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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주노동자 절반 이상 가건물 생활...36%는 “숙소 내 화장실 없다”

    이주노동자 절반 이상 가건물 생활...36%는 “숙소 내 화장실 없다”

    월급 평균 200만원... 여성이 남성보다 30만원 덜 받아1990년대 초 산업연수생 제도 등을 통해 외국인 이주노동자가 국내에 유입된 지 20년이 흘렀지만 근무 및 생활 환경은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5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열릴 ‘이주노동자의 최저임금과 인간다운 삶터를 지키기 위한 모니터링 결과보고회’ 에 앞서 올해 4∼8월 1461명의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국내 이주노동자들의 한 달 평균 월급은 200만 원을 약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1주일 평균 노동시간은 54.4시간이며 평균 월급은 200만 1079원이었다. 업종별 평균 월급은 건설업이 216만 7037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제조업(201만 5632원), 서비스업(184만 3478원), 농축산어업(167만 88원) 순이었다. 직종별로 최대 50만원 가량 차이가 났다. 성별 임금격차도 뚜렸했다. 남성과 여성의 평균 노동시간은 같았지만 평균 월급은 남성이 204만 3877원으로 여성의 174만 4292원보다 30만 원 가까이 더 많이 받았다.이주노동자들이 머무르는 숙소 상태는 매우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설문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033명 중 55%인 570명이 독립된 주거용 건물이 아닌 작업장에 딸린 부속 공간 등 가건물에서 생활한다고 답했다. 작업장의 부속 공간에서 생활한다고 응답한 이주노동자가 38.3% (396명), 조립식 패널이나 컨테이너 등 임시 가건물에 산다고 대답한 노동자도 17.1% (174명)였다. 특히 농축산업 종사자의 거주 환경이 좋지 않아 임시 가건물에 산다는 비율이 36.7%로 다른 업종보다 유독 높았다. 숙소의 상태에 관한 설문에서는 실내 화장실이 없다 (39.0%), 화재대비시설이 없다 (34.9%), 고장이 나면 수리를 해주지 않는다 (29.0%), 수세식 변기가 없다 (12.7%) 등이 문제로 꼽혔다. 또 노동자 38.4%가 사업주에게 매달 일정한 금액이나 월급의 일정한 비율을 숙소비로 내며 평균은 13만 7997원이었다. 농축산업에서 숙소비를 내는 비율이 44.9%로 다른 업종보다 높았고, 숙소비 또한 평균보다 7만원 가량 많았다. 숙소비와 식비를 임금에서 공제하는 과정에서 사업주가 동의를 받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숙소비와 식비를 임금에서 먼저 공제한다는 377명 중 41.6%가 “동의서에 서명한 적 없다”고 답했다. 또 “동의하지 않았지만 고용주가 시켜서 할 수 없이 서명했다” 는 비율도 15.9%에 달했다. 이번 결과보고회는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자 인권위와 이주인권연대,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 공동 주최한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친부살해 무죄’ 호소했지만…무기수 김신혜 18년 만에 다시 재판

    ‘친부살해 무죄’ 호소했지만…무기수 김신혜 18년 만에 다시 재판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이후 무죄를 호소했지만 결국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올해로 18년째 복역 중인 김신혜(41)씨가 다시 재판을 받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는 2001년 존속살해 혐의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현재까지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김씨에 대해 지난달 28일 재심을 최종 확정했다. 복역 중인 무기수에 대한 재심 확정은 사상 처음이다. 김씨는 2000년 3월 아버지에게 수면제가 든 술을 마시게 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경찰은 ‘김신혜가 아버지를 죽였다’는 김씨의 고모부 말을 듣고 김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광주지법 해남지원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김씨는 무죄를 호소했다. 사건 발생 당시 “김씨 남동생이 아버지를 죽인 것 같다”는 고모부 말에 동생 대신 자신이 감옥에 갈 생각으로 거짓 자백을 했다는 것이다. 1심 법원은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고등법원과 대법원을 거쳐 2001년 3월 23일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김씨는 2015년 1월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 법률구조단의 도움을 받고 재심을 청구했다. 사건 발생 당시 경찰이 2인1조 압수수색 규정을 어기고 영장 없이 김씨 집을 압수수색 했는데도 둘이 한 것처럼 허위로 수사기록을 작성했고, 김씨가 현장검증을 거부했는데도 영장 없이 범행을 재연하게 한 점 등을 재심 사유로 들었다. 광주지법 해남지원은 2015년 11월 경찰 수사의 위법성과 강압성이 인정된다면서 김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검찰은 즉각 항소했지만 지난해 2월 광주고법이 이를 기각했다. 검찰은 이후에도 대법원에 재항고했지만 대법원이 재심을 최종 확정했다. 대법원의 재심 확정으로 김씨의 재심 공판은 1심 재판을 맡았던 광주지법 해남지원에서 열린다. 재심 또한 검찰과 피고 한쪽이라도 불복할 경우 항고가 가능하고, 대법원 판결까지 받을 수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중국 여기자 홍콩 인권운동가 구타해 영국서 체포

    중국 여기자 홍콩 인권운동가 구타해 영국서 체포

    “나는 현재 중국의 정부가 국민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비판적이지만 중국에 관해서는 우호적 입장이다. 중국과 영국이 함께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관심사다. (홍콩 인권운동가)” “당신은 거짓말쟁이에 중국을 분리하려는 반(反)중국인이다. 심지어 중국인도 아니지 않나. 나머지도 모두 반역자들이다. (중국 관영언론 기자)” 중국 관영매체인 중앙(CC)TV 특파원이 주재국인 영국에서 열린 홍콩 독립활동 행사장에서 취재 도중 주최 측과 언쟁을 벌인 끝에 체포당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일 CCTV 영국 특파원인 쿵린린(孔琳琳·48)이 영국 보수당 인권위원회가 버밍엄에서 개최하는 홍콩 독립활동 행사에 참석해 발언 내용과 관련해 언쟁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쿵 기자는 행사장을 떠나달라고 요구하는 자원봉사자의 얼굴을 두 차례 때리며 소동을 벌인 끝에 영국 경찰에 의해 체포됐고 곧바로 풀려났다. 쿵 기자는 “이것이 영국의 민주주의냐?”라며 격렬하게 항의를 벌였고 폭행피해자인 자원봉사자를 ‘홍콩의 꼭두각시’라 부르며 모욕했다.쿵 기자가 소속된 CCTV 대변인은 “영국에서 중국 언론인의 합법적인 권리인 언론의 자유를 폭력적으로 침해받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주영국 중국대사관도 “주영국 대사관의 엄중한 교섭과 여론의 압박으로 영국 경찰은 쿵린린을 곧바로 석방했다”면서 “변호사에 따르면 쿵린린은 ‘혐의 없음’으로 풀려 났고 그의 행위는 정당했지만 주최 측은 명백히 실수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번 행사는 런던 주재 홍콩 인권단체인 ‘홍콩워치’와 영국 보수당이 함께 연 것으로 CCTV 여기자가 반발한 발언을 한 인권운동가는 베네딕트 로저스 홍콩워치 공동설립자이자 부회장이었다. 로저스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홍콩 입국이 금지됐다. 로저스가 언급한 일국양제는 홍콩이 중국에 1997년 반환된 뒤 2047년까지 홍콩의 자치권을 보장하기로 한 제도를 가리킨다. 하지만 홍콩워치와 같은 인권단체들은 중국 정부가 최근 홍콩인들의 자유와 자치권을 침해한다고 보고 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노인 4명 중 1명 “죽고 싶다 생각한 적 있다”

