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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남성] 재혼도 당당하고 화려하게

    [여성&남성] 재혼도 당당하고 화려하게

    결혼정보회사에 20대 이혼 여성이 찾아오면 커플 매니저들이 무척 당황하던 시절이 있었다. 젊은 이혼녀에게 소개해 줄 만한 배필이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초혼 남성은 물론이고 이혼남들조차 20대 이혼녀라면 무슨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지금은 옛날 얘기가 됐다.TV 드라마에 나오는 초혼남-재혼녀 커플은 더 이상 특별한 소재가 아니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에는 이런 커플이 두 쌍이나 등장했다. 실제로 주변에서도 이런 사례를 간혹 만날 수 있다. (1) 결혼 4건중 1건은 한쪽이 이혼 경험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통계로 본 여성의 삶’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혼인 형태는 ‘초혼녀-초혼남’ 75.5%에 이어 ‘재혼녀-재혼남’이 14.4%를 차지했다.‘재혼녀-초혼남’은 6.2%,‘초혼녀-재혼남’은 3.9%였다. 전체 결혼 4건 중 1건이 어느 한 쪽이라도 이혼을 경험했던 커플인 셈이다.2000년과 비교하면 ‘총각-처녀’ 커플은 6.5% 줄어든 반면 ‘재혼녀-초혼남’과 ‘재혼녀-재혼남’은 각각 1.3%,4.8% 증가했다.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재혼전문 커플 매니저 김미랑씨는 “20∼30대 재혼이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역으로 그만큼 젊은 층의 이혼이 늘고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결혼과 이혼에 대한 사회와 개인의 인식이 변하고, 저출산으로 자녀들의 이혼 억제 효과가 줄어든 것 등이 이유로 꼽힌다. 특히 김씨는 “재혼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왜 이혼을 했는지 물으면 상당수가 ‘배우자의 외도’라고 답한다.”면서 “최근 들어 외도로 인한 이혼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박모(34·여)씨는 “직장 여성들이 늘어난 것도 부부관계를 위태롭게 하는 요인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박씨는 “10여년 전 입사 때만 해도 여성들은 거의 합격을 못했지만 최근에는 절반에 가까운 신입사원이 여자”라면서 “직장 동료가 남녀 관계로 자연스럽게 발전해 이른바 ‘불륜’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여럿 봤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주된 이혼 사유가 됐던 배우자의 경제적 무능력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생계 때문에 쉽게 이혼하지 못했던 여성들도 경제적으로 자신감을 얻자 태도가 달라졌다. 부모들도 이혼을 무조건 뜯어 말리기보다는 자식의 선택을 존중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결혼을 가볍게 여겨 사소한 이유로 부부의 인연을 끊는 사례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중매로 만난 지 3개월 만에 결혼한 신유진(30·여)씨는 신혼여행지에서 이혼을 결정했다. 의대를 나온 남편에게 병원과 집을 사줘 가며 결혼에는 골인했지만 남편의 옛 애인이 여행지까지 따라왔다. 홍미정(27)씨는 남편의 게임중독을 끝내 참아내지 못했다. 결혼생활 1년 동안 남편은 잠자리도 마다하고 PC방에서 밤을 지새기 일쑤였다. 정장훈(34)씨는 사소한 일까지 일일이 참견하는 장모를 견디지 못하고 29세 아내와 6개월 만에 헤어졌다. (2) “조건에 성격까지 통하길 …” 전문가들은 2030세대의 이혼 풍조에 대해 “조건만 따져 결혼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상대방을 잘 모르고 인내력도 크게 부족한 커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과거 조건만 맞으면 평생 함께 살았지만 이젠 성격까지 맞아 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조건을 중심으로 한 짧은 상호 탐색기간을 거쳐 결혼하다 보니 성격의 각만 세우다 쉽게 이혼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혼정보업체 선우의 오윤경 노원센터장은 “일단 갈라서기로 마음먹으면 아이가 들어서기 전인 결혼 1∼2년 내에 이혼한다.”면서 “40∼50대와 달리 부부관계에 대한 불만으로 헤어지는 커플도 있다.”고 전했다. 연애 커플도 섣부른 이혼을 하기는 별반 다르지 않다. 고교 시절 만난 동갑내기 아내와 24세에 결혼한 오준식(28)씨는 3년 만에 결혼생활을 접었다. 오씨는 “아내를 사랑했지만 성격차를 극복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20,30대 이혼 남녀는 통상 3개월∼1년 정도 별거과정을 거친 뒤 호적을 정리, 재혼 절차를 다시 밟는다. 오 센터장은 “아예 결혼을 포기한 사람을 빼면 초혼자보다 재혼자가 빨리 결혼에 대해 결정을 내리며 만난 지 3개월 만에 다시 혼인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3) 재혼도 호텔 예식장 잡아 화려하게 선우 전산애 강남센터장은 “20대 이혼 남성은 배우자의 외모,30대는 외모와 성격을 살피며 20대 여성은 상대방의 외모와 능력,30대 여성은 능력을 가장 많이 고려한다.”고 말했다.20대는 초혼과 비슷하게 ‘느낌’을 중시하며 30대는 아무래도 경제력을 따진다. 그래도 일반적인 배우자 선택 공식인 ‘남자는 배우자의 외모, 여자는 능력’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다만 이전 배우자와 비슷한 성격도 마다하지 않는 40∼50대와 달리 20∼30대는 이전 배우자와 반대 성향의 사람을 선호한다. 재혼자의 자녀 유무도 주요 조건으로 붙는다. 이혼 여성에게 아들은 호적과 재산 문제로 여전히 재혼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전 센터장은 “재혼도 이제 호텔을 예식장으로 잡아 화려하게 치르는 등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보여 준다.”면서 “이미 결혼생활을 경험한 터라 여성 쪽도 지나치게 자신을 보호하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살림을 합치는 동거 형태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유종 나길회기자 bell@seoul.co.kr
  • 광주전남 대학들 구조조정 난항

    광주·전남지역 대학들의 구조조정 작업이 교육인적자원부의 애매한 유권해석과 해당 대학 구성원간의 견해차 등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22일 조선대에 따르면 동일 법인내 의대 간호학과와 간호전문대를 통합키로 하고 지난 6월 교육부에 승인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선대는 이에 따라 곧바로 행정심판을 제기했으나 교육부와 마찰을 피하기 위해 이를 취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학 관계자는 통합 무산 원인에 대해 “교육부가 ‘임시이사 체제인 대학은 통폐합 권한이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라며 “관선이사체제도 정이사체제와 법적 책임이 동일한데도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선대는 통폐합 계획을 전면 취소하고,2006학년도 신입생모집을 정상적으로 실시키로 했다. 전남대와 여수대의 통합도 양 대학 구성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 위기를 맞고 있다. 여수대는 당초 합의와 달리 중복학과 허용 등을 요구하고 있고, 이에 대해 전남대 교수평의회가 성명을 통해 통합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난 13일 예정됐던 교육부의 두 대학간 통합여부 발표는 연기된 상태며 대학 안팎에서는 ‘통합무산론’마저 대두되고 있다. 전남대 총학생회도 통합의 정당성을 묻는 전체 학생 투표를 실시하는 등 캠퍼스 전체가 통합과 관련한 논의로 술렁이고 있다. 전남대 관계자는 “조만간 통합에 대한 최종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라며 “대학 구조조정이 난항을 겪는 이유는 해당 구성원간 이기주의가 가장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자녀와의 대화 ‘이해’와 ‘훈계’ 80대20 지켜라

