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인류애
    2026-08-12
    검색기록 지우기
  • 청년 문제
    2026-08-12
    검색기록 지우기
  • 업무 차별
    2026-08-12
    검색기록 지우기
  • 생존자
    2026-08-12
    검색기록 지우기
  • 금품
    2026-08-1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82
  • [W&W]노벨상 가상 수기 공모전 수상작

    [W&W]노벨상 가상 수기 공모전 수상작

    공고 “전세계의 관심이 노르웨이와 스웨덴으로 모이는 ‘북유럽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1901년 제정돼 올해로 110주년을 맞는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10월 3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됩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셀 수 없이 많은 상을 발 아래 둔 바로 그 상입니다. 오죽하면 필즈상은 ‘수학계의 노벨상’이고, 프리츠커상은 ‘건축의 노벨상’이라고 불리겠습니까. 매년 10여명씩, 800명이 넘는 사람과 단체에 주지만 아직도 단 한 개를 받지 못해 속을 태우는 나라가 대다수입니다. 왜 모두들 노벨상에 목을 매고 염원하는 걸까요. 18k 금으로 도금된 메달과 1인당 평균 5억원씩 돌아가는 상금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겠지요. 노벨상의 영광 뒤에 숨겨진 사연을 보내 주세요. 상금이나 시상식은 없습니다. 대신 마음 속에 꾹꾹 담아 왔던 얘기들을 널리 알려드립니다.” 서울신문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은 2011 노벨상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노벨상 수기 공모전’을 열기로 했다. 100년이 넘는 세월을 이어온 노벨상에 얽힌 수많은 사연들이 세계 곳곳에서 답지했다. 그중 눈에 띄는 작품을 1위부터 5위까지 선정했다. 수기 한편, 한편을 읽으면서 노벨상 수상자들에게는 살아생전은 물론 사후에도 인류사에 이름을 남기는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이 위대한 상이 모두에게 즐거운 기억만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마음 깊이 새길 수 있었다. 특별상 더글라스 프레이셔(1951~) 2008년 노벨 화학상 발표가 있던 날, 저는 16년 전을 떠올렸죠. 1992년 당시 미국 우즈홀의 해양생물학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던 저는 해파리에서 발견된 형광단백질(GFP)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빛을 발하는 GFP를 유전자에 넣으면 신경세포가 어떻게 발달하는지, 암세포가 어떤 경로로 움직이는지를 알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해냈습니다. GFP의 유전자 서열을 분석했고, 해파리의 DNA에서 GFP 유전자를 분리해 내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모든 과학자들의 꿈인 최고의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논문도 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연구비 지원이 중단됐고, 저는 미항공우주국(NASA·나사)으로 옮겨 연구를 계속했지만 금방 해고됐습니다. 그동안의 연구를 버리기는 너무 아까웠습니다. 모든 결과물을 컬럼비아대 마틴 찰피 교수와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의 로저 치엔 교수에게 넘겼습니다. 2008년 노벨 화학상이 찰피와 치엔, GFP를 처음 발견한 일본의 오사무 시모무라 박사에게 주어졌을 때 저는 앨라배마주 헌츠빌에 있었습니다. 도요타 매장에서 시간당 10달러를 받고 셔틀버스를 모는 일이 제 직업입니다. 만약 우즈홀이나 나사에서 해고되지 않았다면, 그들의 자리에 제가 있지 않았을까 가끔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인생이겠죠. 심사평 일생일대의 연구를 인류 발전을 위해 아낌없이 나눈 프레이셔의 숭고한 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특히 노벨상 발표 이후에도 본인의 공헌을 전혀 강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놀라울 정도다. 하지만 살아있는 인물이고, 진정한 평가는 사후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번외로 특별상을 수여한다.   동메달 로절린드 프랭클린(1920~1958) 노벨상 최고의 업적을 꼽으라면 단연 1962년 생리·의학상일 겁니다.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밝혀낸 일이죠. 이후 유전공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이 만들어졌고, 인류는 영생을 꿈꾸게 됐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정말 노력의 대가를 받은 걸까요? 2차대전 이후 영국은 물자가 부족했기 때문에 두 개의 대학이 같은 연구를 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X선을 이용해 DNA의 구조를 연구하는 일은 제가 있던 킹스칼리지의 몫이었고, 캐번디시연구소의 왓슨과 크릭은 제 연구에 접근할 수 없었죠. 하지만 우리 대학의 모리스 윌킨스, 1962년 노벨상의 공동수상자인 그 윌킨스가 두 사람과 친했죠. 윌킨스는 그들에게 제가 심혈을 기울여 찍어낸 X선 사진들을 넘겨줬습니다. 1952년 5월, 전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X선으로 명확하게 찍었습니다. 하지만 연구에 부족함을 느꼈던 저는 발표를 미뤘고, 사진은 몰래 두 사람한테 전해졌죠. 결국 왓슨이 네이처에 논문을 발표하면서 성과는 그들의 것이 됐습니다. 그나마 다행일까요. 저는 세 사람이 노벨상을 받는 장면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1958년에 난소암으로 이미 연구성과 도둑 따위는 없는 세상으로 왔기 때문이죠. 만약 제가 살아있었다면 윌킨스 대신 제가 그 자리에 있었을까요. 아마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겁니다. 왓슨이 저에 대해 그랬다죠. “깐깐하고 욕심많은 여성”이라고요. 진짜 욕심이 많은 건 누구일까요. 심사평 ‘과학의 전당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낮은 지위의 상징이 돼 버린 다크레이디’ 프랭클린을 이보다 잘 나타내는 수식어는 없다. 38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면서도 끝까지 연구를 놓지 않았던, 유전공학의 진정한 어머니에게 동메달을 수여한다.   은메달 장 폴 사르트르(1905~1980) 누구나 받고 싶어하는 상이라는 노벨상의 대전제는 틀렸다. 왜냐? 1964년 노벨문학상 수상을 거부한 내가 그 증거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쓴 책에 ‘장 폴 사르트르’라고 쓰여있는 것과 ‘노벨문학상 수상자 장 폴 사르트르’라고 쓰여있는 것은 읽는 독자 입장에서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내 독자들을 ‘바람직하지 않은’ 압력에 노출시키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는 노벨상 선정자 발표에서 나를 나타내는 대명사로 쓰인 ‘자유’라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들이 생각하는 자유란 ‘최소한 한 켤레 이상의 신을 가지고, 굶주리지 않는 자유’에 불과하다. 노벨상은 문학적인 영예에 거액의 상금을 줌으로써 수상자들의 어깨에 무거운 짐을 얹어주고 있다. 난 내 모든 친구들이 공유하고 있는 원칙을 버릴 수 없다는 생각에서 단호하게 수상을 거부한 것이다. 호사가들이 퍼뜨리는 이상한 소문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겠다. 나는 결단코 내 필생의 라이벌인 알베르 카뮈(1957년 노벨 문학상 수상)가 나보다 먼저 상을 받았기 때문에 자존심이 상해서 상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밝혀 둔다. 심사평 ‘작가는 스스로 제도화되기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한 당사자가 이를 실천으로 옮겼다는 점에서 사르트르의 노벨상 수상 거부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110년의 노벨상 역사에서 자의로 수상을 거부한 사람은 샤르트로와 1973년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던 레 둑토 북베트남총리뿐이다. 하지만 사르트르는 후일 금전적인 이유로 ‘상금만 받을 수도 있다.’라며 입장을 바꿔 웃음거리가 됐다. 은메달에 머문 이유다.   금메달 이브 퀴리(1904~2007) ‘엄친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존경받는 집안에서 홀로 다른 재능을 갖고 태어나는 것은 엄친딸 수백명이 주위에 있는 것만큼 이상한, 미운 오리새끼가 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짐작하셨겠지만 제 아버지는 피에르 퀴리(1903년 노벨물리학상), 어머니는 마리 퀴리(1903년 물리학상, 1911년 화학상)입니다. 제 언니 이렌과 형부 프레데리크 졸리오 퀴리도 1935년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했습니다. 저는 제게 없는 과학적 재능 대신 책을 쓰고 세상을 돌아다니는 길을 택했죠. 어머니의 전기를 써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고, 2차 세계 대전 때는 종군 특파원으로 리비아, 러시아, 미얀마, 중국 등을 돌아다녔습니다. 국제기구 활동을 하던 중 미국의 외교관 헨리 리처드슨 라부이스 주니어를 만나 결혼했죠. 남편도 1965년 유니세프 대표로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하지만 제 가족의 진정한 영예는 노벨상이 아닙니다. 방사선에 노출되면서도 인류를 위한 연구를 멈추지 않았던 어머니, 막대한 가치를 가진 기술의 특허를 일부러 출원하지 않은 아버지의 인류애가 제 핏속에 흐른다는 것에 무엇보다 행복함을 느낍니다. 심사평 6개의 노벨상을 수상한 퀴리 가문이 인류사에 공헌한 가치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연구에 바빠 노벨상 수상식에도 참여하지 않은 마리 퀴리의 모습에서 그들이 얼마나 부와 명예를 초월한 존재였는지 알 수 있다. 가문에서 유일하게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했지만, 전쟁을 막기 위해 전쟁터를 누빈 평화주의자이자 국제기구 활동에 앞장섰던 ‘영원한 프랑스의 연인’ 이브에게 금메달을 수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사료된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퀴리가문(데니스 브라이언·전대호/지식의숲) 로절린드 프랭클린과 DNA(브렌다 매독스·나도선/양문) 당신에게 노벨상을 수여합니다(노벨재단·이광렬/바다출판사) 위대한 여성과학자들(송성수/살림) 과학사의 빛나는 순간(마농 바우크하게·이수영/웅진주니어) ‘노벨상 위의 사르트르’(르 몽드 1964년 10월22일자)
  • DMZ에 울린 평화의 하모니

