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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정부, 민간에서 배운다/하동원 중앙인사위원회 인력개발국장

    축구계는 2002년 월드컵 4강의 신화를 이룬 히딩크 감독에 이어 최근 본프레레 감독에게 한국 월드컵 대표팀의 지휘봉을 맡겼다.여기에는 학연과 지연에 얽매이기보다는 경기에 이길 수 있는 선수,능력 있는 선수를 제대로 선발하고 이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데 있어 국내 감독보다 외국인 감독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있는 것 같다.쥐만 잘 잡는다면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상관없다는 등소평의 논리와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그러면 우리 정부는 어떨까? 요즘 정부에서도 공직 내부뿐만 아니라 공직 외부로 눈을 돌려 기존의 공무원이 아닌 민간전문가에게 국가의 중요 정책을 맡기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법무부는 검사나 출입국관리직 공무원만이 담당해 오던 출입국관리국장을 변호사에게 맡겼다.문화재청과 철도청은 대외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담당과장에 언론인을 영입했다.외교부는 차관보급인 통상교섭조정관 자리에 국제변호사를 선임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업무를 관장하게 하고 있다. 한마디로 일 잘하는 사람이면 공무원이든,민간인이든 따지지 않겠다는 것이다.정부인사 운영방식에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부 원자력국장은 기술고시출신 공무원이지만 승진보다도 원자력 안전업무의 전문가로 남기를 희망해 현 개방형 직위 한자리에 4년째 근무하고 있다.공직사회의 직업문화가 연공서열 위주의 일반행정가 중심에서 직무와 성과위주의 전문행정가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중 하나다. 나아가 공무원 한 사람을 뽑는데 수백명이 지원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가운데서도 정부가 꼭 필요한 전문가 한 사람을 찾기 위해 민간 헤드헌터회사에 의뢰하는 등 우수인재의 발굴 및 물색에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공직사회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보이지 않는 부처간 ‘칸막이 문화’도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업무로 대립각을 세워왔던 상대부처의 공무원들이 서로 자리를 바꿔서 일하고,적극적으로 다른 부처의 국·과장 자리에 지원해서 근무하는 게 그리 낯설지 않은 공직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실·국장급 공무원을 대상으로 별도의 인사관리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앞으로 고위공무원단이 도입되면 평생을 한 기관에서만 근무해 온 사람보다는 여러 기관을 넘나들며 폭넓은 경험을 쌓고,국가 전체적인 안목에서 정책을 바라볼 수 있는 인재가 중용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가져온 근본적 원인은 무엇일까? 전세계가 국경없는 하나의 글로벌시스템에 편입된 가운데 국가간 무한경쟁 환경에 놓임에 따라 정부의 인사운영 부문에도 예외없이 경쟁원리가 도입된 것이 그 이유라고 할 것이다.이제는 공직문호가 민간에 개방됨에 따라 정부에서 하는 일을 놓고 누가 더 잘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경쟁이 보다 본격화되고 있다.다른 부처의 공무원들과 경쟁하는 것은 당연하고 민간부문과도 서로 경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정부의 서비스를 국민이 좀처럼 만족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서비스가 향상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경쟁이 고객에 대한 후생수준을 높인다는 경제학이론이 맞는다면,정부 인사분야에서 이러한 경쟁원리의 도입은 국민 만족도 증진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때 정부부문이 민간기업에 ‘표준’을 제시하면서 경제발전을 선도했지만 이제는 민간으로부터 배우는 처지로 바뀐 것이다.정부 각 부문에 민간의 우수 전문인력을 수혈하고 개방과 경쟁 등 민간시스템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것은 글로벌시스템에 먼저 적응한 장점을 접목시켜 보자는 취지다. 우리의 목표가 백범선생이 말씀하신 문화국가이든,국민소득 2만달러와 같은 현실적인 것이든 변화와 혁신에 앞장서는 정부만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하동원 중앙인사위원회 인력개발국장
  • “노건평씨 자중자애하라”

    남상국 전 대우건설사장으로부터 인사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고,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아 불구속 기소된 노무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판결 후 이례적으로 대통령 친인척의 몸가짐에 대해 3분여 동안 ‘훈계’를 해 눈길을 끌었다.창원지법 형사합의3부(부장 최인석)는 21일 건평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나 관련자들의 진술을 종합해 볼 때 인사청탁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돼 유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최 부장판사는 판결문을 읽은 후 “대통령 친인척을 비롯해 형(건평씨 지칭)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나 보좌하는 사람들,심지어 대통령조차도 피고에게 쓴소리를 할 수 없을 것 같아 재판부가 적절한 훈계를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최 부장판사는 “선고 전에 실형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심지어 대통령 지지자들조차 ‘노 대통령이 개혁과 도덕성으로 당선이 됐는데 친인척의 잘못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며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또 “이전 정권들을 볼 때 대통령 친인척 비리가 발생하면 대통령의 리더십에 심각한 손상이 생기고,지위마저 손상돼 왔다.”면서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도 많이 남은 만큼 겸손과 인내로써 다시는 물의가 일어나지 않도록 자중자애하고 올바르게 처신해 달라.”고 당부하면서 훈계를 마쳤다.한편 건평씨는 법정을 나오면서 “본인은 대우와 무관하며 그들로부터 조작된 것”이라며 “조만간 기자회견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밝히겠다.”고 주장했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사설] 직권중재 부른 노조의 지나친 요구

