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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예술계 성폭력 피해구제 전담기구 설치하라”

    국가인권위원회가 문화예술계 성폭력 피해자들이 예술활동을 지속하면서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전담기구를 설치하라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권고했다고 25일 밝혔다. 또 성폭력은 예술 창작활동을 곤란하게 하는 불공정 행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지침에 명시하고 성희롱으로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처분을 받은 예술인에 대해서는 국고보조금 보조사업자 선정에서 제외하라고 주문했다. 문화예술인이 근로계약이 아니라 출연·창작·집필 등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한 경우 근로기준법이나 남녀고용평등법의 적용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표준계약서에 성희롱 방지와 후속 조치 사항을 규정해야 한다고 인권위는 지적했다. 또 분쟁이 발생했을 때 성희롱 여부를 판정할 수 있는 전담기구가 있어야 피해 구제가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분쟁 심의기구로 ‘문화예술 성희롱·성폭력 심의위원회(가칭)’를 신설해 심사를 강화하고, 분야별로 48종에 이르는 표준계약서에도 성희롱이 예술 창작활동을 곤란하게 하는 불공정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시할 것을 촉구했다.인권위는 국고보조금 보조사업자 선정 때 성희롱 처벌 경력도 꼼꼼히 따질 것을 문체부에 권고했다. 현행 국고보조금 통합관리지침은 성폭력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시 보조사업자 선정에서 제외하고 있으나, 성희롱 피해자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와 성희롱 관련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면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신천지 “신도 개인신상 유출 사례 수집…강력히 법적 대응한다”

    신천지 “신도 개인신상 유출 사례 수집…강력히 법적 대응한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측이 코로나19와 관련해 신도들의 개인 신상 유출 등에 대해 사례를 수집해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25일 밝혔다. 신천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신천지 신도 신상 유출로 인한 강제 퇴직, 차별, 모욕, 혐오 피해 등 인권 침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이어 “신상 유출 피해를 당한 신도는 해당 지자체, 질병관리본부에 항의하고, 증거 자료가 있을 시 경찰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신고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또 “모든 피해 사례를 수집해 강력히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신천지 교주인 이만희 총회장도 ‘특별편지’를 통해 “정부의 시책에 적극 협력해 신천지 전 신도 명단을 제공하고 전수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면서 “모든 것은 정부에서 신도들의 개인정보 유지 및 보안 방법을 마련하는 전제 하에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신천지 본부 측이 코로나19 전국 확산의 진원지가 된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 명단을 질병관리본부에 제공했지만, 그 밖의 지역 신천지 교회에서는 전체 교인 명단 제공에 비협조하면서 각 지자체와 갈등을 벌인 바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단독] ‘환자 불법 격리’ 인권위에 폭로했다고…정신병원, 내부고발자에 치졸한 보복

    [단독] ‘환자 불법 격리’ 인권위에 폭로했다고…정신병원, 내부고발자에 치졸한 보복

    과실 누명 등 직장 내 괴롭힘도 겪어 결국 3개월 정직… “맷돌에 갈린 기분”경기 지역의 한 정신병원이 환자 불법 격리를 폭로한 간호사를 징계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병원은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환자를 과도하게 격리·강박한 사실이 확인된 곳이다. 피해 간호사는 병원 징계가 부당하다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23일 인권위 등에 따르면 간호사 A씨는 지난달 22일 ‘병원 간호사가 복통을 호소하는 미성년 환자를 의사에게 보고하지 않고 안정실(환자 격리 장소)에 격리해 1시간 이상 방치했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고 경찰에도 신고했다. 현행 정신보건법은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를 의사의 지시 없이 격리 또는 강박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A씨는 병원의 묵인 아래 간호사들이 임의로 환자를 격리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A씨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간호사들이 주치의에게 보고도 안 하고 ‘야, 저거 집어넣어’, ‘저 인간 눈 또 뒤집힐 것 같으니까 데려가’라며 환자를 안정실로 데려간다”며 “의사들도 담당 환자는 많은데 다 진료할 수 없으니 모른 척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불법 격리 문제를 처음 제기한 후 A씨는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급자들이 툭하면 제게 소리를 질렀고, 업무상 실수를 병동 내 모든 직원이 볼 수 있는 기록에 적었다”며 “일부러 환자 기록을 숨기고 마치 제 과실로 분실된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병원은 지난달 25일 A씨를 기존 병동 간호 업무에서 외래 간호 업무로 전보했다. 내원객 접수·수납 업무를 하는 안내데스크 끝자리가 A씨의 새 근무 장소였다. 책상도, 컴퓨터도, 업무용 전화도 없었다. 의자 하나가 뒤늦게 지급됐을 뿐이다. 수간호사 경력이 있는 A씨에게 병원은 내원객의 혈압·체온을 재는 일을 지시했다. 병원은 지난 11일 A씨를 징계위원회에 넘겼고 그다음 날 3개월 정직을 통보했다. A씨는 “지나가는 직원들이 절 보면서 피식 웃고, 제가 인사를 해도 모른 척한다”면서 “맷돌에 갈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A씨는 병원의 인사발령과 징계가 부당하다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다. 서울신문은 병원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병원은 취재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단독] ‘환자 불법 격리’ 알린 내부고발자 징계한 정신병원

    [단독] ‘환자 불법 격리’ 알린 내부고발자 징계한 정신병원

    경기지역의 한 정신병원이 ‘병원에서 환자를 의사의 지시 없이 격리했다’고 외부기관에 신고한 간호사를 징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병원은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환자를 과도하게 격리·강박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23일 인권위 등에 따르면 간호사 A씨는 지난달 22일 ‘병원 간호사가 복통을 호소하는 미성년 환자를 의사에게 보고하지 않고 안정실(환자 격리장소)에 격리해 1시간 이상 방치했다’고 인권위에 민원 신청을 했고, 경찰에도 신고했다. 현행 정신보건법은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를 의사의 지시 없이 격리 또는 강박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최대 징역 1년에 처해진다. 하지만 A씨는 병원의 묵인 아래 간호사들이 임의로 환자를 격리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A씨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간호사들이 주치의에게 보고도 안 하고 ‘야, 저거 집어넣어’, ‘저 인간 눈 또 뒤집힐 것 같으니까 데려가’라면서 환자를 안정실로 데려간다”면서 “의사들도 담당 환자는 많은데 다 진료할 수 없다보니 모른 척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부고발 후 인사상 불이익 지난해 11월 병원 안에서 이 문제를 제기한 후로 ‘직장 내 괴롭힘’이 시작됐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상급자들이 툭하면 제게 소리를 질렀고, 제 업무상 실수를 병동 내 모든 직원이 볼 수 있는 기록에 적는달지, 일부러 환자기록을 숨겨 놓고 마치 제 과실로 분실된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했다”면서 “교대 전에 있었던 일을 물어보기만 하면 ‘알아서 찾아’라는 말만 듣기 일쑤였다”고 토로했다. A씨가 내부고발을 한 날로부터 3일 뒤인 지난달 25일 병원은 A씨를 기존 병동 간호업무에서 외래 간호업무로 전보했다. 내원객 접수·수납 업무를 하는 안내데스크 끝자리가 A씨의 새 근무장소였다. 책상도, 컴퓨터도, 업무용 전화도 없었다. 의자 하나가 뒤늦게 지급됐을 뿐이다. 수간호사 경력이 있는 A씨에게 병원은 내원객의 혈압·체온을 재는 일을 지시했다. 이후 병원은 지난 11일 A씨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그 다음 날 정직 3개월 징계 처분을 했다. A씨는 “지나가는 직원들이 절 보면서 피식 웃고, 제가 인사를 해도 모른 척한다”면서 “시선만으로도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맷돌에 갈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A씨는 병원의 인사발령과 징계가 부당하다면서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또 ‘인권위에 진정, 진술 등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징계, 부당한 대우 등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인권위법에 근거해 인권위에 보호를 요청했다.취재 요청에 병원은 묵묵부답 앞서 이 병원은 환자에 대한 과도한 격리·강박 사실 등이 인권위 조사에서 확인돼 인권위가 지난해 10월 재발방지대책 마련 및 전 직원 대상 직무교육 실시를 권고한 적이 있다. 환자 B씨는 이 병원에 입원한 2018년 6월 9일~22일 주치의가 자신의 양쪽 손목과 발목을 장시간 묶어 상처가 날 만큼 과도하게 강박했다면서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병원은 위 기간에 총 4회에 걸쳐 짧게는 3시간 15분, 길게는 37시간 55분 B씨를 강박했다. 격리도 두 차례에 걸쳐 총 142시간(1차 90시간, 2차 52시간)을 시행했다. 주치의는 “B씨는 입원 당시부터 급성알코올 상태로서 안정실에서 치료진에게 발길질을 하고 주먹으로 때리는 등 심한 공격적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병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지침으로 정한 격리·강박 연속 최대시간을 각각 최대 3배, 4배 이상 초과한 점 △강박 해제 후 다시 강박할 때 그 사실을 기록하지 않은 점 등을 언급하며 병원이 B씨의 인격권 및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B씨의 주치의가 지금 이 병원의 병원장을 맡고 있다. 서울신문은 A씨가 신청한 구제신청 사건에 대한 병원의 입장을 듣기 위해 병원 측에 수차례 연락했지만 병원은 취재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병원장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행정부장이랑 얘기하라”고 말했고, 행정부장은 최초 통화에서 “회의 중”이라고 말한 뒤로 전화를 일체 받지 않았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여기는 남미] 실수로 남자교도소에 수감된 여자, 2개월 간 성폭행 시달려

