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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올해도 의대 입시과열 이대로 좋은가/강대희 서울대 예방의학 교수

    [열린세상] 올해도 의대 입시과열 이대로 좋은가/강대희 서울대 예방의학 교수

    지난 10일 2012년 대학입시를 위한 수학능력평가가 치러졌다. 시험 당일 아침 시험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수험생의 자살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뉴스채널인 CNN은 ‘한국에서 고등학교 3학년은 지옥의 해“라고 전했다. 입시과열의 주범으로 의대와 법대가 1, 2위를 다툰다. 입시과열을 해소해 보고자 2002년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이 도입되었으나 우수한 대학 졸업생들이 의전원으로 몰리고 이공계 대학 교육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2015년부터는 의전원이 폐지된다. 서울대를 비롯한 전국 41개 의과대학-의전원 중에서 여섯 군데만을 제외하고 모두 의대 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올해 의전원의 수시모집 경쟁률은 작년보다 훨씬 높아졌다. 의예과로 모집하는 서울 주요 대학의 수시모집 경쟁률은 사상최대를 기록하였다. 대부분 100대1에 가깝거나 그 이상이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직업을 선택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은 ‘수입’과 ‘안정성’이다. 그 다음이 적성과 흥미다. 여기에다 한국적인 특성 하나가 추가된다. 좀 더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칠 수 있는 인재들을 의사로 만들고 싶어하는 ‘부모의 기대와 입김’. 청년실업이 국가사회에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요즘 의사는 아주 매력적인 직업이다. 실제 그럴까? 시험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유급에 대한 불안 등으로 해마다 의대생의 자살은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의과대학장협의회에서 전국 의대생 7000여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전체의 60% 이상이 자신에게 우울증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36%의 학생이 정신건강문제와 관련해서 상담이나 진료를 받고 싶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1%가 현재 자살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약 30명은 최근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의사가 되고 나서의 만족도는 과연 얼마나 될까?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170개 직업에 종사하는 3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의사는 크레인 및 대형트럭운전사·모델과 함께 직업만족도가 가장 낮은 직업으로 보고되었다. 직무만족도 조사에서는 전체 직업의 직무만족도 평균이 68%인데 반해서 의사의 직무만족도는 42%에 불과했다. 과연 의대 입시 과열에 대한 해법은 없을까? 그동안 의대가 학생을 너무 성적 위주로만 뽑은 것은 아닌지, 품성과 헌신을 고려할 수는 없는지, 의대로 들어온 학생을 기능인으로만 키우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의대 학생 선발과 의학 교육 체계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국립대부터라도 공공분야에서 일할 의사 할당제를 도입해 보는 것도 시도해 볼 만하다. 미래융합의학을 주도할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도 적극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사는 사회 속에서 아름다운 의사의 참모습을 보여주었던 세계보건의 수장 고(故) 이종욱 박사, 수단에서 헌신적인 의료봉사를 하던 고 이태석 박사 등 환자와 시민들을 아끼고 배려하는 전인적인 사회인 교육 또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의사와 같은 전통적인 직종 이외에 미래 유망직종에 대한 적극적인 안내와 홍보도 필요하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발간한 ‘미래사회 메가트렌드로 본 10개 미래기술 전망’에는 5대 기술 트렌드에 친환경 에너지 기술, 인간 삶의 진화, 융합의학의 성장 등이 포함되어 있다. 즉, 미래는 고령화에 따른 삶의 질 향상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주목받을 전망이다. 기초과학을 포함한 이공계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투자 확대도 시급하다. 미래 블루오션이라 할 수 있는 생명과학, 맞춤예방의료 분야에 대해서는 더 과감한 투자를 통해 청년 창업을 촉진하고 건실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논어 옹야 편에는 ‘어떤 일에 대하여 아는(知) 사람은 그 일을 좋아하는(好) 사람만 못하고 그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樂) 사람만 못하다.’고 하였다. 자기가 좋아하면서 즐길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도록 제대로 된 진로 진도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미래를 이끌고 갈 젊은이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어야 한다. 그들이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 [어린이 책꽂이]

    ●레고 브릭마스터 스타워즈(아이즐북스 펴냄) 책에 나온 이야기에 따라 8~9가지 인기 레고 모델을 조립할 수 있도록 구성된 신개념 레고북. ‘레고 브릭마스터 씨티’도 함께 나왔다. 책에 130~240개의 레고 블록이 포함돼 스타워즈, 씨티 등 레고 모델을 만들어볼 수 있다. 3만 2000원. ●수퍼맘 박현영의 말문이 빵 터지는 세 마디 영어(박현영 지음, 멘토르출판사 펴냄) 아이들이 TV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따라하는 광고 노래의 원리를 적용한 영어책. 3마디 내외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구성한 어린이 회화책이다. 1만 3800원. ●툴툴 마녀는 생각을 싫어해! (김정신 글, 마정원 그림, 진선아이 펴냄) 마법 세계에서 인간 세계로 내려온 툴툴 마녀와 고양이 샤샤가 겪는 좌충우돌 성장 이야기를 통해 논리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논술 동화. 1만 800원.
  • [책꽂이]

    ●잡문집(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비채 펴냄) 소설 ‘1Q84’로 청년들을 사로잡았으며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대작가의 자유로운 인간적 면모가 잘 드러나는 산문집. 30년간 써온 수상소감, 미발표 수필 등의 잡문 가운데 69편을 저자가 직접 골랐다. 1만 4800원. ●그게 뭐 어쨌다고(김홍신 지음, 해냄 펴냄) ‘인간시장’으로 유명한 소설가가 요즘 청년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수필. “불안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지만 ‘그게 뭐 어쨌다고’라는 생각 하나로 배짱을 부렸다.”고 경험을 들려준다. 1만 2800원. ●인간이 만든 질병 구제역(아비가일 우즈 지음, 강병철 옮김, 삶과지식 펴냄) 수의사학자인 저자가 국가의 정치적, 경제적 상황과 이해당사자들의 태도와 역학 관계에 따라 구제역에 대한 대처가 판이해져 온 역사를 세밀하게 그렸다. 1만 4000원. ●부드러운 양상추(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소담 펴냄)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로 유명한 일본 여성 작가가 음식에 관해 쓴 에세이. 도넛, 장어구이, 우동, 버터밀크 등 좋아하는 음식과 이에 얽힌 추억을 따뜻한 문체로 풀어놓았다. 1만 2000원. ●아빠의 별(최문정 지음, 다차원 펴냄) 소설 ‘바보엄마’를 쓴 저자가 아버지의 희생을 주제로 쓴 장편 소설. 군인인 아버지의 사랑에 목마른 발레리나 수민은 재벌 3세와 결혼하지만 행복하지 않다. 1만 2000원. ●길 위의 황제(박영규 지음, 살림 펴냄) 대중 역사서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의 저자가 조선 순종을 소재로 쓴 장편소설. 조선의 마지막 왕으로서 최후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노력한 순종의 삶을 섬세하게 그렸다. 1만 2000원. ●조선의 여류시인 미인도(박연옥 엮음, 오로라드림 펴냄) 미인도에 매진해 온 박연옥 작가가 자신의 그림 163점에다 신사임당, 이옥봉, 허난설헌, 매창, 송덕봉, 김부용, 홍랑 등 조선 여류시인 15인의 한시를 번역해 같이 붙여뒀다. 2만원.
  • ‘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으로 100번째 작품 무대 올리는 ‘연출인생 50년’ 김정옥

    ‘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으로 100번째 작품 무대 올리는 ‘연출인생 50년’ 김정옥

