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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시각] ‘15주년 생일’ 더욱 우울한 한국GM/유영규 산업부 차장

    [데스크 시각] ‘15주년 생일’ 더욱 우울한 한국GM/유영규 산업부 차장

    15번째 생일을 맞은 한국GM의 표정이 우울하다. 지난 3분기 역대 최악의 실적을 거둔 가운데, 이번 15번째 창립기념일(10월 17일)을 기점으로 GM의 미국 글로벌 본사가 약속했던 ‘15년 경영권 지속’의 유효기간이 끝난다. 2002년 산업은행은 대우그룹 몰락과 함께 부실화한 대우자동차를 GM에 4억 달러에 팔며 “15년간 지분 매각을 제한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른바 ‘먹튀’를 막기 위한 조치였지만, 어느덧 시간이 흘러 그 안전장치의 봉인이 사라지게 됐다. 이제 GM이 지분매각을 하든, 한국에서 철수를 하든 제지할 방법이 법적으로는 없다는 이야기다. 장사만 잘됐다면 분위기가 안 좋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상황은 정반대다. 새 사장 부임 이후 맞은 첫 창립 기념일임에도 별다른 사내 행사조차 하나없이 하루 휴일을 보내기로 했다.  지난 3년간 한국GM의 누적 손실은 약 2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이 무려 8만 5000%나 된다. 올 1분기에도 2589억원의 적자를 보며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유는 차가 안 팔려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한국GM은 국내외 시장에서 40만 1980대를 팔았다. 지난해보다 7.5% 줄었다. 그나마 버텨 주던 내수시장도 전 같지 않다. 특히 지난달에는 내수판매(8991대)가 1만대 이하로 떨어지는 굴욕을 당했다. 못해도 전체의 9%선은 유지하던 국내 시장 점유율도 7.8%까지 떨어졌다. 창립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이쯤 되자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던 ‘한국 철수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014년 취임한 GM 본사의 메리 배라 회장은 수익이 나지 않는 글로벌 사업장은 가차 없이 정리를 진행 중이다. 호주?러시아에 이어 올해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인도 공장에서 철수를 단행했다. 유럽에서 마지막 남은 ‘오펠’ 브랜드마저 매각했다. 오펠은 GM이 1929년 인수한 뒤 90년 가까이 동고동락한 자회사였지만, 냉정하게 프랑스 푸조시트로앵그룹(PSA)에 팔아 버렸다. 높은 인건비 부담과 판매량 감소로 23조원의 적자가 쌓였다는 게 이유다. 오펠 매각은 GM의 유럽 시장 완전 철수를 뜻한다. 이렇게 모은 실탄으로 GM은 신사업에 재투자 중이다. 중국과 미국 등 대형 시장을 중심으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카셰어링 사업 등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이런 GM 본사의 정책이 한국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한국GM이 철수한다면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은 상상보다 클 수 있다. 지난 15년간 누적 매출이 160조원에 이르고, 연평균 1만 5322명의 고용 효과를 내 온 회사다.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줄어드는 일자리는 몇 배가 될는지 알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한국GM 노사의 일련의 움직임은 안타까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줄어가는 판매액과 다가오는 구조조정의 그림자 속에 사측은 앵무새처럼 “한국 시장 철수는 없다”고만 읊조린다. 노조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노조 집행부 선거와 국정감사 기간 등을 이유로 사내 협상 테이블에 앉기보다는 GM의 철수를 막아 달라고 정치권에 매달리는 데 더 힘을 쏟는 분위기다.  효율성과 생산성을 앞세우는 냉혹한 자본주의의 논리 속에 떠나겠다는 글로벌 회사를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다. 그게 현실이다. 통사정을 하고 바짓가랑이를 잡는다고 해서 글로벌 기업이 남아 줄 리 만무하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한국GM 노사가 힘을 모아 다른 글로벌 공장에 비해 한국이 생산성도, 효율성도, 잠재력도 뛰어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일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whoami@seoul.co.kr
  • 트럼프 리조트 한 번 가면 36억원… 오바마 국빈만찬 1끼 7억원

    트럼프 리조트 한 번 가면 36억원… 오바마 국빈만찬 1끼 7억원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통령의 씀씀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했다는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대통령의 품위 유지와 안전 등을 위해 한 해 7억 5000만 달러(약 9200억원)가 넘는 세금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금액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보안’상의 이유로 정보공개를 청구해도 거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금 먹는 하마’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세계 최부국(富國)인 미국의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자신과 가족이 먹는 식사 비용부터 비누, 화장지까지 모두 개인이 부담하고 있다. 이는 ‘공’과 ‘사’를 철저하게 구분하는 미국 문화를 잘 나타내는 단면이기도 하다.●낸시 레이건 “치약값까지 내게 해 깜짝”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백악관의 개인 생활비용을 내는 것은 그야말로 생색 내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여름과 겨울 장기 휴가에 전용기와 경호인력 등 국가 예산이 수백만에서 많게는 천만 달러까지 들어가기 때문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처럼 주말마다 자신의 골프장을 찾는 경우 그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트럼프 대통령도 마라라고 리조트 숙박비나 골프장 비용 등은 개인 돈으로 지급한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전용기 운항이나 경호원 등의 비용으로 수백만 달러의 정부 예산, 즉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다. 미 회계감사원(GAO) 보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직계 가족 등 18명, 여기에 백악관 비밀경호국(SS)이 보호해야 할 주변 인물까지 포함하면 경호 대상은 모두 42명에 이른다. 6000여명이 근무하는 비밀경호국의 연간 예산이 18억 달러(약 2조 2000억원·경호국 인건비 포함)에 이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겨울 백악관’이라 불리는 마라라고 리조트에 한 번 갈 때마다 300만 달러(약 36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잦은 휴가와 가족 경호 대상자 증가로 비밀경호국 예산이 바닥나면서 지난 5월 1억 2000만 달러(약 1470억원)의 예산을 추가 증액했다. 이 가운데 6000만 달러(약 736억원)는 비밀경호국 인건비, 뉴욕에 있는 트럼프타워와 트럼프 관련 주요 시설물의 안전을 위해 쓰였다. 또 3400만 달러(약 417억원)는 올 연말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근접경호 비용, 그리고 2300만 달러(약 282억원)는 가족들이 따로 거주하는 트럼프타워 시설 일부를 경호와 의전에 맞춰 고치는 비용으로 쓸 계획이다. 또 SS는 지난 8월 3~21일 17일간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골프클럽에서 휴가를 보내는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7100달러(약 870만원)를 주고 고급 휴대용 화장실을 ‘세금’으로 임대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호화 휴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을 하와이에서 보낸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하와이를 찾았는데 한번 움직일 때마다 항공비용으로 370만 달러(약 45억원)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시민단체인 ‘사법감시’ 관계자는 “대통령들이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을 ‘우버’처럼 사용한다”면서 “오바마 전 대통령의 하와이 항공경비는 미국의 보통 가정의 1년 휴가비의 880배에 달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사법감시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퇴임 전 3년간 가족 휴가를 위해 들어간 정부 예산이 1600만 달러(약 196억원)가 넘는다고 밝혔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경호 비용과 현지 경찰 활동비 등을 더하면 대통령의 한 번 휴가에 1000만 달러(약 122억원) 정도가 든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비밀경호국 연간 예산 2조 2000억원 해외 국가수반이 미국을 찾았을 때 하는 국빈만찬. 미 국무부 의전국의 자료에 따르면 한 번 ‘국빈만찬’을 치를 때마다 20만~50만 달러(약 2억 4000만~6억 1000만원)가 든다고 한다. 정상외교의 ‘꽃’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국민의 세금을 지나치게 펑펑 쓴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민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의식한 탓인지 국무부 의전국은 국빈만찬 경비를 공개하는 것을 극히 꺼린다. CBS 방송이 13개월간 끈질긴 정보공개 요구 끝에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기 중 주재한 5차례 국빈만찬의 예산 집행 내역을 확보해 보도한 적이 있다. CBS 보도에 따르면 2011년 6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위한 국빈만찬에 21만 5883달러(약 2억 6000만원)가 투입됐다. 이 정도만 해도 만만치 않은 금액이지만, 다른 국빈 만찬보다는 저렴한 편이다. 2011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위한 만찬에는 41만 2329달러(약 5억원), 2009년 11월 만모한 싱 인도 총리 국빈만찬 비용은 무려 57만 2187달러(약 7억원)였다. 보통 200여명이 참석한다고 가정하면 인도 총리 만찬의 1인 비용은 350여만원인 셈이다. 사법감시 관계자는 “국빈만찬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1인당 2500달러가 넘는 식사 비용은 상식을 벗어난 것”이라면서 “앞으로 대통령 경호와 만찬, 휴가 비용 등에 투입되는 혈세가 투명하고 바르게 쓰일 수 있도록 더욱 철저한 감시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후진타오 주석 위한 만찬에는 5억원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아내인 로라 부시는 자신의 책에서 “백악관에서 8년간 매 끼니 후 계산서를 받아야 했다”면서 “평범한 미국인 가정과 똑같이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스스로 사야 했다”고 말했다. 공식적인 오찬이나 만찬을 빼고 백악관에서 먹는 밥값은 모두 개인 돈으로 냈다는 의미다. 또 그녀는 “밥값은 물론 드라이클리닝 비용과 화장실 휴지 구입비, 사적으로 고용한 청소부 임금까지 모두 지불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로라 부시는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대통령은 백악관 직원이 생필품을 사오면 한 달에 한 번씩 결제비용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낸시 레이건도 1981년 백악관으로 이사한 뒤 “밥값은 물론이고 치약과 화장지값, 세탁비까지 모두 내야 한다는 사실을 아무도 내게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깜짝 놀랐다”고 회고했다. 대통령 전용기 이용도 마찬가지로 알려졌다. 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 공식 탑승자가 아닌 누군가를 태워야 한다면, 대통령은 한 사람당 퍼스트클래스에 해당하는 비용을 추가로 내야 한다. 미국 대통령의 연봉은 40만 달러(약 4억 9000만원)에 공무지원금 명목으로 5만 달러(약 6000만원)가 더해진다. 백악관은 매달 15일 대통령과 가족의 생활비를 영수증을 첨부해 청구한다. 그러면 대통령은 이를 자신의 급여에서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백악관 생활비와 시카고 자택 대출 상환액, 두 딸의 사립학교 등록금 등을 모두 자신의 급여에서 지출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는 2014년 백악관을 떠나면서 200만 달러(약 22억원)가 넘는 빚을 떠안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섹스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그에 따른 소송 비용 탓이 컸지만 살림에 들어간 돈도 만만찮았다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말했다. 또 1876년 퇴임한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은 퇴임 이후에 돈이 없어 파산 위기에 몰렸다. 그는 퇴임 이후에 먹고살려고 회고록을 저술했다고 뉴스위크가 전하기도 했다. 한국 전쟁 당시 대통령이었던 해리 트루먼은 1953년 1월 퇴임한 후에 미주리주 인디펜던트에 있는 자신의 고향 집으로 돌아갈 때 일반 승객이 타는 기차 편을 이용했다. 정치인으로 살아온 트루먼은 퇴임 이후에 저축한 돈이 남아 있지 않았고, 그의 퇴임 이후 수입은 제1차 세계대전에 현역 군인으로 참전한 데 따른 군인연금으로 한 달에 112.50달러를 받는 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1958년 미국의 전직대통령법이 제정되면서 전임 대통령들은 연간 20만 달러(약 2억 4400만원)의 연금과 사무실 지원비 9만 6000달러(약 1억 17000만원)를 받고 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커버스토리] 1% 예산 놓고 쪽지·밀당…“국회 가면 쩐쟁 아닌 정쟁”

