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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아이앰스테르담과 아이서울유/안미현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아이앰스테르담과 아이서울유/안미현 수석논설위원

    네덜란드는 튤립과 풍차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그러나 수도 암스테르담은 유럽인들에게 성매매와 마약으로 더 악명 높았다. 고민 끝에 암스테르담은 2002년 이미지 쇄신 작업에 들어갔다. 2년 뒤 ‘아이 암스테르담’(I Amsterdam)이 탄생했다. 암스테르담 앞에 ‘나’(I)를 붙였을 뿐인데, 순식간에 명물이 됐다. 암스테르담의 앞글자가 영어 동사 ‘앰’(Am)인 데서 착안한 것이었다. ‘아이 앰 스테르담’으로 더 많이 불리는 이 알파벳 조형물 앞은 “나 암스테르담 왔다”라는 인증샷을 남기는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아이 러브 뉴욕’(I ♥ NY)과 더불어 도시 브랜드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도 꼽힌다. 비슷한 시기 훗날 대통령이 된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도 고민에 빠졌다. 서울을 대표할 작명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온 게 2002년의 ‘하이 서울’(Hi Seoul)이다. 간결하면서도 쉽다. 그런데 철학이 없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2006년 취임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안녕 서울’ 밑에 ‘아시아의 혼’(Soul of Asia)을 붙였다. 병행 표기를 선택한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왜 아시아의 혼이 서울이냐’며 중국이 발끈했다.서울시 수장이 박원순 전 시장으로 바뀌면서 작명 작업이 다시 시작됐다. 시민 투표와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2015년 ‘아이·서울·유’(I·Seoul·U)가 나왔다. ‘너와 나의 서울’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영어 속에 서울이 동사처럼 들어가 있다 보니 ‘나는 너를 서울한다’로 읽힌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냉소와 외국인도 이해 못할 ‘콩글리시’라는 비판이 지금도 따라다닌다. 서울의 비싼 집값을 풍자해 ‘I·Seoul·U=나는 너의 집세를 올리겠어’라는 식의 번역본도 양산됐다. 12년 만에 서울시로 복귀한 오 시장이 최근 ‘I·Seoul·U’를 퇴출하기로 했다. 메시지가 불명확하고 인지도가 낮다는 게 이유다. 그런데 인지도는 그동안 욕을 많이 먹은 탓인지 ‘하이 서울’이나 ‘솔 오브 아시아’보다 ‘아이서울유’가 더 높다. 일각에서는 전임 시장 지우기라며 수군대기도 한다. 어찌 됐든 오 시장은 연말까지 새 작품을 다시 선보이겠다고 한다. 간단해 보여도 작명에만 수십억원이 들어간다. 이번에는 후대가 두고두고 쓸, 그리고 서울시민이 자부심을 느낄 ‘도시 브랜드’가 나올 것인가.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날것으로 먹는 고기, 그 즐거움과 두려움의 경계/셰프 겸 칼럼니스트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날것으로 먹는 고기, 그 즐거움과 두려움의 경계/셰프 겸 칼럼니스트

    어떤 고기를 날것으로 먹을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답이 있을 것 같은 질문이지만 의외로 명쾌한 답이 없음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흔히 생으로 고기를 먹는다고 하면 생선회나 소고기 육회 정도를 떠올린다. 생선회야 갓 잡은 활어를 바로 회 쳐 먹으니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육회는 어떨까. 도축하고 난 후부터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그러나 하루면 하루, 이틀이면 이틀이라고 명확하게 기한을 명시해 놓은 걸 본 적이 없다. 요상한 일이다. 날고기를 큰 거부감 없이 즐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크게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가끔 익힌 건 먹지만 날것은 먹지 못한다는 손님을 마주한다. 그럴 때마다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 익히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인 경우가 많았다. 못 먹는다는 건 그걸 싫어하거나 먹으면 정말 탈이 난다는 건데, 탈이 난 경험이 있어서 싫어하는 경우도 꽤 있었다. 불을 발명하기 전 원시인류는 날고기를 섭취했다. 외계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고기를 익혀 먹는 건 전 우주에서 현생 인류밖에 없다. 무엇이든 익혀 먹는 인류지만 날고기와 완전히 작별하지는 않았다. 오늘날까지 익히지 않은 고기를 먹는 문화가 곳곳에 존재한다. 날고기에 대한 애정이 가장 각별한 나라에 살고 있어서인지 종종 다른 문화권에서 날고기 음식을 보게 되면 원래 알던 친구를 만난 듯 반가운 기분이 든다고 할까. 이탈리아에서 처음 만난 날고기는 ‘소고기 타르타르’였다. 한국의 육회와 별반 다르지 않으니 길게 설명은 하지 않겠다. 기름기가 적은 소고기 부위를 잘게 썰어 소금과 머스터드, 후추, 케이퍼 등을 넣고 조미한 서양식 육회다. 그다음에 만난 날고기는 ‘살시차 크루다’였다. 간 돼지고기에 간단한 조미를 하고 페넬씨로 향미를 가미한 소시지인데 익히지 않고 생으로 먹는다는 점이 꽤 충격적이었다. 먹는 방법은 이렇다. 케이스에 든 돼지고기를 짜내어 빵에 발라 먹는다. 조금만 덜 익은 돼지고기를 먹어도 큰일 나는 줄 아는 한국인의 관점에선 벌써 속이 메스꺼운 광경일 수도 있다.독일에서도 비슷한 친구를 만났다. ‘메트’라고 하는 건데 살시차 크루다보다 더 노골적인 생돼지고기다. 역시 간 돼지고기에 소금, 후추 간만 간단히 해서 빵과 함께 먹는다. 취향에 따라 다진 양파나 마늘을 넣는데 꽤 먹을 만하다. 대체 이탈리아인과 독일인들은 왜 익히지 않은 돼지고기를 먹는 걸까. 메트와 살시차 크루다는 굳이 비교하자면 우리가 김장할 때 먹는 겉절이와 같다. 소시지를 만들 때 신선한 돼지고기를 쓰는데 하루 이틀 선도가 좋을 때 먹을 수 있는 일종의 별미인 셈이다.겉절이가 있으면 묵은지도 있는 법. 스페인의 서쪽 섬 발레아레스제도에는 ‘소브라사다’라고 하는 소시지가 있다. 메트나 살시차 크루다와 다른 점이라면 생소시지를 일정 기간 발효한 후 먹는다는 것이다.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싶지만 사실이다. 곱게 간 돼지고기와 지방에 소금, 후추, 스페인 훈연 고춧가루인 피멘톤을 섞은 후 돼지의 소장이나 대창, 방광 등에 넣어 크기에 따라 수주 동안 매달아 발효시킨다. 종류에 따라 순한 맛부터 강한 맛이 있는데 여름에는 보통 속을 그대로 떠서 빵에 발라 먹고, 겨울에는 다른 음식 재료와 익혀서 먹기도 한다. 남부 이탈리아에도 소브라사다와 비슷한 음식이 있다. ‘은두야’라고 하는 칼라브리아 지방 특산 소시지다. 전반적으로 비슷하지만 맵지 않은 스페인 훈제 고춧가루 대신 매콤한 칼라브리아산 고추가 들어가는 게 차이다. 소브라사다보다 훨씬 맵고 강렬하다.고기를 이렇게 익히지 않고 먹어도 될까. 소브라사다와 은두야 둘 다 익히지 않은 돼지고기지만 소금과 후추 그리고 고추의 작용으로 나쁜 균이 자라기 힘든 산성 환경이 조성된다. 다시 말해 김치처럼 보존 처리가 돼 있기에 안전성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메트나 살시차 크루다의 경우 당연히 시간이 흐르면 생으로 먹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간 고기일수록 부패가 빠르기 때문에 제조 당일 판매가 원칙이다. 얼마나 된지 모른다면 익혀 먹는 게 안전하다. 반드시 날로 먹어야 한다면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는 게 좋다. 갈거나 다지지 않은 덩어리 고기라면 온도와 표면의 상태만 신경 써 줘도 선도를 비교적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진공 포장을 뜯은 직후 공기와 만나면서부터 부패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고 생각하자. 포장을 뜯지 않았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다행히 우리에겐 선도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있다. 냄새가 조금이라도 불쾌하다면 날로 먹는 건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 좋다.
  • 우리금융, 취약계층에 3년간 ‘23조+α’ 지원한다