    올해로 연출 50년을 맞은 한국 연극계의 대부 김정옥(79) 연출가. 우리 나이로 팔순인 그가 요즘 ‘젊음의 거리’에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오는 23일부터 새달 11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술극장에 100번째 연출 작품이자 50주년 기념작인 ‘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 (이하 ‘흑인 창녀’)을 올리는 것. 공연 준비에 한창 바쁜 그를 지난 16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트레이드 마크인 베레모를 멋지게 눌러쓰고 나타난 그는 국내 아이폰 최고령 사용자로 조사됐을 만큼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즐기는 이다. 그런 그가 100번째 작품에서는 유난히 고집을 피웠다. 여주인공 캐스팅을 두고서다. 그는 배우 김성녀(61)를 고집했다. ‘템플’은 과거에 얽매여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지 못하는 30대 중반의 여성이다. 그런데 환갑을 넘긴 김성녀라니, 주위에서 곤혹스러울 만도 했다. ●美 포크너 소설을 佛 카뮈가 희곡으로 각색 “내가 인생을 80년 살았지. 그중 50년을 연극했고…. 그런데 겪어 보니까 제대로 연기할 수 있는 사람은 다양한 경험을 한 50~60대 배우들밖에 없더라고. 젊은 연기자들은 매력적으론 보일 수 있지만 성숙한 재미를 보여주지 못해. 인생의 전성기는 예순부터야. 안팎으로 성숙함이 깃드는 시기거든. 여배우도 50~60대 때 가장 아름다워. 무대 위에서 아주 빛나고 우아하지. 그런 면에서 김성녀만 한 적임자가 또 어디 있겠어.” 그렇다면 왜 하필 ‘흑인 창녀’를 100번째로 선택했을까. “99개의 작품을 연출해 봤지만, 이 작품이야말로 문학과 연극의 만남에 있어 가장 원초적인 작품이지. 배역도 중요한데 작품에 등장인물이 너무 많으면 산만해져. 배우 구하기도 어렵고…. 알맹이가 있으면서 압축된 무대를 만드는 데 이 작품이 제격이었어.” ‘흑인 창녀’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미국 소설가 월리엄 포크너의 소설을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가 희곡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상류층 백인 여성 템플이 자신의 아기를 죽인 흑인 하녀 낸시를 구명하기 위해 자신의 치욕스러운 과거를 고백하는 내용의 추리극이다. 1969년 국내 무대에 처음 소개한 이가 다름 아닌 김정옥이다. 그는 이 작품으로 백상예술대상과 동아연극상을 받았다. 이후 1978년까지 배우를 달리하며 여러 번 무대에 올렸다. 당시 시대 상황을 고려하면 제목이 다소 파격적이다. “원작 제목은 ‘한 수녀를 위한 진혼곡’이었지. 그런데 작품에 수녀는 나오지 않아. 포크너와 카뮈는 작품 속 흑인 창녀를 어떤 의미에선 진정한 수녀라고 생각해 그런 제목을 붙인 거 같아. 하지만 연극은 흥행성도 생각해야지. 문학 작품을 읽는 것과는 다르거든. 그래서 고민 끝에 ‘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이라고 제목을 바꿨지.” 그 과정에 ‘시련’도 많았단다. “서슬이 시퍼렇던 1960년대 말 아니야. 어느 날 검열에서 창녀라는 단어를 쓰지 말라고 하더라고. ‘흑인 수녀를 위한 고백’으로 바꿨지. 그랬더니 관객이 확 줄더라고. 그래서 그 다음 공연땐 ‘흑인 O녀의 고백’으로 고쳤어. 검열에 대한 내 나름의 저항 의미도 있었지. 하하.” 당시에는 유명한 작품이었지만 1978년 이후 무대에서 사라진 만큼 지금의 젊은 관객들에겐 다소 생소하다. 노()연출가는 그런 관객들을 위해 관전 포인트를 친절하게 짚어줬다. “사랑이라는 것, 인생이라는 것이 결코 겉치레가 아니라는 게 주제야. 난초는 추위를 겪어야 제대로 꽃을 피운다고 하지 않나. 인간도 고통과 고뇌를 겪음으로써 향기를 갖게 되지. 주변을 보게나. 사람들이 점점 거짓에 포장되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어. 이 작품은 그런 것들을 되돌아 보게 해줘.” 그는 여러 번 연출한 작품이지만 할 때마다 새롭다고 했다. 그때마다 연극의 성숙한 맛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하다고도 했다. ●국내 최고령 스마트폰 애용자?… 베레모 즐겨 써 그에게 있어 연극은 ‘삶’ 그 자체이자 ‘종합예술의 결정체’다. 1932년 광주광역시의 한 의사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중학교 때 연극반에서 활동했다. 서울로 올라와 수도극장 등에서 영화와 쇼를 보며 예술에 대한 꿈을 키웠다. 서울대 문리대 재학 때는 문학 동인회에서 활동하며 작가를 꿈꾸기도 했다.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영화도 공부했지만 최종 종착지는 ‘연극’이었다. “내 유년기는 일본강점기 때였어. 광주에선 동맹 파업, 좌익 독서회 사건 등 많은 일이 있었지. 나름대로 그때 내가 건방졌어. 서울에 와서 혼자 공부도 하고 그랬지. 연극을 하나 만든다는 건 한 세계와 한 인생을 만드는 거잖아. 영화는 스폰서가 있어야 했지만 연극은 동호인들끼리 원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었어. 그래서 자연스럽게 연극을 하게 됐지.” 중앙대 연극영화학부 학장을 거쳐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을 지낸 그는 국제극예술협회 세계본부 회장을 세 차례나 연임했다. 예술가에서 예술경영인으로, 그리고 다시 예술가로 돌아온 그다. 그래서일까. 공연을 향한 열정이 무척이나 뜨거웠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

    직장인의 애환을 다룬 미국 영화들은 한국에 들어오면서 기막힌 제목을 부여받는다. ‘벼랑 끝에 걸린 사나이’(1995·원제 Swimming With Sharks)나 ‘뛰는 백수 나는 건달’(1999·Office Space)이란 제목만 보면 원제목이 뭔지 당최 알 수 없다. 17일 개봉한 이 영화의 제목은 아예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이하 ‘직장상사’·Horrible Bosses)다. 현실의 직장이 얼마나 끔찍한 곳이면 저런 요상한 제목들이 튀어나왔을까 싶다. 회사가 모여 있는 곳의 술집은 직장인들로 붐빈다. 매일 밤 그들은 새로울 게 없는 말을 되풀이한다. 직장과 상사에 대한 불만은 단골 메뉴다. 욕바가지 직장상사가 편히 잠드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직장상사’의 세 친구도 직장 다니는 게 괴로운 녀석들이다. 그들이 술자리에서 주고받는 이야기는 상사 욕이 전부다. 임원을 꿈꾸며 밤낮으로 일하는 닉(제이슨 베이트먼)에게 사장은 재수 없는 인간이다. 승진을 미끼로 중노동을 강요하고 툭하면 인간적인 모욕을 일삼는다. 치과에서 조수로 일하는 데일(찰리 데이)은 여의사 탓에 악몽 같은 하루를 보낸다. 그녀는 억울하게 성범죄자로 낙인찍힌 데일을 성적 노리개로 대한다. 회계부서 직원인 커트(제이슨 서디키스)는 신임 사장의 부도덕한 처사를 눈 뜨고 보기가 어렵다. 사장에게 회사는 방탕한 생활의 자금원에 불과하다. 미래가 불안해 사표를 던지지 못하던 세 사람은 엉뚱한 자구책을 마련한다. 중반 이후 ‘직장상사’는 평범한 사람이 살인을 기도하는 이야기로 넘어간다. 극 중 대사에 나오는 앨프리드 히치콕의 ‘열차의 이방인’(1951)이나 대니 드비토의 ‘기차 대소동’(1987)도 그런 영화다. ‘열차의 이방인’이 ‘기차 대소동’에 영감을 준 것처럼, ‘직장상사’는 ‘기차 대소동’의 뒤얽힌 상황과 헐렁한 코미디를 빌려온다. 물론 스타일은 21세기식이다. TV시리즈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미국판 ‘오피스’는 모방해야 할 교본이었을 것이고, 얼치기 공모자들이 벌이는 한심한 짓거리는 ‘행오버’(2009) 같은 영화의 시류를 따랐다. 굳이 여러 제목을 늘어놓는 이유는 간단하다. ‘직장상사’가 전형적인 미국식 코미디란 얘기다. ‘직상상사’의 대사를 한국인에게 충실하게 전달하는 건 애초에 무리다. 번역자가 애써도 이런 유의 영화는 타 문화권의 사람에게 자막의 한계를 드러낼 따름이다. 불편한 농담과 이해할 수 없는 몇몇 상황은 웃어야 할 곳에서 머쓱한 표정을 짓게 한다. 그나마 공감이 가는 부분은 과장된 캐릭터다. 저런 인간이 과연 존재할까 싶지만, 현실에선 더한 인간들이 허다하다. 대기업 임원 가운데 후배 직원의 부인을 파출부로 호출하는 걸 당연시하는 인간도 있잖은가. ‘직장상사’는 최소한 대리 만족의 경험은 제공한다. 주연보다 조연이 더 화려한 영화다. 콜린 패럴과 제니퍼 애니스턴의 인간쓰레기와 색광 연기는 경악할 수준이다. 몸을 사리지 않고 망가지는 연기에서 프로 의식이 느껴진다. 특히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제이미 폭스와 케빈 스페이시의 존재감은 주연배우를 압도한다. ‘벼랑 끝에 걸린 사나이’에서 이미 악질 상사 역할을 맡았던 스페이시는 더욱 능글맞고 밉살맞은 인물로 분했다. 꼭 보라고 추천할 작품은 아니다. 자존심을 버린 채 하루를 보내고 퇴근하다 화풀이 삼아 보겠다면 말리진 않겠다. 영화평론가
  • ‘시간여행’ 경험 주장한 美 유명 최면치료사

    미국의 한 유명 최면치료사가 시간여행자들과 만났을 뿐만 아니라 자신도 약간의 경험을 했다고 말해 주목을 받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스튜디오시티 패치’에 따르면 최근 스튜디오시티 내 한 교회에서 열린 뮤츄얼 UFO 네트워크(뮤폰) 회의에서 브루스 골드버그 박사가 시간여행 경험을 주장했다. 우드랜드 힐스에 사는 브루스 골드버그 박사는 치과의사 출신의 최면치료사다. 그는 10여년 전 최면요법을 통해 70여년 전 발생한 한 살인 사건을 해결해 주목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는 시간여행에 대해 깊은 관심을 두고 있어, 시간여행에 관한 몇몇 저서를 출판하기도 했다. 골드버그 박사는 이날 강연에서 “짧은 기간 동안 과거와 미래를 보고 왔다.”고 밝히면서 “과거와 미래를 여행하면서 수천 명의 환자를 도왔다.”고 말해 당시 UFO 신봉자들을 포함한 청중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골드버그 박사의 말을 따르면 그의 연구는 지금까지 알려진 많은 UFO 납치 사건들이 사실 외계인이 아니라 ‘크로노너츠(시간여행자)’로 불리는 미래의 사람들에 의한 것으로 납치된 사람들이 스스로 따라나섰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시간 여행자들은 4차원 이상의 초공간을 사용하고 5차원을 제어함으로써 1,000년에서 3,000년 뒤인 미래에서 온다.”고 덧붙였다. 이날 골드버그 박사는 외계인 납치 사건이 시간여행자들의 소행이었다는 주장 외에도 시간여행자들 중에는 인간이 아닌 파충류 형태나 다른 형태의 외계인도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총 21권의 저서를 발간한 골드버그 박사는 오프라 윈프리 쇼, 몬텔 윌리엄스, 제리 스프링거, 조지 누리의 ‘코스트 투 코스트’ 라디오 쇼에 출연한 바 있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29) 혼자서도 당당한 ‘물닭’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29) 혼자서도 당당한 ‘물닭’

