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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험금 노려 캄 아내 방화치사 남편에 징역 20년

    보험금 노려 캄 아내 방화치사 남편에 징역 20년

    10억원대의 보험금을 노리고 캄보디아 출신 아내를 무참히 살해한 40대 남성에게 징역 20년형이 선고됐다. 춘천지법 제2형사부(김형훈 부장판사)는 10일 집에 불을 질러 자고 있던 아내를 살해한 뒤 화재사고로 위장해 보험금을 타낸 혐의(현주건조물방화치사 등)로 구속기소된 강모(45)씨에 대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아내를 피보험자로 단기간에 여러 개의 생명보험에 집중적으로 가입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피고인의 경제적 능력에 비춰 매월 42만원의 보험금을 내는 것 역시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이 사건 이전에도 사망보험금을 편취하기 위해 화재를 시도하거나, 아내의 허위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으려 했던 점 등이 인정된다”며 이렇게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어린 나이에 국제결혼한 외국인 아내를 상대로 저지른 범행수법이 매우 치밀하고 대담, 잔인하기까지 하다.”면서 “다문화 가정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외국인 아내를 생명보험에 가입시킨 뒤 살해하고 보험금을 편취한 행위는 사회적·국제적으로 중대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저버린 비인간적 행위”라며 중형 선고 사유를 밝혔다. 강씨는 지난해 3월18일 오후 9시30분쯤 춘천시 효자2동 집 안방에서 아내 B(당시 23세)씨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전기히터에 이불 등을 밀착시켜 화재를 유발, 질식사하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무기징역이 구형됐다. 강씨는 범행을 화재사고로 가장해 아내 사망 보험금 명목으로 1억 2000만원을 받았고, 나머지 10억 9000만원도 가로채려다 실패했다. 2008년 3월 B씨와 결혼한 강씨는 2009년 4월 말부터 아내와 한국에 함께 살면서 그해 9~12월 아내 명의로 6개 보험사의 생명보험(총 사망보험금 12억원)에 집중적으로 가입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따뜻한 사람냄새 나야 좋은 정책이죠”

    “따뜻한 사람냄새 나야 좋은 정책이죠”

    “국정관리자들은 ‘안철수 신드롬’에서 따뜻함의 리더십을 배워야 합니다.” 최근 바람직하고 올바른 국가의 이상을 묻는 저서 ‘정의로운 국가란 무엇인가’(박영사)를 펴낸 권기헌(51)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장은 “국민들이 안철수 신드롬에 열광하는 것은 돈과 권력에 연연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가치를 찾아 나서는 그의 진정성 있는 모습 때문”이라면서 “정의로운 국가, 좋은 정책에서는 따뜻한 사람 냄새가 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로운 국가는 성찰하는 국가” 그는 제26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상공부(현 지식경제부)에서 근무하다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정책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행정학 전문대학원인 국정관리대학원에서 정책학을 강의하고 있다. 그는 책을 쓴 이유에 대해 “양극화와 복지 논쟁, 청년 실업, 비정규직 문제 등 사회 현안에 대한 정부 정책들이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려, 그리고 책임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놓쳤기 때문”이라면서 “행정관료와 행정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정의로운 국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정관리자들은 안철수 신드롬이 왜 나타났는지, 국민들이 왜 그에 대해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인지에 대해 성찰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정의로운 국가를 ‘성찰하는 국가’로 정리했다. 그는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정의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인간이 삶의 완성을 위해 매일 자신을 성찰하듯 국가도 어느 시점에선가는 큰 맥락에서 국가 자신을 성찰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각종 경제 지표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임을 강조하면서 선진국 반열에 오른 것 같지만, 이는 선진국임을 증명하는 근거는 아니다.”라면서 “경제적 양극화와 청년 실업, 진영 간(정당·지역·계층) 대립이나 갈등 양상을 볼 때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고 덧붙였다. ●“국정관리자는 인간의 존엄성 되새겨야” 그는 국정관리자들은 정책학 창시자인 해럴드 라스웰 전 미국 예일대 교수가 주창한 ‘인간의 존엄성’을 되새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지와 덕을 갖춘 ‘품격 있는 국가’의 재건도 강조했다. 그는 “최근 저축은행 사태 등에서 보듯 우리가 진정한 선진국 대열에 오르려면 국민소득 2만 달러에서 3~4만 달러라는 단순한 숫자보다는 신뢰, 책임, 덕성과 같은 품격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면서 “정책들이 국민적 공감을 얻으려면 국가가 국민들에게 ‘이런 정책들을 내놓았으니까 고마워하라’고 말하는 ‘공급자’ 중심의 사고가 아니라 ‘수용자’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사람들이 ‘정책’이란 단어에서 나를 ‘규제’하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떠올린다면, 그리고 그러한 정책을 제공할 수 있는 국가가 된다면 정말 좋은 정책이고 정의로운 국가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말을 맺었다.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사설] 아직도 반말·욕설하는 대한민국 판·검사

    국가인권위원회가 어제 사건 참고인이 출석에 불응하고 나이가 어리다고 반말과 욕설을 한 현직 검사에 대해 경고조치를 권고했다. 인간의 존엄성과 인격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문제의 검사는 참고인이 “경찰 조사에서의 진술은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고 하자 ‘이 ××’ 등 욕을 하면서 위압적으로 조사받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일선 수사 검사로서 나름의 고충은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참고인이 아무리 태도를 바꾸고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해도 함부로 욕설을 퍼붓고 반말을 해선 안 된다는 것은 법조 윤리를 떠나 일반의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인권위도 지적했듯 검사라면 국가공무원법과 검찰 인권보호 수사준칙에 따라 사건 관계인에게 친절하고 그들의 인권을 존중해 줘야 할 의무가 있다. 올 초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법관들의 재판진행 방식과 태도를 평가하며 ‘법관 삼거지악(三去之惡)’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그 꼴불견 행태의 첫째가 바로 고압적인 태도와 막말이다. 법관의 특권의식과 언어폭력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다. 그 같은 지적은 검사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자기보다 나이가 어리다고 반말을 하고 강하게 독려하기 위해 욕을 한다니 그것이 논리를 다투는 검사가 할 말인가. 문제는 명백히 잘못된 일을 저지르고도 정작 당사자는 반성하지 않고 내부의 처벌이나 징계도 유명무실하다는 점이다. 인권위가 경고조치를 권해도 법조계 내부의 권위적 문화에 대한 척결의지가 없으면 아무 소용없다. 재판장이 증인에게 아이큐(IQ)가 개 수준이라고 막말을 해도 사과 한마디로 흐지부지돼 버리는 게 현실이다. 최근 부쩍 도를 더하고 있는 법조인의 막말 행태는 이제 단순히 자성을 촉구해서 해소될 일이 아니다. 도덕감각이 마비된 불량 법조인에겐 실질적인 불이익을 줘야 한다. 공직윤리 강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 ‘참고인에 욕설한 검사’ 인권위 경고조치 권고

    ‘참고인에 욕설한 검사’ 인권위 경고조치 권고

    국가인권위원회는 4일 사건 참고인에게 반말과 욕설을 한 A(35) 검사에게 경고조치를 내릴 것을 해당 지청장에게 권고했다. 인간의 존엄성과 인격권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A검사는 지난 3월 강간 사건의 목격자이자 제보자인 B(20)씨가 출석을 미루고 진술녹음 조사에 응하지 않자 ‘거짓말탐지기 조사 좀 받아야겠다.’고 말했다. 또 B씨가 ‘경찰 조사에서의 진술은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고 말하자 A 검사는 ‘이 자식’ ‘이 새끼’ 등의 욕설을 하며 ‘지금 네가 뭘 했든 넌 혼나게 돼 있다.’고 폭언을 했다. A 검사는 “참고인이 조사 과정에서 태도를 바꾸고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면서 “반말을 한 것은 본인보다 나이가 어리고 약속을 여러 차례 어겼기 때문에 책망하고 출석을 독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인권위는 “검사는 검찰 인권보호 수사준칙에 따라 사건 관계인의 인권을 존중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정부 ‘외교적 노력’ 헌법적 의무 확인

    헌법재판소는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행정권력의 부작위(不作爲)라고 판단했다. 국가의 마땅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번 헌법소원 심판의 쟁점은 재외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외교적 보호권’이 어디까지인가였다. 청구인 측은 외교적 보호권이 국가의 권리이기는 하지만 절대적 재량권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반면 피청구인인 외교통상부는 “외교적 보호권의 행사 여부와 방법에 대해서는 국가의 광범위한 재량권이 인정된다.”면서 “분쟁해결 수단의 선택은 국가가 국익을 고려해 외교적으로 판단할 문제”라는 의견을 냈다. 일본의 반인도적 불법행위가 협정만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양국 간 외교문제와 소모적인 법적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해 온 셈이다. 실제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현실성도 정부 측 입장을 뒷받침했다. 국가가 어디까지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지, 외교적 보호권에 대한 국가의 재량권이 어디까지인지도 선을 긋듯 결정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전쟁 이후 피해 사실과 규모를 일일이 조사해 규명하기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국가 간에 일괄적으로 청구권 문제까지 타결하는 것이 국제사회에서의 일반적인 협정 관행이라는 주장은 이러한 현실론을 근거로 한다. 정부는 일본에 철저한 진상규명과 역사교육, 사죄 등을 요구했던 만큼 그 의무를 다했다고 봤다. 그러나 헌재는 정부가 피해자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한일청구권협정 제3조는 ‘협정의 해석 및 실시에 관한 분쟁이 있을 경우 우선 외교상의 경로를 통해 해결해야 하며, 이에 실패했을 때 중재위원회에 회부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정부가 이러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배상청구권은 단순한 재산권 문제가 아닌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침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만큼 국가가 이를 외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청구인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재산권 등 기본권의 중대한 침해 가능성, 구제의 절박성 등을 고려하면 피청구인(정부)은 이러한 작위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재량이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헌재는 정부가 외교 관계의 불편이라는 ‘매우 불분명하고, 추상적인 사유’를 이유로 피해자 구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 관계자는 “정부에 특정한 방식의 절차를 요구하거나 법적인 강제 의무를 부과한 결정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헌법적 의무가 있음을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외교통상부는 헌재 결정과 관련, “해결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헌재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한·일 외교 채널 등을 통해 일본 측의 책임 있는 대응을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미경·안석기자 ccto@seoul.co.kr
  • “인간이 만든 ‘생명체’ 화성서 살게하겠다” 논란

