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인간 의사
    2026-03-14
    검색기록 지우기
  • 재정지원
    2026-03-14
    검색기록 지우기
  • 망연자실
    2026-03-14
    검색기록 지우기
  • 대전충남
    2026-03-14
    검색기록 지우기
  • 성호르몬
    2026-03-1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344
  • ‘차이와 공존’ 학술대회

    요즘 들어 한국 사회가 무척 시끄러워 성가시다고? 조금 달리 생각하면 참으로 자연스럽고 다행스럽기까지 하다. 현대사회의 이해관계라는 게 좀 복잡한가. 거기다 조금이라도 수상하다 싶으면 때려잡아 끝을 내던 시대는 지났다. 이런 상황임에도 조용한 사회라면, 그게 외려 비정상이다. 그렇다고 마냥 왁자지껄 떠들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럴 때일수록 아무리 작더라도 합의 아래 내디딘 단 한걸음이 소중하다.‘이제는 제 목소리를 내자.’는 투의 결단은 비장하다기보다 철지난 소리다. 중요한 것은 합의요, 이에 이르는 ‘협상’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협상에 대해 배워본 적이 없다. 협상이란 게 좋게 말해 ‘테크니컬’한 것 같고, 나쁘게 말해 ‘사쿠라’ 같아서다. 잘해봤자 거기서 거기고, 잘못하면 ‘배신자’라 욕 얻어먹기 십상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사회과교육학회가 7∼8일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여는 학술대회의 주제,‘차이와 공존의 사회과교육’은 관심을 끈다. 정기오 한국교원대 교수는 ‘갈등을 극복하고 공존을 도모하기’라는 논문을 통해 초·중·고등 사회과교육의 핵심은 협상교육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 교육과정의 목표는 전문가가 아니라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데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정치·경제·사회·역사·지리 등에 관한 이론적 모델이나 단편적인 사실을 전달하는 데 그치고 있는 지금의 사회과 교과서들은 이런 교육목표와 전혀 무관하다고 비판한다.“지극히 편협한 사회과학적 이론과 지식을 전달”하는 것보다는 “협상을 위한 구체적 방법론을 학생들에게 가르친 뒤 관련 지식은 학생들 스스로 알도록”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렇기에 협상 교육은 사회과교육의 ‘곁다리’가 아니라 외려 사회과 교과목 내에 흩어져 있는 모든 세부적 과목들을 한데 묶어 소통시킬 수 있는 ‘허브’여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협상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나. 정 교수는 로저 피셔 교수가 제안한 하버드대의 ‘원칙협상모델’을 제시했다. 로저 교수는 ‘공동문제의 확인-의사소통-인간관계-이해관계-명분과 정당성-해법의 탐구-약속과 참여’로 협상의 7가지 요소를 정리했다. 이를 바탕으로 수업과 평가시스템을 설계한 뒤, 우선 특별과정으로 협상 수업을 도입해서 정규교과과정으로 확대시켜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하인스 워드 신드롬을 계기로 불고 있는 다문화교육에 대한 논문도 발표된다. 박윤경 청주교대 교수는 일상 생활에서 흑인이나 동남아인 등 제3세계 사람에 대한 차별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교육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다만, 다문화 교육이 인종적 편견을 ‘완화’해줄 수는 있는데, 그 방법은 어릴 적부터 ‘아동문학’을 통한 세심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기고] ‘반환기지 오염’ 협상 냉정하게/최종철 국방대 교수·정치학 박사

    지난 13∼14일 제9차 한·미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서 반환받은 15개 기지(미합의 3개 기지는 안전관리 목적상 열쇠만 수령)와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쉽게 말하면, 지난 50년간 주한미군에 국가안보를 ‘전세비용’으로 지불받고 우리가 빌려준 집(기지)을 얼마나 깨끗하게 돌려 받느냐가 쟁점이다. 국가안보를 전셋값으로 받은 우리가 떠나는 세입자인 동맹에 어느 정도의 청소를 요구하는 게 적절할까. 이와 관련한 전·월세 계약서인 한·미행정협정의 ‘특별양해각서’는 ‘인간 건강에 대한 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KISE)’ 제거가 청소의 기준라고 명시했다. 또 ‘합의의사록’은 ‘미측은 우리 환경법령 및 기준을 존중한다.’고 청소 기준을 적었다. 문제는 양 계약서에 대한 한·미간 관점과 해석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50년전 세를 줄 때의 수준으로 청소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최상의 이익일까, 아니면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함으로써 지자체들이 토지(기지)를 매입해 지역발전을 위해 활용하고, 그럼으로써 반환되는 토지들을 국토균형 발전에 기여토록 사용하는 게 더 합리적일까. 정부는 기지 반환 협상이 18개월을 끄는 사이에 매달 40만달러씩 총 720만달러의 기회비용을 지불했다. 또 미국이 치유의 책임을 나몰라라 하는 몰염치의 행태를 보이는 게 아니라, 동맹국 한국의 요구에 납득할 수준의 양보를 한 측면도 있다. 미국은 ‘인간 건강에 대한 실질적 위험’을 제거하는 반환기지 치유 원칙에 추가해 8개항, 즉 유류저장탱크 및 연료 제거, 위험물질 및 쓰레기 처리장 제거, 난방·온수 시스템과 냉방 시스템 치유, 불발탄 제거, 사격장 오염 토지 제거 등을 이행했거나 앞으로 이행할 것을 약속했다. 이는 미국이 일본에 대해서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며, 독일에도 치유 비용을 시설물 잔여가치 보상액에서 상계키로 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 미국과의 반환기지 환경오염문제 협상에서 우리는 중국인의 상술처럼 냉정하게 계산해야 한다. 국가간의 협상에서는 오로지 국가이익 극대화를 위해 상대를 설득해야 하는 것이지, 협상 후에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남겨서는 안 된다. 미국이 최대한으로 비용을 지출하도록 요구하고 설득하며 때로 압박할 필요도 있다. 그렇게 해서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상대와 여건에 따라 상호 호혜와 호양의 자세로 실질적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우리가 기지 사용 대가로 받은 국가안보 보장 혜택과 환경 치유 비용을 비교해 보고, 동맹을 유지할 필요성이 우리에게 더 절실하다는 점 등을 냉철히 따져 보는 여유로움을 갖고 협상에 임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기지 치유 비용이 천문학적이라고 과장해 국민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기보다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우리의 병력과 장비를 이용하는 아량도 보여야 한다. 반환기지 오염 문제가 한·미간 협상 의제의 전부가 아니다. 평택지구 기지 이전 비용,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무기도입 협상 등 양국간에 많은 협상들이 있다. 한 협상에서 다소의 불만이 있을 경우 다른 협상에서 보전하는 거시적 협상 전략이 요구된다. 최종철 국방대 교수·정치학 박사
  • 영화 ‘각설탕’으로 돌아온 임수정

    영화 ‘각설탕’으로 돌아온 임수정

    관객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의 하나는 팔짱을 끼고 배우의 성장을 음미하는 것이다. 임수정이 조만간 그런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준다. 새달 10일 개봉하는 영화 ‘각설탕’(제작 싸이더스FNH)에서 그는 ‘원 우먼 쇼’를 했다. 상대역은 경주용 말(馬). 말과의 우정을 인간끼리의 소통보다 더 진지하게 그리는 영화에 그는 7개월을 매달렸다. 고만고만한 드라마를 2편쯤 찍을 수 있는 시간이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소녀 이미지 ‘훌훌´ 26일 경복궁 앞 작은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어떻게 말을 부렸을까 싶게 가녀린 몸피의 그는 “중성적이면서도 거친 이미지를 실컷 보여줄 수 있어서 신선했다.”는 소감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임수정을 외유내강형 배우, 여리고 조금은 어둡고 소녀적 이미지에 갇힌 배우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미사’(TV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통해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봤다고 말해주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늘 허기졌거든요.” TV와 스크린에서 ‘보여진’ 임수정의 똑 부러지는 이미지는 인터뷰에서도 그대로였다. 스크린 데뷔작이 2002년 ‘피아노 치는 대통령’이니 배우 이력은 이제 4년.‘장화, 홍련’‘…ing’‘새드무비’를 찍으며 배우의 나이테를 굵혀왔다. 이쯤되면 성장속도가 맹렬하다. “지금까지의 작품들 중에서 이번이 가장 책임감이 컸다.”는 그의 말은 영화를 보고나면 100% 동의할 수 있다. 어려서 엄마를 잃고 목장을 하는 아빠(박은수)와 외롭게 사는 시은(임수정)에게 말 ‘천둥이’는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푸근한 가족이자 위안처이다. 기수가 되려는 딸이 못마땅한 아빠가 말을 팔아버리자 집을 뛰쳐나온 시은은 악착같이 프로기수의 꿈을 이뤄간다. ●3개월 익힌 승마 “소질 타고 났대요” 동물과 인간의 사랑이 눈물샘을 자극할 드라마이지만, 영화의 성취는 딴 데 있다. 경마장면들을 아찔하도록 사실적으로 잡아낸 화면들은 그 자체로 감상포인트. 배우가 얼마나 고생했을까, 애처로운 마음에 한눈을 팔래야 팔 수 없는 영화가 됐다.“촬영 3개월 전부터 기합소리 같은 부조(말과 기수의 의사소통 수단)를 배웠어요. 승마를 익힌 건 또 석달. 처음엔 엄두가 안났는데 나중엔 기수 선생님들한테 칭찬까지 받았어요. 소질이 타고났다고…” “깡으로 버텼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엉덩이를 살짝 들고 앞으로 상체를 기울여 말을 몰아달리는 일명 ‘몽키타법’은 실제 기수들도 2년쯤 공들인다는 까다로운 기술.“그보다는 말을 상대로 감정을 잡아야 하는 장면들이 너무 힘들었다.”는 그는 “눈이 짓무르도록 우는 장면이 많아 기진맥진했던 날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소녀와 여인의 중간쯤에 발을 걸친 자신의 이미지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그런 희소성이 ‘각설탕’과 짝을 지어줬다.”며 웃었다. 그러나 “좀더 촌스러운 목장소녀로 만들어 달라며 손톱밑에 때를 채우다 감독(이환경)과 감정싸움을 벌인 적도 있다.”는 야무진 말 끝엔 여린 소녀 이미지는 없다.“아무것도 안하고 몸을 편하게만 놔둘 것”이라고 휴가계획을 귀띔하는 그는 또 전혀 연결이 안 되는 ‘그림’을 그려놓고 있다. 막바지 촬영 중인 박찬욱 감독의 로맨틱코미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는 자신을 싸이보그라 믿는 정신분열증 환자이다. 감쪽같이 경마장의 여기수가 돼버린 임수정이라면 보여줄 수 있을 것같다. 스크린을 위해 “아주 독특하게 정신을 잃은” 여주인공을.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개미와 여름휴가 어때요”

    “개미와 함께 하는 여름피서 어떻습니까.” 올초 모교인 서울대에서 이화여대로 자리를 옮겨 화제가 됐던 동물 생태학자 최재천(52)교수. 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장을 맡고 있는 그가 ‘개미제국을 찾아서’라는 특별기획전을 마련했다.여름방학을 맞아 어린이와 청소년이 자연과학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라고 한다. 최 교수가 지은 같은 제목의 책은 과학기술부 인증 우수과학도서에 선정돼 이미 4만부가 팔렸다. “스미소니언 등 세계적인 자연사 박물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시가 곤충전입니다. 공룡이나 화석을 재현할 수는 없지만 곤충은 살아 움직이는 전시관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전시회에는 국내외 70여종의 개미가 등장한다. 개미들의 사회체계와 천적, 먹이, 의사소통법 등도 소개된다. 개미집을 통째로 옮겨와 살아있는 개미들의 삶도 볼 수 있다.“개미 한 마리는 너무도 하찮아 보이는 존재지만 수천, 수만 마리가 모여 서로 협동하고 희생하면서 만든 사회는 막강한 힘을 발휘하죠. 볼수록 인간과 닮은 점이 많습니다.” 최 교수는 휴가 때 하루 날 잡아 ‘애집개미’와 시간을 보내 보라고 권했다. 애집개미는 번식력이 뛰어나 전 세계 없는 집이 없을 정도인 종으로 바퀴벌레 등 해충을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더럽다고 생각말고 삭막한 도시의 삶에 제발로 걸어들어 온 자연의 일부를 반갑게 맞이해보세요.”글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이자제한법 부활 ‘제동’ 걸리나

    이자제한법 부활 ‘제동’ 걸리나

    법무부가 이자제한법 부활을 추진하고 있으나 청와대 신임이 두터운 권오규 경제 부총리와 5·31 지방선거에서 ‘완승’한 한나라당이 강력히 반대, 이자제한법 논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이자제한법 부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당론으로 정리,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법무부 입법안에 찬성한 열린우리당과의 ‘힘대결’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법 부활에 이미 제동이 걸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한나라당·재경부 vs 열린우리당·법무부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는 24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금껏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자율 상한을 낮추면 더 큰 부작용이 생긴다는 재경부의 입장에 동조하기로 내부 당론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법무부의 방침에 그동안 판단을 유보해 왔으나 최근 재경부 입장에 동조하기로 급선회했다는 것. 이 관계자는 “현행 대부업법의 이자율 수준만으로도 금융감독원의 관리·감독을 통해 우려되는 부작용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민주노동당이 열린우리당과 함께 법 부활에 찬성하고 있으나 법안이 발의돼 상정되더라도 한나라당이 반대하면 통과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도 지난 18일 취임과 함께 “이자제한법이 부활하면 대부업자의 음성화가 초래돼 자금 공급이 줄고 사금융 이용이 증가, 오히려 서민 부담만 증가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긴다.”고 반대 의사를 명백히 했다.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 고위관계자는 이날 “사채 이자율 상한을 40% 이내로 낮추는 법무부의 이자제한법 작업에 보조를 맞추기로 당론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법안 상정 과정에서 반대 세력과의 절충 등으로 현행 대부업법의 이자율 상한 66%와 법무부가 제시하는 상한 40%의 중간 수준에서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이 경우 이자제한은 연간 50% 안팎이 된다. 법무부가 추진하는 이자제한법 부활안은 먼저 대출이자를 연 40% 이내로 묶는 것이다. 이를 초과해 지급된 이자는 반환 청구를 통해 돌려받도록 한다. 특히 미등록 대부업자와 개인간 거래도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다. 예컨대 1000만원을 빌리면 이자는 연간으로 최대 400만원까지만 내면 된다는 것. 하지만 금감원에 등록된 대부업자는 현행대로 66%의 이자율 제한이 유지된다. ●참여정부내 치열한 격론 이자제한법 부활 문제는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찬성하는 쪽은 고리사채 피해로부터 서민을 보호하기 위해 이자율 상한을 낮추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반면 반대하는 쪽은 시장논리에 따라 사채시장이 더욱 음성화될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운다. 법무부는 현재 66%의 고율 이자가 보장되는데도 등록 대부업자는 전체 사채시장의 25%에 불과하며 사금융 평균 이자율은 연간 223%에 달하는 등 법 실효성이 없다고 강조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자율 제한을 지난 98년 폐지 직전 수준인 연 25%까지 낮춰야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임 의사를 밝힌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재경부 등의 반대에 “명백한 범죄 현상을 시장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재경부는 이자제한법의 재입법 취지를 이해하지만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자제한법이 시행돼도 실질적인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자율을 40% 이내로 제한하면 사채가 음성화되고 이에 따라 신용이 낮은 서민들은 더욱 높은 이자율을 요구하는 고리사채를 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41∼66%대의 이자율 적용 대상인 대출자들이 불법 암시장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출자금을 떼일 경우를 감안한 대부업계의 실제 이익률은 6%대로 66% 상한 수준을 낮추면 상당수가 미등록 사채업자로 전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재경부가 반대 목소리를 높이자 법무부는 무척 신경쓰는 눈치다.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법무부가 재경부 금융정책국 소속 직원들을 자주 불러 ‘이자제한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줄여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금감원도 이자제한법 부활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행 대부업법으로도 불법 사채업자 처벌은 물론 제도 금융권까지 이자제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랜디스, 엉덩이뼈 썩는 병에도 투르 드 프랑스 우승