    [커버스토리] 1% 예산 놓고 쪽지·밀당…“국회 가면 쩐쟁 아닌 정쟁”

    연말이 다가오면 국회는 ‘예산 정국’으로 뜨거워진다. 여야 의원들은 국회의 막강한 권한인 예산 심의·확정권을 쥐고 각 정부 부처와 기획재정부가 머리를 맞대 작성한 예산안을 심사한다. 자신의 지역구에 민원성 예산을 끌어다 주는 ‘쪽지예산’ 문제도 매년 이맘때쯤 불거진다. 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야 의원이 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막판 줄다리기’를 하며 국회의사당에서 제야의 종소리를 듣는 경우도 흔했다. 그렇다면 과연 국회의원의 손으로 뒤바뀌는 예산안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사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삭감 또는 증액되는 건 1% 내외로 전체 예산 규모에 비해서는 미미하다. 국회의원의 권한이 막강하다 하더라도 공무원 인건비나 계속 사업비 등 매년 일정 수준 반복되는 예산은 사실상 손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국회의원이 막판까지 밀고 당기기를 하는 건 주요 이슈나 국정과제,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등 일부 분야 예산에 국한돼 있다. 기재부의 한 서기관은 “얼마나 뒤집히는지는 결국 통계로 나오는 것인데 실제 기재부 담당자들도 체감 액수가 그렇게 크지는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 “국회에서의 대결은 예산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명분 싸움”이라고 말했다. 올해 예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추진 등 혼란한 국정 상황 속에서도 정부 최초로 400조원이 넘는 규모로 국회를 통과했다.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 등 국정농단 사건 연루 의혹이 제기된 사업에 대한 감액이 중점적으로 이뤄졌다. 여야 합의에 따라 누리과정 예산의 국비 지원 규모가 8600억원 증액되기도 했다. 그러나 전년도 예산보다 14조 3000억원 증가했던 정부 제출 예산안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1505억원이 순감액되는 데 그쳤다. 2016년도 예산은 누리과정 지원이 ‘뜨거운 감자’였다. 이에 대한 국고 지원 문제 등을 두고 여야 대치가 장기간 이어졌다. 또 총선을 앞둔 19대 국회 마지막 예산 심사였던 까닭에 지역 선심성 쪽지예산이 대거 처리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전년도보다 11조 3059억원 증가한 정부 제출 예산안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3062억원 순감액됐다. 2015년도 예산은 담뱃값 인상이 화두였다. 당시에도 여야는 기나긴 ‘예산전쟁’을 진행했지만 결론적으로 전체 예산 규모는 정부안에서 6000억원가량이 줄어든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매년 예산철마다 여야의 정쟁으로 국회가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적절히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주요 이슈와 관련된 예산에만 여야가 ‘전투력’을 집중하다 보니 심사가 한정된 분야에서만 이뤄진다는 얘기다. 특히 국회는 예산 삭감 권한만 가질 뿐 증액을 하고자 할 경우 기재부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국회의 예산 심사가 수박 겉핥기에 그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과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의원을 보좌했던 국회 관계자는 “겉으로 보면 국회가 예산을 좌지우지하는 것 같지만 지역구 예산 때문에 재정당국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면서 “실제로는 기재부 예산실장 등 고위직의 위상이 더 높다”고 말했다. 미국은 예산편성권을 의회가 행사하고 정부가 제출하는 예산안은 의회의 예산 심의에서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프랑스도 사업별 지출 규모를 변경하지 않는 수준에서 세부 예산을 조정할 권한을 의회에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국회의 적극적인 예산조정권을 인정하면 ‘선심성 지역구 예산’을 통제하기 쉽지 않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현 제도에서도 매년 선심성 쪽지예산 논란은 반복된다. 또 실질적으로 예산 관련 전문성을 갖춘 국회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국회 전문위원실이나 예산정책처조차도 기재부의 도움 없이는 예산을 독자적으로 검토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국회 예산 심사의 전문성을 높이고자 각 상임위원회의 예산심사 권한을 강화하고 예산결산특위를 일반 상임위화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현행 헌법을 고치지 않고도 국회의 자율적인 예산조정권을 일부 인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함께 이뤄질 헌법개정 국민투표를 앞두고 실질적인 예산심의권 강화를 위한 논의도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소속 공무원은 “제도도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건 예산을 바라보는 국회나 공무원들의 시각”이라면서 “정부 예산을 여야의 정쟁 대상으로 삼지 않도록 국회 문화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In&Out] 파리바게뜨의 또 다른 책임/임창식 노무법인 선 대표

