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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용수는 반은 수녀 반은 복서… 350년 저력에 감동”

    “무용수는 반은 수녀 반은 복서… 350년 저력에 감동”

    루이 14세의 유산인 350년 전통의 프랑스 파리국립오페라발레단. 150여명의 단원과 1500여명의 스태프를 거느린 이 거대한 ‘예술의 성채’가 영화로 기록됐다. 다큐멘터리의 거장 프레드릭 와이즈먼 감독의 ‘라 당스’(22일 개봉)다. 2008년 9개월에 걸친 영화 촬영 당시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이 발레단에서 동양인 최초의 솔리스트로 활약 중이었다. 김 교수와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정영재씨 등 영화를 미리 본 무용수 3인의 감상을 대화로 엮었다. →김 교수님은 발레단에서의 추억이 새삼 새록새록 떠오르셨겠다. -김용걸(이하 김):2008년 웬 할아버지(알고 보니 와이즈먼 감독)가 자꾸 카메라를 들고 왔다 갔다 하시는데 일부러 피해 다녔어요.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당장 연습이 더 중요했거든요. 그 덕(?)에 영화에 제가 안 나와서 마음이 아팠죠(웃음). 찍었으면 좋은 추억이 됐을 텐데 바보 같았죠? →영화에서 발레단의 연습실, 의상 제작실, 식당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본 소감은. -김지영(이하 영):파리국립오페라발레단은 단원의 90%가 소속 발레학교 출신이다 보니 잘 알려져 있지 않고 폐쇄적이에요. 그러니 저희에겐 굉장히 흥미로운 영화죠. 350년 전통으로 쌓인 저력을 엿봤다고나 할까요. -김:발레단의 저력이라기보다 ‘프랑스 문화의 저력’을 본 느낌이에요. 의상이면 의상, 소품이면 소품, 모든 스태프들이 각자 자기 일에 치열하게 집중하는 모습, 그 자체가 참 아름다운 영상이더군요. -정영재(이하 정):저희의 평소 생활과 너무 똑같으니까 지루하기도 했어요(웃음). ‘여기나 저기나 하는 건 똑같구나’ 싶었죠. 이건 직업병인가요? 하하. -영:영화가 지루했다면 무용수들의 지난한 작업을 영화가 잘 표현했기 때문일 거예요.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은 화려하지만 동작 하나하나를 무수히 반복 연습하는 과정은 힘겹고 지루하죠. 관객들은 영화를 통해 무용수의 작업 방식이 어떤지 대리 체험을 할 수 있을 거예요. -김:영화에서 보여지지 않았던 무용수들의 일상을 봤다면 또 달랐을 거예요. 그들의 평소 마음가짐과 공연 전후의 태도 등은 정말 본받을 점이 많아요. 작품과 음악에 대해 늘 진지하게 탐구하고 의논하죠. 어렸을 때부터 발레학교에서 익혀온 습관인데, 우리는 시스템 때문인지 아직 그런 진지함이 부족해 보여요. →브리짓 르페브르 단장은 “무용수는 반은 수녀, 반은 복서”라고 하던데 공감하시나. -김:공감하는 정도가 아니라 제대로 핵심을 짚은 거죠. 그만큼 인내하고 강해져야 한다는 소리죠. 위대한 예술가들은 말 한마디를 해도 심금을 울리는구나 싶었어요. -정:저는 그분을 보니 최태지 국립발레단 단장님이 겹치더라고요(웃음). 경영·행정 등에서는 카리스마를 발휘하고 단원들 하나하나 다 간파하고 있는 섬세함도 보여서요. →감독은 소멸을 전제로 하는 무용이 ‘죽음과의 싸움’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했는데. -영:미술, 음악은 작품과 녹음으로 남지만 무용은 동영상을 아무리 잘 찍어도 관객의 시선에 따라 달라지는 그 찰나, 그 느낌을 절대 담아낼 수 없어요. 그 순간이 끝나면 죽은 거죠. -김:무용수의 생은 참으로 짧아요. 10대 전후에 시작해 길게 쳐봐야 마흔이면 끝나죠. 다른 장르는 나이가 들면서 만개하는데 무용은 하루살이처럼 불탔다가 사라지는 예술이니, 동감이네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또다른 위안부 시각… 불편한 재인식

