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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ook Review] 히틀러·스탈린 광기 사라지지 않았다

    올해는 독일 태생의 유대인 정치사상가 한나 아렌트(1906∼1975)가 태어난 지 100년째 되는 해이다. 지난 10월 국내에서는 아렌트 탄생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열리는 등 아렌트 사상에 대한 재조명이 활발하다. 홀로코스트 등 ‘이해할 수 없는 절대 악(惡)’을 경험한 유대인 사상가로서 아렌트는 이처럼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이해하기 위해’ 평생을 전체주의 해부에 보냈다. 위르겐 하버마스의 의사소통 패러다임은 아렌트의 정치행위 모델에서 시작된다. 하버마스가 아렌트의 지적 계보를 잇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아렌트는 수십년간 ‘국외자’였다. 아렌트 사상이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말∼90년대초의 동구 사회주의의 몰락과 함께한다. 사회주의 국가통제 체제가 하루아침에 시민들이 세운 민선체제로 바뀜에 따라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이 요구됐다. 그런 상황에서 정치이론가로서 아렌트의 존재가 부각된 것이다. 아렌트는 이미 전체주의 정권의 만행을 가져온 ‘옛 정치’를 대체할 ‘새로운 정치’로 고대 그리스의 직접민주주의를 제시했던 터였다. 아렌트 사상은 이렇게 화려하게 부활했다. ‘하이데거의 연인’으로 더 잘 알려진 아렌트의 첫 저서로서 아렌트를 정치사상가의 반열에 올려 놓은 ‘전체주의의 기원’(한길사 펴냄, 이진우·박미애 옮김)이 출간됐다. 이 책은 1951년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독일 하노버에서 태어난 아렌트는 동프로이센의 수도이자 ‘칸트의 고장’인 쾨니히스베르크에서 성장했다.1929년 하이데거의 친구인 실존철학자 야스퍼스로부터 ‘아우구스티누스의 사랑 개념’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아렌트는 히틀러 정권의 등장과 함께 유대인 탄압이 시작되자 33년 프랑스로 망명했다. 그러나 상황이 악화되자 41년 다시 미국 뉴욕으로 거처를 옮긴다. 미국에서 나치의 유대인 학살 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받은 아렌트는 그의 주저라고 할 수 있는 ‘전체주의의 기원’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이 책이 1부 반유대주의,2부 제국주의,3부 전체주의로 구성돼 있는 점에서 알 수 있듯 아렌트는 전체주의의 기원을 반유대주의, 제국주의로 이어지는 역사적 흐름에서 찾고 있다. 마지막 부분인 전체주의에서 그는 전체주의를 다른 독재정치와 구분, 나치즘과 스탈린주의만이 전체주의적 성격을 온전히 드러낸 정치체제라고 역설하고 있다. 동시에 이들 체제가 언제든 재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렌트는 또 계급사회의 붕괴로 인한 대중의 등장을 전체주의의 실질적 배경으로 파악했다. 전체주의 정권은 인간 개개인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각각의 개성을 말살한다는 것이다. 아렌트에 따르면 이때 국민은 하나의 집단에 불과해진다. 나치즘의 광기도 여기서 시작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 아렌트는 홀로코스트의 실행자였던 아이히만의 재판을 참관한 뒤 “아이히만은 나치즘의 명령을 수행한 소시민에 불과하다.”며 그 유명한 ‘악의 평범성’ 개념을 설파한다. 전체주의의 위험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아렌트는 전체주의의 재등장을 막기 위해서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자유’를 수호해야 하며, 이는 다원주의와 민주주의의 덕목을 주지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결론을 맺는다.1권 2만 5000원,2권 2만 2000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8번 버려졌다 살아난 6살소녀의 기막힌 사연

    ‘친부모 등으로부터 8번이나 유기(遺棄)→9번째 양어머니와 만남→선천성 심장병 발병→수술→극적 회복!’ 중국 대륙에 8번이나 무참히 내버려졌다가 9번째 양어머니를 만나 선천성 심장병 수술을 받아 이겨내고 극적으로 살아난 6살난 어린 소녀의 기구한 삶의 얘기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중국 중부 허난(河南)성 난자오(南召)현 윈양(雲陽)진에 살고 있는,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한 어린 소녀는 친부모를 비롯해 양부모까지 모두 8번이 내버려졌다가 9번째 양부모를 만나 수술을 받고 극적으로 살아난 덕분에,주변 사람들로부터 ‘인간승리’라고 뜨거운 박수를 받고 있다고 하남상보(河南商報)가 20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화제의 주인공’은 올해 겨우 6살된 뉴하이윈(牛海雲)양.어린 나이의 그녀는 만난(萬難)을 무릅쓰고 ‘8전(顚)9기(起)의 끈질긴 삶의 생명력을 보여줘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어린 뉴양의 불행은 지난 2000년 1월초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된다.태어날 때부터 몸이 잔약했던 그녀는 한달도 채 되지 않아 친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았다.그녀의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후 7개월새 무려 7번이나 더 내다버려졌을 정도로,그야말로 화불단행(禍不單行)의 연속이었다. 태어난지 8개월째 되던 그해 9월 23일 하늘이 보내준 ‘천사’를 만났다.바로 지금의 양어머니인 당시 76살의 돤칭팡(段慶芳)할머니를 만난 것이다. 이웃 주민에 따르면 돤 할머니는 뉴양이 버리진 것을 보고 처음에는 그냥 모른 체하고 지나치려고 했다.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다가 갑자기 그 애가 내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어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친부모가 나타날 때까지 맡아 기르기로 작정하고 담요에 쌓인 한살바기 뉴양을 집으로 데려왔다. 막상 집에 데려와보니 그 어리디 어린 소녀는 젖을 제대로 못 먹은 탓인지,몸이 삭정이처럼 마른 데다 입술에 발진이 생기고 열도 높아 시름시름 앓고 있었다.이튿날 고대 윈양진 위생의원으로 데려가 진찰을 받았다. 담당 의사는 “이 아이는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다.”며 “지금까지 이미 8번이나 버려졌던 아주 불행한 아이”라고 말해 억장이 무너졌다.이 아이가 더이상 불행해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한 돤 할머니는 애옥살이 셈평이지만 데려다 키우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뉴양을 키우는 동안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었다.선천성 심장병 탓인지 아이는 하루가 멀다하고 몸에 열이 나고,기침을 하거나 감기에 걸리는 등 병을 달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이런 까닭에 집 텃밭에서 키운 야채를 팔아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는 그녀에게 커다란 짐이 아닐 수 없었다.그러나 돤 할머니는 묵묵히 야채를 판 돈을 모두 뉴양의 분유값과 치료비로 쏟아부었다. 이런 팍팍한 생활을 해오기를 6년째.그래도 셈평이 풀리지 않아 심장병 수술을 시킬 엄두도 못내고 안타까운 마음에 잠을 못이루던 돤 할머니에게 한줄기 ‘복음’이 날아든 것은 9월 초순이다.허난성 정저우(鄭州)시 제7의원이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 뉴양에게 ‘치료비 50% 감면 혜택’을 주겠다는 소식이 날아든 것. 너무나 기쁜 소식을 들은 돤 할머니는 득달같이 달려가 뉴양이 심장병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등록을 마쳤다.등록을 마친지 3개월여가 지난 11일,뉴양은 양어머니의 애타는 마음을 뒤로하고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했다. 특히 이날 어린 그녀가 수술받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한 부동산 사업가가 나머지 수술비도 제공하겠다고 나서 치료비 걱정 없이 무사히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19일 오전 11시,뉴양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났다.며칠 있으면 퇴원,정상적인 소녀로 돌아간다.돤 할머니는 “무엇보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한시름 놓았다.”며 “하이윈은 나의 친자식”이라며 눈물을 글썽거려 주위를 숙연케 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19일 TV 하이라이트]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40분) 미국 컨트리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행크 윌리엄스. 많은 사람들이 몽고메리시에 와서 그가 살았던 집과 작업실, 공연장, 장례식이 열렸던 장소를 들러본다. 행크 윌리엄스 박물관이 대표적. 몽고메리시는 곳곳에 그의 발자취가 남은 곳을 표시해 걸어 다니는 박물관을 만들 계획이다.   ●진실게임(SBS 오후 8시55분) 인형보다 더 예쁜 자매 ‘5대 얼짱자매’. 조승우를 꼭 닮은 ‘구두닦는 조승우’. 의사 김태희 ‘얼짱 여의사’. 중식업계의 이정재 ‘신속배달 이정재’. 코 찡긋 장동건 ‘번개배달 장동건’. 초절정 섹시퀸 선장 ‘오징어잡이배 얼짱선장’. 화제의 모델 ‘얼짱 교복모델’. 얼짱이라 우기는 가짜얼짱 두명은 누구일까.   ●얼마나 좋길래(MBC 오후 7시45분) 옥심과 재희는 동수의 돈을 받는 선주를 보며 마음이 안좋다. 선주는 필두와 아침운동을 하겠다며 일찍 집을 나서는데, 동수는 선주의 얇은 옷이 마음에 걸린다. 동석은 아라의 말대로 요리학원에 등록하고, 이번 기회에 확 결혼해 버리자고 한다. 아라는 노사장의 프러포즈를 받는다.   ●생로병사의 비밀(KBS1 오후 10시) 지난해 발표된 한국인의 질병부담 보고서에 따르면 50대 이상의 응답자들이 가장 위협을 느끼는 질병은 바로 암이었다. 암으로 사망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크기 때문. 그러나 ‘암은 곧 죽음’이라는 등식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 암을 이겨낸 사람들이 말하는 생존전략, 그 희망의 조건을 들어 본다.   ●인간극장(KBS2 오후 7시30분)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도박꾼을 만나러 간 병윤씨. 절대로 자신과 같은 사람이 또 생겨서는 안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그 사람을 설득해 집으로 돌려보낸다. 후배 태경씨가 교도소 출소를 하는 날, 과거를 잊고 새출발을 하려는 태경씨를 위해 강에서 고기를 잡는 일을 보여주며 함께 일을 한다.   ●살림의 여왕(EBS 오전 11시) 혼자서도 척척 집에서 멋진 헤어스타일을 만들 수 있는 비법을 공개한다. 겨울 외투의 소재와 디자인에 어울리는 헤어스타일 연출 방법부터 드라이기·세팅기 등 기구로 연출해 보는 다양한 헤어스타일까지. 헤어스타일 하나로 연말 모임자리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비결을 전문가에게 들어 본다.
  • [신나는 과학이야기] 뇌사와 식물인간 어떻게 다른가

    TV가 좋다. 보고 있으면 즐거울 때도 있고, 직업 정신을 발휘해서 수업에 필요한 자료를 발견하고 기뻐하기도 한다. 새롭게 개편되는 프로그램은 방송국 사람들만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TV를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도 기대한다. 새로 시작하는 프로그램 중에서 과학관련 프로그램은 더욱 유심히 보게 된다. 얼마 전 새롭게 방영을 시작한 병원 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프로그램을 보았다. 처음에 등장했던 이야기는 ‘뇌사’였다. 제목은 ‘생의 기적, 다시 태어나다’였다.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장기를 기증받아야 했던 사람들. 그리고 기증한 사람의 이야기다.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사람의 신장을 기증받고, 심장을 기증받고 그래서 새롭게 삶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렇다면 뇌사란 무엇일까. 식물인간과는 어떻게 다를까. 먼저 우리의 뇌를 들여다보자. 우리의 뇌를 떠올리면 구불구불, 마치 호두처럼 생긴 것이 떠오른다. 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면서 우리 몸의 대부분을 지배하는 대뇌이다. 대뇌는 좌뇌와 우뇌의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뇌는 우리 뇌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가장 많은 일을 한다. 생각하고, 기억하고, 느끼고,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많은 근육들을 움직이게 해서 걷고, 앉고, 춤추고 글 쓰고 하는 모든 일들을 가능하게 한다. 대뇌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모두는 아니다.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소뇌는 대뇌의 뒤쪽 아래편에 위치한다. 체조나 피겨 스케이팅 같은 몸의 균형이 필요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특히 소뇌가 발달한다. 좌뇌와 우뇌의 사이에는 체온조절을 하는 간뇌와 눈의 운동에 관계된 중뇌가 있다. 응급실에 도착한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 의사가 눈에 불을 비춰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중뇌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밝은 빛이 비춰지면 동공이 작아지도록 하는 것이 중뇌의 역할인데 중뇌가 다쳐서 제 구실을 하지 못한다면 빛을 비추어도 동공이 작아지지 않는다. 뇌와 우리 몸의 모든 부분의 신경이 연결되는 곳에는 호흡이나 심장박동을 조절하는 연수가 있고 연수를 통해서 몸의 신경은 뇌와 연결돼 있다. 심장은 우리의 뜻대로 빠르게 또는 느리게 할 수 없다. 이것은 심장 박동은 대뇌의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연수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대뇌가 다치게 되면 의식이 없어진다. 이 점에서 뇌사와 식물인간은 같은 상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뇌의 나머지 부분, 특히 연수와 중뇌, 간뇌 등 뇌간이 다치지 않았다면 스스로 호흡이 가능한 상태가 된다. 이 경우 영양분만 공급한다면 스스로 움직일 수는 없지만, 계속해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식물인간상태가 된다. 뇌간까지 다쳤다면 뇌는 우리 몸의 어느 부분도 제어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심장이 멈춘 상태를 사망으로 인정하고 있는 현재, 뇌가 생명을 다했다 하더라도 심장이 움직이면 아직 죽은 상태가 아니다. 스스로 호흡할 수 없지만, 인공호흡기 등의 기계에 의지하면 어느 정도는 가능하게 된다. 이런 상태를 뇌사상태라고 한다. 뇌사상태에서 깨어나는 것은 말 그대로 기적이다. 아직 호흡을 하고 심장이 움직이는 동안은 장기도 아직 생명을 다 한 상태가 아니므로 필요한 사람에게 기증을 할 수도 있다. 발달한 현대의학에서도 만들어 낼 수 없는 장기를 기증받아 살아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는 뇌사자의 죽음은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사소한 TV 프로에서도 과학을 느끼고 생활속에서도 과학을 느끼고 온 국민이 과학을 그렇게 느끼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 이순재 “연기자는 백지 소화하는 백지 같아야”

    이순재 “연기자는 백지 소화하는 백지 같아야”