    우리금융, 취약계층에 3년간 ‘23조+α’ 지원한다

    우리금융그룹이 취약계층 지원 등에 향후 3년간 23조원 이상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민생안정 대책과 궤를 같이하지만 최근 우리은행 직원의 수백억원대 횡령 및 이상 외환거래,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징계취소 소송까지 여러 악재가 겹치며 이를 무마하기 위한 대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금융은 17일 ‘우리 함께 힘내요! 상생금융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하고 앞으로 3년간 23조원 규모의 금융지원 사업은 물론 그룹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다양한 직접 지원 사업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는 손 회장이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전 그룹사가 동참해 달라는 특별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지원의 경우 ‘취약계층 부담 완화’ 부문에 약 1조 7000억원을 투입해 ‘저신용 성실상환자 대상 대출원금 감면’ 제도를 비롯해 취약차주 대상 금리 우대, 수수료 면제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청년·소상공인 자금 지원’ 부문에는 17조 2000억원을 투입하며, ‘서민 금융 확대’ 부문에선 새희망홀씨대출, 햇살론 등의 상품을 3조 5000억원 규모로 확대 운영한다. 앞서 신한·하나·KB국민은행은 지난달 취약차주를 대상으로 한 금리 인하 정책을 내놨고, 신한금융은 향후 5년간 청년층에 약 14조원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금융지주가 취약계층의 대출 원금을 감면하는 등의 대규모 종합지원책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금융의 경우 “취약계층을 살려야 국가경제가 산다”며 손 회장이 의지를 강조한 데다 취약계층 전반을 대상으로 한 전례 없는 규모라 여러 악재를 고려한 처사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우리은행은 본점 직원이 700억원 횡령을 저지른 8년 동안 이를 포착하지 못했고, 최근 전 은행권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상 외환거래도 가장 먼저 발견됐다. 손 회장의 경우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취소 소송 2심에서도 승소했지만, 금감원이 최근 상고하며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게 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손 회장이 조직 안정과 장악력 등을 감안해 이번 대책을 내놓은 게 아니겠냐”고 평했지만, 우리금융 측은 “취약계층의 생활 안정을 위해 손 회장의 주도하에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지난달 미래재단 설립 인가를 받으며 순차적으로 진행된 일”이라고 설명했다.
  • 그 섬들의 위로… 가만있어도 마음 편안해진다 [이우석의 미시여행]

    그 섬들의 위로… 가만있어도 마음 편안해진다 [이우석의 미시여행]

    ‘한산: 관광객의 출현’ 경남 통영세간에 회자되는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을 봤더니만 문득 그 바다에 가고 싶어졌다. 결국 ‘토영’에 갔다. 토영은 경남 통영 사람들이 자신의 고장을 부르는 말이다. 통영은 통제영의 위엄과 거창함을 강요하는 느낌이지만 토영이라 말하면 뭔가 살갑다. 뒤 억양을 올리는 지역 사투리로 토영을 발음하면 빠닥빠닥 석쇠 위에 볼락 굽는 연기도 배어들고 풋풋한 멍게의 바닷내도 섞이는 것만 같다. 통영은 조선의 해군 본부 격인 삼도수군통제영을 줄인 말로 1604년 이곳 두룡포에 설치됐다. 신식 군대가 생기기 전까지 약 300년간 삼도(전라·충청·경상)의 수군을 지휘하던 본부였으니 그 규모는 실로 장대했다. 남해의 자그마한 어촌이 조선 최대 규모의 군사도시가 됐고, 이후 ‘군사’를 떼어 낸 도시는 수산업과 문화예술, 관광 산업으로 지금껏 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고성반도와 이어져 내려와 150여개의 유무인도를 거느린 통영의 지형이 서쪽에 있는 전남 여수와 닮았다 했는데 알고 보니 홍콩반도를 더 빼닮았다. 어디서 홍콩과 통영이 닮았다는 글을 읽고 지도를 찾아보니 과연 그렇다. 고성반도(주룽반도)를 통해 내려오면 홍콩섬과 같은 미륵도가 다리와 해저터널로 이어지며 침사추이 격인 강구안, 항남동 등 통영 시가지 가운데 위치했다. 북쪽에는 고성읍(선전)과 창원(광저우)이 비슷한 위상으로 포진해 있다. 다만 홍콩의 경우 트램(통영에선 케이블카)을 타고 가야 하는, 전망대 구실을 하는 빅토리아 피크(미륵산)가 주룽이 아닌 홍콩섬(미륵도)에 있다는 것이 조금 다르다. 남쪽 녹빛 바다엔 크고 작은 섬들이 쫙 깔렸다. 그 이름도 유명한 한려해상국립공원이다. ‘근대의 지드래곤’ 정지용 시인이 통영 앞바다를 보고 이른 말이 있다. “만중운산 속의 천고절미한 호수”라고. 이은상 시인 역시 “결결이 일어나는 파도, 파도 소리만 들리는 여기. 귀로 듣다 못해 앞가슴 열어젖히고 부딪혀 보는 바다”라고 통영을 칭송했다. 그 말이 딱이다. 바다는 바다인데 호수의 생김 같다. 통영 바다에는 차가운 직선 수평선이 아예 보이지 않는다. 샐 틈 없이 둥글둥글한 섬들로 막혔다. 동그란 섬들이 둥둥 떠 있는 형국이다. 아티스틱 스위밍 팀이 일제히 자맥질을 하면 물 위에는 궁둥이만 남는데, 통영 바다가 꼭 그 짝이다. 여기다 통영 땅을 누비는 길 역시 기막힌 곡선이다. 가로와 세로, 그리고 수직으로 뻗은 직선 도시에 지쳐 버린 이들이 숨어들기 딱 좋다. 여기선 가만있어도 마음이 평평해진다. 아름다운 통영의 지리를 잘 살펴보려면 미륵도 미륵산을 오르는 게 먼저다. 고도는 그리 높지 않다. 462m. 대신 바다에서 바로 솟아나 그 위세만큼은 몹시 당당하다.전국 지자체에 ‘케이블카 신드롬’을 몰고 온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에 오른다. 주렁주렁 매달려 바다와 산을 잇는 철삭(鐵索)의 길. 비록 차가운 쇠줄에 불과하지만 이 줄을 타고 오르는 이들의 마음은 뜨거워진다. 전망대에 오르면 누구나 쉽사리 산 정상에 오를 수 있다. 굽이치는 산책로를 따라 이곳저곳을 모두 둘러보며 정상에 오른다. 미륵산 위에 올라서면 통영의 땅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날이 좋으면 어스름하게 일본 쓰시마섬도 볼 수 있다. 한국의 할롱베이니 만중운산의 호수니 하는 말은 모두 이 풍경에서 비롯된 말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한려수도의 풍경은 국립공원 100경 중 으뜸으로 꼽힌다. 통영은 ‘한국의 나폴리’라고 불리던 미항(美港)이다. 관광 마케팅을 하려고 요즘 지어낸 말이 아니다. 무려 60년 전인 1962년 박경리의 소설 ‘김약국의 딸들’ 첫 장에 똑똑히 적혀 있다. 일찌감치 일본인들이 통영을 두고 그리 불렀다.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가 보지도 못한 세계 3대 미항의 이름을 가져다 붙여 놨을 정도니 말이다.비취색 바다를 앞두고 움푹 들어간 항구와 그 뒤를 버티고 선 든든한 언덕. 요즘은 ‘범죄도시’에 가까운 이탈리아 나폴리보다 아름다운 항도가 통영이 아닐까. 