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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요 포커스] 4차 산업혁명, 미래보건의료, 그리고 한의학/이혜정 한국한의학연구원장

    [금요 포커스] 4차 산업혁명, 미래보건의료, 그리고 한의학/이혜정 한국한의학연구원장

    올해 초 다보스포럼의 주제는 4차 산업혁명이었다. 18세기 중반 증기기관 발명이 몰고 온 1차 산업혁명에서 전기와 자동차 개발에 기반한 2차 산업혁명, 컴퓨터와 인터넷이 이끈 3차 산업혁명에 이어 4차 산업혁명은 로봇,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 바이오 기술과 경제·사회 전반이 결합해 초연결·초지능 사회를 만들어 낼 것이라 예고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임박한 가운데 보건의료 측면에서 당면한 문제를 짚어 보자. ‘급속히 늙어 가는 한국’이라는 표현처럼 우리나라는 2018년 고령사회에서 2026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15년째 출산율 1.3명으로 세계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 급격한 산업화·도시화로 아토피, 천식, 알레르기 등 환경성 질환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자주 발생하는 미세먼지로 일상생활의 불편함은 날로 커지고 있다. 당뇨, 고혈압, 암과 같은 만성·난치성 질환의 유병률, 그로 인한 사망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며 뚜렷한 해결책도 보이지 않고 있다.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4차 산업혁명이 예고되고 있지만 다른 축에서는 건강한 삶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더욱 많아지고 복잡해지고 있다. 현대사회의 이런 보건의료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질병 치료 중심의 ‘헬스케어 2.0’에서 건강 수명 시대라고 불리는 ‘헬스케어 3.0’으로 보건의료의 패러다임도 진화하고 있다. 헬스케어 3.0의 핵심은 ▲치료 중심에서 예방과 건강관리 중심으로 ▲표준 치료에서 개인 맞춤형 치료로 ▲유헬스케어 등이다. 헬스케어 3.0의 패러다임은 이미 한의학의 진단·치료 원리에 녹아 있다. 한의학은 질병에 대한 직접적인 치료보다 질병을 예방하는 것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예컨대 한의학은 환자 개개인에 따라 몸과 마음의 무너진 균형을 바로잡고 원기를 회복시켜 건강한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병이 들지 않도록 하는 데 진단과 치료의 핵심 원리가 있다. 한의학의 이런 원리가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 정보통신기술(ICT) 등 다양한 과학기술과 융합된다면 보건의료에서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갈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을 중심으로 한의학의 의학적·철학적 가치를 과학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많은 다학제적 융합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정보기술(IT), BT 등 기초기술의 발전은 한의약 연구개발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고 있다. 진단·치료기술 분야에서는 침, 뜸, 부항 등 한의학의 주요한 치료 기술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IT와 결합한 진단·치료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약물 분야에서는 동의보감 등 고의서 속에 등장하는 한약 처방의 효능과 안전성을 밝히고 치료 소재를 발굴해 신약 개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주력하고 있다. 전통문헌, 임상 현장 그리고 연구 현장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데이터와 복잡한 구조의 한약·천연물을 분석할 수 있게 되면서 한의약 연구도 질적으로 도약해 나가고 있다. 사실 보건의료 분야의 기술을 통해 구현될 미래상에 대해서는 대부분 비슷하게 예측하고 있다. IT가 융합된 개인 맞춤형 진단과 종합 건강검진 기술이 개발되고, 웨어러블 헬스케어 시스템이 상용화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의료기관과 연계해 자신의 건강을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할 것이다. 의료기관에서도 진단과 치료에 대한 의사결정을 지원할 전문가 시스템이 도입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의학은 이런 기술에 가치를 더해 줄 풍부한 의료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변화될 미래 사회에 한의학적인 건강관리, 진단·치료 요소들은 차별화된 경쟁력을 제공해 줄 것이다. 디지털, 바이오 기술과 경제·사회 전반이 융합한 사회를 만들어 낼 4차 산업혁명과 예방과 관리를 중시하고 개인 맞춤형 의료를 추구하는 헬스케어 3.0시대에 인간 내면에 집중하고 조화와 균형을 중시하는 한의학적 가치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의학적 가치를 바탕으로 한 진단·치료 기술이 첨단 과학기술과 융합해 우리나라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길 희망한다.
  • [김일수 樂山樂水] 가정의 달에 생각나는 것

    [김일수 樂山樂水] 가정의 달에 생각나는 것

    나뭇잎이 푸르른 5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어린이와 어버이를 생각하는 절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5월은 가정의 달이라 일컬어지기에 지극히 합당하다. 왜 여기에 부부의 날과 같은 절기가 빠져 있는지 조금은 아쉽다. 오늘날 이혼은 급증하고, 혼외정사는 간통죄가 더이상 범죄가 아닌 상황에서 언제 범람할지 모르는 위험한 형편이다. 헌법재판소가 오랜 도덕과 양심, 법률에 새겨진 간통 금기를 최근 들어 자유라는 이름으로 걷어 낸 뒤 간통은 이제 형법상의 범죄가 아니라는 인식을 넘어 양심과 도덕에 반하는 죄라는 인식마저 훌훌 날려 보낸 것이다. 이젠 각자 자기가 알아서 할 일이 된 것이다. 우리네 가족과 가정은 지금 평안한가. 그렇지 않아 보인다. 헌법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돼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인권위원회는 ‘성적 지향’을 인권목록화한 뒤 동성애자들을 차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경우에 따라 처벌하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유엔인권기구의 압력 탓이라고도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남미, 유럽 여러 나라들의 새로운 가정법제들이 무슨 유행처럼 점점 이를 강하게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성적 취향을 혐오하는 문제가 새로운 처벌 대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안전해 보이던 혼인과 가족, 가정의 개념이 일대 혼란의 파고 앞에 직면해 있다. 마치 인간을 ‘연고자 없는 개체’처럼 상정해 놓고 개인의 자유 앞에 일체의 도덕률이나 종교적 계명은 말할 것도 없이 가정, 민족, 국가로부터 어떤 구속적인 의무도 인정하지 않는 사상이 여기에 깔려 있다. 도덕적 허무주의, 가치무정부주의, 자유지상주의, 무신론적 실존주의 등이 혼인, 가족, 가정에 대한 전통적인 도덕관념을 배격하고 유일한 준거점은 공존자 상호 간의 의사 합치일 뿐이라는 것이다. 사회계약의 가설을 최상위의 정당성의 기준으로 끌어들여 결혼도 사회계약의 일환으로, 가정도 역시 사회계약의 산물로 본다. 이들 제도가 단지 사회계약의 일종에 불과하다면 계약 당사자들의 의사에 따라 언제든지 해약할 수 있는 자유 또한 부여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기로 결혼과 가족, 가정의 성격은 제도·전통·문화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들 성격은 공통적으로 결혼, 가족, 가정이 결코 우연성의 산물처럼 주기적으로 변하거나 개인의 취향대로 해체하고 변형시킬 수 있는 성질의 인간관계가 아니라 한번 형성된 제도적 틀을 확고히 하고 유지 발전시키려는 사회적 의지에 의해 질서 잡힌 인간관계임을 말해 준다. 문화와 전통, 윤리와 종교규범도 이 같은 지속성을 강화하기 위해 이들 제도에 내포된 정신적 의미에 신성성과 존엄성과 같은 부가적 성격을 부여하기도 한다. 이런 정신적 의미는 현대사회에서 다소 퇴색했지만 그 근본의 질서적인 내용까지 변질된 것은 아니다. 헌법이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을 기초로 성립할 혼인, 가족생활의 보장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한 것도 이런 의미다. 일찍이 헤겔도 혼인에 감정적 계기가 포함돼 있어 혼인이 동요, 해소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았다. 하지만 국가의 입법 단계에서 이 가능성을 최대한 저지해 인륜의 법이 임의대로 침범되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오늘날 동성 간에도 사랑의 염과 합의에 의하기만 하면 결혼과 가족공동체의 형성이 가능하다는 해괴한 신개인주의가 우리의 문턱까지 밀고 들어와 있다. ‘개인이 원하는 대로 하게 하자’는 이 간교한 사상은 소리 없이 인류 공동체를 자멸로 이끌고 갈 사탄의 전략이나 다름없다. 만약 이런 전략이 이 땅에서 머지않은 장래에 성공한다면 출산의 고통과 즐거움, 모성애나 부성애, 효도 같은 언어를 까맣게 잊고 살 날도 곧 다가올 것이다. 어미의 품을 모르는 아이들, 아버지의 무게를 전혀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이 이상한 동거 형태의 가족에서 사회 속으로 뛰어들 날도 곧 오리라. 게다가 정상적인 혼인과 가족, 가정의 규범이 무너지도록 방치한다면 짐승보다 문란한 혼거나 군집 형태의 가족 등장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고려대 명예교수
  • 펼쳤더니 길이 열렸다