    중앙노동위원회가 올 들어 처음으로 지난 18일 LG칼텍스정유에 대해 직권중재 결정을 내린 데 이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인천지방노동위원회도 20일 서울지하철과 인천지하철에 대해 직권중재 결정을 내렸다.LG정유의 경우 노조가 지난 14일 내린 중노위의 ‘조건부 직권중재’ 조정안을 어기고 기본업무 종사자까지 철수토록 함으로써 첫 직권중재를 자초했다.서울과 인천지하철은 노사 양측의 입장 차이가 워낙 큰 데다,파업이 서민의 발을 묶는 교통대란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조건부’라는 중간 절차 없이 곧바로 직권중재로 이어졌다. 지난달 병원노조 파업 때에도 정부는 불법파업-공권력 투입이라는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조건부 직권중재’라는 카드를 활용해 노사 자율교섭을 유도할 정도로 노조에 최대한 인내하는 자세를 보여왔다.또 기본업무 유지 및 대체인력 투입 허용 등 최소 요건만 보장된다면 직권중재를 폐지할 수도 있다는 게 참여정부의 기본방침이었다.그럼에도 지난해 한건에 불과했던 직권중재를 잇달아 불러들인 것은 노조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민주노총의 투쟁지침에 따라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다지만 LG정유의 경우 공장생산직의 평균연봉이 7000만원에 가까워 전산업 최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10.5%의 임금인상률을 요구한 것은 다른 노동자들의 호응을 얻기 어렵다.막판에 철회하기는 했지만 5조3교대 요구는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에서조차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가. 서울지하철도 마찬가지다.지난해에만 2690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누적적자가 4조 8000억원에 달해 자기자본을 완전 잠식했음에도 10.5%의 임금 인상률을 요구하는 것은 시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인력 30% 충원 요구도 주5일제 시행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어떠한 경영 합리화나 자구노력도 발견할 수 없다.강성 노조의 과도한 요구는 결국 영세 사업장 노동자와 서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앗아갈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이란 9·11연계 조사”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19일(현지시간)에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이란이 9·11테러를 지원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는데다 여전히 핵개발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는 게 그 배경이지만,이란측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22일 조사위 최종보고서… 대이란공세 강화되나 부시 미 대통령은 이날 리카르도 라고스 칠레 대통령과 만나 “우리는 이란이 9·11테러에 직접 관련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기자단과의 브리핑에서는 “대통령이 된 이후 줄곧 이란이 인권을 탄압하는지 여부 등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고 밝혔다.뉴욕타임스(NYT)는 부시 미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4월 이란의 핵개발에 대해 ‘더 이상 인내하기 어렵다.’고 말한 이후 가장 강력한 경고라고 평가했다.22일 9·11테러 조사위원회가 최종보고서를 발표하면 미국의 대 이란 공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지난주 작성된 9·11위원회의 내부 보고서에는 이란이 지원하고 있는 이슬람 무장세력 헤즈볼라가 알카에다와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 뉴스위크는 9·11위원회가 보고서에서 ‘이란 정부가 공중 납치범 14명 가운데 8∼10명이 이란을 경유해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의 훈련캠프에 드나들 수 있도록 국경 통제를 약화하고 여권을 제공했다.’는 점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존 맥롤린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대행은 “이란이 9·11테러와 직접 연계돼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강조했지만,8명의 납치범들이 이란을 경유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이란과의 전쟁,또는 선거전략? 일부에서는 부시 행정부의 이러한 강경자세는 이라크에 이어 이란과 전쟁을 벌이려는 의도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한다.미 의회 강경파들은 이란에 대해 ‘징벌적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고,이스라엘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이라크전 실패로 곤경에 처한 부시 대통령이 관심을 이란으로 돌려 위기를 벗어나려 한다는 견해도 있다.NYT는 존 케리 민주당 후보진영에서 테러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다는 점을 연일 공격하고 있는데 대한 대응 차원에서 부시 미 대통령이 이같은 발언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란,반발 속 진화시도 이란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렌드 알라힘 프랑케 미국 주재 이라크 대표부 대표는 “이란이 테러 단체를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 무근이며,오히려 이란은 테러리스트를 검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이란 정부 대변인 압둘라 라메잔자데는 “우리는 이란에서 모든 알카에다의 뿌리를 제거했다.”면서 “미국이 증거를 갖고 있다면 유엔에 제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이란은 핵개발을 여전히 추진하고 있어 미국·이란의 긴장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이란은 나탄츠 핵시설에서 우라늄 농축을 시도하고 있고,러시아로부터 핵 연료봉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도 거부하고 있다.이란 최고 권부인 혁명수호위원회와 집권 보수파는 반미,반이스라엘을 내세우고 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儒林(140)-제2부 周遊列國 제1장 첫 번째 출국

    儒林(140)-제2부 周遊列國 제1장 첫 번째 출국

    제2부 周遊列國 제1장 첫 번째 출국 간언술(諫言術). 군왕의 비위만을 맞춰 아첨하는 예스맨에서 벗어나 시시비비를 엄격히 가려 올바로 간언하였던 명재상 안영.그러나 안영의 뛰어난 점은 임금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때를 기다렸다가 우회적인 방법으로 임금이 스스로 깨닫도록 하는 간언술로 더욱 빛날 수 있었던 것이다. 훗날 궁녀들에게 남장을 시키는 경공의 엽기적인 취미를 참고 인내하며 때를 기다리다가 ‘이는 마치 문에다 소머리를 걸어놓고 안에서는 말고기를 파는 것과 같습니다.’라는 명비유로 간언하여 이를 바로잡은 안영을 두고 공자는 다음과 같이 칭찬하였다. “안자는 표리(表裏)가 같은 사람이다.” 원래 표리는 임금이 신하에게 내리는 옷의 겉감과 안감을 가리키는 것으로 겉감과 안감이 같다는 것은 밖으로 나타내 보이는 행동과 속마음이 일치되는 진심을 가리키는 말이었던 것이다. 논어에 보면 공자가 안영을 칭찬한 구절이 딱 한번 나오고 있지만 안영의 언행을 모아 놓은 ‘안자춘추’에는 이처럼 공자가 안영을 칭찬한 구절이 여러 번 나오고 있다. 이는 당연한 일로 사기에서 사마천은 공자의 ‘제자열전’을 통해서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공자가 존경한 인물로는 주(周)의 노자(老子),위(衛)의 거백옥(伯玉),제의 안평중(晏平仲:안영),초(楚)의 노래자(老來子) 등이다.” 실제로 공자는 안영의 뛰어난 간언술에 대해서 감탄하는 장면이 ‘안자춘추’에 여러 번 나오고 있는데 그 일화들은 다음과 같다. 어느 날 경공의 애마가 갑자기 죽어 버렸다.경공은 몹시 화가 나 마굿간지기를 당장 사형에 처하라고 하였다.안영에게 의견을 묻자 안영은 대답하였다. “요순 임금이 사람을 죽인다면 누구부터 죽일 것이라고 보십니까.” “그거야 과인부터 죽이겠지.” 요순이 사람을 죽일 리가 없었으므로 경공은 당황한 마음에 그렇게 얼버무린 것이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아차,하는 생각이 들어 경공은 마굿간지기를 사형 대신 하옥시키라고 고쳐 명령했다.이에 안영은 다시 말하였다. “이대로 하옥시키면 죄인은 자신의 죄를 모를 터이니 신이 그 죄목을 알게 해주겠습니다.” 경공의 허락을 받은 안영은 이렇게 말하였다. “듣거라,너는 죽을 죄를 세 가지나 범했다.첫째로는 말을 잘 돌볼 책임을 다하지 못하였고,둘째로 임금이 사랑하는 말을 죽게 했고,셋째로 말 한마리 때문에 임금으로 하여금 사람을 하나 죽이게 하였다.사람들이 이 일을 알게 되면 임금님을 비난할 것이고,또 제후들이 알게 되면 우리나라를 멸시할 것이다.이와 같은 죄 때문에 너는 하옥되는 것이다.” 안영의 간언술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 경공은 손을 내저으며 이렇게 말하였다. “용서하라.나의 덕을 해치지 말라.” 결국 뛰어난 간언술로 마굿간지기의 하옥은 보류되었는데,이 말을 들은 공자는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안자는 마굿간지기의 생명을 살렸을 뿐 아니라 그보다 더 훌륭한 것은 임금으로 하여금 덕을 잃지 않게 한 것이었다.” 공자의 이러한 찬탄은 자신의 사상과도 일치되는 것이었다.평소에 덕으로 세상을 다스리는 덕치주의(德治主義)를 이상주의로 삼고 있던 공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덕으로써 정치를 하는 것은 마치 북극성은 일정한 자리에 있으되 여러 별들이 모두 돌며 떠받드는 것과 같은 것이다(爲政以德 譬如北辰 居其所 而衆星共之).” 실제로 훗날 노나라의 권신 계강자가 공자에게 ‘만약 정치를 하는 데 있어 무도(無道)한 자를 죽이어 유도(有道)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어떠하겠습니까.’하고 묻자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내린다.
  • 儒林(140)-제2부 周遊列國 제1장 첫 번째 출국