    [여기는 남미] 실수로 남자교도소에 수감된 여자, 2개월 간 성폭행 시달려

    여자가 남자교도소에 홀로 수감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한 사실을 멕시코 당국이 뒤늦게 공식 인정했다. 멕시코 사카테카스주 치안장관 이스마엘 에르난데스는 지난 13일(현지시간) 회견을 갖고 "재판에서 징역이 선고된 여자가 (실수로) 남자교도소에 수감된 사실이 있었다"고 확인했다. 사건 발생 18개월 만이다. 여자는 남자교도소에 들어가 숱한 성추행과 성폭행에 시달려야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건은 2018년 8~9월 멕시코 사카테카스주 칼데라에 있는 교도소에서 벌어졌다. 브렌다라고 이름만 공개된 여자는 재판에서 징역을 선고받고 칼데라에 있는 남자교도소에 수감됐다. 남자만 수감돼 있는 교도소에 여자가 들어오면 바로 경위를 확인했어야 했지만 교도소 측은 그대로 여자를 입소시켰다. 사법부가 수감을 명령하면서 문서에 칼데라에 있는 남자교도소를 수감시설로 지정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남자교도소에 들어간 여자는 곧바로 가족을 통해 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하지만 인권위원회가 늑장을 부리면서 이감에는 꼬박 2개월이 걸렸다. 여자는 남자들의 성노리갯감이 됐다. 여자는 남자교도소에 수감된 기간 동안 수시로 성추행을 당했다. 끔찍한 성폭행도 있었다. 교도관까지 가세한 범죄다. 이스마엘 에르난데스는 "여자를 여자교도소로 옮기기 전 신체검사와 심리 상담을 한 결과 남자교도소에서 여러 차례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성폭행 용의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된 교도관은 현재 도주한 상태다. 사건은 인권위원회가 뒤늦게 지난해 12월 "여자를 남자교도소에 수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취지의 권고안을 내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하지만 사카테카스주 치안부와 교도소 측은 지금까지 확인을 미뤄왔다. 언론의 보도로 여론이 들끓자 뒤늦게 사실을 인정했지만 책임을 회피하려는 추태를 보였다. 이스마엘 에르난데스는 "여자를 남자교도소에 수감하라고 명령한 건 사법부였다"면서 "실수는 사법부가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폭행 혐의를 받는 교도관을 감싸는 듯한 그의 발언도 논란거리다. 이스마엘 에르난데스는 "교도관의 경우에는 (성폭행이 아니라) 성추행만 있었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한편 검찰은 여자를 공격한 남자재소자와 교도관을 모두 특정했다며 빠른 시일 내 수사 결과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16→4시간만 도움… 65세 생일이 원망스러운 중증장애인

    16→4시간만 도움… 65세 생일이 원망스러운 중증장애인

    “저 같은 중증장애인은 활동지원사 없이는 물 한 잔도 못 마셔요. 하루 16시간 동안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다가 갑자기 하루 4시간밖에 안 된다고 하면 어떻게 살라는 건지….” 이번 주 65번째 생일을 맞는 박선자씨는 다가오는 생일이 전혀 기쁘지 않다. 만 65세가 돼 법적으로 노인으로 분류되면 하루 24시간 중 20시간을 타인의 도움 없이 홀로 버텨야만 하기 때문이다. 당장 낼모레지만 방법도 없다. “이럴 바엔 죽는 게 낫다”라는 박씨의 말은 그의 간절함을 대변한다. 장애인활동법에 따르면 장애인이 만 65세가 되는 생일 다음달까지만 활동지원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이후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적용되는데 집에 거주하는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장기요양급여 중 하루 최대 4시간으로 제한된 방문요양지원을 받는다. 지원의 범위도 줄어든다. 장애인활동지원은 외출까지 도와주지만 방문요양의 범위는 집 안 일상으로 제한되는 탓이다. 중증장애로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해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가 시행된 지 올해로 9년이 지났다. 4년여간의 시범사업 기간을 거쳐 2011년 10월부터 제도화됐다. 해당 제도는 ‘활동지원급여’라는 이름의 서비스로 장애인의 자립과 사회생활을 지원한다. ▲활동보조 ▲방문목욕 ▲방문간호 등의 서비스가 있다. 만 6세 이상~만 65세 미만 중증장애인에게 신청 자격이 있다. 박씨는 현재 중증지체장애인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인 1967년 10월 산으로 소풍을 갔다가 친구가 등을 밀어 약 3m 높이의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추락 사고 이후로 머리와 허리가 아팠지만 견딜 만했다. 후유증은 뒤늦게 다가 왔다. 50세가 가까워지면서 박씨는 길을 걷다가 갑자기 맥이 탁 풀려 갑자기 넘어지는 일이 많아졌다. 정신은 멀쩡했지만 몸이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박씨를 진료한 대학병원 의사는 “지금까지 걸어다니는 게 기적”이라면서 “목 신경이 이미 70%나 죽어 있다”고 말했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 결과 1번 경추는 이미 탈골돼 있었다. 박씨는 48세에 목 수술을 받고 장애 판정을 받았지만 장애는 갈수록 더 심해졌다. 1번에 이어 3~5번 경추에도 이상이 생겼다. 허리 통증도 심해져 6년 전에는 허리 수술도 받았다. 결국 혼자서는 걷지도 서지도 못하는 중증장애인이 된 박씨는 2008년부터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활동지원사가 매일 아침 6시에 집으로 와요. 몸이 굳지 않도록 주물러 주고, 씻겨 주고, 청소하고, 식사도 차려 주고, 밥도 먹여 주고, 대소변 처리도 도와주고, 또 한 자세로 오래 있으면 안 되니까 앉았다 일어나는 일도 도와주고…. 부모 형제가 있는 것도, 남편과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활동지원사가 없으면 전 아무것도 못 해요.” 활동지원급여 지원 금액(월 한도액)은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 결과 산출된 종합점수에 따라 1~15구간으로 구분해 산정한다. 1구간에 가까울수록 서비스 이용 가능 시간이 많아지는 구조다. 기초생활수급자는 본인 부담금이 면제고, 차상위계층의 본인 부담금은 정액 2만원이다. 차상위 초과 계층은 소득수준에 따라 월 한도액의 4~10%를 부담한다. 활동지원급여 중 활동보조 서비스는 정부 지원으로 하루 최대 20시간(월 480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 지원에 따라 하루 24시간(월 720시간) 이용도 가능하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의 ‘2019 장애통계연보’에 따르면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은 2014년 6만 4906명에서 2018년 9만 4496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65세가 넘으면 ‘노인’으로 분류돼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가 종료된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서도 물론 요양보호사, 간호사 등이 수급자의 가정을 방문하는 요양·목욕·간호 등의 ‘장기요양급여’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시간이 급격히 준다. 방문요양(요양보호사가 가정 등을 방문해 수급자의 신체 활동 및 가사일 등을 지원)의 경우 이용 가능한 시간은 최대 4시간이다. 중증 뇌병변장애인인 한상철(66)씨는 지난해 11월 19일 이래로 만 65세를 넘었다. 나이 때문에 자동으로 장기요양급여 신청 대상자로 전환됐고, 장기요양 등급(1~5등급)에서 가장 높은 1등급(일상생활에서 전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판정을 받았다. 등급 판정을 받은 수급자는 장기요양기관을 선택해 계약을 맺고 본인 부담금을 납부해야 장기요양급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본인 부담금이 면제고, 다른 수급자는 장기요양 등급별로 정부가 지원하는 월 한도액의 15~20%를 부담한다. 만 65세를 넘어도 장기요양등급 판정에서 1~5등급이 아닌 ‘등급 외’ 판정을 받으면 기존의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등급 외 판정을 받는 일은 드물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등급 판정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통틀어서 장기요양급여를 신청한 사람 111만 9838명 중 등급 외 판정을 받은 비율은 13.9%(15만 5915명)다. 한씨는 2007년부터 하루 약 20시간(월 492시간)의 활동보조 서비스를 이용해 왔다. 배우자인 장모(61)씨는 “남편은 아침에 일어나서 목욕하고, 화장실 가고, 밥 먹고, 옷 갈아입고, 외출하는 등 모든 일상생활을 누군가의 지원 없이 혼자서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체·시각장애인인 장씨도 현재 활동지원사의 지원을 받고 있다. 연령 제한으로 더는 활동보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되자 한씨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폐렴 증상이 나타났고, 천공이 동반된 위궤양까지 발생해 지난해 12월 응급 수술을 받았다. 한씨는 “원래 평소에도 음식을 적게 먹어서 위가 안 좋은 건 아니었는데, 지금은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소화가 안 돼서 위장약을 달고 산다”고 말했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11일 보건복지부 등 관계 기관에 긴급구제 조치(제도 개선)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중증장애인이 65세에 도달했다는 이유만으로 활동지원 서비스를 축소하는 현 제도는 중증장애인의 기본적인 생리욕구 해결을 불가능하게 하고 노인의 질식사나 욕창, 저체온증 등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불합리한 제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노인 중증장애인의 인권 침해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장단기 개선책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면서 “조만간 단기 개선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복지부가 검토 중인 장기 개선책에는 법률 개정도 포함돼 있지만 입법 사항이므로 국회가 움직여야 한다. 또 65세가 넘은 장애인을 ‘장애인’으로 볼 것이냐, ‘노인’으로 볼 것이냐의 문제도 있다. 중증장애인이 65세가 넘어도 장애인 활동지원급여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면 65세 이후에 중증장애를 갖게 된 노인도 장애인 활동지원급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장애인복지 지출 비중(0.61%)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11%)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험료가 아닌 조세로 운영되는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 예산을 늘리기란 쉽지 않다. 김선우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중증장애인이 65세를 넘었다고 해서 곧바로 활동지원급여를 중단할 것이 아니라 65세가 된 해로부터 2~3년 동안 점진적으로 활동지원급여 이용 시간을 줄여 나가면서 충격을 완화하는 것이 단기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현재 너무 낮은 장기요양급여의 서비스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정부가 조속히 지역사회 통합 돌봄 방안을 마련해 노인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계속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 사진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16→4시간만 도움… 65세 생일이 원망스러운 중증장애인