    “인간이 만든 ‘생명체’ 화성서 살게하겠다” 논란

    지금까지는 영화 속에만 존재했던 인조인간의 탄생이 현실화 되고 심지어 화성에 뿌리내리는 날이 올 수 있을까. 게놈 연구 선구자인 미국의 크레이그 벤터 박사가 이끄는 생물학 연구팀이 “인조생명체 개발이 인류의 화성 정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새로운 박테리아 ‘신시아’(Synthia)를 창조해내 화제와 논란을 동시에 일으켰던 벤터 박사가 최근 라이브 사이언스에 “화성 대기 대부분을 구성하는 이산화탄소를 이용하는 인조 세포를 탄생시키는 프로젝트를 NASA와 협의해 이미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벤터 박사는 “머지않은 미래 인류가 화성에 정착하기 위해선 음식과 깨끗한 물, 연료, 플라스틱 등을 필요로 하는 문제에 당면한다.”면서 “화성의 대기 환경에 딱 맞는 새로운 생명체 형태를 개발한다면 인류의 화성 식민지화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벤터박사는 세포벽이 거의 없고 단일 염색체를 가진 박테리아 ‘미코플라스마 미코이데스’(Mycoplasma mycoides)를 이용해 새로운 합성세포를 만들어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미코플라스마는 세균과 바이러스의 중간적 형질을 가진 미생물이다. 연구진은 그동안 “이 기술을 응용하면 합성 DNA를 설계하고 미생물에 주입해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 “기존 유기물의 DNA를 개조를 통해 인류가 당면한 연료고갈 문제, 환경 문제, 난치병 극복 등에 쓰일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생명의 존엄성을 해친다는 사회 각계의 비난과 현실화 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벤터 박사는 “식량과 연료생산 문제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고민”이라면서 “인공생명체 기술의 발전은 이를 해결하고 화성문명 탄생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사설] 마침내 비참한 최후 맞은 리비아 카다피

    리비아를 42년간 철권통치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붕괴가 임박했다. 리비아 반군은 어제 수도 트리폴리 입성에 성공했다. 카다피의 장남은 투항했고, 차남과 3남은 생포됐다. 트리폴리는 카다피의 최후 거점 도시다. 이에 앞서 반군은 카다피 5남이 지휘해온 트리폴리 외곽의 친위 정예부대 기지를 접수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휴가지인 마서스 비니어드섬에서 성명을 통해 “카다피 정권에 대항하는 힘이 정점에 달했다.”면서 “트리폴리는 독재자의 손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6개월여간의 지루했던 내전은 미국, 영국 등 다국적군의 지지와 지원을 받은 반군의 승리로 사실상 끝이 났다. 지난해 말부터 아프리카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불어닥친 ‘피플파워’는 24년간 통치했던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을 축출하고, 30년간 이집트를 강압 통치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권좌에서 내쫓은 데 이어 카다피를 끌어내리는 데도 사실상 성공했다. 총과 대포로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찾겠다는 시민들을 굴복시킬 수는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불가능할 것 같던 일이 튀니지의 재스민혁명을 시작으로 북아프리카에서 연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카다피의 몰락에 따라 민간인들에 대한 유혈 진압도 서슴지 않고 있는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퇴진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이제 리비아에서는 ‘포스트 카다피’ 체제를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반카다피 진영의 대표기구인 리비아 과도국가위원회의 역할이 보다 중요해졌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리비아에 민주정부가 수립돼 하루빨리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카다피 정권의 몰락을 가장 우려스러운 눈으로 볼 대표적인 정권은 아무래도 3대째 세습을 준비하는 북한의 김정일 정권일 것이다. 북한 정권은 주민을 억압만 한다고 해서 제대로 굴러가는 것은 아니라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정부와 군은 북한의 움직임을 보다 면밀히 점검해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또 정부는 교민 안전은 물론 카다피 이후에도 리비아의 건설사업에 우리 건설업체들이 계속 참여할 수 있도록 차분하면서도 내실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 [허남주칼럼] 어머니를 울리지 말라

    [허남주칼럼] 어머니를 울리지 말라

    아들을 군대에서 잃은 어머니가 말한다. “자살이라도 가혹행위 때문이라면 그것은 타살이다.” 더욱이 용렬(庸劣)이란 불명예까지 덧씌워진 것은 두번의 죽음이라고 눈물을 흘렸다. 군대 내 자살을 몇몇의 허약한 이 시대 청년의 문제로 돌려선 안 된다는 사실은 통계가 말해준다. 2004년 이후 지난해까지 군대에서 사망한 병사는 884명, 평균 3일에 1명꼴이다. 그중 자살은 사망원인 1위로 절반을 차지한다. 군대 내 자살이나 총기사고는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2005년 여름에도 총기난사 사건으로 8명의 병사들이 죽었다. 당시 정부는 군대 내 폭력의 존재에 화들짝 놀란 듯 선진국 군을 벤치마킹할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6년이 지난 오늘날도 똑같은 일이 되풀이됐다. 조사과정에서 적잖은 가혹행위의 증거를 찾아냈다 한다. 되풀이되는 일은 우연한 실수가 아니다. 이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은 군인의 지위에도 법정주의를 도입, 군인의 기본권도 침해돼선 안 된다는 사실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국방의 의무로 징집된 병사의 경우 ‘군인복무규율’에 의무가 세세하게 규정되어 있지만 여기에 권리는 밝혀져 있지 않다. 상관의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권력을 정당화하고, 하급자에게는 의무만을 권장·강요하는 군대의 특수권력관계가 헌법에서 정한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국가안보를 위해 군인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지만 그 수준을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 2005년 ‘국민인권의식조사’에 따르면 군대의 인권침해는 96%로 교도소 등 구금시설(94.1%)보다 더 높다는 사실은 차라리 끔찍하다. 또 구타와 가혹행위 등의 폭력은 언제, 어디서든 범죄라는 인식이 자리잡게 해야 한다. 남성들 간 성적인 가혹행위 역시 범죄라는 사실을 교육해야 하고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 더욱이 피해자가 오히려 경멸당하고 가해자가 남자다운 인물로 영웅시되는 군대의 왜곡된 문화를 바꿔야 한다. 이는 여성이 피해자가 되는 여느 성범죄와도 유사한데, 군대나 남자로 대별되는 폭력적인 문화의 결과라고 봐야 한다. 더 이상 ‘군대에서는 그럴 수 있다.’는 과거 잣대로 청년들을 억누르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군내부의 문제는 그 폐쇄성이 원인이다. 폐쇄적이므로 숨겨졌던 문제는 사라지지 않은 채 팽창하다가 결국 폭발하고 만다. 타이완의 예처럼 외부 인권전문가로 구성된 인권위원회를 설치, 가혹행위가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전화상담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독일식 국방옴부즈맨제도로 불리는, 선진국에서 활용하는 제도가 대안이 될 수도 있다. 병사는 직접 국방옴부즈맨에게 문제를 알릴 수 있어야 하고 절대로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한다. 이때 비밀보장을 지속적으로 병사들에게 알리는 것까지도 규정해야 한다. 분명하게 밝혀둘 것은 자살 역시 또 하나의 폭력이란 사실이다. 분노가 폭발할 때 칼끝이 자신을 향한 것, 그것이 바로 자살이다. 그러므로 군대 내 자살 예방교육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폭력을 없애는 것이 관건이다. 폭력이 폭력을 낳고, 폭력적 군대문화가 우리 사회의 폭력지수를 드높이고 있음을 이제는 더 이상 불편한 진실로 못 본 체하지 말아야 한다. 올여름 질리도록 비가 내렸다. 1980년 그해처럼 긴 장마였다는 올여름의 비는 그 어머니들의 눈물 같다. 나라를 위해 몸바친 아들은 어머니의 가슴에 대못으로 남지만 결코 분노는 남기지 않는다. 이 민족의 녹록지 않았던 역사를 누구 탓으로 돌릴 것이냐고 국립현충원을 찾은 백발의 어머니는 말한다. 하지만 억울한 죽음은 다르다. 구타와 가혹행위는 물론 성폭행까지 당한 굴욕감에 죽어간 아들을 어머니가 어떻게 잊을까. 더 이상 어머니를 울리지 말라. 이 땅에서 아들을 억울하게 잃고, 평생 분노의 삶을 사는 어머니는 없어야 한다. 더 이상 어머니를 울리지 말라. hhj@seoul.co.kr
  • [지방시대] 자연재해와 부동산정책의 방향/장희순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

