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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경주 “US오픈 우승을, 그것도 언더파로”

    최경주 “US오픈 우승을, 그것도 언더파로”

    ‘탱크’ 최경주(37·나이키골프)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언더파 우승’에 도전한다. 지난주 메모리얼토너먼트 정상에 우뚝 서며 첫 메이저 우승의 가능성까지 확인한 최경주는 14일 밤 9시6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근교의 오크몬트골프장(파70·7230야드) 10번홀에서 데이비드 톰스(미국), 마이크 위어(캐나다)와 함께 일곱 번째 US오픈 첫 홀을 출발한다. 당초 “상위권 입상을 노리겠다.”고 선언했지만 “이제는 우승을, 그것도 언더파로 일궈내겠다.”고 목표를 바꿨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최경주의 역대 이 대회 성적은 2005년 공동 15위가 최고였을 뿐 나머지는 참가에만 의의를 뒀을 정도. 그나마 지난해를 포함, 절반을 컷 탈락했다. 지난해 챔피언 지오프 오길비(호주)의 성적이 무려 5오버파일 정도로 줄곧 난코스에서 치러졌던 까닭에 언더파의 성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그가 4개 메이저대회 가운데 가장 우승 확률이 낮은 대회로 꼽은 이유다. 미국골프협회(USGA)가 주관하는 US오픈은 전통적으로 ‘바늘 구멍’으로 불리는 좁은 페어웨이와 깊고 질긴 러프, 마루바닥처럼 단단하고 빠른 그린으로 무장하고 선수들을 맞는다. 여덟 번째 US오픈을 유치한 오크몬트골프장은 1994년 대회에서 어니 엘스(남아공)가 우승할 당시 6946야드였던 전장을 7230야드로 늘리면서 파5홀 한 개를 파4홀로 바꿔 파밸류를 70으로 낮췄다. 파3인 8번홀은 무려 288야드에 이른다.667야드짜리 12번홀(파5)에서 ‘투 온’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15번홀(파4)은 티잉그라운드에서 핀까지 500야드. 티샷을 300야드를 보내도 200야드가 남는다는 얘기다. 페어웨이는 폭이 20m를 넘지 않는 ‘개미허리’다. 벗어나면 길이 10㎝가 넘는 러프가 기다리고 있다. 웬만해선 빠져나오기 힘든 까닭에 사실상 1타를 잃는 ‘워터 해저드’나 다름없다. 필 미켈슨(미국)은 “드라이버로 공을 그린에 올릴 수 있는 거리일지라도 절대 드라이버를 잡지 않을 것”이라고 러프에 대한 공포감을 드러냈다. 그린 역시 타이거 우즈(미국)가 “3퍼트를 안 하는 게 목표”라면서 “대회기간에 날씨마저 건조해질 경우 아마 지옥에서 헤매게 될 것”이라고 할 정도로 마스터스를 능가한다는 평.12일 연습라운드를 돈 폴 고이도스(미국)는 “무하마드 알리와 12라운드 동안 복싱을 한 것 같은 기분”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결국 목표 달성을 위해선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US오픈 코스를 제대로 공략하는 게 관건. 그러나 최경주는 메모리얼토너먼트에서 83.9%의 경이적인 페어웨이 안착률로 러프를 피해가는 완벽한 플레이를 펼쳤다. 딱딱한 그린에서도 공을 척척 세울 수 있는 고탄도의 컷샷으로 잭 니클로스로부터 “US오픈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최경주는 “메모리얼토너먼트에서 우즈를 비롯한 세계 최정상의 선수들을 모조리 젖힌 자신감이 최대 무기”라면서 “정교함과 인내심으로 또 한 번의 승부를 갈라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대한민국의 아들 정체성 찾아”

    해외영주권을 지닌 형제가 처음으로 군에 동반입대했다. 지난달 28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소한 박희성(20)·종성(19) 형제. 박씨 형제는 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중이던 지난 1998년 가족과 함께 브라질로 이민을 떠난 뒤 9년 동안 현지에서 살아왔다. 올해초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들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인내심, 도전정신을 기르기 위해 군입대를 결심하고 지난달 조국행 비행기에 나란히 몸을 실었다. 입대후 1주일간 언어, 역사, 관습, 군대예절 등을 배우는 ‘초기 적응 프로그램’도 무사히 마쳤다. 희성씨는 “군생활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아버지와 친척들로부터 들어 알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형제가 함께 있는 한 어떤 고통과 어려움도 다 이겨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이들과 함께 훈련소에 입소한 해외영주권자는 22명. 이 가운데는 지난해 결혼해 아내와 5개월된 딸을 미국에 남겨두고 온 김신영(29) 훈련병도 있다. 이들 영주권자 훈련병은 다음달 13일 신병교육을 수료한 뒤 자대로 배치돼 20개월간 국방의무를 수행하게 된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08일 TV 하이라이트]

    ●사랑과 전쟁(KBS2 오후 11시15분) 금실 좋은 영주와 동현 부부.5년동안 아이 소식이 없자, 시어머니의 노골적인 구박에 초조해진다. 급기야 아이 문제로 시어머니와 한바탕하고 집을 나선 날, 영주는 직장후배인 승규와 술자리에서 하소연을 하다 취해 잠자리까지 하게 된다. 그러다 정말 딱 한번의 실수로 엉뚱하게 임신을 하게 된다.   ●라이프n조이(YTN 오후 8시35분) 태고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서해 최남단의 섬 가거도. 전체가 절벽으로 형성되어 기기묘묘한 기암절벽들이 자연의 신비를 연출한다. 부둣가에는 관광객들이 모여 앉아 바다에서 건져 올린 자연 그대로의 홍합으로 잔치가 열린다. 색다른 여행지를 찾는 이들을 아름다운 환상의 섬 가거도로 초대한다.   ●60분-부모(EBS 오전 10시) 결혼 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하루 종일 아이들과 부대끼다 보면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기 마련이다. 순간순간 자신도 모르게 치밀어 오르는 화를 감당할 수 없어서 괴로운 이경미씨. 남들에게는 친절하지만 남편과 아이들에게는 화만 내고, 상처를 주는 것 같아 하루에도 열두번씩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데….   ●신동엽의 있다!없다?(SBS 오후 6시50분) 허리를 이용하는 뱃살빼기의 대명사 훌라후프를 물 속에서도 돌릴 수 있는지 없는지 살펴본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이용하는 시민의 발 지하철에 안내양이 있는지 없는지, 쫄깃한 라면으로 만든 냉면 사발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 본다. 청원에 꽃으로 뒤덮인 아파트도 찾아가 본다.   ●나쁜여자 착한여자(MBC 오후 7시45분) 세영에게 보상금을 해결해달라는 건우는 차가운 태도에도 매달리며 부탁한다. 그러나 세영은 서경이 보상금을 이미 해결했다며 건우가 망하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겠다고 한다. 어리둥절한 건우는 다시 서경을 찾아 나선다. 소영은 우람에게 억지로 토마토 주스를 먹이려 한다.   ●하늘만큼 땅만큼(KBS1 오후 8시25분) 혜경은 다영에게 아이 아빠가 상현이란 말을 듣고 실소하지만, 재두는 정말 다행이라며 서로 사랑하고 있다면 재결합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희망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은주는 정작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며 완강하게 버틴다. 명자는 명주에게도 전화를 걸어 순임의 행방을 묻는다.
  • 美·中 ‘전략 경제대화’ 신경전… 식품안전·지재권등 논의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과 중국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경제전략대화 첫날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미국측 수석대표인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이날 개막 연설에서 중국과의 무역에서 적자가 늘어나 미국내의 ‘반중 감정’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해온 백악관의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폴슨 장관은 중국측이 위안화 평가절상을 포함한 전반적인 경제 개혁에 더욱 속도를 내도록 촉구했다. 이에 대해 중국측 수석대표인 우이(吳儀) 부총리는 “양국간의 경제관계를 정치화하려는 시도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국내 문제를 빌미로 상대국을 쉽게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우 부총리는 현재 중국의 무역흑자가 세계화와 관련된 여러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온 결과이며 미국의 무역적자도 이런 거시적인 관점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제전략대화에서는 양국의 가장 큰 마찰 요인인 위안화 환율을 비롯해 지적재산권, 금융시장 개방 확대 등이 논의됐다. 특히 주로 미국측이 그동안 가져 왔던 불만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올해초 중국에서 수입한 애완동물 사료에서 유해 물질이 발견된 점을 지목하며 수출 농산물 및 식품에 대한 안전을 강화하도록 요구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국제수역기구(OIE)에서 ‘광우병 통제가능국’으로 판정받은 것과 관련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조속히 확대토록 중국측에 촉구했다. 경제전문 통신사인 블룸버그는 전략대화 첫날 회동에서 미국이 중국의 지적재산권 보호강화와 은행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 제한(25%)을 완화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양측이 첫날 회동에서 위안화 환율에 대해 직접적인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중국이 더 빠르게 위안화 가치를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미측이 거듭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측은 이번 경제전략대화에서 ‘압박 전략’을 구사하기는 하지만 가급적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그같은 사례로 카를로스 구티에레스 상무장관이 첫날 회동 사이 기자들과 만나 “이번 대화가 단기간에 특정한 성과를 이끌어 내기보다는 장기적인 통상협력 기반을 구축하려는 성격”이라면서 “특히 위안화 문제가 그렇다.”고 강조한 점을 제시했다. 이같은 발언은 전략대화 개막에 앞서 미 의회가 “성과가 없을 경우 대중 무역보복 입법을 강행할 것”이라고 경고한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번 대화에 앞서 미국이 에너지 분야 등 첨단기술 수출을 허용하면 더 많은 수입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한 바 있다. 또 로이터 통신은 우 부총리가 그동안 미 의회가 과도하게 통상정책에 개입해 왔다고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보도했다. 미·중 경제전략대화는 23일까지 이어지며 중국 대표단은 24일 조지 부시 대통령을 면담하고 미 의회 지도자들과도 만난다. 두나라의 경제전략대화는 부시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합의했으며, 지난해 12월 베이징에서 처음으로 개최됐다. dawn@seoul.co.kr
  • “인내천 실천으로 세상에 평화를”