    펼쳤더니 길이 열렸다

    책은 스승이다… 명사 5인이 꼽은 ‘내 인생의 책’ 인생의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자신을 돌볼 여유조차 찾기 힘들 때 나도 모르게 읽는 그런 책이 있다. 우리는 ‘책의 힘’을 쉽게 잊곤 한다. 그래도 책은 지루한 잔소리를 늘어놓지 않고 우리 곁을 묵묵히 지켜준다. 영화감독 이준익, 연극연출가 김광보, 소설가 정유정과 편혜영, 출판인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등 5명은 ‘세상의 모든 책’을 가리켜 스승이라 부른다. 그중에서도 각자의 마음속에 담아둔 ‘내 인생의 책 스승’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영화감독 이준익 / 박석무 ‘다산 정약용 평전’ ‘내 인생의 스승이 된 책’이라고 하니 너무 거창한 타이틀이라 선뜻 떠오르지는 않는다. 주변에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을 꼽아 달라면 ‘다산 정약용 평전’이 있다. 외국의 화폐 인물들은 근현대 인물이 많은데 우리는 맨날 조선 시대 인물들이다. 근대 인물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식민사관의 피동적 근대성보다는 능동적 근대성을 남긴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다. 그런 인물 중 정약용이 중요하지 않나 싶다. ‘다산 정약용 평전’은 조선의 주체적인 근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담겨 있는 책이다. 이게 왜 중요한가 하면, 근대를 주체적으로 이룩하지 못한 공동체는 미래를 설계하는 데 갈팡질팡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현대는 근대로부터 이어진 건데 피동적 근대에 기댈 것이냐, 능동적 근대에 기댈 것이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미래에 대한 방향성은 과거 근대성에 대한 관점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수천년 누적된 문화의 잠재력을 오늘날 지식정보사회에서 재구성, 재생산해 내는 근간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정약용의 삶을 영화로 만들고 싶기는 한데 장담할 수 없다. 영화로 만들 만한 사건이 부족하다. 정약용의 형제들이 시대와 불화를 겪었던 것들이 있기는 한데 픽션을 함부로 가미하면 본질이 호도되고, 지나치게 사실에 근거하면 영화적으로는 불리해 고민이 많다. 시인 윤동주의 삶을 영화로 만든 까닭도 능동적 근대성의 연장선에서다. 연극연출가 김광보 / 파드마 삼바바 ‘티벳 사자의 서’ 1998년 소설가 박상륭의 작품 ‘뙤약볕’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준비할 때였다. 소설을 정독하는 과정에서 작품 저변에 깔려 있는 정신이 티베트 불교라는 걸 알게 됐다. 작품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티베트 불교의 경전인 ‘티벳 사자의 서’를 읽게 됐다. 사람이 죽기 직전이나 죽은 후 49일 동안 읽어 주는 경전으로, 생의 근본 진리를 설파하며 내가 살고 있는 삶을 돌아보게 하고 존재의 본질을 깨닫게 해 준다. 처음엔 무척 어려웠다. 난해함이 가실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삶의 본질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삶의 본질과 맞닿을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동안의 삶도 성찰하고 앞으로 가야 할 올바른 길도 모색했다. 여러모로 삶을 되돌아보게 했다. 삶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 이전엔 삶도 팍팍했고 앞만 보고 가기에 급급했다. 책을 읽고 난 뒤엔 한 작품이 끝나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결과물이 나오게 됐는지 돌아보고 다음 작품을 준비할 계획을 세우게 됐다. 무대에 올린 작품들을 검증하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하게 됐다. 성찰을 토대로 앞으로 나갈 힘을 얻게 된 것이다. ‘티벳 사자의 서’에 담긴 정신은 소설 ‘뙤약볕’을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뙤약볕’은 말(言)을 숭배하는 한 섬에서 말을 잃어버린 배경과 말을 찾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온갖 유형의 인간들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는지를 보여준다. ‘뙤약볕’ 이후 무대에 올린 작품들에도 ‘티벳 사자의 서’의 정신이 요소요소에 깔려 있다. 한 작품에 통째로 담겨 있다고 할 순 없지만 지속적으로 작품에 반영돼 왔다. 소설가 정유정 /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내 인생에 스승이 된 책은 유대인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예요.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이야기이자 삶의 태도를 결정해 주는 책이죠. 나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갔던 그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다 그곳에서 잃었어요. 자신은 살아남았는데 느낀 게 하나 있었죠. 프랭클 박사는 누가 수용소에서 죽고 누가 살아남았는지 관찰해 봤어요. 그랬더니 이런 사람들이었죠. 나치들이 아침에 멀건 커피 한 잔을 줘요. 물도 제대로 없는 상태라 보통 사람들은 그걸 홀라당 마셔 버리겠죠. 그런데 살아남은 사람들은 세수를 했던 거예요. 그 더러운 데서 인간의 얼굴을 깨끗이 유지한다는 것, 그게 바로 인간으로서 위엄을 잃지 않으려는 것이고 밑바닥까지 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것이죠. 배가 너무 고파도 더 죽기 직전인 사람들에게 조그만 빵 한 조각을 양보하는 이들도 살아남았어요. 저자가 얻은 결론은 인간으로서 품위와 위엄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을 의지대로 이끌더라는 거예요. 현대사회 젊은이들에게 이 책은 진정한 ‘힐링’(치유)이란 건 누군가에 의해서나 여행으로 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인간으로서 존엄을 되찾을 때 가능하다는 걸 일러줘요. 2014년 2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40일간 걸으며 밤에 힘겨울 때마다 이 책을 읽었어요.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알고 있고, 그 일을 하기 위해 나를 완전히 던질 수 있고, 그 결과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제 인생이 이런 자유의지가 필요했던 인생이었기 때문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죠. 소설가 편혜영 / 칼 세이건 ‘코스모스’ 단 한 권의 책을 고르는 일은 언제나 망설여진다. 게다가 스승으로 삼을 만한 책이라니, 근사하기만 해서는 안 되고, 재밌거나 진중하기만 해서도 안 될 것 같아 좀 더 망설였다. 엄히 꾸짖는 책이 아니라 격려해 주는 책, 철없는 질문과 한탄을 어리석게 여기지 않는 책, 패턴을 벗어나라고 말해 주는 책, 질서에서 자유로운 책, 세상을 의심하고 인간에 대해 상상해 보라고 부추기는 책을 고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다. 어떤 부분은 밑줄을 치며 읽고, 그래도 이해하기 어려워 여러 번 되풀이해 읽었지만 나는 여전히 이 책의 상당 부분을 잘 모른다. 과학은 매번 스스로를 교정한다거나 과학적 사고에는 ‘회의의 정신과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잊지 않지만 행성이나 은하, 시간이나 공간에 대한 물리학의 설명은 늘 막연하다. 삶을 잘 모르겠다는 기분이 들 때, 사람들에게 화가 날 때,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여느 날보다 울적할 때 무척이나 커다란 백지에 아주 작은 점으로 놓인 나를 상상할 때가 있다. ‘나’는 더 작아지고 세계와 우주는 끝없이 팽창한다. 그런 상상을 반복하면 인간이,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헤아리게 되고 스스로에게, 다른 사람들에게 잘해 주고 싶어진다. 물론 그 방법을 ‘코스모스’라는 책이 가르쳐 주었을 리 없다. 오래전의 친구가 말해 준 방법이다. 그러나 우주와 세계의 질서를 헤아리다 보면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서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작고 변덕스럽고 미약한 존재여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출판인 장은수 /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스승의 책’이 따로 어찌 있으랴. 모든 책은 스승이다. 다만 무릎의 책이 있고, 가슴의 책이 있고, 어깨의 책이 있고, 머리의 책이 있을 뿐이다. ‘무릎의 책’은 패배와 절망의 자리에서 다리에 일어서는 근육을 만들어 준다. ‘가슴의 책’은 비루한 현실로부터 심장에 뜨겁고 두근대는 소리를 되돌려준다. ‘어깨의 책’은 어둡고 답답한 사방으로부터 눈에 밝고 맑은 전망을 트여준다. ‘머리의 책’은 어지럽고 흐트러진 세상으로부터 마음에 똑똑하고 분명한 갈피를 잡아 준다. 피렌체로부터 버림받은 단테는 무엇을 했을까. 베르길리우스를 읽었다. 그리고 ‘신곡’을 썼다. 베르길리우스를 길잡이 삼아 지옥으로부터 천국으로 올라서는 길을 열었다. 재미없고 무료하게 살아가던 이달고는 무엇을 했을까. 이야기책을 읽었다. 그리고 돈키호테가 됐다. 기사 소설을 모범 삼아 타락한 세상을 정의가 널뛰는 모험의 무한 공간으로 발명했다. 세속보다 오히려 타락한 종교에 분노한 루터는 무엇을 했을까. 성서를 읽었다. 거룩한 서기들의 어깨에 올라서서 모든 이가 사제 없이 직접 신을 만나는 혁명을 이룩했다. 쫓겨 간 혁명가 마르크스는 무엇을 했을까. 대영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다. 그리고 ‘자본’을 발표했다. 결국은 인간 자신마저 괴멸할 돈의 무차별한 전진을 폭로해 세계의 새로운 질서를 꿈꾸도록 했다. 아아, 나는 이 모든 책을 읽었다. 말씀으로써 스승이 무명을 깨쳐 제자의 지혜를 꽃피우듯, 책은 삶의 갈래마다 선바위로 서서 내 안의 길을 일으켰다. 모든 책은 수업이다.‘읽기 중독’이 내 정체성이다. 나는 책에서만 길을 찾는다. 나는 문자로 이뤄졌다.
  • 세리나 윌리엄스, 애완견 메뉴 먹고 화장실 달려간 사연

