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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녹색성장은 ‘기후변화 사기극’이다

    녹색성장은 ‘기후변화 사기극’이다

    박근혜 정부의 키워드가 ‘창조경제’라면 이명박 정부의 국정비전은 ‘녹색성장’이었다. 녹색성장은 청정에너지와 녹색기술을 통해 에너지 자립을 이루고, 신성장 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개념이다. 2000년 1월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처음으로 이 용어를 언급한 뒤 다보스포럼 등을 통해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8·15 경축사에서 녹색성장을 국가 발전 패러다임으로 선포했고, 이듬해 2월 대통령 직속으로 녹색성장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명박 정부에서 금과옥조로 여겨졌던 녹색성장은 그러나 새 정부 들어 녹색성장위원회가 총리실 소속으로 격하되는 등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국내에서의 녹색성장의 명운과 별개로 녹색성장 개념 자체에 반기를 든 이들이 있다. 가장 급진적인 환경주의를 표방한 생태사회주의 그룹 ‘그린 레프트’(green left)다. 이들은 녹색과 자본주의적 성장이 결코 양립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성장하고 생산해야 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어 생태 환경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이다. 잉글랜드·웨일스 녹색당의 수석대변인 출신으로 2006년 녹색당 안에 그린 레프트를 발족시킨 저자는 이렇게 진단한다. “자본주의가 비록 매우 복잡한 시스템이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증가율로 생산하고 소비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만약 우리가 덜 소비하고 덜 생산한다면, 현재의 경제 체제는 위기로 치달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생태 위기를 겪는 핵심적인 이유다.”(27쪽) 생태사회주의는 계몽을 통해서 생태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존의 환경 운동과 자본의 확대재생산을 위해 생태마저 상품화하는 녹색성장론의 문제점을 모두 비판한다. “생태사회주의와 많은 전통적인 생태학적, 사회주의적 정책 수립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예를 들면 사회주의는 일반적으로 대규모 산업확장을 옹호해왔으며 파괴적 개발의 잠재 비용을 조사하는 데 실패했고, 녹색당들은 때때로 탄소 거래처럼 결함 있는 시장 기반 해법을 수용했다.” (77쪽) 기후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의 진단 없이 추진되는 탄소배출권거래제 같은 처방은 환경을 위해 거의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는 은행의 배만 불릴 뿐이다. 또한 탄소 상쇄는 배출 가스를 상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죄책감을 상쇄하기 위해 사용될 뿐 실제로 효과는 거의 없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환경에 대한 우려는 성장 신화를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수십 년 동안 석유회사들은 자신들의 반환경적인 행동에 대한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 나무심기 행사를 열고, 환경 분야 NGO들을 후원해왔다. 친환경적 대안 연료로 꼽히는 바이오연료도 실상은 화석연료보다 더 많은 기후 파괴를 일으킨다. 심지어 콜롬비아의 경우 바이오연료 재배를 위한 토지 대부분을 현지 주민들로부터 강탈함으로써 인권유린마저 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기후변화까지도 자본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이며, 개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이 환경 친화적으로 변화한다고 해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런 구조적 문제를 통틀어 ‘기후변화 사기극’이라고 명명했다. 생태사회주의가 추구하는 지향점도 따라서 명쾌하다. “가장 근본적으로 우리는 낭비 없는 번영이 사회의 목표가 되는 생태사회주의적 경제를 필요로 한다. 생산과 소비를 증가시키면서 영원히 경제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현재의 경제는 폭식과 비만에 기초하고 있다. 만족함(enough)이 더 많이(more)를 대체해야 한다.” (73쪽) 생태사회주의는 자본주의에 대한 도전 없이 생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환경을 중시하지 않는 사회주의는 무가치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생태사회주의 이론의 기원은 마르크스와 엥겔스에서 출발해 영국의 생태주의자 윌리엄 모리스, 미국의 아나키스트 머레이 북친, 미국 생태주의자 조엘 코벨, 케냐의 위대한 작가 응구기 와 시옹오 까지 이어지는 긴 사상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저자는 파악한다. 책은 이와 함께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세계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린 레프트 운동에 대해 소개한다. 특히 라틴아메리카의 토착민들의 생태환경 보존 활동을 모범적인 성공 사례로 소개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을 촉구한다. 개인의 재산권 대신 공유재에 기반한 생태사회주의가 얼마나 현실적인 대안인가에 대한 판단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6월에도 한여름 더위를 느끼는 요즘, 생태사회주의가 제기한 기후 변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볍게 넘겨버려선 안 된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개와 함께 철장에 넣어진 소녀…트럭 뒤에 실려

    개와 함께 철장에 넣어진 소녀…트럭 뒤에 실려

    개 철장에 실려 가는 소녀, 무슨 사연이 있길래… 영국의 일간지 미러가 28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州)에서 한 어린 소녀가 개와 함께 철장에 넣어진 채로 트럭 뒤에 실려 이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도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문제의 사진을 찍은 사람은 개를 싣고 가던 트럭 뒤에서 차를 몰던 한 운전자로 알려졌다. 그는 “개 철장에 갇힌 소녀의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 사진을 남겼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런 광경을 인권유린으로 판단,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소녀의 나이는 10살, 다행히 상처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소녀의 어머니인 애비 칼슨(29)과 새아버지 토마스 피신져를 불러, 아이를 위험에 처하게 한 이유를 조사했다. 이들은 “토마스의 어머니와 만나기 위해 차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아이가 기르는 개와 함께 가고 싶다고 해서 태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CBS 뉴스 캡처 인터넷뉴스팀
  • “인종차별 핑계 말고 흑인 스스로 롤모델 돼야”

    “인종차별 핑계 말고 흑인 스스로 롤모델 돼야”

    “노예제도와 인종차별의 유산을 핑계로 대지 말고 스스로 흑인들의 롤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흑인 명문대학인 모어하우스 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이례적으로 인종 문제를 거론하며 연설을 했다. 흑인 남성만 다닐 수 있는 모어하우스 대학은 1867년 개교 이래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와 영화 ‘말콤 X’ 제작자인 스파이크 리, 영화배우 새뮤얼 잭슨 등 명사들을 배출했다. 특히 이날 축사는 흑인노예 해방선언(1863년) 150주년, 킹 목사의 워싱턴 평화대행진(1963년) 50주년을 기념해 이뤄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도중 킹 목사가 ‘내게 꿈이 있습니다’ 연설에서 썼던 ‘형제들’(brothers)이라는 단어를 반복하며 “인종차별을 핑계로 스스로를 정당화시키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도 성장과정에서 잘못을 저질렀고, 때로는 그 잘못을 세상이 흑인을 억압하고 있다는 것으로 여겼다”면서 “자라나는 형제들을 위해 좋은 롤 모델을 만들고 힘없는 사람들을 돌보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내 아버지가 나와 어머니에게 한 일을 나는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미셸과 딸들에게 다짐해 왔다”면서 “흑인 남성으로서 스스로를 위해 많은 일을 하면서도 좋은 아버지와 남편이 돼라”고 당부했다. 오바마의 이날 연설은 국세청(IRS)의 보수단체 표적 세무조사, 연방검찰의 AP통신 전화 통화 기록 압수, 미 중앙정보국(CIA)의 리비아 벵가지 영사관 테러 축소 의혹 등 ‘3대 악재’에 시달리는 와중에 이뤄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 대통령이 오는 23일 국방대학 연설에서 중산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 방안을 소개하고, 미국 대테러정책의 상징이자 인권유린이라는 비난을 받아온 ‘드론’(무인공격기)과 관타나모 수용소에 대한 새로운 정책 방향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집권 2기 최대 정치적 위기를 맞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사회의 민감한 사안들에 대한 소신 발언으로 정면 돌파를 선택함에 따라 반전의 계기를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암탉 울면 집안 망한다는 말 고리타분” 성추문 윤창중 어록