    84% “연명치료 대신 존엄사 택할 것” 국가인권위원회가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노인 인권 실태를 조사한 결과 노인 4명 중 1명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인권위는 1일 한국성서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제출받은 ‘2017년 노인인권실태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 응답자 1000명의 26.0%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했다. 경제 상태가 나쁘다고 답한 노인(43.2%)과 건강 상태가 나쁘다는 노인(39.1%)일수록 자살에 대해 생각해 본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독사를 우려하고 있다’고 답한 노인의 비율도 전체의 23.6%에 달했다. 노인 75.6%는 자살과 고독사를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87.8%가 ‘호스피스(죽음이 임박한 환자들을 간호하는 의료시설) 서비스 활성화’를 희망했다. 또 노인 83.6%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반대하고 ‘존엄사’를 택하겠다고 답했다. 세대 갈등도 심각했다. 노인 40.4%는 ‘세대 간 소통의 어려움을 경험했다’고 답했고, ‘노인과 청장년 간 갈등이 심하다’고 답한 노인도 ‘44.3%’에 달했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노인이 완전한 권리 주체로 인식되고, 존엄한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 위원장은 “우리 사회의 낮은 출산율, 청장년 세대의 경제적 어려움과 세대 간 소통의 문제가 맞물려 노인 세대가 미래 세대의 부담이라는 사회적 인식과 함께 노인혐오라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고 우려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비핵 평화 프로세스에 새 동력… ‘톱다운’ 방식 합의 상상 이상”

    “비핵 평화 프로세스에 새 동력… ‘톱다운’ 방식 합의 상상 이상”