    자녀와의 대화 ‘이해’와 ‘훈계’ 80대20 지켜라

    “엄마 아빠랑은 말이 안 통해!”아이들이 툭 하고 내뱉는 말에 부모는 쉽게 분노하고 상처받곤 한다. 하지만 부모들은 자녀를 과연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자녀와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시도한 적은 얼마나 될까.TV와 인터넷 발달로 점점 대화가 단절되기 쉬운 환경이 되고 있지만, 부모와의 대화는 자녀를 건강하게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자녀와 효과적으로 대화하는 법’을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자녀와의 대화는 사회생활의 다른 대화와는 다르다. 관계가 태생적으로 수평적이지 않다는 점과 아이의 인생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 때문이다. 인생의 ‘멘토(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담자, 스승)’로서의 부모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모든 것의 시작이 ‘대화’라고 한다. 자녀와의 대화는 왜 중요하며,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까. ●부모가 가진 편견을 깨라 아이의 능력과 인격은 대화로써 완성된다. 어떻게 대화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능력을 개발해 줄 수도 있고, 인격 형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흔히 “우리 아이는 말을 참 잘 들어요.” 하고 자랑하는 부모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돌려 생각하면 일방적인 의사소통이 계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대화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아이는 심하게 반항하며 이상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도리어 부모의 말을 따르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스스로 억압하기도 한다. 학술용어로 ‘순종하는 병’이라고 진단하는데, 이 경우 자유로운 생각과 행동을 하지 못하고 결국 커 가면서 문제가 드러나게 된다. 수평적·상호적인 의사소통이 필요한 이유다. 아이를 대할 때 부모들이 쉽게 가지는 편견도 문제다.‘내가 하는 말은 다 아이 잘 되라고 하는 말이다.’‘아이는 무조건 내 말을 들어야 한다.’ 하는 생각을 은연중 하는 부모가 많은데, 이 때문에 대화를 망치는 경우가 잦다. 또한 말로써 하는 것만이 대화가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예쁘다.”고 말은 하면서도 표정이나 감정표현이 그렇지 않다면 그 대화는 실패하는 것. 아이와의 대화에서는 비언어적인 부분이 7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자녀 이해하기가 중요하다 자녀와 대화가 잘 되고 있지 않다면 일단 그 책임은 99% 부모에게 있다고 인정해야 한다. 부모는 자녀가 태어나 보아온 세상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의 감정에 둔감하거나 잔소리를 참지 못하지는 않는지, 아이가 자신의 말을 어기는 것을 못견뎌하거나 자식에게 하소연을 일삼지는 않는지 돌아보는 것이 시작이다. 또한 ‘내 아이를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한다.’는 절대적인 책임감이나 날마다 같은 얘기를 되풀이하는 버릇도 대화를 가로막는 장벽이다. 자녀와 대화할 때 지켜야 하는 원칙 중 하나가 ‘80대20의 법칙’이다. 아이를 이해하는 대화와 아이에게 부모의 가치를 전달하는 대화가 80대20의 비율을 이루어야 한다는 뜻. 예를 들면 아이가 “심심해”라고 했을 때 “놀아줄 친구가 없어서 정말 심심하겠구나.” 위로할 수도 있고,“계획을 세워 공부하라.”고 조언을 할 수도 있다. 이런 대화는 둘 다 꼭 필요하지만, 후자가 너무 강조되면 안 된다는 것. 오히려 모든 대화에서 자녀를 이해하는 대화가 80% 정도가 돼야 나머지 20%의 조언·훈계·설득·가르침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체면을 살려주고 적당히 말을 삼킬 것 자녀와의 대화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우선 아이의 체면을 살려줘야 한다. 잘못을 지적하는 데 급급해 아이의 체면을 손상시키면 부정적인 자아상을 갖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추궁하며 몰아붙이는 것보다는 함께 해결책을 의논하는 인내가 필요하다. 때로는 적당히 말을 삼킬 필요도 있다. 반복되는 잔소리보다 말없이 지켜보다가 던지는 말 한마디가 훨씬 잘 먹힌다. 아이의 태도를 늘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화를 피한다든가 의도적으로 말을 듣지 않고 반항하는 것은 아이가 보내는 무언의 메시지다. 이에 대한 해결없이 대화는 무의미하다. 부모가 잘못했을 때는 미안하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 것도 교육적 효과가 크다. 자녀에게 부모의 감정을 충분히 ‘설명’은 해 주되 감정적인 언행은 금물이다. 가족회의나 휴대전화·편지 등을 통해 대화 시간을 확보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연령별 효과적 대화 이렇게 자녀의 성장 단계에 따라 대화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영아, 유아, 초등 저·고학년의 시기별 특성을 파악해 대응하는 것이 핵심. 연령별 자녀와의 대화법을 소개한다. ●0∼4세-대화의 바탕 만들기 아직 두뇌가 발달하지 않고 말도 잘 못하는 이 시기 아이들과 대화다운 대화는 힘들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부모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말을 배우면서 토막말로 감정 표현을 시작하면 우선 그것을 북돋워줘야 한다.“나 화났어. 엄마 미워”라고 하더라도 “그렇구나. 생각을 말해줘 고마워”라고 일단 들어준다.“왜?”냐고 다그치면 아이들은 자신이 옳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표현을 꺼리게 된다. 혼내는 사람보다는 “기분이 나빴구나.” 하고 인정해 주는 사람에게 아이는 더 쉽게 이야기를 계속한다. 섣부른 훈계는 금물이다. 왜 그래야 하는지 설명도 없이 “예의바른 아이가 돼라.”는 식으로 훈계를 하면 ‘예의’라는 개념조차 분명치 않은 아이는 감정만 상한다. 그보다는 엄마가 행동으로 보여줄 때 아이들은 금방 따라한다.‘엄포’도 결코 효과 없다. 무서움에 의한 행동은 일시적일 뿐이며, 장기적으로는 악영향이 크다. 자아가 싹트는 시기로, 아이의 감정과 행동을 인정하고 자율성을 갖게 해 주는 것이 향후 대화 양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 ●5세∼초등 2학년 이 시기 아이들은 나름대로 규칙을 지키려 애쓰고 감정조절 능력도 어느 정도 완성된다. 또한 잘 한 일에 대해 자랑하고 싶어하는 것이 특징이므로 이를 적절히 살려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동생에게 무언가를 양보하고 “엄마, 나 잘했지?”라고 했을 때 “형이 양보하는 게 당연하지.”라고 하기보다는 “참 착하구나.”라고 ‘공치사’를 해 주면 아이는 자신감과 함께 엄마와의 유대감을 가질 수 있다. 지적능력을 개발해 주는 대화도 중요하다.“왜 그렇게 하고 싶은데?”“그러면 어떻게 될까?” 하는 식으로 자꾸 물으면 아이는 스스로 논리를 세우고 해결책을 찾게 된다. 특히 모르는 것을 물어올 때가 절호의 기회다. 함께 백과사전과 인터넷을 뒤지며 지적 호기심을 채워 준다. 이 시기 아이들은 때때로 거짓말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악의는 없다. 잘못하고는 혼날까봐 불안한 마음에 거짓말을 하는 것. 지나치게 다그치면 더 불안해져 습관적인 거짓말로 이어질 수 있다. 거짓말의 이유를 찾아내고 부모가 솔선해 절대 거짓말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초등 3학년∼사춘기 부쩍 어른스러워지는 아이들이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면서 부모로부터 배운 가치를 의심하기 시작하는 시기다. 때때로 부모에게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기도 한다. 이 때 ‘무조건 억누르기’는 절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고 초연하게 대처할 것. 아이가 어렸을 때 혼났던 일 등을 뜬금없이 끄집어내 따져묻거나 한다면 은연중 아이에게 상처가 남았다는 증거다. 잘 들어주고 사과할 것이 있으면 사과하고 설명한다. 아이가 이렇게 불만을 표현하는 것은 오히려 대화가 열려 있다는 뜻이므로 반갑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할 때는 반드시 책임을 지운다.“난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라고 한다면 “그로 인해 일어나는 일은 네 책임”이라는 것을 분명히 해 둔 뒤 실천한다. 등교시간에 깨우거나 준비물을 챙기거나 하는 엄마의 구속에서 ‘자유롭게’ 해 주면 아이는 곧 지각 등으로 불편을 체험하면서 자신의 논리가 틀렸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사춘기의 변덕이나 친구들과 세계를 인정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 외의 조언자를 만들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신의진 연세대 의대 교수 경험담 “상담과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입장에서도 엄마로서 아이들과 대화하는 것은 매우 어렵더군요. 이 점을 인정하고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소아정신과 전문의로 ‘현명한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대화법’이라는 책을 쓴 신의진 연세대 의대 교수는 “문제가 있는 아이일수록 부모와의 대화만이 아이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춘기에 접어든 큰아들과 잠시 겪은 갈등이 대화의 중요성에 주목한 계기”라면서 “무조건 통제하려 하지 말고 아이를 이해하려는 자세가 기본”이라고 지적한다. 신 교수는 큰아들 경모(14)가 초등학교 6학년 무렵쯤부터 자신의 말에 심하게 화를 내곤 해 당황했다고 한다. 곰곰이 이유를 생각한 결과 ‘일하는 엄마’로서 아이와의 대화가 항상 “숙제 다 했니.” 라는 식의 통제를 내포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때부터는 ‘쓸 데없는 통제는 안 하기’를 원칙으로 삼았다. 통제가 필요한 일은 과외선생님 등 다른 사람을 시키고, 대신 함께 놀러 갈 얘기며 엄마의 일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 그러자 조금씩 말이 통하고 지금은 원만한 관계를 회복했다. 둘째아들 정모(10)는 사소한 거짓말이 문제였다. 유달리 엄마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성격 탓에 잘 한 일만 얘기하려 하고 불리한 얘기는 좀처럼 안 하려고 드는 것. 그래서 신 교수는 ‘탐정처럼 슬슬 꼬드기는’ 방법을 썼다. 아이의 말을 하나씩 앞뒤를 맞춰가며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하는 식으로 무심한 듯 물어가면 결국 ‘이실직고’ 한다는 것. 그럴 때 감정을 억제한 채 잘못은 지적하고 해결책을 함께 찾았다. 신 교수는 “상담을 해 보면 부모의 무지로 아이들을 분노시키거나 언어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아이는 몰아붙인다고 개선되는 것이 아니므로, 감정에 못이겨 아이를 혼내고 싶을 때 그것을 수첩에 쭉 적어 나중에 읽어보는 식으로 부모의 태도를 돌아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열린세상] 북핵 협상,이제부터다/정종욱 아주대 교수·전 주중대사

    6자회담 참가국들이 공동성명을 발표한 지 며칠도 안 되었는데 벌써부터 북핵문제 해결의 전망을 둘러싸고 혼란스러운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9일 공동성명이 발표된 직후만 해도 북핵문제를 풀고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낙관적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20일 북한 외무성이 갑자기 경수로를 먼저 건설해 주어야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고 사찰을 받겠다고 주장하자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11월 초에 후속 회담이 열려도 지루한 말싸움이 계속될 것이며 북핵문제가 해결되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는 것이 요원하다는 비관적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과연 앞으로 6자회담은 어떻게 될까? 공동성명에서 어떤 내용들이 문제가 되는 것일까? 도대체 북한은 왜 이런 주장을 하고 나왔을까? 북한의 억지인가 또는 뭔가 공동성명에 잘못이 있는 건가? 이런 질문들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동성명의 성격부터 따져봐야 한다. 이번에 발표된 공동성명은 북핵 문제의 해결을 둘러싸고 그동안 참가국들이 제시한 원칙들을 나름대로 정리한 것이다. 나름대로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각국이 제시한 해법들이 워낙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들 중에서 최대 공약수만을 도출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어서 상충되는 부분들이 깨끗하게 정리되지 못한 채 애매한 대로 나열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합의는 보다 구체적 논의를 진행하기 위한 의제의 합의라는 성격이 짙다. 협상의 마무리가 아닌 시작이라는 말이다. 각국의 입장을 정리해 놓은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 서로 다른 주장이나 해석을 내놓아 말씨름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험악한 분위기가 재연될 수 있는 여지가 도처에 있을 수밖에 없다. 외교적 수사를 빌리면 창조적 애매성이라 하지만 이런 창조성은 아예 없는 것만큼도 못할 정도로 성가신 것이다. 그러나 원래 외교협상이란 게 대개 그런 것이다. 이번 합의의 가장 중요한 대목은 북한이 모든 핵 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하고 그 대신 경수로를 제공받는다는 구절이다. 북한은 처음부터 경수로에 강한 집념을 보였고 미국은 미국대로 아예 이 문제를 의제에 올리는 것조차 거절할 정도로 강하게 반대했었다. 그러다가 결국 북한이 조속한 시일 안에 NPT에 복귀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는 대신 적절한 시점에 경수로 건설의 논의를 시작한다는 타협안이 도출되었던 것이다. 문제는 조속한 시일과 적절한 시점의 의미를 미국과 북한이 각각 자신의 입장에 보다 가까운 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애매성이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남겨졌다는 점이다. 물론 북한의 주장이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공동성명의 전체 흐름이나 표현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핵포기가 먼저이고 경수로 건설이 그 다음이라는 점이 분명하다. 그러나 핵포기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며 경수로 건설에 대한 논의가 어느 시점에서 시작되어야 하는지 등 공동성명에는 애매한 부분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북한의 주장이 무리하지만 아예 말도 되지 않는다고 일축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게 바로 이번의 공동성명이 갖는 특징이기도 하다. 그래서 앞으로 있을 북핵 협상이 결코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북한이 억지를 부리고 애매한 부분을 물고 늘어진다고 해서 협상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6자회담이 걸어온 지금까지의 긴 과정을 보면 북한이나 또는 그밖의 다른 나라가 이치에 맞지 않는 억지 주장을 해도 다른 참가국들이 이에 동의하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설득하면 결국은 따라올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이다. 정종욱 아주대 교수·전 주중대사
  • [성매매 특별법 시행 1년] 집결지 여성 절반 떠나…변칙 성매매는 급증