게다가 예향(藝鄕)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이 낳은 위대한 작곡가 윤이상과 청마 유치환, 박경리 등 문화예술인 여럿이 이곳에서 자라며 영감을 얻었다. 통영의 아기자기한 멋과 이를 둘러싼 자연환경은 모두 알뜰살뜰하다. 예술의 원천이 되기에 충분한 자연환경이 있었기에 위대한 예술가들은 이 도시에서 예술적 감각을 키울 수 있었다. 문화예술에 있어 왜 하필 군사도시 통영인가. 답은 권력에 있다. 과거 예술이 발달하려면 돈과 권력이 필요했다. 메디치의 부가 있었던 피렌체도 그랬고 합스부르크의 빈도 그랬다. 남해 끄트머리에 있지만 통영에는 무려 정이품의 통제사가 있었다. 요즘 공무원으로 따지자면 판서(장관) 이상이다. 이곳으로 부임하면 거느린 무관과 식솔 모두를 데리고 왔다. 통제사 일행의 자산과 당시 한양의 최신 문물이 고스란히 통영에 도달했다. 게다가 통제영에서 사용할 물품을 공급하는 군납 산업의 발달은 건축과 예술, 공예, 요리 등 문화예술 전반을 키우는 근간으로 작용했다. 한양 경복궁 경회루, 여수 진남관과 더불어 가장 큰 단일 목조건물 세병관(洗兵館)은 삼도수군통제영의 위엄을 단박에 알 수 있는 랜드마크로, 단층 팔작지붕의 국보다. 시인 두보의 ‘세병마행’에 등장하는 구절인 세병은 칼(兵)을 씻는다(洗)는 뜻이다. 모두 궤멸시키고야 말겠다는 이름이 아닌 평화주의적 소망이 이 커다란 건물 현판에 녹아 있다. 세병관에 들어서기 전 지나야 하는 문의 이름도 지과문(止戈門)이다. 굳셀 무(武) 자를 파자한 것으로 ‘전쟁(戈)을 그치게 한다’는 뜻이다. 이 역시 무를 숭상하면서도 평화를 논한다는 의미로 지었다. 실로 엄청난 전화를 겪고 난 후 다시는 그런 불행을 겪지 않겠다는 선조들의 철학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통영에 또 다른 별칭을 붙이자면 미향(味鄕)이 빠질 수 없다. 시인 백석도 통영 음식 맛이 여간 좋았던지 아예 ‘통영 2’라는 시에서 “바람 맛도 짭짤한 물맛도 짭짤한/ 전복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좋고/ 파래에 아개미에 호루기 젓갈이 좋고/ 새벽녘의 거리엔 쾅쾅 북이 울고/ 밤새껏 바다에선 뿡뿡 배가 울고/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라고 통영 바다의 음식을 노래했다.통영은 맛있는 먹거리가 많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충무김밥과 도다리쑥국. 뱃머리에서 팔던 충무김밥은 제5공화국 때 관제축제 ‘국풍81’에서 인기를 끌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졌고, 도다리쑥국은 최근 몇 년 새 봄날의 계절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실 통영에는 이 외에도 맛난 먹을거리가 ‘천지빼까리’다. 원래부터 좋은 식재료가 많이 나는 곳이기도 하고, 맛있는 것 먹기 좋아하는 무관들이 대대로 주둔했던 곳이니 식문화가 발달했다. 이순신 제독(수군으로선 장군보다 제독이 맞다)도 이곳에 있었다. 전라좌도수군절도사로 임진왜란 중에 한산도 제승당에 주둔하면서 ‘한산섬 달 밝은 밤에’로 시작하는 시조 ‘한산도가’도 남겼다. 난중이지만 어쨌든 충무공은 통영의 음식도 맛봤을 것이다. 돼지고기와 ‘금풍쉥이’(군평선이)를 즐겼다는 일기도 있다. 만약 충무공이 요즘처럼 맛깔나는 다양한 통영 식문화를 접했다면 이런 일기를 남기진 않았을까 감히 생각해 봤다. “초8일 임인(壬寅). 맑음. 공무를 본 후 아우와 멍게 부밥(비빔밥)을 먹었다. 초밥을 먹자 했지만 왜의 것이라 돌려보냈다. 아우가 밥을 남겨 장형 10대에 처했다. 부하들과 항남동에 나가 갯장어와 술을 먹었다. 제철이라 제법 살이 오르고 윤기가 도는 것이 가히 맛을 형언하기 어려웠다. 돌아온 후 활 열다섯 순을 쏘았다.” 통영의 맛난 음식은 중앙시장과 서호시장에서 출발한다. 갖은 생어물과 건어물, 해조류, 젓갈로 가득하다. 넙데데한 가자미에 곰장어, 요즘 때를 맞은 갯장어가 좌판에 깔렸다. 이 모든 싱싱한 재료가 숙련된 솜씨와 만나 통영 특유의 밥상을 구성한다. 갑오징어, 감생이(감성돔), 뽈래기(볼락) 등 횟감도 좋고 슬쩍 익혀 내는 먹을거리도 수두룩하다. 시장통에는 오랜 시간 시민들에게 사랑받아 온 맛집도 많아 이곳을 순례하는 일도 참 재미가 좋다. 아침에 붕장어 대가리를 넣고 끓인 시락(시래기)국밥이나 시원한 졸복국 한 그릇으로 시작해 충무김밥과 멍게비빔밥, 간식으로 꿀빵, 마무리로 우짜(우동+짜장)까지 먹으면 몸도 마음도 포만감으로 차오른다. 저녁엔 통영 특유의 선술집 문화인 ‘다찌집’에서 신선한 재료와 함께 밤을 즐길 수 있다. 계절이 고스란히 반영되는 상에는 푸짐하고도 다양한 안줏거리로 가득 찬다. 고둥이며 문어며 하나씩 집어 오물오물 임인년 여름의 후숙(後熟)을 즐겨 본다.통영에서의 섬 여행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앞서 미륵산에 올라 눈에 욱여넣었던 수많은 섬 중 몇 군데는 직접 다녀올 수 있다. 여행에 동기부여가 된 한산도는 무척 가깝다. 섬 안을 도는 것도 얼마 걸리지 않는다. 섬 해변길을 따라 걷다 제승당에 올라 한산 앞바다를 바라보며 충무공의 심정을 되새겨 볼 수 있다. 며칠 묵는다면 육지 통영과는 사뭇 다른 만지도며 욕지도, (누가 팔려고 내놓지도 않았지만) 매물도까지 두루 돌아보는 ‘섬 호핑 투어’도 가능하다. 앙증맞은 해수욕장을 품은 비진도와 내친김에 멀리 장사도까지 다녀와도 좋다. 신안섬과는 다른 풍광과 분위기가 기다린다. 통영을 여행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훑어봤다. 늠름한 거북선이 지키고 선 강구안. 특별할 것도 없는 허름한 다찌집에 앉아 윙윙 돌아가는 선풍기 아래 상쾌한 밤을 잔에 담아 기울인다. 오후 8시 책받침만 한 창문 틈 사이로 통영의 여름밤이 서서히 식어 가고 있다. 푸르게 짙푸르게. 놀고먹기연구소장 ■여행수첩 시락국=‘원조 시락국’. 붕장어 대가리 육수에 된장을 풀고 시래기를 넣은 국 한 그릇이 하루를 살아갈 충분한 에너지를 준다. 서호시장에서 대대로 이름난 이 집은 이제 관광객의 필수 코스가 됐다. 시락국 한 뚝배기를 내오면 늘어놓은 반찬을 맘껏 떠다 먹는 방식이다.졸복국=크기만 보고 무시할 게 아니다. 얼큰히 마신 후 시린 속 해장에 아주 좋다. 서호시장 ‘풍만복국’은 상호처럼 푸짐한 반찬과 함께 복국을 한 뚝배기 내준다. 존득한 살맛도 좋다. 미나리와 콩나물을 넣고 한소끔 끓여 낸 졸복국에 식초를 한 방울 떨어뜨리면 풍미가 한층 살아난다. 충무김밥=원래 여수~부산 여객선 승객에게 팔던 ‘뱃머리 김밥’에서 시작됐다. 맨밥을 김에 말아 꼬치에 꿰고, 호래기(참꼴뚜기)나 홍합을 졸여 섞박지와 함께 먹는 방식이다. 중간에 소를 넣지 않으니 잘 쉬지 않아 먼 길을 떠나는 배 안에서 먹기 쉽고 맛도 좋았다. 강구안 ‘엄마손김밥’이 옛날식으로 홍합과 호래기 등을 졸여 판다. 곰탕과 육회비빔밥=항남동 ‘풍전식당’. 통영에는 해산물만 있는 게 아니다. 한우 사골곰탕을 맛있게 끓이는 집이다. 구수하고 진한 곰탕이 보약 한 첩의 효과를 낸다. 신선한 육회를 올려 갖은 채소, 해초와 함께 비벼 먹는 통영식 육회비빔밥도 예술이다. 반찬도 맛있지만 곰탕이나 비빔밥 한 그릇이면 땡이다.고등어회=‘고등어와 전갱이’. 욕지도의 명물 고등어를 사철 회로 즐길 수 있는 식당이다. 비리지 않고 고소하며 감칠맛이 감도는 횟감 고등어가 입맛을 당긴다. 두껍게 썰어 내 부드러운 살을 씹는 맛이 좋고 시간이 지날수록 기름이 흘러 꿀떡 잘 넘어간다. 등 푸른 생선은 아무 데서나 회로 즐길 수 없기에 더욱 값지다.
  • “이주민 등 소수자 반복된 혐오… 다문화 고민 없는 배려, 상처 되기도”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사회]

