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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저널 ‘진실게임’ 법정서 가리나

    시사저널의 파업 및 직장폐쇄 사태에 관한 노사 공방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 6일 금창태 사장의 기자회견과 곧이어 열린 노조측의 반박 기자회견 내용은 사건의 원인부터 결과까지 180도 달랐다. 분명히 어느 한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진실의 키는 누가 쥐고 있을까. 현재로서는 노조가 공세적이고, 금 사장 등 사측이 방어하는 형국이다. 결국 진실은 사법당국에 의해 가려질 공산이 높아졌다. 이는 금 사장이 시사저널 사태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을 보도하는 언론매체를 상대로 잇단 민·형사상 대응을 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실제 금 사장은 오마이뉴스, 한겨레21, 기자협회보 등에 이어 MBC의 ‘PD수첩’과 ‘뉴스후’ ‘손석희의 시선집중’ 제작진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들 프로그램이 자신의 반론권을 보장하지 않고, 초상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국회 문화관광위원인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은 “언론 입막음용 줄소송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금 사장의 줄소송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좀더 두고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법원의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오히려 자신에게 불리한 진실이 공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사건이 언론계 주요이슈로 부각된 이상 사법당국도 처리를 지연하는 등의 ‘악수’를 둘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진실게임’의 최대 관심은 ▲금 사장이 삼성의 전화를 받고 해당기사 삭제를 지시했는지 ▲삼성 관련 다른 사안들에서도 노사가 충돌했는지 ▲익명의 취재원을 삼성이 어떻게 확인했는지 등이다.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긴급조치’ 유죄판결 판사 492명 실명 공개

    ‘긴급조치’ 유죄판결 판사 492명 실명 공개

    1970년대 유신시절 긴급조치 위반 사건에서 유죄판결을 내렸던 판사들의 실명이 담긴 ‘긴급조치 위반사건 판결분석보고서’가 31일 예정대로 공개된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송기인)는 30일 서울 중구 필동 사무실에서 전원위원회를 열어 판결문과 판사 이름은 이미 공개된 자료이고 이달 초 전원위 의결을 거쳐 보고서 내용을 확정한 만큼 판사들의 실명 공개를 번복하지 않을 것을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판사 명단을 따로 작성해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판결 내용을 요약하는 데 판사의 이름이 들어갔을 뿐”이라면서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31일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서를 제출하고 언론에 공개할 방침이다. 조사보고서에는 ‘민족일보 조용수 사건’ 등 7개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또는 불능 결정문과 위원회 현황 및 ‘긴급조치 위반사건 판결분석보고서’가 포함돼 있다. 특히 긴급조치 판결보고서 별첨 자료에는 긴급조치로 기소된 사건 1심 및 항소·상고심 판결 1412건의 담당판사 이름, 사건 개요가 표로 요약돼 있다. 위원회는 내부 직원이 조사보고서를 일부 언론사에 유출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으며, 결과에 따라 징계할 방침이다. 보고서에 이름이 공개된 판사 492명 중 10여명이 현직 대법관과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 지법원장 이상 고위직을 맡고 있다. 전직 대법원장 4명, 헌재소장 1명, 대법관 29명 등 전직 지법원장 이상 고위법관을 지낸 판사도 100여명이 포함돼 있다. 전원위는 국회 선출 8명, 대통령 지명 4명, 대법원장 지명 3명 등 15명의 위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이들 가운데 9명이 참석해 만장일치로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위원회는 지난 9일 제34차 전원위원회에서 보고서를 공개할 때 가해자, 피해자의 이름을 익명처리하고 사생활 보호에 필요하거나 국민화해에 저해되는 부분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으나 판사의 이름은 공개하기로 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강태규의 연예in] 유니가 남긴 3집 음반을 보며

    가수 유니가 자살한 바로 다음날인 22일 저녁, 소속사 사무실로 주인을 잃은 유니의 3집 음반이 곱게 포장된 채 날아들었다. 이 드라마 같은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장례식장에 모인 유족과 그녀를 아끼던 많은 지인들은 그야말로 망연자실하는 모습이었다. 꽃으로 둘러싸여 환하게 웃고 있는 유니의 영정 사진은 3집 음반 보도자료용으로 언론사에 배포한 것이어서 더욱 안타깝다. 그러고 보니 1990년 2월4일 약물복용 쇼크로 사망한 가수 장덕 이후, 가요계에서 일찍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여가수는 근래 찾아 보기 어려워 이번 유니의 사망 소식은 충격적으로 여겨진다. 단순 자살사건으로 종결된 이번 유니의 사망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우울증’ 혹은 ‘인터넷 기사의 악성 댓글’ ‘방송 컴백 무대에 대한 부담’ 등 그녀의 죽음에 대한 추측들이 쏟아졌다. 스물여섯의 꽃다운 나이로 운명을 달리한 유니는 평소 자신의 연예 관련 행보에 관해서 ‘프로근성’을 지닌 연예인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평소 작은 것에도 관심을 기울일 만큼 섬세했고 감수성이 풍부했던 유니는 인터넷에서 자신의 뉴스가 나오면 읽기도 전에 가슴부터 쓸어내려야만 했다. 차마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악성 댓글을 쏟아내는 네티즌들의 냉소적이고 적대적인 글들을 무시할 만큼 용감하진 못했다. 하기야 어느 여성인들 그런 일방적인 추태 앞에 떳떳하게 견뎌내고, 또 태연할 수 있을까? 네티즌의 악성 댓글이 직접적인 자살의 원인이라 못박을 순 없지만, 전혀 설득력이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고인이 된 유니는 자신의 이번 3집 음반 컴백에 대한 기사에서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네티즌의 난도질에 가까운 글들을 보며, 혼신을 다해 준비한 결과물에 대한 기대보다는 넘을 수 없는 벽을 더 깊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익명성을 담보로 무자비한 언어 폭력을 담아내는 동시대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보면서 한 젊은 인재의 죽음이 너무 참담하게 느껴진다. 유니가 직접 꾸민 한 미니홈피에서 발췌된 글들에서도 그 죽음의 흔적들은 자욱하다. 지친 삶을 깊숙이 숨기고 무대위에서 현란하게 빛나는 모습만 보여주려 했던 고충은 유니의 미니홈피 음악 ‘바흐 키보드 협주곡 5번 2악장’속에 흐르고 있었다. 유니의 3집 음반 머리곡으로 예정된 ‘솔로판타지’를 이제 더이상 무대위에서 만날 수 없지만, 강력한 호소력이 담긴 유니의 래핑은 음반속에 그대로 살아 있었다.대중문화평론가
  • 인터넷 악성댓글 처벌 강화해야

