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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김어준의 덫, 홍준표의 굴레/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김어준의 덫, 홍준표의 굴레/진경호 논설위원

    인류의 자취에서 여성 편력과 거리 먼 남성 위인들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인류 문명에 큰 업적을 남긴 사람이 사적으론 패륜을 일삼은 사례는 부지기수다. 프랑스의 계몽주의 사상가 장 자크 루소만 해도 집안 허드렛일을 하는 가정부를 농락해 낳은 다섯 아이를 죄다 고아원에 버렸다. 그러고는 그 유명한 교육이론서 ‘에밀’을 썼다. 근대 페미니즘의 첫 장을 열었다고 추앙받는 시몬 드 보부아르는 어떤가. 장 폴 사르트르와의 계약결혼 등으로 여성 해방의 최전선에 선 듯하지만 그녀조차도 희대의 난봉꾼 사르트르로 인해 극심한 심적 고통을 겪었다. 사르트르와 독립된 관계라기보단 그로부터 방치된 존재에 가깝다. 인간은 곧 남성이었고 여성은 그런 남성의 미장센으로 치부돼 왔던 게 근세까지의 동서 인류사다. 자유민주의 상징으로 꼽히는 미국에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참정권을 얻게 된 때가 1920년, 불과 100년 전이다. 계몽주의 사상의 발원지 프랑스는 18세기 말 대혁명을 거치고도 이보다 150여년이 지난 1946년에야 여성 참정권이 부여됐다. 남자가 독점하던 정치적 권리를 여자가 나눠 가진 게 호모사피엔스 4만년 역사에 고작 100년도 되지 않는다. 좋은 남자 만나 아이 잘 키우는 현모양처가 명문 여대생의 꿈인 때가 불과 30~40년 전인 우리로서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미투는 그래서 단순히 성폭력 피해 여성의 때늦은 고백과 복수가 아니며, 위선 가득한 권력의 민낯을 까발리는 고발이 아니다. ‘씨 뿌리는 소명’을 생의 목표로 타고난 남성이 알량한 한 줌 권력을 수단 삼아 여성을 농락하고 상처 내고 고통을 가해 온 지배의 역사를 끝내고 남성과 여성이 인류사 처음으로 동등한 인격체로서의 지위와 권리를 누리는, 4차 산업혁명이 열 새로운 사회상으로 내닫는 변혁 운동이다. 지금껏 멀쩡히(?) 살아온 고은 시인이 느닷없는 미투 앞에서 세상이 미친 게라고 구시렁대고 있을지언정 세상은 더 많은 미투, 더 많은 위드유와 함께 이렇게 힘들게라도 앞으로 나가야 한다. 들불 같던 미투가 주춤거린다. 문화예술계를 넘어 정치권으로 무대를 넓히면서 모두가 판도라의 상자를 보는 줄 알았으나 웬걸, 까발려진 몇몇 인사들의 분탕질만 이어질 뿐 새로운 미투는 보이질 않는다. 10여년 국회를 취재한 기억을 더듬어 보면 미투의 거대한 마그마가 숨겨진 곳이 정치권이다. 그런데 조용하다. 좀더 지켜봐야겠으나 불길한 예감은 과히 틀리지 않을 듯하다. 미투 다음에 진보좌파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으면서 그만 운동장이 바뀌고 말았다. 공교롭게 친여 진보 인사들 다수가 미투의 표적으로 등장한 뒤로 팟캐스트를 한다는 김어준이 ‘미투에 따라붙을 공작’을 운운하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진보좌파에 대한 더 많은 미투를 기대한다”며 늴리리를 불고, 더불어민주당이 ‘더듬어민주당’ 소리에 놀라 허둥대며 지방선거 표를 세기 시작하면서 미투 프레임은 졸지에 여와 야, 진보와 보수 중 누가 더 더러운지를 따지는 구도로 판이 바뀌었다. 이래선 끝이다. 이제 그 어떤 미투가 나온들 표적이 여인지 야인지, 진보인지 보수인지 따지고 이 머릿수로 지방선거 유불리를 가늠하는, 한낱 선거판의 종속 변수가 될 뿐이다. 저마다 손가락만 쳐다보려 드는 판에 애써 고통을 끄집어내 달을 가리킬 용기는 기대할 수도, 호소할 수도 없다. 당 대표들이 모여 미투 앞에서 누군 봐주겠다느니 하며 키득거리는 판에 누구보다 권력의 잔혹한 생리를 꿰고 있는 국회의사당의 숱한 성폭력 피해자들이 입을 열 리 만무하다. 더 많은 진보좌파의 미투를 걱정한 김어준 등은 성공했을지 모른다. 더 많은 진보좌파의 미투를 응원한 홍준표 등은 실패한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이들 모두 피해 여성의 고통 앞에서 조직의 앞날을 걱정하거나 권력의 곁불을 놓지 못해 “가만 있으라”고 했던 숱한 방조자들을 넘어서는 미투의 공적이고 미투 앞의 죄인이다. 이들이 미투를 지지한다니, 시린 가슴을 움켜쥔 피해자에게 괘념치 말라고 한 안희정이 어른댄다. 이런 수구들을 세상은 넘어야 한다. 길이 멀다. jade@seoul.co.kr
  • [임한웅의 의공학 이야기] 어린 생명을 구하는 상자 인큐베이터

    [임한웅의 의공학 이야기] 어린 생명을 구하는 상자 인큐베이터

    ‘인큐베이터’(incubator)는 ‘부화기’, ‘세균배양기’, ‘계획을 꾸미는 사람’ 등 다양한 뜻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쓰는 보육기를 뜻한다. 인큐베이터는 ’육면체‘(cube)와 ‘두다’(in)라는 단어를 조합해 만든 단어다. 실제 병원에서 쓰는 인큐베이터를 보면 네모난 모양의 플라스틱 통으로 만들어져 있다.최초 인큐베이터는 1880년 프랑스 산부인과 의사 에티엔 스테판 타르니에가 개발했다. 이집트 상형문자에서 봤던 ‘닭 부화기’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따라서 실제 제작은 가금류 사육사인 오딜 마틴의 도움으로 이뤄졌다. 최초 인큐베이터는 현재 쓰고 있는 인큐베이터와 다르게 위아래로 공간이 나뉘어져 있었다. 위쪽은 아기를 위한 공간, 아래에는 석유 램프로 가열한 물이 있어 위쪽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기능을 했다. 이후 인큐베이터는 진화를 거듭해 인간이 고안한 가장 복잡한 장비가 됐다. 이집트 고대 디자인에서 착안한 신기술이 매년 1400만명의 미숙아를 살리는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인큐베이터 사용 대상은 40주를 채우지 못하고 세상으로 나온 미숙아나, 출생 시 면역체계나 호흡장애 등의 이상 증세를 보이는 신생아들이다. 아이가 충분히 성장하거나 면역체계를 갖출 때까지 인큐베이터 안에서 관리한다. 인큐베이터에는 미숙아를 위한 산소 공급장치와 기계호흡 장치 등 다양한 호흡 보조장치가 있다. 또 아이 체온, 호흡, 심전도, 산소 포화도, 뇌파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센서와 표시장치도 있다. 이 밖에 외부 환경과 감염으로부터 신생아를 보호할 수 있는 격리 장비와 관을 통해 영양과 약물을 투여하는 장치, 체액 전해질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장비를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온도, 습도, 환기를 이상적으로 조절할 수 있고 기기 내 처치, 체위 변경, 체중·신장 측정도 가능하다.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인큐베이터 가격은 모델에 따라 1대당 1억원에 이를 정도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전국 97개 병원의 신생아 중환자실 안전관리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0년 이상 된 인큐베이터와 제조연도 미상 장비 비율이 전체 2253대 중 907대로 40.3%였다. 복지부는 “보육기 사용기한은 현재 법적으로 없는 상태지만 10년 이상 된 장비는 위생 관점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노후 장비에 대한 관리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언론에서는 ‘신생아 중환자실 인큐베이터 10대 중 4대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식의 자극적 보도가 많이 나왔다. 하지만 슬프게도 의료는 그렇게 단순하게 평가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단순히 사용연한만으로 의료장비를 평가하는 것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것과 같은 것이다. 현재 인큐베이터 치료는 신생아 체중이 2.1㎏ 미만이거나 광선치료가 필요할 경우 7일간 본인부담금 없이 이용할 수 있다. 그 뒤에는 비급여로 하루 1만 9630원(종합병원 기준)을 부담하고 있다. 다음달부터는 횟수 제한 없이 계속 이용할 수 있다. 필수 의료를 제한 없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비싼 장비를 잘 유지하기 위한 적절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우려가 앞선다. 부족한 인력과 한정된 자원으로 아이들 건강을 위해 밤을 새워 가며 근무하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지치지 않도록 현실적인 관리기준을 제시하고 섬세하고 과감한 지원을 할 때다.
  • [김응교 교수 작가의 탄생] 피로 쓴 투명한 詩… 노동자의 고단함을 노래한 ‘일곱 번째 인간’

    [김응교 교수 작가의 탄생] 피로 쓴 투명한 詩… 노동자의 고단함을 노래한 ‘일곱 번째 인간’

