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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원 사망사건 처리하다 자살… 법원 “업무상 재해”

    부하 직원들이 싸우다 사망한 사건을 처리하던 상급자가 정신적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업무상 재해가 맞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김정중)는 회사원 신모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신씨는 2014년 9월 30일 직원들과 중국 출장을 갔다. 저녁식사 후 신씨가 숙소로 돌아간 뒤 남아 있던 직원들이 노래방으로 옮겼다가 몸싸움이 나 한 명이 사망하고 다른 한 명은 구속됐다. 신씨가 회사에 이를 보고하자 회사 대표는 보안을 유지하며 잘 조치할 것을 지시했고, 업무 처리를 마친 신씨는 예정보다 하루 앞선 10월 11일 귀국했다. 귀국 직후 ‘급성 스트레스 반응’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신씨는 2주쯤 후 약을 과다 복용해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11월 10일 징계인사위원회를 열어 신씨가 관련 기관의 조사 협조 요청을 무시하고 임의로 귀국해 회사 이미지를 실추했고, 책임관리자로서 출장자들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했다며 그를 해고했다. 결국 신씨는 일주일 뒤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들은 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거부당하자 법원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신씨는 사고와 이에 대한 회사의 무리한 업무 지시, 징계해고 등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을 정도의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면서 “자살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유서에 회사에 대한 원망이 기재돼 있는 점 등을 보면 업무가 자살 충동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갑상선 기능저하가 난임, 불임 원인?

    갑상선 기능저하가 난임, 불임 원인?

    최근 불임이나 난임 부부들이 자주 눈에 띈다. 불임과 난임의 원인이 늦어진 결혼연령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미국 연구진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임이 갑상선 기능 저하 때문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미국 하버드대 의대 푸네 프라젤리 박사팀은 일반적인 신체기능은 정상인 부부에게서 나타나기도 하는 원인불명의 난임은 갑상선 기능저하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미국 내분비학회에서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임상내분비학과 대사’ 19일자에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15~44세의 가임기 여성 중 10%가 난임에 시달리고 있고 이 중 10~30%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2000~2012년 하버드의대 부설 연구치료기관인 ‘파트너 헬스케어 시스템’에서 불임 진단을 받은 18~39세의 여성 239명의 의료기록을 분석했다. 이들 모두 생리주기와 임신능력이 정상이었지만 187명은 원인불명 난임, 52명은 정자 부족과 같은 배우자에게 원인이 있는 불임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원인불명 난임 그룹의 경우 갑상선 자극 호르몬(TSH)이 갑상선 기능 저하를 의심하게 하는 수준인 2.5㎖U/L을 넘는 경우가 27%로 이유 있는 불임 그룹의 13.5%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TSH는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필요할 경우 갑상선에 호르몬 분비를 늘리라는 명령을 내린다. TSH 수치가 높다는 것은 갑상선 기능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TSH 2.5는 갑상선 기능 저하 초기 단계로 분류되고 4.5~5 수준에 이르면 갑상선 기능 저하로 진단되고 있다. 프라젤리 박사는 “이번 연구는 난임과 TSH 수치 사이에 연관이 있다는 것일 뿐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보충제를 통해 갑상선 호르몬 조절을 할 경우 난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 “백남기씨 사망 때 현장 지휘 책임자는 차장”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 “백남기씨 사망 때 현장 지휘 책임자는 차장”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경찰이 살수차로 고 백남기 농민을 직사살수해 사망에 이르게 한 일에 있어 지휘·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이, 변호인을 통해 자신은 현장 총괄 책임자가 아니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구 전 청장의 변호인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김상동)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당시 현장 지휘 총괄 책임자는 서울경찰청 차장”이라면서 “직사 살수나 안전요원 추가 배치 등의 문제는 현장을 전체적으로 총괄하는 차장이 판단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인은 또 “백남기 농민의 사망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당시 지방경찰청 상황지휘센터에서는 백남기 농민이 밧줄을 잡아당기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면서 “현장을 책임진 차장이나 경비1과장 등도 이런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하는데, 사망 예견 가능성을 이유로 피고인에게 과실치사 책임을 묻는 건 부당하다”고도 말했다. 또 다른 변호인도 “피고인은 현장과 떨어진 상황실에서 보고를 받고 살수차 배치 등을 승인했을 뿐”이라면서 “피고인의 승인 행위와 피해자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변호인 측은 지난달 6일 열린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도 “검찰은 구 전 청장을 총괄 책임자라고 하는데 상당히 추상적”이라면서 “검찰이 지휘관에게 무한 책임을 지우고 있다. 차장이나 기동본부장을 제외한 청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현장의 가장 가까운 책임 단계를 두 단계나 건너뛴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 5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고 이후 재판부터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가기로 했다. 정식 재판이 시작되면 효율적인 심리 진행을 위해 우선 고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던 현장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을 살펴보기로 했다. 앞서 검찰은 구 전 청장과 신윤균 전 서울경찰청 4기동단장에게 살수차 운용과 관련해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며 재판에 넘겼다. 또 당시 살수요원이던 한모·최모 경장은 살수차 운용 지침을 위반해 직사 살수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보고 함께 기소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양치하면 식도암 위험 1/5로 뚝”(연구)

    “양치하면 식도암 위험 1/5로 뚝”(연구)

