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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로구 청운문학도서관, 문학-영화 잇는 ‘완독클럽’

    종로구 청운문학도서관, 문학-영화 잇는 ‘완독클럽’

    서울 종로구가 오는 24일부터 12월 21일까지 매월 넷째 주 목요일 저녁 청운문학도서관에서 ‘청운문학도서관 완독클럽’을 운영한다고 18일 밝혔다. 책이 원작인 영화를 선정, 소설과 영화 속 인류애에 대해 생각해보고 서로 깊이 있게 소통하는 시간을 위해 마련됐다. 이에 ‘소설과 영화 속 사람들: 현대 문명과 인간의 상흔’이라는 주제의 강의를 통해 예술이 삶으로 이어지는 경험을 제공한다. 강의는 한성훈 연세대 국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가 맡았다. 총 5회차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프로그램은 ▲1강 구스타프 클림트의 걸작에 관한 이야기(책/영화: 우먼 인 골드) ▲2강 수용소를 경계로 만난 두 소년의 우정과 뒤바뀐 운명(책/영화: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3강 우리 시대의 가장 독창적인 정치사상가 한나 아렌트의 대표작(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영화: 한나 아렌트) ▲4강 모순이 가득한 세상, 당신이라면 어느 자리에 설 것인가?(책: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영화: 소피 숄의 마지막 날들) ▲5강 파격적인 사랑 속에 나타난 가해자의 윤리에 관한 통찰(책: 책 읽어주는 남자/영화: 더 리더) 순으로 이어진다. 참가비는 무료다. 현장 참여자는 선착순 40명을 모집하며 비대면 참여 또한 가능하다. 신청은 종로문화재단 누리집을 통해 온라인으로 하거나 청운문학도서관 유선 문의하면 된다. 구 관계짜는 “책을 대하는 태도와 감상법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시민들을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라며 “함께 감상을 공유하며 더욱 유의미한 독서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이재명 “조작수사 쏟을 에너지, 경제위기 극복에 쏟아야”

    이재명 “조작수사 쏟을 에너지, 경제위기 극복에 쏟아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8일 자신에 대한 검찰의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수사와 관련해 “이런 정치 수사, 조작 수사에 쏟을 에너지를 경제 위기 극복, 민생 회복에 쏟아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경제위기가 심각하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그는 ‘회기 중 구속 영장이 청구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체포동의안 당론가결도 생각 중인가’ 등 질문에도 “경제 문제가 심각하니 이 문제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고만 답했다. 이 대표는 회의에서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일본에만 선물 보따리를 안겨주고 다시 빈손으로 돌아오는 퍼주기 외교를 반복하면 국민이 더는 용납지 않을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전날 오전 10시 40분쯤부터 이 대표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위증교사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13시간 넘게 조사했다. 검찰은 300쪽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했다. 이를 토대로 당시 성남시장으로 최종 결재권자였던 이 대표가 공영개발 방침을 뒤집어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사업에서 배제한 경위, 사적 이익 취득 여부 등을 추궁했다. 이 대표는 조사 뒤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객관적 사실에 의하면 전혀 문제가 될 수 없는 사안인데 (검찰이) 목표를 정해놓고 사실과 사건을 꿰맞춰 간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용도 변경을 조건으로 땅을 팔았으면서 용도 변경 전 가격으로 계약한 한국식품연구원이나 이를 승인한 국토부가 진짜 배임죄란 얘기를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검찰에 출석할 땐 동행 의원 없이 홀로 나왔지만, 조사를 마친 뒤에는 정청래 박찬대 서영교 장경태 최고위원, 조정식 사무총장, 김민석 정책위의장 등 민주당 지도부를 포함한 의원 10여명의 응원을 받았다.
  • [사설] ‘1특검 4국조’ 내세운 野, 민생법안 어쩔 셈인가

    [사설] ‘1특검 4국조’ 내세운 野, 민생법안 어쩔 셈인가

    더불어민주당이 ‘1특검 4국정조사’ 카드를 들고나왔다. 특검을 임명해 채수근 상병 사건 수사와 관련한 윗선 개입 의혹을 수사하도록 하고, KBS· MBC(방문진) 이사장 해임과 새만금 잼버리 파행, 오송 지하차도 참사,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에 대해선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현실적으로 과연 이런 동시다발적 특검·국정조사가 가능한지부터가 의문이지만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격화되기 시작한 당내 계파 갈등과 대표 사법 리스크의 내우(內憂)를 대여 공세의 외환(外患)으로 넘고자 하는 의도를 지닌 건 아닌지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특히 이를 둘러싼 여야의 대치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뒷전으로 밀려 있는 민생법안 처리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 ‘외압’과 ‘항명’ 논란이 뒤엉킨 채 상병 사건은 군검찰 수사심의위 결과와 경찰 수사를 지켜보는 게 순리다. 잼버리 파행의 경우 이미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했고, 오송 지하차도 참사도 검찰이 수사본부를 꾸려 수사를 벌이고 있다. 양평 고속도로는 국토교통부가 원점 재추진 방침을 밝혔다. 이런 마당에 민주당의 1특검·4국조 추진은 어제 백현동 사건으로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이재명 대표의 방탄용으로 의심받기에 딱 맞다. 국회엔 시급한 민생법안이 산적해 있다. 오송 참사 같은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한 ‘재난안전기본법 개정안’과 아파트 부실공사 예방을 위한 건설·감리업체 책임 강화를 담은 법안 등 모두 국민생활과 밀접한 법안들이다. 그런데 그제 행안위 파행으로 주요 법안들은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여기에 특검·국조까지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민생법안 처리는 하세월이 될 게 뻔하다. 정쟁에 집착할수록 국민생활만 고달파진다는 걸 민주당은 명심해야 한다.
  • [지방시대] 잼버리발 ‘망언 잔치’에 멍드는 지방/정철욱 전국부 기자

    [지방시대] 잼버리발 ‘망언 잔치’에 멍드는 지방/정철욱 전국부 기자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진통을 겪으며 끝났다.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는 등 준비 부족을 드러냈다. 태풍까지 들이닥쳐 스카우트 대원들이 조기 퇴영하는 등 파행했다. 스카우트 대원들이 K팝 콘서트를 즐겼고 환대 속에 관광도 했으니 위기 대처 능력을 보여 줬다고 평할 일인가. 인터넷에서 본 ‘고깃집에서 엉망진창 식사를 했는데, 후식으로 나온 수정과가 맛있다고 해서 맛집은 아니다’라는 비유가 더 적절할 듯싶다. 잼버리는 끝났지만, 마무리는 남았다. 왜 문제가 생겼는지 파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는 일이다. 그런데 중앙·지방정부 간 ‘네 탓 공방’으로 흐르고 있다. 주최가 여성가족부이므로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논리와 예산 등 중앙의 지원은 다 받아 놓고 전북도는 뭘 했냐는 지적의 충돌이다. “내 탓이오” 하고 손들 사람이 어디 있을까. 이해하려 해도 여야 정치인의 ‘망언 잔치’는 눈 뜨고 보기 어렵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소셜미디어(SNS)에 정부에 책임을 뒤집어씌워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글을 쓰면서 ‘지방시대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고하게 만들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그야말로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 쓰자는 격이다. 전북도에 미숙한 점이 있다면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이다. 중앙이 지방에 권한을 넘기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 주는 사례라고 지방을 싸잡아 깎아내려서는 안 된다 2030년 세계박람회를 유치하려는 부산 입장에서 남 일 보듯 할 수 없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이 시사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부산 엑스포는 물건너갔다”고 말하면서 이미 불똥이 튀었다. 엑스포 개최지 결정이 채 3개월도 남지 않았다. 우리가 엑스포 유치에 성공하면 세계 3대 메가 이벤트인 월드컵, 올림픽, 엑스포를 모두 개최하는 세계 일곱 번째 나라가 된다. 획기적인 국격 상승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판에 찬물을 끼얹었으니 ‘자해 행위’라는 여당의 비난이 틀린 말은 아닌 듯싶다. “지방은 무능하다”와 “엑스포는 물건너갔다”가 결합하면 어떻게 될까. 엑스포 유치에 성공해도 많은 국민이 ‘어차피 실패할 일’로 보지 않을까. 그러면 자연히 관심에서 멀어져 진짜 실패할지도 모른다. 유치에 실패하면? 국제 행사를 빌미로 가덕도신공항을 ‘뜯어냈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까. ‘지방시대’는 지방을 모르는 중앙은 지방을 살릴 해법도 찾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고 본다. 그러기에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지방정부에 합당한 권한을 이양하자는 것이다. 지방은 무능하다고 판단하는 건 균형발전을 하지 말자는 소리다. 국제행사는 지역 발전에 필요한 인프라를 확보하는 확실한 계기다. 행사의 성격과 규모, 추진 주체가 모두 다를진대 앞선 실패로 다음의 실패를 예견하는 것 역시 균형발전에 역행한다. 여야의 망언 잔치는 균형발전이나 엑스포 유치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내 탓이오” 하고 손들 정치인은 없을까.
  • 인공지능 시대 ‘윤리’를 묻다

