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인내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 동시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 재주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 파문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 납부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6,255
  • [특파원 칼럼] ‘가니코센’과 일본의 그늘

    [특파원 칼럼] ‘가니코센’과 일본의 그늘

    올해 일본 출판계의 화제는 단연 ‘가니코센(蟹工船·게 가공선)’이다. 지난 1929년 6월 고바야시 다카시가 쓴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고전이다.80년이 지난 올해 재조명과 함께 무려 60만권이나 팔렸다. 만화로 그려졌는가 하면 영화로도 제작되고 있다. 가니코센의 붐이다. 소설은 “어이, 지옥으로 들어가나.”로 시작된다. 엄동의 오호츠크해에서 게를 잡아 통조림으로 만드는 배인 ‘히로미쓰마루’ 선원들의 참혹한 삶과 분노, 투쟁의 과정을 담았다. 영양 실조와 질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생산량의 그래프에만 신경쓰는 선주 측의 무자비한 폭력과 착취, 인내의 한계를 넘은 노동자들의 파업 시도, 국가로 상징되는 해군에 의한 강제 진압…. 소설은 “그리고, 그들은 일어섰다. 한번 더”로 끝을 맺는다. 일본에서 가니코센의 재출현은 사건이나 다름없다. 과거의 역사에나 머무를 법한 내용인 까닭에서다.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연구자나 관심있는 독자들의 몫으로만 여겨졌던 터다.1980년대 ‘1억 총인구=중류층’이라고 자랑하던 경제대국, 일본에서 ‘빈곤’이나 ‘궁핍’이라는 단어 자체는 사어(死語)에 가까웠다. 하지만 일본의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가니코센을 찾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가니코센의 내용에 “공감한다.”는 답변이 51%에 달했다. 열악한 고용의 현실에다 양극화 즉,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일본의 비정규직 실태는 심각하다.2007년 취업구조 기본조사 통계에 따르면 파트타임이나 아르바이트, 파견사원 등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비정규직은 전체 노동자의 35.5%다.1737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다. 젊은 층의 신규 인력은 대부분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처지다. 때문에 일하는 빈곤층인 워킹푸어를 비롯,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저임금의 프리터,PC방을 드나드는 젊은 층의 홈리스인 ‘넷카페 난민’ 등 격차 사회를 빗댄 용어들도 범람하고 있다. 격차 문제의 진단은 쉽지 않다. 다만 대체로 시장의 역할을 중시한 ‘고이즈미 개혁 ’의 후유증 탓에 가속화됐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일본은 1990년대 버블 붕괴 뒤 기업의 실적 회복을 위해 인건비 삭감에 초점을 맞췄다. 정부도 노동자파견법 등의 규제완화로 호응했다. 비정규직에 대한 저임금과 해고의 유연성에 대한 보장이다. 결과적으로 작은 정부의 지향속에 고용·사회보험·공적지원 등의 안전망은 느슨해졌다. 일본의 사회적 분위기는 예전과 같지 않다.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자기책임론’에 짓눌려 할 말을 제대로 못하던 젊은 층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자기책임만이 아닌 정치·사회구조의 희생양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니코센에의 자기 투영이다. 지난달 19일 도쿄 시내에서 열린 ‘반(反)빈곤’ 집회에 참가한 비정규직들은 “인간다운 생활과 노동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외쳤다. 중의원 선거에 격차 문제를 쟁점화할 만큼 조직화되고 있다. 최근 1년간 일본 공산당에 가입한 신규 당원은 1만명을 넘었다. 물론 ‘가니코센 현상’을 일본 사회 전체의 움직임인 양 과대 평가할 수는 없다. 일본 정부나 기업도 격차 문제의 해소를 위한 처방전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생활 제일’,‘생활자 중시’라는 슬로건도 내걸었다. 이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시행하고 있다. 또 일용직 파견을 금지하는 법안도 추진중이다. 그러나 세계 금융위기는 일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겨울을 앞두고 감원 바람에 비정규직들이 내몰리고 있다. 중요한 것은 보다 구체적인 안전망의 재구축, 안정된 노동환경의 조성이다. 지금 경제대국, 일본에 가니코센을 탄 듯한 젊은이들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박홍기 도쿄 특파원 hkpark@seoul.co.kr
  • [발언대] 현역 군복무를 통해 인생을 배운다/ 배지민 육군 제25사단 병장

    [발언대] 현역 군복무를 통해 인생을 배운다/ 배지민 육군 제25사단 병장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시력이 나빠 안경을 쓰기 시작해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 거의 눈 뜬 장님 수준이었다. 때문에 병무청 징병신체검사에서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았고 그런 나를 친구들은 부러워했지만 나는 어쩐지 즐겁지만은 않았다. 친구들이 하나 둘 군대 가는 것을 보고 소위 ‘남들 다 가는 군대’에 갈 것인가, ‘신의 아들’이라 불리는 공익을 갈 것인가를 두고 갈등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부모님과 주변의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부모님은 “군대에서는 사회에서 배우지 못할 뭔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며 군입대를 적극 권하셨지만 군복무를 해본 선배들은 “남자라면 한 번 가보는 것도 좋다.”면서도 강력하게 권하지는 않았다. 사실 나는 보충역이라는 것에 자존심이 상했다. 눈을 제외하면 다른 사람보다 더 건강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남들이 힘들어하는 군에 가서 거뜬히 잘하는 모습을 모든 이들에게 보여주고도 싶었다. 그래서 적지 않은 돈을 들여 라식수술을 받고 입영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수술 후 병무청에 재신체검사를 신청, 현역판정을 받고 입영해 어느새 병장 1호봉이다. 지금까지 2년 가까운 군대생활을 통해서 분명 엄청난 인내심이 생겼고, 이런저런 작업에 4.2인치 박격포를 다루면서 생긴 체력과 바깥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는 사심 없는 사람들까지 얻었다. 사람들은 흔히 “군대 가서 2년을 버리고 온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틀린 말이다. 군에서 2년을 버렸다는 사람들은 사회에서 20년을 주어도 버릴 사람들이다. 군대가 계급사회이긴 하지만 바깥 사회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조직이다. 군복무를 하면서 느낀 것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많은 것을 군복무를 통해 배워 간다.”는 것이다. 유형적으로, 무형적으로 많이 배우고 성숙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군에 온 것을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배지민 육군 제25사단 병장
  • “프랑스어로 아프간여성 삶과 꿈 그려”

    “프랑스어로 아프간여성 삶과 꿈 그려”