    [성매매 특별법 시행 1년] 집결지 여성 절반 떠나…변칙 성매매는 급증

    성을 사고 파는 행위, 특히 성을 구매하는 사람도 범죄자로 다루는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된 지 23일로 1년이 된다. 성매매가 오랜 관습이라며 시행을 전후한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특별법 시행으로 성매매를 범죄로 여기는 의식을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는 바탕은 마련됐다. 그러나 보다 은밀하고 교묘해진 성매매에 한계를 드러낸 당국의 행정력, 성매매에 빠지는 피해 여성들을 도울 수 있는 사회안전망의 부족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더미처럼 많다. 20일 오후 10시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88번지. 속칭 ‘미아리 텍사스’라고 불렸던 곳이다. 낮시간부터 일찌감치 유리문 앞에 켜져 있는 빨간불은 ‘영업 중’을 알리고 있지만 드나드는 손님은 드물다. 불꺼진 업소 앞엔 어김없이 ‘월세 놓습니다’라는 안내판이 걸려 있다. 낡은 종이가 몇달 동안 문을 닫은 곳이란 것을 알리지만 성매매 집결지라 세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서울의 최대 성매매 집결지였지만 1년새 업주도 종사자들도 하나둘씩 이곳을 떴다. 지난해 초만 해도 160여개 업소에 성매매 종사자들이 690명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130여개 업소,450여명으로 급감했다. 이날 만난 40대 중반의 업주는 “낮 시간에도 손님이 끊이지 않던 유명 업소들조차 하루 한두명 받기가 힘들다.”고 했다. 성매매 집결지의 쇠락은 지방도 마찬가지다. 경남지역의 유일한 성매매 집결지인 마산 서성동 속칭 ‘신포동’에는 특별법 시행 이전 47개 업소에 218명의 성매매 여성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25개 업소에 60명이 있을 뿐이다. 부산의 속칭 ‘완월동’에도 70개 업소 500여명에 달하던 여성 종사원들이 지금은 30여개 220여명으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홍등가의 불빛은 어두워졌지만 성매매 행위는 더욱 음성화·지능화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인터넷 출장매춘’‘출장마사지’‘전화방’‘대딸방’ 등 변칙 성매매 행위는 오히려 급증세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부풀어 오르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청량리 588번지에서 만난 업주 김모(37)씨는 “성매매특별법이 이뤄낸 건 집창촌의 침대를 이리저리 흩어놓은 것뿐 그 이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인터넷 성인사이트 등에는 채팅을 통해 성매매 대상자를 찾는 여성들을 어렵잖게 찾을 수 있다. 최근에는 고급 외제 밴 등을 이용해 장소를 이동해가며 성을 제공하는 서비스까지 출연했다. 단속경찰은 “마약단속만큼 증거를 잡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손을 이용해 손님에게 유사 성행위를 해주는 대딸방에 대한 단속이 심해지자 이를 변형한 ‘페티시 클럽’이 생겨나고 있다. 스타킹이나 유니폼 등 사물에서 성적인 흥분을 느끼는 ‘페티시즘’을 이용, 독특한 차림의 여성들이 유사 성행위를 해 주는 것이다. 전남과 광주지역에는 ‘피부관리실’ 등 간판을 내걸고 성매매를 하는 업소가 늘어나고 유사 성행위를 하는 새로운 형태의 성매매 업소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부 여성 종사자들은 아예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강원 춘천지역 성매매 종사자 수십여명은 일본으로 유입됐고 일부 성구매자들이 룸살롱 여성 종사자들과 함께 3∼5일간 일정으로 동남아 여행을 하는 등 이른바 ‘묻지마 성여행’을 떠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성매매 여성이 다시 잘못된 길로 빠져들지 않도록 하는 재활사업은 아직 큰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올해 성매매 방지대책 추진을 위해 편성한 예산은 모두 220억원으로 이 가운데 82억원이 성매매집결지 자활지원 시범 사업에 쓰이고 있다. 그러나 대책이 지나치게 집결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다 탈성매매 지원 대책도 미흡해 성매매 여성들의 ‘역유입’이나 음성적 성매매로의 이동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조영숙 사무총장은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열매를 맺기 위해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1년이 성매매가 잘못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이뤄낸 해라면 이 법을 국민이 수용하고 실천하는 단계가 필요하다.”면서 “아직은 법에 비해 성매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너무 관대하다.”고 말했다. 또 “또 성매매단속을 위한 장기적인 대책수립과 지속적인 시행을 위한 전담기구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유영규 유지혜기자 whoami@seoul.co.kr ■ 성매매 31%가 인터넷 알선 지난 1년간 성매매 종사자와 집결지 수는 크게 줄었지만 인터넷 알선이나 유사 성행위 등 변칙적 행태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또 위반사범에 대한 처벌도 경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이후 성매매 집중단속 결과, 전체 적발 3422건 중 31.9%인 1093건이 메신저 등 인터넷을 통해 연결된 성매매로 나타났다. 또 스포츠마사지, 휴게텔, 휴면텔, 화상대화방, 출장마사지, 성인전용PC방 등 유사 성행위도 597건으로 17.5%를 차지했다. 반면 성매매 집결지에서의 성매매는 205건으로 6.0%에 그쳐 특별법 시행 이후 드러내놓고 하는 성매매는 크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서의 성매매가 1166건으로 가장 많은 34.1%를 차지했다. 경찰은 “특별법 시행 이후 인터넷 성매매 등 외에 물건 판매 등 합법을 가장한 변칙채권으로 성매매를 하는 등 새로운 성매매 방법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단속을 대폭 강화키로 했다.”고 밝혔다. 성매매특별법 발효 이후 지난 1년간 성매매 종사자 수는 5567명에서 2653명으로 52.3% 감소했다. 성매매 집결지에 있던 업소 수는 특별법 발효 전 1679곳에서 1061곳으로 36.8%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법무부가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주호영(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 6월까지 검찰에 접수된 성매매특별법 위반사건은 총 1680건이었으나 이 가운데 정식기소된 사건은 305건으로 기소율이 18.1%에 불과했다. ●성매매방지특별법이란 지난해 9월23일 발효된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등 2개의 특별법을 통칭한다. 성매매 업주와 성매수자에 대한 처벌 강화 및 성매매 여성의 인권보장 등이 골자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본지기자가 만난 脫성매매 여성들 지난해 10월 유흥주점에서 일하던 김주연(23·가명)씨는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자신을 옭아매던 ‘성매매’의 사슬을 가까스로 끊었다. 이후 사회복지단체의 도움으로 서울 종로구의 어느 성매매여성 쉼터에 정착, 제과·제빵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1월에는 ‘케이크데커레이션’ 과정까지 등록,7월 ‘케이크디자이너’ 자격증을 땄다. 제과·제빵사도 이미 필기시험에는 합격해 실기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다.‘삼순이’처럼 개성있는 빵을 내놓는 ‘파티시에’가 그의 꿈이다. 같은 보호시설의 이미영(가명)씨도 8월 ‘양식조리’ 이론 시험에 합격,‘쉐프’의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10여명이 모여 사는 보금자리에는 이들 외에도 대부분 미용이나 제빵, 네일아트 등 취업에 도움이 되는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있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사회에 나가기 전 최고 1년까지 머물 수 있는 쉼터에서는 개인 상담과 인성교육 등 피해자치료회복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생계 대책을 위한 미용과 컴퓨터, 조리, 제빵 등 직업훈련도 병행된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사설 학원을 오가며 검정고시와 대학입시 등을 통과해 못다 이룬 배움의 열정을 이어가기도 한다. 성북구 H쉼터의 하미정(28·가명)씨와 전유진(23·가명)씨는 미용학과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05학번’ 새내기. 중졸 학력인 하씨는 대입검정고시에 합격, 지난해 전씨와 함께 대입 원서를 냈다. 헤어디자이너와 성매매여성·노인 관련 사회복지사가 새로 설정한 목표다. 동료를 위해 강사로 직접 나선 경우도 있다. 마포구 H쉼터의 오시내(가명)씨와 신미진(가명)씨는 현재 ‘탈성매매 전업 프로그램’의 네일아트 강사다. 지난 5월부터 두달 동안 첫 강의를 맡았는데 반응이 좋아 다시 강단에 섰다.20명 안팎이 머무르는 이 쉼터에서 이번 여름에만 미용사 자격증을 2명이 땄다. 네일아트 자격증도 1명, 전산처리 관련 자격증은 2명이나 얻었다. 서울시에 설치된 탈성매매 여성을 위한 쉼터는 모두 15곳으로 지난 8월 말 현재 169명이 입소한 상태다. 최대 수용 가능 인원은 204명. 성매매방지법을 시행한 뒤 일시적인 포화상태를 보이다가 올해 초부터 안정세를 찾았다.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516명이 입소,502명이 퇴소했다. 이전 특별법 시행 이전에 입소한 인원까지 포함시켜 555명이 의료지원을 받았으며 498명이 법률지원,310명은 직업교육을 받았거나 받고 있다.S대 등 상급학교에 진학한 사람은 10명, 이밖에 일반 사무직과 미장원, 네일아트점 등 사회에 진출한 사람만도 27명에 달한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북핵 6자회담 타결] 막판 “경수로 제공”…美 벼랑끝 외교

    |베이징 김상연특파원| 19일 오전 8시30분 베이징 댜오위타이의 북핵 6자회담 전체회의 회담장.6개국 수석대표의 테이블에는 ‘공동성명’이라는 제목의 서류가 놓여져 있었다. 즉각 ‘회담이 정말 극적으로 타결되나 보다.’라는 관측이 기자들 사이에 나돌기 시작했다. 10분 뒤인 8시40분쯤 김계관 북한 수석대표가 먼저 입장해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다른 대표들이 나타나지 않자 머쓱한 듯 회담장을 나갔다. 이어 송민순 우리측 수석대표도 회담장에 들어왔다가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나갔다. 그리고 아무도 입장하지 않았고, 시간은 하염없이 흘렀다. 이 장면을 본 기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타결을 위해서는 북한의 결단이 마지막 관건인 줄 예상했는데, 북한은 일찌감치 결심을 굳힌 듯 자리에 참석한 반면 오히려 미국 수석대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2단계 4차 6자회담의 타결 과정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이 바로 미국의 ‘양보’다. 당초 미국은 경수로의 ‘경’자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경수로에 돈을 낼 나라가 없을 것이란 현실론과 1994년 제네바 합의의 재탕이라는 명분론이 복합 작용해, 우리가 미국에 경수로 제공을 설득할 명분도 거의 없었다. 따라서 관건은 북한이 경수로 주장을 철회하는 데 달려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타결 가능성이 지극히 회의적이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이날 낮 예정시간을 3시간30분이나 넘겨 열린 전체회의에서 채택된 공동성명에는 ‘경수로’라는 말이 선명히 박혀 있었다. 어쨌든 미국이 경수로 부분에서는 양보한 셈이 됐다. 전날 밤 어두웠던 회담 분위기가 ‘혹시나’하는 분위기로 반전된 것도 크리스토퍼 힐 미국 수석대표가 중국측 4차 초안을 받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아침 힐 대표가 전체회의에 참석하지 않아 전체회의가 순연되자, 워싱턴의 강경파가 제동을 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느새 초점은 ‘북한의 결단’이 아니라 ‘미국의 결단’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런 관측대로 마지막까지 미국이 고민했다면 ‘인내심 있는 협상가’로 정평이 난 힐 대표가 워싱턴의 네오콘 등 강경파를 적극 설득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따라서 힐 대표는 앞으로 공동성명을 책임지고 이행해야 하는 부담을 전적으로 짊어지게 됐다. 하지만 이같은 미국의 ‘양보’가 고도의 협상전술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리 양보할 선을 정해 놓았으면서도 겉으로는 ‘경수로 불가’를 강하게 치고 나섬으로써 결과적으로 북한으로 하여금 크게 얻었다고 생각하게끔 했다는 것이다. carlos@seoul.co.kr
  • 포기했던 남성 복원할 수 있습니다