    본지 평양 정상회담 전문가 좌담 지난달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비핵화 관련 내용이 사상 처음으로 포함된 남북공동선언문을 타결함에 따라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 비핵화 협상이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서울신문은 1일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김석향 이화여대 교수, 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실장 등 관련 분야 전문가와의 좌담을 통해 9·19 평양 남북공동선언의 내용을 분석·평가하고 향후 비핵화 협상을 전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상연 정치부장의 사회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좌담에서 대다수 전문가는 9·19 평양공동선언을 전반적으로 긍정 평가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비핵화 로드맵의 불투명성과 남북 간 군사 분야 합의에 따른 안보 불안 우려를 제기했다. 정상들이 주도하는 톱다운 방식의 전례 없는 협상 구도가 학자들의 예측을 뛰어넘는다고 토로하는 전문가도 있었다.→9·19 평양공동선언의 내용을 어떻게 평가하나. -김현욱 우선 군사 분야에서 큰 성과가 있었다. 상호 간 적대행위 금지, 무력 사용 금지부터 북방한계선(NLL), 비무장지대(DMZ)까지 세세한 부분에서 무력 충돌 가능성을 상당히 낮췄다. 예를 들어 상호 간 경고 방송 등 다단계 절차를 만들어 우발적 무력 충돌 가능성까지도 낮췄다. 절차상에서 이미 남북 간 종전 상태를 만드는 데 상당히 기여한 군사적 합의가 나왔다. 이걸 앞으로 어떻게 실제 이행하느냐가 중요하다. 다만 남북이 서로 군축하는 데 미국 입장에선 우려가 있다. 남북 군축이 한·미 동맹의 약화로 가면 어떻게 하는가, 한국이 군축하면 전시작전통제권을 이양받는 데 준비가 되겠는가, 전작권 이양 조건은 한반도 위험 감소와 한국군 역량 준비인데 군축하면 역량 준비가 되겠는가. 이런 부분은 한·미 간 조율돼야 한다.경제 협력에서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상당히 의식했다. 철도·도로 연결은 연내 착공식까지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사업 정상화도 ‘조건 마련’이라는 토를 붙였다. 국제사회와 같이 가기 위해 속도 조절을 하려는 모양새를 갖췄다. 비핵화 관련해서는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완전 폐기, 미국의 상응 조치 후 영변 핵시설 폐기인데 영변 핵시설 폐기가 선언에 포함되면서 북·미 협상을 제 궤도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북·미 간 여전히 존재하는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한 가시적인 성과는 안 보인다. 영변 핵시설 폐기가 북한으로선 큰 결심을 한 것이지만 여전히 상응 조치를 미국이 먼저 하라는 부분은 좁혀지지 않았다.-김석향 9·19 평양공동선언을 보면 김 위원장도 무엇이 문제인지 인식하고 있는 건 확실하다. 예를 들어,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폐기도 유관국 전문가가 보는 앞에서 폐기하겠다고 했다. 앞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때는 기자에게만 보여 줬는데 이걸로는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는 것 같다. 학습 효과는 분명히 있었지만 ‘유관국 전문가를 불러 놓고 폐기하겠다’고 딱 한 걸음만 나갔다. 진일보한 건 반가운데 딱 일보만 전진해서 북·미의 의견 차이가 좁혀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비핵화와 군사 분야 외에 보건의료, 이산가족 문제는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비핵화와 군사 분야의 합의가 정말 그대로 실행될지 의문이다. 그래도 올 가을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할지 의심스러웠지만 개최된 것을 보면 비핵화와 군사 분야 합의도 실행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품고는 있다. -이호령 전반적으로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 실질적인 것, 희망과 현실과의 괴리 등 세 가지 모두 선언에 담겨 있다. 일단 현실에서의 가능성을 반영했다. 경제 협력은 다 조건부를 달았고 실질적으로 올해 안에 할 수 있는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포함시켰다. 착공식은 제재와 상관없기에 날짜까지 명확히 박았고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사업 등 실질적 경협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건 조건을 달아서 영리하게 잘 빠져나가면서도 북한에게 비핵화하면 실질적 경협도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줬다. 이산가족과 관련해 북한에게 요구했던 화상상봉, 영상편지 교환 등을 담은 것도 좋은 포인트였다. 남과 북이 다시 하나 됨을 이룬다는 것은 문화 교류에 담아 냈다. 3·1 운동 100주년 기념행사를 공동 개최하면 분단되기 전 하나였던 모습을 다시 한번 축하할 수 있다. 2032년 올림픽을 공동 유치할 경우 향후 통일의 모습, 미래에 하나 되는 모습을 미리 그려 볼 수 있다.이런 소프트 이슈 중심으로는 우리의 희망과 현실을 잘 조화시켰는데 하드 이슈에서는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비핵화 관련 조항 중 3항(남과 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함께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이 의미가 있다. 4·27 판문점선언에서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각자 책임과 역할을 다한다고 돼 있는데 평양공동선언에서는 ‘함께 긴밀히 협력한다’고 돼 있어 의미가 있다. 그러나 비핵화 관련 1, 2항(동창리 엔진시험장 및 미사일 발사대 폐기, 미국의 상응 조치 후 영변 핵시설 폐기)의 경우 북·미 회담을 재개하는 유인책이 됐다고 하는데 유인책이 아니라 또 하나의 살라미 전술로 보인다. 영변 핵시설 폐기가 처음 언급된 건 의미를 둘 수 있지만 영변 이외의 핵시설이 궁금하다. 영변 핵시설 내 플루토늄 5메가와트 원자로는 이미 충분히 확인되고 있다. 영변 핵시설이 북한 비핵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처럼 됐는데 영변 핵시설 폐기를 위한 상응 조치를 취해도 다른 시설 폐기를 위해 또 다른 상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북한이 구사했던 살라미 전술이다. 북·미 협상이 교착되면 남한을 통해서 또다시 대화 국면을 만들어 달라고 해서 비핵화 조치를 살라미처럼 일부만 잘라서 내놓는 형국이 계속될 수 있다. 군사적 합의의 경우 남북군사공동위는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 하기로 하고 하지 않았던 것인데 26년 만에 가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런데 남북기본합의서가 논의될 때는 북한 핵이 초보적 단계였고 의심만 가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북한 핵·미사일 능력이 엄청난 상황에서 남북군사공동위를 운영한다는 게 문제다.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해 재래식 전력 부분에서 신뢰를 구축하자는 건데 균형이 맞는지 짚어 볼 필요가 있다. 비핵화 부분에서 동결 등 아무것도 안 된 상태에서 그나마 갖고 있는 군사적 억제력을 줄인다는 것인데 평양 이남에 북한 전력의 70%가 집중된 상황은 전혀 다루지 않았다. 비무장지대의 비무장화를 중심으로 이를 확장시킨다는 건 이론적으로 그럴싸해 보여도 실제 전력 운영 면에서는 이론과 차이가 있다. 상호 적대 정책을 중단하고자 해상, 공중, 육상에서 여러 조치를 취한다고 하는데 중요한 건 실제로 지키고 있는지 검증하는 문제다. 검증 체계에 대해 먼저 합의하고 육·해·공에서 합의를 이행할 때 보다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김정 큰 그림을 보는 게 중요하다. 지금 프로세스는 기본적으로 정치적 프로세스다. 관료적 프로세스와 속성이 다르다. 지금까지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를 꼽으라면 관료적 프로세스로 운영됐기에 합의와 이행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관료적 프로세스의 기본 속성은 위험 회피 전략으로 가는 것이다. 현상 유지에 유리한 구조지만 현상 타파는 어렵다. 지금은 정치적 프로세스, 그것도 선출직 최고위 정치인들이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프로세스다. 정치적 프로세스가 현상 타파에 유리하고 정치인이 하는 선택의 기본적 속성은 위험 회피가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그게 없으면 현상 타파가 안 되는 것이다. 학자 입장에선 예측하기 어렵다.한반도, 나아가 동북아 안보 질서와 관련해서 예측 가능성은 굉장히 낮아졌지만 예측하지 못한 획기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어떤 시점에 있다고 봐야 한다. 평양공동선언은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핵무장국을 상대로 우발적 형태로 생길 수 있는 국지적 충돌 요소를 줄였다는 점은 좋은 의미에서 투자라고 생각한다. 운영적 군비 통제에서 구조적 군비 통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정치가가 위험 감수를 한 측면에서 비춰 보면 대담하게 잘한 거다. -고유환 판문점 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 비핵 평화 프로세스가 말 대 말 공약에서 행동 대 행동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교착 국면에 빠졌다. 남한이 나서서 가을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을 빨리 당겨서 초가을에 성사시키면서 비핵 평화 프로세스에 새로운 동력 불어넣었다는 의미가 있다. 또 톱다운 방식이라는 새롭고 독특한 방식으로 프로세스가 가동되기에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진전된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4·27 판문점선언이 6·15나 10·4 공동선언에 비견되는 강령적 합의여서 이번 선언에는 판문점선언 이행에 대한 합의 정도가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강령적 선언으로서의 9월 평양공동선언을 만들어 냈다. 남북 사이에서 군사적 적대행위 종식, 전쟁 없는 한반도 관련 합의를 끌어냈다. 목표 시점과 세부 일정까지 매우 구체적인 합의를 끌어내고 이대로 이행된다면 사실상 남북 사이에 종전선언에 해당된다 할 만큼 재래식 군비 통제가 이뤄졌다. 남북 사이에서 할 일은 하고 북·미 사이에서는 전략무기에 해당되는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하는 구도로 가고 있다. 과거 핵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남북 관계도 연동돼서 풀리지 않았는데 이번엔 남북 사이에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비핵화를 추동했다. 남북 관계의 독자성을 확인했고 남북 간 신뢰가 높아졌다. 북한은 선언문의 비핵화 관련 두 번째 조항에서 자기들이 취할 비핵화 초기 조치를 밝혔다. 미국은 핵 신고·검증이 비핵화의 초기 조치라고 얘기했는데 북한이 상응 조치라는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 스스로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얘기한 것이다. 북·미 회담에서 다룰 의제 중 하나인 비핵화 초기 조치의 내용을 공개했다. 북한이 남북 간 신뢰를 통해 비핵 평화 프로세스의 모멘텀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북한 비핵화 조치와 관련해 이호령 실장은 북한이 살라미 전술을 취하고 있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고유환 교수는 행동 대 행동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비핵화를 바라보는 양극단의 시선이라고 생각한다. 이 지점이 교착의 가장 큰 부분 같다. -김석향 과거가 없는 현재는 없고 과거와 현재를 평가하지 않는 한 미래는 없다. 어떤 미래를 꿈꾸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의도를 했든 안 했든 간에 과거 행적부터 묻고 넘어간다. 그런 면에서 지금 김 위원장이 비핵화 진짜 할 거라고 말해도 자기 할아버지, 아버지의 짐을 다 가지고 있는 거다. -고유환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북·미공동선언에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 나열돼 있는데 북한은 둘을 의도적으로 연계해서 동시 행동 원칙에 따라서 단계적으로 이행한다는 복안을 갖고 포함시킨 것이다. 살라미로 간다는 건 한꺼번에 다 해결할 수 없으니까 단계적으로 간다는 뜻이다. 지금은 오히려 북한이 어차피 비핵화를 할 거면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 북한은 빨리하고 싶은데 미국은 시간 조절을 하고 있다. 기존 고정관념으로는 지금의 판을 읽어내기 어렵다. -이호령 살라미 전술이냐 아니면 행동 대 행동으로 봐야 하냐의 문제인데, 톱다운 방식으로 정치적 합의가 진행되면서 알게 모르게 만들어지는 컨센서스가 있다. 즉 북한 핵무기를 일정 부분 반출해 주면 북한 핵위협이 감소하고 평화가 올 것이라는 건데 실제 맞는지 짚어 봐야 한다. 북한은 비핵화 조치를 살라미로 여러 개 쪼갤 수 있다. 영변 핵시설 안에서도 플루토늄과 우라늄, 영변과 영변 이외의 지역, 이외의 지역에서도 A·B·C 지역. 대북 제재 해제라는 보상의 보따리는 그만큼 나누기 어렵다. 나눌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실질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며 나중에 취소할 수도 있다고 무게감을 낮춤으로써 협상을 중재하고 있는데. -김현욱 종전선언이 단순한 정치적 의미는 아니라고 본다. 이건 남·북·미 정상이 서명하는 것이다. 국제법보다 더 큰 구속력이 있다. 트럼프, 문재인, 김정은 세 수반이 서명한 종전선언문에 담긴 내용은 추후 더 큰 굴레가 될 수 있다. 2018년 종전선언문에 세 수반이 서명한다면 1953년 정전협정보다 더 큰 파괴력을 가질 것이다. 그걸 알기에 미국에서도 우려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해한 것처럼 쉽게 깰 수 있는 정상 간 서명에 기반한 합의서는 아니다. -김정 종전선언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발언이 기술적으로는 맞다. 종전선언을 한 다음에 북한이 마음에 안 들면 취소하면 된다. 단 종전선언을 하고 취소하면 비용이 발생한다. 기대가 좌절된 남한 국민들의 회의, 한·미 동맹에 부담, 북한의 핵 집착 가속화 등의 비용이 생긴다. -이호령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절대 후퇴할 수 없다. 그 비용이 있기 때문이다. 종전선언이라는 용어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면 당연히 한·미 동맹이나 유엔사 해체와 상관없고 북한이 합의 사항을 어기면 후퇴할 수 있다. 하지만 종전선언을 하고 나면 영향력이 생긴다. 정치적 선언이라고 하지만 정치적 선언으로 끝나지 않는 것은 종전선언이 갖는 영향력 때문이다. 예컨대 인권선언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인권선언이 발표된 후 인권법이 만들어지고 유엔에서 인권위가 활동하며 모든 걸 구속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종전선언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종전선언이 평화협정으로 가는 첫 번째 길이긴 하지만 종전선언이 평화협정 체결을 곧바로 가시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벼운 게 아니다. -고유환 종전선언이 나오게 된 배경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종전선언 외에는 북한을 비핵화로 추동해내기 어렵겠다고 생각해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경우에 따라선 평화협정 없이도 북·미 수교로 갈 수 있는 구도에서 본다면 지금의 비핵화라든가 한반도 정세를 풀어나가는 ‘의무통과 지점’이 종전선언이다. 이걸 통과하지 않으면 풀리지 않는다. 또 북한은 내부 설득을 위해 종전선언이 필요하다. 북·미 적대 관계 때문에 핵을 개발했다고 했으니 적대 관계가 해소돼 핵을 버리자고 설득하려면 해소 징표로서 종전선언이 필요한 것이다. 김정은 체제에서 정책 전환을 할 수 있는 만능의 보검이 과거에는 핵이었다면 지금은 종전선언이다. 종전선언을 가져야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북한이 매달리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종전선언을 안 주고 비핵화를 추동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리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씨줄날줄] 두발 자유화/이종락 논설위원