    “연기자란 가슴이 하얀 백지와 같은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작품마다 자신을 다른 색깔로 입혀 갈 수 있기 때문이지요.” 탤런트의 최고참인 ‘대발이 아버지’ 이순재(71)씨가 연일 ‘망가지는’ 연기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근엄하고 때론 인자해 보이는 아버지상인 이씨는 MBC 일일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 출연하고 있다. 이제까지 자신이 쌓아온 이미지가 아니라 때론 철없고, 어리숙한 한의사역을 연기한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네티즌까지 이순재씨의 대변신에 ‘성원’을 보내고 있다.‘순풍산부인과’의 오지명,‘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의 신구를 이어 새로운 코믹 캐릭터를 만들고 있는 이씨를 만났다. 그는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가장이지만, 종이 호랑이 같이 가볍고 잘 삐치며 단순한 성격을 가진 한의사 역을 해낸다. # 체면보다 배역에 충실 망가져도 너무 망가진다. 항상 멋있고 근엄한 이미지에 익숙한 그가 분홍색 꽃이 그려진 의사 가운을 입은 모습 자체가 웃음이다.‘야동’을 몰래 보다 들켜 망신을 당하는가 하면 마누라에게 힘없이 두들겨 맞고, 심지어는 아들에게 “한번만 봐줘”라고 애원을 하며 집 밖으로 끌려나가는 아버지. 집안의 가장이지만 거의 천덕꾸러기이다. 세종대 석좌교수이자 국회의원까지 지낸 최고의 탤런트가 사회적 체면과 명성을 버리고 어쩌면 저렇게 변신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연기자란 끊임없는 변신을 해야만 하는 직업이다. 늙은이가 주책이라고 이야기할지 모르지만 나는 이번 역할과 연기에 만족한다.”며 “일단 배역을 맡았으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배역을 충실하게 소화하는 것이 배우의 몫”이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한다. 칠순이 지난 나이에도 ‘연기’에 대한 열정은 ‘거침없이 하이킥’ 같다. 항상 가족애와 인간애를 그리는 시트콤을 해보고 싶은 생각을 갖고 있어서 이번 작품에 선뜻 응했다고 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하지만 잊고 사는 ‘가족애’를 웃음으로 그리는 시트콤에 한번 도전하고 싶었다. 드라마나 영화는 많이 했어도 시트콤에선 나를 한번도 부르지 않아 아쉬웠다.”면서 “이번 작품도 재미와 웃음을 추구하는 시트콤이지만 전혀 다른 주제로 접근하고 있다.” # “연기란 끝이 없다” 내용도 노인들의 사회문제나 이혼, 실업 등 무거운 주제에 가볍게 접근해 가족에 산재해 있는 문제들을 웃음으로 풀어낸다고 한다. 아내로 나오는 나문희, 큰 아들 정준하, 며느리 박해미 등 쟁쟁한 연기자들이 출연해 시트콤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백발이 성성한 칠순을 넘긴 배우 이순재씨. 수많은 역할과 인생의 역정을 겪었지만 아직도 그의 가슴은 하얀 백지 같다. 항상 자신이 맡은 배역에 맞게 색깔을 칠할 공간을 남겨둔 채 끊임없는 변화하고 있다. 그는 젊은 후배들에게 한마디 한다.“연기란 끝이 없다. 자신이 최고라고 자만하지 말고 항상 준비하고 연구하는 연기자가 되어야 한다.”고. 요즘 너무 일찍 돈과 인기를 얻었다가 쉬이 사라져 가는 젊은 연기자들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고 한다. 연기를, 배우를 사랑하는 젊은 후배들이 많아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열린세상] 생각과 말은 다르다/ 이상건 서울의대 신경과 교수

    근래 들어 말 때문에 시끄러워지는 일이 유난히 많다. 말은 옛날부터 있어왔는데 왜 최근에 이러한 일이 많은지 궁금해진다. 사회의 발전과 더불어 사람들의 생각이 다양해지면서 논란이 많이 일어나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바쁘다 보니 조심성 없이 이말 저말을 많이 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이도 저도 아니면 인터넷을 비롯한 커뮤니케이션의 발전으로 과거에는 퍼지지 않을 말들이 대량으로 유포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언뜻 생각하면 말은 우리의 생각을 아주 잘 대변해 주는 것처럼 보인다. 언어를 통해서 인간이 현재의 발전을 거둔 것은 틀림이 없다. 동물처럼 몸짓이나 몇 가지 소리에 의존하지 않고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다양한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되었다. 온갖 은유와 다양한 말의 조합으로 엄청난 양의 생각을 표현해 낼 수도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기억들을 언어의 형태로 저장하여 많은 일들을 직접 경험할 필요 없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형성된 많은 개념과 사상들은 언어를 통하여 자자손손 대물림을 하여 엄청난 양의 학습이 단기간 내에 가능하도록 하였다. 이 모든 것은 우리 머릿속의 생각이 말이라는 형태의 그릇에 담겨질 수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럼 정말 말은 우리의 생각의 방향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일까? ‘사토라레’라는 일본 영화가 있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한동안 화제가 된 작품인데 주인공의 생각이 주변사람들에게 말로 들린다는 설정이다. 이 주인공은 천재이기도 하지만 참으로 선량한 친구인지라 주변에 알려지는 생각도 우리를 미소 짓게 만드는 것들이 많다. 그런데 모든 생각이 이처럼 말로 전달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언어가 없이도 온갖 복잡한 생각과 감정이 순간순간 인간의 뇌 속으로 흘러간다. 매순간 이를 모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심지어 자신의 생각을 시간을 두고 천천히 말로 표현하려고 해도 적절하게 표현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만약에 이 영화에서처럼 우리의 대부분의 생각이 언어의 형태로 전달된다면 매 순간 수천 개의 문장이 한꺼번에 들리게 될 것이고 언어로 표시될 수 없는 생각들은 전달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많은 경우에 우리는 집중해야만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할 수 있다. 말로 생각을 표현해내기 전까지 자신의 생각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말을 하기 위하여 생각이 정리되는 모양새이다. 말을 통하여 수증기처럼 퍼져있는 복잡한 생각의 일부분이 응결되어 언어의 형태로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언어가 우리의 생각을 잘 대변해 준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에는 우리의 생각의 양이 너무 많다. 결국 말은 우리 생각의 극히 일부분만을 표시해 주는 것이다. 말로 저장된 기억도 마찬가지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생각을 말로 담는 과정에서 말이 거꾸로 자신의 생각을 지배하는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자신의 한 말의 모양새가 너무 좋아서, 또 화려한 수식에 도취되어 그 말이 생각의 일부분만을 왜곡하여 담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생각의 일부분만을 표시하는 말 때문에 자신의 모든 생각이 그에 맞는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이처럼 말이라는 것이 생각의 일부분만을 표시하는 것인 만큼 틀릴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말로 실수하는 사람들을 너그럽게 봐 줄 필요도 있고 또 다른 사람의 말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겠다. 또 자신의 생각을 다 표현해내지 못하는 것이 말이므로 말을 할 때 겸손해질 필요도 있다. 지금 하고자 하는 말이 애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은 없는지, 진행하려는 일에 정말 도움이 되는 것인지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 이상건 서울의대 신경과 교수
  • [김성호 전문기자의 종교건축 이야기] (18) 증산도 성소 대전 태을궁(太乙宮)

    [김성호 전문기자의 종교건축 이야기] (18) 증산도 성소 대전 태을궁(太乙宮)

    대전광역시 대덕구 중리동 409-1의 유별난 건물, 증산도 교육문화회관. 주변에 특별히 눈에 띄는 건물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돌출적인 건물 외양이 색다르다.2002년 12월 들어선 뒤 대전의 명물로 널리 알려졌지만 이곳이 민족종교 증산도의 핵심임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정면에서 볼 때 왼편 시루(떡을 쪄서 익히는 질그릇) 형태의 태을궁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山´의 형상을 이룬 독특한 건물. 도조(道祖) 강증산(姜甑山·본명 一淳·1871~1909)의 이름자를 고스란히 건물로 형상화했다. 지금은 증산도 신도들의 교육장소로 쓰고 있지만 이른바 ‘후천개벽’이 이루어지는 새 시대에 세상의 모든 일을 도모할 근본 터로 계획해 세운, 증산도의 중심이다. 세미나실과 교육장 6개, 사무동, 숙소동, 증산도 케이블방송국이 ‘山´자를 이루며 독특하게 포진해 있는 건물. 한꺼번에 7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증산도 교육센터이지만 건물 맨 오른쪽엔 서점과 북카페를 차려 일반인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 공간은 역시 시루 모양의 태을궁. 밖에서 볼 때도 그렇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위가 넓고 아래는 좁은 원통형 시루 모양이 확연하다.1800석을 갖춘 실내의 조명과 음향, 영상 시스템은 국내 여느 대형 공연장 못지않은 수준. 무대 전면에 도조와 도조의 종통을 이은 태모(太母) 고수부, 태을천 상원군, 국조 단군왕검의 어진을 개사해 모신 신단이 눈길을 끈다. 도조 강증산은 전라도 고부군 우덕면 객망리(현 전북 정읍시 덕천면 신월리 신송마을) 시루산 아래 마을에서 태어나 호를 시루 증(甑)자와 산(山)자를 써 증산이라 지었다고 한다. 증산이란 이름엔 출생지 시루산 말고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얽혀 있다. 다름 아닌 1200여년 전 신라 고승 진표율사가 세운 김제 금산사 미륵금상의 철수미좌 사연이다. 진표율사는 목숨을 건 망신참법의 수행을 통해 미륵불을 친견하고 미륵불의 계시에 따라 미륵금상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당시 쇠로 된 밑 없는 시루(철수미좌)를 놓고 그 위에 미륵금상을 조성한 것이 특이하다(지금 미륵금상 아래의 철 시루는 시멘트로 봉쇄된 채 일반인들이 볼 수 없다). 증산도는 그로부터 1100여년 후 고부의 시루산 밑에서 탄생한 강증산이 진표율사와의 인연으로 금산사 미륵금상에 30여 년간 성령(聖靈)으로 있다가 이 땅에 내려온 것으로 여긴다. 증산도의 경전인 도전(道典)에 실려있는 탄생에 관한 내용이지만, 불교계에서 아직까지 미륵금상을 철수미좌에 받쳐 조성한 이유를 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이러니다. 김제 금산사 인근 모악산 기슭에는 지금도 증산 사상을 신앙으로 이어오고 있는 군소 종교단체가 40여개나 남아 있다. 강증산은 31세 때인 1901년부터 1909년까지 9년간 ‘천지공사’라는 의식을 통해 남북통일을 포함한 후천세상을 여는 프로그램(증산도에선 도수로 부름)을 짰다고 한다. 태을은 증산도에서 가장 중시하는 주문인 태을주(太乙呪)에 등장하는 ‘태을천상원군(太乙天上元君)’의 이름을 딴 것으로 개벽기에 인류를 구원하는 진리의 표상으로 여겨진다. 총본산의 주 공간에 가장 중요한 태을이란 이름을 붙인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정작 강증산이 태어난 시루산 아래 신송마을에는 입구에 ‘강증산성지’라 새겨진 나무 푯말만이 덩그맣게 섰을 뿐 생가를 비롯해 성지라 부를 만한 흔적이 별로 없다. 인근 입암면 접지리 대흥마을은 도조 강증산의 맥을 이어받은 보천교 교단이 형성됐던 곳이다. 당시 이곳엔 본부 건물인 십일전을 비롯해 건물 30여동이 들어섰으며 신도 수가 수백만명에 달할 정도로 교세가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일제시기 독립자금 중 많은 부분이 이곳 보천교를 통해 모금되었으며 그 때문에 조만식을 비롯해 많은 우국지사들이 보천교를 출입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신문기사에 따르면 조만식과 한규숙 등은 보천교 신도들이 마련한 30만원을 독립자금으로 만주에 보내려다가 발각되어 일경에 체포되기도 했다. 선승 탄허 스님의 아버지인 김홍규도 보천교 핵심 간부였다. 보천교는 종교집단이었지만 독립운동의 본거지였던 셈이다. 일제는 집요한 와해공작을 벌여 1936년 마침내 보천교를 해체시켰으며 당시 보천교의 본당이었던 십일전 건물은 해체되어 지금의 조계사 대웅전으로 옮겨졌다. 보천교 교단이 있던 대흥마을은 마을 전체가 보천교 신자들로 이루어진 보천교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옛 건물 7채만 남아 있다. 보천교 와해 이후 지금의 안운산 종도사와 안경전 종정이 강증산과 2대 도주 고수부의 종통을 이어 새롭게 이끈 것이 증산도. 증산도는 해방후 한때 신도가 70만명에 달했으나 6·25전쟁으로 교세가 주춤했다가 안운산 종도사와 안경전 종정이 1970년대 다시 문을 열어 지금에 이른다.“내가 후천선경 건설의 푯대를 태전(대전)에 꽂았느니라.”“태전이 새 서울이 된다.”는 도조의 유언을 중시, 대전에 본부를 두었으며 태을궁은 그중에서도 핵심 공간인 셈이다. kimus@seoul.co.kr ■ 전국 250여 도장·신자100만명 둔 증산도는 강증산을 도조(道祖)로 모시며 상생(相生), 보은(報恩), 해원(解寃), 원시반본(原始返本), 후천개벽(後天開闢)을 핵심 종지(宗旨)로 삼는다. 전국에 250여개의 도장(道場)이 있으며 신자 수는 100여만명으로 추산. 도장은 수행, 교육, 포교 활동의 구심점으로 대전에 본부가 있다. 세계적으로 20개국 50여개 도시에 도장을 갖췄으며 최근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7개 국어로 된 외국어 도전도 펴냈다. 신도들은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에 도장에서 도조와 도조의 종통을 이은 태모 고수부, 천지신명에 정성을 드리는 정기 치성(致誠)을 봉행한다. 평상시에는 집에서 매일 아침·저녁 청수(淸水·정화수)를 올리고 태을주 수행을 한다. 기도는 하늘을 받들고 땅을 어루만지는 형상의 절법인 반천무지(攀天撫地)를 하는데, 인간이 천지의 은혜에 보은하는 것과 함께 인간이 우주의 주인임을 상징한다. 지금 시대는 우주에서 여름과 가을이 바뀌는 과도기이며 앞으로 올 가을기에 통합과 상생의 새 문명이 열린다는 미래관을 갖고 있다. 다른 종교단체에 비해 대학생 등 젊은 남자들이 신도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대학교수, 의사, 한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도 적지 않다. 후천문명을 열 성직자 양성기관인 증산도대학교를 1984년부터 열고 있으며 전문 성직자를 기르는 성녀전사단 교육과정도 운영한다. 역사와 민족의 뿌리찾기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군부대, 교도소, 마을문고, 학교도서관 등에 ‘상생의 책 보내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 인권 선진국 佛도 ‘감옥은 죽음의 온상’

    |파리 이종수특파원|‘감옥은 병과 죽음의 온상’ 인권 사각지대인 감옥의 자화상은 인권을 중시하는 프랑스에서도 예외가 아닌 모양이다. 프랑스 국립윤리자문위원회가 8일(현지시간) 수감자들의 열악한 건강과 인권탄압 상황을 담은 ‘건강과 형무소의 의료행위’를 공개했다. 자문위는 보고서에서 ▲밤마다 가슴 통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지만 의료진을 만나지 못하는 40대 수감자 ▲뇌출혈로 죽어가는 수감자 등 다양한 인권탄압 사례를 꼬집었다. 또 숱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건강 검진을 할 때 수감자에게 수갑을 채우는 관행도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감옥은 병과 죽음의 온상이다. 감옥은 퇴행과 절망, 폭력과 자살의 공간”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감옥 자살비율은 일반인의 7배나 된다.”며 “그 가운데 절반은 무죄로 추정되는 피의자”라고 설명했다. 이런 높은 자살률의 원인으로 지나친 격리조치를 들었다. 윤리자문위원장인 디디에 시카르 교수는 “법이 아니라 법과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이 문제”라며 “건강은 유전자 문제가 아니라 인간 존중과 관련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수감자들의 정신 건강 악화를 우려했다. 그에 따르면 감옥이 갈수록 정신병자 격리 공간으로 변질되면서 수감자의 14%가 정신병에 걸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리자문위는 대안으로 의사들이 ‘중립성의 함정’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시카르 위원장은 “수감자와 감옥체계 사이에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잘 인식하고 의료인으로서 건강분야의 간섭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vielee@seoul.co.kr
  • [대입 정시모집 지원 전략] 전문가에게 듣는 논술·구술·면접

