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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데뷔 41년 괴짜가수 조영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데뷔 41년 괴짜가수 조영남

    경우에 따라 군대 시절의 ‘보따리’가 무척 흥미진진하다. 그 주인공은 오늘날의 인기가수 조영남(62)이다. 대학 시절 그는 ‘딜라일라’를 불러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자 꾀가 생겼다. 군 복무를 계속 연기했다. 여차 하면 ‘안가는 방법’까지도 궁리했다. 그러던 1970년 4월8일,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의 와우아파트가 무너졌다. 세상이 요란스러워졌다.20여일 후 서울시민회관(현 세종문화회관) 무대에서 김시스터즈의 귀국공연이 열렸다. 김시스터즈는 국내 여성보컬 1호로 당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이 때문에 정권 고위층도 참석할 만큼 관심이 높았다. 여기에 조영남은 찬조 출연한다. 무대에 선 그는 무심코 노래 한소절을 바꿔 불렀다. ‘신고사니이∼우르르르 함흥차 떠나는 소리에∼’라고 해야 하는 데 ‘신고사니이 와르르 와우아파트 무너지는 소리에 얼떨결에 깔린 사람이 아우성을 치누나∼’라고 했다. 요즘 같으면 별 일이 아니겠지만 그때는 달랐다. 특히 다음해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 후보와 일전을 치러야 하는 박정희 정권으로서는 와우아파트 사건으로 심기가 매우 불편해 있었다. 이런 판에 조영남이 고춧가루를 뿌렸으니 분위기가 험악할 수밖에. 겨우 눈치를 챈 조영남은 무대 뒤로 간신히 빠져나와 평소 안면이 있던 서울신문사 사장 방에서 잠시 피신해 있다가 그날 늦게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다음날 새벽 4시에 두명의 형사가 집으로 들이닥쳐 “병역기피로 재판을 받아야 한다.”며 끌고갔다. 졸지에 재판에 회부된 조영남은 이화여대 법정대학장이자 최초 여류변호사인 이태영 박사의 도움을 받는다. 즉 이 박사가 조영남을 재판에서 빼내주었고 대신 군 입대를 조건으로 내세웠다. 평소 조영남이 이 박사가 잘 가는 소년원에서 무료로 위문공연해 준 인연이 작용했다. 결국 조영남은 이 박사의 보증아래 훈련을 받은 뒤 육군본부 합창대에서 근무했다. ●가사 바꿔 불렀다 여러번 ‘혼쭐´ 군복무 시절 다시 한번 아찔했던 순간을 겪는다.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 앞에서 노래를 부를 때였다. 조영남은 나름대로 민족의 애환이 깃든 노래를 한답시고 ‘각설이 타령’ 한곡을 ‘쭉∼’ 뽑았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얼씨구씨구 들어간다∼’. 노래가 끝나자 마자 조영남은 모처로 불려가 혹독한 ‘취조’까지 받았다. 비슷한 사연은 또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에는 노래 도중 하모니카를 빼다가 경호원들의 제지를 받았다. 또 노태우 전 대통령 앞에서 영부인 김옥숙 여사를 향해 ‘나 하나의 사랑’을 열창했다가 눈총을 받아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하지만 그의 대표곡 ‘화개장터’는 공교롭게도 1997년 대선 때 선거바람을 타고 빅히트를 쳐 ‘운때 맞았던’ 경우도 있었다. 이 노래의 작사자는 김대중 정권 때 문화부장관을 지낸 김한길 의원이다. 조영남은 원래 즉흥적으로 가사를 바꿔 부르는 재치와 끼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탈리아 칸초네 ‘카사 비안카(Casa Bianca)’를 ‘하얀 집’으로 바꿔 부른 것도 여전히 회자된다. 닉슨 미국 대통령 시절(재임 1969∼74년)이다. ‘시커먼 하얀집/어쨌든 하얀집/누가 뭐래도 하얀집/좌우지간 하얀집/불이 나면 빨간집/꺼지면 까만집/∼/닉슨이 사는 The White House’. 결국 그가 지칭하는 하얀집은 ‘백악관’이었다. 지난 2일 서울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조영남씨를 만났다. 올해로 데뷔 41주년이 된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한달에 한번꼴로 콘서트를 가진다. 얼마 전에는 다시 방송에 복귀, 최유라와 함께 ‘지금은 라디오 시대’(MBC-FM 오후 4∼6시)를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가수이자 문학인, 화가, 전방위 예술가로 푸짐한 삶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따뜻한 봄날, 문득 선문답을 나눠보고 싶다는 당돌한 생각이 들었다. ●음악·문학·그림? 그건 그냥 취미야 “노래는 왜 합니까?” 우문이었을까, 뿔테 안경너머로 살짝 째려보더니 “밥벌이”라고 소리지른다. 갑자기 오기가 생긴다. “그렇다면 시는 왜 씁니까?” “암호해독이지, 진실의 핵심을 푸는 재미라고나 할까.” 내공의 깊이가 이 정도?. 고개를 약간 갸우뚱거렸다. 노려보던 시선을 흐트려뜨리며 “보들레르, 랭보, 예이츠, 에드거 앨런 포, 결국 아무것도 아냐. 인간 존엄성이지.”라고 뱉는다. “하지만 한 가지 못 푼 게 있어, 이상의 ‘날개’, 음 정말 암호가 많아.” 이때 MC 임백천씨가 나타났다. 귀엣말을 주고받더니 잠시 일어선다. 저쪽 방에 정대철 열린우리당 고문 등 몇몇 정치인들이 눈에 띄었다. 정 고문의 어머니 고 이태영 박사가 앞서 언급된 병역기피 재판 때 조씨를 도와주었다는 사실이 잠깐 오버랩됐다. 인터뷰가 다시 진행된 것은 20여분 후. “인간 조영남은 음악인, 문학인, 화가 중 과연 어느 쪽을 좋아합니까?” “아무 것도 아냐, 그냥 취미일 뿐이지.” “그렇다면 사는 재미를 어디에서 찾나요?” “재미의 순서? 젊은 여자들과 밥먹고 수다 떠는 것이 제일 재밌지.” “수다가 가능합니까?” “가능하기 위해서 무진장 노력하고 공부하지. 공부 안하고 연구없이 재미있게 살 수는 없어. 시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하고 다 재미있게 살려는 것이지.” “젊은 여자를 만나면 어떤 내용으로 수다를 떠나요?” “그날 그날 다 달라. 어제는 여름 이불이 어느 정도 얇아야 하느냐, 어떤 천이 좋으냐, 이런 주제로 2∼3시간 수다를 떨었어.” ●젊은 여자랑 밥먹고 수다떠는 게 제일 재밌어 “그렇다면 인생은 수다인가요?” “재미있게 수다 떨다가 죽는 것이 최종목표지 뭐.” “수다 뒤에 찾아오는 허무는 무엇으로 채우나요?” “무엇을 해도 허무해. 허무는 가만히 있으면 지나가고, 잠들면 되고, 책 읽고, 그림 그리고, 또 수다 떨고….” “주변에서 인간 조영남은 고독하고 쓸쓸한 팔자가 아니냐고 합니다.” “말 같지 않은 얘기야, 고독하지 않은 것이 없어. 고독 반, 고독하지 않은 것 반, 기쁨 반, 슬픔 반, 인간사 다 그렇지 않은가.” “고독이 몸부림칠 때 음악을 만드나요?” “몸부림친 적도 없어…, 다 구라치는 얘기야.” 조씨의 대답은 거침이 없었다. 툭툭 내뱉는 단어들이었지만 조합을 해보면 매사에 솔직하고 일관된 소신을 엿볼 수 있었다. 그래서 최종답을 위해 인생철학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정운찬·정동영·손학규, 삼두 정치 어떨까 “주변에 대통령이 될 법한 친구들이 많아서 기분이 좋아. 정운찬, 정동영, 손학규…. 그러나 그 중 한명(정운찬)이 떨어져 나가 승률이 줄어들었어.”이어 “정운찬은 쓸 만한 물건이고, 정동영은 잘 만들어진 물건이고, 손학규는 쓰기 편한 물건이고, 다 괜찮아. 말 나온 김에 옛날처럼 삼두(三頭)정치를 제의하면 어떨까.”라고 되묻는다. 왜 혼자 사느냐고 다시 직설적으로 물었다. “여자를 구하는 데 큰 문제는 없어. 같이 살자고 하면 살아줄 여자도 몇명 있지. 안 하는 이유? 두번씩이나 둘이서 살아봐서 아는 데, 혼자 살아보니 훨씬 재미있어. 난 역시 독립군 체질이야. 성격이 변태 같은데 감당하고 들러붙어 살 여자가 쉽게 나타나겠어?”그는 자신이 불렀던 곡 가운데 가장 아끼는 노래에 대해 이제하씨가 가사를 쓴 ‘모란동백’, 그리고 방송작가 김수현씨의 시에 곡을 붙인 ‘지금’이라고 대답했다. ‘맞아 죽을 각오로 쓴 친일 선언’ 파문을 언급하자 “많이 아팠다. 아픈 만큼 성숙해졌다.”고 했다. 인생 앞날의 계획을 재차 물었다. “죽기 직전까지 산다는 것이야.”라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45년 황해도 남천 출생. ▲51년 1·4후퇴때 월남. ▲64년 서울 용문고 졸업. ▲66년 서울대 음대 시절, 미8군 무대데뷔로 노래인생 시작. ▲68년 첫음반 ‘딜라일라’ 발표. ▲74년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권유로 미 트리니티침례신학대학 입학. 이후 목사자격증을 받고 미국 생활. ▲81년 귀국후 가수활동 재개. # 대표곡 딜라일라, 제비, 물레방아 인생, 각설이 타령, 별은 빛나건만, 신고산타령, 화개장터, 웰컴투코리아, 사랑했기에, 겸손은 힘들어, 늘푸른 마을, 인생은 요지경, 무너진 사랑탑, 보리수. 내고향 충청도 등. # 주요 저서 어느 한국 청년이 본 예수(82년), 놀멘놀맨(95년), 조영남 예수의 샅바를 잡다(2002년), 길에서 미술을 만나다(03년), 맞아 죽을 각오로 쓴 친일선언(05년). # 그외 영화 서울에비타 등 출연.1990년 LA개인전을 시작으로 매년 미술 전시회를 갖는다.
  • “경제 논리가 인간의 도덕률 넘어선 안돼”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부활절(8일)에 앞서 2일 메시지를 발표,“예수님의 십자가는 인간에게 죄로 잃어버린 생명을, 어둠 속에서 빛을 다시 가져다 주시기 위함”이라고 부활의 의미를 설명했다. 정 추기경은 특히 메시지를 통해 “가톨릭교회는 인간 생명인 배아를 파괴하는 어떤 종류의 배아 연구도 반대하며, 경제적 논리가 인간의 존엄성과 도덕률을 넘어서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선포한다.”고 말했다. 정 추기경은 “최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 정부가 제안한 체세포복제배아연구의 제한적 허용안을 의결한 것에 대해 가톨릭교회는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배아복제연구 ‘後進’ 위기감 황우석 사태 1년만에 解禁