    [씨줄날줄] 두발 자유화/이종락 논설위원

    서울 중·고등학생의 두발 규제가 내년 2학기부터 완전히 사라진다. 머리카락을 기르는 것은 물론 파마나 염색도 지금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7일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고교생 두발 규제를 폐지하는 ‘두발 자유화’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조 교육감은 각 학교에 자체 공론화를 거쳐 내년 1학기 내 학생생활규정(학칙)을 개정하고 2학기부터 시행할 것을 지시했다. 머리카락 길이 규제는 반드시 없애고 파마나 염색도 제한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중·고교의 두발 자율화는 1982년부터 시행됐다. 당시 전두환 정부는 군사정권에 대한 비판이 들끓자 통금해제, 해외여행 자유화와 같은 획기적 규제 완화 시책을 추진하면서 두발·교복 자유화를 함께 실시했다. 하지만 귀밑 몇㎝라는 단발머리의 기준이나 긴 머리는 포니테일로 묶으라는 등 두발의 모양이나 길이 제한은 여전했다. 그러다가 2000년대 초반 두발 자유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됐다. 2000년 ‘위드’라는 단체는 ‘노컷운동’이라는 두발 규제 반대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였다. 또 같은 해 ‘인권과 교육개혁을 위한 전국중고등학생연합’은 “두발 규제는 학생인권 침해”라며 철폐를 요구하는 ‘학교 민주화 공동선언’을 채택, 집회를 열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5년 중·고등학교의 관행적인 두발 단속과 제한에 대해 인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두발 자유화인 서울 중·고교는 84.3%(708곳 중 597곳)다. 중·고교 약 15%만 학생 마음대로 머리카락을 기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파마나 염색을 금지·제한하는 학교는 더 많다. 이런 제한에도 불구하고 중·고생들은 방학이면 염색을 했다가 개학 전날 염색을 지우는 게 일반화돼 있다. 그럼에도 두발 자유화, 특히 파마와 염색을 허용하는 데 우려하는 일부 학부모의 목소리도 있다. 염색약을 사 직접 염색하는 학생도 있지만, 파마가 허용되면 미용실에서 10만~20만원을 주고 머리를 하는 학생들이 없지 않아 위화감을 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두발 자유화에 대한 갑론을박이 많은 만큼 일선 학교에서는 학교운영위원회 등을 통한 공론화를 거쳐 학교별로 기준을 세우는 게 바람직하다. 학생들의 머리 염색을 막기 힘들다면 허용이 가능한 염색의 기준을 정할 필요도 있다. 그 기준도 학생들의 자율적 판단으로 정하면 좋을 것이다. 교사들이 염색 색깔의 농도를 판단해 지도해야 하는 만큼 ‘염색 감별사’가 돼야 할지도 모른다. 이래저래 말 많고 탈 많은 교육 현장이다. jrlee@seoul.co.kr
  • 고기 안 먹으면 민폐?…“채식, 제가 한번 해봤습니다”

    고기 안 먹으면 민폐?…“채식, 제가 한번 해봤습니다”

    “왜 풀만 먹어? 다이어트 해?” 늘 우리 곁에 있지만 그 존재가 인식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채식주의자도 그 중 하나다. 채식주의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민폐를 끼치는 자로 여겨진다. 손가락질을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 또한 사회적 차별로 인식된다. 이런 생각을 바꾸고자 대학생들이 나섰다. 홍익대 성인권위원회는 지난 13일부터 채식 체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꽃동(21·이하 모두 가명), 두팔(20), 병건(19), 빡빡이(21) 등 4명이 3일 동안 직접 채식주의자로 살았다.채식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가장 극단적인 것은 ‘프루테리언’(fruitarian)이다. 육식은 물론 채식도 하지 않고 땅에 떨어진 열매만 먹는 방식이다. 그 아래 단계인 ‘비건’(vegan)은 과일과 채소 등 식물성 식품만 먹는 것을 말한다.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lacto-ovo vegetarian)은 우유와 달걀까지 먹는 사람을 의미한다. ‘락토 베지테리언’은 달걀을 안 먹는 대신 우유를 먹고, ‘오보 베지테리언’은 우유는 먹지 않지만 달걀은 먹는다. ‘페스코 베지테리언’(pesco vegetarian)은 생선 먹는 것을 허용한다. 소·돼지고기는 먹지 않지만 조류(닭)나 생선까지 먹는 ‘폴로 베지테리언’(pollo vegetarian)도 있다. 병건과 빡빡이는 비건, 두팔은 락토 오보, 꽃동은 락토 베지테리언으로 각각 설정하고 체험에 나섰다.●DAY 1: “여기에 고기가 들었다고요? 잠시만요, 주문 취소할게요!” 채식 첫날, 늦은 아침 식사를 하러 편의점에 들른 병건은 막막해졌다. 에그 마요, 참치 마요, 불닭, 고추장불고기 등 거의 모든 음식에 육류나 어류가 들었기 때문이다. 비건을 위한 음식은 없었다. 병건이 겨우 찾은 건 고추장 나물 비빔밥. 그런데 소스에는 육류 성분이 제대로 표시돼 있지 않았고, 비빔밥 속 고사리는 수수깡을 씹는 질감에 질기기까지 했다. 병건은 “그 많은 음식 중에 비건이 먹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게 너무 슬펐어요”라고 토로했다. 빡빡이는 이번 채식 체험을 통해 평소에 먹는 음식 대부분에 육류가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일본식 청국장인 낫토와 같이 포장된 소스는 쇠고기 조미 소스였다. 집에 있는 모든 간장에는 가다랑어포나 멸치 가루가 들어가 있어 먹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심지어 비스킷 등 과자에 육류가 들어간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채식하는 자신을 향해 ‘불쌍하다’며 친구가 건네준 과자에는 쇠고기 성분이 들어 있었다. 빡빡이는 눈물을 머금고 과자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DAY 2 : ‘고기 권하는 사회’ 한국에서 채식주의자로 살아남기 일반 식당에서는 채식주의자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극히 제한적이다. 삼겹살집, 치킨집 등 고깃집이 아니더라도 식당 대부분이 육류나 어류 베이스의 국물과 소스를 쓰기 때문이다. 또 어떤 음식에 어떤 성분이 들어가는지 성분 표시를 세세하게 하는 경우도 드물다. 그렇다고 식당 직원에게 “이 음식에 고기 성분이 들어가느냐”고 일일이 묻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당이 별도로 있고, 일반 식당에도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가 별도로 마련돼 있는 외국 선진국들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꽃동은 “외국 여행을 하면서 콩고기로 만든 소시지, 두부 스테이크 등 채식주의자를 위한 요리들을 먹었던 적이 있다. 고기가 들지 않은 음식도 꽤 맛있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됐다”면서 “그런데 한국에 돌아오니 채식주의자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은 ‘풀떼기’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평소 고기가 없으면 밥을 못 먹는다고 공언한 두팔은 체험 3일 동안 샌드위치나 비빔밥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을 선택해 우유와 달걀을 먹을 수 있어서 견디기 쉬울 것이란 생각은 이내 착각임을 깨닫게 됐다. 끼니때마다 식당을 찾는 것이 난관이었다. 학교 근처에서 채식 식당을 찾긴 했지만 가격대가 높아 대학생의 호주머니 사정으로는 선뜻 들어갈 수 없었다. 두팔은 “채식을 하는 동안 뭘 먹을지 고민하고 따져봐야 하는 게 너무 큰 스트레스였다”고 말했다. ●DAY 3 : “채식은 민폐가 아닙니다. ‘취향’입니다”사람들이 채식을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비윤리적인 축산 시스템에 반대하며 실천하는 사람, 육류가 몸에 맞지 않는 등 건강상의 이유로 선택하는 사람, 그저 고기가 싫어서 채소만 먹는 사람도 있다. 체험자들에게 채식하는 동안 가장 어려웠던 점을 물었더니 이구동성으로 “채식을 존중하지 않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첫 번째로 꼽았다. 꽃동은 “채식을 하겠다고 하니 가장 먼저 돌아온 반응이 ‘왜 하느냐’였다”면서 “고기만 먹는다고 했으면 그런 반응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어쩌면 육식을 강요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빡빡이는 “채식을 하면서 식당에 가면 매번 ‘달걀이나 우유가 안 들어간 식품이 있느냐’고 물어봐야 했다”면서 “많은 식당에서 음식에 든 성분을 메뉴에 표시하는 등 채식주의자의 존재를 인식하고 배려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병건은 “고기만 먹는다고 하면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채식한다고 하면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일종의 식생활 적폐”라면서 “식당에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가 몇 개라도 생기면 주위 인식도 자연스럽게 바뀔 것 같다. 누군가 육류를 선호하는 것처럼 채식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인권위 “탈북민 정착 위해 인권교육 강화”...통일부에 권고

