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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라이 라마 내년 한국방문 이뤄질까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한국 방문이 이뤄질 수 있을까. 전남 여수 석천사 주지인 진옥 스님이 달라이 라마의 내년 방한을 추진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최근 인도를 방문해 달라이 라마와 40분 가량 면담한 진옥 스님은 “달라이 라마 성하께 내년 부처님오신날을 전후해 방한해 달라고 요청하자 그는 ‘한국정부가 방한을 허용한다면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라도 방한하겠다. 그동안 못들어간 나라가 한국밖에 없다.’며 간곡한 방한의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진옥 스님은 “불자 국회의원 모임인 정각회 등을 중심으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국회의원들과 접촉하고 있으며, 통도사·해인사 등 삼보종찰의 큰 스님들과도 달라이 라마 방한을 위한 협력을 구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달라이 라마의 방한은 2000년 달라이라마방한준비위원회가 발족하면서 여러 경로를 통해 본격적으로 추진돼 왔지만 한국과 중국간의 정치적 관계 등을 고려해 성사되지 못했다. 특히 김대중 정부 때에는 방한추진위원회가 구성돼 정부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 초청장까지 티베트 망명정부에 전달했으나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달라이라마방한준비위원회 사무국장인 정웅기 참여불교 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 정책실장은 “달라이 라마의 방한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부담이 되고 별다른 실익이 없을지 모르지만 평화와 자비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며 “정부에서도 이제 더이상 달라이 라마 문제를 단순한 대 중국 카드로 사용해선 안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달라이 라마 같은 ‘유명 승려’의 방한에 대해서는 사실 불교계 내부에서도 흔쾌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달라이 라마와 함께 세계 불교계를 이끌고 있는 지도자 중 한 명인 틱 낫한 스님이 올 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받은 ‘홀대’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한편 조계종 총무원장인 법장 스님은 최근 “모 스님이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추진하겠다고 말하기에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밝힌 바 있어 주목된다. 한국 방문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달라이 라마의 심정은 어떨까. 달라이 라마를 해마다 만나온 진옥 스님은 몇 차례나 초청이 무산된 데 대해 달라이 라마에게 사과하자 그는 “국제관계라는 게 다 그런 것 아니냐.(중국)공산당의 압박은 도덕적인 수준을 넘어 맹목적인 것이며 ‘공갈’에 가깝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평화의 화신’ 달라이 라마는 자신의 자서전 ‘유배된 자의 자유’에서도 밝혔듯이 적대관계에 있는 중국마저도 사랑한다.“적은 인내심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가장 큰 스승”이라고 그는 말한다. 많은 불자들은 이번에는 달라이 라마의 방한이 꼭 성사돼 그의 비폭력·평화사상이 한반도에 꽃 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열린세상] 대정부 질문을 폐지한다고?/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

    여당의 원내 대표가 대정부 질문이 인신공격과 야유로 얼룩졌다며 대정부 질문을 폐지할 수도 있다는 뜻을 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가 ‘알려졌다.’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요사이 정치권은 자신들의 말뒤집기를 ‘밥먹듯’ 정도가 아니라 ‘숨쉬듯’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발언의 파문이 커지면 어떠한 방식으로 변명하게 될지 우리 국민들은 너무나 잘 안다. “내 뜻은 그런 게 아닌데, 언론이 잘못 보도했다.” “본래의 뜻을 왜곡 보도한 악의적 언론의 태도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 문제의 발언 이후에는 언제나 관례처럼 듣던 말들이다. 이번 천정배 원내 대표의 발언은 여러 측면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천 대표의 발언은 국회 경시 풍토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리 사회에는 국회 경시 풍조가 만연되어 있다. 이러한 국회경시 풍조가 국회의원의 자질과 품격에서 비롯된 것은 분명하다. 시민단체와 함께 국회의원 특권제한 운동에 참여했던 필자로서는 이러한 부분에 상당히 공감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개개인의 능력과 품위에 관한 문제, 혹은 제도적 특권만 있고, 실제 하는 일은 없다는 문제는 앞으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지, 바로 그러니까 국회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 부분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우리 국민들이 국회의원들이 문제가 있고, 국회가 열려도 싸움만 하고 민생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고 비난하는 것 역시 국회가 좀더 잘하라고 하는 것이지, 국회가 필요없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국회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고, 앞으로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벌써 잊은 사람도 있겠지만, 박정희, 전두환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분명히 국회는 나름의 고민을 했었고, 혹독한 시절을 그런대로 버텨 주었다. 국회란 본래 법을 만드는 곳일 뿐 아니라,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역할도 하는 곳이다. 국회의 이러한 기능과 역할을 생각할 때, 국회의 기능을 오히려 잘 보존하고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지, 그 기능을 축소하는 데 맞춰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두번째 지적하고 싶은 점은 이런 발언이 여당 ‘원내 대표’에게서 나왔다는 점이다. 여당의 원내 대표의 역할은 국회가 제 역할을 다하도록 야당과 타협하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발언은 오히려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하도록 기능을 축소하자는 것인데, 이런 발언에 앞서 자신이 과연 어느 정도의 인내를 가지고 역할 수행을 하려 했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원내 대표도 국회의 기능이 막강할 때, 당내의 입지를 확보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점 역시 반문하고 싶다. 국회뿐 아니라, 우리 정치인들의 입에서는 무차별적으로 헌법기관을 무시하는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 사회의 모든 권위를 부정하면 과연 정치인들이 할 일은 무엇일까? 결국 그들은 자신들이 파놓은 함정에 스스로 빠지는 꼴이 될 것이라는 것에 대해 과연 어느 정도 깊이 생각해 보았는지 묻고 싶다. 자신들의 뜻과 생각에 배치되는 결정을 내렸다고 해서, 혹은 자신들을 비난하는 데만 몰두했다고 해서 그 기구 자체를 ‘초헌법적’으로 비난하거나, 아니면 아예 ‘폐지’하겠다는 발상을 하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는 ‘비판’과 ‘다름’이 용인되는 다원주의 사회이지, 한쪽으로 쏠린 ‘일원적 사회’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점은 국민들을 더 이상 비참하게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아무리 국회의원이 국민의 손으로 선출됐다고는 하지만, 국민들의 동의 없이 국회의 중요한 기능 혹은 절차를 일방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과거 군사 독재 정권시절 맨손으로 거리에 나와 항거하던 ‘우리 모두’의 역사를 너무 쉽게 보는 것에서 비롯되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말하건대, 국회는 이른바 ‘선출된 권력’인 ‘당신’들의 것이 아니라,‘우리 국민’의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
  • 환율급락 韓銀 입장

    환율급락 韓銀 입장

    재정경제부와 함께 외환시장을 총괄하는 한 축인 한국은행은 15일 원·달러 환율의 급락에 대해 “환율하락의 속도와 폭이 예상보다 큰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시장이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근거로 최근들어 시장에서 환율이 급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거래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주식시장과 비슷해 싸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매입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내다파는 시장의 원리가 활발하게 작동했다는 것이다. 지난주에는 평상시 일일 환거래 규모(40억달러 가량)보다 많은 45억∼50억달러를 넘었고, 환율이 급락한 이날은 38억 3000만달러어치가 거래돼 관망세를 유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적인 흐름이 괜찮다고 보는 것이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이같은 상황은 시장이 접점이 되는 뭔가를 찾고 있으며, 찾을 수 있다는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다.”며 “외환당국은 이같은 시장의 힘을 믿고 지극한 인내심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 급락의 우려에 대해서는 “환율이 급락할 때는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지 않으냐.”며 시장의 힘을 억지로 제어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적정 환율에 대해서는 “시장참가자들이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누가 얘기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고, 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율하락이 수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2∼3개월 전만 하더라도 그런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며 “환율하락이 부정적인 효과 외에 긍정적인 효과도 있기 때문에 단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적정환율 수준과 방향에 대해서 얘기할 수 없지만, 그런 대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부시 “팔 독립국 임기내 건설”

