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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린쿼터 146일→73일 축소 확정

    정부가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를 146일에서 73일로 축소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정부는 7일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스크린쿼터를 연간 상영일수의 5분의2 이상에서 5분의1 이상으로 줄이는 내용의 영화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7월1일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일정한 인건비 범위에서 기구와 정원을 운영하는 ‘총액인건비정원제’를 시범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성과상여금, 시간외근무수당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지방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다. 또 법관이 재판에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인 양형기준을 설정하기 위해 대법원에 양형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한 ‘법원조직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도 의결됐다.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日 ‘잃어버린 15년’ 후유증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의 경기가 최근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하지만 ‘잃어버린 15년’간의 구조조정 후유증 등으로 “직장들이 붕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있다. 자동차, 전자, 은행 등 많은 기업이 구조조정을 통해 직원을 줄이고, 인건비의 부담을 줄이려고 시간제 사원, 파견사원 등을 늘리면서 사원과 직장 모두 멍들어가는 상황이 됐다. 또 “다음은 내 차례”라는 불안감도 확산되면서 애사심이 떨어지고,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원도 늘고 있다.급증한 비정규 사원들은 똑같은 일을 하고, 책임도 같지만 급료는 정사원의 60% 수준에 머물러 불만이 최고조라고 한다. 한국의 상황과 똑같은 셈이다. 이런 불안과 불만이 누적되면서 ‘회사의 정보 유출’‘은행 등 직원에 의한 한탕주의식 횡령사건’ 등 도덕적 해이 현상이 크게 늘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게 6일 발행된 주간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일본 최고의 기업이라는 도요타자동차도 시간제 사원이나 파견근로가 느는 등의 폐해로 품질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리콜(무상회수·수리)도 급증했다. 비정규 사원을 중심으로 제 2노조 건설 움직임도 있다. 이달말 결산에서 1조엔(약 8조 30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이 예상되는 대형 은행쪽은 더 심각하다. 거품붕괴 뒤 많은 은행이 통합돼 직원간 이질감이 심각해질 정도가 됐고, 비밀유출이 속출했다.규제가 급격히 완화되면서 경쟁은 격화돼 투자신탁판매 등 파생상품 취급 자격증 따기 공부에 시달리고 있다. JAL(일본항공)은 무리한 비용절감 노력과 계파싸움이 겹쳐 존망의 위기다.중요부품정비를 중국, 싱가포르에서 하면서 비행사고가 잇따랐다. 정비부문의 자회사화 후유증으로 고의로 보이는 전선절단 사고 등도 속출했다. 통계로도 구조조정의 상처는 입증됐다. 잃어버린 15년간 비정규직 사원은 급증했다. 사원수가 줄면서 실질노동시간은 늘어났다. 상장기업의 90% 정도가 성과주의를 도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이처럼 구조조정, 성과주의가 팽배하면서 사원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젊은 사원들의 부담이 급증하자 성과주의를 포기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미쓰이물산은 1999년 도입한 성과주의를 지난해 4월 대폭 수정했고, 계약사원을 정사원화하는 등 구조조정 만능주의에서 급격히 선회하고 있다.taein@seoul.co.kr
  • “기초의원 연봉 자립도따라 차등”

    “기초의원 연봉 자립도따라 차등”

    기초의회 의원 급여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형편에 따라, 광역의회 의원은 국장급 수준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의원들이 모두 부단체장급 대우를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지방혁신인력개발원 이주희 교수와 동의대 행정학과 김순은 교수는 6일 사전배포된 ‘지방의원의 보수액 책정에 관한 공청회’ 주제발표문을 통해 사회적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광역과 기초의회 의원들의 급여가 이같이 책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공공자치연구원 주최로 7일 오후 2시부터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지방의원 보수와 관련된 첫 공청회로, 서울시구청장협의회와 한국지방자치학회가 후원한다. ●여건 따라 기초의회 급여 결정 이 교수는 기초의회 의원 급여를 다룬 ‘지방의원 보수액 책정권고안’에서 “올해부터 지방의원이 유급직으로 됐지만 자치단체의 재정여건이나 주민 의사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은 크게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명분과 근거가 갖춰진 기초의회 의원의 보수 수준은 자치단체의 재정력이며, 이는 기준재정수요충족도(재정자립도)로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준수요충족도는 자치단체의 사업비를 자체 세수로 충당하는 비율인 재정자립도를 백분율로 나타낸 수치다. 서울시 자치구별 2005년 기준재정수요충족도는 ▲강남구 237% ▲중구 155% ▲서초구 135% 등의 순으로 높았다. 반면 도봉구와 중랑구는 모두 33%로 매우 낮았다. 이 수치를 의원 연봉에 적용한다면 ▲충족도 75% 이상 강남·중구·서초·송파 등은 부단체장급인 5800여만원 ▲75∼50% 용산·양천·강서·강동 등은 5400여만원 ▲40∼50% 마포·성북·동작·동대문 등은 5000여만원 ▲40% 미만 성동·광진·서대문 등은 4600여만원으로 추산된다. 이 교수는 “내년부터 총 예산 중 인건비 비율을 제한하는 총액인건비제도가 실시되는 만큼, 의원들이 솔선수범해 급여를 지자체의 형편에 맞춰 결정한다면 주민들과 공무원들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역의원은 국장급으로 대우 반면 광역의회 급여는 국장급이 적당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순은 교수는 ‘월정수당제의 적정규모’를 통해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시의원의 보수는 시장의 40% 수준”이라면서 “일본은 특히 부단체장은 물론, 자치단체의 자금관리를 맡는 출납장 등보다 낮다.”고 소개했다. 이어 “외국 사례로 보나, 부단체장급을 요구하는 광역의원들과 과장급을 주장하는 일부 의견을 절충해도 국장급 보수로 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한국공공자치연구원 정세욱 원장은 “지방의원 보수가 너무 적으면 의원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높으면 국민의 저항과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면서 “의원들이 의정활동에 더욱 매진한다는 가정 아래 지자체의 역량에 맞게 적정 수준에서 급여가 결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주5일근무제 이후 일자리 되레 줄어

    주5일 근무제가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5일 포스코 등 포항철강공단 입주업체에 따르면 주40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근로자의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든데다 노동시간도 종전과 변함이 없거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려던 정부의 당초 취지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포스코의 경우 2003년말 1만 9370여명이던 전체 임직원 수가 주40시간 근무제 시행 첫해인 2004년 말까지는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2005년 말에는 1만 9000명으로 줄었고, 올해 3월 현재 1만 7600여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항공단의 다른 대기업들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이는 주40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사용자들이 늘어난 인건비 부담을 감원이나 아웃소싱, 채용중단 등으로 해결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포항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2006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삼환그룹-최종환 명예회장家