    [지방시대] 자연재해와 부동산정책의 방향/장희순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

    104년 만에 처음이라는 최근의 기록적인 집중호우는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앗아갔다. 더욱이 산사태와 해마다 되풀이되는 저지대 주택 침수. 그저 일상처럼 당연시되는 듯한 터라, 복구가 한창인데도 입맛은 씁쓸하다. 그런데 개인의 토지이고 주택이니 스스로 알아서 하든지, 못 살겠으면 다른 곳으로 이사 가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식의 발상과 대응은 곤란하다. 토지와 주택은 개인의 재산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자산으로서의 성격과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집중호우 등의 자연재해는 이젠 더 이상 그저 몇 년에 한 번씩 오는 것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자연재해는 생태계를 비롯한 식량자원, 수자원 및 건강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느 부문을 특정해서 개선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건 매우 어려운 과제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징조로 나타나는 국지성 호우나 해수면 상승과 같은 현상은 이미 비일비재하고, 익숙한 일이 됐다. 부동산 정책도 이에 맞춰 패러다임을 변화시켜야 한다. 개발에서 벗어나 보존 관리를 위한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부동산 개발을 통한 가치 창조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커뮤니티를 잘 보존하고 관리함으로써 가치를 유지해 갈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부동산의 재산가치는 국가는 물론이고 개인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급격한 가치하락이나 상승을 방지하고, 안정적으로 그 가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시장을 통제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우선, 부동산정책은 도시지역과 비도시지역 간에 차원을 달리해 접근해야 한다. 도시지역은 신개발 위주의 정책에 따른 난개발로 환경 부담이 되고 있는 지역이나 예전의 저지대나 습지였던 지역을 원래의 모습대로 환원시키는 ‘도시재생정책’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콘크리트 포장의 도로나 광장 등에는 녹지대를 조성해 자연유수의 지표 흡수율을 높여야 한다. 콘크리트로 피복된 도시는 그야말로 죽은 토지 위에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도심지 내 농업적 토지이용에 대한 제도적인 검토가 절실히 요구된다. 농지는 토양 보존, 대기 정화, 지하수 저장 등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도시지역 내 콘크리트를 걷어 내고 농지나 녹지로 환원하는 작업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시발점이 될 것이다. 비도시지역은 무분별한 농지나 산지의 전용을 제한해야 한다. 한번 훼손된 토지는 원래의 상태로 환원하기 매우 어렵다. 따라서 농지와 산지는 미래 세대를 위한 담보로서 잘 보존하고 유지돼야 한다. 이와 함께 비도시지역 내 토지 이용 개발규제 완화 및 각종 개발 사업 시 규제 간소화 등도 재검토되어야 하며, 도시용지 공급확대 정책보다는 도시용지의 효율적 관리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호우 피해주민의 상실감을 회복시켜주기 위해 중앙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토지와 주택의 상실은 인간의 존엄권 상실과 직결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안거낙업’(安居業)이라는 말이 있다. 집이 편안해야 생업과 노동도 즐겁다는 뜻이다. 인간다운 삶의 보장은 ‘안거’와 ‘안전’이라는 주거문제의 해결에서 시작된다. 부동산정책의 방향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 생큐 반기문 총장!

    생큐 반기문 총장!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고향인 충북 음성군. 이곳에서 반 총장의 이름 석 자는 ‘흥행 보증수표’로 통한다. 그의 이름을 딴 모든 사업이 대박을 터뜨리고 있어서다. 반 총장 자신도 이름을 빌려 주는 것이 싫지 않은 눈치다. ●전국 규모 마라톤 대회 반기문마라톤대회는 올해로 5회째다. 전국 대회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타 지자체가 개최하는 마라톤대회는 참가자들이 줄고 있어 울상인데, 유독 음성군이 주최하는 이 대회는 해마다 참가자가 늘고 있다. 참가비(5000원~3만원)를 받는데도 올해 무려 1만 4000여명이 참가했다. 반 총장은 “마라톤을 하며 유엔의 기본 이념인 인간 존엄성의 의미를 되새겨 보자.”는 영상 메시지를 보내 대회에 무게를 잔뜩 실어줬다. 올해에는 1300만원의 지구촌 불우 어린이 돕기 성금도 모여 유니세프에 전달됐다. ●영어경시대회도 인기 2008년 시작된 ‘반기문백일장’도 히트를 치고 있다. 2009년 2회 대회에는 전국에서 무려 1000여명이 참가했다. 군도 깜짝 놀랐다. 올해 참가 인원은 700여명이다. 음성군 문인협회 강희진 회장은 “농촌 지자체가 개최하는 백일장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라며 “반 총장의 이름을 붙인 것이 가장 큰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충북도교육청이 주관하는 ‘반기문 영어경시대회’는 해마다 참가자가 100명 이상씩 늘고 있다. 도교육청 학교정책과 조항구씨는 “자기 아이가 반 총장처럼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 게 모든 부모들의 바람”이라며 “학생들은 대회에 참가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테마관광지 조성 추진 반 총장의 브랜드 가치가 확실하게 입증되자 음성군은 최근 반 총장의 연임을 계기로 ‘반기문 테마관광지’까지 만들기로 했다. 사실 이 테마관광지는 반 총장이 연임에 실패할 경우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의회 쪽에서 제기돼 한동안 건립이 보류됐다. 더욱이 생존하는 인물을 테마로 한 관광지인 탓에 껄끄러운 면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반 총장이 사무총장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연임에 성공하자 군은 이 사업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이기로 했다. 500억원을 투입해 반 총장 생가 주변 330만 5000㎡ 부지에 조성된다. 대표적인 시설은 외국어교육원이다. 유엔본부 모양의 건물을 지어 학생들의 영어 학습장으로 활용키로 했다. 모의 유엔총회장도 마련키로 했다. 기념전시관도 만들어 반 총장의 학생 시절 성적표와 일기장 등을 전시하고 인근 보덕산에 전망대와 펜션단지, 휴양림도 조성하기로 했다. 수목원과 한옥마을, 생태숲도 만들 계획이다. 이 사업은 최근 충북 지역 거점 관광지 사업으로도 확정돼 아예 도가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한편 군은 조만간 음성읍에 농산물 판매장이 설치된 광장을 조성할 계획인데, 이름을 ‘반기문 광장’으로 결정했다. 음성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가난한 인간’만찍은 원로 사진작가 최민식