    세리나 윌리엄스, 애완견 메뉴 먹고 화장실 달려간 사연

    여자프로테니스(WTA) 세계랭킹 1위인 세리나 윌리엄스(35·미국)가 이탈리아오픈 여자단식 경기를 몇시간 앞두고 애완견 메뉴를 먹고 탈이 났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3일 영국 BBC에 따르면 윌리엄스는 로마에서 열린 대회 16강전에서 크리스티나 맥헤일을 2-0(7-6 (9-7) 6-1)으로 물리치기 몇시간 전 호텔에서 애완견에게 제공하는 메뉴를 착각해 주문하고 한 스푼 가득 떠서 먹고 말았다. 동영상 채팅 사이트 ‘스냅챗‘(Snapchat)에 올려놓은 3분짜리 동영상을 보면 윌리엄스는 호텔에서 ’애완견 메뉴'라고 명확하게 제시한 메뉴를 선택했다. 투숙객이 먹을 만한 음식처럼 수프도 있었고 제1 코스 요리도 있고 제2 코스 요리도 있어 윌리엄스가 착각할 만했다. 가격이 28유로(약 3만 7000원)나 됐다. 그녀는 “2시간 전으로 돌아가면 난 금세 토할 것 같은 기분에 화장실로 달려가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맛이 정말 희한했다”고 털어놓은 그녀는 “억지로 삼키려 했는데 마치 집안 청소에 쓰이는 세제 맛 같았다. 개 음식에 뭘 집어넣었는지 모르겠지만 칩은 맛있어 했다”고 기가 막혀 했다. 이어 ”(호텔에서) 인간이 먹어선 안된다고 써놓았어야 했다. 지금 진짜 많이 좋지 않다. 한 스푼뿐이었지만 정말 좋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맥헤일을 상대로 첫 세트를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며 고전한 것도 그 영향이었던 듯하다. 이내 기운을 되찾은 뒤에는 상대를 6-1로 가볍게 제쳤다. 윌리엄스는 다리아 가브릴로바(러시아)를 물리친 스베틀라나 쿠즈네초바(러시아)와 8강전에서 맞붙는다. 한편 이 대회에 출전한 남자프로테니스(ATP) 상위 랭커들이 줄줄이 오는 8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불참 의사를 밝혔다. 15위 도미니크 팀(23·오스트리아)은 이날 2위 로저 페더러(스위스)를 꺾고 남자 단식 8강에 오른 뒤 “8월에는 멕시코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라 올림픽에 나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펠리시아노 로페스(23위 스페인)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불참 의사를 밝혔고 버나드 토믹(22위 호주) 역시 올림픽 대신 투어 대회에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존 이스너(16위·미국)가 일찌감치 올림픽 불참을 선언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늙고 지친 반려견, 다시 쌩쌩하게 만드는 방법 8가지

    늙고 지친 반려견, 다시 쌩쌩하게 만드는 방법 8가지

    개의 수명은 우리 인간보다 훨씬 짧다. 만일 당신의 반려견이 대형견에 속하고 6살 정도가 됐다면 노년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반려견 역시 소중한 가족이므로, 언제까지나 건강했으면 싶은 바람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다음은 미국 매체 ‘리틀띵스’의 작가 앤젤 창이 공개한 반려견이 젊고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 8가지다. 이를 통해 당신이 반려견과 오래도록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1. 건강식을 먹여라 나이 든 개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영양 섭취일 것이다. 이런 개에게 먹이를 주는 적절한 방법에는 다양한 견해가 있다. 반려견의 건강과 웰빙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웹사이트 ‘피도스 오브 리얼리티’(Fidose of Reality)에 따르면, 나이 든 개들도 다 큰 개와 같이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하게 하면 근육량을 유지하고 신장(콩팥)도 좋은 모양을 유지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비타민과 미네랄도 먹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의사와 같은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당신 반려견의 몸 상태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먹이를 섭취하게 하는 것이다. 2. 꾸준히 놀아줘라 적절한 정신적 자극 역시 적절한 영양 섭취만큼이나 중요하다. 반려견의 움직임이 이전보다 느려졌을 수도 있지만, 함께 놀이하면 개는 더 활력과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단 당신 자신의 에너지가 반려견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을 기억하라. 함께 수영하거나 동네를 산책하고 또는 나이가 비슷한 개끼리 교류할 수 있도록 반려견 모임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고 ‘피도스 오브 리얼리티’는 추천한다. 3. 건강 유지를 도와라 미국에 사는 개의 52%가 과체중이라고 한다. ‘개와 고양이의 노령동물의학’(Geriatrics & Gerontology of the Dog and Cat)이라는 저서를 출간했던 리처드 골드스톤스 박사는 “비만인 반려동물은 그렇지 않은 동물들보다 수명이 더 짧다”고 말한다. 반려동물의 비만은 또한 심장과 폐, 신장, 간 등의 장기에 여러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당신의 반려견이 기운이 없다고 하더라도 건강한 적정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일 운동해 관절과 근육을 강하게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움직이기 쉬운 몸을 만들면 무리 없이 운동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당뇨병과 고혈압, 호흡 감손 등의 질환이 생길 가능성을 줄일 수도 있다. 4. 새로운 목적을 갖게 하라 개는 무언가 목적을 갖길 원하는 동물이다. 이런 성향은 나이가 들어도 바뀌지 않는다. 당신의 개가 아무리 나이가 들었다고 하더라도 매일 다른 개나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정신적 자극을 충분히 가해줄 필요가 있다. 이런 지적 훈련을 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대를 하게 하는 일종의 일과(루틴)를 제공하는 것이다. 개는 자신을 위한 것보다 다른 더 큰 무언가에 기여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고 싶어 한다. 실제로 시각장애 안내견이나 치료견이 좋은 사례다. 당신의 개에게 ‘무언가에 기여하고 있다’고 느끼게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5. 수신호를 가르쳐라 개의 청력도 인간처럼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떨어진다. 이런 조짐이 있으면, 당신 개가 수신호에 따라 주목하고 따라올 수 있도록 즉시 교육하는 것이 좋다고 ‘피도스 오브 리얼리티’는 조언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예전에 “기다려”와 “이리 와”, “앉아”와 같이 말을 통해 지시했던 것을 그에 맞는 특정 수신호와 함께 사용함으로써 가르칠 수 있다. 6.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하게 하라 일상의 습관을 제대로 지키면 나이 든 개의 삶의 질은 크게 향상된다. 나이 든 개는 인지 능력이 떨어져 착각할 수 있으므로 예측하기 쉽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과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뉴욕타임스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전문가 조셉 메르콜라 박사에 따르면, 개에게 뭔가를 일상적으로 계속시키면 불안감을 해소하고 정신 기능의 쇠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7. 구강 건강의 유지를 도와라 개의 치아와 잇몸에도 플라크가 제거되지 않으면 잇몸을 자극하고 치은염이 원인이 되는 치석으로 변한다. 치료 없이 놔두면 더 많은 치석이 쌓이면서 잇몸에 틈새가 생겨 더 많은 박테리아가 번식하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잇몸병으로 이어질 것이다. 지금까지 수년 동안 개의 잇몸 질환은 심장질환과 심장판막 질환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의 입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수의사에게 상담하라. 8. 푹신한 잠자리를 마련해줘라 차갑고 딱딱한 바닥은 나이 든 개들에게 정말 불편할 수 있다. 이들도 인간처럼 매우 힘든 관절염이 발생할 수 있다. 그 대신 이들에게 푹신한 잠자리를 만들어주거나 함께 침대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하라. 편안한 잠자리는 신체적으로 안락함뿐만 아니라 감성적인 안정감을 제공할 것이다. 만일 침대 생활을 함께 할 것이라면 오르내리기 쉽도록 작은 계단을 마련해주는 것도 좋다. 사진=ⓒ포토리아(맨위), 리틀띵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참 괜찮은 죽음은 무엇일까? 의사가 쓴 죽음에 대한 단상

    참 괜찮은 죽음은 무엇일까? 의사가 쓴 죽음에 대한 단상

    지난달 열린 런던국제도서전의 도서 트렌드 중 하나는 ‘죽음’이었다. 잘 사는 것에 대한 욕구가 어느 정도 해소된 것인지 이제 사람들은 잘 죽는 방법에 대해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 그동안 소설이나 시에서 주로 활용됐던 죽음이라는 주제가 심리, 철학, 에세이 등 인문서로 확장되는 분위기다. 국내에서도 최근 3~4년간 죽음을 다룬 책들이 주목받는 추세다. 이전에도 많은 책들이 이 주제를 다뤄왔지만 2012년 ‘죽음이란 무엇인가’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부터 대중들이 본격적으로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예일대 최고 인기강의’라는 타이틀을 내세운 이 책은 예일대 교수인 셸리 케이건의 실제 강의를 토대로 하고 있으며 죽음에 대한 철학적 명제들을 하나씩 풀어간다. 또한 의사 출신 작가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 역시 지난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의사로서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다운 죽음에 대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을 일깨워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거운 주제 탓인지 처음에는 주로 40~50대 중년층 사이에서 선호됐지만 KBS ‘TV 책을 보다’ 등 방송에 소개되면서 독자층이 넓어져 출간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이 두 책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죽음을 이야기하는 책이 최근 출간됐다. 영국 출신 신경외과 의사인 헨리 마시의 ‘참 괜찮은 죽음’이 그 주인공으로 조선일보 등 여러 언론 매체에서 관심을 보이며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은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닥뜨렸을 때 느끼는 불안, 두려움, 슬픔 등의 인간의 감정에 중점을 둔다. 저자인 헨리 마시는 냉철함을 지닌 의사 대신 인간적인 의사의 모습에 가깝다. 환자의 최선을 위해 노력한 30년의 땀과 노력, 정성이 녹아 있는 인문학적 성찰은 물론 의료사고와 의료소송 등 의사로서 밝히기 껄끄러운 실패담까지 숨김없이 이야기하고 있어 출간 2주 만에 교보문고, 예스24 등 주요 서점에서 순위가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경제적, 사회적 분위기가 정체되면서 진취적인 삶의 방식보다는 삶의 마무리에 관심의 무게가 기울면서 적극적으로 죽음을 이야기하는 다큐와 책 등의 논픽션이 늘고 있다. 물론 죽음을 즐겁게 얘기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사랑하는 사람의 영정사진을 앞두고 즐거울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다만 살아 있는 날들처럼 단 한 번 주어지는 죽음을 외면하지 않을 필요는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외면하지 않고 편안히 마주해야 죽음이 두려움의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정의 달 5월에 이 책들이 현재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상황은 상당히 반길 만할 일이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이현청 교육산책] 엄마에게 전해라