    지난달 주헝가리 한국문화원이 주최한 ‘윤동주-요제프 아틸라 시인 심포지엄’을 위해 부다페스트를 찾았다. 다뉴브강을 그윽하게 품고 있는 도시의 야경은 황홀 그 자체였다. 바로크, 아르누보, 네오클래식의 아름다운 건물에 매혹되었지만 부다페스트의 역사가 담긴 영화 한 편이 떠오르면서 감탄사는 이내 한숨으로 바뀌었다. 우울한 일요일이라는 뜻의 ‘글루미 선데이’. 2차 대전 당시 부다페스트에서 일어났던 유대인 학살의 비극을 배경으로 한 영화의 제목은 원래 피아노 연주곡에서 따온 것이다. 1933년 헝가리 피아니스트가 만든 동명의 연주곡은 라디오 전파를 탄 지 두 달 만에 헝가리에서만 180명이 넘게 자살하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했다.“13세기에 건축된 왕궁은 몽골군의 습격으로 파괴됩니다. 몽골군이 들어올 때 속수무책이었다고 합니다. 15세기에 르네상스 양식으로 왕궁을 다시 짓는데 오스만튀르크에 의해 다시 부서져 버리지요. 그 후 헝가리는 좋은 시기를 맞이해요. ‘헝가리 제국’이라고 할 수 있는 시대죠. 1860년부터 1910년까지 가장 화려했던 시기였을 거예요. 그런데 전쟁에 패하면서 영토의 60%쯤을 빼앗겨요. 2차 대전 무렵 히틀러와 힘을 합치면 영토를 회복할 수 있다는 꿈에 러시아 사회주의에 반대하며 히틀러 나치에 붙지요. 당시 의사, 언론인, 변호사 등 사회 지도층의 반 이상을 차지하던 유대인을 학살하기 시작합니다. 헝가리 나치정당, 화살십자당이 주도했지요. 1944년 3월부터 불과 몇 달 사이에 집중해서 학살한 겁니다. 이 시기에 아우슈비츠에서 학살된 110만명 중에 44만명이 헝가리 유대인이라고도 하지요.”주헝가리 한국문화원 김재환 원장의 열정적인 설명을 들으며 왜 이곳에서 집단 자살을 일으킨 전설의 금지곡이 나왔는지 알 수 있었다. 겉으로는 화려한 헝가리 제국의 역사에는 감출 수 없는 슬픔이 많았다. 부다페스트를 찾은 목적 중 하나는 헝가리가 낳은 시인 요제프 아틸라(1905~1937)의 발자취를 밟는 것이었다. 시집 ‘일곱 번째 사람’을 읽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유네스코가 2005년을 ‘요제프 아틸라의 해’로 정할 정도로 세계문학이 기억하는 역사적 인물이다. 행사를 위해 만난 헝가리 시인 커러피아트 오르쇼아는 “아틸라는 헝가리가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라고 말했다. 윤동주와 아틸라는 야만의 시대를 노래한 시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심포지엄에서 만난 헝가리 청중들은 윤동주의 시에서 아틸라를 만나고 싶어 하는 듯했다. 행사에서 심보선 시인이 아틸라의 대표 시 ‘일곱 번째의 인간’에 영향을 받아 쌍용차 해직자들의 자살 행렬을 추모한 시 ‘스물세 번째 인간’을 썼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이 무척 쓰렸다. 다뉴브 강가에 요제프 아틸라의 동상이 있는데 다 떨어진 셔츠만 입고 오래 굶어 삐쩍 마른 몸을 재현하고 있다. 그가 얼마나 굶주렸는지 그의 시에 자주 나온다.“작은 빵조각이라도/ 아무거라도/ 적선을 구한다.”(개) “친구여, 나는 한 주 내내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칠일 동안) “나는 사흘째 아무것도/ 빵 한 조각도 먹지 못했다.”(온 마음을 다하여) “나는 하루걸러 한 끼 먹는데/ 위궤양은 매일같이 나를 좀먹는다.”(마지막 전투) “나는 어제도 굶었지만/ 악마는 내 대신 배를 채웠다.”(메달) 비참한 표현들인데 이상하게 시큰하기는커녕 담담하다. 아홉 살 때 배급소에서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 반까지 밤새 줄을 섰어도 내 차례가 되기 바로 전에 보급품이 떨어졌다는 소리를” 듣고서도 우직하게 배고픔을 견딘다. 빈궁했지만 그는 “나는 곤궁 가운데서도 오만했다!”(소네트)고 할 만큼 자긍심이 있었다. 헐벗은 동상 앞에서 비행기 타고 여기까지 올 수 있는 살 만한 처지인 나는 괜히 미안하다. 굶어 죽을 처지였지만 그는 작가로서 명랑함과 팽팽한 긴장을 놓치지 않았다. “국제적 자질을 지닌 최초의 프롤레타리아 서정시인”이라고 게오르그 루카치가 썼듯이. 아틸라 시집 ‘일곱 번째 사람’을 몇 번이나 곰삭여 읽었는데, 다시 읽고 싶을 정도로 매혹 자체였다. 시집을 읽는 내내 오랜만에 눈시울이 뜨거웠다. 남녀노소 빈부를 가리지 않고 헝가리인이 모두 사랑하는 아틸라의 시는 나에게 큰 의미를 주었다. 그중에 ‘유리 제조공’은 특히 시를 쓰는 자세뿐만 아니라 삶을 대하는 곡진한 태도를 생각하게 했다. 불을 일으키고도가니 속에투명한 용액을 끓여피와 땀을 섞어 넣는유리 제조공.남은 힘으로용액을 붓고는매끈한 판유리를 만든다. 해가 뜨면도시로,작디작은 시골 마을 오두막으로빛을 가져간다. 노동자로 불리기도 하고시인으로 불리기도 하는 그들 -노동자나 시인이나 매일반이긴 하지만.조금씩 피를 써 버리다투명해진다. 그리고미래로 향하는 큼지막한 크리스털 유리창이우리에게 끼워진다. -‘유리 제조공’제목 때문에 이 시는 노동자의 삶을 그린 시로 보인다. 1연은 유리 만드는 공정을 상세히 재현하고 있다. 아침이 되면, 도시와 시골 오두막까지 “빛을 가져간다”는 표현은 따스하다. 그의 삶은 지지리도 고통스러운 가난에 시달리던 노동자의 삶이었다. 비누공장 노동자인 아버지와 세탁부로 일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자기소개서’에 이렇게 썼다. “나는 1905년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났다. 종교는 그리스정교, 아버지는 요제프 아론, 아버지는 내가 세 살 때 헝가리를 떠났다.” 나는 마침내 이해한다메아리치는 대양 건너아메리카로 간 아버지를 이해한다. 고국에서의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희망은 쓴맛을 보았다.아버지는 비누 제조에 신물이 났다. -‘나는 마침내 아버지를 이해한다’에서 그의 아버지는 아메리카로 돈을 벌러 갔고 아틸라는 아동보호국의 주선으로 양부모에게 입양됐지만 아틸라는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돼지치기를 했다. 이후 할머니가 데려가 부다페스트에서 학교를 다녔다. “3학년이 독본에서 훈족 왕 ‘아틸라’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독서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내 이름이 아틸라여서 더 흥미로웠다. 기독교인 이름에는 아틸라라는 이름이 없다고 들었기 때문에 아틸라 왕 이야기가 놀라웠다. 나는 이를 계기로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아틸라가 1937년 입사지원서로 쓴 ‘자기소개서’에는 작가의 탄생을 알리는 시점이 보인다. 이름에 얽힌 의문은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의문”으로 발전하고, 그 의문을 쓰기 시작했을 때 돼지치기 소년 아틸라는 시인 아틸라로 변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라고 묻는 지점에서 뇌와 가슴은 성찰과 기록의 엔진을 돌리기 시작한다. 가족을 부양하려고 진종일 무거운 세탁물을 나르며 지쳐 가던 어머니 몸속에는 암세포가 번지고 있었다. 그가 16세였던 1919년 어머니가 사망하자 아틸라는 신문팔이, 선박 급사, 옥수수밭 경비원, 시인, 번역가, 항만 하역부, 날품팔이 등 20개에 달하는 직업을 전전하며 하루하루를 살았다. 아니 살았다가 아니라, 버텼다. 이 시는 분명히 유리를 제조하는 노동자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유리 제조공’은 유리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이면서, 시 쓰는 사람 이야기, 노동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든 인간을 그린 이야기다. “노동자로 불리기도 하고/시인으로 불리기도 하는 그들”(3연)은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노동자 모습을 그대로 글 쓰는 사람, 시 쓰는 사람의 자세와 연결시킨다. 노동을 시 쓰듯이 한다면, 시를 노동하듯이 쓴다면, 성실하게 시 쓰는 노동자는 얼마나 행복할까. “조금씩 피를 쓰다/투명해지고”는 끔찍하면서도 아름다운 표현이다. 이 시에는 “투명”이라는 단어가 두 번 나온다. 얼마나 투명해야 제대로 시를 쓸 수 있을까. 얼마나 투명해야 솔직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시는 피로 쓰는 것이다. 시는 투명해질 때까지 쓰는 것이다. 유리처럼 투명해질 때까지 피로 써야 한다. 니체 말대로 피로 써야 한다. 그것은 시 쓰는 데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삶 자체를 진정한 인간으로 살아야 할 것이다. 아틸라는 가장 유명한 시 ‘일곱 번째 사람’에서 그가 그리는 인간상을 이렇게 표현한다.할 수만 있다면 시인이 되어라 시인은 일곱 사람으로 이루어진다- 대리석 마을을 짓는 사람 꿈을 타고난 사람 하늘의 지도를 그릴 줄 아는 사람 언어의 선택을 받은 사람 자신의 영혼을 만들어 가는 사람 쥐를 산 채로 해부할 줄 아는 사람- 둘은 용감하고 넷은 슬기롭지만 너 자신이 일곱 번째라야 해.” - ‘일곱 번째 사람’에서 여기서 말하는 시인은 글 쓰는 시인이 맞다. 열일곱의 나이에 첫 시집 ‘아름다움의 구걸인’을 발표했던 아틸라는 노동자의 궁핍함과 희망을 시집에 담았다. 문단의 주목을 받았지만 지독한 가난에서 탈출할 수 없었다. 가난했지만 그의 시는 군색하지 않다. 그의 시에서 말하는 ‘시인’이란 직업으로서의 시인을 넘어선다. 그냥 시 쓰는 사람이 아니라, 하늘의 지도를 그리듯 미래를 보는 사람, 자신의 영혼을 만드는 긍지의 사람, 짐승을 산 채로 해부하듯 끔찍한 일도 감내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할 수 있겠다. 아틸라 문학관에도 가보았다. 오래 묵은 옛 건물 골목 골목을 에돌아 문학관에 닿았다. 자그마한 정원에 사방이 둘러싸인 3층 연립주택이었다. 이름이 같은 아틸라라는 직원은 66㎥(20평)쯤 될까 말까 한 작은 문학관을 상세하게 안내해 주며 멀리서 찾아온 나그네를 맞아 주었다. 2층에 아틸라가 쓰던 방이 있다고 하는데 들어가 보지 못했다. 작은 건물에서 아틸라가 그리워하던 어머니를 생각해 봤다. 자그마한 체구의 어머니,세탁부들이 대개 그렇듯 일찍 돌아가셨다.무거운 세탁 바구니를 옮길 때 떠는 다리,다리미질이 주는 두통, 그들에게는 빨래더미가 산이고다리미의 수증기는 구름이었으며 - ‘어머니’에서 암으로 일찍 죽은 어머니를 잊지 못하던 아틸라는 1930년 당시 불법이었던 공산당에 입당하여 가난을 극복해 보려 했지만 1933년 스탈린주의자들에 의해 공산당에서 쫓겨난다. 극도의 절망에 시달리던 그는 1937년 12월 서른두 살의 고단함 몸을 화물열차에 던져 마감했다. 짧은 생애라 하지만 극빈 노동자 집에서 태어나 자본주의의 밑바닥을 체험하며 32년을 견딘 것은 얼마나 처절한 견딤이었을까.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건 ‘시’가 있었기 때문 아닐까. 그에게 ‘시’는 생명 그 자체였다. 부다페스트에 윤동주를 전하러 갔던 나는 요제프 아틸라를 만나고 왔다. 윤동주 시처럼 아틸라 시도 쉽지만 검박한 일상어에는 심연이 있다. 윤동주가 말했던 “모든 죽어가는 것”(서시)을 아틸라는 감정적인 수작 없이 냉철하고 천천히 응시했다. 아틸라는 죽어가는 것 자체였다. 세상이 버거운 독자들은 아틸라가 견뎌온 힘겨운 삶을 읽으며 위안을 받는 모양이다. 그의 비극적 시는 독자들에게 세상 앞에서 담담하게 마음의 채비를 하라고 권한다. 아틸라의 처절한 시 앞에서는 어떤 불평도 싱겁다. 다른 대륙에서 살았던 두 시인은 죽어가는 것을 시로 쓰는 지점에서 불멸의 시인으로 탄생했다. 시인·숙명여대 교수
  • ‘그럼프 할배’ 투오마스 퀴뢰 “적어도 하늘에는 핵폭탄이 없었습니다”