    미국의 중동지역 ‘새판 짜기’가 본격화할 움직임이다. 내년 1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선거와 이라크 총선을 예정대로 치러, 불안정한 중동정세를 안정시키고 초강대국의 위상을 통한 ‘원격 조정’을 유지해 나가기 위한 것이다. 물론 ‘부시 2기 중동구상’의 촉매제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사망이다. 미군의 이라크 팔루자 전 지역의 점령 완료도 여기에 포함된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양국 정상회담을 갖고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건설에 합의하는 등 중동문제에 대한 공동보조를 거듭 확인했다. 두 정상은 새로 구성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성격의 핵심은 ‘자유로운 선거와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결국 부시 2기 정부의 새 중동구상은 민주적 자유선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셈이다. 부시 대통령은 또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이 임기내 실현되는 것을 보고 싶고,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특히 테러리즘과 싸울 결의가 있고, 민주주의 개혁을 추진할 결의가 있는 팔레스타인 지도자들과 함께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조건을 제시, 친미적 인사의 수반직 승계를 원했다. 미국과 영국 언론들은 부시 대통령과 블레어 총리가 이번 회담에서 중동평화와 관련한 ‘밀약’을 체결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중동 평화과정의 복원을 위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는 미 고위관리의 발언은 새 중동구상과 관련해 주목된다. 이 관리는 “우리는 적절한 시기에 대해 당사국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고, 나빌 샤스 팔레스타인 외무장관도 “파월 장관이 곧 팔레스타인에 올 것으로 알고 있으며, 평화과정과 관련된 현안을 논의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이를 뒷받침했다. 또 다른 미 국무부 관리는 “오는 22·23일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 휴양지에서 열릴 ‘이라크 지원회의’ 때 따로 자리를 마련해 미국과 유럽연합(EU)·유엔·러시아 등이 ‘중동평화 4자회담’을 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도 13일 백악관이 중동 평화과정을 감시할 특사를 지명해야 한다는 영국의 제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특사의 활동범위와 관련, 부시 행정부가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처럼 평화협상을 강제하는 권한을 줄지, 아니면 단지 충돌을 가라앉히는 정도의 소극적 역할만 부여할지를 놓고 선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국은 조기 개입은 자제할 것 같다. 너무 경솔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경우 팔레스타인 지도부내 온건파들이 마치 미국의 후보들인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새 중동구상의 단기적 코드는 ‘인내’라는 것이다. 아울러 이라크에 대해서는 저항세력을 힘으로 밀어붙이는 군사적 강압정책을 더 강화할 전망이다. 이석우기자 swlee@seoul.co.kr
  • 국회정상화 ‘해법’ 찾았나

    국회정상화 ‘해법’ 찾았나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던 국회 파행에 8일 변화 징후가 나타났다. 김원기 국회의장이 이해찬 국무총리의 ‘사과’를 공개적으로 추진하고 나섰고, 이 총리 파면을 요구하던 한나라당이 “한번 지켜보겠다.”고 화답한 것이다. 국회를 등진 한나라당이 유화적으로 돌아선 형국이고, 파행정국의 쟁점도 ‘이 총리 파면’에서 ‘이 총리 사과’로 수위를 낮춘 셈이다. ●김 의장, 이총리에 ‘유감 표명’ 촉구 ‘지둘러 선생’. 정치권에서 통용되는 김원기 국회의장의 별명이다.‘지둘러’는 기다린다는 뜻의 호남 사투리로, 지난 10대 국회 이후 6선 의원을 거치면서 끈기와 인내력을 바탕으로 각 정파간 ‘타협’을 이끌어 낸 그의 정치역정을 빗댄 애칭이다. 그런 그가 국회 파행을 더 이상은 못참겠던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오전 자신의 ‘호출’을 받은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가 국회 본청 2층 의장 집무실에 도착하자 김 의장은 곧바로 비서를 시켜 문부터 걸어 잠그게 했다. 그리고 11시45분부터 12시40분까지 55분간 3자간 밀담이 진행됐다. 회담 머리에 김덕룡 원내대표가 “해법이 있느냐.”고 뼈 있는 농(弄)을 던지자 김 의장은 “아, 해법이 있지….”라고 응수, 이날 중재에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55분간의 회담은 김 의장이 기대했던 만큼 속 시원한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 총리 파면을 요구하던 한나라당으로부터 “이 총리 사과를 지켜보겠다.”는 답변을 얻어내는 성과도 거뒀다. 김 의장은 두 원내대표가 물러난 뒤 곧바로 이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적절한 선의 유감 표명’을 촉구했다고 한다. 통화에서 이 총리가 어떤 답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오후 이 총리가 참모진들과 집무실에서 긴급대책회의를 가진 만큼 일단 김 의장의 요청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는 해석들이 나왔다. ●與,“좀 더 기다린다!” 김 의장이 중재에 나서면서 이날부터 단독으로 각 상임위 활동에 나서려 했던 열린우리당은 일단 발걸음을 멈췄다. 박영선 원내부대표는 브리핑을 통해 “김 의장이 직접 중재에 나선 만큼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당분간 국회를 단독진행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법안’ 처리를 정기국회에서 강행하지 않을 뜻임을 내비쳤다. 심지어 “앞으로 4대 법안이라는 말을 쓰지 않겠다.”고 했다. 주요법안으로 꼽은 50개 법안의 하나로 평가절하함으로써 야당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野,“우리도 기다린다!” 3자 회동이 끝난 뒤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오후 박근혜 대표와 회동,30분간 향후 대응방안을 숙의한 끝에 일단 이 총리의 유감 표명 여부를 지켜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 지도부는 그러나 이 총리의 유감 표명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향후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여옥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오늘 회담은 아무 것도 합의된 게 없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언급, 국회 정상화와 관련한 섣부른 낙관론에 제동을 걸었다. 진경호 박록삼 박지연기자 jade@seoul.co.kr
  • “가정 폭력 예방하자” ‘평화의 공동체’ 발간

    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는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따른 문제점과 대처 및 지원방안을 종합적으로 제시한 안내집 ‘생명의 가정 평화의 공동체’를 발간했다. 이 안내집은 지난 5월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여성소위와 가정사목위원회가 공동으로 발표한 가정의 날 담화에 이어 일반인과 사목자들이 가정폭력에 대해 올바로 알고 예방할 수 있도록 교육·홍보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평신도사도직위원회는 안내집에서 “가정폭력은 집안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범죄”로 규정하고 ▲이야기를 잘 들어줄 것 ▲판단하지 말고 그저 들어주고 믿어줄 것 ▲섣불리 화해를 권하지 말 것 ▲무조건적인 순종과 인내를 요구하지 말 것 등 학대받는 이들에 대한 상담 지침을 알기쉽게 해설하고 있다.(02)460-7632.
  • “유감표명 가능” 힘뺀 與

    열린우리당은 정기국회 파행 엿새째인 2일 공전 장기화에 따른 비난 여론을 의식, 이해찬 총리의 유감표시 가능성을 한나라당에 타진하는 등 물밑 대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했다. 한편으론 단독 등원으로 한나라당을 압박하는가 하면, 야3당과의 공조 강화 의지를 밝히는 등 양면 전술을 이어갔다. 열린우리당은 ‘단독 등원’ 이틀째인 이날도 오전, 오후로 나눠 두 차례 본회의장에 들어가 한나라당의 등원을 촉구하는 등 압박했다. 아울러 파행사태의 원인 제공자인 이해찬 총리가 유감을 표명토록 하는 방안 등 수습책을 제시했다. 이는 전날 이 총리가 국회 파행으로 인한 ‘총리책임론’ 등 여론이 악화돼 혼자서 이 문제를 끝까지 책임지고 가기 어렵다고 판단,‘사과’와 관련해 당측에 해결 방안을 일임하면서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이 총리의 이같은 심경 변화를 전달받은 열린우리당 이종걸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저녁 한나라당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이 총리의 ‘유감 표명’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지난달 31일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가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를 만나 ‘여야 협의를 통한 4대 개혁입법 처리’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유화 제스처를 내보인 것이다. 이틀 전 기자 간담회를 자청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맹비난했던 이부영 의장은 “어제 이후부터 한나라당이 절제하는 모습들이 눈에 보여 대단히 다행”이라고 말했다. 천 원내대표는 “유연한 자세로 대화하고 타협할 용의가 있다.”며 ‘야당 존중’ 입장을 거듭 밝혔다.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이같은 입장 정리에 따라 이날 열린우리당에선 “3일 정상화되지 않겠느냐.”면서 “대정부 질의자들은 이제 준비해야 한다.”는 등의 기류가 나돌기 시작했다. 이종걸 원내수석부대표는 원내 부대표회의에 앞서 “내일이면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밝혔다. 재야파이면서 ‘사과 불가’ 등 강경 노선을 견지해 온 이인영 의원도 이날은 별다른 이견을 내지 않고 “한나라당이 국회 정상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겠다.”며 당론에 따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팔레스타인 폭풍전야?