    “암탉 울면 집안 망한다는 말 고리타분” 성추문 윤창중 어록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성범죄 의혹에 연루돼 전격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어록에 네티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은 대변인 임명 전 보수논객으로 활동할 당시 야권에 막말을 일삼아 수차례 논란을 일으켰다. 한편으론 앞장서 여성 정치인의 신장과 도약을 수차례 강조했던 그의 칼럼에 비춰 이번 성추문이 황당하다는 반응도 잇따르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은 대선 전 날인 지난해 12월 18일 ‘문재인의 나라? ‘정치적 창녀’가 활개치는 나라!’라는 제목의 글을 써 논란을 일으켰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정운찬 전 총리와 윤여준 전 장관,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등에 대해 그는 ‘정치적 창녀’라는 단어를 써가며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도 ‘여자? 뇌물? 검증은 이제부터다!’라는 제목의 글로 맹공격했다. 윤 전 대변인은 “돈과 여자 문제와 관련한 의혹은 정치인이 아무리 시달려도 스스로 제 입에 올리지 않는 법. 특히 여자문제는. 과연 어디까지 깨끗한지 검증하는게 왜 네거티브인가? 아직 시작도 안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대통령 후보 시절 박 대통령의 여성성에 대한 논쟁에 대해서는 “아직도 대한민국 일부 국민의 머릿속에 잔존해 있는 유교적 의식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고리타분한 생각에 정면으로 맞서 여성 대통령이 탄성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변화이자 정치 쇄신이라고 치고 나오자 여론이 크게 각성하는 쪽으로 굴러가니까 배가 아픈 것”이라며 박 대통령을 적극 옹호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칼럼에서는 “2011년까지만 해도 여성 정상은 10여명, 올해엔 가히 여풍!”이라면서 “웃기는 건 대한민국에서 여성 문제에 대해 살짝 시사만 해도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성희롱이니 여성차별이니 무차별 공격하는 여성 단체들이 야권에서 박근혜에 대해 ‘여성성’ 운운하며 공격하는데도 못들은 척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이 새누리당 원외 당협위원장 워크숍 연사로 참석한 데 대해 일본의 도이 다카코 사회당 당수를 거론하며 “심상정의 유쾌한 바람기”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국정원 정치 댓글 의혹에 대해서는 ‘문재인 측 여성 인권유린-막장 사기쇼! 치졸’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아무리 국정원 직원이라지만 오피스텔 안에 갇혀 밖에서 고함지르고 소란 떠는 소리 들으며 혼자 지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국정원 여성 직원의 인권까지 거론하며 야권을 비난했다. 그는 ‘윤창중 칼럼세상’이라는 블로그 대표로 보수논객을 자처할 당시 저서 표지 사진을 이용해 ‘국민이 정치를 망친다’라고 썼다. ‘국민’이 정치를 망친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지워지지 않는 정치·외교적 오점을 남기게 됐다. 네티즌들은 “뭐 묻은 개가 나무란다더니 이 상황이 바로 그 꼴”, “앞장서서 여성 인권 운운하던 사람이 성추문이라니 지나가던 개가 웃을 상황”이라며 그의 어록들을 희화화하고 있다. 온라인뉴스팀 iseoul@seoul.co.kr
  • [사설] 교도소 같다는 보육원, 어린이날이 부끄럽다

    충북 제천의 J아동양육시설이 수년간 학대와 감금 등 심각한 인권침해를 자행해온 것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결과 밝혀졌다. 4~18세의 원생 52명은 폭행은 다반사고 말을 듣지 않으면 생마늘과 청양고추를 먹는 등 비인간적인 대접을 받아왔다. 얼마 전 경기 양평에서 도둑질한 보육원생을 땅에 파묻은 사건에서 보듯 아동양육시설이 오랜 시간 인권사각지대에 방치돼 왔음이 확인된 것이다. 차제에 전국 지자체는 아동시설은 물론 장애인·노인 보호시설까지 관리실태를 총점검해 인권유린행위가 없었는지를 살펴봐 주기 바란다. 1963년 설립된 J시설은 겉보기에는 보육원이었지만 실제로는 재소자들을 수용한 교도소나 마찬가지였다. 부모가 없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워 이곳에 온 원생들에게 훈육을 빌미로 온갖 악행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떠드는 아이는 몽둥이·각목으로 매질하고, 말 안 듣는 아이는 독방에 몇 시간 또는 수개월간 지내게 했다. 늦게 들어오면 밥을 굶기고, 또 수영장에 아이를 거꾸로 집어 넣었다 뺐다 하는 고문을 가하기까지 했다. 이런 몹쓸 짓이 저질러졌지만 제천시는 2010년 인권침해 실태를 일부 확인하고도 재발방지대책을 세우지 못했고 그 이후에는 그나마 적발하지도 못했다. 현재 전국 243개 아동양육시설에는 부모가 이혼하거나 미혼모 자녀 등 18세 미만의 소외계층 자녀 1만 4700여명이 수용돼 있다. 그러나 시설에서의 아동학대는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원생들은 보호받는 약자이다 보니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숨기거나 신고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관련 예산도 충분치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복지예산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8%로 OECD 평균(2.3%)의 3분의1에 불과하다. 이러니 보육원생들이 1500여원으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인권위는 가혹행위를 한 시설 원장과 교사를 검찰에 고발하고, 해당 지자체장에겐 시설장 교체 등을 권고했다. 권고사항이지만 반드시 이행하고 나아가 재발방지대책도 꼼꼼히 세워 원생들이 보복당하거나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시설종사자들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사회복지사 보수교육도 제대로 해야 한다. 소외계층 자녀도 공공시설보다 가능한 한 가정에서 돌보는 게 성장에 훨씬 도움이 된다. 가정위탁 예산을 충분히 배정해 이들이 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대정부질문] 野 “국정원 정치개입 국기문란” 與 “여직원 불법감금 인권유린”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첫 국회 대정부질문이 25일 열려 여야 의원들이 정치, 외교, 통일, 안보 현안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특히 여야는 지난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의 정치 개입 의혹 사건을 놓고 격하게 대립했다. 여당은 민주통합당의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에 대한 정치 공세가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고, 야당은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한 국기 문란 사건이라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민주당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박지원 의원은 “미국의 CIA는 댓글을 풀어 테러범을 잡았는데 대한민국 국정원은 댓글로 대통령선거에 개입했다”면서 “미국 경찰은 4일 만에 보스턴 테러범을 잡았지만 대한민국 경찰은 4개월 만에 여론은 조작했어도 선거 개입은 하지 않았다는, 공기는 마셔도 숨은 쉬지 않았다는 황당한 결과를 내놓았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이 국정원 사건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요구하자,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금 수사과정에 있기 때문에 대국민 사과를 하라고 하는 것은 좀 과하다”고 답했다. 같은 당 문병호 의원도 “국정원에 근무하는 개인이 일탈한 것이 아니고, 국정원 자체가 조직적으로 개입해 댓글을 달도록 지시한 것”이라며 국정원의 근본적 개혁을 촉구했다. 진선미 의원은 “국정원 댓글 사건 관련 경찰의 수사 내용 중 서울경찰청의 컴퓨터 분석 결과 및 (지난해 12월) 16일 저녁 11시 (중간수사 결과) 발표 계획이 실시간 새누리당에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은 “충분한 정보가 없어 답변드리기 어렵다”고 대응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국정원 사건을 여직원의 인권 유린 사건이라며 민주당의 주장에 반박했다. 유승우 의원은 “민주당은 수사결과를 발표했음에도, 과장·왜곡하고 있다”면서 “검찰 수사를 기다려야 할 상황인데 사실관계도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은 평범한 가정집을 여론조작 아지트라고 하면서 44시간 불법 감금, 협박했다”면서 “경찰수사에는 민주당의 인권침해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의원들이 “당장 내려와. 화성에서 왔냐”며 격하게 항의하자 유 의원은 “품위를 유지하세요. 예의를 지키세요”라며 맞받았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미혼의 28세 여성이 44시간 동안 감금당한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일주일 동안 미행해 고의로 차량을 들이받고 호수를 알아냈는데 성폭행범에 해당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이 “무슨 소리야”라며 항의하는 등 고성이 끊이지 않았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야당 인권유린” vs “경찰 부실수사” 국정원 댓글 의혹, 막판 중대변수로