    플로이드 랜디스(31·미국)가 2006 투르 드 프랑스(프랑스도로일주사이클대회) 정상에 우뚝 서 ‘인간 승리’의 신화를 이어갔다. 랜디스는 23일 열린 대회 마지막 제20구간(154.5㎞) 레이스에서 3시간57분으로 3위에 올라 최종합계 89시간39분30초로 우승했다. 랜디스는 18구간까지 종합 3위에 그쳤지만 전날 19구간 레이스에서 3위로 역전에 성공, 종합 선두에 나섰고 마지막 구간에서도 역주해 선두를 내주지 않았다. 이번 우승으로 랜디스는 고환암을 이겨내고 대회 7연패를 일군 랜스 암스트롱(미국)의 뒤를 이어 사이클 권좌에 올랐다. 물론 이번 대회에는 ‘황제’ 암스트롱의 은퇴와 얀 울리히(33·독일), 이반 바소(29·이탈리아)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결장, 다소 김이 빠졌다. 2002년 첫 출전해 61위에 머문 랜디스는 이듬해 77위로 다소 주춤했다. 그러나 2004년 23위에 오른데 이어 지난해에는 9위까지 뛰어오르며 정상에 근접했다. 랜디스의 우승은 또 하나의 인간승리로 불려진다.2003년 경기중 교통사고로 오른쪽 넓적다리뼈가 심하게 부러져 두차례의 대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뼈속으로 피가 통하지 않아 뼈가 썩는 오른쪽 엉덩이 ‘골괴사증’ 진단을 받았다. 사이클선수로는 사형선고나 다름없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당시 의사는 관절이식수술을 하면 통증이 없어진다며 수술을 권유했지만 사이클을 계속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생기자, 랜디스는 수술을 과감히 포기했다. 그에게 사이클은 인생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자신이 그렇게도 원했던 최고의 대회 정상에 오른만큼 수술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사이클계는 인공 엉덩이를 달고 다녀야하는 인공관절 이식수술 뒤에도 랜디스가 계속 사이클을 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걷는 것 조차 버겁겠지만 강인한 랜디스는 더 힘차게 페달을 밟을 것으로 굳게 믿는다. 랜디스의 우승으로 투르 드 프랑스는 인간승리의 장으로 자리를 굳혔다. 경기중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가 3㎝나 짧은 이탈리아의 마르코 판타니가 1998년 우승했고, 이후 고환암을 딛고 암스트롱이 7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어 올해는 엉덩이 관절이 어가는 부상에도 불구, 수술을 미루면서 페달을 밟은 랜디스의 인간승리가 대회를 더욱 값지게 하고 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이길로 가면…여름잊고 심신 살찌우고

    이길로 가면…여름잊고 심신 살찌우고

    서울 근교 산으로 숲속여행을 떠나보자. 싱그러운 나무 향기에 취해 야생화와 곤충, 새들을 관찰하다 보면 아이들은 금세 숲속을 탐험하는 재미에 빠져든다. 서울시와 각 자치구는 매주 일요일에 자연탐방 프로그램 ‘숲속 여행’을 서울 근교 산 17곳에서 운영한다. 탐방코스에는 전문 숲 해설가가 동행한다. 코스가 완만해 가족 나들이에 제격이다. 참가비는 없지만 인기가 많아 인터넷 예약(san.seoul.go.kr)을 서둘러야 한다. 지난주 강남지역의 산에 이어 이번 주에는 앵봉산, 안산, 인왕산, 남산, 개운산, 오패산, 초안산, 아차산, 봉화산, 수락산 등 강북지역 10곳을 소개한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앵봉산 꾀꼬리가 많아 앵봉(鶯峯)이란 이름을 얻었다. 해발 230m로 높지 않지만 정상 인근은 경사가 급한 편이다. 온대림 숲의 마지막 천이단계에서 나타나는 서어나무를 비롯한 100여종의 수종과 각종 초본류, 지의류, 버섯 같은 균류가 살고 있다. 다양한 식물 덕에 곤충과 조류, 다람쥐, 청설모 등 야생동물이 터전을 잡았다. 특히 천연기념물 제323호인 황조롱과 맹금류인 말똥가리도 관찰되고 있다. ●탐방코스 3호선 구파발역 4번출구에서 만나 출발한다.7단계로 나뉘어 국수나무, 도토리, 아까시나무, 진달래, 소나무, 팥배나무, 서어나무 등 다양한 수종을 만난다. 정상에 자리한 서어나무 군락지에는 서울에서 보기 힘든 서어나무와 작살나무, 담쟁이덩굴, 물갬나무, 다릅나무 등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코스는 총 연장 2㎞로 3시간 정도 걸린다. 둘째·넷째주 일요일 오전 10시∼오후 1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주변 볼거리 서오릉은 사적 제198호로 경기도 고양시 용두동에 있다. 창릉 익릉 명릉 홍릉으로 구성돼 있는데 구리시의 공구릉 다음가는 조선왕실의 왕릉이다. 주변에는 먹을거리도 풍부하다. 통일로변에 위치한 구파발 인공폭포는 통일로의 이정표로 상징적인 공간이라 유명하다. ●가는길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에서 내려 4번출구로 나오면 집결지가 보인다. 버스는 7023,7723,7724,7731∼5,9703,9709,9710∼2번 등이 오간다. 탐방신청 및 문의는 강동구청 공원녹지과(350-1395). ■ 안산 무악(毋岳)이라고도 부른다. 산의 모양이 말안장, 즉 길마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동쪽에 있는 현저동에서 홍제동을 넘는 고개를 길마재, 즉 안현이라고 했다. 안산은 인왕산에서 서쪽으로 비스듬히 뻗어 무악재를 이루고 솟은 산이다. 해발 295.9m. 조선왕조가 도읍을 한양으로 옮기면서 무악은 궁궐의 주산으로 주목받았다. ●탐방코스 서대문구청에서 출발한 탐방팀은 연흥약수터에서 안산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받는다. 조선시대 기록인 ‘용재총화’에는 무악재 주변에 밤나무와 소나무가 무성했다고 하나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1960년대에 난립한 무허가 집을 철거하고,1970년대부터 인공 수림을 조성하여 지금은 메타세쿼이어, 왕벚나무, 산수유, 모감주나무, 소나무, 당단풍나무, 잣나무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자연림으로 보존된 북쪽 비탈에는 진달래, 물오리나무, 노린재나무, 산초나무, 산벚나무 등이 드문드문 자리잡았다. 꿩, 메추라기, 박새, 딱따구리 등도 자주 눈에 띈다. 코스는 총 연장 2㎞로 3시간 정도 걸린다. 둘째 넷째 일요일에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주변 볼거리 안산 정상의 무악봉수대(서울시 기념물 제 13호)는 평안도와 황해도의 육로 봉화를 남산봉수대로 최종 보고하던 곳이다. 연희동에 있는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2003년 7월에 개원했다.1층은 인간과 자연관,2층은 생명진화관,3층은 지구환경관으로 구성돼 있다. 서대문형무소도 독특한 볼거리다.1908년 경성감옥으로 문을 연 이후 우리의 항일 독립투사들이 옥고를 치른 곳이다. ●가는 길 지하철 3호선 홍제역 3번출구에서 7713,7738,7739번 버스를 타고 서대문구청 앞에 도착. 탐방신청 및 문의는 서대문구청 공원녹지과(330-1395) ■ 인왕산 해발 338.2m. 화강암으로 이뤄져 암반이 유난히 노출된 것이 특징이다. 북악산이나 남산보다 산세가 웅장하고 풍치가 아름답다. 광복 전까지만 해도 서울의 외곽을 둘러싸고 있던 산이었는데, 서울이 팽창하면서 중심부로 들어왔다. 인왕산에는 실제 사물과 닮은 기묘한 괴석들이 많다. 둥근 모자 모양의 모자바위, 돼지가 코를 들고 있는 듯한 돼지 바위 등이 유명하다. 산을 오르며 바위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탐방코스 사직공원에서 출발해 단군성전, 황학정, 쉼터, 약수터를 돌아온다. 바위산이라 중턱 이상에는 수목이 별로 없지만, 산등성이에는 때죽나무, 국수나무, 팥배나무, 소나무 등이 오밀조밀 들어차 있다. 쉼터에 앉아 각종 나무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야생 조수와 계곡생태계 등을 배운다. 코스는 총연장 2㎞로 2시간 정도 걸린다. 둘째 넷째주 일요일에 운영한다. ●주변 볼거리 국사당(서울시 중요민속자료 제28호)은 서울을 수호하는 신당으로 무학동 인왕산 기슭에 있다. 원래는 남산 정상에 있다가 1925년 현 위치로 이전됐다. 일본인들이 남산 기슭에 신사인 조선신궁을 지으면서 더 높은 곳에 국사당이 있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이전을 강요당했다. 선바위(서울시 중요민속자료 제4호)는 인왕산 서쪽 기슭에 있는 두 개의 거석이다. 마치 중이 장삼을 입고 서 있는 것 같다고 ‘선(禪)’자를 따서 선바위라 불렀다고 한다. 조선 태조와 무학대사의 상이라거나, 이성계 부부의 상이라는 전설이 있다. 자식 없는 사람이 바위에 빌면 효험이 있다고 전해진다. ●가는 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1번 출구에서 내려 사직공원까지 도보로 5분 걸린다. 탐방신청 및 문의는 종로구청 공원녹지관(731-1459). ■ 남산 해발 265m로 서울의 중심부에 자리한 서울의 상징이다. 본래 이름은 인경산이었으나 조선왕조 태조가 1394년 도읍지를 개성에서 서울로 옮긴 뒤 궁궐 남쪽에 있다고 해 자연스럽게 남산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풍수지리상 남주작, 안산에 해당하는 중요한 산으로 태조는 나라의 평안을 비는 제사를 지내기 위해서 지금의 팔각정 자리에 국사당을 세웠다. 서울시가 1991년부터 ‘남산 제모습 가꾸기’사업을 실시하여 훼손된 시설물을 철거한 후 야외식물원, 한옥마을 등을 조성했다. ●탐방코스 남산전시관에서 출발하는 탐방코스는 볼거리가 풍성하다. 양생화단지, 팔도소나무림, 야외식물원, 숲속길, 서울성곽, 봉수대 등 숲속여행의 총 결정판이라 부를 만한다. 애국가 2절에 나오는 것처럼 ‘철갑을 두른 듯’ 소나무가 울창했던 곳이지만, 일제 시대와 광복 이후 크게 훼손돼 지금은 아까시나무와 신갈나무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다행히도 소나무 탐방로가 있어 아쉬움을 달랜다. 코스는 총 연장 4㎞로 3시간 정도 걸린다. 첫째 셋째 일요일, 둘째 넷째 토요일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주변 볼거리 1975년에 설치된 서울 N타워(옛 남산타워)는 방송송신탑이다. 최근 리모델링을 끝내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안중근 의사의 유품과 유물이 전시된 안중근의사기념관(771-4195)과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몸으로 막은 충신들을 기리는 장충단비가 놓인 장충공원도 구경할 만하다. 남산골 한옥마을에는 물이 흐르는 골짜기에 정자를 짓고, 전통한옥 5채를 옮겨 놓아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가는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4호선 서울역·회현역에서 15분 걸어가면 전시관 뒤편 맨발보드 앞에 야외식물원이 나온다. 이곳이 집결지다. 탐방신청 및 문의는 남산공원관리사무소(753-7060∼2). ■ 개운산 ‘나라의 운명을 새롭게 열었다.’는 뜻을 담은 개운사라는 절이 있는 곳이어서 개운산이라고 부른다. 동쪽으로는 정릉천과 월곡산이, 서쪽으로는 성북천과 북악산이 뻗어 있다. 두 물줄기는 용두동에서 만나 청계천에 합류한다. 성북구 중심에 위치한 자연산지형 공원이어서 쾌적한 주거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탐방코스 “대화 없이 힘들게 하는 산행은 어린 두 딸에게 무리지만, 숲 해설가 선생님과 더불어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산책을 하듯 탐방을 마쳤습니다. 집에서 가까워 탐방 후에는 개운산을 둘러보며 휴일 오후를 보냈습니다.” 개운산을 다녀온 정옥씨 가족이 홈페이지에 남긴 글이다. 도심에 있어 수목이 울창하지 않지만, 산책로와 자연생태학습장이 잘 조성돼 있어 가족나들이에 제격이다. 때죽나무, 산딸나무, 국수나무 등 수목과 복수초, 비비추, 옥잠화 등 초화류를 자연학습장에 심어 놓았다. 산책로 주변에는 활엽수림과 침엽수림이 자리하고, 민들레, 제비꽃, 복수초 등이 자란다. 코스는 총 연장 1.5㎞로 약 3시간 소요된다. 첫째, 셋째 일요일에 탐방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주변 볼거리 서울성곽(사적 제10호)은 서울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조선시대 석축 성곽. 높이 40척(12m)의 돌로 쌓았고 둘레가 5만 9500척으로 서울 장안을 지키던 울타리다. 돌 틈에 노송이 뿌리를 내리고, 이끼와 넝쿨이 뒤덮여 있어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성락원(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378호)은 조선 말 철종 때 이조판서 심상응의 별장이던 것을 의친왕 이강이 별궁으로 사용하다가 그의 아들 이건이 살았다고 한다.6만여 평의 저택에는 소나무·참나무·다래나무·등나무 등 우리 고유의 조경수가 연못가와 산비탈에 우거져 있고 암벽과 폭포, 수석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가는 길 지하철 4호선 길음역 2번출구에서 도보로 5분 걸으면 집결지인 개운초등학교를 만난다. 탐방신청 및 문의는 성북구청 공원녹지과 920-3395∼7. ■ 초안산 도봉구 창동, 노원구 월계동에 자리한다. 해발 114.1m로 아담하다. 이곳에는 1000여기에 달하는 조선시대 무덤이 밀집해 있다. 흔히 ‘내시묘’라 부르는데 실제로는 내시의 무덤와 더불어 단장이 잘된 이름 있는 문중의 선산도 있다. 조선시대 ‘공동묘지’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 전쟁 때 국군이 이곳에 ‘청동 저지선’을 치고 북한군과 치열한 접전을 벌여 지금도 당시의 방공호가 곳곳에 남아 있다. ●탐방코스 창골어린이공원에서 출발해 초안산 정상에 도착한 뒤 궁인 분묘군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주요 수종은 참나무류이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식생으로 보이지만 노박덩굴, 노린재, 누리장, 물푸레, 참싸리, 굴참, 산사, 산초, 오리, 단풍, 소나무, 상수리 등 다양한 수종이 자라고 있다. 생태육교에선 생태계의 파괴와 복원에 관한 설명이 이어져 자연보호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갖는다. 코스는 총 연장 2㎞로 소요시간은 약 2시간. 둘째·넷째주 일요일에 운영된다. ●주변 볼거리 초안산은 생태육교와 약수터 4곳, 배드민턴장 3곳, 인조잔디 축구장 1곳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방학사거리에 있는 방학사계광장에는 환경조형물과 분수 등 수경시설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조선시대 제10대 임금인 연산군(1476∼1506)과 왕비였던 거창군부인 신씨의 묘가 주변에 있다. ●가는 길 지하철 1호선 녹천역 2번 출구로 나와 주공 4단지쪽으로 5분 정도 걸어가면 창골어린이공원, 만남의 광장을 찾을 수 있다. 탐방신청 및 문의는 도봉구청 공원녹지과 2289-1396. ■ 아차산 해발 300m로 서울과 구리시에 걸쳐 있는 야트막한 산이다. 그러나 산 위에 서면 서울시를 둘러싼 모든 산과 시가지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온다. 특히 굽이치는 한강의 푸른 물과 강변의 풍광이 장관이다. 삼국시대 전략 요충지로, 특히 고구려 온달장군의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학문적 고증과 상관없이 주민들은 온달장군이 신라에 빼앗긴 한강유역을 되찾고자 이곳에서 싸우다가 전사하였다고 믿는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아차산에는 ‘온달샘’이란 약수터와 온달이 가지고 놀았다고 전해지는 지름 3m의 거대한 공기돌 바위가 있다. ●탐방코스 만남의 광장에서 출발해 생태공원, 소나무숲, 목본·초본식물 관찰대를 거쳐 아차산성에 도착하는 코스다. 총 연장 2㎞로 약 3시간 걸린다. 아차산은 화강암으로 이뤄져 주요 수종은 소나무다. 동부와 북부 산지에는 상수리나무가 많지만, 산의 높이가 낮아 다양한 나무의 경관보다는 아까시나무·물오리나무 등 인공림이 대부분이다. 대체로 멧비둘기·박새·붉은머리오목눈이·뻐꾸기 등이 관찰되고 천연기념물인 새매와 소쩍새도 볼 수 있다. 한여름 숲속에선 참매미의 울음소리가 귀청을 울린다. 첫째·셋째주 일요일 오전 10시 집결지에서 탐방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주변 볼거리 워커힐 호텔 뒤편에 자리한 아차산성(사적 제234호)은 백제의 유산이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백제 책계왕(286년) 때 쌓은 성으로 삼국시대에는 중요한 요새였다. 용마폭포공원에 자리한 용마폭포는 청룡폭과 백마폭포 등 세 갈래 폭포줄기로 구분된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가는 길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 1번출구로 나와 광장중학교 방향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만남의 광장과 만난다. 탐방신청 및 문의는 광진구청 공원녹지과(450-1395). ■ 봉화산 중랑구 상봉동, 중화동, 묵동, 신내동에 접해 있으며 일명 ‘봉우재’라고 불린다.1963년에 경기도 양주군 구리면에서 서울시에 편입됐다. 봉화산이란 이름만으로도 봉화와 관련이 있는 지역임을 알 수 있다. 북쪽의 한이산(汗伊山)으로부터 연락을 받아 남산으로 전달하는 아차산봉수대가 있던 곳이다. 봉수대 모형은 1994년 11월7일에 설치됐다. 해발 160m로 평지에 돌출된 독립구릉지역이다. 동쪽에 아차산 주능선을 제외하고는 북쪽으로 불암산과 도봉산, 양주 일대까지 조망할 수 있다. 서쪽과 남쪽으로도 높은 산이 없어 한강 이남까지 보인다. ●탐방코스 중랑구청에서 출발해 소나무 숲을 지나 봉수대(서울시 기념물 제15호)에 오른다. 중랑구 전경을 조망한 뒤 참나무숲을 거쳐 초본류 관찰대로 돌아오는 코스다. 총연장 1.5㎞로 길이가 짧고 산이 높지 않아 산책로로 그만이다. 주요 수종은 소나무지만, 태릉중학교로 내려가는 길에는 잣나무 군락이 조성돼 있다. 팥배나무, 국수나무 관찰대가 있고, 박새, 직바구리, 어치 등 텃새가 서식한다. 첫째·셋째주 일요일에 탐방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주변 볼거리 아차산봉수대(서울시 기념물 제15호)는 조선시대 통신 시설이면서 군사 시설이다. 평시에는 횃불 한 번, 적이 나타나면 횃불 두 번, 적이 가까이 오면 횃불 세 번, 지경을 침범하면 횃불 네 번, 적과 접전하면 다섯 번의 횃불을 올렸다. 낮에는 연기를, 밤에는 불을 올린다. 정상에서 약간 남쪽에 봉화산 도당인 산신각이 있다. 이곳은 400년 전에 주민들이 도당굿과 산신제를 지내던 곳이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 34호로 주민의 안녕과 결속을 위하고 대동의식을 고취시킨 마을 굿이다. 지금도 매년 음력 3월3일(삼월 삼짇날) 도당제를 지낸다. ●가는 길 지하철 1호선 신이문역이나 지하철 6호선 봉화산역에서 내려 지선버스 1223,2216번을 타고 중량구청 앞에 내린다. 구청 뒤 공원이 집결지다. 탐방신청 및 문의는 중랑구청 공원녹지과(490-3395). ■ 오패산 강북구 미아동과 번동, 성북구 장위동, 월곡동에 위치해 있다. 도심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자연이 잘 보존된 편이다. 일명 빡빡산·벽오산·매봉짜 등으로 불린다. 남북으로 뻗어 동쪽으로 속칭 공주릉과 드림랜드를, 남쪽으로 동덕여대를 품고 있다. 해발 123m 오패산과 115m 봉우리,135m 벽오산 봉우리로 이루어져 나지막한 구릉지 형태다. 산기슭에는 예부터 자두나무가 많이 자생해 봄이 되면 수려한 꽃이 만발한다. 특히 수정 등 보석이 많이 나오고, 맞은편 초안산은 명당이라는 풍수지리설에 따라 고려의 중신들이 자주 다녀갔단다. ●탐방코스 강북구민운동장을 출발해 제1코스,2코스로 나뉜다.1코스는 벌리약수터, 대왕참나무숲, 복자기나무길, 꽃샘길, 참나무숲을 거쳐 정자와 율곡놀이터로 이어진다.2코스는 벌리약수터에서 군수나무 군락지, 야생화단지, 기념식수지, 소나무숲을 거쳐 정자에 닿는다. 아까시나무, 소나무, 참나무류, 팥배나무, 산벚나무 등 중부지방 자연상태의 수림에다 자작나무, 잣나무, 산딸나무 등을 꾸준히 식재해 숲이 울창하다. 산이 낮아 계곡은 없지만, 약수터가 있어 탐방객들이 즐겨 이용한다. 첫째·셋째주 일요일에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주변 볼거리 1987년에 개장한 드림랜드는 수영장, 골프연습장과 같은 운동시설과 문화시설을 갖추고 있다. 구민운동장은 각종 체육·문화행사를 개최하는 장소. 지난 4월 조깅트랙을 설치했다. 강북문화정보센터는 지하1층, 지상 4층 규모로 2001년 5월에 문을 열었다. 열람실, 정보실, 시청각실, 문화교실 등을 개방한다. ●가는길 지하철 4호선 수유역 3번출구로 나와 마을버스 9번이나 11번을 타고 10분 정도 가다 집결지인 강북구민운동장에 내린다. 탐방신청 및 문의는 강북구청 공원녹지과(901-2386). ■ 수락산 북쪽으로 불암산과 연결되고, 노원구 상계동과 경기도 의정부시, 남양주시 별내면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해발 637m로 높은 편이다. 수락산 능선의 암봉이 서울을 향해서 고개를 숙이고 있어 태조 이성계는 서울의 수호산이라 불렀다. ●탐방코스 임간휴게소에서 출발해 냇가와 향토꽃 전시장, 아까시나무숲, 명상의 숲, 숲속 길을 거쳐 바위 밑 샘터에 도착한다. 총 연장 3㎞로 다소 길다. 소요시간은 약 3시간. 향토꽃 전시장에서 야생화를 관찰하고, 꽃과 곤충의 관계를 살펴본다. 아까시나무 숲에선 흙 나무냄새 산림욕 보물찾기 등 숲속 체험거리가 가득하다. 숲속길이 나오면 청진기로 나무 소리를 듣고, 샘터에선 약수를 마신다. 대부분 돌산으로 화강암 암벽이 노출돼 있지만, 산세가 험하지 않다. 수락계곡과 노원골 일대 11㎞ 산책로는 산림욕하기에 좋은 곳이다. 둘째·넷째 일요일에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주변 볼거리 수락산 유원지는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에 있는 계곡 일대로 웅장한 석벽과 기암괴석이 많고 계곡이 수려하다. 예로부터 시인, 묵객이 즐겨 찾았다. 노원구 상계동에서 남양주시 별내면으로 넘어가는 덕릉고개에는 경기도기념물 제55호로 지정된 선조의 생부 덕흥부원군의 묘, 일명 덕릉이 자리한다. 수락산 중턱 남쪽 기슭에는 박세당이 김시습의 명복을 빌기 위해 중창한 석림사가 있다. 그 옆에는 박세당의 묘소와 영정각이 있다. 김시습은 1455년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 소식을 듣고 수락산에 숨어들었다. 박세당은 숙종 때 정쟁에 혐오를 느껴 관직을 포기하고 이곳에 은둔해 농사를 지으며 제자를 길렀다. ●가는길 지하철 7호선 수락산역 2번출구로 나와 도보로 10분 걸어 집결지인 수락산 입구에 도착한다. 탐방신청 및 문의는 노원구청 공원녹지과(950-3896).
  • [儒林 속 한자이야기](130)捐世(연세)