    [대입 정시모집 지원 전략] 전문가에게 듣는 논술·구술·면접

    오는 13일 수능 성적이 공식 발표된다. 수능 성적이 가장 중요한 전형요소이지만 논술이나 면접·구술 등 대학별고사를 실시하는 대학에 지원하는 수험생이라면 이제 대학별 고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대학별 고사가 당락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학별 고사의 출제 전망과 남은 기간 대비 요령 등을 소개한다. ■ 논술대비 이렇게 올해에도 논술을 실시하는 대학에서는 논술의 비중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별 정시모집 논술고사 요강을 보면 지난해와 큰 차이는 없다. 대부분 논제의 핵심을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 요구하는 대로 내용을 분석하고 있는지, 이에 따라 자신의 주장을 펼 수 있는지 등을 채점 기준으로 삼는다. 이 과정에서 합리성과 일관성, 창의적 사고력과 표현력을 평가한다. 논술을 실시하는 대학은 21곳으로 전체의 10% 수준이다. 반영 비율은 3∼10%다. 반영 비율은 낮지만 실제 수험생들끼리 경쟁 과정에서는 큰 폭발력을 갖는다. 비슷한 점수대의 학생들이 같은 모집단위에 지원하기 때문에 학생부와 수능의 변별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탓이다. 실제 지난해 정시모집에서 논술 때문에 당락이 뒤바뀐 비율은 한양대가 37%, 서울대 24.8% 등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 비춰볼 때 제시문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있지만 논제는 대체로 평이한 편이었다. 그러나 단편적으로 외운 지식이나 짧은 시간 공부해 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수험생의 사고력을 깊이 있게 평가하는 문제가 대부분이었다. 올해는 내년부터 도입되는 새 대입 제도를 앞두고 대부분 교과지식에 기초한 통합교과형 형태로 출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적인 답안 분량이 늘어난 것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교육부의 논술 출제 지침의 범위 안에서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그림이나 도표, 다양한 제시문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좋은 성적을 얻으려면 출제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자신의 관점과 견해를 분명히 표현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우선 지원하려는 대학의 출제 경향부터 파악해야 한다. 기출문제나 예시문제 등을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해당 대학 홈페이지에서 기출문제 등을 내려받아 풀어보고 약점을 보완하는 식의 공부가 효과적이다. 특히 대학마다 건학 이념이나 교육 목표에 따라 선호하는 논제 유형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예를 들어 서강대는 가톨릭의 특성을 반영해 신과 인간, 고통, 사랑, 죽음 등 종교철학적 논제를 출제하는 경향이 강하다. 서울대와 고려대는 큰 주제를 구체적인 영역에 적용하는 종합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자주 출제된다. 연세대는 한 주제에 대한 여러 관점이나 논점을 주고 이를 종합해 논술하는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 이화여대는 낙태나 마약, 사형 등 사회적인 이슈를 큰 틀의 윤리철학적 논제로 만들어 제시한 뒤 분석적으로 접근할 것을 요구하는 문제가 많다. 논술고사를 볼 때까지 남은 시간은 한 달여에 불과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자주 써보는 것이다. 실력이 단숨에 늘지는 않지만 최소한 이틀에 한 차례는 써봐야 한다. 완성된 글은 반드시 예시 답안과 비교해보고 선생님의 지도를 받은 뒤 다시 고쳐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 혼자 공부하기 쉽지 않다면 같은 대학에 지원하는 친구들끼리 팀을 만들어 쟁점이나 주제를 정해 토론하고 글을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답안을 쓸 때는 몇 가지 주의사항을 꼭 명심해야 한다. 우선 문제가 요구하는 내용을 단계적으로 해결해 써야 한다. 논제를 정확히 파악했다면 구상-집필-퇴고 순으로 써야 한다. 시간 배분에도 신경써야 한다. 자칫 실전에서 시간에 쫓겨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연습할 때 미리 시간을 정해 쓰는 연습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논술 시간은 대부분 120∼150분, 교육대는 70∼120분이다. 개인차가 있지만 논제와 제시문을 분석해 개요를 작성하는 데 전체 시간의 40%, 쓰는 데 55%, 퇴고하는 데 5% 정도로 시간을 나누는 것이 적당하다.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문제의 유의사항이나 조건을 지키지 않는 것이다. 문제에 따라 글의 분량이나 어법 등의 형식 조건이 있고, 논점을 벗어나지 말라는 내용 조건이 있다. 구체적은 사례를 제시하라고 하거나 흑색이나 청색 펜을 사용하라는 등 요구 사항을 무시하면 감점당한다. 분량이 많이 넘치거나 너무 부족한 답안도 감점 대상이다. 쓸 말이 없다는 이유로 제시문 곳곳에서 문장을 발췌해 그대로 쓰는 것도 금물이다. 제시문의 내용을 활용할 때는 자기 나름대로의 논리와 관점이 담긴 해석을 통해 자신의 말로 분석해 써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제시문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인용 부호를 사용해야 한다. 문장은 완결된 문장으로 쓰되, 간결하게 쓰는 것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한 문장에는 하나의 생각만 정확하게 담아 전달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어법이나 문맥에 맞지 않은 표현도 미리 연습을 통해 고쳐나가야 한다. 원고지 사용법에 맞춰 정확히 쓸 경우 상대적으로 감점을 당하지 않아 1∼2점을 더 얻을 수 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도움말:고려학원, 대성학원, 종로학원 ■ 구술 면접 이렇게 올해 정시모집에서 면접·구술고사는 11개 교육대를 비롯해 서울대와 경북대 등 48개 대학에서 실시한다. 면접·구술고사는 인성이나 가치관, 사회관, 인생관 등을 평가하는 ‘기본소양 평가’와 전공의 수학 능력이나 적성을 평가하는 ‘전공적성 평가’로 나뉜다. 기본소양 평가는 크게 수험생의 개인적 특성이나 가치관을 묻는 ‘일반 유형’과 시사 문제나 사회문화적 현상 등 사회적 쟁점에 대한 견해를 묻는 ‘시사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 유형의 경우 자신의 장단점이나 사회봉사 경험 등을 구체적으로 답변하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 미리 예상 가능한 질문을 만들어 놓고 답변 내용을 정리해두면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시사 유형에 대비해서는 올 한해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시사 현안에 대해 자신의 관점과 견해를 고등학교 교과서 내용과 관련지어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 전공적성 평가에서는 지원하는 모집 단위를 전공하는데 필수적인 기초지식과 전공 적성을 갖추고 있는지를 평가한다. 전공 관련 질문은 크게 지원 동기와 학업 계획, 장래의 희망 진로 등 전공에 대한 열정과 적성을 묻는 형태와 전공과 관련된 교과의 기본 개념과 원리, 응용 사례를 묻는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전공 관련 지식을 묻는 경우 논술로 측정하기 어려운 교과지식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이 제시되거나 영어 제시문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계열별로 보면 인문·사범계열의 경우 사회·문화 현상이나 시사 문제 등 사회적 쟁점에 대한 견해를 묻는 등 기본소양 평가가 대부분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시사 문제에 대해 토론식 면접을 실시하기도 한다. 반면 자연계열에서는 기본 개념이나 원리, 법칙을 제대로 아는지를 수식이나 계산을 통해 확인하는 문제, 기본 개념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전공적성 평가 형태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면접·구술고사에 대비하려면 논술과 마찬가지로 지원 대학·학과의 출제 경향부터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홈페이지에 출제 방향이나 지침, 면접 진행 방식, 기출 문제 등을 공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면접의 유형이나 단골 질문, 영어 제시문 출제 여부, 수학과 과학 등 교과지식의 측정 정도, 답변 준비시간, 건학 이념이나 교육방침, 해당 학과의 설명이나 교과과정 등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분석이 끝났다면 고등학교 교과과정 가운데 지망 학과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 기본 개념과 원리를 중심으로 다시 한번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문계는 윤리, 사회문화, 정치경제, 자연계는 물리, 생물, 화학, 지구과학, 수학의 교과내용 가운데 시사 쟁점이나 자신의 전공 학문과 관련된 부분을 점검해야 한다. 시사적인 내용도 별도로 정리해두는 것이 좋다. 시사 문제는 기본소양 평가는 물론 전공적성 평가 등 모든 유형의 면접·구술고사에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문이나 인터넷, 방송의 토론 프로그램 등을 적극 활용하면 사회적 의제의 배경이나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시사 문제는 구체적인 정보량보다는 이에 대한 자신의 관점과 입장을 어떻게 정리해 답변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자주 출제된 주제나 예상 문제에 대해서는 예시 답안을 만들어보고 지망하는 대학의 면접 방식에 맞춰 실제로 연습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과정에서 어색한 말투나 잘못된 언어 습관을 고치고, 자신감 있고 자연스러운 태도로 자신의 견해를 명확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면접·구술고사를 치르는 친구들끼리 팀을 만들어 다양한 주제로 토론하고, 돌아가며 면접관 역할을 맡아 해보면 서로 장단점도 지적해줄 수 있어 효과적이다. 실제 면접·구술고사 현장에서는 솔직하고 자신감 있는 태도로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좋은 인상을 준다. 질문에 답변할 때는 핵심과 결론을 먼저 말하고 구체적인 이유는 나중에 덧붙이는 것이 좋다. 답변에 일관성이 있어야 하지만, 실수했다면 그 자리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정정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잘 모르는 문제에 대해서도 아는 데까지 성실하게 답해야 한다. 구체적인 질문 유형별로 살펴보면 ‘설명하라.’는 질문에는 질문의 핵심을 한두개 용어를 이용해 짧게 요약한 뒤 구체적인 사례를 들거나 더 자세히 설명하는 순서로 답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의견이나 주장을 말하라.’는 질문에는 자신의 생각을 결정한 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충분히 제시하되 논리적으로 답변해야 한다. 추상적인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구체적인 질문에는 일반화해서 답변하면 무난하다. 구체적인 얘기 끝에는 항상 핵심을 요약하거나 일반론과의 관계를 정리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인 신상이나 생활 체험을 묻는 질문에는 솔직하게 답변하되, 구체적인 사례나 일화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수 있다. 대답을 나열해야 할 때는 중요한 것부터 순서대로 답변해야 한다. 면접관이 자신의 답변에 반론을 펴는 질문을 던지면 주장과 관점을 바꾸기보다 일관성 있게 답변하는 것이 좋다.‘무엇을’ 주장하는 것보다는 ‘왜’ 그런 주장을 하고 ‘어째서’ 다른 견해에 부정적이거나 반대하는지를 밝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도움말:고려학원, 대성학원, 종로학원 ■ 우리 대학 이렇게 뽑아요 ● 건국대학교 가·나·다군으로 분할모집하며 서울캠퍼스 1830명, 충주캠퍼스 1132명을 선발한다. 가군은 서울캠퍼스 문과대, 이과대, 공과대, 수의과대 등 13개 대학이 수능 성적 100%로 뽑고 예술문화대학 의상·텍스타일학부는 16명을 수능 60%, 학생부 40%로 뽑는다. 충주캠퍼스는 디자인조형대학이 실기고사 60%, 수능 30%, 학생부 10%로 선발한다. 나군은 서울캠퍼스 예술문화대가 디자인학부 20명을 수능 30%, 실기 70%로, 의상·텍스타일학부 29명을 수능 30%, 학생부 20%, 실기 50%로 전형한다. 다군에서는 서울캠퍼스 인문계가 수능 57%, 학생부 40%, 논술 3%를 반영하고 자연계가 수능 60%, 학생부 40%를 반영한다. 예술문화대는 학생부 20∼30%, 수능 30∼70%, 실기 40∼70%로 모집단위별로 반영률이 다르다. 수의예과는 1단계로 모집인원의 5배수를 수능으로만 뽑은 뒤 2단계에서 학생부 45%, 수능 50%, 면접·구술 5%를 반영해 최종 선발한다. 실업계고 출신자 특별전형은 수능 성적만으로 90명을 고른다. 충주캠퍼스 인문·자연계의 일반 학부(과)는 학생부 40%, 수능 60%를 반영한다. 2007학년도부터 특성화학부 생명공학 전공을 신설, 신입생 40명을 모집한다. 수능 성적 1% 내 학생에게는 4년간 전액장학금이 지급된다. 문흥안 입학처장 ● 경원대학교 가·나·다군으로 나눠 3027명을 선발하며 모든 전형에서 면접과 논술은 보지 않는다. 수능 제2외국어·한문 성적은 반영하지 않는다. 인문·자연계는 수능 65%, 학생부 35%를 반영한다. 미술·체육계열은 수능 30%, 학생부 30%, 실기 40%를 반영하며 음악계열은 수능 15%, 학생부 15%, 실기 70%를 반영한다. 수능 성적은 표준점수를 적용하며 자연계의 경우 수리 ‘가’에 6%, 과학탐구에 2%의 가산비율을 각각 적용한다. 학생부 성적은 평어 50%, 석차 40%, 출결상황 10%를 반영한다.2005년 3월 이전의 고교 졸업자는 비교내신을 적용한다. 내년 3월 경원전문대와의 통합을 계기로 ‘G2+N3’라는 학교발전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앞으로 10년 안에 2개학과를 세계최고 수준으로,3개학과를 국내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BT와 NT 연구시설을 기반으로 헬스케어 분야에 집중투자하고 특성화 대상으로 디자인, 중국학, 교양학을 지원한다. 원서는 22∼27일 인터넷으로만 접수한다. 제출서류는 우편이나 직접 방문으로 제출하되 31일 오후 5시까지 도착해야 유효하다. 합격자는 내년 2월2일 본교 홈페이지를 통해 일괄 발표하고 개별통보는 하지 않는다. 윤태화 입시본부장 ●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는 가군 1061명, 나군 30명, 다군 105명(일반 100명, 특수교육 대상자 5명)을 뽑고 수원캠퍼스는 나군 441명, 다군 380명을 선발한다. 수능 반영을 보면 인문계의 경우 언어와 외국어가 지정과목이고 수리 ‘가’ 또는 ‘나’, 사탐 또는 과탐으로 돼 있다. 자연계 중 수학, 물리, 화학, 생물학, 보디스플레이학, 한의예, 약학, 한약학과의 경우 외국어(영어)와 수리 ‘가’, 과탐이 지정과목이고 그 외 자연계는 외국어(영어) 지정, 수리 ‘가’ 또는 ‘나’, 사탐 또는 과탐이다. 수능 점수는 대학 자체 표준점수로 환산해 반영한다. 서울캠퍼스만 모집하는 가군 인문계는 학생부 30%, 수능 67%, 논술 3%를 일괄 합산하고 자연계는 학생부 30%, 수능 70%를 반영한다. 다만 한의예과의 경우 수능에 반영되는 영역 중 2개 이상이 1등급이어야 한다. 나군은 서울캠퍼스 인문계의 일부 모집단위만 학생부 30%, 수능 70%로 선발한다. 수원캠퍼스는 다단계 전형을 실시하는데 1단계에서 학생부 30%, 수능 70%로 모집인원의 5배수를 선정한 뒤 2단계로 1단계 성적 80%와 면접·구술 20%를 반영해 최종 선발한다. 다군은 서울·수원캠퍼스 모두 학생부 30%, 수능 70%로 뽑는다. 특수교육 대상자는 100% 수능으로만 신입생을 선정한다. 정완용 입학관리처장 ● 국민대학교 가군에서 1469명을, 나군에서 일반학생 106명, 취업자 71명, 농·어촌학생 119명, 실업계 고교 출신자 88명을, 다군에서 일반 87명을 각각 모집한다. 모든 전형의 수능 성적은 표준점수를 반영한다. 가군 인문·자연계는 수능 60%, 학생부 40%로 선발하며 인문계는 외국어 영역에, 자연계는 수리 ‘가’에 50%의 가중치를 부여한다. 예체능계는 수능과 학생부 성적 외에 실기고사를 포함하나 다군에 속하는 조형대학은 100% 수능으로만 모집한다. 학생부는 교과성적의 경우 3학년 1학기까지 지정교과목 중 이수한 모든 교과목의 평어 40%와 석차백분위 50%를 반영하며, 본교가 정한 33등급표에 의해 성적을 적용한다. 출결 성적 10%는 3학년 2학기까지의 사고결에 한한다. 전년도와 달라진 점은 음악학부가 2단계에서 실기고사 성적 반영 비율을 높인 것이다.2006학년도 실기 60%에서 2007학년도에는 70%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면서 수능이 20%에서 10%로 줄었다. 연극영화(이론) 전공은 전년도에 1단계에서 수능만 보던 것을 이번엔 수능 80%, 학생부 20%로 조정했다. 미술학부도 1단계 수능 100%에서 수능 60%, 학생부 40%로 전형 요소를 이원화했다. 이채성 입학정보처장 ● 단국대학교 서울캠퍼스는 가·나·다군에서, 천안캠퍼스는 나·다군에 걸쳐 정원 내 2634명(서울 1286명, 천안 1348명)과 정원 외 126명(서울 20명, 천안 106명)을 선발한다. 사범대를 포함한 서울캠퍼스의 인문·자연계열은 학생부 30%, 수능 70%를 반영한다. 천안캠퍼스 인문·자연계열과 치과대학, 의과대학은 학생부 40%, 수능 60%를 반영한다. 신설된 서울캠퍼스의 공연영화학부는 가군에서 선발한다. 공연영화학부(이론·연출·스텝) 영화 전공은 학생부 30%와 수능 70%를, 공연영화학부(연기) 연극 및 뮤지컬 전공은 학생부 20%, 수능 30%, 실기 50%를 각각 반영한다. 서울캠퍼스 다군의 도예과와 패션·제품디자인과는 1단계에서 학생부 20%와 수능 80%로 5배수를 뽑은 다음 2단계에서 실기고사 50%를 반영해 최종 선발한다. 학생부는 석차백분율(서울)과 평어(천안)를, 수능은 백분위를 활용한다. 다만 치의예과와 의예과에 한해 표준점수(수리, 외국어)와 백분위(과탐)를 활용한 대학 자체점수를 적용한다. 사범대 및 일부 모집단위에서는 수리 ‘가’에, 치의예과와 의예과는 과탐Ⅱ 과목에 대해 가산점을 부여한다. 면접고사는 서울캠퍼스 특수교육 대상자(정원외)에 한해 실시한다.2007학년도 신입생들은 내년 하반기 완공되는 수지캠퍼스에서 수업을 받는다. 황형태 입학관리처장 ● 동국대학교 가군에서 일반전형과 실업고 및 농·어촌 출신자 특별전형으로 995명을 선발하고 나군에서 일반전형으로 746명을 선발한다. 가군은 모든 전형에서 수능만을 보며 나군은 수능, 학생부 성적과 함께 모집단위에 따라 논술이나 실기, 면접고사를 반영한다. 고교 이수계열과 상관 없이 본교가 반영하는 수능 영역을 응시했으면 지원이 가능하다. 이과대학의 모든 학과와 수학교육과는 수리 ‘가’와 과학탐구 영역을 반영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교차지원이 불가능하지만 다른 모집단위에서는 교차지원이 가능하다. 학생부 성적은 지정교과 국어, 수학, 사회·과학, 외국어 중에서 학년별로 가장 성적이 좋은 1개 과목만을 반영한다. 또 전년도 졸업생부터 비교내신을 선택해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비교내신과 학생부 성적을 정확히 산출해 입학원서를 작성해야 한다. 나군의 인문계열과 영화영상 전공 지원자는 논술고사에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논술의 경우 5%만이 반영되지만 비슷한 점수대의 학생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변별력을 갖는다. 예체능계열 모집에 있어 전년도와 다른 것은 기존의 연극 전공이 공연예술학부(연극, 뮤지컬 전공)로 모집단위가 변경되면서 뮤지컬 전공 지원자의 경우 반드시 특기로서 뮤지컬 작품 중 하나를 노래해야 한다는 점이다. 체육교육과는 실기고사 종목 중 버피테스트가 사이트 스텝으로 바뀌었다. 이상일 입학처장 ● 동덕여자대학교 나군 604명, 다군 854명을 모집하며 예체능계열은 다군에서만 선발한다. 농·어촌 출신자 67명과 실업계 고교 졸업자 50명 특별전형은 나군에서 한다. 인문·자연계열은 수능과 학생부 성적만을 반영하며 예체능계열은 실기고사를 포함한다. 반영 비율은 인문·자연계열이 학생부 20%, 수능 80%이다. 예체능계열의 경우 회화과와 디지털공예과, 디자인학부가 학생부 20%, 수능 40%, 실기 40%이고 피아노, 성악과, 관현악과, 무용과, 방송연예과, 실용음악과, 모델과는 학생부 20%, 수능 20%, 실기 60%이다. 체육학과는 학생부 20%, 수능 50%, 실기 30%이고 큐레이터과는 학생부 20%, 수능 80%를 반영한다. 농·어촌 및 실업계 고교 출신자 특별전형은 인문·자연계열만 모집하며 학생부 20%, 수능 80%를 반영한다. 수능은 본교 반영 영역의 백분위 성적을 활용한다. 예체능계를 제외한 모든 지원자에게는 외국어 영역에 가산점 10%를 준다. 자연계열 지원자가 과학탐구와 수리 ‘가’ 영역을 선택했을 경우에는 각각 4%와 6%의 가산점을 부여한다. 학생부는 석차백분율을 적용하며 본교 지정교과 중 우수한 성적의 1과목을 추출해 총 6과목을 반영한다. 약학과는 총 7과목이다. 원서접수는 22일 오전 10시부터 27일 낮 12시까지로 인터넷으로만 실시한다. 박광식 교무처장 ● 서울시립대학교 정원외를 포함해 모두 1248명을 모집한다. 일반전형 1016명, 특별전형 232명이다. 나군의 인문·자연계열과 가군의 예체능계열은 특기자(외국어, 한문, 수학, 과학) 45명과 사회적 배려(기여) 대상자 42명, 청백봉사상 수상 공무원 자녀 2명, 정원외로 실업계 고교 출신자 54명, 농·어촌 학생 42명, 특수교육 대상자 5명을 특별전형으로 뽑는다. 일반전형의 경우 인문계열은 2007학년도 입시부터 논술이 추가돼 수능 65%, 학생부 30%, 논술 5%로 선발한다. 자연계열은 논술이나 면접 없이 수능 70%와 학생부 30%로 뽑는다. 예체능계열은 수능과 학생부, 실기고사를 통해 선발한다. 수능은 표준점수를 반영한다. 인문계는 언어, 수리 ‘가’ 또는 ‘나’, 외국어, 사회탐구(2과목)를 보며, 자연계열은 언어, 수리 ‘가’, 외국어, 과학탐구(2과목) 영역을 본다. 예체능계열은 외국어 등 2개 영역을 반영하지만 산업디자인학과만 언어, 외국어, 사회탐구(2과목)를 반영한다. 학생부는 교과와 비교과(출결) 성적을 반영하며 교과 성적은 석차백분율을 적용한다. 인문·자연계열의 경우 1학년은 전과목을,2·3학년은 국어, 영어, 수학, 사회(인문계열) 또는 과학(자연계열) 교과를 반영한다. 예체능계는 전학년 모두 전과목을 반영한다. 논술은 3시간동안 2000자 내외로 써야 한다. 김규성 입학전형부처장 ● 서울여자대학교 나군에서 일반 학생과 농·어촌 학생 및 실업계 고교 졸업자 특별전형으로 559명을, 다군에서 디자인학부와 수능 3개영역 전형으로 246명을 뽑는다. 예체능계를 제외하고 논술과 면접 등의 대학별고사는 실시하지 않으며 수능 백분위를 위주로 한다. 인문·자연계는 수능 50%, 학생부 50%를 반영하고 체육학과는 수능 50%, 실기 50%를, 미술대학은 수능 30%, 학생부 30%, 실기 40%를 각각 적용한다. 인문대와 사회과학대, 자율전공학부(인문사회계열)는 수능 반영 방법이 3+1이다. 즉 언어 30%, 수리 10%, 외국어(영어) 30%, 탐구 30%로 차등 반영한다. 자율전공학부(자연계열), 자연과학대(체육학과 제외), 정보미디어대학은 2+1 체제로 수리 ‘가’와 과학탐구 영역을 필수로 반영하며, 언어와 외국어(영어) 중 1개 영역을 택해 동일 비율로 반영한다. 학생부는 지정된 교과의 평어 평균으로 점수를 산출하며 실질 반영비율은 5%이다. 다군의 수능 3개영역 전형은 사회과학대(심리학과 제외)와 자율전공학부(인문사회·자연계열), 자연과학대(체육학과 제외), 정보미디어대학이 수능에서 지정된 3개영역 백분위의 합산으로 선발한다. 이 전형에서 수리 ‘가’ 응시자에 대한 가산점은 없다. 이영섭 입학관리처장 ● 인하대학교 일반전형의 경우 가군은 수능 100%로, 나군은 수능 40%, 학생부 30%, 적성평가 30%로, 다군은 수능 70%, 학생부 30%로 선발해 수험생들에게 폭넓은 지원기회를 제공한다. 수능은 3+1 체제로 인문계열의 경우 언어 30%, 수리 ‘가’ 또는 ‘나’ 20%, 외국어 30%, 사회탐구 20%로 성적을 반영한다. 자연계열의 경우는 언어 20%, 수리 ‘가’ 30%, 외국어 30%, 과학탐구 20%를 반영한다. 예체능계열은 언어와 외국어 영역의 성적만을 본다. 학생부 성적 반영교과는 인문계열이 국어·영어·사회를, 자연계열이 수학·영어·과학을 학년 구분 없이 반영한다. 특히 가군에서 아태물류학부 특별장학생을 30명 모집한다. 이 장학생에 뽑힌 학생에게는 한진그룹 입사를 보장하고 GU8 대학으로의 유학 최우선 선발 및 지원, 학부 및 물류전문대학원 등록금 전액의 혜택이 주어진다. 지원자격은 언어와 외국어 영역의 백분위 평균이 상위 4% 이내여야 한다. 자연과학대학에 새로 생긴 기초의과학부는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위한 학부이다. 앞으로 전문적인 수업을 통해서 의학전문대학원에 많은 학생이 진학할 수 있도록 신입생을 선발한다. 나군의 적성평가 고사는 다음달 12일에 실시한다. 원서는 22일부터 27일 오후 3시까지 인터넷으로만 접수한다. 박제남 입학처장 ● 중앙대학교 가군에서는 예술대학과 국악대학이, 나군에서는 인문·자연계열과 체육교육과, 체대, 음대, 연극영화학부가 신입생을 모집한다. 서울캠퍼스 인문계열의 모집인원 50%와 자연계열 30%, 안성캠퍼스 인문·자연계열 40%를 수능 성적만으로 우선 선발한다. 여기서 탈락한 지원자들은 자동으로 일반 선발로 넘어가 서울캠퍼스 인문계열은 수능 70%, 학생부 27%, 논술 3%를 반영해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서울캠퍼스 자연계열 및 안성캠퍼스 인문·자연계열은 수능 70%, 학생부 30%를 반영해 최종 선발한다. 수능 우선 선발에서 반영하는 영역은 서울캠퍼스 인문계열이 언어, 수리 ‘나’, 사회탐구, 외국어이며 자연계열은 수리 ‘가’, 과학탐구, 외국어 3개 과목이다. 안성캠퍼스 인문계열은 언어, 수리 ‘나’, 사회탐구, 외국어를, 자연계열은 언어, 수리 ‘가’, 과학탐구, 외국어를 각각 반영한다. 논술 고사는 3∼4문항을 출제하고 시험 시간은 120분이다. 출제 경향은 예년과 비슷하나 수리과학적 소재를 활용하는 문항에서는 교육부의 논술 가이드라인에 따라 변화가 있을 것이다. ‘풀이형’ 문항이 전면적으로 배제되고 핵심 개념 응용과 논리(과학)적 판단을 요구하는 문항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짐작된다. 강태중 입학처장 ● 홍익대학교 총 2237명을 선발하는 일반전형은 인문계열의 경우 가·다군에서, 자연계열 경우 가·나·다군에서 각각 분할 모집한다. 서울캠퍼스 미술대학은 나군, 조치원캠퍼스 조형대학과 게임그래픽디자인전공은 가군에서만 뽑는다. 가, 다군의 인문 및 자연계열 학부(과)는 수능 60%, 학생부 40%로 선발하고 나군의 공학계열은 수능 성적만으로 선발한다. 모든 전형에서 논술 및 면접 고사는 없다. 미술대학은 수능 성적 순으로 모집인원의 6배수, 조형대학은 4배수를 먼저 선발해 실기고사를 통해 최종 합격자를 선정한다. 나군인 미술대학의 실기고사는 다음달 16∼18일 실시되며 가군인 조형대학의 실기고사는 다음달 9일에 실시한다. 미술계열 학부(과)의 전형 방법은 수능 20%, 학생부 40%, 실기 40%이다. 수능 성적은 영역별 백분위를 적용하는데 지난해 처음 도입한 나군의 공학계열은 언어·외국어, 수리 ‘가’, 과탐 중 2개 영역을 반영한다. 나군의 예능계열은 언어, 수리, 사탐·과탐 중 택2 그리고 외국어 영역을 반영한다. 학생부는 평어와 석차를 반영하며 실질 반영비율은 4.6%이다. 이번에 신설되는 서울캠퍼스 자율전공 합격자는 사범대를 제외한 모든 학부(과)의 전공을 대학 재학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조치원캠퍼스 자율전공 합격자는 조치원캠퍼스 내의 모든 학부(과)의 전공을 추후 선택할 수 있다. 김태완 입학전형단장
  • [문화마당] ‘영향력’있는 허구속 인물들/여건종 숙명여대 영문학과 교수