    [In&Out] 파리바게뜨의 또 다른 책임/임창식 노무법인 선 대표

    최근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에 제빵사 5378명을 직접 고용하라고 시정 명령을 내렸다. 언론은 파리바게뜨의 불법 파견 여부와 그에 따라 부담해야 할 막대한 과태료, 인건비 등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반면 제빵사들과 같은 처지의 도급·파견근로자들이 참고 견뎌야 했던 어려움에 대해선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특히 산업재해의 위험에 방치되어 있는 이들의 안전 문제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프랜차이즈 조리업체 근로자들이 겪는 ‘업무상 재해’는 뜨거운 조리도구를 다루다 입는 화상이나 미끄러짐 사고로 입는 골절상, 배달 중 교통사고 등이다. 이 때 산업재해 예방의무 주체는 원칙적으로 사용사업주이다. 이번 사안의 경우 불법 파견이 인정된다면 파리바게뜨 본사가 근로자의 안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고용의무를 부정하고 합법적인 도급이라고 주장하는 파리바게뜨가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산재 예방의무에 얼마나 신경을 썼을까. 범위를 복잡한 ‘간접고용’ 사업장으로 넓히면 문제는 한층 더 심각해진다. 지난해 많은 이들에게 충격과 슬픔을 안겨주었던 구의역 청년근로자 사망사건과 휴대전화 부품공장에서 일하던 6명의 20~30대 근로자들이 메탄올 급성중독으로 실명한 사건이 바로 간접고용 사업장에서 일어났다. 구의역 사건은 지하철 스크린도어 정비 하도급 업체에서, 실명 사건은 휴대전화 부품 하청 생산업체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피해자였다. 지난 8월에는 화재용 소화기 제조 사업장에서 일하던 23세 파견근로자가 소화약제(HCFC-123)에 의한 급성 독성간염으로 유명을 달리한 사건도 있었다. 왜 이런 중대 재해 사건이 도급, 파견 사업장에서 빈발하는 것일까. 근본적 원인은 사업주로서 책임은 없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도급 또는 파견 형태의 간접고용 관계 때문이다. 각종 법정수당과 퇴직금에 대한 책임과 부당 해고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도급사·사용사업주는 외주업체의 근로자를 받아 사용한다. 이들이 협력업체에 “내일부터 근로자를 안 쓰겠으니 보내지 말라”고 통보하면 하청·파견근로자는 퇴근하면서 그 자리에서 ‘실질적 해고’를 당하게 된다. 전국 파견노동자의 20%를 차지하는 안산·시흥 공단에서 오늘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현실이다. 당연히 작업장을 지배하는 도급사·사용사업주는 소모품처럼 사용하는 하청·파견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은 나 몰라라 한다. 그렇다고 근로자와 직접 고용계약을 맺은 협력업체(수급인·파견업체)가 작업현장 안전에 신경쓰는 것도 아니다. 4대 보험조차 가입시키지 않고 도급사·사용사업주의 인력공급부서 역할만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여기에 ‘메탄올급성중독 실명사건’처럼 3차례 이상의 중층 도급관계가 결합되면 삼성, LG 휴대전화 같은 대기업 제품의 부품을 생산하는 사업장에서도 심각한 산업재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이를 해결하려면 최소한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는 업무는 외주화할 수 없도록 하고, 경제적 실익을 가장 많이 취하는 최상위 원청업체 책임을 강화하는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는 연이어 터지는 끔찍한 재해에 대해 개별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된 화학물질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과 같은 대처 수준에 머물러선 안 된다. 그런 식으로 해서 수천, 수백 종류의 위험한 화학물질로 둘러싸인 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을 어느 세월에 보호할 것인가. ‘언 발 오줌 누기’식이나 ‘소 잃고 외양간만 고치는’ 방식이 아니라 도급·파견현장에 대한 일상적이면서 체계적인 안전감독이 이뤄질 때 산재로 인한 근로자들의 실명, 사망과 같은 아픈 뉴스가 사라지는 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내 돈 아닌데”… 바뀌지 않는 지방공기업 ‘혈세 낭비’

    “내 돈 아닌데”… 바뀌지 않는 지방공기업 ‘혈세 낭비’

    공단 임직원 성과급 과다 지급 하수처리장 수질 방치 추가부담 마구잡이 사업 강행 수백억 손실 위법 부당사례 71건 보완 조치 대구시설공단이 임직원에게 성과급을 과다 지급했다가 적발됐다. 대구시는 현풍하수처리장의 방류수 수질기준 미달 사실을 알고도 이를 방치해 매달 2000만~3000만원씩 추가 예산을 썼다. 전남개발공사는 강진군과 산업단지 조성사업을 공동 추진하면서 강진군의회로부터 ‘미분양 토지를 강진군이 일괄 매입한다’는 조건을 승인받지 않아 수백억원의 사업손실을 떠안게 됐다.감사원은 지방공기업들의 방만한 예산 집행과 무책임한 사업 추진 사례가 담긴 ‘지방공기업 경영관리 실태’ 감사보고서를 12일 공개했다. 지난 3월 27일부터 4월 28일까지 대구·경북 지역 6곳과 광주·전라 지역 7곳에 대한 감사 결과다. 이를 통해 모두 71건의 위법·부당 사례를 찾아내 관련자를 문책·주의하거나 제도를 보완하도록 조치했다. 대구시설공단은 2013~2015년 총인건비 인상률 기준을 초과했음에도 2015년도 경영실적보고서에는 기준을 준수한 것처럼 꾸며서 제출했다. 이를 통해 임직원 204명에게 성과급 6억 4000여만원을 추가 지급하는 등 예산이 방만하게 집행됐다. 감사원은 관련자 3인을 경징계 이상 징계처분하도록 요구했다. 대구시는 2005년부터 현풍하수처리장 건설사업을 추진하면서 방류수가 수질 기준에 못 미치는데도 시설개선 없이 2009년 9월 1단계 사업을 마무리했다. 2단계 사업(2016년 11월 완공)은 준공 처리도 하지 않고 대구환경공단에 운영을 맡겼다. 이 때문에 방류수 수질기준을 맞추고자 별도 화학처리 비용으로 매달 2000만~3000만원씩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식성 유해가스가 발생해 근무자의 안전도 위협하고 있다. 감사원은 책임자 징계를 요구하고 설비업체 측에 시설개선 및 그간 투입된 화학처리 비용 일체를 부담하게 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전남개발공사는 강진군의회 의결 없는 미분양용지 매입협약이 법적 효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도 2010년 8월 해당 협약을 근거로 772억원 규모의 강진환경산업단지 조성을 강행했다. 지난해 6월 준공됐지만 올해 4월까지 분양률이 24.4%에 불과해 227억원의 적자가 났다. 감사원은 전남개발공사 사장에게 담당자 2명의 비위 사실을 알리고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했다. 이 밖에도 광주도시공사는 2015년부터 퇴직 예정자에게 해외연수비 명목으로 부부 기준 340만원씩 여행비를 지원해 왔다. 이에 감사원은 업무와 관련 없는 해외경비 편성을 금지하라고 통보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사설] 과로를 惡으로 인식해야 행복지수 높아진다

    과로는 더이상 미덕이 아니다. 가족과 사생활은 뒷전이고, 야근을 밥 먹듯 하며 회사에 ‘충성’하는 직원들을 칭찬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는 누가 뭐래도 여전히 과로 사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연간 노동시간이 길다. 민간과 공공부문을 포함해 한 해 평균 350명, 하루에 1명꼴로 과로사한다고 한다. 올 들어서만 집배원과 게임개발자, 공무원, 경찰관 등이 과로 때문에 숨졌다. 서울신문 특별기획 ‘2017년 대한민국 과로 리포트’를 보면 2013년 2월부터 2016년 6월까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한 4898명 중 73.4%가 산재로 인정받지 못했다. 심지어 고용노동부가 정한 과로시간(쓰러지기 전 최소 주당 60~64시간 근무)을 넘겨 일하다 병이 났거나 숨진 근로자 10명 가운데 4명이 산재 인정을 받지 못했다. 2011년 이후 과로사 혹은 과로 자살로 숨진 근로자의 유가족 54명을 상대로 실시한 심층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과로사와 과로 자살에 대한 무지를 꼽았다. 산재 심사 과정에서는 회사를 직접 상대해야 하는 점(28.3%), 노동의 질적 특성과 스트레스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판정하는 질병판정위(27.5%)가 가장 힘들었다고 답했다. 특히 질병판정위원들의 성의와 전문성, 감수성 부족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격무와 실적 압박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한 과로사의 인과관계를 유족들이 입증하도록 한 현재의 구조는 자료의 비대칭성 등을 감안할 때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질병판정위의 과로사 인정 기준을 완화하고 현장조사를 강화해야 한다. 회사의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고 위반할 경우 제재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일본처럼 과도한 시간외 근무에 대한 규제 강화와 일하는 방식을 개혁하는 근본적인 접근도 모색해야 한다. 과로는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가정과 공동체의 행복과 직결된다. 현재 근로시간 감축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고, 보수 야당도 반대하고 있어 처리 여부가 불투명하다. 근로시간 단축과 일자리 창출, 소득 감소 문제는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과로는 미덕이 아니라 범죄”라는 과로사 예방법 등을 대표 발의한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이 아니더라도 과로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국민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다.
  • [단독] 강원, 내년 고교 전체 무상급식… 광역단체 중 처음

    [단독] 강원, 내년 고교 전체 무상급식… 광역단체 중 처음

    도40·시군40·교육청20% 부담 年 605억원 추가… 4만명 혜택 초·중생 등 포함 18만여명 수혜 강원도가 내년 3월부터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고교 전학년 무상급식을 실시한다. 기존 무상급식 혜택을 보던 유치원·초·중 학생과 특수학교 학생, 특성화고교 학생까지 포함하면 강원도내 학생 18만 5100명이 급식지원 혜택을 받게 된다.강원도는 10일 최문순 강원도지사,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김동일 강원도의회 의장, 최명희 강원도 시장군수협의회장, 한의동 강원도 시군의회의장협의회장 등 5개 기관 대표가 도청에서 고등학교 급식확대 협의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 달에 평균 8만 4600원씩 내던 강원 지역 72개 인문계 고등학생 3만 9997명의 급식비 부담이 사라진다. 이들은 합의문에서 “초·중학교에 이어 2018년부터 고등학교 3개 학년 전체에 친환경 학교 급식을 추진한다”면서 “분담 비율은 식품비 기준 도비 40%, 시·군비 40%, 도 교육청 20%로 한다”고 밝혔다. 내년에 무상급식을 확대하는 데 들어가는 추가 비용은 연간 605억원으로 식품비 기준 강원도 242억원, 18개 시·군 242억원, 강원교육청 121억원씩 분담한다. 학교 급식을 위한 인건비와 운영비 819억원은 지금처럼 도 교육청이 100% 부담한다. 내년 강원도내 유치원과 초·중·고 전체를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시행하기 위한 총사업비는 1535억원이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학생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양질의 급식을 제공하게 돼 기쁘다”면서 “앞으로 지역의 농산물이 학생들의 밥상으로 올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2017 서울미래컨퍼런스] “AI에 일자리 52%나 빼앗길 것” vs “6%만 위협받아”