    [2006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삼환그룹-최종환 명예회장家

    올해로 건설 외길 60주년을 맞는 삼환기업은 현재 남아 있는 유일한 1세대 건설기업이다. 대림산업·삼환기업·삼부토건 3개사만 명맥을 잇고 있지만 창업주가 살아 있는 곳은 삼환뿐이다. 대부분의 건설기업은 90년대 말 IMF 외환위기 전후에 부도가 나 좌초됐다. 삼환에 대한 평가는 극단으로 갈린다.70∼80년대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빌딩을 지은 주인공이자 중동에 처음 진출해 중동 붐을 일으킨 기업이지만, 최근엔 80년대에 비해 해외 수주액이 급감하는 등 예전보다 인지도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부침이 심한 건설업계에서 꾸준한 수익성을 유지하며 ‘환갑’의 값진 전통을 이어간다는 데 이견이 없다. 삼환은 올해 창업 60년을 맞아 국내외로 외형을 확장, 건설 명가로서 제2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창업 60년 맞아 제2의 르네상스 꿈꾸는 삼환 삼환기업은 올해를 제2 해외 르네상스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공항 확장공사 입찰에서 최저가를 써 1순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계약을 협의 중이다. 건축비가 지난해 삼환기업 해외 매출(600억원)의 4배 규모인 2500억원이다. 해외유전 사업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연 100억원대 수익을 올린 마리브 유전 투자에 이어, 지분투자(4.9%)로 참여한 베트남 가스전 개발사업이 올해 하반기부터 수익을 낸다. 이밖에 지분투자(1.6%)를 한 예멘 마리브 LNG 개발사업도 오는 2009년부터 수익을 낼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3조원대 규모의 대우건설 인수전에도 참여, 건설기업 전통 명맥을 잇기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 창립자인 최종환(82) 삼환그룹 명예회장은 1924년 12월29일 최상림씨와 김림자씨의 5남2녀 중 4남으로 서울 종로에서 태어났다. 종로의 종(鍾)자에 돌림자인 환(煥)자를 붙여 지은 이름이다. 양반이 광화문 중심에서 사대문 밖으로 쫓겨나 사는 것을 몰락으로 여기던 시절이었다. 사대부 출신인 그의 집안은 가세가 기울면서 광화문 중심에서 다동으로, 이어 효자동, 종로4·5가 등으로 밀려났고 그는 종로 4가에서 태어났다.‘종환’이란 이름에는 사대문 안은 벗어나지 않았다는 안도의 뜻이 담겨 있다는 회고다. 훗날(1980년) 창덕궁이 내려다 보이는 종로구 운니동에 20층 규모의 삼환사옥을 세운 것을 두고 그가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제 점령기에 초등학교(어의보통학교·현 효제초등학교)를 다닌 그는 글재주가 뛰어나 졸업할 때까지 각종 작문 대회에서 1등을 휩쓸었지만 학업에 뜻을 두진 못했다. 열 살이 되던 해에 궁핍한 살림에 아버지마저 사망하자 일찌감치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건설업과 인연을 맺은 것은 그의 형들과의 연관이 깊다. 큰 형인 고 명환씨와 둘째 형인 고 영환씨가 졸업 이후 수도·난방공사 자재를 생산·시공하는 스기야마 제작소에 들어갔는 데 회사에서 쓰다 남은 자투리 파이프를 집에 가져와 가공, 다시 납품하는 식으로 돈을 벌면서 1933년 경동기계제작소를 설립했다. 그는 어의보통학교에 이어 2년제 경성직업학교 기계과를 졸업한 뒤 18세가 되던 1940년 형들의 회사인 경동에 합류했다. ●약관의 나이에 창업…미군 공사로 국내 기반 삼환은 설립 이후 60년대 초반까지 줄곧 주한미군에서 수주한 공사에 전념했다.1945년 해방과 함께 미국 공병대에서 크고 작은 공사를 발주했는데 토목·수도·난방 등 업종별로 공사를 따로 주지 않고 한 업체에 모든 공사를 맡기는 식이었다. 그는 경동기계제작소안에 공사부를 설립해 영업부장으로 뛰며 미군 공사를 수주했다. 한발 더 나아가 하청업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물 한 살이던 1946년 3월15일 오늘의 삼환그룹 효시인 삼환기업공사를 설립했다. 큰 형과 둘째 형, 그리고 최 명예회장 삼형제가 합심해 만든 회사란 뜻에서 지은 이름이지만 실질적인 소유주나 최고경영자는 최 명예회장이다. 회사 설립후 8개월 동안 이룬 공사실적만 총 26건 130만원이다. 당시 공무원 월급이 1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액수다.1948년 가을 을지로 2가 119번지 53호를 매입해 신사옥도 마련했다. 1949년에 착공한 강원도 영월 등 7개 광산지역의 미국인 광산기술자용 주택공사는 당시 업계의 부러움을 산 초대형 공사였다.1950년 6·25로 공사는 중단됐고 건물은 불에 타버렸지만 이 공사는 훗날 새옹지마격으로 그에게 전쟁 이후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계기가 됐다. 서울 수복후 미군 공사 관계자는 그를 반도호텔(현 롯데호텔)로 불러내 큰 궤짝 하나를 내놓았는데 그 속에는 당시 2000만원이 들어 있었다. 불에 타버려 흔적조차 사라진 건물의 공사비를 뒤늦게 받은 것이다. 주식회사로 전환한 것은 전란 이후 1952년 9월의 일이다. 서울 수복후 전후 복구공사에 힙입어 사세를 키워나가던 중 삼환은 당시 주주 10명이 총 주식 2만주를 발행하면서 주식회사가 됐다. 그 중 최 회장이 1만주, 둘째 형 영환씨가 5000주, 큰 형 명환씨가 500주를 가졌다. ●국내 ‘중동 붐’ 조성…횃불신화로 국제 명성 쌓아 1961년 ‘5·16’은 새 전기를 가져왔다.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던 관급공사가 경제개발계획과 함께 신문에 종종 입찰공고가 나는 일이 생겼고 삼환은 국내 주요 공사를 맡는 ‘건설 명가’로 부상하기 시작했다.5·16 이후 삼환이 따낸 최초의 관급 공사는 1962년 발주한 서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 호텔이다. 이어 경부·호남·영동·남해·동해고속도로 등 각종 토목 공사에 참여했고, 국립극장, 삼일빌딩, 조선·프라자·신라 호텔, 지금은 사라진 남산외인아파트, 여의도 전경련 회관, 국립묘지 현충탑, 포항제철(현 포스코) 공장 등을 지으며 주택·오피스빌딩·토목·플랜트 등 각 분야에서 사세를 확장해 나갔다. 삼환은 국내사업에 만족하지 않았다. 해외진출 가능성을 계속 탐색하던 최 명예회장은 1963년 월남 사이공(호찌민)에 지사를 설립하면서 첫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 정국 혼란으로 4개월 만에 철수했지만 이후 196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한국 업체 최초로 지사를 설립한 데 이어 1973년 국내 업계 최초로 중동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했다. 삼환은 사우디에서 네번 연거푸 고배를 마신 뒤 다섯번째 카이바∼알울라고속도로(175㎞) 입찰에서 2400만달러 규모의 공사를 따내며 국내 중동 진출 1호 기업이 됐다. 완공 때까지 3년간 자재 공급난, 종교 문제 등 시행 착오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이어 사우디 최대 규모인 제다시(市) 전체를 뜯어고치는 미화사업을 맡으면서 행운을 잡았다. 미화공사를 메카순례기간 전까지 끝내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횃불을 켜놓고 야간공사를 강행하던 것을 파이잘 국왕이 보고 감동을 받은 것이다. 이를 계기로 삼환은 6000만달러 규모의 대형 공사를 수의계약하게 됐고 ‘횃불신화’라는 말을 남기며 국내 건설업체의 중동 진출 붐을 조성하는 등 명성을 널리 알리는 개가를 올렸다. ●해외 프론티어의 꿈…정체된 90년대 80년대 들어서는 해외시장에 더 집중했다.1978년 미수교국이던 예맨에 진출했고 이를 계기로 1984년 북예맨 마리브 유전개발에 참여하면서 원유사업을 시작했다. 이어 요르단, 파푸아 뉴기니아, 알래스카, 방글라데시, 사할린 등 시장을 개척했다. 국내 기술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 국제 모임에 적극 참여,1982년 아시아 서태평양 건설연합회인 아이포카(IFAWPCA) 5대 회장에 추대됐고 재임시절 세계건설인대회도 제창했다.1990년대 들어서는 회사 일 보다 민간 외교에 시간을 쏟았다.1992년 한·소 경제협력회 2대 회장으로 선임됐고 재차 연임됐다. 러시아의 정치·경제 여건이 성숙되지 않아 성과를 이루지 못한 점은 두고두고 회한으로 남아 있다. 이런 탓에 90년대 들어 삼환의 해외 실적은 급감했다. 건설협회에 따르면 삼환의 해외공사 수주액은 1982년 당시 5억 8834만 8000달러(한화 6000억원)였지만 10년 후인 1992년에는 10분의1 수준인 624만 4000달러에 그쳤다. 국내 건설 업계의 주요 테마인 아파트 실적도 많지 않다.90년대 후반부터 업계가 경쟁적으로 환상을 담은 아파트 브랜드와 광고에 집중하며 수주전에 열을 올릴 때에도 삼환은 아파트 광고를 하지 않았다. 최 명예회장은 오히려 당시 시류에 대해 자서전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없이’를 통해 “안쓰럽다.”는 평을 내놓았을 뿐이다. 한 때 9개에 달하던 계열사는 현재 6개로 정리됐다. 키친아트로 유명한 양식기 제조업체 경동산업(60년)과 코카콜라 등 청량음료 제조업체인 우성식품(69년)은 모두 1990년대 말 정리됐다. 태양관광(관광·77년)은 삼환엔지니어링(기술용역·76년)에 통합돼 삼환기술개발이 됐지만 설계 업무는 거의 하지 않고 관광업도 계열사 직원 출장을 위한 발권 업무 정도만 한다. 이밖에 우성개발(67년), 삼환까뮤(78년), 삼환종합기계(79년), 신민상호신용금고(78년), 회현상사(78년) 등은 명맥을 잇고 있다. 그러나 건설 명가로서의 국내 입지와 안정적인 매출은 줄곧 유지하고 있다. 건설 계열사를 가진 한화그룹의 1000억원대 대한생명 리모델링 공사를 지난해 수주했고,2007년 준공되는 건축비 595억원 규모의 팬택계열 서울 상암동 R&D센터도 짓고 있다. 삼환기업은 2005년 기준 매출 6612억원, 당기순이익 5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종합 수주액은 1조 5000억원 규모다. 삼환그릅 기준 2005년 매출은 1조 1000억원, 당기순익은 650억원이다. ●교사 부인과 1남1녀의 단촐한 가정 1947년 봄. 삼환기업공사의 30대 청년 사장으로 뛰면서 당시 숙명여학교 교사이던 고 채광영 여사와 2년여 열애 끝에 1949년 4월 결혼했다. 최 명예회장은 부인을 만났을 당시 “‘아!이 여자다.’라는 느낌이 퍼뜩 들어 프러포즈를 했다.”고 언론을 통해 회고한 바 있다. 부인 채씨는 그를 홀로 남겨둔 채 1999년 노환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부인과의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가업을 승계한 외아들 최용권(56) 회장은 동갑내기로 고 한정대 전 대한페인트잉크(DPI) 회장의 3녀인 봉주(56)씨와 1974년 결혼해 슬하에 2남2녀를 두고 있다. 경기고를 졸업하고 미 보스턴대를 나온 용권씨는 미 유학중 같은 유학생 신분이던 봉주씨를 만나 결혼했다.1975년 삼환기업 기획조정실장으로 입사해 8년 만인 1982년 32세 나이에 삼환기업 사장에 취임했다. 이어 삼환이 창립 50주년을 맞은 1996년 9월 회장으로 등극,2세 경영 체제를 굳혔다. 선친인 최종환 명예회장은 ‘바늘로 찌를 구멍’은 있어 보였던 데 비해 최용권 회장은 ‘찌를 구멍’조차 없는 사람이란 평이 임원들 사이에서 나온다. 최 명예회장의 손녀이자 최용권 회장의 장녀 영윤(31)씨는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의 며느리가 됐다. 이 회장의 3남 해창(35)씨와 1999년 3월 결혼하면서 국내 두 전통 건설기업은 사돈관계를 맺게 된 것. 대림의 창업주인 고 이재준 선대 회장과 최 명예회장은 건설 1세대로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창씨는 현재 대림산업 계열사인 종합물류회사 대림H&L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아는 사람 소개로 만나 2년여 교제끝에 결혼했다. 다른 손녀·손자들은 아직 모두 학생이다. 장손주 최제욱(29)씨는 예일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컬럼비아대에서 MBA 과정을 밟고 있고, 최지연(26)씨는 세계 최고의 미술대학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RSID에서 공부 중이다. 막내 최동욱(22)씨도 콜롬비아대에서 학부 과정을 밟고 있다. ●형제들과의 인연…삼환에 친인척 1명도 남아 있지 않아 삼환은 인척들의 경영 참여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없었던 것을 자랑스럽게 내세우지만 친·인척이 맡았던 경동산업과 우성식품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그리고 지금은 친·인척 중 단 한 명도 삼환에 적을 두는 이가 없다. 맏형 고 최명환씨는 6·25 당시 자신이 설립한 삼환기업의 모체인 경동기계가 잿더미로 변하자 동생 최 회장과 함께 삼환기업공사를 설립한 뒤 주주와 이사로 활동했다. 그의 아들인 동국대 출신의 용근(67)씨는 계열사인 우성식품 이사, 삼환기업 사장 등을 맡다가 1996년 삼환까뮤 사장직을 끝으로 삼환을 떠났다. 둘째 형인 고 최영환씨는 국내 최초 강관회사인 한국강관의 3인 발기인으로 참여하면서 삼환을 떠났는데 한국강관의 부회장까지 맡은 바 있다. 이대 영문과를 졸업한 그의 차녀 계자(64)씨는 18대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권숙일씨와 결혼했다. 장남 용재(56)씨는 1993년 삼환의 계열사로 지금은 사라진 키친아트 등 양식기를 제조했던 경동산업의 사장을 맡은 바 있다. 차남 용진(53)씨는 ㈜유창 사장으로 삼환과는 무관한 사업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 형 고 최경환씨는 1958년 삼환의 관계사로 설립된 양식기 제조업체인 경동산업의 대표이사 회장을 지냈다. 이 회사가 정리되기 직전인 1999년까지 재직했다. 그의 아들 최용철(60)씨도 이 회사 대표이사 부회장을 지냈다. 경동산업은 인건비 상승과 경쟁 심화로 자금난을 겪다 94년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2000년 다시 법정관리 퇴출 명령을 받으면서 정리됐다. 그의 장녀 최형인(57)씨는 한양대 인문과학대 연극영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고 최경환씨의 사위이자 최형인씨의 남편이 삼성의 반도체 신화를 이끌어온 이윤우(60) 삼성전자 기술총괄부회장이다. 막내 동생인 최정환(73)씨는 삼환이 코카콜라 부산·경남지역 판매권을 가진 우성식품을 1969년 창립하면서 이 회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연간 매출 1300억원대로 한 때 부산지역 대표 식품회사로 명성이 높았지만 방만경영과 과다 부채를 이유로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최정환씨는 형인 최 명예회장으로부터 1997년 4월 경질됐다. 이 회사는 1997년 코카콜라 부문을 매각한 뒤 같은해 말 부도처리됐다. 최정환 전 회장은 서울대 상대, 산업은행을 거쳐 1968년 삼환에 입사했다. 이 회사 사장을 지낸 최정환 회장의 장남 최용석(47)씨는 회사가 문을 닫은 뒤 새천년민주당 창당발기인으로 활동하는 등 한 때 정치에 뜻을 두기도 했지만 지금은 정리하고 지성산업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장녀 영혜(45)씨는 건설부 장관, 상공부 장관을 지낸 고 장예준씨의 차남 동욱(48)씨와 결혼했다. jhj@seoul.co.kr ■ 故 정주영 명예회장과 ‘형님-아우’ “아, 이리도 황망히 가셨습니까? 아직도 회장님이 하셔야할 일이 많이 남아있는 데 무얼 그리 급히 가셨습니까? 여든 여섯의 춘추가 적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 경제의 영원한 등불로 언제나 함께하시기를 기도했는데 이리 가시니 이별의 안타까움과 아픔이 너무도 시리게 느껴집니다. 정주영 회장님.” 최종환 명예회장은 2001년 3월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타계한 직후 당시 서울신문을 통해 이같은 조사를 남긴 바 있다. 두 사람은 생시에 형님-동생으로 서로를 부르며 경쟁보다는 조언을 구하고, 돕고 의지하는 형님과 아우로서의 정이 돈독했다. 그는 건설 1세대 중에서도 특히 고 정 명예회장, 고 이재준 대림산업 명예회장, 그리고 조정구 삼부토건 명예회장을 존경하면서도 가깝게 지낸 인물로 꼽았다. 자서전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없이’에서 고 정 명예회장에 대해 “타고난 능력과 자질 이외에 뛰어난 판단력과 결단력, 저돌적인 돌파력에 감탄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평했다. 고 정 명예회장은 전경련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최 명예회장에게 부회장을 역임토록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최 명예회장에게 처음 소개시켜준 사람도 고 정 명예회장이라고 덧붙였다. 고 조정구 삼부토건 회장에 대해서는 “나는 상대방의 잘못이 보이면 즉석에서 쏘아대는 성격이지만 그 분은 어떤 경우에도 참고 있다가 나중에 조용한 목소리로 상대방이 스스로 깨닫도록 설명해 주는 등 깊은 인내의 미덕을 갖춘 분”이라고 회고했다. 고 조 회장이 건설협회 회장을 맡을 때 최 명예회장은 이사로 그를 도왔다. 최 명예회장은 이들과 함께 황무지나 다름없던 이 땅에서 건설업을 일궈냈다. 그러나 지금은 마지막 남은 건설 1세대로 원로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울 가회동 자택에서 지내고 있으며, 건강이 예전같지 않다. 수십년간 매일 30분씩 해온 ‘대나무 밟기’를 건강 비결로 소개했던 그였지만 요즘은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1996년 아들에게 모든 경영을 물려주고도 일주일에 최소한 사흘은 회사에 나왔지만 올들어선 일주일에 병원가는 날 하루 정도만 오전에 회사에 들른다. 평상시처럼 직원들과 지하 구내 식당을 찾는 등 검소한 모습은 그대로라는 평이다. ■ ’60년전통’ 삼환을 만든 사람들 삼환이 60년 건설 명가의 전통을 지켜올 수 있었던 데에는 전문경영인들의 공이 컸다는 평이다. 최종환 명예회장이 꼽는 최고의 CEO는 경성공업학교(현 경기공고) 출신의 고 이창호 사장이다. 부사장직으로 순직한 뒤 사장으로 추서됐고, 최 명예회장으로부터 ‘고락을 함께한 벗’으로 불리기도 했다. 최 명예회장은 지난 1977년 회사장으로 치러진 고 이 사장의 영결식 조사에서 “지금 내 오른팔이 떨어져 피가 흐르고 여며드는 것만 같은 아픔이 밀어 닥치는군요. 그러나 당신의 유지를 받들어 나는 기어코 우리 삼환을 세계 속의 삼환으로 만들고야 말겠습니다.”라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격무로 일관하다 신병을 갖게 되어 휴양을 하다가도 중동 현장으로 달려가는 등 투철한 사명감은 지금도 귀감이 되고 있다. 그가 사망한 이듬해에는 ‘회사를 위해 노력한 사원에게는 응분의 보상이 꼭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연금제도와 사원주택단지조성사업이 시작되기도 했다. 전동진(74) 사장도 삼환에서는 전설로 불리는 CEO중 한 사람이다.1975년 월남이 패망할 당시 월남지사장으로 근무하던 중 하청업자 공사대금 지불 등 잔무 처리를 위해 남아 있다 8개월간 공산 치하에 억류된 일화는 두고두고 회자된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1968년 육군 소령으로 예편한 뒤 삼환기업 중기부 과장으로 입사한 이후 1996년까지 삼환기업·삼환엔지니어링·삼환까뮤 등 계열사 사장을 두루 역임했다. 지금은 삼환의 육영재단인 우성문화재단에서 이사로 재직중이다. 행정고시 출신의 최석원(75) 고문은 내무부 치안본부장, 노동청장, 부산시장, 건설부 차관 등을 역임한 뒤 삼환의 해외사업이 꽃을 피우던 1982년 사장대우 상임고문으로 영입됐다. 지금도 우성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며 노년까지 삼환과의 인연을 지키고 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박건승 부장(반장) 정기홍·류찬희·최용규 차장 이기철·강충식·주현진·류길상·김경두·서재희 기자
  • 조선업체도 ‘해외로 해외로’