    신병 치료를 위해 파리의 병원에 입원한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지난달 31일 측근에게 전화를 해 자신의 건재를 과시했다. 아흐마드 쿠레이 총리와 마흐무드 압바스 전 총리 등 팔레스타인 지도부는 이날 국가안보위원회를 소집, 아라파트에 대한 충성을 다짐했지만 내부적으론 아라파트 이후를 놓고 이미 이스라엘측과 접촉을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책임있는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아라파트가 완전히 사라지기를 바라는 속내를 비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4명이 숨졌다. 범인은 16세의 팔레스타인 소년으로 알려졌다. ●측근에게 전화해 건재 과시 아라파트는 31일 입원 후 처음으로 가벼운 식사를 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코란을 읽거나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 건강을 과시했다. 또 살람 파야드 재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5분간 통화했다. 파야드는 “(아라파트는)자신이 처한 주변 상황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파야드뿐 아니라 팔레스타인의 모든 관계자들이 아라파트의 건강이 호전되고 있다고 전하면서 아라파트의 공백으로 생길지 모를 혼란을 차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또 아라파트는 1일 텔아비브 자살폭탄테러와 관련, 국적과 지역을 불문하고 민간인 공격을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나빌 아부 루데이나 대변인이 전했다. ●겉으론 평온, 속으론 후계자 암중모색 이날 압바스 전 총리와 쿠레이 총리 공동 주재로 열린 국가안보위원회에서 두 사람은 아라파트의 자리를 비워 두었다. 아라파트가 여전히 국가원수이며 그가 잠시 자리를 비웠음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의 국가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내분이나 권력투쟁에 대한 걱정은 기우임을 보이려 한 것이다. 그러나 아라파트에 대한 검진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이미 아라파트의 보좌관들과 이스라엘 간에 전면 중단된 양측간 대화를 재개하고 미국 주도로 마련된 중동평화 로드맵을 되살리기 위한 접촉이 시작됐다.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팔레스타인 내부에서도 아라파트 이후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는 압바스 전 총리와 쿠레이 현 총리측의 팔레스타인내 젊은 세대에 대한 접촉 움직임이 물밑에서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아라파트 죽으면 격돌 예고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아라파트가 치료를 마치면 귀국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은 지켜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에 책임있는 새 지도부가 들어서 대화가 재개되기를 바란다는 희망도 털어놓았다. 샤론 총리는 그러면서 자신이 총리로 있는 한 아라파트가 예루살렘에 묻히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아라파트는 자신의 사후 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에 묻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고 팔레스타인인들도 당연히 그렇게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라파트가 죽는다면 그의 장례 문제를 놓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간 대충돌이 우려된다. 유세진기자 yujin@seoul.co.kr
  • 한나라, 李총리 파면요구…정국대치 심화

    한나라, 李총리 파면요구…정국대치 심화

    이해찬 국무총리까지 가세한 여야 정치권의 ‘막말 정쟁’으로 정국 대치가 심화되면서 ‘정치권 전체의 직무유기’라는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무엇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민생경제 회복을 강조했지만, 정작 행동으로 나타난 것은 지루한 정쟁의 연속이라는 지적이다. 29일 예정된 국회 통일·외교·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은 한나라당의 의사일정 거부로 열리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이 총리 파면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요구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특히 이 총리 발언에 대한 노 대통령의 가시적 조치가 없는 한 대정부질문뿐 아니라 다음달 4일부터 시작될 상임위 활동까지도 전면 거부하기로 해 대치정국이 장기화할 가능성마저 우려된다. 다만 여야 내부에서 국회 파행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데다 열린우리당의 ‘4대 입법안’ 처리를 앞두고 여야 모두 무작정 국회를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여야간 직·간접 절충이 이뤄질 이번 주말과 휴일이 파행 정국의 1차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국회 대정부질문이 이틀째 공전한 가운데 여야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와 의원총회 등을 잇따라 소집, 이 총리의 한나라당 폄하발언과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이념 공세를 맞비난하는 공방을 이어갔다. 한나라당은 확대원내대책회의와 의원총회를 열어 “이 총리가 야당을 모독하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훼손했다.”며 노 대통령에게 이 총리 파면을 요구했다. 임태희 대변인은 “이 총리는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했고, 자유민주주의에 반하는 위헌적 언론관을 보였으며, 정략적 목적으로 야당을 공격해 정국 파탄을 초래했다.”면서 “한나라당은 이 총리 문제가 결론날 때까지 일체의 국회 의사일정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와 함께 이 총리의 ‘차떼기당 발언’에 대해 선거법 9조(공무원 중립의무)와 60조(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를 위반했다며 중앙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임종석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국 불안의 근본 원인은 한나라당의 무분별한 색깔공세에 있다.”고 맞비난하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특히 이 총리는 열린우리당 의원들과의 오찬 모임에서 “한나라당이 먼저 정부에 대한 근거없는 좌파공세를 사과해야 한다.”고 강경 기조를 유지했다고 참석자가 전했다.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그러나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은 반미·친북정권이라는 음해를 중단하고, 총리도 한나라당에 유감을 표하는 선에서 당장 국회를 정상화시켜야 한다.”며 여야 대화를 통한 정국 정상화를 촉구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도 “한나라당이 정권의 정통성을 부인하며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는 발언들을 하고 있지만 국회를 버릴 수는 없다.”며 한나라당과의 대화에 나설 뜻을 밝혔다. 이같은 정국 대치에 대해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단 수석부대표는 논평에서 “민생·개혁법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거대정당들의 이같은 추태는 국민에 대한 직무유기”라며 이 총리의 사과와 한나라당의 국회 복귀를 촉구했다. 네티즌 ‘존경’도 서울신문 홈페이지 댓글을 통해 “여야 의원들은 말로만 ‘존경하는 의원님’이라 부르지 말고, 진정 국민들을 받드는 자세로 존경받을 행동을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사설] 여권 내부자성론 귀담아들어야

    열린우리당 김부겸 의원이 어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여권의 개혁추진과 정국운영에 대한 자성론을 제기했다. 신학용·양승조 의원도 질문원고를 통해 자성론에 가세했다. 노무현 대통령 등 여권 지도부는 이들의 쓴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여권이 추진하는 대부분 개혁들은 과거부터 필요성이 인정되어 왔다. 그럼에도 온갖 장애에 걸려 혼란스러운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여권 지도부가 성숙한 대처를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김 의원은 현실정치가 난맥상을 보이는 이유를 ‘이념의 과잉과 정책의 과소’로 진단했다. 노 대통령이 정치 사안은 국회에 맡기고, 이념에 초연한 모습을 보일 때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맞는 지적이다.4대 개혁입법을 비롯해 현안만 생기면 이념 대결로 몰고가려는 야당측에 우선 문제가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개입하면 대치국면에 기름을 붓는 결과가 나타나는 것을 여러차례 보아왔다. 일부 여당 의원들의 지적처럼 대통령이 진두지휘하면서 혁명하는 식의 개혁은 의욕만 앞설 뿐 성취물은 적다.‘따뜻한 개혁’이 동참자 숫자를 늘리는 데 효과적이다. 그를 위해 정치지도자의 언행이 신중해야 한다. 김 의원은 “아무리 방향이 옳다 하더라도 대통령의 메시지는 온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과 반대 세력이 설령 억지를 부리더라도 인내하면서 설득 노력을 벌여야 하는 게 노 대통령과 다수 집권여당에 요구되는 숙명이다. 정국운영에서 총리와 여당 대표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해찬 총리는 대정부질문 답변 과정에서 한나라당을 ‘차떼기 정당’이라고 비난했고, 야당이 반발해 의사일정이 파행을 빚었다. 사실을 지적했다 하더라도, 현 시점에서 이렇듯 야당을 자극해서 여권이 얻을 게 없다. 속이 시원해진다면 정국은 얼마든지 냉각되어도 좋다는 것인가. 여야 지도자 모두 발언에 앞서 한번더 뒤를 돌아보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영수회담이든, 지도자 원탁회의든 여야가 모여 논의하고 절충하는 모습을 보여달라.
  • [사설] ‘아름다운 철도원’이 보여준 희망