    儒林(638)에는 捐世(버릴 연/세상 세)가 나오는데,‘죽음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捐자는 원래 ‘버려서 덜다’라는 뜻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었으나 ‘돕다’‘기부하다’의 뜻이 파생하였다.用例(용례)에는 ‘棄捐(기연:자기의 재물을 내놓아 남을 도와줌. 내버리고 쓰지 않음),義捐金(의연금:사회적 공익이나 자선을 위하여 내는 돈),出捐(출연:금품을 내어 도와줌. 자기의 의사에 따라 돈을 내거나 의무를 부담함으로써 재산상의 손실을 입고 남의 재산을 증가시키는 일)’ 등이 있다. ‘世’의 字源에 대해서는 “‘葉’(잎사귀 엽)의 古文(고문),‘十’자가 세 개 모인 것, 돗자리를 짜고 새끼를 꼬는 데 쓰이는 도구”라는 등의 설이 분분하다.‘經世濟民(경세제민: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함),出世(출세: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르거나 유명하게 됨)’등에 쓰인다. 죽음은 時空(시공)을 초월한 인류의 관심사였기에 표현이 다양하다.去(거),故(고),亡(망),沒(몰),崩(붕),死(사),殉(순),卒(졸),終(종),薨(훙)….考終命(고종명),棄世(기세),暝目(명목),別世(별세),死亡(사망),死去(사거),逝去(서거),捐館(연관),永眠(영면),長逝(장서),作故(작고),潛寐(잠매),絶命(절명),下世(하세)처럼 죽음을 이르는 單語(단어)들도 많다. 죽음은 形態(형태)에 따라,‘客死(객사:객지에서 죽음),絞死(교사:목 졸려 죽음),變死(변사:뜻밖의 사고로 죽음),病死(병사:병으로 죽음),非命橫死(비명횡사:뜻밖의 사고를 당하여 제명대로 살지 못하고 죽음),殉國(순국: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침),夭折(요절:젊은 나이에 죽음),自然死(자연사:노쇠하여 자연히 죽는 일),打殺(타살:몽둥이 등의 둔기에 맞아 죽음),被殺(피살:죽임을 당함)’과 같은 표현이 있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죽음을 목격한다. 무수한 내 이웃들의 죽음 가운데 자기도 결국 죽을 것이라는 자각에서 不安(불안)과 恐怖(공포)와 슬픔에 잠기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宗敎(종교)와 죽음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동양의 정신세계를 이끌어온 儒(유)·佛(불)·道(도) 三敎(삼교)에서는 죽음의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來世(내세)에 대한 관심보다는 현실적 삶에 의의를 두는 儒敎(유교)에서는 인간의 삶과 죽음을 魂魄(혼백)의 結合(결합)과 分離(분리)로 이해한다. 죽음이란 자연의 法則(법칙)에 따라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일 뿐이요,後孫(후손)들의 생명 속에 자신이 부분으로 살아 있다는 確信(확신)을 갖는다.佛敎(불교)에서의 죽음은 色(색),受(수),想(상),行(행),識(식)의 五蘊(오온)이 모두 공(空)이고 地(지),水(수),火(화),風(풍)의 四大(사대)가 내가 아님을 바로 보는 것이다. 즉 生死(생사)의 業(업)과 煩悶(번민)에서 벗어나 涅槃寂靜(열반적정)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老子(노자)와 莊子(장자)는 사생의 문제를 氣(기)의 聚散(취산)으로 본다. 죽음은 삶과의 비교 판단에서 오는 스스로의 속박과 굴레일 뿐, 기뻐하거나 싫어할 대상이 아니다.莊子(장자)가 아내의 주검 앞에서 돗자리에 앉아 대야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른 것도 이런 脈絡(맥락)일 것이다. 김석제 경기도군포의왕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 [인간시대] 금천 동화 읽는 어른 모임 함박웃음