    “이주민 등 소수자 반복된 혐오… 다문화 고민 없는 배려, 상처 되기도”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사회]

    10년째 끊이지 않는 악플에 고통직접 만난 악플러 “관심받으려고”이주민들 미움 안고 떠나니 문제아이들 학교선 다문화가정 놀려주말마다 역사 공부 도움 될지… 국회 4년간 보수·진보 모두 냉대정의당 입당 뒤 차별금지법 주장이민청 추진·인력난 해소 목소리국민통합위 참여해 통합안 모색이주민이자 여성,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겹겹이 쌓인 소수자 정체성은 보수 정당에 속했던 과거에도, 진보 정당에 속한 현재도 그를 공격하는 꼬투리가 됐다. 전직 국회의원 이자스민(45) 얘기다. 그는 지난달 27일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 직속 1호 위원회인 국민통합위원회 사회·문화분과 위원으로 합류했다.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의 사회’ 5회에서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 혐오 피해자인 이 전 의원에게 지난 20여년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거듭된 혐오 앞에 좌절하기보다 약 245만명(2022년 6월·법무부 기준)의 국내 체류 외국인과 한국 사회가 어떻게 공존할지 고민하느라 바빴다. 인터뷰는 17일 서울 마포구 에스플렉스센터에서 진행했다. 그를 내내 괴롭혀 온 혐오 댓글에 대한 의견부터 물었다. -너무 심한 악플(악성 댓글) 탓에 국회의원 시절 블로그 댓글창을 닫은 적이 있었지요. “저는 악플 쓰는 사람들 입장도 궁금해서 다 읽는 편이에요. 그런데 어느 날 메일 한 통이 왔어요. ‘의원님 활동을 응원하고 싶어 종종 블로그를 보는데 우리(이주민)를 대표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됐는데도 혐오와 비난을 당하는 게 마음 아파요. 더는 블로그를 못 볼 것 같아요’라는 내용이었죠. 이주민, 특히 그 2세들은 그런 댓글을 보며 ‘한국인들이 우리를 정말 미워하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깊은 후유증을 앓게 되죠. 악플 하나가 남기는 파장이 그만큼 큽니다.” 필리핀에서 태어난 이 전 의원은 한국인이다. 1995년 한국 남성과 결혼한 뒤 1998년 우리 국적을 취득했기 때문이다. 2011년 서울시 이주여성 공무원 1호로 화제를 모았고, 같은 해 출연한 영화 ‘완득이’가 흥행하면서 주목받았다. 이때까지 여론은 그에게 온정적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국회의원이 되자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다. 벌써 10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 전 의원이 국민통합위에 합류한다는 기사에도 ‘불법체류자에게 혜택 주자는 여자를 왜 좋은 자리에 앉히느냐’,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댓글이 달렸다. 늘 비슷한 패턴이다. 그는 “아마 이 인터뷰 기사에도 같은 악플이 달릴 것”이라고 했다. -왜 유독 악플이 심할까요. “이유 없는 미움이야 없을 테지요. (악플 다는 사람들도) 각자 가진 상처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이해해요. 다만 예전에 한 대학생이 저를 심하게 비난하는 글을 써서 제3자로부터 신고당한 일이 있었어요. 수사 과정에서 그 학생과 통화했는데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예상 못 한 답이 돌아왔죠. ‘블로그에 다른 글을 올리면 호응이 없는데 이자스민을 욕하면 관심받는다’고요. 한편으론 안타까웠죠.”-다른 이주민들도 자신들을 다룬 뉴스의 댓글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찾아보나요. “당연하죠. 유학생이나 이주노동자처럼 언젠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미움을 안고 떠나는 게 문제죠. 한류 콘텐츠가 외국에서 사랑받고 있지만 막상 살아 본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한다면 국가적 위상이 떨어집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음에도 차별받는 2세 중에는 사회를 원망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20여년간 이주민을 향한 혐오는 양상이 좀 달라졌나요? “여전히 어떠한 설명을 해도 사람들은 들으려 하지 않아요. 어느 순간 부정적인 댓글이 대체로 ‘복붙’(복사, 붙여넣기) 형태가 많은 거예요. 같은 사람들이 계속 여러 기사들에 읽지도 않고 똑같은 악플을 다는구나 싶었어요. 이런 걸 감안하면 ‘실제 혐오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예전보다 줄어든 것은 아닐까’ 하는 기대를 하기도 해요.” -한국에서 자녀를 키우며 상처받은 일은 없었나요.(이 전 의원은 아들(1996년생)과 딸(2000년생)을 둔 엄마다) “잘못된 배려가 상처가 되기도 했어요. 제 딸이 겪은 일인데요. 초등학교 2학년 첫 수업 때 선생님이 출석 부르면서 ‘얘는 다문화가정이니까 잘 지내라’라고 했대요. 그 말을 듣고는 친구들이 오히려 놀리더래요. 딸이 나중에 그러더라고요. ‘엄마, 나 좀 그냥 내버려 두라고 선생님한테 말해 줘’라고. 제 아들에게는 다문화가정이라는 이유로 주말마다 경복궁 체험 등 역사 공부를 과하게 시키려고 했어요. 배려를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그게 필요한 도움인지 고민해 보지 않고 ‘다문화’라는 생각만 다들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거죠.” 그는 2012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이주민 출신의 최초 국회의원. 보수정당의 깜짝 공천에 신선하다는 평이 많았지만 그때뿐이었다. 4년간의 의정활동 내내 보수와 진보 구분 없이 그를 냉대했다. 행동과 발언이 움츠러들었다. 지나고 보니 ‘조금 더 적극적이었어야 했나’ 싶었다. 2019년 11월, 이 전 의원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진보정당인 정의당에 입당한다. -정치와 거리를 두다가 정의당에 입당했는데요. “새누리당에서 국회의원이 된 건 당시 새누리당 빼고는 먼저 제의한 당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이주민 이슈는 당과 무관해요. 모든 당에 이주민 정치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주민 정책에 관심 있는 정치인은 없어요. 힘들고 표가 안 되니까요. 정의당이 소수자 문제에 강한 당이지만 (제가 입당하기 전) 이주민위원회도, 이주민을 위한 정책도 없었어요.” -정의당에 입당하자마자 차별금지법 제정을 주장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차별금지법은 임시방패 같은 거예요. 이 법이 생기면 누구나 ‘내가 하는 말이 차별인가?’ 하고 더 조심하게 되죠. 한국은 특히 외국인이나 성소수자에게 배타적이죠.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놀랐던 말이 ‘여기는 게이가 없어’였어요. 말이 되나요? 필리핀은 가톨릭 국가지만 모든 사람의 성적 정체성을 존중해요. 외국을 보면 성소수자가 정체성을 당당히 밝히고 각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합니다. 각자 가진 능력을 발휘하도록 돕는 게 국가의 의무죠.”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외국인 이민 정책을 총괄하는 ‘이민청’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보수·진보 세력 모두 이 계획을 환영했다. 이민청 설립은 이 전 의원이 이미 6년 전 제안했던 정책이다. 그는 국민통합위에서 다문화·이주민 통합 방안을 모색한다. -국민통합위에 참여했는데 목표가 있나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이주민 정책이 달라져요. 장기 계획을 갖고 체계적 정책을 세우기 어렵죠. 우리 사회는 이미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 조만간 인력 부족을 겪게 될 겁니다. 특히 박사급 인력은 많은데 수출기업 공장에서 일할 사람이 부족하죠. 이 문제의 답이 이주민에게 있어요. 정부는 ‘어떤 이주민을, 얼마나, 어떻게 데려와 어떤 일을 맡길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만 고민하면 돼요. 법무부가 이민청 설립을 하겠다고 해서 기대를 하고 있는데, 제 생각을 잘 전하려고 해요.” 이 전 의원은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며 인터뷰 끝에 가해자가 중국 동포인 범죄 기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언론은 가해자가 중국 동포일 때 꼭 제목에 ‘조선족 출신’을 붙이더라고요. 그 자체가 ‘우리’와 ‘남’을 나누는 거잖아요. 이런 관례에 익숙해져서는 안 되지 않을까요.”
  • 이주민·여성···중첩된 혐오 피해자 정치인 이자스민이 견딘 20년

    이주민·여성···중첩된 혐오 피해자 정치인 이자스민이 견딘 20년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의 사회> 5회 이주민 국회의원 1호 이자스민 인터뷰‘너네 나라로 돌아가라’ 끊이지 않는 혐오“2세들이 받을 상처가 가장 큰 걱정”‘임시 방패’ 차별금지법 제정해야‘내가 하는 말 차별인가?’ 조심했으면이주민이자 여성,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근 10년간 한국 사회에서 그만큼 모진 혐오와 차별을 견뎌온 사람이 또 있을까. 겹겹이 쌓인 소수자 정체성은 보수 정당에 속했던 과거에도, 진보 정당에 속한 현재도 그를 공격하는 꼬투리가 됐다. 전직 국회의원 이자스민(45) 얘기다. 그는 지난달 27일 윤석열정부의 대통령 직속 1호 위원회인 국민통합위원회의 사회·문화분과 위원으로 합류했다.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의 사회’ 5회에서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 혐오 피해자인 이 전 의원에게 지난 20여 년 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거듭된 혐오 앞에 좌절하기보다 약 245만 명(2022년 6월·법무부 기준)의 국내 체류 외국인과 한국 사회가 어떻게 공존할지 고민하느라 바빴다. 인터뷰는 17일 서울 마포구 에스플렉스 센터에서 진행했다. 그를 내내 괴롭혀온 혐오 댓글에 대해서부터 물었다. -너무 심한 악플(악성 댓글) 탓에 국회의원 시절 블로그 댓글 창을 닫은 적이 있었지요. “저는 악플 쓰는 사람들 입장도 궁금해서 다 읽는 편이에요. 그런데 어느 날 메일 한통이 왔어요. ‘의원님 활동을 응원하고 싶어 종종 블로그를 보는데 우리(이주민)를 대표하는 사람이 혐오와 비난을 당하는 게 마음 아파요. 더는 블로그를 못 볼 것 같아요’라는 내용이었죠. 이주민, 특히 그 2세들은 그런 댓글을 보며 ‘한국인들이 우리를 정말 미워하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깊은 후유증을 앓게 되죠. 악플 하나가 남기는 파장이 그만큼 큽니다.” 악플은 10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 전 의원이 국민통합위에 합류한다는 기사에도 ‘불법체류자에 혜택 주자는 여자를 왜 좋은 자리에 앉히느냐’,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댓글이 달렸다. 그는 “아마 이 인터뷰 기사에도 같은 악플이 달릴 것”이라고 했다. -왜 유독 악플이 심할까요. “이유 없는 미움이야 없을 테지요. (악플 다는 사람들도) 각자 가진 상처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이해해요. 다만, 예전에 한 대학생이 저를 심하게 비난하는 글을 써서 제3자로부터 신고당한 일이 있었어요. 수사 과정에서 그 학생과 통화했는데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예상 못 한 답이 돌아왔죠. ‘블로그에 다른 글을 올리면 호응이 없는데 이자스민을 욕하면 관심 받는다’고요. 한편으론 안타까웠죠.” -국내 이주민이 자신들을 다룬 뉴스의 댓글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글도 찾아보나요. “당연하죠. 유학생이나 이주노동자처럼 언젠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미움을 안고 떠나는 게 문제죠. 한류가 외국에서 사랑받고 있지만 막상 살아본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한다면 국가적 위상도 떨어집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음에도 차별받는 2세 중에는 사회를 원망하는 아이들이 있어요.”-20여 년간 이주민을 향한 혐오는 양상이 좀 달라졌나요? “여전히 어떠한 설명을 해도 사람들은 들으려 하지 않아요. 아무리 설명을 해도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 왜 한국에서 그러느냐’라고만 말하죠. 어느 순간 부정적인 댓글이 대체로 ‘복붙(복사, 붙여넣기)’ 형태가 많은 거에요. 같은 사람들이 계속 여러 기사들에 읽지도 않고 똑같은 악플을 다는구나 싶었어요. ‘이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줄어든 것은 아닐까’하는 기대를 하기도 해요.” -한국에서 자녀를 키우며 상처받은 일은 없었나요.(이 전 의원은 아들(1996년생)과 딸(2000년생)을 둔 엄마다.) “잘못된 배려가 상처가 되기도 했어요. 제 딸이 초등학교 2학년 때 개학식에 갔는데 선생님이 출석 부르면서 ‘얘는 다문화 가정이니까 잘 지내라’라고 했대요. 그 말을 듣고는 친구들이 오히려 놀리더래요. 딸이 나중에 그러더라고요. ‘엄마, 나 좀 그냥 내버려두라고 선생님한테 말해줘’라고. 제 아들에게는 다문화 가정이라는 이유로 주말마다 경복궁 체험 등 역사 공부를 과하게 시키려고 했어요. 정말 필요한 도움인지 고민 없이 ‘다문화’라는 생각만 머릿속에 있는 거죠.” 그는 2012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이주민 출신의 최초 국회의원. 보수정당의 깜짝 공천에 신선하다는 평이 많았지만, 그때뿐이었다. 4년간의 의정 활동 내내 보수와 진보 구분없이 그를 냉대했다. 행동과 발언이 움츠러들었다. 지나고 보니 ‘조금 더 적극적이었어야 했나?’ 싶었다. 2019년 11월, 이 전 의원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에 입당한다. -정치와 거리를 두다가 정의당에 입당했는데요. “새누리당에서 국회의원이 된 건 당시 새누리당 빼고는 먼저 제의한 당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이주민 이슈는 당과 무관해요. 모든 당에 이주민 정치인이 있어야 합니다. 이주민 정책에 관심 있는 정치인은 없어요. 힘들고, 표가 안되니까요. 정의당이 소수자 문제에 강한 당이지만 (제가 입당하기 전) 이주민위원회도, 이주민을 위한 정책도 없었어요.”-정의당에 입당하자마자 차별금지법 제정을 주장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차별금지법은 임시방패 같은 거예요. 이 법이 생기면 누구나 ‘내가 하는 말이 차별인가?’하고 더 조심하게 되죠. 한국은 특히 외국인이나 성소수자에게 배타적이죠.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놀랐던 말이 ‘여기는 게이가 없어’였어요. 말이 되나요? 필리핀은 가톨릭 국가지만 모든 사람의 성적 정체성을 존중해요. 외국을 보면 성소수자가 정체성을 당당히 밝히고 각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합니다. 각자 가진 능력을 발휘하도록 돕는 게 국가의 의무죠.”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외국인 이민 정책을 총괄하는 ‘이민청’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보수·진보 세력 모두 이 계획을 환영했다. 이민청 설립은 이 전 의원이 이미 6년 전 제안했던 정책이다. 그는 국민통합위에서 다문화·이주민 통합 방안을 모색한다. -국민통합위에 참여했는데 목표가 있나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이주민 정책이 달라져요. 장기 계획을 갖고 체계적 정책을 세우기 어렵죠. 우리 사회는 이미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 조만간 인력 부족을 겪게 될 겁니다. 특히, 박사급 인력은 많은데 수출기업 공장에서 일할 사람이 부족하죠. 이 문제의 답이 이주민에게 있어요. 정부는 ‘어떤 이주민을, 얼마나, 어떻게 데려와 어떤 일을 맡길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만 고민하면 돼요. 법무부가 이민청 설립을 하겠다고 해서 기대되는데 제 생각을 잘 전하려고 해요.” 이 전 의원은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며 인터뷰 끝에 가해자가 중국 동포인 범죄 기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언론은 가해자가 중국 동포일 때 꼭 제목에 ‘조선족 출신’을 붙이더라고요. 그 자체가 ‘우리’와 ‘남’을 나누는 거잖아요. 이런 관례에 익숙해져서는 안 되지 않을까요.”스콘랩
  • 1인가구 맞춤형 지원…“서울 중구에선 나혼자도 산다”

