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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동아 기사 마약 연상”

    청와대는 28일 노무현 대통령을 원색 비판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칼럼을 적시,“마약의 해악성과 심각성을 연상시킨다.”며 반박했다. 또 두 언론사에 대한 청와대 비서실 차원의 취재 협조를 거부하기로 했다. 이백만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춘추관 2층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통해 두 신문 기사와 칼럼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통상 대변인이 논평하거나 반박글을 쓰던 관례와 달리, 이 수석이 ‘발표’ 형식을 취했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대응 수위를 짐작케 한다. 청와대가 발끈한 보도는 조선일보 1면의 ‘계륵(鷄肋) 대통령’ 정치분석 기사, 동아일보의 ‘세금내기 아까운 약탈정부’ 등 2개 칼럼이다. 이 수석은 “기사 곳곳에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섬뜩한 증오의 감정이 깊이 묻어 있고, 해설이나 칼럼의 형식만 띠고 있을 뿐 ‘침뱉기’”라면서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수석은 특히 “언론이 사회의 목탁으로써 기능하지 않고 사회적 마약처럼 향정신 물질의 자극을 흉내내면 사회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동갑내기 박예진-홍수현 사극 도전기

    동갑내기 박예진-홍수현 사극 도전기

    입고 있는 옷부터 차이가 난다. 한쪽은 선머슴 같고, 한쪽은 비단에 자수가 놓인 공주풍 차림이다. 그러나 눈빛만은 서로에게 뒤지지 않게 반짝인다. 9월16일 첫 전파를 타는 KBS 100부작 대하드라마 ‘대조영’(연출 김종선·윤성식, 극본 장영철)에서 대조영(최수종 분)의 첫사랑과 마지막 사랑인 ‘초린’과 ‘숙영’역을 맡은 박예진과 홍수현. 촬영이 한창인 KBS 수원 드라마센터에서 최근 만난 81년생 동갑내기들의 각오는 남달라 보였다. 무거운 머리장식에다가 몇겹의 옷을 두르고 말을 타면서 더위와 싸우고 있는 그들은 본격적인 사극 도전이라는 점에서 어깨가 무거운 듯했다. 박예진이 맡은 초린은 발해의 건국자 대조영(최수종 분)이 거란족에 붙잡히자 도망가기 위해 인질로 잡은 부족장의 딸. 초원에서 자라 거친 야성녀의 면모를 지닌 초린은 대조영과 불꽃 같은 사랑을 하고 아들 검을 낳지만 결국 대조영을 배신하고 그와 대립하는 이해고(정보석 분)에게 돌아간다. 반면 홍수현이 연기하는 숙영은 보장왕의 조카로, 먼발치에서 대조영에 대한 연모의 정을 느끼다가 위기에 빠진 그를 구해준 뒤 조심스럽게 사랑을 키운다. 대조영을 사이에 두고 초린과 갈등을 빚지만 결국 운명은 그를 대조영이 세운 발해의 첫 황후로 이끈다. 대조영의 아이를 낳는 것은 둘의 공통점이지만, 결국 초린의 자식이 왕이 되면서 숙영은 아픔을 겪는다. 그러나 숙영은 백성들을 위한 국모가 돼 한국 여성의 끈기와 인내를 보여준다. 박예진은 “보통 사극에서 나오는 지고지순한 역할이 아닌, 강인한 캐릭터”라면서 “평소 운동을 좋아하고 말을 타보고 싶었는데 승마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 얌전한 이미지와 상반된다는 질문에 “초린의 야성적이고 복합적인 성격을 실제로도 갖고 있어 내면에서 최대한 끄집어 내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1년 만에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내는 홍수현은 “온실 속의 화초 같은 공주보다는 당차고 활발한 면이 있는 역할”이라면서 “대조영과의 사랑이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예진은 KBS ‘장희빈’에서, 홍수현은 SBS ‘왕의 여자’에서 모습을 보였지만 100부작 사극에서 본격적인 주연급 연기를 하게 돼 적응하는 데 만만치 않다고 했다.“옷 매무새와 움직임, 감정 등이 일반 드라마와 달라 선배님들께 많이 배우고 있어요.”(박예진)“안 쓰던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서 배우다 보니 사극이 현대극보다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홍수현) 특히 발해사를 처음 다루는 사극인 만큼, 거의 알려지지 않은 우리의 찬란한 역사에 관심을 갖게 돼 자부심을 느낀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또 이덕화·최수종·정보석 등 선배 배우들과 함께 연기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예진은 “또래들에 비해 작품을 꾸준히 한 편이 아니라서 이번 사극을 통해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박예진’이라는 연기자가 확실히 박혔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수현은 “드라마 처음부터 끝까지 최선을 다해 한 단계 성숙하는 배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선 PD는 “초린과 숙영은 각각 타민족과의 경쟁, 고구려의 뿌리 등을 담기 위해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이지만 드라마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역할”이라면서 “연기의 폭이 깊기 때문에 배우들이 좋은 연기자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한총리 ‘색깔’내나

    한총리 ‘색깔’내나

    한명숙 국무총리가 28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한 총리는 27일 정부중앙청사 접견실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그동안의 소회와 앞으로의 각오를 밝혔다. 한 총리는 민감한 현안에도 분명하게 의견을 피력하고,‘책임총리 역할’ 논란에는 “정책파악이나 정책조정에 있어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여성총리가 ‘얼굴마담’이라는 등식화는 잘못된 것”이라면서 “그런 표현 자체가 차별언어로 비하하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단호한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화합의 리더십 보여 한 총리가 ‘색깔’을 보여주려 애쓴 것은 자신에 대한 세간의 평가에 시각차가 드러나고 때문이다. 취임 일성으로 ‘대화와 소통’을 강조한 한 총리는 그동안 사회적 통합과 합의를 이뤄내는 데 역점을 두었다. 평택 미군기지 사태에 인내를 갖고 대처해 물리적 충돌을 막는 조정력을 발휘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에서도 어렵사리 사회협약 체결이라는 결실을 이끌어 냈다. 학교 급식 등 민생 현장의 목소리도 정책에 반영시키려 했다. ●전임 총리는 ‘부담’ 하지만 요즘 총리실 안팎에서는 “한 총리가 많이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동안에는 회의석상에서 간부들의 의견을 주로 듣는 편이었는데, 최근 들어 구체적인 지시를 자주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국무조정실의 기강해이와 보고서 부실을 공개석상에서 매섭게 질타한 것도 그만큼 일에 자신감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학계의 한 인사는 “국정을 시민운동의 연장선에서 접근하면 안될 것”이라면서 “국정 수행에 있어서 보다 분명한 원칙을 보여줘야 한다.”고 충고했다. 전임 총리를 의식해 ‘책임총리’ 역할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한명숙 브랜드’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전임 총리와 다른 역할을 찾아,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용인 하천변에 대형주차장 3곳에 모두 2700여대 규모

    용인내 주요 하천변에 대규모 주차장이 건립된다. 용인시는 25일 관내를 관통하는 경안천과 금학천, 오산천 등 3개 하천변에 2008년 말까지 944억원을 들여 모두 2700여대의 차량이 주차할 수 있는 12개의 주차건물을 신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는 이를 위해 올해말까지 주차건물의 위치 선정과 실시설계 등을 모두 마무리하고 늦어도 내년초부터 본격적인 신축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시는 주차건물이 모두 완공되면 현재 운영 중인 3개 하천변 하상 주차장(2000여대 규모) 3곳을 모두 철거할 계획이다.성남 윤상돈기자yoonsang@seoul.co.kr
  • ‘콘트라 섹슈얼’로 시선 잡아라

    ‘콘트라 섹슈얼’의 모습을 소재로 한 광고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지위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전통적인 여성상을 거부하고 ‘강한 여자’를 추구하는 현대 여성들을 콘트라 섹슈얼로 부른다. 이는 ‘반대’의 뜻을 가진 콘트라와 성을 의미하는 ‘섹슈얼’을 조합해 영국의 미래학연구소가 최근 고안해 낸 말이다. 즉, 현대 여성들의 성향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함축하는 말이다. 최근 콘트라 섹슈얼에 한국 여성들도 많이 쏠리고 있다. 참고 인내하는 전통적인 여성상인 현모양처보다는 도발적이고 강한 ‘여전사’를 희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콘트라 섹슈얼 여성은 숨김없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며, 남성까지도 자신의 취향대로 고르고 있다. 콘트라 섹슈얼의 대표적인 광고로 KTF의 ‘W영상커플요금’편을 들 수 있다. 광고는 마룻 바닥에 누워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얼굴을 서로 마주하는 두 남녀에서 시작한다. 여자는 당연하다는 듯이 남자에게 “너 KTF지?”라고 묻는다. 남자는 태연하게 “아니”라고 답하는 순간 두 눈을 휘둥거리며 깜짝 놀란 여자의 얼굴과 함께 시간이 정지한 듯한 적막함이 흐른다. 잠시 뒤 여자는 KTF를 사용하고 있는 다른 남자 친구의 품으로 굴러서 간다. 익살스러운 모습이다.“KTF가 아니라면 바꿔라.”라는 자막과 함께 KTF인 남자 친구를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의 기준을 통해 망설임 없는 판단과 선택을 하는 ‘강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콘트라 섹슈얼을 소재로 삼은 광고이다. 삼성전자는 이효리와 이준기를 모델로 기용한 애니콜 ‘지상파 DMB폰’광고에서 콘트라 섹슈얼의 전형을 보여준다. 광고에서 강한 여성이자 콘트라 섹슈얼 여성을 상징하는 이효리가 지상파 DMB폰으로 의인화된 이준기를 원하는 대로 조정한다. 이효리가 이준기의 턱을 잡고 얼굴을 왼쪽 오른쪽으로 돌리면서 섹시한 모습으로 살펴보다가 이준기를 의자에 밀쳐 앉히고 “좋아, 지금이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내가 원하는 각으로 본다.”는 음성 메시지와 함께 ‘디지털익사이팅코드 지상파 DMB폰’이라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한국코카콜라도 과일 음료 미닛메이드의 ‘후레쉬믹스’광고에서 드라마 ‘소울메이트’이수경이 기습적인 키스 장면으로 콘트라 섹슈얼을 표현하고 있다. 광고는 이수경 신동욱 커플이 혼자 온 이진욱과 나란히 앉아 객석에서 테니스 경기를 관람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계속되는 랠리에 관중들의 고개가 좌우로 돌아간다. 싱싱한 사과 반쪽을 베어 물며 고개를 돌린 이수경이 옆 자리에서 달콤한 리치를 먹고 있는 이진욱을 덮쳐 갑작스럽게 키스를 한다. 동시에 내레이션은 제품을 ‘아름다운 키스의 맛’으로 비유하고 있다. KTF 관계자는 “새로운 문화 코드인 ‘콘트라 섹슈얼’이 소비자들에게 신선하게 와 닿기 때문에 이런 소재를 빌린 광고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공직 초대석] 국무조정실 김영주 실장