    |파리 이종수특파원|올해 프랑스 최고 권위의 공쿠르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아티크 라히미(46)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프랑스 망명 작가다. 수상 소식이 알려지자 일간 르 몽드 등 프랑스 언론들은 11일(현지시간) 아시아 출신 작가로서는 이례적으로 공쿠르상을 수상한 그의 삶과 작품 세계를 상세히 조명했다. 1962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태어난 그는 공산정권의 억압을 피해 9일 밤과 낮을 걸어 파키스탄으로 넘어갔다.1985년 프랑스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해 북부 도시 루아시에 도착했다. 생활고에도 공부를 계속해 영화기호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첫 소설은 2004년 영화로도 만들어져 칸 영화제에 출품됐던 ‘흙과 재’로 한국에도 번역, 소개됐다. 페르시아어로 글을 써온 그에게 이번 수상작 ‘인내의 돌’은 첫 프랑스어 작품이다. 라히미는 “외국어로 소설을 쓰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고 했다. 수상작은 간결하고 시적인 스타일로 아프간 여성의 질곡 어린 삶을 그렸다. 그는 “아프간 여성들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면서도 “다른 세계의 여성들과 구별 짓는 게 아니라 그들 역시 여성으로서 강인함과 나약함은 물론 꿈과 희망을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설명했다. vielee@seoul.co.kr
  • [오바마의 미국]오바마 ‘북핵’ 직접대화 추진할듯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년여의 대선 기간 중 다섯 차례에 걸쳐 북한과의 직접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9월말에는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채 협상을 하지 않은 결과 북한은 핵능력을 4배로 키워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인식대로라면 취임 직후부터 북한과의 직접대화 등 적극적인 대북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북한도 이례적으로 이틀 만에 오바마의 당선 소식을 전하고, 미국에서 오바마 진영과 발빠르게 접촉하는 등 달라진 대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프랑스 일간 르 몽드는 9일(현지시간) 오바마 행정부가 부시 행정부에 비해 한층 안정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문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북미 최고위급 회담을 추진했던 대북 유화론자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오바마 당선인의 측근으로 활동하고 있는 데다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당선인도 북한과의 대화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렇게 관측했다. 하지만 북핵 문제는 6자회담의 틀 속에서 움직이는 데다 한국, 일본 등 우방국들의 입장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적지 않다는 점이 딜레마다. 부시 행정부가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급선회함으로써 실패했던 사례가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북한 조명록 차수의 방미에 이은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방북 등으로 관계개선의 전기가 마련되는 듯했으나 이어 등장한 부시 행정부의 대북 대화단절로 인해 미국과 북한 관계는 초긴장 상태로 회귀했었다. 뉴스위크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 등의 노력으로 북핵 문제 해결에 좀 더 가까이 접근했다.”며 “오바마는 새로운 북핵 정책을 제시하는 것보다는 북핵 폐기 협상 절차를 마지막까지 차근차근 꿰매 나가는 인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佛 공쿠르상에 아프간 출신 작가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재불 망명 작가인 아티크 라히미(46)가 그의 작품 ‘인내의 돌(Syngue Sabour)’로 세계 3대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프랑스 공쿠르상 수상자로 10일(현지시간) 선정됐다. 이 작품은 라히미가 프랑스어로 쓴 첫 소설로 전쟁으로 인해 불구가 된 남편을 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라히미는 지난 2002년 ‘흙과 재’를 출판해 유명해졌으며 직접 이를 영화화해 칸영화제에서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라히미는 1962년 아프가니스탄의 수도인 카불에서 태어났으며 지난 85년 공산당이 지배하던 아프간을 탈출해 프랑스로 망명했다.
  • “노후 대비 매달 보험·연금·적금도 들어요”

    “남들과 다른 나만의 목표를 위해 정규직을 그만두었어요.” 본인을 ‘프리커’라고 소개한 이지혜(27·여·경기 광주시)씨는 현재 미국계 회사에서 비정규직 신분으로 영업관리 일을 하고 있다. 이씨는 2000만원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으며, 이전에는 건설회사에서 정규직 영업관리 사원으로 1년간 근무했다. 이씨의 인생목표는 50대에 아프리카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며 여생을 보내는 것이다. 직장에 얽매여 남들처럼 집 장만과 자녀 교육에만 신경쓰다가는 꿈이 멀어질 것 같았다. 이씨는 과감하게 사표를 냈고,3개월 정도 쉬었다. 이 기간 동안 태국을 여행했고, 재즈피아노도 배웠다. 여행이 취미인 이씨는 지금까지 케냐, 수단,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베트남, 태국, 미국 등을 다녀왔다. 이씨는 “안정적인 정규직보다는 여행을 위한 여가를 선택했다.”면서 “건설회사에 다닐 때는 집에 가면 쉬기 바빴는데 지금은 여행계획을 짜면서 스스로 즐거워한다.”고 말했다.이씨는 고용 불안 문제에 대해서는 승진이나 성공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직장을 구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업무에 대한 부담도 적고 시간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면서 “정규직처럼 ‘수당 없는 야근’을 강요받지 않고, 일한 만큼 돈을 받을 수 있는 점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씨는 많은 사람들이 프리커들을 오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것이 노후 대비나 저축 없이 산다는 인식이다. 이씨는 평소 한 달에 10만~15만원 정도만 생활비로 쓴다. 노후를 위해 보험과 연금을 들고 있으며, 월 50만원씩 적금도 붓고 있다. 점심은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이씨는 “평생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만큼 계획적인 소비는 필수”라고 말했다. 또한 자신이 ‘인내력이 없는 사람’으로 비춰질 때도 있고, 여가를 위해 직장을 다니는 것을 놓고 ‘배부르고 한가한 사람’이라는 편견을 받을 때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다른 이들이 연봉과 학력, 경력, 배경 등을 중요시할 때 지나친 욕심을 낮추고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키우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미래에 대한 목표의식이 없으면 프리커족으로 살아가기 힘들다고 단언했다. 이씨는 “프리커는 지극히 자유로운 삶을 살기 원하기 때문에 그만큼 타인에 대한 친철과 배려가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제주서 ‘馬라톤’대회 연다