    1인가구 맞춤형 지원…“서울 중구에선 나혼자도 산다”

    서울 중구가 다양한 1인가구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1인가구가 살기 좋은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17일 구에 따르면 1인가구를 위한 소통·교육 프로그램과 안전한 환경 조성, 사회관계 형성 공간 마련 등 다양한 정책이 시행 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중구에 거주하는 가구의 41.4%는 1인가구로, 모두 2만 2000여 가구에 달한다. 이는 서울시 25개구 가운데 관악구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구는 지난 6월부터 오는 11월까지 ‘중구 싱글학개론’을 운영 중이다. 다양한 교육을 통해 1인가구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독립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재무관리편 ▲생활문화편 ▲식생활편 ▲홈케어편 ▲업사이클링편 ▲동네산책편 ▲생활안전편 ▲치유편 등 모두 8개로 구성됐다. 19일에는 생활문화편을 통해 ‘호러무비 나이트’가 열린다. 지난 7월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이번 무비 나이트는 한 여름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줄 납량특집으로 진행된다. 26일에는 소셜다이닝 ‘밥투정’도 운영한다. ‘밥투정’은 밥을 매개로 만나서 정을 쌓는다는 ‘밥 to 정(情)’의 의미로, 혼자 사는 청년들이 모여 함께 음식을 만들며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는 프로그램이다. ‘호러무비 나이트’와 ‘밥투정’은 카카오톡 채널 ‘중구 1인가구 톡톡’또는 네이버카페 ‘THE싱글즈’에서 신청할 수 있다. 1인가구 안전을 위한 정책도 다양하다. 지난 7월부터 여성1인가구 15명을 선정해 오는 10월까지 가정에 스마트도어벨(필수)과 홈카메라(필수), 이중잠금장치 및 휴대용비상벨(2종 중 선택) 등을 제공한다. 지난 6월에는 회현동 일대 노후 보안등 147개를 사람이 다가가면 더 밝아지는 스마트 보안등으로 교체했다. 한편 중구는 지난해 7월 서울시 최초로 ‘1인가구지원팀’을 신설해 운영 중이다.
  • ‘경기용인 플랫폼시티’ 토지 보상 시작…내년 하반기 착공…

    ‘경기용인 플랫폼시티’ 토지 보상 시작…내년 하반기 착공…

    경기 용인특례시는 경기용인 플랫폼시티의 토지보상을 위한 감정평가가 시작됐다고 17일 밝혔다. 평가 작업은 토지 소유자가 추천한 1곳과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추천한 1곳 등 감정평가법인 2곳이 진행한다. 경기도도 관련법에 따라 추천 권한이 있지만, 사업시행자인 경기도가 감정평가법인을 추천하는 것은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토지소유자들의 의견에 따라 추천하지 않았다. 토지보상 대상은 3422필지 275만7109㎡로 토지소유자는 1720명이다. 감정평가는 속도감 있는 보상 추진을 위해 3개 구역으로 나눠 10월까지 약 2개월간 진행된다. 시는 감정평가가 완료되는대로 손실보상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대토보상도 적극 추진해 10월 초에는 대토보상계획을 공고할 예정이다. 대토보상은 지난 5월 시행한 수요조사 결과를 반영해 주민들이 재정착할 수 있는 역세권 내 주상복합용지, 기업들의 재 입주를 위한 첨단지식산업용지,상가 소유자들을 위한 근린생활시설용지 등 폭넓게 공급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협조로 감정평가법인 선정 등 보상절차가 원만히 진행되고 있다”며 “내년 말 착공,2029년 준공을 목표로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경기용인 플랫폼시티는 경기도, 용인시, 경기주택도시공사, 용인도시공사가 기흥구 보정동 일원 약 275만7186㎡에 경제 도심형 복합자족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내년 상반기에 실시계획인가를 받고 하반기에 착공할 계획이다.
  • 노원구 “청년 1인가구 위한 삶의 기술? 일삶공작단에서 배워보세요”

    노원구 “청년 1인가구 위한 삶의 기술? 일삶공작단에서 배워보세요”

    서울 노원구가 노원일삶센터를 통해 지역 내 1인 가구 청년들의 모임인 ‘일삶공작단’을 모집한다고 17일 밝혔다. 일삶공작단이란 노원구 일삶센터에 등록한 1인 가구 청년(만 19~39세)들의 모임이다. 센터에서 진행하는 1인 가구 청년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먼저 다양한 삶의 기술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일삶센터는 청년 1인 가구가 흔히 겪는 어려움과 고민들을 강의 주제로 선정해 매달 1~2회 특강을 하고 있다. 오는 26일에는 ‘멋을 살리는 공간’이란 제목으로 정리정돈 수업이 준비돼 있다. 다음달 강의에서는 각종 범죄의 대상이 되기 쉬운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자기방어기술 수업이, 오는 10월에는 자기표현의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강의가 이어진다. 다음으로 상담 전문가에게 마음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일삶센터는 1인 가구 청년들을 위해 일대일 마음 코칭 프로그램 ‘나답게 사는 마음 문법’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청년 제안모임 ‘심심, 쉼쉼’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1인 가구 청년을 포함한 3~6명의 청년이 자유로운 주제로 모임을 결성하면 40만원의 운영비를 지원한다. 현재 반찬 만들기, 캠핑, 악기 등 다양한 주제의 청년 모임이 진행 중이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앞으로도 일삶센터를 중심으로 1인 가구 청년들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 ‘다섯째 임신’ 경맑음 “살려주세요” 눈물