    최근 미국에서는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허구속 인물의 순위가 발표된 책이 출간되어 화제가 되었다. 책의 제목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던 101명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들”로,“신화와 전설과 TV와 영화의 인물들이 어떻게 우리 사회를 형성하고, 우리의 행동을 변화시켰으며 역사의 진로를 설정했는가?”라는 거창한 부제가 달려 있다. 서구 문화권을 중심으로 선정된 것이어서 더러는 처음 듣는 이름들도 있으나 우리에게도 매우 익숙한 이름들이 이 리스트의 상위를 차지했다. 전직 의사, 컴퓨터 프로그래머, 과학 기술 저술가인 저자들은 각각의 리스트에 선정이유를 밝히는 짧은 에세이를 수록하고 있는데, 영향을 받은 사람들의 숫자, 그리고 영향이 얼마나 깊었는가가 선정 기준이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가상 인물 리스트에서 1위의 영광은 미국의 담배회사 필립 모리스의 말보로 담배 광고에 등장하는 말보로 맨이 차지했다. 수상 이유는 전세계 수백만명의 사람들을 암으로 사망하게 한, 지난 200여 년간 가장 악명 높은 살인자라는 것이다. 카우보이 모자를 눌러쓴 채 담배를 물고 거친 표정으로 응시하고 있는 이 사나이 중의 사나이의 모습에서 이상적 남성의 전형을 찾은 많은 남자들이 그 대가로 일찍 이 세상을 하직했다.2위를 차지한 빅 브라더는 조지 오웰의 ‘1984’에 나오는 정치적 전체주의의 상징이다. 선정이유는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정치체제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기 때문이다. 자유와 풍요를 상징하는 신자유주의의 중심, 미국과 빅 브라더의 친연성을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상당한 수준의 풍자이다. 오늘의 미국 사회가 시장 전체주의의 징후를 보인다는 점에서 이 풍자는 우리에게 하나의 경고로 들린다. 그것은 이 책이 순위 매기기 좋아하는 미국사람들의 호사가적 관심을 넘어서 어떤 종류의 문명비판을 지향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산타 클로스는 매년 4·4분기 미국 경제를 지배한 공로로 4위에 올랐고, 인형 바비(43위)는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미의 기준을 세운 죄로, 안데르센의 미운 오리 새끼(55위)는 아름다움을 인간의 가장 고귀한 속성으로 강조함으로써 인류의 99%에게 모욕을 준 죄로, 신데렐라(26위)는 이혼이 보편화된 시대에 계모들을 멸시하고 사람들을 마법에 의존하게 만든 죄로 선정의 영광을 안았다. 사람들은 흔히 이야기가 현실을 모방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현실이 이야기를 모방한다. 이야기가 먼저 있고 현실은 그것을 모델로 구성된다. 우리는 이야기라는 틀을 통해서만 현실을 보고 알 수 있다. 이 이야기 속에 다양한 인물들이 살고 있다. 정신 분석학에 의하면 인간은 원래 어떤 충동과 욕망과 에너지의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 생물적 존재를 정치적·문화적 존재로 만드는 것은 이야기 속의 인물들을 닮고 싶고, 그것이 되고 싶은 욕망이다. 프로이트는 이것을 자아 이상이라고 불렀다. 이 자아 이상과 닮아 가는 과정에서 태어나는 것이 ‘나’라는 존재이다.‘나’는 수많은 자아 이상들이 축적되어 형성되는 어떤 것이다. 우리는 이 자아 이상을 만났을 때 환호에 차서 소리친다.“저것이 바로 나구나.” 내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역동적인 과정, 하나의 축복이다. 따라서 이야기와 그 안에 살고 있는 인물들은 우리 삶을 의미 있는 것으로, 살 만한 것으로 만드는 상징적 자원이다. 말보로 맨은 많은 사람들을 고통 속에 죽어가게 했다. 그러나 나는 지금 목숨을 걸고 담배를 피우게 만든 말보로 맨의 그 흡인력을 인정한다. 우리에게는 이야기가 있고 그 안에는 멋있고 재미있는 인물들이 살고 있다. 다시 한 번 삶을 긍정해 본다. 여건종 숙명여대 영문학과 교수
  • “학교서조차 수니·시아파 집단싸움 일쑤”

