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인간 존엄
    2026-03-21
    검색기록 지우기
  • 아티스트
    2026-03-21
    검색기록 지우기
  • 무더위쉼터
    2026-03-21
    검색기록 지우기
  • 탄소중립
    2026-03-21
    검색기록 지우기
  • 담임교사
    2026-03-2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355
  • ‘자주·자력’ 강조하는 北 “굶어 죽어도 자존 버리지 말아야”

    ‘자주·자력’ 강조하는 北 “굶어 죽어도 자존 버리지 말아야”

    북한 매체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백두산 등정 이후 자주·자력 정신을 강조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스웨덴 북미실무협상 결렬로 비핵화 협상이 교착 국면에 접어들면서 김 위원장이 조만간 ‘중대 결심’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0일 ‘자주로 존엄 높고 자력으로 비약하는 위대한 나라’ 제목의 글에서 “자기의 힘이 없이는 결코 제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없으며 나라와 민족의 운명도 존엄도 지킬 수 없다는 것이 현 세계의 실상”이라고 밝혔다. 매체는 “거대한 경제력과 재부를 들먹이는 나라들이 한 번의 압박이나 제재를 당해도 국가 존립의 기둥이 휘청거리는 희비극이 벌어지는 것은 바로 자체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 나가려는 신념과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자력은 인간의 최고의 힘이며 국가의 최강의 상징”이라고 지적했다. 또 자신들의 ‘민족적 자존심’에 대해 “적대 세력들이 짜놓은 ‘붕괴 시간표’를 ‘번영의 시간표’로 바꾸어 놓을 수 있게 하였다”고 주장하며 민족자존·자력갱생 정신을 거듭 강조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이날 김 위원장의 과거 발언을 소개한 기사에서 “당의 노선과 정책을 지상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당에서 바라는 높이에서, 당에서 정해준 시간에 성실하고 완벽하게 실천해나갈 때 사회주의 강국은 눈부신 현실로 펼쳐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후손만대 길이 전할 불멸의 업적’ 제목의 별개 기사에서는 ‘일심단결’의 성과로 “반만년 민족사에 특기할 기적적 승리가 이룩된 2017년 11월 그날”을 언급하기도 했다. 2017년 11월은 북한이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시기로, 이를 우회적으로 언급한 보인다. 신문은 전날에도 “민족자존은 자기에게 있는 것을 다 팔아도 절대로 팔지 말아야 하며 굶어 죽고 얼어 죽을지언정 버리지 말아야 할 명줄과 같은 것”이라고 하는 등 민족자존과 자력갱생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이 신문은 김 위원장의 백두산 등정 보도가 나온 지 이틀 만인 지난 18일 ‘절세의 영웅 우리의 장군’ 제목의 정론에서 그의 백두산행에 대해 “또다시 세상이 놀라고 우리 혁명이 크게 전진될 웅대한 작전이 펼쳐질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적대 세력들이 그 누구를 해치려 악을 쓰며 쳐놓은 제재의 사슬을 그들의 목줄을 감아놓는 올가미로 만들어놓고 우리의 자력 부강의 보물고들에서 핵분열 반응보다 더 빠르고 요란하게 만 가지, 억 가지 열매들이 증폭되어 쏟아질 그 날이 바로 우리의 10월 뒤에 있다”며 강경한 대응 가능성도 시사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리얼돌, 옆에 앉힌 이용주 사죄하라”…국회페미, 긴급성명

    “리얼돌, 옆에 앉힌 이용주 사죄하라”…국회페미, 긴급성명

    이용주 의원 “산업적 측면 고려해야” 국회 내 여성 근무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단체인 ‘국회페미’가 국정감사장에 사람의 실제 모습을 모방한 성인용 인형인 ‘리얼돌’을 들고 나온 이용주 무소속 의원의 사과를 촉구했다. ‘국회페미’는 18일 긴급성명을 내고 “대한민국 국회는 국민들에게 정서적·물리적 유해를 가할 수 있는 ‘리얼돌’을 신성한 국정감사장에 가지고 와 국회의 품위를 떨어뜨린 이용주 의원에게 책임을 묻고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하라”고 밝혔다. 또 이용주 의원을 향해서는 “당장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의 품위, 나아가 국가의 품위까지 크게 훼손할 수 있는 사안이므로 무겁게 다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리얼돌’을 산업적 측면에서 봐야 한다는 이용주 의원의 발언이 논란이 됐다. 특히 이용주 의원은 자신의 자리 옆에 의자를 놓고 ‘리얼돌’을 앉혔다. 이용주 의원은 “미국에선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리얼돌까지 개발했는데, 이는 규제가 아닌 산업적 측면에서 이 시장을 보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규제적 측면과 함께 산업 진흥 측면에서도 정부가 고려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국회페미’는 “리얼돌이 사람처럼 생겼기 때문에, 인간으로 대상화된 물체임을 인정하기에 이용주 의원이 옆에 의자를 놓고 앉힌 것”이라면서 “여성 청소년을 연상시킬 수 있는 체형을 가지고 있어 더욱 문제의 소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소한의 인권 감수성도, 인지력도 없음이 드러난 의원이 국회에 발의된 모든 법안을 심사하고 본회의 상정을 협상하는 (2016년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역할을 맡았다는 사실에서 대한민국 국회가 얼마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경시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고 개탄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학교법인 덕성학원, 안병우 이사장 취임식 개최

    학교법인 덕성학원, 안병우 이사장 취임식 개최

    학교법인 덕성학원이 17일 덕성여자대학교 종로캠퍼스에서 제14대 안병우 이사장의 취임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취임식에는 이만열 학교법인 상지학원 이사장, 고철환 학교법인 성신학원 이사장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과 덕성학원 전·현직 임직원, 산하 교육기관 주요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안 신임 이사장은 취임식에서 “민족의 독립과 여성의 자각을 목표로 시작한 덕성이 내년인 2020년 창학 100주년을 맞는다. 유서 깊은 덕성학원의 이사장으로 취임하며 커다란 책임감을 느낀다”며 “여러 이사님, 감사님들과 지혜를 모으고 교직원들과 협력해 변화하는 시대 흐름을 앞서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안 이사장은 교육기관으로서의 본질을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그는 “인간의 존엄성이 최고의 가치로 존중받는 평화로운 세계, 생태와 환경 그리고 모든 생명의 소중함을 지켜가는 사회, 끝까지 진리를 추구하는 정의가 넘치는 공동체를 만드는 데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만열 상지학원 이사장과 강수경 덕성여대 총장의 축사도 이어졌다. 이만열 이사장은 “안병우 이사장은 자신의 학문적 토대 위에서 이론과 실천을 겸비하고자 부단하게 노력해온 분”이라며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올곧은 학자적 양심으로 오늘날 덕성학원이 당면한 과제를 풀어나가는 데에도 최고의 역량을 발휘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안 이사장은 서울대 국사학과에서 학·석·박사학위를 받았다. 한신대 한국사학과 교수, 한국역사연구회 회장, 한국기록학회 회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 국가기록관리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신대 한국사학과 명예교수,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상임공동대표, 남북역사학자협의회 공동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안 이사장의 임기는 2019년 9월 14일부터 2021년 8월 29일까지다. 덕성학원은 여성독립운동가 차미리사 선생이 3·1독립운동 정신을 계승하여 1920년 설립한 ‘조선여자교육회’를 뿌리로 하는 ‘근화학원’에서 시작됐다. 1938년 현재의 ‘덕성학원’으로 개명했으며 덕성여대를 비롯해 덕성여고, 덕성여중, 운현초등학교, 운현유치원 등의 산하 교육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비즈 biz@seoul.co.kr
  • 유시민 “‘알릴레오’ 성희롱 논란 진행자로서 깊이 사과”

    유시민 “‘알릴레오’ 성희롱 논란 진행자로서 깊이 사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16일 ‘알릴레오 성희롱’ 논란에 대해 “진행자로서 생방송 출연자의 성희롱 발언을 즉각 제지하고 정확하게 지적해 곧바로 바로잡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저의 큰 잘못”이라며 “해당 기자분과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유 이사장은 전날 오후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를 생중계로 진행했다. 이날 방송에서 장용진 아주경제 법조기자는 최근 정경심 교수의 자산관리인 김모 PB(프라이빗뱅커)와 인터뷰한 KBS A기자에 대해 실명을 거론한 뒤 “A기자를 좋아하는 검사가 많다. (수사내용을) 술술 흘렸다”고 말하며 논란이 일었다. 유 이사장은 문제의 발언을 듣고 “아니 그런 이야기를”이라고 반응했다. 장 기자는 “검사가 다른 마음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많이 친밀한 관계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방송 말미에 “오해의 소지가 조금 있을 것 같다. 성희롱 발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사과했다. 장 기자는 “사석에서 많이 하는 이야기라, 혹시 불편함을 드렸다면 사과드리겠다”고 해명했다. 알릴레오 제작진은 생방송 이후 논란 부분을 삭제해 유튜브에 다시 올렸다. 제작진은 “출연자 모두는 발언이 잘못됐음을 인지하고, 방송 중 깊은 사과 말씀을 드렸다. 먼저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당혹감을 느꼈을 당사자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적절하지 않은 내용이 여과없이 확산, 왜곡, 재생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관련 내용을 삭제 후 업로드한다”고 덧붙였다. 유시민 이사장은 “성평등과 인권,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저의 의식과 태도에 결함과 부족함이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하며 깊게 반성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성찰하고 경계하며 제 자신의 태도를 다잡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유 이사장은 “진행자로서 제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점에 대해 출연자와 제작진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다시 한 번 해당 기자분과 KBS기자협회, 시청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KBS기자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사석에서 많이 하는, ‘혹시’ 불편함을 줄 수 있는 성희롱 발언이 구독자 99만명의 유튜브 채널 ‘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을 통해 라이브로 여과 없이 방영됐다”며 “발언 당사자는 이 발언이 취재 현장에 있는 여기자들에게 어떤 상처가 되는지 고민해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 기자가)‘혹시 불편함을 드렸다면 사과드린다’고 했다. ‘혹시’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은 실망스럽고, ‘사석에서 많이 얘기했다’는 실토는 추잡스럽기까지 하다”며 “카메라가 꺼진 일상에 얼마나 많은 여성혐오가 스며있는지 반성하기 바란다. 유 이사장은 본인의 이름을 건 방송의 진행자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라”고 성토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10월엔… 민주주의를 되새기다