    말을 타고 제주의 아름다운 오름(기생화산)지대를 달리는 승마대회가 14~15일 제주시 교래관광지구의 ‘까그레기오름’ 일원에서 열린다. 제주도승마장협의회가 승마레저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2008 제주엔컵 전국지구력승마대회’라는 이름으로 처음 치르는 행사에는 전국에서 선수 200여명이 참가해 10㎞,20㎞,30㎞ 코스에서 경기를 펼치게 된다. ‘제주엔컵’은 제주(Jeju)와 지구력(Endurance)의 영문을 조합한 것으로, 제주산 말(馬)을 활용해 다양한 지구력 승마대회를 개최하면서 ‘말의 고장’ 제주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행사를 기획했다고 주최측은 밝혔다. 경기장 일대에서는 먹거리장터와 감귤낚시대회, 댄스공연 등의 부대행사가 열린다. 망아지와 전자제품 등을 추첨으로 제공하는 경품이벤트도 진행된다. 유럽과 중동지역에서 인기 높은 지구력승마대회는 인내력과 속도를 측정하는 경기로, 사람과 말이 함께 호흡을 맞춰 경기 구간을 최단시간에 달리는 말이 우승을 차지하는 일종의 말(馬) 마라톤 대회이다. 그러나 경기 코스 중간에 수의사의 검진을 통해 말의 심장박동 수가 규정보다 높을 경우에는 실격 처리하는 등 말의 건강상태도 중요하게 체크된다. 대회 참가 문의 (064)512-9500.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서울광장] 위기대응 속도조절 필요하다/우득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위기대응 속도조절 필요하다/우득정 논설위원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한미재계회의 대표단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정부의 금융위기 대책에 대해 “10년 전에 비해 지금은 돈을 얼마나 푸느냐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조속히, 그리고 충분하게 시장에 풀고 자신감을 회복하게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미국발 핵폭풍이 글로벌 경제를 초토화시키고 있는 가운데 선제대응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이해된다. 정부는 그동안 금융기관 외화차입 지급보증, 은행채 매입, 건설업체와 자산운용사 유동성 지원, 금리 전격 인하,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등 금융시장 불안-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심리 해소를 위해 ‘유동성 융단폭격’을 감행했다. 그리고 어제 재정 확대와 부동산 경기 활성화 등 내수진작을 위한 종합대책도 내놓았다. 청와대가 채근하며 앞장서 달려가고 각 부처가 허둥대며 뒤따르는 형국이다. 그러다 보니 강 건너 먼 산에 불이 났는데 지붕에 물을 끼얹고 가재도구를 옮기는 소동을 벌이고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위기국면에서 살아남으려면 철저한 예방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하지만 지금 정부가 선제대응이라고 내놓는 대책을 보면 지레 겁을 먹고 과잉처방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시중은행장의 한마디에 금융기관 지급보증에 1000억원을 쏟아붓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펀드 런’ 걱정에 뭉칫돈을 왕창 대주고 있다. 책임 소재 규명없이 돈 보따리부터 풀다 보니 ‘위기 부풀리기’로 한몫 챙기려는 부류까지 나타나고 있다. 조급증과 ‘올 인’ 대응이 낳은 부작용이다. 곳간을 활짝 열어제쳐 우는 사람이 없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내년에 다시 풍년이 든다는 기약만 있다면 말이다. 그러나 내년 하반기부터 우리 경제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장담했던 전문가들은 점점 줄어들고 내후년 이후에나 햇살이 비칠지도 모른다는 견해가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올해 몽땅 털어먹었다가는 내년과 내후년의 춘궁기에는 쫄쫄 굶주리게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침착성을 되찾아야 한다. 금융시스템이 망가진 미국이 한다고 멀쩡한 우리까지 흉내내기에 급급해선 안 된다. 과거 수도 없이 경험했듯 지나침은 반드시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온다. 유동성의 무차별 공급과 부동산의 과도한 규제 완화에서 벌써 그런 걱정이 앞선다. 과잉 유동성은 소비자들에게 비용 둔감을 유발하고, 또다시 버블 양산을 초래한다. 부동산 거래 실종과 건설업계의 자금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부실화 가능성 등 때문에 노무현 정부가 수년에 걸쳐 꽁꽁 묶었던 부동산 관련 규제를 한꺼번에 풀어헤치는 데서 과거의 악몽을 떠올리게 된다. ‘글로벌 쓰나미가 몰려오는데 정부는 뭣 하고 있나.’라는 질책에 초연하기는 어렵다. 출범 이후 줄곧 경제성적표가 곤두박질친 이명박 정부로서는 뭔가 보여줘야 하는 절박한 심정일 것이다. 그렇다고 일거에 만회하겠다는 식으로 달려드는 것은 문제다. 각 부처가 앞다퉈 ‘면피성’ 대응책을 쏟아내니 시장이 소화불량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따라서 앞만 보고 내달리기만 할 게 아니라 우리의 좌표가 어디인지 확인하고 거기에 맞는 처방을 내리는 것이 급선무다. 그리고 대외 개방을 지향하는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의 종속변수라는 굴레에서 벌어날 수 없는 만큼 인내하며 내실을 다져나가는 길밖에 없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일요영화] 마이클 클레이튼

    ●마이클 클레이튼(KBS1 명화극장 밤 12시55분) 권투경기로 치자면,‘마이클 클레이튼’은 자잘한 잽을 날리는 영화가 아니다. 마지막에 육중한 한 방으로 사고(?)를 친다.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주시해야 반전의 은혜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스릴러 드라마의 성격을 띠기도 한다. 마흔 다섯살의 이혼남 마이클 클레이튼(조지 클루니). 건조한 일상을 버텨 내는 그에게 유일한 낙이란 가끔 아들을 만나는 것 정도다. 그는 뉴욕 최고의 법률회사 KBL에 소속된 변호사다. 직함은 그럴 듯 하지만 사실상 온갖 비합법적인 일을 뒤치다꺼리하는 ‘해결사’다. 그런 직업에서 비롯되는 불편한 긴장과 외로움은 영화 내내 그의 얼굴에 그림자를 떨군다. 개인사도 순탄치 않다. 임대한 술집은 부도가 나고, 알코올 중독자인 동생 때문에 일주일 안에 8만달러를 갚아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린다. 그러던 중 동료 변호사인 아서 에든스(톰 윌킨스)는 회사의 거물급 고객인 세계적 기업 U/노스 소송 재판정에서 스트립쇼를 하며 난동을 피운다. 회사에 치명적인 손실을 입힐 이 소동을 무마하기 위해 100% 성공률을 자랑하는 마이클이 투입된다. 그러나 아서는 “진실은 모두 조작됐다.”는 말만 남기고 자살한다. 마이클에게 남은 것은 아서의 죽음이 남긴 의문과 기밀문서. 그리고 그것은 그간 사회의 위악과 위선에 타협해온 그에게 두가지 선택을 요구한다.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공범자 혹은 피해자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고발자나 정의의 사도로 새로운 자유를 얻을 것인지. 돈 때문에 내키지 않는 사건에 뛰어든 그는 작은 의심에서 확신을 얻어 내기 시작한다. 사건의 실체와 점점 가까워지는 마이클은 왜 아서가 “더러운 피부를 벗겨 내서 영혼을 정화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제초제를 만드는 U/노스사 사건은 30억 달러가 걸린 전대미문의 거대소송. 제초제로 인한 인명피해자가 무려 486명에 달한다. 그러나 U/노스의 법무팀장인 카렌(틸다 스윈튼)은 ‘공익’이라는 명분으로 회사의 악행을 합리화하며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을 눈감으려 한다. ‘본 아이덴티티’의 각본을 쓴 토니 길로이 감독은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노련한 연출감각으로 영화를 정밀 세공했다. 거대기업의 치졸하고 무서운 이면을 비판하는 문제의식과 특유의 우직함과 치밀함으로 작품을 밀고 나가는 힘이 잘 어우러졌다. 틸다 스윈튼은 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화장실에서 겨드랑이 부분이 온통 땀에 밴 셔츠를 닦아 내는 연기 하나로도 그는 긴장과 초조의 극한을 끌어 낸다. 영화 속에는 그리운 얼굴도 등장한다. 지난 5월 타계한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시드니 폴락 감독이 극중 로펌의 대표로 출연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압권은 마지막 장면에서 롱테이크로 고정되는 조지 클루니의 얼굴이다. 사건이 종료된 후 택시에 올라 그는 말한다.“50달러어치만 돕시다. 아무 데나 가요.” 바깥을 응시하는 그의 얼굴에 감도는 불안함과 막막함이 고스란히 관객의 가슴으로 스며든다. 원제 Michael Clayton. 119분.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골프전설 최상호, 세월앞에 무릎

    한국 골프의 살아 있는 ‘전설’ 최상호(53·캬스코)가 두꺼운 세월의 벽 앞에 무릎을 꿇었다. 30일 경남 양산시 에덴밸리CC(파72·7207야드)에서 벌어진 한국프로골프(KPGA) SBS코리안투어 동부화재프로미배 에덴밸리리조트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둘째날 32강전. 최상호는 갈망하던 매치플레이 우승에 몇 발자국을 남기고 체력의 열세가 가져다 준 허리 부상 때문에 기권했다.KPGA투어 역대 최다승인 43승의 주인공. 가장 최근에 밟은 정상은 50세였던 지난 2005년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예선은 매치플레이로, 결승은 스트로크플레이로 경기 방식을 뒤섞은 국내 대회에서 3승을 거두긴 했지만 순수한 매치플레이대회로 2000 SBS프로골프 최강전 16강이 지금까지의 최고 성적이었다. 화려한 현역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대회 우승이 필요했던 터. 장타를 앞세운 공격적 플레이보다는 노련미를 앞세운 코스매니지먼트와 고도의 인내심이 절실히 요구되는 코스 세팅이 그 가능성을 더욱 높인 것도 사실이었다. 전날 64강전에서 ‘애제자’ 강지만(32·토마토저축은행)과의 명승부에서 2홀차 승리를 거둔 최상호는 이날 32강전에서 자신의 둘째 아들과 동갑내기인 문경준(26·클리브랜드)마저 15번홀에서 4홀차로 떨어뜨리고 16강전에 진출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그동안 괴롭히던 허리 통증이 심해지면서 낮 12시30분 티오프 예정이었던 1번 시드의 황인춘(34·토마토저축은행)과의 16강전을 포기했다. 최상호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면서 “36홀 강행군은 현재의 컨디션을 감안했을 때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말한 뒤 치료를 받기 위해 서둘러 경기장을 빠져나갔다.최병규기자 cbk1991065@seoul.co.kr
  • “경제 기초체질 개선 투자를”

