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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옐런 “美 금리 인상 내년 4월 이후 될 것”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은 17일(현지시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내년 4월 이후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연준은 이날 제로(0) 수준인 현행 연 0~0.25%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초저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한다는 표현을 ‘인내심 발휘’로 바꿔 향후 정책 변화를 시사했다. 옐런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종료 후 기자회견을 열고 “위원회는 (기준금리) 정상화 절차가 앞으로 ‘두 번 정도’의 회의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내년 FOMC 정례회의가 1월과 3월, 4월에 열리는 점을 고려할 때 옐런 의장의 답변은 기준금리 인상이 내년 4월 이후 가시화될 것이라는 뜻이라고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연준은 FOMC 회의 직후 성명에서 “위원회는 통화정책 정상화에 착수하는 데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써 온 ‘상당 기간’이라는 용어 대신 ‘인내심 발휘’로 표현을 바꾼 것이다. 옐런 의장은 “새로운 용어를 동원한 것이 연준의 정책 의도가 바뀌었다는 신호는 아니며 이전 가이던스(안내)와 전적으로 일치한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시장에서는 ‘상당 기간’이 아예 빠질 것으로 예상했던 상황에서 정책에 있어 큰 변화는 아니지만 내년 상반기 중 금리 인상을 예고한 만큼 이에 준비해야 한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사설] 김정은의 북한 3년… 핵포기·개방이 살 길

    오늘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주기를 맞았다. 북한 당국이 연일 추모 분위기를 고조시켜 온 것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중심으로 체제 결속을 다지려는 수순일 게다. 그러나 사회주의권에서도 유례없는 3대 권력세습은 겉보기엔 공고한 듯하지만 장기적으로 불안 요인을 잉태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시각이다. 우리는 북한의 이런 불확실성은 국제적 고립을 자초한 핵개발 등 퇴행적 노선을 포기할 때만 해소될 수 있다고 본다. 조선중앙통신은 엊그제 김정은 집권 이후 주요 업적으로 그의 고모부인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 처형을 꼽았다. 이는 상식 선에서 보면 블랙 코미디일 게다. 하지만 김정은이 세습 3년 만에 무소불위의 1인 체제를 굳혀 가고 있는 징표로도 해석된다.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등 아버지 시절 실세들을 숙청하고 고위 군간부들의 계급을 뗐다 붙였다 하며 길들이기에 골몰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징후다. 그럼에도 김정은 체제가 이제 확고한 반석 위에 자리 잡았다고 보기도 어렵다. 공포정치로 마취된 권력 안정은 이른바 ‘묘지 위의 평화’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북을 상대하는 우리가 선군(先軍)주의와 선당(先黨)주의를 오가며 곡예를 벌이고 있는 김정은의 행보를 주시해야 할 이유다. 무엇보다 북 주민들의 삶은 여전히 피폐하기 짝이 없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북한 주요 통계지표’를 보라. 지난해 남북 경제력 격차는 국민총소득(GNI) 기준으로 42.6배차, 무역액으로는 146배차였다. 1인당 GNI 역시 한국이 2870만원인데 비해 북한은 138만원에 불과했다. 북한 정권은 북한 주민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 수요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얘기다. 다만 김정은 체제에서 북한 경제가 미미하나마 성장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국은행은 2010년 마이너스 성장이던 북한이 2013년에는 1.3%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계했다. 그러나 이는 김정은의 치적이라기보다 북한식 사회주의경제의 파탄이 부른 역설일 뿐이다. 북의 배급체계가 마비됐을 때 ‘북한판 시장경제’인 장마당이 번성하면서 주민생활은 외려 호전된 사례라는 것이다. 북한이 살 길은 대내적으로는 인센티브제와 경제의 자유를 확대하는 등 체제를 개혁하는 일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마식령 스키장, 문수 물놀이장 등 그간 추진해 온 전시성 사업들 대신 주민생활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문호를 더 열어야 한다. 김정은의 핵·경제 병진 노선은 그래서 어불성설이다. 압록강 하구의 북한 황금평 경제특구에 중국 자본 유치 실적이 ‘제로’라는 사실은 뭘 말하나. 북이 몇 차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자 ‘혈맹’이었던 중국마저 고개를 돌린 결과가 아닌가. 우리 또한 북의 불가측성에 합리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만일의 북의 급변 사태에도 기민하게 대처해야겠지만, 그 이전에 북한 정권을 연착륙시키는 게 더 바람직할 게다. 그러려면 체제 유지를 위해 몸을 사리며 개혁·개방에 소극적인 세습정권의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 인내심을 갖고 점진적 개혁·개방을 유도해야 한다는 뜻이다. 북이 핵개발 포기를 명시적으로 선언하기 전에라도 내년엔 남북 간 이견이 적고 윈·윈이 될 수 있는 교류협력사업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결혼정보회사 듀오, 오는 23일까지 ‘조르조 모란디’ 초청 행사 진행

    결혼정보회사 듀오, 오는 23일까지 ‘조르조 모란디’ 초청 행사 진행

    국내 대표 결혼정보업체 ‘듀오(대표 박수경)’가 ‘조르조 모란디: 모란디와의 대화’ 전(展) 고객 초청 이벤트를 오는 23일까지 듀오 홈페이지에서 진행한다. 내년 2월 25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국내 최초로 이탈리아 국민화가 조르조 모란디(1890~1964)의 삶과 예술을 소개하는 자리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수교 130주년과 서울시와 볼로냐의 업무협약 체결을 기념해 마련됐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이탈리아 볼로냐에 위치한 모란디 미술관(Museo Morandi)의 소장품 중 주로 작가의 전성기(1940년대~60년대)에 제작된 회화(유화, 수채화), 판화(에칭), 드로잉 40여점이 소개돼 눈길을 끈다. 여기에 김환기, 박수근, 도상봉 등 모란디와 동시대를 살았던 한국 근,현대미술의 거장들의 명작도 비교 감상할 수 있다. 모란디에게 영감을 받은 작가들의 작품도 전시된다. 병(甁)의 화가, 모란디는 한국의 대중들에게 다소 낯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모란디는 베니스 비엔날레(1948)와 상파울로 비엔날레(1957)에서 수상할 만큼 국제적으로 인정받았고,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진짜 예술가로 불릴 만큼 현재까지 많은 예술가들이 존경하는 작가다. ‘현실보다 더 추상적인 것은 없다’고 말했던 모란디는 고요함과 단순함 속에서 예술의 존재와 본질에 대해 진지하게 고뇌했다. 그의 작은 작품 속에는 세계에 대한 작가의 끊임없는 사색과 예민한 직관의 총체가 담겨있다는 평가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현대사회의 이미지 과잉과 소음에서 잠시 벗어나 사색을 체험하고, 관계의 본질을 통찰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듀오 김승호 홍보팀장은 “이탈리아 국민작가로 불리는 조르조 모란디는 끊임없는 사색과 인내를 예술로 표현한 거장 예술가”라며 “이번 전시 이벤트를 통해 미혼남녀들이 더욱 풍성하고 알찬 연말연시를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이벤트는 듀오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신청 가능하며, 추첨을 통해 총 80매(1인2매)의 초청장이 무료로 제공된다. 이벤트 신청 및 자세한 문의는 듀오 홈페이지와 전화를 통해 가능하다. 신청문의 : www.duo.co.kr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대입 실패하면 문제아 낙인이 문제… 예술 교육으로 상상력 키워야 인재”

    “대입 실패하면 문제아 낙인이 문제… 예술 교육으로 상상력 키워야 인재”

