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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플러스] 인권위 “교수노조 금지 헌법 위배”

    국가인권위원회는 27일 “대학 교수의 노조 결성을 금지하는 현행 법제는 헌법과 국제인권법에 위배된다.”며 국회에 관련 법령을 개선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이날 전원위원회를 열고 “교수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되 헌법이 정한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교수의 직무상·법률상 특수성과 학습권 등을 고려, 그 범위는 조정될 수 있다.”는 내용의 의견표명을 의결했다.
  • [마이너리티 리포트] (6)외국인 이주노동자

    [마이너리티 리포트] (6)외국인 이주노동자

    저는 올해 서른다섯살 된 이주노동자입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왔죠. 이름은…, 그냥 퐁(Pong)이라고만 할게요. 불법체류자여서 그런 거니까 이해해 주세요. 산업연수생으로 합법적으로 왔는데 3년이란 체류 허가기간이 지나 버렸어요. 불안한 생활을 하고는 있지만 제 꿈을 위해 좀더 많은 돈을 여기에서 벌어야 해요. 오늘은 제 얘기보다는 동생들의 딱한 사정을 말해 볼까 해요. 아이들의 이름은 홍(24·Ha Van Hung)과 콩(21·Nguyen Thanh Cong). 친동생은 아니지만 같은 하노이 출신으로, 서로 의지하며 살려고 의형제를 맺었죠. 동생들은 저와 달리 산업연수생으로 들어온 지 얼마 안되는 합법 체류자입니다. 홍의 아버지는 택시운전사, 콩의 아버지는 의사예요. 베트남에 돌아가서도 한국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지닌 평범한 젊은이들입니다. 지난달 말이었습니다. 함께 플라스틱 사출성형업체에서 일하는 홍과 콩이 “큰일났다.”고 사색이 돼서 달려 왔습니다.“형, 우리 추방당하게 생겼어. 사장이 우릴 쫓아내서 불법체류자가 됐대.”그들의 인생이 걸린 문제였습니다. 빚을 내 인력송출회사에 500만원 이상 주고 한국에 온 것인데. 저 자신이 불법체류자라는 사실도 잊은 채 도움을 구하기 위해 무작정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로 달려 갔습니다. ●“저질 인간쓰레기야.” “홍과 콩은 인간쓰레기예요. 온갖 이유를 만들어 이 회사 저 회사 전전하면서 한국기업에 피해를 주는 악질 철새들이에요. 쓰레기들은 출국시켜야 한다니까요.” 고용안정센터의 외국인담당 공무원은 동생들의 사정을 설명하고 도와주러 찾아간 인권센터의 활동가 선생님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이게 외국인 노동자 담당 공무원이 할 소리입니까. 법규는 바뀌었지만 일선에 있는 공무원들은 철저히 사장님들의 대변인 노릇을 합니다. 실상은 이랬습니다. 동생들은 평일은 물론 토요일에도 규정된 시간을 넘겨 1시간 이상 잔업을 했습니다. 물론 초과근무 수당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합니까. 합법체류자라고 해도 매년 근로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죠. 문제는 토요일이었어요. 저녁 7시까지 일을 했는데 사장이 잔업을 더 하라고 시킨 모양입니다. 분노가 폭발한 베트남 노동자 6명이 전원 잔업을 거부했는데 이 일로 사장의 눈 밖에 났죠. 회사는 고용안정센터에 동생들이 지시를 어기고 멋대로 일하기를 거부했다며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강제출국 조치를 요청했습니다. 서류에는 ‘이유 없는 작업 거부자로 추방’이라고 기록돼 있었습니다. 회사가 ‘허위보고’를 했지만 고용안정센터에서는 사실 확인도 없이 일방적으로 일을 처리해 버린 겁니다. ●“법이 변했다고요. 현실은 변한 게 없어요.” 다행히 우리를 위해 애써줬던 그 인권센터 선생님 덕분에 동생들은 추방 대신 사업장 변경 조치를 받았습니다. 정말 운이 좋았죠. 살인적인 야근에 잔업을 하다가도 사장에게 잘못 보여 출국당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거든요. 외국인도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법률책에만 나오는 얘기일 뿐이죠. 동남아시아 같은 데서 온 사람들은 주말이건 휴일이건 시키면 시키는 대로, 군말 없이 일만 해야 한다고 대부분 사장님들은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합법적인 신분인 제 동생들이 이럴진대 저 같은 불법 이주노동자들은 오죽할까요. 열심히 일해도 임금을 떼이기 일쑤고 추방을 각오하지 않는 한 두드려 맞아도 꾹 참는 수밖에 없습니다. 성폭력에 시달리는 여자 이주노동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한국 회사들이 우리를 쓰는 것은 당연히 임금이 싸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우리는 사람이지 기계나 노예는 아닙니다. 한국 사람들도 예전엔 우리처럼 외국에 나가서 일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한번만 입장을 바꿔서 생각을 해 보시면 어떨까요. ●만(萬)자 돌림 삼형제의 소망 얼마 전 저희 삼형제는 그 고마운 인권센터 선생님한테서 한국이름을 얻었어요. 저는 만수, 한자로는 ‘萬壽’로 쓰지요. 오래 살라고 지어 주셨어요. 홍은 ‘오랫동안 변치 말라.’고 만석(萬石), 콩은 ‘오랫동안 이곳에 터잡고 살라.’고 만기(萬基)예요. 늘 느끼는 것이지만 한국에는 좋은 분들도 많습니다. 동생들은 새로 들어간 공장에서 이름 덕을 많이 본다고 하네요. 같이 일하는 한국 아주머니들이 친근하게 “만석아.”“만기야.” 하고 불러 준다며 좋아하더군요. 저희 삼형제는 이제 함께 삽니다. 한달에 70만원이 조금 넘는 임금으로 주말에 외식 한 번, 영화 관람 한 번 할 수 없는 처지이지만 각자 꿈을 키우며 살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한국에서 일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동생들과 함께 좋은 기억을 안고 한국을 떠나고 싶습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피해신고 꺼리다 불익만 키워” 이주노동자들과 관련 인권단체, 민주노동당 등의 ‘노동허가제’ 도입 등 주장에 정부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노동부 외국인력고용팀 이상근 사무관을 통해 정부의 입장을 들어봤다. 이 사무관은 “고용허가제는 불법과 합법 여부를 불문하고 외국인 근로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면서 “현재 국내 노동시장을 고려할 때 민노당 등이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노동허가제’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그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합법적 신분으로 당당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한 덕에 실제로 외국인근로자 인권유린과 근로자들의 사업장 이탈 등 부작용이 뚜렷하게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는 잔업 강요와 수당 미지급 등에 대해서는 “고용안정센터나 노동부 근로감독관에 신고하는 것만으로 고용주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지만 실제 신고율은 적은 것으로 안다.”면서 “외국인 근로자들 사이에 정부에 대한 불신이 남아 있어서 그런 것 같은데, 이런 것들이 스스로 더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 사무관은 “체불임금이나 노동착취 등 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지는 것은 이주노동자의 인권은 물론 국가신인도와 관련이 있는 만큼 문제가 많은 산업연수생제는 예정대로 2007년 폐지할 것”이라면서 “고용허가제로 제도가 일원화되면 부작용이 충분히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전문가에 듣는 ‘독소조항’ 국내 이주노동자들은 ‘산업연수생제’와 ‘고용허가제’ 등 두가지 제도를 통해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두 제도 모두 인권침해 등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며 이주노동자 인권단체와 민주노동당은 대대적인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1993년 11월 처음 시행돼 내년 1월 사라지는 산업연수생제는 출발부터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현지의 민간송출기관이 노동자들을 모아 한국에 보내다 보니 브로커를 통한 수백만원대의 돈거래가 기승을 부리는 등 온갖 비리가 만연했다. 또 이주노동자에 대한 교육을 명분으로 저임금과 인권유린이 심하게 일어나 상당수 노동자들이 사업장에서 이탈, 불법체류자가 됐다.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국내 고용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2004월 8월 시작된 고용허가제에도 개선해야 할 대목이 많다는 지적이다. 현재 고용허가제에서는 ▲회사가 망했을 때 ▲장기간 또는 극심하게 임금이 체불됐을 때 ▲심각한 인권유린과 고용계약 위반이 확인됐을 때에만 사업장을 바꿀 수 있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우삼열 사무국장은 “임금의 20% 이상이 지급되지 않아야 심각한 계약위반에 해당한다고 정해놓는 등 황당한 규정이 많다. 이는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이동을 실질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기본 계약기간 3년에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게 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박천응 목사는 “1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해야 되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사업주에게 아무런 항의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관련단체들과 민주노동당은 개선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인구의 1%를 넘어선 시점에서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다. 이들은 ‘노동허가제’ 실시를 한 목소리로 요구한다. 고용허가제와 노동허가제를 병행하는 싱가포르처럼 이주노동자들에게 노동허가증을 제공해 그들 스스로 일자리를 고를 수 있게 하라는 것이다.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최현모 사무국장은 “혈통주의에 따른 편협된 사고로 이주노동자들을 값싼 노동력으로만 취급하는 우리의 의식구조를 바꾸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은 오는 6월 ‘외국인근로자 고용 및 기본권 보장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노동허가제 시행이 핵심으로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일반 노동허가와 특별 고용허가 이원화 ▲10년 만기 노동비자 발급 등 내용을 담고 있다. 민노당 홍원표 연구원은 “사업주와 내국인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등 이해 당사자들이 노사정위원회 형식으로 참여하는 기구를 만들어 실질적인 이주노동권 개선을 논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北인권국제대회 유럽서 열려

