘공주군지’는 1879년(고종 16년) 계룡산사(鷄龍山祠)라는 이름을 중악단으로 바꾸며 건물도 중수한 것으로 전하지요. 일본인 인류학자 무라야마 지준(村山智順)은 1931년 ‘조선의 풍수’에서 대한제국 수립 이후 고종이 1898년(광무 2년) 중악단을 위엄있게 짓고,神院寺(신원사)였던 절 이름도 제국의 기원을 연다는 뜻에서 新元寺(신원사)로 바꾸었다고 했습니다. 신원사의 역사는 오랜 옛날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경내에서는 백제시대 와당(기와)이 발견되었다고 하지요.神院(신원)이란 제사를 지내는 공간을 뜻하는데, 절이 세워지기 전부터 제사터로 기능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백제시대 계룡산 제사터의 위상은 확실하지 않지만, 통일신라는 전국의 5대 명산을 5악(五嶽)으로 지정하고 국가적 제사터로 삼았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전합니다. 토함산이 동악, 지리산이 남악, 계룡산이 서악, 태백산이 북악, 팔공산이 중악이었지요.5악신앙은 고려시대에도 그대로 이어져 태조는 계룡산신에게 호국백(護國伯)이라는 작호(爵號)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조선 태조가 계룡산의 산세를 높이 평가하여 새로운 왕조의 도읍으로 삼고자 한동안 공사를 벌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요.17세기 들어서면서는 계룡산 신도안이 이씨 왕조의 400년 수도 한양에 이어 새로운 왕조가 800년 동안 도읍할 땅이라는 ‘정감록’이 유행하기 시작합니다. 조선 말에 이르러 사회적 불안이 증폭되면서 계룡산이라는 존재는 왕실에 적지않은 근심거리가 되었을 것입니다. 고종이 중악단의 격을 올리고 건물도 새로 지은 것도 새 왕조의 도읍으로 공공연히 일컬어지는 계룡산의 땅기운을 억누르려는 의도였다는 것이지요.‘정감록’의 예언이나 왕실의 중악단 중건이 모두 계룡산을 사이에 두고 벌어진 고도의 정치행위였던 셈입니다. dcsuh@seoul.co.kr
  • 로스쿨 ‘교육과정 모델’ 나왔다

    내년 3월 문을 여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교육과정과 교수법의 모델을 제시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해 10월부터 한국법학교수회(회장 이기수 고려대 법대 교수)에 의뢰해 추진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육과정 및 교수법 개발 연구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법학전문대학원 교육과정에서 다루게 될 과목은 크게 기본법학과목, 기초법학과목, 인접과목, 전문법학과목, 실무기초과목 등 다섯 가지로 나뉜다. 기본법학과목은 법률가에게 필요한 기본지식과 사고능력을 기르는 과목으로 공법, 민사법, 형사법 등이며 기초법학과목 및 인접과목은 법철학, 법사회학, 외국법, 법과 관련된 경제학, 인류학, 정치학, 행정학 등이 포함된다. 전문법학과목은 기업법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과목 중 기본법학과목에 포함되지 않은 과목이면 된다. 실무기초과목은 법조윤리, 법률정보조사, 법문서작성, 모의재판, 실습과정 등 5개 세부과목으로 돼 있다. 교육부는 곧 제정할 법학전문대학원 설치ㆍ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 실무기초과목을 필수로 지정할 방침이어서 실무기초과목에 포함된 5개 세부과목은 모든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 교육부는 10월쯤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인가 대학 신청 공고를 낸 뒤 내년 3월까지 설치인가 심사 및 인가대학 예비선정 절차를 마칠 계획이다. 설치인가 심사기준은 교육목표(배점 30), 학생복지(135), 입학전형(85), 교육과정(290), 교원(195), 교육시설(125), 교육재정(100), 관련학위과정(40) 등 8개 영역(1천점 만점)으로 이 중 교육과정의 비중이 가장 크다.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피랍 한국인 1명 피살] 탈레반, 피랍 한국인 살해 왜