    ‘다섯째 임신’ 경맑음 “살려주세요” 눈물

    개그맨 정성호의 아내 경맑음이 일상을 공유했다. 경맑음은 16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진수성찬처럼 잠 결에 일어나 점심 먹고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침대와 한 몸이 되어 꿈을 3번이나 바꿔 꾸는 동안 숙면을 하고 일어났다. 자고 일어났더니 뭔가 이상하고 휑하고 뭔가 문제가 발생했다는 느낌에 눈을 번쩍 떴더니 나름대로 열심히 원단을 고르고 제작했던 베드스커트의 원단이 다 잘려있음”이라고 적었다. 이어 “이게 무슨 일인가 ? 누군가가 가위로 싹뚝 싹뚝 자른 듯한 잠결에 잠이 홀라당 깼더니 딸이 몸이 무겁고 혹시나 스커트에 걸려 넘어질까봐 엄마가 나 자는 동안 가위로 레이스를 다 짤라놓으심. 대표님 살려주세요(누가보면 블랙컨슈머…) 어쩐지… 꿈에서 내가 머리를 하고 있더라…. #사실_저_울고있어요”라는 글과 함께 근황을 담은 사진을 게재했다. 정성호는 지난 2009년 9살 연하의 경맑음과 결혼해 2남 2녀를 두고 있다. 현재 경맑음은 다섯째 아이를 임신 중이다.
  • [열린세상] 읽기와 쓰기라는 연대/박산호 번역가

    [열린세상] 읽기와 쓰기라는 연대/박산호 번역가

    아침에 일어나 이불을 개고 거실로 나가면 자고 있던 시바견이 일어나 꼬리를 흔든다. 재회의 기쁨에 배를 북북 긁어 주면 희고 검은 털이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진다. 늙은 고양이 밥을 주고 어린 강아지 밥을 준 다음 아침 커피를 끓인다. 문밖에 떨어진 신문을 들고 와 커피를 마시며 헤드라인들만 읽어도 벌써 분노가 치민다. 요즘은 분노가 일상이다. 아침만 먹었는데 어느새 싱크대에 가득 찬 그릇을 설거지하고, 밤새 바닥에 눈처럼 내린 반려동물들의 털을 청소기로 빨아들이고. 거기서 나는 수상한 냄새에 ‘오늘은 꼭 청소기를 분해해 필터를 청소해야지’라고 백만 스물두 번째 결심한다. 여름이라 하루에 두 번씩 벗어 대는 옷과 양말, 수건을 세탁기에 돌렸다가 건조대에 널면 어느새 정오가 당도했고, 벌써 반쯤 지쳐 있다. “한국 사람들은 좋아하는 사람이 결혼했다고 좋아하기를 중단합니까?”라는 영화 대사처럼 아침에 먹었다고 밥을 그만 먹고 어제 청소했다고 오늘 청소를 안 할 수는 없는 일. 그 사이사이에 생계를 책임지는 번역과 글쓰기라는 엄중한 일을 해야 한다. 이토록 무한 반복되는 노동에 지치고 우울해질 무렵 한 권의 책을 만났다. 이혼 후 청소라는 힘들고 고단한 노동으로 다섯 아이를 키우는 와중에 초등학교 졸업 후 인연이 끊어졌던 학교를 다시 늦은 나이에 다니며 책을 읽고 글을 썼던 청소 노동자이자 작가인 마이아 에켈뢰브의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라는 책이다. 다들 내 인생이 제일 힘들고, 다들 내 자식이 제일 키우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이 책을 읽으며 완벽한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작가 마이아는 성년이 됐어도 끊임없이 다치거나 사고를 당하거나 실직해 엄마의 집으로 돌아오는 자식들을 건사하며 새벽 4시부터 일어나 건물 청소를 다니고, 집안일을 하고. 밤에는 학교에서 스웨덴어 문법과 역사와 의회 정치를 배우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와 읽고 글을 쓴다. 책이 있다면 고치지 못할 우울증은 없다고 말하는 그는 돈이 없어 휴가는 못 가도 책을 통해 “티베트에서 기름등잔의 연기를 느끼고, 라싸에서 기도 깃발이 펄럭이는 소리를 듣고, 중국의 동굴에서 거주하고, 미국과 아시아의 대도시 빈민가에서 비좁게 살았다”고 일기에 썼다. 그는 복지 천국 스웨덴에서 아이들이 추운 겨울에 입어야 할 옷과 구두, 시력이 나빠진 아이들을 위한 안경, 미래를 꿈꾸는 아들을 위한 학자금 대출 신청, 뼈가 휘는 노동 끝에 이제는 노동 능력이 저하됐다는 증명서를 받아 모처럼 쉬게 되는 며칠의 휴가…. 이처럼 없어선 안 될 필수품이자 권리를 신청하며 굴욕을 느끼는 한편으로 바깥세상에 존재하는 빈곤과 폭력과 고통에 대한 기사를 찾아 읽고, 공감하고, 그 불의에 항의하는 시위를 나갔다. 여름에는 손발이 퉁퉁 붓고, 겨울에는 손이 터서 제대로 펜도 잡을 수 없고. 타자기가 없어 자신이 청소하는 건물의 타자기를 몰래 쓰기 위해 평소 기상 시간보다 1시간 앞당겨 새벽 3시에 일어나야 했지만, 언제나 읽고 쓰는 생활에 마음을 의지했던 그를 보니 그저 고개가 숙여질 따름이었다. “똑똑한 머리와 날카로운 팔꿈치”로 자기보다 약한 자를 밀치고 끝없이 위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자기를 딱하게 여긴다는 것을 아는 작가는 오히려 그들을 딱하게 여기며 말했다. 절대 꺾이지 않는 소유욕을 가진 그들이지만 나같이 멋진 감정 경험을 한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가난의 결핍을 온몸으로 끌어안고 살아가면서도 고통받는 인류에 대한 연대를 멈추지 않았던 마이아 에켈뢰브의 글을 읽다 보니 수해로 고통받는 이들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지나간 우리 사회의 “날카로운 팔꿈치”를 가진 이들이 떠올랐다. 과연 진짜 딱한 사람은 누구일까.
  • [특파원 칼럼] 대만 방문, 펠로시의 ‘노욕’인가/이경주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대만 방문, 펠로시의 ‘노욕’인가/이경주 워싱턴 특파원

    낸시 펠로시(82)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순방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승자는 단 한 명, 펠로시뿐이란다. 정치적 기습에 체면이 크게 상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과도해 보이는 무력시위에 나섰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펠로시를 말릴 힘이 없는 약한 리더십을 확인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미국의 안보 확약을 받았지만, 이튿날 즉각 중국발 안보 위협이 증가했다. 중국의 위협에 굴복하는 구도가 될 수 있어 펠로시 스스로 대만 방문을 취소하기 힘드니 대만이 ‘순방 연기’를 요청했어야 했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이코노미스트·유고브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39%가 펠로시가 대만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고 답했다. ‘갔어야 했다’(33%)는 답변도 적지 않았지만, 불필요한 불안을 야기했다는 시각이 더 많았다. 지난 2일 대만 연합신문망이 웹사이트에서 실시한 설문(밤 9시 기준)에서도 ‘대만해협이 불안정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63%(1339명)로 ‘좋은 점이 더 많다’(35%·747명)는 응답보다 많았다. 펠로시의 대만 방문은 애초부터 우려가 더 컸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지난 1일 뉴욕타임스(NYT) 칼럼에서 “좋은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러시아에 이어 중국마저 군사적으로 상대해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의 반발은 대만의 번영을 위해서도 장기적 악재다. 유럽동맹이 대러 전선을 꾸린 것처럼 유사시 대만에 대해서도 미국을 적극 도울지 미지수다. 그럼에도 펠로시는 갔다. 평의원 시절 펠로시의 전문 분야는 중앙정보국(CIA) 등 16개 정보기관을 상대하는 정보위원회였다. 하원의장도 세계 정세에 밝은 요직이다. 대만 방문을 ‘인권·민주주의 강화’라는 원칙론만 따진 결과로 보기 힘들다. 자국 내 정치적 계산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으로 지난 4월 대만 순방을 연기했던 펠로시에게 오는 11월 8일 열리는 중간선거의 집중 유세 기간을 감안하면 8월 초 방문은 사실상 마지노선이었다. 2007년 첫 여성 하원의장에 오른 펠로시는 2019년 시작한 재임 기간을 오는 중간선거 이후 마칠 전망이다. 정권 심판 성격이 강한 중간선거 특성상 적어도 하원은 공화당에 다수당 자리를 빼앗길 가능성이 높다. 이후 펠로시가 대만을 들러도 지금처럼 ‘미국 권력서열 3위’ 하원의장의 방문이라는 정치적 파괴력은 사라진다. 게다가 중국 때리기는 본래 공화당이 표심을 끌어모으던 이슈였다. 대만 방문이라는 초강수는 돼야 반중 이슈를 민주당 쪽으로 끌어올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을 가능성이 있다. 애초에 대만 방문을 말렸던 백악관이 펠로시 개인의 결정으로 선을 긋고 ‘대중 상황 관리’로 돌아선 것 역시 같은 이유일 수 있다. 민주당이 중국을 최대한 압박해 표심을 얻으면서도 미중 군사 충돌은 피하려면 바이든 행정부 밖의 최고위급인 펠로시가 적임자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펠로시 개인의 ‘노욕’(老慾)으로 치부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펠로시는 이미 하원의장을 물러나도 의원직은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민주당 내에서도 펠로시가 새 정치세대의 부상을 너무 오래 막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미국의 정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미국 정치에 따라 우방의 정세는 뒷전으로 밀리는 이런 돌발 변수들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정치적 ‘블랙스완’(일어나지 않을 일의 현실화)에 대응하려면 한미 간의 긴밀한 소통이 말로만 강조돼선 안 된다.
  • 문학·건축·디지털 전문가 특강 ‘종로학당’ 운영