    포기했던 남성 복원할 수 있습니다

      대학병원 비뇨기과는 고장난 비뇨기들의「메카」다. 수줍음 속에 하루에도 수백 명의「고장난 행렬」이 이 의학의 비경(秘境)을 순례한다. 비뇨기과는「생식기과」를 애써 좀 점잖게 표현한 것. 질환이 많기론 생식기 분야가 다른 병과보다 더하다. 남성 불임증과 정관복원수술이 우리 임상의학계에서 하나의「이슈」로 등장한 것은 불과 4, 5년 전부터의 일. 잃어버린「남성」을 찾는「인간복원공사」의「해머」소리는 따라서 수술실 속의「메스」소리일 수도 있다. 불임증 환자는 여자쪽이 더 많고, 정관수술 받기는 30만 명 우리나라 불임부부는 전체 가임부부의 10%. 이중 60%가 여자쪽에, 40%가 남자쪽에 결함이 있다는 것이 최근의 통계로 밝혀졌다. 임신하는 데는 보통 ①생식가능연령의 부부여야 하고 ②부부 동서기간이 정상임신 분만성립에 충분해야 하며 ③임신 가능한 성행위가 반복되어야 하고 ④임신 중에 중절수술 같은 것을 하지 않아야 하는 등의 몇 가지 의학적 조건이 따른다. 이런 조건하에서 만 3년이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치 못하면 비로소 그 부부는 불임부부로 규정되는 것이다. 62년부터 가족계획사업이 활기를 띤 이래 지금까지 약 30만 명의 남성이 정관절제수술을 받았다.「불임환자」를 자원하는 현대판 내시족이 미국에서는 연간 4만 5천명, 인도에서는 180만 명으로 불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들이 보다 더 절박한 이유로「남성복권(復權)」을 원할 경우 시행되는 수술이「바소바소스토미」라는 이름의 정관문합(吻合)술. 바로 남성복원공사의 큰 역사(役事)다. 정관수술했으나 사정 달라져, 기능복원 원하는 사람도 □ 정관복원수술 남자의 생식기는 두 개의 큰 공장에 비유할 수 있다. 하나는 고환이라는 공장이며 여기서는 정자와 남성「호르몬」이 생산된다. 다른 하나는 부성기라는 공장이며 여기서는 정자의 젖이 되는 정액이 생산된다. 남성「호르몬」은 혈관을 통해 온 몸에 순환되어 남성으로서의 특성을 유지케 하며 정자는 정관이라는 수송로를 통해 창고에 운반되었다가 때가 오면 생명의 생산공장인 여성 생식기에 사정된다. 이와 같이 고환이라는 공장에서 정자가 만들어지는 데는 약 2개월이 걸리고 창고까지 수송되는 데는 자기 크기의 10만 배나 되는 7m의 거리를 20일 전후 걸려 운반되며 창고에서 생명 생산공장에 사정되는 데는 약 10초가 걸린다. 이때 이 세 가지의 통로를 전부 차단하면 거세(去勢)술이 되고 정자의 수송로인 정관만을 차단하면 남자 불임술인 정관절제술이 되는 것이다. 정관절제술을 받은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최근엔 부득이한 사정으로 정자의 통로를 다시 이어달라는 사람들이 대학병원 비뇨기과로 몰려들고 있다. 서울대병원서 복원수술 받은 사람, 5명은 다시 아들딸 낳아 즉 ①자녀의 사망 등으로 아기가 다시 필요하게 되었을 때 ②심경의 변화로 자녀가 현재 이상 더 필요하게 되었을 때 ③경제적 사정의 호전 또는 주위 환경의 변화가 왔을 때 ④재혼했을 때 ⑤정신적 장애가 심할 때, 보통 의사들은 정관복원수술을 감행한다. 지금까지 서울대학병원에서 실시한 정관문합수술은 모두 52례(例). 이중 정자가 출현한 성례는 36례로 밝혀졌으며, 5례가 자녀를 다시 출산하는 행운을 누렸다.「남성복권」이 문자 그대로 실현된 셈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정관문합수술은 지난 64년 서울대학병원 비뇨기과에서 실시되었다. 최초의 수술자인 최수명(가명·42)씨는 1남 2녀를 거느린 가장. 가족계획의 수단으로 정관절제를 했는데 외아들이 갑자기 병으로 죽었다. 면밀한 사전 검사를 거친 뒤 복원수술을 실시, 이듬해에 남자 아이를 분만했다. 국수올 만큼 가는 절단된 정관을 다시 잇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여기에 소모되는 재료들은 우리나라에서 쉽게 얻을 수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난점이 있다. 남자불임증 환자도 늘어가는 경향, 11년 동안 10배 이상으로 정관복원수술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요즘은 절제수술을 할 때 미리 복원에 편리하도록 처리하는 방법이 이용되고 있다는 것. 각종 사고사(死)가 늘어남에 따라 복원수술을 해야 할「케이스」는 점차로 많아지고 있으며 그 성공률도 거의 세계수준만큼 높아져가고 있다고 서울의대 비뇨기과 교실에서는 밝히고 있다. ◇ 남성불임증 남성불임증 환자는 1955년의 경우 전체 비뇨기과 외래환자 중에서 1.72%에 지나지 않았었다. 그러던 것이 연차적으로 증가추세를 보여 60년엔 3.7%, 65년엔 18%로 늘었으며 66년엔 22%를 나타내어 55년에 비해 10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와 같은 남자불임증 환자의 증가경향은 일반적으로 남자불임증에 대한 사회적 계몽, 사회적 인습에서 탈피하려는 남성측의 자각, 경제적 생활수준의 향상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체 불임부부의 40%나 되는 남자불임증의 원인은 - 첫째, 정자형성기능에 장애가 생겨서 오는 조정(造精)기능장애. 둘째, 정자수송로에 폐색이 있어 생기는 수정(輸精)기능장애. 셋째, 정액성분에 이상이 있는 활정(活精)기능장애. 넷째, 사정기능에 장애가 있어 생기는 사정기능장애 등으로 대변된다. 가장 많은 것이 조정기능장애이며 원인불명도 전체의 30%나 되고 있다. 정액검사별로는 무정자증이 47.15%, 정자 감소증이 35.26%이며 정상 및 기타가 16.81%로 나타나고 있다. 요즘 갑자기 남성 불임증이 격증하고 있는 이유 가운데 중요한 것은 각종 성병 후유증으로 오는 것과 직업, 기호품 과잉섭취에서 오는 것 등이 있다. 용접공·벤진·납(鉛)다루는 사람에 출산기능 잃는 사람 많아 고열 하에서 전기 용접이나 기타의 일을 오래하는 사람, 유기물질,「벤진」,「톨루엔」, 납 등을 취급하는 직장에 있는 사람들 중에는 고환기능의 파괴로 불임증에 걸리거나 유산을 경험하게 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그밖에 남자불임증을 유발하는 기호품으로는 - ▲ 담배 =「니코틴」은 배아상피에 파괴를 가져오고 정자의 운동성을 약화시킨다. 동물실험에서는「니코틴」의 투여로 임신율이 2분의 1로 낮아졌다. 사람에서도 하루에 20개비 이상의 담배는 임신에 해롭다. 준가임남자 188명 중 76명이 과도한 끽연을 하고 있었음이 보고되었다. ▲ 코피 = 하루에 20잔 이상의「코피」를 마시면 전립선 기타 정로(精路)에 자극을 주고 긴장, 과로를 일으켜서 임신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게 된다. ▲ 알코올 =「알코올」만성중독은 다른 종류의 중독 때와 같이 세정(細精)관에 퇴행성 변화를 일으키고 흔히 음위(陰萎)가 된다. 이와는 반대로 적당량의 음주는 최음제가 되고 때로 조루증이나 냉감증 부인의 치료목적에서도 효과를 본다. 근래 의학계에서 주목을 끌고 있는 남성불임증 가운데 면역성 불임증이란 게 있다. 부부가 비정상 성교인 음경흡철증으로 남자의 정액을 빨아먹음으로써 부인이「알레르기」가 생기고 불임이 된 예, 성교결과 질이나 자궁 등의 성기 점막에서 정액 성분이 흡수되어 항체가 생긴 결과 불임이 된 예 등이 보고되고 있다. 최경만(가명·54)씨는 전통사회에서 자란 소위 양반집 자손. 20세 때 결혼한 부인에게 애가 없었다. 그로부터 얻은 첩이 모두 다섯 명, 하나같이 이들도 임신을 못했다. 50이 넘어서야 자신에 결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대학병원 비뇨기과를 찾았다. 정액검사 결과 정자 감소증으로 판명되었다. 불임증 극복엔 집에서 노력할 일도, 배란기 등 택해 조절해야 남자불임증의 치료는 원인불명이 30%나 된다는 점에서 어려운 때가 많다. 보통 일반요법, 내분비요법, 조사(照射)요법, 외과요법 및 인공수정 등으로 나뉘는데 어느 것이나 면밀한 검사와 인내로써 치료에 임해야 성공률이 높다. 일반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는 - ▲ 방사조절 = 임신능력이 낮은 남자는 5일 이상 금욕했다가 부인의 배란기를 찾아서 24시간 이내에 2회 이상 집중 성교한다. 가급적 부부의 극치감을 일치시키는 게 좋다. ▲ 성교체위 = 성교가 끝나고 음경을 발거(拔去)하기 전에 부인은 양다리를 가슴쪽으로 구부려 정액이 후질궁륭부(後膣穹窿部)에 괴어 유실되지 않도록 하고 20분간은 기침, 대소(大笑), 재채기 등을 하지 않는다. ▲ 수욕(水浴) = 온도자극 및 기계적 자극을 일으킬 목적으로 각종 좌욕, 세척을 온수 혹은 냉수로 하여 성 중추나 성기에 자극을 가한다. ▲ 최음제 = 발기중추를 자극하고 성기의 충혈 및 그의 흥분을 도모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서울대학병원의 경우 월 평균 30건의 남성불임증 환자가 찾아오고 있는데 이들은 진보된 현대의학의 혜택으로 놀랄만한 성과를 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정관복원수술도 한층 호전된 외과기술의 덕분으로 그 성공률이 날로 높아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자료제공 = 이희영(李熙永)교수(서울의대 비뇨기과) [ 선데이서울 69년 2/9 제2권 제6호 통권 제20호 ]
  • 인격론/새무얼 스마일즈 지음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인격이다!’ 19세기 영국의 정치 개혁가였던 새무얼 스마일즈가 깨달은, 세상과 인간을 변화시키는 동력은 바로 인격이다. 먼 나라, 옛날 얘기가 아니다. 현재 우리 삶과 사회를 꿰뚫는, 본질에 대한 그의 통찰력의 결과물이다. 개인과 조직의 인격적 고결성이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임을 그는 일찌감치 깨달았다. ●개혁의 원동력이자 최고의 재산인 인격 정치개혁을 위해 저널리스트로, 행동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스마일즈. 그가 내린 결론은 정치 개혁만으로 사회악을 타파할 수 없다는 것.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개혁이 동반돼야 한다는 단순한 진실이 이 개혁가의 삶을 바꿔 놨다. 그는 개혁의 방향을 정치에서 개인으로 전환했다. 그 길의 포문을 연 것이 바로 ‘인격론’(새무얼 스마일즈 지음, 정준희 옮김,21세기 북스)이다. 그는 “천재성은 감탄을 불러 일으키지만 존경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바로 인격”이라고 주장했다. 사람들에게 천재는 찬미의 대상일 뿐이지만 인격적인 사람은 신뢰하고 존경하게 된다는 얘기다. ●일은 인격수양에서는 최고 스승 그럼 인격은 그냥 얻어질 수 있는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지속적으로 자아를 관찰하고 단련하며 컨트롤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스마일즈는 노동을 통해 자제력, 주의력, 적응력, 인내심을 키우게 되는 만큼 노동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인간에 내려진 저주는 노동이 아니라 게으름. 녹이 철을 좀 먹듯, 게으름은 사람과 국가의 정신을 좀먹는다. 재주가 있어도 이용하지 않으면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없다. 재주를 이용하고 유용하게 활용할 때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 사람이 지치는 것은 움직일 때가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이다. 인격을 뒷받침하는 최고의 버팀목은 습관. 의지가 바르냐 그렇지 못하냐에 따라 습관은 자비로운 군주를, 난폭한 군주를 만들 수 있다. 또 힘든 현실에 부딪혀야 한다. 독서와 배움을 통해 얻을 수 없다. 보통 사람들과의 폭넓은 접촉을 통해서 진정한 인격을 단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 것은 바로 가정. 인격을 단련시키는 최초이자 가장 중요한 학교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최고 혹은 최악의 도덕교육과 행동원칙을 배우는 곳이다.1만 5000원.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인체의 신비’ 베일을 벗긴다