    [공직 초대석] 국무조정실 김영주 실장

    정부 부처 사이에 얽히고설킨 현안을 풀어가는 데 빠지지 않는 ‘약방의 감초’가 있다. 하지만 업무 성격 탓에 “내가 했노라.”고 대놓고 ‘들이대기’는 또 어려운 자리다. 바로 ‘있는 듯, 없는 듯 해야 한다.’는 국무조정실장이다. 김영주(56·행시 17회) 국무조정실장은 2년6개월 동안의 청와대 생활을 정리한 뒤 지난 3월 지금의 자리에 앉았다.‘대통령의 남자’에서 ‘총리의 그림자’로 변신한 김 실장을 만나봤다. ●노 대통령과 한 총리는 보완 관계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 등 경제부처에서 재정·금융·예산·기획 분야를 두루 거친 김 실장은 2003년 9월 정책기획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뒤 정책기획수석, 경제정책수석을 지냈다.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경험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은 “용량이 큰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또 노 대통령은 지난 3월 김 실장을 내보낸 뒤 국무회의 석상에서 “각료들이 많이 도와달라.”고 당부할 만큼 신뢰가 높았던 참모였다. 김 실장은 “특정 현안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청와대는 그만큼 정책 하나하나가 조심스럽다.”면서 “총리실은 다뤄야 할 과제가 워낙 많아 청와대에 비해 깊이는 덜 하지만, 스팩트럼이 넓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총리실은 정책을 조정·결정하는 업무 말고도 단순히 상황을 파악해야 하는 업무도 많다.”면서 “총리실이 청와대보다 중압감은 덜한 것 같지만, 업무의 깊이가 아닌 폭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다.”고 일의 성격을 구분했다. 김 실장은 노 대통령과 한명숙 총리의 다른 점도 어렵사리 털어놓았다. 그는 “대통령은 원칙주의자로 선이 굵다.”면서 “특정 현안을 처리할 때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파고드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또 “총리는 업무를 치밀하고 섬세하게 다루는 편”이라면서 “대통령과 총리가 서로 보완이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한 총리를 가리켜 ‘영(令)이 안 선다.’는 등 이해찬 전 총리와 비교하는 언론 보도에도 불만을 나타냈다. 김 실장은 “총리 지시사항은 별도로 관리할 정도로 내각을 이끄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총리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다분히 선입견이 작용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난제는 이념적 갈등 총리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주한미군기지 평택이전 등 굵직굵직한 국정 현안을 끌어안고 있다. 때문에 정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다양한 ‘눈’이 가장 부담스럽다고 했다. 김 실장은 “한·미 FTA나 주한미군 이전 문제처럼 무엇이 실질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가 아니라, 이념적으로 부딪쳐 설득하기가 쉽지 않은 사안이 많다.”면서 “법과 원칙을 적용하기 위한 사회적 여건도 갖춰지지 않은 실정”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실장은 특히 한·미 FTA에는 “각 부처는 협상을 어떻게 하느냐, 홍보를 어떻게 하느냐, 대내조정을 어떻게 하느냐 등 세 가지만 분담한다.”면서 “갈등관리가 빠져 있는데, 이는 총리실의 역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총리실에 한·미 FTA 전담 태스크포스(TF)가 꾸려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었다. 그는 또 국가 정책은 양면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예컨대 대형 유통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 영세자영업자나 도·소매업자가 타격을 받아 사회적 갈등이 파생될 수 있다. 김 실장은 “조화를 이루고 균형점에 도달하려면 활발한 토론, 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면서 “모든 정책은 국민적 이해와 수긍이 밑바탕돼야 하기 때문에 갈등을 조정하다 보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무조정실장은 ‘참모급’ 장관 국무조정실장은 각 부처의 정책을 조정하는 장관급 요직이다. 그러나 총리를 보좌해야 하고, 국무위원이 아니기 때문에 늘 ‘뒷자리’다. 김 실장은 “실제 업무를 맡는 부처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일을 해도 보도자료 하나 제대로 못낸다.”면서 “섭섭할 때도 있지만 결과를 해당 부처에 맡겨야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만큼 조정하는 사람이 나서면 부처의 힘이 약화될 수 있다.”고 못박았다. 총리를 보좌해 각 부처의 정책을 조율하다 보면 ‘회의 장관’이라는 별명도 따라붙을 만큼 참석해야 할 회의가 많다. 김 실장은 “단순히 참석만 하는 회의보다 주재하는 회의가 부담이 된다.”면서 “회의를 주재하는 과정에서 이야기 전개를 따라가지 못해 얼버무린 적도 있다.”며 웃음지었다. 김 실장은 후배 공직자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맡은 일을 끝까지 잘 마무리하고, 조직에 얼마나 공헌을 했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직책의 높고 낮음은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이어 “공직자는 네트워크도 중요하며, 평소에 신뢰를 쌓아야 높은 자리로 올라갈수록 자산이 된다.”면서 “자기 이익만 고집한다는 소릴 들으면 일하기가 어렵다.”고 충고했다. 글 장세훈기자 사진 김명국기자 shjang@seoul.co.kr ■ 김 조정실장 어떤 일하나 김영주 국무조정실장은 주재하는 회의만 차관회의 등 40개에 이른다. 또 대통령이나 총리가 주재하는 회의 등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회의도 60개에 이른다. 때문에 김 실장은 지난 3월 취임 이후 한달 평균 50건, 하루 평균 2.5건의 회의를 소화하고 있다. 여기에 각종 기획단 단장과 정부출연연구회 이사 등 겸직하고 있는 직위도 80개가 넘는다. 국무조정실장의 업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 3월 국무조정실에 ‘복수 차장(차관급)제’가 도입됐으나, 시간을 분·초 단위로 쪼개 써야 하는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급기야 이달부터는 모두 81가지의 ‘일하는 방식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개선방안은 김 실장이 진두지휘한다. 보고나 결재에 낭비되는 시간을 없애기 위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메신저 등을 활용하도록 했다. 또 모든 회의는 한 시간 안에 끝내도록 하고, 보고서는 2쪽을 넘지 않아야 한다. 아울러 직원들이 정보를 활발히 교류할 수 있도록 정부통합지식관리시스템(KMS)에 개인의 미니홈페이지를 연계해서 구축한 직원들에게는 ‘사이버 머니’를 나눠 주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제도도 도입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부시-푸틴 G8 앞두고 신경전

    오는 주말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서방 선진 8개국(G8)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최국 러시아와 미국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1일 “국내사안에 대한 어떠한 간섭행위도 용납치 않겠다.”며 회담기간 러시아 정치상황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고 나섰다. 다분히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다. 두 나라의 관계는 지난 5월 “러시아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풍부한 자원을 이웃나라에 대한 협박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급속히 냉각됐다. 지난해 2월 정상회담에서는 러시아의 민주주의 문제를 두고 두 나라 정상이 논쟁을 벌인 전력도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미국 NBC 방송과의 회견에서 “선의의 비판은 받아들이겠지만 내정에 간섭할 목적으로 러시아에 민주화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에는 절대적으로 반대한다.”면서 “체니의 발언은 ‘오발 사고’”라고 비꼬았다. 체니 부통령이 지난 2월 메추리 사냥을 하다 실수로 친구를 쏴 부상을 입힌 사실을 꼬집은 것이다. 프랑스 LCI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나라마다 존중받아야 할 고유한 가치 기준들이 있다.”면서 “이것을 무시한 채 민주화를 요구하는 것은 ‘문명화’를 구실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를 수탈한 19세기 식민주의자들의 논리와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푸틴 대통령의 강도 높은 발언이 최근 러시아 반정부 단체들이 G8회담에 참석하는 서방 지도자들에게 국내 정치상황을 비판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을 의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부시 대통령이 회담 주최국인 러시아의 심기를 건드리면서까지 정치문제를 쟁점화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부시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란과 북한에 대한 제재에 반대하는 기존입장을 재고해주길 원한다.”면서 “체니 부통령의 발언으로 화가 나 있는 러시아를 향해 부시 대통령이 유사한 발언을 할 것이란 기대는 접는 게 낫다.”고 전했다. 잡지는 그러나 “푸틴이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에 대한 미국의 지지 철회를 요구한다면 부시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이현세 만화경] 어처구니없는 열정에 대해서