    ‘아름다운 철도원’ 김행균씨가 마라톤 대회에 나가 5㎞를 완주하는 놀라운 일을 해냈다. 두 다리 모두 의족을 한 성치 않은 몸으로 정상인과 다름없이 의연하게 뛰는 모습에서 우리는 큰 감동을 느꼈다. 지난해 7월 철길에 떨어진 어린이를 구하려다 다리를 다쳤을 때 국민들은 얼마나 안타까워했던가. 오뚝이처럼 일어서 마라톤 완주에 성공한 그에게 국민들은 또 한번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보통 사람도 힘든 장거리 달리기를,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기어코 해낸 그는 불가능한 일은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우쳐 준다.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실의에 빠진 국민들은 그의 꿋꿋한 자세에서 용기를 얻는다. 오늘도 많은 실업자나 신용불량자, 빈곤을 겪고 있는 어려운 이웃들이 좌절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을 것이다. 침체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가 가까운 시간 안에 회복되리라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힘들다고 느낄 때 김행균씨의 불굴의 의지를 배우자. 그의 해맑은 미소를 보자. 우리는 너무 쉽게 좌절한다. 지금보다 더한 어려움이 닥쳤을 때도 인내와 투지로 이겨냈던 우리들 아닌가. 극복해야 한다. 아무리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비관은 금물이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희망을 갖고 현실을 헤쳐 나가야 한다. 김씨가 우리들에게 보여준 것은 바로 그런 것들이다. 김씨는 가족들의 성원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아내 배해순씨는 김씨 곁에서 조언을 하고 보조를 맞춰 주며 함께 달렸다. 김씨가 보여준 것 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것은 희망이다. 희망이 없다면 세상은 더 이상 살 가치가 없을 것이다.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겠다는 김씨의 각오 속에도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 초선의원들 첫 국감 소회

    “저녁 9시,10시까지 국정감사장에 머물려면 대단한 인내와 체력이 필요하다.…하루 15분씩의 질의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식사 시간에는 당을 초월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며칠전 버스 속에서는 마이크 잡은 모 의원이 ‘애실 누나, 말 좀 빨리하세요.’라고 말해 순간 폭소가 터졌다.” -한나라당 김애실 의원의 국감 일기 중에서- 17대 국회의 첫 국감이 지난 23일 막을 내렸다. 금배지를 달고 처음 국감을 치른 187명 초선 의원들은 우선 “시험 끝났다.”며 기쁜 표정이다.2∼3일 달콤한 휴가를 즐기면서 ‘국감 증후군’을 털어버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막상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무대 위에서 내려오는 게 영 섭섭하다고 했다. 열심히 했는데도 ‘구태’라는 화살이 돌아오면 울컥 언짢아지기도 했단다. 문화관광위 소속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정치부 기자로 10년 가까이 지켜본 국감을 직접 치러보니 소회가 남달랐다고 전했다. 민 의원은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헌신적으로 일하는 동료 의원을 보면서 (정치입문 전)밖에서 평가하던 것과는 많은 차이를 느꼈다.”면서 “그런데 전반적으로 국감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지 않았고, 특히 언론 평가는 너무 인색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처음 다짐한 대로 투쟁·폭로·정쟁의 구태는 버리고, 희망·대안·미래로 가득찬 정책국감을 끝까지 고집한 것은 큰 위안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카드대란을 비롯한 굵직굵직한 이슈로 ‘바람 잘 날’ 없던 정무위 국감을 마치고 “정책 질의를 하다가도 정쟁과 관련된 말이 조금이라도 나오면 몇 달 밤을 세우며 준비한 것은 모두 정쟁으로 비화되고 말았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보좌진들과 밤늦게까지 토론하며 준비했는데 공(功)보다 과(過)가 많다니 조금 서운하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주제네바 대사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 등을 지낸 열린우리당 정의용 의원은 ‘친정’인 통외통위 국감을 마치고 나니 벌써부터 다음 국감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그는 “아직 정치인이라는 새로운 역할에 익숙지 못해 비판적인 시각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면서 “건설적인 비판으로 피감기관인 외교부의 역량을 키워주고 대안도 제시했어야 했다.”고 아쉬워 했다. 열린우리당 정청래 의원의 수행비서 도기천씨가 쓴 ‘보좌후기’는 정쟁에 휘말려버린 국감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다음은 한 대목.“오늘(23일)은 국감 마지막 날. 대통령비서실 국감을 보좌했습니다. 국감을 위해 정 의원과 보좌진들은 여러 날 머리를 맞댔습니다. 그동안 주고받은 자료만 해도 책 몇권 분량은 될 겁니다. 바쁜 와중에 준비했는데, 정작 행정수도 이전 위헌논란에 휩쓸려 아무 것도 못했습니다. 참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이렇게 첫 국감을 끝낸 의원회관은 대부분 짧은 휴가에 들어갔다. 앞으로 남은 내년도 예산안 심의와 상임위 활동을 위해 체력을 비축해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4일 국회에서 마주친 보좌관 A씨는 “난 이제 시작이야. 의원 눈초리가 심상찮으니 다른 방 찾아야지.”라고 나지막한 한숨을 내뱉었다.‘첫 국감의 추억’이 막을 내린 ‘여의도 극장’에는 곧 ‘일자리를 찾아서’가 개봉될 모양이다. 박지연 김준석기자 anne02@seoul.co.kr
  • 2년만에 ‘오네긴’으로 고국찾은 발레리나 강수진

    2년만에 ‘오네긴’으로 고국찾은 발레리나 강수진

    “고국 무대는 언제나 설레요. 다른 어느 나라에서 할 때보다 더 좋은 공연을 보여 드리고 싶은 욕심이 앞서기도 하고요. 이번엔 가장 사랑하는 작품 ‘오네긴’으로 인사를 드리게 돼 더 기쁩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서 수석무용수로 활동 중인 발레리나 강수진(37)이 2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25·2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오네긴’의 주역 타티아나로 고국 팬들을 만난다. 빠듯한 일정 탓에 공연을 하루 앞둔 24일 오전에서야 기자들을 만난 그는 “순진함과 강인함이 공존하는 타티아나는 내 성격과 비슷한 점이 많다.”며 애착을 드러냈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대표작 중 하나인 ‘오네긴’은 안무가 존 크랑코가 푸슈킨의 동명 시극을 바탕으로 1965년 초연한 작품. 강수진은 95년 발레단 시즌 개막작으로 타티아나를 처음 연기한 이래 지난 10년간 타티아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무용가라는 극찬을 받고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카멜리아의 여인’ 등 비극성이 강한 드라마틱 발레에서 두각을 드러내온 그지만 의외로 ‘말괄량이 길들이기’ 같은 코믹한 역할에도 매력을 느낀단다. 그는 “97년 레이드 앤더슨 예술감독이 주인공 ‘카탈리나’를 맡겼을 때 못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해 보니까 나도 몰랐던 코믹한 모습들이 나오더라.”면서 “다음 한국 공연 때는 또다른 면모를 보여 주고 싶다.”고 했다. 나이에서 오는 부담은 없을까. 그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무용수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다.“아직도 무대에서 펄쩍펄쩍 뛰어다닌다.”는 그는 “발레리나로서 이해력이나 유연성은 오히려 좋아졌다. 육체적으로 한계가 오는 시기가 되면 후회없이 은퇴하고 싶다. 그때까지는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강수진’하면 일그러진 발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그는 “남편이 장난삼아 찍은 사진인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못생겨졌다. 갈수록 기형이 돼간다.”며 활짝 웃었다.2년 전 동료 무용수이자 매니저인 툰치 쇼크만과 결혼한 그는 집안 일 잘 도와주고, 요리 잘하는 남편 덕에 아주 행복하다고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과 같은 발레리나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테크닉보다는 인내심과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그는 “은퇴 이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밝혔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뒷골목 맛세상] 인천 차이나타운