    [이현청 교육산책] 엄마에게 전해라

    얼마 전 유행하던 유행가 중에 ‘백세인생’이라는 가요가 있습니다. 60세부터 100세 사이 나이의 사람들이 저세상에서 오라 할 때 가지 않기 위한 여러 가지 이유를 비유해 부른 노래입니다. 그 노래의 가사 중에 ‘…라고 전해라’라는 가사가 젊은층으로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인기를 끈 이유라고 합니다. 우리 교육과 관련해 ‘누가 사교육을 번창하게 만든 장본인인가, 누가 자녀들을 교육의 희생양으로 만든 장본인인가, 누가 입시 지옥을 야기한 장본인인가?’라는 질문을 할 때 학부모들은 학교 탓과 교육정책 탓으로 돌리고 정부와 일부 정책 관련자들은 정책 잘못이 아니라 교육문화와 구조 탓이라고 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엄격하게 말하면 학부모도, 정부도, 학교도, 교사도, 학생도 모두 오늘의 교육 현실을 만든 장본인들입니다. 하지만 모두 교육의 희생자라고 변명하기 일쑤입니다. 일류 학교를 나와야지만 좋은 직장에 가고, 좋은 직장을 졸업해야지만 행복한 삶이 된다는 ‘일류 학교=좋은 직장=행복한 삶’이라는 잘못된 생각이 고착돼 있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입니다. 그러나 현실을 눈여겨볼 때 학부모들만의 탓도 아니요, 정부 탓만도 아니요, 교육정책 탓만도 아니요, 교사 탓만도 아닌 것이 분명합니다. 이 점에서 가장 먼저 변해야 할 교육 관련 주체가 학부모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학부모들에게 특히 어머니들에게 이렇게 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과외를 많이 시키면 반드시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고 전해라. 일류 학교를 나오면 반드시 행복한 삶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전해라. 의사와 판검사가 지금처럼 일생을 보장하는 최고의 직장이 아니라고 전해라. 조기 유학과 기러기 가족이 자녀 교육의 최상의 방법이 아니라고 전해라. 학교 성적이 자녀의 행복을 보장한다는 생각은 잘못됐다고 전해라. 영어를 잘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하는 생각은 잘못이라고 전해라. 부모가 자녀 입시 교육에 지나친 나머지 교육 학대(Educational Abuse)하고 있다고 전해라. 부모가 가르칠 것을 가르치지 않는 교육 방임(Educational Neglect)하고 있다고 전해라. 부모는 자녀의 삶을 대신 살아 줄 수 없다고 전해라. 부모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전해라. 자녀는 부모의 부속물이 아니라고 전해라. 교육은 100m 경주가 아니고 마라톤이라고 전해라. 진정한 교육은 인간을 만드는 데 있다고 전해라. 교육은 남과 다름을 배우고 남과 더불어 사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라 전해라. 교육은 자기 눈, 자기 잣대로 재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전해라. 교육은 사랑이라고 전해라. 교육은 섬김이라고 전해라. 교육은 나눔이라고 전해라. 우리나라 교육에서 교육문화의 주체요, 객체는 학부모입니다. 학부모들은 모두 교육의 희생양인 것처럼 말하지만, 정작 자기 스스로 희생양을 만드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과외가 싫고, 교육비가 많이 들고, 암기 위주의 교육이 싫어서 조기 유학을 택한 학부모들이 뉴욕에 가면 한국 과외를 만들고, 베이징에 가도 한국 과외를 만드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겁니까? 한국 부모들이 일등 위주의 교육문화에 매달리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자녀를 만들려면 최대한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간섭하지 말아야 합니다. 지원하고 격려하고 사랑하고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학부모는 일등 만능의 사고를 갖고 있습니다. 과연 누가 일등입니까? 모두가 일등입니다. 인간이 태어날 확률은 4억분의1이라고 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은 다 제 몫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러므로 잠재 가능성을 개발해 다름을 키워 주는 것, 특성을 키워 주는 것, 그것이 아름다움이 되게 하는 것이 일등을 만듭니다. 한양대 석좌교수
  • [씨줄날줄] 점심 경매/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점심 경매/임창용 논설위원

    처음 만나는 누군가와 점심을 함께 한다는 것은 한 끼 해결 이상의 의미가 있다.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그 의미의 스펙트럼은 넓고 다양할 게다. 식사 내내 미지근한 맹물을 마시는 기분일 수도 있다. 운이 좋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파트너의 매력에 빠져들 수도 있다. 평생을 좌우할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면 돈으로 가치를 따지기 어려운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그래서 작고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소크라테스와 점심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애플의 모든 기술을 주겠다”고까지 하지 않았을까. 잡스는 소크라테스의 끝없는 질문 방식을 경영에 적용해 애플을 세계 최고의 혁신 기업으로 일궈 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인간의 이런 심리(특히 부자가 되고 싶은 심리)를 이용해 2000년부터 매년 6월 ‘버핏과의 점심’을 경매에 부쳤다. 물론 장삿속은 아니다. 미국 자선기관인 글라이드재단이 주관하는 행사다. 경매에서 나온 자선기금은 저소득층 지원에 사용된다. 차별화된 투자로 엄청난 부를 일군 버핏의 투자 노하우 한마디를 들으려고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섰다. 지난해엔 중국 온라인 게임업체 다롄 제우스 엔터테인먼트가 26억원을 베팅해 점심 한 끼의 기회를 잡았다. 그 전 해에는 앤디 추아라는 싱가포르 남성이 22억원을 내고 티켓을 따냈다. 낙찰 최고가(약 40억원) 기록은 2012년 나왔다. 버핏과의 식사 시간은 최소 3시간이다. 대화 주제는 다음 투자 대상이 뭔지에 대한 것만 빼고는 모두 가능하다. 애플의 최고경영자 팀 쿡이 경매에 부친 점심 티켓이 지난주 6억원에 낙찰됐다고 한다. 이 돈은 케네디인권그룹 후원에 쓰인다. 팀 쿡과의 점심 경매 행사는 이번이 네 번째다. 2013년 첫 경매에서 약 7억원, 2014년 3억 8000만원, 지난해 2억 2000만원에 낙찰됐다. 금액이 점점 낮아지면서 애플의 기우는 사세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뒷이야기가 무성했지만, 이번에 크게 올라 우려를 불식하게 됐다. 국내에선 수년 전 하나HSBC생명이 1000명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함께 점심 먹으며 재테크 상담을 하고 싶은 사람’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워런 버핏이 1위로 뽑혔고, 2위는 의사이면서 투자 관련 베스트셀러 작가인 박경철씨가 차지했었다. 3위는 장하성 펀드로 유명한 장하성 고려대 교수였다. 박경철씨나 장 교수와의 점심 경매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국내에서도 유명인과의 점심 경매 사례는 있다. 지난해 미술품 경매사인 K옥션이 ‘혜민 스님과 함께하는 힐링 만찬과 멘토링’을 경매에 부쳤다. 낙찰 금액 1000만원은 식사비만 빼고 전액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위해 쓰였다. 유명인의 점심 경매는 ‘고도화된’ 재능 기부다. 재능이나 인격에 값을 매긴다는 부정적 시각도 있지만, 기부라는 큰 틀에서 용인될 만하다. 다양한 형태의 점심 경매가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 [In&Out]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사·정이 해야 할 일/김용성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경제협력개발기구 선임 이코노미스

    [In&Out]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사·정이 해야 할 일/김용성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경제협력개발기구 선임 이코노미스

    우리나라 청년들의 취업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올 들어 2월과 3월 두 달 연속 15~29세 청년실업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3월 청년실업률은 11.8%로, 일할 의사와 능력을 갖춘 청년 100명 가운데 12명 정도가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얻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 청년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실업률은 그 이상일 것이다. 겨울은 벌써 물러갔지만 청년들의 마음을 움츠리게 하는 고용 한파는 계속되고 있다. 많은 기업에서 들려오는 인원 감축 계획과 앞으로 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소식에서 청년층의 일자리난이 과거 완료형이 아닌 현재 진행형임을 알 수 있다. 그동안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있었다. 현 정부에서도 2013년 12월부터 ‘청년 맞춤형 일자리 대책’을 시작으로 최근 ‘청년·여성 취업대책’까지 여섯 차례 종합대책이 발표됐다. 이번에도 이름만 바꾼 ‘재탕·삼탕’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몇 가지 변화가 감지된다. 기업 지원을 통해 청년 취업을 돕는 과거 방식에서 탈피해 취업 혜택을 청년의 손에 직접 쥐여 주겠다는 ‘청년취업 내일공제’ 제도나 채용박람회 및 구직정보 연계 등 직접적인 일자리 창출이 아닌 고용지원 대책과 훈련을 일자리로 연결해 정책의 체감도를 높이려는 시도는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이번 대책이 많은 청년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지만,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면 또다시 공염불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앞선다. 그 이유는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는 속담과 ‘N포 세대’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청년층의 문제는 일자리뿐만 아니라 학업, 주거, 건강, 재정상태, 인간관계 등 매우 복합적이어서 만병통치약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행히 청년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데, 요약하면 교육과 노동시장의 간극 축소, 기업가 정신의 장려, 그리고 사회적 협력체계 강화다. 이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사회적 협력체계다. 그 이유는 이번 대책 중 어느 하나라도 정부의 뜻과 의지만으로 성과를 이뤄 낼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는 여러 정책이 뚜렷한 효과를 내도록 유도하기 위해 호응도를 평가에 반영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한편 지원 확대와 관련 대책의 법제화를 제시했다. 하지만 과거 여러 사례에서 보듯 공공기관의 청년 고용을 의무화하고 경영평가에 반영한다고 했지만 상당수 기업에서 사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아울러 청년인턴사업의 기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지원을 확대했지만 마찬가지로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또 산학협력 촉진을 법제화하고 지원했지만 기대한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이번 대책도 정책 참여자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다면 정부가 아무리 높은 비전을 내놓고 평가에 반영한다고 기업에 엄포를 놓아도 청년 고용 확대라는 목표는 희망사항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협력체계는 청년 취업대책을 ‘그들의 것’이 아닌 ‘나의 것’으로 생각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이제 정부가 고심해 청년 취업대책을 내놓은 시점에 맞춰 노동계, 경영계, 교육계, 비정부 공공부문도 정부의 눈치를 보지 말고 각자 버전의 청년 취업대책을 작성해 보길 권한다. 그 내용은 이번 대책에 대한 비판과 우려라도 좋고, 새로운 대안 제시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정책이 금과옥조가 아닌 바에야 정부도 열린 마음으로 껄끄러운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언제든 바로잡을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이후에 정부를 포함한 사회적 협력에서 각 대책 가운데 실현 가능성이 높은 공통분모를 찾아내고 집행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면 될 것이다.
  • “댓글 작성 시간, 건수 늘면 내용 점점 엉뚱해진다” (연구)

