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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틀랜타 시장 “트럼프, 말 좀 그만해라…상황만 악화”

    애틀랜타 시장 “트럼프, 말 좀 그만해라…상황만 악화”

    비무장한 흑인 남성이 경찰의 강압적인 체포 과정에서 숨진 데 항의하는 시위가 갈수록 격화하고 전국적으로 번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상황을 악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케이샤 랜스 바텀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시장은 31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냥 말을 그만해야 한다. 그가 말을 하면 상황이 악화되기 때문이다”라며 “미국은 현재 일종의 전환적 순간을 지나고 있는데, 그의 정치적 발언은 그저 상황을 걷잡을 수 없게 만들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극좌파를 가리키는 ‘안티파(ANTIFA·안티파시스트)’로 규정하며 “테러 조직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서 시위대를 ‘폭력배’(thugs)라고 하는가하면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이 시작된다”며 총격 대응까지 시사하는 등 강경 대응을 부추긴다는 논란이 제기돼 왔다. 흑인인 바텀스 시장 역시 앞서 애틀랜타에서 일어난 항의 시위가 약탈 등 폭력적인 양상으로 변화하자 “이것은 시위가 아니라 대혼돈”이라며 시위대를 비판한 바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시위 격화에 대해 “좌파”, “무정부주의 세력” 등 이념적 공격을 시도하는 것을 바텀스 시장은 경계하고 나선 것이다.바텀스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시위에 대해 나서는 모습이 “샬러츠빌의 재연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 해인 2017년 8월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일어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집단적 폭력 사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양비론을 폈던 것을 가리킨 것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백인 우월주의자와 맞불 시위대 모두를 향해 “양쪽에 아주 훌륭한 사람들이 있었다”, “대안우파를 공격한 대안좌파들은 어떤가. 그들은 죄가 없는가. 나는 있다고 본다”는 등의 발언을 해 사실상 백인 우월자들의 시위에 관대한 제스처를 취해 논란이 일었다. 바텀스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침묵할 수 없다면, 그를 텔레프롬프터(연설할 때 원고를 띄워주는 장치) 앞에 세우고 그가 최소한의 옳은 말을 하기를 기도하라”고도 말했다. 바텀스 시장은 미국이 400년 넘게 인종차별주의의 추악함에 직면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혁명은 일회성 사건이 아니다’라는 문구를 인용하며 인종 차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면서 “우리는 인내심이 아닌 평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텀스 시장은 민주당의 대선주자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러닝메이트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전파포럼 ‘문 정부 대북정책 무엇을 남길까’ 속기록 1

    전파포럼 ‘문 정부 대북정책 무엇을 남길까’ 속기록 1

    국가안보전략연구원(원장 조동호)이 제1회 전파(前派)포럼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27일 서울 중구 태평로의 한 호텔에서 개최했다. 조동호 원장이 사회를 본 이날 포럼에는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서주석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기정 연세대 교수, 윤덕민 한국외국어대 교수, 이혜정 중앙대 교수,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워낙 분량이 많아 다섯 회 정도로 나눠 매일 오전 11시 30분쯤 올릴 계획이다. 발언자의 참뜻이 왜곡되거나 한 구석이 있다면 전적으로 정리자의 잘못이다.조동호 원장 문재인 정부가 지난 3년간 가장 못한 게 무언가? 김기정 교수 지난해 한 해를 조금 필요 이상으로 인내하며 보낸 것이다. 한국의 대북정책도 대미전략 사이에서 공간이 주어지는데. 남북미 3각 구도에서 북미가 선행되면 남북이 뒤따라 갈 것이라는 우리로 치면 후륜구동으로 가겠다고 작정한 것이 2018년이었다. 그런데 지난해로 넘어오면서 하노이 회담이 홀딩되고. 그 기간을 전륜구동으로 움직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으로 보낸 것이 아쉽다. 문재인의 한반도 구상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많이 갖지 못한 상태로 한 해를 보냈다. 공생적. 평화공존 전략이 부분적으로 소개된 김대중과 노무현의 피스키핑 시대가 있었고, 사실상의 통일, 디팩토를 둔 피스빌딩의 단계가 있었으며, 한반도 경제구상이라는 궁극적으로 통일에 이르는 길을 만들려는 피스메이킹이 문재인 정부의 요체다. 피스빌딩은 아직까지 이론 단계에 머물러 있고. 피스메이킹을 해서 남북한 관계에서 신뢰구축 조치를 만들어내고자하는 실천이 지난해 초에 멈춰섰다. 서주석 연구위원 못했다기보다 결과적으로 미흡했던 부분이 있다고 본다.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 남북한 신뢰구축과 군비통제, 세 축으로 해나가면서 평화를 선순환으로 만들어내고 그같은 성과로 경제적인 새로운 효과도 기울이려고 했는데. 비핵화 부분에서 일정하게 힘들어졌고. 평화체제 구축도 큰 진전이 없었다. 그러면서 교류협력 부분에서도 성과가 적지 않았나 싶다. 군사부문에서도 완전한 안정화가 이뤄지지 못했고, 대북 제재가 워낙 견고하고 비핵화가 지지부진한 상황에 성과를 이뤄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융통성 있는 협조적인 전략을 만들어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조 원장 잘한 건 뭔가? 김성한 교수 외교안보 정책에서 누누이 강조하는 신남방정책이다. 사드사태를 겪으며 중국 변수의 한계를 절감했고. 그 연장선에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는데. 중국에 대한 대안으로 동남아의 전략적 중요성을 간파했고. 중심축으로 아세안을 설정하고 많은 자원을 투입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 잘한 것보다 못한 게 많았다. 그런데도 현실인식을 갖고 한반도문제, 특히 북핵 문제에 중심고리라 할 수 있는 북미관계, 미국관계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중재자 내지 촉진자의 역할을 자임하고 결국 성과가 좋진 않았지만, 양쪽을 끌어앉히려 애쓴 점은 평가를 하고 싶다. 최근에는 인간안보라는 개념이 코로나 시대를 맞아 중요하게 떠오르는데 국가안보에다 환경, 전염병, 에너지 등 인간의 안위에 영향을 미치는 그런 이슈들을 중심으로 협력의 폭을 확대해나가는 것인데 청와대가 전향적으로 나서는 것 같아 좋다고 생각한다. 윤덕민 교수 역대 정부들을 진보든 보수든 경험했는데 슬로건이나 여러 면에서 큰 차이를 보지 못했다. 남북관계를 중시하고 남북협력을 주도하고 비핵화 얘기를 하다 중간에 남북관계가 삐걱거리는 그런 양상이 쳇바퀴 돌듯 되풀이된다. 항상 걸림돌이 되는 것은 북한의 의도를 잘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남한을 다루는 노하우가 상당히 발전했는데. 우리는 항상 새롭고 낯선 철학으로 북한 문제를 과감하게 주도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데 핵개발로 주도권을 쥔 북한에게 밀리고 마는 진실의 순간이 늘 다가오더라. 이번 정부는 보수 정부의 제재 만능을 타파하고 새롭게 뭔가를 하려 했지만 결국 북한의 의도를 오해하는 똑같은 함정에 빠졌다. 그 착각을 깨뜨리는 게 지금 정부에 본질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조 원장 중재자, 촉진자에서 지난 10일에는 ‘행위자’로 바뀌었더라. 북미만 바라보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주도적으로 하자는 것 같은데 이런 용어들이 현실적인 적합성이 있는지. 이혜정 교수 북한이 핵을 개발한 것은 어마어마한 국력의 격차에도 불구하고 한미가 적어도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방어나 억지를 강화할 순 있어도 핵 개발의 의도 자체를 되돌리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보수 진영은 비핵화보다 평화가 먼저라는 데 일리가 있다. 이 정부가 하나의 원칙, 이정표를 세운 건 비핵화의 당사자로서 무엇을 할 수 있고 없는지를 명확히 했다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한국이 전작권도 없는데 군사적 위협이 어디서 오나? 북한은 미국이랑 협상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비핵화의 당사자 역할을 한다는 것과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하는 건 한국 정부로선 정책적 딜레마가 생기는 것이다.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가져가야 하니까. 평화에 초점을 맞추면 9·19합의에 따르면 대규모 무력증강에 대해 논의를 하게 돼 있으니까 모순되는 것이다. 김성한 교수 당사자로서의 자격이란 용어가 갖는 거대한 의미를 망각해서는 안 된다. 북핵문제나 한반도문제에 당사자가 아니란 식으로 오해를 하기 시작하면, 그건 심각해진다. 정상회담에 장점과 단점이 공존한다. 정상회담이 잘 풀리면 시너지가 엄청난데. 잘못 되면 실무회담으로 내려가 수습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항상 역순으로 가는데 실무자가 만나 어젠다 세팅, 미세조정을 해놓고, 정상 차원에서 결단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는 정리를 한 상태에서 정상회담을 한다. 그게 전통적 방식인데 반대로 한 것이었다. 김기정 교수 2018년 바텀업 방식이 속도를 내지 못해 탑다운 방식이 많은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이듬해 북미관계에서도 탑다운 방식은 문제가 있었을까? 결국은 바텀업과의 결합이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북한 대표단이 제대로 권한을 위임받지 못했다고 비건 대표는 생각했고, 북한은 또 트럼프가 모든 것을 뒤집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는데 그게 지난해 현실화한 것으로 보인다. 윤덕민 선생께 여쭈고 싶다. 어떻게 하면 정부 안에 축적돼 왔던 문제점을 극복할까? 북한 의 의도를 너무 단순화해서 보는 게 아닌가 느낌이 든다. 기승전 적화통일, 이렇게 단순하게 보면 무슨 전략을 내놔도 우리가 속임을 당한다고 할건데 북한도 우리만큼 고민하고 전략적 담론 경쟁이 있는 것 같다. 안보론자가 있고, 닥핵론자(닥치고 핵)가 있고, 김정은은 그 둘 사이에 왔다갔다하는게 아닌가. 우리가 북한의 전략적 공간으로 침투해가는 것도 고려할 수 있지 않겠나. 정리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김종인 “좌·우·중도 따지지 않을 것… 새 상품 내놔도 놀라지 말라”