    한·일 과거사의 청산과 해결에 관한 한 양국 정부는 늘상 평행선을 달려왔고 지금도 표류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리고 표류하는 과거사 청산의 중심엔 위안부라는 거대 사안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과연 위안부의 실상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제국의 위안부’는 그 청산의 큰 단초로 자리매김된 위안부의 실체를 일반의 인식과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해부해 눈길을 끈다. ‘식민지의 모순’을 가장 처절하게 살아낸 존재인 위안부. 세종대 일문과 교수인 저자는 그 위안부를 향해 고정된 민족주의적 시선이 위험하고 그 편향의 인식을 바꿀 때 오히려 과거사 청산과 동아시아 평화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조선인 위안부’란 조선인 일본군과 마찬가지로 저항했으나 굴복하고 협력했던 식민지의 슬픔과 굴욕을 한몸에 경험한 존재다. 일본이 주체가 된 전쟁에 끌려갔을 뿐 아니라 군이 가는 곳마다 끌려다녀야 했던 노예임이 분명했지만 사기 등의 불법적 수단으로 강제로 끌고 간 주체는 일본군이 아니라 업자였다는 사실을 저자는 위안부의 증언을 통해 밝힌다. 물론 저자 역시 조선인 부모에 의해 팔려가거나 조선인 업자에 의해 강제로 끌려갔다 하더라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하게 되는 구조를 기획하고 마지막 순서로 가담한 이들은 일본군이었다고 명쾌히 말한다. 그러나 식민지 지배가 야기한 야만의 폭력인 위안부 문제를 지금처럼 장기화하고 미해결 상태로 몰아넣은 것은 냉전적 사고 때문이었다는 게 저자의 해석이다. 책에는 대부분의 독자들이 불편하게 여기고 인내가 필요할 만큼의 충격적인 내용이 가득하다. 하지만 자신들이 겪은 이야기들을 담담히 말해왔던 위안부의 이야기를 듣는 이들은 자신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만 가려서 들어왔고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가 그들의 체험을 왜곡하는 데 가담해온 셈이라는 주장이 괜한 것만은 아닐 성싶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열린세상] 창조경제는 규제완화부터/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열린세상] 창조경제는 규제완화부터/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해마다 상당수의 한국 학생들이 미국 유명 대학의 박사과정에 진학한다. 그런데 매해 정성껏 학생들을 교육시켜 미국의 박사과정에 보내는 내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있었다. 대개 한국의 대학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은 학생들이 미국의 대학원에 진학하면 모든 시험을 무사히 통과하고 대부분 큰 문제없이 박사학위를 받곤 한다. 반면 미국의 학부를 나온 학생들은 한국 학생들에 비해 시험에 떨어져서 결국 박사학위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시험을 잘 보는 우수한 한국 학부 출신 학생들 대신에 시험을 잘 보지도 못하는 미국 학부 출신들을 많이 뽑는 것이 너무 의아해 미국 교수에게 그 이유를 물은 적이 있다. 그 답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미국의 유명 대학 입장에서 보면 그럭저럭 공부해서 평범하게 박사학위를 받는 학생이나 애초에 시험에 떨어져서 학위도 못 받는 학생이나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 대학이 오로지 원하는 학생은 몇 년에 한번 나오는 기가 막히게 우수한, 거의 노벨상 후보라고 할 수 있는 졸업생들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학년 박사과정의 신입생은 20명 중에서 20명 모두 그럭저럭 박사학위를 받고 어디선가 생활하는 수준이라고 할 때, 이는 미국 대학의 입장에서는 실패라고 본다는 것이다. 차라리 신입생 20명 중에서 19명이 탈락하고 1명이 졸업했는데, 그 1명이 노벨상을 받으면 그 학년은 성공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박사과정에 오는 학생들은 모두 성실하고 기초도 잘 다져져 있으니 시험 통과도 잘하고 학위도 무사히 받을 확률이 높지만, 미국 대학이 자랑할 큰 학자가 될 확률은 없어 보인다는 뜻이다. 미국 대학 입장에서는 무난하지만 큰 학자가 나오지 못하는 한국 학부 출신보다는 어쩌다가 한 명씩 우수한 학자가 배출되는 미국 학부 출신을 선호한다는 뜻이었다. 사실 한국 또는 아시아 국가들의 교육은 무난하고 성실한 상위권의 지식인을 배출하는 데에는 최상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천재를 배출하기에는 부적합하다. 모든 것이 획일적 과정에 의해 이루어지는 교육 시스템에서는 창의적인 인재가 배출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국 대학들의 자세는 현재 우리 정부의 가장 중대한 정책 과제인 창조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는 앞서 나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정답지를 받아서 이를 성실하게 따라잡은 모범생의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새로운 풀이 방법을 만들기보다는 다른 선진국들이 이미 풀어놓은 해법을 열심히 외우고 익혀서 경제성장을 이룬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풀어놓은 해법이 없고 스스로 풀어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따라서 기존의 경제 성장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창조와 창의에 기반하여 스스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경제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시기적절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창조경제의 문제를 풀어감에 있어 그 주체는 정부가 아닌 기업과 개인이 되어야 한다는 점은 깊이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창조와 관련된 작업은 미국 대학에서도 알고 있듯이 9명이 실패한 가운데 1명이 성공하는 작업이다. 이러한 창조적인 작업에 가장 부적합한 사람을 뽑으라고 한다면 10가지 중에서 9가지를 성공하더라도 1가지만 실패하면 문책을 받는 공무원들이 아닐까? 공무원이나 정책 관련자들은 수십년간 창조와는 정반대의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이다. 이런 정부와 공무원이 주도하는 창조경제란 정말로 큰 모순을 안고 있는 것이다. 결론은 민간 기업과 개인들에게 자유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규제를 풀어서 새로운 시도들을 인정해 줄 뿐 아니라 엉뚱한 행동으로 큰 실패를 보더라도 이를 용인해 주는 관용을 보이는 것이 창조경제에서 정부의 역할이다. 우리 정부가 시험이 다가오는데 교과서 더 읽고 문제집 풀어보라고 자녀를 몰아세우며 웃어른 공경하고 집안일도 잘 도우라고 꾸짖는 극성 학부모처럼 행동한다면, 우리의 기업과 개인들은 결코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없다. 엉뚱한 자녀의 행동을 오히려 칭찬해 주고 격려해 주는 부모처럼 기업과 개인들에게 자유를 주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자세가 창조경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 [사설] 근무시간 경마장 출입 공직자 엄중 문책하길

    평일 근무 시간에 경마장을 드나든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 국립대 교수 등이 감사원 감사에 적발됐다. 구제역 현장에서 일하다 이탈해 경마를 한 공무원이나 수업을 빼먹고 경마장을 출입한 교수와 교사도 있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이러니 공직자들이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욕을 먹는 것 아니겠는가. 물론 대다수 공무원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봉급을 받으면서도 열심히 일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근래 들어 일부 공무원들의 비리나 일탈 행동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업무 관계인으로부터 뇌물을 받는 일은 하도 잦아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다. 교묘한 방법으로 거액의 공금을 빼돌려 탕진하는 사건이 전국 곳곳에서 발생해 처벌을 받았다. 또 엊그제 내연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경찰관처럼 사생활 관리를 잘못한 공직자들의 사례도 자주 드러나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공무원도 사람이니 도덕군자처럼 살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러나 평생 안정된 신분을 보장해 주고 일반기업보다 긴 정년과 공무원 연금 등의 혜택을 주는 것은 한눈 팔지 말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라는 뜻이다. 그래서 공무원은 좀 더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갖추도록 요구받는다. 그런 뜻에서 “하는 일에 비해 수당을 너무 많이 받는다”며 스스로 자신의 수당을 대폭 줄여서 받은 조무제 부산법원조정센터 상임조정위원장의 태도는 공무원들이 귀감으로 삼아 본받아야 한다. 정권 교체기를 전후해 해이해진 공직 기강을 바로잡으려면 이번에 적발된 공무원들은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 감사원은 적발된 공무원들을 징계 처분하도록 각 기관에 통보했다고 한다. 제 식구 감싸기로 해당 기관들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가볍게 다스렸다가는 이런 일들은 또 일어나기 마련이다. 규정 내에서 내릴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징계 처분을 해 일벌백계하기 바란다. 우리 사회는 지속되는 경제불황 등으로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바짝 긴장해서 밤낮 없이 일을 해도 어려운 때다. 이럴 때일수록 공무원이 중심이 되어 자세를 다잡고 앞장서야 하지 않겠는가. 새 정부는 난국을 타개하려고 지혜를 짜내고 있고 국민은 고통스러운 현실을 인내하며 좀 더 나은 미래를 맞고자 힘을 모으고 있다. 이런 판에 일탈 행위로 기강을 흩트리거나 나 혼자 편하면 그만이라며 복지부동하는 공무원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 개성공단 존폐 갈림길에 통일장관은 휴가중

