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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류진화 비밀 풀어줄 200만년 전 ‘유골’ 공개

    인류진화 비밀 풀어줄 200만년 전 ‘유골’ 공개

    진짜 ‘올드 보이’가 발견됐다! 인류 진화의 비밀을 풀어줄 200만년 된 어린아이의 유골이 공개될 예정이어서 관심이 모이고 있다. 2008년 8월, 남아프리카 오하네스버그 근처인 스테르크폰테인 지역에서 발견된 이 유골은 390만년 전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250만년 전의 호모하빌리스로 진화하는 중간단계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9세로 추정되는 남자아이의 유골과 30세 초반 여성의 유골이 함께 발견됐으며,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세디바’(Australopithecus sediba)라는 명칭이 주어졌다. 과학자들은 만약 이 유골이 실제로 호모하빌리스 이전의 새로운 종(種)으로 판명될 경우, 인류 진화의 역사를 새로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디바는 현 인류처럼 두 발로 걷지만, 유독 긴 팔과 발달한 손가락 등을 이용해 자유자재로 나무를 오르내리거나 동물처럼 나무 위에서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뇌 크기는 420~450cc로, 1200~1600cc의 현생인류보다는 작지만 오스트랄로피테쿠스보다 발달된 두뇌를 가졌다. 특히 이번 유골이 흩어진 뼈 조각이 아닌 완벽한 모양을 갖춘 해골이라는 점에서 인류학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유골을 처음 발견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비트바테르스란트 대학의 리 버거 교수는 “인류 진화의 사라진 퍼즐을 찾은 것 같다.”면서 “인류가 언제부터 손을 이용해 도구를 사용하고, 나무에서 내려와 생활했는지 알려줄 매우 중요한 단서”라고 전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국사를 국가계승사로 봐야 동북공정 대응”

    “국사를 국가계승사로 봐야 동북공정 대응”

    모두 알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부분을 건드린 책이 나왔다. 서의식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가 쓴 “한국고대사의 이해와 ‘국사’ 교육”(혜안 펴냄)이다. 제목에 국사라는 단어에만 작은 따옴표를 해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서 교수가 주장하는 핵심은 국사를 ‘내셔널 히스토리(National History)’라 번역한 뒤 이를 민족주의(Nationalism)로 연결짓지 말고, ‘역대국가계승사(The history of past successive states in Korea)’로 개념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국가’, 즉 스테이츠(states) 개념이다. ●“기존학계 문제 사회발전단계론서 비롯” 그동안 고조선·고구려 하면, 단군신화·광개토대왕 정도가 전부였다. 그러나 중국의 동북공정이 본격화되면서 이 시대를 어떻게 이해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대두됐다. 기존 학계의 대답은 영 신통치 않았다. 기껏해야 중국의 선진적 ‘국가’ 문명이 흘린 단물을 먹고 자란 ‘부족’ 문명이나 ‘성읍’ 문명에 불과했다는 정도다. 조금 더 세련된 논의도 나왔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세례를 받은 ‘변경사’(임지현 한양대 교수)나 ‘요동사’(김한규 서강대 교수) 같은 개념이 나오더니, 아예 지금 한국의 선조는 신라이기 때문에 고조선·고구려 따위야 역사책에서 지워버려도 된다는 ‘한국사’(이종욱 서강대 교수) 개념도 나왔다. 반박하면 ‘과거의 영광을 과장하는 반실증적인 국수주의자’라는 딱지가 붙었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이 빈틈을 파고들었다. 현대 중국은 청에서 나왔고 청의 전신은 후금, 거슬러 올라가면 요금, 그 이전은 발해, 더 거슬러 올라가면 고구려와 고조선이니, 만주는 물론 한반도 이북은 중국의 역사가 아니냐는 주장이다. 서 교수는 ‘역대국가계승사로서의 국사’라는 개념으로 이런 흐름에 반대한다. 그가 보기에 기존 학계의 문제는 사회발전단계론에서 비롯됐다. 발전단계론은 ‘원시공산-고대노예-중세봉건-근대자본’으로 간다는 마르크스 이론이나, ‘씨족-혈족-부족-국가’로 나아간다는 인류학적 이론 두 가지다. 흔히 말하는 ‘주류사학계의 통설’은 일본이 주장하는 삼국사기 초기기록 불신론을 받든 뒤 이런 발전단계론을 받아들이면서, 남들은 버젓한 국가를 세우는 기원전후 시기에 한반도에서는 돌도끼 든 원시부족이 뛰어다녔다고 설정했다. 이들 주장을 검토, 비판하는 과정에서 서 교수는 경제사학계의 거두 백남운(1974년 작고), 국사학계의 태두이지만 논란도 끊이지 않는 이병도(1989년 작고), 고구려연구재단 이사장을 거쳐 한국학중앙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인 김정배, 민족사학의 대부 이기백(2004년 작고) 등 흔히 주류사학계 원로라 꼽히는 인물들의 주장을 일일이 거론했다. 이런 작업 끝에 서 교수는 고조선과 고구려 초기사회는 ‘족장 혹은 군장(chiefdom)’ 사회가 아니라 어엿한 ‘국가(state)’였다고 주장했다. 고대사 논의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겐 매혹적인 논리다. 서 교수는 국사교과서를 어떻게 써야 할지도 분명히 해 둔다. “고대사 연구가 어렵다고 고고학자들이 발굴유물을 토대로 고대사 부분을 씁니다. 그러니 구석기 시대가 교과서에 들어가요. 한반도라는 땅 자체가 형성된 것이 1만년 전인데 수만년 전인 구석기시대 얘기를 왜 씁니까. 그건 인류 보편사지요. 국사로서의 교과서를 만든다면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부터 쓰면 됩니다. 우리가 위대했다는 게 아니라, 과거 우리나라에 어떤 나라들이 들어섰느냐만 써도 충분하다는 겁니다.” ●“신라는 고조선 유민들이 만든 나라” 서 교수의 전공은 신라사다. 고대사 전반으로 넓힌 이유는 신라가 미개한 부족연맹체에서 시작됐다는 이병도의 ‘사로6촌설’을 반박하기 위해서다. 미개한 족장이 아니라, 고조선에서 남하한 유민이 만든 각국의 수장이 모인 게 바로 신라의 탄생이었다는 주장이다. 이런 내용을 담은 신라사 전문연구서도 7월쯤 낼 계획이다. 현실적 이유도 있다. “지켜보기만 하니 너무 답답합니다. 요즘 독도가 이슈인데, 그래도 독도 문제는 싸울 논리라도 있습니다. 동북공정을 보세요. 북한, 간도, 만주 다 잃어버리게 생겼는데 나설 수 있는 논리가 없습니다. 어느 게 더 절박합니까.” 절박함이 쉬 풀리긴 어려워 보인다. 서 교수마저 서문 말미에 “생각은 거칠고 글은 투박하지만 필자의 의중을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고 해 뒀다. 저자의 의례적인 겸손이라고 하기에는 기존 사학계의 벽이 여전히 높아 보인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신기하軍! 시대상 반영한 전문주특기병 ‘눈에 띄네’