    |브뤼셀 함혜리특파원| 북한의 인권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고 개선을 촉구하기 위한 북한 인권국제대회가 22일(현지시간) 브뤼셀 크라운호텔에서 열렸다. 미국의 인권단체 프리덤 하우스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지난해 7월 워싱턴과 12월 서울에 이어 세번째로 열렸다. ‘국경없는 인권회’ 등 유럽과 미국, 한국의 비정부기구(NGO)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는 기조연설, 기록영화 ‘꽃동산’ 상영, 탈북자 증언, 전문가 토론의 순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23일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연대 활동을 한차원 높인다는 내용의 ‘브뤼셀 선언’을 채택할 예정이다. 이스트반 젠트-이바니 유럽의회 한반도위원회 부위원장은 기조연설에서 “인권은 전세계의 보편적이고 무조건적인 인간의 기본 권리”라면서 “유럽의회도 북한인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정도로 국제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탈북자 증언에 나선 김태산(54·2003년 탈북)씨는 북한 경공업성 책임지도원으로 조선체코 신발 기술합작회사 책임자를 맡았을 당시 자신이 목격한 해외 근로자의 노동력 착취사례를 고발했다.1998년 탈북, 중국서 5년 동안 탈북자 생활을 거쳐 2003년 남한으로 온 이신(27)씨는 중국내 탈북여성들의 참혹한 현실을 증언하고 인권향상에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행사에는 피에르 리굴로 프랑스 북한인권위 위원장, 데이비드 호크 전 국제 앰네스티 미국지부장 등이 참석했다. 한편 이번 행사를 저지하기 위해 브뤼셀에 온 한반도 평화통일 원정대(단장 한상렬 통일연대 상임의장)는 이날 행사장 인근과 미 대사관 앞 등에서 집회를 갖고 이번 행사는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열리는 미국식 인권패권정책의 일환이라며 성토했다.lotus@seoul.co.kr
  • “대한민국 사법제도 배우자”

    대한민국 사법제도를 배우려는 외국법관들의 한국연수가 쇄도하고 있다. 대법원은 6월 방글라데시를 시작으로 9월 카자흐스탄,10월 중국의 고위 법관들을 초청,2주간 한국에서 연수를 받게 한다고 22일 밝혔다. 한국국제협력단 지원프로그램으로 이뤄지는 이 행사를 통해 각국 고위법관 10명은 우리나라 판사들의 강연을 듣고 법원과 검찰, 헌법재판소 등을 방문하게 된다. 해외법관들은 우리의 사법제도를 배우고 돌아가 자국의 사법제도 개선에 활용하게 된다. 이와 별도로 오는 9월에는 몽골과 카자흐스탄 법관 1명씩이 정부장학생으로 우리나라를 찾는다. 아울러 5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제8차 세계여성법관회의(IAWJ)에 김영란 대법관을 포함,8명의 여성법관이 참가한다. 대법원은 2010년 열리는 제10회 대회를 한국에서 유치해 여성인권과 인권선진국의 위상을 높이고 사법부 내 여성인력의 약진을 알릴 계획이다.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EU ‘北인권’ 공식적 관심 첫걸음”

    |브뤼셀 함혜리특파원| “유럽 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공통적 견해를 나타낸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23일 열리는 유럽연합(EU) 의회의 첫 북한인권 청문회를 주최한 이스트반 젠트-이바니 의원(EU의회 한반도 위원회 제 1부위원장)은 22일 “유럽의회 청문회는 북한 인권문제가 인류 공통의 관심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며 “보다 실질적인 접근을 통해 인권향상을 도모하는 방안을 찾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헝가리 외무차관을 지낸 젠트-이바니 의원은 2004년부터 진보좌파 성향의 ALDE소속으로 유럽의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유럽의회와 유엔총회가 북한인권결의문을 채택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 왔다.▶유럽의회 청문회가 갖는 의미는.-유럽에서는 북한인권이 열악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크게 관심이 없었다. 이번 행사는 공식적인 관심표명의 첫 출발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북한인권에 대한 EU의회 내부의 평가는.-북한이 고립된 공산주의 국가라는데 모두 공감하지만 정확한 실상을 알지 못하고 있다. 대북지원국으로서 의회는 정확하게 누가 혜택을 입는지, 얼마나 주민들의 생활이 향상되는지, 인권 향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니는지를 모니터하고 싶어한다. 정확한 실태파악이 안된다면 무조건적인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북한 인권과 관련한 앞으로의 활동방향은.-유럽은 유엔이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앞으로도 북한인권문제 향상을 위한 국제적 공감대 형성을 유도하고 의회차원에서도 북한인권문제가 개선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는 개인적인 동기는.-나는 공산주의 체제하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자유가 훼손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다. 모든 사람에겐 인권을 존중받고 민주주의를 향유할 권리가 있다.lotus@seoul.co.kr
  • [이도운특파원 워싱턴 저널] 한국 코드 안맞는 싱크탱크 지원 중단