    ‘그럼프 할배’ 투오마스 퀴뢰 “적어도 하늘에는 핵폭탄이 없었습니다”

    “적어도 하늘에는 핵폭탄이 없었습니다. 위대한 올림픽을 조직해줘 감사합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일주일 남기고 번역 출간된 ‘한국에 온 괴짜노인 그럼프’의 저자 투오마스 퀴뢰(44·핀란드)가 서울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대회 총평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퀴뢰는 까칠하기 이를 데 없으나 잔정 많은 괴짜 노인 그럼프 시리즈로 현재 핀란드에서 가장 잘나가는 작가다. 우리 사회처럼 세대간 극심한 견해의 차이를 보이는 핀란드 사회를 극명하게 풍자해 세 권의 시리즈가 인구 520만명의 핀란드에서만 50만권 넘게 판매됐고, 2014년에는 영화로 제작될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 그가 번역본을 출간한 세종서적에 몸소 연락해 평창동계올림픽을 세계인에게 알리고 싶다며 ‘한국에 온 괴짜노인 그럼프’를 제안했다. 서울 유학을 결심한 손녀를 말릴 겸 서울살이에 불편한 점이 없는지 살펴보려고 한국을 찾은 김에 강원 평창과 강릉, 정선 경기장 등을 돌아보고 안내를 맡은 한국인들과 많은 의견을 나누는 것이 소설의 뼈대다. 김정은 북한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제라도 핵무기 발사 버튼을 누를 것 같은 분위기 속에 성공 개최가 의심됐던 평창동계올림픽이 큰 탈 없이 막을 내렸다. 폐막 다음날 이메일로 질문지를 보냈고 종합편성 채널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낯익은 페트리 깔리올라가 핀란드어로 옮겨 작가에게 전하고 반대 과정을 통해 답변을 들었다. 마침 폐막에 즈음해 스키 여행 중이어서 답변이 지난 2일에야 도착했다.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 미루다 이제야 올린다. 다음은 일문일답.→ 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권력을 잡아 할배를 기분 나쁘게 만들었던 그 친구(김정은 위원장)가 평창 참가를 결정하면서 대회는 많은 질적, 양적 변화를 겪었다. 이런 숨가뿐 정세 변화를 멀리 핀란드에서 보면서 적잖이 당황했을 것 같은데. -원래 스포츠와 정치가 서로 혼동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올림픽에서는 늘 그래 왔다. 선전 효과가 너무 커서 그렇다. 아돌프 히틀러는 베를린올림픽을 자신의 목적으로 사용했고, 미국은 냉전 시대 모스크바올림픽을 보이콧했고, 옛 소련은 그 보복으로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 불참했다. 평창 대회도 목적은 평화를 조성하는 데 있었지만 선전적인 구석을 배제할 수 없었다. 북한 응원단은 한국 관객들 사이에서 매우 이상한 존재로 비쳤다. 북한 선수들을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에 합류시키는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해야 했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그러나 올림픽 때 적어도 하늘에는 핵폭탄이 없었다. → 보수적인 할배는 세상의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사람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고 볼 것 같다. 하지만 평창 대회를 계기로 남북간 말과 뜻이 통하는 계기는 만들어졌다고 보는데. -사람과 사회, 국가 사이에는 항상 의사 소통이 필요하다. 그런 식으로만 우리는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협박은 유치하고 매우 위험한 일이다. 북한의 뚱뚱한 소년과 미국의 대걸레 머리를 한 양키 대통령이 핵무기의 크기를 측정하고 있을 때 내 마음은 비명을 질렀고, 둘을 다시 유치원에 보내고만 싶었다.→ 젊은 독재자의 여동생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개회식에, 젊은 독재자의 부하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이 폐회식에 나란히 앉은 모습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이렇게 정치가 올림픽에 얽혀드는 것을 보며 어떤 느낌이었는지? 또 앞으로 남북이나 북미 관계, 나아가 한반도 정세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적어도 미국인을 당황하게 만드는 꼼꼼하고 계획적인 면모가 엿보였다. 그러나 이제 세계 정세는 제대로 그려지지 않은 스케치의 선처럼 보인다. 그렇게 끔찍하고 위험한 것만 아니라면 재미있을 것 같다. → 이번 대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나 순간을 꼽는다면. -핀란드는 대회에서 적당히 성공했고, 오랫동안 금메달을 수상하지 못해 초조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마침내 이보 니스카넨이 크로스컨트리 스키 50㎞ 클래식에서 금메달을 땄다. 나도 그걸 보고서야 스키 여행에 동참할 수 있었다. → 핀란드는 금 1, 은 1, 동메달 4개를 딴 반면 노르웨이는 모두 39개의 메달을 따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스웨덴도 금 7, 은 6, 동메달 1개로 핀란드보다 나았다. 어떤 차이가 이웃나라 간에 이런 차이를 불러오는지. -노르웨이는 오래 전부터 스키 종목에서 아주 강했다. 적시에 재능 있는 선수들을 찾아내고 훈련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했다. 노르웨이 동계스포츠는 무척 뿌리가 깊다. 스웨덴인들은 어려운 종목들에서 실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핀란드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는 그 반대였다. 아쉽게도 4위와 6위에 머무르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슬프지 않다. 현실은 받아들여야 하니까.→ 평창 대회는 아시아에 동계 스포츠를 확산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대회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할배의 평가는. -쇼트트랙 스케이팅 선수들이 너무나 빨리 움직여 기뿐 나쁠 것 같다. 눈으로 계속 쫓아가기도 어렵고. 잠깐 딴데를 보게 되면 경기가 끝나 버린다. 그러나 아시아인들에게 동계스포츠의 인기가 높아졌을 것이란 점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있을수록 경기는 더 좁은 공간에서 이뤄져야 더 재미있는 것 같다. → 할배는 ‘아시아인들이 대회를 잘 치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어느 정도 불식됐나. -동계올림픽을 잘 치르기 위해서는 엄청난 규모의 조직과 많은 역할이 필요하다. 또 인간의 힘으로 제어하기 힘든 요소들과 맞닥뜨린다. 우리는 겨울 폭풍우가 몰아치면 거기에 적응해야만 한다. (알파인 스키의) 일부 변경은 있었지만 단 한 경기도 취소되지 않았다. 내 경험에 비춰볼 때 오늘날 아시아는 모든 측면에서 가장 성장 속도가 빠른 곳이다. 그들에게는 의지와 재원, 성장하는 경제, 자신의 재능을 세계에 보여주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 반면 유럽은 ‘녹슨 노인’과 비슷하고, 또 그럼프 노인처럼 옛날이 더 좋다고만 여긴다. → 어떤 마음으로 한국 여행을 하고 책을 썼는지 궁금하다. 애초 기획 의도를 얼마나 관철했다고 보는가. -한국 말고는 자료를 찾기 위해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을 여행한 적이 없다. 한국 여행은 재미있고 효과적이었다. 우리 팀은 며칠(지난해 8월 4박5일) 만에 좋은 결과를 얻었고, 핀란드대사관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도왔다. 특히 프로젝트 코디네이터인 페트리 깔리올라가 아주 소중한 도움을 줬다. 난 2006년에도 서울을 방문했다. 어렸을 때 태권도를 배웠고, 한국의 과거와 현재에 많은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핀란드의 다른 소설들이 한국에서도 많이 번역돼 행복하다. 이런 소설들은 다른 문화와 사람의 생각에 들어가기 위한 관문 역할을 할 것이다. → 앞으로 계획이나 현재 열중하는 일은. -자수성가한 그럼프가 다시 고국을 떠나는 영화 대본을 쓰고 있다. 한국이 첫 번째 목적지였는데, 이번에는 자동차를 사기 위해 독일로 떠나는 상정이다. → 책에 실린 종이상자 사진은 무얼 의미하는지. -그럼프처럼 자수성가한 사람들은 익숙한 무언가를 담는 데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럼프 할배는 수도에 있는 아들 집에 갈 때도 늘 물건을 종이상자에 넣어 간다. 우연히 골판지 상자가 눈에 띄었는데 그런 할배들의 집착을 상징하는 데 딱이었다. → 마지막으로 괴짜 노인 그럼프를 좋아하는 한국 독자들에게 전할 말은. -위대한 올림픽을 조직해줘 감사하다. 핀란드는 현재 영하 25도인데 한국은 조금 더 따뜻하길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그럼프처럼 겨울용 모자를 기억하세요.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와우! 과학] 최후의 한마리…멸종 앞둔 수컷 북부흰코뿔소

    [와우! 과학] 최후의 한마리…멸종 앞둔 수컷 북부흰코뿔소

    이제는 전세계에 단 한마리 남아있는 수컷 코뿔소의 최후가 현실로 다가왔다. 최근 미국 CNN 등 해외언론은 케냐 울페제타 자연보호구역에 사는 코뿔소 '수단'이 중병에 걸려 멸종위기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자연이 인류에게 던지는 엄중한 경고를 보여주는 이 코뿔소는 '북부흰코뿔소'(northern white rhinos)로 현재 지구상에 단 3마리 남아있다. 그나마 나머지 2마리는 모두 암컷으로 수단이 낳은 새끼들이다. 결과적으로 북부흰코뿔소 '가문'을 이어갈 책임은 오롯이 수단의 몫인 셈이다. 이같은 사실 때문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북부흰코뿔소를 '멸종 위급' 동물로 지정하고 유도만능줄기세포(iPSc)와 시험관 시술 기술 등 첨단 기술로 무장한 생물학자들을 투입해 종 보존에 나섰다. 케냐 정부 역시 수단을 보호하기 위해 24시간 경비를 강화하고 수의사를 대기시키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북부흰코뿔소의 개체를 늘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는 현재까지 모두 실패로 돌아가 사실상 멸종이 현실화됐다. 북부흰코뿔소의 기대수명은 40~50세 정도로 올해 45세인 수단은 생식능력도 크게 떨어진 상태. IUCN 측은 "현재 수단의 오른쪽 다리에 감염이 심각한 상태"라면서 "지금은 조금씩 먹이를 먹고 걸어다니는 수준이지만 고통이 계속된다면 안락사를 고려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북부흰코뿔소의 멸종위기는 물론 인간 탓이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서식지 훼손과 밀렵으로 종이 급감한 것. 특히 코뿔소의 뿔은 중간상인을 거쳐 중국과 베트남등으로 밀매되는데 특별한 약효가 있다는 소문 때문에 고가에 거래된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생물학자인 다니엘 슈나이더 박사가 케냐를 방문한 뒤 SNS에 올린 수단의 사진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슈나이더는 “멸종이 어떤 모습인지 알고 싶다면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이 수컷 북부흰코뿔소를 보면 된다”고 적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얼굴만 보면 안다, 진화의 속내

