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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감 종반 이후 여야 전략

    올 국정감사 종반전은 이용호(李容湖) G&G 회장 사건과노량진 수산시장 인수압력 사건을 둘러싼 여야간 격돌의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야(野),“끝장을 본다”=한나라당은 남은 국감일정을통해 ‘이용호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는 데 당력을 집중키로 했다.특히 오는 25일 예정된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 때까지 권력실세 개입여부 등에 대한 검찰수사가 미진하면 ‘2야(野)’가 합의한 특검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입장이다.아울러 각종 비리에 대한 제보에 대해서도 관련상임위 등을 통한 확인절차를 거쳐 부처별 종합감사 등에서 폭로할 방침이다. 국감이 끝난 뒤에도 법사·정무위 등 관련 상임위 소속의원들을 중심으로 ‘권력형 비리 진상조사위’를 구성,10·25 재보선을 전후한 시점까지도 권력형 비리문제를 계속 쟁점화할 계획이다. 이재오(李在五) 총무는 “이용호 사건에 대한 특검제 실시 문제는 앞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검찰수사를 지켜본 뒤결과에 따라 실시시기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민련도 이용호 사건을 권력형 금융비리 사건으로 규정,실체 규명에 당력을 모으기로 했다. ◆1여(與),“밀릴 수 없다”=민주당은 이용호 사건에 정면 대응한다는 복안이다.소속 의원들에게 근거없는 정치공세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따지도록 지시했다. 민주당은 이와함께 한나라당 주진우(朱鎭旴) 의원의 노량진 수산시장 인수 압력 의혹과 관련,외압 여부와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개입의혹을 제기해 추궁하는 등 ‘맞불작전’도 병행할 방침이다. 국정감사가 여야 공방의 장으로 변질되는 데 대한 비난여론을 의식,정책감사에도 주력해 여당으로서의 이미지를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이상수(李相洙) 총무는 “지금까지 진행된 지방 산하기관에 대한 감사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예정된 본부 및 종합감사는 철저히 정책감사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연기자 carlos@
  • 폭력·외도…25편의 이혼 보고서

    사례1. 명문대생이라는 학벌에 반해 결혼한 C씨.외국 박사학위까지 얻은 시인 남편은,하지만 돈 한푼 못버는 경제무능력자다.보다못한 아내의 채근에 돌아오는 건 욕설과폭력뿐이다. 사례2. 우연히 술집에서 합석한 남자에게 성폭행당해 순결을 잃은 K씨는 자포자기하듯 결혼한다.그러나 남편은 술만마시면 “내가 몇번째 남자냐”며 행패를 부린다. 여류작가 이다담씨가 쓴 ‘그녀는 왜 이혼했을까’(컬처클럽)는 달리 제목을 붙이자면 ‘이혼에 대한 보고서’다.배우자의 폭력,외도 등 다섯가지 유형으로 주변에서 목격한총 25편의 이혼 스토리를 담았다. 복종을 강요하며 아내를 하녀처럼 부리는 귀공자 남편,가난한 철학강사와 권태기의 바람난 유부녀,안방을 기웃거리며 부부관계까지 챙기는 시어머니 때문에 갈라선 부부 등등 각각의 사례를 소설식으로 재구성한 뒤 이혼 후일담,문제점을 짚어보며 나름의 처방을 제시한다. 한국은 1년에 결혼하는 33만쌍중 12만쌍이 헤어지는 ‘이혼 선진국’.하지만 이혼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냉랭하기만 하다. 저자는“저마다 ‘기가 막힌’ 이유들로 갈라 선 이들을인내심이 부족하고 문제있는 사람이라며 손가락질 하기 일쑤”라며 “당사자들의 현실을 이해하고 감싸는 배려가 너무 없다”고 아쉬워한다. 수 많은 지뢰밭을 피하지 못해 결국 파경한 이들의 이야기는,기혼자들에게는 자신의 결혼생활을 비춰보는 좋은 거울이다. 처녀총각들도 한번쯤 읽어둘 만하다.결혼은 영원한 행복을약속하는 ‘천국의 문’이라는 위험한 환상을 보기좋게 ‘박살’내기 때문이다. 허윤주기자 rara@
  • 타이완 對中 개방은 ‘짝사랑’

    타이완이 최근 중국 본토와의 경제관계를 강화하기 위해애쓰는 반면 중국은 타이완의 해외투자쇼를 주관한 외국계은행에 대해 보복성 징계를 내렸다.이에 따라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등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타이완의해외투자쇼 주관을 잇달아 취소,타이완의 경제재건 노력이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3일 파이낸셜타임스는 타이완이 중국 본토에 대한 투자전략을 ‘서두르지 않고 인내심있게 한다’에서 ‘적극적인개방과 효과적인 경영’으로 수정했다고 보도했다.이미 양국의 석유회사가 공동시추프로젝트에 합의하고 타이완 항공사가 중국 본토 화물수송회사와 협력관계를 맺었다. 타이완의 이같은 정책 변화는 침체된 경제가 가장 큰 이유다.타이완은 실업률이 지난 7월 현재 4.9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타이완 경제부가최근 중국 본토에 대한 투자규제를 완화하는 작업에 착수한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중국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정치적 대의가 먼저다.유럽에서 열린 타이완 투자유치박람회를 주관하고 홍콩에서 열린 투자박람회에 타이완 재무장관을 참석시켰다는 이유로 스위스계 투자은행사인 CSFB가 중국 제2통신사인 차이나유니콤 그룹의 신주공모에서 제외당한 것이 아시아 금융계에서 널리 회자되고 있다. 이를 지켜 본 골드만삭스,메릴린치,JP모건체이스,ABN암로,다이와증권 등 외국 투자업체들이 이미 예약된 타이완의 해외 투자유치박람회 주관을 스케줄 문제를 들어 잇따라 취소했다. 3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내년 한해 동안 중국에서 발행될 주식은 200억달러로 아시아 지역의 절반에 해당된다.투자은행들이 거대한 잠재고객을 배려한 것이다. 타이완의 경제재건 노력도 중국의 ‘허락’을 얻어야 가능하게 된 셈이다. 전경하기자 lark3@
  • [워싱턴 엿보기] 섹스·복권에 정신팔린 미국