    6일(현지시간) 이라크연구그룹(ISG)의 보고서 발표를 계기로 미국의 대 이라크 정책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영국 BBC의 바그다드 특파원 앤드루 노스 기자는 5일 미국의 정책 변화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냉소와 학교 교실로까지 번져간 종파갈등, 돈벌이에 혈안이 된 사업가 등 이라크의 절망적인 상황을 소개했다. 다음은 노스 기자의 ‘바그다드 일기’ 요약.●“새로운 계획? 뭐가 달라지는데” 미국에서 새 이라크 계획이 나온다고 하지만 바그다드 주민들은 거의 무시한다. 관심을 갖는 것은 나같은 사람뿐. 한 가게 점원은 “뭐가 달라질까? 미국은 전에도 새로운 계획을 제시했지만, 결국 상황은 악화됐을 뿐이다.”고 말했다. 그렇다. 이라크인들에게 최우선의 관심은 생존. 납치되지 않고, 길거리의 교전에서 목숨을 잃지 않는 것이다.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선 주민들은 엄청나게 올라버린 물가에 시달린다. 지난달 23일 사드로 테러 발생으로 통금이 실시된 이후 1㎏에 700디나르(500원)였던 토마토는 3000디나르(약 2150원)로 올랐다. 매달 수만명의 이라크인들이 탈출하고 있다. 한 의사는 “친구들이 만나 주로 하는 얘기는 ‘너도 떠날 거냐’는 것이다.”고 말한다.●학교 운동장까지 점령한 폭력 종파간 균열은 이라크 사회 깊숙하게 침투했다. 지난 주말 한 학교를 찾아갔다.14세 소년은 “우리학교엔 시아·수니 갱단이 있고, 얼마전엔 운동장에서 집단싸움까지 벌였다.”고 했다. 나는 거의 매일 아침을 폭발음과 총소리로 눈을 뜬다. 미 행정부는 현재의 상황이 내전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바그다드 서부 안바르 주 상황을 보라. 여긴 고전적 의미의 전쟁상태다.2003년 3월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미군 사망자는 2900명. 이 가운데 40%가 이 사막에서 숨졌다. 나도 최근 미 해병대에 배속돼 팔루자 인근 지역에 갔는데 상황이 심각했다.●모진 인간사의 현장들 이런 와중에 돈벌이를 위해선 목숨을 아끼지 않는 부류도 있다. 미군에 음식·의약품 등을 공급하는 한 남자는 미군측과 계약을 체결, 바그다드와 쿠웨이트를 오가며 생필품을 후송하고, 이를 위한 경호업무까지 맡고 있다. 그는 “지난번 수송작업에 160명이 나섰는데,40명이 사망했다.”고 했다. 스스로도 여러차례 위험한 순간을 넘겼다고 한다. 왜 계속하느냐고 물었더니 “간단하다. 돈이다.”고 했다.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지금 천수만에선] 철세떼와 인간의조우…지역경제도 ‘푸드덕’

    [지금 천수만에선] 철세떼와 인간의조우…지역경제도 ‘푸드덕’

    천수만 철새기행전이 열리는 충남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으로 전국이 시끄러운 가운데 철새기행전 폐막을 나흘 앞둔 지난달 30일 오후 1시쯤 탐조투어행 버스에 올랐다. 그러나 여성가이드로부터 “구경이 끝난 뒤 집으로 돌아가면 손발은 반드시 씻으라.”는 주의사항을 듣는 순간 탐조객들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철새 배설물이 조류 인플루엔자를 옮길 수 있다는 얘기를 염두에 둔 조언이다. 안내자 김정은(40)씨는 “조류독감이 발생한 뒤 투어버스 한 대당 평균 20여명씩 타던 탐조객들이 15명 정도로 줄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같은 차를 탄 강동희(71·충남 홍성군)씨는 “기분이 좀 찜찜하기는 하지만 그동안 수차례 왔어도 아무 문제 없었어.”라고 말한다. 철새기행전 관계자는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한 뒤에도 주말에는 탐조객들이 버스에 꽉꽉 찬다.”며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 예방법 등을 미리 알고 오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탐조객들을 안심시켰다. 이날은 안개가 좀 끼고 날씨가 흐렸다. 바람도 매서웠다. 서산A지구 담수호인 간월호로 들어가는 농장 입구를 버스가 지나자 다리 밑에서 말똥가리 한 마리가 찻소리에 놀라 ‘푸드득’ 날아올랐다. 안내자는 “이런 날은 맹금류를 많이 볼 수 있다.”고 알렸다. ●철새들의 낙원 천수만 버스의 좌우 창밖으로 보이는 논에서는 기러기가 수백마리씩 떼를 지어 앉아 먹이를 찾고 있거나 먼데를 쳐다봤다. 논에는 추수가 끝나 벼밑동만 바둑판처럼 줄을 지어 촘촘하게 박혀 있다. 기러기들은 찻소리에 한꺼번에 날았지만 채 10m도 못가 내려앉았다. 안내자 김씨는 “사람과 차에 익숙해져서.”라고 했다. 서산농장이 일반에 분양되고 철새기행전도 올해로 5회째를 맞으면서 사람과 차량의 출입이 잦아졌다.“이곳의 주인은 철새입니다. 여기에서 여러분은 손님일 뿐입니다.” 논길을 달리던 버스는 간월호 방향으로 틀어 호수변 탐조대에 멈춰섰다. 높이 3m, 길이 30m정도의 볏짚 탐조대로 철새를 보던 강씨는 “오늘은 적네. 날씨가 좋을 때는 철새들이 호수의 3분의1은 덮어.”라고 귀띔했다. 천수만의 철새탐조는 가창오리가 가장 많이 머무는 11월 초가 피크다. “이것 좀 보세요.” 안내자가 60배율 망원경을 탐조대 앞에 세우고 탐조객에게 손짓을 한다. 잿빛 기러기떼 속에 노란 황오리 4∼5마리가 먹이를 찾는 모습이 망원경으로 보였다. 탐조대를 출발해 호숫가 농로를 따라서 달리던 버스에서 강씨는 “저 그물을 못치게 해야 혀.”라고 말했다. 간월호변을 따라 그물이 연이어 쳐져 있었다. 붕어 등 먹이를 잡으려고 잠수했던 철새들이 걸려 죽는다는 것이다.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 서산시는 지난달 21∼23일 부산에서 열린 지방행정혁신 우수사례경진대회에 ‘철새조류 IT문화 콘텐츠구축사업을 통한 지역주민과 환경NGO간 대립과 갈등 극복사례’를 발표해 호응을 얻었다. 천수만 철새들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내년부터 홈페이지에 올린다. 일반인이 정보를 손쉽게 접근하고 이를 통해 서산의 이미지를 높인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에는 행자부가 주관한 전국 자치단체 경영행정혁신평가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조규선 시장은 “철새기행전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 행사”라고 자랑했다. 경제적 효과도 크다. 철새가 조류 인플루엔자를 옮긴다는 소문이 퍼진 지난해와 올해는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2004년에는 15만 2400여명이 투어에 참가했다. 입장료 수입만 2억 6700만원. 탐조객들이 기행전 때 서산을 찾아와 뿌린 돈 45억원과 54억원의 지역 홍보효과에다 어리굴젓,6쪽마늘 등 특산물 판매량, 지역 이미지 제고 효과까지 합하면 모두 270억원에 이른다고 서산시는 밝히고 있다. ●철새를 보호하라 ‘복덩이’인 철새들의 먹이를 확보하기 위해 서산시는 2003년부터 ‘생물다양성관리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는 농지 소유자에게 보상을 해주고 벼나 보리를 남겨 먹잇감을 확보해주는 것이다. 올해는 모두 770㏊의 논을 계약했다. 시는 올해 간월호에 철새들의 휴식공간인 80평 규모의 인공섬도 만들어줬다. 또 간월호 입구에 경비초소를 세워 밀렵이나 무단 출입을 막고 있다. 탐조투어 버스는 상류에서 돌아 반대편 호숫가를 따라 내려와 출발지에 도착했다. 탐조대 2개를 거쳤다. 투어노선 길이는 35㎞,1시간반이 걸렸다. 기행전 안내자들은 “새 도감을 보여주며 ‘이 새 언제 오느냐. 그 때에 다시 오겠다.’고 말하는 외국인 노부부도 있고 암에 걸린 남편과 동행한 부인이 ‘남편이 오래 살 것 같다.’면서 돌아간 일도 있다.”고 전했다. 서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매년 300여종 40만마리 찾아 천수만에는 해마다 300여종 40만여 마리의 철새가 찾아온다. 이들 중에는 뜸부기, 호사도요, 황새, 말똥가리 등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 11종과 2급 38종도 포함돼 있다. 10년간 천수만 철새를 관찰해온 김현태(38·서산농공고 생물과목) 교사는 “천수만은 가장 다양한 철새가 날아오는 국내 최대의 도래지로 겨울철새가 중심이다.”면서 “전 세계 가창오리 99%가 찾는 곳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창 많을 때는 가창오리만 30만여 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그는 “흰꼬리수리 등 맹금류들도 많고 종류도 다양하다. 혹한이 몰아치면 더 많이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여름에는 뜸부기, 해오라기, 백로, 후투티 등이 찾아오고 겨울에는 재두루미, 물닭 등 사시사철 철새들이 끊이지 않는다. 나그네새인 장다리물떼새, 호사도요 등도 찾아와 낙원을 만들고 있다. 천연기념물도 황조롱이(323호), 노랑부리저어새(205호), 원앙(327호), 재두루미(203호), 검은머리물떼새(326호) 등 37종이나 있다. 철새들이 많이 몰리자 너구리, 고라니, 족제비, 금개구리 등 희귀동물들도 많이 서식하고 있다.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는 삵도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삵은 2년 전 조사 때 70마리가 발견됐다. 국내 최고 서식지로 손색이 없다. 삵의 배설물을 분석한 결과,40% 정도가 철새를 잡아먹은 것이었다. 김 교사는 “서산농장 일부가 일반인에게 분양되기 전에 비해 철새가 많이 줄었다.”며 “농민들이 친환경 농사를 짓고 주민들이 ‘철새의 가치’를 깨닫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 차원의 보호대책이 빨리 세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연중행사 계획… 간월도 숙박단지도” “철새기행전을 연중행사로 열려고 합니다.” 김원균 천수만철새기행전 위원장은 “내년 말까지 간월도 인근에 철새생태관이 지어지면 이같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철새는 여름과 겨울에 모두 날아오고 텃새도 많기 때문이란다. 그는 “이를 위해 간월도에 숙박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시가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간월도 안에는 숙박시설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올해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았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외국인들이) 간월호 주변을 돌면서 ‘원더풀’‘베리굿’을 연발한다.”면서 “인공적인 청계천보다 수백배 낫다고 칭찬을 한다.”고 자랑했다. 이어 “외국에서는 1∼2종의 철새만 날아와도 호들갑을 떨면서 외국 관광객들을 끌어모으는 데 천수만은 세계적 철새도래지인데도 아직 그렇지가 않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주민과 농지 소유자들의 의식변화에 대해서는 고무적으로 받아들였다.“지난해 조류독감으로 철새 탐조객들이 크게 줄면서 식당 등 영업에 타격을 입은 게 주민들의 의식을 변화시켰습니다.” 그는 “농지 소유자들은 간월호 인근에 해미비행장 등 부대가 있어 A지구는 개발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기행전이 땅 가치를 올려줄 것으로 믿고 있는 것같다.”고 귀띔했다. 이 위원장은 “서산마애삼존불, 대산공단, 수덕사, 안면도 등 주변관광지와 연계, 세계적 철새도래지의 명성에 걸맞은 기행전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서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천수만 서산 해안과 안면도 사이의 바다를 일컫는다.1980년대 간척사업으로 4700만평의 서산AB지구가 생겼다. 간월도 남동쪽은 A지구, 북서쪽은 B지구다.A지구에 간월호,B지구에 부남호라는 담수호가 만들어져 있다. 간월호는 800만평이다. 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에서 빠져 20분이 채 안 걸린다. 간월도에는 별미인 꽃게장, 굴밥이나 회를 파는 서산횟집, 바다횟집, 오뚜기횟집 등이 있다.
  • [씨줄날줄] 下野/이목희 논설위원