    인권위 “탈북민 정착 위해 인권교육 강화”...통일부에 권고

    국가인권위원회는 통일부 장관에게 북한이탈주민의 인권의식 제고를 위한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각종 교육 제도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21일 밝혔다. 또한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지원 업무를 맡는 하나센터에 인권교육 프로그램을 신설할 것도 권고했다.인권위는 “탈북 이전 주체 사상 속 집단주의적 인권관에 오래 노출돼 있었던 특수성을 감안해 국내에서는 평등하고 자율적인 주체로 살 수 있도록 인권의식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에 “이들의 특수성을 고려한 인권침해·차별사례와 대처 요령, 국제인권기준과 기본권 안내 등 프로그램과 교재를 마련하라”고 했다. 인권위가 지난 2016년 발표한 ‘북한 이탈 주민 인권의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 480명 중 ‘북한에서 인권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는 응답률이 82.1%으로 나타났다. 이어 74.4%는 ‘북한에서 인권이라는 용어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인권위 측은 “이번 권고로 북한이탈주민이 스스로 이 사회의 권리 주체의 당사자로 인식해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인권위 “대체복무 ‘지뢰 제거’는 부적절”

    국가인권위원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로 ‘지뢰 제거’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복무 기간은 현역병의 1.5배가 적당하다는 견해도 거듭 밝혔다. 인권위는 20일 “국회에 제출된 병역법 개정안 4건과 대체복무역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안 1건이 유엔 인권이사회 등 국제 인권기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의장에게 전달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28일 병역의 종류를 규정하는 병역법 제5조 제1항에 대체복무를 포함하지 않은 것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하고 ‘헌법 불합치’를 결정했다. 아울러 해당 조항을 2019년 말까지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이후 여야 의원들은 대체복무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대체복무심사기구를 병무청 또는 국방부 소속으로 하고, 복무 기간을 육군 또는 공군의 2배로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인권위는 복무 내용과 난이도 등을 고려해 대체복무 기간은 현역 군복무 기간의 최대 1.5배를 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또 지뢰 제거, 전사자 유해 조사·발굴 등을 대체복무로 정한 자유한국당 의원의 대표발의안 역시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전·현직 250명 참석…‘법원의 날’ 지정한 양승태는 불참

    전·현직 250명 참석…‘법원의 날’ 지정한 양승태는 불참

    ‘사법농단’ 질타 시민들 영상으로 시작 1세대 인권변호사 한승헌에 무궁화장“사법농단·재판거래 의혹에 충격받았다.” “국민은 큰 게 아니라 상식적인 재판을 바랄 뿐이다.” “만인을 위한 사법부가 돼 달라.”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상영된 ‘국민의 목소리’ 영상은 최근 사법농단 사태를 질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로 시작됐다. 대법원 중앙홀에 설치된 단상 바로 위엔 ‘정의의 여신’ 디케 동상이 배치돼 있고 시민들의 육성이 나오는 스크린 위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라는 홀로그램 문구가 선명했다. 기념식에 참석한 사법부와 유관기관 관계자 250여명은 “정의롭고 투명한 재판을 해야 한다”는 호소에 집중했다. 가인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이 임기를 시작한 9월 13일을 ‘법원의 날’로 2015년 지정한 당사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박병대·고영한·차한성 전 법원행정처장 등은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사법농단 사태로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대법원 바깥에선 참여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으로 구성된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가 “법원은 수사 방해를 중단하고 관련 판사들을 탄핵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뒤 출범한 사법발전위원회 위원장인 이홍훈 전 대법관과 윤관·최종영·이용훈 전 대법원장 등은 참석했다.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최재형 감사원장, 박상기 법무부 장관, 문무일 검찰총장, 정성진 양형위원장,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김현 대한변협회장, 정용상 한국법학교수회장 등도 기념식을 지켰다. 문재인 대통령은 ‘1세대 인권변호사’인 한승헌 전 감사원장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1976년 긴급조치 위반 사건 때 유일하게 무죄 판결을 선고한 고 이영구 판사와 여성인권 신장에 힘쓴 김엘림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26년 동안 법원 공무원을 지낸 뒤 퇴임 뒤에도 민원 업무를 하는 이홍용 서울중앙지법 민원상담위원에게 국민포장을 수여했다. 사법농단 수사가 진행 중임을 의식해 간소하게 진행된 기념식은 서울법원청사합창단의 합창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당초 대법원은 강당에서 기념식을 열 계획이었으나 대법정 앞인 중앙홀에서 하자는 청와대 측 제안을 수용했다는 후문이다. 결과적으로 영화 ‘국가대표’ 주제가 ‘버터플라이’ 합창 선율이 청사 전체로 퍼지는 효과가 발휘됐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90일만에 침묵 깬 김명수 “대법원장, 재판에 관여 못해···수사엔 적극 협조”

    90일만에 침묵 깬 김명수 “대법원장, 재판에 관여 못해···수사엔 적극 협조”

    김명수 대법원장이 긴 침묵을 깨고 ‘양승태 사법부’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규명을 위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법부 내부를 겨냥한 수사를 놓고 법원이 잇달아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면서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불거지자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사상 처음으로 대법원이 검찰 수사 대상이 된 가운데 13일 열린 ‘사법부 70주년 기념행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13일 “매우 참담하다”며 ‘통렬한 반성’과 ‘깊은 사과’부터 꺼내들었다. 김 대법원장은 “현 시점에서도 사법행정 영역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수사협조를 할 것”이라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자들에 대한 엄정한 문책이 필요하다는 게 확고한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법원장으로 일선 법관 재판엔 관여할 수 없다”고 협조의 범위엔 선을 그었다. 이어 “수사 또는 재판을 담당하는 분들이 독립적으로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공정하게 진실을 규명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대법원장이 영장발부 여부를 지적하거나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헌법상 ‘법관 독립’의 원칙을 말하면서도 법원의 영장 심사나 자료 제출 등을 언급하면 또 다른 재판 개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법원도 그간 영장발부는 일선 법원 영장전담 판사의 독립된 권한으로,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원칙을 강조해온 바 있다. 그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사법불신 풍조가 심화한 데 대해서도 국민에게 사과했다. 김 대법원장은 “눈에 보이는 외적인 성장 뒤에 국민의 기본권을 제대로 수호하지 못한 부끄러운 모습도 있었고, 신속과 효율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법관 관료화와 같은 어두운 그늘도 함께 있었음을 고백한다”고 했다. 이어 “최근 현안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드린 것에 대해 사법부의 대표로서 통렬히 반성하고 다시 한 번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행사엔 문재인 대통령과 김 대법원장,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최재형 감사원장, 대법관들, 박상기 법무부 장관,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정성진 양형위원장,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 정용상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윤관·최종영·이용훈 등 전직 대법원장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사법농단 연루 의혹을 받아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고영한·차한성 전 대법관은 불참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을 두고 90일가량 침묵해 온 김 대법원장이 검찰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법원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기획탈북 의혹’ 북한 식당 종업원들에 여권 발급돼