    “갈수록 황폐해지는 자연과 인간의 심성을 순화하고 전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기 위해 사람을 한울님같이 대하는 시천주(侍天主) 인내천(人乃天)의 진리를 적극 실천해야 합니다.” 최근 천도교 최고지도자인 교령에 취임한 김동환(73) 교령은 21일 기자들과 만나 “지구상에 횡행하는 약육강식의 싸움은 천심(天心)보다 물심(物心)을 앞세운 탓”이라며 “세상에 평화와 사랑을 확산시키는 데 사람을 하늘 대하듯 존중하는 ‘인내천’의 천도교 사상이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근세사에서 동학농민혁명과 3·1민족운동의 핵심은 바로 천도교였는데 어렵던 옛 시절 민족운동과 인류 보편의 가치인 선(善)에 몸바쳐 앞장섰던 천도교의 역할과 위상이 흐려지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민족대표 33인 중 천도교 교인이 15명이나 됐고 3·1만세운동 직전 교인 수가 300만명이나 됐던 점을 거듭 강조한 김 교령은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을 탓하기에 앞서 지금이라도 우리 스스로가 역사를 제대로 보고 그 가치를 찾아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교령은 환경파괴와 관련해 “이 추세라면 50∼100년 안에 자연 오염으로 인해 민심이 최악의 상태에 빠질 것”이라며 “‘땅을 어머니 젖가슴처럼 여겨 공존하라.’는 천도교 사상을 한 번쯤 깊이 생각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난 10여년 간 남북 화해에 앞장섰다는 종교계가 과연 무엇을 이루었느냐.”고 반문한 김 교령은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남과 북이 모두 거부할 수 없는 길을 찾아야 하며 그 열쇠는 바로 사람을 가장 존중하는 인본사상의 극치인 인내천”이라고 말을 맺었다.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사설] 대선의 해에 5·18정신을 생각한다

    오늘은 5·18 광주항쟁 27주년 되는 날이다. 군부독재에 항거해 고귀한 목숨을 바친 영령들과 유가족, 부상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다시 전한다.5·18 정신은 인류 보편의 가치를 담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수호, 화해와 통합이 그것이다. 때 되면 기념식을 하고, 정치인들이 몰리는 것으로 5·18을 축소시켜선 안 된다. 광주를 넘어 한반도 전체, 아시아, 그리고 세계로 5·18 정신을 확산시켜야 한다. 연말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상황은 안타깝다.27년 전과 비교해 겉의 민주주의는 성장했으나 속은 그렇지 못하다. 이합집산과 비난전을 거듭하면서 정당정치는 실종되고 말았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는 “광주항쟁 정신을 민중이 정당을 매개로 삶의 현장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정치체제로 구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치권은 5·18 정신에 역행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광주를 방문해 자신이 5·18 정신의 계승자라며 통합을 외치고 있지만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5·18을 맞은 광주는 대선에서 호남지역 지지세 확보를 위한 세싸움의 장으로 이용당하고 있다. 어제는 남과 북을 떠난 열차가 군사분계선을 넘는 역사가 이뤄진, 감격적인 날이었다. 비록 일회성이라도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향한 큰 걸음이라고 본다. 지금 남의 반쪽도 제대로 통합이 안 되고 이념·지역·정파로 갈려 어지럽다. 남한내의 분열을 극복해 가면서 남북의 화해를 동시에 추구해 5·18 정신을 실현해야 하는 과제를 우리는 안고 있다.5·18 영령에 부끄럽지 않도록 민족공동체의 번영과 통합의 길을 인내심을 갖고 닦아야 한다. 대선의 해,5·18 기념식이 반짝 행사로 끝나지 않기 바란다. 대선주자를 필두로 정치권은 대오각성, 민주주의 본령으로 돌아와야 한다.5·18 정신을 21세기에 맞게 발전시켜 민주정치와 함께 한반도 평화, 경제민주화를 이루도록 앞장서야 할 것이다.
  •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 초대석] 이현숙 한국화랑협회 회장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 초대석] 이현숙 한국화랑협회 회장