    이를 닦으면 식도암 위험을 5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대 연구진이 미국인 약 12만2000명을 10년간 추적 조사해 위와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미국 암연구회(AACR) 학술지 ‘암 연구’(Cancer Research) 최신호(12월호)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2건의 대규모 코호트 조사연구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 동안 106명에게 식도암이 생겼다. 그 결과, 잇몸병과 연관성이 있는 어떤 세균들의 수치가 높으면 식도암 발병 위험 증가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그 차이는 21%까지 증가했다. 즉 세균의 번식을 막기 위해 양치를 하면 식도암 위험을 약 5분의 1까지 줄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잇몸 병원균인 타네렐라 포르시시아(Tannerella foreythia)와 포르피로모나스 긴기발리스(porphyromonas gingivalis)는 각각 식도선암, 식도편평상피암과 상관관계가 있었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는 나이세리아속균(Neisseria)이나 폐렴구균(Streptococcus pneumoniae)이 감소하면 식도선암의 위험이 감소하는 것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세균들에 의한 카로티노이드의 생합성이 증가하면 식도선암 예방과 관련이 있다는 것도 이번 연구에서 확인됐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번 연구가 어떤 세균이나 잇몸병이 식도암 위험 증가와 인과관계가 있다는 게 밝혀진 것은 아니다. 식도암은 전 세계에서 8번째로 흔한 암이자 암으로 인한 사망 원인 중 6번째로 위험한 암이다. 그렇지만 식도암은 이미 진행된 단계인 3~4기에 이를 때까지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완치를 의미하는 5년 생존율은 15~25%밖에 되지 않는다. 연구를 이끈 안지영 뉴욕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구강 내 미생물의 역할에 대해 더 많이 알면 식도암을 막거나 적어도 초기 단계에서 진단하는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결과는 잇몸병과 다른 합병증을 막기 위해 하루에 두 번 이상 양치하고 정기적인 치과 검진을 받는 등 구강 위생을 유지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사진=ⓒ Konstantin Yuganov / Fotolia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40대 전 조기 탈모·흰머리, 심장병 위험 커”(연구)

    “40대 전 조기 탈모·흰머리, 심장병 위험 커”(연구)

    40대 전에 조기 탈모나 흰머리가 생긴 남성은 심장병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도 구자랏의대 심장전문병원 연구진이 40세 이하 남성 206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위와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30일 인도 콜카타에서 열린 제69회 인도심장학회(CSI) 연례학술회의에서 발표했다. 연구진은 관상동맥질환을 앓고 있는 남성 환자 790명과 같은 연령대의 건강한 남성 1270명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40대 전에 조기 탈모나 흰머리가 생긴 남성들은 건강한 이들보다 심장 문제를 앓을 가능성이 5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비만일 경우 조기에 심장 질환에 걸릴 위험은 4배 높았다. 즉 탈모나 흰머리가 비만보다 심장 문제의 더 큰 위험 요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이번 결과는 조기 탈모와 흰머리가 신체의 노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적신호일 수 있다”면서 “어떤 사람들은 생물학적인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많다”고 말했다. 조기 노화는 DNA가 약해지면서 신체의 세포들이 손상돼 발생한다. 이런 과정에서 심장에 무리가 갈 뿐만 아니라 모낭에 영향을 줘 탈모나 흰머리가 생길 수 있다. 연구를 이끈 사친 파틸 박사는 “젊은 남성들에게서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기존 위험 요인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면서 “조기 탈모나 흰머리는 실제 나이와 무관하게 혈관 나이와 상관관계가 있어 관상동맥질환의 위험 요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알런 휴스 교수는 “흰머리와 심장질환 위험 사이의 연관성은 이전에도 관찰됐지만, 아직 인과관계가 입증되지는 않았다”면서 “그런데도 흰머리는 멜라닌 세포 줄기세포의 재생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므로 사람들은 노화와 관련한 DNA 손상의 지표가 될 수 있다고 추측한다”고 말했다. 또한 “모낭은 테스토스테론 등 남성 호르몬의 표적이므로 조기 남성형 탈모는 심장질환 위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남성 호르몬 반응의 차이를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Petrik / Fotolia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마흔 전에 머리 세거나 탈모 심해지면 심장병?

    마흔 전에 머리 세거나 탈모 심해지면 심장병?

    남성들이 중년이 되면 20~30대 때와는 달리 아침마다 뭉텅 뭉텅 빠지는 머리카락을 보며 대머리가 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커진다.그런데 마흔 전에 머리가 하얗게 세거나 대머리가 나타나면 심장병의 전조증상일 수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도 심장병 연구센터 카말 샤르마 박사팀은 관상동맥 질환이 있는 40세 이하 남성 790명과 같은 연령대 건강한 남성 12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지난달 인도 콜카타에서 열린 ‘제69차 인도 심장병학회 연례회의’에서 발표됐다. 연구진은 탈모나 새치의 정도와 함께 관상동맥 조영술, 심장 초음파, 심전도, 혈액검사를 통한 심장 건강평가를 한 뒤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남성형 탈모는 관상동맥 질환 위험을 5.6배, 센 머리는 5.3배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고, 비만은 관상동맥 질환 위험을 4배 높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관상동맥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절반에 가까운 49%가 대머리였던데 반해 정상인들은 27%만 대머리였다. 또 관상동맥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절반인 50%가 머리가 하얗게 센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마흔 이전에 센 머리와 남성형 탈모가 나타나는 것은 실제 연령과는 무관한 혈관의 생물학적 나이와 연관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혈관이 노화되기 때문에 관상동맥 질환을 쉽게 유발시킨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 대해 다수의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결과가 실제로 일반적인 현상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여러 인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며 “그 전까지는 연관성이 있다는 정도이지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맥도날드 햄버거용 패티 공급 협력업체 직원 3명 영장 청구

    햄버거 패티와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일명 햄버거병)의 연관 관계를 수사 중인 검찰이 맥도날드에 햄버거용 패티를 공급해 온 협력업체 직원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이른바 ‘햄버거병’을 일으키는 장출혈성 대장균에 패티가 오염됐을 가능성을 알면서도 안전성 확인 없이 패티를 유통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박종근)는 30일 한국맥도날드에 패티를 납품하는 M사의 실운영자인 S(57)씨와 공장장 H(41)씨, 품질관리과장 J(38)씨에 대해 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 10월 한국맥도날드 서울사무소와 맥도날드의 원자재 납품업체, 유통업체 등 4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햄버거 세트를 먹고 HUS에 걸린 피해자들이 섭취한 패티를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하자 유통된 패티와 햄버거병 사이 인과관계를 밝히는 데 집중해 왔다. 지난 7월 A(5)양 등 5명의 피해 아동이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HUS나 장 질환에 걸렸다며 맥도날드 한국지사를 검찰에 고소한 상태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결혼한 사람이 싱글보다 치매 위험 낮다”(연구)

    “결혼한 사람이 싱글보다 치매 위험 낮다”(연구)