    한국 정부는 매년 미국의 싱크탱크와 대학 등에 수십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한다. 대부분의 지원금이 국제교류재단을 통해 나가지만 정부가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데 적극 참여한다. 올해도 450만달러(약 45억원)가 미국 내의 한국 관련 연구에 배정됐다. 올해의 지원금 규모는 예년과 비슷하지만 분배 방식은 여러가지 면에서 크게 달라진 것 같다. 첫째, 올해부터는 한국의 현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는 싱크탱크에는 지원이 끊어졌다. 그동안 현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쏟아내온 신보수주의자(네오콘)의 산실 미국기업연구소(AEI)와 보수적인 헤리티지 재단, 북한인권문제를 줄기차게 거론해온 허드슨연구소에는 지원금이 한푼도 배정되지 않았다. 연구비가 지원되는 싱크탱크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브루킹스, 미외교정책 전국위원회(NCAFP), 몬테레이 국제연구소, 노틸러스, 시카고대외관계위원회, 헨리스팀슨센터, 코리아 소사이어티, 한미경제연구소(KEI) 등 진보·중도적 또는 친한적 성향의 연구소들이다. 둘째, 지원의 목적이 분명해지고 다소 ‘공격적인’ 성향도 보인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에는 ‘미국의 대북 관계 뒤집기:미래 관계를 위한 로드맵과 미국의 대북 정책, 법, 규정의 개요’란 주제의 연구가 의뢰됐다. 이 연구에는 현재 미국의 대북 정책을 뒷받침하는 법과 규정을 분석한 뒤 북·미 관계가 개선될 경우 어떤 식으로 개정돼야 하는가라는 부분까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우드로 윌슨 센터에는 ‘북한 관련 국제 자료의 문서화’라는 연구과제가 떨어졌다. 미국 정부와 국제기구 등에서 공개되거나 비밀 해제된 자료 등을 수집해 체계적으로 분류, 분석하는 작업이다. 이 연구는 북한 정책 담당자들과 연구자들에게 객관적이고 정확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연구 주제들은 현재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 분위기에 비춰볼 때 매우 ‘야심찬’ 것으로 보인다. 한국측이 이같은 연구과제들을 의뢰한 데 대해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그럴리가 없을 것 같은(Highly Unlikely) 일”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미 연구소에 대한 지원금은 대부분이 국민의 세금에서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지원 목적을 명확히 하고, 그 목적대로 쓰여졌는가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반면 순수한 학술 지원에까지 너무 정치적인 고려가 들어가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와 반발을 가져올 수 있다는 한반도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dawn@seoul.co.kr
  • [마이너리티 리포트-소수자들의 외침] 대체복무제 언제쯤 될까

    2005년 10월 현재 양심적 병역거부로 징역형을 받은 사람은 전국적으로 7000여명에 이른다. 널리 알려진대로 종교적 신념에 따른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대부분이다. 나머지는 불교도, 천주교도, 퀘이커교도 등인데 이들의 수는 매년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2001년 병역거부 의사를 밝힌 오태양씨는 불교도다. 지난해 12월26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문제와 관련, 국방부에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한 바 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도입은 아직 시기상조”라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이 사안을 담당했던 인권위 이발래 사무관은 “아직까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인식이 병역기피 문제와 혼재돼 있어 일반 국민의 정확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최정민 공동집행위원장은 “병역기피나 특정종교의 교세 확장의 목적으로 악용될 것이라는 생각은 대체복무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하는 말”이라고 잘라 말한다. 또 “타이완의 대체복무제는 복무기간이 길고 일이 고되 지원자의 수가 점점 감소,2004년 복무기간을 33개월에서 26개월로 줄였다.”면서 악용의 우려는 없을 것이라 말한다. 인권위 이 사무관은 “당초 시기상조라고 주장하던 국방부가 지난달 특별팀을 만들어 대체복무제에 대한 연구에 들어가겠다고 밝히는 등 인권위의 대체복무제 권고에 대해 전향적인 반응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방부는 대체복무제 연구 특별팀의 위원 선정조차 마무리하지 못하는 등 미온적인 반응이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사설] 교도관 성추행 감싸고 돈 법무부

    교도관의 여성 재소자 성추행이 사실로 밝혀졌다. 한심한 일이다. 더 한심한 것은 법무부다. 법무부는 처음에는 이 여성은 가족관계를 비관, 자살을 기도했다며 성추행을 부인해오다 뒤늦게 이를 시인했다. 조사결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여성 재소자는 교도관에게 불려가 성폭행 수준의 추행을 당했으며, 충격으로 정신이상 증세를 보여 몇차례 치료를 받다 수용실에서 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교도관은 재소자의 가족이 문제제기를 하자 합의금으로 2000만원을 줬다고 한다. 법무부가 반인권적이고 파렴치한 재소자 성폭력 사건을 단순 자살사건으로 발표한 것은 두가지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우선 법무공무원들에게 짙게 깔려 있는 재소자는 범죄자이고 따라서 그들의 말은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선입관과 편견 때문에 합의금을 주는 등 여러가지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는데도 피해자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렇게 편향된 시각으로선 인권, 정의를 제대로 구현할 수 없다. 또 하나는 사실을 덮으려 했을 가능성이다. 만약 은폐의도가 있었다면 국가기관, 그것도 법을 다루는 법무부의 도덕성의 수준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 외에 군산에서도 여성 재소자 4명이 성폭력을 당했다는 주장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됐다고 한다. 교도관 앞에 여성 재소자는 약자일 수밖에 없는 만큼 교정시설내 성폭력의 가능성은 농후하다고 할 수 있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여성 재소자 인권보호를 위한 개선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 교도관이 재소자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갖지 않도록 인성교육도 뒤따라야 한다.
  • [임영숙칼럼] 딸 키우는 어머니 마음으로