    요즘 미국민들의 관심은 온통 두가지에 쏠려 있다.“민주당 게리 콘디트 하원의원이 실종된 인턴여성 챈드라 레비(24)와 잠자리를 같이 했느냐”와 “과연 누가 2억8,000만달러(3,600억원)짜리 복권의 주인이 되느냐”는 것이다.미사일 방어(MD),인간복제,경제회복 등은 정치인이나 언론이 만들어내는 ‘구호’에 불과할 뿐 실생활과는 아주 동떨어진주제로 보인다. 23일 밤 ABC ‘프라임 타임’이 독점 방영한 콘디트 의원과의 인터뷰는 미 방송 사상 두번째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당시 전체 시청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400만명이 TV속의 콘디트 의원을 주목했다.1999년 ABC의 바바라 월터스가모니카 르윈스키를 인터뷰했을 때의 시청자 수 4,800만명보다 적지만 최근 치러진 미 NBA 결승전 2,030만명을 앞선다. 이번 사건이 헐리우드의 미스테리 영화처럼 ‘권력을 배경으로 한 섹스’를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줄거리는 이렇다.미모의 인턴여성이 하원의원과 만난 뒤 사라진다.두사람의 관계가 의심받으면서 경찰은 의원의 행적을 추적한다.확정적 증거는발견하지 못하지만 정황은 의원쪽에 불리하다.의원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여성이나타난다. 앵커우먼 코니 정은 “레비를 죽였느냐.성관계를 가졌느나”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그러나 콘디트 의원은 ‘가까운 관계’만 인정할 뿐 실종사건에 대해서는 100% 부인했다.그러나 여론은 “레비와 잤을지도 모른다”에서 “잤다”쪽으로 기울고 있다. 미국민을 설레게 한 복권 열풍은 ‘아메리칸 드림’의 또다른 양상이다.미국 사회는 60∼70년대처럼 자유와 인권을주창하지도 않으며 땀흘려 일하면 성공할 수 있는 ‘기회’도 더이상 제공하지 않는다.90년대 일기 시작한 ‘신(新)경제의 붐’은 일반인에게는 ‘억만장자의 꿈’만 심어줬고이는 복권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줬다. 얼마전 연방수사국(FBI)은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점 맥도널드를 통해 1달러짜리 엉터리 복권 ‘모노폴리’를 팔아 수백만달러를 챙긴 사기 일당을 체포했다.이들은 100만달러짜리 상금을 탔다는 가짜 당첨자들도 내세웠다. 숫자 6개를맞추는 복권 ‘파워 볼’의 당첨금이 2억8,000만달러까지치솟자 테네시주의 한 공장 근로자들은 2만4,000달러 어치의 복권을 공동 구입했다.1달러짜리 복권을 사기 위해 최소한 2시간을 줄서서 기다리는 인내심도 발휘했다.한 여론조사 결과 복권에 당첨되면 90% 이상이 현재 직장을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복권을 사는 사람들에게 “왜 사냐”고 물었다.그러자 “복권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준다.왜 사냐고 묻는 게 이상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미국 사회에서 1달러 복권은가끔 ‘종교적 신념’이나 ‘땀의 소중함’ 보다 더 큰 마력을 발휘한다. 백문일특파원 mip@
  • “타이완 경제 中에 개방”

    ‘서두름을 경계하고 인내심을 갖고 대처한다(戒急用忍)’는 타이완의 대(對)중국 경제정책이 ‘적극적으로 개방하고유효적절히 관리한다’(積極開放有效管理)는 쪽으로 바뀐다. 타이완 총통 직속 경제발전자문위원회는 26일 전체회의를열어 1996년 제정한 대중국 경제정책을 5년만에 수정하기로결정하고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에게 미화 5,000만달러 이상의 중국 투자 금지 규정을 철폐하고 중국 진출에 따른 각종 규제들을 완화하라고 촉구했다. 타이완의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천 총통 지시로 올해 구성된 경제발전자문위원회는 여야 의원들을 비롯,정부관리,기업인,학자 등 영향력 있는 120명으로 구성됐다.천 총통은앞서 경제발전자문위원회가 건의한 제안들을 적극 수용할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체회의는 이밖에 타이완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중국의 타이완 투자 규제를 완화하고 ▲타이완은행들이 중국 대륙 내에 지사나 사무소를 설치토록 허용하고 ▲양안간 신속하고 편리한 송금 체체를 구축해야 한다고건의했다. 베이징 김규환특파원
  • “일등상품 부족이 수출부진 원인”

    ‘D램,TFT-LCD(박막 액정표시장치),CDMA(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 단말기,셋톱박스,초고속 인터넷,LNG선,여자골프,냉연강판,폴리에스테르 섬유,인삼’ 삼성경제연구소는 22일 ‘한국의 10대 일등상품’이라는보고서에서 이들 상품을 우리나라의 일등상품으로 선정했다.세계시장 점유율,수출액,기술·품질수준,독창성 등을기준으로 했다.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수출부진은 일등 품목이 반도체 등일부에 편중돼 있고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경쟁력있는 일등상품이 적기 때문이며 세계 1위인 제품 대부분은 섬유·직물 등 경공업제품이고 첨단제품은 반도체와 LCD(액정표시장치) 등 소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일등상품 가운데 냉연강판,폴리에스터섬유,인삼등은 재도약하느냐 탈락하느냐의 기로에 서있다면서 반도체 분야는 앞으로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과거와 같은 고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우며 TFT-LCD는 핵심부품을 국산화하고대만업체의 추격을 따돌려야하는 부담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CDMA 단말기의 경우 판매가의 5.25∼5.75%를 외국회사에 지급하는 등 단말기의 원천기술과 핵심부품을 해외에의존하고 있는 것이 한계이며 초고속인터넷 분야는 전송장비의 국산화율이 낮고 과당경쟁과 중복투자로 심각한 적자상태에 빠져있다고 연구소는 전했다. 여자골프가 세계 정상에 도달한 것은 섬세한 손감각,짧은하체비율과 이에따른 안정적인 무게중심 등 좋은 신체적조건을 갖고 있는데다 인내심,감정절제,승부근성 등에서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연구소는 일등상품 창출을위해서는 기업의 노력외에 산업 경쟁력,효율적 인프라,자율과 창의의 사회분위기 등이 갖춰져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기업위축이 계속될 경우 새로운 일등상품은 고사하고기존 일등상품들의 쇠퇴마저 걱정된다고 밝혔다.또 산업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세계 일류상품 발굴·육성’ 방안은시의적절하지만 현실성 없고 접근방법에도 문제가 있다고말했다. 임태순기자 stslim@
  • [공직자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군대이야기

    사회생활의 연륜이 쌓여가면서 이런저런 사연으로 맺어진모임이 여럿 있다.이중 특이하고,무척 소중한 모임이 있다.20여년전 최전방 화천지역에서 대대장을 할때 당시의 운전병·당번병·무전병 등 옛 부하들과의 부부동반 만남이다.직업이나 나이,출신지역,취미 등 공통점은 하나도 없지만 한때군에서 고락(苦樂)을 같이 했었다는 사실만으로 모임은 수년째 모임이 지속되고 있다.홍안의 젊은 청년이던 그들은 20년 세월속에 어느덧 희끗희끗한 중년이 됐다. 모임에 가면 20년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혈기방장한 청년시절로 되돌아간다.나누는 이야기는 뻔하다.수십번을 되뇌인,주위 사람에게는 그저 그런 스토리이고,무용담일지 모르지만,정작 우리들에겐 어제의 일인 듯 생생하고 가슴 절절한추억거리다. 이 나라 남성들을 젊은 시절로 되돌려 보내고,값진 체험의순간들을 회상하며 삭막한 현실을 벗어나게 하는 남자들의군대이야기.그런 군대가 요즘의 일부 젊은이들에게 거운 짐이요 멍에로만 인식되는 듯 싶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첨단의 물질문명이 주는 이기로 인해삶의 행태와 질이 다양화된 다원적 사회이다.이러한 현대사회에서 군대생활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거나 미경험의 세계를 간접 체득할 수 있게 하는 인격의 도장으로서 귀하고 소중한 기회이다. 물론 극히 개인주의적이고 다양성과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추구하며 성장해온 젊은이들에게 군대란 따분하고 재미없는곳일 수 있다.게다가 상명하복의 계급문화,집단성,획일성,규율과 절제된 생활이 젊은이들에겐 경험하고 싶지 않은 구실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군대는 규율과 절제,고착된 의식만이 존재하는 메마르고 척박한 곳만은 아니다.나와 다른 사람들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우리’라는 사회적 자아에 눈뜰 수 있으며,생활과 의식의 괴리,인식의 굴레,각자의 한계를 벗어나 새로운 세상과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젊음의 한때에 겪는 군생활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숨가쁘게 변해가는 인생이라는 고달픈 항해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지혜와 슬기를 가르치고,인내심을 길러주는 인생교육의장으로 건전한젊은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거쳐야 할 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이란 생각보다 먼길이며,그 길을 가다 보면 때로는‘나’아닌 ‘우리’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고 봉사해야할 경우를 만나게 된다.그런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군대이다.군대는 또 그런 숭고한 봉사와 희생에 대한 보답으로 보다 더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아울러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동료들과의 우정과 값진 추억거리를 선물해 줄 것이다. 최돈걸 병무청장
  • 파월 방한 이모저모