    대학 입시에서 중도 탈락하거나 실패한 이들은 ‘문제 학생’이 되는 우리의 교육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미국의 문화예술교육 전문 비영리기관인 ‘빅 소트’(Big Thought)의 대표 지지 앤터니(52)는 ‘지역 사회와 연계한 예술 교육’을 꼽았다. 1987년 설립된 이 기관을 이끄는 앤터니는 교육·행정 전문가로 2010년 미국 커뮤니티 예술교육단체 조합이 주는 ‘국가예술리더십’ 등 여러 상을 받았다. 위기 청소년을 위한 교육과 기획 등을 위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초청으로 방한한 그를 15일 만났다. →빅 소트는 생소한데, 어떤 단체인가. -우리는 상상력이 학습의 핵심이라 생각한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과 연계될 수 있는 창조적 프로그램을 만든다. 위기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인 ‘크리에이티브 솔루션스’, 문화·예술 교육을 통해 지역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댈러스 시티 오브 러닝’ 학교와 지역 문화기관과의 연계를 도모하는 ‘아츠 파트너스’ 등을 운영한다. →위기 청소년 프로그램들의 장점은. -학생들에게 학업을 강요하는 사회에서는 이에 부합하지 못하는 많은 이들이 이른바 ‘위기 청소년’으로 분류된다. 이런 이들에게서 문제가 발생한다. 악순환을 끊으려면 성공이 단순히 유명한 대학에 진학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위기 청소년을 대하는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단기적인 문제에 대처하거나 품행 교정 등에 제한됐다. 우리는 문화·예술과 연계해 이런 청소년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활용하는 프로그램 모델을 개발했다. 한국에도 이런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추구해야 하는 방향이 있다면. -교사들이 직면하는 큰 장벽 중 하나가 ‘시험을 위한 교육’이다. 암기를 해야만 시험에 합격할 수 있고, 교육 역시 이런 방향에 초점을 맞추면 학생들은 합격 또는 불합격이라는 이원화의 틀에 갖히게 된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학습하고, 기존 상황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른바 ‘21세기적 기술’을 갖추도록 도와야 한다. 21세기적 기술에는 인내, 유연성, 혁신, 비판적 사고와 문제 해결력 등이 포함된다. →한국에서 이 프로그램이 성공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예술이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예술을 배우는 학생들은 시험 성적이 더 우수하고, 대인 관계나 정서적 측면에서 뛰어나다. 시민 사회에 대한 참여 의식도 높다. 그러려면 예술이 교과 과정의 주변이 아니라 핵심이 돼야 한다. 우선은 예술가들을 교사로 활용해 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생들이 교실을 떠나 미술관이나 문화 기관을 자주 방문하는 방법 등을 권한다. →최근 한국에 무상급식, 무상보육이 사회적 화두인데.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은 학생들이 공평한 경쟁을 하도록 돕는 훌륭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한국은 앞으로 이를 넘어 학생 개인에 맞춤화된 학습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한국이 학생들에게 있는 21세기적 기술을 개발하고, 학생들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교육 모델을 만들길 기대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고대 원형으로 파악한 한·중·일 과거와 현재

    고대 원형으로 파악한 한·중·일 과거와 현재

    풍수화/김용운 지음/맥스 출판/572쪽/2만 5000원 2015년은 해방 70년이자 분단 70년, 그리고 한국과 일본이 외교 관계를 정식으로 맺은 지 50년이 되는 해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 질서의 재편을 앞두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철학자이자 언어학자, 수학자, 그리고 문명비평가인 김용운 박사가 ‘풍수화’(風水火)를 펴내면서 반세기 동안 천착해 온 한·중·일 관계학을 집대성했다. 세 나라는 유교 문화, 한자 문화 등 폭넓은 문화적 동질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지형적 풍토, 역사적 경험은 서로 다르다. 김 박사는 세 민족과 국가의 고대 원형을 분석해 그 원형의 발원체를 한국은 바람(風), 중국은 물(水), 일본은 불(火)로 비유하면서 세 나라의 과거와 현재를 조망한다. 한국은 인내천(人乃天), 즉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사상을 바탕으로 신바람을 일으키며 지내는 민족이다. 또 중국은 만리장성을 넘어 들어오는 이민족 등 다른 문명조차 중화(中華)라는 큰 틀에 녹여 버리는 융합적 원형을 품고 있다. 일본은 침략전쟁을 합리화하기 위해 내건 구호인 ‘팔굉일우’(八紘一宇·온 세상이 하나의 집안이라는 의미) 정신으로 모든 침략과 정복을 정당해 왔다. 세 나라가 갖고 있는 현실적 과제와 목표 역시 상이하다. 한국은 통일, 중국은 굴기, 일본은 자존심 회복이다. 김 박사는 서로 다름을 극복하고 문화와 문명의 창조성을 높일 것을 제안한다. 나아가 궁극적으로 주장하는 부분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영세중립 통일이다. 영세중립화를 위한 최소한의 필수조건은 첫째 스스로 중립화를 유지할 수 있는 무력을 갖는 것, 둘째 주변국 모두가 중립화에 동의하고 협조하는 것이다. 서로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도 독식을 허용하지 않는 국제외교 조건은 중국과 러시아, 미국, 일본 등을 모두 설득할 수 있다는 자신감 있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기고] 신실력주의 사회 구축해야/박남기 광주교대 교수·前총장