    [인간시대] 금천 동화 읽는 어른 모임 함박웃음

    지난 11일 금천구 봉천5동 동사무소 2층.20여명의 주부들이 옹기종기 둘러앉는다. 수박 떡 감자 등 간식거리가 올려진 책상 위에 주부들이 동화책 ‘나무 의사 큰손 할아버지’(사계절 펴냄)을 펴놓는다. 이들은 ‘금천 동화를 읽는 어른들의 모임 함박웃음’의 회원들이다. 이날은 월례모임이라 그림책, 동화, 옛이야기, 청소년 분과 회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게다가 지난 7일 함박웃음이 서울시로부터 ‘2006 서울사랑시민상 여성부문’ 장려상을 받은 것을 자축하는 자리였다. ●자녀와 눈높이 맞추기에 그만 주제 도서의 발제를 맡은 홍현옥(38)씨가 토론을 이끌었다. “나무 의사는 지식책입니다. 지난해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아이들에게 건넸는데 읽지 않더라고요.‘엄마 과제라고 도와달라.’고 했더니 큰아이, 작은아이 모두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회원들은 책을 읽으며 배운 점과 아이들의 반응을 이야기했다. “나무를 옮겨 심을 때 구덩이에 나뭇잎 찌꺼기를 넣으면 안된다고 하네요. 나뭇잎이 부패하면서 열이 발생해 나무의 성장을 방해한대요.” “노끈으로 현수막을 걸면 나무가 얼마나 아플까 생각해보지 못했는데요. 아이가 책을 읽더니 나무가 ‘불쌍하다.’고 울먹이더라고요.” 물관이 나무껍질을 통해 이동하기에 철조망이나 노끈으로 나무를 칭칭 감으면 나무의 수명이 단축된다. 이처럼 함박웃음은 어린이 책을 읽고 토론하면서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춰나가기 위해 1997년 만들어졌다. 회원 수는 엄마 42명이며 매년 가을에 신입 회원을 모집한다. 강윤희(38)씨는 모임에 참여한 동기를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권하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그러나 활동을 하다보니 그보다 크고 좋은 것을 얻었단다. 김원경(45)씨는 “아이와 나눌 이야기가 많아졌어요. 함께 읽은 책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여러 가지 주제로 대화를 나누죠. 그래서 사춘기가 다가와도 걱정되지 않더라 고요”라고 말했다. 홍현옥씨가 동의했다.“엄마를 도와준다는 생각에 아이가 더 열심히 책을 읽어요. 아이 얘기를 노트에 적으면서 들어주니까 신나하고요.” 엄마가 어린이 책에서, 그리고 자녀들에게 한 수 배우고 있는 셈이다. ●배우며 느낀 점 나눔에도 앞장 함박웃음은 배우고 느낀 것들을 남들에게 나눠주는 일에도 앞장선다. 매월 한차례씩 어린이와 학무모를 위한 강연회를 열고, 여름·겨울방학에는 독서교실을 운영한다. 올해는 오는 27∼28일 시흥5동 동사무소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자연은 내친구’라는 주제로 개최한다. 하루에 2권씩 책을 읽고 토론하는 자리다. 책의 계절 10월에는 ‘어린이를 위한 문화잔치’를 연다.500여명이 참석하는 행사라 4개월 동안 준비를 한단다. 특히 동화극이 인기다. 자녀들이 엄마의 출연을 손꼽아 기다린다. 올해는 ‘자연’을 주제로 정했다. ●책의 위력 실감 일주일에 한번씩 사회복지관이나 보육원을 찾아가 동화책을 읽어주는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양기순(37) 회장은 “아이들이 처음에는 동화책 구연에 어색해 하지만, 서서히 달라지는 게 느껴집니다. 책이 얼마나 큰 힘을 지녔는지 배우죠.”라고 말했다. 어린이 책이 엄마와 자녀를, 그리고 또 다른 아이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함박웃음이 추천한 여름방학에 읽을 만한 책 ●초등 저학년 (1) 나무(옐라 마리 그림, 시공주니어 펴냄) (2) 나무는 좋다(재니스 메이 우드리 지음, 마르크 시몽 그림, 시공주니어 펴냄) (3) 고향으로(김은하 지음, 길벗어린이 펴냄) (4) 늦어도 괜찮아 막내 황조롱이야(이태수 지음, 우리교육 펴냄) (5) 벼가 자란다(도토리기획 지음, 보리 펴냄) (6) 뿌웅 보리방귀(도토리기획 지음, 보리 펴냄) (7) 개구리 논으로 오세요(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사계절 펴냄) (8) 소금이 온다(도토리기획 지음, 보리 펴냄) (9) 개구리네 한솥밥(백석 동화시, 유애로 그림, 보림 펴냄) 10 좋은 엄마 학원(김녹두 지음, 김용연 그림, 문학동네어린이 펴냄) ●초등 고학년 (1) 나무 의사 큰손 할아버지 (우종영 지음, 사계절 펴냄) (2) 새 박사 원병오 이야기(원병오 글, 우리교육 펴냄) (3) 과수원을 점령하라(황선미 지음, 사계절 펴냄) (4) 내가 나인 것(야마나카 히사시 장편동화, 고바야시 요시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사계절 펴냄) (5) 진휘 바이러스 (최나미 지음, 우리교육 펴냄) (6) 사금파리 한 조각(린다 수박 글, 이상희 옮김, 김세현 그림, 서울문화사 펴냄) (7) 강마을에 한번 와 볼라요?(고재은 지음, 양상용 그림, 문학동네어린이 펴냄) (8) 씨앗을 지키는 사람들(안미란 지음, 윤정주 그림, 창작과비평사 펴냄) (9) 비 논 이야기(임종길 글, 봄나무 펴냄) 10 지엠오 아이(문선이 글, 유준재 그림, 창작과비평사 펴냄)
  • 63빌딩 아이맥스 ‘돌고래의 신비’ 개봉

    돌고래의 생태와 의사소통 과정을 담은 아이맥스 영화 ‘돌고래의 신비’가 15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아이맥스영화관에서 개봉된다. 10여년 동안 야생 돌고래 연구에 매달려온 미국의 캐서린 드진스키 박사의 탐사과정에 주목한 다큐멘터리. 돌고래와 인간의 교감을 설득력 있게 보여줘 방학을 맞은 아이들에게 알맞은 볼거리이다. 태평양과 대서양 등에 흩어져 살고 있는 300㎏짜리 큰 돌고래, 뛰어난 순발력으로 수면 위 5m까지 솟구쳐오르는 더스키 돌고래, 지능이 탁월한 점박이 돌고래 등의 생태가 입체음향을 타고 생생히 펼쳐진다. 내레이션은 ‘007’의 피어스 브로스넌. 상영시간 40분.(02)789-5663.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28)세상사를 보는 법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28)세상사를 보는 법