    피랍 한국인 23명 가운데 배형규 목사가 살해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이슬람권 전문가들은 탈레반 무장단체가 실리와 명분을 동시에 취하려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간인을 납치한 탈레반으로선 한국 정부와의 거래를 통해 투쟁 자금을 얻어내는 것도 중요했지만, 조직 내부의 강경파들을 설득할 만한 구실이 필요했다는 의미다. 대테러 전문가인 이종화 경찰대 교수는 “탈레반은 가장 극단적이면서 보수적인 원리주의자들이다. 그들 내부에서도 이번 납치사건을 일으키고 협상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마무리지을 명분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여성을 해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지닌 탈레반으로선 남자 인질 가운데 희생양을 찾아야 했고, 인질 가운데 유일한 목사인 배 목사를 선택하는 것이 일종의 종교적 본보기로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중동학회장 겸 한국외대 중동연구소장인 장병옥 교수는 “탈레반이 협상 시한을 세 차례나 미루면서 성의를 보인 데 대해 우리 쪽에서도 명분을 줬어야 한다. 탈레반으로선 협상 조건으로 내건 동료들을 한 명도 구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을 것”이라면서 “명분을 줄 수 없다면 몸값을 올려줘서라도 현지 부족 원로와 탈레반 수뇌부에 물밑 작업을 했어야 하는데 이것이 안 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결국 피랍사건 석방 협상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아프간 정부에 절대적 영향력을 지닌 미국이었는데, 단 한 명의 탈레반 수감자도 석방시키지 못한 것은 정부의 외교력이 못 미쳤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장 교수는 이어 “배 목사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형제, 자매를 안전하게 귀가시키고 나를 희생시키라.’는 식으로 탈레반을 설득하려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 교수는 “이슬람원리주의자들의 문화적 배경보다는 협상 전략이나 불가피한 차원에서 생겼을 것”이라며 “미국이나 나토군에 의해 매일매일 생사 기로에 서 있는 탈레반에게 합리적인 선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또한 “일부를 풀어준 것은 대규모 인질에게 먹을 것을 주면서 장기간 데리고 있을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거나 협상 테이블에서 더 큰 반대 급부를 얻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면서 “탈레반이 배 목사를 본보기 격으로 죽였는지 (건강이 악화돼)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시신을 처리할 수 없어 내버렸는지는 단정짓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임일영 서재희기자 argus@seoul.co.kr
  • [피랍 한국인 석방협상] ‘피랍사태 해법’ 전문가 제언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23명이 피랍된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이슬람원리주의를 신봉하는 탈레반 무장 세력이 장악한 지역에 파병국인 한국 국민이 무리지어 들어간 것 자체가 아무런 안전장비 없이 외줄타기를 한 것과 다름없다고 분석했다. 피랍된 한국인들이 선교를 목적으로 아프간 땅을 밟은 것도 문제지만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요소라는 것이다. 최영길 명지대 아랍지역학과 교수는 23일 “미국 등 서방 세력에 의해 정권을 빼앗긴 탈레반 추종자들에게 피랍된 한국인들이 기독교인인지 불교신자인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그저 파병국이자 미국의 동맹국가인 한국 국민일 뿐”이라면서 “정부에선 우리 군이 아프간 재건을 돕기 위해 갔다고 말하지만 탈레반엔 위선적 주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반미국가선 한국도 美동맹국일 뿐” 최 교수는 “이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선 분쟁 국가나 국군이 파병된 곳, 특히 반미 국가에는 어떤 이유에서든 가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좋은 목적으로 가더라도 ‘친미국가’로 낙인찍힌 한국 국민이 아프간이나 소말리아, 이라크 등에 가는 것은 너무 큰 위험 부담을 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중동학회장 겸 한국외대 중동연구소장인 장병옥 교수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외국군의 철수, 아프간 정부에 붙잡힌 탈레반 동료들의 석방, 더 나아가 피랍자들의 모국과 이면 거래를 통한 투쟁자금 확보 등 정치적 행위”라고 못박았다. 장 교수는 일부 기독교인들의 공격적인 선교 방식에 대해서도 자제를 당부했다. 그는 “극히 일부이겠지만, 독실한 수준을 넘어선 기독교 원리주의자들이 의료사업 등을 구실로 이슬람 국가에 무리하게 선교를 하러 들어가는 것도 문제”라면서 “내 가족이 중요하면 남의 가족도 아껴야 하듯이, 내 종교가 존중받길 원하면 남의 종교도 존중하는 이성적 행동을 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기독교인들도 외형에 치중하는 선교, 문명 충돌을 야기하는 선교 방식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전준비 없는 분쟁국 여행은 위험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아프가니스탄 같은 분쟁지역에 대해 충분한 사전답사나 준비없이 종교적 신념 만으로 덤벼드는 행태를 꼬집었다. 이 교수는 “아프간의 경우 알라와 기독교는 형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신론자보다는 기독교인에게 우호적”이라면서 “다만 선교는 이슬람 율법과 아프간 현행법에도 금지하는 범법 행위이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 특히 가즈니, 칸다하르는 탈레반 거점 지역으로 정확한 정보에 의해 납치된 것으로 보이며 대규모 선교 자체가 위험한 곳이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군대를 파병하든 비정부기구(NGO)를 보내든 현지 문화나 언어에 소양을 가지고 보내야 한다. 충분한 사전 지식과 미묘한 사회적 갈등 구조를 알고 가야 한다.”면서 “아무리 좋은 목적이라도 열정 만으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위험국가 문화·정치 소양교육 필요 장준희 한양대 세계지역문화연구소 연구원은 “국가가 나서서 소외된 지역에 대해 꾸준히 전문가를 양성해야 이런 일이 재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서 “아프간은 아직은 유목 사회이기 때문에 많은 결정이 연장자그룹(부족원로회의)의 영향을 받고 젊은이들이 주축이 된 탈레반도 그들의 조언을 듣는다. 하지만 한국 정부나 학계에 연장자 그룹과의 채널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장 연구원은 “90년대 중반까지 위험국가에 나가는 사람들을 위한 교육을 했던 것처럼 일부 국가에 한해서는 문화, 정치 등의 소양교육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임일영 이경주기자 argus@seoul.co.kr
  • [책꽂이]