    김종인 “좌·우·중도 따지지 않을 것… 새 상품 내놔도 놀라지 말라”

    ‘金위원장 임기 연장’ 당헌 개정안 의결 미래한국당과 합당안 만장일치 의결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가 진보와 보수의 오랜 이분법을 거부하며 27일 공식 출범했다. 지난달 28일 당내 반발로 비대위 출범이 불발된 지 한 달 만이다. 통합당은 이날 국회에서 상임전국위원회를 열고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임기 제한을 풀었다. 곧이어 전국위원회를 열어 당헌 개정과 미래한국당과의 합당을 의결했고, 일사천리로 9인의 비대위원 인선도 발표했다. 당헌 개정안, 비대위원 구성안, 합당안 등이 모두 만장일치 박수로 의결됐으며, 모든 절차를 끝내는 데는 정확히 1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반대 의견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비대위 인선까지 마무리한 김 위원장의 구상은 상임전국위에 앞서 열린 낙선자 총회 비공개 강연에서 드러났다. 김 위원장은 “정당은 진보, 보수, 중도를 따지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무엇이 가장 좋은 길인지 고민하고 상품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2011년 서울시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를 거론하며 “대체 어느 정당이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하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주민투표에 서울시장직을 걸었다가 실제로 시장직에서 물러났던 오세훈 전 서울 광진을 후보는 단상에 올라 “지금은 복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진 시대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며 수긍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또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1997년 첫 번째 대선에서 패한 후 자신을 주기적으로 만나 조언을 구했는데, 변화가 전혀 없어 2002년 대선에서 또 패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이어 “내가 과거 경제민주화처럼 새로운 것들을 내놓더라도 놀라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위원장이 기본소득 추진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김 위원장은 기본소득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기본소득 제도는) 아무렇게나 하는 게 아니다”라며 “절차가 얼마나 복잡한지 알고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어떤 변화를 줄지 나중에 두고 보면 알 것”이라며 “여기서 얘기하면 재미가 없다”고 했다. 한 참석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농을 곁들여 “당장 원하는 대로 안 된다고 너무 뭐라 하지 말고, 흥분하지 말고 인내를 갖고 기다려 달라”는 당부도 했다. 내부 반발로 한 차례 비대위 출범이 불발되고, 여전히 비대위 체제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의식한 발언이다. 김 위원장은 해체설이 나도는 여의도연구원에 대해선 “아직 여연에 대한 제대로 된 보고를 받지 못해 뭐라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고 했다. 다만 “무슨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걸로 변모가 돼야 한다”며 “연구소 간판만 붙인다고 연구가 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싱크탱크라는 것은 머리를 짜내서 뭘 만들어 낼 가능성이 있을 때 제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그걸 제대로 못하면 싱크탱크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김종인 “무상급식 투표는 바보같은 짓”…보수·진보 이분법 정치 끝낸다

    김종인 “무상급식 투표는 바보같은 짓”…보수·진보 이분법 정치 끝낸다

    김종인 비대위 공식 출범낙선자 총회 강연에서 구상 밝혀“인내 갖고 기다려 달라” 주문도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가 진보와 보수의 오랜 이분법을 거부하며 27일 공식 출범했다. 지난달 28일 당내 반발로 비대위 출범이 불발된 지 한 달 만이다. 통합당은 이날 국회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임기 제한을 푸는 당헌 개정 상임전국위원회, 당헌 개정과 미래한국당과의 합당을 의결하는 전국위원회를 열어 모든 절차를 마무리했다. 4·15 총선 패배 후 표류하던 난파선의 선장이 된 김 위원장의 구상은 상임전국위에 앞서 열린 낙선자 총회 비공개 강연에서 드러났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정당은 진보, 보수, 중도를 따지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무엇이 가장 좋은 길인지 고민하고 상품을 내놔야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특히 김 위원장은 2011년 서울시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를 콕 집어 “대체 어느 정당이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하느냐”고 예를 들었다고 한다. 당시 주민투표에 서울시장직을 걸었던 오세훈 전 서울 광진을 후보는 김 위원장의 발언 후 단상에 올라 “잘 이해하고 있다”며 “지금은 복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진 시대를 잘 알고 있다”고 수긍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또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지난 1997년 첫 번째 대선에서 패한 후 자신을 주기적으로 만나 조언을 구했는데, 변화가 전혀 없었고 2002년 대선에서 또 패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고 한다. 이는 변화없는 정치의 필패를 경고한 것으로 해석됐다. 또 “내가 과거 경제민주화처럼 새로운 것들을 내놓더라도 놀라지 마라”는 예고도 나왔다. 이에 김 위원장이 기본소득 추진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다만 김 위원장은 기본소득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기본소득 제도는) 아무렇게나 하는 게 아니다”며 “절차가 얼마나 복잡한지 알고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어떤 변화를 할지 나중에 두고 보면 알 것”이라며 “여기서 얘기하면 재미가 없다”고 했다. 한 참석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농을 곁들여 “당장 원하는 대로 안 된다고, 자신들이 원하는 것과 괴리가 있다고 나에게 너무 뭐라 하지 말고, 흥분하지 말고 인내를 갖고 기다려 달라”는 당부도 했다. 내부 반발로 한 차례 비대위 출범이 불발되고, 여전히 비대위 체제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의식한 발언이다. 김 위원장은 한때 국내 최고의 싱크탱크였으나 해체설까지 나도는 여의도연구원에 대해선 “아직 여연에 대한 제대로 된 보고를 받지 못해 뭐라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고 했다. 다만 “무슨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걸로 변모가 돼야 한다”며 “연구소 간판만 붙인다고 연구가 되는 게 아니다”고 했다. 또 “싱크탱크라는 것은 머리를 짜내서 뭘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을 때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그걸 제대로 못 하면 싱크탱크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中 반감 커진 EU, 미중 사이 ‘등거리 외교’ 균열

    中 반감 커진 EU, 미중 사이 ‘등거리 외교’ 균열

    코로나·홍콩보안법 두고 대중외교 고심가디언 “미중, 둘중 하나 선택 압력 커져” 반중노선은 미국만 파트너로 남아 우려 팬데믹 이후 시진핑 국제적 역량에 의문 獨·英, 5G사업에 화웨이 배제 움직임 伊 등 친중국가 얽혀 대립각 세우기 곤란 코로나19 사태와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논란 등 중국발(發) 이슈가 잇따르며 대중외교 노선을 둘러싼 유럽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에 독자적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는 커지고 있지만, 자칫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중 노선에 편승하는 듯한 모습이 될 수 있는 등 균형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가디언은 25일(현지시간) “코로나19를 전환점으로 (미중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라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유럽은 다른 아시아 민주주의 국가들과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한편 중국에 대해서는 보다 강력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의 발언을 보도했다. EU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보렐 고위대표는 최근 잇따른 언론 기고 등을 통해 대중국 관계의 변화를 주장해 왔다. 유럽은 그동안 중국과의 경제·외교 관계를 의식해 직접적인 비판을 자제해 왔다. 중국 역시 중·동유럽 국가들이 참여하는 ‘17+1’ 정상회의를 만드는 등 자국 주도로 전 세계 경제벨트를 구축하는 ‘일대일로’에 유럽을 끌어들이는 데 적극적이었다. 가디언은 “트럼프 행정부의 지나친 반중노선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중국과 멀어질 경우 트럼프가 EU의 유일한 주요 파트너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유럽이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일 수 없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홍콩 범죄인 인도법안 반대 시위를 비롯해 일련의 사태들을 거치며 중국을 향한 유럽의 인내심도 조금씩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는 대중국 관계의 ‘게임체인저’가 됐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로 드러난 중국의 폐쇄성 문제는 시진핑의 중국이 국제사회의 리더이자 동반자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키웠기 때문이다. 자국 내 5G(5세대) 이동통신 사업에서 중국의 화웨이 참여를 배제하려는 독일과 영국 등의 최근 움직임은 이 같은 변화를 보여 주는 단적인 예다. 보렐 고위대표는 “그동안 EU와 중국의 관계가 신뢰와 투명성, 상호주의에 기반을 둔 것은 아니었다”고 지적하며 관계 재설정을 주문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유럽이 미국의 뒤를 이어 중국과 전면적으로 대립각을 세우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중국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독일보다도 높은 이탈리아처럼 ‘친중색’이 짙은 국가가 있는 등 회원국마다 이해관계가 다른 점도 변수로 지적된다. 독일 저널리스트 프랭스 시에렌은 “EU 지도자들도 이제 코로나19의 중국 기원설에 대해 얘기하지만, 그와 동시에 세계경제에서 중국의 중요성도 알고 있기에 (그들과의) 협력도 강조한다. 트럼프의 세계보건기구(WHO) 비판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말을 아끼기도 했다”면서 “EU는 미국을 따라 중국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다친 아버지 태우고 1200㎞… 15세 인도 소녀 ‘자전거 귀향’