    27일 낮 방한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한승수(韓昇洙)외교부장관과 회담을 가진 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을 차례로 예방,대북문제를 조율하는 등 바쁜 하루를 보냈다.그는 18시간 동안 우리나라에 머문 뒤 28일 다음 방문지인 중국으로 떠난다. ◆김 대통령은 파월 장관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27년전 한국에서 근무했던 분이 국무장관이 돼 돌아오니 한국인으로서는 금의환향하는 오랜 친구를 만난 기분”이라고 반겼다. 이에 파월 장관은 “대통령 말씀대로 고향에 온 기분으로매우 좋다”면서 “27년동안 여러번 한국을 찾았지만 그때마다 한국의 많은 변화들이 인상깊었다”고 화답(和答)했다. ◆이에 앞서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8층 엘리베이터 앞에서파월 장관을 영접한 한 외교장관은 “파월 장관은 한국에서 연대장 근무를 하는 등 매우 좋은 친구”라고 옛 추억을상기시켰다.파월 장관은 당초 70년대 대대장으로 근무했던동두천의 주한미군 기지와 비무장지대(DMZ)도 방문하기를희망했지만,아시아 5개국 순방 일정이 빡빡해포기했다는전언이다. ◆파월 장관 일행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린 하노이에서 전세기를 이용,서울로 직행했으나 태풍을 피해 우회하는 바람에 서울공항에 예정보다 70분정도 늦게 도착했다. 파월 장관은 한·미 외무장관회담에 늦지 않기 위해 점심을 주한 미 대사관에서 샌드위치로 해결한 뒤 한 외교장관 집무실로 직행했으나 회담은 20분쯤 늦게 시작됐다. ◆세종로 청사 19층에서 열린 내외신 공동기자회견에서는김 국방위원장의 방러 배경을 둘러싸고 질문이 쏟아졌다.한 장관은 “김 위원장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지난해 푸틴 대통령의 방북에 대한 답방 성격인 것으로 안다”면서 “북한을 개방하려는 의지를 나타내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고 높이 평가하고 싶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파월 장관도 “특별히 기대를 갖고 있지 않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서울답방을 격려한다면 매우 유용한 지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어 “북한이 미국의 대화제의에 응하고 있지 않지만 미국은 인내심을 갖고 북한의 반응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저녁 한남동 외교장관공관에서 열린 만찬에는 97년파월 장관의 자서전,‘나의 미국여행(My American Journey)’ 을 한국어로 번역한 류진(柳津) 풍산회장이 초청돼 눈길을 모았다.민주당 유재건(柳在乾)·김운용(金雲龍),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의원 등 국회 통외통위 소속 의원들도 참석했다. 박찬구기자@
  • [한국에 산다] 진샌화 로펌 ‘지평’ 소속 中변호사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첨단기술 및 금융분야로까지 한·중 상호 투자가 확대될 것이 확실합니다.법에 근거한 보다 체계적인 투자 전략이 필요할 때입니다” 중국 변호사 진샌화(金鮮花·36)씨.지난해 4월 벤처 및 기업 인수·합병(M&A)전문 법률회사로 설립된 법무법인 지평의 원년 멤버다.중국인으로는 유일하게 국내 로펌에 정식소속된 변호사.지평의 중국·북한팀에서 한국및 외국 기업의 중국 투자 및 M&A 법률 자문을 맡고 있다. 이름에서 알수 있듯 그녀는 조선족 3세.옌볜 출신이다.베이징 정법대 졸업 뒤 중앙민족 번역국에서 일했다.국제 무역 실무를 담당하다 90년 한·중 수교 이후 효성물산 등 한국 종합상사의 대중 투자 법률 자문을 해주면서 한국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중국 경제개방 이후 높은 경쟁률을보이고 있는 전국 율사 시험에 응시,변호사 자격증도 땄다. 97년 남편 오르환(吳日煥·36·베이징 정법대 조교수)씨가자매학교인 한양대로 유학 기회가 생긴 것이 한국에서 활동을 원한 진씨에겐 행운이었다. 한국말이 완벽하고 한국인의 피가 흐르지만 진씨가 스스로느끼는 정체성은 중국인. 일상사에서 “역시 나는 외국인이구나”하고 느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특히 한국인의 음주문화, 그리고 생활 전반에 깔려 있는 남성 우월주의 문화는외국인임을 절감케 하는 것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 은행에 여성 지점장이 탄생했다는 기사가 모든 신문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의아했습니다. 당연한 일이 왜 뉴스가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거든요”. 진씨는 한국이 장관부터 일반 시민들까지 술에 젖어 있는것 같다고 말한다.취중 발언이 문제가 돼 정치 쟁점화하는정치권도 한 예다.진씨의 퇴근시간은 보통 저녁 10∼11시. 사무실이 있는 선릉역에서 사근동까지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취객들이 술냄새와 안주냄새를 풍기며 의자를 점령하고있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한국인들은 정말 인내심과 이해심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중국 같으면 다른 승객들이 취객을 준엄하게 꾸짖은 뒤 쫓아냈을 겁니다” ‘식사자리는 곧 술자리’라는 등식에 한참 동안 혼란스러웠다는 진씨는 그러나 한국의 과격한 술문화가 갖고 있는긍정적인 면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고 강조한다.업무로 쌓인스트레스가 하루 저녁 술자리를 통해 풀어지고 인간관계도더 돈독해지는 측면도 많다는 생각. 빈틈없는 법률 자문으로 한·중 무역및 국제통상분쟁분야에서 독보적 전문 변호사가 되는 게 꿈인 진씨.“한국인의 음주문화와 저력에 대한 논문 쓰기를 두번째 꿈으로 넣어볼까 고민중”이라며 활짝 웃는다. 김수정기자 crystal@
  • [공직자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조화