    서울 종로구는 사회 각 분야 저명인사의 경험과 지식을 구민과 나누는 평생교육 프로그램 ‘2022 종로학당’을 운영한다고 16일 밝혔다. 구는 9~10월 한국방송통신대 열린관에서 문학, 건축, 디지털 등 분야별 전문가를 초청해 대면 강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다음달 7일 열리는 1강에서는 ‘살인자의 기억법’, ‘작별인사’ 등을 펴낸 김영하 작가가 ‘우리의 우주는 책으로 이루어져 있다’를 주제로 문학 특강을 펼친다. 같은 달 21일 2강에서는 임형남 가온건축 대표가 ‘집을 위한 인문학-집은 우리에게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10월 5일 3강은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가 ‘2022 디지털 신대륙에 창륙하라-메타버스 시대 바꿔야 할 3가지’라는 주제로 강의를 이끈다. 참여 신청은 종로교육포털에서 1강은 오는 17일부터, 2강 31일부터, 3강 다음달 14일부터 하면 된다. 200명을 선착순 모집하며 수강료는 무료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언제 어디서나 주민들이 배우는 즐거움을 놓치지 않도록 평생학습도시 기반을 다지는 데 매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주민 삶에 풍성함을 더해 줄 다양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위안부 빠진 경축사 논란에… 尹 “인권·보편 가치” 野 “일본에 편향”

    위안부 빠진 경축사 논란에… 尹 “인권·보편 가치” 野 “일본에 편향”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 등 과거사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는 지적에 “위안부 문제 역시 인권과 보편적 가치에 관련된 문제”라고 해명했다. 야권은 정부의 “원칙 없는 대일 외교”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16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일반적인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세부적인 이야기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취지에 다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과거사 문제 해결 방안과 관련해선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경축사에서 “한일 관계가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의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현안을 외면한 채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라는 모호한 수사만 남발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식민 지배 역사를 정치적 지배라고 순화할 만큼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국민이 아닌 일본만 향해 있었다”며 “원칙도, 국민적 공감도 없는 일방적인 한일 관계 개선 추진은 오히려 일본 정부에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일본 정치인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관습’이라고 한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이정문 민주당 원내부대표는 “대통령실은 ‘사전에 설명을 들었다’며 오히려 일본 정부를 감싸는 듯한 태도”라면서 “굴종, 굴욕 외교”라고 비판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대우교수는 이날 TBS 라디오에서 “나치를 이해하자, 그것과 똑같은 이야기”라며 “이해하면 안 된다. 일본 국민 중에서도 이해 안 하는 사람이 거의 70~80%”라고 밝혔다. 반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은 걸핏하면 ‘토착왜구’ 운운하며 반일 감정을 정략적으로 이용했다”며 “과연 이것이 민주당이 바라는 한일 관계 비전인가”라고 반박했다.
  • 수요 많은 곳 공급 확대… 수도권 29만가구 늘리고 시간·절차 단축

    수요 많은 곳 공급 확대… 수도권 29만가구 늘리고 시간·절차 단축

    정부가 내년부터 2027년까지 공급하겠다고 한 주택 270만 가구는 수도권 등 수요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공급된다. 정부는 재건축과 재개발, 신규 사업 등의 규제를 완화해 민간의 주택 공급을 활성화함과 동시에 공공택지 등 공공의 공급 기반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16일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발표하며 2023~2027년 공급 예정 주택 중 50만 가구를 서울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2018년부터 올해까지 5년 동안 이 지역에 공급된 주택 32만 가구의 약 1.5배 수준이다. 수도권 전체(서울 포함)에는 도심·역세권·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지난 5년간 공급된 129만 가구보다 29만 가구 증가한 158만 가구를 공급한다. 비수도권에는 112만 가구를 공급하는데, 이는 지난 5년간 공급된 128만 가구보다 감소한 수치다. 광역·자치시 등 지방 대도시에는 정비사업과 노후 도심 환경개선 등을 통해 지난 5년 대비 약 4만 가구 증가한 52만 가구가 공급되는 반면 이외 8개 도에는 20만 가구가 감소한 60만 가구를 공급한다. 사업 유형별로는 재개발·재건축, 도심복합사업, 소규모정비사업 등을 통해 지난 5년 대비 약 11만 가구 늘어난 52만 가구가 공급된다.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는 지난 5년 대비 약 24만 가구 증가한 88만 가구가 공급된다. 또 도시개발, 지구단위계획구역, 일반 주택사업 등 민간 자체 추진 사업 등을 통해 130만 가구가 공급된다. 국토부는 사업 절차 간소화, 소규모 주택사업 지원 강화,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주택 공급에 걸리는 시간도 단축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주택사업 인허가 절차를 개선하기 위해 각종 심의 및 영향평가를 통합해 심의하는 통합심의를 민간정비, 도시개발사업에 도입하고 공공정비, 일반주택사업에는 의무화한다. 또 100만㎡ 이하 중소택지에 대해 지구지정과 지구계획수립 절차를 통합한다. 정비사업의 계획 변경·사업 인가 시 총회 등 동일 절차는 일괄 처리한다.소규모 정비사업 중 현재 단일 공동주택 단지에서만 가능했던 소규모 재건축을 연접 복수단지에도 선별적으로 허용한다. 또 금융·세제 지원을 강화하고 소규모 정비사업 절차도 간소화한다. 소규모 일반주택 사업 중 도시형생활주택은 총가구수를 현행 300가구에서 500가구로 늘리고 투룸 비중을 현행 전체 가구의 3분의1에서 2분의1로 상향하기로 했다. 주택공급촉진지역 도입도 검토한다. 주택공급촉진지역은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한 지역과는 반대로 공급 여건이 양호한 지역에 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 공급 촉진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국토부는 인허가 감소 등 공급이 줄어들거나 가용지가 많은 지역 등을 주택공급촉진지역으로 지정해 일정 기간 조합설립 동의 요건 완화, 용적률 상향, 금융지원 등에 나서기로 했다. 다만 투기수요 유발 가능성과 특혜 우려 등의 부작용과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지자체·전문가 의견 등을 반영해 내년 1분기에 도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 교황청 최초 평신도 장관 “한국 가톨릭, 아주 좋은 본보기”

    교황청 최초 평신도 장관 “한국 가톨릭, 아주 좋은 본보기”

    가톨릭 사상 최초로 성직자가 아닌 평신도로서 교황청 장관에 오른 파올로 루피니 교황청 홍보부 장관이 “한국은 평신도가 교회를 존재하게 하는 아주 좋은 본보기”라고 평가했다. 루피니 장관은 16일 서강대에서 개막한 ‘2022 서울 시그니스 세계총회’의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탈리아 출신인 루피니 장관은 1979년부터 여러 매체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했고, 2018년 7월 5일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교황청 홍보부 장관에 임명됐다. 이번 시그니스 총회의 주제는 ‘디지털 세상의 평화’다. 루피니 장관은 “우리는 뉴스의 홍수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정보 부족이 아닌 거짓 정보에 시달린다”면서 “나쁜 상황에서 변화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생각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진실을 추구하려는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면서 “바티칸 역시 투명성과 정보를 나누는 커뮤니케이션 현안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피니 장관은 평신도와 교회가 함께 소통하고 고민하는 것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소통을 이야기할 때마다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중요한 것은 그 연결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하는 것”이라며 “진리를 추구하는 데 있어 관계를 중시하고 서로 소통하면서 교회의 정체성을 형성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평신도들이 교회 안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한국 가톨릭은 좋은 본보기다. 루피니 장관은 “한국은 평신도의 역할이 매우 특별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시그니스 총회가 열리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18일까지 열리는 시그니스 세계총회는 전 세계에서 온 가톨릭 언론인과 커뮤니케이터 등 약 300명이 참석해 ‘가짜뉴스’, ‘디지털 시대 소통’ 등 언론이 마주한 현실을 두고 다양한 논의를 벌인다.
  • 尹정부 국정과제 추진방향 모색 정책세미나 열려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17일)을 맞아 규제개혁과 행정개혁을 중심으로 국정과제 추진방향을 모색하는 정책세미나가 여야 정책위원회와 한국행정연구원, 한국행정학회 공동 주최로 16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새 정부 출범 100일, 국정과제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선 규제개혁 분야에선 이종한 행정연구원 규제정책연구실장과 원소연 행정연구원 규제연구센터 소장이 각각 ‘규제개혁 추진체계 재설계’와 ‘신산업 혁신생태계 조성방안을 발표했다. 이 실장은 급속한 기술혁신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주도의 위계적인 규제거버넌스에서 이해관계자 참여를 바탕으로 한 유연한 규제거버넌스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이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원 소장은 신산업 활성화를 저해하는 문제로 경직적인 정부규제를 지적하면서 기술혁신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네거티브 규제시스템과 규제샌드박스의 효과적인 운영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개혁 분야에선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현: 도전과 과제(안준모 고려대 교수)’와 ‘유연하고 효율적인 정부체계 구축(권향원 아주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했다. 안 교수는 행정혁신 수단으로 디지털 플랫폼 정부에 주목하면서 효과적인 구축·운영방안을 고찰했다. 권 교수는 정부조직 체계의 유연성과 효율성을 저해하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구조적 제약으로 조직법정주의를 지목하면서 입법-행정-사법의 총체적인 협의와 전략형성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를 주관한 최상한 한국행정연구원 원장은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향후 국회·학계·국책연구기관 간 국가발전을 위해 정책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찾는 정책교류 및 협력의 장이 공고히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알기 쉬운 우리 새말] 가상 세계에도 패션이 있다