    다친 아버지 태우고 1200㎞… 15세 인도 소녀 ‘자전거 귀향’

    이방카도 “인내와 사랑의 업적” 칭찬인도의 15세 소녀가 코로나19로 아버지의 일자리가 끊기자, 사고로 다친 아버지를 자전거에 태우고 1200㎞ 떨어진 고향으로 돌아와 화제다. 25일 힌두스탄타임스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수도 뉴델리 외곽 구르가온에 살던 조티 쿠마리는 오토릭샤(삼륜 택시)를 몰던 아버지가 코로나19 사태로 실직하자 어머니가 있는 비하르주 다르방가로 귀향을 결심했다. 쿠마리는 열차표를 구하기도 힘들었지만, 다친 아버지가 열차 승강장까지 걷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가진 돈 2000루피(약 3만 3000원)를 모두 털어 분홍색 중고 자전거를 샀고 지난 10일 아버지를 뒤에 태우고 고향으로 출발했다. 단 한 차례 트럭을 얻어탔을 뿐, 쿠마리는 낯선 이들에게 물과 음식을 얻어먹으며 자전거를 밟아 지난 16일 고향에 도착했다. 쿠마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집세를 못 내니 집주인이 나가라고 했다”며 “그대로 있었으면 아버지와 나는 굶어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명해지려고 자전거를 탄 것은 아니다. 자전거를 탄 것은 필사의 결정이었다”고 했다. 쿠마리의 사연에 인도 사이클연맹은 “테스트를 받아보자”며 관심을 보였다.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는 지난 22일 트위터에 “인내와 사랑의 아름다운 업적은 인도 사람들을 사로잡았다”고 썼다. 다르방가 지방정부는 쿠마리를 현지 학교에 입학시키고 자전거와 교복, 신발 등을 선물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대리모가 낳은 첫 딸 보러 가는데 3주가 걸린 인도 부부

    대리모가 낳은 첫 딸 보러 가는데 3주가 걸린 인도 부부

    코로나19에 따라 엄격한 국가 봉쇄령이 내려진 인도에서 대리모들을 통해 아이를 출산한 부모들이 정작 아기를 안아보지 못하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고 영국 BBC가 25일 전했다. 남부 방갈로르에 사는 라케시(47)와 아니타(41) 부부는 대리모가 낳은 첫딸을 만나기 위해 1600㎞ 떨어진 서부 구자라트주의 주도 아난드까지 달리다 검문을 받으면 늘상 다음과 같은 문답을 주고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왜 도로에 나온 거요?” “일주일 전에 태어난 첫 딸을 보러 가는 길입니다.” 이쯤되면 경찰관들은 부부가 탄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안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살폈다. “뭐라고요? 첫 애가 지금 어디 있는데?” “아, 대리모에게서 태어나 지금 처음 보러 가는 길입니다.” 라케시는 “많이 혼란스러워들 하지만 경찰은 결국 서류들을 검토한 뒤 통과시켜주더라”고 말했다. 아난드의 아칸크샤 병원에서 지난 3월 말부터 딱한 처지가 된 신생아만 28명이었다. 봉쇄령 이후 50일 남짓 흘렀지만 지금도 10명 정도의 신생아가 부모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인도에서는 워낙 상업 대리모가 성행해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정부는 2018년 상업 대리모를 전면 금지하고 아이를 갖지 못하는 부부의 친척에게만 대리모를 허용하는 법안을 입안해 의회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라케시는 경영 컨설턴트 일을, 아니타는 강연 디자이너 일을 하는데 2003년 결혼했다. 10년 넘게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아기가 들어서지 않았다. 다섯 차례나 유산을 경험했다. 지난해 대리모를 통한 출산을 결심하고, 두 자녀를 둔 30대 중반의 여성을 구자라트 클리닉에서 소개받았다. 딸은 지난달 6일 몸무게 2.9㎏로 건강하게 태어났다. 부모는 사진과 휴대전화 동영상으로만 딸을 보다가 직접 봐야겠다고 결심했다. 도로나 철도, 항공 모두 중단됐지만 20명 넘는 관리들을 만나 설득해 어렵사리 여행 허가증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구자라트 클리닉 의료진이 관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왜 부모들이 아이를 빨리 찾아가야 하는지 설명한 것이 주효했다. 나이나 파텔 박사는 “색다른 상황이다. 우리는 부모들에게 아이들을 제때 넘길 수가 없는 상황이 됐다. 우리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클리닉에 39명의 임신한 대리모들이 있다고 덧붙였다.지난달 14일 저녁 부부는 운전수까지 세 장의 통행권을 넣었다. 한 택시 회사가 잘 소독된 도요타 SUV를 제공해줬다. 30분마다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내려 한 시간 정도 환기를 하라고 귀띔해줬다. 그 뒤 이틀 낮밤을 텅 빈 고속도로를 달렸다. 운전수는 3시간 정도만 잠을 청하고 계속 핸들을 잡았다. 갈수록 수은주가 올라 잠을 이루기가 힘들었다. 검문소에 들를 때마다 차에서 내려 통행증을 보여주고 체온을 재고 인적 사항들을 등록하고 아이에 대한 궁금증을 다 풀어야만 통과할 수 있었다. 어렵게 클리닉에 도착했는데도 곧바로 딸을 볼 수 없었다. 지역 주민들이 위험하다고 항의하는 바람에 또 2주 가까이 병원에서 격리됐다. 그렇게 격리가 끝난 지난 1일에야 태어난 지 3주가 넘은 첫딸을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이제 딸을 데리고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의사들은 한달 가까이 지나서야 이제 딸을 데리고 여행해도 좋다고 허락했다. 철도와 항공은 여전히 중단돼 있어 방갈로르까지 또 자동차를 달려 돌아가야 한다. 부부는 소독제와 젖먹이 도구들, 전기 공기청정기, 뜨거운 물을 담는 용기, 식품과 기저귀 등을 잔뜩 구입했다. 라케시는 돌아가는 길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부부는 귀향 길에 쓰일 새 자동차를 기다리고 있다. 아니타는 “인내력과 꾸준함을 테스트하는 것 같다. 아이를 갖는 여정은 높낮이가 상당하다. 이 테스트를 통해 내가 더 나은 사람, 더 참을성 있는 엄마로 만들어졌으면 하고 바란다. 이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차 빼!”…구급차량이 길 막았다고 화내는 英 운전자 논란