    [김문이 만난사람] ‘가난한 인간’만찍은 원로 사진작가 최민식

    작은 사진기에 흑백필름을 넣어 어깨에 둘러메고 1950년 중반부터 조국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그러나 사진기를 들이댔을 때 조리개를 통해 들어온 피사체는 다름 아닌 상처 입은 동족의 슬픈 얼굴이었다. 거리의 모퉁이에서 ‘호옥’ 하고 숨 한 번 쉬고 국숫발을 빨아 올리는 어린 여자 아이, 단지 살아남기 위해 이중삼중 뼈 휘는 노동을 해야 하는 여인, 조국의 번영을 말하는 선거 벽보 밑에서 막 잠이 든 가난뱅이, 하루 종일 일 나간 부모를 기다리다가 해 질 녘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 자선을 바라는 눈먼 걸인, 굵은 주름이 이마를 덮은 지친 노동자…. 원로 사진작가 최민식(83)씨가 쓴 사진 산문집 ‘종이 거울 속의 슬픈 얼굴’의 첫 부분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러한 슬픈 모습들이 카메라 앵글을 통해 가슴을 두드리는 멍으로 전해져 왔기에 최씨는 단 한 번도 ‘인간, 가난한 사람의 범주’를 벗어나 본 적이 없다. 하여 그가 찍은 사진에는 50여 년 동안 우리나라 서민들의 희로애락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이를 주제로 그동안 펴낸 사진집만 14권에 달하고 사진작가로는 보기 드물게 사진 에세이집을 8권이나 발간한 것만 보더라도 그가 어떤 길을 걸어왔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잘 알 수 있다. 이뿐만 아니다. 곧 9권째 사진 에세이집 ‘생각이 머무는 곳에 인생이 있다’를 출간할 예정이며 오는 10월 15권째 사진집을 발간하기 위해 한창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팔순을 훨씬 넘긴 나이에 어떻게 이런 열정이 나올 수 있을까. 장맛비가 내리던 지난 28일 서울에서 KTX를 타고 부산역에 도착했다. 전화를 걸었더니 대연동 어디로 오라고 했다. 잠시 후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해 기다렸다. 까만색 모자를 쓰고 카메라를 둘러맨 노() 사진작가가 시내 거리를 두리번거리면서 천천히 걸어온다. 평생 그랬던 것처럼 본능적으로 피사체를 찾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선생님, 어디 다녀오시는 길이세요.” “이 지역에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휴먼터치’라고 있어. 젊은이에서 칠순까지 모두 25명 정도 돼. 월 1회 모여서 사진 작업한 내용들을 평가하는데, 오늘이 그런 날이야. 나는 자문 역할을 해주고 있어. 거기 막 갔다 오는 길이야.” 노 작가는 그러면서 “여기서 한 100m쯤 가면 우리 집인데 그리로 가지 뭐. 옛날 집이라 누추하지만.”이라고 했다. 발걸음이 조금 빨라졌다. 하지만 시선은 습관처럼 지나가는 피사체를 응시한다. 그러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게 악수한다. 이어 작은 시장 골목으로 들어섰다. 과일가게 아저씨, 떡방앗간 주인이 머리를 숙이며 인사를 한다. 시장 골목에 내리는 비는 다른 곳보다 정겨웠다. 동행한 사진기자는 대선배의 모습을 카메라에 분주히 담았다. 잠시 후 노 작가의 자택에 도착했다. 흔히 시내 변두리 골목에서 보았음 직한 아담하고 작은 1층 단독주택이었다. 노 작가의 서재 안으로 들어서자 베토벤 그림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누가 그렸을까. 노 작가가 웃으면서 대답한다. “내가 직접 그렸지. 먹화야.” 솜씨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기야 그가 2년 동안 일본에서 미술 공부를 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베토벤 그림 옆에는 세계적 지휘자로 명성을 날렸던 레너드 번스타인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 시선을 그쪽으로 옮기자 노 작가는 잠시 번스타인이 지휘했던 음악을 틀면서 “사진만 한다고 뭐가 되는 게 아니야. 음악도 알아야 하고 미술도 알아야 하고.”라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서재(노 작가는 창고라고 했다)에 있는 책들을 잠시 살폈다. 철학, 미학, 사회학, 세계 각국의 사진집 등 정치와 경제 분야만 빼놓고 모든 분야의 책들이 꽂혀 있는 것 같았다. 정말로 이 책들을 다 읽었을까. “5년 전에 국가기록원과 약속을 했어. 내가 죽은 후에 이 책들을, 아니 이 창고에 있는 모든 자료들을 기록원에 기증하기로 말야. 내 눈과 손이 안 닿았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 다들 애지중지 여기는 것들이지. 내가 즐겨 들었던 귀한 클래식 엘피판만 해도 1000장이 넘어. 50년 넘게 휴머니티만 찍은 사진은 말할 것도 없고…. 내가 알기로는 역대 대통령이나 추기경 외에 일반 개인의 자료가 기록원에 들어가게 되는 것은 처음이야.” 2000년에 받은 옥관문화훈장이 새삼 돋보였다. 서재에 있는 각종 서적은 1만여 권에 이른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등 인간을 주제로 한 책이 가장 많이 눈에 띄었다. 그는 “이 창고 때문에 우리 집사람이 사는 공간이 좁아졌지.”라며 웃는다. 인터뷰를 하면서 노 작가의 눈동자가 나이에 비해 예사롭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눈의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할 터. 그래서 비결을 물었다. “눈이 아직도 밝아. 5m 밖의 피사체는 선명하게 보이지. 간판의 전화번호, 사람의 표정까지 다 읽을 수 있어. 내 나이가 84살이거든, 동료들은 다 갔어. 다들 사진을 못 찍어. 나는 선천적으로 타고났나 봐.(웃음)” 별도로 운동하는 것은 없다고 했다. 그저 시간만 되면 사진 찍고 원고 쓰고 하는 것이 전부라고 했다. 요즘에는 카메라 메고 어디로 다닐까. 여전히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란다. 주변 산동네, 자갈치 시장, 부전시장 등을 비롯해 밀양, 언양, 청도까지 가서 시장과 농부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물건을 사고파는 모습도 놓치지 않는다고 했다. 가까운 곳은 혼자 걷고, 먼 곳은 가끔 후배들과 함께 버스나 기차를 타고 동행한다. “그냥 가난한 사람을 찍는다고 해서 뭐가 되는 것은 아니야. 체험이 있어야 해. 아니면 책을 읽어서 간접 체험이라도 쌓아야 해. 또 역사를 알아야 하고…. 사진은 리얼리즘이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마음으로 찍어야 해. 요즘에는 이런 것들을 외면한 채 그저 출품만 염두에 두고 쉽게 만들 생각만 하고 있지. 포토샵만 가르치고….” 이런 연유에서 노 작가는 지금도 대학 강단은 물론 도서관과 구청문화원 등에서 사진 예술과 기법, 마음의 자세 등에 대해 열정적으로 강의를 한다. 틈틈이 지방 출장을 나가는 경우도 있다. 이달 25일에는 동강사진미술관에서 강의할 예정이다. 노 작가에게 왜 50여 년 동안 가난한 사람만 찍었느냐고 물었다. “동정심이나 측은지심인 아닌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에 대한 고발이야. 고난과 시련을 겪는 인간으로서의 아픔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었지. 사람들로 하여금 직접 사진 속에 담겨 있는 인물의 고통에 직면하게 했어. 이것은 비참하고 불쌍하다는 동정적 의미보다 인간이 누리고 있는 삶의 존엄성을 일깨워주는 아픔이기도 해.” 인간의 존엄성을 표현하는 것이 그들을 위한 의무라고 생각한 데서 출발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어린 시절 겪었던 가난의 경험도 깔려 있다. 12살 때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셨고 아버지마저 씨름을 하다가 다리를 다쳐 절름발이가 되자 어린 최민식은 직접 소작농일까지 해야 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을 나온 그는 품팔이, 공장생활, 지게꾼을 비롯해 안 해본 것이 없었다. 그렇게 거리를 전전하다가 6·25전쟁 때 참전한 뒤 1955년 평소의 꿈인 화가가 되기 위해 일본으로 밀항해 도쿄에 있는 중앙미술학원 야간부에 다녔다. 그러던 중 우연히 사진집 ‘인간 가족’을 발견했다. 이 사진집은 2차대전 때 해군장교로 활약했던 사진작가이자 미술관 기획자이기도 했던 에드워드 스타이컨이 편집한 것으로 인간의 출생과 성장, 사랑 등의 내용을 담은 것이었다. 이것이 계기가 돼 미술 공부를 포기하고 사진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1957년 가을 그는 중고 카메라 세 대와 부속품, 수십 권의 사진집을 구입해 밀항으로 부산에 도착했다. 몇 달 후 미국인 신부가 운영하는 자선회에서 사진사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찾아가 실기 테스트에 합격했다. 이후 사진의 주제를 ‘가난한 사람’으로 정하고 지금까지 ‘휴머니즘’에 천착해 왔다. 고충도 적지 않았다. 박정희 정권 때는 ‘가난한 사람’을 사진에 담는다고 해서 여러 불이익을 받기도 했다. 지금의 노 작가에겐 어떤 꿈이 있을까. 아프리카 우간다 난민촌에 가서 그들의 아픔을 카메라에 담아 세계에 알리는 것이다. 이 일을 하고자 얼마 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 찾아갔지만 거들떠보지도 않아 섭섭한 마음으로 그냥 돌아서야 했다. 유니세프라는 완장이 있으면 안전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살아 생전 어떻게 해서든 우간다 난민촌에서 가서 그들의 모습을 기필코 담겠다고 강조했다. 편집위원 km@seoul.co.kr ●사진작가 최민식은 1928년 황해도 연안에서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평남 진남포 군수공장 기능자 양성소에서 공부하며 공장 일을 했다. 1945년 광복 이후 서울에서 식당 일과 넝마주이, 지게꾼 생활을 했다. 6·25전쟁 때에는 참전해 청진까지 북진했다. 1955년 일본으로 밀항해 도쿄 중앙미술학원에서 공부했다. 1957년 귀국한 후 독학으로 사진 연구에 몰두하면서 인간을 소재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1962년 대만국제사진전에서 처음으로 입선한 후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등 20여 개국 사진 공모전에서 220점이 입상 및 입선됐다. 아울러 1970년부터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7개국에서 15회 이상 개인 초청전을 가지며 해외에도 이름을 널리 알렸다. 1968년 개인 사진집 ‘인간’ 1집을 낸 후 지금까지 14집을 냈다. 사진집 외에 산문집 ‘종이 거울 속의 슬픈 얼굴’, 사진 에세이집 ‘사람은 무엇으로 가는가’를 펴냈다. 이 밖에 ‘리얼리즘 사진의 사상’ ‘작품 사진 연구’ ‘세계 걸작 사진 연구’ 등 다수가 있다. 주요 수상으로 부산시 문화상(1967), 예술문화대상(1987), 옥관문화훈장(2000), 동강사진상(2005), 국민포장(2008), 부산문화대상(2009) 등 1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 “뉴질랜드도 전관예우로 사회적 논란”

    “뉴질랜드도 전관예우로 사회적 논란”

    “뉴질랜드에서도 퇴직한 판검사가 법조계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판사는 독립적이어야 합니다.” 제14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시안 엘리아스(62) 뉴질랜드 대법원장은 한국의 전관예우 풍토를 듣고 이같이 말했다. 13일 오후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만난 그는 이번 회의에 참석한 32개국 가운데 유일한 여성 대법관이다. 뉴질랜드의 경우 과거 판검사가 퇴직하면 법조계에서 일하지 않고, 사회에 공헌·봉사하는 것이 법조인들이 갖고 있는 신념이었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엘리아스 대법원장은 “1992년 뉴질랜드에서 연금제도가 없어졌고, 재정적·경제적 문제를 이유로 많은 판검사들이 퇴직 이후 중재·조정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문제는 최근 호주·뉴질랜드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퇴직판사 법정 드나들면 독립성 훼손” 한국의 전관예우와 관련, 그는 “연금으로 생활이 가능한데도 퇴임 후 법조계에서 일하면서 혜택을 받는 것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판사는 독립적이어야 한다. 퇴임 후에도 법정에 드나드는 것은 후배 판사들의 독립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엘리아스 대법원장은 “‘법의 원칙’을 믿는다.”면서 법관으로서 소신을 밝혔다. 그는 “판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송 당사자들에게 왜 이러한 판결이 나왔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는 것”이라면서 “특히 기본권·인권·인간의 존엄성과 관련된 것이라면 더욱 소송 당사자를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차별 없는 곳 없다… 포기하지 말라” 연두색 재킷에 검정과 하양이 어우러진 물방울 무늬 블라우스를 입은 그는 판사보다는 친근한 홈스테이 여주인 같았다. 더없이 사람 좋은 미소를 가진 그도 처음 법조계에 들어섰을 때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엘리아스 대법원장은 “내가 로스쿨에 입학한 1966년만 해도 여성이 법학을 공부하는 일이 굉장히 드물었다.”면서 “학생들은 물론 교수들까지 탐탁잖아 했다.”고 회고했다. 또 “변호사가 돼서도 남자 동료들은 ‘저 여자가 과연 내 파트너 변호사로서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나타냈다.”면서 “법학을 공부하는 것, 변호사가 되는 것, 판사가 되는 것 모두 험난한 길이었다.”고 말했다. 엘리아스 대법원장처럼 여성 법조인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여성 차별이 없는 곳은 없다.”면서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22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자 2인 인터뷰