    불교사상은 세상의 사실 즉 세상사를 다 환영(幻影)으로 보게 한다. 이런 불교사상이 그 동안 허무주의나 염세주의로 오해되어 왔으나, 불교사상은 세상사를 있는 그대로 여여하게 보게 하는 사실주의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세상사라고 말하면, 우리는 그것을 객관화시켜야 옳다고 연상한다. 그만큼 우리는 그 동안 객관과 사실을 하나의 동의어처럼 여기는 사고관습에 길들여져 왔다. 객관은 인간의 의식에 의하여 대상화된 사실을 가리킨다. 객관적 사실만 가치가 있고 나머지는 무시되어도 좋다고 여겨질 정도다. 이 글은 정반대로 세상의 근원적 사실은 객관적 대상이 아니고, 오히려 환영이라는 것을 말하려한다. 사람들이 객관적 사고를 신뢰하는 까닭은 자의적인 개인의식과 달리 보편의식으로 상징되는 ‘누구든지’(whoever)가 꼭 같은 생각을 펼친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주관적 사고는 나중심(자아)이고, 객관적 사고는 ‘누구든지’(보편적 자아)의 생각이라고 여기면서 사람들이 서로 이질적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인간은 먼저 누구나 주관적 사고를 한다. 이것은 나 중심으로 세상을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도구적 생각이다. 객관적 사고는 주관적인 도구적 생각에 문제가 생겨 그것을 해결하기 위하여 그 문제를 대상화할 때에 생긴다. 하이데거가 전기의 대표작인 ‘존재와 시간’에서 논한 바를 말한다. 내가 망치를 사용하다가 갑자기 이것이 너무 나의 팔에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망치를 다시 바꾸거나 고치기 위하여 내 팔 힘과 망치의 무게와의 사이에 적합성을 발견하기 위하여 수학적 정밀성에 의존하여 사고한다. 돌출한 문제를 풀기 위하여 나는 제삼자가 되어서 내 팔 힘과 망치무게를 수학적으로 검토한다. 내가 그 문제를 적절히 해결했다면, 그 해결의 과정에 생긴 수학적 정밀성의 데이터는 나와 같은 조건을 가진 ‘누구든지’에게 다 적용된다. 객관적 과학적 사고는 결국 세상사를 주관적 도구적 사고로 보는 것의 우회적 표현이다. 세상사를 도구적으로 이용하려는 나의 생활에 문제가 생겼다면, 그것은 세상을 도구적으로 이용하는 나의 소유욕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이 경우에 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제삼자의 입장에서 그 문제를 대상화한다. 이 대상화는 객관적 문제해결로서 수학적(이론적) 정밀화의 수단을 요구한다. 그러나 과학적 객관적 사고의 가장 깊은 밑바닥에 나의 소유론적 욕망이 숨어 있다. 객관적 사실은 ‘누구든지’ 꼭 같이 보는 사실인 것 같으나, 세상을 도구적으로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나의 소유욕이 ‘누구든지’의 이름 아래에 깊숙이 은닉되어 있다. 이것이 하이데거가 본 객관적 사고의 본질이다. 수학적 문제해결일수록 과학적이고 객관적이며,‘누구든지’ 다 소유가능한 해결책이 된다. 정밀성은 과학의 핵심이고, 과학은 전문성을 요구한다. 전문성은 범위가 좁을수록 더 정밀해진다. 객관성은 실용성의 이론화(수학화) 작업이다. 하이데거는 ‘강연과 논문집’에서 ‘과학은 현실적인 것(the real)의 이론’이라고 표명했다.‘현실적인 것’은 사회적인 실용성의 다른 이름이다. 실용적인 것을 더 고급화하기 위하여 과학은 정확성과 정밀성을 추구한다.‘현실적인 것의 이론’은 다 지적 소유욕의 소산이겠다. 과학 전문가는 세분된 문제를 푼 전공지식을 소유하고 있으나, 자기 전공분야를 벗어나면 그는 거의 까막눈이다. 무엇이 객관적 사실인가? 그것은 소박한 실용적 소유욕을 우회적으로 만족시키기 위하여 세분화되고 계량적으로 측정가능하며, 증명가능한 방향으로 작위된 데이터를 말한다. 이런 객관적 사실을 극단화시키면, 심장 전문의사는 위장 전문의사와 서로 의사소통이 안 되는 미세한 정밀과 전공의 극치를 달릴 수 있겠다. 이미 철학분야에서도 이런 현상이 부분적이나마 대두되어 이 분야 전공자와 저 분야 전공자가 서로 대화가 안 되는 단절이 도래하고 있다. 이 정도면 이미 철학은 끝난 것이다. 철학이 과학을 어쭙잖게 닮아 전문가행세를 하는 꼴이다. 객관화된 대상적 사실과 그 지식은 세상사를 미세하게 쪼개서 서로 회통되지 않는 고도(孤島)를 인위적으로 만들고 만다. 전문가는 아주 유식하나 동시에 세상사를 그 전체에서 유기적으로 보지 못하는 장님이기도 하다. 철학적 사유는 세상사를 그 전체에서 존재론적으로 보려 한다. 그토록 세분화된 지식들을 통일하는 과학을 어떻게 수립하나? 과학의 본질에서 그것은 불가능하겠다. 하이데거가 그의 후기 저작인 ‘무엇이 사유라고 불려지는가?’에서 ‘과학은 사유하지 않는다.’라고 언명했다. 이 말은 과학이 존재를 망각하고 있다는 것과 같다. 하이데거가 말하는 사유는 오직 존재론적 사유를 의미한다. 과학은 비록 소박한 소유욕을 떠났으나, 지성적 소유욕을 한번도 포기한 적이 없다. 존재론적 사유는 소유론적 사고와 구별된다. 존재론적 사유는 자연의 자연성(physis)과 상통한다. 자연성에는 인간의 사회생활이 펼치는 진/위와 정/사의 판단선택 없이 자동사적으로 생멸의 순환이 반복된다. 생멸의 순환 속에 자연성은 신진대사의 존재방식을 저절로 엮어간다. 하이데거가 말하는 존재론적 사유는 생멸하는 자연의 순환을 보면서 우주를 그 전체에서 유기적으로 관통하고 있는 불변적 존재방식의 깨달음을 뜻한다. 실용을 위한 객관적 사고에 얽매인 과학은 소유를 초탈한 철학의 존재론적 사유를 모른다. 하이데거는 상기의 책에서 다시 과학을 ‘일방통행적’(one way-passing)이라고 진단했다. 즉 과학은 자연처럼 쌍방이 서로 왕래교역하는 관계를 표현하지 않고, 오직 의식이 대상에게 일방적 방향으로 가는 통로만을 띤다는 것이다. 의식이 생각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길만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 길이 곧 소유와 실용의 길이다. 세상사가 오직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여겨온 문명의 습관은 인간의 소유론적 사고방식의 인습에 기인한다. 과학은 소유론적이고, 소유론은 객관적인 것만이 사실이라고 집착하게 한다. 이제 우리는 전문적으로 세분화된 소유론적 사실 이외에 유기적인 세상사를 그 전체에서 보는 존재론적 사유가 있음을 깨달아야 하겠다. 원효의 이중부정과 이중긍정의 사고방식(27회 글)은 하이데거가 말하는 존재론적 사유와 이웃하고 있다. 그것은 객관적 사고가 근거해 있는 판단적(택일적) 사고방식에 대한 거부와 같다. 이중부정의 사유는 세상사에 대한 의식의 소유론적 생각을 소멸시키는 역할을 한다. 객관적 과학적 사고는 개인의 소유론적 사고와 무관해 보이나, 그것은 문제를 느낀 개인적 소유의식을 추상적으로 상정된 의식일반(누구든지)의 소유의식으로 일반화한 것이다. 추상적 소유의식은 지성의 판단을 통해 ‘진/위’와 ‘정/사’의 택일을 구성한다. 앞 항에 대하여 옳다는 소유적 집착은 동시에 뒷 항에 대하여 그르다는 배척적 집착을 낳는다. 소유와 배척은 같은 집착의 두 모습이다. 양자택일은 집착의 산물이다. 이중부정은 세상에 대한 소유와 배척의 이중적 집착을 초탈하는 길이다. 이중부정의 초탈을 비현실적인 도피의 길이라고 읽어서는 안된다. 소유와 배척의 집착은 하이데거가 말하고 있는 ‘일방통행적’ 사고와 다르지 않다. 왜냐하면 이런 사고는 객관적 대상을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사고와 유사하여 객관에서 의식에로 역행하는 사고가 불가능하다. 이런 사고는 결국 서구의 지성이 줄곧 주장해 온 지배적 권력의지와 다를 바가 없다고 하겠다. 권력의지는 진리의지와 동격으로서 판단적(객관적) 지성이 진리라고 표상한 것은 최고의 존재자가 되어서 난공불락의 권위를 향유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 하이데거가 갈파한 바처럼, 서구의 자연과학이 끊임없는 진리의 투쟁사로서 앞 이론을 늘 부정하는 새 이론의 개발 극복사에 다름 아니고, 사회과학은 자가성(自家性)의 진리를 옹호하고 다른 진리를 허위로 배척하는 투쟁적 택일의 논리를 강화시켜 온 것과 다르지 않다. 원효가 갈파한 이중부정은 결국 세상에 인간이 일방적으로 설립하고자 하는 지성적 사유로서의 진리의 소유와 허위의 배척과 같은 그런 택일적 판단을 초탈하고자 하는 의미를 상징한다. 그런 이중부정은 세상을 보는 인간의 생각을 한없이 자유스럽게 한다. 어느 한 곳에 걸리지 않는 마음의 자유가 세상사를 도구적 실용으로 보게 하는 것을 중단한다. 그런 이중부정의 자유는 세상사를 인간에 의하여 대상에 일방적으로 매겨진 가치가격인 ‘진/위’의 택일로 보지 않고, 자연의 자연성처럼 세상사를 만물의 기적(氣的) 상호거래의 존재방식처럼 읽도록 한다. 이것이 이중긍정이다. 만물은 서로 다르므로 각각 상호 의존한다. 나무의 존재는 비목(非木=흙/물/공기/햇볕/바람)의 존재와의 차이와 동시에 상호교섭에서 존재하므로 나무의 존재는 고유성(=自家性)이 없고, 나무는 비목과의 잡종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나무는 이미 비목과의 이중적 사실로서 인식된다. 나무는 개념이지만 그 개념은 인간이 지성적으로 매겨놓은 명사고, 실제로 나무는 비목들과 서로 얽히고 설키어 자동사적으로 일어난 생기적 사건(Ereignis=event)이나 또는 사라지는 사건(Enteignis=dis-event)에 불과하다. 하이데거는 나무와 같은 존재를 명사적으로 보지 않고 자동사적인 ‘사건’으로 해석한다. 이 해석은 모든 존재의 여실한 사실이 명사적으로 인간이 판단하기 위하여 의식 앞에 세워놓은 고착적 대상이 아니라, 서로 돌고도는 회전문을 가능케 하는 ‘돌쩌귀’(樞)와 같다고 장자가 설파한 사상과 상통한다 하겠다. 돌쩌귀는 문을 돌거나 여닫게 하는 이중적 장치다. 모든 소유는 진/위와 정/사의 선택적 구조를 갖고 있으나, 모든 존재는 양자택일이 아니라 오로지 생멸처럼 여닫는 이중성으로 엮어져 있을 뿐이다. 이것이 세상사를 환영으로 보려는 원효의 이중긍정이다. 세상사를 환영으로 보는 법은 자연성의 존재방식에 집착이 없고 일체가 흔적으로 오고 가고, 가고 오듯이, 사회생활을 그렇게 읽기를 종용하는 사상이다. 원효의 사유는 소유론적으로는 영구히 풀리지 않는 인간사회의 고통과 불행을 아침이슬처럼 사라지게 하는 자연성을 관조하는 마음의 법이겠다. 그러면 세상에 진리와 비진리가 없는가? 다음주에 보기로 하자.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폭우… 시위… 꽉 막힌 도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본협상 사흘째인 12일 서울시내 곳곳에서 대규모 반대 집회가 열렸다. 폭우 때문에 당초 예상했던 10만명에는 크게 못 미쳤지만 3만여명이 모이면서 도심 일대가 극심한 교통혼잡에 빠졌다. 농민·노동자·영화인·학생 등 270여개 단체가 참여한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오후 4시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농업·노동·문화예술·교수학술 등 17개 분야 대표들은 ‘집단정치발언-한·미 FTA 협상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각계 발언’에서 “국민의 머슴인 정부가 호텔에 깊숙이 숨어 오직 미국 대표들과만 마주하는 처참한 광경은 군부독재의 살기를 연상시킨다.”면서 “1차 본협상에서 합의한 ‘기업의 정부 제소권’ 독소조항이 바로 매국협정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정부가 국민들의 의사를 짓밟고 끝내 FTA를 강행할 경우 정권퇴진 운동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집회 참가자들은 한·미 FTA로 한반도에 드리운 먹구름을 걷어낸다는 의미로 ‘FTA’라고 씌어진 가로 5m, 세로 10m 크기의 검은 천을 머리 위로 올려 찢는 상징의식을 가졌다. 시위대는 본집회를 마친 뒤 ‘인간 띠잇기’ 행사를 하기 위해 광화문 주변과 안국동 로터리, 사직공원 입구 등으로 나눠 청와대 쪽으로 가려 했으나 경찰에 막혀 성공하지 못했다. 경찰과 대치하던 중 흥분한 일부 참가자들이 전경버스에 돌을 던지는 등 과격한 행동을 하자 경찰이 소화기 분말과 물대포를 쏘며 저지했다. 경찰과 시위대 사이에 곳곳에서 몸싸움이 벌어졌지만 다친 사람은 없었다. 시위대는 오후 9시 이후까지 미국 대사관 앞 도로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새벽부터 내린 기습호우로 지체가 반복됐던 도심 도로는 시위대와 경찰 등 5만명이 모인 가운데 곳곳에서 통행이 제한돼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경찰은 오후 1시50분부터 남대문로터리∼세종로로터리 구간과 태평로 전 차로를 통제하고 전경버스로 벽을 쌓았다. 이 때문에 차량 정체는 세종로는 물론 연세대, 대학로, 마포, 동대문, 삼각지, 퇴계로 등 강북 도심 대부분에서 퇴근 시간까지 길게 이어졌다. 특히 많은 시민들이 집회가 비 때문에 제대로 열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차를 갖고 나왔다가 교통통제에 애를 먹었다. 범국민대회 전 서울광장에서 열린 ‘한·미 FTA 저지를 위한 농축수산인 결의대회’에는 농민 1만 3000여명이 참가해 한·미 FTA 협정 추진을 비난했다. 서울역 광장에서는 민주노총 주최로 노동자 1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총파업 투쟁 결의대회’가 열렸다. 한편 11일 오후 7시쯤 용산 미군기지 주변에서 FTA 반대 유인물을 배포한 뒤 미군기지로 들어가려던 한총련 소속 대학생 김모(26)씨 등 대학생 7명이 군사시설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유지혜 윤설영기자 wisepen@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26)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26)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내가 대학 철학과 학생시절에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모든 것은 마음이 지은 바)라는 구절을 강의시간에 들었다. 일체가 다 마음이 지은 바라면, 내가 지금 교실의 창 너머로 보고 있는 교정의 나무도 내 마음이 만든 것이란 말인가? 하교 후에 내 마음이 나무를 보고 있지 않으면, 그 교정의 나무는 없단 말인가? 이런 의문들이 줄곧 생기면서 나는 불교의 화엄사상이 말하고 있는 ‘일체유심조’의 뜻에 동의할 수 없었다. 나이를 먹은 후에 나는 점차로 불교가 말하는 ‘일체유심조’의 법을 나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화엄학에서 마음의 본질을 알아차림(識)으로 읽고 있고, 우주의 일체가 다 마음이라고 말한다. 우주를 통일적으로 이해하여 한마음(一心)으로 읽는다. 무엇이 마음일까? 마음은 우선 알아차리는 능력(識)을 구비하고 있다. 그래서 불교는 마음론을 유식론(唯識論)이라 부른다. 마음에 바깥 경계가 비치면, 즉각 마음은 그 경계를 알아차린다. 그 알아차림의 능력은 마음이 줄곧 바깥을 향하여 자기 자신을 벗어나는 탈자(脫自)운동을 시행하고 있다는 것과 같다. 알아차림과 탈자운동은 같은 의미를 약간 다르게 언명한 것과 같다. 마음의 알아차림과 탈자운동을 다시 다른 말로 종합적으로 표명하면, 마음은 곧 욕망에 다름 아니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마음은 욕망이다. 욕망은 자기와 다른 것을 알아차림과 동시에 그것에 대한 부단한 관심에서 타자와 연결고리를 형성하는 운동을 말한다. 화엄학의 ‘일체유심조’가 유식학에서 만법유식(萬法唯識·모든 것은 다 알아차림으로 이루어져 있음)으로 이행된다. 보통 사람들은 인간만 마음이라고 여기는데, 화엄학과 유식학은 삼라만상의 모든 것이 다 마음이라고 한다. 나도 오랫동안 인간만이 마음이라고 착각했다. 모든 것이 다 마음이라면, 굼벵이나 사자도 마음이며, 심지어 난초와 대나무도 마음인가? 동식물의 생명은 다 스스로 살려고 하는 본능의 욕망을 지니고 있기에 그 본능의 욕망만큼 그들도 알아차린다. 굼벵이와 사자도, 난초와 대나무도 다 알아차린다. 알아차리는 방식이 약간 다를 뿐이다. 인간의 마음도 알아차리는 방식의 탈자운동을 시행하고 있다. 이 우주의 일체가 다 마음의 알아차리는 제 각기의 방식을 띠고 있다. 심지어 무생물인 광물도 마음이 있을까? 어떤 이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무생물도 자연계에서 타자와의 인연으로 그 자리에 놓여 있고, 타자와의 관계를 맺고 있으므로 무생물도 깨어 있지 않고 잠자는 마음의 상태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17세기 독일의 철학자 라이프니츠의 단자론(單子論·monadology)이 이런 생각을 펼쳤다. 자연계의 동식물과 인간이 다 마음이라면, 모두가 다 같을까? 마음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다 같은데, 그러나 다 제각기 마음의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알아차림과 탈자운동의 차원들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불교의 유식학이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을 가르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되겠다. 불교의 유식학적 마음론은 서양철학이 분류한 유물론과 대립적인 유심론 사상과 같지 않다는 것이다. 서양철학의 유심론은 물질에 대한 정신의 우위를 강조하는 사상으로서 정신은 물질보다 더 진리의 차원에서 상위에 속한다는 그런 주장을 담고 있다. 그러나 불교의 유식적 마음론은 물질과 대립적인 의미의 정신이 아니다. 굼벵이의 마음은 이미 굼벵이의 몸을 통하여, 사자의 마음은 사자의 몸을 통하여 이미 표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난초의 마음도 대나무의 곧고 굳센 몸통과 다르게 유연하나 쉽게 꺾이지 않는 그런 몸을 이미 현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도의 고승인 2세기(?)의 아슈바고샤(한자명 馬鳴)는 그의 저서 ‘대승기신론’에서 색심불이(色心不二·물질과 마음은 둘이 아님)의 사상을 개진하였다. 삼라만상의 동식물의 물질적 몸은 이미 그 마음의 질을 현상적으로 알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불교의 ‘일체유심조’의 사상을 나는 대학생 시절에 서양철학의 유심론의 뜻으로 오해했고, 더구나 그 마음을 나는 인간중심적 사유로 오인했었다. 그래서 내가 보고 있지 않으면, 교정의 나무가 존재하는지 안 하는지 그런 질문을 내가 품었던 것이다. 교정의 나무들과 새들도 다 그들 마음의 욕망의 표현으로 그렇게 자신들의 존재를 현시한다는 것을 나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우주자연을 지독한 인간중심주의적 법집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자연적 마음은 존재론적 욕망을 펼치고 있다. 자연은 상생과 상극의 이중주를 모든 생명간에 주고받는다. 상생은 서로의 삶을 증장(增長)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상극은 서로의 삶을 손감(損減)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손감의 극치가 곧 죽음이다. 자연은 서로서로 죽음을 부르기도 한다. 타자의 생명을 취해야만 살 수 밖에 없는 자연의 생명현상은 곧 살생의 폭력이 자연의 연결고리에 필연적으로 얽혀 있음을 알려준다. 자연계에서 상생과 상극은 형식적으로 보면 이율배반적이나, 실질적으로 그 둘은 자연의 존재방식의 상보적인 이중성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즉 죽음의 상극이 있기에 삶의 욕망이 강렬해진다는 것이다. 천적이 있으므로 생명의 욕망은 그만큼 더 강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생과 상극의 이중적 존재방식은 자연계의 신진대사(新陳代謝)의 존재방식을 가능케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왜냐하면 생명은 무한히 생존하려는 욕망인데, 죽음이 그 무한대의 욕망을 차단시켜 새 생명의 존재를 가능케 해주는 여백을 마련해주는 셈이다. 자연적 마음의 욕망이 서로서로 주고받으면서 의타기적(依他起的·다른 것에 의지해서 존재하는) 존재방식으로서 삼라만상이 상호 왕래의 오감을 형성하고 있으므로, 신진대사의 법은 불교적 의미에서 만물이 돌고 도는 길상의 상징인 만(卍)자와 같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자연적 삼라만상의 마음의 욕망은 존재론적 욕망이다. 존재론적 욕망이란 어떤 중심과 주변도 없고 서로서로 존재하도록 도와주는 상호의존의 돌고 도는 관계만이 있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은 자연의 삼라만상의 마음과 다른 차원의 특이성을 지닌다. 그것은 인간의 마음이 언어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동물들도 서로 의사소통을 한다. 그러나 그 의사소통은 신호의 교환이지 언어활동은 아니다. 인간의 마음의 알아차림(識)은 언어활동을 통하여 나타난다. 인간 마음의 알아차림과 언어활동은 같은 개념이고, 이 언어활동이 탈자운동의 현상화이며, 인간으로 하여금 자연상태를 떠나 사회상태를 유지하게끔 했다. 자연상태를 떠나 사회상태를 유지하게 한 것과 자연상태의 본능이 인간에게 지능으로 자리이동을 했다는 것은 같은 뜻이다.(1회 글) 본능은 자연상태에서 동식물들의 자기생존의 알아차림인데, 이제 지능은 사회상태에서 인간의 자기생존을 위한 알아차림으로 변한 것을 상징한다. 인간의 사회생태는 인간 마음의 이중성을 잘 반영한다. 그 이중성은 인간의 마음이 사회성을 유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이기심을 꼭 쥐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이며 동시에 이기적이다. 이것을 18세기 독일 철학자 칸트는 그의 논문 ‘세계 시민적 관점에서 본 보편사의 이념’에서 ‘비사교적 사교성’(unsociable sociability)이라는 절묘한 말로서 표현했다. 인간의 사회상태는 비사교적 이기심인데, 그 이기심은 인간에게 사교성이라는 사회성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생겼다는 것이다. 이말은 인간의 지능은 이기적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이라는 것을 말한다. 칸트가 잘 밝혔듯이 그동안 인류의 역사는 이 지능의 ‘비사교적 사교성(이기적 사회성)’에 의거해서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 이 이기적 사회성은 자연상태의 욕망처럼 존재론적 방식이 아니고, 소유론적 방식의 욕망을 뜻한다. 서로 비교해서 열등감과 우월감을 느끼는 모든 인간의 마음은 시샘, 질투, 원망, 투지, 결심 등과 같은 모든 종류의 심리현상을 빚는다. 이 심리현상을 18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루소가 그의 저서 ‘인간불평등기원론’에서 ‘부글부글 끓는 발효’(fervent fermentation)라고 표상했다. 소유론적 욕망의 언어활동은 양자택일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 왜냐하면 소유론은 배타적이고 배척적인 사고방식을 기본적 문법으로서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소유론의 언어활동은 호/오(好/惡), 이/해(利/害), 진/위(眞僞), 선/악(善/惡)에서 늘 전자를 취하면서, 후자를 버리는 태도를 옳은 것으로 여겼다. 그러기 위하여 소유론의 철학은 판단론을 중시했다. 판단을 통하여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연의 존재론적 욕망은 인간의 사회적 소유의 욕망과 달라서 의타기적이므로 최소한도 잡종적 이중성의 성격을 띤다. 예컨대 상생과 상극도 배타적으로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신진대사를 가능케 하기 위한 이중적 사실로서 읽혀진다. 상생과 상극이 서로 다르면서 각각 상대방에게 상보성이 성립하도록 자신의 흔적을 던져 준다. 천적이 자기를 죽이면서 동시에 자기의 생기를 북돋아 준다. 마치 도장에서 양각과 음각이 서로 다르지만, 양각은 음각이 없으면 성립되지 않고 음각도 양각이 없으면 존립하지 않는 것과 유사하다. 자연의 삼라만상이 서로 다르지만, 그 다름의 차이(difference)가 적대적 배타성을 띠지 않으므로 현대 해체철학에서 그런 차이를 차연(差延·differance)이라 부른다. 지금까지 동서고금의 철학은 차이를 적대관계로 배척하는 언어활동을 중시했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철학사상은 차이를 적대적 모순처럼 여기지 않고, 불교의 연기사상처럼 차이를 차연(차이를 띠면서 서로가 상대방에게 자기의 흔적을 연기시킴)의 뜻으로 읽으려는 사유가 등장하고 있다. 이것은 인간의 알아차림으로서의 말을 지능의 소유론으로 해석해온 지나간 역사를 해체시켜 인간의 알아차림과 그 말을 다시 자연의 존재론처럼 복원시키려 하는 철학사상의 대전기를 맞고 있음을 반영한다. 세상은 변해 가는데, 한국은 아직도 소유론적 대결의 사고방식에 젖어 있다. 소유론과 순수론은 늘 이웃한다. 소유적 이기심을 순수성으로 위장한다. 한국에는 위선자가 많이 설친다. 존재론은 잡종론이다. 잡종은 순종보다 통합을 더 잘 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씨줄날줄] 월드컵 심판/육철수 논설위원