    “야당 인권유린” vs “경찰 부실수사” 국정원 댓글 의혹, 막판 중대변수로

    국가정보원 직원이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를 비방하는 인터넷 게시글을 올렸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으나 경찰의 정치 개입, 야당의 인권 유린 논란이 확산되면서 대선 막판의 중대 변수로 급부상했다. 경찰은 17일 문 후보 비방 댓글을 올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여직원 김모(28)씨 사건과 관련해 “지지, 비방 댓글을 단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최종 수사 결과가 바뀔 가능성도 없다.”고 중간 수사 결과를 밝혔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김씨의 하드디스크 로그기록과 IP를 추적했지만 범죄 사실에 대한 혐의를 찾지 못했다.”면서 “강제 수사로 전환할 단서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의 아이디와 닉네임(필명)이 40개에 달하는 점, 문제가 불거진 지난 11~13일 삭제된 파일이 있는 점, 경찰이 16일 오후 11시쯤 이례적으로 수사 중간 과정에 긴급 보도자료를 낸 점 등은 경찰의 선거 개입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총체적인 부실 수사 발표”라면서 “어제 TV토론 직후인 오후 11시에 기습 발표한 건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거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관련돼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이날 충남 천안 유세에서 “불쌍한 (국정원) 여직원은 결국 무죄”라며 “그런데도 민주당은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인권 유린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고 비난했다. 국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국가정보기관 직원에 대한 미행, 신분 노출, 감금, 주거 침입 등 불법 행위가 있었으며 이는 정치적 목적으로 정보기관을 악용한 국기 문란 사건”이라며 “범죄 행위 관계자에 대해서는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 내부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정확한 수사를 위해서는 단순히 하드디스크가 아닌 포털사이트의 서버를 확인해야 한다.”면서 “수사 결과 발표 시기나 정황을 볼 때 경찰의 수사는 평소와 굉장히 다른 면이 많다.”고 비판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국정원 여직원, 경찰에 PC 임의 제출…野 “다른 직원들 文 비방 활동도 확보”

    국정원 여직원, 경찰에 PC 임의 제출…野 “다른 직원들 文 비방 활동도 확보”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 논란을 두고 민주통합당과 국정원 측이 맞고발하는 등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진실이 밝혀지면 민주당과 국정원 중 어느 한쪽은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댓글 의혹’ 여직원, 민주 관계자 고발 정치 관련 홈페이지에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달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 김모(28·여)씨는 민주당 관계자들을 감금, 주거침입,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13일 경찰에 고발했다. 민주당도 지난 11일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국정원을 경찰에 고발했다. 김씨는 이날 서울 강남구 역삼동 자택에 있는 데스크톱 컴퓨터 1대와 노트북 1대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경찰에 제출했다. 인터넷 접속 기록 등을 확인하면 문 후보 관련 댓글을 남겼는지가 수일 내에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김씨를 피고발인 신분으로 이번 주 내로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한 추가 제보를 확보했다며 공세를 이어 갔다. 우상호 공보단장은 브리핑에서 “김씨뿐 아니라 다른 분들 활동도 이미 확인하고 있다.”면서 “국정원의 특성상 모든 것을 공개하는 것은 향후 국정원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김씨의 활동만을 찍어서 수사하도록 촉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장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맞다” 새누리당 ‘문재인 캠프의 불법사찰·인권유린·기자폭행 등 선거공작 진상조사특별위원회’는 첫 회의를 열어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의 부당함을 비판했다. 심재철 위원장은 “민주당은 불법사찰, 인권유린 등에 대해 사죄하고 문 후보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김씨를 ‘국정원 3차장 소속 심리전단 직원’이라고 확인했다. 하지만 여론조작 활동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부인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넝마공동체 “영동교 점유지 철거는 인권유린” 농성

    강남구가 지난달 9일 영동5교 넝마공동체 행정대집행 이후 신연희 구청장 집 앞에서 20여명이 연일 꾕과리를 치며 계속 농성을 벌이자 주민과 언론을 대상으로 적극 홍보에 나섰다. 구는 12일 주민 홍보문 등을 통해 “마치 강남구가 영동5교 하부에서 26년간 생활해 온 점유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하지 않은 채 인권을 유린한 것처럼 일부에서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구는 이어 “지난달 9일 행정대집행과 동시에 기존 점유자 16가구(17명) 중 13가구(14명)에게 세곡동 임시거처를 마련해 옮겨주었고 겨울나기 후원물품을 전달하는 등 넝마공동체 자활을 위해 다각도로 지원하고 있다.”면서 “이들에게는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공동생활가정 임대주택 등을 마련하기 위해 협의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세곡동으로 이전한 기존 점유자들과는 별도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외부인들이 넝마공동체를 표방하며 대치동 탄천운동장을 무단 점거한 뒤 ‘잠 잘 곳과 일터가 유린됐다’며 집단 항의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는 신 구청장이 사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내에 신 구청장 명의로 ‘넝마공동체 집단 농성,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글을 붙였다. 구는 “이번 일로 인해 입주민 여러분이 많은 불편을 겪고 있지만 강남구는 이들의 불법행위와 폭력 등에 맞서 정당한 법 집행을 할 수 있도록 이해와 협조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28년전 ‘지옥의 복지원’… 우린 모두 공모자였다