    “어제까지 학교에 같이 다닌 친구가 자살을 했다고 생각해 보세요. 고인을 위해 눈물을 흘려도 모자랄 판에 ‘잘 죽었다.’란 글을 올릴 수 있는지. 정말 인터넷이 싫어집니다.” 인터넷 사이버 공간이 욕설과 인신공격을 넘어선 악성댓글 ‘악플’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구석구석 인터넷에 노출되면서 이들을 향한 인신공격성 댓글이 이미 도를 넘어섰다. 지난 21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에는 가수 유니(본명 허윤·26)의 사망기사가 나간 후 1시30분여 만인 오후 5시40분쯤 댓글차단 공지가 나갔다. 고인을 두번 죽이는 반인륜적인 글들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인기 가수의 갑작스러운 자살 소식에 네티즌의 관심이 집중되었고 댓글도 순식간에 1500건이 넘었다. 하지만 상당수의 댓글은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기보다는 매도하거나 왜곡하는 인신공격이 상식을 뛰어넘는 내용이었다. 이런 ‘얼굴없는 자객’(일명 키보드 워리어)의 칼날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셀 수 없이 많다. 가수 유니만 당한 것이 아니다. 지난 10일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형은 관련 기사에서도 ‘못생긴 게 잘 죽었다.’는 차마 입에 올리기조차 힘든 악플로 가족과 친구들을 한번 더 울렸다. 또 지난해 도하아시안게임에서 승마경기 도중 숨진 김형칠 선수와, 지난해 11월 화재현장에서 붕괴위험을 무릅쓰고 인명을 구하다 숨진 고 서병길 소방장에서 대해서도 일부 누리꾼이 악플을 달아 분노를 사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어서 갑자기 이혼설로 곤욕을 치른 노현정 아나운서, 모 재벌가와 결혼설로 고발사태까지 치룬 탤런트 김태희, 갑자기 사망설에 시달린 모델 변정수(사진 왼쪽), 참다 못해 악플러 이모씨를 22일 형사 고발한 하리수(오른쪽) 등 피해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윤세창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는 “익명성을 전제로 한 인터넷 댓글은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공격성을 무차별적으로 발산하는 감정의 배설공간으로 생각하는 네티즌들이 문제다.”며 “우울증 등 심적으로 나약해진 사람들에겐 익명악플들이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정부는 오는 7월부터 하루 방문자가 10만명이 넘는 포털사이트와 언론사 사이트에 대해 인터넷 실명제를 실시한다. 이로 인해 악플이 줄어들 것이 예상된다. 그러나 타인 명의 도용 등으로 완벽한 차단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법으로 처벌하기에는 표현의 자유 침해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리꾼들의 인식 변화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누리꾼 스스로가 우선적으로 ‘넷티켓’을 지키려는 생각이 확산되어야 한다. 또한 누리꾼들이 자체적으로 악플러들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만드는 것도 급선무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악성댓글에 대한 처벌수위를 결정하는 표현의 수위를 조속히 정하고, 위반자에 대해서는 처벌을 엄격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판사 석궁테러’ 파문] 사법 불신 ‘해코지’ 심각

    오후 9시쯤 퇴근했는데 집이 깜깜했다. 현관문을 열쇠로 열고 안방문 손잡이를 돌리는데 ‘헉’하는 소리가 들렸다. 도둑인가 싶어 얼른 불을 켜자 방구석에 부인이 어린아이 둘을 끼고 울고 있다.“당신에게 조사받은 사람이라며 낮에 전화가 왔다. 집을 알고 있으니 조심하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간부가 평검사 시절 겪은 일이다. 재판에 불만을 품어 법조인을 테러하는 일은 법치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일이다. 하지만 범죄를 다루는 직업인 데다 이들의 결정에 여러 이해관계가 좌우되다 보니 판·검사에게 해코지를 하려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이 지검의 또 다른 간부도 평검사 시절 검사실로 온 전화에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딸이 ○○국민학교 다니죠. 검사님, 조심하세요.” 익명의 전화 한통 때문이었다. 80년대 후반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형사재판 1심 선고에 불복한 한 중년 여성이 항소했다. 재판부는 항소 이유서를 보더니 그 자리에서 항소를 기각하고는 “이런 걸로 항소를 합니까.”라며 핀잔을 줬다. 여성은 “내겐 일생이 걸린 문젠데, 어떻게 그런 말을…. 판사를 못하게 하겠다.”며 옷을 홀딱 벗어버렸다. 재판부는 도망치듯 퇴정했다. 법원의 권위가 너무 높아 국민 위에 군림했던 시절 얘기다. 최근에는 당사자들의 말을 충분히 들어주는 쪽으로 공판 진행방식이 바뀌고 있지만, 재판부가 아무리 말을 끝까지 들어주려고 노력해도 패소한 측에서는 억울하기 마련이다. 증거입증이 충분하지 못해도 판·검사가 알아줬으면 하는 게 사람 마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에 근무한 김웅 검사는 민사재판에 불복, 법조타운에서 ‘1인시위’를 하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한 60대 노인을 네댓 차례 불러 그저 사연을 들어줬다. 노인은 “사건처리가 안 돼도 내 얘길 들어줬으니 여한이 없다.”며 시위를 멈추고 자신이 낸 맞고소도 취하했다. 법원과 검찰이 자세를 바꿔가며 진정한 권위를 쌓아가는 이런 사례는 아직 흔하지는 않다. 오히려 판·검사라는 이유만으로 공분의 대상이 되거나 익명의 협박을 받는 일도 있다. 90년대 중반 독신으로 혼자 자취하는 남자 검사 집 거실에 칼이 꽂혀 있었던 적이 있다. 수사 결과 범인은 단순절도범이었고 집안에 훔쳐갈 게 없자 칼을 꽂아두고 간 해프닝성 사건이었지만 검사들은 가슴이 철렁했다. 몇몇 판·검사가 익명의 소포로 칼을 받았다는 소문도 떠돈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판·검사들도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칼을 보내는 사람들은 수사를 받기 전에 법원과 검찰에 막연한 적대감을 가진 분들일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나이지리아 단체, 현대보트 습격 4명 살해

    대우건설 근로자 9명이 피랍됐다가 나흘 만에 풀려난 나이지리아에서 16일 무장괴한들이 한국 현대 소속의 소형 보트를 급습해 4명을 사살했다고 현지 석유 관련 소식통들이 밝혔다. 이들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무장괴한들이 보니 아일랜드의 석유와 가스 선적시설 부근에서 현대의 통근선을 공격해 네덜란드 석유 기술자 1명과 나이지리아 해군 관계자 1명, 선원 2명을 살해했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들은 무장세력의 습격을 받은 현대 통근선이 포트 하트코트와 보니 아일랜드 사이를 운항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목격자들은 중무장한 괴한들이 두 척의 보트에 나눠 타고 통근선에 접근해 왔으며 통근선에 있던 2명의 해군 관계자들과 교전을 벌였다고 말했다. 한편 다른 소식통은 이번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는 2명이고 4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현지 경찰 당국의 이레주아 바라우아 대변인은 무장괴한의 급습으로 외국인 1명을 포함한 5명이 다쳤다고만 발표했다. 나이지리아 주재 네덜란드 대사관은 자국 기술자의 사망에 대해 즉각적으로 확인을 하지 않고 있다. 로이터 AP/뉴시스
  • [여성&남성] “검열은 없다” 남녀 화장실 낙서문화