    결혼 생활은 힘들 때도 많지만, 배우자와 함께 해를 거듭해 나가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줄어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의 앤드루 조머래드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이 총 8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선행 연구 15건을 분석한 결과, 위와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국제 학술지 ‘신경학·신경외과학·정신의학 저널’(Journal of Neurology, Neurosurgery and Psychiatry) 최신호(28일자)에 발표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최신 경향에 따라 정식으로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고 있는 사람들도 결혼한 것으로 간주했다. 그 결과, 평생 솔로로 지낸 사람들은 결혼한 이들보다 알츠하이머병 등 치매가 생길 위험이 4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오랫동안 함께 산 뒤 배우자와 사별한 경우에도 치매 위험은 20% 더 높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혼한 사람들의 치매 위험은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부부들과 거의 같은 수준이었다. 즉, 이혼 여부를 떠나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경험했던 사람들은 치매 발병률이 낮은 반면, 아예 평생 솔로로 지냈거나 배우자의 죽음을 겪은 이들은 치매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결혼과 치매의 관계를 탐구하기 위해 스웨덴과 프랑스, 독일, 중국, 일본, 미국, 그리고 브라질 등 총 12개국에 사는 사람들의 조사 자료를 분석했다. 놀라운 점은 각 나라의 문화가 다름에도 결과에서는 차이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 이번 연구는 관찰 연구이므로 인과관계를 제대로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도출한 결과는 서로 일관성이 있어 최초 세 가지 가능성을 추정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원인은 결혼 자체가 치매 위험을 줄이는 게 아니라 배우자와 함께 사는 생활 방식이 요인이라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앤드루 조머래드 박사는 “건강한 몸과 식이요법, 그리고 운동과 같은 생활 방식뿐만 아니라 대화 상대가 되는 배우자의 존재가 사회적인 자극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다음 요인은 평생 함께한 배우자를 잃는 극단적인 스트레스가 주로 기억과 학습, 그리고 감정을 관장하는 해마의 뉴런(뇌세포)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조머래드 박사는 “배우자와 사별한 사람들이 치매 위험이 크고 이혼한 사람들은 변화가 거의 없다는 점은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치매 위험은 서로 다른 고유한 인지 및 성격 특성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결혼이 일반적인 사회 규범일 경우 유연한 사고와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은 치매 위험이 크며 스스로 결혼 기회를 잡지 못할 수 있다. 또 나이는 같지만 태어난 시대가 다른 싱글들 사이에서 치매 위험의 차이가 큰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1900~1925년에 태어난 싱글이 치매에 걸릴 위험은 40% 높았지만, 더 최근에 태어난 같은 나이 싱글의 위험은 24%에 그쳤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사건과 원인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사건과 원인

    지난 칼럼(10월 17일자)에서 어떤 일의 원인을 찾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말하고자 미국 뉴욕시 범죄율 하락의 원인에 관한 여러 가설을 소개했다. 그중 납·범죄율 가설에 대해 좀더 이야기하려 한다. 납·범죄율 가설이란 유년기의 납 노출이 학습장애, ADHD, 충동조절장애 등을 일으켜 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범죄, 특히 폭력범죄를 저지르게 될 확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최근 세 건의 연구가 이 가설을 지지하는 근거로 추가됐다. 이 세 건의 연구는 유년기 납 노출 정도와 범죄율을 조사한 연구들이다. 첫 번째 연구는 20세기 초 납 수도관을 사용했던 특정 도시와 그렇지 않은 도시의 20년 뒤 범죄율을 비교했고, 두 번째 연구는 1990년대 유치원생들의 혈중 납 농도 조사자료와 이들이 비행청소년으로 자란 비율을 조사했으며, 세 번째 연구는 1990년대 혈중 납 농도가 높은 아이들에게 이루어진 특별 교육과 치료의 효과를 살폈다. 이 가설은 여러 가지 흥미로운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미생물이나 바이러스, 혹은 복잡한 고분자 화합물이 아닌 세상을 이루는 가장 단순한 요소인 원자로 주기율표상 원소기호 82번으로 존재하는 납이 어떻게 극도로 복잡한 생물인 인간에게, 그것도 사회와 시대에 따라 경계가 바뀌는 범죄라는 모호한 개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범죄라고 인식하는 행동에 어떤 생물학적 공통점이 있음을 의미한다. 아마 폭력, 살인, 강도, 강간처럼 대부분 사회에서 범죄로 여겨지는 일들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행위들이 범죄로 여겨지는 이유는 사회의 지속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또 이 행위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실제로 납은 이런 행위를 부추기는 작용을 할지 모른다. 예를 들어 인간을 비롯한 동물이 위협을 받을 때 분비하는 아드레날린의 역치를 낮춰 개체를 더 쉽게 흥분하게 만든다든지, 투쟁과 도피의 선택과정에서 투쟁의 확률을 높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거울 신경의 발달을 늦춰 공감능력을 낮출 가능성도 있다. 두 번째 떠오르는 생각은 납 노출의 시기와 범죄율이 상승하는 시기가 유년기와 청년기로 거의 20년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원인과 결과가 이렇게 긴 시간적 거리를 가지는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오늘날처럼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인간이 만드는 환경적 변화의 효과를 예측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물론 이 가설에서 2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는 인간의 성장에 그만큼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며, 적어도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환경의 변화는 특별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 번째 흥미로운 점은 한 사람의 행동이 그의 의지와 무관한 납이라는 물질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생물학적 결정론의 다른 형태로 이를 불편해할 수 있겠다. 그러나 진화론을 잘 이해한 이들이라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환경 속 납은 유전자처럼 타고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며, 환경에서 이를 제거하려는 노력을 통해 모두에게 공정한 개선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결정론이라는 단어에서 마지막 흥미로운 생각이 떠오른다. 결정론은 인간에게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하기도 하지만 현실에서는 책임 소재라는 개념을 통해 법적 쟁점이 될 수 있다. 누군가의 어떤 행동이 다른 요인에 의해 결정되어 있었다면 죄에서 책임을 묻는 형법의 책임주의와 충돌할 수 있다. 심신미약으로 형을 감경받는 방법으로 음주나 정신질환 외에 유년기의 납 노출이 추가될지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피해자가 가해자의 유년시절에 납을 노출시킨 기업이나 정부에 피해보상 소송을 하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심지어 범인까지도 자신이 당한 피해를 보상받고 싶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 대법, 삼성반도체 노동자 ‘뇌종양 산업재해’ 첫 인정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악성 뇌종양으로 사망한 노동자에게 산업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반도체 공장 노동자의 백혈병을 산재로 인정한 사례는 있었지만 뇌종양을 산재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14일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서 일한 노동자 이윤정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 환송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업장과 이와 근무환경이 유사한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뇌종양 발병률이 한국인 전체 평균발병률이나 이씨와 유사한 연령대의 평균발병률과 비교해 유달리 높다면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데 유리한 사정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이씨가 퇴직 후 7년이 지난 다음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는 점만으로는 업무와 뇌종양 발병 사이에 관련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997년 삼성전자 온양공장에 입사한 이씨는 반도체 조립라인 검사공정에서 6년 2개월간 근무하다 2003년 퇴직한 뒤, 7년 후인 2010년 뇌종양 진받을 받았다. 이씨는 공단에 산재 인정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2011년 4월 소송을 냈다. 그가 2012년 5월 투병 중 사망하자 유족들이 소송을 이어받아 진행했다. 1심은 이씨를 산재로 인정했지만 2심은 업무와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 인정이 어렵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대법원 “삼성반도체 노동자 뇌종양 산재로 인정해야”…원심 파기환송