    DMZ에 울린 평화의 하모니

    ●궂은 날씨에도 관객 1만여명 모여 15일 오후 7시 경기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야외대공연장. 잔뜩 찌푸린 날씨에도 1만여명(주최 측 추산)의 관객이 모여들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해묵은 증오를 풀어 보려는 취지로 만들어진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와 전설적인 지휘자 대니얼 바렌보임(69)을 보기 위해서였다. 앙숙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물론, 레바논·이란·이집트 등 서로 피를 흘렸던 나라의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교향악단이 세계에서 군사적 긴장이 가장 높은 분단의 최전방에 선다는 상징성 때문에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게다가 콘서트 레퍼토리는 인류애와 인간해방의 염원을 담은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합창’. 일촉즉발의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한복판에서 공연을 했던 행동하는 예술인 바렌보임으로선 대화의 문을 걸어잠근 남측 정부와 비무장지대(DMZ) 너머 북녘까지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23분 늦은 시작·매미소리 등 1~3악장은 산만 예정된 시각을 23분 넘겨 바렌보임이 무대에 올랐다. 지난 10~12일, 1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베토벤 교향곡 전곡연주회와 마찬가지로 젊은 연주자로 짜인 웨스트이스턴 디반의 연주력은 기복이 있었다. 이날도 1~3악장에서 조금씩 흔들렸다. 매미와 아기 울음소리, 휴대전화 울림까지 겹쳐 관객과 연주자의 집중력도 흩뜨러트렸다. 나흘간 베토벤의 교향곡 전곡을 연주한 피로감이 겹쳐서인지 내한공연 첫날(10일) 누구보다 포디엄(지휘대)을 폭넓게 활용하는 등 역동적인 지휘와 커튼콜 이후 관객에게 꽃다발 포장지를 던져주는 등 장난스러운 모습을 연출했던 바렌보임도 지쳐 보였다. ●조수미 등 독창, 웅장한 곡해석과 ‘감동의 4악장’ 하지만 어둠이 짙게 깔리고서 시작된 4악장부터 오케스트라는 흠잡을 구석이 없는 앙상블로 뽐냈다. 마지막 힘을 쏟아낸 바렌보임의 지휘와 그만의 남성적이고 웅장한 해석이 빛을 발휘했다. 바리톤 함석헌과 소프라노 조수미 등 독창자 4명의 빼어난 노래와 연합합창단(국립합창단·고양시립합창단·서울 모테트합창단)의 웅장한 하모니도 감동을 더했다. 다만 4악중 중반부에 소리가 잦아들었다가 테너 박지민의 독창으로 이어지는 부분에 터져나온 박수로 흐름이 끊긴 것은 아쉬운 대목. 그렇더라도 “음악이 당장 전쟁을 멈추게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서로에 대한 관심을 끌게 할 수는 있다.”는 바렌보임의 말이 조금은 와 닿는 여름밤이었다. 파주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식량난에 전염병까지… 피말리는 소말리아

    하늘조차 이들의 고통을 외면하는가. 최악의 가뭄으로 신음하는 아프리카 최빈국 소말리아에 전염병의 악령마저 드리웠다. 끼니를 제때 먹지 못해 지칠 대로 지친 아이들에게 전염병 감염은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 가뭄으로 숨진 5세 이하 소말리아 어린이는 이미 2만 9000명을 넘었다. 구호의 손길이 절실하지만 지역 분쟁 탓에 마음껏 돕기조차 어렵다. ●홍역 확산… 영양실조 난민에 치명적 세계보건기구(WHO)는 13일(현지시간) 소말리아에 전염병과 콜레라가 만연하고 있다고 밝혔다. 굶주림에 시달리는 이곳 주민들이 갈증을 쫓으려 더러운 식수를 마신 탓이다.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의 한 병원에만 4272명의 설사 환자가 치료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다수가 콜레라 환자로 의심된다. 이미 181명이 질병으로 목숨을 잃었으며 희생자는 대부분 5세 미만 아동이라고 영국의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WHO의 공공보건 자문을 맡은 미첼 야오 박사는 “모가디슈 주민의 가검물을 채취해 검사해보니 콜레라 병균 확인율이 60%를 넘었다.”면서 “콜레라가 현재 유행단계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홍역도 급속히 퍼지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최근 12만명의 소말리아 난민이 머무는 에티오피아의 돌로 아도 난민 캠프에서 홍역이 93건 발생했다고 밝혔다. 홍역은 보통 생명을 위협할 만큼 위협적인 질병은 아니지만 심각한 영양실조를 겪는 난민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소말리아발 전염병이 ‘아프리카의 뿔’(아프리카 북동부 지역)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소말리아인들은 식량난을 피해 구호의 손길이 닿는 케냐와 에티오피아 등의 난민캠프로 탈출하고 있다. 세계 최대 난민 캠프인 케냐의 다다아브 난민 센터에는 매일 1400명의 소말리아 난민이 도착한다. ●반군 구호물자 공급길 막아 상황 악화 특히 일부 강경 반군 지도자들이 국제 구호요원들의 지역 내 진입을 막고 있는 것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소말리아에 비치는 한 줄기 희망은 지역 사회의 ‘인류애’가 아직 살아 있다는 점이다. 가나의 11세 소년 앤드류 아단시 보나는 수도 아크라의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지난 1일부터 약 열흘간 6500달러(약 700만원)의 기부 약속을 받았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그는 8주간의 방학이 끝날 때까지 소말리아 아동을 위해 1300만 달러(약 140억원)를 모금하겠다고 다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씨줄날줄] 단일민족국가/이도운 논설위원