    10월엔… 민주주의를 되새기다

    인간 존재 이유와 존엄성은 문화·예술계의 영원한 화두다. 문인은 글로, 화가는 그림을 비롯한 창작물을 통해 ‘인간성’을 묻고 성찰해 왔다. 그래서 인권과 맞물린 민주주의 또한 그들의 창작 욕구를 자극했다. 주말이면 서울 광화문광장과 서초동 사거리로 나뉘어 서로 다른 정의를 외치는 2019년 10월, 문화·예술계에서는 다시 인권과 민주주의를 묻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남영동 대공분실서 임민욱 기획전 지난 8월 일본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 평화의 소녀상 기획전시 중단에 반발하며 자신의 출품작 철수를 요청했던 임민욱 작가는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새로운 기획 전시 장소로 선택했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1970~80년대 군사정권 시절 정권 유지를 위해 각종 고문과 폭력으로 ‘가짜 간첩’을 만들어 낸 인권유린의 대명사와 같은 곳이다. 지금은 민주인권기념관으로 탈바꿈했다. 8일 임 작가의 기획으로 이곳에서 개막한 기획전 ‘끝없는 여지’(Endless Void)는 대공분실 건물 전체를 복합 전시 공간으로 재해석했다. 강라겸, 강은교, 배선영, 하고로모 오카모토 등 한일 청년 작가 13명이 각자의 시선으로 정권의 폭압과 민중의 저항을 풀어낸다. ●한일 청년작가 13명이 고발하는 인권 유린 김예슬 작가는 설치미술 ‘분실’을 통해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 속에 짓밟힌 인권을 떠올렸다. 과거 물고문이 자행됐던 5층 분실 안에 수도 호스를 연결, 좁은 창 밖으로 물이 흘러나오도록 했다. 김 작가는 “상수도시설은 1차 경제개발계획이 수립된 1960년대부터 급속한 산업화·도시화와 함께 기반시설을 확립하기 위해 대대적인 계획과 투자로 이어졌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고도 할 수 있는 상수도 보급은 인권을 박탈하는 형태로도, 경제발전과 함께 이뤄졌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일본 작가 오카모토 하고로모는 행위예술을 통해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대공분실의 서늘한 기운과 공포감을 전달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임 작가는 ‘기획의 글’에서 “폭력은 불멸하고, 민주와 인권은 기념할 수도, 개념화할 수도 없다”면서 “예술로 비관주의를 조직하며 더 살아내서 더 오래 울고, 더 오래 상처 입는 불멸의 민주주의로 지키려는 청년 작가들의 실험과 고민들을 함께 읽어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18일까지 무료로 엄혹했던 현대사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부마항쟁 40주년 맞아 토크쇼·공연도 박정희 군사정권 몰락의 도화선이 된 40년 전 10월 ‘부마민주항쟁’을 기리는 자리도 마련된다. 1979년 10월 16일 부산대에서는 유신헌법 철폐와 박정희 대통령 하야 등을 촉구하는 시위가 일어났고, 이는 곧 부산 전역을 넘어 마산 일대까지 포함한 대규모 시위로 번졌다. 부마항쟁 발발 10일 뒤인 10월 26일 박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탄에 숨을 거두며 유신정권도 막을 내렸다. 이 부마항쟁은 지난달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이에 ㈔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와 관련 시민단체는 10일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부마항쟁 40주년 기념공연 ‘시와 노래, 강연 그리고 토크쇼: 다시, 민주주의!´를 개최한다. 부마항쟁 당시 청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시 ‘저문 강에 삽을 씻고’를 쓴 정희성 시인과 인문학 콘서트 등을 진행해 온 가수 신재창이 시와 노래로 공연을 열고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의 강연 ‘부마항쟁을 말한다’가 이어진다. 또 당시 대학생 중심 시위를 대규모 민중항쟁으로 이끈 노동자들이 직접 들려주는 ‘나의 부마항쟁’ 등 과거 희생을 기억하고 지금의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김창길 지음, 들녘 펴냄) 15년간 언론사에서 사진기자로 활약하고 있는 저자가 사진 그 너머 세계의 징후들을 담았다. 1989년 6월 중국 텐안먼에서 찍힌 한 장의 사진이 2019년 오늘의 홍콩을 소환하는 식이다. 미국의 대공황, 혁명의 아이콘 체 게바라, 그리고 한국 현대사의 한 장면이었던 김주열과 이한열의 사진 등도 함께 꺼내놓았다. 398쪽. 2만 2000원.캉탕(이승우 지음, 현대문학 펴냄) 캉탕이라는 대서양의 한 작은 항구도시에서 과거를 스스로 단절시키고 이방인이 돼 낯선 세계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 총 33장으로 구성된 소설에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홀수 장은 3인칭으로, 짝수 장은 1인칭 시점으로 기술돼 흥미를 더한다. 지난해 오영수문학상 수상작. 240쪽. 1만 1200원포톡스(한종인 지음, 품 펴냄) 얼굴 주름살을 펴주는 보톡스에서 착안해 마음 주름살을 펴주는 책이라는 뜻으로, ‘포토 톡 스토리’(PHOTO TALK STORY)의 준말이다. 신문사에서 편집기자로 일하고 대학에서 편집과 인쇄매체를 연구했던 저자가 은퇴 후 경기 광주 산속마을로 이주해 전원의 삶에서 마주하는 들꽃과 자연을 담았다. 짤막한 시적 문장이 여운을 더한다. 192쪽. 1만 5000원.감각의 역사(진중권 지음, 창비 펴냄) 인공지능, 복합현실, 디지털 예술 등 각종 기술과 매체의 발달로 감각지각의 대변동을 준비해야 하는 시대. 미학자인 저자가 물질이 스스로 감각하고 사유한다고 생각했던 고대의 물활론부터 중세 아랍의 광학, 감각을 이성 아래 포섭한 근대철학, 인간의 몸과 감각체험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524쪽. 2만 5000원.도둑맞은 손(장 피에르 보 지음, 김현경 옮김, 이음 펴냄) 1992년 프랑스, 누군가 타인의 잘린 손을 버렸다. 당시 법으론 이는 ‘무죄’다. 몸은 ‘존엄한 인격’이지만 여기서 잘려나간 신체 일부는 주인 없는 ‘물건’이라 버려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파리10대학에서 법의 역사를 가르치는 저자는 이런 불합리를 타파하기 위해 인간에게 몸의 소유권을 주고, 물·햇볕·식량·환경 조건 등과의 관계 속에 몸을 놓자고 말한다. 364쪽. 1만 8000원.하우스 오브 갓(사무엘 셈 지음, 정회성 옮김, 세종서적 펴냄) 소설가, 극작가이자 하버드대 의대 교수인 작가의 자전적 소설. 인턴인 로이 바슈의 눈을 통해 의료실습에 의한 심리적 고충과 병원 시스템의 비인간화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영국의 의학 저널 ‘란셋’으로부터 “20세기 가장 뛰어난 의학 소설”이라는 평을 들었다. 324쪽. 1만 3500원.
  • 환자 보살피랬더니…효자손·바가지로 폭행한 정신병원 보호사

    환자 보살피랬더니…효자손·바가지로 폭행한 정신병원 보호사

    피해자 “눈, 갈비뼈, 배를 주먹으로 여러번 때려”인권위 “해당 직원 인권교육 실시해야”국가인권위원회가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입원 환자를 효자손과 바가지 등 생활용품으로 수 차례 폭행한 정신병원 보호사의 행위를 인권침해로 보고 해당 병원에 인권교육과 지도·감독을 권고했다. 28일 인권위에 따르면 부산의 한 정신병원 소속 보호사 A씨는 지난 5월 이 병원의 병동 휴게실 겸 식당에서 입원 환자 B씨의 머리를 효자손으로 3~4차례 때렸다. 또 이튿날 아침에는 샤워실에서 물바가지로 B씨의 머리와 등을 여러 차례 가격했다. 앞서 1년여 전에는 A씨가 열쇠뭉치로 머리를 때려 피가 났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B씨는 인권위 조사에서 “A씨가 눈, 갈비뼈, 배를 주먹으로 여러 번 때렸다”고 말했다. A씨는 피해자 측 주장에 대해 “B씨가 담배를 받아서 피우고도 안 피웠다며 다시 달라고 하거나 고함과 욕설을 하는 등 문제를 일으켜 제지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라면서 “효자손으로는 장난스럽게 때리려는 시늉했다”고 주장했다. 샤워실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때리지도 않았는데 B씨가 울어서 다른 목격자들이 오해한 것 같다”면서 “B씨의 지적 수준이 어린아이 같아서 아이 다루듯 겁만 준 것이었는데 다른 환자들에게는 폭력으로 보인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목격자와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실제 폭행이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인권위는 “진정인과 참고인의 진술이 일치하는 점과 피해자의 간호기록부 등을 종합하면 A씨가 B씨를 효자손과 바가지로 여러 번 때린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정신건강법에 따르면 모든 정신질환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받고, 최적의 치료와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면서 “정신질환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시설 종사자가 환자를 여러 차례 폭행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해당 병원장에게 A씨를 징계 조치하고 향후 입원 환자 폭행이 재발하지 않게 직원 대상 인권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또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해당 병원에 대한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라고 권고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여성 인격 건드린 남성 성적 사생활…뜨거워진 ‘리얼돌’

    여성 인격 건드린 남성 성적 사생활…뜨거워진 ‘리얼돌’