    16→4시간만 도움… 65세 생일이 원망스러운 중증장애인

    “저 같은 중증장애인은 활동지원사 없이는 물 한 잔도 못 마셔요. 하루 16시간 동안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다가 갑자기 하루 4시간밖에 안 된다고 하면 어떻게 살라는 건지….” 이번 주 65번째 생일을 맞는 박선자씨는 다가오는 생일이 전혀 기쁘지 않다. 만 65세가 돼 법적으로 노인으로 분류되면 하루 24시간 중 20시간을 타인의 도움 없이 홀로 버텨야만 하기 때문이다. 당장 낼모레지만 방법도 없다. “이럴 바엔 죽는 게 낫다”라는 박씨의 말은 그의 간절함을 대변한다. 장애인활동법에 따르면 장애인이 만 65세가 되는 생일 다음달까지만 활동지원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이후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적용되는데 집에 거주하는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장기요양급여 중 하루 최대 4시간으로 제한된 방문요양지원을 받는다. 지원의 범위도 줄어든다. 장애인활동지원은 외출까지 도와주지만 방문요양의 범위는 집 안 일상으로 제한되는 탓이다. 중증장애로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해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가 시행된 지 올해로 9년이 지났다. 4년여간의 시범사업 기간을 거쳐 2011년 10월부터 제도화됐다. 해당 제도는 ‘활동지원급여’라는 이름의 서비스로 장애인의 자립과 사회생활을 지원한다. ▲활동보조 ▲방문목욕 ▲방문간호 등의 서비스가 있다. 만 6세 이상~만 65세 미만 중증장애인에게 신청 자격이 있다. 박씨는 현재 중증지체장애인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인 1967년 10월 산으로 소풍을 갔다가 친구가 등을 밀어 약 3m 높이의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추락 사고 이후로 머리와 허리가 아팠지만 견딜 만했다. 후유증은 뒤늦게 다가 왔다. 50세가 가까워지면서 박씨는 길을 걷다가 갑자기 맥이 탁 풀려 갑자기 넘어지는 일이 많아졌다. 정신은 멀쩡했지만 몸이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박씨를 진료한 대학병원 의사는 “지금까지 걸어다니는 게 기적”이라면서 “목 신경이 이미 70%나 죽어 있다”고 말했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 결과 1번 경추는 이미 탈골돼 있었다. 박씨는 48세에 목 수술을 받고 장애 판정을 받았지만 장애는 갈수록 더 심해졌다. 1번에 이어 3~5번 경추에도 이상이 생겼다. 허리 통증도 심해져 6년 전에는 허리 수술도 받았다. 결국 혼자서는 걷지도 서지도 못하는 중증장애인이 된 박씨는 2008년부터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 “활동지원사가 매일 아침 6시에 집으로 와요. 몸이 굳지 않도록 주물러 주고, 씻겨 주고, 청소하고, 식사도 차려 주고, 밥도 먹여 주고, 대소변 처리도 도와주고, 또 한 자세로 오래 있으면 안 되니까 앉았다 일어나는 일도 도와주고…. 부모 형제가 있는 것도, 남편과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활동지원사가 없으면 전 아무것도 못 해요.” 활동지원급여 지원 금액(월 한도액)은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 결과 산출된 종합점수에 따라 1~15구간으로 구분해 산정한다. 1구간에 가까울수록 서비스 이용 가능 시간이 많아지는 구조다. 기초생활수급자는 본인 부담금이 면제고, 차상위계층의 본인 부담금은 정액 2만원이다. 차상위 초과 계층은 소득수준에 따라 월 한도액의 4~10%를 부담한다. 활동지원급여 중 활동보조 서비스는 정부 지원으로 하루 최대 20시간(월 480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 지원에 따라 하루 24시간(월 720시간) 이용도 가능하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의 ‘2019 장애통계연보’에 따르면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은 2014년 6만 4906명에서 2018년 9만 4496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65세가 넘으면 ‘노인’으로 분류돼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가 종료된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서도 물론 요양보호사, 간호사 등이 수급자의 가정을 방문하는 요양·목욕·간호 등의 ‘장기요양급여’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시간이 급격히 준다. 방문요양(요양보호사가 가정 등을 방문해 수급자의 신체 활동 및 가사일 등을 지원)의 경우 이용 가능한 시간은 최대 4시간이다. 중증 뇌병변장애인인 한상철(66)씨는 지난해 11월 19일 이래로 만 65세를 넘었다. 나이 때문에 자동으로 장기요양급여 신청 대상자로 전환됐고, 장기요양 등급(1~5등급)에서 가장 높은 1등급(일상생활에서 전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판정을 받았다. 등급 판정을 받은 수급자는 장기요양기관을 선택해 계약을 맺고 본인 부담금을 납부해야 장기요양급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본인 부담금이 면제고, 다른 수급자는 장기요양 등급별로 정부가 지원하는 월 한도액의 15~20%를 부담한다. 만 65세를 넘어도 장기요양등급 판정에서 1~5등급이 아닌 ‘등급 외’ 판정을 받으면 기존의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등급 외 판정을 받는 일은 드물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등급 판정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통틀어서 장기요양급여를 신청한 사람 111만 9838명 중 등급 외 판정을 받은 비율은 13.9%(15만 5915명)다. 한씨는 2007년부터 하루 약 20시간(월 492시간)의 활동보조 서비스를 이용해 왔다. 배우자인 장모(61)씨는 “남편은 아침에 일어나서 목욕하고, 화장실 가고, 밥 먹고, 옷 갈아입고, 외출하는 등 모든 일상생활을 누군가의 지원 없이 혼자서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체·시각장애인인 장씨도 현재 활동지원사의 지원을 받고 있다. 연령 제한으로 더는 활동보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되자 한씨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폐렴 증상이 나타났고, 천공이 동반된 위궤양까지 발생해 지난해 12월 응급 수술을 받았다. 한씨는 “원래 평소에도 음식을 적게 먹어서 위가 안 좋은 건 아니었는데, 지금은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소화가 안 돼서 위장약을 달고 산다”고 말했다.앞서 인권위는 지난 11일 보건복지부 등 관계 기관에 긴급구제 조치(제도 개선)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중증장애인이 65세에 도달했다는 이유만으로 활동지원 서비스를 축소하는 현 제도는 중증장애인의 기본적인 생리욕구 해결을 불가능하게 하고 노인의 질식사나 욕창, 저체온증 등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불합리한 제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노인 중증장애인의 인권 침해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장단기 개선책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면서 “조만간 단기 개선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복지부가 검토 중인 장기 개선책에는 법률 개정도 포함돼 있지만 입법 사항이므로 국회가 움직여야 한다. 또 65세가 넘은 장애인을 ‘장애인’으로 볼 것이냐, ‘노인’으로 볼 것이냐의 문제도 있다. 중증장애인이 65세가 넘어도 장애인 활동지원급여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면 65세 이후에 중증장애를 갖게 된 노인도 장애인 활동지원급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장애인복지 지출 비중(0.61%)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11%)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험료가 아닌 조세로 운영되는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 예산을 늘리기란 쉽지 않다. 김선우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중증장애인이 65세를 넘었다고 해서 곧바로 활동지원급여를 중단할 것이 아니라 65세가 된 해로부터 2~3년 동안 점진적으로 활동지원급여 이용 시간을 줄여 나가면서 충격을 완화하는 것이 단기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현재 너무 낮은 장기요양급여의 서비스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정부가 조속히 지역사회 통합 돌봄 방안을 마련해 노인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계속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하루 16→4시간만 지원”…65세 생일이 두려운 중증장애인