    “차 빼!”…구급차량이 길 막았다고 화내는 英 운전자 논란

    영국 런던의 한 거리에서 구급차량이 길을 막았다고 빨리 차를 빼라고 화내는 메르세데스 운전자의 모습이 공개되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15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의 보도에 의하면 이 장면은 런던 서부 얼스 코트에 위치한 호가스 로드에서 발생했다. 당시 구급차량은 비상사태임을 알리는 신호등을 켜고 길에 주차한 상태에서 부상 당한 한 여성 환자의 이송을 진행 하는 중이었다. 대부분의 차량 운전자들이 인내심을 가지고 구급대원들이 환자 이송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는 중에 한 운전자가 자신의 차량에서 나와 구급대원들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 운전자는 구급차량 바로 뒤에 있던 메르세데스 운전자. 운전자는 차량에서 나와서는 손을 흔들며 빨리 차를 빼라고 다그쳤다. 한 손에는 휴대전화를 들고 마치 구급차량을 불법 주차로 신고라도 하겠다는 듯이 흔들어 댔다. 이 운전자는 여성 환자가 구급차량에 오르자 자신의 차량의 문을 신경질적으로 열고는 차에 올랐다. 그러나 구급차량이 바로 출발하지 않자 이번에는 경적을 울리며 재촉하기 시작했다. 이에 구급차량의 응급대원이 내려 이 운전자에게 침착하게 상황을 설명했지만 운전자는 여전히 손을 흔들어 대며 빨리 출발하라고 재촉했다. 결국 구급차량이 출발하고 운전자도 그 뒤를 따르면서 상황은 끝났다. 하지만 이 운전자의 모습은 마침 다른 차선에 있던 운전자인 헨리 베클스의 스마트폰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겨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왔다. 베클스는 해당 동영상과 함께 “환자 이송을 하고 있는 구급차량 뒤에서 빨리 차를 빼라고 경적을 울리고 화를 내는 이 한심한 운전자를 보라”며 “마치 구급차량을 불법 주차로 신고라도 하겠다는 이 멍청한 인간아 한심하다”고 적었다. 해당 동영상이 공개되자 이 운전자를 비난하는 글들이 폭주하고 있는 상태. 한 네티즌은 “코로나19로 더욱 고생하는 의료종사들에게 이 무슨 행동이냐”며 화를 냈고, 많은 네티즌들은 “이 운전자의 신분을 공개해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런던 앰블런스 서비스 대변인은 “환자의 신속한 이송은 우리 응급대원들의 최우선 과제이며, 이 과정에서 다른 운전자들에게 불편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대원들에게 언어적 혹은 육제적으로 해를 끼치는 행위는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김경태 해외 통신원 tvbodaga@gmail.com
  • 가장 활발한 사람이 걸려와 가장 약한 사람이 죽어간다

    가장 활발한 사람이 걸려와 가장 약한 사람이 죽어간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늘고 있다. 지난 6일 이후 일주일간 131명이 감염됐고 이와 관련된 진단 검사를 3만5000건 시행했다. 신촌·홍대 주점 등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해 감염자는 계속 늘 것으로 보인다. 밤낮없이 애쓰는 의료진과 방역당국의 노력에 신규 확진자 수는 한 자릿수로 떨어지며 일상을 되찾아 가는 듯 했지만 이는 한 순간에 원점으로 돌아갔다. 5월의 첫 연휴를 맞아 긴장의 끈이 풀린 젊은 층은 클럽과 주점, 번화가로 나섰고 대규모 집단감염 사태를 불렀다. 14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누적 확진자 수는 1만991명으로 이 중 20대 확진자가 27.8%를 차지했다.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최소 3배에 달하는 규모다. 20대 확진자 수는 10일 0시 기준 2998명을 기록한 이후 11일 3019명, 12일 3029명, 13일 3042명, 이날 3056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같은 기간 80세 이상 확진자는 10일 488명에서 12일 489명, 13일 490명 증가했다. 이날 80세 이상 확진자는 1명도 없지만 20대에 의한 조부모 등 고령자 전파 우려는 커지고 있다. 30대 확진자 수는 10일 1180명에서 이날 1202명으로 22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20대 확진자 수 증가폭은 58으로 30대보다 2배 이상이다.문제는 확진자 중 사망하는 사람의 비율인 치명률은 80세 이상, 70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20대의 경우 사망자가 단 1명도 없으며, 30대 사망자는 지금까지 2명 발생했다. 가장 활발한 사람이 걸려와서 가장 약한 사람이 죽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클럽에 다녀온 20대 확진자로 인해 80대 외조모까지 확진 소식이 이어졌다. 예정됐던 등교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연령별 치명률은 80세 이상이 25.51%, 70대 10.81%, 60대 2.8%, 50대 0.76%, 40대 0.21%, 30대 0.17%이다. 국내 전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256명으로 평균 2.35%의 치명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 시민은 “클럽 앞에서 ‘본인들은 걸려도 금방 낫는다’고 자신만만하게 인터뷰 하는 언론 보도를 보고 화가 났다”면서 “다들 자신보다 가족, 고위험군인 노인이 걸릴까봐 조심하는 것인데, 생각은 조금도 안하나보다”고 비난했다. 또다른 시민 역시 “한 명의 부주의로 외할머니는 무슨 죄”라며 “소중한 가족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데, 평생 후회할 짓은 하면 안된다”고 토로했다. 정은경 본부장은 “하루 망설이면 일상은 한 달이 멈출 수도 있다. 본인은 물론 가족과 이웃, 그리고 동료들을 위해 조속히 검사를 받아야 한다. 방심하지 않는 경각심과 꾸준한 인내심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화성 탐사 귀환시 지구에 ‘외계 바이러스’ 오염될 수도”

    “화성 탐사 귀환시 지구에 ‘외계 바이러스’ 오염될 수도”

    공상과학(SF) 영화 속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일부 과학자는 우리 지구를 오염시킬 수 있는 외계 바이러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들 전문가는 인류 최초의 화성 탐사 임무가 준비되면서 우주비행사들은 화성에서 우주선을 타고 귀환할 때 외계 오염물질을 옮겨오지 않도록 하는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스콧 허버드 미 스탠포드대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7일(현지시간) 스탠퍼드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해결책은 바로 ‘행성 보호 규정’에 있다면서 우주선과 같은 기계적 시스템은 고온 살균 처리와 화학적 세척을 병행해야 하지만, 화성에서 채집한 토양 표본이 들어있는 시험관은 안전성이 입증될 때까지 에볼라 바이러스처럼 취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버드 교수는 또 아폴로호 임무로 달을 최초로 방문한 우주비행사들이 격리됐던 것처럼 화성에서 돌아온 사람들도 그런 조치를 받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해 짐 브리든스틴 NASA 국장은 2030년대 안에 빠르면 2035년까지 NASA는 화성에 인류를 보내는 임무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화성 탐사 임무는 흥미롭지만, 만일 우주를 개척하는 영웅들이 외계 오염물질을 싣고 돌아온다면 지구에 해가 될 수 있다.1970년대 중반 바이킹 1, 2호와 같이 대규모 예산이 드는 로켓을 이용한 기존 화성 탐사 임무에서는 단지 고온에서 살균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미국의 스페이스X와 같은 민간우주기업과 대학에서는 모두 저비용으로 로켓을 개발하고 있어 이런 작은 우주선은 행성 보호 프로토콜에 관한 부담을 갖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해 허버드 교수는 고온 살균 기술만으로는 오염을 제거하는데 충분하지 않지만 이 과정에 화학적 세척을 더하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NASA는 2020년 화성에 인내라는 의미의 퍼서비어런스 로버를 보내 토양 표본을 채집한 시험관을 연구자들이 접촉할 수 있도록 살균 처리해야 할 것이다. 허버드 교수는 “역으로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귀환하는 우주선과 화성의 암석 표본 사이에 접촉이라는 사슬을 끊으려는 큰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3, 4단계의 격납용기를 만드는 자율 밀봉 및 용접 기술이 계획돼 있다”면서 “나와 과학계의 생각으로는 몇백만 년 된 화성에서 온 암석들에 지구를 오염시킬 활동적인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밝혔다. 허버드 교수는 또 사람을 로봇처럼 청소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기존 규정들에 대해 살피고 있다. 그는 “사람의 경우 아폴로호의 우주비행사들은 혹시 모를 질병의 징후가 나타날 것을 대비해 처음 몇 달 동안 격리돼 있어야 했다. 달은 위험성을 내포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방역 절차가 사라졌다”면서도 “이런 절차는 화성에서 귀환하는 사람들에게 의심할 여지 없이 똑같이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이뿐만 아니라 지구의 세균이 화성에 퍼지는 것에 대해서도 두려움을 갖고 있다. 하지만 미 노보사우스이스턴대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연방대 공동연구진은 화성에 특정 미생물을 옮기면 이른바 테라포밍이라는 지구의 환경처럼 변하는 과정이 시작돼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제안했다. 미생물학자로 이뤄진 이들 연구자는 또 화성에 미생물을 옮기기 전에는 테라포밍 가능성이 있는 미생물을 선별하면서도 위험할 수 있는 미생물은 폐기하는 과정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학자가 주장하는 주요 문제는 각국의 우주 개발 과정에서 지구의 미생물이 화성 등 다른 행성으로 옮겨가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미 각 기관은 60여 년 전 우주 공간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 설립된 국제우주공간연구위원회(COSPAR)가 만든 ‘행성 보호 프로토콜’이라는 규정에 따라 지구의 미생물이 다른 행성으로 옮겨가거나 다른 행성에 혹시 존재할지도 모르는 미생물이 지구로 유입되지 않게 탐사선을 고온 살균 처리하는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미생물 전문가는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생물의 오염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우리가 다른 세계를 오염하기 전에 이처럼 더 많은 연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들 연구자는 “대개 미생물의 유입은 우연한 것이 아니라 막을 수 없다고 여겨야만 한다”고 말했다. 관련 연구 논문은 유럽미생물학회(FEMS)가 발간하는 동료검토 학술지 ‘미생물 생태학’(Microbiology Ecology) 2019년 10월호에 실린 바 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이순녀 문화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이순녀 문화부 선임기자