    ‘세계 최강’ 한국 조선업체들의 ‘탈(脫) 한국’ 바람이 심상찮다. 고임금과 국내 도크로는 밀려드는 수주를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이 작용했다. 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조선업체 빅3인 현대중공업그룹,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그리고 한진중공업,STX조선 등이 중장기적으로 중국, 필리핀 등에 조선소를 설립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은 국내에서 선박수리업을 접으면서 현재 베트남 현지법인인 현대-비나신조선소에서 선박 수리업을 대행하고 있지만 이 조선소는 향후 선박을 건조하는 신조 조선소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현대중공업은 다음달 중국 상하이 푸둥지역에 건설장비공장, 산업용 보일러 공장 등 5개 법인을 총괄하는 지주회사를 설립한다. 이미 울산과 포항에 40만평 규모의 블록공장 부지를 확보한 현대중공업은 중국 현지 조선소 설립 가능성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조선업계는 중국 지주회사 설립 자체가 조선업 중국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은 루마니아 망갈리아 조선소를 기반으로 중국과 브라질, 앙골라 등에 중소형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소를 인수하는 방식을 추진중이다. 대우조선은 최근 중국 산둥성 옌타이 지역에 블록공장 건설에 착수했으며 향후 경영 여건을 감안하면서 조선소로 전환 등을 타진할 계획이다. 중국 저장성 닝보에 단독 법인으로 연간 12만t 규모의 블록공장을 보유한 삼성중공업은 올해 산둥성에 또 다른 블록공장을 짓기 위한 부지 매입을 검토 중이다. 삼성중공업도 블록공장으로 신조 조선소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산 영도조선소 부지가 좁아 고민하던 한진중공업은 지난 27일 필리핀 수비크만에 70만평 규모의 조선소를 짓기로 결정했다.STX조선도 생산 규모 확장을 위해 중국에 블록공장을 검토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부지가 넓은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나머지 조선소들은 밀려드는 일감을 소화하기엔 현재 시설로 부족하다.”면서 “해외 조선소를 설립하면 기술 유출의 우려가 있지만 인건비 절감 등의 부대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日기업 ‘거꾸로 인사’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 경제가 거품 붕괴의 충격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경기회복세를 타면서 일률적인 성과주의에서 탈피, 부분적으로 연공서열제로 되돌아가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일본기업의 이런 움직임은 성과주의 도입으로 인해 약해진 팀워크를 되살리고 인재육성과 능력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일 종합상사인 스미토모상사가 4월부터 입사 10년차까지는 동기생의 호봉과 임금에 차이를 두지 않는 완전연공제를 도입한다고 보도했다.스미토모상사의 대폭적인 인사제도 쇄신은 6년 만이다. 현재는 대졸 신입사원의 경우 입사 6년차까지는 호봉과 급여가 같지만 이후 관리직으로 승진하면 동기생이라도 2년 정도의 차이가 난다. 회사는 “입사 10년차까지는 천천히 시간을 두고 인재를 개발해야 한다.”는 사내 여론을 받아들여 새로운 인사제도를 도입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제도가 도입되면 입사 11년차 때 동기생이 일제히 관리직으로 승격하되 그후에는 연공서열적 요소가 없어지고 능력과 업무의 중요도 등에 따라 차이가 나게 된다. 또 일단 관리직이 되면 능력주의를 철저히 적용, 기존 제도보다 차이가 더 커진다. ‘젊은 사원에게는 연공서열주의, 중견사원에게는 능력주의’를 적용하되 평가는 상여금에만 반영한다.현재는 자격이 같을 경우 연봉액이 최대 240만엔 차이가 나지만 새 제도가 도입되면 관리직의 경우 차이가 최대 360만엔으로 확대된다. 신입사원에게 연봉제를 도입한 시티즌시계도 2005년도부터 직능급과 연봉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 사실상 연공서열 임금으로 돌아갔다. 일본 기업들은 거품 붕괴후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성과주의를 도입했었다.taein@seoul.co.kr
  • “포스터만 봐도 대박 영화 금방 알죠”

    “포스터만 봐도 대박 영화 금방 알죠”

    “젊을 땐 아무 생각 없이 지우고 다시 그리고 했지. 근데 이제는 공들인 그림 위로 덧칠을 하려면 서운하고 허전해. 새 그림 뒤로 지워지는 그림이 나와 비슷하단 생각 때문에 그런 건지.” 1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도원극장 뒤편 10평 남짓한 허름한 작업실. 흰머리가 성성한 60대 노인이 빈 캔버스에 중국배우 이연걸의 얼굴을 그리고 있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남은 극장 간판공 이금석(66)씨다. 지난해 말 청계천5가 바다극장이 실사(實寫) 간판으로 바꾸면서 이씨는 서울에서 유일한 ‘수제(手製)간판’ 전문가가 됐다. ●운동권 학생에서 간판장이로 마음 먹은 대로 안 되는 것이 인생이라 했던가. 국민대 농과대학을 졸업한 이씨는 10년 넘게 자기 이름으로 살지 못했다. 군사정권 타도 시위를 주동했다는 이유로 늘 쫓겨살아야 했다. 서슬 퍼렇던 1960년대 말. 매 맞고 고문당하는 일은 그의 일상이었다. 고향인 전남 구례의 한 고등학교에서 남의 이름을 빌려 교편을 잡았지만 항상 형사가 붙어다니는 통에 채 1년도 못돼 사표를 냈다. 고향을 떠나고 직장을 옮겼어도 감시의 눈은 떠나지 않았다. 서른이 넘어 외국인이 운영하는 작은 미술상에서 유화를 배우며 그림을 그렸다. 사회생활이 차단된 그에게 입에 풀칠을 위한 유일한 방편이었다. “그렇게 몇 년을 유화를 그리다 알음알음 극장 간판을 그리게 됐지.7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80년대 중반까지 극장 간판일은 촉망받는 직업이었거든. 서울에 간판장이가 60∼70명이 넘었지만 극장이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 생기는 통에 일손이 달렸어. 정말 살맛 났지.” ●변두리 극장 화공이 일류(?) 이씨의 무대는 단성사나 대한극장 같은 1류 개봉관보다는 변두리 재상영관이었다. 하지만 변두리 화공이라고 솜씨까지 2류로 보면 안 된단다.“일류 개봉관은 상영기간이 길어서 우리 입장에서 돈이 안 되거든. 반면에 변두리 재상영관은 영화가 자주 바뀌기 때문에 돈벌이가 쏠쏠했지.” 돈 많이 준다는 극장이 있으면 무조건 달려갔다. 그래서 지금까지 거친 극장이 70곳이 넘는다. 조수를 2명 두고 10개 극장의 간판을 도맡아 그리기도 했다.1980년대 말에는 한달에 700여만원을 집에 갖다주기도 했다. 당시 대기업 신입사원 월급의 20배가 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90년대로 넘어오면서 복합상영관이 들어서고 컴퓨터 실사간판이 나오면서 간판공들은 하나씩 둘씩 극장을 떠났다. 먹고살기 힘들어지자 조수들도 다른 일을 찾아 떠났다. 이젠 인건비까지 고려하다 보니 간판을 달고 떼는 일도 스스로 한다. ●남은 여생 한국배우 더 그리고 싶어 “극장 밥 30년이야. 포스터만 봐도 어떤 영화가 대박날지 알 수 있지.” ‘왕의 남자’나 ‘실미도’,‘태극기 휘날리며’ 등 3∼4개월 넘게 극장에 걸리는 흥행영화는 간판장이에게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긴 상영일수로 돈벌이에는 방해가 되지만 오래 걸릴 간판이라는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붓끝에 더 힘이 들어간다. 간판 하나에 걸리는 시간은 2∼3일. 갑자기 상영작이 바뀔 때에는 반나절 만에 그려내야 할 때도 있다. 평생 3000여개의 간판을 그려낸 베테랑에게도 급하게 그린 작품은 금세 표가 난다. 이목구비가 밋밋한 동양사람은 서양사람에 비해 특징을 살리기 쉽지 않다. 그래서 한국배우 중에서는 허준호를 그릴 때 제일 신이 난다. “아버지 허장강씨를 꼭 빼닮은 허준호는 선이 굵어 특징을 살리기 쉽거든. 똑같이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포인트를 주며 강조할 줄 알아야 관객의 눈길을 끌 수 있어. 그래야 밥값 하는 잘 그린 그림이지.” 액션영화는 선과 명암을 강하게 표현하고 에로영화는 부드러운 붓터치에 핑크색을 많이 줘야 손님을 끌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스크린쿼터가 축소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한국영화가 자기 간판처럼 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건강이 허락할 때까진 간판을 그려야지. 그리기는 어렵더라도 남은 여생 연기 잘하는 한국배우들 얼굴로 간판을 더 많이 채우고 은퇴했으면 좋겠어. 그 이상 바랄 게 있나.” 글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사설] 재산 불린 고위공직자들을 보는 눈

    행정·입법·사법부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변동 사항이 어제 공개됐다.80% 이상이 지난 1년간 재산이 불었다.1억원 이상 늘린 공직자도 꽤 많다. 행정부에서는 643명 중 150명(23%), 국회의원은 289명(국무위원 겸직 등 제외) 중 91명(34%), 고위 법관은 121명 중 29명(24%)이 각각 1억원 이상 재산을 증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가 어렵다느니 어쩌니 해도 고위 공직자라면 제법 큰돈도 모을 수 있다는 게 또다시 입증된 셈이다. 대부분 공직자들은 나름대로 깨끗하고 정당하게 재산을 모았을 것으로 믿는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정치·경제·사회 등 전 분야에 걸쳐 투명성이 높아져 부정한 수단·방법으로 부를 축적하기가 쉽지 않을 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직자의 당연하고 정당한 경제활동에 굳이 토를 달 이유는 없다고 본다. 문제는 경제가 활력을 충분히 찾지 못한 상황에서 고통받는 서민들의 시선은 별로 곱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 거리에는 청년실업자가 넘쳐난다. 차상위계층(4인가구 기준 월 136만 3200원) 이하 빈곤층은 716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국민의 15%가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게 현실이다. 이런 마당에 공직자의 수억대 재산증식이 어떻게 비쳐질지, 서민의 처지에서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정부와 여당은 양극화 해소에 국력을 쏟다시피 하고 있다. 그런데도 공직자들은 여전히 배부르게 살고 있다는 인식이 서민들에게 더욱 박탈감을 주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공직자들은 국민세금에서 한해에 20조원 이상을 인건비로 갖다 쓴다. 이번 재산공개를 계기로 정책개발과 행정서비스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세금과 부정한 돈을 탐하거나 지위를 남용한 적은 없는지, 월급받는 만큼 국민에게 봉사했는지를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해 보기 바란다.
  • [사설] 비정규직법 처리 이후가 중요하다