    이름부터 촌스러운 ‘물닭’. 처음 이 녀석을 발견한 건 재작년 겨울이었다. 동물원에 근무한다는 직업의식 때문인지 나는 바깥 동물에도 저절로 눈길이 갈 때가 많다. 남들이 못 보고 그냥 지나치는 동물들도 내 눈에는 모두 요술처럼 보인다. 그리고 알고 싶어진다. 사실 나는 새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휴식을 핑계 삼아 철새 도래지인 전남 순천, 강진, 해남 같은 곳으로 열심히 탐조(探鳥) 여행을 다니게 된 이유였다. 그 결과 새들의 이름 정도는 개략적으로 알게 됐다. 운 좋게 우리 동물원의 겨울 저수지에는 해마다 원앙, 청둥오리 같은 철새들이 찾아든다.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다 보니 날마다 그 녀석들을 만나게 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상한 이 녀석이 눈에 확 들어왔다. 예전 같으면 ‘고놈 참 맛있게 생겼네.’ 하고 지나쳤을 것이다. 맞다. 그 녀석과 같은 수많은 뜸부기과의 새들이 바로 그 이유로 인간에게 거의 멸종을 당했다. 이 녀석은 이름 그대로 물 위에 떠 있는 닭과 같다. 유선형의 날씬한 다른 물새들과 달리 통통하고 둔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남들 다 날아갈 때에도 혼자서 물 위에 동동 떠 남아 있다. 이런저런 약점을 갖고 있지만, 물갈퀴가 달린 발 모양이라든지 물속에 자맥질해 들어가 사냥하는 솜씨는 분명 야생의 물새임을 충분히 보여 준다. 모양이 앙증맞다 보니 하는 짓이 마냥 귀엽게 보인다. 새까만 몸에 유난히 하얀 부리는 세련된 감각미까지 연출한다. 생물학적 측면에서 철새들이 무리 없이 홀로 사는 것은 매우 드문 현상이다. 특히 이렇게 단점을 많이 가진 녀석들은 무리 생활을 하기 마련인데 혼자라니. 짧은 지식으로 추측해 보건대 아마 녀석은 모험심이 특별히 강할 것이다. 마치 소설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조나단’처럼 남들과 다른 새로움을 추구하는 동물, 바로 그 종의 진화를 이끄는 그런 특이한 동물들 중 하나다. 무리에서 ‘왕따’를 당했을 수도 있다. 그래도 구김살 없이 잘 지내고 해마다 다시 찾아오는 걸 보면 참 대견하다. 다행히 청둥오리 무리와는 마찰 없이 잘 어울려 지낸다. 낮에는 그들 사이에 끼어 자맥질도 하고, 같이 떠다니며 잠을 청하기도 한다. 저녁이 되면 보금자리인 수양버들 밑으로 와 혼자 덩그러니 휴식을 취한다. 그러다 봄이 되면 어느 날 홀연히 사라져 버린다. 우리 동물원에는 겨우내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가지만 늘 있는 이 녀석을 눈여겨본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사람 눈에는 대개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 녀석을 발견한 것은 큰 행운이었다. 혼자서 당당히 살아가는 것이라든지, 낯선 이들과도 잘 지내는 모습들. 일생 내내 내가 잘하지 못했던 것들이기에 그를 통해 다시 깨닫고 배운다. 올해는 녀석이 드디어 색시를 데리고 왔다. 최종욱 광주우치동물원 수의사 lovnat@hanmail.net
  • 끓어오르는 화 어떻게 다스리지?

    끝 없는 탐욕과 성냄, 그리고 어리석음의 탐진치(貪瞋痴)는 불교에서 깨달음에 장애가 되는 세 가지의 근본적인 번뇌로 경계한다. 이른바 삼독(三毒)이다. 그중에서도 화와 성냄의 진은 나를 해치고 남을 어려운 지경에 빠뜨리는 해악으로 여겨진다. 그러면 그 화는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베트남 출신의 승려이자 평화운동가인 틱 낫한 스님의 ‘화해’(불광출판사 펴냄)는 진을 다스리는 방법을 천착한 책이다. 인간은 누구나 무의식 속에 고통의 씨앗인 화를 품고 있고 그 화는 비슷한 환경에 처할 때마다 폭발하게 된다. 그 화는 먼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고 자손들에게 이어지게 되는 만큼 내 안의 화를 다스리게 된다면 과거와 미래의 화까지 모두 다스릴 수 있고 그것이 나와 남이 모두 평화롭게 사는 지름길이라고 스님은 말한다. 스님이 책에서 줄곧 강조하는 화의 치유법은 회피와 도망이 아니라 정면으로 부딪쳐 평화를 얻는 수행의 권유이다. 무의식 속에 도사리고 있는 고통의 씨앗을 ‘내 안에 다섯 살짜리 아이’로 보고 도닥거리며 어루만지는 나와의 싸움이다. 그 싸움은 지금 내가 하는 모든 행위를 온전하게 인식하는 데서 출발하는 만큼 내 몸과 움직임을 제대로 보기 위해 호흡에 충실하라고 스님은 권한다. 들숨 날숨을 통해 우리 몸과 몸 속의 작은 세포며 그 세포에 담긴 화의 근원까지 볼 수 있는 일상에서의 쉬운 수행이다. 부모미생(父母未生)의 나는 어떤 존재이고 어디로 가는가. 내 안의 ‘다섯 살짜리’ 아이는 바로 그 궁극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일 수 있다는 심리 처방. “불교는 하나지만 그 시대, 그 지역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다가가야 한다.”는 스님의 소신과 철학 그대로 책은 어렵지 않은 평이한 언어의 긴 묶음이다. 무엇보다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혼돈의 상태에서 빠져나와 마치 밖에서 구경하듯 우리 자신의 내면을 바라볼 때 달빛처럼 은은한 미소가 번진다는 그다지 어렵지 않은 화해의 방식. 그래서 단박에 알 수 있고 행할 수 있는 수행 양식, 즉 한 번의 호흡과 한 번의 고요한 발걸음을 통해 평화를 건져내자는 메시지의 은은한 전달이 특이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세상 최고의 의사이자 최고의 심리치료사는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스님은 결국 이렇게 말한다. “고통을 변화시키려면 그것과 싸워서도 안 되고 그것을 없애려고 해서도 안 된다. 그저 깨어 있음의 빛으로 고통을 씻어주라.” 1만 3000원.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태아 생명권” vs “임신부 자기결정권”

    “태아 생명권” vs “임신부 자기결정권”

    “사문화된 낙태 처벌 조항을 지키라고 하는 것은 과잉 규제의 대표적인 예다.”(황종국 변호사) “잉태된 생명은 그 자체로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낙태를 인정한다면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성승환 변호사) 헌법재판소는 10일 오후 6주 된 태아를 낙태시킨 혐의로 기소된 조산사(임신부 분만을 돕는 의료인) 송모씨가 지난해 10월 청구한 형법 제270조 제1항(낙태죄) 위헌소원에 대해 공개 변론을 가졌다. 공개변론에서는 태아의 생명권과 임신부의 자기결정권을 둘러싸고 팽팽한 의견이 오갔다. 형법 제270조 1항은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언제부터 인간으로 봐야 하나” 논란도 청구인 측을 대리한 황 변호사는 임신부의 실질적인 고통을 강조하며 현실론을 내세웠다. 그는 “낙태의 허용 범위 확대를 외치는 사람이 생명 존중 의식이 없어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임신부의 인생이 망가져도 아이를 살리라고 한다면 이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맞선 이해관계인(법무부 장관) 대리인 성 변호사는 “태아가 임부에게 의존하기는 하지만 독립된 완전한 생명체”라며 “임부가 내 몸이니까 내 마음대로 (태아를) 처분할 수 있다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태아를 언제부터 인간으로 봐야 하는지도 논란이 됐다. 성 변호사는 “12주냐, 24주냐 하는 식으로 인위적으로 구분하지만 이는 임의적으로 나눈 기준이지 그 자체가 다른 생명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생명은 그 자체가 본능적으로 생명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황 변호사는 “아기를 도저히 낳을 수 없는 임신부의 처지와 태아 사이에 절충점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초기 단계까지는 앞으로 살아야 할 임부의 인생도 존중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헌재는 이날 공개변론 등을 토대로 향후 ▲낙태죄 조항이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업무상 동의 낙태죄 조항이 위헌인지 등을 결정한다.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은 “(이번 위헌소원은) 임신부와 태아의 기본권이 충돌하는 사례로 두 개의 기본권이 상호 충돌할 때 헌재의 다수 의견은 이를 규범 조화적으로 해석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어느 한쪽을 무시하거나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법 임신 24주 이전 일정부분 허용 한편 우리 법 체계는 임신 24주 이전에는 낙태를 일정 부분 허용하고 있다. 모자보건법 제14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에서 ▲우생학적·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을 경우 ▲전염성 질환이 있을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임신의 지속이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 낙태를 인정하고 있다. 이럴 경우 모자보건법 제28조는 이번에 헌재의 도마 위에 오른 형법 제270조 1항의 적용을 배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박성회 서울대 교수 “내 연구는 당뇨 아닌 면역학… 이종 이식거부 해결한 것”

    박성회 서울대 교수 “내 연구는 당뇨 아닌 면역학… 이종 이식거부 해결한 것”