    노무현 대통령이 엊그제 “임기를 다 마치지 않은 첫번째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비슷한 한탄을 했던 대통령이 과거에도 있었다. 공개석상의 발언이 아니어서 비사(史)로 알려지는 게 다를 뿐이다. 또 중도에 물러난 전직 대통령이 이미 4명이나 된다. 이승만·윤보선·박정희·최규하 전 대통령은 민중혁명, 쿠데타 군부의 압력, 시해 등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노 대통령의 ‘첫번째’라는 언급은 자의에 의한 하야(下野)를 지칭한 듯싶다. 역대 대통령의 임기 중단이 거론됐던 배경은 둘로 나눠진다. 첫째는 권력강화용이다. 물러날 의사가 없으면서 참모들을 압박하거나 정적을 견제하는 정치기술로 볼 수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5공청산 작업이 한창이던 1989년 말 민정당 핵심간부들을 청와대로 불렀다.“친구인 정호용을 사퇴시키려니 인간적으로 못할 짓이다. 하야절차를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혼비백산한 당간부들은 “각하, 아니됩니다.”라고 말렸다. 그때부터 여권 인사들은 죽을 힘을 다해 정씨의 의원직 사퇴를 관철했다. 전두환 정권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전 전 대통령은 86년11월 좌익세력 청소를 위한 친위쿠데타를 기획했다고 박철언 전 의원이 회고록에서 밝혔다. 실제 친위쿠데타를 일으키기보다는 검토사실을 퍼뜨려 야당을 비롯한 반대세력을 위협하겠다는 속셈이 깔렸었다고 본다. 둘째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하소연하는 푸념이 와전된 경우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임기말에 둘째아들이 구속되었다. 자존심에 먹칠을 당하자 의기소침했고, 비공식 자리에서 대통령직의 어려움을 몇마디 털어놓았다. 총리실 일각에서는 “대통령 궐위시에 대비하자.”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이를 전해들은 청와대 비서실은 발끈했다.“임기 마지막날까지 대통령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총리는 고건씨였다. 노 대통령의 언급은 두가지를 섞어놓은 모양새다. 절박한 심정이 느껴지긴 한다. 하지만 공개리에 작심하고 말하는 모습에서 정치의도가 엿보인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너무 자주 임기 관련 발언을 하는 것은 어떤 해명을 붙이더라도 좋게 비치지 않는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7) 성욕과 에로티시즘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7) 성욕과 에로티시즘

    20세기 프랑스의 구조주의 철학자 푸코는 역사에서 성욕의 영역이 어떻게 이성과 지식의 권력에 의하여 억압되어 왔는지 그의 저서 ‘성욕의 역사’ 3부작에서 분석했다. 한국에서 이 책을 ‘성의 역사’라고 옮겼는데, 이것은 잘못이다. 성(sex)과 성욕(sexuality)은 다르다. 전자는 중성적 의미를 띠고 있고, 후자는 성을 통한 인간 욕망의 분출을 뜻한다. 그는 성욕의 고고학적 계보를 추적하면서 서양이 추구해온 이성주의의 학문이 성욕을 광기와 유사한, 위험한 비이성적 대상으로만 취급해온 이성적 사회의 권력을 비판하면서, 이성과 비이성의 분리 이전의 인간의 진실을 찾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는 고대 그리스가 그런 분리 이전의 인간이해를 이루었다고 평가하면서, 로고스(logos=이성)와 히브리스(hybris=몰이성)가 대립과 모순으로 나누어지기 이전의 원초적인 통합의 인간을 찾으려 하였다. 푸코의 이 요청은 철학적으로 중요한 아포리아(aporia=풀리지 않는 난제)를 던졌다. 사실상 의식의 표면에서 인간은 이성적이고 도덕적인 것 같은데, 무의식의 심층에서 인간은 성욕의 용암을 폭발시키고 있고, 미칠 수 있는 광란의 가능성을 그의 몸 깊은 곳에 은닉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인간은 저 이성적 훈련에 의한 억압보다 폭발하는 몰이성의 말에 의하여 더 거짓없는 진실을 토해낸다. 그러나 성욕의 말은 진실하기도 하지만 위험하기도 하다. 푸코가 남다른 혜안으로 성욕과 비이성의 숨은 지하세계를 구조적인 인식론으로 밝혀 냈지만, 그는 동성애에 의한 에이즈에 걸려 50대에 일찍 죽었다. 프로이트의 심리학 이후로 20세기의 서양 철학자들은 대개 이 성욕을 주요한 테마로 다루었다. 왜냐하면 20세기 후기 철학의 큰 화두는 몸과 그 욕망이었기 때문이다. 이 주제를 가장 심도있게 다룬 철학자가 프랑스의 메를로퐁티다. 인간의 의식이 타자의 의식과의 상호관계에서 구체화되듯이, 인간의 몸도 타자의 몸과의 관계에서 잠을 깬다. 잠을 깨는 순간이 바로 에로틱한 느낌을 갖는 순간이다. 에로틱한 느낌은 꼭 성인 남녀의 몸 사이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고, 아기의 몸에 대한 가족의 사랑에서도 일어난다. 아기가 너무 귀여워서 발가락이나 뺨을 어루만지고 깨물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 인간의 몸은 타인과 관계를 맺음에서 객관적 대상이 아니고 살(肉)로서 나타난다. 내 몸과 타자의 몸과의 사이에 주관도 아니고 객관도 아닌 그런 애매모호한 사이세계를 공유하고픈 욕망을 몸이 각각 느낀다. 이 사이세계가 ‘살’(flesh)이라고 메를로퐁티가 말했다(24회 글 참조). 이 성욕의 에로티시즘은 나의 몸이 타자의 몸과 일체를 이루어 하나가 되고 싶은 욕망의 발로다. 모든 인간관계가 다 성욕으로 환원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성욕을 제외하고 인간관계가 해명되는 것은 아니다. 메를로퐁티가 그의 ‘지각의 현상학’에 든 보기를 취한다. 어떤 처녀가 애인과 사귀는 것을 어머니로부터 금지당한 이후에, 그녀의 몸은 스스로 먹고 잠자기를 거부하고 외출도 마다하고 드디어 실성하여 말도 하지 못한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성욕의 금지는 모든 다른 일반적 관계마저 스스로 차단시키는 결과를 빚는다. 성욕의 에로티시즘은 단지 좁은 의미의 성관계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타자지향적 운동의 거부를 초래하는 원동력으로 이어진다. 적어도 성욕이 인간관계의 모든 성취감을 가능케 하는 가장 저변의 원동력이라는 것이 메를로퐁티의 견해다. 그것이 없다면, 모든 인간관계가 사라진 목석이나 얼음과 같다는 것이다. 몸의 성욕은 모든 것을 의미화한다. 그것이 없어지면, 인간에게 의미마저 사라진다고 메를로퐁티는 생각한다. 모든 종교와 도덕은 다 성욕의 억압을 요구해 왔다. 푸코는 특히 서양의 기독교 율법이 성욕의 억압을 정상상태의 척도로 세워놓았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종교와 도덕은 에로티시즘의 적이었다. 어느 종교적 수행자가 성욕이 자꾸 발동되어서 마음이 에로틱한 생각으로 덮이기 때문에 성기를 잘라내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그는 성자가 되려는 욕망도 차단되면서 오히려 모든 의욕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성욕은 성기를 잘라낸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인간관계의 무의식의 원동력으로서의 성욕은 성기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성기는 그 성욕의 실현도구일 뿐이다. 성자나 현자는 이 성욕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메를로퐁티에 의하면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성욕은 물건처럼 어떤 창고에 가두어 둘 수 없고, 그것을 영원히 무화(無化)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성욕은 몸을 지닌 마음이 영구히 벗어나지 못하는 욕망이겠다. 몸을 떠난 마음은 혹시 성욕을 갖고 있을까? 불교적으로 마음은 습관화된 업(業)으로 보기 때문에 탈육(脫肉)의 마음도 그 인습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업을 바꾸지 않으면, 윤회의 바퀴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불교도가 아닌 메를로퐁티도 그 성욕이 우리 몸의 것도 아니고, 우리 자신의 의식의 것도 아닌 어떤 알 수 없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고 ‘지각의 현상학’에서 불교도처럼 짐작하기도 한다. 좌우간 성자와 현자도 성욕을 지우지 못하고, 그 성욕을 다른 방식으로 변용시켰을 뿐이라고 추측한다. 그가 성욕의 살을 철학적으로 언명하면서, 성욕은 몸이 타자의 몸과 일치하고픈 관여의 욕망이라고 표현했다. 이 일치의 욕망이 소유론적인가, 존재론적인가? 그는 이 점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그의 특유의 애매모호성(ambiguity)의 이론으로 성욕의 본질을 기술했다. 그러나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였던 라캉은 성욕을 소유론적으로 해석했다. 아기는 이미 무의식적으로 그의 어머니의 남근(Phallus)으로 존재한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아기가 이미 어머니의 자궁에서 탯줄로 연결되어 존재했었는데, 부득이 세상에 나오면서 그 탯줄을 자르는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된다. 그와 동시에 아기는 자기 몸이 산산조각으로 갈라져 있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치유 불가능한 정신병자는 자기 몸이 갈가리 찢겨져 있다는 환상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평생 괴로움에서 지낸다는 것이다. 예컨대 15~16세기 벨기에의 프랑드르 지방의 화가인 보슈의 그림인 ‘성 안토니오의 유혹’은 지옥의 고통과 에로틱한 분위기가 뒤섞인 분위기인데, 거기에 사지가 절단된 광인들의 환상이 그려져 있다. 라캉은 이 그림이 인간의 원초적 괴로움의 무의식을 반영한다고 보고 있다. 정상적 아기는 거울을 통하여 자기 몸이 온전함을 보고 매우 기뻐한다고 한다. 정신병자는 거울을 보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는 것이다. 좌우간 정상적 아기는 자기가 그 어머니와 일치상태에 있게 하는 남근이라고 착각하면서 남근으로서 어머니를 소유하고픈 욕망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기에 대한 남녀의 구분은 여기서 별로 의미가 없다. 이 착각을 깨는 것은 아기가 사회생활로 들어가는 순간에 이루어진다. 그 착각을 깨고 아기의 사회생활의 입문을 가능케 하는 것이 ‘아버지의 법’이라는 것이다. 아버지의 무서운 상징적 법이 아기가 어머니를 소유하려는 욕망을 금지하기에, 아기는 직접적 소유를 포기하고 간접적인 우회의 길을 밟아 언어를 배우면서 상징적인 에로틱한 소유적 합일을 늘 꿈꾼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기는 스스로 ‘이상적 자아’가 되기를 그치고, 아버지의 상징이 허용하는 ‘자아의 이상’을 찾아 자아실현의 길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이 커서 자기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은 모두 원초적 어머니와의 소유를 먼 우회의 길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이루려는 욕망에 불과한 셈이다. 에로티시즘에 대한 라캉의 소유론과 상징론은 이성의 노동으로서 일체의 모든 것을 의미와 지식으로 구성하려는 헤겔 철학과 유사한 데가 있다. 실제로 라캉은 철학적으로 헤겔을 좋아했다. 그러나 헤겔적인 일체의미와 그 논리의 사상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프랑스의 20세기 해체철학자로서 바타이유가 있다. 바타이유는 그의 저서 ‘에로티시즘’에서 심신의 모든 에로티시즘은 존재의 격리와 단절에 대하여 깊은 연속의 감정을 대체시키는 것으로 읽었다. 옷을 벗는 나체는 자기 폐쇄의 단절을 살아가는 인간이 그것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교환의 상태라는 것이다. 인간의 성욕은 바다의 파도가 서로서로 주고받듯이 혼융의 새로움으로 합일하고자 하는 자기부정의 황홀과 같다는 것이다. 이 황홀감의 욕망은 곧 죽음에의 몰입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에로티시즘은 죽음에게 문을 열어준다.” 여기서 말한 죽음은 자기 폐쇄적 고집의 소멸을 일컫는다. 성욕은 자기를 무화시키는 황홀과 직결된다. 자기 무화로서의 죽음은 곧 모든 분별력을 넘어 가려는 욕망을 말한다. 여기서 바타이유는 성욕을 황홀감의 종교적 신비주의와 비교한다. 다 같이 자기를 잊는 황홀감에서 성욕과 신학적 신비주의는 유사하나, 후자는 자기를 잃으면서 더 큰 것을 신으로부터 획득하려는 지배권(mastership)의 소유론을 버리지 못한 것이라고 그는 비판한다. 그는 이런 신학적 신비주의를 부정하면서, 에로티시즘과 자기의 비(非)신학적 신비주의(atheological mysticism)를 모든 지성의 파멸과 논리의 와해를 상징하는 무지(無知)와 무아(無我)와 비어 있는 하늘을 닮은 자유의 지상권(sovereignty)에 비유했다. 바깥에 대하여 ‘오직 모를 뿐’이라는 20세기 한국의 고승 숭산대사의 가르침은 곧 자아의 주체의식을 해체시키고, 이 해체가 자유로운 해탈의 지상권으로 마음을 이끈다는 바타이유의 사유와 일맥상통한 데가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성자는 육체의 성욕에서 일체 존재와 교환하는 마음의 황홀로 욕망의 자리를 단지 바꾼 것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에로티시즘이 죽음으로 이끈다는 것은 세상에 대하여 잘난 체하는 자아의 모든 분별적 지식을 포기한다는 것과 같다. 그가 ‘무(無)의 사유는 사유의 무’라고 말한 것은 결국 모든 지성적 사고의 포기를 유도하는 허심(虛心)이 ‘비신학적 황홀’(atheological ecstacy)이라는 말과 같겠다. 허심의 비신학적 황홀은 세상을 인간이 부과하는 의미로 채우려는 의지의 철학이 아니라, 놀이로서 자기를 잊고 만물과 교감하려는 자기 죽음의 사유와 동의어겠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9)뮤코다당체 침착증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9)뮤코다당체 침착증