    기간제·파견·단시간 등 비정규직 노동자 관련법안이 16개월에 걸친 진통 끝에 그제 국회 환경노동위를 통과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정부안에 한국노총의 중재안을 절충하는 형식으로 법안을 수정했다. 양극화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는 비정규직 급증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게 법안 강행처리의 논거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은 환노위 통과안에 대해 총파업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반대할 태세여서 노·정 충돌이 예고되고 있다. 모처럼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내수 회복의 불씨가 때이른 춘투(春鬪)에 사그라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환노위 통과안이 ‘비정규직 고용 안정’과 ‘고용 유연성 확보’라는 양대 정책 목표를 충족시키기에는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법망 밖에 방치됐던 비정규직을 보호망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돼야 할 것 같다. 자신들의 요구 관철만 고수하며 법안 처리를 지연시킨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이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법안 내용을 뜯어보면 앞으로가 더 문제일 정도로 갈등 발생 요인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기간제와 파견 노동자 고용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줄인 것이다. 과거 파견 근로제 도입 당시 시행착오를 대입해보면 비정규직 노동자를 2년간 사용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보다는 ‘비정규직 돌려막기’로 악용될 소지가 많다. 인건비를 절감하는 방편으로 비정규직을 활용하고 있는 기업으로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리가 만무하다. 비정규직 고용을 안정시키겠다는 법이 도리어 고용 불안을 촉발할 수 있는 것이다. 노동시장의 울타리만 높여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최대 약자인 실업자들만 더 힘들게 하는 최악의 상황도 도래할 수 있다. 정부는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노동시장이 실업자-비정규직-정규직으로 선순환할 수 있도록 법안의 미비점을 최대한 보완해야 한다. 특히 노동위원회는 차별 시정의 제몫을 다할 수 있게끔 전문성과 신뢰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 日국회의원 셔틀버스 도마에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 국회와 의원 숙소를 오가는 의원 전용 셔틀버스가 회기 중에도 평균 승차 인원이 2명에 불과한 데다 연간 3610만엔(약 3억원)의 예산까지 낭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폐지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중의원 사무국이 조사한 결과 지난 1948년부터 운행된 이 버스의 1회 이용자는 평균 2명에 불과했다고 마이니치 신문이 28일 전했다. 이 버스의 승차 정원은 29명이다. 현재 7곳의 의원 숙소를 5개 노선(평균 3.3㎞·짧은 곳은 걸어서 15분 소요)으로 나눠 아침·저녁 5편(폐회 중에는 2편)씩 운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탑승 실적은 한 개 노선당 하루 10.3명(평균 2명)이었다. 인건비·연료비 등의 비용은 연간 3610만엔(약 3억원)이 들었다.평균 3㎞ 운행하는 데 4136엔(약 3만 4000원)이나 들어 도쿄도내 마을버스 요금 100엔보다 40배 이상 비쌌다. 이 조사는 중의원 사무국 개혁소위원회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사무국은 조사결과를 의원들에게 보고, 존폐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taein@seoul.co.kr
  • [주말탐방] 러브호텔 ‘불황의 늪’

    [주말탐방] 러브호텔 ‘불황의 늪’

    한때 ‘퇴폐의 온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모텔이 최근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숙박업소들이 장기 불황에 시달리면서 고객 유치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객실마다 컴퓨터는 이제 기본. 물침대에 놀이기구(?)까지 경쟁적으로 들여놓고 있다. 인근 업소에 비해 시설이 처지면 매출이 줄까봐 각종 첨단시설로 무장했다. 새로운 시설이 들어오면 아예 외부간판에 낯 뜨거운 광고문구를 새겨넣기도 한다. 모텔이 불황에 시달리기 시작한 것은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부터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 그러나 본격적인 매출감소로 이어진 건 2000년 전후라는 게 업주들의 중론이다. 경기가 다소 호전되어도 좀처럼 사정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곳곳에 매물이 즐비하다. 게다가 한때 좋은 시절을 보냈던 한적한 시 외곽의 전원 모텔은 아예 경기가 죽었다.13억∼15억원 하던 모텔을 5억∼6억원에 내놓아도 팔리지 않는다. 인건비를 줄 수 없어 주인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뜬밤을 지새우지만 몸만 축나기 일쑤다. 갈수록 만연되는 성 개방풍조에 숙박업소의 불황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모텔이 어떻기에, 그 속으로 들어가 본다. ●모란시장 모텔촌 수도권 외곽에 자리잡은 대표적인 모텔촌이다. 한때 평일 대낮에도 방이 없었다. 모텔방 하나에 하루 10번가량 손님을 받았다고 하니 가히 짐작이 간다.5∼6년 전만 해도 이곳 웬만한 모텔 하나의 임대료가 보증금 5억원에 월세 5000만원이었다고 한다. 웬만한 중소형 모텔 가격이 40억∼50억원을 육박하는 게 많았고, 그나마 매물조차 없어 나오는 즉시 거래가 되었다. 그러나 이젠 주말에도 텅 비어 있다.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한 깨끗한 모텔을 제외하고 영 장사가 안된다. 모란시장에서 성남 구시가지 중앙로변을 따라 한 블록이 모두 모텔로 늘어선 이곳에는 모두 100여개의 크고작은 모텔이 자리잡고 있다. 불황에 경영방식에도 변화가 오고 있다. 예전 같으면 청소와 세탁 등을 자체 인력으로 해결했지만 요즘엔 인건비 문제로 용역을 주고 있다. 특히 세탁물은 전문용역업체가 맡은지 오래다. 규모가 작은 모텔들은 여전히 청소아줌마가 이곳저곳을 돈다. 불황 덕에 시설은 더욱 좋아졌다. 고객이 이곳저곳을 돌며 좋은 곳을 찾으니 업주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황토방 시설을 해놓은 숙박업소는 상호보다 더 크게 ‘황토방’이라고 간판을 만들어 모텔인지 헷갈릴 정도다. 최신 유행도 있다. 입구에 평형별로 나누어 아파트 분양하듯 특실과 일반실, 그리고 특실도 가구와 침대 배치, 형태에 따라 2∼3가지로 나누어 사진으로 걸어놓은 곳도 있다. 고객이 원하는 방을 골라 사용할 수 있다. 시설이 나은 곳은 욕실도 거품목욕기까지 설치했고, 전자 사우나시설까지 갖춘 업소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용법을 몰라 당황하는 고객들도 있다고 한다. 자체 비디오시스템도 갖춰 TV에 포르노방송을 공급하기도 한다. 불법이지만 손님이 원하면 출장마사지사를 불러주기도 한다고. 모텔 지하나 1층에 유흥주점을 병행하는 곳도 생겨났다. 손님이 없으니 직접 손님을 만들어보겠다는 업주들의 극약처방이다. 주점에서 객실까지 엘리베이터로 직접 연결된 원스톱 시스템인 셈이다. 한밤 네온사인이 자극적이라며 한때 지자체가 강제 철거하겠다고 해 지역 전체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지만 요즘은 다시 불야성이다. ●무인 호텔 분당 신시가지에는 1997년쯤 무인호텔이 등장해 언론에 보도됐다. 퇴폐 향락보다는 관심거리로 보도돼 숙박업소의 본래 용도(?)보다는 호기심에 한번씩 가보는 명소로 변했다. 이곳에는 10여곳의 고급 모텔이 자리잡고 있다. 무인호텔은 일단 주차장으로 들어가서 차를 차고에 넣은 뒤 차고 안에 있는 정산기에 1일요금을 내면 차고에서 객실로 연결된 통로문이 열리게 된다. 객실로 들어가면 커피와 세면도구 자판기 등이 설치돼 있고, 퇴실시 객실 안에 있는 정산기에 첫째날 요금을 뺀 둘째날 요금과 방에서 쓴 도구 요금들이 전부 정산돼 뜬다. 정산기에 돈을 집어넣지 않게 되면, 차고로 연결되는 통로문이 열리지 않게 된다. 절대로 사람 만날 일이 없다고. 무인호텔이 인기라 인근 호텔이 벤치마킹해 유사한 모텔이 늘었다. 지금은 소위 분당에서 잘나간다는 백궁·정자지역으로 인근에 20∼30층짜리 주상복합건물에 둘러싸여 숙박업소의 비밀스러운 맛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땅값이 워낙 올라 업주들은 장사가 안 돼도 배가 부르단다. 건축 당시 평당가격이 500만원 밑돌았으나 3000만원을 웃도니 그럴 만도 하다. ●추락하는 전원모텔 짓기만 하면 돈이 된다고 해 땅만 있으면 논밭 가리지 않고 들어선 전원모텔은 이제 ‘X값’이 됐다. ‘일단 팔고 보자.’는 식이다. 대부분 업주들이 매물로 내놓는 경우가 많지만 ‘사자세력’은 실종된 상태다. 일부 업주는 장사가 잘되는 것처럼 차를 빌리거나 임대한 승용차들을 주차시켜 놓고 손님이 많은 것처럼 위장해 구매고객을 눈속임하기도 한다. 60여개의 크고작은 러브호텔이 몰려 있는 경기도 광주군 남종면∼양평군 강하면 88번 지방도. 중개업소마다 2∼3개의 호텔이 매물로 나와 있다. 11년 전 지어진 K호텔의 경우 당시만 해도 매매가격이 15억원이나 됐지만 5년 전부터 절반가격에 내놓았다. 그러나 지금껏 입질하는 사람이 없다. 최근에는 지어놓은 채 영업을 포기한 사례도 있다고 전해진다. 장사가 안되니 엉뚱한 시설로 손님을 유혹한다. 대표적인 게 퇴폐성 물리기구. 외국에서 연인들이 즐겨 사용한다는 러브체어와 자세한 사용설명서까지 곁들여 놓은 업소도 있다고 한다. 특히 일부 전원모텔은 티켓다방 종업원을 끌어들이는 퇴폐영업장소로 탈바꿈되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모텔 손님들 어디로 갔나 “그 많던 손님들이 다 어디로 갔나요.” 모텔을 경영하는 업주들의 한결같은 푸념이다. 장기불황 때문이라며 나름대로 분석을 하기도 하고, 모텔만 보면 두드러기를 보이는 자치단체를 원망하기도 한다. 조금만 잘되면 너도 나도 따라하는 국민성 때문이라는 자성론도 있다. 관심을 끄는 해석 가운데 하나는 승합차의 대량보급을 꼽는 경우. 연인들의 승용차내 사랑행각이 수위를 넘고 있다는 지레짐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성남시청사 내 공영주차장은 5∼6년 전부터 밤새 불을 환하게 비추고 있다. 도난방지도 있지만 차량을 이용해 숨어든 연인들을 쫓기 위한 게 부차적인 목적이란다. 하남시가 미사동 일대에 조성한 2만 5000여평의 나무고아원도 4년여 전부터 골치를 앓고 있다. 아침이면 나무사이로 이들이 다녀간 흔적이 남아 있어 뒤처리에 애를 먹고 있다. 진입로에 바리케이드를 쳐놓았지만 사랑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라고 한다.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 도립공원 내 대형 주차장도 야간 주차수요가 많아 낯 뜨거운 광경이 연출되곤 한다. 한 관계자는 “일부 모텔 업주들이 탄천 둔치, 주차장 등 곳곳에서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을 단속해 달라는 민원도 최근에는 심심치 않게 생겨난다.”고 전한다. 모텔 퇴조의 유력한 원인 중 하나는 원룸과 소형 오피스텔의 증가가 꼽힌다. 대학생들의 선호도가 모텔지도를 바꿔 놓았다는 분석이다. 퇴폐이발소의 증가와 스포츠마사지, 안마시술소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도 원인으로 꼽힌다. 모텔 숙박의 대안으로 선호하는 시설물이다. 불황도 한몫 거들고 있다. 음주후 대리운전비가 아까워 차에서 밤을 새우는 운전자가 많다고 한다. 분당경찰서 한 직원은 ”음주운전은 줄고 있는 상태지만 한밤 길에 세워놓은 차에서 운전자들이 자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성 개방풍조가 만연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가정에 충실한 가장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긍정적인 분석도 있어 다행이다. 물론 공무원들의 분석이다. 특히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불황에 시달리는 모텔 업주들의 고민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지자체·모텔은 전쟁중 러브호텔의 확산이 사회문제화되면서 자치단체와 모텔과의 ‘숨막히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전국에서 가장 많은 700여개의 숙박업소를 가진 성남시는 공무원과 의회가 합심해 모텔의 확산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성남시가 이를 위해 처음 칼을 빼든 것은 지난 2000년. 모텔 주차장의 차량가리개 제거 사업이다. 시가 업주들에게 천막제거 명령을 내리자 크게 반발했지만 시는 이를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이 때문에 낮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 시는 또 신규허가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현란한 네온사인을 철거시키는가 하면 불법 퇴폐유흥업소에 대해서는 영업정지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투숙객의 자동차 번호판을 가리기 위해 볼썽사납게 늘어뜨려 놓은 형형색색의 비닐천막도 모두 철거하도록 했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즉각 영업정지 처분했다. 이 조치는 호텔 내부를 모두 공개하게 되는 효과가 있어 큰 타격을 주었다. 신규허가의 경우에도 1층에 전시실과 소규모 놀이시설, 근린생활시설 등을 설치하도록 하고 2층에는 레스토랑 등을 반드시 갖춰야 허가를 내주었다. 시는 여기다 관내 경찰서와 연계해 이들 숙박업소 주변에 24시간 순찰차를 고정 배치했다. 그러나 최근 모텔의 경영상태가 악화되자 자치단체의 경계도 다소 풀린 상태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거의 현금 매출… 세금추징은 모텔이 내는 세금은 얼마일까. 일반과세자로서 모텔은 부가가치세와 소득세를 낸다. 부가세는 납세자가 신고하는 카드대금이 우선 기준이 된다. 물론 여기에 현금매출도 보태진다. 그러나 모텔의 경우 상당수 고객들이 다녀간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바람에 카드매출이 전무한 실정이다. 세무서의 징수방법이 궁금해진다. 모텔도 일반업소와 마찬가지로 지역담당제가 없어 세무공무원이 세원 파악을 위해 업소를 방문하는 일은 사라졌다. 신고액이 적다고 판단되면 해당업소의 매출을 조사하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 업주가 별 문제(?) 없이 알아서 신고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무서가 신고액이 적다고 하는 기준치와 신고자가 별 문제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세무서측은 업소별 신고액과 실제납세액은 물론 기준조차 ‘절대 없다.’며 밝히길 꺼려 한다. 성남세무서 관계자는 “고소득 자영업자 중점관리대상에 모텔업이 포함돼 있다는 것을 제외하곤 일반업소들과 다를 것이 없다.”면서 “구태여 기준이 있다면 객실 하나에 하루 한번은 이용객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공공기관 올부터 외부감사 의무화