    문명이 발달하고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마련이다.흔히들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지만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고 한다.문화의 세기인 21세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지식과 정보가사회를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며,개인과 사회의 건강이 국가발전의 원천이 되어 가고 있다. 현대사회는 과거 우리가 예기치 못했던 각종 사회적 병리현상이 돌출하여 우리의 생활을 위협하고 있으며,생활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생활 체육이 이와 같은 사회병리현상을 전적으로 예방하고 치유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없다.그러나 생활체육은 건전한 체육활동을 통한 모든 국민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의 추구를 기본이념으로 한다는 점에서 경제발전 및 사회발전에 의하여 증대된 국민의 삶의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기본조건이 될 뿐만 아니라,더 풍요로운 삶을 향유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여 준다. 생활체육이란 말 그대로 생활 속에서 즐기는 체육이다.굳이 학문적으로 풀이하자면 건강을 지키고 체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자발적,일상적으로 행하는 체육활동이라 하겠다.곧 자신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하는 모든 체육활동이 생활체육이다.생활체육은 운동을 통한 건강증진과 더불어규칙과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배우게 됨은 물론 자신을 극복하는 인내심도 기르는 ‘산 교육’이다.건강한 가정,이웃과의 화합,사회의 공통성을 창출해 내는 민주시민의 사회교육의 장으로서 건전하고 밝은 사회를 이끌어갈 원동력이 바로 생활체육인 것이다. 미국은 1930년대의 경제 대공황으로 야기된 사회적 혼란을 각종 스포츠의 보급과 국민적 참여로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독일도 1,2차 세계대전으로 황폐화된 국가와 국민정신의재건을 위해 장기 생활체육 정책인 황금계획을 수립,실천함으로써 인간성 회복을 통한 선진국가 건설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캐나다는 “생각만 하지 말고 실천하라”는 슬로건 아래 생활체육 참여운동을 적극 추진하여 생활체육을 활성화시켰으며,일본도 1946년 도쿄 올림픽 이후 생활체육을 적극적으로 장려하여 국민체육활동 참여율이 70%대에이르고 있다.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인구 1,400만에 불과한 네덜란드가 8위를 차지하여 국내외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었다.네덜란드는 전체 인구의 35%에 해당하는 500만명 이상이 생활체육 동호인클럽 활동을 하고 있으며,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엘리트 선수들을 발굴하여 세계 스포츠계의 강국으로 발돋움하였다. 과거 프랑스는 동독이 몇몇 엘리트 수영선수를 몇 개의 수영장에서 집중 훈련시켜 올림픽에서 메달 몇 개를 따는 것보다 전국민이 동네주변의 수영장에서 생활 수영을 즐기는것을 더욱 자랑스럽게 여겼다고 한다.선진국이 될수록 ‘보는 체육’과 ‘하는 체육’ 즉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이 조화를 이루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는생각이 든다. 김한길 문화부장관
  • 이종우의 증시 진단/ ‘살만한 물건’없어 인내 필요

    주식시장이 거래 및 예탁금 감소,주도주 부재에 시달리고있다. 지난 일주일동안 하루 평균 거래량은 2억주를 겨우 웃돌았다.고객예탁금도 조금씩 감소했다.눈에 띠는 주도주도없었다.맹위를 떨치던 가치주가 정체 상태에 빠진 반면,IT(정보통신)주식은 약세를 계속해 시장에서 마땅히 살만한주식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런 약세 요인 때문에 당분간 주식시장은 하락을 면치못할 것이다.먼저 자금측면을 보면 현재 시중유동성은 단기화와 함께 보수화라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은행 저축성예금이 400조원까지 늘어난 것이 보수화의 대표적 예다.이런 상태에서는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확신이없는 한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기 힘들다. 외국인 역시 마찬가지다.지난주 후반 외국인의 매도액이다시 늘어났다.미국시장이 정체에 빠지고 국내경기도 불확실한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매수세로의 전환이 어려울 전망이다. 주도주도 당분간 형성되기 힘들다.IT주식들은 4월에 비해저점이 약해진 상태다. 예상보다 IT경기가 좋지 못한 반면,주가는업종 경기둔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치주도 약세 요인을 안고 있다.몇달동안 가치주가 상승한 것은 IT주에 비해 주가가 낮다는 매력 때문이었다. 시장 에너지가 빠른 시간내에 채워질 것 같지도 않다.주가 하락이 멈출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매수를 유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종우 대우증권투자전략팀장
  • 2001 길섶에서/ 엄살

    분명히 싸우는 중인데 서로 상대방에게 ‘먼저 치라’며 얼굴을 들이미는 모습을 흔히 본다.처음 이 장면을 본 한 외국인은 “싸우면서 먼저 때리라니….”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얼마 후 그 외국인이 “정당방위를 주장하기 위해 분노를 억누르는 한국인의 인내심은 대단한 것 같다”며 칭찬인지 비아냥인지 하는 말을 했다.그러나 여기에는 외국인들이 쉽게 이해하기 힘든,한국인 특유의 약자에게 약한 정서가있다. 경위야 어떻게 됐든 눈 앞에서 당하는 사람을 동정하는 심리가 그것이다. 수백억 규모의 탈세 추징금과 더불어 검찰에 고발된 일부언론사들이 한결같이 ‘언론탄압’을 내세우는 이면에도 역시 약자에게 동정적인 대중심리에 기대 보자는 계산이 있는듯싶다.그러나 그들이 과연 약자일까.그렇다면 바로 얼마 전이번 고발대상에 들어간 신문사의 편집국장이 “정치권력보다 우위”임을 자랑스럽게 말한 것은 무슨 뜻인가.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오만과 독선으로 가득 찬 글들은 무엇인가. 김재성 논설위원
  • 김대통령 3與지도부 간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7일 저녁 민주당,자민련,민국당등 3당 국정협의회 참석자들을 청와대로 초청,만찬을 함께하며 3당의 긴밀한 공조를 당부하고 격려했다. 김 대통령은 “미국경제가 하반기부터는 좋아질 것이며,우리경제도 탄력을 얻게 될 것”이라며 “남북문제도 우리가인내심을 갖고 해나가면 반드시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고민주당 전용학(田溶鶴)대변인이 전했다.지난 4월 3당 정책연합 선언 이후 김 대통령이 이들 3당 지도부를 초청,간담회를 갖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춘규기자 taein@
  • 최진욱의 미국증시 보기/ 주요통신·장비업체 급락

    지난주 기업들의 실적경고와 함께 추락을 거듭하던 미국나스닥이 금주 첫 거래일인 18일에는 지수 2,000선이 무너졌다.2,000선 붕괴는 지난 4월18일 이후 처음이며,지수는거래일 기준으로 7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다우존스 산업지수가 다소 반등하긴 했으나 GM의 실적 상승 전망에 따른 일부 블루칩 매수세를 제외하면 시장 분위기는 완연한 내림세였다.지난주 기업들의 실적이 장세를완전 장악한 모습은 이번주에도 이어지고 있다.지난주 노텔의 실적경고에 이르기까지 연이은 대형 사고를 경험하며투자심리가 크게 흐트러졌던 투자자들은 인지도가 낮은 기업의 실적경고에도 강하게 반응했다. 그 여파로 주요 통신,네트워크,장비업체의 주가는 일제히 급락했다. 이번주에도 5월 신규 주택착공 동향,4월 무역수지동향 등월간 경제지수와 주간 실업수당 신청동향 발표가 예정돼있으나 영향은 크지 않을 것 같다.오히려 시장은 18일 장마감 후 발표된 오라클,21일로 예정된 메모리 반도체 대표주자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주중 발표될 골드만 삭스,베어 스턴스,리만 브라더스,모건스탠리 등 주요 금융 업체들의 실적 발표에 강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2주전까지만 해도 약간의 상승세 또는 박스권 횡보를 예상했던 애널리스트들은 이번주 들어서는 일제히 말을 바꾸고 있다.올 연말과 내년 초의 실적호전에 대한 기대로 나타났던 지난 봄의 강세는 성급했던 것이었다는 분석들이속속 나오고 있다.현재 미국시장의 분위기는 어수선하고불안정한 상황이어서 지수 2000선 붕괴는 별다른 의미가없다.인내심을 가지고 시장의 안정을 기다려야하는 시점인것 같다. 최진욱 ㈜유에스인포 해외증시분석팀장대한매일 뉴스넷 제공 kdaily.com
  • 포천誌 선정 ‘2001년 경영철학’