    인공지능 시대 ‘윤리’를 묻다

    ‘스토리텔링의 장인’ 매큐언 소설자아를 인식하는 인조인간 ‘아담’자기 방어하려고 전원 장치 파괴인간에 던져진 ‘인공지능 딜레마’ “자기 인식이 있다는 건 행운이지만, 그걸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해 더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게 무엇을 위한 것인지에 대해. 가끔은 전부 부질없게 느껴지기도 합니다.”(353쪽)거부감이 들지 않을 정도로 인간과 외모가 비슷하고 심지어 자아를 인식할 수도 있는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은 어떤 존재일까. 어느 미래에 이런 존재를 맞닥뜨리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무척 혼란스러울 터다. 부커상 후보에만 6번이나 오르고, ‘암스테르담’으로 1998년 수상까지 한 세계적인 작가 이언 매큐언이 열다섯 번째 소설을 통해 던지는 질문이다. 소설은 1982년 런던의 작고 허름한 아파트에서 주식과 외환 거래로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던 서른두 살 찰리가 어머니의 유산으로 최초의 인조인간 ‘아담’을 구매한 뒤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전 세계에 25대만 출시된 인조인간 아담은 피는 흐르지 않지만 심장이 뛰고 따뜻한 체온을 유지하며 인간과 똑같은 피부를 갖고 있다. 내장 스피커가 아닌 호흡과 혀, 치아, 입천장을 이용해 말을 한다. 찰리는 연인 미란다와 아담을 초기 세팅하고 친구처럼 지내기로 한다. 어느 날 미란다가 호기심으로 아담과 성관계를 한 뒤 아담은 찰리에게 “미란다를 사랑하게 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던진다. 아담은 이어 인터넷과 폐쇄회로(CC)TV를 뒤져 미란다의 과거를 몰래 조사하고 찰리에게 미란다를 조심하라고 충고까지 한다. 1982년에 어울릴 법한 이야기인가 싶지만 저자는 뛰어난 암호해독 능력을 갖추고 인공지능의 개념을 처음으로 고안한 과학자 앨런 튜링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가정 아래 이야기를 펼친다. 튜링은 동성애를 법으로 금지하던 1950년대 외설 혐의로 고발된 뒤 자살했지만 소설 속에서는 연구를 계속해 나가며 인공지능 분야의 혁신을 이끈 인물로 등장한다.2019년 영국에서 출간된 소설은 마치 지금을 예견이라도 한 듯하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가 나오면서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생각했던 부분들이 흔들리고 있다. 예컨대 찰리가 아담에게 “하이쿠(일본 고유의 짧은 시)라면 그럴 수도 있어. 하지만 그보다 긴 시, 소설, 희곡은 어림도 없어. 인간의 체험을 글로 옮기고 그 글을 미학적 구조물로 만드는 건 기계에겐 불가능한 일이야”(286쪽)라고 반박하는 부분이 그렇다. 자아를 갖춘 인조인간들이 자신을 방어하고자 전원장치를 파괴하고, 자살을 고민하다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부분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대체로 합리적 방침에 따르고 남들에게 호의적이도록 고안된 정신이 모순의 회오리에 휘말린 자신을 발견한 거지요. 우리는 그런 모순과 함께 살아왔고, 그 모순의 목록은 끝이 없어요.”(273쪽) 튜링이 찰리에게 하는 말은 인조인간과 다른 인간 고유의 특성이기도 하다. ‘스토리텔링의 장인’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이야기의 흐름은 흥미진진하고, 문장은 유려하다. 자아를 갖춘 인공지능과 관련한 부분은 어지간한 철학책 못지않게 깊이 있다. 불완전한 인간사회에 던져진 인조인간의 딜레마를 통해 인공지능 시대의 윤리를 집요하게 묻는다. 대가의 품격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소설은 그 어느 때보다 지금 읽기에 좋다.
  • 일제강점기 조선인에게 과학은 ‘교양’

    일제강점기 조선인에게 과학은 ‘교양’

    20세기 초반은 ‘물리학의 시대’였다. 1899년 독일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가 ‘플랑크상수’를 발견하면서 견고했던 고전물리학의 세계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1905년에는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 이론, 광전효과, 브라운운동 관련 논문 3편을 내놔 세상을 놀라게 했다. 미시세계에서 관찰된 특정 현상을 설명할 수 없는 고전물리학을 대체하는 양자역학이 만들어진 때이기도 하다. 인류의 지식 체계를 완전히 바꿔 버린 현대물리학이 등장해 수많은 과학자가 치열한 논쟁을 벌였던 20세기 초 한반도는 일제강점기라는 암흑의 시대였다. 식민지 조선에서는 아인슈타인이나 상대성이론, 양자역학을 전혀 몰랐을까. 놀랍게도 1921년 아인슈타인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기 전부터 조선에서는 상대성이론이 화제가 됐고 대중 강연이 신문지상에 연재됐다. 1922년 11월 18일자 ‘동아일보’에는 ‘아인스타인은 누구인가’라는 제목으로 기획기사가 실렸다. “아인스타인 박사가 독일의 대학교수로 받는 월봉은 독일 지폐가 전쟁 전의 시세이면 일화 일만이천 원에 상당하지마는 작금의 시세로는 삼십삼 원 미만이라 한다. 조선인 순사보다도 더욱이 가련치 아니한가.” 책을 읽다 보면 누가 이런 놀라운 과학사의 뒷얘기를 풀어냈는지 궁금해진다. 저자는 베스트셀러 ‘판타레이’를 쓴 민태기 박사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엔진 개발에 참여했던 공학자로 과학사를 전공하지 않은 비전문가가 사료를 꼼꼼하게 검토해 한국 과학사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아냈다는 점은 놀랍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일제강점기 우리 선조들은 과학에 대해 무지하거나 무기력하지도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시대의 아픔과 비극을 과학 공부로 이겨 내려고 했던 조선인에게 ‘과학’은 ‘자립과 자강’이었다. 100년 전 조선에서 과학 관련 기사가 크게 실리고 교양으로 과학을 공부했다는 사실이 흥미진진하지만 과학기술의 시대라면서도 큰 이벤트가 있을 때만 반짝 관심을 갖는 현재 한국 과학계의 현실이 대비돼 씁쓸함이 남는다.
  • 악인에게 부여한 서사는 그 자체로 악일까