    개성공단 존폐 갈림길에 통일장관은 휴가중

    개성공단이 존폐의 갈림길에 선 가운데 주무 부처인 통일부 류길재 장관이 5일 여름휴가를 시작했다. 중차대한 시기에 주무부처 장관이 자리를 비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류 장관은 이날 오전 출근해 간부회의를 주재한 뒤 휴가를 떠나 9일까지 국내에 머물며 휴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류 장관이 휴가를 떠나는 이번 주는 개성공단 폐쇄 여부를 가를 중대 고비가 될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개성공단의 ‘운명’이 걸린 한 주를 통일부는 수장 없이 보내게 된 셈이다. 개성공단 사태 해결을 위한 마지막 실무회담을 열자는 우리 측 제의에 북한이 호응해 오면 회담을 준비해야 하고, 침묵한다면 ‘중대조치’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의 ‘중대결단’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전날 통일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북한의 회담 수용을 압박한 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은 터라 류 장관의 휴가는 여러모로 모양새가 좋지 않게 됐다. 자칫 이번 휴가가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치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을 포기한 것처럼 비춰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휴가까지 미루고 북한의 답변을 기다리며 안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보다 예정대로 움직이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한 선택이란 평가도 나온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남북관계는 긴 호흡을 갖고 차분하게 해야지 특정 사안만 갖고 너무 과도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다”면서 “장관이 국내에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통일부 “인내심 한계” 성명… 공단폐쇄 부담 최소화 포석

    통일부 “인내심 한계” 성명… 공단폐쇄 부담 최소화 포석

    정부는 이번 주부터 개성공단에 대한 ‘중대조치’를 놓고 본격적인 검토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결정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여름휴가를 끝내고 4일부터 업무에 복귀한 상태이다. 정부는 우선 남북경협보험금을 신청한 입주기업들에 경협보험금 2723억원을 지급해 피해를 보전한 뒤 공단폐쇄 수순을 밟아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경협보험금 지급 여부 심의는 5일 마무리된다. 경협보험금은 정부가 생산설비 등 입주기업들의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넘겨받는 대신 이에 대한 보상 형태로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험금이 지급되면 공단 대부분 자산은 정부 소유가 된다. 경협보험금을 신청한 입주기업은 110개 업체로, 전체 입주기업의 90%에 육박한다. 정부가 공단의 실질적인 소유권자가 되는 것으로 입주기업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개성공단과 관련한 정책의 결정에 운신의 폭을 넓히게 되는 셈이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북한에 대화 의지를 보일 것을 촉구하면서 입주기업에 대해서도 “북한이 언제 또다시 정치적·군사적 이유로 공단 운영을 중단시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지속된다면, 공단이 재가동된다 한들 제대로 된 기업 활동이 이뤄질 수 없을 것이며, 결국 기업들은 개성공단을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단 폐쇄 수순 밟기에 앞서 정부 결정에 대해 입주기업들이 반발하지 않도록 사전에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음 수순은 단전·단수 등 개성공단에 대한 직접적 조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개성공단 우리 측 인원이 전원 철수한 뒤 하루 10만㎾의 전력을 3000㎾로 줄여 송전하고 있다. 이마저 단전된다면 개성공단과 개성시에 용수 공급도 끊긴다. 지금도 개성공단은 잠정 폐쇄된 상태이지만 단전·단수 조치는 공단의 완전 폐쇄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하지만 공단폐쇄에 대한 정치적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부가 이날 “우리 국민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노력할 만큼 노력했다는 점을 강조해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도 내놓고 있다. 분위기는 개성공단 폐쇄 쪽으로 기울고 있지만, 아직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3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금강산을 방문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구두 친서를 전달한 것은 남북경협 재개에 대한 북측의 여전한 기대감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내용은 현대그룹의 발전을 기원하는 것뿐이었지만, 전문가들은 친서 전달 자체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함축적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북측이 대화 제의에 호응해오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 제1위원장은 대남정책 실세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원동연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통해 친서를 전달하는 등 나름의 격식과 성의도 갖췄다. 그러나 정부는 당국이 아닌, 현대그룹에 대한 메시지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정부, 개성공단 ‘중대조치’ 초읽기

    정부, 개성공단 ‘중대조치’ 초읽기

    개성공단 폐쇄 여부를 결정짓게 될 우리 정부의 ‘중대조치’ 실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개성공단 사태 해결을 위한 우리 측의 마지막 회담 제의에 북한이 일주일째 침묵함에 따라 단전·단수 등 중대조치가 이번 주 가시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5일까지 개성공단 110개 입주기업이 신청한 2723억원 규모의 남북경협보험금에 대한 심의를 끝내고 조만간 지급할 예정이다. 기업들이 보험금을 받고, 공단 내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정부에 넘기는 것이어서 사실상 공단 정리 수순에 돌입한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따라서 북한이 2~3일 내에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는 한 이번 주가 사실상 개성공단 폐쇄의 ‘데드라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4일 성명을 통해 “우리 국민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며 북한의 결단을 촉구했다. 북한은 당국 간 대화에 침묵하는 대신 민간 쪽에서 출구를 모색하는 양상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3일 남측 인사로는 처음으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구두 친서를 전달하며 우회적으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시사했다. 현 회장은 정몽헌 전 회장 10주기 추모식 참석을 위해 금강산을 방문, 원동연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만난 뒤 당일 귀환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민주 “참을 만큼 참았다” 거리로… ‘촛불집회’ 동참 여부 고민