    ‘기획탈북 의혹’ 북한 식당 종업원들에 여권 발급돼

    중국 내 북한 식당에서 일하다 2016년 단체로 우리나라로 들어온 종업원들이 대한민국 여권을 발급받았다. 중국 저장성 닝보 소재 북한 류경식당 종업원 12명은 지배인 허강일씨와 함께 입국했으나 허씨와 종업원 1명을 제외한 11명의 경우 여권을 발급받지 못하다가 최근 여권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2016년 4월 입국 이후 줄곧 ‘자의가 아닌 기획탈북’ 논란이 계속됐던 이들은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고도 2년 넘게 여권을 발급받지 못해 인권 침해 논란까지 제기돼 왔다. 여권은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발급받을 수 있지만, 여권법 12조에 따라 경찰청과 국가정보원 등이 신원조회를 이유로 부적격 판정을 내리면 발급에 제한을 받는다. 또 여권을 발급받더라도 문제가 있으면 출국금지가 내려질 수도 있다. 류경식당 종업원 탈북 사건의 진상을 조사해 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한 관계자는 12일 “그 동안 매번 여권 발급을 거부당했던 여종업원 A씨와 B씨가 최근에 모두 여권을 발급받았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9일 거주지 소재 구청 민원여권과에 여권 발급을 신청한 뒤 닷새 만인 “8월 9일 접수하신 여권이 신원조회 미(未)회보로 8월 14일 여권을 교부할 수 없음을 알려드린다”는 거부 통보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받았다. 그러나 같은 달 23일 여권 발급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다시 받았고, 이어 30일 여권을 발급받았다고 전했다. B씨도 지난 5월말 여권 발급 신청을 한 뒤 지난달 29일 해당 구청으로부터 “귀하의 여권 발급 신청은 신청 접수일로부터 90일이 되는 8월 28일 현재 경찰청 신원조사 결과가 여전히 미회보 상태여서 여권 발급 신청이 거부 처리됐다”는 통지문을 받았지만, 구청이 다시 연락해오면서 이달 6일 여권을 발급받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집단탈북 여종업원들의 여권 발급을 제한했던 국정원이 이달 3일쯤 해당 조치를 완전히 해제하면서 발급이 가능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민변 측에서는 최근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진정을 넣었고, 인권위 직권조사도 시작되자 국정원이 문제 확대를 우려해 여권 발급 제한조치를 해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정원 측은 “(국정운은) 여종업원들의 여권 발급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집단탈북 여종업원들이 여권을 발급받았지만, 아무런 제약 없이 출국이 가능할지는 현재로선 명확하지 않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영국 간 동안 개밥 좀 챙겨라”…교수 갑질 천태만상

    “영국 간 동안 개밥 좀 챙겨라”…교수 갑질 천태만상

    대학원생에 유리잔 던진 교수도 ‘경징계’ 학생 인건비 3억 빼돌린 교수도대학원생 10명 중 2명, “교수 개인 업무 지시받고 거부 못했다”전북대 소속 A교수는 자신의 연구년(강의를 맡지 않고 연구에 집중하는 기간)을 맞아 영국으로 출국하며 대학원생인 조교 B씨에게 불러 ‘임무’를 줬다. “내가 없는 동안 개밥을 챙겨주라”는 것이었다. 그는 또 귀국 뒤 선물을 주겠다는 명목으로 자신이 논문 지도 한 학생들을 불러 회식을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 B씨에게 욕설 등 폭언했고 유리잔을 던지는 등 행패 부렸다. 그는 교육부 감사에 적발돼 경징계 처분을 받았다. 대학원생 제자를 수년간 폭행하며 인분을 먹이거나 A4용지 8만장 분량의 스캔을 요구한 일부 교수의 갑질 행태 탓에 국민적 공분이 커졌지만, 학교 현장에는 여전히 대학원생을 노예처럼 여기는 교수가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이 12일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2017~2018년 대학 감사 결과 자료에는 유명대 소속 갑질 교수들의 민낯이 담겼다. ‘벼룩의 간’ 수준인 학생 인건비를 가로챈 교수도 많았다. 서울대 C교수는 대학 사회발전연구소가 펴내는 영문학술지 편집장을 맡으면서 석사과정 학생인 편집간사들의 인건비 일부와 인쇄 지원금 등에서 ‘편집장 수당’ 명목으로 매달 45만원씩 본인 통장에 보내도록 했다. 이렇게 가로챈 금액은 1170만원이었다. 그는 자신이 참여한 학내 연구 프로젝트에서 보조원 역할을 맡은 학생의 인건비도 가로채 개인 용도로 썼다. 이 돈으로 자신의 SUV 차량의 자동차 보험을 갱신했고 자택 공기청정기와 가족들의 선불 휴대전화도 샀다. 손목시계를 고치는데도 썼다. 그가 사적으로 쓴 돈은 모두 99건에 333만 8120원이었다. 중앙대 D교수도 최근 6년간 자신의 연구에 참여한 학생에게 지급된 인건비와 연구수당, 장학금 등을 빼돌려 사적으로 쓰는 등 모두 3억 4204만여원을 사적으로 사용했다. 한양대 E교수도 2012년부터 5년간 석·박사 과정의 학생 연구원 21명에게 돌아가야 할 인건비와 출장비 중 3735만원을 개인 용도로 썼다. 이같은 교수 갑질은 대학 사회 도처에 퍼져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5년 대학원생 19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정리한 ‘대학원생 연구환경에 대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중 19.5%는 ‘교수의 개인적 업무를 지시받고도 이를 거부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또 34.5%는 ‘교수 공동연구나 프로젝트 수행으로 인해 학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갑질은 단순히 잘못된 문화가 아닌 범죄”라면서 “교육부가 철저한 실태조사와 엄정한 처벌해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결국 옥중출마 포기한 브라질 룰라 전 대통령,

    결국 옥중출마 포기한 브라질 룰라 전 대통령,

    옥중 대선 출마를 시도해 오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결국 출마를 포기했다. 룰라 전 대통령의 좌파 노동자당(PT)은 11일(현지시간) 그가 지난 4월부터 수감돼있는 남부 쿠리치바 시에서 지도부 회의를 열어만장일치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대선 출마를 위한 룰라의 법적인 노력에 대해 연방선거법원은 지난달 31일 판사 7명이 참석한 특별회의를 열어 6대 1 다수 의견으로 룰라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판결에는 형사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정치인의 선거 출마를 제한하는 ‘피샤 림파’(깨끗한 경력) 법령이 적용됐다. 룰라는 지난 1월 2심 재판에서 뇌물수수 등 부패 행위와 돈세탁 등 혐의로 12년 1개월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룰라 측은 유엔인권위원회가 지난 10일 룰라의 대선 출마를 지지하는 입장을 내놓자 연방대법원에 출마 자격에 대한 재심을 다시 마지막으로 요청했었다. PT는 룰라가 수감된 연방경찰본부 건물 인근에 모인 룰라 지지자들에게 대선 출마를 접으며 아다지 후보를 밀어줄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룰라의 서한을 공개했다. 룰라는 서한에서 “한 사람이 불공정하게 갇힐 수는 있지만, 사상까지 가둘 수는 없다”면서 “우리는 수백만 명의 룰라이고, 오늘부터 페르난두 아다지가 수백만 브라질 국민의 룰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PT측 관계자들은 대선 후보 교체에 대해 “우리는 역사적인 결정을 내렸다”면서 “아다지 후보는 결선투표에 진출할 것이며 노동자당의 대선 승리를 이끌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 등이 보도했다. 룰라는 당 지도부 회의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대선 출마를 막은 사법부를 강하게 성토하면서 아다지 후보를 지지해줄 것을 촉구했다. 아다지 후보가 룰라의 지지층을 얼마나 흡수할 것인지가 올해 대선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PT는 브라질공산당(PC do B)의 남부 히우 그란지 두 술 주(州)의원인 마누엘라 다빌라를 새 부통령 후보로 승인했다. 노동자당과 브라질공산당은 히우 그란지 두 술 주를 시작으로 합동 대선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한편, 전날 나온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Datafolha)의 투표의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괴한으로부터 피습을 당한 극우 성향 사회자유당(PSL)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가 24%로 1위를 달렸다. 다타폴랴의 지난달 20∼21일 조사 때보다 2%포인트 올랐다. 민주노동당(PDT)의 시루 고미스 후보가 13%, 지속가능네트워크(Rede) 마리나 시우바 후보가 11%,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의 제라우두 아우키민 후보가 10%, 좌파 노동자당(PT)의 페르난두 아다지 후보가 9%를 기록하며 2∼5위였다. 1위를 제외한 네 후보는 오차범위(±2%포인트)를 고려하면 사실상 대등한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득표율 1∼2위 후보 간에 결선투표가 성사되면 승부를 점치기 어려운 판세가 전개될 전망이다. 특히 보우소나루 후보에 대한 거부감이 지난달 20∼21일 조사 때의 39%에서 43%로 높아진 점도 주목된다. 결선투표 예상 득표율은 고미스 후보 45%, 시우바 후보와 아우키민 후보 각각 43%로 나왔다. 보우소나루 후보의 예상 득표율은 34∼37%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아다지 후보와 보우소나루 후보가 만나면 39%와 38%를 기록할 것으로 나왔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싫존주의 세대] 싫밍아웃 우리는 왜