    제2부 周遊列國 제1장 첫 번째 출국 간언술(諫言術). 군왕의 비위만을 맞춰 아첨하는 예스맨에서 벗어나 시시비비를 엄격히 가려 올바로 간언하였던 명재상 안영.그러나 안영의 뛰어난 점은 임금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때를 기다렸다가 우회적인 방법으로 임금이 스스로 깨닫도록 하는 간언술로 더욱 빛날 수 있었던 것이다. 훗날 궁녀들에게 남장을 시키는 경공의 엽기적인 취미를 참고 인내하며 때를 기다리다가 ‘이는 마치 문에다 소머리를 걸어놓고 안에서는 말고기를 파는 것과 같습니다.’라는 명비유로 간언하여 이를 바로잡은 안영을 두고 공자는 다음과 같이 칭찬하였다. “안자는 표리(表裏)가 같은 사람이다.” 원래 표리는 임금이 신하에게 내리는 옷의 겉감과 안감을 가리키는 것으로 겉감과 안감이 같다는 것은 밖으로 나타내 보이는 행동과 속마음이 일치되는 진심을 가리키는 말이었던 것이다. 논어에 보면 공자가 안영을 칭찬한 구절이 딱 한번 나오고 있지만 안영의 언행을 모아 놓은 ‘안자춘추’에는 이처럼 공자가 안영을 칭찬한 구절이 여러 번 나오고 있다. 이는 당연한 일로 사기에서 사마천은 공자의 ‘제자열전’을 통해서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공자가 존경한 인물로는 주(周)의 노자(老子),위(衛)의 거백옥(伯玉),제의 안평중(晏平仲:안영),초(楚)의 노래자(老來子) 등이다.” 실제로 공자는 안영의 뛰어난 간언술에 대해서 감탄하는 장면이 ‘안자춘추’에 여러 번 나오고 있는데 그 일화들은 다음과 같다. 어느 날 경공의 애마가 갑자기 죽어 버렸다.경공은 몹시 화가 나 마굿간지기를 당장 사형에 처하라고 하였다.안영에게 의견을 묻자 안영은 대답하였다. “요순 임금이 사람을 죽인다면 누구부터 죽일 것이라고 보십니까.” “그거야 과인부터 죽이겠지.” 요순이 사람을 죽일 리가 없었으므로 경공은 당황한 마음에 그렇게 얼버무린 것이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아차,하는 생각이 들어 경공은 마굿간지기를 사형 대신 하옥시키라고 고쳐 명령했다.이에 안영은 다시 말하였다. “이대로 하옥시키면 죄인은 자신의 죄를 모를 터이니 신이 그 죄목을 알게 해주겠습니다.” 경공의 허락을 받은 안영은 이렇게 말하였다. “듣거라,너는 죽을 죄를 세 가지나 범했다.첫째로는 말을 잘 돌볼 책임을 다하지 못하였고,둘째로 임금이 사랑하는 말을 죽게 했고,셋째로 말 한마리 때문에 임금으로 하여금 사람을 하나 죽이게 하였다.사람들이 이 일을 알게 되면 임금님을 비난할 것이고,또 제후들이 알게 되면 우리나라를 멸시할 것이다.이와 같은 죄 때문에 너는 하옥되는 것이다.” 안영의 간언술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 경공은 손을 내저으며 이렇게 말하였다. “용서하라.나의 덕을 해치지 말라.” 결국 뛰어난 간언술로 마굿간지기의 하옥은 보류되었는데,이 말을 들은 공자는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안자는 마굿간지기의 생명을 살렸을 뿐 아니라 그보다 더 훌륭한 것은 임금으로 하여금 덕을 잃지 않게 한 것이었다.” 공자의 이러한 찬탄은 자신의 사상과도 일치되는 것이었다.평소에 덕으로 세상을 다스리는 덕치주의(德治主義)를 이상주의로 삼고 있던 공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덕으로써 정치를 하는 것은 마치 북극성은 일정한 자리에 있으되 여러 별들이 모두 돌며 떠받드는 것과 같은 것이다(爲政以德 譬如北辰 居其所 而衆星共之).” 실제로 훗날 노나라의 권신 계강자가 공자에게 ‘만약 정치를 하는 데 있어 무도(無道)한 자를 죽이어 유도(有道)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어떠하겠습니까.’하고 묻자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내린다.
  • 儒林(139)-제2부 周遊列國 제1장 첫 번째 출국

    제2부 周遊列國 제1장 첫 번째 출국 어쨌든 제나라에 온 지 반년이 지나서 간신히 경공을 만난 공자는 아무런 소득 없이 물러나와 다시 유유자적할 수밖에 없었다.기록에 의하면 공자가 제나라에 머물러 있는 1년 남짓 동안 경공을 세 번 만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첫 번째 만남부터 두 번째 만남까지에도 다시 수개월의 공백기간이 흘러간다. 이 기간 동안에 공자가 무엇을 했는가는 기록에 나와 있지 않다.다만 ‘공자가어’에는 공자가 주나라 희왕의 묘에서 화재가 날 것을 예언하였다는 짤막한 기사가 나오고 정론(正論)편에는 공자가 제나라의 산택(山澤)을 관장하는 우인(虞人)을 칭찬하는 대목이 나오고 있을 정도인 것이다. 우인. 이는 산림과 소택을 맡아 관리하던 벼슬아치를 가리키는 말로 우형(虞衡)이라고도 불리었으며,때로는 짐승을 기르는 동산을 관리하는 말단 벼슬아치였다.공자가 이 우인을 칭찬한 것은 제나라의 행정이 말단에까지 미치어 구석구석 잘 관장되고 있음을 말하는데,이는 일찍이 안영이 경공에게 ‘산림,소택,바다의 소금,기타 모든 자원이 있는 곳은 국유지로 되어 있어 전하가 파견한 감독관이 백성들에게 노역을 강요하고 있습니다.’라고 극간하여 이를 바로잡은 후였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안영과는 달리 경공은 공자를 마음속으로 좋아하고 있었다.그로부터 수개월 뒤 공자는 경공을 두 번째로 알현하게 된다.제자들과 더불어 궁궐 안으로 들어간 공자는 수개월 전과는 다른 낯선 풍경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것은 궁녀들이 모두 남장을 하고 있던 엽기적인 복장을 벗어던지고 이번에는 여장을 하고 있었다.불과 몇 개월 사이에 엄청난 변화가 궁궐 안에서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큰 변화가 온 것 역시 안영의 간언 때문이었다.안영은 군주의 엽기적인 퇴폐 취미를 바로잡으려 하였지만 마땅한 때가 오지 않아 묵묵히 인내하고 있었다.그런데 마침내 때가 온 것이었다. 궁 안에 궁녀들이 남장을 하고 다니자 이것이 큰 유행을 보여 궁 밖의 여자들도 남장을 하기 시작하였다.경공은 이것이 사회적으로 퇴폐적인 악습이라고 생각하고 관리를 보내어 이러한 유행을 금지시키도록 하였다.남장을 한 여인들을 잡아다가 문초를 하고 벌을 주었으나 아무런 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참다못한 경공이 안영에게 물어 말하였다. “내가 관리들을 보내어 여자들의 남장을 엄금토록 하였는데도 이게 잘 지켜지지 않고 있소이다.그 까닭이 무엇이겠소.” 이에 안영은 그토록 기다리던 때가 왔음을 알고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궁궐 안에서는 여자들에게 남장을 시키면서 궁 밖에서는 이를 금지시키시는데 이는 마치 문에다 소머리를 걸어놓고 안에서는 말고기를 파는 것과 같습니다(猶懸牛首于門而賣馬肉于內也).” 그러고 나서 안영은 말을 맺었다. “만약 전하께서 궁 안에서 남장을 금지시키신다면 자연히 궁 밖의 여자들도 남장을 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괘양두매구육(掛羊頭賣狗肉)‘양머리를 걸어두고 실제로는 개고기를 팔고 있다.’는 말은 이처럼 ‘겉과 속이 일치하지 않음’을 비유한 말.안영이 말하였던 ‘소머리와 말고기’는 훗날 ‘양머리와 개고기’로 바뀌어 흔히 ‘양두구육(羊頭狗肉)’이란 단어로 바뀌는데,어쨌든 이 유명한 고사성어는 이처럼 뛰어난 안영의 간언술(諫言術)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 단병호의원 “의정활동 40일 노조 20년보다 더큰 인내 요구”