    화장실은 철저한 ‘나만의 공간’이다. 어떤 행동을 해도 그 행동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화장실에서만큼은 사회적인 체면 따위는 휴지통에 버리고 가장 본능에 충실한 인간이 된다. 특히 화장실 벽은 이런 인간 본능의 가장 원초적인 낙서판이다. 화장실 낙서가 인터넷 시대를 맞아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자신의 감정을 적나라하게 분출하는 공간이다. 여자와 남자, 화장실에서는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는 이들의 낙서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 남- ”포복때 팔에 양말 대라” ●스토리 갖춘 ‘야설’에 낯뜨거운 그림까지 자영업자 조모(51)씨는 화장실에서 본 가장 인상적인 낙서로 ‘야설(야한이야기)’을 꼽았다. 공중화장실에서 많이 발견되는 야설은 대부분 일기 형식의 경험담으로 시작해 소설처럼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과 같은 스토리라인을 갖추고 있는 예가 많다. “별의별 희한하고도 야한 낙서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비슷한 이야기라도 심심하니까 또 읽게 되죠. 그런 걸 보면 화장실에 연필을 들고 가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궁금증이 일어요.” 또 난삽한 그림 낙서도 많고 화장실 문에 ‘뒤를 보시오.’라고 써놓아서 뒤를 돌아 보면 ‘뭘봐.XX야.’라고 써놓는 황당한 장난 낙서도 자주 눈에 띈다. 회사원 홍모(31)씨에게도 중학교 시절 야간 고등학교 선배들이 화장실에 연재식으로 써둔 ‘야설’이 가장 인상적인 낙서였다. 당시 최고의 인기가도를 달리던 ‘청순가련형’ 여자 탤런트를 주인공으로 한 야설은 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차 있던 홍씨의 눈길을 휘어잡았다. “‘연재 야설’을 보기 위해 늘 같은 화장실 방을 찾아 다니기도 했죠. 삽화까지 포함된 야설은 당시 학교에서 최고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홍씨 역시 “여자 화장실에도 ‘동성애’와 같은 야한 이야기들이 많이들 써져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무원 선모(31)씨 역시 남자 화장실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낙서는 야한 그림이라고 했다.‘W,X,Y’식의 영문 이니셜을 조합해둔 조잡한 그림이나 나체 그림 등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선씨는 “남자들만 그렇지 여자 화장실에는 오히려 야한 낙서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군대엔 사회생활 미련 담은 글 많아 화장실 낙서에서 유익한 경험을 배우고 교훈을 얻었다는 남성들도 있다. 대학생 이모(21)씨는 가끔 화장실에 가서 낙서를 읽다 보면 자신도 낙서를 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씨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기억은 군대시절 훈련소 화장실에 씌어 있던 낙서였다. 이미 훈련소를 거쳐간 선임병들이 ‘각개전투할 때 팔꿈치에 양말을 대고 나가면 피부가 안 벗겨져 좋다.’,‘완전군장 제대로 안해도 되니까 페트병 같은 걸 넣어서 무게를 줄여라.’,‘훈련소에서 잘해봤자 별 거 없다. 상점 많이 받아봐야 전화밖에 못하니 대충 요령 펴라.’는 등으로 써놓은 낙서는 이씨에게 주옥 같은 글이었다. “여자친구를 그리워하는 내용과 사회생활에 대한 미련을 담은 글도 많았지만 아무래도 동기들밖에 없는 훈련소에선 선임병들의 노하우가 큰 도움이 됐죠.”이씨는 “여자들은 아마 친구들에게 마음 상했던 이야기나 말 못할 내용 등의 험담을 화장실에 낙서로 풀어 놓을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원 정모(30)씨의 기억에 가장 인상 깊었던 낙서는 소변기 앞에 적혀 있던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다.’라는 글이었다. 정씨는 이 글을 보고 한차례 크게 웃은 뒤부터는 소변기에 바짝 붙어서 일을 본다. 정씨가 생각하는 여자 화장실 낙서는 ‘쇼핑 이야기’다.“여자들은 쇼핑을 워낙 좋아하니 ‘어제 뭘 어디서 샀는데 정말 싸고 좋더라.’,‘그 가게 절대 가지 마라. 바가지 씌운다.’는 식의 글이 적혀 있을 것 같아요.” ●장기기증, 성매매 전화번호까지 불법 난무 군무원 석모(25)씨는 공중화장실 낙서만 보면 인상을 찌푸린다. 장기기증 소개 글과 전화번호, 나이트클럽 종업원 전화번호, 성매매 전화번호, 산부인과 낙태알선 등 온갖 불법적인 낙서의 온상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는 자신의 소속 부대 화장실에다가 ‘낙서게시판’을 만들어 뒀다. “게시판과 펜을 준비해 뒀더니 야한 글보다는 부대원들이 힘들거나 짜증나는 일들을 써놓는 스트레스 해소 장소 역할을 하더군요.”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여- “딴 남자한테 눈이 가요” ●“상담 원하면 연락해라” 전화번호 남기기도 김모(25·프리랜서)씨가 나온 여대는 화장실에 낙서가 많기로 소문난 대학이었다. 화장실에는 남자 친구가 있지만 다른 남자에게 마음이 간다는 등 남자 친구에 대한 고민을 털어 놓는 낙서가 많았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고민에 대한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는 점이었다. “사람들이 어디에서 그렇게 필기도구들을 챙기는지, 밑에 화살표 표시를 달아서 친절하게 상담을 해주더라고요. 그런 남자 친구 따위는 버려도 괜찮다, 더 깊은 상담을 원하면 전화하라며 자기 전화번호까지 남겨 놓는 사람도 있었어요. 거의 동네 사랑방 수준이었죠.” 김씨는 자신은 낙서를 하지 않았지만, 그런 화장실 댓글들이 공감이 많이 가서 한참을 보곤 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씨는 아무리 익명이라지만, 나만의 내밀한 고민을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보는 곳에, 그것도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화장실에다 써놓고 싶진 않단다. “주위를 보면 낙서는 대개 남들에게도 말 못할 고민을 털어 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던데, 나는 그런 경우가 생기더라도 친한 친구에게 털어 놓습니다.” 이모(23·대학생)씨는 재치 넘치는 화장실 낙서에 대해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직접 화장실 낙서를 써본 적이 없다고 한다. “남의 쓴 낙서를 보는 건 즐기는데, 막상 내가 나서서 뭔가를 써봐야겠다는 용기는 안 나더라고요.” 오히려 싸이월드 다이어리를 애용한다. 인터넷 공간에 비밀글로 설정해 두고 혼자만 본다. 싸이월드 다이어리가 조씨에겐 혼자만의 낙서장인 것이다. 남자 화장실에 대해서는 “남자들은 화장실에서 담배를 많이 핀다고 들었다. 낙서할 시간이 없지 않을까.”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심한 욕설도 용서되는 일종의 탈출구 신모(26·회사원)씨는 화장실 낙서가 갑갑한 일상생활에 대한 탈출구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얘기한다. 중·고등학교 때는 ‘오늘도 이 XX가 지랄하네.’등 선생님에 대한 욕설이 많았고, 대학교 때는 ‘누구랑 섹스했네.’,‘그놈 거시기 크네.’등 저질스러운 것들이 많았다고 기억한다. “인생이 사실극처럼 갇혀 있는 것 같을 때 이런 낙서들을 남기는 것은 심한 게 아니면 면죄부가 되는 것 같다. 세상을 살아가려면 이런 낙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김모(26·회사원)씨는 어학시험을 치르기 위해 들른 고등학교 시험장에서 다양한 화장실 낙서들을 목격했다. 남자학교에서 시험을 보던 날, 우연히 본 남자화장실의 적나라한 낙서에 깜짝 놀랐다.‘나 누구랑 잤다.’,‘어제 애인이랑 XX했다.’등 진한 성 관련 농담들에 눈이 둥그레졌다. 남자화장실에 비하면 여자학교 화장실의 낙서 수준은 ‘○○이 죽어랏!’ 등 사이가 좋지 않은 친구들을 험담하는 내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익명이다 보니 사람들이 구애되는 것 없이 편하게 욕도 하고 그러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예전보다는 낙서가 많이 줄었다. 아무래도 인터넷이나 컴퓨터가 발달하다 보니 펜으로 하는 작업이 줄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취업준비생들의 처절한 고민이 그대로 조모(25·고시준비생)씨는 얼마 전까지 노량진에 있는 고시학원을 다녔는데 학원 화장실을 보면 그곳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경쟁률이 너무 높아서 힘들다.”,“전공과목 점수가 너무 안 나와서 고민이다.” 등 다가올 시험에 대한 초조감과 긴장감이 낙서에 고스란히 배어난단다. 또 수험생이 많다 보니까 가끔씩 ‘까칠한’ 낙서도 나온다. 어떤 사람이 화장실에다 “화장실 좀 깨끗히 쓰세요.”란 낙서를 해놨는데, 누가 그 밑에다 “‘깨끗히’가 아니라 ‘깨끗이’인데요. 맞춤법 좀 제대로 쓰세요.”란 글을 써놓아서 좀 살벌했던 적이 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살아있는 한 그들의 이름 돌려줄 겁니다”