    민주 “참을 만큼 참았다” 거리로… ‘촛불집회’ 동참 여부 고민

    장외투쟁을 선택한 민주당이 가장 크게 고민한 것은 ‘촛불’이다. 최근 서울시청 주변에 등장하는 촛불과 결합을 할 것인지, 한다면 어느 정도까지 할 것인지에 따라 정국 흐름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촛불집회에는 ‘박근혜 퇴진’ 구호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들과 결합하면 정권 퇴진운동에 기름을 부을 수 있고, 결국 ‘대선 불복’이라는 책임을 민주당이 지게 되는 것이다. 김한길 대표의 성명 초안에 있던 ‘촛불’이 기자회견에서는 ‘국민’으로 대체돼 민주당의 이런 깊은 고민이 읽힌다. 그동안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과 지도부는 대선 불복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을 밝히고 국정원을 개혁하는 것이 민주당이 목표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촛불집회에 합류하게 되면 이 같은 주장의 설득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당장 새누리당은 “대선불복의 정치공세 장(場)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공격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그래서 기존의 촛불과 다른 촛불을 켜는 것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민병두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은 김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오는 3일 시민사회단체의 촛불집회 1시간 전, 서울 청계광장에서 민주당 자체적으로 촛불집회를 개최할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촛불집회와의 차별성을 강조한다는 뜻이다. 대신 홍보활동을 강화해 서울광장에서 시작하는 서명운동을 전국 단위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호외 당보와 차량 스티커도 제작하고 있다. 민주당은 장외투쟁을 선언한 31일 긴박하게 움직였다. 오전 비상 의원총회에서 장외투쟁을 결정하는 권한을 당 지도부에 일임했다. 지도부는 소속 의원들에게 국회 내 비상대기를 지시했다. 동시에 새누리당에 대해서도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8월 7∼8일로 예정된 국조 청문회에 불출석할 경우 동행명령과 고발을 약속하라며 ‘최후통첩’을 보냈다. 막판 협상도 성과를 내지 못하자 김 대표는 비상체제를 선언하고 나섰다. 민주당이 장외로 나선 직접적인 원인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국정조사의 파행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국정조사가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으로 시간을 많이 허비한 데다 원하는 증인이 채택돼 청문회장에 서더라도 기대만큼의 정치적 실익은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민주당으로서는 새누리당에 끌려간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국정조사에 사실상 ‘올인’을 하고 있었는데 성과를 낼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는 지도부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국정원·NLL정국의 대응력 부재’라는 비판이 비등했다. 당초 장외투쟁에 미온적이었던 지도부가 방향을 바꾼 것은 이 같은 상황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의 기류 변화는 긴급 의총에서도 감지됐다. 김 대표는 “국조를 통한 진실규명을 위해 많은 것을 인내해 왔고 참을 만큼 참았다”면서 “더 이상의 인내는 오히려 무책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모든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결연히 맞서 싸워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외투쟁 요구도 쏟아졌다. 이석현 의원은 “국회를 보이콧하고 장외투쟁을 하자. 판을 뒤집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목희 의원도 “정부와 새누리당이 비합리적, 비상식적 행태를 계속하면 어쩔 수 있나. 국민에게 호소하는 길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민주, 장외투쟁 돌입…서울광장에 국민운동본부 설치

    민주, 장외투쟁 돌입…서울광장에 국민운동본부 설치

    민주당이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 국정조사 파행 등에 반발해 서울광장에 국민운동본부를 설치하고 장외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31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은 분노하고 민주당의 인내력은 바닥이 났다. 국조를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위해 참을 만큼 참았다”면서 “이 시간부로 비상체제에 돌입,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위해 국민과 함께 국민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그동안 추미애 의원이 본부장을 맡았던 ‘정치공작 진상규명 및 국정원 개혁운동본부’를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국민운동본부’로 확대 개편하고, 김 대표가 직접 본부장을 맡기로 했다. 김 대표는 이 같이 설명하며 “제가 본부장을 직접 맡아 이 국면을 이끌겠다. 원내외 투쟁과 협상을 동시에 당 대표가 직접 이끌겠다”면서 “국민과 하는 첫 걸음으로 서울광장에 국민운동본부를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다음달 1일 서울광장에서 현장 의원총회를 개최한다. 김 대표는 “국민은 이미 국정원 불법대선 개입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진실을 외면하고 애써 눈을 감고 있으며, 새누리당은 진실의 촛불을 가리고 국조 회피에 전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은 국조 기간 45일 중 30일을 파행시켰고 국기문란 사건의 주범들을 ‘조건부’란 말로 보호하며 야당을 기만하고 있다”며 “심지어 이런 위중한 상황에서 여당이 여름휴가를 운운하며 국조를 모면하려고 보이는 행태는 국민과 국회를 모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참으로 절박한 심정”이라며 “수천, 수만의 국민이 우리와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기자회견문 초안에는 “수천, 수만의 진실의 촛불이 함께 할 것”이라고 돼 있으나 기자회견에서는 ‘촛불’이 ‘국민’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기고] 코넥스 성공, 제1의 조건은 ‘인내심’/서태종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

    [기고] 코넥스 성공, 제1의 조건은 ‘인내심’/서태종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