    “지난 40일은 민주노조운동 20년보다 인내하기 힘든 시간이었다.”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최근 한 인터넷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국회 회기 40일간의 경험을 이렇게 표현했다. 단 의원은 “국회 40일 대부분을 기다리는 것으로 허비했다.”고 꼬집으면서,자신이 대정부질문을 할 때에 연단 탁자 위에 놓은 탁상시계가 발언 15분 후면 터질 ‘시한폭탄’처럼 느껴졌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자신을 힘들게 했던 요인으로 먼저 ‘회의 문화’의 차이를 손꼽고 ‘집단적인 이질감’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노조 회의는 “참석자 전원이 주체가 돼 활발하게 토론하는 문화”가 있었으나,국회에서 회의는 “잘 짜인 각본처럼” 운영돼 의원들을 “비주체적으로 만든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두 번째 원인으로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민주적인 곳이어야 하는 국회가 역설적으로 가장 비민주적”이라며 “교섭단체 위주의 비민주적,폐쇄적,비효율적 국회 운영”을 지적했다.그러면서 “심지어 의원들이 자기가 왜 기다려야 하는지 이유도 모르면서,10시간씩 본회의가 열리기를 기다려야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정보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라며 정보력의 차이를 들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儒林(139)-제2부 周遊列國 제1장 첫 번째 출국

    儒林(139)-제2부 周遊列國 제1장 첫 번째 출국

    제2부 周遊列國 제1장 첫 번째 출국 어쨌든 제나라에 온 지 반년이 지나서 간신히 경공을 만난 공자는 아무런 소득 없이 물러나와 다시 유유자적할 수밖에 없었다.기록에 의하면 공자가 제나라에 머물러 있는 1년 남짓 동안 경공을 세 번 만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첫 번째 만남부터 두 번째 만남까지에도 다시 수개월의 공백기간이 흘러간다. 이 기간 동안에 공자가 무엇을 했는가는 기록에 나와 있지 않다.다만 ‘공자가어’에는 공자가 주나라 희왕의 묘에서 화재가 날 것을 예언하였다는 짤막한 기사가 나오고 정론(正論)편에는 공자가 제나라의 산택(山澤)을 관장하는 우인(虞人)을 칭찬하는 대목이 나오고 있을 정도인 것이다. 우인. 이는 산림과 소택을 맡아 관리하던 벼슬아치를 가리키는 말로 우형(虞衡)이라고도 불리었으며,때로는 짐승을 기르는 동산을 관리하는 말단 벼슬아치였다.공자가 이 우인을 칭찬한 것은 제나라의 행정이 말단에까지 미치어 구석구석 잘 관장되고 있음을 말하는데,이는 일찍이 안영이 경공에게 ‘산림,소택,바다의 소금,기타 모든 자원이 있는 곳은 국유지로 되어 있어 전하가 파견한 감독관이 백성들에게 노역을 강요하고 있습니다.’라고 극간하여 이를 바로잡은 후였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안영과는 달리 경공은 공자를 마음속으로 좋아하고 있었다.그로부터 수개월 뒤 공자는 경공을 두 번째로 알현하게 된다.제자들과 더불어 궁궐 안으로 들어간 공자는 수개월 전과는 다른 낯선 풍경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것은 궁녀들이 모두 남장을 하고 있던 엽기적인 복장을 벗어던지고 이번에는 여장을 하고 있었다.불과 몇 개월 사이에 엄청난 변화가 궁궐 안에서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큰 변화가 온 것 역시 안영의 간언 때문이었다.안영은 군주의 엽기적인 퇴폐 취미를 바로잡으려 하였지만 마땅한 때가 오지 않아 묵묵히 인내하고 있었다.그런데 마침내 때가 온 것이었다. 궁 안에 궁녀들이 남장을 하고 다니자 이것이 큰 유행을 보여 궁 밖의 여자들도 남장을 하기 시작하였다.경공은 이것이 사회적으로 퇴폐적인 악습이라고 생각하고 관리를 보내어 이러한 유행을 금지시키도록 하였다.남장을 한 여인들을 잡아다가 문초를 하고 벌을 주었으나 아무런 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참다못한 경공이 안영에게 물어 말하였다. “내가 관리들을 보내어 여자들의 남장을 엄금토록 하였는데도 이게 잘 지켜지지 않고 있소이다.그 까닭이 무엇이겠소.” 이에 안영은 그토록 기다리던 때가 왔음을 알고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궁궐 안에서는 여자들에게 남장을 시키면서 궁 밖에서는 이를 금지시키시는데 이는 마치 문에다 소머리를 걸어놓고 안에서는 말고기를 파는 것과 같습니다(猶懸牛首于門而賣馬肉于內也).” 그러고 나서 안영은 말을 맺었다. “만약 전하께서 궁 안에서 남장을 금지시키신다면 자연히 궁 밖의 여자들도 남장을 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괘양두매구육(掛羊頭賣狗肉)‘양머리를 걸어두고 실제로는 개고기를 팔고 있다.’는 말은 이처럼 ‘겉과 속이 일치하지 않음’을 비유한 말.안영이 말하였던 ‘소머리와 말고기’는 훗날 ‘양머리와 개고기’로 바뀌어 흔히 ‘양두구육(羊頭狗肉)’이란 단어로 바뀌는데,어쨌든 이 유명한 고사성어는 이처럼 뛰어난 안영의 간언술(諫言術)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 盧대통령 “선거법 단점 고쳐야”