    [2017 서울미래컨퍼런스] “AI에 일자리 52%나 빼앗길 것” vs “6%만 위협받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국 일자리의 52% 정도는 컴퓨터로 대체될 위험성이 높은 직업군이다.”(오호영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 “컴퓨터 등에 의해 일자리를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은 직업군이 한국은 6%에 불과하다. 분석 대상 22개국 중 가장 적다.”(멜라니 안츠 독일 ZEW연구소 연구위원)인공지능(AI)이 탑재된 로봇 안내원, 자율주행차, 슈퍼컴퓨터 등이 점차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단순 노무직부터 전문직에 이르기까지 AI가 빠르게 사람의 영역을 대체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다. 반면 정보기술(IT)의 빠른 발전으로 생산성이 급격히 향상되면서 일자리가 되레 늘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상반된 전망이 나오는 것 자체가 4차 산업혁명 시대 고용 문제에 대한 사회적 대화가 시급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10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취약계층 및 전공별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컴퓨터 대체 가능성이 높은 직업 1위로 운수업(81.3%)이 꼽혔다. 2위와 3위는 각각 도매·소매업(81.1%)과 금융·보험업(78.9%)이었다. 반면 교육서비스업(9.0%),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12.2%),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18.7%), 예술·스포츠·여가 서비스업(19.5%) 등은 상대적으로 대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대체로 우리나라 일자리의 52%를 컴퓨터 대체 고위험 직업군으로 추산했다. 미국의 컴퓨터 대체 고위험 일자리의 비율은 47% 정도로 관측되고 있다. 이미 AI 로봇은 제조 공장에서 인간과 협업하는 것을 넘어 병을 진단하고, 기사를 쓰며, 작곡이나 시를 창작한다. 제너럴일렉트릭(GE), 아디다스 등이 중국의 공장을 각각 미국과 독일 등으로 ‘유턴’할 수 있었던 것도 로봇이 근로자를 대체하면서 인건비가 줄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런 로봇의 ‘근로자 대체 효과’보다 최첨단 기술의 ‘고용 창출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있다. 우선 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최신 기술이 대거 도입되면 관련 기기를 다룰 노동 수요가 증가한다는 점이 근거로 꼽힌다. 또 신기술로 생산성이 빠르게 향상되면서 경제가 성장하면 일자리 수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실제 미국 노동통계국은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정보보안 분석가가 37% 증가하고, 컴퓨터 시스템 분석가는 25%,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22%, 웹 개발자는 20%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최첨단 기술의 노동 대체 효과를 과도하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멜라니 안츠 독일 ZEW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해 5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제출한 ‘직업 자동화 위험’ 보고서에서 “향후 OECD 주요 22개국에서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은 직업은 현재의 9% 정도에 불과하다”며 “그중에서도 한국은 6%로 가장 위험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경우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가 산업 전반에 넓게 확산돼 있어 로봇의 노동 대체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 국제로봇협회(IFR)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제조업 근로자 1만명당 산업로봇 수’는 531대로 세계 1위다. 2위인 싱가포르(398대)는 물론이고 일본(305대), 독일(301대), 스웨덴(212대) 등에 비해서도 압도적으로 많다. 최근에는 단기적 측면에선 일자리에 악영향을 받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생산력 증대로 고용이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갈수록 지지를 받고 있다. 기술의 빠른 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신기술이 일자리를 대체하는 기간이 앞선 3차 산업혁명에 비해 짧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에 더해 최첨단 기술로 고학력 숙련 기술자가 각광을 받으면서 임금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천문학적 재원을 들여 AI 관련 인재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직장인들이 미래에 대한 준비에 나서지 못하는 현실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고용정보원의 ‘4차 산업혁명이 직업세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80%가 “내 일자리가 (컴퓨터에 의해) 일부 대체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이에 대한 준비가 돼 있다는 답은 전체의 20%에 그쳤다. 정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반복적이고 코딩화가 가능한 상당수 직무가 컴퓨터로 대체되면서 기존의 이른바 ‘좋은 일자리’의 상당수가 감소하던가 ICT분야의 새로운 ‘좋은일자리’ 창출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으며, 유연화된 불안정한 고용형태가 보편화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일자리의 수와 같은 양적지표에만 매몰되선 안될 것”이라며 “사회적 대화를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노력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단독] “과로는 범죄… 자신과 가정 파괴는 물론 남의 일자리도 빼앗아”

    [단독] “과로는 범죄… 자신과 가정 파괴는 물론 남의 일자리도 빼앗아”

    “과로는 미덕이 아니라 범죄다.”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은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장시간 근로는 자신과 가정을 파괴하고 남의 일자리를 빼앗는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주 40시간 노동이면 충분하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그는 과로사예방법 등 4건의 과로사·과로자살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일하는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신 의원은 지난해 10월 우연히 과로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지진 대응 노하우를 배우러 일본에 갔다가 조간신문 1면에서 거대 광고회사인 ‘덴쓰’의 20대 여성 노동자가 과로자살했다는 기사를 봤다”면서 “한국에 돌아와 알아보니 어느 법에도 과로사나 과로자살 개념이 나와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집배원의 연쇄 과로사와 과로 버스, 게임업계 종사자의 과로사 문제 등이 터지면서 과로가 노동계의 일상적 현실이라고 확신했다. 신 의원이 발의한 ‘과로사 등 예방에 관한 법률안’은 현행 법체계에 과로사라는 표현을 명시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과로사방지협의회’를 운영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 외에 ▲근로기준법 개정안 2건(집배원, 시내·시외버스 특례업종 제외) ▲국가공무원법 개정안(공무원의 근로시간 규정) 등이 상임위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신 의원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등이 통과에 소극적이다.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을 호소한다는 게 이유”라면서 “과로사 방지법, 국가공무원법은 정기국회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과로사예방법을 통해 과로사와 과로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국가 책무를 명문화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과로자살을 개인의 나약함으로 치부하는 일각의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신 의원은 지난 7월 했던 집배 업무 체험을 언급하며 “집배원은 자기 배달 구역이 있는데 갑자기 근무지 변경이 이뤄지기도 한다. 매일 1000통을 돌리다가 근무지가 바뀌면 지리를 잘 몰라 절반밖에 못 돌리게 되고 자괴감으로 이어진다”면서 “심각하면 자살까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와 과로사 등으로 사망한 집배원은 올해만 15명이다. 신 의원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사람을 새로 뽑지 않고 한 명에게 연장근로를 시키는 직장 문화가 남아 있다”면서 “살인적인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기획팀 bulse46@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기업과 사회가 노동자에 과로를 강요하거나 은폐하는 현실을 집중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독자들이 회사에서 겪은 과로 강요 사례나 과도한 업무량을 감추기 위한 꼼수, 산업재해 승인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 등 부조리가 있었다면 dynamic@seoul.co.kr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 서울교육청 공공도서관 10년 동안 시설유지비 50배 늘어

    서울교육청 공공도서관 10년 동안 시설유지비 50배 늘어

    서울시교육청 산하 22개 공공도서관 예산이 지난 20년 동안 2배 가까이 늘어난 반면, 시설유지비가 무려 50배나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도서관 대부분이 낡아 향후 시설비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5일 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의 교육청 공공도서관의 발전방안 정책 연구에 따르면, 22개 도서관 전체 예산은 1995년 238억 7000여만원에서 2015년 506억 6800여만원으로 2.1배 늘었다. 이 가운데 인건비는 158억 300여만원에서 309억 5500만원, 운영비는 51억 6700여만원에서 110억 3000여만원으로 증가했다. 도서와 디지털자료 등을 포함한 자료구입비도 19억 3300여만원에서 39억 7900여만원으로 비슷한 비율로 늘었다. 가장 많이 덩치를 불린 것은 시설유지비였다. 1995년 9600여만원에서 2015년 47억 2100여만원으로 10년 동안 무려 50배 가까이 늘어 자료구입비보다 더 많은 예산을 차지했다. 연구정보원 측은 이와 관련 “1920년 개관한 종로도서관을 비롯해 시설 노후화로 말미암은 보수의 필요성이 급증하면서 향후 시설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교육청 공공도서관은 1920년 경성도서관(현 종로도서관), 1922년 경성부립도서관(현 남산도서관)을 시작으로 1970년대 4개 도서관, 1980년대 10개 도서관, 1990년대 6개의 도서관을 개관했다. 1995년까지 22개 공공도서관이 건립된 이후 추가 건립이 없었다. 1995년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되면서 지자체가 건립을 시작하면서 시교육청 도서관은 사실상 더는 생기지 않고 있다. 1995년 서울지역 전체 도서관은 28개였지만, 2015년에는 모두 162개로 확대됐다. 연구정보원이 도서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불만족스러운 부분은 ‘시설’로 지목됐다. 연구정보원은 이와 관련 “노후시설 리모델링은 단순히 낡은 시설의 보수라는 의미를 넘어 변화된 도서관 역할 수행의 필수적인 요소”라며 “부분적인 개수 및 보수가 아닌 도서관 전체 공간을 대상으로 한 개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탄핵 상태 朴정부, 文정부보다 예산 더 많이 쓴 이유는