    22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자 2인 인터뷰

    월하 김달진(1907~1989) 선생의 문학 세계를 기리는 김달진문학상이 어느덧 22회를 맞았다. 올해 수상자로는 시 부문에 오세영, 평론 부문에 최현식이 각각 선정됐다. 상금은 각각 2000만원. 심사위원단은 자신의 문학 세계를 경계 짓지 않은 채 삶과 세계를 유기적으로 관조하고 아우르면서 이뤄낸 두 사람의 성취에 주목했다. 3일 오후 서울 안암동 고려대 국제관에서 수상 기념 시 낭송회가 열렸다. 그곳에서 수상자들을 만났다. ◆ 시 부문 오세영 “가능하면 말을 줄이고 이미지로 메시지 전달” 시(詩)는 시인이 겪어온 삶 자체다. 시가 아닌 다른 것으로 자신의 삶을 언죽번죽 풀어내기란 참 겸연쩍은 일이다. 그러나 이 명제는 노()시인 오세영(69)에게 이르면 조금 달라진다. 그의 삶은 사진 한 장만으로도 곧이곧대로 드러난다. 네 살의 오세영(왼쪽)과 예순아홉 살의 오세영(오른쪽)은 놀랍도록 똑같다. 굳이 다른 점을 꼽는다면 네 살에는 오히려 짓지 않은 동심(童心)의 미소를 일흔 목전에 품고 있다는 정도다. 오세영의 시를 읽으면 확신은 더욱 굳어진다. 그의 시는 언뜻 동시를 닮았다. 무람없이 노래되는 시어들은 순수함과 동심 안에서 질펀하게 한바탕을 펼친다. 물론 그렇다고 그의 자리를 ‘순수의 서정시인’ 즈음으로만 못 박아둠은 그의 다양한 면모를 놓치는 일이다. 시인에게 제22회 김달진문학상을 안겨준 열아홉 번째 시집은 최근 나온 ‘밤 하늘의 바둑판’(서정시학 펴냄)이다. 관조 속에 깨달음이, 깨달음 속에 자연과 사람, 사물이 함께임을 보여주는 오세영 시 미학의 결정판이다. 삶과 사회, 자연, 우주의 관계에 대한 관조 너머에 동심이 있음은 드러내지 않아도 번연하다. ‘지구는 우주의 거대한 사파리’(‘마사히 마라’ 중)라거나 ‘구름은/ 하늘 유리창을 닦는 걸레’(‘구름’ 중), ‘하늘은 항상 미끄러운 빙판길’(‘팽이’ 중) 등의 비유는 아이의 눈높이에 머문 듯하면서도 시인의 눈이 일상의 소소함과 우주의 광대무변함이 만나는 지점에 머물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하나 순수의 시선이라고 세상의 참담함을 외면하거나 삶의 진실 바깥에 머문 채 박제화될 일은 없다. ‘비정규직’은 거리에 나뒹구는 일회용 종이컵에서 길거리로 내몰린 비정규직 노동자의 모습을 불러낸다. ‘…커피 한 모금 훌쩍 빨아 마시고 내팽개친/ 그 새하얀 순정’이라는 안타까운 시선과 함께 ‘깨지면 칼날이 되는/ 유리병과는 다르다’라고 노래했다. 시인의 눈에 비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절박한 저항의 몸짓을 외치건만 세상은 위협조차 느끼지 않을 정도로 그들은 무기력한 존재다. 시상식장에서 만난 오세영은 “가능하면 말을 줄이고 이미지를 중심으로 하되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메시지를 담아보고자 했다.”면서 “이미지와 메시지가 상충한다고 생각하곤 하는데 단순히 사물을 묘사하는 식이 아니라 사물의 내면에 있는 진실을 드러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은 “오세영 시인이 보여온 자본주의의 반생태적 경향에 대한 성찰은 물론, 생태적 상상력의 시적 성취도에 주목했다.”면서 “그는 전통적 서정시의 혈통을 고집하면서도 궁극적으로 사회 속에서 인간의 고귀함과 존엄성을 일깨우려는 시적 실천을 지향하고 있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평론 부문 최현식 “서정주에서 진은영까지 세대 아우른 비평 할 것” “미당 서정주에서 진은영, 김민정 등에 이르기까지 아래위 세대 시인들을 모두 아우르는 비평을 하고 싶습니다. 물론 새로운 목소리와 실험적 형식에도 주목해야겠죠.” 평론가인 최현식(44) 경상대 국문과 교수는 미당 서정주를 연구하는 대표적 소장학자 중 하나다. 연세대 석·박사 논문을 모두 미당에 대해 썼다. 199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세 권의 평론집을 내는 동안에도 미당에 대한 연구를 놓지 않았다. 공간으로서 만주 땅이 미당에게 미친 의미를 비롯해 미당이 왜 ‘천지유정’, ‘안 잊히는 일’ 등 유독 자서전을 반복해서 펴냈는지 등에 대해 연구했다. 학술적 측면의 접근과 문학비평적 접근을 혼재시킨 셈이다. 수상작은 지난 4월 펴낸 평론집 ‘시는 매일매일’(문학과지성 펴냄)이다. 진은영의 시집 ‘우리는 매일매일’(문학과지성 펴냄)에서 제목을 빌려와 살짝 비틀었다. 진은영은 자신의 시집 표제작에서 ‘우리는 너무 오래 생각했다/ 틀린 것을 말하기 위해/ 열쇠 잃은 흑단상자 속 어둠을 흔든다’고 남겼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우리는 매일매일’ 다음에 명사형이건 형용사형이건 동사형이건 뭔가 서술어가 와야 하고, 또 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고, 자연스럽게 ‘우리는’ 자리에 ‘시는’을 넣어보게 됐다.”면서 “다양성을 포괄하고 다양한 음역을 주목한다는 측면에서 젊은 시인이나 중견 시인, 특정 시인이 아니라 폭넓게 보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평론집의 백미는 조금은 느릿한 문체 속에 한국 현대시의 흐름을 일괄하는 1부에 있다. ‘추보(醜甫)씨의 비가 혹은 연가’, ‘노동의 시, 시의 노동’ 등은 각각 서정주에서 김혜순, 이민하까지, 또한 임화에서 백무산, 송경동에 이르기까지 시의 현재를 짚고 내일을 전망한다. 아울러 황동규, 마종기 등 원로 시인의 시 세계를 조망하고, 허수경, 정끝별, 채호기, 정호승, 김기택, 박라연, 차창룡, 장석남 등의 개별 시집들이 현실과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 애정 있게 들여다본다. 심사위원들은 “시가 터져 나오면서 겪는 만큼의 고통스러운 글쓰기가 팽팽한 긴장으로 비평집을 채우고 있다.”(정현기 연세대 명예교수), “시를 새롭게 보려는 시도가 강하게 느껴지는 평문들, 기왕에 보기 힘들었던 낯선 목소리를 가진 비평”(김선학 동국대 교수),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시를 대하는 따뜻한 마음”(이숭원 서울여대 교수)이라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최근 평론도 소설과 시의 영역으로 나뉘어 전문화되는 추세”라면서 “여러 평론상 중 김달진문학상이 시론(詩論)을 대상으로 하는 유일한 상인 만큼 시 평론을 하는 사람으로서 수상의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열린세상] 복지논쟁, 헌법상 복지를 잣대로/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열린세상] 복지논쟁, 헌법상 복지를 잣대로/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무상복지를 둘러싼 논쟁이 여야 간을 넘어 여권 내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야권의 무상복지 주장에 대해 여권은 “표를 의식한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였다. 그런데 재·보선 패배 후 여권 일부에서 “반값 등록금 등 대폭적 복지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고, 또 다른 여권 일각에서는 “포퓰리즘적 무상복지는 불가능하다.”는 종전의 입장을 지키겠다고 한다. 이와 같은 여권 내 논쟁은 국민을 위한다기보다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 대한 여권의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기에 야권의 복지 포퓰리즘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이에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을 포함한 31개 시민단체들은 여당조차도 표심을 잡기 위해 대중영합식 입법도 마다않는 정치권의 현실을 규탄하고, 국회의원들에게 포퓰리즘 입법활동을 중단하고 국가의 미래를 위하여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에 충실한 입법과 정책을 세울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한편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주민투표 서명운동을 주도한 ‘복지포퓰리즘 추방 국민운동본부’ 측은 지난달 23일 서명자가 주민투표법상 주민투표의 청구요건인 41만 8000명을 넘어섰고, 이달까지 총 70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서울시에 주민투표 청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 헌법은 진정한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광의의 복지국가를 추구한다. 우리 헌법에서는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고 행복을 실질적으로 추구하는 동시에 진정한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지고,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며 사회보장수급권, 교육을 받을 권리, 근로의 권리, 근로3권, 환경권, 보건권 등의 사회적 기본권을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복지국가의 유형은 시장기능을 기본적으로 인정하고 국가가 가장 취약한 계층에 대해서 복지를 제공하는 자유주의적 복지국가(미국·일본·호주·캐나다·스위스), 노령·실업 등의 특수한 상황에서 근로자들의 소득 유지를 목적으로 하지만 재분배 효과가 적은 조합주의적 복지국가(독일·오스트리아·이탈리아·프랑스·벨기에), 국가가 상당한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높은 조세에 기초하여 재분배 효과가 강한 사회민주주의적 복지국가(덴마크·핀란드·네덜란드·노르웨이·스웨덴)로 구분된다. 그러나 조합주의나 사회주의적 복지국가 유형에 속하는 나라들도 복지정책에 따른 국가의 재정적 압박과 국민의 조세부담 증가, 비효율성과 비생산성, 근로의욕 감소 등 복지국가의 위기와 폐해가 드러남에 따라 자유주의적 복지국가로 전환하거나 복지 지출을 축소하는 추세이다. 우리 헌법은 자본주의와 사적소유권 및 재산권을 보장하는 시장경제체제를 정하고 있을 뿐 헌법수준에서의 특정한 경제모델을 정하고 있지 않다. 헌법재판소는 과거에 우리 헌법의 경제질서를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라고 정의하였으나 최근에는 ‘자유시장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2007헌바108). 이에 시장경제와 자유주의를 기본으로 채택하고 있는 우리 헌법 하에서 야당이나 좌파진영이 추구하는 사회주의적 복지국가에 토대를 둔 무상복지 주장은 우리 헌법의 경제질서와 부합하지 않는다. 사회적·경제적 약자에 대한 복지는 반드시 필요하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복지정책은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복지국가의 실현에 소요되는 사회정책적 투자를 위한 재원의 확보는 국가의 재정능력과 경제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특히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하여 국민에게 과도하게 과세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번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주민투표 서명결과는 주민투표의 청구요건도 충족하지 못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이는 정치권의 생각과 달리 국민들은 퍼주기식 포퓰리즘 입법이나 정책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한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주민투표를 통하여 국민들은 여야 정치권에 무상복지 등 복지 포퓰리즘 논쟁에 대한 주권자의 의지와 결단을 보여주는 동시에 올바른 복지 입법과 정책의 실천을 명할 것이라고 믿는다.
  • “미안한 일도 잘못한 일도 아니다” 반성없는 19세 살인범