    정부가 체세포복제배아연구를 제한적으로나마 허용키로 한 것은 뒤처지고 있는 국내 줄기세포 연구의 절박한 현실을 고려했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줄기세포 연구는 황우석 파동 이후 주춤하고 있다. 반면 미국, 영국 등에서는 막대한 자금지원 등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는 등 한발 앞서가고 있다. 미 하버드대 연구팀은 체세포 핵 이식에 의한 인간배아복제 실험에 들어간다고 지난해 6월 밝혔다. 호주 의회는 인간배아복제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일본도 제한적인 허용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가생명위원회는 그동안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한시적 금지안’과 ‘제한적 허용안’ 등을 놓고 8개월 넘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생명윤리계와 과학계로 갈려진 위원들간 의견이 팽팽히 맞섰기 때문이다. ●정부·과학계 위원만 참석 국가생명위는 결국 전체위원들을 대상으로 서면 표결 방식으로 의결했다. 하지만 생명윤리계 위원들이 표결에 불참, 정부 측과 과학계 위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체세포복제배아연구의 제한적 허용을 의결했다. 생명위원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과학계와 산업계의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제한적으로 허용키로 했지만 허용되는 난자는 체외수정에서 수정되지 않아 폐기 예정이거나 적출된 난소에서 채취한 ‘잔여난자’, 즉 건강하지 못한 난자로 실험의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제주대 생명과학부 박세필(줄기세포연구센터장) 교수는 “체외수정 이후 12시간 뒤 수정 여부를 확인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정되지 않은 난자란 죽어가는 난자”라고 설명했다. 또한 적출된 난소에서 미성숙 난자를 채취할 경우 배양기술이 발전해도 체내에서 성숙된 난자보다 건강하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복제배아는 신선한 난자를 써도 성공 가능성이 낮은데 이번 결정은 연구를 더 어렵게 하는 것”이라면서 “제한적 허용이란 문구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잔여 난자론 성공 가능성 낮아” 과학기술부 산하 세포응용연구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김동욱 연세대 의대 교수는 “(실험 성공이)힘들고 먼 길은 되겠지만 근본적으로 못하게 하지 않고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난자 기부나 실비 지급 등을 통해 건강한 난자를 체세포복제배아에 쓰고 있는데 빠른 시일에 우리나라도 그 방향으로 가기를 바란다.”며 아쉬워했다. 이에 대해 조한익(국가생명윤리심의위 부위원장) 서울대 교수는 “잔여난자를 가지고 어느 정도 연구성과들이 나타났을 때 신선한 난자를 쓰는 문제에 대해 다시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천주교측은 “배아를 이용하는 어떠한 실험이나 연구도 인간생명의 존엄성과 신성함을 침해하는 행위”라면서 종교계의 반대 입장을 대변했다. 전경하 오상도 기자 lark3@seoul.co.kr
  • [서울시교육청 ‘통합논술교실’ 지상중계] (9) 논리력과 사고능력 키우기

    [서울시교육청 ‘통합논술교실’ 지상중계] (9) 논리력과 사고능력 키우기

    오늘 중점적으로 다룰 내용은 바로 제시문에 대한 공포에 대한 것이다. 제시문을 볼 때 느끼는 공포감을 어떻게 타파할 것이냐의 문제다. 여러분이 제시문을 볼 때 어려워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고1,2,3을 거치면서 계속 봤던 글이 수능인데 이보다 수준이 높은 어휘가 나오면 갑자기 두려워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자까지 들어가면 치명적이다. 두번째는 논술 지문이 수능에 나오는 지문 분량을 넘어가는 순간 두려움을 느낀다. ☞ 서울시교육청 논술강의 녹취록(9회) 바로가기 그럼 어떻게 하면 제시문과 친해질 수 있을까.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일단 기출문제 제시문에 익숙해 져야 한다. 둘째, 글을 문장, 문단 단위로 요약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림이나 통계, 도표에 익숙해져야 한다. 하나씩 보자.2007학년도 성균관대 논술문제다.(지문1 참고) 이런 글이 나왔을 때 어려워하는 이유가 뭔가. 이미 이론은 배웠다. 그런데 이런 이론을 말로 풀어놓은 걸 보고 이 이론을 찾아내야 하는데 못 찾는다. 문제부터 막 풀려고 하지 말고 제시문을 편안하게 읽어 봐라. 우선 이 내용이 내가 배운 무슨 과목의 내용과 관련 있는가를 따져 봐라. 그냥 편안히 읽는 훈련이 상당히 중요하다. 여러분 스스로 이 내용이 어떤 교과와 관련 됐는지 역으로 추적하는 연습을 하면 (효과가)기가 막힌다. 내가 장담한다. 다음에는 더 무식한 방법이다.(지문2 참고) 자, 이 글의 요지가 뭔가. 얘기해 보라고 하면 머리에서 스팀이 올라온다. 하지만 이런 훈련을 해야 한다. 전체가 세 문단, 첫번째 문단은 4개의 문장으로 돼 있다. 이 각각의 문장을 여러분의 말로 축약해 봐라. 이때는 어구가 아니라 주어와 술어가 있는 완성된 문장으로 축약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4개의 문장을 다 축약했으면 다시 한 문장으로 축약한다. 이게 바로 문단의 요약이 된다. 두번째 단락도 마찬가지다. 이런 식으로 문단의 요약문을 연결하면서 앞뒤 문장이나 문단이 뭘 얘기하는지 잘 살펴야 한다. 이런 식의 공부는 이미 여러분이 하고 있다. 바로 영어 과목에서다. 영어는 직역을 한 뒤 의역하고 자연스럽게 의미 축약을 한다. 그런데 국어는 이렇게 공부하지 않는다. 한글이니까 그냥 읽어나간다. 그렇게 하지 말고 국어는 물론 사회나 과학 시간에도 이런 식으로 줄이는 훈련을 자꾸 해야 한다. 다음으로 여러분은 도표가 나오면 상당히 싫어한다. 하지만 진짜 재미있는 것이 도표다. 도표 자체가 글이다.(지문3 참고) GDP 알지? GDP가 죽 올라가고 있다. 그런데 이 옆에 다른 표를 하나 더 붙였다. 우리나라 절대 빈곤율을 계산해 보면 수치가 과거부터 지금까지 거의 비슷하다. 나라가 발전하는데 절대 빈곤층은 왜 그대로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럼 또 따져보자. 과거의 절대 빈곤층과 지금의 절대 빈곤층이 느끼는 고통은 같을까, 다를까? 왜 다른가. 상대적 빈곤 때문이다. 예전에는 절대 빈곤감만 느꼈지만 이젠 상대적 빈곤감까지 느낀다. 이런 문제를 찾아낼 줄 알면 된다. 이런 내용을 차례로 인과 과정을 따지면서 이야기하면 아주 체계적이고 부드러운 글이 나온다. 다음을 보자.(그림1 참고) 뭐가 보이나. 천사와 악마. 이게 왜 중요한가. 흰 부분에 초점을 맞출 때와 검은 부분에 초점을 맞출 때 다르다. 두 개를 동시에 보기는 굉장히 어렵다. 이것을 가지고 가르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검은 부분과 흰 부분을 넘나들며 설명해야 한다. 논술도 마찬가지다. 바로 관점의 전환이 자유로워야만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수업 시간에 쓰레기 소각장이나 화장터 얘기가 나오면 여러분은 한결같이 ‘기업 이기주의, 집단 이기주의’라고 악을 써 댄다. 하지만 너희 집 앞이라면? 당장 안 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기업 이기주의고 뭐고 간에 안 된다고 한다. 좋은 글을 쓰고 좋은 생각을 하려면 어떤 주제가 나왔을 때 관점을 전환시켜서 봐야 한다. 자신이 관점을 전환시키면서 그 관점에서 통할 수 있는 일반적인 이야기, 일반적인 법칙을 만들어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이런 연습을 많이 해야 풍요로운 글이 나올 수 있다. 사진을 보자.(그림2 참고) 1908년 캘리포니아의 소녀 노동자다. 느낌이 어떤가. 불쌍하다. 또? 자본주의. 이 사진을 보면 여러분은 ‘초기 자본주의의 문제점은’ 하면서 얘기를 한다. 이걸 보여주는 이유는 논술을 잘 하려면 감정도 풍요로워야 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다. 남을 보고, 어떤 현장을 보고, 감동받고, 고민하고, 눈물을 흘리고, 이런 것이 있어야 글도 잘 써지고 생각도 많이 하게 된다. 이런 것 없이 차가우면 글도 차갑고 보는 재미도 없다. 주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느껴야 한다. 여러분 주변에서 일어난 일이나 사진, 글들을 보면서 자기가 마음으로 느끼는 훈련도 굉장히 중요하다. 평소 이런 것들이 갖춰지면 글쓰기가 자연스럽게 훨씬 더 많이 발전한다. 다시 돌아가 여러분이 어떤 글이든지 제대로 분석하면 그 글에 대한 반박이나 옹호의 글을 편하게 쓸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글쓰기의 기본은 글 읽기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지겹고 짜증나지만 반복할수록 시간이 줄어든다. 이게 핵심이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이렇게 질문한다.‘어떻게 하면 될까. 이런 걸 언제 하느냐. 연습할 시간이 없다.’ 딱 한 가지만 말하겠다. 학교에서 언어 영역 공부할 때 비문학 지문이 나오면 1∼5번까지 답안만 보지 말고 (지문을) 요약해 봐라. 이를 완성된 문장으로 쓰고, 이와 같은 게 있으면 그게 답이다. 답이 틀렸다면 국어 선생님께 어디가 틀렸는지 물어봐라. 실력이 빨리 오른다. 이렇게 하면 수능 성적도 바로 오르고, 논술 성적도 오른다. 이렇게 공부하는 방법을 최대한 단순화시키고 통일시켜야 한다. 여러분이 쏟을 수 있는 에너지와 시간은 한정돼 있다. 효율적으로 공부하려면 공부 방법을 하나로 모아가야 한다. 사회 교과도 마찬가지다. 교과서를 읽을 때 밑줄 친 것을 외우려고 하지 말고 왜 이런 말이 나왔는지 앞뒤 맥락을 살피면서 소설책 보듯이 읽어보면 도움이 된다. 정리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다음주에는 통합논술교실 지상중계 마지막회로 그동안 강의에 참여한 교사들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조언하는 ‘통합논술의 오해와 진실’ 좌담회가 이어집니다. ●지문1 사익(私益)과 공익(公益) 개인의 이익과 공동체의 이익을 어떻게 규정하고 양자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아담 스미스(A.Smith):공익은 정당한 사익의 합이다.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 합리적 자기 이익의 원리 <각 개인은> 공공의 이익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지도 않고, 공공의 이익을 그가 얼마나 촉진하는지도 모른다. 외국 노동보다 본국 노동의 유지를 선호하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였고, 노동생산물이 최대의 가치를 갖도록 그 노동을 이끈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였다. 이 경우 그는, 다른 많은 경우처럼,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서 그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그가 의도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해서 반드시 사회에 좋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흔히, 그 자신이 진실로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는 경우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그것을 증진시킨다. 나는 공공이익을 위해 사업한다고 떠드는 사람들이 좋은 일을 많이 한 것을 본 적이 없다. 사실 상인들 사이에 이러한 허풍은 일반적인 것도 아니며, 상인들은 말 몇 마디만 해도 그런 허풍을 떨지 않는다. 각 개인은 자기의 자본을 국내산업의 어느 분야에 투자하면 좋은지, 그리고 어느 산업분야의 생산물이 가장 큰 가치를 가지는지에 대해, 자신의 현지 상황에 근거해서 어떠한 정치가나 입법자보다도 훨씬 더 잘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2007학년도 성균관대 수시1학기 ●지문2 노직이 주장하는 소유권 이론에 의하면, 최초의 사유재산권은 자원에 대한 노동력 투입에 의해서 창출된 가치를 소유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 권리는 문자 그대로 절대적인 권리이고, 자기 자신의 동의 없이는 절대로 양도될 수 없는 권리이다. 이러한 절대적 사유재산권은 자신의 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해서, 그와 동일한 타인의 절대적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전이될 수 있다. 자유교환의 결과로 어느 특정 개인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았다면, 설령 그 결과가 사회 전체의 복지 증가에 이바지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자유교환을 간섭하거나 규제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노직에 따르면, 개인의 독립성은 자기이익의 증가를 위하여 자유로운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동기적 합리성과 인지적 합리성을 소지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인간은 이성과 존엄성을 전혀 지니고 있지 않다고 추정되는 무생물이나, 현격하게 제한되어 있다고 믿어지는 저급동물과는 자유계약을 맺지도 않고, 그들에게도 도덕적 책임을 추궁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시장경제에서 상대방과 자유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대한 이행을 요구하고, 예상되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부담할 것을 요구한다는 사실은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한다는 해석이 더욱 설득력이 있다. 이 입장은 정부의 시장에 대한 간섭이 정당화되지 못한다는 점을 주장한다. 매춘, 도박, 자살, 안락사, 자발적 노예계약 등과 같은 소위 말하는 “피해자 없는 범죄”의 부도덕성을 부인하고, 정부개입의 부당성을 주장한다. 노직의 이러한 극단적인 자유시장경제 옹호론은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바도 없지 않다. 그러나 조직 폭력배들에 의한 인신매매가 성행하는 것은 노직의 입장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시킨다. 왜냐하면 노직이 도덕적으로 허용한 것은 자발적 매춘, 노예계약에서의 바로 그 자발성이지, 어떠한 형태의 비자발적 계약을 옹호한 것은 아니다.
  • [기고] 노무현 대통령 교황청 방문을 앞두고/성염 駐 교황청 대사