    ‘진정한 리더는 어떤 자세를 갖추고 있어야 할까’ 요즘 서점을 가보면 리더십에 관한 서적이 트럭으로 담아도 남을 만큼 넘쳐 흐른다.그러나 이들 리더십관련 서적들은 세세한 원칙을 너무 많이 제시하거나,사례분석 등 학술서적 형식으로 흘러 비전문가들은 인내심을 갖고 꼼꼼하게읽지 않으면 별 소득을 얻지 못한다.또한 인간을 ‘조종’의 대상으로 단순화시키는 단점을 대부분 지니고 있다.그러나 ‘리더는 머슴이다’(로버트 그린리프 지음)는 리더십이란 ‘섬기는 것’이라는 단순한 명제 아래 갖가지 재미있는 사례를 제시해 이해를 돕는다.저자는 38년간 AT&T사에서일했으며 경영연구 부회장으로 퇴직했다. 이 책의 첫판은 비록 지난 77년 나왔지만,올해 포천지가‘2001년 100대기업의 경영철학’이라는 주제로 실시한 조사에서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할 만큼 가치가 높은 것으로평가된다.지금까지 전세계에서 100만권 이상이 팔렸고,국내에는 이번에 처음 번역소개된 것이다. 저자는 진정한 리더십이란 사람들을 ‘섬김’으로써 자발성과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현대 사회는 ‘비판을 위한 비판’이 판을 치고 있으나 이는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데 한계가 있으며 ‘섬기는’ 리더십에 초점을 맞추면 사회가 훨씬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한다. 참솔 펴냄 1만3,000원.
  • 대안학교를 찾아/ 충북 청원군 청주양업고