    [임영숙칼럼] 딸 키우는 어머니 마음으로

    성범죄에 대한 우리사회의 태도는 매우 불합리하다. 피해자가 오히려 비난 받고 고개 숙이며 가해자는 당당하다. 피해자만 죽어라 죽어라 하는 식이다. 이 범죄는 피해자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는 인격살인이다. 어린이 성폭력의 후유증은 더 심각하다. 피해 어린이의 영혼을 파괴해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할 경우 성에 대한 극도의 회피나 집착을 보이고 스스로 성범죄자가 되는 악순환에 빠지기도 한다. 그 부모와 가족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엄청난 충격과, 자식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의식으로 부부 이혼 등 가정이 파괴되는 사태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이같은 끔찍한 범죄에 대한 우리사회의 잘못된 인식과 대처가 쉽게 바뀔 수 있을까. 최근 서울 용산의 한 초등학생이 성범죄 전과를 지닌 이웃 가게 주인으로부터 성추행 당한 후 살해 유기된 사건이 발생하자 갖가지 재발 방지 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화학적 거세에서부터 전자팔찌 제도 도입, 주거제한, 성범죄자임을 알리는 문패달기, 야간 통행금지, 처벌 및 신상공개 강화, 공소 시효 연장 또는 소멸 등. 그러나 전문가들은 제도개선도 필요하지만 성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 변화가 시급함을 일깨운다.“법과 제도 개선에 앞서 현행 법이라도 지켜졌으면 좋겠다.”고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말했다. 오랫동안 성폭력 피해자와 함께해 오면서 얼마나 많은 좌절감을 겪었으면 그런 발언을 했을까. 초대 청소년보호위원장을 지낸 강지원 변호사의 말은 더 뼈아프다.“재물을 빼앗은 강도죄에 대해선 집행유예 판결을 잘 내리지 않는다. 하지만 인격을 파괴하는 성범죄에 대해선 돈 몇푼 주면 집행유예가 나는 관행이 있다. 남성 재판관들이 성범죄로 고통 받는 피해자의 문제를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달달달 공부만 해 책상머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사법부 일원이 돼서, 불쌍한 이들의 고통에 대해 공감하는 감수성이 부족하다.” 이번 초등생 살해사건의 범인도 집행유예로 풀려나 두번째 성범죄를 저질렀다. 법정에 가기전 경찰 수사과정에서도 성범죄 피해자들은 잘못된 사회통념 때문에 큰 고통을 겪는다.“이럴 줄 알았으면 고소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피해자들은 후회한다. 성범죄 피해자의 90% 이상이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사건을 묻어버리는 이유다. 딸을 키우는 어머니 마음으로 성폭력 피해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경찰이나 법관이나 다양한 제도개선책을 입안할 정부 당국자나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감수성을 지녀야 한다. 미흡한 성범죄자 신상공개 제도는 우리 사회의 그런 감수성 부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애초에 ‘국민계도’ 차원의 범죄백서 수준으로 만들어져 고위험군 성범죄자의 형 확정 당시 이름과 나이, 시·군·구까지만의 주소, 직업 등만 6개월 공개되다가 만다. 오는 6월부터 시행될 이 제도의 개정안도 범죄 예방효과를 거의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제도를 두고 가해자 인권침해 논란이 벌어질 정도로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남성주의적 편견으로 가득 차 있다. 딸 가진 부모라면 성범죄 전과자가 자기집 주변에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경찰도 이 정보를 등록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피살된 허양의 어머니는 호소했다.“내 아이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심정으로 대책을 마련해 달라. 딸의 죽음이 씨앗이 되어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 바란다.”고. 논설 고문 ysi@seoul.co.kr
  • “한국서 공부하게 된 건 인생의 행운”

    “한국에서, 이화여대에서 공부하게 된 것은 제 인생의 행운입니다.” ‘이화 글로벌파트너십 프로그램(EGPP)’ 장학생으로 초청돼 24일 입학하는 외국인 여학생 24명은 이국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있다. 가장 어린 모잠비크 여학생 우투이 나디아(18·건축학과)는 “우라나라에서는 여성의 지위가 낮기 때문에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적다. 한국의 모잠비크 출신 첫 유학생이 된 것은 하늘이 내게 주신 선물”이라고 말했다. 나디아는 “모잠비크의 수도 마푸토에 살았지만 서울에 도착하는 순간 고층 건물들을 보고 ‘와’하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건축학을 배워 모잠비크에도 튼튼하고 멋진 건물을 짓고 경제발전의 기본이 되는 다리와 도로를 놓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히잡을 착용한 라솔리 자하라(22·아프가니스탄·사회과학부)는 “전쟁의 상처가 채 가시지 않은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여자들이 대학에 다니기 힘든데 나는 운이 좋은 것 같다. 대학에서 여성운동에 대해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여성부에서 근무한 자하라는 “학업을 마치고 조국에 돌아가면 아프가니스탄 최초의 여성정치인이 돼 여성인권문제 개선을 위해 힘쓰고 싶다.”고 말했다. 생활환경학부에 입학하는 고려인 5세 김올가(25·우즈베키스탄)씨는 “평소 한국어와 음식, 옷, 생활스타일 등 모든 면에 관심을 가졌고 특히 이효리와 전지현의 패션스타일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고, 최라리라(22·카자흐스탄)씨는 “잃어버린 뿌리를 되찾고 싶어 한국행을 결심했다.”고 말했다.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자주·동맹파 갈등… 기밀 유출 불러”

    23일 국회 통일·외교·안보 분야 대정부 질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건 유출 파문의 경위와 대책을 집중 추궁했다. 열린우리당 안영근 의원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 자주파와 동맹파의 정책갈등 속에서 기밀 문건이 외부로 유출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면서 “정부내 정책을 총괄적으로 조정하는 ‘컨트롤 타워’가 부족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형주 의원은 “주한미군기지 반환에 따르는 미군기지 환경오염 문제와 관련해 협상과정을 공개해야 하고 반환기지의 환경오염 정화비용을 미군이 부담해야 한다.”며 정부의 협상력 강화를 주문했다. 국민중심당 정진석 의원은 “최근 잇단 기밀 문서 유출은 외교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다.”면서 “(문서 유출이)한·미동맹을 해체시키려는 의도가 포함돼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우려했다.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은 “북한 동포의 인권이 절박한 위기에 처해 있음에도 정부는 한반도 평화 안정만을 주장하고 있다. 북한 인권 개선과 한반도 평화안정은 양립이 불가능하다는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윤호중 의원은 ”한·미 FTA 협상을 둘러싸고 벌써 농업분야, 의료, 교육 등 공공서비스 분야, 영화 예술분야에서 많은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취약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세부대책 마련을 주문했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클릭하면 주민번호 ‘줄줄’

    클릭하면 주민번호 ‘줄줄’