    “하루 16→4시간만 지원”…65세 생일이 두려운 중증장애인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 올해로 9년째장애인 자신의 삶 결정할 권리 보장만 65세부터 노인…활동지원 종료 위기“저 같은 중증장애인은 활동지원사 없이는 물 한 잔도 못 마셔요. 하루 16시간 동안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다가 갑자기 하루 4시간밖에 안 된다고 하면 어떻게 살라는 건지….” 오는 19일 65번째 생일을 맞는 박선자씨는 다가오는 생일이 전혀 기쁘지 않다. 만 65세가 돼 법적으로 노인으로 분류되면 하루 24시간 중 20시간을 타인의 도움 없이 홀로 버텨야만 하기 때문이다. 당장 낼모레지만 방법도 없다. “이럴 바엔 차라리 죽는 게 낫다”라는 박씨의 말은 그의 간절함을 대변한다. 장애인활동법에 따르면 장애인이 만 65세가 되는 생일 다음달까지만 활동지원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이후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적용되는데 집에 거주하는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장기요양급여 중 하루 최대 4시간으로 제한된 방문요양 지원을 받는다. 지원 범위도 줄어든다. 장애인활동지원은 외출까지 도와주지만 방문요양의 범위는 집 안 일상으로 제한되는 탓이다. 중증장애로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해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가 시행된 지 올해로 9년이 지났다. 4년여간의 시범사업 기간을 거쳐 2011년 10월부터 제도화됐다. 이 제도는 ‘활동지원급여’라는 이름의 서비스로 장애인의 자립과 사회생활을 지원한다. △활동보조(활동지원사가 가정을 방문해 장애인의 신체 활동, 가사일 등을 지원) △방문목욕(활동지원사가 목욕설비를 갖춘 장비를 갖고 가정을 방문해 장애인의 목욕을 지원) △방문간호(간호사, 치위생사, 간호조무사가 가정을 방문해 의사의 지시서에 따라 간호, 진료 보조, 구강위생 확인 등을 함) 등의 서비스가 있다. 만 6세 이상~만 65세 미만 중증장애인에게 신청 자격이 있다. 박씨는 현재 중증지체장애인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인 1967년 10월 산으로 소풍을 갔다가 친구가 등을 밀어 약 3m 높이의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추락 사고 이후로 머리와 허리가 아팠지만 견딜 만했다. 후유증은 뒤늦게 다가 왔다. 50세가 가까워지면서 박씨는 길을 걷다가 갑자기 맥이 탁 풀려 갑자기 넘어지는 일이 많아졌다. 정신은 멀쩡했지만 몸이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박씨를 진료한 대학병원 의사는 “지금까지 걸어다니는 게 기적”이라면서 “목 신경이 이미 70%나 죽어 있다”고 말했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 결과 1번 경추는 이미 탈골돼 있었다. “혼자 물도 못 마시는데…살게 해주세요” 박씨는 48세에 목 수술을 받고 장애 판정을 받았지만 장애는 갈수록 더 심해졌다. 1번에 이어 3~5번 경추에도 이상이 생겼다. 허리 통증도 심해져 6년 전에는 허리 수술도 받았다. 혼자서는 걷지도 서지도 못하는 중증장애인이 된 박씨는 2008년부터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 “활동지원사가 매일 아침 6시에 집으로 와요. 몸이 굳지 않도록 주물러 주고, 씻겨 주고, 청소하고, 식사도 차려 주고, 밥도 먹여 주고, 대소변 처리도 도와주고, 또 한 자세로 오래 있으면 안 되니까 앉았다 일어나는 일도 도와주고…. 부모 형제가 있는 것도, 남편과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활동지원사가 없으면 전 아무것도 못 해요.” 활동지원급여 지원 금액(월 한도액)은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 결과 산출된 종합점수에 따라 1~15구간으로 구분해 산정한다. 1구간에 가까울수록 서비스 이용 가능 시간이 많아지는 구조다. 기초생활수급자는 본인 부담금이 면제고, 차상위계층의 본인 부담금은 정액 2만원이다. 차상위 초과 계층은 소득수준에 따라 월 한도액의 4~10%를 부담한다. 활동지원급여 중 활동보조 서비스는 정부 지원으로 하루 최대 20시간(월 480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 지원에 따라 하루 24시간(월 720시간) 이용도 가능하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의 ‘2019 장애통계연보’에 따르면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은 2014년 6만 4906명에서 2018년 9만 4496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65세가 넘으면 ‘노인’으로 분류돼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가 종료된다.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서도 물론 요양보호사, 간호사 등이 수급자의 가정을 방문하는 △방문요양 △방문목욕 △방문간호 등의 ‘장기요양급여’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시간이 급격히 준다. 방문요양(요양보호사가 가정 등을 방문해 수급자의 신체 활동 및 가사일 등을 지원)의 경우 이용 가능한 시간은 최대 4시간이다. 중증 뇌병변장애인인 한상철(66)씨는 지난해 11월 19일 이래로 만 65세를 넘었다. 나이 때문에 자동으로 장기요양급여 신청 대상자로 전환됐고, 장기요양 등급(1~5등급)에서 가장 높은 1등급(일상생활에서 전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판정을 받았다. 등급 판정을 받은 수급자는 장기요양기관을 선택해 계약을 맺고 본인 부담금을 납부해야 장기요양급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본인 부담금이 면제고, 다른 수급자는 장기요양 등급별로 정부가 지원하는 월 한도액의 15~20%를 부담한다. 만 65세를 넘어도 장기요양등급 판정에서 1~5등급이 아닌 ‘등급 외’ 판정을 받으면 기존의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등급 외 판정을 받는 일은 드물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등급 판정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통틀어서 장기요양급여를 신청한 사람 111만 9838명 중 등급 외 판정을 받은 비율은 13.9%(15만 5915명)다. 한씨는 2007년부터 하루 약 20시간(월 492시간)의 활동보조 서비스를 이용해 왔다. 배우자인 장모(61)씨는 “남편은 아침에 일어나서 목욕하고, 화장실 가고, 밥 먹고, 옷 갈아입고, 외출하는 등 모든 일상생활을 누군가의 지원 없이 혼자서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체·시각장애인인 장씨도 현재 활동지원사의 지원을 받고 있다. 연령 제한으로 더는 활동보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되자 한씨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폐렴 증상이 나타났고, 천공이 동반된 위궤양까지 발생해 지난해 12월 응급 수술을 받았다. 한씨는 “원래 평소에도 음식을 적게 먹어서 위가 안 좋은 건 아니었는데, 지금은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소화가 안 돼서 위장약을 달고 산다”고 말했다. “국회와 정부가 빨리 나섰으면” 앞서 인권위는 만 65세가 되거나 만 65세에 가까워져서 기존의 활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 12명의 긴급구제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11일 보건복지부와 국무총리 소속 사회보장위원회 등 관계기관에 긴급구제 조치(제도 개선)를 권고했다.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는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때 복지부 장관과 협의해야 하고, 복지부 장관과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회보장위원회가 이를 조정한다. 즉 복지부와 사회보장위원회가 협의·조정하지 않으면 정부와 지자체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사회보장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구조다. 인권위는 “중증장애인이 65세에 도달했다는 이유만으로 활동지원 서비스를 (장기요양급여로 전환해) 하루 3~4시간으로 급격히 축소하는 현 제도는 중증장애인의 기본적인 생리욕구 해결을 불가능하게 하고 욕창, 저체온증, 질식사 등 건강권과 생명권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이런 불합리한 제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향후에도 65세가 되는 중증장애인들은 동일한 인권 침해에 계속 노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9일 MBC에서 열린 ‘국민과의 대화’에서 “장애인 활동지원을 받는 분들이 65세가 되면 활동지원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그 문제도 빠른 시일 내에 해법을 찾아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장단기 개선책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면서 “조만간 단기 개선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복지부가 검토 중인 장기 개선책에는 법률 개정도 포함돼 있지만 입법 사항이므로 국회가 움직여야 한다. 또 65세가 넘은 장애인을 ‘장애인’으로 볼 것이냐, ‘노인’으로 볼 것이냐의 문제도 있다. 중증장애인이 65세가 넘어도 장애인 활동지원급여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면 65세 이후에 중증장애를 갖게 된 노인도 장애인 활동지원급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장애인복지 지출 비중(0.61%)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11%)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험료가 아닌 조세로 운영되는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 예산을 늘리기란 쉽지 않다. 김선우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중증장애인이 65세를 넘었다고 해서 곧바로 활동지원급여를 중단할 것이 아니라 65세가 된 해로부터 2~3년 동안 점진적으로 활동지원급여 이용 시간을 줄여 나가면서 충격을 완화하는 것이 단기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현재 너무 낮은 장기요양급여의 서비스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정부가 조속히 지역사회 통합 돌봄 방안을 마련해 노인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계속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덕부심’ 갖춘 여성리더 양성 매진… 덕성의 새로운 100년 열겠다”

    “‘덕부심’ 갖춘 여성리더 양성 매진… 덕성의 새로운 100년 열겠다”