    신기하軍! 시대상 반영한 전문주특기병 ‘눈에 띄네’

    국군수도병원에 근무하는 이선호(21) 이병은 지난해 말 입대했다. 그의 주특기(번호 2112)는 ‘영현등록병’이다. 수도병원 내 단 2명만 갖고 있는 것으로 군 내에서도 알려지지 않은 병과다. 이들은 군에서 사고나 질병 등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면 매장과 화장, 소지품 기록 업무 등을 담당하는 이른바 ‘장의 전문병’이다. 이 이병은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사회에서 절대 해 볼 수 없는 일이란 생각에 영현 등록병에 지원했다.”면서도 “장의업무가 남들에게 어떻게 비쳐질지 몰라 가족들에게만 진상을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이 이병처럼 우리 군에는 알려지지 않은 특이한 주특기를 갖고 근무하는 현역병이 많다. 특히 전문 주특기들은 새로 생기거나 없어지면서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한다. 북한의 남침용 땅굴을 찾아내는 일을 하는 병사는 주특기 번호 1524의 ‘땅굴탐지병’이다. 대학에서 지질학과 등 관련 전공 3년 이상 수료자가 지원할 수 있다. 6·25 전쟁 전사자 유해 발굴 작업이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유해발굴기록병’이 생기기도 했다. 이들은 대학에서 고고학과나 고고미술사학과, 고고인류학 등을 2년 이상 수료하고 유골 발굴 3개월 이상의 경력도 갖고 있어야 지원이 가능하다. 군내 비리척결을 위한 수사 전문병도 있다. 수사전문병은 분야별로 특화가 되어 있다. 회계수사병, 건축 및 설계수사병, 마약수사병, 사이버수사병, CC(폐쇄회로)TV 등 영상자료 수사병이 그들이다. 온라인 게임의 활성화로 공군은 ‘e-스포츠병’을 뽑았다. 대표적인 온라인 게임 스타크래프트에서 테란의 황제로 불린 임요환 선수다. 또 ‘동아리 지도병’은 이른바 ‘B-Boy병’으로 최근 세계적으로 춤실력을 인정받은 우리나라 춤꾼들을 특기병으로 뽑고 있다. 공군에는 과거 관제탑에 공중감시기록병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2000년 이후 사라졌다. 관제체계가 전자시스템으로 바뀌면서 이 직책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두 책으로 본 性의 역할

    당신은 남성, 아니면 여성이다. 이것은 참인 명제다. 당신이 남성이라면 남성다워야 하고, 여성이라면 여성다워야 한다. 이것은 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명제다. 성(性) 역할 구분의 당위성에 대한 가치 명제로서 사람마다 판단 기준을달리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성 역할의 구분에 대한개별적, 혹은 사회적 판단 기준을 어떻게 형성하고 쌓아 왔을까. 【 오리온의 후예 】찰스 버그먼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 ●사냥꾼으로 길러진 남성성 남성, 남성다움, 그리고 여성, 여성다움에 대한 배경을 확인할 수 있는 책들이 나왔다. 동일한 기준과 범위 안에서 이뤄지는 남성, 여성의 비교 연구는 아니지만 함께 살펴보는 것으로 흥미를 배가시킬 수 있다. 강제되어 온 성 역할에 대한 이해를 높일 뿐 아니라 집단 속에서 개인의 역할,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 등으로 인식의 폭이 한껏 확장됨을 확인할 수 있다. ‘오리온의 후예-사냥으로 본 남성의 역사’(찰스 버그먼 지음, 권복규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는 쉼없이 무언가를 뒤쫓고 포획하려 하는 남성성에 주목하고 있다. 남성들의 늘 충족되지 않는 추격의 욕망을 그리스 신화 속 사냥꾼인 오리온의 후예로 비유하고 있다. 특히 신화, 문학, 인류학 속에서는 물론 일상 생활에서 공공연히 드러나고 있는 ‘사냥꾼 본능’의 남성 모습을 드러내며 현대 남성이 겪는 정체성의 위기를 밝힌다. 즉, 무언가를 붙잡아 지배하려는 사냥꾼 본능에 사로잡혀 여성, 짐승, 자연과의 교류 의지를 잃어버린 위기를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남자들은 사냥꾼으로 태어나지 않았다.”면서 “다만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사냥꾼으로 길러지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가족, 자연과의 관계를 상실하면서까지 사회적 지위와 연봉을 사냥하려는 것이 과연 남성다운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또한 남성이 이러한 원초적 욕구로부터 해방되어 남성성만이 아닌 새로운 인간성을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대중독재와 여성 】임지현·염운옥 엮음/휴머니스트 펴냄 ●여성의 정치참여는 해방의 수단 반면 ‘대중독재와 여성-동원과 해방의 기로에서’(비교역사문화연구소 기획, 임지현·염운옥 엮음, 휴머니스트 펴냄)는 또 다른 측면에서 ‘대중독재’로 일컫는 파시즘 시대에 사회 참여의 폭을 넓히며 ‘절반의 여성 해방’을 이뤄낸 여성들의 곤혹스러움을 다양하게 조명한다. 7년째 계속되고 있는 ‘대중 독재’에 대한 공동연구 학술서인 만큼 읽기가 그리 녹녹지는 않지만 문제의식은 선명하다. 연구에서는 나치, 러시아 소비에트, 프랑스 비시정권, 중국 문화혁명 시기 등을 20세기 파시즘 시대로 규정하면서도 당시 대중들의 모습을 단순히 희생자만이 아니라 정치적 한 주체로서 지지하고 동의했기에 가능했다는 논리로 접근한다. 즉, 희생자이면서 공범자라는 논리다. 그러나 여성의 입장에서 볼 때는 조금 더 미묘하다. 많은 여성들은 파시즘 체제에서 처음으로 사회적 일자리를 갖고, 투표권을 얻었고, 정치에 참여하는 등 여성 해방과 평등의 기반을 얻었다는 것이다. 파시즘을 단순히 여성 억압적인 체제로 보기보단 체제를 개조하려는 정치 목표를 위해 여성 대중을 동원한 ‘젠더 정치’로 보고 있다. 여성은 때로 저항하고 희생당했지만, 주로는 적극적 공범자이자 소극적 동조자 역할을 했다. 17명의 국내외 학자들이 좌파 독재, 우파 독재 시기 여성의 모습들을 조명한다. ‘오리온’ 2만 5000원, ‘대중독재’ 2만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한국 대중문화에 나타난 다문화사회