    1984년 5월3일 오후 2시14분 김포공항에 도착, 알리탈리아 전용기에서 내린 백의의 인물이 트랩을 내려와 땅바닥에 입맞추며 “순교자들의 땅이로다.”라고 뇌었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를 경외하여 그 흙에 입을 맞추는 다른 국가원수가 또 있을 성싶지 않다. 서툰 발음으로 “벗이 먼데서 찾아왔으니 기쁜 일 아닙니까?”라는 우리말 인사가 그의 입에서 나왔을 적에 국민들은 다시 한번 놀랐다. 첫 번 방문에서만도 “분단된 한국의 고난은 분열된 세계의 상징”이라고 한탄하면서도 “지나간 시대의 고통이 보다 나은 시대를 내다보는 자신감을 감소시켜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인간에 대한 존중, 정의와 평화의 항구한 추구라는 굳건한 바탕에서 한국의 현시대와 미래를 정위시켜 나가십시오.”라는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광주를 직접 찾아가 그 지역에서 일어난 “비극적 사건으로 아직도 시달리는 이들, 불안과 환멸로 가득찬 상처입은 가슴들의 아픔을” 달래주던 격려나 나환우들이 있는 소록도를 방문하여 그들의 처지를 나누던 모습을 국민들은 잊지 않고 있다. 그래선지 교황 요한바오로 2세가 85세로 서거한 2005년 4월8일 바티칸 장례식에 국가원수 및 행정수반들이 대거 참석하고 400만명의 젊은이들이 유럽에서 몰려와 인산인해를 이루던 장면에 우리 시청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나라 조문사절단장 이해찬 총리를 수행하여 장례식장에 간 필자의 바로 눈앞에서 이스라엘 카사브 대통령이 시리아 아사드 대통령, 이란의 하타미 대통령과 차례로 악수하는 모습은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거기서는 군대와 돈과 권력이 아닌 다른 힘이 지배한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경사롭게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경악스럽게 뉴욕의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면서 자정에 다가가는 듯한 인류종말의 시계가 인류를 다시 군사와 경제의 논리가 아닌 도덕적 인도적 호소의 소리가 나는 쪽으로 귀를 기울이게 하고 있다. “정의가 없는 국가는 강도떼”에 불과하다고 외치는 곳,“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에 대한 그 깊은 경탄을 일컬어 복음, 곧 기쁜 소식이라고 한다.”고 타이르는 곳, 이라크 전쟁에 끝까지 반대하다 전쟁이 일어나자 “하늘 무서운 줄 알라!”고 호통치는 양심을 향해서. 교황청과 수교를 맺은 지 44년째 되는 해에,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방문 이래로 두 번째로 노무현 대통령이 교황청을 방문하고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북핵으로 야기된 한반도의 긴장을 두고 “핵무기는 점진적으로, 평등하게, 또 결연하게 폐기되어야 한다.”던 선교황의 호소도 있었고, 지난 1월8일 전세계의 주교황청 외교단을 향하여 “한반도에는 위험스러운 불씨가 잠재해 있다.”면서 “한민족을 화해시키고 한반도를 비핵화하려는 노력은 주변지역 전체에 혜택을 가져다 줄 것이지만, 이 같은 목표는 어디까지나 협상의 틀 안에서 추구되어야 한다.”는 발언으로 우리의 6자회담을 격려한 교황, 그리고 “이런 대화가 북한의 가장 취약한 계층에 돌아갈 인도적 지원을 좌우하는 조건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는 교황과의 회담에서 우리 겨레의 하나되려는 노력을 성사시키는 지혜로운 길이 열렸으면 한다. 현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교황직에 취임한 후 외교단과 처음 상견하는 자리에서 “나는 분단의 아픔과 상처를 겪은 나라에서 왔습니다.”라고 자기를 소개하였기 때문에 우리 겨레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를 함께 나눌 수 있는 분이라고 여겨지는 까닭이다. 성염 駐 교황청 대사
  • [21일 TV 하이라이트]

    ●진실(YTN 오후 11시5분) 췌장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이장형. 육군 대위로 전역한 이장형은 84년 간첩협의로 체포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5년 동안 감옥살이를 했다. 이근안에게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당한 모진 고문을 받았다고 절규한 이장형과 고문 사실을 법정에서 부인한 이근안. 이장형의 판결문에 나타난 허위를 파헤친다. ●스페이스-공감(EBS 오후 10시) 7인조 퓨전 그룹 ‘닮은 사람들’. 언제부터인가 서로의 마음과 음악 성향이 닮아있음을 느낀 7명의 국악기 연주자들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가자는 취지에서 만나 2000년에 그룹이 결성되었다.‘지루한 국악’의 편견을 넘어서, 국악의 아름다움을 널리 전하는 이들을 만나본다. ●연개소문(SBS 오후 8시45분) 연개소문은 영류제에게 이미 혼례를 올린 아내가 있다고 얘기하지만, 영류제는 고구려인이 아닌 사람과의 혼례는 인정할 수 없으며 황실의 후손인 고소연이 정실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고소연은 연개소문에게 힘이 되어주겠다고 당돌하게 얘기한다. 죽리는 연개소문에게 대의를 위해서 혼례를 올리라고 종용한다. ●누나(MBC 오후 7시55분) 수아의 광기는 함께 러시아로 가지 않는다는 건우의 말을 들은 뒤 절정에 이른다. 수아는 건우 어머니를 찾아가 자신이 잘못한 게 무엇이냐며 따진다. 성난 할아버지가 앞을 가로막자 수아는 할아버지까지 밀치며 건우 어머니 앞으로 다가가 집안을 공포 분위기로 만들어 놓는다. ●반올림#3(KBS2 오전 8시50분) 오토바이를 다시 찾아오라는 엄마의 말에 일권은 신바람이 났다. 이준 집에서 찾아온 오토바이로 엄마를 일터까지 모셔드리고 마음이 뿌듯한 일권. 그러나 수업을 받던 중 뜻밖에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는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충격을 금치 못한 아이들은 함께 장례를 돕는다. ●TV쇼 진품명품(KBS1 오전 11시) 진품명품을 찾아온 서화첩 두 점. 그중 하나는 대표적인 근대 서예가 오세창의 화첩인데 백범 김구의 글까지 담겨있어 그 진가가 궁금하다. 다른 하나는 오랜 세월이 느껴지는 교지 한 점. 큼직하게 찍힌 도장이 교지의 권위를 말해주는 듯한데 과연 이 교지 속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지 알아본다.
  • 의학 드라마 원작으로 본다