    국가인권위원회의 주민등록번호 사용실태 용역보고서는 13자리 숫자에 담긴 ‘제2의 생체정보’를 너무나 자주, 기계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보여준다. 잘못 유출됐을 때에는 개인에 치명적인 손해가 갈 수 있지만 행정기관이나 기업에서는 별 쓸모도 없이 각종 서식에서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일고 있는 주민번호 유통 및 활용 시스템의 개선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인권위는 지난달 9일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을 통해 무분별한 주민번호 수집에 대한 개선책 마련을 발표했다. ●경찰·산림청 등 주민번호 요구비율 90%대 이번 조사에서는 행정기관들이 대표적으로 주민번호 기입을 필요 이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기관별로 해양경찰청(95.6%), 산림청(92.0%), 농촌진흥청(91.9%), 경찰청(91.7%), 과학기술부(90.0%) 등 대민접촉이 많은 기관이 주민번호 요구 비율이 높았다. 같은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19.6%), 조달청(37.0%), 관세청(37.9%) 등은 낮았다. 세무금융 68.5%, 학교 33.5%, 회사 24.0%였다. 과도한 주민번호 수집은 정부와 민간 할 것 없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데이터베이스 파일을 분석한 결과 교육청 및 각급학교 82.0%, 중앙정부 81.7%, 지방정부 81.2%, 정부투자기관 등 79.0% 등 전체 기관의 80.4%가 주민번호를 수집해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터넷에서 수만명 주민번호 노출 또 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이 약 2만 4000개 사업자 중 2005년 6월 말까지 점검이 완료된 1만 8000여곳을 점검한 결과,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1만 2628개 사업자의 30.1%인 3805개가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번호 외에 이메일, 유·무선 전화, 주소 등 대체로 6∼10개의 개인정보를 갖고 있었다. 문제는 정작 이들의 상당수가 주민번호 수집의 필요성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주민번호를 수집하고 있는 사업자들의 48%가 주민번호가 불필요하다고 했다. 이 중 56.0%는 “주민번호 없이도 고객관리에 문제 없다.”고 이유를 들었다. 이는 관행적으로 수집해온 주민등록 번호가 고객관리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사업자들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사업자들의 주민번호 관리실태도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교수팀이 인터넷 사이트 6000여개를 검색한 결과 2만 2882명의 주민번호가 바로 노출되는 것이 확인됐다. ●스웨덴·캐나다등은 엄격히 제한 하지만 주민번호와 관련된 49개 법률,228개 시행령,554개 규칙 중 어디에도 개인정보 보호 규정은 없다. 우리와 비슷한 국민식별번호제도를 가진 스웨덴에서는 법이 정하는 목적과 기관 외에는 본인의 동의 없이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캐나다는 15개 행정업무에만 사용하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문제 발생 때 책임소재까지 규정하고 있다. 연구팀은 대안으로 주민번호가 아닌 ▲운전면허번호 ▲여권번호 ▲사원번호 ▲납세변호 ▲의료보험번호 ▲군번 등 식별자를 해당 분야에서 그대로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금융·세제 등 특수분야 외에는 주민번호 수집을 금지하는 규정을 마련할 것도 제안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생각나눔] 인권위 ‘직원선서’ 논란

    국가인권위원회가 ‘직원 선서’를 만들었다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전체주의·군국주의를 연상시키는 선서를 다른 곳도 아니고 인권위에서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내부 반발이 거세다. 지난달 초안이 공개된 ‘국가인권위원회 직원 선서’는 “나는 인권위의 직원으로서 내가 가진 공권력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인권상황 개선과 인권의식 향상을 위해서만 사용한다. 나는 늘 인권상황에 대해 긴장하고 있으며 인권협약인 파리원칙을 준수하여 업무에 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선서는 인권 담당자로서 가져야 할 책임의식과 윤리를 형상화할 장치가 있으면 좋겠다는 고위층의 지시로 만들어졌다. 인권위는 이 선서문을 새달 3일 인권위 비전선포식 때 공개해 직원 입사 때나 주요행사 등에 이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내부전산망에 선서문이 공개되자 대다수 상임위원들과 직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인권위의 한 관계자는 “1970년대 학교에서 지긋지긋하게 외웠던 국민교육헌장이 떠오른다. 깨어 있어야 할 인권위가 구시대 유물인 선서를 만들어 획일적인 의식을 강요하다니 소름이 돋는다.”고 했다. 한 고위 관계자조차 “국가로부터 독립돼야 한다는 의미에서 태극기 한 장 걸려 있지 않은 인권위에서 과거 ‘국기에 대한 맹세’ 같은 것을 만드는 것은 안될 얘기”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반발이 잦아들지 않자 인권위는 선서의 내용에 대해 재검토에 나섰다. 하지만 직원 선서를 마련하기로 한 것만큼은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선서 문구 작성에 참여한 관계자는 “여타 정부부처와는 다른 성격의 선서문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었다. 의사가 되기 전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직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은 인정하지만 좋은 뜻에서 한 일인데 이렇게 과민반응을 보일 필요가 있느냐.”며 섭섭한 표정을 지었다. 인권위가 어떤 내용으로든 직원 선서를 강행키로 한 만큼 앞으로 어떤 형식으로 어떻게 활용될지 주목된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사설] 사형제 폐지할 때 됐다

    사형제 폐지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법무부는 엊그제 “사형제도 존폐문제와 함께 제도 개선 방안에 관해 보다 심층적으로 연구하기로 했다.”고 밝혀 이를 공론화했다. 그 대안으로는 ‘절대적 종신형’을 내비쳤다. 그동안 정부는 국제사면위원회 등의 폐지 권고에도 사형제도를 고수해온 게 사실이다. 따라서 법무부의 이번 방침은 전향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환영한다. 앞서 우리는 인권선진국을 자부하는 한국이 사형제를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주장한 바 있다. 우선 사형제 폐지는 시대적 조류다. 현재 사형제 폐지국가는 112개, 존치국가는 83개라고 한다. 특히 인권에 관해 종주국격인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은 모두 폐지했다. 미국도 10여개주는 사형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 다른 나라의 예를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는 유신시절 대법원 사형확정 선고 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사형을 집행한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이른바 인혁당 사건이다. 또 법원이 오심(誤審)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미국에서도 사형 집행 후 진범이 나타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고 하지 않는가. 이런 경우 사형제도가 있는 한 구제의 길은 요원하다. 사형제를 폐지하려면 무엇보다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다. 국회에는 사형제를 절대적 종신형으로 대체하는 내용의 법안이 제출돼 이미 계류 중이다. 국가인권위도 지난해 4월 사형제 폐지 의견을 내놓은 적이 있다. 그런 만큼 공청회 등을 열어 심도있게 토의하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서두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현재 63명의 사형수가 있지만 1997년 12월 이후 사형집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형제는 폐지돼야 마땅하다. 열린 마음으로 중지를 모아가야 할 때다.
  • 사형제 폐지 ‘징벌 vs 인권’ 논란클듯