    노무현 대통령은 17일 “선거법에서 풀 것은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김원기 국회의장 초청으로 서울 한남동 의장 공관에서 열린 3부 요인과 중앙선관위원장 부부동반 만찬에서 “선관위에서 정당·시민단체·학계·언론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 (개정)의견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김기만 의장공보수석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현행 선거법의 문제점에 대해 “국회의원이 정책개발을 하려면 교수도 몇 명 만나 밥도 먹어야 하는데 (현행 선거법하에서는) 밥도 못산다.”면서 “(국민에게) 불편을 주지 않고 사법적 질서를 문란케 하지 않고,금전 매수가 안되는 정도가 돼야 한다.”고 개정 방향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유지담 중앙선관위원장은 “법인의 정치자금 기부 한도도 너무 제약된 측면도 있다.”고 말해 완화를 시사했다. 김원기 의장은 인센티브제 도입,의원외교활동 강화 등을 포함한 의원활동 지원확대 방안을 설명하면서 국회 내에 프레스센터 건립 필요성을 제안했고,노 대통령도 공감을 표시했다. 최종영 대법원장은 정치권의 사법개혁 추진과 관련,“자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사법개혁안이 올해 말까지 대법원장에게 보고되고,늦어도 내년 정기국회 전까지 올릴 계획”이라며 “법조인 양성제도,로스쿨,법조비리,인권보호,비법조인의 재판참여 등 상당히 획기적인 변화가 올 가능성이 크니 정치권도 인내심을 갖고 우리에게 맡겨 달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사법부의 개혁안 마련이 더 앞당겨졌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표시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이런 책 어때요]

    ●문신, 금지된 패션의 역사/스티브 길버트 지음 문신은 하나의 보편적인 문화양식이다.그리스와 로마인들은 노예나 범죄자들의 형벌이나 도망 방지 등의 목적으로 문신을 이용했다.유대인과 초기 기독교인들 사이에도 문신풍습이 있었다.그러나 서기 787년 교황 하드리아누스 1세가 문신행위를 금한 이래 기독교 세계에는 문신이 금기시되기 했다.책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문신의 역사를 폭넓게 다룬다.문신은 주술적·종교적 기능 외에 인내의 상징,성인의 징표 등으로 사용된다.일본의 전통 문신은 등,팔,다리,가슴을 주된 문양 하나로 뒤덮는다는 점에서 서양 문신과 차이가 있다는 사실도 밝힌다.2만 8000원. ●이웃의 가난은 나의 수치입니다/아베 피에르 지음 ‘빈민의 아버지’‘자유,평등,박애의 구현자’ 등으로 불리는 프랑스의 신부 아베 피에르.피에르 신부는 무엇보다 1949년에 설립한 세계적인 빈민구호 공동체인 ‘엠마우스’ 운동으로 잘 알려져 있다.최극빈층의 사람들은 물질적인 빈곤 뿐 아니라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해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다.피에르는 이 두가지를 해결하지 못하는 빈민운동은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말한다.2차대전 이후 국회의원을 지낸 피에르는 국회의원시절 좌와 우를 뛰어넘는 새로운 차원을 지향하는다는 의미로 “나는 극우도 극좌도 아닌 극고(極高)다.”라고 말해 주목받기도 했다.1만 2000원. ●봉기/레티시아 비카이으 지음 팔레스타인의 현실에 대한 생생한 기록.팔레스타인 민중의 자발적 봉기인 ‘인티파다’가 남긴 안팎의 모순을 들춰낸다.인티파다 전략은 수십 년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공언해온 무력투쟁을 포기하는 대신 시민 불복종을 통해 민중차원의 저항운동으로 승화시키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것은 외부의 적인 이스라엘은 물론 내부의 적인 부패,계급갈등,성차별 등과 싸우는 과정이기도 하다.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룬 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정어린 시선이 없다는 게 이 책의 특징.‘사실의 힘’이 어떤 주장이나 해석보다도 강력함을 보여준다.1만 2000원. ●분서/이지 지음 ‘독설의 사유’로 유명한 중국 명대의 양명학 좌파사상가 이지의 저서 ‘분서’를 완역.중국철학사상 가장 입체적인 사상가로 꼽히는 이지는 유불선의 종지는 같다고 봤으며 유가에 대한 법가의 우위를 주장했다.선진시대 이래 줄곧 관심 밖에 있던 ‘묵자’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한 것도 주목되는 점.스스로 이단을 자처하며 유가의 말기적 폐단을 공격하고 송명이학의 위선을 폭로한 그에 대한 평가는 극단으로 갈릴 수밖에 없었다.혹세무민의 죄를 뒤집에 쓰고 감옥에 갇혀 있던 이지는 결국 76세에 자살로 삶을 끝냈다.전2권,1권 2만 5000원,2권 3만원. ●환상박물관/김장호 지음 사람들의 가슴 한 켠에는 누구나 환상의 자리가 있다.그 환상이야말로 숨막히는 현실을 견디게 해주는 숨은 힘이다.철학자 니체의 지적대로 환상은 현존재를 절망과 허무로부터 보호하는 기능을 지닌다.동양철학을 전공한 저자는 환상을 ‘허깨비같은 이미지’로 정의한다.책은 ‘환상박물관’으로 안내한다.‘상상관’에선 요정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비현실적인 존재에서 마네킹,사이버 공간의 아바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상의 영토를 다룬다.또 ‘예술관’은 아돌프 뵐플리를 비롯한 이른바 아웃사이더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환상공간을 체험케 한다.1만 5000원.˝
  • [열린세상] 開城 ‘깍쟁이’의 부활을 기대한다/이영선 연세대 교수·국제대학원 원장