    ●경제인류학으로 본 세계무역의 역사(필립 D 커틴 지음, 김병순 옮김, 모티브 펴냄) 미국 존스홉킨스대 명예교수인 지은이는 ‘상인 유민 집단’이 생겨난 배경을 설명하고, 그들이 몇 세기에 걸쳐 문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무역 거래와 교환 행위를 해나간 역사를 비교 세계사의 관점에서 파악한다. 무엇보다 유럽 중심 사관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다.2만 3000원.●고대에도 한류가 있었다(임재해 등 지음, 지식산업사 펴냄) 오늘의 한국 문화를 세계 문화 속에 살아 숨쉬게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면, 한류를 주체적으로 파악하고 지속적으로 이어가려면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이 책은 한류가 주춤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역사에서 한류의 뿌리를 찾아보자는 학계의 노력을 한데 엮은 것이다.2만 3000원.●택리지-당쟁의 상처를 딛고 조선 팔도를 누비다(이중환 지음, 허경진 옮김, 서해문집 펴냄) 실학사상에 바탕을 둔 대표적인 인문지리서로 조선시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여느 지리서와는 달리 ‘살 만한 곳은 어디인가.’라는 문제의식으로 지리와 인문의 상관관계를 밝히고, 역사와 문학과 철학을 아우르며 우리 땅의 진경을 펼쳐보여 인문지리서의 전범이 되었다.9500원.●탐사선이 밝혀낸 태양계의 모든 것(미즈타니 히토시 감수, 뉴턴 코리아 펴냄) 마젤란, 갈릴레오,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 스피리트, 오퍼튜니티, 카시니, 호이겐스 등 우주 탐사선이 천체 상공이나 표면에서 직접 촬영한 자료로 만든 영상해설집이다. 태양계 천체의 모든 것을 200여컷의 사진에 담았다. 뉴턴 하이라이트 시리즈.1만 5000원.●시간여행자(로널드 몰렛 지음, 이창미 옮김, 쌤앤파커스 펴냄) 지은이는 코네티컷 대학의 이론 물리학 교수로 2000년 타임머신 이론을 발표했다. 그는 지난해 회전하는 빛 안에서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는 중성자를 관측할 수 있는 실험장치를 만들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기초로 시간여행의 가능성을 이론적으로 증명했다.1만 2000원.●내몸을 살리는 천연발효식품(산도르 엘릭스 카츠 지음, 김소정 옮김, 전나무숲 펴냄) 김치와 된장, 요구르트와 독일의 양배추 발료식품 자우어크라우트, 인도의 발효빵 도사와 이들리, 에티오피아의 벌꿀 술 테치까지…. 미국 테네시주의 쇼트 마운틴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지은이가 발효식품의 사회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규명한 식품 문화 보고서이다.1만 4800원.●속담 인류학(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이코노미스트 펴냄) ‘남자는 늘 욕망하나 늘 가능하라는 법은 없고, 여자는 늘 가능하나 늘 바라지는 않는다.’일본의 여성작가인 지은이는 주자의 ‘소년은 쉬 늙고 배움은 이루기 어렵다(少年易老學難成)’는 시에서 불경스럽게도 이런 러시아속담을 연상한다. 제목은 연구서 같지만 일종의 유머집이다.1만 1000원.●크레이지 허니문 604(구완회 지음, 올림 펴냄) 지은이는 어느날 터키 이스탄불의 거리에서 미친 개 세 마리에게 허벅지를 물어뜯겼다. 광견병에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말에 그는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자문한다. 그후 그는 신혼여행으로 세계일주를 하자고 여자친구에게 제안했고, 대책없는 남녀는 604일 동안 ‘땡기는 대로’ 40개국을 여행한다.1만 2000원.
  • ‘인간 이해와 과학’ 국제학술대회

    이화여대 간호과학대(학장 신경림)는 제13회 ‘국제질적건강연구학술대회’를 20일부터 23일까지 개최한다. 전세계 600여명의 간호학, 심리학, 사회복지학, 교육학, 인류학, 의학 분야의 연구자들이 참여해 ‘인간이해와 과학’을 주제로 강연하고 워크숍을 갖는다.
  •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11) 대학문화의 변천