    28년전 ‘지옥의 복지원’… 우린 모두 공모자였다

    1984년 10월 16일 밤. 아홉 살 종선이는 세 살 터울 누나와 함께 부산의 한 파출소에 있었다. 아버지가 새 신발과 옷을 사주고, 이소룡이 나오는 영화도 본 날이었다. 한낮의 행복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종선과 누나는 파출소 앞에 나타난 검은색 차를 타고 어디론가 끌려갔다. 도착한 곳은 복지원. 종선은 일련번호 ‘84, 10-3618’을 달고, ‘소대’로 불리는 숙소에 배정됐다. 그리고 지옥은 시작됐다. 복지원 생활은 군대 생활이나 다름 없었다. 군 출신이라는 원장을 정점으로, 명령 체계는 중대장과 소대장으로 이어졌다. 아이들은 머리를 짧게 깎고 하얀색 속옷, 트레이닝복, 검정 고무신으로 일년을 버텼다. 오후 8시 취침에 새벽 4시 기상. 일어나면 30분 안에 모든 소대원들이 세면을 끝내야 했다. 아침식사를 시작하는 6시까지 종선과 아이들은 군가를 부르며 구보를 했다. 식단은 일년내내 같다. 꽁보리밥에 시래기 된장국, 생선이 썩은 듯한 전어젓과 소금 뿌린 배추김치가 전부다. 이나마도 먹는 시간은 몇 분 정도다. 조장이 부를 때 순서 안에 들지 못하면 얼차려를 받았다. 바지 고무줄이 끊어져 흘러내리거나 소매 속에 손을 감추면, 시키는 것을 제대로 못하거나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 조장의 기분이 언짢으면 가차 없이 기합이다. 기합보다는 맞는 게 오히려 낫다. 명치나 복부를 맨주먹으로 후려치고, 무릎을 꿇린 채 손등을 허벅지에 대고 손바닥을 때려도 구타가 차라리 나은 이유는 ‘금방 끝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세게 맞아 뼈가 부러지고 척추나 허벅지를 잘못 맞으면 장애인이 된다. 그러던 중 “네 누나 미친년 다 됐다.”는 말이 들렸다. 결국 누나는 견디지 못하고 정신을 놓았다. 누나는 정신이상자를 수용하는 신관으로 옮겨졌다. 면회가 허용되지 않아 병동의 높은 창문에 매달려 누나를 살폈다. 종선은 그때 성폭행 현장을 목격했다. 극악무도한 성폭행에서 성인은 물론 어린이들도 자유롭지 않았다. 이곳은 당시 한국에서 가장 큰 사회복지시설이었다. 12년 동안 운영되면서 공식적으로 3500여명이 수용됐고, 이 중 513명이 폭행·질병 등을 이유로 사망했다. 시신 일부는 해부용으로 거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잔혹소설인가. 한종선(37)씨가 1984~87년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실제로 겪은 일이다. 29일 전화통화에서 종선씨는 “전화로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참혹한 시간이 남긴 상처와 치욕의 응어리를 짧은 통화로 풀어내긴 곤란하다는 의미다. ‘살아남은 아이’(한종선·전규찬·박래군 지음, 문주 펴냄)에 그는 ‘그 3년’을 글로, 그림으로 생생하게 기록했다. 20년 전 이야기인데도 마치 어제 당한 일처럼 묘사가 매우 세세한 이유를 묻자 “매일 같은 일이 반복됐기 때문에 몸에 새겨졌다.”는 답이 돌아왔다. 1987년 당시 부산지검 검사였던 김용원 변호사가 형제복지원의 부패를 수사하면서 충격적인 인권유린 실태가 백일하에 까발려졌다. 하지만 형제복지원에 쏠린 전국적인 관심도 잠시, 당시 권력층의 외압으로 사건은 유야무야됐다. 하지만 살아남은 피해자들에게는 잊으려 애를 써도 절대 잊혀지지 않는 상처다. 2007년부터 블로그에 자신의 경험을 올린 종선씨는 “블로그에 쓸 때는 가급적 정제하려고 했다. 책에 담은 내용도 많이 순화시켰다. 있는 그대로 더 심하게 쓰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1부가 종선씨의 기억이라면, 2부 ‘괴물들의 대화’는 전두환 정권에서 행해진 통치자의 폭거, 민간인을 향한 야만적인 국가 폭력, 침묵의 카르텔과 되풀이되는 비극 등을 살핀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이자 한국예술종합대학 영상원 교수는 ‘짐승들의 우리와 그 바깥 인간의 시간’에서 1980년대 초 브리태니커 판매원이었다가 형제복지원으로 끌려간 김용욱씨를 비롯한 피해자들과 복지시설의 행태, 당시 사회상 등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전 대표는 지난여름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홀로 시위를 하던 종선씨에게서 기억을 끄집어내 완성시키고 세상에 알렸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는 ‘형제복지원과 침묵의 카르텔’에서 형제복지원 사건과 왜 이 같은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지 알아본다. 종선씨는 “여기까지 왔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이제는 좀 더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 일이 과연 나랑 상관없다고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면서 “이런 일을 당하고 난 뒤에 목소리를 내면 이미 늦다. 상처는 평생 가기 때문이다. 앞서 끔찍한 고통을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요구하는 것이 국민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어떻게 공모자가 되었나?’라는 이 책의 부제처럼, 방관하는 순간 공모자가 될 수 있다. 또는,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바꿔보자’거나 ‘갈아 엎어버리자’는 공허한 구호가 아니라, 국가의 폭력 속에서 잊혀진 인권을 환기시키는 기회로, 책의 가치가 충분하다. 1만 45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사설] 본질 벗어난 여성대통령 공방 거둬라

    새누리당과 야권이 연일 ‘여성대통령’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선후보 띄우기 차원에서 여성대통령을 부각하고 나서자 야권이 박 후보를 진정한 여성대통령 후보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반박하면서 설전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박 후보가 그동안 의정활동을 하면서 여성 권익 향상과 양성 평등 구현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대해서는 시비를 가릴 여지가 있다고 본다. 야권은 박 후보가 15년의 의정생활에서 여성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한 적이 없고, 여성문제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내보인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복지 관련 법안을 제출해야 복지 대통령이 되고, 안보 관련 법안을 낸 적이 있어야 군 통수권자가 될 수 있는 것인지, 그 논거가 편협하기는 하나 문제 제기를 할 만한 소지는 있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박 후보는 출산·보육 및 교육, 장바구니 물가를 고민하는 삶을 살지 않았다. 박 후보에게 여성성은 없다.”고 한 정성호 민주통합당 대변인의 발언은 당사자뿐 아니라 민주당 전체의 몰인식을 의심케 할 만한 망언이 아닐 수 없다. 아이를 낳고 기르지 않으면 여성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인지, 그가 생각하는 여성은 아이 낳고 밥이나 짓는 존재인지, 제 아무리 선거판이라지만 공당의 대변인이 그런 인권유린적인 말을 서슴없이 내뱉을 수 있는 것인지 어안이 벙벙해진다. 부적절한 발언을 거두고 새누리당이 아니라 국민 앞에 사과해야 마땅하다. 박 후보의 여성성을 득표 수단으로 삼는 새누리당의 선거 전략 또한 온당치 않다. 남성 중심의 한국 사회에서 여성대통령이 탄생한다면 그 상징적 의미는 실로 작지 않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여성’을 앞세운 당선이 아니라, 남녀 구분 없이 국정 전반에 대한 리더십을 당당히 겨뤄 승리했을 때만이 의미를 갖는 것이다. 여성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지난 시절의 인식이 청산해야 할 과제이듯 여성이기 때문에 돼야 한다는 불균형의 성(性)인지적 사고 역시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박 후보의 ‘여성성’을 놓고 여야 여성의원들이 편을 갈라 기자회견을 갖고 공박하는 모습은 부끄럽기까지 하다. 정파의 이해 앞에서 ‘여성’이 이렇게도 저렇게도 재단되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빈약한 성의식 수준을 드러낼 뿐이다. 여야는 성이 아니라 국정 능력으로 승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 “최종길교수 죽음은 중정 고문 때문”