    개성은 정말 가까운 데 있었다.남북경협의 일환으로 시작된 개성공단의 시범단지 준공식을 참관하기 위해 경복궁을 떠난 후 남과 북의 군사분계선을 넘어 개성에 다다른 것은 한 시간 조금 지나서였다.한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것을 50년 걸려 왔다는 개회식 연사의 말이 정말 실감이 났다. 준공식 이후 방문한 고려 민속박물관의 안내원으로부터 개성‘깍쟁이’라는 말의 유래를 들을 수 있었다.개성에는 오래 전부터 가게가 많이 있었다. 그 가게의 상인들이 애초에는 ‘가게쟁이’라고 불리었다는 것이다. 그 ‘가게쟁이’라는 말이 반복적으로 사용되면서 점차 ‘깍쟁이’로 줄어들었고,이로부터 개성깍쟁이가 유래되었다는 설명이다.‘깍쟁이’의 어원이 정말 ‘가게쟁이’인지를 확인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그 북한 안내원이 알고 있는 바대로 그렇게 즐비했던 개성의 가게들이 다시 생겨나서 개성가게쟁이의 옛 명성이 되살아나기를 기대해볼 뿐이다. 어쩌면 개성상인의 피는 아직 살아 있는지도 모른다.남한으로부터 온 방문객들에게 기념품을 파는 점원들이 이미 세련된 태도로 방문객들의 흥정에 응해 주고 있었다.꽤 정성들여 그린 작은 유화그림의 가격을 물어보았더니 50달러를 요구하였다.남한 그림과 비교하면 무척 싼 가격이지만 점원의 태도를 보기 위해 너무 비싸다고 흥정을 걸어 보았다.결국 필자는 30달러에 그 그림을 손에 넣으면서 그 점원은 이미 관료주의적이며 이윤추구에 관심이 없는 사회주의사회의 판매원이 아니라 개성‘깍쟁이’의 피를 지닌 개성상인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북한은 분명 변하고 있다.북한 인사들의 말대로 군사적으로 그토록 중요한 군사분계선 바로 위에 위치한 수백만평의 땅을 내놓았다는 사실 그 자체가 북한의 변화를 의미함은 물론,이 공단의 건설과 운용을 위해 엄청난 물자와 사람들이 이미 군사분계선을 왕래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또한 웅변으로 말해 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온 250명의 준공식 참가자들이 남한버스에 탑승한 채(버스 바깥 면에는 남쪽에서 온 방문객임을 나타내는 큰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개성 시내 한 복판을 누비고 다녔으며,지나다니는 많은 개성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손을 흔들어 주는 모습을 보았다는 것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 아닌가? 사실 북한 당국이 남한의 방문객들을 개성공단만 보고 되돌아가게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그러나 그들은 이제 자신들의 어려운 모습들을 그대로 보여 주면서까지 남북경협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 아닐까? 개성공단 준공식이 있던 바로 그날 통일부 장관이 새로이 임명되었다.통일업무에 대한 전문가가 아닌 정치인으로서 통일정책을 정치화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다행스럽게도 그의 취임 일성에 개성공단과 같은 사업에 힘을 기울이겠다는 언급이 있었다. 서독 주민들이 비교적 일치된 마음으로 통일을 받아들인 것은 서독정부가 정권을 쥔 정당에 관계없이 일관성 있는 동방정책을 추진하였으며,이 정책을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개성공단사업을 무작정 밀어붙이라는 말이 아니다.개성공단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개성공단을 통해 남북이 경제공동체를 만들어 내고 개성상인들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적 지식을 토대로 인내심을 가지고 끊임없는 협상을 통해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이끌어내야 한다.신임 통일부장관이 일관성 있는 통일정책을 자신의 정치적 목적과 연계하지 않고 추진함으로써 개성가게쟁이들이 다시 부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영선 연세대 교수·국제대학원 원장˝
  • [사설] 서울 교통혼란 빨리 해결하라

    서울시가 7월1일부터 새로 시행한 교통체제가 엉망이다.시행 나흘째까지 버스단말기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고 잘 뚫려야 할 버스전용차로는 일부 지역에서 극심한 정체 현상을 빚고 있다.일반 시민들의 편의를 위한 교통체제 개편이 도리어 불편을 주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2000억원이나 들인 제도가 왜 이렇게 엉망이냐고 짜증난 시민들은 질책한다. 버스와 지하철 중심으로 교통체제의 근간을 개편하자는 서울시의 정책 방향은 옳다.중앙버스전용차로의 차량 속도는 전체적으로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그러나 저녁 시간 강남대로를 비롯한 일부 버스전용차로의 정체와 단말기 오작동은 승객들에게 인내를 요구하기에는 한계를 넘었다.이런 혼란의 원인은 무엇보다 준비 부족이다.교통체제를 혁신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그만큼 완벽한 준비가 필요했는데 너무 소홀히 했다.몇달 전부터 부분적인 시험 운영을 해 문제점을 파악했으면 이번과 같은 시스템 오류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중앙버스차로제도 컴퓨터상의 시뮬레이션을 반복했으면 문제점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서울 교통체제 개편은 한번에 끝내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시행하면서 보완하기로 했었다.이명박 시장은 4일 이번 혼란을 조속히 해결하겠다는 후속 대책을 발표했다.서울시는 노출된 문제점을 완벽하고 신속하게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서울을 교통지옥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최선의 방법은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는 것이다.당초 목표대로 버스를 타도 약속시간에 늦지 않도록 편리하고 속시원한 대중교통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 박미경 ‘간호사MV’ 가처분 기각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재판장 김건일 부장판사)는 1일 간호사를 뮤직비디오에 등장시켜 성적인 대상으로 묘사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대한간호협회 등이 가수 박미경씨의 소속사를 상대로 낸 방영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간호사 출연장면은 간호사를 희화화하고 성적인 면을 과장해 표현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표현이 일반인의 인내 한도를 넘어설 정도로 선정적이거나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다.”면서 “인내 한도 내에서의 창작적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한간호협회와 간호사 3명은 박씨의 노래 ‘Hot stuff’의 뮤직비디오에서 박씨가 간호사를 연상시키는 복장으로 출연,10초 동안 상대 남자배우와 선정적인 춤을 춰 간호사를 성 상품화했다며 지난 3월 가처분신청을 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재계 인사이드] 김준기 동부 회장 ‘노조·임금 알레르기’

    충남 당진의 한보철강 직원들은 동부제강에 대한 ‘피해 의식(?)’이 적지 않다고 한다.동종업체인 데다 가까운 지리적 조건 때문에 곧잘 비교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임금.법정관리 기업인 한보철강은 1997년 부도 이후 지난해 처음으로 임금이 9% 정도 올랐다.한보철강 입사 9년차의 연봉은 2800만원 수준이다.노조는 올해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형편이다.‘잘 나가는’ 동부제강의 평균 임금과 비슷해 인상하기 어렵다는 논리를 내놓기 때문이다.동부제강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350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2000억원이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일각에서는 동부제강의 임금을 둘러싸고 경영진의 능력이 ‘탁월’하거나 직원들의 ‘인내심’이 뛰어난 것으로 해석한다.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도 비교가 된다.한보철강은 화물 운송료 15%를 인상한 반면 동부제강은 일전불퇴의 의지로 밀어붙인 결과,13%의 인상안을 관철시켰다.동부제강측은 당시 공장을 세우는 일이 있더라도 화물연대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며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화물연대 소속 화주들도 뜨끔할 정도였다고 한다.그러나 인상된 지 6개월도 안돼 화물 운송료는 10% 가량 내려갔다.특히 동부제강을 담당하는 화물연대 소속 화주들은 동부제강의 철저한 감시 탓에 노조 활동이 ‘두더지 생활’ 만큼이나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동부제강의 조직 문화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독특한 경영스타일에서 비롯된다.김 회장은 1990년대 한국자동차보험(현 동부화재)의 만성분규에 시달린 경험으로 노조에 대해 강경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특히 일정한 선을 넘는 노조에 대해서는 한판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동부그룹 23개 계열사 가운데 노사갈등으로 사회적 이슈를 모은 기업이 거의 없을 정도다.동부제강 노사는 9년째 무분규 임단협을 타결시켰다. 그러나 동부그룹은 지난해 1903억원의 순손실을 냈다.동부건설이 30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03 회계연도 결합재무제표’에 따르면 23개 계열사의 매출액은 7조 8106억원으로 전년보다 10.58%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1662억원으로 36.05% 줄었다.그룹 관계자는 “동부아남반도체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생긴 손실”이라고 설명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프로젝트관리·공인내부감사사 유망