    “쑥 들어간 것도 해구고,불쑥 솟은 것도 해구예요?” 지난달 30일 오후 충북 청원군 옥산면 환희리에 자리잡은청주양업고(교장 尹秉勳 신부)의 과학실인 ‘유레카’.의대에 진학해 성형외과 전문의가 되겠다는 ‘노랑머리’ 재웅이(18)는 맨 앞줄에 앉아 질문을 던져댄다.반바지,맨발에 슬리퍼를 신었다.나머지 8명도 비슷한 차림이다. 한경수(韓慶守·36)교사는 “해저에서 함몰된 곳은 해구(海溝)고,바다 바닥에 솟은 산은 해구(海丘)”라고 칠판에 쓴뒤 “염화나트륨,염화마그네슘 등으로 이뤄진 바다 염류의농도는 약 35퍼밀”이라고 설명했다.재웅이가 또 “퍼밀이뭐냐”고 질문을 던진다. “퍼센트는 100분위 단위고,퍼밀은 1,000분위의 단위지.”“아,그러니까 퍼센트는 100이 ‘만땅’이고,퍼밀은 1,000이 ‘만땅’이군요.” 재웅이가 비속어를 썼지만 개념은 정확하게 파악한 듯했다. 수업을 듣는 9명의 고3생 중 수업에 열중하고 있는 학생은재웅이를 포함해 2명.나머지 학생들은 장난을 치거나 딴짓을 한다.아예 자는 학생도 있다. “수업시간 내내뭘 하고 있었지?” “라틴어 공부요.” 수업시간 동안 딴짓을 하던 연수(가명·19·여)의 입에서뜻밖의 말이 튀어 나왔다.옅은 화장에 귀고리를 하고 보랏빛 안경을 쓰고 있다.연수는 최근 그리스어와 라틴어 공부를시작했다.라틴어 공부를 하다가 막히면 교장 윤 신부에게 묻기도 한다.기형도 시인을 가장 좋아한다는 연수는 “졸업 후 여행을 다니며 글을 쓰겠다”면서 “대학에는 가지 않겠다”고 단호히 말한다. 국어 교실인 ‘가벼움’에서는 2학년 남학생 8명이 영화 ‘꽃잎’을 보고 있었다.지난 수업때 5·18 광주민주화운동에대해 알아보자는 의견이 나온 뒤 선정한 영화다.의자를 붙여놓고 누워서 보는 ‘배짱 좋은’ 녀석도 있다.‘번개머리’에 작은 귀고리까지 한 ‘뮤직맨’ 수호(19)가 김진숙(30·여)교사에게 “이정현이 입은 빨간색 옷이 무엇을 의미하느냐”고 묻는다.김 교사가 “수호는 뭘 의미한다고 생각하니”라고 되묻자 “‘피’를 뜻하는 게 아니냐”고 재빨리 말한다. 오후 4시20분.수업 종료와 종례를 알리는 음악이 울려퍼졌다. 2학년1반에서는 곧 있을 산악 등반때 무슨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인가를 놓고 가벼운 논쟁이 벌어졌다.아이들의 의견이좀처럼 한데 모아지지 않지만 박선구(26·국어과)교사는 자신의 의견을 내놓지 않는다.논쟁이 계속되자 박 교사는 “여러분의 의견을 모아서 선생님한테 내요”라며 종례를 끝냈다.학생들은 우르르루 빗자루와 대걸레를 들고 청소를 시작했다. 지난 98년 3월 문을 연 청주양업고는 일반 학교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만 교육하는 대안학교.가톨릭 청주교구에서 운영하는 인성교육 특성화 고교다.수업에 들어가지않아도 나무라지 않는다.흡연도 허용된다. 교감 조현순(趙賢順·46)수녀는 “지난 2월 졸업한 15명 중 7명은 4년제 대학에,6명은 전문대에 진학했다”면서 “모두 상처를 안고 있는 아이들이라 1∼2학년때는 많이 방황하지만 3학년이 되면 자신이 뭘 할 것인지를 찾는다”고 말했다. 강원대 부동산학과의 1학기 수시모집에 응시한 ‘흑인 통머리’ 대환(20·종교부장)이도 1∼2학년때는 3개월이나 등교를 거부하면서 검정고시를 보겠다고 생떼를 쓰기도 했다.7년 동안 캐나다에서 살다가 초등학교 2학년때 귀국한 뒤 문화적 충격으로 줄곧 ‘문제아’ 딱지를 달고 다녔다. 양업고는 따라서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재미를 붙이도록 세심한 배려를 한다.한 반의 학생 수가 10명을 넘지 않아 교사는 1 대 1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다.기숙사에서도 교사 1명당 학생 9명 정도가 하나의 ‘가정’을 이뤄 한 공간에서생활한다.여행이나 봉사활동 등도 ‘가정’별로 한다. 애칭이 ‘곰’인 교장 윤 신부는 “진정한 경쟁력과 창의성은 자유롭고 개성적이며 공동체의 소중함을 아는, 건전한 가치관을 지닌 인간으로부터 나온다”고 강조했다. 청원 전영우기자 anselmus@. *“꿈을 되찾으니 사는게 즐거워요”. “우리 학교는 다른 곳에 비해 기회가 훨씬 많아요.하지만그 기회를 잡으려면 먼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부터 충분히가져야 해요.” 지난달 30일 청주양업고 교정에서 만난 ‘모범생’ 김진우군(18·2년)은 이렇게 말하며 씩 웃었다. 진우는 “대안학교라고 해서 문제아를 모범생으로바꿔놓는 ‘도깨비 방망이’는 아니다”면서 “담배를 피울 수 있고수업에 빠져도 괜찮다는 이유로 이곳에 오면 자신의 진로를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진우의 목표는 체육학과 진학.1학년때는 수업의 절반을 빼먹었지만,지금은 한번도 빠지지 않고 선생님의 설명에온 신경을 집중한다.밤에도 혼자 열심히 공부한다.목표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진우가 빗나가기 시작한 것은 중3때 영국 유학에서 돌아오면서부터.98년 4월 IMF사태로 건축업을 하던 아버지의 사업이 휘청거리면서 ‘강제 소환’된 뒤 검정고시 준비에 돌입했다.그러나 학원은 뒷전이었다.새로 사귄 친구들과 어울려후배들의 돈을 뜯고,오토바이를 훔치고,술·담배를 시작했다.어느덧 싸움꾼이 됐다.진우는 “크게 다친 적은 있어도 진적은 없다”고 말했다. 99년 부모님의 권유로 양업고에 입학했지만 적응하지 못해1학기 만에 집으로 돌아갔다.집에서 노는 1년 동안 선생님과 친구,선배들이 끈질기게 찾아와 “함께 공부하자”고 권유했다.결국 지난해 2학기에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그러나 여전히 마음을 다잡지 못했다. 진우의 삶이 바뀐 것은 지난 4월 초부터 시작한 ‘살빼기’를 통해서였다.몸에 딱 붙는 옷을 입고 싶어 학교 주변을 달리기 시작했다.식사량도 줄이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병행했다.불과 한 달 만에 96㎏의 펑퍼짐한 몸매가 71㎏의 근육질로바뀌었다. “살이 빠지니까 체육을 전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직도 수학 선생님의 설명은 낯설기만 하지만 토씨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받아 적는다.중3 수학 과정도 별도로 독학하고 있다.여름방학이 끝날 때까지 진도를 따라잡을 생각이다. 진우는 “꿈이 있기에 사는 것이 즐겁다”면서 “우리 학교가 내게 준 마지막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 ‘대안학교’ 장·단점 알고가야. 대안학교에서는 아무도 학생들에게 엄격한 규율이나 의무를 강요하지 않는다.수업에 빠지거나 술·담배를 해도 좋은 말로 타이를 뿐이다. 스스로 자신을 되돌아 보고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데대안학교의 설립목적이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일반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비행을저지르던 학생들이 이곳에서 인생의 목표를 찾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대안학교에 진학하기에 앞서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사항이 몇가지 있다. 첫째,대안학교에 입학한다고 해서 단기간에 학생이 바뀌는것은 아니다.청주양업고 교장 윤병훈(尹秉勳) 신부는 “아이들이 바뀌는데 최소한 1∼2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바깥세상과 옛 친구들을 잊지 못해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대안학교는 무제한의 자유가 허용되는곳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단체생활에서 지켜야 할 규범도 많다. 둘째,대안학교는 인성교육을 중시하기 때문에 교과 수업의강도는 일반학교에 비해 떨어진다.수능시험 등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조건은 일반학교보다 처진다는 뜻이다.교사들이헌신적이기는 하나 젊은 교사들이 많아 교과지도의 전문성은 일반학교보다 떨어진다.시설과 재정이 열악한 곳도 적지 않다. 셋째,가족과 떨어져 생활해야 하므로 학생들은 일시적으로정신적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흡연과 음주에 대해 그리 강하게 제재하지 않는 만큼 이곳에서 술과 담배를 배우는 학생도 더러 있다.따라서 학부모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학생의변화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넷째,대안학교도 나름의 특성이 있다.농사짓기나 자연친화적인 교과목을 통해 학생들을 교육시키는 곳이 있는가 하면,종교적인 교화에 의존하는 학교도 있다.무조건 대안학교를찾을 게 아니라 인터넷 홈페이지나 전화상담으로 학교의 특성을 미리 점검해야 한다. 한국교육개발원 이종태(李鍾泰·46)기획조정팀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의 의지”라면서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먼 앞날을 보고 학교를 선택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 *대안학교 어떤게 있나. 대안학교는 크게 정부로부터 정규 학교로 인가를 받은 곳과 그렇지 못한 곳으로 나뉜다.정규 학교는 대안교육분야 특성화고교와 직업분야 특성화고교로 세분화된다.초등과 중학교과정의 대안학교중 정규학교는 없다. 대안교육분야 특성화고교는 간디고,영산성지고,원경고,한빛고,경주화랑고,청주양업고,두레자연고,푸른꿈고,세인고,동명고,국제복음고 등 11개가 있다.직업분야 특성화고교는 한국애니메이션고,조리과학고 등 30여개에 이른다. 특성화고교 외에 고교과정을 가르치는 학교는 평생교육법에 따라 평생교육기관으로 지정받은 곳이 많다.충남 홍성의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는 정규 고교는 아니지만 고교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이다.경기도 안산의 들꽃피는학교는 장기가출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그룹홈’ 형태의 대안학교다. 초등학교 과정을 운영하는 곳은 대부분 주말·계절학교 형태로 운영한다.서울 종로구의 자유학교 물꼬가 대표적이다. 두밀리자연학교,다물자연학교,산골아이들놀이학교 등도 이에 해당한다. 대안학교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인터넷 사이트(www.daean.net)를 참조하면 된다. 전영우기자
  • 드세 앤더슨 전KEDO 사무총장 “경수로 火電대체 안된다”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에 건설중인 경수로를 화력발전소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치들고 있다.경수로가 핵무기 제조에 활용될 수 있다는 논리로, 미 공화당내 대북 강경론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드세 앤더슨 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총장은 최근 워싱턴의 조지타운·태평양 세기 연구소 강연을 통해 이같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강연내용을 간추린다. 북한 경수로 건설로 핵확산 방지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주장은 엉터리 유언비어에 불과하다. 경수로로부터 핵무기용 플루토늄을 재생산하는 것은 기술적,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다.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해도 플루토늄을 생산하기 위해 경수로를 건설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북한의 흑연감속원자로가 플루토늄 생산 용도로 설계된 반면 경수로는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고안됐다.물론 약간의 플루토늄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경수로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고 정제하는 것은매우 어렵다. 소수의 선진국들도 엄청난 비용과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가능했다.경수로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려면 가동을 멈추고 연료를 제거해야 하므로 쉽게 확인될 수 있다.경수로의 핵심기술은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모든 의무조항을 이행할 때까지 이전되지 않으며,이후에도 발전소는 IAEA의 감시 아래 완성되고 가동될 것이다. 경수로발전소 2개 가운데 하나만이라도 화력발전소로 대체하자는 주장도 잘못됐다. 인프라가 갖춰져 있고 먼저 사용된 장비들이 그대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두번째 발전소는 1호기의 절반 비용으로건설될 수 있다.북한은 석유나 천연가스가 없고,이를 수입할 돈도 없다. 경수로사업은 이미 4년동안 진행돼 왔다.새 발전소를 짓기위해 재협상하고 건설계약자를 선정하고 건설자재를 공급하는 시간을 고려한다면 경수로 건설보다 더 빠른 대안은 없다. 새로운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 북한에 이익이 된다고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다.부시 행정부가 대북정책 검토를 마치고 기본합의서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해도동맹국들과 협의하고,북한과 협상하는데여러 달이 소요될것이다. 나는 평양이 인내심을 잃고 미사일 실험 유예조치를 번복,워싱턴의 주의를 끌기 위해 제2의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북한과의 신뢰를 완전히 무너뜨릴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잘못된 통념을 좇아 동맹국들과의 분열을 가져오는 그런 선택이 과연 현명한 것일까.
  • 피아니스트 백혜선 전국순회 독주회