    서울의 진산 북한산 아래 다소곳이 자리잡은 덕성여대. 서울의 여느 대학과 달리 평평한 캠퍼스에 나지막한 학사(學舍)들이 어머니 품처럼 편안하고 포근한 느낌이다. 캠퍼스 입구의 대학본부를 지나 안쪽으로 몇 발짝만 옮기면 나타나는 대운동장도 방문객을 따뜻하게 껴안아 주는 것 같다. 대학 캠퍼스가 이렇게 친숙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까 싶어 연신 사방을 둘러보게 된다. 고개를 들면 북한산의 비경이 두 눈을 가득 채운다. 손에 잡힐 듯한 인수봉, 백운대, 만경대가 덕성의 위상을 말해 주는 듯 우뚝 솟아 있다. 우리나라 여성교육의 주춧돌 역할을 해 온 덕성여대가 올 4월이면 창학 100주년을 맞는다. 독립운동가이자 여성운동가인 차미리사(1879~1955) 여사가 1920년 3·1운동 정신을 이어받아 설립한 조선여자교육회가 모태이다. 외국 자본이나 외국인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온전히 우리 여성의 열정과 노력으로 세운 최초의 여성 교육기관이어서 덕성여대의 100주년은 그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강수경(52) 총장을 만나 덕성여대가 걸어온 100년과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계획을 들었다.-창학 100주년을 축하한다. “덕성여대의 창학 100주년은 우리 민족과 나라에도 큰 의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는 4월 17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100주년 기념식을 시작으로 학술심포지엄, 엠블럼 공모, 차미리사 선생 묘역 정비 등의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는 ‘새로운 100년을 향한 재도약’을 주제로 각종 학술행사, 기념행사, 동문참여행사 등을 펼쳐 나갈 것이다.” -덕성여대만의 특성이나 문화가 있다면. “독립운동가인 차미리사 여사가 여성교육을 위해 설립한 학교인 만큼 여성으로서의 자부심과 강한 비판 의식을 덕성의 ‘학풍’(學風)이라고 할 수 있다. 덕성여대의 자부심이란 뜻인 ‘덕부심’을 자랑스러워한다. 학내에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면 차미리사 여사의 창학이념(살되, 네 생명을 살아라. 생각하되, 네 생각으로 하여라. 알되, 네가 깨달아 알아라)으로 돌아가 문제를 해결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강한 비판 의식은 학교를 100년간 굳건히 지켜 온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학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율이 높고, 민주적이고 투명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기초학문에 대한 관심도와 대내외 평가는. “덕성여대는 1987년 종합대학으로 승격되기 이전부터 인문학과 사회학, 자연과학 등 기초학문에 남다른 관심을 쏟았고, 학문적 업적도 많이 쌓았다. 특히 여대로서는 드물게 약학대학을 비롯해 39개 학과가 개설돼 기초학문에 대한 학생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 왔다고 자부한다. 철학과를 비롯해 국내에 몇 안 되는 미술사학과와 문화인류학과도 개설돼 있을 뿐 아니라 예술대는 동양화와 서양화로 구분해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2005년에는 타 대학들이 법학전문대학원 설립으로 학부과정을 없애는 추세에서도 덕성여대는 법학과를 신설해 법률 기초지식을 갖춘 여성 인재 배출에 기여하고 학문으로서의 법학을 연구하는 기초역량을 길러 주고 있다. 물론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해 전문 법조인이 되려는 학생뿐 아니라 입법관련 기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선택의 폭을 넓혀 주고 있다. 교육부를 비롯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평가 등 외부평가 기관의 평가가 긍정적인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물론 재단의 충실한 재정지원도 한몫하고 있어 덕성의 미래는 아주 밝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앞으로도 계속 여대로 운영할 것인가. “여성교육은 사회 변화의 원동력이다.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다른 대학들이 신입생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는데 덕성여대는 앞으로도 그런 걱정은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섬세함, 모성애, 끈기 등 우리 대한민국 여성만이 갖고 있는 장점들을 충분히 발현시킬 수 있는 여성 교육의 길을 당당하게 걸어갈 것이다.” -미래 100년을 향한 청사진이 있다면. “교육혁신을 통해 덕성여대만이 할 수 있는 여성교육의 길을 끊임없이 만들어 나갈 것이다. 덕성성장지수(DGI)를 개발해 입학에서 졸업, 사회진출 후까지 학교가 지원하고 관리해 학생들의 성장에 밑거름이 되도록 하겠다. 아울러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변화에도 여성이 더 능동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정보통신기술(ICT)과 바이오(BT) 분야를 특성화해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내는 여성 리더들을 양성할 것이다.” -올해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하는데. “올해부터 사회과학대학과 인문과학대학을 글로벌융합대학으로 통합해 신입생을 선발했다. 공과대학과 자연과학대학은 과학기술대학으로 통합해 역시 신입생을 학과 단위가 아닌 대학 단위로 뽑았다. 신입생들에게 다양한 학문을 접할 기회를 부여하고, 올바른 학과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제2 전공을 통해 마음껏 학구열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시도는 국내대학 가운데 처음이라고 하니 변화를 향한 성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총장이 직접 강의를 맡았다는데. “지난해 총장으로 선임된 이후에도 법학 관련 과목 강의를 계속했다. 선배로서, 교수로서, 그리고 총장으로서 학생들에게 귀감(모델)이 되고자 했다. 교직원과 학생 모두에게 총장의 권위보다는 혁신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 학사행정으로 바쁜 게 사실이지만 강의를 통해 학생들과 대화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학기부터는 총장으로서 학사행정에 전념할 생각이다. 대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과의 대화는 계속 이어지도록 하려 한다.” -교직원과 학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고 있는 비결은. “법학과 교수 시절의 헌법, 행정법, 노동법 등의 강의가 학생들의 욕구를 적게나마 채워 줬다고 본다. 학생들이 필요한 시간에 언제든지 나를 만날 수 있도록 연구실을 항상 개방해 뒀다. 후배 학생들과 거리낌없이 언제나 대화할 수 있는 게 개인적으로도 행복했다. 지난해 총장 직선에서 학생 지지율이 무려 98.3%를 기록해 무척 놀랐다. 학교 발전을 열망하는 덕성인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온몸을 전율케 했다. 그때를 회상하며 남은 임기 동안 학생들과 학교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인권 분야에 남다른 관심을 쏟고 있다고. “법학과가 생기면서 ‘인권과 노동법’ 강의가 개설됐고, 노동 관련 문제와 여성인권에 대해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사회에 나갔을 때 여성이라는 지위에서 오는 부당함, 남성 중심의 문화에 대처하는 법률적 지식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했다. 여성인권 침해에 대한 구제 방법과 법률적 조언을 위해 ‘불어라 휘파람’이란 연재물을 교내 신문에 싣기도 했다. 총장 임기 중에 인권을 특성화한 교양교육을 체계화하고, 인권센터를 통해 전문적인 인권활동가를 양성해 덕성여대가 여성 인권교육의 메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역사회 활동에 적극적인 이유는. “국가인권위원회 행정심판위원으로 5년째 활동 중이다. 개인의 신념을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제도나 체제 등이 정비돼 있지 않다. 가령 성소수자, 양심적 병역거부자 등에 대한 인권 보장 등에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우리 대학이 위치한 서울 도봉구에서는 5년 넘게 인권위원장을 맡아 인권조례 제정부터 구민을 위한 인권센터 개소도 이끌어 냈다. 이런 대외 활동이 덕성여대를 여성 인권교육의 메카로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믿고 있다.”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중·고교 6년 동안 매주 시 한 편씩 옮겨 적으며 외웠던 습관이 법학자로 살아온 나 자신에게 많은 힘이 됐다. 덕성여대 학생들은 기본 소양을 갖췄다는 ‘덕부심’이 가득한 만큼 시대변화에도 잘 적응해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글쓰기와 독서 습관을 기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양대학 내 글쓰기센터를 소통역량센터로 확대 개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본교 학생이 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것도 결코 우연의 결과가 아닐 것이다. 우리 학생들은 전공이 무엇이든 덕성을 갖춘 창의적인 지식인, 협력하는 전문인, 실천하는 시민으로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 yidonggu@seoul.co.kr
  • 피임약 먹고 훈련하는 장애인 선수들 “성폭력 피해 도움 청하면 무시당했다”

    피임약 먹고 훈련하는 장애인 선수들 “성폭력 피해 도움 청하면 무시당했다”

    10명 중 2명 “신체·언어적 폭력 경험” “훈련 중 엉덩이 만져” 성추행 피해도“어릴 때 훈련하면서 감독한테 대나무로 수없이 맞았어요. 당시 어린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어요.”(장애인 선수 A씨) “성폭력 피해를 입어 여기저기 도움을 청해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시당했어요.”(여성 장애인 B씨) 장애인 선수 10명 중 2명이 신체적 폭력이나 언어폭력을, 10명 중 1명은 성폭행이나 성희롱 등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13일 ‘장애인 체육선수 인권 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권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지난해 9~10월 장애인 체육선수(중고생, 대학생) 1554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22.2%(354명)가 구타, 얼차려, 욕설, 따돌림 등의 폭력·학대(성폭력 제외)를 경험했다. 가해자(중복 응답)의 절반 이상(51.5%)은 소속팀 감독·코치였고, 선배 선수(31.8%)와 동료·후배 선수(20.8%)도 주된 가해자였다. 응답자의 9.2%(143명)는 성희롱, 강제추행 등 성폭력 피해를 경험했다. 가해자의 91.3%는 남성이었다. 동료·후배 선수가 성폭력 가해자(중복 응답)라는 응답이 40.6%로 가장 높았고, 선배 선수(34.3%), 소속팀 감독·코치(25.2%) 순이었다. 다른 팀 감독·코치(15.4%)가 차지하는 비율도 적지 않았다. 폭력은 훈련장, 경기장, 회식 자리, 합숙소 등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한 장애인 체육선수는 “훈련 중에 코치가 엉덩이를 만지거나 지나가면서 신체를 치고 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성폭력을 당해도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긴 어려웠다. 성폭력 피해자의 절반(50%)은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도, 외부기관에 신고하지도 않았다’고 답했다.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39.4%),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24.2%)가 주된 이유였다. 장애여성 선수들은 생리일까지 미루며 뛰어야 한다. 장애여성 선수의 28.9%는 생리 때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훈련·경기 출전이 어렵다고 말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선수들은 “생리통이 매우 심해 휴식이나 휴가를 요청하면 지도자들이 ‘꾀를 부린다’고 여긴다”, “주로 약(피임약)을 먹고 (생리일을) 미루거나 참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조사를 진행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장애인 선수 지도자의 장애 감수성 및 인권 교육 의무화 ▲장애인체육회 내 인권 상담 인력 및 조사 절차의 독립성 강화 등을 개선 방안으로 제시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도움 청해도 무시”…장애인 선수 10명 중 1명 성폭력 피해