    서울대 의대 박성회(64·병리학) 교수는 제자들에게 자주 강조해 온 “연구성과가 만족스럽게 나오지 않으면 살리려고 애쓰지 말고 오류가 있다면 폐기하라.”라는 말을 곱씹고 있다. 지난달 31일 돼지 췌도(膵島·랑게르한스섬)를 당뇨에 걸린 원숭이에 이식한 뒤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7개월 이상 정상 혈당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표한 이래 쏟아지는 격려와 지적에 대해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서다. 박 교수의 연구는 국내 350만명의 당뇨병 환자, 나아가 세계 3억명에 이르는 환자들에게 분명 ‘희망의 빛’임에 틀림없다. 이종(異種)간 장기 이식을 통한 당뇨병 치료에 주요한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박 교수를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병원 기초연구동에서 만났다. →당뇨병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 -사실 내가 연구한 것은 당뇨가 아니라 면역학이다. 이종 장기이식에서도 내가 한 것은 면역억제항체를 통해 이식거부반응을 해결한 것이다. 뭐, 굳이 연(緣)이라면 아버지가 당뇨병을 앓으시다 합병증으로 돌아가셨고, 나를 키워 준 할머니도 당뇨 합병증으로 돌아가셨다. 아내도 당뇨병이다.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나서 어떤 지인은 “자기 집안 사람들이나 조심시키지.”라고 농담 섞인 핀잔도 하더라. 특별히 당뇨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다. →병리학과 면역학은 다른 분야인데. -내 눈을 보면 약간 튀어나와 항상 화난 사람처럼 보인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의 후유증 때문이다. 19살 때 이 병에 걸렸다. 당시 65㎏이던 체중은 45㎏까지 급격히 줄었다. 하지만 의사들은 원인을 찾지 못했다. 삼수 해서 서울대 의대에 입학했다. 의대 졸업반이 돼서야 내 병명을 알았다. 병을 앓은 지 거의 10년 만에 이게 갑상선에 문제가 있어서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갑상선을 전공으로 했다. 그런데 갑상선을 연구하다 내 병이 면역하고 관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손을 댔다. 1985년 미국 하버드대학의 다나 파머 연구소로 가면서 본격적으로 면역학을 공부했다. →25년간 연구를 했다. -연구하는 게 즐거웠다. 힘들면 못 하는 일이 연구다. 사람들은 내가 돼지췌도를 원숭이에 이식시키는 실험만 줄곧 매달려 온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사실이 아니다. 면역학을 계속해서 연구하다 이런 연구로 발전된 것이다. 원숭이로 넘어가게 된 지는 불과 5~6년 정도다. 2005년쯤에 ‘인간화 생쥐’(인간의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는 생쥐)를 만났다. 이후 생쥐 면역거부반응을 없애는 연구에 성공하고 원숭이 단계로 넘어갔다. →연구비 조달은. -보건복지부에서 2005년부터 5년간 해마다 1억원씩 지원을 받았다. 올해는 5억원을 받았다. 거대한 시설이 필요한 연구가 아니라 비용이 그렇게 많이 들지는 않았다. 무균돼지도 지원을 받았다. 마리당 700만원쯤 하는데 도움이 컸다. (박 교수 스스로 “다시 태어나면 이렇게 청춘을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너무 긴 지루한 연구, 시간과의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실적 부풀리기, 데이터 조작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황우석 사태를 염두에 둔 듯) 황우석 교수 이후에 우리 사회에 그런 시선이 많다. 기본적으로 학문적 발표에 대해서 검증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나도 계속해서 데이터를 공개하고 검증을 받을 생각이다. 하지만 검증 전부터 “저거 가짜다.”라는 말은 안 했으면 한다. 앞으로 수개월간 아니 몇년의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검증은 계속해서 받는 것이 ‘과학자의 책무’다. 신랄한 비판과 지적을 거부할 생각은 없다.(박 교수는 기자회견 때 “스스로 검증을 계속해 나가고 또 외부의 검증도 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세계이종이식학회 에마누엘레 코지 회장은 박 교수의 연구성과에 대해 “앞으로 이종간 장기이식은 한국과 미국, 유럽연합(EU)이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랑 같아 그렇지만 2001년 한국학술원상을 받았다. 지속적으로 연구성과를 내야 받을 수 있는 상이다. 이번도 지속적인 연구과정의 결실이다. →앞으로 일정은. -일단 2012년 말까지 동물(원숭이)대상 실험을 마치고 2013년부터 사람을 상대로 임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2015년쯤에는 본격적으로 사람을 치료하는 데 활용하고 싶은데 아직 딱 언제까지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임상에 아내도 참여하게 할 생각이다. 물론 아내를 설득해야 하지만…. 주변에서 서두른다고 말을 많이 하는데 소아당뇨 환자들을 보면 한시라도 빨리 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다. 솔직한 심정이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경쟁이 될 여지가 많다. 자세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논문이 발표됐기 때문에 외국계 제약사 등에서 건드릴 여지도 있다. →이종간 장기이식 연구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얼마 전에 복지부에서 이종간 장기이식과 관련해 법제화를 검토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검증이 안 된 단계에서 (정부에 대고) 뭘 달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과학계와 의료계의 검증이 마무리되면 그때 이종간 장기이식 연구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요구해도 늦지 않다. →의대교수로서 의사의 길보다 연구자의 길을 택했다. -스스로 생각하건대 좋은 의사가 되기는 힘든 성격이다. 병은 잘 본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의사가 기본적으로 환자를 이해하고 좀 따뜻하게 다가가야 하는데 내 성질이 별로 그렇지 못하다. 환자가 이거저거 물어보면 무뚝뚝하게 대답하는 편이다. 그래서 연구소에 붙어 있었던 것 같다. 젊었을 때는 선배들한테 진찰실에 안 붙어있고 틈만 나면 연구실로 간다고 혼도 많이 났다. 그때는 진료가 먼저였다. →짬짬이 즐기는 취미는. -없다. 아니 있다. 술과 수다다. 바둑은 어릴 적에 아버지께서 가르치려고 했는데 적성에 안 맞았다. 요즘 말로 ‘알까기’만 하다가 바둑알 다 깨뜨리고 그만뒀다(웃음). 나이 들고서는 골프를 배워 보려다 복잡하기도 했지만 시간도 많이 필요해 그만뒀다. 대신 술 마시고 제자들 하고 떠드는 걸로 스트레스를 많이 푼다. 저녁 먹으며 소주 몇잔 하고, 2차로 생맥주 한두잔 하면서 떠들면 안 좋은 일도 싹 잊혀진다. 주변에서는 “애들 모아놓고 뻥 친다.”고 놀리기도 하는데 일리 있다. 박 교수는 이날 인터뷰를 마치고 제자들과 소주를 마시러 간다고 했다. “지금의 결과물은 어떻게 어떻게 연구를 지속하다 보니 나왔다. 앞으로도 연구를 계속하다 보면 뭐가 나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종교가 없어서 ‘신의 뜻’이니 뭐니 하는 말도 쓰기 싫다고 했다. 박 교수는 내년에 정년을 맞지만 서울대 측은 박 교수의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박성회 교수는 서울대 의대 출신의 병리학자로 갑상선암 전문가다. 서울대 석사와 박사과정에서도 병리학을 전공했다. 1985~87년 미국 하버드대의대 암연구소에서 면역학을 연구했다. 2000~2001년 대한면역학회 부회장과 회장을 맡기도 했다. 1999년 에밀 폰 베링 의학대상을, 2001년 면역학 연구로 대한민국 학술상을 받았다. 현재 서울대 의대 병리학 교수다.
  • [글로벌 시대] 정당소멸과 마이크로 참여주의/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

    [글로벌 시대] 정당소멸과 마이크로 참여주의/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

    의회민주주의, 대의민주주의 200년의 역사가 소멸하고 신 직접민주주의, 마이크로 참여주의로 간다. 신세대들은 각자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고, 참여하여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하며 의사결정권을 나눠 가지고 싶어 하는 우리와 다른 종(種)이다. 농경시대, 산업시대, 정보화시대를 거친 인간은 점차 종자가 달라져 테크노문화에 적응하면서 문명의 신질서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제 인간은 모든 기술에 연결되어 서로가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 다르면 특히 정부나 사회로부터 원하는 것이 달라진다. 원하는 것을 기다리고 인내하지 못해 폭발해 버리거나 포기한다. 공자시대에는 공자만 현답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몇 달, 몇 년을 걸어서 공자를 찾아가 답을 얻었다. 하지만 요즘 학생들은 단 몇 초도 못 기다리고 검색을 한다. 종이 바뀐 것이다. 이런 국민들은 아무것도 기다리지 못한다. 국민들은 불만의 대량분출을 집단의식으로 가진다고 사회학자인 서리시 페르난도는 말한다. 이런 사회현상을 기술혁명이라고 하고 www. 인터넷, 첨단통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인해 서구에서 동구로 지구촌으로 번져 이제 우리는 변곡점에 서 있다. 이렇게 인간이라는 종자가 바뀌면 사회도 바뀌고 기업도 바뀌며 정부도 바뀔 수밖에 없게 된다. 미래학자들은 2040년이 되면 정당은 완벽하게 소멸되며, 2020년만 되어도 정당의 의미가 소멸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 이유는 1990년대 나온 인터넷 때문이며, SNS 즉 트위터, 페이스북, 스카이프 등 첨단과학통신기술로 대의민주주의 200년의 역사가 소멸하기 때문이다. 똑똑한 국민 개개인이 권력을 가져 스스로의 의사를 표현하되, 특히 불만을 삼키고 인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호불호를 ‘표현’하고 이제는 공감을 얻는 장(인터넷, SNS)이 생긴 것이다. 정당이 국민의견을 수렴하는 일을 잃은 것이다. 국민 스스로가 법 제정과 예산 책정 등이 가능하게 되어 의회가 하던 일을 SNS나 무료통화, 무료문자 등을 통해 신직접민주주의인 ‘상시국민투표 의사결정시스템’을 활용하게 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시에서는 이미 시청 직원 월급 등 고정예산을 빼고 난 나머지 예산 20%를 시민들 스스로가 어디에 쓸 것인지 결정한다. 지구촌은 이미 마이크로 참여주의 시스템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투표장으로 와서 찍어라.”라는 명령을 국민들이 거부함으로써 국민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새로운 민주주의가 열리며 정당 배제가 시작되었다.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의회가 스스로 서서히 힘을 잃어가는 과정을 마이크로 참여주의라고 한다. 마이크로 참여주의를 할 수 있는 재정지원 프로그램도 생겨났다.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이 리눅스 위키피디아라면 크라우드 펀딩은 처음에는 예술가들이 그들의 신작 오페라, 뮤지컬, 연극 등을 펀딩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최근 마이크로 참여주의를 위한 펀딩 시스템이 나왔는데, 바로 트라이브소싱(TribeSourcing) 즉 부족소싱이다. 대중펀딩을 원칙으로 그룹, 커뮤니티, 어떤 특정 명목의 운동을 위한 펀딩이다. 부족소싱은 어떤 프로젝트나 캠페인을 지원하는 사회적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한 프로젝트에서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할 수도 있다. 가령 다문화지원을 위한 부족소싱을 했다면 다양한 캠페인과 교육프로그램, 교류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 이 펀딩에 투자한 사람들은 사회적인 기여와 공헌을 하면서 단체 활동에서 삶의 의미도 찾고, 펀딩에서 나오는 이윤도 배당받을 수 있다. 이 사회적자본은 주로 사회변혁가, 사회구조변화 주도자를 지원한다. 월 10달러씩 사회변혁가를 지원하는 프로젝트에 후원하는 캠페인이 늘고 있다. 자본의 뒷받침 없이 사회변혁을 꾀하기 힘들다는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나온 사회적 펀딩의 예이며 서구에서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래사회는 사회변혁가에게 밝은 희망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사회혁신가 지원플랫폼과 모델이 세계 곳곳에서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 잡스 “MS는 비난받아 마땅… 인간애와 인문학이 없다”