    ‘6월 민주항쟁’은 젊은 세대들의 문화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군사문화가 해체된 캠퍼스에는 그 전에는 허용되지 않았던 다양한 문화가 자리를 채웠다. 당시 자신의 삶보다는 사회 문제에 더 고민이 컸던 ‘386세대’들은 민중 가요와 사회과학 서적, 공동체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서클(동아리) 활동과 총학생회, 전대협 등으로 조직된 공동체 문화에 익숙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젊은 세대들의 문화는 지나치게 개인적이라고, 기성 세대가 된 ‘386세대’의 눈총을 받을 만큼 다양해졌다. 학문·창작의 자유가 꽃을 피우면서 신세대 문화는 ‘한류(韓流)’를 만들어 내는 토대가 됐다.6월 항쟁 이후 변화를 겪어 온 젊은 세대의 삶과 문화에 대해 재조명해 보았다. ●80년대 대학 ‘개인´ 없는 ‘공동체´ 지향 “학생운동 열심히 했던 사람이 회사에 취직하면 적응을 잘 못할 것 같지만 오히려 그렇지도 않습니다. 조직 생활에 익숙하고 조직의 결정을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죠. 인적 네트워크도 강하고요.”(대기업 간부 A씨) “싸우면서 닮아간다고나 할까요. 당시에는 대학 문화도 군사주의가 아주 강했지요. 학번에 따라 선배와 후배를 엄격하게 구분하고 선배는 ‘아버지’가 되고 후배는 ‘아들 딸’이 되는 가부장적인 문화였지요. 성차별도 심했습니다.”(회사원 김모씨) 6월 항쟁을 겪은 ‘386세대’의 공동체 문화에 대한 현재의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군사문화의 지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당시에 비해 현재 젊은 세대의 문화에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지만 오히려 뜨거웠던 열정이 넘쳐나던 공동체 문화를 그리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현재 젊은 세대들의 개인주의적인 문화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90년대 이후 공동체 무너지기 시작 1980년대 대학 문화는 저항문화이자 대안문화로서 공동체를 지향했다. 하지만 공동체 속에 ‘개인’은 없었다. 황모(39)씨는 “여러 가지 판단을 내릴 때 개인은 항상 맨 뒤였다.”면서 “제일 앞자리는 언제나 통일이나 민중 같은 거대 담론이었다.”고 말했다. 전국적인 학생회 조직을 만든 것은 6월 항쟁의 성과였지만 그런 조직구축이 대학 문화가 역동성을 잃게 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6월 항쟁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학과, 단과대, 대학으로 이어지는 학생회 조직, 그리고 각 학교 총학생회를 연결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가 생겨났다. 전국적이고 체계적인 위계 구조가 탄생하면서 전대협과 그 후신인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은 학생운동을 대표하는 이름이 됐고 그와 다른 목소리는 소수의 메아리로 전락했다. “전대협이라는 정형화된 틀이 없을 때가 오히려 훨씬 많은 토론과 논쟁이 있었습니다. 위계 조직의 구심력이 강해질수록 학우들을 효과적으로 동원하긴 쉬워졌지만 지적인 다양성은 사라졌지요.” 공무원 정모(38)씨는 “80년대 이후 학생운동 주류가 된 민족해방계(NL)가 ‘공부를 안 한다.’는 비판은 그런 맥락에서 나온 말이었다.”고 꼬집는다. 개인을 우선시하는 후배들이 대학에 들어오면서 80년대식 대학 문화는 한계에 부닥쳤다. 새롭게 대학에 입학한 후배들은 선배들의 문화를 낯설게 바라보기 시작했다.90년대 후반을 지나면서 한총련은 사실상 해체됐고 학과 학생회조차 집행부를 구성하지 못하게 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학생 없는 학생회’로 전락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제 대학생들은 학생회가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회원 활동이나 제도권 정당 당원 활동 등을 통해 사회참여 욕구를 발산한다. ●지금 대학생들 “하고 싶은 일 즐겨” “80년대는 대학 문화라는 게 존재했지만 지금은 그런 게 아예 없습니다. 세상에 무관심하지요. 신문도 안 보고 인터넷 포털에 있는 단편적인 뉴스만 봅니다.” 대학 강사 강모씨는 “예전엔 숫자는 많아도 고민은 단순했고 다양한 고민과 생각을 담지 못했다.”면서 “이제는 소명감과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즐길 줄 안다.”고 평가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대학·지식사회 위기… 답이 안보여” “1980년대 진보적 학문공동체 활동을 했던 이들이 90년대 들어 제도권에 진입하면서 대학의 비민주적 관행과 불합리한 체제를 부분적으로라도 변화시키는 노력을 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기 목소리를 잃어 버렸습니다.” 김원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는 14일 “지식인 사회가 지식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지배적 권력과 투쟁해야 하는 자신의 존재 기반을 제대로 고민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원인으로 “87년 이후 지식담론은 화폐와 이윤을 중심으로 재구성되고 있으며, 지식담론 생산자들도 이를 중심으로 포섭되거나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보적 학문공동체가 대학 사회와 기존 학회 등 제도권 지식사회 자체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면서 “더 나아가 진보적 학문공동체조차 제도화된 학회와 유사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학생운동과 문화운동에 대한 정치·인류학적 현장 조사로 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신진학자다.‘잊혀진 것들에 대한 기억(1999)’,‘여공 1970, 그녀들의 반(反)역사(2006)’ 등에서 엘리트가 아닌 언저리에 있던 이들을 통해 작은 역사를 추적하고 있다. 그는 “솔직히 말해 답이 잘 안보인다.”면서 “한 가지 분명한 건 ‘6월 항쟁 계승’이나 ‘미완의 87년 체제’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87년 직후 운동으로 돌아가자는 말은 98년 이후 근본적으로 달라진 한국 지식사회의 지형을 이해하는 데 장애물이 될 뿐”이라고 비판하고 “젊은 지식 생산자들이 끊임없이 자기 존재 찾기에 나서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시간의 문화사/앤서니 애브리 지음

    우리는 시간이란 거스를 수 없고, 누구도 그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을 당연하게 여긴다. 사람들은 시계와 달력이 자신의 생활을 통제하는 것을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며, 그와는 다른 종류의 시간 개념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한다. 그도 무리가 아닌 까닭은 우리의 근대사가 서구화의 역사와 다르지 않기 때문에 서양 문명의 소산인 서구적 시간관에 머리끝까지 물들어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그동안 시간을 다룬 많은 연구들이 소위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선형적(線形的) 시간관을 뒷받침하고 강화시킨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흔히 시간에 화살표를 부여하는 가장 확실한 과학적 근거로 열역학 제2법칙, 즉 엔트로피의 법칙이 꼽힌다. 엔트로피란 무질서의 정도를 뜻하며, 집이 오래되면 무너지듯 모든 것은 질서에서 무질서로 이행한다. 비슷한 기반을 갖지만, 우주 탄생의 표준 가설로 받아들여지는 빅뱅 이론도 태초 이래 우주가 계속 팽창한다는 팽창 우주론으로 역시 시간에 거스를 수 없는 선형성을 부여한다. 그러나 천문학자이자 인류학자인 앤서니 애브니는 ‘시간의 문화사’(최광열 옮김, 북로드 펴냄)에서 이런 과학법칙들만으로 오늘날 세계를 단일한 척도로 지배하는 시간관을 모두 설명하거나 정당화할 수 없다는 신선한 주장을 펼친다. 이 책의 장점은 여러 가지이다. 고대 천문학과 고고학, 인류학에 대한 깊은 지식과 치밀한 설명은 우리에게 지금의 시간과는 다른 이른바 비서구적 시간과 그 기록방식이 존재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준다. 독자적인 궤적을 그려온 잉카, 아스텍, 그리고 중국 문명이 순환적 시간관과 선형적 시간관을 어떻게 접목시키면서 제각기 ‘시간의 제국’을 건설했는지 비교문명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애브니는 이 책의 원제인 ‘시간의 제국들’이 자신들의 통제를 유지하기 위해 시간의 정치성과 사회성, 문화성을 빚어냈다는 사실을 예리하게 들추어낸다. 우리를 지배하는 서구적 시간관도 그리스에 그 뿌리를 두면서 기독교를 거쳐 보편적인 법칙성을 강조하는 근대과학의 정량적·기계론적 세계관에 의해 기본 틀을 갖추고, 진화론의 영향을 받은 ‘진보의 사다리’라는 이념을 깊이 간직하고 있다. 우리를 옭죄는 선진국병이나 ‘오늘보다 나은 내일’에 대한 강박도 서구적 시간관과 그 속에 각인된 진보 이데올로기와 무관치 않은 셈이다. 그렇지만 이 책이 우리에게 열어주는 가장 깊숙한 창문은 시간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나일강 상류에 거주하는 누에르족의 생활양식을 통해 ‘시간의 제국’을 벗어난 다른 종류의 시간이 있음을 보여준다. 누에르족은 자연의 주기와 인간의 활동을 조화시킨 생태적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 생태적 시간은 그들의 생활에서 중심이 되는 비, 가뭄, 범람 등의 리듬과 연관된다. 그러나 이 시간은 자연의 주기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의 인간 활동을 중심으로 삼는다. 그런 면에서 인간 활동과 동떨어져 그 자체가 실체인 서구적 시간과는 근본적 차이를 가진다. 또한 누에르족에게는 시간 간격이 일정하지 않다. 지루한 우기의 하루가 활동이 많은 건기와 같지 않다는 인식은 시간의 질을 배려한다는 점에서 무조건적인 양적 개념을 고집하는 서구 시간관에 비해 합리적이지 않은가? 결국 그는 서구적인 시간관만이 유일하게 과학적이지는 않으며, 똑같이 과학에 기반하는 다른 시간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동광 (과학저술가)
  • 버자이너 문화사/옐토 드렌스 지음