    한국 대중문화 속에 비치는 다문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관객 500만명을 바라보는 영화 ‘의형제’에서 배우 송강호는 극중 ‘사람 찾는 일’을 하면서 도망간 외국인 아내를 찾는 일을 한다. 10년 전에도 국제결혼을 소재로 한 영화가 있었다. 2001년 개봉한 영화 ‘파이란’에는 안정적인 체류를 위해 3류 깡패(최민식 역)와 결혼하는 중국인 여성(장바이츠)의 얘기가 그려졌다.  연극 무대에서는 서울과 대전에서 결혼이민자들이 주축이 된 연극단체가 생겼고, 몽골 청년과 강원도 아가씨의 사랑을 그린 뮤지컬 ‘빨래’가 관객의 호응에 힘입어 5년째 장기 공연중이다.  tv브라운관으로 눈을 돌려보면 몇 년전 개그맨 정철규는 외국인 노동자 캐릭터로 ‘사장님 나빠요’를 외치며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꼬집었다. 최근에는 외국인 미녀들이 모여 공통점과 차이점을 얘기하는 프로그램이 화제를 모았다. 또 캠페인성 프로그램에서는 결혼 이민자들이 한국에 와서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처럼 연극·영화·TV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다문화를 다루고 있다. 소재 차용에 불과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영화 ‘반두비’ 연극 ‘헬로우 오복성’ 등 이주노동자 및 결혼 이민자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도 종종 눈에 띈다. 이처럼 한국의 대중문화는 다문화를 인지하고 양적 질적으로 성장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인류학 박사인 최호림 서강대 동아연구소 조교수는 “매체가 성공 스토리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적 캠페인으로 다문화 사회임을 인지시키려고 하다 보니 ‘혼혈 하인즈 워드 성공스토리’ 등 이슈를 만들어 내는데 급급하다는 뜻이다.  최 박사는 “정작 우리나라 사람을 지키지 않는 이상적인 규범·관습 등을 외국인 며느리와 다문화 가정에 강요하는 경우가 있다.”며 “우리의 전통적인 것들이 외국인 며느리가 가져야 할 올바른 덕목인 것처럼만 (매체에서) 얘기하고 있다.”고 경계를 했다.  그러고는 “우리 장점을 강조하는 것도 좋지만 외국의 문화와 습성이 어떤가 보여줘서 그 차이를 이해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손병우 교수는 약간 다른 차원에서 현 상황을 진단했다. 손 교수는 “성공 사례를 얘기하는 게 어두운 면을 은폐하는 소재가 될 수도 있지만, 하인즈 워드를 통해 생계 문제 때문에 외국인과 결혼한 한국 여성이 꾸린 가정에 대해 다시 돌아볼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화·TV·연극 등에서 다문화를 다루는 것은 그만큼 대중적인 인식이나 공감대가 퍼져 있다는 확신에서 그런 소재를 쓰는 것”이라며 “매체에서 빈번하게 다루는 만큼 엄연한 한국사회 현실이 됐으니 매체는 정책 당국이 좀 더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문화 사회를 자연 발생적으로 반영하는 단계를 넘어서 의식적으로 조명해야 할 단계가 됐다.”며 “장르·표현양식·주제상으로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종교·학술플러스]

    ●‘석학과… 인문강좌’ 6일부터 개최 한국연구재단은 6일 오후 3시부터 5주 동안 서울 신문로2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강좌’를 연다. 김광억 서울대 교수가 ‘중국인의 일상세계 : 문화인류학적 해석’이란 내용의 주제발표를 준비했다. ●연세대, 3일 도쿄대와 국제 워크숍 연세대 국학연구원 인문한국(HK)사업단은 3일 연세대에서 일본 도쿄대 철학연구센터와 공동으로 제3차 국제 워크숍을 연다. 백영서 연세대 교수, 나카지마 다카히로 도쿄대 교수 등이 ‘비평과 정치’를 주제로 정치적 문제에 대한 지적 소통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 ‘4대강 개발 대안’ 주제 4일 심포지엄 불교환경연대는 에코붓다와 함께 4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불교와 생명 공동연구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4대강 개발, 다른 대안은 없는가’를 주제로 불교 및 환경생태, 정치·경제 등 다양한 관점에서 4대강 사업을 점검해보고, 생태적 발전을 위한 원칙을 제시한다. (02)720-1654.
  • [책꽂이]