    지난 7월 1일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KONEX) 시장이 문을 열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사업에 필요한 돈을 대부분 높은 이자비용이 따르는 은행 대출에 의존하고 있다. 이자비용이 들지 않는 주식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은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중소기업의 허리가 휠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러한 중소기업의 애로를 덜어주기 위해 만든 자본시장이 코넥스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초창기 중소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 주식발행을 통해 싼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기존의 코스피나 코스닥 시장이 있지만 초창기 중소기업이 이용하기에는 문턱이 너무 높다. 코넥스는 진입 문턱을 크게 낮췄다. 예를 들면, 재무요건으로 매출액 10억원 이상, 자기자본 5억원 이상, 당기순이익 3억원 이상 중에서 한 가지 요건만 충족하면 된다. 물론 코넥스 시장에 상장하는 기업들은 초창기 기업들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투자 위험성이 높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반 개인투자자가 코넥스 상장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을 제한했다. 전문성을 갖춘 기관투자자가 주요 투자자가 되고, 개인투자자는 3억원 이상을 예탁한 사람에 한해 직접 주식을 살 수 있다. 그렇지만 일반 개인투자자도 코넥스 상장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하는 간접투자 방식으로 투자가 가능하다. 한쪽에서는 중소기업들이 더 쉽게 상장하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진입 문턱과 상장 유지 부담을 낮추라고 요구하고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진입 규제와 공시의무를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상반되는 두 가지 요구를 절충하여 어렵게 탄생시킨 것이 코넥스 시장이다. 그런데 최근 일부에서 갓난아이에 불과한 코넥스 시장을 향해 거래량과 거래금액이 적다는 이유로 실패한 시장이라고 단정 짓는 등 험담을 퍼붓고 있다. 코넥스 시장은 앞서 언급했듯 개인투자자의 투자가 제한되어 있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장기 투자하는 시장이다. 그래서 본질적으로 거래량과 거래금액이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러한 특성을 무시하고 한 달여밖에 안 된 자본시장을 실패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적절한 태도가 아니다. 코넥스 시장이 잘되어야 중소기업이 잘되고 중소기업이 잘되어야 일자리도 늘어나고 경제에 활력이 돌 것 아닌가? 코넥스 시장이 성공하기 위한 제1의 조건은 인내심이다. 투자자는 기업의 장기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여 투자하고 성과를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코넥스에 상장한 기업과 기업가는 단기 성과나 주가에 매달리지 말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성공스토리를 창출해 내려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정부 또한 단기간 내에 성과를 보여주겠다는 조급함을 버리고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중소기업 자금 조달의 장으로서 코넥스 시장이 안착할 수 있도록 보완해 가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언론을 비롯한 중소기업 업계, 정치권 등도 단기간의 거래실적이나 주가 등을 보고 성패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긴 호흡으로 지켜보면서 지원과 격려를 보내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러한 인내심이 모아진다면 수년 내에 코넥스 상장기업 가운데 성공스토리의 주인공이 반드시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 ‘자전거 힐링’ 영등포구, 청소년 79명 자전거캠프…학폭예방 활동도

    영등포구가 다음 달 2일부터 2박3일 동안 지역 중고등학생 79명을 대상으로 ‘친구와 친구키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청소년 문화 체험 기회를 늘리고자 해마다 테마를 정해 지역 문화를 탐방하는 ‘청소년 문화 캠프’ 가운데 하나로, 서울에서 강원도 춘천 강촌까지 79㎞를 자전거로 여행한다. 캠프 참가자들은 친환경 교통수단이면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자전거를 이용해 북한강 일대를 종주하며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첫날 한강광나루자전거공원에서 열리는 발대식에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표어를 만들어 각자 자전거에 부착하게 된다. 조별 발표회 시간을 통해 연극 등 학교폭력을 주제로 한 다양한 퍼포먼스도 벌일 예정이다. 이 밖에 프로그램은 강촌 봉화산 기슭에 위치한 구곡폭포 인근에서 힐링 걷기, 캠프파이어·장기자랑 등 힐링 페스티벌, 바비큐 파티 등으로 꾸려진다. 구 관계자는 “청소년들에게 이번 자전거 여행은 학업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인내심과 도전 정신을 키우는 한편 친구들과의 우정도 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열린세상] 회의록 정국 바라보며/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회의록 정국 바라보며/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연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회의록에 관한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보고 있으면 정말 가관이다.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 의혹은 대선 정국에서 불거진 것이므로 그렇다 치자. 정상적인 국가라면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수사하고 처리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갑자기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나온다. 이것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공방이 시작되고, 실제로 그러한 취지였는지 설전이 오고 간다. 급기야는 문서를 확인하자고 하는데, 이번에는 회의록이 아예 없단다. 이제 공방은 대통령의 비밀문서가 왜 없어졌는지로 넘어간다. 이보다 더 웃긴 코미디가 있기 어렵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에게는 정말 슬픈 코미디다. 국정원이 선거 개입을 해서도 아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해서도 아니고, 회의록이 없어져서도 아니다. 이런 아무 실익도 없는, 조선시대 예송(禮訟) 논쟁에서나 있었을 법한 당쟁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합의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정상 간의 대화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했으면 어떤가. 회의록이 없어졌으면 또 어떤가. 어차피 원래 그 문서는 당분간은 아무도 보지 못할 운명 아니었던가. 심지어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했다고 하더라도 이제 지나간 일이다. 분명히 우리의 민주주의는 후퇴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대통령 선거를 다시 할 가능성이 있는가. 관계자가 적절한 책임을 지는 것으로 마무리하면 그만이다. 이런 것들을 국가 기강의 문제라고 하면서 논쟁하고 있기에는 우리의 현실이 너무 급박하다. 경제성장률은 벌써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고 기업은 투자를 극도로 주저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항상 피해는 저소득층에게 돌아온다. 청년실업률은 증가하고 있고, 특히 저소득층 젊은이들의 상실감과 패배감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여기에 복지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이제 나라의 곳간이 비었다고 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증세 방식으로 현 세대가 부담하든 아니면 국채 방식으로 미래 세대가 부담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가계부채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계속 악화 일로에 있다. 나라가 곧 망할 것 같지만 뾰족한 묘수도 보이지 않는다. 정치를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경제를 문제 삼을 수밖에 없는 것은, 이명박(MB) 정권과 현 정권이 모두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면서 국민의 표를 얻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MB 정권과 현 정권에 도덕적인 덕목까지 기대하지는 않았다. 두 정권의 계속되는 인사 실패와 비리에도 불구하고 일단 경제를 살리겠다고 했으니 참고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이 문제가 해결하기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는 것을 국민도 알고 있고, 그래서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을 따름이다. 민주당을 발목 잡은 것도 결국 경제 문제였다. 그런데 요즘 정국을 보면 모두 이 점을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회의록 정국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정말 피곤하다. 이제는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물론 여야가 이 일에 집착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없는 바 아니다. 항상 북한 관련 이슈는 국민의 관심을 분산시키거나 서로 흠집 내기에 좋은 소재였다. 어차피 경제 문제는 대책도 없으니 공을 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전략적 목적이 아니더라도 실제로 설전을 벌이다 보면 정말로 중요한 것을 가지고 싸우고 있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특히 관념적인 문제이거나 입증이 불가능한 사항이라면 더 그러한 경향이 있다. TV 토론에서도 말꼬리 붙잡다가 토론이 산으로 가는 경우를 흔히 본다. 그러다 보면 마무리 토론 시간이 되어 허둥지둥 끝내기 마련이다. 여야가 회의록 정국을 끌고 가는 이유가 무엇이든지, 지금은 도를 지나쳐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이러다가 정말 우리 경제의 뇌관이 터져 버리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 [전문]류길재 통일부 장관 대북 성명