    [기고] 신실력주의 사회 구축해야/박남기 광주교대 교수·前총장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2위이고, 계층 간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자 수는 줄어든다는데 대입 전쟁은 약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내건 행복교육은 공허한 구호가 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실력(능력)주의 사회가 구현되면 학교 교육이 정상화되고, 대입경쟁도 완화되며, 우리가 꿈꾸는 보다 정의롭고 바람직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믿는 것, 학교가 경쟁심을 조장하고 있다는 믿음이 바로 그것이다. 1958년에 ‘실력주의 사회 도래’라는 책을 썼던 마이클 영에 따르면 지금 우리 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과도한 경쟁, 교육전쟁, 학벌, 사회 양극화 등은 실력주의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아 나타난 것이 아니라 역으로 과도한 실력주의가 가져온 폐해다. 만일 개인의 실력을 공정하고 타당하게 측정할 수 있고, 거기에 따라 대학, 직장, 재화(명예·부·권력) 수준이 결정된다고 할 때 그 사회가 어떤 모습을 하게 될까 상상해 보면 마이클 영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한 실력주의 사회에 사는 개인들은 사회가 실력의 잣대로 삼고 있는 그 무엇을 획득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승자가 거의 모든 것을 독식하고, 패배한 사람은 생존권마저 위협받는다면 그 경쟁은 전쟁처럼 치열하게 될 것이다. 만일 학교가 경쟁을 조장한다는 생각 아래 아이들에게 경쟁 없는 교육을 시킨 후 극단의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력주의 사회로 내보내면 그 아이들은 숲속에서는 행복할 수 있지만 사회에서는 불행해지는 타잔과 비슷하게 될 것이다. 학벌이라는 것도 실력을 갖춘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특정한 대학과 학과로 몰리게 된 결과 그들이 세력을 형성해 만들어졌다. 현 정부가 주장하듯이 학벌을 타파하면 실력주의 사회가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실력주의 사회가 타파돼야 학벌이 타파되는 것이다. 실력주의를 포기하지 않는 한 실력주의 사회가 만드는 그림자를 없앨 수 없다. 하나의 대안은 신실력주의 사회를 구축하는 것이다. 신실력주의 사회는 실력과 대학 및 직업 배분 사이의 연결 고리는 유지하되 직업과 보상 사이의 연결 고리는 줄이는 사회다. 누진소득세, 저소득층 조세감면제도, 상속세, 기부문화 강화 등을 통해 근로의욕은 유지시키면서도 직업 간 사회적 재화 분배 차이를 줄이는 제도적·사회문화적 보완 장치가 마련된 ‘근로의욕 고취형 복지사회’가 바로 신실력주의 사회다. 신실력주의 사회를 구축하는 데 큰 걸림돌이 있는데 그것은 실력을 갖춘 개인들이 재화를 공유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육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이들이 신실력주의 사회 구축에 공감할 뿐 아니라 앞장서도록 유치원에서부터 모든 학생들의 마음에 ‘상생의 씨’를 뿌리는 것이다. 학교가 해야 할 것은 훗날 자신이 획득한 사회적 재화 중에서 자신의 노력이 아닌 신에게서 받은 능력에 상응하는 부분은 사회로 환원하도록 교육시키는 것, 서로의 노력을 인정하고 차이를 인내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희생과 봉사, 나눔의 정신을 가진 사회지도자를 배출하는 데 더 노력해야 한다.
  • [시론] 서민 금융교육의 효율성 제고도 절실하다/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시론] 서민 금융교육의 효율성 제고도 절실하다/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최근 정치권에서는 여야 구분 없이 모든 정책 방향이 ‘서민’에 방점이 찍혀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극화가 더 심화되고 서민 살림살이의 주름이 더 깊어진 탓이다. 실제 가계 금융복지 조사를 토대로 산출되는 신(新)지니계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2012년 0.353으로 집계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인 0.314를 크게 웃돌며 회원국 중 6위에 기록돼 있다. 지니계수는 빈부격차와 양극화를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로, 0.4를 넘으면 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 정부도 빈부격차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는 현 상황을 인식하고, 서민금융 재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새희망홀씨대출(은행), 햇살론(저축은행·상호금융), 미소금융(미소금융중앙재단)으로 분산돼 있는 서민금융을 하나로 통합해 내년 초를 목표로 서민금융진흥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서민금융의 기능을 강화하고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와 더불어 서민금융의 질적 악화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처방과 예방 차원에서 금융 교육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대부분은 소득 수준이 낮아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지만 그중에는 금융 지식이 부족해 곤경에 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빚을 내 무모하게 주식 투자를 했거나 무리하게 대출을 끼고 부동산을 구매했다가 집값은 떨어지고 원리금 상환에 허덕이다 채무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대출이나 이자 연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자신의 능력을 넘어선 과소비 등으로 부채의 덫에 빠져 어려움에 처하기도 한다. 서민금융을 둘러싸고 곳곳에서 들려오는 ‘경고음’ 탓에 금융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정작 금융 교육이 필요한 서민층을 대상으로 한 교육 기회가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거치며 금융권에선 부유층을 위한 재테크 교육과 상담이 매우 활성화돼 있다. 은행의 PB(Private Banking) 서비스나 증권사의 자산관리(랩어카운트 등), 보험회사의 노후설계 등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서민을 위한 금융교육 상황은 열악한 수준이다. 신용회복위원회가 초·중·고교생 및 서민금융 이용자, 지역의 보호관찰소나 고용센터 등을 대상으로 금융 교육을 하고 있는 정도다. 그나마도 주로 신용교육 위주로 편중돼 있다. 금융감독원에서 하는 금융교육 토털 네트워크는 온라인 학습에 의존하고 있다. 온라인이란 특성상 학습 의지가 약해도 이를 강제할 수 없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금융 교육 콘텐츠의 상당 부분이 중복되거나 각기 전문 업무 영역에 국한돼 있어 금융·경제 기본 상식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서민들에겐 산발적이거나 피상적인 교육이 될 수밖에 없다. 좀 더 체계적이고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는 서민 금융 교육이 마련돼야 한다는 얘기다. 서민들의 생활에 맞는 합리적인 소비 지출, 절약하는 습관과 저축의 중요성에 대한 학습, 금융 투자에 대한 올바른 지식, 자신의 부채를 현명하게 관리하는 방법 등 다양한 교육 콘텐츠 개발이 절실하다. 아울러 서민금융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는 금융 교육을 단순히 통합하는 차원을 넘어 교육 대상 및 콘텐츠, 내용별로 각 기관의 성격에 맞게 재편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내년 출범을 앞둔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서민 금융 교육을 체계적으로 전담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금융채무 불이행자의 채무를 재조정하는 것만큼 금융 교육도 경제적 재기를 위해서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도 신용회복 기능은 반드시 철저한 금융 교육과 더불어 이뤄지고 있다. 금융 교육은 서민금융의 부실 위험을 줄여 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다만 그 효과가 천천히 오랜 기간에 걸쳐 나타나 인내심이 필요하다. 체계적으로 서민 금융 교육이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 마련을 위해 정책 당국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접근해 주길 바란다.
  • [열린세상] ‘손에 잡히는’ 리더십이라야 모두가 살 수 있다/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손에 잡히는’ 리더십이라야 모두가 살 수 있다/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결론부터 말하자면 창조경제, 경제살리기, 규제철폐, 복지정책 심지어 통일대박론까지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들은 불행하게도 성공할 확률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이런 추상적이고 애매한 구호 정치가 소모적인 정쟁만 일으키고 사람들을 답답하고 불안하게 하면서 대통령 리더십은 총체적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어떤 영화가 대박을 치게 만드는 요인은 무엇일까. 이것을 알아낼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대박이 될 것이다. 그래서 노벨상 받은 경제학자를 비롯한 많은 연구자들이 지난 수십 년간 이 문제에 매달려 봤지만, 아직까지 정답은 ‘잘 모르겠음’이다. 거장 감독, 스타 배우, 좋은 시나리오, 대규모 투자 등이 영화의 성공 가능성을 다소 높여 줄지 모르지만 대박을 장담하지 못한다. 흥미로운 것은 대박을 친 영화를 보면 분명히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매우 구체적인 이유가 있다. 난해한 물리학, 그것도 상대성 이론이 등장하는 할리우드 영화 ‘인터스텔라’가 요즘 국내에서 대박을 쳐서 화제다. 정작 미국에서는 박스오피스 흥행 기록도 시원찮은 데다 졸작이라는 혹평도 듣는 모양이다. 이 영화가 한국 땅에서 히트를 친 이유는 자식에게 영화 보여 주면서 어려운 과학 공부도 시킬 수 있다는 한국 부모들의 속셈과 한국의 자식들에게 아리게 남아 있는 부정(父情)을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정도 영화는 봐 줘야지 하는 허영심과 부화뇌동 심리도 일조했을 것이다. 비슷한 무렵 대형 마트의 비정규직 직원들의 부당 해고를 다룬 한국 영화 ‘카트’가 예상 밖의 히트를 쳐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대한민국 비정규직 800여만명, 그 가운데 여성 비정규직 440여만명뿐만 아니라 점점 고달퍼지는 직장인들, 다음달 카드값 걱정하고 자식 교육비와 치솟는 전세값에 고민하는 서민들의 정서를 건드린 게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아이돌 그룹 ‘엑소’ 의 디오(도경수)가 이 영화에서 고딩 알바생 역으로 나와 여학생 관객을 많이 끌어들였다는 설명도 재밌다. 한 영화를 흥행에 성공하게 만드는 데는 감독, 배우, 시나리오, 투자와 같은 보통명사가 아니라 매우 구체적인 고유명사로 이뤄진 손에 잡히는 이유들이 있다. 어떤 정권의 성공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 박근혜 정권의 핵심 정책은 추상성과 애매모호함으로 인해 정권을 성공이 아니라 곤경으로 빠뜨리고 있다. ‘창조경제’는 영화에서 스타 배우처럼 설레게 하는 좋은 말이다. 하지만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공무원들을 만나 보면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겠다며 반응이 싸늘하기만 하다. 대학에서 교육부 지원 사업을 신청하는데 이 사업이 창조경제에 기여하는 바를 적어 내는 부분에 평가 총점의 10%를 배정한 대목은 대학 교수들의 냉소만 살 뿐이다. 창조경제는 지금 그다지 창의적으로 가지 못하고 정권의 이름으로 집행되는 창조경제 예산을 따먹으려는 지식 장사꾼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경제살리기와 규제 철폐도 일견 그럴싸한 말이고, 대통령도 강한 의지와 거친 언어를 실어 가면서 추진해 보려 하지만 사람들은 정작 어떤 경제를 어떻게 살리려는지, 어떤 규제를 어떻게 철폐해 어떤 사회를 만들려는지 애매해하는 눈치다. 더욱이 박근혜 정부가 대기업 등 부자들은 위하면서도 서민들은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는 반대편의 주장이 대두되면서 오히려 정파적 분열은 심해지고 있다. 복지 정책도 무엇을 위한 복지인지 목표가 불투명한 채 야당의 무상복지를 따르는 꼴이 됐고, 통일대박론 또한 어떻게 대박 통일을 이룰 것인지 로드맵이 없어 공허하다. 영화 ‘카트’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뿐만 아니라 매니저, 공무원, 경찰 모두가 힘들 듯이 지금 대한민국 사회는 기업과 근로자, 고령 세대와 청년 세대, 부모와 자식 모두가 힘든 사회를 살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성공은 결국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을 치유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손에 잡히는 정책의 실천에 달려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당장 사람들의 현실 문제인 일자리 만들기 정책과 가까운 미래의 재앙으로 다가오는 저출산·고령화 정책으로 요약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금 매우 구체적인 현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두의 인내와 양보, 타협과 화합을 이끌어 내는 ‘손에 잡히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정권도, 대한민국 사람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 [사설] 검찰 국정농단 의혹 제대로 파헤쳐야