    악인에게 부여한 서사는 그 자체로 악일까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명제에서 출발한 9가지 쟁점창작물 속 빌런들 묘사 분석악을 소재로 삼은 작품 쓸 때공감이라는 강박 경계해야 최근 들어 잔혹 범죄들이 미디어에 자주 등장한다. 소셜미디어(SNS)에도 상상도 못 한 황당한 빌런(악당)들 이야기가 넘친다. 잔혹 범죄가 발생하면 언론들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선정적 보도에 열을 올린다. 심지어 범죄 전문가라는 이들까지도 본인의 전문 영역을 넘어서 서사를 부여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악인의 서사’(돌고래)는 이런 문제의식에 대해 소설가, 영화평론가, 문학평론가, 번역가, 영문학 연구자, 웹소설 작가, 비평가 등 9명의 전문가가 제시한 일종의 ‘악에 대한 서사 분석 보고서’다. 절대 악의 화신부터 악당이라고 부르기엔 모호한 빌런까지 수많은 소설, 영화, 드라마에서 이들이 어떻게 묘사되고 설명되는지와 문제는 무엇인지를 9가지 쟁점으로 철저히 분석했다. 저자들은 “문학 작품을 포함해 수많은 창작 서사는 인간의 복합성, 양가성, 윤리적 딜레마 등을 간접 체험하는 장소로 기능했다”면서 “이런 창작 서사의 입체성을 고려한다면 단순히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전제한다. 이들은 악의 서사와 재현 문제를 엄격히 논하려면 간략한 한 문장의 선언보다는 상세하고 정연한 고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저자들이 분석한 작품과 인물은 한국 드라마 ‘작은 아씨들’, 웹소설 ‘나 혼자만 레벨업’, 슈퍼 히어로물 ‘어벤져스’, 스릴러물 ‘양들의 침묵’, 정유정의 소설 ‘완전한 행복’, 셰익스피어 작품들, ‘레미제라블’, ‘죄와 벌’을 거쳐 논픽션 ‘H마트에서 울다’까지 시대와 장르를 넘나든다. 문학평론가 박혜진은 ‘악이 동굴에서 나올 때’라는 글에서 ‘공감’이 악에 대한 서사에 모순을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공감은 이야기의 기본 속성이자 주요 덕목인데 악을 소재로 삼은 작품에서만큼은 작가와 독자 모두 악인에게 공감해서는 안 된다는 요구에 직면하면서 필연적 모순이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악에 관해 서술할 때는 ‘공감’이라는 강박을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스터리 전문지 ‘미스테리아’ 편집장인 김용언은 ‘범죄의 기술(記述): 선정주의를 넘어선 범죄 논픽션’이라는 글을 통해 “악은 곳곳에 존재하고 우리는 매일 매순간 작은 악의 돌부리에 발이 걸려 비틀거린다”면서도 “악인에게 목소리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범죄자들에게도 그런 상황으로 내몰린 가슴 아픈 비밀의 이유가 있었다는 관대한 이해, 범죄 과정을 최대한 전달하겠다는 이유로 범죄자 일인칭 시점에서 피해자를 ‘사냥’하는 과정을 집요하게 표현하려는 태도 같은 것들이다”라고 지적했다. 책을 기획한 김지운 편집자는 “OTT 플랫폼 다양화로 서사 콘텐츠 향유가 전례 없이 일상화되고 SNS로 인해 현대인들은 이야기 홍수에 노출됐다”면서 “악인의 서사를 불매와 분서갱유 구실로 고착시키기보다는 ‘악인에 대한 서사’를 어떻게 바꾸고 바라봐야 할지 차분히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마포, 동마다 따끈한 효자밥상 차려요

    마포, 동마다 따끈한 효자밥상 차려요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무상으로 점심을 지원하는 서울 마포구의 효도밥상 정책이 모든 동으로 확대됐다. 구는 주민참여 효도밥상 운영기관 10곳이 지난 9일부터 추가로 참여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로써 구의 16개 전체 동에 효도밥상 17곳이 마련됐다. 효도밥상은 노인가구의 결식과 고독을 방지하고자 75세 이상 어르신에게 주 6회 무상 점심을 제공하는 구의 역점사업이다. 지난 4월 6개 동의 7개 급식기관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해 4개월여간 총 221명에게 1만 6000여회의 급식이 제공됐다. 이번에 추가된 효도밥상 운영기관은 ▲연남동 ‘송가네감자탕’ ▲서교동 ‘풍년한식뷔페’ ▲아현동 ‘해든한식부페’ ▲도화동 ‘혜원식당’ ▲합정동 ‘청주식당’ ▲망원1동 ‘마포나루’ ▲망원2동 ‘스트렁큰’ ▲성산1동 ‘치유소반’ ▲성산2동 ‘뚝배기정육식당’ ▲상암동 ‘콩고을’ 등 10곳이다. 운영기관 확대로 200명 이상이 추가로 효도밥상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구는 설명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초고령화 시대에 보편적인 노인복지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어르신들의 영양과 우울, 고독 등 건강관리를 통해 지역사회 보건 수준을 높인다면 노인빈곤과 건강 문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인텔, 타워 인수 포기…미중 갈등 심화에 ‘반도체 M&A 시대’ 끝났나

    인텔, 타워 인수 포기…미중 갈등 심화에 ‘반도체 M&A 시대’ 끝났나

    미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 인텔이 이스라엘의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업체 ‘타워세미컨덕터’(타워) 인수를 결국 포기했다. 중국의 첨단기술 굴기를 차단하려는 미국에 앙심을 품은 베이징 반독점 당국이 인수를 끝까지 승인하지 않은 탓이다. 일각에서는 미중 갈등 심화로 더 이상의 반도체 인수·합병(M&A)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 인텔은 지난해 2월 타워 측과 체결한 54억 달러(약 7조 2000억원) 규모의 인수 계약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등 첨단기술 기업 M&A시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등 이해 당사국 반독점 기관의 심사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 두 회사는 주요국 승인에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해 계약 기한을 올해 2월 15일로 설정했지만, 유독 중국 시장규제관리국(SAMR)이 인가를 하지 않아 기한을 6월 15일과 8월 15일로 두 차례 연장했다. 그럼에도 중국 SAMR이 꿈쩍도 하지 않자 인텔은 ‘베이징은 이 거래를 원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합병 계약 종료를 선언했다. 인텔의 타워 인수는 대만 TSMC가 장악한 파운드리 시장에서 발판을 마련하려는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의 승부수였지만 시작부터 꼬여 버렸다. 인텔은 타워 측에 3억 5300만달러의 위약금을 지불하고 계약을 종료할 예정이다.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타워는 자국과 미국 나스닥에 동시 상장돼있다. 자동차와 의료·산업용 장비 등 레거시 공정(옛 기술) 반도체를 생산한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타워의 점유율은 1% 정도로 크지 않다. 인텔이 타워를 인수해도 독과점 시비가 벌어질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된다. 그럼에도 중국 반독점 규제 당국이 이번 인수 거래를 승인하지 않았다. 시장 논리 이외에 다른 변수가 감안된 것으로 볼 수 있다.2021년 중국계 사모펀드 ‘와이즈로드캐피털’은 한국 시스템반도체 업체 매그나칩반도체를 14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미국이 ‘국가안보에 위험이 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혀 거래를 무산시켰다. 인텔에 대한 중국의 ‘몽니’는 2년 전 미국의 압박에 대한 ‘장군멍군식’ 대응으로 해석된다. 미중 양국 모두 패권 경쟁 심화로 ‘네가 잘 되는 꼴은 못 보겠다’는 식의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반도체 업계에서는 2021년 12월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반도체 분야 빅딜은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 상대국 기업들의 M&A 승인을 늦추거나 보류하는 전략을 써 거래를 무산시킬 것으로 보여서다.
  • 與, “엑스포 물건너가”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 윤리위 제소