    MBC 의학 드라마 ‘하얀거탑’의 일본판 원작 드라마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영화채널 OCN은 지난 2003년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하얀거탑’을 오는 21일 오전 9시부터 11주 동안 방영한다. 총 22회이며 매주 일요일 2회분을 연속으로 내보낸다. 원작은 일본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야마자키 도요코의 베스트셀러 소설 ‘하얀거탑’.1978년 일본 후지TV는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의료사고, 권력을 향한 야망, 사회내 비리 등 당시 드라마에서는 다루기 힘들었던 사회의 어두운 면을 방영해 화제가 됐다. 의학계의 숨겨진 이면과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그린 메디컬 드라마이다. 폐쇄적이고 관료적인 대학병원을 배경으로 모든 권력을 손에 쥐려는 천재 외과의사 ‘자이젠 고로’와 진지하게 의사로서의 길을 걷는 ‘사토미 슈지’의 삶을 대비해 그린 대작이다. 일본판 하얀거탑은 일본 국립 나니와 대학병원을 배경으로 의사들의 삶을 다루고 있지만 전반부 정치 드라마, 후반부는 법정 드라마에 더 가깝다. 전반부는 천재적인 능력과 권력에 대한 야욕을 가진 외과 조교수 ‘자이젠’이 교수가 되기 위해 펼치는 정치판 못지않은 아슬아슬한 암투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후반부에선 ‘자이젠’의 의료사고 이후 시작되는 치열한 법정 공방과 그 결말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자이젠 고로’라는 야심만만한 주인공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대학병원 교수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원작의 ‘자이젠’(가라사와 토시아키)과 국내의 장준혁(김명민 분),‘슈지’(에구치 요스케이)와 최도영(이선균) 등 양국의 연기자 캐릭터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를 더한다.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Book Review] 레비는 왜 화학자 아닌 증언자였나

    “…, 어떻게 분노하지 않고도 사람을 때릴 수 있을까.…, 객차 안에서는 남녀노소가 싸구려 상품들처럼 무자비하게 포개진 채 무(無)를 향한, 아래쪽을 향한, 바닥을 향한 여행을 했다. 이번엔 그 객차 안에 있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라는 점만 달랐다.…, 나와 같은 객차에 탔던 45명 중 다시 집으로 돌아간 사람은 네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 객차가 가장 운이 좋은 경우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죽음이 예고된 ‘죽음의 수용소’ 아우슈비츠행 객차의 풍경은 이랬다. 움베르토 에코가 ‘이탈리아 문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사람’이라고 평가한 프리모 레비(1919∼1987)의 역저 두권이 동시에 출간됐다.‘이것이 인간인가’와 ‘주기율표’(이현경 옮김, 돌베개 펴냄). 유대계 이탈리아인인 프리모 레비는 아우슈비츠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이다. 그리고 자신의 체험을 기록으로 증언했다. 안네 프랑크의 ‘안네의 일기’ 등과 함께 나치즘과 유대인 학살의 진실을 전하는 증언문학의 대표작품으로 꼽히는 ‘이것이 인간인가’. 극한의 폭력에 노출된 인간의 존엄성과 타락의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프리모 레비는 2차 세계대전 말 반파시즘 저항운동에 참여하다 체포돼 아우슈비츠 제3수용소로 이송당했다.‘이것이 인간인가’는 그가 체험한 10개월간의 수용소 기록이다. 제3수용소는 화학공장과 붙어 있는 강제노역 수용소였다. 화학박사였던 그는 건강한 체력과 몇번의 행운으로 극소수의 생존자 대열에 낄 수 있었다. 레비는 1945년 힘겨운 여정 끝에 고향인 토리노로 돌아와 수용소 시절 비밀리에 기록한 메모들을 토대로 ‘이것이 인간인가’의 집필에 들어갔다. 47년 첫 출간 때는 거의 주목받지 못했으나 57년 재출간되면서 문제작으로 떠올라 그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8개 국어로 번역됐고, 라디오 드라마와 연극으로 공연되기도 했다. 레비는 “이야기를 해야 할 필요성을 참을 수 없을 만큼 강렬히 느꼈기 때문에 나는 그곳, 독일 연구실에서, 추위와 전쟁속에서, 감시의 눈초리를 피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며 이 책의 초고였던 ‘메모’를 작성하게 된 까닭을 밝혔다. 하지만 ‘이것이 인간인가’에서 레비의 독일인에 대한 증오심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너무나 차갑게 실상만 전한다. 동시대를 살았던 유대계 독일인 한나 아렌트가 미국에서 ‘전체주의의 기원’을 저술하면서 파시즘 등 전체주의의 재등장 가능성을 경고한 것과 마찬가지로 레비도 “파시즘은 죽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아우슈비츠의 증인’ 레비는 87년 자택에서 돌연한 자살로 생을 마감, 끝까지 세상에 물음을 던져줬다. 1975년에 저술한 ‘주기율표’는 화학자인 레비의 과학과 기술에 대한 열정이 엿보이는 독특한 구성의 회고록이다. 아르곤부터 탄소까지 주기율표상의 원소들을 설명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와 연관된 자신의 삶, 조상의 연원 등을 재미있게 회고한다. 유년 시절의 추억과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회상, 역사적·윤리적 성찰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철’이라는 장에서 레비는 청춘시절 자신에게 화학이나 물리학이 ‘파시즘의 해독제’였다고 말한다.21장으로 구성된 ‘주기율표’는 대중적으로 그의 저술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끌었다. ‘이것이 인간인가’ 340쪽 1만 2000원,‘주기율표’ 383쪽 1만 4000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프렌치 리포트] (11) 경쟁 싫어… 개혁도 싫어

    [프렌치 리포트] (11) 경쟁 싫어… 개혁도 싫어

    프랑스인들은 불안하다. 지금까지는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큰 지장이 없었는데, 앞으로는 아등바등 살아도 편안한 삶을 보장받지 못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서다. 일반적으로 프랑스인들은 경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돈을 좀 더 많이 벌고, 좀 더 잘 살기 위해 악착같이 사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금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골치 아픈 정치와 경제는 엘리트들에게 맡기고, 국민들은 안정된 직장에서 주어진 일을 하면서 국가가 제공하는 의료·복지·교육의 혜택을 받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런 장밋빛 인생도 이제는 종말을 고해야 한다. 과잉복지로 인한 재정부담이 날로 가중되는데다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본질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분배와 사회적 평등을 우선시하는 프랑스식 사회주의 경제 모델은 세계화의 거대한 흐름속에서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프랑스인들은 곳곳에서 경쟁을 강요받는다. 프랑스인들의 개혁 거부 증세도 심각해지고 있다. ●변화에 대한 강한 거부 2005년 상반기 프랑스에서 최대의 이슈는 유럽연합(EU) 헌법 비준을 묻는 국민투표였다. 그해 5월29일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프랑스 국민의 55%가 유럽연합 헌법에 반대표를 던졌다. 유럽헌법은 25개 회원국 모두 찬성해야 공식발효되기 때문에 유럽헌법은 사형선고를 받은 셈이었다. 경제적으로 통합된 유럽을 정치적으로도 통합해 미합중국에 대적할 수 있는 유럽 합중국을 이룩한다는 원대한 계획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프랑스는 유럽헌법을 발의한 나라이며 유럽통합을 선도해온 나라다. 프랑스가 유럽헌법을 부결시킨 것은 아이러니 그 자체였다. 그럼에도 반대표를 던진 데 대해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은 ‘민심의 표출’이라고 평가했다. 시라크 정권에 대한 불만과 유럽통합 작업에 대한 반대여론이 합쳐진 결과라는 것이다. 프랑스인들은 EU가 중·동부 유럽으로 확대되면서 동유럽의 근로자들이 몰려와 이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길 것을 우려했다. 실업률이 10% 가까이 되는데도 동유럽의 저가 노동력에 서비스 시장을 열어주겠다는 정부의 태도가 마음에 들 리 없다. 노동자들은 특히 유럽헌법의 도입으로 프랑스가 신(新)자유주의의 국제질서에 편입된다는 데 강한 거부감을 표했다. 프랑스의 좌파들은 유럽헌법이 EU 내에 자유시장 경제를 급속히 파급시켜 지금까지 쌓아온 전통적 사회보장망을 파괴할 것이라고 예단했다. 프랑스인들이 갖고 있는 ‘변화에 대한 거부감’을 자극한 셈이다. ●한계에 달한 프랑스식 사회경제 모델 유럽헌법 국민투표를 계기로 유럽에서는 앞으로 어떤 사회로 갈 것인지에 대한 토론에 불이 붙었다. 같은 해 10월27일 EU 정상들은 런던에서 비공식회담을 열어 유럽의 미래를 논의했다. 당시 순번제 의장국이었던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이 자리에서 회원국 정상들에게 유럽 발전을 위해서는 앵글로색슨 모델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앵글로색슨 모델은 개방과 경쟁만 유도할 뿐 평등과 분배를 외면한다고 비판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프랑스 국민의 여론을 의식해 이렇게 강변했지만 속마음은 정반대였을 것이다. 사회보장 비용 때문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와 경기침체에 따른 높은 실업률을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경제시스템을 개혁해야 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독일과 함께 분배와 사회적 평등을 우선시하는 ‘라인란트 모델’의 양축을 이뤄왔다.2차 대전 이후 도입된 라인란트 모델은 지속 성장만 담보된다면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지만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세계화의 소용돌이속에서는 더 이상 유지가 어렵다. 복지비용 부담에 따른 프랑스의 공공부채 규모는 2006년 국내총생산(GDP)의 65%나 된다.2006년 재정적자는 380억∼390억유로에 이를 전망이다. 의료·연금·가족 보험 등 사회보장 비용은 2004년 119억유로,2005년 116억유로의 적자를 기록했다.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정부가 복지와 분배에 우선을 둔 경제정책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번번이 실패한 개혁시도 드 빌팽 정부는 경제시스템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국가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개혁의 칼날을 뽑아들었다. 고용창출을 위한 국가 재정운용, 소규모 기업의 고용확대, 실업자의 노동시장 복귀를 위한 인센티브제 도입을 정책과제로 제시하고는 비장의 카드를 내밀었다.‘최초고용계약(CPE)’제 도입이었다. 고용주가 26세 미만의 직원을 채용할 경우 처음 2년간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기업주에게 투자의욕을 고취시키고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노린 선택이었다. 프랑스의 청년 실업률은 23%에 달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드 빌팽 총리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불쑥 내민 이 제도에 대학생들과 노동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정년을 보장받고 편히 살아온 프랑스인들에게 이 제도는 라인란트 모델의 포기를 의미했으며, 또한 무한경쟁을 의미했다. 소르본대학의 점거농성으로 시작된 반대시위는 2006년 봄 프랑스 전역을 강타했고 결국 정부는 이 제도의 도입을 백지화했다. 정치평론가 자크 아탈리의 ‘미테랑 평전’에 따르면 사회당 정권에서도 저성장, 높은 실업률, 이민자 문제, 주택난이 심각했다. 그래서 80년대부터 여러번 개혁을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국민들의 거센 저항 때문에 포기했다.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1995년 집권한 중도우파 정부는 수차례 개혁을 시도했으나 2003년의 연금제도 개혁 외에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르 몽드는 “프랑스인은 65%가 실업을 걱정하고 영국과 덴마크의 높은 성장을 부러워한다. 그러면서도 기존의 복지모델을 고수하겠다는 것은 심각한 모순이다.”라고 꼬집었다.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문화마당] 문화침투의 허실/코디 최 문화이론가 화가