    [알기 쉬운 우리 새말] 가상 세계에도 패션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메타’(meta)라는 단어가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메타’란 ‘사이, 초월’ 등을 뜻하는 말로, 형이상학을 가리키는 ‘메타피직스’(metaphysics), 보다 높은 차원의 인지 또는 사고 활동을 뜻하는 ‘메타 인지’ 등 다소 낯설고 추상적인 인문학 용어에 쓰이던 말이었다. 그랬던 것이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3차원 가상 세계에서 이뤄지는 여러 가지 활동을 일컫는 표현에 ‘메타’를 말 앞에 붙이면서 마치 일상용어처럼 쓰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메타 버스’. ‘메타’와 ‘유니버스’(universe)를 합한 말로, ‘확장 가상 세계’(가상 융합 세계)를 뜻한다. 오늘 살펴볼 ‘메타 패션’도 그 한 갈래다. ‘메타 패션’은 확장 가상 세계에 등장하는 아바타의 피부, 옷, 신발, 장신구 등을 아우르는 디지털 패션이다. 의류 업체 혹은 디자이너가 확장 가상 세계에 디지털 기술로 만든 옷이나 신발 등을 올리면 이를 이용자들이 대체 불가 토큰 등을 지불하고 구매해 자신의 아바타에 입혀 누리소통망 공간에 올리는 식으로 유통, 소비된다. 2021년 12월 디지털투데이 기사에서 처음 언급됐으니 비교적 따끈따끈한 신조어인데, 반년 좀 넘는 사이에 벌써 9만 7000번 언급될 만큼 많이 쓰이고 있다고 한다. 일단 ‘메타 패션’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고 나면 우리말로 어떻게 표현할지를 떠올리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편이다. 무엇보다 앞서 말한 대로 ‘메타 버스’가 ‘확장 가상 세계’라는 다듬은 말로 이미 소개된 바 있기 때문이다. ‘메타’라는 줄기에서 갈라져 나온 용어인 만큼 ‘메타 버스’의 대체어와 통일성을 가진 말로 다듬어야 마땅할 터. 그래서 새말모임 위원들은 ‘가상 세계 패션’이라는 말을 다듬은 말 후보로 가장 먼저 뽑았다. 물론 ‘패션’ 대신 ‘의상’ 혹은 ‘의복’을 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망설임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패션’은 굳이 우리말로 대체할 필요성을 의심할 만큼 이미 우리 언어문화에 뿌리를 내린 ‘외래어’라는 점에서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다음으로 논의한 다듬은 말 후보는 ‘디지털 의상’. ‘디지털’ 역시 과거 여러 차례의 논의 과정에서 ‘우리말로 대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결론을 얻은 바 있는 단어다. ‘디지털 네이티브’를 ‘디지털 태생’, ‘디지털 노마드’를 ‘디지털 유목민’으로 다듬은 것처럼. 그러나 ‘디지털’에 ‘패션’까지 결합해 ‘외래 용어+외래 용어’로 이뤄진 말을 제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래서 ‘디지털’이라는 표현 뒤에 ‘의상’이라는 우리말을 조합해 만들었다. 이후 ‘아바타 의상’이라는 표현을 논의했다. 옷을 입는 주체가 현실 속 인물이 아니라 ‘가상 세계 속에서만 존재하고 활동하는 아바타’라는 점에서 착안한 용어다. 그런데 잠깐. ‘아바타’라는 단어도 우리말로 다듬어야 하는 것 아닐까? 국립국어원에서 2002년에 일찌감치 ‘분신’ 혹은 ‘가상 인물’이라는 다듬은 말을 제시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이를 사용하는 용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실을 고려해 ‘아바타’라는 표현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 이들 세 후보를 놓고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는 새말모임 위원들이 예상한 대로 ‘가상 세계 패션’이 82.4%로 매우 높은 선호도를 보이며 채택됐다. ‘디지털 의상’이 71.4%로 뒤를 이었고, ‘아바타 의상’은 51.6%의 선호도를 보였다. ‘가상 세계 패션’이라는 표현이 이렇게 높은 지지를 받은 만큼 앞으로 사용도 역시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한편 새말모임 위원들이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작 ‘메타’의 어원이 비롯된 영어권에서는 ‘메타 패션’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렇다면 영어권에서는 이를 무엇이라 칭할까. 구글을 검색해 보면 과연 국내 언론의 영문 번역판을 제외하고 ‘메타 패션’(meta fashion)이라는 영문 표현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검색되는 것은 ‘메타버스 패션’(metaverse fashion). 우리와 같이 ‘메타’라는 접두어만 붙여서 사용하지는 않는 것이다. 함께 찾을 수 있는 표현으로는 ‘디지털 패션’(digital fashion)과 ‘엔에프티 패션’(NFT fashion)도 있었다. 한 가지만 덧붙이면 가상 현실을 일컫는 표현에 ‘메타’라는 단어를 처음 쓰기 시작한 것은 1992년 미국의 작가 닐 스티븐슨이 소설 ‘스노크래시’에서였다고 한다. ※ 새말모임은 어려운 외래 새말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다듬어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국어, 언론, 통번역, 문학, 정보통신, 보건 등 여러 분야 사람들로 구성된 위원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모임을 꾸리고 있다.
  • ‘박지원·서훈 압색’에 민주 “보복에만 ‘올인’, 국민·경제 챙기는 대통령이 안 보여”

    ‘박지원·서훈 압색’에 민주 “보복에만 ‘올인’, 국민·경제 챙기는 대통령이 안 보여”

    더불어민주당은 16일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지원·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자택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한 데 대해 “인디언 기우제식 정치보복 수사를 당장 멈추기 바란다”고 반발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로, 그들이 원하는 증거가 나올 때까지 털겠다는 검찰의 집념이 무섭게 느껴질 정도”라며 “민생경제 위기, 코로나19 재유행, 폭우 피해로 국민은 아우성인데 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를 겨냥한 신북풍몰이와 보복 수사에만 매달리고 있으니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부당한 정치보복 수사에 결연하게 맞설 것”이라며 “그로 인한 혼란과 갈등은 윤석열 정부의 책임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경고한다”고 했다.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고민정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낮은 국정 지지율에 직면한 윤석열 정부가 국민 관심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려는 수준 낮은 작태가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0년 9월에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의 근거나 팩트는 달라진 게 없는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판단을 달리해서까지 문재인 정부 흠집내기에 올인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을 앞둔 때 윤석열 정부만의 비전과 정책은 사라지고 계속된 전 정권을 향한 보복 수사에만 집중하는 현 정권의 모습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여전히 국민 생명을 지키고 경제를 살리는 이 나라의 ‘대통령’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질타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검찰 압수수색 이후 YTN에 출연해 “압수수색은 30분 만에 끝났다고 한다”며 “제가 국정원의 어떤 비밀문건을 가지고 나왔는가를 보고 압수수색하지 않았는가 생각했는데 가져간 것은 휴대전화, 일정 등이 적혀 있는 수첩 다섯 권을 가져갔다”고 했다. 이어 “국정원 서버를 삭제 지시했다는데 왜 저희 집을 압수수색 하느냐. 국정원 서버를 압수수색해야지”라며 “겁주고 망신을 주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 이준석 “자진사퇴 제안, 일언지하 거절…징계는 정무적 판단”

    이준석 “자진사퇴 제안, 일언지하 거절…징계는 정무적 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6일 윤석열 대통령측과 자신의 당대표직 자진사퇴 시점을 조율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누군가 그 이야기(자진사퇴)를 해서 저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금 상황에서 이런 것들을 협의한다는 것 자체가 오해를 사기 좋고, 기본적으로 신뢰관계가 없기 때문에 제가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면 ‘이준석이 협상을 한다’고 할 것 아니겠는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이 제안을 한 사람은 대통령실의 뜻을 전달받고 제안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여러 주체가 있었다”며 “일부러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주호영 비대위원장도 만나면 그런 이상한 제안(자진사퇴)을 할 것 같아서 안 만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자신을 ‘이XX, 저XX’라고 불른 시점에 대해서는 “특정하지 않는다”며 ‘울산회동, 의원총회 등 두 사람이 공개적으로 갈등을 빚은 시기인가’라는 질문에는 “꼭 그 두 번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징계 배후에 윤 대통령 또는 대통령실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섣불리 예측하지 않겠다”면서도 “개시 안 하기로 했던 것을 다시 개시하리고 한 시점에 정무적 판단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여당 대표에 대해서 정무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했다. 이 대표는 최종 목표가 ‘징계처분 원점’이냐는 질문에 “보수에 있는 사람들이 정신차려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독주하려고 할 때 미리 견제를 못했고, 총선 때 공천학살 할 때도 진박이라고 해서 호가호위하는 이상한 분들이 나왔는데 미리 제압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내에서 사고치는 걸 보면 진박보다 윤핵관이 결코 못하지 않다”고 자신과 갈등을 빚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겨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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