    남녀 차이에 관한 인체의 신비는 인류의 가장 큰 관심사 가운데 하나이다. 생물학적인 면에서 남자와 여자는 똑같은 구조로 시작된다. 임신 6주가 되면 유전자에 의해 성별이 나뉘지만 신체적으로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식별할 수 없다. 그러나 이성에 대한 호감과 사랑, 임신, 출산을 거쳐 남자나 여자로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은 경외감마저 불러일으킨다. 디스커버리채널이 오는 7일부터 9일까지 오후 11시에 방영하는 3부작 특집 ‘인체유람기’는 첨단 영상기술을 이용, 인간이 생성되는 과정을 상세히 전하고 인체의 구조를 낱낱이 해부하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다. 첫 회 ‘남자와 여자의 생성과 구조’에서는 탄생 순간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남자와 여자의 성장과정을 조명한다. 쌍둥이 남매를 자궁 속에서부터 추적해 성적 특징이 어떻게 생성되고 구분되는지 알아본다. 성적 차이는 출생 이후 급격히 두드러지기 시작한다. 또 근육량과 골밀도 등 일반인들과 다른 신체조직을 이용해 자신의 신체능력을 극한 상태로 끌어올리는 운동선수들을 만나본다. 성별의 차이는 신체적 능력과 두뇌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남자는 여자보다 근육량이 많고 골밀도가 높다. 반면 여자는 남자보다 인내심이 강하고 수명이 길다. 이러한 차이는 진화적 이유 때문일까? 남자와 여자가 어떤 면에서 우월하게 만들어지는지도 알려준다. 두번째 ‘임신부터 출산까지’는 임신이 이뤄진 순간부터 탄생 순간까지의 여정을 한 부부의 임신 과정을 통해 상세히 파헤친다. 여자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난자를 만들지만, 남자는 72시간만 지나면 새로운 정자를 만든다. 인간이 탄생하는 놀라운 과정이 독특한 영상 기법으로 담겨진다. 우리의 신체는 단 한 가지 이유, 즉 번식을 위해 아주 구체적이고 미묘하게 작동한다. 마지막 시간인 ‘성의 해부’는 유혹과 성적 흥분, 그리고 오르가즘이 일어나는 동안 신체 내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인체 속을 직접 들여다봄으로써, 섹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또 인간이 동물과 구분되는 여러 특징을 알아본다.‘자연선택설’은 이 모든 것에 어떻게 적용될까?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오일만특파원 베이징은 지금] 중국의 새로운 고민 ‘컨라오쭈’

    왕옌(王燕·25·여)은 베이징에서 대학교를 졸업했다.사회에 나와 국유기업 비서직과 중소기업 사무직 등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1년도 못돼 스스로 직장을 그만 둔 상태다. 왕옌은 오전 내내 컴퓨터 채팅으로 소일하다가 오후에는 베이징에서 비싸기로 소문난 자오양취(朝陽區) 타이핑양(太平洋) 백화점에서 2000위안짜리 화장품 세트를 신용카드로 구입했다. 물론 부모의 카드를 사용했다. 저녁에는 또래 친구들과 카페촌에서 라이브 음악을 감상하거나 때론 나이트 클럽에서 신나게 몸을 흔든다.그녀는 “한달에 1500∼2000위안의 월급을 받으며 미래가 없는 회사에서 인생을 썩히고 싶지 않다.”며 화려한 백수생활에 만족감을 표시한다. 최근 중국에서 실업자 급증과 함께 부모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컨라오쭈( 老族)’들이 확산되고 있다.‘‘부모를 파먹고 산다.’는 의미가 더 정확하다. 이런 컨라오쭈들이 중국 경제인구의 30%에 육박하고 있다고 난징(南京)대학 노령과학연구센터가 최근 밝혔다.컨라오쭈들은 1차적으로 부모의 책임이 크다.7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난 이른바 ‘샤오황디(小皇帝) 세대’들이 주력이다. 외동인 까닭에 인내심이 부족하고 독립심도 없는 잉여인간으로 길러졌다는 지적이다. 컨라오쭈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만족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비자발적 실업자’나 회사 적응에 실패해 스스로 직장을 떠나는 ‘비회사형 인간’들도 적지않다.화둥(華東) 사범대학 심리상담센터 예빈(葉斌) 주임은 “부모에 대한 의존성이 커져 컨라오쭈들은 결국 인생을 향한 동력이 떨어진 상태”라고 진단한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자금의 출처를 차단하고 단호하게 굶기면서 자립 의식을 키워야 한다.”며 강력한 처방을 내린다. 중국 사회 전체로 보면 컨라오쭈들의 확산은 중국의 노령화를 10년 이상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경제인구의 30%가 놀고 먹는 상황에서 컨라오쭈들은 부모들의 노후 연금마저 ‘파먹는’ 극한 상황까지 올 수 있다는 진단이다.이 때문에 중국 언론들은 컨라오쭈를 ‘중국 가정의 일급 파괴자’라고 부른다.oilman@seoul.co.kr
  • [깔깔깔]

    ●사우나실서 짜증나는 사람 * 도발적인 유연성 체조를 스스럼없이 하는 사람(몸 쭉쭉 펴는 거야 좋지만 적나라한 신체표현이 우리의 시선을 어디에 둘 줄 모르게 하죠.). * 앉을 자리도 별로 없는데 퍼질러 눕는 사람. * 모래시계를 돌려놓고 인내하고 있는데 방금 들어와 모래시계 다시 돌리는 사람. * 좁은 공간에서 방귀 뀌는 사람(훈련소 가스체험실을 회상케 함.). * 사우나실 문을 열어놓고 나가는 사람. ●애완동물 김 과장이 귀여운 딸과 함께 애완동물가게에 들렀다. “아줌마, 토끼 있어요?” “그래 어떤 토끼 줄까? 하얀 토끼? 아니면 털이 예쁜 검은 토끼?” 그러자 딸이 어깨를 으쓱하며 이렇게 대답했다. “글쎄요, 우리 집 비단뱀은 그런 것까지 따지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 엔듀로타고 산길질주