    [싫존주의 세대] 싫밍아웃 우리는 왜

    “싫어!”는 말을 익힌 유아가 처음 뱉는 몇 가지 단어 중 하나다. ‘엄마’가 관계맺기에 관한 생애 첫 단어라면, 유아에게 ‘싫어’는 주변 위협요소를 차단시킬 가성비 높은 무기다. 강간죄 기본 구성요건인 ‘싫다면 싫은 것(노민스노·No means no) 규칙’은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으로서 지켜내야 할 금기를 규정한다. 이민을 모색하는 청춘을 그린 소설 ‘한국이 싫어서’는 ‘극복할 수 없는 싫음’이 결국 익숙한 터전에서 떠나야 할 숙명으로 작동하는 의식 흐름을 설명한다. ‘싫어’란 말이 ‘집단’이나 ‘낙인’이란 말과 결합해 ‘혐오’란 말로 진화하기도 한다. 20대가 선택한 ‘싫존주의’는 이처럼 복잡한 싫음의 여러 단계 중 어디에 머물고 있을까. 모두의 마음속에 있지만 사회적으로 대놓고 공표되지 않던 단어 ‘싫어’를 커밍아웃시킨 20대에게 ‘싫음의 이유’를 들었다.싫다고 말하기…나를 깨우다 그저 싫어서 싫다고 했을 뿐인데 개설 하루 만에 페이스북 팔로어 3만명을 모으며 ‘싫존주의’를 세상에 알린 ‘오싫모’(오이를 싫어하는 모임) 회원들에게 싫음은 “싫어!”란 한마디에서 멈추지 않는다. “냉면에 들어간 오이도 참을 수 없다”, “오이향이 싫어 오이 비누도 못쓴다”, “숫자 5와 2도 싫다”, “셜록에 나오는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도 오이 닮았다니 싫더라”며 꼬리를 문다. 그러다 돌연 소비자 취향대로 오이나 피클을 빼 주는 S샌드위치 체인점 예찬으로 빠지거나, 보기도 싫은 오이를 오자이크(오이+모자이크)한 페이스북 관리자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 10대 땐 급식에서, 20대 땐 군대에서, 더 커선 직장 상사 앞에서 싫다고 말 못한 ‘오.이.’를 품평하며 이들은 ‘오이와 결별한 나’란 존재감을 드러냈다. “회식 좀 그만”… 관행을 바꾸다 여전히 관행대로 작동하는 직장에서 회식이 싫다고 공개 선언하기는 쉽지 않다. 큰 맘 먹고 ‘회식이 싫다’고 했다 무위에 그친 직장인 박모(29)씨와 같은 사례는 흔했다. 박씨는 딱 한 번 용기를 내 “원래 술을 싫어하는데다, 오늘은 유독 몸이 좋지 않다”고 얘기했지만, 상사에게서 돌아온 건 “몸이 안 좋으면 고춧가루를 탄 소주를 마셔라”는 지시였다. 그날 술에 취해 상사 등에 업혀 집에 돌아간 이후 박씨는 “싫다”고 말하는 대신 회식에서 요령껏 술을 피한다. 3년차 직장인 임모(27·여)씨는 회식에 앞서 “술을 잘 못 마시고, 마시면 바로 얼굴이 빨개진다”고 돌려 말했다. 상사들은 “그래도 첫 잔은 원샷”이라고 대꾸했다. 그렇다고 ‘회식 싫존주의’ 선언이 꼭 공허한 것만은 아니다. 직장인 차민영(23·여)씨는 응답을 받은 경우다. 첫 회식자리에서 용기 내 “구운 고기를 싫어한다”고 하자, 상사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차씨는 “첫 회식에서 말하기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한 번 말해야 앞으로가 편할 거란 생각에 그냥 질렀다”면서 “그다음부턴 회식 장소를 정하기 전에 미리 ‘이 메뉴는 어떠냐’고 물어봐 준다”고 전했다. 올해 초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 이후 직장 회식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기도 했다. 비혼·비출산 선언… 관습을 벗다 결혼이나 육아처럼 때 되면 해야 되는 숙제처럼 치부되는 관습의 영역에서도 ‘싫존주의’가 작동했다. 자의에 의해, 혹은 사회에 떠밀리듯, 자포자기하듯 ‘결혼 싫어’나 ‘출산 안 해’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디자인컨설팅 회사에 다니는 3년차 직장인 최희석(29)씨는 오랜 고민 끝에 비혼을 선택했다. 최씨는 “가정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대학원을 마치고 늦게 취업을 하니 경제적인 부담이 크다”면서 “책임질 수 없는 미래라면 ‘싫어’ 선언을 하는 게 현실에 대한 예의 같았다”고 했다. 아직 주변에 이 결심을 털어놓지 못했다. 가끔 부모님께 “혼자 살 거야”라는 장난 섞인 진심을 내비치지만 최씨의 어머니는 “그래도 남들 하는 건 다 해 봐야 하지 않겠니”라며 넌지시 결혼을 권한다. 반면 대학생 박도연(21·여)씨는 고등학교 시절 일찌감치 비혼을 선언했다. 멋있게 살겠다는 꿈을 결혼이란 제도가 해친다고 생각한 까닭이었다. 박씨는 “부모님이 제게 했던 희생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것도 비혼을 결심하게 된 큰 이유가 됐다”고 했다. 박씨는 “비혼 선언에 아빠는 ‘네 인생 살아라’고 응원해 주셨지만, 엄마의 반응은 지금도 좋지 않다”면서 “그래서 엄마에게 ‘엄마랑 난 다른 사람이야. 내가 엄마일 필요는 없어’라고 자꾸 말한다”고 덧붙였다. 기존의 엄마상(像)과 다른 삶을 살고 싶지만 아직 닮고 싶은 삶의 모델은 찾지 못한 박씨는 일단 싫어하는 것을 추려내는 데 열중한다. 그는 “싫은 것을 주변에 알리는 것은 내가 완성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혼 적령기도 아닌데) 반복해서 ‘결혼이 싫다’고 말하는 것은 설득이 아니라 나에게 익숙해지게 만드는 과정”이라면서 “반복적으로 내 가치관을 말해 말의 무게가 달라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도 힘든데”… 내 것을 지킨다 그동안의 진보·보수 이념 구분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싫은 감정’이 집단적으로 표출될 때도 있다. 선거나 여론조사 등에서 이주민·난민 등에 대한 ‘혐오 감정’이 발현되는 게 대표적이다. 난민 반대 시위를 하는 ‘난민대책 국민행동’ 스태프의 40~50%는 20대로 알려졌다.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의 싫음은 ‘이주민 자체’가 아니라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간 일자리 경쟁’에 초점을 맞춘 양상도 보인다. 난민대책 국민행동 관계자는 “고령사회가 되면서 노인 부양 등 안 그래도 젊은층이 책임져야 할 일들이 산더미인데 자기들 세금으로 외국인까지 거둬야 하느냐는 식의 본능적 위협을 느끼는 것 같다”고 청년층의 인식을 설명했다. 취업준비생인 박모(26·여)씨는 “요즘엔 최저시급이 올라서인지 알바 자리도 잘 구해지지 않는다”면서 “이 상황에서 난민까지 받아들이는 건 솔직히 싫다”고 털어놨다. 박씨는 “인도적 차원에서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나 제 마음이 이기적이란 것을 안다”면서도 “그래도 우리나라 경제 현실을 보면 우리도 먹고살기 힘든 상황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남들도 그래”… 익명에 기대다 온라인은 기존 관례를 신경 쓰지 않고 ‘싫음’을 발산할 수 있는 장소다. 오프라인에서 ‘싫음’이나 ‘혐오’를 드러내는 게 이례적인 일이라면, 온라인 게시판에선 ‘지지’를 드러낼 때 별종 취급을 받는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혐오표현 실태와 규제방안 실태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뉴스 기사나 영상 댓글에서 혐오 표현을 경험한 사람이 전체의 78.5%, 온라인 혐오 표현 가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6.5%였다. 가해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41.6%는 ‘다들 그렇게 하니까’ 혐오 표현을 했다고 대답했다. 표현에 대해 입증·행동 책임을 잘 지우지 않는 온라인 게시판의 속성이 ‘싫음’의 속성과 닮았다는 분석도 있다. ‘좋음’을 일단 표현하면 그 대상과 계속 관계맺기를 이어가야 하는 반면, ‘싫음’을 일단 선언한 뒤엔 관계를 단절해도 무방하게 여겨진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싫음’이 빈번하게 표현되는 이유에 대해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사회정신건강연구소장은 “익명의 지지자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내가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해도 안전한 곳’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온라인에선 상대가 온전한 인격체가 아닌 내 감정과 의견을 전달하는 하나의 객체로서만 간주된다”면서 “소통에 부담이 없으니 ‘싫다’ 혹은 ‘혐오한다’ 등의 감정이 더 잘 노출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최영애 신임 인권위원장 “첫번째 책무는 혐오·차별 해소···낙태죄도 들여다 볼 것”