    “댓글 작성 시간, 건수 늘면 내용 점점 엉뚱해진다” (연구)

    온라인 공간에서 자기 의견을 분명히 표현하겠다며 긴 시간에 걸쳐 여러 개의 댓글을 작성하는 사람을 우리는 적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미국 컴퓨터 공학자들이 댓글 작성에 투자되는 시간과 그 내용의 정교함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끈다.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 연구팀은 댓글 작성에 매진하는 네티즌들의 의사 표현력을 파악하기 위해 소셜 뉴스사이트 ‘레딧’(Reddit)에 게시된 4000만 개 이상의 댓글과 그 작성자들의 이용 패턴을 조사했다. 그 결과, 댓글 작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수록 전반적 문장구사력은 낮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여러 댓글들을 작성하며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사람들은 본문을 비교적 짧게 쓰고, 댓글의 문법적 세련미(sophistication)가 떨어졌으며, 댓글에 대한 긍정적 반응(찬성표 등)을 얻어낼 가능성도 낮았다. 논문 공동저자 에밀리오 페라라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댓글들을 작성하는데 들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언어사용의 양상은 기초적이고 단순해졌다”며 “어떤 의미에서는 글 내용이 재미없어지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하나의 활동에 많은 시간을 들일수록 그 수준이 점점 더 낮아진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 상통하고 있다. 인간은 주어진 시간 동안 처리할 수 있는 정보량에 한계를 지니는데, 두뇌를 혹사해 정보처리를 무리하게 반복할 경우 뇌가 ‘번아웃’(burnout 소진) 상태에 빠져 좋은 성과를 내기 힘들어지게 된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만으로 장시간 이어지는 온라인 토론문화가 자체가 무용하다고 주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교수는 시간 경과에 따라 정합성이 떨어지는 문장을 늘어놓는 행위가 온라인 토론 전반에 끼치는 영향이 어떠한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며 “결국 토론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준에 달린 문제”라고 전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의 한계점 또한 지적했다. 연구팀은 글의 길이와 문법적 세련미만을 분석했기 때문에 댓글에 사용된 어휘가 시간 경과에 따라 점차 저급해졌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레딧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기타 사이트에 축적된 자료까지 동원해 이 점을 추가로 연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사이언스 톡톡] 도마뱀도 인간처럼 꿈을 꾼다고?

    [사이언스 톡톡] 도마뱀도 인간처럼 꿈을 꾼다고?

    어젯밤 좋은 꿈 꿨는지? 무슨 꿈을 꿨는지 내게 얘기해 준다면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고민이 뭔지를 말해 주겠네. 뭐, 이런 말을 하면 간혹 꿈풀이가 직업인 심령술사나 탐정소설을 좋아하는 마니아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더군.난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로서 정신분석학을 창시한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일세. 내 이름을 대면 많은 사람이 아이가 어머니를 독차지하려고 아버지에 대해 무의식적 반항심을 갖는다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나 ‘리비도’ 같은 성적 욕구 이론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 같더군. 맞는 말이긴 하지만 난 뇌성마비에 신경병리학적으로 접근해 치료 방법을 찾았던 과학자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 주게나. 나 이전까지 성욕은 정신과 치료에서도 입에 담아선 안 될 금기 사안이었지. 그렇지만 난 성욕이 인간 행동의 원초적 동기라고 생각했네. 그래서 성욕에 의한 에너지를 리비도라고 이름 짓고, 이를 고의로 억제하는 무의식을 억압 기제로 봤지. 그런 생각들을 바탕으로 환자와 의사 간의 자유연상법이란 대화법과 꿈을 분석해 치료에 적용하는 정신분석학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거지. 꿈은 정신분석학에서 환자의 무의식을 파악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도구라네. 사람은 잠을 잘 때 깊이 잠든 상태인 ‘서파(徐波)수면’과 몸은 움직이지 않지만 뇌는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며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렘(REM)수면’ 상태를 오간다네. 꿈은 렘수면 상태에서 나타나지. 내가 활동할 때까지만 해도 조류인 새, 파충류인 악어, 곤충까지 모든 동물이 잠을 자긴 하지만 꿈은 사람에게서만 나타나는 고유한 특성이라고 알고 있었지. 생물학이 발전하면서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포유류와 새들도 꿈을 꿀 수 있는 렘수면을 한다는 연구 결과들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를 걸세. 그런데 지난달 28일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을 보고는 정말 경악해 쓰러지는 줄 알았다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회 소속 뇌연구소 질 로랑 박사팀이 파충류인 턱수염도마뱀의 뇌 활동을 연구하다가 렘과 비슷한 수면 패턴을 처음으로 발견했다는 거야. 로랑 박사팀도 도마뱀이 렘수면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고 하더군. 연구팀은 당초 ‘애완동물로 많이 기르는 턱수염도마뱀은 먹잇감을 쫓을 때 시각정보를 얼마나 활용하는가’를 밝혀내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더군. 이번 연구 결과는 마치 심혈관 질환 치료제를 찾으려다가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를 발견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연구팀은 전극을 이용해 도마뱀의 뇌 활동을 여러 주 동안 지속적으로 기록하던 중 잠을 잘 때 4㎐의 초저주파 상태와 20㎐의 고주파 상태라는 완전히 다른 패턴의 뇌파를 보인다는 것을 발견했어. 두 주파수는 40초 간격으로 바뀌었는데 사람이 잠을 잘 때 렘수면과 서파수면을 오가는 것과 비슷한 패턴이었다는 거야. 고주파의 뇌파를 보일 때는 렘수면 상태와 비슷하게 눈꺼풀이 심하게 씰룩거리는 것을 발견했대. 생물학자들은 “그날 발생한 사건들을 되새기거나 먹이를 발견했던 곳들을 기억하기 위해 도마뱀도 잠자는 동안 꿈을 꾸는 것”이라고 추정하더군. 도마뱀뿐만 아니라 잠을 자는 모든 동물이 꿈을 꾸는 것이라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꿈뿐만 아니라 동물들의 꿈까지 해석해야 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싶구먼.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커버스토리] 유치원쌤… 수간호사…브라 기획자… 이건, 남자의 길