    꽁꽁 닫혔던 국공립 미술관 문이 다시 열리면서 전시에 목말랐던 미술 애호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전예약제를 통한 ‘거리두기 관람’이 뉴노멀(새로운 기준)로 등장했지만 오랜만에 관람객을 맞는 미술관도, 전시장 나들이에 나선 시민들도 설레긴 마찬가지다. 재개관 이틀째인 지난 7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만난 한 30대 여성은 “시간 날 때마다 미술관을 찾던 즐거움을 잃어버려 아쉬웠는데 이제 좀 숨이 트인다”며 밝게 웃었다. 일자리가 위태로워지고, 학교에 가지 못하는 고통에 결코 비할 바는 아니지만 누군가에겐 문 닫은 미술관도 코로나19 사태가 야기한 작지 않은 일상의 균열이었다. 전시 중단 속에서 유명 예술가들이 세상에 전한 따뜻한 위로도 화제가 됐다. 83세의 영국 거장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는 아이패드로 그린 수선화 그림에 ‘봄은 반드시 온다는 것을 기억하세요’란 제목을 붙여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다. ‘얼굴 없는 작가’로 알려진 뱅크시는 영국 사우샘프턴 종합병원 외벽에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진을 영웅으로 묘사한 작품 ‘게임 체인저’를 그려 감동을 선사했다. 예술이 할 수 있는 최상의 선한 영향력이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세계적 모범으로 인정받은 ‘케이 방역’에 이어 문화예술, 스포츠 분야까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건 뜻밖의 기회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휴관 기간에 서예전 ‘미술관에 書’를 80분 영상에 담아 소개하는 ‘온라인 전시 개막’ 등 선제적인 디지털 플랫폼 활용으로 외신의 주목을 받았다. 영국 시사잡지 모노클은 “서구 미술관들에 유익한 사례를 제공한다”고 호평했고, 미국 포브스와 영국 가디언은 미국 게티미술관, 이탈리아 바티칸박물관 등과 더불어 국립현대미술관의 가상 방문을 적극 추천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를 강화한 서울시립미술관 백지숙 관장은 “뉴욕과 남미의 미술관장들로부터 코로나 대응 정보를 공유하자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정보기술(IT) 강국의 면모가 위기에 빛을 발한 사례로 평가받을 만하다. ‘집콕’ 생활로 넷플릭스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 콘텐츠도 전성기를 맞았다. 미국 주간지 옵서버가 선정한 넷플릭스 재생 순위 톱 10에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영화 ‘부산행’ 등이 올랐다. 한국 게임과 웹툰도 급상승세다. 비대면 접촉이 보편화될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어쩌면 우리에겐 도약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이 보인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무관중 개막에 대한 해외의 뜨거운 관심은 깜짝 놀랄 정도다. 지난 5일 KBO 개막전에는 20여개 외신이 취재 경쟁을 벌였고, 미국 스포츠채널이 미 전역에 경기를 생중계하는 이변이 펼쳐졌다. 8일 열린 K리그 개막전은 BBC가 생중계했고, 전 세계 36개국에 중계권이 판매됐다. ‘빠던’(배트 던지기)이 세계적인 유행어가 될지 누가 예상했겠는가. 이 모든 것은 헌신적인 의료진과 방역수칙을 열심히 지킨 시민의 노력에 힘입어 생활방역 체제로 전환된 덕분에 가능했다. 많은 나라들이 우리를 부러워하고 있다. 그런데 방역의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허탈한 일이 벌어졌다. 황금연휴 기간에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확진자와 관련된 집단감염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니 기가 막힌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이럴 때 딱 들어맞는 말이다.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누구도 감히 끝을 예단할 수 없기에 상상 이상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한순간의 방심과 무책임한 행동이 이웃과 사회, 나라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70여일 만에 가까스로 문을 연 미술관이 다시 휴관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coral@seoul.co.kr
  • 만 1세 ‘스노보드 신동’…보고도 믿기지 않는 실력 (영상)

    만 1세 ‘스노보드 신동’…보고도 믿기지 않는 실력 (영상)

    ‘스노보드 신동’이라 불리는 만 1세 아기의 놀랄만한 실력이 공개됐다. 영국 메트로 등 해외 매체의 7일 보도에 소개된 주인공은 독일 국적의 만 1세 아기 페파다. 이 아기는 동계스포츠를 유독 좋아하는 부모의 영향으로 걸음마를 떼자마자 스노보드를 즐기기 시작했다. 페파에게는 각각 7세, 4세의 형제인 루미와 마르티가 있으며 형제가 모두 스노보드와 스키에 일가견이 있지만, 만 1세인 페파의 실력은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이다. 입에서 노리개 젖꼭지를 떼지도 못한 이 아기는 미끄러운 눈 위를 빠르게 내려오면서도 당황하는 기색이 조금도 없으며, 방향을 바꿀 때도 엄청난 균형감각을 자랑해 보는 이들이 눈길을 떼지 못한다. 페파의 이러한 재능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보인다. 두 살부터 스키를 즐겼다는 어머니 캐롤린(38)은 “아이들에게 스노보드를 어떻게 타는지 알려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인내심”이라면서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연습, 또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어 “물론 아이들이 스노보드를 배울 때 타고 난 재능이 도움을 줄 때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 역시 재능만큼이나 중요하다”며 “아이들이 운동 자체에, 또는 연습에 싫증이 나지 않도록 다양한 방법을 쓰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스노보드 신동’ 페파의 부모는 갓난아기에게 스노보드에 대한 흥미를 불어넣기 위해 장난감을 이용했다. 장난감을 슬로프에 올려둔 채 미끄러뜨리면, 아이들은 이를 잡으러 내려가기 위해 눈 위에 서게 되고 자연스럽게 눈과 스노보드에 친숙해질 수 있었다. 또 연습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아이들이 평소 원했던 것을 보상해주고, 아이들이 끊임없이 흥미와 재미, 동기를 가질 수 있도록 이끈 것이 ‘스노보드 신동’ 탄생의 배경이 됐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대구시 강화된 방역대책 추진

    대구시 강화된 방역대책 추진

    대구시는 오는 6일부터 시행하는 정부의 생활방역 정책보다 강화된 방역대책을 추진하키로 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5일 “지금 대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은 전국적 상황과 달리, 안심하고 생활방역으로 전환할 수 없다”는 내용의 대시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권 시장은 “아직도 감염경로가 불확실한 확진자가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무증상 감염자가 상존할 위험이 도사린다”며 “일상으로 성급한 복귀보다 더 철저한 방역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방역 당국, 감염병 전문가, 의료계,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시민참여형 상시방역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진단검사 및 역학조사 역량을 유지·강화하고 숨은 확진자를 조기 발견해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한다. 환자 분류 시스템을 더 체계화하고 환자 맞춤형 치료 병상, 생활치료센터, 의료장비, 보호구를 미리 준비한다. 특히 시는 모든 시민에게 마스크 쓰기 생활화를 강력히 권고하면서 오는 13일부터 대중교통수단, 공공시설 이용 시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행정명령할 계획이다. 13일부터 초·중·고 등교수업을 순차적 실시하는 교육부 방침에 대해 대구시교육청과 협의해 지역 상황에 맞게 조정한다. 어린이집 휴원은 이달 말까지 연장한다. 코로나19 종식 때까지 신천지교회 시설폐쇄 명령을 유지하고 신도 모임 등을 모니터링한다. 권 시장은 “코로나19 위험이 상존하는 상황을 고려해 시민 여러분께 다시금 인내와 자제를 부탁드린다”며 “조금만 더 참고 조심하면서 일상으로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여기는 호주] “이제 마음껏 사세요”…몸싸움까지 하던 화장지 대란 종료