    청와대 민정수석 산하의 공직기강비서실에서 작성한 것으로 확인된 ‘정윤회 동향’ 문건이 일파만파로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보고서 내용만 보면 박근혜 정부 비선(秘線) 측근들의 국정농단이 이미 위험 수준을 넘어섰지만 모든 관련 당사자들이 입을 맞춘 듯 부인하고 있다. 지난 28일 세계일보 보도 직후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8명이 해당 언론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서 서울중앙지검이 이번 주초부터 곧바로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진실 규명 여부가 최대 화두로 떠오른 상황이라 검찰의 등장은 어쩔 수 없는 수순이라고 이해한다. 하지만 이 정권 들어 청와대 관련 사건이 검찰의 손에 넘어가 진실 규명 자체가 유야무야됐던 사례가 적지 않았다. 과거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나 권력형 비리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사실무근”이라는 주장과 함께 형사 고소·고발 등으로 이어졌던 청와대의 대응 전략이 이번에도 재연되고 있다. 청와대는 물론 여권의 실세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진실 규명을 위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것이나 “인내심을 갖고 사법 당국의 수사를 기다려 달라”고 당부하는 패턴조차도 똑같다. 청와대는 그동안 박 대통령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해 온갖 법적 수단을 동원해 왔다. 청와대는 시사저널을 상대로 4월 22일 8000만원 손해배상과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시사저널은 청와대 비서진 3인방과 박 대통령의 남동생 박지만씨가 갈등을 빚고 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지난 5월 9일에도 일요신문을 상대로 비슷한 법정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부의 기초연금안에 대해 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신청했다가 청와대 비서실로부터 거절당했다”는 국민일보 보도 역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피해 갔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도 한겨레신문과 CBS 등에 명예훼손 관련 손해배상 청구를 했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식 수법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안이 너무도 엄중하다. 종전의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그동안 인사 참사 때마다 간간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던 국정농단 의혹이 처음으로 청와대 문건으로 실체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보고된 공식 문건이 아니라 증권가 찌라시(정보지) 수준이라고 부인하고는 있지만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정윤회씨 이외에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 등 소위 문고리 3인방을 포함해 군 인사와 공기업, 금융권 인사 때마다 배후 인물로 언론에 오르내렸던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까지 보고서에 등장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연루된 청와대 권력투쟁 상황 등도 적나라하게 언급됐다. 검찰이 비선들의 국정농단 의혹을 제대로 파헤치지 못하면 박근혜 정권의 미래는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 역시 암울할 수밖에 없다. 국정 중·후반기 가뜩이나 레임덕 우려도 큰 상황에서 비선들의 존재로 인한 국정 시스템 마비는 공직기강 해이로 이어질 것이 분명한 데다 자칫 경제 살리기, 규제 개혁 등 국정 과제마저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과거 권력 측근들의 국정농단과 비리가 국정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되는 비극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검찰은 한 점 의혹 없이 국정농단 의혹을 파헤쳐야 한다.
  • 野 “정윤회게이트” 정국 블랙홀 조짐

    野 “정윤회게이트” 정국 블랙홀 조짐

    정윤회(59)씨를 비롯한 현 정권 공식·비선라인의 국정 개입 의혹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살아 있는 숨은 권력’의 국정 농단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메가톤급 후폭풍이 온 나라를 뒤흔들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새정치민주연합은 ‘정윤회 게이트’로 명명하고 박근혜 대통령과 여권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일단 1일부터 시작될 검찰 수사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을 비롯해 문건에 등장하는 인사들의 명예훼손 고소 사건을 수사하면서 그들의 국정 개입 및 권력 암투 사실관계 등도 자연스럽게 ‘진실규명 리스트’에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수사의뢰한 문건의 유출 경위 등도 명백히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문건 작성 및 유출자로 지목된 박모(48) 경정은 30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문건에 (내) 이름도 없는데 왜 자꾸 물어보느냐. 청와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면 될 것 아니냐”며 전면 부인하는 등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일단 공은 검찰로 넘어갔지만 수사 결과와는 무관하게 앞으로 상당기간 이 문제는 뜨거운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새정치연합의 한정애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정씨와 ‘문고리 권력’ 3인방 등 이른바 십상시의 국정개입 농단에 대해 박 대통령은 내일(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분명한 입장과 엄정한 처벌 대책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진실 규명의 열쇠는 이제 사법당국에 맡겨지게 됐다”면서 “야당은 정치적인 공세에서 벗어나 인내심을 갖고 수사 결과를 기다려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미 박범계 의원을 단장으로 ‘비선실세 국정농단 조사단’을 출범시킨 새정치연합은 조만간 국정조사 실시 및 특별검사 도입 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내 권력지형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청와대의 공직기강 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역대 정권과 마찬가지로 비선라인의 국정농단 의혹에 휩싸인 박 대통령과 여권의 선택도 주목된다.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제기된 소문에 이어 ‘활화산’ 같은 문건까지 등장한 상황에서 무작정 부인만 하기에는 역부족인 듯 보이기 때문이다. 앞서 문민정부 시절에는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인 현철씨, DJ 정부 시절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세 아들, 참여정부 때는 노무현 대통령의 형 건평씨와 핵심 측근 인사들, MB 정부 시절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을 비롯한 ‘영포회’ 등의 국정농단 의혹이 결국 사실로 드러나면서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린 바 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공무원연금 개혁 총대 메… 장그래 추천하면 뽑겠다”

    “공무원연금 개혁 총대 메… 장그래 추천하면 뽑겠다”

    ‘삼성맨’ 출신으로 공직사회 인사시스템 개혁을 담당하게 된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언론과 첫 공개 만남을 가졌다. 이례적으로 청사 10층 회의실에서 도시락 점심을 먹으며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처장은 바둑과 드라마 ‘미생’ 얘기를 먼저 꺼냈다. 지난 19일 취임식에서 자신을 공직사회의 미생에 비유한 이 처장은 이날도 드라마 속 주인공 ‘장그래’를 언급하며 “그런 장그래가 있으면 혁신처에서 뽑을 테니 추천을 해달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 처장은 이어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견해를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총대 메고 하라니 마음 같아서는 하기 싫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것”이라며 “국회에서 다뤄지는 문제이기 때문에 원만히 잘 해결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재정문제에서 오는 (개혁에 대한) 절박함을 공무원들도 이해할 것”이라며 “이해당사자의 고통과 인내 없이 어떻게 다음을 만들어 갈 수 있겠나”라고 강조했다. 공무원 사기진작 방안에 대해서는 “공무원의 입장을 보듬을 수 있는 방안을 준비 중에 있지만, 국회 활동에 따라 신축성이 있을 것”이라며 연금 개혁과 연계해 추진할 뜻을 내비쳤다. 이 처장은 행정고시 축소와 민간경력채용 확대 등 채용방식 변화와 관련해 “국민인재 초빙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민간경력이라는 표현보다는 국민 가운데 인재를 초빙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인재’로 표현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공무원의 민간 진출에 대해서는 “공무원윤리법 등 어려움이 있지만, 공무원들의 우수성은 결코 민간에 뒤지지 않는다”며 “민관유착이라는 비판을 듣지 않는 범위에서 합리적인 진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인사 적체 등을 이유로 고위직 공무원이 정년을 채우지 않고 용퇴하는 공직사회 분위기에 대해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법에 60세까지 근무하도록 돼 있는 만큼 고위공무원도 1년이라도 더 근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퇴직공무원을 공직분야에서 다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나 임금피크제 등을 검토해 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다만 최근 거론되고 있는 정년연장 문제에 대해서는 “사회에 미치는 파문을 보면서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취임 이후 일주일 동안 직원들 건의를 받아들여 ‘연차를 모두 사용할 것’을 전 직원에게 지시하고, 기존에 공직사회에서 사용하던 두껍고 무거운 결재판을 비닐파일로 바꾸도록 했다. 연차사용으로 업무생산성을 높이고 비효율적인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처장은 “사소한 변화가 모이면 반 발짝이라도 앞으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둑실력이 강한 4급 정도인데 바둑에서는 두 집만 내면 완생이 가능하다”며 “미생이 아닌 완생을 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을 비롯해 많은 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퇴임 후 삼성으로 돌아갈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처장직을 무사히 마치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이슈&논쟁] 종교인 과세