    올해부터 ‘재정 성과관리제도’가 현재 26개 부처에서 전 부처로 확대, 실시된다. 이렇게 되면 정책부서인 법무부와 통일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위원회, 국세청도 기획예산처의 성과관리를 받아야 한다. 관리 대상도 주요 재정사업에서 인건비나 경상비 등만 들어가는 사업으로 확대된다. 또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공기업 감사와 사외이사도 성과 평가 대상에 포함된다. 아울러 공공기관도 민간회계법인의 외부감사를 무조건 받아야 한다.기획처는 20일 서울 반포동 청사에서 재정분야 전문가와 시민단체, 언론 등 1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이같은 내용의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기획처는 현재 26개 부처에서 시범 시행중인 재정사업성과관리 대상을 모 부처로 확대하고, 성과관리체계를 마련하지 않은 부처에 대해서는 예산을 증액해주지 않기로 했다. 성과가 미흡한 사업은 지원을 과감히 줄인다. 복지 등 재정지출이 크게 늘어난 사업은 심층평가를 받게 된다.●공기업 혁신 최우선대규모 토목 건설사업에만 적용해온 예비타당성 조사를 대규모 정보화·연구개발(R&D)사업에도 확대 실시하고 사업비 추정 규모가 500억원 이상일 경우 주무 부처의 요구와 관계없이 모두 실시키로 했다. 진행중인 사업이라도 중복투자 등 예산을 낭비할 여지가 있으면 타당성을 다시 검증받아야 한다. 변양균 기획처장관은 질의응답을 통해 “공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개혁은 무슨 일이 있어도 추진할 것”이라고 공기업 혁신을 강조했다.기획처는 공공기관의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고 인위적인 경쟁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경영평가를 강화하기로 했다. 공기업 감사·사외이사도 성과평가를 받아야하며 실적이 나쁜 임원은 해임하는 등 엄정한 평가시스템을 도입한다. 공공기관의 평균임금과 업무추진비 등을 공개하고, 민간회계법인에 의한 외부회계감사도 의무화했다.●사회서비스 체계 구축 사회적 일자리와 방과후 활동 등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사회서비스 관련 정책간 기획·조정·지원을 전담할 ‘사회서비스 재정지원단’을 4월 중 설치한다. 재정지원단은 병역 대체근무자를 간병인, 도서관·박물관 도우미로 활용하는 방안 등 사회적 일자리에 대한 수요 조사를 전담하게 된다.●달라진 부처들 업무보고 올해부터 각 부처는 대통령에 대한 업무계획보고는 서면으로 대체하고 대신 대국민 업무계획 보고는 부처 실정에 맞게 자율화했다. 기획처 업무보고에 참석한 부처 재정담당관들은 “중·장기적인 재정계획에 대한 설명을 듣고 부처뿐 아니라 정부 전체를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면서 “시민단체와 언론이 참석해 지켜본 만큼 국민과의 공개적인 약속의 성격이 강해 솔직히 부담감도 크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대표들은 열린 행정의 사례로 평가하면서도 질의응답 시간이 짧고 중·장기적인 청사진을 실행할 구체적 대책이 제시되지 못한 게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장애우들 12년만의 ‘자립 출사표’

    장애우들 12년만의 ‘자립 출사표’

    정상인들이 생각하는 ‘당연한 것’들이 이들에겐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그 당연한 것에 도전하기 위해 무려 12년간 기술과 체력을 다졌다.‘편한 길’을 간다고 해도 누가 지적하는 이도 없었다. 다만 스스로 서고 싶을 뿐이었다. 국내 최초의 장애인 전용 기업인 무궁화전자가 다음달 ‘자립 출사표’를 던진다.‘온실’을 거부하고 거친 ‘야생’으로 뛰어든 것이다. 20일 오전 기자가 찾은 수원시 팔달구 원천동 무궁화전자는 홀로서기 준비가 한창이었다. 다음달 출시될 자체 브랜드인 ‘바로바로’ 스팀청소기가 생산라인 곳곳에 진열돼 있어 마치 생산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모습이었다.‘꿈을 갖고 밝게 살자’는 표어가 유난히 도드라진 가운데 생산라인 현장엔 자동화 설비에 맞춰 장애인들의 손놀림이 분주했다. 휠체어 라인이 없었다면 직원의 70%가 중증 장애인이라는 사실도 모를 정도였다. ●‘삼성 우산’ 벗는다 “언제까지 삼성전자의 우산을 쓸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버팀목이 있을 때 서서히 자립을 해야죠.” 무궁화전자의 생산과 영업을 총괄하는 김동경 공장장은 다음달 스팀량 조절과 은나노 항균효과, 카펫 청소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스팀청소기를 자체 브랜드로 시장에 첫선을 보인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삼성 브랜드를 떼어내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이 무섭기도 하지만 우리가 자립하기 위해선 힘들더라도 삼성의 의존을 조금씩 덜어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단촐한 영업조직을 꾸리고, 마케팅 전략을 다시 한번 가다듬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1994년 100% 출자해 설립한 무궁화전자는 그동안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핸디형 청소기, 휴대전화 충전기,TV부품 등을 생산해 삼성전자 등에 납품해왔다. 그러나 장애인 기업의 한계인 생산성 향상에 발목이 잡히고,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돌파구 마련에 부심했다. 김 공장장은 “OEM으로는 더 이상 먹고 살기가 힘듭니다. 국내 업체들은 자꾸 중국으로 이전하고, 해마다 영업마진은 박해지죠. 완제품과 자체 브랜드만이 살 길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바로바로’ 스팀청소기 개발의 제조를 맡았던 박성민 반장은 “지난 18개월은 밤낮이 따로 없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지금은 너무 장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어느새 우리가 삼성 브랜드를 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자체가 뿌듯하다.”고 말했다. 제품 품질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삼성전자 브랜드에 걸맞게 철저한 테스트를 거친다. 핸디용 청소기의 20%는 유럽과 미국·남미 등에 수출되며, 국내 시장점유율도 20%에 달한다. 또 2년 연속 흑자를 실현하고 있다.2004년 매출 106억원, 순이익 7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는 매출 116억원, 순이익 5억원을 달성했다. 직원 169명 가운데 121명이 장애인이며 이 가운데 89명이 1∼2급의 중증장애인이다. ●“입사가 삼성전자보다 더 힘들어요.” 무궁화전자는 장애인 기업으로는 세계적인 복지, 편의시설을 갖춘 기업이다. 매년 1000여명의 방문객들이 찾아 시설들을 둘러본다. 공장동(1183평)보다 복리후생동(1597평) 규모가 더 크다. 기숙사부터 공장 생산라인까지 회사 곳곳이 장애인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문턱이 없는 것은 기본이고, 가구 배치, 휠체어 이동로, 체육 및 여가시설 등이 모두 장애인을 위해 짜여져 있다. 회사에 들어서는 순간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이 없고, 모두 소중한 직원이라는 회사측 설명이 딱 들어맞는다. 직원 연봉도 다른 임가공 형태의 중소기업 수준보다 높다. 입사 3년차 장애인의 연봉이 1350만원. 또 정년 55세를 보장해준다. 이 때문에 이직률이 매우 낮다. 김기경 차장은 “국내에 장애인 전용 기업이 없다 보니 채용 민원이 적지 않다.”면서 “경쟁률이 삼성전자보다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70억들인 포천 버스터미널 2년 문 못열다 운영자 만나

    70억여원을 들여 신축한 후 1년 6개월 동안 개장하지 못한 포천 시외버스터미널이 활로를 찾게 됐다. 포천시는 17일 “국내 굴지의 대형 할인마트 S사와 L사가 최근 터미널에 매장을 짓고 입주, 운영하겠다는 제안을 해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포천시는 지난 2004년 8월 군내면 하성북리에 총 71억원을 들여 1만 3000㎡부지에 건축면적 2400㎡의 광역 버스터미널을 준공했다. 시는 이후 7차례에 결쳐 운영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으나 당초 임대료 내정가 연간 2억 1000만원이 1억 2000만원으로 떨어질 때까지 응찰자가 없어, 운영자 선정이 계속 무산된 것은 교통수요가 크게 부족해 업체들이 티켓판매수수료와 승강장·차고지·주차장과 함께 시설된 6개의 상가만으론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포천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유럽 최대기업 부상 이지그룹 성공 노하우