    “인체의 대사 과정에 작용하는 수많은 효소 중 한 가지라도 결핍되면 관련 대사작용이 모두 중단되는데, 이 때 부분적으로 분해된 이른바 ‘뮤코다당(多糖)’이 세포와 조직에 쌓여 병증으로 발전하는 질환이 뮤코다당체 침착증(이하 뮤코다당증)입니다.”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진동규 박사. 유전학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로, 국내 관련 환자 70∼80%를 치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결국 이런 현상이 세포 손상을 일으켜 가시적인 증상, 이를 테면 아이의 외모가 변하고 이어 몸의 기능과 발달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뮤코다당증을 설명했다. 뮤코다당증(MPS·Mucopolysaccharide)은 뮤코다당이 비정상적으로 체내에 축적되어 생기는 유전성 질환이다.“아이가 MPS를 가졌더라도 태어날 때는 정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생후 1년 가량이 지나면서 점차 다양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증상은 MPS의 종류와 환자의 연령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데, 치료가 필요한 증상의 시작은 보통 귀의 감염, 콧물, 감기 등입니다.” MPS는 유전성이면서 동시에 진행성 질환이다. 당연히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구체적이고 심각해진다.“병증을 가진 모든 아이는 조악한 얼굴 형태에다 정도는 다르지만 관절 등 골격계 변형으로 신체활동에 심각한 제한이 따르게 됩니다.”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장기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는가 하면 시력장애를 유발하는 각막혼탁, 간과 비장의 비대와 이로 인한 심장과 혈관 압박, 성장 지체, 뇌수종 등이 나타난다. 또 피부가 두꺼워지고, 몸에 털이 많아지며, 만성 중이염에 나중에는 정신지체까지 오게 된다. 최근 이 병증이 부쩍 자주 거론되고 있는 것도 이런 병증과 무관하지 않다. 이 질환이 주는 고통은 상상 이상이다. 환자는 면역력이 약해 독감에 잘 걸리고, 한 번 걸리면 병원 문턱이 닳도록 치료를 받아도 잘 낫지 않는다. 특히 대부분의 환자가 어린 아이여서 부모들이 겪는 심신의 고통은 헤아리기도 쉽지 않다. 치료받지 않는 중증 환자 대부분이 10∼20세에 죽음을 맞는다는 점도 부모가 감당해야 하는 고통이다. 아직 정확한 국내 유병률도 파악되지 않아 전국적으로 수백 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만 추산될 뿐이다. 환자의 90% 이상이 어린이나 청소년이며 18세를 넘긴 환자는 10% 안팎에 불과하다. 이 병의 원인이 체내 특정 효소의 결핍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최근의 일. 이후 전문적인 연구가 진행돼 지금은 환자에 따라 부족한 효소에 따라 같은 뮤코다당증이라도 1∼9형(5,8형은 사용하지 않음)으로 구분하고 있다. 헐러증후군으로도 불리는 1형은 상염색체 열성질환으로 서구에서 가장 흔한 유형이다. 헌터증후군으로 알려진 2형은 국내 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관절이 굳고, 성장이 더디며, 특징적으로 머리가 커져 육안으로도 쉽게 증상을 판별할 수 있다. 산 필리포증후군인 3형은 중추신경계 증상을,4형인 모르퀴오증후군은 저신장 등 특징적인 골격계 이상을 보인다. 마로토-라미증후군으로 명명된 6형은 심폐 합병증으로 20세를 넘기기가 어려우며,7형인 슬라이증후군은 우리나라에는 거의 없으며,9형은 특징적으로 관절 부위의 연조직 종괴가 나타난다. 진 박사는 “이렇듯 종류가 많고, 유형에 따라 치료법과 증상이 제각각이어서 일률적인 패턴을 말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질환의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진단이 어렵지는 않다. 전문 소변검사와 효소검사를 거치면 대부분 확진이 가능하다. 치료제 개발도 가속화되고 있다.1·2·6형은 리소소옴 효소제가 나와 활용되고 있으며, 진 박사팀도 산자부 지원으로 우리나라에 환자가 많은 2형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질환의 특성상 완치 개념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적용하는 치료도 주로 보존치료법이지요.”예컨대 보존치료란 관절에 문제가 드러나면 관절을 유연하게 해주고, 감염에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하며, 호흡기에 문제가 나타날 경우 기도를 확보하거나 산소공급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더러 심장이나 눈에 문제가 생기면 외과적인 수술을 하기도 한다.“엄밀하게 말하자면 현재의 치료법은 병 진행을 제어하는 단계라기보다 드러난 증상에 대해 대증적 치료법을 적용하는 단계라고 보는 게 옳다고 봐야죠. 희망적인 사실은 1·2·6형에 이어 3·4형 치료제도 임상연구 중이라 머잖아 치료에 사용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렇더라도 치료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적절하게 의료기관의 관리를 받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의 삶의 질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본래적으로 질병을 갖고 삽니다. 당뇨나 고혈압처럼 잘 관리하고 치료받으면 정상적인 생활이 얼마든지 가능하듯 이 병도 전문적인 치료를 통해 얼마든지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합니다. 완치가 아니라고 치료를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진 박사는 특히 조기진단과 조기치료를 강조했다.“제가 관리하는 환자들을 봐도 조기치료를 받는 환자와 성인 환자의 치료 예후가 확연하게 다릅니다. 당연히 조기치료를 받는 환자의 예후가 좋은데, 이런 경우 같은 환자라도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지지요. 또 지금은 산전진단을 통해 미리 문제의 소지를 파악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가족력이 있다면 반드시 산전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 질환이 산정특례에 해당돼 치료비 중 80%는 건강보험에서 지원해 주며, 나머지도 각 지자체 등에서 지원해 환자들이 치료제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아직도 일부에서는 이런 병증을 갖고 있으면서도 치료비 걱정 때문에 병원 찾기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진 박사는 “지금의 치료법으로도 얼마든지 증상을 완화, 개선시킬 수 있으므로 환자와 가족이 희망을 갖고 이 질환을 봐줬으면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美女 홧김에 벗고 “이래도 남자냐?” (1)

    美女 홧김에 벗고 “이래도 남자냐?” (1)

    「에이프릴·애슐리」, 34세. 그녀의 사진을 보고 남자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옷을 벗고 수영복 차림이 되면 훨씬 더 여자다와지고 침실에서는 완전한 여자 노릇을 해 낸다 그러나 그녀는 남자라는 것이다. 영국의 재판소는 그녀의 결혼을 무효라고 판결했다. 성전환(性轉換)한 미녀(美女) 「에이프릴」이 엮는 충격적인 고백. 한 순간 법정안은 쥐죽은듯 조용해졌다. 나는 재판관의 입가를 뚫어질듯 쏘아보았다. 『「에이프릴·애슐리」, 34세. 당신과 「아더·코베트」씨와의 결혼은 아무래도 인정키 어려우며-.』 재판관의 차디찬 한마디 한마디가 뾰족하게 모난 돌처럼 나의 가슴을 찔러댔다. 눈앞이 캄캄해졌고 앉아 있는데도 양편다리에서 힘이 빠져 달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판사의 말은 이랬다. 나는 남자고 지금까지도 줄곧 남자였으니까 여성으로서 결혼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는 「여자」다. 나는 아름답다.「아더」와 팔짱을 끼고 거리를 거닐때 동성(여성)은 선망의 눈초리를 나에게 보냈고 남성들은 탐욕스런 눈짓을 하곤 했었다. 외관(外觀)만이 아니라 육체까지도 나는 여자다. 여자로서의 사랑의 행위를 나는 할 수 있는 것이다. 「아더」는 충분히 만족감을 얻고 있었던 것이다. 10년전 성전환수술을 받고나서 나는완전한 여인이 돼버린 것이다. 나는 이제 여성이외의 그 어느 것도 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이제부터 일생을 법적으로 남성으로 간주하면서 살아 가야 하다니 너무나 비인간적인 얘기다. (여인으로서 사랑하는 남편을 얻고 겨우 행복해졌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니 슬프고 원통해서 재판이 끝나고 나서도 한참이나 의자에서 일어나질 못하고 눈물만을 흘리고 있었다. 소년시절 나는 매일밤 침대옆에 꿇어앉아 기도를 해야만 했었다. 그리고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 특별한 기구(祈求) 한가지를 올렸다. 그것은 이런 기구(祈求) 였다. 『부디 하느님 내일 아침 눈을 떴을때 내가 계집애로 둔갑해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어린애적부터 육체는 사내애였으나 하는 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여자 같았다. 나는 계집애처럼 생겼었고 생각하는 것도 계집애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선 계집애가 되기를 마음속 깊이 깊이 바라고 있었다. 해가 지날수록 나는 여자다와졌고 15살쯤이 되자 「히프」가 발달되었다. 그리고 몸집은 여자맵시 같은데다 귀여운 계집애같은 얼굴이고 보니 남자복장을 하고 있는데도 모르는 사람은 반드시 나를 계집애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심리적으로 나는 계집애였지만 사내애들의 세계속에서 살아야 했다. 「리버풀」에서도 거센 지역의 남자학교에 다녀야 했던 나는 하고한날 남자애들의 구박을 받아야 했다. 나는 홱 밀치든가 매를 맞든가, 발길로 차이든가 새끼로 묶이는 것이 일쑤였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사내애들에게 학대받고 있었지만 도움을 청해보려 해도 그럴 사람조차 없었다. 아무도 나를 알아 주려 들지는 않았던 것이다. 어린 시절의 나는 그저 불행하기만 했던 것도 아니다. 비극이었다. 10대에서 훨씬 더 심했다. 17살이 될 때까지 나는 세번 자살을 기도했었다. 나는 육체적인, 정신적인 문제로 고민하는 세계유일의 인간이라고 스스로 단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는 않았고 나를 위로해줄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사실은 나같은 문제는 흔히 있는 일이었다. 내가 경험한 것처럼 지옥같은 생활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 많이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남성의 특징을 제거하고 여성의 것으로 바꾸기 위해 받았던 수술은 영국에서도 가끔 하고있는 수술이었다. 최근 1류 산부인과 의사에게서 들은 얘기로는 작년 「런던」의 어떤 병원에서만도 이 수술을 41건이나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단 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수가 있었다면 이 문제가 의학계에서 진지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아니할 수가 있을까. 수술전에도 또 후에도 엄청난 사회적 육체적인 문제가 있었다. 즉 사회는 그것을 환영하지 않았고 그 일에 대해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수술을 받고 진짜 여자가 되는 가엾은 사람들 가운데는 세상이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느낌때문에 매춘부가 돼버리는 축이 많다는 것이다. 수술을 받는 사람은 누구나 수술후에는 완전히 말짱한 여성이 될 것이라고 믿어 마지 않는다. 내 경우 마취를 하면서 욋과의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또 만납시다,「무슈」』 의식을 되찾고 차음으로 들은 소리는 『반갑습니다,「마드모아젤」』 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나 자신이 여자가 되었다고 믿었었고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다. 나는 괴물따위가 아니다. 피가 흐르는 인간, 인간다운 것을 모두 지닌 인간인 것이다. 그런데 저 이혼재판소의 판결은 나를 벌거숭이로 만들었고 고립무원(孤立無瑗)으로 만들어버렸다. 나같은 여자들은 모두 그렇다. 마음속 깊이 나는 자신이 진짜 여자라는데에 손톱만큼의 의심도 품지 않는다. 나는 여자로서 사랑하고 싶고 여자로서 사랑의 행위를 가지고 싶다. 만일 내가 다시 결혼한다면 양자로 삼고 싶은 어린애들의 진짜 엄마가 되어 주겠다-고 나는 늘 생각하고 있다. 나같은 인간이 많이있다.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인 바에야 사회는 우리들을 인정하고 우리들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받아 들여야 한다. 세상은 우리를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선데이서울 70년 3월 29일호 제3권 13호 통권 제 78호]
  • [열린세상] 입시철에 돌아본 진로 교육/강영혜 한국교육개발원 부연구위원

    미국에 사는 지인이 자녀 둘을 모두 의학 분야 최고의 명문대학에 보냈다는 소식을 듣고 ‘자식농사 참 잘 지었다.’라고 부러워한 적이 있다. 그런데 작년 여름 미국을 방문했던 아이로부터 의사보다 화가가 되고 싶어 한 아들 때문에 입학 후 2년동안 모두가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는 소식을 듣고서 자식농사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1990년대 이후 조기유학생이 크게 늘어났고 최근에는 외국의 명문대 학부 과정에 입학하는 한국학생도 상당히 많아졌다. 영국의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대학의 학부 과정 신입생도 한해 15명 정도 된다는데, 흥미로운 건 신입생의 70%이상이 이공계나 의학 전공이며, 인문학 분야는 물론 사회과학 분야도 한두 명뿐이라는 것이다. 이공계 적성의 학생들만 조기유학 간 것은 아닐 텐데 왜 이처럼 명문대 입학생의 전공 쏠림이 두드러지는지 궁금하다. 얼마전에 고등학생과 학부모들을 상대로 진로의식을 조사한 적이 있다. 그런데 학생과 학부모 모두 적성 중심 진로의식이 낮을 뿐 아니라, 특히 성적이 높은 학생이나 학력이 높은 학부모일수록 적성 중심 진로의식은 더 낮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고등학교와 학생들은 성적을 올리는 데 유리하다면 대학에서의 전공 계획을 무시한 채 좀더 쉽게 공부할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기계공학부를 가려는 학생도 학교에서 물리 대신 생물을 택하고, 그렇게 수능시험을 치른 학생을 대학의 기계공학부에서 뽑아주는 것이 대입전형의 현주소이다. 그런 점에서 위의 조사 결과는 물론 앞의 지인 가족이나 조기유학생의 경우도 ‘진학지도는 있되 진로지도는 없는’ 우리식 교육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바야흐로 입시의 계절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능 추위는 찾아왔고, 많은 어머니들은 절에서 교회에서, 그리고 고사장의 정문 앞에서 추위도 마다하고 기도에 열심이었다. 그런데 좋은 성적을 위해 뒷바라지하는 정성의 얼마만큼이나 부모들은 자녀의 꿈과 희망을 이해하고 인간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까? 혹시 부모의 일방적인 목표 설정과 뒷바라지 때문에 자녀들은 부모가 모르는 또 하나의 성을 쌓고 그 안에 자신을 가두게 되는 것은 아닌지. 평생에 걸쳐 새로 공부할 수 있는 시대라고 해도 대학에서 어떤 분야를 공부할지 정하는 것은 평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데 한 개인의 생애를 거는 결정에서 그가 어떤 분야에 소질이 있고, 무엇이 되고자 꿈꾸는지를 먼저 따져 보지 않는다면 열정적이고 진지한 삶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지금껏 자신의 적성과 소질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지 못한 채 점수 올리기에 골몰해 온 고3학생들에게 갑자기 적성에 맞는 전공을 골라야 한다고 하면 무척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개인의 행복은 물론 다양한 분야의 인재가 적재적소에서 일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도 지금과 같은 진로결정 행태는 더이상 곤란하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녀의 성적 순위에 상당히 민감하다. 그러나 자녀의 소질과 적성이 어디에 있으며, 평생을 걸고 도전할 만한 진로가 무엇인지를 찾도록 격려하는 부모는 정말 드물다. 이런 문제 상황의 배경에는 학벌이 최고의 무기가 되어 온 사회풍토가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부모와 자녀가 맨 정신으로 만나는 것 자체를 못 견디는 부모들의 의식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내 눈 앞에서 쉬거나 노는 꼴을 못 보아 넘기고, 아이들에게도 휴식과 몽상의 시간이 필요함을 인정하지 못하는 부모들의 점수 강박증이 자녀와의 인간적 소통을 어렵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밤 9시 전에는 부모도 자녀도 집에 돌아와 함께 뉴스도 보고 오늘의 삶과 내일의 꿈을 이야기하면서 하루를 마감하는 온전한 가족관계의 회복이 급선무이다. 강영혜 한국교육개발원 부연구위원
  • [표류하는 의료법안 (상)] 기나긴 ‘나홀로 싸움’… 집·직장 잃어

