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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이블 하이라이트]

    ■바디 오브 프루프 3(OCN 밤 11시) 복수를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있다. 여자아이를 죽인 살인범이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경찰은 죽은 소녀의 아버지를 의심하지만, 그는 결백을 주장한다. 한편 애인을 죽이고 감옥에 수감됐던 여자가 출소 3주 만에 자신이 저지른 범죄와 동일한 방법으로 살해당하고 마는데…. ■프로그맨(내셔널지오그래픽 밤 11시) 한 번도 외부나 미디어에 공개된 적 없는 타이완 남부 한 해병대 특수부대의 훈련이 최초로 공개된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타이완에서도 해병대는 누구나 될 수 없다. 인내심의 한계에 도전하며, 국가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심을 보여야만 한다. 상상 그 이상의 정신적, 육체적 도전에 직면하게 하는 10주간의 지옥 훈련이 시작된다. ■최강食록(올리브 밤 9시) 마스터셰프코리아2 우승자 최강록이 특유의 입담과 정성으로 선보이는 ‘최강食록’은 ‘최강 요리에 대한 기록’이라는 뜻의 신개념 레시피 프로그램이다. 이번 주 그가 선보일 요리 주제는 ‘고백을 부르는 안주 삼총사’로, 열빙어 매실조림, 고사리 베이컨 조림, 바질과 토마토를 이용한 드레싱 만두 레시피를 소개한다. ■워킹데드 4(FOX 밤 10시) 좀비가 아닌 독감의 공격을 받은 식구들. 감염이 의심되어 격리됐던 카렌과 데이비드가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연이어 감염자들이 속속 생겨나고, 이미 좀비가 돼 있는 이들도 있다. 결국 어린아이들과 나이가 많은 허셸은 다른 곳에 격리되고, 대릴과 미숀, 밥, 타이리즈가 항생제를 구하러 멀리 떨어진 대학 수의학과로 향한다. ■똥파리(스크린 밤 11시) 동료든 적이든 가리지 않고 욕하고 때리며 자기 내키는 대로 살아온 용역 깡패 상훈.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상훈이지만, 그에게도 마음속에 쉽게 떨쳐내지 못할 깊은 상처가 있다. 바로 가족이라는 이름이 남긴 슬픔이다. 그러던 어느 날, 상훈은 우연히 길에서 여고생 연희와 시비가 붙고, 자신에게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대드는 연희가 신기하기만 하다. ■원피스 4(애니맥스 밤 8시) 나미, 조로 그리고 니코 로빈은 산제물의 제단으로 다시 돌아온다. 돛대가 부러진 고잉메리호를 발견하고는 불안한 마음에 쵸파를 불러보지만, 대답이 없다. 한편 제단을 향해서 전진하던 루피, 우솝, 상디는 해골들이 널려 있는 초원을 지나간다. 이들은 언제 어디서 신관이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을 졸이다 샨디아족과 맞닥뜨리게 된다.
  • 지름 3.5m! 세계에서 가장 큰 ‘튀김파이’ 화제

    지름 3.5m! 세계에서 가장 큰 ‘튀김파이’ 화제

    세계에서 가장 큰 튀김파이가 남미 우루과이에서 제작됐다. 주최 측은 공인한 기록을 기네스에 제출, 등재을 요청할 계획이다. 튀김파이 만들기 기네스도전행사는 20일(현지시간) 우루과이 이스파니다드 공원에서 열렸다. 제빵사 30명 등 50명 정예 전문가가 제작에 투입됐다. 사용된 재료는 밀가루, 물, 소금 등이다. 재료만 300kg 이상 들어갔다. 엄청난 크기의 파이를 튀기고 뒤집기 위해 주최 측은 특별 장비까지 제작해 투입했다. 지름 3.5m짜리 초대형 프라이팬을 만들고 군에 요청해 기중기까지 현장에 배치했다. 대형 튀김파이를 뒤집어 양면을 고르게 조리하기 위해서다. 파이가 깨질까 걱정이 많았지만 군사작전처럼 진행된 파이 뒤집기는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완성된 튀김파이의 지름은 정확히 3.5m였다. 주최 측은 “세계 최대의 튀김파이를 만드는 데는 막대한 재료와 함께 영감, 인내심 등이 필요했다” 며 “세계에서 가장 큰 튀김파이로 기네스에 곧 등재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엘파이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단테의 ‘신곡’ 국립극장서 연극으로 재탄생

    단테의 ‘신곡’ 국립극장서 연극으로 재탄생

    이탈리아 시인 단테의 대서사시 ‘신곡’이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연극으로 재탄생한다. 국립극장이 ‘국가 브랜드 공연’ 프로젝트로 1년여에 걸쳐 준비한 작품이다. 연출가 한태숙과 고연옥 작가, 배우 박정자와 정동환, 지현준 등이 뭉쳐 단테가 인류에 던진 인간에 대한 화두를 무대 위에 구현한다. 단테의 ‘신곡’은 35세의 단테가 지옥과 연옥, 천국을 여행하며 보고 들은 이야기를 담은 100편의 시, 1만 4233행으로 구성돼 있다. 평생을 사랑한 여인 베아트리체가 있는 천국으로 가기 위해 그는 죄를 지은 이들이 고통받는 참혹한 지옥, 참회를 통해 천국에 가려는 이들이 기약 없는 인내의 나날을 보내는 연옥을 거쳐간다. 인간의 한계를 목도하고 두려움과 연민, 공포를 느끼지만 결국 처절한 자기 인식의 고통과 구원의 희망을 품고 천국으로 향한다. 70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한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세계적인 고전으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연출가 한태숙은 ‘레이디 맥베스’, ‘오이디푸스 왕’, ‘안티고네’ 등을 통해 고전과 현대가 맞닿는 지점을 강렬한 미장센으로 표현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고연옥 작가는 ‘인류 최초의 키스’, ‘내 이름은 강’ 등을 발표했으며 인간 본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로 이름나 있다. 고 작가는 “원작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기보다 원작에서 느껴지는 모호함과 혼돈의 날것을 그대로 보여줘 고전이 갖는 보편성의 무게를 더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원작에 비해 지옥의 비중을 늘려 지옥의 천태만상을 극적으로 그릴 예정이다. 또 오케스트라와 국악기, 조명과 영상, 마임 등이 결합된 총체극으로 지옥과 연옥을 빚어낸다. 주인공 단테는 연극과 뮤지컬을 오가는 배우 지현준이 맡았다. 지난해 더 뮤지컬어워즈 남우신인상을 받았으며 지난 5월에는 1인 35역을 소화하는 모노드라마 ‘나는 나의 아내다’로 호평받았다. 극중 단테와 35세 동갑내기인 그는 “삶에 대한 고민의 해답을 찾지 못하던 시점에서 만난 작품으로, 나에게 한 걸음 나아가는 힘을 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를 여정의 길로 안내하는 시인 베르길리우스는 연기 인생 44년차의 정동환이 연기한다. 금지된 사랑을 욕망하다 지옥의 고통으로 빠져든 여인 프란체스카는 연극계의 대배우 박정자가, 베아트리체는 최근 창극 ‘메디아’에서 호평받은 정은혜가 각각 맡았다. 다음 달 2~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만~7만원. (02)2280-4114~6.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사설] 엎친 데 덮친 원전 사태, 전력 대책 미리 세워라