    “최종길교수 죽음은 중정 고문 때문”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독재에 항거하다 1973년 10월 19일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된 최종길(사진 오른쪽) 서울대 법학과 교수. 그의 죽음이 당시 중앙정보부에 의해 ‘자살’로 조작된지 1년이 지난 74년 10월 9일 미 워싱턴포스트에는 ‘한국의 우울한 1주년’이라는 칼럼이 실렸다. 칼럼은 최 교수가 정권에 의해 죽임을 당했을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기했고, 이는 박정희 정권의 인권탄압 실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거대한 전기가 됐다. 칼럼이 실린 뒤 함세웅 신부는 국내에서도 최 교수의 죽음을 공개적으로 거론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급기야 그해 12월 10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명동성당에서 “최 교수는 자살한 것이 아니라 고문치사됐다. 인권유린의 수부(首府)인 중앙정보부 등은 해체되어야 한다.”며 진상규명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유신체제로 얼어붙어 있던 한국에 ‘의문사 1호’ 최 교수의 억울한 죽음을 알림으로써 민주화의 불씨를 댕긴 이 칼럼을 쓴 사람은 하버드대 법대 교수였던 제롬 코언이었다. 그는 앞서 1973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사건 때에는 헨리 키신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어 구명 활동을 펼치기도 했던 인물이었다. 19일 최 교수 사망 39주기를 맞아 현재 뉴욕대 법학과에 재직 중인 한국 민주화의 숨은 공로자 코언(사진 왼쪽·82) 교수를 이메일로 만났다. “최종길 교수를 죽인 것은 중앙정보부의 고문이었습니다. 한국사회가 늦게나마 과거사 바로잡기에 나선 것은 기쁜 일이지만 사과의 진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국민들의 몫입니다.” ●“최교수 죽음 ‘유신살인’ 중 하나” 코언 교수는 1970년 하버드대 교환교수로 초빙된 최 교수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최 교수는 2년 후 한국으로 돌아갔다가 이듬해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최 교수는 죽기 전 유신헌법에 반대시위를 벌이던 서울대 학생들이 연행되자 이에 항의할 것을 제안 했다가 중앙정보부에 간첩 혐의로 연행됐다. 최 교수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뒤 당시 김치열 중앙정보부 차장은 “최 교수가 간첩임을 자백하고 7층에서 투신했다.”고 밝혔다. 2002년 대통령 직속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중정의 고문과 협박 등 각종 불법수사에도 불구하고 최 교수는 강요된 간첩 자백을 하지 않았다.”며 그를 민주화운동가로 인정했다. 코언 교수는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지적이며 사려 깊고 유머와 겸손함을 함께 갖췄던 최 교수의 모습이 내 마음에 생생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 교수는 중앙정보부의 고문에 의해 너무나 일찍 세상을 떠났다.”면서 “박정희 정권에서 자행된 수많은 살인 중 하나였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동아시아 국가의 법과 인권 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던 코언 교수는 한국과 중국 등을 오가며 활발한 연구 활동과 인권 운동을 벌였다. 그는 “엄혹했던 박정희 정권 시절 한국을 자주 찾았던 학자로서 박정희 정권의 잔혹성과 그에 대한 국민들의 두려움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면서 “최 교수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민주 정부를 세우기 위해 투쟁했던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평생을 법학자로 살아온 그는 올해 40년을 맞은 유신헌법에 대해 “장점도 많았지만 선포 즉시 독재정권에 의해 오용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74년 처음으로 시행된 긴급조치를 예로 들며 “당시 박정희 정권에서 벌어진 독재는 북한에서 벌어지던 독재와 다를 바 없었다.”면서 “주목할 만한 경제 성장을 이루긴 했지만 끔찍한 수준의 부패도 만연했다.”고 했다. 코언 교수는 1972년 북한을 방문한 최초의 미국인 학자였다. ●“독재는 좌·우파 모두 인정 못해” 코언 교수는 “(87년 6월 항쟁 이후) 한국은 25년간 민주적 발전을 이어왔다.”면서 한국의 민주주의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사례는 ‘유교와 불교가 기반인 동아시아에서는 민주적인 정체(政體)를 세울 수 없다’고 주장했던 독재자들의 논리를 반박한 훌륭한 증거”라면서 “이러한 정치적 결사체를 통해서만 민주주의 근간인 법과 시민권을 지켜낼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국가는 구성원 간의 자유로운 토론과 합의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사회가 과거사 문제 해결에 나선 데 대해 반색을 표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과거사 사과에 대해 “내가 박 후보의 진정성을 평가할 수는 없다.”면서도 “한국 국민들이 대선 과정에서 박 후보의 진정성을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과거의 잘못을 기억하되 미래를 바라보며 민주주의를 꾸준히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그는 “그 길이 최 교수처럼 더 나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기리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독재는 좌파의 것도, 우파의 것도 인정할 수 없다.” 그는 1974년에 쓴 칼럼을 이렇게 끝맺었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민주, 과거 진실규명 결의안 당론 채택

    민주통합당이 27일 국회에서 ‘인민혁명당 사건의 역사적 재조명과 명예회복 대책’을 주제로 의원총회를 열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맹공했다. 과거사 관련 사과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박 후보의 행보를 옥죄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해찬 대표는 “인혁당 사건을 중심으로 새로운 역사로 넘어가는, 유신을 정리할 수 있는 대선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박 후보가 오전에 5·16, 유신, 인혁당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오후에는 (부산시당 당사에서 청년당원들과) 말춤을 췄다.”며 “오전에 사과했다면 그 유족들이나 역사 앞에 오후만이라도 근신하며 진정 어린 눈물을 흘려야 했다.”고 비판했다.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 선고를 받았던 유인태 의원은 “박 후보는 1974년 육영수 여사 사망 이후 퍼스트레이디로 전국을 다니며 유신을 설파하고 다녔던 유신의 장본인”이라며 “2005년 인혁당·민청학련이 조작이라는 국정원 과거사조사위원회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한마디로 가치가 없고 모함’이라고 잘라 말했다.”고 지적했다. 윤관석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박 후보의 인혁당 관련 사과를 ‘진정성이 실종된 사과’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의총에서 장준하 선생 의문사, 인혁당 사건, 긴급조치 인권유린,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등 진실이 규명되지 않은 과거 사건들의 재조사를 촉구하는 ‘국가권력의 위법·부당한 행사에 대한 진정한 사과 및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진실규명 조사활동 재개 촉구 결의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고(故) 김근태 상임고문의 부인인 인재근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결의안은 정부가 국가 권력이 행한 범죄 행위를 인정하고, 유족과 국민 앞에 사과하는 한편 진실화해위원회의 활동을 재개토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성범죄 선정 보도 지양하고 사형제 등 이슈 선도 역할을”