    조환익 코트라 사장은 “최근의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경기진작책과 아울러 체질을 개선하는 보약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26일 서울신문과 단독인터뷰를 갖고 “금융위기에는 지금 정부가 쓰고 있는 것과 같은 수혈 처방이 필요하지만, 실물경제는 다르다.”면서 “서둘거나 성급한 방법을 쓰기보다 기초체력을 강화한다는 원칙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조 사장은 “현 정부는 기본적으로 우리의 펀더멘털을 강하게 만들고 성장 위주의 정책을 펴며 해외 진출을 많이 하려는 원칙을 세웠는데, 이는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어 금융위기일수록 경제의 기초체력을 키우는 데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과를 위해서는 우리가 ‘조급증’을 보여서도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대일 무역역조의 타개책으로 거론되는 일본기업 부품소재 전용공단 추진 과정의 중요성과 함께 이에 대해 설명했다. 조 사장은 “일본 부품업체들이 LCD나 선박, 자동차 부품을 한국에서 생산하면 그들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면서 “마치 우리만 이득을 얻는 것처럼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도 이득이 된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해 양국이 상생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유치에 적극성을 보일수록 오히려 일본쪽이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게 된다는 얘기로, 협상에서는 느긋한 자세를 유지할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속도가 중요한 경우도 있지만, 일본과의 경제교류 문제에서는 인내심이 성공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을 상대로 298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고, 부품소재 전용공단 유치로 선진기술 이전 등의 효과가 크지만 일본 역시 안정적인 기술을 확보한 우리나라에 부품공단을 설립하는데 따른 이득이 있다는 설명이다. 조 사장은 “코트라의 정보수집 기능을 강화하고, 중소기업 지원 활동을 확대해 우리의 중소기업 제품을 해외 대기업에 납품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사설] 사시합격 시각장애인의 인간승리

    법전의 글씨 한자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최영씨가 사법시험 61년사에서 시각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2차 시험에 합격해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그가 인내로 일군 5전6기의 인간승리 드라마는 온통 어두운 소식만 이어지는 우리 사회에 모처럼 밝은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준다. 28세 청년이 엮어낸 시련과 도전, 그리고 극복의 스토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꿈을 버리지 말라고 일깨워 준다. ‘망막색소변성증’에 걸려 눈앞의 사물만 겨우 분간할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이 떨어진 그가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은 시련에 굴복하지 않은 강한 의지였다. 아울러 일용직 노동을 하면서도 신림동 고시촌으로 꼬박꼬박 생활비를 보내준 부모님의 사랑, 곁에서 공부를 도와주고 격려해 준 친구들의 우정도 큰 몫을 했다. 고난에 쉽게 포기하고, 혹은 세상에 분노를 표출하며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희망을 가져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그러나 최씨가 국내 최초 시각장애 법조인이 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높다. 우선 11월 3차 관문을 통과해 사법연수원에 들어간다 해도 공부할 여건이 조성돼 있지 않다. 판사나 검사, 변호사가 되어서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재판 기록물이 점자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소장이나 판결문도 시각장애인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최씨는 “꿈을 이루려는 장애인들을 위해 사회적·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했다. 제2, 제3의 최영이 나올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은 사회의 몫이다.
  • 고시원 범죄로 본 中동포들의 애환

    고시원 범죄로 본 中동포들의 애환

    “살인적인 인내로 버텨 왔습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고시원에서 발생한 무차별 살인으로 고시원의 생활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말이 고시원이지 고시생은 거의 없고, 거주자의 대부분은 주변의 영동시장에서 일하는 중국동포 여성들이다. 중국동포 여성들은 낮에는 식당에서 일하고 밤에는 고시원 쪽방에서 잠을 잤던 것으로 알려졌다. 1982년 지어진 D고시원은 현대판 ‘쪽방’이다. 건물 외벽은 색이 바랬고, 내부 비품이나 시설도 낡았다. 방은 가로 2m, 세로 2m 정도로 한 사람이 누우면 꽉 찰 정도로 비좁다. 인근 S고시원 이모(36) 총무는 “강남 일대 고시원들은 임대료 등을 고려해 적어도 38만원에서 70만원은 받는데, 이런 곳에는 중국동포들이 없다. D고시원은 10년이 넘도록 리모델링을 하지 않아 시설이 아주 열악하지만 비용이 싸 중국동포들이 많이 살았다.”고 전했다. 고시원 생활비는 한 달에 17만~25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A순대국집에서 일하는 중국동포 최모(42·여)씨는 병든 남편과 아들 두 명을 중국에 남겨 두고 3년 전 서울에 왔다. 이씨는 “요즘 불법입국은 거의 없지만 합법적으로 들어오려 해도 1500만원 정도 든다.”면서 “1000만원은 서류작성, 직업소개 등의 명목으로 브로커에게 주는 원금이고,500만원은 브로커 조직에게 빌린 1000만원의 이자다. 그 돈부터 갚아야 하기 때문에 한국에 온 뒤 2년간은 살인적인 인내로 버텼다.”고 말했다.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식당에서 일했다. 한 달에 3일 쉬며 월 150만원씩 받았다.100만원은 브로커에게,25만원은 중국 가족들에게 송금했다.17만원을 고시원비로 지불하고 나면 수중에 8만원이 남는다. 이 돈으로 한 달을 살았다고 했다. 최씨는 사건이 일어난 D고시원에서 살았다. 4년 전 입국해 B숯불갈비에서 일하는 이모(31·여)씨는 “월 140만원 받아 중국 가족들에게 보내고, 고시원비 내고 나면 20만원 정도 남는다.”면서 “밥은 식당에서 해결하고, 생필품 구입 외에는 돈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중국동포들이 고시원에 많이 사는 것은 보증금이 필요 없고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고시원만큼 만만한 공간이 없다.”고 덧붙였다. 인근의 직업소개소 관계자는 “영동시장 일대 고시원에서 생활하면서 새벽에 일을 나가는 일용직 조선족을 자주 본다.”면서 고시원 생활은 노숙자보다 조금 나은 편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한 푼이라도 아껴 쓰려고 영동시장에서 가까운 고시원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동포들이 겪는 가장 어려운 것은 한국 사람들의 조롱과 멸시.3년 전 입국해 C구이 식당에서 일하는 박모(45·여)씨는 “한국 사람들은 중국인에 대한 편견을 바탕으로 동포조차 무시한다.”면서 “중국에서는 한국인이고, 한국에서는 중국인이다. 어딜 가나 이방인”이라고 말했다. 전북대 사회학과 설동훈 교수는 “중국동포들은 일자리를 찾아 번화가로 나가지만 저소득층이어서 고시원 같은 열악한 공간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갖고 최소한의 삶의 질이 유지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초등생·중년 등 12인의 석기시대 체험