    ‘섹스 앤 더 시티’는 성(性)에 대해 알 만큼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충격을 안겨준 드라마였다. 드라마는 여성들의 자위 기구로 알려진 바이브레이터로 칭얼대는 아기를 달랜다거나(아기 등 뒤에 바이브레이터를 대줬더니 놀랄 정도로 울음을 뚝 그치고 방글댔다), 절정에 오른 여성의 사정을 직접 보여줬다(우유를 넣은 풍선을 쏘는 등의 장치였지만 여성의 사정액이 튀어나가는 장면은 TV드라마에서 보긴 힘든 것이었다). ‘버자이너 문화사(옐토 드렌스 지음, 김명남 옮김, 동아시아 펴냄)’ 역시 마찬가지다. ‘세상의 근원’‘신비의 샘’‘즐거운 입술’‘아랫도리’‘아래쪽’‘거기’‘악마의 낙인’‘지옥의 문’…. 이 책은 이처럼 갖가지 이름으로 불리며 여전히 공공연히 이야기하는 것이 금기시되는 여성 성기에 대해 총체적으로 다룬다. 의학 문헌, 신화, 소설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 중세시대 정조대부터 할례, 처녀성 검사와 같은 기괴한 풍습까지 흥미롭게 소개한다. 오르가슴·G스팟·질경련·성교통(痛)과 같은 의학상식도 설명한다. 여성 성기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기록이자 성(性)백과사전이라 할 만 하다. 아프리카 적도 윗부분에서 주로 행해지는 여성 할례(클리토리스 절제)는 성의 어두운 면이다. 음핵 포피의 일부만 잘라내는 것부터, 항문 위로 자그만 구멍만 남기고 모두 잡아 엮는 음부 봉쇄까지 할례도 여러 가지가 있다. 마취 없이 유리조각이나 면도날로 하기도 하는 할례 현장은 상상 이상으로 야만적이다. 음부가 봉쇄된 여성들은 나중에 결혼하면 신랑이 직접 칼을 휘두르거나 산파가 칼을 들어야만 한다. 여성과 마찬가지로 남성들의 할례(포경 수술)도 ‘건강’과 관련이 없다. 할례받지 않은 음경은 위생에만 신경을 쓰면 된다. 자위에 대한 혐오감이 깊고 할례의 전통이 있는 유대인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포경 수술의 오랜 ‘유행’을 낳았다는 것이다. 1980년대 히피와 같은 공동체들은 대안적 산파술을 사용하기도 했다. 미국의 작가 앨리스 워커는 자신의 경험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산파인 이모는 내 외음부에 오일을 바르고 끊임없이 마사지를 해서 엉덩이가 열리고 질액이 흘러나오게 했다. 나는 급기야 오르가슴을 느꼈고 꼬마 피에르는 사실상 내 환희가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세상으로 미끄러져 나왔다. 아기는 눈을 뜨기 전부터 평온하게 웃고 있었다.…” 해리포터가 소녀들에게 끼친 엉뚱한 성적 영향도 특기할 만하다. 바비 인형으로 유명한 세계 최대 완구업체 마텔 사는 2003년 ‘님부스 2000’이란 장난감 빗자루를 출시했다. 아이들이 다리 사이에 끼고 놀게 만들어진 빗자루는 원격조종이 가능한 데다 무엇보다 진동 기능을 갖췄다. 자신이 선물한 빗자루를 어린 여자 아이가 ‘완전히 탈진할 때까지’ 하루종일 갖고 논다고 불평한 사례도 있었다. 이 책의 저자 옐토 드렌스는 네덜란드의 유명한 성과학자이자 페미니스트 의사. 여성 성기라는 민망할 수도 있는 주제에 대해 저자는 시종 유머 감각을 잃지 않고 냉정하면서 차분하게 이야기한다.2만 2000원.윤창수기자 geo@seoul.co.kr그래픽 김선영기자 ksy@seoul.co.kr
  • “감자탕엔 과일향 풍부한 와인이 딱이죠”