    [뒷골목 맛세상] 인천 차이나타운

    작가 오정희의 빼어난 단편 ‘중국인 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둡고 절망적이며 게다가 퇴폐적이다. 주정뱅이, 양공주, 아편중독자 등이 우글거리는 1950년대 전쟁 직후의 ‘중국인 거리’에서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주인공 소녀는 앞날에 대한 한 가닥의 희망도 없이 초조(初潮)를 경험한다. 기실 작가에게 있어서 ‘중국인 거리’란 갓 자의식에 눈뜨는 자신의 내면풍경에 다름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일찍이 구한말 이래 ‘청관’이란 이름으로 인천의 북성동과 선린동 일대에 자리잡고 살아온 화교들의 참혹한 생활사가 단색 판화처럼 실사적 풍경으로 드러나 있기도 하다. ‘…저녁 무렵이 되면 바구니를 팔에 건 중국인들이 몰려들었다. 뒤통수에 쇠똥처럼 바짝 말아붙인 머리를 조금씩 흔들며 엄청나게 두꺼운 귓불에 은고리를 달고 전족한 발을 뒤뚱거리며 여자들은 여러 갈래로 난 길을 통해 마치 땅거미처럼 스름스름 중국인 거리를 향했다. 남자들은 가게 앞에 내놓은 의자에 앉아 말없이 오랫동안 대통 담배를 피우다가 올 때처럼 사라졌다. 그들은 대개 늙은이들이었다. …늙은 중국인들은 우리들에게 가끔씩 미소를 지었다. 통틀어 중국인 거리라고 불리는 동네에, 바로 그들과 인접해 살고 있으면서도 그들 중국인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아이들뿐이었다. 어른들은 무관심하게 그러나 경멸하는 어조로 ‘뙈놈들’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들과 전혀 접촉이 없었음에도, 언덕 위의 이층집,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은 한없는 상상과 호기심의 효모(酵母)였다. 그들은 우리에게 밀수업자, 아편쟁이, 누더기 바늘땀마다 금을 넣은 쿠리, 그리고 말발굽을 울리며 언 땅을 휘몰아치는 마적단, 원수의 생간(肝)을 내어 형님도 한 점, 아우도 한 점 씹어먹는 오랑캐, 사람 고기로 만두를 빚는 백정, 뒤를 보면 바지도 올리기 전 꼿꼿이 언 채 서 있다는 북만주 벌판의 똥덩어리였다. 굳게 닫힌 문의 안쪽에 있는 것은, 십년을 사귀어도 좀체 내뵈지 않는다는 깊은 흉중에 든 것은 금인가, 아편인가, 의심인가.‘ 비단 작가 오정희의 작품 속에서만이 아니라도, 화교라는 이름으로 100년이 넘게 살아온 중국인들에게 우리나라는 척박한 황무지를 넘어 차라리 유형지에 흡사할 터였다. 애오라지 끈질긴 인내심 하나만으로 세계 곳곳에 ‘차이나타운’을 건설하여 어디에서나 나름대로 전통과 문화를 간직한 채 꼿꼿한 자긍심을 지켜온 화교들로서도 유일하게 발을 붙이지 못하고 쇠락의 길을 걸어야 한 곳이 바로 우리나라라고 하지 않던가. 그런 쇠락의 원인은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역시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화교들에 대한 각종 제도적인 제한과 거의 악랄하기까지 한 경제적, 사회적 차별정책 때문이었으리라. 그렇듯 어둡고 참담하고 부정적이며 어디를 둘러보아도 단 한 점의 희망도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쇠락의 대명사 ‘중국인 거리’가 오늘은 관광특구 차이나타운이란 이름으로 화려하게 거듭 태어나고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 이르러 IMF 극복을 위한 외국자본 유인책의 하나로 외국인들에게 부동산 취득을 가능하게 하면서 화교들에 대한 각종 제한과 차별정책 또한 사라진 것이 빌미가 되어, 일찍이 이 땅을 떠나 타이완, 동남아시아, 미국 등으로 나갔던 2,3 세대의 화교들이 되돌아오고 덩달아 화교 자본도 함께 들어온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초순 열린 ‘제3회 인천중국의 날 문화축제’때 둘러본 차이나타운은 옛날 가난에 찌든 어두운 모습은 거의 흔적조차 사라진 채 관광특구답게 보다 산뜻하고 이국적인 향취가 풍겨나는 화려한 거리였다. 중국풍의 백화점을 위시한 새로운 건물들이 곳곳에 들어서는가 하면,20여곳이 넘는 중화요리 식당과 중국잡화점, 중국식품점, 무역회사 등이 한창 번성하고 있었다. 이중에서도 새로 들어선 중화요리 식당들은 저마다 우리가 인천의 차이나타운이라면 습관적으로 떠올리는 자장면의 본고장이라는 식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젊은 세대들의 입맛에 초점을 맞추어 거의 퓨전에 가까운 새로운 메뉴들을 개발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자장면 하나에도 태림봉의 유슬자장면, 자금성의 향토자장면, 태화원의 채식자장면, 북경장의 시금치를 갈아 면을 뽑은 녹색자장면, 본토의 고구마자장면 등, 각 식당의 특성에 따라 전혀 새로운 자장면들이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었다. 태림봉(032-763-1688)은 일반 자장면을 약간 고급화하여 유슬자장면(5000원)이라는 특색 있는 자장면을 내었는데, 원래 유슬이란 돼지고기나 쇠고기를 가늘게 채 썰어서 볶는다는 뜻으로, 거기에 죽순, 표고버섯, 양파, 팽이버섯, 호박, 당근 등의 야채도 함께 채를 썰어서 자장소스를 만들어 보다 격조 높은 자장면을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태림봉에서 맛본 요리 중 으뜸은 튀김초면(8000원)이라는 약간 생경한 이름이었다. 원래 팔진초면으로 더 알려져 있는데, 초면이란 일본의 라면처럼 면발을 기름에 튀겨 꼬불꼬불해진 것을 일컫는다. 팔진초면은 이름처럼 8가지 진기한 재료가 들어간다고 해 붙여진 것이다. 초면에 새우, 조개, 키조개, 오징어, 해삼, 소라 등의 해물과 죽순, 피망, 총각버섯, 샐러리, 청경채 등의 야채를 그릇 가득히 담아 내오는데,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드는 맛이 아연 일품이다. 만일 중화요리에 대하여 일가견을 가진 마니아가 있다면, 한 걸음 더 나아가 태림봉의 기아해삼이란 비싼 요리를 권하겠다. 해삼의 내장을 빼내고 그 속에 새우며 키조개, 전복 등을 다져넣어서 통째로 찌고 튀기고 다시 볶아낸 다음에 한 입 크기로 먹기 좋게 잘라낸 이 기아해삼은 원래 쇼양해삼으로 불리는 요리이다. 그런데 옛날 기아자동차 회장이 이 요리에 심취한 나머지 거의 날마다 찾다 보니 중화요리 주방장들 사이에서 마침내 제 이름보다는 기아해삼으로 더 유명해져 버린 것이었다. 기아해삼의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드는 맛은 거의 황홀하여 비단 기아자동차 회장이 아니라도 깊게 빠질 수밖에 없는데, 한 접시에 6만원이나 되는 가격이 아깝지 않게 여겨질 정도였다. 향토자장면(4000원)으로 유명한 자금성(032-761-1688)은 태화원(032-766-7688)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이 곳에선 채식요리들을 권하고 싶다. 태화원의 채식요리는 중국요리로는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다. 돼지고기나 닭고기, 쇠고기 같은 일체의 육류는 물론 생선마저도 사용하지 않고 대신에 콩, 표고버섯, 두부, 찹쌀, 감자 등으로 육류며 생선 맛을 내고 있다. 이를테면 콩으로 햄을 만들고 두부로 고기 맛을 내며 한천으로 해파리를 만들고 동고버섯 줄기로 생선을 만들어 내는 식이다. 이렇게 만들어내는 채식요리는 해파리냉채, 라조생선, 라조육, 탕수육, 팔보채, 샥스핀 등으로 물경 50여 가지에 이른다. 공화춘(032-766-0571)에서는 코스요리를 주문할 것을 권하고 싶다.1만 5000원짜리 코스요리에는 3품냉채, 유산슬, 팔보채, 탕수육, 새우칠리소스가 나오고 식사로는 자장면이 따른다.2만원짜리 코스요리에는 삼선샥스핀과 라조생선, 부추잡채가 추가되는데,1만 5000원짜리 코스로도 쉽게 포만감에 이른다. 차이나타운의 중화요리집은 이밖에도 부엔부, 청관, 대창반점, 본토, 신승반점, 주경루, 성림장, 황금성, 향만성, 풍미 등 많다. 만일 이국적인 향취에 취해 거리의 이곳저곳을 느긋하게 구경하는 것이 아니고, 다만 한 끼를 때우기 위해서라면 하고많은 식당 중에서 구태여 어느 한 곳을 찾아 기웃거릴 필요가 있을까. 식당 주인들뿐만 아니라 주방장 같은 요리사들을 위시해 종업원 대부분이 화교출신이며 저마다 요리 전문가이다. ●자장면 나이는 121세 자장면이 처음 태어난 것은 1883년 인천이 개항되면서 청국지계가 설정되고 주로 산둥지방의 중국인들이 대거 몰려와 자연스럽게 청요리집들이 생겨나면서 부터였다. 이때 처음으로 청요리를 접한 서민들이 신기한 맛과 싼 가격에 놀랐고, 청요리가 인기를 끌자 누군가가 부두 노동자들을 상대로 싸고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생각하게 되었는데, 산둥지방에서 즐겨먹던 춘장에 생각이 돌아, 마침내 춘장으로 자장소스를 만들어 국수를 비벼먹는 자장면이 탄생한 것이었다. 자장면이라는 이름을 정식으로 메뉴로 내걸고 장사를 하기 시작한 것은 1905년에 문을 연 공화춘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공화춘은 지금은 당시 화려했던 옛건물의 자취만 남아 있지만 이미 일제 때부터 크게 이름을 날린 고급 요릿집이었다. 물론 지금 차이나타운에 있는 공화춘과는 무관하다. ●“아무거나 고르세요” 차이나타운의 식당 중에 문득 현관에 ‘자장면 없습니다.’라는 쪽지를 붙인 원보(032-773-7888)가 있다. 아니, 자장면을 팔지 않는다니!그러고도 장사가 되나? 약간은 어이없는 기분으로 슬쩍 식당 안을 들여다보면 웬걸 빈 자리가 없게 손님들이 바글거린다. 주로 중국식 만두를 전문으로 하는데 왕만두, 물만두, 찜만두, 군만두가 각각 3000원이고, 생선물만두와 별미만두국이 4000원이다. 어느 만두도 다 맛이 있지만, 별미만두국이야말로 이름 그대로 별미다. 별미만두국은 조개, 굴, 새우, 동죽살 같은 해물에다가 호박과 당근, 양파, 죽순, 송이버섯 등의 야채를 채 썰어 넣어 만두 위에 고명처럼 가득히 얹어준다. 자칫 그릇 밖으로 넘쳐날 것처럼 푸짐하지만 시원하면서도 고소한 국물 맛이 입안에 오래 머문다. 다 먹고나면 정말로 값이 4000원인가 싶게 그 양이며 맛이 뛰어나다. 원보에는 이밖에도 삼선해물탕(5000원), 오향장육이며 오향족발, 해파리냉채, 산동소계라는 닭고기요리가 저마다 1만원인데, 어느 요리든 눈 감고 주문해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원보의 유천해 사장은 굳이 자장면을 먹으려면 북경장(032-766-4455)의 자장면을 먹으라고 권했다. 그이의 주장인즉 차이나타운의 자장면이야 맛이 도토리 키재기로 거기에서 거기인데 북경장 자장면이 2000원으로 값이 가장 싸다는 것이었다.
  • [열린세상] 습관의 힘/이정옥 대구 카톨릭대 사회학 교수