    “도움 청해도 무시”…장애인 선수 10명 중 1명 성폭력 피해

    “어릴 때 훈련 과정에서 감독한테 대나무 막대기로 많이 맞았어요. 당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전혀 없었어요.” (장애인 선수 A씨) “성폭력 피해를 입어서 운동부 안팎으로 도움을 청해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피해 사실을 무시당해요.” (장애인 선수 B씨) 중·고교와 대학을 다니는 장애인 체육선수들이 구타, 욕설, 모욕, 성폭력 등 각종 폭력에 노출돼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장애여성 선수들은 생리 시에도 경기 출전을 강요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애인 체육선수 인권 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인권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지난해 9~10월 장애인 체육선수(중·고교생, 대학생) 1554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22.2%(354명)가 구타, 얼차려, 욕설, 따돌림 등의 폭력·학대(성폭력 제외)를 경험했다. 가해자(중복 응답)의 절반 이상(51.5%)은 소속팀 감독·코치였고, 선배 선수(31.8%)와 동료·후배 선수(20.8%)도 주된 가해자였다. 성폭력 가해자 91%가 남성 응답자의 9.2%(143명)는 성희롱, 강제추행 등 성폭력 피해를 경험했다. 가해자의 91.3%는 남성이었다. 동료·후배 선수가 성폭력 가해자(중복 응답)인 비율(40.6%)이 가장 높았고 선배 선수(34.3%), 소속팀 감독·코치(25.2%) 순이었다. 다른 팀 감독·코치(15.4%)가 차지하는 비율도 적지 않았다. 이런 폭력들은 훈련장, 경기장, 회식, 합숙소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했다. 한 장애인 체육선수는 “훈련 중에 코치가 엉덩이를 만지거나 지나가면서 신체를 치고 가는 등 기분 나쁜 상황들이 종종 벌어진다”고 털어놨다. 이렇게 성폭력을 당해도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긴 어려웠다. 성폭력 피해자의 50.0%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도, 외부기관에 신고하지도 않았다’고 답했다.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39.4%),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24.2%)가 주된 이유였다. 생리 기간에도 훈련 참여, 경기 출전 강요 여기에 장애여성 선수들은 생리일까지 미루며 뛰어야 한다. 장애여성 선수의 28.9%는 생리 때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훈련 참여와 경기 출전이 어렵다고 말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선수들은 “생리통이 매우 심해 휴식이나 휴가를 요청하면 지도자들이 ‘꾀를 부린다’고 여긴다”, “선수가 알아서 참고 관리하라는 분위기다”, “주로 약(피임약)을 먹고 (생리일을) 미루거나 참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장애인 선수 지도자의 장애 감수성 및 인권 교육 의무화 △장애인체육회 내 인권 상담 인력 보강 및 조사 절차의 독립성 강화 등을 개선 방안으로 제시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용변 볼 때도 CCTV로 감시”… 인권위 진정 낸 신창원

    “용변 볼 때도 CCTV로 감시”… 인권위 진정 낸 신창원

    1990년대 희대의 탈옥수라 불린 무기수 신창원(53)씨가 교도소의 과도한 감시가 부당하다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교도소가 신씨에게 한 조치가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12일 신씨를 20년이 넘도록 독방에 수감하고 폐쇄회로(CC)TV로 감시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크게 제한한 행위라며 신씨가 수감된 광주지방교정청 산하 교도소장과 법무부 장관에게 개선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신씨는 1990년 7월 강도치사죄로 무기징역형 확정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됐다. 그러다 1997년 1월 교도소를 탈옥했고, 약 2년 6개월 뒤에 붙잡혔다. 이후 20여년 동안 독방에 수감돼 CCTV를 통한 ‘특별 계호’를 받아 왔다. 신씨는 이런 감시가 부당하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지난해 5월 제출했다. 신씨는 진정서를 통해 “1997년 탈주한 사실이 있고 2011년 자살을 시도한 사실은 있으나 현재까지 징벌 없이 교도소에서 모범적으로 생활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방에 설치된 CCTV를 통해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모습까지 노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교도소는 “장기 수형 생활로 인한 정서적 불안으로 신씨가 언제든 시설의 안전과 질서를 해하는 행위를 할 수 있고, 다시 도주할 우려가 있다”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특별 계호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신씨가 교도소를 탈주하고,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접한 후 자살 시도를 한 것 외에는 현재까지 징벌을 받는 일이 없다”면서 “교도소가 신씨에 대한 특별 계호 지속 여부를 결정할 때 신씨의 인성검사 결과나 수용 생활 태도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등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없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교도소장에게 신씨에 대한 특별 계호 여부를 재검토하고, 법무부 장관에게는 유사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계호의 합리적 기준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화장실에도 CCTV” 공부하는 신창원, 인권위 진정…일부 인정

    “화장실에도 CCTV” 공부하는 신창원, 인권위 진정…일부 인정

    ‘희대의 탈옥수’ 신창원(53)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 12일 인권위에 따르면 신창원은 지난해 인권위에 “독방생활(독거수용)과 CCTV 감시(전자영상장비계호)가 계속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진정을 냈다. 신창원은 “1997년 도주, 2011년 자살 기도를 한 사실은 있으나 시간이 많이 흘렀다”며 “이후 현재까지 징벌 없이 모범적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권위는 면담 등을 통한 조사 끝에 독방생활이 과도하다고 판단해 광주교도소에 독방생활과 CCTV 감시를 재검토하라고 권고했다. 신창원은 일반 독방생활과 다른 ‘계호상 독거수용’ 중이다. 일반적으로 독거수용은 주간에는 다른 수감자와 공동생활을 하고 휴업일과 야간에만 혼자 생활한다. 하지만 신창원은 항상 혼자 있고,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다른 수감자와의 접촉도 금지된다. 또 일거수일투족이 독방 내 설치된 CCTV를 통해 감시된다.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모습도 노출된다. 인권위는 “신창원은 1997년 탈주로 인한 징벌 외에 현재까지 어떤 징벌도 받은 적이 없고, 아버지 사망 소식을 듣고 자살 시도를 했으나 이후로는 교정사고 없이 수용 생활 중”이라며 “20년이 넘도록 독거 수용 등을 한 것은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크게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창원은 지난 1989년 서울에서 고향 선후배와 모의해 슈퍼마켓·금은방 등에서 강도 행각을 벌였다. 범행 도중 공범이 피해자를 살해했다. 체포된 신창원은 도주했지만 다시 잡혀 ‘강도살인치사죄’로 무기 징역을 받았다. 지난 1997년에는 복역 중 4개월간에 걸쳐 실톱으로 쇠창살을 그어 낸 구멍으로 탈옥에 성공했다. 이후 5차례에 걸쳐 경찰 검거망을 벗어나며 2년 6개월간의 탈옥 행각을 이어갔다. 신창원은 2년 6개월간 4만여㎞를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검거 당시 전북 익산의 한 카페 종업원과 동거하고 있었다. 신창원 검거에 동원된 경찰 인력만 모두 97만명. 이후 그는 한 통의 신고 전화로 검거됐다. 재검거 이후 22년 6개월 형을 추가로 선고받은 신창원은 2011년 자신의 독방에서 자살 기도를 하고 중태에 빠지기도 했다. 신창원은 자신의 편지를 교도소 측이 발송하지 않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내기도 해 다시 한번 화제를 모았다. 모범적인 수형생활로 일반경비시설인 경북 북부 제1교도소에서 생활해 왔다. 현재 학사 학위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단독] 인권위 “수술실 CCTV 의무화”…국회에 입법 권고

    [단독] 인권위 “수술실 CCTV 의무화”…국회에 입법 권고

    “의료진 권리보다 환자 안전 공익 중요 대리수술·성범죄 등 방지 유용한 측면보안 위해 촬영은 CCTV 한정 보완을” 향후 국회의장에게 표명하기로 결정 국가인권위원회가 부정 의료행위 방지와 환자 보호를 위해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의사면허가 없는 사람의 대리수술, 마취 환자에 대한 성범죄 문제 등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의료진의 권리 침해 우려보다 환자의 안전이라는 공익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11일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는 전날 위원장과 상임·비상임위원이 모두 참석하는 전원위원회(전원위)를 열고 ‘수술실에 CCTV 설치·운영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의견을 향후 국회의장에게 표명하기로 결정했다. 인권위가 검토한 법률 개정안은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5월 대표 발의한 의료법 일부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의료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큰 수술 등을 할 때는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영상정보처리기기로 촬영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 환자나 보호자의 요청이 있으면 수술 등 의료행위를 하는 장면을 영상정보처리기기로 촬영해야 하고, 의료기관의 장이나 의료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했다. 앞서 대한비뇨의학과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등 9개 외과계학회는 의료진의 인권 침해, 의사의 집중력 저하 및 위험한 수술 회피로 인한 수술의 질 저하 등을 언급하며 지난해 5월 30일 ‘수술실 CCTV 설치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도 지난해 5월 20일 성명을 통해 “보건의료 노동자와 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반인권적인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의료사고 피해자 및 가족 등은 수술실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밖에서 알기 어렵고, 수술실에 CCTV가 설치되면 오히려 의사가 최선을 다해 환자를 돌볼 것이라며 수술실 CCTV 설치에 찬성했다. 개정안을 검토한 인권위 사무처는 “수술실에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사무처는 “수술실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 의무화는 의료사고에 대한 입증, 의사면허가 없는 자의 대리수술 등 부정 의료행위 방지 등을 위해 유용한 수단임을 부정하기 어렵다”면서 “수술실 안에서의 상황을 명확히 기록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확인하는 데 유용한 측면이 있다. 이를 대체할 다른 보완적 방안을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환자의 안전 등 공익 달성을 위해 의료진의 기본권을 보다 덜 제약하는 다른 수단이 마땅히 확인되지 않는다”며 “의료진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 권리가 환자의 안전 등 사회 공익보다 더 중요하다고 단언할 만한 마땅한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전원위에 참석한 인권위원 9명(위원장 포함) 가운데 7명이 수술실 CCTV 설치에 찬성했다. 다만 네트워크 카메라는 보안에 취약해 촬영한 영상이 밖으로 유출될 위험이 있으므로 수술실에 설치하는 영상정보처리기기를 CCTV로만 한정하는 것으로 개정안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기간제 교사에 기피 업무 떠넘기기 금지된다