    |파리 이종수특파원|“여기에 베르타 스피겔이 살았다.1879년에 태어나 테레지엔슈타트로 강제이송돼 1942년 2월 16일 죽다.” 나치 대학살 때 희생됐거나 실종된 이들이 살던 집앞 도로나 거리에 그들의 이름과 간단한 이력을 새긴 동판을 설치해온 예술가 군터 뎀니그(59).●1만여명 `사라진 개인사´ 복원 1995년 독일 콜로뉴에서 연 그의 전시회를 지켜본 한 신부의 격려로 시작한 그의 대장정은 11년 동안 독일 202개 도시와 거리에 1만여명의 ‘사라진 개인사’를 복원시켰다. 그를 위해 친척들의 증언·학교 기록, 데이터뱅크 등 모든 자료를 동원했다.그는 프랑스 일간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에서 “600만명이 희생됐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며 “그들은 역사 속에 사라진 익명의 희생자라기보다는 우리들처럼 동판이 새겨진 이 거리를 걸었고 창가에서 밖을 응시하던 이들입니다.”라고 말했다.끌과 망치를 들고 매일 12시간씩 일하는 그는 “독일인으로서 양심의 가책이나 역사적 죄의식 이전에 예술적 비전으로 시작했다.”며 “그들의 이름을 돌려주는 것은 그들을 영원히 살아있게 하는 일”이라고 설명한다.●극우파 협박… 경찰 보호받으며 작업그가 새겨온 가로·세로 10cm의 이 동판은 그 어떤 거대한 박물관보다 더 정서적 호소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유럽 최대의 예술작업’이라 불리는 그의 행보에 찬사만 이어진 것은 아니다. 어떤 곳은 동판이 파헤쳐지기도 했고 독일 극우파가 기승을 부리는 곳에선 경찰이 보호한다. 그러나 정작 그는 “나는 위험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의 발걸음은 이제 독일을 넘어 유럽으로 향한다. 벌써 오스트리아에선 첫 동판을 새겼고 올해엔 헝가리에서도 작업할 예정이다. 네덜란드·이탈리아·덴마크·우크라이나 정부의 작업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평생 작업”이라며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할 겁니다.”라고 밝혔다.(www.stolpersteine.com)vielee@seoul.co.kr
  • 美국방부, 개인 금융정보 편법조회 논란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 국방부가 논란 소지가 있는 ‘국가안보증서’를 이용, 테러나 간첩 활동 혐의를 받고 있는 미국인 수백명의 은행과 신용카드 기록을 조회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 보도했다.NYT는 익명을 요구한 정보기관 관리들의 말을 인용, 국방부는 군의 국내 정보수집 업무 강화 조치 일환으로, 드물긴 하지만 중앙정보국(CIA)도 미국 기업의 금융기록들을 확보하기 위해 이 증서를 이용했다고 전했다. 관리들은 국가안보증서를 확인한 은행과 신용카드 회사 등 금융기관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군 관계자는 물론 민간인의 금융자산과 거래 내역이 담긴 서류를 넘겨줬다고 밝혔다.그러나 이 증서는 강제성이 없어 이들 기관이 국방부에 개인 정보를 건네주지 않아도 된다.9·11 테러 이후 연방수사국(FBI)이 테러 조사를 이유로 수천부에 달하는 국가안보증서를 발행, 업체와 기관에 각종 거래기록 제출을 요구해 사생활 침해 우려가 제기된 일이 있으나 국방부와 중앙정보국이 이처럼 편법으로 개인 기록을 조회한 사실이 알려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국방부 정보 담당 관리들은 국가안보증서를 이용해 지난 5년간 약 500건의 사건을 조사했으며 CIA도 매년 소수이지만 이 증서를 이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의회는 2001년 이후 구속력 있는 증서를 발행하도록 해 달라는 국방부와 중앙정보국의 요청을 거부해 왔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리들은 9·11 테러 이후 좀 더 적극적으로 국내 정보 수집 범위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이 증서를 발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패트릭 라이터 국방부 공보관은 “이렇게 수집한 정보는 테러와 간첩 활동을 추적하거나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 확보에 큰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CIA 국장측 대변인도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이 증서를 사용했다는 입장을 밝혔다.dawn@seoul.co.kr
  • [HAPPY KOREA] 분당·남양주·일산 3곳 도시생활