    “감자탕엔 과일향 풍부한 와인이 딱이죠”

    “감자탕에는 과일향이 풍부하고 타닌 성분이 적은 와인이, 고추장 듬뿍 넣은 돌솥비빔밥에는 당도 높은 와인이 딱입니다.” 숙명여대 와인클래스 강의를 맡은 크리스티앙 시구앵(32)은 2년전 한국에 온 뒤 가장 가장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캐나다 퀘벡 출신으로 캐나다 특급 레스토랑에서 소믈리에로 명성을 쌓은 그는 세계 최고의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루’와 숙명여대가 손잡은 ‘르 코르동 블루 숙명아카데미’에서 지난달 27일 개강한 와인클래스를 맡았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 음식과 와인의 궁합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쏟아냈다. “한국에서 레스토랑 직원들에게는 많은 강의를 했지만 일반인을 상대로 강의하기는 처음입니다. 배우고 싶은 욕구는 큰데 적극성이 좀 떨어집니다.” 첫 강의를 할 때 ‘누구 해볼 사람 있어요.’라고 했을 때 아무도 나서지 않아 그를 당황하게 만들었다.“말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수줍어하는 것 같아서 그 뒤로는 일부러 수업 방향을 액티브한 형태로 잡았습니다.”라고 귀띔했다. 그의 강의는 다른 와인아카데미 수업과는 다르다. 일방적으로 강의하고 잔에 담긴 와인을 ‘테이스팅(맛보기)’하는 것이 아니라 퀴즈를 풀고, 직접 코르크 마개를 따서 시음하고 맛에 대해 토론하는 방식이다. 젊은 나이지만 그의 ‘와인 내공’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대학에 들어갈 때부터 부모에게 독립한 그는 집세와 학비, 용돈 등을 스스로 벌어야 했다. 월급 외에 두둑한 팁까지 만질 수 있는 레스토랑에서 머무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길어졌다. 콩코르디아 대학에서 문화인류학 석사 학위까지 받았지만 와인의 매력에 사로잡힌 그는 평생의 ‘업’으로 와인을 택했다. 그는 학교가 아닌 현장에서 홀서빙을 거쳐 와인 담당 웨이터, 헤드 웨이터, 매니저까지 차곡차곡 단계를 밟아 올라갔다.2년전 한국에서 와인의 가능성을 보고 제 발로 찾아 왔으며 지난해 10월부터 300년 전통의 와인회사 ‘피어르스’의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내년 봄 쯤 와인바를 열 계획도 가지고 있다. 10여년을 와인과 동고동락한 그가 생각하는 와인의 장점은 무엇일까. 그는 “대화에 곁들이기에 가장 좋은 친구죠. 소주는 원샷하다 보면 금방 취하지만, 와인은 천천히 음미하며 나누는 술”이라고 설명했다.“‘와인 한 잔 하자.’는 의미는 술을 마시자는 것보다는 대화를 나누자는 의미에 가깝죠.”라고 덧붙였다. 와인을 즐기는 방법을 고수에게 청해 봤다.“가장 좋은 방법은 자주 마시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며 한 두 잔 소량으로 끝내는 겁니다. 혼자서 한 병을 따서 다 비우는 건 미련한 짓이죠. 사랑하는 이와 와인을 함께 나누는 순간이 행복한 순간이고 인생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죠.” 글 임일영 정서린기자 argus@seoul.co.kr
  • [안정 되찾는 버지니아 공대] 미 언론들 “자녀들 성공 좇는 이민사회 전형” 분석

    버지니아 공대 참사 사건의 범인 조승희씨 가족의 모습을 두고 미 언론들은 22일 “모든 희생을 치르더라도 성공과 자녀 교육을 위해 살아가는 한인 이민사회의 전형”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실패는 수치스럽다는 체면 문화와 아들의 성공을 딸의 성공보다 중시하는 유교적 관념이 이번 조씨 사건을 파악하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22일 ‘명랑한 딸, 시무룩한 아들-조씨 가족의 수수께끼’라는 제목의 1면 기사에서 “조씨 부모가 15년 전 미국으로 이민 와 혹독한 고생 끝에 마련한 3층짜리 주택은 중산층 진입 성공의 상징으로 서 있지만, 그 꿈의 집이 지금은 몰려든 취재진을 앞에 둔 채 텅 비어 있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명문 아이비리그 출신의 이상적인 딸 조씨의 누나와 미국 역사상 최악의 캠퍼스 참사를 저지른 닫힌 세계 속에 살던 조씨의 차이점을 집중 조명했다. 남동생은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학교 생활에서 숨으며 척박한 생활을 보냈지만, 누나는 활기차면서도 풍부한 생활을 보냈다는 것이다. 자녀들의 성공을 위해 쉬지 않고 일해온 부모들은 교회에서 아들의 변화를 위해 기도를 했지만, 주변에는 아들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로스앤젤레스의 한국계 변호사인 서동씨는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먼저 걱정하는 체면문화가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면서 “가족 이외에 누군가와 상담한다는 게 힘들고 창피해 자신들끼리 해결하려는 문화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장태한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주립대(UC리버사이드) 인류학 교수는 “누나는 이민자 성공 스토리의 전형인 반면에 아들은 실패의 전형이자 도움이 필요한 정신병자였다.”며 “그의 가족과 친구들은 이를 주시하지 않았고 사회 역시 실패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도 22일 조씨의 ‘고통에 찬 침묵의 생활’을 집중 보도하면서 그 가족이 살던 미국 버지니아주 센터빌의 한인 사회를 “자식의 밝은 미래를 다른 무엇보다도 가장 우선시하는 곳”이라고 전했다.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한성주 ‘독서 실력’ 발휘할까