    [여기는 호주] “이제 마음껏 사세요”…몸싸움까지 하던 화장지 대란 종료

    코로나19 확산의 공포로 칼부림에 몸싸움까지 발생할 정도로 호주 내 사회문제가 되었던 화장지 사재기 대란이 공식적으로 종료됐다. 호주 대형 슈퍼마켓 체인점인 콜스가 지난 28일(이하 현지시간)부터 화장지 구매제한을 종료 선언하면서 이제 원하는 대로 화장지 구매가 가능해졌다. 콜스는 화장지 사재기 대란이 일어나자 1인 1구매 제한을 두어 화장지 사재기를 금지 시키는 정책을 시행했으며 마침내 구매 제한을 종료한다고 발표한 것. 콜스 대변인은 “우리는 그동안 시행했던 화장지 1인 1구매 정책 종료를 선언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최근 화장지 수요의 증가에 맞추어 전 직원이 시민들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그동안 구매 제한을 이해하고 인내해 준 많은 고객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고 이어갔다. 콜스는 “화장지와 종이타월은 구매 제한이 종료되나 파스타, 쌀 같은 제품은 아직 구매 제한이 적용되며 빠른 시일내에 구매 제한이 종료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28일 본 기자가 시드니 시내에 위치한 콜스와 울워스, 알디 매장을 확인한 결과 저녁에도 화장지 구매가 가능했다. 불과 한달 전만 해도 화장지를 구매 하려면 마트 오픈 시간에 나와서 줄을 서야 겨우 화장지 한팩을 구매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한 3월 초부터 시작된 화장지 사재기 대란은 울워스, 콜스, 알디 같은 대형 슈퍼마켓 체인점들이 1인당 구매량 제한, 노약자와 의료 종사자들을 위한 전용 장보기 시간, 마트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한 인원수 제한등 여러 정책을 실시하면서 사재기 광풍을 조절하였고,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시민들도 처음 느꼈던 코로나19 공포에서 벗어나 일상적인 모습으로 적응해 나가면서 사재기가 많이 줄어들었다. 한편 29일 현재 호주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6738명이며 이중 88명이 사망했다. 한때 500명을 넘나들던 하루 확진자수는 최근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20명 내외로 줄어들어 감소추세에 접어들었다. 혹시 모를 2차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여전히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중이지만 주마다 조금씩 봉쇄 조치를 해제하는 추세다. 김경태 시드니(호주)통신원 tvbodaga@gmail.com
  • [그들의 시선] 목탁 장인 김종성씨의 60년…불평보단 인내를

    [그들의 시선] 목탁 장인 김종성씨의 60년…불평보단 인내를

    “이제는 목탁을 못 놓지. 내 생명 끝날 때까지 해야 되는 거지…” 60여 년간 목탁(木鐸)을 만든 김종성(74)씨는 “남은 생도 이 일에 바치고 싶다”고 했다. 모든 것이 기계화되고 있는 시대, 그는 몇 곱절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전통방식의 수작업을 고집했고, 자신의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는 “기계로는 목탁을 대량 생산하겠지만, 수작업으로 만든 목탁 고유의 소리를 내지 못한다”며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목탁과 함께 한 김씨의 인생을 듣기 위해 지난 22일 경상남도 거창군 가북면 용암리 하개금마을에 있는 그의 작업 공간을 찾았다.김씨의 스승은 그의 선친(김사용씨, 1977년 사망)이다. 전국 방방곡곡 사찰을 돌며 목탁행상을 하던 그의 선친은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직접 목탁 만드는 기술을 배웠다. 궁핍한 가정형편 때문에 초등학교조차 졸업하지 못한 김씨는 아버지와 동행을 시작했다. 그의 나이 13살에 선택한 길이었다. “그때 초등학교도 못했어요. 학교도 못했지… 그러니까 취직 같은 건 엄두도 못 내고, 먹고 살길이 없으니 이걸 배워야 되겠다 싶어서, 2대째 배워서 목탁 만드는 일을 지금까지 하고 있는데… 고생이라는 것은 말도 못하지요. 절 같은 데 목탁 한 개 가져가서, 보리쌀 한 되, 두 되 얻어서 연명을 해 나온 기라.”기술을 익히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포기하기도 여러 번. 그는 “몇 번 안 하려고 했다”며 “목탁 만드는 일을 시작할 때, 아무리 해도 원하는 소리가 안 나오더라. 겉을 다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속을 파내서 소리를 내는 건 아무나 할 수가 없다. 껍데기가 아무리 좋아 봐야 소리가 안 나면 다 필요 없다”며 소리의 중요성을 터득하기까지 인고의 시간을 보냈음을 밝혔다. 삼 년 반. 목탁 하나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먼저 물푸레나무 뿌리를 캐내 습기 많은 논에 3년간 묻어 나무의 진을 뺀다. 굵은 소금과 함께 가마솥에 넣고 삶은 후 그늘에 석 달 건조하면 목탁 재료가 된다. 그 재료를 손도끼, 자귀, 곱칼 등을 이용해 다듬어 형태를 만든다. 그 위에 숯검정을 칠하고 들기름을 7번 덧칠하면 그제야 온전한 하나의 목탁이 완성된다.그렇게 완성한 목탁에 그는 ‘성공(成空)’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성철 스님이 ‘이루고 공을 들인 목탁’이라는 의미로 그에게 성공이라는 법명을 지어줬다. 오래전 그는 “목탁을 들고 해인사에 있는 성철스님을 찾았다. 스님이 한 번 치시더니, ‘김 처사 밥값도 못한다’고 하더라. 이후 매번 꾸중을 들으면서도 몇 년을 찾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스님이 ‘됐다’고 하시면서 성공이라는 낙관 두 자를 주셨다”고 말했다. 목탁을 완성한 뒤, 잘 만들었다고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 그는 단박에 “소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당같이 갇힌 공간에서 목탁을 두드리면 그 울림이 다르다. 소리 울림이 십리 까지 간다”며 “마음에 들지 않은 목탁은 바로 불구덩이 속으로 던져서 태워버린다”고 덧붙였다.평생 목탁만 만든 그는, 5남매 가운데 목탁 일을 배우던 둘째 아들을 2012년 심장마비로 먼저 보냈다. 그보다 앞선 2000년에는 군에 간 막내아들이 전역 석 달을 앞두고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오랜 시간 그의 곁에서 목탁 만드는 일을 돕던 친동생도 2011년 고인이 됐다. “내 사는 게 말도 못합니다. 군대 간 막내아들 하나 잃었지, 목탁 만든다던 아들도 죽고 없지, 제 동생도 세상 저버리고 없고… 소중한 세 사람을 갑자기 잃은 기라…” 최근에는 김씨의 24살 된 손자가 먼저 떠난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할아버지 곁에 있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처음에는 못하게 말렸다. 아이를 봐서라도 대학까지는 마쳤으면 했는데, 끝내 목탁 만드는 일을 해보겠다는 고집을 꺾지 못했다”며 “지금은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데, 곧 내려와서 목탁 만드는 일을 한다고 했다”며 손자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었다.손자가 대를 잇는다는 소식은 반갑지만,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가난이 대물림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예불용 중에 최고 품질은 35만원이다”며 “한 달에 두세 개, 1년에 서른 개를 못 만든다. 그러니 현상 유지가 안 된다. 그러다보니 지금은 사실 빚만 남았다”며 손자가 추후 겪게 될 빈곤을 걱정했다. 그럼에도 불평보단 희망을 말하는 김씨. 그는 목탁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증조부,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4대째 목탁 만드는 일을 해보겠다는 손자 때문에 버틴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불심 때문인지 목탁 만들 때만큼은 정말 행복하다. 손자의 행복을 빌며 함께 이 길을 잘 가보려 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세월의 때가 고스란히 묻은 낡고 오래된 그의 작업공간만큼이나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김씨. ‘불평보다 인내를’ 택한 그는, 환하게 웃을 날을 기약하며 오늘도 묵묵히 목탁을 만들고 있다. 글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영상 박홍규, 문성호, 김형우 기자 gophk@seoul.co.kr
  • [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다시 유럽을 생각하며