    [전문]류길재 통일부 장관 대북 성명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28일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한 마지막 개성공단 회담을 북한 측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류 장관은 이날 통일부 장관 명의 성명을 통해 “북한은 지금이라도 재발방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해 주기 바란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더 큰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막기 위해 부득이하게 중대한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29일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북한에 개성공단 회담을 다시 제의할 방침이다. 다음은 류 장관 성명 전문. 우리 정부는 그동안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인내심을 갖고 북한과 협의하여 왔습니다. 지난 6차례의 개성공단 실무회담에서 우리 정부의 일관된 입장은 다시는 정치 군사적인 이유로 개성공단의 가동이 중단되지 않고, 국제기준에 따라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위해 너무나도 당연한 사항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와 같이 기본적인 약속조차 거부하였고, 또다시 정치 군사적 논리로 공단가동을 중단시킬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만약 또 다시 부당한 이유로 통행 제한과 근로자 철수 등 일방적 조치가 취해진다면 우리 기업들은 큰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게 됩니다. 북한은 지금이라도 재발방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해주기 바랍니다. 그렇지 않다면 정부는 우리 기업들의 더 큰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막기 위해 부득이 중대한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를 위해 마지막으로 이에 대해 논의할 회담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상대를 존중하면서 원칙있고 발전적인 남북관계를 만들어가겠다는 우리 정부의 의지는 확고합니다. 그동안 수차례 밝혀왔듯이 우리 정부는 정치적인 문제와는 별개로 북한의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을 추진할 것입니다. 내일 5개 민간단체의 대북지원을 승인하고, 유니세프, 영유아 사업에 대한 지원을 집행할 것입니다. 개성공단과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위해 북한의 올바른 선택을 촉구합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北서 초청 받은 카터 “당장 방북 계획 없다”…美 전략적 인내 강화

    北서 초청 받은 카터 “당장 방북 계획 없다”…美 전략적 인내 강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측이 당장 북한을 방문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의 초청에 대해 미국 정부와 협의한 끝에 나온 반응이어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전략적 인내’ 정책이 더욱 강고해진 방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카터 전 대통령이 설립한 카터센터 관계자는 23일(현지시간) “카터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할 당장의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밝혔다. 앞서 서울신문과 일본 교도통신 등은 카터 전 대통령 등 일부 ‘디 엘더스’(전직 국가수반들의 모임) 회원들이 최근 북한의 초청을 받고 22일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존 케리 국무장관을 잇달아 만나 방북 여부를 협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카터센터 측은 VOA에 북한의 초청을 받았다는 보도를 부인하지 않았으며, 카터 전 대통령 등 디 엘더스 회원들이 전날 케리 장관과 라이스 보좌관을 만났다는 보도를 시인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1994년 북한 핵개발로 조성된 한반도 긴장 국면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 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방북, 김일성 당시 주석과 면담했다. 또 2010년 8월 북한을 찾아가 불법 입국죄로 북한에 수감돼 있던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를 데리고 귀국했다. 이듬해 4월에는 디 엘더스의 일원으로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 그로 할렘 브룬틀란 전 노르웨이 총리, 마르티 전 핀란드 대통령 등과 함께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다. 결국 미국 정부가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을 만류한 것으로 분석된다. 외교 소식통은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할 경우 북한의 치고빠지기식 대화 공세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보고 미국 정부가 방북을 반대한 것 같다”면서 “북한의 진정한 태도 변화 없이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전략적 인내 정책이 더욱 강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무부가 클리퍼드 하트 전 6자회담 특사의 후임을 수개월째 임명하지 않고 케리 장관이 중동 문제에만 매달리고 있는 등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 외교를 후순위로 미룬 듯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北, 비핵화 진정성·의지 보여야”

    “北, 비핵화 진정성·의지 보여야”