    [이현세 만화경] 어처구니없는 열정에 대해서

    일본 만화 중에 ‘내일의 죠’라는 만화가 있다.1960년대 말쯤에 시작된 이 만화는 일본에서 굉장한 인기였고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다. 고아원에서 자란 주인공 죠는 혼혈아이고 타고난 싸움꾼으로서 운명처럼 권투를 하게 된다. 그러나 죠가 권투를 하는 이유는 돈이 아니라 가장 강한 자가 되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죠에게는 돈도 명예도 사랑도 필요하지 않다. 죠의 열망은 차가운 링위에서 가장 강한 자를 상대로 자신의 투혼이 하얗게 재가 되도록 활활 불태워 보는 것이다. 그런 죠의 집념은 국내와 아시아를 넘어 결국 세계챔피언 호세와의 타이틀전을 갖게 된다. 이미 펀치드렁크가 와 버린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죠는 미련도 후회도 없이 마지막 라운드까지 자신을 불태우고 비로소 의자에 앉은 채 깊은 잠에 빠진다.“그래, 이거야…. 난 정말 활활 타버려서 이젠 재밖에 남지 않았어. 만족해.” 이것이 죠의 마지막 독백이었다. 그리고 승리는 면도날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챔피언 호세의 것이 되었다. 그러나 게임이 끝난 직후 호세의 검었던 머리는 거짓말처럼 백발이 되어 있었다. 호세는 죠와는 반대로 자신의 에너지를 완벽하게 소진해 버린 것이었다. 때로는 열정이라는 것이 너무나 어처구니없을 때가 있다.“저기 산이 있어서 산을 오른다.”는 등반가의 우답처럼 순수한 열정이란 너무나 황당한 이유뿐이라서 차라리 미친짓이라고 단정해 버릴 때도 있다. 그러나 그런 열정이란 또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무엇엔가 미쳐서 주변의 어떤 것도 느끼지 못하는 완벽한 자기만의 세계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로지 순수한 열정만 있을 때 가능하다. 그리고 그것은 만족만큼이나 최고의 집중력과 인내심을 요구한다. 작가에게도 이런 열정은 있다. 내게도 당연히 한 때였지만 있었을 것이다. 초기 스포츠 신문에 연재할 때였다. 그때는 신문의 만화지면이 세로로 길게 늘어진 모양이어서 원고지를 두루마리처럼 길게 제작해야 되었고 데생을 할 때면 앞에 그린 것을 위로 밀어올리면서 그려야 했다. 아직은 만화를 천시할 때여서 신문지면 발표는 중요한 데뷔였고 당연히 나는 긴장하고 있었다. 하루 데생량이 서너시간은 바쳐야 하는 작업이었고 매일매일 하는 작업은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몇 시간이나 되었을까, 머리를 쳐박고 데생을 하고 있는데 머리위가 환해졌다. 고개를 들어보니 그림이 그려져 위로 말려 올라간 원고지가 불이 붙어 폭죽처럼 쏟아져 내려 오고 있었다. 하루에 서너갑씩 담배를 태우던 때라 연기를 정화할 양으로 책꽂이 위에 켜 두었던 양초 때문에 말려 올라간 원고지가 머리에 불이 붙어서 비명을 지르고 떨어지는 것이었다. 데생은 처음부터 다시 해야 되었고 작업은 다음날까지 꼬박 새우고 나서 끝이 났고 새벽에야 겨우 윤전기로 원고가 갈 수 있었다. 세월이 지나 어느 날인가 내게서 이 열정도 떠나버렸고 지금도 나는 그 열정이 가장 그립다. 두 종류의 작가들이 있다. 하던 작업이 끝나지 않으면 화장실이 생각나지 않는 작가와 수시로 화장실을 가지 않으면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작가가 있다. 지금의 젊은 작가나 학생들은 확실히 뛰어나다. 정보용량은 넘치고 감성과 테크닉은 그들의 상상력만큼이나 대단하다. 그러나 그들은 집중력과 인내심이 떨어지고 산만하다. 그래서 그들은 조급하고 미래에 대해서 불안해한다. 영리한 그들은 절대로 어처구니없는 짓을 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순수한 열정이 없으면 결국 우리들의 미래도 없다. 미래는 예약된 것이 아니다. 미래는 도착해 봐야 아는 것이고 산다는 건 어차피 어처구니없는 일의 연속인 것이다. 하긴 미래에 대한 보험을 가지고 있는 SF 만화나 환타지 만화는 있다.
  • [농업 희망을 쏜다] (14) 자본·기술·인내로 버텨낸 배 과수원

    [농업 희망을 쏜다] (14) 자본·기술·인내로 버텨낸 배 과수원

    서해안 고속도로 비봉 인터체인지로 빠져나와 화성시 제부도 쪽으로 방향을 틀면 오른쪽에 ‘현명농장’ 간판이 보인다. 다른 농장과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국내에서 20년이 넘도록 최고의 ‘명품 배’만 생산한 곳이다. 이윤현(60) 대표는 “괭이나 삽으로 농사를 짓던 시대는 갔다.”고 강조한다. 조상 대대로 살던 서울 압구정동을 뒤로 하고 경기도 화성시에 정착한 것도 “제대로 된 배 과수원을 가꾸기 위해서였다.”고 회상한다. 농업은 자본과 기술, 그리고 인내심이 결합됐을 때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 대표는 “배를 키우려면 배나무와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수원에도 기업경영 개념 도입돼야 압구정동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 대표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인생의 갈림길에 섰다. 홀로 된 어머니와 할머니가 농사일에 매달리는 상황에서 상급학교 진학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어리지만 오이를 재배하고 닭도 키우면서 점차 집안의 대들보 역할을 했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배 과수원과 논·밭 등이 5000평이나 됐음에도 수확은 변변치 못했고 생활은 쪼달렸다. 결국 1973년 압구정동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강남 개발론이 대두되는 시점이어서 다행히 압구정동 땅을 팔아 경기도 화성에 2만 8000평의 배 과수원을 사들였다. 배 과수원이 있으면서도 방치했던 게 마음에 걸려 제대로 해보겠다는 심사에서였다.“압구정동에 있던 땅은 현대백화점이 들어선 자리 주변이죠. 만약 그대로 있었으면 지금쯤 부자가 됐을 것입니다. 하지만 돈만 있고 목표가 없다면 별볼일 없는 인생 아니었겠습니까.” 이 대표는 농촌 청년회 모임인 4H구락부 생활을 해서인지 “흙은 절대로 속이지 않는다.”는 신념을 당시에도 가졌다. 사람이 사람을 속이지 흙이나 나무가 사람을 속이겠느냐는 것이다. 또한 과일에 대한 수요가 앞으로는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선견지명도 작용했다. 그래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영농의 규모화를 생각해 화성을 택했다. ●배나무에 막걸리와 녹즙 등을 먹이는 ‘친구영농’ 다른 지역 농민들이 과수원을 견학할 때마다 이 대표는 “배나무와 대화하라.”고 강조한다. 모두들 “괜히 하는 소리겠지.”라고 하지만 그는 “그만큼 배나무의 상태를 자주 살피고 관심을 가지라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그렇게 하면 정말 친구를 대하듯이 배나무에 이런저런 말을 하게 되고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배나무를 착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거름만 주고 수확을 많이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라는 것.4년 정도 열매가 열렸던 가지는 잘라주고 새로운 가지를 만들도록 나무를 회춘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게다가 이 대표는 배즙을 만들고 남은 찌꺼기로 유기질 거름을 직접 만들어 준다. 배나무가 좋아하는 이른바 ‘식단’을 짜는 셈이다. 우선 막걸리를 먹인다.9월쯤 1그루당 10ℓ를 주는데 당도뿐 아니라 맛과 향이 좋아진다고 한다. 농촌진흥청의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미네랄 성분을 함유시키기 위해 바닷물을 퍼서 30배로 희석시킨 뒤 공급한다. 여름에는 아카시아 꽃을 녹즙으로 만들어 잎에 뿌린다. 향을 좋게 하기 위해서다.“비료를 주는 게 아니라 배나무도 세끼 음식을 먹는다고 생각해야 합니다.”그러기 위해선 부지런해야 한다. 이 대표는 지금도 새벽 4시에 일어나 과수원을 돌본다. ●가물거나 태풍이 오면 매출이 더 늘어나는 기술력 현명농장의 배는 도매가격으로 15㎏짜리가 4만 5000원 안팎이다. 일반 배보다 10% 이상 비싸다. 특히 가뭄이나 태풍이 닥치면 더 많은 돈을 번다. 바람에 배가 떨어지지 않도록 나무들을 철사로 이은 ‘평덕시설’을 갖췄기 때문이다.“몇해전 태풍으로 다른 과수원에서는 배가 여물기도 전에 모두 떨어졌는데 우리 농장에서는 0.1%도 떨어지지 않았죠. 전국적으로 생산량이 부족해 배 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우리는 피해가 전혀 없으니 돈을 벌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요.” 이 대표는 암반관정을 6개나 뚫어 지하수 2000t을 자동으로 공급하는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었다. 가뭄이 들어도 걱정할 일이 없고 당도만 높아진다는 것. 까치나 새가 배를 먹지 않도록 반영구적인 방조망 시설도 설치했다. 공해나 황사 등의 오염물질을 필터로 걸러내는 ‘친환경 과일보호봉지’도 개발해 특허를 땄다. 이같은 과정에 적잖은 돈이 들어갔지만 농업도 투자하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다고 거듭 말한다. 수억원을 들여 배의 당도를 분리·선별하고 저온 저장고의 습도와 온도를 컴퓨터로 관리하는 최첨단 시설도 마련했다. 지난해 매출은 7억원을 기록했다. 배즙에다 배고추장, 배조청, 배캔디 등 제품의 다양화에도 힘쓰고 있다. 그런 이 대표도 기술을 인정받지 못해 자금 조달을 위해 농지뿐 아니라 지상권까지 내놓아야 하는 현실을 아쉬워했다. 이 대표는 “농민들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려면 빚더미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농업이 생존할 수가 없습니다.”라며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호소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90년이후 생산·수입 급증… 소비증가는 소폭 과수산업은 만성적인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90년대 이후 생산량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소비는 뒷걸음질치고 있다. 여기에 도하개발어젠다(DDA), 자유무역협정(FTA) 등 시장개방 확대로 과일 수입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국내 과수 산업의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생산량을 조절하고 고품질 생산 등을 통해 소비를 촉진하는 전략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과 배 감귤 단감 포도 복숭아 등 ‘6대 과실’의 전체 생산량은 90년 159만t,95년 211만t,2002년 227만t,2004년 216만t 등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90년과 2004년을 비교할 때 배는 184%, 감귤은 19%, 단감은 196%, 포도는 181%, 복숭아는 75%의 생산량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사과 생산은 43% 감소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05년 207만t에서 2010년 216만t으로 늘었다가,2013년 이후 줄어 208만t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과실의 1인당 소비량은 90년 이후 2001년까지는 늘었다가 이후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2004년 1인당 소비량은 90년 대비 21% 늘어난 44.5㎏이었다. 배는 95년 이후 공급량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1인당 소비량도 매년 10%정도씩 증가했다. 이에 비해 사과는 95년 이후 생산이 배 등 다른 품목으로 전환되면서 1인당 소비량은 매년 8%가량씩 감소했다. 감귤 1인당 소비량은 2000년대 이후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6대 과실 수입량은 95년 1만 5400t에서 2004년 17만t으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오렌지 등 감귤류의 수입량이 10배로 급증하면서 수입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수출량은 90년 1만 3000t에서 2004년에는 2만 8100t으로 늘어났다. 한편 등급별에 따른 과실 가격 차이는 점점 양극화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상품(上品)’가격 대비 ‘특품’가격 비율은 90년대 후반 102∼126%에서 2000년대에는 123∼153%로 확대됐다.‘상품’가격 대비 ‘하품(下品)’가격 비율도 90년대 후반 47∼56%에서 2000년대에 34∼49%로 늘어났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北 미사일 발사] 발사직후 비상체제 돌입 안보장관회의 “신중 대응”