    ●인빅터스(존 칼린 지음, 나선숙 옮김, 노블마인 펴냄) 스페인 일간지 국제부장인 저자가 쓴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투쟁기다. 남아공 내 백인들의 최고 스포츠는 럭비. 만델라는 흑백 화해를 위해 1995년 럭비월드컵을 유치했고, 남아공 우승을 이끌었다. 만델라가 남아공 대표팀 백인 주장에게 우승컵을 건네고 주장에게서 셔츠를 받는 순간은 스포츠 역사상 명장면으로 평가된다. 최근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을, 모건 프리먼과 맷 데이먼이 주연을 맡아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1만 2000원. ●아빠, 엄마 반만큼만 해라(기동민 지음, 페이퍼로드 펴냄) 민주당 부대변인인 저자는 정치판에 뛰어든 탓에 아들과 떨어져서 산 불량 아빠였다고 고백한다. 14년 만에 함께 살게 된 열여섯 살 아들을 위해 좌충우돌한다. 육아 현실, 싸움, 아이들 세계의 우정, 이성 교제, 학원 걱정, 교육 문제 등을 함께 겪으며 소통하는 과정을 담았다. 1만 2000원. ●내 돈을 지키는 경제학(김진철 지음, 밀리언하우스 펴냄) 국내 정유사는 네 곳이나 있는데 기름값은 왜 떨어지지 않을까. 한겨레신문 경제부 기자인 저자는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소재를 이용해 실물 경제 흐름과 생활 경제의 이면을 짚어낸다. 1만 3000원. ●고대신전 오디세이(이종호 지음, 신인문사 펴냄) 과학·역사 저술가인 저자는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신전, 그리스의 아폴론 신전과 파르테논 신전, 이집트의 아부심벨 신전과 카르나크 신전, 유대·기독·이슬람교가 얽힌 예루살렘의 바위 사원, 페루의 마추픽추 등 세계 곳곳에 널린 고대 신전을 돌며 인간의 다양한 면을 발견하고 현재 가치를 되돌아본다. 2만원. ●모든 것의 나이(매튜 헤드만 지음, 박병철 옮김, 살림 펴냄) 미국 코넬대 천문학과 선임연구원인 저자는 나이(age)를 키워드로 삼아 우주와 인류의 역사를 풀어낸다. 여러 학문 분야를 두루 아우르는 통섭적인 방법으로 서술된 점이 특징이다. 저자는 전공인 천체물리학뿐만 아니라 인류학, 고고학, 역사학, 생물학 등을 총동원하며 즐거움을 준다. 2만원. ●인도(in道) 발자국(문민정 지음, 이비락 펴냄) 이십대에 카메라의 매력에 빠져 꿈을 꾸게 됐고, 서른에 오랫동안 다니던 회사를 과감하게 그만두고 배낭을 싼 저자가 인도를 여행하며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여행에세이다. 인도 사람들의 행복과 기쁨, 외로움과 슬픔이 직접 찍은 사진과 잔잔한 글로 성큼 다가온다. 1만 3000원.
  •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언어 사라지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언어 사라지다

    역사가 7만년이나 되는 언어가 있었다. 보(Bo)라고 부르는 이 언어는 하지만 이제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보 언어를 아는 유일한 생존자인 보아 스르 할머니가 8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영국 BBC방송은 인도 동부 안다만 제도에 살던 보아 스르 할머니의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고대언어를 영영 잃게 됐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레이트 안다만의 사라져 가는 목소리(Voga)’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언어학자 애비타 애비 교수는 “부모가 사망한 30~40년 전부터 유일한 고대 언어 계승자였던 보아 스르는 자기 언어로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고독감을 느끼곤 했다.”면서 “사람들과 대화하기 위해 힌두어를 따로 배워야만 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고대 언어의 기원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는 퍼즐의 중요한 한 조각을 잃어버린 것과 같은 손실”이라면서 “인도는 둘도 없는 문화유산을 잃었다.”고 애도했다. 학자들은 안다만 제도의 언어가 아프리카에서 기원했으며 그 중 일부는 역사가 무려 7만년이나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인류학자들의 꿈”이라는 별명으로 통하는 안다만 제도는 세계에서 언어학적으로 가장 다양한 지역 가운데 하나이다. 학자들은 안다만 제도 사람들을 그레이트 안다만, 자라와, 옹게, 센티넬 등 4개 부족으로 구분한다. 보아 스르가 속하는 그레이트 안다만은 서로 다른 4개의 언어를 쓰는 소부족 10개로 나뉜다. 현재 스트레이트 섬에 사는 그레이트 안다만의 주민 수는 약 50명에 불과하고 그나마 대부분 어린이들이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청춘이여! 고개를 들어라

    그 시절에는 알지 못했다. 오히려 너무 더뎌 답답할 때조차 있었다. 주체하지 못할 만큼 꿈과 희망이 펑펑 솟다가도 문득문득 드는 막연한 불안감과 두려움은 그 시절을 무작정 질주하고 분출하게끔 만들었다. 그 시절의 제 면모는 모두 흘려보낸 뒤 문득 뒤돌아보고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푸른 찬란함이란…. 청춘(靑春)이다. 많은 이들이 찬양의 헌사를 아끼지 않는 것이 청춘이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 설레는 말이다.’로 시작하는 민태원의 ‘청춘예찬’은 중학교 3학년 국어교과서에 실리며 이제는 ‘국민수필’ 반열에 올랐을 정도다. 하지만 정작 그 복판에 있는 이들에게는 어른이 되고 싶은 소년들이 동정을 내던지고픈 충동을 느끼듯 힘들고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 것 또한 청춘이기도 하다. 청춘의 시기를 일제강점, 한국전쟁, 반지성적인 이데올로기 대립 등 꼬박 한국 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보내야 했던 노() 교수가 무한 경쟁으로 내몰리는 21세기 한국 청년들에게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원로 국문학자인 김열규(78) 서강대 명예교수는 최근 내놓은 ‘그대, 청춘’(비아북 펴냄)을 통해 20대들이 간직해야 할 열쇳말 열다섯 개를 제시하며, 자신의 주전공인 문학은 물론 미학, 인류학, 역사학 등의 풍성한 사례를 갖고 얘기해주고 있다. ‘보석같이 젊은 날을 위한 15일 인생수업’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김 명예교수는 시간, 그 속의 자아(自我)를 시작으로 야망, 고독, 도전, 결핍, 방황 등을 거쳐 낭만, 교양, 사랑으로 이어지는 15일짜리 생각할 거리를 하나씩 던진다. 토익점수와 자격증, 어학연수 등 스펙 쌓기에 여념없는, 그럼에도 ‘88만원 세대’의 굴레를 쉬 벗어던지기 어려운 청년들에게 청춘의 상징이어야 할 낭만과 꿈, 사랑과 도전에 대해 숭고한 과제를 생각케 한다. 나이먹은 ‘꼰대’의 고리타분한 얘기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백척의 높은 장대 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라)’를 요구한다. 그리고 ‘고개 떳떳이 들고 눈 똑바로 뜨고 혼자서 걸어가라. 길 끝에 닿는 날, 온 세상이 그대를 향해 박수칠 것이다.’라는 격려도 빠뜨리지 않는다. 뿐만 아니다. 그가 소개한 장 자크 루소의 ‘에밀’의 한 대목은 ‘지금 당장의 어느 상황 속에다 자신을 내맡기기만 한다면 그는 인간들 가운데서 가장 타락한 인간이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모험하지 않고, 도전하지 않고, 꿈꾸지 않는, 일상에 안주하려는 청년들에게 던지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이다. 시종일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지만 울림이 크다 못해 서늘하기조차 하다. 나아가 도전하는 이가 그 노정에서 필연적으로 부닥칠 고통을 즐길 것을 희망한다. 삶을 정직하게 대면하는 이라면 마음을 다잡고 “고통, 너, 그래 잘 왔다! 한 번 겨루어 보자꾸나.”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 중간중간에 푸시킨, 예이츠, 롱펠로, 랭스턴 휴즈, 톨스토이, 김영랑 등 동서의 주옥 같은 명시를 집어넣어 꼭꼭 씹어 읽을 수 있도록 한 것은 평생 문학을 벗삼아온 노 교수가 청춘들에게 바치는 작은 선물이다. 1만 4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허난성 분묘 조조묘 맞다”