    얼굴만 보면 안다, 진화의 속내

    얼굴은 인간을 어떻게 진화시켰는가/덤 윌킨스 지음/김수민 옮김 을유문화사/672쪽/2만 5000원“내가 왕이 될 상인가?” 2013년 개봉한 영화 ‘관상’에서 수양대군은 관상쟁이 김내경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이렇게 말한다. 수양대군이 왕위를 뺏으려 일으킨 ‘계유정난’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얼굴에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는 힘이 있다는 관상학에서 사건을 바라본다. 수양대군 역할을 맡은 배우 이정재의 잘생긴 얼굴을 보노라면 다윈의 성 선택설이 설득력 있는 학설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얼굴이 사람의 운명까지 결정하는지는 제쳐 놓더라도 얼굴은 분명히 개인의 큰 자산임이 틀림없다.●인간만 얼굴에 다양한 감정 표현 가능 얼굴을 미추(美醜)가 아닌 과학적 차원에서 살펴보자. 분류학자들은 동물을 30개 집단으로 분류한다. 대다수 종은 ‘얼굴’이라는 게 없다. 갑각류와 곤충류를 포함하는 절지동물과 인간이 속한 척추동물 두 종만 얼굴을 가진다. 그리고 수많은 척추동물 가운데 오직 인간만 감정에 따라 미묘한 표정을 짓는다. 우리는 얼굴이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지만, 인간의 얼굴이 어떻게, 그리고 왜 지금 모습이 됐는지 제대로 설명한 학설은 아직 없다. 35년을 유전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로 지낸 애덤 윌킨스가 ‘얼굴은 인간을 어떻게 진화시켰는가’를 쓰게 된 배경이다. 2011년부터 이 궁금증에 관한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 그는 각종 화석을 비롯해 유전학, 생물학, 인류학 등 인간 진화에 관한 방대한 이론을 살폈다. 저자는 5억년 전 최초 척추동물인 무악어류(턱이 없는 어류)부터 유악어류, 포유류, 영장류, 그리고 인간으로 이어지는 진화의 역사를 촘촘히 따라갔다. 그리고 진원류(원숭이, 유인원, 인간으로 구성된 영장류)의 얼굴을 분석해 5000만~5500만년 전 인간의 얼굴이 만들어진 과정과 그 특징을 뽑아냈다. 우선 벌레와 다른 작은 동물들을 먹는 식생활에서 과일을 먹는 식생활로 바뀌며 송곳니가 작아지고 주둥이가 축소됐다. 성 선택설, 환경 등에 따라 털은 점차 적어졌다. 두뇌 크기가 증가하면서 이마가 드러나고, 머리는 둥글어졌다. 눈의 간격은 좁아지고 전방을 향하게 됐다. 이런 변화는 표정을 더 잘 드러나게 했다.●두뇌 커지면서 표정 잘 읽을 수 있게 돼 얼굴의 진화는 두뇌 진화와 불가분 관계였다. 저자는 얼굴을 인식하는 능력이 인간 진화에 혁신을 가져왔다고 설명한다. 바로 ‘사회적 상호작용’이다. 두뇌가 커지면서 표정을 잘 읽게 된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의 표정도 더 잘 조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표현력이 커지면서 무리의 동료와 사회적 상호작용도 촉진됐다. 저자는 이런 사회성 증가가 또다시 두뇌 진화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으리라 추측했다. 사회 속에서 살아남으려고, 다시 말해 표정을 더 잘 읽으려고 두뇌가 더 복잡해진 것이다. 자발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자 대뇌피질에 새로운 연결 요소가 추가되면서 진화가 뒤따랐다. 다만 이런 일들은 순차적으로, 모든 종에서 일관되게 일어난 게 아니라 수많은 유전자 조합 바탕 위에 비순차적으로, 불규칙하게 진행됐다. 저자는 이런 진화를 가리켜 ‘비틀거리는 모습’이라 표현했다. 이런 연구를 통해 저자가 얼굴의 미래에 관해 내린 추론들도 흥미롭다. 미래에는 인간의 얼굴이 균질화하면서 동시에 세계화한다는 것. 5만년 전 아프리카를 떠나 세계로 흩어지면서 여러 유형으로 나뉘어 제각각 달라졌던 인간의 얼굴은 세계화 현상에 따라 지역 차가 줄면서 또다시 합쳐지는 추세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새로운 유전자가 추가·혼합되면서 얼굴은 또다시 다양해질 것이다. 하버드대 진화생물학자인 스티븐 J 굴드는 저서 ‘풀하우스’를 통해 “진화는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의 증가”라고 했다. 인간의 얼굴이 계속 진화하게 되는 이유인 셈이다. ●얼굴과 성격의 연관성도 찾게 될 것 저자는 또 얼굴 유전학이 계속 발달한다면 얼굴과 성격 사이의 연관성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얼굴 형성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에 대한 연구를 이어 가면 결국 관상가들의 말이 사실이었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다만 이런 일들이 결과적으로는 인간 존재에 대한 경이감을 더 깊게 할 것이라고 저자는 자신했다. 방대한 자료와 이론을 검토한 끝에 저자가 내린 결론은 얼굴이야말로 진화의 최종 산물이자, 사회 구성원으로서 생존을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 그러니까 잘생기고 못생기고를 떠나 자신의 얼굴에 자신감을 좀 가져도 되겠다. 물론 그래 봤자 원빈 옆에 서면 내 얼굴은 ‘오징어’가 되겠지만.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지금, 이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지금, 이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람이 사람과 사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사람이 괴물과 사랑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그 이상한 일을 엘라이자(샐리 호킨스)가 한다. 그녀는 아마존에서 포획된 괴물과 사랑에 빠졌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따지고 보면 간단한 이유다. 괴물은 엘라이자에게 괴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괴물은 사물로서의 ‘그것’이 아니라 연인으로서의 ‘그’였다. 반면 보안 책임자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넌)에게 괴물은 이런 대상이었다.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으나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고 온몸이 비늘로 덮여 있는 기괴한 생물. 죽여서 해부해도 상관없는 ‘그것’이었다.그렇다면 다시 섬세하게 물어야 한다. 무슨 사연이 있어 괴물이 엘라이자와 만나 ‘그’가 될 수 있었는지 말이다. 여러 답안 중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둘 사이에 소통이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괴물이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괴물은 몸짓과 손짓 등 비언어적 표현을 구사한다. 이것은 언어 장애를 가진 엘라이자가 (표정을 포함한) 수어로 자기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는 것과 닮아 있다. 언어는 편리한 의사 전달 도구다. 하지만 마음과 마음을 정확히 이어주는 매개체는 아니다. 사랑한다는 말이 사랑 그대로의 사랑을 담아내지 못하듯 언어는 항상 넘치거나 모자라다.이와 대비되는 것이 비언어적 표현이다. 다정한 눈빛을 주고받고 부드럽게 포옹하며 그녀와 그는 충분히 교감한다. 나와 당신은 서로 잘 알아서 사랑하지 않는다. 나와 당신은 서로 잘 느끼므로 사랑할 수 있다. 사람이 괴물과 사랑하는 이상한 일은 옳고 그름을 분석하는 이성의 영역이 아닌, 감각하고 감응하는 감성의 영역에서 일어난다. 그에 대한 상징이 일정한 형태가 없는 물이다. 영화 제목을 ‘물의 형태’로 정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이렇게 언급한다. “나는 사랑에 형태가 없다는 점을 보여 주고 싶었다. 우리는 사랑이 어떤 모습을 하게 될지 알지 못한다. 또한 우리는 어떤 것이 형태를 이루어 사랑이 될지 알지 못한다.” 사랑에 본래 형태가 없다면 그래서 사랑의 형태를 나와 당신이 직접 만들어 가는 것이라면 이 글의 첫 문장을 다음과 같이 고쳐야 할 듯싶다. ‘사람이 사람과 사랑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닌 것처럼, 사람이 괴물과 사랑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사람은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존재를 보통 괴물이라고 부른다. 어쩌면 신이 눈앞에 나타나도 그렇게 부를지 모른다. 신이 인간의 불완전한 언어를 쓸 리 없고 무엇보다 신의 형체를 누구도 본 적이 없어서다. 우리는 갈림길에 선다. 스트릭랜드의 길을 따를지, 엘라이자의 길을 따를지. 결국 느낌의 능력이 괴물 혹은 신을, ‘그것’과 ‘그’라는 상이한 형태로 빚으리라. 이것이 ‘셰이프 오브 워터’가 주창하는 사랑의 정치신학이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전자공학은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는가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전자공학은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는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제품전시회(CES)를 다녀왔다. 가전제품이라는 단어는 냉장고나 세탁기, 텔레비전, 비디오 등 제품을 연상시키며 실제로 10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행사에서는 그런 몇몇 제품들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신제품으로 전시되던 행사였다. 그러나 요즘 CES에는 자동차에서 스마트 칫솔에 이르는 일상의 거의 모든 제품이 전시된다. 전시회를 돌아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떠오르게 된다.“전자공학은 세상을 어떻게 이처럼 정복할 수 있었을까.” 물론 간단한 질문은 아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가 왜 어떤 대륙은 다른 대륙보다 발전 속도가 느렸을까라는 질문에 답하며 ‘총, 균, 쇠’ 같은 두꺼운 책을 써낸 것 못지않은 분량의 책을 누군가는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쓸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이란 단어는 다양한 방식으로 정의할 수 있다. 기술을 하나의 에너지를 다른 에너지로 바꾸는 방법으로 정의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엔진은 연료가 가진 화학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꾸는 기술이다. 에너지의 종류에는 빛, 열, 소리, 운동, 화학에너지 등이 있으며 인간도 음식물이 가진 화학에너지를 체온 유지를 위한 열에너지와 이동을 위한 운동에너지, 의사소통을 위한 소리에너지 등으로 바꾸는 기계로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전기에너지가 이런 에너지들 중에 매우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전기에너지는 전선으로 연결 가능한 어느 곳에서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에너지를 쉽게 전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전기의 발명 이전까지는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집을 덥히기 위해 산에서 땔감을 가져와야 했고 수력에너지를 이용하는 물레방아는 물이 떨어지는 곳에서만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전기는 언제 어디서나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있다. 전기에너지의 또 다른 특징은 전기에너지와 다른 에너지 사이의 변환이 매우 쉽다는 점이다. 에디슨의 전구는 전기에너지를 빛에너지로 바꾸는 기술로 인류를 어둠에서 해방시켰다. 전동기(모터)는 전기를 동력이라는 운동에너지로 바꾸는 기술이다. 운동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발전기는 다른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쉽게 바꿀 수 있게 해 준다. 화학, 수력, 원자력 발전소는 모두 물질이 가진 화학에너지, 위치에너지, 원자력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꾼 후 다시 전기에너지로 바꾸어 도시로 전송한다. 물론 전기에도 단점은 있다. 자동차나 배, 항공기처럼 전선을 연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이를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이런 운송수단이나 장치들은 화학에너지가 담긴 석유를 곧바로 운동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 엔진을 사용했다. 스마트폰과 같은 휴대품들은 전기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 배터리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배터리 기술의 발전은 배터리를 이용해 전기에너지를 바로 쓸 수 있는 전기자동차의 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원으로서의 전기의 장점은 이를 기반으로 하는 수많은 가전제품을 만들었다. 그러나 더 큰 변화가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전자공학이라는, 전기를 정보의 처리에 사용하는 기술이 발달하기 시작한 것이다. 진공관과 트랜지스터를 넘어 집적회로가 등장했고, 전자의 이동을 통해 계산, 곧 정보를 가공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또 미묘한 전기나 전파의 변화를 이용해 정보를 전달하는 통신기술의 발달은 정보가 담긴 신호를 공간적 한계 없이 빛의 속도로 전달할 수 있게 되어 세상의 변화 속도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바뀌었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무선통신이 등장했으며 드디어 스마트폰이 나타나 모든 인간은 연결됐다. 그리고 사물인터넷(IoT)으로 모든 사물과도 연결되고 있다. 이런 전기에너지의 특수성, 그리고 전기를 이용한 정보처리 기술의 발달이 바로 전자공학이 세상을 정복하게 된 비밀이다.
  • 죽은 동료 애타게 깨우는 우정 깊은 견공