    [北 미사일 발사] 발사직후 비상체제 돌입 안보장관회의 “신중 대응”

    5일 새벽 3시32분 북한의 첫 미사일 발사와 동시에 정부는 곧바로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안보 관련 부처뿐 아니라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실은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로 돌변했다. 서주석 청와대 안보수석의 말처럼 지난 5월 초부터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된 일련의 활동을 예의주시해오던 터였기 때문이다. 새벽 4시 두번째 미사일 발사에 이어 급기야 새벽 5시 함북 화대군 대포동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게 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알려진 대포동 2호가 발사됐다. 청와대는 대응 매뉴얼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보고했으며, 동시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개최를 통보했다.NSC 위기관리센터는 군 당국 등에서 올라오는 미사일 관련 동향을 점검·분석하느라 바삐 움직였다. 전군에는 군사대비태세를 강화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북한은 다시 오전 7시13분과 30분,8시17분 잇따라 미사일을 쐈다. 정부는 오전 7시30분부터 1시간가량 청와대에서 반기문 외교, 이종석 통일, 윤광웅 국방부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점검과 함께 공식 성명 등 정부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 결과는 노 대통령에게 보고됐고, 서 안보수석은 10시10분쯤 북한에 대해 ‘도발적 행위 중단’ 등을 촉구하는 정부 성명을 발표했다. 노 대통령은 오전 11시부터 정오까지 관저에서 안보관계 장관회의를 주재했다. 청와대는 회의 뒤 노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오후 7시40분쯤 뒤늦게 ‘정부 대응방향’ 자료를 내놓으며 노 대통령의 뜻이 담겨 있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대응방향에서는 “북 미사일 발사는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음”“인내심을 갖고 대화로 풀어나가야 함”“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잘 관리”“강력한 항의를 하되 행동은 신중하고 유연하게”“북한을 대화의 방향으로 유도하고” 등 급박한 상황과는 달리 ‘차분한’ 접근 자세를 보였다. 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사설] 김영남씨 납북 부인 믿기 어렵다

    김영남씨가 어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이 납북당하지 않았다며 `돌발적 입북´을 주장했다. 망망대해에서 북한 선박에 구조된 뒤 입북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고교생이었던 1978년 전북 군산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돌연 사라졌다. 그를 북측으로 납치하는 공작사업에 참가했던 인물이 나중에 귀순해 서울에 살고 있다. 설령 우연히 북한 배를 태웠다면 인도적 견지에서 그를 돌려보내야 마땅했다. 북측은 허위 주장을 거두고 솔직해져야 한다. 김씨는 앞서 어머니 최계월씨 등 남측 가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큰 평수(아파트)에서 잘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씨가 북측에 끌려가서나마 그런대로 괜찮은 생활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 그나마 다행스럽다. 하지만 혹독한 사상전향 교육을 받은 뒤 대남공작기관에서 강제근무하고 있다면 결코 행복한 인생은 되지 못한다. 자신이 납북된 경위조차 거짓으로 꾸밀 정도로 언행의 자유를 속박당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북측은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이런 식의 선전전으로 덮으려 해서는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납북 사실을 인정한 뒤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게 옳다. 그리고 다른 납북자와 국군포로들도 남측 가족과 만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요코다 메구미씨가 자살했다는 김씨의 회견내용도 모두를 신뢰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번 사안을 대북 압박용으로만 활용하려는 일본의 태도는 바뀌어야 한다. 메구미씨의 생사 확인과 유골 문제는 북측과 다시 대화함으로써 해결책을 모색하는 게 낫다. 단계적으로 북측을 설득해 김영남씨 모자상봉이라도 이끌어낸 것처럼 북측을 상대할 때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일본이 너무 강경해 한·일간에 간극이 커지면 북측에 이용당할 여지를 만들어 준다.
  • 조정래씨 새 장편소설 ‘인간연습’ 출간

    조정래씨 새 장편소설 ‘인간연습’ 출간

    ‘태백산맥´‘아리랑´‘한강´등 대하소설 3부작을 통해 분단문학의 거대한 산맥을 세운 소설가 조정래(64)가 신작 장편 ‘인간 연습´(실천문학사)을 출간했다. 계간 ‘실천문학´봄·여름호에 나누어 실었던 것을 단행본으로 묶었다. 29일 서울 시내에서 만난 작가는 “분단시대에 전 생애를 살다시피한 소설가로서 분단문제를 쓰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인간 연습´은 지난 20년간 천착해온 분단문학을 마무리짓는 글”이라고 말했다. 소설은 겉으로는 전향했지만 속은 여전히 비전향자인 ‘윤혁´노인이 ‘사상의 조국´인 소련의 몰락을 목도한 뒤 회의와 좌절 끝에 이데올로기의 굴레에서 벗어나 인간에 대한 신뢰로 새 삶을 맞이하는 내용이다. 작품을 구상한 지는 오래됐다. 소련과 동유럽이 잇따라 붕괴되던 1990년대 초반부터 사회주의 실패의 원인을 고민하기 시작했다.10년 넘게 거듭 생각하고 생각한 끝에 다다른 결론이 ‘인간 연습´이다. 그는 “이데올로기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려고 만든 제도인데 인간의 불완전한 한계가 실패를 불러왔다.”면서 “사회주의도 인간이고자 하는 연습 과정에서 빚어진 시행착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본주의 역시 양극화 등 문제가 많지만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의 거액 기부 같은 인간적이고 이성적인 행위들 때문에 버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생을 헌신한 사상에 처참하게 배신 당한 윤혁이 좌절의 늪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희망을 꿈꿀 수 있었던 건 다름아닌 아이들 때문이었다.“사람을 살게 하는 건 이념이나 체제가 아니라 결국 인간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사랑”이라는 작가의 신념이 뚜렷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분단문학으로 일가를 이루었으니 이젠 쉬엄쉬엄 글을 쓸 법도 한데 아직도 머릿속은 온통 작품 생각뿐이다.“마라톤의 열배쯤 되는 인내심이 요구되는 대하소설을 줄곧 써오다보니 글쓰기에는 이력이 났다.”는 작가는 이미 또 한 권의 장편 소설을 탈고했다.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강대국들이 중앙아시아의 약소 국가에 어떤 핍박을 가했는 지를 그린 장편으로 올 연말쯤 출간할 예정이다. 예술가의 삶, 종교인의 성찰 등을 다룬 장편 소설 서너권을 구상 중이고, 손자 세대를 위한 50권 짜리 전래동화 전집과 위인전도 집필 중이다.“인생 황혼인데 쓸 건 많고 시간은 없어 안타깝다.”는 그는 “지금 계획해놓은 글만 써도 꼬박 10년은 걸릴 것”이라며 웃었다. 작가는 이제 분단문학을 넘어 통일문학을 꿈꾼다. 통일 이전에는 공개하기 힘든 이야기들을 책으로 써서 유고집으로 남겨놓을 작정이라고 했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서울광장] 월드컵과 박세리/한종태 논설위원