    월드컵 역사상 대표적 오심으로는 마라도나(아르헨티나) 선수의 ‘신의 손’ 사건이 꼽힌다.1986년 멕시코 대회 8강전, 아르헨티나-잉글랜드의 경기 후반 6분. 마라도나는 헤딩슛을 시도하는 척하면서 공을 손으로 슬쩍 쳐서 골문 안으로 밀어넣었다. 반칙이 명백했지만 심판은 득점으로 인정했다. 선제 골이었다. 아르헨티나는 이 경기에서 결국 2-1 승리를 거두고, 결승까지 승승장구해 우승을 차지한다. 마라도나는 나중에 뻔뻔스럽게도 이렇게 말했다.“그 손은 내 손이 아니라 신의 손이었다.”고. 2002년 월드컵에서는 한국팀의 경기 때마다 심판의 판정이 입방아를 달고 다녔다.16강전에서 이탈리아의 득점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는가 하면,8강전에서는 스페인의 헤딩슛이 성공했으나 슛 이전에 골라인 아웃이었다며 ‘노골’이 선언되기도 했다. 이런 판정은 FIFA에서 오심이었다는 여론이 압도적이었고, 심판들 사이에서는 ‘참사’라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한국팀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이런저런 도움으로 우리는 ‘4강 신화’를 창조했다. 이번 독일대회에서는 2002년 대회를 거울삼아 심판 선발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45세 이하 국제심판을 대상으로 메디컬·심리·경기규칙·영어구사·체력테스트를 강도 높게 실시하고, 공정하게 판정하라며 수당도 100% 올려 4만달러(약 3800만원)를 줬단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동일경기에 같은 나라 또는 같은 대륙 출신 심판진을 투입하고, 서로 헤드폰으로 대화를 나누게 하는 등 신경쓴 흔적이 역력하다. 그런데도 오심시비는 오히려 더 심해졌고 출전국마다 아우성이다. 당장 우리도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편파판정과 오심에 분루를 삼켰다. 경기장의 심판은 골대처럼 ‘시설물’로 간주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절대권한을 휘두르는 ‘제왕’이라 표현하는 게 적절할 듯하다. 일단 내려진 판정엔 번복이란 없다.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것쯤은 심판 마음먹기에 달렸다. 그의 두 눈은 10억개의 세계 시청자들 눈보다 위력적이며, 휘슬을 삑 불 때마다 한 나라의 국민은 희망과 절망을 넘나든다. 월드컵 심판들은 ‘국적은 있으되 조국은 없다.’는 말을 신조로 삼는다고 한다. 하지만 돈과 축구권력 앞에선 그들도 인간일 따름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관공서 서류 뗄때 설움 없어졌다”

    성전환자와 성적 소수자 단체들은 22일 대법원 결정을 환영했다. 지난 2002년 인천지법 결정을 통해 여자 호적을 갖게 된 성전환자 가수 하리수씨는 “대법원 결정은 당연한 일”이라며 기뻐했다. 하씨는 “연예인이 되기 전에는 동사무소에서 서류 하나 떼러 갈 때도 주민등록번호를 보고 놀라는 사람들과 대면해야 했다.”면서 “그게 싫어서 서류 뗄 일이 있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부탁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법적 성별을 바꾼 뒤 하씨는 서류를 뗄 때는 물론 공항 출입국심사대를 지날 때에도 당당함을 유지한다. 그는 “주민등록번호가 바뀌면 인터넷 사이트에서 여성 아바타를 받을 수도 있다.”면서 “성전환자들은 이런 작은 일에서도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덧붙였다.하씨는 그러나 “법적 성별을 바꿔달라는 요구를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고민과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 충동이나 장난으로 성별 변경 요구를 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국내에 성정체성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사람은 3만명가량으로 추산되며 정확한 통계는 아직 없다. 수술을 받은 사람은 훨씬 적다.국내에서 성전환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진 D대학병원 외과의사는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197명의 수술을 직접 했다고 밝혔다. 관련 실태조사를 하고 있는 성전환자성별변경 공동연대 최현숙 대표는 “성전환자들이 스스로 드러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숫자를 파악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이 단체와 민주노동당은 9월에 성전환자 성별변경 및 개명에 관한 특례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특례법안은 대법원 결정과 달리 성전환 수술을 호적정정 필요조건으로 규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 대표는 “어떤 사람을 성전환자로 볼 것인지에 대해 의학계와 성전환자 본인, 사회적인 인식 등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말했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환경·생명] “화학물질이 날마다 인간의 정자를 해친다”

    [환경·생명] “화학물질이 날마다 인간의 정자를 해친다”

    “화학물질이 날마다 내 정자를 해친다!” 국제적 환경단체인 그린피스 회원들은 지난해 12월 독일 베를린 국회의사당 앞에서 이런 구호를 외치며 나체 시위를 벌였다. 그린피스는 이어 지난달엔 ‘화학물질 노출과 인간의 생식 건강’이란 보고서를 발간,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하며 한층 강도 높은 경고를 내놓았다.“해마다 10만여종씩 생산되는 신종 화학물질이 인류의 건강한 생식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경고는 환경단체의 단순, 과격한 주장만은 아니다. 그동안 외국 유수 전문기관의 연구를 통한 사례 제시도 점점 늘고 있는 중이다. ●“강 건너 불 아니다” 고려대 의대와 환경의학연구소의 연구결과는 이런 위험성이 더이상 ‘강 건너 불’이 아니란 점을 일깨우고 있다. 비록 소각장 근로자라는 한정된 집단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환경오염으로 인한 화학물질의 생식독성 위험을 환기시키기에 충분한 연구결과다. 연구팀이 이번 조사에서 주목한 화학물질은 다이옥신과 벤조(a)피렌 등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PAHs)다. 소각장과 자동차 배기가스 등을 통해 대기로 뿜어나오는 맹독성 물질들이다. 소각장 대기중 다이옥신 농도는 비교대상으로 선정한 곳의 1.75배 수준. 그리 높지 않은 편이었지만 정자 수 감소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조사대상 소각장 근로자 여섯 명의 평균치는 정액 1㎖당 4290만개로 일반시민 평균치의 76%가량에 그쳤다. 정자의 운동성(정자 100개 가운데 질 속을 헤엄쳐 난자에까지 도달할 수 있는 건강한 정자의 비율) 역시 57.8%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기준치(50% 이상)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었다. 특히 이중 한 명은 운동성이 37%에 불과한 것으로 측정됐다. 연구팀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실시한 ‘정자 DNA의 독성분석’ 결과도 소각장 근로자에서 심각하게 나타났다.DNA의 전체 면적에서 유전자가 끊어져 ‘꼬리끌림’ 현상을 나타내는 비율이 일반인들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측정된 것이다. 국립독성연구원 강일현 연구사는 “다이옥신이나 PAHs의 오염도가 심할수록 생식기능이 떨어진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구팀 스스로는 조심스러운 해석을 내놓았다. 고려대 의대 이은일 교수는 “소각장 근로자 조사대상자는 모두 31명이었지만 정액 채취를 허락한 근로자는 여섯 명에 그쳐 충분한 샘플을 확보할 수 없었다. 앞으로 좀더 많은 집단에 대한 후속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식독성 연구사례 현재 인공 화학물질의 종류는 무려 2800만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 가운데 다이옥신과 농약용 살충제인 DDT, 알드린, 미렉스, 폴리염화비페닐 등은 세계 곳곳에서 악명을 떨치며 ‘인류가 생산한 최악의 발명품’이란 별칭마저 얻은 상태다. 암과 불임, 유산, 기형, 신경장애, 호흡기 및 피부질환 등 각종 독성을 일으킨다는 여러 연구결과들이 속속 제시됐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선 ‘생식 독성’과 관련한 연구들이 줄을 잇고 있다. 미국 하버드 대학 연구팀이 2002년 12월 발표한 논문은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화장품의 향기를 유지하고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드는 데 쓰이는 ‘프탈레이트’ 성분이 “남성 정자의 DNA 손상을 증가시키는 증거들이 발견됐다.”는 내용이었다. 2004년엔 “남성 정자 수가 13여년 만에 30%가량 줄어들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었다. 스코틀랜드의 ‘애버딘 생식연구소’가 남성 7500명의 정액 샘플을 분석한 결과 1989년 1㎖당 8700만개에서 2002년 6200만개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해 5월 과학전문지인 사이언스에는 “공장이나 화력발전소, 경유차 등에서 방출되는 미세 매연입자에 노출된 쥐에서 정자·난자의 DNA 변이가 일어났다.”는 동물실험 결과 논문이 실리기도 했다. 국립독성연구원 강일현 박사는 이런 연구결과들에 대해 “화학물질에 의한 환경오염이 인간의 생식능력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학물질의 인체 생식독성 연구가 국내에서도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하지만 국내 연구는 이제 막 출발점을 통과한 상태다. 중앙대 명순철 교수(비뇨기과학)는 이에 대해 “정액 채취 연구가 워낙 어려운 데다, 신종 화학물질들이 정체를 파악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회적으로 민감하고 심각한 문제지만 이 때문에 국내 연구는 아직 미흡한 상태”라고 말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내분비 장애 일으키는 환경호르몬 언제 어디든 있다 사람을 비롯한 동물의 내분비계에 장애를 일으키는 ‘환경호르몬’은 대부분 공장 굴뚝 같은 산업장에서 배출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와 함께 수많은 생활용품의 성분으로 사용돼 현대인의 일상 생활에도 이미 깊숙하게 침투한 상태다. 이 때문에 그린피스는 지난달 펴낸 보고서에서 “언제, 어디서든(ubiquitous) 맞닥뜨릴 만큼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면서 국제사회의 신속한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총 2800만여종에 이르는 화학물질의 대부분이 ‘정체 불명’ 상태라는 점이다. 고작 100여종의 화학물질만 환경호르몬 작용을 하는 것으로 파악돼 있을 뿐이다. 소각장 굴뚝을 통해 배출되는 다이옥신이 대표적이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대기중 다이옥신의 80%가량이 소각장에서 배출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철강단지 인근 지역도 비교적 높은 다이옥신 오염도를 보이고 있다. 안료나 피혁제품, 필름, 윤활유 등을 생산하는 곳도 환경호르몬의 위험지대다. 제품을 만들 때 2,4-디클로로페놀 같은 화학물질이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환경부 조사에선 에어컨 살균제나 자동차·변기 세정제 같은 일상용품에도 환경호르몬 성분이 과다 함유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노닐페놀에톡실레이트가 1%에서 많게는 8%까지 든 것으로 파악됐었다. 유럽연합(EU)은 이런 제품에 0.1% 이상 노닐페놀이 함유될 경우 사용금지 조치를 내리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선 별다른 제재가 없는 실정이다. 플라스틱 제품을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프탈레이트는 병원의 수액주머니나 각종 아크릴수지 제품, 접착제, 잉크, 어린이 장난감 등의 성분으로 쓰인다. 환경호르몬 작용이 밝혀지면서 EU는 1999년부터 어린이 장난감에 대해선 사용금지 조치를 내렸다. 알킬페놀, 비스페놀A, 스티렌 같은 플라스틱류 물질들은 니스나 세제, 젖병, 식기제품, 합성수지나 컵라면 용기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유해화학물질 제품의 제조·유통 등을 가장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 곳은 EU다. 올 연말에는 현재보다 한층 강화된 규제법안을 통과시킬 예정인데, 산업계의 로비나 반대 움직임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그린피스는 최근 “EU가 화학물질의 위험성에 눈을 감는 쪽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Book Review] 인물로 들여다 본 현대사