    탄핵 상태 朴정부, 文정부보다 예산 더 많이 쓴 이유는

    지난 5월초 업무를 시작한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8월까지 넉 달간 집행한 예산보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탄핵 상태였던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쓴 예산이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세입·세출예산 운용 상황에서 올해 5월부터 8월 사이에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집행한 예산은 총 211억 6300만여원으로 한 달 평균 52억 9000만여원을 쓴 것으로 집계됐다. 1∼4월 사이에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집행한 예산은 총 232억 200만여원으로 현 정부보다 20억원가량이 많다. 한 달 평균으로 계산하면 58억원가량이다. 항목별로 분류했을 때도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뒤의 청와대보다 돈을 덜 썼음을 알 수 있다. 기본경비만 놓고 보면 5∼8월에 청와대에서 집행한 예산이 42억 6900만원 정도로 한 달 평균 10억 6700만원가량을 썼다. 1∼4월에 청와대가 쓴 기본경비는 총 54억 500만여원으로 한 달 평균 13억 5100만여원꼴이다. 인건비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난다. 5∼8월에 집행한 인건비는 총 104억 6700만원 정도로 한 달 평균 26억 1600만여원이 집행된 셈이다. 1월에서 4월 사이에 집행된 총 인건비는 이보다 8억원가량 많은 112억 1200만여원이다.한 달 평균으로 계산하면 28억 300만원 정도다. 8월까지의 예산 집행 현황을 보고 일각에서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전임 정부 청와대가 예산을 허투루 쓴 게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했지만 청와대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3월에는 1, 2월에 진행된 성과평가에 따라 성과급이 지급돼 인건비 지출이 많았고 4월에는 청와대 직원 복지시설인 어린이집 2분기 경비 지원분이 한꺼번에 빠져나간 요인이 크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정권교체 후 전임 정부 청와대에서 일하던 인력이 빠져나간 후 신규 인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인건비 지출이 덜했던 만큼 전체적으로 현재 청와대가 쓴 돈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대통령 생활비도 대통령 봉급으로 처리하겠다며 특수활동비의 사용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면도 있을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등을 절감하려는 노력을 계속 해왔다”면서 “재정 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모범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남들은 즐거운 열흘 일용직 한숨짓는다

    남들은 즐거운 열흘 일용직 한숨짓는다

    “다들 해외여행 가느라 구인 문의 뚝…하루 벌어 하루 먹는 우리는 죽을 맛” 10월 한달 수입 3분의1 깎이는 셈 알바 “일하고 싶은데 점장이 문 닫아”“가사도우미를 쓰던 사람들은 아무래도 잘사는 사람들인데, 연휴를 이용해 해외 여행을 떠났는지 일거리가 뚝 끊겼어요.” 29일 서울 서초구의 한 직업소개소에서 만난 이모(47·여)씨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일용직 일자리가 싹 말라 버렸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는 “황금연휴라고 하는데 월급쟁이들만 좋아하지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일용직 노동자나 식당하는 사람들은 죽을 맛일 것”이라고 한탄했다. 서울 강남 일대에서 4시간에 4만~5만원을 받고 청소와 빨래 등을 하는 가사도우미를 연결해 주는 이 직업소개소에는 연휴를 앞두고 구인 문의가 끊긴 상태다. 최장 10일간의 추석 연휴가 일용직 노동자들과 자영업자들에게 ‘생업의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으로 인식되고 있다. 일자리는 없고 장사는 안되는 날이 10일 동안 이어지기 때문이다. 10월의 3분의1이 휴일인 만큼 월매출도 평소보다 30%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 현장 일용직으로 일해 온 이모(43)씨는 “가뜩이나 일이 없는데 ‘하루살이’나 마찬가지인 우리들은 연휴까지 길어서 정말 울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날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 일대의 직업소개소들은 대부분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종로구의 한 직업소개소는 문은 열었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이 업소 대표는 “예전에는 평일 휴일 가리지 않고 일을 구하러 왔었는데, 이번 추석을 앞두고 일거리를 찾는 사람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서초구의 직업소개소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대표 손모(55)씨는 “사실상 연휴가 시작되는 오늘부터 일이 없다. 임대료를 어떻게 내야 할지 고민”이라면서 “휴일이 10일이면 평달에 비해 거의 30~40%까지 손해를 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에게도 이번 추석 연휴가 고통으로 다가간다. 서울 종로구에서 20년째 가판을 운영하며 쌀과자와 군고구마를 팔아 온 이모(75·여)씨는 연휴 동안 어쩔 수 없이 휴업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씨는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로 직장인들을 상대로 하는 식당과 편의점들은 매출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최모(59)씨는 “연휴 때 장사가 하나도 안되겠지만 문은 열 생각”이라면서 “매출이 평소보다 3분의1이 줄겠지만 어쩔 수 없지 않으냐”며 체념했다. 한 편의점 알바생 이모(26)씨는 “추석 연휴 때 어디 갈 곳도 없고 해서 더 일을 하고 싶은데 점장이 장사가 안된다고 연휴 기간에 문을 닫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공장 가동을 못 하는 업체들도 수익 감소를 걱정하고 있다. 경기 안성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제조하는 박모(38)씨는 “주문은 밀려 있는데 긴 연휴로 생산라인을 가동하지 못하니 매출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당장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기조차 막막하다”면서 “연휴 직후 직원들이 대대적으로 야근을 해야 메울 수 있는데, 그 또한 많은 인건비가 들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일본 계약직·비정규직으로 정규직 전환 바람

    일본 계약직·비정규직으로 정규직 전환 바람

    내년 4월 계약제·시간제 사원 가운데 5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직원들에 대한 무기 계약직, 정규직으로 전환을 앞두고 일본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전체 기간제 사원 1500만명 가운데 3할 규모인 450만명이 대상이다.백화점 체인, 콜센터 등 자본력이 든든한 회사들은 내년 4월 개정 노동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벌써부터 비정규직 사원들을 무기 계약 또는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가속화되는 일손 부족 현상속에서, 숙련되고 검증된 일손들을 먼저 붙잡아 두기 위해서다. 반면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허약한 일부 중소기업들은 인건비가 오르게 된데가, 일 손들을 큰 기업들에게 더 빼앗기게 됐다며 울상이다. 계약직 사원을 정규직 및 무기계약직으로 바꿀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경기가 나빠졌을 경우 등 경기 변동에도 고용 조정이 어려워진다는 문제도 안게 된다. 대형 콜 센터 벨 시스템 10월 중에 2만 2000여명의 비정규직을 무기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콜센터 업계의 만성적인 일손 부족속에서 이 회사는 6개월 이상 일한 계약직들에 대해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내년 4월 개정되는 노동 법은 5년 이상 일한 유기 계약직을 무기 계약직 등으로 전환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 생명 보험도 근속 연수에 관계없이 계약직 사원 1000명에 대한 무기 계약직 전환을 이미 마쳤다. 파트 타임 종업원 6000명에 대해서도 내년 4월부터 근속 연수가 5년을 넘어선 직원들 가운데 희망자에 한해 무기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소매업계에서도 개정 노동법이 정한 5년보다 짧은 근속 기간의 비정규직을 무기 계약으로 전환하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 유명백화점 체인 다카시마야는 올 여름 판매 부문 등에서 계약 기간이 1년이 넘은 3200여명의 계약직 사원을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했다. 휴가를 못쓴 직원들에 대해서도 다음해로 이월할 수 있는 제도까지 마련해 근로조건도 개선했다. 다이마루백화점 등을 운영하는 J프런트 리테일링도 계약직 사원 약 1,800명 가운데 계약기간이 1년을 넘은 약 1,600명을 무기계약으로 이미 전환했다. 무급이던 산전산후 휴직 등 장기 휴직에 대해서도 유급으로 바꿨다. 복리 후생을 위한 인건비 부담은 커지지만 숙련되고 검증된 직원들을 확보하고, 높아진 근로의욕에 힘입어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보석 가게 스타 보석도 최근 계약직 사원의 급여를 정규직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인건비는 더 지출하게 됐지만, 종업원들의 이직률을 줄일 수 있어, 생산성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내년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 전환 ‘쓰나미’가 오기 전에 숙련되고 안심할 수 있는 검증된 인력들을 먼저 확보해 놓겠다는 생각이다. 일손 부족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인 유효구인배수는 지난 7월기준 1.52배로 43년만에 최고 수준이다. 일하려는 사람보다 일손을 구하는 곳이 1.52배가 많다는 의미이다. 내년 4월 시행되는 일본의 개정 노동법은 5년이 넘은 유기 고용직의 무기직 전환, 계약 기간 유무에 따른 불합리한 대우 차별의 금지, 노동 계약을 지속적으로 갱신하는 노동자에 대한 불이익 및 이지메 금지 등을 규정해 놓고 있다. 시간제 직원과 파견 사원, 계약 사원 등 기간을 정해놓고 일하는 기간제 고용 노동자에 대한 고용 안정을 선언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에서 기간을 정해 일하는 유기 계약직 사원은 1400만명 정도이고, 이 가운데 5년을 초과한 근로자는 약 3할이 된다. 노동정책 관련 연구기관 조사에서는 이들 유기 계약직 사원 가운데 63%가 어떤 형태로든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싶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유기 계약직 가운데서도 육아, 부모 등에 대한 병간호 등으로 무기 계약이 아닌 기간제로 일하겠다는 직원들이 전체 대상의 최소 3할 이상은 되는 등 없지도 않다. 다이와 종합연구소는 이와 관련, “기본급 등 봉급을 비교할 때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6할 정도며 정사원 등 무기직으로 전환되면 지속적으로 임금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기술 변화 등 새로운 하이테크 출현 등으로 변화가 극심한 상황에서 유연한 인력 활용이 기업 성패의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일하려는 노동력을 수용하고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유연한 잣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시론] 소득주도 성장론, 위기의 시대 혁신적 성장론/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전 국정기획위 위원