    與, “엑스포 물건너가”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 윤리위 제소

    국민의힘이 17일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파행 사태 여파로 “2030 부산 엑스포 개최가 물 건너갔다”고 발언한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이들은 김 의원이 “국제행사 유치를 위해 경쟁국과 치열한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 명예와 권위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보고 국회법 제25조(품위유지의 의무), 국회의원윤리강령 제1호 및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 제2조(품위유지)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징계안에는 서병수·조경태(5선)·이헌승·김도읍·장제원·하태경(3선)·백종헌·안병길·박수영·김희곤·정동만·이주환·김미애·전봉민(초선) 등 국민의힘 부산시 의원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한규는 2023년 8월9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저는 엑스포 유치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본다’라고 말해 전 국민이 유치를 바라는 ‘2030 부산엑스포’에 대해 갈등을 조장했다”면서 “이런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자 국회의원 김한규는 ‘영남(부산) 자극이라는 지역주의 부활인가’라는 말로 오히려 지역주의 갈등을 조장하고 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제소 배경을 밝혔다. 아울러 “무엇보다 김 의원은 자신의 발언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8월 14일 출연한 방송에서도 ‘이번 잼버리 개최가 부산엑스포 유치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서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하는 등 반성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 [씨줄날줄] 해녀 포럼/이동구 논설위원

    [씨줄날줄] 해녀 포럼/이동구 논설위원

    “이엇사나, 이어도사나 … 우리 인생은 한번 죽으면/다시 환생하지 못하느니라. 원님의 아들 원 자랑하지 말아라/신의 아들은 신 자랑을 말아라. 같은 베개에서 한숨을 자고 나니/원도 신도 두려울 데 없다. 원수님은 외나무다리에서 만나고/길은 무슨 같은 길인가. 원수님아, 길을 막지 말아라/사랑도 원수도 나는 만들지 않겠노라.” 제주도 해안에서 전승되는 여성노동요 ‘이어도타령’을 현대어로 풀어낸 것이다. “길을 막지 말라”는 대목에서는 직접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해녀들의 생활상과 꿋꿋함이 느껴진다. “사랑도 원수도 나는 만들지 않겠노라”는 가사는 삶의 애환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 주는 듯 듣는 사람의 가슴을 찡하게 한다. 요즘의 해녀는 어엿한 직업인이다. 지역·개인별로 천차만별이겠지만 수입도 그리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에는 현재 3200여명의 해녀가, 전국적으로는 1만여명의 해녀가 활동 중이다. 대부분 지역 어촌계 소속으로 공동작업을 펼쳐 배분하는 형태로 수입을 거둔다. 소득 수준은 다소 높아졌을지 몰라도 힘든 작업임에는 틀림없다. 현대적 장비 없이 호미와 망태만으로 해산물을 채취하는 ‘해녀의 물질’은 전통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7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2015년에는 ‘제주해녀어업’이 국가중요어업유산 1호로 지정됐고, 2016년에는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전국의 해녀들이 ‘한반도해녀포럼’(가칭) 설립에 나섰다. 18일부터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 순회 토론회를 개최한다. 해녀들이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해 정부 차원의 해녀 보전 정책 등에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포럼을 통해 환경오염, 연안자원 보존 등 공통 현안들이 심도 있게 논의되길 바란다. 해법을 찾는 데 해녀들의 역할이 기대된다. 해녀들이 해산물을 채취해 잠시 숨을 쉬기 위해 수면 위로 머리를 내미는 순간 내뱉는 숨소리를 ‘숨비소리’라고 한다. 듣기에 따라 한숨 소리 같기도, 휘파람 소리 같기도 하다. 포럼을 통해 해녀의 숨비소리가 한숨이 아니라 경쾌한 휘파람 소리가 되길 빌어 본다.
  • “새달 문 여는 태재대, 대학 교육의 인식틀 바꾸는 메기 역할 하겠다”[황수정의 인터뷰 진심]

    “새달 문 여는 태재대, 대학 교육의 인식틀 바꾸는 메기 역할 하겠다”[황수정의 인터뷰 진심]