    잡스 “MS는 비난받아 마땅… 인간애와 인문학이 없다”

    애플의 공동 창업주 고(故)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가 24일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40여개 나라에서 동시에 발매됐다. 책이 나오기 전부터 잡스가 전기 집필자인 월터 아이작슨에게 직접 전기를 써 달라고 부탁했으며, 아이작슨이 2009년부터 2년간 40여 차례에 걸쳐 잡스를 인터뷰하고 그의 친구, 가족, 동료, 경쟁자 등 100여명의 주변 인물들을 만났다는 사실 등 때문에 화제를 낳았다. 민음사에서 발간된 한국판(2만 5000원)은 925쪽에 이르는 방대한 양이다. 아이작슨은 시사주간지 ‘타임’의 편집장과 CNN의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했던 언론인. 그는 철저히 사실과 취재에 바탕을 둔 서술로 신비주의로 자신을 무장하고 세상을 바꾼 스티브 잡스를 조명했다. 잡스의 전기 집필을 두 번 거절했던 아이작슨은 잡스의 아내 로렌 파월을 통해 암 투병 사실을 알고 책을 쓰기로 마음먹는다. 잡스는 집필 과정에 어떤 영향력도 행사해서는 안 되며 사전에 보여 달라고 해서도 안 된다는 조건에 선뜻 응했다고 한다. ●생모에게 “낙태시키지 않아 감사” 잡스의 인생에서 빠지지 않는 중요한 사실은 그가 입양됐다는 것이다. “너네 진짜 부모님은 널 원하지 않았다는 얘기야?”란 동네 아이의 말에 울부짖는 잡스에게 양부모는 “우리가 너를 특별히 선택한 거란다.”고 일러주었다. 잡스는 양부모를 향해 “1000% 내 부모”, 친부모를 향해서는 “나의 정자와 난자 은행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후에 잡스는 생모 조앤 심슨에게 직접 전화를 해 자신의 존재를 알렸는데 “잘 지내고 계신지 확인하고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책은 “낙태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은 일이 고맙게 여겨졌다.”고 전했다. 전기는 “버림받음, 선택받음, 그리고 특별함은 잡스 정체성의 일부가 되었고 자신을 바라보는 하나의 방식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잡스는 버려졌다는 사실이 집착을 낳았다는 등의 성격 분석에 대해 “버려졌기 때문에 죽어라 열심히 일한다는 식의 얘기는 어처구니없다. 입양됐다는 사실을 안 것은 독립성을 키워 주었을지 모르지만 버림받았다는 느낌에 빠진 적은 없다.”고 일축했다. ●선불교와 채식주의로 영혼 형성 잡스가 미국에서 가장 학비가 비싼 대학이자 히피 생활 방식으로 유명했던 리드 대를 중퇴한 것도 유명한 사실이다. 그는 학비에 ‘노동자 계층에 속하는’ 부모의 돈을 많이 쓰는 것에 죄의식을 느꼈다고 훗날 자퇴 이유를 밝혔다. 홈스테드 고등학교 때 마리화나, LSD(환각제)에 손댄 잡스는 부모의 분노에도 의지를 꺾지 않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훗날 딸 리사를 낳은 크리스앤 브레넌과 부모의 반대에도 야산의 오두막에서 동거하기도 했다. 잡스는 첫 직장인 비디오게임 제조사 아타리에서 시급 5달러를 받고 고용되지만 곧 ‘냄새 나고 건방진 히피 녀석’이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일처리만은 똑 부러지게 해냈다. 그리고 유럽에서의 프로젝트를 해결하고 회사 돈으로 인도 순례를 떠난다. 7개월간 인도에서의 시간에 대해 “인도인의 직관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직관에는 강력한 힘이 있으며 지력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이 깨달음은 일하는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술회했다. 평생 야채와 과일만 먹는 강박적 식생활을 고3 때 시작한 잡스는 샤워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가졌고, 냄새를 풍겼다. ●디자인 열정 어린시절 주택서 유래 “단순함이란 궁극의 정교함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로 알려진 이 문구는 애플Ⅱ 팸플릿에 들어가면서 잡스의 디자인 철학이 된다. 깔끔한 디자인을 대중에게 공급하고자 하는 열정은 잡스가 어린 시절 살았던 아이클러 주택에서 유래했다. 1950~74년 캘리포니아 곳곳에 1만 1000채의 집을 세웠던 부동산 개발업자 조셀 아이클러는 깨끗한 디자인과 심플한 취향을 서민에게 선사했다. 잡스는 심지어 투병 중에도 “마스크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든다.”며 디자인에 집착했다. 병세가 악화돼 말을 제대로 못하는데도 의사에게 마스크를 다섯 가지쯤 가져오면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고르겠다고 지시했다. 책에는 애플이 아이패드에 삼성의 칩을 사용하게 된 사연도 등장한다. 잡스는 인텔 칩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들은 정말 느리다. 그리고 그들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고 싶지 않았다.”고 말해 삼성이 상대적으로 속도 경쟁력을 갖췄음을 시사했다. ●영속하는 기업이 핵심 “마이크로소프트(MS)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MS의 DNA에는 인간애와 인문학이 존재하지 않았다. 맥을 보고도 제대로 모방하지도 못했다.…월트 디즈니, 휼렛과 패커드, 인텔은 단순히 돈을 버는 기업이 아니라 영속하는 기업을 구축했다. 애플 역시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나는 내가 사람을 함부로 다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언가가 형편없으면 그저 면전에 대고 얘기하는 것뿐이다.” 책 말미에 실린 잡스가 직접 쓴 글 일부다. 그리고 잡스가 스탠퍼드대 졸업생들에게 한 유명한 말인 ‘늘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라.’(Stay Hungry, Stay Foolish.)는 실은 히피족 몽상가 스튜어트 브랜드가 카탈로그에 쓴 문구였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인간 심연 들여다본 심리 서적 3권] 의심이 열어준 새세상

    [인간 심연 들여다본 심리 서적 3권] 의심이 열어준 새세상

    신이 없는 세계, 종교적 확실성을 잃은 이 혼란하고 불안한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마음 둘 곳 없는 현대인 덕에 신경정신과 병원은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이다. 남과 여가 짝을 맺듯 도시인들은 전담 슈링크(shrink·정신분석의)를 둔다. 심리학을 다룬 책들이 봇물 터지듯 하고 정신과 의사가 쓴 책이 베스트셀러 순위를 장악한다. 의심, 고독, 거짓말, 속임수 등 갈래는 다르지만 인간 심리의 바닥을 들여다본 책들을 모았다. ‘의심의 역사’(제니퍼 마이클 헥트 지음, 김태철·이강훈 옮김, 이마고 펴냄)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2600년 동안 동서양의 종교적 의심을 연대기적으로 살폈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과학사를 전공한 저자는 그리스신화에서부터 유대교,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세계 각 지역종교의 발생과 변천과정을 추적하며 믿음의 역사 이면에 가려진 의심의 역사를 재구성한다. 모교에서 예술창작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역사상 최초의 의심은 2600년 전의 일로서 모든 신앙보다 오래되었다. 신앙은 멋진 것일 수는 있겠지만 유일한 멋진 것은 아니다. 의심은 신앙 못지않은 생동감으로 좋은 삶을, 열정으로 진리를 처방해 왔다. 많은 기준으로 판단하건대, 의심은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 이 책은 그 성공의 이야기다.”라고 말한다. 방황하는 인간은 주로 신을 찾는다. 절망에 처했거나 환희에 빠진 자의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말도 ‘오, 신이시여’다. 프로타고라스의 책 ‘신에 관하여’는 오직 첫 문장만 남아있지만 그 위력은 대단하다. “나는 신이 존재한다, 안 한다 말할 수 없다. 어떤 모습인지도 말할 수 없다. 그 앎을 가로막는 요인들이 너무 많은데, 그중 논의 대상이 불분명하고 인간 삶이 너무 짧다는 사실도 포함된다.” 이 책 때문에 프로타고라스는 신성 모독으로 기소되었고 재판 전에 바다 건너 시칠리아로 도망가다가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의심의 역사는 종교 역사의 네거티브 상일 수도 있지만 단순히 실체 없는 역사의 그림자는 아니다. 종교적 거장들이 위대한 말로 세계를 영원히 바꿔 놓았다면, 의심도 성실하게 진리를 추구해 왔다. 믿음에 거룩한 성인과 순교자들이 있다면 의심에도 소크라테스에서 스티븐 호킹까지 당대의 권력과 사회통념에 도전함으로써 역사를 진전시켰던 위대한 ‘의심의 영웅’들이 있다. 우리의 삶은 불공정하다. 우리는 정의를 갈망하지만, 세상에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고통스러운 일들이 별 이유도 없이 벌어진다. 세상에 존재하는 불의의 문제는 많은 신앙인을 회의에 빠지게 한 민감한 주제였다. 근대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신이 악을 막아내고자 하지만 그럴 능력이 없다면 신은 무능하다. 능력은 있는데 그럴 의향이 없다면 신은 악하다. 능력도 있고 의향도 있다면? 그렇다면 악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라고 의심했다. 저자는 여기서 성서 가운데 ‘욥기’를 의심의 텍스트로 다시 읽는다. 욥은 선량한 사람으로 신에게 축복받았다. 그러나 어느 날 신은 그의 신실함을 놓고 사탄과 내기를 벌인다. 욥에게 갖은 박해를 가하던 신이 욥을 꾸짖고 다시 선물을 주어 화해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인간에게는 정의가 있지만 신에게는 없다. ‘욥기’는 이런 정의 없는 세계에 대한 체념의 우화란 게 저자의 설명이다. 현대 작가 엘리 위젤은 홀로코스트 당시 죽음의 수용소에서 가장 사랑받던 어린아이를 게슈타포가 데리고 가 목매달아 죽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것을 보고 누군가가 “도대체 지금 신은 어디 있는가?”라고 말하자 위젤은 중얼거린다. “그는 지금 이곳에 목매달려 있다.” 저자는 우리가 정말로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의심뿐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지혜, 지식, 친구, 가족에 헌신하고 지역사회, 돈, 정치, 쾌락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지속적인 행복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따라서 마음을 열고 정신을 맑게 유지해야 한다. 그러려면 의심하고 변화를 기대하고 죽음을 수용해야 인생을 즐길 수 있다.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는 “항상 바보처럼 살라.”(Stay foolish)고 말했다. 그도 아인슈타인처럼 가장 위대한 의심가였다. 2만 8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송혜교 “연기보다 얼굴 주목 땐 속상해요”