    베토벤,리스트의 소문난 난곡(難曲)을 들고 17일부터 전국6개도시 순회 독주회 대장정에 들어가는 피아니스트 백혜선(36)은 ‘넉넉해’보였다.펑펑한 임산부복으로 가린 임신 7개월의 몸 때문만은 아니었다.기자간담회 내내 이를 하얗게드러내며 웃고 즐겁게 이야기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조차 행복하게 했다. “임신한 친구들이 연주하는 거 보니까 훨씬 풍부한 소리가나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몸이 달라지면 어떤 소리가 날까알아보고 싶어서….”“왜 하필 임신한 몸으로 그 힘든 곡들을…”하는 ‘힐난조’물음에 농담처럼 응수했지만 어려서부터 시작한 피아노 연주가 벌써 30여년.엄마로서 잠깐의안식을 취하기 전 벌써 중견으로 치닫는 연주인생을 한번쯤정리해 보고픈 마음이었으리라. 일정도 고되지만 이번에 고른 레퍼토리는 베토벤 ‘디아벨리 왈츠 주제에 의한 33개의 변주곡 C장조 작품120’,리스트의 ‘6개의 파가니니 대연습곡’등 소문난 난곡들이다. 50분짜리 대작인 ‘디아벨리…’는 베토벤 음악의 결정판으로 손꼽히지만 연주자와 청중 모두에게 커다란 인내심을 요구한다.반면 리스트 곡은 고난도이면서도 듣는 이들에게는친숙하고 재미있을 거라는 게 그녀의 설명. 지난달 30·31일에는 일본까지 날아가 도쿄와 나라에서 NHK교향악단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 C단조’를협연하고 돌아왔다.임신 사실을 미처 모른 NHK단원들이 “소리 한번 우렁차다”고 놀라더라고. 태교에 별 문제가 없겠느냐는 질문에는 “사실 걱정이 돼서마음 속으로 미리 아기에게 양해를 구했다”고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백씨의 남편은 2살 연하의 비올리스트인 최은식 서울대 교수.같이 음악을 하는 부부니만큼 눈만 봐도 척척 통하지 않을까 궁금했다.“제가 한음 한음을 만들고 다듬고 연구하는스타일이라면 남편은 자연스럽게 음악이 몸에 밴 사람이에요.” 그녀는 끙끙거리며 베토벤 ‘디아벨리 변주곡’과 씨름하다가 “지금 연주를 하는 건지 뭔지 통 모르겠다”며좀더 여유를 가지라는 따끔한 충고를 남편으로부터 들었다며 활짝 웃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그동안 너무 크로스오버 쪽으로 가는게 아니냐는 주변의걱정을 많이 들었어요.하지만 저 스스로도 정통곡 연주할 때가 가장 기분이 좋은만큼 이번엔 무겁고 신중한 곡에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91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2위,94년 러시아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1위 없는 3위에 오르며 화려하게 부상한 백씨의 제2의 도약이 기대된다. 연주일정은 ▲17일 오후7시30분 광주 문예회관 ▲19일〃 부산 문화회관 ▲20일〃 순천 문예회관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4일〃 울산 현대예술관 ▲27일〃 대구 문예회관.(02)598-8277. 허윤주기자 rara@
  • [여성 선언] 모악산과 그 남자

    때로는 영화나 책을 통해서 세상을,인간을 배우게 될 때가있다.그러나 아무래도 여행을 통한 생체험보단 강렬하지 않다.여행지에서 만나게 되는 건 눈쌓인 겨울산이나 붉게 물든단풍들, 청렬한 물소리를 내며 흐르는 계곡이나 백파를 품어내며 위용을 자랑하는 바다만은 아니다.그 풍경들 한가운데미처 발견하지 못한 또 하나의 존재가 있다. 누가 여행은 돌아오지 않기 위해서 떠나는 것이라는 말을했다.나는 종종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곤 한다.떠나기 이전의,반복되는 일상에 지치고 황폐하고 나약한 모습의 내가 아니라. 지난 주말 즈음에, 잡념이 들끓어 더는 일을 할 수 없다는핑계를 대면서 서둘러 짐을 꾸려 무작정 전주로 떠났다.숙소로 예약해둔 곳이 모악산 구이 등산로 쪽에 있다는 걸 알지못하고 김제 쪽 방향에서 잘못 내렸다.숙소로 가려면 모악산을 넘거나 아니면 다시 버스를 타고나가 구이로 가야 했다. 다시 버스를 타고 나가기엔 여행의 기대와 각오가 허락치 않았고 산을 넘자니 벌써 오후 세시 반,시간이 촉박했다. 결국산을 넘기로 했다.나로서는 생의 첫번째 등반이었으므로 기대와 흥분보다는 불안감과 약간의 공포를 느낄 수밖에없었다.얼마쯤 지나지 않아서 심장이 찢어질 것만 같은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더욱이 해는 급속도로 기울고 있었다. 나는 하산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곧 도리머리질을 치고 말았다.아마도 여기서 하산을하게 된다면,에베레스트를 등반하다 실패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러했듯 ‘그냥 계속 올라갔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하는 의문을 떨쳐버릴 수 없을 것 같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건 정말이지 ‘하나의 크나큰 의문부호가 찍힌 미래로 내려간다’는 걸 뜻하는 것일 테니까. 어쨌거나 정상에 오르긴 했다.그러나 정상에 올랐다는 기쁨과 환희도 잠시,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해가 지는 서쪽 방향의 구이쪽 등산로에는 쌓인 눈이 녹지 않아 빙판을 이루고있었다. 우리의 하산길을 도와준 사람은 작은 지리산이라고불린다는 그 험한 산을 마치 다람쥐처럼 가볍고도 재빠른 몸놀림으로 뛰어다니던 한 남자였다. 그는 우리보다 한발 앞서가며 하산길을 안내해 주었다.중요한 것은 산을 오르는 것,정상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내려가는 마지막 한 걸음이라는 걸 가르쳐준 사람도 그였다. 그리고 산을 내려갈 때는 긴장을 풀지말고 마치 남의 집 문지방을 넘듯 넘어야 한다는 사실도.모악산에서 만난 한 산사나이의 도움으로 우리는 마침내 예측할 수 없는 굴곡의 험한산을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다. 산을 내려오면서 나는 언젠가 읽었던 에베레스트를 오르는사람들의 이야기를 떠올렸다.그 산을 올랐던 사람들,그들에게는 위대한 판단력과 스스로에 대한 믿음,그리고 인내심이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깨닫게 되었다.수행이란 건 잡념을 물리치는 게 아니라 낙엽처럼 켜켜이 쌓이는 생각들을 지그시바라보는 것이라고.그건 아마 내가 이 겨울산을 통해 얻은소중한 체험이 아닐까.그리고 나는 본다. 그 겨울산에 있던 또 다른 아름다운 풍경 하나,산사람의 모습을.그 풍경 속의 풍경을. 조경란 소설가
  • 아태재단 ‘국민의 정부’ 출범3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