    [서울광장] 월드컵과 박세리/한종태 논설위원

    “한국 축구가 2006 독일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선 반드시 부활할 것입니다.” 한국이 G조 예선 최종전에서 스위스에 통한의 0-2 패배를 당한 뒤 많은 축구 팬들은 이렇게 되뇌고 있을 것이다. 맞다. 기필코 그렇게 되어야 한다. 치밀하게 4년 후, 아니 그 이상을 준비해야 하는 명제가 놓여 있는 것이다. 한국은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뤘지만 심판의 편파 판정으로 한국이 어거지로 이겼다는 둥 이를 폄훼하는 갖가지 움직임에 기분 상한 일이 많았다. 한국의 붉은 전사들은 국민들의 이런 마음을 읽기라도 한듯 열심히 싸웠다. 고대하던 원정 첫 승을 거뒀고 거함 프랑스와도 비겼다. 승점을 4점이나 거둔 것은 2002 월드컵을 제외하곤 최고의 성적이다. 심판의 편파 판정에 역으로 당한 스위스전(戰)의 쓰라림은 있지만, 결과는 한국의 16강 진출 실패다. 하지만 냉정히 살펴보자. 한국이 설령 16강에 올라갔더라도 8강,4강까지 갈 수 있는 실력을 갖췄는가.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출중한 실력을 갖춘 팀이 어디 한둘인가. 브라질, 스페인 등 유럽이나 남미 축구 강국의 경기 수준을 우리 모두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 한국의 최대 장점인 투지와 정신력으로만 버티기는 더 이상 힘들다.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선수 개개인의 기술적인 성장이 이뤄지지 않고는 한국 축구는 어느 순간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필자는 한국 축구가 세계 수준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3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본다.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은 기본이고, 협회 행정의 선진화와 프로구단의 전폭적 지원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가 결국은 국내 K리그의 활성화로 연결된다.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의 세리에A, 독일의 분데스리가와 같은 세계 최고수준의 리그를 보면 어찌도 그렇게 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꽉 메우는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경기장을 찾는 관중들은 뜨거운 함성으로 연고 팀을 응원한다. 또한 이들 리그에서 뛰는 선수는 대부분 내로라하는 스타플레이어들이다. 나아가 상당수 구단은 스타플레이어의 영입을 위해 천문학적 액수를 투자한다. 협회 행정도 수준 높은 경기를 위해 룰 개정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이를 실천에 옮긴다고 한다. 그야말로 3박자가 갖춰져 있는 셈이다. 3000∼4000명의 관중이 고작인, 늘 반짝 관심을 보이다 시들해지는 K리그와는 너무 차이가 난다. 뒷북 행정의 협회, 의례적인 지원에 그치는 구단의 현실도 마찬가지다. 박세리는 이달 중순 맥도널드 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 재기에 성공했다.2년만의 암울한 터널을 뚫고 부활을 알린 것이다. 눈물겨운 본인의 노력이 있었겠지만 팬들의 꾸준한 성원과 후원사의 인내심이 어우러진 결과일 것이다. 그렇다. 한국 축구가 부활하기 위해서는-더 이상 ‘신화’가 아니고 명실상부한 실력이 되기 위해서는-K리그가 경기장마다 만원사례일 정도로 ‘활황 장세’가 되어야 한다. 선수들은 관중이 많으면 열심히 뛰게 마련이다. 자연히 선수들의 연봉도 올라가게 되고 기술력 향상도 뒤따른다. 월드컵의 반짝 관심에서 지속적 관심과 애정으로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 구단도 유소년팀을 비롯, 연령별로 몇개 팀을 구성해 체계적 발전에 공을 들여야 한다. 축구협회도 회장부터 나서 K리그의 세일즈맨이 되어야 하고 축구 선진국 조기 유학과 잔디 경기장 확충 등 역량 강화에 발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한종태 논설위원 jthan@seoul.co.kr
  • [농업 희망을 쏜다] (12) 실내인테리어의 첨병, 화훼산업

    [농업 희망을 쏜다] (12) 실내인테리어의 첨병, 화훼산업

    “물이 담긴 화분에서 자라는 선인장을 보고는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진짜 선인장이냐고 물으면서 직접 만져보곤 하지요.”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하이드로21’의 남궁순(45) 대표는 ‘선인장에 물을 주면 죽는다.’는 ‘통념’을 바꿔버렸다. 또한 거름을 전혀 주지 않고 물 위에서만 자란 귤나무에서 귤이 열리게 하고 있다. 잎에 손을 대면 새소리와 함께 불이 켜지는 ‘웰빙 화분’도 만들었다. 이 모두가 ‘하이드로 볼’을 이용한 ‘수경(水耕)재배’의 결과다. 하이드로 볼은 점토(찰흙)와 물을 혼합해 옥수수를 튀겨내 듯 섭씨 1200도의 고온에서 발포시킨 알갱이다. 난화분에 있는 작은 돌이나 흙과 달리 기공(氣孔)이 많아 보습성이 강하고 공기가 잘 통한다. 그동안 국내에선 불가능한 재배법으로 인식됐지만 남궁 대표는 일본에서 허드렛일을 감수하는 장인정신으로 국내 유일의 하이드로 화훼 재배자가 됐다. ●그린 인테리어의 선구자 남궁 대표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한때 서울 방배동 골목에서 카페를 운영했다. 유학 자금을 벌기 위한 방편이었지만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던 중 1986년 부친이 대표로 있던 화훼산업에 뛰어들었다. 하이드로 볼을 사용한 화분을 일본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일이었다. 당시 국내에선 하이드로 개념이 전무했지만 외국에선 관엽식물을 흙 대신 하이드로 볼로 키워 실내 인테리어에 활용하는 ‘하이드로 문화’가 이미 각광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부친의 사업은 이내 문을 닫아야 했다. 공동 사업자에게 사기를 당해 투자자금을 모두 날렸다. 남궁 대표는 오기가 생겼다.“억울하기도 했지만 ‘하이드로 문화’가 국내에서 통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남궁 대표는 무작정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하이드로 관엽식물을 수입하던 일본 나고야의 수경재배 농장에서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였다. 물을 나르고 농장을 청소하는 일을 도맡아 했다.“나중에 알았지만 일본인 농장주가 저를 시험하느라 힘든 허드렛일을 시켰던 것입니다. 수경재배에는 인내심이 필요하고 물과 기후, 온도를 정확히 맞추지 않으면 실패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죠.”3년이 지나서야 남궁 대표는 귀국을 결심했다. 일본인 농장주도 컨테이너 2개 분량의 자재를 그냥 내줬다. ●시행착오 끝 국내 최고가 하이드로 화분 출시 89년 ‘21세기 원예’로 간판을 바꿨다.650평 규모의 온실을 차리고 일본에서 배운 기술을 적용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잘 자라던 식물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시들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에선 잘 됐는데 도무지 이해가 안 됐죠. 거의 자포자기 상태였습니다.” 온실이 일본이 아니라 한국에 있다는 데에 정신이 번쩍 든 것은 얼마 뒤였다. 일본 농장에 확인한 결과 물의 수소이온농도(ph)와 전극도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같은 시행착오를 거쳐 국내 최초의 하이드로 화분이 나온 것은 90년대 초. 하지만 이번에는 판매가 문제였다. 남궁 대표는 최고가만 고집했고 소비자 가격을 처음부터 지정했다.“특정 가격 이하로 팔아서는 안 된다고 하자 꽃가게 주인들은 ‘미친 사람’으로 보더군요. 하지만 화훼시장도 언젠가는 공산품처럼 소비자 가격이 생산단계에서 정해질 것이라고 설득하자 조금씩 수긍하기 시작했습니다.” 바코드를 찍어 화분의 크기에 따라 20가지 품목을 만들었고 국내에서 처음 화분에 대한 애프터서비스를 보장했다. 무엇보다 흙에서 지렁이가 나와 질겁하던 소비자들은 깨끗한 하이드로 화분에 관심을 표명했다. 물만 주면 되기 때문에 분갈이나 영양제가 필요없고 화분의 무게도 가벼웠다. 햇볕을 받지 않고도 잘 자라 책상이나 컴퓨터, 화장대 등의 실내 장식용으로 그만이었다. ●화분과 실내조명의 절묘한 조화 남궁 대표는 시장반응이 좋자 디자인에 초점을 맞췄다.95년 일본 박람회에서 네덜란드산 ‘자기 화분’을 보고 생산업체인 ‘하이드로 휴즈만’을 찾아갔다. 사장은 “한국이 어디에 있느냐.”며 쳐다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국내 최고의 하이드로 전문가가 되겠다며 끝까지 매달리자 마침내 자기 화분의 지원을 약속해 줬다. 자신감을 얻은 남궁 대표는 수경재배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신제품 개발에 나섰다. 플라스틱 화분 바닥에 전기판을 깔아 잎에 미세한 전류를 통하게 했다. 인체에 전류가 흐른다는 사실에 착안, 손을 전도체로 활용했다. 잎에 손을 대면 불이 켜지고 새소리와 아로마 향이 나오게 했다. 디자인이 뛰어난 자기 화분에다 하이드로 볼로 청결함이 더해지고 실내 조명등으로도 인테리어가 가능해지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2000년 500만원에 불과하던 연간 매출이 매년 40∼50%씩 늘어나 지금은 전국 280개 화원에 3억원어치를 팔고 있다. 가격도 5000원에서 최고 100만원까지 다양하다. 온라인 주문에 따른 직배송 체제도 갖췄다. 남궁 대표는 내년에 식물농장과 동물원, 박물관, 공연장, 승마장, 전시장 등을 갖춘 농촌체험 테마관광단지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남양주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웰빙붐 타고 작년 생산액 1조 돌파 국내 화훼산업이 농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다. 하지만 ‘웰빙 붐’에 힘입어 재배 면적과 생산액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부가가치가 높아 국제농업 무역에서 ‘수지가 맞는’ 분야 중 하나다. 농림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화훼재배 농가수는 1만 2900가구다.1971년 1806가구이던 것이 90년 8945가구,1995년 1만 2509가구 등으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2002년 이후부터 다소 정체되는 추세다. 전국 화훼 재배 면적은 7952㏊ 정도. 화훼 생산액은 지난해 1조 100억원으로 2004년에 비해 9.6% 증가하면서 처음 1조원대를 돌파했다. 전체 농업 생산액의 2.55%에 해당한다. 재배 면적이 전체 농경지의 0.44%밖에 안 되는 점을 감안하면 생산성은 높은 편이다. 화훼 분야는 장미 등의 가지를 꺾어 생산하는 ‘절화(折花)류’, 선인장처럼 화분에 심는 ‘분화(盆花)류’,‘난(蘭)류’,‘관상수류’,‘정원류’ 등으로 구분된다. 부문별 생산액의 비중은 절화류가 44.5%로 가장 많다. 이 가운데 품목으로는 장미와 국화가 각각 40.4%와 22.8%를 차지한다. 절화류에 이어 분화류와 난류의 화훼시장 점유율은 각각 24.1%와 10.5%에 이른다. 분화류는 철쭉(7.9%)과 선인장(6.5%)의 비중이 높다. 최근에는 국화와 장미를 중심으로 한 ‘종자류’의 판매가 늘고 있다.‘기능성’ 화초의 등장에 힘입어 분화류 소비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등 해외시장으로의 진출도 유망하다. 지난해 화훼 수출은 5223만달러로 수입 2857만달러의 2배에 육박했다. 수출액은 90년 104만달러,2000년 2890만달러,2004년 4850만달러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수출 효자 품목은 난류(1874만달러), 장미(108만달러), 백합(1048만달러) 등이다. 수입 역시 난류와 백합류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올해부터 국제신품종보호동맹(UPOV)이 발효되면서 ‘신품종 개발’이 화훼산업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현재 장미 등 해외로 빠지는 로열티는 연간 50억원이 넘는다. 전문가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화훼 산업을 중심으로 ‘종자전쟁’이 거세질 것”이라면서 “최첨단 재배·유통 방식으로 화훼산업 전반을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기능성 식물’의 허와 실 “식물이 보약이다?”최근 웰빙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자파나 악취를 없애 주거나 벤젠 등 새집에서 발생하는 휘발성 유해물질을 중화시키는 식물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기능성 실내식물’들이다. 실험으로 입증됐다는 학계의 발표에도 일부 농가에서는 ‘상술’에 불과하며 과대평가됐다고 볼멘 목소리다. 과연 어느 쪽 말이 맞을까. ‘실내식물이 사람을 살린다’의 저자인 손기철 건국대 원예학과 교수는 “식물은 크게 두 가지 효능을 갖고 있으며 대부분 실험으로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첫째, 광합성과 증산작용으로 실내 공기와 온도, 습도를 개선시킨다. 둘째, 녹색식물을 보면 사람의 심리와 정서가 안정되는 효과가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도 앞서 실내 공기를 정화시키고 유독한 화학물질을 제거하는 ‘에코-플랜트’ 10가지를 발표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산세베리아, 아레카야자, 벤자민, 스파티필름 등이다. 하지만 국내 농가들의 시각은 그렇게 곱지만은 않다. 장미를 화분에 담아 파는 경기도 고양시 ‘아침농장’의 권오영 사장은 “세상에 해로운 식물이 어디 있느냐.”면서 “식물의 기능을 알리는 게 화훼산업 전체로도 나쁠 건 없지만 특정식물만 부각되면 다른 화훼농가들은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언론에 소개된 기능성 식물이 대부분 수입종이어서 국산 농가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경기 연천에서 백합을 재배하는 정모씨는 “일본이나 미국 등에서 특정 식물이 잘 팔린다 싶으면 도매상들이 무조건 수입한 뒤 기능을 마구 부풀려 광고한다.”면서 “이 경우 국내 농가의 판매가 뚝 떨어져 한해 농사를 망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진희 상명여대 환경조경학과 교수는 “모든 식물이 환경에 좋은 기능을 갖고 있지만 특정 식물만 선택해 집중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NASA가 제시한 10대 식물의 실험방법도 정확하지 않으며 효능이 잘못 전달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식물마다 효능에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하며 팔손이 화분의 경우 6평 남짓 방에 화분 3개만 설치하면 공기청정기 1대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기철 교수도 벤젠이나 포름알데히드 등이 많은 새집증후군에는 인도고무나무나 대나무야자, 싱고니움 등을 추천했다. 로즈마리는 기억력 향상에 좋다고 덧붙였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World cup] 호나우두, 머리로 열고 발로 닫았다