    직접 움막을 짓고 사냥으로 음식을 구해야 한다면? EBS ‘리얼실험 프로젝트X’가 실험에 나섰다.21일부터 매주 화요일 3주간 오후 7시50분에 방송될 ‘석기시대를 가다’편에서 현대인 12명을 석기시대로 되돌려 보냈다. 초등학교 2학년인 9살 소년에서부터 46살의 중년 아저씨까지 12명의 지원자들이 3주 동안 인류 문명의 시작점으로 돌아가 살아보기로 했다. 이번 프로그램에 지원한 실험자는 모두 ‘귀농사모’(귀농을 꿈꾸는 모임) 회원들. 직업과 나이가 다양한 만큼 참여한 이유도 제각각이다. 군 입대 전에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싶다는 이가 있는가 하면, 인내심을 테스트해 보고 싶었다는 이도 있다. 실험장소는 충북 옥천군 이원면의 금강 상류 지역. 문명의 이기들이 철저히 차단되어 있는 데다 인적도 드문 곳이어서 그들의 실험을 방해할 건 아무 것도 없다. 참가자들은 3주간 꼼짝없이 돌과 동물의 뼈를 갈고 쪼개 생활도구를 만들고 음식을 구해야 했다. 옷은 가죽으로 직접 해 입었다. 사용하는 언어도 의성어나 의태어, 명사로만 제한됐다. 불은 실험 시작 직전에 딱 한번만 제공됐다. 과연 이들은 생존할 수 있었을까. 처음엔 모든 게 어설펐다. 밤 껍질을 숟가락으로, 갈대를 젓가락으로 그대로 활용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돌로 갈판, 도끼날, 칼날을 만들기 시작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언어소통. 한 실험자가 의문을 제기한다.“과연 석기시대의 언어가 있었을까?” 실험자들은 온갖 손짓, 발짓을 다 동원하며 의사소통을 시도해 보지만, 영 불편하다. 식량 구하기도 큰 문제. 조와 기장만 약간 제공될 뿐 나머지는 각자가 해결해야 할 몫이다. 이들은 밤, 다슬기, 민물조개, 메뚜기를 잡기 시작한다. 심지어는 뱀과 멧돼지까지 사냥하며 식사를 해결해 나간다. 위기 상황도 닥친다. 불이 없어 종일 한 끼도 못 먹은 출연자에게 제작진이 결국 딱 한번 더 불을 제공한다. 그러나 아차 하는 순간 불씨가 꺼지고 만다. 당번까지 정해가며 불을 사수하려는 이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부상자도 속출하고 예고 없는 비에 움집을 잃기도 한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석기시대에서 진화를 이뤄낸다. 실험이 끝난 뒤 족장 최익화(46)씨는 ‘신석기 마을’이란 카페를 운영한다. 일부는 여전히 생식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매순간 첨단문명의 세례 속에서 살아가는 시청자들에게 이들의 실험은 얼마만큼의 충격으로 다가갈까.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기로에 선 세계금융] 주가·환율 ‘웃음’…실물경기 위축땐 다시 출렁일수도

    [기로에 선 세계금융] 주가·환율 ‘웃음’…실물경기 위축땐 다시 출렁일수도

    세계 정상과 재무장관들이 워싱턴에 모여 은행의 모든 예금에 대해 지급을 보증하고, 모든 은행에 필요한 만큼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무차별적인 지원을 약속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세계 금융 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환율 폭등으로 골머리를 앓아 왔던 한국은 전세계 신용경색이 급속히 완화되면서 환율이 나흘 연속 하락하며 200원 가까이 폭락했다.14일 환율은 장중 한때 1100원대까지 되돌아가기도 했지만, 매수세가 재유입되면서 1200원대에서 장을 마감했다. 그러나 불안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견해도 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인 신용경색이 완화되고 있지만, 완전히 안정을 되찾았다고 하기 어려운 만큼 경계심을 가지고 지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의 파산 가능성 등이 제기되는 등 미국 금융시장이 아직도 불안하기 때문이다. 또 국내에도 신용경색 요인은 남아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폭등이 지속될 경우 펀드런(펀드 대량 환매사태)이 발생할 수도 있고, 경기둔화에 따른 기업들의 악화된 실적이 연말에 발표되면 또 한차례 출렁거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중 자금의 흐름은 아직도 나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날 회사채 금리는 전날보다 0.02 %포인트 상승한 7.94%를 기록했다. 기업어음(CP)은 거의 거래가 안 되는 상황에서 전날보다 0.05 %포인트 상승한 6.92 %를 기록,7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돈맥경화’가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주식 매수세로 돌아서 이날 코스피시장은 6.14%, 코스닥 시장은 7.65%나 폭등하면서 V자형 주가 그래프를 만들어 증권가는 모처럼 흐뭇한 분위기였다. 본격적인 반등을 시작해서 1530선까지도 넘겨 보지 않겠느냐는 낙관론도 솔솔 나오고 있다. 그 동안 좀체 입을 열지 않던 증권사들도 코스피지수 전망을 잇따라 쏟아냈다. 삼성·한화·하나대투 등은 1400선을 제시했고 대신·대우·동양종금증권 등은 1450선을 제시했다. 그러나 아직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지나치게 폭락했다가 다시 지나치게 오르는 등 변동성 심화가 약세장의 특징이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일단 몇번의 쇼크는 더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의 호재는 어쨌든 금융경색은 풀릴 것이라는 희망뿐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경기침체로 인한 실적 악화 요인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이미 미국에서는 GM 등 대형 자동차 메이커들의 부진이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이번주 이어질 3분기 실적 발표가 그리 나쁘지는 않더라도 글로벌 경기침체가 반영되는 4분기부터는 경기침체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 때문에 코스피지수가 1400~1500선까지는 무리없이 반등하더라도 순간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환율 역시 미국발 훈풍의 영향으로 4거래일째 급락세를 보이면서 1200원대로 떨어졌다.4거래일 동안 187원이 폭락하면서 지난 1일 1187.0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추가 하락 속단은 어려워 환율을 끌어내린 가장 큰 요인은 국내외 주가 급등이다. 주가가 오르자 원화도 덩달아 강세를 띠었다. 외국인이 주식매수세로 돌아서면서 원화 강세에 힘을 보탰다. 수출업체들 역시 매물을 적극적으로 내놓으면서 환율 하락을 부채질했다. 다만 1200원 아래에서는 수입업체 결제수요가 유입되면서 하락을 제한했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의 추가적인 하락을 속단하기는 어렵다고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급속도로 1500원선까지 올랐던 부분이 빠진 것일 뿐 외화시장의 불안 요인인 은행의 자금경색 현상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지난 주까지 4%대를 유지하던 장외시장 오버나이트 금리는 이날 2%대로 떨어졌지만 통화스와프금리(CRS)는 여전히 1%대에 머물고 있다.CRS는 달러와 원화를 일정 기간 교환할 때 원화를 빌리는 쪽에서 부담하는 이자로 지난 7월초 3.65%와 비교하면 ‘제로금리’ 수준이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선임연구위원은 “환율의 하향 안정화는 단기 외화자금 시장이 경색에서 완화로 개선되고, 국내 은행이 외화표시 채무에 대해 위태롭다는 우려 등이 개선되는 게 확인돼야 가능하다.”면서 “또한 경상수지가 개선되는 정도가 3분기까지는 미비한 것으로 나타나고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의 유출이 여전한 만큼 외화시장의 불안정성은 내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10월말까지 기다리면 경상수지가 흑자로 전환될 것이고 환율은 하향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20일간의 인내심’을 요구했다. 문소영 조태성 이두걸기자 symun@seoul.co.kr