    유럽 최대기업 부상 이지그룹 성공 노하우

    |글 사진 런던 함혜리특파원|런던 북부에 있는 캠던타운 지역의 글루체스터 크레센트 42번지. 길모퉁이에 원형으로 지어진 건물 1층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이 강렬한 오렌지색이다. 그 다음으로 즉각 피부에 와 닿는 것은 오렌지색의 물결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였다. 칸막이도 없이 트인 공간에서 방향도 제각각으로 앉은 20여명의 직원들이 컴퓨터를 들여다보며 업무에 몰두하고 있었다. 저가 항공사의 선두주자인 이지제트(easyJet)를 비롯해 여행, 렌터카, 호텔, 인터넷 카페 등 15개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이지그룹(easyGroup) 본사는 그룹의 전략을 보여주듯 군살 하나 없이, 그러나 효율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유럽의 불경기가 지속되는데 10년 만에 고객 인지도 최고의 그룹으로 다가선 이지그룹의 성공비결은 뭘까. ●군더더기를 과감히 제거한다 지난 1995년 11월10일 오전 7시 런던 북부의 루턴공항에서 비행기 한 대가 이륙했다. 동체에는 커다랗게 오렌지색으로 예약 전화번호를, 오렌지색의 꼬리에는 이지제트라고 적은 비행기였다. 저가 항공사의 선두주자 이지제트의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런던과 스코틀랜드를 잇는 노선운항을 시작한 이지제트는 이듬해 암스테르담 노선으로 국제선 운항에 들어갔다. 싼 항공요금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이지제트는 출발 10년이 지난 현재 109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유럽내 230개 노선을 운항 중이다. 수개월 전 예약을 할 경우에는 대형 항공사의 10분의1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지제트가 평균 3분의1 정도 싼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이지그룹의 대외관계 담당 제임스 로스니는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모두 없앤다.”는 그룹의 가치를 꼽았다. 전화와 인터넷을 통한 전자 예약 시스템을 이용하고 신용카드로 지불방식을 통일해 여행사의 커미션, 민간항공기구(IATA)에 내는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기존 항공료의 15%를 줄인다. 기내식을 없앤 것은 물론이며 커피 등 음료수를 기내에서 판매해 수익을 올린다. 이지제트는 어디에서든 제2의 공항을 이용한다. 공항이용료가 싼 데다 붐비지 않아 공항 체류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비용도 줄고 그만큼 자주 운행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항공기당 하루 평균 운항시간은 11시간으로 브리티시에어라인의 7시간보다 4시간이나 많다. 항공기 2대로 3대의 운항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비행기내에 있는 좌석은 모두 이코노미석이다. 같은 종류의 항공기로 다른 항공사보다 더 많은 좌석을 놓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보잉 737기의 경우 비즈니스석을 포함해 일반적으로 109석이지만 이지제트는 이보다 44%가 많은 149석이다. 기내 승무원은 3명으로 한정해 인건비를 줄였다. 기종을 통일해 유지 및 보수비용, 정비기술자와 조종사 훈련 비용을 줄였다. 로스니는 “이같은 가격절감의 노하우는 다른 이지그룹의 사업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최소의 가격으로 최대의 가치를 창조한다 싸다고 해서 지저분하고, 서비스나 제품의 품질이 엉망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지그룹이 ‘낮은 가격’ 다음으로 중시하는 것은 가격대비 최대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지제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고급 샴페인과 기내식이 제공되는 안락한 비행을 기대하지 않는다. 이보다는 싼 비용, 깨끗한 환경, 안전한 비행을 원한다. 이에 대한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고 한다. 가격대비 상품의 질은 고객들이 평가한다. 이지제트는 지난 한 해 동안 모두 2960만명의 승객을 수송했다. 전년보다 21.4% 늘어났다. 이지제트의 총매출은 13억 4140만파운드(약 2조 2800억원)로 전년보다 23% 증가했다. 유럽 8개국과 미국 타임스 스퀘어 등에 74개 프랜차이즈점을 둔 인터넷카페의 경우 이용료 2유로(약 2300원)면 하루 종일 안정된 고속인터넷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 올 여름에는 무선접속, 게임, 프린트, 디지털 카메라 이미지 다운로드 등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4세대 인터넷 카페도 나온다. 인터넷 카페 이용객은 하루 1200만명이나 된다. ●고정관념의 틀을 깬다 이지그룹이 관리하는 사업분야는 모두 15개. 대부분 기존에 대기업들이 사업을 장악한 분야로 가격대가 국제적으로 통일된 것이 일반적이다. 이지그룹의 창업자 스텔리오스는 매번 이같은 고정관념을 깨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 뉴스를 만들었다. 이지제트가 출범할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렌터카, 영화티켓 판매, 온라인 주문피자 등 사업을 시작할 때마다 매번 선점 대기업들의 거센 시장진입 저지압력을 받았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되는 싸움에서 소비자에게 유리한 가격을 제공하는 이지그룹의 브랜드가 항상 승리했다. 고정관념의 파괴는 호화로움의 상징인 크루즈 여행에서도 입증됐다. 돈 많고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인생의 후반을 여유 있게 보내려고 떠나는 크루즈 여행이라는 관념의 틀을 깨고 이지크루즈는 지난여름부터 20∼40대의 젊은 층을 겨냥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지그룹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스텔리오스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낮은 가격을 제시한다는 것은 바겐세일과 다르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지불하는 금액에 적절한 서비스와 품질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돈을 적게 들이고 좋은 물건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사람들의 생활을 다르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lotus@seoul.co.kr ■ 유럽 최저가 ‘이지호텔’ 투숙해 보니 이지호텔(easyHotel)에 도착한 시간은 밤 11시쯤이었다. 런던 시내 한복판이지만 이지호텔이 위치한 렉스함가든 지역은 적막감이 돌 정도로 한산했다. 가방을 들고 계단을 올라 벨을 누르니 이지호텔 마크가 새겨진 회색 점퍼를 입은 젊은 여성이 문을 열어준다.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예약서류를 내 보이고 간단한 입실수속을 마쳤다. 이지호텔은 인터넷으로만 예약을 받고 예약때 요금을 내야 숙박이 가능하다. 신용카드로 지불한 하룻밤 숙박료는 40파운드(약 6만 8000원). 아침식사가 포함되지 않은 가격이다. 혼자서 객실 34개인 이 호텔을 지키는 자라(23)는 입실수속이 끝나자 카드키와 함께 호텔 투숙객들이 지켜야 할 주의사항과 안내문이 담긴 종이 한 장을 내 주었다. 안내문에 따르면 호텔에서 토스터, 미니쿠커를 사용할 수 없다. 모든 구역에서 금연이다. 체크인 시간은 오후 4시, 체크 아웃은 다음날 오전 10시. 체크아웃 이후에 짐을 보관해 주는 서비스도 없다. 하루 이상 머물 경우 청소 및 시트 교체를 원하면 10파운드(약 1만 7000원), 새로 수건을 받으려면 1파운드(약 1700원)를 추가로 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방은 1층 5호. 오렌지색 방문에는 아주 작은 방(very small room)이라고 적혀있다. 이지호텔은 지난해 8월 오픈한 가격파괴 호텔이다. 런던에서 가장 작은 호텔방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얼마나 작을지 궁금한 마음에 서둘러 카드키로 문을 연 순간 ‘앗!’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창문도 없는 방은 표준사이즈의 더블침대(가로 120㎝, 세로 180㎝) 하나가 거의 다 차지했다. 발을 디딜 틈도 없고 마땅히 짐을 놓을 공간도 없다. 책상이나 의자도 없고 옷장도 없다. 가방을 어디에 놓아야 할지, 코트를 어디에 걸어야할지 난감했다. 옷걸이가 벽에 2개 있었지만 너무 높이 달려 있어 사용할 수도 없었다. 객실에는 전화도 없고 인터넷도 안된다. 천장 가까이에 평면 텔레비전이 걸려 있지만 리모컨(빌리는데 5파운드)이 없으니 무용지물이다. 비행기 화장실 크기의 욕실에는 변기, 세면대, 샤워 부스가 오밀조밀 들어차 있다. 수건 한장, 휴지, 벽에 부착된 물비누, 플라스틱으로 된 휴지통이 비품의 전부다. 호텔 종업원 자라는 ‘방이 너무 작고 서비스가 많지 않아 불평하는 손님들이 없느냐.’는 질문에 “모두 사전 정보를 갖고 오기 때문에 큰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방으로 돌아와 문 뒤편 바닥에 가방을 놓고 짐을 푼 뒤 잠자리에 들었다. 밀폐된 작은 공간이 오히려 숙면에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었을까. 이튿날 아침의 기분은 신기하리만치 상쾌했다. lotus@seoul.co.kr ■ 스텔리오스는 이지그룹의 최대주주(41%)이자 창업자인 스텔리오스(39)는 그리스 사이프러스 출신으로 해운업을 하는 백만장자 루카스 하지 이아누의 아들이다. 고등학교까지 그리스에서 나온 그는 명문 런던경제대학과 런던비즈니스스쿨에서 공부했다.21세 때 유조선 선박회사 스텔마 슈핑을 창업했던 그는 28세에 집안의 사업과 다른 분야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려고 항공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자신을 ‘연쇄 창업가’라 부른다.“리스크(위험)는 커다란 자극제가 된다.”는 그의 꿈은 세상을 이지그룹의 상징인 오렌지색으로 물들이는 것이다.
  • 환승주차장 무인시스템 일거양득

    환승주차장 무인시스템 일거양득

    장면 #1 “교통카드 또는 신용카드를 인식시켜 주십시오.” 10일 오후 6시30분 서울 강서구 방화동 개화산역 환승주차장 입구. 승용차가 들어서자 정산시스템이 다정하게 인사말을 건넨다. 무인주차장을 처음 이용하는 김승완(32)씨는 잠시 당황했다. 그러나 버스·지하철 교통카드 단말기와 닮은 카드확인기 모양을 보자 ‘감’이 왔다. 지갑을 꺼내 확인기에 댔다. 버스탈 때 사용하는 교통카드 겸용 신용카드가 지갑에 있기 때문. “주차장으로 진입해 주십시오.”어렵지 않게 통과했다. 장면 #2 같은 시각 개화산역 환승주차장 출구. 승용차들이 줄이어 빠져나갔다. 운전자들은 창문 한번 열지 않았다. 출구 왼쪽에 자리한 모니터가 차량번호와 함께 ‘정기권 등록차량’이라고 표시했다. 그러면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말이 나오고 차단기가 스르르 열린다. 차량 한 대가 빠져나가는 데 3초도 걸리지 않았다. 장면 #3 같은 시각 잠실역 통합 관리센터. 잠실역·창동역·구로디지털단지역·수서역·도봉산역·개화산역 등 지하철역 무인 환승주차장 6곳을 보여주는 모니터가 나란히 놓여 있다. 모니터가 깜박이자 승용차가 들어오는 모습, 나가는 모습이 연달아 보였다. 정기권 등록차량은 번호판을 찍어 판별하고, 이용자가 할인 증명서를 내보이면 이용 요금을 깎아줬다. 직원들이 24시간 머물며 주차장을 지켜봤다. 지난해 7월에 도입된 공영 무인주차장이 인기다. 편리한 데다 가격도 저렴해 시민의 발길이 이어진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은 13억 8000억원을 들여 환승주차장 6곳에 무인시스템을 도입했다. 주차장에 들어갈 때 신용카드나 T-머니카드를 입차 카드확인기에 대면 자동인식해 차단기를 올려주는 시스템이다. 차량 폭을 자외선으로 확인해 경차면 할인혜택을 준다. 나갈 때도 카드를 출구 무인정산기에 대면 요금이 자동으로 계산된다. 지하철·버스의 교통카드 단말기와 닮았다. 다만 각종 할인을 받으려면 버튼을 눌러 카메라를 통해 환승확인증이나 장애인증명서를 보여줘야 한다. 이용가능한 신용카드는 국민·BC·LG·신한·롯데·현대·삼성 등이다. 정기권 등록차량은 더욱 간편하다. 주차장에 들어갈 때나 나올 때 정산시스템이 카메라로 차량번호를 확인, 바로 차단기를 올려준다. 멈추거나 창문을 열 필요없이 주차장을 드나드는 것이다. 전체 이용자의 60∼70% 정도다. 월정기권을 받으려면 서둘러야 한다. 매월 19∼20일 장애인, 국가유공자, 고엽제후유의증 차량에 우선 발매하고,21∼23일 선착순으로 정기권을 판매한다. 인터넷(www.sisul.or.kr)으로 신청 가능하다. 시설관리공단도 만족하고 있다. 주차장 관리인원을 74명에서 40명으로 크게 줄이고, 만성 적자에서도 벗어났다. 환승주차장은 매년 평균 17% 안팎의 적자를 봤다. 그러나 무인시스템 도입 이후 연말까지 모두 25억 4900만원을 거둬들여 2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인건비 부담을 덜자 주차장 운영시간을 오전 5시∼다음날 오전 1시로 연장한 덕택이다. 원래는 오전 9시∼오후 9시만 이용요금을 받았었다. 안득진 과장은 “야간에 무료로 주차장을 개방할 때 1000원만 내고 퇴근시간에 들어와 아침에 나가는 승용차가 많았다.”면서 “무인시스템 덕에 제대로 요금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도입 초기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시스템 오류에 대한 불만은 여전히 터져 나왔다. 개화산역 환승주차장을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김모(34·여)씨는 “일주일에 한번씩은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특히 오후 11시∼오전 7시까지는 주차요원이 없어 시스템이 고장나면 경비업체 직원을 기다려야 하는 게 불편하다고 했다. 그는 “오류만 줄어든다면 편리한 제도”라고 덧붙였다. 초창기 가동률은 88%였으나 최근에는 95%로 올랐다. 시스템을 개발한 미래산전㈜ 서충원 부장은 “오류가 크게 줄었지만, 앞으로 0%가 되도록 업데이트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기권 등록차량이 아닌 경우 주차장을 나갈 때도 복잡하다. 각종 할인이 많기 때문. 환승이나 장애인 할인을 받으려면 버튼을 눌러 공단 직원과 얘기를 나누고, 증명서류를 카메라로 보여줘야 한다. 교통카드를 정산기에 대고도 결제 확인 버튼과 영수증 버튼을 더 눌러야 한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무인주차장 이용 이런것은 알아두세요 환승주자창 무인 정산시스템을 이용할 때 필요한 정보를 정리한다. ●천천히 진입하세요 무인 시스템은 카메라로 차량 번호판을 찍어 정기권 이용자인지 판별한다. 정기권 이용자로 확인되면 차단기가 자동으로 열린다. 시스템은 승용차가 20∼30㎞로 달려도 인식하도록 고안됐지만, 아무래도 천천히 다가가면 확인하기가 쉽다. 빠르게 진입하다 차단기가 올라가지 않으면 충돌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또 번호판 전체가 사진에 찍히도록 중앙으로 들어가야 한다. ●번호판을 깨끗이 차량 번호판이 무인 시스템의 생명이다. 눈·비로 차량 번호판이 지저분해지면 시스템이 인식하지 못한다. 번호판을 깨끗이 관리해야 오류를 막을 수 있다. 과속 단속카메라를 피하기 위해 불법 장비를 장착한 경우에는 주차장 이용이 불가능하다. ●할인 받으세요 환승주차장은 할인 혜택이 다양하다. 꼼꼼히 따지면 많이 아낄 수 있다. 우선 주차하고 시내를 지하철로 다녀오면 주차 요금 50%를 할인받는다. 환승경차는 3시간을 무료로 이용하고,80% 할인된다. 환승주차장이나 시내 지하철역이 발급하는 환승 확인증에 도장을 찍어오면 된다. 승용차 요일제 참여차량은 20% 할인된 가격으로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장애인·국가유공자·고엽체 차량은 3시간 동안 무료이고,80% 할인을 받는다. 주차장을 나갈 때 장애인카드 등을 제시하면 된다. ●동일한 카드를 이용하세요 주차장을 들어올 때 사용했던 교통카드나 신용카드를 나갈 때도 사용해야 한다. 카드를 바꾸면 시스템이 인식하지 못한다. 버스와 지하철을 함께 이용해 환승 할인을 받으려면 교통카드 하나를 이용해야 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 1魚4色4味…강원 거진항 명태