    35㎏의 실리콘 인형이 한국 사회에 가져온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법원이 여성 신체를 모방한 전신형 성인용품 ‘리얼돌’의 수입 통관을 허가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사생활 영역’이라는 찬성 입장과 ‘인격권 침해’라는 반대 입장이 여전히 팽팽하게 맞선다. 리얼돌을 둘러싼 논란과 쟁점을 짚어 봤다.●1심 재판부 “존엄성 훼손”… 2심에서 판결 뒤집혀 논란은 2017년 한 성인용품 판매업체가 인천세관에서 길이 159㎝, 무게 35㎏ 리얼돌에 대해 수입 통관 보류 처분을 받으며 시작됐다. 리얼돌은 실리콘으로 사람의 피부는 물론 가슴, 성기까지 그대로 재현한 전신 인형이다. 당시 세관은 관세법에 따라 리얼돌이 ‘헌법 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보고 수입을 금지했다. 업체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를 막아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세관을 상대로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리얼돌이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했다”면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봤다. 하지만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재판부는 리얼돌을 ‘성 기구’로 보고 “은밀하고 사적인 영역에 대한 국가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2심 판결이 옳다고 봤다. 이 행정소송을 제기했던 성인용품 판매업체 부르르닷컴 대표 이상진(31)씨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성욕을 해결하는 데 쓰이는 성인용품이 인간의 모습을 닮아 가는 건 당연한 이치”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일본의 유명 리얼돌 제조사는 고객이 구매 상담을 하러 왔다가 인생 상담을 한다고 ‘상담실’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며 “리얼돌은 장애인, 노인 등 평소 성관계를 하지 못하는 ‘성 소외자’의 외로움을 달래는 등 긍정적으로 쓰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씨에 따르면 판매 초반에는 30·40대 남성의 비율이 높았지만 최근 들어 50대 이상 남성의 문의가 늘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 여성계를 중심으로 “리얼돌이 인간 존엄성을 해친다”는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 업체에서 연예인 등의 얼굴을 본떠 ‘커스터마이징’(맞춤형) 제작을 한다거나 아동을 연상케 하는 인형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해 논란은 더욱 커졌다. 직장인 유모(27·여)씨는 “아무리 인형이라고 해도 실제 여성의 얼굴과 신체를 그대로 모방해 만들 수 있다는 건 여성으로서 소름 끼친다”며 “인형이라고 막 다루다가 현실에서도 상대를 더 가볍게 대할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엔 한 달 동안 26만명 이상이 동의해 정부 답변을 기다리는 상태다.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여성가족부는 지난 6일 대책회의를 열고 특정인의 얼굴로 리얼돌을 제작해 초상권을 침해하는 인권침해 문제, 아동·청소년 모형 문제 등을 논의했다. 무소속 정인화 의원은 8일 아동 리얼돌의 수입과 제작, 판매 등을 금지하는 청소년성보호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아동 형태 리얼돌을 제작·수입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소지자 역시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했다. 외국에서도 아동형 리얼돌은 엄격히 규제되고 있다. 현재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영국 등 대부분 국가에서 리얼돌을 허용하고 있지만 실제 아동의 신체 형태와 크기를 묘사한 리얼돌은 수입·유통이 모두 금지된다. 국내 판매업자들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선 동의한다. 한 리얼돌 판매업체 대표 A씨는 “예전에는 100㎝ 길이 제품부터 있었지만 아동 피해 부분에 공감해 이제는 145㎝ 이상인 제품만 판매한다”고 말했다. ●여성들 “성인용품 반대 아냐… 핵심은 성적 대상화” 그러나 불씨는 여전하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인간의 신체를 모방한 리얼돌이 다른 성인용품과 다르며 그 자체로 잘못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들은 “리얼돌은 단순한 인형, 도구가 아니라 실제 여성을 떠올릴 수밖에 없게 한다”면서 “여성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심화시킨다”고 주장한다. 성인용품이 잘못된 게 아니라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이 만연한 한국 사회의 맥락을 같이 봐야 한다는 뜻이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부대표는 “여성과 거의 똑같은 리얼돌이 자유롭게 유통되면 대상의 신체를 폄하하거나 상품화하는 게 당연시될 수 있다”며 “실제 여성도 인형처럼 돈으로 살 수 있고, 강간할 수 있고, 버릴 수 있다는 등의 인식이 더 쉽게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한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리얼돌의 주된 목적은 남성에게 여성 신체에 대해 일방적인 통제 능력을 실현하는 듯한 환상을 주는 데 있다”면서 “예뻐해 주는 대상인 동시에 언제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훼손하거나 폐기할 수 있다는 인형의 특징은 이 사회에서 여성이 갖는 위상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들은 끊임없이 여성 대상 폭력이 벌어지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 신체를 형상화한 리얼돌은 단순히 인형, 도구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성환경연대 안현진 활동가는 “현재도 불법 촬영, 얼굴 합성 등 지인 능욕 범죄가 빈번하게 벌어지는데 처벌은 미미하다. 이런 상황에서 리얼돌이 자유롭게 유통되면 실제 현실의 여성을 닮은 제품이 나오는 등 악용될 여지도 충분하다”면서 “리얼돌은 여성을 단순히 남성의 성욕을 풀어 주는 대상으로 전락시킬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물론 판매업자들은 이 같은 의견에 대해 회의적이다. 이상진씨는 “리얼돌과 상관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대법원 판결문에도 나오듯이 성적 활동은 어디까지나 사생활”이라며 “실제 범죄와 리얼돌 사용은 구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기술이 더 발전해 3차원(D) 프린터 등이 상용화되면 주위 사람의 얼굴을 모방한 인형을 만들어 사용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는 “악용에 대한 문제는 명예훼손, 초상권 침해 등 현행 민형사법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수진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성기를 대체하려고 만든 기존 성인용품과 달리 인체를 형상화한 리얼돌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사람을 상대로 일방적인 행위를 실현하려는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며 “현재도 불법 촬영, 데이트 폭력 등 수많은 젠더 폭력이 벌어지는데 리얼돌이 일상적으로 쓰이면 인형의 수동성이 실제 여성들에게도 강요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성별에 따라 성인용품의 차이가 점점 벌어지는 게 문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안현진 활동가는 “여성 성인용품은 성욕 해소라는 본래 기능에 충실하게 만들어지는 반면 남성 성인용품은 계속 현실의 여성을 닮아 간다는 특성이 있다”며 “여성의 성기 모양을 본뜬 남성 자위기구는 ‘23살 대학생, 28살 간호사’같이 구체적인 여성의 특성이 부여되고 특정 인물을 떠올리게끔 홍보한다”고 지적했다. 리얼돌 역시 여성과 남성의 차이가 크다. 실제 판매 사이트에서 여성 리얼돌은 종류가 100가지 이상이지만 남성 리얼돌은 서너 종류에 불과하다. 또 여성 리얼돌은 헤어스타일부터 눈 색깔, 가슴 크기, 성기의 모양까지 선택할 수 있는 데 비해 남성 리얼돌은 선택의 폭이 좁고 제품의 질도 낮다. 이에 대한 판매자들의 반박도 있다. 판매업자 A씨는 “여성용 성인용품 매출을 보면 남성의 성기를 그대로 재현한 제품이 제일 종류도 다양하고 많이 나간다”고 말했다. ●성인용품 시장 꾸준히 증가… 사회 논의 계속될 듯 전 세계적으로 성인용품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마켓워치는 전 세계 성인용품 시장이 2020년까지 520억 달러(약 6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성에 대한 인식이 개방되면서 더 다양한 제품이 빠른 속도로 수입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성적 대상화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한 남성용 성인용품은 ‘실제 여대생의 몸을 일대일로 본떠 만들었다’고 광고해 뭇매를 맞았다. 손, 발 등 신체 일부를 절단한 모양으로 만든 성인용품도 꾸준히 문제로 지적됐다. 손목이 닿는 부분을 여성의 신체 일부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가슴 마우스패드’, 여성의 신체 이미지를 모아 놓은 ‘데스크 매트’ 등 성을 상품화한 제품은 많다. 한 생활용품 온라인몰에서는 여성의 가슴을 연상케 하는 ‘×× 탱탱볼’이란 제품을 팔았다가 고객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성인용품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여성민우회 이편 활동가는 “아동 리얼돌에 대한 규제는 당연히 환영하지만 일반 여성과의 차이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이 활동가는 “길이가 120㎝인 건 괜찮고, 119㎝인 건 불법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면서 “아동만 따로 구분할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성욕을 해소하는 데 꼭 여성의 신체 모습이 필요한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현진 활동가는 “아동 리얼돌을 규제할 때는 개별적,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리얼돌이 가지는 성적 대상화라는 사회적인 함의를 좁힌다”며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을 바라보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승희 부대표는 “누군가의 인격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면 단순히 ‘사생활’, ‘성적 자기결정권’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무조건 ‘개방’하거나 허용하는 게 진보적인 가치는 아니다. 사회적 약자를 해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는 무한히 허락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장애인 비하는 차별… 표현 신중히” 문희상, 의원 모두에게 당부 서한

    “장애인 비하는 차별… 표현 신중히” 문희상, 의원 모두에게 당부 서한

    문희상 국회의장은 20일 “그 누구보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인식 개선에 앞장서야 할 국회의원들과 정치인은 마땅히 장애인과 관련된 표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최근 장애인 인권단체들이 일부 정치인들의 장애인 비하 및 차별적 발언에 대한 관리·감독을 국회의장이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며 “이와 관련해 문 의장이 오늘 여야 의원 전원에게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문 의장은 서한에서 “본의 아니게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께 큰 상처를 드린 것에 대해 국회 수장으로서 미안한 마음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고 명시한 헌법 조항과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과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언급했다. 문 의장은 “평소 언어 습관대로 무심결에 한 표현들이 장애인과 그 가족의 가슴을 멍들게 하는 언어폭력이자 차별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또 “상대방의 인격에 대한 존중은 바르고 고운 말의 사용에서부터 출발한다”며 “격조 있는 언어 사용으로 국회와 정치의 품격을 지켜 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했다. 앞서 장애인 단체는 지난 16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이 쏜 발사체에 대힌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를 비판하며 ‘벙어리’라는 표현을 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문희상 의장 “의원들, 장애인 관련 표현 신중해야” 당부

    문희상 의장 “의원들, 장애인 관련 표현 신중해야” 당부

    문희상 국회의장은 20일 “그 누구보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인식 개선에 앞장서야 할 국회의원들과 정치인은 마땅히 장애인과 관련된 표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최근 장애인 인권단체들이 일부 정치인들의 장애인 비하 및 차별적 발언에 대한 관리·감독을 국회의장이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며 “이와 관련해 문 의장이 오늘 여야 의원 전원에게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문 의장은 서한에서 “본의 아니게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께 큰 상처를 드린 것에 대해 국회 수장으로서 미안한 마음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고 명시한 헌법 조항과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과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언급했다. 문 의장은 “평소 언어 습관대로 무심결에 한 표현들이 장애인과 그 가족의 가슴을 멍들게 하는 언어폭력이자 차별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또 “상대방의 인격에 대한 존중은 바르고 고운 말의 사용에서부터 출발한다”며 “격조 있는 언어 사용으로 국회와 정치의 품격을 지켜 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했다. 앞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인 단체는 지난 16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이 쏜 발사체에 대힌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를 비판하며 ‘벙어리’라는 표현을 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우리의 마지막은 왜? 병원이어야 하나