    [시론] 소득주도 성장론, 위기의 시대 혁신적 성장론/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전 국정기획위 위원

    대통령이 지난 26일 “혁신성장은 새 정부의 성장 전략에서 소득주도 성장 전략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언급하자 일부 언론은 ‘소득주도 성장론이 별 성과를 발휘하지 못함에 따라 용도 폐기되고, 결국 정부의 성장정책은 혁신성장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해설을 내놨다.이런 보도에는 왜곡과 오해가 자리 잡고 있다. 현 정부의 경제성장 전략은 처음부터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전략들이 하나의 패키지로 설계됐다. 소득주도 성장으로 수요를 자극하고 혁신성장과 공정경제로 공급을 자극하는 구조인 셈이다. 한국 경제는 저성장, 양극화, 저출산, 가계부채 급증에 직면해 있다. 소득주도 성장론이 현 정부 성장 정책의 주요 전략 중 하나가 된 이유는 분배 악화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기존 경제이론과 정책으로는 한국 경제의 문제를 풀 수 없기 때문이다. 기존 경제이론은 분배 악화가 심각한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어떤 사람의 보수가 다른 사람보다 높거나 낮은 것은 그 사람의 생산성이 높거나 낮기 때문이므로 큰 격차가 발생하더라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본다. 그러나 재벌과 금융기관 고위 임원들의 연봉이 몇십억원에 이르고, 동일한 업무를 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이 현저한 차이를 나타내는 것이 생산성 격차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까. 많은 선진국이 금융권 고액 연봉을 규제하고 노조 조직을 활성화해 노조의 협상력을 키워 주고 최저임금제도를 시행한다. 분배 문제를 시장에만 맡겨 두면 양극화 현상이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노동 관련 규제를 과감히 풀어 경쟁력 개선을 추구해 왔지만, 그 결과 심각한 양극화 현상을 불러일으켰다. 소득이 증가한 고소득층이 부동산 투기에 몰두해 임대료를 폭등시킴으로써 저소득층은 이중으로 어려운 처지에 처하게 됐다. 정부는 국민 경제가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준에서 분배가 이뤄지도록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런 정책 기조에서 현 정부는 예년보다 다소 과감한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고 있다. 분배 개선은 공평성의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만, 소득주도 성장론은 가계소득의 증대가 성장에도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그 경로는 소비 증대다. 소비 증대가 기업의 매출 증가로 이어져 고용과 투자 증가를 유도하는 것이다. 물론 가계소득 증대 정책은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야기하여 투자와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학계의 연구 결과를 보면 처음에는 다소 위축될 수 있으나 소비 확대 때문인 매출 증가로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수출은 인건비 증대보다는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수출시장의 경기 상황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 그간의 경험은 가계소득 증대 정책은 소비 확대 효과가 투자와 수출 위축 효과보다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정책을 전 산업에 대해 실시하고,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의 최저임금까지도 책임지도록 하는 독일은 분배, 고용, 성장 성과가 양호하다는 점이 주는 시사점이 크다. 소득주도 성장론에 대한 또 다른 주요 비판은 생산성이나 기업의 투자, 고용 증대로 연결되지 않으면 경기부양 효과가 단기적으로 그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왜 수요와 매출 증가가 투자와 고용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현재 한국 사회에는 거대한 실업군이 존재한다. 현재 물가 수준도 매우 낮은 상황이므로 소비 증가가 인플레이션을 야기해 성장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미약하다. 투자와 고용 증가보다 생산성 증가가 중요하다는 주장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규제완화, 기술혁신, 경쟁력 강화만이 생산성을 높인다는 고정관념을 버릴 필요가 있다. 정당한 수준의 보상을 받을 때 사람은 최상의 생산성을 발휘한다. 소득주도 성장론은 최근 ILO나 OECD, IMF 등 국제기구들도 현재의 경기 침체를 극복할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위기의 시대에는 새롭고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
  • [단독] 추석선물 세트 ‘스튜핏’…낱개 구입이 2만원 더 싸

    [단독] 추석선물 세트 ‘스튜핏’…낱개 구입이 2만원 더 싸

    샴푸·린스 등 용량 줄여 판매 포장값만 2만원 더 내는 셈 다양한 제품 담긴 세트일수록 단일 상품보다 ‘바가지’ 심해 명절 선물세트 가격에 ‘꼼수’가 올해도 어김없이 횡행하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상품이 담긴 선물세트일수록 ‘바가지’가 더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본격적인 추석 연휴를 나흘 앞둔 26일 서울신문이 서울 시내 대형마트 2곳에서 판매하는 선물세트 등에 대한 가격 조사를 실시한 결과 내용물을 낱개로 구입하면 최대 2만원을 아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햄, 카놀라유, 식초류가 든 A사의 선물세트는 4만 98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해당 매장에서 판매하는 낱개 상품의 가격을 더해 보니 2만 9780원이 나왔다. 구매자들은 ‘포장값’으로만 2만 20원을 더 내고 있는 셈이었다. B사에서 판매하는 비슷한 내용물의 선물세트도 3만 4900원으로 낱개 합산 가격인 2만 8500원보다 6400원 더 비쌌다. C사가 내놓은 샴푸·린스 세트도 정가는 3만 9900원, 낱개로 사면 3만 4000원이었다. 용량을 줄여 판매하는 ‘꼼수’도 발견됐다. D사의 샴푸·린스 선물세트 가격은 3만 1900원이었다. 낱개를 합산해 보니 3만 1850원으로 차이가 거의 없는 듯했다. 하지만 선물세트에 든 제품의 용량은 400㎖였고, 낱개 제품은 500㎖였다. 이 또한 낱개로 사는 게 더 이익이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선물세트에는 디자인 비용과 포장 인건비, 포장재 가격이 추가되기 때문에 더 비쌀 수 있다”면서 “그 비용은 낱개를 합산한 가격의 10%선”이라고 말했다. 다만 단일 종류로 구성된 식품들은 평균적으로 세트 가격과 낱개를 합산한 가격 간 차이가 비교적 덜한 편이었다. 한 참치 선물세트의 정가는 4만 7500원으로 낱개를 더한 가격인 4만 5900원과 1600원 차이에 불과했다. 마트 관계자는 “햄이나 참치 같은 오랜 전통이 있는 선물세트일수록 소비자들의 감시를 많이 받아 왔고, 또 비교적 촘촘하게 포장돼 포장비도 상대적으로 덜 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주부 조모(32)씨는 “단일종 선물세트는 구매자들이 현장에서 낱개로 살 때의 가격을 재빨리 계산해낼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을 속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철한 소비자정의센터 팀장은 “낱개로 파는 상품을 구매해 선물하면 손해를 보지 않겠지만 ‘선물용’이라는 점 때문에 명절만 되면 소비자들은 기업이 일방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을 선택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기업들이 명절 특수를 지양하고 합리적인 가격 책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제조업은… 2곳 중 1곳 “내년 채용계획 없다”

    제조업은… 2곳 중 1곳 “내년 채용계획 없다”