    한쪽에서는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이 지고, 한쪽에서는 유치원생까지 의대 열풍에 휩쓸리는 현실. 교육현장의 질서가 앞이 안 보이게 어지러운 가운데 4년제 대학의 통념을 깨는 태재대가 다음달 문을 연다. 전 과목 실시간 온라인 영어 토론수업. 메타버스 캠퍼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개국을 돌며 전원 기숙사 생활.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이 사재 3000억원을 들여 설립한 태재대는 모든 것이 파격이다. 염재호 초대총장은 “고려대 총장(2015~2019년)일 때부터 혁신적 미래학부를 꼭 신설하고 싶었다”고 했다. 태재(泰齋)는 음양의 조화를 나타내는 주역의 괘인 ‘태’(泰)와 집을 뜻하는 ‘재’(齋)를 써 동서양을 잇는 인재를 키우는 터전이라는 의미다. 염 총장은 “당장 교육혁명을 일으킬 수는 없어도 학부 교육이 어때야 하는지는 분명히 보여 줄 것”이라고 했다. 그를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태재관에서 만났다.-학생과 학부모들이 조심스럽게 관망할 텐데 1기생 선발 결과는 어떤가. “입시요강에는 국내외 신입생 각 100명으로 선발 정원을 공고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자질에 못 미치면 뽑지 않는다. 그러니 ‘경쟁률’은 의미가 없다. 이번에 국내 학생은 370여명이 지원했는데 최종합격자로 따지면 선발률이 14대1쯤 됐다.” -형식만큼 수업의 내용도 차별화되는가. “학부와 대학원 교육은 달라야 한다. 1학년 때 가르칠 교양은 역사, 철학, 물리, 화학 등 기존 방식의 과목들과는 다르다. 우리는 글로벌 리더의 역량을 키워 주는 것이 목표다. 개인적 역량과 사회적 역량을 집중적으로 키울 수 있게 교양과목을 가르친다. 개인적 역량 키우기는 예컨대 이런 거다. 가짜뉴스 하나를 다루더라도 무엇이 진실인지 연역적, 귀납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훈련을 시킨다. 사회적 역량도 학부에서 길러져야 한다. 기존 대학에서는 소통하고 화합하는 능력을 따로 키우지 않는다. 시험 성적과 리더의 소양은 전혀 별개다. 똑똑한데 인성이 나쁘면 오히려 사회에는 해악이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공감하는 능력은 훈련으로 쌓을 수 있다. 전공에 집중하는 공부는 대학원 가서 하면 된다. 학부에서는 기초역량을 다양하게 다져야 한다.” -수능 점수는 선발 과정에서 의미가 없나. “당연하다. 학교생활기록부 등을 토대로 4배수로 추려 토론과 인적성 집중면접을 했다. 40여분의 토론을 영상에 담아 여러 교수들이 다시 평가해 뽑았다.” -고려대 총장 때부터 수능 중심의 입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수능이 우리 교육 토양을 망가뜨렸다. 한 가지 정답만 강요하는 평가 방식은 21세기 인재교육에 전혀 맞지 않는다. 국가 주도로 점수를 매겨 몇십만 명의 아이들을 줄 세우는 것이 수능이다. 대학들은 국가가 줄 세운 순서대로 학생을 받아들일 뿐이다. 수능은 말 그대로 수학 능력 자격을 평가하는 장치다. 검정고시 만점을 받았다고 서울대 간다면 말이 안 되지 않나. 지금 수능은 킬러문항까지 동원해 줄을 세운다. 사교육으로 눈을 더 돌릴 수밖에 없다.” -국가가 개입해서는 교육개혁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말인가. “지난 정부는 갑자기 정시 비율을 40%로 높였다. 그러자 지방 고교생들이 당장 주말에 대치동 와서 수능 맞춤형 사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그런 식이면 지역을 살릴 수도 없다. 어느 정부 할 것 없이 교육정책에 무책임했다. 정원 문제만 봐도 그렇다. 1970년대 60여개였던 4년제 대학을 인구감소가 빤한데도 무분별하게 200여개로 늘려 놨다. 사대 정원도 마찬가지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는데도 마구 늘렸다. 특수영역이라고 건드리지도 못하게 하더니 이제 와서는 대학이 알아서 정원 줄이라고 한다.” 대입제도의 문제점점수로 몇십만명 줄 세우는 수능사교육으로 더 눈 돌리게 만들어공교육 정상화는 기대할 수 없어입시 다양성 보장되면 고교 변화 태재대의 지향점은기존 대학 교육 20세기에나 적합‘태재’는 학생 소통·화합 능력 배양공감·다양성 인정하는 교육 강화글로벌 리더 되는 역량 키워줄 것 -정부가 사교육 카르텔 깨기에 나섰다. “사교육 시장은 쉽게 깨지지 않는다. (고려대 총장일 때) 사교육과의 전쟁을 해 봐서 너무 잘 안다. 논술전형을 아예 없앤 것도 그래서였다. 논술출제위원장을 맡았을 때 똑같은 패턴의 논술 답안들에 기가 막혔다. 천만원 들여 대치동 논술학원을 보낸다는 말을 듣고 총장이 돼서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비싼 돈 들여 학원에서 달달 외운 2000자로 입시에 성공해서는 안 되는 거다. 점수로 줄 세우는 수능으로는 사교육 시장을 못 잡는다. 그러면 공교육 정상화도 기대할 수 없다.” -고교 교육 정상화의 실마리는 어디서 찾을 수 있나. “고려대에서 학생부 등 서류전형과 심층면접 방식으로 85%를 뽑았다. 그랬더니 출신 고교가 기존의 700여개에서 980개쯤으로 스펙트럼이 넓혀졌다. 특목고와 지방 고교 출신 중 평가점수가 같다면 어느 쪽을 뽑아야 하나. 나는 후자에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입시 관문에서 다양성이 보장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고교 현장이 저절로 바뀐다. 그런 시그널을 계속 줬더니 실제로 고교 토론 수업을 강화하는 쪽으로 당시 몇몇 교육청이 움직이더라. 결국 입시를 바꿔야 하는 문제다. 줄 세우는 수능은 없애고 선발 방식은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 -대학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현재의 대학 교육은 20세기 대량생산 시대에 맞춘 방식이다. 일을 잘게 쪼개 전문지식을 최대한 빨리 익히게 했다. 그러나 컴퓨터와 인공지능(AI)이 공유지식을 더 잘 다루는 지금은 그게 큰 의미가 없다. 상상력으로 스스로 지식을 창출할 수 있게 근력을 키워 줘야 한다. 요즘 아이들은 ‘같아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있다. 이제 정답이 아니라 자기만의 생각, 자기 논리, 자기 아이디어를 갖게 해야 한다. 그런 인재를 배양하는 쪽으로 대학이 변해야 한다. 대량생산 교육을 위해 대학도 대형화됐지만 지금은 아니다. ‘스카이’ 대학도 80년대에 두 배로 늘어난 학부 정원을 30%쯤 과감히 줄여야 한다. 많이 뽑아만 놓는 게 능사가 아니다. 질적 관리를 위해서도 그 방향이 맞다. 그래야 지방대 소멸도 일정 부분 막을 수 있고 지방도 살린다.” -의대 열풍이 너무 거세다. “의대 입학정원이 2006년부터 묶여 있다. 하지만 사회가 정원 제한을 더는 용인하지 않는다. 의사는 늘어날 것이고 원격의료에다 AI가 본격 투입되면 상황은 반전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면서 20세기 사회적 DNA를 가진 엄마들이 자식을 가두고 있다. 옛날처럼 한번 양반이 되면 평생 양반으로 잘 먹고살 거라는 착각에 빠져 있다. 의사는 환자를 살리는 소명의식이 있어야 하는데 양반 감투 씌우려고 의대 보내서는 안 된다. 엄마들이 착각에서 벗어나 아이들을 놔 줘야 한다. 왜 열여덟 살에 백세시대의 인생을 결정하려고 하나.” -태재대는 어떤 역할을 할 건가. “스카이대 입학에 올인하는 엄마들이 아이한테 ‘대학 가서 놀라’고 말한다. 대학 와서 놀면 되나. 대학에서는 공부를 해야 한다. 스카이대 졸업장의 유효기간은 이제 10년도 안 될 것이다. 세상은 불가역적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대학 교육에 대한 잘못된 인식틀을 바꾸는 데 태재대가 메기 역할을 할 것이다.” ● 염재호 총장은 ▲1955년 서울 출생 ▲고려대 행정학과 졸업 ▲미국 스탠퍼드대 정치학 박사 ▲일본 와세다대 명예 법학 박사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고려대 19대 총장 ▲한국정책학회 회장 ▲한일미래포럼 대표 ▲서울평화상문화재단 이사장 ▲태재대 초대총장 ● 태재대는 국내외 선발 학생 모두 기숙사 생활. 입학 정원은 한국인 100명, 외국인 100명. 정원 20명 이하의 소규모 강의.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며 교수가 10분 이상 말하지 못하는 원칙의 토론 중심. 서울, 뉴욕, 홍콩, 도쿄, 모스크바 등에서 1학기씩 머물며 현장 체험. 등록금은 연간 900만원 선. 국가 장학금 5분위 이하 학생에게는 전액 장학금.
  • 이효석문학상에 안보윤 작가

    이효석문학상에 안보윤 작가

    이효석문학재단이 제24회 이효석문학상 대상에 단편소설 ‘애도의 방식’을 쓴 안보윤 작가를 선정했다. 수상작은 학교폭력을 윤리적인 시선을 통해 다룬 작품으로 심사위원단은 “어느 한 부분도 허투루 읽을 수 없는 촘촘한 밀도의 소설적 현실을 구성했다”고 평가했다. 안 작가는 “고집스러운 마음으로 쌓아올린 이 세계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그런 질문을 스스로 하며 겸손한 마음으로 계속 고민해 보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 ‘부산 새 명물’ 롯데타워 오늘 첫 삽