    우리의 마지막은 왜? 병원이어야 하나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웰 다잉’(well dying)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어떻게 잘 죽을 수 있을까’쯤으로 해석되는 그 말엔 간단치 않은 철학과 현실 문제가 숨어 있다. 생의 마지막까지 얼마나 인간답게 살다가 존엄한 최후를 맞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다. 관련 책들이 숱하게 출판됐지만 새 책 ‘인간의 마지막 권리’는 조금 색다르다. 의사·법의학자등 과학자가 아닌, 철학자이자 윤리학자의 관점에서 풀어냈다는 점에서다. 특히 ‘수동적인 자세를 깨고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우리나라 100세 이상 노인 1만 7000여명 ‘생명의 종말이자 모든 관계의 정지’인 죽음은 문학과 철학, 종교의 영역에서 중대한 주제로 다뤄진다. 그리고 그 주제는 대개 죽음(death) 자체나 죽음의 대항개념인 ‘살아 있음’의 소중함에 치중한다. 하지만 저자는 죽어감(dying), 특히 어쩔 수 없이 생명을 의료진 등 타자에게 맡긴 채 수동적인 죽음을 마주한 사람들에게 집중한다. 수명이 짧았던 시대에 사람들은 죽음을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죽음을 신의 섭리에 따른 운명적 징벌이나 사후 세계를 향한 새로운 여정의 출발점, 혹은 자연적인 과정으로 해석하는 상황에서 죽음의 거부나 저항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의학기술의 발달과 환경 변화에 따른 생명 연장은 ‘죽어감’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늘렸고 실제로 생명 연장과 관련한 목숨의 자기결정권을 둘러싼 논쟁이 지구촌 곳곳에서 첨예하게 진행 중이다. 지난 세기만 해도 65세 이상 생존자는 전체 인구의 13%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2007년 2179명에 불과했던 100세 이상 노인이 2017년 7월 1만 7468명으로 무려 8배나 증가했다. 2017년 전체 사망자의 44.8%는 80세 이상 고령 노인이었다. 저자는 특히 80%의 사람들이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차단된 채 의료진 도움으로 연명하다가 한계에 달하는 순간 고립돼 죽는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바로 프랑스 역사학자 필리프 아리에스가 지적했던 ‘가려진 죽음’, 혹은 ‘보이지 않는 죽음’이다. ●죽어가면서도 인간의 존엄성 지킬수 있어야 고대 로마시대 전쟁에서 승리해 군중의 환호 속에 귀환하는 장군에게 노예들은 ‘메멘토 모리’(너의 죽음을 기억하라)를 외쳤다. 인간은 언젠가 스스로의 죽음 앞에 서게 된다는 점을 일깨우는 말이다. 그런가 하면 독일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죽음이 있기에 삶의 의미가 있다’고 했다. 저자는 “살아가면서나 죽어가면서나 인간다움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도록 서로서로 자유와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평화로운 죽음’, ‘인간다운 죽음’을 고려하지 않은 낡은 생명윤리로는 지금의 ‘가려진 죽음’과 ‘보이지 않는 죽음’을 해결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안락사 찾아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도 평화롭고 존엄하게 죽을 인간의 마지막 권리 찾기는 어떻게 해결할까. 저자는 삶과 죽음을 포괄하는 죽음의 윤리를 새로 구성한 뒤 사회적 합의를 거쳐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에선 지난해 2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돼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커졌다. 하지만 ‘죽을 권리’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첨예하게 엇갈린다. 올해 초 한국인 두 명이 2016, 2018년 조력자살을 돕는 스위스 비영리단체 디그니타스의 도움을 받아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서울신문 3월 6일자 1면> 디그니타스에 따르면 한국인 107명이 같은 방법으로 죽기 위해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사망자 76%가 집 아닌 의료기관 등서 생 마감 2018년 사망자의 76.2%가 집이 아닌 의료기관 등에서 생을 마쳤다는 사실을 꼬집은 저자는 신학자이기도 하다. 가족과 함께 집에서 맞는 죽음이란 이미 낯선 것이 된 지 오래라는 그는 천주교를 포함한 종교계도 열린 마음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지금 중요한 것은 누구와 어디에서 어떤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지 질문하고 죽음을 미리 상상하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죽음을 제대로 알 때 이를 관리할 수 있으며 스스로 죽음을 관리할 때 의료화된 ‘낯선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리얼돌’은 인형이라 괜찮다고요?…여성들이 분노하는 이유