    죽은 동료 애타게 깨우는 우정 깊은 견공

    ‘짐승이 사람보다 낫다’는 말을 증명하듯 중국에서 인간보다 더 따뜻한 동료애를 보이는 동물의 모습이 포착됐다. 13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최근 중국 쓰촨성 이빈(Yibin)에서 차에 치여 죽은 동료를 깨우는 견공의 모습을 소개했다. 12일 이빈의 한 호텔 앞 도로. 황구 한 마리가 길을 건너가려다 도로 한복판서 차에 치여 로드킬 당했다. 사고를 낸 운전자는 차량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달아났고 행인들도 개의 상태를 살피지 않았다. 잠시 뒤, 주변에 있던 개 3마리 중 흑구 한 마리가 도로로 뛰어들어 죽은 황구를 끌어내려 애썼다. 인근 가게에서 일하던 목격자 장(Zhang)은 “오후 1시쯤 도롯가에서 죽어있는 황구를 흔들어 깨우는 흑구를 보았다”며 “이후 인근 수의사가 도착해 황구의 사체를 수습했다”고 전했다. 지역 주민들은 이들이 지역에서 종종 함께 노는 모습이 포착돼 왔었다고 전했다. 중국에는 애완견을 포함한 애완동물을 보호하는 법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달 19일에도 간쑤성 란저우시 안닝지역의 한 도로에서 로드킬을 당한 동료 곁을 지키는 네 마리 견공의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된 바 있다. 사진·영상= jnews / GURU PUNCH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용서, 복수보다 빠른 ‘상처 치료제’입니다

    용서, 복수보다 빠른 ‘상처 치료제’입니다

    나는 너를 용서하기로 했다/마리나 칸타쿠지노 지음/김희정 옮김/부키/308쪽/1만 3800원 아들을 죽인 소년을, 자신을 성폭행한 남자를, 아버지의 목숨을 앗아 간 자살 폭탄 테러범을 용서할 수 있을까. 만약 그런 이가 있다면, 그는 왜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받고도 용서를 결심했을까. 새 책 ‘나는 너를 용서하기로 했다’에 이 물음에 대한 답이 있다.책엔 세계적인 자선단체 ‘용서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용서 경험을 공유한 46명의 이야기가 담겼다. 학대, 폭력, 테러, 학살, 전쟁 등으로 신체적, 정신적 외상을 입었지만 복수 대신 용서와 씨름해 온 사람들의 이야기다. 책을 관통하는 정서는 스스로 가장 빨리 치유할 수 있는 길은 용서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용서란 그 행동을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 내재한 불완전성을 용서하는 것이다.” 술주정뱅이 아버지의 손에 어머니를 잃은 미국 여성 서맨사 롤러가 한 말이다. 스코틀랜드의 흑인 여성 막달리나 마콜라는 자신을 납치한 남성에게 “나는 그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고 했다. 이처럼 용서의 형태와 그 행동에 스민 정서는 조금씩 다르다. 보스니아의 케말 퍼바닉처럼 “모든 인간은 다른 인간을 죽일 수 있는 가능성을 잠재적으로 갖고 있다”고 여전히 믿는 이도 있다. 분명한 건 글쓴이들 모두 치유의 과정에 용서, 혹은 최소한 그리하려는 마음들이 늘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이해나 망각 등과는 다소 다른 감정으로 보인다. 스스로의 치유를 위해 용서를 수단으로 삼았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그렇다 해도 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게 분명하다. 책엔 글쓴이들, 그러니까 ‘용서한 자’들의 사진이 담겨 있다. 남아공의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의 말을 빌리자면 “복수할 권리를 내려놓고 분노의 사슬을 끊을 수 있는 능력”을 실천해 보인 이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보일 듯 말 듯, 잔잔한 미소를 입에 걸고 있다. 눈빛엔 관조와 달관이 늘 머무는 듯하다. 이 표정 뒤에 숨겨진 건 아픔과 인고의 세월일 것이다. 그 때문에 사진을 하나하나 일별하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구석이 차분해지는 듯하다. 한국 성인의 50%가 분노조절 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의사가 밝힌 내용이다. 굳이 주장의 정확성 여부를 따지지 않더라도, 한국 사회에 분노와 혐오가 폭증하고 있다는 건 누구나 체험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책이 던지는 의미가 깊고 무겁게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이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피부 미용사로 변신한 거머리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피부 미용사로 변신한 거머리

    얼굴 피부 미용엔 거머리가 대세다? 거머리를 이용한 소름끼치는 피부미용법이 스타들 사이에서 최신 트랜드로 각광 받고 있다고 지난 2일(현지시각) 외신 케이터스 클립스 에이전시가 소개했다. 사브리나 시에크(Sabrina Sieck)라는 한 여성이 세계적인 모델 미란다 커(Miranda Kerr)를 포함해 즐비한 스타들이 사랑하고 있는 매우 독특한 얼굴 스킨케어를 받았다. 결과는 ‘대만족’이라고 주장한다. 거머리를 이용한 얼굴 케어를 받은 후 매우 편안한 느낌을 받았고 더 건강하게 보인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미국에선 아직까지 얼굴 미용 치료를 위해 거머리를 사용하는 민간 의사는 5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시골 냇가에서 손, 다리, 가슴 심지어 목에 거머리가 붙어 소스라치게 놀라 급히 떼어낸 경험을 가진 사람들에겐 영상 속 ‘싱싱해(?)’ 보이는 거머리 한 마리를 보는 것만으로도 불쾌할 것이다. 더구나 영상 속 여자의 목과 얼굴 일정 부분에 붙어 있는 거머리를 보기만 해도 매우 소름끼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상 속 거머리는 단지 얼굴 미용 케어를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거머리가 그녀의 목을 타고 올라가는 동안 두 번이나 몸 속 액체를 분비한다. 그리고 미용 케어를 진행하면서 많은 액체를 그녀의 목 주변에 토해낸다. 이 미용법을 시행해 오고 있는 니디아 디아즈(Nidia Diaz) 박사는 “거머리를 이용한 이 미용법은 당신에게 놀랄만한 기분을 줄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32개의 뇌, 3개의 턱 그리고 300개의 이빨을 가진 거머리들은 점액질의 분절된 몸안에 공구 같은 훌륭한 도구가 있다. 이 도구들이 피부속에서 특정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들은 약 2,500년 전 이집트에서 처음 사용됐으며 수세기 동안 의료 분야에서 다루어져 왔다. 현재는 소수의 개별 민간 요법가들에 한하여 이용되고 있다.디아즈 박사는 “거머리들이 지구상에 있는 이유는 인간을 치료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거머리를 이용한 치료법을 받아들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그녀의 판단이 옳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우린 늘 새로운 것에 대해 신중하게 검증하고 조심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맹신(盲信)은 절대 금물’이기 때문이다.사진·영상=Caters Clips/유튜브 박홍규 기자 gophk@seoul.co.kr
  •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핫플레이스를 검색하는 마음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핫플레이스를 검색하는 마음