    [커버스토리] 유치원쌤… 수간호사…브라 기획자… 이건, 남자의 길

    남성보다 뛰어난 ‘알파걸’이 속속 등장하는 반면 여성 중심의 직업에 뛰어든 ‘알파맨’들도 늘고 있다. 기존의 성 역할을 넘어선 이들은 직업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세간의 편견쯤은 충분히 넘을 수 있다고 말한다. 유치원 교사, 간호사, 여성 속옷회사 직원 등 전통적으로 ‘금남의 구역’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남성 3명을 만났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3년차 유치원 교사 이택민 “남자 선생님 꺼린다고 15번 퇴짜, 겨우 합격했더니 엄마들 항의도, 이젠 서로 아이 맡아 달라 하세요 ” “16차례나 지원해서 유치원 교사가 됐죠. 지금은 저랑 결혼하고 싶다는 아이들이 생길 정도로 인기 만점이에요.” ●전국 남자 유치원 교사 853명… 전체의 1.8%에 불과 지난 20일 경기 성남의 유치원에서 만난 이택민(28)씨는 이곳에 온 지 3년 만에 동네 유명인사가 됐다. 처음에는 남자 교사여서 일부 부모들의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게 기우였다는 걸 다들 깨달았다고 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 유치원 교사 5만 998명 중 남자는 853명(1.8%)에 불과하다. 이씨는 2007년 가천대 유아교육학과에 입학했다. 59명의 신입생 중 유일한 남성이었다. “아이들이 좋아서 정한 길인데 여자들의 틈바구니에 있으니까 쉽게 소외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학생회장을 자청했고 잘 버텨냈죠. 그런데 진짜 난관은 취업이었어요.” ●첫해 학부모 2명 “여교사 반으로 아이 옮겨 달라” 요구 이씨는 유치원 15곳에 원서를 넣었다가 다 떨어졌다. 7곳은 서류에서 탈락했고, 8곳은 면접에서 퇴짜를 맞았다. “부모들이 남자 교사는 꺼린다”고 대놓고 탈락시킨 이유를 말하는 원장도 있었다. 결국 16번째 지원을 해 지금의 유치원에 들어왔다. 하지만, 첫해에 학부모 중 2명이 “내 아이는 여교사 반으로 옮겨 달라”고 요구했다. “남자 교사들이 여자 교사보다 섬세하게 신경 쓰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부모님들이 많은 건 아직은 어쩔 수 없죠. 여자아이를 둔 부모 중에는 성희롱 등 극단적인 상황을 걱정하기도 합니다. 결국 시간을 두고 직접 보여드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거죠.” ●매일 전화상담하고 화장실 지도는 여교사에게 부탁… 이젠 아빠들 육아 멘토 이씨는 매일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들의 작은 변화를 알려주고, 수시로 상담을 했다.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화장실 지도는 여성인 부담임 교사에게 맡겼다. 3년차가 된 올해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 한 엄마가 “우리 아이를 이 선생님 반으로 배정해 달라”고 부탁을 해 왔다. ‘프렌대디’(프렌드+대디·친구 같은 아버지)가 주목받는 사회 분위기에 그를 찾는 아빠들도 늘고 있다. “한번은 아빠와 함께 가는 소풍을 기획했더니 아빠들이 아이 교육법에 대해 열성적으로 묻더라구요. 남자 교사라서 좀더 편하게 물어본다고 하시는데, 엄마 양육에서 부모 양육으로 흐름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는 남자 유치원 교사라고 해서 억지로 여성스러움을 연출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전 중3 때까지 철인3종 경기 청소년 국가대표로 활동했어요. 여성이 주류인 직업이니 세밀함 등 여성의 장점을 배우려 하지만 억지로 여성스러워지면 아이들이 먼저 거부감을 나타냅니다. 결국 유치원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수간호사 김장언 “친근한 남자 간호사 더 반기는 세상, 중요한 건 성별 아닌 삶에 대한 태도. 병실서 일할 후배 많아지길 바라죠 ” “예전엔 남자 간호사를 보면 다들 의사로 잘못 알았죠. 하지만 지금은 간호대학 교수 중에도 남자들이 있는걸요.” ●올 간호사 합격자 10%가 남자… 10년 새 10배 늘어 지난 22일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응급실 앞에서 만난 김장언(57) 수간호사는 “중년 이상의 환자들은 일부러 남자 간호사를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남자여서 농담하기도 편하고 이래저래 친근하게들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04년만 해도 간호사 국가시험 합격자 중 남성은 100명에 1명꼴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는 합격자 10명 중 1명이 남성이다. 10여년 사이에 비중이 얼추 10배가 된 셈이다. 지난 2월에는 전국의 남자 간호사가 1만명을 넘어섰다. 2013년에는 대한남자간호사회도 창립됐다. 이 모임의 초대 회장이 김 수간호사다. ●남자 간호사는 이미 병원 시스템에 정착… 새 영역 개척할 때 “후배들에게 아직 우리 분야는 개척할 부분이 많으니 꿈을 크게 가지라고 말해 줍니다. 이제는 남자 간호사가 병원 시스템에 정착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제가 일하는 어린이병원에 남자가 간호사로 일할 거라곤 상상도 못 했죠.” 하지만 여전히 남자 간호사들은 중환자실이나 수술실에 주로 배치된다. 환자나 보호자와 소통하는 병실 근무는 아직 여자 간호사가 더 능숙하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강한 탓이다. 그는 남녀가 서로 다른 방식의 섬세함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성별과 관계없이 간호사는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하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환자를 돕는 직업”이라며 “중요한 건 성별이 아니라 환자를 대하는 태도”라고 강조했다. “초보 간호사 시절 12세 소년이 시한부 선고를 받고 병마와 싸우다 세상을 떠났어요. ‘차라리 수술을 받지 않았다면 2~3년이라도 더 살지 않았을까’ 하는 죄책감에 시달렸죠. 한동안 방황했어요. 결국 삶과 죽음은 인간의 뜻대로 할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지요. 그래서 순간마다 진심으로 환자를 대하자고 결심했습니다.” ●병역이 남자 간호사 발목… 군의관처럼 전공 살리는 군 보직 생기기를 김 수간호사는 남자 간호사에게 가장 힘든 것은 병역 문제라고 했다. “간호학과는 의대와 마찬가지로 학기마다 시간표가 짜여 있어 연속적으로 공부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군의관과 같이 전공을 살리는 군 보직이 없어서 일반 병사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졸업 후에 군대에 가면 취업 전 공백이 생겨서 더 부담이 됩니다.” 그는 이 부분이 후배 남자 간호사들을 위해 가장 해결해 주고 싶은 숙제라고 했다. “제가 처음 간호사를 시작할 때 멘토가 없다는 게 가장 힘들었죠. 그래서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남자들이 더 많이, 더 활발히 간호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남영비비안 상품기획부 차장 최세훈 “란제리 패션쇼서 얼굴 못 들던 초보, 브래지어 사이즈 척척 꿰는 전문가로, 변태 오해도… 하지만 다 패션입니다” “남자 중학교, 남자 고등학교 그리고 남자들이 득실거리는 체육교육과를 나와 20년 가까이 여성 속옷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남자가 여성 속옷을 만들다 보면 당황스러운 일도 있지만, 어차피 다 같은 패션 아닌가요.” ●여성 몸매 보정해 주는 기능성 속옷 담당… 직원 10명 중 3명은 남자 최세훈(42) 남영비비안 상품기획부 차장은 브래지어, 팬티, 슬립 등 여성의 몸매를 보정하는 기능성 속옷을 담당하고 있다. 디자인실과 조율해 상품을 기획하고 생산한 뒤 매장에서 판매하는 전 과정을 관리하는 게 그의 업무다. 1998년부터 무역회사에서 여성 속옷을 수입하는 일을 하다가 2009년 이곳으로 옮겼다.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본사 쇼룸에서 만난 최 차장은 “1998년 첫 출장으로 프랑스 파리 란제리쇼에 갔을 때는 브래지어와 팬티만 입은 여성 모델들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고 회상했다. “그래도 지금은 남자 직원의 저변이 넓어져 10명 중 3명은 됩니다.” ●처음엔 매장도 못 들어가고 쇼윈도 너머로 훔쳐봐 자기 의지에 따라 업무 분야를 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내성적이고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어서 주변에서는 그가 여성 속옷을 기획한다고 하면 깜짝 놀라기도 한다. “2000년에 홈쇼핑 방송의 여성 란제리 홍보 프로그램에 출연했습니다. 그걸 본 친구가 ‘야, 지금 TV에 너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나와서 속옷을 판다’고 연락을 했더군요. 사실 처음에는 시장조사를 다닐 때 부끄러워서 속옷 매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쇼윈도 너머로 흘끔흘끔 훔쳐보며 조사를 했죠.” 2013년 10명 남짓한 해외시장 조사단의 막내로 일본 출장을 다녀오다가 세관 심사를 받을 때는 ‘변태 성욕자’로 의심을 받기도 했다. “커다란 백팩에 한가득 여성 속옷 샘플을 넣었거든요. 인천공항 검색대에서 제 가방을 열어본 세관 직원이 여자 속옷으로 가득 찬 것을 보고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하더군요.” ●속옷 디자인 여전히 금남지대 … 남녀 합작하면 최고의 작품 나올 것 지금은 여성들에게 속옷 제대로 입는 법,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를 고르는 법 등을 조언해 주는 전문가로 대접받는다. 착용감 등 여성만이 알 수 있는 부분은 가족, 여성 친구, 고객에게 직접 물어본다. “저는 남자니까 자연히 고객에게 조언을 구하는 태도로 접근하죠. 그런데 그런 점이 오히려 고객과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기획이나 마케팅 등이 아닌 속옷 디자인 부서에는 아직 남자가 진출하지 못했다고 한다. “여성 속옷 디자인에도 남자의 역할이 있습니다. 여직원들은 속옷의 작은 부분들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지만, 남자들은 전체적인 느낌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양쪽이 합쳐졌을 때 최상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요.”
  • ‘달변가’ 남성, 사랑과 일 모두 잘한다(연구)

    ‘달변가’ 남성, 사랑과 일 모두 잘한다(연구)

    장기 연애를 꿈꾸고 있는 남성이라면 이야기꾼의 재주를 지니는 것이 좋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뉴욕주립대 버펄로 캠퍼스, 노스캐롤라이나대 공동 연구팀은 ‘스토리텔링’(storytelling) 능력이 인간관계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한 끝에 이와 같은 사실을 알아냈다며 해당 논문을 최근 '대인관계'(Personal Relationships) 저널에 게재했다. 스토리텔링이란 상대방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이야기 기술을 말한다. 문화콘텐츠 생산, 의사소통, 심지어 자기소개서 등에서도 우수한 스토리텔링 기술은 중요한 요소로 손꼽히고 있다. 이번에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특정 인물들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확인시켜준 뒤, 이를 기반으로 그 인물들에 대한 평가를 내려줄 것을 요구했다. 이때 연구팀은 인물의 전반적 매력도를 평해달라고 부탁한 뒤, 인물이 장기적·단기적 연애 상대로서 얼마나 적합하게 느껴지는지 또한 질문했다. 더 나아가 상대방의 평소 인기도, 지도력, 존경받는 정도, 타인에게 귀감이 되는 정도 등을 짐작해 볼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설문 내용을 종합한 결과, 참가자들은 좋은 스토리텔링 능력을 지닌 인물일수록 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일 것으로 짐작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개인의 영향력이나 역량을 짐작하는 좋은 척도가 되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연구팀은 “스토리텔링 능력은 개인의 자원 수집 능력을 반영한다. 스토리텔링을 잘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크게 미치고 사회에서 요직을 차지할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러한 긍정적 이미지는 남성들의 경우 좋은 연애상대로 여겨질 수 있는 부가적 효과를 발휘했다. 연구 결과에서 여성들은 스토리텔링이 뛰어난 남성일수록 장기적 연애에 더 적합한 인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연구팀은 “스토리텔링은 일반적 대화와는 다르다”면서 “스토리텔링 능력이 뛰어날 경우, 그 사람의 지위가 높을 것으로 인식된다”며 이것이 남성들의 매력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단기연애를 전제로 삼아 여성들에게 질문했을 때에는 이러한 효과가 적용되지 않았다. 또한 남성들은 스토리텔링 능력과 여성의 매력도를 연관 짓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더불어 여성들은 스토리텔링 능력이 좋은 남성을 좋은 친구 후보로서 여기기도 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의부증’ 겪는 여성, 원인은 뇌에 생긴 ‘물혹’ 탓