  • [휘청대는 세계금융] 美 ‘은행국유화’ 최후의 카드 꺼낼까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비롯한 7개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공동보조와 막대한 유동성 공급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 증시엔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8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89.01포인트(2.0%) 떨어진 9258.10으로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는 0.83%,S&P500지수는 1.13% 각각 하락했다. 유럽증시도 5∼6% 떨어지면서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FRB는 이날 세계 최대 보험사인 AIG에 378억달러를 추가 지원한다고 밝혔다.FRB는 AIG 자회사가 보유한 투자적격 채권을 담보로 현금을 대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AIG는 자산부실화와 유동성 위기로 이미 FRB로부터 850억달러를 지원받았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금융혼란은 신속히 끝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해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시장의 인내를 촉구했다. 그는 모든 금융기관들이 구제되는 것은 아니며 일부 금융기관의 파산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금리 인하 카드도 시장에서 먹혀들지 않는 가운데 미 재무부가 유동성 위기에 몰린 시중은행의 소유권을 직접 갖는 방안, 즉 국유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미국 관료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8일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를 막고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이같은 극단적인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정부 관계자는 “의회를 통과한 7000억달러 구제법안에 따라 우리는 은행들이 필요로 하는 돈을 직접 투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말해 유동성 위기에 몰린 은행에 필요한 돈을 재무부가 직접 투입하는 대신 소유권을 담보할 수 있는 지분을 확보할 것임을 시사했다. 정부가 시중은행의 대주주가 되면 이 은행들은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원활하게 자본을 확충할 수 있게 되고, 이를 기반으로 대출을 확대해 지금의 신용위기를 해결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는 미 정부가 꺼내들 수 있는 사실상 최후의 수단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추가 금리인하와 다양한 파생금융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청산소 설립 등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CNN머니가 전했다. 빌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FRB가 취할 또 하나의 조치는 부채담보부증권(CDO), 신용 부도 스와프(CDS) 등 파생금융상품들을 거래할 청산소를 설립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일 그램리 스탠퍼드그룹 이코노미스트는 “FRB가 은행들이 중소기업들에 대출을 시작하도록 추가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FRB가 은행들로부터 담보 중소대출을 매입해 은행들의 재무건전성을 호전시킴으로써 대출을 확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kmkim@seoul.co.kr
  • [美구제금융안 통과 이후] “신용경색 안풀려 효과 제한적”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미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구제금융안이 의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급한 불은 껐지만, 부동산시장 침체가 계속되고 신용경색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진단했다. 구제금융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CNN머니는 4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구제금융에 대해 일반 국민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지금 미국 경제에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전했다. 리버소스인베스트먼트의 데이비드 조이 전략가는 “구제금융이 이념 싸움 양상을 보였지만 실용주의 관점에서 필요한 전략”이라면서 하원의 결단을 지지했다. 그는 “미국인들은 인내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면서 “구제금융으로 경기가 더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는 있어도 주택이나 고용시장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라이트슨 ICAP의 수석경제학자 로우 크랜달도 마켓워치에서 “구제금융이 만병통치약은 되지 않겠지만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려는 정부의 첫 조치라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판론도 여전했다. 워싱턴의 보수적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데이먼드 라크먼 경제 분석가는 정부가 공적자금으로 부실채권을 인수하기보다는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은행들에 직접 자금을 투입했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공적자금이 본격적으로 투입되면 대형 은행과 지방·중소형 은행의 합병이 촉진돼 업계 지각 변동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대형 은행들은 재무부에 부실자산을 매각, 정상화를 꾀할 수 있지만 소형 은행들은 인수 순위에서 밀리면서 오히려 사정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국제금융기관과 전문가들은 금융위기뿐 아니라 미국의 경기침체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 더욱 큰 문제라며 후속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연례 회의에 앞서 배포한 새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수준의 경기침체(recession)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보고서는 “금융위기로 촉발된 미 경제성장 둔화 혹은 경기침체는 실질적으로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문제가 되는 금융기관들에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고용·제조 등 경기지표들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미 정부가 추가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추가 인하하고 금융시장에 유동성 공급을 늘릴 가능성을 들었다. 미 의회도 실업자에 대한 지원을 늘리기 시작했으며, 내년에는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등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신음하고 있는 미국 경제를 살리는 데 구제금융안의 의회 통과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kmkim@seoul.co.kr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39) 봄꽃놀이와 단풍놀이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39) 봄꽃놀이와 단풍놀이