    [이슈&논쟁] 종교인 과세

    종교인에 대한 소득세 과세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수년 전부터 제기됐던 문제지만 새누리당이 본격적인 강행을 시사하면서 논란은 격화되고 있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도 없이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한 방편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시선부터 종교인만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특혜를 받는 것은 조세 형평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까지 각계의 입장이 다르다. 현실의 스펙트럼 또한 다양하다.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한 소득을 올리는 거대 종교단체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미 성실하게 세금을 내고 있는 종교인이 있는가 하면, 세금을 내기 어려울 만큼 경제적으로 열악한 종교인도 있다. 단순한 과세 문제를 떠나 종교의 사회적 책임 등까지 고민해야 하는 현실이다. 찬성과 반대의 논지를 함께 살펴본다. 일러스트 길종만 기자 kjman@seoul.co.kr [贊]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예외 없는 과세가 사회적 분위기… 일부만 안 내면 조세 정의 흔들려” 종교인 과세 문제는 종교인, 성직자, 종교 관련 종사자 등에게 소득세를 매기는 것으로 논의가 집중되고 있다. 이는 특정 종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1년 기준 566개 종교단체, 23만 2811명의 성직자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되고 2005년 기준 인구 및 주택센서스 집계상 신도 2407만 766명, 2012년 기준 근로소득 연말정산 신고자 1576만 8083명과도 연결된 문제다. 세법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는 근거가 없다면 종교인이라도 종교 활동 등을 통해 받는 금품에 대해 소득세가 과세될 수밖에 없다. 현재는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소득세도 1799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시작될 때는 국가가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들여다보는 세금이라고 해서 저항이 심했다. 소득세는 나폴레옹전쟁이라는 급박감이 사라지고 나서 폐지됐다가 나중에 다시 되살아나 전 세계적으로 퍼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3년 기준으로 47조원의 세수입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세금이 됐다. 종교인에게 사실상 비과세 혜택이 주어졌다가 없어지는 것에 대한 반발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실제로도 나타나고 있다. 종교계의 반발은 단순히 세금을 안 내려는 차원보다는 종교 고유의 영역을 존중받는다는 마음, 반종교적 활동의 일환으로 종교인 과세운동이 전개되는 데 대한 반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세금은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돈을 국민 모두가 법에 따라 분담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가 내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는 더 부담을 해야 한다. 종교계는 종교인 과세 반대에 따른 종교인에 대한 국민들의 불필요한 오해에서도 적극적으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현역병이 받는 급여 같은 일부 소득에는 세금이 안 붙는 않는 경우도 있지만 비과세가 돼야 할 사회적 동의를 얻지 못한다면 소득에 대해 당연히 소득세를 내야 한다. 다른 나라에서도 종교단체에 대해서는 세금을 물리지 않지만 종교인에 대해서는 세금을 물리는 경우가 있고, 신도에게 교회세라는 세금을 별도로 매긴 뒤 종교단체에 이를 분배하는 국가도 있다. 우리나라도 종교인 과세를 명확하게 정립해야 할 때다.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데 예외 없는 과세, 비과세 및 감면 축소가 현재의 사회적 분위기다. 이미 세금을 내고 있는 종교인과의 형평성도 생각해 봐야 한다. 종교와 종교단체에 따라서는 종교인에게 주는 돈에서 세금을 원천징수해 소득세를 내는 곳도 있다. 동일한 소득에 대해 누구는 세금을 내고 다른 누구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것은 조세 정의에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소득세를 어떤 방식으로 매길지도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세법상 근로소득세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기업 임직원, 대통령의 봉급에 대해서도 매겨지고 있다. 소득세법에서는 ‘근로를 제공함으로써 받는 봉급·급료·보수·세비·임금·상여·수당과 이와 유사한 성질의 급여’ 이외에도 3가지의 근로소득을 열거해 놓고 있다. 종교인의 소득이 이런 근로소득에 포함되기 때문에 현재도 법 개정 없이 과세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종교인이 받는 금품에 대해 일반적인 근로자가 받는 봉급과는 다른 것임을 인정해 줄 필요는 있다. 하지만 이 다름 때문에 소득세 과세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세법상 어떤 방식으로 반영해 줄 것인가는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종전에는 적극적으로 과세를 하지 않았던 영역에 대해 세금을 매기면서 과세관청에 그 짐을 모두 지우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국회 단계에서 종교인 과세 논의가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어느 나라보다도 종교적 열정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종교단체와 종교인에게 매기는 세금에 대해 앞으로 어떤 입장을 취할지 정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反] 장헌일 한국기독공공정책개발연구원원장 “종교인 비과세 이유 있어 해 온 것… 자발적 납세 확산되도록 도와야”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현행 소득세법 체계 내에서 종교인 과세를 하기 위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여론에 따라 수차례 세목 변경을 시도하면서 원천징수를 자진 신고·납부로, 가산세 규정을 두지 않음으로써 종교인 개개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배제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소득세법상 ‘종교인 소득’을 따로 신설하는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종교인 과세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2015년 새해 예산안을 법정처리 시한인 12월 2일 전까지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새누리당과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심도 있게 심의를 하자는 야당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그동안 수면 아래 있던 종교인 과세 문제가 어떤 연유에서인지 또다시 급부상한 것이다. 지난 24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산하 조세소위원회에서는 종교인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종교인 과세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공감대를 이루지는 못한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세법을 다루는 자리에 각 종교계에 속하는 세무사 등 전문가들의 참여는 배제하고 종교인들만 초청해 의견을 청취한 것이다. 이것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데 있어서 결코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없다. 최근 공무원연금 개혁에서 보듯 정부와 여당이 일방적으로 몰아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할 가능성이 크고 당사자들의 정체성 훼손은 물론 이익을 침해할 소지가 커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종교인 과세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인내심을 가지고 당사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공감의 폭을 넓히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 나가야 한다. 필자는 지난 4월 11일 한국기독공공정책개발연구원 주관으로 국회에서 ‘종교인 과세와 한국교회’를 주제로 한 공청회를 개최한 바 있다. 그 자리에서 찬성과 반대 의견이 함께 개진됐고 지속적인 의견 수렴을 위해 정부와 전문가 그룹의 정례 모임을 제안했다. 이번 국회에서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새누리당 단독으로 종교인 과세 방안을 계속 심의해 밀어붙이는 모습은 종교인들을 마치 세수 부족을 메우는 대상이나 지하경제의 일원으로 여기는 것처럼 보여 그 의도가 순수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특히 예산안 처리 시한을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종교인 과세의 법제화를 강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소득세법 개정안으로 조세소위가 심사 중인 세입예산 부수법안과 함께 처리하려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정부가 오랫동안 종교인들에게 과세를 하지 않았던 것은 그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대부분의 목회자가 세금을 낼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으며 자진 납세를 실천하는 목회자도 적지 않다. 아직 참여하지 않고 있는 목회자들에 대해서는 자발적 납부운동에 참여하게 해 정부와 국민의 신뢰를 확보해 나가겠다는 것이 기독교 55개 교단의 의견이다. 정부는 자진 납부운동이 확산되도록 종교계를 북돋아 줘야 하고 종교인 과세를 명분으로 종교의 고유 영역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의혹도 불식시켜야 한다. 종교인 과세는 2015년 시행을 미리 결정하고 강행할 사안이 아니다. 종교계의 자발적 실천을 통해 성직에 대한 높은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는 한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납세의무를 지켜 나가도록 명분을 쌓고 지혜를 모으는 일이 절실하다. 정부는 종교계 내에서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시간이 필요함을 인정하고 지켜봐야 한다. 한국 교회도 종교인 과세 문제를 계기로 우리 사회와 국가에 대한 목회자들의 시대적 사명이 더욱 엄중해지고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 12경기서 17점…아스널 EPL 역대 최악의 출발