    대법원 “삼성반도체 노동자 뇌종양 산재로 인정해야”…원심 파기환송

    삼성전자 LCD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악성 뇌종양으로 2012년 숨진 노동자의 산업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삼성 반도체 공장 노동자가 백혈병에 걸려 산재로 인정받은 사례는 있었지만 뇌종양을 산재로 인정한 취지의 대법원 판결은 처음이다.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고(故) 이윤정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업장, 그리고 이 곳과 근무 환경이 유사한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뇌종양 발병률이 한국인 전체 평균 발병률이나 망인과 유사한 연령대의 평균 발병률과 비교해 유달리 높다면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 인과관계를 인정하는데 유리한 사정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망인이 퇴직 후 7년이 지난 다음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는 점만으로는 업무와 뇌종양 발병 사이에 관련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1997년 고등학교 3학년 재학 중 삼성전자 온양공장에 들어갔다. 그는 반도체 조립라인 검사공정에서 일하다 6년 2개월 만인 2003년 퇴직했고, 그로부터 7년 뒤인 2010년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자신의 질병이 ‘업무상 재해’라고 판단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공단은 ‘업무와의 관련성이 없다’면서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이에 이씨는 공단을 상대로 2011년 4월 소송을 냈다. 하지만 선고 결과를 보지 못하고 2012년 5월 투병 중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유족들이 소송을 이어받았다. 1심은 “삼성전자에 근무하는 동안 벤젠과 납, 포름알데히드, 극저주파 자기장 같은 유해화학물질에 일정기간 지속적으로 노출된 후 뇌종양 등이 발병했다”면서 “업무와 연관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반도체 공장 노동자가 뇌종양을 산재로 인정받은 첫 판결이었다. 반면 2심은 “연장 근무 등으로 인한 과로나 스트레스가 뇌종양을 유발하거나 그 진행을 촉진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고, 퇴사 후 7년이 지나서 뇌종양으로 진단받은 점 등에 비춰 업무와 발병 사이의 상당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산재가 인정될 여지가 크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충주 성심맹아원 원생 의문사 담당 교사 무죄 확정

    충북 충주의 한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발생한 원생 사망사고와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원생 담당교사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이 사고는 유족들의 의혹 제기로 탐사보도 프로그램에도 방송되면서 재판결과에 관심이 모아져왔다. 대법원은 9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강모(44·여)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도 업무상 과실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성립한다”며 “강씨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려면 피해자의 사망 원인이 구체적으로 밝혀져야 하고, 나아가 그 사인과 업무상 과실 사이의 인과관계가 증명돼야 하는데 그런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이 사고는 5년 전 발생했다. 지난 2012년 11월 8일 오전 5시 50분쯤 시각 장애인 복지시설인 충북 충주 성심맹아원에서 당시 11살이었던 김모양이 의자 팔걸이와 등받이에 목이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가 발생하자 검찰은 시설 원장과 담당교사였던 강씨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조사했다. 조사결과 강씨는 잠에서 깬 김양에게 동요를 틀어줬는데, 그때 옆방에서 자고 있던 다른 아이가 울기 시작해 그 방으로 건너가 아이를 돌보다가 잠이 들었다. 이후 강씨가 다시 방으로 건너왔을 때는 김양의 몸이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머리가 의자 팔걸이와 등받이 사이에 끼어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숨진 김양은 시각장애 1급에 뇌전증(간질)을 앓고 있었다. 그러나 검찰은 강씨가 현장을 지켰더라도 소생 가능성이 없었다는 법의학자 진술 등을 토대로 김양의 죽음과 뚜렷한 인과관계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이에 반발한 유족이 2015년 7월 대전고법에 재정 신청을 냈고, 이 중 일부가 받아들여져 재판이 시작됐다. 1심 재판부는 “응급조치를 제때 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되고, 유족이 지속적으로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죄질이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며 강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사망한 아동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은 과실은 인정되지만 그 과실로 아동이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1심과 2심의 판결이 정반대로 나온데다 유족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대법원에서 다뤄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상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2심 판단이 옳다고 판단하면서 5년간의 법정공방이 책임지는 사람 없이 막을 내렸다. 그동안 유족들은 김양의 몸에서 상처들이 발견됐고, 사망당시 김양의 모습이 기이한 점, 맹아원측이 사고발생 후 12시간이 지나 경찰에 신고를 한 점, 김양의 사체를 다른 곳으로 옮겨놓은 점 등 여러가지 의혹을 제기하며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해왔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엘리트 숭배’가 빚은 실패의 시대