    [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다시 유럽을 생각하며

    하루에 한두 번씩은 코로나19 실시간 상황판에서 각국의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를 확인하곤 한다. 방금 확인해 보니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미국은 물론이려니와 유럽의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가 눈에 밟힌다. 이번 사태가 일찍 시작된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그렇다 치고 프랑스, 영국도 여전히 심각하다. 유럽에서 비교적 양질의 의료 인프라로 상황이 비교적 양호한 독일조차 한국보다 사망자가 20배 이상 많으며, 확진자 역시 15배 정도다. 이제 프랑스, 영국의 사망자는 한국의 100배에 가깝다. 아무리 대책과 준비태세, 의료 인프라에 차이가 있다 해도 어떻게 이렇게 엄청난 차이가 날 수 있는 것일까? 내가 지닌 기존의 상식을 완전히 뒤엎는 현실이다. 두 달 전 세계에서 두 번째이던 한국의 확진자 숫자는 이제 31번째 바깥이다. 이즈음 유럽과 미국의 참담한 현실에 대해 생각하다가 김화영의 ‘행복의 충격’을 읽던 그 시절을 떠올렸다. 교정에서 전두환 정권의 폭압에 대해 성토하고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에 관해 친구들과 열띤 얘기를 나누다가도, 밤늦게 혼자가 되면 때로는 행복의 충격이나 전혜린의 에세이를 읽곤 했다. 잉게 숄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이 전하는 비판적 지성에 깊은 연대감을 느끼던 시절이었다. 그 무대가 독일이라는 사실이 그런 저항의 의미를 가슴에 더 진하게 아로새겼지 싶다. 그때 접했던 김화영, 전혜린, 김현의 에세이와 예술기행은 유럽에 대한 환상, ‘먼 곳에의 그리움’(전혜린)을 한껏 부풀렸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해외여행이 불가능한 시절이었다. 아마도 열악한 한국의 상황이 유럽에 대한 동경의 감정을 더 배가시켰으리라. 아직도 ‘행복의 충격’이 전하던 엑상프로방스 대학가를 둘러싼 청춘의 설렘, 전혜린의 에세이가 전하던 뮌헨 슈바빙 예술가 거리의 운치와 낭만이 기억난다. 2015년 여름, 오랜만에 유럽을 방문했다. 동료들과 런던, 파리, 더블린, 골웨이, 벨파스트 등을 탐방하는 여정이었다. 여전히 유럽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토록 화려한 파리와 런던보다는 낮은 건물들로 채워진 애수(哀愁)의 문학도시 더블린을 비롯한 아일랜드의 소도시가 한층 마음에 남았다. 도시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는 식민과 저항의 흔적, 소박한 느낌이 외려 마음을 편하게 했다. 내 시선이 바뀌어서였을까. 그래도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내 마음에 아로새겨진 유럽이 전염병에 이처럼 형편없는 대응을 하게 되리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다. 언제 다시 유럽을 가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때 바라볼 파리와 베를린, 런던의 거리와 사람들은 이전과는 한층 달라 보이지 않을까. 이제 어떤 주눅 든 마음도 없이, 선망이나 동경의 감정을 뒤로한 채, 무엇보다 유럽의 운치와 풍경을 한층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코로나19 사태는 경제와 건강의 면에서 우리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겠지만 문화적인 면에서도 매우 의미 깊은 분기점이 될 것 같다. 무엇보다 헬조선이라는 자학에서 벗어나, 유럽을 비롯해 서구라는 타자의 실상과 허상을 좀더 투명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 물론 그 과정은 이른바 ‘국뽕’에 함몰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품격과 자존을 동반해야 할 것이다. 여전히 OECD 국가 중에 최고의 자살률, 최저의 출산율을 보이는 한국 사회를 냉철하게 응시하면서도, 서구(문화)에 대한 콤플렉스 없이 우리 사회의 장점과 활력을 정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라도 일단 지금의 현실을 지혜롭게 넘겨야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당분간 서로 인내와 배려의 시간을 통과해야 하지 않을까. 커다란 재난에 빠진 이 세계가 각 도시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회복하는 순간, 조금은 다른 시선과 마음으로 유럽의 거리를 다시 걷게 될 그 순간을 염원해 본다.
  • 사나운 맹수의 모성애…어미 뒤 졸래졸래 따르는 새끼표범

    사나운 맹수의 모성애…어미 뒤 졸래졸래 따르는 새끼표범

    사나운 맹수에게도 모성애는 있었다. 21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크루거국립공원 측은 사파리에서 포착된 표범 가족 이야기를 전했다. 얼마 전 딸과 함께 크루거국립공원 사파리 투어에 나선 60대 남성은 평소 보기 드문 장면과 마주쳤다. 그는 “아침 일찍 사파리로 나서면서 딸에게 표범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표범을 유인한답시고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데 진짜 표범 무리가 나타났다. 놀라운 일이었다”라고 밝혔다.크루거국립공원에서 표범은 흔히 볼 수 있는 맹수였지만, 어미와 함께 길을 나선 새끼 표범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날 투어에 나선 관광객 부녀의 눈앞에는 무려 두 마리의 새끼 표범이 모습을 드러냈다. 첫 사파리 투어에서 표범 가족을 보게 된 딸은 흥분해 촬영을 시작했다. 몇 대의 투어 차량이 서 있는 도로에서 한동안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경계하던 어미 표범은 이내 덤불 속에 감춰뒀던 새끼 두 마리를 이끌고 나왔다. 솜털이 보송한 새끼들은 서툰 걸음으로 졸래졸래 어미 뒤를 따랐다. 그때 새끼 한 마리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어미는 새끼가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한동안 기다려주었지만, 방향감각을 잃은 새끼는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모성애가 발동한 어미 표범은 결국 새끼를 입에 물고 길을 건넜다. 이때도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살피며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그렇게 한동안 도로에서 폴짝폴짝 뛰어놀던 새끼들은 어미와 함께 아장아장 반대편 수풀로 사라졌다. 관광객 부녀는 표범 가족이 약 6km를 횡단해 이동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관광객 중 아버지는 “나는 50년 넘게 크루거국립공원을 투어했지만 이런 장면은 처음 봤다. 투어에서 인내심이 정말 효과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고양잇과 포유류인 표범은 개체 수가 급속히 감소하면서 2008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멸종위기(EN) 단계에 올랐다. 현재는 취약(VU) 등급으로 지정된 상태다. 여러 아종 중 아프리카표범은 그나마 다른 아종에 비해 그 숫자가 많은 편에 속한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길섶에서] 업보(業報)/손성진 논설고문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없지 않아 있는데 그때마다 ‘업보’(業報)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국어사전에는 ‘선악의 행업으로 말미암은 과보(果報)’라고 어렵게 풀이돼 있는데 쉽게 말하면 ‘내 탓’이라는 뜻이다. 나도 잘못한 것이 있었고 그 때문에 화를 불렀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누구나 전생이든 현생이든 지은 죄와 잘못이 없을 수 없다. 당장 지금은 잘못이 없다손 치더라도 눈을 감고 나의 과거 업보라고 생각해 보자. 내게는 한 번의 잘못도 없었다는 옹고집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은 그 때문에 세상살이가 더 힘들어질뿐더러 스트레스를 더 받는다. 한 살씩 더 먹어 가면서 나잇값을 하려면 용서하고 화해하고 인내하고 양보할 줄 알아야 한다. 나 또한 그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나이를 헛먹고 헛공부를 한 것이다. 연륜을 쌓을수록 늙어갈수록 선하고 바르게 사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멋대로 살고 마음대로 행동하고 싶어지나 보다. 내게도 곧 다가올 미래이지만 젊은이에게 모범을 보이지 못하는 어르신은 추해 보인다. 잔뜩 흐린 아침에 잠시 명상을 하며 푸른 바다의 수평선을 떠올려 본다. sonsj@seoul.co.kr
  • [황제의 옥새6] 옥살이 마치고 돌아온 대한매일신보 편집장 베델