    노르웨이 연쇄 테러사건의 범인 아네르스 브레이비크는 범행 직전 공개한 ‘2083 유럽의 독립 선언’이란 제목의 문서에서 “한국과 일본은 이민자의 유입 없이 잘 조직된 교육체계만으로도 충분한 직업인을 배출했고, 경제발전을 이뤘다.”고 주장했다. 브레이비크는 한국과 일본을 단일민족국가로 간주하고, 그것이 국가 경쟁력의 원동력이라고 본 것이다. 20세기 이후 민족과 종교는 어찌 보면 국가 내부 간, 그리고 국가 간에 벌어지는 갈등과 충돌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동유럽의 ‘용장’ 티토는 발칸반도에 유고슬라비아라는 다민족(슬라브족, 세르비아족, 이슬람족, 게르만족), 다종교(가톨릭, 이슬람, 동방정교) 국가 건설에 성공했다. 그러나 티토 사망 이후 유고슬라비아가 6개 나라로 분열하는 과정에서 세르비아의 게르만계가 보스니아의 이슬람계 주민을 무차별 학살하는 ‘인종 청소’라는 참극이 발생했다. 아프리카의 수단에서는 아랍계와 아프리카계, 이슬람과 기독교 등이 얽히고설킨 가운데 정부군과 반군이 충돌하면서 무려 30만명이 희생되는 내전이 벌어졌다. 그런가 하면 같은 이슬람 국가이면서도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 아랍계 중동 국가들은 아리안계 페르시아 민족이 주축인 이란과 대립하고 있다. 여러 인종과 민족, 종교가 어우러진다고 반드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경우 원주민은 정치권력을, 화교는 경제권력을, 인도 출신은 전문직을 주로 담당하는 등 나름대로 공존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들어 다문화 사회에 대비하라는 촉구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여전히 단일민족국가 의식이 강하다. 지난해 2월 5일 정운찬 당시 국무총리는 국회에 출석, ‘1민족 1국가 체제’의 통일헌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나 기업 조직 내에서 ‘순혈주의’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뿌리깊은 단일민족 의식의 방증이다. 이 때문에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2007년 우리 정부에 “단일민족 국가의 인종적 우월성을 극복하라.”는 취지의 권고를 하기도 했다. 테러 사건으로 노르웨이 전체가 큰 충격과 슬픔에 빠진 가운데 옌스 스톨텐베르그 총리는 24일 연설에서 “우리는 더 큰 민주주의와 개방성, 그리고 인류애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국제화, 세계화의 시대에 이주민이 증가하고 다문화 사회로 바뀌는 길을 피할 수 없다면 고심 끝에 나왔을 스톨텐베르그 총리의 연설이 좋은 방향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 [열린세상] 잘사는 나라의 조건/문흥술 서울여대 교수·국문과 문학평론가

    [열린세상] 잘사는 나라의 조건/문흥술 서울여대 교수·국문과 문학평론가

    한국 문학에서 소외 계층을 대표하는 두명의 난쟁이가 있다. 1970년대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난쟁이는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에서 억압받다 굴뚝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세월이 흘러 1990년대 최수철의 ‘고래 뱃속에서’의 난쟁이는 진공에서 정상인과 함께 어울려 자유로운 삶을 영위한다. 두 난쟁이를 연속선상에 놓고 보면 한국 사회가 나아갈 올바른 방향성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고래뱃속’ 같은 닫힌 공간이 부자와 빈자, 정상인과 비정상인, 인간과 자연, 남성과 여성의 이항 대립에 기초해 전자가 후자를 억압하는 사회라면, ‘진공’ 같은 열린 공간은 양자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사회이다. 차별과 배제, 억압과 착취 없이 모두 하나가 되는 사회야말로 한국 사회의 올바른 지향점이 아니겠는가. 1970년대 열악한 노동 조건에 항거해 일어난 전태일 분신 사건 이후 한국은 이제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서고 있다. 그런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국제 스포츠 대회 4대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눈부신 성과를 올리고 있다. 더불어 K팝처럼 문화 분야에서도 세계적으로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다. 물론 지금 이러한 성과를 부정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한 사회를 이끌어가는 가치 척도가 편향되어서는 안 된다. 김재영의 소설 ‘코끼리’는 네팔에서 천문학을 전공하다 코리안 드림을 이루기 위해 한국에서 불법 체류 노동자가 된 가족의 고통스러운 삶을 다루고 있다. 그들은 돼지 축사를 개조한 집에 살면서 한국인들로부터 온갖 착취와 멸시를 당한다. 마치 1970년대 전태일이 당한 것처럼. 주인공의 그 비참한 모습에서 독일에 광부로 간 우리의 아버지와 일본 병원에서 온갖 허드렛일을 하던 우리 어머니의 거친 손과 한숨이 겹쳐지는 것은 왜일까. 한국은 더 이상 원조 받는 나라가 아니다. 원조를 해 줄 만큼 잘사는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물질적으로 계량화된 지표만으로 잘사는 나라를 판가름하는 것은 지극히 편향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코끼리’에 등장하는 까만 피부를 가진 아들은 백인을 무조건적으로 찬양하는 한국 사회의 속성을 알고 자신의 피부를 탈색하기 위해 표백제로 얼굴을 문지르다 얼굴 껍질이 벗겨진다. 이를 소설적 허구로만 치부할 수 없는 까닭은 현실이 이보다 더 처참하기 때문이다. 서구 제국주의자들은 그들의 부를 창출하기 위해 가난한 한국을 비롯한 식민지 아시아인들을 소나 말과 같은 짐승으로 취급하였다. 전쟁의 폐허 더미에서 한국은 그런 멸시를 극복하기 위해 물질적 가치만을 최우선시하면서 쉬지 않고 달려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현재의 한국이 한국보다 경제력이 낮은 아시아 노동자들에 대해 서구의 물질 만능주의와 제국주의적 인종 차별 의식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욕하면서 닮는다더니 우리가 꼭 그런 셈이다. 중국의 패권주의와 일본의 역사 왜곡을 보면서 그들이 ‘잘사는’ 나라는 될지언정 ‘존경받는’ 나라는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한국이 ‘잘살면서 존경받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물질적 풍요로움만이 아닌 정신적 풍요로움도 함께 추구해야 한다. 박범신의 ‘나마스테’를 보면 히말라야에서는 모두가 ‘나마스테’라는 인사를 나눈다. 여기에는 인종 차별 의식도, 서구 보편주의도, 제국주의적 우월성도 없다. 모두가 하나라는 인류애. 그것이 ‘나마스테’라는 인사에 담겨 있다. 중국에서 교사를 하던 조선족 어머니가 한국에서 식당일을 하면서 자식이 그리워 눈물짓고 차별 대우에 피눈물을 흘리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이들 모든 소외된 난쟁이들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진공 같은 사회로 나아갈 때 한국은 잘살면서 존경받는 나라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 중 대다수가 만신창이가 되어 고국으로 돌아가서 “삼년 겪은 일, 삼십년 동안 악몽으로 남아” 괴로운 삶을 살아간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인류애는 총보다 강했다