    도대체 원전(原電)은 언제까지 국민을 우롱할 것인가. 온갖 추악한 비리로 분노를 샀던 원전이 이번에는 부품 불량으로 완공이 늦어져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됐다. 문제의 원전은 신고리 3, 4호기로 이미 설치된 제어케이블이 성능시험에서 불합격해 총연장 900㎞나 되는 케이블을 모두 교체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결국 내년 8~9월로 예정됐던 완공 시기도 2015년 또는 2016년 이후로 지연돼 내년 여름에는 또 매일 같이 블랙아웃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인내에도 한계가 있지 언제까지 참고 견뎌야 하는지 허탈감이 들 정도다. 2010년 8월부터 JS전선이 납품한 케이블은 지금까지 수사에서 드러난 짝퉁 부품보다 더 엉터리다. 고열에 견뎌야 하는 케이블은 열노화(aging) 처리를 해야 하는데 열풍기로 표면만 살짝 그을려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민간 검증업체인 새한티이피는 시험 조건을 조작해 검사를 통과할 수 있도록 했다. 만약 허위 부품을 그대로 썼다가 원전에 화재라도 발생했을 때 당할 재앙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부산과 서울을 왕복하고도 남는 길이의 케이블을 몇 년 동안이나 깔면서도 까맣게 몰랐다는 점도 이해되지 않는다. 이런 허위 부품을 납품할 수 있었던 것은 부품업체와 한국수력원자력의 뒷거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런 사실은 검찰의 수사를 통해 확인됐다. 수백억원대의 케이블 교체 비용과 대체 전력원 구입비용 등 예상되는 피해액은 무려 3조원대라고 한다. 업체의 비리가 초래한 피해치고는 가히 천문학적인 숫자다. 신고리 3, 4호기의 발전용량은 각각 140만㎾, 총 280만㎾다. 100만~200만㎾의 전력 때문에 블랙아웃이 되느냐, 마느냐가 결정되므로 신고리 원전의 중요성은 실로 크다. 더욱이 현재 원전 23기 가운데 3기는 짝퉁 부품 사용으로 가동이 중단돼 있다. 내년 여름과 겨울 전력난은 불 보듯 뻔하다. 이미 일은 저질러진 것이고 관련 당국이 임시 발전소 가동이든, 절약이든 전력 대책을 지금부터 세워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잖아도 당국은 신고리 원전의 송전 통로인 밀양송전탑 공사 과정에서 주민들과 극심한 마찰을 빚었다. 그런 마당에 이번 일이 벌어졌고 공사와 관련해서도 미심쩍은 점이 많다. 신고리 원전에 엉터리 부품이 공급된 사실을 한수원 측이 검찰에서 통보받은 때는 지난 6월이다. 그런 사실을 모른 척하며 공사를 강행해 놓고 이제야 문제가 생겼다고 하면 주민들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벌써 주민들과 송전탑 반대 단체들은 공사를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어차피 공사가 지연될 것이라면 주민들과의 협상 시간이라도 벌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송전탑 공사를 일단 멈추고 주민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더 갖기 바란다.
  • 美상원 부채한도 타결 임박… 백악관 회동 연기

    美상원 부채한도 타결 임박… 백악관 회동 연기

    미국 상원 여야 지도부가 14일(현지시간) 내년도 예산안 및 국가부채 한도 증액안에 거의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재무부가 디폴트 시점으로 제시한 17일 이전에 극적 합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의회 민주당 및 공화당 지도부와 백악관에서 회동할 예정이었으나 협상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일단 이를 연기했다.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해리 리드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와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회동 후 협상 타결을 낙관했다. 리드 대표는 양당 상원의원들에게 “이번 주 안에 합리적인 합의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점에 매우 낙관적”이라고 밝혔고 매코널 대표도 “양당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리드 대표의 낙관론에 공감한다”고 화답했다. 이들은 오후 상원 본회의에서도 협상 타결이 머지않았음을 시사했다. 리드 대표는 “우리는 대단한 진전을 이뤘다”며 “아직 목적지에 닿지 않았고 더 인내해야 하겠지만 행운과 여러분의 지원이 도와준다면 아마도 내일(15일)은 좋은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코널 대표도 “어제에 이어 오늘도 아주 좋은 하루였다”며 “상당한 발전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 더 진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우호적인 분위기를 이어갔다. 오바마 대통령도 기자들에게 “상원 쪽에서 뭔가 진전이 있는 것 같다”면서 “합의 정신을 잘 살려 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리드 대표는 매코널 대표에게 폐쇄(셧다운) 상태에 있는 연방정부의 문을 일단 12월 말까지 열 수 있게 하고 국가부채 한도는 내년 하반기까지 올려 주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매코널 대표가 이 제안을 거부함에 따라 양측은 정부 문을 내년 1월 15일까지 잠정적으로 열고 국가부채 한도는 내년 2월까지 올리는 것으로 의견을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화당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안) 수혜자의 소득 증명을 강화하는 쪽으로 의견을 접근시켰다. 상원이 협상 타결에 성공해 예산안과 부채 한도 증액안을 통과시키면 공은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으로 넘어간다. 하원이 상원 합의안을 부결시키면 협상 타결은 없었던 일이 된다. 지난해 말 ‘재정절벽’ 협상 때도 상원 중재안이 하원에서 통과됐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하원이 수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한 편이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2013 국정감사] 與 “정쟁 중단 대국민 선언하자” 野 “정략적 제안”… 사실상 거부

    새누리당은 국정감사 첫날인 14일 민주당에 정쟁을 중단하자는 내용의 대국민 선언을 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면서 사실상 거부의 뜻을 밝혔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에 정쟁 중단 및 민생 우선 대국민 선언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최 원내대표는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 4자 회동을 통해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에 집중할 것을 약속하는 대국민 선언을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원내대표는 “국민의 인내심이 이미 바닥났다. 여야 모두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진영 논리와 당리당략 등 정치적 관점이 아닌 국민의 삶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최 원내대표의 제안에 의심의 눈초리로 대했다. 이언주 대변인은 국회 현안 브리핑을 통해 “정부의 국정 실정을 덮으려는 얄팍한 술수가 아닌지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논평했다.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새누리당이 진정성이 있다면 사전에 민주당에 정식으로 제안했어야 한다”면서 “입으로만 정쟁 중단을 이야기하는 것은 정략적 제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여야의 정치적 선언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국감장에서 실질적으로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는 주장이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에서 “민주당은 이번 국감에서 정쟁이 아닌 민주주의와 민생 챙기기에 매진할 것”이라면서 “박근혜 정부의 민생복지 공약의 후퇴를 철저하게 따지고, 경제민주화와 복지의 확대를 통해서 벼랑 끝에 내몰린 민생을 살려낼 것”이라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부활 25년, 국정감사를 감사한다] 피감기관과의 자료 갈등