    엔듀로타고 산길질주

    엔듀로라는 오토바이는 일반적인 오토바이에 쇼바와 타이어 등을 바꿔 넣은 것으로 4륜오토바이인 ATV와는 속도감이나 스릴을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다. 인터넷 2&4오프로드(www.2and4.co.kr)동우회 회원들과 함께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일대의 산으로 라이딩에 나섰다. ●폼은 끝내줘요 경기도 장흥의 휴게소에서 만난 그들은 멋졌다. 오토바이는 물론, 유니폼과 부츠, 고글에 헬멧까지 그야말로 폼났다.“전부 선수들인가요?”라고 묻자 총무인 한주현(34·매직모터숍 운영)씨는 “그런 건 아닌데요. 워낙 험로를 주행하다 보니 이 정도 장비는 필수예요.”라며 “어차피 차로는 갈 수 없으니 저쪽에 있는 오토바이 뒤에 타시죠.”라고 자리를 내줬다. 엔듀로 10대가 ‘부릉 부∼왕’하며 시끄러운 엔진소리를 낸다. 모두가 무슨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처럼 멋진 모습으로 라이딩을 하는데 나만 카메라 가방 하나 둘러매고 매미처럼 김종구(30·회사원)씨 뒤에 매달렸다. 일렬로 질서 정연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선두의 수신호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차로를 바꾸고 간격을 유지하고 달린다. 지나가는 차들이 신기한 듯 차 창문을 내리고 쳐다본다. 어째 쑥스럽다. 남의 뒤에 매달려가는 내 꼴이…. ●꽉 잡아요 오토바이 뒤에 타보기는 난생 처음이다. 긴 생머리를 휘날리는 여인이 남자의 허리를 꽉 잡고 달리는 모습을 영화에서 자주 보았다. 내가 종구씨 허리를 꼭 잡기가 왠지 찜찜하다. 그래서 약간의 간격을 두고 잡았다.‘부아아아 앙∼’굉음을 내며 2차선 포장도로를 따라 30분을 달렸다.“꽉 잡으세요. 올라갑니다.” 오토바이들이 좌회전을 하더니 산길을 타기 시작한다. 울퉁불퉁 오토바이가 이리저리 요동친다. 뒤에 앉은 내가 중심을 잃어 오토바이가 넘어진다. 오토바이는 ‘웽∼’ 헛바퀴가 돌고 나는 옆으로 넘어졌다. 오토바이를 세운 종구씨는 “원래는 오프로드에서는 사람들을 태우지 않습니다. 운전자와 뒤에 앉은 사람이 같은 방향으로 균형을 잡지 않으면 바로 넘어지거든요. 허리를 꽉 잡고 다리까지 제 허리를 감싼다는 생각으로 몸을 밀착시켜야 합니다.”라고 했다. 다시 오토바이에 올랐다. 약간은 찜찜하지만 안전을 위해서라는데 그의 허리를 꽉 잡고 몸을 바짝 붙일 수밖에. 일행은 이미 다들 지나가고 아무도 없다. ●천천히 가세요 입구를 지나자 폭이 1m도 안 되는 산길을 달린다. 어깨 너머로 속도계를 보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시속 60㎞가 넘는다. 흙먼지가 사정없이 날리고 바닥의 돌이 사방으로 튄다.‘왕∼앙’‘끼∼익’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밟으며 좁은 산길을 미친 듯이 달린다. 나무가 얼굴을 때린다. 흙먼지에 앞도 잘 보이지 않는데 종구씨는 속도에 원한 맺힌 사람처럼 달려댄다. ‘붕’하고 굴곡이 있는 곳을 달리자 몸이 살짝 공중에 떠 정말 떨어질 뻔했다. 사나이 체면이고 뭐고 나는 “좀 천천히…!”라고 외마디 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러나 그는 묵묵부답. 이젠 나도 요령이 생겼다. 턱을 종구씨의 어깨에 올리고 전방을 주시하며 그와 같이 운전을 한다고 생각하며 몸을 움직여 봤다. 이제 그와 나는 한몸처럼 이리저리 움직이며 산길을 내달린다.‘슝∼끽’‘왕∼앙’ 정말 이러다 오토바이가 부서지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웬만한 레포츠는 맛을 봤지만 이 엔듀로의 속도감과 스릴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보다 짜릿하다. 자동차로 시속 200㎞이상 달리는 것보다 빠르게 느껴졌다. 달리는 것이 무섭다고 느껴지기는 처음이다.“어차피 늦은 거 천천히 갑시다.”라고 큰소리로 외치자 종구씨는 “괜찮아요. 꽉 잡고 계세요.”라며 뿌연 흙먼지를 뚫고 내달린다. ●엔듀로는 자신과의 싸움 한 시간쯤 달렸을까. 목적지에 도착했다. 오토바이에서 내리려 하는데 너무 힘을 줘서인지 다리가 후들거린다.“아니 도대체 왜 그렇게들 미친 것처럼 달립니까.”라고 묻자 종구씨로부터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저도 물론 달리면서 두려울 때가 있지요. 그것이야말로 자기와의 싸움입니다. 오토바이에 오르면 다른 생각은 정말 100분의1초도 할 수 없습니다.‘나는 할 수 없다.’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는 것이 바로 우리 엔듀로 모험의 요체입니다.” 엔듀로(Enduro)는 ‘참다’ ‘인내하다’라는 뜻. 오토바이에서 가장 중요한 게 험로를 달릴 수 있는 내구성이라면, 라이더에게는 오토바이를 제어할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이 필수라고 할 수 있다. 강창석(38·금호타이어대리점)씨는 “여럿이 같이 라이딩을 하지만 서로 도움의 손길을 쉽게 내밀지 않는 것은 한 번 도와주면 계속 도움을 청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엔듀로의 정신이라는 얘기다.2&4오프로드 단장 서승영(37)씨는 “힘들고 위험하지만 뿌옇게 올라오는 흙먼지와 친구하며 엔듀로를 타고 산을 오르면 심장이 쿵쿵 뛰고 엔도르핀이 마구 솟아 오른다.”며 자랑이 대단하다. 그렇다. 정말 엔듀로는 매력있다. 사나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빠져 볼 만한 그런 레포츠다.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을 했다. 올 가을부터는 나도 ‘엔듀로 맨’이다. ■ ‘초보부터 선수까지’ 이렇게 배워라 오토바이를 타본 사람도 오프로드를 달리기 위해서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2∼3번 교육받으면 비포장도로를 달릴 수 있다. 산을 오르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자신의 능력에 맞게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선 선배들의 조언과 철저한 연습이 필수. 보통 1년 정도 타면 어떤 길이든 능숙하게 주행할 수 있다. 주로 동우회 정모 때 배우는 것이 좋다.2&4오프로드 동우회(www.2and4.co.kr)는 초보자들을 위한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며 회원들 간의 교류가 많다. 대한모터사이클연맹(KMF)에서 공식적으로 주관하는 오프로드스쿨은 없다. 다만 대한모터사이클연맹에 소속되어 있는 팀에서 자체적인 교육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일반인들이 선수라이선스를 취득하는 방법으로는 우선 대한모터사이클연맹(KMF)에 소속된 팀에 가입한 후 연맹에 선수등록에 필요한 준비서류를 구비하여 제출하면 정식으로 선수활동을 할 수 있다. 라이선스 취득 시 준비서류는 증명사진 2장, 주민등록등본 1통, 면허증 사본 1통, 선수등록신청서 1부이다. 비용은 국제등급 3만원, 국내A등급 2만원, 국내B등급 1만원 등이다. 엔듀로 경기대회는 보통 1년에 3∼4회 정도 개최되며 경기 참여 인원은 60∼100명 정도이며 현재 전국적으로 18개팀 정도가 활동 중이다. 문의 (02)591-0088. ■안전장비 꼭 준비하세요 비포장도로는 부상위험이 생각보다 적다. 넘어져도 흙이나 나무들이 충격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다만 바위에 부딪히거나 바이크에 깔릴 때를 대비해 머리를 보호하는 헬멧뿐 아니라 가슴 팔 다리 등도 전용 보호대를 착용한다. 손에 나는 땀 흡수나 나무로 인한 부상을 막기 위한 장갑도 필수품. 헬멧은 10만∼20만원선, 부츠는 30만원대. 레이싱 슈트는 무척 비싸다. 상의만 100만원이 넘는 제품도 많다. 상·하의 합쳐 60만원대면 무난하다. 또 중요한 것은 사고에 대비한 프로텍터. 정강이나 허리보호대는 3만원 선. 선수용으로 상체를 모두 보호해주는 제품은 70만원대. ●오토바이는 국산 125㏄ 엔듀로가 90년대 말에 생산이 중단되면서 일제 야마하 등의 제품을 사용한다. 보통 일제는 700만∼800만원 대이므로 입문하는 사람들은 국산 중고 오토바이를 사는 것이 좋다. 보통 100만원 전후면 입문용으로 ‘딱’이다. 오토바이 구입 전 엔듀로 동호회에 가입해 선배들의 조언을 따르는 것이 좋다.
  • [문화마당]아줌마 /채윤희 올댓시네마 대표

    세상에는 세 종류의 성(性)이 있다고들 한다. 남성, 여성 그리고 아줌마. 언제부터인가 억척스럽고 막무가내에 부끄러움을 모르는 기혼여자를 가리키는 단어가 된 ‘아줌마’. 우리 사회에서 ‘아줌마’란 단어는 비하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쩐지 우스갯거리의 단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원래 아줌마는 아주머니를 홀하게 혹은 정답게 일컫는 말이라 한다. 가벼우면서 정답다. 그래서인지 우리 사회에서는 아줌마라는 단어가 정감 있고 친근하면서도 어딘지 우스꽝스러운 의미로 통용된다. 버스나 전철에서 빈 자리가 보이면 일단 모두를 제치고 잽싸게 뛰어가 자리를 차지하고 기회만 있으면 어디든 자리를 펴고 주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는 얘기, 세상 돌아가는 얘기에 대해 수다를 떠는 아줌마. 그런 아줌마들을 다른 인종으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안 살림에 애들 교육에, 일상에 지쳐 기회만 있으면 쉬고 싶은 게 아줌마다. 남편들이 일상의 지친 피로를 술 한 잔의 여유로 풀듯, 자식들이 친구를 만나 영화를 보고 PC게임을 하듯 아줌마들도 생활의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 아줌마 역시 똑같은 인간이다. 아니 누구보다도 더 위대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아줌마가 없으면 나라가 멈출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있다. 그만큼 아줌마들이 사회 전반에 기여하는 영역이 넓다고 한다. 기혼여성의 사회진출이 늘면서 일하는 여성층이 남성 못지않다는 통계가 얼마 전에 발표되었다. 게다가 아줌마는 기업에서 무시할 수 없는 파워 소비자다. 각 기업에서는 주부 모니터를 운영하기도 하고, 포털사이트에선 아줌마들이 선정하는 ‘아줌마 입소문 파워 브랜드’에 선정된 기업들에게 상을 주기도 한다. 또 얼마 전에는 한 공중파 방송의 퀴즈 프로그램에서 전업주부가 명문대 졸업생, 고시 출신 공무원 등을 모두 물리치고 ‘퀴즈영웅’에 올라 아줌마의 힘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차츰 아줌마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아줌마를 주제로 한 드라마나 영화, 시트콤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다행히 아줌마들의 일상을 비하하며 조롱하는 소재로 쓰는 것이 아니라 아줌마들의 일상과 고뇌 등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아줌마를 이해하고 살갑게 느끼도록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가씨와 아줌마의 차이를 나눈 유머를 읽은 적이 있다. 옷을 입을 때 아가씨는 살을 드러내려고 하고 아줌마는 감추려고 한다는 유머와 아가씨는 배 속의 허기로 밥을 먹지만 아줌마는 가슴의 허기로 밥을 먹는다는 등의 의미심장한 유머도 있다. 줄줄이 열거되는 유머 중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 아가씨는 좌절하지만 아줌마는 강해진다는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든다.‘아줌마는 나라의 기둥’이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닌 것도 그 때문이다. 고아원, 양로원, 봉사단체에서 활동하는 자원봉사단은 거의 다 아줌마라고 한다. 불우한 이웃을 돕는 일에 아줌마는 자기 몸 힘든 것을 개의치 않는다고 한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는 아줌마는 강하다는 말을 여실히 증명하는 일들이 많다. 그런데도 요즘 몇몇 광고들을 보면 아줌마가 된 것이 무슨 큰 잘못인 양 느껴진다. 어린 꼬마에게 ‘아줌마’ 소리를 듣고 분개하는 아가씨의 모습이나 또 ‘누가 당신 보고 아줌마라고 하겠어.’ 하며 아내를 위로하는 광고도 있다. 아직도 아줌마가 되는 것이 부끄럽고 서글픈 일인 양 치부하는 눈길들이 많은 것이다. 아줌마가 되는 것은 당연한 순리인 데도 말이다. 하지만 아줌마는 존중받고 사랑받아야 한다. 왜냐하면, 세상의 편견을 꿋꿋하게 이겨온 인내의 아줌마니까.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이겨야만 될 수 있는 것이 아줌마니까 말이다. 세상의 모든 아줌마들! 파이팅!! 채윤희 올댓시네마 대표
  • [사진으로 본 전통의 숨결] (4) 화문석과 완초공예