    인류애는 총보다 강했다

    최악의 가뭄으로 신음하는 아프리카 최빈국 소말리아를 살리기 위해 유엔과 토착 테러단체가 손을 잡았다. ‘아프리카의 알카에다’로 불리는 소말리아 이슬람 테러조직 알 샤바브가 자신의 통제구역 내에서 유엔 요원의 구호 활동을 허용한 것이다. ‘인류애’의 이름 아래 세계가 협력하면서 60년 만의 가뭄으로 타들어가던 ‘아프리카의 뿔’(아프리카 북동부 지역)에도 ‘단비’가 내리게 됐다. 유니세프(유엔 아동기구)의 소말리아 지부 대표인 로잔나 쇼를톤은 16일(현지시간) “알 샤바브가 자신의 점령 지역 안에서 해외구호단체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2009년 국제구호단체들을 향해 “반무슬림 정서를 가지고 있다.”면서 내렸던 ‘영토 진입 금지령’을 2년 만에 푼 것이다. 다만, ‘긴급 구호 활동 외에 숨은 의도가 없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유니세프는 즉시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200㎞가량 떨어진 바이도아 지역에 식량과 의약품 보급을 시작했다. 쇼를톤은 “알 샤바브가 구호요원의 진입을 허락하면서 돈을 요구하거나 다른 대가를 바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유엔은 이번 조치로 국제 구호 단체의 소말리아 지원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극단주의 성향의 알 샤바브가 못이기 듯 세계를 향한 빗장을 푼 것은 감정을 앞세우기에는 자국 상황이 너무 악화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년째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농지는 갈라질 대로 갈라졌고 이 탓에 소말리아 식품가격은 1년 새 300% 가까이 치솟았다. 동물들도 떼죽음을 당하자 더위와 배고픔에 지친 소말리아 국민 중 4분의1가량이 터전을 버리고 케냐, 에티오피아 등으로 떠났다. 자신들이 점령한 지역 주민마저 먹거리를 찾아 탈출하기 시작하자 알 샤바브도 자존심을 굽히기로 한 듯 보인다. 알 샤바브는 지난 5월 미군 특공대가 테러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하자 “앙갚음할 것”이라고 선언했던 알카에다 연계 테러조직이다. 앤소니 레이크 유니세프 총재는 “소말리아에서는 ‘올해 안에 곡물 수확이 불가능하고 몇 달 안에 최악의 상황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들도 소말리아 지원 계획을 앞다퉈 내놓았다. 영국은 지난 15일 소말리아에 대해 약 5225만 파운드(약 890억원) 규모의 식량 및 자금 지원을 약속했고 미 국무부도 이날 “소말리아에 상당한 지원을 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칸영화제, 폰 트리에 감독 축출 “히틀러 발언 용납 못해”

    히틀러 관련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덴마크의 라스 폰 트리에 영화감독이 19일(현지시간) 칸영화제에서 축출됐다. 칸영화제 이사회는 그를 “기피 인물”로 선언하고, 칸영화제에 참여 불허 조치를 내렸다. 이사회는 “(폰 트리에 감독이) 받아들일 수 없고 용납될 수 없으며 인류애와 관용의 이상에 어긋나는” 발언을 한 것에 “심대한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전날 “히틀러를 이해하며 그가 나쁜 짓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가 마지막 순간 벙커에 앉아 있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부고] ‘리빠똥 장군’ 소설가 김용성씨

    [부고] ‘리빠똥 장군’ 소설가 김용성씨

    소설가 김용성씨가 28일 오후 지병으로 숨졌다. 71세. 장편소설 ‘잃은 자와 찾은 자’ ‘리빠똥 장군’ 등으로 잘 알려진 고인은 1940년 일본 고베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국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1년 한국일보 장편소설 공모에 ‘잃은 자와 찾은 자’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주로 사회적 메커니즘을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인류애에 입각한 인간의 본질을 그리는 작업에 주력하던 그는 2004년부터 인하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했다. 1983년 현대문학상, 1985년 동서문학상, 1991년 대한민국문학상, 2004년 김동리문학상·요산문학상·경희문학상을 받았다. 빈소는 강남 서울성모병원에 차려졌으며, 영결식은 경희문인회장으로 5월 1일 오전 8시 열린다. (02)2258-5940.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독도 홍보 진정성 위해 日지진피해 돕기 불참”

    가수 김장훈이 일본 지진 피해 돕기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독도 홍보 활동의 진정성을 의심할까 봐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장훈은 17일 방송된 MBC ‘일요인터뷰’에서 “일본 쓰나미 피해를 보면서 모두가 인류애적 차원으로 하는데 솔직히 나 역시 구호에 참여하고 싶었다.”고 전제한 뒤 이렇게 말했다. 우리 정부의 독도 대응책에 대해선 “일만 생기면 일본 외교관을 공개적으로 불러 항의하면서 실제 교정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는 게 조용한 외교는 아니다.”라며 나름의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김장훈은 재도전 문제로 한 차례 논란을 일으켜 잠시 방송이 중단됐다가 다음 달 1일 재개되는 MBC 서바이벌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와 관련해선 “‘나는 가수다’에는 출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예술은 기술과 달리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히고 “모든 가수를 가창력으로 평가하면 가창력보다는 듣는 이의 가슴에 호소한 밥 딜런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역사왜곡 日 도왔다니… 모은 돈 우리 경제에 쓰자”

    “역사왜곡 日 도왔다니… 모은 돈 우리 경제에 쓰자”