    우리가 사용하는 외래어 아이콘(icon)은 이미지 혹은 표상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에이콘(eikon)에서 나온 말이다. 일반적으로 아이콘이라고 하면 이름과 얼굴이 널리 알려져 있고, 좋든 나쁘든 역사의 흐름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을 가리킨다. 아이콘이란 말에는 무엇을 대표한다거나 중요하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 한 시대의 아이콘을 통해 역사를 읽어낼 수 있는 것은 그런 연유에서다. ‘아이콘’(바버라 캐디 지음, 박인희 옮김, 거름 펴냄)은 20세기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인물 200인에 대한 기록이다. 세계적인 사진 편집자 장­자크 노데가 가려 뽑은 생생한 흑백사진들이 실려 있어 각 인물의 독특한 이미지를 그대로 전해준다.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숲속의 다람쥐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이나 앙리 마티스가 말년에 불편한 몸을 이끌고 종이를 오려 작품을 만드는 모습, 영화 ‘굿 나잇 앤 굿 럭’으로 널리 알려진 미국 저널리즘의 파수꾼 에드워드 머로가 CBS 방송국에서 보도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 같은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것들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이 책의 저자는 톰 울프·제임스 캐럴 오츠·마야 앤젤로 등 유명 작가들의 초판 서명본을 발행한 출판인이자 작가. 그는 지난 100년을 대표하는 각 분야 인물들을 ‘20세기의 상징인물’로 정리, 짜임새 있는 미니 평전으로 꾸몄다. 한정된 지면 안에 개인의 삶의 에센스를 간결하게 담아냈다. 저자는 등장 인물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뒷얘기들을 실감나게 들려준다. 프랑스의 국민가수 에디트 피아프. 저자는 피아프의 애절한 삶은 마치 빅토리아 시대의 소설을 읽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길가에서 두 명의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태어난 피아프가 단 하루도 혼자서 잠을 잔 적이 없었다는 사실은 한없는 연민을 자아낸다.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가 일요일 오후 4시 공연만 고집했고 표가 매진되지 않으면 연주를 하지 않았다는 대목에서는 그의 독특한 성벽과 철저한 프로정신을 읽을 수 있다.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4개의 금메달을 따내 히틀러의 코를 납작하게 해준 미국 육상선수 제시 오언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색다른 감흥으로 다가온다. 그의 얼굴 위로 같은 올림픽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시상대 위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던 손기정 선수의 얼굴이 겹쳐지기 때문이다. 책에 소개된 인물 중에는 우리에게 조금은 낯선 이들도 적지 않다. 인간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음을 주장한 ‘죽음의 박사(Doctor Death)’ 잭 키보키언,1967년 최초로 심장이식 수술을 시행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외과의사 크리스티안 바너드, 여성비행사로서 태평양과 대서양을 처음 횡단한 아멜리아 이어하트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책은 200명의 아이콘을 선정하기 위해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2년간의 투표와 통계작업을 거쳐 완성됐다. 그러나 20세기를 관통하는 인물을 200명으로 묶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왜 나세르는 포함됐는데 호메이니는 제외됐는가. 백인 홈런왕 베이브 루스는 나오는데 왜 온갖 협박과 야유를 극복하고 그의 기록을 깬 흑인 홈런왕 행크 아론은 빠졌는가.‘인류의 도서관장’으로 불리는 라틴문학의 상징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어떻게 빠질 수 있는가…. 이 책의 해설에서도 지적하고 있듯, 파시즘과 군국주의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레니 리펜슈탈이나 히로히토 일왕을 ‘격랑에 휘말린 불우한 개인’으로만 보는 것도 역사의식의 빈곤이란 비난을 면키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독서상품으로 값어치가 있다. 교양을 위해 역사를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부담없이 읽을 만한 안성맞춤의 책이다. 전2권, 각권 1만 49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명문대 교육혁명] (9) 미국 듀크대

    [명문대 교육혁명] (9) 미국 듀크대

    |더램(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주병철 문소영특파원|‘미래학문을 선점한다.’ ‘남부의 하버드’로 불리는 듀크대 서쪽 캠퍼스의 퍼킨스도서관 맞은 편의 앨런관. 고풍스러운 고딕양식의 3층짜리 건물은 총장 학장 교무처장 등 주요 보직 교수들의 집무실이다. 요즘들어 이곳은 도서관 못지않은 학문적 열기로 가득하다. 여름방학이지만 수뇌부들이 거의 매일 출근해 머리를 맞댄다. ●지구촌 건강 등 4가지 테마 발굴 육성 최근 재단이사회에서 통과된 5개년 전략보고서(2006∼2010년)의 구체적인 실천 로드맵을 만들기 위해서다. 가을학기가 시작되는 9월 이전까지는 마칠 계획이다. 보고서의 핵심은 학부와 일반·전문대학원의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수평적·수직적인 융합을 통해 시대적 조류에 맞는 새로운 학문의 영역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앞으로 6∼8년간 13억달러(약 1조 3000억원) 가량이 투입된다. 연구 대상은 ▲지구촌 건강 ▲두뇌·정신·유전자·행동 ▲이상기후와 지구과학 ▲두뇌 과학과 영상(Imaging) 등 지구촌의 현안, 인간생명 등과 관련된 4가지 테마다. 학문교류 및 국제화 연구센터의 롭 시코스키 소장은 “이번 보고서는 21세기 지구촌의 현안을 학문적으로 다양하게 접근하는 시도”라며 “새로운 학문적 어젠다를 발굴해 내는 과정에 잠재적 학문영역(Emerging field)을 선점하고, 이를 통해 얻은 학문적 지식을 사회로 환원시키는 것이 주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검토되는 방안은 학부 또는 대학원 차원이 아닌 대학 본부가 주도하는 테마별 기관 또는 센터를 설립하는 것이다. 예컨대 ‘지구촌 건강’이란 테마의 연구소를 설립하고, 산하에 학부 및 대학원생을 위한 강좌, 박사과정 또는 박사후과정(postDoc) 등을 위한 연구·실험 프로그램 등을 둔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노령화에 관심이 많은 경제학과 학생이 자신의 전공 과목외에 이곳에 개설된 강좌의 일부를 이수하면 전공학위 외에 새로운 분야의 자격증이나 학위를 받게 된다. 학문 교류 프로그램 운영 담당자인 셀레스트 리는 “지난 5년간의 학문교류가 기존 학문간의 단순한 결합이었다면 이번 시도는 학부와 대학원의 영역을 뛰어넘는 테마별 학문 연구라는 점에서 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학측은 이같은 계획의 성공 여부는 역량있는 교수 영입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존 버니스 대외부총장은 “최근 인문학부에 아이비리그 등 명문 대학의 젊고 유능한 교수들을 대거 영입했다.”며 “특히 학문적 융합을 전제로 채용한 경제학과의 경우 교수들이 상당히 만족해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분야 학자영입 학문적 융합 꾀해 듀크대는 철저히 수요자 중심의 대학을 지향하고 있다. 신입생들에 대한 배려에서 두드러진다.3곳의 캠퍼스 중 동쪽 캠퍼스는 1학년 전용이다. 학교 생활의 적응을 돕기 위해서다. 기숙사, 식당, 영화관, 도서관 등이 잘 갖춰져 캠퍼스내 생활이 가능하다. 특히 1학년만을 대상으로 한 포커스 프로그램은 이 대학만의 독특한 테마별 수업방식이다. 유전자, 자유, 예술, 사회적 관념 등과 같은 테마를 놓고 다각적인 시각으로 토론하고 공부한다. 교수와 학생간의 친교 프로그램도 좋다. 신입생 개개인의 학교생활을 도와주는 담당교수제가 있다. 교수 1명당 소수의 학생으로 구성되는 소그룹 친교모임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학교측은 학생들과의 교류에 필요한 식사비 등의 명목으로 교수 한명당 연간 1000달러를 지원해 준다. 학장이 따로 교수 1인당 한 달에 100달러를 준다. 학생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라는 의미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교수와 학생들 사이에 다양한 의견 교환을 목적으로 이뤄지는 ‘브라운 백 미팅’도 활발하다. 학생은 자신의 연구 아이디어를 완성하는데 도움을 받고, 교수는 자신의 연구계획을 동료 교수나 학생들로부터 지적을 받거나 아이디어를 얻는다. 신입생을 위한 커리큘럼 상담제,2학년때까지 정해야 하는 전공 과목 선택을 지도해 주는 전공상담제,1·2학년을 위한 교수-학생과의 공동연구제, 졸업 뒤 취업지도를 맡는 커리어 센터 등은 학부모들이 더 좋아한다. ●테마별 수업등 수요자 중심 커리큘럼 한무영 물리학과 교수는 “하버드 등 아이비리그 대학 교수들은 연구대학 중심이라 학부생들이 이름난 교수들의 강의를 듣기가 쉽지 않고 교수들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듀크대는 연구만큼 수업을 중시하기 때문에 교수와 학생간의 학문적 열기가 뜨겁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무디면 교수가 버티기 힘든 곳이 듀크”라고 설명했다. 100년도 안되는 비교적 짧은 역사의 듀크대가 급부상하는 것은 미국 역사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1960∼70년대까지만 해도 테네시주의 밴더빌트대학이 남부에서 더 유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남부의 돈 있는 유력인사들이 북부의 명문대학에 맞서려면 규모가 큰 듀크대에 재정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듀크대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bcjoo@seoul.co.kr ■ 메디컬센터 왜 강한가 |더램(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주병철특파원|듀크대 메디컬센터(의대와 병원을 합친 이름)의 김성욱(37) 연구교수는 영국 런던대 킹스칼리지에서 미생물 분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고민 끝에 1999년 이곳으로 왔다. 3년 뒤 인체 내 스트레스 반응 유전자를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진 ‘옥시-R’란 단백질을 찾아내 세계 최고의 생명공학 학술지인 셀(Cell)지에 논문이 게재되는 기쁨을 맛봤다. 김 교수는 “연구 시설과 분위기가 다른 의과대학보다 더 낫다는 당시 판단이 열매를 맺게 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메디컬센터는 연구분야를 중시하는 다른 대학과는 달리 연구·진료(병원)·교육(의대) 등을 균형있게 발전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구분야의 경쟁력은 통상 국립보건원(NIH) 등에서 받는 연구비 수주 규모가 중요한 기준이다.2004년도 NIH 집계에 따르면 메디컬센터의 연구비 수주규모는 3억 500만달러(약 3000억원)로 미국 의대 가운데 6위를 기록했다. 올해도 6위다. 메디컬센터는 암, 노인성질환(노화·알츠하이머 등), 심장, 순환기 분야에서 유명하다. 특히 심장병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은 유방암의 유전자를 밝혀낸 뒤 조기진단과 진료부문에서 인정받고 있다. 인근의 산학단지인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RTP)와의 연계로 의학연구에 따른 신약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뛰어난 의료진과 요양에 적합한 전원도시라는 점 때문에 미국내·외 부유한 노인층과 아랍 부호들이 이곳을 선호한다. 독특한 커리큘럼도 인기다. 통상 2학년 때까지 배우는 기초과학 분야를 1학년 때 끝마치게 하고,2학년 때는 진료를 익히게 한다.3학년 때는 연구과정,4학년 때는 진료과정으로 되돌아온다. 진료만 2년을 하는 셈이다. 의대생들의 학비(연간 5만달러)는 비싸지만,7년간에 걸쳐 MD(Medical Doctor·의사)과정과 Ph.D(학위박사)과정을 동시에 밟는 학생에게는 학비를 전액 지원하고 생활비(연간 2만달러 가량)도 보조해준다.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해서다. bcjoo@seoul.co.kr ■ 유학생이 본 듀크대 |더램(노스캐롤라이나주) 문소영특파원|한국인 학생 유경수(경제학과 3년)씨와 염보영(바이오메디컬엔지니어링 2년·여)씨를 통해 듀크대 입학 및 대학생활을 들어봤다. 유씨는 시민권자이고, 염씨는 고등학교 때 조기유학해 메릴랜드 기숙학교를 졸업했다. ▶듀크대를 선택한 이유는. -(염)전공인 바이오메디컬엔지니어링(BME) 분야에서 듀크가 미국대학 중 2위인데다 듀크 BME를 졸업한 학생을 미국에서 인정해 주기 때문이다. ▶장학금 등 재정지원은. -(유)다양한 펠로십이 있어 특출한 학생들은 4년 전액장학금을 받는다. 시민권자이기 때문에 연간 3만 3000달러의 학비 중 대부분을 지원받아 1만 3000달러만 낸다. 유학생들은 삼성 등 한국의 대기업들이 지원하는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시민권자들은 그런 혜택을 못받는다. ▶듀크에 입학하려면. -(유)명문대 입학의 필수조건인 SAT, 봉사활동, 리더십활동 등이 특출해야 한다.SAT 점수는 기본적으로 1400점 이상 받아야 한다. 하지만 SAT가 다소 부족해도 학업에 대한 열정, 봉사활동의 결과, 에세이 등이 좋으면 입학할 수 있다. ▶기숙사 및 대학생활은. -(염)1학년때부터 3학년때까지는 모두 기숙사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인 친구들과 관계가 좋다. 특히 외국 학생들은 학과관련 정보를 빠르게 알아내기 때문에 도움을 많이 받는다. -(유)학생들이 듀크의 문화를 공유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한국 학생들은 1∼2학년때 여유를 갖고 3∼4학년때 열심히 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듀크대는 일찍부터 다양하게 공부에 열중하게 만든다. symun@seoul.co.kr ■ “소수인종 배려 확대 올해 신입생 40%로” 피터 랑게 교무처장 |더램(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주병철특파원|대학개혁을 총괄하는 피터 랑게 교무처장을 만났다.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 출신으로 1981년부터 듀크대에 몸담았다. ▶학문적 융합의 궁극적인 목적은. -1차적으로는 새로운 학문 영역 개척이다. 다양하게 축적된 지식을 사회로 환원시켜 내는 것은 그 다음 목표다. 학문이 효과적인 정책으로 이어진다면 학문의 실질적인 가치가 있을 것이다. ▶학문적 융합은 다른 곳도 하고 있지 않나. -듀크대는 상호 융합이 아닌 다(多)학문간의 융합이다. 로스쿨·경영대학원(MBA)·메디컬센터 등 전문대학원이 있기 때문에 시너지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본다. ▶이번 전략의 성공 여부는. -돈이다. 전체 재원 가운데 3억달러(약 3000억원)는 기부금 조성으로 충당된다. 학과별로는 인다우드 체어(Endowed Chair·특정인이 특정 학과나 분야를 위해 낸 기부금의 운용수익 등으로 봉급을 받는 학과장 또는 교수) 제도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소수인종에 대한 배려가 적은 대학으로 알려져 있는데. -전체 학생의 37%가 소수인종이다. 이번 신입생은 40%로 늘었다. 이들에게 문호를 더 개방하고, 장학금 혜택도 더 늘릴 것이다. ▶아시아지역 학생들에 대한 선발은. -한국을 비롯해 이 지역을 매년 1차례씩 방문한다. bcjoo@seoul.co.kr
  • 쿠렁~ 나무가 물을 마셔요