    송혜교 “연기보다 얼굴 주목 땐 속상해요”

    송혜교(29)의 4년 만의 복귀작으로 주목받는 영화 ‘오늘’(27일 개봉)은 용서에 관한 한 편의 다큐멘터리나 종교영화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영화는 자신의 생일날 뺑소니 사고로 약혼자를 잃은 다큐멘터리 PD 다혜를 통해 진정한 용서의 의미와 그로 인해 생기는 인간적인 고민을 세밀하게 그린다. 스크린 속 송혜교는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로 진지하고 담담하게 극의 중심을 잡아나간다.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꽤 오랫동안 TV나 영화에서 얼굴을 볼 수 없었는데, 신비주의를 고수했던 것인가. -그동안 중국에서 영화 ‘일대종사’를 찍었다. 왕자웨이 감독의 영화인 데다 량차오웨이, 장쯔이 등 세계적인 배우들과 함께하는 작품이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촬영이 오래 걸렸다. 왕자웨이 감독이 전작 ‘2046’은 5년에 걸쳐 찍었다고 하더라. 겹치기 출연을 하는 성격도 아니고 중국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 공백이 생겼다. 신비주의는 결코 아니다. 말주변이 뛰어난 편도 아니고, 여배우가 작품도 없이 TV에 불쑥 나오는 것도 좀 그렇지 않나(웃음). →영화 속 모습은 발랄하고 통통 튀는 기존의 이미지와 정반대다. 진짜 성격이 궁금해질 만큼…. -시트콤 ‘순풍산부인과’ 때의 혜교와 실제 내 성격은 무척 다르다. 그때는 나이에 맞게 재밌게 했던 것뿐이다. 원래 내성적이고 낯도 많이 가리는 스타일이다. 일하면서 조금 외향적으로 변했다. 예전에는 이미지 관리를 중요시해서 꾹 참았지만, 이젠 경력이 생기면서 싫은 것은 싫다고 이야기하는 편이다. 나이를 먹으니 좀 예민해지고, 일적으로 더욱 고집스러워지는 것 같다. →먼저 출연 의사를 전달했다고 들었다. 굳이 무겁고 진지한 영화를 택한 이유는. 배우로서 어떤 변화의 계기가 필요했나. -하고 싶은 연기와 재미를 위해서 한 선택일 뿐이다. 로맨틱 코미디의 연기도 어렵지만, 내 자신이 크게 흥을 못 느낀다. 좀 더 고뇌하고, 많이 생각하고, 감독과 심리적으로 고민해서 만들 수 있는 캐릭터가 더 끌린다. 그래서 영화도 해피 엔딩을 좋아하지 않는다. (해피 엔딩은) 기억에 잘 남지 않는 것 같다. 연기하기 어렵더라도 한 장면 한 장면 완성하고 뭔가 채워 가는 게 좋다. 물론 지나가다 꽂히면 로맨틱 코미디를 또 할 수는 있겠지만…. →‘미술관 옆 동물원’, ‘집으로’ 등으로 유명한 이정향 감독의 복귀작이다.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오늘’의 시나리오를 보기 전부터 이 감독님의 섬세한 연출 스타일을 좋아했다. 감독님이 내가 몰랐던 무언가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작품을 자주 하는 분이 아니니까 (이번에)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만남 때 서로 호감이 생겨 작품을 같이하기로 했다. 나중에 시나리오를 받고 한동안 먹먹했다. 절제됨 속에서 표현된 다혜를 연기하기 무척 어렵겠다는 걱정도 들더라. →작업을 마치고 나서 달라진 자신을 발견했나. -영화를 보는 눈이 예전이랑 좀 달라진 것 같다. 연기에 대해 뭔가 알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좋았다(웃음). →극 중 다혜는 약혼자를 앗아간 가해자 소년을 어렵게 용서하지만 나중에 그 소년이 또다시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뒤 괴로워한다. 다혜의 용서가 이해되나. -마냥 용서하기는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소년이 너무 어리고 앞날이 창창한데 그 발목을 붙잡아 긴 시간 동안 벌을 받게 하는 것도 괴로울 것 같다. 세상이 자극적으로 변해서 답답해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다혜 같은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선의가 나쁜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사회적인 부조리도 짚고 있다.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인권이 더 보호되고, 용서를 해줬음에도 가해자가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않는 것을 보면서 다혜도 피해 당사자가 아닌 주변 사람들이 용서를 대신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주변에서 가해자가 피해자보다 더 당했다고 우기거나 사건의 진실과 상관없이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경우를 종종 보지 않나. →영화는 끊임없이 용서의 본질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믿음으로 용서하는 것이 옳을까. 아니면 단죄해야 하는 것일까. -나만 용서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 같지는 않다. 용서하는 사람도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용서받을 사람이 자신이 변화할 준비가 더 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작품 공백이 있어도 대표 미녀 스타로서의 입지는 확고한데. -물론 예쁘다고 하면 기분이 좋은데, 요즘엔 예쁘고 어린 친구들이 더 많지 않나. 솔직히 연기보다 외모가 부각돼서 속상한 적도 많았다. 어떤 영화를 찍어도 모든 것이 얼굴로부터 시작되고, 그쪽에만 포커스가 맞춰지는 것은 좀 부담스럽다. →지난 16년 동안 여배우로 살아오면서 황당한 소문 때문에 힘든 적도 많았을 것 같은데. -애먼 스캔들이 나는 것도 그렇고, 이상한 스폰서 얘기도 터져나와 황당했다. 한번은 누가 팬카페에 “스폰서를 두지 않아도 될 만큼 돈이 있는 것 같은데….”라는 글을 올린 적도 있다. 한번 본 적도 없는 사람인데 (스폰서로 거론된) 그분은 또 얼마나 황당했겠나. →작품을 함께한 상대 배우와의 교제로 지금도 회자된다. 힘들지 않나. -사실 내 나이 또래에 연애를 하는 것이 특별한 것은 아니지 않나. 그냥 크게 마음에 두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배우로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 않나. →결혼은 언제쯤. -아직 계획 없다. 엄마도 하고 싶은 일 다 하고, 최대한 늦게 가라고 하신다(웃음). 일본 소설 ‘고백’을 참고하며 다혜의 절제된 감정을 표현하려 애썼다는 송혜교. 이런 그녀의 꼼꼼함에 이 감독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여배우 주연 영화가 점점 줄어드는 현실 속에서 자신의 소신대로 꿋꿋이 필모그래피(출연작품 목록)를 쌓아가고 있는 그녀에게서 CF 스타가 아닌 여배우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데스크 시각] 영리병원의 이면을 보다/심재억 의학 전문기자

    [데스크 시각] 영리병원의 이면을 보다/심재억 의학 전문기자

    영리병원, 다시 말해 의료를 상업화하겠다는 이명박(MB) 정부의 정책이 국민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정부의 설명처럼 정말 의료기관이나 치료방법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외부에서 대규모 자금이 유입돼 의료수준이 향상되며, 의료서비스도 덩달아 크게 개선될까. 또 정부의 주장처럼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 영리병원이 필요하다면, 지금의 국내 의료기관이 외국인 환자들의 어떤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일까.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산업경제관료 출신답게 ‘의료의 경제화’에 대한 확고한 소신을 밝혔다. “투자개방형 병원(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이 정부 원칙”이라며 제주도와 송도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을 허용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영리병원 도입이 의료비 상승을 부추기고, 여기에서 비롯된 의료양극화가 가뜩이나 심각한 내부의 분열과 갈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이의 철회를 요구해 온 시민단체들은 허탈한 콧김만 내뿜고 있다. 사실, 의료영리화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여기에도 당연히 선의의 기대치가 존재한다. 의사들이 환자에게 다가서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더 많은 수익 창출을 위해서라도 서비스의 질을 높일 것이라는, 한참 막연한 기대가 그것이다. 극히 상업적이고 관료적인 시각으로 보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이윤만 보장되면 어디에서든 투전판을 벌이는 게 자본이다. 정부가 외국자본을 유치하겠다는 것도 뒤집어 보면 그들더러 우리나라 환자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라고 길을 터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전제가 작동한다. 영리병원의 ‘영리’는 질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를 노리는 합법적인 ‘빨대’가 된다.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지만, 의료기관의 수익은 환자들이 질병의 고통을 더는 대가로 지불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모든 환자들이 자신의 병을 충분히 치료할 만큼 넉넉한 돈을 가진 것은 아니다. 아주 많은 돈을 갖지 못했거나, 고리채를 내서라도 비싼 치료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는 사람들에게 영리병원은 애당초 그림의 떡이다. 여기에서 오바마 대통령도 두 손 든 실패한 의료정책, 의료영리화의 최대 부작용인 의료양극화 문제가 배태된다. 의료영리화가 민간보험의 의료보장 영역에 대한 진입 규제를 무력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외길 수순이다. 치료비가 비싼 영리병원에서 질병을 치료하려면 지금의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으로는 턱도 없는 일이다. 당연히 보험료는 훨씬 비싸지만 그만큼 보장성이 좋은 민간보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뻔한 얘기지만 돈 벌자고 나선 영리병원들이 값비싼 비보험 치료에 주력할 것이라는 예상도 현실의 문제다. 사실, 국내·외 보험사들이 정부를 상대로 의료 관련 사보험의 영역 확대를 위해 집요한 로비를 벌인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들은 ‘선한 사마리아인’의 탈을 쓰고 있지만 전 질환별로 보험 새끼치기에 혈안이 돼 있는, 시쳇말로 ‘업자’들이다. 이런 보험사들은 영리병원 출범에 맞춰 기다렸다는 듯 보험상품을 쏟아낼 것이며, 그 판에 돈 걱정 없는 부자들이 보장성 좋은 민간보험으로 빠져나갈 것임은 불보듯 뻔하다. 결국 건강보험의 의무가입 규정은 모래성처럼 허물어질 것이고, 지금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의 건강보험 체계는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제 살 뜯어먹는 싸구려 낙찰계 판이 될 수밖에 없게 된다. 지금의 의료전달체계가 종국에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나 적용되는 ‘의료 노비문서’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가난한 것이 불평등한 것보다 낫다.’는 좌파경제학적 관점이 아니더라도 의료계에는 사회주의 의료체계에 대한 동경이 적지 않다. 그것이 ‘의사는 돈이 아니라 병 때문에 존재한다.’는 순정한 이상의 발현이고, 최대한 영리성을 배제한 의료공공성이 의사를 의사답게 하고, 환자를 ‘돈’이 아닌 인간으로 보게 하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영리병원이 ‘약’보다 ‘독’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jeshim@seoul.co.kr
  • 송혜교 “작품도 없이 TV에 나오기는 싫었어요”