    ‘되찾은 킬러 본능’ ‘뚱보’ 논란에 휘말렸던 ‘삼바군단’ 브라질의 스트라이커 호나우두(30·레알 마드리드)가 명예회복과 함께 대기록까지 작성했다. 23일 독일월드컵 F조 조별리그 브라질-일본의 마지막 경기가 열린 도르트문트 월드컵경기장. 비겨도 탈락의 쓴잔을 들어야 하는 일본은 배수의 진을 치고 초반부터 거세게 몰아 붙여 전반 34분 다마다 게이지의 선제골로 1-0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브라질의 자존심을 살린 건 앞선 두 경기에서 무거운 몸놀림 탓에 ‘비만’의 의혹을 받았던 호나우두였다. 전반 인저리 타임 때 호나우지뉴가 오른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시시뉴가 배달하자 헤딩슛으로 정확하게 일본의 골문을 흔든 것.1998년 프랑스월드컵 4골, 그리고 득점왕을 차지했던 2002년 한·일월드컵 8골에다 1골을 보태 통산 13번째 골을 기록하며 자신의 우상이었던 ‘축구 황제’ 펠레를 넘어서는 순간이었다. 호나우두의 대기록 작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브라질은 후반 두 골을 몰아치며 3-1로 확실한 승기를 잡았고, 호나우두는 후반 36분 주앙과 삼각패스를 주고 받던 벌칙지역 정면에서 오른발로 강하게 차 4-1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월드컵 개인 통산 14호골로 종전 최다득점 보유자인 게르트 뮐러(독일)와 이 부문 공동 1위로 도약했다. 일본의 수문장 가와구치 요시카쓰의 선방이 없었다면 몇 골 더 뽑을 수 있었다는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부진으로 인한 고민 탓에 5㎏이나 몸무게가 빠진 것보다 그동안 어깨를 짓눌렀던 ‘뚱보 비난’을 잠재우며 발걸음이 가벼워 진 것에 위안을 삼았다. 호나우두는 “육체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매우 향상된 모습을 보여 기쁘고, 키워드는 인내였다.”면서 “어려운 여건에서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길고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온 소감을 밝혔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보통 주부가 쓴 특별한 자서전

    보통 주부가 쓴 특별한 자서전

    자서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일기 쓸 시간도, 책 한 권 읽을 여유도 없이 버겁게 살아온 탓이다. 그런 ‘평범한’ 주부 정춘자(60)씨가 신길종합사회복지관에서 ‘특별한’ 자서전 ‘아주 작은 용기’를 펴냈다. “자서전 집필반에 친구따라 등록했는데 엄두가 나지 않더라고요. 첫 시간에 자기소개를 하는데 대부분 석·박사 출신이고…. 저는 이름만 겨우 말했어요.” 2005년 12일, 복지관 입구에 서서 그는 ‘포기할까.’고민했다. 그 때 멋진 승용차 한 대가 그의 앞을 스르르 지나쳐갔다. “저 운전자가 아무리 비싼 승용차를 몰아도 내가 딴 바로 그 운전면허증을 갖고 있는 거잖아. 화려한 인생도 있지만 나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잖아.” 정씨는 용기를 내서 자신의 인생을 되짚어 보기로 했다. ●6·25때 아버지 총 맞고 숨지는 모습 목격 정씨는 4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모습을 목격했다.6·25 전쟁이 발발해 서울 고향집 주변이 총성에 휩싸였다. 가족과 집마당에 나왔던 아버지는 “북아현동 북성초교가 검은 연기로 뒤덮였다. 피란을 떠나야겠다.”고 말했다. 그때 대문 밖에서 총성이 들렸다. 그리고 아버지의 가슴에서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아올랐다. 어머니가 3남 2녀를 홀로 키웠다. 형편은 어려웠지만 막내인 정씨는 귀여움을 받으며 자랐다. 스물네살되던 해 육군 대위와 맞선을 봤다. 적극적인 애정 공세에 일주일 만에 약혼했다. ●맞선 일주일만에 결혼… 힘겨운 나날 그러나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모질지 못한 6남매의 맏이인 남편은 아랫사람들을 돕는다며 월급을 제대로 가져 오지 않았다.‘임신 중이라 먹고 싶은 것도 많았다. 그러나 돈이 없어 쌀 한 말에 콩나물 10원어치를 넣어 한솥 끓인뒤 사흘씩 먹었다.’고 회상했다. 맏며느리 노릇은 더욱 고달팠다. 시어머니는 아침에 한 사람이 일어나면 그 사람 밥만 냄비에 안치라고 하셨다. 열 식구를 위해 아침에 7번씩 밥상을 차리는 시집살이를 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 성격이 못 됐다.’며 친정어머니를 불러놓고 ‘이혼을 시키겠다.’고도 말했다. 정씨는 다시 용기를 냈다. 남편을 설득해 분가한 것이다. ●60세에 난생 처음 식당 냉면 매식 제대한 남편은 어렵사리 일자리를 구했다. 세모난 단칸 방에서는 자녀 3명을 키우며 그는 절약하고 또 절약했다.‘길가를 지나가다 나뭇가지 하나만 떨어져 있어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주워다가 연탄불이 꺼지면, 번개탄 대신 피웠다.’ 가족끼리 외식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 입학식·졸업식 때도 집으로 돌아와 밥을 먹었다. 정씨는 지난달에 냉면을 식당에서 처음 먹어 봤다고 했다. 그렇게 몇 십 년을 알뜰살뜰 모아 집도 마련하고 건물도 샀다. ●망설임, 그리고 6개월 만에 자서전 탄생 가슴속에서 이야기가 쏟아지자 신들린 사람처럼 글을 써내려 갔다. 컴퓨터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다 배가 고파 시계를 보면 7∼8시간씩 지나가 있었다. 고생한 시절이 어제 일처럼 너무나 생생해 목놓아 한참이나 울었다. 과로로 쓰러져 병원에서 영양주사를 맞기도 했다. 그리고 6개월 만에 161쪽짜리 자서전이 탄생했다. 정씨는 지난달 13일 신길종합사회복지관에서 출판 기념회를 열었다. 자녀들은 어머니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며 축하했다. 남편은 ‘장하다.’며 기념수건까지 돌렸다. 험난한 삶을 묵묵히 동행해준 아내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했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지만 인내하며 살았더니 이런 좋은 날이 오네요. 꿈꾸지도 못한 자서전을 펴내다니 가슴 벅차서…. 정말 행복합니다.” 눈물 가득한 눈이 빛났다. 그리고 그는 활짝 웃었다. ●나에게도 - 정춘자 지음 살다 보니 나에게도 이런 날이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겠지 배운 것도 아는 것도 별로 없는 내가 어떻게 감히 이런 용기를 꿈이여 제발 깨지 마라 잘나고 잘생김도 없이 내세울 만한 아무 것도 없지만 어떻게 내가 글을 쓴다고 조리 있고 진솔하게 멋지고 아름다운 깊이 있고 소중하게 잘 살려 글로 표현을 잘 할 줄 모르겠지만 쓸 수 있는 특별한 기회야말로 더 없는 행운이라 생각하고 이 황금 같은 시간은 내 자신이 신기하고 신비로워 나에게도 이런 행운이 올 줄은 꿈에도 생각질 못했는데 마냥 고맙고 행복하구나. 글 사진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사설] 민주노총 대화 복귀 기대 크다