    “성범죄 선정 보도 지양하고 사형제 등 이슈 선도 역할을”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위원장 이문형 산업연구원 국제산업협력센터소장)는 26일 제54차 회의를 열어 ‘성범죄 및 사형제 존폐 문제’에 대한 보도 내용을 살펴보고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독자권익위원들은 성범죄 사건에 대한 자극적 보도를 지양해 줄 것과 사형제 폐지 등 여러 이슈에 대해 서울신문이 선도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김광태(온전한커뮤니케이션 회장) 위원은 “‘아동 성범죄 무방비 시대’ 시리즈나 ‘음란물 없는 e세상으로’ 기획도 시의적절하고 매우 좋다.”면서도 “성범죄 보도 시 상처 입은 가족을 다시 찾아가 부관참시(剖棺斬屍)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종섭(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위원은 “올해 들어 성범죄가 갑자기 증가한 것인지 언론이 집중적으로 보도한 건지 근본적 의문이 있다.” 면서 “선정적인 부분을 집중 보도할 것이 아니라 조기 경보 시스템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권성자(책만들며크는학교 대표) 위원은 성범죄 무방비 시대 시리즈 마지막회를 다룬 9월 6일자 ‘성폭력당한 사람 피해자냐 생존자냐’ 기사를 예로 들며 “그동안 가해자 중심의 기사만 보다가 소외된 피해자의 호칭 부분을 다뤄줘서 크게 도움이 됐다.”면서 “좀 더 지면 할애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사형제 논쟁이 있었는데 어느 시점에서든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면서 “리더십을 앞세워 이슈를 발굴하고 선점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고진광(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대표) 위원은 “사형 집행이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없었는데 전 국민적으로 공감대를 이룬 흉악 범죄자는 처단해야 한다.”면서 “서울신문이 이런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조명해 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이청수(연세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위원은 “사형제 폐지에 대해 인권유린과 강력범죄 예방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고 있다.”면서 “활발한 논의의 장을 열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철휘 서울신문 사장은 이날 회의에서 “어느 한 곳에서 보도하면 너도나도 보도하는 ‘보도 포퓰리즘’을 경계하며 균형감을 지니는 게 필요하다.”면서 “언론이 성범죄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인권, 더 나아가 권리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범수기자 bulse46@seoul.co.kr
  • [기고] 해외파병은 국가안보의 초석이다/윤영미 평택대 교수

    [기고] 해외파병은 국가안보의 초석이다/윤영미 평택대 교수

    탈냉전기 전 세계는 내전·테러·국가 간 분쟁·난민 발생·인권유린·자연재해 등 다양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 이런 국제사회의 분쟁해결과 인도적 지원을 위해 유엔은 유엔평화유지군(PKO) 활동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내년은 한국이 1991년 유엔에 가입한 이후 PKO 활동을 시작한 지 20년이 되는 해다. 한국군은 1993년 소말리아 상록수부대 파병을 시작으로 전 세계의 분쟁지역에서 평화와 재건, 군과 민간인과 협력해 수행하는 민사(民事)작전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한국군의 우수성, 기강, 현지 활동 등 운용 측면에서 최고수준의 역량을 보여주고 있어 유엔과 국제사회로부터 큰 찬사를 받고 있다. 특히 62년 전 6·25전쟁 당시 한국에 5만 달러의 물자지원을 제공했던 레바논에서 동명부대가 활동하고 있다. 2007년 7월 파병됨에 따라 한국군 최장기 파병기록을 세우고 있다. 동명부대는 한국에서 8000㎞ 떨어진 이역만리 땅에서 현지인들로부터 ‘신이 주신 선물’이라는 칭송을 받으면서, 지역 재건과 민사작전 수행 등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최근 정부합동평가단원으로 아프가니스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레인 등을 파병부대의 현지 활동과 정세파악을 위해 방문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장병들이 한국군 특유의 성실성과 친화력으로 현지 문화를 존중하면서 활발한 민사활동을 전개, 국가 위상과 한국 붐을 일으키는 주역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희망의 전도사’로 불리는 350여명의 오쉬노부대가 지난 2년 동안 지방재건지원팀(PRT)의 보건진료와 학교 건립 활동 등을 경호하고 지역 안정화에 힘쓰고 있었다. UAE의 아크부대는 UAE 특전부대의 교육훈련을 지원하고, 연합연습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지난 2년 동안 UAE군의 정예화 및 작전수행능력 향상을 이끌었다. 더불어 사막 및 고온의 환경에서 한국군의 전투수행 능력도 높아졌다. UAE 총참모부는 한국군을 미국·영국·프랑스·호주보다 더 신뢰, ‘한 팀’(One Team)으로 간주했다. 심지어 ‘아크 열풍’은 한국어 배움과 K팝 등으로도 잘 표출되고 있었다. ‘아덴만의 영웅’인 청해부대는 소말리아 해역과 주변에서 선박의 안전한 항해를 위해 연합해군과 지속적인 활동을 전개, 그 명성 역시 자자했다. 비록 짧은 방문 기간이었지만 현지인들이 한국군의 활약에 대한 찬사와 높은 평가에 긍지와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혹독한 사막의 날씨와 테러위험 속에서도 강인한 군인정신으로 국익과 한국군의 국제적 명성을 드높이는 장병들의 헌신과 열정에 감사와 찬사를 다시 한 번 보낸다. 한국은 6·25전쟁 당시 유엔으로부터 16개국의 전투병 파병과 5개국의 의료지원, 42개국의 물자지원을 받았다. 현재 전쟁의 폐허 속에서 세계 경제 10위권으로 성장했으며, 세계 각국에 도움을 주는 나라로 변모했다. PKO 활동의 참여는 군사외교이자 보은외교의 일환이며, 유사시 국제사회의 지원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앞으로 정부와 군은 더 활발하게 국가적 및 군사적 역량을 발휘해야 하며, 한국군의 선진화와 국제화에 국민의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가 필요하다.
  • 소설로 읽는 DJ 납치사건