    아태평화재단 주최로 2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이후 동북아 지역협력에 관한 전망’주제 국제학술회의에서 참석자들은 한반도의 화해기류는 되돌릴 수 없는 추세라는 데 이의가 없었다.이날 주제발표자는 스탠리 로스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쟝윈링 중국 사회과학연구원 일본연구소장,알렉산드르 만수로프 러시아 외교아카데미 연구위원,신도 에이이치 일본 쓰쿠바대 교수등 4명이다. ◆미국의 동북아 외교정책 전망 (스탠리 로스 전 미 국무부동아태담당 차관보) 한국과 미국에서 제기되는 질문 가운데 하나는 “남북정상회담이 도대체 무엇을 변화시켰나”이다.회의론자들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줄지 않았고,남북정상회담의 합의사항도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그러한 우려는 과장됐다고 생각한다.북한은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그야말로 ‘은둔하는 국가’에서 ‘활동적인 국가’로 변모했다.또한 남북정상회담으로 동북아 안보는 더욱 안정됐으며 한반도에서의 전쟁위협도 크게 감소했다. 이는 수사적(修辭的)인 변화때문이라기보다는 한국의 투자와 경협,국제적 식량지원,에너지 제공,철도 연결 등과 같은,북한에 대한 평화유지 요인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북관계의 진전이 가져올 경제적 이익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그들의 정책을 바꿀 가능성 역시 상존한다.중기적으로 볼 때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의 중지에합의한다면 동북아 안보는 훨씬 더 공고해질 것이다. 군사적 신뢰구축조치 차원에서 정치적,외교적 긴장의 감소가 논의되는 것 역시 동북아 지역안보에 기여할 것이다.이는 군부 핫라인에서부터 시작해 비무장지대(DMZ)에서의 병력재배치와 군사훈련의 축소,그리고 궁극적으로 군사력의 감축으로 발전될 수 있다. 과거에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정상회담을 갖고 김 위원장이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해 동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보였다.그러나 그것은 현실로 일어났고,이제 한반도는 또다른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는 미래가 있다.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변화들이 이제 시작되는 셈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중국의 역할 (장윈링 중국 사회과학원 아태연구소장) 남북 정상회담은 남북교류 증가뿐 아니라 북한과 서방의 관계개선을 이끌었다.주변 강대국들의 한반도 정책도 빠르게재편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추세가 얼마만큼 지속되느냐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신뢰할만한 구조를 어떻게 만드느냐 하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남북 당사자뿐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의 협력체제가 필요하다.이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촉매제가 될 것이다.남북한 화해는 북한이 지역 협력체제에 적극 동참하도록 유도할 것이다. 중국은 지정학적·경제적 관심 때문에 한반도의 상황을 늘주시해 왔다.중국은 남북간 관계개선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절대적인 도움이 되기 때문에 강력히 지지한다.남북한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유지에 건설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한반도의 지속적인 평화 유지에는 불확실한 요인이있다.북한 내부 및 대외 정책의 향방,남한의 정치적 환경과인내심,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한반도와 북한에 대한 정책,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강대국들의 역학관계 등이다. 분명한 것은 남북한 화해무드와 협력은 되돌릴 수 없고 한반도 평화정착은 이미 진행중이라는 점이다. 다만 문제를 푸는 데는 상당한 인내심과 시간이 필요하며 자신감을 갖고 점진적으로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 중국은 남북한 최종목표인 통일을 지지한다.한반도에서의통일국가 출현은 중국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다.남북한 통일과 지역 협력체제가 갖춰지면 동북아시아의 질서는 더욱안정되고 관계개선도 쉬워질 것이다. ◆탈냉전후 한반도에서의 신뢰구축:러시아의 시각 (알렉산드르 만수로프 러시아 외교아카데미 연구위원) 지난 50년간 적대세력으로 규정돼 왔던 관계에 종지부를 찍고 냉전구조를 해체하기 위해서는 최근의 남북관계 변화와북·미,북·일관계의 개선이 계속돼야 한다.동시에 한반도평화와 안정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정전체제를 해체하고 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의 확립이 요구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분명한 것은 남북한과 미국,중국이 참여해온 4자회담은 지금까지여섯차례의 회의가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정치적 의지가 그만큼적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평화회담의 참여 범위가 더 넓고 포괄적이고 생산적이어야 한다.예를 들어 ‘2(남북한)+4(미·일·중·러)’ 방식과 같은 상호 수용 가능한 공식도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남북한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안보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서로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그리고 나서 상호불가침조약을 체결하고 서로의 체제를 존중해야 한다.군사 문제가투명하고 예측 가능해지도록 다양한 신뢰구축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또한 한반도에서의 재래무기 감축 의지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남북한 미사일 협상은 서로의 군사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남북한은 장래 통일 한국으로 가는 사전조치로 한반도 전역에 대한 안보체제를 구축할 수도 있다.이는 장래의 남북한국방장관회담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평화조약 체결에는 경제적 문제도 감안해야 한다. 한국은북한의 경제개방을 조건으로 경제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최근 발언한 ‘신사고’를 감안할 때 남북간 경제교류는 어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한반도 외교의 과제와 전망 (신도 에이이치 일본 쓰쿠바대학 교수) 일본의 한반도 정책은 세가지 제약을 받아 왔다.첫째 남북한 통일은 일본의 번영과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것.일본의정책 입안자들은 아직도 한반도를 ‘일본의 복부를 겨냥하고 있는 칼’로 간주하고 있다. 둘째 메이지 유신 이래 일본의 지적인 사고가 ‘탈아시아주의’로 일관했다는 점이다.일본의 번영과 안보는 열등한 아시아에 머물기보다 어떻게 부유하고 월등한 유럽으로 탈출하느냐에 집착했다는 뜻이다. 셋째는 일본의 전통적인 우방들과의 관계다.19세기에는 영국과,1945년 이후에는 미국과 우방을 맺으면서 일본의 한반도 정책은 그때마다 새롭게 강조됐다. 그러나 이같은 제약들은 사라져야 한다.북한은 최근 급변하고 있다.북한을 예측 불가능한 ‘게릴라 국가’로 보는 것은 냉전시대의 함정이다.김일성(金日成) 사후의 북한을 군사독재체제로 보는 것은 정권이양 과정에서 개방을 추구하는 북한의 노력을 무시하는 것이다. 북한을 감안한 유일한 통일안은 독일이나 홍콩과 달리 ‘1국·2개 정부·2개 국회’ 체제다.이같은 체제를 가정하고일본은 빠른 시일 내에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제재조치도 풀고 한국과 협력해 북한에 자본과 기술을 제공해야 한다. 일본이 남북한과 미국,중국,러시아 등이 참여하는 동북아시아의 포괄적 안보체제 구축을 제안하면 한반도 통일과 일본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이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외교정책이다.한반도 정책을 구속해 온 세가지 제약을 없애는 탈출구이자,일본이 아시아를 벗어나지 않고 21세기 아시아에서공존하는 해답이기도 하다. 정리 백문일 강충식기자 m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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