    [HAPPY KOREA] 분당·남양주·일산 3곳 도시생활

    누구나 인정할 만한 살기 좋은 지역이 없다고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다. 장점을 살리면 언제든 탄생할 수 있는 게 살기 좋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분당 시범단지,‘여성·아이들을 위한 곳’ 신도시라는 개념조차 없었던 1980년대 말 정부의 수도권 5대 신도시 개발계획에 따라 ‘모델 하우스’ 개념의 시범단지가 우선 조성됐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1동 시범단지 주민들은 20여년이 지난 지금,‘여성들을 위한 천국’으로 단지를 표현한다. 분당 시범단지는 대단위 주거지에 대한 도시설계제도가 처음으로 적용된 곳이다. 천편일률적인 판상형 아파트단지의 틀을 깨고,5∼30층짜리 저층 및 고층 아파트가 조화롭게 지어졌다. 28만평으로 작지 않은 규모지만, 동서남북을 잇는 녹지 간선과 보행자 전용도로가 시범단지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한다. 차량용 도로와 보행자 구간은 서로 격리돼 있다. 동사무소·우체국·소방서·파출소·초중고교 등 공공시설, 쇼핑센터·병의원 등 편의시설은 단지 중앙에 배치돼 접근이 쉽다. 인근 지하철 분당선 서현역을 중심으로는 각종 상업시설도 들어서 있다. 이경숙(47·여)씨는 “편리한 여건 때문에 1991년 첫 입주자들이 지금까지 상당수 남아 있으며, 제2의 고향으로 여겨 전·출입도 적은 편”이라면서 “특히 여성들과 아이들이 살기에는 천국”이라고 말했다.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분당 시범단지가 ‘건강한 환경’보다 ‘보기 좋은 환경’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지적이다. 단지 주변에는 중앙공원과 자연녹지 등이 있지만,4차선·8차선 도로에 가로막혀 단지와 단절돼 있다. 이처럼 도시 및 공간배치 계획을 어떻게 세우고, 실천하느냐가 주민들의 삶의 질을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남양주 평내아파트, 문화가 살아야 아파트가 산다 아파트에서 ‘이웃사촌’은 어색한 표현일 수 있다. 폐쇄성이 원인이다. 하지만 경기 남양주시 평내동 평내금호어울림아파트 주민 4000여명에게는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사촌들이 있다. 김진문 주민자치회장은 “대부분의 아파트는 단지만 있을 뿐, 문화는 없다.”면서 “아파트 문화가 살려면 공유공간이 필요하며, 공간에 걸맞은 프로그램도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곳 주차장은 모두 지하로 내려갔다. 지상은 주민들이 어울릴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꾸며졌다. 단지 중앙에 각종 행사를 열 수 있는 이벤트광장을 비롯, 쌈지공원·수영장·노천카페·야외운동실 등이 마련돼 있다. 피로티(건물 전체 또는 일부를 지상에서 들어올려 만들어지는 공간 또는 기둥)는 화랑처럼 예술작품으로 채워졌다. 주민들은 정기 음악회·영화제·시화전 등 공유공간을 활용할 프로그램을 스스로 만들었다. 단지내 도서관과 유아원, 어린이집 등을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비영리로 직접 운영하고 있다. 김씨는 “주말이면 단지는 주민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떠들썩하다.”면서 “문화가 생기면 주민들의 정서를 변화시키고, 자연스레 이웃간 예의범절도 지키는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일산 전원주택단지,“아파트 쏠림현상은 딴세상 얘기” 전국적으로 이른바 ‘잘나가는’ 지역은 십중팔구 아파트단지나 주상복합아파트다. 같은 맥락에서 아파트에 대한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지만,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1동 전원주택단지 주민들에게는 ‘딴세상’ 얘기다. 박선자(67·여)씨는 “주택단지 대부분은 도시 외곽에 있어 편의시설 이용 등에 불편한 점이 많지만, 이곳은 일산의 중심”이라면서 “아파트 선호현상을 깨려면 주택단지의 주변환경부터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발산 동쪽 기슭에 자리잡은 이곳은 드라마 촬영장소 등으로 각광받는 명소다.70∼90평 단위로 지어진 단독주택 어느 것 하나 같은 모양이 없다. 주택지 골목길이 주차장처럼 변했지만, 이곳은 5가구별로 공동주차장을 마련해 도로 위에 세워진 차량을 찾아보기 어렵다. 인근에는 국립암센터, 마두시립도서관, 일산동구청, 지하철 3호선 정발산역 등이 자리잡고 있다.1995년부터 입주가 이뤄진 이후 지금은 일산의 ‘베벌리 힐스’로 통한다. 박씨는 “전원생활과 도시생활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면서 “4대가 함께 살았는데, 아파트였다면 공간구조상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지 조성 초창기만 해도 노년층이 많았다. 지금은 일정 수준 부와 명성을 이룬 30∼40대 중상류층이 주축이다. 마을이 젊어지면서 주민간 의견교환을 위해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고, 마을청소도 주민들의 몫이 됐다. 이미화(42·여)씨는 “주택은 관리가 어렵다고 말하지만, 분위기 등을 내 손으로 직접 바꿀 수 있어 힘든 게 아니라 즐거운 일”이라면서 “관리비용도 아파트에 비해 많은 편이 아니라, 이곳을 떠나 아파트로 이사했던 이웃들이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성남·고양·남양주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살기좋은 마을요? “도시에선 글쎄…” “도시에 있는 살기 좋은 마을이나 동네를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도시계획 및 건축 관련 전문가 10여명에게 이같은 질문을 던졌지만, 선뜻 답변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몰라서가 아니라, 없다는 게 주된 이유다. 살기 좋은 지역의 요건으로는 ▲일자리 등 경제적 환경 ▲교통 등 기반시설의 편리성 ▲교육·의료·문화·복지 등 생활인프라 접근성 ▲주민 상호간 교류 가능성 ▲주변 자연환경과의 조화 등이 꼽힌다. 하지만 이같은 요건을 두루 갖춘 마을이나 동네는 현재로선 드물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대부분의 신도시가 도로와 같은 기반시설 위주로 도시계획이 세워져 세부적인 공간계획은 미흡하거나 중복되는 측면도 많다.”면서 “심지어 민간에서 개발을 주도하는 경우 기반시설이 있는 곳에 주택단지를 만드는 ‘무임승차’도 많아, 결국 기반시설 부족현상을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도시는 신도시보다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전문가는 “현재 도시재개발은 헌집을 헐고 새집을 짓는 형태의 물리적 환경만 바꾸는 수준이며, 지역공동체 등 사회적 환경은 오히려 악화된다.”면서 “도시재개발보다 도시재생이라는 차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마스터플랜을 어떻게 세우느냐 보다는, 실제로 계획을 얼마나 충실하게 따르느냐가 더욱 중요한 시점”이라면서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는 없는 것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것을 채워나가는 활동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미군 공습 확인위해 소말리아 진입”

    미국 공군이 최근 알카에다 테러분자를 겨냥해 소말리아를 공습한데 이어 미 육군 소규모 부대가 공습의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소말리아에 진입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익명의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미군의 공습으로 누가 사망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남부 소말리아 지역으로 진입했으며 아직 현지에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전했다.한 소식통은 “현재로서는 높은 가치가 있는 타깃이 사망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제까지의 정황 증거에 따르면 몰락한 이슬람법정연대의 군사조직 우두머리인 아덴 에이로가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부동산 거품붕괴론 점검(상)] “거품론 자체가 과장” 반론도 만만치 않아