    ‘리얼돌’은 인형이라 괜찮다고요?…여성들이 분노하는 이유

    요즘 ‘리얼돌’이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제작된 리얼돌 수입을 금지한 세관의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지난 6월 대법원이 확정했습니다. 문제가 된 리얼돌은 성인 여성의 신체와 비슷한 형태와 크기로 만들어 졌습니다. 이후 한 리얼돌 판매 대행업체가 ‘사용자가 원하는 얼굴로 리얼돌 얼굴을 제작할 수 있다’고 공지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습니다. 여성들은 분노했고,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지난달 청원 시작일로부터 한 달 안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의 공식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리얼돌을 찬성하는 남성들은 여성의 신체를 본뜬 리얼돌은 단순한 남성용 성기구에 불과하고, 리얼돌을 사용하는 개인의 성적 자유는 보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 ‘리얼돌이 여성용 성기구와 무슨 차이가 있냐’고 반문하는가 하면, 실제 인물의 얼굴이 아닌 리얼돌은 괜찮다고 주장합니다. 남성의 신체를 본뜬 리얼돌도 있지 않느냐는 반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리얼돌의 모사 대상으로 표적화된 여성들은 일상에서 여성들이 성적 대상화와 괴롭힘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합니다. 또 남성들이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을 ‘남성다운 일’로 여기고 일종의 놀이로 소비하는 사회에서 리얼돌은 단순한 인형일 수 없다고 말합니다. 두 페미니스트 철학자,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와 윤지선 작가 겸 독립연구자를 통해 리얼돌 논란을 하나씩 짚어봤습니다. ■리얼돌 금지가 ‘개인’의 성적 자유를 침해한다고요? 여성의 신체를 본뜬 리얼돌의 수입을 금지한 인천지법(1심) 재판부는 “리얼돌이 전체적인 모습에서 실제 여성의 신체 부위와 비슷하게 형상화돼 있다”면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으로 사람의 특정한 성적 부위 등을 적나라하게 표현·묘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서울고법(2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을 취소하며 다음 헌법재판소 판례를 그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성기구는 인간이 은밀하게 행하기 마련인 성적 행위에 사용된다는 점에서 매우 사적인 공간에서 이용되는데, 이런 사적이고도 은밀한 영역에서의 개인적 활동에는 국가가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개별적 인격체로서의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 된다.” 이를 근거로 리얼돌의 금지는 개인의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윤김지영 교수는 성적 자유를 침해받는다는 그 ‘개인’이 누구인지를 물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즉 여기서 ‘개인’은 남성으로 한정돼 있다는 것이 윤김지영 교수의 말입니다. “성적 욕망의 주체를 남성으로만 설정하고 있는 남성 지배 문화를 생각해야 합니다. 여성은 남성의 성욕 해소를 위한 도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여성의 신체 형상이 남성에게 특화된 성기구로 전락한 이 위계적 현실이야말로 여성들의 인권과 자유를 침해하는 일입니다.” 윤지선 연구자는 “사람의 형상 전체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거나 표현하는 일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 대상이 되는 사람의 신체를 폄하하고 상품화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도록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신체의 고유한 속성이 파괴되는 것을 볼 때 그것이 내 신체와 아무런 관계가 없더라도 폭력적이라고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윤지선 연구자는 “인간의 은밀하고 사적인 성 활동과 성기구 사용에서도 인간 신체의 존엄성과 가치를 훼손할 여지가 있고 여성 혐오적인 요소가 부각된다면 타인의 존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명목으로 국가가 엄연히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리얼돌이 여성용 성기구와 차이가 없다고요? 리얼돌 수입 금지 처분이 부당하다면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국내 업체는 리얼돌이 “여성의 성기 모습을 단순화한 남성용 자위기구로서 기능적인 측면에 중점을 뒀다”고 주장했습니다. 리얼돌 논란을 다룬 기사들에서도 ‘여성용 성기구가 있는 것처럼 리얼돌도 남성용 성기구에 불과하다’는 댓글이 상당수 발견됐습니다. 하지만 여성용 성기구인 ‘딜도’와 리얼돌은 같을 수 없다고 윤김지영 교수는 지적합니다. “딜도는 남성 성기와 유사한 모양만 있는 게 아닙니다. 다양한 색상과 조명, 바이브레이션(떨림) 기능, 온도조절 기능, 자동세척 기능 등을 갖추면서 남성의 신체 형상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바이브레이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여성용 성기구는 리얼돌이 추구하는 인간 신체 형상의 완벽한 재현과는 거리가 멉니다.” 윤김지영 교수는 “남성용 자위기구는 여성 신체와의 유사성이 높을수록 가격대가 높아지는 반면 여성용 자위기구는 남성 성기가 갖지 않은 다양한 기능이 추가될수록 가격대가 높아진다”면서 “이런 차이를 통해서도 여성의 성기구는 남성 신체에 대한 통제력을 목적으로 하지 않지만 남성용 성기구인 리얼돌은 여성 신체에 대한 장악력, 통제력을 목적으로 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윤지선 연구자는 “성기구는 인간의 성적 감도를 다각적으로 증폭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인간 형상의 사실적인 모사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면서 “리얼돌은 여성의 성적인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여성이라는 존재를 성적 기능으로 환원하고,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존재로서 여성을 인지하게 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문제라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실제 인물의 얼굴을 하지 않은 리얼돌은 괜찮다고요? 특정인의 얼굴로 리얼돌을 만들면 초상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리얼돌을 판매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얼굴 주문 제작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반론이 나왔습니다. 일각에서는 ‘실제 인물의 얼굴로 제작하지 않은 리얼돌의 유통은 문제가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요. 하지만 윤김지영 교수는 리얼돌이 타인의 얼굴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핵심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윤김지영 교수는 “설령 실제 인물의 얼굴을 본뜬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여성에 대한 일방적인 성적 행위들을 실현하는 판타지를 제공하는 것이 남성용 리얼돌의 판매 목적”이라면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윤지선 연구자는 불법촬영, ‘지인 능욕’(실제 인물의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한 사진), ‘딥페이크 포르노’(인공지능 기술로 특정인의 사진을 기존 포르노그래피에 정교하게 합성해 만든 영상물)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리얼돌을 통해서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이미 소셜미디어에서 범죄자들이 불특정 다수의 실제 여성 사진을 무작위로 수집해 딥페이크 포르노나 지인 능욕 등 사이버 성범죄에 이용하고 있지만 이것이 제대로 처벌되거나 통제되지 않는 실정입니다. 또 몇몇 남성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리얼돌을 성적으로 이용한 콘텐츠를 ‘강간인형 사용 후기’라는 자극적인 해시태그를 걸어 영상으로 유포하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리얼돌도 실제하는 여성을 표적해 능욕하는 범죄 도구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내포하고 있습니다.” 판결문을 보면 2심 재판부는 리얼돌의 얼굴, 유두, 성기 부분(이하 별도 부분)은 이에 해당하는 각 제품을 소비자가 별도로 구매해 리얼돌에 탈부착하는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또 별도 부분이 리얼돌보다 표현의 구체성 수준이 높다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별도 부분의 향후 주문 제작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리얼돌 수입을 허용한 2심 재판부, 그리고 2심 판결을 확정한 대법원 재판부의 판단은 여성 대상 범죄가 증가하는 현실을 간과했다고 윤지선 연구자는 비판합니다. ■여성용 리얼돌을 만들면 문제가 해결된다고요? 이런 주장은 리얼돌 판매에 여성들이 분노하는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주장이라고 윤김지영 교수는 말합니다. “여성들을 위해 남성의 신체를 본뜬 리얼돌이 존재하려면 그만큼의 수요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왜 대부분의 리얼돌은 남성용으로 제작되는 걸까요? 남성을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도구로 대상화한 역사가 여성들에게는 없습니다. 그 반대의 역사가 있었을 뿐입니다. 오랫동안 남성들에게 여성의 몸은 아동, 청소년, 성인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매순간 성적 품평과 성적 대상화의 대상이었습니다. 이런 ‘강간 문화’(남성들의 성적 공격성을 장려하고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을 정상적인 것으로 생각하도록 하는 신념·환경을 가리키는 말)에 대한 해체 의지가 리얼돌을 반대하는 목소리로 나타난 것입니다.” 윤지선 연구자도 “남성의 신체를 본뜬 여성용 리얼돌을 만든다고 해서 인간 몸의 온전한 이미지가 훼손되는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여성을 남성의 성욕을 해소해주는 존재로 규정해온 성차별 구조가 여성용 리얼돌의 판매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장애인 등 성소외자를 위해 리얼돌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하여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모든 장애인의 성에 관한 권리는 존중되어야 하며, 장애인은 이를 주체적으로 표현하고 향유할 수 있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진다”는 ‘성에서의 차별 금지’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장애인에 대하여 장애를 이유로 성생활을 향유할 공간 및 기타 도구의 사용을 제한하는 등 장애인이 성생활을 향유할 기회를 제한하거나 박탈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조항대로라면 장애인 등 성소외자에게 리얼돌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타당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윤지선 작가는 리얼돌을 성기구로 인정해야 하는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리얼돌이 성소외자의 성적 권리를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육체적·심리적 성기능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성적 욕구는 기존의 자위기구를 통해서도 충분히 해소될 수 있습니다. 또 남성 노인이나 남성 장애인들은 때로 성매매를 통해 성욕을 일방적으로 방출하고 있습니다. 반면 여성 노인, 여성 장애인들은 무성적 존재로 치부돼 그들의 성적 욕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남성들의 성적 침해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리얼돌의 사용이 단순히 성소외자의 성적 쾌감을 충족하는 문제를 넘어 성적 권력을 경험하고 싶은 남성들에게 과연 어디까지 성적 자유를 허용할 것인지 의구심이 듭니다.” 윤김지영 교수는 이번 리얼돌 논란이 “‘여성의 몸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남성의 성적 행위에만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여성의 인권과 자유는 왜 남성의 성적 자유를 위해 희생돼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총평했습니다. “리얼돌은 단순한 성기구가 아닙니다. 인형은 사랑받는 대상이면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훼손과 대체, 폐기가 가능합니다. 이런 취약성이 지금의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이 갖는 위상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윤지선 연구자는 리얼돌 문제가 앞으로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섹스로봇’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지금보다 시야를 확장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미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등 해외에서는 ‘사만다’, ‘하모니’, ‘록시’ 등 다양한 섹스로봇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적 파트너의 부재를 사람이 아닌 리얼돌, 섹스로봇과 같은 인공물이 과연 대체할 수 있을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감정, 욕망을 ‘물건’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인간 존재의 축소를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윤지선 연구자는 말합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열린세상] 재판장님, 장애인이 어려운 말 써서 죄송합니다/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열린세상] 재판장님, 장애인이 어려운 말 써서 죄송합니다/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그는 이미 초로에 접어든 아저씨였다. 고된 일로 두툼해진 손바닥을 잡으며 놀라는 내게 괜찮다고 헤벌쭉 웃어 보이는 얼굴에 어떤 말을 이어 갈지 잠깐 고민했다. 그는 십수 년간 비장애인 부부에게 무임금으로 노동력 착취를 당하다가 얼마 전 한 장애인 단체의 도움으로 그곳에서 탈출한 지적장애인이다. 모르는 사람의 지시를 받으며 땀이 비 오듯 하는 일을 이어 온 건 언제부터인지 기억도 없다. 서류를 통해 장애인 등록 경위를 확인해 보니 그는 태어날 때부터 지적장애가 있었다고 한다. 아주 어릴 때 영문도 모르고 부모에게서 떨어져 지내야 했고, 남들이 중학교에 다닐 나이에 이집 저집에서 몇 년씩 시키는 일을 해야 했다. 언제 끝이 나려는지 알 수 있었다면 조금 견디기가 쉬웠을까. 이번 주인은 정말 고약했다. 십수 년을 부리고 밥 한끼를 내주지 않았다. 반찬은 수급비를 쪼개서 사 먹어야 했고, 몸통에 들어오는 자그마한 밥솥 하나로 끼니를 연명했다. 시키는 대로 빨리 못 한다며 주변에 있는 물건을 자주 던지곤 했다. 새벽부터 밤까지 매일 쉬지 않고 일을 하니 언제부턴가 허리도 몹시 아프고 한쪽 다리에는 저리는 통증도 생겼다. 가해자 부부를 고소하기로 했다. 고소가 무엇인지 이리저리 설명을 해 보는데 별 반응이 없다. 다만 “꼭 벌받게 해 주이소!”라고 목소리를 높이신다. “네! 물론입니다.” 앞으로의 긴 싸움에 앞서 조만간 닥칠 일들도 알려 드린다. “경찰서나 면사무소 같은 곳에 여러 번 가셔서 똑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하셔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법정에 나가서 판사님께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다음날부터 새벽에도 밤에도 전화한다. 다른 건 몰라도 가해자 앞에서 증언하는 것은 안 하면 안 되겠냐는 요청과 하소연이다. 쉼터로 옮기신 지 몇 달이 되었는데도 가해자를 생각만 하면 소화가 안 되고 기분이 나쁘다고 하신다. 지난번 경찰서에서 말씀하실 때처럼 제가 옆에 있을 것이라고 말씀드려도 계속 좌불안석이다. 빨리 기소되고 재판이 열리길 바랄 뿐이지만 어디 그게 마음대로 되는 일이랴. 고소 후 8개월이 지났다. 법원에서 온 ‘증인소환장’ 앞에서 한숨을 푹 쉬시는 모습에 나도 덩달아 긴장된다. “꼭 필요한 일이니까, 혼자가 아니니까 함께 해보자”고 말은 던져 놓았지만, 피고인석에 앉은 그 인간을 마주하기는 아주 싫은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기억 속 그 피고인에 대한 마지막 장면이 신발을 들고 때리려고 쫓아오던 모습이니 오죽할까. 대망의 증언날. 미리 증인 지원 신청을 마쳐 놓은 법정이라 증인지원관의 도움을 받으며 피고인과 마주치지 않게 무사히 입정했다. 검사와 피고인 변호사가 차례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고, 그 어려운 질문들에 낼 수 있는 모든 용기를 내서 대답하는 그의 한 문장 한 문장이 고마웠다. 그런데 마지막에 재판장님이 몇 가지 더 질문을 하신다. “피고인은 그렇다 치고 피고인의 아내는 어땠나요?” 질문을 여러 차례 듣고 이해한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에휴. 그 밥에 그 나물이쥬.” 재판장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혼잣말처럼 “지적장애가 있는데 어려운 말도 잘하네요?” 한다. 판사님은 속담과 같은 은유적 표현을 쓰는 이 지적장애인이 낯설다. 이러한 생경함은 ‘지적장애인이 아닐 거야’라는 판단까지 나아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재판장님, 지적장애인은 아기처럼 말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냥 사람이에요. 이 사람이 살아온 인생 그 자체를 바라봐 주세요’라는 당연한 사실을 변호인 의견서에 또 어떻게 풀어 써야 하나 벌써 걱정이다.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는 장애인을 유형화·대상화·특정화한다. 그 틀에서 벗어나면 놀라며 걱정한다. 자신이 설정한 딱 그 수준으로 장애인이라는 대상을 평가하기도 한다. 무대에서 열심히 율동과 노래를 하는 한 지적장애인에게 칭찬한답시고 “정상인보다 잘한다”는 추임새를 넣던 비장애인 사회자. 그 멘트에 덜컥 놀라 무대를 응원하며 그 율동을 괜히 더 열심히 따라했던 어떤 날의 기억이 스친다. 지적장애인이 어려운 말 좀 쓰면 어떤가?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의 평범함이 존엄하게 인정되는 사회. 그런 사회야말로 불확실성에 두려운 일상과 인간 존재의 나약함을 품어 내는 힘이 있는 사회가 아닐까.
  • ‘리얼돌 수입 금지’ 청와대 국민청원 20만명 동의 넘어

    ‘리얼돌 수입 금지’ 청와대 국민청원 20만명 동의 넘어

    대법원이 여성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 ‘리얼돌’에 대해 수입 허가 판결을 낸 데 반발해 수입을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31일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은 이날 오후 3시 현재 21만 4439명이 동의한 상태다. 지난달 27일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A사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낸 리얼돌 수입통관 보류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 판결을 받아들여 확정했다고 밝혔다. 2심 법원은 리얼돌에 대해 “성기구는 사용자의 성적 욕구 충족에 은밀하게 이용되는 도구에 불과하고, 우리나라 법률도 성기구 전반에 관해 일반적인 법적 규율을 하고 있지 않다. 나아가 이는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 것”이라면서 리얼돌 수입을 해도 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청원인은 리얼돌에 대해 “다른 성인기구와 다르게 머리부터 발끝가지 여성의 신체적 특징을 그대로 떠 만든 마네킹과 비슷한 성인기구”라면서 “머리 스타일뿐만 아니라 점의 위치, 심지어 원하는 얼굴로 커스텀(맞춤) 제작도 할 수 있다고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연예인이나 지인의 얼굴을 음란사진과 합성해 인터넷에 게시하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리얼돌도 안 그러리란 보장은 없다. 본인도 모르게 본인의 얼굴이 리얼돌이 된다면 정신적 충격은 누가 책임져 주나”라고 반문했다. 또 “움직임 없는 리얼돌에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은 살아 있는 여성에게 성범죄를 행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실제로 자극적인 성인 동영상을 보고 거기에 만족 못 하고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수많은 뉴스를 통해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리얼돌이 남성의 모습을 본뜬 것이 주였으면 남자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 게 아니다’라고 생각할지 궁금하다”면서 “여성의 얼굴과 신체를 본떴지만 아무 움직임이 없어 성적으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실제 여성들을 같은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청원은 한달 이내에 관련 답변을 받을 수 있다. 해당 청원은 7월 8일 시작돼 8월 7일이 청원 종료일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법서라] 고작 6일 누린 ‘납북어부 재심’ 무죄 기쁨…‘과거사 원칙’ 저버린 검찰