    ‘부산 새 명물’ 롯데타워 오늘 첫 삽

    국내에서 세 번째 높은 건축물로 부산 원도심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부산롯데타워’가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다. 롯데쇼핑은 17일 중구 중앙동 부산롯데타워 공사 현장에서 기공식을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 옛 부산시청 부지에 들어서는 부산롯데타워는 67층, 높이 342.5m로 서울 잠실 롯데타워(555m), 부산 엘시티 랜드마크동(411m)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로 높은 건물이다. 롯데쇼핑은 부산을 360도로 조망할 수 있는 루프톱 전망대를 조성하는 등 롯데타워를 복합쇼핑몰로 만들 방침이다. 완공은 2026년으로 계획했다. 이로써 부산롯데타워 건축은 사업에 착수한 지 20여년 만에 본궤도에 오르게 된다. 롯데는 1998년 부산롯데타워와 백화점, 아쿠아몰, 엔터터인먼트 동을 만드는 내용으로 1998년 도시계획사업 실시계획 인가, 2000년 건축허가를 받았다. 백화점 등 3개 동은 2009년부터 차례로 임시사용승인을 받아 영업해왔지만, 롯데타워는 사업성 확보 등을 이유로 표류했다. 이에 지난해 부산시가 임시사용승인 연장을 불허하면서 지난해 6월 1일 하루 백화점 등이 문을 닫았다가 다음날 롯데타운을 2025년까지 완공하는 내용으로 시와 롯데가 협약을 맺으면서 영업을 재개하기도 했다. 롯데쇼핑은 부산롯데타워의 조속한 건립을 위해 지난 5월 전담 태스크포스를 신설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롯데타워가 부산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되도록 그룹 차원에서 총력을 다하겠다”며 “공사와 완공 후 운영에 필요한 인력, 자재, 장비 사용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지역 주민과 업체가 참여토록 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보호출산제 없인 엄마도 아이도 ‘유령’

    보호출산제 없인 엄마도 아이도 ‘유령’

    “어머니도 아이도 유령이었습니다.” 30대 미혼모 A씨는 2019년 10월 경기 고양의 한 산부인과병원에서 홀로 아이를 낳았다. 남자친구는 연락이 닿지 않았고 도와줄 가족도 없었다. 신용불량자로 채권자에게 쫓기며 거주지 불명으로 주민등록까지 말소된 A씨는 이날 태어난 정현(4·가명)이의 출생을 동사무소에 신고할 수 없었다.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던 A씨는 입양처를 알아봤다. 여러 기관을 방문했지만 상담사들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친부모가 출생신고를 직접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현이는 입양 대상에 오를 수 없었다. A씨는 단칸방을 전전하며 숨어 지내는 생활을 이어 갔고 정현이도 ‘투명 아동’이 됐다. 정현이는 최근 자폐 판정을 받았다. A씨는 다른 부모처럼 아이를 잘 키웠다면, 자신이 친권을 포기했다면 정현이의 삶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자책했다. 정현이처럼 병원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불가능해 방치·유기되는 소위 ‘투명 아동’의 비극을 막으려 국회가 지난 6월 ‘출생통보제’를 통과시켰지만 ‘절반의 성공’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의료기관이 출생 사실을 지방자치단체에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하는 출생통보제로 투명 아동을 발견할 수는 있지만 구제에는 한계가 있어서다. 이에 부모가 친권을 포기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아이를 입양 보내는 ‘보호출산제’가 보완책으로 거론되나 국회 내 논의가 좀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보호출산제는 영아를 유기할 정도로 위기에 처한 산모가 양육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한다. 대신 국가가 아기를 보호하고 보육하도록 허용한다. 무엇보다 산모가 신분 노출을 피하기 위해 병원이 아닌 곳에서 남몰래 혼자 출산하려다 산모와 아이 모두가 위험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미 미국에는 ‘영아피난제’, 프랑스는 ‘익명출산제’, 독일은 ‘신뢰출산제’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다만 부모의 친권 포기로 지자체가 입양을 보낸 아이가 추후 생모를 찾을 경우에는 조건이 조금씩 다르다. 입양특례법 이후 베이비박스 급증당정 ‘병원 밖 출산’에 신속한 논의전문가 “양육 포기 아닌 생명 보호여성·아기 위해 심리적 기반 필요”美·佛·獨 등 비슷한 정책 이미 시행佛·獨 ‘생모 찾기’ 美 ‘아이 보호’ 집중 미국은 생모의 신원을 아이에게 전혀 노출하지 않고 프랑스는 생모의 동의가 있다면 아이에게 알려준다. 독일은 생모가 거부해도 아이가 가정법원에 소송을 내 생모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있다. 프랑스와 독일이 아이의 성장 후에 생모를 찾도록 돕는 데 무게를 실었다면 미국은 부모의 책임을 ‘제로’(0)로 만들어 보다 많은 아이를 보호하는 데 집중했다. 영아피난제로 미국에서 24년간 최소 4500명의 아기가 새 가정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보호출산제는 2020년 12월 발의 후 2년 8개월간 국회에 묶여 있다. 정부·여당은 보호출산제 없이 예정대로 내년 7월에 출생통보제만 시행되면 여성들의 ‘병원 밖 출산’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출생통보제로 의료기관이 무조건 지자체에 출생을 통보할 경우 위기에 처한 산모들이 의료기관 내 출산을 기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사례로 2012년 8월 산모의 출생신고를 입양 요건으로 정한 입양특례법 시행 후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아동은 3배 이상으로 증가한 바 있다. 익명으로 입양을 보낼 수 없게 되자 산모들이 베이비박스를 택한 것이다. 베이비박스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아기를 직접 키울 수 없는 부모가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한 ‘미인가 시설’이다. 사실 보호출산제가 도입되지 않는다면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맡기는 것도 법에 어긋난다. 현행법상 친부모가 아이를 양육할 수 있음에도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넣고 갔다면 유기죄가 적용돼 최고 징역 3년 또는 벌금 500만원의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기존에는 극심한 생계 곤란이나 10대 미혼모라는 정상 참작의 사유가 있다면 유기죄보다 형량이 가벼운 영아유기죄(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를 적용해 처벌했지만 지난달 18일 영아유기죄가 폐지되면서 앞으로는 모두 유기죄로 처벌받게 된다. 박리현 한국가온한부모복지연대 대표는 “보호출산제는 양육 포기가 아니라 생명 보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최소한 아이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의 임산부는 남편이나 남자친구로부터 버림받거나 경제적·사회적으로 궁지에 몰려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심리적 불안감이 아동학대나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위기의 임산부와 아이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 보호출산제 입법으로 심리적인 지지 기반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했다. 야당은 보호출산제가 자칫 아이를 부양하는 부모의 책임을 경시하는 풍조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익명으로 아이를 낳게 하면 입양을 보내기가 더 쉬워지고, 아이 입장에서는 ‘가정 양육’을 받을 기회가 박탈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생모나 생부가 누구인지 전혀 알려주지 않는 미국식 영아피난제를 벤치마킹할 경우 ‘아이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여야 간 이견에 애초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의 ‘한날한시’ 처리를 목표로 했던 보건복지부는 신속한 입법을 추진하려고 보완 작업이 한창이다. 보호출산제가 양육 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에 보호출산제를 원하는 부모를 상담할 때 ‘원가정 양육’을 최우선으로 권장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또 보호출산 결정 뒤 입양이 성립되기 전까지는 언제나 이를 철회할 수 있도록 숙려 기간을 두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여야는 담론부터 충돌하는 분위기다. 국회에서 보호출산제가 마지막으로 논의된 지난 6월 27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신속한 보호출산제 법안 통과 후 보완책 추가를 주장했지반, 민주당은 위기 속 임산부에 대한 각종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반대했고, 정의당은 낙태법 등까지 연계해 다루자고 했다. 8월 임시국회가 열린 현재도 국민의힘은 이미 법안이 계류된 지 오래라며 신속한 처리를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보호출산제와 관련한 공청회부터 열자는 입장이어서 법안이 무기한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용어 클릭 ■보호출산제 신원을 노출하지 않고 아이를 낳고자 하는 임산부가 보건소 등에서 상담받은 뒤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게 하고, 자녀 양육을 원하지 않을 때는 친권을 포기하고 지방자치단체로 인도해 입양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 ‘병원 밖 출산’ 위기에 처한 산모와 아이를 보호하자는 취지로 ‘익명출산제’, ‘비밀출산제’로도 불린다. ■출생통보제 아이가 태어난 의료기관에서 출생 사실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 6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 보호출산제 없다면 ‘엄마도 유령 아이도 유령’