    [사진으로 본 전통의 숨결] (4) 화문석과 완초공예

    “전통적인 느낌의 발이 내려진 한옥 대청마루. 화문석 돗자리가 깔려 있고, 앞뜰에는 소박하고 아담한 꽃들이 피어 있다.” 여름철 전통가옥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대본의 한 구절이다. 여기서 화문석(花紋席)은 중요한 소재다. 우리 살갗에 잘 맞는 토종 깔개인 화문석이 자연친화적인 살림집인 한옥과 더없는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화문석은 꽃모양의 자리로, 고려가 몽골에 저항하기 위해 강화로 도읍을 옮겼을 때 개성 이주민이 부업으로 만들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역사의 유구함과 더불어 종류와 제조기법도 다양하다. 완초(莞草:일명 왕골)를 뽑아다가 껍질을 벗겨 말려서 짠 것이 함평의 왕골돗자리이고, 껍질째 통을 쪼개 말려서 짠 것이 강화 화문석이다. 정교하고 섬세한 수공예품인 화문석의 진가는 완초 하나하나가 드러내는 문양에서 발휘된다. 원앙을 비롯한 길조나 매화, 나비 등이 새겨지며 장생(長生)을 상징하는 학, 거북이, 소나무가 화려하다. 전통 짚풀공예의 아름다움을 대표적으로 표현한 것이 바로 화문석이다. 화문석은 사용 목적에 따라 변신을 할 줄 안다. 마루나 방안에 깔아놓으면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이 되고, 일하는 공간에서는 유희의 장이 된다. 또 세속적인 공간에 자리를 까는 것만으로도 제사를 모시는 성역(聖域)으로 변모한다. 한국인에게 화문석은 단순한 돗자리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다. 마파람이 기어드는 여름밤, 화문석이 깔린 대청마루에 누워서 은하수를 바라보던 ‘행복한 여름’의 추억은 조상들에게 물려받은 유산이자, 계승해야 할 삶의 가치다. 사진 글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완초장 무형문화재 103호 이상재 씨 강화도 교동에서 나고 자란 이상재(63·완초장 무형문화재 103호)씨가 만들고 있는 것은 올이 촘촘하고 때깔이 고운 꽃삼합(무늬를 넣은 세개의 왕골 합)의 바닥이다. 방사형으로 뻗은 날줄에 씨줄을 원을 그리며 감아 나간다. 어릴 적 집에서 부업으로 꽃삼합이나 방석을 결어 내다 팔았기 때문에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처음엔 색색으로 수놓아진 탐스러운 화문석에 반했어요.” 왕골을 쪼개고 말리고 삼고 물들이는 과정을 배워 가면서 손이 성할 날이 없었다.“인간의 인내를 시험하는 일입니다.” 제품을 만드는 시간이 너무 길고 값이 비싸므로 돈벌이가 어렵다는 말이다. 그래도 어려운 살림에 불평없이 수제자가 되어준 아내 유선옥(52)씨가 고맙단다.“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내가 좋아서 잡아온 왕골입니다.” 사진 글 강화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광복60 남북 화상상봉] 화면 건너편 중병 모친에 “눈좀 뜨시라요” 절규

    [광복60 남북 화상상봉] 화면 건너편 중병 모친에 “눈좀 뜨시라요” 절규

    북녘의 두 딸은 60년 만에 본 어머니가 중병으로 눈을 뜨지 못하고 고개만 떨구고 있자 기어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는 TV 화면을 향해 손을 정신없이 휘저으며 절규했다.“어머니 말씀 좀 하라요. 눈 좀 떠보시라요. 말 한 마디만 하라요.” 하지만 더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분명 눈앞에 선명한 어머니의 얼굴이건만 좀처럼 만져지지 않았다. 볼 수 있지만 만질 수 없고, 어른거리지만 부둥켜 안을 수 없는, 이 극한의 비극은 인간의 인내를 잔인하게 시험하는 것 같았다. 그 어떤 이념이, 그 어떤 정치가 이들의 절규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15일 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은 직접 만나는 상봉보다 훨씬 애절하고 안타까운 장면을 연출했다.TV 화면으로 만나기 때문에 감동이 덜할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촉각이 배제된 채 시각과 청각만을 충족시키는 상봉방식은 구경하는 일반 국민까지 애간장이 타들어가게 했다. 수십년 만에 가족의 얼굴을 접한 이산가족들은 처음엔 어색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TV 화면을 통하는 방식도 그렇고, 특히 북측 가족들은 일거수 일투족이 공개된다는 점이 부담스러운 듯했다. 하지만 대화가 점차 진행되면서 감정이 복받치기 시작했고 이내 눈물바다가 됐다. 이들 가운데 1946년 두 딸을 북에 남겨둔 채 막내 딸과 아들만 데리고 월남한 김매녀(98) 할머니는 지난해 찾아온 뇌졸중으로 휠체어에 앉아 고개만 떨구고 앉아 있을 뿐 화면을 응시하지 못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북의 딸들은 끝내 어머니의 음성을 듣지 못하자 발을 동동 구르며 자지러졌다. 다른 가족들은 화면으로나마 상봉의 정을 애틋하게 교환했다. 서울의 박여환(94) 할머니는 북쪽에 나온 70대의 세 딸이 ‘고향의 봄’을 불러주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인천의 변석현(96) 할아버지는 1·4후퇴 때 북에 두고온 60대 전후의 두 아들로부터 큰 절을 받고는 눈물을 참으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장남만 데리고 월남한 변 할아버지는 남쪽 손자와 북녘의 손자 이름이 ‘준식’으로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땐 “참 묘한 우연이다.”며 웃기도 했다. 가족들은 가져온 사진들을 화면을 통해 보여주며 얘기꽃을 피웠다.5평 남짓한 상봉장에 인원 제한으로 들어가지 못한 나머지 가족들은 상봉장 밖에서 까치발을 해가며 유리창 너머의 화면에 나타난 북의 가족들을 보려 애썼고, 상봉 장면을 캠코더에 담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이날 상봉과정에서 화면이 흔들리거나 음향이 들리지 않는 등 일부 기술적 문제점이 노출됐지만, 전반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됐다는 평가다. 오전 화상 상봉에 앞서 한완상 한적 총재와 장재언 북측 조선적십자회 위원장의 화상대화 도중 3∼4분간 대화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는데, 이것은 북측에서 조명선을 건드려 생긴 일시적 사고로 알려졌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씨줄날줄] 조오련 3부자/육철수 논설위원

    수영은 열량소비가 퍽 많은 운동이다. 체중 60㎏인 사람이 30분 동안 수영할 경우 약 190㎉를 소비한다. 이는 36㎞를 쉬지 않고 걸어야 소비할 수 있는 열량이다. 또 등산 40분, 탁구 30분, 조깅 20분 등으로 땀을 흠뻑 흘려야 수영 30분 한 것과 맞먹는 열량이 소모된다. 수영선수치고 몸매가 날씬하지 않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마 소모열량이 많은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런데 광복 60돌을 맞아 엊그제 울릉도∼독도를 헤엄쳐 횡단한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씨 3부자는 모두 역도선수 같은 우람한 체격이어서 TV 생방송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무척 놀랐을 것이다. 수영횡단을 앞두고 고강도 훈련을 쌓았다는 사람들이 어째서 저렇게 뚱뚱할까. 하지만 궁금증은 이내 풀린다. 바다 수영은 풀장 수영과는 다르다는데 열쇠가 있다. 바로 바닷물의 저온현상 때문이다. 낮은 수온에 따른 저체온증을 이겨내려면 몸무게를 10∼20㎏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바다수영은 상어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안전망을 사용한다지만 해파리떼의 공격과 높은 파도, 거센 바람과 수시간 동안 싸워야 한다. 어지간한 체력과 인내, 의지가 없이는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역정이다. 독도가 우리 땅임을 알리는 뜻깊은 행사를 앞두고 지난 2월부터 제주도 모슬포와 마라도 등지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해온 이들 3부자다. 정신·육체적 훈련도 힘든 마당에 체중을 늘리고, 파도와 싸우는 등 3중·4중고의 지옥훈련을 감내했다. 국민이 그들에게 아낌 없는 찬사를 보내는 것은 18시간의 대장정을 성공으로 이끈 것은 물론이고, 그보다는 6개월 동안 이토록 어렵고 세심한 준비를 거쳐 행사에 임한 그들의 마음가짐 때문일 것이다. 대한해협(1980년)과 도버해협(1982년)을 수영으로 횡단했던 조씨가 두 아들과 함께 울릉도∼독도간 바닷길 92㎞ 도전에 나선 것은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제정이 결정적 계기였다고 한다. 훌륭한 수영선수 일가를 가진 것만도 뿌듯한데, 이렇듯 국민의 소망까지 풀어주니 고맙기 그지 없는 일이다. 광복 60돌을 맞아 국민에게 자신감과 국토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워준 조씨 3부자에게 거듭 박수를 보낸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CEO 칼럼] 여름은 독서의 계절/안용찬 애경 사장

    [CEO 칼럼] 여름은 독서의 계절/안용찬 애경 사장

    한낮의 땡볕이 아스팔트를 뜨겁게 달군다. 도로변의 나무들이 무더위에 지쳐 있다. 사람들의 마음은 산과 바다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듯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아 보인다. 요즘 같은 시기에 서점은 파리 날릴 것 같지만 내가 즐겨 찾는 서점에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한여름 무더위에 무슨 책타령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진정한 독서의 계절은 여름이다. 흔히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 하지만 청명한 가을날 실내에 틀어 박혀 책을 읽는다는 것은 보통 인내심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우리 나라 가을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 유혹을 뿌리치고 실내에 책을 읽을 만큼의 자제심이 나에게는 없다. 무더운 한여름이야 말로 시원한 곳을 찾아 꼼짝 않고 책을 읽기에 제격이다. 자투리 시간만 나면 회사 근처 애경백화점내 ‘북스리브로’라는 대형서점으로 책 구경을 간다. 아무래도 베스트셀러에 눈이 먼저 가는데 최근에는 ‘무심’ ‘희망의 힘’ ‘살아갈 날들을 위한 기도’ 등이 좋았다.‘무심’은 공감하는 바가 커 혼자 읽고 말기에는 아쉬움이 남았다.50여권을 더 사서 회사 간부들에게 선물로 주었다. 영어판 책 중에는 ‘Life’s Greatest Lessons’와 ‘Positive Words,Powerful Results’라는 책을 편하게 읽었다. 역시 다량 주문해 영어가 가능한 간부들에게 읽어보라 전해 주었고, 집에도 두 권을 가지고 가 아이들 방 책꽂이에 살짝 놓아 두었다. 특히 ‘Life’s Greatest Lessons’는 작가가 고교 교사 출신이어서인지 평이한 단어로 씌어져 정말 중요한 인생의 교훈들을 쉽고 와닿게 설명하고 있다. 경영관련 서적은 전에 읽었던 ‘Good to Great’를 올 여름에 다시 읽었다.‘이건희 개혁 10년’은 이번 주말에 읽을 예정이다. 지난 주에 읽은 ‘진다방 미스신이 심은하보다 예쁘다’라는 책은 제목이 재미있어 샀는데 작가가 나하고 동갑이라 그런지 내용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아 책 읽는 내내 즐거웠다. 와인에 관심이 많아 와인 서적을 많이 구매하지만 실제로 책방에 서거나 앉아서 읽는 책의 수도 만만치 않다. 어떤 와인책은 한 두시간 훑고 나면 사기가 아까운 책도 많다. 내용이 워낙 겹치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서점에는 좀 미안하지만 아예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속독으로 두 세권을 읽어버리기도 한다. 수년 전까지 경영관련 베스트 셀러를 즐겨 읽었는데 얼마 전부터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읽고 있다. 여전히 왕성하게 책을 사지만 그에 못지 않게 있는 책을 없애는 데에도 시간을 쏟는다. 평생 지니고 싶은 책은 30여권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회사와 집에 200∼300권의 책이 있지만 조만간 100권 내외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할 예정이다. 그러기 위해 전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한번 훑어보고 곁에 둘 것인지 남에게 불하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내가 힘들 때 나를 일으켜 세워준 것은 책이었다. 괴로울 때는 책에서 힘과 용기를 얻었고, 즐거울 때는 책을 통해서 더욱더 즐거워 했다. ‘처서’가 다가오는 것을 보니 이제 곧 세상은 가을 옷으로 갈아 입을 예정이다. 그쯤 되면 아름다운 가을 풍경이 사람들을 산으로 들로 유혹할 것이다. 그 전에 서점에 들러 몇 권의 책을 사고 보자. 당장 읽어도 좋고 나중에 읽어도 좋다. 독서에 투자하는 것만큼 효율적인 투자는 없다. 여름은 독서의 계절이다. 여름이 다 가기 전에 퇴근길에 서점부터 들르자. 지금 내 곁에 쌓여 있는 책을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안용찬 애경 사장
  • [사설] 6자회담 휴회, 불신 해소 못한 北·美