    경매사에 이어 화랑가에도 ‘대박’이 터졌다. 지난주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매출 추정액이 175억원에 달했다. 전년도에 비해 75% 늘어난 규모다. 전시장은 구매 열기로 달아올랐고 화랑주들은 표정관리가 안 되고 있었다. 그러나 모처럼 맞은 열기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현숙(58·국제화랑 대표) 한국화랑협회회장은 “매스컴에선 떠들썩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면서 “미술품 구입이 투기로 번진다면 시장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경매가 붐을 주도한 건 사실이지만, 화랑과 분명한 역할분담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경매사의 독주를 경계했다. 김순응 K옥션 사장의 주장(4월13일자 본 란)에 여러 이의를 제기하는 이 회장을 서울 사간동 국제갤러리 대표실에서 만났다. ●대형화랑이 직접 경매사 운영도 문제 ▶올해 KIAF가 대성공을 거뒀는데 배경을 어떻게 봅니까. “여느 해와 달리 언론이 대서특필을 해줬고, 양대 경매사의 경쟁적인 미술품 붐 조성, 중국미술시장 열기 등이 영향을 끼쳤죠. 그러나 200개 화랑이 1800만달러 매출을 올린 건 크게 떠들 일은 못 돼요. 어제 소더비 경매에서 마크 로스코 작품 1점이 7600만달러에 낙찰됐어요. 경제규모에 비춰볼 때 우리는 과열이라기보다는 아직 시장다운 시장이라고 할 수도 없죠.” 이 회장은 국내에서 미술품 수출입을 가장 많이 하는 국제통이다. 그만큼 매출액 180억원이 금세 1800만달러로 환산되어 나왔다. ▶경매사의 기여를 인정하기는 하는군요. “그럼요. 공개 경매로 은밀하던 미술품 거래가 표면화됐고, 미술품이 돈이 된다는 게 알려졌죠. 부동산 투자 길은 막혔는데 말이죠. 미술품 경매 붐은 중국, 미국은 더해요.” ▶그럼 뭐가 문제죠? “미술품이 투자 대상으로만 비쳐질까봐 걱정이죠. 미국, 유럽은 고객이 진지한 컬렉터이자 투자가예요. 또 가격 상승에도 단계가 있어요. 미니멀, 추상표현, 미디어 아트 식으로 미술사적 평가가 나오면서 가격이 오르죠. 그런데 우리는 공부하지 않고 특정한 작가에 쏠리고 있어요. 경매가 도덕성 갖고 정당한 거래를 해야 선의의 피해자가 안 생깁니다.“ ▶경매사가 특정한 작가만 띄우고 있다는 말씀이군요. “이건 경매사 사장이 인터뷰에서 실토한 사실인데, 대형 화랑이 직접 경매사를 운영해 소속작가 작품을 내다파는 건 문제예요. 다른 화랑 소속 작가는 정당한 평가를 못 받잖아요. 심지어 다른 화랑에서 전시회 중인 작가 작품을 반 값에 경매에 올려 화랑측이 속상해하는 걸 봤어요. 자기 소속 작가라면 그렇게 했을까요. 고가 경매 거래는 작가 자신에게도 즐거운 일만은 아니에요. 작가가 그값에 작품을 내놓았던 건 아니잖아요. 이런 식의 붐조성은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하긴 유럽의 경우 유통과정에서 작품가격이 오를 때마다 일정비율을 작가에게 돌려주는 제도가 있다. ●젊은 작가까지 입도선매 자제해야 ▶그렇지만 일본도 화랑이 출자해 경매사를 운영하고, 소더비와 크리스티도 최근 화랑을 인수하지 않았습니까. “일본은 출자를 했지만 운영은 완전히 독립적입니다. 미술품을 직접 대는 일은 없고, 단지 배당금만 챙기죠. 소더비, 크리스티도 화랑에 진출했지만, 그에 대한 사회의 지탄이 말도 못해요. 저는 기본적으로 화랑은 경매는 물론, 최근 논의되는 아트펀드에도 직접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주식투자에서 내부거래를 금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봐요.” ▶그런데 제3의 경매사 설립에 또 다른 회원사가 참여하고 있지 않습니까. “현재로선 말릴 근거도 없죠. 다만 협회 규정에 화랑이 경매사의 대주주가 돼선 안 된다는 조항을 신설했어요. 해당 화랑도 작품 정보만 제공하지 직접 이권에는 개입하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화랑과 경매의 바람직한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화랑은 인내심을 갖고 작가를 발굴하고 키워서 시장에 내놓는 1차 시장이고, 경매는 그 작품을 재유통시키는 2차 시장으로서 역할이 있어요. 현재처럼 경매사가 젊은 작가까지 ‘싹쓸이’하여 경매에 올리고,‘내가 키운 작가 내가 경매에 올린다는 데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브레이크 없이 달린다면 건전한 작가육성, 미술시장 형성은 어렵다고 봐야죠.” 젊은 작가까지 입도선매돼 고민없는 ‘상품’을 양산한다면 후기의 걸작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터다. 이 회장은 턱없이 부족한 미술 물량을 키워가는 측면에서도 경매사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현재 양대 경매사가 각각 연 6회씩 갖는 메이저 경매를 외국처럼 연 2회씩으로 줄여 그 사이 화랑의 활동영역을 확보해 주고, 경매의 공정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포함된다. 이 회장은 이를 토론할 세미나를 다시한번 조직할 계획이라고 했다. ●초보자도 안목키워 컬렉션 참가를 ▶중국 현대미술이 세계적으로 강세인데 한국 미술은 전망이 어떻습니까. “교육 수준이 높고 창의성이 뛰어나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국제아트페어 등에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도록 정부지원이 있어야 해요. 현재도 인정받는 작가가 많은데 잘못하면 외국 화랑에 뺏길 우려가 있어요. 중국미술 붐은 투기요소가 커 벌써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기에도 옥석은 있지만, 우리가 본받아서는 안 된다고 봐요.” ▶마지막으로 초보자를 위해 컬렉션 요령을 말씀해줄 수 있을까요. “싸고 좋은 것은 절대로 없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제 경우 좋은 갤러리에서 이름 있는 작가가 전시회를 할 때 산 작품은 실수가 없었어요. 큰 돈이 아니면 그냥 사지만, 무리가 되는 액수의 그림이라면 반드시 전문 조언자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그 다음은 공부죠. 전문 잡지와 책을 통해 미술의 흐름을 파악하고 안목을 키우면 스스로 판단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 회장은 화랑경영은 상업이긴 하지만, 고도의 정신적 행위인 미술 창작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는 “미술시장의 황폐화는 곧 정신문화의 황폐화가 아니겠느냐.”며 과도기적인 이 상황이 빨리 정리돼 건전한 질서를 잡아갔으면 하는 마음뿐이라고 했다. 글 yshin@seoul.co.kr 사진 최해국기자 seaworld@seoul.co.kr ■그는 누구 1949년 서울 출생, 중앙대 가정교육과 졸업.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미술 컬렉터에서 화랑 경영자로 변신한 케이스다. 처음에는 고미술품을 수집하다 현대미술품으로 눈을 돌렸다. 컬렉션이 늘자, 팔거나 교체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 1981년 서울 인사동에 10평짜리 화랑을 차리게 됐다. 자녀들을 조기유학보낸 뒤 미국을 왕래하면서 세계 미술시장 조류에 눈떴다. 외국 작품을 취급하기 시작한 것이 88서울올림픽 즈음. 이후 국제화랑은 국내에 외국 미술을 소개하는 대표적 창구가 됐다. 알렉산더 칼더, 에바 헤세, 안토니 카로, 에드 루샤, 요셉 보이스, 빌 비올라, 데미안 허스트, 애니시 카푸어, 루이스 부르주아 등 세계적 거장 작품이 이를 통해 국내에 선보였다. 전광영, 구본창, 조덕현 등 국내 작품의 해외 소개에도 적극적이다. 그 결과 2005년 뉴욕 타임스에 ‘아시아의 대표적인 갤러리’로 소개되기도 했다.2006년 한국화랑협회 회장에 당선돼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운영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 [5·18 민주화운동 27주년] 그 날 그 함성 다시 듣다