    “허난성 분묘 조조묘 맞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지난해 말 중국 허난(河南)성 안양(安陽)현에서 발견된 옛 분묘가 삼국지의 영웅인 위(魏) 무왕 조조(曹操·155~220) 묘가 맞다는 1차 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국사회과학원 고고연구소는 14일 ‘2009년 공공 발굴 포럼’을 열어 전문가조사단 12명이 지난 11일부터 3일간 현지에서 벌인 이 같은 내용의 조조 묘 검증작업 결과를 보고했다. 국가문물국, 고고연구소, 베이징대, 허난대, 정저우(鄭州)대의 고고학, 역사학, 인류학, 문자학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단은 분묘의 형태, 규격, 출토문물, 칼과 돌베개 등에 새겨진 명문의 내용, 글자체 등이 당시의 역사문헌 기록과 부합하기 때문에 이 묘의 주인이 조조라는 1차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고분이 동한(東漢)시대 말기에 조성됐고, 크기가 당시 최고위급 인사의 신분에 걸맞은 데다 고분의 위치나 묘실의 깊이 등이 조조의 아들 조식(曹植)의 시에 묘사된 것과 일치하고 있는 점 등 9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하지만 고고연구소 왕웨이(王巍) 소장은 “확정짓기 위해서는 아직도 엄청난 작업을 해야 한다.”며 결과가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함께 발굴된 유골에 대한 유전자 감식 결과가 나와야 최종적인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stinger@seoul.co.kr
  • [학술·종교 플러스]

    ●원불교 행복가족캠프 참가하세요 원불교 권도갑 교무가 진행하는 행복가족캠프의 26차 행사가 9일부터 서울 용산 하이윈빌리지에서 열린다. 부부·동료·친구 등이 함께 참가해 원불교식 마음 공부를 바탕으로 관계 속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법을 배운다. (02)930-0871. ●국립중앙도서관 고소설 전시회 국립중앙도서관은 고소설 22종과 관련 도서를 모은 전시회를 3월31일까지 연다. 도서관 소장 영웅소설과 장편(가문)소설, 애정소설, 전기소설, 판소리계소설, 중국소설 등이 모습을 보인다. 유일본이거나 희귀본인 ‘남홍량전’, ‘천리구’, ‘니화전’, ‘해당향’ 등도 선보인다. ●박물관 특설강좌 수강생 선착순 모집 국립중앙박물관회는 13일부터 제34기 박물관 특설강좌 수강생을 선착순 모집한다. 고고학·인류학·역사학·미술사학·건축사 분야 60여개 강좌와 고적 답사 등으로 구성된다. 화·목요반 각 200명씩. 교육은 3~12월 매주 4시간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관에서 진행한다. 42만원. (02)2077-9791.
  • “DJ, 영원히 기억될 명사” 뉴스위크 36명 선정

    미 시사주간 뉴스위크 인터넷판은 19일 올해 세상을 떠났지만 영원히 기억될 저명 인사로 김대중 전 대통령 등 36명을 선정해 발표했다. 이 잡지는 김 전 대통령이 40년 동안 군부 독재에 항거하고 고난의 세월을 이겨낸 야권 지도자로 1997년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남북간 화해를 증진시킨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정치인으로 김 전 대통령 외에도 에드워드 케네디 전 미국 상원의원, 코라손 아키노 전 필리핀 대통령 등도 이름을 올렸다. 또 36명에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과 함께 구조주의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미국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새뮤얼슨 등 저명한 학자들도 포함됐다. 김 전 대통령은 미 타임 최신호의 ‘작별:올해 세상을 떠난 이들의 삶과 유산’에도 25명의 명사와 함께 소개됐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월드 뉴스라인] 예수시대 추정 수의조각 발견

    이스라엘 헤브루대학과 미국·캐다나 공동연구팀이 예루살렘에서 처음으로 예수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수의(壽衣) 조각들을 발견했다고 BBC 방송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류학자·과학자들로 구성된 이 연구팀은 “이 수위가 예수 시대 전형적인 수의”라면서 “예수의 시신을 감쌌던 성의(聖衣)라는 주장과 모조품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토리노 수의’는 1세기 예루살렘 시대의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 남태평양 원주민, ‘식인’ 당한 후손에 사과

    남태평양 원주민, ‘식인’ 당한 후손에 사과

    “고조부를 ‘먹은’ 우리를 용서하십시오.” 식인 풍습이 있던 남태평양 원주민들이 170년 전 해친 영국 선교사의 후손들에게 공개적으로 용서를 구했다. 원주민들의 사과를 받은 사람은 현재 영국 햄프셔주에 사는 찰스 밀너 윌리암스(65). 남태평양 군도에서 활동해 ‘태평양의 사도’로 알려진 선교사 존 윌리암스의 고손자(高孫子)다. 존 윌리암스 선교사는 1839년, 동료인 제임스 해리스와 에로망고섬에 갔다가 살해됐다. 앞서 상륙한 다른 배의 선원들이 섬주민들을 해친 것에 보복을 당한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식인 풍습이 있던 당시 에로망고섬 원주민들은 후에 찾은 영국 해군에게 “그들을 모두 먹었다.”고 밝혔다. 존 윌리암스 선교사의 순교 170주년을 기념해 그의 후손들을 만난 원주민들은 손을 잡기도 전에 머리를 숙이며 과거 일을 사과했다. 밀너 윌리암스와 그의 가족들 17명 역시 그들을 일으켜 세우며 용서의 뜻을 보였다. 현재 에로망고섬이 속한 바누아투공화국의 롤루 아빌 대통령은 “에로몽고섬 주민들에겐 꼭 필요했던 자리”라고 현장을 보도한 BBC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에로몽고섬 사람들을 ‘선교사를 죽인 집단’으로 봐왔다.”며 “용서와 화해를 구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바누아투 국회의원이자 인류학자인 랄프 레젠바누는 “미안하다는 말은 교류의 시작일 뿐”이라며 “상호 교류를 통해 화해의 움직임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사진=BBC 캡처 서울신문 나우뉴스 박성조기자 voicechord@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다른 듯 닮은 듯 동서양 신화 신이란 신은 다 모았다