    12경기서 17점…아스널 EPL 역대 최악의 출발

    23일 맨유와의 홈 경기에서 패배한 아스널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가 출범한 이후 12경기에서 최저승점을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스포츠 통계매체 '옵타(OPTA)'는 아스널의 패배 직후 "12경기에서 승점 17점을 얻은 것은 EPL 사상 아스널의 역대 최악의 시작이다"라는 통계자료를 배포했다. 23일, 맨유를 홈으로 불러들인 아스널은 기세좋게 맨유를 몰아붙였으나 결정적인 찬스에서 득점에 실패하고 자책골과 맨유의 역습에 골을 내주며 자멸하는 모습을 보였다. 벵거 감독은 경기 후 현지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효율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수비적으로도 실수를 했다"며 특히 맨유의 두번째 골 상황에 대해 "왜 우리 수비진에 아무도 없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듯 안 좋은 결과가 계속되면서 팬들도 점점 인내심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매년 반복되는 같은 문제를 지켜보는 일부 팬들 사이에서 '벵거 감독이 이제는 그만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멀티비츠 이미지    사진설명 2=옵타 데이터 자료(OPTA) 이성모 객원기자 London_2015@naver.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inlondon2015 트위터 https://twitter.com/inlondon2015
  • [시론]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

    [시론]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

    2013년 한·중 간 교역 규모는 약 2300억 달러다. 같은 기간 한·미 교역 규모는 약 1100억 달러이고, 한·일 교역 규모는 약 950억 달러였다. 한·중 교역 규모가 한·미 교역에 한·일 교역을 더한 것보다 커졌다. 우리는 한·중 교역에서 628억 달러의 흑자를 봤다. 전통적인 무역 상대국인 미국·일본에서 본 적자를 중국과의 무역에서 메우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공짜는 아니다. 2013년 중국의 대외 무역 흑자는 2600억 달러다. 미국과 유럽에서 외화를 벌어서 한국에 쓴 거나 다름없다. 우리의 대중 무역은 무역량의 26%이지만, 중국의 대한국 무역량은 6.6%에 불과하다. 한·중 무역에 대한 중국과 우리의 처지는 이렇게 다른 것이다. 한·중 관계는 수교 이후 계속 발전하고 있다. 우리는 교역이 중요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그 이유가 한국과의 교역 때문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중국 정부의 국가 전략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가치는 미·중 관계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미·중 수교 35년 동안 미·중 관계는 협력적으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중국이 급성장하면서 미국과 주요2개국(G2) 국가로서 쟁패하게 되자 미·중 관계는 협력과 견제의 이중성으로 변화했다. 오바마 정부는 2011년 이후 아시아 회귀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이 그 이전에 아시아를 소홀히 해 왔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잇따라 전쟁을 일으키면서 중동 지역에 군사력과 외교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중동에 비하면 동북아시아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지역이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중동전쟁을 마무리하려 하면서 상황에 다시 변화가 왔다.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동아시아에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무역질서를 형성하기 위해 아시아에 대한 정책을 중요하게 여기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아무것도 안 하는 정책으로 일관해 왔다. 그 사이 북한의 핵 능력이 강화됐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미국의 관심은 그런 악행을 하는 북한을 중국은 왜 지원하느냐에 모아졌다. 다른 한편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카드를 뽑았다.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이 군사적 팽창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중국의 안방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고고도미사일체계(THAAD)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을 검토해 왔다. 한국·일본과 함께 미사일방어(MD)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 할 수 있는 ‘한·미·일 정보공유 양해각서(MOU)’ 체결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이 북한을 구실로 하고 있지만 사실상 중국 봉쇄를 겨냥한 것이라는 의심을 품어 왔다. 한·중 무역의 확대는 중국이 한국에 대한 레버리지를 키우는 수단이다. 한국에 한·중 무역의 확대는 공짜가 아니라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경제 영토의 확대라고 좋아할 수만은 없다. 중국이 한국과의 무역에서 600억 달러가 넘는 적자를 보면서도 얻으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반도 국가인 우리는 역사적으로 고래 사이에 끼어 등이 터지는 새우 신세가 된 경우가 많았다. 중국의 성장으로 소용돌이치는 동아시아 정세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구호로 압축된다. 현상적으로는 맞으나 지략은 없다. 이것이 새우의 신세를 면하기 위한 우리의 국가 전략이 될 수 있겠는가. 경제와 안보는 국가가 서는 두 다리다. 중국이 우리의 왼쪽 다리를 당기고, 미국이 우리의 오른쪽 다리를 당길 때도 우리는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가랑이 찢어지지 않고 중국을 왼쪽 날개로, 미국을 오른쪽 날개로 해 21세기를 항해하기 위해서는 중심과 전략이 필요하다. 남북 관계 개선으로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중심이다. 남북 관계 개선은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우리의 전략이다. 2015년이면 분단 70년이다. 중심과 전략을 다져 동아시아로 평화의 기운을 확산시키기 위한 좋은 기회다.
  •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메르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관계에 극심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는 시각과 해법을 두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자 메르켈 총리가 푸틴 대통령에 대해 ‘강경 모드’로 돌아선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17일(현지시간) 호주 로위 국제정치연구소 초청 연설에서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거듭 비판하며 푸틴 대통령에게 면박에 가까운 태도를 드러냈다. 최근 궁지에 몰린 푸틴 대통령이 내민 손을 잡기보다 오히려 등을 보인 셈이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또 벌어지리라고 누가 생각했겠느냐”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몰도바, 그루지야의 문제”라고 못 박았다. 이어 “세르비아와 다른 서쪽 발칸 국가들의 안위를 걱정해야 할 상황으로, 동유럽 전체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독일을 잃어 서방 내에서 완전히 고립됐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어 이런 분위기를 방증했다. 잡지는 “실용주의 노선을 견지해 온 독일이 (러시아의) 핵심 동맹이 될 것이란 푸틴의 착각은 박살 났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들은 지난 15일 독일과 러시아가 상대방의 외교관을 맞추방한 사실을 다시 거론하며 이때부터 양국 정상 간 불길한 징조가 엿보였다고 전했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도 우크라이나가 16일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동부 반군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하며 독일의 강경한 태도에 기름을 부었다고 해석했다. 독일의 달라진 행보와 달리 푸틴 대통령은 16일 독일 공영방송인 ARD와 이례적으로 단독 인터뷰를 하고 메르켈 총리와 독일 국민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심기 위해 노력했다. 푸틴 대통령은 “나토가 러시아를 신냉전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독일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유럽, 나아가 전 세계와의 관계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체 외국 정상들과의 통화 중 4분의1을 메르켈 총리에게 할애할 만큼 각별한 관계를 이어 왔다. 푸틴 대통령이 옛 동독 드레스덴에서 근무했던 경험과, 메르켈 총리가 학생 대표로 러시아를 방문했던 인연 외에도 독일이 천연가스의 40%, 석유의 35%가량을 러시아로부터 공급받고 대러시아 투자액이 220억 달러(약 23조 5000억원)에 달하는 배경 때문이다. 일각에선 메르켈 총리의 바뀐 태도를 독일이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에서 생길 생채기보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과의 균열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해 군사 제재보다 경제 제재를 주장하며 인내심을 갖고 문제를 풀어 가자는 촉구는 그나마 따돌림을 받는 러시아에 대한 독일의 배려라는 뜻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이영탁 미래와 세상] 가정의 진화