    20세기 후반 주목받기 시작한 동남아시아의 괄목할 만한 경제력과 문화 경쟁력은 서구사회의 그것과 비교해 볼 때 실로 미약한 것이다. 그런 만큼 21세기 들어 더욱 부각된 세계화는 서구중심의 경제와 문화의 주도권 아래 이뤄지고 있다. 이는 FTA 협상과 같은 실례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세계화의 과정에서 진행되는 문화침투는 결코 서구중심의 일방적 관계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문화침투란 본질적으로 상호 교류의 차원에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영국의 제국주의 정책을 계기로 수출된 백인 중심의 서구문화는 아시아 문화에 침투해 그 모습을 바꿔 놓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시아의 문화는 동서양의 문화충돌에서 서구 중심의 권력지형도를 바꾸어 가며 재구성되어 가고 있다. 예컨대, 권력을 앞세워 인도의 문화에 침투한 영국의 문화는 1980년대 들어서며 언더그라운드에서 인도의 음악이 유행하면서 인도 문화로부터 역침투를 당했다. 마침내 인도 음악은 영국을 통해 미국에까지 영향을 끼치며 뉴에이지 또는 월드뮤직이 탄생하는 계기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침략하고자 했던 식민지 문화로부터 예기치 않은 역습을 당하며 끝내 서구 음악의 경향이 바뀌어진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음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1993년 인권운동으로 노벨상 후보에까지 오른 인도의 반다나 슈바는 ‘녹색혁명’을 펼치며 ‘나브다냐(Navdanya)’ 같은 유기농 농장과 상점 등을 통해 무공해 식품운동을 벌였다. 이같은 움직임은 영국으로까지 어어지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유기농 식품’ 바람을 일으켰다. 최근 우리나라의 웰빙 붐도 그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문화의 침투는 이처럼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다. 아시아도, 서구도 이같은 문화의 잡종화(hybridization) 내지 혼종화를 엄연한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의 문화이론가 호미 바바가 말하는 문화의 ‘제3공간 선언’이 구체화되어 감에 따라 세계적 규모의 문화적 변위가 이뤄지고 있다. 타자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일방적 침투에서 상호교환적 침투로 이동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의 지식인들은 헤게모니적 성격을 띤 서구 중심의 세계화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저명한 인권운동가 찬드라 무자파(‘정의로운 세계를 위한 국제운동’ 대표)는 아시아 국가의 정체성을 강조하며 서구 제국주의에 대항할 인권주의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그는 자신의 저서 ‘인류의 오류(Human Wrongs,1996)’에서 인간의 기본적 존엄성은 각자의 정체성과 문화에 근거한 의식주와 같은 권리라고 말한다. 또한 안와르 이브라임 전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1996년, 아시안 르네상스’를 통해 세계화의 근간에는 ‘아시아 문명화’라는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며 이것은 곧 세계화의 흐름 속에 동서양의 바람직한 재구성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요컨대 세계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문화간의 조화를 유지하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고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도의 문화이론가 애슈스 난디는 동서양의 문화전쟁터에서 빠져나와 전쟁게임을 관찰하는 제3자가 될 것을 권한다. 전쟁터 안에 있으면 권력의 실체 앞에 극단적으로 저항하거나 수용하거나 양자택일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은 일차원적인 식민지 근성과도 같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문화에 있어서 세계화의 현장은 권력지형에 의해 움직이는 전쟁터가 아니다. 창조적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 ‘게임’이다. 이제 세계화에 따른 상호교류적 문화침투라는 게임은 시작되었다. 창조적인 정신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문화 나아가 미래의 문화를 이끄는 원동력이다. 코디 최 문화이론가 화가
  • 軍 구타 법으로 금지

    구타나 가혹행위, 언어폭력을 군대에서 근절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병 상호간에도 권한이 부여된 자를 제외하고는 어떤 명령이나 지시, 간섭도 금지된다. 집단으로 상급자에게 건의 내지 항의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국방부는 1일 군인의 권리와 의무는 물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의 ‘군인복무기본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군인은 어떠한 경우에도 구타, 가혹행위 및 언어폭력 등 사적 제재를 가해서는 안된다. 병 상호간에도 ▲지휘계통상 상관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거나 ▲사수, 조장, 조교 등과 같이 편제상 직책을 수행할 경우 ▲기타 법령이나 내규에 의해 명령과 지시 권한이 부여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병에게 어떠한 명령이나 지시, 간섭을 할 수 없다.국방부는 앞으로 이 규정을 어긴 군인에 대한 상세한 처벌 규정을 시행령에 명기할 계획이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사설] 이념 초월한다며 北인권 외면하나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의 인권침해 행위를 조사 대상에 포함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이 결정은 인권위가 왜 존재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들게 한다. 북한이 주권국가인데다 남북공동선언 등에서 독립국으로 인정하고 있어 조사·구제활동을 할 수 없다는 이유는 군색하기 짝이 없다.인권위법 4조를 들어 북한을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북한을 대한민국 영토로 보는 상위규범인 헌법의 정신을 살리지 못한 법해석이다. 헌법까지 가지 않더라도 인권위법 2조는 인권을 헌법과 법률에서 보장하거나 대한민국이 가입·비준한 국제인권조약과 국제관습법에서 인정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라고 밝히고 있다.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있음에도 어떻게든 북인권을 피해 가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안경환 인권위원장은 전원위원회 사흘 전에 서울신문을 통해 보수와 진보, 북한의 반응을 초월한 결정이 있을 것임을 시사했으나 그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출범 5년이 된 인권위는 동일임금 동일노동, 사형제·국가보안법 폐지, 양심적 병역거부권 인정 등 숱한 권고를 통해 위상을 넓혀왔다. 현실을 무시한 오지랖 넓은 국가기관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권위가 정치색을 배제하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 실현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폭 지지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남북 특수상황이라는 정치 판단을 개입시킴으로써 스스로 품격을 떨어뜨리고 정치집단으로 추락한 꼴이 됐다. 북한 동포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겪고 있는 인권침해와 유린행위에 눈감고 침묵하는 인권위의 편협하고도 정치적인 결정은 철회돼야 마땅하다. 정부도 유엔의 대북 인권결의안에 찬성하고 진보진영마저 북인권 개선에 소리를 내기 시작한 마당에 여기저기 눈치보며 혼자서 퇴행하는 인권위의 목소리를 앞으로 누가 귀담아 듣겠는가.
  • [Book Review] 레비가 자살한 까닭을 말한다