    지난 연말을 고비로 집값 상승을 우려하던 분위기가 ‘거품 붕괴’에 대한 경고로 급격히 바뀌었다. 특히 민간연구소들은 거품 붕괴에 따른 가계부채발 금융위기까지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집값이 올랐어도 거품을 정의하기가 쉽지 않으며 지역별로 실수요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최근 봇물처럼 터지는 ‘거품 붕괴론’ 자체에 거품이 낀 게 아니냐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대표는 “고가주택은 이른바 공급에 따라 결정되며 수요가 늘면 가격은 오르게 된다.”면서 “수요가 떨어지는 소형 아파트나 비인기 지역, 공급이 넘치는 지역에선 집값이 떨어지겠지만 강남처럼 수요가 살아 있는 곳은 거품이 있어도 쉽게 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재건축 지역에 정부가 개발이익을 환수한다고 하니까 평소 가격보다 이익 환수분만큼 더해져 거품이 인위적으로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경환 서강대 교수는 “거품이 있다는 것은 내재가치에 비해 가격이 지나치게 많이 오른 것을 의미하지만 내재가치를 정확히 평가할 수는 없다.”면서 “거품이 꺼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은 사실 2002년부터 계속돼 왔지만 최근 시중금리가 오르고 규제가 강화되니까 거품 얘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자산가치는 최종적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한계 수요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데 이를 대체할 만한 시장이 부상하지 않는 한 거품은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거품은 강남권과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에 20∼30% 정도 끼었다고 본다.”면서 “그러나 강북이나 강동 등과 달리 강남은 차별화가 계속되고 있으며 당국이 담보대출 규제로 이미 선제적 대응을 하고 있어 급격한 거품 붕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2∼3년에 걸쳐 부동산 가격이 완만하게 하락할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백문일 이영표기자 mip@seoul.co.kr
  • [‘4년연임 개헌’ 정국] 한나라의원 56명중 2명만 “연내 개헌 찬성”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9일 제안한 ‘대통령 4년 연임제’로의 개헌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문이 10일 오전까지 한나라당 소속 의원 127명을 상대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답변에 응한 56명 의원들 가운데 노 대통령 임기내 개헌찬성자는 극소수에 그쳤다. 서울신문은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4년 연임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는지 여부 ▲연내 개헌에 대한 찬성 여부 ▲개헌 반대가 당론으로 결정될 경우 당론을 거부하고 개헌을 찬성할 것인지 여부 등 3가지를 물었다. 56명의 답변자 가운데 13명이 연임 개헌이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연내 개헌에 찬성한다고 답한 의원은 원희룡·고진화 의원 2명에 불과했다. 익명을 요구한 1명은 당이 개헌반대를 당론으로 결정하더라도 당론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지만 대세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전망이다. 특히 대부분의 의원들은 이날 오전 11시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개헌논의에 일체 응하지 말라는 당 지도부의 요청 때문인지 개헌 필요성에 대해 언급조차 꺼렸다. 결국 서울신문은 의원들을 상대로 한 조사가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을 내리고 전수조사를 중단했다. 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더라도 국회 통과는 불가능할 전망이다. 국회통과 요건인 의결정족수 3분의2(현재 296석 중 99석)를 채워야 하지만 현재 한나라당의 강경한 기류를 감안하면 개헌저지선을 채우기에 턱없이 부족할 전망이다. 한편 연합뉴스가 이날 전체 여야 의원 296명 가운데 해외 출장자와 답변을 거부한 사람들을 제외한 162명을 상대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1.2%(83명)가 개헌에 찬성한다고 답변했다. 개헌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36.4%(59명)였고, 나머지 20명은 답변을 유보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위기의 ‘금융검찰’ 금감원

    부원장급까지 금고 인수 비리에 연루된 금융감독원에는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이 어울린다. 시중은행·보험·증권·카드 등 거의 모든 시중 금융기관들을 망라해 금감원에 집중된 지휘·감독권은 역으로 비리에 쉽게 노출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막강한 감독기관에는 더욱 강력한 감시가 요구되지만 그런 재감독 체제가 제도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은 것도 비리가 꼬리를 무는 바탕을 제공하고 있다. ●비리와 관련해 끊임없이 거론되는 법적 지위 금감원은 외환위기 이후 은행감독원·보험감독원·증권감독원·신용관리기금이 통합돼 1999년 출범한 민간조직이다. 금융제도를 제대로 지키는지 지도·감독하는 기구다. 현장에서 금융기관들과 직접 맞부딪치는 금감원 직원들에게는 늘 비리의 ‘유혹’이 따르게 된다. 금감원을 지휘, 감독하는 기구가 재경부 출신의 공무원들로 구성된 금융감독위원회다. 공무원 70여명이 1600여명의 민간인 조직을 관리하는 것이다. 구성원의 신분은 다르지만 사실 한 조직이나 마찬가지이다. 금감위원장은 금감원장도 겸임하고 있다. 이런 금감위와 금감원의 법적 지위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우선 한국은행처럼 금감위를 민간조직으로 바꿔 정부로부터 자유롭게 금융기관들을 감독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다. 윤성식 전 정부혁신위원장을 비롯해 금감원 노조, 시민단체 등이 이같은 입장이다. 반면 금감원을 공무원 조직으로 위상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재경부나 감사원의 입장이다. ●‘금융 검찰’ 어디에서 감독하나 금감원은 자체 감사실을 두고 감사로 외부인사를 영입해 업무감사, 직무감찰을 하고 있다. 그러나 주로 낮은 직급을 다룬다. 고위직의 비리를 밝혀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감사원의 재정금융감사국도 금감원을 감사할 수 있다. 하지만 재정금융감사국이 맡고 있는 기관은 금감원, 재경부, 산업은행 등 총 21개 기관이고, 또한 며칠에 걸친 표본조사를 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도 금감원·금감위를 감사한다.2월·4월 짝수 달에 열리는 임시국회와 9월 정기국회,10월 국정감사 등에서 정책감사를 받는다. 그렇지만 개인비리 등을 추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비리는 왜 발생했나 한 관계자는 “아직도 외환위기가 금감원에는 끝나지 않은 것 같다.”고 빗대어 말했다. 김중회 부원장이 연루된 ‘골드상호신용금고 인수 관련 비리’의 경우 외환위기로 금고를 구조조정해야 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유사한 비리가 또 터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금감원은 감독기구이지 집행 기구가 아니다. 하지만 당시 부실금고 처리는 예금보험공사가 아직 틀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라서 금감원이 집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접 매각 문제까지 해결하려다 보니 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었겠지만, 금감원이 가능한 한 빨리 손을 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감독원 입장에서는 문제가 불거진 금융회사는 퇴출시켜야 했는데 퇴출이 미칠 사회적 파장 때문에 퇴출을 막는 등 로비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고 말했다. ●퇴직 후 금융기관 진출도 문제 참여연대는 지난 8일 금감원 퇴직자들의 재취업 현황을 조사해 발표했다. 지난 8년간 퇴직자 114명 중에 76명이 금융회사 등 유관기관에 재취업했다고 밝혔다. 과반이 훌쩍 넘는 64%에 이른다. 변금선 참여연대 투명사회팀 간사는 “재취업한 사람들 중 68명은 현행 공직자 윤리법에서 업무관련성이 있는 회사에 2년 이후에 취업하도록 한 규정을 위반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관계는 감독기관과 피감독기관의 유착을 유도하고 비리를 조장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비리발생의 근원에 대해 “금감원의 부적절한 조직체계 탓”이라면서 “경험을 내세워 끊임없이 낙하산 인사를 강요하고, 금감원의 예산이 사실상 금융회사들의 분담금으로 이뤄지는 기형적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소영 전경하기자 symun@seoul.co.kr
  • 美 전신마비 딸 ‘성장억제’ 논란