    “미안한 일도 잘못한 일도 아니다” 반성없는 19세 살인범

    “살인은 미안한 것도 잘못한 것도 아닙니다. 죽고 사는 것은 자연의 이치입니다. 동물을 도축하는 것도 잘못이 아니지 않습니까.” 김정희(19·가명)군은 ‘살인이 죄가 아니다.’는 끔찍한 말을 담담하게 했다. 유난히 흰 얼굴에 고운 손을 가진 김군은 항소심 선고 당일까지도 반성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김군은 지난해 6월, 경기 평택에 있는 이웃집에 침입해 여대생을 살해했다. 김군은 어렸을때부터 아버지의 폭행에 시달렸다.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하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겠다고 12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결국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마음먹은 후 인터넷을 통해 정글도, 손도끼, 스쿠버용 칼 등을 구입해놨다가 그 흉기로 여대생을 살해한 것. 살인을 저지른 후 김군은 아파트에 불까지 질렀다. 강도살인, 현주건조물방화, 존속살해예비, 주거침입죄 등으로 징역 20년에 치료감호와 전자발찌 20년 부착을 선고받은 김군은 항소했다. 살인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도 신청했다. 검찰도 ‘비록 김군이 소년이라고 해도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어 형이 너무 가볍다’면서 항소했다. 재판부는 고민에 빠졌다. 김군은 아직 소년인데다,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이었고, 아버지의 폭행이라는 불우한 환경에 놓여있었지만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는 문제를 갖고 있었다. 공판 기일마다 판사, 검사, 국선변호인에게 이것, 저것 따져댔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 황한식)은 지난 20일 김군에 대해 징역 18년을 선고하고, 치료감호와 전자발찌 20년 부착을 명했다. 위헌법률심판제청은 각하했다. 재판부는 “귀하고 존엄한 생명을 빼앗았는 데도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태도를 보인 점이나 죽고 사는 것은 자연의 이치라며 범행을 합리화하는 점을 고려해 보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면서 “김군이 만 18세 8개월 남짓의 소년이라고 하더라도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장은 마지막으로 김군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형이 길어서 재판부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치료감호를 받고 복역하면서 피고인이 귀한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갖고 있고, 피해자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걸 깨달아 줬으면 좋겠어요. 될 수 있으면 종교를 골라서 신앙생활을 하고, 건강하게 잘 보내세요.”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시론] 빈라덴 제거, 무엇을 가르쳐 주나/한희원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시론] 빈라덴 제거, 무엇을 가르쳐 주나/한희원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미국 정보공동체의 추적을 받아 오던 21세기 최고의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라덴이 파키스탄에서 사살되었다. 언론은 검거과정에서의 의문을 중점적으로 보도했다. 악독한 어느 테러리스트의 죽음에서, 국가운영의 참된 모습을 보이고 무고한 국민의 원혼을 위무함으로 말미암은 정의의 구현보다, 미국이 처음부터 빈라덴 살해를 정당화하고자 기획된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다. 테러범의 살해에 대한 비난에 열을 올리는 것이 현실이다. 민주법치국가에서 무고한 시민 단 한 사람에 대해서라도 공권력의 압제적 대응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빈라덴은 누구인가? 전 세계를 무대로 테러를 자행해 온 그는 2001년 9월 11일 새벽, 연료 가득한 대형 점보비행기 4대를 하이재킹하여 미국 세계무역센터빌딩, 펜타곤 그리고 의회의사당으로 돌진시켰다. 무려 2996명의 민간인을 사망케 한 전대미문의 테러를 기획하고 지시한 사람이다. 미국은 역사상 최초로 외부세력에 의해 본토 공격을 당했다. 빈라덴은 자신의 종교적,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고 비무장의 민간인을 상대로 상상을 초월한 테러를 자행했던 것이다. 일찍이 인류에게 인간이 왜 존엄하고 가치 있는 존재이며 자유와 인권이 왜 그렇게 소중한지를 가르쳐 주었던 18세기 철학자 칸트는 영원한 도덕법칙의 하나로 “인간을 목적으로 대할 것이고, 수단으로 대하지 말라.”라고 말했다. 그러나 테러는 본질적으로 특정 정권이나 정책에 대한 분노를,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으로 민간인에게 퍼붓는다는 점에서 인간성을 무기력하게 하고 상실케 하는 종결자적 범행이다. 국가경영자들은 냉정해야 한다. 그동안 ‘그라운드제로’를 상징물로 남겨두면서 처절하게 그 비참함을 되뇌던 미국은 국가의 자존심과 국민의 분노를 잊지 않고 정의의 구현이라는 목표로 임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즉각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테러범 응징의 각오를 밝혔다. 같은 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시작했고, 2003년 이라크 전쟁까지 감행하며 응징에 나섰다. 연방수사국(FBI)은 전 세계 10대 지명수배자의 1순위에 빈라덴을 올려놓고 그의 목에 최고 50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다. 빈라덴은 휴대전화기나 팩스, 메일 같은 현대 전자 장비를 사용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세계 비밀의 손으로 불리는 CIA는 10년간의 추적 끝에 목적을 달성했다. 관타나모 테러범 수용소에서 실낱같은 단서를 잡은 것이다. 미국 정보공동체는 빈라덴의 심복이 옛 친구에게서 “어떻게 지내느냐. 보고 싶다.”라는 안부전화에 대해 “예전에 같이 있던 사람들과 다시 같이 지내고 있다.”라는 대답을 단서로 빈라덴의 은신처를 확보할 수 있었다. 원래 국가 위신과 명예는 국가안보의 중요한 속성이다. 미국은 여와 야를 초월하여 10년 가까이 한 사람의 테러리스트를 추격했고 드디어 목적을 이루었다. 일관된 국가안보정책의 결과물이었다. 부시와 오바마는 정당과 정치관이 다름에도 초국가적 안보위협세력인 대(對)테러 정책에 대응하는 문제에서는 합일된 모습을 보였다. 빈라덴을 정의 앞에 데려 오거나, 정의가 테러리스트에 의해 무릎 꿇리거나의 양자택일에 대해서 미국의 여·야는 일치했다. 빈라덴의 저격은 유사한 수준의 테러리스트 반열에 있는 북한 김정일 체제에도 경각심을 일깨워 그에 대한 경호가 한층 강화될 것이고 북한 주민들은 또다시 영문 모를 불편을 겪을 것이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외교·안보 정책이 바뀌고, 정보기구가 정권의 눈치를 보며 정보활동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진정한 교훈이 있다. 미국 정보공동체가 보여준 빈라덴에 대한 대처는 바로 우리의 문제이고, 참된 국가경영의 첫 단추는 국가실패 사례를 잊지 않고 합일된 마음으로 국민의 분노를 위무해 주는 것임을….
  • 끊임없이 적을 만드는 전쟁 선동자…‘지지 않는 탐욕의 해’가 만든 분쟁사