    근무하는 건대 앞에 몇 년 전부터 다니는 식당이 있다. 동해 직송 해물을 파는 곳인데 음식 솜씨가 좋아 밑반찬도 맛있다. 이곳은 골목 안으로 10분 넘게 걸어야 하는 후미진 곳이고 허름한 외관이라 처음 갈 때 점점 인적이 드물어지면 무서워하고 반신반의하게 되는 곳이다. 언제든 환대해 주며 늦은 밤에는 천천히 드시라고 옆에서 누워 쉬는 사장의 마음 씀씀이가 좋아 아끼는 사람들만 몰래 데리고 가곤 했다. 그러던 중 작년 유명 미식 프로그램에 소개된 후 상황이 바뀌었다. 예약 없인 가기 어렵다는 소식을 들었고 자연히 발을 끊었다 지난주 늦은 시간에 찾아갔다. 분위기는 여전했지만 9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왁자지껄했다. 얼굴이 핀 사장의 얼굴이 반갑고 나 또한 기뻤지만 이제 나만 알던 곳이 사라져 아쉬운 마음도 든 것도 사실이었다. 사람들은 왜 이리 유명한 프로그램에서 소개되거나, 블로그에서 많이 검색되는 곳을 찾아가게 되는 것일까. 동시에 자기만 알던 한적하지만 특색 있는 곳이 유명해져 버리면 ‘관광지화가 됐다’며 실망을 하고, 낯선 이들에게 침탈을 당했다고 여기기까지 한다. 이제 우리는 TV에서 맛있어 보이는 곳이 나오면 바로 스마트폰을 들어 검색을 했다가 저장을 하고, 놀러 갈 일이 생기면 ‘맛집 검색’을 하는 게 일상이다. 그러면서 막상 가보면 다 거기가 거기 같지만 실망을 하더라도 이왕이면 알려진 곳을 가보고 싶다. 이런 행동의 첫 번째 심리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어쩌다 한 번 가는 여행지에서, 혹은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식사 자리를 한다. 이때 내 선택이 실패로 판명 나 전체 모임을 부정적 기억으로 남기고 싶지 않다. 그러니 부단히 검색을 해서 남들에 의해 이미 검증된 곳을 찾는다. 어쩌다가 실패해도 내가 아닌 그 정보의 탓으로 넘길 수 있는 보험이다. 여기서 나오는 두 번째 심리가 평판이다. 로빈 던바는 영장류는 보통 개체 수가 30이 넘으면 무리가 갈라서는데, 인간은 보통 25명을 중심으로 집단을 구성한다고 했다. 뇌가 발달해서 더 큰 개체 간 상호작용이 가능해서 25명씩 소그룹이 모인 후 더 큰 집단을 형성하지만 이 경우도 200명이 한계라는 것이다. 그보다 더 커지면 이제는 직접 상대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구성원의 평가와 소문을 통해서 상대가 믿을 만한지 혹은 위험한 존재인지 파악하는 것을 의존하게 된다. 그렇게 진화 과정에 사회적 평판으로 진위를 판단하는 시스템이 발달했다. 이건 사람뿐 아니라 식당과 여행지도 마찬가지다. 내가 생활하는 작은 공간이라면 (25명 이하의 집단) 하나하나 직접 여러 번 가보고 평가를 할 수 있다. 그곳을 넘어서는 곳이라면 모든 곳을 직접 가볼 수 없으니 평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지인의 소개였다면, 21세기 입소문과 평판의 소스는 미디어의 유명 인사 입이나, 다수의 블로거 콘텐츠다. 남들이 좋다는 곳을 일단 한 번은 가봐야, 실망을 하더라도 “나 거기 가봤는데 별로야”라는 말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희소성의 법칙이다. 다이아몬드의 가치는 희소성 덕분이다. 남들이 모르는 나만의 식당도 이 희소성의 법칙을 따른다. 널리 알려지는 것은 희소성이 줄어드는 것이며 동시에 그 개인적 가치도 함께 떨어진다고 느끼게 된다. 인간은 생명체가 아닌 것에도 감정적 애착을 갖는 존재라 나만 알던 식당을 남들도 아는 모두의 곳이 되면 더이상 온전한 애착을 유지하지 못한다. 나와 그곳 사이의 일대일의 관계가 희석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참 여러 가지 심리가 핫플레이스를 검색하고 찾아가는 것에 작동하지 않는가. 그렇다고 검색을 끊을 수도 없다. 간판 큰 곳만 무턱대고 가기는 싫으니 말이다. 이럴 때 평소 신뢰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올리는 블로거 등을 찍어 놓는 편이다. 맛집 정보가 아닌 다른 정보나 의견을 올리는 것으로 사용자의 신뢰도를 평가한 후 그의 식당 취향을 믿는다. 얼마 전 제주도에 갔을 때 일이다. 소소한 제주도 일상과 의료에 대한 생각이 좋아 읽고 있던 한 의사의 블로그에 소개된 곳을 찾았다. 제주시 골목 안 식당의 각재기국과 장대국이 추운 겨울에 제격이었다. 어디냐고? 알려 줄 수 없다.
  • 엑스맨 자비에 교수처럼 뇌 읽는 기술 나왔다?

    엑스맨 자비에 교수처럼 뇌 읽는 기술 나왔다?

    SF영화 ‘엑스맨’에는 다른 사람의 머릿 속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프로페서 X’ 찰스 자비에 박사가 등장한다.영화에서 자비에 박사는 ‘세레브로’라는 텔레파시 증폭기 헬멧을 쓰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는 장면이 있는데 과학자들이 실제로 사람의 머릿 속을 읽을 수 있는 독심기술을 개발해 화제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로 연방대와 도르연구소를 비롯해 독일 막스플랑크 인간인지뇌과학연구소, 프랑스 이위베스퀼레 대학, 인도 국제정보연구소 공동연구팀이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를 이용해 사람의 뇌를 읽어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2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6명의 실험대상자에게 클래식, 재즈, 팝, 락앤롤, 보사노바 등 40여 종류의 음악을 들려주면서 fMRI로 뇌의 움직임과 변화를 측정했다. 그 결과 똑같이 음악 관련 뇌부위가 활성화되지만 곡의 종류에 따라 독특한 신경 지문(neural fingerprint)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연구팀은 컴퓨터에 신경 지문만 입력시킨 뒤 실험대상자들이 어떤 곡을 듣고 있는지를 맞추는 실험도 진행했다. 그 결과 컴퓨터는 신경 지문만으로도 음악의 종류는 물론 곡의 제목까지 74~85%의 정확도로 맞췄다. 호르헤 몰 도르연구소 박사는 “이번 연구는 뇌신경 기능의 이해는 물론 기억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들의 치료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가까운 미래에는 뇌 해독기술과 인공지능이 결합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의 발달로 사람들이 언어장벽을 뛰어넘어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씨줄날줄] 전자인간 기본권/진경호 논설위원

    [씨줄날줄] 전자인간 기본권/진경호 논설위원

    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로봇 3원칙’을 제시한 때는 1950년이다. 로봇이 뭔지도 몰랐을 68년 전에 이 선각자는 저서 ’아이 로봇’을 통해 로봇의 행동을 규제할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끼쳐선 안 되며, 위험에 처한 인간을 방관해서도 안 된다.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반드시 복종해야 한다. 로봇은 자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아시모프의 이 로봇 3원칙은 인간을 중심에 둔 개념, 로봇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개념이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이 인간 지시를 단순히 이행하는 차원을 넘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강지능’의 단계로 나아가면서 이런 로봇 담론에도 근본적 변화가 일고 있다. 로봇의 권리, 즉 로봇을 인간과 대등한 ‘전자인간’으로 간주하고 그에 상응한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미 하와이대학의 미래학자 짐 데이토 교수가 2007년 ‘로봇 권리장전’ 제정을 촉구하면서 촉발된 이 ‘전자인간 기본권’ 논의는 2016년 6월 EU 의회 법사위원회가 ‘전자인간’(electronic person)의 권리와 의무를 법률로 규정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마련한 뒤로 본격화하고 있다. EU의 이 보고서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자율주행차의 사고나 AI 의사 ‘왓슨’의 오진에 따른 피해를 누가 어떻게 져야 하는지를 따지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고서는 대안의 하나로 로봇보험 가입 의무화와 대량실업 유발금을 로봇산업에 물리는 방안 등을 내놓았다. EU 보고서가 제기한 로봇의 권리는 엄밀히 말해 AI 로봇을 인간처럼 대하자는 취지라기보다는 AI 로봇산업 관련 법령을 정비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산업 차원의 논의와 별개로 최근엔 실제로 인간의 기본권, 즉 생각하는 인격체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AI 로봇에게 부여해야 한다는 논의도 급부상하고 있다. 로봇이 그저 기계 노예가 아니라 인간처럼 기쁨과 슬픔, 고통을 느끼는 인격체인 만큼 그에 상응한 권리와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범주의 논의에선 인류가 ‘유기인류’ 인간과 ‘전자인류’ AI 로봇으로 양분되고, 두 인류의 공생을 위한 규범들이 거론된다. 청소로봇이 열심히 일한 자신을 대견해하며 행복해하는 데 인간 주인이 로봇의 전원을 꺼버린다면 이것이 온당한가 하는 식의 논의다. 세계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시민권을 얻어 화제가 된 AI 로봇 ‘소피아’가 지난 30일 서울에서 로봇의 기본권에 대해 말했고 수백 명의 인간이 이를 경청했다. 인류의 분화, 멀지 않은 듯하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씨줄날줄] 인체 실험/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인체 실험/이순녀 논설위원

    19세기 미국의 치과의사 호레이스 웰스는 ‘웃음가스’로 불리는 이산화질소가 고통을 못 느끼게 하는 환각 효과가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자 이산화질소를 들이마신 뒤 조수에게 치아를 뽑게 했다. 고통 없이 발치에 성공했지만 이후 공개 실험은 이산화질소의 정확한 양을 알지 못해 실패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이어 갔고, 사후에 마취에 관한 의학적 성과를 인정받았다.호흡생리학의 권위자인 영국의 존 스콧 홀데인(1860~1936)은 광부들의 사망 소식을 듣고 탄광으로 달려가 죽음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직접 일산화탄소를 흡입했다. 그의 연구는 당시 심각한 문제였던 광부와 잠수부들의 사망률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했다. 자신의 몸을 실험 대상으로 삼은 과학자들을 다룬 책 ‘기니피그 사이언티스트’(레슬리 댄디·멜 보링 지음)에 등장하는 사례들이다. 인류의 삶이 나아지길 바라며 ‘셀프 인체 실험’을 마다하지 않은 그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생명과 의료윤리가 정립되지 않은 시대여서 가능했던 일들이다. 그러나 보통 인체 실험이라고 하면 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과 일제 731부대가 자행한 악명 높은 생체실험이 떠오른다. 나치 독일은 유대인을 상대로 독가스 실험, 전염병 실험, 쌍둥이 실험 등 온갖 해괴한 인체 실험을 일삼았다. 731부대는 1936년부터 1945년까지 중국 하얼빈에 주둔하며 생체해부 실험과 냉동 실험 등을 저질렀다. 천인공노할 반인간적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는 1947년 전범 재판인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일명 ‘뉘른베르크 강령’을 제정했다. 어떠한 인체 실험도 피실험자들이 충분히 정보를 제공받고, 자유로운 의지에 따라 동의할 때에만 허용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어 1964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세계의사회 총회에서 뉘른베르크 강령을 수정·보완한 ‘헬싱키 선언’이 나왔다. 의학적 목적의 임상시험도 엄격한 생명윤리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폭스바겐, 다임러, BMW 등 독일 자동차 업계가 디젤 차량 배출가스의 유해성 연구를 위해 인체 실험을 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젊은 남녀 25명에게 4주간 주 1회, 3시간씩 다양한 농도로 질소산화물을 흡입하게 했다고 한다. 최소한의 윤리 의식조차 의심스럽게 만드는 반인륜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다른 나라도 아니고, 독일에서 인간 가스 실험이라니 더 끔찍하고 소름 끼친다. coral@seoul.co.kr
  • [메디컬 인사이드] ‘공공의 적’ 항생제를 위한 변명