    사형제 폐지 ‘징벌 vs 인권’ 논란클듯

    법무부가 21일 발표한 변화전략계획은 ‘인권´과 ‘개혁´을 기본철학으로 깔고 있다. 급진적이라는 이유로 논란이 일었던 국가인권위원회의 국가인권정책(NAP) 권고안을 기본으로 올해 6월까지 NAP 초안을 만드는가 하면, 그동안 언급을 자제하던 사형제 폐지 논란이나 과거사 문제도 정면으로 다뤘다. ●과거사 진상규명에도 적극 나서 사형제를 폐지하고 가석방이 불가능한 절대적 종신형 도입을 지원한다는 내용은 반발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사형선고의 징벌효과를 내세우며 사형제 폐지에 반대하는 여론이 만만찮다. 일부 수형자에게 선거권을 부여키로 한 것은 교정업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역시 정책추진 과정에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현행 선거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지 않았다면, 선거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수형자에게 선거권을 박탈하도록 규정한 현행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상태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 오스트리아는 1년 미만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수형자들에게, 캐나다는 2년 미만, 호주는 5년 미만의 수형자들에게 선거권을 인정하고 있다. 법무부는 과거사 진상규명에 적극 협조하는 한편 재심 절차가 진행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공판에 적극 참여키로 했다. 국가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 민·형사적으로 무한 책임을 지게 한다는 의미에서 공소시효 연장·배제,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에 대해 법률적으로 정비할 계획도 갖고 있다. 과거 검찰의 잘못이 있었다면 적극적으로 반성하겠다는 것이지만, 검찰 내부의 반발을 살 수도 있는 대목이다. ●서민 지원책은 강화 이번 전략계획은 서민의 눈높이에서 마련됐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보증인 보호를 위해 금융기관에서 채무자의 채무 현황을 보증인에게 미리 알리도록 의무화한 것이나, 법률구조 대상자를 늘린 게 대표적이다.2008년까지 전국민의 절반이 민·형사상 법률구조 대상자가 되도록 적용범위를 넓혔고, 영세민·가정폭력 피해여성·장애인·범죄 피해자까지 무료 법률구조 대상에 포함시켰다. 소외계층뿐 아니라 일반 민원 서비스도 개선돼 2007년까지 민원안내 등이 개별통보되는 시스템이 갖춰지게 된다. 온라인으로 발급되는 증명서류도 현행 출입국사실증명, 외국인등록사실증명, 국내 거소 신고 사실증명 외에 사법시험 합격증명, 국적선택 및 이탈신고 사실증명까지 확대된다. 또 앞으로 피내사자를 포함해 검찰 조사를 받는 사건 당사자들에게도 검찰 조사과정과 처리결과가 즉시 통지된다. 자신에 대한 수사가 종결됐는지 확인할 수 없는 현재 모습과 비교해보면 수사기관의 정보독점 현상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법무부 내에 ‘법교육 전담부서´가 설치되고 법무연수원에서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알기쉬운 법교육´‘우리활 국궁´ 등을 강의하는 등 일반인들에 대한 법률교육도 강화된다. ●고소사건 조정제도 도입도 검토 최장 5년간의 중장기 전략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전략계획은 검찰의 달라질 미래상을 보여준다. 우선 검찰의 공판역량 강화를 위해 재판부마다 전담 공판검사가 배치된다. 재산분쟁·명예훼손 등 사적분쟁에 관한 사건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되면 조정에 회부할 수 있는 ‘고소사건 조정제도´ 도입도 검토단계에 있다. 법무부 김준규 법무실장은 “한해 고소되는 인원 60만명 가운데 기소되는 사람은 17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민사사건으로 해결될 일이 형사사건으로 비화됐기 때문”이라며 도입 배경을 밝혔다. ●출입국 정책 등은 인식전환 틀 제시 올해 상반기 동안 자진 출국하는 불법체류 동포에게 출국후 재입국을 허용하는 제2차 동포자진귀국 프로그램을 실시하거나 중국과 구소련 지역에 거주하는 동포들이 방문과 취업을 동시에 하도록 5년 유효의 복수비자를 발급하는 ‘방문취업제´를 도입한 것은 법무부의 개혁행보와 관련 시민단체의 의견이 조율된 결과로 풀이된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鄭의장 첫 포석 ‘민주개혁세력’ 연대

    鄭의장 첫 포석 ‘민주개혁세력’ 연대

    열린우리당 정동영(DY)호가 지방선거 엔진에 시동을 걸었다. 윤활유인 고건 전 총리와 강금실 전 장관과의 연대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 의장이 20일 첫 최고위원회의의 화두로 꺼낸 말은 “앞으로 말은 짧게 하고 행동하는 당의 모습으로 바꾸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신몽골기병론’이었다. 하루 전 대구를 방문, ‘인혁당 재건위’ 희생자 묘역과 지하철화재참사 현장을 찾아 한나라당 권력이 지배해온 대구의 미래를 열린우리당에 맡겨 달라고 호소한 직후였다. 정 의장은 전당대회 기간 내내 강조해온 선(先)자강론을 뒤로하고 화합론을 앞세웠다.‘단결’이나 ‘단합’이란 말을 수시로 꺼냈다.“썩은 지방권력 10년을 심판해달라.”거나 “50만명 당원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다짐은 절절했다. ●“인혁당 피맺힌 한 우리당이 풀었다” 정 의장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 대해서는 날을 세웠다. 박정희 정권의 인권탄압을 상징하는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희생자 묘역을 방문한 것과 관련해 “앰네스티가 최악의 반인권 사법살인으로 규정한 인혁당의 피맺힌 한을 열린우리당이 풀었다.”고 했다. 반(反)박근혜 전선뿐 아니라 이른바 ‘민주개혁세력’과의 연대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고건 전 총리와 강금실 전 장관과의 연대가 핵심이다. 정 의장은 고 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26일쯤 만남을 갖기로 했다. 고 전 총리는 20일 영화 홀리데이를 보고 난 뒤 기자들에게 “내 주파수는 정 의장에게도 열려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은 강 전 장관과도 대리인을 통해 회동키로 했다. ●고건 “내주파수는 정의장에도 열려” 정 의장은 특히 이날 오후 서울대 정운찬 총장을 면담, 교육 양극화 해소와 입시 개선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 총장은 한나라당으로부터도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면담은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 당내에서 힘을 모으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정 의장은 최대 후원자이자 고참 의원인 박명광 의원을 비서실장에 내정해 권력의 중심을 잡았고, 3선급 의원인 염동연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발탁했다. 이에 덧붙여 서혜석·안민석 의원 등 친(親)DY 성향의 초선 의원들을 비서실 내에 둘 계획이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되살아난 ‘아부그라이브 악몽’

    되살아난 ‘아부그라이브 악몽’