    국내 제조업체 2곳 중 1곳은 내년에 채용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고용 한파’가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한국은행이 25일 발간한 ‘9월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제조업체 279곳(대기업 101곳, 중소기업 17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47.7%가 ‘내년에 채용 계획이 없다’고 답변했다. ‘채용 계획이 있다’(전체의 52.3%)고 응답한 업체 중 16.0%는 ‘올해보다 채용을 축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올해 수준으로 채용 계획을 세운 업체는 45.1%였고 올해보다 채용을 더 늘리겠다는 업체는 38.9%에 불과했다.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반도체 등 정보통신(IT) 분야 업체는 실적 호조에 따라 70%가 신규 채용 의사를 밝혔다. 석유화학 및 정제 분야 업체의 61.5%도 신규 채용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동차(47.7%)나 기계장비(40.0%), 철강(35.0%) 등 전통적인 제조업 분야는 채용 계획이 있는 기업보다 없는 기업이 더 많았다. 채용 계획이 없는 이유로 해당 업체들은 ‘생산 감소 등 업황 부진’ 29.0%, 인건비 부담 28.7% 등을 꼽았다. 또 청년 고용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생산직 기피 경향’(24.2%), ‘지방 근무 기피 경향’(23.7%), ‘고학력화에 따른 취업 지연’(18.2%) 등의 순으로 답했다. 한은 관계자는 “제조업체들은 고용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며 “투자 촉진 정책, 고용 관련 지원금·세제 확대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전력공기업 하반기 1309명 채용… 한수원 ‘반토막’

    전력공기업 하반기 1309명 채용… 한수원 ‘반토막’

    오늘 건국대서 합동채용박람회 ‘탈원전’ 한수원 60명으로 줄어한국전력 등 전력공기업 9개사가 올해 하반기에 총 1309명을 신규 채용한다. 채용 규모는 지난해보다 늘었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만 채용 규모가 대폭 줄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이러한 내용의 ‘전력공기업 하반기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26일에는 서울 광진구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전력공기업 합동 채용박람회도 개최한다. 기업별 채용 인원은 한전이 600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동서발전 136명, 서부발전 130명, 한전 KDN 114명, 남부발전 103명, 중부발전 90명 등이다. 이 중 동서발전은 ‘탄력정원제’를 공공기관 최초로 도입해 인건비 증가 없이 72명을 추가 채용한다. 반면 한수원의 하반기 채용 규모는 60명으로 지난해 하반기 139명보다 크게 줄었다. 한수원 관계자는 “탈원전에 따른 신규 원전 건설 중단에 따라 전체적인 인력 운용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부분을 중장기 인력 계획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반기를 포함한 전력공기업 9개사의 올해 채용 규모는 3575명으로 지난해 3244명보다 10.2% 증가했다. 전력공기업들은 박람회에서 취업 사례를 발표하고 상담 부스를 운영한다. 한전은 신입 직원 12명을 부스에 배치해 일대일 상담을 진행할 계획이다. 중복 합격에 따른 이직률을 낮추기 위해 전력공기업들은 합동 시험을 치를 예정이다. 한전·한전KPS는 다음달 28일, 남부발전·동서발전·서부발전은 11월 11일, 남동발전·한수원·중부발전은 11월 18일에 각각 필기시험이 예정돼 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텅텅 빈 도크, ‘노는 인력’ 수천명… “구조조정 될라” 뒤숭숭

    텅텅 빈 도크, ‘노는 인력’ 수천명… “구조조정 될라” 뒤숭숭

    현대重은 이미 600명 순환휴직미포조선·삼호重 새달부터 돌입 조선업계가 ‘수주 절벽’을 이겨 내기 위해 ‘순환 휴직’을 단행한다. 일감이 없는 상황에서 현장의 인력을 놀릴 수만 없어 꺼낸 자구책이다. 순환 휴직으로 뒤숭숭한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3사를 찾아봤다.25일 오전 울산 동구 방어동 현대미포조선. 10여일의 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으나 현장 근로자들의 분위기는 예년 같지 않다. 회사가 다음달 16일부터 내년 6월까지 유휴 인력을 대상으로 순환 휴직을 시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번 주까지 부서와 직종별 유휴 인력 규모를 조사할 계획이다. 근로자들은 어느 부서, 누가 대상이 될지 몰라 불안하다. 현장에서 만난 근로자 최모(51)씨는 “유휴 인력 조사가 시작되면서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며 “순환 휴직이 반복되거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까 걱정이 크다”고 했다. 휴직 대상으로 결정되면 평균임금의 70% 정도만 받아야 한다. 박모(36)씨는 “순환 휴직에 대한 반응이 연령대나 성격별로 조금씩 다른 것 같다”며 “젊은 직원들은 임금의 70%를 받고 5주 쉬는 것도 괜찮다는 반응인 데 반해 부양가족이 많은 연령대는 경제적인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시기에는 노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해양사업 수주잔고 내년 사상 최저 현대미포조선은 지난 1월 노사 공동위원회를 구성해 5월 유급 순환 휴직 합의안을 마련했다. 일감 부족으로 인한 인력 축소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직영(3500여명)과 협력사(6700여명)를 합쳐 1만 200여명이던 인력이 올해 8월 현재 직영(3240여명)·협력사(4400여명) 합쳐 7640여명으로 줄었다. 1년 새 2500여명이 생산현장을 떠났다. 현대중공업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평소 건조할 선박으로 넘쳐나던 도크가 비고, 작업현장도 한산하다. 수주난으로 현재 총 11개 도크 중 3개가 가동을 중단했다. 현대중공업의 선박 수주 잔량은 지난해 8월 91척(함정 제외)이었지만, 올해 8월에는 65척에 불과하다. 해양 사업은 2014년 11월 이후 한 건도 수주하지 못하고 있다. 수주 잔고는 내년 1분기까지 사상 최저 수준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말 1만 1067명이었던 해양플랜트 인력(원·하청 포함)이 지난달에는 7800명으로 줄었다. 현재 유휴 인력이 5000여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지난달 엔진사업부를 시작으로 순환 휴직에 들어갔다. 지난 11일부터는 조선사업 부문 직영 인력 600여명이 휴직 중이다. 근로자 김모(55)씨는 “휴직이 구조조정으로 이어질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사내 협력사들은 공사대금이 부족해 직원 급여 및 퇴직금 체불, 4대 보험 체납이 발생하는 등 경영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한꺼번에 많은 직원이 회사를 떠나면서 퇴직금을 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수주량 늘려 유휴인력 발생 막아야”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해양 부문도 순환 휴직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진 않은 상황”이라면서 “신속히 수주량을 늘려 최대한 유휴 인력의 발생을 막는 게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지방세 감소로 지자체 살림도 위축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울산시와 동구청에 냈던 지방세가 최근 5년 새 반 토막 이상 났다. 2012년 915억 5600만원이던 지방세가 지난해에는 412억 1200만원으로 줄었다. 미포조선의 지방세도 2012년 121억 4000만원에서 지난해 42억 2600만원으로 79억 1400만원이 감소했다. 동구 관계자는 “동구는 현대중공업과 미포조선이 지역경제를 이끄는데 불황이 계속돼 걱정”이라며 “법인세분 지방소득세가 안 들어와 살림살이가 어렵다”고 말했다. 동구지역 경제도 얼어붙었다. 예년 같으면 퇴근 후 동료들끼리 모여 밥이나 술을 먹었지만, 조선업 불황 이후 회식이나 외식이 절반 이상 줄었기 때문이다. 전남 영암군 대불산단에 있는 현대삼호중공업 생산직 2680여명은 다음달 16일부터 내년 6월 24일까지 1인당 5주씩 유급 휴직에 들어간다. 일감 부족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고, 고용 유지를 위한 현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다. 사무직 1000여명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6월까지 인당 3주씩 무급휴직을 했다. 또 사무직과 생산직 모두 지난여름 휴가 때 2주씩 유급 휴가를 가면서 공장이 완전 정지되기도 했다. 심각한 물량 부족이 계속되자 인건비 절약을 통해 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현대삼호중공업에서 만난 유모씨는 “그나마 유급 휴가여서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고 있다”며 “구조조정을 안 하는 것이니까 안도하는 일 외에 뾰족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모씨는 “일감을 확보하지 못해 되풀이되는 악순환인데 막막하기만 하다”며 “선박 수주를 잘해서 회사와 작업자 모두 살아날 것이란 희망으로 버티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김씨는 “서로 조금만 더 참고 버텨 보자고 위로를 하지만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뒤숭숭하기만 하다”고 했다. ●사장 혼자 문만 열어 놓는 회사도 영암 대불산단은 조선 관련 업계가 70% 이상 차지한다. 이 중 30%가량이 현대삼호중공업 거래 업체다. 주축 회사 사정이 나쁘다 보니 텅 빈 공장도 늘어나고, 상권도 침체된 지 오래다. 유급 휴직이라고 하지만 마음 놓고 외식 등 나들이하는 일도 쉽지가 않다. 대불산단 협력업체들도 아우성이다. 원청들이 수주가 없고, 생산비 절감을 하다 보니 10년 전 단가로 공급을 하는 일도 많고, 공장을 팔려고 해도 사는 사람이 없어 직원들 없이 사장 혼자 문만 열어놓는 회사도 생겨나고 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영암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서울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직접 고용은 환영 하지만 불이익당할까 우려”