    [부활 25년, 국정감사를 감사한다] 피감기관과의 자료 갈등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소속의 A 의원은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최근 35년치 자료를 한꺼번에 받아냈다. A 의원실은 “세부 자료는 길지만 제출받은 통계 자체는 분량이 많지 않다”면서 “폐쇄적 운영의 대명사가 돼 버린 원안위의 문제를 파헤치려면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2010~2013년 사이 작성된 모든 문서 목록’ ‘△△부 전체 간부의 청와대 출입 기록 일체’ 등을 요구한 의원도 있다. 이 자료를 요구받은 담당 공무원은 “1년 생산 문서만 400만건 이상이다. 일부만 추려도 수만 쪽”이라면서 “해도 너무한다”고 푸념했다. 자료 제출을 둘러싼 국회와 피감 기간의 신경전과 갈등은 올해도 변함없다. 의원실은 막무가내식으로 통계를 요청하고 행정부는 난수표 같은 서류 뭉치를 던져 놓는 물량 공세에 면피성 자료 제출로 맞대응하고 있다. 서울신문의 취재 과정에서도 양측은 서로 손가락질하며 책임을 미뤘다. 기초연금, 4대 중증 질환 등 대선 공약 관련 자료 요청이 쏟아지고 있는 보건복지부의 한 국장은 “‘기초연금 관련 회의록 일체’ 식으로 너무 포괄적으로 자료를 달라고 한다”면서 “확정 사안도 아니고 진행 중인 부분에 대해서까지 자료를 요구하면 공무원 중 누가 소신껏 정책을 추진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익명을 요청한 중앙부처 고위 관계자는 “부처 특성상 개인 정보를 포함한 자료를 ‘일단 달라’고 요청받을 때가 많은데 난감하기 짝이 없다”고 토로했다. 중앙 및 지방행정부처에서는 의원들이 민원 해결에 사용하거나 심지어는 개인 논문을 쓰기 위해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고도 믿고 있다. 국회 입장에서도 불만은 쌓여 있다. 자료 제출을 최대한 늦추다 국정감사 당일에 몰아주면서 불리한 질의를 피해 가는 부처, 문의하는 보좌진에게 “이런 것도 모르냐”며 면박을 주는 공무원 등 유형도 다양하다. 지난주 산업통상자원위 소속의 한 여당 의원 사무실에는 한 기관의 자체 감사 보고서로 가득 찬 사과 상자 하나가 배달됐다. 담당 보좌관은 “질의 자료를 만들려면 단순 통계뿐 아니라 문제가 되는 사항을 일일이 다 들여다봐야 하는데 난감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런 항의성 물량 공세를 당하다 국감 전날까지 요구 자료가 도착하지 않으면 보좌진의 인내심도 한계에 이른다. 교문위에 속한 한 보좌관은 “예컨대 ‘공연장별 관광객 현황’처럼 쟁점 자료가 아닌데도 ‘통계를 뽑고 있다’는 말만 반복하다 국감 당일에야 챙겨 오는 부처도 많다”면서 “이쯤 되면 국감을 하지 말자는 뜻”이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국감 때 새누리당 문방위(현 교문위) 소속 한 의원실에는 일선 학교로부터 항의 전화가 쏟아졌다. 알고 보니 서울시교육청이 ‘학교별 성과급’ 통계 자료 제출을 각 학교에 미루는 바람에 학교마다 의원실로 민원을 제기한 것이었다. 의원실 관계자는 “교육청이 자체 자료를 활용해 충분히 낼 수 있는 결과물을 하급 기관에 떠넘김으로써 의원실로 항의 전화를 하도록 유도한 셈”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의 한 보좌관은 “공공정보 공개의 시대라지만 부처의 비밀주의, 보신주의는 아직 끝이 없다”면서 “우리가 캐고 싶은 민감한 회의록은 꼭 축약본을 내는 통에 도무지 내용을 알 수가 없다. 그러면 관련 기관에 다시 ‘크로스 자료 요청’을 하는데 국회나 피감 기관이나 일을 두 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처종합·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시각디자인 교수, 옻칠과 소통하다

    시각디자인 교수, 옻칠과 소통하다

    “자개 위에 옻칠을 해 다시 칠이 속까지 들어가야 해요. 칠이 굳으면 칼로 깎아 광을 냅니다. 안 그러면 뿌옇습니다. 이리도 복잡하니 인내심이 필요합디다. 그런데 내겐 인내심이 아니라 호기심이 컸어요. 이리하면 다음에는 어찌되는지….” 평생을 시각디자인과 교수로 살아온 나성숙(61)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9년 전 불현듯 ‘전통’에 관심이 쏠렸다. 신문기자인 남편이 급작스럽에 생을 마감한 뒤 물밀듯 밀려온 허탈감에 인생의 목적이 무엇인지 반문하던 시절이었다. 학부시절 은사가 “전통(공예)을 하고 싶었는데 못했다”며 탄식하는 소리를 엿듣고, 전통으로 작품을 풀어내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전통공예건축학교 소목 과정에 등록해 무작정 옻칠에 빠져들었다. 50대에 입문한 옻칠은 옻칠화의 영역으로 넓어졌다. “난생처음 옻을 따러 갔는데 국내에 채취하는 사람이 10명도 안 된다고 합디다. 옻 따는 날은 시연을 할 정도랍니다.” 그는 작품을 표현하는 마지막 방법으로 전통 옻칠을 택했다고 말했다. 작업 과정은 칠 작업을 하며 전승과 현재, 그리고 이해라는 정반합의 이론을 확인하는 구도의 과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반발도 만만찮았다. “저거 가짜야”, “남의 일거리 빼앗지 말라” 등의 비난이 곳곳에서 빗발쳤다. 순수작가인지 공예가인지 구분할 수 없다는 비아냥도 들었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작가는 한옥 지붕의 선과 창호, 모란꽃 등을 나전과 금박으로 풀어냈다. 나전을 손으로 뚝뚝 끊어 붙이거나, 제작 과정의 중간 단계인 골회 바르기를 따로 떼어내 작품화했다. 원목 목판에 제작된 작품을 옻칠판에 그대로 붙이기도 했다. 물론 옻칠이 바탕이 된 작업이다. “옻칠 작품은 숙련된 노동으로만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 나 교수는 오는 24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35점의 작품들로 전시회를 연다. 이순을 갓 넘긴 작가가 인생의 한가운데서 되새긴 예술의 의미를 되짚어볼 수 있는 자리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단체장 발언대] 진익철 서초구청장