    1魚4色4味…강원 거진항 명태

    명태와 도치는 예전부터 거진항 등 동해안 항포구에서 겨울철에 흔히 나는 생선이었다. 단지 차이가 있었다면 명태가 어부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한 생선이었다면, 도치는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다는 것. 요즘엔 많이 달라졌다. 명태는 어획량이 줄어 ‘금태(金太)’라 불릴만큼 얼굴보기 어려운 생선이 되었고, 도치는 특유의 담백한 맛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한마리에 1만원이 넘는 ‘귀족생선’이 되어 있다. 요즘이 한창때인 명태와 도치를 만나기위해 강원도 고성군 거진항을 찾았다. # 명태잡이 1일 어부가 되다 10일 새벽 6시30분. 거진항 해양경찰 임검소에서 나눠준 노랑색 신호포판(선박식별표지)을 받아든 10t급 어선 미성호 선장 조가현(55)씨가 배에 올랐다. 명태잡이 경력만 30년이 넘는 베테랑 선장이다. 오늘 출어할 곳은 거진항에서 9마일 정도 떨어진 북방어장. 시속 11노트의 속력으로 약 1시간정도 걸리는 곳이다. 승선인원은 선장을 포함해 5명. 함께 출어할 어선 5척 등 모두 6척의 명태잡이 배가 요란한 엔진소리를 내며 일제히 거진항을 출발했다. 전날 해제된 강풍주의보의 뒤끝이라서인지 두툼한 방한복 속을 헤집고 들어오는 바람의 세기가 대단했다. 뱃전을 두드리는 거친 파도는 제대로 앉아 있기조차 힘들게 만들었다. 배 앞쪽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추위를 달래던 선원들의 표정도 험악한 날씨만큼이나 어두워 보였다. 전날 ‘척후병’으로 출어했던 2척의 어선에 명태가 비치긴 했지만, 그 양이 많지 않았다는 소식 때문인 듯했다. 선원 길상봉(55)씨는 “중국어선들이 북쪽에서 명태의 회유로를 지키고 있다가 싹쓸이하는데, 여기까지 내려올 명태가 남아 있겠습니까?”라며 거푸 한숨만 내쉬었다. 북한지역 어장의 조업권을 사들인 중국어선들이 쌍끌이 조업을 하는 탓에 명태의 씨가 마를 지경이라는 것. 1시간 남짓한 항해끝에 북방어장에 도착했다. 높은 파도 때문에 30분정도 조업개시여부를 놓고 선장들간에 논쟁이 오가다, 마침내 한 채의 그물을 끌어올리기로 결정했다. 그물 한 채에는 모두 20개의 조그만 그물들이 연결돼 있으며 그 길이가 1500m가량 된다.‘망개’라는 원통형 어구를 통해 수심 630m 아래에서 그물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예상했던 대로 명태의 양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골뱅이 같은 ‘돈 안 되는’ 해산물들이 대부분이었다.1시간30분 정도 조업을 한 끝에, 조가현 선장은 나머지 5채의 그물을 걷지 않고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명태의 양이 적을 거라 판단한 것이다. “한때 ‘거진항에서는 개도 명태를 물고 다닌다.’고 할 만큼 명태가 많이 나던 시절이 있었지요.” 배의 방향타를 자동항해로 맞춰 놓고 담배 한대를 입에 문 조 선장이 장탄식을 내뱉었다. 육지 아이들이 수박서리 하듯, 해안가 아이들은 덕장에서 명태서리를 하기도 했단다. 명태 몇마리쯤은 아이들의 요깃거리로 주어도 될 만큼 여유가 있었던 것. 그러나 최근엔 많이 달라졌다. 조 선장은 “요즘엔 배를 타고 나가도 겨우 ‘몇마리’잡고 돌아오기 일쑤지요. 배 기름값 30만∼40만원은커녕, 인건비도 못 건지는 날이 허다합니다.”라며 명태어업의 앞날을 걱정했다. 어느덧 도착한 거진항. 오늘 빈작을 거뒀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는 듯, 미성호 선원들은 빠른 손놀림으로 그물 등의 어구를 정리하며 다음 출어를 준비했다. # 명절음식·숙취해소에 안성맞춤 어찌하여 한마리의 생선을 부르는 이름이 이리도 많을까? 명태, 생태, 동태, 황태, 코다리, 북어, 노가리…. 숨넘어 갈 만큼 명칭이 다양하다. 바다에서 갓 잡아올린 생태의 하얀 속살은 연약한 아기 피부처럼 부드럽지만 잘 마른 북어는 방망이로 두들겨 패야 할 정도로 딱딱하다. 도저히 한몸받은 명태의 변신이라고 하기에 믿어지지 않을 만큼 명태는 언제 어떻게 잡는지, 어떻게 가공하는지 등에 따라 이름과 모양이 천차만별이다. 예로부터 ‘맛좋기는 청어, 많이 먹기는 명태’라는 말이 전해질 만큼 명태는 우리와 친숙한 생선. 흔한 만큼 이름도 무려 70여개에 달하는 별칭을 갖고 있다. 갓잡아 싱싱한 ‘생태’, 얼린 ‘동태’,40여일동안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한 ‘황태’,30일 이상 건조한 ‘북어’, 그리고 너댓마리 코를 꿰 꾸떡꾸덕 말린 ‘코다리’, 명태의 새끼 ‘노가리’등으로 불린다. 또 잡는 어구에 따라 그물태나 낚시태 등으로, 계절에 따라서는 춘태, 동지받이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지방태나 원양태 등은 잡힌 지역에 따른 것으로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나는 지방태는 워낙 양이 적어 금태(金太)라고도 부를 정도로 값이 비싸다. ‘1魚4色4味’라는 표현만큼이나 명태는 어디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알뜰한 생선이다. 생태를 무와 함께 요리하면 담백하면서도 시원한 생태국, 생태찌개감으로는 최고. 보글보글 끓여놓은 생태국과 찌개는 겨울철에 입맛 살리는 데 좋다. 칼슘과 단백질이 풍부해 속풀이, 간장해독, 혈압조절, 인체 노폐물 제거에 좋다. 또 명태는 회냉면에 올라가는 주인공이기도 하고, 김장 김치 담글 때는 김치소로 사용돼 시원한 김치 맛을 내주는 일등공신이 되기도 한다. 내장은 창난젓으로, 머리는 귀세미젓으로, 알은 명란젓으로 쓰인다. 아가미와 창난을 넣어 만든 깍두기와 명태살과 아가미를 넣어 만든 식해는 명태가 많이 잡히는 강원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명절음식에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동태. 동태 살에 달걀옷을 입혀 노릇노릇 지져내면 바로 제사상에 오르는 동태전이 된다. 생태만큼이야 못하지만 동태를 푸짐하게 넣고 얼큰하게 끓여낸 동태탕과 찌개도 시원한 맛이 그만이다. 대관령의 모진 눈바람을 이겨내고 노랗게 말려진 황태나 북어도 무와 두부를 넣고 국을 끓여내면 숙취를 해소하고 입맛 살리는데 적격이다. 황태국은 예부터 ‘건곰’이라고 해서 앓고 난 사람의 기운을 회복시키는 음식으로 꼽혔다. 꼬득꼬득 반건조로 말린 코다리는 미더덕과 콩나물을 듬뿍 넣고 매콤하게 찜으로 만들어 먹으면 좋다. 황태·북어구이나 찜류는 손님 접대와 술 안주로는 안성맞춤이어서 애호가에게 인기 ‘짱’이다. # 북어와 황태의 대결은 둘다 ‘말린’ 명태이건만 맛과 영양, 의학적 효능 등에 대해서는 생산지역 주민에 따라 판이한 견해차를 보인다. 둘다 바람에 말린다는 점은 똑같지만 북어는 습기를 멀리하고, 황태는 적당한 습기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눈이 오면 북어는 거둬들이고 황태는 그대로 눈을 맞힌다. 육질은 북어가 쫀득쫀득한 반면, 황태는 다소 푸석푸석하다. 크기는 황태가 다소 큰 편. 북어를 주로 생산하는 고성지역 주민들은 북어가 맛에서 한 수 위라고 주장하는 반면 용대리 등 인제지역 주민들은 영양이나 효능면에서 황태가 앞선다고 맞선다. # 명태축제·황태축제로 놀러 오세요 오는 23일부터 26일까지 4일간 고성군 거진항 일대에서는 제8회 명태축제한마당(myeongtae.com)행사가 열린다. 다양한 명태요리를 맛볼 수 있는 것은 물론, 맨손 활어잡기, 어선 무료시승회 등의 부대행사가 관광객들을 기다린다. 문의 (033)682-8008∼9. 또 25일부터 내달 1일까지 인제군 용대리 황태마을 일대에서는 제8회 황태축제(yongdaeri.com)가 열린다. 진정한 황태맛을 즐길 수 있다. 문의 (033)462-4808. # 가는길 44번 국도를 타고 양평, 홍천, 인제를 거치면 용대리가 나온다. 용대리를 거쳐 진부령을 넘으면 거진항이다.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주문진까지 가다가 7번국도로 갈아타 속초를 지나면 거진항이 나온다. ■ 명태 버릴게 하나도 없어요 (1) 황태 고추장 불고기 재료 황태포 2마리, 고추장 양념장(고추장, 사이다 5큰술씩. 청주·생강즙 2큰술씩. 다진 파·설탕·간장·물엿·참기름 1큰술씩. 다진 마늘·깨소금 1/2큰술씩. 후춧가루), 식용유 만드는 법 (1)황태포는 머리와 꼬리를 자르고 물에 푹 담가 뜨지 않게 그릇으로 눌러 5시간 정도 두어 불린다. 황태포가 부드러워지면 물기를 짜고 2∼3등분한다.(2)양념장 재료를 골고루 섞어 고추장 양념장을 만든다.(3)불린 황태포에 고추장 양념을 고루 발라 1시간 정도 재어 놓았다가 간이 배면 그릴이나 기름을 두른 팬에 얹고 중불에서 노릇노릇하게 굽는다. (2) 두부 감자 북어국 재료 두부·감자·북어채 각 100g씩. 쪽파 10뿌리, 달걀 2개, 다진 마늘·국간장·참기름 1큰술씩, 물 6컵,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드는 법 (1)북어채는 물에 살짝 담갔다가 건져 물기를 없앤다.(2)두부와 감자는 깍둑썰기를 한다.(3)쪽파는 3㎝ 길이로 썰어 풀어놓은 달걀에 섞는다.(4)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과 북어를 넣고 볶다가 물을 붓는다.(5)북어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면 두부와 감자를 넣고 국간장과 소금, 후춧가루로 간을 한 후 쪽파를 넣은 달걀물을 넣어 끓인다. (3) 생태찌개 재료 생태 1마리, 조개·무·두부·대파 100g, 고추 2개, 마늘 3개, 생강즙 1큰술, 청주 1큰술, 간장 1큰술, 고추장 1큰술, 고추가루 1큰술, 소금, 후추 만드는 법 (1)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물을 붓고 먼저 끓인다.(2)대파, 고추는 어슷 썰고, 마늘은 다진다.(3)무가 익으면 준비한 생태와 조개를 넣고 양념을 한다. 두부도 함께 넣는다.(4)생태가 익으면 야채를 넣고 청주, 생강즙을 넣어 비린내를 없앤다. (4) 북어 고추볶음 재료 노가리 200g, 고추 100g, 대파 1/4뿌리, 마늘 3쪽, 조미료 깨소금·참기름·간장 1/2큰술씩, 소금·후춧가루 약간, 식용유 만드는 법 (1)노가리는 물에 푹 담가 먹기 좋을 정도로 부드럽게 불린다. 불린 노가리는 가운데 뼈와 꼬리를 제거하고 3㎝ 길이로 자른다.(2)맵지 않은 꽈리고추를 다듬어 기름과 간장을 놓고 달달 볶는다.(3)기름을 두른 팬에 저민 마늘과 노가리를 넣어 볶는다. 노가리가 노릇하게 볶아지면 고추를 넣는다.(4)(3)이 적당히 볶아지면 깨소금과 참기름, 소금, 후춧가루로 간하여 좀 더 볶는다. (5) 명태완자 재료 명태 3마리, 두부 1/2모, 소금, 다진파와 마늘, 양파, 후추, 참기름, 밀가루, 달걀, 식용유. 만드는 법 (1)명태를 깨끗이 씻어 포를 뜬 뒤 끓는 물에 명태포를 데친 다음 물기를 빼준다.(2)명태포를 잘게 다지고 물기를 짠 두부를 칼등으로 곱게 으깨어 다진 명태에 갖은 양념해 잘 치댄다.(3)둥글게 완자를 빚어 밀가루를 묻혀 달걀물을 씌워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완자를 넣어 약한 불에 노릇노릇하게 지져낸다. 글· 사진 고성 손원천 최광숙기자 angler@seoul.co.kr
  • 감사원 평균연봉 4930만원