    기간제 교사에 기피 업무 떠넘기기 금지된다

    교육부, 17개 시도교육청에 개선 권장 퇴직교사 채용 시 14호봉 제한도 완화올해부터 학교에서 기간제교원에게 담임이나 학교폭력 전담 등 ‘기피 업무’를 떠넘기는 관행이 개선된다. 퇴직한 정규교원이 기간제교원으로 채용된 경우 호봉을 ‘14호봉’까지만 인정하는 제한도 완화된다. 교육부는 11일 “기간제교원에게 책임이 무거운 감독 업무를 하는 보직이나 담임을 맡기지 말고 정규교원과 비교해 불리하게 업무를 배정하지 말 것을 17개 시도교육청에 권장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교육청은 올해 ‘계약제교원 운영지침’에 “보직교사의 임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정규교원에 비해 불리하게 업무를 배정하지 않도록 권장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담임은 정규교원이 맡는 게 원칙이나 불가피한 경우 최소 2년 이상의 교육 경력을 가지고 1년 이상 계약된 기간제교원이 본인이 희망하면 맡을 수 있도록 했다. ‘교단의 비정규직’인 기간제교원은 담임이나 생활지도부장 등 기피 업무를 떠맡는 경우가 많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기간제교원 4만 9977명 중 49%가 담임을 맡고 있었다. 퇴직 교사가 기간제교사로 채용되면 호봉이 14호봉까지만 인정되는 규정도 일부 완화된다. 퇴직 교사가 교원연금을 받으면서 높은 호봉까지 챙기는 ‘이중 혜택’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지만 연금 수령 시기가 되지 않은 교원들까지 일괄적으로 호봉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교육부는 “퇴직자 중 이중 혜택의 가능성이 없는 사람이 기간제교원으로 임용된 경우 14호봉 제한을 해제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기간제교원의 봉급 지급에 관한 예규’ 제정안을 지난 3일 행정예고했으며 서울교육청도 올해 계약제교원 운영지침에 이 같은 규정을 마련했다. 서울교육청은 그 밖에 기간제교원에게도 정규교원과 마찬가지로 육아휴직과 유산·사산휴가, 임신검진휴가를 주고, 교권 침해 피해나 교육 활동 중 사고를 당했을 때 정규교원과 동등한 법률 조력 등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文 “피해자 중심주의는 국제원칙” 日언론에 이례적 반박

    文 “피해자 중심주의는 국제원칙” 日언론에 이례적 반박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문 대통령이 과거 강제징용 피해자를 변호한 경험 때문에 피해자 중심주의를 고수한다’는 취지의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 “피해자 중심주의는 소송대리인 경험이나 대한민국의 입장과 상관이 없는 국제사회의 원칙”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보도를 접한 뒤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대리인을 한 걸 요미우리신문이 문제 삼지만) 나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소송대리인 프레임을 걸 수는 있겠으나, 피해자 중심주의는 유엔 인권위원회 등에서 확립된 원칙”이라고 말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도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하지 않아 국민 동의를 구하지 못한 것”이라며 “해법을 모색하는 것 역시 피해자 동의가 가장 큰 원칙”이라고도 거듭 밝혔다. 일본 보수 언론 보도에 대해 청와대 대변인이 아닌 대통령이 반응한 것은 이례적이다.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정부 기조가 문 대통령의 개인적 경험 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원칙적 대응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요미우리신문은 ‘한일의 현장, 문 대통령의 실상’이라는 기사에서 문 대통령이 대표로 있던 부산종합법률사무소가 강제징용 피해자를 변호한 일이 한국의 피해자 중심주의의 배경이 됐다고 주장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인권위 “65세 이상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중단 말라” 권고

    인권위 “65세 이상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중단 말라” 권고

    중증장애인 만 65세 넘으면 기존 활동지원 중단활동지원 하루 최대 22시간→3~4시간으로 축소“중증장애인 건강권과 생명권에 심각한 피해”보건복지부에 서비스 중단 없는 긴급 대책 권고 국가인권위원회가 하루 최대 22시간까지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중증장애인이 만 65세 이상이 되면 하루 최대 3~4시간밖에 서비스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현행 제도를 개선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난 10일 위원장과 상임·비상임위원이 모두 참석하는 전원위원회를 열고 만 65세가 되거나 만 65세에 가까워져서 기존 활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 12명의 긴급구제 요청을 받아들여 복지부에 긴급 정책 권고를 했다고 11일 밝혔다. 현행 제도는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던 중증장애인이 만 65세 이상이 되면 당사자의 장애 정도, 의사와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노인장기요양 대상으로 전환해 이용 가능한 활동지원 서비스를 하루 최대 3~4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앞서 중증장애인 12명은 기존에 이용 중인 활동지원 서비스가 중단되면 기본적인 일상 생활을 전혀 유지할 수 없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심각한 상황에 처한다면서 인권위에 긴급구제를 요청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피해자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고,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식사를 하고, 외출을 하는 등의 모든 일상 생활을 누군가의 지원 없이 혼자서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지체 또는 뇌병변 중증장애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인권위는 “중증장애인이 만 65세에 도달했다는 이유만으로 하루에 최대 22시간까지 지원받던 활동지원 서비스를 3~4시간으로 급격히 축소하는 현 제도는 중증장애인의 기본적인 생리욕구 해결을 불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욕창, 저체온증, 질식사 등 건강권과 생명권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나아가 시설 입소를 강요해 장애인의 자립 생활을 현저히 저해한다”고 밝혔다. 이어 인권위는 “이런 불합리한 제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향후에도 만 65세가 되는 중증장애인들은 계속해서 동일한 인권 침해에 노출될 것”이라면서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의무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복지부와 사회보장위원회에도 관련 법 개정 전이라도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65세 이상 중증장애인에게 활동지원 서비스 신청 자격을 부여하는 단서 조항 마련 등 조속한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긴급 정책 권고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해 9월에도 중증장애인 3명에 대해 긴급구제를 결정했다. 지난해 7월에는 ‘만 65세가 되는 중증장애인이 활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불이익이 없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국회의장에게 표명했다. 또 지난 2016년 10월에는 ‘장애인 활동지원 수급자인 장애인의 경우 만 65세가 되면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와 노인장기요양보험 중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하라’고 복지부에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재정 부담이 크다는 등의 이유로 인권위 권고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단독] 인권위 “수술실 CCTV 설치 필요”…국회에 의견 표명키로

    [단독] 인권위 “수술실 CCTV 설치 필요”…국회에 의견 표명키로

    전원위 참석 위원 9명 중 7명 설치 찬성“영상 유출 우려…장비는 CCTV로 한정”“의료진 권리보다 환자 안전이 더 중요” 수술실에 폐쇄회로(CC)TV 등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수술실 안에서의 부정 의료행위 방지 등을 위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국회에 표명하기로 했다. 다만 영상 유출 피해를 막기 위해 수술실 촬영은 CCTV로만 한정하는 내용으로 법률 개정안을 보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1일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는 전날 전원위원회(전원위)를 열어 이런 내용의 의견을 향후 국회의장에게 표명하기로 결정했다. 인권위가 검토한 법률 개정안은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5월 대표 발의한 의료법 일부 개정안이다. 이 개정안은 의료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은 수술 등을 할 때는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영상정보처리기기로 촬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도 수술 등 의료행위를 하는 장면을 영상정보처리기기로 촬영해야 하고, 이 경우 의료기관의 장이나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동안 인권위는 사회복지시설, 정신보건시설 등 특정 시설과 장소에 공익 보호 목적으로 CCTV 설치·운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촬영 대상자의 사생활 침해를 방지하고 필요한 목적과 범위에 한해 최소한으로 설치·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앞서 대한비뇨의학과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성형외과학회 등 9개 외과계학회는 의료진의 인권 침해, 의사의 집중력 저하, 위험한 수술 회피로 인한 수술의 질 저하 등을 이유로 지난해 5월 수술실 CCTV 설치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의료사고 피해자 및 가족 등은 수술실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외부에서 알기 어렵고, 수술실에 CCTV가 설치되면 오히려 의사가 최선을 다해서 환자를 돌볼 것이라며 수술실 CCTV 설치에 찬성했다. 개정안을 검토한 인권위 사무처는 전날 전원위에 출석해 “수술실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 의무화는 수술 의료사고에 대한 입증, 의사면허가 없는 자의 대리수술 등 부정 의료행위 방지 등을 위해 유용한 수단임을 부정하기 어렵다”면서 “수술실 안에서의 상황을 명확히 기록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확인하는 데 유용한 측면이 있다. 이를 대체할 다른 보완적 방안을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환자의 안전 등 공익 달성을 위해 의료진의 기본권을 보다 덜 제약하는 다른 수단이 마땅히 확인되지 않는다”면서 “의료진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의 권리가 환자의 안전 등 사회 공익보다 더 중요하다고 단언할 만한 마땅한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전원위에 참석한 인권위원 9명(위원장 포함) 중 7명이 수술실 안에서의 부정 의료행위 방지를 위한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에 찬성했다. 다만 네트워크 카메라는 상대적으로 보안에 취약해 촬영한 영상이 밖으로 유출될 위험이 있으므로 수술실 촬영을 위한 영상정보처리기기는 CCTV로만 한정하는 것으로 법률 개정안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국회에 표명하기로 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성전환 군인’ 변희수, 법적으로도 여성…법원, 성별 정정 허가