    “거금 150만원을 들여 100시간 교육을 받고 집에 오자마자 집안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남편의 잔소리에 내가 이런 것이나 하려고 태어난 사람인 줄 아느냐고 즉각 대들었지 뭐예요.” 며칠 전 우연히 만난 동료 교수가 들려준 일화다. 비폭력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상대방의 의도와 감정에 맞추는 대화를 하라는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고 난 후 첫 반응은 습관으로의 원상복귀였다는 것이다. ‘습관’의 힘에 대해서는 일찍이 프랑스 사회학자 부르디외가 간파한 바가 있다. 그는 합리적인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 원인을 찾아내려는 부단한 노력 끝에 습관의 끈질긴 힘을 발견했다. 그런가 하면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주목한 학자도 있었다. 보다 합리적인 사회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은 항상 이런 습관의 힘과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덜미를 잡혀왔다. 그간 우리 사회의 민주화 주요 목표는 제도 개선이었다. 여성단체들이 1990년대에 거둔 여성관련 개혁 입법의 성과는 실로 눈부시다. 성폭력특별법, 남녀고용평등법, 영유아보호법, 가정폭력방지법 등이 숨가쁘게 제정됐다. 이러한 법은 우리 사회의 관행이나 의식, 상식에 비춰 너무 늦게 제정된 탓에 큰 반대 없이 쉽게 동의를 얻을 수 있었다. 가사와 양육을 전담하고 있는 여성을 보호하고 양성평등을 지향한다는 취지를 누가 반대할 수 있었겠는가.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여성단체의 입법 제안 내용은 차원을 달리하고 있다. 성매매방지법, 호주제 폐지제안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익과 명분이 대립되는 사안인 것이다. 성매매방지법이 호주제 폐지안보다 먼저 통과된 것은, 성매매라는 관행 자체를 드러내 놓고 옹호하기에는 명분이 약했기 때문이다. 명분에서는 앞섰지만 관행의 변화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인지 법이 시행되자마자 언론은 성매매가 더욱 음성화될 것이라며 난리다. 법을 통해 관행이 바뀔 것이라고 보는 낙관론은 찾아보기 어렵다. 성매매방지법 문제만이 아니다. 개혁입법안에 대해서도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 있다.90년대에는 ‘지연된 제도적 민주화’를 현실에 맞추는 시차 극복의 차원이었기 때문에 ‘동의’의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다. 이에 반해 2002년 이후에는 이익집단의 대립이 첨예한 사안에 대해 공론을 통한 동의를 만들어가야 하는 실질적 민주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동의’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문화의 전반적인 수준이 높아지지 않으면 쳇바퀴를 돌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를 꽃 피우려면 민주시민 교육이라는 바탕이 필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즉, 생활세계의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보를 공유하고 공론을 통해 지혜를 모을 뿐 아니라 개개인의 뿌리깊은 습관까지 바꾸려는 지속적인 노력을 부차적으로 기울여야만 하는 것이다. 민주화과정은 어린 아기를 키우는 것과 같다. 우는 아기는 끊임없이 달래고 먹을 것을 주지 않으면 제대로 자랄 수 없다. 그래서 아이를 잘 키우려면 부모의 인내와 정성, 지혜가 필요하다. 이 간단한 사실을 제대로 인식한다면 지금의 혼란을 성장을 위한 진통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성매매방지법 통과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문화 수준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성은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나누기 위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성매매방지법은 처벌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위해 성매매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단계로 나가기 위한 장정의 첫걸음을 뗀 것으로 볼 수 있다. 90년대 초반에 만난 폴란드의 한 여성학자는 낙태반대 법안을 일부러 통과시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성의 몸에 대한 자율적 결정권 인식이 먼저 생기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먼저 법으로 규제하고 나중에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든, 의식을 바꾸고 나서 법제화하든, 보다 중요한 것은 습관의 끈질긴 힘을 인정하는 것이다. 습관의 힘을 인정하게 되면 우리 모두 변화에 대해 보다 겸손하고 인내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정옥 대구 카톨릭대 사회학 교수
  • 김영남 “北 핵관련 대화 계속할 것”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사흘 동안의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北京)을 공식 방문하고 있는 김영남 북한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18일 핵 문제와 관련, 북한은 대화를 더 나눌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방문 첫날인 이날 우방궈(吳邦國)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상황은 여전히 복잡하지만 북한측은 대화를 통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방법을 찾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우 위원장이 “6자회담 과정이 현재 여러 문제점을 갖고 있으나 참가국 모두 성실과 인내, 유연성을 보여준다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협상 지속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고 말한 데 대한 답변으로 나온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거부했으나 관영 중국일보는 “6자회담을 재정비하려는 노력이 이번 회의의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중국의 실리콘 밸리라고 불리는 중관춘(中關春)을 방문,283개 첨단기술 회사의 창업을 지원한 중관춘 국제창업보육사를 시찰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방문 이틀째인 19일 베이징 근교 모범 농촌마을인 팡산(房山)구 한춘허(韓村河)를 방문한 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총리를 만날 예정이다. oilman@
  • [길섶에서] 항해(航海)/손성진 논설위원

    바둑과 항해는 곧잘 인생에 비유된다. 포석으로 기초를 다지고 중반 싸움을 거쳐 끝내기로 마무리해 승리를 얻는게 바둑이다. 그래서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린다. 때론 실착도 둔다. 하지만 마음을 가다듬으면 역전의 기회는 바둑이 끝나기 직전까지도 반드시 나타난다. 인생에서 필요한 요소들은 바둑 속에도 담겨 있다. 깊은 수읽기로 앞을 내다보는 혜안, 참고 때를 기다리는 인내심 같은 것이다. 서점에 갔다가 호기심에 골라 읽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전기집 ‘마젤란’은 풍파를 극복해 나가는 삶을 떠올리게 한다.12일 모자라는 3년 동안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대장정의 항해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마젤란의 철저한 준비와 위기 대응력이었다. 톱밥과 섞은 비스킷, 물에 불린 가죽으로 연명하면서도 그는 선원들을 독려하며 육지를 기다렸다. 마젤란은 마침내 도착한 필리핀에서 원주민들에게 어이없는 죽음을 당하고 배를 탔던 265명 중 단 18명이 귀환했다. 명예와 부귀는 시신도 없는 그의 차지가 되지 못했지만 이름은 길이 남아 후세 항해가들의 등불이 되었다. 지구는 둥글다는 사실을 체험으로 증명한 위대한 탐험가로서. 손성진 논설위원 sonsj@seoul.co.kr
  • [차이나 리포트 2004] (40) 중국의 한반도 정책