    “낙관적인 이야기를 한참 나눈 후, 집으로 가서 가스를 틀어놓거나 마천루에서 뛰어내리는 기묘한 낙관주의자들이 있다.” 유대인이었던 한나 아렌트의 글에 등장하는 이 기묘한 낙관주의자들은 유대인이다. 극도의 빈곤, 목숨을 건 밀항,‘불법체류자’로서의 오랜 도망생활, 몇차례에 걸친 사업의 실패와 같은 숱한 어려움을 이겨냈다. 겨우 환갑을 지난 나이에 옛 친구들을 술집으로 불러 기분 좋게 한잔 하고 집으로 가던 중 다리에서 목을 맸다. 마음 약한 죽음을 택한 이는 재일조선인 1세였다. 유대인과 재일조선인들은 유랑과 고향 상실의 비애를 공통적으로 겪었다. 저자 서경식씨는 유대인 쁘리모 레비의 묘를 찾아 한겨울 이탈리아로 떠난다.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박광현 옮김, 창비 펴냄)는 재일조선인 2세가 한 유대인의 삶을 반추하는 여정을 담고 있다. 쁘리모 레비는 유대계 이탈리아인으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 남았다.‘이것이 인간인가’ 등의 책으로 잔혹한 정치 폭력을 증언해 세계적으로 알려진 문학가였다. 하지만 1987년 아파트 4층 난간을 넘어 아래층으로 몸을 던져 자살하고 만다. 1951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난 서경식씨는 현재 성공회대 연구교수로 국내 체류 중이다. 국내에 번역 출간된 책으로는 ‘나의 서양미술 순례’ ‘소년의 눈물’ ‘단절의 세기 증언의 시대’ 등이 있다. 그는 책에서 “윤동주는 자신의 언어인 조선어를 지킨 채 목숨을 잃었지만, 나는 이미 자신의 언어를 잃은 채 지배자의 언어인 일본어를 모어로 삼고 자랐다.”고 적고 있다. 어머니를 1980년, 아버지를 1983년 교토 교외에 묻은 뒤 저자는 세계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며 죽은 자의 무덤 앞에 섰다. 그들은 20세기의 역사에 내몰리고, 고향이나 가족과 강제로 헤어져야 했으며, 뿌리째 삶을 강탈당했던 이들이었다. 제국주의, 식민지 지배, 세계대전의 피해자들이었다. 저자의 큰형인 서승씨와 작은형 서준식씨는 서울대에서 사회학과 법학을 공부하다 ‘학원에 침투하여 박정희의 3선 저지운동을 배후에서 조종한 북의 스파이’란 명목으로 1971년 검거된다. 이들은 레비가 인간지옥 아우슈비츠에서 당한 것에 버금가는 구타와 물고문을 광주교도소에서 당했다. 형들을 감옥에 보낸 저자는 무력하게 레비의 ‘아우슈비츠는 끝나지 않았다’를 읽고 있었다. 인간은 어떻게 이토록 잔혹한가, 인간은 어떻게 이 잔혹함을 견디며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가슴속으로 외치면서 말이다. 저자는 레비가 자살한 현장에서도 그가 자살한 이유를 찾지 못한다. 그의 죽음은 불안·공포·실의·절망 혹은 권태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마지막 존엄을 지키기 위한, 그리고 ‘증인’으로서 마지막 일을 완수하기 위한 조용한 선택이었을지 모른다고 추측할 뿐이다. 저자의 말대로 냉혈이나 잔혹은 지금도 세계를 덮고 있다.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저지른 폭력이 이라크나 팔레스타인 등지에서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유대인 쁘리모 레비와 재일조선인 2세 서경식의 대화’인 이 책은 한국인들에게 경고의 메시지이다. 지난 시대의 폭력을 탈 역사화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레비의 죽음을 통해 경종을 울리고 있다.1만 3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CEO칼럼] 긍정의 유전자와 열정의 바이러스/김인 삼성SDS 사장

    [CEO칼럼] 긍정의 유전자와 열정의 바이러스/김인 삼성SDS 사장

    대부분의 사람들은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열에 아홉은 긍정적인 사람이 주위에 있을 때 더 생산성이 높다고 한다. ‘부정적인 감정은 흡연보다 인간 생존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반면, 긍정적인 감정 교류는 수명을 평균 10년 정도 더 연장시킨다.’는 통계도 있다. 어떤 학자는 “결혼 생활에 있어 긍정 대 부정의 비율이 5대 1 정도일 때 이혼율이 급격하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심리학자이면서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다니엘 카네만은 “사람들은 하루 깨어 있는 동안 약 2만번의 개인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루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 8시간을 제외한 16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2.9초에 한 번 꼴로 일어나는 셈이다. 그 짧은 순간 순간이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마음 속에 기억된다. 이런 과정이 일생을 두고 축적되면서 우리 일상을 지배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주위에서 긍정적이기보다 부정적인 상호 작용을 많이 목격하게 된다. “그렇게 밖에 못하느냐.”는 질책부터 “난 모르겠으니 알아서 잘들 해 보라.”는 냉소와 무관심,“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자포자기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상대방에게 부정적 감정을 전달함은 물론 자기 스스로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경우도 많다. 직장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상사와 부하간에 혹은 동료간에 생기는 부정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자주 보게 된다. 물론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기 위해서는 잘잘못에 대해 분명한 상과 벌이 주어져야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과도한 질책과 냉소적인 태도, 자신감이 결여된 말과 행동은 주위 사람들을 낙담시킨다. 또 조직의 분위기를 저해시켜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결국 하루 2만번의 순간을 긍정적인 감정으로 채우느냐, 부정적인 생각으로 채우느냐에 따라 일상 생활이 달라질 뿐 아니라 조직 내에서 사람들간의 관계도 결정된다. 이는 조직 전체의 성과를 크게 달라지게 만든다. 이런 긍정적인 상호작용과 함께 조직의 성패를 좌우하는 또 하나의 요인으로 구성원의 열정을 꼽을 수 있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전 회장이자 ‘살아있는 경영학 교과서’로 불리는 잭 웰치는 최근 펴낸 책 ‘Winning’에서 기업에 필요한 인재의 조건으로 ‘4E+1P’라는 것을 제시했다. 이런 직원을 채용하는 기업이 승리(Winning)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4E’의 E는 첫째 긍정적인 에너지(Energy), 둘째 타인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능력(the ability to energize others), 셋째 결단을 내리는 신념과 용기(Edge), 넷째 실행(Execution)을 의미한다.P는 바로 이를 가능케 하는 열정(Passion)의 머리 글자를 딴 것이다. 특히 이 열정은 직접적인 접촉이 없이도 마치 감기 바이러스가 전염되는 것처럼 한 조직에서 다른 조직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것을 심심치 않게 경험하곤 한다. 우리도 이제 모두 자포자기, 냉소와 무관심, 과도한 비난의 감정을 떨쳐 버리고 ‘긍정 유전자’를 조직 문화에 뿌리 내리게 하자. 동시에 성공을 향한 우리의 ‘열정 바이러스’도 퍼뜨려 보자. 김인 삼성SDS 사장
  • “절망의 산을 토막내 희망의 이정표 세우자”

    “절망의 산을 토막내 희망의 이정표 세우자”

    “희망이 있다면 우리는 절망의 산을 토막내 희망의 이정표를 세울 수 있습니다.”(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 연설 중) “모든 이의 존엄과 인간됨이 존중받고 미국의 약속이 누구에게도 부인되지 않는 날이 오도록 우리는 계속 힘써야 합니다.”(조지 W 부시 대통령) “인간의 마음이 진짜 싸움터로 변할 때 시민 불복종은 자살폭탄보다 훨씬 큰 호소력을 갖습니다.”(빌 클린턴 전 대통령) 흉탄에 스러진 지 38년이 지나서야 평생을 민권운동에 헌신한 그의 이름이 새겨진 기념관의 첫 삽이 떠졌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최초의 기념관인 마틴 루터 킹 목사 기념관 기공식이 워싱턴DC 한복판에 있는 내셔널몰에서 13일(현지시간) 성대히 열렸다고 CNN이 전했다. 주요 방송들은 이를 생중계했고 뉴욕, 휴스턴 등 주요 도시에선 추모 행사와 콘서트가 잇따랐다. 이날 빗줄기가 오락가락하는 쌀쌀한 날씨에도 5000여명이 “한 위대한 인간을 영원히 기억하게 하는”(부시 대통령) 기념관 기공식을 지켜 보았다. 생전의 그와 함께 투쟁했던 앤드루 영·제시 잭슨 목사,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차기 대선 출마가 유력한 바락 오바마(민주·일리노이주) 상원의원 등이 눈에 띄었다. 암살 40주기인 2008년 봄 완공 예정인 기념관은 포토맥 강변의 링컨 기념관과 인공호수 건너편의 제퍼슨 기념관을 일직선으로 연결할 때 한 가운데인 호숫가에 들어선다. 유명한 워싱턴 기념비에서 남서쪽 방향이며 한국전쟁기념관 바로 뒤쪽이다. 이곳은 1963년 ‘직업과 자유를 위한 평화대행진’을 마친 킹 목사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연설 중 하나로 꼽히는 ‘나에겐’을 외쳤던 바로 그 장소다. 부시 대통령은 “알맞은 장소에 기념관이 들어서게 돼 미국의 약속을 선언한 이들, 이를 지키려 노력한 이들의 힘을 하나로 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96년 기념관 건립안에 서명했던 클린턴 전 대통령은 “그가 있음으로 해서 더 정의롭고 품위로워진 수많은 미국인들의 가슴과 마음에 기념관이 뿌리를 내릴 것”이라고 역설해 기립박수를 받았다. 총 공사비 1억달러(약 940억원) 가운데 6500만달러는 의료기기업체 토미 힐핑거, 제너럴 모터스 등 대기업과 수많은 개인들로부터 모금됐다. 영화제작자 조지 루카스, 전직 국무장관들인 콜린 파월·잭 발렌티 등도 참여했다고 영국 BBC는 소개했다. 필라델피아에 사는 캐롤린 잭슨은 18세때 사람들 틈에 끼어 ‘나에겐’ 연설을 들었다며 “킹 목사 때문에 내셔널몰에 발을 다시 들이게 될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감격했다. 그녀는 “시민권 투쟁에 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군사용 돌고래 눈에 비친 ‘전쟁’