    [단체장 발언대] 진익철 서초구청장

    호텔 짓기가 쉬워진다. 유흥주점 같은 청소년 유해시설이 없다면 호텔을 세우기 쉽도록 정부가 규제를 풀어 경기를 살린다고 한다. 해외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해 외국인 환자에게 맞춤형 ‘레지던스 호텔’ 양성화와 법률 개정을 건의해 왔던 서초구의 노력도 결실을 볼 수 있게 됐다. 불합리한 규제를 풀어 투자유치에 성공한 사례는 서초구 우면동에도 있다. 1만평이 넘는 연구개발 부지가 수년째 방치돼 있었다. 낮은 용적률과 층수제한 때문에 어느 기업도 투자하려 들지 않았다. 국토해양부 등 관련부서와 지속적 협의 끝에 용적률을 높이고 층수 제한을 완화해 기업들이 관심을 갖게 됐다. 결국 1조 3000억원의 민자를 유치했다. 공사기간 3년 동안에는 210만명의 일자리가 생기고, 2015년이면 석·박사 1만명이 상주하는 세계적 디자인 소프트웨어 연구단지가 들어선다. 그러나 규제를 푸는 것에는 늘 리스크가 따른다. ‘괜히 일을 벌여 오해나 사지 않을까?’ 공무원들이 현상 유지를 선호하는 이유일 게다. 음모론이 전 국민에게 생활화된 사회라고 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아이돌 스타의 작은 스캔들조차도 정치적 물타기로 해석하는 시대라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규제완화에 따르는 리스크는 괜한 염려였을까. “너무 고지식해 직원들이 힘들어서 싫다고 해요”라는 말을 종종 듣기 때문이다. 현금으로 쓴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매일 공개하고 100만원만 넘어도 수의계약을 못하도록 방침을 추진하며 듣는 말이다. 융통성 없고 피곤하게 하니 인기가 있겠느냐는 뜻이다. 하지만 전례 답습을 깨려면 융통성을 허락할 여유가 없으니 아이러니하게도 제도 개선은 고지식한 원칙주의를 동반한다. 3년 전 구청장으로 와 보니 해묵은 민원 대부분은 부서 간 칸막이와 소통 부재가 원인이었다. 시스템을 바꿔야 했다. 구청 주요 현안은 담당부터 관련 팀장, 과장, 국장, 부구청장, 구청장 그리고 필요 시 외부 전문가와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난상토론으로 즉시 답을 만드는 ‘현안회의’를 정착시켰다. 행정의 투명성이 높아졌고 주민들은 속도감에 놀랐다. 토론준비에 바쁜 부서는 당연히 힘들어 했지만 ‘정책 결정과정 공개’는 이제 서초구 행정의 제1원칙이 됐다. 검증된 원칙이라면 예외를 배제해야 하고, 효과가 적고 불편만 가중시키는 원칙이나 법규는 과감히 고치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3선을 두고 여론은 일제히 ‘철의 여인’ 대처와 비교하며 메르켈의 엄마 리더십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하지만 존재 이유에 맞는 역할을 하려면 가끔 정감 있는 인간미를 숨기는 인내심도 필요하지 않을까. 단체장에게 요구되는 것은 무던한 전례 답습이 아닌 어머니의 마음을 품은 냉철한 철의 정신이다.
  • [열린세상] 문화귀촌/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열린세상] 문화귀촌/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귀농·귀촌 2.0시대라고 한다.<서울신문 8월 24일자> 이선철 용인대 교수는 강원도 오지 평창군 평창읍 이곡리에 귀촌한 지 11년째가 된다. 영국에서 문화기획을 공부하고 귀국 후 굵직한 공연과 행사기획, 문화예술단 경영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그러다 지친 몸을 추스르기 위해 귀촌을 행했는데, 굳이 분류하자면 초창기 ‘문화귀촌’이다. 평창 오지 마을 폐교를 ‘감자꽃 스튜디오’라는 문화 공간으로 바꾸어, 외부와의 교류를 통해 지역 활성화에 기여함으로써 문화귀촌의 성공 사례가 되고 있다. 버려졌던 폐교가 내로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연구와 창작 공간이 되었고, 이것을 매개로 다양한 문화활동을 전개함으로써 산골 오지가 명소로 변하였다. 최근 읍민, 군민 대상을 수상했는데, 그가 두 가지 수상에 기뻐하는 이유는 마침내 주민 속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의미 때문이다. 부대끼는 가운데 농촌 주민 공동체가 생각보다 복잡계(複雜界)라는 사실을 경험했다. 수저 개수를 알 만큼 친밀한 관계의 이면에는 대를 이은 애증의 관계가 있었고, 그것은 혈연, 각종 단체와 이익집단 소속, 공식·비공식 모임 등을 통해 나타나고 있었다. 당초 주민을 주인공으로, 지역 자원과 환경을 가능한 한 있는 그대로 활용하는 문화 활동으로 외부와의 소통과 교류증대를 가져오고 이를 통해 지역 활성화를 이루어 보겠다는 목표를 가졌다. 이 목표에 어느 정도 근접하고 있는 데는 이런 관계의 복잡성을 안 것이 중요했다. 귀촌 정착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인내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요즈음 지역마다 문화행사가 넘친다. 여전히 주민끼리의 잔치, 전문업체 주관의 지역 특산품 판촉행사, 위문공연 차원의 전시적 행사가 많다. 현지 주민은 외부와 소통·교류 없는 고립된 주인공이 되거나 아니면 단순한 구경꾼이 된다. 이런 축제는 오히려 주민 간 갈등의 불씨가 된다. 그런 가운데 지역 주민과 자연 환경을 그대로 활용하여 외부와 소통·교류의 장이 되는 문화행사로 성공한 예도 늘고 있다. 감자꽃 스튜디오는 최근 지역 자원을 있는 그대로 활용하는 ‘마당스테이’를 기획했다. 산촌 가옥 마당을 캠핑장으로 하고, 주인 노부부는 시골 밥상을 제공한다. 감자꽃 스튜디오는 주민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기획하여 산골에서 가을 주말을 보낼 수 있게 한다. 마당에서 머물며 주인 어르신이 제공하는 시골밥상을 통해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며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교류의 출발이 될 수 있다. 외부 가족과 주민들이 참가하는 문화행사는 청소년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어른들에게는 향수와 추억을 남겨 준다. 노령화된 산골 마을이 활기를 찾게 된다. 이처럼 농산어촌 자연환경에 자신의 경계를 과감히 뛰어넘는 문화예술인의 열정이 더해져 나타나는 문화귀촌의 위력을 최근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산업화 과정에서 텅 빈 듯했던 농산어촌은 여전히 사람들이 공감하는, 살아온 흔적과 자연환경이라는 훌륭한 문화기반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것들을 활용할 사람이 필요했다. 시설이라는 하드웨어와 프로그램이라는 소프트웨어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있는 그대로의 농산어촌 문화자원을 채굴해 내는 인내와 통찰력을 갖춘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하드웨어를 강조하여 방치·애물화되는 시설, 소프트웨어를 강조하여 유사한 행사가 남발되는 사례를 볼 때 지역마다 특색 있는 문화자원을 분별하고 거기에 열정을 더하여 차별화할 줄 아는 사람이 새삼 중요하다. 최근 정부는 다양한 농산어촌 활력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끼와 열정을 농산어촌 지역에서 펼쳐보고자 하는 문화예술인의 귀촌과 정착 방안을 체계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이들을 활용하여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뛰어넘는 ‘휴먼웨어’라는 기반을 농산어촌에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 감자꽃 스튜디오 모델도 참고할 만하다. 군(郡)은 폐교를 매입하고 도(道)와 중앙정부의 지원을 활용하여 기본 시설을 갖추었다. 이를 이 교수가 위탁경영하는 모델이다.
  • [데스크 시각] ‘주연:시리아·이란, 조연:북한’ 영화 씁쓸히 막 내리나?/김미경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주연:시리아·이란, 조연:북한’ 영화 씁쓸히 막 내리나?/김미경 국제부 차장

