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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 개인의 권리인가 국가의 의무인가

    적어도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마땅히 인간이 누려야 할 보편적 가치로서의 권리와 시장 논리가 충돌할 때, 우리가 믿는 진리적 명제로서의 인권은 아무런 가치도, 구속력도 발휘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 인권은 한 정치집단의 사회 장악에 거추장스러운 개념일 뿐이고, 그래서 항상 배제되고 도외시된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특히 과거 전체주의적 발상이 견인했던 개발연대를 거쳐 온 기성세대들)이 이런 사실을 인식하든, 그렇지 않든 그들이 자꾸 시장논리를 기웃거리는 현실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 사회에서 인간이 천부적으로 누려야 할 가치가 항상 효율성의 아래에 놓인 선택적 가치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대중독재’ 시절, ‘우리도 한번 잘 살아 보세.’라는 프로파간다적 구호에 밀려 인권이나 자유에 대한 옹호가 지적 호사쯤으로 치부되었듯 지금은 ‘조금만 더 합심단결해서 노력하면 우리도 당당히 선진국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해괴한 논리가 또다시 인권과 자유를 억압하고 통제하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효율성을 절대적 가치로 여기는 개발론자들의 발상이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인권개념 재구성 그렇다면 이런 한국 사회의 극단적인 효율성 추구에 대한 법원의 입장은 어떤가. 원론적으로 짚자면 ‘소수자들이 정치 과정에서 배제될 때, 그들의 목소리가 조직적으로 침묵을 강요당할 때, 대의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법원의 민주적 역할이며, 사법의 기능이 정당성을 지닐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어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의 사법부가 소수자들 혹은 배제된 다수의 권리를 지켜내는 마지막 보루라는 점에 적지 않은 국민들이 동의하기를 부담스러워하는 게 현실이다. 신영철 대법관 파동이 시사하듯 권력은 한사코 사법부를 휘하에 편제하려 들고, 사법부 내부에서도 이런 권력의 역학에 편승하거나 이용하려는 세력이 엄존한다. 그렇다고 사법부의 결정 능력에 회의만 할 수도 없다. 지난 9월 내려진 헌법재판소의 ‘야간 옥외집회 금지 헌법 불합치’ 결정에서 보듯 사법의 역할을 다하려는 노력이 있다는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런 원론적 논의가 따분하다면 불과 얼마 전,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 ‘공권력에 의한 집단 살인’으로 각인된 용산 참사를 상기하자. 용산 참사는 국가가 소극적 의무와 적극적 의무를 모두 저버린 대표적 사례에 해당한다. 개입해서는 안될 상황에서는 무리하게 공권력을 투입해 생존권을 지키려던 시민들을 폭압적으로 진압함으로써 자기억제 의무를 지키지 않았고, 시민의 주거권 보장이라는 국가의 적극적 의무는 뒷짐을 진 채 나몰라라 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법원은 국가의 적극적 의무 실현여부 감시·심사해야 누가 뭐라든 오늘날 인권은 국가의 존립 목적이자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로 통용된다. 이런 인권 개념을 체계적으로 재조명한 인권 이론서 ‘인권의 대전환-인권 공화국을 위한 법과 국가의 역할’(샌드라 프레드먼 지음, 조효제 옮김, 교양인 펴냄)이 국내에서 출간됐다. 그녀는 현재 영국 옥스퍼드대 법학부 교수이자 영국학술원 정회원이다. 어떤 조건, 어떤 상황에서도 인권은 민주주의의 한 귀퉁이에 놓인 뜨거운 감자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둥이어야 한다. 이에 대해 그는 “인권은 민주주의를 구성하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국가의 적극적 인권 보호의무는 모든 민주주의 이론의 핵심인 ‘시민 참여’를 달성하는 데 본질적인 요소”라고 부연한다. 나아가 언제나 발생할 개연성을 가진 공권력의 충동적·의도적 인권 침해에 대한 법원의 책무 범위에 대해서도 명쾌한 견해를 내놓는다. 법원은 언제나 국가에 부여된 적극적 의무의 실현 여부를 감시·심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의 적극적 의무가 민주주의를 장려하는 범위 내에서 얼마든지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는 견해가 그것이다. 선출직도 아니고, 정치적 책임도 없는 판사가 국가의 적극적 의무를 심사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일부 비판에 단호하게 쐐기를 박고 나선 것이다. 프레드먼 교수가 발언하고자 하는 요지는 이렇다. 노숙자들이 자신과 식솔들의 주린 배를 채우거나 몸을 눕히기 위해 헤맬 때, 노숙자의 존엄성만 훼손되는 게 아니다. 그런 노숙자를 낳은 사회와 국가의 존엄성도 함께 훼손된다. 왜냐면 인권이란 국가와 사회가 포괄적으로 규정만 해주는 선언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적용해야 하는 원칙이기 때문이다. 2만 9000원.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말기환자·가족 동의땐 연명치료 안한다

    회복이 불가능한 말기 환자의 경우 환자나 가족의 동의가 있으면 연명치료를 시행하지 않는다는 의료계 지침이 확정됐다. 지금도 환자나 가족이 원하지 않으면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있지만 이를 의료계가 공식화함으로써 향후 의료분쟁 등을 우려해 필요없는 연명치료를 계속하는 관행이 줄고, 환자 입장에서도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정착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대한병원협회 등 의료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명치료 중지에 관한 지침제정특위’는 13일 의협회관에서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는 본인 결정과 의사 판단에 따라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지 또는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요지의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지침’을 확정, 발표했다. 중증 환자의 회복 가능성을 4단계로 나눌 때 연명치료 중단이 적용되는 환자는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말기 환자와 뇌사자, 임종 직전 환자, 일부 식물인간 등 3∼4단계 환자들이다. 이에 따라 임종을 앞둔 환자나 뇌사환자는 가족 동의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또 의식이 있는 환자는 의료진으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고 사전에 연명치료를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 연명치료가 시행되지 않게 된다. 환자가 의사를 밝히지 못한 경우에는 보호자를 통해 환자의 뜻을 확인하는 ‘추정 의사’도 인정하기로 했다. 연명치료는 튜브를 통한 영양·수분·산소공급, 욕창 예방, 1차 항생제 투여 등 일반 연명치료와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수혈·항암제 투여 등 특수 연명치료로 나뉘는데, 이번 지침에서는 특수 연명치료만을 다뤘으며, 식물인간에 대한 영양공급 중단 여부는 포함하지 않았다. 이날 발표된 지침은 의료계 내부 논의와 전문가 의견 수렴, 국회 공청회 등을 거쳐 제정됐으나 법적 강제성은 없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2010 대입 1차수시 논술 신종플루 등 시사지문 많아