    [표류하는 의료법안 (상)] 기나긴 ‘나홀로 싸움’… 집·직장 잃어

    의료사고는 환자의 몸과 마음에 이중의 고통을 안긴다. 사람 일이 으레 그렇듯 의사도 실수를 하지만 의사들이 이를 은폐하려 들면 환자들은 극도로 어렵고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한다. 나날이 늘어만 가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는 의료사고의 문제점과 법적 쟁점, 대안을 상·하 두차례에 걸쳐 짚어 본다. 대전에 사는 박모(59)씨는 1997년 2월 턱밑이 부어 올라 한 정형외과를 찾아 수술을 받다 왼쪽 목 정맥이 절단당했다. 그러자 병원측은 느닷없이 말기암이라며 수술을 감행했다. 있지도 않은 암수술을 받은 박씨는 편도선 일부를 잘라내 지금 고무줄로 목을 조이는 느낌을 갖고 산다. 보상을 받기 위해 박씨는 병원을 상대로 9년 동안이나 소송을 벌였다. 그동안 의료소송에 전문성도 없는 변호사와 브로커들에게 준 비용만 1억 5000만원이나 된다. 하지만 박씨는 대법원에서 패소하고 말았다. 도장 공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업가로 집과 땅 등 부동산도 상당히 갖고 있었지만 다 날리고 지금은 영세민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박씨는 “온갖 브로커들에게 속다 보니 이제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은 의심병만 생겼다.”고 했다. 서울신문 취재팀이 만난 의료사고 피해자들은 모두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의사의 과실로 난 사고를 전문지식이 없는 환자가 입증하기 어려운데다 1·2심 판결에만 평균 3.9년 정도 걸리는 기나긴 소송 과정도 더욱 큰 고통을 주고 있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천모(60)씨는 5년전 고혈당으로 쓰러져 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아내(58)의 몸 속에 1m 가량되는, 고무로 된 의료기기가 들어 있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의사가 의료기기를 몸속에 둔 채로 수술 부위를 봉합했기 때문이었다. 소송에 필요한 신체감정을 위해 지난해 5월부터 아홉달 동안 법원이 지정해준 대학병원 등에 4번이나 진료기록을 보내 감정을 의뢰했지만 모두 “희귀한 케이스라 판별이 어렵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결국 감정결과 없이 소송에 나섰다가 병원측의 설득에 합의금을 받는 것으로 소송을 끝내고 말았다. 천씨는 개인택시까지 팔아 병원비를 충당해야 했다. 의료사고 전문 이인재 변호사는 “의사 세계가 워낙 좁기 때문에 서로 피해를 주는 감정을 해주지 않으려 해 어쩔 수 없이 대충 합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울산에 사는 회사원 이모(31)씨는 2001년 10월 출근길에 다른 사람들의 싸움을 말리다가 오른손 검지를 물리는 부상을 당했다.M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며칠이 지나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다.3주가 지나자 고름이 흐르고 썩은 냄새까지 나 다른 병원을 찾았더니 골수염이라고 했다. 결국 2차례 수술 끝에 손가락 한마디를 잘라냈다. 수술받은 병원에선 “1차 치료에서 원인균을 규명하지 않아 잘못된 항생제를 처방했다.”고 말했다.M병원에 항의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스스로 민사소송에 나서 직장일을 소홀히 하다 이씨는 5년 동안 세번이나 직장에서 쫓겨나야 했다. 감정을 받더라도 절차가 피해자에게 절대 불리하다.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이 대부분의 전문 감정을 대한의사협회에 의뢰하고 의협이 대형병원 등을 통해 감정한 결과를 통보해 주는 방법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협은 2년전 법원에 “의협을 통해야 감정의사가 알려지지 않아 객관적인 감정을 받을 수 있다.”고 자기들 주도의 감정을 의뢰하도록 요청했다. 정부는 실태 파악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를 돕거나 객관적인 감정기관을 만드는데는 더 무관심하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의술도 결국 인간이 하는 것이라 과오가 분명히 존재한다. 의료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입원환자 100명당 4명 가까이 의료과오 피해를 보고 있다는 통계를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의료기관의 협조도 없고 정부도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의료정책팀 임종규 팀장은 “관련 법도 없는 상태에서 실태조사를 하기는 불가능하다. 종합병원 한곳에만 연간 환자가 수십만명일 텐데 하나하나 사고인지 아닌지 밝히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재훈 윤설영기자 nomad@seoul.co.kr ■ 관련법안 4대쟁점 의료사고 관련법안은 1988년 의료계에서 처음으로 제정을 촉구했다. 이후 18년이 흘렀지만 각계의 입장 차이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발의와 폐기를 반복해 왔다. 현재 열린우리당 이기우 의원이 2005년 11월 발의한 ‘의료사고 예방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과 의사 출신인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이 올 5월 발의한 ‘보건의료분쟁의 조정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에 올라와 있다. #1 과실 입증책임 전환 현재는 환자가 의료인의 과실을 입증해야 한다. 이 의원안은 의료인이 본인의 무과실을 입증하도록 입증책임 주체를 전환하자는 것이다. 최근 대법원의 판례를 보면 피고측(의료인)에게 무과실을 입증토록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해자가 상대방의 과실을 입증하도록 하는 민법의 대원칙을 거스르기 어렵고 의료계가 “의료인에게 과다한 부담을 지운다.”며 반대하고 있다. #2 분쟁조정기구 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안 의원안은 모든 의료분쟁에 대해 반드시 조정기구를 거치고 합의에 이르지 못한 사안에 한해서만 소송을 걸도록 하는 ‘필요적 전치주의’를, 이 의원안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임의적 전치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법무부에서도 ‘필요적 전치주의’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조정기구 지휘권 문제와 직결되는 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도 각계가 요구하는 배정 인원수에 차이가 있다. #3 무과실 책임 보상 의료인의 과실이 없는 것으로 판명된 의료사고에 대해 보상금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두 법안이 보상금 지급한도 금액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기획예산처가 예산 문제를 들어 부정적인데다 시민단체 측에서도 “무과실 판례가 급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4 의사의 형사처벌 면책특권 의사가 책임보험에 가입한 경우 경미한 과실에 따른 의료사고는 형사처벌을 면제해 주자는 것. 법무부에서 가장 반대하는 부분이다. 이 의원안은 환자측이 의사의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에만 면책권을 주는 ‘반의사불벌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의사의 형사처벌은 벌금형 정도가 고작이다. 윤설영 이재훈기자 snow0@seoul.co.kr ■ 코 조직검사받다 시력 잃어 안녕하세요, 저는 52세 김정자라고 합니다. 스물아홉살 된 제 아들은 1급 시각장애인입니다.5년 전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코 속 조직검사를 받다 불의의 의료사고를 당했습니다.2001년 9월4일이었습니다. 회사원인 아들이 코가 막히고 눈 아래가 당긴다고 해서 서울 종로구의 병원을 찾았습니다. 코 안에 연골육종이라는 혹이 생겼으니 수술을 위해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같은 달 25일 검사를 했는데 멀쩡하게 들어갔던 아들이 1시간 뒤 부축을 받고 나오더군요. 의사는 “피가 많이 나서 조직을 못 떼어 냈으니 약 먹고 쉬다가 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10월4일의 두번째 조직검사도 이튿날의 세번째 조직검사도 모두 실패했습니다. 그럴수록 상태는 나빠져 갔습니다. 아들이 “눈이 빠질 것 같고 하나도 안 보인다.”고 하자 의사는 “조직검사에 실패해 수술을 못할 것 같다.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무책임함에 어이가 없었지만 급한 마음에 앰뷸런스를 요청했습니다. 대여비를 요구하더군요.5만원을 주고 강동구의 한 병원으로 가서 곧바로 혹 제거 수술을 했지만 아들은 결국 시력을 잃었습니다. 의사는 “무리하게 조직검사를 시도하기보다 수술을 먼저 했더라면 실명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아들은 사람들과 연락을 끊은 채 방에만 틀어박혀 삽니다. 저의 투쟁이 시작됐습니다. 병원에서 진료기록을 떼어 보니 10월 4,5일 문제가 된 검사를 했다는 기록이 삭제돼 있었습니다. 녹음기를 들고 의사를 찾아가 “조직검사를 했다.”는 말을 녹취했습니다. 하지만 호소할 곳이 없었죠. 변호사 사무실을 10군데 정도 돌아다니며 전문지식을 묻는데 30분 상담에 사무장은 3만원, 변호사는 5만원을 요구하더군요. 이듬해 7월 시작한 민사소송 재판에서 문제의 의사는 조직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결국 법원은 두세달 간격으로 조정절차를 서너차례 밟더니 공판 한 번에 “조직검사가 시력손상의 직접 이유가 될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후 올 2월 고법과 5월 대법원까지 4년 정도 걸렸지만 결과는 변함 없었습니다. 올 8월엔 관할 종로보건소를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법원에서 판결했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병원 앞에서 두달 동안 현수막을 펼치고 목이 터져라 부당함을 호소했고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장에서 1인 시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형사고소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에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를 했고 검찰은 지난 9월 벌금 200만원으로 의사를 기소했습니다. 한 걸음이나마 진전된 것이라며 좋아해야 할까요. 사고 후 5년이 흘렀습니다. 병원비와 변호사비로 수천만원이 들었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남편과 아들, 그리고 저의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생활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렸습니다. 의사가 사과 한 번만 했더라면 이렇게 힘든 과정은 시작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경고를 보내고 싶습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오늘도 팔을 걷어붙이고 집을 나서는 이유입니다. 글 사진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13일 TV 하이라이트]

    ●생존의 조건, 에너지(YTN 오전 10시30분) 3부작 다큐멘터리 1부 ‘검은 황금의 위기’편. 인류의 오랜 에너지인 석유는 40년 뒤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등은 대체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너지의 95%를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대책과 해법을 찾아보고, 해외의 환경 청청에너지, 녹색 에너지 등을 살펴본다.   ●문화예술 36.5(EBS 오후 10시5분) 우리말로 ‘완전 또라이’인 제목의 연극 ‘쉬어 매드니스’(Shear Madness). 미국에서 27년째 최장기 공연기록을 갖고 있으며,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유럽 등 8개 국어로 소개된 작품으로 1년간 국내에서 초연된다. 관객이 직접 증인으로 참여, 결말을 바꾸는 국내 최초 코믹 추리극 속으로 빠져보자.   ●왕의 남자(SBS 오후 9시) 말이 필요 없는,1200만 관객을 모은 우리나라 최고의 흥행영화.SBS가 창사특집으로 마련했다. 이준익 감독과 감우성·이준기·정재영·강성연 등이 만나 천민 출신의 광대이지만 누구보다 자유로운 삶을 원했고 살았던 조선 최초 궁중광대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인간 연산군에 대한 내면심리 묘사가 빼어났다는 평가.   ●닥터스(MBC 오후 6시50분) 배우 김명민이 진행을 맡았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세균성 뇌수막염으로 청력을 잃어버린 8살 희원이의 가슴 아픈 사연을 전한다. 희원이를 살리기 위한 가족과 수술을 통해 기적을 만들어낸 이광선 의사의 생생한 이야기.‘응급실 24’에서는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의료진의 사투를 긴박하게 전달한다.   ●인간극장(KBS2 오후 8시55분) 5부작 ‘화영씨 바람났네’ 1부. 농사일은 뒷전인 채 ‘닭싸움 아나운서’가 돼 마음이 콩밭에 가있는 남편과 그를 잡으려는 아내의 추격전이 펼쳐진다. 전남 낙안읍에 사는 문화영·김정숙씨가 주인공. 틈나면 닭놀이판에 가있는 남편을 보면 복장 터지는 정숙씨. 이들 부부의 숨 막히는 접전은 어떻게 결론 날까.   ●열아홉 순정(KBS1 오후 8시25분) 긴장한 기색도 없이 결혼식장을 돌아다니며 즐거워하는 윤정을 본 식구들은 기가 막힌다. 혹시 동국과 명혜의 눈에 띌까 조심하는 국화. 신혼부부가 제주도로 출발하자마자 윤후는 국화를 끌고 제주도로 간다. 명혜는 결혼식장에서 예전에 동국이 바람을 피웠던 여자를 봤다는 친구 전화에 깜짝 놀란다.
  • 통합교과논술 대비 이렇게-(2)인문계

    통합교과논술 대비 이렇게-(2)인문계

    2008학년도 대입 통합교과형 논술에서 내용상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에 보여왔던 사회와 언어영역의 통합 수준에서 벗어나, 인문계열에서도 수리와 언어의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어와 수리를 유기적으로 연결시킨 다면평가형 문항의 출현은 수리를 단순히 문제풀이 과정의 영역으로 인식하던 학생들에게 큰 충격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해당하는 문제가 서울대 2008학년도 1차 예시문항 2번과 4번, 연세대 2008학년도 논술 예시문항, 고려대 2007학년도 수시 1학기 논술문항 2,3번 등이다. 이 문제들의 공통점은 수리적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문학과 사회과학적인 주제에 대한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들은 언어와 수리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는 동일하나, 결합의 정도와 형식에서는 차이가 있다. 연세대는 수리논술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하면 사실상 답안 작성이 어려운, 언어와 수리의 유기적 통합 정도가 매우 높은 문항을 제시하였다. 이에 반해 서울대와 고려대는 언어와 수리의 독립성이 높은 유형의 문제를 출제했다. 출제 가능한 수학적 소재의 제한 등 출제과정의 어려움과 수험생들이 느끼는 난감함 등을 고려하면 서울대와 고려대 유형의 문제가 보다 현실적인 출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2008학년도 통합교과논술에서 언어와 수리의 통합은 수학의 개념적 이해를 바탕으로 추론능력을 측정하던 기존 수리논술 시험의 조건에 언어지문과의 연관성을 높이고, 수리적 개념과 논리를 현실에 적용하는 수준을 평가하는 선에서 타협된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 ●통합교과논술, 기존 출제유형의 확장으로 이해해야 지금까지 발표된 통합교과형 논술 예시문항은 전혀 새로운 시도이거나, 생소한 내용은 아니다. 오히려 기존 출제경향의 확장 혹은 확대라고 이해하는 것이 옳다. 대학마다 선호하는 특정 주제의 유형이 있기는 했지만, 역대 기출문제를 한 자리에 모아보면 전 교과 영역에 걸친 주제들이 다양하게 출제된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서울대가 발표한 2차 예시문항의 지문 가운데 기존에 익숙했던 문자텍스트를 벗어난 그림, 지도 등의 시각자료가 충격으로 여겨졌는데, 이것도 새로운 것은 아니다. 연세대는 이미 그림과 같은 시각자료를 지문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사회과학적 통계자료나 도표도 다른 대학에서 출제된 경험이 많고, 현재도 출제되고 있다. 지도의 경우만 출제된 경우가 없었을 뿐이다. 주제와 관련하여 예상되는 변화는 기존에 출제되던 주제가 거시적이고 개론적인 것들이었다면, 이제 좀 더 미시적이고 각론적인 것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과 인류애를 위한 조건들, 선악의 근본 문제, 공동체 원리의 문제, 역사원리의 문제, 인간 지위의 문제 등이 이전 논술의 주된 주제였다면, 이제는 사회적 사업에서의 의사결정의 문제, 예술 구현의 원리, 환경변화로 초래되는 삶의 방식 변화 등으로 미시화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기본적 고전 읽어둬야 최근 대학들은 논술고사가 교과서에서 다루는 지문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므로, 별도의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공교육 과정을 통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주장의 사실 여부를 떠나,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기존보다 많은 지문이 교과 영역 안에서 출제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교과의 지문 출제와 관련하여 예상할 수 있는 것은, 교과서에 나오는 지문 하나만으로 하나의 문제를 출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출제된다면, 통합교과논술이 지향하는 바와 상치될 가능성이 크고, 또한 본고사의 혐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때문에 교과의 지문이 의미하고 있는 내용에 대한 원리적인 의미를 고전이나 다른 교과의 내용과 연관지어 이해하고 해석해줄 것을 요구하는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 원리적 이해를 위해서는 여전히 기본적인 고전들을 읽는 것이 필요하다.2008학년도 통합교과논술에서도 교과서에서 다루어지지 않은 고전텍스트가 여전히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통적 기승전결 형식에서 탈피 대학들이 논술고사를 대학입시의 당락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 삼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평가기준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각 대학은 정시 논술에서 전통적으로 활용한 ‘기승전결이 있는’ 완결된 형태의 긴 글 형식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하나의 완성된 긴 글을 통해, 대학들이 평가하고자 하는 사고력을 다양한 층위로 변별해내는 것은 쉽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긴 글이 구성되는 과정을 여러 단계로 쪼개어 문제로 제시하는 방법이 대안으로 부각될 수 있다. 각 과정을 평가하여 학생들의 층위를 다양하게 구분하여 변별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시보다 상대적으로 논술 반영 비중이 높았던 수시논술에서 이런 유형이 주로 사용된 것을 보면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기존 고려대 수시논술이 전형적인 예가 될 수 있으며, 서울대 1,2차 예시문항 9개 가운데 8개가 이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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