    송혜교 “작품도 없이 TV에 나오기는 싫었어요”

    송혜교(29)의 4년 만의 복귀작으로 주목받는 영화 ‘오늘’(27일 개봉)은 용서에 관한 한편의 다큐멘터리나 종교영화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영화는 자신의 생일날 뺑소니 사고로 약혼자를 잃은 다큐멘터리 PD 다혜를 통해 진정한 용서의 의미와 그로 인해 생기는 인간적인 고민을 세밀하게 그린다. 스크린 속 송혜교는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로 진지하고 담담하게 극의 중심을 잡아나간다.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꽤 오랫동안 TV나 영화에서 얼굴을 볼 수 없었는데 신비주의를 고수했던 것인가.  -그동안 중국에서 영화 ‘일대종사’를 찍었다. 왕자웨이 감독의 영화인 데다 량차오웨이, 장쯔이 등 세계적인 배우들과 함께하는 작품이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촬영이 오래 걸렸다. 왕자웨이 감독이 전작 ‘2046’은 5년에 걸쳐 찍었다고 하더라. 겹치기 출연을 하는 성격도 아니고 중국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 공백이 생겼다. 신비주의는 결코 아니다. 말주변이 뛰어난 편도 아니고, 여배우가 작품도 없이 TV에 불쑥 나오는 것도 좀 그렇지 않나(웃음). 영화 속 모습은 발랄하고 통통 튀는 기존의 이미지와 정반대다. 진짜 성격이 궁금해질 만큼...  -시트콤 ‘순풍산부인과’ 때의 혜교와 실제 내 성격은 무척 다르다. 그때는 나이에 맞게 재밌게 했던 것뿐이다. 원래 내성적이고 낯도 많이 가리는 스타일이다. 일하면서 조금 외향적으로 변했다. 예전에는 이미지 관리를 중요시해서 꾹 참았지만, 이젠 경력이 생기면서 싫은 것은 싫다고 이야기하는 편이다. 나이를 먹으니 좀 예민해지고, 일적으로 더욱 고집스러워지는 것 같다. 먼저 출연 의사를 전달했다고 들었다. 굳이 무겁고 진지한 영화를 택한 이유는. 배우로서 어떤 변화의 계기가 필요했나.  -하고 싶은 연기의 재미를 위해서 한 선택일 뿐이다. 로맨틱 코미디는 연기도 어렵지만, 내 자신이 크게 흥을 못 느낀다. 좀 더 고뇌하고, 많이 생각하고, 감독과 심리적으로 고민해서 만들 수 있는 캐릭터가 더 끌린다. 그래서 영화도 해피 엔딩을 좋아하지 않는다. (해피 엔딩은) 기억에 잘 남지 않는 것 같다. 연기하기 어렵더라도 한 장면 한 장면 완성하고 뭔가 채워 가는 게 좋다. 물론 지나가다 꽂히면 로맨틱 코미디를 또 할 수는 있겠지만?. ‘미술관 옆 동물원’, ‘집으로’ 등으로 유명한 이정향 감독의 복귀작이다.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오늘’ 시나리오를 보기 전부터 이 감독님의 섬세한 연출 스타일을 좋아했다. 감독님이 내가 몰랐던 무언가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작품을 자주 하는 분이 아니니까 (이번에)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만남 때 서로 호감이 생겨 작품을 같이하기로 했다. 나중에 시나리오를 받고 한동안 먹먹했다. 절제됨 속에서 표현된 다혜를 연기하기 무척 어렵겠다는 걱정도 들더라. 작업을 마치고 나서 달라진 자신을 발견했나.  -영화를 보는 눈이 예전이랑 좀 달라진 것 같다. 연기에 대해 뭔가 알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좋았다(웃음). 극 중 다혜는 약혼자를 앗아간 가해자 소년을 어렵게 용서하지만 나중에 그 소년이 또다시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뒤 괴로워한다. 다혜의 용서가 이해되나.  -마냥 용서하기는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소년이 너무 어리고 앞날이 창창하니 그 발목을 붙잡아 긴 시간 동안 벌을 받게 하는 것도 괴로울 것 같다. 세상이 자극적으로 변해서 답답해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다혜 같은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선의가 나쁜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사회적인 부조리도 짚고 있다.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인권이 더 보호되고, 용서를 해줬음에도 가해자가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않는 것을 보면서 다혜도 피해 당사자로서 맺힌 한이 있는데 주변에서 용서를 대신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주변에서 가해자가 피해자보다 더 당했다고 우기거나 사건의 진실과 상관없이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경우를 종종 보지 않나. 영화는 끊임없이 용서의 본질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믿음으로 용서하는 것이 옳을까. 아니면 단죄해야 하는 것일까.  -나만 용서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 같지는 않다. 용서하는 사람도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용서받을 사람이 자신이 변화할 준비가 더 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작품 공백이 있어도 대표 미녀 스타로서의 입지는 확고한데.  -예쁘다고 하면 물론 기분이 좋은데, 요즘엔 예쁘고 어린 친구들이 더 많지 않나. 솔직히 연기보다 외모가 부각돼서 속상한 적도 많았다. 어떤 영화를 찍어도 모든 것이 얼굴로부터 시작되고, 그쪽에만 포커스가 맞춰지는 것은 좀 부담스럽다. 지난 16년 동안 여배우로 살아오면서 황당한 소문 때문에 힘든 적도 많았을 것 같은데.  -애먼 스캔들이 나는 것도 그렇고, 이상한 스폰서 얘기도 터져나와 황당했다. 한번은 누가 팬카페에 “스폰서를 두지 않아도 될 만큼 돈이 있는 것 같은데?.”라는 글을 올린 적도 있다. 한번 본 적도 없는 사람인데 (스폰서로 거론된) 그분은 또 얼마나 황당했겠나. 현빈, 이병헌 등 작품을 함께한 상대 배우와의 교제로 지금도 회자된다. 힘들지 않나.  -사실 내 나이 또래에 연애를 하는 것이 특별한 것은 아니지 않나. 그냥 크게 마음에 두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배우로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 않나. 결혼은 언제쯤.  -아직 계획 없다. 엄마도 하고 싶은 일 다 하고, 최대한 늦게 가라고 하신다(웃음).   일본 영화 ‘고백’을 여러 번 보며 다혜의 절제된 감정을 표현하려 애썼다는 송혜교. 이런 그녀의 꼼꼼함에 이 감독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여배우 주연 영화가 점점 줄어드는 충무로 현실 속에서 자신의 소신대로 꿋꿋이 필모그래피(출연작품 목록)를 쌓아가고 있는 송혜교. 그녀에게서 조금씩 CF 스타가 아닌 여배우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25) 사랑할 수 있어 행복한 곰들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25) 사랑할 수 있어 행복한 곰들

    곰, 솔직히 덩치만 크지 정말 볼품없는 녀석들이다. 비유하자면 두발로 설 줄 아는 똥개 정도라고나 할까. 그래서 동물원에서는 많이 있으면 천덕꾸러기이고, 사파리 같은 데서도 재롱을 떨지 못하면 인기가 무척 없는 동물이다. 엿들은 이야기인데 어떤 곳에서는 곰의 구걸 재주를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쫄쫄 굶긴다고도 한다. 그렇지만 야생에서 곰의 위치는 생태계의 절정에 있다. 호랑이도 함부로 곰의 영토에 들어올 수 없다. 옛날 우화(우화는 그럴싸하게 꾸민 이야기다)에 나오는 것이긴 한데, 쫓아오는 집채만 한 곰을 뒤에 두고 죽은 척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하긴 인간의 속도로는 네발로 쫓아오는 곰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하지만 이렇게 무소불위인 곰도 자기 새끼들은 정말 끔찍이 아낀다. 그러나 이건 엄마 곰에게만 해당하는 말이다. 아빠 곰은 5월에서 7월 사이에 허니문 기간이 끝나면 나 몰라라 하고 가정을 버린다. 영화 ‘가을의 전설’에서 둘째 아들 트리스탄(브래드 피트)은 불곰의 정기가 씌어 집에 가만히 있질 못하고 세상을 방랑하며 살아야 한다. 최후에는 결국 불곰과 싸우다 죽는다. 이 이야기가 바로 수곰의 생애를 빗댄 것이다. 수곰들은 영원한 자연의 방랑자인 것이다. 그러나 엄마 곰은 태어나서 3년 후 독립할 때까지는 지극 정성으로 새끼들을 돌본다. 곰은 한겨울 굴속에서 500g도 채 안 되는, 어른 곰 크기에 비해 엄청나게 작은 미숙아를 2~3마리 낳는다. 그 안에서 밥도 안 먹고 배설도 안한 채로 빼빼 마르도록 3개월 동안 새끼들만 죽어라 키운 후 따뜻한 4월이 되면 비로소 새끼와 함께 밖으로 나온다. 그때쯤이면 새끼들의 몸무게도 10~15㎏ 정도로 불어나 있고, 나가자마자 천하가 제것인 양 천방지축으로 재롱을 떨고 다닌다. 평소에는 곰을 보며 지루해하던 동물원 관람객들도 이때의 새끼 곰들만큼은 너무나 귀여워 자리를 뜰 줄 모른다. 말썽꾸러기 새끼들 주변에는 늘 어미 곰이 붙어 있다. 조금 멀리 나갔다 싶으면 언제 나타났는지 모르게 와서는 목을 물고 제자리에 데려다 놓는다. 그리고 하루에 서너 번 정도는 꼭 항문을 혀로 자극시켜 배변을 하게 하고 그걸 전부 먹는다. 그런 것도 일종의 사랑의 행위일까. 그래서 새끼들은 아무런 세상 걱정 없이 걷고, 뛰고, 헤엄치고, 싸우고, 올라타고 하는 놀이이자 세상을 살아가는 기초체력 훈련을 엄마·형제들과 부대끼는 중에 하게 된다. 3년 동안의 긴 학습이 모두 끝나면 새끼는 드디어 자의반 타의반으로 독립을 하고, 험난한 생활전선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그 희생에서 어미는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는다. 마치 사랑할 수 있어 행복했다는 듯이. 최종욱 광주우치동물원 수의사 lovnat@hanmail.net
  • [18일 TV 하이라이트]