    자격증 홍수시대다.600여종이 넘는 민간자격에 국가자격도 700여종이 넘는다.자격증 ‘옥석가리기’가 더 중요한 시점이다. 1300여종의 자격증이 범람하다 보니 실속 있는 자격증 찾기도 만만치 않다.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하다면 취업전문업체 코리아헤드의 컨설턴트 30명이 꼽은 유망 자격증들을 눈여겨볼 만하다.▲공인정보시스템보안전문가 ▲프로젝트관리전문가 ▲재무위험관리사 ▲공인내부감시사 등이 전문성과 장래성 등에서 유망한 자격증으로 꼽혔다. 코리아헤드의 김지현 대리는 “이들 자격증은 각 분야의 주요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최근 가장 선호하는 자격증들”이라며 “국제적으로 공인돼 쓰임새가 더욱 넓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IT분야에서는 정보시스템감시사가 주목받고 있다.해킹·바이러스 등의 사이버테러가 확산되면서 컴퓨터 보안전문가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공인정보시스템보안전문가(CISSP),공인정보시스템감사사(CISA)가 단연 인기다.CISSP는 도메인 관리경력이 3년 이상돼야 응시할 수 있다.CISA는 시험 합격 후 5개 도메인을 실제 감사 및 보호한 경력이 5년 정도 있어야 자격이 부여된다. 프로젝트 관리 분야에서는 프로젝트관리전문가(PMP) 자격이 최고로 꼽힌다.기업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총괄 관리하는 전문자격으로 국제공인자격증이다.삼성SDS,LGCNC,한국전력공사 등 국내 대기업에서 인센티브를 줄 정도로 인기다. 재무위험관리사(FRM)는 국제재무위험관리전문가협회(GARP)에서 주관하는 국제 공인자격증이다.외환위기 이후 금융위험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리스크 매니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전망이 밝다.응시자격에는 제한이 없으나,최종 자격증을 받으려면 관련 직종에서 최소 2년 이상의 실무경력을 갖춰야 한다. 공인내부감사사(CIA)는 기업의 내부감사인을 육성하기 위한 자격증이다.재무상태는 물론 기업전반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일을 담당한다.금융권 등 기업체에서 상시감사시스템을 확보하면서 주목받고 있다.특히 CIA는 내부감사인에게 국제적으로 인증된 유일한 자격으로 선호도가 높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美 “北 核포기땐 경제제재 해제”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제3차 6자회담에 참석한 미국은 23일 북한이 3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핵 프로그램을 해체하기 시작하면 북한에 중유 및 안전보장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회담후 내외신 브리핑에서 “북한이 핵활동을 중지하고 핵활동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할 경우 북측에 미국을 제외한 주변국들의 중유 제공,경제제재 해제는 물론 잠정적인 안전보장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미국이 북한에 핵무기 포기에 대한 새로운 대가를 협상 조건으로 제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제시한 안은 3개월의 준비 기간이 포함되며 북핵 완전 폐기로 가는 준비단계”라며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회담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제시한 새 협상안 내용 중 북한에 대한 지원은 미국을 제외한 한국과 중국,러시아,일본이 매달 수만t의 중유를 북한에 공급하고 미국은 북한을 침공하거나 김정일 정권 전복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잠정적인” 보장을 하는 것으로 돼 있다. 또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와 장기 에너지 원조 및 북한 핵과학자에 대한 재교육 문제에 관해 직접 협상을 시작하는 것도 들어 있다.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폐기한다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방안도 협상안에 들어 있다.그러나 미국의 협상안에는 향후 구체적인 일정은 명시돼 있지 않았다. 회담에 참석한 미 관계자들은 미국의 새 협상안에 대해 북측의 즉각적인 반응은 없었다고 전했다. 앞서 이와 관련,뉴욕타임스는 이날 미 행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미국이 마련한 협상안은 북한이 지난해 리비아가 한 것처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플루토늄과 우라늄 무기 개발 포기 선언을 할 경우 즉각 국제적인 지원을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타임스는 북한이 리비아가 지난해 했던 것과 같이 핵시설을 봉합,폐쇄하는 “해체 준비단계”에 3개월의 시한이 주어진다고 전했다. 한국은 23일 북한이 폐기를 전제로 한 핵동결을 한국이 제시하는 조건대로 개시할 때 대북 중유 지원에 동참하고,핵동결 개시와 함께 북한에 잠정적인 다자 서면 안전보장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북한측 수석대표인 김계관(金桂冠) 외무성 부상은 개막연설에서 “미국이 ‘CVID’(완전하고 확인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의 핵폐기) 요구를 철회하고 우리의 보상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을 전제로 구체안을 내놓겠다.”고 강조했다. oilman@seoul.co.kr˝
  • [시네마 천국]25일 개봉 ‘나두야 간다’

    25일 개봉하는 ‘나두야 간다’(제작 화이트리엔터테인먼트)는 조폭소재의 코믹드라마다.‘조폭으로 아직도 할 얘기가 있냐?’고 심드렁해할 수도 있겠다.하지만 그런 편견 속에 도매금으로 넘어가고 말기엔 아까운 구석이 많은 영화다. 무엇보다,민망한 욕설을 남발하지 않는다는 사실.덕분에 15세 이상 관람등급을 받았다.으레 두 주인공이 갈등고리를 엮고 그 과정에서 웃음을 짜내는 이야기틀이 아니란 점도 주목해볼 만하다.흥행작 ‘두사부일체’로 조폭코미디에 적응한 정준호와,‘정글쥬스’‘맹부삼천지교’ 등 조폭영화에 잇따라 출연해온 손창민이 ‘투톱’이 됐다. 주인공들의 캐릭터는 처음부터 이해관계가 완전히 다르다.베스트셀러 소설가를 꿈꾸는 삼류작가 이동화(정준호)는 아내(전미선)의 구박에 기를 펴지 못하고 산다.자존심을 접고 자서전 대필이라도 하기로 마음먹었는데,하필이면 그 주인공이 국내 최대 주먹조직의 두목 윤만철(손창민). 판이한 캐릭터의 두 남자는 만나기가 무섭게 서로의 빈 곳을 채워주는 동반자 관계로 급속히 발전해간다. 코미디에 기댄 영화의 기둥정서는 ‘갈등’보다는 ‘우정’쪽이다.인정많은 만철의 특별대우로 조직의 이사로 대접받게 된 동화는 오랜 패배주의를 벗어나 삶의 자신감을 회복해간다.이처럼 주인공 캐릭터의 변화 자체를 감상하는 재미가 독특하다.부하직원들에게는 무뚝뚝하고 사무적이기만 하던 만철은,덤벙대지만 매사에 계산없이 달려드는 동화의 순수함에 새삼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영화 속 갈등은 두 주인공을 비켜나 엉뚱한 곳에서 유발된다.조직을 동원해 동화를 베스트셀러 작가로 띄워주는 등 만철의 지나친 환대에 불만을 품은 조직의 2인자 영달(강성필)이 단조로운 코믹드라마 사이사이에 긴장을 불어넣는다. 그러나 인내심을 갖고 요모조모 뜯어보기 전까지는 참신한 대목을 찾아내기가 어려울 듯하다. 두 남자의 변함없는 우정,부하조직원의 배신이 드라마의 주요반전으로 연결되는 설정 등은 앞서 개봉한 ‘목포는 항구다’와 여러모로 닮은꼴이다.동화와 만철이 인생을 바꿔살기까지의 동기가 좀더 치밀하게 묘사되지 못한 점도 아쉽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시네마 천국]25일 개봉 ‘나두야 간다’