    분쟁 지역 취재를 하던 히로세 다카시는 어느 날 이스라엘 가자 지구를 찾아가 팔레스타인 난민을 만난다. 고통과 증오로 범벅된 눈빛으로 삶을 영위하는 이들을 만나고 돌아온 저녁에는 팔뚝에 나치 강제수용소의 문장과 수인 번호를 찍은 채 살고 있는 이스라엘 여성을 만난다. 어느 한쪽에 서서 다른 한쪽을 일방적으로 비난할 수도 없는 상황을 몸으로 직접 맞닥뜨린 셈이다. 그리고 인류사에서 벌어진 전쟁과 갈등의 근본적 원인에 대해 스스로 묻고, 묻고, 또 묻는다. 고민과 성찰 속에서 그는 역사 속 한 인물을 만난다. 군사이론 교범서 ‘전쟁론’을 쓴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1780~1831)다. 히로세는 평화와 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하면서도 역설적으로 근대사에서 전투와 전쟁의 기술적 이론을 만들어 내며 ‘천재적 군사 전략가’로 일컬어지는 이를 호출하며 전쟁의 근본 원인에 대한 의문을 풀어 가기 시작한다. ‘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히로세 다카시 지음, 위정훈 옮김, 프로메테우스 펴냄)는 47장의 지도를 앞세워 시작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45년부터 1991년까지 해마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전쟁과 전투, 분쟁을 빼곡히 채워 놓은 분쟁사 연속 지도다. 지도는 지구상에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전쟁이 계속돼 왔음을 한눈에 보여 준다. 구구한 말과 설명 없이도 지도 자체가 전쟁의 지긋지긋함을 웅변해 준다. ‘1인 대안 언론’이자 ‘평화와 대안의 삶’을 직접 실천하며 사는 히로세는 생생하고도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전쟁이 세상과 인류를 어떻게 절멸시키는지 생생히 보여 준다. 1984년에 처음 쓰여진 책으로 히로세 평화사상의 원형과도 같다. 평화운동의 고전으로도 꼽힌다. 책의 원제목이 ‘클라우제비츠의 암호문’인 것에서 짐작되듯 그는 전쟁이 미치는 해악과 무엇을 이용해 학살을 자행했는지, 누가 전쟁을 지시했는지를 클라우제비츠가 ‘전쟁론’에서 밝힌 이론을 차용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 던진 ‘전쟁의 이유’라는 질문에 ‘클라우제비츠형 인간’이 끊임없이 적을 생산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그는 쉼 없이 전쟁을 지향하며 주변을 선동하는 사람을 ‘클라우제비츠형 인간’이라고 구분 짓는다. 히로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사는 ‘클라우제비츠형 인간’에 의한 ‘전쟁 선동사’였으며 이들이 적을 만들어 내는 능력에 의해 전쟁이 이뤄진다고 결론짓는다. 전쟁의 근원적 이유를 탐구하기 위해 클라우제비츠를 불러냈다가 다시 그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셈이다. 히로세에 따르면 역사 속 ‘클라우제비츠형 인간’은 나폴레옹, 클라우제비츠로부터 시작해 히틀러, 스탈린, 부시, 앨런 덜레스(미국 CIA 국장) 등으로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며 이어져 왔다. 그리고 전쟁사는 ‘전쟁 선동사’였다고 규정하고 전쟁은 인간의 본성에 의한 결과물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내용은 분쟁 지도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클라우제비츠형 인간’은 A전쟁 프로젝트를 완수하면 곧바로 B전쟁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그래서 히로세는 권유한다. 독자들 또한 자신처럼 매일 신문에서 분쟁 기사를 보며 분쟁 지도를 만들어 보라고. 미국이건, 구 소련이건 가릴 것 없이 전쟁으로 탐욕을 채워 가는 존재들은 집요한 취재의 결과물 앞에서 낱낱이 까발려진다. ‘핵을 중심으로 한 군사력이 전쟁을 억지한다.’는 논리에 대해 히로세는 “핵은 오로지 핵전쟁만을 방지하고 핵이 없는 나라의 군사적·경제적 지배만을 가능하게 했을 뿐”이라며 그 허구성을 논박한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도 개운찮은 구석이 있다. 뭔가 말을 마치지 않고 책을 닫는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클라우제비츠형 인간’들이 철저히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고 했는데 추구하는 ‘이익’의 실체 등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어서다. 히로세는 2년 뒤 ‘제1권력-자본 그들은 어떻게 역사를 소유해 왔는가’를 출간했다. 국내에서는 이 책이 첫 번째 책 ‘왜 인간은’보다 먼저 나왔다. 히로세는 두 책을 통해 전쟁과 자본의 연관성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며 자신의 이론을 완성해 나간다. 한국전쟁 때 자행된 세균 전쟁의 진실과 1983년 여객기 격추 사건에 얽힌 음모, 한국과 일본의 군대를 이용한 방위 시스템을 구축해 ‘손 안 대고 코 푼’ 미국 CIA의 첩보전 실상 등도 곁들여져 있다. 세계 패권을 둘러싼 치열하고 야만적인 전쟁의 역사 속에서 한반도 역시 주요 전장이었음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1만 8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소돔 120일’ 사드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소돔 120일’ 사드