    ‘엘리트 숭배’가 빚은 실패의 시대

    똑똑함의 숭배/크리스토퍼 헤이즈 지음/한진영 옮김/갈라파고스/404쪽/1만 7500원“돌아보면 우리는 모두 문맹이었어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래리 서머스(전 미 재무장관)와 밥 루빈(전 미 재무장관)은 자신들이 이 세계를 다스리는 지성인이라고 생각했죠. 앨런 그린스펀(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도요. 하지만 지금 보니 그들은 벌거벗은 임금님이에요!” 미국 주요 투자은행에 30년간 컨설팅을 해 온 유럽 경제학자는 우리 사회 최상부에 있는 권력층, 엘리트층에 대해 이런 불신과 분노를 털어놓았다. 그의 말은 미국 국민뿐 아니라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모두가 품고 있는 환멸의 핵심이다. 미국은 지난 10여년간 ‘벌거벗은 임금님’들이 초래한 ‘실패의 시대’를 살고 있다. 엔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으로 촉발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라크 전쟁, 뉴올리언스 사태, 가톨릭 교회 성직자들의 아동 성추행 등 실패의 뿌리에는 엘리트들의 무능과 부패가 있었다. 미국만의 사정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겨울 국정농단 사태에 치밀하게 가담한 엘리트층의 추악한 민낯에 경악할 대로 경악한 바 있다. 미국의 진보적 정치 평론가 크리스토퍼 헤이즈는 이 모든 폐단은 엘리트층에게 절대적인 권능을 수여한 ‘똑똑함에 대한 숭배’에서 빚어졌다고 아프게 지적한다. 한마디로 능력주의를 종교처럼 떠받든 것이 ‘책임의 원칙은 힘없는 자들에게 적용하고, 용서의 원칙은 힘 있는 자들에게 적용하는’ 한없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그는 워싱턴, 월가, 디트로이트, 뉴올리언스 등 엘리트층이 쌓아 올린 제도의 실패가 가장 극심한 곳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그곳에서 실패를 예언한 선각자들, 실패의 직격탄을 맞는 보통 사람들, 사태의 책임자 등과 인터뷰하며 현대사회의 모든 실패와 위기의 원인에 엘리트층의 불법 행위와 부패가 자리하고 있음을 밝혀낸다. 다수는 똑똑함을 숭배하면서 엘리트에게 전능을 부여했고, 엘리트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정답이라 믿으며 오판과 부정을 과감히 저질렀다. 능력주의에 따른 막대한 보상은 이런 경향을 더욱 부추겼다. 금융위기 당시 서민들은 가혹하게 스러진 반면 위기의 주범이었던 금융회사 경영진들이 벌인 성과급 파티, 메이저리그의 스테로이드 불법 복용 사태가 엘리트를 향한 믿음과 보상, 부정행위가 필연적인 인과관계임을 보여 준다. 대의민주주의가 권력층의 이익을 중시하고 가장 암담한 곳에서 곤경에 빠진 이들에게 냉혹했다는 증거도 부기지수다. 마틴 길렌스 프린스턴대 교수가 1981년부터 2002년까지 소득이 서로 다른 집단(소득 상위 10% 부유층과 하위 10% 빈곤층 비교)의 정책 수정 요구가 법률 제정에 미친 영향을 따져 보자 이런 결론이 도출된다. “정부 정책은 부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확연히 기울고 빈곤층과 중간층의 바람은 사실상 도외시한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엘리트와 기관들은 운석처럼 닥쳐와 참상으로 끝날 재난에 대처할 능력이 전혀 없다’며 날카롭게 경고등을 울린다. 때문에 ‘능력주의가 극대화한 불평등’, ‘조작된 게임’을 바로잡기 위해 지금까지 쌓아 온 블록을 다른 방식으로 쌓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해법은 기회의 평등뿐 아니라 결과의 평등도 중요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학자 제롬 카라벨은 “선진국 중에서 미국만큼 기회의 평등에 집착하면서 조건의 평등에 무관심한 나라는 없다”고 했다. 때문에 저자는 모두가 느끼는 좌절감과 분노를 모아 이념을 초월한 연합 세력을 구축해야 엘리트 권력을 축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통해 사회의 기반이 되는 기관들-교육제도, 정부, 국가 안보기관, 월가 등-을 정면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벌거벗은 임금님’을 쫓아낼 주체는 지난 촛불시위의 경험처럼 바로 우리라는 사실을 믿으면서.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맨손 근력 운동 꾸준히 하면 수명 연장”(연구)

    “맨손 근력 운동 꾸준히 하면 수명 연장”(연구)

    팔굽혀펴기나 윗몸일으키기와 같은 맨손 근력 운동을 하면 기대 수명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시드니대학의 에마뉘엘 스타마타키스 부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성인남녀 약 8만 명의 건강조사 자료에서 다양한 운동과 사망률을 분석해 근력 중심의 운동을 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조기 사망 위험은 23%, 암 관련 사망 위험은 31% 더 적다는 점을 발견했다. 스타마타키스 부교수는 “이번 연구는 근력 운동이 조깅 등의 유산소운동만큼 건강에 중요함을 보여준다”면서 “이번 결과에 인과관계를 반영하면 암 관련 사망 위험을 줄이기 위해 훨씬 더 중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연구는 헬스장에 다니며 운동 기구를 사용할 필요 없이 자기 몸무게만을 사용한 운동도 효과적임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그는 “사람들이 근력 운동을 한다고 하면 헬스장에서 운동 기구를 사용해 운동하는 모습을 떠올리지만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면서 “집이나 근처 공원에서 팔굽혀펴기 등 맨손 운동을 해도 건강상 이점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영국 국민건강보험공단(NHS) 중앙 사망률 등록소와 연계된 영국 국민건강조사(HSE)와 스코를랜드 국민건강조사(SHS)에 참여한 성인남녀 8만306명의 자료를 기반으로 했다. 관찰 연구이긴 했지만, 나이와 성별, 건강 상태, 생활방식 행동, 교육 수준 등 다른 요인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자료를 조정했다. 또한 연구 시작 시점에서 심혈관계 질환이나 암을 진단받은 모든 참가자와 이후 처음 2년 동안 사망한 모든 참가자는 이전 운동하지 않았을 가능성 때문에 결과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어 연구에서 제외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 역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Epidemiology) 최신호(10월 31일자)에 실렸다. 사진=ⓒ Elnur / Fotolia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법원 “유대균, 세월호 배상 책임 없다” 정부 1878억訴 패소