    최근 실시된 2010학년도 대입 1차 수시모집 논술시험에서 신종플루, 존엄사 등 시사적인 내용이 제시문으로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27일 건국대가 실시한 2010학년도 1차 수시모집 자연계 논술고사에서는 신종플루 관련 문항이 출제됐다. 1976년 미국에서 유행한 돼지 인플루엔자와 이에 대한 백신 접종의 부작용 관련 설명문을 제시하고 수두 바이러스와 계절독감 바이러스의 면역 반응 차이가 나타나는 원인을 묻는 문제가 나왔다. 이에앞서 26일 실시된 한국외대 수시 1차 논술에서는 지난 5월에 나온 대법원의 존엄사 판결내용을 옹호하거나 반대하는 입장을 800자 안팎으로 논술하라는 문제가 나왔다. 장자의 자연관 및 생사관, 의도적 개입없이도 시장의 자원배분이 이뤄진다는 내용의 하이예크의 논문 일부를 다룬 제시문 2개와 별의 일생을 보여주는 지구과학 교과서 내용을 다룬 자료 등 3가지 자료를 읽고 난 뒤, 연명치료 중단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 추구권을 명시한 헌법정신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결에 대한 찬반입장과 그 논거를 요구하는 문제였다. 외대는 전년도에 이어 올해에도 제시문 가운데 하나는 영어로 제공했다. 한편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소통을 주제로 한 제시문이 건국대와 경희대 논술에서 동시에 출제돼 눈길을 끌었다. 건국대 인문계 논술에서는 어려 제시문을 통해 소통의 다양한 양상과 문화적 배경을 비교 분석하고 각종 도표를 이용해 지리적 경제적 문화적 요소가 경제교류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하는 문제가 나왔다. 경희대의 인문 및 예체능계 논술에서는 소통을 테마로 한 네개의 제시문을 소개한 뒤, 공통점 등을 서술하라는 문제가 나왔다. 박현갑기자 eagkeduo@seoul.co.kr
  • [Healthy Life] (41) 치매

    [Healthy Life] (41) 치매

    치매처럼 한 인간의 삶을 황폐하게 만드는 질환도 없다. 그것은 대개 기억의 망실과 관련이 있지만 결과는 간단하지 않다. 그 기억이 흔히 말하는 추억으로서의 기억뿐 아니라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모든 생활방식과 그동안 자기 것으로 축적해 놓은 인간다움의 증표를 모두 포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단 치매에 걸리면 서서히, 그리고 철저하게 정신적·신체적 인간다움이 무너져 내려 종국에는 몸이라는 껍질 외에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 이 때문에 암보다도 더 두려워한다는 치매에 대해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김기웅 교수를 통해 알아본다. ●치매란 어떤 질환인가? 영어로 치매를 뜻하는 ‘dementia’는 ‘정신이 없음’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선천적 정신지체와는 달리 치매는 정상적인 지적 능력을 갖고 있던 사람이 여러 가지 후천적 요인으로 인해 이를 상실하게 되는 모든 경우를 통칭한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질환은 70가지도 넘어 모두 열거하기도 어렵다. 또 원인질환에 따라 증상과 경과도 제각각이다. 즉 치매는 단일질환이 아니라 일련의 증상들을 통칭하는 증후군으로 보면 된다. ●치매가 갖는 문제는 무엇인가? 가장 심각한 문제는 치매가 가족은 물론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로 진행돼 인간의 존엄성을 황폐화시킨다는 점이다. 또 독립적인 생활능력을 상실해 간단한 자기관리조차 주변의 도움이 없으면 못 한다. 이로 인한 가족의 정신적·신체적 부담과 사회적 비용도 심각하다. 2008년 전국치매역학조사 결과 치매 환자를 돌보는 조호자 4명 중 3명이 심각한 정신적·경제적·신체적 부담을 호소했으며, 이 해의 조호비용이 2조 4000억원에 달했다. 이런 치매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향후 40년간 전 세계 치매 환자의 3분의2가 아시아와 남미 지역에서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특히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만큼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 중인 우리나라는 심각성이 더하다. 역학조사 결과 2008년도에 국내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 환자가 42만명(8.4%)을 넘었고, 향후 20년마다 2배로 증가, 2050년에는 21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가족단위를 4인으로 볼 때, 국민 1000만명이 직·간접적으로 치매 환자를 부양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실적으로 치매는 완치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최대한 조기에 치료해야 치매로 인한 고통과 부담을 줄일 수 있으나 아직도 치매에 대한 인식 수준이 크게 낮아 관리에 심각한 장애가 되고 있다. ●원인은 무엇인가? 뇌를 포함한 중추신경계에 구조적·기능적 이상을 초래하는 모든 질환이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병 외에도 뇌졸중으로 인한 혈관성 치매, 갑상선 기능저하로 인한 대사성 치매, 교통사고 등 두부 좌상으로 인한 외상성 치매, 만성적인 알코올 의존으로 생기는 중독성 치매 등 다양한 원인 질환이 있다. 이 중에 원인질환을 치료하면 증세가 호전되는 가역성 치매는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병기별로 증상을 설명해 달라. 전반적인 치매의 경과는 먼저 기억력을 중심으로 한 인지기능의 장애가 발생하고, 이어 직장 및 가정생활에 장애가 오며, 초기 후반에서 중기로 접어들면서 의심·환각 등 다양한 정신행동 증상이 나타나다가 후기가 되면 보행장애·연하장애·실금 등의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난다(미니박스 참조). ●특정 연령대나 성별 등 호발 계층이 따로 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연령이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다. 65세 이후 매 5살이 늘 때마다 치매 유병률은 2배씩 증가한다. 또 가장 흔한 치매의 원인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여성이 남성에 비해 2배나 많고, 학력이 낮을수록 발병 위험이 더 높다. 그런가 하면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약 1.5배, 우울증 환자는 2배가량 높다. ●치매 진단방법을 설명해 달라. 치매의 유일한 확진법은 뇌 조직검사이지만 통상 진단을 위해 뇌 조직검사를 시행하는 경우는 없다. 대신 병력 청취와 이학적·신경학적 검사와 정신상태·신경심리학적 검사, 혈액·뇨·심전도검사와 뇌 단층촬영(CT) 및 뇌 자기공명촬영(MRI) 등을 근거로 진단한다. 특히 최근에는 뇌 영상검사의 중요성이 확대돼 뇌의 구조적 이상을 살피는 CT와 MRI, 뇌 혈류량이나 뇌의 대사상태를 살피는 단일광자방출 단층촬영(SPECT)과 양전자방출 단층촬영(PET) 등이 유용하게 이용되고 있다. ●자신이나 가족들이 치매를 간단히 자가진단할 수는 없는가? 가능하다. 건망증에 대한 자가 테스트인 ‘주관적 기억감퇴 설문(SMCQ)’이 그것이다. 다음 문항 중 4가지 이상이 해당되면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으며, 지난해와 비교해 두드러지게 해당 항목이 늘어난 경우에도 검진을 받아볼 것을 권한다. ▲최근에 일어난 일을 기억하는 것이 어렵다. ▲며칠 전에 나눈 대화 내용을 기억하기가 어렵다. ▲며칠 전에 한 약속을 기억하는 것이 어렵다. ▲친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기 어렵다. ▲물건 둔 곳을 기억하기 어렵다. ▲이전에 비해 물건을 자주 잃어버린다. ▲집 근처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흔히 치매치료제라고 하는 인지기능 항진제가 치매를 완치하지는 못하지만 효과적으로 증상을 경감시키고 진행을 지연시킨다. 현재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국내에서 처방되고 있는 약물은 ‘타크린’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 등의 성분을 가진 콜린분해효소 억제제와 ‘메만틴’ 등의 성분을 가진 NMDA 수용체 길항제가 있다. ●완치가 어렵다면 치료의 목표는 어디에 두는가. 첫째는 증상 경감이다. 비록 뇌의 퇴행을 정지시킬 수는 없지만 뇌 손상으로 인해 유발되는 증상 중 상당 부분은 약물이나 인지재활 요법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 다음은 병증의 진행 억제다. 약물 치료를 받는 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5년 후 독립적으로 생활능력을 상실할 위험이 4분의1 수준으로 낮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이동익 신임 가톨릭중앙의료원장 “새 자선 의료기관 설립 진지하게 검토”

    이동익 신임 가톨릭중앙의료원장 “새 자선 의료기관 설립 진지하게 검토”