    “저런 일본을 돕다니요.” “모은 돈 우리 경제에나 쓰세요.” 30일 일본 정부가 독도 영유권을 담은 중학 교과서를 채택했다는 소식에 누리꾼과 트위터들이 달아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젊은 층들은 지금까지 일본문화를 쉽게 받아들이는 등 기성세대와는 다른 대일 감정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들의 반응이 새삼 주목된다. 이들은 “이제는 (일본에 대한) 기대를 접자.”며 일본 돕기 성금 모금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누리꾼 ‘goodori’는 “일본인들을 돕기 위해 너 나 할 것 없이 열정적으로 모금한 성금이 머쓱하게 됐다.”면서 “한국인들의 마음속에 일본돕기 성금의 본질은 ‘이제 독도 영유권을 그만 주장하라.’는 의미에서 건네는 화해의 제스처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호의를 등진 일본에 대한 감정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김지수(24·여)씨는 “독도 문제로 국민들이 분노하는 가운데 일본을 돕자며 성금을 모금하는 이율배반적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면서 “성금 모금이 인류애의 발현이라기보다 우리의 우월감을 드러내려는 심리가 크게 작용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덧붙였다. 고교 2년생 민수영(17)양은 “사실 젊은 층에서는 과거와 다른 대일 정서를 갖고 있었으나 지진과 쓰나미 등 최악의 자연재해에 직면해서도 역사를 왜곡하려는 그들을 보면서 이제야 일본을 싫어하는 기성세대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정지원(20·여)씨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 구호품과 외국의 의료진 파견을 거부한 것과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왜곡하는 것은 같은 맥락”이라며 “어떻게든 일본과 일본인의 우월감을 드러내려는 근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승경(24)씨는 “원전 방사능 유출로 일본 역사상 최대의 위기인 시기에 독도를 두고 한국인의 감정을 건드는 저의가 의심스럽다.”면서 “앞으로 우리도 기대를 버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트위터(@TheSeoulShinmun)를 통해 누리꾼들의 의견을 청취한 결과도 일본을 질타하는 내용(mention)이 대부분이었다. 누리꾼 ‘i5i5i’는 “남의 땅을 자기 것이라 우기는 나라를 돕다니. 우리도 방사능 피해자다. 모은 돈 우리나라 경제에 쓰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kgb5410’은 “황당하다. 도움을 그런 식으로 갚다니 방식이 틀렸다. 도움을 중단했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cchioag5419’는 “지금 바로 독도에 휴양지를 건설해 국민들이 더 많이 왕래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진 피해 돕기 성금과 역사교과서 왜곡은 별개의 문제라는 주장도 없지 않았다. 김현민(19·재수생)씨는 “일본의 행태는 짜증 나지만 지금 지진으로 고통받고 있는 일본인을 돕지 말자는 주장 또한 억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독도 영유권도 중요하지만 이 때문에 인류애적 손길을 거둔다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이미지만 나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학생 최은경(23·여)씨도 “인도적 차원에서 행해지는 선은 계속 실천해야 국격을 높일 수 있다.”면서 “독도 영유권 문제는 이와 별개로 외교적으로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영준·윤샘이나기자 apple@seoul.co.kr
  • 온난화에 지친 지구 1시간 ‘Turn off’…인류의 내일은 ‘Turn on’

    불야성에 지쳐 있는 지구를 위해 세계인이 26일 ‘조명끄기 릴레이’를 벌였다. 전력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려고 세계 각국이 자국시간으로 오후 8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일제히 조명 스위치를 내린 것이다. 올해로 5년째를 맞은 ‘지구시간’(Earth Hour) 소등행사에는 세계 134개국 1억명 이상의 인류가 참여해 어둠 속에서 ‘불편의 즐거움’을 누렸다. ‘소등 파도타기’는 이날 세계표준시보다 11시간 빠른 호주 시드니(서머타임 적용)부터 시작해 서쪽으로 향했다. 시드니 시민들은 저녁 8시 30분이 되자 집안 전등을 일제히 껐고 도시 명물인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 시드니타워 등의 조명도 소등했다. 다만, 선박 등의 안전운항을 위해 보안등 일부는 그대로 켜 뒀다. 세계야생동물기금의 아이디어로 2007년 ‘지구시간’ 행사가 처음 시작됐던 종주국인 호주는 이날 전체 국민의 절반가량인 1000만명이 참여해 칠흑 같은 어둠을 즐겼다. 아시아 주요국들도 자국 시간으로 오후 8시 30분이 되자 자발적으로 어둠 속에 묻혔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의 남산 N타워와 63빌딩, 프레스센터 등 주요 시설이 불을 껐고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이었던 ‘냐오차오’ 스타디움을 소등하며 행사의 뜻을 더했다. 강진과 쓰나미, 방사능 유출 피해라는 삼중고에 신음하는 일본의 일부 호텔 역시 불 끄기 행사에 동참했다. 인류 문명의 찬란함을 고스란히 담은 세계 주요 유적들도 예외없이 1시간 동안 조명 스위치를 내렸다. 그리스의 포세이돈 신전, 이탈리아의 콜로세움과 피사의 사탑, 프랑스의 에펠탑 등이 불 끄기 행렬에 동참했다. 특히 프랑스 파리에서는 소등행사가 시작된 뒤 1분 동안 일본 대지진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 행사를 갖고 인류애를 실천했다. 세계 네티즌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킹 서비스(SNS)를 이용해 각 가정의 불 끄기를 독려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처음 행사를 제안했던 앤디 리들리는 “2007년 ‘지구시간’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면서 “(지구 살리기를 위한 노력이) 문화와 국경, 종교의 장벽을 넘어서고 있다.”며 기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은퇴 이후 행보