    법원 “유대균, 세월호 배상 책임 없다” 정부 1878억訴 패소

    정부가 세월호 참사 수습 및 피해보상에 관한 책임을 묻기 위해 고(故)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아들 대균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패소했다.정부는 2015년 9월 청해진해운을 대신해 이미 지출한 구조료를 비롯해 세월호 참사 수습비용 등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라며 유씨에게 430억 9495여만원의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과정에서 정부 측이 청구 취지를 변경해 소송액을 1878억원으로 올렸다. 세월호특별법에 따라 국가는 세월호 침몰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자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정부는 2015년 8월 말 기준으로 1878억원을 지출했고, 향후 지출할 것으로 예정된 돈까지 포함하면 4389억원에 이른다.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부장 이원)는 이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국가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31일 밝혔다. 정부는 유씨가 청해진해운의 실질적 대주주로서 세월호 운항에 관한 지시를 했고 유 전 회장과 공동으로 청해진해운의 경영에 관여해온 만큼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씨가 청해진해운으로부터 과다한 상표권 사용료를 받아 회사가 부실해져 자금난에 시달렸고 이것이 상시적으로 화물을 과적하게 된 결과로 이어져 참사가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유씨가 실질적으로 청해진해운의 대주주의 지위에 있었던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유씨가 세월호의 수리, 증축 및 운항 등 청해진해운의 경영과 관련해 업무집행지시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다른 쟁점이었던 유 전 회장과의 청해진해운 공동 경영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유 전 회장이 계열사의 주요 업무보고를 받고 최종 결정을 하며 경영을 총괄했다”면서 “유씨가 유 전 회장의 업무집행지시에 가담했거나 공동으로 청해진해운 경영에 관여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유씨가 청해진해운으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받아 횡령한 범행에 대해선 “사고와 상당인과관계(타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유씨는 2002년부터 2013년까지 청해진해운 등 세모그룹 계열사 7곳에서 상표권 사용료(35억 4000여만원)와 급여 명목으로 총 73억 9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이 확정됐다. 법원은 다만 “이번 재판은 유씨 자신이 업무집행지시자로서 직접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는지에 관한 판단만 한 것”이라면서 “유 전 회장이 세월호 운항 등과 관련해 책임을 부담하고 자녀들이 그의 채무를 상속했음을 전제로 한 청구는 별도 사건으로 심리 중”이라고 설명했다. 세월호 운항 책임 관련 재판은 정부가 2015년 12월 유 전 회장의 자녀인 대균·혁기·섬나·상나씨 등 7명을 상대로 낸 1878억원대 구상금 소송으로, 12월 22일 다음 기일이 열린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햄버거병’ 사과? 韓맥도날드 대표 “인과관계 수긍 어렵다”

    ‘햄버거병’ 사과? 韓맥도날드 대표 “인과관계 수긍 어렵다”

    조 대표 “햄버거 패티 문제는 납품업체 책임…사과는 검찰 수사 중이라 말못해”여야 “소비자는 납품업체가 아닌 맥도날드에 가는 것…인과관계 없단 걸 스스로 밝혀야” 조주연 한국맥도날드 대표이사가 31일 국정감사에서 어린이의 신장 장애를 일으킨 이른바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HUS)과 관련해 “안타깝지만 의학적 인과관계는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햄버거병과 관련한 사과 의향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 중이라 말할 수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여야는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 대표이사에게 햄버거병 발병 사례와 관련한 책임을 추궁했다. 그러나 조 대표는 자사 제품과 햄버거병 사이의 직접적 연관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장출혈성대장균이 검출된 햄버거 패티 제품과 관련된 책임은 납품업체에 있다고 주장했다.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2년간 맥도날드의 햄버거 패티에서 장출혈성대장균이 3차례 검출됐지만 유통된 62.3t 중 회수된 물량은 7t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과관계가 없다고 하는데 이는 맥도날드가 스스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관련법에 의하면 회수 및 처리의 책임은 패티를 공급하는 업체인 맥키코리아에 있다”며 “맥키코리아의 자체 조사에 따라 (균이 검출된 패티를) 유통하지 않고 파기한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 대표는 대장균 3차 검출 시 전량 폐기했다고 답변했는데 33%만 회수되고 나머지는 소비됐다”고 재차 추궁하자 조 대표는 “문제가 있는 박스는 전량 폐기하고, 생산된 물량을 회수 처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햄버거병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사과할 의향이 있나’고 묻자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부분이 있어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이에 대해 같은 당 정춘숙 의원은 “조 대표의 답변이 실망스럽다”며 “햄버거병이 맥키코리아 책임이라고 하는데, 소비자는 맥도날드에 가서 햄버거를 먹지, 맥키코리아에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소속 양승조 복지위원장이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과할 뜻이 없다고 받아들여도 되겠나”라고 거듭 물었지만 조 대표는 사과 없이 “위생관리를 철저하게 하겠다”고만 언급했다.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은 “최근 5년간 맥도날드의 식품위생법 위반 건수가 82건이지만 시정명령이나 과태료 부과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말씀대로 그 부분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현직의사가 본 ‘최시원 개’ 사건 “극히 드문 사례…억측 말아야”

    현직의사가 본 ‘최시원 개’ 사건 “극히 드문 사례…억측 말아야”