    신임 가톨릭 중앙의료원장 이동익(53) 신부는 “서울성모병원의 첨단 의료기기와 인력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자선 의료기관의 설립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7일 밝혔다. 이 의료원장은 이날 취임 기자간담회를 갖고 “가톨릭의료원이 지향하는 ‘치유자로서의 예수그리스도상’을 구현하기 위해 불우한 형편 때문에 적절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해 자선 의료기관 설립문제를 생각하고 있다.”며 “국내 굴지의 시설과 인력을 보유한 서울성모병원의 의료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자선병원이 필요하다고 보며,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 의료원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존엄사와 관련, “지금까지 논의된 존엄사는 환자의 죽음을 의도하는 안락사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반대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히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은 물론 존엄사 악용의 소지를 없애는 등의 보완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내 최대 의료원의 수장으로서 윤리경영과 적정 수익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도 예상할 수 있는 문제”라며 “윤리경영이 결코 수익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만약 그렇다면 수익을 포기하고라도 생명 존중의 가치를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이 의료원장은 1983년 사제 서품 후 로마 라테란대학교 성 알퐁소대학원과 영국 성 안셀모연구소 등에서 수학했으며 가톨릭신학대 교수, 국가생명윤리위 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국가인권위 정책자문위원, 교황청 생명학술원 회원, 가톨릭대 생명대학원장과 가톨릭의대 교수를 맡고 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특별기고-김대중 전대통령 영전에 부쳐] ‘대화의 힘’ 믿은 뼛속깊은 휴머니스트

    [특별기고-김대중 전대통령 영전에 부쳐] ‘대화의 힘’ 믿은 뼛속깊은 휴머니스트

    그는 ‘대화의 힘’을 신봉했다. 뼛속깊이 민주주의자였다. 정치의 정도는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집단을 향해 대화와 설득으로 합의와 타협을 이루는 과정이라 했다. ‘공산국가를 향한 억압과 고립화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오로지 개방과 대화만이 성공으로 가는 길이다.’라고 흔들림없이 믿었다. 역사발전은 이를 실증하고 있다. 철의 장막, ‘중공’의 빗장을 열게 한 것은 닉슨이 먼저 찾아가 대화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을 감옥으로 몰아 넣고 생명을 위협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7·7선언’을, 그 대화의 자세를 높이 평가했다. 그래서 그는 납치와 투옥, 감시와 연금 등으로 자신을 모질게 탄압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여러 차례 대화를 시도했다. 그는 독재정권을 결코 무시하지 않았다. 그들과의 ‘적대적 경쟁’이 아니라 ‘형제적 경쟁’을 원했다. 상대방을 파멸시키는 경쟁이 아니라 경쟁자가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원했다. 늘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통행을 갈구했다. 감옥 안에서도 그랬다. 그는 추위를 몹시 타는 체질이었다. 그런데도 머리맡의 물그릇이 얼어 터지는 혹한의 감옥에서도 그는 결코 독재자를 증오하지 않았다. 대신 한달에 한 장만 주어지는 봉함엽서에 깨알 같은 작은 글씨로 가족과 대화를 시도했다. 엽서 주소란까지 촘촘히 메운 사연은 그가 참으로 자잘하고 섬세한 여성적 심성을 가진 남성임을 보여 준다. 이 ‘양성적’인간은 놀랍게도 영하의 감옥에서 오히려 진정한 화해와 용서의 경지에 닿는다. 증오와 복수가 아니라 오래도록 참고 기다리는 사랑의 기술을 터득한다. ‘대화지상주의자’인 그는 1980년대에 택할 수밖에 없었던 ‘장외투쟁’을 싫어했다. 그는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사랑했다. 대의정치가 맺은 국민과 대표자 간의 계약과 신의를 존중하고자 했다. 그래서 재임기간에는 거부권을 한번도 행사하지 않았다. 그의 생각으로는 너무도 부당했지만 국회의 결정을 부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0년 6·15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 것 역시 그의 오랜 인내의 결실이다. 그는 북한이 거부하는 조선일보 기자의 방북취재와 김일성 주석이 잠들어 있는 금수산궁전 참배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평양으로 향했다. 그는 오히려 평생 동안 자신을 음해하고 괴롭힌 보수신문의 취재허가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리고 마침내 성공했다. 누구 못지않은 빼어난 논리와 달변을 갖춘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양에 머무는 내내 북한 지도부의 말을 ‘경청’하기만 했다. 그는 극도로 자신의 말을 아꼈다. 대화를 위한 선결조건이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사인여천(事人如天)’을 좌우명처럼 여겼다. 친지들에게 자주 붓글씨로 써주었다. ‘때로 잘못 판단하기도 하고 흑색선전에 현혹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이외에는 믿을 대상이 없었던’ 그는 오로지 국민의 힘에 철저히 의지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사면복권되었을 때 그는 국민에 대한 그의 무한신뢰를 확인했다. 일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는 ‘가난은 나라가 구제해야 한다.’고 결심했다. 자본주의 정글에서 소외되고 뒤처지는 이들이 최소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유지하며 살 수 있도록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고 믿었다. ‘기초생활보장제’는 간난신고를 거듭했다. 재원도 부족하고 일각에서는 이념공세를 퍼부었다. 그는 굽히지 않았다. 이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는 굶거나 헐벗는 이들은 없다. 휴머니스트인 지도자의 힘은 그래서 존귀하다. 그는 ‘가난은 나라도 구제못한다.’는 왕조의 수준을 ‘공화국’으로 변환시켰다. 이러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두고 군사정권이 조작하고 유포한 거짓들이 아직도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다. 더 기다려야 할까? 만인을 잠시 속일 수 있고, 소수를 오래 속일 수 있지만 만인을 영원히 속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을 믿자. 한 시대 대중의 소망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이를 두고 우리는 영웅이라 부른다. 김대중, 그는 진정 민주주의와 평화를 꿈꾸는 우리들의 캡틴이었다. 실로 너무 멀고도 험한 길을 외롭게 걸어온 당신. 이제 더는 음해와 핍박이 없는 하늘에서 부디 평안을 누리소서. 유시춘 전 국가인권위상임위원
  • [CEO 칼럼] 따뜻한 과학/김인철 LG생명과학 사장