    다른 듯 닮은 듯 동서양 신화 신이란 신은 다 모았다

    신화(神話)는 이 세상 모든 이야기의 원형(原形)이다. 인류 태고의 기원과 창조의 비의(秘意), 그리고 실제의 역사가 기록되는가 하면 개인과 집단의 욕망이 투사되고 죽음과 소멸에 대한 불안과 공포, 그것의 극복 의지가 담겨 있다. 어느 대륙, 어느 문화권의 신화를 들여다 봐도 세상의 생성에서 성장, 고비, 멸망 그리고 또 다른 파괴적 창조, 또 다시 거듭되는 발전적 순환 등까지 빠짐없이 들어 있다. 이러한 것들이 몸을 비틀어 소설이 되고 시가 되고 연극이 되고 노래가 되고 그림이 되고 영화가 된다. 창조의 숱한 변주(變奏)의 바탕에는 신화가 자리잡고 있다. 다만 안타깝게도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국내의 것 아니면 그리스, 로마 신화 정도가 고작이었다. 전 세계 신화의 모든 것을 집대성한 책이 나왔다. 꽤 묵직하다. 컬러 양장본으로 된 ‘미솔로지카1, 2’(그레그 베일리 외 지음, 생각의나무 펴냄)는 우리에게 아직 낯선 오세아니아 신화, 아프리카 신화, 남미·중미 등 아메리카 신화를 비롯해 인도, 이집트 등의 신화까지 소개하고 있다. 20명의 인류학, 종교학, 신화학, 역사학, 철학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합작품이다. 그림, 조각, 공예품, 일러스트 등 800여장의 희귀 자료들이 신화의 세계로 빠져드는 충실한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다. 프로이트의 제자인 심리학자 카를 융은 “신화는 보편적인 것이며 인간의 정신 건강에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솔로지카’의 각종 자료들과 미니 해설 글을 쭉 따라 읽다보면 각 문화별, 민족별 신화의 특수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신화별 비교를 통해 인류 보편성의 경이로움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각 지역의 신화는 다른 듯 닮았다.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와 로마 신화의 주피터가 ‘이명동신(異名同神)’임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가 힌두교 신화의 브라흐마에 닿고, 이집트 신화의 ‘라’의 또 다른 닮은꼴이라는 점은 새삼 확인되는 대목이다. 또한 유대교 하느님의 모습은 하늘과 땅을 만든 반고, 인간을 창조한 여와처럼 중국 땅의 신화 ‘산해경(山海經)’에 비춰지기도 한다. 신의 세계에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해 준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는 아프리카 신화 속 ‘하늘에서 내려온 대장장이’와 흡사하다. 서아프리카 도곤족은 그를 ‘불의 도둑’이라고 부르며 문화적 영웅으로 삼는다. 오세아니아 신화에 등장하는 반신(半神) 영웅 마우이 역시 자신의 할아버지와 힘을 겨뤄 힘겹게 하늘에서 지상으로 불을 옮겨 오는 데 성공한다. 중동 지역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등장하는 ‘지구라트’는 하늘로 오르는 계단이다. 까마득히 높고 화려하게 지어진 이 건축물은 종교 제례 장소로 사용됐고 신들은 하늘에서 지구라트로 내려왔다고 전해진다. 왕권의 천부론(天賦論)을 확립하기 위한 장치였다. 저자는 ‘지구라트는 어쩌면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의 이야기에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고 설명한다. 또한 메소포타미아 신화 최고의 전설적 존재이자 반신(半神)인 ‘길가메시’ 이야기에 나오는 대홍수, 커다란 방주, 신과 인간의 공생 등은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와 거의 똑같다. 유교 신화 속 ‘릴리트’가 하느님의 배우자가 됐다는 이야기는 환웅과 결혼해 단군을 낳은 우리네 신화를 연상케하고, 오세아니아 신화 속 절대자인 ‘타네’가 흙으로 만든 처녀인 ‘히네마타오네’ 사이에서 딸을 갖는다는 얘기와도 맥락이 닿는다. 거의 모든 지역별 신화를 보면 절대자만이 아닌, 인간처럼 욕망하고 질투하는 신이 등장한다. 또한 그 신을 극복하려는 영웅과 그 신을 경배하는 인간들이 나온다. 절대권력인 신을 넘어서고자 하면서도 닮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투사된 결과다. 아쉬움이 있다면 우리의 신화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중국과 일본에 대한 소개도 길지 않게 다뤄졌다는 점, 그리스·로마 신화 등 유럽 쪽 소개가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레그 베일리 호주 라트로브 대학 강사를 비롯해 호주 중심, 영·미 중심의 학자 등 저자 구성의 편중 탓으로 보인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한성백제박물관추진단장 이종철씨

    서울시는 한성백제박물관건립추진단장에 국립한국전통문화학교 총장을 지낸 이종철(65)씨를 임명했다고 3일 밝혔다. 신임 이 단장은 1966년 서울대 고고인류학과를 졸업, 국립광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 국립민속박물관장, 국립전주박물관장 등을 역임했다.
  • 백인들이 건넨 총·화약 사슴부족 미래 앗아간다