    대니얼 러셀 신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2일(현지시간)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원칙적 접근을 하고 있다”며 북한의 진정한 태도 변화 없이는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러셀 차관보는 이날 워싱턴의 외신기자클럽(FPC)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핵 6자회담 재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과거 북한이 취한 비핵화 약속과 유엔 안보리 결의의 토대 위에서 협상하기를 원한다”며 “북한은 자신들이 약속한 비핵화 합의에 대한 진정성과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근본적 태도 변화 없이는 대화에 응할 수 없다는 오바마 행정부 1기 때의 ‘전략적 인내’ 기조를 큰 틀에서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셀 차관보는 “북한이 계속 핵무기를 추구하는 것은 그들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할뿐더러 국제사회로부터도 존경을 받지 못한다”며 “북한 지도부가 주민들의 안녕을 생각하고, 국제사회의 의무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는 조치들을 취할 경우 미국은 물론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북한 지도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확신을 주는 것”이라며 “이는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공유하는 목표이며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확인한 정책”이라고 했다. 그는 “북핵 문제에 대해 광범위한 국제사회의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으며 북한도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1부) ② ‘패자부활’ 가능한 사회로 - 케리 레이 美인텔캐피털 디렉터 인터뷰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1부) ② ‘패자부활’ 가능한 사회로 - 케리 레이 美인텔캐피털 디렉터 인터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10개 중 적어도 1~2개는 성공한다.” 케리 레이(34) 미국 인텔캐피털 인터넷·디지털 투자 부문 디렉터는 지난 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실패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 그 실패는 대학 졸업장보다 값질 수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의 타이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레이 디렉터는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에서 국제경제학 학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한 뒤 벤처 투자업계에 뛰어들어 10여년간 일해 왔다. 세계적 정보기술(IT) 기업 인텔의 벤처투자 법인인 인텔캐피털에는 2011년 합류했다. 실리콘밸리 성공 스토리의 한 축인 벤처 캐피털의 투자 원칙과 생리에 대해 들어 봤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실패에 관용적이고, 심지어는 실패를 환영한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인가. -사실이다. 벤처 투자 초기 단계에서는 아주 리스크(위험부담)가 크다. 예컨대 야구에서 당신이 홈런 타자라면 홈런보다 더 많은 스트라이크 아웃을 피할 수 없다. 매번 홈런을 칠 수는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10개 회사에 투자하면 구글이나 페이스북, 이베이처럼 성공하는 것은 1~2개뿐이다. 하지만 나머지 8~9개가 실패하더라도 문제없다. 분산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투자 회수 기간은 어느 정도로 잡나. -평균 펀드 운영 기간은 10년이다. 처음 3~4년, 즉 투자 기간에는 씨를 뿌리고 4~9년 사이 수확을 노리는 게 전형적인 모델이다. →투자 성공률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 막 창업한 벤처기업(초기단계)에 대한 투자는 성공률이 낮고 어느 정도 검증된 벤처기업(후기단계) 투자는 성공률이 높다. 초기 단계 투자는 홈런을 목표로 한다. 반면 후기 단계에서는 2루타, 3루타도 괜찮다. ‘고위험 고수익’의 구조다. 초기 단계 투자가 10개 중 1~2개 성공이 목표라면 후기 단계에서는 5~7개의 성공을 목표로 한다. →투자 기업을 선택하는 기준은. -첫째, 시장성이다. 시장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시장이 얼마나 크고 빨리 성장하는지를 본다. 둘째, 상품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인지를 본다. 셋째, 경영진이다. 그들이 그동안 어떤 일을 했는지를 본다. 넷째, 투자 계약이다. 기업의 조직을 평가하고 가격을 매기는 것이다. →투자 10년 뒤 수익이 안 나면 깨끗이 포기하나. -사안마다 다르다. 벤처기업은 아이와 같다. 어떤 아이는 빨리 성숙하고 어떤 아이는 대기만성형이다. 따라서 우리는 최대한 인내한다. 물론 때로는 과감하게 방향을 바꾸는 게 옳을 수도 있다. →투자를 결정했을 때 초조하지는 않나. -물론 상황이 안 좋을 때는 매우 힘들다. 하지만 10개 중 1~2개는 반드시 성공한다는 사실이 스트레스를 덜어 준다. →투자한 회사가 성공한 순간엔 희열을 느끼나. -그때의 감정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3세, 5세 된 내 아이가 자전거를 배우는 과정에서 자꾸 넘어지다가 마침내 자전거 타기에 성공하는 것을 보는 느낌이랄까. 벤처 기업인은 작은 성공 확률에 기대 오랜 어려움을 뚫고 성공하기 마련이다. 마침내 성공했을 때 과거를 회상하며 “이봐, 우리 4명이 사무실 구석에서 창업했던 것 기억나? 회사를 거의 잃을 뻔한 적도 있었지…”라고 말할 때의 쾌감을 상상해 보라. →한국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130여년 전 미국도 철강과 석유산업 등에서 카네기와 록펠러 등 3~4개 회사가 전체 산업의 90%를 장악하는 등 독점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따라서 독점적 대기업과 경쟁할 만한 벤처기업을 육성하려는 한국 정부의 전략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하지만 정부가 벤처에 투자해 돈을 잃을 경우 국민이 기꺼이 수용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아시아는 실패에 대한 관용에 인색한 문화라는 점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실리콘밸리에 벤처가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10년 이상 벤처 투자 업계에서 일하면서 내가 배운 것은 실리콘밸리는 특유의 생태계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과 같은 큰 회사는 물론 변호사, 금융 등 사업을 위한 기반 조건이 모두 갖춰져 있다. 영화배우가 되고 싶으면 영화사와 프로듀서 등이 즐비한 할리우드로 간다. 벤처 창업을 하는 데 실리콘밸리만큼 완벽한 곳은 없다. →창업을 고민 중인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해 준다면. -리스크 안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얘기를 해 주고 싶다. 젊을 땐 주택담보대출(모기지)도 없고 아이도 없기 때문에 더 큰 리스크를 안을 여력이 된다. 명문대를 졸업한 뒤 골드만삭스와 같은 좋은 직장에 취직해 안정적 삶을 누리는 것과 다른 삶을 사는 것도 가치가 있다. 대학을 중퇴하고 창업하면 실패할 수도 있지만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사는 것보다는 가치 있는 일이다. 첫 번째 창업에서 실패할 수도 있지만 거기에서 배운 것을 기반으로 두 번째, 세 번째 시도를 하면 된다. 실패에서 배우는 게 MBA에서 배우는 것보다 가치 있을 수도 있다. 샌타클래라(캘리포니아주)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中 2분기 성장률 7.5%… 경기 경착륙 우려 커져