    [CEO 칼럼] 따뜻한 과학/김인철 LG생명과학 사장

    얼마 전 노벨상 수상자들을 초청한 포럼에 참석한 적이 있다. 세계적 석학들의 지적 호기심과 통찰력을 들여다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날 초청된 노벨상 수상자 가운데 199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미국의 루이스 이그나로 캘리포니아대 LA캠퍼스(UCLA) 의대 교수가 가장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는 시종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소탈한 인상에 유머 감각도 뛰어난 과학자였다. 그의 이야기에서 ‘따뜻한 과학’이라는 말이 참 마음에 와닿았다. 심혈관질환 전문가인 이그나로 교수는 인체에 해롭다고 알려진 ‘산화질소’가 건강에 이로울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30년간 연구에 매진했다. 그는 오로지 ‘어떻게 하면 이 새로운 연구를 성공시켜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까.’를 고민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따뜻한 과학, 재미있는 과학’이 중요하다는 표현을 썼다. 얼핏 생각하면 과학이라는 단어의 뉘앙스는 어렵고, 논리적이고, 통계적이고,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좀 차가운 느낌이다. 그런데 이그나로 교수는 과학을 연구하는 기본적인 출발이 인류를 위한 따뜻함에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일깨워 줬다. 결국 노벨상을 받으려면 독창성과 함께 인류에 대한 공헌이 중요한데, 평소 이그나로 교수의 이같은 철학이 노벨상 수상이라는 영예를 가져온 원동력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 기업의 연구개발 목표도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제품력 우위 확보와 수익 창출에 있지만 그 출발은 결국 고객가치의 창출, 즉 ‘고객에 대한 사랑과 배려’에 있다는 점에서 이그나로 교수가 생각하는 과학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특히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바이오제약사의 경우 이런 인류애와 고객에 대한 사랑이 더욱 중요하다. 그만큼 우리가 하는 사업과 연구개발 성과에 대한 사명감과 자긍심이 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임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LG그룹의 계열사 가운데 LG의 기본 철학인 고객과 사랑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가슴형 기업문화’에 가장 적합한 회사가 우리 회사라고 말한 적이 있다. 우리 회사는 인간의 존엄한 생명과 관계되는 연구 개발에 매진하는 미래지향적인 회사로서, 고객에게 진정한 사랑, 따뜻함을 베푸는 정신이 모든 부문에 배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적이 있는데 이그나로 교수와의 만남 이후 더욱 공감이 간다. 몇 해 전 국내의 한 대기업이 ‘사람을 향합니다’라는 기업광고 캠페인을 했다.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호응을 끌어낸 성공적인 기업 광고 사례라고 들었다. 이런 광고가 여러 사람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결국 기업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진정어린 따뜻한 마음으로 고객에게 다가설 때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회사도 저신장 아동과 난임부부에 대한 치료의약품 지원, 세계보건기구(WHO)를 통한 저개발 국가에 대한 간염백신 공급, 희귀의약품의 지속적 공급, 새로운 효능과 고객 편의를 창출할 수 있는 신약 출시 등 의약품 회사로서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이렇듯 인류에 기여하는 작은 성과들이 계속 모여서 앞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기업들이 ‘따뜻한 과학’을 실현하는 회사, ‘고객에 대한 사랑과 배려’를 실천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김인철 LG생명과학 사장
  • 승소땐 일제징용 피해자 임금반환 첫 사례

    승소땐 일제징용 피해자 임금반환 첫 사례

    사할린 강제 징용자의 우편저금 반환 소송에 정부가 직접 나서기로 함에 따라 해결의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일본 정부도 못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보상금액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키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고 측이 이번 소송에서 이길 경우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미지급 임금을 돌려받는 첫 케이스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편저금은 정부가 2007년 제정해 지난해 6월 공포한 태평양전쟁전후일제강제동원지원법률(이하 지원법)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지급되고 있는 ‘위로금’과는 성격이 다르다. 미지급 임금은 피해자들이 실질적으로 일을 했는 데도 받지 못한 ‘체불임금’이다. 따라서 당연히 돌려받아야 하는 돈이고, 지원법에 따라 지급받는 위로금은 한국 정부가 미지급 임금을 찾아오는 대신 주는 인도적 차원의 배상금 형식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사할린 한인 우편저금 환수를 시작으로 미지급 임금 문제가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일 과거사 청산 관련 소송을 도맡아 해온 최봉태 변호사는 “사할린 우편저금의 경우 1965년 한·일협정 해당 사항이 아니었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이미 찾아왔어야 하는 돈”이라면서 “나머지 노무 피해자와 일본군인·군속으로 끌려갔던 피해자들의 미지급 임금의 경우 한·일협정 해당사항이라는 것이 일본 정부의 입장이긴 하지만 협정과는 상관없이 미지급 임금을 돌려받는다는 상식적인 차원에서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확인된 미지급 임금은 노무자 2억 1514만엔, 군인·군속 9131만엔, 사할린 한인 우편저금 1억 8700만엔 등 약 5억엔에 이른다. 현재 화폐가치로 따지면 약 4조원가량 된다. 그러나 노무자와 군인·군속 미지급 임금의 경우 이미 한·일협정에 의해 모두 해결됐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사할린 한인 우편저금에 비해 환수가 쉽지 않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1965년 무상 지원 3억달러, 차관 2억달러를 들여오며 개인 피해자가 일본 정부나 기업, 개인을 대상으로 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청구권 협정으로 받아온 돈은 포항제철(현 포스코) 등을 세우는 데 썼을 뿐 우리에게 돌아온 돈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원법의 문제점은 또 있다. 우선 일본이나 사할린 등 해외징용자만 대상으로 하고 있어 한반도 내에서 강제징용당한 희생자들에게는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광열 광운대 일본학과 교수는 “정확한 인원이 파악되진 않지만 한반도 내에서도 강제징용당한 사람이 해외징용자만큼이나 많은 것으로 학계에서는 얘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 인원을 포함하지 않음으로써 ‘절름발이 법률’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 위로금을 받기 위해 피해자들이 써야 하는 ‘향후 다른 배상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도 논란거리다. 이와 관련해 일부 피해자들은 지난해 9월 지원법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재산권, 인간 존엄권과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씨줄날줄] 사제의 순결/김성호 논설위원

    천주교에서 부제(副祭) 이상 서품을 받은 성직자는 평생 독신으로 살겠다는 굳은 약속을 한다. 하느님만을 추종하며 하느님을 위해 몸·마음을 온전하게 바친다는 독신서약. 정결과 청빈·순명의 서약인 이 종신서원은 사람 앞의 약속이 아닌 하느님과 교회에 대한 철저한 다짐이다. 이 맹세와 약속을 깨는 죄악에는 모든 성사(聖事)의 자격박탈, 심하게는 파문의 중벌이 따른다. 로마 가톨릭에서 이 종신과 독신의 서약은 변치 않는 철칙으로 통해 왔다. 성직자에게 정결과 청빈, 순명을 요구함은 비단 천주교만의 원칙만은 아닐 것이다. 불교에선 간음하지 말라는 불사음(不邪淫)을 으뜸 오계(五戒)중 큰 덕목으로 새겨 수행자세를 다짐한다. 원불교에서도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위단의 자격으로 독신자격인 정남(貞男)·정녀(貞女)의 몸가짐을 요구한다. 그 중에서도 천주교가 엄하게 독신·정결의 원칙을 지키는 것은 성욕·물질적 탐욕이 빚을 공동체의 붕괴를 경계하기 위함이다. 천주교의 사제는 예수의 부활을 증거한 12사도의 후예로 인정받는 신의 대리인. 종신의 독신서약을 한 신의 대리인이라지만 태생의 기본욕구에 흔들리는 인간의 일탈은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사제시절 여성편력 탓에 뒤늦게 툭툭 불거지는 친자확인 소송과 비난을 톡톡히 치르는 페르난도 루고 파라과이 대통령. 한국여성 성마리아와 결혼해 바티칸으로부터 파문당할 위기에 놓였던 벨링고 주교. 어디 이뿐일까. 빈발하는 사제들의 소년 추행과 동성애 등 성적 탈선 때문에 세계의 천주교가 골머리를 심하게 앓고 있는 실정이다. 로마 교황청이 여성과의 동거며 자녀출산을 사제들에게 허용할 조짐이다. 곳곳에서 벌어지는 성(性)문제로 인한 친부(親父)소송과 비용을 피하고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르몽드지의 폭로기사다. 바티칸은 펄쩍 뛰며 사실을 부인했지만 천주교계에선 이미 감지됐던 사실. 피임, 낙태금지 등 천부의 인권존엄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종교적 잣대를 세상에 들이대 왔던 로마 가톨릭. 신 앞의 절대약속도 인간의 기본욕구 앞에선 무너지는 것일까. 종신서원, 독신서약이란 단어의 운명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두고 볼 일이다.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열린세상] 정치권이여 국민곁으로 돌아오라/김미경 상명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정치권이여 국민곁으로 돌아오라/김미경 상명대 행정학과 교수