    백인들이 건넨 총·화약 사슴부족 미래 앗아간다

    이런 경우를 생각해 보자. 득이 된다고 받아들인 일이 오히려 칼이 돼 돌아오는 경우. 캐나다 북쪽에 사는 이누이트(에스키모)의 한 부족인 ‘사슴부족(People of the Deer)’은 그 돌아온 칼이 행·불행을 넘어 삶의 근간까지 뒤흔들어 버린 경우다. 사슴부족이 좀 더 안락한 생활을 위해 받아들인 백인의 문명은 파괴적인 방향으로 그들의 삶을 잠식했으며, 100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수천명에 달하던 이할미우트(사슴부족의 하나)를 고작 40명만 남기는 참극을 초래했다. ‘잊혀진 미래’(팔리 모왓 지음, 장석봉 옮김, 달팽이 펴냄)가 전하는 이야기는 이렇다. 이할미우트는 수렵이 거의 유일한 생활방식이다. 이들의 주된 사냥감은 북쪽 툰드라 지방을 무리 지어 이동하는 사슴. 사슴의 고기는 식량으로, 털가죽은 옷으로, 지방은 기름으로, 이할미우트 사람들의 의식주는 사슴이 없으면 불가능할 정도다. 생활과 뗄 수 없기에 이들의 언어는 사슴을 지칭하는 낱말도 수십 개를 가지고 있다. 이할미우트의 숙련된 사냥꾼들은 활을 사용해 필요한 만큼만 사슴을 잡았다. 하지만 20세기 초 이야기는 달라졌다. 이곳에 발을 들인 백인 교역자들은 이할미우트 사람들에게 총과 화약이란 파괴적인 문명의 이기를 전했다. 사슴의 혀와 가죽을 모두 사들이겠다는 밀어와 함께. 총과 화약의 힘에 사슴들은 ‘학살’되기 시작했다. 고기가 식량이 되지도 못한 죽은 사슴들은 혀가 잘리고 가죽이 벗겨진 채 빈터에 가득 쌓였다. 백인 교역자들은 더 성능 좋은 총과 총탄을 전했고, 학살은 가속도가 붙었다. 문명의 배신이었고, 처참한 미래을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 ‘잊혀진 미래’는 캐나다 작가 팔리 모왓이 1947년부터 2년에 걸쳐 보고 들은 생생한 이누이트 보고서다. ‘사슴부족 이누이트들과 함께한 나날들’이란 부제가 말하듯 당시 25살이던 모왓은 직접 툰드라 지역으로 스며들어 이 사람들과 함께 먹고 자고 생각하는 생활을 했다. 사슴부족이 살던 곳은 당시만 해도 캐나다 정부에서 발행한 지도에서조차 ‘지도 미완성 지역’으로 표기돼 있던 오지였다. 열다섯에 처음 북극을 보고 ‘북극 열병’에 걸렸다는 모왓은 단지 250㎏가량의 식량만을 싣고 이곳으로 들어간다. ‘다른 별의 마법이 아니고서는 이방인이 도착하지 않는 곳’에 들어간 이방인 모왓의 생존기는 눈물겹다. 마음에는 두려움을, 손에는 소총을 지닌 채 이 이상한 이방인을 맞이하던 사슴부족의 남자 ‘프란츠’. 처음 만난 사슴부족인 그와 모왓을 이어준 건 참 인간적이게도 바로 술이다. 술을 마신 프란츠는 처음 본 이방인에게 옛 이야기와 자신들의 생활에 대해 풀어내고 둘은 친구가 된다. 프란츠를 통해 40명 남짓한 이할미우트 부족 사람들을 알게 된 모왓은 이들과 함께 개썰매를 타고 다니고 같이 사슴을 잡는다. 마치 필드워크를 나온 인류학자처럼 모왓은 결코 익숙해지기 쉽지 않은 이 생활 속에서 사슴부족의 언어와 노래를 배우고, 금기와 의식·영적 세계를 알아 간다. 하지만 책은 박물학자나 인류학자의 시선과는 다르게, 또 철저히 타자의 시선을 배제한 채 쓰려고 했다. 450쪽에 달하는 결코 가볍지 않은 얘기를 모왓은 보고 듣고 생활한 그대로 써내려 간다. 반면 그 노력과는 별개로 ‘왜 당신네 백인은 한 번 머물고 나서는 우리가 당신들의 도움이 가장 절실히 필요할 때에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 것이냐.’는 오호토라는 젊은 남자의 물음처럼 모왓의 시도는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기도 한다. 책은 1951년 캐나다에서 처음 출간된 이래 40개국 이상에서 2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출간되며 전 세계에 이누이트의 현실을 알렸다. 곳곳에 이누이트인들을 그린 삽화와 모왓이 직접 촬영한 사진이 들어 있다. 소설 같은 유려한 문체와 내러티브를 가지고 펼쳐지는 이야기가 소설이 아니라는 사실이 ‘서글프다.’ 1만 5000원.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내 책을 말한다] 생명의 비밀 넌제로섬 원리로 풀어

    우리의 삶과 세계와 우주에는 궁극적으로 어떤 의미나 목적이 있는 것일까. 질문에 대한 대답은 수많은 사상과 사람들을 둘로 갈라놓을 것이다. 그리고 양쪽 극단에는 아마도 종교와 과학이 있을 것이다. 많은 대중이 여전히 종교를 통해 의미와 목적과 가치를 찾고 있지만, 오늘날 모든 학문의 토대가 되는 과학적 관점에서는 입증할 수 없는 의미이며 목적을 이야기하는 것은 헛소리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로버트 라이트는 이 책에 무척이나 대담하고 도발적인 시도를 담고 있다. 그는 생물의 진화와 인간의 역사를 한꺼번에 관통하는 패턴이 존재하며 그것이 바로 ‘넌제로섬(Nonzerosum) 원리’에 의한 통합의 과정이라고 ‘넌제로’(말·글빛냄 펴냄)에서 주장한다. 그리고 그것을 외삽하여 인류와 지구와 우주 전체에 어떤 패턴과 목적이 존재한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로버트 라이트는 그냥 넘겨버리기에 너무나도 지적으로 진지한 저자이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그의 전작인 ‘도덕적 동물’을 통해서였다. 진화심리학의 개요와 찰스 다윈의 인생을 마치 씨실과 날실처럼 엮어낸 라이트는 다윈주의의 틀로 인간과 도덕과 사회의 문제를 바라보는 철저한 과학주의자이자 박식하고 명석한 과학저술가였다. 총론뿐만 아니라 각론에서도 라이트는 주류 학계의 주장과 계속해서 맞선다. 인류학에서 한물간 것으로 취급되어온 문화진화론을 다시 되살려 냈고, 역사에 방향성이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주류 역사학계의 입장에 반기를 들었으며, 생물의 진화에 목적이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다윈 진화론의 근대적 종합과 등을 졌다. 그럼에도 그의 지적으로 엄밀한 논증과 설득력 있는 글솜씨는 어느덧 그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책을 읽고 나면 ‘원시수프(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도의 화학농축액)’ 속의 최초 고분자 복제자가 원핵생물, 진핵생물, 다세포생물, 그리고 인간으로 이어지는 생물의 진화는 물론 가족 단위로 열매를 따먹고 토끼를 잡아먹던 원시적 수렵 채집인 단계에서 오늘날 긴밀하게 연결된 지구촌에 이르는 통합의 과정까지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에 펼쳐진다. 그는 장엄한 과정의 원동력, 또는 ‘생명의 비밀’을 ‘넌제로섬 원리’에서 찾았다. 투쟁이 아닌 상생과 협력이 게임의 참여자에게 이익, 즉 생존 가치를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넌제로섬 원리와 동전의 양면처럼 맞물려 있는 것이 바로 정보기술이다. 인간마저도 사회라는 유기체의 하나의 뉴런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우주와 생명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차치하고, 인류가 ‘통합’이라는 대장정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는 좀 더 길고 긴 시간이 흐른 후에야 확인될 것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로버트 라이트는 이 책에서 수많은 이질적 요소들을, 그리고 무엇보다 인문학(역사, 인류학)과 과학(진화생물학)을 멋지게 ‘통합’시켰다는 것이다. 그가 새롭게 빛을 비춘 생명과 인류의 역사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것은 멋진 지적 모험이 될 것이다. 임지원 인문 과학 번역자
  • [데스크 시각] 레비 스트로스와 韓-阿 포럼/이종수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레비 스트로스와 韓-阿 포럼/이종수 국제부 차장