    [황제의 옥새6] 옥살이 마치고 돌아온 대한매일신보 편집장 베델

    서울신문은 조선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국인 독립운동가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을 주인공으로 한 해외소설 두 편을 발굴했습니다. 글쓴이는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로버트 웰스 리치(1879~1942)입니다. 100여년 전 발간된 이들 소설은 일제 병합 직전 조선을 배경으로 베델이 조선 독립을 위해 모험에 나서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900년대 초 대한제국을 배경으로 하는 거의 유일한 해외 소설이어서 사료적 가치도 큽니다. 서울신문은 ‘황제 납치 프로젝트’(1912년 출간·원제 The cat and the king)에 이어 ‘황제의 옥새’(1914년 출간·원제 The Great Cardinal Seal)를 연재 형태로 소개합니다.나는 그녀가 여성 인권 운동가나 스웨덴식 마사지 치료사, 백과사전 집필자 같은 직업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질 대한제국에서 생각지도 않은 신지학자를 만나다니...루이는 나보다도 더 놀란 듯 했다. 사실 그가 이 단어(theosophy)를 들어본 적은 있는지도 궁금하다. 설사 들어봤다고 해도 이게 무슨 뜻인지 정확히 모를 것 같은데... 호텔 주인은 사무실 문 안으로 머리를 들이 밀고는 입을 삐죽거리며 나에게 도와 달라고 눈빛을 보냈다. 나는 사무실을 한 번 둘러보고는 ‘알아서 잘 하라’는 의미로 쓴 웃음을 지었다. 당신의 능력을 믿는다는 뜻으로 손까지 흔들어 보였다. 사실 나도 일본어를 할 줄 몰라서 제대로 된 도움을 줄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호텔 현관문이 열리며 누군가 저벅저벅 걸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감옥에 가 있던 베델(대한매일신보 설립자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이었다. “다들 왜 이리 시끄럽죠? 무슨 일이 있나요? 어! 오...부인, 저는 베델이라고 합니다. 조선에서 발행하는 ‘대한매일신보’와 ‘코리아데일리뉴스’(KDN)의 편집장이죠. 일본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징역형을 살다가 출소해서 돌아오는 길입니다. 남들이 뭐라든 저는 이 일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죠. 어쩌다보니 내가 누구인지 다 설명이 됐네요. 그런데 지금 무슨 일이 있나요?” “네, 이 지적이고 인내심이 강한 분(일본인 정보요원)께서 제가 오늘 점심 때 무엇을 먹었는지까지도 다 알고 싶어 하셔서요.” 데오도시아는 생각지 않은 서양인 한 명을 또 만나게 돼 너무도 반가웠던 것 같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본인 정보요원과의 에피소드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상황을 이해한 베델이 유창한 일본어로 멋지게 통역을 시작했다. (번역자주: 영국인인 베델은 1888년 아버지와 이모부의 사업을 돕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습니다. 고베에서 16년간 살면서 경제적 성공과 실패를 모두 맛봤습니다. 이때 일본어도 배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베델이 사전을 찾아 일본인에게 신지학이 무엇인지 자세히 설명해줬다. 정보요원은 자신의 노트에 표의문자 같이 생긴 언어로 몇 자 적은 뒤 호텔을 떠났다. 그제서야 데오도시아는 자유로워졌다는 듯 호텔 전체를 누비고 다녔다.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코를 킁킁거리며 거북하리만치 철저히 냄새를 확인했다. 이를 보고 있던 베델이 나에게 물었다. “빌리, 저 고상하신 여자분 좀 이상하지 않아? 딱 보니까 영국인이던데...근데 눈을 봤어?” 다혈질인 이 편집장의 얼굴이 붉어지더니 소년같은 관심으로 눈을 반짝였다. “오 끝내주는데...바로 그거야. 나이든 여자의 얼굴에서 소녀 같은 눈빛이라...일본인들 표현으로는 ‘돌을 품은 꽃잎’이라고 하지.” 우리가 식당에 자리를 잡자 까다로운 영국 여성이 테이블 저 멀리에 앉아 있었다. 베델이 그녀의 얼굴을 보고자 자리를 옮겼다. 우리는 눈빛과 헛기침 등으로 스코트랜드 모자를 쓴 복숭아빛 피부의 여인이 우리를 인식하고 말을 걸어주길 바랬다. 하지만 여행광이자 신지학을 추종하는 그녀는 더 이상 우리와 친해지려고 노력하지 않는 듯 했다. 식당에는 우리 셋밖에 없었고 그녀는 유일한 여성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우리와 금세 친해질 수 있었지만 그녀는 우리와 계속해서 거리를 유지했다. 형식상의 안부 인사조차도 건네지 않았다. 우리는 그녀와 아무것도 소통할 수 없었다. ‘황제의 옥새’는 7회로 이어집니다. 번역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황제의 옥새5] 그녀의 정체는 영국 출신 신지학자

    [황제의 옥새5] 그녀의 정체는 영국 출신 신지학자

    서울신문은 조선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국인 독립운동가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을 주인공으로 한 해외소설 두 편을 발굴했습니다. 글쓴이는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로버트 웰스 리치(1879~1942)입니다. 100여년 전 발간된 이들 소설은 일제 병합 직전 조선을 배경으로 베델이 조선 독립을 위해 모험에 나서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900년대 초 대한제국을 배경으로 하는 거의 유일한 해외 소설이어서 사료적 가치도 큽니다. 서울신문은 ‘황제 납치 프로젝트’(1912년 출간·원제 The cat and the king)에 이어 ‘황제의 옥새’(1914년 출간·원제 The Great Cardinal Seal)를 연재 형태로 소개합니다.‘이름:데오도시아 툴링, 주거지:도싯마운트(웨스트요크셔주 리즈시의 한 지역), 국적:영국’ 새의 깃털을 장식한 스코틀랜드식 모자를 쓰고 낡은 군용 재킷을 입은 여성이 휘갈겨 쓴 고딕체 글자는 꼭 남성이 쓴 것 같았다. 여기에 쓴 글자만으로든 이 여인에 대해 더 이상 알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서명 앞에 ‘미즈’(Ms·남녀평등의 상징적 표현)라고 써 놓은 것만 봐도 일반적인 여성은 아니라는 걸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루이가 꽤나 실망한 듯 보였다. “아...이럴 수가! 내 호텔에 코끼리가 투숙하는 것이 더 낫겠다. 앞으로도 골치 꽤나 아프겠는데...” 그녀의 방에서 짐이 이리 저리 움직였다. 한 30분가량 뭔가 계속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뜨거운 물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 그러더니 다시 불러서 세면대에 비누가 없다고 항의했다. 이 때 그녀는 루이에게 “이 호텔의 위생 상태가 좋지 않다”고 훈계했다고 한다. 사실 이곳이 깨끗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서울이라는 도시 자체가 ‘위생’과는 담을 쌓은 곳이기도 했다. 자존심 하나는 세계 최고라는 프랑스에서 온 루이가 이 여인에게 괴롭힘을 당해 잔뜩 화가 난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데오도시아는 루이를 세 번째로 불러 목포에 있다는 12개 작은 불상의 소재를 물어봤다. 유럽에서 온 작은 호텔 주인이 그걸 어찌 알겠는가. 사무실로 돌아온 루이는 “이 여자를 시궁창에 던져 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가 아래층으로 내려와 식당으로 들어서려고 할 때였다. 조선의 최고 실력자 이토 히로부미(1841~1909·당시 한국통감부 초대 통감)의 비밀경찰 다음으로 바쁘다는 일본 정보부 요원이 들이닥쳤다. 그는 손에 노트와 연필을 쥐고 이 여인을 막아섰다. 우리는 사무실 문 틈으로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실례...합니다. 부인의 이름이...무엇입니까?” 그는 어설픈 일본식 발음의 영어로 물었다. 비음 섞인 소리가 우리에게도 들렸다. “죄송합니다만...이건 제 임무...입니다. 조선에 오면 누구나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죠.” “왜 내가 당신에게 제 이름을 말해야 하죠?” 데오도시아가 차갑게 대답했다. “게다가 나를 ‘부인’으로 부르다니...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아주 무례한 호칭입니다.” 크게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렸다. 바보같아 보이지만 나름 일본식 공손함의 표시였다. 정보부 요원은 재차 “죄송합니다...부인”이라고 말했다. “어휴...알았어요...내 이름은 테오도시아 툴링입니다. 영국인이고요. 서머싯주 도싯마운트라는 곳에서 왔습니다. 할머니 이름은...” “죄송합니다만...철자를 천천히 불러 주시겠습니까?” 일본인 정보요원은 엘리트답게 일말의 동요 없이 비음섞인 영어로 더듬거리며 말했다. “알아듣기 어려우신가 보죠? 매우 드문 이름이라는 건 저도 잘 알아요.” 그녀의 분노가 조금 누구러진 듯 했다. “제 성은 T-o-o-l-i-n-g, 그리고 저희 가문 문양은 그리핀 램판트(독수리의 머리에 사자의 몸을 한 신화 속 동물)고요...”“죄송합니다. 부인, 어디서 오셨다고 했죠?” 일본인이 이 질문을 할때는 루이와 나는 사무실에서 어쩔 줄 몰랐다. 데오도시아가 태연히 ‘아무말 대잔치’로 동문서답을 하며 정보요원을 가지고 놀았기 때문이다. 루이는 웃음을 참다 못해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일본인은 이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한 듯 했다. “저희 가족 전체를 다 말해야 하나요? 아니면 영국 동부 지역으로 한정해서 말씀 드릴까요?” “부인, 어디라고 말씀하셨죠?” 정보요원이 동양에서나 볼 수 있는 초인적 인내심을 보이며 계속 질문했다. “루앙프라방(라오스), 바하왈푸르(파키스탄)에서 왔다고 쓰세요. 통킹(베트남)에도 있었는데...일단 다 쓰실 때까지 기다리죠.” 잠시 침묵이 흘렀다. 키 작은 정보 요원은 당황한 기색도 없이 다시 질문을 시작했다. “당신의 직업은...무엇...입니까?” 그녀 역시 더는 참기가 힘들어진 듯 했다. “아...정말 너무하네...이 호텔 주인이 어디 계시죠?” 데오도시아의 신경질 섞인 목소리에 단호함이 묻어 있었다. 루이가 웃음을 참고 로비로 달려갔다. “주인장, 이 무례한 일본 남자를 여기서 나가라고 해 주세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우아하지만 영국인 특유의 호통치는 분위기가 담겨 있었다. “부인, 죄송하지만 이곳의 법을 따라 질문에 답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에게는 당신이 정보요원의 질문에 응하도록 도울 책임이 있습니다.” “그럼 할 수 없죠. 이 사람에게 제 직업이 신지학(신비 체험이나 계시에 의지해 신의 본질을 추구하는 철학 사조) 강사이고 어두운 세상에 순수 이성의 빛을 전파하는 사람이라고 말해 주세요.” 그녀는 마지막 대답이라는 걸 강조하며 말했다. 나는 그의 대답에 뭔가로 한 방 맞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황제의 옥새’는 6회로 이어집니다. 번역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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