    여기 영화 한 편이 있다. 미국이 중동의 소위 ‘나쁜 친구들’인 시리아·이란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내용이다. 영화 전반부 주인공은 시리아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다. 지난 8월 21일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를 살포해 민간인 1400명이 목숨을 잃자 미국이 시리아를 공습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를 반대하는 러시아와 줄다리기 끝에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안에 합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를 만장일치로 채택한다. 여기서 잠깐, 갑자기 북한이 등장한다. 지난 8월 28일 미 정부 고위관계자가 “시리아에 군사 개입을 하지 않으면 화학무기를 비축한 북한 정권에 위험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처음 언급한다. 이후 존 케리 미 국무장관,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 수전 라이스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시리아 군사 개입 당위성을 강조하며 북한을 수차례 끌어들인다. 미 국방부는 북한이 엄청난 양의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북한과 시리아 간 ‘화학무기 커넥션’이 있다는 해묵은 의혹도 제기한다. 미국이 시리아를 때리기 위해 북한처럼 훌륭한 조연은 없는 셈이다. 영화 후반부는 이란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주인공이다. 무대는 지난달 17일 개막한 제68차 유엔총회로 옮겨간다. 지난 8월 취임한 로하니 대통령은 총회 참석 전후로 핵문제를 협상으로 풀겠다는 의지를 밝힌다. 이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양국 수반 간 34년 만의 첫 전화통화로 화답하면서 화해 무드가 조성된다. 북한은 여기서도 충실한 조연으로 등장한다. 미 백악관 관계자는 이스라엘이 이란을 북한과 비교한 것에 대해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가지고 있지만 이란은 아니다”며 이란과의 핵협상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북한의 핵보유국 논란까지 불사한다. 북한이 이란 덕분에 관심을 받는 듯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란을 26차례, 시리아를 21차례나 언급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언급은 한 번도 하지 않는다. 영화는 엔딩크레디트 ‘감초 조연’에 북한을 올리며 씁쓸하게 막을 내린다. 화면 마지막 한 줄도 눈에 띈다. “미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시리아·이란 문제를 외교적 협상으로 풀기로 하면서 무거운 짐을 덜어 놓는다….” 잠깐만, 그럼 북한은? 미국과 북한 간 지난해 ‘2·29 합의’가 깨진 뒤 북한은 천덕꾸러기가 됐다. 북한을 못 믿는 미국은 ‘전략적 인내’를 내세워 6자회담을 방치하고 북한 문제를 한국·중국 등에 ‘아웃소싱’하려고 한다. 케리 장관이 최근 “북한이 비핵화에 나선다면 불가침 조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발언도 립서비스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미 연방정부 일시 폐쇄로 오바마 대통령은 그렇게도 중시한다던 아시아 순방을 취소했다. 한국은 북핵 위협을 이유로 미측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를 요구하고 있지만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특보는 최근 기자와 만나 “전작권 전환을 연기하려면 원자력협정 협상 등과 주고받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동맹이 북핵 해결에 도움은커녕 부담만 된다면 이제는 한국 정부가 더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은 전작권 연기 등 미국에 의존하는 것보다 우리 스스로 창조외교에 나설 때 가능한 것이다. 이제는 남한과 북한이 주연인 영화를 찍을 때가 됐다. chaplin7@seoul.co.kr
  • 조선사회의 불편한 진실

    [이 개만도 못한 버러지들아] 정약용 지음/노만수 엮어옮김/앨피/404쪽/1만 6800원 조선시대의 학자 정약용을 잠시 되돌아본다. 18세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한국 최고의 실학자이자 개혁가다. 실학자로서 그의 사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개혁과 개방을 통해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주장한 인물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가 한국 최대의 실학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시대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대한 개혁 방향을 제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있다. 정약용을 떠올리면 오랫동안 겪어야 했던 귀양살이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귀양살이는 그에게 깊은 좌절도 안겨 주었지만 최고의 실학자가 된 바탕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인내와 성실, 용기로 큰 업적을 이루어 냈다. 불세출의 학자이자 경제가로 유명한 정약용은 그렇게 우리 후세들에게 남아 있다. 위당 정인보는 “다산 선생 한 사람에 대한 연구는 곧 조선사의 연구요, 조선 근세사상의 연구요, 조선 심혼의 명예(明?) 내지 온 조선의 성쇠존멸에 대한 연구”라고 말한 바 있다. 신간 ‘이 개만도 못한 버러지들아’는 조선시대의 불편한 사회 이면을 고발하는 내용이다. 정약용의 사회비판적 논설과 한시, 소설, 편지글 등을 주제별로 엮었다. 18세기 후반의 요동치는 정치사회사 및 다산 개인의 삶과 연결지어 흥미롭게 풀어 쓴 ‘참여작가 다산’ 연구서인 셈이다. 다산의 올곧은 성품과 치열한 사회비판 의식 및 인간적인 매력뿐만 아니라 당시 조선사회가 안고 있던 각종 문제점들과 시대적 한계를 성찰한다. 이 책의 특징은 다산을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한 타이틀, 즉 참여파 작가라고 규정한 뒤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는 점이다. 다산을 실학자로 만든 사회 상황, 다산이 실학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당대의 정치환경을 통해 다산을 ‘시대를 아파하고 세속에 분개한’ 깨어 있는 비판적 지식인으로 만들었다는 대목에 방점을 찍고 있다. 부조리한 사회 환경과 그에 대한 예민한 자각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아는 ‘한 시대의 거봉’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0년 전 조선 사회, 그리고 지금의 한국 사회 현실이 결코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눈길이 간다. 귀양지에서의 가르침도 새롭게 다가온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문화마당] 책, 아날로그적 감성 속으로/이애경 작가