    최영애 신임 인권위원장 “첫번째 책무는 혐오·차별 해소···낙태죄도 들여다 볼 것”

    최영애 인권위원장 취임식 “저의 첫 번째 책무는 우리 사회에서 혐오와 차별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평등권 실현을 위한 제도적인 기반을 만들겠습니다.” 최영애(67)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은 5일 서울 중구 인권위 인권교육센터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제8대 국가인권위원장으로 공식 취임했다.최 위원장은 “지금 인권위는 시민사회로부터 지난 10년간 용산 참사 등 심각한 인권 현안들을 수차례 외면하고 책임을 방기했다는 질타를 받고 있다”면서 “인권 보호 의무를 진 인권위가 일련의 인권침해 과정에서 오랜 시간 침묵하며 스스로 독립성을 훼손한 데 대해 신임위원장으로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조사와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 위원장은 그간 인권위가 개입하지 않은 여러 문제에 대해 적극 나설 것을 강조했다. 그는 취임식 후 기자 간담회에서 인권위가 그동안 낙태죄를 둘러싼 사회갈등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이 문제를 들여다 볼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이 문제를 아이 생명권과 여성의 권리, 이렇게 이분법 적으로 보는 것을 경계한다”면서 “낙태 문제 등을 여성 문제라고 따로 볼 것이 아니라 인권문제, 행복추구권, 인격권 이런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최 위원장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라며 “차별금지법 필요성을 두고 사회적 합의와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폭넓은 장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인권위 출범 이후 첫 여성인권위원장으로, 최초로 시도된 공개모집 인선 인권위원장이다. 임기는 오는 2021년 9월 3일까지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브라질 좌파 “룰라 출마 강행할 것” vs 법원 “선거방송 중지하라”

    브라질 좌파 “룰라 출마 강행할 것” vs 법원 “선거방송 중지하라”

    브라질 좌파 노동자당(PT)이 부패 혐의로 대선 출마가 좌절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브라질 연방선거법원은 노동자당에 룰라 전 대통령의 선거 방송 중단을 요구하고 대선 후보를 교체하라고 압박하는 등 오는 10월 브라질 대선을 둘러싸고 팽팽한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노동자당 지도부는 3일(현지시간) 남부 쿠리치바 시내 연방경찰 구치소에 수감된 룰라 전 대통령을 면담하고 나서 유엔 인권위원회에 지지를 호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룰라 전 대통령 면담에는 노동자당의 페르난두 아다지 부통령 후보와 글레이지 호프만 대표, 변호인단 등이 참석했다. 유엔인권위는 지난달 중순 “룰라 전 대통령의 정치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사실상 그의 대선 출마를 지지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브라질 정부는 “유엔인권위의 입장은 권고사항일 뿐”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고, 연방검찰도 룰라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당은 이와 함께 연방대법원 상고도 병행하기로 했다. 룰라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부패 혐의에 대한 재심을 요청하는 한편 연방선거법원이 룰라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자격을 인정하지 않기로 판결한 데 대해서도 부당성을 주장했다. 앞서 연방선거법원은 지난달 31일 룰라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판결에는 실형을 선고받은 정치인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법령인 ‘피샤 림파’(깨끗한 경력)가 적용됐다. 2010년 만들어진 ‘피샤 림파’는 형사 범죄로 처벌을 받았거나 처벌을 피하려고 공직을 사퇴한 사실이 인정되는 정치인의 선거 출마를 엄격하게 제한하도록 했다.그러면서 연방선거법원은 판결이 나온 날로부터 열흘 안에 대선후보를 교체해야 한다고 노동자당에 통보했다. 연방선거법원 루이스 펠리피 살로망 판사는 2일 룰라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등장하는 라디오 선거방송 중단을 명령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1건당 50만 헤알(약 1억 36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동자당은 이날부터 주지사와 연방의원·주의원 선거방송에서 룰라 전 대통령의 이름을 빼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당 지지자들은 살로망 판사의 명령에 항의해 룰라 전 대통령 가면을 쓴 채 선거운동 현장에 참여했다. 노동자당이 대선후보를 바꾼다면 좌파진영의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아다지 부통령 후보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그렇게 되면 여성 언론인 출신인 브라질공산당의 마누엘라 다빌라 히우 그란지 두 술 주의원이 부통령 후보로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서울포토] 문 대통령,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임명장 수여

    [서울포토] 문 대통령,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임명장 수여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최영애 신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함께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 남북정상 합의 5개월이나 지났어도 판문점선언 비준 첫발도 못 뗀 국회

    남북정상 합의 5개월이나 지났어도 판문점선언 비준 첫발도 못 뗀 국회

    민주당, 대북 포용 손학규 대표에 기대 운영위, 인권위원장 청문보고서 채택남북 정상이 4·27 판문점 선언을 발표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국회 비준동의 논의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채 3일 정기국회 개회를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문희상 국회의장이 이날 개회식에 맞춰 비준동의를 잇달아 촉구했지만 야당은 미동도 없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회가 초당적으로 판문점 선언을 뒷받침해 주신다면 한반도 평화를 진척시키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문 의장도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국민의 72%가 압도적으로 지지하며 찬성하고 있는데 망설일 이유가 무엇이냐. 이미 ‘판문점 선언은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로서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도 제시돼 있다”며 야당을 압박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정기국회 핵심 과제로 “판문점 선언 비준으로 한반도 평화를 앞당기는 것”을 꼽았다. 특히 민주당은 손학규 신임 바른미래당 대표 선출에 기대감을 걸고 있다. 홍익표 대변인은 “손 대표가 누구보다 햇볕정책, 대북 포용정책에 대해 적극성을 가졌던 분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국회 비준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시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북특사단 파견에도 우려를 표했다. 외교통일위원장인 강석호 의원은 “비핵화보다 남북 경협을 우선시한다는 국민적 우려가 제기돼선 안 된다”며 “특사단이 미국의 입장을 정확히 전달하고 북측 주장 역시 가감 없이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강 의원은 “지금 상황에서 국회가 판문점 선언을 비준해 준다면 행정부에 백지수표를 줄 뿐”이라며 비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여야는 100일간의 정기국회 대장정에 돌입하면서 첫날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여야 3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잇달아 회동하고 인터넷전문은행 규제완화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등 쟁점법안을 논의했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격론 끝에 한국당 의원이 집단 퇴장한 후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 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인권위원장 청문보고서 채택… 반발하며 퇴장한 한국당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됐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채택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민주당 소속인 홍영표 국회 운영위원장은 3일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최 후보자의 적격 여부에 대해 충분히 토론했다”며 표결을 진행한 뒤 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보고서 종합의견란에는 적격·부적격 의견이 나란히 기재됐다. 아울러 ‘후보자는 향후 국가인권위원장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위원들의 다양한 정책 제안과 지적사항을 유념해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문구도 명시됐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의원들은 ‘적격’ 의견을 냈지만, 한국당 의원들이 ‘부적격’ 의견을 내비치면서 집단 퇴장했다. 보고서 채택이 표류하자 홍 위원장은 표결로 보고서를 채택했다. 이양수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보고서 채택이 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강행처리 됐다”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협치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지만 정기국회 첫날부터 협치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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