    생전에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사랑은 영화와 남성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녀는 말년에 아가페적인 사랑을 보편적인 인류애로 승화시킨 위대한 배우였다. 테일러는 에이즈와 HIV 바이러스가 사람들에게 아직 생소하던 무렵부터 열정적으로 에이즈 퇴치 및 예방활동을 벌였다. CNN은 그녀가 에이즈 퇴치를 활동 기치로 내세운 최초의 유명인이라고 회고했다. 영화 ‘자이언트’를 함께 한 배우 록 허드슨이 1985년 에이즈로 작고하자 테일러는 같은 해 에이즈 퇴치운동에 발벗고 나섰다. 그때만 해도 에이즈에 대해 사람들은 무지했다. 제대로 된 교육도 이뤄지지 않았고 간호사들은 환자 돌보기를 꺼렸다. 하지만 그녀는 “에이즈로 죽음의 문턱에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서 “무언가를 하고 싶은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금을 모으고 잘못된 인식 바로잡기를 돕는 것”이라며 거리낌없이 앞장섰다. 1991년 자신의 이름을 건 에이즈재단을 설립했고 196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입은 드레스를 1999년 경매에 부쳐 낙찰금 15만 달러를 미국에이즈연구재단에 전달하기도 했다. 1997년 2월 65회 생일 축하 프로그램에 출연해선 에이즈 연구기금 모금을 호소했다. 테일러의 이름 아래 모인 에이즈퇴치 기금은 모두 2억 7000만 달러에 이른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이런 공로를 인정해 2000년 버킹엄궁에서 데임 작위를 수여했다. 이스라엘의 나치전범 추적기관인 시몬비젠탈센터 창립자 마빈 하이어는 “그녀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널리 알려졌지만, 자선활동에 헌신했다는 점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그녀의 공적을 평가했다. 그러나 한때 세기를 주름잡았던 배우도 병마를 비켜가진 못했다. 1997년 뇌종양 수술, 2009년 심장판막수술 등 그녀의 말년은 투병생활로 점철됐다. 특히 1997년 수술은 65세 생일축하 프로그램에서 모금에 나선 지 바로 며칠 뒤 이뤄졌다. 때문에 2009년 오랜 친구인 마이클 잭슨의 장례식에 참석한 것을 빼고 최근엔 거의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004년부터 앓아온 울혈성 심부전증이 심해져 지난달 이후엔 병원신세를 졌다. 생전의 마지막 아카데미 시상식도 병원에서 TV로 지켜봤다. 그녀 옆에선 가족이 변함없이 자리를 지켰다. 6번째 남편인 존 워너는 “우리 커플은 항상 친구였고 마지막까지 그랬다. 마찬가지로 우리 아이들도 그녀와 함께 엮여 있었다.”고 전했다. 이를 반증하듯 마이클 와일딩 주니어 등 4명의 자녀가 마지막 순간을 그녀와 함께 했다고 샐리 모리슨 대변인은 전했다. 이밖에 테일러는 슬하에 10명의 손자·녀와 4명의 증손을 남겼다. 아쉽게도 테일러는 한국과는 특별한 인연이 없었다. 1998년 2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지병인 뇌종양으로 방한 일정을 취소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다큐멘터리 3일(KBS2 일요일 밤 10시 25분) 전라남도 신안군 1004개 섬 중의 하나인 추포도는 여객선이 닿지 않는 섬 속의 섬이다. 목포에서 압해대교를 건너 압해도로 가 여객선을 타고 들어간 섬에서 다시 갯벌 위로 놓인 ‘노두’길을 따라가야만 들어갈 수 있는 섬. 봄 소식이 가장 먼저 찾아온다는 그곳, 추포도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사랑을 믿어요(KBS2 토요일 밤 7시 55분) 명희는 국밥집에 갔다가 바쁜 일손을 도와주고, 철수는 그런 명희를 엉뚱하면서도 귀엽다고 생각한다. 우진은 큰아버지까지 전화해서 아이들 공부시키라는 부탁을 하자 죽을 맛이다. 한편 동훈은 감사 인사를 하러 온 처남을 통해 사고 소식과 합의금 5000만원 이야기를 듣고 당황한다. ●주말연속극 반짝반짝 빛나는(MBC 토요일 밤 8시 40분) 부모가 바뀐 것을 알고 상처받은 정원은 승준의 순댓국 가게에서 술을 먹고 취해 승준과 승준모에게 주사를 부린다. 작가 사인회에서 마주치게 된 금란, 정원, 승준, 지웅. 금란이 깡패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 지웅은 자신이 금란의 아버지라고 밝히며 곤경에 처한 금란을 도와준다. ●놀라운 대회 스타킹(SBS 토요일 오후 6시 30분) 시각장애인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뛰어난 실력으로 전 출연진을 깜짝 놀라게 한 재즈 피아니스트 정명수씨가 왔다. 작사, 작곡, 편곡, 노래, 연주가 가능한 그의 스티비 원더 따라잡기. 명수씨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스티비 원더의 노래 ‘Isn´t she lovely’를 선사한다. ●한국현대사 증언 TV 자서전(KBS1 토요일 오전 6시 10분) 대한적십자사와 함께한 31년. 적십자 구호 활동과 사회 봉사를 통해 인류애 구현에 헌신한 ‘레드 크로스 맨’ 서영훈. 그는 지역주의, 정치이념을 뛰어넘어 경계 없는 나눔을 몸소 실천했고, 치우침 없이 늘 중심을 지켰던 우리 사회의 균형추였다. 그가 지켜온 화합과 중용의 가치를 되새겨본다. ●주말특별기획 드라마 욕망의 불꽃(MBC 일요일 밤 9시 50분) 나영은 영민과 이혼하고 인기와 떠나겠다고 말한다. 영민도 나영의 말을 듣고 태진을 찾아가 힘들어하는 나영을 놓아 주자고 말하지만 태진은 절대 이혼은 안 된다며 완강하게 말한다. 나영은 민재에게 자신만 떠나면 인기와 결혼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민재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하는데…. ●잘먹고 잘사는 법(SBS 토요일 오전 9시 45분) 장작 때는 냄새가 온 마을에 가득한 전북 무주군 초리마을. 후덕한 성품이 묻어나는 어머니의 밥상 메뉴는 노곤한 봄철에 입맛을 돋우는 구수한 냉잇국과 영양 만점 호박오가리들깨탕, 고로쇠물로 지은 밥이다. 자연의 기운을 고스란히 담아낸 시골 밥상을 공개한다.
  • “단순 보은 넘어 인류애 실천…소통의 한류로”

    한류스타들이 대재앙 앞에 신음하는 일본에 잇따라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서 두 나라 사이에 ‘보이지 않는 문화의 끈’이 공고해지는 양상이다. 지금까지 국내 연예인들이 일본 대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내놓은 기금은 17일 현재 총 50억원에 달한다. 지난 14일 대표적 한류스타 배용준이 10억원을 쾌척한 데 이어 이병헌, 류시원, 최지우, 송승헌, 안재욱 등 1세대 한류스타들의 기부가 줄을 이었다. 신(新)한류라는 이름으로 케이팝(K-pop)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카라, JYJ, 김현중, 장근석, 빅뱅 등 차세대 한류스타들도 가세했다. 일본 언론과 네티즌들은 자국 연예인보다도 먼저 도움의 손길을 뻗은 한류스타들에 대해 “한류를 다시 느꼈다.”며 감동과 놀라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류스타들이 ‘통 큰 기부’ 행렬에 동참하는 것은 “그동안 받은 사랑을 조금이나마 갚을 차례”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 2억원을 내놓은 류시원은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재앙 앞에서 한류니 뭐니 따질 수는 없다.”면서 “다만 일본 팬들이 보내 준 사랑에 미약하나마 보답하고 두 나라 사이의 문화적·정서적 거리가 좁혀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초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촉발된 일본 내 한류는 영화와 가요로도 확산됐다. 하지만 한류의 일방성과 상업성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이는 일본뿐 아니라 아시아 일부 국가의 ‘혐한류’(한류 혐오)를 야기하기까지 했다. 일본 진출을 준비하던 한 남성 톱스타는 “한국의 스타들은 돈만 밝힌다는 인식이 일본 안에 너무 팽배해 깜짝 놀랐다.”면서 “단순한 보은 차원이 아닌 재앙 앞에 인류는 하나라는, 진심어린 인류애를 보여 줌으로써 한류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배용준도 기회 있을 때마다 “일방적인 한류는 곤란하다.”며 “한류가 아니라 아시아류로 바꿔야 한다.”고 역설하곤 했다. 김헌기 아시안TV 부사장은 “쌍방향 소통을 통해 국경을 뛰어넘은 문화적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日요청 ‘맞춤식 지원’ 중요 이미지 마케팅이용 경계를

    절망에 빠진 일본 돕기가 과열 양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한적십자사를 비롯해 기업·언론·대학들까지 ‘인류애’를 내세워 성금 모금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정작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일본은 구호물품을 사양하고 있다. 각계에서 맹목적인 물타기식 지원보다는 일본 정부가 공식 요청하는 부분에 대해 맞춤식 지원을 해야 국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일본 피해지역에 구호물품으로 ‘햇반’을 지원하기로 했던 CJ그룹은 지난 14일 일본적십자사로부터 사양한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16일 밝혔다. CJ 관계자는 “지금 일본이 도로 유실 등으로 유통망이 원활하지 않아서 고생하는 것이지 물품이 부족할 만큼 가난한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구호물품을 사양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혁태 성공회대 일어일본학과 교수는 “일본이 절실히 원하는 것을 도와줘야 일본도 고맙게 느낄 것”이라면서 “연예인과 기업들이 일본의 상황을 모른 채 일방적으로 돕겠다고 나서는 것은 이미지 마케팅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혜련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일본을 돕자는 열기가 뜨거운데, 이는 높은 수준의 복지의식은 아니다.”라면서 “우리 주변의 소외계층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습관적으로 후원하는 문화를 정착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다른 견해도 있다. 이상돈 중앙대 법대교수는 “동물 구호에 힘쓰는 사람들에게 동물 도와줄 돈으로 사람부터 도우라고 말할 수 없듯, 일본을 위한 성금 모금을 편협한 시각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고통을 당하는 일본인들을 돕는 마음은 인지상정”이라면서 “국경을 넘어 사람이 우선이기 때문에 최대한 돕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홍성태 상지대 사회학과 교수는 “모금 그 자체는 높은 인권 의식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지만, 뉴스가 24시간 내내 일본의 자극적인 상황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을 마취시키는 것은 잘못”이라며 언론의 보도행태를 꼬집었다. 이영준·김진아기자 apple@seoul.co.kr
  • 싸우다가 구조 돕는 矜恤之心(긍휼지심) 그 유전자의 정체는