    ‘의부증’ 겪는 여성, 원인은 뇌에 생긴 ‘물혹’ 탓

    뇌에 발병한 물혹 때문에 갑작스러운 의부증이 생긴 한 여성의 사연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과학전문매체 라이브사이언스의 25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올해 43세의 한 터키 여성은 남편과 결혼생활을 지속한 지 20년 만에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의심을 품게 됐다. 이 여성은 갑작스럽게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에 의심을 품기 시작했고 급기야 남편이 외도를 하고 있다고 믿는 지경에 이르렀다. 수시로 남편의 휴대전화와 인간관계를 의심하는 날들이 잦아졌다. 동시에 이 여성에게는 다양한 증상이 나타났는데, 수면장애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심각한 불안감과 과민반응이 나타났다. 이 여성은 우연한 기회에 병원에 들러 이러한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던 중 의사로부터 충격적인 진단을 받았다. 일상장애를 비롯한 갑작스러운 의처증이 그녀의 뇌에 생긴 낭포, 즉 일종의 물혹 때문이라는 진단이었다. 낭포 혹은 낭종이라 부르는 이것은 사람이나 동물의 체내 및 신체 부위에 생기는 물혹을 뜻하는데, 이 여성의 경우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뇌 부위에 거대한 낭종이 생겼고 이것이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데 장애물로 작용했다는 것. 그녀를 진단한 현지 의사는 “뇌의 MRI스캐닝 분석 결과 뇌 전두엽 오른쪽 부위에서 심한 정신병적 행동을 유발할 수 있는 낭종이 발견됐다. 전두엽이 이 낭종의 영향을 받으면서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의처증이 시작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환자의 뇌에서 발견된 낭종의 크기가 상당한데, 아마도 크기가 커질수록 현상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능력이 저하되면서 의부증 증세 및 수면장애와 불안증이 더욱 심해졌을 것”이라면서 “이러한 진단은 그녀가 이전에 어떤 정신병적 증상을 보인 사례가 없고, 가족력도 없으며 이와 관련해 의사와 상담하거나 약을 처방받은 적도 없다는 것을 근거로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진은 현재 이 여성이 수술이 아닌 약물치료를 받고 있으며, 약물치료가 끝나고 상태가 호전되면 이전과 같은 증상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사례는 영국에서 발행되며 희귀 의학사례 및 임상실험 결과를 다루는 ‘BMJ Case Reports’에 소개됐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알파고를 이기는 방법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알파고를 이기는 방법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클라우스 슈밥 지음/송경진 옮김/새로운현재/288쪽/1만 5000원 얼마 전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 간 세기의 바둑대결은 다가올 미래라고 생각했던 것이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우리 삶의 패러다임을 통째로 바꿔놓을 이 거대한 변화는 누군가에게는 버겁고, 심지어 두렵기까지 하다. 디지털 기기와 인간, 그리고 물리적 환경의 융합으로 펼쳐지는 새로운 시대, 제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도전인가, 기회인가.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은 제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클라우스 슈밥은 ‘다보스 포럼’이라는 명칭으로 익숙한 세계경제포럼의 창립자 겸 회장으로 지난 45년간 세계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플랫폼을 제공해 온 인물이다. 그는 제4차 산업혁명을 지난 1월 열린 2016년 다보스 포럼의 핵심 어젠다로 제시하고 각 분야 및 영역의 선구자격에 해당하는 지식인과 기업인들의 아이디어와 통찰력, 전략을 수렴했다. 그들의 생각과 전략이 슈밥의 목소리를 통해 책에 온전히 담겼다. 1차 산업혁명은 1760~1840년 철도건설과 증기기관의 발명을 바탕으로 기계에 의한 생산을 이끌어냈고, 19세기 말~20세기 초까지 이어진 2차 산업혁명은 전기와 생산조립라인의 출현으로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1960년대 시작된 3차 산업혁명은 반도체와 개인컴퓨터, 인터넷이 발달을 주도했다. 디지털 혁명을 기반으로 21세기의 시작과 동시에 출현한 4차 산업혁명은 유비쿼터스 모바일 인터넷, 더 저렴하고 작고 강력해진 센서,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이 특징이다. 더욱 정교해지고 통합적으로 진화한 디지털 기술과 함께 다양한 학문과 전문영역이 서로 경계 없이 주고받으며 파괴적 혁신을 일으켜 좁게는 개인 일상생활부터 넓게는 세계 전반에 걸쳐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혁신의 발전과 전파속도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범위가 넓어 이 때문에 일어날 사회·문화·경제적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다. 저자는 4차 산업혁명이 주는 기회가 강렬한 만큼 그것이 불러올 문제점 역시 벅차고 무겁다고 진단한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이 우리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사결정 시 칸막이식 사고에서 벗어나 협력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갖고, 긍정적이고 포괄적인 공동의 담론을 발전시켜야 하며 향상된 인식과 담론을 바탕으로 경제·사회·정치적 시스템을 개편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이야기꾼 남성’, 좋은 연애 상대 되고, 출세도 한다(연구)

    ‘이야기꾼 남성’, 좋은 연애 상대 되고, 출세도 한다(연구)

    장기 연애를 꿈꾸고 있는 남성이라면 이야기꾼의 재주를 지니는 것이 좋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버펄로 캠퍼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스토리텔링’(storytelling) 능력이 인간관계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한 끝에 이와 같은 사실을 알아냈다며 해당 논문을 최근 '대인관계'(Personal Relationships) 저널에 게재했다. 스토리텔링이란 상대방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이야기 기술을 말한다. 문화콘텐츠 생산, 의사소통, 심지어 자기소개서 등에서도 우수한 스토리텔링 기술은 중요한 요소로 손꼽히고 있다. 이번에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특정 인물들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확인시켜준 뒤, 이를 기반으로 그 인물들에 대한 평가를 내려줄 것을 요구했다. 이때 연구팀은 인물의 전반적 매력도를 평해달라고 부탁한 뒤, 인물이 장기적·단기적 연애 상대로서 얼마나 적합하게 느껴지는지 또한 질문했다. 더 나아가 상대방의 평소 인기도, 지도력, 존경받는 정도, 타인에게 귀감이 되는 정도 등을 짐작해 볼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설문 내용을 종합한 결과, 참가자들은 좋은 스토리텔링 능력을 지닌 인물일수록 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일 것으로 짐작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개인의 영향력이나 역량을 짐작하는 좋은 척도가 되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연구팀은 “스토리텔링 능력은 개인의 자원 수집 능력을 반영한다. 스토리텔링을 잘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크게 미치고 사회에서 요직을 차지할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러한 긍정적 이미지는 남성들의 경우 좋은 연애상대로 여겨질 수 있는 부가적 효과를 발휘했다. 연구 결과에서 여성들은 스토리텔링이 뛰어난 남성일수록 장기적 연애에 더 적합한 인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연구팀은 “스토리텔링은 일반적 대화와는 다르다”면서 “스토리텔링 능력이 뛰어날 경우, 그 사람의 지위가 높을 것으로 인식된다”며 이것이 남성들의 매력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단기연애를 전제로 삼아 여성들에게 질문했을 때에는 이러한 효과가 적용되지 않았다. 또한 남성들은 스토리텔링 능력과 여성의 매력도를 연관 짓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더불어 여성들은 스토리텔링 능력이 좋은 남성을 좋은 친구 후보로서 여기기도 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월드피플+] 학교에서는 왕따… ‘늑대인간’ 소년의 비애

    일명 ‘늑대인간 증후군’으로 불리는 질환인 ‘범발성다모증’(汎發性多毛症) 때문에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하고 마을에서는 반대로 신으로 추앙받는 한 인도네시아 소년의 사연이 눈길을 끈다. 13세 소년 무하마드 라이한이 앓고 있는 범발성다모증은 신체 전반에 걸쳐 털이 자라나는 매우 드문 유전질환이다. 라이한의 경우 손, 다리, 배 등 신체 곳곳에 굵고 긴 털이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다. 이러한 독특한 신체 특성 때문에 라이한은 마을에서 ‘신의 화신’으로 대우받는다. 그의 마을에 사는 힌두교 신자들은 라이한을 힌두교 원숭이 신 ‘하누만’의 현신으로 여기고 있다. 그의 모습을 잠시나마 보기 위해 먼 마을에서 그를 찾아오는 열성 신자도 있다. 하지만 라이만의 특이한 외모는 그가 학교에서 심한 놀림을 받는 원인이기도 하다. 라이한의 모습이 원숭이 신을 연상시킨다는 사실은 어린 친구들에게는 그저 놀림거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극과 극을 달리는 대우에 혼란과 우울함을 느낄 법도 하지만, 독실한 무슬림 신자 라이한은 사람들의 시선에 크게 개의치 않은 채 자신을 존중하며 살아 나가고 있다. 라이한은 “어떤 사람들은 나를 보며 비웃고 또 어떤 이들은 나에게 축복을 받으려 한다”고 말한다. 이어 “이런 사람들은 내게 특별한 힘이 있다거나 내가 신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관심은 괜찮다. 내가 다르게 생겼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어린 라이한이 이렇듯 의연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에는 홀어머니로서 다섯 아이를 키우고 있는 강인한 어머니 파르단의 도움이 컸다. 라이한의 어린시절, 아들의 신체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파르단은 당시에는 살아있던 남편과 함께 수많은 의사들을 방문하며 치료 방안을 찾아 헤맸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사는 치료 방법을 전혀 생각해내지 못했다. 그리고 일부 의사가 추천하는 레이저 제모 수술은 파르단의 가족이 감당하기엔 재정적으로 지나치게 버거웠다. 안타깝게도 결국 아들의 치료를 포기해야만 했던 파르단은 대신 라이한이 미래에 상처받지 않고 자랄 수 있도록 강한 자존감과 신앙심을 심어주었다.그는 “나는 라이단이 신의 선물이며, 그 외모 또한 신의 뜻에 의한 것이라고 믿는다”며 “아들에게도 절대로 자신의 외모에 대해 불만을 가지지 말고 대신 겸허하게 받아들이라고 가르쳤다”고 전했다. 이런 가르침을 잘 받아들인 라이한은 자기 외모가 신의 특별한 선물이라 여기며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나는 신의 축복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덕분에 만족스럽다”며 “나는 이대로도 행복하기에 치료는 바라지 않는다“고 전했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공부중”…세계 최초로 ‘고등학교 입학’한 日로봇