    친서민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일고 있다. 본디 정부의 정책이란 국민들이 지닌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구현해 주는 당위적인 행동방침이다. 정책이 국민들 삶의 희망과 고통을 풀어주는 내용을 담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니 여기에 구태여 친서민이라는 용어가 강조되어 따라붙는 것이 개운하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친서민지향의 정책들에 거는 기대가 적지 않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민생의 문제를 확인하고 체감하려는 여러 노력들을 시도했다. 이 대통령은 어린이집을 찾아 보육교사 활동을 체험하고 일과 육아 병행의 어려움과 보육서비스 등에 대한 현장 의견을 수렴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정치적인 쇼라는 부정적인 시각을 여전히 고수하는 입장이 있기도 하지만 어쨌든 통치자가 직접 국민 곁으로 찾아가 민생을 확인하고자 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서로의 처지를 알게 하는 소통의 상황은 상호간에 무엇이 문제이며, 누가 무엇을 원하며, 무엇이 가능한지를 이해하게 한다. 서로에 대한 이해는 가치 합의된 정책문제를 도출하며 서로가 만족하는 적절한 처방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만큼 상호이해는 합리적 정책형성의 기본 전제인 것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지방을 순회하면서 마을회관모임을 통해 상당한 정치적 이익을 얻은 경우를 보더라도 국민들과 교감을 갖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전통적인 엘리트주의를 제외하고, 국민과의 소통은 모든 이데올로기적 범주를 포괄할 수 있는 주요 가치이다. 이제라도 체험과 의견수렴을 통해 민생문제를 확인하고 이를 정책으로 해결하겠다고 하니 민생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여러 정책학자들은 정책 본연의 가치인 공공문제해결을 위해 올바른 정책문제 정립을 강조한다. 정책 결정자들이 공공문제들을 제대로 인식해야 그 해결책으로서의 정책이 타당하게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이고 문제의 상황이 어떠한지를 정확하게 규명하는 작업은 성공적인 정책수행의 첫걸음이 된다. 그러나 우려도 있다. 이는 정책문제가 정책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차에 있다. 우리는 합리적 과정만으로 합리적 내용을 담보할 수는 없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통상 정책결정자는 국민들이 원하는 가치를 실현하기가 어려워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안전한 이슈에 얽매이려는 성향이 있다. 따라서 민생문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부적절한 정책수단으로 연계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고객편의가 행정편의로 둔갑되는 것은 아닌지 주의하여야 한다. 민생문제의 범주가 영속성을 갖고 있다는 견지에서 그 해결책이 선례답습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또한 정치적 목적을 의식한 일시적인 선심용 정책에 그치지 않는지도 지켜보아야 한다. 서민생활의 체험과 소통 속에 약속한 어려운 사람을 위한 배려의 정책이 본질에서 훼손되지 않고 정책문제에 대한 바른 이해가 좋은 정책내용으로 적절하게 전환될 수 있도록 끝까지 따져보아야 한다. 민생문제 해결을 위한 역할을 따져 보자. 과연 대통령이 개개의 민생문제를 직접 찾고 확인해야 하는가이다. 대통령이 개별적인 민생사안에 몰두하느라 국가경쟁력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기도 하다. 그렇다면 국민을 위한 정치를 약속한 우리의 대표들은 국회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국민 곁에서 너무 멀리 떠나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상투적인 정치적 구호로 민생의 문제가 달라질 수는 없다. 회의적인 정치적 논쟁에 우리 사회는 지쳐가고 있다. 우리의 대표들이 이젠 사상누각에서 그만 떠돌고 국민 곁에 돌아와 민생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 김미경 상명대 행정학과 교수
  • [존엄사할머니 생존 한달] 갈길 먼 존엄사 법제화… 명칭·환자범위 등 이견

    [존엄사할머니 생존 한달] 갈길 먼 존엄사 법제화… 명칭·환자범위 등 이견

    대법원 판결로 김모(77) 할머니의 인공호흡기를 뗀 이후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의료계, 법조계에서 활발하다. 그러나 용어 사용조차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등 법제화까지 갈 길은 멀기만 하다.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은 지난 2월 ‘존엄사법’을, 한나라당 김세연 의원은 ‘자연사법’을 대표 발의했다.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서면의료지시서 등으로 요구한 경우 의료진이 연명치료를 보류 또는 중단한다는 내용은 같다. 하지만 존엄사법은 대상자에 식물인간 상태를 포함하지만 자연사법은 이를 제외했다. 환자의 서면의료지시서가 없는 경우 존엄사법에서는 대리 및 추정이 가능하다고 규정하지만, 자연사법에서는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두 법안 모두 다른 법안에 밀려 상임위원회 심사가 늦어지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의료 현장에 적용할 통합 가이드라인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며 정부 입법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 의료계, 법조계에서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토론회를 잇달아 열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와 한국입법학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 16일 ‘존엄사’의 올바른 법제화를 위한 토론회를, 한국보건연구원이 지난 10일과 17일에 이어 24일에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라는 연속토론회(3회)를, 국립암센터가 오는 30일 ‘품위있는 죽음을 위한 사회적 합의’라는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토론회 때마다 첫 논란은 명칭 사용이다. 존엄사, 자연사, 안락사,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의사조력자살 등 각종 용어가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연구원 배종면 박사는 “혼란의 원인이 상당 부분 용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영호 국립암센터 기획실장은 “언론이 죽음을 미화할 가능성이 있는 ‘존엄사’라고 표현해 혼란을 초래했다.”면서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이라는 용어가 가장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동익(가톨릭대 생명대학원) 신부는 “천주교회가 존엄사법 제정을 반대하는 것은 죽음이라는 문구가 법률에 들어가 명백히 죽음을 의도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1차 토론회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존엄사’ 혹은 ‘소극적 안락사’라는 용어는 개념상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 이 단어를 중심으로 논의가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뜻을 모았다. 반면 홍익대 이인영 교수는 국회입법조사처 주최 토론회에서 “미국 워싱턴주에선 존엄사법이라고 쓰지만 적극적인 안락사는 금지하고 있다.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얘기하는 존엄사가 왜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대상 환자의 범위, 연명치료의 종류, 환자 의사 추정 등도 활발한 논의가 필요한 주제다. 의료계에서는 말기암환자(혹은 말기환자)가 지병이 악화돼 돌이킬 수 없는 죽음에 임박한 시기에 심폐소생술 또는 인공호흡기 사용을 제한하는 것으로 제도를 마련하고, 시행 결과에 따라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사전의료지시서를 통해 표현된 환자의 자기결정권은 존중하기로 합의가 모아졌지만, 서면지시가 없을 때 환자의 의사를 추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때문에 국회에 제출된 법안도 이 같은 쟁점을 병원 윤리위원회 등이 결정하도록 일임하고 있다. 허대석 서울대병원 교수는 “모두가 만족할 규정을 마련하는 건 불가능하다.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존엄사할머니 생존 한달] 의료계 통일된 가이드라인 마련 고심