    강진과 쓰나미가 할퀴고 간 일본 열도에서 세계는 또 한번 위대한 인류애를 발휘하고 있다. 미국 등 일본의 ‘친구’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와 러시아, 중국 등 한치의 땅과 국익을 두고 일본과 사사건건 드잡이하던 경쟁국조차 도움의 손길을 건넨다. 또 서로의 국격을 두고 험담하기 바빴던 네티즌들 역시 한마음으로 일본이 다시 일어서길 간절히 응원한다. 이기심과 이타심, 그 사이에서 묘한 줄타기를 하는 인류는 모순의 동물이기에 때때로 아름답다. 인류는 왜 고통받는 타인을 돕는가. 학자들은 인간의 긍휼지심에는 복잡한 유전·심리적 신비가 숨어 있다고 말한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인간의 이타심을 설명할 때 ‘혈연선택 가설’과 ‘반복·호혜성 가설’을 곧잘 활용한다. 혈연 선택 가설은 윌리엄 해밀턴이 1963년 제기한 이론으로 피붙이를 도와야 결국 자신의 유전자가 번성할 수 있기 때문에 가족 간 희생이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결국 인류의 선행은 종족 보존의 이기심을 채우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도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인간의 이타적 행동을 ‘유전자를 번식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에 따른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인이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낯선 일본인들을 돕고자 주머닛돈을 기꺼이 꺼내 놓는 것은 ‘인류’라는 종의 보존을 위한 일종의 전략일 수 있다는 풀이다. 반복·호혜성 가설도 혈연 선택 가설과 맥을 같이한다. 세상사라는 ‘게임’ 속에서 인간은 언제든 다시 만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내가 먼저 선의를 베풀어야 위기 때 타인의 도움을 기대할 수 있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는 “인간에게 이타심은 동물적 본능과 같다.”면서 “진화심리학적으로 보면 인류는 생존을 위해 공존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고 이 교훈이 인간 심리에 새겨져 발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타적 인간의 출현’을 쓴 최정규 경북대 교수(경제학)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본 열도를 돕는 데 혈연 선택 가설 등을 활용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반박한다. 측은지심을 ‘전략적 이기심’이라고만 보기에는 인간의 심연이 너무 깊다는 설명이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사람들이 (성범죄 피해 아동인) 나영이를 보며 느끼는 동정심이나 자연재해 앞에 무기력하게 넘어진 일본인을 보며 느끼는 감정은 결국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 같다.”면서 “훗날의 도움을 위해 보험 차원에서 선행을 베푼다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그보다는 과학적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인간 본연의 동정심이 이타심의 근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MB “한국·UAE 원전협력 세계평화 기여”

    MB “한국·UAE 원전협력 세계평화 기여”

    이명박 대통령은 14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수도 아부다비에서 서쪽 해안으로 300㎞ 떨어진 브라카에서 열린 한국형 원전 부지 기공식에 참석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12월 UAE로부터 원전 4기를 수주했다. 내년 6월 건설허가 승인을 받으면 여의도 1.6배 면적인 1000㎡의 원전 부지에서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된다. 이 대통령은 모하메드 왕세자와 함께 타임캡슐 내장용 기념문안에 서명하고, 기념물을 제막했다. 한 관계자는 앞으로 들어설 원전 건물에 대해 “인도양 지역의 역사적 사항을 파악해서 500㎞ 밖에서 진도 8.5의 지진이 일어나 4.5m 높이의 쓰나미가 오더라도 견딜 수 있게 내진설계를 했다.”면서 “지하 10㎞에서 진도 7의 강진이 발생해도 견딜 수 있다.”고 이 대통령에게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방명록에 ‘한국과 UAE의 원전협력이 세계평화와 환경에 기여할 것을 확신한다.’는 글을 남겼다. 이어 전용기편으로 두바이로 이동한 이 대통령은 그랜드 하야트호텔에서 동포간담회를 가졌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아부다비 유전개발하고 원전기공식을 하는 데 일본 원전에 지진 피해도 있고 해서 약식으로 했다.”면서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자연재해를 입었을 때는 세계가 모두 힘을 합쳐 극복하도록 도움을 줘야 하고 깊은 애도와 위로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막툼 연방총리 겸 두바이 통치자를 만나 경제·통상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또 두바이 월드트레이드 센터에서 열린 ‘자이드 국제환경상’ 시상식에 참석해 최고의 상인 글로벌 리더십 분야상을 수상했다. 자이드 국제환경상은 전 UAE 대통령인 세이크 자이드 빈술탄 알 나흐얀의 환경실천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9년 설립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에는 칼리파 UAE 대통령으로부터 UAE 최고 등급인 자이드 최고훈장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자이드 국제환경상 수상연설에서도 일본 지진과 관련, “자연 재해 앞에 국경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일본의 이웃 한국은 깊은 인류애를 느끼며 어려움에 빠진 이들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시상식이 끝난 뒤 이 대통령은 수행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귀국길에 올랐다. 두바이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사설] ‘일본 재앙’ 함부로 말하는 지도층 자성하라

    3·11 도호쿠 대지진과 쓰나미로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위기에 처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실종자 수만 4만명을 넘는다는 보도도 있다. 교민 희생자도 나왔다. 일본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러시아도 지원에 동참하는 등 국제사회가 인종과 종교, 정치적인 이유를 떠나 어려움에 처한 일본에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 긴급구조대 102명도 어제 일본에 도착했다. 피해가 가장 심각한 동북부 지역에서 실종자 구조 및 탐사, 안전평가를 수행할 계획이다. 배용준, 김현중씨 등 한류스타들도 일본을 돕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웃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고 도와주려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일본이 ‘과거’ 우리나라를 침략하는 등 아픈 역사가 있다고 해서 일부 누리꾼들이 일본의 현재 고통을 외면하거나 잘됐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더구나 장삼이사(張三李四)도 아닌 지도층 인사가 일본의 재앙을 놓고 함부로 말하는 것은 보편적 인류애마저 내팽개친, 부끄럽고도 몰지각한 행동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가 대표적이다. 그는 일본 대지진과 관련, “일본 국민이 신앙적으로 볼 때는 너무나 하나님을 멀리하고 우상숭배, 무신론으로 나가기 때문에 하나님의 경고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것으로 인터넷신문 뉴스미션이 그제 보도했다. 말문이 막힌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같은 날 트위터에 “일본 대지진으로 사망·실종만 2500여명, 연락불통만 1만여명입니다. 한반도를 이렇게 안전하게 해주시는 하느님께, 조상님께 감사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과거를 반성하지 못하는 일본 극우주의자들과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사람들이 아직도 적지 않지만, 그렇다고 대재앙을 당한 일본과 일본국민을 자극하는 식의 언행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역지사지(易地思之)가 필요하다. 구조대·의료팀 지원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일본이 대재앙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게 이웃의 도리다.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일본의 대재앙이 한·일 두 나라가 진정한 이웃이 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일본이 하루빨리 대재앙의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거듭 기원한다.
  • [사설] 최악의 일본 대지진 참사 인류애 보일 때다