    제4차 북핵 6자회담이 실질 합의를 내지 못하고 휴회한 것은 북·미간 불신이 아직 해소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이번 6자회담에서는 합의를 이끌어 내려는 참가국들의 자세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회담 기간이 13일이나 이어졌고, 양자 및 다자 접촉이 수시로 이뤄졌다. 그러나 북한이 진정한 핵폐기 의사를 가졌느냐, 미국이 상응조치를 할 것이냐를 놓고 북·미는 서로를 신뢰하지 못했다. 회담의 최대 난제는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 논란이었다고 한다. 한반도 비핵화에 참가국들이 의견을 같이했으며, 북한이 핵무기 폐기 의사를 밝혔지만 핵 에너지의 평화적 사용 문제에 있어 미국이 강한 의구심을 표출했다. 북한이 1994년 맺은 제네바 핵합의를 깨고, 연구용 원자로를 핵무기 제조시설로 전용한 전례를 들어 모든 핵프로그램 폐기를 주장했다. 북한은 패전국이 아닌데 평화적 사용까지 원천봉쇄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미국이 반대급부로 제시한 조치의 동시이행 여부에도 북한은 불신의 눈초리를 보냈다. 이런 쟁점은 북·미간 신뢰가 깔려야 풀린다.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 사찰을 수용하는 것을 전제로 평화적 핵 이용권을 허용하는 절충안이 있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의 성실성을 의심했다. 한국·미국은 또 북한이 평화적 핵 이용을 앞세워 경수로 지원을 계속해 달라고 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전력·중유와 함께 경수로 지원까지 해달라고 한다면 협상은 이뤄지지 않는다. 회담은 3주 후 속개된다. 북한은 지연전술을 생각조차 말아야 한다. 약속 시점에 회담장에 나오는 일부터 신뢰를 쌓아야 한다. 중국이 만든 4차 합의문 초안에 다른 참가국은 동의한 만큼 그 골격을 받아들인다는 유연한 자세로 바뀌기 바란다. 미국도 대북 강경론을 자제하면서 인내심을 갖고 북한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 [토요일 아침에] 웰빙,‘참살이’ 그리고 ‘잘살이’/원철 스님 조계종포교원 신도국장

    웰빙은 우리말로 ‘잘살이’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참살이’라고 한다. 불교집안에서 ‘잘산다’는 말은 일과 수행이 조화를 이루고 마음이 평화로우며 언어와 사고가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반듯한 삶의 형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이번 결제 때는 참 잘 살았다.’라고 평가를 내렸다면 그건 치열한 수행과 함께 구성원의 화합을 동시에 만족시켰다는 뜻이다. 세간에서 ‘잘산다’고 하는 말은 물질적인 풍요로움의 추구라는 어찌 보면 다소 욕심이라는 의미가 더 도드라지는 뉘앙스로 다가온다. 그래서 혹 그런 잠재되어 있는 탐하는 마음은 살짝 감추면서 조금은 품위있는 의미가 포함된 ‘참살이’라는 단어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잘살이’와 ‘참살이’는 웰빙의 물질적 정신적 만족이라는 두가지 면을 동시에 반영한다. 하지만 동시에 가치적으로는 또 다른 긴장관계를 불러일으키는 개념이기도 하다. 예를 들자면 그것은 집안의 모든 가구와 장식소품을 이른바 ‘젠 스타일’로 꾸미고 또 그것을 자기의 독특한 살림살이라는 빛깔을 외적으로 아무리 내세운다고 할지라도 그 자체가 ‘참선(參禪)’이 될 수는 없는 것에 비유될 수 있겠다. 따라서 잘살이인 ‘젠 스타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것이 계기가 되어 ‘참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 때 비로소 그것은 참살이가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젠 스타일이라는 하드웨어만으로 ‘선 수행’이라는 소프터 웨어까지 담아낼 수는 없다. 어느 해 겨울 깊은 산중 암자를 찾았을 때의 그 씁쓰레한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뜨락에 내린 눈을 그대로 오래도록 바라보기 위한 방편으로 그 안으로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도록 다니는 길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새끼줄을 쳐놓은 것이었다. 흥에 겨워 들어가서 밟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지만 가만히 안으로 눌러야만 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것도 잘못된 젠 스타일의 또 다른 고착된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지나치게 빗자루 질이 잘된 이른 아침의 절집 안마당을 가로지르기가 부담스러웠던 그 풍경과 오버랩되었다. 그래서 설총이 깨끗하게 쓸어놓은 뒤란에서 원효대사는 모아놓은 낙엽을 한 움큼 다시 가지고 와서 흩뿌리고 난 후 아들을 바라보며 가만히 미소를 짓고 있는 그 모습에서 이미 ‘젠 스타일화’되어버린 마당을 선 수행 공간으로 바꾸어버린 지혜의 또 다른 반전을 발견하게 된다. 인사동의 어느 식당은 그 촌스러운 내부 세간살이에도 불구하고 밥맛이 좋다는 이유 하나로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하지만 그 밥맛을 빨리 누리겠다고 독촉이라도 할라치면 그 주인장은 당장이라도 내보낼 듯한 표정을 짓는다. 손님이 주문을 넣으면 그제서야 밥을 솥에다가 안치기 시작하는 까닭이다. 그것이 이 집 나름대로 손님들에게 기다림의 미학을 즐기도록 만드는 독특한 경영철학으로, 이집을 다시 찾게 만드는 또 다른 매력이기도 하다. 맛있는 밥은 ‘잘살이’이다. 하지만 그 밥맛의 완성을 기다릴 줄 아는 마음의 여유는 ‘참살이’이다. 많은 사람들은 눈앞에서 당장 원하는 결과가 나타나길 바라는 시대의 대세에 괘념치 않고 이 식당은 기다려야 함을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는 또 다른 수행의 현장이다. 인스턴트 시대에 슬로 푸드를 몸으로 실천하고 있었다. 기다림 후에 나온 그 따뜻한 밥 한그릇을 통하여 ‘잘살이’에서 ‘참살이’로 나아가는 전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것에 비한다면 몇천원의 수업료와 몇십분의 인내는 사실상 비싸다거나 긴 시간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보통사람들은 ‘잘살이’를 ‘참살이’로 착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가 어떻게 참여하느냐에 따라 모든 곳이 웰빙처가 될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마저 잊어버리고 산다.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웰빙처가 따로 있거나 별도로 시간을 만들어야 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님에도 불구하고. 눈만 제대로 뜨고서 모든 것을 살펴보고 함께할 마음의 여유만 있다면 곳곳이 잘살이를 향한 웰빙처요, 모두가 참살이를 가르쳐 주는 웰빙스승인 것이다. 원철 스님 조계종포교원 신도국장
  • 긴장의 베이징… 北 ‘입’만 바라봐

    |베이징 김수정특파원|열하루째로 들어선 제4차 6자회담이 ‘막판 극적 타결’이냐,‘휴회’(休會)냐, 아니면 ‘결렬’이냐의 갈림길에서 일단 ‘계속 논의’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동안의 쟁점 협의를 바탕으로, 후속 협의를 전제로 중국측이 마련한 ‘원칙 성명’초안에 대해 북한측이 4일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미국의 핵위협과 대북 적대시정책에 기인하기 때문에, 핵무기에 국한된 폐기여야 하고 평화적 핵활동은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지만 이날 6자 수석대표회의에는 참석했다. 우리 정부는 “휴회 가능성은 없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진력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미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이날 밤 북한의 결단을 촉구하면서 “6개국은 9일 동안의 협의 끝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조만간 이번 라운드의 막을 닫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어떻게든 합의문을 내야 이번 회담을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노력은 가열차다. 중국 리자오싱 외교부장이 이날 콘돌리자 라이사 미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건 것도 그런 맥락이다. 통화에서 리자오싱 외교부장은 라이스 장관에게 북측이 수정안을 거부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좀 더 인내심을 가져줄 것과 좀 더 양보할 수 있는 지 여부를 협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같은 평행선 속에서 대타협을 이루기 위해선 이른바 몇주일을 계속하는 ‘끝장 토론’형식이 돼야 한다는 논리다.●‘휴회’는 ‘결렬’이나 마찬가지? 미국 조야의 대북 강경 네오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마련된 이번 회담에서 성과 없이 ‘휴회’가 선언될 경우 파장은 ‘결렬’에 못지 않은 심각성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에 힐 차관보가 그냥 돌아가면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한 회담 관계자의 말은 휴회 파장을 염두에 둔 것이다. 미측은 이번 초안에 ‘OK’를 할 때까지 신축성을 많이 보여왔다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분석이다. 다른 5개 참가국이 ‘OK’한 합의안이 북한의 반대로 채택이 되지 않을 경우 워싱턴 분위기는 다시 굳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 강경파들은 유엔안보리 제재, 경제봉쇄조치 등 ‘플랜B’정책에 목소리를 높일 것이 분명하다.“봐라. 결국 북한은 협상 대상이 안된다.”는 논리만 키워준다는 얘기다.●주말까지 타결 시도할듯이 부담감에서 6개국은 이번 주말까지 포기하지 않고 타결을 시도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다시 만나는 날짜도 잡지 않고 회담을 종료하는 ‘결렬’은 6자회담 자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낮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1∼2주일 정도의 짧은 휴식기, 구체적 날짜를 잡아 휴회하면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는 식으로 전개될 수도 있지만 전망은 안개속이다.cryst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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