    “2004년 ‘국가정보원 과거 사건 진실 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가 구성돼 그해 11월 ‘김대중 납치사건 진실규명’ 백서를 발표했지만, 여전히 의혹이 풀리지 않았다. 또 ‘DJ 납치 사건’에 대한 국내 소설이 한 편도 없다.” ‘강안남자’로 잘 알려진 소설가 이원호가 최근 장편소설 ‘작전명 KT’(네오픽션 펴냄)를 내놓은 이유를 말레이시아에서 국제전화로 3일 이렇게 설명했다. 납치사건 당시의 작전명은 ‘KT’. DJ 납치 사건을 소재로 한 한·일 합작영화 ‘KT’가 2002년 5월 개봉됐었기 때문에 작전명이 낯설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김대중의 일본식 발음 ‘긴다이주’의 영어 약자로, 표적을 암살하라는 뜻의 ‘킬링 더 타깃’(Killing the Target)이란 머리글자를 중앙정보부가 작전명에 붙였다. 1973년 터진 김대중(DJ) 납치 사건은 너무나 유명한 국제적 사건이지만, 유명도에 비해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저 박정희 군사독재 시절에 벌어진 인권유린 정도로 넘어갈 뿐이다. 1975년 검경합동특별수사본부가 불기소로 내사 종결한 탓이다. 소설은 1997년 12월 DJ가 대통령에 당선된 날에서 시작해 1972년으로 회귀한다. DJ 납치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일본에서 비서를 맡았던 최한수가 회상의 주인공. 최한수는 중앙정보부의 직원이면서 미국 CIA의 정보원이다. 유신헌법을 반대하며 일본과 미국을 떠도는 한국의 유력한 야당 지도자가 납치될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그래서 미국 CIA도 감지했다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당시 미국은 대통령 선거와 베트남 전쟁, 닉슨 대통령 워터게이트 파문으로 자잘한 한국 문제에 신경 쓸 수 없다. DJ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자 남북한 정보부가 야합하려는 시도에서는 기가 막힌다. 또 세계 경찰을 자임하며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주창하는 미국이 친미 정권 앞에서 얼마나 잘 침묵하는지 냉혹한 국제정치의 세계도 볼 수 있다. 2004년 백서를 기초로 해서 규명하지 못한 부분에 상상력을 덧댔다. 따라서 한·미·일 음모를 꿰뚫는 ‘최한수’는 당연히 가공의 인물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열린세상] 북한주민인권법 제정 서두르자/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열린세상] 북한주민인권법 제정 서두르자/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제19대 국회 들어 새누리당은 참담한 북한 인권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북한인권법안을 제출했다.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주권 간섭이고 외교적 결례이며 법적 효력도 없고, 결국 삐라살포단체지원법이 될 것이라면서 반대했다. 하지만 한바탕 정치적 공방을 벌인 뒤 정치권은 잠잠하다. 미국이 2004년 북한인권법을 제정하고, 올해는 탈북아동인권법도 제정하려고 하는 마당에 우리나라에서는 선거철 반짝 이슈로 등장했다가 잠잠해지기를 반복한다. 대한민국은 이제라도 법 이름부터 다시 살펴보아야 한다. 2004년 미국이 제정한 법의 이름은 원래 북한인권법이 아니라 북한주민인권법(North Korean Human Rights Act)이다. 북한 노동당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북한 체제 전복을 목적으로 하는 입법에 의한 선전포고가 아니었다. 법의 주된 목적은 당장 먹고사는 것을 포함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인권유린을 당하는 북한 주민들을 국제 구호 기준에 따라 일단 살리고 보자는 것이다. 우리는 북한과 적대적 대립 구조를 형성했던 냉동정책부터 결국 핵무기 개발을 도운 무조건적 퍼주기 햇볕정책, 그리고 자존심만을 앞세운 폐쇄정책까지 대북정책이 정권의 정치적 색깔에 따라 우왕좌왕했다. 그러는 와중에 나빠지고 핍박받는 것은 북한 주민들의 삶이다. 단순한 삶이 아니라 죽고 사는 문제다. 북한주민인권법은 북한 주민들의 참혹한 인권 문제를 정치적인 이유로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객관적인 북한 주민 지원정책을 명백하게 정해 놓자는 법이다. 법의 성격은 당연히 국내법이고 법의 내용은 대한민국 행정부, 국회, 시민단체들이 준수해야 할 의무를 규정한 우리의 법이다. 행정부는 국제 기준에 따라 식량과 의약품을 공급하고, 북한 정보가 많은 정보 기구들은 탈북자를 포함한 북한 인권 정보를 인권대사에게 제공하며, 행정부와 국회는 중국과 국제사회에도 호소하고, 북한인권재단을 창설해 시민운동을 조율하고 역사적인 사료로 남기는 일을 하도록 우리의 의무를 법으로 정하는 내용들이어야 한다. 법은 원래 압박용이다. 형법은 범죄인에 대한 고강도의 압박이다. 민법은 사적 영역에서 채무불이행자와 같은 약속 위반자를 압박한다. 북한인권법은 인권 참상을 초래한 북한 노동당 정권을 국제사회가 연대해 압박하기 위한 법이다. 인권은 제도로서의 민주주의와 실천 수단으로서의 경제력이 근간이다. 언제까지나 퍼주기만 해서는 개선될 수 없다. 궁극적으로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의식을 고양해 자결권을 확보하도록 해 주어야 한다. 미국의 북한인권법이 아시아 자유방송을 통해 북한에 방송되는 이유다. 논리의 연장선에서 설령 북한인권법의 일부 내용이 삐라살포단체지원법이 된다고 하더라도 삐라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의식 고양을 위한 중요한 방법이다. 북한 주민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민주사회가 되고, 먹고사는 걱정이 없는 경제력을 확보할 때 북한 인권 문제가 안착하게 된다. 대한민국은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세계 각국이 공동 노력을 하는 상황에서 내정간섭과 외교적 결례 운운하는 것은 최소한의 인권의식도 결여된 언행이다. 인권은 내정간섭을 넘어서는 보편적 가치다. 극악한 인권 참상에 대해 국제 정의에 입각한 간섭은 지상 명령이고 그것이 인도적 개입 입법의 법리다. 세계 각국이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법을 마련하는 상황에서 같은 동포인 우리만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인권적 직무유기이자 역사적 소명 포기다. 이제 정치인들은 생존의 문제와 북한 주민들의 자결권 확보가 목적인 ‘북한주민인권법’을 제정하라. 대한민국 국회가 북한 주민을 위한 인권법을 제정하는 것 자체가 북한 노동당 정권으로부터 내정간섭을 받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는 상징이다. 북한주민인권법은 전 세계를 향한 자주적 결단으로 한반도 평화와 복지법이고 글로벌 세계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국력 신장법이다. 그리고 불필요한 종북 논쟁을 막아 예산을 절감해 주는 법이고, 북한 주민과 탈북 난민들을 위한 한 줄기 구원의 손길법이다.
  • [서울광장] ‘쓸모있는 바보들’을 위한 변명과 고언/구본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쓸모있는 바보들’을 위한 변명과 고언/구본영 논설위원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 경선에서 파생된 종북 논쟁 탓일까. 요즘 이석기 의원이 단연 뉴스메이커다. 그는 며칠 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농민 집회에서 뜻밖의 수모를 당했다. 시위 농민들로부터 “애국가도 싫다면서 왜 여기 왔느냐.”는 힐난을 들으며 멱살을 잡혔다. 진보논객 진중권 교수 말마따나 “진보정당 의원이 민중에게 멱살 잡힌 상징적 사건”이었다. 우리 사회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어졌다지만, 서울광장의 농민들은 국가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일까진 용인하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인 셈이다.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바람보다 빨리 눕지만,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민초들이 말이다. 이들이 소위 먹물들보다 19대 국회의 몇몇 의원들에게 드리워진 이념 과잉의 불길한 그림자를 먼저 읽었던 모양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자격심사를 통해 이석기·김재연 의원을 퇴출하려 한다는 소식이다. 