    국내외 석학들이 18·19일 이틀 동안 광주에서 5·18민주화운동을 재조명한다. 전남대 등에서 열리는 ‘5·18 민중항쟁 27주년 기념국제학술대회’에는 미국 시카고대 브루스 커밍스 교수가 ‘광주항쟁과 한·미관계’, 일본 도쿄대 와다 하루키 전 교수가 ‘동아시아와 두개의 코리아, 과거 현재 미래’, 고려대 최장집 교수가 ‘한국민주주의와 광주항쟁 세 가지 의의’, 서울대 윤영관 교수가 ‘21세기 세계 정치와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발표를 한다. 이들은 ‘한국전쟁론’ 등에서 ‘수정주의’ 시각을 보여온 진보 학자로, 미리 배포한 원고에서 5·18과 당시의 국제정세 등에 대해 다양한 담론을 제시했다.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교수 미국 정부는 한반도에서 안보와 안정을 얻기 위해 전두환 등 독재 세력을 지원하고 5·18 당시 한국군 유혈 진압을 용인했다. 그리고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로 어떤 심각한 이의제기도 하지 않는 것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았다. 이는 카터 행정부의 비밀해제 문서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980년 5월22일 ‘중대한 백악관 회의’에서 국가안보 보좌관 브레진스키는 독재자(전두환)들에 대한 ‘단기적 지원, 정치적 발전을 위한 장기적 압력’을 암시했다. 당시 정책심리위원회는 ‘한국인들이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병력동원이 필요할 경우 이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이어 광주시민의 진압에 대해 많은 희생이 따른다면 다시 모여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작 많은 희생이 발생했을 때, 브레진스키는 또다시 독재자에 대한 인내와 북한의 도발 우려를 조언했다. 그리고 수일 만에 항공모함 미드웨이호가 한국해역으로 출항했다. 카터·홀부르크·브레진스키에서 시작해 1981년 취임한 레이건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전두환이 창조한 ‘새시대’를 ‘환대’하기에 이르기까지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치 엘리트들이 전두환의 권력 찬탈을 후원했다. 전두환을 지지했던 유력한 미국인들은 나중에 그들의 수고 대가로 후한 보상을 받기도 했다. 스칼라피노 교수, 스피로 에그뉴 전 부통령, 리처드 홀브루크, 알렉산더 헤이그 등 당시 저명 교수와 관료들이 대우와 현대 등 한국 거대 기업의 고문으로 위촉돼 거액의 자문료를 받은 것이 그 예이다. 커밍스 교수는 미국의 대한국 정책은 일부 정치 엘리트들이 좌지우지한다며 북한을 견제하는 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한국인들의 의지는 존중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광주항쟁은 인권과 정치적 권리를 원한다면 그것을 위해 싸워야 하며, 싸우지 않으면 결코 얻지 못한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평가하며 “미국 지도자들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원해 줄 것이라 믿어서는 안 되며 여러분 스스로 민주주의를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전 교수 1894∼1975년 80년 동안 한·중·일과 동남아 지역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이 때문에 이 지역 사람들은 갈기갈기 찢기고 갈라졌다. 남북한이 대립하고 일본과 주변국가들이 지금까지 화합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을 포함해 가해자는 사죄하고 희생자의 비애와 아픔이 치유돼야 한다. 손해도 보상돼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움이 극복되고 용서가 이뤄져야 한다. 동북아의 중심에 위치한 한반도는 중국과 일본, 대륙과 해양을 잇는 가교이다. 유럽공동체와 같은 평화와 공생의 질서가 이 지역에서 구축되는 것이 꿈이다. 동북아 공동체 창설이 필요하며 그 중심에 한반도가 있다. 그러나 한반도의 분단과 대립은 동아시아 지역공동체 실현에 걸림돌이다. 다행히 한국은 민주혁명 진전의 결과로 대북정책의 결정적인 전환을 맞게 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포용정책을 취하고 남북정상회담을 실현했다. 이 정책은 누가 대통령이 돼도 기본적으로 유지될 것이다. 앞으로 남북한이 함께 지역 평화와 협력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과제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 광주항쟁은 한국 민주화의 원천이다.‘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도 하나의 축복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항쟁의 결과는 곧바로 민주화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군부권위주의의 해체와 민주주의로의 이행을 가져오는 결정적 계기를 만들었다. 또 민주화 이행으로부터 공고화를 포함하는 전체 민주화 시기를 통해 지속적인 영향력을 갖는 이념과 거대 담론을 창출했다. 구질서에 대한 총체적 안티테제로서, 대안적 질서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나온 갈등은 ‘민주대 반민주’로 집약된다. 광주항쟁은 그 핵심 구성 요소이자 가치로서 민족·민주·민중이란 세개의 언어를 창출했다. 광주항쟁이 창출한 이들 세개의 중심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항쟁 과정에서 그렇게 인식되고 스스로 자각된 ‘민중’이다. 민중은 한국 역사상 최초의 대규모적인 시민민중 또는 민중시민의 출현을 의미한다. 한국사회에서도 프랑스혁명을 주도한 시민처럼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실행하려는 주체가 등장한 것이다. 이점에서 1980년대 민주화는 그 이전 4·19나 광복 직후 상황과 구분된다. 압도적인 보수 헤게모니가 관철됐던 1980년대 말 이래 민주화가 진전된 것은 광주항쟁을 경험한 호남이라는 민주주의 지지 기반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는 그 후 대선과 총선 등에서 보수세력을 견제하고 민주화세력을 이끈 동력이 됐다. 많은 사람들은 지역당 구조를 ‘망국병’으로 규정하고 부정적 요소를 갖고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호남지역 유권자들의 결집된 투표성향은 그들이 광주항쟁을 경험하고 민주화 선봉에 섰다는 자긍심을 바탕으로 한다. 편견과 차별을 철폐하겠다는 민중적 욕구의 표현이다. 민족·민주·민중 3개의 중심적 거대담론은 민주화운동의 탈동원화와 일상화 과정 속에서 현저하게 쇠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민중이 정당을 매개로 삶의 현장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을 때 민주주의는 보통사람의 사회경제적으로 확고한 입지를 다질 수 있다. 광주항쟁의 정신과 역사적 의미는 민중이 주체가 되는 민주주의의 실현이다. 이를 통해 정치적 민주화를 경제적 민주화로 진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윤영관 서울대 교수 21세기 초 세계정치 구조는 미국의 패권적 지위 유지와 중국의 상대적 권력상승을 특징으로 한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 중국과의 우호 증진을 꾀하고 있다. 한편으론 일본·호주·인도 등과 동맹강화를 통한 대 중국 견제전선도 형성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이라크전에 몰두하고 있는 동안 동북아·동남아·중앙아시아·아프리카 등지에서 조용한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자원을 무기로 강대국의 영향력 회복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는 북핵 개발로 위기가 진행 중이다. 이 위기가 어떻게 해소되느냐에 따라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지속 여부가 달려 있다. 강대국의 이해가 달려 있는 북핵문제를 풀기 위해 미국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평화정착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국민들은 자기비하의식을 버려야 한다. 즉, 한국을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로 바라보는 무기력한 의식부터 버리지 않고서는 결코 우리 문제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주도해 나가지 못한다. 한국은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지만 강대국들에 비해 아직도 작은 나라이다. 그러나 아예 처음부터 포기해버린다면 능력 범위 안에서 해낼 수 있는 것도 해내지 못한다. 이런 의미에서 진정한 우리의 적은 주변 국가들이 아니라 스스로의 패배의식이다. 한국의 상대적 국력 상승을 고려한다면 지금은 새우가 아니라 돌고래 정도는 됐다. 돌고래는 다른 고래들보다 덩치는 작지만 영민한 머리를 갖고 있다. 돌고래처럼 현명하고 영민하게 처신하는 방법을 익히고 미래를 도모한다면 험한 파도가 밀려오는 세계정치의 대양에서도 나름대로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며 활로를 개척해 나갈 수 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부시·아베, 北에 압력… 6자회담 또 고비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4일(현지시간) 전화 통화를 갖고 북한의 6자회담 ‘2·13합의’ 이행 지연에 유감을 표명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부시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전화로 북한 상황을 논의했다면서,“북한이 2·13합의에 따른 그들의 약속을 아직도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은 유감스럽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설명했다. 부시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유감 표명은 2·13합의에 따른 참가국들의 초기조치 이행 시한(60일)이 한 달 지난 시점에서 이뤄졌다. 부시 대통령은 통화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미·일 양국이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고 일본 외무성이 밝혔다. 또 국무부의 톰 케이시 부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대한 기존 정책에 변화가 없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 일본을 지지해 왔으며 북한측에 일본의 납북자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음을 거듭 밝혀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북핵 6자회담은 또 한 차례의 고비를 맞고 있다. 부시 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그동안 “미국의 인내심이 영원할 수는 없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합의가 지연되는 데 따른 ‘대응적 조치’가 나올 것인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부시 정부가 현재 북한과의 협상 국면을 당장 뒤바꿀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2·13 합의 이행을 지연시켜온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동결자금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당분간 6자회담 참가국들이 이를 지켜보며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도 일단 BDA 문제가 해결되면 북한의 영변 핵시설 동결 및 해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 복귀 등 북한측이 약속한 조치가 발빠르게 이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북한뿐만 아니라 미국도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제외하는 등 후속조치를 취해나갈 것으로 이 소식통은 전망했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과 아베 총리와의 통화 내용은 북한에 대한 경고보다는 미·일간의 공조를 다지는 쪽에 무게가 쏠린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미국이 핵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을 좀더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는 것에 대해 내심 불만을 가져왔다. 이에 따라 지난달 27일 아베 총리는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납북자 문제와 관련한 일본 정부의 단호한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화 통화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인 셈이다. 특히 라이스 국무장관이 일본인 납북자문제 해결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데 필요한 ‘전제조건’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아베 총리로서는 다시 한번 ‘문 단속’을 할 필요가 있었던 것 같다. dawn@seoul.co.kr
  • [시론] 거인의 분노/김서정 아동문학가·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시론] 거인의 분노/김서정 아동문학가·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병속에 갇혔다가 수백 년 만에 어민에게 구조된 거인의 이야기를 아시는지. 거인은 자기를 구해 준 어민을 죽여 버리겠다고 을러댄다. 어민이 이유를 묻자 거인은 대답한다. 처음 백 년은 나를 구해 주는 사람을 세계 제일의 부자로 만들어 주겠다고 다짐했다. 다음 백 년은 최고 권력자. 그 세월이 헛되이 지나자 나는 화가 치밀어 결심했다. 이제야 나를 꺼내는 자는 죽음을 맞으리라. 겉보기에 너무나 배은망덕하고 위협적인지라 이 이야기는 아이들용 책으로 그리 사랑받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나 분노에 관한 인간의 내면 심리를 이해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소재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조승희를 들먹일 것도 없이, 어린이날 한 특집 TV프로그램이 소개하던 ‘문제아’들을 보면서 나는 그 거인을 떠올렸다. 피 터지는 컴퓨터 게임에 하루 종일 매달리고, 상담 의사와도 “싫어요, 말 안 해요.” 외의 대화는 없고, 집을 뛰쳐 나가고, 엄마에게 욕을 퍼부으며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어른을 죽이고 싶어 하는, 분노에 찬 거인 같았다. 하지만 우리는 “저런, 쯧쯧!” 하고 눈살을 찌푸릴 게 아니라 그 아이들을, 거인의 분노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거인이 처음부터 화를 낸 것은 아니다. 수백 년을 바다 밑 병에 갇혀 있으면서 자신을 꺼내 주는 은인에게 어떻게 보답할까 궁리하고 있었다. 그 절망감, 외로움, 슬픔, 간절함이 얼마나 컸을까. 아무도 자신을 찾지 않고 모든 기대와 희망이 물거품이 됐을 때 거인에게 남은 것은 분노뿐이었던 것이다. 어떤 이성도 감성도 제어할 수 없는 분노…. 아이들도 아마 그랬을 것이다. 따뜻한 보살핌과 이해, 격려와 사랑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혼자 버려졌다고 느꼈을 때, 처음에는 아마 필사적으로 도움을 원했을 것이다. 누군가 나를 구해 주면 얼마나 고마울까 상상하면서 하루가 백 년 같은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 시간이 아무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고 마침내 한계에 이르렀을 때 아이들은 마음의 문을 닫아 걸고 분노를 폭발시키는 것이 아닐까. 그런 아이들에게 ‘말 잘 듣고 공부 잘 해라.’ ‘약속을 지켜라.’ ‘폭력을 쓰면 안 된다.’라는 설교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른들은 아이들의 성적 이전에 그들의 감정, 특히 ‘부정적’ 감정에 더 민감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슬픔이나 공포 같은 감정을 마치 전염병처럼 여기면서 막아 세운 채 사랑이나 노력이나 친절 같은 긍정적인 가치만을 쏟아 붓는 자세는 그다지 효과가 없다. 아이들이 맞닥뜨린 부정적인 감정들을 우선 인정하고 표현하게 해 주어야 한다. 그런 뒤 어른들이 그것을 겸손과 인내와 배려로 풀어 주는 모습을 실천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적으로 극복하는 표본이 되어야 한다. 분노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 보여 주는 동화들은 많다. 그림책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엄마는 “엄마를 잡아 먹어 버릴 테야!”하고 소리치는 아이에게 따뜻한 저녁밥을 슬그머니 가져다 준다.‘아빠는 전업주부’의 아빠는 자기에게 침을 뱉고 발길질하는 아들을 끌어 안고 뱅뱅 돌려 결국 웃음을 터뜨리게 만든다. 분노 이전의 감정, 외로움과 슬픔을 달래 주는 일도 중요하다. 그 모든 감정들이 결국에는 아이를 분노로 치닫게 만들기 때문이다.“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라.”는 성경 말씀도 있지 않은가. 김서정 아동문학가·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 [산이 좋아 산으로] 전남 영암 월출산