    [차이나 리포트 2004] (40) 중국의 한반도 정책

    한반도는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중국의 대외정책에서 줄곧 우선적 고려 대상이 돼왔다. 중국은 한반도와 국경을 공유하고 있으며, 국경은 중국의 민감한 동북지방과 접해 있다.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이 북진하자 열세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개입한 것도 한반도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보여준 실례다. 중국은 현재 ‘현대화’에 여념이 없으며 이를 위해 ‘평화적’ 환경을 갈구하고 있다. 한반도에서의 군사충돌 재발은 중국에 현대화사업의 중단을 의미하며 심각한 재앙으로 닥칠 것이다. 중국은 전쟁 개입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엄청난 정치·경제적, 군사적 그리고 외교적 대가를 의미한다. 따라서 중국의 당면 한반도 정책은 안정 유지와 역할 확대라는 비교적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다. 한반도는 남북한이 중무장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한반도의 안정을 중시함으로써 중국은 북한의 신뢰를 상실할 위험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을 묵인해 왔다. 중국은 북한과의 ‘상호원조조약’이 방어적 성격에 불과하며 북한의 도발 상황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해 왔다. 사실상 중국은 북한에 의한 도발 그리고 중국의 연루 가능성 방지에 진력해 왔다. 또 군사력을 통한 대북 영향력 행사도 불필요한 상황이다. 개혁·개방정책이 진행되면서 중국은 한반도 정책에 정세인식, 국가이익, 장기목표, 대내관심, 남북관계 등 다양한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반영함으로써 대북 ‘일변도’에서 현저한 남북 ‘등거리’ 경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1992년 중국은 마침내 한국과의 국교 정상화를 결정했다. 당시 한국은 이미 중국의 주요 교역 및 투자 상대국으로 부상한 상태였다. 국가간 경제적 상호 보완성 및 의존성의 확대를 포함한 밀접한 경제적 관계가 자연스럽게 불가분의 정치적 및 전략적 관계를 수반한 것이다. 한국은 경제발전 및 북방정책의 성과를 바탕으로 남북관계 및 통일 문제에서 주도권을 확보한 가운데, 국제적 위상 및 역할 확대에 따른 지역의 안정 및 발전 과정에서 상응한 역할이 기대됨으로써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서 중요한 요소로 부상했다. 한편 북한에 의해 재발될 수 있는 군사충돌 방지를 위해 중국은 계속 전략적 자원, 개입 및 권위에 의존한 다양한 수단의 구사를 시도했다. 여기엔 북한에 대한 개혁·개방 유도, 핵무장 야심 포기 압력, 경제적 지원 유지, 미국의 군사적 제재 가능성 경고, 남북회담 주선 및 촉구 그리고 남북한 관계의 ‘교묘한’ 조정 등이 포함된다. 한반도 정세는 매우 미묘하다. 동북아의 국제정치적 속성 및 한반도의 전략적 위상 변화로 말미암아, 한반도가 다시 열강의 상호작용 무대 위에 오르게 됨으로써, 중국은 보다 광범한 전략적 이해와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 영향력 강화를 위하여 ‘지렛대’의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현실적으로 보다 철저한 ‘등거리’ 접근을 시도했다. 중국은 계속 교묘한 외교를 통한 대남북한 관계에서의 ‘균형 유지’ 달성에 나선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 정세 동향이 지역의 안전 및 중국의 정책에 미칠 영향이 불확실하고 불안정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한쪽의 붕괴를 가정하는 ‘베트남식’ 혹은 ‘독일식’ 통합은 지역의 혼란 및 외세의 개입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중국은 한반도 통일의 달성보다 평화 과정에 더욱 관심이 있다. 최소한 당분간 혹은 통일 이전 모든 관련 국가들의 ‘정상적’ 및 ‘의존적’ 상호관계를 강조한다. 남북대화는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 안정에 긴요하다. 최근 남북대화의 진전으로 중국은 보다 많은 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중국은 남북대화 유지 및 촉진을 위한 여건 조성에 더욱 진력해야 할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지역의 안정적 여건 형성을 위하여 경제적 및 정치적 시스템의 수립이 필요하다고 실감하고 있다. 남북한을 포함하는 다자체제는 남북대화 촉진 및 지역이해 조정에 효과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북한의 경제 및 정치적 급변은 중국의 대내목표 및 대외전략에 매우 불리하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의 합리적인 변화 모색을 적극 기대한다. 중국은 북한의 ‘연착륙’ 보장을 위하여 북한의 개혁·개방 유도 및 대외관계 촉진에 진력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고도성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주변국들과 선린우호 및 협력관계를 확대하고 있다. 일찍이 중국은 자국의 위험과 희생을 무릅쓰고 아시아의 금융위기 완화에 적극 기여했다. 중국은 이미 미국을 비롯한 열강들과 ‘21세기를 지향한 건설적인 전략적 동반관계’ 구축에 합의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중국의 지역적 및 세계적 위상 강화를 의미한다. 사실상 중국은 이미 다극세계의 한 극으로서 역내 안정 및 발전 그리고 새로운 질서 구축 과정에 결정적 요소로 부상했다. 중국은 당면 이해관계를 고려함으로써 한반도 문제와 관련, 계속 ‘건설적’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이 안정 유지 및 역할 확대란 광범한 전략적 이익이 반영된 보다 ‘실용주의적’ 접근으로 전개되면서 한·중 관계는 계속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제 양국은 모두 도약을 위한 역사적 전환기에 직면함으로써 보다 미래 지향적 상호관계를 모색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 한·중 관계는 다극화 추세 아래에서의 ‘지정학적 인연’,‘공동의 이익’ 및 ‘상호의존성’ 등 천혜의 조건들을 구비하고 있다. 한·중 두 나라는 모두 상호관계의 이익 증대, 다극세계에서의 위상 제고에 기여하기 위해 보다 광범한 ‘전략적 협력’ 일정들을 내다보고 있다. 이영길 베이징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yglee@kida.re.kr ■ 기고-中, 북핵해결 ‘윈 - 윈게임’ 유도 베이징 6자회담의 소생이 가능할까.9월 예정이던 4번째 회담의 무산 이후 한반도 비핵화 유지를 위한 6자회담은 여전히 표류 중이다. 한국의 핵개발 의혹 등을 이유로 들어 회담을 거부한 북한은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회담이 미국 대통령선거 이전엔 열리지 못할 것이 분명한 만큼 회담은 6개월 이상 장기간 중지되는 셈이다. 때문에 성과도 없이 질질 끌고 있는 이 회담이 필요없다는 ‘무용론’도 세차게 고개를 들고 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풀 것인가. 현재 시급한 일은 북한의 핵개발이란 사안을 다자대화란 하나의 형식과 틀 속에 붙들어 매놓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제사회가 돌발적인 사건이 터지지 않도록 유도하고 보장하면서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 조정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얽힌 실타래를 풀어나가듯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중국 입장은 명확하다. 북한 핵개발 계획의 포기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며 북한의 유일한 출로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제 해결 과정에서 미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의 ‘정당한 국가이익’과 안전 보장 요구를 만족시켜줘야 한다. 북한을 고립시키지 말고 국제사회로 끌어내 점진적으로 국제적인 규칙에 적응하도록 해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 재래식무기 등 군사력에 의존해 국가안전을 지키려는 경직된 자세에서 국제적인 공존과 협력 속에서 국가안전을 확보해 나갈 수 있음을 깨닫게 설득하고 유도해야 한다. 그런 환경은 주변국가와 국제사회가 조성해 주어야 한다. 이것들이 가능하기 위해선 미국과 북한, 국제사회가 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제로섬 게임’이 아닌 모두 승리자가 되는 ‘윈-윈 게임’이 되도록 해야 한다. 미국도, 북한도 기존의 냉전적 사고로는 ‘윈-윈 게임’은 불가능하다. 미국에선 북한이 제2의 리비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리비아와는 다르다. 지정학적으로나, 국가 상황으로나, 국가적 하드 파워나, 소프트 파워의 측면에서 모두 그렇다. 북한 핵문제는 동북아 및 주변국가들의 안전과 국가이익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냉전의 산물인 만큼 냉전체제의 해체란 점에서 국제사회가 참여해야 한다. 더군다나 중국의 국가이익과 안전을 흔들어댈 수 있는 파괴력마저 지니고 있다. 중국이 어찌 팔짱 끼고 앉아서 바라볼 수만 있겠는가. 우리는 적극적인 중재를 해왔고 다자가 참여하는 안전체제를 만들기 위해 힘을 써왔다. 중국의 위치와 힘에 걸맞은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했고 국제적인 책임과 지역에서의 책임을 외면하지 않았다. 중국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미국과 북한 사이의 갈등과 모순을 모두 중국이 해결할 수 없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모든 원조를 끊고 압력을 강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과 미국은 북한 핵문제와 관련, 전략적인 합치점이 있고 어느 수준의 협력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두 나라의 전략목표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미국은 북한의 정권교체를 목표로 하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고 그럴 수도 없다. 중국은 현대화 실현 등 많은 사안에서 미국의 협조를 필요로 한다. 그렇다고 이를 위해 미국의 압력에 굴복, 미국의 대북 정책 실현을 위한 도구가 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미국 편에 서서 북한을 압박하고 미국이 설계한 ‘덫’에 빠져들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은 충분한 준비를 해왔다. 더이상 새로운 짐을 지거나 더 피동적인 지위를 받아들이지도 않을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태도는 향후 북한 핵 문제 처리에 주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류진즈 베이징대 교수
  • [기고] 미리 가 본 미국의 기업도시/송부용 경남지사 경제특보