    세계적 석학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가 지난 1일 타계했다. 인류학에 구조조의를 접목한 그가 학자로서 보여준 가장 큰 미덕은 서구인 중심의 인식론에 조종을 울린 것이다. 그의 세계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저서가 ‘슬픈 열대’다. 제목이 시사하듯 서구인이 황폐하게 만든 ‘열대’를 현장조사한 ‘슬픈’ 심정이 곳곳에 묻어난다. 레비 스트로스는 거미, 나무뿌리 등을 먹고, 벌거벗고 생활하는 브라질 원주민에게서 서구인들 못지않은 합리성을 발견했다. 또 야만스럽게만 여기던 식인 풍습에서는 조상들 몸의 일부를 먹으면서 망자의 덕을 얻고, 적의 살점을 먹어 그 힘을 중화시키려는 주술적 의미를 캐냈다. 이 과정을 통해 레비 스트로스는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던 서구인의 편협성과 원주민 사회에 대한 야만적 선입관을 꼬집었다. 문학평론가 김현은 생애 마지막 강의에서 이런 레비 스트로스의 학문 세계에 대해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다 나름대로 잘 살아왔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정리했다. 레비 스트로스의 삶을 돌이켜보는 것은 그의 준엄한 경고가 현재에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서구 사회에 독버섯처럼 존재하는 인종차별을 비롯, 우리가 다문화가족에 갖고 있는 편견 등은 그의 교훈이 절실한 이유를 방증한다. 오는 24일부터 이틀 동안 열리는 한-아프리카 포럼도 레비 스트로스의 의미를 생각케 한다. 2006년에 이어 두 번째 열리는 이 포럼에는 장 핑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장을 비롯, 아프리카 14개국 각료급 대표단이 참가한다. 의제는 아프리카 개발을 위한 한국의 이니셔티브와 공동번영, 천년개발목표 달성을 위한 협력 그리고 녹색성장 파트너십 등이다. 현재 아프리카와 포럼을 운영하는 국가는 한국만이 아니다. 일본을 비롯, 중국 인도 터키는 포럼 준비 과정과 결과를 중심으로 AU와 협력을 다져왔다. 이란, 호주도 AU와 파트너십 설정을 추진 중이다. 이런 열기 띤 경쟁은 아프리카의 잠재력과 관련이 있다. 아프리카의 석유 매장량은 2005년 기준 1143억배럴로 세계 매장량의 10%에 이른다. 또 다이아몬드 생산량 8780만캐럿(세계 48.5%), 코발트 2만3800t(44.7%), 망간 3710t(38.2%) 등 지하자원도 풍부하다. 또 아프리카에 속한 나라는 53개로 유엔 회원국의 30%를 차지하는 표밭이다. 이에 눈독을 들인 국가들이 일찌감치 아프리카로 몰렸다. 일본은 1993년부터 5년마다 아프리카개발회의(TIC AD)를 열고 있다. 중국도 2000년부터 3년마다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특히 2006년을 ‘아프리카 해’로 선언한 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 지도부가 아프리카 16개국을 방문하면서 대규모 원조를 내세워 에너지 개발권을 얻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미국도 중동 이외의 새 석유 공급처 확보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그에 견주면 한국은 아주 늦다. 후발주자로서 더 큰 효과를 거두려면 무상원조나 프로젝트 사업 외에 인식론적 단절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프리카를 단순히 계몽이나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들의 고유한 문화와 관습을 야만스럽게 보지 않는 열린 시각이 전제될 때 한(韓)-아(阿) 포럼 혹은 아프리카 진출이 성공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1차 한-아 포럼은 서로의 이해를 늘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2차 포럼의 주요 목적도 파트너십 구축과 호혜적 협력 틀 수립이다. 여기에 머물지 말고 아프리카를 보는 더 열린 눈을 가져야 한다. 약간 낭만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포럼을 준비하거나 참석하는 이들에게 레비 스트로스의 ‘슬픈 열대’를 일독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종수 국제부 차장 vielee@seoul.co.kr
  • 왜 그녀들은 서로를 적대시할까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에 많은 여성들이 발끈하고 “남성들이 만들어낸 말”로 치부하기도 한다. 동성의 구성원들과 경쟁을 벌이는 것은 여성이나 남성이나 같다. 여성끼리는 ‘제한된 자리’를 놓고 경쟁하기에 더 경쟁이 확연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톡 까놓고 얘기해서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것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 많지 않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과거에서 ‘전승’된 ‘고부갈등’도 있다. 여성의 적대감을 연구한 미국의 심리학자 필리스 체슬러는 ‘여자의 적은 여자다’(정명진 옮김, 부글북스 펴냄)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책에서 여성이 가지는 인간관계의 어두운 면을 조명한다. 저자는 여성들 사이에서 악순환하는 적대감의 고리를 찾기 위해 인류학, 사회학, 진화론, 신화와 동화, 연극, 소설 등 다양한 분야의 자료들을 꺼내든다. 너대니얼 호손의 ‘주홍글씨’에서 남자 치안판사가 여주인공 헤스터 프린에게 주홍글씨를 달고 다니라는 판결을 내리자 소설 속 여자들이 ‘지나치게 관대하다.’고 느낀 이유나,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거친 매춘부들은 여주인공 판틴에게 야비하고 무자비하게 구는 점을 예로 들기도 한다. 책은 여성에게 “우정이나 인간관계가 끝났으니 서로를 더 경계하라.”라고 말하지 않는다. 여성이 서로를 이상화하지 않으면서 또한 서로를 악마로 만들지도 않는 최선의 방법을 알려준다. 2만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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