    [문화마당] 책, 아날로그적 감성 속으로/이애경 작가

    일본 도쿄 서부에 시모키타자와라는 동네가 있다. 아기자기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많고 후루기라고 불리는 구제 옷과 액세서리를 파는 상점들이 한 집 건너 하나씩 장사를 하고 있는 개성 넘치는 동네다. 역 출구를 중심으로 남쪽과 북쪽 지역이 확연히 분위기가 다른데, 우리나라로 치면 홍대와 가로수길을 조합해 놓은 곳이라고 할까. 며칠 전 시모키타자와에 있는 한 북카페에 들르게 되었다.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서너 평 되는 작은 도서관인데 작가, 사진가, 문화예술가 등 스무 명의 지각 있는 지식인들이 뜻을 모아 토론과 문화 활동을 하기 위해 마련한 아지트다. 이곳에는 인종차별문제, 베트남전쟁, 공해문제 등이 중요시되던 1960~70년대의 대항문화(counter culture)에 관한 책들을 모아놓았는데, 당시 출간된 책들부터 현재 출간된 것까지 다양한 책들이 작은 공간의 세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조금 열린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가니 열띤 토론을 하던 두 여인의 시선이 내게 향한다. 학생으로 보이는 한 명은 2층 다락에서 열심히 골라놓은 책들을 읽고 있었다. 영업시간은 저녁 6시부터라 커피를 판매할 수는 없지만 책은 마음껏 읽어도 좋으니 구경하라고 하면서 주인으로 보이는 여성이 다시 조곤조곤 말을 섞는 토론에 들어간다. 잠시 뒤 다락에 있던 청년이 내려와 다시 책을 고르기 위해 손가락으로 책 목록을 훑는다. 우리나라에 있는 북카페를 몇 번 가봤고, 북카페로 포장된 프랜차이즈 카페들도 가봤지만 책들은 카페의 분위기를 우아하고 클래식하게 만들어주는 장식품의 역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 언제나 안타까웠다. 그곳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책을 읽기보다는 노트북을 켜놓고 공부를 하거나 업무에 관계된 일을 한다. 우리나라 한 지자체에서는 시민들을 위해 야심차게 북카페를 만들었지만, 관리가 되지 않아 정작 시민들에게는 외면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카페에 있던 운영인에게 물으니 이곳에는 책을 읽으러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하고, 새로운 출판 아이템을 찾아가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요새 일본 젊은이들이 책을 많이 읽지 않고 스마트폰에 허비하는 시간이 많아져서 참 큰일이라며 일본의 독서 풍토 변화를 심각한 투로 내게 전달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눈에 비친 일본은 여전히 책을 읽고 있었다. 동네마다 소형서점이 살아 있고, 간다 지역의 중고서점가는 활기를 띠고 있으며, 지하철에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을 서너 명씩은 볼 수 있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어 가고, 책이 사라져 가는 대한민국의 현실과 비교해볼 때 일본에는 아직도 책이 사람들 손에 살아 숨쉬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찰스 엘리엇은 ‘책은 가장 조용하고 변함없는 벗이자,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고 가장 현명한 상담자, 가장 인내심 있는 교사’라고 했다. 완연한 가을로 접어드는 요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어줄 친구 한 명을 만들면 어떨지. 책장에 꽂힌 지 몇 년이 넘은 베스트셀러도 좋고, 최근 친구에게서 추천 받은 책도 좋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차가운 액정이 아니라 손가락에 착 안기는 아날로그 종이의 향기와 감촉이니 말이다.
  • “美, 첫 공격 목표는 北… 南 적대적 행위 여전”

    박길연 북한 외무성 부상은 1일(현지시간) “북한은 (남북한)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남한은 여전히 적대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 부상은 이날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국군이 국군의 날에 탄도미사일 ‘현무Ⅱ’와 장거리 순항미사일 ‘현무Ⅲ’, 해안포 부대 타격용 ‘스파이크 미사일’ 등을 처음 공개한 것을 거론하면서 “남한의 태도는 남북한 관계를 과거처럼 또다시 파괴적인 단계로 되돌리는 위험천만한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은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군사력을 통한 패권 장악을 목표로 북한을 첫 번째 공격 목표로 삼고 있다”며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청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유엔의) 제재조치는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박 부상은 “대화와 협상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끝장내려는 우리의 입장은 여전하다”면서 “북한은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해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핵 군축 협상을 조속히 개시해야 하며 핵무기 사용 금지를 규정한 구속력 있는 국제법적 문서들이 작성돼야 한다”고 말해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기존 전략을 되풀이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자주권 인정,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 남한 내 유엔군사령부 해체, 북한에 대한 각종 제재조치 즉각 중단 등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지상파 하이라이트]

    ■한국인의 밥상(KBS1 밤 7시 30분) 경남 합천 해인사는 높고 험한 산들로 둘러싸인 자연환경 덕에 팔만대장경이라는 귀중한 문화유산을 품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거친 땅에 기대어 살아야 했던 산촌 사람들의 삶은 더욱 고단했을 터. 척박한 환경을 일구어 소중한 한 끼를 만들어 내는 산촌의 다랭이마을 사람들. 빨리 찾아드는 겨울을 대비하는 지실마을의 지혜로운 밥상을 만난다. ■세상의 모든 다큐(KBS2 밤 12시 30분) 어렸을 때부터 말을 심하게 더듬었던 영국의 요크 공(조지 6세)은 라디오 시대의 개막과 함께 국왕이 되면서 수많은 군중을 향해 연설해야 하는 일이 잦아진다. 결국 요크 공은 언어치료사와 함께 오랜 세월 집중적으로 연설문 낭독을 연습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 내면의 공포를 극복하고 국민에게 단결을 호소하는 연설문을 낭독할 수 있게 됐다. ■불온(MBC 밤 10시) 성종시대 의문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서얼 출신인 신출내기 한성부 관리 준경은 이 사건을 해결해 호위무관이 되어 출신의 아픔을 씻으려 한다. 수사 결과 준경은 성종의 숙부 창원군이 범인이라 생각하지만, 뜻밖의 지목에 모두 난색을 표한다. 대체 어찌하면 왕의 숙부를 잡아들일 증거를 댈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찾아낸들 성종은 종친을 벌할 수 있을까. ■극한직업(EBS 밤 10시 45분) 매일 밤이면 총성이 울려 퍼지는 곳이 있다. 경북 울진군은 전국에서 야생동물이 가장 많이 출몰하는 지역 중 하나로 지난해 포획된 야생동물만 700마리가 넘는다. 올해는 800마리가 포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농민들의 시름을 덜어주고자 지난 8월, 10년 이상 경력의 전문 엽사들이 모여 야생동물 피해 방지단을 꾸렸다. ■세계테마기행(EBS 밤 8시 50분) 벽화로 유명한 슈메이너스. 전통 원주민이 그려진 벽화부터 대자연의 모습과 목재 운반 과정, 그리고 서부개척시대까지 다채로운 벽화가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원래 목재 산업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매년 전 세계 곳곳으로 목재를 실어 나르던 슈메이너스 때문에 주변의 원시림은 점점 말라갔다. ■아버지와 딸(OBS 밤 11시 5분) 올해 나이 스물일곱의 솔이씨에게는 네 살짜리 아들이 있다. 겨우 스무 살에 지독한 사랑에 빠져 결혼했지만 스물넷에 다시 이혼녀가 됐다. 자식이라곤 둘뿐인 아버지에게는 지켜보기 너무 힘든 일이었다. 막내딸 솔이씨의 임신과 출산, 이혼까지. 4년 동안 아버지는 그런 딸의 곁에서 인내와 눈물로 지내야 했다.
  • “아빠 지금 화나고 창피하단다” 부모 감정 아이에게 솔직하게