    [산이 좋아 산으로] 전남 영암 월출산

    평지의 저편에서 바라보는 월출산은 더할 나위 없이 강파르다. 인내나 포용 따위와는 함께 할 수 없음을, 산은 제왕의 권좌처럼 거칠 것 없이 솟아오른 능선으로 말한다. 낮게 깔려 있는 평야의 중앙, 산은 하늘을 향해 비수라도 들이대듯이 홀로 솟구쳐 있다. 그러나 산은 그렇게 생뚱맞게 홀로 솟구친 것이 아니다. 넓은 평야가 땅 밑으로 힘을 모아 이곳에 이르러 하늘을 향해 힘차게 치받아 오른 것. 이 땅의 지심(地心)이 월출산을 만들었다. 달뜨는 산 월출산의 원래 이름은 ‘달나산’. 달을 낳는 산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신라 때는 월내악, 고려 때는 월생산(月生山)이라 했다. 이 산의 북쪽과 서쪽 발치에 사는 영암 사람들에게 달은 언제나 사자봉, 매봉, 천황봉, 구정봉, 향로봉이 불꽃처럼 솟아오른 ‘달나산’ 위로 떠오른다. 1988년 스무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월출산은 전라남도 영암군과 강진군에 접해 있다.812.8m의 낮은 높이에도 불구하고 영암벌 들판 한가운데 웅장하게 솟구쳐 있는 모습 때문에 예로부터 신령한 산으로 추앙받았다. 국립공원 가운데 가장 적은 면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안에 설악산, 금강산, 북한산, 속리산 등 여러 명산의 절경을 한데 모아 놓은 것 같은 다양한 풍광을 간직하고 있다. 국보 13호 극락보전이 있는 무위사, 국보 50호 해탈문이 있는 도갑사, 구정봉 밑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마애여래좌상(국보 144호) 등의 문화재도 월출산의 자랑이다. 봄에는 도갑사 입구의 벚꽃길이 아름답고, 여름철에는 금릉경포대 쪽으로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는다. 특히 가을 월출산은 호남의 금강산이란 별명처럼 기암괴석과 단풍이 어우러져 사랑을 받는다. 미왕재 주변 억새밭과 겨울철 상고대 핀 산도 빼놓을 수 없는 비경이다.‘천황사∼구름다리∼천황봉∼바람재∼구정봉∼억새밭∼도갑사’ 코스는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뻗은 월출산의 주능선을 밟는 대표적인 종주 코스다. 천황사에서 도갑사 쪽으로 가는 방향이 조망도 뛰어나고, 문화재관람료도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곳으로 산을 오른다. 천황사에서 구름다리까지는 오름길이 가파르다. 그리고 가파른 오름 길마다 급경사의 쇠사다리가 놓여 있다. 통천문을 통과해 오르는 천황봉 정상은 넓은 암반으로 되어 있고 조망이 좋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하면서 쉰다. 그러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정상부는 어느 산이나 빨리 지나가는 게 예의다. 천황봉에서 내려가는 길 곳곳에 전망 좋은 바위 쉼터가 있으므로 좀 더 다리품을 판 뒤에 쉬는 것이 좋다. 통천문 오르기 직전과 천황봉 아래 남근바위 지나 있는 바람재에서 금릉 경포대 계곡으로 내려갈 수 있다. 바람재를 지나면 베틀굴을 가기 직전에 구정봉으로 올라가는 길과 곧장 향로봉 쪽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뉜다. 오랜 시간 오르내리기를 반복해 힘이 빠질 즈음이지만 월출산에서 베틀굴과 구정봉을 보지 않는 것은 후회할 일이다. 구정봉 아래 마애여래 좌상을 보려면 500m 정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한다. 억새밭이 아름다운 미왕재까지는 편안한 내리막길이다. 이곳에서 도갑사까지는 계곡을 따라 걸어 내려간다. 총 산행시간은 7시간 정도 걸린다. 글 이영준 사진 김도훈(월간 MOUNTAIN기자) # 여행정보 영암의 유명한 음식으로는 갈낙탕을 들 수 있다. 전라도 한우와 개펄에서 잡은 낙지로 만든 탕인데, 영암의 별미로 꼽힌다. 영양탕을 대신할 만큼 건강식으로까지 평가받고 있으며 맛이 진하다. 학산면 독천리에 갈낙탕과 세발낙지 음식점이 많으며 영암군은 앞으로 이 지역을 낙지거리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갈낙탕으로 유명한 집은 독천식당 064)472-4222, 영명식당 472-4027 등이 있다. 하눌타리가든에서는 생오리 소금구이와 토종닭 양념불고기와 닭육회를 맛볼 수 있으며 식사 후 나오는 흑임자죽 맛이 일품이다.
  • [산이 좋아 산으로] 전남 영암 월출산

    [산이 좋아 산으로] 전남 영암 월출산

    평지의 저편에서 바라보는 월출산은 더할 나위 없이 강파르다. 인내나 포용 따위와는 함께 할 수 없음을, 산은 제왕의 권좌처럼 거칠 것 없이 솟아오른 능선으로 말한다. 낮게 깔려 있는 평야의 중앙, 산은 하늘을 향해 비수라도 들이대듯이 홀로 솟구쳐 있다. 그러나 산은 그렇게 생뚱맞게 홀로 솟구친 것이 아니다. 넓은 평야가 땅 밑으로 힘을 모아 이곳에 이르러 하늘을 향해 힘차게 치받아 오른 것. 이 땅의 지심(地心)이 월출산을 만들었다. 달뜨는 산 월출산의 원래 이름은 ‘달나산’. 달을 낳는 산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신라 때는 월내악, 고려 때는 월생산(月生山)이라 했다. 이 산의 북쪽과 서쪽 발치에 사는 영암 사람들에게 달은 언제나 사자봉, 매봉, 천황봉, 구정봉, 향로봉이 불꽃처럼 솟아오른 ‘달나산’ 위로 떠오른다. 1988년 스무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월출산은 전라남도 영암군과 강진군에 접해 있다.812.8m의 낮은 높이에도 불구하고 영암벌 들판 한가운데 웅장하게 솟구쳐 있는 모습 때문에 예로부터 신령한 산으로 추앙받았다. 국립공원 가운데 가장 적은 면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안에 설악산, 금강산, 북한산, 속리산 등 여러 명산의 절경을 한데 모아 놓은 것 같은 다양한 풍광을 간직하고 있다. 국보 13호 극락보전이 있는 무위사, 국보 50호 해탈문이 있는 도갑사, 구정봉 밑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마애여래좌상(국보 144호) 등의 문화재도 월출산의 자랑이다. 봄에는 도갑사 입구의 벚꽃길이 아름답고, 여름철에는 금릉경포대 쪽으로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는다. 특히 가을 월출산은 호남의 금강산이란 별명처럼 기암괴석과 단풍이 어우러져 사랑을 받는다. 미왕재 주변 억새밭과 겨울철 상고대 핀 산도 빼놓을 수 없는 비경이다.‘천황사∼구름다리∼천황봉∼바람재∼구정봉∼억새밭∼도갑사’ 코스는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뻗은 월출산의 주능선을 밟는 대표적인 종주 코스다. 천황사에서 도갑사 쪽으로 가는 방향이 조망도 뛰어나고, 문화재관람료도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곳으로 산을 오른다. 천황사에서 구름다리까지는 오름길이 가파르다. 그리고 가파른 오름 길마다 급경사의 쇠사다리가 놓여 있다. 통천문을 통과해 오르는 천황봉 정상은 넓은 암반으로 되어 있고 조망이 좋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하면서 쉰다. 그러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정상부는 어느 산이나 빨리 지나가는 게 예의다. 천황봉에서 내려가는 길 곳곳에 전망 좋은 바위 쉼터가 있으므로 좀 더 다리품을 판 뒤에 쉬는 것이 좋다. 통천문 오르기 직전과 천황봉 아래 남근바위 지나 있는 바람재에서 금릉 경포대 계곡으로 내려갈 수 있다. 바람재를 지나면 베틀굴을 가기 직전에 구정봉으로 올라가는 길과 곧장 향로봉 쪽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뉜다. 오랜 시간 오르내리기를 반복해 힘이 빠질 즈음이지만 월출산에서 베틀굴과 구정봉을 보지 않는 것은 후회할 일이다. 구정봉 아래 마애여래 좌상을 보려면 500m 정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한다. 억새밭이 아름다운 미왕재까지는 편안한 내리막길이다. 이곳에서 도갑사까지는 계곡을 따라 걸어 내려간다. 총 산행시간은 7시간 정도 걸린다. 글 이영준 김도훈(월간 MOUNTAIN기자) # 여행정보 영암의 유명한 음식으로는 갈낙탕을 들 수 있다. 전라도 한우와 개펄에서 잡은 낙지로 만든 탕인데, 영암의 별미로 꼽힌다. 영양탕을 대신할 만큼 건강식으로까지 평가받고 있으며 맛이 진하다. 학산면 독천리에 갈낙탕과 세발낙지 음식점이 많으며 영암군은 앞으로 이 지역을 낙지거리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갈낙탕으로 유명한 집은 독천식당 064)472-4222, 영명식당 472-4027 등이 있다. 하눌타리가든에서는 생오리 소금구이와 토종닭 양념불고기와 닭육회를 맛볼 수 있으며 식사 후 나오는 흑임자죽 맛이 일품이다.
  • [안녕하셔요] 수다장이 싫다는 극성파 강부자(姜富子)