    일본 도호쿠 지방을 강타한 대지진 재앙을 보면 끊임없이 건설하는 것도 자연이요 또 끊임없이 파괴하는 것도 자연이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일본이 아무리 ‘지진대국’이라지만 히로시마 원자폭탄 위력의 5만배에 이르는, 이런 최악의 참사는 일찍이 없었다고 한다. 일본 정부 스스로 “예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피해”라고 밝힐 정도다. 그야말로 자연은 인간을 싫어한다는 말이 절로 피부에 와 닿는다. 국제사회는 지금 앞다퉈 구호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미국은 자위대와 협력을 모색 중이고 중국은 구조팀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 유엔도 국제 수색·구조팀을 비상 대기시키고 있다. 이웃나라인 우리 또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구호에 나서야 함은 물론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방문을 위해 출국하기에 앞서 일본의 피해복구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인간의 생명이 걸린 재난구호는 분초를 다투는 일이다. 그런 만큼 정부는 한시라도 빨리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은 지난해 아이티 대지진 당시 모범적인 국제구호 활동을 펼친 경험을 갖고 있다. 특히 세계 네 번째 국제 원조기구로 성장한 ‘월드비전 한국’은 아이티 전역에 수십개의 난민촌을 세우고 구호작업을 벌여 주목받았다. 정부는 119구조단을 보낸다는 방침이다. 우리는 비정부기구(NGO)의 민간 구호활동을 뒷받침하는 일 또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환기시키고자 한다. 한국과 일본은 흔히 일의대수(一衣帶水)로 불리는 가까운 나라다. 하지만 정서적으로는 적잖은 거리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촉구한 ‘진정성 있는 행동과 실천’은 일본에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로 대통령의 국빈방문까지 연기됐다. 그렇다 할지라도 재난구호엔 국경이 있을 수 없다. 인류의 재앙을 맞아 우리는 먼저 아시아의 도덕적 지도국가로서 휴머니즘 외교의 진면목을 보여줘야 한다. 한 세기 전 일제에 의한 망국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물론 선뜻 내키지 않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지금 네티즌 세계에서는 모금운동이 일 정도로 우리 사회는 성숙했다. 영국 작가 허버트 G 웰스의 금언을 새겨야 할 때다. “우리들의 참된 국적은 인류다.”
  • 가는 해 아쉬움, 송년음악회로 달래볼까

    가는 해 아쉬움, 송년음악회로 달래볼까

    제야 콘서트 등 크고 작은 음악회가 쏟아지는 12월이다.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알찬 프로그램이 눈에 많이 띈다. 음악과 함께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올 한 해를 정리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우아한 클래식도 좋고, 떠들썩한 대중음악도 좋다. ●연말 최고 레퍼토리 ‘베토벤’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은 4악장 ‘환희의 송가’로 유명하다. 작게는 귀가 들리지 않았던 베토벤의 불굴의 의지를, 크게는 인류애의 이상을 그려낸다. 김대진이 이끄는 수원시립교향악단은 오는 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이 곡을 연주한다. 수원시향의 베토벤 사이클 마지막 공연이기도 하다. 베토벤의 ‘코랄 판타지’도 함께 연주된다. 10일에는 코리아 W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공연이 준비돼 있다. 서울 중계본동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합창 교향곡은 물론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협주곡’도 감상할 수 있다. KBS교향악단의 합창 교향곡은 17일 들을 수 있다. 함신익의 지휘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다.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향은 같은 장소에서 22일 열리는 ‘마스터피스 시리즈 Ⅴ’ 공연에서 이 곡을 연주한다. 임헌정의 부천시향은 올해의 대미를 장식한다. 31일 경기 부천시민회관에서 합창 4악장만을 떼어내 선보인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연주하는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도 감상할 수 있다. ●명창 안숙선·원로가객 김호성 출연 우리 가락도 있다. 국악방송은 개국 10주년 기념 송년 음악회 ‘동고동락’(同苦同)을 14일 서울 흑석동 중앙대아트센터에서 개최한다. 소리꾼 오정해와 김용우가 사회자로 나선다. 명창 안숙선, 원로 가객 김호성, 채상소고춤의 김운태, 타악그룹 공명 등이 출연한다. 판소리 ‘춘향가’와 가곡 ‘태평가’, 남도민요 ‘금강산 타령’ 등을 즐길 수 있다. 16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세종M씨어터에서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성탄음악회가 열린다. 소프라노 김희정이 올해 최고 클래식 히트곡 ‘넬라 판타지아’도 들려준다. 국립국악원은 송년 대표 브랜드인 궁중연례악 ‘왕조의 꿈, 태평서곡’을 14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서 선보인다. 정조 임금이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축하하기 위해 거행했던 궁중연회를 공연 예술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조선시대 궁중음악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이적 14년 만에 지방 투어 가요 콘서트 ‘빅3’도 연말 분위기를 달구고 있다. 김장훈·싸이, 이승철, 이문세 콘서트다. 김장훈·싸이는 쉽고 친근함을, 이승철은 탁월한 보컬 실력과 최신곡을, 이문세는 시대를 초월한 히트곡과 아기자기함을 무기로 내세웠다. 특히 김장훈·싸이와 이승철의 ‘크리스마스 잠실대첩’이 흥미진진하다. 25주년 전국 투어를 이어가고 있는 이승철은 23~26일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 5000석 규모의 돌비 5.1채널 음향 시스템을 갖춰놓고 ‘화이트 오케스트락(Rock)’을 펼친다. 같은 기간 바로 옆 잠실실내체육관에서는 김장훈·싸이가 완타치 공연을 펼친다. 지난해 말부터 올봄까지 전국 24회 투어를 함께 돌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히트 공연의 리바이벌이다. 2라운드는 부산이다. 이승철은 31일 부산 벡스코에서, 김장훈·싸이는 29~31일 부산 KBS홀에서 팬들과 만난다. ‘이문세 더 베스트’ 공연은 10~12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다. 당초 이틀 예정이었으나 팬들의 요구로 하루 추가했다. 24~25일에는 부산 벡스코로 무대를 옮긴다. 패닉 시절 이후 14년 만에 지방 투어를 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이적의 공연과 최고의 목소리들이 뭉친 조인트 콘서트도 눈에 띈다. 김범수, 바이브, 이영현이 뭉친 ‘더 소울’과 바비킴, 휘성, 거미가 의기투합한 ‘더 보컬리스트’는 30~31일 삼성동 코엑스와 잠실주경기장 내 돔씨어터에서 열린다. 홍지민·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