    EBS 책 리뷰 프로그램 ‘책 읽어주는 여자, 밑줄 긋는 남자’(매주 월요일 오후 11시 45분)에 새 진행자로 미스코리아 출신 한성주(33)가 출연한다. 한성주는 그룹 ‘클래지콰이’의 호란을 대신해 23일 방송부터 얼굴을 보인다. ‘책 읽어주는 여자, 밑줄 긋는 남자’는 매주 한 권의 책을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는 프로그램. 인터뷰, 실험 등 다양한 접근방법으로 한 권의 책을 폭 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MC와 출연자들이 마음에 와 닿는 글귀를 낭독하고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구절에 밑줄을 긋는 등 독서의 색다른 즐거움을 전해준다. 이 날 소개되는 책은 ‘컬처 코드-세상의 모든 인간과 비즈니스를 여는 열쇠’(리더스북 펴냄)로, 프랑스의 세계적인 정신분석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인 클로테르 라파이유의 저서. 컬처 코드란 자신이 속한 문화를 통해 특정 대상에 부여하는 무의식적인 의미로, 문화가 다르면 코드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미국은 왜 야구에 열광하는지, 이탈리아 남자들이 왜 여자를 쉽게 유혹하는지 알 수 있으며, 고객과 시장을 근본적으로 이해하도록 해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끄는 단초도 제공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한성주는 “평소에도 독서를 좋아해 책 소개 프로그램을 꼭 진행하고 싶었다.”며 “내가 가진 장점을 살려 꼭 재밌고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시론] 한·미 FTA,그 문화인류학적 의미/이태동 문학평론가 서강대 명예교수

    [시론] 한·미 FTA,그 문화인류학적 의미/이태동 문학평론가 서강대 명예교수

    지난 1년여 동안 우리 국민의 최대 관심사였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마침내 타결됐다. 지난해 이 문제가 처음 제기된 이래 정부는 반미주의자와 국수주의자는 물론, 표를 의식한 일부 정치인들의 편협하고 정파적인 계산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지지세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통상은 국가 발전의 핵심 요소이며 FTA는 하는 것이 맞다.”라고 강조하며, 정파를 초월한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아직 농업분야와 같은 경쟁력이 취약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대변하는 정치세력들은 이번 FTA 타결이 우리 경제를 미국 제국주의자들에게 종속시켰다며 분노하고 있다. 또 혹자는 한·미 FTA를 서구 열강이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어 각축했던 구한말의 ‘통상’과 비유하기도 한다. 물론 우리는 민족주의에 대한 그들의 열렬한 충정과 외세에 대한 완강한 저항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더 이상 정글법칙만이 지배하던 농경시대도,19세기 구한말도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지구촌시대’ 즉, 지식 정보를 통한 인류의 공동 번영을 추구하는 ‘세계화시대’에 살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 지금 세계 10위 경제 대국으로 미국의 5대 교역국에 속할 뿐만 아니라, 국제수지에 있어서도 미국은 우리에게 역조현상을 보이고 있다. 문화인류학적으로 볼 때, 그 옛날 수렵시대가 끝나고 농경사회가 시작되어 비로소 인간이 시간적인 여유를 갖게 되면서 문명을 창조했듯이, 지금 우리는 소외와 갈등 그리고 전쟁이 아닌 상호 협력이 강조되는 지구촌시대에 살고 있다. 자유무역은 어느 한 나라의 일방적인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상호 협력을 의미한다.FTA 체제하에서 어느 한 나라의 상품이 경쟁력이 있다면, 상대편 나라의 관세의 통제를 받지 않고 국경을 넘어 타국민의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 문제를 경제침략이라는 네거티브한 관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국제적인 차원에서 보편적인 인류의 능력 개발에 대한 보상 내지 지식 정보의 전파나 자극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어느 국가의 우수한 상품이 선의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으면, 국가적인 간섭을 받지 않고 인종이나 벽을 넘게 된다는 것은 인류의 공통 목표인 문명의 발달을 보다 높은 단계로 끌어올리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FTA는 정글 법칙이 지배하던 시대의 지배와 피지배, 혹은 약탈과 착취의 관계보다 인류 전체를 위한 보다 나은 문화를 창조하기 위한 협력관계를 의미한다. 한·미 FTA 타결이 그동안 다소 불편했던 한·미의 협력관계를 다시금 공고히 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금번 FTA 타결로 인해 우리는 농업 등 일부 분야에서 뼈아픈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FTA라는 새로운 도전을 원활한 기술 교류와 혁신적인 구조 조정의 계기로 삼아 우리 경제체제를 지식정보화, 세계화 시대에 걸맞도록 변형시킨다면 국가 전체적으로 분명히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에게 그 정도의 능력과 자신감은 있다. 역사 속에서 시대를 역행하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은 새삼 밝힐 필요가 없겠다. 이태동 문학평론가 서강대 명예교수
  • ‘개미’ 베르베르 영화감독 데뷔