    민주노총이 노사정대표자회의 불참 결정을 번복하고 대화에 복귀하기로 했다고 한다. 지난 달 대화 대신 총파업투쟁을 강행하기로 결의했으나 하부 조합원들과 여론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어쨌든 노동계의 양대 축인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던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정상궤도로 진입하게 돼 다행이다. 노사정 대표들이 다뤄야 할 노사관계 선진화방안 가운데 노조전임자 임금문제, 복수노조, 특수고용직 보호방안 등 노사가 첨예하게 맞서는 쟁점이 적지 않으나 인내를 갖고 마지막까지 대화와 타협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노동계는 자신들의 요구에 따라 2004년 6월 노사정위원회를 대신하는 형태로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시작된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그동안 노사정 대화 거부가 노동계의 권익을 지키는 투쟁수단인양 활용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노사정대화를 거부함에 따라 결국 손해를 본 쪽은 노동계와 조합원들이었다. 노동계의 맹목적인 반대투쟁으로 인해 비정규직이나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용득 한국노총위원장이 어제 대한상의와 한국노동교육원 공동주최 포럼에서 지적했듯이 노동조합도 이제는 권리 주장에 상응하는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자기 이데올로기에만 함몰돼서는 내년부터 무한경쟁을 예고하는 복수노조 시대에는 설 자리를 찾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노총은 노사정대표자회의 복귀를 계기로 시대의 변화에 걸맞은 새로운 좌표를 모색하기 바란다.
  • 미국인과 결혼 서류구비 3개월 넘도록 기다려야

    미국으로 시집·장가를 가려는 사람은 한번쯤 자신의 인내심을 시험해 봐야 할 것 같다.미국 국토안보부가 국제결혼에 필요한 서류 하나를 석 달동안 내주지 않으면서 1만여쌍의 예비 부부가 결혼식 종을 울리지 못하고 있다고 USA투데이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에선 지난 3월 법 개정을 통해 외국인 신랑·신부를 맞으려면 국토안보부가 승인해 주는 자격 심사를 통과해야 입국 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 미국인 남성이 결혼 브로커의 주선으로 외국인 여성을 데리고 와서는 학대하거나 심지어 살해하는 일이 잦아지자 이 미국인의 자질을 심사하는 규정이 생긴 것이다. 질문은 두 가지다.‘이들의 사랑이 결혼 브로커의 산물인가.’와 ‘미국인이 폭력이나 알코올 및 약물 범죄 등으로 기소된 적이 있는가.’이다. 외국인 여성을 보호하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사실상 국제결혼의 새 ‘장벽’으로 등장한 셈이다. 국토안보부 관계자는 “1만여쌍이 이 질문에 답할 정보를 제출하지 않아 ‘자료를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며 지체 이유를 설명했다. 관료주의에 넌더리가 난 버몬트주 벌링턴의 빌 홀(41)은 “올해 결혼하려고 준비했지만 제 때 승인을 받기는 다 틀렸다.”고 한숨지었다. 캐나다인 여성과 결혼하려고 비자를 두 달 전에 신청했지만 감감무소식이라는 것. 그는 “이러니까 사람들이 불법 이민을 택하는 것”이라고 볼멘소리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24) 몸의 느낌과 구체적 사유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24) 몸의 느낌과 구체적 사유