    “아빠 지금 화나고 창피하단다” 부모 감정 아이에게 솔직하게

    누구나 자녀의 감정을 존중하는 현명한 부모가 되고 싶어 한다. 자녀의 행동에 한계를 정해 주고 그 한계 속에서 칭찬하고 꾸중하는 일관된 원칙을 지닌 부모를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어린이집에선 친구 물건을 빼앗거나 반대로 일방적으로 빼앗기는 아이 때문에 속이 상하고, 거짓말하는 초등학생 자녀 때문에 걱정하고, 문 닫고 틀어박힌 사춘기 자녀 때문에 화를 낸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서울시교육연수원이 소속 교직원 70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행복한 학부모 감정코칭 과정’은 학부모들이 느끼는 이상과 현실의 격차를 줄여 보기 위해 기획됐다. 강사로 나선 강용 한국심리상담센터장은 30일 “자기 감정에 솔직한 부모가 아이 감정을 잘 알고, 부모와 감정적 소통이 이뤄진 자녀가 피해의식 없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며 ‘감정코칭형 부모’가 될 것을 제안했다. 아이가 감정을 표현할 때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고, 아이와의 정서적 교감을 시도하는 이상적인 부모가 ‘감정코칭형 부모’라고 강 센터장은 설명했다. 감정코칭형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역으로 스스로의 양육방식을 점검해야 한다. 최소한 감정코칭형과 대비되는 부정적인 양육방식은 피하자는 얘기다. 강 센터장은 감정코칭형과 다르게 지양해야 할 양육방식으로 축소전환형, 억압형, 방임형 등 3가지를 소개했다. ‘축소전환형’은 자녀가 무조건 밝아야 한다고 생각해 아이의 문제에 무관심하고 회피하는 성향을 말한다. 자녀가 울 때 “뚝 그치면 이거 줄게”라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화제를 전환해 버리는 유형이다. 이처럼 자신의 감정 반응에 대한 피드백을 받지 못한 자녀는 스스로의 감정조절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지나치게 관대해 한계 없이 자녀의 감정을 다 받아 주는 ‘방임형’은 자녀의 대인관계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야기시킨다. 방임형과 반대로 무조건 꾸중하는 ‘억압형’은 자녀의 반항을 부를 수 있다. 강 센터장은 부모가 먼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것과 자녀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두 가지 과정을 제안했다. 자녀를 야단치기보다 “엄마가 지금 화가 나고 창피해”라고 솔직하게 말해 자녀가 부모의 감정 상태를 이해할 수 있는 길을 터주라는 것이다. 자녀 감정을 들여다보기 위한 손쉬운 감정코칭 습관으로는 자녀가 말할 때 “왜”라고 묻기보다 “어떻게”라고 묻는 방법을 제안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새 영화] ‘어떤 여인의 고백’

    [새 영화] ‘어떤 여인의 고백’

    ‘어떤 여인의 고백’은 한 편의 연극 같은 영화다. 무대는 전쟁의 포화로 폐허가 된 아프가니스탄의 작은 마을이다. 이곳에서 죽음은 일상화됐다. 프레임 바깥에서는 시종일관 총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은 폭격으로 불에 탄 자동차를 장난감으로 여긴다. 이웃이 “괜찮냐”고 안부를 물어오면 “살아 있다”는 대답을 돌려준다. 여인(골쉬프테 파라하니)은 어떤 남자를 돌보고 있다. 여인보다 훨씬 나이 들어 보이는 이 남자는 전장에서 총을 맞고 식물인간이 된 여인의 남편(하미드 드자바당)이다. 여인은 의식을 잃은 남편에게 그동안 쌓아왔던 속마음을 조금씩 풀어놓는다. 그런데 여인의 모놀로그에 담긴 감정은 사랑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오랜 차별과 폭력의 세월에 짓눌려 있던 여인의 이야기는 점차 한탄과 증오로 변해간다. 마을을 점령한 군인과 관계를 가지면서 여인은 성적으로도 각성하기 시작한다. 여인의 비밀이 담긴 이야기는 서서히 되돌릴 수 없는 파국의 지점으로 나아간다. ‘어떤 여인의 고백’은 2008년 프랑스에서 공쿠르상을 받은 소설 ‘인내의 돌’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소설의 원작자이자 감독인 아틱 라히미는 1962년 아프간 카불에서 태어나 소련의 침공 뒤인 1984년 프랑스로 망명했다. 감독은 여인의 고백을 통해 그동안 말해지지 못했던 이슬람 여성의 억압과 고독을 고발한다. 여인의 고백에서 드러나는 아프간은 여성이 물건처럼 거래되고 극단적인 정조(貞操)를 요구받는 반인권적인 사회다. 시아버지는 아무렇지 않게 며느리를 범하고, 생리는 불결한 것으로 치부된다. 차도르를 뒤집어 쓴 여인의 모습은 남성중심적인 이슬람 사회의 폐쇄성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영화가 현실을 과장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주연을 맡은 파라하니는 프랑스 패션 잡지에서 누드 사진을 촬영했다는 이유로 모국인 이란에서 입국 금지 통보를 받았다. 감독은 ‘천일야화’의 세헤라자데를 차용해 이야기의 주체를 전복시킨다. 이야기를 듣는 남편이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상태에 있고, 여인은 재미있는 이야기 대신 고통의 역사를 서술한다는 점이 다르다. 남편은 ‘인내의 돌’이 된다. 감독은 이모의 대사를 통해 페르시아의 전설에 등장한다는 ‘인내의 돌’을 이렇게 설명한다. “모든 고통과 비밀을 말하렴. 다른 누구에게도 말 못한 비밀을 들어주지. 그러다 어느 날 돌이 산산조각난단다. 그 순간 네 모든 고통이 사라질거야.” ‘인내의 돌’을 은유하는 영화의 시적인 결말은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다. 102분. 3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오늘의 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희에도 기초연금을!/강국진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희에도 기초연금을!/강국진 사회부 기자

    기초연금과 함께 세 가지 ‘봉인’이 풀렸다. 소득에 따른 차등 지급,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반비례, 현재세대와 미래세대의 갈등요소가 그것이다. 모두 만만치 않은 쟁점들이다. 제대로 된 논쟁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한 출발점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에서 강조했던 ‘모든 세대가 행복한 노후’가 아닐까 싶다. 그런 이유로 “이건희에게도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건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정책목표다. ‘터널 효과’라는 게 있다. 터널에서 길이 막히면 운전자들은 처음엔 ‘교통체증이려니’ 한다. 그렇게 조금씩 함께 터널을 빠져나간다. 옆 차선은 쭉쭉 지나가는데 내 차선만 제자리걸음이라면 어떨까. 처음엔 ‘우리 차선도 곧 뚫리겠지’ 하겠지만 슬슬 ‘왜 우리 차선만’ 하는 생각에 인내심은 바닥난다. 너도나도 끼어들기 시작한다. 터널 속은 아수라장이 된다. 결국, 터널 효과는 소득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가 대한민국 공동체를 붕괴시킬 수도 있다는 경고라고 할 수 있다. 독일 재상 비스마르크가 복지정책을 사상 처음으로 시행했던 것도 출구를 만들어 주자는 취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고양이를 무는 쥐가 되지 않도록 말이다. 복지는 곧 시혜이고, 남는 밥 던져주는 ‘잔여’였다. 복지가 ‘시민권’이 되고, 인권이 되고, 국가의 의무가 된 것은 대략 사회민주주의자들이 투쟁 끝에 정치권력을 쟁취한 20세기부터였다. 그런데 한국에선 지금도 여전히 ‘복지=적선’이란 인식이 강하다. ‘이건희까지 기초연금을 받아야 하느냐, 이건희 손자에게도 무상급식을 해야 하느냐’라는 말이 큰 호응을 얻는다. 뒤집어보면 ‘복지는 가난한 사람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을 바닥에 깔고 있다. 게으름 부리지 못하도록, 굶지 않을 만큼만 해주는 게 곧 이들이 생각하는 복지다. 하지만 내 생각은 반대다. 나는 이건희도 기초연금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건희 손자도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무상의료를 받아야 한다. 본인들이 받기 싫다고 해도 강제로 받게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 누구나 복지 혜택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건 헌법이 규정한 원칙이라는 점이다. 마을잔치에 빗댄다면 쌀이나 돈을 추렴할 때는 각자 형편에 따라 쌀과 돈을 내놓지만 잔치음식은 다 같이 나눠 먹는 법이다. 이건희 손자들이 복지 서비스를 받게 되면 복지 서비스도 그에 맞춰 최소한 ‘격’이 올라갈 테니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게 두 번째 이유다. 공공병원이 저소득층만 이용하는 곳이 아니라 삼성서울병원 같은 곳이 된다면 어떨까. 상상만 해도 유쾌해진다. 출구가 없는 사회는 붕괴 위험에 직면한다. 출구를 만들어서 내가 서 있는 차선도 터널을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적절한 조치를 통해 차선 간 불균형을 해소해 주면 자연스레 양보운전도 하고 사고위험도 줄어든다. 그렇게 다 함께 터널을 벗어날 수 있다.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지면, 다시 말해 ‘출구’가 없으면 교통규칙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린다. 터널에서 교통사고가 나서 불이라도 나면 모두 다 위험해진다. betulo@seoul.co.kr
  • 기업의 선행도 가난과 불평등 해결 못 한다