    |파리 이종수특파원|‘개미’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44)가 오는 18일 프랑스에서 감독으로 데뷔한다. 평소 영화 감독을 희망했던 베르베르의 ‘첫’ 작품은 ‘우리 친구, 지구인’(NOS AMIS LES TERRIENS). 프랑스 전역의 130여개 스크린에 걸릴 예정이다. 베르베르는 1999년 단편 영화 ‘나전 여왕’의 시나리오와 공동 감독을 맡은 적이 있지만 본격적인 장편영화 감독 데뷔는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 포스터에도 ‘베르베르의 첫 감독 작품’이라는 문구가 담겨 있다. 상영 시간이 1시간25분인 ‘우리 친구, 지구인’은 국내에도 번역·소개된 희곡 형식의 소설 ‘인간’을 토대로 베르베르가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감독을 맡은 영화다. 프랑스의 유명 영화 제작사 ‘필름 13’의 클로드 를루시 대표가 그의 시나리오를 보고 매료돼 제작·연출·배급을 자원했다. 그는 “베르베르의 돋보이는 독창성에 모든 이들이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영화 개봉에 앞서 13일 파리 12구 돔스닐가 89번지 ‘에이티나인 갤러리’에서는 베르베르와 주요 배우들이 참가한 가운데 영화의 주요 장면을 담은 사진 판매전도 열린다. 전시회를 주관하는 안은희 대표는 “개봉에 앞서 사진을 전시·판매하는 것은 프랑스에서 이례적인 일”이라며 “제작사가 이번 영화에 가진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사회장에서 미리 본 영화는 베르베르 특유의 유머와 상상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그들이 우리를 지켜 본다.’는 포스터의 문구처럼 베르베르는 외계인의 시각으로 지구인의 삶과 행동 양식을 미세하게 앵글에 담았다. 영화의 주요 얼개는 외계인에게 납치돼 유리 감옥에 갇힌 주인공 남녀와 그들의 실종 뒤 가족들이 벌이는 다양한 이야기다. 두 상황을 오가며 외계인 화자가 면도, 이닦기, 먹거리, 성 생활 등 지구인의 다양한 생활상을 다큐 형식으로 설명한다. 인간은 그저 철저하게 관찰되고 조종될 따름이다. 특히 납치된 두 주인공의 부인과 남편의 관계가 동병상련에서 연정으로 발전해 성 행위를 하는 장면을 X레이 기법으로 처리한 ‘해골 섹스’ 장면은 베르베르의 해학이 잘 묻어난다. 인류학적 고찰을 연상케 하는 이 영화를 통해 베르베르는 인류에 대한 따끔한 경고의 메시지도 던진다. 특히 닭 도살 과정을 상세하게 담은 장면은 섬뜩하기조차 하다. 영화사측은 “베르베르는 첫 감독 작품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며 “현재 빽빽한 일정으로 전국을 순회하면서 영화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고 전했다. vielee@seoul.co.kr
  • [책꽃이]

    ●문학 사냥꾼들(이창국 지음, 아모르문디 펴냄) 영국 최고의 문헌학자 토머스 와이즈는 시인 브라우닝의 부인인 엘리자베스가 남편에게 바친 소네트의 증정본을 제멋대로 위조하는 등 사기행각을 벌이다 마침내 웹스터 인명사전에 ‘위조범’으로 오른다. 와이즈의 거짓말을 밝혀낸 사람은 카터와 폴라드라는 젊은 고서적상. 그들은 ‘문학계의 셜록 홈스’라 할 만하다. 원로 영문학자인 저자는 영문학사의 황당한 사건과 작가들의 비밀 이야기를 소상히 들려준다. 바이런이 남긴 자서전의 행방, 보이니치 필사본의 미스터리, 아서왕 전설과 토머스 맬러리의 생애 등의 주제를 다룬다.1만 2000원.●만주이민문학연구(오양호 지음, 문예출판사 펴냄) 1940년대 만주와 간도는 만주국의 천지였다. 일본의 앞잡이 나라 만주국의 지배논리는 제국주의 일본의 슬로건인 대동아공영권의 확립과 오족협화(五族協和)였다. 문학평론가인 저자는 1940년대의 한국문학은 이민문학으로 시작된다고 말한다. 북방파 시인 그룹, 특히 마도강(만주의 별칭)에서의 백석 시인의 문학적 삶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당시 마도강으로 떠난 이민들의 처지는 안수길의 소설 ‘북간도’의 주인공 이한복의 말처럼 “볏섬이나 나는 전토는 신작로가 되고 말깨나 하는 친구는 감옥소에 가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2만 5000원.●수련(엘라 카라 들로리아 지음, 권민정 옮김, 아름드리미디어 펴냄) 백인이 북미 대륙 서부 대평원에 정착하기 전인 19세기 중반, 한 다코타족 여인의 삶을 그린 소설. 저자는 미국 사우스다코타 주 양크톤 수족 인디언보호구역 태생의 소설가 겸 인류학자로 인디언문화의 전승과 보존에 일생을 바쳤다.‘안페투 와시테’(‘아름다운 날’이란 뜻)라는 인디언 이름을 가진 작가는 다코타족 사회를 “불화를 최소화하고 온정을 최대화하는” 사회로 표현한다.1만원.●빛깔이 있는 현대시 교실(김상욱 지음, 창비 펴냄) 현대시 50편을 평론가의 시각에서 꼼꼼히 읽고 자상하게 설명한 시 에세이집. 저자는 ‘시를 통해 삶을, 삶을 통해 시를’ 서로 엮어 읽을 것을 제안한다. 한 예로 저자는 조향미의 ‘함양 군내버스’에서 시골 노인들의 건강한 대화를 통해 ‘늙음’에 대한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선을 읽어낸다. 김영인의 ‘너와집 한 채’와 그 시에서 모티프를 따온 김사인의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어린 처자의 외간 남자 되어’를 비교한 대목도 흥미롭다.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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