    [안녕하셔요] 수다장이 싫다는 극성파 강부자(姜富子)

    안방극장의 극성파 주인공 강부자양은 요즈음 모처럼 마련한 새집 단장에 여념이 없다. 한강 「맨션·아파트」 34동 203호. 남편 이묵원(李默園)씨와 함께 「탤런트」부부 합동작전으로 『셋방신세 3년만에 내집 마련했읍니다』고 희색이 만면-. 극성파 일변도엔 질색 “현모양처가 적격예요” 「드라머」에서는 수다장이에다 억척꾼으로 극성을 부리곤하지만 실제로는 알뜰한 주부. 차분하게 들려주는 말솜씨라든가 풍겨주는 인상이 한마디로 현모양처형. 「드라머」에서 처럼 극성을 떨 기색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조용한 분위기를 풍겨준다. 『어쩌다 그런 극성스런 역에만 출연하다 보니 이젠 아예 내 자체가 그런 「타이프」인 것처럼 시청자에게 인상지어져 버렸어요. 달갑잖은 일이에요. 어디 여자가 그렇게 왈가닥일 수가 있겠읍니까? 그런데 안타까운 건 방송국에서 이제 그런 역이 아니면 내가 할 역이 없다고 딱지를 붙여 놓은 거예요.지금까지는 그저 주는대로 아무 역이나 마다않고 했는데 이제부터는 좀 가려가면서 해야겠어요』 물론 작가나 연출가가 모두 잘 알아서 맡기는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나 극성파 일변도로만 딱지를 붙이면 곤란하다는 얘기. 자기 용모나 성격으로 보아서 현모양처역이 가장 적역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내가 하고 싶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아니죠. 나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연출가의 말을 절대적으로 지켜오고 있고 또 앞으로도 그럴 작정이에요. 설사 내가 옳고 연출자의 말이 못마땅하다고 할지라도 내쪽에서 고집을 꺾어요. 그러는게 도리이고 또 연예계의 「룰」이라고 생각해요. 안그러면 가뜩이나 흩어지기 쉬운 이 세계가 도저히 제대로 발전해나갈 수가 없다고 봐요』 요즈음 신인 「탤런트」들을 보면 공연히 「폼」만 먼저 잡으려고 하는데 그런 태도는 삼가야하리라는 의견. 강양의 「데뷔」 당시에는 그저 「열심」히 하자는 마음 하나로 매달렸다는 것과 비교하면 요즈음엔 그런 정열과 정신이 희미해져 가고 있다고 못마땅한 표정. 녹화시간 지키지 않는 탤런트를 제일 싫어해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해야죠. 무슨 일이든 다 마찬가지겠지만 어디 하루 아침에 「톱·탤런트」가 될 수 있겠읍니까? 그만큼 노력해야 하고 인내해야 하고 배워야죠. 제가 KBS-TV 2기로 들어갈 때 같이 들어간 사람이 15명이었는데 지금 남은 사람이 저와 두사람(이묵원, 권명오(權明五))뿐이에요. 그것만 보아도 이 직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잖아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과 자세. 조금만 인기가 높아지면 으례 녹화시간에 한 두시간씩 늦게 나오는데 그럴 수가 없는거라고 언성을 높인다. 『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녹화시간만은 꼭 지키고 있읍니다. 9시 집합이라고 하면 8시에 나가서 미리 화장하고 소도구 챙겨놓고 모든 준비를 완료해야 하는 겁니다. 모두 그렇게 한다면 왜 밤을 새운다, 빵꾸가 난다하는 소동이 일어나겠읍니까? 출연자 때문에 「슈팅」이 늦어진다는 일은 있을 수 없어요』 준비 다 해놓고 한 두사람 때문에 몇시간씩 기다리는 것이 지겨워, 한때 영화에 나가던 것을 그만 두었다고. 영화는 주연배우가 나타나기 기다리다 해 다 보내는 것 같아서 생리에 맞지가 않더라는 것. 강양은 KBS-TV 「탤런트」2기생. 충남 강경이 고향으로 강경여고를 거쳐 충남대학 국문과를 62년에 졸업하고 그해 12월에 「탤런트」 시험에 응시한 것이 「재수가 좋아」 합격됐다고. 1기 모집때에는 「얼굴」만 보고 모집했기 때문에 아마 그때 응시했으면 틀림없이 미역국을 먹었을 거란다. 무작정 출연하다 보니 도움도 됐고 손해도 봐 「탤런트」시험에 응시한 것은 별로 뚜렷한 동기에서가 아니고 우연히 해본 것일뿐. 어렸을 때부터 예능 방면에 소질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꿈은 「아나운서」나 변호사가 되는 것이었다. 대학을 졸업할 때에는 성우가 되려고 작정하고 있었는데 「탤런트」시험이 먼저 있어서 그냥 연습삼아 응시해본 것이 합격, 오늘에 이르렀다. 남편 이묵원씨와는 KBS-TV 동기생. 처음에는 동료 「탤런트」로 친구처럼 지냈는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에 빠졌고 4년 동안의 연애끝에 67년 5월에 「골·인」-. 8년 동안 「탤런트」 생활을 하면서 출연한 작품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작품은 별로 없단다. 『그만큼 아무 작품에나 나갔다는 얘기겠죠. 무슨 역이든 주면 마다 않고 그냥 했으니까요. 도움이 된 점도 많지만 손해도 많아요. 돈만을 생각한다면 많이 출연하는게 이익이겠지만 어디 꼭 돈만을 생각할수가 있겠어요? 차분히 생각해볼 문제예요』 그러나 이말은 연출가의 말을 거역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못박는다. 9월10일 효창운동장에서 열릴 제2회「탤런트」축구경기에 대비, 매일 연습장에 나가 「콜라」 빵을 사주며 성원하는 것이 일과. 그밖에 녹화가 없는 날이면 하루종일 연습장(휘문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살았다. 조용히 자연을 벗삼아 농장 경영하는 것이 꿈 「유호(兪湖)극장」 『꿈은 좋았는데』가 끝나고 이어서 들어가는 『언니』에는 「타이틀·롤」을 맡았다. 그밖에 『고독한 길』에 출연 중. 연극무대에도 열을 올리고 있어 63년부터 극단 「산하(山河)」의 「멤버」다. 무대작품수 30~40편을 헤아리는 고참(?) 배우지만 역시 연극은 어렵고 어려운 것. 할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 연극인 것 같다고. 「라디오」에도 심심찮게 출연해왔는데 요즈음에는 동아방송에 『사모님 만세』라는 「프로」에 나가고 있다. 결혼 3년만에 집을 마련한 강양의 앞으로의 꿈은 농장을 경영하는 것. 조용히 자연과 벗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최대의 행복일 것 같다는 말이다. 그러나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꼭 「여류작가」가 되겠단다. 대학 전공과목이 「국문학」이긴 했지만 웬일로 살아가노라니 글로 써서 남기고 싶은 일들이 많은데 막상 글재주가 없어서…. 그러나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꼭 문학공부를 해서 여류작가가 되고 싶어요』하며 수줍게 미소 짓는다. 외딸 헌주(憲柱)양은 올해 2살.[선데이서울 70년 9월 13일호 제3권 37호 통권 제 102호]
  • 佛대선 35시간 근로제등 3시간 ‘불꽃 공방전’