    “이 문이 닫히고 나면 실링이라는 뒤르세의 성에 들어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다음에 계속되는 설명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저탄소를 지나자마자 그들은 성 베르나르 산만큼 높은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 산은 도보로밖에 오를 수 없었기 때문에 접근이 매우 어려웠다. 노새가 꼭대기까지 가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올라가는 길 사방이 낭떠러지로 둘러싸여 있어서 노새를 이용하기에는 많은 위험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 그러므로 특별한 장비가 없는 한 새가 아닌 다음에는 산꼭대기까지 올라왔다 하더라도 산을 넘어갈 수가 없었다. 뒤르세는 천길 낭떠러지로 나뉘어져 있는 양쪽을 아주 튼튼한 나무다리로 연결시키고, 마지막 장비가 도착하고 나면 그것을 잘라버리기로 했다. 그 순간부터는 어느 누구도 실링 성으로 들어설 수가 없는 것이다.” 누구도 들어갈 수 없고, 들어가고자 하지 않았던 세계, 이것이 ‘소돔120일’의 세계이자 사드라는 인간의 내면 세계였다. 1. 色의 시대를 자극한 자 도나시앵 알퐁소 프랑수아 드 사드(1740~1814)는 23살부터 감옥을 드나들기 시작해서, 마지막 10년은 감옥과 다름없는 샤량통 정신병원에서 보낸 뒤 생을 마감했다. 반복된 수감과 석방을 거듭하며 그는 총 27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감옥에 있지 않을 때도 주로 거주지 제한이라는 굴레를 안고 살아야 했다. 죽을 때까지 사드를 따라다닌 죄목은 ‘끔찍한 변태성욕’이었다. 명문 귀족집안에서 태어나 결혼까지 한 사람이 입에 담을 수 없는 난삽한 연애를 했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18세기 절대왕정 시대의 프랑스는 안정된 경제를 기반으로 사치와 향략의 궁정문화가 크게 유행했다. 도시의 학교나 뒷골목에서는 학생이나 신부들의 동성애, 폭력적 성행위도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었으며, 부유한 귀족과 시민들은 사드의 작품보다 더 ‘외설적인’ 작품들을 탐독했다. 하지만 왕과 귀족들이 증오한 것은 오직 그, 사드였다. 우선, 사드는 남색과 가학성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리고 자신의 침실에서 서슴없이 신을 모독했다. 상대방의 엉덩이를 채찍으로 때리면서 예수와 성모 마리아의 이름을 불경하게 외치는 것은 기본이었고, 성배와 성찬용 빵을 섹스의 도구로 삼는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반복했다. 서민들은 사드의 난행에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귀족들의 무례함과 폭력성을 있는 그대로 보았으며, 귀족들은 사드가 공격적인 신성모독을 통해 교회 권력을 노골적으로 모욕하고 있다고 느꼈다. 사드는 양쪽 모두의 증오심을 충족시켜주는 괴물이었다. 사드의 과감한 행위가 절대왕정의 권위를 손상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 사법관들은 이 괴물을 좌시할 수 없었다. 사드는 왜 이런 변태적 행위를 멈추지 않았는가? 절대왕정의 막바지에 루소, 디드로, 달랑베르 등 수많은 계몽 철학가들은 인간 이성의 존엄성과 개인의 자유정신을 주장하면서 신성(神聖)에 기반한 체제를 비판했다. 사드는 이들의 저서를 읽으면서 성장했다. 그러나 사드가 보기에 이들 계몽철학가가 정의하는 ‘인간’은 너무나 추상적이고 도덕적이었다. 인간의 성, 인간의 폭력, 인간의 증오에 대해서 그들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인간의 내부에 도사린 그런 ‘비인간성’을 건드리지 않고 어떻게 인간의 자유를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사드는 자신의 육체를 하나의 도구로 삼아,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극한으로 밀어붙인다. ‘우아한 드레스와 고상한 신학(神學), 철학서로 치장한 인간이 아니라 오직 육체뿐인 인간을 봐야 한다!’ 이렇게 결심한 사드는 인간의 비인간성을 스스로 실험하기 시작한다. 그전까지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섹스를 하면서, 그 순간을 흡사 냉정한 법관이나 수학자와 같은 태도로 지켜보았던 것이다. 사드는 인간성과 동물성이 만나는 지점에 서서 자신을 실험함으로써 인간성의 심연을 들여다보려고 했다. 2. 습속의 굴레가 진짜 감옥이다 사드는 절대왕정 시대의 감옥보다 자기 안에 깊이 체화되어 있는 각종 도덕과 상식을 더 무서운 감옥이라고 생각했다. 사드는 시간을 정해놓고, 점점 더 수위를 높이는 방식으로 감옥 안에서 난행을 거듭했다. 그리고, 자신의 육체가 반복된 매질과 가학적인 수음으로 찢기고 더러워지는 것을 보면서, 인간성을 둘러싼 상식들과 습속이 만든 삶의 윤리들이 갖는 한계가 드러나는 것을 기록했다. 그리고, 난행을 기록하는 와중에 글의 힘을 발견했다. 사드는 인간 육체와 성에 관한 통념이 무너지는 순간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몰랐던 인간의 생사·습속을 둘러싼 각종 한계들이 점점 더 명확해짐을 느꼈다. ‘글이야말로 자신과의 대화라는 형태로 자유를 생각하는 시간을 열어주는구나!’ 사드에게 글은 추상적 인간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살아있는 한 인간의 자유, 욕망, 한계가 드러나는 무대가 되었다. 마침내, 그가 있던 감옥은 그의 집필실이 되었다. 그는 아내에게 부탁해 수많은 책들을 감옥 안으로 들여왔고, 간수의 감시를 피해 종이를 아껴가며 글을 썼다. 사드는 폭 11㎝ 길이 120㎝나 되는 띠를 구해 날마다 그 앞뒤로 빽빽이 글을 써 나갔다. 바로 이렇게 해서 탄생한 작품이 ‘소돔120일’이다. 이 작품은 루이 14세 치하의 부패를 설명하면서 시작하며, 폐쇄된 성 안에서 난행을 거듭하는 인물들이 끝없는 엽색행각을 벌인다. 사드는 혁명의 함성이 울려 퍼지기 직전의 적막 속에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향락과 범죄를 언어화한 극한의 텍스트를 완성한다. 3. 바로 너 자신을 혁명하라 1789년, 사드는 감옥 안에서 혁명대의 함성을 듣게 된다. 자신이 그토록 꿈꾸었던 자유의 시대가 도래할 것인가? 혁명군은 사드가 절대왕정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그를 석방했다. 사드는 하루아침에 ‘반귀족 세력’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그는 출감한 후 귀족 칭호도 떼어버리고 적극적으로 정치 팜플렛을 썼다. 동시에 감옥 안에서 집필했던 ‘미덕의 불운’과 ‘쥐스틴’을 출판했다. 그러나 혁명세력들은 사드의 작품에 동의할 만큼 혁명적이지 못했다. 결국 사드는 변태라는 죄목을 달고 다시 감옥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창밖에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목이 잘려 나가는 것을 보았다. 절대왕정 시대보다 더한 횡포가 자유, 평등, 박애의 이름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그들은 종교나 왕의 말씀 대신에 이성과 합리로 덧칠한 법을 내세웠을 뿐이구나!’ 사드는 귀족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혁명가들에게도 절망했다. 사드는 혁명에 절망하면서 ‘규방철학’ 안에 정치 팜플렛을 담아서 출판한다. 절대왕정이 신봉했던 신성(神聖)과 혁명가들이 주장하는 법은 똑같이 “개별자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보편자를 위해 만들어”(‘규방철학’ 중)졌다. 즉, 혁명군이 이성에 기반한 자유를 주장한다 해도, 그것은 여전히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유가 아니라 보편적 인간의 추상적 자유일 뿐이라는 것이 사드의 주장이다. 하지만 도대체, 그런 보편적 인간이 어디에 있는가? 사드는 혁명 이후의 대학살을 지켜보면서 각자가 자기 식으로 자유와 행복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는 한 혁명은 절대로 완수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혁명가들에게 이런 사드는 구시대의 망령일 뿐이었다. 결국 사드는 죽기 전 11년을 정신 병원에서 보내게 된다. 혁명 전에 범죄자였던 그가, 이제는 광인이 된 것이다. 4. 사드 이후의 사드 사드는 죽기 직전에는 경멸되었으며, 죽고 나서는 잊혀졌다. 그는 장례 절차 없이 매장시켜 달라고 요구했고, 자신의 육체가 흙과 함께 흔적 없이 사라지기를 원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그의 유언을 무시하고 종교적인 장례를 치렀다. 사드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가, 19세기 말 크라프트 에빙과 프로이트에 의해 화려하게 부활한다. 하지만, 이들은 단순히 가학적 행위로부터 쾌락을 얻는 자를 지칭하기 위해 사드의 이름을 빌려왔다. 심지어 사디즘에서 죄의식을 발견하고자 했다. 이들은 그토록 철저히 신을 부정했던 사드를 오해하고 말았다. 하지만 인간의 한계를 직시하면서 자유를 노래하는 자들은 사드를 잊지 않았다. 보들레르는 자연 상태의 인간과 사드의 악을 연결시키면서 ‘악의 꽃’을 썼고,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자신을 ‘사드 유령에게 사로잡힌 지성’이라고 표현했다. 또 초현실주의자 폴 엘뤼아르는 “사드는 문명인에게 원시적 본능의 힘을 되돌려주고, 고착으로부터 사랑의 상상력을 해방시켰다.”고 말했다. 사드는 우리가 믿고 싶어하는 ‘인간성’의 한계이자, 자유의 심연을 본 자다. 오선민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 [기고] 일본의 선진 시민의식이 주는 교훈/유찬열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기고] 일본의 선진 시민의식이 주는 교훈/유찬열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일본 동북부 해안의 대지진은 세계를 놀라게 하는 사건이었다. 지금 세계는 일본의 재난 상황 및 복구과정을 바라보며 어떻게 상처받은 일본을 도울까 고심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하는 현상이 주목받고 있다. 그것은 대재앙 속에서도 질서와 책임 있게 행동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공동체를 중시하고, 정부를 신뢰하며 인내를 갖고 고난을 극복하려는 일본인들의 선진화된 국민의식이다. 우리는 그동안 경제뿐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도 많은 발전을 이룩했다고 공공연히 말하며 자부심을 느껴왔다. 그렇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고 많은 것이 부족하다는 자괴감을 느끼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국가의 위기 시에 나라를 살리려는 애국심과 절망하는 이웃에 대한 온정이 존재하는 반면, 사회 구성원들 간에 많은 반목이 서려 있고 남보다는 내가 먼저라는 이기심과 절박감이 광범위하게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시민의식의 현 상황은 아직도 취약한 경제 여건을 포함하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유래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주된 원인은 전통 사회로부터 현대 사회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비롯된 가치관의 혼란 때문으로 보인다. 서유럽과 미국에서 자유민주주의가 발생하고, 일본이 오랜 기간에 걸쳐 전통적인 공동체의 기초 위에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조화시킨 반면, 우리 사회는 아직 사회 사상적 차원에서 흔들리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전통에서 어느 부분을 계승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부족하고, 다른 한편 자유민주주의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존재한다. 예컨대 자유민주주의는 내 생각과 나의 행동은 절대적 자유를 가지며 다수의 견해는 절대적 권위를 갖는 것으로 이해되어 그로부터 ‘국민정서법’ ‘떼법’과 같은 민주주의의 왜곡이 나타난다. 현 상황에서 우리의 시민 의식 발전에 요구되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모든 것의 기초가 되는 경제 성장과 더불어, 일단은 공감대가 이루어져 있는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개념과 가치를 확실하게 이해하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개념은 법치, 개인의 자유와 책임, 공정한 경쟁, 인권을 포함한다. 법치는 사회 행동 기준으로서의 기존 법질서를 누구나 수용해야 함을 의미한다. 개인의 자유와 책임이 뜻하는 것은, 존 스튜어트 밀이 ‘자유론’에서 설명하듯, 나의 자유는 천부인권이지만 타인의 이익과 권리에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정한 경쟁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연·지연·혈연에 기초한 연고주의에서 탈피하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형태의 잔인한 경쟁을 지양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권은 사회 구성원 간에 사회·경제적 신분의 차이를 넘어 상대방이 어느 한 개체로서 가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가치가 유기적으로 확고하게 정착되어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나만이 정의롭고 옳다는 생각에서 한 걸음 멀리할 때, 또 그것이 우리의 바람직한 전통적 가치와 잘 접목될 때, 우리 사회의 시민의식은 성숙하고, 한국은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를 이룩한 선진 국가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 [황진선칼럼] 봄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먼저 온다

    [황진선칼럼] 봄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먼저 온다

    사람들이 자신의 정당한 몫을 받을 수 있는 사회 질서를 확립하는 것은 모든 시대의 과제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사회를 내세운 것도 그런 뜻일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 이를테면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공직과 영광 등을 올바로 분배하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라고 얘기한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협력기업과 나누는 ‘이익공유제 도입’을 제안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이해가 가지 않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부정적으로 말했다. 한나라당의 한 인사도 반시장적·급진좌파적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시장 원리가 언제나 정의로운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는 1인 1표의 원리로 움직이지만 시장은 1달러 1표 원칙에 따라 작동한다. 그래서 시장주의가 강조될수록 부자들이 우위에 설 가능성이 크다. 돈 없는 사회적 약자들은 소외되고 피해자가 되기 쉽다. 더욱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는 시장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초과 이익 공유제’ 역시 대기업은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는 반면에 협력업체들은 납품 단가 인하 등 불공정 거래를 강요당해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그 근본 취지는 대기업이 초과 이윤을 얻는 데 기여한 협력업체에 인센티브를 주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익을 나누는 것이 오히려 시장 원리에도 부합한다. 마이클 샌델도 손을 들어줄 듯싶다. 샌델은 정의로운 사회는 자유 시장이 존중하지 않는 미덕과 좋은 삶, 공동선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시장의 도덕적 한계를 인정하고 시민연대와 미덕을 해치는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저자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의 말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그는 부자들에게 더 큰 부를 제공하면 부가 아래로 흘러내려 가난한 사람들에게 스며든다는 ‘트리클 다운’(trickle down) 현상은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더구나 그것을 시장에 맡겨두면 효과는 더 미미하다는 것이다. 그는 그 근거로 1980년대 이후 ‘부자들에게 유리한 소득 재분배’ 정책을 썼던 미국과 영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소득불평등도가 심화되었다고 지적한다. 이를테면 미국에서 소득 상위 0.1%에 속하는 사람들의 소득이 1979년에는 전체 소득의 3.5%였는데 2006년에는 11.6%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대기업 총수들에게 여러 차례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당부했지만 성과는 거의 없었다. 동반성장위원회를 만든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우리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간으로서 존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물질적으로 기본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주변을 살펴보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시장 원리만으로는 존엄을 유지하기 어려운 계층과 생존이 담보되지 않는 중소기업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장하준 교수는 기회의 균등뿐 아니라 적절한 수준의 결과의 균등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정의로운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외환위기 이후 부의 편중과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양극화가 지나치면 분열과 폭력을 부른다. 그 폐해는 부유층을 표적으로 하는 ‘인질 산업’이 성행하는 일부 남미 국가에서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제 봄이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봄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먼저 온다고 얘기했다. 겨울의 추위와 굶주림에 떨던 가난한 사람들이 따뜻한 봄 기운을 가장 먼저 느낀다는 뜻이다. 굶주림에 지쳐 있다가 봄나물을 맛볼 수 있기에 더 반가웠을 것이다. 가난을 체험해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얘기다. 대기업이 성장의 과실을 독점해서는 안 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따뜻한 봄바람이 되었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jshw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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