    25일 개봉하는 ‘나두야 간다’(제작 화이트리엔터테인먼트)는 조폭소재의 코믹드라마다.‘조폭으로 아직도 할 얘기가 있냐?’고 심드렁해할 수도 있겠다.하지만 그런 편견 속에 도매금으로 넘어가고 말기엔 아까운 구석이 많은 영화다. 무엇보다,민망한 욕설을 남발하지 않는다는 사실.덕분에 15세 이상 관람등급을 받았다.으레 두 주인공이 갈등고리를 엮고 그 과정에서 웃음을 짜내는 이야기틀이 아니란 점도 주목해볼 만하다.흥행작 ‘두사부일체’로 조폭코미디에 적응한 정준호와,‘정글쥬스’‘맹부삼천지교’ 등 조폭영화에 잇따라 출연해온 손창민이 ‘투톱’이 됐다. 주인공들의 캐릭터는 처음부터 이해관계가 완전히 다르다.베스트셀러 소설가를 꿈꾸는 삼류작가 이동화(정준호)는 아내(전미선)의 구박에 기를 펴지 못하고 산다.자존심을 접고 자서전 대필이라도 하기로 마음먹었는데,하필이면 그 주인공이 국내 최대 주먹조직의 두목 윤만철(손창민). 판이한 캐릭터의 두 남자는 만나기가 무섭게 서로의 빈 곳을 채워주는 동반자 관계로 급속히 발전해간다. 코미디에 기댄 영화의 기둥정서는 ‘갈등’보다는 ‘우정’쪽이다.인정많은 만철의 특별대우로 조직의 이사로 대접받게 된 동화는 오랜 패배주의를 벗어나 삶의 자신감을 회복해간다.이처럼 주인공 캐릭터의 변화 자체를 감상하는 재미가 독특하다.부하직원들에게는 무뚝뚝하고 사무적이기만 하던 만철은,덤벙대지만 매사에 계산없이 달려드는 동화의 순수함에 새삼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영화 속 갈등은 두 주인공을 비켜나 엉뚱한 곳에서 유발된다.조직을 동원해 동화를 베스트셀러 작가로 띄워주는 등 만철의 지나친 환대에 불만을 품은 조직의 2인자 영달(강성필)이 단조로운 코믹드라마 사이사이에 긴장을 불어넣는다. 그러나 인내심을 갖고 요모조모 뜯어보기 전까지는 참신한 대목을 찾아내기가 어려울 듯하다. 두 남자의 변함없는 우정,부하조직원의 배신이 드라마의 주요반전으로 연결되는 설정 등은 앞서 개봉한 ‘목포는 항구다’와 여러모로 닮은꼴이다.동화와 만철이 인생을 바꿔살기까지의 동기가 좀더 치밀하게 묘사되지 못한 점도 아쉽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에듀짱] 레슬링으로 인성교육하는 영서중 김경호 교사

    [에듀짱] 레슬링으로 인성교육하는 영서중 김경호 교사

    코를 찌르는 땀 내음에 정신이 아뜩해졌다.지난 9일 오후 서울 구로3동 영서중 레슬링부 훈련실.정규수업이 모두 끝났지만 하나둘 모여든 학생들로 훈련장은 활기를 띠었다.매트 위에서 몸을 푸는 아이,운동복으로 갈아입는 아이,여기저기 주저앉아 잡담을 나누는 아이.뛰고 쫓고 장난치는 아이,훈련장이 아닌 놀이터였다.담당 교사를 찾았다.“선생님∼ 누가 찾아오셨어요∼.”목을 길게 빼고 소리치는 한 학생의 눈을 따라가자 웃고 소리치는 학생들 사이로 함박웃음을 띤 얼굴 하나가 나타났다.김경호(48) 교사였다. 그는 이곳에서 6년째 체육교사로 근무하고 있다.원래 임기는 4년이지만 특기지도교사로 인정받아 부임기간이 늘었다.그는 서울 남부 지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그도 그럴 것이 ‘용도폐기’ 위기에 놓인 학교 레슬링부를 명문팀으로 키운 것은 물론 지역사회 발전에도 톡톡히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올해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는 금3,은1개를 땄다.지난해에는 금6,은1개를 따내 체육계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유명 인사로 존경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아이들에 대한 남다른 사랑 때문이다.체육계에서는 훌륭한 레슬링 지도자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는 레슬링 한 번 해본 적 없는 평범한 체육교사였다.지금도 그는 학생들의 인성·생활지도를 맡고 훈련은 코치가 책임진다.학생들이 즐겁게 훈련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역할만 한다. 레슬링 감독을 맡게 된 것은 지난 1997년.애물단지로 전락한 레슬링부를 맡아달라는 학교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부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운동을 통해 학생들의 인성지도를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부원 2명에 변변치 못한 성적으로 학교에서조차 포기하던 터였다.주변 학교는 물론 동네 목욕탕,유도체육관 등을 다니며 체격좋고 운동신경이 뛰어난 아이들을 찾아헤맸다. 하지만 정작 학교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체격조건이 좋은 아이들이다 보니 아무래도 주변 학교에서 말썽부리거나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던 탓이다.일부 동료 교사들의 불만에 그는 “학교 수업으로 희망을 찾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진학의 길을 열어주는 것은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며 설득했다. 학생들은 ‘레슬링 꿈나무’였지만 처음에는 김 교사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를 쳤다.오토바이를 훔치고,친구를 때리고,새벽에 연락이 오면 경찰서였다.그는 그때마다 “내가 책임지겠다.”며 피해자들에게 싹싹 빌고 각서까지 써주며 아이들을 데려왔다.그러면서도 아이들에게는 “괜찮다.”며 손을 잡아주었다.파출소에 자주 들락거려 인근에서는 그를 모르는 경찰이 없을 정도다. 김 교사의 정성에 학생들도 서서히 마음을 열었다.학교생활의 어려움을 털어놓고,집안 형편도 상담했다.틈틈이 나누는 대화에 학생들은 힘을 얻어 자발적으로 운동에 매달렸다.선생님이 아니라 형이자 삼촌이었다.성과는 금세 나타났다.97년 첫 해 서울시장기 중·고 레슬링대회에서 금12,은1,동3개를 휩쓸었다.고교 진학은 생각지도 못했던 학생들이 레슬링을 통해 상급학교에 입학했다.자녀를 포기하고 있던 학부모들도 좋아서 어쩔 줄 몰랐다.‘레슬링 꿈나무’들이 훌륭한 선수로 성장하면서 지난 2002년 말에는 서울에서는 유일한 실업팀인 구로구청팀이 창단되기도 했다. 그는 “모든 학생은 가능성이 있고,1%의 가능성만 보여도 믿고 지지해줘야 한다.”면서 “아이들이 빨리 변화하기를 기대하기보다는 인내심을 갖고 대하다 보면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이들에게 엄청난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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