    건교부가 ‘민간복합도시개발특별법’ 초안을 발표하자 재계는 물론 지자체와 국민도 상당한 기대감과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얼어붙은 투자심리를 해소하기에는 그 내용이 미진해서일 게다. 얼마 전 건교부와 전경련이 마련한 기업도시 조사단의 일원으로 찾은 미국의 몇몇 도시는 ‘법률’ 초안에 나타난 ‘산업교역형’‘지식기반형’‘관광기반형’ 그리고 ‘혁신거점형’과 유사한 형태였다. ‘산업교역형’으로는 노스캐롤라이나주의 SAS 연구소가 대표적이다.SAS라는 통계패키지를 연구·생산·판매하며 기업 컨설팅도 담당하는 곳이다.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 중 약 90% 이상이 SAS 패키지를 사용한다.본사에 약 4000명,세계 각국에 1만여명이 고용된 거대기업이다.800여만평의 숲에 연구·생산·업무시설,헬스클리닉 및 스포츠센터,유치원과 중·고교 등을 갖추었다.시설은 SAS사가 운영하고,SAS 직원과 그 가족인 이용자의 사용료는 매우 저렴하다. 창업자 굿나이트 박사의 아성과도 같은 이 회사는 연간 수익이 14억달러에 달하지만 주식시장에 상장하지 않은,‘우리식’으로는 독점 중의 독점기업이다.주주의 기업정보 공개 요구에 의한 정보유출,이로 인한 기업의 경쟁력 감소 때문이란다.그런데도 정부 간섭이나 노조가 없다.직원의 95% 정도는 인근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출신이다. ‘지식기반형’으로는 SAS사 인근에 위치한 RTP(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를 들 수 있다.RTP는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학,그리고 듀크 대학이 20∼30분 거리에 있는 삼각지대 중심에 위치한다.RTP 설립은 1959년 담배·섬유 등에 의존하던 노스캐롤라이나주의 경제적 빈곤(미국 50개주 중 47위,현재 10위권)이 발판이 됐다.주민들이 돈을 모아 4800만평의 토지를 매입한 뒤 IBM·연방환경연구소 등이 입주했다. 현재 8000만평 부지에 영국·독일·캐나다·스위스·일본 등지에서 온 114개의 기업연구소에 4만명의 연구인력이 일한다.RTP에는 세 대학이 공동으로 만든 2400명의 연구인력을 갖춘 연구소(RTI)가 있다.이 연구소에서는 IT·BT 및 유비쿼터스나 텔레매틱스는 물론 소위 IBT라는 바이오센싱(Bio-sensing)에 관한 프로젝트를 연구한다. ‘관광기반형’으로는 파라마운트 영화사에서 만든 버지니아주의 ‘파라마운트 킹스 도미니언(PKD)’을 들 수 있다.영상·만화·놀이기구 등을 합친 거대한 테마파크다.1974년 240만평의 부지를 구입해 이중 14만평에 공원을,14만평에 주차장을 건설했다.PKD는 학생 등 유입인구를 감안해 주말과 방학 등 연간 140일을 가동하며 종사자는 5000명이다.공원내 방범이나 건물의 보안을 지자체에서 무료로 담당한다.지자체가 PKD 건설 초기에 도로 등 인프라를 건설해 주긴 했지만,PKD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에 대한 보답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혁신거점형’은 텍사스주 수도인 오스틴을 들 수 있다.오스틴은 텍사스대학이 위치한 곳으로,모토롤라·IBM 및 삼성 등 세계적인 기업이 자리잡았다.1983년 시에서 MCC라는 거대 IT 회사를,88년에는 세마텍이라는 반도체 회사를 유치하면서 혁신을 거듭하게 된다.텍사스대학 연구소에서 배출된 기업이 전체 기업의 50%에 육박한다.펜타곤과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추진된 프로젝트의 기술을 이곳에 이전하는 등 산학관련 협력이 매우 뛰어난 곳이다.최근 2년 동안 오스틴시 소재 기업에서 2만 5000명의 해고자가 발생했지만,노사분규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네 유형에서의 공통된 특징은 기업 자율권 보장,노동의 유연성,지자체의 끊임없는 지원 및 투자유치 열정,지역민의 지대한 관심과 협력,역내 대학의 역할,그리고 시간과 인내 등이다.우리나라가 투자 열기를 다시 일으키고 지역 혁신과 발달을 촉진시켜,세계 속에 다시 설 수 있는 ‘기업도시 육성법안’이 완성되기를 기대한다. 송부용 경남지사 경제특보
  • ‘탈북자의 본적지’ 하나원 이강락 소장

    ‘탈북자의 본적지’ 하나원 이강락 소장

    “특별히 신경 쓰지 않고 남한 사람들에게 하듯 강의한다면 1년을 가르쳐도 탈북자들이 국내 운전면허 학과시험에 합격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통일부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의 이강락 소장이 탈북자들의 남한 생활 적응이 얼마나 어려운지 설명하느라 든 예이다.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이른바 ‘하나원’으로 불리는 지원사무소는 남한에 온 모든 탈북자들이 호적을 취득하고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을 때 본적으로 기재되는 곳이다.‘가급(級)보안시설’로,철저하게 외부와 차단된 지원사무소를 12일 방문해 이 소장과 인터뷰를 했다.이 소장은 “외래어 등으로 인해 남한 사람들의 말이 마치 필름이 끊기듯 중간중간 백지상태로 들리고,이 결과 전체적인 문맥을 이해하기조차 어렵다고 탈북자들은 불평한다.”면서 좀더 따뜻한 마음과 인내심을 갖고 탈북자들의 국내 정착을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탈북자들이 남한 사회를 처음으로 배우는 정부 공식 교육기관인 하나원은 남과 북의 통합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문제가 노정되고,이에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해 보는 통일의 실험장이 되고 있습니다.” 이 소장은 특히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들이 남한 주민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고,남한 사회에 굳건히 뿌리를 내린다면 향후 통일과정에서 남과 북의 매개자로서 의미있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단순하게 생활해왔기 때문인지 탈북자들은 도리어 사고의 여백이 크고,창의력을 발휘할 여지가 많다는 평을 듣는다.”면서 적절한 정착 및 취업 교육 등을 하면 탈북자도 남한 사회에 기여하는 유용한 재원이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미국의 북한인권법 의회 통과와 관련,“탈북자 인권을 보호한다는 데 누가 반대하겠는가.”라면서도 “다만 제한된 소수의 인권을 신장하느라 전체의 인권이 악화하는 일은 없는지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나아가 “탈북자 인권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하지만,일부 북한 주민의 탈북을 유도하고 남한행을 돕는 것보다는 전체 주민의 열악한 생활수준이 개선되도록 하는 게 더 근원적인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식량을 구하러,또는 돈을 벌러 국경을 넘는 숱한 북한 주민이 제3국에서 불법체류자라는 약점 때문에 지금 이 시각에도 극심한 인권 침해를 겪고 있다고 합니다.제3국에서 머무는 다수 북한 주민의 기본적인 인권을 보호하는 일이 어쩌면 현시기 관련국이나 국제기구들이 1차적으로 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일 것입니다.” 이 소장은 또 “탈북자가 남한으로 오는 과정에서 민간 중개인 등의 도움을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이 과정에서 과도한 중개료 지불이 문제가 되고 있으나 중개인 개입을 막는다면 탈북자의 입국 통로가 아예 끊길 수 있어 적절한 대안을 찾고자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김인철 통일·안보전문기자 ic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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