    “공부중”…세계 최초로 ‘고등학교 입학’한 日로봇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대화형 로봇 ‘페퍼’가 세계 최초의 ‘로봇 고등학생’이 돼 눈길을 끈다. 페퍼는 일본 IT 기업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인 프랑스 기업 알데바란 로보틱스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이다. 신장 120㎝, 중량 28㎏에 카메라와 각종 센서를 탑재하고 있으며 판매가격은 약 19만 8000엔(약 186만 원) 정도다. 페퍼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스러운 대화 능력이다. 페퍼의 기본적인 음성언어 이해도는 약 80% 정도에 달한다. 이에 더해 페퍼는 감정분석 기능을 이용, 상대방의 현재 기분에 맞춰 대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 대화중에 인식되는 상대방의 감정에 따라 위로를 건네거나 웃음을 터뜨리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페퍼는 또한 이렇게 대화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학습하는 기능까지 가지고 있다고 소프트뱅크는 설명한다. 페퍼는 이미 여러 산업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커피기업 네스카페의 경우 2014년 12월에 페퍼 1000대를 구입, 일본 내의 자사 커피머신 판매 매장들에 배치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도쿄에 새로 문을 연 휴대전화 판매업체에 10 대의 페퍼 로봇이 비치되기도 했다. 이처럼 주로 ‘종업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페퍼는 최근 일본 후쿠시마 현 쇼시 고등학교에 입학해 학생으로서의 새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소프트뱅크의 발표에 따르면 페퍼는 성공적으로 고등학교 입학 절차를 밟았으며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한 것으로 전한다. 학교에서도 페퍼는 ‘대화형 로봇’이라는 특성을 십분 발휘해 학생들에게 봉사할 것으로 보인다. 페퍼는 친구나 선생님과의 대화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의 말동무가 돼주는 한편, 학생들에게 영어 및 로봇 기술을 가르치는 역할도 수행할 예정이다. 쵸지 스기하라 쇼시 고등학교 교감은 학생들에게 페퍼를 소개하며 “페퍼와 대화를 나누면서 성큼 다가온 로봇사회의 발걸음 소리를 듣는 소중한 기회를 가지길 바란다”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아사히 신문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김대식 지음, 동아시아 펴냄) 인공지능에 초점을 맞춰 한국 필자가 쉽고 대중적으로 펴낸 책이다. 카이스트에서 전기 및 전자과 교수로 근무하는 저자는 알파고 충격 이후 청와대에 초청돼 강의를 했을 정도로 인공지능과 뇌과학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저자는 ‘약한 인공지능’과 ‘강한 인공지능’으로 구분해 인공지능에 대한 논란에 답한다. 사람하고 비슷한 수준으로 인지하는 인공지능은 알파고와 같이 현실화됐고 독립성, 자유의지 등을 가진 강한 인공지능은 아직은 만들지 못한다. 저자는 강한 인공지능의 등장을 인류 멸망으로 해석하는 이유도 설명한다. “강한 인공지능이 어느 한순간 인간을 놓고 질문을 하게 됩니다. ‘인간은 지구에 왜 있어야 되나?’” 352쪽. 1만 8000원. 세상을 바꾼 전략 36계(김재한 지음, 아마존의 나비 펴냄)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는 역사적 사실들을 전략적 키워드로 융합한 책이다. 동서고금의 세상사를 단순하게 나열하지 않고 인간만의 알고리즘으로 엮어 해석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전략들은 선거와 같은 정치 게임의 관전 포인트를 제공하고 전략적 정치 참여를 가능하게 한다. 당선 가능성을 보고 차선의 대안에 투표하는 이른바 ‘전략적 투표’를 다룬 장에서는 어떻게 투표 선택으로 정치 결과를 바꿀 수 있는지 설명한다. 저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1997년 DJP연합을 사례로 들며 산토끼 공략의 성공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이 밖에도 청계천 복원 등을 통해 토목건축의 정치적 효과를 살펴본다. 316쪽. 1만 7000원. 환자가 된 의사들(로버트 클리츠먼 지음, 강명신 옮김, 동녘 펴냄)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가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 삶의 마지막 종착지에 이른 환자가 된 의사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들의 고백은 삶과 죽음이라는 인간의 근본 문제에 관한 진중한 성찰인 동시에 자신들이 행해 온 의료체계에 대한 반성을 드러낸다. 저자는 환자가 된 의사 70여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그들의 직무적 고충과 생존의 어려움으로 번민하는 모습을 가감 없이 전한다. 저자 자신도 지독한 우울증을 경험하며 의사와 환자 양자를 체험했다. 그리고 의료계 내부의 시각에서 환자를 다루고, 환자들의 편의를 봐주지 않는 의료시스템의 철옹성을 깨닫게 되면서 현대 의료 철학과 병원의 물리적, 제도적 한계를 환기시킨다. 488쪽. 1만 9000원. 모던 씨크 명랑(김명환 지음, 문학동네 펴냄) 1920년부터 1940년까지 20여년간 발행된 신문 6000여 부의 광고면들을 탐험하며 신문 광고에 담긴 근대 조선인의 삶과 사회상을 흥미롭게 짚어 냈다. 책은 의식주에서 성생활까지 우리가 누리는 현대적 생활양식들이 첫걸음을 내디뎠을 때의 세상 풍경을 다채롭게 펼쳐 낸다. 껌은 흔히 6·25 때 미군에 의해 전해졌다고 알려졌지만 저자는 1925년 ‘리글리 췌잉껌’ 광고를 찾아내 껌의 역사를 바로잡는다. 샴푸로 머리를 감기 시작한 것도 1934년부터였고, 토마토케첩도 이미 80여년 전 경성의 상점가에 판매됐다. 오늘날 성형외과 광고에 등장하는 수술 전후 비교 사진이 당시 병원 광고에 사용됐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당대 광고 원본 이미지를 통해 경성시대의 디테일들을 엿볼 수 있다. 360쪽. 1만 6500원. 나를 위한 사찰여행 55(유철상 지음, 상상출판 펴냄) 느림의 미학으로 마음을 치유하는 국내의 대표적 사찰을 소개한 책이다. 저자는 10년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만난 사찰 가운데 55곳을 골라 지리와 역사, 종교적 가치와 문화재로서의 의미를 상세하게 풀어냈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저자는 여름에 추천할 만한 산사로 충남 공주의 마곡사, 전남 해남의 미황사, 경남 합천 해인사를 꼽는다. 산길을 맨발로 걸으며 마음을 달래고 자연을 즐기는 ‘맨발 산행’이 가능한 마곡사, 다도해를 바라보며 무한한 사색에 빠져들 수 있는 땅끝마을의 미황사, 팔만대장경 인경 체험과 암자 순례가 인상적인 해인사의 템플스테이 등 산사의 매력을 소개한다. 432쪽. 1만 6500원.
  • 日 대화 로봇 페퍼, 세계 최초 ‘로봇 고등학생’ 돼

    日 대화 로봇 페퍼, 세계 최초 ‘로봇 고등학생’ 돼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대화형 로봇 ‘페퍼’가 세계 최초의 ‘로봇 고등학생’이 돼 눈길을 끈다. 페퍼는 일본 IT 기업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인 프랑스 기업 알데바란 로보틱스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이다. 신장 120㎝, 중량 28㎏에 카메라와 각종 센서를 탑재하고 있으며 판매가격은 약 19만 8000엔(약 186만 원) 정도다. 페퍼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스러운 대화 능력이다. 페퍼의 기본적인 음성언어 이해도는 약 80% 정도에 달한다. 이에 더해 페퍼는 감정분석 기능을 이용, 상대방의 현재 기분에 맞춰 대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 대화중에 인식되는 상대방의 감정에 따라 위로를 건네거나 웃음을 터뜨리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페퍼는 또한 이렇게 대화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학습하는 기능까지 가지고 있다고 소프트뱅크는 설명한다. 페퍼는 이미 여러 산업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커피기업 네스카페의 경우 2014년 12월에 페퍼 1000대를 구입, 일본 내의 자사 커피머신 판매 매장들에 배치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도쿄에 새로 문을 연 휴대전화 판매업체에 10 대의 페퍼 로봇이 비치되기도 했다. 이처럼 주로 ‘종업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페퍼는 최근 일본 후쿠시마 현 쇼시 고등학교에 입학해 학생으로서의 새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소프트뱅크의 발표에 따르면 페퍼는 성공적으로 고등학교 입학 절차를 밟았으며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한 것으로 전한다. 학교에서도 페퍼는 ‘대화형 로봇’이라는 특성을 십분 발휘해 학생들에게 봉사할 것으로 보인다. 페퍼는 친구나 선생님과의 대화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의 말동무가 돼주는 한편, 학생들에게 영어 및 로봇 기술을 가르치는 역할도 수행할 예정이다. 쵸지 스기하라 쇼시 고등학교 교감은 학생들에게 페퍼를 소개하며 “페퍼와 대화를 나누면서 성큼 다가온 로봇사회의 발걸음 소리를 듣는 소중한 기회를 가지길 바란다”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아사히 신문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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