    中 2분기 성장률 7.5%… 경기 경착륙 우려 커져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올 들어 다시 하락 행진을 이어 가면서 경기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5일 올해 2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5%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7분기 연속 내림세를 멈추고 반등세를 이어 갔으나 올 들어 2분기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며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중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하는 동력인 수출과 투자가 부진한 데다 은행권의 신용경색 문제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6월 수출 증가율은 -3.1%로 4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출 감소는 지난해 1월 이후 17개월 만에 처음이다. 수출 산업이 위기를 맞으면서 제조업체들의 설비 투자도 주춤한 상태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고정자산 투자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난해 상반기의 20.4%에 비해 0.3% 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당국은 경기하강 압력에도 2008년과 같은 4조 위안(약 730조원) 상당의 대규모 경기부양 조치는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둔화는 감내해야 한다는 이른바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리코노믹스’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국가통계국 성라이윈(盛來運) 대변인은 “2분기 성장률이 하락한 것은 세계 경기가 악화된 원인뿐만 아니라 중국의 새 정부가 능동적으로 경제 구조조정을 실시한 데 따른 결과”라며 장기적인 경제 안정을 위해 현재의 성장 둔화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중국이 둔화 기조를 계속 용인할 경우 올해 성장률 목표인 7.5%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당장 ‘소프트한’ 부양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리 총리가 지난 9일 “경제성장률과 취업률, 물가상승률을 안정적인 구간에서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실제로 당국은 이달 들어 경기부양 관련 조치만 벌써 세 차례나 내놓았다. 국무원은 지난 12일 판자촌 개발, 사회간접자본(SOC) 건립, 에너지 절약 및 환경보호 산업 육성, 소비금융 확대, 소비 촉진 분야와 관련한 투자를 늘려 국내 소비 강화를 통한 경제구조 전환 개혁에 속도를 내라고 지시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부양책에도 경착륙 우려가 커질 경우 당국이 결국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꺼낼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징대 경제학과 차오허핑(曹和平) 교수는 “중국 성장률이 6.8%를 하회할 경우 취업난이 격화돼 사회가 불안해지고 과잉설비 압력과 재고 압박은 물론 재정 수입까지 심한 타격을 받는다”며 당국의 성장률 둔화 인내에는 마지노선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러우지웨이(樓繼偉) 재정부장이 중국이 감내할 수 있는 최저 한도로 적시한 ‘경제성장률 7%’는 당국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 투입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길섶에서] 인생 2모작/오승호 논설위원

    올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 한 지인은 고향인 충북 괴산의 산골짜기 밭자락에서 6년째 감자 농사를 짓고 있다. 씨감자를 심어놓고 인내의 시간이 흐른 뒤 연초록 새싹이 올라올 때의 가슴 벅참은 희열을 넘어 감동이란다. 얼마 전 통화를 했더니 “농약은 물론 화학비료도 전혀 쓰지 않아 유기농 인증을 받아도 된다.”며 흐뭇해했다. 그는 여름이 되면 지인들에게 수확한 감자를 선물한다. 재배하면서 느낀 즐거움을 공유하기 위해서란다. 은퇴 이전부터 고향 사람들과 교감을 해서인지, 농사 짓는 데 어색함이 없어 보인다. 퇴직한 또 다른 금융인은 낙향 여부에 대해 “그럴 계획이 없다”고 했다. 고향에 가도 어울릴 친구가 없기 때문이란다. 도회지 생활에 젖은 대부분의 베이비 부머들도 사정은 비슷할 게다. 제2의 인생 설계로 흔들리는 이들이 적잖다. ‘은퇴쇼크’라는 자극적인 표현도 등장한다. 인생은 어려울 때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했던가. 인생의 연륜과 지혜로 새로운 경험과 도전을 할 수 있다는 마음의 여유를 갖자.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 朴대통령 “北, 핵포기땐 도울 것” 발언 관련, 北 “도발적 망언” 맹비난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북한이 대남 비방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특히 박 대통령이 중국에서 한 발언을 놓고 험담을 쏟아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1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박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아 “우리의 존엄과 체제를 심히 모독하는 도발적 망발”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허망하기 그지없는 개꿈”, “정말 역겹기 그지없는 것” 등의 거친 표현을 사용했다. 중국을 의식해 침묵하다가 뒤늦게 비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조평통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칭화(淸華)대 연설에서 “북한이 핵을 버리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는 변화의 길로 들어선다면 한국은 북한을 적극 도울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핵은 어떤 경우에도 흥정물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다만 북한은 “우리는 지금 마지막 인내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며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점을 보면 대화를 완전히 박차 버릴 수 없는 상황에서 여운은 남긴 것으로 보인다”며 “대신 한·중 간 새로운 밀월관계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가 곳곳에 배어 있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코넥스 출범… ‘창조경제’ 밑거름 될까

    코넥스 출범… ‘창조경제’ 밑거름 될까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 코넥스(KONEX)가 1일 출범해 첫날 거래를 시작했다. 유가증권시장, 코스닥 시장에 이은 세 번째 장내 시장인 코넥스가 박근혜 정부가 기치로 내 건 ‘창조경제’의 금융 동맥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9시 서울사옥 KRX스퀘어에서 250여명의 외빈이 참석한 가운데 코넥스 개장식을 갖고 21개 ‘상장 1호’ 기업의 주권 매매거래를 시작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축사에서 코넥스가 창조경제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면서 “다른 나라에서 부러워하는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가장 성공적 신시장이란 평가를 받는 영국의 AIM(에임)도 현재는 상장기업이 1천여개에 이르지만 출범 당시엔 10개에 불과했다면서 인내심을 갖고 격려와 조언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코넥스 시장의 21개 상장사는 바이오(5개사), 반도체장비(4개사), 소프트웨어(3개사), 자동차 부품(2개사) 등 다양한 업종으로 구성돼 있다. 매매 방식은 30분마다 매도자와 매수자가 제시한 수량과 가격을 모아 서로 맞는 가격에 거래를 체결하는 단일가 경쟁매매이고, 매매단위는 100주다. 리스크가 큰 창업 초기기업에 투자하는 시장인 만큼 전문성과 위험 감내 능력을 갖춘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와 벤처캐피털, 고액 자산가에게만 투자가 허용된다. 개인이 코넥스 시장에 투자하려면 기본 예탁금이 3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다만 공모형 중소형벤처펀드나 코넥스 전용 장기형 랩 등의 출시가 검토되고 있는 만큼 일반 개인투자자도 조만간 간접투자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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