    몸이 철학의 화두로 등장하게 된 것은 일생동안 몸을 의지해서 우리가 삶을 유지하기에 그렇다. 몸과 함께 세상에 등장했고 몸을 두고 우리가 세상을 떠나기에 몸은 이 세상을 사는 인간의 절대한계인 것 같다. 그 몸이 무엇일까? 서양철학에서도 19∼20세기의 생철학이나 실존철학이 대두할 때까지 몸은 영혼의 생각을 현실화시키는 객관적 도구 정도로 오랫동안 하찮게 여겨졌다. 프랑스의 베르그송이나 독일의 쇼펜하우어나 니체 등의 생철학자 시대를 지나 본격적으로 몸을 철학의 화두로 가장 먼저 떠올린 이가 20세기의 프랑스의 두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과 메를로-퐁티라고 나는 생각한다. 두 사람 다 철학적 현상학자다. 현상학은 세상의 진리가 의식현상 속에 숨어 있다고 여겨 의식세계의 모든 현상적 활동을 분석하는 철학의 방법론을 말한다. 의식이 생활세계에 축을 박고 있기에 생활세계의 의식현상은 몸을 떠나서 해명이 안 되므로 현상학은 몸을 의식활동 속에 내재화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몸은 의식의 실존화를 뜻한다. 실존화는 몸이 놓여 있는 ‘여기’와 ‘지금’의 구체적 상황을 떠난 의식은 단지 뿌리 없는 가공의 생각에 그칠 뿐이라는 것을 말한다. 인간이 죽을 때까지 자기의 몸을 떠날 수 없다는 인간조건은 죽을 때까지 실존적 생활세계의 상황을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과 같다. 몸이라는 실존적 인간조건을 도외시하는 어떤 의식의 생각이나 관념도 다 허구적이라는 것이다. 몸은 직접 느끼고, 의식은 몸의 지각을 개념적으로 생각한다. 몸의 느낌(지각)이 의식의 생각으로 통일되면, 그것이 나의 느낌을 개념화한 나의 생각이다. 그런데 몸은 상황 속에서 느끼고 있는데, 개념적 생각은 선진외국에서 빌려 와서 몸의 느낌과 별도로 외국에서 배운 개념적 생각을 보편성의 이름으로 펼치게 되면, 몸의 느낌과 의식의 개념이 따로 놀든지, 아니면 개념이 실존적 느낌을 자기 식대로 왜곡하든지 한다. 이런 현상이 한국 대학의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일반적 모양새가 아닌가? 그래서 한국 대학에서 배운 학문이 헛돌거나 겉돈다. 이 말은 한국 대학의 인문학과 사회과학이 이 땅의 특수한 역사적 상황이 무심결에 토해내는 무의식적 정감의 형용사나 부사적 내용을 보편적 명사개념으로 승화시키지 못하고, 본의 아니게 좌절시키거나 무의미한 것으로 취급하여 오히려 그 상황의 실존적 말을 봉쇄하는 결과를 빚게 한다는 것과 같다. 나는 세계적인 유수한 인문학과 사회과학은 다 먼저 그 학문이 자란 몸과 같은 상황이 토해내는 정감적 언어를 보편적인 개념적 언어로 승화시키거나 승진시킨 것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몸과 실존적 상황은 유사한 뜻이다. 몸의 느낌은 실존적 상황의 분위기와 같다. 몸은 그 분위기를 직접 느낀다. 그리고 그 상황의 분위기가 몸에 쌓여 습기(習氣)를 이룬다. 몸은 단지 객관적인 이 몸뚱이의 물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죽은 시체를 우리가 몸이라 부르지 않는다. 여기서 나는 다시 저 율곡의 이통기국(理通氣局=보편적 理는 氣의 특수한 제약과 함께 실존함)(13회 글)과 기발이승(氣發理乘=氣가 발양하면 이미 理가 그 氣를 타고 있음)의 사상을 생각한다. 이통기국은 이(理)라는 생각의 보편성이 기(氣)라는 몸의 기질과 별개로 떨어져서 존재하지 않음을 가리킨다. 기발이승은 몸의 정감적 기질이 기운의 힘으로 바뀌어지면, 바로 보편적 이(理)의 개념어가 그 기운의 힘 속에 같이 타고 있음을 말한다. 이통기국은 보편적 생각이 상황이란 몸을 떠나서 실존하지 않음을 말하고, 기발이승은 기질이 기운의 힘으로 바뀌는 문화의 창조 속에 이미 보편적 이(理)가 깃들어 있음을 가리킨다. 기질은 보편적 생각(개념)을 늘 특수하게 제약시킨다. 특수한 기질이 장애가 되기도 한다. 그 기질이 운명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장애와 운명적 제약의 역할을 하는 그 기질이 동시에 우리를 일으키게 하는 기운의 힘을 주는 원천이 되기도 한다. 땅으로 쓰러진 자가 그 땅을 다시 밟고 일어서는 것과 같이 기질의 제약으로 갇힌 자는 다시 그 기질을 기운으로 승화시켜야 다시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질을 기운의 힘으로 돌리게 하는 것이 인문·사회과학이고 예술의 역할이겠다. 몸의 느낌을 배제한 개념적 생각은 생활세계에서 늘 공허하다. 몸의 느낌보다 앞선 경험은 없다. 몸의 느낌과 괴리된 개념의 생각은 빌려온 생각일 뿐이다. 빌려온 생각은 아무리 화려해도 그것은 가화(假花)에 불과하다. 마르셀이 그의 저서 ‘형이상학일기’에서 참다운 철학은 ‘자신의 몸이 느낀 한계경험(limit-experience)을 실현하는 역사’라고 말했다. 이 말이 의미심장하다. 철학사에 등록될 만한 가치를 지닌 철학들은 다 철학자들의 몸이 느낀 ‘한계경험’들을 보편적 의미로 승화시킨 것에 다름 아니겠다. 한계경험’이란 말은 경험의 시원적인 출발지인 한계상황과 같은 의미다. 인간은 몸을 벗어나지 못하듯이, 자기가 태어난 한계상황(역사적·언어적 상황)을 탈출하지 못한다. 이것이 인간조건이다. 그런데 그 한계경험인 한계상황이 괴롭거나 고통스럽지 않으면, 철학적 사유가 잉태되지 않는다. 창조적인 모든 철학사상은 몸이 느낀 한계상황이 주는 아픔에서 해방되려는 자기 치유의 과정과 다르지 않겠다. 마르셀은 몸의 느낌이 상황의 고통과 직접 접목함에 있어서 거짓이 거기에 끼지 않는다고 본다. 모든 거짓은 개념적으로 간접적인 생각에서 발동하는데, 느낌은 상황 속에 직접 ‘잠기는 관여’(immerged participation)라고 그의 저서 ‘존재의 신비’(1권)에서 말했다. 내 몸은 상황의 거짓 없는 역사요, 분위기다. 몸은 각자가 살아온 집안과 나라의 분위기를 나타낸다. 몸은 각자가 생각하기 이전에 이미 배어 있는 생활경험의 원초적 한계다. 그 원초적 한계를 넘어 인간은 개념적 생각을 비상시킬 수 없다. 몸은 자기와 상황과의 공동소속의 경험이므로 같은 한계상황 속에 살아온 사람들은 같은 몸의 행동양식을 공유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몸의 지각은 내가 느끼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반성 이전에 함께 느끼는 차원이 된다. 이런 공동지각을 메를로-퐁티는 ‘세상사람이 지각한다.’(It is perceived.)라고 언명했다. 마르셀이 말한 상황 속에 ‘잠기는 몸의 관여’는 메를로-퐁티가 그의 저서 ‘지각의 현상학’에서 몸을 ‘세상에 바쳐진 주체’(the subject devoted to the world)로서 표현하고 있는 내용과 닮았다. 몸을 주체로 표현하고 있으나, 그 주체의 개념은 자의식의 명징한 주체가 아니라, 의식과 세상이 애매하게 혼융되어 있는 개념으로서의 주체다. 메를로-퐁티에게 주체로서의 몸은 재래의 의식철학이 주장한 순수의식의 주체가 아니고, 생활세계와 뒤섞인 애매모호한 주체다.‘지각의 현상학’에서 메를로-퐁티는 ‘내 몸은 세상에 속하면서도 나에게 속한다.’고 말했다. 내 몸이 세상에 속하기에 생활세계가 안고 온 무의식적인 역사를 벗어나지 않고, 또 내 몸이 나의 것이므로 몸이 느끼는 것에 대한 반성이 가능하다. 몸은 생활세계의 역사적 무의식의 사실인 ‘반성되지 않은 것’(the unreflected)과 의식의 반성(reflection)과의 사이에 놓인 중간의 애매모호한 영역과 같다. 메를로-퐁티에게 철학은 의식의 반성인데, 그 반성은 반성되지 않고 있는 무의식적인 공동정감의 모호한 느낌을 철학적 반성의 토대나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다. 이 말은 마르셀이 철학을 ‘한계경험을 실현하는 역사’라고 말한 것과 유사하다. 그러므로 학문이나 예술로서의 철학적 반성은 생활세계에 젖은 몸의 공동적 습관인 ‘반성되지 않은 것’을 반성해서 그것을 의미화하고 자유화하는 것이다. 몸은 생각을 낳는 모든 경험의 토대로서의 느낌을 뜻한다. 우리의 몸은 우리가 살아온 일생의 경험의 역사일 뿐만 아니라, 내 이전의 역사가 배어 있는 생활공간의 분위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 몸의 경험을 우리는 업(業)이라 불러도 좋겠다. 그 느낌에서부터 생각이 발단된다. 철학은 우리의 몸에 공통적으로 배어 있는 역사적 공동업(共同業)에 대한 반성과 같다. 업은 기질이다. 철학은 그 업의 기질에 대한 반성이겠다. 철학은 업의 기질을 기운의 힘으로 승진시키는 개념적 생각이지만, 그 개념적 생각이 업의 기질을 100% 투명하게 반성할 수 없다. 왜냐하면 100%의 투명한 반성은 몸의 경험을 벗어난 순수 관념의 영역에서 가능한데, 인간의 철학적 사유는 그 몸의 한계상황을 초월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의 철학은 몸을 통해 그 업의 괴로운 소리를 부분적으로 들으면서 그것을 기운의 힘으로 변형시키지만, 그 철학적 반성은 업이 지닌 무의미의 짐을 다 내려놓게 할 수 없다. 그래서 철학적 반성인 업의 해방은 무의미의 어둠을 온전히 지울 수 없으므로 마치 선악의 이중주(3·4회 글)처럼 늘 현실에서 의미와 무의미가 분리되지 않고 같이 따라다닌다는 것을 인식해야 하겠다. 평화의 유지는 부드러운 선의지로서만 가능하지 않고, 잔혹한 폭력을 가장 잘 제어하는 보다 덜 잔혹한 폭력이 용인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100% 진선진미한 역사현실을 이룩한다는 주장은 다 현실성이 없는 가공의 공상에 불과하다. 철학사에 등장한 구체적 철학사상은 각 철학자의 몸이 느낀 원초적 역사의 경험을 토대로 아픈 몸의 느낌을 치유하고자 하는 의학사상과 다를 바 없겠다. 그러나 모든 병을 다 치유하는 완전한 해방으로서의 반성은 몸을 지닌 인간조건에서 불가능하다. 철학사상은 어떤 부분적 업의 아픔을 처방했을 뿐이지, 모든 정치문화적 아픔을 일시에 다 제거하겠다든지, 할 수 있다고 여기면 큰 오만이다. 점진적인 치유가 있을 뿐이다. 우리의 기질은 대박을 공상한다. 정치적·경제적으로 성질 급한 대박의 공상적 기질이 장구하고 원대한 원력의 기운으로 승화되기 위하여 우리는 냄비에서 가마솥으로 요리하고 인내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그 철학의 처방은 역사적 상황을 통해 몸이 절실하게 느낀 무의식적 말을 잘 들으려고 고요히 사색하는 자에게 가능하지, 빌려온 관념에 사로잡힌 유식한 이들이 화끈하게 큰소리치는 마당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CEO칼럼] 와인과 중용/안용찬 애경산업 사장

    [CEO칼럼] 와인과 중용/안용찬 애경산업 사장

    독주를 즐겨 마시다 보니 몸에 무리가 있어 5년전부터 와인으로 술 종류를 바꿨다. 독주에서 와인으로 바꾸니 한결 건강에 무리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웬걸!, 와인을 조금씩 알아가자 마시고 싶은 와인이 많아졌다. 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얘기도 들었겠다, 독주도 아니겠다, 마시는 횟수가 늘었다. 결국 지난해 몸에 무리가 오기 전까지 일주일에 다섯 번은 와인을 마셨던 것 같다. 횟수뿐 아니다. 저렴한 와인으로 시작했으나 와인을 알아가면서 중가 와인으로, 더 공부를 하다 보니 고가 와인으로 상향 조정됐고, 좋은 와인을 수집하는 취미까지 생겼다. 그러다 보니 와인 비용도 적잖이 들어갔다. 아내와 친구들은 짠돌이처럼 살던 사람이 그나마 돈 쓰는 취미가 하나 생겼다고 반가워했다. 반년 정도 와인을 거의 못하다가 몸을 추슬러 올봄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다. 역시 아팠던 기억은 까맣게 잊고 주 5회에 근접하고 있어 요즈음은 이를 악물고 주 3회만 마시려고 애쓰고 있다. 와인이 건강에 좋다지만 무리하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그동안 중용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지 않았다. 무엇이든 화끈하게 하든지 아니면 말든지 하는 것이 멋진 삶이라고 착각하고 살았다. 아직도 젊지만 그래도 이제는 중용의 의미를 조금 깨닫고 있다. 평생 중용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듯하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중용의 의미를 진작 알았더라면 많은 부분에서 더 나은 삶을 살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기업 경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늘 만족하지 않다 보니 한번도 현재에 감사한 적이 없었다. 왜 빨리 회사가 성장하지 않는지, 직원들의 생산성이 왜 이 정도인지, 투자에 대한 결과가 왜 더디게 나오는지, 늘 ‘빨리빨리’를 외치며 과정보다 결과에만 가치를 두다 보니 몸과 마음이 늘 피곤했다. 적절한 성장에 만족하며 그 대신 그 성장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적절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고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마시면 가장 멋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요즈음에 와서야 빠른 성장도 좋지만 적절한 성장률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슈라는 걸 깨달았다. 또 이를 위해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임·직원들이 소신을 가지고 일할 수 있게 기다려 줄 수 있는 적절한 인내 혹은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와인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빠른 시간에 더 좋은 와인을 더 많이 수집하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하루에 많은 종류의 와인을 많이 마셔야 와인을 좀 한다는 착각에 빠지곤 했다. 그럴 때면 후반에 마시는 와인은 맛이고 브랜드이고 전혀 기억이 안 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최근에야 와인을 조금씩 천천히 마시며 맛을 음미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중용이 의미하는 것 같이 적당한 가격의 와인을 적당한 속도로 적당량 마시는 것이 정답이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요즘에는 고가 와인보다는 중저가 와인 중에 맛있는 와인을 고르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느 정도 취했다 싶으면 그만 마시든지 아주 저렴한 와인을 마시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와인에서나 회사 경영에서나 중용의 의미를 늘 되새기고 싶다. 그래서 와인은 좋은 친구들과 지속적으로 즐기고 싶고, 회사도 오래도록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에 경영 목표를 두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거리를 빠른 속도로 달리고 끝내버리기보다는 적당한 속도로 한걸음 한걸음 쉬지 않고 발걸음을 내딛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안용찬 애경산업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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