    ●인간극장(KBS1 오전 7시 50분) 19살 아들이 아빠가 됐다. ‘빛’이라는 이름처럼 빨라도 너무 빠른 아들 한빛 덕분에 46세에 할아버지가 된 한택주씨. 빛군의 ‘과속 스캔들’이 자꾸만 택주씨의 늦둥이 스캔들로 오해받곤 하는데…. ‘인간극장’에서는 아버지 택주씨와 아들 빛군의 가슴 뜨겁고 찡한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1대 100(KBS2 밤 8시 50분) 걸그룹 티아라의 은정, 최고의 예능 전도사 돌아온 붐이 각각 1인에 도전한다. ‘연예인 퀴즈 군단’ ‘24시간 KBS 인터넷 뉴스 아나운서’, 음식이 세상을 바꾼다의 ‘녹색식생활팀’, 수능 만점자 ‘공부의 신’, ‘경희대 한의사 레지던트’, 남자의 자격 ‘청춘 합창단’, 그리고 67인의 예심 통과자들이 불꽃 튀는 승부를 펼친다 . ●계백(MBC 밤 9시 55분) 춘추는 은고와 연태연을 만나 당에 왕자를 보내는 일을 빌미로 이간질을 한다. 사신을 영접하는 연회에서 태가 계백(이서진)을 칭찬하는 것을 들은 의자는 계백에 대한 미움이 한계에 이른다. 한편 연회 사건을 빌미로 의자가 태를 당으로 보내지 않을까 염려한 연태연은 춘추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은고는 의자에게 이 사실을 고한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SBS 오후 6시 30분) ‘채원아, 집에 가자.’ 이번엔 무단가출 민폐보이가 떴다. 집보다 밖을 더 좋아하는 6살 채원이는 놀이터, 남의 집, 동네 어린이집까지 온 동네를 활보하며 무전취식을 밥 먹듯 하는 소문난 민폐 아이다. 그뿐만 아니다. 물건 뺏기는 기본, 자기 뜻대로 안 되면 무조건 욕하고, 때리는 독불장군이라는데…. ●하나뿐인 지구(EBS 밤 11시 20분) 표범장지뱀은 모래를 파고드는 습성 때문에 국내 태안 사구에 가장 많이 서식하고 있다. 그런데 이곳에도 위기가 왔다. 2007년 태안 석유유출 사고를 비롯해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이어지는 서식지의 파괴로 표범장지뱀은 갈 곳을 잃어 가고 있다. ‘하나뿐인 지구’에서는 표범장지뱀의 생태와 공존을 위한 노력들을 담아 본다. ●멜로다큐 가족(OBS 밤 11시 10분) 예진이는 하루 종일 트로트만 부른다. 어디에서 트로트 가요제가 열렸다 하면 달려간다. 하지만 입상은 꽝. 일찌감치 트로트 가수로 데뷔하려고 기획사에 보낸 데모 테이프만 해도 수십 장이다. 그러나 모두 묵묵부답이다. 트로트 가수가 되겠다는 신념 하나로 오늘도 열심히 꺾기를 연습하는 예진이를 만나 본다.
  • [동물이야기-25] 사랑할 수 있어 행복한 곰들

    [동물이야기-25] 사랑할 수 있어 행복한 곰들

     곰, 솔직히 덩치만 크지 정말 볼품없는 녀석들이다. 비유하자면 두발로 설 줄 아는 똥개 정도라고나 할까. 그래서 동물원에서는 많이 있으면 천덕꾸러기이고, 사파리 같은 데서도 재롱 떨지 못하면 인기가 무지 없는 동물이다. 엿들은 이야기인데 어떤 곳에서는 곰의 구걸 재주를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쫄쫄 굶긴다고도 한다. 그렇지만 야생에서 곰의 위치는 생태계의 절정에 있다. 호랑이도 함부로 곰의 영토에 들어올 수 없다.  옛날 우화(우화는 그럴싸하게 꾸민 이야기다.)에 나오는 것이긴 한데, 쫓아오는 집채만한 곰을 뒤에 두고 죽은 척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하긴 인간의 속도로는 네발로 쫓아오는 곰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하지만 이렇게 무소불위인 곰도 자기 새끼들은 정말 끔찍이 아낀다. 그러나 이건 엄마 곰에게만 해당하는 말이다. 아빠 곰은 5월에서 7월 사이에 허니문 기간이 끝나면 나 몰라라 하고 가정을 버린다. 영화 ‘가을의 전설’에서 둘째 아들 트리스탄(브래드 피트)은 불곰의 정기가 씌어 집에 가만히 있질 못하고 세상을 방랑하며 살아야 한다. 최후에는 결국 불곰과 싸우다 죽는다. 이 이야기가 바로 숫곰의 생애를 빗댄 것이다. 숫곰들은 영원한 자연의 방랑자인 것이다.  그러나 엄마 곰은 태어나서 3년 후 독립을 할 때까지는 지극 정성으로 새끼들을 돌본다. 곰은 한겨울 굴속에서 500g도 채 안 되는, 어른 곰 크기에 비해 엄청나게 작은 미숙아를 2~3마리 낳는다. 그 안에서 밥도 안 먹고 배설도 안한 채로 빼빼 마르도록 3개월 동안 새끼들만 죽어라 키운 후 따뜻한 4월이 되면 비로소 새끼와 함께 밖으로 나온다. 그때쯤이면 새끼들의 몸무게도 10~15㎏ 정도로 불어나 있고, 나가자마자 천하가 제것인양 천방지축으로 재롱을 떨고 다닌다.  평소에는 곰을 보며 지루해 하던 동물원 관람객들도 이때의 새끼 곰들 만큼은 너무나 귀여워 자리를 뜰 줄 모른다. 말썽꾸러기 새끼들 주변에는 늘 어미 곰이 붙어 있다. 조금 멀리 나갔다 싶으면 언제 나타났는지 모르게 와서는 목을 물고 제자리에 데려다 놓는다. 그리고 하루에 서너 번 정도는 꼭 항문을 혀로 자극시켜 배변을 하게 하고 그걸 전부 먹는다. 그런 것도 일종의 사랑의 행위일까.  그래서 새끼들은 아무런 세상 걱정 없이 걷고, 뛰고, 헤엄치고, 싸우고, 올라타고 하는 놀이이자 세상을 살아가는 기초체력 훈련을 엄마·형제들과 부대끼는 중에 하게 된다. 3년 동안의 긴 학습이 모두 끝나면 새끼는 드디어 자의반 타의반으로 독립을 하고, 험난한 생활전선으로 뛰어 들어야 한다. 그 희생에서 어미는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는다. 마치 사랑할 수 있어 행복했다는 듯이. 최종욱 광주우치동물원 수의사 lovnat@hanmail.net
  • [지금&여기] 당신의 매력이 보고싶다오/최여경 영상콘텐츠부 기자

    [지금&여기] 당신의 매력이 보고싶다오/최여경 영상콘텐츠부 기자

    “옛날에 심청이가 살았어요. 효심 깊은 심청이는, 이뻐~. 공양미 삼백석에 몸을 팔아 인당수에 뛰어드는데 입수 자세가, 이~뻐~. 심술궂은 뺑덕어멈이 의외로 이뻐~.” 한 개그 프로그램이 새로 낸 콩트다. 유치원 교사가 귀여운 몸짓으로 엉큼하게 풍자하는데, 아주 맛깔스럽다. ‘쌍칼’이란 캐릭터인데, 성형외과 의사 손에 쥐어진 칼이란다. 그가 칼을 대는 부위는 ‘외모지상주의’인 셈이다. 외모를 인생이나 성공에 중요한 요소로 보는 외모지상주의, 방송을 시작하면서 자주 맞닥뜨리고 있다. 아나운서는 물론 방송기자도 예뻐야 눈길을 모은다. 거리에서 인터뷰할 때,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을 찍을 때, 의도하지는 않지만 괜찮은 외모가 나오면 일단 반응이 좋다. 이런 게 은연중에 뇌리에 스몄나 보다. 태생이 신문기자라 글을 잘 쓰는 것이 지상 최대의 미션이었는데, 솔직히 요즘은 ‘화면에 잘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이런 외모지상주의가 더욱 도드라진 듯하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여성 후보의 외모 탓이다. 지난 선거에 이어 여성이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점이 반갑고 뿌듯하지만 씁쓸한 것은, 정책보다 외모 얘기가 넘쳐난 탓이다. 후보들의 방송 토론 평가를 보면 상당수가 “예쁘긴 하더라.”이다. 후보가 내놓은 금연이나 재건축, 보육시설 관련 정책은 이전 공약의 연장일 뿐이라 집중력이 떨어진다. 시사평론가 김용민은 저서 ‘조국현상을 말한다’에서 이 후보를 이렇게 표현했다. “외모 하나로 미는 정치인이라는 한계에 봉착한 자신의 캐릭터를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외모의 강점을 부정할 수 없다. 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에 외모 지상주의는 갈수록 위력을 떨칠 것이다. 하지만 외모는, 첫인상을 판단한다는 단 3초, 그 순간에 호감을 만들어 내는 역할, 거기까지다. 더 강하고 오래 사람을 끌어당기는 것은, 말이 통하고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신선한 정보와 재미를 주면서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다. 예쁘고 멋진 사람, 만나면 좋다. 그런 사람과 즐거운 대화를 이어갈 수 있으면 그것만큼 좋은 건 없다. 하지만 그보다는 인간적 매력, 그것이 더 보고 싶다. ki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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