    [법서라] 고작 6일 누린 ‘납북어부 재심’ 무죄 기쁨…‘과거사 원칙’ 저버린 검찰

    [편집자주] 전국 최대 법원과 최대 검찰이 몰려 있는 서울 서초동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뿐만 아니라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눈으로 보는 법조계는 이상한 일이 참 많습니다. 법조의 뒷이야기와 속이야기를 풀어드리는 ‘법조기자의 서리풀 라이프’, 약칭 ‘법서라’를 토요일에 선보입니다. 오는 25일 취임하는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겠다는 한 어부가 있습니다. 이 어부는 박정희 정권 당시 간첩 누명을 뒤집어 쓴 채 50년을 살아오다 최근 재심심판을 통해 겨우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에 불복한 검찰이 항소를 제기하면서 지난한 재판을 다시 이어가야 합니다. 어부는 “검찰이 스스로 정한 원칙과 약속은 지켜달라”면서 새로이 검찰조직을 이끌어갈 신임 검찰총장에게 전할 말이 있다고 합니다.“실질적으로 불법구금·가혹행위가 인정될 수 있는 경우 법원의 재심개시결정을 존중하여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않고, 재심 무죄 선고시 일률적인 상소를 지양하고, 유죄 인정 증거를 발견하지 못하면 상소를 제기하지 않는다.”- 2019년 6월 27일 대검찰청 ‘과거사 사건 관련 후속조치’ 中 위 문장은 ‘과거사 재심 사건에 대해선 새로운 증거가 있지 않은 한 상소하지 않겠다’라고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지난달 27일 전국 검찰청을 지휘하는 대검은 어두운 과거사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과거사 재심사건 업무 매뉴얼’을 마련했습니다. 과거 검찰이 일부 과거사 사건에서 인권보장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문무일 현 검찰총장이 직접 사과한 데 따른 변화입니다. 검사는 재판에서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과거사 사건은 고문에 의해 만들어진 허위 진술이 많기 때문에 검찰도 적극적으로 ‘무죄 가능성’도 찾아내겠다는 취지죠. 군사 독재정권 시절 억울하게 간첩으로 몰렸던 이들에게 필요한 조치입니다. 그런데 과거사를 반성하겠다고 외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 벌써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간첩 누명은 쓴 6명 가운데 이미 5명이 세상을 떠난 ‘제5공진호 납북 어부’ 재심 이야기입니다.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서 검찰은 즉각 항소했습니다. 유일한 생존자는 “말뿐인 원칙과 약속이었느냐”고 절망했습니다. ■납북된 18살 막내 선원…불법감금·고문으로 ‘간첩’ 누명 1968년 5월, ‘제5공진호’ 막내 선원 남정길씨는 조업 도중 동료 5명과 함께 북한에 납치됐다가 5개월 만에 풀려나 고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남씨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군사 독재정권의 ‘간첩몰이’였습니다. 정보과 형사들은 남씨 일행을 한달 동안 영장 없이 불법적으로 감금하고, 고문과 가혹행위를 가해 ‘납북 피해자’에서 ‘간첩’으로 바꿔버렸습니다. 당시 남씨의 나이는 고작 18살. 반공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들은 1969년 징역 1~3년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당시 검찰 공소장엔 “피고인들이 1968년 5월 24일 12시경 제5호 공진호에 승선해 경기도 연평도 근해 해상에서 어로작업 중, 선장인 김창록이 북괴 지배 하에 있는 지역인 안골에 들어가야만 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으니 안골에 들어가서 어로작업을 할 것을 제의하자, 피고인들은 모두 이에 찬동했다”면서 “반국가 단체인 북괴의 지배 하에 있는 지역으로 탈출했다”고 명시됐습니다. (남씨 일행은 군사기밀 누설 관련 혐의로도 기소됐지만, 당시 법원은 ‘북괴 구성원들에게 강요된 행위’라며 이 부분에 국한해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유죄 판결의 핵심 근거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의 자백이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스스로 고기잡이를 위해 북한 영해에 들어간 사실을 인정했고, 법정에서도 유사하게 진술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받아낸 진술은 고문에 의한 자백이었고, 고문 경찰은 법정까지 나타나 어부들을 지켜보며 심리적으로 압박했습니다. 그 속에서 경찰, 검찰, 법원, 누구도 사건의 실체를 들여다보려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남씨 일행은 평생을 반공법을 위반한 간첩으로 살아가야 했습니다.■50년 만에 무죄 판결 “고문, 가혹행위에 의한 진술은 증거능력 없다” 그렇게 50년을 억울함 속에서 살아온 남씨는 원곡 법률사무소를 만나 이미 세상을 떠난 납북 어부 5명의 유가족과 함께 지난해 7월에야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지난 3월 재심개시 결정을 내렸고, 4개월 만인 지난 11일 전주지법 군산지원 형사1부는 전원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심 재판부는 “장기간 불법구금과 광범위하게 이뤄진 가혹행위, 협박, 회유 등으로 인해 피고인들이 경찰 진술뿐만 아니라 검찰 및 법정에서의 진술까지도 임의성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졌다고 추단되거나, 적어도 그 임의성에 강한 의심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임의성이 없는 진술’이란 허위진술을 강요할 위험성이 있는 상태에서 이뤄진 진술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고문에 의한 허위진술이라는 점이 인정되기 때문에 1968년 경찰 조사나 법정에서 나왔던 진술 역시 증거능력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의미죠.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납북됐다가 1968년 10월 인청항으로 귀환한 뒤 11월 군산경찰서로 이동해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구금된 상태에서 조사받은 사실 ▲군산경찰서 소속 수사관 등이 무허가 여관에서 자백을 강요하면서 구타, 물고문, 잠 안 재우기 등으로 강압적인 조사를 했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공소사실을 자백하는 내요의 진술서 등을 작성한 사실 ▲검찰 조사와 공판기일(법정)에서도 고문 경찰관이 배석해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한 사실 등을 기록에 의해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50년 만에 이뤄낸 명예회복이었지만, 남씨의 동료들은 이미 세상을 떠난 지 오래였습니다. 가장 모진 고문을 당했던 기관장 박남주씨는 징역을 마치고 2년도 지나지 않아 사망했습니다. 남씨 본인도 고문 후유증으로 뇌출혈이 생겨 말이 어눌하고 거동이 불편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무죄 결과를 받아든 남씨는 “50년의 세월 동안 누구 앞에 떳떳하게 설 수 없었는데 이제 우리도 떳떳하게 살 수 있게 됐다”면서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습니다. 이제 겨우 1심이 끝났지만, 대검이 불과 한 달 전에 ‘과거사 원칙’을 발표했기 때문에 남씨 측은 사실상 재판이 끝났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의 행보를 남씨 측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법원의 무죄 판결에 불복한 것입니다.■검찰의 항소 “재판부가 법리 오인…법정에서 진술은 유효” 1968년 남씨 일행을 재판에 넘겨 유죄를 이끌어내고, 51년이 흘러선 이번 재심 공소유지를 맡은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지난 17일 ‘납북어부 사건’ 재심 무죄 판결에 대해 항소했습니다. 6일 만입니다. 앞서 설명 드린 ‘임의성’, 즉 강요에 의한 진술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에 대해 재판부가 법리적으로 오인을 했다는 취지입니다. 군산지청의 설명을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대검에서 규정한 ‘과거사 원칙’의 방향과 취지도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수사기관에서 고문과 가혹행위가 있었다해도 법정에서 고문받은 건 아니잖아요? 일부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일부는 인정했습니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진술했다고 판단되기에 증거능력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록 재판부가 그 부분에 증거능력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검찰 입장에선 유사한 국가보안법 사건에서도 유죄로 인정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이대로 포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경찰 단계에선 고문을 받았더라도, 재판 단계에서까지 고문을 받은 것은 아니지 않냐는 취지입니다. 실제로 검찰은 재심심판에서도 이 같은 주장을 이어갔습니다. 서울신문이 확보한 검찰 변론재개 의견서에 따르면 검찰은 ‘피고인 등이 그 공판 과정에서, 수사기관에서 받은 가혹행위 등으로 인한 심리적 억압상태 때문에 자유롭게 진술하기 어렵다는 등의 주장을 했다거나 그런 의심을 할 만한 사정을 찾아보긴 어렵다’며 혐의를 자백한 당시 법정 진술의 증거능력이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그 근거로 1969년 당시 공판 조서를 제시했습니다. 조서를 살펴보면 남씨 일행은 고기잡이를 위해 북한 해역으로 넘어간 사실이 있느냐는 판사의 물음에 대부분 ‘맞다’는 취지로 대답한 내용이 나옵니다.재판장 : 연평도에서 고기잡이가 여의치 않아 선장인 김창록의 제의로 군사분계선 넘어 황해도 구월골에 고기잡이를 간 사실이 있는가요남정길 : 예 그런 사실이 있었습니다재판장 :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면 북괴에 납치된다는 사실을 몰랐던가요남정길 : 그런 위험성은 인식하였읍니다만 고기를 못 잡으면 보수를 못 받게 되니까 설마 붙잡히지는 않을 터이지 하는 요행수를 믿고 고기 잡을 목적으로 선장의 지시에 따라 그곳에 넘어가서 조업을 한 것입니다검찰은 남씨 일행이 법정에서 경찰의 고문을 폭로하기도 했다며, 이는 강요받아 진술하는 상황이 아님을 방증한다고도 주장했습니다.재판장 : 군산에 한국군이 주둔하고 있었다는 말도 했다는데 어떤가요피고인1 : 그런 말은 전혀 한 일이 없는데 군산경찰서 정보과에서 너무 심한 고문을 해서 그렇게 말했다고 거짓 진술했습니다재판장 : 군산비행장의 비행기 대수가 500대쯤 금년에 들어왔다는 말을 했든가요피고인2 : 이북에서는 그런 말을 묻지 아니하여 말한 사실이 없는데, 군산경찰서에서 조사받을 때 배 안에서 그런 말이 있었는데 왜 말한 일이 없다고 하느냐면서 고문을 하기에 할 수 없이 그런 말을 했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변호인의 반격 “고문 29일 만에 열린 재판, 자유로운 환경이었다고요?” 남씨의 변호를 맡은 원곡 법률사무소 최정규 변호사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검찰의 입장이 충격적”이라고 탄식부터 내뱉었습니다. 고문을 당하고서 겨우 29일이 지나 공판이 열렸는데, 그들이 고문당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고문으로 사람을 너덜너덜하게 만들었는데, 국가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무자비하게 짓밟았는데, 법정에서 제대로 된 진술이 가능했을까요? 물론 법정에서 고문을 당하진 않았겠죠. 또 누군가는 혐의를 인정하고, 누군가는 용기를 내 고문 사실을 밝혔겠죠. 그렇다고 이미 짓밟힌 상태에서 한 법정 진술을 꼬투리 잡으며 ‘너네 그때 자백했으니까 지금도 유죄야’라고 말하는 건 너무 잔인하지 않나요?”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고문 사실을 폭로했기 때문에 억압된 환경이 아니다’라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남씨 측은 적극적으로 반박했습니다. “검사가 일부 부인 취지, 고문 폭로라고 언급한 진술들은 현재 재심심판절차에서의 유무죄 판단대상으로 삼는 공소사실과 관한 군사기밀누설과 관련된 진술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공소사실 자체를 부인한 것이 아닙니다. 고문 관련 진술을 하면서도 수사기관이 작성한 수사서류의 진정성립과 진술의 임의성은 다투지도 않는 등 강한 의심이 듭니다. 심리적 억압상태 때문에 자유롭게 진술할 수 없다는 사정은 명백합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무죄 판결을 통해 어부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검사가 제출한 의견서의 내용만으론 임의성에 대한 의문점을 없애는 검사의 적극적인 입증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재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검찰은 상급법원이 자신들의 주장을 다시 판단해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어부라서 무시하는 건가요” 항소와 상고, 즉 상소제도는 형사소송법 체계의 기본입니다. 검사가 항소를 제기하는 행위 자체가 이상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과거사 사건만큼은 다르게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이미 수십 년 고통과 억울함 속에서 살아왔던 이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안겨주지 않고, 적극적으로 구제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 변호사는 “일반 사건이라면 이해한다. 검사도 법률가인데, 당연히 자기 주장이 있고 고집이 있으니 법률 판단을 더 받아보고 싶겠다”면서도 “그런데 과거사 사건에 대해 대검이 매뉴얼까지 만든 것은 ‘무조건 대법원까지 가야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자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국가도 할 말은 있겠지만, 국가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니까 적어도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한 ‘우리가 물어뜯진 말자’는 취지 아니었냐”고 덧붙였습니다.남씨의 건강상태는 매우 좋지 않다고 합니다. 무죄 판결을 받아들고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까지 말했지만, 검찰 항소로 인해 끝이 보이지 않는 재판에 다시 뛰어들어야 합니다. 항소 소식을 듣고 “유학생 사건은 자체적으로 조사까지 해주면서, 우리 사건은 고작 어부라서 무시하는 거냐”고도 말했다고 합니다. 동료들을 떠내보내고서 외로움도, 허망함도 큰 탓이었을 겁니다. 오는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새로 취임합니다. 윤 신임 총장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 서면질의 답변서를 통해 “국가권력에 의한 고문, 전쟁범죄 등 반인권적인 범죄에 대하여 공소시효의 예외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제5공진호 납북 어부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를 비롯한 국가권력의 피해자들은 그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노로바이러스, 말라리아 감염검사 9월부터 보험적용