    계절이 바뀌면 어떤 일이 가장 먼저 하고 싶은가? 가을이 되었다 하면 변한 계절을 확인하고 싶다. 일상을 벗어나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고 싶은 법이다. 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일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동일하게 반복되는 일상을 저만치 두고 빠져나오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평소 보지 못한 풍경을 보고 감탄하면서 일상의 괴로움을 잠시나마 잊으려 한다. 이건 지금이나 옛날이나 다를 바 없다. 이제 신윤복의 ‘젊은이들의 봄꽃놀이’(그림1)를 보자. 그림 왼쪽 위의 바위에 진달래가 피었다. 봄인 것이다. 그림의 상단부에는 젊은 청년 둘이 좌우로 배치되어 있고, 중간에 말을 탄 젊은 아가씨가 둘이 있다. 하단부에는 젊은 아가씨가 말을 타고 오고 있다. 봄바람에 장옷이 나부낀다. 뒤에는 역시 잘생긴 청년이 바람을 맞으며 따르고 있다. 남자는 이들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하단부의 말은 아직 어린 티가 물씬 나는 사내아이가 말을 끌고 있고, 상단부의 왼쪽 끝에는 채찍을 든 말구종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따르고 있다. ●기생에게 꽃 꺾어주고 담뱃불 붙여주고 상단부의 젊은이 둘과 하단부의 젊은이들이 서로 만나기로 한 사이인지는 알 길이 없다. 진달래가 피는 봄이 되니, 마음이 울렁거려 견딜 수가 없다. 그래서 평소 알고 지내는 기생들과 약속을 하여 야외로 나온 것이다. 야외에 나와 보니 진달래는 피어 있고, 아가씨는 한없이 어여쁘다. 진달래 핀 언덕을 지나니, 아가씨들이 꽃을 꺾어 달란다. 그래서 꺾어 아가씨 머리 위에 꽂아 주었다. 앞에 선 아가씨가 담배를 피우자, 뒤의 아가씨도 자기 짝에게 담배를 달란다. 그래서 뒤의 젊은이는 담뱃불을 붙여 건넨다. 기생에게 담뱃불을 붙여 주다니, 이건 좀 심하지 않은가? 하지만 청춘 남녀가 좋아하면 모든 사회적 금제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시대를 초월해서 꼭 같은 법이다. 앞의 젊은이는 또 어떤가? 이 젊은이가 쓰고 있는 모자를 유심히 보라. 이건 벙거지다. 원래 벙거지는 하인배들이나 쓰는 물건이다. 그림의 오른쪽을 보면, 맨상투 바람의 얼굴이 시커먼 시무룩한 표정의 사내가 따라오고 있는데, 이 사내가 원래 말을 끌고 다니는 말구종이다. 봄날 주인 양반이 아가씨를 태우고 봄놀이를 나와 흥이 오른 끝에 이렇게 말한다.“이봐, 오늘은 내가 말구종을 할 터이니, 너는 뒤에 그냥 따라만 오면 되겠어.” 그러고는 말구종의 벙거지를 낚아채고 자기 갓을 넘겨준다. 말구종 주제에 어떻게 양반의 큰 갓을 쓰겠는가? 그러니 손에 들고 따를 수밖에. 갓은 처치 곤란이고, 말을 끄는 일은 양반이 대신하고 있고,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다. 얼굴이 시커먼 것은 원래 말구종 노릇 하느라고 햇볕에 그을려 그런 것이지만, 시무룩한 것은 난처한 처지 때문이다. 어쨌거나 젊은이들의 봄날 유쾌한 정취를 절묘하게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그림(2) 역시 신윤복의 ‘단풍놀이’다. 이 그림은 가을의 단풍놀이를 그린 것이다. 어떻게 아느냐고? 뒤쪽 가마꾼의 뒷덜미에 단풍잎이 꽂혀 있지 않은가? 바람에 흔들리는 갓을 잡고 있는, 잘생긴 젊은 남자는 돈깨나 있는 양반집 자제임이 분명하다. 바람이 선뜻 불어와 옷깃이 휘날리는데, 속을 보니 누비배자를 입고 있다. 여자는 여염집의 규수가 아니라, 기생이나 첩이다. 아니면 남편 앞에 담뱃대를 물 수가 없다. 또 여자가 타고 있는 것을 가마바탕이라 하는데, 이것은 기생과 같은 천한 여자의 나들이용이다. 뚜껑이 있는 가마, 즉 유옥교는 양반의 부녀자만 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덧붙여 말하자면, 가마꾼들의 어깨를 유심히 보면 끈이 보일 것이다. 이렇게 끈을 묶어 어깨에 메고 이 끈으로 가마의 무게를 받는다. 손에는 무게를 받지 않는다. 뒤 가마꾼이 두 손을 놓고 있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서울 시전(市廛)에는 이런 가마바탕이나 가마를 빌려주는 가게가 있었고, 가마꾼도 살 수 있었다. 지금으로 치면 택시인 셈이다. 이 그림들은 대개 서울의 유산풍속을 그린 것으로 여겨진다. 지금의 서울은 공해에 찌들고 콘크리트에 덮인, 자연이라고는 거의 찾을 수 없는 도시가 되었지만, 신윤복이 살던 그 시대는 자연이 그대로 살아 있는 도시였다. 인구도 적었다. 지금 서울 인구는 1000만명을 넘지만, 조선시대 서울은 인구 20만명 내외의 작고 아담한 도시였다. 인왕산 낙산 남산과 곳곳의 숲이 어우러진 도시였다. 어디라고 할 것도 없이 모두 찾아가 놀 수 있는 자연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조선전기 성종 때의 관료였던 성현(成俔)의 말을 들어보자. 서울 성중에 아름다운 경치가 적기는 하지만, 그중 놀 만한 곳은 삼청동이 가장 좋고, 인왕동이 그 다음이며, 쌍계동(雙溪洞)·백운동(白雲洞)·청학동(靑鶴洞)이 그 다음이다. 그러고는 다시 동네를 하나하나 소개하는데 다 들을 것은 없고 삼청동만 들어보자. 삼청동은 소격서 동쪽에 있다. 계림제에서 북쪽은 맑은 샘물이 어지러이 서 있는 소나무 사이에서 쏟아져 나온다. 물줄기를 따라 올라가면 산은 높고 나무들은 조밀한데, 깊숙한 바위 골짜기를 몇 리 못 가서 바위가 끊어지고 낭떠러지를 이룬다. 그 밑은 물이 괴어 깊은 웅덩이를 이루고, 그 언저리는 평평하고 넓어서 수십 명이 앉을 만한데, 키 큰 소나무가 엉기어 그늘을 이룬다. 그 위의 바위를 에워싸고 있는 것은 모두 두견과 단풍잎이니 봄과 가을에는 붉은 그림자가 비쳐 벼슬아치들이 많이 와서 논다. 그 위로 몇 보를 가면 넓은 굴이 있다. ●서울 성중에 삼청동이 가장 놀기 좋은곳 어떤가. 삼청동만 들었지만, 이런 장소는 곳곳에 있었다. 성현은 도성 밖의 아름다운 산수로 장의사 앞 시내, 홍제원 일대, 모화관 일대, 남산 앞쪽의 이태원 들판, 서쪽의 진관·중흥·서산의 골짜기, 그리고 북쪽의 청량·속개 등의 골짜기와 동쪽 풍양과 남쪽의 안양사 같은 곳을 놀기 좋은 곳으로 꼽았다. 알 만한 지명도 있고, 아닌 것도 있지만 모두 지금의 서울 안에 있는 곳이다. 조선후기에도 서울 시내 곳곳이 꽃놀이를 하는 곳으로 손꼽혔다. 유득공의 ‘경도잡지’에 의하면, 필운대의 살구꽃, 북둔(北屯)의 복사꽃, 동대문 밖의 버들, 천연정(天然亭)의 연꽃, 삼청동·탕춘대(蕩春臺)의 수석(水石)에는 꽃과 산수를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몰렸다고 한다. 특히 서울 성의 주위 40리를 하루 동안에 두루 돌아다니고 성 내외의 꽃과 버들을 다 본 사람을 제일로 꼽았으므로, 꼭두새벽에 출발하여 해질 무렵에 정해진 곳을 다 도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홍석모의 ‘동국세시기’에는 3월이면 필운대의 살구꽃, 북둔의 복사꽃, 흥인문 밖의 버들이 가장 좋은 곳이고, 여기에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고 하였다. 이런 경치 좋은 곳에는 당연히 정자가 있었다.19세기 중반에 쓰인 ‘한양가’를 보면 수많은 놀이처와 정자, 누대를 소개하고 있다.“각색 놀음 벌어지니 방방곡곡 놀이처다/ 놀이처 어디맨고 누대 강산 좋을시고/ 조양루 석양루며 명설루 춘수루와/ 홍엽정 노인정과 송석원 생화정과/ 영파정 춘초정과 장유헌 몽답정과/ 필운대 상선대와 옥유동 도화동과/ 창의문 밖 내달아서 탕춘대 세검정과/ 족한정 탁영정과 별영 안 읍영룰다.” 여기 등장하는 허다한 정자는 모두 실제 서울에 있던 것들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서울, 걸어서 다닐 수 있었던 서울은 이제 모두 사라졌다. 봄과 가을 꽃놀이, 단풍놀이도 여유로운 마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놀이 자체가 이미 의식화, 의무화되어 있기 때문에 마치 숙제하듯 해치워야 한다. 비용을 생각하면 장소를 정하고 숙소를 구하는 것도 간단치 않다. 장소와 숙소가 결정되면 승용차를 몰고 고속도로에 오른다. 한없는 인내심으로 차량의 바다를 항해한 끝에 목적지에 도착하면 이제 단풍나무보다 사람의 검은 머리로 채워진 더 큰 바다가 기다리고 있다. 고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갖고자 했던 휴식은 증발한 지 오래다. 우리의 삶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정말 알 수가 없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열린세상] 자식 성적표와 어머니의 역할/김혜영 중앙대 영어교육과 교수