    [존엄사할머니 생존 한달] 의료계 통일된 가이드라인 마련 고심

    의료계는 김 할머니에 대한 존엄사(연명치료 중단) 시행을 계기로 연명치료 중단이 고려되는 환자에 대한 통일된 기준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일부 대형병원은 존엄사 적용기준을 마련하고 환자와 가족들에게 사전의료지시서를 받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를 주축으로 병원협회, 대한의학회 등 의료계는 김 할머니의 인공호흡기가 제거된 지난달 23일 ‘연명치료 중지 관련지침 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켜 통일된 존엄사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다. 이윤성(대한의사협회 부회장) 특위 위원장은 “고등법원과 대법원의 판결, 의사윤리지침, 서울대·연세대의 존엄사 기준, 신상진·김세연 의원의 존엄사법 발의안 등을 비교 검토한 뒤 초안을 작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큰 틀의 합의는 문제가 없지만 식물인간 상태에 있는 환자에 대한 치료중단 범위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5월18일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진료권고안’을 발표한 뒤 7월 현재 15건의 사전의료지시서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도 5월21일 존엄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 인공호흡이 필요한 식물인간 상태, 회생불가능한 사망임박단계 등 3단계로 구분해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文靑의 꿈 찾아 인생 2모작 시작해요”

    “文靑의 꿈 찾아 인생 2모작 시작해요”

    “젊었을 때 문학병(病)에 걸렸었죠. 재능이 없다는 생각이 들며 40년 가까이 떠나 있었습니다. 이제 다시 돌아왔고 세상과 문단이 받아준다면 앞으로 계속 소설을 써볼 것입니다.” 이건영(64) 전 중부대 총장이 소설가로 돌아왔다. 겸손한 말투와 달리 그가 젊은 시절 ‘소설가’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거침이 없었다. 1965년 만 스무살의 나이에 한국일보 창간 10주년 기념 100만원 고료 장편소설 공모에서 ‘회전목마’라는 작품으로 혜성처럼 문단에 등장했던 청년이었다. 그리고 이 소설은 2년에 걸쳐 한국일보에 연재된 뒤 단행본으로 출간되자마자 7~8주 동안 베스트셀러 맨 윗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이후 1972년까지 잇따라 장편소설을 내고 일간지에 연재소설을 쓰는 등 문재(文才)를 마음껏 펼쳤다. 그러다 홀연히 미국 유학을 떠나며 문단도 함께 떠났다. ●도시공학박사로 건설부 차관 등 지내 그가 소설을 등졌다가 다시 돌아온 과정은 아주 큰 원을 그리며 원점으로 회귀하듯 긴 시간이 필요했다. 이 기간동안 그가 가진 직함은 도시공학 박사(미국 노스웨스턴대), 건설부 차관, 국토개발연구원장, 교통개발연구원장, 단국대 교수, 중부대 총장 등 소설과는 멀찌감치 떨어진 것들이었다. 실제 도시·교통 전문가답게 경부고속철도(KTX) 도입과 분당· 일산 신도시 건설 과정,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 등에서 타당성 연구 책임을 맡는 등 1980년대 이후 국토개발에 실무자로서, 또는 책임자로서 일해왔다. ●존엄사 다룬 장편 ‘마지막 인사’ 펴내 이 전 총장은 20일 38년 만의 새로운 장편소설 ‘마지막 인사’(휴먼앤북스 펴냄)를 내놓은 뒤 서울 인사동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스스로 ‘재 등단작’이라고 칭하는 이 작품은 최근 대법원 판결로 뜨거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는 존엄사(안락사)를 정면으로 다뤘다. 그는 “최근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 썼지만 공교롭게 사회적 찬반 양론이 가장 뜨거울 때 나오게 됐다.”면서 “이 작품은 과거 내놓은 소설 ‘차가운 강’(1969년)에서 이미 다뤘던 주제였지만 당시 실패했다고 판단해 다시 새롭게 쓴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은 의사인 주인공의 아내가 임신 중 뇌종양에 걸린 뒤 딸을 낳을 때까지 식물인간 상태로 연명하다가 결국 출산한 뒤 마취제 주입으로 안락사에 이르게 된다. 또한 주인공 자신 역시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고뇌하다가 안락사 의료행위에 연루되며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는 등 곡절을 겪는다. ●가톨릭박해사 등 다음 작품 준비 퇴역한 고위 공무원이 흔히 그렇듯 골프를 치거나 대학에서 관련 강의 등으로 소일하는 것과 달리 오래 품고 있던 ‘문청의 꿈’을 찾아 다시 인생을 시작한 이 전 총장은 차기 작품으로 환경 관련된 것과 가톨릭 박해사 등을 준비하고 있다. 소설가로서 인생 2모작을 하는 셈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내 책을 말한다] 한국인의 다양한 삶을 조망

    ‘존엄사’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연명 치료를 받지 않고 품위 있게 죽을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웰다잉’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런데 죽음은 삶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웰빙 없이 웰다잉이 어렵고, 존엄사 이전에 ‘존엄로(老)’가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그 이전에 품위 있게 나이 들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태어나 자라나고 어른이 되어가면서 인간으로서 위엄을 과연 얼마만큼 누리고 있는가. ‘생애의 발견’(인물과사상사 펴냄)은 한국인의 삶을 유년에서 노년에 이르기까지 15개의 스펙트럼으로 나누어 조망한다. 청소년, 연애와 결혼, 주부, 중년 남성, 노인 등에 대해 다룬 책들은 이미 많이 나와 있다. 그 방대한 주제들을 하나의 책 속에 아우르는 작업엔 무리가 따른다. 그런데도 이 어려운 일에 도전한 것은 우리가 다른 세대나 이성(異性)의 경험 세계에 대해 워낙 무지하고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사회 현상으로 보면 나이와 성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듯하다.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흉내를 내고, 중년이나 노년은 젊게 보이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남성들이 독점해온 공적 영역에 많은 여성들이 진출하는가 하면, 아름다운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특별하게 관리하는 ‘초식남’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듯 기존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경험들이 섞이고 수렴된다면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오히려 더욱 간극이 벌어지는 듯하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생애의 다른 단계나 처지에 있는 삶들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 입체적인 맥락 속에서 포착되는 자화상의 밑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살아온 날들의 경험으로 현재를 가치 있게 만들지 못하는 것은 불행이다. 자기의 인생과 그 메시지를 후배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어른, 그 스토리텔링에 귀 기울이면서 자신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젊은이들은 행복하다. 우리에게 그러한 성찰과 소통의 언어, 그리고 이질적인 세계에 대한 열린 마음이 절실하다. 표면의 차이를 넘어서 심층의 공감에 이르러야 한다. 이 책은 단순히 분석에 머물지 않고, 각각의 라이프코스를 어떻게 통과해야 하는지에 대한 제안이나 주장까지 나아간다. 그 부분이 저술의 가장 어려운 점이었다. 상투적인 설교가 아닌 냉정한 물음과 뜨거운 모색을 시도했으나 내공의 부족을 절감했다. 지적 능력이 미흡하기도 하지만, 더욱 근본적으로 삶에 대한 치열함이 모자랐다. 글쓰기는 그 비좁은 한계를 확인하고 돌파하는 모험이다. 외형적인 지표와 허세에 휘둘리느라 진정으로 좋은 삶이 무엇인가를 질문하지 않는 시대에, ‘너’ 속에서 ‘나’를 비춰보면서 ‘우리’의 테두리를 확장하고 다양한 생애를 상상하는 힘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1만 3000원. 김찬호 성공회대 교양학부 초빙교수
  • [문화행사 알림방] 진ㆍ선ㆍ인 국제미술전 열려