    보호출산제 없다면 ‘엄마도 유령 아이도 유령’

    “어머니도 아이도 유령이었습니다.” 30대 미혼모 A씨는 2019년 10월 경기 고양의 한 산부인과병원에서 홀로 아이를 낳았다. 남자친구는 연락이 닿지 않았고 도와줄 가족도 없었다. 신용불량자로 채권자에게 쫓기며 거주지 불명으로 주민등록까지 말소된 A씨는 이날 태어난 정현(4·가명)이의 출생을 동사무소에 신고할 수 없었다.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던 A씨는 입양처를 알아봤다. 여러 기관을 방문했지만 상담사들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친부모가 출생신고를 직접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현이는 입양 대상에 오를 수 없었다. A씨는 단칸방을 전전하며 숨어 지내는 생활을 이어 갔고 정현이도 ‘투명 아동’이 됐다. 정현이는 최근 자폐 판정을 받았다. A씨는 다른 부모처럼 아이를 잘 키웠다면, 자신이 친권을 포기했다면 정현이의 삶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자책했다. 정현이처럼 병원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불가능해 방치·유기되는 소위 ‘투명 아동’의 비극을 막으려 국회가 지난 6월 ‘출생통보제’를 통과시켰지만 ‘절반의 성공’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의료기관이 출생 사실을 지방자치단체에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하는 출생통보제로 투명 아동을 발견할 수는 있지만 구제에는 한계가 있어서다. 이에 부모가 친권을 포기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아이를 입양 보내는 ‘보호출산제’가 보완책으로 거론되나 국회 내 논의가 좀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보호출산제는 영아를 유기할 정도로 위기에 처한 산모가 양육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한다. 대신 국가가 아기를 보호하고 보육하도록 허용한다. 무엇보다 산모가 신분 노출을 피하기 위해 병원이 아닌 곳에서 남몰래 혼자 출산하려다 산모와 아이 모두가 위험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미 미국에는 ‘영아피난제’, 프랑스는 ‘익명출산제’, 독일은 ‘신뢰출산제’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다만 부모의 친권 포기로 지자체가 입양을 보낸 아이가 추후 생모를 찾을 경우에는 조건이 조금씩 다르다. 미국은 생모의 신원을 아이에게 전혀 노출하지 않고 프랑스는 생모의 동의가 있다면 아이에게 알려준다. 독일은 생모가 거부해도 아이가 가정법원에 소송을 내 생모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있다. 프랑스와 독일이 아이의 성장 후에 생모를 찾도록 돕는 데 무게를 실었다면 미국은 부모의 책임을 ‘제로’(0)로 만들어 보다 많은 아이를 보호하는 데 집중했다. 영아피난제로 미국에서 24년간 최소 4500명의 아기가 새 가정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보호출산제는 2020년 12월 발의 후 2년 8개월간 국회에 묶여 있다. 정부·여당은 보호출산제 없이 예정대로 내년 7월에 출생통보제만 시행되면 여성들의 ‘병원 밖 출산’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우려한다. 출생통보제로 의료기관이 무조건 지자체에 출생을 통보할 경우 위기에 처한 산모들이 의료기관 내 출산을 기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사례로 2012년 8월 산모의 출생신고를 입양요건으로 정한 입양특례법 시행 후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아동은 3배 이상으로 증가한 바 있다. 익명으로 입양을 보낼 수 없게 되자 산모들이 베이비박스를 택한 것이다. 베이비박스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아기를 직접 키울 수 없는 부모가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한 ‘미인가 시설’이다. 사실 보호출산제가 도입되지 않는다면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맡기는 것도 법에 어긋난다. 현행법상 친부모가 아이를 양육할 수 있음에도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넣고 갔다면 유기죄가 적용돼 최고 징역 3년 또는 벌금 500만원의 유죄판결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기존에는 극심한 생계 곤란이나 10대 미혼모라는 정상 참작의 사유가 있다면 유기죄보다 형량이 가벼운 영아유기죄(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를 적용해 처벌했지만 지난달 18일 영아유기죄가 폐지되면서 앞으로는 모두 유기죄로 처벌받게 된다. 박리현 한국가온한부모복지연대 대표는 “보호출산제는 양육 포기가 아니라 생명 보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최소한 아이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의 임산부는 남편이나 남자친구로부터 버림받거나 경제적·사회적으로 궁지에 몰려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심리적 불안감이 아동학대나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위기의 임산부와 아이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 보호출산제 입법으로 심리적인 지지기반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보호출산제가 자칫 아이를 부양하는 부모의 책임을 경시하는 풍조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익명으로 아이를 낳게 하면 입양을 보내기가 더 쉬워지고, 아이 입장에서는 ‘가정 양육’을 받을 기회가 박탈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생모나 생부가 누구인지 전혀 알려 주지 않는 미국식 영아 피난제를 벤치마킹할 경우 ‘아이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여야 간 이견에 애초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의 ‘한날한시’ 처리를 목표로 했던 보건복지부는 신속한 입법을 추진하려 보완 작업이 한창이다. 보호출산제가 양육 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에, 보호출산제를 원하는 부모를 상담할 때 ‘원가정 양육’을 최우선으로 권장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또 보호출산 결정 뒤 입양이 성립되기 전까지는 언제나 이를 철회할 수 있도록 숙려 기간을 두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여야는 담론부터 충돌하는 분위기다. 국회에서 보호출산제가 마지막으로 논의된 지난 6월 27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신속한 보호출산제 법안 통과 후 보완책 추가를 주장했지반, 민주당은 위기 속 임산부에 대한 각종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반대했고 정의당은 낙태법 등까지 연계해 다루자고 했다. 8월 임시국회가 개원한 현재도 국민의힘은 이미 법안이 계류된 지 오래라며 신속한 처리를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보호출산제와 관련한 공청회부터 열자는 입장이어서 법안이 무기한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 與 시민단체특위 “유엔해비타트 한국위, 유엔 산하 행세 44억 기부받아”

    與 시민단체특위 “유엔해비타트 한국위, 유엔 산하 행세 44억 기부받아”