    [열린세상] 자식 성적표와 어머니의 역할/김혜영 중앙대 영어교육과 교수

    며칠 전 한 어머니가 신문에 다음과 같은 글을 기고하였다. 중학교에 입학한 자식의 첫 성적표에 충격을 받고 학교중심 자율적 교육방식에 대한 지금까지의 믿음이 사라졌다는 내용이었다. 직장 일을 하느라 아이의 학업을 좀 더 적극적으로 돌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와 학업지도의 고민을 토로하고 있었다. 아마도 대부분의 우리나라 부모들은 (필자를 비롯하여) 같은 심정일거라고 생각된다. 요즘 들어 많은 어머니들이 자녀의 학업에 있어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자식 성공을 위하여 어머니가 감당해야 할 새로운 역할들은 대개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첫째, 어머니는 자녀의 갈 길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주는 안내자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이른바 교육정보를 수집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체계적인 학습관리를 시키며, 학교 및 학원은 물론 학습교재까지 최고로 선택해 주는 일을 해야 한다. 둘째, 어머니는 최대한의 시간과 돈을 자식을 위해 바치는 적극적 투자자이어야 한다. 시간이 부족하면, 직장을 그만두고, 돈이 모자라면 돈벌이를 위해 취업을 하는 것이 숭고한 어머니의 정신이다. 이때 형편과 노후를 지나치게 고려해서는 안 된다. 셋째, 어머니는 힘든 일, 귀찮은 일을 처리해주는 해결사이어야 한다. 반장이 되면 아이대신 학교 심부름을 맡아서 하고, 과제나 시험 준비를 밤새워 함께 한다. 시간을 빼앗기는 그 외의 일들은 대신 해주어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이러한 어머니 역할은 언론매체, 사교육 비즈니스 종사자들이 노골적이고, 집요하게 부추기고, 형성시켜온 가치이다. 그들은 극소수에 해당하는 자녀교육의 성공사례를 자주 소개하여, 나머지 어머니들에게 패배감을 심어주고, 엄마노릇을 제대로 못한 자괴감에 빠지게 한다. 심지어는 자식조차 자신의 실패의 원인을 엄마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그러면 왜 어머니의 이러한 노력과 투자가 자녀의 성공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가. 첫째, 학습의 주체가 되어 자신만의 학습 방법을 모색하고 계획하는 것은 어머니가 아닌 학생 자신의 몫이기 때문이다. 학습주도성은 학업에 성공한 학습자가 공통적으로 쌓아온 능력이다. 자녀교육 성공사례는 모두 다른 학습 성향을 지닌 자녀들 앞에서 결코 일반화될 수 없다. 고급 교육정보 역시 학원에서 만들어낸 근거 없는 마케팅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둘째, 교육투자는 위험부담이 큰 투자이기 때문이다. 투자의 양과 보상의 상관관계가 매우 낮으며 학습자를 충분히 고려치 않고, 시간과 돈을 들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자녀의 교육투자로 자녀의 미래를 보상받고 싶다면 차라리 그들에게 부동산이나 증권을 물려주는 편이 더 확실할 것이다. 셋째, 성공적 학업성취가 미래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이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학벌이외에도 대인관계형성, 시련극복, 인내심, 섬김정신, 문제해결능력, 건강 등 수많은 덕목들이 요구되며, 이러한 능력은 대부분 어린 시절 부모와 학교, 친구들로부터 배워야 하는 것들이다. 성공의 정의는 논외로 하고라도, 사람의 성공 여부는 대학진학 후 최소한 20∼30년은 기다려야만 판단 가능한 장거리 경주이다. 첫 관문인 대학진학에 모든 것을 걸고 조급해질 필요가 없다. 어머니의 역할은 예나 마찬가지로 자녀에게 사랑을 베풀고 그들의 노력을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고, 격려해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어머니 자신이 스스로의 모습에 긍지를 가지고, 목표한 바를 이루려 열정으로 열심히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몸소 실천하여 보여주는 것이다. 김혜영 중앙대 영어교육과 교수
  • [행복어 사전]원이 둥글다는 상식을 깨라

    지구는 둥글다, 고로 세상도 둥글다. 세상이 둥근 것은 하늘과 땅, 낮과 밤, 흑과 백으로 마주한 두 쪽이 서로 화합해 원을 이루기 때문이야. 더 나아가 선과 악이, 정의와 불의가, 가진 자와 부족한 자가, 앞서는 사람과 뒤따르는 사람이, 너그러움과 속좁음 등 옳은 것과 옳지 않는 것이 함께 공존하면서 어울려 한 세상을 이루기 때문이란다. 이처럼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은 원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그 원은 결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아. 그러나 세상 어디에도 100퍼센트 완벽한 것은 결코 없어. 완벽한 원도 사실은 수많은 점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거야. 인간도 인간답게 살기 위해 시간 위에 삶의 점을 찍으며 살아가. 우리가 존재하며 숨 쉬는 세상에 자신만의 흔적을 남기면서 무수한 점을 찍으며 살아간다는 사실이야. 성숙한 인간으로 사람답게 살기 위해 노력해. 성공이라는 삶의 퍼즐을 맞추는 거야.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인내를 시험받으면서 인간의 틀을 완성해 가는 것이란다. 인간의 궁극적인 삶의 목표가 모두 한 방향일 수는 없어. 하지만 그 방향이 가리키는 곳은 찌그러지지 않은 원 같은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야. 그런데 문제는 완벽한 삶의 원이라고 믿는 울타리 속에 갇혀 그 안에 있는 것이 전부인 줄 알고 살아간다는 거야. 모든 것에 익숙해져 갈 때면 그 안에 안주하면서, 스스로 울타리를 쳐서 ‘나’를 만들어 놓고 그 안에 빠져버리지. 그래서 평화로운 삶을 살지 못하고 번민하고, 원하는 삶의 방향이 아닌 길을 가는 줄 알면서도 중단시키지 못하며, 그 삶에 이끌려 후회하는 것이란다. 원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지만 중심을 잘 잡아. 중심점이 있기 때문이지. 너희에게도 삶의 철학이 될 중심점이 있다면 설사 넘어진다고 해도 다시 똑바로 일어설 수 있어. 그러나 세상의 중심에 두 발을 딛고 꼿꼿이 서기 위해서는 이미 완성된 원 안의 부드러운 삶에 안주해서는 안 돼. 원이 둥글다는 관념들은 자신의 행동과 생각 패턴의 틀이 되고, 그 틀은 굳어져 쉽게 깨트릴 수 없어. 고정관념이라는 원의 곡선을 깨트리고 새로움을 찾아 밖으로 뛰쳐나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해. 끊임없는 창조적 사고와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상상력을 가질 때 미래는 보장되는 것이고, 자신이 원하는 선택된 삶을 살 수 있는 거야. 그 삶에 눈 뜨는 시기가 바로 너희 10대들이야. 자신의 마음에 오롯이 남아 있는 원을 깨트려야 해. 원을 고정된 각도에서 보면 그 모양은 언제나 둥글지. 그러나 다른 각도에서 보면 타원이나 직선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해. 원의 틀을 깬다는 것은 일상의 궤도를 이탈하는 것이 아니야.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 사물을 유연하게 보고 인식하는 틀을 깨는 거야. 바로 내부로부터의 변화를 의미해. 우리가 걷는 길이 처음부터 잘 닦여진 길이 아니었듯 너희가 진정 원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면, 있었던 길을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하는 거야. 길이 없는 곳에 새로운 길을 만들려면 가시덩굴에 온몸이 상처 나는 등 어려운 난관을 수없이 넘어야만 해. 많은 사람들이 이미 닦아 놓은 평탄한 길을 걷는 것이 훨씬 편할지도 몰라. 그러나 그건 진정으로 너희들이 원하는 삶의 길이 아니야. 남의 흉내를 내는 삶이지. 네가 원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면 상식의 틀을 깨야 해. 네가 갇힌 원에서 탈출해 새로운 길을 가야해. 내 마음 속에 깊숙이 뿌리내린 모든 상식을 거부하고 새롭게 세상을 보는 눈을 가져야 해. 그리하여 네 삶에 삼각형이나 사각형을, 아니 무수한 삶의 도형을 그려 넣어야 해. 글 이지상 자유기고가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