    노로바이러스·말라리아 간이 감염검사와 중증 뇌·심장질환의 검사와 처치에 대해서도 오는 9월 1일부터 보험급여를 적용한다. 보건복지부는 19일 건강보험 최고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을 열어 이렇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감염성 질환을 신속하게 진단하는 검사를 할 때 환자가 부담하는 검사비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비급여로 환자가 전액을 부담했던 노로바이러스, 말라리아, C형 간염,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등 간이 감염검사(7종)에도 보험 혜택을 적용한다. 이외에도 기립형 저혈압 환자의 자율신경계를 조절하는 기립 경사훈련, 뇌전증을 진단하는 보행 뇌파 검사 등 뇌·심장질환 6개 항목, 처치에 쓰이는 치료재료 30개 등 43개 항목에 대해서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노로바이러스는 장염의 주된 원인이다. 노로바이러스 검사비는 2만 6000원에서 1800원(종합병원 입원기준)으로, 말라리아 간이검사비는 평균 2만 7000원에서 2200원(종합병원 입원기준)까지 대폭 내려간다. C형 간염 선별을 위한 HCV 항체 간이검사비는 4만 2000원에서 2만 2000원(병원 외래기준)으로, 일반 뇌파검사로는 확진이 어려운 보행 뇌파검사비는 37만 4000원에서 9만 9000원(종합병원 외래기준)으로 떨어진다. 위원회는 지난해 2월부터 이른바 존엄사법(연명의료 결정제도) 시행을 계기로 추진한 연명의료 수가 시범사업 참여 기준을 개선하고 다음달 끝날 예정인 시범사업 기간도 2020년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의·한 협진 3단게 시범사업을 오는 9월부터 2020년 말까지 추진해 참여기관을 대상으로 가제도를 도입하고 등급(1~3등급)을 부여해 협진 서비스 질에 따라 차등적으로 보상키로 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우국충정도시 정읍 없었다면 조선왕조실록·민주화도 없었죠”

    “우국충정도시 정읍 없었다면 조선왕조실록·민주화도 없었죠”

    “정읍이 없었다면 조선왕조실록도, 민주주의 뿌리가 된 동학농민혁명도 없었을 것입니다. 분연히 일어설 줄 아는 ‘정읍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역사입니다.” 유진섭 전북 정읍시장은 지난 1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읍은 국운이 위태로울 때마다 우국충정의 마음으로 희생하고 기꺼이 목숨을 바친 역사의 고장”이라며 약무정읍 시무실록(若無井邑 是無實錄), 약무정읍 시무민주(若無井邑 是無民主)를 강조했다. 정읍 사람들이 임진왜란 당시 조선왕조실록을 지켜 냈고 역사의 물길을 바꾼 동학농민혁명 역시 정읍에서 봉기해 이 땅에 민주주의를 완성한 씨앗이 됐다는 의미다. “정읍은 백제가요 정읍사, 정극인의 상춘곡, 호남우도농악의 발상지입니다. 최근에는 전북 유일의 서원인 무성서원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습니다.” 그는 “정읍만의 독창적이고 다양한 역사·문화 콘텐츠를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관광자원으로 가치를 극대화시키겠다”며 ‘문화도시’ 청사진을 펼쳐 보였다. 다음은 일문일답.-문화재지킴이의 날(6월 22일) 행사를 개최했다. 의미는. “1592년 6월 22일 전주사고의 조선왕조실록을 왜란을 피해 정읍 내장산으로 옮긴 것을 기념해 지난해 처음 만들었다. 첫 번째 기념식이 역사 현장인 정읍 내장산에서 열리게 돼 참으로 감회가 새롭다. 이를 계기로 정읍 사람들이 목숨 걸고 실록과 어진을 지켜 낸 의의가 재조명되기를 기대한다. 문화재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고 민족의 자존감과 자긍심을 높이는 변곡점이 되길 바란다.” -조선왕조실록을 지켜 낸 고장으로서 의의는. “약무정읍 시무실록이라는 말로 답을 대신한다. 정읍이 없었다면 조선왕조실록은 없었기 때문이다. 조선 전기 200년을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은 임진왜란 당시 정읍 선비 안의와 손홍록이 사재를 털고 목숨을 걸면서 내장산으로 옮겼기에 화를 면했다. 이들은 전주사고에 보관된 805권의 실록을 60여개 궤짝에 담아 말에 싣고 60㎞ 떨어진 내장산 은봉암까지 옮겼다. 7월 1일에는 태조 어진을 용굴암으로 이안했고 7월 14일에는 실록을 은봉암에서 비래암으로, 어진은 9월 28일 비래암으로 재이안했다. 실록 보호는 희묵대사가 이끄는 승군과 사당패, 노비 등 많은 정읍 사람들이 힘을 모았기에 가능했다. 소중한 유산을 정읍 사람들이 지켜 냈다는 사실에 무한한 자긍심을 느낀다. 이 같은 자긍심이 정읍 발전, 나아가 국가 발전의 큰 힘이 되기를 소망한다.”-외세와 부패한 권력에 맞선 동학농민혁명도 정읍에서 시작됐다. “1894년 정읍 고부에서 봉기하지 않았다면, 황토현 전투에서 농민군이 관군을 대파하지 못했다면 우리 역사는 지금과 많이 다를 것이다. 동학농민혁명은 3·1운동, 4·19혁명, 6·10 민주화운동, 2017년 시민촛불혁명으로 이어지며 민주주의를 완성했다. 약무정읍 시무민주, 정읍이 없었다면 우리나라에 민주주의도 없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동학농민혁명이 정읍에서 일어난 것은 기개 넘치는 선조들이 있었고 그 정신을 이어받은 후손들이 있어서다. 정읍인들의 도도한 기상과 역사적 사명감에 대한 자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정읍인들이 앞장서 희생한 배경은. “뿌리 깊은 ‘정읍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정읍정신은 인문학적·문화적 환경의 영향으로 형성됐다. 조선왕조실록과 태조 어진을 지켜 낸 배경에는 정읍의 실천 유학자였던 일재 이항 선생의 영향이 컸다고 본다. 호남 성리학의 종조인 일재는 통일신라시대 사상가 고운 최치원의 ‘풍류도’ 사상을 유학 입장에서 자주적으로 재창조했다. 그의 생애와 학문은 호남 선비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으로 나선 제자가 김천일 장군 등 54명에 이른다. 조선왕조실록을 지켜 낸 안의와 손홍록 역시 일재의 제자다. 그의 학문과 사상은 수운 최재우, 해월 최시형, 증산 강일순으로 이어져 정읍정신의 뿌리가 됐다. 대한민국 역사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선조들의 후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정읍은 역사·문화의 도시로 알려졌다. “정읍은 문화와 역사 자원의 보고다. 역사와 문화, 예술의 향기가 끊임없이 솟아나는 고장이다. 공식 지정된 유무형 문화재만 116건이다. 외세와 폭정에 대항한 동학농민혁명, 을사늑약에 항거해 일어난 무성창의, 호남지역 독립만세운동의 불씨를 댕긴 태인독립만세운동은 정읍 사람들의 희생으로 이뤄졌다. 정읍은 신종교의 성지라 불릴 만큼 다양한 종교의 발상지다. 동학에 뿌리를 둔 민족종교인 증산교, 보천교의 본향이다. 이 종교는 암울한 시기 이 땅의 백성에게 희망을 줬고 독립운동의 거점 역할을 했다.”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이 어렵게 제정됐다. 이를 지역발전 원동력으로 승화시킬 방안은.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은 정읍시가 제안한 황토현 전승일인 5월 11일로 제정됐다. 이 같은 역사적 의의를 살려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연계해 정읍을 세계적인 민주화 성지로 키워 나갈 계획이다. 동학농민혁명과 유적들을 역사 관광자원으로 콘텐츠화해서 정읍 발전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겠다. 15년 산고 끝에 제정된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기념공원 조성, 참여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 역사 탐방 드라이브길 조성, 혁명 기록물 세계유산 등재 등도 추진하겠다.”-정읍 민주화 성지 육성계획의 당위성은. “동학농민혁명은 인도 ‘세포이 항쟁’, 중국 ‘태평천국운동’과 함께 아시아 3대 혁명으로 꼽힌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뿌리이자 민주화운동의 정신적 기반이다. 125년 전 이미 반상의 차별과 서얼, 적서의 구별에 반대하고 노비제 폐지는 물론 여성과 어린이 해방까지 내세웠다. 당시 세계 어느 나라도 내세우지 못했던 인간 모두의 평등성과 존엄성을 담은 혁명적 민주주의 사상이었고 국가의 자주적 이념을 표방했다. 민주화 성지로서 손색없는 역사적 배경이다.” -문화도시로 비상을 꿈꾼다. “문화가 경제인 시대다. 지역경제, 나아가 국가발전에서 문화적 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정읍이 보유한 독창적이고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개발해 문화유산의 가치를 극대화하겠다. 이를 위해 법정문화도시 지정을 추진한다. 문화유산의 관광 자원화를 통한 수익 창출로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지역 곳곳에 산재한 구슬 같은 자원을 모으고 꿰어서 세상 어디에도 없는 보배로 만들겠다.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은 시민 주도로 추진하겠다. 소소한 재미가 있는 골목길 조성, 용산호 복합 힐링 레저공간 조성, 문화자원의 고부가 가치화 등으로 시민에게 소득을 주고 침체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문화도시를 만들겠다. 책과 역사에만 존재하는 문화가 아니라 시민들이 즐기고 삶을 여유롭게 하는 문화로서 힘을 키우겠다.” -문화도시로 발돋움하려면 시민들의 참여가 필수조건이다. “정읍은 현재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지역경제는 장기간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인구는 계속 준다. 문화자원의 고부가 가치화에 성공하지 못했고 사계절 관광지화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정읍은 발전 잠재력이 크다. 이제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 문화자원의 고품질 콘텐츠화로 관광을 부흥시키고 기업 유치와 원도심 관광객 유치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힘이 중요하다. 민관이 협력해야 상생하는 정읍을 만들 수 있다. 문화도시 조성에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다. 지위와 혜택을 누리는 시장이 아니라 정읍정신으로 희생하면서 솔선수범하는 시장이 되겠다. 정읍 발전을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관심과 사랑으로 협조하고 참여해 주길 호소한다.” 정읍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녹두꽃’ 오늘 종영..조정석 “인간의 존엄성 깨달은 시간”