    다른 이의 도움 없이는 움직이지도 못하는 장애 어린이의 성장을 인위적으로 멎게 했다면? 9살짜리 뇌질환성 전신마비 미국인 소녀의 성장을 멈추게 하는 ‘성장 억제’ 시술을 둘러싸고 부모와 시술 의료진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는 등 윤리 논쟁이 뜨겁다. 3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따르면 ‘애슐리’라는 이 소녀는 태어나면서부터 걷거나 말하지 못하고 머리를 제대로 가눌 수도 없었다. 제 힘으로 구르거나 앉을 수도 없다. 음식은 튜브를 통해 섭취하고 있다. 부모들은 늘 베개에 기대있다고 해서 소녀를 “베개 천사(Pillow Angel)”라고 부른다. 시애틀 소아과병원측은 2004년 애슐리에게서 심각한 뇌손상으로 인해 지능발달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는 진단을 내리면서 성장 억제 조치도 부모 권리 중 하나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어 애슐리의 몸상태를 키 134㎝, 몸무게 34㎏ 상태로 유지할 수 있도록 성장억제 시술을 해 왔다. 가슴 발달 및 에스트로겐 배출을 막고 자궁 적출술도 포함됐다. 파문은 일부 의사들이 이 사실을 의학 전문지에 보고하면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발행된 소아과학회 저널에서 이들 ‘고발자’들은 애슐리 부모의 결정을 위험하고 비열한 ‘프랑켄슈타인식’ 결정이라고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소식을 전해들은 일반인들과 의료계에서도 이런 조치가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는 권리”를 막고 존엄성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파문이 커지자 애슐리의 부모는 익명을 유지한 채 웹사이트를 개설,“아이를 곁에 두고 돌보기 위해선 이 방법밖에 없었다.”면서 결코 편의에 따른 행동은 아니라고 반박했다.“커가는 아이를 돌보기도 어렵고 가족과 외출하기도 힘들게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란 주장이다. 또 형제들과 더 많은 접촉을 갖게 하고 더 활발한 외부활동의 기회를 얻게 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주 애슐리의 부모들은 웹사이트를 통해 “우리는 딸이 우리의 품속에 남아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애슐리가 침대에 온종일 누워 TV나 보는 게 아니라 더 많이 여행하고 사회 행사나 다양한 야외 활동에도 참가하도록 할 것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애슐리를 치료해 온 다니엘 군터 박사는 “그녀의 부모가 찾아낼 수 있는 인도적인 차선책을 선택한 것이었다.”고 옹호했다. 신문은 비슷한 장애를 갖고 있는 어린이들의 성장을 멎게 하고 대신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면 같은 치료와 수술을 단행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또 주류 의학계에서 이런 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된 적이 없었다면서 법적, 윤리적으로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과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출처 개괄적 표시땐 표절 아니다”

    대법원 2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27일 외국 서적을 대부분 그대로 번역해 저서를 냈다는 이유로 정직처분을 받은 고려대 법대 이기수(61) 교수가 학교 재단을 상대로 낸 정직처분무효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지난달 총장선출 과정에서 현재 논문 표절 시비에 휩싸인 이필상(59) 신임 고려대 총장과 함께 막판까지 접전을 펼쳤다. 재판부는 “이 교수의 저서에서 정당한 범위를 초과해 독일 학자들의 저서를 인용한 부분이 포함됐지만 책의 성격과 대상, 인용 부분의 내용, 출처를 개괄적으로 표시한 점 등에 비춰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학교측은 2000년 6월 이 교수가 쓴 ‘어음수표법’‘회사법’ 등 3권이 독일 원저서를 상당부분 그대로 번역했다는 익명의 진정서를 접수한 뒤 징계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가 총장 선거를 8개월가량 앞둔 이듬해 7월 징계절차에 들어가 같은 해 11월 정직 3개월의 처분을 내렸다.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길섶에서] 너무 가난해서…/한만교 지방자치부 부장급

    수녀가 된 이모 두 분의 손에 이끌려 성당에 다니기 시작한 이후 40년만에 미사 도중 사제가 잠시나마 퇴장하는 광경을 처음 목격했다. 이틀전 성탄 전야, 가난한 이들도 많이 사는 의정부의 조그만 동네 천주교회. 사제는 강론 중 익명으로 보내온 편지를 읽다가 쏟아지려는 눈물을 감추려고 갱의실로 모습을 감췄다. “너무 적습니다. 제 한달 월급 전부입니다. 성탄 전야에 따뜻한 어묵국이라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너무 가난해서 죄송합니다.” 편지엔 돈이 함께 들어 있었지만 사제는 얼마인지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편지를 보낸 이를 모르지만 노동 일을 하는 것으로 보이고,“지금 여러분 사이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사람이 박수를 치자 박수의 물결이 이어졌다. 미사 후 어묵 파티가 열렸다. 한 중년 여성이 말했다.“오늘 너무 가난한 이 덕에 큰 축복을 받았네요.” 한만교 지방자치부 부장급 mghann@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익명 취재원’ 인용의 딜레마/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이사