    [메디컬 인사이드] ‘공공의 적’ 항생제를 위한 변명

    경구용·주사제 약효 차이 없어 주스·우유 흡수 방해…물과 복용1928년 스코틀랜드 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이 1세대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발견하면서 본격적으로 인간과 세균의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9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전투는 치열합니다. 5세대 카바페넴계 항생제를 무력화시킨 ‘카바페넴계 내성 장내세균’(CRE)과 광범위한 항균효과를 내는 반코마이신을 누른 ‘반코마이신 내성 황색포도알균’(VRSA) 등 이른바 ‘슈퍼박테리아’가 확산해 환자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황색포도알균의 95%는 이미 페니실린에 내성을 보일 정도로 빠르게 진화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아예 항생제 치료를 거부하는 이들도 등장했습니다. “몸의 면역 기능을 높여 병원체 감염을 극복할 수 있다”며 숯과 음식 등을 이용한 극단적 자연주의를 주장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항생제가 오히려 세균의 창궐을 부른다며 ‘공공의 적’으로 몰아붙입니다. 항생제가 만병통치약이 아닌 것은 확실합니다. 그렇지만 항생제를 잘 몰라 생기는 각종 문제가 심각한 만큼 오해를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전문가와 ‘항생제를 위한 변명’을 준비했습니다. ●항생제 내성은 세균에 생긴다 항생제 내성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내성이 (세균이 아닌) 우리 몸 안에 생긴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정두련 삼성서울병원 감염병대응센터장은 “항생제 내성은 몸속에 있는 세균이 갖게 되는 것”이라며 “항생 내성은 세균이 죽지 않기 위해 획득한 무기일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항생제를 해로운 약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은 감염 치료에 매우 중요한 약”이라며 “다만 불필요한 사용은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항생제가 독하다며 복용을 중단하는 것도 위험한 행동입니다. 혈액 속 약물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지 못해 세균을 퇴치하지 못하게 되고 내성균이 생길 위험이 높아집니다. 증상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전에 먹다 남은 항생제를 복용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은 약은 약국이나 보건소에 전달해 안전하게 폐기해야 합니다.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바이러스는 항생제로 퇴치할 수 없습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의 ‘항생제 바로 알기’ 홈페이지(www.antibioticuse.org)를 방문하면 감기나 독감(인플루엔자), 대부분의 인후통, 대부분의 기침과 기관지염에 항생제가 효과가 없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렇지만 많은 환자들이 만병통치약처럼 항생제를 요구합니다. 지난해 7월 질병관리본부가 의사 8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항생제가 필요하지 않은데도 환자에게 항생제를 처방한 사례 중 36.1%는 ‘환자의 요구’ 때문이었습니다. 감기로 병원을 찾는 환자 중 대략 30~50%가 항생제를 원한다고 합니다. 물론 의료기관의 과도한 항생제 처방도 문제입니다.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MRSA) 내성률은 국내 중소병원이 58%, 종합병원이 68%로 유럽연합 평균(17%)보다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다행히 전반적인 국내 항생제 사용량은 계속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정 센터장은 “의약분업 이전에는 전체 항생제의 48.7%가 약국 임의조제로 소비됐지만 의사 처방전 없이 항생제를 구입할 수 없게 되면서 사용량이 30% 줄었다”며 “2006년 의료기관별 항생제 처방률 지표를 공개하면서 예방적 항생제 처방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강력한 주사 한 방’을 원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것도 오해라고 합니다. 입원이 필요할 정도의 중증질환이 아니라면 주사제와 먹는 항생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주사 한 방’으로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은 없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또 의사의 처방 없이 항생제 2~3가지를 임의로 섞어 먹는 것은 위험한 행동입니다. 정상 세균에 영향을 줘 오히려 감염이 확산하기도 하고 길항작용(상반된 2가지 요인이 동시 작용해 효과를 상쇄시키는 것)으로 약효가 낮아지기도 합니다.항생제는 가급적 물과 함께 먹는 것이 좋습니다. 손은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약무국장은 “항생제를 주스나 우유, 커피와 함께 복용해서는 안 된다”며 “약물 흡수를 방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쓴맛을 피하는 아이들에게는 대부분의 의사들이 과립이나 시럽 형태의 단맛이 있는 약을 처방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항생제를 물과 먹어야 하는 이유 다른 약물을 복용할 때는 반드시 의료진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손 국장은 “항생제는 경구피임약의 작용을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또 임신 유무를 확인한 뒤 항생제를 처방받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아울러 “평소 심혈관질환으로 혈전용해제를 복용하는 환자도 이 사실을 알려 적합한 처방을 받아야 한다”며 “항생제가 만성질환자 혈액검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도 미리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항생제는 질병마다 사용기간이 다릅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방광염은 3일 정도로 최소 사용기간이 짧지만 장알균(28~42일), 장염균(21~42일), 골수염(42일) 등은 최소 사용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중증질환은 의료기관에서 세균 배양을 통해 원인균을 확인한 다음 서서히 단계를 높이는 방식으로 치료합니다. 감염 부위에 피고름이 맺혀 있다면 제거해야 합니다. 이물질은 항생제 투입을 방해하고 세균이 달라붙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월화드라마 ‘크로스’ 전소민, 촬영장 밝히는 ‘상큼 꽃미모’

    월화드라마 ‘크로스’ 전소민, 촬영장 밝히는 ‘상큼 꽃미모’

    월화드라마 ‘크로스’ 전소민의 상큼한 모습이 공개돼 화제다. 29일 첫 방송되는 tvN 새 월화드라마 ‘크로스’ (신용휘 연출/최민석 극본/스튜디오드래곤, 로고스필름 제작)는 살의를 품고 의술을 행하는 천재 의사 ‘강인규’(고경표 분)와 그의 살인을 막으려는 휴머니즘 의사 ‘고정훈’(조재현 분)이 생사의 기로에서 펼치는 메디컬 복수극이다. 전소민은 극 중 장기이식센터장 고정훈(조재현 분)의 딸이자 자유분방 매력의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고지인’ 역을 맡았다. ‘크로스’로 메디컬 드라마에 첫 도전장을 던져 이목을 집중시킨 가운데 아버지 고정훈을 향한 안타까움을 키우면서 그의 외로움을 닮은 천재 의사 강인규(고경표 분)에게 강렬한 이끌림을 느낄 예정이다. 전소민은 지난 25일 열린 월화드라마 ‘크로스’ 제작발표회에서 “장기이식 코디네이터가 우리나라에서 드문 직업이고 저 또한 처음 접했을 때 생소한 부분이 많았다”며 “우리나라 최초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김복려 선생님의 인터뷰를 찾아보는 등 직업에 대해 많이 알려보려고 노력했다”는 말로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연기를 위한 열정과 노력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드라마, 예능 병행에 대해 “예능에서 밝고 즐거운 모습을 전달해드리고 있는데 반해 ‘크로스’는 진중하고 무게있는 장르물이다 보니 ‘나의 다양성을 보여드리자’라는 도전도 있다. 양쪽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할 테니 지켜봐달라”며 남다른 각오를 내비쳤다. 그런 가운데 “극에서 소민 누나가 나오면 활기차다. 극 중 강인규가 자신의 인간적인 면모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인물이 고지인이다”라는 고경표의 말처럼 극 중 사랑스러운 고지인의 모습이 담긴 현장 비하인드컷이 공개됐다. ‘크로스’ 측이 27일 공개한 사진에는 꽃받침 포즈로 자체발광 과즙 비주얼을 뽐내고 있는 전소민의 모습이 담겨 이목을 집중시킨다. 전소민은 턱 밑에 두 손을 모아 꽃받침 포즈를 하고 감독의 큐 사인을 기다리고 있다. 제작진은 “전소민이 바쁜 촬영 중에도 지친 기색없이 매력적인 고지인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스태프들에게 활기차고 싱그러운 웃음을 선사하며 촬영장을 종횡 무진하다가도 신용휘 감독의 사인과 함께 촬영이 시작되면 고지인 캐릭터에 완벽히 몰입, 꾸밈없는 털털한 매력으로 뼛속까지 고지인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며 칭찬했다. 한편, tvN 새 월화드라마 ‘크로스’는 29일 오후 9시 30분 첫 방송된다. 사진=tvN ‘크로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안락사 직전 동료 말(馬) 소생시킨 ‘의술 뛰어넘은 사랑’

    안락사 직전 동료 말(馬) 소생시킨 ‘의술 뛰어넘은 사랑’

    말이 사람도 해내지 못한 일을 사랑의 힘으로 해냈다. 안락사 위기에 처한 마구간 동료를 일으켜 세운 것이다. 26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메트로 등 외신은 서머싯 주(州) 바스근처 랭그리지 농장의 말 베아트리체(16)와 보(11)의 사연을 소개했다. 사연에 따르면, 중종마 샤이어(shire horse)인 베아트리체는 얼마 전 심한 복부 통증을 앓다가 마구간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됐다. 바닥에 오래 쓰러져 있을 경우 치명적인 장기 부전에 걸릴 수 있는 위험한 상태였다. 주인 부부와 농장 직원들은 베아트리체를 일으켜 세우려고 6시간 넘게 안간힘을 썼다. 트랙터에 끈을 묶어 안전한 곳으로 끌어 당겨도 보았지만 효과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1t이 넘는 베아트리체를 일으키기란 쉽지 않았다. 베아트리체의 심박수와 혈압은 치명적인 수준까지 치솟았고, 주인 부부는 마침내 안락사를 고려해야 할 상황이었다. 몇 분 후 베아트리체를 떠나보낼 결심을 한 부부는 10년 동안 함께 동거동락했던 보에게 곧 떠나보낼 베아트리체를 볼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괴로워하는 베아트리체를 그저 지켜만 보던 보는 즉시 베아트리체에게 달려가 칸막이 벽 너머로 머리와 몸을 구부렸다. 그리고 여러차례 베아트리체의 목덜미를 물었고, 이빨로 고삐를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이 해야할 일을 알고 있는 것처럼 베아트리체를 바로 세우려고 필사적 노력을 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단 몇분만에 베아트리체가 두 다리로 일어서려고 애를 썼다. 부부는 비틀거리며 두발로 일어선 비아트리체가 다시 주저 앉지 못하게 재빨리 마구간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리고 수의사에게 안락사를 취소하는 전화를 걸었다. 주인 부부는 “우리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말 사이에 특별한 상호 작용이 오고가는 걸 보곤 했지만, 말이 동료의 생명을 구하는 것을 목격한 적은 없었다”며 “인간이 6시간 노력을 들여 실패한 일을 동료인 보가 10분 만에 해냈다. 베아트리체를 다시 살린 것이다”라며 기뻐했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김광수 서울시의원 “멧돼지 민간엽사에 예산지원 필요”