두 의원이 진짜 걱정해야 할 건 국회에서 쫓겨나는 일보다 자신들의 행태가 보통 시민의 상식으로부터 외면받는 현실이 아닐까. 반미·자주파(NL), 즉 주사파는 분단이 빚은 희생양일지도 모르겠다. 엄혹한 권위주의 정권에서 배양됐다는 점에서다. 1980년대 광주의 비극과 전두환 군사정권의 등장에 절망한 청년 학생들 중 일부가 ‘적(敵)의 적은 동지’라는 착각에 사로잡혔다는 얘기다. 하지만 세상은 한참 변했는데 당시의 굴절된 인식이 아직도 박제돼 있다면 딱한 노릇이다. 물론 이석기 의원이 여전히 민혁당 사건으로 옥고를 치를 당시의 반미·자주 이념에 갇혀 있다고 단정할 순 없다. 다만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는 그의 발언에서 과거와 절연하지 못했음이 감지될 뿐이다. 특히 “종북보다 종미가 더 문제”라며 논점을 흐리는 그의 언사를 보라. 북한 인권이나 세습체제에 대한 질문만 나오면 말끝을 흐리는 NL계 인사들의 화법 그대로다. 우리 학계에서 지난 십수년간 ‘내재적 접근법’이 시류를 탔다. 즉, “북한 내부의 눈으로 북한체제를 이해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었다는 재독 학자 송두율이 원조다. 순수 학문적 맥락에서 북한체제의 과거를 해부하고 앞으로의 행로를 진단하는 데는 얼마간 유용성도 있었다. 그러나 거기까지라야 했다. 북한체제의 폭압성을 합리화하는 도구로 삼지 말아야 했다. 오로지 김씨 왕조의 관점으로만 보면 주민에 대한 인권유린이나 북핵조차 용인하는 종북적 행태로 귀결될 게 불문가지다. 사실 이념의 다양성 보장은 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의 징표일 수 있다. 2차 대전 전까지 의회민주주의 선진국 영국에서도 공산주의를 찬양하는 지식인들이 많았다. 1000만명의 소련인들을 희생시킨 스탈린체제를 옹호했던 웨브 부부나 버나드 쇼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작 레닌은 공산혁명에 활용할 만한 서방의 이런 좌파 지식인들을 ‘쓸모있는 바보들’이라고 조롱했다. 반면 작가 조지 오웰은 타고난 좌파였지만,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성실성과 함께 스탈린체제를 ‘동물농장’으로 고발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날아야 한다는 비유는 적실하다. 시장경제나 자유주의가 만능일 순 없다. 얼마 전 1인당 소득 2만 달러와 인구 5000만명을 뜻하는 20-50클럽에 가입한 대한민국도 여전히 문제투성이다. 그래서 여당 내에서 진행 중인 경제민주화 논쟁도 보수적 시장메커니즘이 진보적 가치로 보완되어야 한다는 함의를 담고 있을 게다. 그렇다고 해서 수령론이라는 봉건왕조적 뼈대에 스탈린주의의 외피를 입힌, 북의 세습체제를 추종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있는 북한주민을 보면서도 종북주의를 털어내지 못한다면 한심한 일이다. 19대 국회에 그런 ‘쓸모있는 바보들’이 있는게 사실이라면 유통기한이 지나도 한참 지난 주체사상을 내려놓든가, 아니면 국회를 스스로 떠나야 한다. 그것만이 진보의 순정을 살리는 길이다. kby7@seoul.co.kr
  • 힘 얻는 ‘저우융캉 책임론’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 서기의 ‘조폭과의 전쟁’ 비리와 천광청(陳光誠) 인권변호사에 대한 공안들의 불법 연금 사건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사건의 불똥이 사법 업무의 최고 사령탑인 저우융캉(周永康) 중앙정법위 서기에게로 옮겨 붙고 있다. 중국 당국이 그동안 웨이원(維穩·안정유지)이란 명목으로 권력남용과 인권유린을 일삼아 온 것으로 확인된 만큼 사법 총책임자인 그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조폭과의 전쟁’ 비리와 불법 가택연금 사건 모두 웨이원이란 미명 아래 법률을 무시하고 공권력을 남용한 공통점이 있다며 저우 서기가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미 브루킹스연구소 리청(李成)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로이터통신이 1일 보도했다. ‘조폭과의 전쟁’의 경우 조폭 소탕을 명목으로 누명을 씌워 정적을 숙청하거나 뇌물을 받고 무고한 사람을 감옥에 잡아넣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천과 그 가족에 대한 불법 연금 및 구타는 권력남용 인권유린뿐만 아니라 세금의 부정 전용으로 의심되는 부정부패 문제와도 직결된다. 천광청은 지난달 27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에 대한 3가지 요구 사항’이란 제목의 동영상에서 지방정부가 자신을 연금하기 위해 쏟아붓는 혈세인 웨이원 비용만 연 6000만 위안(약 107억 3000만원)에 달한다고 폭로했다. 그가 감금된 자택은 3m 높이의 시멘트 담장과 여러 대의 폐쇄회로 TV 외에도 70명 이상의 인원이 경비를 섰는데 당국이 인당 월 100위안씩을 주고 지역 주민들까지 동원해 보초를 서게 했으며 동네에는 이 일로 먹고사는 사람들까지 생겨나면서 일명 ‘천광청 경제권’이란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는 것. 천은 “일명 천광청 감시 관련 예산만 2008년 3000만 위안에서 2011년 6000만 위안으로 두 배나 뛰었는데, 국민 세금을 시각장애인 감시에 낭비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성토한 바 있다. 국방비보다 많은 웨이원 비용을 쓰면서 중국 당국이 천의 탈출을 미 대사관의 통보를 받은 뒤에야 알게 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법위 본연(?)의 역할에도 구멍이 뚫렸다는 내부의 비판도 받고 있다. 상하이 퉁지(同濟)대 셰웨(謝岳) 교수는 “보시라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저우 서기가 천광청 사건으로 심한 비판을 받고 있다.”면서 “그러나 18차 당대회를 앞두고 저우 서기가 실각한다면 정권교체에 끼치는 악영향이 더 크다는 판단이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저우 서기가 ‘무사’할 것임을 시사했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사설] 북 인권실상 공개·고발 활동 지속돼야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달 초 ‘북한인권침해사례집’을 펴내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인권위 출범 11년 만의 일이다. 북한의 처절한 인권상황을 온몸으로 겪은 탈북자들의 생생한 증언이 담긴 정부 차원의 첫 북한인권침해 보고서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크다. 이번 사례집은 북한의 반인권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근거자료로서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 서독이 중앙기록보관소를 설치해 동독의 인권침해 상황을 기록으로 보존하고, 이를 토대로 인권유린 행위자들을 끝내 처벌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로서는 북한의 인권 참상을 대내외에 알리는 자료로 활용하는 게 급하다. 그만큼 북한의 인권상황은 더 이상 수수방관할 수 없는 지경이다. 인권위는 지난해 북한인권침해센터를 개소한 이래 탈북자 800여명을 대상으로 북한 정치범수용소와 교화소(교도소) 내 인권침해 실태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왔다. 그들의 증언은 하나같이 도저히 사실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충격적이다. 평남 증산교화소 한 곳에서만 2005년 1월부터 6월까지 반년 새 무려 3721명이 죽어나갔다고 한다. 알몸 여성수용자들을 대상으로 ‘인간낚시’가 횡행하는가 하면, 시신이 드러난 매장지를 ‘꽃동산’이라고 부르는 비인간적 행태도 예사라고 한다. 상황이 이럴진대 북한의 인권 참상은 아무리 알리고 또 알려도 오히려 부족한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 내부에서부터 북한 인권 현실에 눈을 크게 떠야 한다. 미국이 이미 8년 전에 제정한 북한인권법을 북한문제의 제1당사자인 우리는 정작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물론이고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 또한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북한인권 문제에 침묵한다. 여당 또한 실상을 직시하기보다는 여기저기 눈치보기에 바쁘다. 이번 사례집은 고질화된 북한 인권 불감증을 일깨우는 경종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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