    지난 2003년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포로 수용소에서 촬영된 미군의 포로학대 영상이 호주 TV에 의해 추가로 공개되면서 2년 전 이라크 전역을 뒤흔들었던 극렬한 유혈사태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새 영상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군의 행동방식을 주요한 이슈로 부각시킬 것이 분명하다. 최근엔 영국군의 이라크 소년 집단 구타 비디오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이라크인들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아부 그라이브의 악몽을 다시 불러일으킨 것은 호주 공영TV인 SBS다. 이 방송은 ‘데이트라인’ 프로그램을 통해 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 행위를 담은 미공개 사진과 영상을 방영했다. 이 방송의 마이크 커레이 기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전에 공개된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것들이었다.”고 밝혔다. 프로그램에서는 분뇨로 몸이 더럽혀지고 성적 학대를 당하는 모습, 발가벗긴 채 피를 흘리는 포로와 시체의 모습이 공개됐다. 공개된 이미지의 진위(眞僞) 여부와 관련, 익명의 미 국방부 관계자는 “진품이 맞다.”고 밝혔다. 그는 “2004년 조사과정에서 이미 드러났던 것들”이라며 “당시 조사한 100장이 넘는 사진과 4개의 비디오 클립 가운데 일부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호주 TV의 영상공개는 미국이 이라크내 무장반군의 중심세력인 수니파 아랍 공동체들과의 관계개선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미국은 수니파 반군들에 무장해제를 설득하는 중이었다. 공교롭게도 아부 그라이브에서 학대를 당한 수감자 대부분은 수니파 아랍인들이다. 미국은 파문의 확산을 우려해 조기 진화에 나섰다. 미 국방부 대변인 브라이언 휘트먼은 “이같은 사진이 공개될수록 세계 곳곳에서 불필요한 폭력을 불러일으켜 미군을 더욱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아부 그라이브 사건은 이미 조사가 끝난 것”이라며 재조사 가능성을 배제했다. 이라크 임시정부의 네르미네 오트만 인권장관은 “우리는 이미 충분한 고통을 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사진공개를)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슬림세계의 반발은 학대장면들이 어느 정도까지 보여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이미 미국 뉴스채널 CNN과 아랍 위성방송 알 자지라와 알 아라비야가 호주 TV의 보도화면을 일부 편집해 내보내고 있다. 인터넷에서도 몇몇 장면이 급속히 번져나가면서 미군에 대한 비난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라크인 교사 하난 아디브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영상들은 미국의 이라크 점령과 함께 시작된 오랜 고통을 다시 불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공개된 사진들은 ‘아주 당혹스러운’ 것이었다.”며 “즉각적인 조사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것으로 대변인이 전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검·경수사권 조정 3월까지 마무리”

    오는 3월까지 검·경간 수사권 조정이 마무리되고, 국가수사구조에 대한 전면적 손질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천정배 법무장관은 1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수사권 조정문제에 긴 시간이 흘렀다. 일단 3월까지 이 문제를 해결해 4월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천 장관은 이어 “수사권 조정 문제가 일단락되면, 국가수사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점검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수사시스템을 점검하겠다는 구상은 수사권 조정 문제를 검·경간 권한 분배 차원을 넘어 국민 인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왔다. 평소 인권을 강조해온 천 장관은 최근 논란이 된 혼혈인 문제와 관련,“올 상반기 중 법무부 인권국이 신설되면 국가인권위원회와 협력해 혼혈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차별적인 제도·관행을 발굴해 적극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5·31 지방선거에 대해서는 “이번 선거에서 지방의원 유급화와 기초의원 정당추천 등으로 조기과열이 우려된다. 선거사범을 ‘간첩잡듯’ 단속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표현했다.이에 따라 법무부는 이번 지방선거부터 선거사범을 검찰에 신고한 시민에게 최고 5억원을 지급하는 ‘검찰 신고보상금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박용오·용성 전 회장 등 두산사건 관련자들이 1심에서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은 것에 대해서는 “검찰의 항소로 애초 생각한 양형에 근접한 형이 나오도록 노력할 것으로 본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이어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엄단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애완견·고양이등 권익보호 외면땐 ‘큰코 ‘

    애완견·고양이등 권익보호 외면땐 ‘큰코 ‘

    사람과 함께 사는 동물들의 권익이 한 단계 향상된다. 동료가 살해당하는 모습을 보지 않고, 이유없이 매를 맞거나 굶주리지 않을 권리가 생긴다.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아 길거리를 헤매게 되더라도 아무에게나 잡혀서 팔려가는 신세 또한 면할 수 있게 된다.‘동물보호감시관’이라는 공무원 직도 새로 생겨 동물학대 행위를 감시·단속하는 일을 맡게 된다. ●갈수록 피폐한 동물들의 삶 사람으로치면 최소한의 인권보장책이라할 법한 조치들이 내년부터 동물에게도 적용된다. 농림부가 마련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최근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 정부개정안이 사실상 확정됐기 때문이다. 올해 중 국회에 상정해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세계적으로 동물에 대한 권익보호 조치는 1876년 영국이 동물학대방지법을 제정한 것이 최초 사례다. 이후 나라마다 동물보호법이 속속 만들어져 갈수록 내용이 강화되는 추세다. 이탈리아 로마시의 경우 개·고양이 등 애완동물의 산책할 권리, 잠겨진 차량에 홀로 남겨지지 않을 권리를 지난해 부여하기도 했다. 심지어 물고기들은 “산소가 부족해 시력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 힘입어 ‘둥근 어항에 살지 않을 권리’까지 획득했다. 우리나라도 1991년 동물보호법을 도입했지만 선언적인 규정에 그쳤을 뿐 동물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실질적·구체적 내용은 빠졌었다. 이런 가운데 동물들의 삶은 개선되기는커녕 갈수록 피폐해졌다.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은 유기동물들이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실태가 이를 웅변한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임성규 홍보과장은 “서울에서만 연간 2만여 마리, 전국적으론 10만여 마리의 동물들이 버려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단순한 추정치가 아니라는 사실은 정부통계로도 확인된다. 유기동물 가운데 동물보호단체 등에 의해 포획되거나 구조된 동물만 2002년 1만 7000여 마리에서 지난해 6만여 마리로 폭증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특단의 대책이 없는한 이런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포획·구조된 이후의 삶 역시 위태롭기 짝이 없다. 주인에게 되돌아갈 가능성은 극히 희박한 반면, 절반 이상은 안락사의 길을 걷게 된다. 농림부 자료에 따르면 2004년 포획·구조된 유기동물 4만 5003마리 가운데 주인에 인도된 경우는 1918마리(4%), 안락사한 경우는 2만 3562마리(53%)에 달했다. 나머지는 다른 가정에 입양되거나 연구기관 등에 기증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구조관리협회 이수정 과장은 “현재 유기동물을 보호시설에 둘 수 있는 기간이 한 달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무작정 오랜 기간을 보호할 수 없다.”면서 “여건이 허락하는 일부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안락사를 시킬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단지 주인의 사랑을 잃었다는 이유만으로 대부분의 동물들이 극단의 길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동물보호법 어떻게 바뀌나 정부가 이번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통해 동물 유기행위에 대한 벌칙을 한층 강화한 것은 이런 실상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벌금 20만원 이하인 현행 처벌기준을 징역 6월 이하나 벌금 200만원 이하로 수위를 대폭 올렸다. 동물소유자의 관리의무와 관련해선 ▲소유자의 이름·주소 등이 적힌 인식표 부착 ▲목줄 등 안전장비 휴대 ▲배설물 즉시 수거 ▲위험동물(도사견 등) 사육제한 등으로 구체화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0만원 이하 과태료도 물릴 방침이다. 지난해 10월 입법예고 당시의 ‘100만원 이하 과태료’보다 완화되긴 했지만 새로 신설된 ‘애완동물 등록제’와 함께 동물 유기행위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조치라는 평가다. 아울러 유기동물을 수용, 일정 기간 보호할 수 있는 보호시설의 설치도 각 지자체장들에게 의무사항으로 규정했다. 현행 법엔 두루뭉술하게 표현된 동물학대 행위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축산물가공처리법에 의한 도살 등 몇몇 예외규정을 단서로 달면서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 ▲공개된 장소나 같은 종류의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행위 ▲치료목적 등 정당한 이유없이 굶기는 행위 등도 금지시켰다. 처벌규정을 두지 않은 권고기준이긴 하지만 동물을 운송할 때 급출발 등 난폭한 운전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동물들을 화장하거나 묘지·납골당 등을 운영하는 동물장묘업에 대해서도 등록제를 도입하는 등 양성화시켰다. 농림부 김규억 사무관(가축방역과)은 “현재 가정에서 기르는 동물들이 죽었을 경우 일반 생활폐기물 봉투에 넣어서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동물장묘업이 활성화되면 그 동안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의 정서적 고통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물실험은 ‘뜨거운 감자’ 이번 개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부닥쳤던 부분은 ‘실험동물’에 관한 내용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동물실험 시설을 설치·운영하고 있는 곳은 590여개소로 파악되고 있다. 정부기관과 출연연구소 45곳을 비롯, 각 대학의 의대·수의대·한의대 63개소 그리고 제약회사 480여곳 등이다.“실험으로 희생되는 동물만 한 해 500만∼600만마리”(김규억 사무관)로 추정되고 있다. 농림부는 당초 미국·독일 등 선진국처럼 ▲흡연이나 알코올의 흡입이 수반되는 실험(의약품·의료기술 개발목적 제외) ▲영장류에 대한 팔·다리 절단 실험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시켰지만 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교육부 등의 반발에 밀려 이번 개정안에선 철회했다. 다만 각 동물실험시설 별로 수의사 등으로 구성된 ‘동물실험윤리위원회’를 구성해 실험과정에서의 고통 최소화를 비롯한 윤리적 측면의 조치를 강화할 수 있도록 했다. 김규억 사무관은 “당초 윤리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물리는 내용도 포함됐으나 법무부 등의 이견으로 결국 처벌조항은 삭제했다.”면서 “그러나 법에 명문화한 만큼 시민단체의 감시활동 강화 등으로 인해 결국 윤리위원회를 둘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들은 “안내견 등 인간을 위해 사역한 동물의 실험은 금지돼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여전히 내놓고 있어 향후 국회심의 과정에서 현안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인사 청문회] “친북”공세에 “국방비 늘린 좌파 있나”