    |파리 이종수특파원|팽팽한 신경전 속에 곳곳에서 지뢰가 터졌다. 6일(이하 현지시간) 치를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 앞서 2일 열린 TV토론은 프랑스의 눈과 귀를 빨아들인 ‘블랙홀’이었다. 유권자 4450만여명 가운데 2500만여명이 집권당 대중운동연합의 니콜라 사르코지, 사회당 세골렌 루아얄 후보의 날 선 설전을 지켜봤다. 감색 정장의 사르코지와 흰 블라우스에 역시 감색 투피스를 입은 루아얄은 2m거리에 마주 앉아 밤 9시부터 3시간 가까이 기싸움을 벌였다. 12년만에 부활한 이날 토론회는 결선투표에 미칠 영향 때문에 주목됐다. 특히 토론회를 지켜본 중도파 프랑수아 바이루가 “사르코지를 찍지 않겠다.”고 밝혀 주목된다.1차투표에서 18.57%의 지지율을 얻어 ‘킹 메이커’로 부상한 그는 그 동안 중립을 지켰다. 그러나 이날 사르코지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못박음으로써 중도파 유권자의 표심이 사회당으로 많이 몰릴 경우 막판 역전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역발상 전략…바뀐 ‘창과 방패’ 처음엔 어리둥절했다. 두 후보가 평소 이미지와 반대의 포즈로 토론에 임했다. 침착한 이미지의 루아얄은 4∼6% 밀리는 지지도를 뒤집으려는 듯 시종 맹공을 퍼부었다. 민감한 사안에는 ‘암늑대’처럼 몸을 곧추세우며 날카롭게 따졌다. 반면 사르코지는 강경 이미지라는 부정적 인식을 줄이려는 듯 애써 침착을 유지하며 예봉을 피했다. 포문을 연 사람도 루아얄. 그녀는 작정한 듯 “지난 5년 동안 무엇을 했나?”라며 “신뢰의 문제가 있다.”고 사르코지의 내무·재무장관 이력을 공격했다. 이에 사르코지는 사회당 정부의 실정을 거론하며 비켜갔다. 이어 두 후보는 정부 부채, 연금 문제 등 주요 사안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다. 상대 말을 자주 끊어 진행자가 중재하는 장면도 적지 않았다. ●이견 첨예…날 선 공방도 시간이 갈수록 거친 마찰음이 터져나왔다. 사르코지가 “과거 사회당 정권이 도입한 주 35시간 근로제는 프랑스 경제에 재앙”이라고 공격하자 루아얄은 “그런데 왜 현 정부는 폐지에 실패했냐?”고 맞받아쳤다. 루아얄의 비판이 이어지자 사르코지의 인내력도 한계에 달한 듯 “마담(루아얄)이 너무 빨리 화를 낸다.”며 “대통령은 매우 진지하고 안정돼야 한다.”고 냉소적으로 반격했다. 논쟁의 하이라이트는 교육 문제. 사르코지가 “장애 아동도 일반 학교에 입학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자 루아얄이 발끈했다. 특유의 차분한 어조도 사라졌다.“내가 교육장관으로 있을 때 도입한 장애 아동 편의조치를 현 정권이 없앴다.”고 꼬집은 뒤 격앙된 목소리로 “현 정권의 정치적 비도덕성이 절정에 이르렀다.”고 쏘아붙였다. 이에 사르코지가 “침착하라.”고 훈수를 두자 루아얄은 “침착하지 않을 것이다. 화가 난다. 이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가?”라고 몰아붙였다. 토론이 과열된 탓인지 실수도 나왔다. 원전이 프랑스 전력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놓고 사르코지는 “50%”라고 응답했고 루아얄은 “17%”라고 반박했다. 통계에 따르면 78%다. vielee@seoul.co.kr
  • 北 “송금까지 돼야” 美 “인내심 한계”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서울 김미경기자|한국과 미국, 북한이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된 북한 자금 문제를 해소하고 6자회담의 ‘2·13합의’를 이행하는 방안을 잇따라 논의함에 따라 북핵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25일 정례브리핑에서 “BDA문제 해결을 위해 각국이 활발히 접촉 중이고, 절차적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과정이 막바지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밝혔다.그는 이어 “북한이 BDA 해결을 통해 원하는 바는 돈의 인출·송금과 국제금융체제 편입일 것”이라며 “마무리 단계임을 언급한 것은 송금과 출금 문제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송 장관은 다음주 이집트에서 열리는 이라크 재건회의에 참석,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과 북핵 문제에 관한 양자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또 23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워싱턴을 방문한 천영우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잭 크라우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을 만난 뒤 “미 재무부의 BDA 동결자금 해제 발표를 통해 문제 해결의 큰 틀이 마련되고 기술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관련국들의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미대사관을 통해 24일 발표했다. 이어 “이런 노력이 2·13 합의의 조속한 이행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고 덧붙였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빅터 차 아시아 담당 보좌관은 24일 뉴욕에서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관계자들을 만나 BDA 문제 해소와 2·13 합의 이행 방안을 논의했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한 북·미 접촉은 그동안 미 국무부에서 담당해왔기 때문에 차 보좌관이 직접 뉴욕을 방문해 백악관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주목되는 대목이다. 차 보좌관은 김명길 북한 대표부 차석대사와의 면담에서 “미국의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다.”며 신속히 2·13 합의를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고 AP통신이 미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김 차석대사는 “(BDA문제의)결과가 아직 없다. 송금이 돼야 한다.”며 압박했다. 또 “우리 자금이 우리 쪽에 와야 된다는 건 송금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며 미국측과 처음부터 “송금까지 해주기로 합의가 됐다.”고 주장했다.dawn@seoul.co.kr
  • ‘창의성’ 죽이는 6가지 상사 유형

    ‘창의성’ 죽이는 6가지 상사 유형

    기업의 경쟁력에 결정적인 힘이 되는 창의성을 떨어뜨리는 상사들은 어떤 유형일까. LG경제연구원은 22일 ‘이런 상사가 창의성을 죽인다’라는 보고서에서 “5년 만에 1억대가 넘게 팔린 애플의 아이팟이나,13년 만에 1억대 이상 팔린 소니의 워크맨 등 세계적인 히트상품에는 남들이 생각지 못한 창조적인 발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창의성은 기업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결정적인 힘”이라고 강조했다. 창의성을 떨어뜨리는 6가지 상사 유형을 제시했다. ●유아독존형 부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인내심이 부족하고 자기 생각을 강요하는 독선적인 성향이 강해 부하들의 입을 닫게 한다. ●눈뜬 장님형 구성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해도 아이디어의 잠재가치를 제대로 활용, 성과물로 연결하는 능력이 없어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린다. ●일 중독형 부하의 감정이나 기분 등 내적인 심리상태를 배려하지 못하고 오직 일밖에 몰라 구성원들의 창의성을 죽인다. 이들은 지나치게 일 중심적으로 움직여 구성원들을 지치게 하고 피로를 가중시켜 조직 구성원의 탈진 상태를 불러온다. ●완벽주의형 작은 실수나 실패도 용서하지 않아 부하들의 생각과 행동을 실패 위험이 적은 보수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게 한다. 직원들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시도하는 창의적인 발상과 행동을 위축시킨다. ●복사기형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것을 먼저 개척해 나가는 선도자적 실험정신이 부족하다. 내부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자신이 없어 실행을 주저하다가 나중에 다른 기업들이 하는 것을 보고 나서야 따라한다. ●하루살이형 단기 성과 지향적인 업무 수행패턴을 갖고 있다. 사업모델이나 전략, 미래준비 등 큰 것을 고민하기보다는 기존의 사업틀 속에서 당장의 이익과 비용 관리 등 단기 성과 개선에 치중한다. 지시나 통제를 세부적으로 하며 보고 등 잡무를 늘려 창의성을 떨어뜨린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EU, 中·美 무역마찰 ‘오락가락’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유럽연합(EU)이 미국과 중국간에 벌어진 무역 마찰에 이래저래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다. 한 때는 “대화로 풀어야 한다.”더니 “미국의 제소에 동참할 수 있다.”며 오락가락하고 있다. EU의 피터 만델슨 무역담당 집행위원은 18일(현지시간)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에 강경 입장으로 선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브뤼셀에서 “지재권 보호를 위한 중국의 노력이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앞서 이 문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미국에 EU가 동참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EU의 인내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중국이) 명심하라.”고 경고했다.“중국이 WTO에 가입하면서 (지재권 보호를) 약속했으나 여전히 지재권 침해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만델슨 위원장은 지난 17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회견에서는 “미국으로부터 이 문제를 도와 달라는 압력을 받고 있지만 나의 생각은 다르다. 이런 문제는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했었다. 이 때 그는 2005년 중국과 EU 사이에 섬유쿼터 문제로 마찰이 심화됐을 때 대화로 해결한 것을 예로 들면서 EU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자랑하기도 했다. 만델슨 위원장의 언급은 내부적인 조율 이후에 나온 것으로 관측된다. 오락가락하는 EU의 태도는 결국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유리한 협상 위치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jj@seoul.co.kr
  • “北 BDA자금 일부 동남아銀 이체”