    이화여대부속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씨가 최근 최시원이 기르는 개에 물린 뒤 패혈증으로 숨진 한일관 대표 사건과 관련해 의학적 소견을 밝혔다.남궁씨는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지금까지 기사화된 팩트로만 사건을 톺아본다. 감시를 소홀히 한 견주의 100% 과실이다. 일단 이번 사건의 모든 책임 소재는 견주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개에 물린 상처가 일반적인 염증을 넘어 패혈증으로 진행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며, 이것이 사망까지 이르는 확률에 대해서는 “사례 하나하나가 논문으로 나올 정도이고, 이 패혈증이 사망까지 이르는 확률은 더더욱 드물다. 비슷한 케이스조차 아직 한 명도 못봤다”고 말했다. 남궁씨는 “개가 과다출혈을 일으킬 정도로 심하게 무는 맹견은 아니고, 문 곳도 사지의 말단인 만큼 생명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 환자는 응급실에서 소독하고 항생제를 받아 당일 귀가했고 관련된 사람들도 이 외상이 심각하지 않다는 전제로 행동했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이후 시간 순대로 상황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0월 2일, 병원에서는 피해자의 상처에 대해 깨끗하다고 했으며 별 탈 없이 일상생활을 하다 10월 5일 몸살기운이 생겼다. 10월 6일 오전 8시 몸이 더 나빠져 응급실에 간 뒤 각혈증세를 보이며 의식을 잃어 중환자실에 입원, 오후 5시에 사망했다. 10월 10일 사인은 급성 패혈증으로 확정됐다. 남궁씨는 “처음 사망일이 10월 3일로 알려진 탓에, 같은 날 생일파티 사진을 올린 가족은 사이코패스처럼 묘사됐다. 그날 아마 환자는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고, 가족들도 이웃이 심각하게 앓고 있거나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며칠 전 이웃을 무는 사고를 친 반려견의 생일파티 사진을 많은 사람이 보는 인스타에 올려야 했는가는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웃이 사망한 5일 뒤 10월 11일에 올린 반려견의 일상 사진은 도저히 할 말이 없다. 아무리 인과관계를 확정할 수 없었어도 추모하는 마음이 있다면 올리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결론적으로 개에 물린 사실과 사망은 팩트다. 6일 사이에 인과관계는 분명하지 않다. 사망 날까지 심각성은 누구도 알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망에 대한 기여도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두 팩트를 놓고 기타 변수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어느 정도 발단이 되었거나 기여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사건이 극히 드물고 원인을 명확히 파악할 수 없는 사망이기에 사건 이후 각자의 행동이나 결정도 크게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사건 전에도 통제되지 않은 반려견이 목줄을 하지 않고 돌아다녔고, 그 개가 사람을 물었던 건 명백하다. 반려견을 감시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던 견주 가족의 100% 과실이다. 하지만 이를 보도하는 언론의 혐오를 부추기는 행태는 비정상적이고 비인간적으로 보인다”고 언론의 보도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국민적 공분 대신 성숙한 논의를 당부했다. 남궁씨는 “반려견 문화에 올바른 경종이 되었으면 좋겠다. 혐오는 또 다른 혐오를 낳는다. 아무도 억측하거나 미워하지 않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슬퍼할 사람은 슬퍼하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나머지는 올바른 방향을 찾아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머리 염색 1년 6회 이상 하면 유방암 위험 ↑” (연구)

    “머리 염색 1년 6회 이상 하면 유방암 위험 ↑” (연구)

    머리 염색을 1년에 6회 이상 하는 여성은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런던에 있는 프린세스 그레이스 병원 소속 유방성형술 전문의 케파 목벨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새로운 연구를 통해 머리 염색을 한 여성들이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14% 더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목벨 교수는 “여성은 합성 염색약 사용을 연간 2~6회로 줄이고 만 40세부터는 정기적으로 유방암 검사를 받는 게 좋다”면서 “PPD(파라페닐렌다이아민)와 같은 방향족 아민을 최소 농도(2% 미만)로 함유한 염색약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한 “머리 염색과 유방암 위험 사이의 관계를 명확하게 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로즈힙(들장미 열매)과 루바브(대황) 등과 같은 천연 허브 재료로 만들어진 염색약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게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매직 스트레이트 파마약이 유방암 위험을 키운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연구에 참여한 ‘핀란드 암 등록소’(Finnish Cancer Registry)의 암 전문가 산나 헤이키넨 박사는 “우리는 이번 연구에서 모발 염색약 사용과 유방암 위험 사이의 통계적 연관성을 관찰했다. 하지만 실제로 인과관계는 확인할 수 없었다”면서 “예를 들면 머리를 염색한 여성들은 염색하지 않은 여성들보다 다른 화장품을 더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사진=ⓒ Monet / Fotolia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커버 스토리] 미소 뒤에 숨긴 잔혹성… ‘이웃집 살인마’ 사이코패스