    [인사 청문회] “친북”공세에 “국방비 늘린 좌파 있나”

    6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이종석 통일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야당의 사상검증과 여당의 정책 수행 능력 검증이 팽팽하게 맞부딪쳤다. 이 내정자는 ‘친북좌파’ 지적이 나올 때마다 발언 강도를 높이며 정면돌파했다. 정책현안에는 원칙론을 펴면서도 민감한 사안에는 “장관이 되면….”이란 식으로 예봉을 피해갔다. ●사상검증 한나라당의 홍준표·전여옥·박성범 의원이 사상검증에 나섰다. 홍 의원이 “운동권 출신이 통일부 장관이 되면 극심한 혼란을 가져온다.”고 주장하자 이 내정자는 “한나라당에도 운동권 많지 않느냐. 국가적 책무 수행과정에서 논해야 하지 않느냐.”고 맞받았다. 전 의원은 이 내정자의 저서 가운데 ‘유엔군의 북진으로 인민군 파멸됐다.’는 부분을 소개하며 “유엔군이 적군이냐.”고 따졌다. 이 내정자는 “상상력을 발휘하지 말라.”며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박 의원은 “붉은 걸 붉다고 말하는 건 색깔론이 아니라 본질론”이라고 하자 이 내정자는 “참여정부 들어 매년 국방비를 9%씩 증액했다. 이런 친북좌파도 있느냐.”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은 “이 내정자가 완전히 바뀌었는지 여야간 입장이 다르다. 여당 안에서도 동맹파인지 자주파인지 의견이 갈리고, 속과 겉이 다른지 우려한다.”면서 “수박은 겉은 파랗지만 속은 빨갛고, 사과는 겉은 빨갛지만 속은 하얗다. 수박인지 사과인지….”라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과 열린우리당 최성·유선호 의원은 청문회가 사상검증 공방으로 치닫는 데 대해 강도높게 비판했다. ●향후 대북정책 방향은? 북한 인권과 납북자·국군포로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한나라당 원희룡·남경필·박성범 의원이 집중 추궁하자 이 내정자는 “보편적 가치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국가 전략에 관한 것”이라며 원칙적인 입장을 폈다. 납북자·국군포로 문제에 대해 “국군포로 문제는 정부 내 태스크포스(TF)팀이 꾸려져 있고 납북자가족 특별법 등을 제정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일부 여당 의원들이 이 내정자를 상대로 날선 질의를 벌이는 한편 야당 의원 일부는 옹호하는 시각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열린우리당 신학용 의원은 “국회 입법조사과에서도 전략적 유연성이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상충된다는 의견을 보내왔는데 국회를 경시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같은 당 신계륜 의원도 “3년간 남북관계 진전이 별로 없고 현안에 대해 전략적 사고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은 “친북 성향인 줄 알았는데 시장주의를 신봉하는 균형감각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긍정적으로 평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 겸임 논란 열린우리당 최성 의원이 “이 내정자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통일부장관 직무에만 전념해야 한다.”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 겸직불가론을 폈다. 최 의원은 “기밀문건 유출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는 이 내정자가 NSC 상임위원장을 겸직할 경우 남북관계 진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도 “북한이 도발을 할 경우 통일부의 입장과 외교정책 방향이 충돌할 수 있는 만큼 통일부장관이 NSC 상임위원장을 맡는 것은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이 내정자는 “대통령이 판단할 부분이다.”고 비껴갔다. ●전략적 유연성 외교각서 논란의 책임은… 전략적 유연성 협상과 기밀문서 유출 과정에서 이 내정자의 도의적·정치적 책임을 따졌다. 열린우리당 한명숙 의원이 협상과정에서 ‘사전협의’ 조항이 빠진 것을, 한나라당 박계동·정의화·정문헌 의원이 기밀문서 유출에 대한 책임을 추궁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2006년에 들어서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한 것은 노 대통령이 기존의 입장을 번복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해명을 촉구했다. 문서 유출에 대해 이 내정자는 “책임자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외교안보 시스템의 문제는 아니지만 각별히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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