    |도쿄 박홍기특파원·서울 김미경 기자|북핵 6자회담 ‘2·13합의’의 발목을 잡고 있는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문제가 해결 수순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BDA 북한자금 2500만달러 중 일부가 동남아 은행으로 이체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도는 등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임성남 외교통상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이 19일 오후 베이징으로 떠났다고 밝혔다. 외교부측은 “임 단장은 새로 임명된 중국 외교부 천나이칭(陳乃淸) 한반도담당대사 겸 중국측 6자회담 차석대표를 만나 BDA문제 등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BDA 암초’에 걸려 6자회담 북핵 외교가 한동안 공전했던 만큼, 임 단장의 중국행에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유엔 북한대표부 김명길 차석대사 등 북한 관계자들이 주말 전후로 베이징에 간다는 소문도 있어 남·북·중 회동이 이뤄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 소식통은 “최근 한국과 미국 등이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북한을 압박하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BDA문제가 해결되는 쪽으로 발전되고 있다.’고 언급한 만큼 북측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며 “북측이 BDA 제재 해제를 확인해 보겠다고 한 만큼 자금 인출이나 송금을 시도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본 요미우리·아사히신문 등이 이날 “BDA 북한 자금 일부가 동남아 은행으로 이체되기 시작했다.”고 보도하는 등 북한이 모종의 움직임을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동남아 은행으로는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BDA가 미측으로부터 ‘돈세탁 은행’으로 지정되기 전 북측과 거래했던 곳들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 북측 김영일 외무성 동남아 담당 부상이 이날 베이징에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져, 임 단장과 김 부상과의 만남도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김영일 부상이 베이징을 거쳐 동남아 국가들을 방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 부상의 움직임이 BDA 자금 송금과 관련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BDA 북한자금이 제3국 은행으로 송금이 이뤄진다면 BDA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북한의 움직임이 주목된다.chaplin7@seoul.co.kr
  • [문화마당] 지조에 대하여/김명인 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한 시대가 정신의 지표로 삼았던 말 중에 세대를 격(隔)하면서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낱말이 있다면 ‘지조(志操)’도 거기에 해당할 것이다. 지조는 꿋꿋한 신념에 따른 바른 처신을 뜻하는 말이니, 개인의 올곧은 마음가짐을 가리키기도 한다. 한때의 유행어가 대를 이어 생명을 유지하는 경우가 드물다지만, 지조란 그런 범주에도 넣을 수 없어, 말의 변천사로는 급격한 몰락이라 할 만하다. 삶의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탓일까. 이제는 누구도 한결같은 인내가 요구되는 지조 따위는 들먹이지 않게 되었다. 일찍이 시인 윤동주는 식민지 지식인으로서의 자신에 대한 성찰과 고통 받는 동족에 대한 울분을 노래했다. “지조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또 다른 고향’) 시대가 어두울수록, 삶의 간난신고가 더해질수록 스스로를 일깨우는 일의 소중함을 설파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조지훈 시인은 지조를 내세운 장문의 논설로 무기력해진 시대의 지성을 질타하였다. 그 글(조지훈,‘지조론’ 참조)에 의하면 지조란 “순일(純一)한 정신을 지키기 위한 불타는 신념이요, 눈물겨운 정성이며, 냉철한 확집(確執)이요, 고귀한 투쟁”이라 규정된다. 그는 교양인의 위의(威儀)를 지키고, 국민을 교화시키기 위한 덕목으로 지조를 강조하고, 모름지기 지도자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먼저 지조의 강도(强度)를 살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독재의 폭압을 뿌리친 의기의 글인 그의 ‘지조론’이 발표된 것은 1960년 2월이니, 자유당에 의해 3·15 부정선거가 획책되던 그 무렵이었다. 그런데 어느 결에 우리 세대에 지조라는 말조차 사라져 버렸는가. 지조는 한때 선비의 표상이나 지도자의 자격쯤으로 여겨져 숭앙되었지만, 오늘날 어느 지성인도 지도자도 지조를 들먹이지 않는다. 아니 입에 올리기는커녕 바른 규범을 좇아 꿋꿋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가 드물다. 최소한도의 명분도 저버린 채, 이 당 저 당 철새처럼 떠다니며 변절과 배신을 마다않는 정치가들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원칙이나 원리에 엄정해야 할 학자들까지 표절과 사기로 연구의 순결을 지키려 들지 않으니, 이제 지조 따위는 개에게나 주어버린 것인가. 삼엄한 도덕적 기준이 요구되는 지조를 논한다는 것부터가 오늘에 와선 시세(時勢)를 거역하는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여겨질는지도 모르겠다. 자연인으로서의 본능고(本能苦)가 강조되고, 개인의 자유가 존중받는 시대에 초지일관하며 산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어려운 일일 수도 있겠다. 정신의 자존과 자긍을 위해서라지만 자학과도 같은 생활을 견뎌내려는 의지가 없고서는 지조는 지켜지지 않는다. 따라서 지조라는 말에서는 엄동을 견디고 꽃피우는 매운 매화향기 같은 상서로운 기운이 느껴진다. 지조를 지키는 일이 곤고하다는 것을 아는 까닭에 우리는 의지의 정절을 시험받으며 유지해가는 사람들을 존경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에 이르러 우리가 바라는 지조란 이토록 삼엄한 기운이 감도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며 변절하지 말고 살아가자는 것이다. 특별히 우리는 우리의 지도자들이 한결같은 모습으로 스스로의 언행에 책임지려고 애쓰는 올곧은 사람이기를 바란다. 그런 사람이라면 믿고서 따르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마흔 해 저쪽 고등학교 시절에 나는 조지훈 선생의 ‘지조론’을 읽고서 큰 감동을 받았었다. 그 분이 재직하시는 대학교라서 비록 원하던 전공이 아니었어도 한번 다녀볼 결심을 했었다. 그리고 그 분을 닮은 시인이 되고 싶었다. 지난해 가을, 조지훈 선생이 봉직했던 교정에 그를 기려 시비가 세워졌다. 제자들의 오랜 흠모가 그 학교 출신도 아닌 선생의 시비를 그들의 교정에 세우게 한 것이다. 김명인 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 [사설] 대북 쌀 지원, 2·13합의 이행에 맞춰야

    정부가 오늘부터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경제협력추진위에 예정대로 참석키로 한 것은 옳은 결정이라고 본다. 북측이 2·13합의 이행시한을 넘기고 있지만 그 때문에 당장 대화를 중단시킬 이유는 없다. 북핵이라는 난제를 풀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북측과 만나는 통로를 긴밀하게 유지하면서 막바지까지 설득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번 경추위의 주요 의제는 대북 쌀지원이다. 남측은 장관급회담을 통해 북측에 40만t 규모의 쌀을 지원하는 안건을 경추위에서 논의한다는 언질을 줬다.2·13합의가 실천된다는 기대를 깔고 남북간에 이뤄진 묵계였다고 생각한다. 핵실험까지 한 북측이 2·13합의를 완전히 무시한다면 쌀지원의 명분은 사라지고 만다. 대북 식량 및 비료 지원은 인도적 측면에서 조건에 구애받지 말고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북핵이 악화될 때 대규모 예산이 요구되는 지원을 남측 여론이 용인할 리 없다. 대북지원 문제에서 유연하게 돌고 있던 한나라당도 “쌀·비료 지원에 신중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북측은 경추위가 끝나는 오는 21일까지는 2·13합의를 실천할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영변 핵시설 폐쇄작업을 시작하고,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 방북을 초청해야 한다. 그렇게만 하면 남측은 부담없이 쌀 지원 일정에 합의할 수 있다. 송민순 외교부 장관과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어제 전화통화를 갖고 “며칠동안 상황을 지켜보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경추위 기간내에 뭔가 행동을 보여줘야 파국을 막을 수 있음을 북측은 알아야 한다. 통일부는 “북한의 진의를 파악한 뒤 쌀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북측이 끝내 2·13합의 실천을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쌀 지원 약속을 재확인하되, 지원 시기를 열어둠으로써 대북 압박의 여지를 남겨야 한다. 단계적 지원 등의 방법도 북측의 태도변화를 이끄는 데 유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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