    [왜 기업은 세상을 구할 수 없는가] 마이클 에드워즈 지음/윤영삼 옮김/다시봄/208쪽/1만 4000원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적 사고방식은 모든 분야에 깊숙이 파고들었고 적용해야 할 마법의 철학으로 받들어진다. 시장경제는 물론 공공 서비스 부문, 심지어는 비영리단체며 시민사회운동에서도 기업적 사고방식은 예외없이 통용된다. 기업적 사고방식이 사회의 공공선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영역과 범위는 무한한 것일까. ‘왜 기업은 세상을 구할 수 없는가’는 기업의 태생적인 생리를 사회 현실에 연결시켜 대안을 제시한 책이다. 책에서 저자는 기업의 방식은 연대와 인내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변혁에 결코 맞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그 한계의 원인은 빠른 성과와 이를 달성하려는 경쟁의 원칙이다. 공공부문에 기업적 사고를 적용해 실패한 사례들은 도처에서 속출하고 있다. 책에서 소개한 사례만 봐도 후유증은 심각하다.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의 상수도 민영화 사업을 추진했던 영국의 컨소시엄은 철창 신세를 졌다. 상수도 민영화 사업을 추진한 칠레와 볼리비아는 물 전쟁을 벌였고 그 결과 양국의 상수도 요금은 무려 43%나 올랐다. 기업적인 방식을 도입하려다 조직이 축소 혹은 변질된 미국의 YWCA, YMCA, 적십자, 해비탯 같은 단체들의 실패 사례가 흥미롭다. 비영리단체와 박애운동 등 사회변혁을 추동하는 영역에서도 기업적인 방식은 만능의 해결사가 결코 아님을 실감나게 보여 주고 있다. 저자가 특히 주목한 부분은 시민운동과 기업적 사고를 적용한 사회적기업이다. 사회적기업가들은 호황일 때엔 ‘사회’ 쪽을 진지하게 고려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치면 시장 논리로 회귀하곤 한다.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나라에선 사회적기업이 ‘깨진 독에 물 붓는 꼴’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사회공헌 활동에 앞장서는 대기업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박애를 실천하는 기업들의 선행이 자본주의가 낳은 뿌리 깊은 가난과 불평등 문제까지 해결할 수는 없다고 단정한다. “역사적으로 어떤 위대한 사회적 대의도 시장을 통해 만들어진 것은 없다.” 저자는 결국 많은 사람들이 직접 참여해 배려와 연민의 공동체를 만들고 시민사회를 강화해야 한다고 매듭짓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문대성의 종아리 근육/임병선 체육부 부장급

    [세종로의 아침] 문대성의 종아리 근육/임병선 체육부 부장급

    남달랐다. 여느 축구선수의 종아리와 달랐다. 축구선수는 종아리 근육이 다리 뒤쪽으로 발달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의 오른쪽 종아리는 안쪽으로 발달해 있었다. 거의 뽀빠이 알통 모양으로. 함께 걷던 이는 발차기 동작을 단련하느라 그런 것이며 여느 태권도 선수들이 다 그렇다고 일러줬다. 도복에 가려진 인내와 고난을 엿보는 느낌이었다. 문대성(무소속) 의원의 종아리 근육을 눈여겨본 건 지난달 6일 전국걷기연합회가 80여명의 청소년과 함께 시작한 국토순례 여정에서다. 지금 돌아봐도 끔찍하게 후텁지근했던 날,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경기 하남시 미사리까지 한강물소리길을 걸었다. 기자임을 굳이 밝히고 싶지 않아 조용히 행렬을 따랐다. 문 의원은 자식 걱정 지극한 학부모가 따라오는 줄 알았을 것이다. 그는 여중생과 마치 삼촌·조카 사이처럼 얘기를 주고받으며 걸었다. 진로나 학교생활, 동생과의 다툼 같은 가족사 고민까지 나누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나중에 들으니 첫날 밤 집에 가서 잔 뒤 이튿날 다시 찾아와 미사리부터 남양주 다산마을까지 걸었다고 했다. 그의 이런 모습은 논문 표절이란 심판대에 올려진 궁색함 때문이리라. 얼마 전 도덕적 흠결로 물러난 박종길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도 올림픽공원역 근처에서 올림픽회관 근처까지 함께 걸었다. 추리닝 차림으로 나온 그는 차관회의에 늦겠으니 빨리 가시라는 주최 측의 만류를 뿌리쳤다. 못내 아쉬운 듯 터뜨리던 특유의 함박웃음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지난해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그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선수들과 지도자들을 못살게(?) 군 것은 널리 알려진 일. 그의 열정이 첫 체육인 출신 차관이란 영광으로 돌아왔지만 그 영예는 오래가지 못했다. 기자도 처음엔 평생 사격과 지도에만 매진해온 그의 차관 임명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관료를 통제하고 얽히고설킨 체육계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 때문이었다. 그 시점에 만난 체육계 인사들은 하나같이 기자의 좁은 식견을 꾸짖었다. 순박하기 이를 데 없는 박 차관이 그 열정 하나만으로도 거뜬히 소임을 해낼 것이란 믿음이었다. 매트와 사대(射臺)에서 쏟은 땀방울에 대한 보상으로 국회의원과 차관으로 변신한 두 사람의 오늘은 닮아 있다. 기자는 둘의 흠결이 직무를 그만둬야 할 만큼의 것인지 재량할 요량이 안 된다. 다만 ‘체육은 체육인에게’란 구호를 헛되게 하지 않을까 저어할 따름이다. 체육계 비리를 뿌리뽑겠다는 흐름에 삿된 감정이나 분란의 싹이 움트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체육계를 손보겠다고 공언해 놓고 뒤늦게 체육정책을 주관하는 체육국장을 경질한 것도 한참 앞뒤가 바뀐 것이었다. 애초에 경기단체들과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예산을 틀어쥐고 통제하던 문화체육관광부가 비리를 색출하겠다고 나선 것도 썩 어울리는 모양새는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박 차관이 물러난 지 보름이 넘도록 후임을 임명하지 못하고 있다. 체육인이 쏟은 땀방울과 헌신, 희생을 우리 사회나 정치권이 너무 가벼이 여기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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