    ‘녹두꽃’ 오늘 종영..조정석 “인간의 존엄성 깨달은 시간”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이 오늘(13일) 종영하는 가운데, 주연 배우 조정석이 작품에 대한 애정과 종영 소감을 밝혔다. 조정석은 출연 중인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의 종영을 앞두고 ‘녹두꽃’ 대본을 들고 찍은 사진과 함께 종영에 대한 소감을 전하며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그간 조정석은 드라마 ‘녹두꽃’에서 악명 높은 이방인 백가의 장남이자 얼자 ‘백이강’ 역을 맡아 매회 완벽한 사투리 구사와 몰입도 높은 연기를 선보이며 다시 한번 믿고 보는 배우 조정석의 진가를 입증시켰다. 매회 강렬하면서도 섬세한 감정 연기를 선보이며 대체불가한 존재감을 보여준 조정석은 “유의미한 한시대를 담는 녹두꽃이라는 작품을 만난 것 자체가 저에게는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때보다도 지난 6개월이라는 시간이 개인적으로 너무 뜻깊고 행복했습니다.”라며 “감독님 작가님 그리고 좋은 선후배님들과 모든 스텝들 그리고 잊지 못할 역사의 주인공들이 되었던 보조출연자분들 한 분 한 분까지 감사드리고 존경의 뜻을 표하고 싶습니다”고 전하며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이어 “그 어느 때보다도 책임감이 강했던 작품이었고 배역과 캐릭터를 떠나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한번 깊이 있게 깨닫는 좋은 경험의 시간이었습니다”라며 종영에 대한 소감을 전한 조정석은 “녹두꽃을 사랑해주신 많은 시청자분들께 감사 인사드리며 앞으로도 더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라고 감사 인사를 덧붙였다. 조정석의 열연이 담긴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의 마지막회는 오늘(13일) 밤 10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산업재해·아동 노동 의혹’ 삼성전자, 프랑스 법원에 고발

    ‘산업재해·아동 노동 의혹’ 삼성전자, 프랑스 법원에 고발

    중국 공장서 아동노동 의혹한국·베트남서 산업재해삼성본사에 대한 고발은 각하삼성전자 프랑스법인이 거짓 홍보를 한 혐의로 고발당했다. 노동자의 기본권을 존중한다고 홍보해놓고 노동자를 착취해 결과적으로 프랑스 소비자들을 기만했다는 이유다. 3일(현지시간) 프랑스 시민단체 ‘액션에이드 프랑스’와 AFP통신에 따르면 파리지방법원은 지난 4월 17일 삼성전자 프랑스법인의 기업윤리 거짓 홍보 혐의와 관련해 예심 개시를 결정했다. 예심은 수사판사들이 피고가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요건을 갖췄는지 미리 검토하는 독특한 절차이다. 프랑스에서는 형사사건에서 예심 개시 결정이 내려지면 상당수가 기소와 정식 재판으로 연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파리지법은 삼성이 대외적으로 홍보한 윤리경영 약속과 달리 한국·중국·베트남 등지의 공장에서 산업재해와 아동 노동 등 비윤리적 행태가 반복돼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을 기만했다는 주장을 더 자세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보도에 따르면 삼성은 중국 공장에서 16세 미만 아동 노동이 이뤄졌다는 의혹과 함께 한국·베트남 공장에서 산업재해 등 근로자 건강에 대한 문제 제기를 받고 있다. 그런데도 웹사이트 등 마케팅 수단을 통해 “모든 이들의 기본권을 존중하고 강제노동, 임금착취, 아동노동 등은 어떤 상황에서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홍보했다고 시민단체들은 지적했다. 프랑스 시민단체들은 중국, 한국, 베트남 등지의 삼성전자 공장에서 증언을 모은 시민단체들의 보고서 등을 토대로 삼성전자의 사업장에서 아동 노동, 법적인 한도를 넘는 장시간 노동,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가혹한 근로 등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수사판사는 지난 4월 17일 삼성전자 프랑스법인 관계자를 출석시켜 의견을 청취한 뒤 예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법원의 이번 예심개시 결정은 이 같은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상당 부분 수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삼성전자 본사에 대한 고발은 법원에서 수용되지 않았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익사한 이민자 부녀 사진 보도, 가디언의 반성문

    익사한 이민자 부녀 사진 보도, 가디언의 반성문

    리오그란데 강을 건너 미국으로 가려다 익사한 부녀의 시신이 29일(현지시간) 고국 엘살바도르로 인도됐다. 죽는 순간까지 딸을 지키려 했고, 아빠의 목을 끌어안았던 둘의 사진은 전세계에 충격을 줬다. 미국과 멕시코의 반(反)이민 정책을 향해 거센 비판이 일어났다. 그런데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 사진을 보도한 자사의 방식이 적절치 못했다는 반성의 칼럼을 게재했다.칼럼은 가디언 호주판 출신인 폴 채드윅 에디터가 독자들의 의견을 받아 글을 쓰는 ‘오픈도어’ 코너에 게재됐다. 채드윅 에디터는 글에서 “이미지(사진)는 때때로 공공의 문제를 강력하게 응축하고 있는 인간형을 보여줘, 상징으로 만들거나 문제의식을 전달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엘살바도르 부녀 이전에 터키 해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세살배기 알란 쿠르디, 시리아에서 피와 먼지로 범벅돼 있던 다섯살 오므란 다크니쉬, 베트남에서 벌거벗고 울부짖으며 내달리던 ‘네이팜 소녀’를 예로 들었다. 이런 사진들은 전세계에 어떤 말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지만, 때로 이런 현실을 외면하거나 잊는 편을 선호하는 쪽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사진은 주인공의 의사와 관계없이 찍히고 발행돼 지구 전역에 퍼졌다. 시신이 나온 사진을 보는 것은 절대 독자로선 유쾌한 일이 아니기도 하다. 가디언 역시 사진을 보도한 뒤 독자 수십명의 강력한 항의에 직면했다. 가디언은 예의가 없거나 둔감하다는 비판을 받았고, 심지어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난도 받았다고 채드윅은 전했다. 채드윅은 이런 사진들을 보도하는 뉴스 편집자들이 따라야 할 표준을 소개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공짜로 쓰지 말라.’ ‘사진의 전후 사정을 설명하라.’ ‘적절한 경고를 해라.’ ‘슬픔에 민감한 감성을 고려하라.’, ‘고인의 존엄성을 존중하라.’, ‘보도하기로 결정한 이유를 설명하라.’ 사진을 쓰기에 앞서 많은 고심을 했다는 가디언의 캐서린 바이너 편집장은 “우리는 사진이 사람들에게 미국 이주 정책의 희생자들을 이해하게 만들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이미지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일은 아무리 충격적이더라도 뉴스를 보도하는 것이며, 여기엔 때때로 괴로운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을 포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채드윅은 자사의 사진 보도에 문제점이 있다는 걸 지적했다. 그는 사진이 ‘불쾌한 이미지’라는 경고와 함께 보도되긴 했지만, 웹사이트 첫 페이지 상단에 노출됐기 때문에 이런 사진을 보길 원치 않는 경우를 포함한 모든 독자가 볼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사진 썸네일(미리보기)이 ‘많이 읽힌 기사’ ‘관련기사’ 목록에 표출돼, 엄숙함이 떨어졌다고도 설명했다. 사진과 함께 표출된 광고도 적절치 않았다고 채드윅은 지적했다. 채드윅은 “나는 그 이미지를 사용하기로 한 결정을 지지한다”면서 “하지만 가디언이 이 이미지를 어떻게 다뤘는지에 대해 독자들의 타당한 비판이 있었고,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기 전에 교훈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억울할 수 있지만 경고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사안에 대해 냉소적인 것으로 인식되며, 신뢰를 갉아먹는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