    감사원의 올해 평균 인건비가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감사원이 국회에 제출한 업무현황자료에 따르면 올해 인건비 총액은 지난해보다 6% 늘어난 502억 2366만원이다. 감사원 전체 인력이 1006명(정원 961명, 파견 45명)인 점을 감안하면 1인당 평균 연봉은 4930여만원이다. 인건비에 포함된 명예퇴직수당 6억원은 제외한 것이다. 여기에 감사를 위해 책정된 감사활동비 147억 4796만원을 포함하면 감사원의 올해 1인당 평균 인건비는 6400만원으로 뛰어오른 셈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사무직 노동자 평균 연봉 3573만원보다 40% 가량 높은 수준이다.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지금 강원도에선] 옛 대관령·미시령 도로 관광자원화

    [지금 강원도에선] 옛 대관령·미시령 도로 관광자원화

    구절양장(九折羊腸) 강원도의 쓸모없어진 도로들이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거듭 진화하고 있다. 미시령, 대관령 등 백두대간을 동서로 넘나들던 험준한 도로가 고속도로와 터널로 직선화되면서 기존의 옛 도로들이 관광도로로 탈바꿈하고 있다. 쓸모가 없어진 영동고속도로 옛 대관령구간 도로(현재 지방도 456호)와 미시령 구간 정상길(국가지원 지방도 56호)이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와 체험장소로 활용되는 것이다. 관광객들에게 동해바다와 설악의 빼어난 풍광을 볼 수 있게 하고 손님을 빼앗긴 옛 도로변 상인들에게는 먹을거리촌 등 다양한 이벤트로 상권을 되살리고 있다.‘옛 도로 관광자원화 청사진’을 들여다본다. #대관령 아흔아홉 굽이마다 관광지 영동고속도로 옛 대관령휴게소와 강릉시 성산면을 잇는 도로 19.05㎞가 터널 등으로 직선화된 것은 지난 2001년이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요즘 아흔아홉 굽이를 휘돌아 오르는 도로는 가끔씩 오가는 낭만객들의 차량만 맞을 뿐 활기를 잃고 있는 실정. 다만 옛 대관령휴게소가 인근의 풍력단지와 연계한 대체에너지 전시관으로 탈바꿈했다는 것이 변화라면 변화다. 차량 통행이 워낙 없다 보니 사이클, 마라톤 동호회원들이 훈련장소로 이용하거나 강릉시 축제행사 때 걷기대회 길로 자주 활용되고 있는 정도다. 한때는 이 도로를 스키장으로 활용하자는 의견까지 나왔을 정도다. 이 길은 폭설과 태풍, 강풍을 견디며 강원 영동과 영서를 잇는 유일한 젖줄로 애환과 추억을 많이 간직했다. 그런 대관령∼강릉을 잇는 길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을 꿈꾸고 있다. 오는 2007년부터 이 일대에는 전망대와 극기체험장, 트레킹코스, 노천카페, 웰빙 먹을거리촌 육성 등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로 개발된다.2015년까지 모두 553억원이 투입된다. 강원도는 이미 지난 1년동안 타당성 조사를 끝내고 내년부터 2008년까지 시설사업을 집중 개발하기로 했다.2009년부터 2015년까지는 관광상품의 프로그램화 및 관광상품 개발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대관령 아흔아홉 굽이를 체험코스로 개발하기 위해 달모양의 전망대를 비롯해 트레킹코스, 노천카페 등을 건립하고 옛길에 있던 주막도 복원한다. 강원도 유태선 관광개발계장은 “많은 금강송과 산벚나무를 도로변에 심어 휴식과 볼거리를 제공하고 나무가 자라면 벚꽃길과 삼림욕 도로로 각광받는 명소로 한차례 더 업그레이드시켜 품격이 있는 관광지로 조성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최근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강릉단오제의 국사성황당 주변지역도 관광자원화한다. 관광객 유입을 위해 옛 대관령 휴게소∼성산면 입구에는 타당성 조사를 거쳐 기존 도로의 길섶을 이용한 곤돌라나 관광미니열차도 설치된다. 성산면 일부지역은 먹을거리촌으로 개발을 서두르고 다른 지역과의 차별성을 위해 전선 지중화, 건물외관 디자인 및 색채, 간판 정비 등 건축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산채 등을 이용한 웰빙식단을 개발, 보급키로 했다. 대관령 박물관 주변에는 이 지역에서 쉽게 수집할 수 있는 산림 부산물을 이용하는 목공예전시관을 운영하고, 목공예 야외전시장도 세울 예정이다.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도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대관령∼강릉을 잇는 1조원 규모의 ‘4계절 관광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혀 개발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는 특히 대관령 일대 1000만평의 초지에 ▲초원형 생태관광지역, 고원 산림욕장, 목장 체험관과 ▲산악 승마장, 산악 자전거, 트레킹, 오토모빌 체험장 ▲고산스파리조트, 테마형 펜션, 산악형 풀장, 야외음악당 ▲웰빙식품단지, 산나물 약초재배지, 웰빙식품 특판장, 야생화전시장 ▲고급형 콘도미니엄, 산장촌, 웰빙형 펜션촌, 유스호스텔의 숙박단지도 만들겠다고 청사진을 제시해 실현 여부에 주목된다. 이래저래 옛 영동고속도로를 중심으로한 대관령 일대가 테마가 있는 새로운 관광지대로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설악을 품은 미시령을 한눈에 우뚝 솟은 설악산의 풍경과 푸른 동해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미시령 정상길이 빠르면 오는 5월쯤 산악도로의 기능만 남을 전망이다. 인제 용대리와 속초를 잇는 미시령터널 3.69㎞가 뚫리고 접속도로까지 4차선으로 시원스레 새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눈만 내리면 ‘마(魔)의 구간’으로 악명을 떨쳐오던 미시령길이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셈이다. 그러나 사라지는 도로는 대관령길과 함께 새로운 산악관광자원으로 새롭게 단장해 태어난다. 도로변과 등산로의 산림을 복원하고 노천카페와 전망대, 포토공간이 설치된다. 또 마차와 셔틀버스를 구간별로 운행해 관광객이 설악을 만끽하도록 할 계획이다. 인제 용대리 지역에는 황태와 산나물을 주로 선뵈는 먹을거리촌으로 단장한다. 미시령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관광객들이 걸어서 넘을 수 있는 등산, 트레킹코스로 개발된다. 순두부촌으로 뜨고 있는 학사평 ‘콩꽃 마을’도 콩과 황태, 해산물, 산나물이 어우러진 명품마을로 한층 업그레드된다. 이곳에는 설악의 사계절을 소재로 한 조각, 사진, 그림 등 예술이 접목된 ‘예술마을’도 함께 세워진다. 또 지역 이미지를 활용해 도로와 미시령 고개구간을 걷고, 뛰고,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칭 ‘미시령 축제’를 개최, 촉매제로 활용할 계획이다. 강원도 홍기업 환경문화국장은 “미시령 정상에는 등산로와 산악자전거 도로를 개설하고 심마니들의 생활체험코스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체험장으로 가꿀 계획이다.”며 “눈과 바람과 아름다운 풍경이 조화된 설악산 일대가 여유로운 휴식처로 각광을 받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이들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제대로 자리잡고,2014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까지 성사되면 그 가치는 한층 상승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강릉·속초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매출 90% ‘뚝’… 옛 영화 오려나” “고속도로가 새로 뚫리면서 손님이 발길을 끊은 지 오랩니다.” 영동고속도로 옛 대관령구간 끝자락의 강릉시 성산면 구산리 먹을거리촌 주민들은 고속도로 때문에 생계에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고 하소연한다. 근근이 20여가구가 먹을거리촌을 형성해 운영하고 있지만 일부러 강릉 시내에서 찾아오는 단골 몇명만이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란다. 거리도 주민들과 인근마을로 지나다니는 차량만 가끔 보일 뿐 썰렁하기만 하다. 이곳 마을은 영동고속도로가 대관령길을 굽이굽이 돌아 넘나들 때만 해도 하루에 30만∼40만원은 거뜬히 벌어들이는 마을이었다. 행정당국에서 ‘먹을거리촌’으로 지정해줄 만큼 맛깔스러운 음식점들이 즐비했다. 성산기사가든 주인 김순금(53·여)씨는 “당시 여름 성수기 때는 미처 손님을 받지 못할 지경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렇던 마을이 고속도로가 직선으로 비켜가면서 급격히 쇠락했다. 요즘엔 하루 3만∼4만원쯤 벌어 식당주인들이 인건비 챙기기에도 바쁘다는 게 주민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매출이 10분의1로 뚝 떨어진 셈이다. 그나마 강릉시내에서 찾아주는 단골들이 있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씨는 “대부분 식당들이 종업원을 둘 엄두도 못내고 기회만 되면 빨리 처분하기를 바라지만 그나마 팔리지도 않아 걱정이 태산”이라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마을 옆으로 흐르는 남대천 상류를 이용해 겨울에는 얼음을 얼리고 여름에는 물막이로 수영장을 만들어 손님을 끌어올 수 있는 방법까지 생각했다.”며 살아갈 방법에 고심하고 있다. 그나마 옛 대관령 구간도로에 대한 관광자원화와 새로운 개발소식에 반가워했다. 새로이 옛 명성을 찾아 마을이 다시 한번 손님들로 북적거릴 날을 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하루빨리 대관령구간이 새로운 명소로 가꿔지고 사람들로 넘쳐나 먹을거리촌이 활성화되었으면 한이 없겠다.”고 입을 모았다. 강릉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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