    울산문화예술회관 9~14일한국파룬따파학회 주최로 ‘진·선·인 국제미술전’이 열린다. 세계 10대명인록에오른 장쿤룬 교수를 비롯해천샤오핑, 둥시창 박사, 케이시 질리스, 리위안, 선다츠, 왕웨이싱 등 12명의 작품 60여점이 소개된다. ‘조화, 역경, 용기, 정의’라는 네개의 주제로 구성됐고, 작가들은 현재 중국 사회에서 상실된 인간의 존엄과 기본 인권을 일깨우는 실화들을 작품 속에 담아냈다.
  • [李대통령 재산 기부] MB 소회 발표문 요약

    오늘 ‘재단법인 청계’의 설립을 맞아 많은 감회를 느낍니다. 제 삶의 한 단면이 정리된다는 생각 때문일 것입니다. 제 인생은 우리 시대의 많은 분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현대사가 빚어낸 드라마의 한 축소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독하게 가난한 집안의 자식이 대통령이 되기까지 대한민국이 ‘기적의 역사’를 만들어 내지 않았다면, 또 그 역동적인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따뜻한 손길을 받지 못했다면 오늘의 저는 없었을 것입니다. 새벽마다 늘 이웃과 저를 위해 기도하셨던 어머니의 숭고한 사랑이 없었다면 오늘의 저는 없었을 것입니다. 야간 고등학교라도 꼭 가야 한다고 저를 이끌어 주셨던 중학교 담임선생님, 일용직으로 일하는 저에게 책을 주시면서 대학 입학시험을 보라고 강하게 권유하셨던 청계천 헌책방 아저씨, 대학에 합격하고도 등록금이 없자 등록금을 미리 당겨서 마련해 주면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할 수 있도록 대학 4년간 일감을 주셨던 이태원 재래시장의 상인들…. 오늘이 있기까지 저를 도와주신 분들은 하나같이 가난한 분들이었습니다. 그분들에게 보답하는 길의 하나가 오늘도 가난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을 위해서 제 재산을 의미롭게 쓰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저는 20대에 (현대건설에) 입사하여 30대에 최고경영자(CEO)가 되고, 열사의 나라에서 시베리아의 동토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를 누비며 대한민국 산업화의 선봉에 서 있었습니다. 저에게 살면서 진정한 기쁨을 준 것은 일과 삶을 통해 만난 분들과의 따뜻한 관계와 그것을 통한 보람과 성취였지 재산 그 자체는 아니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평등합니다. ‘재산이 있는 사람’이나 ‘재산이 없는 사람’이나 ‘힘을 가진 사람’이나 ‘힘을 갖지 않은 사람’이나 ‘고용을 하는 사람’이나 ‘고용이 되어 일하는 사람’이나 우리는 처한 위치는 달라도 존엄하고 평등한 인간입니다. 저는 대통령으로서뿐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사회가 서로가 서로를 돕고 사랑과 배려가 넘쳐나는 따뜻한 사회가 되길 진심으로 고대합니다. 오늘의 제가 있도록 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09년 7월6일 재단법인 청계 설립자 이명박
  • [옴부즈맨 칼럼] 분석과 대안, 두마리 토끼 잡자/김경모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옴부즈맨 칼럼] 분석과 대안, 두마리 토끼 잡자/김경모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지난 한 주 역시 국내외 가릴 것 없이 일어났던 굵직굵직한 사건이 신문 지면을 장식했다. 그러나 독자의 관심과 주목을 가장 많이 받은 것은 23일 세브란스 병원에서 시행된 국내 첫 존엄사 집행 관련 보도가 아닐까 싶다. ‘사망임박단계’라던 일반의 판단이나 예측과 달리 환자의 자가호흡 연명이 지속되면서 존엄사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서울신문은 후속 보도를 통해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지속적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좀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만일 환자가 이내 숨을 거두었다면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아마도 신속한 부검과 더불어 병원 과실 여부를 둘러싸고 예견된 유족과 병원간의 치열한 법적 다툼만 선정적으로 부각될 뿐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법제도 정비의 공론화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았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사건은 인간의 오만과 능력만으로 결코 가늠할 수 없는 생명의 경외감과 신비를 되돌아보고 우리를 숙연케 한다. 각계의 반응을 중심으로 비교적 차분하게 대책 방안을 검토해 본 서울신문의 후속 보도는 그런 점에서 대체로 좋았다. 그러나 예의 가족과 병원 간의 네 탓 공방을 강조했던 기사(25일자 9면)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과학기술 정책 예산의 특정 분야 쏠림현상을 제기한 22일자 ‘정책진단’ 기사에도 눈길이 갔다. 이명박 정부 들어 국가중점개발분야에 대한 지원은 늘어난 반면 인재양성, 과학 대중화 등 비교적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가 잡히지 않는 분야에 대한 예산은 대폭 삭감됐다는 지적이다. 지난 정부의 예산 배정과 비교한 연차 정보가 없어 이런 쏠림 현상이 현 정부의 뚜렷한 정책판단 때문인지는 쉬 판단하기 어렵다. 그보다 문제는 쏠림 지원의 원인을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한 사업별 실적자료를 통해 유추하는 데서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보인다는 점이다. ‘지원이 줄어든 것은 실적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기사의 해석이 정당하려면 부처 담당자의 방침이 실제로 그러했는지 확인해주는 논거가 제공돼야 할 것 같은데 기사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기사는 과학영재교육이나 과학 대중화 분야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관련 논문이나 특허 등록, 사업화 성과가 거의 없었음을 이유로 들어 올해 관련 분야 정부 예산이 더욱 줄어들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기사는 문제의 근원을 우리의 교육 현실에 두는 것 같다. 그동안 양적 성장에만 매달렸던 국내의 인재교육 현주소에 대한 비판적 내용이나 외국의 과학 영재 교육제도의 모범 사례를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책처럼 제시하는 창의성 과학교육 시스템의 구축은 장기적 안목과 주도면밀한 국가적 지원을 통해 가능한 일이다. 현직 교수나 연구원이 만들어내는 당장의 가시적 논문 편수나 특허 등록 수와도 관계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영재 육성이나 과학 대중화 분야의 성과를 논문 발표나 특허 등록 또는 사업화 건수로 측정하는 정부의 단견과 방식 자체부터 문제의 소지가 크다. 단기적 계량 성과 위주로 예산을 늘렸다 줄였다 하는 정부 정책의 적절성부터 따지는 게 순서일 것 같다는 것이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왜 성과가 미진한지에 대한 부처 담당자의 판단에 관한 분석이나 처방은 없이, 그리 새로울 것도 없는 외국 사례를 피상적으로 소개해 넌지시 대책을 암시하는 듯한 지면 구성은 뭔가 어색하다. 27일자 토요일 지면부터 경제면(11면)은 “희망 UP 현장을 가다”라는 탐방기사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경제는 곧 심리’라는 말처럼 긍정적이고 활기찬 경제 마인드를 자극하는 기획 의도는 좋다. 하지만 으레 그런 것처럼 홍보성 기사가 되지 않도록 유의해 주길 당부한다. 김경모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 존엄사 시행 이대로 좋은가… 각계 반응