    쿠렁~ 나무가 물을 마셔요

    초록의 들판으로 터진 길 위에서 중얼거려본다. 나무 나무 종달이 지빠귀 어치 씀바귀 민들레 강아지풀…… 내 몸이 점점 작아지기 시작한다. 손가락 끝 발가락 끝에 초록색 물감이 들기 시작한다. 뻐꾸기 뻐꾸기 할미새 보리똥열매 참빗나무 하눌타리…… 내 몸이 더욱더 작아진다. 온몸에 초록색 물감이 든다. 드디어 나는 한 마리 초록의 벌레가 되어 나무 이파리 위를 기어간다. 이제 나무 이파리는 드넓은 벌판이다. 더듬이를 세워 허공을 휘저어본다. 모처럼 맑은 하늘이시다. - 나태주의 시 ‘모처럼 맑은 하늘’ 위 시처럼 우리도 온몸에 파란색 물감을 들이러 숲으로 떠나보자. 천년의 원시림들이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흥겨운 몸짓, 하얀 햇살에 부서지는 연초록 잎사귀의 아름다움이 있는 곳, 그냥 스치듯 지나쳤다면 이젠 제대로 한번 느껴보자. 그리고 귀 귀울여보자. 수천, 수만의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소리, 흙과 물 그리고 바람이 속삭이는 목소리를 들어보자. 푸른 6월의 숲은 가장 시퍼렇고 살아있는 생명의 소리로 가득하다. 숲은 수첩을 들고 무엇인가를 배우러 가는 것이 아니고 몸과 마음을 활짝 열고 몸에 닿는 대로, 마음에 느껴지는 대로 가슴에 담는 그런 곳. 숲에서 신명나게 놀아보자.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신기한 숲학교 6월의 숲은 짙푸르게 옷을 갈아입어 1년 중 가장 아름답고 활기찬 생명력을 뽐내는 시기다. 이렇게 아름다운 숲을 걷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스트레스가 풀린다. 걷는 것이 익숙한 어른들은 상관없지만 아파트 놀이터에 익숙한 아이들에겐 숲은 그냥 ‘나무더미’이고 힘든 곳일 뿐이다. 하지만 숲을 놀이터 삼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 무엇을 하며 놀까 한번 알아보자. # 숲은 자연이 만들어 준 놀이동산 숲 연구소(ww.ecoedu.net)의 생태학습 교육관인 경기도 퇴촌에 있는 ‘율봄 농원’에서 열린 숲 체험에 참가했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온 꼬맹이들이 나뭇잎 모양의 이름표를 달고 무엇인가 열심히 찾고 있다. “야, 찾았다. 아빠 거미다 거미. 이것 잡아주세요.”라고 환호성을 올리는 나희(7).“나희야 아빠는 뭐 잡았는지 보여줄까.”라며 애벌레 한 마리를 내미는 김성훈(38·교원나라 벤처투자)씨. 숲 해설가 장인영(35)씨 앞에 모인 네가족. 저마다 잡아 온 곤충을 내민다.“야 정말 여러가지 곤충을 잡았네. 경택이네는 매미의 애벌레, 나희네는 거미와 나방의 애벌레, 윤서네는 무당벌레를 잡았구나.”라며 설명을 해준다. 그러고는 “얘들아 이런 애벌레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에 “나비가 없어져요.”“새도 없어져요. 먹을 것이 없으니까요.”“숲이 지저분해져요. 남은 음식을 먹는 것이 없으니까요.”라고 저마다 다르지만 생각보다 똑똑한 답을 내놓는다. 옆에 있던 유진이 아빠는 “어른보다 낫네.”라며 웃는다. “그래요. 애벌레가 없으면 숲이 망가져요. 새도, 나비도, 곤충들도 없어지지요. 그럼 우리가 숲속 친구들을 집으로 가지고 갈까, 여기에 놓아줄까.”“여기에 놓아주어요.”라고 합창하는 아이들. 자 이번엔 나무가 무슨 말을 하나 듣는 시간. 도대체 무슨 소린가, 나무가 말을 하다니. 장인영 해설사는 준비해 온 청진기를 꺼내 아이들에게 보여준다.“이건 의사 선생님이 너희들 몸에서 나는 소리를 들을 때 쓰는 청진기지. 우리도 청진기를 끼고 나무에 대어보면 나무가 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 한번 해보자.” 아이들은 무슨 의사 선생님이 된 양 청진기를 귀에 끼고 나무에 대어본다. “쿠렁 쿠렁” 비록 소리는 작지만 나무가 물을 빨아올리는 신기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의진이가 소리친다.“선생님, 이 나무는 아무 소리가 안 들려요. 혹시 죽었나봐요.”, 그러자 “이리 와 봐. 이 나무는 소리가 들려.”라는 유림이. 아이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청진기로 나무 소리를 들어본다. 나무가 살아 있다고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지만 이렇게 몸으로 느껴보기는 처음이다. “아까 우리 애벌레 잡았지. 애벌레는 눈도 없고 신발도 안 신고 다니지. 우리 이번엔 애벌레가 되어볼까.” 신발을 벗고 수건으로 눈을 가리고 오직 신체감각에 의존해 앞사람 어깨를 잡고 걷는다.“정신을 집중해 봐. 무슨 소리가 들리나. 어떤 느낌이 오나.” 정말 신기하게 맨발에 느껴지는 나뭇잎, 전혀 들리지 않았던 새소리, 향기로운 나무 냄새가 전해진다. “너무 힘들어요. 애벌레에게 눈도 달아주고 신발도 사줘요.”라는 정민(6)의 말에 모두 웃는다. 이렇게 숲속에서 모든 감각을 동원해 느껴보는 시간이 숲 체험이다. “그저 숲이란 걷는 곳이라고 알았는데 이렇게 몸으로 느껴보니 정말 재밌네요. 친구가 숲 해설가를 한다고 했을 때 ‘이상한 녀석이군’했는데 정말 이해가 됩니다.”라는 나희 아빠.“아이들도 좋아하지만 저에게도 큰 경험입니다. 이렇게 자연을 느껴 본 것이 처음이거든요.”라는 유진의 아빠 정민재(36·서울 성동)씨. 아이들에겐 재미나고 어른들에겐 색다른 경험이고 체험이다. 이밖에도 거울을 눈 밑에 대고 하늘을 보며 걷는 ‘뱀 되어보기’, 누워서 커다란 거울로 자신을 비춰보는 ‘독수리는 어떻게 볼까’ 등 다양한 놀이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정말 나무나 곤충의 이름을 하나 외우는 단순한 지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느끼고 만지고 상상하면서 스스로 자연을 배워 나갈 수 있는 곳이 바로 숲이다. ■ 얘들아 숲놀이 하자 # 숲은 진정한 인간의 마지막 안식처 반짝이는 나뭇잎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솔잎 향기가 가득한 숲은 힘들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해 준다. 푹신한 낙엽을 ‘사각사각’ 밟는 소리,‘스스슥’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소리에 마음이 너무 편해진다. 아무리 유명한 음악가가 작곡한 교향곡도 이렇게 모든 인간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노래를 만들어 낼 순 없다. 이런 편안한 자연의 소리뿐 아니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연의 냄새.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선하고 깨끗하게 해주는 그 냄새의 정체는 무엇일까. 바로 피톤치드(phytoncide)다. 어쩌면 숲이 인간에게 주는 가장 커다란 선물일 것이다. 나무가 병원균에 저항하기 위하여 방출 또는 분비하는 물질로 쉽게 말해 숲이 내는 기분 좋은 특유의 향기이다. # 숲에서 이런 놀이 해보세요 숲 연구소 남효창 소장이 쉽게 할 수 있는 숲속놀이를 소개한다. 숲에는 어떤 보물이 숨겨져 있을까. 흩어져 있는 모든 것이 보물이다. 먼저 아빠나 엄마가 아이들에게 “숲속의 보물이란 나뭇잎도 될 수 있어. 나뭇잎은 썩어서 나무가 잘 자라게 하는 거름이 되니까.” 등 보물이란 꼭 거창한 것이 아닌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면서 보물이 된다고 알려주고 10∼20분동안 찾아 온 보물에 대해 이야기한다. 돌멩이, 곤충, 솔방울 모두가 보물이다. 상상력과 인지능력, 발표력 등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물론 부모도 함께 해야 한다. # 느리게 달리기 놀이 달리기 하면 무조건 빨리 달려야 할 것만 같은데 숲에서는 천천히 달려보자. 각자 원하는 동물을 정하고 흉내를 내면서 일정한 거리(1m)를 가장 느리게 갈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경주한다. 주의할 점은 한 순간도 멈추거나 뒤로 가서는 안 되고 계속해서 움직여야 한다는 것. 가장 늦게 도착한 사람이 1등이다. ‘느리게 달리기 놀이’를 한 후 아이들과 천천히 움직이는 동물과 빨리 움직이는 동물에 대해 이야기 해보면 더 재미있고 유익하다. # 숲속에서 뒹굴 뒹굴 숲에 들어오면 편안함이 느껴진다. 가족이 모두 함께 숲 바닥에 누워보자. 누운 상태에서 숲 하늘을 가슴에 담아보거나 숲의 공기를 깊이 들이마셔 본다. 눈을 감고 숲의 소리를 들어보거나 낙엽을 살짝 들춰내고 그 속의 향기도 맡는다. 오감을 통해 숲을 느낄 수 있는 놀이다. # 같은 물건 찾아오기 숲을 걷다 보면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이나 열매 등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것들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똑같은 것을 찾아오는 놀이다. 관찰력과 기억력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신기한 곤충이나 몰래 숨어 있던 동물, 나무 열매 등을 찾는 재미도 있다. ■ 가볼 만한 숲 꼭 ‘숲’이란 멀리 가야만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름난 ‘숲’에 가면 무엇이 달라도 다르다. 서어나무 군락과 정상부의 왜솜다리 자생지인 조령산은 충북 괴산과 경북 문경의 경계를 이루면서 울창한 산림과 어우러진 암벽지대가 많고 기암과 괴봉이 노송과 조화를 이뤄 한 폭의 그림처럼 그 경치가 뛰어나 유명세를 타고 있다. 갈대와 억새풀이 어우러져 자라는 숲에 머물면 아무 곳에서나 쉽게 맛볼 수 없는 황홀경에 젖어 들게 된다. 좀 편하게 숲을 체험하려면 문경시의 문경새재도 추천한다. 문경새재는 옛날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향하던 선비들이 다녔던 길로 울창한 숲과 깨끗한 계곡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2관문,3관문 주변에 옛 영남대로 길을 가면 그야말로 나무와 풀들이 지천이다. 오대산 북대사쪽의 숲도 좋다. 토양이 비옥하여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기에 안성맞춤인 오대산은 신갈나무, 굴참나무, 소나무, 서어나무, 자작나무 등 나무의 보고이다. 또 물봉선, 도깨비부채, 노랑무늬붓꽃, 개불알꽃, 금강초롱꽃 등 많은 식물도 자생하고 있는 아름다운 곳으로 강원도 평창에 있다. 밤꽃이 유명한 명지산은 경기도 가평에 있어 하루 나들이로 제격이다. 계곡의 맑은 물이 돋보이는 산으로 여름철에는 우거진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수려한 산으로 사계절 내내 자연이 만들어 내는 색의 신비와 깊이에 놀라움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야생화 군락과 참나무가 아름다운 강원도 평창 계방산은 봄에는 철쭉, 여름엔 녹음이 우거진 울창한 숲을 자랑하며 가을 단풍도 예쁘다. 또한 3월초까지 흰 눈꽃을 피워내며 거대한 설경을 펼쳐내어 계방산을 찾는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 [세계를 이끄는 여성 리더] (4) 세골렌 루아얄 사회당의원

    [세계를 이끄는 여성 리더] (4) 세골렌 루아얄 사회당의원

    |파리 함혜리특파원|좌우파를 막론하고 프랑스의 정계에는 ‘세골렌 경보’가 내려져 있다. 모든 정치인들의 인기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유독 사회당 소속의 여성 정치인 세골렌 루아얄(52)은 끄덕없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거품에 불과할 줄 알았던 그녀의 인기는 꺼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부터 2007년 대통령선거 유력주자로 거론된 루아얄은 이어지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사회당에서 1위다. 일부 조사에서는 좌우진영을 통틀어 정상의 인기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4월 주간지 르 푸앙에 보도된 입소스 여론조사에서 루아얄은 지지도 57%를 기록, 여권내 강력한 주자인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56%)과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55%)를 앞섰다. 루아얄은 당내의 대권주자들을 따돌리고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9일 일간 르피가로 보도에 따르면 루아얄은 BVA의 최근 조사에서 프랑스인의 43%로부터 사회당 최선의 대통령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사회당은 오는 11월쯤 2007년 대선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지만 현재로서는 루아얄이 사회당의 후보로서 집권 UMP의 사르코지와 맞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칠레의 미첼 바첼렛에 이어 프랑스에서도 여성이 정부의 최고지도자로 탄생할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루아얄은 1953년 세네갈에서 육군 대령의 딸로 태어났다. 프랑스 엘리트 관료 양성기관인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했다. 프랑수아 미테랑 정권 때 관계(官界)에 들어가 가족장관과 환경장관을 역임하며 전통적인 가족 가치 수호와 아동 보호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은 푸아투 샤랑트 주(州) 의회 의장을 맡고 있다. ENA 동기인 올랑드 사회당 제1서기와 정식 결혼이 아닌 파트너 형태로 살며 4자녀를 키우고 있다. 특출한 재능에 세련된 외모까지 갖췄다. 어머니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도 정치적으로도 성공한 점이 대중의 호감을 사고 있다. 지난해 유럽연합(EU) 헌법 비준실패와 외곽지역의 소요사태, 올봄의 최초고용계약(CPE) 파동 등 집권당의 총체적인 정책 실패에 식상한 대중이 신선한 인물과 정책을 원하는 현상도 루아얄이 부상한 배경 중 하나로 분석된다. 루아얄은 ‘미래의 희망’이란 이름의 싱크탱크를 가동하며 점차 치열해질 당내 경선과 대선에 대비하고 있다. 정치인이라기보다 인간적으로 솔직하게 속을 터놓고 얘기할 줄 아는 그녀는 언론에 적절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잘 알고 있다.‘미래에 대한 갈망’이라는 블로그를 마련, 젊은이들과 온라인 토론을 벌일 정도로 인터넷을 선거운동에 이용하는 데에도 뛰어나다. 그러나 루아얄에겐 넘어야 할 벽도 많다. 가장 높은 벽은 프랑스 정계의 남성중심적인 전통이다. 프랑스 정계를 지배해 온 남성 정치인들과 대비되는 여성 특유의 강점으로 대중의 호감을 샀지만 실제 선거전에서는 그 점이 오히려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정치 분석가들은 중앙 무대에서 루아얄의 정치력이 입증되지 않았고 그녀가 어떤 정책을 지향하는지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루아얄은 대권 도전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이후 파격적인 정책 노선을 잇따라 발표해 연일 뉴스거리를 만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루아얄이 대중에 직접 호소해 지지를 이끌어 내는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lotus@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