    파치노, 타코마. 주인공 이름으로만 봐선 영락없이 번역소설 같은데 짜임새 탄탄한 국산동화, 그것도 소설가가 공들여 지은 책이 나와 반갑다. 문학동네에서 펴낸 ‘돌고래 파치노’는 소설집 ‘실상사’ 등을 발표한 작가 정도상이 어린이들을 위해 작정하고 내놓은 장편 창작동화이다. 이라크 전쟁이 한창이던 2003년 3월 말 타임스 인터넷판에 실린 ‘미군 기뢰 수색 돌고래 1마리 실종’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작가는 이야기를 착안했다.“바다속 기뢰 수색에 동원된 미군 돌고래가 어디로 사라졌을지 무척 궁금했다.”는 작가이고 보면 책은 꼬박 3년을 정성들여온 열매인 셈이다. 훈련교관의 신호에 따라 목표물을 척척 잘도 찾아내는 돌고래 타코마는 자타가 인정하는 우등생이다. 더욱 노력해서 아버지처럼 공중제비를 두번 돌 수 있는 돌고래가 되는 게 꿈이다. 하지만 친구 파치노는 실수투성이의 열등생.“훌륭한 돌고래란 인간의 명령을 빨리 수행하고, 인간에게 즐거움을 주는 돌고래야. 내가 공중제비를 두번 돌겠다는 꿈을 가졌던 것도 바로 훌륭한 돌고래가 되기 위해서였다고.” 타코마에게 이런 핀잔을 들어도 파치노는 어쩔 수가 없다. 이들이 실전에 투입된 어느날. 기뢰를 찾으러 나선 길에 암컷 돌고래 미트라를 만나 눈치껏 여유를 부리던 파치노. 그러나 타코마가 엄청난 폭발에 눈앞에서 죽어버리는 광경을 목격한 뒤 파치노는 군으로 복귀하라는 명령을 어기고 멀리멀리 떠난다. 진정 돌고래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생명의 존엄, 반전 메시지가 강렬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진흥기금을 받은 작품이다. 초등고학년 이상.9500원.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통합교과논술 대비 이렇게-(2)인문계

    통합교과논술 대비 이렇게-(2)인문계

    2008학년도 대입 통합교과형 논술에서 내용상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에 보여왔던 사회와 언어영역의 통합 수준에서 벗어나, 인문계열에서도 수리와 언어의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어와 수리를 유기적으로 연결시킨 다면평가형 문항의 출현은 수리를 단순히 문제풀이 과정의 영역으로 인식하던 학생들에게 큰 충격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해당하는 문제가 서울대 2008학년도 1차 예시문항 2번과 4번, 연세대 2008학년도 논술 예시문항, 고려대 2007학년도 수시 1학기 논술문항 2,3번 등이다. 이 문제들의 공통점은 수리적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문학과 사회과학적인 주제에 대한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들은 언어와 수리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는 동일하나, 결합의 정도와 형식에서는 차이가 있다. 연세대는 수리논술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하면 사실상 답안 작성이 어려운, 언어와 수리의 유기적 통합 정도가 매우 높은 문항을 제시하였다. 이에 반해 서울대와 고려대는 언어와 수리의 독립성이 높은 유형의 문제를 출제했다. 출제 가능한 수학적 소재의 제한 등 출제과정의 어려움과 수험생들이 느끼는 난감함 등을 고려하면 서울대와 고려대 유형의 문제가 보다 현실적인 출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2008학년도 통합교과논술에서 언어와 수리의 통합은 수학의 개념적 이해를 바탕으로 추론능력을 측정하던 기존 수리논술 시험의 조건에 언어지문과의 연관성을 높이고, 수리적 개념과 논리를 현실에 적용하는 수준을 평가하는 선에서 타협된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 ●통합교과논술, 기존 출제유형의 확장으로 이해해야 지금까지 발표된 통합교과형 논술 예시문항은 전혀 새로운 시도이거나, 생소한 내용은 아니다. 오히려 기존 출제경향의 확장 혹은 확대라고 이해하는 것이 옳다. 대학마다 선호하는 특정 주제의 유형이 있기는 했지만, 역대 기출문제를 한 자리에 모아보면 전 교과 영역에 걸친 주제들이 다양하게 출제된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서울대가 발표한 2차 예시문항의 지문 가운데 기존에 익숙했던 문자텍스트를 벗어난 그림, 지도 등의 시각자료가 충격으로 여겨졌는데, 이것도 새로운 것은 아니다. 연세대는 이미 그림과 같은 시각자료를 지문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사회과학적 통계자료나 도표도 다른 대학에서 출제된 경험이 많고, 현재도 출제되고 있다. 지도의 경우만 출제된 경우가 없었을 뿐이다. 주제와 관련하여 예상되는 변화는 기존에 출제되던 주제가 거시적이고 개론적인 것들이었다면, 이제 좀 더 미시적이고 각론적인 것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과 인류애를 위한 조건들, 선악의 근본 문제, 공동체 원리의 문제, 역사원리의 문제, 인간 지위의 문제 등이 이전 논술의 주된 주제였다면, 이제는 사회적 사업에서의 의사결정의 문제, 예술 구현의 원리, 환경변화로 초래되는 삶의 방식 변화 등으로 미시화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기본적 고전 읽어둬야 최근 대학들은 논술고사가 교과서에서 다루는 지문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므로, 별도의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공교육 과정을 통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주장의 사실 여부를 떠나,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기존보다 많은 지문이 교과 영역 안에서 출제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교과의 지문 출제와 관련하여 예상할 수 있는 것은, 교과서에 나오는 지문 하나만으로 하나의 문제를 출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출제된다면, 통합교과논술이 지향하는 바와 상치될 가능성이 크고, 또한 본고사의 혐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때문에 교과의 지문이 의미하고 있는 내용에 대한 원리적인 의미를 고전이나 다른 교과의 내용과 연관지어 이해하고 해석해줄 것을 요구하는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 원리적 이해를 위해서는 여전히 기본적인 고전들을 읽는 것이 필요하다.2008학년도 통합교과논술에서도 교과서에서 다루어지지 않은 고전텍스트가 여전히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통적 기승전결 형식에서 탈피 대학들이 논술고사를 대학입시의 당락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 삼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평가기준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각 대학은 정시 논술에서 전통적으로 활용한 ‘기승전결이 있는’ 완결된 형태의 긴 글 형식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하나의 완성된 긴 글을 통해, 대학들이 평가하고자 하는 사고력을 다양한 층위로 변별해내는 것은 쉽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긴 글이 구성되는 과정을 여러 단계로 쪼개어 문제로 제시하는 방법이 대안으로 부각될 수 있다. 각 과정을 평가하여 학생들의 층위를 다양하게 구분하여 변별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시보다 상대적으로 논술 반영 비중이 높았던 수시논술에서 이런 유형이 주로 사용된 것을 보면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기존 고려대 수시논술이 전형적인 예가 될 수 있으며, 서울대 1,2차 예시문항 9개 가운데 8개가 이에 해당된다.
  • [하재봉의 영화읽기] 호텔 르완다

    [하재봉의 영화읽기] 호텔 르완다

    북아일랜드 폭탄 테러 사건으로 체포된 평범한 아일랜드 청년의 무죄를 증명하는 과정을 그린 다니엘 데이 루이스 주연의 <아버지의 이름으로>.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사람은 테리 조지였다. 그는 북아일랜드에서 체포되어 런던에서 재판을 받았던 청년의 실제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완벽하게 자료 수집한 후, 실화에 바탕을 둔 뛰어난 극영화를 만들었다. <호텔 르완다>는 1994년 르완다 전역에서 벌어진 후투족과 투치족의 종족 분쟁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외형적으로도 잘 구분이 안 가는 후투족과 투치족은 르완다가 20세기 초 벨기에 식민지로 있을 때부터 갈등관계를 빚어 왔다. 벨기에는 르완다를 효율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후투족과 투치족을 구별하는 부족 신원카드를 만들었고, 소수의 투치족을 서구식 교육으로 훈련시켰다. 1960년대 초 벨기에가 철수하고 식민지는 르완다와 부룬디로 분리된다. 르완다는 후투족이 통치하고 부룬디는 투치족이 다스리지만, 르완다에도 수많은 투치족이 거주하고 있었다. 투치족은 르완다애국전선을 만들어서 후투족의 살육으로부터 투치족을 보호하려고 했다. 2500명의 유엔 군대가 후투족과 투치족의 내전을 막기 위해 르완다에 배치되었지만 유엔평화유지군은 그들의 행동을 감독만 할 수 있었다. 1994년 4월 6일, 후투족 과격주의자들은 평화협정을 맺은 르완다와 부룬디의 대통령이 탄 비행기를 공격해서 모두 살해하고 르완다에 있던 투치족 고위 인사와 중도파 후투족들을 살해한다. 그로부터 약 백일 동안 백만여 명에 가까운 르완다인이 살해되었다. 이 끔찍한 종족 분쟁은, 함께 살아온 타종족을 증오해서 그 종족의 씨를 말리기 위해 어린이와 부녀자를 표적으로 참혹한 살해가 전개되었다. 하지만 서방 각국은 애써 이 학살을 외면하려고 했다. 영화 <호텔 르완다>는 인류 사상 가장 잔혹한 학살이 벌어졌던 바로 그때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 영화의 감동은, 실화에 바탕을 두고 전개되는 생생한 소재 발굴과 디테일한 묘사로 사건 현장의 생동감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데서 비롯된다.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에 있는 벨기에 기업 소유의 특급호텔 ‘밀 콜린스’의 지배인인 폴(돈 치들 분)을 중심으로 백만 여 명이 학살된 비극적 현장의 참혹함을 긴장감 있게 보여주고 있다. 밀 콜린스 호텔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머물고 있고 유엔군의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지대로 생각되자 과격 후투족의 학살을 피해 많은 투치족 피난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지배인 폴은 후투족이지만 부인은 투치족이었다. 폴은 후투족의 학살로부터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후투족 장군에게 지속적으로 뇌물을 주고, 또 그 동안 밀 콜린스 호텔을 방문했던 해외의 저명 인사들에게 수없이 전화를 해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르완다 사태에 대한 국제적 여론을 환기시킨다. 밀 콜린스 호텔에는 무려 1268명의 투치족 난민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한 방에 수십 명이 머물고 복도에서 새우잠을 자면서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후투족 과격파의 살해 위협에 떨고 있었다. 평범한 호텔 지배인 폴이 처음부터 영웅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인간에 대한 존엄성,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갖고 있는 보통의 시민이었다. 하지만 끔찍한 대량학살로부터 자기 가족을 지키려는 그의 노력은 점차 이웃들로 손을 뻗치기 시작한다. 결국 그는 그를 믿고 밀 콜린스 호텔로 모여든 1268명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한다. 마치 아프리카판 <쉰들러 리스트>를 보는 것 같은 폴의 용기 있는 행동은 <호텔 르완다>가 발생하는 감동의 원천이다. 이야기의 긴박감으로부터 우리는 잠시도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폴이 지키려고 노력하는 가장 소중한 인간의 생명, 존엄성, 가족의 가치 등이 우리에게 깊은 공감대를 주기 때문이다. <호텔 르완다>는 후투족과 투치족의 내전을 본격적으로 보여주지는 않는다. <킬링 필드>같은 학살 장면의 직접적 노출은 최소화해서 표현되고 있다. 이야기는 철저하게 호텔 지배인 폴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영웅이 되어 가는 그의 모습은 우리를 깊게 감동시킨다. 그가 자기 목숨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굳게 지키려고 노력했던 그 가치가 우리 삶에서 무엇보다 소중한 것임을 우리는 잘 알기 때문이다. 테리 조지 감독의 의도대로 관객들은 <호텔 르완다>를 보고 난 후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우리 주변에서는 아직도 이처럼 생명의 소중함을 짓밟고 인간적인 권리를 말살하는 비인간적, 비윤리적 학살이 쉴새없이 자행되고 있으며 우리는 우리 자신의 안락하고 소중한 삶만을 생각한 채 그런 비극적 현장으로부터 자신을 의도적으로 소외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폴 역의 돈 치들은, 주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졌다. 아카데미 수상작 <트래픽>(2000년)에서 스티븐 소더버그와 처음 만난 후 계속해서 <오션스 일레븐>부터 <오션스 투엘브>를 거쳐 <오션스 써틴>까지 함께 작업하고 있다. 흑인 중에서도 석탄처럼 검은 가장 새까만 피부를 갖고 있는 그는, <애프터 선셋>(2004년)과 <대통령을 죽여라>(2004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크래쉬>(2004년) 등에서 조연급으로 활약한 바 있다. 타렌티노의 <재키 브라운>의 원작 소설을 쓰기도 했던 엘모어 레오너드의 소설을 각색해서 영화로 만든 <티쇼밍고 블루스>로 감독 데뷔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그 외에도 르완다 유엔평화유지군의 올리버 대령 역으로 출연한 닉 놀테는 로버트 드니로와 공연한 <케이프 피어>(1991년)에서 생애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바 있지만, <호텔 르완다>에서는 평화 유지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무고한 사람들이 학살되어 가는 것을 지켜 볼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입장을 표현하고 있다. 호텔 밀 콜린스의 소유주인 벨기에 기업 회장으로 출연한 장 르노, 르완다의 종군 기자로 등장하는 <글래디에이터>의 로마 폭군 호아킨 피닉스 등은 각각 자신의 존재감만으로도 영화를 꽉 채워주는 좋은 배우들이다. 테리 조지 감독은 돈 치들이 맡은 호텔 지배인 폴을 중심으로 균형감각 있게 인물을 배치하고 사건을 끌고 가면서 르완다 학살의 야만적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외형적으로는 르완다 사태의 핵심에서 비켜서 있는 것 같지만 그러나 디테일한 세부 묘사와 살아 있는 캐릭터 확립으로, 종족 분쟁의 비극적 모습을 훨씬 더 리얼하게 그리는 데 성공하고 있다.       월간 <삶과꿈> 2006.10 구독문의:02-319-3791
  • [이 한권의 책] 세상을 바꾼 법정/마이클 리프·미첼 콜드웰 지음