    [이영탁 미래와 세상] 가정의 진화

    모든 것이 진화한다. 살아 있는 생명체뿐만 아니라 사회제도나 관습도 시대가 변하면서 계속 달라진다. 가정도 예외일 수 없다. 1980년만 해도 4.6명이나 되던 평균 가구원 수가 이제는 2.5명으로 줄었다. 앞으로는 1인 가구가 대세다. 2030년에는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분의1이나 될 전망이다. 여기에다 부부 가구까지 합치면 50%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가정의 규모가 작아지는 데는 달라진 결혼 풍습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전에는 결혼이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하게 되는 필수였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결혼 자체가 선택으로 변했고 살다가 헤어지는 것도 훨씬 수월해졌다. 거기다 출산율까지 1 가까이 떨어져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되니까 가정이 해체되고 있다고 한다. 가정이든, 가족이든, 식구든 두 사람 이상을 전제하는데 1인 가구 시대에는 모두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 앞으로 가정이 없어지고, 가족이 없어지고, 식구가 없어지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기성세대의 입장에서는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어찌하겠는가. 이제 개인화가 대세다. 소위 ‘나 홀로족’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혼자 방 안에서 기계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가상공간에서 일도 하고 놀이도 한다. 그 과정에서 사람을 만나 친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나와 가장 가까운 친구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사람들은 극도로 자기 중심적인 삶을 살아갈 것이다. 혼자 살면서 자기를 이해하고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 그리고 자기를 도와주는 아바타나 로봇과 함께 세상과 실시간으로 연결할 것이다. 혼자 살아도 얼마든지 바쁘고 불편이 없는 생활이 가능한데 굳이 대면을 통한 인간관계를 이루어 나갈 시간이 필요가 있겠는가. 이들의 인내심의 한계는 제로에 가까워질 거라고 한다. 매사가 즉흥적이고 조금만 성에 차지 않아도 그대로 표현해 버린다. 그러다 보니 살면서 이해관계가 부딪치는 사람과 가까운 사이가 되기 어렵다. 심지어 부모가 아무리 좋은 소리를 해도 잔소리나 간섭으로 들릴 수 있다. 좋은 대학이나 어려운 직장을 위해 힘든 노력을 하기보다는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갈 수도 있다. 이러한 것들이 결국에는 가정의 해체를 서두르게 될 것이다. 가정의 붕괴 후 미래의 가정은 어떤 모습일까. 부부와 자녀로 이루어진 전통적인 모습의 핵가족은 이제 소수가 될 것이다. 편부, 편모, 계부, 계모, 조손, 동성애 부부, 입양 모자, 입양 부자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생겨나면서 새로운 생활 공동체가 탄생한다. 여기에는 핵가족 중심의 폐쇄적인 주거 형태가 아니라 혼자 사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새로운 가족을 이루는 형태가 될 것이다.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한 집에서 동거하되 부엌은 따로 쓰는 등 사생활을 보장하면서 응급한 상황일 때는 서로 도움을 준다. 또 공동으로 가사 도우미를 고용하고 로봇을 이용해 각종 주거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생활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미래의 가족이 된다. 지금까지는 혈연관계의 유무가 가족의 필수요건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전통적 의미의 가족은 크게 변모할 것이다. 결혼에 관한 제도도 마찬가지다. 일부일처제가 다부다처제적인 모습으로 바뀔 거라고 한다. 관습에 의해 유지되던 형식상의 가족관계나 혼인관계가 사라질 수도 있지만 전통적인 가정의 붕괴 후에 벌어질 혼란과 갈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이런 세상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걱정이 되기도 하겠지만 쓸데없는 일인 것 같다. 앞으로 다가올 일이 아니라 벌써 우리 곁에 와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미 일어난 미래이기 때문에 이를 수용하고 적응해 나가는 것이 답이다. 매사가 변하고 진화하는 세상이다. 우리 자신도 계속 생각과 행동을 바꾸어 나가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있겠는가.
  • [재계 인맥 대해부 (2부)후계 경영인의 명암 삼성그룹] 시진핑·앨 고어 등과도 친교…글로벌 CEO형 후계자 수업

    [재계 인맥 대해부 (2부)후계 경영인의 명암 삼성그룹] 시진핑·앨 고어 등과도 친교…글로벌 CEO형 후계자 수업

    올해 재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단연 이재용(46)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지난 5월 아버지(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입원 이후 경영 전면에서 연매출 390조원(지난해 기준)의 삼성그룹을 진두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응우옌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등 국가주석급 인사들과 잇달아 만나 매스컴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삼성의 3세 시대가 활짝 열렸다. 한국 현대사의 모진 풍파에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던 앞선 두 세대와는 달리 이 부회장은 이미 삼성이 재계 1위로 우뚝 선 안정적인 환경에서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자라났다. 재계에서는 그가 27세인 1995년 이미 후계 절차가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당시 아버지 이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60억 8000만원을 이용해 계열사를 사고파는 과정을 거쳐 삼성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에버랜드의 최대 주주(25.1%)가 됐다. 형들(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 회장)과 십수년간 치열한 경쟁을 통해 후계자로 낙점된 아버지 때와는 사뭇 다르다. 이 부회장은 서울 경기초(1981년), 청운중(1984년), 경복고(1987년)를 졸업했다. 삼성그룹 오너 아들인지 잘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평범했고 친구들과 잘 어울려 고교 땐 3년 내내 반장을 맡았다. 진로를 정할 땐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로 진학할 땐 할아버지인 고 이병철 선대회장의 조언이 컸다. 대학 전공을 놓고 고민하자 이 선대회장은 “경영자가 되려면 경영이론도 중요하지만 우선 인간을 이해하는 폭을 넓혀야 한다. 학부 과정에서는 사학, 문학 같은 인문학을 전공하고 경영학은 외국 유학을 가서 배우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대학 3~4학년 때는 승마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이 부회장이 처음 승마를 배운 것은 1982년 교통사고로 하반신을 심하게 다쳤다가 승마로 완치된 이 회장의 권유 때문이었다. 1989년엔 국내 10개 대회 중 8개 대회에서 우승할 만큼 기량이 뛰어났다. 운동신경이 뛰어난 이 부회장은 미국 유학 시절 배운 골프에도 일가견이 있다. 이름난 골프광인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2007년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가 중 골프 맞수로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이 부회장을 손꼽았다. 1995년 일본 게이오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2001년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그가 미국보다 일본에서 먼저 유학했던 것 역시 아버지의 조언 때문이다. “미국을 먼저 보고 나서 일본을 나중에 보면 일본 사회의 특성, 일본 문화의 섬세함과 일본인의 인내성을 알지 못한다. 유학을 가려면 일본에 먼저 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이 본격적인 경영 수업에 뛰어든 건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로 재입사하면서부터다. 1991년 삼성전자 총무그룹에 잠시 입사했으나 근무하지 않고 곧바로 유학길을 떠났다. 재입사 후 이 부회장은 한 해 100일 이상 해외 법인을 둘러보고 각국 주요 거래처와 접촉했다. 2003년 상무, 2007년 전무로 승진하면서 비교적 천천히 직급을 밟아 승진했다. 범(汎)현대가 3세로 두 살 아래인 정의선(44)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1999년에 상무를, 2002년에 전무를 다는 등 고속 승진했다. 정 부회장은 경복고 후배로 이 부회장과 친하게 지내며 사석에서는 이 부회장에게 형이라고 부른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 역시 36세이던 1978년 이미 부회장(삼성물산)에 올랐다. 이런 더딘 승진은 확실한 기초를 만들겠다는 이 회장의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회장은 2007년 1월 언제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부회장이) 자격을 갖춰야 할 것 아니냐. 기초는 만들어 줘야 하지 않겠냐”면서 “고객과 실무 기술자, 연구소 등을 더 깊이 알도록 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고객책임자(CCO) 등의 직함으로 해외를 돌며 이 부회장은 애플, IBM, AT&T, 소니, 닌텐도 등의 전자·통신업계 최고경영진은 물론 시 주석,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등 해외 유력 인사들과도 친분을 쌓았다. 이 부회장이 처음 경영에 뛰어들었을 땐 그의 능력을 의심하는 시각이 많았다. 재입사 직전 이 부회장이 개인 자금을 투자(2000년 5월)한 ‘e삼성’이라는 벤처투자회사가 8개월 만에 200억원 가까운 적자를 내고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이후 제일기획 등의 계열사가 이 부회장 지분을 넘겨받으면서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2004년 삼성과 소니의 합작사인 S-LCD(액정표시장치)의 등기이사를 맡아 삼성이 LCD부문 세계 정상급 기술·생산 능력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을 만든 것은 이 부회장의 공로 중 하나로 꼽힌다. 2006년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소니를 꺾고 9년째 글로벌 1위를 지키고 있는 기틀도 이때 마련됐다. 2009년 최고운영책임자(COO·부사장)로 승진했을 때부터 삼성전자는 사실상 이재용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이 회장은 2008년 삼성특검으로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였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갤럭시 신화로 스마트폰이 세계 1위로 자리 잡는 데 이 부회장의 기여가 컸다”면서 “2012년 2년 만에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을 때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건희에게 반도체가 있지만 이재용은 무엇을 보여줬나’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이 부회장이 중국 사업, 2차 전지 사업, 의료기기 사업 등에 총력을 쏟고 있지만 아직은 주주와 사회가 납득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사설] 北 미국 인질석방, 한반도 경색 돌파구 돼야