    국민의힘 시민단체 선진화특별위원회는 16일 ‘세계 최초 개별 국가 유엔해비타트 위원회’라고 자칭하며 2019년 출범했던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가 공식 인가를 받지 않고도 산하 기구인 척 행세해 총 44억원의 기부금을 거뒀다며 단체 설립 취소·기부금 반환을 주장했다. 특위는 또 민주노총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총 437억원의 정부보조금을 수령한 부분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위 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유엔이나 유엔해비타트 본부와 기본협약도 없이 산하 기구인 척 행세를 해 지난 4년간 공기업·대기업·금융회사로부터 기부금을 받았다”며 “기부금 모금 과정에서 스스로를 유엔해비타트 소속이라고 홍보했고 로고도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유엔해비타트는 미국 유엔본부에 소속된 단체로 인간정주 문제를 다루는 기구로, 문제가 된 한국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박수현 전 수석을 초대 회장으로 2019년 9월 국회사무처 산하에 등록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시 축전을 보낸 바 있다.하 의원은 “미국 유엔본부 소속인 유엔해비타트는 별도의 국가위원회를 두지 않는다”며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유엔해비타트 본부로부터 받은 공식 답변서를 근거로 제시했다. 답변서에는 “유엔해비타트를 대표하는 시민사회단체나 비정부단체를 지지하거나 승인하지 않는다”라며 “로고의 무단 사용을 즉시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는 입장문에서 “유엔 산하기구 또는 유엔해비타트 소속 기관으로 행세한 사실이 없고, 대한민국 민법에 따라 설립·운영되는 ‘국내 비영리 사단법인’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고 밝혔다. 설립·운영과 관련해 유엔해비타트의 인가 또는 인준이 필요하지 않은 ‘독립적 국가위원회’라는 취지다. 명칭 및 로고 사용에 대해 위원회 측은 “​다수의 개별 협약 체결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서로의 조직적 실체를 처음부터 인정하고 상호 협력해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했다. 한편 특위는 민주노총이 근로자복지관 운영 등 명목으로 최근 5년간 수령한 437억원의 보조금을 노조 사무실 운영비 등으로 부당하게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불법폭력단체인 민주노총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전면 폐지하고, 행정안전부는 지자체의 부적절한 보조금 지급을 철저히 감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경북도의회, 지역 축제 방문객 유입 확대 방안 모색

    경북도의회, 지역 축제 방문객 유입 확대 방안 모색

    경북도의회 ‘경북지역축제활성화방안연구회’(대표 박홍열 의원)는 지난 14일 도의회 다목적실에서 ‘경북 지역축제 실태조사 및 방문객 유입 확대방안 연구 용역’ 중간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번 연구의 책임을 맡고 있는 국토도시연구원 김태경 부원장은 지역축제의 여건 변화와 최근 국내관광의 트렌드 국내외 지역축제의 성공사례 및 성공 요인 등을 분석, ‘별과 함께하는 별천지 영양 국제캠핑 축제 활성화 방안’ 사례를 통해 인구감소의 위기를 직면하고 있는 경북의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보고회에 참석한 연규식 의원은 민간 주도의 축제 개최 시 젊은 층과 지역주민 참여도가 낮으므로 이에 대한 개선대책을 세워야 성공적인 축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석영 의원은 지역의 축제활성화 방안으로 체험행사가 실질적으로 중요하므로 인구소멸의 대안으로 사계절 축제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과 지역으로 찾아오는 축제로 생활인구 유입을 위해 지역주민과 전문가의 고견을 충분히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재철 의원은 지역별로 크고 작은 축제가 난립한 상황을 염려하고, 보다 특색 있는 축제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 지역 간 축제도 통합형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창욱 의원은 지역 축제를 통하여 방문객 유입의 여러 가지 새로운 방안을 찾는 노력은 좋으나, 새로운 축제를 단독적으로 시도하는 것보다는 기존 축제와의 연계를 통해 발전적 방향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연구회의 대표인 박홍열 의원은 지역 소멸의 위기에 직면한 경북 도내 시·군에 ‘한 명이라도 더’ 지역을 찾을 수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간보고된 내용 전반에 대하여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실질적 방안에 관한 연구를 보완하고 지역 현장의 여러 의견을 취합해 실효성 있는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연구를 빈틈없이 해 줄 것을 연구진에 당부했다. 더불어 아시아 최초의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된 영양군을 모델로 하는 ‘별과 함께하는 영양 별천지 국제캠핑 축제 활성화 방안’ 제시는 지역 소멸에 대한 도내 타 시·군의 모범 답안지가 될 수 있도록 사명감을 갖고 해결방안을 찾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이번 연구용역은 지역 축제의 방문객 유입을 확대함으로써 지역의 관계인구를 증대시키고 지역 소멸에 적극 대응하고자 박홍열 의원을 대표로 박창욱, 서석영, 연규식, 최덕규, 황재철 의원 등 6명이 의원연구단체 ‘경북지역축제활성화방안연구회’를 구성해 추진하고 있다.
  • 마포구 ‘효도밥상’ 모든 동으로 확대…17곳에서 400명 무료 점심 제공

    마포구 ‘효도밥상’ 모든 동으로 확대…17곳에서 400명 무료 점심 제공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무상 점심을 지원하는 서울 마포구의 효도밥상 정책이 모든 동으로 확대됐다. 구는 주민참여 효도밥상 운영기관 10곳이 지난 9일부터 추가 참여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로써 구의 16개 전체 동에 효도밥상 17개소가 마련됐다. 효도밥상은 노인가구의 결식과 고독을 방지하고자 75세 이상 어르신에게 주 6회 무상 점심을 제공하는 구의 역점사업이다. 지난 4월 6개 동의 7개 급식기관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해 4개월여간 총 221명에게 1만 6000여회의 급식이 제공됐다. 이번에 추가된 효도밥상 운영기관은 ▲연남동 ‘송가네감자탕’ ▲서교동 ‘풍년한식뷔페’ ▲아현동 ‘해든한식부페’ ▲도화동 ‘혜원식당’ ▲합정동 ‘청주식당’ ▲망원1동 ‘마포나루’ ▲망원2동 ‘스트렁큰’ ▲성산1동 ‘치유소반’ ▲성산2동 ‘뚝배기정육식당’ ▲상암동 ‘콩고을’ 등 10곳이다. 구 관계자는 “운영기관 확대로 200명 이상이 추가로 효도밥상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구는 봉사단 300여명을 모집해 배식뿐만 아니라 전화나 방문으로 안부를 확인하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방문간호사가 기초건강 검진을 해주고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 상담도 실시하고 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초고령화 시대에 보편적인 노인복지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어르신들의 영양과 우울, 고독 등 건강관리를 통해 지역사회 보건 수준을 높인다면 노인빈곤과 건강 문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폭염 피해 막아라” 어르신 챙기는 금천

    “폭염 피해 막아라” 어르신 챙기는 금천

    여름철 막판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서울 금천구가 더위에 취약한 노인가구에 냉방 물품과 냉방비를 지원했다고 15일 밝혔다. 구는 복지기관 및 주민센터와 협력해 저소득 홀몸노인 등 폭염 취약계층 300가구에 여름 이불을 제공했다. 또 냉방기 가동이 집중되는 6~9월 무더위쉼터로 쓰이는 경로당과 복지관 등 107곳에 월 5만 5000원~13만 2000원의 냉방비를 지원해 전기료 부담을 낮춘다. 구는 스타즈호텔 독산과 협약을 맺고 무더위 안전숙소도 운영하고 있다. 온열질환 발생에 취약한 노인 주민과 옥탑방, 반지하 등 주거환경이 열악한 저소득 가구를 위해 운영하는 야간 무더위쉼터이다. 동주민센터에 신청하면 절차를 거쳐 폭염특보 발효 시 이용할 수 있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폭염 기간 노인 보호 대책을 강화해 무더운 여름을 안전하고 쾌적하게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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