    1955년 미국에서 매카시 광풍이 몰아치던 시기 존 헨리 폴크는 라디오 DJ로서 공산주의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하지만 방송연예계에 공산주의자가 있다는 ‘블랙리스트’의 존재에 격분했고, 이에 대항하다가 그 자신도 모든 것을 잃게 된다. 폴크는 변호사를 구해 소송에 나섰고,6년간의 재판 끝에 결국 승소를 이끌어냈다. 재판은 공판중심주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최종 판결은 배심원이 내렸다. 당시 이성이 마비된 사회분위기 속에서 이같은 판결이 내려질 수 있었던 것은 공판중심주의란 틀에서 변호인이 엄청난 세력을 등에 업은 원고측과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논쟁을 벌일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배심원들이 양심과 상식에 의거, 판결을 내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꾼 법정’(마이클 리프·미첼 콜드웰 지음, 금태섭 옮김, 궁리 펴냄)은 미국사회에서 공판 중심주의와 배심제 하에서 이루어진 판결이 어떻게 세상을 바꿨는지 잘 보여주는 책이다. 인간답게 죽을 권리를 둘러싼 안락사 논쟁, 매카시 광풍속의 언론자유 투쟁, 여성의 투표권 행사를 가져온 사건 등 세상에 변화를 가져온 8가지 판결들을 선별해서 그 최종 변론을 모아놓았다. 역사적 변화를 가져왔지만, 그 시초는 대부분 작고 일상적 사건이었다.1872년 여성운동가 수전 B 앤서니는 선거에서 투표했다는 죄로 경찰에 체포됐다. 여성 참정권이 인정되지 않던 당시, 수전은 여성 참정권을 부여하는 헌법개정안을 위해 싸웠고, 이는 재판으로 이어졌다. 앤서니 변호인은 법정에서 ‘피고인의 투표행위가 위법하다는 유일한 이유는 여성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참정권을 빼앗긴 사람은 노예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며 원고측과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수전은 결국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나, 이후 미국사회에서 여성의 권리와 지위를 완전히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재판 50년 뒤 비로소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졌다. 1975년 벌어진 카렌 앤 퀸란의 안락사 논쟁은 지금도 유사한 상황에서 길잡이로 작용하는 사건이다. 친구 생일파티에 갔다가 쓰러져 식물인간이 된 카렌에 대해 가족은 ‘치료법을 주지 못하고 깨어날 가망성이 없는 사람의 생명을 억지로 연장시키는 것이 오히려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산소호흡기 떼기를 거부하는 주치의측과 법정 공방을 벌여 승소했다. 이 판결 이후 안락사를 희망하는 생전 유언과 생명유지장치를 거부하는 사전 지시가 가능해졌으며, 병원과 의료시설에 윤리위원회가 설치됐다. 책은 이밖에도 19세기 스페인 선박에서 선상반란을 일으킨 뒤 미국땅을 밟은 노예들을 둘러싼 재판에서 이들을 위한 변호인으로 나선 존 퀸시 애덤스 전 대통령이 탁월한 변론으로 승소를 이끌어내는 이야기,18세기 초 영국 식민지 시절 뉴욕에서 잡지를 발간해 무능력한 총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법정에 선 사람의 변호인으로 나서 무죄판결을 받아낸 해밀턴의 빼어난 변론 등이 소개된다. 현재 우리 법조계도 공판중심주의와 배심제가 화두다. 사법의 민주화로 일컬어지는 이러한 공개된 법정 중심의 재판이 이룩되면 전관예우, 유전무죄·무전유죄 같은 논란도 많이 줄어들지 모른다. 이 책이 보여주는 배심제에서 이루어진 판결과 변론 중심의 생생한 재판과정이 혁신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우리 사법체계에도 중요한 시금석이 되지 않을까.2만 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儒林(700)-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 (46)

    儒林(700)-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 (46)

    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46) 송대의 신유학을 가리키는 ‘성리학’이라는 명칭은 ‘본성이 곧 이(性卽理)’라는 주자의 핵심사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본성으로서의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의 오상(五常)을 계발하여 그것을 사회에 확충시키려 하였던 주자의 사상은 맹자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사단(四端)의 성선설을 발전시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계발하려는 신인간학(新人間學)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즉리(性卽理)’의 핵심사상은 주자의 독창적인 철학사상이 아니었다. 주자가 내세운 ‘성즉리’사상은 북송초기의 유학자 정호(程顥), 정이(程 ) 두형제가 내세웠던 이기론(理氣論)을 수용해서 이를 더욱더 발전시켰던 것이다. 형 정호는 정명도(程明道)라 불리고 동생 정이는 정이천(程伊川)이라 불리던 한살 터울로 태어난 연년생의 형제였다. 주자보다 100여 년 전 허난성(河南省) 뤄양(洛陽)출생의 이 두 형제는 신유학의 개조라고 할 수 있는 주돈이로부터 학문을 배웠다. 주돈이는 우주의 근원인 태극(太極:無極)으로부터 만물이 형성되는 과정을 도해하여 그 유명한 ‘태극도설’을 그렸다. 태극은 음양의 이기로 나누어지며 음양은 또한 금(金), 목(木), 수(水), 화(火), 토(土)의 오원소(五元素)로 나누어지고 그 원소는 다시 건(乾)의 남성과 곤(坤)의 여성으로 나누어지며, 남녀는 만물의 순서로 나누어져 우주가 구성되었다고 논하고, 그 만물 중에서 인간만이 가장 우수한 존재(秀靈)이기 때문에 인의의 도를 지키고 마음을 성실히 하여 성인이 되어야 한다는 도덕과 윤리를 강조하고 우주생성의 원리와 인간의 도덕원리를 지켜나가는 이론을 제시하였던 신유학의 개척자였던 것이다. 특히 주돈이는 주역(周易)에 바탕을 두고 ‘만물의 근원은 태극이며 태극이 실제로 모든 만물을 형성한다.’는 형이상학을 제시함으로써 성리학의 중심사상인 이학의 바탕을 마련했던 뛰어난 사상가였던 것이다. 정호와 정이의 이정자(二程子)는 특히 스승 주돈이의 사상을 한층더 발전시켜 자연현상의 모든 질서는 우주의 근본원리인 이(理)에서 비롯된다는 ‘성즉리설(性卽理說)’을 주창하였는데, 이 두형제의 성리론에서 주자는 마침내 어렸을 때 아버지 주송으로부터 천자문을 배울 때 주송이 하늘 천(天)을 가르치기 위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저 하늘보다 높고 깊고 넓은 것은 없다.’고 말하였을 때 ‘그렇다면 하늘 위에는 무엇이 있습니까.’하고 물었던 근원적인 의문점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 주송은 주자의 질문에 당황하였을 뿐, 그 어떤 명쾌한 대답도 해주지 못하였는데 주자는 이정자의 성리론을 접한 순간 어렸을 때부터의 수수께끼가 완전히 풀리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던 것이다. 즉 유형으로서의 극점인 하늘(天) 위에는 무형으로서의 이(理)가 존재하고 있음을 비로소 각성하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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