    북한이 억류해 온 미국인 인질 2명을 그저께 전격 석방함에 따라 북·미 관계는 물론 한반도 정세에도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미국 정부가 그동안 ‘반(反)공화국 적대범죄 행위’로 북한 감옥에 갇힌 미국인 케네스 배(46)와 매튜 토드 밀러(24) 석방을 위해 물밑 교섭을 해 왔고, 북한이 이에 호응해 미 정부의 요구를 들어준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석방 교섭을 위해 오바마 행정부 내 정보기관 총책임자인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DNI)을 사실상 대통령 특사 형식으로 파견했다는 점이다. 클래퍼 국장은 중앙정보국(CIA)과 국방정보국(DIA), 국가안보국(NSA), 연방수사국(FBI) 등 10여개 정보기관을 총괄지휘하는 인물이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일일정보 보고를 하며 수시로 독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클래퍼 국장의 북한 내 행적은 보도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핵심 실세들과 만나 북한의 입장을 청취했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북한 인권이 국제사회의 도마에 오른 상황에서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함과 동시에 북·미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북한 수뇌부의 생각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이번 석방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이 변화하거나 북·미 관계가 순풍에 돛단 듯 진전되지는 않을 것이다. 북·미 관계의 키는 무엇보다 북핵과 미사일 문제가 쥐고 있다는 의미에서 극적인 반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석방 카드가 2차 남북고위급 접촉 무산 직후에 나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북한이 미국 억류자 전원을 석방한 것은 고전적인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에 바탕을 둔 것으로 보인다. ‘국가전복 음모죄’ 등으로 무기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1년째 북한에 억류 중인 김정욱 선교사가 석방 리스트에서 제외된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미국에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면서 전략적 인내 정책이 실패했다는 자성론과 함께 대화를 통한 북한 리스크 관리론이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북·미 관계 개선이 현실화되는 상황은 우리로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하지만 남북 관계가 꽉 막힌 상황에서 우리의 한반도 및 동북아 주도권은 급격하게 약화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더욱이 오늘부터 이틀간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기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중·일 정상회담을 한다. 센카쿠열도 분쟁과 일본의 집단자위권 확대 등으로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쳤던 양국이 현실적인 실리 추구로 방향을 틀었다는 의미가 된다.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일 간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간자로서의 위상 확보를 노렸던 박근혜 정부의 동북아 외교가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게 된 상황이다. 이런 복잡한 구도 속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방북은 깊은 의미가 있다. 2차 고위급 접촉이 대북 전단 문제로 무산된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내일 시작되는 육·해·공군의 호국훈련에 대한 북측 비난전이 거세지고 있다. 우리는 북·미 간 현안인 석방자 문제가 해결된 시점에서 김정욱 선교사 석방이 남북 관계 개선의 단초가 된다는 점을 엄중하게 촉구하는 동시에 서서히 닫혀 가는 남북 관계 개선의 문이 이 여사의 방북을 통해 활짝 열리기를 기대한다.
  • [사설] 목소리 커진 美공화당 한반도 파고 대비해야

    대외 강경노선을 걷는 미국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예상대로 상·하원을 석권하면서 한반도 정세는 더욱 복잡해졌다. 2016년 미 대선까지 미국 정가는 오바마 행정부를 옥죄는 여소야대의 정국이 현실화된 것이다. 자칫 한반도와 동북아시아가 거센 돌풍에 휘말려 가뜩이나 경색된 남북 관계가 악화되거나 간신히 균형을 잡아 가는 한·중 외교가 다시 휘청거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승자 독식’ 원칙에 따라 하원에 이어 상원의 모든 상임위원장을 공화당이 차지함에 따라 미국의 대외 정책은 지금보다 훨씬 강경 모드로 변화될 소지가 높아졌다. 특히 상원외교위원장으로 확실시되는 밥 코너 의원은 공화당 내 대표적인 매파로 통한다. 그는 오바마의 유약한 대외정책 비판론자로서 유명하다. 북한·이란핵 개발 저지에 소극적인 오바마 대통령을 질타해 왔다. 북한 인권상황 개선에 더욱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상원 군사위원장으로 내정된 존 매케인 의원 역시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에 반대하고 압박과 제재를 통한 대북 강경노선을 지지해 온 인물이다. 공화당의 대외 강경 기조가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한·미 동맹 강화를 중시하는 점에서 오바마 행정부와 견해가 같기 때문에 급격한 대북정책 변화가 없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전작권 환수 재연기가 확정된 이후 한·미 동맹 강화를 통해 동북아, 특히 중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한국이 동원될 가능성은 점점 짙어지는 상황이다. 막바지 단계에 있는 한·미 원자력협상에서 한국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가 어려운 방향으로 불똥이 튈지도 모를 일이다. 미국의 정치 지형상 레임덕이 불가피해진 오바마 행정부가 공화당의 강경 목소리를 마냥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 클린턴 행정부(1993~2001년) 말기 공화당 집권 전후로 한반도 정세가 요동쳤던 때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외교부 당국자들이 달라진 외교 지형을 세밀하게 살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변화 없이 어떤 협상도 하지 않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정책’ 역시 공화당 강경파들에게 좋은 먹잇감이다. 공화당 내부의 대북 매파들은 우선 대북 제재 이행법안의 상원 처리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7월 하원을 통과한 대북 제재 법안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저지를 위해 김정은 정권의 돈줄 차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어느 때보다 ‘김정은을 손봐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대북제재법의 상원통과만큼 북한 정권에 타격을 주기에 안성맞춤인 것은 없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이 군산(軍産)복합체의 적극적 지지를 받고 있는 공화당의 강경 노선과 맞물려 극우적 방향으로 급진할 개연성도 있다. 지난 4월 한·미 정상들이 합의한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역시 강경파들에게 중국 압박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전작권 환수 연기로 구체화되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가시화될 경우 이를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 편입으로 인식하는 중국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동북아는 순식간에 안갯속으로 빨려들어 가게 된다. 미국의 정국 변화가 우리의 국익에 손상이 되지 않도록 외교 당국자들의 주도 면밀한 대비가 절실해지고 있다.
  • [사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이번엔 반드시 도입하라

    견제 없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기 마련이다. 인류가 진화할수록, 문명이 발달할수록, 국가가 선진화될수록 각종 규제장치를 만들어 권력을 감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는 어제 정치개혁을 위한 혁신안 의제 중 하나로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도입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문수 혁신위원장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소환제 도입 찬성 지지율이 90%를 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며 “우리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실망이 인내의 한계를 넘어선 것 같다”며 도입 의지를 밝혔다. 이런 의지에도 국민소환제가 현실화될 수 있을까 의문이 남는다. 그동안 정치권 스스로 개혁이란 이름으로 국민소환제 도입 카드를 흔들다가 어물쩍 넘어간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의 예로 2012년 6월 19대 총선 직후 당시 민주당 황주홍 의원 등 초선 11명이 ‘국민소환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다가 현재까지 계류 상태다. 2013년 4월엔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명의로 국민소환제 추진을 발표했지만 아무런 진척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다가 이번에 새누리당 혁신위가 다시 국민소환제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혁신위가 추진하는 것을 놓고 진정성 논란도 있을 수 있지만, 정치불신이 극에 달한 지금 입법부 권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데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현재 주민소환 대상은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뿐이다. 국회가 2007년 주민소환제를 도입하면서 국회의원은 슬쩍 제외했다. 당시 국회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여론이 빗발쳤지만 입법권을 쥐고 있는 의원들이 농간을 부린 탓이다. 국민에 의해 선출되기는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 지방의원 모두 똑같다는 점에서 성역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물론 국민소환제 도입이 현실화될 경우 입법부의 독립성 훼손 문제나 국민 참여의 과잉에 따른 정치 시스템의 불안정을 초래하는 문제도 있을 수 있다. 권력투쟁이 난무하는 우리 정치 풍토에서 상대 정당 의원이나 내부 경쟁자에 대한 공격수단으로 국민소환제가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국가의 원수이며,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도 탄핵이라는 견제를 받는 상황에서 국회의원에 대해서만 유독 4년 임기 내내 무소불위의 힘을 방치하는 것은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민주주의 대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권력의 진정한 원천이자 감시자인 국민이 직접 나설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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