    [커버 스토리] 미소 뒤에 숨긴 잔혹성… ‘이웃집 살인마’ 사이코패스

    최근 개봉한 영화 ‘브이아이피’(VIP)에서 북한 고위 간부의 아들 김광일 일당은 길 가던 소녀를 납치해 강제로 성추행한다. 성기능 장애가 있는 김광일은 일당의 추행이 끝난 뒤 소녀의 목을 졸라 살해한다. 범행 과정은 사진으로 찍어 남긴다. 박훈정 감독은 인터뷰에서 “김광일은 자신의 사이코패스 본능을 아무도 도덕적으로 제어해 주는 사람이 없으니 사람의 목숨을 굉장히 쉽게 생각하고, 범죄의 개념 자체가 아예 없다”고 설명했다. 영화 ‘VIP’에 등장하는 김광일처럼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 가운데 폭력적이고 습관적으로 광기를 보이며 아무런 이유 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자를 ‘사이코패스’라 일컫는다. 증상이 범행을 통해서만 밖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평소에는 알아차리기 힘들다.중학생인 딸의 친구를 집으로 불러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13일 검찰에 송치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35)도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범죄자다. 이들이 저지르는 범죄는 원한관계에 의한 범죄와는 달리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다. 일반인의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묻지마 연쇄살인범’의 90%가 사이코패스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무엇이 그들을 잔혹하기 그지없는 우리 사회의 ‘악마’로 만들었을까. ●사이코패스의 ‘묻지마’ 잔혹 범죄 2003년부터 2004년까지 20명을 무자비하게 살해한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대표적인 사이코패스로 분류된다. 사이코패스라는 용어가 대중화된 것도 이때부터다. 유영철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각종 흉기를 이용해 살해했다. 그러나 현금에는 손대지 않았다. 시신을 암매장하고 증거를 남기지 않는 등 수법도 치밀했다. 당시 법원은 유영철에 대해 “반사회성 인격장애 및 경계선 인격장애를 가졌다”고 판단했다.2005년 이후 경기 일대에서 8명의 여성을 살해하고 2건의 방화살인을 저지른 강호순도 사이코패스 살인마로 꼽힌다. 강호순은 왜곡된 성의식에 사로잡혀 여성을 성폭행한 뒤 이유 없이 살해했다. 그의 자택에서는 여성의 속옷이 발견되기도 했다. 그 역시 시신을 암매장해 증거를 숨기는 등 유영철과 마찬가지로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 조사에서는 살인 동기에 대해 “이유 없다. 어차피 죽이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피 냄새를 맡고 싶다. 피 냄새에서는 향기가 난다”는 말을 내뱉었던 정남규도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였다. 정남규는 2004년 유영철을 라이벌로 의식하고 그와 ‘살인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13명을 살해하고 20명에게 중상을 입힌 뒤 체포된 정남규는 법정에서 “더이상 살인을 못 할까 봐 조바심이 난다”고 말했다. 결국에는 2009년 구치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영학은 이들과 같은 연쇄살인범은 아니지만 피해자에 대한 공감 능력이 없고 자신의 잔혹 범죄를 거짓말로 합리화하려 했다는 점 등에서 사이코패스 성향이 다분한 것으로 판명됐다. 투신자살한 아내의 시신 옆에서 태연히 전화 통화를 하거나, 아내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아내의 성관계 동영상을 갖고 있었다는 점도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가 힘든 부분이다. ●사이코패스 선천적일까, 후천적일까 사이코패스가 탄생하는 원인이 뚜렷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때문에 선천적인 ‘유전’의 영향인지 후천적인 ‘환경’의 영향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유전론자’들은 사이코패스의 뇌 구조가 일반인과 다르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사이코패스의 뇌를 촬영하면 죄책감이나 배려심 등 공감 능력을 관장하는 전두엽 피질의 활동성이 약하게 나타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환경론자’들은 불우한 성장 환경과 부모의 학대 등의 요인이 사이코패스를 양산한다고 보고 있다. 유영철은 어린 시절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의 폭행에 시달렸고 정남규도 가정 폭력과 집단 따돌림을 당한 피해자였다는 이유에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뇌과학이 발달하면서 공감 능력을 관장하는 전두엽이 성인이 돼서야 성숙된다는 게 밝혀졌다”면서 “성인이 되기까지의 성장 환경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만 강호순은 다른 살인범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불우하지 않은 가정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사이코패스 탄생 배경을 환경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그렇다 보니 선천적 영향과 후천적 영향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라고 설명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한영선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선천적 요인이 씨앗이면 그 싹이 틀 수 있도록 물을 주는 것이 후천적인 환경적 요인”이라면서 “결국 두 가지가 상호작용한 결과 사이코패스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영학에 대한 프로파일링(범죄유형분석법) 수사를 담당한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 이주현 경사는 “성기능 장애에 대한 놀림과 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지만 이영학은 일반적인 따돌림 피해자와는 달리 선천적인 폭력성도 보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이코패스가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범행을 저지르기 전까지 발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불안감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실제 이영학은 방송에서 헌신적인 아빠의 모습을 보이며 국민을 속였다. 강호순도 평소 동네 주민들이 사위나 친동생을 삼고 싶다고 할 정도로 주변 사람들에겐 친숙한 편이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이코패스들의 전형적인 특징이 바로 자신의 본색을 숨기고 사람들을 능수능란하게 이용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사이코패스 진단과 해법 현재 사이코패스를 진단하는 도구로는 심리학자 로버트 헤어가 만든 ‘PCL-R’(Psychopathy Checklist - Revised)이 주로 사용된다. ‘과도한 자존감’, ‘병적인 거짓말’, ‘공감 능력 결여’, ‘문란한 성생활’, ‘여러 번의 혼인 관계’ 등 20개의 항목을 아니다(0점), 아마도(1점), 그렇다(2점) 등으로 평가해 점수를 합산하는 방식이다. 실제 사이코패스인 사람은 응답을 속일 수 있기 때문에 2명 이상의 전문 검사자가 문항을 읽어 주고 피검사자가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25점 이상’이면 사이코패스로 진단한다. 첫째 남편과 둘째 남편을 모두 살해하고 어머니와 오빠의 눈을 주삿바늘로 찔러 실명시킨 엄인숙(일명 엄여인)은 이 테스트에서 40점 만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학도 25점을 받아 사이코패스로 분류됐다. 사이코패스의 양산을 막으려면 현재로선 환경적 결핍을 완화하고 장애를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주요한 대책으로 꼽힌다. 한 교수는 “청소년기에 반사회적 인격장애나 품행장애 등 폭력적 성향을 보이는 청소년들을 조기 치료해 사이코패스로 발전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사설] 과로를 惡으로 인식해야 행복지수 높아진다

    과로는 더이상 미덕이 아니다. 가족과 사생활은 뒷전이고, 야근을 밥 먹듯 하며 회사에 ‘충성’하는 직원들을 칭찬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는 누가 뭐래도 여전히 과로 사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연간 노동시간이 길다. 민간과 공공부문을 포함해 한 해 평균 350명, 하루에 1명꼴로 과로사한다고 한다. 올 들어서만 집배원과 게임개발자, 공무원, 경찰관 등이 과로 때문에 숨졌다. 서울신문 특별기획 ‘2017년 대한민국 과로 리포트’를 보면 2013년 2월부터 2016년 6월까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한 4898명 중 73.4%가 산재로 인정받지 못했다. 심지어 고용노동부가 정한 과로시간(쓰러지기 전 최소 주당 60~64시간 근무)을 넘겨 일하다 병이 났거나 숨진 근로자 10명 가운데 4명이 산재 인정을 받지 못했다. 2011년 이후 과로사 혹은 과로 자살로 숨진 근로자의 유가족 54명을 상대로 실시한 심층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과로사와 과로 자살에 대한 무지를 꼽았다. 산재 심사 과정에서는 회사를 직접 상대해야 하는 점(28.3%), 노동의 질적 특성과 스트레스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판정하는 질병판정위(27.5%)가 가장 힘들었다고 답했다. 특히 질병판정위원들의 성의와 전문성, 감수성 부족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격무와 실적 압박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한 과로사의 인과관계를 유족들이 입증하도록 한 현재의 구조는 자료의 비대칭성 등을 감안할 때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질병판정위의 과로사 인정 기준을 완화하고 현장조사를 강화해야 한다. 회사의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고 위반할 경우 제재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일본처럼 과도한 시간외 근무에 대한 규제 강화와 일하는 방식을 개혁하는 근본적인 접근도 모색해야 한다. 과로는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가정과 공동체의 행복과 직결된다. 현재 근로시간 감축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고, 보수 야당도 반대하고 있어 처리 여부가 불투명하다. 근로시간 단축과 일자리 창출, 소득 감소 문제는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과로는 미덕이 아니라 범죄”라는 과로사 예방법 등을 대표 발의한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이 아니더라도 과로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국민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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