    ■법조계-환자권리 판단 법조계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대법원의 판결은 우리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도 환자 자신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병원에서 예측한 것과 달리 김모 할머니가 인공호흡기를 떼었는데도 사망하지 않았다고 해서 법원의 판결 취지가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의 한 연구관은 “죽음에 임박한 환자가 스스로의 생명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으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판결”이라면서 “이번 하나의 사례가 아닌 과거부터 꾸준히 논의돼 온 사안에 대해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관은 “환자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이 아니라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고통스러운 죽음의 과정이 연장되는 것을 막은 것”이라고 전했다.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다른 사건이 들어온다면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엄격한 기준과 해석을 통해 생명권을 존중하면서도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의료전문 로펌인 법무법인 한강의 박원경 변호사는 “존엄사를 판결한 대법원의 판단은 타당하지만 사망에 대한 구체적인 심리는 미진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신중한 접근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오이석기자 wisepen@seoul.co.kr ■종교계-생명존엄 우선 종교계는 존엄사의 의학적 기준과 함께 사회정서상 납득할 기준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국기독교협의회 황필규 사무국장은 “존엄사가 의사들만 얘기할 대상이 아닌데 의학적 관점에만 치중하다 보니 호흡기 제거 여부에만 매몰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존엄사의 정확한 개념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박정우 신부는 “회생이 불가능하고 죽음의 단계에 임박했을 때 기계장치에 의한 연명은 죽음만 연장하는 과도한 치료일 뿐”이라면서 “김 할머니의 경우 자연적 죽음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인 영양공급과 간호 등은 인간 존엄성 차원에서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종 관계자는 “생명도 인연의 뜻대로 가는 것인데 인위적으로 연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여러 스님들의 생각”이라며 “존엄사 시행에도 동요는 없었다.”고 전했다. 반면 존엄사를 반대하고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개신교 단체는 김 할머니의 자가호흡을 주목했다. 신학연구위원회 위원장 이종윤 목사는 “생명이 산소호흡기에 매여 있는 것이라 말했는데 그게 아닌 게 증명됐다.”면서 “치료불가능을 어떻게 판단할지, 그리고 그 이후 처리 등을 제재할 법안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재연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의료계-지침마련 시급 존엄사를 두고 의료계 내부에서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의료계의 분위기다. 지금까지도 환자 보호자와 의료진이 동의할 경우 회생의 여지가 없는 중환자의 인공호흡을 중단하는 ‘느슨한 형태의 존엄사’가 관행적으로 시행돼 온 까닭이다. 대법원 확정 판결 직전에 서울대병원이 전격적으로 연명치료 중단을 제도화하는 사전의료지시서 제도 도입을 공식화한 것도 이런 의료계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서울대를 비롯한 전국의 각급 의료기관이 이미 루틴하게나마 존엄사를 시행해 왔으며 이는 우리 사회에서 존엄사가 필요하다는 암묵적 합의의 결과”라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고윤석 중환자실장도 “존엄사 시행 여부가 새삼 의료계에서 논란을 빚을 여지는 없다.”며 “이를 법제화하는 과정에서 일부 병원의 경우 종교적 가치와 의료 현실 사이에 약간의 괴리감이 존재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도 이미 국민적 합의가 있는 만큼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의료계 관계자는 “존엄사의 제도화 이전에 각 의료기관이 얼마나 현실적이고 균형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느냐가 더 중요한 과제”라면서 “이를 위해 정부든 의사협회든 적절한 지침을 서둘러 제시해야 이에 따른 의료계 안팎의 혼선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사설] 가족도 병원도 당혹스러운 존엄사

    국내 첫 존엄사 사례로 주목받은 김모(77) 할머니가 인공호흡기를 떼어낸 후에도 만 이틀 넘게 자가 호흡을 계속하고 있어 ‘존엄사 오용’ 논란을 낳고 있다. 특히 할머니의 상태가 ‘사망임박단계’라는 점을 근거로 내세운 대법원의 존엄사 허용 판결은 오판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존엄사를 시행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이미 대법원 판결 당시 연명치료 중단에 부정적인 의견을 개진한 바 있어 존엄사 판정의 적정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식물인간 상태인 환자가 더이상의 무의미한 연명치료 없이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도록 하는 존엄사의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만 인공호흡기 제거가 곧 존엄사라는 ‘통념’이 깨짐에 따라 사회적으로 용인할 만한 정교하고 구체적인 존엄사 판단기준의 필요성은 한층 절실해졌다. 때마침 대한의사협회 등 3개 의료단체로 구성된 ‘연명치료 중지 관련지침 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엊그제 첫 모임을 갖고 9월초까지 존엄사 가이드라인을 확정키로 해 주목된다. 존엄사 판정을 개별 법관이 아니라 법률·의학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존엄사 위원회’에 맡겨야 한다는 지적도 새겨들을 만하다. 이번 존엄사 사례로 우리 사회 전반에 존엄사 논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다시 강조하건대 중요한 것은 존엄사의 요건을 엄정히 세워 생명경시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야 가족도 병원도 ‘준비된’ 죽음 앞에서 당혹스러워하는 존엄사 딜레마를 막을 수 있다.
  • 가족 “병원판단 성급”… 병원 “법원, 주치의 의견 무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대법원 판결에 따라 식물인간 상태인 김모 할머니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했지만 김 할머니의 자발호흡이 되살아나며 중환자실에 있던 때보다 상태가 호전되자 병원은 적잖이 당황했다. 당초 병원은 호흡기를 떼면 짧으면 30분, 길면 3시간 안에 김 할머니가 사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치의 박무석 교수는 “인공 호흡기를 떼고 나서 목에 낀 가래를 제거하고 영양을 충분히 공급했더니 자발호흡이 회복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김 할머니의 자발호흡을 환영하면서 병원이 지금까지 과잉치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족 측 신현호 변호사는 “처음에야 할머니 호흡이 없었으니까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게 맞지만 1주일, 한 달이 지나 자발호흡을 할 수도 있었는데 1년 넘게 호흡기를 씌워놓았다.”고 말했다. 맏사위인 심치성(49)씨는 “병원은 사망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임종실에서 호흡기를 떼자고 주장했었다.”면서 “생존가능성이 1%도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인공호흡기의 산소의존도를 낮추어 자발호흡이 가능한지 시험해 봤지만 그때마다 경고음이 울려 멈출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반면 병원은 대법원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박창일 연세의료원장은 “대법원이 주치의 판단을 놔두고 김씨의 상태를 ‘사망임박단계’로 진단한 다른 병원의 의견을 받아들였다.”면서 “앞으로는 의학적 판단을 내릴 때 주치의 의견을 듣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당시 대법원은 ▲김 할머니의 뇌가 심하게 손상돼 의식 회복 가능성이 5% 미만이며 ▲자발호흡이 없어 일반적인 식물인간 상태보다 더 심각해 뇌사상태에 가까워 연명치료 중단 허용 기준인 사망임박단계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김 할머니 상태가 호전되자 법원의 이같은 판단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당시 안대희·양창수·이홍훈·김능환 대법관은 ▲의식 회복 가능성이 5% 미만이라도 남아 있고 ▲기대여명이 적어도 4개월 이상이라면 사망임박단계로 볼 수 없다며 반대의견을 냈었다. 의사 출신인 김성수 변호사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라는 판결을 언론에서 ‘존엄사’라고 잘못 규정하면서 불필요한 논란이 발생한 것”이라면서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제거해 김씨가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도록 기다리면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존엄사 논쟁에 불을 붙인 1975년 ‘카렌 사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21세 여성 카렌 퀸란이 파티에서 술을 마시고 혼수상태에 빠졌고 병원이 회복가능성이 없다고 진단하자 카렌 부모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해 달라고 요청했다. 병원이 반대해 소송을 제기했고 마침내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병원이 자발호흡이 되살아나도록 카렌을 단계적으로 훈련시킨 덕에 카렌은 1976년 6월9일에 인공호흡기가 제거됐지만 10년이 훨씬 지난 1986년 6월13일에야 사망했다. 당시 미국에서도 카렌의 상태가 좋아질 수 있었는데 법원과 병원이 그 가능성을 없애버린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은주 오달란기자 ej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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