    “직접 고용은 환영 하지만 불이익당할까 우려”

    “본사로부터 출근 시간을 지정받아 출근한 뒤 가맹점에 홍보전단이 잘 붙어 있는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사실상 본사 직원이나 마찬가지죠. 하지만 본사가 우릴 쉽게 직접 고용하진 않을 겁니다. 법정 다툼을 하며 시간을 끌겠죠. 혹 고용을 하더라도 잔업을 없애든 해서 우리에게 큰 불이익을 줄 겁니다.” - 파리바게뜨 가맹점 제빵기사 이모(31)씨지난 21일 고용노동부가 SPC그룹의 파리바게뜨에 가맹점 제빵기사 및 카페기사 5378명 전원을 본사가 직접 고용하라고 명령한 뒤 첫 주말을 맞은 24일 파리바케뜨 종사자 등 제빵업계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들은 정부의 직접고용 명령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지만 결과적으로 파리바게뜨 제빵사들에게 돌아오는 이익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의 관심이 사라질 때면 고용부터 수당까지 편법들이 등장할 거라는 걱정도 쏟아졌다. 파리바게뜨 가맹점 제빵기사로 약 3년간 근무한 김모(32)씨는 “원래 출근 시간이 오전 7시였는데 본사 간부가 아침 순회점검 중 ‘매장에 케이크가 없다’는 한마디에 출근이 30분 당겨졌다”면서 “월 6번 휴무 원칙도 안 지켜지는데, 지역에 따라선 월 2~3번만 쉬는 동료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고용부의 조사 결과 본사는 교육 훈련뿐 아니라 도급업체에서 파견된 직원에 대해 임금, 승진 기준 등을 만들어 시행했고, 직접적으로 업무 지시도 내려갔다. 김씨는 “하지만 직접 고용이 된다고 해서 월급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단지 고용은 좀더 안정될 거고, 최소한의 객관적인 진급 체계는 생기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같은 회사 직원끼리도 의견 차이가 있었다. 파리바게뜨 사무직 김모(41)씨는 “모든 가맹점이 같은 질의 빵을 제공토록 하는 게 프랜차이즈 본사의 가장 큰 임무 아니냐”면서 “정작 제빵 기술 교육을 한 것이 잘못됐다고 하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본사 직원 박모(41)씨는 “대부분 파견직 제빵기사의 업무는 직접 반죽을 만들고 빵을 굽는 게 아니라 공장에서 만든 냉장 및 냉동 반제품을 매뉴얼대로 조리하는 수준”이라며 “개인 빵집에서 이 정도 업무를 하면 일을 가르쳐 준다는 명목으로 월급조차 거의 안 준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직접 고용으로 인해 늘어나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본사는 프랜차이즈 점주와 ‘제빵기사 인건비 계약’을 맺을 것이고 정부에 압박당한 본사는 점주를 압박할 수밖에 없다”면서 “또 제빵기사에게는 잔업을 없애고, 이전에 잔업을 포함해 10시간에 하던 업무를 정규 시간에 끝내라고 지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여년간 개인 빵집을 운영한 서모(50)씨도 “식빵의 예를 들면 파견직 제빵기사는 공장에서 들어온 식빵 반죽을 오븐에 넣고 매뉴얼이 시키는 시간과 온도로 굽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업주가 1주일만 배우면 직접 할 수 있다”며 “최근 빵집이 크게 늘면서 수익이 많이 줄었기 때문에 직접 빵을 굽는 점주 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또 “인건비를 줄이려면 숙련도가 낮은 사람은 결국 해고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업계는 SPC그룹이 제빵사를 직접 고용하면 추가로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이 650억~700억원 선일 것으로 추산한다. 지난해 660억원이었던 파리바게뜨의 연간 영업이익과 비슷한 규모다. 다만 직접 고용 이후 잔업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파견직 제빵기사 사이에서 의견이 갈렸다. 경력 10년차인 제빵기사는 “잔업이 없어져 월급이 수십만원 줄면 가족을 부양하는 경우 타격이 너무 크다”고 했고, 또 다른 제빵기사는 “지금도 잘 안 주는 잔업 수당인데, 아쉽지 않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지난 21일 파리바게뜨 협력업체에 약 110억원에 달하는 연장·휴일 근로수당 미지급분을 제빵기사에게 지급하라고 통지한 바 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청탁금지법 1년, 세상은 맑아졌나] “꽃이 뇌물도 아닌데” 발길 뚝… “오해 생길라” 식사 전 더치페이

    [청탁금지법 1년, 세상은 맑아졌나] “꽃이 뇌물도 아닌데” 발길 뚝… “오해 생길라” 식사 전 더치페이

    “꽃이 뇌물도 아닌데,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 화훼공판장은 ‘개점휴업’ 상태였다. 하도 장사가 안되다 보니 상점 앞에 나와 “싸게 해 주겠다. 꽃 좀 보고 가라”며 호객 행위를 하는 점원도 보였다. 1년 전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자리를 잡으면서 바뀐 풍경이다.평일에도 손님들로 북적이던 공판장은 축의금과 조의금의 상한선이 10만원으로 정해지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10만원이 넘는 경조사 화환은 자연스럽게 단종됐다. 또 10만원 상당의 화환을 보내면 더이상 부조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점점 화환을 보내지 않고 부조를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당시 꽃집들은 5만원 상당의 화환을 출시하는 등 자구책을 강구했지만 10만원짜리와 비교했을 때 너무도 허술해 지금은 거의 사라진 상태다. 꽃 가격을 내려도 매출은 오르지 않았다. 한 꽃집 주인 이모(46)씨는 “경조사에 꽃을 보내고 동시에 부조까지 하면 청탁금지법을 위반하게 되기 때문에 화환 매출이 감소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지금은 아예 꽃을 선물하지 않는 풍토가 생겨 버려 생계가 힘들어진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조창연 화원연합회장도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매출이 반 토막 났다”면서 “꽃 장사하는 사람들은 다 죽어 나가는데 여기저기서 법 시행 1주년 기념 토론회를 열고 있으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꽃집 주인은 “올해 말까지만 버텨 보고 더이상 안 되면 문을 닫을 생각”이라고 곤궁해진 사정을 전했다. 회사원 조모(49)씨는 “그동안 스승의날이나 각종 기념일에 형식적으로 비싼 꽃을 선물하곤 했는데 이젠 부담이 크게 줄었다”면서 “어버이날에도 그냥 카네이션 대신 실속 있는 현금을 드렸다”고 말했다. 청탁금지법 태풍은 식당가의 풍속도도 바꿔놓았다. 식사비 상한선이 3만원으로 정해지자 식당들은 앞다퉈 2만 9900원짜리 ‘영란메뉴’를 선보였다. 기존에 3만원이 넘는 메뉴의 가격을 낮추거나 2만 9900원에 맞춰 메뉴를 새로 출시했다. 공무원이나 언론인들도 청탁금지법을 준수하기 위해 ‘영란메뉴’를 택하는 게 습관화됐다. 이 때문에 5만원대 이상 코스 요리를 전문 메뉴로 하는 고급 음식점일수록 타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종로구의 유명 한정식집 관계자는 “평소 한 번에 9팀까지 손님을 받을 수 있는데 오늘도 3팀밖에 없다. 2층은 거의 운영을 안 하게 됐다”면서 “한때 인터넷에 맛집으로도 알려졌었는데 지금은 조용하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실제 30년의 역사를 지닌 종로구의 한정식집 ‘양지’는 이달 말 문을 닫을 예정이다. 양지의 한 직원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매달 적자가 난 것으로 안다”며 “2만 5000원짜리 코스 메뉴를 내놓았지만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인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 한정식집도 폐업 위기에 놓였다. 한 한정식집 주인은 “1년 전에 비해 매출이 30%가량 줄었다”면서 “임대료·관리비·인건비를 모두 고려하면 3만원으로는 우리 고유의 색깔을 띠는 한정식 코스를 내놓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어 “2만 9000원짜리 청탁금지 세트를 내놓았더니 손님이 늘긴 했는데, 가격을 내리면 좋은 재료와 정성을 쏟아붓기 힘들다”며 “5만원으로만 한도를 올려 줘도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밝혔다. 한 일식집 직원도 “더치페이에 익숙지 않다 보니 밥을 한 사람이 사는 경우가 많은데, 법은 위반할 수 없으니 일단 저렴한 음식을 고르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올해 ‘미쉐린가이드’에 등재된 고급 한정식집에서는 식사 전에 음식값을 계산하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메뉴당 가격이 15만원을 넘다 보니 청탁금지법을 준수하기 위해 미리 ‘더치페이’를 하는 것이다. 명절 선물세트에도 ‘청탁금지법’ 바람이 한창이다.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식품관에는 선물비의 상한선인 5만원에 맞춘 ‘착한사과세트’, ‘착한배세트’가 대거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롯데백화점 본점 식품관 역시 4만 9000원짜리 곶감 세트부터 견과류 세트까지 청탁금지법을 겨냥한 선물세트들로 가득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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