    ‘성전환 군인’ 변희수, 법적으로도 여성…법원, 성별 정정 허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했다는 이유로 군에서 전역 조치된 변희수(22)씨가 법원에서 정식으로 여성으로 성별 정정됐다. 군인권센터는 성전환 수술을 받은 전직 하사 변희수씨가 청주지법에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정정하는 것을 허가받았다고 10일 밝혔다. 이로써 변희수씨는 법적으로도 ‘여성’이 됐다. 변희수씨는 지난해 12월 29일 법원에 가족관계등록부 특정등록사항란 성별 표기 정정 신청을 제기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법원은 결정문에서 변희수씨의 성장 과정, 호르몬 치료와 수술을 받게 된 과정, 수술 결과의 비가역성, 어린 시절부터 군인이 되고 싶어했던 점, 앞으로도 계속 복무하기를 희망하는 점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변희수씨는 지난달 22일 육군으로부터 성기 결손 등을 이유로 전역 대상자로 분류돼 전역 조치됐다. 변희수씨는 군의 결정에 불복해 군 복귀를 위한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다. 군인권센터는 “성별 정정 절차를 마친 변희수 하사가 여군으로 복무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국방부가 혐오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떠한 논리를 펴게 될지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는 모든 시민들과 함께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육군의 전역심사위원회를 앞두고 변희수씨를 남성으로 규정하여 심신장애로 전역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심사위 연기를 권고하는 긴급구제를 결정했지만 군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전역 조치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신입생, 에어팟 안 빼?”… ‘똥군기’는 안 변했다

    “신입생, 에어팟 안 빼?”… ‘똥군기’는 안 변했다

    ‘동아리 활동 금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프로필에 여행 사진 금지, 선배 없이 새내기 3명 이상 학교 근처에서 음주 금지.’ 최근 한 대학 간호학과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단톡방)에 올라온 ‘20학번 신입생 공지 사항’이다. 간호학과 재학생들은 인사법, 생활준칙, 징계 규정을 만들어 신입생에게 강요했다. 무려 10가지에 이르는 금지 사항에는 개인 SNS 활동까지 제약하는 내용까지 담겨 논란이 됐다. 선배라는 이유만으로 새내기를 억압하는 학내 ‘군기문화’는 수십 년째 문제로 지적됐다. 매년 입학 시즌이면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선배가 후배에게 예전 군대식 화법인 ‘다나까 말투’를 강요하고 심한 가혹행위를 한다며 폭로 글이 게시된다. 한편에서는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인 군기문화를 고치자는 자발적인 움직임도 나타나 주목을 받는다.●10년 전 군기문화 아직도… 목숨 잃기도 인사와 술을 강요하고, 복장까지 규정하는 대학 내 군기문화의 병폐는 사회적인 문제였다. 피해 학생이 목숨을 잃는 사건도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10년 전인 2010년 동국대 경찰행정학과에서 군기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일부 학생들이 후배들을 집단 구타한 사건이 일어나 사회적 공분을 샀다. 당시 3학년 선배가 2학년들을 마구 폭행했다. 후배들이 유도 승단 심사에 불참해 심사가 연기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들은 “아르바이트, 시험 준비 등 개인적인 사유로 승단 심사에 불참하는 것은 잘못”이라면서 후배들의 허벅지를 각목으로 때리고 세 시간 동안 ‘얼차려’를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후배들은 폭행을 당하면서도 선배들에게 “감사합니다”라고 외쳐야 했다. 충북의 한 대학에서는 2010년 4월 선배의 술 강요로 1학년 여학생 한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당시 새내기 A씨는 중간고사를 마치고 집에 가던 길에 “인사를 안 한다”는 이유로 선배 4명에게 불려 갔다. 이들은 소주를 종이컵에 가득 채운 뒤 연속 3잔을 비울 것을 강요했다. A씨는 처음엔 못 먹겠다며 버텼지만 강권에 못 이겨 술을 마셨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가해 학생들은 쓰러진 A씨를 병원으로 옮기지 않았고, 그는 자취방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인사와 술을 강요하는 대학 내 군기문화는 시간이 흐르며 모자 착용이나 화장 금지 등 복장 규율로 확대됐다. 최근에는 선배 앞에서는 에어팟(무선 이어폰)을 끼지 말라고 강요하기도 한다. 지난해 경상대 체육교육과에서는 1학년이 깔때기 모양으로 잘린 페트병을 입에 물고 선배가 그 위로 막걸리를 들이붓는 모습이 폭로돼 논란이 일었다. 신입생들은 ‘다나까 말투’를 강요받고, 얼차려와 단체 오리걸음도 피할 수 없었다. 또 다른 대학 체육학과에서는 1학년에게 슬리퍼와 모자 착용, 에어팟 사용을 금지하고 술을 마실 때도 선배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고발이 나왔다. 지난해 건국대에는 학내 방송국 선배들이 비하 표현이 들어간 노래와 장기자랑을 강요하고 인격 모독성 발언을 일삼는다는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대학생 절반이 학내 ‘인권침해’ 경험 ‘내부 질서’, ‘단체생활’, ‘팀워크’라는 명목으로 반복되는 군기문화는 개인보다 조직의 논리를 우선하고, 억압을 통해 선배의 권위를 찾으려는 분위기가 남아 있는 공간일수록 심하다. 체육학과나 간호학과가 대표적이다. 앞서 간호학과 같은 경우 규정을 지키지 못하면 선배들에게 징계도 받는다. 개인 경고 3회를 받은 개인은 ‘일시이탈자’, 5회가 누적된 개인은 ‘영구이탈자’가 된다. 이탈자는 과 내부 행사에 참여할 수 없고 과 학생들과 대화나 인사를 나눌 수도 없다. 기수 열외, 집단따돌림을 연상하게 하는 대목이다. 학번 경고가 10회 누적되면 선배들의 전원 통과가 떨어질 때까지 춤을 춰야 한다. 선배에게 폭언을 듣거나 폭행을 당하고 학번 전체가 집합하는 예도 부지기수다. 지난해 3월 한 대학 항공운항과에서는 신입생이 선배가 정한 복장 규정을 어긴 모습이 발각되면 2학년 선배가 몰래 사진을 찍어 단톡방에 유포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학 내 군기문화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 3일 발표한 ‘대학 내 폭력 및 인권침해 실태 및 개선 방안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면 지난해 대학생과 대학원생 190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인권침해 피해를 한 번 이상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의 46.4%였다. 주된 가해자는 선배(41.6%)였다. 학생들은 사생활 통제와 강요, 집단따돌림 등 ‘친밀성·공동체’ 영역의 인권 침해를 가장 많이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는 오랫동안 공적 영역을 넘어 사적 영역까지 지배하는 것이 권위로 여겨졌다”면서 “아랫사람이 사적 영역에서도 윗사람에게 지배당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그렇게 해야 조직적으로 연대가 강해진다는 구시대적 사고가 군기문화를 불렀다”고 말했다. ●술·장기자랑 강요 등 악습 철폐 선언 이런 문제가 계속 반복되면서 학생들 스스로 바꿔 나가겠다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2018년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대학생 1028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9.6%가 대학 군기문화에 대해 “어떤 이유에서든 사라져야 마땅하다”고 답했다. 일부 대학에선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음주·장기자랑 강요 등 악습을 철폐하자는 캠페인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총학생회는 학생들에게 직접 보완점을 듣고 캠페인을 바꿔 나가기도 한다. 서울대에서는 총학생회 산하기구인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학소위)가 매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 기간이면 ‘새맞이 악습 프리 선언’을 진행한다. 새맞이는 신입생과 선배들이 처음 만나 대학 공동체를 소개하고 새내기들이 공동체에 적응하는 기간을 말한다. ‘새맞이 악습 프리 선언’은 새내기 행사를 운영하는 서울대 각 단과대학 학생회가 행사, 음주 강요를 지양하고 인권침해 표현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캠페인이다. 서울대 학소위는 2017년부터 ‘새맞이 장기자랑 강요 프리 선언’을 진행했는데, 장기자랑 강요 외에도 술 강권 등도 없어지면 좋겠다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올해부터 전반적인 새맞이 악습을 철폐하자는 선언을 시작했다. 위원장을 맡은 조성지씨는 “(캠페인 실시 후) 신입생과 선배들의 위계질서까지 없어지는 느낌을 받았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고 했다. 숭실대 총학생회는 지난해부터 ‘술 강권 금지 팔찌’를 만들어 신입생 새터(OT)에 도입했다. 술자리에서 자신의 주량에 맞는 색깔의 팔찌를 차고 있으면, 술을 강권하는 게 아니라 해당 수준에 맞게 적당히 권하자는 뜻이다. 노란색은 ‘술을 마시지 못한다’, 분홍색은 ‘적당히 마시겠다’, 검정색은 ‘충분히 마실 수 있다’를 의미한다. 총학생회는 팔찌에 이어 올해 ‘술 스티커’로 발전시켰다. 오종운 총학생회장은 “지난해 팔찌를 도입해 보니 주량의 많고 적은 기준이 사람마다 달라 아쉽다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올해부터는 1병, 2병 등 주량을 정량화한 스티커를 만들어 부착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신입생들은 여러 선배가 함께하는 행사에서 직접적으로 의사 표현을 하기 어렵다”면서 “팔찌나 스티커로 조금이나마 더 자유롭게 본인의 뜻을 드러내고, 원하는 만큼만 술을 마시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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