    김광수 서울시의원 “멧돼지 민간엽사에 예산지원 필요”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가 주최하고 김광수 의원(국민의당, 노원5)이 주관한 「증가하는 멧돼지 도심출몰, 대책은 무엇인가」 주제의 토론회가 지난 24일 서울시 서소문청사 별관 후생동 4층에서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서울시내에 멧돼지 도심 출몰 사례가 증가하면서 서울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멧돼지 출현사건의 근본적인 원인과 문제점을 논의하고 이에 따른 적절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먼저, 발제자인 이성민 서울대학교 연구원·대전세종연구원 연구원이 서울시 멧돼지 현황과 문제점, 관리방안에 대하여 설명했다. 서울소방재난본부가 제시한 멧돼지 출몰신고 현황이 2012년 대비 2016년에 24배로 증가하였으며, 특히 북한산국립공원 주변에서 가을철 신고 건수가 가장 높은 예를 들며 등산객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멧돼지의 과잉 생산의 특성으로 정확한 개체 수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멧돼지 포획틀의 비효율적인 운영 현황과 멧돼지 기피제의 효과 미비로 인한 예산낭비의 문제점에 대하여 지적했다. 이에 따른 대안으로는 멧돼지 개체수 측정을 위한 무인카메라, 비빔목으로부터의 유전자 분석, 배설물 분석, 직접 포획 등 과학적인 방법과 서울시 자체 기동포획단 운영, 포획틀 포획 효율 증대, 서울시 및 환경부 차원의 전문가 위주의 TF팀 구성 등의 관리 방안을 제안했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하재호 서울시 푸른도시국 자연생태과 과장은 멧돼지 기동포획단의 긴급대응 운영 현황과 멧돼지 도심 진입 차단 펜스 설치 및 기피제 배포 등의 관리 체계를 설명하면서 2018년에는 멧돼지 포획틀 설치 확대 및 지원, 「야생동물 피해보상 조례」 제정 독려, 광역 경계 지자체간 멧돼지 포획 상호 협력의 관리 강화 대책을 강조했다. 현재, 서울시는 멧돼지 기동포획단이 멧돼지 출현·출동 증가에 따른 누적 피로감이 증가하여 지속적인 포획활동에 어려움이 있고, 북한산국립공원 내 ‘총기 포획’이 불가하여 전문 민간엽사(멧돼지 기동포획단)에 의존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2018년 멧돼지 포획 관리 강화 대책으로 멧돼지 포획틀의 증가에 따라 포획틀 청소, 도심 유입경로 이동 설치, 먹이 구입, 정기 점검 등 체계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멧돼지 출현 빈도가 높은 자치구에 「야생동물 피해보상 조례」 제정을 촉구하면서 멧돼지 포획포상금, 수렵 보험료 등 지원근거 마련을 위한 포획단 운영내실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광역 경계 산림의 멧돼지 포획허가, 정보공유 등 광역 경계 지자체간 상호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지민 환경부 사무관은 멧돼지와 인간이 공존해야한다는 환경부의 정책 목표를 설명하면서 “멧돼지 도심 출몰을 방지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개체 수 파악과 효율적인 포획 방법을 강구해야한다”며 “2018년에 시행되는 ‘멧돼지는 산으로! 시범 프로젝트’에서 더 많은 전문가들과 다양하게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영철 강원대학교 산림보호학과 교수는 멧돼지 도심출몰 대책 마련에 대해 멧돼지 중심의 서식생태학적 관점과 인문생태학적 관점, 지정학적 관점으로 구분하여 설명했다. 멧돼지 중심의 서식생태학적 관점에서 전수조사 개념의 개체 수의 파악에 어려움이 있으므로 월별 멧돼지 평균 밀도와 멧돼지 개체군의 변동 상황을 중심으로 추정하여 도심 출몰 신고 건수와 비교하면서 북한산국립공원에 맞는 연구접근방법으로 멧돼지 포획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문생태학적 관점으로 멧돼지의 도심 출몰 시, 포획된 개체 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멧돼지 출몰 신고 건 수와 포획단의 출동 건 수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매뉴얼화하여 활용할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지정학적 관점에서는 야생동물인 멧돼지보다 들개의 발생으로 인한 위험성이 더욱 높게 파악되고 있음을 말하면서 야생동물인 멧돼지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대안도 필요하므로 자연생태학적인 접근방법과 인문생태학적인 접근방법을 모두 활용하여 정부, 기관, 학계, 특히 지역주민들이 함께 모여 해결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항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는 야생동물관리에 있어 국립공원의 대처방안과 장기적인 시스템 결여를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대학 내 기초과학관련 학과의 부재 실태를 예로 들면서 지속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환경부의 다양한 정책 추진을 위해 기초과학분야 육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내·외 야생동물전문가를 초청하여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하여 효율적인 야생동물관리의 해결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의경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공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북한산국립공원 멧돼지 밀도에 따른 개체 수 분석 자료와 우리나라의 멧돼지 서식실태 조사 현황 자료를 제시하면서 멧돼지 개체 수의 직접적인 조사의 어려움을 설명하며 독일·미국·일본의 멧돼지 관리를 위한 멧돼지 개체 수 측정 기준을 예로 설명했다. 또한, 2018년부터 3년간 시행하게되는 멧돼지의 국제적인 연구 결과를 활용하여 멧돼지 포획틀, 펜스 설치 등의 효과성 및 영향력 예측과 풍선효과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등 멧돼지 개체 관리를 위한 논의의 필요성에 대해 말했다. 이석열 서울 멧돼지출현방지단장은 (사)서울멧돼지출현방지단이 2016년 서울시 인가를 받은 이후 서울시내에 출몰하는 멧돼지 포획을 위해 20년 이상 경력의 엽사와 멧돼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반 시민으로 창설되어 각 회원의 회비와 기부금을 통해 운영해오는 과정에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고, 각 회원들이 생업에 종사하면서 봉사활동으로 멧돼지를 포획하면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고 있어 단체 운영에 어려움이 있음을 설명했다. 또한, 지속적으로 도심에 출몰하는 멧돼지 개체 수 조절을 위해 상시 출동할 수 있는 엽사의 확보가 시급하며, 멧돼지 포획틀 운영과 유인 미끼 지원 이외에 포획틀의 지속적인 순찰 인력과 일정한 재정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효율적인 포획틀 운영이 가능하다고 건의사항을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김광수 의원은 “일본의 경우 15~20여년전 멧돼지뿐만 아니라 원숭이와 사슴의 도심 출몰로 많은 피해 사건이 발생했다”고 예를 들면서 “멧돼지의 정확한 개체 수에 맞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하며, 멧돼지 도심 출몰 방지를 위해 엽사·포획틀·펜스 등 효율적인 운영 방법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실질적으로 순수봉사로 활동하고 있는 서울멧돼지출현방지단 엽사들의 포획량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으므로 순수봉사를 하고 있는 엽사들에게 예산지원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정부부처와 상급기관들의 긴밀한 업무협조를 통해 멧돼지 출몰 대책관련 연구와 기획이 더욱 활발히 진행되길 기대하며, 전문가·시민·단체·서울시·정부부처가 서로 협력하며 기회가 되면 국제적인 심포지엄을 개최할 필요가 있다”고 멧돼지 출몰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靑캐비닛 문건에 “정무수석 실행”… 조윤선에 결정타

    靑캐비닛 문건에 “정무수석 실행”… 조윤선에 결정타

    작년 7월 발견 수석비서관 회의록 김기춘 지시·조윤선 실행 드러나 박준우 前수석 증언 번복도 근거 “지원 배제 명단 반복해 검토”박근혜 정부 시절 정권 입장에 반하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는 조치를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이 1심에서보다 무거운 판단을 받게 된 데에는 이른바 ‘청와대 캐비닛 문건’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조영철)는 1심에서 무죄 판단됐던 쟁점 사안들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항소심에서 추가로 제출된 청와대 캐비닛 문건의 내용을 주요 근거로 삼았다. 문건들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인 지난해 7월 청와대 정무수석실과 민정수석실 캐비닛 등에서 발견된 것으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문건들을 블랙리스트 사건과 삼성 뇌물 사건 재판에 각각 증거로 제출했다. 문건들 가운데 대수비(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와 실수비(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회의록 및 회의자료들을 통해 김 전 실장이 좌파 지원 배제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고 이를 정무수석실이 실행한 뒤 박 전 대통령에게 결과가 보고되는 정황 등이 확인됐고, 이는 곧 1심 판결을 뒤집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1심에서 블랙리스트 관여 혐의는 모두 무죄를 받았던 조 전 수석의 재수감에 직격탄이 됐다.재판부는 “2014년 4월 김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정무수석실 주도로 ‘민간단체 보조금 TF’를 진행해 그해 5월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 보고서를 작성했고 정무수석실은 이를 김 전 실장 및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2014년 6월 부임한 조 전 수석은 전임자와 신동철 전 비서관에게 업무를 보고받았고, 이후 2014년 11월부터 정무수석실에서 교문수석실의 요청에 따라 지원 배제 대상자를 선별하기 위한 명단 검토가 반복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조 전 수석의 지시나 승인이 없이는 정무수석실의 블랙리스트 실행이 불가능했다는 취지다. 항소심 법정에서 조 전 수석의 전임자인 박준우 전 정무수석이 “지원 배제 관련 업무를 인수인계했다”며 증언을 번복한 점도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박 전 수석은 “원심에서는 인간적 도리 때문에 조 전 수석 앞에서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의 경우 1심에서 무죄를 받았던 문화체육관광부 1급 공무원 사직 요구와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가 유죄로 뒤집혔다. 1심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1급 공무원을 의사에 반해 면직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들어 “1급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상 신분 보장이 되지 않는다”고 봤지만, 항소심은 “1급을 면직할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김 전 실장의 사직 요구는 주로 지원 배제 실행에 소극적이었다고 평가되는 유진룡 전 장관과 가까운 사이였다는 등의 이유로 자의적으로 이뤄져 위법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문화의 옳고 그름이란 있을 수 없고, 문화예술에 대한 편가르기나 차별은 용인돼선 안 된다”면서 “피고인들 각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지만 중대성과 심각성을 고려해 각 행위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양형도 엄격히 적용했음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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