    워싱턴 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기자는 1972년 미국 민주당사에 정체불명의 괴한이 침임한 사건이 터진 후에 동료 기자인 칼 번스타인과 함께 몇 달 동안 이 사건을 집중 취재한 공로로 보도부문의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우드워드의 취재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 취재원의 이름은 지난 30여년간 공개되지 않았다. 우드워드는 이 취재원의 이름 대신 당시 화제를 모았던 성인영화의 제목을 따서 ‘딥 스로트’라는 암호로 인용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결국 의회의 탄핵을 소추받기 직전에 닉슨 대통령이 사임하는 것으로 결말이 났다. 닉슨 사임 이후 남은 미스터리는 ‘딥 스로트’란 익명의 취재원이 과연 누구인가 하는 것이었다. 일부에서는 알렉산더 헤이그나 헨리 키신저를 지목했다. 실체는 없고 가공의 인물이란 주장도 나왔다. 역사를 바꾼 이 익명의 취재원의 정체는 30여년이 지나서야 당시 FBI 부국장이던 마크 펠트라는 사실이 공개되었다. 우드워드와 ‘딥 스로트’의 사연은 여러 시사점을 던져준다. 첫째는 기자와 취재원의 신뢰관계이다. 우드워드는 취재원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익명으로 처리했고, 당사자가 사망하기 전에는 공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두번째 주목할 만한 사실은 워싱턴 포스트 내에서 ‘딥 스로트’의 실체를 알았던 사람은 딱 세명이었다는 점이다. 우드워드 본인과 번스타인 기자, 그리고 직속상사인 벤 브래들리 편집국장이었다. 데스크는 기사의 정확성을 위해 취재원의 신분을 요구했지만 역시 비밀을 지켰다. 브래들리 편집국장은 심지어 사주인 케서린 그레이엄에게도 비밀을 털어놓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사실은 언론과 독자와의 신뢰이다. 비록 우드워드가 기사에서 핵심 취재원을 익명으로 처리했지만 독자들은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를 신뢰했다. 우드워드의 보도가 단지 한 취재원에게만 의존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드워드는 ‘딥 스로트’가 제공한 정보가 적어도 2인 이상의 다른 취재원에 의해 확인되지 않을 경우 기사화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적용할 정도로 정보의 확인에 철저했다. 우리 나라의 언론에서도 익명의 취재원은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지난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 언론윤리의 현주소’란 워크숍에서 한국언론재단의 남재일 연구위원은 국내 기자 30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38%가 ‘최근 2년간 익명취재원 1명의 말을 토대로 특정인이나 특정기관을 비판하는 기사를 작성한 경우가 한 차례 이상 있다.’고 응답했다.‘실제로 취재하지 않고 익명의 출처를 내세워 자신의 견해를 취재원의 견해인 것처럼 인용한 경우도 24%나 됐다. 서울신문의 경우 익명 취재원의 인용이 다른 언론에 비해 특별히 많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22일자 지면을 보면 2면의 6자회담 기사는 ‘회담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을 인용했고,3면의 행정도시 명칭 기사는 ‘건설청 관계자’를 인용했다.6면의 행시관련 기사는 ‘중앙인사위원회 관계자’를, 정부기관의 대금지급 관련 기사는 ‘조달청 관계자’를 각각 인용했다, 같은 날 12면의 법원과 검찰의 갈등에 관한 기획기사에서도 ‘검찰 관계자’와 법원 관계자’가 각각 익명으로 인용됐다. 우리 사회에 아직도 권위주의가 남아있고 언로가 자유롭지 않은 취재환경에서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하는 보도가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 국가간에 외교적인 이유로 익명을 처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취재원이 익명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민감한 정보나 의견을 얻어내기 위하여 익명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도한 익명의 처리는 언론과 독자의 신뢰쌓기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익명 취재원의 인용에 관하여 일선 기자와 데스크의 좀 더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 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이사
  • [토요일 아침에] 한해를 보내면서/손희송 신부 가톨릭대 교수

    2006년도 채 열흘이 남지 않았다. 어린아이들에게는 얼른 한해 지나서 나이 한살 더 먹는 것이 기쁜 일이겠지만, 어른들에게는 그렇지가 않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지나온 한해를 되돌이켜 보면서 이룬 것이 너무 미미한 듯해서 허탈해 하고,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잘 해주지 못한 것을 후회하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연말이 되면 망년회다, 송년회다 하면서 착잡한 심경을 달래보려고 애쓰는가 보다. 하지만 볼 눈만 있으면 지난 시간을 허탈과 후회만이 아니라 감사의 마음으로 되돌아볼 수 있다.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일상의 삶에도 얼마든지 감사할 것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따분하게 느끼는 일상에도 기쁨과 보람이 숨어 있지만, 우리에게 그것을 볼 눈이 없을 뿐이다. 보고, 듣고, 말하고, 먹고, 웃고, 걷는 것과 같은 평범한 일상사도 새로운 눈으로 본다면 정말 감사할 일이다. 어느 젊은 수도자가 수련기간에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였다. 배설에 어려움이 있는 환자를 관장시키는 일이 임무였는데, 한달 동안 하고나서 이런 말을 했다. “자기 힘으로 화장실 가서 일 보는 것만 해도 정말 감사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객관적으로 볼 때 도저히 감사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감사를 드릴 줄 안다.‘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런 일이? 하늘도 무심하시지!’라고 한탄과 원망만이 나올 것 같은 처지에서도 절망을 넘어서 감사하며 행복해 하는 사람이 있다. 충북 음성 꽃동네에 거주하던 배영희 시인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는 19살에 뇌막염을 앓아 앞을 못 보는 중증 장애인이 되어 20년 가까이 전신불구자로 지내다가 1999년 12월 세상을 떠났는데, 이런 글을 남겼다. “나는 행복합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고, 아무것도 아는 것 없고, 건강조차 없는 작은 몸이지만, 나는 행복합니다. 세상에서 지을 수 있는 죄악, 피해갈 수 있도록 이 몸 묶어 주시고, 외롭지 않도록 당신 느낌 주시니, 말할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세 가지 남은 것은 천상을 위해서만 쓰여질 것입니다. 그래서 소담스레 웃을 수 있는 여유는 그런 사랑에 쓰여진 때문입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아주 적게 받았음에도 행복하다고 한 이 시인 앞에서, 많이 받았는데도 감사보다는 불평·불만을 입에 달고 사는 우리 자신이 부끄러울 뿐이다. 옛말에 ‘위에 견주면 모자라고 아래로 견주면 남는다.’라고 했다. 하지만 위만 쳐다보면서 늘 모자라다고 투덜대면서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우리 대부분의 모습이다. 아무리 훌륭한 계획과 높은 이상을 지녔더라도 찡그린 얼굴을 하고 불평과 비판만 늘어놓는다면 세상을 좋게 바꿀 수 없다.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은 우리 시대 상황을 비추어 보아도 아주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1960∼70년대 경제개발의 덕분으로 물질적으로 많이 풍요롭게 되었다. 하지만 마음은 점점 더 황량해져 간다. 이유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중요한 하나는 바로 감사할 줄 모르는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제 처지에 어느 정도 만족한다는 것이고, 만족하는 사람은 행복해질 수 있다. 그런 사람이라면 기꺼이 나눌 줄도 안다. 수년 전에 경기도 광명시에 살던 어느 어르신은 평생 자연의 혜택을 받고 살아왔음에 감사하면서, 그 감사를 사회에 보답하고자 20억원 상당의 땅을 시에 희사했다. 올해도 한 익명의 기부자는 30억원이라는 거액을 가난한 이를 위해 선뜻 내놓았다. 이런 사연은 자신만 알고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반성을, 그리고 각박한 세상이라 할지라도 세상은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준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올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에는 더 많이 감사하는 사람으로 변화되면 좋겠다. 그리고 감사의 마음에서 가진 바를 기꺼이 나눔으로써 좀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기를 기원해 본다. 손희송 신부 가톨릭대 교수
  • ‘연세행정최고위인상’ 22일 시상식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최고위정책과정 총동창회(회장 최문휴)는 22일 ‘2006 가족 송년의 밤’을 서울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갖는다. 이날 이뤄지는 제6회 ‘자랑스러운 연세행정최고위인상’ 시상자로는 주영순 HN철강 대표, 강형철 무한타올 대표, 이용수 영진ISD 대표, 익명을 요구한 독지가 등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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